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해양으로의 인식 전환과, 해양의 가치를 이해하고 활용ㆍ공존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새로운 ‘해
양 인문학’을 제시한다. 저자는 고착, 폐쇄, 권위, 질서, 규율을 원리로 하는 ‘육지적 사고’를 넘어선 유
동, 열림, 자율, 창의, 창조적 파괴를 존중하는 ‘해양적 사고’로의 전환은 국가 간 경쟁 심화, 자원 고
갈, 기후 위기 등 현재 인류 앞에 있는 거대한 난제를 극복해 나갈 열쇠가 되어 줄 것이라고 역설한다.
해양인문학
▣ 저자 김태만
현재 국립해양박물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난 30년 가까이 봉직해 오던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잠시
휴직하고 있다. 국회해양포럼 회원, 해양수산부 해양르네상스위원회 위원, 부산항북항통합개발 문화컨
텐츠자문위원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문화국 가소분과장, 영도문화도시추진 위원장 등을 역임
했다. 저서로 『내 안의 타자(他者): 부산 차이니스 디아스포라』, 『해양 문화컨텐츠와 스토리텔링』 등
과 역서로 『바다가 어떻게 문화가 되는가-21세기 중국의 해양 문화 전략』, 『홀로 문을 두드리다: 오
늘의 중국 문화와 예술 들여다보기』 등 총 40여 권의 저ㆍ역서와 「초기 루쉰의 문예사상:『신생(新生)』
의 요절(夭折)과 부활(復活)을 중심으로」 등 총 30여 편의 논문이 있다.
▣ Short Summary
오늘날 기후 위기, 식량 위기, 경제 위기, 안보 위기 등 온갖 위기와 난제가 넘쳐 난다. 무엇 하나 무시
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데, 이렇다 할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국가 간의 대립과 긴장감, 자원
의 부족과 한계는 다름 아닌 대륙적ㆍ육지적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다. 우리는 육지의 관점에서 사고하
는 데 익숙하다. 점차 육지가 바다에 잠겨 삶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만 걱정하지, 해양의 변화나 메커니
즘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또 거의 모든 자원과 에너지가 고갈된 육지를 더욱 쥐어짜는 데 골몰하
면서도 지구의 71%를 차지하는 해양을 중요하게 여기고 호혜적으로 이용할 꿈을 꾸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대륙은 인류를 보듬을 여지가 없다. 반면 인류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는 해양이
71%를 차지하고 있는 ‘푸른 행성’이며, 해양은 여전히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러므로 육지에서 해양적
관점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해양이야말로 인류가 먹고, 쉬고,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한없이 무상
으로 내어 주기 때문에 인간은 해양과의 관계 속에서 삶과 생명, 풍요와 번영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해양으로의 인식 전환과, 해양의 가치를 이해하고 활용ㆍ공존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새로운 ‘해양
인문학’을 제시한다. 저자는 고착, 폐쇄, 권위, 질서, 규율을 원리로 하는 ‘육지적 사고’를 넘어선 유동,
열림, 자율, 창의, 창조적 파괴를 존중하는 ‘해양적 사고’로의 전환은 국가 간 경쟁 심화, 자원 고갈, 기후
위기 등 현재 인류 앞에 있는 거대한 난제를 극복해 나갈 열쇠가 되어 줄 것이라고 역설한다.
저자는 해양에 대한 호기심과 실천(탐험, 항해, 수중 고고학)으로 인류의 생존 영역과 인식 지평은 대륙
너머는 물론 극지, 심해까지 확장되었고, 해양 친화적 의식과 활동은 유물이나 유적, 해양 민속, 해녀 문
화 등의 형태로 전승되었으며, 해양 의식과 정신은 문학, 음악, 미술, 영화 등 예술로 발현되어 인류 문명
의 경지를 한층 더 끌어올렸는데, 해양 문화가 오늘날 하나의 거대한 문화력의 원천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렇듯 인류 문명에 깊숙이 관여해 온 해양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치 덕분이라 강조한다.
