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 이 책은 명작과 명작의 만남이라는 콜라보 형식의 기획으로 스페셜 에디션으로 꾸몄다. 니체의 잠언들을 삶, 아름다움, 지혜, 인간, 존재, 세상, 사색, 신앙, 예술가 등 10개 주제로 나누어 읽기 쉽게 정리하여 고흐의 그림과 함께 보기 좋게 배치했다.
니체와 고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 저자 프리드리히 니체
독일의 철학자(1844~1900). 본 대학과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문헌학을 연구했다. 그리스 정신에 매혹되었으며, 쇼펜하우어의 의지의 철학에 감화를 받았고 바그너에 심취했다. 『비극의 탄생』(1872)에서 생의 환희와 염세, 긍정과 부정 등을 예술적 형이상학으로 고찰했으며, 『반시대적 고찰』(1873~1876)에서는 유럽 문화에 대한 회의를 표명하고, 위대한 창조자인 천재를 문화의 이상으로 하였다. 이 사상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1878~1880)에서 더 한층 명백해져, 새로운 이상에의 가치전환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여명』(1881) 『즐거운 지혜』(1882)에 이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1885)를 펴냈는데 ‘신은 죽었다’라고 함으로써 신의 사망에서 지상의 의의를 말하고, 영원회귀에 의하여 긍정적인 생의 최고 형식을 보임은 물론 초인의 이상을 설파했다. 이 외에 『선악의 피안』(1886) 『도덕의 계보학』(1887)에 이어 『권력에의 의지』를 장기간 준비했으나 정신이상이 일어나 미완으로 끝났다. 니체의 권력의지 사상은 근대정신의 본질을 단적으로 상징하며, 허무주의·실존주의의 선구자로 후세 사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 그림 빈센트 반 고흐
네덜란드의 화가(1853~1890).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제작된 그의 작품들은 강렬한 색채, 거친 붓놀림, 뚜렷한 윤곽을 지닌 형태를 통하여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생의 고통을 인상 깊게 전달하고 있다. 네덜란드 뇌넌에서 서른일곱 해의 짧은 생을 살면서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며 고독했던 그는 주로 파리, 아를, 생레미 등지에서 노동자와 농민 등 하층민의 모습과 자연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네덜란드 뇌넌, 헤이그 시절에는 어두운 색채의 비참한 주제가 특징이었으나 1886~1888년 파리에서 인상파, 신인상파의 영향을 받은 뒤로 꼼꼼한 필촉과 강렬한 색채로 특유의 화풍을 전개했다. 1888년 아를에서 병의 발작에 의해서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르는 사건을 일으켜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며 이후로도 입퇴원 생활을 거듭하다가 1890년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종교적인 신념,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했던 고흐의 삶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채, 고독과 가난 속에서 온전히 예술을 위해 바쳐졌다. 그러나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인정받지 못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후에야 그의 작품들은 불후의 명작이 되었다.
▣ Short Summary
“신이 죽었다”라는 명제가 익숙해져 니체의 말에 놀라는 사람도 많지 않고, 그래서 니체가 주장한 진정한 뜻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더 나아가 니체의 말속에 숨겨져 있는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드러난 그대로 곡해해 버리는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니체가 자신의 온 생애로서 증명해 가고자 했던 사상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자기 자신과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자신만의 진정한 길을 살아나갈 용기와 지혜를 배우게 될 것이다.
기존의 가치를 때려 부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 니체는 진정 용기 있는 인간이었다. 그는 허무주의에 무릎 꿇지 않고 과감히 싸웠다. 또한 니체는 현실을 버리지 않고 끌어안았다. 니체는 삶을 사랑했고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에 대한 가치 역시도 스스로 결정한 인간으로 현대 젊은이들이 가장 공감하는 철학자로 꼽힌다.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자신의 귀를 자르고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한 점의 그림도 팔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은 사후에 얻은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비루하고 고단하기 짝이 없었다. 화상, 교사, 목회자, 책 판매원 등의 다양한 직업을 거친 후, 1880년 8월 스물일곱 살이었던 고흐는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미 그 시기에 고흐의 정신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고흐에게 있어서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닌 스스로를 구원하는 치유의 일이었다.
