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영화,리뷰,

헤르만 헤세-싯다르타

by Casey,Riley 2023. 2. 7.
반응형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바라문의 아들
  집의 응달에서, 가까이에 나룻배들이  떠 있는 강가 양지 바른 곳에서, 사라수
의 그늘에서, 무화과나무의 그늘에서, 바라문의 아름다운 아들이자 젊은 매인 싯
다르타는 역시 바라문의 아들인 친구 고빈다와  함께 자라났다. 강가에서 미역을 
감거나, 신성한 목욕 재계개를 하거나, 신성한 제사를 지낼 때면 그의 밝게 빛나
는 어깨가 햇볕에 갈색으로 그을렸다. 망고나무 수풀 속에서, 사내아이들과 어울
려 놀 때, 어머니의 노랫소리를 들을 때,  신성한 사를 지낼 때, 학자인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을 때
  @p 12
  나 현인들의 대화를 들을  때면 그의 새까만 눈동자속으로 그림자가 흘러들었
다. 이미 오래전부터  싯다르타는 현인들의 대화에 참여하였고, 고빈다와 더불어 
논쟁술을 익혔으며, 고빈다와 함께 깊이 숙고하는  기술과 침잠하는 자세를 익혔
다. 이미 그는 말 중의 말인 옴을 소리내지 않고 발할 수가 있었으니, 연혼을 한
군데에 모으고  명석하게 사고하는 정신의  광채로 이마를 둘러싸게  한채, 숨을 
들이쉴 때에는  소리내지 않고 자신의 안쪽에  대고 말할 수 있었고,  숨을 내쉴 
때면 소리내지 않고 자신의 바깥쪽으로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벌써 그는 자기 
존재의 내면 속에  삼라만상과 하나이자 불멸의 존재인  아트만이 있음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아버지의 마음속에는, 가르치는 것을 잘  깨우치고 지식욕에 불타는 아들
에 대한 기쁨이 치솟아올랐으니, 그는 아들이 위대한 현인이자 사제로, 바라문들 
중에서 우두 머리로 자라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의 어머니의 가슴속에는, 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날씬한 두 다리로 자신
만만하게 걸으며 예의를 완벽하게  갖추고 자기에게 인사를 올리는 강하고 아름
다운 아들 싯다르타가  늠름하게 걷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들이  앉거나 일어서
는 모습을 볼 때마다 환희가 샘솟았다.
  @p 13
  바라문의 젊은 딸들의 심장속에는, 싯다르타가 반짝반짝  빛나는 이마와 왕 같
은 눈매, 늘씬한 허리를 뽐내며  도시의 이 거리 저 거리를 지나다닐 때마다, 사
랑의 감정이 용솟음쳤다.
  하지만 누구보다 더 그를 사랑한 사람은 그의 친구이자 바라문의 아들인 고빈
다였다. 그는 싯다르타의 눈매와 고운 목소리를 사랑했으며, 그는 싯다르타의 걸
음걸이와 완벽하게 예의를  갖춘 행동거지를 사랑하였으며, 그는  싯다르타가 말
하고 행한 모든 것을 사랑하였다. 그리고 그가  가장 많이 사랑한 것은 무엇보다
도 싯다르타의  정신, 고매하고 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사상, 불타는  듯한 의지, 
그리고 드높은 소명감이었다. 고빈다는, 싯다르타가  결코 평범한 바라문이나, 형
편없이 썩어빠진 제사관, 주문이  적힌 부적을 갖고 다니는 탐욕스런 장사꾼, 또
는 겉만 그럴싸하고 속은 텅 비어 있는  변설가나, 사악하고 교활하기 짝이 없는 
사제, 그리고 수많은 양떼  사이에 있는 그저 순하고 미련한 한  마리의 양이 되
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 고빈다 역시 그런  존재, 허다한 그
런 바라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자기가 사랑하는 훌륭한  인간인 싯다르
타를 따르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만약  싯다르타가 언젠가 신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면, 만약 싯다르타가 언젠가  몸에서 찬연히 빛을 발하는 존재가 된다면, 고
빈다는 친구로서, 동반자로서, 하인으로서, 그이 참을 들고 다니는 호위병으로서, 
그림자로서 그를 뒤따르고자 하였다.
  @p 14
  이렇듯 모두가 싯다르타를  사랑하였다. 모든 사람에게 그는 기쁨을 주었으며, 
모든 사람에게 그는 즐거움의 원천이 되었다. 
  그렇지만 싯다르타 자신은  스스로에게는 기쁨을 주지 못하였으며 스스로에게
는 즐거움의 원천이  되지도 못하였다. 무화과나무 정원에 나 있는  장밋빛 길을 
걸을 때나, 깊은  생각에 잠겨 수풀 속의 푸른 그늘  속에 앉아 있을 때, 날마다 
속죄를 위해 자신의  팔다리를 씻어내릴 때나,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모
든 사람들의 기쁨이 되어 예의  바르고 품위 있는 몸가짐으로 녹음이 우거진 망
고나무 수풀에서 제사를 드릴 때에도 정작 그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꿈들과 끊
임없는 생각들이 강의  물결로부터 흘러들어 왔고, 밤하늘의  별들로부터 반짝반
짝 빛을 내며 왔고,  태양의 빛으로부터 녹아 내려왔다. 꿈들과 영혼의 불안함이 
그에게, 제사를  올릴 때 연기처럼 무럭무럭  피어오르며 다가왔고, 리그 베다의 
시구로부터 풍겨왔으며, 늙은 바라문들의  가르침으로부터 방울방울 떨어지며 다
가왔다.
  싯다르타는 내면에 불만의  싹을 키우기 시작하였다. 그는  아버지나 어머니의 
사랑, 또한  친구인 고빈다의 사랑도  언제나 그리고 영원토록  자신을 행복하게 
하여주지도, 자신을  달래주지도, 자신을 흡족하게 하여주지도,  자신을 만족시켜 
주지도 못하리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그는, 존경할 만한 아버지와 그 밖
의 여러 스승들, 즉 지혜로운 바
  @p 15
  라문들이 자기에게 그들이 갖고 있는 최고의  지혜를 대부분 전달하였으며, 그
들의 풍부한 자식을 자기가 기대하고  있는 그릇 속에 어쩌면 이미 다 부어넣었
는데도 그 그릇은 가득 차지 않았고, 정신은 만족을 얻지 못하였으며, 영혼은 안
정을 얻지 못하고,  마음은 진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하
였다. 목욕 재계라는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그것은 물에 불과할  뿐, 죄업을 씻
어주거나, 정신의 갈증을  풀어주지 못하였으며, 마음의 불안을 해소시켜 주지도 
못하였다. 제사를 지내는 일과 신들을 불러내어  그들에게 간청하고 탄원하는 것
은 아주 훌륭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제사가 행복을  줄까? 그리
고 그것이 신들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세상을 창조한 것은 정말로 프라야파티
일까?
 세상을 창조한 것은 유일자이자  단독자인 아트만이 아닐까? 신들도 너와 나와 
마찬가지로 창조된,  시간에 예속되어 있는, 덧없는  피조물들은 아닐까? 그렇다
면,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 좋은  일이고, 올바른 일이고,  뜻있는 최고의 
일일까? 제사를 지내고 숭배하여야 할 존재가 유일자인 아트만 말고 또 있을까? 
그렇다면 아트만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으며, 그것은 도대체 어디에  살고 있으
며 그것의 영원한 심장은  어디에서 고동치고 있는가? 그것은 각자가 자기 내면
에 지니고 있는 가장 내적이자 불멸의 것 즉 바로 자기 자신의 자아속에서 고동
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이 자아, 이
  @p 16
  가장 내적인 것,  이 궁극적인 것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가장 지혜로운 현
인들은 그것이 살이나 뼈 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 속에 있는 것도 의식 속
에 있는 것도 아니라고  가르쳤다. 어디에, 그렇다면 그것은 도대체 어디에 있다
는 말인가? 그곳으로, 자아를 향하여,  나에게로, 아트만에게로 나아가는 어떤 다
른 길, 애써 추구할 만한 보람이 있는 길이 있을까? 아, 그런데 슬프게도 아무도 
이 길을 알려주지 않았으며, 그 길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 아버지도 스
승인 현인들도,  그리고 제사를 지낼 때  부르는 신성한 노래들도 그  길을 알지 
못하였던 것이다. 바라문들과 그들의  성전들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으며, 모
든 것, 아니 모든 것 이상을 염려하고 있었으니, 세상의 창조, 말의 생성, 음식물
의 생성, 들숨과  날숨의 생성, 오관의 감각 계통, 신들의  행위에 이르기까지 도
대체 마음을 쓰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로 무한히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
만 오직 하나밖에 없는 유일자, 가장 중요한 것, 오로지 딱 한 가지 중요한 것을 
모른다면, 다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을까?
  물론 성전들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시구들,  특히 그중에서도 사마 베다의 우
파니샤드에는 가장 내적이고 궁극
  @p 17
  적인 세상에 관하여 이야기한 훌륭한  시구들이 많이 있다. (그대의 영혼이 온 
세상이니라)라고 거기에는 적혀 있으며,  또한 인간은 잠을 잘 때, 깊은  잠에 빠
졌을 때,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 세계에 몰입할 수  있고, 아트만 속에서 살 수 
있다고도 적혀  있다. 그 시구들에는 경탄을  금할 수 없는 놀라운  지혜가 씌어 
있으며, 가장 지혜로운 현인들이  모아놓은 온갖 지식이, 마치 꿀벌들이 모은 꿀
처럼 순수하게, 마법의  언어로 적혀 있다. 그렇다, 무수히 많은  세대에 걸쳐 지
혜로운 바라문들에 의해 축적되고 보존되어 온 이 어마어마한 인식이 결코 무시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장 시오한 지식을 알고  있을 뿐만 아
니라 그 지식을  실제의 삶 속에서 생활화하기도 하였던 바라문이나  사제들, 현
인들이나 참회자들이 과연 있었을까?  아트만 속에 안주한 채 잠들어 있는 것을 
마법으로 끄집어내서, 한 걸음 한 걸음씩, 말과 행동으로, 그것을 각성의 상태로, 
삶 속으로 이끌어내었던 달인이 과연 어디에 있었는가? 싯다르타는 존경할 만한 
수많은 바라문들을 알고  있었으니, 순수하고 박학다식한 학자인  그의 아버지는 
그중에서 누구보다도 가장  존경할 만한 인물이었다. 자신의  아버지야말로 진정 
경탄할 만한 존재였다.  아버지의 행동거지는 고요하고 고상하였으며, 삶은 순수
하였으며, 말씀은  지혜로웠고, 두뇌는 훌륭하고 고귀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
다. 그러면 그토록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아버지는 과연 행복하게 살며, 마음의 
평화를 얻었던가, 아니면 아버지도 단지 구도자이자 목말라하는 자에 지나지 않
  @p 18
  은가? 갈구하는 자인 아버지는 제사를 지내거나, 경전들을 뒤적이거나, 바라문
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변함없이 언제나 성스러운 샘물 가에서 목을 축여야만 하
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무엇 때문에, 아무 흠잡을 데 없는  아버지가 날이면 날
마다 죄업을 씻어내어야만  하며, 날이면 날마다 스스로를  정화시키려고 애써야
만 하며, 날이면  날마다 똑같은 그일을 새삼스럽게 반복하여야만  하였을까? 아
버지의 내면에는 아트만이  존재하지 않으며, 아버지의 마음속에는  근원적인 샘
물이 흐르지 않는가?  그것을, 그러니까 바로 자기 자신의 자아  속에 있는 근원
적인 샘물을  찾아내어야만 하며, 바로  그것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 밖의  다른 모든 것은 탐색하는 것이요, 우회하는  길이며, 길을 
일고 방황하는 데 불과하다.
  싯다르타의 생각들은  이러한 것이었으니, 이것이  그의 목마름이었고, 이것이 
그의 고뇌였다. 
  그는 자주  찬도기아 우파니샤드속에 있는  말들을 암송하곤 하였다.  (진실로, 
바라문이라는 이름이야말로 미야의  베일에 가려 은폐된 진정한  현실이니라. 진
실로, 이것을 아는  자는 날마다 천상의 세계에  들어가느리라)그 천상의 세계가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자주 있었으나, 그는  한번도 그 천상의 세계에 온
전히 도달한 적이 없었으며, 한번도 궁극적인 목마름을 해소하지 못하였다. 그
  @p 19
  리고 가르침을  받는 기쁨을 누리게 해준  모든 현인들 중에 그  누구도, 가장 
지혜로운 현인들조차도, 그 천상의 세계에 온전히 도달하디 못하였으며, 그 영원
한 목마름을 완전히 해소하지도 못하였다.
  (고빈다) 싯다르타는 자기 친구에게 말하였다. (사랑하는 친구 고빈다, 함꼐 무
화과나무 밑으로 가서 침잠 수련을 하세)
  그들은 무화과나무 있는 곳으로 가서 그  자리에 꿇어앉앗는데, 고빈다는 싯다
르타가 앉은  자리에서 스무 걸음쯤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앉았다. 싯다르타는 
무릎을 꿇고 옴을 발성할 준비를 한 채,  다음과 같은 시구를 되풀이하여 웅얼거
렸다.
  옴은 활이고, 그 화살은 영혼이로다.
  바라문은 화살의 과녁이니,
  그 과녁을 어김없이 맞추어야 하느니라.
  여느 때와 같은 침잠 수련 시간이 지났을  대 고빈다는 몸을 일으켰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는데, 목욕  재계를 할 시간이었다. 그는 싯다르타의  이름을 불렀다. 
싯다르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싯다르타는 침잠 상태로 앉아 있었는데, 두 눈
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의 한 목표를 응시하고  있었고, 혀 끝은 이 사이로 약간 
나와 있었으며,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았다. 이렇듯 그는 침잠 상태에서 옴을 생
각하며 영혼의 화살을 바라문의 과녁을 향해 보내면서, 앉아
  @p 20
  있었다. 
  언젠가 사문들이  싯다르타가 살고 있는  도시를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순례 
행각을 하는 고행자인  그들 세 남자는 바싹 마른  데다 기운이 다 빠져 있었으
며, 늙지도 젊지도 않았으며, 어깨는  먼지와 피투성이였으며, 거의 벌거벗다시피
한 몸뚱이는  햇볕에 그을려 있었으며, 고독에  싸여 있었으며, 솟세에는 낯설고 
적대적이었으며, 인간 세상과는 아무 상관 없는 딴세상 사람, 마치 바싹 마른 재
칼 같았다. 그러나  그들의 뒤에서는, 소리없는 정열의  향기가, 자기를 파괴하는 
헌신의 향기가, 가차없는 자기 초탈의 향기가 바람결에 확 풍겨왔다.
  그날 저녁 명상을 끝낸 후 싯다르타는 고빈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친구, 내
일 아침 일찍 싯다르타는 사문들에게 갈 것이네. 싯다르타는 사문이 될 것이네)
  고빈다는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리고 자기  친구의 확고 부동한 얼굴에서 마치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굳은 결심을  보았을 때, 얼굴
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고빈다는 한눈에 곧바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마침내 일이 터지고 만것이다. 이제  싯다르타는 자
기 길을 가는  것이다. 이제 그의 운명은  싹트기 시작하고, 그의 운명과 더불어 
나의 운명도 싹트기  시작하고, 그의 운명과 더불어 나의 운명도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고빈다의 얼굴은 흡사 말라 비틀어진 바나나 껍질처럼 새하얗게 되어버
렸다.
  @p 21
  (오, 싯다르타) 그는 부르짖었다. (자네 아버님께서 그것을 허락해 주실까?) 싯
다르타는 마치  깨달음을 얻은 사람  같은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화살처럼 
재빠르게 그는 고빈다의 영혼을 읽었으며, 고빈다의 불안한 마음을 읽었으며, 고
빈다가 체념하였음을 알아챘다.
  (오, 고빈다) 그는  나지막이 말하였다. (우리 쓸데없는 말은 그만두기로  하세. 
내일 동이  트는 대로 나는 사문의  생활을 시작할 것이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여러말 말아주게나)
  싯다르타는, 왕골 속껍질로  만든 돗자리 위에 아버지가 앉아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가, 아버지가 등뒤에 누군가가 서 있다는 것을  느낄 때까지 가만히 서 있었
다. 그 바라문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싯다르타, 너니? 그래 무슨 말을 하려고 
왔는지 어디 말해 보아라)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아버님, 아버님의 허락을 받으려고 왔습니다. 내일 아버
님의 집을 떠나 고행자들 무리로  가는 것을 제가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씀
드리려고 왔습니다. 사문이 되는 것은 저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제발 아버님께서 
저의 소망을 꺾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 바라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의  침묵은 조그마한 창문 밖으로 보
이던 별들이 움직여서 그 모습을 바꿀 때까지  오랫동안 계속 되었다. 아들은 아
무 말 없이 미동도  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서 있었고,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돗자리 위에 앉아  있었으며, 별들은 하늘에서 운행을 계속
하고 있었다. 마침내 아
  @p 22
  버지가 말문을 열었다. (격하고 성난 말들을 입에 담는 것은 바라문이 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불쾌한 감정이 나의 마음을 뒤흔드는구나. 네가 그런 말을 입 밖
에 내는 것을 두 번 다시는 듣고 싶지 않다)
  그 바라문은 서서히 몸을 일으켰고, 싯다르타는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서 있었
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느냐?) 아버지가 물었다.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아버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
  언짢은 마음으로 아버지는  방을 나섰으며, 언짢은 마음으로  아버지는 침상을 
찾더니 거기에 드러누웠다.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눈을 붙일  수가 없자 그 바라문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
러저리 몇 발자국 걷다가  집에서 나왔다. 작은 창문을 통하여 그는  방 안을 들
여다보았다. 거기에  싯다르타가 꼼짝도 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싯다르타가 입고  있는 밝은 빛깔의 겉옷이 희미하게 창백한  빛을 내고 
있었다. 마음속에 불안을 느끼면서 아버지는 다시 잠자리로 되돌아왔다.
  한 시간이 지나도 또 눈을 붙일 수가 없자 그 바라문은 다시 일어나서 이러저
리 몇 발자국 걷다가 집 앞으로 나왔다. 달이 이미 떠올라 있는 것이 보였다. 방
의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니, 싯다르타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달빛이 앙상하게 드러난 그의 종아리를 비추고 있었다. 근심스
러운 마음으로 아버지는 다시 잠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나서 또다시 나와보고, 두 시간 지
  @p 23
  나서 또다시 나와보아도, 조그만 창 사이로, 싯다르타가 달빛 속에, 별빛 속에, 
어둠 속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한 시간마다 계속  아버지는 나와서 말
없이 방 안을 들여다보았으며, 그때마다 꼼짝 않고 서 있는 아들을 보았다. 그러
자 아버지의 마음은  분노로 가득 찼으며, 아버지의 마음은 불안으로  가득 찼으
며, 아버지의 마음은 두려움으로  가득 찼으며, 아버지의 마음은 고뇌로 가득 찼
다.
  그리고 동이 트기 전, 밤이 막바지에 이른  시간이 되어 아버지는 다시 돌아와 
마침내 아들이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키가  커보이고 마치 낯선 사라처럼 보
이는 젊은이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싯다르타야) 아버지가 말하였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느냐?)
  (아버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
  (날이 새고,  정오가 되고, 저녁이 될  때까지 언제까지나 그렇게 서서  기다릴 
셈이냐?)
  (저는 서서 기다릴 것입니다)
  (싯다르타야, 넌 지치게 될 것이다)
  (저는 지치게 될 것입니다)
  (싯다르타야, 넌 잠이 들게 될 것이다)
  (저는 잠들지 않을 것입니다)
  (싯다르타야, 넌 죽게 될 것이다)
  (저는 죽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넌 아비의 말을 따르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거냐?)
  @p 24
  (싯다르타는 항상 아버님의 말씀을 따라왔습니다)
  (그러면 너의 계획을 포기하겠다는 거냐?)
  (싯다르타는 아버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행하게 될 것입니다)
  아침의 첫 햇살이  방 안에 들어왔다. 그 바라문은 싯다르타의  무릎이 가볍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 싯다르타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떨림도 볼 수 없었으며, 싯
다르타의 두 눈은 먼  곳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그때 아버지는, 싯다르타의 마음
이 이제  더 이상 자기 곁이나  고향에 머무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싯다르타가 
이제는 이미 자기를 떠나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싯다르타의 어깨를 만졌다.
  (너는) 아버지가 말하였다. (숲속으로 들어가 사문이 되어도 좋다. 네가 숲속에
서 열락을  얻거든, 와서 나에게 열락을  가르쳐다오. 네가 환멸을  느끼게 되면, 
다시 돌아와 우리  함께 신들께 제사를 올리자꾸나. 이제 가서  어머니에게 작별
의 입맞춤을 하고 네가  가는 곳을 말씀드리거라. 이제 강에   가서 목욕 재계를 
할 시간이구나)
  그는 아들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는 밖으로  나갔다. 싯다르타는 발걸음을 떼려
고 할 때 옆으로 휘청거렸다. 그는 겨우  팔다리를 움직여 아버지에게 절을 하고
는, 아버지가 말한 대로 행하기 위하여 어머니에게로 갔다.
  날이 새자마자  싯다르타가 뻣뻣한 다리를 이끌고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아직 
고요 속에 잠든 그 도시를 떠나려고 하였을  때, 외딴 오두막에서 웅크리고 있던 
한 그림자가
  @p 25
  벌떡 일어나더니 그 순례자에게 따라붙었다. 고빈다였다.
  (자네가 왔군) 싯다르타는 말하면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내가 왔네) 고빈다가 말하였다.
  @p 26 
  사문들과 함께 지내다
  그날 저녁에 두 사람은 그 고행자들, 즉 뼈만 앙상한 사문들을 따라잡았다. 그
리고 그들에게 동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보이면서 그들의 말에 순종하겠노날고 
하자 그들은 두 사람을 받아들여 주었다.
  싯다르타는 입고  있던 옷을 거리의  한 가난한 바라문에게  주어버렸다. 그는 
이제 띠로 겨우  치부만을 가린 채 바느질도 하지  않은 흙빛의 베를 겉에 걸쳐 
입고 있었다. 그는  하루에 딱 한 끼니만  식사를 하였으며, 게다가 익힌 음식은 
결코 입에 대지 않았다. 그는 열닷새 동안 단식을 하였다. 그는 스무여드레 동안 
단식을 하였다. 허벅지와 볼의  살이 쑥 빠졌다. 퀭하여진 두 눈에서는 열정적인 
꿈들이 가물가물 타올랐으며, 앙상하게 뼈만 남은 손가락들 끝
  @p 27
  에서는 손톱들이 길게 자라났고, 턱에는 윤기를  잃은 털이 더부룩하게 자라났
다. 여자들과  마주칠 때면 그의 눈빛이  얼음처럼 차가워졌으며, 도시를 지나다 
아름답게 치장한 사람들을  볼 때면 그의 입은 멸시의 감정으로  일그러졌다. 그
는 장사꾼들이 장사하는 것을,  제후들이 사냥하러 가는 것을, 상을 당한 가족들
이 고인을 에워싸고 통곡하는  것을, 창녀들이 몸을 파는 것을, 의사들이 병자들
을 위하여 애쓰는 것을, 사제들이 씨 뿌릴 날짜를 정하는 것을, 연인들이 사랑하
는 것을, 어머니들이 젖을 먹여 자식들을 달래는 것을 보았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그에게는  볼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었으니, 모든 것이 속임수투성이였고, 
모든 것이 악취를, 모든 것이 지독한 거짓의 악취를 풍겼으며, 모든 것이 그럴싸
하게 속여 마치  참뜻과 행복과 아름다움이 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믿게 하였으
며, 모든 것이 부패하여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든 것이 부패하여 있다는 것
을 시인하려 들지 않았다.  세상은 쓴맛이 났다. 인생은 끊임없이 지속되는 극심
한 고통이었다.
  싯다르타 앞에는 한 목표,  오직 하나뿐인 목표가 있었으니, 그것은 모든 것을 
비우는 일이었다.  갈증으로부터 벗어나고,  소원으로부터 벗어나고,  꿈으로부터 
벗어나고, 기쁨과 번뇌로부터 벗어나 자기를 비우는 일이었다. 자기 자신을 멸각
시키는 것, 자아로부터 벗어나 이아제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닌 상태로 되는 것, 
마음을 텅 비운 상태에서 정함을 얻는 것,  자기를 초탈하는 사색을 하는 가운데 
경이로움에 마음을 열어놓는 것, 이것이 그의 목표였
  @p 28
  다. 만약 일체의 자아가  극복되고 사멸된다면, 만약 마음속에 있는 모든 욕망
과 모든 충동이 침묵한다면, 틀림없이 궁극적인 것, 그러니까 존재 속에 있는 가
장 내밀한 것, 이제 더 이상  자아가 아닌 것, 그 위대한 비밀이 눈뜨게 될 것이
었다.
  수직으로 내리쬐는 햇빛  아래에서 싯다르타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머지 벌
겋게 달아오른 채,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마침내 이제 더 이상 고통도 갈증도 
느끼지 않을 때까지 그는 서  있었다. 우기에도 그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는데, 
물방울이 그의 머리카락으로부터  얼어붙은 어깨를 타고, 얼어붙은  엉덩이와 다
리를 타고, 뚝뚝 떨어졌지만, 그런데도 그 속죄자는 어깨와 다리들이 더 이상 얼
어붙지 않을 때까지,  그것들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진정될  때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 아무  말 없이 그는 가시덤불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기도 하였는데, 
화끈거리는 살갗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져내렸고 곪은 상처에서는 고름이 흘러내
렸다. 그런데도 싯다르타는 더 이상 피가 흘러내리지 않고, 더 이상 무언가가 찌
른 듯이 아프지 않고,  더 이상 화끈거리지 않게 될 때까지  꼿꼿하게 꿈쩍도 하
지 않고 한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싯다르타는 정좌를  하고서 호흡을 줄이는  법을 배웠으며, 호흡을  거의 하지 
않고서도 버티어나가는 법을  배웠으며, 호흡을 아예 멈추어버리는 법을 배웠다. 
그는 맨처음 호흡을  진정시키는 법을 배우는 것을 시작으로, 심장의  박동을 진
정시키는 법을 배웠으며, 심장의 박동 수를 줄여
  @p 29
  나가는 법을 배웠는데,  마침내 심장의 박동 수가 점차 줄어들어  심장의 박동
이 거의 없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싯다르타는, 사문들 가운데  최연장자의 가름침을 받아, 새로운 사문의 규칙들
에 따라서, 자기  초탈 수련을 하였으며 침착  수련을 하였다. 왜가리 한 마리가 
대나무 숲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그러자 싯다르타는  왜가리를 자신의 영혼 속에 
맞아들여서 스스로 한  마리의 왜가리가 되어 숲과 산 위를  날아올랐으며, 물고
기들을 잡아먹었었으며, 왜가리가  겪는 배고픔을 겪었으며, 왜가리가 내는 울음
소리를 냈으며, 왜가리가 겪는 것  같은 죽음을 겪었다. 죽은 재칼 한 마리가 모
래 해변에 쓰러져 있었다. 그러자 싯다르타의 영혼은  그 재칼의 시체 속으로 미
끄러져 들어가 죽은  재칼이 되어 해변에 누워 있었으며, 몸이  부풀어오르고 악
취를 풍기며 썩어갔다.  그러다가 하이에나들한테 갈가리 찢기고, 콘돌들에게 뜯
겨 껍질이 벗겨지고, 뼈다귀만 남았다가 먼지가 되어 들판으로 흩날려가 버렸다. 
그런 다음 싯다르타의 영혼이 다시 돌아왔는데, 그것은  이미 한 번 죽어서 썩어 
없어져 보고 먼지가 되어 흩날려본  적이 있으며 윤회의 슬픈 황홀경을 맛본 영
혼인 터인지라, 새로운  갈증속에서 마치 사냥꾼처럼, 윤회의 수레바퀴로부터 벗
어날 수도 있고 인과응보가 끝날 수도 있으며 고통 없는 영겁이 시작될 수도 있
는 그런 빈 틈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는 자기의 감각을 죽였고, 자기의 기억
을 죽였다. 그는 자신의 자아로부터 슬그머니 빠져나와 수천 가지의 낯선 형
  @p 30
  체들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으며, 짐승이 되고, 썩은 고기가 되고, 돌이 되고, 
나무가 되고, 물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매번 깨어나면서 다시 자기 자신을 
발견하였다. 해가 비추거나  달이 비추었다. 그는 다시 자아로  돌아와 있었으며, 
윤회의 사슬을 벗어나지 못한  채 발버둥치고 있었으며, 갈증을 느꼈으며, 그 갈
증을 극복하였으며, 또다시 새로운 갈증을 느꼈다.
  사문들과 함께 지내면서 싯다르타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자아로부터 벗어
나는 많은 길들을 가는 법을 배웠다. 그는 고통을 통하여, 자발적으로 고뇌를 감
내함으로써, 그리고 고통과  굶주림과 갈증과 피로와 권태를  극복함으로써 자기 
초탈의 길을 갔다. 그는  명상을 함으로써, 그리고 온갖 사념들로부터 생기는 감
각적인 사고를 마음으로부터  비움으로써 자기 초탈의 길을 갔다. 그리고  그 밖
의 이런 저런 길들을  가는 법들을 배웠다. 수천 번이나 그는  자기 자신의 자아
를 떠났으며,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비아의 경지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러한 길
들은 비록 자아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통하기는 하지만 그 끝은 언제나 자
아로 되돌아오는 그런  길들이었다. 싯다르타는 수천 번씩이나  자아로부터 도망
쳐 나와서, 무의 세계 속에 잠시 머물러보기도 하고, 짐슴 속에 또는 돌 속에 잠
시 머물러보기도 하였지만, 자아로 되돌아오는 것은  도저히 피할 도리가 없었으
며, 시간의 속박으로부터 도무지 빠져나올 수가  없었으니,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햇빛 속에서도, 달빛 속에서도, 그늘 속에서도, 또는 빗속에서도 또다시 자기 자
  @p 31
  신을 발견하였고 또다시  자아가, 싯다르타가 되어 있었으며  또다시 고통스런 
윤회의 업보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의 곁에는 그의  그림자인 고빈다가 살면서 그와 똑같은 길들을  갔으며, 그
와 똑같은 고초들을  겪었다. 그들은 봉사와 수행에 필요한 것을  빼놓고는 서로 
말을 주고받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따금씩 그들은 그들 자신과  스승들이 먹을 
양식을 구하기 위하여 둘이 짝을 지어 이 마을 저 마을로 탁발을 다니기도 하였
다.
  (고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탁발하러  다니던 어느날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자네는 우리가  많이 진전하였다고 생각하나?  우리가 목표에 도달하였다고  보
나?)
  고빈다가 대답하였다. (우리는 배워왔고,  앞으로도 계속 배워나가겠지. 싯다르
타, 자네는 위대한 사문이 될거야. 자네는 어떤 수행이든 빨리 익혀서 나이든 사
문들이 자네에게 자주 경탄하곤 하였지. 오, 싯다르타, 자네는 성자가 될거야)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친구,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는 않아보여. 내가 이날 이
때까지 그 사문들한테서  배웠던것, 오, 고빈다, 그것을 나는 더  빠르고 더 간단
하게 배울수도 있었을 것 같아.  찬구, 나는 그것을 아마 창녀들이 모여 사는 거
리의 술집에서나, 마부들과 주사위 도박꾼들한테서도 배울  수 있었을 거라는 생
각이 들거든)
  고빈다가 말하였다. (싯다르타가  나하고 농담을 하고 있군 그래. 자네는  어떻
게 침잠을, 자네는 어떻게  호흡을 멈추는 법을, 자네는 어떻게 굶주림이나 고통
에 대한
  @p 32
  무감각 상태를 그런 곳에서  그런 비천한 자들한테서 배우지 못해 후회스럽다
는 듯이 말할 수가 있지?)
  그러자 싯다르타는 마치 혼잣말을  하듯이 나지막하게 말하였다. (침잠이란 것
이 무엇인가? 육체를 떠난다는 것은 무엇인가? 단식이란 무엇인가? 호흡을 멈춘
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아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며, 그것은  자아 상태의 
고통으로부터 잠시 동안  빠져나오는 것이며, 그것은 인생의  고통과 무의미함을 
잠시 동안 마비시키는 것이야.  이러한 도망, 이러한 잠시 동안의 마비는 소몰이
꾼도 여인숙에서 쌀막걸리 몇 사발이나 잘 발효한 야자유를 마시고 취하면 겪는 
일이네. 그런 사람도 취하면 자기  자신의 자아를 더 이상 느끼지 않게 되며, 인
생의 고통을 더이상 느끼지 않게 되며, 결국 잠시 마비 상태를 겪게 되네. 그 사
람은, 쌀막걸리 사발 위에 곯아떨어진 상태로, 싯다르타와 고빈다가 기나긴 수행 
과정을 거친 후에야 자신들의 육신으로부터 빠져나올  경우 도달하게 되는 경지, 
그러니까 비아의 상태에 잠시 머무르는 경지와 똑같은 그런 경지에 도달해 있다
는 이야기야. 고빈다, 그게 그렇다구)
  고빈다가 말하였다. (자네는 그렇게 말하고 있네만, 친구, 싯다르타는 소몰이꾼
이 아니고 사문은 주정뱅이가 아니라는 것을 자네는  잘 알고 있어. 어쩌면 주정
뱅이가 마비 상태를 체험할 수도 있고, 잠시  동안의 도피와 휴식을 얻을지도 모
르겠지만, 그러나 그가  혼미한 상태에서 깨어나면 모든 것은 예전과  하나도 달
라진 게 없지. 그는 예전보다  더 현명하게 된 것도 아니고, 인식을 축적한 것도 

  @p 33
  니며, 몇 단계 더 높게 올라선 것도 아니지)
  그러자 싯다르타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나는 한번도  술을 입에 대어본 
적이 없어. 그것은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나,  이 싯다르타도 여러 가지 수행을 하
는 도중에  그리고 침잠 상태에서 다만  잠시 동안 마비 상태를  체험하였을 뿐, 
마치 자궁 속에 있는 어린아이처럼, 지혜로부터, 해탈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바로 그 사실을 나는 알고  있어, 오 고빈다, 그 사실을 나
는 알고 있다는 말이야)
  그리고 언젠가 또 한  번, 이 마을 저 마을을 다니면서  동료들과 스승들이 먹
을 양식을 구걸하기 위하여 싯다르타가 고빈다와 함께  그 숲을 떠났을 때, 싯다
르타가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말이야, 고빈다, 우리가 올바른 길을 걷고는 있
는 것일까? 우리가 도대체 인식에 접근하고는 있는 것일까? 우리가 도대체 해탈
의 경지에 접근하고는 있는  것일까? 아니며, 우리가, 그러니까 윤회로부터 벗어
나는 것을 상상하였던 우리가, 혹시 윤회의 수레바퀴를  벗어나지 못한 채 그 안
에서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빈다가 말하였다.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어. 싯다르타, 그리고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이 있네. 우리는 쳇바퀴처럼 맴돌고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는 위를 항하
여 올라가고 있는거야. 그 바퀴는 둥근 원이 아니라 나선형이고, 우리는 이미 많
은 단계들을 거쳐온거야)
  싯다르타가 대꾸하였다. (그런데 자네는,  존경하는 스승, 그러니까 최연장자이
신 사문이 어느 정도 나이드셨다
  @p 34 
  고 생각하지?”
  고빈다가 말하였다.  “아마 예순은 되셨을 거야”
  그러자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그 분은 예순이나 되었지만 아직  열반에 이
르지는 못하셨어.   그 분은 일흔이나 여든이  되실 테고, 자네와 나,  우리도 그 
분과 마찬가지로 나이들어  갈 것이고, 자기 수행을  할 것이고, 금식을 하게 될 
것이고, 그리고 또 명상도 하게 되겠지.  그러나 우리는 열반에 이르지는 못할거
야, 스승도 우리도 열반에 이르지는 못할 거란 말이야.  고빈다, 나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문들 중  아마 어느 누구도, 어느 한 사람도  열반에 이르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하네.  우리는 여러 가지 위안을 얻기도 하고, 마비 상태를 체험하기
도 하고, 스스로를 속이는 교묘한 재주를 배우기도 하지.  그렇지만 우리는 본질
적인 것, 즉 길 중의 길은 발견하지 못할거야”
  “제발 부탁이니나” 고빈다가  말하였다.  “싯다르타, 그렇게 끔찍스런 말들
은 제발 그만해!  그 많은 학식 높은  사람들 가운데, 그 많은  바라문들 가운데, 
그 많은 엄격고 존경할 만한  사문들 가운데, 그 많은 구도자들 가운데, 그 많은 
진정으로 전심전력하는 사람들  가운데, 그많은 성스러운 사람들  가운데 아무도 
길 중의 길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나 될 법한가?”
  하지만 싯다르타는 서글픔과  냉소가 담긴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약간 서글프
고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하였다.  “고빈다, 곧 자네의 친구는 자네와 함께 그토
록 오랫동안 걸어왔던 이 사문의 좁은 길을 떠날거야.  나는 갈증에 시
  @p 35
  달리고 있어, 오 고빈다, 이 긴 사문의 길에서도 나의 갈증은 하나도 줄어들지 
않았네.  언제나 나는 인식에 목말라하여 왔으며, 언제나 나는 의문에 싸여 살아
왔어.  나는 바라문들에게 물어왔어, 해마다  말이야, 그리고 성스러운 경전인 베
다에 해마다 물어왔으며, 그리고  또 경건한 사문들에게 해마다 물어왔었어.  아
마도, 오 고빈다, 만약 내가 서조나  침팬지한테 물어보았더라도, 지금 이 정도로
는 만족해 있을 것이고, 지금  이 정도로는 영리해 있을 것이며, 지금 이 정도로
는 유익하였을거야.  오 고빈다, 나는 ‘인간은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사실
을 알기 위하여  오랜시간 노력하였지만 아직도 그  일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
어.   우리가 ‘배움’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오, 친구,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앎뿐이며, 그것은 도처에 있고, 그것은 아트만이
고, 그것은 나의  내면과 자네의 내면, 그리고 모든 존재의  내면에 있는 것이지.  
그래서 난  이렇게 믿기 시작하였네.   알려고 하는 의지와 배움보다  더 사악한 
앎의 적은 없다고 말이야”
  그러자 고빈다는 길에 멈추어 서서 두 손을 들어올리며 말하였다.  “이봐, 싯
다르타. 제발 부탁이니 그런 말로 자네 친구를  불안하게 만들지 말아줘! 진실로, 
자네가 한 말들은 내 마음을 불안하게 해.  한 번 생각해 봐.  만약 자네가 말한 
대로 배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기도의  신성함은 어디에 남아 있고, 
바라문 계급의  존엄성은 어디에 남아  있으며, 사문들의 신성함은  어디에 남아 
있다는 건가?  그렇다면, 오 싯다르타, 지상에서 신성한 것, 가치가
  @p 36
  있는 것,  존중할 만한 것은 무엇으로부터,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연유하는 거
지?”
  그리고 고빈다는 시 한 구절, 우파니샤드에 나오는 시 한 구절을 웅얼거렸다.
  명상하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아트만 속으로 침잠하는 자,  그런 자의 마음에
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열락이 있도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고빈다가 자기에게 한 말들
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그 말들의 의미를 궁극적인 데까지 생각하였다.
  고개를 숙인 채 서서 그는 생각하였다.  그래, 우리에게 신성하게 보이는 모든 
것 중에서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무엇이 남아 있지?  무
엇이 스스로가 진실함을 증명하고 있지?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 두 젊은이가 사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수행을 한 지 어느덧 3년 정도 지
났을 무렵이었다.   이런 저런 직간접적인 여러  경로를 통해 그들에게 한 소식, 
한 소문, 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고타마라고 불리는 인물이  나타났는데, 그 사
람은 자신의 내면에서 세상의  번뇌를 극복하고 윤회의 수레바퀴를 정지시킨 세
존, 부처라는 것이었다.   그는 소유물도, 고향도, 아내도  없이, 고행자들이 입는 
누런 적삼을 걸쳤지만  밝게 빛나는 이마에다 기쁨에  넘치는 복된 자의 모습으
로,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제자들이 에워싼 가
  @p 37
  운데, 설법을 행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라문들과 제후들이 그 앞에 고개 
숙이고 제자가 되려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야기, 이러한  소문, 이러한 동화 같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마치 
김이 솟아오르듯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갔다.  도시들에서는 바라문들이  그에 관
한 이야기를 하였으며, 숲속에서는  사문들이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
하여 부처인 고타마의 이름을 이  두 젊은이는 귀가 따가울 정도로 거듭 반복하
여 듣게 되었다.  고타마라는 이름을 좋게  말한 경우도 있었고 비방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치, 한 나라에 페스트가 창궐하게 되면, 말  한 마디, 입김 한 번으로 역병에 
걸린 사람 모두를 충분히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 어떤 현인, 어떤 도
사가 그곳 어딘가에 있다는 소문이 일단 났다 하면,  그 소문이 온 나라에 쫙 퍼
져 누구나 그 이야기를  하게 되며, 그 소문이 온 나라에 쫙 퍼져  누구나 그 이
야기를 하게 되며, 그 소문을 더러는 믿기도 하고 더러는 의심하기도 하지만, 아
무튼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도와줄 수 있는 그  현인을 찾아 곧장 길을 떠나는 
것처럼 석가 종족의 현인이자 부처인 고타마에 관한 그 이야기가 김처럼 모락모
락 온 나라에  쫙 퍼져나가게 되었다.   고타마를 믿는 신도들은 말하기를, 그는 
최고의 인식을 지니고 있으며,  그는 자신의 전생을 기억하고 있으며, 그는 열반
에 도달하였으므로 이제 더이상  윤회의 수레바퀴 속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
며 여러 형상으로 나타나는 윤회의 슬픈 강물 속에 이제 다시는
  @p 38
  빠지지 않을 거라고 하였다.  그가 수많은 훌륭한 일, 믿을 수 없는 일들을 하
였다는 소문이 나돌았는데,  기적을 행하였다거나 악마를 이냈다거나  신들과 이
야기를 나누었다는 따위의 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적들과 그를 믿지 않는 사
람들은, 고타마가  천박하고 속된 유혹자이며,  사치스런 나날을  보내며, 제사를 
경멸하며, 학식이 없고 수행도 금욕도 모르는 자라고들 말하였다.
  부처에 관한 그  이야기는 달콤하게 들려왔으며, 이러한  소문들에서는 마력의 
향기가 풍겨왔다.  사실  세상은 병들어 있었으며, 인생은 견디기 힘든 것이었는
데, 그런데 여기에서는  한 줄기 샘물이 솟아오르는  것 같고, 위안을 가득 담은 
복음의 외침이 부드럽게, 고귀한 약속들과 함께 울리는 것 같았다.  부처에 관한 
소문이 나돌았던 곳이면 어디에서나, 인도의 전역에서, 젊은이들은 그 소문에 귀
기울였으며, 동경을 느꼈고,  희망을 느꼈으며, 도시와 시골  가릴것 없이 브라만
의 아들들은, 세존 석가모니에  관한 소식을 가져오는 자라면, 그가 순례자건 이
방인이건 가리지 않고 반갑게 맞아들였다.
  숲속의 사문들에게도,  싯다르타에게도, 그리고 고빈다에게도 이  이야기가, 마
치 물방울처럼 띄엄띄엄, 묵직한 희망의 물방울이나 의심의 물방울이 되어, 서서
히 들려왔다.  그렇지만 그들은 이에 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사문의 최연장자가 이 이야기에 우호적이지 않은 탓이었다.  사문의 최연장자는, 
소위 부처임을 자처하는 그자가  예전에는 금욕하는 고행자로서 숲 속에서 살았
으나
  @p 39
  나중에 향락과 사치를 누리는 속세의 생활로  되돌아갔다는 소문을 듣고는, 고
타마를 보잘것 없는 존재로 여겼던 것이다.
  “싯다르타” 언젠가 한  번은 고빈다가 자기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
오늘 마을에 갔다왔는데, 한 바라문이  나를 자기 집에 초대하더군.  그 집 안에
는 마가다  왕국에서 온 바라문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는 자기 두  눈으로 직접 
그 부처를 보았으며 그 부처가  설법하는 것도 들었다고 하는 거야.  사실, 그때 
난 가슴으로 숨쉬는  것이 고통스러웠어.  난 혼자서, 나도,  싯다르타와 나 우리 
두 사람도, 도를 깨달은 그 완성자의 입에서  나오는 설법을 듣는다면 얼마나 좋
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   이봐 친구, 한 번 말해 봐.   그곳으로 가서 그 부
처의 입에서 나오는 가르침을 들어보지 않으려나?”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고빈다, 항상 나는,  고빈다는 사문들 곁에 머무를 것
이라고 생각해 왔으며, 항상 나는, 고빈다의  목표는 아마도, 예순이나 일흔이 되
어도 변함없이 사문을 명예롭게 해주는 재주들과 수련을 행하는 일일 거라고 믿
어왔었네.  하지만 이제 보니 나는 고빈다를 너무나도 모르고 있었으며, 그의 암
음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것이 없었군.   그러니까, 가장 소중한 벗이여, 이제 자네
는 새로운 좁은  길에 접어들어, 부처가 설법을 전하는 그곳으로  갈 작정이로군

