전교 755명 중 750등이었던 운동 포기자가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판사로 변신하기까지의 인생 역전 휴먼 스토리와 그 공부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주어진 환경을 탓하고 단점만을 볼 것이 아니라, 나만이 가진 장점을 찾고 그 힘과 가능성에 인생을 거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성공 공식이라면서, 공부 못하는 학생들도 성실성을 갖추고 끈질기게 노력하면서 효율적으로 공부하면 충분히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역설한다.
공부는 어떻게 내 삶을 바꾸었나
▣ 저자 이종훈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성남중ㆍ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어린 시절부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동네 야구’에 빠져 새벽부터 어둑어둑해질 무렵까지 야구를 했다. 학원도 빼먹고 야구만 하다 부모님께 걸려 혼난 적도 많았다. 하루는 신문에 난 야구부 기사를 읽고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집념 하나로 직접 그 초등학교를 찾아갔을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만은 대단했다. 결국 부모님은 그를 야구부가 있는 초등학교로 전학 보내주셨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야구 인생이 시작됐다.
중ㆍ고등학교에 진학해 하루 열 시간씩 야구 연습을 했다. 하지만 노력만큼 실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172센티미터에서 멈춘 키도 운동선수로서는 핸디캡이었다. 경기가 있는 날에는 늘 벤치에 앉아 대타로 불러주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늘어갔다. 결국 고등학교 2학년 말 그토록 좋아하던 야구를 그만뒀다. 야구가 인생 전부였던 그에게 더 이상 야구 선수로서의 인생은 없었다.
전교 755명 중 750등. 야구부 출신 전교 꼴찌. 고등학교 2학년 기말고사가 그의 첫 공부 데뷔 무대였다. 야구로 치면 9회 말 투아웃 상황.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사느라 ‘mommy’, ‘daddy’, ‘happy’ 같은 기본적인 단어들의 뜻도 몰랐다. 하지만 강인한 의지와 노력을 바탕으로 중학교 과정부터 차근차근 공부를 시작해 마침내 인하대학교 법학과 입학,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 연수원 상위권 성적 수료라는 인생 역전을 이뤄냈다. 국내 대형 로펌의 변호사를 거쳐 현재 판사로 재직 중이다.
▣ Short Summary
현재 판사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야구 선수로서의 삶을 포기하기 직전 성적은 전교 755명 중 750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야구를 포기하고 공부를 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고, 이종훈 씨 스스로도 공부를 하면 성공할 수 있다거나 뭔가 다른 계획이 있어서 공부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공부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 그 자체였다. 그런 그가 당시 선택한 공부 방법은 중학교 1학년 영어, 수학 교과서를 공부하는 ‘기초로 돌아가기’였다.
남들보다 조금 유리할 수는 있겠지만, 공부에서 타고난 머리가 전부만은 아니다. 항상 일등을 놓치지 않았던 천재들 역시 엄청난 노력파였고 그것이 성공의 원동력이 되었다. 잘하면 재미가 있고 재미가 있으면 더 잘하게 된다. 그만큼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반면 흥미를 잃으면 투자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잘하지도 못하게 된다. 꼴찌가 꼴찌인 이유는 바로 이런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전교 755명 중 750등이었던 운포자(운동 포기자)가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판사로 변신하기까지의 인생 역전 휴먼 스토리와 그 공부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주어진 환경을 탓하고 단점만을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만이 가진 장점을 찾고 그 힘과 가능성에 인생을 거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성공 공식이라면서, 공부 못하는 학생들도 성실성을 갖추고 끈질기게 노력하면서 효율적으로 공부하면 충분히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역설한다.
