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이 책에서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삼시세끼〉 나영석 PD를 비교하며 브랜드 전략을 설
명하고, 〈SKY캐슬〉의 강준상과 차세리라는 등장인물을 예로 들며 직원의 성장 체험을 소개한다.
또 꼬마들의 축구 시합에서 ‘성공적인 팀워크’를, 커피숍 스탬프카드에서 ‘고객의 무의식’을, 해물
탕집에서 ‘고객경험’의 중요성을 짚어내는 등 가까운 주변 이야기에서 시작해 글로벌 기업 사례,
대중문화와 고전까지 종횡무진 넘나들며 혁신 키워드를 발견해 소개하고 있다.
숨은 혁신 찾기
▣ Short Summary
수십만 년 전 수렵 채집 시대는 평등의 세상이었습니다. 좋은 것이 있으면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게
윤리적인 행동이어서가 아닙니다. 늘 이동하며 사는 삶이었기에 개인적 부의 축적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농경시대로 접어들면서 부와 정치적 권력의 고른 배분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힘센 남자들이 바깥일을 하고,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자들이 안살림을 챙기게 된 것도 이 무렵입니
다. 부의 세습을 위해 여성의 정조 또한 강조되던 시절입니다.
17세기의 산업혁명 또한 커다란 변화를 빚어냅니다. 화석 연료를 통해 노동력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힘
이 약한 여성의 노동력 또한 중요해졌습니다.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늘어나고 정치적 평등, 성적 평등
이 다시 중요한 가치로 떠오릅니다. 1997년 헨리 포드의 ‘포디즘’은 대량생산 시대의 막을 열었습니다.
자동차 전문가가 혼자서 만들던 자동차를, 자동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조립라인에 서서 만들어내게 된 겁니다. 그 결과 ‘장인’ 중심의 제조 생산 메커니즘이 ‘시스템’ 중심으
로 바뀌었고, ‘계획’, ‘최적화’, ‘관리’, ‘효율’ 등의 개념들은 현대 경영학을 활짝 꽃피웠습니다.
하지만 21세기의 ‘잡스 경영’은 전혀 다릅니다. ‘직관’, ‘창의력’, ‘상상력’, ‘영감’으로 표현되는 스티브 잡
스의 경영이 세상을 송두리째 바꾸었습니다. 포드가 ‘양적 효율성’을 키워드로 하는 산업사회형 경영의
태두였다면, 잡스는 ‘창조적 혁신’을 열쇳말로 하는 21세기 창조사회형 경영의 거장입니다. 포드 이후
100여 년이 지난 지금, ‘포드형 기업’의 몰락과 ‘잡스형 기업’의 부상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경영의
방식도 결코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님을, 시대 변화에 부합해야 함을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오늘날의 세상은 인공지능이 바둑으로 사람을 이깁니다. 그림도 그리고, 작곡까지 합니다. 의료계와
법조계까지 인공지능의 영역 확장은 거칠 것이 없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스크린을 터치하고, ‘포
노 사피엔스’가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편집하고, ‘소셜 신인류’가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되는 요즘입니
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세상입니다. 가히 혁명적인 변화입니다.
시대가 변하면 가치도 변하듯, 문제가 바뀌면 정답도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은 오
답이 됩니다. 아니, 오전의 정답이 오후의 오답이 됩니다. 작금의 경영 화두는 그래서 ‘변화관리’,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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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혁신 찾기
‘혁신’입니다. 기하급수적 변화에 즈음하여 수많은 기업들이 ‘혁신, 혁신’ 노래를 부르는 건 그래서입니
다.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많은 이들이 혁신을 공부합니다. 우리가 혁신을 공부하는 이유는 실제
내 일과 삶의 경영혁신을 이뤄내기 위함입니다. 진리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내 눈앞의 일
상입니다. 그러니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할 일입니다. 혁신의 출발점이 거기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점심을 먹으러 간 동네식당에서, 친구와 재밌게 본 영화에서 혁신의 조각들을 발견합니다. 경영과 마
케팅, 리더십은 그렇게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혁신이란, 거창한 기획과 막대한 예산이 있어야만 이뤄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오늘 저녁 퇴근길, 어
제까지 다니던 길 대신에 새로운 길로 가보는 것도 혁신입니다. 기존의 방법과 다른 일상의 모든 시도
가 혁신입니다. 작디작은 보통의 혁신들이 쌓여 크디큰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작아 보
이고, 평범해 보이고, 하찮아 보여도 혁신은 크고 비범하며 특별합니다. 일상 속 숨은 혁신을 찾아내는
작업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경영은 CEO나 리더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내
일과 내 삶의 CEO이자 리더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어제와는 다른 오늘,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빚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이 경영이고, 경영은 혁신입니다!