▣ 차례
책을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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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인문학
들어가며 - 해양 인문학으로의 여정
1. 해양 DNA와 인류
2. 해양 문명의 발견과 가치
탐험
항해
극지
해양 고고학
해양 민속
해녀
해양 예술
3. 해양 문명의 현재와 미래
항구와 해양 도시
해양 경관
해양 관광
해양 환경
해양 산업
4. 해양 인문학을 위하여
해양 문화 연구
해양 교육
해양 인문학
나오며 - 푸른 행성, 수구(水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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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인문학
해양인문학
해양 DNA와 인류
배와 함께 시작된 해양의 역사
우리는 오랫동안 문명의 대부분이 땅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학습 받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류의 생
명뿐 아니라 인류 문명의 탄생과 발전은 해양에서 이루어졌다. 참고로 지구 표면적의 71%는 해양이다.
그런 점에서 지구를 하나의 물로 된 거대한 공, 즉 ‘수구’라 불러야 한다. 한편 오늘날 각국의 인구 밀
집 지역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 강이나 바닷가에 인접해 있다. 인류 문명의 토대인 해양은 음식
문화, 주거 양식, 교통수단, 여행 방식 등의 생활 방식에도 큰 영향을 주었으며, 지질학, 지리학, 기상
학, 생명 공학 등 과학 기술 발명과 발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편 해양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배’다. 배는 항공 기술이 발달하기 전까지 대륙과 대륙
을 잇는 유일한 수단으로서 인류 문명 구축에 엄청난 역할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배의 기원은 B.C.
8000~5100년경 원시 사회 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나무가 물 위에 떠다니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물고기, 조개 등 먹거리를 얻기 위해 만든 조그만 뗏목을 배의 시초로 본다.
그러다 차츰 원시 국가가 출현할 무렵에는 배를 타고 근해로 고기잡이와 사냥까지 나서게 된다.
그리고 B.C. 2000년경 나무로 만든 배에 돛을 단 목범선(木帆船)이 등장하면서부터 본격적인 배의 문
화가 형성되었다. 목범선은 화물 적재용인 중형선(重型船)과 해적용인 경형선(輕型船)으로 구분되는데,
초창기에는 중형선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후 해상 패권 쟁탈전이 시작되면서 그리스를 중심으로 경형
선의 건조와 이용이 활성화되었다. 참고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목범선은 바이킹선이다.
배의 역사에 있어서 목선과 목범선이 수천 년을 이어 온 데 비해, 근대식 기계 선박은 19세기에 이르
러서야 등장한다. 산업 혁명 시기인 1800년대, 증기와 기계 장치로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면서
증기선이 출현했다. 초기 증기선은 선체를 나무로 제작하다 보니 나무 선체에 쉽게 금이 가거나 장시
간에 걸친 기계의 진동을 견디지 못하는 등 한계가 뚜렷했다. 이후 1822년 영국에서 제작한 최초의
철제 증기선인 ‘아론 맨비호’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철제 증기선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한반도에 증기선(철제선)이 처음 출현했던 시기는 미국과 프랑스 증기선이 우리나라 해역에 출현했던
1866년이고, 증기선이라는 명칭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시기는 1876년 개항 이후로 본다. 한편 일제
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근대적 조선업이 처음 자리 잡고 흥성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조선 산
업 흥성기는 정주영 회장이 그리스 리바노스사와 26만t짜리 원유 운반선 건조 계약을 맺음과 동시에 울
산 방어진에 ‘현대 조선소’를 건설하기 위해 첫 삽을 뜬 1972년부터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선박 건조 기술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아울러 해운 물류업 역시 세계
수위를 달린다. 이쯤 되면 우리 민족의 밑바탕에 어떤 해양 DNA가 작동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
심이 생길 만하다. 조선과 해운 모두에서 단기간에 결코 이루기 힘든 기적적인 성과를 거둔 걸 보니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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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인문학
다.
바다는 문명 교류의 고속 도로
배는 항해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이자, 오래도록 대륙과 대륙을 이어 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 선박을
앞세워 각국이 바다에서 무한 경쟁을 펼쳤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활발한 무역을 통해 더 많은 경제적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로 말미암아 문화 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배가 문명 교류의 보부상 역할을 했다면 바다는 문명 교류의 고속 도로 그 자체일 것이다.
