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살림하고 아이 돌보는 일은 당연히 아내의 몫이라는 생각한 회사원이 직장에서 유아동 관
련 업무를 맡게 되고 유아교육학이라는 새로운 학문과 아버지교육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
회도 갖게 되면서 아버지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아빠들이 군대 제대 후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기 바빴고 어느새 가정을 이뤄 자녀를 낳았지만, 가정과 양육에 대해 깊
이 있는 고민을 해볼 겨를이 없었다. 반면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를 보면서, ‘나는 지금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아버지로서 자격은 있는 건지?’ 걱정스럽고 불안하기도 한 아버지들에게 저자는
대단하고 거창한 아버지교육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 속에서 아버지로서 대안을 찾아보려 했다.
아빠와 함께 시네마 천국
중앙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다니며 영유아 관련 봉사 활동과 유아교육학과 수업인 ‘부모
교육’을 들으며 유아교육에 관심을 가졌다. 졸업 후 이마트에 입사해 다양한 직무를 경험했고, 결혼해
아들을 키우는 과정 중 유아동 영상물과 서적을 담당하는 바이어로 일하며 전문성을 키웠다. 이후 ‘아
버지교육’에 대한 꿈을 갖고 중앙대학교 유아교육학과 석사 과정에 입학해, ‘아버지의 자녀 양육 경험’
을 연구한 논문을 쓴 후 현재 중앙대학교 대학원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다양한 곳에서 아버지교
육, 부모교육, 놀이교육 등을 강연하고, 아버지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 Short Summary
아빠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봅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대략 20~30년가량 자녀를 키우게 되는
데, 당신은 아빠로서 자녀를 어떻게 키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체계적으로 공부한 적이 있나요?” 많은
아빠들이 군대 제대 후 취업문을 뚫기 바빴고 어느새 가정을 이뤄 자녀를 낳았지만, 가정과 양육에 대
해 깊이 고민해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반면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를 보면서, ‘나는 지금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아버지로서 자격은 있는 건지?’ 걱정스럽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단하고
거창한 아버지교육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 속에서 아버지로서 대안을 찾아보려 합니다.
저는 아버지교육의 내용을 오랜 기간 동안 아이와 함께 봤던 영화들 속에서 조금씩 찾을 수 있었습니
다. 처음부터 영화를 보면서 아버지교육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생각한 건 아닙니다. 그저 아이를 무릎
에 앉히고 한 편 한 편 영화를 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아이는 당연히 즐거워했지만, 저
역시 많은 감동을 받았고 영화에 몰입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시중에 유아동 서적에 대한 추천은 넘쳐나지만, 좋은 유아동 영상물에 대한 정보는 찾아보기 어
려운 게 현실입니다. 아마도 책의 교육적 가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유아동 영상물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모든 영상물이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기에,
아빠는 자녀의 흥미를 고려하면서 보호자 그리고 교육자의 시선으로 좋은 영상물을 선택하고 적절하게
소통의 도구로 사용하는 지혜가 요구됩니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은 화려하거나 오락적이지는 않지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거나 때로는 상
상력을 자극하는 주제로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끌어냅니다. 이 책은 각 영화별로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①영화 줄거리 ②아빠 생각 ③TIP. 영화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도입부 내용을 중심으로 간단히 정리했습니다. 아빠 생각은 자녀를 키우며 제가 주변에서 경험한
에피소드와 생각 위주로 정리했고, TIP은 주제와 관련된 양육 정보를 담았습니다. 이 책은 자녀와 볼
만한 좋은 영화를 소개하는 목적과 더불어 영화 속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살피고, ‘아버
지교육 입문서’로서 정보와 지혜를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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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시네마 천국
머리말: 아버지교육, 꼭 필요합니다!
Chapter 1. 아버지의 역할
〈워터호스〉 아버지 역할의 재발견 시대 / <마틸다〉 극복의 대상, 아버지?
〈사운드 오브 뮤직〉 권위는 어디서 오나? / 〈벼랑 위의 포뇨〉 아빠의 양육 태도
〈천국의 아이들〉 도대체 훈육이란 뭐죠? / 〈곤충왕국〉 아빠도 나비처럼 변화가 필요해!
〈찰리와 초콜릿 공장〉 관심 속에서 자라는 아이 / 〈카〉 아빠를 통해 사회성을 배워요
〈아주르와 아스마르〉 편견을 넘어서 / 〈작은 영웅 데스페로〉 때로는 위험도 필요해요!
〈라이프 오브 파이〉 자녀는 삶의 원동력 / 〈라이온 킹〉 어떤 아빠로 기억되고 싶나요?
〈크리스마스 캐롤〉 문제 해결의 출발점, 나!