  @p 40
  고빈다가 말하였다. “사람을 조롱하는 것이  자네 취미인 모양이군. 싯다르타, 
실컷 놀려도 좋네.  하지만 자네의 마음속에도 그  설법을 듣고 싶은 그런 갈망, 
그런 욕구가 일지 않았어? 그리고 자네도  언젠가 나한테, 사문의 길을 오랫동안 
걷지는 않을 거라고 말하지 않았어?”
  그러자 싯다르타는, 슬픔과 조롱의 그림자를 담고  있는 그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그래, 고빈다,  자네 참 말 잘했어.  제대로 기억도 
해냈고 말이야. 자네가 나한테서 들은 다른 말, 그러니까 내가 설법과 배움에 대
하여 불신을 품고  있으며 싫증이 나 있다고  그리고 스승들이 우리한테 들려준 
말들에 대한 믿음도 적다고 했던 말도 기억해 낼  수 있으면 좋겠네.  아무튼 좋
아, 이봐, 난 그 가르침을  들을 용의가 있네. 비록 내가, 우리는 그 가르침 가운
데 최고의 열매를 이미 맛보았노라고 믿고 있지만 말이야”
  고빈다가 말하였다.  “자네가 그럴 용의가 있다니  기뻐. 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는지  말 좀 해봐. 아직 고타마의 설법을  듣기도 전인데 어떻
게 우리가 그 설법의 최고 열매의 비밀을 환히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고빈다, 우선 그 열매를  맛보자구. 그리고 그 다음 것
은 계속 기다리면서  앞으로 맛보기로 해. 고타마가 우리를 사문들  무리에서 불
러내고 있으니 우리는 벌써 그에게 은덕을 입고  있는 셈이지. 그가 우리에게 또 
다른 좋은 것을 줄 수 있을지는, 친구, 조용한 마음으로 기다려보기로 하세”
  @p 41
  바로 그날  싯다르타는 사문의 최연장자에게 자신이  떠나기로 하였음을 알렸
다. 그는 최연장자에게, 젊은 제자가 갖추어야 할 예의와 겸손한 태도를 다 갖추
어서 자신의  결심을 알렸다. 그러나 그  사문은 두 젊은이가 자기  곁을 떠나려 
한다는 사실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으며,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면서  입에 담지
도 못할 험한 욕설을 해대었다.
  고빈다는 깜짝  놀라 당황스러워하였지만,  싯다르타는 고빈다의 귀에다  입을 
갖다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이제 내가 이  늙은이한테서 무언가 배운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네”  그는 그 사문 앞에 바짝 다가서서,  온 정신을 집중
하여 그 노인의  시선을 자기 시선으로 제압하더니 그를 쏘아보았다.  그리고 그
를 아무 말도 못하게 만들어버렸으며 그의 의지를 빼앗아 자기 의지에 굴복시켜 
자신이 요구하는 대로 아무  소리 못하게끔 명령을  내렸다.   그 노인은 말문을 
닫았으며, 눈은 굳어져 버렸고,  의지는 마비되었으며, 팔은 축 늘어졌다.  그 노
인은 싯다르타가 발하는  마법의 힘에 맥없이 굴복당하고 말았다.   이렇듯 싯다
르타의 생각에 지배당하자  두 젊은이가 명령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 
노인은 여러  차례 몸을 숙여  축복의 몸짓들을 하였고  더듬거리면서 경건하게, 
떠나는 그들의 앞길이  평안하기를 빌어주었다. 그리하여 두  젊은이는 감사하다
는 인사로 대꾸하고, 역시 행운을 빌면서 목례를 하고 그곳을 떠났다.
  길을 가던 도중에 고빈다가  말하였다.  “싯다르타, 자네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사문들한테서 배웠군
  @p 42
  그래. 늙은 사문을 마법의 힘으로 굴복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 아주 어려운 일
인데, 진실로 하는  말인데, 자네가 그곳에 계속 있었더라면, 물  위를 걷는 것도 
금방 배웠을거야”
  “나는 물  위를 걷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어”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늙은 사문들이나 그런 재주들에 만족하고 있으라지!”
  @p 43
  고타마
  사바티시에서는 어린아이들조차도 모두 거룩한 세존 부처의 이름을 알고 있었
으며, 어느 집이나 할 것 없이, 고타마의 제자들이 찾아와 말없이 양식을 구걸하
면 기꺼이 그 탁발 그릇에다 음식을 가득  채워주었다. 그 도시 부근에 고타마가 
가장 즐겨 찾는  체류지인 기원 정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세존에  귀의한 숭배자
인 아나타핀디카라는 부유한 거상이 세존과 그의 제자들에게 바친 것이었다.
  두 젊은 고행자가 고타마의  체류지를 찾아가는 도중에 들은 이야기와 답변들
은 모두 이곳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
  @p 44
  리고 그들이 사바티에 도착하였을 때  문 앞에 멈추어 서서 시주를 청한 첫번
째 집에서 곧바로 음식을 대접받았다. 싯다르타는  자기들에게 음식을 건네준 부
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자비심이 많은 분이시여,  저희들은 부처님, 그 지존무상께서 어디에 거하고 
계시는지 정말로, 정말로 알고 싶습니다. 숲에서 온  저희 두 사문은 그 분, 득도
하신 그 완성자를 만나 뵙고 그 분의 입에서 나오는 가르침을 직접 듣기 위해서 
왔습니다.”
  부인이 말하였다. “숲에서  오신 사문들이시여, 당신들께서는 정말 제대로 찾
아오셨습니다. 세존께서는  아타나핀디카의 정원인 기원정사에  머무르고 계십니
다. 순례자들이시여, 그곳에는 그  분의 입에서 나오는 가르침을 듣기 위하여 몰
려든 수많은  사람들이 기거할 충분한  자리가 있으니, 당신들은  그곳에서 밤을 
지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고빈다는 기뻤다. 그는  기쁨에 넘쳐서 소리쳤다. “잘되었군, 목
적지에 당도하였으니 여행길도 이제 끝이군.  그런데, 순례자들의 어머니시여, 당
신은 그 분 부처님을 알고 계십니까, 그  분을 당신 두 눈으로 직접 뵈었습니까?

  부인이 말하였다. “나는  그 분 세존을 여러  차례 뵈었습니다. 그 분이 누런 
가사를 걸치시고 아무 말 없이 거리를 지나가시는  모습, 그릇이 차면 그곳을 떠
나시는 모습을 여러 날 뵈었습니다.”
  @p  45
  고빈다는 도취하여 그  말에 귀기울였으며, 아직도 많은 것에 대해  묻고 답변
을 듣고 싶어하였다. 그러나 싯다르타가 길을 떠나자고 재촉하였다. 그들은 부인
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그곳을 떠났는데, 적잖은  수의 순례자들과 고타마 교단
의 승려들이 기원정사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길을 물어볼 필요가  거의 없었
다.  그들은 밤에 그곳에 당도하였는데,  사람들이 계속해서 왔으며, 잠자리를 청
해 얻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와 외쳐대는 소리가  끊이지를 않았다. 
숲의 생활에 익숙한  그 두 사문들은 재빨리, 그리고 소리없이  숙소를 찾아내었
으며 아침까지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였다.
  해가 뜨자 그들은, 호기심에서 그곳을 찾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엄청나게 
많은 신도들이 그곳에서 밤을  지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누런  옷을 걸친 승
려들이 장려한 숲속에 나 있는 모든 길들을  가득 메우고 있었으며, 여기저기 나
무 밑에 앉아 명상에 잠겨 있거나 법어를  나누고 있었으니, 녹음이 우거진 정원
의 모습은 마치 벌떼처럼 윙윙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찬 도시 같은 느낌을 주었
다. 대부분의 승려들은 하루에  단 한 끼 먹는 점심을 위한  양식을 도시에서 얻
으려고 바리때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깨달음을 얻은 자인 부처  자신도 아침에 
으례 몸소 탁발을 하러 나갔다.
  싯다르타는 그를 보았다.  그리고 마치 어떤 한 신이 가리켜주기라도  한 것처
럼 곧바로 그를  알아보았다. 싯다르타는 그의 모습을,  탁발 그릇을 손에 든 채 
누런 법복을
  @p 46
  걸치고 조용히 걸어가는 겸허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저길 봐!”싯다르타가 고빈다에게 나지막하게  말하였다. “저기 저 분이 바
로 부처님이셔”
  고빈다는 누런 법복을 걸친 그 승려를 주의  깊게 쳐다보았다. 다른 수백 명의 
승려들과 별로 다른 점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곧 고빈다도, 그가 바로 부처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그들은 그를 따라가며 그를 주의 깊게 관찰하였다.
  부처는 겸허한 태도로  생각에 잠긴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의 고요한 
얼굴은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아 보였으며, 내면을  향하여 그윽한 미소를 흘려보
내는 것 같았다. 마음속에 감추고  있어 눈에 띄지 않는 그런 미소를 머금고, 사
뿐사뿐, 유유히, 튼튼한  어린아이와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부처는 발걸음을 옮
겨놓고 있었다. 그는 다른  모든 승려들과 마찬가지로 법복을 걸치고, 엄격한 계
율에 따라서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과 그의 발걸음, 그의 조용
히 내리깐 눈길, 그의 얌전하게 아래로 내려뜨린 손, 그리고 얌전하게 아래로 내
려뜨린 그 손에 붙어 있는 손가락 하나하나가  모두 평화를 말하고 있었고, 완성
을 말하고 있었으며, 무언가를 구하지도  않았고, 무언가를 모방하지도 않았으며, 
결코 시들지 않는 안식 속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빛 속에서, 결코 깨뜨릴 수 
없는 평화 속에서 부드럽게 숨쉬고 있었다.
  이런 모습으로 고타마는 시주를 얻기 위하여 도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두 사
문들은 다만 그의 완벽한 평온함, 그
  @p 47
  리고 그의 고요한 모습으로 그 분을 알아볼  수 있었을 뿐이다. 그의 모습에서
는, 무언가를 구하는  흔적도, 무언가를 욕망하는 흔적도,  무언가를 모방하는 흔
적도, 무언가를 위해 애쓰는  흔적도 전혀 엿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빛과 평화만
이 엿보였다.
  “오늘 우리는 저 분의  입에서 나오는 가르침을 듣게 될거야”고빈다가 말하
였다.
  싯다르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역시 고빈다와 마찬가지로, 비록 
다른 사람들을 통하여 두 다리  또는 세 다리 걸쳐 건네들은 이야기이기는 하지
만, 벌써 몇 번이고 거듭하여 그 부처가  가르치는 설법의 내용을 익히 들어왔었
다. 그렇지만 그는 그  가르침에는 별로 호기심이 없었으며, 그 가르침이 자기에
게 새로운 것을  알려줄 것이라고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주의 깊게 
고타마의 머리, 그의 두 어깨, 그의 두  발, 그리고 그의 얌전하게 아래로 내려뜨
린 손을 바라다보았다.  그러자 싯다르타에게는 그 손에 붙어 있는  다섯 손가락 
모두의 마디마디가 가르침 그 자체인 것 같아  보였으며, 다섯 손가락 모두의 마
디마디가 진리를 말해 주고, 진리를 호흡하고,  진리의 향기를 풍기고, 진리를 현
란하게 빛내주는 것 같아 보였다. 이 분, 이 부처야말로 새끼손가락 놀리는 동작
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진실된 분이었다. 이 분이야말로 성스러운 분이었다. 싯다
르타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이 분만큼 존경한적이 없었으며, 어느  누구도 이 
분만큼 사랑해 본 적이 없었다.
  @p 48
  두 사문은 그 부처를 따라 도시까지 갔다가  아무 말 없이 되돌아왔는데, 그것
은 그들 스스로가 그날은 식사를 거르기로  작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타마
가 되돌아오는 것을  보았으며, 그가 제자들에게 에워싸인 채 점심  식사하는 모
습을 보았는데, 그가 먹은  음식은 사실 새도 배부르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적었
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그가 망고나무 숲이  우거진 그늘 속으로 물러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저녁이 되어 더위가 수그러지자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활기를 띠
고 모여들었다. 그들은 부처가 가르치는 설법을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완벽하였
으며, 완전히 평온하였으며, 평화로 가득 차  있었다. 고타마는 번뇌와 번뇌의 유
래, 그리고 그 번뇌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에 대한 설법을 하였다. 그의 고요
한 설법은 잔잔하고 맑게 흐르는 물처럼 거침이 없었다. 인생은 번뇌이며, 이 세
상은 온통 번뇌로 가득  차 있는데, 그 번뇌로부터 해탈할 수  있는 길이 발견되
었다는 것이다. 부처의 길을 가는 자는 해탈을 얻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그 거룩한 세존은  부드럽지만 확고부동한 목소리로, 4제를 가르쳤으며, 8정도
를 가르쳤다. 부처는 설법할 때면 언제나  참을성 있게, 보기를 들어가며, 반복하
여 가르쳤는데, 그때 그의 목소리는 마치 한 줄기 빛
  @p 49
  처럼,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처럼 설법을 듣는 사람들 머리 위에  여운을 남기
면서 낭랑하고 고요하게 둥실둥실 떠다녔다.
  부처가 설법을 끝냈을  때는 이미 밤이 되어 있었다. 많은  순례자들이 앞으로 
걸어나와 교단에서 받아주기를  청하였으며 그 가르침에 귀의하였다.  그러자 고
타마는 "그대들은 가르침을 잘 받아들였느니라. 가르침이 제대로 전하여  졌도다. 
어서 이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신성함  속으로 걸어 들어와,  일체의 번뇌로부터 
벗어날 채비를 할지어다”하고 말하면서 그들을 받아들였다.
  수줍음을 타는 고빈다도 걸어나와 "저도 세존과 그 분의 가르침에  귀의하겠습
니다”하고 말하면서 제자로 받아들여 줄 것을 요청하고 제자로 받아들여졌다.
  부처가 밤의 휴식을 위하여  자리에서 떠난 바로 직후에 고빈다는 싯다르타에
게 가서 열심히  이야기하였다. “싯다르타, 자네를 책망할 생각은  추호도 없네. 
우리 두 사람은 세존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고, 그 분의 가르침을 들었네. 고
빈다는 그 가르침을 듣고서  그 가르침에 귀의하였네. 그런데 존경하는 친구, 자
네는 도대체 해탈의  길을 걷지 않을 작정인거야? 주저하기만  하고, 기다리기만 
할 셈이야?”
  싯다르타는, 고빈다가 하는 말을  듣자, 마치 잠을 자고 있다가 깨어난 사람처
럼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는 한참동안이나  고빈다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
다. 그러더니 나지막하게, 조롱기가 전혀 없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였
  @p 50
  다. "고빈다, 이제 자네는  발걸음을 내디뎠고 그 길을 선택하였네. 고빈다,  항
상 자네는 나의 친구였으며, 항상 자네는 내가 가는 길을 한 걸음씩 뒤따라왔네. 
나는 자주 이렇게 생각하곤 하였네. 고빈다도  언젠가는, 나 없이, 진정 독자적으
로, 홀로 발걸음을  내딛게 되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야. 보라구,  이제 자네는 어
른이 되었으며 자네 스스로 자네의 길을 선택한거야. 친구, 자네가 그 길을 끝까
지 걸어가기를 빌겠어. 자네가 해탈을 얻기 바래”   아직도 싯다르타의 말을 완
전히 이해하지 못한 고빈다는 안달이  나서 조급한 어조로 질문을 반복하였다. "
말 좀 해줘, 사랑하는  친구. 자네한테 간청할게. 학식이 높은 친구여, 자네도 거
룩한신 세존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는 길외에 다른 방도는 전혀 없다고 나에
게 말 좀 해달라구!"
  싯다르타는 손을 고빈다의  어깨에 얹으며 말하였다. "고빈다, 자네는 내가  한 
축복의 말을 흘려들었군 그래. 그 축복의 말을 다시 한번 반복하겠네. 자네가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가기를 빌겠어. 자네가 해탈을 얻기 바래“
  이 순간 고빈다는 친구가 자기를 떠났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소리내어 울기 시
작하였다.
  "싯다르타!” 그는 슬피 울면서 탄식조로 부르짓었다.
  싯다르타는 그에게  다정하게 말허였다. “잊지  말게나, 고빈다,  자네가 이제 
그 부처님의 사문에 속한다는 사실을 말이야! 자네는  고향과 부모를 포기하였음
을, 출신과 재산을  포기하였음을, 자네 자신의 의지를  포기하였음을, 우정을 포
기하였음을 선포한거야. 그 가르침이 그렇게 하기를
  @p 51
  원하며, 그 세존께서도 그렇게 하기를 원하시네. 자네 스스로도 그렇게 하기를 
원하였고.  고빈다, 내일 나는 자네를 떠날거야”
  그들은 그 후에도  오랫동안 숲속을 거닐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오랫동안 누
워 있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몇 번이고 거듭하여 고빈다는, 무슨 이유로 싯다
르타가 고타마의 가르침에  귀의하지 않으려고 하는지, 자기에게 제발 말  좀 해
주면 좋겠다고 친구 싯다르타를 볶아댔다. 그렇지만  싯다르타는 매번 친구의 청
을 거절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만족하게나,  고빈다! 세존의 가르침이  그토록 
훌륭한데, 내가 어떻게  그 가르침에서 잘못된 점을 한  가지라도 찾아내겠는가?

  다음날 아주 이른 새벽,  부처를 따르는 가장 나이 많은 승려들  중의 한 승려
가 정원을 걸어나와서는, 부처의 가르침에 귀의한  신참자들 모두를 불러 모아놓
고 누런 법복을 나누어주면서 최최의 가르침들과 지켜야 할 의무들을 일러 주었
다.
  그때 고빈다는 자기를  부둥켜안은 싯다르타에게서 몸을 뿌리치고 빠져나왔다
가 다시 한 번 그 죽마고우를 껴안았다.  그리고 새로운 신참 수도승들의 행렬에 
끼여들었다.
  싯다르타는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 숲속을 거닐었다.
  그때 싯다르타는 세존  고타마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싯다르타가 경외하
는 마음으로  인사를 드리자 부처의  눈길에는 자비심과 평온함이  가득 넘쳤다. 
싯다르타는 용기
  @p 52
  를 내어 세존에게, 이야기를  하도록 허락해 달라고 청하였다. 그 세존은 말없
이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여 주었다.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어제 저는 당신의 탄복할 만한 가르침을 
듣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그 가르침을 듣기  위하여 저는 친구와 함께  먼 길을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의 친구는 당신 곁에 머무르게 될 것입니다. 그는 당신
께 귀의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또다시 순례 여행을 떠날까 합니다”
  “그대 좋을 대로 하시구려” 세존은 공손하게 말하였다.
  “제가 드리는 말씀이 너무 당돌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싯다르타는 
말을 이었다.  “그러나 저는 저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씀드리지  않고서 세존을 
떠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세존께서  잠깐만이라도 저의 말씀을  들어주시겠습니
까?”
  부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여 주었다.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지존한 분이시여, 제가 당신의 가르침에서 무엇보다도 
경탄해 마지않은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당신의 가르침 속에 들어  있는 모든 
내용은 완전하게 명백하며,  진실임이 입증되어 있습니다. 당신께서는 이 세상을 
하나의 완전한  사슬로서, 그러니까 결코 어디에서도  끊기지 않은 하나의 사슬, 
즉 인과응보로 묶여진 하나의 영원한 사슬로  보여주고 계십니다. 이러한 사실이 
이토록 분명하게 보여진  적은, 그리고 이토록 이론의 여지 없이  설명되었던 적
은 여태껏 한 번도 없었습니다. 만약 당신의 가르침을 통하여, 이 세상을 완전한 
연관성이 있는
  @p 53
  것으로 인정하게 된다면, 그러니까  이 세상이 아무런 빈틈이 없고, 마치 수정
처럼 맑고,  우연이나 신들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면, 
사실 그 어떤 바라문이라 할지라도  몸뚱이 속에 있는 심상이 더 높게 고동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세상이 선한 것이냐 악한 것이냐, 이 세상에서 산다
는 것이 괴로움이냐  기쁨이냐 하는 문제는 덮어두는 편이 좋겠습니다.  이 문제
는 아마도 본질적인 문제가 아닐 듯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의 단일성, 일체의 사
건의 연관성, 일체의  크고 작은 것이 똑같은 흐름에, 똑같은  인과의 법칙에, 생
성과 사멸의 법칙에 에워싸여  있다는 것, 완성자이시여, 바로 이것이 당신의 거
룩한 가르침에서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께서 가르치신 동일한 설법
에 따르자면, 이  만물의 단일성과 모순 없는  시종일관함이, 그검에도 불구하고, 
한 군데에서 중단되어 있으며, 한 조그마한 틈새를  통하여 이 단일성의 세계 속
으로, 어떤 낯선  것이, 어떤 새로운 것이, 그러니까 일찍이  존재한 적이 없었으
며, 밝혀질 수도  증명될 수도 없는 어떤  것이 흘러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 세상의 극복, 즉 해탈에 관한 당신의 가르침입니다. 하지만 이 조그마한 
틈새가 있음으로써, 이 조그마한 균열이 있음으로써, 영원하고 단일한 세계 법칙
의 전체 구조가 다시금 파괴되고 폐기되어 있는  셈입니다.  제가 이처럼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부디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고타마는 그의 말을  조용히 귀담아 듣고 있었다. 그러더
니 자비롭고 공손하고 맑은 목소리로
  @p 54
  완성자인 그가 말하였다. “바라문의 아들이여,  그대는 나의 설법을 들었구려.  
그리고 그대가 그 설법에 관하여 그토록 깊이 사색하였다는 것은 그대에게 참으
로 잘된 일이오.   그대는 그 가르침 안에서 한 틈, 한  결함을 찾아내었소. 앞으
로 그것에 대하여 계속 깊이 생각하여 보는  게 좋겠구려. 하지만 지식욕에 불타
는 그대여, 덤불처럼 무성한 의견들 속에서 미로에 빠지는 것을, 말 때문에 벌어
지는 시비 다툼을 경계하시오.  이런 저런 의견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소. 의견이
란 아름다울 수도 있고  추할 수도 있으며, 재치 있을 수도  있고 어리석을 수도 
있소. 우리 개개인은 의견들을 지지할 수도 있고,  배척할 수도 있소.  그러나 그
대가 나한테서 들은  가르치은 하나의 의견이 아니며, 그리고 그  가르침의 목적
은 지식욕에 불타는 사람들에게 이 세상을 설명하여  주는 것이 아니오. 그 가르
침의 목적은 다른 데에  있소. 그 목적은 번뇌로부터의 해탈이오. 고타마가 가르
치고 있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이것이오”
  “세존이시여, 저에게 노여워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젊은이가 말하였다. “
다툼 거리를 찾아 당신과 말다툼을 하기 위하여 그렇게 말씀드린 것은 아니었습
니다.  진실로 당신의  말씀은 지당하며, 의견들이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닙니
다. 그러나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순간도 저는 당신에게 의심을 품
은 적이 없었습니다. 당신이 부처님이라는 것,  단신은 그 목표에, 그러니까 수천
의 바라문들과 바라문의 아들들이 도달하려고 애쓰는 그 최고의
  @p 55
  목표에 도달하셨다는 것은  저는 한 순간도 의심하여 본 적이  없습니다. 당신
은 죽음으로부터의 해탈을 얻으셨습니다. 죽음으로부터의 해탈은, 당신이 그것을 
얻기 위하여  나아가던 도중에 당신 스스로의  구도 행위로부터, 생각을 통하여, 
침잠을 통하여, 인식을 통하여, 깨달음을  통하여 얻어졌습니다. 그것이 가르침을 
통하여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는 말씀입니다.  그것이 가르침을 통하여 이루어지지
는 않았다는 말씀입니다! 세존이시여,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당신
은, 당신이 깨달은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아무에게도 말이나 가르침으
로 전달하여 주실 수도, 말하여 주실 수도 없습니다. 도를 깨달은 부처님의 가르
침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올바르게 살고  악을 피하라
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이토록 명백하고 이토록  존귀한 가르침이 빠뜨리고 있는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세존께서 몸소 겪으셨던  것에 과한 비밀, 즉 수십만 
명 가운데 혼자만 체험하셨던 그  비밀이 그 가르침 속에는 들어있지 않다는 말
입니다.  바로  이 점이, 제가 가르침을  들었을 때 생각하였고 깨달았던 점입니
다. 이 점이  바로 제가 편력의 길을 계속하려는 이유입니다.  어떤 다른 가르침, 
더 나은 가르침을 찾기 위하여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다른 가르침, 더 나
은 가르침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가르침과 스승을 떠나서 홀로 
목표에 도달하든가 아니면  죽든가 하겠지요. 세존이시여, 하지만 저는 앞으로도 
이 날을 자주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제 눈으로 직
  @p 56
  접 성스러운 분을 뵌 이 순간을 자주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부처의 두  눈은 고요하게 땅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으며, 깊이를  측량할 길 
없는 얼굴은 완전히 무심한 상태로  고요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대의 생각
이“ 세존은 느릿느릿  말하였다. "잘못이 아니길 바라오. 그대가 목표에  이르길 
바라오. 그렇지만 어디 한 번 말해 보시오. 그대는 나의 가르침에 귀의한 수많은 
나의 형제들의 무리,  사문들의 무리를 보았지요? 낯선 사문이여,  그대는, 이 무
리들이 가르침을 버리고 속세의 생활로, 환락의  생활로 되돌아가는 것이 이들한
테 더 나은 일이라고 생각하오?"
  "저는 꿈에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싯다르타는 소리쳤다.
  "그들 모두가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고 목표에 이르기를 바랍니다. 다른 사람
의 인생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것은 제가 할 일이 아닙니다.  나 자신에 대하여
서만, 오로지 나에  대해서만, 저는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고, 저는 선택하
지 않으면 안  되고, 저는 거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우리 
산문들은 자아로부터 해탈하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만약 당신
의 가르침을,  당신을 본받는 일을,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을,  그리고 승려들의 
교단을 저의 자아로 만들어, 저의 자아가 오로지 겉모습으로만, 오로지 거짓으로
만 안식에 이르거나 해탈을 얻을 뿐, 실제로는  저의 자아가 계속 살아남고 커지
는 일이 일어나지나 않을까 두렵습니다"
  @p 57
  반쯤 미소를 띤 채,  의연하게 밝고 다정한 표정을 지으며, 고타마는 자신과는 
딴세상에 살고 있는 싯다르타의 눈을 들여다보더니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몸짓으
로 그와 작별을 하였다.
  “오, 사문이여, 그대는  똑똑하군요”세존이 말하였다. “친구분, 그대는 재치 
있게 말을 할 줄 아는군요.  그러나 너무 지나치게 똑똑하지 않도록 경계하시오!