해상은 육상에 비해 마찰계수가 낮아 사용 에너지 대비 이동 효율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배를 타고
수면 위를 미끄러질 수 있는 해양은 육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동이 자유로워 짧은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공간도 많다. 또한 운송이 안전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인류의 미래, 해양
인류 문명은 다양한 문제를 맞닥뜨리면서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해도 과
언이 아니다. 그런데 가끔은 난제라 부를 만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기
후 위기와 같은 문제는 세계 각국의 전문가가 나서서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그
런데 해양을 연구해 온 사람으로서 지구의 문명을 바라볼 때, 21세기 인류에게 닥친 다수의 문제는 해
양에서 연원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의 한계는 육지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데 익숙하다는 점이다. 점차 육지가 바다에 잠겨 삶
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만을 걱정하지, 해양의 변화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이미
거의 모든 자원과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인 육지를 더욱 쥐어짜는 데만 골몰하지, 지구의 71%를 차지
하는 해양을 중요하게 여기며 호혜적으로 이용할 꿈을 꾸지 않는다.
인류 문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인간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여 줄 방안. 그 미래 문을 여는 열쇠는 바로
해양에 있다. 그 열쇠를 손에 쥐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전제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해양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해양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을 도모하는 ‘해양 문명과 해양성’에 대한 인식의 재정립과 바다와의 친화력
을 높이기 위한 공간 및 시설 마련 등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두 번째로 과학 기술은 경제, 산업, 지속 가능성 등 문제 해결의 직접적인 방법이 되기도 하지만 그 기
술 개발의 범위가 여전히 육지에 국한되어 있는데, 다채로운 해양 자원을 모색해 호혜적으로 활용하고,
해양과 결부되어 일어나는 지구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해양 하이테크 신기술 개발에 눈을 돌
려야 한다. 셋째, 우리는 삶의 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거나 수익성 등과 같은 육지적 지표를 내세운다.
하지만 해양이야말로 주거나 때로는 치유의 장소로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해 온 최적의 공간임을 인식
해야 한다. 해양으로 삶의 범위를 확장한다면 우리의 일상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아무튼 해양은 인류의 오래된 미래다. 우리는 다시 해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해양으로의 온전
한 회귀를 위해서는 ‘바다를 아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양에 대한 호기심과 실천(탐험, 항해 등), 연구
및 탐사(극지, 해양 고고학, 해양 민속 등), 해양 유산의 가치 인식과 창조적 활용(해녀, 해양 예술 등)
이 인류에게 끼친 영향을 알게 된다면, 해양으로의 회귀 필요성을 깊이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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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인문학
해양 문명의 발견과 가치
탐험
대항해 시대 탐험가와 지리상의 대발견: 본격적인 대항해 시대라 일컬을 수 있는 15세기에는 무수한
해양 탐험가가 탄생했다. 이들의 업적을 두고 단순히 하나의 대륙 또는 항로를 발견한 정도가 아닌,
‘인식의 전환이자 지리상의 대발견’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당시 해양 탐험가들의 행보는 국가 간의 교
류를 촉진했고 인류사의 무대를 바다로 확장시켰다.
한편 대항해를 가능케 했던 요인은 여러 가지다. 조선 기술의 발달, 갖가지 항해 도구의 발명과 항해
술의 발전, 갈수록 정교해지는 해도(海圖)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항해를 통해 거두어들인 막대한 부
(富)도 탐험의 가속화에 일조했다. 그리고 탐험을 담보로 한 투자와 분배는 현대적 의미의 보험과 금융
의 시초가 되었으며, 항해를 가능케 하기 위한 법 제도 정비와 경제 시스템의 발달은 탐험에 더욱 불
을 당겼다.
대항해 시대 해양 탐험가의 이름 중 절대 빠지지 않는 이는 콜럼버스다. 그는 어려서부터 지구가 둥글
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유럽의 해안을 출발해 서쪽으로 항해하면 인도를 거쳐 중국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듯 콜럼버스는 1492년에 에스파냐(지금의 스페인) 왕
실의 이사벨 여왕으로부터 신대륙 발견에 필요한 기반과 자금을 후원받아 탐험에 나서게 된다. 그는
10년 동안 네 차례 항해를 떠났고, 마침내 신대륙인 아메리카를 발견한다. 그의 발견은 세계 지도에
무한한 가능성을 담은 커다란 대륙 하나를 새로 그려 넣을 수 있을 정도의 획기적인 업적이었다.
콜럼버스와 견주어 늘 등장하는 해양 탐험가 바스쿠 다가마는 콜럼버스가 항해를 떠난 5년 후인 1497
년 7월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희망봉을 발견한 바르톨로뮤 디아스와 함께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을
출항해 인도로 향한다. 그리고 1498년 5월 20일 마침내 인도 서남해안의 항구 캘리컷에 도착한다. 아
프리카 대륙을 돌아 인도로 가는 신항로를 개척한 것이다. 한편 바스쿠 뉴네스 데 발보아는 신대륙 발
견 이후 남아메리카에 정착한 인물이자 유럽인 최초로 태평양을 발견한 탐험가다.