▣ 차례
프롤로그 - ‘저기 멀리’가 아닌 ‘지금 여기’
Chapter 1 변화의 열쇠는 가까이 있다 - 혁신을 빚어내는 첫 번째 힘 : 지혜와 전략
김 할아버지가 그림 편지를 쓴 이유 / 청도 할매는 경영의 달인이었다
격동기 리더, 이렇게 리드하라 / 꼬마들의 축구 시합에서 팀워크를 배우다
‘무의식’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 / 본격 사과 탐구, 용서받는 사과의 조건
업의 본질, 나는 무엇을 파는가 / 디테일,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 진정 고객과 ‘통(通)’하였는가
그 집 해물탕이 더 맛있는 이유 / 듣지 않는 사람에겐 팔지 못한다
다른 상황 다른 선택, 김태호와 나영석의 브랜드 전략 / 브랜드 재활성화와 붉은 여왕의 법칙
로열셀랑고르, 그 예술과 철학의 시선 / 전문가 브랜딩, 고객의 삶과 스토리를 품어 안다
십인백색, ‘평균적인 고객’은 없다 / 플랫폼 시대, 해답은 상생이다
팔지 말고 추천하라, 큐레이션과 구독경제 / 목표를 높게 잡으면 성과도 올라갈까?
책상에서 현장으로, 답은 현장에 있다 / 혁명의 시대, 생존 역량으로 무장하라
Chapter 2 상식에 과감한 질문을 던지다 - 혁신을 빚어내는 두 번째 힘 : 창의와 통찰
파괴적 혁신 시대, 언제까지 ‘개선’만 하고 있을 것인가 / 평균의 실종, 취향으로 승부하라
왜 우리는 포켓몬고를 만들지 못할까? / 창의의 마중물, 몰입과 긍정
미쉐린 별점에 마음이 불편한 이유 / 비슷하면 죽는 거다, 달라야 산다
차별화 탐구, 왜 당신을 선택해야 하는가 / 반바지는 창의 문화의 필요조건일 뿐
스노우볼 이펙트, ‘눈덩이 효과’를 아시나요? / 펭귄에게 배우는 경영의 지혜
혁신과 예술 사이, 피카소와 칸딘스키 / 고래 스스로 춤을 즐기게 하려면
그렇게 리더가 된다 / 참모가 곧 리더, 참모 리더십에 주목하라
고객의, 고객에 의한, 고객을 위한 / 초경쟁 시대, 경쟁의 경계가 사라지다
아마존의 야망 속 숨은 키워드, 옴니채널 / 마케팅은 하와이 맛집 ‘마루카메우동’처럼
역지사지, 고객은 추상명사가 아니기에 / 이질의 결합, 잇고 붙이니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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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혁신 찾기
이 좋은 걸 할아버지들만 봤다니, 씨름의 혁신
Chapter 3 내 일의 목적과 삶의 이유를 찾다 - 혁신을 빚어내는 세 번째 힘 : 본질과 철학
유연해야 혁신, 내 일의 목적을 찾아라 / 강준상과 차세리, 성장 체험을 제공하라
생각이 곧 전략, 전술의 표면에서 전략의 심연으로 / 성심당 경영학, 우리는 가치 있는 기업이 된다
‘골목식당’에서 배우는 자기인식, 자기부정, 자기중심 / ‘문제직원’ 뒤에는 ‘문제리더’가 있다
‘리더’가 될 것인가, ‘두목’이 될 것인가 / ‘바람의 옷’은 혁신이었다
몽골 제국의 혁신 비결, 개방과 관용 / 조직의 자발성, ‘키움’이 아니라 ‘자람’이다
‘관리’하지 말고 ‘경영’하라 / 세종과 장영실, 혁신이 완성되는 과정
대중문화 속 리더십 톺아 읽기 / 혁신의 전제조건, 비우기와 버리기
에필로그 - 낯선 시도가 쌓여 고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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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혁신 찾기
숨은 혁신 찾기
Chapter 1 변화의 열쇠는 가까이 있다 - 혁신을 빚어내는 첫 번째 힘 : 지혜와 전략
청도 할매는 경영의 달인이었다
부산 여행을 다녀오던 길에 들른 청도였습니다. 청도 맛집을 검색해보니 ‘청도 할매김밥’이란 곳이 뜨
더군요. 찾아간 곳은 청도 버스터미널 근처 허름한 어느 건물. 그런데 가게 문을 열었더니 손님들이
홀 안에 가득합니다. 긴 줄을 따라 앞으로 가보니 작은 방이 하나 있습니다. 그 유명한 ‘청도 할매’가
방 안에서 무척이나 절제된 동작으로 묵묵히 김밥을 말고 계셨습니다. 매콤한 무말랭이 김치를 따끈한
밥과 함께 말아 넣은, 그 식당의 유일한 메뉴 할매김밥. 이게 두 줄에 천 원입니다. 한참을 기다려 산
김밥을 한입 가득 베어 무니 그 맛이 명불허전입니다.
“메뉴 줄이세요”: 많은 기업들이 고객의 눈길을 끌고 발길을 잡겠다는 생각으로 제품의 종류를 늘립니
다. 가격대만이 아니라 무이자 할부 등 판매 조건도 고객 입맛에 맞춰 쫙 펼쳐놓습니다. 이런저런 구
색이 갖춰지니 매출이 올라갑니다. 그런데 매출이 올라가긴 하는데, 동시에 비용 또한 늘어납니다. 제
품의 종류가 늘어나니 원자재의 종류와 양도, 그것을 쌓아놓을 공간도 늘어나고, 작업공정도 복잡해집
니다. 당연히 직원들의 숙련도도 떨어지겠지요. 그러나 보니 어느새 ‘제품 생산’이 아니라 ‘생산 관리’
가 더 큰일이 되어버립니다. 이 모든 게 오롯이 비용으로 쌓여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게 됩니다. 이른
바 ‘복잡성의 위험’입니다.