Chapter 2. 에릭슨의 8단계 발달 이론
〈마당을 나온 암탉〉 애착의 힘 / 〈고 녀석 맛나겠다〉 애착은 언제 생기죠?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자율성이 생기는 시기 / 〈패딩턴〉 마음을 읽어줄 때 자라는 주도성
〈최후의 툰드라〉 하루하루 쌓이는 근면성 / 〈로빈슨 가족〉 초등 학령기 아빠의 역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정체성을 키워주는 아빠 / 〈라푼젤〉 아빠의 태도와 친밀감
〈업〉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
Chapter 3. 뇌 발달과 자녀 이해하기
〈아나스타샤〉 행복한 기억과 뇌 구조 /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트라우마 극복하기
〈도리를 찾아서〉자녀의 눈높이에 맞추는 양육 / 〈인사이드 아웃〉 아이의 뇌는 이렇게 생겼다!
〈나 홀로 집에〉아이 마음은 혼자 남겨진 건 아닐까? / 〈천년여우 여우비〉사춘기, 준비해 볼까요?
Chapter 4. 소통과 놀이
〈쥬만지〉소통의 열쇠는 아빠에게 있어요! / 〈마이크로 코스모스〉소통하는 놀이의 시작
〈언더독〉놀이 단계와 이성 교제 / 〈월-E〉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사랑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자녀와 소통하는 방법 / 〈샬롯의 거미줄〉경청의 힘
〈밤의 이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놀이 그리고 대화법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변화의 시기, 관심이 필요해!
〈주토피아〉 스포츠를 통한 소통 / 〈알라딘〉세상으로 딸을 안내하는 아빠!
Chapter 5. 꿈과 재능 그리고 경험
〈겨울왕국〉관점이 달라지면 보이는 재능 / 〈라따뚜이〉아이 스스로 갖는 꿈
〈제인구달〉아빠라는 인생의 사다리 / 〈오즈의 마법사〉자녀 스스로 해야 할 일
〈박물관이 살아있다〉지식과 정서를 나누는 박물관
Chapter 6. 부부 공동육아
〈펭귄-위대한 모험〉 아빠의 몸은 이미 준비되었어요! / <미녀와 야수〉양육의 기초, 부부 관계
〈오세암〉 아빠를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 / <코코〉엄마의 문지기 역할
〈꼬마 니콜라〉 관심이 필요한 첫째, 더 필요한 엄마! / 〈이웃집 토토로〉화목한 가정
〈집으로〉 조부모 양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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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시네마 천국
아빠와 함께 시네마 천국
Chapter 1. 아버지의 역할
〈찰리와 초콜릿 공장〉 관심 속에서 자라는 아이
찰리네 가족은 비록 넉넉한 가정은 아니지만, 아빠와 엄마,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함께 윙카초콜릿 공장 옆 허름한 오두막집에서 오손도손 살고 있습니다. 윙카초콜릿은 달
콤한 맛으로 유명하지만, 공장에 일하러 가는 근로자 없이 비밀스럽게 초콜릿을 만드는 회사로도 유명
합니다. 회사의 주인 윙카 역시 그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로 베일에 가려진 인물입니다.
어느 날 윙카는 세계에서 팔리는 윙카초콜릿 속에 5개의 황금티켓을 숨기고, 그 티켓을 찾은 어린이들
이 신비한 윙카초콜릿 공장을 견학하도록 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발표합니다. 즉시 전 세계에서 황
금티켓을 찾기 위한 열풍이 벌어지고, 하나둘 티켓의 주인공들이 나타납니다. 찰리의 부모님 역시 아
들의 생일을 맞아 윙카초콜렛을 선물로 준비하고 할아버지도 꼬깃꼬깃 숨겨둔 비상금을 털어 초콜릿을
선물하지만, 역시 황금티켓은 보이지 않습니다.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날 찰리는 눈길을 걷다가 한
장의 지폐를 발견하고 가게로 달려가 윙카초콜렛을 샀는데, 뜻밖에도 그 안에서 마지막 황금티켓을 발
견하게 됩니다. 황금티켓을 얻은 찰리는 과연 윙카의 초콜릿 공장을 견학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도대
체 윙카의 초콜릿 공장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아빠의 생각: 만약 찰리의 부모와 조부모가 바쁘고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관심을 갖지 않
고 방치했다면, 과연 찰리는 잘 자랄 수 있었을까요? 비록 찰리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환경에서 자라지
는 못했지만, 부모의 세심한 보살핌과 손자를 아끼는 조부모의 관심 속에서 성장한 행운아였습니다.
찰리는 그런 가족의 소중함을 알기에, 자신의 욕심보다 가족과 공동체를 먼저 생각할 줄 아는 멋진 소
년으로 자란 것입니다. 그 출발점에는 바로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TIP 삶과 죽음을 가른 관심의 힘: 미국의 정신과전문의인 르네 스피츠박사는 감옥에서 태어나거나 길
거리에 버려진 아이들을 고아원에서 돌봤는데, 그곳의 시설은 매우 좋았습니다. 하지만 고아원 아이들
은 일반 가정의 아이들에 비해 힘이 없고 잘 울지도 않았으며 쉽게 병들거나 사망하는 비율도 높았고,
특이하게도 머리를 계속 흔들어 대는 알 수 없는 행동을 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마라스무스병이라고
하는데, 마라스무스는 그리스어로 ‘특별한 일 없이 시들다’라는 뜻입니다.