전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남들보다 늦게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해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10여 년 동안 1000점 이상의 그림을 그리면서 열정과 재능을 폭발시킨 화가였지만 생전에는 작품 한 점 팔지 못하고 가난한 삶을 살았다. 그는 죽은 후에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작품 가치가 가장 큰 작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 차례
머리말: 누구나 한 번쯤 니체와 고흐를 만난다
1. 아름다움에 대하여
별들의 존재 목적은 생명의 잉태가 아닐까 / 위대한 인간을 오해하는 일 / 빛을 사랑하는 만큼 그림자를 사랑한다 / 이성이 없다면 서로에게 관대할 것이다 / 우리가 뒤집어쓴 가면 안에 숨겨진 환희의 절정 / 신은 모든 세상을 너무도 아름답게 만들었다 / 침묵은 잔인하게 상대의 가치를 훼손한다 / 모든 아름다움은 생식을 자극한다 / 그녀에게 매혹당하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다 / 가끔은 이곳에도 음악이 흐른다
2. 삶에 대하여
용기는 죽음까지도 살해한다 / 고통은 정신 최후의 해방자이다 / 생존경쟁은 약자에게도 좋다 / 병약한 사람과 건강한 사람 / 그러니 스스로 선택하라 / 인생이 내리는 합당한 축복 / 스스로를 양심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 / 자신의 삶을 고백하려는 욕구에 숨은 것 / 인생의 여름, 봄 그리고 가을 / 노동을 그리워하게 만들려는 술책 / 그대의 대답이 진실이라면 / 불필요한 순간에 독립을 시도하는 자 / 숨는 것으로 만족하던 시대는 사라진다 / 나는 뒤를 돌아보며 아득한 앞날을 헤아린다
3. 신은 죽었다
우리 모두가 신을 죽였다 / 웃음거리가 된 미친 사람의 눈빛 / 잔인한 형태로 덕을 지닌 자들과의 싸움 / 자신의 본능과 반대로 행동하는 신 / 웃다가 죽은 낡은 신들 /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야만적인 짓 / 너무나 동양적인, 너무나 유대적인 / 불멸하는 모든 것은 하나의 비유일 뿐이다! /저편의 세계를 믿는 자들에 대하여 / 더없이 괴로운 사람만이 경험하는 행복 / 천 년이 지나도 오지 않는 신의 나라 / 죽음을 설교하는 자들에 대하여
4. 지혜에 대하여
신은 죽었다 / 방랑자에게 목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 인간은 타인의 배타적 이미지를 찾으려 한다 / 비밀을 털어놓고 오랜 벗에게 고통을 전가한다 / 악취를 풍기는 것마다 지혜가 숨겨져 있다 / 조금씩 싸늘해짐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 누군가를 동정하며 스스로를 고귀하다고 느낀다 / 인내와 규범에 매몰되어 몰락해 버린 개체들 / 삶을 창조하겠다는 것은 파멸이자 모욕이다 / 낯선 사람과 진부한 사상에 대해 떠드는 까닭 / 물질적 인간보다 도덕적 인간이 더 위험하다 / 우리가 가르치는 도덕의 근본은 배척이다 / 하루의 반도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못한다면 노예일 뿐이다 / 복수의 의미 / 웃으며 자신을 내던지는 방법을 배우라
5. 인간에 대하여
인간을 증명하는 진리의 허위 / 권력을 다스리는 내적 의지가 필요하다 / 인간의 선, 악, 권력 / 인간은 세계의 심판자인가? / 인간이 신의 영역을 만들어 부른다 / 삶의 부조리와 마주친 인간이 계속해서 구역질을 해 댄다 / 모든 좋지 않은 악덕과 욕망을 마음속에 간직한 죄인 / 지혜란 자연에 거역하는 하나의 만행이다 / 칭찬은 양심의 가책이 없는 자를 만족시킬 뿐이다 / 세 가지 착각에 천재들은 인생을 바쳤다 / 이상에만 매몰된 사람은 파멸할 수밖에 없다 / 굶주림, 성욕, 허영심의 이용이 통치의 핵심이다 / 불평등한 계급이 인간의 초월적 의미를 만들었다 / 현대인은 고민의 형식을 상실하고 품위를 잃었다 / 인간은 교활한 정신을 갖고 세상을 지배했다 / 지나간 시간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불가침성을 확인하려 한다 / 스스로를 교양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6. 존재에 대하여
어느 한 시기까지는 인식에 이별을 고해야 한다 / “부디 또 하나의 가면을 주시오” / 한 가지 일에 열중한 사람은 중요한 진실을 잊어버린다 / 살아남은 자들은 고통을 아픔이라 부르지 않는다 / 가혹한 행복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생활의 기만이 찾아온다 / 뿌리에 물을 주는 것이 교육이다 / 결혼은 하나되기 위해 둘 이상의 의지를 필요로 한다 / 거만한 기쁨보다 작은 행복이 소중하다 / 소유와 사랑은 동일한 충동에서 다른 관념으로 향한다
7. 세상에 대하여