▣ 차례
개정판을 내며 / 프롤로그
1st 포기는 습관이다
의지박약아 / 포기는 습관이다 / 내 꿈은 타격왕 / 한계도 넘어본 사람이 넘는다 / 1회 말 역전 공부법: 공부 습관을 들이라
2nd 이 죽일 놈의 야구
고스톱 쳐서 선배 된 게 아니다 / 오늘 피한 한 대는 내일 두 대가 된다 / 두려움은 더 큰 두려움을 낳는다 / 귀신 잡는 야구부? / 까스 걸린 날 / 할리우드 액션 / 2회 말 역전 공부법: 이해가 중요하다
3rd 주전을 꿈꿨던 ‘주전자 선수’
동대문야구장의 추억 / 좋아한다고 모두 잘하는 것은 아니니까 / 고교 2학년 공식 출전 기록, 대타 두 타석 / 전교 755명 중 750등 / 3회 말 역전 공부법: 시간 관리법
4th ‘운포자’, 공부를 시작하다
꿈을 포기하다 / 열정은 때로 재능을 이기지 못한다 / 책상에 앉으면 잠이 오는 이유 / 꼴찌를 위한 수준별 학습법 / 닥치고 암기 / 4회 말 역전 공부법: 시험 전략
5th 기적은 내 안에 있다
첫 타석 포볼, 느낌이 좋다 / 수능시험을 보기 위한 기초 체력을 쌓다 / 스터디 메이트 / 자퇴, 그리 검정고시 / 고등학교 4학년 / 빌보드 차트 / 재수 전반전 / 수능시험, 인생의 첫 번째 안타 / 5회 말 역전 공부법: 공부 기술
6th 사법시험에 도전하다
가슴 뛰는 두 번째 일 / 네가 고시 공부를? / 공부에 미치다 / 노량진 vs. 신림동 / 술 취한 고시생 / 산속에서 보낸 한 달 / 승리와 자만 / 6회 말 역전 공부법: 공부의 강약 조절
7th 일구이무
전진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 책상 위에서 치열하게 버텨라 /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 / 영원한 삼진 아웃은 없다 / 가족이라는 울타리 / 7회 말 역전 공부법: 암기의 비법
8th 꿈으로 물고기를 낚는 사람들
사법연수원 입소, 새로운 시작 / 체육대회와 엠티의 추억 / 사법연수원의 공부벌레들 / 사법연수원의 시험 / 8회 말 역전 공부법: 정리법
9th 공부는 9회 말 투아웃이다
승부근성 / JUSTI42 /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하다 / 좌충우돌 신입 변호사 / 로펌 변호사의 생활 / 경력법관 임용절차에 지원하다 / 마지막 시험 / 새로운 시작 / 9회 말 역전 공부법: 합격을 위하여
에필로그
공부는 어떻게 내 삶을 바꾸었나
이종훈 지음
북카라반 / 2019년 2월 / 271쪽 / 14,000원
1st 포기는 습관이다
의지박약아 / 포기는 습관이다 / 한계도 넘어본 사람이 넘는다
어렸을 때는 집에 있는 것보다 운동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온갖 운동을 좋아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야구였다. 야구에 미쳐 있던 초등학교 5학년 어느 날, 친구들과 야구를 하다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버지께서 나를 부르시더니 “그라운드에서 뛰다 죽을 각오로 야구선수 한번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나의 야구선수 생활이 시작되었다. 당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야구부가 없어 부모님께서는 야구부가 있던 학교로 전학을 보내주셨다. 본격적으로 야구선수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야구가 던지는 것과 치는 것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훈련을 시작해보니 그 두 가지를 잘하기 위한 기초 체력훈련이 훨씬 많았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장거리 러닝이었는데, 나는 뛸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포기하곤 했다.
한편 당시 강남초등학교에서 야구를 했던 아이들은 대체로 근처에 있는 강남중학교 또는 성남중학교로 진학했는데, 나는 성남중학교로 진학하게 되었고, 나중에 고등학교 역시 성남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어 6년에 가까운 시간을 같은 학교에서 보냈다. 그런데 이때 내게 큰 영향을 주신 유상준 코치님과 만나게 되었다. 코치님은 야구의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을 많이 강조하셨는데, 그때 정신적인 부분이 강해질 수 있었다. 장거리 러닝도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초등학교 때보다는 더 잘 뛰게 되었다. 힘들 때 참아내는 방법을 조금씩 깨우쳐갔고, 그렇게 조금씩 의지력과 근성이 생겼다.
1회 말 역전 공부법 - 공부 습관을 들이라
최고의 공부 방법은 내 안에 있다: 내가 공부 방법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부터다. 그전까지는 단순히 열심히 공부하기만 하면 결과도 당연히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효과적인 수험 생활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공부 방법론에 관심을 두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하여 최대한의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방법은 먼저 공부한 사람들의 수기를 많이 읽어보는 것이다. 나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시중에 나와 있는 거의 모든 합격 수기를 시간 날 때마다 반복해서 읽었다. 그뿐만 아니라 신문기사나 인터넷을 통해 여러 가지 공부 방법, 암기법과 관련된 서적들도 꾸준히 관심을 두고 읽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스스로 공부하며 얻은 경험을 통해 내 나름대로 공부 방법을 다음과 같이 깨우쳤다. ‘공부 비법’이라고 하면 무언가 대단한 내용처럼 보이지만 사실 공부를 조금 잘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공부를 하면서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방법들이다.