어느 날 스피츠박사는 멕시코로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한 고아원을 방문하게 되는데, 그곳은 자신이
일하는 고아원에 비해 비위생적이고 음식도 변변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생기가 넘쳤고 이상
행동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설과 환경적인 면은 분명 자신이 일하는 고아원이 뛰어났지만, 아이들의
상황은 오히려 반대인 것에 호기심을 느낀 스피츠박사는, 한 달간 멕시코의 고아원을 지켜본 후 이런
차이점을 만든 이유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관심이었습니다. 멕시코 고아원에는 이웃 마을
여인들이 매일 찾아와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안아 주며 노래도 불러 주면서, 애정 어린 관심을 꾸준히
보여 줬던 것입니다. 미국으로 돌아온 스피츠박사는 자신이 근무하는 고아원에 보모를 더 확보해 아이
들에게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도록 했고 신체 접촉 또한 늘렸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이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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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시네마 천국
달리 아이들은 이상 행동을 거의 보이지 않았고 건강 상태도 상당히 개선되었습니다. 작은 관심의 차
이가 아이들의 발달은 물론, 때로는 삶과 죽음을 나누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라이온 킹〉 어떤 아빠로 기억되고 싶나요?
초원의 왕인 사자 무파사에게 아들 심바가 태어나고, 무파사는 자신의 대를 잇게 될 심바가 너무 소중
하고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무파사의 동생 스카는 심바의 탄생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심
바가 태어나면서 자신은 영원히 왕위에 오를 수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입니다. 무파사는 심바가 성장
하면서 앞으로 왕이 되면 다스릴 영토와 해야 할 임무에 대해 세심하게 가르칩니다. 그리고 심바에게
주의할 것 중 하나로 북쪽 경계선에 있는 코끼리 무덤에는 절대로 가지 말고, 특히 그곳에서 무리 지
어 사는 하이에나를 조심하라고 당부합니다. 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마음이 앞서는 심바는, 자
신은 용맹한 사자이고 무파사의 뒤를 이어 초원의 왕이 될 거라는 자만심에 빠져 아빠의 충고를 흘려
듣습니다. 한편 왕이 되고 싶은 스카는 용감한 사자만이 코끼리 무덤에 갈 수 있다며 심바의 자존심을
부추기고, 결국 심바는 여자친구 날라와 함께 코끼리 무덤으로 향합니다. 심바와 날라가 으스스한 코
끼리 무덤을 구경하고 있을 즈음, 스카와 함께 비밀 계획을 세운 하이에나 무리가 나타납니다. 이들을
본 심바와 날라는 사력을 다해 도망치지만 결국 막다른 곳에 다다르게 되고, 하이에나 무리는 어린 사
자들의 목숨을 위협합니다. 과연 음모에 빠진 심바는 하이에나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될까요? 그렇다면
권력에 눈이 먼 사카가 형 무파사의 뒤를 이어 초원의 왕이 되는 걸까요?
아빠의 생각: 무파사는 자신의 시대가 가면 곧 아들 심바의 시대가 올 거라며 아들에게 삶의 균형을
잃지 않고 생명을 존중하며, 언젠가 왕도 죽게 되면 흙으로 돌아간다는 자연의 섭리를 가르칩니다. 그
는 초원의 왕으로서 또한 한 명의 아버지로서 자식을 교육하는 일에 엄격하지만, 한편으론 심바에게
친근하고 애정이 가득한 모습을 결코 잃지 않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자란 아이가 청소년이 되고
또한 성인이 되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아빠를 기억하게 될까요?
TIP: 조선 시대 한 가정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사랑했지만, 아들을 공개적으로 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영화 ‘사도’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사도 세자의 죽음에 대한 역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슬픈 가정사 속에서 심각하게 무너진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를 볼 수
있습니다. 영조는 사도세자에게 “네가 실수할 때마다 내가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아느냐?”라고 말합니
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에게 아들은 “내가 바란 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한 번, 다정한 말 한 마디
였습니다”라고 절규합니다. 과연 사도 세자는 아버지에게 특별하고 대단한 것을 바랬던 걸까요?
영화 속 무파사는 심바가 실수할 때 처벌하거나 혼내지 않고 먼저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하고, 심바 스
스로 자신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훈육합니다. 가정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도 아빠로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지만, 자녀에게 친근하게 대하고 인격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
다. 아마도 사도 세자가 아버지에게 바랐던 것은 무언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무파사가 보여준 듬직하
면서도 친근한 진짜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Chapter 2. 에릭슨의 8단계 발달 이론
〈업〉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
영화 초반 약 10여분 동안 모험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나 소소하지만 예쁜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칼과
엘리 부부의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하지만 한편으론 애잔한 눈물을 머금게 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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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시네마 천국
편의 수채화 같습니다. 열정적인 탐험가 찰스 먼츠를 동경하는 소년 칼은 탐험가가 되고 싶은 소녀 엘
리를 운명적으로 만나 결국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됩니다. 부부는 모험을 하고 싶은 열정이 있었지만,
현실은 평범한 일상의 연속입니다. 작은 집을 사서 수리해 신혼살림을 꾸리고, 언덕에 올라 구름을 보
며 소풍을 즐기며, 아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아기를 가질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합니다.