인간의 양심이 스스로를 괴롭히는 발명자이다 / 통치자는 국가에 유익한 교육만을 고집한다 / 부정을 ‘강화’가 대신하게 한다 / 국가의 발전과 소멸은 / 어떻게 진행되는가 / 세계는 시작도 끝도 없이 계속해 변화한다 / 인간은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를 학대한다 / 하나의 신념에 매달린 자는 무법자가 되기 쉽다 / 어떤 정신을 이해하기 위해 몇 세기가 필요한가 / 교만이 인류의 도덕을 깨닫게 했다 / 비범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불안한 영혼은 자신의 불안을 송두리째 뒤흔들 시간을 기다린다 / 지배자들은 민주주의 덕분에 더 이상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 인간은 공포를 길들여 지식을 탄생시켰다 / 그대의 눈동자는 짐승의 행복을 부러워하고 있다
8. 사색에 대하여
개인은 해석자로서 늘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있다 / 얼마나 불행한 만남인가! / 인간의 관점에서 본 매우 제한된 진리 / 나의 망치는 형상을 감금하고 있는 감옥을 내리친다 / 나는 그들을 결코 동정하지 않는다 / 오류란 맹목이 아니라 비겁이었다 / 격렬한 호기심이 철학자를 ‘자기’로 회귀하게 만든다 / 철학의 나이는 어떻게 될까? / 고독과 불필요한 자아에 대한 대안을 준비할 것이다 / 자신을 빨아들이는 행위야말로 진정한 독서이다 / 인간의 감정은 약속할 수 없다 / 순수한 인식은 가끔씩 다가와 우리를 잠시 해방시켜 준다 / 무조건적 확신을 바라는 마음은 유약한 영혼의 반증이다 / 이상을 전복시키는 것이 나의 임무이다 / 사람들은 다가오지 않은 내일을 위해 살고 있다 / 고통은 항상 우리에게 원인을 묻는다
9. 예술가에 대하여
셰익스피어의 고뇌 / 베이컨의 자학 / 볼테르의 정신 / 호메로스의 정열 / 실러의 혼연일체 / 쇼펜하우어의 의지 / 칸트의 성공 / 도스토옙스키의 자극 / 헨델의 독창성 / 하이든의 선 / 베토벤의 순수 / 모차르트의 약동 / 슈베르트의 유산 / 멘델스존의 덕 / 슈만의 낭만주의 / 바그너의 혁명 / 쇼팽의 행복 / 예술가들은 허상을 보고 열광한다
10. 니체를 만난다
나의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 철학자의 긍지를 그렇게 살 수는 없다 / 고뇌의 몸부림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 철학자는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 터무니없는 일을 당해도 축제처럼 즐길 것 / 한 자루 칼과 백 가지 욕망 / 인간을 병들게 하는 비굴한 감성 / 나의 발걸음은 훨씬 단단해졌다
니체와 고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스타북스 / 2020년 2월 / 312쪽 / 16,000원
아름다움에 대하여
별들의 존재 목적은 생명의 잉태가 아닐까
하늘에 떠 있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지구와 마찬가지로 생명을 잉태할 유사한 조건을 갖고 있지만, 이러한 별들은 애초부터 생명체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생명을 한때 가졌다 해도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별들에 비하면 그 수가 너무나 작다. ……(생명체를 가지고 있는) 모든 별들에 있어서도 그 존재했던 시기를 측정해 보면 생명이란 한순간에 확 타오르고 만 존재였다는 것. 그리고 그 후에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야말로 생명이라는 것이 별들의 존재 목적이나 궁극적 의도가 아니었음을 보여 주는 게 아닌가?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빛을 사랑하는 만큼 그림자를 사랑한다
나의 친애하는 그림자여, 내가 너를 얼마나 무례하게 대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너를 얼마나 기쁘게 생각했는지. 얼마나 감사했는지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지만 빛을 사랑하는 만큼 나는 그대를 사랑하고 있다. 얼굴에 아름다운 미소가 떠오르듯, 언어에 간결함이 전해지듯, 성격에 선량함과 견고함이 존재하려면 그림자가 있어야 한다. 빛과 그림자는 적이 아니다. 빛과 그림자는 늘 정답게 손을 잡고 있다. 빛이 사라질 때 슬며시 그림자도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은 빛을 따라간 것이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성이 없다면 서로에게 관대할 것이다