  부처는 그곳을  떠났다. 그렇지만 그의  눈길과 반쯤 지은  미소는 싯다르타의 
기억 속에 아로새겨져  영원히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아직까지 그  분처럼 바
라보고, 미소짓고, 앉아 있고, 걷는 사람을  아무도 보지 못하였어” 하고 싯다르
타는 생각하였다. “나도  그 분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그렇게 거룩하게, 그렇게 
사람 눈에 띄지  않게, 그렇게 당당하게, 그렇게  순진무구하고 신비스럽게, 바라
보고, 미소짓고, 앉아 있고,  걸을 수 있었으면 정말로 좋겠다. 자기 자신의 가장 
내면적인 곳까지 뚫고 들어간  사람만이 그렇게 진실하게 바라보고 그렇게 걷는
거야. 좋다, 나도  나 자신의 가장 내면적인  곳까지 뚫고 들어가 보도록 애써볼 
터이다.”
  “ 한  인간을”싯다르타는 생각하였다. “그  사람 앞에 서면  시선을 떨구지 
않을 수  없는 유일한 인간을 보았어.  앞으로는 다른 어느 누구  앞에서도 나의 
시선을 떨구지 않아야지, 다른  어느 누구 앞에서도 말이야. 그의 가르침도 나를 
유혹하지 못하였으므로, 어떤 가르침도 나를 유혹하지는 못할거야.”
  @P 58
  "그 부처가 나한테서  무언가를 빼앗아갔어" 싯다르타는 생각하였다. "그 분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빼앗아갔지만, 빼앗아간 것 이상을 나에게 선사해 주셨어. 그 
분은 나한테서 나의 친구를 빼앗아갔다. 그  친구는 예전에는 나의 그림자였지만 
지금은 고타마의  그림자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분은 나에게 싯다르타를, 나 
자신을 선사해 주셨다."
  @P 59
  깨달음
  싯다르타는 완성자인 부처와  고빈다를 뒤에 남겨둔 채 숲을 떠났다.  그때 그
는 여태까지의 자신의 생활도 숲속에 남겨둔 채로 그 생활과 결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숲을 서서히  벗어나면서 그는 자신의 마음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이러
한 느낌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여러  가지로 깊이 
생각하여 보았으며, 마치  깊은 물 속을 뚫고 맨 밑바닥까지  들어가듯이 이러한 
느낌의 맨 밑바닥까지 파고들어갔다. 그렇게 한 까닭은, 원인을 인식하는 것이야
말로 바로 생각이라고 여겨졌으며  오직 그렇게 함으로써만 느낌이 인식으로 바
뀌어져서 사라지는 일이 없이 본질적인 것이 되고 그 인식 속에 있는 것이 빛을 
발하기 
  @P 60
  시작할 것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숲을 서서히 벗어나면서 싯다르타는 여러 가지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자신이 이제는  젊은이가 아니라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는 마치 
뱀이 옛  허물을 벗듯이 한 가지가  자신을 떠나버렸다는 것을, 젊은  시절 내내 
자신을 따라다녔으며 자신의  일부를 이루었던 한 가지, 즉 스승을  모시고 가르
침을 듣겠다던  소망이 이제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는 도를 닦는 수행 과정 도중 자신에게  나타났던 마지막 스승, 최고의 스승이
자 가장 현명한 스승, 즉  가장 성스러운 부처의 곁도 떠났으며, 그 부처와 결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으며, 그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 사색자는 더욱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도대체 
가르침으로부터, 스승들한테서 네가  배우려고 하였던 것이 무엇이며, 너에게 많
은 것을 가르쳐 주었던 그들이  도저히 가르쳐 줄 수 없었던 던 것이 무엇이지?
” 그리고 그는  찾아냈다. “나는 바로 자아의 의미와 본질을  배우고자 하였던 
것이며, 바로 그 자아를 나는 극복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극
복할 수 없었고, 그것을 단지 기만할 수 있었을 뿐이고, 그것으로부터 단지 도망
칠 수 있었을 뿐이며,  그것에 맞서지 못하고 단지 몸을 숨길  수 있을 따름이었
다. 진실로,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나의 자아만큼, 내가 살아 있다는 이 수수께끼, 
내가 다른 모든 사람들과 구별이 되는 별다른 존재라는 이 수수
  @P 61
  께끼, 내가 싯다르타라고  하는 이 수수께끼만큼 나를 그토록 많은  생각에 몰
두하게 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나 자신에 대
하여, 싯다르타에 대하여 가장 적게 알고 있지 않은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던 그 사색자는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혀 멈추어 섰
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에서 즉각 이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어떤 다른 생각이, 
다음과 같은 내용의 새로운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하여 아
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 싯다르타가 나에게 그토록 낯설고 생판  모르는 존재
로 남아 있었다는  것, 그것은 한 가지 원인, 딱  한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
다. 나는 나를 너무 두려워하였으며, 나는  나로부터 도망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아트만을 나는 추구하였으며,  바라문을 나는 추구하였으며, 자아의 가장 내면에 
있는 미지의  것에서 모든 껍질들의 핵심인  아트만, 그러니까 생명,  신적인 것, 
궁극적인 것을 찾아내기 위하여, 나는 나의  자아를 산산조각 부수어버리고 따로
따로 껍질을 벗겨내는  것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나 자신이  나한테서 없어
져 버렸던 것이다."
  싯다르타는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얼굴에는  야릇한 미소가 가득 찼으
며, 오랜 꿈에서 깨어났다는 깊은 깨달음의  감정이 발가락에 이르기까지 온몸에 
퍼져나갔다. 그러고나서 곧 그는  다시 걷기 시작하였는데, 자기가 무슨 일을 해
야 할지를 아는 사람처럼 급히 달려가기 사작하였다.
  @p 62
  "오” 그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생각하였다. “이제 다시는 나한테서 이 싯다
르타가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지. 이제 다시는  나의 생각이나 
생활을 아트만이나 세계고  따위로 시작하지 말아야지.  이제 다시는  나 자신을 
죽이거나 산산조각 내어, 그 파편 뒤에 있느  비밀을 찾아내려고 하는 따위의 짓
은 하지 말아야지. 이제  다시는 요가 베다의 가르침도, 아타르바 베다의 가르침
도, 고행자의  가르침도, 그 어떤 가르침도  받지 말아야지. 나  자신한테서 배울 
것이며, 나 자신의 제자가 될 것이며,  나 자신을, 싯다르타라는 비밀을 알아내야
지.“
  그는 마치 이 세상을 맨 처음 보기라도 한 것처럼 신기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
다. 이 세상은  아름다웠으며, 이 세상은 오색찬란하였으며,  이 세상은 기기묘묘
하고 수수께끼 같았다.  여기에는 파랑이  있었고, 여기에는 노랑이 있었고, 여기
에는 초록이 있었으며, 하늘이 흘러가고 있었고,  강이 흐르고 있었으며, 숲이 우
뚝 솟아 있었고, 산이 우뚝 솟아  있었다.  삼라만상이 아름다웠으며, 삼라만상이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었고 요술 같았다. 그 한가운데에서 깨달음을  얻은 각자 
싯다르타는 자기 자신에게로 나아
  @p 63
  가는 도중에 있었다. 이  모든 것, 이 모든 노랑과 파랑, 강과  숲이 맨 처음으
로 눈을 통하여 싯다르타의  내면 속에 파고들었으니, 이 모든 것은  이제 더 이
상 마야의 요술도  아니었고, 이제 더 이상  마야의 베일도 아니었으며, 이제 더 
이상 무의미하고 우연한  현상계의 다양성도 아니었다. 다양성을  무시하고 통일
성을 추구하며 깊이 사색하는 바라문에게는 무의미하고 우연한 현상계의 다양성
도 아니었다. 다양성을  무시하고 통일성을 추구하며 깊이  사색하는 바라문에게
는 무의미하고 우연한 현상계라는 것은 경멸스러웠다. 파랑은 파랑이고, 강은 강
이었으며, 비록 싯다르타의 내면에  있는 파랑과 강물 속에, 하나이자 신적인 것
이 숨어 있다 할지라도, 여기에 노랑, 여기에 파랑, 저기에 하늘, 저기에 숲, 그리
고 여기에 싯다르타가 있다는 그 사실이야말로 바로 신적인 것의 본성이요 의의
였던 것이다. 의의와 본질은 사물들의 배후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
들 속에, 삼라만상 속에 있었던 것이다.
  “나는 얼마나 무감각하고 우둔하였던가!”급히 발걸음을  옮기면서 그는 생각
하였다. "어떤 사람이 어떤 글을  읽고 그 뜻을 알고자 할 때, 그 사람은  기호들
과 철자들을 무시하지 않으며 그것들을 착각이나  우연, 또는 무가치한 껍데기라
고 부르지도  않는다. 그 사람은  기호들과 철자들을 무시하지  않으며 그것들을 
착각이나 우연, 또는 무가치한  껍데기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그 삶은 철자 하나
하나 빠뜨리지 않고 그 글을  읽으며, 그 글을 연구하고 그 글을 사랑한다. 그러
나 나는,  이 세상이라는 책과 나  자신의 본질이라는 책을 읽고자  하였던 나는 
어떠하였는가. 나는 내가 미리  추측한 뜻에 짜맞추는 일을 하기 위하여, 기호들
과 철자들을 무시해 버렸으며,  이 현상계를 착각이라 일컬었으며, 나의 눈과 혀
를 우연하고 무가치한 현상이라고 일컬  
  @p 64
  었다. 아니, 이런  일은 지나가 버렸으며, 나는  미몽에서 깨어났다. 난 정말로 
미몽에서 깨어났으며, 오늘에야 비로소 다시 태어난 것이다.>
  싯다르타는 이 생각을 하다가, 자기가 가는 길  앞에 마치 뱀이 누워 있기라도 
한 것처럼, 다시 한 번 갑자기 멈추어 섰다.
  왜냐하면 문득 <자신이 실제로 잠에서 깨어난  자이며 새로 태어난 자라면 생
활을 새롭게, 완전히 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분명
하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가 이미 미몽에서  깨어나 자기 자신에게로 나아가는 
도중에 있던 바로 그날 아침, 세존이 기거하는  숲인 기원정사를 떠났을 때만 해
도, 그는 이제 몇 년씩이나 고행을 했으니 고향으로, 아버지에게로 되돌아가야겠
다고 생각했었고  그것을 당연하고도 자명한  것으로 여겼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 와서야 비로소,  즉 자기가 가는 길  앞에 마치 뱀이 누워 있는  것 같아 
멈추어 선 이 순간에야 비로소, 그는 미몽에서  깨어나 다음과 같은 통찰에 이르
게 되었다. <나는 정말로 이제 더 이상  옛날의 내가 아니며, 나는 이제 더 이상 
고행자가 아니며, 나는 이제 더  이상 승려가 아니며, 나는 이제 더 이상 바라문
이 아니다. 내가 집에 가서 아버님 곁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해야 한단 말인가? 
연구하는 일? 제사 드리는 일?  침잠 상태에 빠지는 일? 이 모든 일은 정말이지 
다 지나간 일이고, 이 모든일은 이제 더 이상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
  꼼짝도 하지 않고 싯다르타는 서 있었는데, 숨 한 번 쉴
  @p 65
  짧은 순간 동안,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
를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마치 한 마리 작은 짐승이나 한 마리의 새, 또는 한 마
리의 토끼라도 된 듯, 가슴속의  심장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몇 해 동안 그는 
고향 없이 떠도는 신세였지만 자신이 떠돌이라고  느끼지 못하였었다. 그런데 이
제 그걸 느끼게 된  것이다. 속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침잠  상태에 빠져 있을 
때에도 그는 여전히  아버지의 아들이었으며, 높은 신분의 바라문이었으며, 정신
적 존재였다.  이제 그는 단지 깨달은  자 싯다르타에 불과하였으며 더  이상 그 
밖의 다른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으며, 한 순간 몸이 얼어붙
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느 누구도 그만큼 외로운 사람은 없었다. 귀족치고 
귀족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으며,  직공치고 다른 직공과  어울려 자기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피난처를 찾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귀족이든 직공이
든 자기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공통의 언어로 말하지 않는 사
람이 없었다. 어떤  바라문도 바라문의 무리에 속하여 더불어 생활하지  않는 사
람이 없었으며, 어떤  고행자도 사문 계층에서 피난처를 찾지 않는  사람이 없었
다. 심지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의지할 데  없는 숲속의 은둔자라 할지라도 같은 
부류의 구성원들에게 에워싸여  있었으며, 그런 운둔자도 어떤  계층에 속하였으
며, 그가 속한  계층이 그에게는 고향이 되어주었다.  고빈다는 승려가 되었으며, 
수천의 승려들이 그의 형제들이었고, 그가
  @p 66
  입는 것과 같은 옷을 걸쳤고, 그의 믿음과 같은 믿음을 가졌으며, 그가 사용하
는 언어와 같은 언어로 말하였다. 그렇지만 싯다르타  그는 어디에 속해 있을까? 
그는 누구와 더불어 같은 생활을  할 것인가? 그는 누가 쓰는 언어와 같은 언어
를 쓰게 될 것인가?
  자기를 빙  둘러싼 주위의 세계가  녹아 없어져 자신으로부터  떠나가 버리고,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홀로 외롭게 서 있던 이  순간으로부터, 냉기와 절
망의 이 순간으로부터 벗어나, 예전보다 자아를 더욱 단단하게 응집시킨채, 싯다
르타는 불쑥 일어났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깨달음의 마지막 전율, 탄생의 마지
막 경련이었다>고 느꼈다. 이윽고 그는  다시 발걸음을 떼더니, 신속하고 성급하
게 걷기 시작하였다. 이제 더  이상 집으로 가는 것도, 이제 더 이상 아버지에게 
가는 것도, 이제 더 이상 되돌아가는 것도 아니었다.
  @p 67
  제2부
  @p 68
  @p 69
  일본에 있는 나의 사촌 빌헬름 군더르트에게 바침
  @p 70
  @p 71
  카말라
  싯다르타는 자신의 길을  한 걸음 걸어나갈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배웠으
니, 세상이 달라져 보였고 그의 마음이 마법에  걸린 듯 세상에 매혹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숲이 울창한 산  위로 태양이 떠오른 것을, 그리고 저 멀리 야자
나무가 우거진 강변 위로 태양이 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밤하늘에 별들이 질서
정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았으며,  초승달이 마치 파란  바다를 떠다니는 
한 조각의 배처럼 두둥실 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나무들, 별들, 짐승들, 구름
들, 무지개, 바위들, 풀들, 꽃들, 시내와  강, 풀밭에서 반짝이는 아침 이슬, 저 멀
리에 파랗고  뽀얀 빛깔을 하고 서  있는 높은 산들을 보았다.  새들이 노래하고 
꿀벌들이 윙윙거렸으며, 벼가 익어가는 들
  @p 72
  판에는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듯한 청아한 소리를 내며 바람이  불었다. 이 
오색영롱한 천태만상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으며, 항상 달과 해는  비추고 있었
으며, 항상 시냇물은 졸졸 소리내며 흐르고  있었고 꿀벌들은 윙윙거리며 날아다
니고 있었다. 그러나  예전에는 싯다르타에게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의  눈을 가리
는 무상하고 기만적인 너울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본질적인 것이란 눈에 보이
는 가지적 세계 너머 저편  피안에 있다고 생각한 싯다르타는 눈으로 볼 때에는 
이 모든 것들이  불신의 눈으로 관찰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깨달음을 얻어 
자유로워진 그의  눈은 차안의 세계에  머무르게 되었으니, 그는  가시적인 것을 
보고 인식하였으며, 이 세상에서 고향을 찾았으며,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았
으며, 피안의 세계를 목표로 삼지 않았다.  이처럼 무엇인가를 추구함이 없이, 이
처럼 단순소박하게, 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세상을 바라보니, 이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달과 별들도 아름다웠고, 시냇물과 강 기슭, 숲과 바위, 염소와 황금풍뎅
이, 꽃과 나비도  아름답게 보였다. 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이처럼 미몽에서 깨어
나서, 이처럼 주변의 가까운 사물에 마음의 문을 연 채로, 이처럼 아무 불신감도 
없이 이 세상을  떠돌아다닌다는 것을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머리 위에 
내리쬐는 햇살도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졌으며, 더위를  식혀주는 숲의 그늘도 시
원한 느낌이 예전과는 달랐으며, 시냇물과 물
  @p 73
  통의 물  맛도 예전과는 달랐으며, 호박이나  바나나의 맛도 예전과는 달랐다. 
낮들과 밤들이 짧아진 것 같았고, 매 시간시간이 마치 바다 위의 돛단배처럼, 돛 
아래 온갖 보물과 기쁨을  가득 실은 그런 돛단배처럼, 쏜살같이 지나갔다. 싯다
르타는 둥근 천장 모양을 이루고 있는 울창한 숲 속에서 원숭이 무리들이 이 나
뭇가지 저 나뭇가지를  높이 타고 다니는 것을 보았으며, 그  원숭이들이 욕정에 
불타는 거친 소리로 꽥꽥거리며 노래부르는 것을  들었다. 싯다르타는 숫양이 암
놈을 뒤쫓아가서 교미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갈대가 우거진 호수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민물고기가 저녁 허기를 채우려고 작은 물고기들을 쫓는 것ㅇㄹ 보
기도 하였는데, 그 민물고기에 쫓기고 있는 작은 물고기들은 잔뜩 겁에 질린 채, 
파닥거리면서, 반짝이는 비늘을  드러내면서, 떼를 지어 물에서 뭍으로 튀어올랐
으며, 먹이들을 거칠고 사납게 몰아붙이는 그  난폭한 민물고기가 만들어내는 격
렬한 소용돌이에서는 힘과 정열의 기운이 세차게 풍겨나왔다.
  이 모든 것은 예전에도 항상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여태 그것을 보지 못하였
으며, 그런 것에 끼여든 일도 없었다. 이제  그는 그런 것에 끼여들었으며, 그 일
부를 이루고 있었다. 그의  눈에 빛과 그림자가 퍼져나갔으며, 그의 마음에 별과 
달이 퍼져나갔다.
  길을 가는  도중에 싯다르타는 자신이  기원정사의 정원에서 겪었던  모든 일, 
그러니까 그곳에서 들었던  가르침, 신처럼 거룩한 부처,  고빈다와의 작별, 세존
과의 대화 따위
  @p 74
  를 회상해  보았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세존에게 하였던  말들을 하나하나씩 
다시 곰곰이 회상해  보았다. 그러자, 지금 생각해  보니 자신이 그 당시만 해도 
전혀 알지도 못했던  말들을 마구 내뱉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 그는 
당시 고타마에게, 부처인 고타마의 소중한 보물과  불가사의한 신비는 그의 가르
침이 아니라, 고타마가 일찍이  도를 깨닫는 순간 몸소 체험하였던 것, 그러니까 
말로는 표현할 수 없으며 가르칠 수도 없는  그런 것이라고 말하였던 것이다. 그
런데 바로 그것을 그 자신이 지금 몸소  체험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는 이제 
자기 자신을 몸소  체험하고 있음이 분명하였다. 아마 벌처 오래전부터  그는 그 
자신의 자기가 바로 아트만이며, 바라문과 똑같은  영원한 본질에서 생겨난 것이
라는 사실, 즉 범아일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이 자
기를 사색의 그물로  붙잡으려 하였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 자기라는 것을 결코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육체도 자기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감각의 유희도 자
기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색 또한 자아가 아니었고, 
오성도, 배워서 얻은 지혜도, 결론을 끄집어내고 기존의 사상으로부터 새로운 사
상을 실을 잣듯이  술술 만들어내는 그런 습득된 재주도 자기가  아니었다. 그렇
다, 이러한 사유의 세계도 역시 여전히 차안의 세계에 있었던 것이며, 설령 감각
이라는 우연한 비본질적인 자기를 죽이고 그 대신에 사고와 학식이라는 또 다른 
우연한 비본질적인 자기를 제아무리 살찌운다 하더라도, 결국
  @p 75
  어떠한 목표에도 다다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감각과  사유 두 가지 다 상당히 
좋은 것이었다. 그  두 가지의 배후에는 궁극적인  참뜻이 숨어 있었다. 두 가지 
모두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고, 더불어 유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두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도 경시되거나 과대평가되어서는 안 되었으며, 그  두 가
지로부터 가장 내밀한 것의  비밀스러운 소리들을 들어야 할 것이었다. 그는, 그 
소리가 얻으려고 노력해 보라고  명령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얻으려고 노력
하지 않으리라고, 그 소리가 멈추어 있으라고 권하는  장소 이외에는 그 어느 곳
에서도 멈추러 있지 않으리라고 마음먹었다. 무엇  때문에 부처 고타마는 일찍이 
많고도 많은 시간들 중에 하필이면 그 시간에 보리수 아래에서 좌정하여 정각을 
얻을 수 있었던가? 그는 한 음성을 들었었다.  그 나무 밑에 가서 휴식을 취하라
고 명령하는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었었다. 그리고 그는 금욕,  제사, 목욕 재계
나 기도, 먹는 것과 마시는 것, 잠자는 것과  꿈꾸는 것, 그 어느 것도 택하지 않
았었으며, 그는  내면의 소리에 따랐었다. 이처럼  외부의 명령이 아니라 오로지 
그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것, 이처럼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일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 그것은 좋은 일이었으며,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그것 말고
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강가에 있는 한 뱃사공의 초가집에서  잠을 자던 날 밤에 싯다르타는 꿈을 꾸
었다. 고빈다가 고행자의 누런 법복을 입고 자기 앞에 서 있었다. 고빈다는 슬퍼
보였으며, 자기
에게 슬픈 목소리로  「왜 자네는 나른 떠났지?」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고
빈다를 두 팔로  끌어안았다. 그는 고빈다를 자기 품에 끌어안고  입맞춤을 하였
다. 그런데 자기가 품에 끌어안고 입맞춤을 하고  있는 사람을 이제 보니 고빈다
가 아니라 어떤 여인이었다. 그 여인의 적삼  밖으로 풍만한 젖가슴이 봉긋 솟아
나왔다. 싯다르타는 그 젖가슴에 입을 갖다대고 젖을 빨아먹었다. 그 젖가슴에서 
나오는 젓은 달콤하고 강렬한 맛이  났다. 그 젖은 남자와 여자의 맛, 해와 숲의 
맛, 짐승과 꽃의 맛, 온갖 과일 맛, 온갖 쾌락의 맛이 났다. 그 젖은 그를 취하게 
만들었고 의식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싯다르타가 꿈에서 깨어났을 때, 초가집 문 
틈을 통하여 창백한 강물이 희끄무레하게 빛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으며, 숲속
에서는 부엉이의 어두운 울음소리가 은은하고 아름다운 가락으로 울려왔다.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자 싯다르타는 뱃사공인 집주인에게  강 건너로 실어다 
달라고 부탁하였다. 뱃사공이  그를 대나무로 만든 뗏목에 싣고 강을  건너고 있
을 때, 강의 넓은 수면은 아침 햇살을 받아 불그스레하게 반짝거렸다.
  「아름다운 강이로군요」 그는 뱃사공에게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뱃사공이 말하였다.  「매우 아름다운 강이지요, 나는 이 강을 
무엇보다도 사랑한답니다.  나는 자주 이 강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하였으며, 
자주 이 강의  눈을 들여다보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항상 이  강으로부터 배워왔
습니다. 우리는 강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답니다」
  강 건너편에 도착하자 싯다르타는 「은혜를 베풀어주신
  @p 77
  은인이시여, 당신께 감사를 드립니다」 하고  말하였다. 「고마우신 분이여, 당
신께 감사의 선물로  드릴 것도 없고 드릴 뱃삯도 없습니다.  바라문의 아들이자 
사문인 저는 정처없이 떠도는 신세입니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뱃사공이 말하였다. 「난 당신한테  뱃삯을 받으리라
는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손님한테 선물을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다
음번에 나에게 답례의 선물을 주게 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믿으시는 겁니까?」 싯다르타가 기쁜 마음으로 말하였다.
  「물론입니다. <모든 것은 다시 돌아온다> 이것도 강으로부터 배운 것이지요. 
사문인 당신도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자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당신의 우정을 
뱃삯으로 받은 걸로 해둡시다.  신들에게 제사를 올릴 때 나를 잊지  말고 내 몫
도 함께 빌어주길 바라겠습니다」
  미소를 지으면서 그들은  작별하였다. 싯다르타는 뱃사공의 우정과  친절을 생
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고빈다 같은 사람이야.> 싯다르타
는 미소를 지으며 생각하였다.  <내가 도중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들 고빈다
와 똑같단 말이야.  모두들 감사를 받아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도  오히려 고마움
을 느끼다니 말이야. 모두 다 겸손해하고, 모두  다 기꺼이 벗이 되고자 하고, 기
꺼이 순종하려 들고, 생각은  별로 하지를 않아. 그 사람들은 천진난만한 어린애
들이야.>
  정오 무렵 싯다르타는 어느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진흙
  @p 78
  을 발라 만든 자그마한 토담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에서 아이들이 뒹
굴며 놀고 있었는데, 호박 씨나 조개껍질을  가지고 놀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서
로 맞잡고 싸우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낯선 사문을 보자 무서워서  모두들 도망
쳐 버렸다. 마을 끝에는 길이 개울로 나 있었다. 개울가에서 젊은 아낙네가 무릎
을 구부리고 앉아 빨래를 하고 있었다. 싯다르타가 인사를 하자, 그 아낙네는 고
개를 들고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때 싯다르타는 그녀의  눈의 흰자
위가 반짝거리는 것을  보았다. 싯다르타는 나그네가 으례 하는 그런  축복의 인
사말을 한 다음, 큰 도시까지  가려면 아직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물었다. 그러
자 그녀는 일어나서 다가왔다. 젊은 아낙네의 촉촉한 입술일 아름답게 반짝였다. 
그녀는 싯다르타에게 농을 걸었으며, 벌써 식사는 하였는지, 사문들은 밤에 혼자 
숲속에서 잠을 자고  여자를 가까이하면 안 된다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이냐고 
물어왔다. 이때  그 여자는 왼발을 오른발  위에 올려놓으면서, 여자가 남자한테 
일종의 사랑의 향락을 요구할 때 취하는 그런  몸짓을 해보였다. 소위 사랑의 교
과서에서 <나무 타기>라고  부르는 그런 몸짓이었다. 싯다르타는  몸 속의 피가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전날 밤에 꾼 꿈이 떠올라, 그 여
자 쪽으로 약간 허리를 구부리고는 갈색을 띤  그녀 젖꼭지에 입을 맞추었다. 눈
을 들어 쳐다보니, 그녀의 얼굴을 색욕으로 가
  @p 79
  득한 미소를 흘려 보내고 있었으며,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욕정에 못 이겨 애
원하는 것 같았다.
  싯다르타 역시 갈망을 느꼈으며, 성욕의 샘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
만 그는 아직 한  번도 여자와 접촉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두  손은 벌써 그
녀를 붙잡을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한 순간 머뭇거렸다. 그리고 바
로 그 순간 그는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듣고  흠칫 놀라 소름이 돋았다. 그 소리는 
그에게 <안 된다>고  말하였다. 이 소리가 들리자 젊은 여인의  미소 띤 얼굴에
서 매력이 싹 사라져버렸다. 그 여인이 오로지  음욕으로 눈이 촉촉이 젖은 발정
한 암컷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다정하게 여인의 뺨을  어루만져준 다음 
그녀로부터 몸을 돌려, 실망에 빠진 그녀를 뒤로 한 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대나
무 밭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이날 그는 저녁이  되기 전에 큰 도시에 당도해서 기뻤는데,  그것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그리웠기 때문이다. 그는 너무나 오랫동안 숲속에서 생활을 해왔다. 전
날 밤 그가 묵었던 뱃사공의 초가집이 지붕 밑에서 오랜만에 잠을 잔 첫번째 집
이었던 것이다.
  도시 입구,  아름답게 울타리를 둘러친 어느  숲 부근에서, 방랑객 싯다르타는 
바구니를 들고 가는 한 무리의 하인 하녀들과  우연히 마주쳤다. 네 사람이 메고 
가는 잘 치장한 가마 한가운데에는 그들의  여주인이 알록달록한 해가리개 아래, 
붉은 방석 위에 앉아  있었다. 싯다르타는 그 유원 입구에 멈추어  서서 그 행렬
을 구경하였으며, 하
  @p 80
  인들, 하녀들, 바구니들, 가마, 그리고 그  가마 속에 탄 부인을 바라보았다. 높
이 들어올린 까만 머리카락 밑으로 매우 해맑은, 매우 온유한, 매우 영리한 얼굴
이 보였다. 선홍빛  입술은 막 터진 무화과  열매 같았고, 눈썹은 휘어진 활처럼 
곱게 손질된 채 그려져 있었고, 까만 눈동자는 영리하고 사려 깊어 보였다. 하얗
고 길다른 목덜미가 초록빛과 황금빛의 겉저고리  위로 오뚝하니 올라 있었으며, 
널찍한 황금 팔찌를 낀 투명한 빛깔의 길고 가느다란 두 손은 무릎 위에 단정히 
놓여 있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그 여인의  모습을 보고 싯다르타의 가슴이 기쁨에 뛰놀았
다. 그 가마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그는 몸은 낮게 숙였다. 그러고는 다시 반듯
하게 서서 그  여인의 화사하고 고운 얼굴을 바라보았으며, 둥그스름한  천장 모
양의 영리한 두 눈의 눈빛을 잠시 동안  읽어냈으며, 자신이 알지 못하는 야릇한 
향내를 풍기는 입김을  느꼈다. 그 아름다운 여인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
덕이고 있었다. 그것도 한  순간, 그 여인은 곧 숲속으로 자취를 감추어버렸으며 
뒤이어 하인들도 사라져버렸다.
  <이 도시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이런 광경을  보게 되다니 좋은 징조로군.> 싯
다르타는 생각하였다. 그는 당장이라도 그 유원지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러자 그때서야 비로고, 입구에 서 
있는 지신의 모습을 하인들과  하녀들이 어떤 눈초리로 쳐다보았던가 하는 생각
이 났다. 얼마나 경멸하는 눈초리로 자기를 쳐다보았던가, 얼마나 불신하는 눈초
리로
  @p 81
  자기를 쳐다보았던가, 얼마나 쫓아내려는  듯한 눈초리로 자기를 쏘아보았던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던 것이다.
  <나는 아직 사문이지.> 그는  생각하였다. <아직도 변함없이 여전히 고행자요 
구걸하는 거지 신세  아닌가. 이런 꼴로 그대로  있어서는 안 될거야, 이런 꼴로 
유원지 안에 들어가서는 안 될거야.> 이 생각을 하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는 가장 가까이에서  걸어오는 사람에게 그 유원지에 대한 것을,  그리고 그 
여인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그리하여  그는 이것이 카말라의 정원, 즉 유명한 기
생인 카말라의 정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가  이 정원 말고도 시내에 집 
한 채를 더 소유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 후 그는  시내로 들어갔다. 이제 그에게는 하나의 목표물이  생겼던 것이
다.
  자기의 목표물을 뒤쫓으면서,  그는 그 도시에 자신의 몸을 내맡겨  거기에 빨
려 들어갔으니, 길  위에서 인파에 떠밀려 다니기도  하였고, 이 거리 저 거리에 
멈춰 서 있기도 하였고, 강가의 돌계단 위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였다. 저녁 무
렵 그는 한 이발소 조수와  사귀게 되었다. 싯다르타가 맨 처음 그를 보았을 때, 
그는 지붕이  둥근 건물의 그늘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다음에  다시 비슈누 
사원에서 기도 드리고 있는 그이 모습을 보았었다. 그는 이발소 조
  @p 82
  수에게 비슈누와 락슈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싯다르타는 그날  밤 강가에 
매어놓은 나룻배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이발소에 첫 손님이  오기 전에, 
그 이발소 조수한테  수염을 깎았으며, 머리카락도 자르게 하고 빗질도  하게 하
고 좋은 머릿기름도 바르게 하였다. 그런 다음  그는 강물에 들어가 목욕도 하였
다.
  오후 늦게 가마를 탄 아름다운 카말라가 정원에  거의 다 왔을 때, 싯다르타는
입구에 서 있다가  몸을 굽혀 절을 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답례 인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행렬 맨 뒤에 오고 있던 하인을  손짓으로 오라고 한 다음, 한 젊은 
바라문이 대화를 나누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여주인에게 알려달라고 청하였
다. 한참 후에 그 하인이 되돌아와서는,  기다리고 있던 싯다르타에게, 자기를 따
라오라고 하였다. 싯다르타는 그 하인 뒤를 따라갔다. 그 하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를 정자로  데리가 간 다음 그 자리를 떴다.  거기에는 카말라가 휴식
용 침상에 누워 있었다. 이제 카말라 옆에는 싯다르타 혼자밖에 없었다.
  「당신은 이미 어제 저 밖에 서 있다가 나한테 인사를 하지 않았던가요?」 카
말라가 물었다.
  「사실 나는 이미 어제 그대를 보았으며 그대에게 인사를 하였소」
  「하지만 어제는 수염을  기르고 있었고, 긴 머리카락에다, 그리고 머리카락에
는 먼지가 잔뜩 묻어 있지 않았던
  @p 83
  가요?」
  「그대의 관찰력은 대단하시군요,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다 보셨군요. 그
대는 어제 싯다르타를  보았소. 브라만의 아들인 그는 사문이 되기  위하여 고향
을 떠나 삼 년동안 사문 생활을 했었소. 그렇지만  나는 이제 사문의 그 좁을 길
을 떠나 이 도시로 왔는데, 이 도시에 발을  들여놓기 직전에 맨 처음 만난 사람
이 바로 그대였소. 카말라여, 내가 그대에게 온  것은 이 말을 하기 위해서요. 그
대는 싯다르타가 눈을  내리깔지 않고 말을 거는 최초의 여인이오.  앞으로는 행
여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는 일이 있더라도, 나는  결코 눈을 내리깔지 않을 것이
오」
  카말라는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며 공작 깃  부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러
더니 이렇게 물었다.  「그러니까 싯다르타가 나를 찾아온 목적이 오로지  이 말
을 하기 위해서란 말인가요?」
  「그대에게 이  말을 하기 위하여,  그리고 그대가 너무나  아름답다는 사실에 
대하여 그대에게 감사드리기  위하여 온 것이오. 그리고 만약 언짢게  여기지 않
는다며, 카말라여, 그대에게  나의 친구가, 나의 스승이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바
이오. 나는 그대가 도통한 그런 방면의 기술에는  아직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오」
  그러자 카말라가 큰 소리로 웃었다.
  「친구분, 숲에서 나온  사문이 와서 나한테 배우고 싶어한 것은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에요. 긴 머리카락다 치부  가리개마저 갈기갈기 찢어진 차림을 
하고
  @p 84
  사문이 나를 찾아온 것도 한 번도 없었던  일이구요. 많은 젊은이들이 나를 찾
아오는데, 그 중에는 바라문의  아들도 있지요. 그러나 그들은 아름다운 옷을 입
고, 세련된 신발을 신고, 머리카락에서는 좋은  향내가 나고, 지갑에는 돈을 두둑
이 넣어 가지고 오지요. 이보세요 사문, 나를 찾아오는 젊은이들은 모두 그 정도
라구요」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벌써  나는 그대한테서 배우기 시작하고 있소. 어제도 
벌써 나는 배운 바가 있었소. 벌써  나는 수염을 깎았고, 머리카락을 빗질하였고, 
머리카락에 기름도 발랐소.  훌륭한 그대여, 아직 나에게  없는 것은 얼마 안 되
오. 세련된 옷, 세련된  신발, 지갑 속의 돈, 나에게 없는  것은 이것뿐이오. 그런
데 싯다르타는 그런 사소한 것들보다 더 어려운 일을 해내기로 결심하였으며 그 
일을 해냈소. 그런데 어떻게  내가 어제 결심하였던 것, 그러니까 그대의 친구가 
되고 그대한테서 사랑의  기쁨을 배우길 결심하였던 것을 이루어내지 못하겠소? 
카말라여, 그대는 내가 가르쳐볼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오. 그대가 
나에게 가르체게 될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을 나는 배워왔소. 그러니까 아무튼지, 
머리카락에 기름은 발랐으나 옷도 신발도 돈도 없는 지금 처지의 싯다르타는 그
대 마음에 차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웃음을 지으면서 카말라가  소리쳤다. 「그래요, 귀하신 분,  아직은 마음에 차
지 않아요. 나한테 귀한 손님  대접을 받으려면 옷을, 그것도 멋진 옷을 입지 않
으면 안 되고 신발을, 그것도 예쁜 신발을 신지 않으면 안 되고, 그리고
  @p 85
  지갑에는 돈을 두둑이 넣고 있지 않으면 안  되고, 카말라에게 줄 선뭉릉 가져
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숲에서 온 사문이여, 이제 아시겠어요? 내 말을 가슴 깊
이 새겨두셨나요?」
  「그걸 가슴 깊이  새겨두었소이다」 싯다르타가 소리쳤다. 「그렇게  예쁜 입
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어찌 명심하지 않을  수가 있겠소? 카말라여, 그대의 입은 
마치 방금 터진 무화과 열매  같소이다. 나의 입도 붉고 싱싱하오. 나의 입은 그
대의 입과 잘 어울릴 것이오.  그대도 그렇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오. 그렇지
만 말해 보오, 아름다운 카말라여, 사랑을 배우기 위하여 숲에서 나온 사문이 전
혀 두렵지 않소?」
  「도대체 내가 무엇 때문에 그런 미욱한  사문을, 재칼들 무리에서 빠져나왔으
며 아직 여자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도 못하는 그런 숲에서 나온 사문을 두려워
하겠어요?」
  「오, 그 사문은  강하지요, 그리고 그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소. 아름다운 
아가씨, 그가 그대를 강제로 범할 수도 있을지 모르오. 그가 그대를 겁탈할 수도 
있을지 모르오. 그가 그대에게 고통을 줄지도 모르오」
  「아니에요, 사문 양반, 나는 그런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여태까지 어떤 사
문이나 어떤 브라만이, 누군가가 와서 자기를  묶어놓고 자기한테서 학식이나 경
건한 믿음, 그리고 심원한 통찰력을 강탈해  갈까봐 두려워하였던 적이 있었던가
요? 아니지요. 그런  사람에게는 그것들이 모두 자기의 고유한  재산이기 때문이
지요. 그리고 그런 사람은 그
  @p 86
  것들 중에서 오직 자기가 주고 싶은 것만을  주고, 자기가 주고 싶은 사람들에
게 주기 때문이지요. 그런 거예요. 카말라의 경우도 그것과 한 치도 틀림없이 똑
같아요. 그리고 사람의 기쁨이라는  것도 그것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지요. 카말
라의 입은 예쁘고 빨갛지요.  그러나 카말라의 뜻에 어긋나게 그 입에  한 번 입
맞추려고 해보세요.  그러면 그렇게 많은 단맛을  줄 수 있는 그  입에서 당신은 
말귀를 잘 알아듣는 분이라면 이것도 배워두세요.  사랑이란 구걸하여 얻을 수도 
있고, 돈을 주고 살  수도 있고, 선물을 받을 수도 있고, 거리에서  주워 얻을 수
도 있지만, 그러나  강탈할 수는 없는 거예요. 그래요, 만약에  당신처럼 예의 바
른 젊은이가 그런 잘못된 방식으로 일을 저지르려고 한다면 그건 유감스러운 일
이 될 거예요」
  싯다르타는 미소를 지으면서 몸을 숙였다.  「유감스럽겠지요, 카말라, 정말 지
당한 말이오. 참으로 유감천만이겠지요. 안 되지요,  그대 입에서 나온 단맛이 나
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지 못한 채  단 한 방울이라도 그냥 사라져버려서는 안 되
지요.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싯다르타는 아직 자신에게  없는 것, 그러니까 옷, 
신발, 돈을 갖게 되면  다시 오기로 한다. 그렇게 정합시다. 그런데, 사랑스런 카
말라여, 나에게 작은 충고를 하나 더 해줄 수는 없겠소?」
  @p 87
  「한 가지 충고라?  해드리고 말고요. 재칼 같은  사문들이 사는 숲에서 나온, 
가난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한 사문한테  한 마디 충고를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
겠어요?」
  「사랑하는 카말라여,  그러면, 어디로 가야 그  세가지를 가장 신속하게 얻을 
수 있는지 좀 일러주시오」
  「이보세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알고 싶어하지요. 당신이 배운 일을 하셔야
지요. 그리고 그 대가로 돈과 신발과 옷을 얻도록 해야지요. 가난한 사람이 돈을 
손에 쥐는 데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어요. 도대체  당신은 무슨 일을 할 수 있
지요?」
  「나는 사색할 줄을 아오. 나는 기다릴 줄을 아오. 나는 단식할 줄을 아오」
  「그 밖에 할 줄 아는 일을 아무것도 없나요?」
  「아무것도 없소. 아니오,  나는 시를 지을 줄도  아오. 내가 시를 한  수 지을 
터이니 그 대가로 나에게 입맞춤을 한번 해주겠소?」
  「당신의 시가 마음에 들면 그렇게 하겠어요.  도대체 어떤 시인지 궁금하군요

  싯다르타는 한 순간 생각을 집중하고 난 다음 이렇게 시를 읊었다.
  녹음이 우거진 정원에 아름다운 카말라가 들어섰고
  그 정원 입구에 갈색으로 그을린 사문이 서 있었네.
  연꽃 같은 그녀를 보았을 때, 그가 꾸벅
  몸을 숙여 절하자, 미소지으며 카말라 답례하였네.
  @p 88
  신들에게 자신을 바치느니, 그 젊은이 생각하였지, 차라리,
  아름다운 카말라에게 자신을 바치는 편이 차라리 더 나으리.
  카말라는 손목에 찬 금팔찌가 소리내며 울릴 정도로 크게 손뼉을 치며 좋아하
였다.
  「갈색으로 그을린 사문이여, 당신의 시는  아름답구요. 그리고 정말이지, 내가 
그 시의 대가로 당신에게 입맞춤을 해주어도 하나도 아까울 것이 없겠어요」
  그녀는 눈짓으로 그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몸을 숙여  그녀의 얼굴 
위에 자신의 얼굴을 대고,  마치 방금 터진 듯한 무화과 열매  같은 그녀의 입에 
자신의 입을  얹었다. 카말라는 그와  오랫동안 입맞춤을  하였는데, 싯다르타는, 
그녀가 자기한테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그녀가 얼마나 지혜로운가, 그녀가 어
떻게 자기를 마음대로 지배하고, 자기를 기피하듯 퇴짜를 놓고, 자기를 유혹하여 
끌어들이는가, 그리고 이 첫번째 입맞춤이 있고 난  다음 뒤이어 제각기 맛이 다
른 일련의 질서정연하고 능수능란한 입맞춤이 어떻게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가를 
느끼고는 마음 속 깊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는 깊은  숨을 내몰아 쉬며 
선 채로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 그는  풍성한 지식고 배울 만한 가치가 있
는 무수한 것들이 자기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보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놀라 어
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p 89
  「매우 아름다워요, 당신의 시는」 카말라가 외쳤다. 「만약 내가 부자라면 당
신한테 그 대가로 금화를 드릴 텐데요. 그러나  시로 당신의 필요한 만큼의 많은 
돈을 벌기란 어려울 거예요. 당신이 만약 카말라의 친구가 되고 싶다면, 많은 돈
이 필요하니까요」
  「어떻게 입맞춤을 그렇게 할 수가 있소. 카말라?」 싯다르타는 더듬거렸다.
  「그래요, 난 이미 그런  능력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나에게는 옷이며 신발이
며 팔찌며  아름다운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부족한 것이 없지요.  하지만 당신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당신은  사색하는 것, 단식하는 것, 시를 짓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잖아요?」
  「나의 제의가도 부를  수 있지만」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런 노래들을 더 이상 부르지  않을 작정이오. 나는 주문도 욀 줄 알지만, 그러
나 앞으로는 주문을 더 이상 외지 않을 작정이오. 나는 경전들을 읽었지만」
  「멈추세요」 카말라가 말을  중단시켰다. 「당신은 글을 읽을 줄  아나요? 그
리고 쓸 줄도 아나요?」
  「물론 그런 것을 할 줄 알지요. 많은 사람이 그런 것을 할 줄 알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능력이  없어요. 나도 그런 것을 할 줄 모른답니다. 
당신이 글을 읽고 쓸 줄 안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에요, 아주 좋은 일이란 말
이에요. 또 주문도 써먹을 수가 있을 거에요」
  @p 90
  바로 그 순간 한 하녀가 뛰어 들어와서는 여주인의 귀에 대고 어떤 전갈을 속
삭였다.
 「손님이 왔어요」 카말라가 소리쳤다.  「서둘러 사라지세요, 신다르타. 아무도 
당신이 이곳에 있는  것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꼭 명심하세요! 내일  다시 
보기로 해요」
  카말라는, 그 경건한  바라문에게 하얀 겉옷을 갖다주라고  하녀에게 지시하였
다. 무슨 영문인지도  전혀 모른 채 싯다르타는 하녀한테 이리저리  이끌려 다니
다가 길을 빙빙 돌아서 어느  정자 있는 곳으로 가서 겉옷을 선사받고는 덤불이 
우거진 수풀 속으로 인도되었다. 그리고 아무 눈에도  띄지 않게 그 숲에서 즉각 
사라져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았다.
  그는 하녀가  시키는 대로 군소리없이 따랐다.  그 숲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터라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정원에서 빠져나가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었
다. 그는 옆구리에  옷을 둘둘 말아 낀  채 흡족한 마음으로 시내로 되돌아갔다. 
그는 나그네들이 묵고 가는 어떤  객사 대문에 서서 아무 말 없이 먹을 것을 청
하였으며, 아무 말 없이 쌀로 만든 떡 한 조각을 받아들었다. 아마도 내일부터는 
아무한테도 먹을 것을 청하지 않을 것이다, 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그의 내면에서 갑자기 자부심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사
문이 아니었으며, 구걸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그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니었다. 
그는 구걸한 떡을 개한테 던져주고 먹을 것이 없는 상태로 지냈다.
  @p 91
  <세상 사람들이 영위하는 삶이란 단순하군> 싯다르타는 생각하였다.  <아무런 
어려움이 없군. 내가  아직 사문이었을 때에는 만사가 어렵고 힘겨워  희망이 없
었는데. 그런데 이제는  만사가 쉽구나, 카말라가 나에게 가르쳐준 입맞춤만큼이
나 만사가 쉽구나. 나는  돈과 옷을 필요로 할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 그런 것은 작고 가까운 목표야. 그런 것 때문에 잠을 방해받지는 않지.>
  이미 오래전에  그는 시내에 있는  카말라의 집을 알아두었었다.  다음날 그는 
그곳으로 찾아갔다.
  「일이 순조롭게  되는군요」 그녀가  그를 맞으면서 소리쳤다.  「카마스와미 
댁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는 이 도시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랍
니다. 당신이 그 사람 마음에 들면 단신을 고용할 거예요. 갈색으로 그을린 사문
이여, 지혜롭게 처신하세요. 내가  다른 사람들을 통하여 그 사람에게 당신 이야
기를 하게끔  해두었어요. 그에게 공손하고 상냥하게  구세요, 그는 아주 대단한 
권세를 갖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초라할 정도로  너무 겸손하게 굴지는 말아요. 
나는 당신이 그의  하인이 되는 것은 원치  않아요. 그와 동등한 사람이 되세요. 
만약 그렇지  않으면 나는 당신한테  만족하지 못할 거예요.  카마스와미는 늙기 
시작하고 편하게  살고 싶어하니까, 당신이  마음에만 들면 그  사람은 당신에게 
많은 일을 맡길 거예요」
  @p 92
 싯다르타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하고는 웃어보였다. 그녀는  싯다르타가 어제
와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자,  사람을 시켜 빵과 과일을 가져
오게 하여 접대하였다.
  헤어질 때  그녀가 「단신은 운이  좋았어요」 하고 말하였다.  「당신이 가는 
길 앞에 문이 하나씩 하나씩 열리는 구요.  어떻게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풀리지
요? 어떤 신통력을 갖고 있는 건가요?」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어제 내가  그대에게, 나는 사색할 줄도, 기다릴 줄도, 
단식할 줄도 안다고 이야기하였는데, 하지만 그대는  그런 능력이 아무짝에도 쓸
모 없다고 생각하였소. 그러나 그런 능력이 많은 일에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카
말라, 그 사실을 그대는 알게 될 것이오.  그대는, 숲에 살고 있는 사물들이 그대
들은 할 수  없는 그런 많은 근사한 일을 배우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오. 그저께까지만 하더라도  여전히 나는 수염이 무성한  거렁뱅이에 불과하
였지만, 어제 나는  벌써 카말라와 입맞춤을 하였고,  곧 상인이 되어 돈을 갖게 
될 것이고 그대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물건들을 모조리 갖게 될 것이오」
  「그럴 수도 있겠죠」 그녀는 시인하였다. 「하지만  만약 내가 없다면 당신의 
처지가 어떨까요? 만약 카말라가 당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당신은 어떤 존재일
까요?」
  「사랑하는 카말라」 싯다르타는 몸을 곧추 일으켜  세웠다. 「내가 그대를 찾
아 숲에  있는 그대의 정원으로 갔을  때 나는 첫걸음을 내대딘  셈이었소.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
  @p 93
  게 사랑을 배워보자는  것이 나의 계획이었소. 그 계획을 마음속에  품을 바로 
그 순간부터, 내가  그 계획을 이루어 내리라는 것과 그대가  나를 도와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소. 그대의  정원 입구에서 그대의 눈길을 처음 본  순간 이미 나
는 그것을 알고 있었소」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하려들지 않았을 수도 있었잖아요?」
  「그대는 그렇게 하고자  하였소. 이보세요, 카말라, 만약  그대가 돌멩이 하나
를 물 속에 던지면, 그  돌멩이는 곧장 그 물 아래 밑바닥에 가라앉게 되겠지요. 
싯다르타가 하나의 목표, 하나의 계획을 세무면 바로 그렇게 되지요. 싯다르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아요. 그는 기다리고, 그는 사색하고, 그는  단식을 할 뿐이지
요. 그러나 그는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채,  몸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마치 물 
곳을 뚫고 내려가는 그  돌멩이처럼, 세상 만사를 뚫고 헤쳐나가지요. 그는 이끌
려가면 이끌려가는  대로,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놔두지요. 그의 목적이 그를 
끌어 잡아당기지요. 왜냐하면, 그의 목적에 위배되는 것은 그 어느 것도 자기 영
혼 속에  들여보내지 않기 때문이오.  이것이 바로 싯다르타가  사문들한테 배운 
것이오. 이것이 바로 어리석은 사람들이 마술이라고 부르는 것이오. 어리석은 사
람들은 이것을 마귀들이 부린 조화라고 말들  하지요. 아무것도 마귀들이 조화를 
부려 생겨나는  것은 없지요, 마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사람이라면 누구
나, 사색할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단식할 줄 안다면, 마술을 부릴 수 있으며, 
자기 
  @p 94
  의 목적을 이룰 수 있소」
  카말라는 그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그녀는 그의 목소리를 사랑하였으며, 그의 
두 눈에서 나오는 눈빛을 사랑하였다.
  「아마 그럴지도 모르죠」그녀는 나지막하게  말하였다. 「당신이 말한 대로인
지도 모르죠. 하지만 아마 싯다르타가 근사한 남정네라서, 그의 눈길이 여인네들
을 반하게 만들어, 그 때문에 그에게 행운이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르죠」
  싯다르타는 그녀와 작별의  입맞춤을 하며 말하였다. 「나의 여스승이시여, 그
러면 좋겠소. 나의 눈길이 항상 그대 마음에 들면 좋겠소. 항상 그대로부터 나에
게 행운이 찾아 오기를 바라겠소」
  @p 95
  어린애 같은 사람들 곁에서
  싯다르타는 상인 카마스와미 집으로 갔다. 그는 부유한 집으로 안내를 받았다. 
하인들이 비싼 양탄자가  깔린 거실 사이에 있는 작은 방으로  그를 안내하였다. 
그는 거기서 집주인을 기다렸다.
  카마스와미가 들어왔는데, 거의  백발이 다 되어가는 머리카락에  아주 영리하
고 신중한  눈, 그리고 탐욕스러운 입을  지닌 민첩하고 유들유들한 사람이었다. 
주인과 손님은 서로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내가 듣기로는」그 상인이  입을 떼었다. 「당신은 학자인 바라문이고, 상인
한테서 일자리를 찾는다면서요. 바라문이여, 당신은 일자리를 구해야 할 만큼 곤
궁한 상태에 빠져 있나요?」
  @p 96
  「아닙니다」싯다르타가 말하였다.  「저는 곤궁한 상태에  빠져 있지도 않고, 
이제껏 한 번도 곤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사문들과 살다가 사문 
생활을 청산하고 나왔습니다」
  「사문들과 살다 온  사람이라고 곤궁하지 말라는 법이 있습니까? 사문들이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완전한 빈털터리 아닙니까?」
  「저는 빈털터리이지요」싯다르타가 말하였다.  「당신이 말씀하시는 의미대로
라면 말입니다. 확실히 저는  빈털터리입니다. 그렇지만 그건 제가 좋아서 한 일
이고, 저는 곤궁한 것이 아닙니다」
  「한데 당신이 빈털터리라면 무엇으로 살아가실 작정이오?」
  「저는 아직까지 한 번도 그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나으리. 저는 3
년 이상을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얼 먹고 살아가
야 할지 그런것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다른 사람의 소유물로 살아오셨군요?」
  「어쩌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군요.  그렇지만 사실 상인도  다른 사람들의 
물건으로 살아갑니다」
  「그럴 듯한 말씀입니다.  그렇지만 상인은 남의 물건을 거저 얻는  것은 아니
지요. 그는 그 대가로 다른 사람에게 자기 물건을 주지요」
  「사실상 사람 사는  실정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군요. 누구나  서로 주고받는 
것, 인생이란 그런 것이지요」
  @p 97
  「하지만, 실례가 될지  모르나 한 가지 물어도 될까요?  당신은 빈털터리인데 
도대체 무얼 주겠다는 것이오?」
  「누구나 자기가 같고 있는 것을 주지요. 전사는 힘을 주고, 상인은 상품을 주
고, 선생은 가르침을, 농부는 쌀을, 그리고 어부는 물고기를 주지요」
  「아주 지당한  말이오. 그런데 당신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지요? 당신이 
배운 것,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지요?」
  「저는 사색할 줄 압니다. 저는 기다릴 줄 압니다. 저는 단식할 줄 압니다」
  「그게 전부인가요?」
  「저는 그게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쓸모가 있지요? 예컨대 단식 같은 것  말인데요, 그게 무
엇에 좋지요?」
  「나으리, 그것은 아주  좋습니다. 단식은 먹을 것이  떨어 졌을 때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지요. 예컨대 싯다르타가 단식하는 법을  배우지 않
았다면 당신한테서, 아니면  다른 데서라도 오늘 당장 아무 일자리건  얻지 않으
면 안 되었을 것입니다. 배가 고파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게 될 테니까요. 그렇
지만 싯다르타는 이렇게 태연하게 기다릴 수 있으며, 초조해하지도 않고, 곤궁해
하지도 않으며,  설령 굶주림에 오래 시달릴지라도  웃어넘길 수 있습니다. 나으
리, 단식이란 그런 데에 좋은 것입니다」
  「당신 말이 옳아요, 사문 양반. 잠시 기다려봐요」
  카마스와미는 밖으로 나갔다가 두루마리를 하나 가지고
  @p 98
  다시 들어와서 그것을 손님에게 건네주며 「이것을 읽을 수 있소?」하고 물었
다.
  싯다르타는 매매계약서가 적혀 있는 그 두루마리를 살펴 보더니 그 내용을 낭
독하기 시작하였다.
  「훌륭합니다」카마스와미가 말하였다.  「그러면 이  종이위에 나를 위해  몇 
자 좀 써주겠소?」
  그가 종이와 붓을 주자 싯다르타는 글을 써서 그 종이를 되돌려주었다.
  카마스와미는 그 내용을 읽어보았다. 「글을 쓰는 것은 좋은 일이고, 사색하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지혜로운 것은 좋은 일이고, 참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당신은 정말로 훌륭하게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지녔군요」상인은 칭찬하
였다. 「우리가 서로  나눌 이야기가 많이 있을 것이오. 오늘은  이쯤 해두고, 우
리 집의 손님으로 이 집에 기거하면 좋겠군요」
  싯다르타는 고맙게 그  부탁을 받아들여 그 상인의 집에 기거하게  되었다. 옷
과 신발이 그에게 제공되었으며,  하인 한 명이 매일 그를 위해  목욕 준비를 하
였다. 하루에  두번씩 풍성한 식사가 나왔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하루에 한끼만 
식사를 하였으며, 고기도 먹지 않았고 술도 마시지 않았다. 카마스와미는 그에게 
자기 사업 이야기를 해주었고, 그에게 상품과 창고를 보여주었으며, 상품의 특색
을 나타내는 갖가지  상표를 보여주었다. 싯다르타는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
었으며, 많이 듣고  적게 말하였다. 그리고 카말라가 한 말을  잊지 않고서, 결코 
그 상인에게 종속
  @p 99
  당하지 않았으며,  그 상인이 부득이 자기를  동등하게 대우할 수밖에 없게끔, 
아니 사실은  그 이상으로 대우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카마스와미는 자기 
사업을 꼼꼼하게, 때로는  정열적으로 이끌어나갔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이 모든 
것을 마치 유희 같은 것으로  여겼다. 따라서, 비록 그가 그 유희의 규칙을 정확
하게 배우려고 애쓰기는  하였지만, 그 유희의 내용이 그의 마음에  감동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하였다.
  싯다르타는 카마스와미의 집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집주인의 사
업에 끼여들게  되었다. 그러나 날마다  그는 아름다운 카말라가  일러준 시간에 
아름다운 옷을 입고  멋진 신발을 신고서 그녀를 찾아갔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 선물까지 갖다주게  되었다. 그녀의 붉고 영리한 입은 그에게  많은 것
을 가르쳐주었다. 그녀의 섬세하고 유연한 손은 그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사랑에는 아직도 여전히 어린아이에 불과한 그에게,  맹목적이고도 물릴 줄을 모
른 채 마치 바닥이 없는 심연 속으로 뛰어들듯 쾌락의 늪 속으로 뛰어드는 그에
게, 그녀는  근본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가르쳐주었다. 사람은 누구나 쾌락을 
주지 않고서는 받을 수 없으며, 몸짓  하나하나, 어루만짐 하나하나, 접촉 하나하
나, 눈길 하나하나가 모두  제각기 비밀을 지니고 있으며, 인체의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 하더라도 각기  나름대로 비밀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비밀은 
자극받아 깨어나면 그 비밀을 아는 사람에게 아무 때라도 행복감을 안겨줄 준비
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p 100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사랑의 잔치가 끝난  후 서로가 상대방에게 경
탄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로, 그리고 똑같이 정복당하고  정복하였다는 감정을 
갖지 못한 채로  불만스러운 상태로 헤어짐으로써, 둘 중 어느  한쪽이라도 질렸
다든가 허전하다든가 하는  마음이 생기거나, 상대방을 강제로  범했다든가 상대
방에게 강제로 당하였다는  나쁜 감정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도 
가르쳤다. 그는 이  아름답고 영리한 여자 예술가 곁에서 황홀한  시간들을 보냈
으며, 그녀의 제자가  되었고, 그녀의 애인 겸 친구가 되었다.  그가 살아가는 현
재 생활의 가치와 의의는 카말라한테 있는  것이었지, 카마스와미의 장사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상인은 중요한  서류와 계약서 작성을 그에게 맡겼으며, 모든  주요 용건들
을 그와 상의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상인은, 싯다르타가 
쌀이나 면,  선박 운송이나 무역에 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지만  그의 손이 
행운을 가져다주는 손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가 침착함이나  마음의 안정면에서
는, 낯선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든가  마음을 꿰뚫어본다든가 하는 기술면에
서는, 자기를 휠씬 능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바라문은」그는 한 
친구에게 말하였다.  「진짜 상인도 아니고 결코  진짜 상인이 되지도 않을거야. 
그의 영혼이 정열적으로 사업에 몰두한 적이 한 번도 없거든. 그러나, 그가 좋은 
별자리를 타고 태어나서인지,  마술을 부려서인지, 사문들한테 그 무엇인가를 배
워서인지는 몰라도, 아무
  @p 101
  튼 그는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성공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지니는 비밀을 
지니고 잇어. 언제나 그는 사업을 단지 장난하듯이 하는 것처럼 보이네. 그는 한 
번도 사업에 몰두한 적이  없으며, 한 번도 사업이 그의 마음을  지배한 적이 없
으며, 한 번도 그는 실패를 두려워해 본 적이 없으며, 한 번도 손해보는 것을 걱
정한 적이 없네」
  그 말을 듣고  친구가 상인에게 이렇게 충고하였다. 「그가 자네를  위해 하고 
있는 그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의 3분의 1을  그에게 주게. 그렇지만 손해가 나게 
되면 그 손해의 3분의 1을 그에게 변상하도록  해보게. 그러면 그가 더욱더 열성
를 보이게 될거네」
  카마스와미는 그 충고를 따랐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그런 것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이익이  생기면 덤덤하게 받아들였고,  손해가 생기면  웃으면서 「그래, 
이번에는 일이 잘못 풀렸군」하고 말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사실 그는 사업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투였다. 그가 언젠가 한  번은 수확기
에 쌀을 다량으로 구매하기 위하여 시골 마을로  출장을 떠난 적이 있었다. 그러
나 그가 그곳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쌀이 다른 상인에게 팔려버리고 난 후였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무르면서  농부들에게 향응
을 베풀기도 하고, 아이들에게는 동전을 나누어주기도 하고, 결혼식이 있으면 그 
자리를 참석하여  함께 축하해 주기도  하며 보내다가, 아주  만족하여 출장에서 
돌아왔다. 카마스와미는 그가 진작 돌아오지 않았다고, 돈과 시간을 쓸데없이 낭
비하였다고 비난을 해댔
  @p 102
  다. 그러자 싯다르타는 이렇게 대꾸하였다.「여보세요,  제발 그만 좀 나무라세
요! 나무란다고 어떤 일이 제대로  된적은 없잖습니까. 만약 손해가 생겼다면 그 
손해는 제가  부담하도록 해주세요. 저는 이번  출장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과 알게 되었습니다. 한 바라문은 저의  친구가 되었으
며, 아이들이 저의 무릎에 올라타기도 하였으며, 농부들은 저에게 자기들의 전답
을 보여주었으며, 아무도 저를 장사꾼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모두 다 아주  대단히 유쾌한 일이로군!」카마스와미는 언짢아서  소리를 질
렸다. 「그러나  당신은 뭐니뭐니해도 사실은  장사꾼이라는 것을 꼭  말해 두고 
싶소. 아니면, 당신은 도대체가 단지 즐기기 위하여 출장을 떠났다는 말이오?」
  「물론입니다」싯다르타는 웃으면서  말하였다. 「확실히 저는  즐기려고 출장
을 떠났던 것입니다.  그 밖에 다른 목적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저는 여러 사람
들과 지역들을  알게 되었으며, 친절과 신임을  얻는 기쁨을 누렸으며, 친구들을 
사귀어 우정을 얻었습니다. 이보세요, 친애하는  나으리, 제가 만약 카마스와미였
다면, 쌀 구매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을 안 즉시 잔뜩  화가 치밀어서 황급히 
되돌아와 버렸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정말로 시간과  돈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자
초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좋은 나날을 보냈으며,  배움을 얻었으며, 기쁨
을 누렸으며, 분노나  성급함 때문에 제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를 입히
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언젠가 추후에 나올
  @p 103
  수확물을 사기 위해서, 또는  그 밖의 다른 목적으로 그곳에 다시  갈 일이 있
으면, 그곳의 친절한 사람들이 저를 다정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맞아줄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으로 그 당시에 성급하고  불쾌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데 대한 보
답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이보세요. 그 문제는 이쯤  해두는 것이 좋
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를 책망함으로써 스스로 손해를 자초하는  일을 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만약 〈저 싯다르타라는 작자가  나한테 손해를 입히고 있다〉
고 생각하는 날이  오면 저에게 그렇다고 한마디만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면 싯
다르타는 자신의  길을 갈 것입니다.  그러면 그때까지는 우리  서로간의 불만을 
갖지 않도록 합시다」
  싯다르타가 카마스와미 자기의 빵을 얻어먹고 있다는 사실을 싯다르타에게 납
득시키려고 하였던 그  상인의 시도도 이렇게 하여 허사가 되고  말았다. 싯다르
타는 자기  자신의 빵을 먹고 있었으며,  아니 그보다는 오히려 그들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빵을, 모든 사람들의 빵을 먹고 있었다. 싯다르타는 한 번도 카마
스와미가 걱정하는 문제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카마스와미는 걱정거리가 
많았다. 진행중인 사업이 당장에라도 실패할 것처럼 보이거나, 발송한 물품이 분
실되어 버린 것처럼 보이거나,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것처럼 보일 때에, 그는 
걱정하는 말을 늘어놓거나,  분통을 터뜨리거나, 주름살이 잡히게 이마를 찡그리
거나,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였다. 그러면 동업자인 싯다르타는 그렇게 해보아
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카마스와
  @p 104
  미의 언행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언젠가 한 번은 카마스
와미가 싯다르타에게 모든 것을 자기  한테서 배워 아는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
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꾸하였다. 「제발 그 따위 우스갯소리로 저를 조롱하려 
들지 마세요. 생선 한  바구니 값이 얼마라든가, 빌려준 돈에 대하여 얼마만큼의 
이자를 요구할 수 있는가, 이런 것은 물론 당신한테 배웠어요. 그것이 당신의 학
문이지요. 소중한 카마스와미여,  하지만 사색하는 것은 당신한테 배우지 않았어
요. 차라리 그런 것을 나한테 배우도록 해보시지요」
  사실 그의 영혼은 장사하는 데 가 있지  않았다. 물론 자기가 카말라에게 갖다
줄 돈을 버는 데에는 사업이란 유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사업을 통하여 자
신이 필요로 하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예전에  싯다르타는 사람들
이 하는 사업들, 수공업들, 근심 걱정들,  오락들이나 어리석은 행위들을 마치 달
나라처럼 낯설고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겼었다. 그런데 지금 그가  관심과 호기심
을 갖고  있는 대상은 오로지  사람들뿐이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모든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일을 그는 쉽
게 해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무엇인가 차이점이  있음을 느끼
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바로 그의 사문 정신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어린아이
나 짐승 같은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러한 삶의 방식을 
사랑하는 동시에 경멸하였다. 그는 사람들이, 자기 생각에는 그런 대가를
  @p 105
  치를 만한 가치가 없는  것들, 그러니까 돈이나 사소한 즐거움, 하찮은 체면을 
얻기 위하여 애를  쓰고 괴로워하고 늙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들이 서로를 
욕하고 모욕을 주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사문이라면 웃어넘길 수도  있는 그런 
고통 때문에 그들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았으며,  사문이라면 없어도 괜찮다고 느
낄 그런 것이 없어서 고통을 다하는 것을 보았다.
  싯다르타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가져오는  모든 것을 마음을 활짝 열고 받아주
었다. 그는 자기에게 아마포를 사라고 내놓는 장사꾼을 환영하였고, 자기에게 돈
을 꾸어달라고 찾아오는  채무자도 환영하였으며, 어느 사문하고  비교해도 결코 
그 절반도 가난하지 않은데도 한 시간 동안이나 가난하다고 신세 타령을 늘어놓
는 거지도 환영하였다.  외국에서 온 부유한 무역상이라 할지라도 그는  자기 수
염을 깎아 주는 하인에게 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대하였으며, 바나나를 팔면
서 몇 푼 더 벌려고 속임수를 쓰려드는  노점 상인에게도 똑같은 대우를 하였다. 
그는 카마스와미가  찾아와 걱정거리를 하소연하거나 어떤  사업 때문에 자기를 
책망할 때에도 잔뜩  호기심을 차서 명랑하게 그 말을 귀담아  들어주기도 하고, 
그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기도  하고, 그를 이해해 보려고 하기도 하고, 도저
히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생각되면,  그의 말이 다소 옳다고 해주기
도 하였다. 그러다가도  다음 사람이 찾아오면 그에게서 몸을 돌리고  새로운 사
람을 맞았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아왔다. 어떤 사람들은 그와 거래를 트