장안의 화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 대표가 늘 입에 달고 사는 말도 이겁니다. “메뉴 줄이세
요.” 메뉴가 많으면 다수의 손님이 들이닥쳤을 때 제대로 된 응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전
문성 없이 이것저것 다 하려다 보니 결국 아무것도 못 하게 된다는 겁니다. 다양한 품목의 식자재를
구비해두어야 하니 재고 관리도 일입니다. ‘선택과 집중’이라고 알고 있는 표현의 방점은 사실 ‘선택’이
아니라 ‘포기’에 찍혀 있었던 겁니다. 다시 말해, ‘포기와 집중’입니다.
1913년 T모델을 생산한 포드는 1만 3,000명의 직원들이 26만 대의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다
른 회사들이 6만 6,000명의 직원으로 29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니 생산성 차이가 현격
합니다. “미국 사람들의 모든 지갑 사정과 모든 목적에 부합하는 자동차를 만들겠다”며 다양한 브랜드
의 자동차를 출시했던 GM은 토요타와 렉서스, 단 두 개 브랜드만 운영하는 토요타에 고전했습니다.
41개 모델로 고객의 다양한 선택권을 강조하던 델컴퓨터 역시 단 6개 모델만 시장에 내놓은 애플컴퓨
터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미친 듯이 심플”을 강조했던 스티브 잡스. 그는 복잡성의 위험을 꿰뚫어 보
고 있었던 겁니다.
완성은 줄이는 일로부터: 고객과의 소통에서도 단순함은 미덕이자 경쟁력입니다. 24가지 잼을 갖다 놓
은 부스와 6가지 잼을 갖다 놓은 부스의 판매율이 각각 3퍼센트와 30퍼센트였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
니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세상, 고객을 위한다면 고객의 선택지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이 고객에
게는 또 다른 고통이라는 방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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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혁신 찾기
청도 할매김밥. 메뉴는 단 하나! 재료는 김과 밥, 무말랭이 김치가 전부입니다. 그러니 만드는 공정이
단순하고 효율적입니다. 손님과의 소통도 심플합니다. 청도 할매는 단지 김밥의 고수만이 아니었습니
다. 복잡성 관리에 정통한 경영의 달인이었습니다. “완성이란 더 하는 게 아니라 더 떼어낼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청도 할매에게서 김밥을 사 먹으며 곱씹게 되는 경영의 지혜입니다.
업의 본질, 나는 무엇을 파는가
지금껏 시계는 우리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성 제품이었습니다. 그러니 고장 나지만 않는다면 시계
가 두 개일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시계를 하나만 갖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듭
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제 시계는 ‘기능성 아이템’이 아니라 ‘패션 아이템’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스와치라는 브랜드 때문입니다. 스와치는 시계를 ‘패션’으로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그러니 색깔별, 소
재별, 디자인별로 새로운 수요가 생겨납니다. 우리의 비즈니스가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에 따라 시장은 이렇게 달라집니다.
‘왜 사는가’에 집중하라: 관건은 업에 대한 재해석입니다. 우리는 유심히 지켜봅니다. 고객이 ‘무엇’을
사는지를 말입니다. 그걸 찾아내서 우리도 그걸 제공해주면 매출이 올라갈 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무엇을 사는가’ 이전에 ‘왜 사는가’가 중요합니다. ‘왜 사는가’를 생각
한다면 고객에게 파는 것은 ‘옷’이 아니라 세련된 이미지와 멋진 스타일, 그리고 매혹적인 외모이지요.
요는 ‘우리의 관점’이 아니라 ‘고객의 관점’입니다!
이제 주변을 다시 한 번 둘러보세요. 모든 게 다시 보일 겁니다. 예컨대 현대백화점은 ‘상품’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팔고,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팝니다. 크루즈 회사 노르웨이
지안 에픽은 ‘이동수단’이 아니라 ‘판타지’를 팝니다. 명품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 역시 ‘오토
바이’를 파는 게 아니라 ‘일탈적 저항정신’을 팔아 연간 35만 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마찬가
지로 전 세계에서 월 1억 9,000만 개가 팔려나가는 오리온 초코파이가 파는 것은 ‘맛’이 아니라 ‘정’입
니다. 식품이라는 이성적 측면에 포커스를 들이댄 게 아니라 정이라는 감성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고객과 소통했습니다.
마케팅은 ‘제품’이 아닌 ‘인식’의 싸움: 기업들도 이제 기존의 업에 대한 정의를 바꿔야 생존할 수 있습
니다. 스타벅스는 그런 측면에서 손꼽을 만한 모범 사례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모바일
결제 앱 중 하나가 바로 스타벅스 앱입니다. 스타벅스에서는 현금이나 카드를 내고 커피를 사는 고객
이 많지 않습니다. 많은 고객들이 스타벅스 앱에 미리 충전해둔 돈으로 결제합니다. 스타벅스에서 제
공하는 혜택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충전금액의 총액이 엄청납니다. 2018년 말 기준 한국 스타
벅스가 보유한 충전금액만 940억 원이었습니다. 이자 수익만 해도 엄청날 수밖에 없습니다. 어찌 보면
스타벅스는 또 하나의 은행입니다. 이제는 금융서비스 기업이라 해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스타벅스.