그 외에도 많은 탐험가가 바다를 탐험해 새로운 항로와 땅을 발견했고, 두려움에 맞선 이들의 탐험과
개척 정신이 인류의 역사를 바꿨다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만 탐험의 목적을 영토 확장 야욕으
로 전락시킨 서구의 비뚤어진 욕망과 대항해를 통해 제국화를 실현하고자 했던 야망으로 인해 아시아
ㆍ아프리카 등의 대륙이 식민화라는 거대한 불길에 휩싸여 고통 받게 되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극지(極地)
극지 연구의 중요성: 극지란 지구의 자전축이 지표와 교차하여 생기는 북극점과 남극점을 중심으로 퍼
져 나가는 고위도 지역을 말하며, 지구의 기후와 환경, 또 생태계와 인간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만 극지의 환경적 특성상 원활한 연구가 쉽지는 않은데,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국제
극지의 해’다. ‘국제 극지의 해’는 국제과학연맹이사회와 세계기상기구가 공동으로 제정한 것으로, 50년
마다 전 세계 과학자가 연대해 남극과 북극을 연구하고 탐험하는 캠페인이자 올림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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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인문학
극지 연구의 진정한 가치: 오랜 탐험과 연구에도 불구하고 극지 연구는 현대로 올수록 그 중요성이 더
욱 강조되고 있다. 극지 연구는 왜 필요한 것일까? 남극은 지구 환경 변화에 가장 민감한 지역으로,
지구 전체의 기후를 관찰하는 기상 연구소 역할을 한다. 또 지구 환경의 과거와 현재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지구 환경 변화에 관한 연구가 이뤄지기도 한다. 초고층 대기는 물론 선명한 우주 관찰이 가능
한 남극은 지구 너머의 세계로 향하는 창과도 같다. 북극 역시 인류 문명의 비밀을 간직한 저장고다.
극지를 통해 지구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각국의 극지 연구소에서 수행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남극 기지는 세계 각국이 남극에 지은 연구소나 과학 시설을 일컫는데, 특정 국가
가 남극 기지를 갖기 위해서는 먼저 ‘남극 조약’에 가입해야 한다. 남극 기지는 주로 하계 기간에 즉,
높아진 기온으로 남극 대륙 해안과 섬 등의 암석이 노출된 시기에 만들어진다. 하계에 4,000여 명, 동
계에 1,000여 명 정도가 남극에 체류하며 주로 빙하, 지질학, 지구 물리학, 기상 등에 관한 연구를 수
행한다. 우리나라는 남극과 북극에 각각 기지를 가지고 있다.
북극에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용의 호를 딴 ‘다산(茶山)과학기지’가 있다. 2002년 4월 29일에 설립
했으며, 북극의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 스피츠베르겐섬의 뉘올레순에 위치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북극에 기지를 설치한 세계 12번째 국가이며, 세계에서 8번째로 남극과 북극에 모두 기지를 보유한 국
가다. 다산과학기지에는 연구를 수행할 때마다 최대 12명 정도의 연구원이 일정 기간 체류한다.
남극에는 1988년 2월 17일에 설립된 ‘세종과학기지’가 남아 있다. 사우스셰틀랜드 제도의 킹조지섬 남
서쪽 해안의 바톤반도에 위치한다. 기지가 위치한 곳은 남극에서도 비교적 날씨가 온화해 여름에는 산
란과 번식을 위해 많은 동물이 모여들어 생물학자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KIOST) 부설 극지 연구소에서 운영하며, 16개의 건물과 부두, 저유 탱크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여름에는 극지 연구소를 비롯해 다른 연구 기관에서 초청된 사람까지 포함해 최대 9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겨울에는 엔지니어와 과학자로 이루어진 17명이 월동대로 활동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
이 ‘남극의 하와이’로 불릴 정도로 기지 주변의 기후가 따뜻해지고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오늘날
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상 기후 현상의 원인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듯하다.
