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결혼 반지 - 엘러리 퀸 [귀니]
결혼반지 (THE MEDICAL FINGER;약지) BY ELLERY QUEEN
주노는 여성이 바라는 모든 것을 갖춘 여성으로 오비디우스(로마의 시인. 43B.C.~
A.D.17?)는 6월(JUNE)은 그녀 이름에서 따 왔다고 했고 6월은 결혼하기 가장 적합한
달이라고 했다. 고대 로마에는 <6월에 결혼하면 신랑은 성공하고 신부는 행복해진다>
라고 하는 속담이 있었다.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그 말을 믿었고 팜 스프링스, 서튼
플래이스의 리처드 K.트로이의 딸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는 항상 6월에 결혼을
원했고 꿈꾸던 결혼은 아니더라도 그녀는 6월에 결혼을 했다. 달력은 6월이 틀림
없었고 그녀는 신부 드레스를 입었으며 결혼 반지를 꼈다. 6월에 결혼하면 행복해
진다는 옛 얘기는 사실로 나타났다. 비록 그것이 짧은 동안이었다고 해도.
그녀의 이름은 헬렌이었다. 그녀의 아버지 리처드 K. 트로이씨는 남자에게는 가장
위험한 감상적인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모든 게 단어로 시작했다.
트로이씨는 문장에 소질이 있었고 모든 것에 대해 진부한 표현을 멋지게 할 수 있어,
축하장 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다. 그는 첫 자식을 얻자 젊었을 때의 감상에서 영감을
받아 헬렌이라고 이름지었다. 그리고 헬렌이 대단한 미인으로 자라는 것에 대해서
트로이씨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것은 그의 생애의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단어를 제대로 썼기 때문에 좋은 결실을 본 것에 불과했다.
그는 둘째 딸 에피의 이름도 자기가 직접 지어주는 선견지명이 없던 것을 항상
후회했다. 그는 둘째 딸의 이름을 부인이 짓도록 경솔하게 내버려뒀던 것이다.
부인은 둘째 딸 이름을 적당히 지었다. 에피는 말썽없이 자랐으나 평범하게 생겼기
때문에 식구들과 대화를 안 했다. 에피는 트로이씨의 십자가였다.
그러나 헬렌은 트로이씨에게 소중했다.
" 저 애는 내게 더 할 수 없이 소중해. 트로이 전쟁이 일어난 것도 트로이의
헬렌 때문이었다구. 하하!"
하고 트로이씨는 자랑했다.
헬렌의 가슴이 피기 시작할 때부터 수많은 젊은이가 그녀 때문에 싸웠고 헬렌은
코가 깨지고 가슴에 상처를 입은 많은 사나이들을 사뿐히 밟고 풍만한 여성으로
자랐다. 트로이씨는 부인이 죽자 불안을 느껴야 했다. 자기를 감시하고 보살피던
어머니가 죽자 헬렌은 못된 젊은이와 어울렸던 것이다. 헬렌은 웃으며 그 사람은
자기가 처리할 수 있다고 아버지에게 자신있게 말했다. 트로이씨는 어리석게도
그녀의 말을 믿었다. 그것이 잘못이었다.
빅터 루즈는 건장한 유럽 젊은이로 검은 눈썹이 무성했고 손이 대단히 컸다.
그의 손은 농부의 손처럼 생긴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의
아버지 - 그는 유엔 대표부 일원으로 미국에 근무하고 있었다 - 는 루브르 지방의
귀족으로 손이 길고 날씬한 게 여자 담배물부리 같았기 때문이다. 빅터는 미국에
유학중이었다. 프린스턴 대학은 그에게 손을 쓰기를 권유했는데 그는 몸이 재빨랐
으며 운동신경이 예민했다. 게다가 그는 치명적인 레프트 훅을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어 대학 복싱팀의 일원이 되었다. 그러나 대학간 시합에서 그의 난폭한 성질이
드러났다. 그는 맞으면 규정을 무시하고 사람을 죽일듯이 덤비는 짐승이 되어 눈을
찌르고, 벨트 아래를 치고, 물어뜯는 것 빼고는 안 하는 짓이 없었다. 한 번은
루거 대학의 상대선수를 잡고 매트 위를 뒹구는 바람에 선수 자격을 박탈당하고
복싱팀에서 쫒겨났다. 그러나 그는 미남이었고 매력이 있었다. 게다가 유럽식
매너와 돈이 많이 있어서 그가 졸업하고 파크 애비뉴에 미혼자 아파트를 얻자마자
그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게 되었다. 그가 자기 나라의 유엔 대표부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소문은 들렸으나 대표부에는 거의 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말(HORSE)
전시회, 사냥 클럽에는 자주 나타났고 상류사회에는 항상 얼굴을 내밀었다.
헨리가 루즈를 트로이 집안에 소개했다. 헨리는 루즈를 프린스턴 대학에서
알았고 지금은 월 스트리트에 있는 회사의 채권 세일즈맨이었다. 헨리는 학생
시절부터 헬렌을 사랑했다. 그 역시 헬렌 때문에 코가 깨진 용사였으나 아직
가슴에 상처는 입지 않았다. 세일즈맨 기질을 타고 난 헨리는 물러설 줄을 몰랐다.