  @p 106
  위하여 찾아왔고, 어떤 사람들은  그를 속이기 위하여, 어떤 사람들은 그의 속
마음을 떠보기 위하여, 어떤  사람들은 그의 동정을 사기 위하여, 어떤 사람들은 
그의 충고를 듣기 위하여 찾아왔다. 그는  충고를 해주었고, 동정을 해주었고, 선
물을 선사하였고, 조금은 속아넘어가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예전에 신들이나 바
라문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던 만큼이나 이제 그는 이런 모든  유희들에,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유희를 하는 데 들인 정성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이따금씩 그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죽어가는  낮은 음성이 나지막하게 경고하
는 것을,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나지막하게 하소연하는 것을 느끼곤 하
였다. 그러고나면 그는  한 시간 가량, 자기가  이상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
을, 자기가 순전히 유희에 불과한 그런 일들을 하며 지내고 있다는 것을, 자기가 
어쩌면 명랑한 기분인 것도  같고 이따금씩은 기쁨을 느끼기도 하지만 본래적인 
진짜 삶은 자기 곁을 스쳐 지나가 버리고 자기와 아무 접촉도 없다는 것을 의식
하게 되는 것이었다. 마치 공을  가지고 노는 사람이 공을  가지고 장난치듯, 그
는 자기 사업을 가지고  장난쳤으며, 주변 사람들을 데리고 놀았으며, 그들을 바
라보면서 그들을  위안 삼아 재미있어  하기도 하였으나, 진실한  마음으로 자기 
존재의 원천을 지닌 채 거기에 임한 것은  아니었다. 존재의 원천은 자기 자신과
는 멀리 동떨어진  어딘가에서 흐르고 있었으며, 눈에 띄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
으며, 자기 자신의 생활과는 이제 더 이상 아
  @p 107
  무 상관이 없었다. 어떤 때는 그러한 생각들을 하면서 흠칫 놀라는가 하면, 어
린애 같은 사람들이 날마다 하는  일이라는 것이 비록 유치하긴 하지만 그런 모
든 일상적인 활동에 열성을 가지고  진심으로 참여할 수 있는 처지라면 참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옆에 서서 구경만 하는 
그런 방관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정말로 실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실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정말로 기쁨을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여건이 자기에게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다시 아름다운 카말라를  찾아가서는, 사랑의 기교를 배웠
으며, 주고받는 행위가 어느 곳보다도 가장 잘  하나가 되는 그런 쾌락의 의식을 
행하였으며, 그녀와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었으며,  그녀한테서 가르침을 받았으
며, 그녀에게  충고를 해주기도 하고 그녀한테서  충고를 받기도 하였다. 그녀는 
옛날에 고빈다가  싯다르타를 이해하였던 것보다 싯다르타를  더 잘 이해하였으
며, 그녀는 고빈다가  싯다르타와 닮았던 것보다 더 많이 싯다르타와  닮아 있었
다.
  언젠가 한 번은 그가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은 나와 비슷해. 당신
은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라. 당신은  딴사람들과는 생판 다른  오직 마칼라일 
뿐이야. 당신의 내면에는 당신이 매순간마다 그  속에 파고들어가 편안하게 안주
할 수 있는 그런 고요한  은신처가 하나 있어. 나도 당신과 마찬가지야. 그런 은
신처를 갖고 있는 사람은 얼마
  @p 108
  안 되지. 하지만 도든 사람이 다 그런 은신처를 갖고 있는지도 몰라」
  「모든 사람이 다 영리하지는 않아요」카말라가 말하였다.
  「아니야」싯다르타가 말하였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야. 카마스와미는 나
만큼이나 영리해. 그렇지만 그는  자기 내면에 은신처를 갖고 있지 않아.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지적인 능력은 어린애 수준밖에 안  되면서도 그런 걸 갖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이야, 카말라, 바람에 나부껴 공중에서 이리저리 빙빙 돌며 
흩날리다가 나풀거리며 땅에  떨어지는 나뭇잎 같은 존재야. 그러나 얼마  안 되
는 숫자이긴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하늘에 있는 별 같은  존재로서, 고정불변의 
궤도를 따라서  걸으며, 어떤 바람도 그들에게  다다르지는 못하지. 그들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그들  나름의 법칙과 궤도를 지니고 있지. 모든  학자들과 사문들 
가운데, 그들 중 많은 사람을 나는 알았지,  한 사람이 그런 종류의 존재, 완성자
였는데, 나는 그 분을 결코 잊을 수가 없어.  그 분이 바로 세존 고타마, 그 가르
침을 만천하에 고지하신  분이지. 수천 명의 제자들이 날마다 그  분의 가르침을 
듣고 있고, 매시간마다 그 분의 규율을 따르고 있지만, 그러나 그들은 모두가 떨
어지는 나뭇잎과 다를바  없는 존재야. 그들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가르침과 법
칙을 갖고 있지 않아」
  카말라는 미소를 지의면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또 다시 그  분 이야기
군요」그녀는 말하였다. 「또다시 사문
  @p 109
  생각을 하고 있군요」
  싯다르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사랑의 유희를 즐겼는데, 
그것은 카말라가 알고 있던 삼사십가지의 서로 다른 사랑의 유희들 가운데 하나
였다. 그녀의 몸은 마치  재규어의 몸처럼, 그리고 마치 사냥꾼의 활처럼 유연하
였다. 이러니 그녀한테서 사랑의 기교를 배웠었던  자라면 누구나 수많은 쾌락들
과 수많은 비밀들에 통달하였던 것이다. 오랫동안  그녀는 싯다르타를 데리고 놀
았다. 그녀는 그를 유혹하기도 하고, 퇴짜놓듯  다시 밀쳐내기도 하고, 자기가 원
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도록 그에게 강요하기도 하고, 그를  부둥켜안기도 하면
서, 마침내 그가 완전히  정복당하여 기운이 다 빠진 채 그녀  곁에 누워 휴식을 
취할 때까지, 그의 능숙한 솜씨를 실컷 즐겼다.
  그 창부는 싯다르타의 몸 위에 몸을 구부리고, 그의 얼굴을, 그리고 피로에 지
친 그의 두 눈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당신은 내가 만난 사람 중에서」그녀는 생각에  깊이 잠겨 이렇게 말하였다. 
「최고의 연애 대장이에요. 당신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힘이 세고, 더 유연하고, 
더 자발적이에요. 싯다르타, 당신은 나의 방중술을  잘 배웠어요. 언젠가 내가 나
이가 더 들게 되면 당신 아이를 갖고  싶어요. 내 마음은 이런데, 서방님, 당신은 
결국 사문으로 머물러 있었어요.  내 마음은 이런데,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
요. 당신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요. 그렇지 않은가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군」싯다르타는 피곤에 지쳐 말
  @p 110
  하였다. 「나는  당신과 마찬가지니까. 당신도  사랑이라는 것을  하지 않잖아.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사랑을 하나의 기술로서 행할 수가 있겠어? 우리 같은 부
류의 인간들은 아마도 사랑이라는 것을 할 수  없을 거야. 어린애 같은 사람들은 
사랑을 할 수 있지. 그것이 바로 그들의 불가사의한 비밀이야」
  @p 111
  윤회
  오랫동안 싯다르타는 속세의 삶,  쾌락의 삶을 살았으나, 그런 삶에 완전히 빠
져들어 동화된 것은  아니었다. 격렬한 사문 시절에 억눌렸던 관능이  다시금 눈
을 뜨고 깨어났으며, 그는 부유함을 맛보았으며,  환락을  맛보았으며, 권력을 맛
보았다. 그렇지만 그는  오랫동안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사문으로  머물러 있었으
니, 이러한 사실을 그 영리한 여자 카말라가 제대로 알아차렸던 것이다. 그의 삶
의 방향은 여전히  사색과 기다림, 그리고 단식의 기술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있
었으며, 어린애 같은  속세의 사람들은, 그가 그들에게  낯선 존재였듯이, 그에게
는 여전히 낯선 존재로 남아 있었다.
  여러 해가 흘러갔건만, 무사안일한 생활에 휩싸여 싯다
  @p 112
  르타는 세월이 지나가는  것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부자가 되었
다. 그는  오래전에 자신의 집과 하인들을  소유하였으며, 교외의 강가에 정원도 
하나 갖게 되엇다. 사람들은  그를 좋아하였으며, 돈이나 충고가 필요할 때면 그
를 찾아오곤  하였지만, 카말라를 빼놓고는  아무도 그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없었다.
  그가 옛날 한창  젊은 시절, 그러니까 고타마의  설법을 듣고 난 뒤, 고빈다와 
작별하고 난 다음의 날들에, 몸소 체험하였던 저 높고 밝은 깨달음, 저 긴장으로 
가득 찬 기대, 가르침도 스승도 없이 홀로 있던 저 자부심에 찬 고독, 그리고 자
기 자신의 마음속에서 신의 음성을 듣겠다던지 유연한  준비 자세, 그 모든 것이 
점차 추억이 되어버렸으며  덧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한때는  가까이에 있었으며 
한때는 좔좔 큰 소리를 내며  흘렀던 그 신성한 샘물이 이제는 멀리서 나지막한 
소리를 낼 뿐이었다. 하기야  그가 사문들한테서 배웠던 많은 것, 그가 고타마한
테서 배웠던 많은 것, 그리고 그가 바라문인 아버지한테서 배웠던 많은 것, 예컨
대 절도 있는 생활, 사색의 기쁨, 침잠의  시간들, 그리고 육신도 의식도 아닌 영
원한 자아인 자기에  대한 비밀스러운 앎 등이  여전히 오랫동안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것들 가운데 상당 부분이 그의 마음속에  분명히 남
아 있기는 하였으나,  이제는 하나둘씩 아래로 가라앉아버린 상태였으며, 먼지로 
뒤덮여 버리고 만 상태였다. 마치 도공의 선반이  일단 돌기 시작하면 한참 오랫
동안 돌다가 서서히 힘이 떨어져 끝내
  @p 113
  는 딱 멈추고 마은 것처럼, 싯다르타의 영혼 속에서도 금욕의 바퀴, 사색의 바
퀴, 분별의  바퀴가 오랫동안 돌았었고  아직도 여전히 돌고는  있었지만 이제는 
천천히 멈출 듯 말듯  머뭇머뭇 돌며 정지 상태에 가까이 와  있었다. 마치 축축
한 물기가 죽어가는 나무 줄기 속을 뚫고 들어와 서서히 그 속을 채우고 그것을 
썩게 만들듯이, 싯다르타의 영혼 속에도 세속과 나태함이 뚫고 들어왔으며, 그것
들이 서서히 그의 영혼을 메웠으며, 그것을 묵직하게 만들어버렸으며, 그것을 자
치고 권태롭게 만들어버렸으며, 그것을 잠들게 만들어버렸다. 그의 영혼 대신 그
의 감각들이 살아나게 되었는데, 그 감각들은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경험
하였다.
  싯다르타는 장사하는 법, 사람들에게 권력을 휘두르는 법, 그리고 여자들과 즐
기는 법을 배웠으며,  아름다운 옷을 입는 법, 하인들을 부리는  법, 그리고 향기
로운 냄새가 나는 물 속에서 목욕하는 법을  배웠다. 그는 섬세하고 꼼꼼하게 마
련한 요리, 생선과 들짐승과 날짐승의 고기, 양념과 단 음식을 먹는 법을 배웠으
며, 사람을 게으르게 만들고 만사를 잊게 해주는 술을 마시는 법도 배웠다. 그는 
주사위놀이와 장기놀이를 하는 법, 무희들을 감상하는  법, 가마를 타는 법, 그리
고 부드러운 침대 위에서 잠자는 법을 배웠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자기가 다
른 사람들과는 다른  유별난 존재라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뛰어난  존재라고 느
꼈으며, 언제나 그들을 약간  조롱하는 마음으로, 약간 비웃는 듯한 경멸감을 가
지고, 그러니까 사문이 속세 사람
  @P 114
  들에 대하여 변함없이 느끼는 바로 그런  경멸감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카마스
와미가 속상해할 때마다, 화를 낼 때마다,  모욕감을 느낄 때마다, 장사 걱정으로 
애타게 괴로워할  때마다, 싯다르타는  카마스와미의 그런모습을 항상  비웃음을 
담은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서서히  그리고 눈에 띄지는  않을 정도이기는 
하지만, 수확기와 우기가 몇차례  지나가는 동안, 그의 비웃음은 점차 지친 기색
을 드러냈으며, 그의 우월감은  점차 잠잠해져 갔다. 점차 부유해지는 동안 싯다
르타 스스로가  서서히 어린애 같은 인간  부류가 지니는 면모, 즉  구김살 없는 
천진난만함과 왠지 불안해하는 소심함을 어느 정도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부러워하였는데, 자신이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 닮아갈수
록, 그만큼 더 그들을  부러워하였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는 없는데 그들은 가
지고 잇는 한 가지,  즉 그들은 자신들의 삶에 중요성을 부여할  줄 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들은 기쁨도 불안함도 열렬하게 드러낼 줄 알았으며, 영원한 열애
의 불안하지만 달콤한 행복을 맛볼 줄 알았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줄곧 자기 
자신에게, 아내에게, 자식들에게, 명예나  돈에, 여러 계획이나 갖가지 희망에 홀
딱 반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점,  바로 이런 점은, 그러니까  어린애 같은 
즐거움이나 어린애 같은  어리석음은 그들한테서 배우지 않았다.  그가 그들한테
서 배운 것은  자기 자신이 경멸해 마지않았던  바로 그것, 즉 불쾌한 태도였다. 
그는 전날 저녁에 사교 모임이  있었을 경우 다음날 아침 멍한 기분으로 피로감
을 느끼면
  @P 115
  서 오랫동안 드러누워  있는 일이 점점 더 잦아졌다. 카마스와미가  온갖 근심
을 늘어놓아  지겹게 할 때면 그는  참지 못하고 성급하게 화를  내기도 하였다. 
주사위놀이에서 질때면  지나치게 큰 소리로  웃는 일까지 생겼다.  그의 얼굴은 
아직까지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영리하고  지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런 표정들, 그러니까 불만스런 표정, 기분 나빠하는 
표정, 우울한 표정, 나태한 표정, 몰인정한 표정을 하나둘씩 짓기 시작하였다. 서
서히 그는 부자들이 잘 걸리는 영혼의 병에 걸렸다.
  지치고 지겨운 기색이 마치 너울처럼, 마치  엷은 안개처럼 싯다르타를 드리우
고 있었으며, 그  기색은 서서히, 날이 갈수록 약간씩 더  짙어지고, 달이 갈수록 
약간씩 더 칙칙해지고, 해가 갈수록 약간씩 더 묵직해졌다. 마치 새 옷이 시간이 
흐르면서 낡아빠지게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본래의 아름답던  색깔을 잃어버리
고, 얼룩이 생기고, 주름이 잡히고, 솔기가 닳아 해어지고, 여기저기에 해어진 자
국과 꿰맨  자국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처럼, 고빈다와 작별한  후 시작하였던 
싯다르타의 새로운 삶도 낡아빠지게 되고, 흘러가는  세월과 더불어 색깔과 광택
을 잃어버리고, 얼룩과 주름이 쌓이고, 환멸과 역겨움이 그 밑바닥에 숨은 채 여
기저기에 이미 흉한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싯다르타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
고 있었다. 그는  단지, 예전에는 자신의 내면에 깨어 있었던,  그리고 자신의 찬
란했던 한창
  @P 116
  시절에는 매번 자신을 이끌어주었던 그 밝고 확실한 음성이 침묵을 지키는 상
태가 되어버렸다는 사실만을 깨닫고 있었다.
  그는 세상이라는 덫에 사로잡혀버렸다. 그는  쾌락, 욕구, 태만에 사로잡혀버렸
으며, 그리고 마침내는  그 자신이 끊임없이 가장 어리석은 것으로  경멸하고 조
소해 마지  않았던 악덕인 탐욕에도 사로잡혀버렸다.  그는 결국 소유물, 재산과 
부에도 사로잡힌 꼴이었으니, 그런 것들이 그에게는  유희나 하찮은 장난이 아니
라 사슬과 짐이  되었다. 싯다르타는 온갖 술수가 판을 치는  이상야릇한 인생행
로를 걷던 도중에 주사위 노름에 끼여듦으로써 이 마지막 가장 창피스러운 예속 
상태에 빠져들게 되었다. 말하자면  싯다르타는 마음속으로 사문이기를 포기하였
던 순간부터 줄곧,  예전 같으면 미소를 지으면서 어린애 같은  인간들의 습속이
라고 마지 못해  끼여들었던, 돈과 귀중품을 따먹기 위한 노름에  점차 광분하면
서 열정적으로 덤비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겨루기를 꺼리는 두려
운 노름꾼이었다. 감히 그와 승부를 겨루려는 자가 얼마 되지 않을 정도로, 그가 
노름에 건 판돈은  파렴치하다 할 만큼 어마어마한 거액이었다. 그는  도저히 어
찌할 수  없는 마음의 욕구 때문에  부득이 그런 도박을 하였다.  사람을 비참할 
정도로 괴롭히는 돈을 그렇게 도박으로 물쓰듯 탕진해 버리는 것이 그에게 노여
움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다른 어떤  방식으로도 그는 장사꾼들의  우상인 부에 
대한 경멸감을 이보다 더 분명하고 냉소적으로 나타내 보일 수가 없었
  @p 117
  던 것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증오하면서,  그리고 자기 자신을 비웃으면서, 엄
청난 판돈을  가차없이 걸고 도박을  하여 수천금을 몽땅  쓸어버리기도 하였고, 
수천금을 모조리 날려버리기도 하였다. 그는 도박으로 돈을 잃기도 하고, 귀중품
을 잃기도 하고, 시골의  별장을 잃기도 하였으며, 그것들을 다시 땄다가 또다시 
잃기도 하였다. 그는 불안감, 그러니까 주사위  노름을 하는 동안, 그리고 막대한 
판돈 때문에 걱정하는 동안 가슴을 죄는 듯한  두려운 불안감, 바로 그 불안감을 
사랑하였으며, 언제나 그 불안감을 고조시키려고 하였으며, 그 불안감이 주는 자
극을 점점  더 높이려고 하였다.  왜냐하면 지겨울 정도로  물려버린 미지근하고 
맥빠진 자신의 삶에서 그러한 감정 속에라도 빠져야만 그나마 자신이 행복 같은 
어떤 것, 도취 같은 어떤 것,  고양된 삶 같은 어떤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
다. 그는 큰 손실을  당하고 나면 그때마다 매번 어떻게 하면  새로운 부를 획득
할 수  있을까를 궁리하였으며, 더 열성적으로  장사에 매달렸으며, 빌려간 돈을 
갚으라고 채무자들을 더 지독하게 달달 볶아댔는데,  그것은 그가 앞으로도 계속 
도박을 하고, 앞으로도 계속 돈을 탕진하고, 앞으로도 계속 부에 대한 자신의 경
멸감을 드러내 보여주고자 하였기 때문이었다. 싯다르타는  손해를 보게 되면 침
착함을 잃어버렸으며, 기한을  어기는 채무자에 대한 참을성도 잃어버렸으며, 거
지들에 대한 선량한  친절함도 잃어버렸으며, 간절하게 부탁하는  사람들에게 돈
을 희사하는 재미도, 돈을 빌려
 @p 118
  주는 재미도 잃어버렸다. 노름할 때에는 주사위 한  번 잘못 던져 만금을 잃고
도 그냥 웃어넘겨 버리는  그가, 장사에서는 더 지독해지고 더 인색해졌으며, 밤
에는 이따금씩  돈 꿈을 꾸는 일마저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런  흉측한 마법의 
상태로부터 깨어날 때마다, 침실의 벽에 걸린 거울에서  더 나이 들고 더 흉측하
게 변해 있는 자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수치심과 구역질이 자신을 덮칠 때마다, 
새로운 노름으로,  관능적인 쾌락과 주지육림의  마취 상태 속으로  계속 도망을 
쳤다. 그러고는 그  도피 상태로부터 다시 빠져나와 재산 축적과  돈벌이의 충동
으로 되돌아왔다.  이러한 무의미한 악순환을 계속하는  가운데 그는 지치고, 늙
고, 병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경고의 꿈을 꾸었다. 저녁 시간 내내  그는 카말라의 집
에, 그녀의 유원지에 있었다. 그들은 나무  밑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카말라가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꺼냈는데, 그  말들의 배후에는 슬픔과 관태
가 감추어져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고타마에  관하여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하였
다. 그녀는 싯다르타가, 그의 눈에 얼마나  순수하였던가, 그의 입이 얼마나 고요
하고 아름다웠던가, 그의  미소가 얼마나 자비로웠던가, 그의 걸음걸이가 얼마나 
평화로웠던가, 그러한 이야기를  아무리 많이 해주어도 흡족해하지  않고 고타마
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하였다. 그는 오랫동안 그녀에게  거룩한 부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자  카말라는 한숨을 지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언젠가는, 아마도 곧, 나
  @p 119
  도 그 부처님을 따르게 될 거예요. 나는 그  분에게 이 유원지를 바치고 그 분
의 가르침에 귀의할 거예요」
  그러자 그렇게  말한 후에도 그녀는  그를 유혹하였으며, 그와  사랑의 유희를 
즐기는 가운데, 마치  이러한 허망하고 덧없는 쾌락으로부터 다시 한  번 마지막
으로 남아 있는 단 한 방울의 달콤한  맛이라도 짜내려고 작정이라도 한듯이, 깨
물어뜯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면서, 비통할  정도로 간절한 열정으로 그를 
자기에게 붙들어맸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싯다르타가 이러한 환락이 죽음과 얼
마나 가까운 관계에  있는가를 이 순간만큼 분명하게 느낀 적이  없었다. 사랑의 
유희가 끝나고 싯다르타는  그녀 옆에 누워 있었다. 카말라의 얼굴이  바로 가까
이에 있었다. 그는 그녀의 눈  아래 부위와 입 언저리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분명하게, 불안감을 나타내는 어떤 문자를 읽어냈다. 섬세한 선들과 잔 주름살이 
만들어내는 그 문자는  가을과 늙음을 상기시켜 주었다. 이제 겨우  사십대에 들
어선 싯다르타 자신도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여기저기 희끗희끗 모습을 드러내
는 흰 머리카락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카말라의 얼굴에는  고달프고 권태로
운 기색이, 아무런 즐거운 목표도 없이 걸어온  오랜 인생 행로에 대한 고달프고 
권태로운 기색이 역력하게 나타나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그러한 기색뿐만 아
니라 그녀가 시들어가고 있다는  표시, 그리고 아직 한 번도 입밖에  낸 적이 없
으며 아마 한 번도 뚜렷하게 의식된 적도  없을 숨겨진 두려움, 말하자면 늙음에 
대한 두려움, 인생의 가을에 대한 두려움, 필연적으로 죽을
  @p 120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한 숨겨진  두려움도 나타나 있었다.  한숨을 내쉬며 
그는 그녀와 헤어졌다. 영혼은 불쾌감과 은폐된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와 헤어지고 난  후 싯다르타는 무희들과 함께  자기 집에서 술을 마시며 
그날 밤을 보냈다. 그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그럴 처지도 아니면서, 그 자리에 
함께 어울린 같은 신분의 사람들보다 더 우월한  척 거만하게 굴었으며, 술을 많
이 마시고  밤늦게 자정이 지나서야, 피곤하기는  하였지만 흥분한 상태로, 거의 
절망에 빠져 당장 울음이라도 나올 것 같은  격앙된 상태로 잠자리에 들었다. 한
참 동안 아무리 잠을  청해 보아도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의 마음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비참한 심정으로 가득  찼으며, 미적지근하고 역
겨운 술 맛,  너무나 달콤 하지만 허전한  음악, 무희들의 너무나 간드러지는 미
소, 그녀들의 머리카락과 가슴에서 풍겨나오는 너무나 달콤한 향내, 이런 것들과 
더불어 구토감이 온몸에  파고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구역
질 나게 하는 것은  이 모든 것보다는 오히려 자기 자신,  그러니까 향내가 코를 
찌르는 자기의 머리카락, 자기 입에서 풍겨 나오는 술 냄새, 살갗의 맥풀린 피로
감과 불쾌감, 바로 이러한 것들이었다. 마치 너무 많이 먹어대고 너무 많이 마셔
댄 사람이 먹고 마신 것을  고통스러워하면서 다시 토하여 버리고 나면 속이 가
벼워지고 시원해져 상쾌감을 느끼듯이, 그 잠 못 이루는 자는, 엄청나게 거센 구
토감의 파도에 휩쓸린 상태에서, 이런한 향락, 이러한 고질적인 습관, 이러한 무
  @p 121
  의미한 생활 전체와 자기  자신의 무거운 짐으로부터 벗어나 편안해지기를 간
절히 원하였다.  드디어 아침 햇살이 비치고  시내에 있는 그의 집  앞 거리에서 
꼭두새벽에 나다니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릴 때쯤에야 비로소 그는 꾸벅
꾸벅 졸았는데,  꿈인 듯 생시인 듯  분명하지 않지만 자기가 잠을  자고 있다는 
막연한 예감이 잠시 들었다. 바로 이 순간에 그는 꿈을 꾸었다.
  카말라는 금빛  찬란한 새장에 자그맣고  희귀한 새를 한마리  기르고 있었다. 
그는 이 새 꿈을 꾼 것이었다. 그 꿈의 내용은 이러하였다. 아침만 되면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지저귀던 이 새의 소리가 웬일인지 들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쳐서 새장 쪽으로 다가가 새장 안을 들여다보니, 그 새는 죽어 있었고, 
이미 시체가 되어 바닥에 딱딱하게 굳은 채  쓰러져 있었다. 그는 새를 새장에서 
끄집어내어 한 순간 손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골목 밖으로 휙하니 던
져버렸다. 바로 그 순간 그는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
고 그의 마음은 쓰리도록  아파왔다. 마치 그가 이 새와 함께  자기의 내면에 있
는 가치 있는 모든 것과  선을 송두리째 내던져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그의 마음은 온통 고통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이 꿈에서 후다닥 깨어나면서 그는 깊은 비애감에 온통 사로잡혀 있음을 느꼈
다. 무가치하게, 무가치하고도 무의미하게 자기의 인생을 여태껏 질질 끌고 왔었
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의 손에는 이제 생명 있는 것, 이런저런
  @p 122
  소중한 것, 또는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마
치 난파자가 강가에 서 있는 모습처럼, 홀로 외롭고 허전하게 서 있었다.
  암담한 마음으로 싯다르타는 자기 소유의 어느 유원지 별장으로 가서 문을 걸
어 잠그고는 망고나무 아래에 정좌하였다. 그는 마음속에서 죽음을 느꼈으며, 가
슴속에 전율을 느꼈다. 그는  그렇게 앉은 채로, 이같은 느낌이 자신의 내면에서 
어떻게 죽어가는가, 자신의  내면에서 어떻게 시들어가는가, 자신의 내면에서 어
떻게 끝장이 아는가를 어렴풋이 느꼈다. 점차 그는 생각을 한 군데로 모아, 생각
해 낼 수 있는 맨 처음 날부터 시작하여,  자신이 걸어온 전체 인생 행로를 모조
리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더듬어보았다. 도대체  자기가 언제 어느 때 행복이라
는 것을 체험해  보았으며, 그리고 도대체 언제  진정한 환희를 맛보았던가? 아, 
그렇다, 그런 적이 있었다, 벌써 자기는 여러 차례 그러한 행복이나 환희를 맛보
았다. 소년 시절 자기는, 브라만들한테 칭찬을  들을 때면, 같은 또래의 소년들을 
훨씬 앞지르는 뛰어난  솜씨로 성스러운 경전의 구절들을  암송하거나, 학자들과 
토론을 벌이거나, 제사 지낼 때 도와주는 조수 노릇을 할 때면, 그러한 행복이나 
환희를 맛보았다. 그때  자기는 다음과 같은 마음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꼈
다.〈하나의 길이 네 앞에 놓여  있다. 너는 그 길을 걸어가게끔 소명을 받은 몸
으로, 온갖 신들이 너를  기다리고 계신다.〉그 후 자기는 어느덧 청년이 되었는
데, 사색의 목표가 점점 더 상승하여 같은 길을 추구하는 무리 가운데
  @p 123
  에서 군계일학처럼 출중한 인물이 되었으며, 바라문의  참뜻을 얻기 위하여 괴
로운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매번 도달한 새로운 지식은 자기의  마음속에 오로
지 새로운 가증만을 부채질하였다. 자기는 이런 청년 시절에도, 갈증에 목말라하
고 고통의 한가운데  있으면서, 소년 시절에 들었던 것과 똑같은  내면의 소리가 
또다시 들려오는 것을  느꼈다.〈떠나거라! 떠나! 너는 소명을  받은 몸이니라!〉
정든 고향을 떠나 사문 생활을 선택하였을 때에,  그리고 그 후 다시 사문들로부
터 멀리 벗어나서 완성을  이룬 자인 고타마에게 갔을 때, 그리고  또 그 완성자
로부터도 멀리 벗어나  불확실함 속으로 빠져 들어갔을 때에도, 자기는  바로 그 
내면의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자기가 그  내면의 소리를 들어 보지  못한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던가! 자기가 보다 더 높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여 본 지가 얼
마나 오래되었던가! 자기가 걸어온  길은 얼마나 단조롭고 황량하였던가! 자기가 
높은 목표도 없이,  갈증도 없이, 향상도 없이,  자그마한 쾌락들에 만족하면서도 
결코 흡족해하지 못한 채  헛되이 보낸 세월이 그 얼마나 길었던가! 그  여러 해 
동안, 스스로 의식하지는 못하였지만, 자기는 그 어린애 같은 무수한 사람들처럼 
되어보려고 무척 애를 썼고 또 그런 생활을  동경하여 왔다. 그러나 비록 그랬다 
하더라도 자기의 생활은 그들의 생활보다 훨씬  비참하였고 훨씬 빈약하였다. 왜
냐하면 그들의 목표가 자기의 목표가 될 수는  없고, 마찬가지로 그들의 걱정 근
심도 자기의 걱정 근심이 될 수는 없으며,  또 카마스와미류의 인간들의 전체 세
계라는 것이        
  @P 124
  사실 자기에게는 고작해야  단지 한 판의 놀이,  구경삼아 보는 한 바탕의 춤, 
한 마당의 희극에  불과하였기 때문이다. 단지 카말라만이  자기에게 사랑스러운 
존재였고, 자기에게  소중한 가치가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그녀가 아직도 그런 
존재일까? 자기가  아직도 여전히 그녀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일까,  또는 그녀 
역시 여전히 자기를 필요로  하고 있을까? 그녀와 자기가 끝없는 유희를 위하여 
사는 것이 과연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아니다, 그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
니다! 이런 유희야말로 바로 윤회라고  부르는 것이다. 어린 애들의 유희인 것이
다. 아마도 한번,  두 번, 열 번  정도는 애정을 지니고 놀아볼  만한 유희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러나 계속하여 언제까지나 영원히 그  유희를 반복한다면 과연 어
떨까?
  그때 싯다르타는 이 유희가 끝났다는 것을, 자기가  이 유희를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있던 어떤 것이 죽어버리고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날 하루종일 그는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고빈다를 생각하면서. 고타마를 생
각하면서 망고나무 아래  앉아 있었다. 겨우 카마스와미 같은 인간이  되기 위하
여 자기가 그 사람들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단 말인가? 밤의 어둠이 찾아들기 
시작할 때에도 여전히  그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는 고개를  쳐들어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하였다. <나는 여기  망고나무 아래, 나의  정원에 앉아 
있다.>
  @p 125
  그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자기가 망고나무 한  그루를,  자기가 정원을 하나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과연  반드시 필요한 일이며 과연 올바른 일일까? 그것은 
어리석고 유치한 장난이 아닐까?
  그는 이것들과도  관계를 청산하였으며, 이것들도  그의 내면에서 죽어버렸다. 
그는 일어서서  망고나무에 작별을 고하고  그 정원에도 작별을  고하였다. 그는 
그날 온종일 음식을 전혀 입에 대지 않았기  때문에 심한 허기를 느꼈다. 그러자 
시내에 있는 자신의 집, 아늑한 거실과 침대, 그리고 음식이 차려진 식탁이 생각
났다. 그는 지겹고 지친 듯한 미소를 짓더니,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고는 이 모든 
것들에 작별을 고하엿다.
  바로 그날 밤 싯다르타는 자신의 정원을 떠났으며, 그 도시를 떠났으며, 그 후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싯다르타가 도적들의 손에  잡혀간 것으로 생각한 카
마스와미는 오랫동안 사람들을  시켜 그를 찾아보도록 하였다.  카말라는 사람들
을 시켜 그의 행방을 수소문하지 않았다.  그녀는 싯다르타가 사라져버렸다는 소
리를 들었을  때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일을 항상  기다려오지 않았던가? 
그는 사문이며, 집 없는  떠돌이이며, 순례자가 아니던가? 그녀는 그와 마지막으
로 만났을 때 이런 사실을 가장 뼈저리게 실감하였었다. 그녀는, 이 상실의 고통 
한가운데에서도, 자기가 그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를 정말 그토록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애정으로 자기  가슴에다 끌어안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리고 자
신을 다시 한 번 그토록 남김없이 그
  @p 126
  에게 바쳐서 자신을 온통  독차지하도록 하였으며 자신의 머릿속이 온통 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사실을 떠올리며 그나마 다행스럽
게 여겼다.
  그녀는 싯다르타가 사라져버렸다는 소식을  맨 처음 들었을 때 창가로 걸어갔
다. 희귀한 새 한 마라를  잡아 가두어 놓은 금빛 찬란한 새장이 거기에 있었다. 
그녀는 새장의 문을  열더니 그 새를 끄집어내서는 날려보내 주었다.  그녀는 그 
새, 날아가는 그 새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오랫동안 눈길을 떼지 않고 바라보았
다. 그녀는 그날부터 어떤 손님도 더 이상 받지  않고 집 대문도 빗장을 걸어 잠
가버렸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싯다르타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임신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p 127
  강가에서
  싯다르타는 이미 그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을  걷고 있었다. 그는 오직 한 
가지 사실, 즉 자신이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으며, 자신이 여러 해 동안 영위해 
온 생활이 이제는  다 지나가 버린 과거지사가 되었으며, 구역질이  날 정도까지 
그 생활을 실컷 맛보고 남김없이  빨아 마셨다는 그 한 가지 사실만을 알 수 있
었을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가  꿈 속에서 보았던 새는 죽어 
있었다. 그 새는 그의  마음속에서 죽어 있었다. 그는 윤회의 업보에 휘말려들어
갔다. 마치 해면이 물을 가득 머금을 때까지 물을 흠뻑 빨아들였다. 그의 마음은 
권태와 번민, 그리고 죽음으로 온통 가득 찼으며, 그를 유혹할 수
  @p 128
  있는 것, 그를 기쁘게 해줄 수 있는 것, 그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이 이 세상
에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자신에 대하여 아무것도 알게 되지 않기를, 안식을 얻기를, 
죽기를 간절히 원하였다. 벼락이나 쳐서 자기를 박살내 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호랑이나 와서 자기를 먹어치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망각과 잠  속에 빠져 더 이
상 깨어나지 않도록 자기를  마취시키는 술이나 독약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
까! 자기가 접해 보지 않은 그런 불결한 것, 자기가 아직 저지르지 않은 그런 죄
악이나 어리석은  짓, 자기가 스스로에게  짐지우지 않은 그런  정신적 황폐함이 
도대체 아직도 있을까? 산다는 것이  그래도 아직 가능한 일일가? 몇 번이고 거
듭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쉬는 것, 배고픔을 느끼는 것, 또다시 식사를 하는 
것, 또다시 잠을 자는  것, 또다시 여자와 잠자리를 함께 하는 것,  이런 것이 과
연 가능할까? 자기에게는 이러한  순환이 다하여 바닥나 버리고 끝장나 버린 것
은 아닐까?
  싯다르타는 숲속에 있는  큰 강가에 이르렀는데, 예전에 그가 아직  젊었던 시
절 고타마가 사는 도시로부터 빠져 나올 때 어떤 뱃사공이 바로 이 강을 건네다
준 적이 있었다.  이 강가에서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머뭇머뭇하면서 강 기슭에  서 있었다. 자기는 피곤과 허기에 지쳐 쇠약한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계속 길을 가야 하며,  도대체 어디로, 어떤 목적으로 가야 
한단 말인가? 아니다,. 이제 더 이상 아무런   목적이 없으며, 이 모든 황량한 꿈
을 자신에게서 툭툭 털어내 버리겠다는, 이 
  @p 129
  김빠진 술을 토해  버리겠다는, 이 비참하고 수치스러운 짝이 없는  삶을 끝장
내 버리고야 말겠다는,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고통스러운 동경 외에는  다른 아
무것도 없었다.
  강 기슭에는 나무 한  그루, 야자나무 한 그루가 드리워져 있었는데, 싯다르타
는 그 줄기에 어깨를 기대고 서서 줄기를 팔로 껴안은 채 자기 아래쪽에서 하염
없이 흘러가는 초록빛  강물을 내려다보다가 문득, 나무 줄기를 안고  있던 팔을 
풀고 강물을 내려다보다가 문득, 나무 줄기를 않고  있던 팔을 풀고 강물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욕망에 가득차 있던  팔을 풀고 강물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욕망
에 가득차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어떤 소름끼치는 공허감이  강물의 수면에 
비치고 있었다. 그의  영혼 속에서 어떤 섬뜩한 공허감이 거기에  맞장구를 쳐댔
다. 그렇다, 자기는  끝장이다. 이제 자기에게는, 자신을 소멸시켜  버리는 일, 실
패로 돌어간 삶의  모습을 박살내어, 비웃고 있는 신들의 발치에다  그것을 던져
버리는 일밖에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  이것이야말로 자기가 바라마지 않았던 
위대한 구토 행위이며, 그것은 바로 죽음이며 자기가 증오하던 형식의 파괴이다. 
자기를, 이 개  같은 싯다르타를, 이 미친 놈을,  이 썩어문드러진 육신을, 이 축 
느러지고 타락한 영혼을  물고기들이 뜯어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물고기들과 악
어들이 자기를 뜯어먹는다면,  악마들이 자기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면  얼마나 좋
을까!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그는 물 속을 응시하였다.  그리고 거기에 비친 자기 얼
굴에 침을 뱉어버렸다. 극도로 지친 상태에서 그는  아래로 똑바로 떨어져 물 속
에 가라앉기 위하여 나무 줄기에 감고 있던 팔을 풀고 이리저리 약간 움
  @p 130
  직였다. 두 눈을 감은 채 그는 죽음을 향하여 떨어질 참이었다.
  바로 그때, 그의 영혼의 후미진 곳에서, 지칠 대로 지친 삶의 과거로부터 어떤 
소리가 경련하듯 부르르 떨며 울려왔다. 그것은 한  음절로 된 한 마디의 말이었
는데, 그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혼잣말로 웅얼거리듯 그 말을 내뱉었다. 그것은 
모든  바라문들이 기도를  시작하는 말이자  마치는  말로서, <완전한  것>이나   
<완성>을 뜻하는 성스러운 <옴>이었다.  그리고 그 <옴>이라는 소리가 싯다르
타의 귀전을 울리는 바로  그 순간, 깊이 잠들어 있던 그의  정신이 갑자기 눈을 
뜨고 자신의 행위가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싯다르타는 소스라치듯 깜짝  놀랐다. 그러니까 자기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
단 말인가!   이처럼 길을 잃고서, 이처럼 갈피를 못 잡고 헤매며 자기한테서 모
든 지식을 다 떠나보내  버린 결과 죽음을 찾아 헤맬 수도  있는 그런 지경까지, 
육신을 소멸시킴으로써 안식을 얻고 싶어하는 욕망이,  이 어린아이 같은 욕망이 
자기의 내면에서 크게  자라나게 될 수도 잇는  지경가지 와 있단 말인가!  지난 
몇 해 동안 온갖  번뇌와 온갖 각성과 온갖 절망도 해내지  못하였던 일을, 옴이 
그의 의식 속으로 뚫고 들어온 바로 이  순간이 해냈으니, 그는 비참함과 미망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자신을 깨달았던 것이다.
  「옴!」그는 혼잣말로 소리를 내었다. 「옴!」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는 바라문
을 알게 되었으며, 생의 불멸성을 알게
  @p 131
  되었으며, 자신이 까맣게 잊고 있었던 모든 신성을 다시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깨달음은 단지 섬광처럼 스쳐가는  한 순간에 불과하였다. 싯
다르타는 옴을 웅얼거리다가, 피곤에 지쳐 온몸을 쭉 편 채. 야자나무 밑동에 풀
석 쓰러져 머리를 나무 뿌리에 베고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너무 깊이 잠든 나머지 그는 꿈을 꾸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그는 이렇게 깊이 
잠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마치 십 
년쯤 지나가 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나지막한 강물 소리를 들었으며, 자
기가 어디에 와 있는지, 누가 자기를 그곳으로  데려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
다. 그는 눈을 뜨고  경이로운 마음으로 나무들과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
기가 와  있는 곳이 어디인가, 자기가  어떻게 그곳에 와 있게  외었는가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그렇지만 그 기억을 떠올리는 데에는 한참 시간이 걸렸으며, 자신
이 지나온 과거가 마치 베일에  싸인 것처럼, 무한히 먼 것처럼, 무한히 멀리 떨
어진 곳에 있는 것처럼, 자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한없이 무심한 것처럼 여겨
졌다. 그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자신이 자신의 예전의 삶(잠에서  깨어나 의
식을 찾은 맨 처음 순간  이 예전의 삶이라는 것이 마치 멀리 떨어져 있는 옛날
에 살았던 삶인 것처럼,마치 현재의 자아의  전생인  것처름 생각되었다)을, 자신
이 자신의 그 예전의 삶을 버리고 떠났다는  사실, 자신이 온통 구토감과 비참한 
심정으로 심지어는 자신의 목숨마저 미련없이 내던져
  @p 132
  버리려고 하였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어느 강가의 야자나무  밑에서 다시 
제정신이 들었으며, 성스러운 말인 옴을 입에 올리자, 깊은 잠에 곯아떨어졌다가 
이제 새로운 인간으로 깨어나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뿐
이었다. 자기는 옴을 웅얼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나지막이 그는 혼잣말로 옴이라
는 말을 입밖에 내어보았다.  그러자 자신의 긴 잠 전체가 바로  명상에 잠긴 채 
하나의 긴  옴을 발하는 것에 다름아닌  것으로 여겨졌다. 자신의 긴  잠 전체가 
바로 하나의 옴의 사유,  무어라고 이름 붙일 수는 없지만 완성된  그 무엇인 옴 
속으로 들어가 완전히 몰입하는 것에 다름아닌 것으로 여겨졌다.
  아무튼 그 잠은  얼마나 놀라울 정도의 단잠이었던가! 여태껏 잠이  자기를 그
렇게 상쾌하게 해주고, 그렇게  새롭게 해주고, 그렇게 도로 젊어지게 해준 적은 
한번도 없었다! 혹시  자기가 정말로 목숨을 잃고 사멸해 있다가  새로운 모습으
로 다시 태어난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알
고 있었으며, 그는 자신의 손과  발을 알고 있었으며, 자신이 누워 있던 그 자리
를 알고 있었으며,  자기 가슴속에 있는 이 자아,  이 싯다르타, 이 고집쟁이, 이 
별난  인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싯다르타는 달라져 있었다. 새로워
지고, 눈에 띌 정도로 잠을 푹 잤으며, 눈에 띌 정도로 활기에 넘쳐 깨어 있었으
며, 기쁨에 넘쳐 있었고 호기심에 가득 차 있었다.
  싯다르타는 몸을  곧추 일으켜세웠다. 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는  어떤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낯선 사람
  @p 133
  은 머리를 박박 깎은 채  누런 법복을 입은 승려였는데 명상하는 자세로 앉아 
있었다. 싯다르타는 머리카락도 수염도 없는 그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런
데 오래 살펴 볼 필요조차  없이 그 승려가 어린 시절 친구인 고빈다임을 곧 알
아챌 수 있었다. 세존 부처에게 귀의한 바로 그 고빈다였던 것이다. 고빈다도 늙
어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그의 얼굴은 옛날 모습을 지니고 있었으며, 열
성과 성실의 분위기, 구도하는 자세와 고지식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고빈다
가, 싯다르타의 시선을  느낀 탓인지, 눈을 뜨고  싯다르타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하지만 고빈다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싯다르타는 알알았다. 고
빈다는 그가 깨어난 것을 보자 기버하였다.  그가 싯다르타를 알아보지는 못하였
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에  오랫동안 앉아 싯다르타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
던 것만은 분명 하였다.
  「나는 잠들었었나요?」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당신은 도대체  어떻게 이곳
으로 오게 되었나요?」
  「당신은 잠들어 있었습니다」  고빈다가 대답하였다. 「뱀이 자주  나오고 숲
의 짐승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인 이런 곳에서 잠을  자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나
으리, 나는 세존  고타마, 부처이신 석가모니 제자로, 우리 승려  몇 사람과 함께 
이곳을 순례하는 중이었는데, 위험한 이곳에서 나으리가  누워 주무시는 것을 보
게 되었습니다. 나으리, 그래서 나으리를  깨우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나으리가 
너무 깊이 잠들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동행하던 무리들
  @p 134
  을 앞서 보내고 혼자  남아서 나으리 곁에 앉아 있었지요. 그러다가, 나으리가 
잠자는 것을 망보아 주겠다고 생각하였던  나 자신이 그만 깜박 잠들어 버린 모
양입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말았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렇
게 된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제 나으리도 잠을 깨고 하였으니, 나의 형제들을 따
라나서 보아야겠습니다」
  「사문이여, 내가 잠자는 것을 지켜보아 주신  데 대해 당신에게 감사드립니다
」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당신네 세존의 제자분들은 친하시군요. 그럼 이제 가
보시지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나으리. 나으리가 내내 편안하게 지내시기를 빌겠습니다