최고의 공부 습관 - 예습과 복습: 후일 내가 야구를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지게 된 습관 중에서 가장 좋은 습관은 예습과 복습하는 습관을 들인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넉넉하다면 예습과 복습을 모두 하는 것이 좋겠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복습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즉 복습을 원칙으로 하되, 특히 중요한 부분이나 어려운 부분만 예습하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복습은 수업을 듣고 나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해야 할 복습이라면, 그날 배운 내용은 그날 마무리 짓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2nd 이 죽일 놈의 야구
귀신 잡는 야구부?
야구부에서는 감독님이나 코치님과의 관계 그리고 선후배 관계가 엄격하다. 내가 하기 싫다고 해서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맡은 일은 내 책임 하에 해내야 했다. 자의 반, 타의 반 그렇게 하나둘씩 책임감을 배우기 시작했다.
2회 말 역전 공부법 - 이해가 중요하다
합격과 불합격의 갈림길 - 완벽한 이해: 고시에서 합격과 불합격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 종이 한 장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바로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고 정리를 했는지 여부라고 생각한다. 나는 복잡한 내용을 공부할 때는 일차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충분히 이해한 후에는 내가 이해한 방법대로 여백이나 노트에 정리해두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참 시간이 지나 다시 공부할 때 복잡한 내용을 상기시키느라 소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그 후에는 책을 덮고 머릿속에서 그 구조가 완벽히 이해될 때까지 계속 떠올려보았다. 머릿속으로 배운 내용을 정리해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긴 하지만 효과는 만점이다. 그리고 공부는 꼭 책상에 앉아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어렵거나 복잡한 부분은 산책하면서든 장소를 이동하면서든 언제든지 머릿속에 떠올려 정리해봄으로써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3rd 주전을 꿈꿨던 ‘주전자 선수’
고교 2학년 공식 출전 기록, 대타 두 타석
고교 야구에서는 보통 3학년들이 주전이 되어 시합에 나가고, 1학년이나 2학년들은 실력이 뛰어난 선수만 예외적으로 시합에 나간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만 야구를 했기 때문에 시합에 출전한 경험이 별로 없다. 늘 벤치에서 몸을 풀며 대타로라도 나갈 수 있길 기다려야 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시합에 출전한 경험은 2학년 때 딱 두 번, 대타로 나갔을 때였다. 두 시합에서 한 번은 안타를 치고, 한 번은 볼넷으로 출루했다. 출루율 100퍼센트. 이제 다시는 선수로서 야구를 할 일이 없으니, 이것이 마지막 기록이 되어버렸다.
전교 755명 중 750등
고등학교 야구부는 보통은 1교시만 마치고 운동을 한다. 수업에 들어가서도 딴 짓을 하기 일쑤였다. 수업이 끝나면 운동을 시작해서 밤늦게까지 단체훈련을 하고, 단체훈련이 일찍 끝나면 몇몇 친구들과 남아서 개인훈련을 했기 때문에 수업 시간은 왠지 쉬는 시간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꼴찌를 면할 수 없었다. 전교 755명 중 750등.
3회 말 역전 공부법 - 시간 관리법
시간을 쪼개 공부하라: 상황에 따라 시간을 쪼개 공부하면 효과적이다. 예컨대 책상에 앉아서는 수학을 공부하고, 지겨워질 때쯤 문학을 공부하고,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는 영어 단어를 공부하고, 자기 전에는 오늘 공부한 내용을 떠올려보고, 화장실에 갈 때에는 신문 사설을 읽는 식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공부를 할지 미리 계획을 세워놓는 것이 좋다. 나는 사법시험을 보기 직전에도 항상 중요한 내용을 적어놓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밥을 먹을 때든 걸어 다닐 때든 버스를 탈 때든 수시로 공부했다. 그렇게까지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싶겠지만 보통 수첩에 적어놓고 다니는 것들은 평소에 잘 이해되지 않거나 외우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그 부분만을 반복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꽤 효율적인 공부 방법이었고, 실제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4th ‘운포자’, 공부를 시작하다
꿈을 포기하다
나는 7년간 야구를 했지만 썩 잘하진 못했다. 자존심이 세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야구를 하면서 내내 스트레스를 받았다. 고등학교 2학년 10월. 제주도에서 열렸던 전국체전을 마치고 열흘 정도 휴가를 받아 집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아버지가 방으로 부르셔서 말씀하셨다. “야구를 그만두는 것도 한번 생각해보지 않겠느냐. 하지만 만약 네가 야구를 계속하기를 원한다면 끝까지 지원해주겠다”라는 취지셨다. 내가 상처를 받을까봐 조심스레 말씀하셨던 것 같다. 일주일 정도 고민 끝에 야구를 그만두기로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야구선수로서 재능은 뛰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재능과 재미라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천직을 갖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열정은 때로 재능을 이기지 못한다
나는 ‘운포자(운동 포기자)’다. 이제는 야구선수로서의 꿈을 포기했으니 공부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막상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부모님께서는 부담을 덜어줄 요량으로 “일단 공부를 해보고, 안 되면 스포츠용품 전문점이라도 차려주겠다”고 말씀은 하셨지만, 우선 전문대학에라도 진학하길 원하셨다. 나는 영어사전과 고등학교 2학년 영어 참고서를 샀다. 아는 단어가 한 개도 없었다. 사전에서 단어 하나를 찾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고생 끝에 단어를 찾았지만 이번에는 발음기호를 읽을 줄 몰랐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 수학은 기초가 없어서 애초에 공부를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렇게 몇 주를 우왕좌왕했다.