헨리는 고집스럽게 트로이의 미인을 쫓았다. 헬렌은 그를 좋아했다. 그는 마음이
고왔고, 잘 생겼고, 다루기가 쉬웠다. 장래성도 그만하면 좋았다. 그러나 어머니가
그와의 결혼을 반대했다. 헨리는 자기 행복에 이르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두 가지
걸림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헨리는 인내심이 강했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 두
가지 장애물이 없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트로이 부인이 죽었을 때 헨리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그는 빅터 루즈를
헨리와 헬렌 사이에 끼워넣었다.
헨리는 계획자였다. 그의 계획은 헬렌에 대한 지식과 정신상태에 대한 빈틈없는
평가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멀리서 그녀를 사랑해서는 그녀를 생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 때문에 남들이 싸우는 것을 점점
시들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헨리는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최종적인 사랑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그 싸움에서 남자를 정복한다는 생각에 신물이 나도록 하자
는 생각을 했다. 그 일에는 빅터가 적격이라고 헨리는 생각했다.
루즈는 헬렌에게 유혹당하지 않을 리가 없고 헬렌은 틀림없이 루즈를 유혹하리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루즈는 너무 이국적이라 헬렌의 정서에 맞지 않았다. 그녀는
루즈를 잠깐동안 데리고 놀다가 버릴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상처받은
가슴을 안고 시간이 지나면 순순히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러면 그녀는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자기 품에 안길 것이라고 헨리는 생각했다.
그러나 헨리 생각은 잘못된 판단이었고 사태는 예상했던 그대로 진행되었다.
그는 빅터 루즈를 트로이 집에 데리고 갔다. 루즈는 헬렌에게 빠졌고 헬렌은
루즈에 흥미를 가졌다. 그들은 자주 만났고 루즈는 열렬히 구혼했다. 헬렌은 그와
자주 만났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그리고는 헤어질 결심을
했다. 그러나 루즈는 관계를 계속 갖기를 원했다. 그제서야 헬렌은 처음으로 그의
본체를 봤다. 그의 끈덕짐에는 광기가 있었다. 마치 압력이 올라가고 있는 밀폐된
탱크같이 언제 터질지 모르게 불안했다. 그에게 겸손하고 신사적인 면은 사라졌다.
그는 그녀를 따라다녔고 그녀를 만나는 남자를 위협했다. 그녀에게 협박 편지를
보냈고 전화를 계속해서 걸었다. 둘이서 동반 자살하자고 했고 그녀의 방 밑 담에
기대어 울었다. 대낮에 문에서 별안간 튀어나와 그녀 앞에 쓰러지기도 했다.
결정적인 것은 어느 날 밤 <엘 모로코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하였다. 루즈가 너무나
화가 나고 챙피한 짓을 해서 헬렌은 울면서 뛰어나왔다. 그리고 헨리의 품에 안겼다.
헨리로 말하자면 그것으로 일은 끝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빅터 루즈는 자기
자신의 각본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나이트클럽의 불상사가 있은 다음 날 아침에 트로이씨는 카페인 없는 커피를
평화롭게 마시고 잇었다. 그 때 둘째 딸 에피가 와서 쾌활하게 말했다.
" 빅터 루즈가 서재에서 아버지를 만나려고 해요."
" 그 친구가? 왜? "
트로이씨는 얼굴을 찡그렸다.
" 모르겠어요. 몸을 뻣뻣이 하고 노골적으로 굴고 있어요. 어젯밤 일을
사과하려나 보죠. "
" 그 녀석을 한대 갈겨줘야 하는데. 헬렌은 어딨니? "
" 언니는 보지 않겠대요. 정원에 헨리와 같이 있어요. 어쩌면 헨리가 한 대
갈길지도 모르죠. "
" 내 자식들 일은 나도 처리할 수 있어. "
트로이씨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신없는 태도로 서재에 갔다.
빅터 루즈는 두 무릎을 약간 벌리고 의자 끝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스웨이드
가죽 장갑과 모자가 손잡이에 얹힌 접은 우산을 들고 있었다. 그의 검은 피부색이
누랬다. 그가 얼른 일어났다.
" 이봐, 루즈..."
트로이씨는 얼굴을 찡그렸다.
" 실례합니다 트로이씨. 저는 오늘 두 가지 일로 여기 왔습니다. 어젯밤에
공개적인 장소에서 그렇게 잘못한 데에 사과하러 왔지만 따님이 저를 만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사과드립니다. "
" 아. 그 일은...... 알았네. "
" 그리고 오늘 온 두 번째 목적은 따님과의 결혼을 허가해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저는 헬렌을 열렬히 사랑합니다. 저는 그녀가 아니면... "
" ...... "
" 죽습니다. "
트로이씨는 한숨을 쉬었다.
" 그러나 자네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아직도 살고 있는지 놀랄 일이더군.
루즈군. 내가 사는 이유는 내 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야. 만일 헬렌이
자네를 원한다면 나는 개입하지 않겠네. 그 문제는 딸애에게 물어보게. "
" 선생님은 위대한 분이십니다! "
루즈는 뜨거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 천만에. 나는 그런 일에 좀더 능숙한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을 뿐이야. "
트로이씨는 미소지었다. 그러나 루즈는 계속해서 혼자 지껄였다.
" 따님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따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얘기했지만 결혼
이란 말은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내 마음은 전달됐을 텐데...... 지금
따님에게 청혼하겠습니다. "
그 때 서재 문이 열리며 헬렌이 들어왔다. 그 뒤를 헨리와 에피가 따랐다.
에피는 몸을 떨고 있었다.