  「사문이여, 당신에게 감사드립니다」
  고빈다는 손짓으로 작별 인사를 하며 「잘 지내십시오」하고 말하였다.
  「잘 지내게나, 고빈다」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그 승려가 멈추어 섰다.
  「실례지만, 어떻게 나의 이름을 아십니까?」
  그러자 싯다르타는 미소를 지었다.
  「고빈다, 자네 춘부장  어른의 오두막 시절부터, 바라문  학교 시절부터, 신들
에게 제사를 지내던 시절부터, 우리가 사문이  되려고 출가하였던 시절부터 나는 
자네를 알고 있네」
  「자네 싯다르타로군!」 고빈다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제야 자네를 알아보
겠군. 그런데 내가 어떻게 자네를 즉각
  @p 135
  알아보지 못하였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 싯다르타, 자네를 다시 보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네 」
  「자네를 다시 보게 되어 나 또한 기쁘기  한량없네, 자네는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에 나를 지켜주었네. 다시  한 번 감사하네. 비록 지켜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친구, 자네는 어디로 가는 길인가? 」
  「정처없이 떠돌아다니지. 우리 같은 승려들이 장마철이  아닌 한 항상 이리저
리 떠돌아다니지.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계율에 따라 생활하고 설법
을 포교하고 다니네. 시주를 받으면서 계속  떠돌아다니지. 늘 그런 생활이다. 그
런데 싯다르타, 자네는 어디로 가는 길인가?」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친구,  나도 자네와 마찬가지 처지라네,  나는 발길 닿
는 대로 정처없이 떠돌아다니고 있네, 나는 단지  도를 향해 나아가는 도중에 있
을 뿐이네, 나는 순례를 하고 있네」
  고빈다가 말하였다.  「자네는 순례를 하고 있다니느까  그 말을 믿도록 하지. 
하지만, 싯르타,  실례를 무릅쓰고 말하겠네만,  어쩐지 자네  행색은 순례자처럼 
보이지 않는군. 자네는 부자들이 입는 옷을 입고, 지체 높은 사람이 신는 신발을 
신고 있어. 그리고  좋은 향수 냄새가 풍겨나오는 자네의 머리카락  역시 순례자
나 사문의 머리카락은 아닌데 그래」
  「옳은 지적이야, 이보게, 자네는 관찰력이 참  좋군. 자네의 예리한 눈이 모든 
것을 간파해 버렸군. 그렇지만 자네한테 내가 사문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잖아. 어
디까지나
  @p 136
  순례하고 있다고 말했을 뿐, 사실 그대로야, 나는 순례하고 있어」
  「자네가 순례하고 있다고?」고빈다가  말하였다. 「하지만 그런 복장을 하고, 
그런 신발을 신고, 그런 머리카락을 하고 순례하는 순례자는 거의 없어, 벌써 오
랫동안 순례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직 그런  행색으로 순례하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구」
  「고빈다, 자네 말이 옳다고 생각해. 그러나  지금, 오늘에야 비로소 자네는 그
런 순례자를 한 사람  만난 것이네. 그런 신발을 신은, 그런 복장을  한, 그런 순
례자를 한 사람 만났다는 말이아. 이보게, 설마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잊어버린 것
은 아니겠지. 형상의 세계란 무상한 것,  덧없는 것이야. 우리의 옷차림이나 머리
카락 모습이라는 것도  지극히 무상한 것이지. 우리의 머리카락과 몸뚱이  그 자
체도 덧없기는 마찬가지이고. 자네가 제대로 보았네만, 나는 부자들이 입는 옷을 
입고 있네. 내가 그런 옷을  입고 있는 것은 나도 한때는 부자였기 때문이네. 그
리고 내가 색을 밝히는 속세 인간들의 머리카락 모습을 하고 있는 것도 내가 한
때 그런 부류의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고 」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싯다르타, 지금 자네는 어떤 사람인가?」
  「나도 모르겠네.  나도 자네만큼이나 그것에 대해  아는바가 별로 없네. 나는 
도를 하야하여 가는 도중에 있어. 나는 한때는  부자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
지 않아. 그리고 내가 내일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어」
  @p 137
  「자네는 자네 재산을 몽땅 잃어버린 거야?」
  「내가 나의 재산을 잃어버렸든지, 아니면 나의  재산이 나를 잃어버렸든지 둘 
중 하나겠지. 아무튼 나한테는 그 재산이  하나도 없어. 고빈다, 형상의 수레바퀴
는 빨리 도는 법이야. 바라문 싯다르타가 어디에  있는가? 사문 싯다르타가 어디
에 있는가? 부자  싯다르타가 어디에 있는가? 고빈다, 덧없는 것은  빨리도 바뀌
는 법, 그건 자네도 알고 있겠지」
  고빈다는 젊은 시절의  친구를,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한참 바라보았다. 그러다
가 마치 신분이 높은 귀족에게 하듯이 그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기 갈 길을 떠나
갔다.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싯다르타는  그의 모습이 멀리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바
라다보았다. 그는  아직도 그를, 그 충직한  친구, 그 고지식한  친구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 자기가 모든 사람과 모든 사물을  가리지 않고 사
랑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경이로운 잠에서 깨어난 
뒤의 이  찬란한 시간, 온몸이 온통  옴으로 충만된 이 순간에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자가의 눈에 보인 모든 것을 다 사랑하는 것, 자기의 눈에 
보인 모든 것을 다 기쁨이 넘치는 사랑의  감정으로 대하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
로 잠을 자는 동안 옴의  작용을 통하여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났던 매혹적인 현
상의 본질인 것이다. 이제 돌이켜보니, 예전에는 마음이 너무나 병들어 있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람이건  사물이건 아무것도 사랑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닌
가 하는 생각
  @p 138
  이 들었다.
  미소 띤 얼굴을  하고 싯다르타는, 저 멀리 사라져가는 승려의  뒷모습을 물끄
러미 바라보았다.  잠은 그를 매우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이틀 동안이나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던 터라 허기  때문에 아주 심한 고통을  느꼈다. 그가 
허기를 굳세게 물리쳤던 일은  벌써 오래전 일이었다. 그는 비통한 심정으로, 하
지만 너털웃음을 웃으면서 그 옛시절을 생각해  보았다. 그는 기억을 더듬어보았
다. 그 당시에 자기는, 자기가 카말라 앞에서  자랑스럽게 뻐겼던 세 가지 것, 그
러니까 단신, 사색, 기다림이라는  세 가지 고상한 재주를 결코 누구한테도 뒤지
지 않게 잘  부릴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자기의 재산이었으며  자기의 권세이
자 힘이었으며, 자기를  받쳐주는 확고부동한 지주였다. 청년시절 자기가 부지런
히 힘들게 배워 익힌  것이 바로 이 세 가지 재주라 할 수  있었으며, 그것 말고
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재주들도 자기를 
떠나가 버렸으며, 그것 중에  아무것도, 단식하는 재주도, 기다리는 재주도, 사색
하는 재주도, 그 세  가지 재주 가운데 아무것도 자기에게 남아  있는 것이 없었
다. 가장 비천한 것을 얻기 위하여, 가장  덧없는 것을 얻기 위하여, 관능적 쾌락
을 얻기 위하여, 사치스러운 생활을 위하여, 부를 위하여 자기는 그 재주들을 헌
신짝처럼 내팽개쳐 버렸던  것이다. 이상야릇하게도 자기에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었다. 그리고, 이제는 자기가  정말로 어린애 같은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
았다.
  @p 139
  싯다르타는 자기 처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생각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어
려운 일이        었으며, 그는  사실 생각하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지만 억
지로 생각을 하려 하였다. 
  <이제> 그는 생각하였다. <이 모든 덧없는 것들이 다시 나한테서  떨어져나가 
버렸으니, 이제  나는 다시금 옛날  내가 어린아이였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백지 
상태로 태양 아래 서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나의 것이라고는 없으며.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며, 아무런 힘도 없으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상태이다. 이 얼
마나 기가 막힐 노릇인가! 내가  이제 더 이상 어리지 않은 지금, 머리카락이 벌
써 반백이 다 된 지금, 그  온갖 힘들이 다 약해져 버린 지금, 다시 원점으로 되
돌아가 어린아이 상태에서 다시 새로 시작을 해야 하다니!> 또다시 그는 미소짓
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 자기의 운명은 얼마나 기구한가! 자기의  운명은 내
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이제 자기는 다시 빈 손에 벌거숭이에다  어리석은 상태
로 이 세상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사실이 그렇다고  하여 비통한 느낌
이 든 것은  아니었으며, 아니, 오히려 심지어는 비웃고 싶은  커다란 충동을, 자
신에 대하여 비웃고  싶은, 이 이상야릇하고 우매한 세상에 대하여  비웃고 싶은 
커다란 충동을 느꼈다.
  「너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그는 혼잣말을 하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
고 그렇게 혼잣말을 할  때 그의 시선은 강물 쪽을 향하였는데,  강물 역시 밑으
로 내려가고 있는 것을, 언제나 밑으로 흘러 내려가면서 노래 부르고 흥
  @p 140
  겨워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사실이 아주  마음에 들어서 그는 강물에 다정
하게 미소를 보냈다. 이곳은 바로, 자기가 옛날 옛적에, 백 년 전에, 빠져 죽으려
고 하였던 그 강이 아니던가, 아니면 자기가 그러한 꿈을 꾸었던가?
  <나의 인생은 실로 기이하군> 그는 생각하였다. <나의 인생은 기이한  우여곡
절을 거쳐왔군. 소년 시절 나는 오로지 신들과  제사 지내는 일에만 관심을 쏟았
었지. 젊은 시절에는 오로지 고행. 사색, 침잠에만 관심을 쏟았으며, 우주의 최고 
원리인 범을 추구하였으며, 아트만 속에 있는 영원한 것을 숭배하였지. 그러다가 
좀더 나이가 들어서는  속죄하는 참회자들을 따라가 숲속에서  생활하였고, 더위
와 추위에  시달렸으며, 굶주리는 법을 배웠으며,  나의 육신을 소멸시키는 법을 
배웠지. 그러다가 놀랍게도  그 위대한 부처의 가르침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 이 
세상의 단일성에 대한 앎이나 나 자신의 혈액과 마찬가지로 나의 내면에서 순환
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지. 그러나 부처로부터도, 이 모든 위대한 앎으로부터도 
나는 또다시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지.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다가 카말라를 만나 
그녀한테서 사랑의 쾌락을 배웠으며,  카마스와미한서는 장사하는 기술을 배웠으
며, 돈을 모았으며, 돈을 물 쓰듯 쓰고  다녔으며, 나의 위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
으며, 나의 관능적  감각들에 아첨하는 법을 배웠지. 여러 해  동안 나는, 정신을 
잃은 생활을 하면서,  예전에 배웠던 사색하는 법을 다 잊어버리는  생활을 하면
서, 그 단일성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생활을 하면서  허송세월하였지. 내가, 어른
이 어린애가
  @p 141
  되어버리는, 사색가가 어린애 같은 인간이 되어버리는  거꾸로 된 우회로를 천
천히 걸어간 것은 아닐까? 그렇지만 그러한  길은 무억이나 좋았었고, 나의 가슴
속에 있는 새도 역시  죽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무슨 놈을  길이 그렇게도 험
난하였을까! 결국 내가 단지 또다시 어린애가 되고 또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잇
기 위하여, 나느 ㄴ얼마나 많은 어리석은 짓,  얼마나 많은 악덕, 얼마나 많은 오
류, 얼마나 많은 구토증과  환멸과 비참함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되었는가. 하지만 
그것은 제대로 난 길이었어, 나의 마음은 그  점에 대하여 그렇다고 말하고 잇으
며, 나의 두 눈을 그 점에 대하여 웃음을 짓고 있어. 내가 절망을 체험하지 않으
면 안 되었고, 모든 생각들 중에서 가장 어리석은 생각, 그러니까 자살할 생각까
지 품을 정도로 나락의 구렁텅이에 떨어지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은, 자비를 체
험할 수 있기 위해서였으며, 다시 옴을 듣기 위해서였으며, 다시 올바로 잠을 자
고 올바로 깨어날 수  있기 위해서였어. 내가 바보가 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
은 나의 내면에서  다시 아트만을 발견해 내기 위해서였어. 내가  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안 되엇던 것은  다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  위해서였어. 앞으로 나의 
길이 나를 어디로 끌고 갈까? 그 길은 괴상하게 나  있을 테지,  어쩌면 그 길은 
워형의 순환 도로일지도  모르지. 나고 싶은 대로  나 있으라지. 그 길이 어떻게 
나 있든 상관 없이 나는 그 길을 가야지.>
  놀랍게도 그는 가슴속에서 기쁨이 용솟음치고 있는 것을
  @p 142
  느꼈다.
  도대체 어디에서, 도대체  어디에서 너는 이런 기쁨을 느끼는가 하고  그는 자
기 가슴에다 물어보았다. <그 기쁨은, 나를  그렇게도 기분 좋게 해주었던 그 긴 
단잠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무심코 발했던 옴이라는  말에서 생겨
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빠져 나왔다는 사실로부터, 나의 도주가 이루어졌다
는 사실로부터,  내가 마침내 다시금  자유로운 상태가 되어  마치 어린아이처럼 
하늘 아래 서 있다는 사실로부터 생겨나는 것일까? 오, 이 도망쳐 나온 상태, 이 
자유로운 상태는 얼마나 좋은가! 이곳 공기는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숨쉬
기에 얼마나 좋은가! 내가 도망쳐 나온 그곳, 그곳에서는 모든 것에서 향유 냄새
가, 향료 냄새가, 술 냄새가, 포만의  냄새가, 그리고 게으름의 냄새가 낫었다. 나
는 부자들의, 미식가들의, 그리고 도박꾼들의 세계를  얼마나 증오하였던가!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을  증오하였으며, 나 자신을 얼마나  늙고 사악하게 만들었던가! 
그래, 이제 앞으로는  절대로, 예전에는 그렇게 착각하는  것을 좋아하였지만, 싯
다르타가 현명하다고  자만하는 그런 착각은  절대로 하지 않으리라! 나  자신에 
대하여 증오심을 품는 일을 그만둔  것이나 그 우매하고 황량하기 짝이 없는 생
활에 종지부를 찍은  것, 그것은 잘한 일이었어. 그것은 나의  마음에 들어, 그렇
게 한 것은 칭찬하지 않을
  @p 143
  수가 없어. 싯다르타여, 그  어리석음의 세월을 그토록 오랫동안 보낸 다음 네
가 다시 한 번 한 가지 기발한 착상을 해냈으며, 대단한 일을 해냈으며, 너의 가
슴속에 있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게 되고 그 새를 따랐다는 점에서 나는 너
를 칭찬하노라!>
  이렇게 그는 자신을 칭찬하였으며, 자신에 대하여 뿌듯한 기쁨을 느꼈으며, 너
무나 허기진 나머지 꼬르륵 소리를  내는 자신의 위가 신기롭다는 듯이 그 소리
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였다. 그는, 이제 자기가  최근 며칠 동안, 그리고 바로 얼
마 전 몇  시간 사이에 한 조각의 고통과  한 조각의 비참함을 남김없이 깡그리 
맛보았으며 깡그리 내뱉어버렸다고,  절망에 이르고 죽음에 이를  정도까지 고통
과 비참함이라는 음식 조각을 깨끗이 먹어치웠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좋은 
일이었다. 만약 자기가 카마스와미  집에 앞으로도 오래 머무를 수 있었다면, 그
러면서 돈이나 벌고, 돈을  물 쓰듯 낭비하고, 배나 살찌우고 영혼을 황폐화시켰
다면, 만약 자기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부드럽고 쿠션이 푹신 푹신한  그런 지옥
에서 지낼 수  있었더라면, 아무런 위안거리도 없는 그 완전히  암담하고 절망적
인 순간, 그러니까  자기가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 위에 떨어져  자신을 파멸시켜 
버릴 만반의 준비를 갖춘 그 극단적인 순간은  오지 않았을 터였다. 자기가 그러
한 절망을, 그러한 극심한  구토증을 느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것에 굴복하
지 않았다는 사실,  자기의 내면에 즐거움의 원천이자 즐거움의 소리인  그 새가 
그런데도 여전히 살아 있었다는 사실, 이런 사
  @p 144
  실 때문에 그는 기쁨을 느꼈으며, 이런 사실 때문에 그는 웃음을 지었으며, 이
런 사실 때문에 그의 얼굴은 반백의 머리카락 아래에서 빛나고 있었다.
  <알 필요가  있는 것이라면 모조리> 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몸소 맛본다는 것, 그건  좋은 일이야. 속세의 쾌락과 부는 좋은 것이 아니
라는 사실을 나는 이미 어린 시절에 배웠었지. 그 사실을 안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내가 그것을 직접 체험하게 되었군,  이제 나는 그 사실을 제대로 
안 거야. 그 사실을 단지 기억력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나의 두 눈으로도, 나
의 가슴으로도, 나의 위로도 알게 되었어. 그것을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로군!>
  오랫동안 그는 자신의  변신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았으며, 그  새가 기쁨
에 겨워 지저귀는 소리를 귀기울여 들었다. 자기  자신의 내면에 있는 새가 죽은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자기가 그 새의 죽음을  느끼지 않았단 말인가? 그렇다, 
그 새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떤 다른 것이 죽은  것이다. 오래전부터 
죽음을 갈망해  마지않았던 그 어떤 다른  것이 죽은 것이다. 죽은  것은 자기가 
엣날 언젠가 작열하던 태양 아래에서 참회의 생활을 하던 시절 사멸시켜 버리고
자 하였던 바로 그것이 아닐까?  죽은 것은 바로 자신의 자아가 아닐까? 자기가 
그 숱한 세월동안 투쟁을 벌열왔던 대상, 언제나 거듭하여 자기를 이겼던 것, 매
번 사멸하고 나서도 매번  또다시 살아나, 기쁨을 금지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그
것, 바로 자신의 그 작고 불안한, 자
  @p 145
  만에 찬 자아가 죽은 것이 아닐까? 이곳 숲속에 자리잡고 있는 사랑스런 강가
에서 오늘 마침내 죽음을 맞이하였던 것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자기가 지금 마
치 어린아이처럼, 이토록 확신에 넘쳐서, 이토록  두려움 없이, 이토록 기쁨에 가
득 차 잇는 것은 바로 그 자아의 죽음 때문이 아닐까?
  이제 싯다르타는, 자기가  바라문으로서, 참회자로서 이 자아와 투쟁을 하였지
만 무엇 때문에  그 싸움이 헛수고가 되고  말았던가 하는 이유도 어렴풋이나마 
예감할 수 잇었다. 너무 많은 지식이, 너무  많은 성스러운 구절이, 너무 많은 제
사의 규칙들이, 너무 많은  단식이, 너무 많은 행위와 노력이 자기를 방해하였던 
것이다. 자기는 자만심으로  가득차 있었으니, 언제나 가장  현명한 자였고, 언제
나 최고의 열성파였으며, 언제나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한 걸음 앞서 있었으며, 
언제나 학자이자 사상가였으며, 언제나 사제 아니면 현인이었다. 이런 사제 기질 
속으로, 이런 교만한 마음속으로,  이런 정신적 성향 속으로 자기의 자아가 살며
시 파고들어와서는 거기에서 단단히  자리를 잡고 앉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동안, 자기는 단식과 참회로써  그 자아를 죽이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자
기는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또한  어떤 스승도 어차피 자기를  구제해 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하였던 그 내밀한  음성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때문에 자기는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으며, 쾌락과 권력에, 여자와 돈
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으며, 장사꾼, 주사위 노름꾼, 술꾼, 탐
  @p 146
  욕스런 자가 될 수밖에 없었으며, 그러다가 결국  자기의 내면에 있던 사제 의
식과 사문 의식이  죽어 없어지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그  때문에 자기는 
계속하여 그 가증스런 세월을  견뎌나갈 수밖에 없엇으며, 그 구토증을, 그 공허
감을, 황량하고 길을  잃고 타락한 인생의 그 무의미함을 견뎌낼  수밖에 없었으
며, 그러다가  마침내는 그러한 삶의 종말에  이르게 되었으며, 쓰디쓴 절망감에 
빠지게 되었으며, 탕아  싯다르타, 탐욕자 싯다르타도 죽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싯다르타는  죽고 없었으며, 새로운 싯다르타가  잠에서 깨어나 있었다. 이 
새로운 싯다르타 역시 아마도 늙게 될 터이고,  이 새로운 싯다르타 역시 아마도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을 터이니, 싯다르타란 덧ㅇㅄ는 존재이며, 
형상을 지닌 것은 모조리 덧없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자기는, 이 새로운 싯다르
타는 젊고 기쁨에 가득 찬 어린아이이다.
  그는 이러한 생각들을  하고 있었으며, 미소를 지으면서 자기 위에서  나는 소
리에 귀를  기울였으며, 벌이 윙윙  거리는 소리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귀기울여 
들엇다. 명랑한 기분으로 그는 흘러가는 강물 속을 들여다보았는데, 강물이 그토
록 자기 마음에 든 적은 일찍이 한번도  없었으며, 흘러가는 강물 소리와 강물이 
들려주는 비유가 자기의 귀에 그토록 강렬하고 아름답게 드렸던 적은 일찍이 한
번도 없었다. 마치  강물이 자기에게 들려줄 어떤 특별한 이야기가  있기라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아직  알지 못하는 그 특별한  이야기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기라
  @p 147
  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강물 속에 싯다르타는  빠져 죽으려고 하였
었다. 피곤에 지치고 절망에 빠진 그 옛 싯다르타는  이 강물 속에 오늘 빠져 죽
었다. 그러나 새로운 싯다르타는  이 흘러가는 강물에 깊은 사랑을 느꼈으며, 그 
강을 다시 곧바로 떠나지는 않겠다고 결심하였다. 
  @p 148
  뱃사공
  <이 강가에 머물러 있어야지> 싯다르타는 생각하였다. <이 강은 내가  옛날에 
어린애 같은 인간들한테 가는 동중에 건넜던 바로  그 강이다. 그대 친절한 뱃사
공이 나를 건네다 주었는데,  그 사람한테 가보아야겠다. 옛날에 그 뱃사공의 오
두막을 기점으로 하여 나의 새로운 인생 길이  시작되었지. 그런데 그 새로운 인
생이라는 것도 이제는  옛것이 되어버리고 죽어 없어져 버린 상태이다.  내가 지
금부터 걸어가야 할 길,  내가 지금부터 살아가야 할 새로운 인생도  그 곳 뱃사
공의 오두막을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애정을 담은 눈길로 그는,  도도하게 흘러가는 강물 속을, 속이 환히 들여다보
이는 그 투명한 초록빛 강물 속
  @p 149
  을, 온갖 불가사의한 무늬의 윤곽선을 만들어내는 수정  같은 잔 물결 속을 들
여다보았다. 그는 찬연히  빛나는 진주들이 물 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모습
을, 고요한 물거품들이 거울 같은 수면 위에 떠올라 헤엄치는 모습을, 그 물거품 
속에 하늘의 푸른빛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모습을 보았다. 강물이  수천 개의 
눈으로, 그러니까 초록색의 눈으로,  하얀색의 눈으로, 수정 같은 투명한 눈으로, 
푸른 하늘색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는 이 강물을  얼마나 사랑하
며, 이 강물이 자기를 얼마나 황홀하게 하여주며, 자기는 이 강물에 얼마나 감사
하고 있는가! 그는  마음속에서 새로이 깨어난 음성이 자기에게 말하는  것을 들
었다. 그 음성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 강물을 사랑하라!  그 강물 곁에 머무
러라! 강물로부터 배우라! 아, 그렇게  말고, 그는 강물로부터 배우기로 작정하였
으며, 강물이 들려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기로 작정하였다. 강물과 강물의 비밀들
을 이해하는 자라면,  다른 많은 것도, 많은 비밀들도, 나아가  모든 비밀들도 이
해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엇다.
  그러나 강에 숨어 있는 무수한  비밀들 가운데에서 그는 오늘 단 한 가지만을 
보았을 뿐인데, 그것이 그의 영혼을 사로잡았다. 그가 본 비밀은 바로 다음과 같
은 것이었다. 이 강물이 흐르고 또  흐르며, 끝ㅎ임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거기에 
존재하며, 언제 어느 때고 항상 동일한 것이면서도  매순간마다 새롭다! 오, 과연 
그 누가 이 사실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 사실을 이해할 수 있으리! 그는 그것을 
이해
  @p 150
  하거나 파악하지는 못하였으며,  단지 예감이, 먼 기억이,  신의 음성들이 활동
하는 것을 느낄 수 잇을 분이었다. 
  싯다르타는 몸을  일으켜세웠다. 배가 고파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배고픔을 간신히 참고 견디면서 그는  강기슭에 난 좁은 길을 따라 강을 거슬러 
상류 쪽을 향하여 계속  걸었다. 그러면서 그는 강물의 흐름에 귀를 기울였으며,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가 나루터에 다다랐을  때 마침 나룻배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옛날 그가 젊은 시절 사문이었던  대 강을 건네주었던 바로 그 뱃사공이 나룻배 
안에 서 있었다. 싯다르타는, 비록 그 뱃사공이 아주 심하게 늙어 있어서 알아보
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도 그 뱃사공을 알아보았다. 
  「나를 건네주시겠소?」 싯다르타가 물었다.
  뱃사공은, 그렇게 신분이  높은 사람이 혼자서 걸어온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면서, 그를 나룻배에 태우고 노를 저어 나갔다.
  「당신은 멋진 인생을 택하셨습니다」 승객인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매일매일 이 강가에서 생활한다는 것, 그리고 배를  타고 그 강 위를 다닌다
는 것은 멋진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 뱃사공은 미소를 지으면서 노를 저였다.  「그건 멋진 일이지여, 나으리. 나
으리가 말씀하신 그대롭니다. 하지만 모든 생활, 모든 일이라는 게 다 제 나름대
로 멋진 것이 아니겠습니까?」
  @p 151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그리고 당신이 하는 일이 
부럽습니다」
  「그렇지만, 나으리가 이 일을 하신다면 아마도 금방  이 일에 흥미를 잃고 말 
것입니다. 이 일은 좋은 옷을 입고 다니는 분들이 할 일이 아니지요」
  싯다르타가 웃으며 말하였다. 「오늘 이미 한 차례  나는 이 옷 때문에 주목받
은 일이,  불신의 눈초리로 주목받은 일이  있습니다. 사공 양반,  나한테 부담만 
주는 이 옷을 당신이 받아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왜냐하면 말입니다, 이 것은 꼭 
알아두셔야 하는데, 나는 당신에게 치를 뱃삯이 한 푼도 없기 때문입니다」
  「나으리께서 농담을 하신는군요」 뱃사공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이보세요, 나는 농담하는 게 아닙니다. 전에도 한 번 당신은 보수도 받지 않
고 나를 건네준  적이 있습니다. 오늘도 그렇게  해주세요, 그리고 그 대가로 내 
옷을 받아주십시오」
  「그러면 나으리께서는 옷도 입지 않은 채 여행을 계속하실 작정이십니까?」
  「아,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여행을 계속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공 양반, 당
신이 나에게  몸을 가릴 낡은 옷  조각이라도 주시고 나를 당신의  조수로, 아니 
그보다도 제자로 받아들여 주신다면 제일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일단은 배
를 젓는 법부터 배워야 하니까 말입니다」
  그 뱃사공은 그 낯선 사람을 탐색하는 듯한 눈길로 발
  @p 152
  다보았다.
  「이제야 당신을 알아보겠군요」  마침내 그 뱃사공이 말문을  열었다. 「언젠
가 당신은 나의 오두막에서  잠을 잔 적이 있었어요. 무척 오래전의 일이었지요, 
어쩌면 20년도 더  지난 일인지도 모르겠군오. 그때 당신은 나의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넜었지오. 그리고 우리는 마치 좋은 친구  같은 사이가 되어 서로 헤어졌
지오. 당신은 사문이 아니었던가요?당신 이름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생각나지
를 않는군요」
  「내 이름은 싯다르타이며, 당신이 전번에 나를  보았을 때 나는 사문이었습니
다」
  「반갑습니다, 싯다르타,  참 잘 오셨습니다.  내 이름은 바주데바라고 합니다. 
당신이 오늘도  나의 손님이 되어  나의 오두막에서 주무시고  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당신이 어디에서 오는 길이며, 당신의 그  좋은 옷들이 무엇 때문에 당신
에게 그렇게 귀찮은 존재가 되었는지 이야기하여 주기 바랍니다」
  그들은 강 한복판에  도달하였다. 그리고 바주데바는 강의  흐름에 거슬러가기 
위하여 노를 움켜쥔  손에 더욱더 힘을 주었다. 그는, 시선을  뱃머리에 둔 채로, 
억센 두 팔로  아무 말 없이 노를  젓고 있었다. 싯다르타는 그냥 앉은  채 그를 
보면서 이미 지나가 버린 옛날 일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자기의 사문 시
절의 그 마지막날,  자기 마음속에서 이 사람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용솟음쳤던
가! 그는 바주데바의 초대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이
  @p 153
  맞은편 강가에 닿았을  때, 그는 바주데바가 배를 말뚝에 매는  것을 도와주었
다. 그런 다음 뱃사공이 싯다르타를 자기 오두막에  들게 하여 빵과 물을 내놓자 
그는 기분 좋게 먹었다. 그리고 바주데바가 권하는  망고도 기분 좋게 받아 먹었
다. 그런 다음 그들은  강기슭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의  그루터기 위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해가 서산에  질 무렵이었다. 싯다르타는 뱃사공에게 자신의 내력과 
인생을, 그리고 오늘 바로 그 절망의 순간에  자기가 살아온 인생이 자기 눈앞에 
어떻게 나타났던가  이야기하였다. 밤이 이슥할  때까지 그의 이야기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바주데바는 매우 주의 깊게 그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그는 싯다르타가 이야기
하는 내력, 유년 시절, 배움, 구도 행위,  기쁨, 곤경 이 모든 것을 경청하면서 자
기 내면에 받아  들였다. 이것이야말로 뱃사공의 가장 큰 미덕들  가운데 하나였
으니, 남의 말을 그보다 더 진지하게 귀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야기를 하고 있는 싯다르타는 바주데바가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자기가 하
는 말을 고요하게,  마음을 툭 터놓고, 느긋하게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바주데바가 자기가 하는  말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초조하게 다음  말을 기다
리는 법이 없이,  자기가 말하는 중에는 칭찬의  말도 꾸중의 말도 하지 않고서, 
다만 가만히 귀기울여 듣고만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싯다르타는, 이런 식으로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에게 자신을 고백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의 마음
속에다 자신의 인생, 자신의 구도 행위, 자신의 고뇌를 털어놓는다는 것이   