우리의 이성이 멈춰 버리면 우리들은 서로에게 관대해질 것이다. 상대방에게 아무 말이나 해도 상관없고, 상대방이 아무 말이나 해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대답할 수 없을 때를 골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이것이 유일한 규칙이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길어지면 한 번은 바보가 되고, 세 번은 멍청이가 되겠지만.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우리가 뒤집어쓴 가면 안에 숨겨진 환희의 절정
디오니소스적인 음악은 그리스 인들에게 공포와 전율을 일깨워주었다. 호메로스적인 아폴론의 리라에 익숙했던 그리스 인들은 음악을 리듬의 물결이라고 생각했으며, 상태를 표현하는 데 필요한 조형으로 여겨 왔다. 아폴론의 리라는 한마디로 암시적인 음조에 불과했다. 하지만 디오니소스가 전파한 새로운 음악은 영혼을 흔드는 멜로디였다. 그는 여러 음을 한 가지 주제로 통합시키는 화음을 발명했는데, 이 디오니소스가 전파한 새로운 음악은 영혼을 흔드는 멜로디였다. 그는 여러 음을 한 가지 주제로 통합시키는 화음을 발명했는데, 이 디오니소스적인 화음을 처음 접한 그리스인들은 그동안 억제해 왔던 본능을 뛰어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한번도 느껴 보지 못한 이 황홀한 감정에 그들은 순간적으로 미쳐 버린 것이다. 인습적인 한 가지 음에 길들여진 그리스 인들은 디오니소스적 음악에서 자연이 처음 잉태되던 순간을 떠올렸고, 아폴론의 리듬이 지배하던 이성에서 해방되어 마침내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다음 날 아침, 이 모든 꿈에서 깨어난 그리스 인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얼마나 놀랐던가! 그 놀라움은 디오니소스가 보여 준 환희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이 뒤집어쓴 가면 속에 이토록 환희의 절정이 숨겨져 있었다는 두려움 때문에 비롯된 것이었다.
- 『비극의 탄생』
침묵은 잔인하게 상대의 가치를 훼손한다
침묵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침묵은 가장 잔인한 위선이다. 침묵은 자신의 불평을 삼켜 버림으로써 상대방의 가치를 훼손한다. 오히려 예의에서 벗어난 따끔한 충고나 불평이 훨씬 인간적이고 솔직한 미덕이다.
- 『이 사람을 보라』
모든 아름다움은 생식을 자극한다
쇼펜하우어는 아름다움을 향한 우울한 정열을 갖고 있다. 그는 늘 이렇게 말한다. “무엇을 위해서인가.” 아름다움은 그에게 ‘의지’로부터의 해방이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아름다움이 우리를 영원한 구원으로 인도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름다움이 ‘의지’의 성역에서 우리를 구출한다고 주장한다. 아름다움에 넋이 나간 인간은 생식의 충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다. 그는 한마디로 기묘한 성자다! 하지만 누군가 그의 주장에 항의하고 있다. 항의의 주체는 아마도 자연일 것이다.
자연이 발휘하는 음조, 색채, 향기, 율동적인 운동 속에서 왜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자연은 왜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제시하는 것일까. 다행히 인간을 대표해 어느 한 사람의 철학자가 그에게 조용히 항의했다. 성스러운 플라톤(쇼펜하우어 자신이 그렇게 부르고 있다)의 권위는 쇼펜하우어에 반대되는 명제를 지지하고 있다. “모든 아름다움은 생식을 자극한다. 가장 관능적인 것에서부터 가장 정신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움이 작용하는 고유성이다.”
- 『우상의 황혼』
삶에 대하여
고통은 정신 최후의 해방자이다
비로소 나는 병에서 나의 더 높은 건강을 얻었다. 이 건강이란 병이 말살시켜 버리지 못한 모든 것들에 의하여 오히려 더 강해지는 건강을 말한다. 나는 병에서 하나의 철학도 얻었다. 고통이야말로 정신 최후의 해방자다. ……그런 고통이 우리를 개선시키는지에 대해 의심스러울 때도 있으나 나는 고통이 우리를 심오하게 한다는 것을 안다.
- 『니체 대 바그너』
병약한 사람과 건강한 사람
전형적으로 병약한 사람은 건강해지지 않으며 애써 자기 자신을 건강하게 만들 수도 없다. 반대로 전형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그 병을 인생을 사는 데, 아니 풍요로운 생을 살기 위한 활동적인 자극으로 수용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오랜 세월 동안의 병이 내게 많은 활동적인 자극이 되었음을 말해 준다.
- 『이 사람을 보라』
인생의 여름, 봄 그리고 가을
20대는 열정적이고 지루하며, 언제 소나기가 내릴지 알 수 없는 시기이다. 20대는 늘 이마에 땀이 맺혀 있고 삶이 고된 노동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지만, 그것을 필연으로 받아들이는 연령이다. 따라서 20대는 여름이다.