루즈는 그녀 모습에 눈이 부신 듯 눈을 껌벅였다. 그가 헬렌에게 급히 가서 손을
잡았다.
" 할 말이 있어! "
헬렌은 웃으며 손을 빼고 손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갔다.
" 아빠. 헨리가 할 말이 있대요. "
" 헨리? 아, 그래, 뭔데? "
" 저는 따님에게 청혼했고 따님이 승락했습니다. 결혼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
트로이씨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헨리가 말하자 에피가 비명을 질렀기
때문이다. 에피는 한 마디 비명을 지르고는 조용해졌다. 그리고는 누가 뒤쫒기라도
하듯 홀로 달려갔다. 헬렌은 생각하는 모습이었으나 헨리는 아무 관심도 안 보였다.
트로이씨는 일어나는 일에 당황했다. 다음 순간에 헨리는 서재 바닥에 누워
발버둥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즈는 그를 머리로 받아 쓰러뜨리고 큰 손으로
헨리의 목을 잡고 머리를 바닥에 찧고 있었다. 헬렌이 귀에 거슬리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 나쁜 새끼! 너는 그녀를 못가져! 둘이 결혼하면 내가 여자를 먼저 죽일테야! "
루즈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 고함쳤다.
헨리는 목이 막혀 뭐라고 꾸르륵거렸고 헬렌이 우산으로 그의 머리를 때렸다.
트로이씨는 화가 났다. 그는 남자들의 형제애를 믿어왔고 유엔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이런데 이런 일이...
트로이씨는 루즈의 목을 손으로 꽉 조였다. 목을 조이고 우산으로 머리를 맞은
루즈는 헨리의 목을 죄던 손을 놓고 바닥에 쓰러졌다. 헬렌은 숨을 몰아쉬고 있는
헨리 옆에 무릎을 끓고 앉아 위로의 말을 하며 작은 소리로 달랬다. 루즈는
일어서서 우산을 집었다. 그리고 그들을 보지 않으며 기운차게 말했다.
" 나는 저 여자를 죽이겠다고 했어. 만일 헨리와 결혼하면 정말로 죽일거야. "
" 그것뿐이 아닙니다. 미스터 퀸. 내 장래 사위가 일어서자 그를 발로 차
쓰러뜨렸어요. 그것으로 일은 끝인가 했는데 시작에 불과했어요. "
한 달 후에 트로이씨가 말했다.
" 협박을 더 했나요, 실제로 따님을 습격했나요? "
엘러리가 물었다.
" 아녜요, 아녜요. 그 후로 새로운 관계가 시작됐어요. 나는 요새 젊은이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내가 젊었을 때라면 그가 아무리 빌어도 흠뻑 패 주던가
유치장에 집어넣었을 거야. 나는 이번 일로 실망했어요. "
"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트로이씨. "
니키가 말했다.
" 아. 글쎄 루즈가 그 자리에서 즉시 변하지 않겠어요. 알랑대며 무릎을 끓다시피
하며 백배 사죄하지 뭡니까. 웬, 보기 민망하더군. 다음날 헬렌에게 축하장과
함께 난초를 보냈더군. 축하장에는 <앞으로의 일을 축하하며, 당신의 친구 빅터
루즈> 라고 씌어 있거군요. 그 사람 축하장 업계에스는 성공 못할 겁니다, 하하.
그리고 헨리에게는 65년된 코냑 한 상자를 보냈어요. 그 결과 1주일 후에 헬렌
은 그를 용서했고 헨리는 그가 그렇게 나쁜 녀석은 아니라고 여기게 되었지. "
" 그런데 2주일 후에는 어떻게 됐습니까? 그것으로 끝나진 않은 모양인데. "
" 끝나지 않다마다. 2주일이 지나자 헬렌은 루즈를 결혼식에 초대하기에 이르렀어.
루즈가 헬렌과 헨리를 주빈으로 <마르세이유 클럽>에서 큰 파티를 열고 샴페인
으로 저녁 내내 둘의 행복을 위해 건배했기 때문이야. "
" 친절도 하셔라. "
니키가 말했다.
" 니키의 말이 비꼬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트로이씨. "
" 미스터 퀸. 나도 친절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가 유럽에서 왔다고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내 친한 친구 중에는 유럽 사람이 몇 명 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믿을 만한 녀석이 못됩니다. 그가 100% 미국인이었다고 해도 위험하기는 마찬
가지였을 겁니다. 나는 사람들의 인품을 제대로 본다고 자부하는데 나는 헬렌이
헨리와 결혼한다고 할 때 그의 표정을 봤어요. 그의 얼굴에는 살의가 있었어! "
" 클라렌스 다로우는 말하기를 자기가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부고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어요. 하여튼 당신은 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데... "
" 나는 그런 녀석을 잘 알아요! "
" 그는 당신 따님의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으니... "
" 그는 결혼식에 참석할 뿐만 아니라 신랑 들러리를 선다구! "
트로이씨가 고함쳤다.
아무도 말을 안 했다. 이윽고 니키가 말했다.
" 아니, 어떻게 그 사람이 들러리가 됐지요? "
" 우리 집에서 싸운 뒤로 그 녀석은 헨리에 꼭 붙어 다녔나 봅니다. 그리고는
헨리가 그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는 방법은 자기를
들러리로 세우는 것이라고 설득한 모양입니다. 나는 헬렌에게 들러리로 세우지
말라고 사정했어요. 하지만 헤렌은 지금 구름 위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기분이라
그가 들러리 서는 게 너무 로맨틱하다나요. 내가 말하지만...... "
" 결혼식은 언제, 어디서 합니까? 그리고 어떤 식으로 할 겁니까? "
엘러리는 깊은 생각을 하며 물었다.