하지만 슬픈 마음을 추스르고 언젠가 남미 어딘가에 있는 파라다이스 폭포를 탐험하겠다는 목표를 세
우고, 큼직한 유리병에 작은 동전을 꼬박꼬박 모으며 모험의 꿈을 키워갑니다. 하지만 일상의 삶이 결
코 만만치 않기에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여행 자금으로 모은 유리병을 깨뜨
릴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칼과 엘리는 평범한 일상을 뛰어 넘어, 그토록 가고 싶은 남미의 파라다이
스 폭포를 탐험할 수 있을까요?
아빠의 생각: 칼과 엘리 부부는 어린 시절 소원인 오지 탐험을 꿈꾸지만,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을 살
아가다 보니 어느새 하얀 머리의 노부부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도 참 귀한 일이지만, 우리 주변의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도전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스 신화에 시간과 기회를 관장하는 신 카이로스를 앞에서 마주치면 그의 풍성한 앞머리를 쉽게 잡
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카이로스는 뒷머리가 없어서 한 번 우리를 지나치면 아무리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고, 어깨는 물론 발꿈치에도 작은 날개가 있어서 더 빨리 날아가 버린다고 합니다. 그의 외
모에 대한 설명으로도 카이로스가 왜 시간과 기회의 신인지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우리는 아직 카이로
스의 앞머리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합니다. 80대가 되었을 때도 자녀와 친구처럼 지내며, 지혜로
운 아버지이길 기대해 봅니다.
TIP: 에릭슨은 인생의 단계를 8개로 나누고 시기별로 주요한 과업으로 ‘①신뢰감 ②자율성 ③주도성 ④
근면성 ⑤정체성 ⑥친근감 ⑦생산성 그리고 ⑧노년기의 자아 통합’을 강조합니다. 노년기 과업인 자아
통합은 결코 노년기만 잘 산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앞선 과업들을 성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노년기에도 자신을 성찰하며 살아갈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귀한 인생의 열매입니다. 에릭
슨은 인생 말년에 자아 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합니다.
반면 현재 자녀를 키우는 아빠들은 성인기의 생산성이라는 과업을 성취하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을 겁
니다. 그렇다면 생산성이란 무엇일까요? 경제적인 능력, 배우자와 행복한 삶, 자녀를 잘 키우고 독립
시키는 일, 가치 있고 명예로운 일을 하는 것, 인류와 후세에 대한 기여 같은 것들이 떠오릅니다. 반면
단순히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은 삶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러한 욕망만을 추구
하다가 성인기와 노년기에 인생을 그르치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어떤 아빠들은 자녀가 공부
만 잘 하고, 좋은 대학에 가서 괜찮은 직장을 얻어 돈 잘 벌고 출세하는 것을 목표로 경쟁적인 학습만
강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육은 신체적, 지적, 정서적, 사회적 발달이 균형을 이룬 전인 교육을 목
표로 합니다. 바로 이러한 목표를 위해 노력할 때 에릭슨이 강조하는 노년기의 자아 통합이 이루어지
지 않을까요?
지금 아빠들은 인생의 성인기라는 길고 먼 길의 초입에 있으며, 삶의 진정한 생산성을 성취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있습니다. 또한 우리 아이들 역시 인생의 초반부를 살고 있기에 앞으로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갖게 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그래서 먼저 아빠는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때로는 일상을
뛰어넘어 인생의 목표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한 아빠의 결단은 본인 뿐 아니라 가정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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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시네마 천국
녀의 삶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아빠는 여전히 카이로스의 앞머리를 잡을 수 있는 시
간과 기회가 넉넉하고, 삶의 진정한 생산성과 자아 통합이라는 큰 선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지
금이 일상을 떨치고 변화하고 도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때입니다.
Chapter 3. 뇌 발달과 자녀 이해하기
〈도리를 찾아서〉 자녀의 눈높이에 맞추는 양육
단기 기억 상실증이 있는 도리는 니모의 아빠 말린과 함께 어린 니모를 찾는 대단한 모험 후, 고향으
로 돌아와 친구들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리는 자신이 무언가 잊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던 도리가 가오리떼와 부딪혀 크게 다칠
뻔한 사고를 겪은 후, 자신이 잊고 있던 것은 바로 가족임을 깨닫게 됩니다. 도리는 어릴 적 부모님을
잃어버린 후 애타게 아빠와 엄마를 찾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부모를 찾는다는 것 자체를 잊고 살았
습니다. 그녀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이 부모님과 함께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아쿠아리움 근
처 해안에 살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리는 마침내 부모님을 찾아 떠나게 됩니다. 말린도
이번 여행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흔쾌히 아들 니모
와 함께 모험에 동참합니다. 과연 도리는 멀고 먼 캘리포니아 해안의 아쿠아리움까지 무사히 찾아갈
수 있을까요? 만약 도리가 그곳에서 부모님을 만난다면, 그녀의 부모님은 잃어버린 딸을 여전히 기억
하고 또한 그리워하고 계실까요?