인류는 극지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생명을 잃는 등 큰 대가를 치렀다. 북극 탐사 과정에서 희생당
한 수만 해도 공식적으로 5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의 희생 덕분에 인류는 극지를 통해 지구와 공생하
는 방법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극지는 여전히 수많은 비밀과 해답을 간직하고 있는 신비의 공간이
다. 지구의 바로미터이자 천연 실험실인 극지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해양 고고학
해양 고고학의 연구 분야와 가치: 해양 고고학은 인류의 해양 활동이 남긴 흔적, 그중에서도 특히 유
물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를 뜻한다. 해양 고고학은 크게 세 가지 연구 분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선박
침몰에 관한 연구다. 주로 선박의 침몰 과정에 관해 연구하며, 선박 해체를 통해 침몰 과정, 인양 과정,
쉽게 부식되는 물질의 분해 과정 및 침몰당한 배의 잔해 물질의 특성에 관한 연구ㆍ분석 등을 진행한
다. 그리고 이를 통해 배의 침몰 현상이 갖는 보편적인 법칙이나 특징을 확인한다.
다음은 침몰 전 배에 관한 연구다. 배를 구성하는 재료와 선체 구조에 관한 연구는, 배가 인류의 오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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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인문학
교통수단이었던 만큼 매우 중요하다. 해저에 남은 선체, 남아 있는 선박의 각종 장비, 선체의 재료를
통해 선박 건조 기술을 파악한다. 당시 사회의 기술 수준을 반영하는 이러한 선박 연구를 통해 그 시
대의 기술과 조직 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연구를 통해 옛 선박의 설계 자료나 도안, 건조 방식
등을 도출해 옛 선박 형태를 복원하거나 오늘날 건조 방식 등에 활용하기도 한다.
다음은 해양 문화에 관한 연구인데, 이는 침몰 선박에 관한 실증적 연구를 통해 당대의 역사를 파악하
는 것이다. 앞에 언급한 두 연구가 선행되어 선박의 건조 및 침몰 연대와 과정 등을 밝히고 난 뒤, 선
박이 운항되던 시대와 결부 지어 당대 해양 문화에 대한 새로운 분석을 내놓는 것이다. 예컨대 침몰
선박에 적재된 화물이 무엇인지에 따라 선박의 용도가 군사용인지 상업용인지 구분한다.
만약 군사용이라면 당대 벌어진 해전(海戰)에 관한 정보와 군사의 규모 등을 알 수 있다. 만약 상업용
이라면 국가의 경제 상황이나 무역량, 물품 등을 파악할 수 있는데, 유물의 발굴 정도에 따라 해상 경
제와 해상 무역사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침몰선과 잔재 유물을 통해 당대 선상 사
회의 문화적 특징을 알 수 있다. 예컨대 타이타닉호의 특정 구역에서 발견된 사람의 옷가지, 장신구,
기타 물품 등을 통해 배 안의 승객이 어떻게 구분되었는지, 계급에 따른 복식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
해양 민속
해양 민속과 해양 사회: 바다와 관련된 각 지방의 풍속과 생활상은 ‘해양 민속’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
고 있는데, 해양 민속은 인류가 해양을 경외의 대상으로, 또는 친숙한 생활 환경으로 만들어 온 과정
이며, 기록과 구전, 전수와 교류를 통해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인류 해양 문화의 핵심이다. 해양 민속은
크게 물질생활, 제도 생활, 정신생활의 세 가지 층위로 나뉜다.
‘물질생활 층위’는 친해양 집단이 보편적으로 보여 주는 재료, 즉 인류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의식
주행(衣食住行)을 의미한다. 예컨대 연해 지역 주민들이 즐겨 입는 의복의 재료와 스타일, 바다에서 직
접 포획한 해산물 위주의 음식, 내륙과 구별되는 연해 지역 가옥의 재료와 구조 등이 해당한다. 그러
나 이렇게 중요한 자료들이 오늘날 어촌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일부 식습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
라진 측면이 있다.
‘제도 생활 층위’는 해상 작업이나 관혼상제보다 훨씬 더 보편적이고 광범위한 일상 제도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배 위에서 식사를 할 때 생선을 뒤집지 않는다든지, 대소변을 어떻게 처리한다든지 하는 것
들이다. 마지막으로 ‘정신생활 층위’는 해양 신앙, 전설, 민담 등 인류가 해양과 주고받은 정신적인 부
분에 해당한다. 신앙과 같은 추상적인 것뿐만 아니라 각종 놀이, 음악, 조형 예술 등도 여기에 포함되
는데, 대표적으로 수영 어방놀이, 동해안 별신굿, 지역별 어로요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정신생활 층위 중에서도 해양 신앙은 역사이자 문화 현상으로 볼 수 있는데, 인류의 해양 인식이
나 생활 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이기도 하다. 아무튼 해양 민속의 재조명을 통해 해양 민
족의 우수한 문화 자원을 되살려 낸다면, 다채로운 해양 스토리텔링의 창조적 원천이 될 것이다.