고민 끝에 헌책방에서 중학교 1학년 영어, 수학 교과서를 사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평생 공부란 걸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결국 부모님이 과외를 구해주셨다. 영어, 수학은 과외를 받고, 나머지 과목들(국어, 사회, 과학)은 학원에 다녔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학생으로서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남아도는 체력을 바탕으로 새벽 3시 정도까지 공부하고, 아침 7시에 일어나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수업 시간에 들어가서는 학교 수업을 전혀 따라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선생님 몰래 중학교 1학년 영어, 수학을 공부했다. 쉬는 시간에도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책상에 앉아서 공부했고, 점심시간에도 밥을 먹고 잠깐 쉴 때를 제외하고는 책상에 계속 붙어 있었다. 걸어 다니거나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도 영어 단어를 외웠고, 수학공식을 암기했다.
4회 말 역전 공부법 - 시험 전략
이미지 트레이닝: 운동할 때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는 것을 배웠는데, 나는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이미지 트레이닝 기법을 나름대로 적용했다. 나는 시험 당일이 다가오면 시험 당일부터 역산하여 며칠 동안 공부해야 할 내용에 대해 미리 계획을 세운다. 또 시험 전날 공부해야 할 내용과 시간이 지나면 금방 기억 속에서 지워지는 단순 암기 사항 등 필수 체크 사항을 미리 정리해둔다. 아울러 시험 전날은 무엇을 공부할 것이며, 만약 시험장에서 시험을 보다가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시험 시간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서 시간 안배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세세한 내용 하나하나까지 미리 준비해놓는다. 내가 지금껏 시험을 보면서 다행히 큰 실수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아마 이러한 이미지 트레이닝 덕분이 아닌가 싶다.
5th 기적은 내 안에 있다
첫 타석 포볼, 느낌이 좋다 / 자퇴, 그리고 검정고시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고 2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쳤다. 그리고 며칠 후 성적표를 받았다. 우리 반 52명 중에서 27등. 소위 말하는 암기 과목들은 생각보다 점수를 잘 받았지만, 영어와 수학, 물리 점수가 바닥이었다. 27등.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뛸 듯이 기뻤다. 성적표를 받고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는 50여 명 중에서 14등. 역시나 영어와 수학 점수가 좋지 않았고, 국어 점수도 그렇게 높지는 않았지만, 사회탐구영역과 과학탐구영역 관련 암기 과목들은 거의 다 90점을 넘는 점수를 받았다. 14등이라는 결과도 굉장히 고무적이었다.
한편 대학에 진학하는 데 문제가 되는 것은 내신 성적이었다. 내가 야구를 그만둔 고등학교 2학년 기말고사 때부터는 성적이 어느 정도 향상되었지만, 1~2학년 때 성적이 계속 전교 꼴찌 수준이었기 때문에 내신이 매우 좋지 않았다. 부모님과 상의한 끝에 자퇴를 결심했다. 결국 고등학교 3학년 수능시험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자퇴했고, 자퇴한 때로부터 6개월간은 수능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재수 아닌 재수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학교를 자퇴한 이듬해 8월, 대입검정고시에 응시하여 합격하였다.
고등학교 4학년 / 재수 전반전
학교를 자퇴하고 1년 동안 혼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재수학원 종합반에 다녔는데, 여름까지 학원의 빡빡한 일정을 열심히 따라갔다. 실력이 많이 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매달 모의고사 점수가 계속 올랐다. 하지만 여름 무렵, 학기 초부터 꾸준히 오르던 성적이 정체되었다. 사실 성적이라는 것이 대각선 방향으로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정체기를 거치며 계단 모양으로 상승하는 법인데, 그땐 그걸 잘 몰랐다. 조바심이 났고, 무언가 변화를 주고 싶었다. 결국 9월 초쯤 잘 다니고 있던 학원을 그만두고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그때 학원을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다녔더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수능시험, 인생의 첫 번째 안타
보라매공원 내 시립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침 7시쯤 나가서 10시까지 공부하고 돌아와 잠들기 전까지는 집에서 공부했다. 수능시험을 본 당일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전날 긴장되어 잠이 들지 못했던 것과 시험을 마치고 나왔을 때 어둑어둑하던 학교의 모습만이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수능 결과는 원점수 총점 364점으로,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다. 나는 수능시험을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완강히 반대하셨다. 결국 부모님을 이기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그해에 인하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다.