아빠의 생각: 영화 속 도리의 부모님은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딸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을지
몰라 항상 걱정합니다. 혹시라도 도리가 길을 잃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약속한 표시를 따라 집에 돌아
올 수 있도록, 집 주변에 수많은 표시를 남기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언젠가 딸이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도 버리지 않습니다. 자녀의 눈높이에 맞춘 부모의 배려 그리고 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사랑에 가슴이 먹먹해지며, 그것이 바로 부모의 눈높이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IP 자녀의 눈높이에 맞춰 노는 아빠: 놀이를 중심으로 한 아버지교육 강연을 하다 보면, 아빠들이 자
녀의 눈높이에 맞춰 반응적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감동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놀이 실
습 전에 놀이 이론과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구체적인 놀이도 실습한 후, 스스로 자녀와 창의적인 놀
이를 해보도록 자유 놀이를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종이컵을 아빠와 아이에게 제공하고 놀아 보도록
하면, 모두 컵쌓기를 할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다.
나이가 어린 만 1~2세 아이들은 컵을 쌓는 것보다 의외로 흩어진 컵을 모으는 것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어떤 아빠는 컵 모으는 것을 그만하고 컵을 쌓아 보자고 아이를 종용해 보
지만, 여전히 아이는 컵모으기에 여념이 없고 결국 아빠와 따로 놀기도 합니다. 반면 어떤 아빠는 구
석에 있는 컵 박스를 가져와 본격적으로 컵모으기를 시작합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박스 한가득 컵
을 모으고, 아빠가 머리 위에 박스를 올리면 아이는 농구처럼 컵을 머리 위 박스에 넣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수북하게 모인 컵을 손으로 저 멀리 던지기도 하고, 발로 차기도 하면서 새로운 놀이를 창의
적으로 만들어 즐깁니다. 반면에 초등학교 2~3학년 아이들은 제법 웅장한 모양으로 컵을 쌓을 수 있
습니다. 하지만 컵쌓기를 하다 보면 꼭 실수를 하게 되는데, 높이 쌓은 탑이 우르르 무너지는 순간 실
수한 아이의 얼굴이 굳어지고 아빠의 눈치를 살피기도 합니다. 이런 긴장된 순간에 반응적인 아빠는
털털하게 웃으며 실수해도 괜찮다며 아이를 격려하고 컵쌓기를 이어가거나, 오히려 무너지고 남은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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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시네마 천국
을 시원하게 부수는 것이 좋겠다며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함께 즐기기도 합니다.
1~2살 아이에게 무조건 컵쌓기를 강요하거나 또한 조금 더 나이든 아이에게 쌓던 탑이 무너졌다고 구
구절절 실수를 지적하거나 짜증을 내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자녀의 생각과 행동에 유연하게 반
응하고, 아이가 실수를 하더라도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방법으로 재미를 찾고 자녀를 격려할 수 있는
아빠의 태도입니다. 꼭 놀이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아빠의 태도는 생활 속에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사이드 아웃〉 아이의 뇌는 이렇게 생겼다!
열한 살 라일리는 눈이 많이 내리는 미네소타에 살면서 하키를 좋아하는 명랑 소녀입니다. 라일리의
마음 속에는 감정제어본부가 있고 그 안에 기쁨이, 슬픔이, 까칠이, 버럭이 그리고 소심이가 함께 살면
서 라일리의 감정을 통제하는데, 평상시는 기쁨이가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라일리는 성장
하면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했고, 그런 기억들이 모여 핵심 기억이 만들어집니다. 핵심 기억은 여러 가
지로 분류되는데, 라일리가 좋아하는 하키섬, 엉뚱하고 우스운 기억들이 모인 엉뚱섬, 친구들과 즐겁
게 놀고 우정이 쌓인 우정섬, 가족들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가족섬이 결합되어 라일리의 인격이 만들어
집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지내던 라일리는 아빠의 이직으로 인해 낯선 샌프란시
스코로 이사하게 됩니다. 자연과 어우러진 넓은 집에서 맘껏 하키를 즐길 수 있는 미네소타와 달리,
샌프란시스코라는 복잡한 대도시의 허름한 집에서 살게 된 라일리는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런 복잡한
라일리의 감정을 떨쳐 내기 위해 감정제어본부에 있는 기쁨이는 사력을 다하고, 그런 노력이 라일리의
행동에 긍정적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라일리가 새로 전학 간 학교에 출석한 첫날 친구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던 중 기쁨이와 슬픔이의 다툼이 벌어지고, 결국 두 감정이 감정제어본부를 벗어나 장기기억저
장소로 날아가 버리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제 본부에는 기쁨이와 슬픔이는 없고 까칠이, 버
럭이, 소심이만 남아 라일리의 마음을 통제합니다. 과연 이 세 가지 감정은 라일리의 마음을 잘 통제
해서 새로운 환경에 무난히 적응하게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장기기억저장소로 날아가 버린 기쁨이와
슬픔이는 다시 감정제어본부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요?