해양 예술
해양 문학의 탄생: 해양 예술이란 해양 그 자체 또는 해양과 관련한 인간의 삶의 방식을 드러낸 작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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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인문학
의미하는데, 해양 문학, 미술, 음악, 영화 등의 장르를 들 수 있다. 해양 문학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역사적으로 해양 문학은 해양 활동과 결을 같이 하는데, 서양의 해양 문학은 동양에 비해 상대적
으로 풍부하고 다양한 편이다.
예를 들면, 러시아 시인 푸시킨은 그의 대표작 「바다로」를 통해 바다 그 자체를 소재이자 주제로 다루
었다. 그리고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의 「해적」과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키의 「바다제비의 노래」
는 소재나 주제를 넘어 바다를 삶의 현장과 결합하고자 시도한다. 한편 바다가 소재 또는 배경으로 등
장하는 것은 물론 바닷사람의 본질적 삶이라는 두 가지 특징 모두를 겸한 작품으로는 미국 작가 헤밍웨
이의 『노인과 바다』를 들 수 있다. 고리키와 헤밍웨이의 작품 모두 바다를 문학의 소재로 했을 뿐 아
니라, 해양 정신을 심층 구조로 표현하고자 했다.
진화하는 한국 해양 문학: 이전까지의 한국 해양 문학은 ‘문학’이라는 장르와 형식을 갖추었다기보다는
‘기록’에 더 가까웠고, 풍부한 스토리텔링과 작품성을 갖춘 해양 문학은 근대에 이르러서야 출현한다.
대표적으로 1908년 발표된 최남선의 시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를 들 수 있다. 여기서 ‘바다’는 무한
한 힘과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방향성을 상징한다. 작품은 다음 시대의 주인공이 될 소년들을 ‘바다’라
지칭하며 “어두운 현실을 벗어나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작품은 해양 문학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기존의 시에서 보이는 정형성에서 벗어나 최초로 자유
로운 형식을 선보인 ‘신체시’라는 점에서 문학적 가치 또한 적지 않다. 한편 1914년 이상춘이 쓴 『서
해풍파』는 신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인데, 이 작품은 한국 문학에서 처음으로 뱃사람들의 생생한 삶을
그리고 있다. 원양, 조선술 등을 비롯해 남극 대륙 발견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최초의 남극 탐험 소설
로도 불린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폭넓은 시선을 가진 수많은 작가가 해양과 관련한 작품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김훈의 『칼의 노래』, 옥태권의 『항해를 꿈꾸다』, 김춘규의 『두 번째의 달』, 이충호의 『투명고래』,
이윤길의 『남극해』와 『더블루』, 이성배의 『이어도 주막』, 김성환의 『내 언젠가 그리움의 닻을 내
리고』, 유연희의 『날짜변경선』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해양 문학이 여전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
부하다 할 수 없지만,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인 것은 사실이다. 2001년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국
해양 문학가협회가 창단되었고, 언론사 및 문화 단체에서 ‘한국해양 문학상’, ‘해양 문학상’ 등의 공모
전을 실시하면서 한국 해양 문학의 폭과 깊이가 날로 풍성해지고 있다.
해양 문명의 현재와 미래
항구와 해양 도시
항구의 발전과 도시의 성장: 인류의 탄생 이래로 배와 인간의 삶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고,
배의 입출항을 위해 자연스럽게 항구가 건설됐다. 해안 마을은 위치나 기능에 따라 도시로 발전하기도
했다. 참고로 도시가 발전하려면 해양과 육지 모두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항구
는 그러한 인문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어 도시 발전에 유리한 조건이 되었다.
아무튼 항구를 통한 인구의 유입으로 ‘포구 마을’은 ‘항구 도시’로 점차 팽창하였고, 교류의 진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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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인문학
도시 문화는 질적으로 성숙했다. 항구에서 대외 무역이 벌어지면서 경제 발전과 문화 번영 또한 자연
스럽게 가속화되었다. 이처럼 항구는 해양 문명의 산물이자 해양 문화를 구성하고 성장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근현대에 이르러 항구 도시가 세계적 도시로 발전하는 것이 보편적 추세
가 되었다. 현대 항구 도시 대부분은 해당 국가의 경제나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그중 일부는 정
치적 중심지이기도 하다. 오늘날 국제적인 도시의 대부분은 이러한 항구의 장점을 살린 곳이다.