업에 대한 부단한 성찰과 혁신 덕분입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사는 이유는 단지 ‘필요해서’가 아니라 ‘욕망’ 때문입니다. 이제 고객이 ‘필요로 하
는’ 게 뭔지 살펴보는 것 이상으로,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 살펴볼 일입니다. 마케팅은 ‘제품’이 아니
라 ‘인식’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혁명의 시대, 생존 역량으로 무장하라
4차 산업혁명은 세계경제포럼 의장 클라우스 슈밥이 주창한 개념입니다. 증기기관의 1차 산업혁명,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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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혁신 찾기
기의 2차 산업혁명, 컴퓨터와 인터넷의 3차 산업혁명에 이어 이제 인류의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
터넷 등 차원을 달리하는 디지털 기술에 의한 혁명을 맞고 있다는 겁니다. IT와 경영 분야는 물론이거
니와 정치권까지 나설 정도로 시대의 화두가 되어버린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도
불리는 이런 변화가 진짜 혁명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혁명은 ‘불연속성’을 빚어냅니다. 기존 질서의 붕괴로 인한 패러다임 전환이 혁명의 속성이기 때문입니
다. 그렇다면 작금의 변화는 과연 혁명일까요? 여기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있습니다. 먼저
2010년을 기점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글로벌 기업들의 추락이 선명합니다. GM, 코닥, 모토롤라, 파
나소닉, 필립스, 소니, 노키아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초일류 기업들이 몰락하거나 쇠락했습니다. 20세
기 이후 세상의 100년을 지배한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단숨에 글로벌 리
더로 급성장한 기업들도 있습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테슬라, 넷플릭스 등입니다. 예외 없
이 오늘을 선도하는 기업들입니다. 2010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경제의 리더들이 완전히 달라져버린 겁
니다. 그러면 답은 뻔합니다. 바야흐로 혁명입니다.
불패의 공식이 덫이 되다: 혁명의 이면에는 ‘성공의 덫’이 있습니다. 지금껏 성공을 보장해주던 불패의
공식이 오히려 덫이 되어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겁니다. 우리의 ‘핵심 역량’을 ‘핵심 경직성’으로 만들어
버리는 ‘역량파괴적 환경 변화’ 때문에 우리의 차별적 강점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그러니
이런 혁명적 변화의 시기에 ‘개선’의 효용은 제로입니다. 아니, 마이너스입니다. 디지털카메라를 제일
먼저 개발하고도 필름의 감도 개선에 투자했던 코닥의 몰락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개선이 아니라 혁신
이 필요한 겁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입니다. 관건은 ‘데이
터’입니다. 다시 말해, 편집이 불가능했던 오프라인의 우리 삶이 온라인 속의 데이터로 바뀌는 겁니다.
그렇게 바뀐 데이터를 잘라내고 붙이고 편집하여 다시 오프라인 속 삶을 재구성하는 것,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그리고 가져다줄 변화의 핵심입니다. ‘초연결’, ‘초지능’이라는 키워드가
그렇게 도출되고, 이는 곧 ‘초경쟁’으로 이어집니다. 이제 기업 경영의 입장에서도 이처럼 180도 달라
진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역량과 전략이 필요한 배경입니다.
달라진 세상, 달라진 경영: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기업에 필요한 새로운 역량, 그 첫 번째는 ‘경쟁의 범
위에 대한 새로운 시각’입니다. 이제는 특정 상품이 아니라 상품간 총체적인 관계가 가치를 창출합니
다. 아마존과 월마트의 사례가 그 전형을 보여줍니다. 월마트는 직원 20만 명을 배달 요원으로 활용하
는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어차피 출퇴근하는 길, 직원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배
달해주는 겁니다. 효율의 제고이자 배달 업무의 개선입니다.
하지만 아마존의 전략은 판을 달리합니다. 고객이 ‘내일’ 주문할 물건을 ‘오늘’ 배달해주겠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고객의 주문 데이터를 분석해 구매 주기를 파악해 고객이 주문도 하기 전에 배송해주겠다
는 게 아마존의 전략입니다. 고객의 시간을 분석함으로써 고객의 일상생활 전체에 대한 시간 접근권을
확보하면 고객이 어떤 상품을,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되어 고객 니즈에 대한 선
제적 대응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우리 비전은 세상사람 누구든지 자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언제
어디에서나 찾고 살 수 있는 장소를 온라인상에 만들어 지구상에서 가장 고객중심적인 회사가 되는 것
이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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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혁신 찾기
두 번째 역량은 ‘집ㆍ분권화’입니다. ‘분산원장 기술’로도 불리는 블록체인은 분산적 자율 시스템의 주
춧돌입니다. 매개 기업이나 개관이 없어도, 중앙집권적 공권력의 보호가 없어도, 개인 간, 시공간의 경
계가 없는 자율거래를 가능케 해주는 게 블록체인입니다. 본부와 현장은 다이렉트로 연결됩니다. 조직
내 계층은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수평적 조직문화는 필수입니다.
하지만 오해는 금물입니다. 분권화만 화두가 아닙니다. 분권화를 통한 새로운 플랫폼 혹은 비플랫폼
기반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는 반면, 강력한 집권적 본부 역시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 시장을
읽고 다양한 사업 분야를 총괄, 조율하는 역량은 이처럼 복잡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더욱 중요하기 때
문입니다. 현장에는 자율권을 최대한 부여하면서 본부에서는 강력한 분석 총괄 기능이 필요합니다. 이
른바 ‘기업집단 2.0’ 모델입니다.