아빠의 생각: 영화를 보면서 인간의 감정을 다섯 개의 캐릭터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는 우리 마음에 기쁨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슬픔, 까칠함, 분노 그리고 소심함도 있어야
마음을 잘 표현하고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캐릭터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감정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TIP 사춘기 자녀의 분노 표현: 자녀 특히 사춘기 자녀와 소통할 때 합리적인 태도가 무척 중요하지만,
가끔은 아이들이 보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과 거친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
다. 왜냐하면 아직 아이들의 뇌는 완성된 상태가 아니며 지금도 계속 발달하고 있어서, 가끔은 예측하
기 어려운 모습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적지 않은 아빠들이 원칙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고 생각하지만, 자녀의 옳고 그름을 조목조목 따지고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하면 결국 감정만 상하고
관계를 그르치게 됩니다.
EBS 10대 성장보고서는 사춘기 학생과 교사 각 10명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을 보여 주고,
각 상황에서 느낀 분노를 찰흙의 크기로 표현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런데 재밌게도 청소년은 감정을
3단계 정도로 나누어 표현하지만, 성인은 4단계 이상 세분화했습니다. 실험을 주관한 김경일교수는
“아이들은 정말 억울할 거예요. 왜냐하면 아이들의 정서 눈금의 자는 3개 혹은 5개의 눈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이것보다 훨씬 세분화된, 10개 혹은 11개 눈금이 있는 자를 가지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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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시네마 천국
요.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아이들의 정서적 표현들이 굉장히 극단적일 수가 있습니
다. 하지만 이런 정서적 반응에 어른들이 ‘너 반항하는 거니?’ 아니면 ‘너 화났니?’ 아니면 ‘너 정말 성
격이 이상한 거니?’ 이런 식의 반응을 아이들에게 다시 돌려준다면 아이들은 점점 더 억울하게, 그런
고리에 들어가게 되겠죠.” 아이들이 조금만 더 자녀를 이해하고 도와준다면 우리 아이들은 사춘기를
잘 보내고, 조만간 10개의 눈금을 가진 건강한 성인으로 잘 자라나게 될 것입니다.
Chapter 4. 소통과 놀이
〈월-E〉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사랑
월-E는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의 약자로 ‘지구의 폐기물 처리 기계’ 즉 ‘지구 청소
로봇’입니다. 지금으로부터 800여 년 후 지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황폐한 곳이 되고, 그런 지구를 매
일매일 청소하는 로봇이 있는데 바로 그 주인공이 월-E입니다. 월-E는 자신에게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쓰레기를 모아 박스처럼 네모나게 만든 후, 벽돌쌓기처럼 반듯하고 높이 세우기를 반복합니다.
하지만 월-E는 그냥 쓰레기만 치우는 로봇이 아닙니다. 인간처럼 감정이 있고 생각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살아남은 생명체인 바퀴벌레 한 마리를 애지중지 돌보며 함께 생활합니다. 호기심 많
은 월-E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인간이 사용하던 색다른 물건을 찾으면, 자신의 아지트로 가져가 잘 모
아 둡니다. 또한 가끔 TV를 켜고 오래 전 사람들이 봤던 고전영화를 보며, 마치 자신이 영화 속 주인
공인양 춤추는 모습을 흉내내며 허전한 마음을 달랩니다. 어느 날 월-E는 평소처럼 쓰레기 작업을 하
다가 이제 막 뿌리를 내린 식물을 발견하고, 역시 자신의 아지트로 가져가 한 구석에서 키우기 시작합
니다. 그러던 중 거대한 우주선 한 대가 월-E가 있는 곳에 착륙하고, 우주선은 세련된 디자인과 다양
한 기능 그리고 무시무시한 무기를 지닌 로봇 한 대를 내려놓고 떠납니다. 이 첨단 로봇은 쓰레기로
뒤덮인 지구 이곳저곳을 다니며 무언가 탐색을 시작하고, 호기심 많은 월-E는 몰래 그 로봇을 쫓아다
니다 결국 들키게 됩니다. 우주선에서 내린 이 무서운 로봇은 특수 임무를 띄고 지구에 온 듯한데, 과
연 평범한 일상을 반복하는 청소 로봇 월-E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빠의 생각: 2016년 3월 이세돌이 인공 지능 알파고와 바둑 대결에서 1승 4패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패하면서 세계적인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
속 기계가 사람을 지배하는 암울한 미래를 떠올리곤 합니다. 영화 월-E 역시 그런 암담한 미래에 대한
상상을 근간으로 하지만, 청소 로봇 월-E는 지구를 망가뜨린 인간의 탐욕과 달리 귀엽고 정겨워 보입
니다. 월-E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이브’라는 한 마디지만, 그의 섬세한 표정과 작은 몸짓 그리고 배
려가 담긴 행동을 보면 이브에 대한 애틋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반드시 말을 하지
않아도, 진심이 깃든 행동 하나하나를 통해서 사랑은 전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지방으로 발령 받은 대학 후배와 식사를 했는데, 아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자신만 지방으
로 이사하고 당분간 주말 부부로 지낸다고 합니다. 후배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하나 있는데, 요즘
주말에만 잠시 올라왔다가 월요일 아침 일찍 근무지로 갈 때면, 힘들어 하는 아이 때문에 자신의 마음
도 아프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후배에게 세 가지 조언을 했습니다. 첫 번째는 계획을 세우는 것
입니다. 주말을 정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에 다음 주 계획을 이번 주에 만났을 때 함께 세우고, 주중
에 다시 전화를 통해 구체화하는 것입니다.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함께
생각하는 주제를 통해서 정서적 교감은 계속됩니다. 두 번째는 자주 연락하는 것입니다. 최소 하루 한
번 이상 연락하면서 일상을 나누면 됩니다. 자녀와 통화할 때는 오늘 점심은 무얼 먹었고 친구와 어떤
놀이를 했는지 아이가 관심 있는 주제로 이야기하면 됩니다. 세 번째는 아내에 대한 배려입니다.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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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격려하는 것은 물론 주중 아이를 전담했던 역할에서 벗어나, 주말에는 엄마가
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 후배의 경우 당분간 가족과 떨어져 생활할 수밖에 없
지만, 아이는 물론 아내도 여전히 아빠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아빠의 눈빛, 목소리, 행동을 통해
서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월-E와 이브처럼 말이죠.