반면에 30대는 인생의 봄이다. 어떤 날은 공기가 너무 따사롭고 또 어떤 날은 지나치게 춥다. 언제나 불안정하고 자극적이다. 끓어오르는 수액이 잎을 무성하게 만들고 모든 꽃의 향기를 구별할 수 있는 나이다. 30대는 지저귀는 새소리만으로도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처음으로 향수와 추억을 구별하는 시기이다.
40대는 모든 것이 정지된 연령이다. 바람은 더 이상 그를 움직일 수 없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그의 수확을 돕는다. 40대는 한마디로 인생의 가을이라고 볼 수 있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노동을 그리워하게 만들려는 술책
영국인이 일요일을 신성하게 여긴 까닭은 월요일의 노동을 그리워하게 만들려는 하나의 술책이었다. 신성한 일요일의 무료함이야말로 가장 영국적인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아주 교묘한 단식과도 같다. 폭식과 폭식을 연결해 주는 다리로써 활용되는 단식이 바로 영국인들의 일요일이 갖는 위상이다.
- 『선악의 저편』
불필요한 순간에 독립을 시도하는 자
삶에 있어서 독립이란 소수의 인간들에게만 허용되는, 다시 말해 강자만의 특권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순간에 독립을 시도하는 자가 있다면, 물론 그가 그럴 만한 충분한 자격과 이유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방종이다. 그는 자신이 인간 사회로부터 독립된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저 무시무시한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에 스스로 뛰어든다.
그리고 이미 위험해진 인생을 더욱 위험한 곳으로 내던져 버린다. 그는 자신이 어디서 길을 잃었으며, 어떻게 고독해졌는지, 또 양심이라는 미노타우로스의 이빨과 마주쳐 산산이 찢겨져 버린 과정을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지만, 그는 이미 사람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아무런 말도 해 줄 수가 없다.
- 『선악의 저편』
숨는 것으로 만족하던 시대는 사라진다
인생에서 최고의 기쁨을 수확하는 비결, 그것은 삶이 안고 있는 고통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것이다. 그대들의 도시를 베수비오 화산의 산허리에 건설하라. 그대들의 배를 아무도 알지 못하는 바다 한 가운데에 띄워라.
그대들의 벗, 그리고 그대 자신과의 영속적인 투쟁에 헌신하라. 그대들, 인식하는 자여, 지배하고 소유할 수 없다면 약탈과 정복을 일삼는 자가 되어라. 겁을 집어먹는 사슴처럼 숲 속에 숨는 것으로 만족하던 시대는 머지않아 사라진다.
- 『즐거운 학문』
신은 죽었다
우리 모두가 신을 죽였다
우리가 그를 죽였다. 너희들과 내가! 우리 모두가 신을 죽였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이 일을 저질렀을까? 어떻게 우리는 바다가 마르도록 마셔 버릴 수 있었을까? 누가 우리에게 지평선을 모조리 훔칠 수 있는 해면을 주었을까? 우리가 이 지구를 그의 태양으로부터 떼어 버렸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였던가? 지구는 지금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가? 우리는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가?
모든 태양으로부터 멀어져 가는가? 우리는 자꾸 떨어져 가는 것이 아닌가? 뒤로 옆으로 앞으로, 온갖 방향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지금도 위니 아래니 하는 상하가 있을까? 우리는 끝없는 무(無) 속에서 헤매는 것 같지 않는가? 텅 빈 공간이 그윽이 느껴지지 않는가? 점점 추워지지 않는가? 더욱 더 밤이 짙어져 오는 것이 아닌가? 대낮에 초롱불을 켜야 할 지경이 아닌가?
신을 매장하는 인부들의 떠들어 대는 소리를 우리는 아직도 못 듣는가? 우리는 아직 신이 썩는 냄새를 조금도 못 맡아 보았는가? 신들도 썩는다! 신은 죽었다! 신은 죽어 있다! 사실 우리가 그를 죽였다! 모든 살해자 중에서도 살해자인 우리가 어떻게 위안을 받을 것인가?
- 『즐거운 학문』
잔인한 형태로 덕을 지닌 자들과의 싸움
덕을 지니기 위해선 가장 잔인한 형태로 덕을 지니려 해야 하는가? 기독교 성자들은 이를 원하고 필요로 했다. 성자들은 그들의 덕행을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에 대한 경멸감을 느끼리라 생각하면서 삶을 견뎌 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작용을 하는 덕을 잔혹하다고 부른다.
부처의 사후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은 동굴 안에서 그의 그림자를 보여 주었다. 엄청나게 크고 소름 끼치는 그림자를. 신은 죽었다. 그러나 인간의 방식이 그렇듯이, 그의 그림자를 보여 주는 동굴은 수천 년 동안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부처의 그림자와도 싸워 이겨야 한다.