  @p 154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느꼈다.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싯다르타가 강가의 야자나무 이야기, 강물에 뛰어들려
고 하였던 이야기, 성스러운 옴 이야기, 그리고 깜빡 졸던 선잠 상태에서 깨어난 
후 어떻게 그강에  대해 그러한 사랑을 느끼게  되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하였을 
때, 뱃사공은 주의력을 한층 배가시키고 정신을 온통  집중한 채 눈을 지그시 감
고서 그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었다.
  그러다가, 싯다르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참 침묵이 흐르자, 이윽고 바주
데바가 입을 열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그대로군요. 강이 당신에게 말을 건
넸던 거예요. 당신에게도  강은 친구이며, 당신에게도 강은 말을  건네는 거예요. 
잘된 일이예요, 정말  아주 잘된 일이예요. 나의 친구 싯다르타여,  내 곁에 머물
도록 해요. 나는 한때  잠자리를 함께 하였던 아내가 있었어요. 그렇지만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죽고 없으며,  오랫동안 나는 홀몸으로 살아왔지요. 이제 나와 함
께 삽시다. 두 사람이 지낼 정도의 공간과 식량은 있으니까요」
  「당신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당
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바주데바, 당신이 나의 말을 그렇게 귀기
울여 들어준 데 대해서도 감사를 드립니다. 남의  말을 귀담아 들어줄 줄아는 사
람은 드문 법입니다.  그리고 당신만큼 남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을 나는 
만나보지를 못하였습니다. 남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점도 나는 당신한테 배우
게 되
  @p 155
  겠지요」
  「당신이 그걸 배우게 될 터이긴 하지만」  바주데바가 말하였다. 「그러나 나
한테서는 아니에요.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을 나에게 가르쳐준  것은 강이었
어요. 당신도 강으로부터 그것을 배우게 될 거예요. 그 강은 모든것을 알고 있어
서, 우리는 강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지요. 보세요,  당신도 이미 강물로
부터, 아래를 향하여  나아가는 것, 가라앉는 것, 깊이를 추구하는  것이 좋은 일
이라는 것을 배웠어요. 부유하고 고귀한 신분의  싯다르타가 노젓는 천한 사람이 
되리라, 학식 높은 바라문인  싯다르타가 뱃사공이 되리라, 이러한 것도 강이 당
신에게 들려준 말이지요. 당신은 다른 것도 강으로부터 배우게 될 거예요」
  오랜 침묵의 시간이 흐른  후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바주데바, 다른 어떤 것 
말입니까?」
  바주데바는 몸을  일으켰다. 「시간이 늦었으니」  그는 말하였다. 「잠자리에 
듭시다. 친구여, 당신에게 그 (다른 것)이 뭐라고 이야기해 줄 수는 없어요. 당신
은 그것을 배우게 될 거예요, 어쩌면 당신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죠. 
이보세요, 나는 학자도 아니고, 말할 수 있는  능력도 없고, 사색할 수 있는 능력
도 없어요. 나는  단지 남의 말을 경청하는  법과 경건해지는 법만을 배웠을 뿐, 
그 밖에는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어요. 만약 내가 그것을 말하고  가르칠 수 있
는 능력이 있다면, 그러면 아마 나는 현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소. 그러나 나
는 그런 능력이 없으므로 한낱 뱃사공에 불과한 것이오. 그리고 강을 건네
  @p 156
  주는 일,  바로 그것이 나의 임무예요.  나는 수많은 사람들,  수천의 사람들을 
건네다주었지요. 그들에게는 나의 강이 단지 여행하는  데 장애물에 지나지 않았
어요. 그들이 여행하는 목적은 가지가지였지요. 돈과 사업을 위해 여행하는 사람
도 있었고, 혼인식에 가거나 순례를 떠나려고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들에게는 
이 강이 방해가  되었지요. 뱃사공은 그들이 장애물을 신속하게 건널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들 수천 명 가운데 몇 사람에게만은, 아주 
몇 안 되는 너더댓  명의 사람에게만은, 이 강이 장애물 노릇  하는 것을 그만두
었던 셈인데, 그 까닭은 그들이 이 강의 소리를 들었으며, 그들이 이 강물소리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에요.  이 강은 나에게 성스러운 것이 되었던  것과 마찬가
지로 그들에게도 성스러운 것이 되었지요. 싯다르타, 이제는 쉬러 갑시다」
  싯다르타는 그 뱃사공 집에 머물면서 나룻배  다루는 법을 배웠으며, 나루터에
서 할 일이 없을  때에는 바주데바와 함께 들에 나가 일을  하거나, 땔감을 장만
해 오거나, 바나나  열매를 따거나 하였다. 그는 노 만드는  법을 배웠고, 나룻배 
수선하는 법을 배웠고,  바구니 짜는 법을 배웠으며,  자기가 배운 이 모든 일에 
대하여 흥겨워하였다. 이렇게 지내는 동안 날과 달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바주데
바가 그에게  가르칠 수 있었던 것  이상으로 그 강이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강으로부터 그는 쉴새없이 배웠다. 그는 강으로부터 무엇보다도 경청하는 법, 그
러니까 고요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영혼, 활짝 열린 영혼으로, 격정도, 소원
  @p 157
  도, 판단도, 견해도 없이 귀기울여 듣는 것을 배웠다.
  그는 바주데바와  더불어 정답게 살아갔다.  이따금씩 그들은 서로  말을 주고 
받기도 하였는데, 그 말은  몇 마디 안 되었지만 오랫동안 심사숙고한 것이었다. 
바주데바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싯다르타가 그의 말문을  여는 데 
성공하는 일은 드물었다.
  「당신도」 싯다르타가  한 번은 그에게 물었다.  「당신도 그 비밀, 그러니까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비밀을 강물로부터 배웠습니까?」
  바주데바의 얼굴이 밝은 미소로 가득 찼다.
  「그래요, 싯다르타」 그는  말했다.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강물은 어
디에서나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강의  원천에서나, 강 어귀에서나, 폭포에서나, 
나루터에서나, 시냇물의 여울에서나,  바다에서나, 산에서나, 도처에서 동시에 존
재하고 있다, 그리고 강에는 현재만이 있을  뿐, 과거라는 그림자도, 미래라는 그
림자도 없다. 바로 이런 것이지요?」
  「바로 그렇습니다」 싯다르타가  말했다. 「그리고 그것을 배웠을때  나는 나
의 인생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나의 인생도 한줄기 강물이었습니
다. 소년 싯다르타는 장년 싯다르타와 노년  싯다르타로부터 단지 그림자에 의하
여 분리되어 있을 뿐, 진짜 현실에 의하여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싯다르타의 죽음이나 범천에로의 회귀도  결코 미래의 일이 아
니었
  @p 158
  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으며,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모든 것은  현존하는 것
이며, 모든 것은 본질과 현재를 지내고 있습니다」
  싯다르타는 무아지경에 빠져  황홀한 상태로 말하였으니, 이러한  깨달음이 그
를 그토록 기쁘게 하였던 것이다. 아, 일체의 번뇌의 근원이 시간 아니고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자신을 괴롭히는 것도, 두려워하는 것도 그 근원은 모두 시간 아
니고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그렇다면 인간이 그 시간이라는 것을  극복하는 즉
시, 인간이 그 시간이라는 것을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즉시, 이 세상에 있
는 모든 힘겨운 일과 모든 적대감이 제거되고 극복되는 것이 아닌가? 그는 무아
지경에 빠져  말을 계속하였다. 그러나  바주데바는 밝게 빛나는  얼굴로 미소를 
짓고 그의 말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아무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다가 손으로 싯다르타의 등을 쓰다듬어 주고 나서는 자기 할 일을 
하러 몸을 돌렸다.
  그리고 또  언젠가 한 번, 마침  우기여서 강물이 불어나 무서운  소리를 내며 
힘차게 흘러가고 있을 때, 싯다르타가 이렇게 말하였다. 「이보세요, 친구, 이 강
은 아주 많은  소리를 갖고 있지요, 그렇지 않나요?  이 강은 왕의 소리, 전사의 
소리, 황소의 소리,  야조의 소리, 임산부의 소리, 탄식하는  사람의 소리, 그리고 
그밖에도 수천 가지의 소리를 갖고 있는 게 아닌가요?」
  「사실 그래요」 바주데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의 소리속에는 삼라만산의 
모든 소리들이 다 들어 있지요」
  @p 159
  「그러면」 싯다르타가 말을 계속하였다. 「당신이 그  강의 수천 가지나 되는 
모든 소리들을 동시에 들을 수 있다면 강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겠
군요?」
  바주데바의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번져나갔다. 그는 싯다르타를  향하여 몸을 
숙이더니 그의 귀에다  대고 성스러운 옴을 발하였다. 그리고 이  소리는 싯다르
타도 들었었던 바로 그 소리였다.
  그리고 한 번 두 번  횟수를 거듭할수록 싯다르타의 미소는 점점 더 뱃사공의 
미소를 닮아갔다. 그의  미소는 뱃사공의 미소와 거의 마찬가지로 밝은  빛을 발
하였고, 거의 마찬가지로 행복으로  밝게 빛났으며, 그 뱃사공의 미소와 꼭 마찬
가지로 수천 개의 잔주름으로 빛을 발하고,  꼭 마찬가지로 어린아이처럼 천진난
만하고, 꼭 마찬가지로 노인다워  보였다. 많은 여행자들은 그 두 뱃사공을 보게 
되면, 그들을 형제라고  여기게 되었다. 저녁이 되면  그 두 사람은 자주 강가에 
있는 나무의 그루터기 위에 함께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강물 소리에 귀
를 기울이곤  하였다. 이제 그들에게는 그것이  단순한 물소리가 아니라, 생명의 
소리요, 현존하는 것의 소리이자  귀를 기울이면서 둘 다 똑같은 일들을, 예컨대 
자신들이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어느 여행자,  죽음, 자신들이 어린 시절을 
생각한 적도 이따금씩 있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이, 그 강물이 자신들에게 무언
가 좋은 말을 들려줄 때면, 바로 똑같은 순간에 서
  @p160
  로 얼굴을 마주 볼 때도 이따금씩 있었다. 그때 두 사람은, 마음속으로 완전히 
똑같은 것을 생각하면서,  똑같은 물음에 똑같은 답변을 하는 서로의  얼굴을 보
며 기뻐하곤 하였다.
  그 나루터와 두  뱃사공한테서는 어떤 이상한 분위기가  풍겨나와서, 여행자들 
가운데 몇몇은 그것을 감지하기도 하였다. 이따금, 길 가던 어떤 나그네가 두 뱃
사공들 가운데 한  사람의 얼굴을 들여다본 후에,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이야기
하기 시작하고, 고민을 털어놓고, 사악한 죄를  고백하고, 위로와 충고의 말을 간
절히 듣고 싶어하는 일도 있었다. 때로는 어떤  사람이 강물 소리를 귀기울여 들
어보려고 하룻밤을  그들 곁에 묵어가게  허락해 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나루터에  두 사람의 현인, 또는  마술사, 또는 성자가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지만 아무런 답변
도 얻어듣지를 못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마술사도 현인도 발견하지 못하였으며, 
단지 벙어리처럼 말이 없고 어딘지 괴짜 같고 미욱해 보이는 늙고 친절한 두 사
람의 범인을 발견하였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나면 그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너
털웃음을 웃으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경박하기  짝이 없으면 그런 헛소
문을 다 퍼뜨렸겠느냐고 하면서  한심하다는 투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
다.
  몇 해가 흘렀지만, 아무도  몇 해가 흘렀는지 헤아려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처 고타마를 신봉하는 제자들
  @p 161
  로서 순례를 하며 떠돌아다니던  승려들이 그들에게 와서 강을 좀 건네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뱃사공들은 승려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그들이, 세존이 위독하여 
곧 인간으로서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고 극락왕생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항간
에 널리 퍼졌기  때문에 아주 급히 서둘러  그들의 위대한 스승에게 되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순례를 하며 떠돌던  한 무리의 
새로운 승려들이 왔으며, 그리고 뒤이어 또 한 무리가 왔는데, 그 승려들뿐만 아
니라 그밖의 대부분의 여행자들이나 방랑객들도 이야기의 화제는 오직 고타마와 
임박해 있는 그의 입적뿐이었다. 그리하여 출정식이나  왕의 대관식이 있으면 온
나라 방방곡곡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흡사 개미떼처럼 북적거리게  되듯이, 흡
사 어떤 마법의 힘이 드들을 끌어당기기라도 하듯이 사람들은 그 위대한 부처가 
입적을 기다리고 있는 그곳을 향하여 물밀듯이  몰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
서는 한 영겁의 위대한 완성자가 영광스런 열반의 세계에 입적한다고 하는 어마
어마하게 놀라운 사건이 머잖아 일어나게 될 터였다.
  그때 싯다르타의 머릿속에는, 죽어가고  있는 그 현인, 그 위대한 스승에 대한 
수많은 추억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그의 목소리는 중생을  훈계하고 수십만에 
이르는 사람들을 깨우쳐주었다. 싯다르타는 그의 음성을  들은 적이 있었고 그의 
성스러운 얼굴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다. 싯다르타는 다정한 마음으
로 그를 회상하였으며, 그의 완성의 길을 눈앞에  그려보며 그 옛날 자기가 아직 
젊은 시
  @p 162
  절 그 세존에게  던졌던 말들을 회상하면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 말들은 
당돌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는  말이었던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미소를 지었던 
것이다. 벌써 오래전부터 그는  자기가 고타마와 이제 더 이상 떼려야  뗄 수 없
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고타마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는 없었다. 그렇다,  진실로 도를 구하고자 하는 자라면, 진실로  도를 얻고자 하
는 자라면, 어떠한 가르침도 받아들일 수가 없는 법이다. 그러나 이미 득도한 자
는 모든 각각의 가르침을, 모든  각각의 길을, 모든 각각의 목표를 인정할 줄 아
는 법이며, 그런 경지에 도달한  자를, 영원 속에 살며 신적인 것을 호흡하는 수
천의 다른 성자들과 떼어놓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부처를 향하여 순례의 길을 떠나던 그 무렵의 
어느 날, 한때  가장 아름다운 기생이었던 카밀라도 부처를 향하여  순례의 길을 
나섰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예전의 생활을  청산하고 정원을 고타마의 제자인 
승려들에게 헌납하였으며, 부처의 가르침에 귀의하여, 순례자들의 친구이자 은인
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고타마의 입멸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 아들인 소년 싯다르타와 함께 간소한 옷차림으로 걸어서 길을 떠났었던 것이
다. 어린 아들과 함께 목적지로 가던 도중에 그녀는 그 강가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 소년은  곧 지쳐 집으로  돌아가자고 떼를 썼으며,  쉬어가자고 칭얼거렸으며 
먹을 것을 달라고 떼를 쓰고, 심술을 부리다가 울
  @p 163
  음보를 터뜨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카말라는 아들과 함께  자주 쉬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어린 아들은 그녀의 뜻에  거슬러 자기 마음대로 억지를 부리
는 습관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아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야만 하였으며, 
아들을 달래야만  하였으며, 아들을 꾸짖어야만 하였다.  그 소년은 무엇 때문에 
자기가 어머니와 함께 전혀 알지도 못하는 곳을  향하여, 한 낯선 성자가 죽어가
고 있는 곳을  향하여 이토록 힘들고 서글픈 순례  여행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 사람이 죽든  말든 그것이 자기와 무슨 상
관이 있다는 말인가?
  바주데바의 나루터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이르렀을때,  소년 싯다르타는 
쉬어가자며 또다시 어머니를 졸라댔다. 카말라 자신도 지쳐 있었던 터였다. 그녀
는 아들이 바나나  한 개를 씹어 먹고 있는  동안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잠시 
눈을 붙이고 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외마디 비명 소리를 질러댔다. 
그 소년이 깜짝 놀라 어머니를  쳐다보니 얼굴이 겁에 질려 새하얗게 변해 있었
으며, 옷자락 밑에서 작고 검은  뱀 한 마리가 스르륵 빠져 나왔다. 카말라는 그 
뱀한테 물렸던 것이다.
  그 모자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하여 허둥지둥 달려서 나루터 근처까
지 다다르게  되었다. 그곳에서 카말라는 주저앉아버렸다.  이제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소년은 어머니에게 입맞춤을 해대고  어머니의 목덜미를 
껴안고 통곡하는 비명소리를  질러댔다. 도와달라고 큰 소리로  울부짖는 아들의 
소리에 어머니의 외침도 가
  @p 164
  세하여, 마침내 그 소리가  나루터에 서 있던 바주데바의 귀에까지 들렸다. 그
는 재빨리 달려가서 그 여인을 팔로 안아들고  배에 실었다. 아들도 함께 달려왔
다. 곧 그  세사람 모두 오두막에 이르게  되었다. 싯다르타는 마침 거기에 서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섬광이 반짝거렸다. 그는 맨 먼저 소
년의 얼굴을 보았다.  그 얼굴은 놀랍게도 그로 하여금 기억이  떠오르게 하였으
며, 잊혀진 과거의 일을  잊지 말라고 독촉하고 있었다. 그는 카말라를 보았느너
데, 비록 그녀가 의식을 잃은 채 뱃사공의 팔에 안겨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그녀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이제 그는 자기에게  잊혀진 과거를 다시 떠올리라고 
독촉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던 그 소년이 바로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
었다. 그러자 그의 가슴속에서 심장이 마구 고동쳤다.
  카말라의 상처 부위는 씻어냈지만 이미 검게 변해 있었으며 온몸이 퉁퉁 부어
올라 있었다. 물약을 입  속으로 넣어주자 그녀는 의식을 되찾았다. 그녀는 오두
막 안에 놓여있는 싯다르타의 잠자리에 누워  있었는데, 머리맡에는 예전에 그녀
를 그토록  사랑하였던 싯다르타가 몸을 굽힌  채 서 있었다. 그녀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자기의 옛날 애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아주 서서히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가를 깨닫
게 되었으며, 뱀에게  물렸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는 겁먹은 목소리로  그 소년
을 불렀다.
  「그애는 당신 곁에 있으니 아무 걱정 말아요」 싯다르타
  @p 165
  가 말하였다.
  카말라는 그의  눈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독이 퍼져 마비되었기  때문에 잘 
돌아가지 않는  혀로 그녀는 말하였다. 「여보,  당신 늙으셨군요」 하고 그녀는 
말하였다. 「머리카락이 다 하얗게 세었군요. 그러나  당신의 모습은, 그 옛날 옷
도 걸치지 않은 채 잔뜩  먼지가 묻은 발로 나의 정원 안으로 들어오던 때의 그 
젊은 사문의  모습과 닮았어요. 지금 당신의  모습은, 당신이 나와 카마스와미를 
버리고 떠나던 때의 모습보다도  젊은 사문 시절의 눈매와 비슷하군요. 아, 나도 
늙었지요. 그런데 이렇게 늙어버렸는데도 나를 알아볼 수가 있었나요?」
  싯다르타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사랑하는 카말라, 나는 당신을 금방 알
아볼 수 있었소」
  그러자 카말라는 자기의  사내아이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당신은  이 아이도 
알아보셨나요? 그애는 당신 아들이랍니다」
  그녀의 두 눈이 초점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더니 딱 감기고 말았다. 소년
이 울음을 터뜨리자, 싯다르타는 그 아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는 울게 그대로 내
버려둔 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다 그  아이의 얼굴을 내려다보았을 때, 
자기 자신이 어린 소년 시절에  배웠었던 한 바라문의 기도가 퍼뜩 뇌리에 떠올
랐다. 천천히, 노래 부르는 목소리로, 그는 그 기도를 읊조리기 시작하였다. 지나
간 과거와 어린 시절로부터 말들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노래 부
  @p 166
  르듯 읊조리는 그의  기도 소리를 들으면서 아이는 차츰 진정이  되었지만, 깨
어나면 이따금씩 훌쩍거리기도 하다가 이내 스르르  잠이 들었다. 싯다르타는 그 
아이를 바주데바의 잠자리에다  살며시 뉘었다. 바주데바는 부뚜막에  서서 쌀로 
밥을 짓고 있었다. 싯다르타가  그에게 눈길을 보내자, 그도 미소를 지으며 대꾸
하는 눈길을 보내왔다.
  「그녀는 죽을 것입니다」 싯다르타가 나지막이 말하였다.
  바주데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뚜막에서 나오는 불빛이 그의  다정스런 얼굴
을 비추어주고 있었다.
  카말라는 다시 한  번 깨어나서 의식을 되찾았다. 그녀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
그러졌다. 싯다르타의  눈은 그녀의 입과  백짓장처럼 하얀 그녀의  뺨에 드러난 
그녀의 고통을 읽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당하고 있는 고통을 침착하게, 세심하
게,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녀의  고통 속에 빠져들어 가면서 읽고 있었다. 카말라
는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그의 눈을 찾고 있었다.
  그를 쳐다보면서 그녀가  말하였다. 「이제서야 당신의 두눈도  달라졌다는 것
을 알았어요. 눈이 아주  딴판으로 달라졌어요. 그런데 무엇을 보고 당신이 싯다
르타라는 사실을  아직도 내가 알아낼 수  있을까요? 당신은 싯다르타이기도 하
고, 싯다르타가 아니기도 한데요」
  싯다르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서, 잠자코 두  눈으로 그녀의 두눈을 들여다보
았다.
  「당신은 그것을 얻으셨나요?」 그녀가 물었다.  「당신은 평화를 얻으셨어요?