5회 말 역전 공부법 - 공부 기술
자기 주도적 학습법을 택하라: 책상에 앉아 공부하면서도 항상 염두에 둔 사실은 ‘이것이 시험에 나온다면 어떤 식으로 출제될 것인가’였다. ‘내가 출제자라면 이 부분에서는 문제를 어떻게 낼 것인가? 이 부분은 다른 부분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만약 응용한다면 어떻게 변형해서 출제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내가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주도적 학습은 흥미를 유발한다. 멍청하게 앉아서 졸린 눈으로 책에 쓰인 글자를 단지 읽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질문을 던지고 내가 답하는 방식이다. 주도적 학습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그 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도 아주 큰 역할을 한다.
6th 사법시험에 도전하다
가슴 뛰는 두 번째 일 / 네가 고시 공부를?
대학교에 입학해서는 1학년을 마치고 군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보충대에서 신체검사를 받던 중 재검 판정을 받고 퇴소해야 했다. 재검 때 발견된 왼쪽 코 안의 물혹 때문에 4급 판정이 나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게 되었다.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2년 4개월 동안 공익요원으로 근무를 하게 되었다. 한편 훈련소를 퇴소한 후 처음 배치 받은 곳은 구청 산하의 도시시설관리공단이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무언가를 공부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했다.
마침 사법시험, 법무사시험, 변리사시험 모두에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과목이 민법이어서 ‘일단 민법 공부를 좀 해보면서 차차 결정하자’라는 생각으로 민법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민법 공부를 하다가 공익 생활이 거의 끝날 무렵 ‘기왕에 공부를 시작한 거 되든 안 되든 사법시험에 한번 도전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4년 11월 소집해제가 되자마자, 학교에 있는 고시반에 들어갔고, 새벽 1~2시까지 고시반에서 공부하고 나서도 기숙사로 돌아와 독서실에서 새벽 3~4시까지 공부를 하다가 잠이 들곤 했다. 그리고 이듬해 처음으로 사법시험 1차에 응시했지만 불합격이었다. 아직은 공부의 절대량이 부족한 시기였다.
공부에 미치다
2005년 2월에 있었던 사법시험 1차에 불합격한 후 학교에 복학했다. 그리고 1학기를 마치고 2006년 1차 합격을 목표로 열심히 해보자는 각오로 7월에 휴학을 하고 신림동에 있는 고시촌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법시험을 준비한 기간 중 이때가 가장 열심히 공부한 시기였다. 그에 맞춰 실력도 쑥쑥 늘었다. 학원에서 매달 모의고사를 봤는데, 매번 최상위권 성적을 받았다.
승리와 자만
2006년 사법시험 1차 시험에 합격했다. 발표 전 내가 채점해보니 헌법 90점, 형법 92.5점, 민법 95점, 노동법 48점(50점 만점)으로, 평균 93점이었다. 합격자 발표 후 발표된 커트라인은 평균 79.5점 정도 되었는데, 당시 1차 시험에 합격 등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고시 신문에 발표된 점수대별 누적 통계를 보니 10등 안에 드는 성적이었다. 그때는 매우 기뻤지만 이게 사법시험을 만만하게 본 계기가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수험 기간이 조금 더 늘어난 계기가 되었다.
6회 말 역전 공부법 - 공부의 강약 조절
객관식과 주관식 - 공부 방법의 차이(저인망식 공부법과 강약 조절법): 사법시험 1차 시험은 객관식, 2차 시험은 주관식으로 시행되고, 사법연수원 시험은 객관식과 주관식을 망라해 출제된다. 여러 유형의 시험을 보면서 느낀 점은 시험 유형마다 대응 방법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먼저 객관식 시험은 ‘저인망식 공부법’이 필요하다. 객관식 시험의 특성상 책 마지막 구석에 붙어 있는 한 문장까지 시험에 출제될 수 있기 때문에 책의 모든 내용을 하나하나 곱씹어 공부하되, 맞는 지문과 틀린 지문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 공부하면 된다.