- 『즐거운 학문』
웃다가 죽은 낡은 신들
낡은 신들은 이미 오래전에 최후를 고했다. 그리고 정말로 낡은 신들은 선하고 즐겁게 신적인 종말을 맞지 않았던가! 그 신들이 죽음을 맞아 ‘으스름 속으로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 신들은 너무 웃다가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그 죽음은 신을 가장 부정한 말, 즉 “하나의 신만 존재한다. 나 말고 다른 신은 섬겨서는 안 된다!”는 말이 어떤 신에게서 나왔을 때 일어났다. 신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깊은 속내의 바탕을, 은폐된 치욕과 추함을 남김없이 보고 말았으니, 호기심 많고 주제넘은 자, 동정하는 마음이 너무 깊었던 자는 죽어 마땅하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야만적인 짓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야만적인 것이다. 다른 모든 사람을 희생해서 행해지기 때문이다. 신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신앙을 갖는 것이 아니라 직관하도록 자신의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느끼는 자가 볼 때 모든 신자들은 너무 시끄럽고 뻔뻔스럽다. 그는 그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한다.
- 『선악의 저편』
너무나 동양적인, 너무나 유대적인
뭐라고? 인간이 신의 존재를 믿는 경우에만 인간을 사랑하는 신이라니! 이런 사랑을 믿지 않는 자에겐 무서운 눈길을 보내고 위협을 가하는 신이라니! 뭐라고? 전능한 신이 이처럼 사랑에 단서를 붙이다니! 명예심과 복수심조차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니! 이 모든 것은 얼마나 동양적인가!
“내가 너를 사랑한다 해도,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것만으로도 기독교 전체를 비판하기에 충분하다. 신이 사랑의 대상이 되려 했다면 먼저 심판과 정의를 포기했어야 했다. 심판을 내리는 자는 아무리 자비로운 재판관이라 해도 사랑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기독교는 이 점에서 충분히 섬세하지 못했다, 유대인으로서.
- 『즐거운 학문』
더없이 괴로운 사람만이 경험하는 행복
고뇌와 무능력, 이것이 저편의 세계를 믿는 사람들을 만들어 냈고, 더없이 괴로운 사람만이 경험하는 행복이라는 저 짧은 망상이 그런 세계를 만들어 냈다. 목숨을 걸고 뛰어올라 단숨에 궁극적인 것에 이르려는 데서 오는 피로감, 이제 더 이상 바라려고 하지도 못하는 가련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피로함, 이것이 온갖 신들과 저편의 세계를 만들어 냈다.
모든 존재는 증명하기 어렵고, 말하게 하기도 힘들다. 그대 형제들이여, 나에게 말해다오. 가장 증명이 잘된 것은 모든 사물들 중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 이러한 자아, 자아의 모순과 혼란이야말로 자신의 존재에 대해 가장 솔직하게 말해 주고 있다. 창조하고 의욕하고 평가하는 이러한 자아야말로 사물들의 척도이자 가치인 것이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지혜에 대하여
인간은 타인의 배타적 이미지를 찾으려 한다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는 정신 자체를 사색할 줄 안다. 또 정신에 수반되는 원칙이나 방향의 진상을 은폐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그를 위험한 적으로 간주하며, 경멸과 공포의 감정으로 ‘비관주의자’라는 꼬리표를 달아 줄 것이다. 원래 인간은 한 개인을 정의 내릴 때 그만이 소유한 탁월한 재능과 감각 대신 가장 배타적인 이미지를 찾아내 덧씌우는 재주를 타고났기 때문이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누군가를 동정하며 스스로를 고귀하다고 느낀다
내가 동정을 비난하는 까닭은 그것이 수치에 대한 감정을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타인을 동정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무례한 짓이다. 동정은 운명을 파괴하고, 치명적인 고독에 특권을 부여하며, 거리낌 없이 죄를 용서한다. 인간은 자신이 누군가를 동정할 때 느껴지는 고귀한 감상 때문에 이 무례한 괴물에게 도덕의 관념을 덧씌웠다.
- 『이 사람을 보라』
하루의 반도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못한다면 노예일 뿐이다
활동가는 보다 높은 수준의 활동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여기서 말하는 좀 더 높은 수준의 활동이란 개성적인 활동을 뜻한다. 그들은 관리, 상인, 학자로서 활동하며 많은 장르를 개척했지만 특정한 덕목을 갖춘 개인으로 활동하지는 못한다. 이런 점에서 비춰볼 때 한마디로 그들은 나태하다. 어느 시대나 그렇듯이 오늘날에도 인간은 노예와 자유인으로 분리된다. 만약 하루의 3분의 2 정도를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없는 인간이라면, 그가 정치가이든 상인이든 혹은 관리나 학자이든 그저 노예일 뿐이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에 대하여
인간은 세계의 심판자인가?