" 식은 조용히 치를 겁니다. 미스터 퀸. 집사람이 죽은 지가 얼마 안 돼서 성당
에서 크게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나는 헬렌에게 몇 달만
기다리라고 했지만 6월은 이번 금요일에 시작되고 헬렌은 6월에 결혼하기를
원해요. 6월에 결혼하면 운이 따른다고 하지요. 그리고 헬렌은 내년 6월까지
기다리지 못하겠대요. 그래서 금주 토요일에 집에서 일가와 친구들 몇 사람을
모시고 식을 올리기로 했어요. 경찰에 가려고 했지만 어쩐지 결혼식에 와서
감시 좀 해주지 않겠어요? "
트로이씨가 염려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 염려하실 게 없는 것 같습니다. "
엘러리가 웃으며 말했다.
" 하지만 그래서 마음이 편하시다면... "
" 고마워요! "
" 그러나 모르는 사람이 식에 참석하면 이 루즈라는 사람이 의심 안 할까요? "
니키가 물었다.
" 의심할테면 하라지! "
트로이씨가 사납게 말했다.
" 트로이씨가 옳아, 니키. 루즈가 감시당하고 있는 것을 알면 아무 짓도 안
하겠지. 만일 그가 무슨 짓을 할 생각이었다면. "
엘러리가 관대하게 말했다.
엘러리는 루즈라는 사람을 알아보는 일을 토요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남을 시켜
당장 시작했다. 그와 별도로 엘러리는 아버지에게 내용을 얘기했다. 퀸 경감은
토마스 벨리 경사에게 루즈씨가 볼 수 있게 그를 항상 따라다니라는 특별 임무를
수여했다. 경사는 자기의 직업적인 프라이드가 모욕당하는 것을 투덜대며 명령대로
업무를 수행했고 루즈씨는 미행당한다는 점을 알았다. 그리하여 결혼식 날까지
엘러리는 루즈의 대략적인 인생과 습관을 알게 되었다. 엘러리는 루즈씨가 화를 잘
내고 가끔 난폭해 진다는 점 외는 흥미로운 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유럽의
오래된 귀족 가문의 후예로 선조들은 고상한 사디즘의 기질이 있었고 스포츠를
즐기는 기분으로 농부들을 학대했다. 루즈는 아버지의 돈으로 풍요롭고 훌륭하게
생활하고 있었고 그의 사생활은 파크 애비뉴의 다른 독신자들과 의심할 바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주의자인 엘러리는 트로이씨에게 말해서 벨리 경사도
결혼식에 참석시키도록 했다.
" 결혼식에서 형사처럼 행동할 겁니다. "
엘러리가 말했다.
" 형사처럼 행동한다니 무슨 말이지요? "
벨리가 사납게 말했다.
" 결혼식을 경계하는 사립탐정처럼 행동한다는 말이에요. "
" 그래요? "
그러나 경사는 기분이 언짢아서 결혼식에 참석했다.
그 날은 신부라면 누구나 원할 정도로 화창했다. 결혼식은 정원에서 거행되었다.
트로이 저택을 둘러싼 담장은 수천 송이의 장미에 싸여 보이지 않았고, 담장 너머
강물도 보이지 않았다. 신부 드레스는 마인 보셔가 만들었고 화환과 부케는 막스
쉴링에 주문했다. 피로연 음식은 리츠 음식점에서 와서 준비했고 주례는 주교가
섰다. 결혼식 하객은 5,60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하늘나라에서 주노 여왕은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엘러리는 괜히 헉수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와 벨리는 정장을 한 모습으로
일찍 나타나서 일부러 루즈씨 눈에 띄게 집안을 샅샅이 뒤졌다. 루즈는 벨리의 모습
을 보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신부의 아버지에게 뭐라고 말했다.
" 아, 형사들이야. "
트로이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다.
모닝코트를 나무랄 데 없이 차려입은 루즈는 입술을 깨물다가 위층에 올라갔다.
루즈는 엘러리가 뒤따르는 것을 보고 어금니를 깨물며 신랑실에 들어갔다. 엘러리는
끈기있게 문 밖에서 기다렸다. 한참 후에 루즈가 헨리와 같이 나오자 엘러리는 그들
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헨리가 루즈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 도대체 저 녀석은 누구야? "
" 트로이씨가 형사래. "
" 도대체 형사가 여기는 왜 왔지? "
복잡한 아래층에서 엘러리는 벨리 경사에게 고개짓했다. 벨리 경사가 루즈와
부딛쳤다.
" 이봐, 왜 이래! "
루즈가 사납게 말했다.
" 미안합니다. "
벨리가 사과하고 엘러리에게 루즈는 무장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루즈로부터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식이 시작하자 엘러리는 루즈 바로 뒤 맨 앞줄에 앉았다. 벨리 경사는 손을
윗도리 주머니에 넣은 전형적인 나폴레옹 자세로 베란다에 있는 응접실로 통하는
문 앞에 서 있었다.