반면 주관식 시험은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 소위 말하는 A급과 B급, C급, D급으로 단계를 나누어 강약을 조절할 필요가 있는데, A급과 B급 문제가 시험에 나오면 시험장에서 모든 내용을 쏟아낼 수 있도록 평상시에 완벽히 대비해두어야 한다. 반면 C급과 D급은 시험에 출제된다면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정리해두면 된다. 물론 중요도와 무관하게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학습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 시험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인간의 기억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소한을 투자해 최대한을 얻어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7th 일구이무
전진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사법시험 1차 시험은 헌법, 민법, 형법 그리고 선택 과목 한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객관식 시험인데 반해, 2차 시험은 헌법, 민법, 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행정법, 상법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두 주관식 시험이다. 1차 시험과 2차 시험에 모두 있는 과목을 ‘기본 3법(민법, 형법, 헌법)’이라고 부르고, 2차 시험에만 있는 과목을 ‘후 4법’(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행정법, 상법)이라고 부른다. 한편 나는 1차에 합격한 그해 보았던 2차 시험에 불합격했고, 시험을 친 이후부터 다음 해 있을 2차 시험에 대비하여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하루하루 열심히 공부하던 와중에 슬럼프가 닥쳤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불면증이었다. 나는 원래 잠을 잘 잤다. 그런데 당시에는 새벽 3~4시가 넘도록 잠이 오지 않아서 몇 시간 자지도 못하고 학원에 가는 날들이 잦아졌고,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학원에 나가지 않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마음이 너무 조급했다. 사실 몇 주 공부를 하지 못했더라도 잠시 쉰 다음에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하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이성적으로 생각하기엔 이렇다 할 경험도 없었고 누군가 조언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웠다. 그렇게 무려 6개월 이상 허송세월을 하다가 2차 시험일을 맞았다. 시험은 당연히 불합격. 당연한 결과였다.
책상 위에서 치열하게 버텨라
1년 넘게 방황했다. 부모님만 동의하시면 짐을 싸서 이 바닥을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딱 한 번만 더 준비해보라고 하셨다. 고민하다가 사법시험을 처음 준비한다고 생각하고 딱 1년만 더 공부해보기로 했다. 2009년에 있을 사법시험 1차와 2차에 동차로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학교 고시반에 들어가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1학기 때는 학교에 복학해서 주로 2차 시험 과목 위주로 수업을 들었다. 그렇게 1학기가 지나가고, 여름방학 때에는 후배들과 기본 3법 사례 스터디팀을 짜서 스터디를 진행했다. 2학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휴학하고 본격적으로 1차 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그렇게 1년이 흐르고 2009년 2월에 있는 사법시험 1차에 응시했다. 시험 당일 집에 와서 채점을 해보니 예상 커트라인보다 꽤 여유 있는 점수였다.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
2009년 2월 1차 시험을 마치고 3일을 쉰 후, 동차 합격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1차 합격자 발표가 났는데, 예상대로 합격이었다. 이제 기본 3법은 1차 시험을 준비하면서 충분히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을 하고, 2차 시험 직전까지 후 4법 위주로 공부를 했다. 드디어 4일간의 2차 시험이 시작되었다. 긴장하면서 하루하루 시험을 쳤는데, 3일째 시험을 치르고 나서는 ‘마지막 날만 잘 마무리하면 합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2차 시험을 본 후에는 학교에 복학했고, 시간은 흘러 합격자 발표일이 다가왔는데, 합격이었다. 이어 3차 면접시험을 통과하여 드디어 최종 합격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7회 말 역전 공부법 - 암기의 비법
암기 비법 1 - 단어 단위로 쪼개서 기억하라: 모든 공부의 첫걸음은 이해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 단계를 거친 이후에는 정리 단계 그리고 암기 단계로 넘어간다. 이해와 정리가 되어 있다면 암기는 문제도 아니다. 그런데 두뇌는 ‘단어’ 단위는 잘 기억하지만, 이를 넘어서는 ‘문장’ 단위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따라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단어 단위로 축약한 정리’만 되어 있으면 암기는 특별히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간혹 주관식 시험에서 문장 전체를 통째로 암기하겠다고 덤비는 사람도 있는데, 실제로 이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그 문장의 핵심적인 키워드를 정리하여 암기하고, 그 키워드를 중심으로 연결해나가는 방식으로 공부해야 한다.
암기 비법 2 - 비슷하거나 반대되는 것은 함께 정리하라: 또 다른 비법은 반대되거나 유사한 것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정리한 후 암기하는 방법이다. 암기 관련 서적들을 보면 ‘연관 사고’를 강조하는데, 이는 어떠한 내용을 기억할 때 그 내용과 연관된 것들을 함께 떠올리면 암기하기 쉽다는 것이다.