  @p 167
  그러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그녀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이 보여요」 그녀가  말하였다. 「그것이 보인단 말이에요. 나도 평화를 
얻을 거예요」
  「당신은 평화를 얻었소」 싯다르타가 속삭이는 소리로 말하였다.
  카말라는 시선을 고정시킨 채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자기가 완성자
의 얼굴은 어떤가를 보기  위하여, 그 완성자의 평화를 호흡하기 위하여, 고타마
한테로 순례의 길을  떠나려 했었는데, 고타마 대신에 이제 싯다르타를  보게 되
었으며, 이것은 잘된 일이라고, 고타마를 만난 것만큼이나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
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그에게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러나 그녀의 혀
가 이제 더 이상 그녀의 의지를 따라주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그
저 그를 쳐다보고만  있었으며, 그는 그녀의 눈에서 생명의 등불이  꺼져가고 있
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고통이 그녀의 눈을 가득 채웠을 때, 마지막 전율이 
그녀의 사지 위로 퍼졌을 때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눈을 감겨주었다.
  오랫동안 그는 그 자리에 앉아 영원히 잠들어 버린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
다. 오랫동안 그는 그녀의 입을, 얄팍하게 되어버린 입술을 한 그녀의 늙고 피곤
에 지친 입을 찬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자기가 일찍이 인생의 청
춘 시절에 이 입을 막 터진 듯한 무화과 열매에 비유했었던 적이 있었음을 기억
해 냈다. 그는 오랫동안 앉아
  @p 168
  서,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피로에 지친  주름살을 들여다 보았으며, 그녀를 바
라보는 일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었다. 한참 바라보다 보니, 그녀의 얼굴과 마찬
가지로 백짓장처럼  하얗게 되고, 생명의 빛을  잃은 채 거기에 누워  있는 자기 
얼굴도 보였다. 그와 동시에, 그의 얼굴과 그녀의 얼굴이 붉은 입술과 타는 듯한 
눈동자를 지닌 젊은 시절의 얼굴이 되어 있는  것이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자 현
재와 동시성이라는 감정이,  영원성이라는 감정이 그의 마음을  파고들어와 온통 
가득 채웠다. 그는  그 순간, 모든 생명의 불멸성과 모든  순간의 영원성을 깊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깊이 느꼈다.
  그가 몸을 일으키자  바주데바는 그에게 밥을 차려주었다.  그렇지만 싯다르타
는 밥을 먹지 않았다.  그 두 늙은이는 염소를 키우는 외양간에  짚을 깔아 잠자
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바주데바는 잠을 자기 위하여 드러누었다. 그러나 싯다르
타는 밖으로 나가  강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과거라는 파도에  씻겨 넘어지
면서, 자기가 살아온  인생의 모든 시간들과 접촉함과 동시에 그  시간들에 에워
싸인 채, 오두막  앞에 앉아 꼬박 밤을  지새웠다. 그는 가끔씩 몸을 일으켜서는 
오두막 문 옆으로 가서 소년이 자고 있는지 아닌지 귀기울여 보기도 하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아직  해가 모습을 보이기도 전에, 바주데바가 외양간 밖으
로 나와서는 친구인 싯다르타에게 갔다.
  「당신은 한 숨도 안 잤군요」 그는 말하였다.
  @p 169
  「그래요, 바주데바. 나는 여기 앉아 있었으며,  나는 강물 소리에 귀를 기울였
어요. 강은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으며,  나의 마음을 유익한 사상으로, 바
로 그 단일성의 사상으로 온통 깊숙이 채워주었습니다」
  「싯다르타, 당신은 고통스런 일을 당했어요. 그러나 나는 당신의 마음속에 슬
픔이 파고들어가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아요」
  「그래요, 도대체 내가  슬퍼해야 할 까닭이 뭐가 있겠습니까?  부유하고 행복
하였던 내가 지금은  훨씬 더 부유하고 훨씬 더 행복해졌습니다.  아들을 선물로 
받았으니까요」
  「당신 아들은  나 역시 환영합니다. 싯다르타,  이제 우리 일하러  갑시다, 할 
일이 많아요. 옛날에 나의  아내가 죽었던 바로 그 자리에서 카말라도 죽었어요. 
옛날에 내가 아내를 화장할 장작더미를  쌓았던 바로 그 언덕 위에 카말라를 화
장할 장작더미를 쌓도록 합시다」
  소년이 아직 잠들어 있는 동안에 그들은 화장할 장작더미를 쌓았다.
  @p 170
  아들
  소년은 겁을 먹은 듯 서먹서먹해하고 울먹이면서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였
다. 싯다르타는 그  소년을 아들로서 기쁘게 맞아들였으며, 바주데바의 오두막에
서 자기와  함께 살고 싶다면  언제라도 환영한다고 말하였다.  그렇지만 소년은 
슬픔에 잠긴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서먹서먹해하면서 싯다르타의 말을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소년은 창백한 낯빛을 하고 며칠  동안이나 어머니 무덤 가에 앉
아 있었으며, 먹을 것을 입에 대지도 않으려고 하였다. 그는 두 눈을 꼭 감고 마
음의 문을 닫은 채 운명에 저항하였으며 운명을 거역하였다.
  싯다르타는 그 아이를  조심스레 보살폈으며 그가 하는대로  내버려두었다. 그
는 그 아이의 슬픔을 존중해 주었던
  @p 171
  것이다. 싯다르타는 아들이 자기를 알지 못하는 것을, 아들이 자기를 아버지로
서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였다.  그는 열한 살 먹은 자기  아들이 버릇 없
는 아이라는 것도, 어머니한테 귀여움만 받으며 자란 응석받이라는 것도, 그리고 
부자들의 온갖 습관에 젖어 자랐으며 좋은 음식과 푹신한 침대에 길들여져 있으
며 하인들을 부리는  습관에 젖어 있다는 것도  서서히 알게 되었으며 이해하게 
되었다. 싯다르타는, 버릇이 잘못  든데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까지 당한 그 응석
받이가 이 낯설고 가난에 찌든  상황에 갑자기 그리고 선선히 만족할 수는 없다
는 점을 이해하였다. 그는 그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았으며, 그 아이를 위해 많은 
일을 해주었으며, 언제나 가장 좋은 음식을  골라 먹였다. 느긋한 마음으로 그는, 
다정하게 참고 기다리면 결국 그  아이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
다.
  그 소년이 자기한테 왔을  때 싯다르타는 스스로 부자이며 행복한 사람이라고 
칭했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소년은  여전히 낯설고 
어두운 표정을  하고, 건방지고 불손한 마음을  드러내 보였으며, 아무일도 하려 
들지 않았으며, 두 노인을 어려워하며 공경하는 태도를 보여주지도 않았고, 바주
데바의 과일 나무에서 열매를 훔쳐먹기도 하였다.  싯다르타는 자기 아들이 옴으
로써 자기에게 행복과 평화가 찾아온 것이 아니라 고통과 근심 걱정이 찾아왔다
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는  소년을 사랑하였으며, 그 소년이 
없이 평화와 행복을 누리느니 그 소년 때문에 사랑의 고통을 겪고
  @p 172
  사랑에서 비롯된 근심 걱정을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였다.
  어린 싯다르타가 오두막에 온 날  이래로 두 노인은 일을 서로 분담하여 해오
고 있었다.
바주데바는 다시 혼자서 뱃사공의 일을 떠맡았으며,  싯다르타는 아들과 함께 있
기 위하여 오두막과 들에서 하는 일을 떠맡았다.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달 동안,  싯다르타는 아들이 자기를  이해하게 되기를, 
아들이 자기 사랑을 받아들여주기를, 아들이 행여나  자기 사랑에 응답해 주기를 
기다렸다. 바주데바는 여러달을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서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싯다르타가 아버지한테 반항하면서 온갖 고집과 변덕을 부
려 또다시 아버지의 마음을 몹시  아프게 하더니 급기야는 밥그릇 두 개를 아버
지한테 던져서  깨버린 일이 일어났다.  바주데바는 그날 저녁  친구 싯다르타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그는  말하였다. 「두터운 우의에서  당신에게 
말하는 거예요. 나는 당신이  괴로워하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아요. 친애
하는 벗이여, 당신아들은  당신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어요, 나한테도 마찬가지구
요. 그 어린 새는 다른 생활에, 다른  보금자리에 익숙해 있어요. 그 아니는 당신
처럼 구토증이 나고 넌더리가 난  나머지 부와 도시로부터 탈출해 온 것이 아니
라, 자기 의지와 어긋나게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떠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나
는 강물에게 물어보았지요, 오 친구여, 여
  @p 173
  러 차례 나는 강물한테  물어보았지요. 그러나 강물은 그저 웃고 있어요. 강물
은 나를 실컷 비웃고 있으며, 강물은 나와 당신을 실컷 비웃고 있어요. 우리들의 
어리석음을 보고 배꼽을  잡고 웃고 있다는 말이예요. 물은 물끼리  어울리고 싶
어하고, 청춘은 청춘끼리 어울리고 실여하는 법이죠. 당신 아들은 지금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는 그런 곳에 있지 않아요, 당신도 강물에게 물어보고, 강물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들어봐요」
  괴롭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싯다르타는  그의 다정한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얼굴에 잡혀 있는 수많은 주름살에는 영속적인 명랑함이 깃들여 있었다.
  「내가 도대체  그 아이와 헤어질 수가  있을까요?」 그는 부끄러운 기색으로 
나지막하게 물어보았다. 「나에게 좀더 시간을  주십시오, 친애하는 친구여, 나는 
그 아이를 얻으려고  싸우고 있습니다. 그 아이의 마음을 얻으려고  애쓰고 있으
며, 사랑과 다정한  인내심으로 그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하고  있다는 말입
니다. 언젠가 그 아이한테도 강이  말을 건넬 날이 올 거예요, 그 아이도 부름을 
받고 있어요」
  바주데바의 미소가 한층 더 따사롭게 피어올랐다.  「오, 물온 그렇지요. 그 아
이도 부름을 받고 있지요. 그 아이도 영원한 생명으로부터 태어났지요. 그렇지만 
우리가, 당신과 내가,  무엇을 위하여 그 아이가 부름을 받고  있는 것인지, 어떤 
길을 가도록  부름을 받고 있는 것인지,  어떤 행위를 하도록 부름을  받고 있는 
것인지, 어떤 고통을 겪도
록 부름을 받고 있는 것인지  도대체 알고 있기나 한가요? 앞으로 그 아이의 고
통은 적지 않을  거예요. 그 아이의 마음은 사실인즉 자부심이  대단하고 억세기 
짝이 없어요. 그런 마음을 가진 자들은 수많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수많
은 방황을 할 수밖에 없으며, 수많은 부당한 과실을 저지를 수밖에 없으며, 수많
은 조악의 짐을 짊어질 수 밖에 없는 법이예요. 친애하는 친구여, 한 번 말해 봐
요. 당신은 당신  아들을 교육시키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그  아이를 때리는 것
은 아닙니까? 그 아이에게 벌을 주는 것은 아닙니까?」
  「아닙니다, 바주데바, 나는 그런 일들은 하지 않습니다」
  「나도 그것을 잘 알고  있어요. 당신은 그 아이에게 명령하지도 않아요. 당신
은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물이 바위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사랑이 폭력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칭찬하고 싶을 만큼 
당신은 아주 잘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당신이 그에게  강요하지 않고 벌 주지 않
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당신의 착각이 아닐까요? 당신은 그 아이를 사랑이
라는 끈으로 묶어 구속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당신은 날마다 그 아이를 부끄
럽게 만들고, 당신은 당신의 호의와 참을성으로 그  아이를 점점 더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당신은 그 아이에게, 오만불손하고 버릇이 잘못  든 그 아
이에게, 바나나나 먹고 살아가는 두 늙은이의  오두막에서 살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늙은이들이야
  @p 175
  쌀밥만 먹어도 별미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생각이 그 아이의 생각일 수는 없
는 것이 아닐까요? 그 아이의 마음은 늙고 고요한 우리 늙은이의 마음과는 아무
래도 다르지 않을까요? 이런데도 그 아이가  강요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벌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싯다르타는 당황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그는 
나지막하게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바주데바가 말하였다. 「그 아이를 시내로 데려다주세요, 그 아이 어머니의 집
으로 데려다주라는 말입니다. 그곳에는 아직 하인들이 있을 터이니, 그들에게 그 
아이를 맡기세요. 그리고 만약 거기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면 그 아이에게 스
승을 구해다 맡기세요. 가르침을 받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소년들, 다른 
소녀들과 어울리면서 그  아이의 세계에서 살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 점
을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요?」
  「당신은 내  마음속을 꿰뚫어보고  계시군요」 싯다르타가 슬프게  말하였다. 
「나는 자주 그 점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그렇잖아도 부
드러운 마음씨를 갖고 있지 않은  그 아이를 내가 어떻게 그런 세계로 내보낼수
가 있단 말입니까? 그 아이는  사치스런 생활에 빠지지 않을까요? 그 아이는 쾌
락과 권세의 늪에 빠져버리지  않을까요? 그 아이는 자기 아비가 저질렀던 모든 
과오들을 되풀이하지 않을까요? 그  아이는 혹시 윤회의 소용돌이 속에 온통 휘
말려버리지 않을까요?」
  @p 176
  뱃사공의 미소가 밝게 빛을 내기 시작하였다.  그는 싯다르타의 팔을 다정하게 
어루만지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친구여, 그 점에 대해서도 강물한테 물어보세
요. 강물이 그 말을 듣고 어이없다는 듯이 비웃는 소리를 들어보세요! 당신이 어
리석은 짓을 저질렀던 것은, 당신 아들이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운명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였다,  당신은 설마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은 아니겠
지요? 그리고 도대체 당신이 무슨 능력으로 당신 아들을 윤회의 소용돌이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다는 겁니까?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지요? 가르침을 
통해서, 기도를 통해서, 훈계를  통해서 그럴 수 있다는 겁니까? 이보세요, 친구. 
도대체 당신은 벌써  그 이야기를, 바라문의 아들 싯다르타의 그  교훈적인 이야
기를 몽땅 잊어버렸단 말인가요? 당신이 나에게 그 옛날 바로 이 자리에서 들려
주었던 그 이야기 말이예요. 누가  사문인 싯다르타를 윤회로부터, 죄업으로부터, 
탐욕으로부터, 어리석음으로부터 지켜주었던가요? 아버지의 경건함, 스승들의 훈
계, 자신의 지식, 자신의 구도 행위가 그를  지켜줄 수 있었던가요? 어느 아버지, 
어느 스승이  지켜서서 그를 말릴 수가  있었겠어요? 스스로 삶을  영위하는 일, 
그러한 삶으로  스스로를 더럽히는 일,  스스로 자신에게 죄업을  짊어지게 하는 
일, 스스로 쓰디쓴 술을 마시는 일,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내고자 하는 일, 그
런 일을 못하게  누가 막을 수 있었겠습니까? 친애하는 친구여,  이러한 길이 어
느 누구한테는 혹시 면제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신이 설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p 177
  것은 아니겠지요? 당신이 어린 아들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이 그 아이
에게는 제발 번뇌와 고통과 환멸이 면제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기 때문에, 
당신 아들에게는 그  길이 혹시 면제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믿고  있는 겁
니까? 그렇지만  설령 당신이 아들 대신  열 번을 죽어준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그 아이의 운명을 눈곱만큼이라도 덜어줄 수는 없을 겁니다」
  바주데바가 그렇게 말을 많이 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었다. 싯다르타는 그에
게 다정스레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나서 걱정을 안은 채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그는 한참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바주데바가 자기에게 하였던  말 가운데 
자기 스스로가 이미  생각하여 보지 않았거나 알지  못하였던 말은 하나도 없었
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가 실천으로 옮길 수 없는 그런 앎에 불과하였다. 그러한 
앎보다도 자기의 자식에 대한 정이, 자식을 잃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자기의 불
안한 마음이 더 강하였던 것이다. 도대체 자기가  여태까지 어떤 일에 이토록 마
음을 온통  빼앗겨본 적이 있었던가? 도대체  자기가 여태까지 이토록 맹목적으
로, 이토록 고통스러워하며,  이토록 아무 결실도 없이,  그렇지만 이토록 행복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해 본적이 있었던가?
  싯다르타는 친구의 충고를 따를  수가 없었다. 그는 아들을 보낼 수가 없었다. 
그는 아들이  자기한테 명령을 하여도  그대로 보고만 있었으며,  아들이 자기를 
경멸하여도 그
  @p 178
  대로 보고만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기다렸으며, 날마다 친절이라는 무언
의 전투를 시작하였으며,  인내라는 소리없는 전쟁을 시작하였다. 바주데바 역시 
아무 말 없이, 친절하게,  알면서도 모른 척하며,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참는 데
에는 그들 두 사람 다 대가였다.
  언젠가 한 번 그 소년의 얼굴이 싯다르타에게 카말라를 무척이나 생각나게 하
였던 적이 있었다. 그때 싯다르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오래전 젊은 시절 언
젠가 카말라가 자기에게  했던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당신은 사랑을  할 수가 
없어요」하고 그녀가 자기에게  말했었는데, 자기는 그녀의 말이  옳다고 인정하
였으며, 자신은 하나의 별에, 어린애 같은 인간들은 떨어지는 나뭇잎에 비유했었
다. 그러면서도 자기는 그녀의 말 속에 자기를  비난하는 감정도 숨어 있다는 것
을 어렴풋이나마 느꼈었다. 사실 그는 여태껏 한  번도 어떤 다른 사람에게 홀딱 
빠져서 자신을 몽땅 바칠 수가 없었으며, 자신을 망각할 수가 없었으며, 다른 사
람에 대한 사랑 때문에  어리석은 일을 저지를 수도 없었다. 그  당시에 그는 그
런 일을 결코 할 수가 없었으며,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자기와 어린애 같은 인간
들을 구분해 주는  커다란 차이점이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이제 자기  아들이 나
타나고 나서부터는 싯다르타도 완전히  그런 어린애 같은 인간이 되어버렸던 것
이다. 한 인간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한  인간을 사랑하고, 어떤 사랑에 빠져버
리고, 어떤 사랑  때문에 바보가 되어버리는 그런 어린애 같은  인간이 되어버렸
던 것이다. 이제 드도 인생에서 한 번, 늘그막
  @p 179
  에 와서야 비로소  가장 강렬하고 가장 진기한  이러한 열정을 느끼게 되었으
며, 그 열정 때문에 비참할 정도로 괴로운 슬픔을 맛보았다. 그렇지만 그는 행복
에 젖어 있었고 예전과는 약간 다른 새로운  인간이 되어 있었으며, 마음이 약간 
더 부유해진 상태였다.
  그는 이 사랑이,  자기 아들에 대한 이 맹목적인 사랑이,  일종의 번뇌요, 매우 
인간적인 어떤 것이라는 사실과,  또한 이 사랑이 윤회요, 흐릿한 슬픔의 원천이
요, 시커먼 강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와 동
시에, 그 사랑이 가치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사랑이 필수불가결한 것이며 
자신의 본질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을 느꼈다. 이러한 쾌락도  만족시키고 싶었으
며, 이러한 고통도 맛보고 싶었으며, 이런 어리석은 짓도 저질러보고 싶었다.
  그 동안 아들은  아버지가 어리석은 짓을 하든  말든 그냥두고 보기만 하였으
며, 아버지가 자기의  환심을 사려고 애쓰도록 내버려두었으며, 매일같이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자기 비위를 맞추도록 내버려두었다. 이 아버지라는  사람은 자기
를 매혹시킬 만한 것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으며, 자기가 두려워할 만한 것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다.  이 아버지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선량하
고 마음씨 좋고 부드러운 사람이었으며, 어쩌면  매우 경건한 사람이었을지도 모
르고, 어쩌면 성자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특성이 아니었다. 자기를 그 초라한 오두막 안에 가두어놓고
  @p 180
  있는 이 아버지라는 사람이 소년에게는 지겨운 존재였다.  아들이 볼 때 이 아
버지라는 사람은 정말로  지겹기 짝이 없는 존재였다. 그리고 자기가  아무리 무
례한 행동을 하여도  이 아버지라는 사람은 미소로 대하고, 자기가  아무리 막된 
욕을 퍼부어도 다정하게 대하고, 자기가 아무리  악의를 보여도 선의로 대꾸하였
는데, 바로 이런  점이야말로, 소년의 눈으로 볼 때는, 늙고  음흉한 위선자의 가
장 가증스런 교묘한 술수였던 것이다. 소년한테는  이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위협
을 받는 편이, 학대를 당하는 편이 오히려 훨씬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어린 싯다르타의 성질이 폭발하고 아버지한테 드러내
놓고 마구 대드는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한  가지 지시를 
했었다. 땔감으로 쓸 덤불을 모아오라는 분부를 내렸었던 것이다. 그러나 소년은 
오두막에서 나올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버티고  서서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리며 
분통을 터뜨렸으며, 바닥을 다지기라도 하듯 발을 동동 굴러댔으며, 주먹을 불끈 
쥐고는, 성질이 폭발하여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아버지의 면전에다 대고 증
오와 멸시의 말을 퍼부어댔다.
  「당신이 쓸  덤불은 당신이 직접  가져오라고요!」 아이는 입에 거품을  물고 
소리를 질러댔다. 「난 당신의 종이 아니란 말이예요. 난 당신이 나를 때리지 않
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사실 당신은 감히 나를 때릴  엄두도 못내고 있다
구요. 나는 말이예요, 당신이  당신의 그 경건함과 당신의 그 관대함으로 끊임없
이 나를 벌주려고 하고 나를 왜소
  @P 181
  하게 만들려고 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당신은 내가 당신처럼 되어
야 한다고, 당신처럼  나도 그토록 경건하고, 그토록  부드럽고, 그토록 현명해지
기를 바라고 있는데  말이에요. 설령 당신이 열 번이나 내  어머니의 정부였다고 
해도 말이에요」
  분노와 원한의 감정이 그의 내면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라, 살벌하고 악의에 찬 
수백 가지의 말들이  아버지의 면전에 쏟아졌다. 그런 다음 소년은  집을 나갔다
가 저녁 늦게야 비로소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그  다음날 아침 아이는  사라져버렸다. 두 뱃사공들이  뱃삯으로 받은 
동전과 은화를 보관해 두던,  두 가지 색깔의 나무 껍질로 짠  작은 바구니도 없
어져 버렸다. 나룻배도 사라지고 없었는데, 싯다르타는 그 나룻배가 맞은편 강가
에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소년은 도망을 쳐버렸던 것이다.
  「내가 그 아이를  뒤쫓아가야겠어요」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그는  어제 아이
한테 욕을 얻어먹은 후부터 줄곧  너무나 비참한 심정이 되어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어린애 혼자서는 숲을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그 아이는 죽고 말것입
니다. 바주데바, 강을 건너기  위하여 우리를 뗏목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
다」
  @p 182
  「우리는 뗏목을 만들 거요」 바주데바가 말하였다.  「그 소년이 끌고 가버린 
우리 배를 다시 가져오기 위해서 말이에요. 친구여, 하지만 그 아이는 그대로 도
망가게 놔두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 아이는  이제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니,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하여  곤경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겁니다. 그  아이는 시내
로 가는 길을 찾아나설 터인데, 그 아이로서는 당연한 일이에요. 그 점을 잊어서
는 안됩니다. 그  아이는 당신이 해주어야 하는데 소홀하여 해주지  않았던 바로 
그 일을 한 것입니다. 그 아이는 자기 스스로를  돌보고 있으며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거예요. 싯다르타, 당신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나도 괴로워요. 그
러나 당신이 당하고  있는 고통은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겨 버릴 그런 
고통, 당신 스스로도 곧 웃어넘겨 버릴 그런 고통입니다」
  싯다르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는  벌써 두손으로 도끼를 잡아들었
으며, 대나무로 뗏목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바주데바는, 싯다르타가 풀을 
엮어 만든 새끼줄로  대나무 다발을 묶는 일을 거들어주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기 시작하였는데, 물살에 휩쓸려 상당히 멀리  떠밀려 내
려간 후에야 맞은편 강가에 다다랐다.
  「무엇 때문에 당신은 도끼를 가져오셨지요?」 싯다르타가 물었다.
  바주데바가 말하였다. 「우리  나룻배의 노가 없어져 버렸을지도  모르는 노릇 
아니겠소」
  @p 183
  하지만 싯다르타는 친구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알았다. 바주데
바는, 그 아이가 분풀이를 하기 위해서, 또는 자기들이 추적해 오는 것을 방지하
기 위해서, 노를  내던져버렸거나 부수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나룻배 안에는 노가 없었다. 바주데바는 그  나룻배의 밑바닥
을 가리키며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 친구  싯다르타를 바라다보았다. 그는 마치 
당신 아들이 당신에게 하고 싶어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래도 모르겠소? 그 아
이가 추격을 당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래도 모르겠소? 하고 말하고 싶
어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는 이것을 굳이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는 새 
노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도망친 아들을  찾아나서기 위하여 
그에게 작별을 고하였다. 바주데바는 그를 말리지 않았다.
  싯다르타는 벌써 오랫동안 숲  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에, 그 아이를 
찾아다니는 일이  쓸데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그  아이는 자기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앞질러 가서  벌써 시내에 들어가 있거나, 또는, 
설령 그렇지 않고 도시로 가는 도중에 있다  하더라도, 추적자인 자기를 피해 몸
을 숨겨버릴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계속하다 보니 그는, 자신이 아들을 걱정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으며, 그리고 아들이 죽지도  않았을 것이고 
숲속에서 위험에 처하는 일도 없으리라는 것을 자기가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는 쉬지 않고 계속 달렸다. 이제
  @P 184
  는 그 아이를 구해 보겠다는 일념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행여라도 그 아이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계속 
달렸던 것이다.
  도시 근교에서 폭이 넓은 거리에 다다랐을 때 그는 옛날에 카말라의 소유였던 
그 아름다운 정원의  입구에 멈추어섰다. 바로 그곳에서 그 옛날  자기는 가마에 
타고 있던 카말라의 모습을  맨 처음 보았었다. 그 당시의 일이  그의 영혼 속에
서 다시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는 이제 다시 거기에 서 있는  자신의 젊은 시절
의 모습을 보았다.  수염이 텁수룩하게 난 벌거벗은 한 사문이  머리카락에 잔뜩 
먼지를 뒤집어쓴 모습이었다. 싯다르타는 오랬동안 거기에 서 있었다. 그리고 열
린 대문 틈으로  정원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누런 법복을 입은  승려들이 아름다
운 나무들 아래에서 걸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한참 동안 그는 깊은 사색에 잠긴 채, 아련히 떠오르는 여러 모습들을 보면서, 
자기가 살아온 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서  있었다. 한참 동안을 그는 그
렇게 서 있었다. 그는 눈길을 돌려 승려들 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느 사이엔
가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승려들의 모습 대신에 젊은 카말라가 그 놓은 나무들 
아래에서 거니는  모습이었다. 그는 자기가 카말라한테  대접을 받고 있는 모습, 
자기가 그녀의 첫 입맞춤을 받고 있는 모습,  그리고 자기각 자신의 사문 시절을 
오만하고 경멸하는 태도로 되돌아보면서, 자신만만하고  갈망하는 마음가짐
  @P 185
  으로 세속 생활을 시작하는 모습 등, 지난  시절 자신의 모습을 분명하게 보았
다. 그는  카마스와미를 보았으며, 하인들과  술잔치, 주사위 노름꾼들, 악사들을 
보았으며, 새장에 같혀 있는  카말라의 지저귀는 새를 보았으며, 이 모든 것들을 
다시 한 번 살려내었으며, 윤회를  숨쉬었으며, 디사 한 번 늙고 피곤에 지쳐 다
시 한 번 구토감을  느꼈으며, 다시 한 번 자신을 파멸시키고  싶은 욕망을 느꼈
으며, 다시 한번 그 성스러운 옴의 힘으로 자신을 치유하였다.
  신다르타는 그 정원의 대문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자기를 
이 장소까지 오게끔 내몰았던 욕망이 어리석은  욕망이라는 것을, 자기가 아들을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자기가 아들에 집착하고 액착을 느껴서는  안된다는 것
을 깨달았다. 그는 도망친 아들에 대한 사랑을  마치 하나의 상처처럼 가슴속 깊
이 느꼈으며, 이와  동시에 이 상처가 결코 자기의 마음을  아프게 쑤셔놓으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상처가  장차 틀림없이 활짝 꽃을  피우고 빛을 
발하게 되리라는 것을 느꼈다.
  이 시간에도 아직 그 상처가  꽃을 피우지도 않고 아직 빛을 발하고 이ㅉ지도 
않다는 사실이 그를  슬프게 하였다. 도망친 아들을 쫓아 여기까지  자기를 뛰어
오게 만들었던 그런 욕심에 찬  목적 의식이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에 이제 공허
한 마음이 대신 들어서 있었다. 비참한 심정이  되어 그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
았다. 그는 자기의 마음속에 무엇인가가 죽어가고 있음을 느꼈으며, 공허함을 느
꼈으며,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이제 더 이상 아무런 기쁨
  @P 186
  도, 목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침잠 상태에  빠진 채 앉아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을, 오직 이 한 가지만을, 즉 기다리는 것, 인내심을 갖는 것, 귀기울
여 듣는 법을 그는  강가에서 배웠다. 그는 거리의 먼지를 흠뻑  다 뒤집어쓴 채 
앉아서 귀기울여 듣고 있었다.  그는 가슴에다 귀를 대고, 가슴이 어떻게 피곤에 
지치고 슬프게  뛰는가를 귀기울여 들으면서, 한  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쭈그리고 앉아서  여러 시간 동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아무런 
환상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공의 상태에 빠져들어 갔으며, 자기 자신을 가라앉
혔다. 아무런 길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상처가 쑥쑥 쑤셔오는 것을 느낄 
때마다 그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옴을  발하였으며, 옴으로 자신을 가득 채웠
다. 정원에 있던  승려들이 그를 보았다. 그리고  그가 많은 시간 동안 쭈그리고 
앉아 있어쏘  그의 잿빛 머리카락 위에  먼지가 잔뜩 쌓이고 있었기  때문에, 한 
승려가 와서는 바나나 두  개를 그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그는  그 승려를 보
지 못하였다.
  이렇게 응고된 듯한 무감각  상태에 빠져 있던 그를 깨운 것은  어떤 손길, 그
의 어깨에 닿은 어떤 손길이었다.  그는 자기 어깨에 닿은 이 손길, 상냥하고 수
줍은 이 손길을 알아채자마자 금방 제정신을  차렸다. 그는 몸을 일으켜세우더니 
자기를 뒤쫓아온 바주데바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그는 바주데바의 
다정한 얼굴, 마치  온통 미소로만 가득 찬 것 같은  그 잔주름들, 그 해맑은 두 
눈을 보자,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제야 그는 자기 앞에 바나나가 
  @P 187
  놓여 있는 것을  보았으며, 그것을 집어들더니 한 개는 뱃사공에게  주고 나머
지 한 개는 자기가 먹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아무 말 없이 바주데바와 함께 숲
으로, 나루터 집으로 되돌아왔다. 아무도 그날 일어났던 사건을 이야기하지 않았
으며, 아무도 그  아이의 이름을 입밖에 내지  않았으며, 아무도 그 아이의 도망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으며, 아무도 그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두막
에 들어와서 싯다르타는  자기 자리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얼마 후에  그에게 야
자유를 한 사발 주려고 다가간  바주데바는 그가 이미 잠들어 있다는 것을 알았
다.
  @P 188
  옴
  그 후에도 오랫동안 그 상처는 아물지  않고 화끈거렸다. 싯다르타는 아들이나 
딸을 데리고  다니는 많은 여행자들을  건네다주어야 하였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는 부러움을 느끼며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 이토록 
많은 수천의 사람들은 이처럼 애정이 가득 담긴  행복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왜 
나는 그렇지 못할까? 악한 사람들도, 도둑과  강도들도 자식들이 있으며 그 자식
들을 사랑하고 그 자식들한테 사랑을  받고 있는데 오직 나 혼자만 그렇지 못하
구나.> 이제 그는 이렇듯 단순하고, 이렇듯 사리분별도 없이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는 어린애 같은 인간들을 닮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는 사람들을 예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았다. 예전
  @p 189
  보다 덜 총명하고 덜 오만스러워진 대신에, 더  따뜻하고 더 호기심이 많고 더 
많은 관심을 지닌 눈길로  사람들을 보았다.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통상적인 부
류의 여행자들, 그러니까 어린애 같은 인간들과 장사꾼들, 그리고 무사들과 부인
네들을 건네다줄 때면  예전과는 달리 그 사람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는 그들을 이해하였다. 그리고  그는, 생각과 통찰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충
동과 욕망에 의해  좌우되는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였으며, 그 자신도  더불어 그
런 생활을 하였다. 그는 그들과 똑같이 느꼈다. 비록 그가 완성의 경지에 가까이 
가 있었고, 최근  마음의 상처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이러한 어린애 같은 인간들이 자기의 형제들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허영심, 탐욕
이나 우스꽝스런 일들을 이제 그는 웃음거리가 아니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일, 
사랑스러운 일, 심지어는 종경할  만한 일로 여기게 되었다. 자식에 대한 어미니
의 맹목적인 자부심, 몸에 달고 나닐 장신구를 얻기 위하여, 그리고 사내들이 자
기들을 경탄의 눈길로 바라보도록 하기 위하여 애쓰는 허영심 많은 젊은 여인들
의 맹목적이고도 거친 열망, 이 모든 충동들,  이 모든 어린애 같은 유치한 짓들, 
이 모든 단순하고  어리석은, 그렇지만 어머어마하게 강한,  억센 생명력을 지닌, 
끝까지 강력하게 밀어붙여 확고한 자리를 굳히는 충동들과 탐욕들이 싯다르타에
게는 이제 더 이상  결코 어린애 같은 짓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는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사
  @P 190
  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무한한 
업적을 이루고, 여행을 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무한한 고통을 겪고, 무한한 고통
을 감수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는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그들을 사랑
할 수 있었으며, 그는 그들의 모든 욕정들과 행위들 하나하나에서 바로 생명, 그 
생동하는 것, 그  불멸의 것, 범을 보았다. 그런 인간들은  바로 그들의 맹목적인 
성실성, 맹목적인 강력함과 끈질김으로 인하여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고 경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었으며, 지식인이자 사
색가인 자기가 그들보다 앞선 것이라고는  단 한 가지 빼놓고는 아무 것도 없었
다. 미미하고 사소한 그 한 가지란 것은 바로 그 의식, 즉 모든 생명의 단일성을 
의식하는 생각이라는 것이었다.  싯다르타는 심지어 가끔씩 이러한 지식, 이러한 
생각이 과연 그렇게  매우 놓게 평가되어야 하는 것인가, 이러한  생각이라는 것
도 따지고 보면 혹시 생각하는 인간, 아니  생각하는 철부지인 자기의 어린애 같
은 유치한 짓은 아닐까 하고 의심을 품는  일까지 있었다. 생각한다는 점을 제외
한 그밖의 다른  모든 점에서는 세속적 인간들이  현인인 자기와 대등한 위치에 
있었으며, 자기를 훨씬 능가할  때도 자주 있었다. 이는 짐승들도 불가피한 경우
에는 끈질기고 확실한 행동을 취한다는 점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경우가 많은 것과 흡사한 일이었다.
  싯다르타의 내면에서는, 도대체 지혜란 것이 무었이며  자신이 오랜 세월 동안 
추구해 온 목적이 과연 무엇인가에
  @P 191
  대한 인식과 깨달음이 서서히 꽃피어 났으며,서서히 무르익어 갔다. 그 무엇이
라는 것은 바로 매순간마다, 삶의 한 가운데에서  그 단일성의 사상을 생각할 수 
있는, 그 단일성을 느끼고 빨아들일  수 있는 영혼의 준비 상태,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는 하나의 능력, 하나의 비밀스러운  기술에 다름아니었다. 조화, 세계의 영
원한 완전성에 대한 깨달음,  미소, 단일성이 그의 내면에서 서서히 꽃피어 났으
며, 바주데바의 늙은 동안으로부터 그에게 반사되어 비추었다.
  그러나 그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화끈거렸다. 싯다르타는  애를 태우며 
쓰라린 마음으로 아들  생각을 하였으며, 아들에 대한 사랑과 정을  가슴속에 품
고 있었으며, 고통으로 자기 스스로를 갉아먹었으며, 사랑 때문에 어리석은 짓이
라는 짓은 모조리 저질렀다. 이 사랑의 불꽃은 저절로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상처가 극심하게 쑤셔대자, 마침내 싯다르타는 강을 건너
게 되었다. 그리움이 사무친 탓이었다. 배에서 내린 그는 그 도시로 가서 아들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으로 안달이 났다.  강물은 부드럽고 나지막한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비가 오지  않는 건기였지만 강물 소리가 이상하게 울려왔다. 그
것은 웃는 소리였다! 그 강은  분명히 웃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강은 비웃고 있
었다. 강은  밝고 맑은 웃음 소리를  내며 늙은 뱃사공 싯다르타를  실컷 비웃고 
있었다. 싯다르타는 멈추어 섰으며, 강물 소리를 좀더 잘 듣기 위하여 강물 위로 
몸을 굽혔다. 그리고
  @P 192
  고요하게 흘러가는 강물  속에 자신의 얼굴이 반사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이 
반사된 얼굴에서  그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떤 기억을  더듬어내었다. 곰곰히 
생각해 보고는 그것이 무었인가를 알아내었다. 그  얼굴은 자기가 예전에 알았었
던, 사랑하였었던, 또한 두려워하였었던 어떤  사람의 얼굴과 비슷하였다. 그것은 
바라문이었던 자기 아버지의  얼굴과 비슷하였다. 그러자 자기가  아주 오래전인 
젊은 시절에 고행자들한테로 가게 해달라고 아버지를  강요하였던 일 하며, 자기
가 아버지에게 작별을 고하였던 일, 그리고 길을  떠난 다음 다시는 돌아가지 않
았던 일들에 대한 추억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아버지 또한 자기 때문에, 자기
가 지금 자기 아들 때문에  겪고 있는 것과 똑같은 고통을 겪었던 것은 아닐까? 
아버지는 당신의 아들을 다시는 보지도  못한 채 이미 오래전에 홀로 외롭게 돌
아가시지는 않았을까?  이것은, 이러한 반복은, 이처럼  숙명적인 순환의 테두리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도는 것은 한  바탕의 희극, 기이하고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강은 웃고 있었다.  그렇다, 그런 것이다. 끝장을 볼 때까지  고통을 겪지 않아 
해결이 안 된 일체의 것은 다시 되돌아오는  법이며, 똑같은 고통들을 언제나 되
풀이하여 겪게  되어 있는 법이다.  싯다르타는 다시 나룻배에  올라타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아들을 생각하면서, 강물의 비웃음을 받으면서, 자신과 싸우면서, 절
망적인 마음 상태가 되어 자신과 온 세상에 대해 함께 큰 소리로 비웃어주고 싶
은 생각을 적잖이 하면서 오두막으로 되돌아왔다. 아, 아
  @P 193
  직도 그 상처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었으며,  아직도 그의 마음은 자신의 운
명에 거역하고 있었으며, 아직도 그의 고통으로부터  유쾌함과 승리의 빛이 뿜어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희망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오두막에 되
돌아오자 그는 바주데바  앞에서 자기 마음을 몽땅 털어놓고 싶은,  그에게 하나
도 남김없이 모조리  드러내놓고 싶은, 남의 말을 경청하는 데는  대가인 그에게 
모든 것은 말해 버리고 싶은 억누르기 힘든 욕망을 느꼈다.
  바주데바는 오두막 안에  앉아 바구니를 짜고 있었다, 그는 이제  나룻배로 강
을 오가는 일을 아지 않고 있었다. 그는 시력이 약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시력
뿐망 아니라 손과 팔도 약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이 얼굴의 기쁜 표
정과 환한 호의의 표정만은 예나 전혀 다름없이 빛나고 있었다.
  싯다라타는 그  늙은이 곁에 자리잡고  앉아 서서히 말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자기가 여태껏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는 그런 것을 이야기하였다.  그 당시 
자기가 도시로 간 이야기,  쑥쑥 쑤시는 상처 이야기, 행복스러운 아버지들을 바
라볼 때 부러운  마음이 든다는 이야기, 그러한 욕망들이 어리석은  일임을 자기
도 알고 있다는 이야기, 그러한 욕망들에  맞서 싸워보았지만 허사였다는 이야기 
따위였다. 그는 모든 것을 남김없이 말하였으며, 제 아무리 고통스러운 이야기라 
할지라도 흉금을 털어놓고 하나도 숨김없이 드러내놓고 모조리 다 말할 수가 있
었다. 그는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였으며, 오늘 있었던 자신의 도주 사
  @P 194
  건, 그러니까 어린애처럼  유치하기 짝이 없는 도망자인 자기가 그  도시를 향
하여 갈 작정을 하고 어떻게 강을 건넜던가,  그리고 강이 어떻게 웃었던가 하는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그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한참 동안 이야기를  하는 동안 바주데바는 내내 잔
잔한 표정을 지은  채 귀기울여 듣고 있었다. 싯다르타는 바주데바가  이처럼 귀
기울여 듣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강하게 느꼈다. 그는  자신의 온갖 고통
과 온갖 불안한 마음이 바주데바를 향하여  흘러들어가고 있음을, 그리고 자신의 
은밀한 희망이 그한테 흘러들어  갔다가 다시 자기를 향하여 되돌아 흘러나오고 
있음을 느꼈다. 자기  말에 귀기울이는 이런 사람에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
인다는 것은, 마치 그 상처를 강물에 넣어  씻어서 결국은 상처가 아물어 강물과 
하나가 되는 것과  똑같은 일이었다. 싯다르타는 아직도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
었으며, 아직도 여전히 고백을  하고 참회를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싯다르타
는 자기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이 사람이  이제 더 이상 바주데바가 아니
요, 이제 더 이상 인간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귀기울여 듣
고 있는 이 사람이 스스로의  내면으로 마치 한 그루 나무가 빗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자기의 고백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이  사람이 바로 신 그 자체라는 
것을, 이 사람이 바로 영원한 존재 자체라는  것을, 점점 더 강렬하게 느꼈다. 싯
다르타가 자신에  대하여, 그리고 자신의  상처에 대하여 생각하는  일을 멈추고 
있는 동안, 바주데바의 변해
  @P 195
  버린 본질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그의 머릿속을 온통 차지하고  있었다. 싯다
르타가 그것을 더  많이 느끼면 느낄수록, 그런 인식 속으로  파고들어가면 파고
들어갈수록, 그석은 그만큼 더 이상스럽지 않은 것이 되어갔으며, 그러면 그럴수
록 싯다르타는, 모든 것이 일사불란하게 질서가  잡혀 있으며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바주데바는 벌써 오래전부터 벌써 언제나 그런 존재였는데, 다만 
자신만이 그것을 완전히 인식하지 못하였을 따름이라는  것을, 사실상 자신도 그
런 바주데바와 거의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점점 더 많이 통찰하게 되었다, 
그는 자기가 지금 이 늙은 바주데바를 마치 백성들이 신들을 우러러보듯이 그렇
게 우러러보고 있음을,  이러한 상태가 끊임없이 지속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느
꼈다. 그는 마음속에서  바주데바에게 작별을 고하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그의 
이야기는 끊이질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이야기를 끝마쳤다. 그때 바주데바는  그에게 다정하지만 약간 희
미해진 시선을 보냈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하면서 그에게 사랑의 눈빛
과 유쾌함의 눈빛, 그리고 그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으며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
을 보냈다. 그는 싯다르타의 손을 잡고서 그들이  늘 앉던 강가의 자리로 데리고 
가서는 그와 함께 털썩 주저앉았으며, 그 강물을 향하여 미소를 보냈다.
  「당신은 저 강물이 웃는 소리를 들었지요」  그가 말하였다. 「하지만 당신은 
모든 소리를 다 들은  것이 아니에요. 우리 귀기울여 들어보도록 합시다. 그러면 
당신은 더 많은
  @P 196
  것을 듣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귀를 기울였다.  수많은 소리가 어우러진 강물의  노랫소리가 은은하게 
울려왔다. 싯다르타는 강물 속을 들여다보았는데, 흘러가는 물결 속에 여러 모습
들이 나타났다.  자기 아버지의 외로운 모습이  나타났는데, 아들인 자기 때문에 
슬픔에 잠겨 있는 모습이었으며, 자신의 모습이 나타났는데, 자기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멀리 떨어져 있는 아들에게 그리움의 끈으로 묶여 있는 외로운 모습
이었다. 어린 아들의 모습도  나타났는데, 아들 역시 열망에 사로잡혀 자기의 길
을 미친 듯이  치닫고 있는 외로운 모습이었으니, 모두가 스스로의  목표를 향하
고 있었고, 모두가 그 목표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모두가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강은 고통에 찬 소리로 노래부르고 있었으며,  강은 그리움에 사무쳐 노래부르고 
있었으며, 강은 그리움에 사무친  채 목표를 향하여 흘러갔으며, 강은 비탄에 젖
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들려요?」 바주데바가  말없는 시선으로 물어왔다. 싯다르타는  고개를 끄덕
였다.
  「더 잘 들어봐요!」 바주데바가 속삭이듯 말하였다.
  싯다르타는 더 잘 들어보려고 애를 썼다.  아버지의 모습, 자신의 모습, 아들의 
모습이 함께 어우러져  흘러가고 있었으며, 카말라의 모습도  나타났다가 스르르 
녹듯이 사라져버렸으며, 고빈다의 모습과 그밖의 다른  모습들도 나타나 모두 한
데 어우러져 흘러가다가, 모두가  강물이 되었다. 모두가 강이 되어 그리움에 사
무쳐서, 강구하면서, 고
  @P 197
  통스러워하면서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강의  소리는 그리움
으로 가득 찬 채, 가슴을 에이는 듯한 비통함으로 가득 찬 채, 도저히 잠재울 수 
없는 욕구로 가득 찬 채, 울려퍼지고 있었다. 강물은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
었다. 싯다르타는 그 강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과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자기가 
보았던 모든 사람들로 이루어진 그 강이 서둘러  흘러가는 것을 보았따. 이 모든 
파도와 물결은 고통스러워하면서 여러 목표를 향하여, 폭포, 호수, 여울, 바다 따
위의 수많은 목표를 향하여  급히 흘러가, 모두 제각기의 목표에 도달하였다. 그
리고 그 각각의  목표에는 하나의 새로운 목표가 뒤따르고 있었다.  강물은 수증
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가 비가 되어 하늘로부터 다시 아래로 떨어져서 샘이 
되고, 시내가 되고, 강이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새롭게 목적지를 향하여 나아갔
으며, 또다시 새롭게 흘러갔다. 그러나 그  그리움에 사무친 소리는 변하였다. 그 
소리는 여전히 고통에 가득 찬 채 무언가를  찾는 소리를 내며 울리고 있었지만, 
그러나 다른 소리들, 그러니까 기뿜의 소리와 고뇌의 소리, 선한 소리와 악한 소
리, 웃는 소리와 슬퍼하는 소리, 백 가지,  천 가지의 소리들이 끼여들어 그 소리
와 한 동아리를 이루었다.
  싯다르타는 귀을 기울였다. 그는 이제 온통 귀기울여 듣는 자가 되어, 온통 듣
는 데 몰두하였으며,  마음을 온통 비운 채, 온총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자기
가 이제는 귀기울여 듣는 법을 끝까지 다  배웠음을 느꼈다. 진작부터 그는 자주 
이 모든 소리들을, 그러니까 강물 속에 들어 있
  @P 198
  는 이 수많은 소리들을  들어왔었지만, 오늘은 그 소리의 울림이 새로웠다. 그
는 더 이상 그  수많은 소리들을 서로 구분할 수가 없었으니,  기쁜 소리를 슬픈 
소리와 구분할 수도,  어린애 소리를 어른 소리와  구분할 수도 없었다. 그 모든 
소리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그리움에 애타는 탄식 소리, 깨닫는 자의 웃음 
소리, 분노의 외침 소리와 죽어가는  사람의 신음 소리, 이 모든 것이 하나가 되
어 있었으며, 이 모든 것이 수천 갈래로 얽혀서 서로 밀착하여 결합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합해져서, 그러니까 일체의 소리들,  일체의 목적들, 일체의 
그리움, 일체의 번뇌, 일체의 쾌락, 일체의 선과 악, 이 모든 것들이 함께 합해져
서 이 세상을 이루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함께 합해져서  사건의 강을 이루고 
있었으며, 생명의 음악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싯다르타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
여서 이 강에, 이 수천 가지 소리가 어우러진 노래에 귀를 기울일 때면, 그가 고
통의 소리에도 웃음  소리에도 귀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영혼을 어떤  특정한 소
리에 묶어두거나 자신의  자아와 더불어 그 어떤  특정한 소리에 몰립하지 않고 
모든 소리들을 듣고,  전체, 단일성에 귀를 기울일 때면, 그  수천의 소리가 어우
러진 위대한 노래는 단 한 개의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었으니, 그것은 바로 완성
이라는 의미의 옴이라는 말이었다.
  「저 소리가 들려요?」 바주데바의 눈빛이 다시 묻고 있었다.
  바주데바의 미소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 미소는, 마
  @P 199
  치 강물의 온갖  소리들 위에 옴이 둥실둥실 떠돌아다니는 것처럼,  그의 노안
을 가득 메운 모든 주름살  위에 밝은 빛을 내면서 둥실둥실 떠돌아다니고 있었
다. 싯다르타가 친구 바주데바의 얼굴을 바라보았을  때 이렇듯 바주데바의 미소
가 밝게 빛나고  있었는데, 이제 싯다르타의 얼굴에도 이와 똑같은  미소가 밝은 
빛을 내면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의 상처에서 한창 꽃이 피어나고, 그의 고통
이 빛을 발하고, 그의 자아가 그 단일성 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순간 싯다르타는 운명과 싸우는 일을  그만두었으며, 고민하는 일도 그만두
었다. 그의 얼굴  위에 깨달음의 즐거움이 꽃피었다.  어떤 의지도 이제 더 이상 
결코 그것에 대립하지 않는,  완성을 알고 있는 그런 깨달음이었다. 그 깨달음은 
함께 괴로워하고 함께 기뻐하는 동고동락의 마음으로 가득  찬 채, 그 도도한 강
물의 흐름에 몸을  내맡긴 채, 그 단일성의  일부를 이루면서 그 사건의 강물에, 
그 생명의 흐름에 동의하고 있었다.
  바주데바는 강가의 앉은 자리에서 몸은 일으겼다.  그는 싯다르타의 눈을 들여
다보고는, 그 눈에서 깨달음의  즐거움이 밝게 빛나는 것을 알았다. 그러자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신중하고  상냥한 방식으로 싯다르타의 어깨를 손으로 살
며시 만지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친애하는 친구여, 나는 이 순간을 기다려왔었
어요. 이제 그  순간이 왔으니, 나를 보내줘요. 오랫동안 나는  이 순간을 기다려
왔으며, 오랫동안 나는 뱃사공 바주데바로 살아왔어요. 이제
  @P 200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잘  있거라, 오두막아, 잘 있거라 강물아! 잘  있어요, 싯
다르타!」
  싯다르타는 작별을 고하는  그 사람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하직 인사를 하였
다.
  「이렇게 작별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그는 나지막하게 말하였
다. 「당신은 숲속으로 들어가실 거지요?」
  「나는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나는 그 단일성 안으로  들어갑니다」 바주데바
는 환한 빛을 발하면서 말하였다.
  환한 빛을 발하면서  그는 저 멀리 사라져갔다. 싯다르타는 그의  모습이 보이
지 않을 때까지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속 깊이 한편으로는  기쁜 마음
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정 아쉬운 마음으로, 그는  떠나가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
지 않을 때까지 눈으로 전송하였다. 바주데바의  걸음걸이는 온통 평화로 가득하
였으며, 그의 머리는 온통 반짝반짝 윤이 났으며, 그의 온몸은 온통 빛으로 가득
하였다.
  @P 201
  고빈다
  고빈다는 언젠가 한 번 휴식  기간 동안에 다른 승려들과 함께 기생 카말라가 
고타마의 제자들에게 한납한 정원에서 잠시 머무른  적이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한 늙은 뱃사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뱃사공은 하나절  정도 들어가면 
닿을 수 있는 강가에 살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현인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고빈다는 휴식을 끝내고 다시 순례 길에  나섰을 때 그 뱃사공을 만나
보고 싶은 열망 때문에 나루터로 가는 길을  택하였다. 그는 평생을 계율에 따른 
생활을 해왔으며 자기보다 더  젊은 승려들로부터 겸손한 노승이라고 존경을 받
기도 하였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불안과 구도의 불길이 꺼지지 않고 있었
던 것이다.
  @p 202
  그는 강가에 이르러 그 노인에게 강을  좀 건네달라고 부탁하였으며, 건너편에 
도착하여 배에서 내릴  때 그 노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은  우리 승려들
과 순례자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해주시는군요. 당신은 벌써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들을 건네다주었지요. 뱃사공 양반, 당신도 정도를 찾고 있는 구도자가 아니
신지요?」
  노안에 미소를 지으면서 싯다르타는 이렇게 말하였다. 「존경하는 스님이시여, 
스님은 스스로를 구도자라고 칭하시면서도,  이미 고령이신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고타마의 승복을 입고 다니시는 겁니까?」
  「하기야 나는 늙은  몸이지요」 고빈다가 말하였다. 「하지만  나는 구도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결코 구도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터인즉, 이
것이 나의 숙명인 것 같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당신도 구도의 길을 걸어오신 것 
같습니다. 존경받는 노인장, 나에게 한 말씀 들려주시겠습니까?」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내가 스님에게 들려드릴 말씀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혹시 이런 말씀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스님은 지나칠  정도로 구
도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구도 행위에 너무 매달린 나머지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요?」
  「도대체 어째서 그렇다는 겁니까?」 고빈다가 물었다.
  「누군가 구도를 할 경우에는」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그 사람의 눈은 오로
지 자기가 구하는 것만을 보게 되어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으며 자기 내면에 아
무것도 받아들일 수
  @p 203
  가 없는 결과가 생기기  쉽지요. 그도 그럴 것이 그 사람은  오로지 항상 자기
가 찾고자 하는 것만을 생각하는 까닭이며, 그  사람은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는 
까닭이며, 그 사람은 그  목표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까닭이지요. 구한다
는 것은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찾아낸다는  것은 자유로
운 상태, 열려 있는 상태, 아무 목표도 갖고 있지 않음을 뜻합니다. 스님, 당신은 
어쩌면 실제로 구도자일  수도 있겠군요. 목표에 급급한 나머지 바로  당신의 눈
앞에 있는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직도 나는 당신 말을  다 알아듣지는 못하겠습니다」 고빈다가 간청을 하
였다. 「도대체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스님이여, 언젠가 여러 해 전에 당신은 벌써 한 번 이 
강가에 온 적이 있어요. 그리고 강가에서 잠자고  있는 한 사람을 발견하고는 그 
사람이 잠자는 것을 지켜주기 위하여 그 사람  옆에 자리잡고 앉았지요. 오 고빈
다, 자네는 그 잠자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지 않았는가?」
  승려는 마치 마법에 홀린  사람처럼 어안이 벙벙하여 뱃사공의 눈을 뚫어져라 
들여다보았다.
  「자네 싯다르타 아닌가?」  그는 수줍은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이번
에도 하마터면 자네를  알아보지 못한 뻔했군. 싯다르타, 정말  진심으로 반갑네. 
자네를 또다시 만나보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네. 벗이여, 그런데 자네 많이 달라
졌군. 그러니까 이제 자네는 뱃사공이 되었단 말인가?」
  @p 204
  싯다르타가 다정하게 웃었다. 「그래, 뱃사공이 되었지. 고빈다, 사람들 가운데
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여러 가지  옷을 걸칠 수밖
에 없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지. 이보게,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인 셈이지. 잘 
왔네, 고빈다, 오늘밤은 나의 오두막에서 묵고 가게나」
  고빈다는 그날 밤 그 오두막에 머물렀으며,  바주데바가 옛날에 쓰던 잠자리에
서 잠을 잤다. 그는  젊은날의 친구에게 많은 질문을 해댔으며, 싯다르타는 그에
게 자기가 살아온 생애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어야만 하였다.
  다음날 아침 짜여진 일정에 따른 순례의 길을 떠날 때가 되자 고빈다는 몇 번
이나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싯다르타, 나의 길을 떠
나기 전에 자네한테 한  가지 묻는 것을 허락해 주게. 자네는  어떤 교리를 갖고 
있지? 자네가 추종하는  어떤 믿음이나 지식이 있나? 자네가 살아가는  데, 올바
로 행동하는 데 도움을 주는 믿음이나 지식을 갖고 있느냐 말이야」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이보게 친구,  그 옛날 젊은 시절 우리가 숲속의 고행
자들과 함께 생활하였을  때 이미 내가 그  가르침들과 스승들을 불신하게 되어 
그 가르침들과 스승들한테 등을 돌렸다는 것은 자네도 익히 알고 있지 않은 가? 
그 후에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어. 그렇지만  나는 그 이후로 많은 사람들
을 스승으로 삼게 되었지.  한 아리따운 기생이 오랫동안 나의 스승이었으며, 한 
부유한 상인이 나의 스
  @p 205
  승이었으며, 몇몇 주사위  노름꾼들도 나의 스승이었네. 언젠가 한번은 떠돌아
다니는 불제자 한 사람이  나의 스승이 된 적도 있었지. 그는  내가 숲속에서 잠
들어 있는 것을 보고는 순례하던 도중에 발걸음을 멈추고 내 곁에 앉아 나를 지
켜봐 주었네. 그한테도 나는 배웠으며, 또한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고 있네. 
하지만 나는 여기 이  강으로부터, 그리고 내가 뱃사공 일을 하기  전에 이 일을 
맡아 하고 있었던 나의 전임자 바주데바한테서  가장 많이 배웠다네. 바주데바라
는 이름을 가진 그  사람은 매우 소박한 사람이었지. 그는 사상가는 아니었지만, 
고타마에 못지않게 필연의 이치를 깨닫고 있었네.  그는 완성된 자이자 성자였네

  고빈다가 말하였다. 「싯다르타,  자네는 아직도 예나 다름없이 농담하는 것을 
좋아하는군. 그래. 나는  자네의 말을 믿어. 자네가 결코 한  사람의 스승도 뒤따
른 일이 없다는 것을  잘 알아. 하지만 자네 스스로 비록  하나의 교리는 아니라 
하더라도 어떤 사상이랄지 어떤 인식을 찾아내었던 것은 아닌가? 그래서 그것들
을 자네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자네가 살아가는 데 도움을 받았던 것은 아닌가? 
만약 자네가 이런 것들에 대해  약간이라도 말해 준다면 나의 마음이 기쁘기 그
지없겠네만」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나는 사상들을 가졌었지,  그래, 그리고 이따금씩 인식
들을 가져본 적도  있었지. 나는 가끔씩, 한  시간 정도 아니면 하루  정도, 마치 
사람들이 가슴  속에 생명이 고동치는  것을 느끼듯이, 나의  가슴속에서 지식이 
살아 있음을 느끼곤 한 적이 있었네. 그것은 여러 가
  @p 206
  지 생각들이었지. 그러나  그것들을 자네에게 전달하기란 나로서는  힘든 일일 
것 같네. 이보게, 고빈다, 내가 얻은 생각들 중의 하나는 바로, 지혜라는 것은 남
에게 전달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네. 지혜란 아무리  현인이 전달하덜라도 
일단 전달되면 언제나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리은 법이야」
  「자네 농담을 하는 건가?」 고빈다가 물었다.
  「농담하고 있는 게 아닐세. 나는 내가 깨달은 사실을 말하고 있는 걸세. 지식
은 전달할 수가 있지만, 그러나 지혜는 전달할 수가 없는 법이야. 우리는 지혜를 
찾아낼 수 있으며,  지혜를 체험할 수 있으며, 지혜를 지니고  다닐 수도 있으며, 
지혜로써 지적을 행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지혜를 말하고 가르칠 수는 없네. 바
로 이러한 사실을 이미 젊은 시절부터 나는  이따금씩 예감했으며, 이 때문에 내
가 그 스승들 곁을  떠났던 거야. 나는 한 생각을 얻었지. 고빈다,  내가 그 생각
이 무엇인가를 말하면 자네는 그것을  또 농담 또는 어리석은 말이라고 여길 터
이지만 그 생각은  나로서는 최고의 생각이네. 내가 깨달은 최고의  생각이란 이
런 거애. <모든 진리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진리이다!> 좀더 자세하게 이야기
하자면 이렇네> <진리란 오직 일면적일 때에만  말로 나타낼 수 있으며, 말이라
는 겉껍질로 덮어씌울  수가 있다.> 생각으로써 생각될  수 있고 말로써 말해질 
수 있는 것, 그런  것은 모두 다 일면적이지. 모두 다 일면적이며,  모두 다 반쪽
에 불과하며, 모두 다 전체성이나 완전성,  단일성이 결여되어 있지. 그리하여 세