엘러리는 주례의 말은 귓전에 흘리며 신랑 들러리만 주의해서 보았다. 엘러리는
모든 것이 부질없는 일로 느껴졌다. 루즈는 신랑 옆 약간 뒤에 엄숙한 표정으로 서
있었으나 자기 뒤에서 감시하는 사람들 의식하고 있는 듯 했다. 그와 헬렌 사이에는
큰 몸집의 신랑이 있어 그녀를 공격하면 방해받을게 뻔했다. 그리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너무나 아름다워 죽음과는 연관시켜 생각할 수 없었다. 식에 참석한
어느 여인보다도, 특히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수석 들러리인 동생 에피보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신부 옆의 트로이씨는 눈살을 찌푸리고 이 아름다운 순간을
조금이라도 해칠 생각을 하기만 해 봐라 하는 듯이 루즈를 노려보았다.
이건 말도 안돼...
" 신부에게 반지를 끼워 주십시오. "
주례가 말했다.
신랑은 들러리에게 몸을 돌렸고 들러리는 즉시 왼손을 조끼 주머니에 넣었다.
손이 주머니 속을 찾았다. 더 깊이 찾았다. 그러다가 손은 마비된 듯이 찾기를
멈췄다. 정원에 놀라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퍼졌다.
루즈는 주머니 전부를 미친 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주례는 눈을 하늘로 치떴다.
" 제기랄. 빅터, 장난할 때가 아냐! "
헨리가 속삭였다.
" 장난이 아냐! "
루즈는 숨이 막혔다.
" 틀림없이 주머니에 넣었는데... "
" 탑코트에 넣었는지도 모르잖아! "
" 그래. 그런데 코트가 어딨지? "
에피가 가느다란 목을 그들 쪽으로 빼고 속삭였다.
" 코트는 위층 홀 옷장에 있어요. 아가 당신이 도착할 때 내가 거기 넣었어요. "
" 빨리 갖고 와. 바보같이, 미안해요...... 주교님, 죄송합니다...... "
" 괜찮아요, 젊은이. "
주교는 한숨지었다.
" 금방 올께. 정말로 미안해... "
루즈는 더듬거렸다.
엘러리는 자기 코를 만졌다. 그래서 빅터 루즈가 위층으로 올라가자 벨리 경사가
뒤따랐다.
루즈가 집에 나올 때 엘러리는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서 벨리 경사가 서 있는
베란다로 갔다.
루즈는 반지를 높이 쳐들고 멋적은 표정으로 정원을 질러갔다. 사람들은 미소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의식적인 몸짓으로 반지를 헨리에게 주었다. 주교는
결혼식을 계속했다.
" 자, 나를 따라 하십시오... "
" 경사. 루즈가 무엇을 했어요? "
엘러리가 벨리에게 속삭였다.
" 위층 홀에 있는 옷장에 가서 남자 탑코트 주머니를 뒤지더니 반지를 찾아... "
" 그것말고 다른 일은 안 했어요? "
" 그뿐예요. 반지를 갖고 즉시 아래로 내려갔어요. "
다음에 계속...
<PRE>번 호 : 60 / 76 등록일 : 2000년 09월 06일 02:25
등록자 : 귀니사랑 조 회 : 56 건
제 목 : 결혼반지 2 - 엘러리 퀸 [귀니]
</PRE>
그들은 결혼식을 구경했다.
" 식이 끝났군. "
" 이러려고 터키탕에도 못갔으니! "
벨리 경사가 투덜댔다.
엘러리는 급히 정원으로 갔다. 신랑 신부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키스를 하고 키스를
받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 말하고 있었다. 새로운 헨리 미들톤 헨리 부인은
신화 속의 주인공처럼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고, 그녀의 여동생 에피는 더할나위
없이 평범했다. 신랑은 더할나위없이 성공한 모습으로 보였고 신부의 아버지는 더욱
섭섭하면서도 한편 시원해 하는 것 같았다.
루즈는 조용히 신부를 축하한 후에 사람들 뒤로 물러서서 미소띈 얼굴로 에피에게
뭐라고 말했다. 에피는 비극적인 눈길로 형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트로이씨
는 주교와 활기차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웨이터들이 음식을 차린 테이블을 밀고
나왔고 다른 웨이터들은 이동식 바를 밀고 다녔다. 사진사 두 명이 사진기를 설치
하고 있었다. 햇빛은 온화했고 장미 향기가 진동했고 담 너머 강에서는 바지선이
축하의 고동소리를 울렸다.
엘러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헬렌 트로이가 안전하게 헨리 부인이 된 지금 지난
두 시간 동안이 어린애 짓 같았다. 트로이씨를 만나 이야기해야겠군......
" 달링! 왜 그래? "
신랑이 물었다. 엘러리는 목을 뺐다. 신랑 신부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움직
이던 것을 이상하게도 갑자기 멈췄다. 트로이씨와 주교는 무슨 일인가 몸을 돌렸다.
엘러리는 난폭하게 사람들을 헤치고 나갔다.
" 헨리...... "
신부는 신랑 몸에 기대고 있었다. 화장 밑의 그녀는 백지장같았다. 그녀는 햇빛이
너무 부신 듯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 왜 그래 여보... 헬렌! "
" 그녀 잡아! "
엘러리가 고함쳤다.
그러나 그때는 신부가 하늘을 향해 눈을 부릅뜬 채 풀밭에 하얀 무더기로 쓰러진
뒤였다.