세 번째 역량은 ‘투과성 조직’입니다. 이제 조직 내부의 역량만으로는 시장을 주도할 수가 없습니다.
조직 내외부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벽 없는 조직’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가치를 창출하는 자원
이나 역량 보유고로서의 조직 역량은 쇠퇴하고 있습니다. 내외부를 막론하고 유사시 필요한 역량을 재
빠르게 결집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형식적인 조직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유연성과 개
방성이 경쟁력입니다. 필요할 때마다 ‘헤쳐 모여’가 가능한 조직이 승리합니다. 외부 역량을 활용하기
위한 비즈니스 생태계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열린 혁신’의 씨앗이 거기서 만들어집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명의 주체가 될 것인지 혹은 방관자, 아니 낙오자가 될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상황에 대한 인식과 의지의 문제입니다. 해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나락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혁
명’이기 때문입니다.
Chapter 2 상식에 과감한 질문을 던지다 - 혁신을 빚어내는 두 번째 힘 : 창의와 통찰
파괴적 혁신 시대, 언제까지 ‘개선’만 하고 있을 것인가
연일 쏟아져 나오는 최고급 사양의 스마트폰들에 고객들의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지금껏 알고 있던
모든 IT 기술의 총화입니다. 고객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겠다는 제조업체들의 불타는 의
지가 엿보입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마냥 반갑기만 한 건 아닙니다. 업그레이드된 스
팩은 비싼 가격을 동반해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의 스마트폰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능과 스펙의 전쟁터 한구석에 슬며시 틈입한 누군가가 있습니다. 애플과 삼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IT 거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그동안 힘을 길러온 중국 기업 화웨이와 ZTE, 샤오미입니다. 화
웨이는 중국 내 메이저 네트워크 및 통신장비 업체로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입니다. 통신
장비 시장에서는 무차별적인 저가 공세로 경쟁사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습니다. ZTE 또한 만만찮은
회사입니다. ZTE 그룹은 1985년 설립된 중국 최대의 통신설비 회사입니다. 이들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인내하면서 기다려왔습니다. 그랬던 그들이 한국 시장에서 꺼내 든 무기가 바로 저가 보급형
스마트폰입니다. 이 스마트폰의 국내 판매 가격은 20만~40만 원대로 지금 각광받고 있는 스마트폰들
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입니다. 물론 사양은 삼성과 애플에 비하면 한참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불을 보듯 뻔한 싱거운 싸움이 될 거라 치부하기엔 뭔가 꺼림칙합니다. 이른바 ‘파괴적 혁신’의 냄새가
짙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파괴적 혁신: 혁신에는 ‘지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버
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구분법입니다. 그는 ‘파괴적 혁신’의 중요성에 주목하며, ‘파괴적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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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혁신 찾기
의 프로세스를 밝혀냈습니다. ‘지속적 혁신’은 기술적으로 성능을 향상시키는 혁신으로 한층 높은 성능
을 원하는 시장, 즉 ‘하이엔드(고급품)’ 시장을 겨냥합니다. 반면 ‘파괴적 혁신’은 성능은 떨어지지만 가
격이 저렴한, 파괴적 기술에 의한 혁신을 가리킵니다. 주류 시장의 하위 시장에 자리잡은 뒤 진화하거
나, 주류 시장과는 다른 가치 기준을 지닌 새로운 시장에 뿌리를 내리는 게 ‘파괴적 혁신’의 특징입니
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터넷 전화입니다. 인터넷 전화가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때는 음질이 무척이나 나빴
습니다. 인터넷망을 활용하기에 통화료가 무료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화 도중 뚝뚝 끊어지는 음성
은 사용자들을 짜증나게 했습니다. 주류 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했던 인터넷 전화는 점차 기술이 발전하
면서 단점이 조금씩 보완되고 개선되었습니다. 그 결과 인터넷 전화는 기존 유선전화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했고, 이제 대세는 인터넷 전화입니다.
처음 파괴적 기술이 시장에 선을 보이면 주류 시장의 주류 기업들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어
차피 성능이 떨어지기도 하거니와 가격이 싼 ‘로엔드(저가품)’ 시장은 이익이 적어 매력이 떨어지기 때
문입니다. 파괴적 기술이 나타나서 고객을 끌어가더라도 처음엔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기존 기업
들이 상위 시장을 찾아 끊임없이 ‘도망가는’ 사이 파괴적 기술을 앞세운 신규 기업들이 그 뒤를 쫓으며
서서히 시장을 장악해나갑니다. ‘역량 파괴적 환경 변화’를 감시하지 못하고, ‘성공의 덫’에 걸려 헤어
나오지 못한 수많은 초우량 기업들이 그렇게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져갔습니다.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 오늘날 많은 기업은 ‘더 많이 주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는 생각의 타성에 빠져
있습니다. 너나없이 기존 제품에 추가적인 기능을 부여하거나 업그레이드된 사양을 장착한 이유입니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도 큽니다. 제품의 성능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고객의 만족도 커졌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고객을 잊어버린 혁신’과 ‘혁신의 상위지향성’입니다. 더 많은 것을 주기 위한 ‘지속적 혁신’에
만 매달리다 보니 정작 혁신의 성과를 누려야 할 고객은 뒤로 밀려났습니다. 고객이 아니라 경쟁사만
을 의식한 기능과 사양 경쟁, 그리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를 관성적 혁신이 진행됩니다. ‘고객을
위한 혁신’이 아니라 ‘혁신을 위한 혁신’인 겁니다.