만물이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인간은 모든 생물의 심판자인가? ‘세계 대 인간’의 모든 태도, ……사물의 가치척도로서의 인간, 마침내는 존재 자체를 자기의 저울대 위에 올려놓고는 그것을 너무 가볍다고 생각하는 세계 심판자로서의 인간 - 이러한 태도의 정상을 벗어난 어처구니없음은 그 정체를 드러내어 우리에게 혐오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인간과 세계’가 서로 병립되어 있고, 따라서 ‘과’라는 귀여운 단어의 숭고한 뻔뻔함에 의해 분리되어져 있음을 발견할 때 웃지 않을 수 없다.
- 『즐거운 학문』
삶의 부조리와 마주친 인간이 계속해서 구역질을 해 댄다
인간의 동경은 그들이 구축한 세계를 파괴하고 신들을 뛰어넘어 죽음을 향해 내달린다. 인간의 삶과 인간이 만들어 낸 삶의 신들, 혹은 저 불멸의 언덕에 도달했던 생의 환희도 여기서 그만 멈춰 버린다. 한번 맛본 진리가 인간의 뇌리 속에서 끊임없이 진동을 일으킨다. 이제 인간은 도처에서 삶의 공포, 삶의 부조리와 마주친다. 이제 그는 지혜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쉬지도 않고 계속해서 구역질을 해대는 것이다.
- 『비극의 탄생』
모든 좋지 않은 악덕과 욕망을 마음속에 간직한 죄인
소크라테스는 그의 출생으로 미뤄 볼 때 최하층 계급이었던 듯하다. 소크라테스는 한마디로 천민이었다. 게다가 그는 추한 몰골을 가지고 있었다. 외모가 추하다는 것을 그리스인들은 일종의 범죄로 취급했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는 진정 그리스인이었을까. 인류는 추악함의 근간으로 혼혈을 꼽는다. 우리는 지금도 혼혈 때문에 발달이 저하되었다는 결론을 종종 듣게 된다.
인류학자는 우리에게 말한다. “전형적인 죄수들은 모두 혼혈이며 그 때문에 추악하다” 그들은 ‘외모도 괴물이고 정신도 괴물’이다. 그런데 죄인이라는 것은 하나의 데카당스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는 진정 죄인이었을까. 소피로스라는 관상가가 내린 유명한 판단이 우리의 궁금증을 해결해 줄 것이다. 그 판단은 소크라테스를 잘 아는 친구들에겐 매우 유감스러운 말이다.
인상에 관심이 있는 어느 외국인이 아테네를 지나가다 소크라테스를 만났다. 그는 소크라테스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대는 ‘괴물’이다. 그대는 모든 좋지 않은 악덕과 욕망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대답했다. “자넨 나라는 인간을 제대로 알고 있네 그려.”
- 『우상의 황혼』
현대인은 고민의 형식을 상실하고 품위를 잃었다
현대인들은 인간의 고민을 위선이라고 비난한다. 우리는 너무 빨리 결정하고 있다. 고민이나 사색은 그저 걸어가면서 해치우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점차 품위를 상실하고 있다. 인간이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다면 우리는 단지 기계일 뿐이다. 어쩌면 우리 머릿속에 이미 기계가 자리 잡았는지도 모른다. 그 기계의 성능에 따라 우리의 생각과 품위가 결정되는지 모른다.
- 『즐거운 학문』
존재에 대하여
가혹한 행복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생활의 기만이 찾아온다
간밤의 폭풍을 뚫고 살아남은 영혼은 밝게 갠 아침 햇살에 자신을 옥죄던 긴장을 푼다. 그리고 몇 달 혹은 몇 년씩 이 노곤하게 긴장이 풀어진 정오를 요구한다. 시끄러운 세상의 소리가 점차 그의 귓전에서 멀어지고 따스한 태양만이 머리카락을 어루만진다.
사람들의 눈이 닿지 않는 숲 속에는 목신(牧神)이 잠들어 있다. 자연은 목신과 함께 잠에 취해 그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는 이제 아무런 희망도 없고 아무런 생각도 없다. 심장은 어느새 멈춰 버렸고, 오직 그의 눈만이 살아 있다. 눈동자만이 사물을 분별하는 일종의 죽음과 같은 상태다. 그때 인간은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는 수많은 현상들과 직면하게 된다.