TIP 신체 접촉의 힘: EBS 아기성장보고서는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신체 접촉의 중요성을 이야기
합니다. 이를 잘 증명하는 사례로 ‘캥거루 케어’를 들 수 있는데, 미숙아가 태어났을 때 일정 기간 엄
마의 가슴에 올려 쓰다듬고 말을 거는 등 신체 접촉과 정서적 교감을 높이는 치료법입니다. 삶과 죽음
의 기로에 선 자식에 대한 엄마의 간절함이 따스한 신체 접촉을 통해 미숙아의 삶의 의지 그리고 생명
을 살리는 기적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제 캥거루 케어는 미숙아는 물론 정상아에게도 활용되며, 미
숙아 출산 후 우울증에 걸린 산모의 정서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반면 이와는 반대로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 정권에서는 1960년대 중반부터 독재를 이어갔는데,
단기간에 인구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모든 여성이 최소 4명 이상의 아이를 낳게 하는 야만적인 법을
실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했고 극심한 경제난이 덮치면서, 아이들
이 버려지거나 고아원에 보내지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게다가 고아원의 담당자 한 명이 30명
넘는 아기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아이들은 신체 접촉은 고사하고 20시간 이상 침대에
누워 방치되고, 호스로 끼얹는 물로 대충 오물을 닦는 등 처참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이렇게 부모와
어른들로부터 보살핌과 자극을 받지 못한 채 성장한 아이들은, 심각한 두뇌 손상으로 인지 능력의 저
하와 감정 조절 장애 등 지금까지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례들
을 보면서, 자녀에게 사랑을 담은 따뜻한 지지와 신체 접촉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알라딘〉 세상으로 딸을 안내하는 아빠!
아그라바라 왕국에 사는 알라딘은 어린 시절부터 고아로 자라나, 지금은 좀도둑질로 살아가고 있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청년으로, 손버릇은 좋지 않지만 충직한 원숭이 아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한편
왕국의 공주 자스민은 백성들의 삶을 살피기 위해 평민 복장으로 왕궁을 나와 시장을 돌아다니다, 빵
을 보며 배고파 하는 아이들이 불쌍해 덥석 빵을 집어 줬다가 도둑으로 몰리게 됩니다. 마침 이 광경
을 지켜본 알라딘이 공주를 데리고 도망쳐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자스민은 빈털터리지만 따스한
마음을 가진 알라딘에게 묘한 매력을 느낍니다. 하지만 돌아가신 엄마의 유품인 팔찌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자스민은, 보석을 노린 알라딘의 짓이라 오해하고 크게 실망해 궁전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팔찌를 슬쩍 훔친 것은 알라딘이 아닌 원숭이 아부였고, 자스민을 공주의 시녀라고 생각한 알라딘은
팔찌를 돌려주고 오해를 풀기 위해 몰래 왕궁으로 숨어듭니다. 삼엄한 경비를 뚫고 왕궁에 들어온 알
라딘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지만, 욕심 많은 왕국의 2인자 자바는 신출귀몰한 침입자를 주목합니다. 결
국 공주를 만나 팔찌를 돌려주고 나온 알라딘은 자바에게 붙잡히고, 자바는 알라딘을 저멀리 사막에
있는 무시무시한 동굴로 데려가, 금은보화가 있는 길을 지나 높은 바위 위에 있는 램프를 가져와야만
풀어주겠다고 윽박지릅니다. 과연 램프는 어떤 물건이기에 왕국의 2인자 자바가 그렇게도 가지고 싶어
하는 걸까요? 알라딘은 자바의 말처럼 무사히 램프를 가지고 나온다면, 자유의 몸이 되어 예쁜 자스민
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아빠의 생각: 외동딸인 자스민 공주는 나라를 다스리기 위한 지식을 갖추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특히 왕국에 대한 자긍심과 국민에 대한 애틋한 애정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술탄인 그녀의 아버지는
딸을 사랑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왕위를 넘길 수 없고, 다른 나라에서 온 왕자에게 시집가서 정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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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시네마 천국
관련 없이 살아가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여자가 지켜야 할 왕국의 법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술
탄은 법을 개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에 자스민은 아버지의 마음을 돌리려 하지만, 완고한 술탄은 그
저 공주가 결혼해서 평범하게 살기만 바랄 뿐입니다.