게다가 고객가치는 상위 방향을 향하는 혁신에서만 창출되는 게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모두
가 하늘을 날며 허공에 그림을 그릴 때, 탄탄하게 두 발을 땅에 딛고 서서 고객에게 집중하는 브랜드
가 다시 관심을 끕니다. 더하는 것, 즉 ‘추가’와 ‘축적’의 방향만이 아니라 빼는 것, 즉 ‘제거’와 ‘삭제’
라는 마이너스 방향을 통해서도 고객가치는 생겨납니다. 중요한 건 본질입니다. 고객이 원하지도 않는
군더더기가 아니라 본질에 집중하는 기업이 차별화의 날개를 답니다.
파괴적 혁신에 파괴당하지 않으려면: 어느 날 갑자기, 나의 비즈니스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는
‘파괴적 혁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지속적 혁신에 의한 고객의
‘과잉만족’이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고객가치 창출이라는 명분하에 피땀 흘려 이룬 많은 것들이 정작
고객들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로엔드 시장’을 겨냥한 파괴적 기술의 출현에 늘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합니다. 주류 시장
에서 잘나가고 있다는 안도감과 자만심은 금물입니다. ‘파괴적 혁신’은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여리디
여린 뿌리를 시장에 내리고 이내 진화를 시작합니다. 상위 시장을 향한 ‘지속적 혁신’을 구현하면서 스
스로를 ‘토끼’라 착각하는 기존 주류 기업들, ‘파괴적 혁신’은 지치지 않는 ‘거북이’처럼 그런 토끼를 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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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혁신 찾기
렬히 뒤쫓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기업의 자원 배분 프로세스를 항상 점검해야 합니다. 기업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
기 위해, 기업은 그 성과가 불명확해 보이는 파괴적 기술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지
속적 혁신 쪽에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게 마련입니다. 물론 합리적인 판단이지만 그렇다고 파괴적 기
술을 아예 도외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간의 성공방식을 무력화하는 ‘역량파괴적 환경 변화’는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면 기존의 성공 방정식은 무용지물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평상시나 비상시를 막론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성과를 내야 하는 비상 경영의 시대입니다. 관건은
위기의식과 도전정신에 바탕을 둔 ‘상시 창조적 혁신’, 그중에서도 ‘파괴적 혁신’입니다. 넘쳐나는 가치
들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고, 이를 창조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조합하는 겁니다. “만족시키려 하
지 마라. 놀라게 하라!” ‘지속적 혁신’이 아니라 ‘파괴적 혁신’에 방점을 찍는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
스의 말입니다.
펭귄에게 배우는 경영의 지혜
<원 라이프>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영국 BBC가 만든 자연생태 다큐멘터리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촬
영했을까 싶은 야생동물들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동물들이 보여주는 순간순간이 날것 그대로
의 드라마입니다. 그 각본 없는 드라마에 우리는 울고 웃으며 감동하고 감탄합니다. 동물들을 통해 깨
닫게 되는 삶과 경영의 지혜는 덤입니다.
남극에서 펼쳐지는 도전과 상생의 경영: 여기서는 펭귄을 통해 배우는 지혜 두 가지를 말하고자 합니
다. 먼저, ‘첫 번째 펭귄’입니다. 무리를 지어 사는 남극의 펭귄들은 먹이를 구하려면 바다에 뛰어들어
야 합니다. 하지만 배가 고파도 쉽게 뛰어들지를 못합니다. 서로 눈치를 보면서 한참을 머뭇거립니다.
천적 때문입니다. 섣불리 바다에 들어갔다가는 바다표범이나 물개의 먹이가 되기 십상입니다. 안전이
확인되기 전까지 치열한 눈치 보기가 이어집니다. 그 순간, 어느 한 마리가 과감하게 바다에 뛰어듭니
다. 이른바 ‘첫 번째 펭귄’입니다.
첫 번째 펭귄의 입수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 뒤를 이어 수백 수천 마리가 물속으로 다이빙합니다. 장관
입니다. ‘첫 번째 펭귄’은 이처럼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어 앞장서 도전하는 사람을 가
리키는 관용적 표현입니다. “나만 아니면 돼” 하며 다들 뒤로 물러나 있으면 함께 죽는 겁니다. 그래서
‘첫 번째 펭귄’은 도전과 용기로 무장한 리더십과 기업가정신의 아이콘입니다.
펭귄에게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지혜가 있습니다. 산란기의 황제펭귄은 천적을 피해 일부러 추운 곳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시속 110킬로미터가 넘는 눈바람과 영하 50도를 넘나드는 극한의 추위는 황제펭
귄들에게도 참기 힘든 고통입니다. 그걸 이겨내기 위해 찾아낸 방법이 ‘허들링’입니다. 몸을 밀착해 서
로의 체온을 나누는 겁니다.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그들은 추위를 이겨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습니다. 수많은 황제펭귄이 서로 몸을 맞대고 거대한 원을 형성하면, 바깥
쪽과 안쪽의 온도 차이가 무려 10도 이상 납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자리를 바꿉니다. 바깥에서 온
몸으로 추위를 막아내던 펭귄들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쪽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안쪽에 있는 펭귄들
이 기꺼이 교대를 해주는 거지요. 가슴 먹먹한 감동의 장면입니다. 원래 허들링은 상대를 원 밖으로
밀어내는 놀이를 가리킵니다. 하지만 황제펭귄의 허들링은 반대입니다. 따뜻한 안쪽으로 밀어넣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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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혁신 찾기
겁니다.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생각하는 속 깊은 배려입니다.