암기 비법 3 - 무식한 출제자에게는 무식하게 대응하자: 예를 들어보자. 만약 ‘노트북, 사과, 테니스 라켓, 수박, 야구공, 자장면, 프린터, 전자레인지, 글러브, 과자, 세탁기, 탁구 라켓’이라는 단어를 기억한다고 할 때, 이 단어들을 무작정 차례대로 암기한다면 암기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암기를 했더라도 금방 잊어버린다. 이럴 때는 일단 단어를 카테고리별로 구분하여 다음과 같이 정리만 되면, 무작정 외우는 것보다 훨씬 암기가 수월해진다.
① 음식 = 수박, 사과, 과자, 자장면
② 가전제품 = 노트북, 프린터, 전자레인지, 세탁기
③ 스포츠 용품 = 테니스 라켓, 야구공, 글러브, 탁구 라켓
시험에는 가끔 위의 단어들을 암기하는 것과 유사하게 극단적으로 암기력을 테스트하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한다. 이럴 때 나는 아주 간단하게 정리하고 넘어갔다. 무식한 문제에는 무식하게 대응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이 예에서 수박, 사과, 과자, 자장면은 ‘수사과장’으로, 노트북, 프린터, 전자레인지, 세탁기는 ‘노픈(높은) 전세’로 정리해서 암기하면 된다. 이런 방법을 ‘두문자 따기’라고 하는데 무식한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마지막 스포츠 용품은 두문자 따기가 쉽기 않은데, 이럴 때는 다시 세분하여 ‘야구 용품(야구공, 글러브)과 테니스 용품(탁구가 테이블 테니스이므로)’으로 기억하면 된다. 이 경우 ‘야구 용품과 테니스 용품을 좋아하는 수사과장은 높은 전셋집에서 산다’라는 문장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단순 무식한 문제에는 단순 무식하게 대응하자.
8th 꿈으로 물고기를 낚는 사람들
사법연수원 입소, 새로운 시작
꿈에 그리던 사법연수원에 입소할 때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 우리 기수는 약 830명 정도 되었는데, 각 반은 보통 60여 명으로 구성되고, 다시 세 조로 나뉘었다. 사법연수원 생활은 전반적으로 재미있었다.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는 학문적인 내용에 치우쳐 있었다면, 사법연수원에서는 좀 더 실무적인 내용을 배우게 되어 흥미로웠다.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는 재미도 있었다. 사법연수원에 입소하면서 나름 결심을 했다. 공부와 인간관계,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보자고. 그러기 위해서 다른 시간을 줄여보려 노력했다. 고시 공부할 때부터 일과 중에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이 꽤 있었는데, 그 시간을 줄이기로 결심했다. 연수원 생활을 하는 동안에 오피스텔 방에 인터넷을 연결하지 않았다. 처음의 불편은 조금 지내다보니 금방 익숙해졌다.
사법연수원의 시험
사법연수원에서는 1학기, 2학기, 3학기에 걸쳐 세 번 시험을 보는데, 1년차 2학기 시험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로펌 입사를 꿈꾼다면 더더욱 2학기 시험이 중요하다. 대형 로펌에서는 1년차 성적만으로 입사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1학기 시험은 비중이 15퍼센트밖에 되지 않지만 2학기 시험은 75퍼센트나 되기 때문이다(나머지 10퍼센트는 지도교수 평가 점수다).
8회 말 역전 공부법 - 정리법
서브 노트 만들기: 주관식 시험에서는 서브 노트를 작성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나는 2차 시험 일곱 과목 중에서 서브 노트를 만든 과목이 민사소송법과 상법이었는데, 이 두 과목의 점수가 가장 잘 나왔다. 서브 노트는 만드는 시기가 중요하다. 너무 빨리 만들면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다시 한 번 옮겨 적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반대로 너무 늦게 만든다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적어보는 것에 그친다. 이해가 충분히 되고, 그 과목을 전체적으로 꿰뚫게 되었으나, 아직은 정리와 암기가 부족한 단계에서 서브 노트를 만드는 것이 좋다.
분량을 한정하고, 계속 반복하라: 어떤 사람들은 공부하면서 여러 가지 교재를 본다. 불안한 마음에 이 책 저 책을 왔다 갔다 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공부한다. 이렇게 공부를 하면 아무리 공부 양이 많아도 결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똑같은 과목을 공부하더라도 한 저자의 책 한 권을 세 번 반복하는 것이 다른 저자의 책 세 권을 한 번씩 보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기억에도 오래 남기 때문이다. 책 한 권을 수없이 반복해서 공부하다보면 어떤 내용을 떠올릴 때 그 책의 몇 페이지쯤 어느 위치에 그 내용이 있고, 거기에는 어떤 색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는지 기억이 난다.