  @p 207
  고타마께서도 이 세상에 대하여 설법을 하실 때에, 이 세상을 윤회와 열반, 미
혹과 진리, 번뇌와 해탈로 나누지 않을 수  없었던 거야. 달리 어떤 방법이 없지.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그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어. 그러나 이 세계 
자체, 우리 주위에 있으며 우리 내면에도 현존하는  것 그 자체는 결코 일면적인 
것이 아니네. 한 인간이나 한 행위가 전적인  윤회나 전적인 열반인 경우란 결코 
없으며, 한  인간이 온통 신성하거나 온통  죄악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란 결코 
없네. 그런데도  그렇게 보이는 까닭은  우리가 시간을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네. 시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네, 고빈다, 나는 이
것을 몇 번이나  거듭하여 체험하였네. 그리고 시간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
이라면, 현세와 영원  사이에, 번뇌와 행복 사이에, 선과 악  사이에 가로놓여 있
는 것처럼 보이는 간격이라는 것도 하나의 착각인 셈이지」
  「어째서 그렇다는 거지?」 고빈다가 겁먹은 소리로 물었다.
  「잘 들어봐, 이보게, 잘  들어보라고! 나도 죄인이고 자네도 죄인이야. 그러나 
그 죄인이 언젠가는 다시  브라흐마(바라문교의 창조신-옮긴이)가 될 것이고, 그 
죄인이 언젠가는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고, 부처가 될 거야. 그런데 이걸 알아두
게. 이 <언젠가> 라는 것은 착각이고 다만 비유에 불과한 것임을 말이야! 그 죄
인은 불성으로 나아가고 있는 도중에 있는 것이  아니야. 그 죄인은 어떤 하나의 
발전 과정 속에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야. 비록 우리의 
  @p 208
  사유라는 것이 만사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고 달리 생각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지. 그 죄인의 내면에는 지금  그리고 오늘 이미 미래의 부처
가 깃들여 있다, 바로 그런  이야기야. 그 죄인의 미래라는 것은 모두다 이미 존
재하고 있는 것이네. 자네는 그 죄인의 내면에 깃들여 있는, 자네의 내면에 깃들
여 있는, 아니 모든 중생  개개인의 내면에 깃들여 있는, 바로 그 생성되고 있는 
부처를, 바로 그 부처가 될 가능성을 지닌 부처를, 바로 그 숨어 있는 부처를 존
중하지 않으면 안  되네. 고빈다, 이 세계는 불완전한 것도  아니며, 완성을 향하
여 서서히 나아가는  도중에 있는 것도 아니네. 그럼, 아니고말고,  이 세계는 매
순간순간 완성된 상태에 있으며, 온갖 죄업은 이미  그 자제 내에 자비를 지니고 
있으며, 작은 어린애들은 모두  자기 내명에 이미 백발의 노인을 지니고 있으며, 
젖먹이도 모두 자기  내면에 죽음을 지니고 있으며, 죽어가는 사람돌  모두 자기 
내면에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지. 아무도 다른  사람에 대하여 그 사람이 스스
로의 인생 행로에서 얼마만큼  나아간 경지에 있는가를 감히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는 없네. 도둑과 주사위  노름꾼의 내면에 부처가 깃들여 있고, 바라문의 내명
에 도둑이 도사리고  있으니 말이야. 깊은 명상에 잠긴 상태에서는  시간을 지양
할 수가 있으며, 과거에 존재하였던, 현재  존재하고 있는, 그리고 미래에 존재할 
모든 생명을 동시적인 것으로 불  사가 있어. 그러면 모든 것이 선하고, 모든 것
인 완전하고, 모든 것이 바라문이야. 따라서 나에게는 존재하고 있는 것은 선
  @p 209
  하게 보이며, 나에게는 죽음이나  삶이 다 같게 보이며, 죄악이나 신성함이 똑
같이, 지혜로움이나 어리석음이  똑같이 보여. 세상만사의 이치가 틀림없이 그러
하며, 세상만사는 오로지  나의 동의, ㅗ로지 나의 흔쾌한 응낙,  그리고 나의 신
선한 양해만을 필요로 할 뿐이네. 이것은 나에게는 좋은 일이지. 나을 후원헤 줄 
뿐, 나에게 결코 해를 입힐  수는 없으니 말이야. 나는 나 자신의 육신의 경험과 
나 자신의 영혼의 경험을 통하여  이 세상을 혐오하는 일을 그만두는 영혼의 경
험을 통하여 이 세상을 혐오하는 일을 그만두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이제 더 이상 내가  소망하는 그 어떤 
세상, 내가 상상하고 있는 그  어떤 세상,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해 낸 일종의 완
벽한 상태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놔둔 채 그 세상 자
체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리고 기꺼이 그 세상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내가 죄악
을 매우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내가 관능적 쾌락, 재물에  대한 욕심, 허영심을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수치스러운 절망 상태도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고빈다, 이것은 나의 마음속에 떠올랐던 생각들 가운데 몇 가
지를 이야기한 거야」
  싯다르타는 몸을 굽혀 땅바닥에서 돌멩이  한 개를 집어 들더니 손 안에 넣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여기 있는 이것은」 하고 그는 돌멩이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하였다. 「한 개
의 돌멩이네. 이 돌멩이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아마도 흙이 될 것이며, 그 흙
에서는 식물, 아니면 짐승이나 사람이 생겨나게 될 거야. 예전 같았으면 이럴 때
 @p 210
  나는 다음과 같이 말했겠지.  <이 돌멩이는 단지 한 개의 돌멩이일 뿐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며, 그것은  마야의 세계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
면 순환적인 변화를  거치는 가운데 인간이 될 수도  있고 정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연유로  나는 그것에도 가치를 부여해 주는  바이다.> 예전 같았으
면 나는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였을 거야.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 
<이 돌멩이는  돌멩이다. 그것은 또한  짐승이기도 하며, 그것은  또한 신이기도 
하며, 그것은 또한 부처이기도  하다. 내가 그것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까닭은 그
것이 장차 언젠가는 이런 것 또는 저런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
이 이미 오래전부터  그리고 항상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과 
같은 사실, 그러니까 그것이  돌멩이라는 사실, 그것이 지금 그리고 오늘 나에게 
돌멩이로 보인다는 사실,  바로 그러한 사실 때문에 나는 그것을  사랑하는 것이
며, 돌멩이에 나 있는  갖가지 줄무늬와 움푹 패어있는 구멍 하나하나, 노란색이
나 회색을 띠고 있는 돌멩이의 빛깔, 돌멩이의 단단한 정도, 두드릴 때 돌멩이가 
내는 소리, 말라 있거나 물기가 있는 돌멩이의 표면, 그런 것에서 나는 돌멩이의 
가치와 의의를 발견하게  돼. 돌멩이를 만져보면 그 중에는 촉감이  기름이나 비
누처럼 미끌미끌한 것도 있고, 나뭇잎 같은 것도  있고, 모래 같은 것도 있지. 모
든 돌멩이는 하나하나가 제각기 독특한 것이며,  제각기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옴
을 읊조리고  있으니, 모든 돌멩이 하나하나가  바라문인 셈」지. 그렇지만 이와 
동시에 꼭 마
  @p 211
  찬가지로 그 돌멩이는  돌멩이이기도 하며, 기름 같은 느낌을 주거나  비누 같
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내 마음에 들어. 바로 이 점이 나
에게는 경이롭고 숭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여겨져.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내가 이 문제에 대해서 말하는 일이 없었으면  해. 말이란 신비로운 참뜻을 훼손
해 버리는 법일세. 무슨  일이든 일단 말로 표현하게 되면 그  즉시 본래의 참뜻
이 언제나 약간 달라져 버리게 되고, 약간 불순물이 섞여 변조되어 버리고, 약간 
어리석게 되어버린다는 이야기야. 그래. 그렇지만 이것도 매우 좋은 일이며 그리
고 내 마음에도 아주  쏙 드는 일이야. 어느 한 사람에게는  소중한 보배이자 지
혜처럼 여겨지는 것이  어떤 다른 사람에게는 항상  바고 같은 소리로 들린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나는 동의하고 있어」
  아무 말 없이 고빈다는 귀를 기울여 들었다.
  「무슨 이유로 자네는 나에게  그 돌멩이 이야기를 하였나?」 그는 잠시 후에 
머뭇거리며 말하였다.
  「별다른 의도 없이 그냥 무심코 한 이야기였네. 그게 아니면 혹시, 나는 바로 
그 돌멩이를, 그  강을,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가 관찰함으로써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이 모든 사물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의미로 그 이야기를 하였었는지도 모르
겠어. 한 개의 돌멩이를  나는 사랑할 수 있어, 고빈다, 그리고 나무  한 그루 또
는 나무 껍질 한 개도  사랑할 수 있고. 그것들은 사물이며, 그리고 우리는 사물
을 사랑할 수가 있지. 그렇지만  나는 말을 사랑할 수가 없지. 그 때문에 나에게
는 가르침이라는 것이 아무 쓸모가
  @p 212
  없는 거야. 가르침은 아무런  단단함도, 아무런 부드러움도, 아무런 색깔도, 아
무런 가장자리도, 아무런 냄새도, 아무런 맛도  갖고 있지 않아. 그 가르침이라는 
것은 말 이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지. 자네가 마음의 평
화를 얻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바로 이 가르침이라는 것, 바로 
그 무수한 말들이  아닐까 싶어. 그 까닭은 말이지, 해탈과  미덕이라는 것도, 윤
회와 열반이라는 것도 순전한  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야, 고빈다. 우리가 열반
이라고 부르는 것,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아. 다만 열반이라는 단어만이 존재할 
뿐이지」
  고빈다가 말하였다. 「이보게 친구, 열반이라는 것은 단지 하나의 말에 불과한 
것이 아닐세. 그것은 하나의 사상이야」
  싯다르타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나의  사상이라,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친애하는 벗이여,자네에게 나의 입장을  털어놓지 않을 수가 없군 그래. 나는 사
상과 말을 별로 구별하지  않는 입장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사상이라는 것
도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사물들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예
를 들어보자면, 여기 이 나룻배에  있던 한 사람, 한 성스러운 사람이 나의 전임
자이자 스승이었는데,  그 사람은 오랜 세월  동안 단순히 그저 강만을  믿을 뿐 
그밖의 다른 것은 아무것도 믿지 않고 살아왔어.  그는 그 강물의 소리가 자기에
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으며,  그 강물 소리로부터 배움을 얻
게 되었지. 강물 소리가 그를 교육시키고 그를 가르쳐주
  @p 213
  었던 거야. 강은  그에게 하나의 신처럼 여겨졌지. 오랜 세월  동안 그는, 바람 
한 점 한  점이, 구름 한 점 한 점이,  새 한 마리 한 마리가,  딱정벌레 한 마리 
한 마리가 제각기 자기가 숭배하는  그 강물과 꼭 마찬가지로 신성할 뿐만 아니
라 그 강물과 똑같은 정도로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많은 것을 가르쳐줄 수 있
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냈었지. 하지만 그 성자는  숲속으로 들어갈 때 모든 것을 
알게 되었어. 그는 스승도 없고 책도 없이 자네나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
었던 거야. 그 이유는 오직 한 가지. 그가 강을 믿었기 때문이지」
  고빈다가 말하였다.  「하지만 자네가 <사물>이라고 부르는  것이과연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현실적인 것, 어떤 본질적인  것일까? 그것은 단지 마야의 미혹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단지 심상이나 가상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자네가 이야기
하는 돌멩이, 자네가 이야기하는 나무, 자네가  이야기하는 강, 그런 것들이 도대
체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일까?」
  「그것 역시」 하고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나에게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
니네. 그 사물들이 가상이든 아니든  그것은 별 문제가 안 돼. 만약 그 사물들이 
가상이라면 그렇다면 그 사물들은 언제나 변함없이  나와 똑같은 종류인 셈이지. 
그 사물들이 나와 동류의  존재라는 사실,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에  나는 그 사
물들을 그토록 사랑스럽게 여기는 것이고 그토록 숭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
로 여기는
  @p 214
  거야.  그 사물들이  나와 동류라는 사실 때문에 나는 그것들을  사랑할 수 있
어.  자네가 들으면 그런 가르침도 다  있느냐며 비웃을 터이지만 이것도 아무튼 
하나의 가르침이야. 사랑이라는  것 말일세, 고빈다, 그  사랑이라는 것이 나에게
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여겨져. 이 세상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일, 이 세
상을 설명하는 일, 이 세상을 경멸하는 일은  아마도 위대한 사상가가 할 일이겠
지. 그러나 나에게는,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이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은 
것, 이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
하는 마음과 오경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것, 오직 이것만이 중요할 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고빈다가 말하였다. 「그러나  바로 그것을 그 분 세존
께서는 미망으로 인식하셨지.  그분께서 우리에게 지니라고 명하고  계시는 것은 
호의와 관대한 용서, 자비심과 인내심이지, 사랑은 아냐. 그 분은 우리에게, 우리
의 마음이 세속적인 것에 대한 사랑에 얽매이는 것을 금하셨어」
  「나도 알고 있어」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그의  미소가 황금빛으로 환하게 빛
나고 있었다. 「나도 알고  있어, 고빈다. 그런데 이것 봐, 우리들은 온갖 의견들
이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는  한가운데에서 이런저런 말 때문에 서로 다투고 있
어. 우리가 이렇게 말다툼하는  이유는, 내가 사랑에 관하여 한 말들이 고타마가 
하신 말씀들과 모순이  된다는 것을, 아무튼 겉으로 보기에는 모순이  된다는 것
을 내가
  @p 215
  부인할 수는 없기 때문이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말들을 그토록 불
신하는 거야. 왜냐하면 말야, 나의 말과 고타마의 말씀이 실제로 모순이 되는 것
이 아니라 착각 때문에 모순되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것을 내가 알고 있기 때
문이야. 나는 내가 고타마와 의견이  같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 분이 어떻게 사
랑을 모르실 수 있겠는가. 무릇 인간 존재라는  것이 덧없고 허무하다는 것을 인
식하셨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중생을 그토록 사랑하셔서, 온통 노고로 가
득 찬 길고도 긴 한평생  동안 오로지 인간 중생을 도와주고 가르치는 데 온 힘
을 다 쏟으셨던 그 분이 아닌가!  그 분, 즉 자네의 그 위대한 스승의 경우에 비
추어보더라도 나에게는 말보다는  사물이 더 마음에 들며, 그 분의  행위와 삶이 
그 분의 말씀보다 더 중요해. 나는  그 분의 위대성이 그 분의 말씀, 그 분의 사
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분의 행위, 그 분의 삶에 있다고 생각해」
  오랫동안 두 늙은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고빈다가  작별 인
사를 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싯다르타, 나에게 자네 사상의 일부를 말해 주
어 고마워. 부분적으로 특이한 사상들이어서, 그 사상들 모두를 즉각적으로 이해
할 수는 없었어. 그건 그렇다 치고 아무튼 자네에게 감사해. 그리고 내내 자네가 
평안한 나날을 보내길 바래」
  (그러나 그는 마음속으로는 은밀히 이렇게 생각하고 있
  @p 216
  었다. <이 싯다르타라는  친구는 참 별난 괴짜야, 그는  기괴한 사상들을 드러
내 말하고 있으며, 그의  가르침은 바보스럽게 들린단 말이야. 세존의 순수한 가
르침은 이와는 달리  더 선명하고, 더 명확하고, 더 알아듣기  쉽게 들렸으며, 그 
가르침 속에는 기괴한  점이나, 바보스러운 점이나 또는  우스꽝스러운 점이라는 
전혀 들어 있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러나 싯다르타의  손과 발, 그의 두 눈, 그의 
이마, 그의 숨결, 그의 미소, 그의 인사, 그의 걸음걸이는 그의 사상과는 아주 딴
판으로 보이는군.  우리의 거룩하신 세존  고타마께서 열반에 드신  이래로 결코 
한 번도, 그  이후로는 결코 한 번도  나는 어떤 사람을 보고 이  사람이야 말로 
성인이다 하는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오직 이  싯다르타라는 친구만이 
내게 그런 느낌을  주는 유일한 사람이야. 비록 그의 가르침이  기괴하기는 하지
만, 비록 그각  하는 말들이 바보스럽게 들리기는 하지만, 그의  눈빛과 그의 손, 
그의 살갗과 그의  머리카락, 그의 몸의 모든 부분부분이 순결함의  빛을 내뿜고 
있으며, 고요함의 빛을 내뿜고 있으며, 명랑함의 빛과 온유함의 빛과 성스러움의 
빛을 내뿜고 있다. 우리의 거룩하신 스승께서  입멸하신 이래로 어느 누구에게서
도 나는 이와 같은 모습을 보지 못하였다.>)
  고빈다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마음속에서 모순되는 두 개의 
생각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그는 사랑에 이끌려 다시  한 번 싯
다르타에게 몸을 숙여 절을 오렸다. 고요하게 앉아 있는 싯다르타에게
  @p 217
  그는 큰절을 올렸던 것이다.
  「싯다르타」그는 말했다. 「우리는  늙은이가 되었어. 자네나 나나 이런 모습
으로 서로 다시 보기는 어려울 테지. 사랑하는 벗이여, 자네 모습을 보니 자네는 
이미 평화를 얻었음을 알겠어.  고백하건대 나는 아직 그것을 얻지 못했어. 존경
하는 벗이여, 나에게  한 마디만 더 들려주게나,  내가 파악할 수 있는  어떤 말,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을 나에게 좀 해주게나! 내가 가는 길에  적선하는 말을 
좀 해주게나. 내가 가는 길은 자주 힘이 들고, 자주 암담해, 싯다르타」
  싯다르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변함없이 똑같은 그  잔잔한 미
소를 띤 채 그를  바라보았다. 고빈다는 불안한 마음으로, 동경하는 마음으로 싯
다르타의 얼굴을 응시하였다. 고빈다의 시선에는 고뇌와 영원한 구도의 빛이, 영
원히 찾을 수 없는 길에 대한 갈망의 빛이 완연히 어려 있었다.
  싯다르타는 그것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자네 나한테 몸을 좀 숙여보게나!」 그는 고빈다의  귀에다 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이쪽으로 나한테 몸을 좀 숙여보라니까! 그래, 더 가까이 오게! 바짝 
와보라니까! 고빈다, 나의 이마에 입을 맞춰봐!」
  고빈다는 괴이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떤 위대한 사랑과 예
감에 이끌려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니까 그에게 몸을 바짝  숙인 채 그의 
이마에 입술을 갖다대었던 것이다. 그러자 고빈다에게 불가사의한 일이
  @p 218
  일어났다. 고빈다는 여전히  조금 전에 싯다르타가 한 이상한 말에  대한 생각
에 매달리고 있었으며,  고빈다는 여전히 헛되이 그리고 저항감을 지닌  채 시간
의 관념을 지양해  보려고, 열반과 윤회를 하나로서 생각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
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내면에서는 심지어 친구  싯다르타가 한 말에 대한 어떤 
경멸감이 그 친구에 대한 엄청난 사랑, 그 친구에 대한 외경심과 다투고 있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다음과 같은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났다.
  그의 눈에는 친구 싯다르타의 얼굴이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았으며, 그 대신
에 다른 얼굴들이 보였다.  수많은 얼굴들이 기다랗게 한 줄로 서서 나타났는데, 
수백 개의 얼굴들이,  수천 개의 얼굴들이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왔다가는 다
시 흘러가 버렸다. 그렇지만 그 모든 얼굴들이  동시에 거기에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모든 얼굴들은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어 새로운 모습의 얼굴로 변하였다. 
그렇지만 그 얼굴들은 모두가 싯다르타의 얼굴이었다. 한 마리 물고기의 얼굴이, 
무한한 고통을 못 이겨 입을 딱 벌리고 있는  한 마리 잉어의 얼굴이, 흐려진 눈
빛을 하고서 죽어가고 있는 한 마리 물고기의  얼굴이 보였다. 갓 태어난 어린아
이의 얼굴도 보였는데, 온통 주름살로 가득한 빨간 핏덩이 모습으로,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리려는  듯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한 살인자의 얼굴도 보였는데, 
그 살인자가  어떤 사람의 몸에 칼을  찌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똑같은 
순간에 그 범죄자가 꽁꽁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의 머리가 
망나니가 내리치는 칼
  @p 219
  에 댕강 잘려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벌거벗은 채 온갖 체위로  격렬한 사랑의 
싸움을 벌이는 남녀들의 몸뚱이도 보였다. 사지를 쭉 뻗은 채, 조용히, 차디차게, 
공허하게 누워 있는  시체들의 모습도 보였다. 산돼지들의  머리, 악어들의 머리, 
코끼리들의 머리, 황소들의 머리, 새들의 머리  등 온갖 짐승들의 머리도 보였다. 
신들의 모습도 보였는데, 크리슈나(흰두교  신화에 나오는 영웅신으로 악왕을 죽
이고 많은 악귀들을 퇴치 정복하여  세상을 구하기 위한 여러 가지 위업을 쌓았
으며 나중에 비슈누신의  제8의 화신이 되었다.)의 모습도 보였고 아그니(인도의 
베다 신화에 나오는 불의  신으로, 암흑을 물리치고 부정을 태워 없애며, 제물을 
제단에서 하늘로  나르는 일을 한다.)의 모습도  보였다. 그는 이 모든  형상들과 
얼굴들이 각각  서로서로 도우면서, 서로서로 사랑하면서,  서로서로 미워하면서, 
서로서로 파멸시키면서, 서로서로 새로운  생명체를 잉태시키면서 서로간에 수천 
가지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형상들과 얼굴들 하나하나가 모두 다 
일종의 죽음에의 의지였으며,  덧없음에 대한 심히 고통스러운 고백이었다. 그렇
지만 그 어느 것도  죽은 것은 아니었다. 그것들 모두는 단지  모습을 바꾸고 있
었을 뿐이며, 끊임없이 새롭게 태어났으며, 그때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의 얼
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하나의 얼굴과 다른 얼굴 사이에는  시간이라는 것
이 가로놓여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이 모든 형상들과 얼굴들은  멈추어 서기도 
하고, 흘러가기도  하고,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떠내려가기도  하다가 마침내 
서로 뒤섞여 하나가 되어 도도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
  @p 220
  든 것 위에는  언제나 변함없이 어떤 무언가가, 실체는 없지만  그래도 존재하
는 어떤 얇은  것이 마치 한 자의  얇은 유리나 한 겹의 살얼음처럼,  마치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살갗처럼, 마치 물로 된  껍질이나 물로 된 틀, 또는 
물로 된 가면처럼  씌워져 있었다. 그리고 이  가면은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이 
가면은 바로 싯다르타의 미소짓는 얼굴이었는데, 이  가면은 바로 싯다르타의 미
소짓는 얼굴이었다.  고빈다 자기가 바로  똑같은 순간에 입술을  갖다대고 있던 
그 싯다르타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그러자 고빈다는, 가면의  이러한 미소, 흘러
가는 그 온갖  형상들을 내려다보며 던지는 이 단일성의 미소,  수천의 태어남과 
죽음을 내려다보며 던지는 이 단일성의 미소,  수천의 태어남과 죽음을 내려다보
며 던지는 이 동시성의 미소, 싯다르타의 이  미소야말로 자신이 수백 번이나 외
경심을 품고 우러러보았던  바로 그 부처 고타마의  미소와 하나도 다르지 않고 
영락없이 똑같은 미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싯다르타의 미소는 부처 고타마의 
미소, 그러니까 그 한결같은, 잔잔한, 우아한, 측량할 길 없이 불가사의한, 어떠면 
자비로운 듯하기도 하고, 어쩌면 조소하는 듯하기도  한, 현명한, 그 속뜻을 가늠
하기 힘든 신비한  비소와 완전히 똑같은 것이었다. 고빈다는 완성을  이룬 자들
은 이렇게 미소짓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조차, 이러한  직관을 하는 데 걸린 
시간이 일 초인지 백 년인지 조차 이제 더  이상 알지 못한 채, 싯다르타라는 어
떤 한 인간,  고타마라는 어떤 한 인간,  나와 너라는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이제 더 이상 알지 못한 채, 마음속 가장 내밀
  @p 221
  한 곳이 어떤 신성한 화살에 맞아 상처를 입었는데 그 상처 부위가 달콤한 맛
을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음속 가장  내밀한 곳이 마술에 걸려  녹아 없어져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고빈다는 그 후에도 여전히  한참 동안 자기가 방금 전에 
막 입을 맞추었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모든 형상들과 모든 생성과 모든 존재의 
무대였었던 바로 그 싯다르타의 고요한 얼굴 위에 몸을 굽힌 채 그대로 서 있었
다. 싯다르타의 얼굴은 그  표면의 아래쪽 저 깊은 곳에 있는  수천 겹의 신비로
운 문이 다시 닫혀버리고 난 다음에도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는 잔잔하
게 미소짓고  있었으며, 그윽하고 부드러운, 어떠면  매우 자비로운 듯하기도 하
고, 어쩌면 조소하는 듯하기도  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이것은 세존 고타마가 
미소를 지었던 모습과 아주 똑같은 모습이었다.
  고빈다는 허리를  굽혀 큰절을 올렸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눈물이  그의 늙은 
뺨을 타고 흘러내렸으며, 그의 가슴속에서는 진정에서  우러나온 가장 열렬한 사
랑의 감정, 가장 겸허한  존경의 감정이 마치 불꽃처럼 활활 타올랐다. 싯다르타
의 미소는 그에게 자신이 이제까지 살아오는 동안  사랑했었던 그 모든 것, 자신
이 이제까지 살아오는 동안 가치  있고 신성하게 여겼던 그 모든 것을 떠오르게 
해주었다. 그는 꼼짝 않고 앉아 있는 싯다르타에게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
리를 굽혀 절을 올렸다.
  @p 223
  작품소개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한 개인의 영적인 성장 과
정을 묘사하는 전통적인  교양소설의 범주에 속한다. 그렇지만  교양소설의 경우 
주인공이 자신이 속한 사회 또는  전체에 유용한 인물로 성장하여 그 사회의 일
원이 되는 반면, 헤세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가 아닌, 먼 미래의 이상향
이나 문화 이전의 원시적 본향을 향하여 자신을 성장시켜 나간다. 스스로를 <시
인이요 탐색자이며  고백자>라고 불렸던 작가  헤세의 작품들은  무엇보다도 한 
인간의 자기 실현 과정을 그린 <영혼의 전기>라고 할 수 있다.
  헤세가 작가로서 어느  정도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04년에 출간된 교양소설 
「페터 카멘친트 Peter Camenzind」를 통
  @p 224
  해서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페터라는 천진난만한 소년이다. 그는 외딴 마을
에서 산과 호수, 바람과 별들과 구름에 몰두한 채 자라난다. 그는 자신이 자연과 
하나라고 느낀다. 그는  인간의 소리보다도 <신의 언어>인  자연의 소리를 훨씬 
더 잘 듣고 훨씬 더 잘 이해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로부터는 소외되었다는 느낌
을 지닌 채 세상을 방황한다. 결국 페터는  고향으로 돌아와 소박한 민중들 틈에
서 위대한 어머니  자연과 다시금 하나가 되는 것을 느끼고,  자연에 귀기울이면
서 단일성의 천국을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의 성공으로 헤세는  경제적인 안정
을 얻으면서  자유작가로 살아갈 수  있었으며, 조용한 시골에서  자연을 벗삼아 
낭만적인 창작 기간을 보낸다.
  제1차 세계대전은  헤세의 세계 인식과 작품  세계에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 전쟁 동안 헤세는 인간으로서뿐만 아니라 예술가로서도 외적, 내적인 존재
의 위기에 빠져  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위기는 동시에 헤세의  주요 창작시기를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까지는 작가 헤세의  사유와 감정이 평화로운 고향 
세계에 지나치게 매여 있어서 깊은  불안에 빠진 시대를 뚜렷이 묘사할 수 없었
는데, 이제는 현대의 모든 문제들이 확연히  드러남으로써 헤세로 하여금 새로운 
방향을 잡도록 강요한다.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출판한 「데미안. 에밀 싱클레어의  청소년 시절 
이야기 Demian. Die  Geschichte einer Jugend von Emil Sinclair」(1919년)에서 
헤세는 이전의 낭만적인 작풍을  지양하고 정신분석 심리학의 주요 사상과 인식

  @p 225
  받아들이고 있다. 「데미안」은  불안에 사로잡혀 있고 혼란된  정신의 소유자
인 10대 소년의  이야기이다. 소설의 본래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곳은  영혼의 영
역으로, 그 속에서 모든 체험이 심화되어 의미심장하게 재현된다. 주인공 싱클레
어는 열 살 때에 이미 인간 생활의  이중성을 예감한다. 하나는 도덕적이고 사랑
으로 가득 찬 밝은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타락과 죄악으로 유혹하는 어두운 뒷
골목 세계이다.  이러한 이중생활의  고통으로부터 싱클레어를 구해주는  존재가 
바로 데미안이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세계란 선과 악이 함께 할 때에야 비
로서 하나가 되며,  인생의 양면성을 단일성으로 포용하고 두 세계  모두를 신성
하게 여기라고  가르친다. 이를 상징하는  새로운 신 압락사스는  모든 양극성을 
한몸에 지닌 채 세계의 대립적 다양성을  포괄하여 하나로 합일시키는 존재이다. 
압락사스를 존경하는  자는 이제 자신의  새로운 계명에 순종하게  됨으로써, 옛 
기독교적 계명이 극도의  개성적인 윤리 뒤로 물러나게 된다. 이  개성적 윤리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자기 자신을 찾아 완전히 실현시킬 의무이다. <각자의 진정
한 사명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 도달하는 일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시인, 미친 사
람, 또는 범죄자로 끝날지라도 그것은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자기 실현을 위
하여 자기 자신에로의 내면의 길을 걷는 것,  바로 이것이 전쟁으로 야기된 혼란
과 가치 전도에 대한 헤세의 대답이다. 그렇지만 사회적, 정치적 현실에 대한 책
임은 거부되고 있다.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 낙
인찍힌 자들이
  @p 226
  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당시의 젊은 전쟁 세대는 이 작품에 많은 공감을 
보냈다. 『데미안』에 그들  자신의 정신적 곤경이 숨김없이  솔직하고 강렬하게 
표현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와 시민적 도덕이라는  전통적 도그마에서 
해방되어 신과 인간의 새로운  상에 도달하려는 싱클레어의 통찰이 그들 자신의 
변화된 생활 감정과 일치하였기 때문이다.
  1921년부터 약 1년 반 동안 헤세는 거의 창작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우울증
에 빠졌으나 정신분석 치료를 받은 후 1922년에 일종의 종교적 성장소설 『싯다
르타. 한 인도의 시  Siddhartha. Eine indische Dichtung』를 발표한다. 사실 헤
세가 이  작품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19년부터이다. 그러나  주인공 싯다르타가 
끊임없이 고뇌하고 투쟁하는  금욕주의자로서 나타나는 부분, 즉  싯다르타의 사
문 생활까지 쓰고난  다음, 헤세는 스스로의 체험 없이 『싯다르타』를  계속 집
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느끼고, 1년 반의  자기 체험기간을 거친 후에야 승리
자이자 긍정하는 자로서의 싯다르타의  세속 생활을 다시 쓰기 시작하여 1922년
에 출간하였다.
  유복한 바라문 가정에서 태어난 주인공 싯다르타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존재이다. 그는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는  기쁨을 주는 즐거움의 원천이지만 
자기 스스로에게는 기쁨을  주지 못한 채 내면에 불만의 싹을  키우기 시작한다. 
그는 부모의 사랑이나  <자신의 그림자>같은 죽마고우인 고빈다의 사랑도 영원
토록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리라는 것을  느낀다. 그는 바라문들의 최고의 
지혜와
  @p 227
  풍부한 지식을 접하고도 결코 만족을 얻지 못한다.  그는 자기 존재의 내면 속
에 삼라만상과 하나이자 불멸의 존재인 아트만이  있음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싯
다르타 앞에는 오직 한 가지  목표만이 있다. 그것은 모든 것을 비우는 일, 갈증
과 소망과 기쁨과 번뇌로부터 벗어나 자기를  비우는 일이다. 자아로부터 벗어나 
이제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닌 상태로 되는  것, 마음을 텅 비운 상태에서 평정함
을 얻는 것, 자기를 초탈하는 경지의 사색을  하는 가운데 경이로움에 마음을 열
어놓는 것, 이것이 그의 목표이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그는  친구 고빈다와 함께 집을 떠나 사문 생활
을 시작한다. 사문 생활을 하면서 싯다르타는 자아로부터 벗어나는 법을 배운다. 
그는 명상을 하고 고통과 굶주림과 갈증과 피로와 권태를 극복함으로써 자기 초
탈의 길을 간다. 그러나 그러한 길들은 비록  자아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통
하기는 하지만 그  끝은 언제나 자아로 되돌아오는 그런 길들이다.  그는 자아와 
시간의 속박으로부터  도무지 빠져 나올  수가 없다. 명상이나  단식 수행이라는 
것도 자아 상태의 고통으로부터 잠시 동안 빠져  나오는 것, 인생의 고통과 무의
미함을 잠시 동안  마비 시키는 것에 불과하며, 자아로부터의 구제인  열반의 경
지에는 이르지 못한다. 사문 생활을 하던 중에 그는, 세상의 번뇌를 극복하고 윤
회의 수레바퀴를 정지시킨  부처 고타마에 관한 소문을 듣게 된다.  그는 고빈다
와 함께 사문 생활을 청산하고 길을 떠나 마침내 고타마를 만나게 되고 그의 설
법을 듣게 된다. 그는 온몸에서 평온함과 완전함이 풍겨
  @p 228
  나오는 고타마가 완성자임을  감지하며, 세상의 이치를 인과음보의  관계로 설
명하는 고타마의 가르침에서 세상의 영원한 순환  작용을 깨닫는다. 하지만 싯다
르타는 아무리 각성자라 할지라도  깨달음의 순간에 체험한 것을 말이나 가르침
을 통하여 전달할 수는  없다는 사실, 즉 삶과 인식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균열
을 인지한다. 열반은 <이상적으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한 순간의 심오한 통찰 
속에서 체험될 수 있는 것>임을 깨달은 싯다르타는 편력의 길을 계속한다.
  이제 싯다르타는 인생이라는 학교를 거친다. 그는  세속생활을 하면서 기생 카
말라에게서 사랑의  기술을 배우기도 하고,  끊임없이 생의 유희에  몸을 바치는 
어린애 같은 인간들에게서  재산도 얻고 권력도 얻는다. 그러나 그는  곧 자기가 
태어남과 죽음과 다시 태어남이  반복되는 영원한 윤회의 수레바퀴 속에서 빠져 
들어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어린애 같은 인간들에게서 그의 생이  하나의 극
복된 성장 단계임을 의식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새로이 각성을 경험하며, 이 각
성이 그로 하여금  뱃사공 바주데바의 조수가 되도록 한다. 싯다르타는  강을 통
하여 참선을 하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다. 물은 서로 상이한  형상으로 나타나
지만 어디에서나 동일한  것이다. 생의 흐름에 대한 비유로서의 강에  대한 이러
한 깨달음, 이것은 시간의 극복을 의미하는 참선의  경지로 정신 수련의 최고 단
계이다. 소년 싯다르타,  장년 싯다르타, 노년 싯다르타는  그림자를 통해 분리되
는 것일 뿐, 실제에 있어서는 언제나 동일한 것이다. 끊
  @p 229
  임없이 변화와 생성의 개념은 시간의 개념이  지양됨과 더불어 지양된다. 싯다
르타가 참선을 통하여 없애고자 하였던 자아라는 존재는 실제의 삶을 통하여 없
어져야 하였던 것이다. 세속 생활은 싯다르타에게, 자아를 버리고 범아일여의 통
찰에 이르는 준비 과정을 위한 일종의 정화  작용을 의미한다. 결국 영원한 존재
자이자 영원한 생성자인 강에 대한 명상에서 그이 오랜 탐색의 목표이자 참다운 
지혜에 대한 통찰이 마음속에서  원숙하기에 이르러 그는 세계의 단일성을 느끼
게 된다. 헤세가  부처 석가모니의 전설에서 그의 이름 싯다르타와  줄거리의 세
세한 부분, 그리고  해탈과정을 그대로 재현시키면서도 싯다르타의  세속 생활을 
삽입하는 것은 관조적인 삶  vita contemplativa과 실제적 삶 vita activa을 대비
시키면서 인간 존재에 놓인 양극성, 즉 사유와 감각, 정신과 욕망의 배후에서 탐
구되는 단일성이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육체적, 정신
적, 영적인 모든 면에서 자기 인식을 위한  명상의 수련은 진리의 심연에 돌입하
기 위하여 우선은 세상과의 인연을 끊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참선의 
경지에서 수련을 닦는 자는  자기 내부와 마찬가지로 외부도 인정하며 가시적이
고 물질적인 현실  속에서도 신을 인식한다. 외부의 현상계가 내면의  세계와 모
순되지 않고 내부와 외부가 신비적으로 합일된다.
  서양적인 유산과 동양적인 유산이 이 소설 속에 서로 결합되어 시적인 치환을 
통해 변화된  새로운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종교적인 단일성  체험이 지니는 
특수한 점은, 인
  @p 230
  도적 가르침에서처럼  인간에게 지워진 윤회의 고통을  깨뜨리고 고양된 의식 
속에서 삶을 지양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신적인 총체성 속으로 몰입하여 그 
속에서 안정을 얻는 데에  있다. 이것은 <인간의 모든 노력과 목표는 주 하나님 
안에서의 영원한 안정>이라는 서구적인  사유와 일치하는 것이다. 이 소설에 형
상화된 싯다르타의 모습이  <예수와 부처의 종합>이라든가 이  소설이 <동양의 
신비적 구원의 도에 기독교적 색채가 담겨져  있다>든가 하는 지적은 별로 중요
하지 않다. 인도에서 선교사 생활을 하였으며 인도와  중국의 철학 및 정신 세계
에 평생 몰두한 아버지 요하네스 헤세 Johannes Hesse, 선교사이자 저명한 이도
학자였던 외할아버지 헤르만  군더르트 Hermann Gundert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기독교뿐만 아니라 인도의  종교와 정신세계를 배웠고 공자와 노자, 장자  등 중
국 철학과 사상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던 헤세가 『싯다르타』에서 그
려내고 잇는 것은 어느 종파에도  속하지 않는 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독자적 신
앙인 것이다.  싯다르타는 사랑을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 이 세상과 
자기 자신과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하는 마음과  외경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것, 오직 그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신적인 총체성을 환성하는 이러한 사랑
이야말로 『싯다르타』가 지니는 고유하고도 본질적인 면이다.
  세계 단일성의 체험을 통한 참다운 인류 발전이라는 테마는 『싯다르타』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문학적 형태를 띠고 나타난다. 에밀 싱클레어의  자기 실현의 
단계가 자신의
  @p 231
  최초의 인식 및 확인이라는 형식에 머물러버림으로써 미숙하고 잠정적인 성격
을 지닌 반면에, 바라문의 아들 싯다르타가 가는  길은 수많은 자기 발전의 단계
를 거치며 그는 결국 생애의  막바지에는 세계 단일성의 환상 속에서 자기 완성
에 이른다. 영원히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존재하는 것에 대한 상징인  강물을 보
면서 단일 사상을 깨달은  싯다르타에게는 정신과 자연, 사상과 육욕, 선과 악의 
대립이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단일성의 한 극으로서 똑같이 
긍정된다.
  1924년 헤세는  첫 부인과 이혼하고 스무  살 연하의 성악가 루트  벵어 Ruth 
Wenger와 재혼하였으나 성격 차이로 1927년에 다시 이혼을  하였다. 이 무렵 헤
세는 자기 자신의 인생과 활동에 대한 절망감과 그 시대의 출구 없는 정신적 분
위기 때문에 또다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한인도의 시>가 나올 수 
있었던 성숙과 조화의 상태에 이어 그 반작용으로,  출구 없는 시대적 정신 상황
에 대한  새로운 고뇌가 뒤따랐다.  파멸이 임박하였다는 위협감이  자기 자신과 
병든 시대를 새롭게 분석하도록  충동질하는 지속적인 상황 속에서 마침내 헤세
는 <문화의 위기에 처한 인간>이라는 주제를 담은 장편소설 『황야의 이리 Der 
Steppenwolf』(1927년)를 발표한다. 『싯다르타』에서는 인간의 구제가 어디에서 
발견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가장 긍정적인 대답이 주어진 반면에 『
황야의 이리』에서는 믿음의 상실로 특징지어진 우리 시대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폭로하고 있다. 현대의 대도시를 배경으로 하여 동물적 충동
  @p 232
  과 인간적 정신을 함께 지닌 주인공 하리 할러의 고뇌와 혼돈으로 가득 찬 이
중생활을 그린 이  소설에서 사회의 국외자적인 자아  추구와 문명 비판이 극에 
달하였다. 형식상으로도  『황야의 이리』는  문학의 한 장르로서의  소설이라는 
형식이 점차 해체되고 있는  변형된 형식의 소설이다. 이러한 형식은, 양립할 수 
없는 요구들에 시달리는 현대적 인간의 절망적 상황을 반영하는 데 매우 적절한 
것이다.
  헤세가 생의 권태와 육체적 허탈 상태를 극복한 데에는 영리하고 이해심 많은 
오스트리아의 예술사가  니논 돌빈  Ninon Dolbin의 공이  컸다. 그녀는  헤세와 
1927년부터 동거생활을 하다가 1931년  정식으로 결혼한 후 그의 여생의 반려자
가 되었다. 비평가들로부터 헤세의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평가받는 『나르치
스와 골드문트 NarziB  und Goldmund』(1930년)에는 환상적인 중세의  한 수도
원에서 엄격한 금욕 생활을 하는 정신적 인간 나르치스와 육감적으로 생을 긍정
하는 자연적 인간  골드문트 사이에 생겨난 우정의 관계가 다루어지고  있다. 이 
소설은 옛날의 분열된 자아를  극복하고 무수한 대립적 요소를 관조적으로 인식
하는 도중에 있던 작가 헤세가 모든 양극성을 넘어선 보다 고차원적인 단일성을 
시적으로 깊이  관조한 데서 생겨났다.  대립적으로 보이는 두  주인공 사이에는 
서로 화해할 수  없는 극단적인 적대 관계나 이원론이 지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두  사람은 서로를 보완하고 있으며,  하나의 단일성에 함께 속하는  그 둘이 
합쳐진 상태의 존재가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제시된다.
  @p 233
  1931년부터 쓰기 시작하여 12년의  각고 끝인 1943년에 출간한 대작 『유리알 
유희 Das Glasperlenspiel』에서도  헤세는, 모든 삶의 양극성과 이  모든 대립성 
뒤에서 작용하는 단일성의 투시와 체험에 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헤세는 <예
술과 학문의 단일성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든  영역에 대한 단일성의 상징>인 유
리알을 가지고 행하는 유희의 이념으로 우주의 온갖 대립성과 그 너머에 존재하
는 단일 사상을 탁월하게 구현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헤세는  건강도 좋지 않았으며 방대한 작품도 쓰지 못하
였다. 그는 약간의 시와 단편, 회상록, 일기, 서간문 등을 잡지나 개인 출판을 통
해 발표하였을 뿐이다. 그렇지만 많은 문학상을 받았으며 명예를 얻었다. 1946년
에는 괴테 문학상에 이어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며 1947년에는 베른 대학에서 명
예박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그리고 나치의 박해를  받았던 작품들이 독일에서 다
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하였다. 1962년  8월9일 85세를 일기로  헤세는 마침내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영원에의 시선과 인간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헤세의 초월에의 의지는 여전
히 신비의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그의 문학 세계에 깃들여 있는 뛰어난 정신과 
아름다운 정서 때문에 우리는 그의 문학에 경도되지  않을 수 없다. 끊임없이 시
대의 병과 위기를 고발하면서  <내면으로의 길>을 통한 자아 해방과 새로운 생
활 감정을  추구하는 작품을 발표함으로써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사랑의 손길로 
어루만지고 고뇌하는 지식인들을 따뜻하게 위로해 온 헤세는 <우리
  @p 234
  시대의 가장 위대한 정신적 스승>의 한 사람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p 235
  헤세연보
  1877   7월2일 독일 남부  뷔르템베르크 주의 칼브Calw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남. 외조부는 유명한 인도학자이자 선교사인 헤르만 군더르트
  1881-1886  부모와 함께  스위스 바젤에 거주.  1883년에는 스위스  국적 취득
(그 전에는 러시아 국적이었음)
  1886-1889  칼브로 되돌아와, 학교에 들어감.
  1890-1891  괴핑엔에 있는 라틴어학교에 다님. 뷔르템베르크 국적 취득
  1891-1892  마울브론  수도원학교에 입학. 7개월 뒤 도망침.   <시인 이외에는 
아무것도 되지 않고자 했기 때문에.>
  @p 236
  1892  자살 기도(6월),  슈테텐 신경과 병원 입원(6월-8월). 칸슈타트 인문고등
학교 입학
  1894-1895  칼브의 시계공장에서 실습.
  1895-1898   튀빙엔 헤켄하우어  서점에서 책거래 견습.   『낭만적인  노래들 
Romantische Lieder』 출간.
  1899  소설 『고슴도치 Schweinigel』 쓰기 시작(원고 미발견). 『한밤중 이후
의 한 시간 Eine Stunde hinter Mitternacht』출간.
  1901  첫 이탈리아 여행(플로렌스, 제누아, 피사, 베니스)
  1902  『시집 Gedichte』 출간
  1903  두번째 이탈리아 여행(플로렌스, 베니스)
  1904   『페터  카멘친트 Peter  Camenzind』 출간.  마리아 베르누이  Maria 
Bernoulli와 결혼. 연구서  『보카치오 Boccaccio』와 『프란츠 폰 아시시  Franz 
von Assisi』출간.
  1905  첫 아들 브루노 Bruno 출생
  1906  『수레바퀴 아래서 Under Rad』출간. 잡지 <삼월 Marz>창간.
  1907  중단편집 『이 세상에 Diesseits』 출간.
  1908  중단편집 『이웃들 Nachbarn』출간
  1909  둘째아들 하이너 Heiner 출생
  1910  장편 『게르트루트 Gertrud』 출간.
  1911  시집 『도중에  Unterwegs』 출간. 셋째아들 마르틴 Martin 출생. 인도 
여행.
  @p 237
  1912  단편집 『우회로들 Umwege』 출간.  스위스 베른으로 이주
  1913   『인도에서.  인도  여행의 기록  Aus  Indien. Aufzeichnungen  einer 
indischen Reise』 출간.
  1914  장편 『로스할데 RoBhalde』 출간.  전쟁 초에 군 입대를 자원하였으나 
복무 부적격 판정을 받아, 베른에서 <독일  포로 구호> 기구에 복무하며 전쟁포
로들과 억류자들을 위하여 잡지 발행. 자신의  출판사를 만들어 1918년에서 1919
년까지 스물두 권의 소책자를 펴냄.
  1914-1919  수많은 정치적  논문, 경고호소문, 공개서한 등을 독일, 스위스, 오
스트리아 신문 잡지들에 발표.
  1915  『크눌프. 크눌프의 삶의 세  가지 이야기 Knulp. Drei Geschichten aus 
dem Leben Knulps』 출간.   단편집 『길가Am Weg』, 신작 시집 『고독한 사
람의 음악 Musik  des einsamen』, 단편집 『청춘은  아름다워라 Schon ist die 
Jugend』 출간.
  1916  부친  사망. 아내와 막내아들의 병으로  신경쇠약 발병. 첫 심리치료 받
음.
  1919  정치적 유인물 『차라투스트라의 귀환.  어느 독일인이 독일 젊은이에게 
보내는 한마디  Zarathustras Wiederkehr.  Ein Wort  an die  deutsche Jugend 
von einem Deutschen』익명 출간, 이듬해 베를린에서 실명 출간.
  @p 238
  스위스 테신  주의 몬타뇰라로 이주. 1913년까지  거주.  『데미안.  한 젊음의 
이야기 Demian. Die  Geschichte einer Jugend』를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출간.   『동화 Marchen』 출간.   잡지 <새로운  독일적인 것을 위하여  Vivos 
voco> 창간 발행.
  1920  색채 소묘를 곁들인 열 편의 시  『화가의 시들 Gedichte des Malers』, 
『방랑  Wanderung』,  단편집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Klingsors  letzter 
Sommer』 출간.  『혼돈을 들여다보기 Blick ins Chaos』라는  제목으로 도스토
예프스키에 대한 에세이 출간.
  1921  『시선집  Ausgewahlte Gedichte』출간.  창작 위기. C.G.  융의 정신분
석 받음. 『테신에서 그린 수채와 11점 Elf Aquarelle aus dem Tessin』출간.
  1922  『싯다르타 Siddhartha』 출간. 
  1923  『싱클레어의  수첩 Sinclairs Notizbuch』 출간. 마리아  베르누이와 이
혼.
  1924  스위스 국적 재취득. 루트 벵어 Ruth Wenger와 재혼.
  1925  『요양객 Kurgast』 출간.
  1926  『그림책 Bilderbuch』 출간. 프로이센 예술원 문학
  @p 239
  분과의 국제위원으로 선출됨.
  1927     『뉘른베르크  여행   Die  Nurnberger   Reise』,  『황야의   이리 
Steppenwolf』출간. 50회 생일. 후고 발이 쓴 헤세 전기 출간. 루트 벵어와 이혼.
  1928   『관찰 Betrachtungen』과  『위기. 일기  한 토막  Krisis. Ein Stuck 
Tagebuch』 출간.
  1929  신작 시집 『밤의 위로 Trost der Nacht』 출간.
  1930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NarziB und Goldmund』 출간.
  1931   니논 돌빈  Ninon Dolbin과  재혼. 몬타뇰라  거주.   『내면으로의 길 
Weg nach innen』 출간.
  1932  『동방순례 Die Morgenlandfahrt』 출간.
  1932-1943  『유리알 유희 Glasperlenspiel』 집필
  1933  『작은 세계 Kleine Welt』출간.
  1934  시선집 『생명의 나무에서 Vom Baum des Lebens』 출간.
  1935  『우화집 Fabulierbuch』 출간.
  1936  『정원에서 보낸 시간 Stunden im Garten』 출간.
  1937  『기념첩 Gedenkblatter』,  『신 시집 Neue Gedichte』, 『마비된 소년 
Der lahme Knabe』출간.
  1939-1945  헤세의 작품이  독일에서 불온하다고 간주되어 『수레바퀴 아래서
』, 『황야의  이리』, 『관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더  이상 인쇄되지 
못함.  히틀러 집권  기간이 1933-1945년 사이 독일에는 총 20권의  헤세 저서가 
나와 있었는데 12년 동안
  @p 240
  총 481권의 문고본밖에 팔리지 않음. 그래서 전집은 스위스 프레츠&바스뭇 출
판사에서 펴냄.
  1942  『시집 Gedichte』이 헤세의 첫 시선집으로 나옴. (취리히)
  1943  『유리알 유희 Glasperlenspiel』 출간.
  1945   시선집  『꽃 핀  가지 Der  Blutenzweig』, 미완성  소설 『베르톨트 
Berthold』, 『꿈의 여행 Traumfahrte』 출간.
  1946  『전쟁과 평화 Krieg und Frieden』 출간.  헤세의 작품이  다시 독일에
서 나오기 시작함. 프랑크푸르트 시의 괴테상 수상.  노벨상 수상.
  1951  『후기 산문 Spate Prosa』과 『서간집 Briefe』 출간.
  1952  75회 생일 기념으로 선집 발간.
  1954  동화 『픽토르의 변신  Piktors Verwandlungen』출간.  『헤르만 헤세-
로망 몰랑 서한집 Briefwechsel:Hermann Hesse-Romain Rolland』 출간.
  1955  후기  산문 『마법 Beschworungen』 출간.   독일 서적상의 평화상 수
상.
  1956  헤르만 헤세상 재단 설립 (바덴 뷔르템베르크 독일 예술후원회).
  1962  바이블러의 헤르만 헤세 전기 『헤르만 헤세. 한편의 전기』 나옴.  8월
9일 몬타뇰라에서 사망.  이후 독일에서 많은 작품들, 연구서들이 나옴.
  @p 24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