‘첫 번째 펭귄’과 ‘황제펭귄의 허들링’. 자연의 위대한 섭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동물들에게서 생각지
도 못한 가르침을 얻습니다. ‘첫 번째 펭귄’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개척자로서의 기업가정신을 가
르쳐준다면, ‘황제펭귄의 허들링’은 역경 극복을 위한 고통 분담의 리더십을 보여줍니다. ‘한 사람을 위
한 모두’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하나’의 지혜입니다.
그렇다면 한번 진지하게 짚어보고 돌아볼 일입니다. 우리 조직에는 서로 ‘첫 번째 펭귄’이 되고자 하는
도전과 모험의 DNA가 충만한지 말입니다. 우리의 조직문화는 서로를 북돋우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황제펭귄의 허들링’이 가능한지 말입니다.
Chapter 3 내 일의 목적과 삶의 이유를 찾다 - 혁신을 빚어내는 세 번째 힘 : 본질과 철학
유연해야 혁신, 내 일의 목적을 찾아라
산업화 시대의 특징은 ‘고도성장’이었습니다. 성장의 과실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내 것으로 당겨
오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이런 효율 경쟁 프레임은 ‘다양한 도구’로 귀결됩니다. 성장의 시대, 도구가
다양하면 효율은 따놓은 당상입니다. 그러니 각종 이론과 지식, 경험을 도구 모으듯 끌어모았습니다.
‘도구’가 중요했지, ‘목적’은 필요 없었습니다. 도구만 있으면 뭘 해도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끝없이 이어질 줄 알았던 성장이 멈춰버린 겁니다. 이른바 ‘뉴노멀’, 새
로운 질서의 부상입니다. 성장의 과실을 연료 삼아 움직이던 사람들은 동기를 잃어버렸습니다. ‘도구
지향적 패러다임’의 혁신적 전환이 절실한 배경입니다. 동시대 사람들의 사고를 규정하는 이론적 틀이
라고 할 수 있는 패러다임은 두 얼굴을 지닙니다. 미래로 열린 ‘가능성’과 과거로부터의 ‘족쇄’가 그것
입니다. 말뚝에 묶여 있는 아기 코끼리는 아직 힘이 없어 말뚝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말뚝을 금세 뽑고도 남을 만큼 성장했을 때도 힘센 코끼리는 하릴없이 묶여 있습니다. 과거의 패러다
임이 ‘족쇄’로 작용한 겁니다. 바로 ‘학습된 무기력’입니다. 자동차 네비게이션도 똑같습니다. 날마다
길이 달라지니 수시로 업그레이드해주어야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립니다. 패러다임
의 업데이트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금은 ‘목적’을 이야기할 때: 그래서 지금은 ‘도구’가 아닌 ‘목적’을 이야기합니다. 매 상황에 맞는 도
구로 효율을 높였던 산업화 시대와 달리 지금은 이럴 땐 이렇게 하고 저럴 땐 저렇게 한다는 기존의
시나리오가 잘 들어맞질 않습니다. 세상 변화와 아귀가 안 맞습니다. 도구로서의 지식이나 이론이 현
장에선 그다지 쓸모가 없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과거의 성공 경험에 집착합니다. A일
때는 A, B일 때는 B라는 틀에 박힌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서는 백전백패입니다. 세상은 결코 그 자
리에 가만있지 않습니다. 이론 속 과거의 세상과 실재하는 현재의 세상은 같을 수 없습니다. 화석처럼
굳어버린 머리를 깨고 우리의 시선은 눈앞의 현재를 껴안아야 합니다. 결국 세상 변화에 맞추는 ‘목적
지향적 혁신’이 해답입니다. 핵심과 본질 말입니다.
‘골목식당’에서 배우는 자기인식, 자기부정, 자기중심
죽어가는 골목 상권을 되살리겠다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은 그 자체가 경영이고 마케
팅입니다. 이번 글은 그 치열한 ‘골목식당’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혁신 철학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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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혁신 찾기
민낯의 나를 마주하다 - 자기인식: ‘골목식당’에 나오는 대부분의 식당 사장님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점
이 있습니다. 자기만의 레시피를 고집하는 겁니다. 맛이 있든 없든 그저 내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다는 겁니다. 하지만 식당의 기본은 맛입니다. 그래서 음식을 먹어보면 아, 바로 여기서부터 문제입니
다. 하지만 식당 사장님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내 입에는 맛있다며 고집을 부립니다. 손님이 느끼는 맛
과 상관없이 자기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큽니다. 나를 알아야 합니다. 나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평가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고객입니다. 내 입에 맛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고
객이 맛있다고 말해야 합니다. 고객의 관점에서 나를 다시 봐야 합니다. 고통스럽더라도 민낯 그대로
의 나를 마주해야 합니다. ‘자기인식’은 혁신의 출발점입니다. 고객이 항상 답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비우고 내려놓다 - 자기부정: 그래서 중요한 게 ‘자기부정’입니다. 변화를 위한 고통스러운
‘자기부정’은 혁신의 필수조건입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금껏 나를 지탱해온 신념과 자부
심을 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골목식당’ 사장님들도 그랬습니다. 오랜 기간 고수해온 자신의 레시피
를 한순간에 바꿀 수가 없는 겁니다.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철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기준은
‘내’가 아니라 ‘손님’이어야 합니다. 비우고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변화를 껴안을 수 있습니다. ‘자
기부정’ 없이는 변화혁신도 없습니다.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니 혁신의 동력이 생길 수 없습니다. ‘골목
식당’ 사례들을 통해 건져 올린 두 번째 혁신 철학은, ‘자기인식’에 이은 ‘자기부정’입니다.