퀸 경감은 대단히 화가 나 있었다. 그는 검시관 사무실의 푸라우티 의사와 심하게
언쟁을 벌였다. 어리둥절해서 있는 벨리 경사에게 몇 마디 심한 말을 했고 엘러리는
얼음이 떨어지게 냉담하게 대했다. 엘러리는 리처드 k. 트로이씨에게 벌써 냉대를
받은 후라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가엾은 트로이씨는 침대에 누웠다. 엘러리는
식장을 종유석처럼 뻣뻣한 몸짓으로 어슬렁거렸다. 에피 트로이는 간호원의 보살핌
속에 자기 방에서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었다. 헨리는 응접실에서 물컵에 브랜디를
따라 마시고 있었으면서 누가 말을 붙여도 응답을 안 했다. 빅터 루즈는 벨리 경사
가 잡아먹을듯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는 속에 서재 의자에 앉아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얘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엘러리는 비참한 심정으로 어슬렁거리며 니키
포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가시돋힌 오후에 모두가 한마음이었던 점은 그것은 역사상 가장 짧은 6월의
결혼이라는 사실이었다.
이윽고 100년이나 지난 후에 경감이 그를 불렀다. 엘러리는 화살처럼 아버지에게
뛰어갔다.
" 네, 아버지. 왜 이렇게 차갑게 대하십니까? "
경감은 적의에 찬 눈으로 그를 봤다.
" 아직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별안간에 쓰러졌어요. 몇 분 내에
죽었다구요. "
엘러리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 독이 투입되고 죽기까지 7분 걸렸어. "
경감이 뻣뻣하게 말했다.
" 하지만 독이 어떻게 투입됐지요? 그녀는 무엇을 먹거나 마시지 않았어요! "
" 이것으로 혈관에 직접 투입했어. 그리고 너는 멍청하게 바라보기만 했고! "
경감이 손을 벌렸다.
" 아니 결혼 반지잖아! "
반지가 아버지의 손바닥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넓고 두꺼운 황금 가락지였다.
" 만져도 괜찮아. 독침을 뺐어. "
엘러리는 머리를 흔들고 반지를 받아 사나운 눈길로 살펴보았다. 그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 그래. 독침 반지야. "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 반지 안쪽에 독침이 들어 있어서 반지에 압력을 주면 독을 뿜어내게 돼
있어. 마치 독사의 이빨같이. 그리고 이 반지에는 독이 잔뜩 들어 있었어.
식이 끝나자 사람들은 그녀를 축하하며 키스하고 악수했어...... 대단한
물건이야. 악수를 하면서 반지 낀 손에 압력을 가하면 독침으로 쏴서 신
부는 7분만에 죽었어. 신부는 너무 흥분해서 독침이 쏘는 것을 느끼지도
못했을거야. 죽음의 키스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죽음의 악수는 새로워! "
" 그렇게 새롭지도 않습니다. "
엘러리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 독반지는 적어도 데모스데네스(그리스의 웅변가. 384 B.C~ 322 B.C)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고 한니발은 독반지로 자살했습니다. 그러나 그
반지들은 이것 같지 않았어요. 중세기 때의 반지는 독침이 보석 끼우는
홈에 장치되어 있어 악수할 때 상대의 손을 긁게 돼 있었지요. 이 반지
는 반지 낀 사람을 찌르게 돼 있어요. "
" 중세의 유럽. "
경감은 사납게 말했다. 경감은 마음이 여렸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신부가 6월의 햇빛 아래 쓰러진 일에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 전문가에게 알아보니 이것은 골동품이래. 이런 종류의 교묘한 물건은
유럽 구세계 귀족 집안에서 수백년 도안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
" 그리고 신셰계의 뉴욕 3번가 전당포에서 구할 수 있을 가능성도 높
구요. 독침 장치를 제외하면 헨리가 준비한 결혼 반지와 똑같습니까? "
" 헨리와 말을 많이는 못했지만 똑같지는 않은 모양이야. 똑같을 수는 없지.
물론 헨리의 반지는 없어졌어. 범인은 결혼식의 흥분과 긴장 속에서 헨리는
루즈가 반지를 줬을 때 약간 다르다는 점을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
겠지. 헨리는 결혼 반지를 2주일 전에 사서 헬렌 말고는 많은 다른 사람들
에게 보여줬대. 그러니 범인은 비슷한 독침 반지를 구할 시간이 충분히 있
었겠지... 만약 범인에게 비슷한 반지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
" 헨리는 결혼 반지를 언제 루즈에게 줬지요? "
" 어젯밤에. 물론 루즈는 자기는 독침 반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하
고 있어. 그의 말에 따르면 - 이것은 그의 말이야 - 그는 위층 홀 옷장
에 가서 코트 주머니를 뒤져 반지가 손에 잡히자 반지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아래층으로 급히 갖고 내려왔대. 벨리가 그의 말을 확인했어. "
" 그리고 그는 반지를 헨리에게 넘겼고 헨리가 바꿔치기를 했을 수도 있지요. "
" 헨리가 바꿔치기 해? 신랑이? 나는 무슨 말인지...... "
" 헨리가 독침 반지를 손에 감추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루즈가
결혼 반지를 주자 그는 반지를 바꿔 신부 손가락에 독반지를 끼웠을
수도 있잖아요? "
경감은 화를 냈다.