9th 공부는 9회 말 투아웃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하다
사법연수원 2년차의 2월경이 되면, 1년차에 봤던 1, 2학기 시험의 결과가 나오는데, 이때쯤이면 상위 6~7개의 로펌들은 사법연수원생들에 대한 리쿠르팅을 시작하고, 사법연수원생들은 그에 맞추어 로펌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기 시작한다. 내가 사법연수원 1년차를 마치고 진로를 결정할 무렵에는 법조일원화 제도(변호사로서 일정한 경험이 있는 사람 가운데서 판사를 뽑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사법연수원에서 곧바로 판사에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변호사로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사법연수원 1년차 성적이 좋은 편이었고, 1년차 성적을 받고 나서 상위 로펌 다섯 군데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는데, 이때 걱정했던 것은 ‘학벌’이었다.
사법연수원 성적은 괜찮았지만, 학벌 때문에 채용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이내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던 로펌 모두에서 순차적으로 면접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러 곳의 로펌에서 면접 연락을 받았지만, 나는 기왕 변호사를 한다면 김앤장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그래서 김앤장에서 면접 연락을 받은 후 한 차례 면접을 보았고, 곧 확정적인 채용 제의를 받게 되었다. 그렇게 변호사로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경력법관 임용절차에 지원하다
변호사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업무가 고되기는 했지만, 변호사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전문성도 쌓을 수 있었다. 보수도 괜찮았다. 변호사로서 일하면서 일방 당사자의 억울함을 대변하는 일 또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업무를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일방 당사자의 억울한 사정을 재판부에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을 넘어서 ‘이 사건에서 가장 공평타당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내가 판사였다면 이 사건을 어떻게 판단하였을까’ 하는 부분에까지 생각이 이르게 되었고, 진로를 변경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오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5년차 변호사가 되던 해에 법원에서 진행하는 경력법관 임용절차에 지원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시험
경력법관 임용절차에 지원하게 되면서 다시 한 번 시험을 보게 되었다. 약 6개월이 걸린 길고 긴 임용절차였고, 준비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각 단계마다 합격여부를 통보하는 방식이어서 각 단계를 지날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합격통보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여러 단계들을 거쳐 드디어 최종심사에 통과되었다는 이메일을 받게 되었다. 너무나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가장 먼저 2016년에 작고하신 아버지가 떠올랐다.
새로운 시작
2017년 12월 판사로 임관한 후 사법연수원에서 신임법관 연수를 받았고, 2018년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배치되었다. 판사는 재판을 통해 어느 한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기도 하고,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기도 하는 어렵고 무거운 자리다. 이제 또 다른 의미에서 출발점에 서게 되었다. 사회적 갈등과 가치관의 충돌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균형감각과 공정한 안목을 갖추고, 당사자가 승복할 수 있는 재판을 하기 위해 또 다시 부단히 노력하고자 한다.
9회 말 역전 공부법 - 합격을 위하여
막판 정리를 하라: 고시 공부를 하면서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열심히 하는 놈은 머리 좋은 놈을 못 따라가고, 머리 좋은 놈은 방금 본 놈(그 내용을 방금 공부한 사람)을 못 따라간다.’ 재미있으라고 누군가가 지어낸 말이겠지만 결국 막판 정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단 몇 시간 만에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시험에 근접한 시점에서는 그러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험장에서의 단 하루를 위해 오랜 기간 시험 준비를 하며 쏟아 부은 시간과 열정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막판까지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이를 실천에 옮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감을 가져라: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공부 방법이 잘못되었음에도 다른 사람의 조언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고집불통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공부 방법에 대해 확신을 갖고, 결과에 자신감을 가지라는 뜻이다. 자신이 하는 공부와 그 결과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면 가뜩이나 힘든 수험 생활이 더 힘들어진다. 나 역시 고시 공부를 하면서 가끔 자신감을 잃으며 슬럼프가 찾아왔다. ‘합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 생각이 많아지고 공부가 하기 싫어졌다. 결과에 대한 자신감은 수험생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의식적으로라도 스스로 주문을 걸어야 한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매 순간 유지해야 한다.
집중력 있게 공부하라: 책상에 오래 앉아 있기만 한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는 건 아니다. 얼마나 집중력 있게 공부를 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 동안은 책 속에 완전히 빠져들어야 한다. 나는 잡생각이 드는 순간 일어나 휴식을 취하고 다시 책상에 앉곤 했다. 장시간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사람의 집중력이란 게 한계가 있기 마련이므로 적어도 두 시간에 한 번 정도는 휴식을 취해주는 게 좋다. 다만 휴식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공부의 흐름이 끊어지므로 휴식 시간은 10분을 넘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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