명확한 나만의 콘셉트를 찾다 - 자기중심: ‘골목식당’이 주는 혁신 철학은 또 있습니다. 장사가 힘들다
며 도움을 요청하는 많은 식당들을 보면 메뉴가 중구난방입니다. 피자 가게에서 쫄면을 파는가 하면,
순두부찌개 가게에서 카레라이스를 팝니다. 이게 안 나가니 저거라도 나갈까 싶어 갖춰놓은 메뉴입니
다. 한 마디로 매출을 위한 구색용 아이템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게 늘어날수록 ‘콘셉트’의 날은 무뎌
져만 갑니다. 뾰족한 걸로 찔러야 아픈 법입니다. 선택과 집중입니다. 잘되는 식당은 메뉴가 단출합니
다. 콘셉트는 곧 ‘자기중심’입니다. 자기를 잃으니 콘셉트도 사라집니다. 고객의 머릿속에 ‘강렬한 한
단어’를 남기는 게 마케팅입니다. 줄여야 합니다. 좁혀야 합니다. 명확하고 명징한 나만의 차별적 콘셉
트가 관건입니다.
‘골목식당’을 통해 ‘자기인식’과 ‘자기부정’, ‘자기중심’의 철학을 짚어보았습니다. 비단 여기 식당들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변화하고 혁신하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우리 모두의 경영 화두입니다.
혁신의 전제조건, 비우기와 버리기
누구나 세상을 봅니다. 하지만 진실은 잘 보지 못합니다. 진실이 눈앞에 있음에도 못 보고 지나칩니다.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 재구성한 ‘대안적 진실’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대안
적 진실은 진실이 아닙니다. 진실을 가장한 왜곡된 믿음입니다. 조작된 믿음입니다. ‘권투 선수’의 죽음
에서 우리는 귀한 교훈을 얻게 됩니다. 내가 아는 세상이 세상의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내가
아는 진실이 우리 모두의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일부만 보고 전체인 줄
착각하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습니다. 눈을 가린 채 코끼리를 더듬고는 코끼리를 다 아는 양 이렇
다 저렇다 떠들어댄 격입니다.
보고 싶은 대로 보지 않기: 아는 만큼 보인다 했습니다. 그러나 단편적이거나 지엽적인 앎은 오히려
독입니다. 신중하게 살피고 입체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관점이 달라지면 같은 상황도 전혀 다른 이야
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견뎌내기 힘들어하는 인간은 속단과 맹신의 함정에
쉽게 빠집니다. 살얼음 밟듯 신중해야 합니다. 세상은 모순이 공존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확신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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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혁신 찾기
않는 힘이 내공”이라는 말이 지닌 통찰을 새삼 곱씹게 됩니다.
비워야 채우고, 버려야 얻는다: 이런 통찰은 오롯이 기업 경영으로도 이어집니다. 어느 조직이나 혁신
이 화두입니다. 초연결, 초지능, 초경쟁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상전벽해의 변화가
한창이라서입니다. 마케팅과 리더십을 포함한 경영의 ABC가 송두리째 바뀌는 배경입니다. 하지만 변
해야 산다는 절박한 외침을 가로막는 혁신의 장애물이 있습니다. 세상만사를 그저 내 식대로 판단하고,
재단하고, 해석하고, 고집하는 겁니다. 내가 만든 나의 틀입니다.
그 틀을 깨고 나와야 합니다. 틀은 깨지기 위해 있는 겁니다. 틀을 깨는 일을 우리는 혁신이라 부릅니
다. 혁신의 전제는 그래서 ‘비움’입니다. 내가 구축해놓은 ‘나’라는 성을 부숴야 합니다. 성을 쌓는 자
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고 했습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고, 버려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
에도 자꾸 알량한 나의 ‘눈’을 고집합니다.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으로 내린 지엽적 판단은 진실을 왜
곡합니다. 나를 비우고 버리고 내려놓는 그 자리에 혁신의 씨앗이 싹을 틔웁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봐야 하는 대로만 보고 삽니다. 제대로 된 혁신이 요원
한 이유입니다. 보이는 대로 봐야 합니다. 이것은 비우고 버리고 내려놓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부박하
기 짝이 없는 ‘나의 진실’에 대한 맹목적인 확신을 거두어야 합니다. 명확하고 확고한 믿음은 절대 미
래지향적일 수 없습니다. 결코 변화지향적일 수 없습니다. 상대에 대해, 다름에 대해, 변화에 대해 있
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이 세상의 온전한 모습, 진실을 드러나게 합니다. ‘나의 성’에 갇힌
채 맞이하는 변화는 혁신의 기회가 아니라 봉변의 위기일 뿐입니다. 비워야 혁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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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혁신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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