그의 동공은 빛으로 짠 그물에 가로막히고, 엄청나게 밀려오는 빛에 매장되어 버린다. 그때서야 비로소 인간은 행복에 도취된다. 하지만 그 행복은 너무나 가혹한 행복이다. 잠시 후 나무들 사이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한낮은 이미 지나간 지 오래다. 생활이 다시 그를 삶의 터전으로 던져 버린다. 맹목의 눈을 가진 생활이 어젯밤처럼 그의 동반자가 되어 그를 기만한다. 그의 뒤에는 소망, 망각, 향락, 부정, 무상이라는 그림자가 펼쳐진다.
그리고 또 다시 황혼이 찾아온다. 황혼은 오늘밤도 폭풍과 함께 일렁인다. 인간의 삶이라는 물질의 활동을 이런 식으로 해석하고 싶어 한다. 그들 대부분은 인생을 병적인 것에 가까운 증상으로 오해한다. 그것이 꼭 잘못된 관념만은 아니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소유와 사랑은 동일한 충동에서 다른 관념으로 향한다
사람들은 사랑에 목을 맨다. 그러나 소유와 사랑! 이것은 엄연히 다른 관념이다. 하지만 둘은 동일한 충동에서 빚어진 이중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원하는 것을 이미 소유한 자는 자신의 소유물에 대한 권리를 행사한다. 그 때문에 그는 타인들로부터 ‘강자’ 또는 ‘억압자’로 불린다. 그래서 소유욕은 늘 부정적인 취급을 받는다. 반대로 원하는 것을 아직 얻지 못한 자는 상대적으로 ‘약자’이며 ‘소외된 자’로 인식된다. 그래서 사랑은 늘 긍정적인 취급을 받는다. 얻지 못했을 때 그것은 사랑이 되고, 얻었을 때 그것은 소유가 된다.
- 『즐거운 학문』
사색에 대하여
격렬한 호기심이 철학자를 ‘자기’로 회귀하게 만든다
철학자인 그는 자신의 사상에 의해 밖으로 내던져진 뒤, 위에서 또는 아래에서 습격당하듯이 얻어맞는다. 그는 스스로 천둥을 잉태하고 있는 폭풍이다. 그를 둘러싸고 세계는 항상 무엇인가 포효하고, 신음하고, 균열하고, 좋지 않은 낌새를 풍긴다. 그것이 그의 숙명처럼 낙인찍힌다. 철학자 그는 자신으로부터 도주하고 늘 자신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다. 하지만 격렬한 호기심이 그를 재차 ‘자기’로 회귀하게 만든다.
- 『선악의 저편』
고독과 불필요한 자아에 대한 대안을 준비할 것이다
인간은 고독을 따르는 저 수많은 권태와 불만 그리고 무료함의 대가로 자신의 내면과 자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15분을 손에 넣는다. 인생의 지루함에 어느 정도 대안을 구축한 인간은 자신의 불필요한 자아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대안을 찾으려 할 것이다.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샘물을, 그 힘찬 생명을 그는 결코 마시지 않을 것이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자신을 빨아들이는 행위야말로 진정한 독서이다
나의 경우 독서란 잠시 숨을 고르는 것과 같다. 나를 자신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 또는 타인의 학문이나 영혼 속에서 잠시 산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독서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 오히려 독서를 나의 진지함 속에서 길들이고 있다.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내 곁에는 단 한 권의 책도 찾아볼 수 없다. 누군가 나의 곁에서 쓸데없이 나불거리거나 혹은 생각하지 못하게끔 미리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빨아들이는 행위야말로 진정한 독서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자기기만은 정신적 잉태의 첫 번째 본능이며 책략이다. 나는 타인의 사상이 몰래 성벽을 타고 올라와 나만의 성채를 침범하는 것을 너무 오랫동안 방치했다. 이것이 독서의 정체다. 힘든 집필의 시간이 끝나면 휴식이 찾아온다. 자, 오너라. 너희들 광기에 물든 책들이여, 멀리했던 나의 서적들이여.
- 『이 사람을 보라』
고통은 항상 우리에게 원인을 묻는다
우리는 타인에게 쾌감을 주거나 혹은 고통을 줄 때만이 타인이 나를 ‘인식’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다! 우선 우리의 힘에 대해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고통을 준다. 왜냐하면 누군가를 ‘인식’ 하는 데 쾌감보다 고통이 더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 고통은 항상 원인을 묻는다. 인간은 자신이 누군가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이 되기를 희망한다. 반대로 쾌감은 원인을 묻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이 누군가의 쾌감이 되었다는 사실에 수치를 느낀다.
- 『즐거운 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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