TIP 아빠와 딸의 놀이 방법: 먼저 아빠는 딸과 놀이할 때 역할놀이나 소꿉놀이 그리고 그림책 읽기처
럼 놀이의 종류를 여아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아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놀이를 찾아 딸과 함께하면서, 아빠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영향력을 발휘하면 됩니다.
굳이 아빠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놀이를 시간 때우기 식으로 억지로 하면, 아이에게도 재미있는 놀
이가 되기 어렵습니다. 반면 시각과 청각, 언어와 감성을 자극하는 정적인 놀이는 엄마가 담당하고, 신
체를 활용하고 규칙을 지키며 자신을 조절하는 동적인 놀이를 아빠와 즐긴다면, 딸아이는 놀이를 통해
다양한 자극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아빠와 함께하는 놀이 과정 속에서 긍정적인 남성의 롤모델을
경험하고, 건강한 여성의 정체성을 키우며 조화롭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단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에
비해 예민하고 정서적인 특징을 갖고 있어서, 놀이를 하면서 반응적이고 정서적인 교감에 관심을 기울
이면 좀 더 긍정적인 상호 작용이 될 수 있습니다.
아빠는 가정과 사회를 연결하는 통로이자 문이라고 합니다. 전통적인 성역할에 매이지 않고 자녀에게
친근함을 표현하는 아빠의 양육 속에서 자란 딸들은, 높은 성취 동기와 긍정적인 자존감을 가집니다.
우리 딸들이 건강한 정체성을 갖고 당당히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아빠 역시 건강한 본보기와 안내
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Chapter 5. 꿈과 재능 그리고 경험
〈겨울왕국〉 관점이 달라지면 보이는 재능
엘사는 눈과 얼음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동생 안나와
함께 놀다가 동생이 심하게 다친 후 큰 자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엘사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이 오히려
사람을 다치게 하고 해를 입히는 도구가 될까 두려워, 일체의 바깥 출입을 하지 않은 채 궁전의 어두
컴컴한 방에서 외톨이로 살아갑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매의 부모인 왕과 왕비가 배를 탔다가 폭
풍우 속에서 침몰하는 사고로 죽게 되자, 이제 두 자매는 의지할 곳 없는 고아가 되고 맙니다. 동생 안
나는 아빠와 엄마가 없는 외로움에 떨며 언니의 방 앞에서 함께 놀자고 외쳐 보지만, 마음의 문을 열
지 못하는 엘사는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은둔 생활로 일관하던 엘사가 드디어 왕국의
여왕으로 즉위하겠다며 대관식을 준비하기 시작하자, 왕국은 축제 분위기로 술렁이고 주변 나라에서는
여왕을 위한 축하 사절단을 보냅니다. 과연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감추고 은둔 생활만 했던 엘사는 대
관식을 계기로 왕국을 잘 다스리는 여왕이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서로의 얼굴도 제
대로 보지 못한 엘사와 안나는 서먹한 관계를 극복하고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아빠의 생각: 엘사는 눈과 얼음을 다룰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런 엘사를 보
고 괴물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능력이 있고 다른 사람에 비해 좀 더 많은 능력을
가진 부분도 있고, 반면 조금 부족한 면도 있습니다. 한때 지능을 숫자로 표시하는 IQ가 사람의 재능
을 전부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IQ는 인지적 지능을 나타내는 중요
한 기준이 되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지능 외에도 다양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TIP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 하버드대학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인지적 지능을 숫자로 표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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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시네마 천국
는 방식이 인간 능력의 전부이고 불변의 가치처럼 여기는 것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다양한 재능을 지
닌 존재임을 강조하는 다중지능이론을 주장합니다. 이 이론에서 지능은 ①언어 ②음악 ③공간 ④신체
운동 ⑤논리/수학 ⑥대인 관계 ⑦자기 이해 ⑧자연 탐구의 8가지 재능으로 구분합니다. 이러한 8가지
지능을 모든 사람이 갖고 있지만, 사람마다 그 능력을 가진 정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
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강점 지능은 좀 더 강화하고 약점 지능은 보완하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갖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저는 다중지능이론을 접하고 인간의 재능을 정의하는 관점과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중 지능이론을 통해 생각해 보니 ‘이런 것도 지능이 될 수 있구나!’라는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었
습니다. 이런 유연한 기준으로 아이를 바라보니, 아이를 좀 더 이해하고 칭찬할 것도 많아졌고 제 자
신도 성찰할 수 있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다중지능이론을 접하면서 아빠는 자녀의 지식만 키워주는 사
람이 아니라, 조화로운 인간으로 양육하기 위해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의
미 있는 잣대라는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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