" 너 정신이 있는 거냐? 자기가 결혼하는 여자를 죽여?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그렇게 비참하게? "
" 나는 그가 살해했다고는 안 했어요. 그러나 아버지도 아시게 되겠지만 그녀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결혼하면 많은 어머니의 유산을 받게 돼 있어요. 그녀
어머니도 따로 많은 재산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헨리로 말하자면 채권
세일즈맨에 불과해요.
트로이의 딸을 신부로 맞을 정도라면 머리가 좋은 사람이겠죠. 그리고 때와
장소로 봐서 그에게는 알맞은 용의자가 있었다는 안성맞춤의 사실도 지워버릴
수 없습니다. 루즈가 반지를 건네주었고, 신부에게 퇴짜를 맞았고, 헨리와
결혼하면 신부를 죽이겠다고 협박을 했으니까요. 게다가 범행시기가 헨리에
게는 심리적으로 유리하고...... "
" 넌 뭐가 문젠 줄 알아? 타락한 상상력이 문제야. "
경감은 어금니 사이로 말했다.
" 이건 상상이 아닙니다. 이건 논립니다. "
" 그건...... 퇴폐적인 생각이야! "
" 게다가 에피 트로이 문제도 있어요. "
엘러리는 사건 분석을 계속했다.
" 에피는 헨리에게 홀딱 반해 있어요. 장님 아닌 다음에는 그 사실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자기가 루즈의 코트를 위층 홀 옷장에 걸었다고 에피는 자기
입으로 말했어요. 벨리는 결혼식에 참석한 손님이나 집의 하인은 아무도
옷장에 접근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아버지. 벨리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눈에 보이는 곳에 계속 있었는데 루즈가 도착한 후에는 루즈와 집안 사람들
만 계단을 사용했다요. "
경감은 아들을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 그럼 너는 루즈 짓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
" 그가 범인이라고 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 범인에 대해서는 좀더 그럴듯
한 다른 이론을 적어도 두 개는 내세울 수 있어요. "
" 너는 무슨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처럼 단순한 머리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이 문제는 간단해. 루즈는 헬렌 트로이가 헨리와 결혼
하면 죽인다고 했어. 그것이 동기고...... "
" 동기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
엘러리는 끈기있게 반박했다.
" 루즈가 들러리였으니 반지를 보관하고 있었고, 반지를 바꿔치기할 기회가
가장 많았어. 따라서 그는 가장 훌륭한 살인 기회를 갖고 있었어. "
" 기회는 에피 트로이나 헨리 등, 다른 사람에게도 있었어요. 그가 가장
훌륭한 기회를 갖고 있었다고 할 수는 없어요. "
" 루즈는 식이 끝나자 신부와 악수했고... "
" 악수한 사람은 많아요. "
경감은 얼굴이 자주빛이 되어 눈을 부라리며 사납게 말했다.
" 만일 24시간 내에 다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네가 천재건 멍청이건
루즈를 헬렌 살해 용의자로 체포하겠어. "
엘러리는 트로이 예이츠 루즈 사건에서 스타일을 구겼다. 그 6월 결혼은 신부
만큼은 심하지 않더라도 그에게도 불운이었다. 그는 저지하기로 한 비극을 막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말한 24시간 안에 새로운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게다가 갑자기 비서에게 위신이 떨어졌다. 니키는 결혼과 여시의 사자였다. 진
정한 사랑과 결혼에 있어 그녀보다 더한 열성적인 옹호자는 지구상에 없었다.
아름다운 신부가 결혼일에, 그것도 남편의 성스러운 첫키스가 식기도 전에 살해
당한다는 것은 새로 태어난 갓난애를 토막내는 것보다 더 비인간적인 행동이라고
니키 포터는 피를 떨었다. 극악무도한 루즈에게 망치라도 가애햐 한다고 생각하던
니키는 - 니키는 루즈가 틀림없는 범인이라고 생각했다 - 일요일에 신문에서 사건
내용을 상세히 읽은 후에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엘러리 아파트로 왔다. 니키는
엘러리가 범행을 막지 못한 것을 닦아세운 뒤에 범인을 잡으라고 몰아세웠다.
" 도대체 당신의 거만하신 코앞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놔뒀어요,
엘러리? 당신은 그런 일을 막으러 갔잖아요! "
니키는 열을 내서 비난했다.
" 결혼 반지로 살인할 줄 누가 꿈이나 꿨어야지 "
엘러리는 힘없이 말했다.
" 제아무리 천재 - 우리 집안의 누가 나를 그렇게 불렀어 - 라도 결혼반지를
위험한 무기로는 생각할 수 없었을거야. "
엘러리는 일어서서 난폭하게 맴돌여 방 안을 걷기 시작했다.
" 그것은 악마와 같이 잔인한 행위였어. 약손가락이라는 말 들어봤어? "
" 교묘하게 문제를 회피하시는군요. "
니키는 차갑게 말하고 엘러리의 말이 뭔지 몰라 얼굴을 약간 붉혔다.
" 문제를 회피하는 게 아니야. 약손가락이란 영국사람들이 수세기 전에 세
번째 손가락 - 엄지를 빼고 - 을 일컫던 말이야. 영국의 옛날 의사들은 그
손가락으로 약을 젓고...... "
" 교육적인 얘기예요. 하지만...... "
" 그들은 그 손가락이 심장과 특별한 신경으로 연결됐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유독한 물질이 그 손가락에 닿으면 알 수 있다고 믿었지. 그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낀다구. "
" 대단히 시적이군요. 그러나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전부 엉터리라고 생각
해요, 안 그래요? 그렇다고 그 얘기가 빅터 루즈를 벌주지도 않잖아요.
왜 그를 감옥에 넣지 않는 거지요? 그리고 경감님은 왜 그 불쌍한 에피와
헨리 예이츠를 밤 늦게까지 심문했지요? 사람들은 루즈를 잡아 넣지않고
뭘 기다라고 있는 거지요? ...... 아니, 왜 그래요? "
엘러리는 걷던 것을 멈추고 꼼짝도 안하고 서 있었다. 그는 마치 4차원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그 안의 보이는 것에 넋을 잃고 있는 것 같았다.
" 엘러리, 왜 그래요? 뭐가 잘못됐어요? "
엘러리는 현실로 돌아오며 몸을 떨었다.
" 뭐가 잘못 됐느냐구? 내가 언제 뭐가 잘못됐다고 했어? "
엘러리는 힘없이 말했다.
" 아니요, 하지만 당신 모습이...... "
" 충격을 받아서 그래, 니키. 나는 내 자신의 바보스러움에 항상 충격을
받아. 아버지를 전화로 대줘. 경찰청에 계실거야. 아버지와 얘기해야
겠어...... 내가 바보같이 굴었어. "
" 지금 바쁘시대요. 나중에 전화하시겠대요. 당신 모습이 이상해요. "
니키가 전화걸고 수화기를 놓으며 말했다. 엘러리는 의자에 앉아 멍한 표정
으로 담배를 찾았다.
" 이 사건은 악수할 때의 손 힘이 독반지의 스프링 장치를 작동시켜 독침이
나와 사람을 살해했어. 당신은 사람과 악수할 때 어느 손을 잡지? "
" 그야 오른손이지요. "
" 그러면 상대는 어느 손을 잡지? "
" 그도 오른손으로 잡죠. 그럴 수밖에 없어요. "
" 그럼 여자들은 결혼반지를 어느 손에 끼지? "
" 왼손에... "
" 별것 아니야. 별것도 아닌 게 사건을 해결했다구. 나는 이제야 겨우 그
사실을 깨달았어. 그럼, 오른손으로 악수를 했는데 어떻게 해서 왼손에
낀 결혼 반지의 독침을 작동시켰지? "
" 그건 불가능해요. 그렇다면 악수로 살해한 것이 아니군요! "
니키는 흥분해서 소리쳤다.
" 그게 아니야, 니키. 독침이 나오게 하려면 악수를 해야 해. 다만 반지가
헬렌의 왼손에 끼어 있었으니 악수를 왼손으로 했던 거야. "
니키는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듣겠다는 표정이었다.
" 모르겠어? 결혼식이 끝나고 혼잡한 중에 살인범은 그녀에게 다가가서
왼손을 내밀어서 헬렌도 왼손을 내밀도록 만들었어. "
" 그게 어떻다는 말예요? "
" 그러니 범인은 왼손잡이라는 말이야. "
니키는 그 말을 곰곰히 생각했다. 이윽고 그녀가 말했다.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결혼반지는 왼손에 끼니까 범인은 왼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을 뿐이예요. 오른손잡이가 왼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할 수도 있잖아요? "
엘러리는 언짢아 하는 미소를 지었다.
" 범인이 세운 계획은 꼭 왼손으로 악수를 해야만 성공할 수 있었어.
사람의 두뇌란 그 사람 자체에 의하여 조절되고 훈련받아. 만일 오른손
잡이가 손을 쓰는 범죄를 계획한다면 그는 본능적으로 오른손을 쓰는
계획을 세운다구. 왼손을 써야 하는 방법에 의해 범행이 저질러졌다는
점으로 봐서 범인은 왼손잡이야. "
엘러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 결혼식 중에 주례가 신랑에게 반지를 달라고 하자 신랑은 들러리에게
몸을 돌렸고, 들러리는 즉시 왼손으로 조끼 왼쪽 주머니를 뒤졌어. 만일
그가 오른손잡이였다면 그는 오른손으로 오른쪽 주머니를 뒤졌거나 뒤지
는 척 했을거야. 왜냐하면 두 손 중 아무 손이나 쓸 수 있다면 자동적
으로 오른손을 썼을 테니까. 그런데 빅터 루즈는 왼손을 썼으니까 그는
왼손잡이야. "
엘러리가 한숨을 쉬었다.
" 이번에는 논리가 상황증거를 뒷받침하고 있어. 루즈는 자기의 협박을
실행하기로 마음먹고 반지를 코트 주머니에 일부러 놔뒀어. 그래서 나중
에 그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쉽게 반지를 바꿔치기 할수 있었다는
구실을 만든거야. 아버지가 옳았...... "
전화벨이 울렸다.
" 엘러리냐? "
경감이 날카롭게 물었다. 엘러리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남자답게 입을 열었다.
" 아버지...... "
그러나 아버지가 그의 말을 막았다.
" 내가 루즈가 범인이라고 했지? 게다가 놈은 멍청이야. 우리는 독반지를
판 매디슨 애비뉴에 있는 골동품점을 찾아냈어. 증거를 대자 루즈가
전부 불었어. 지금 막 그가 자백서에 서명했다. 너의 똑똑한 머리에서
나온 헨리나 에피가 범인이라는 황당무계한 논리라니! 왜 전화했니? "
엘러리는 침을 꿀꺽 삼키고 공손히 말했다.
"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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