항구 도시 부산은?: 부산은 대한민국 제1의 해양 도시다. 부산은 1876년 개항 이래 줄곧 바다에 기대
어 발전해 왔다. 345만 시민이 408km의 길고 긴 해안선에 기대어 살고 있다. 항만, 물류, 조선, 수산
업은 부산의 전체 산업에서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다. 흔히들 부산을 ‘천혜의 항구’라 부
른다. 배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깊은 수심과 수많은 배가 정박할 수 있는 넓은 해역 공간이 존재
하며, 편리한 교통 시설을 통해 항구에 도착한 화물을 전국으로 빠르게 수송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한 부산의 항만 능력은 세계 5위에 속할 정도로 탁월하다. 그러나 아무리 빠
르게 흐르는 물도 약간의 방심으로 순식간에 정체될 수 있다. 우리는 그러한 사례를 앤트워프에서 확
인했다. 그렇다면 급변하는 시대적 환경에서 우리나라 제1의 항구 도시 부산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항구 도시에서 ‘복합 해양 도시’ 부산으로: 부산을 해양 수도라 지칭하지만 시민이 과연 해양을 얼마나
누리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회의감마저 든다. 부산, 즉 바다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인이 복합
적으로 얽혀 있지만, 다음 네 가지는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사람이 필요하다. 창의적 상
상력이 도시의 얼굴을 바꾼 사례가 많은데, 우리에게도 북항을 비롯해 부산을 디자인할 세계적 도시
건축 기획자가 필요하다.
참고로 산업 폐기물로 황폐했던 나오시마는 기획자 한 명으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둘째, 제도
와 행정이다. 일관된 정책과 신뢰받는 공무원이 올바른 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 조건인데, 이는 시
민의 신뢰로 이어져 올바른 정책에 힘이 실린다. 셋째, 건강한 자본이다. 공공적으로 조성된 땅을 헐값
에 매입해 마음대로 개발하게 해서는 안 된다. 재산권과 공공적 개발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확보해 난
개발을 막아야 한다. 넷째,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시민들의 행복이다. 디자인, 행정, 자본 모두 시
민의 몫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산이 진정한 해양 문화 도시가 되려면 다양한 인문학적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풍부하고 다채로운 해양 문화가 담겨야 하며, 해양 문화의 창조와 향유가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양 문화와 예술에 관한 시민적 합의와 공감이 이뤄져야 한다. 부산항을 문명과 문화의 도
가니로 만들어 부산을 힐링과 휴식의 ‘복합 해양 도시’ 공간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해양 관광
해양 관광의 비전: 대자연이 인류에게 선물한 보물인 해안 지대의 아름다운 풍경과 인문 경관은 사람
들의 마음과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품격을 잘 갖춘 곳으로 제주도를 들 수 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다. 많은 사람이 찾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천혜의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제주도 내라면 어디라도 그리 멀지 않
은 곳에서 푸른 바다와 주상절리, 현무암, 몽돌자갈 마당 등의 해양 자연환경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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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인문학
동해선 열차를 타고 만나는 강원도는 어떠한가? 해변의 우뚝 솟은 기암괴석과 넓고 푸른 바다는 사람
들의 눈과 귀를 호강시킨다. 수많은 산지와 구릉이 울타리를 치고 있는 화강암 해안은 오랜 시간 풍화
침식 작용을 거쳐 갖가지 생동적인 형상을 보여 주고 있다. 이 밖에도 해안 자연 풍경과 역사 유적이
만나 더욱 값진 가치를 지니는 해양 관광 특구가 전국 각지에 있다.
섬은 또 어떤가? 서쪽 끝 백령도부터 시작해 강화도, 덕적도, 대이작도, 고군산군도, 격렬비열도, 가거
도, 홍도, 흑산도, 도초도, 우이도, 진도, 완도, 보길도, 생일도, 청산도, 거문도, 남해도, 연화도, 여자
도, 한산도, 거제도를 거쳐 동해의 울릉도와 독도 등 섬을 둘러보자. 해양 관광의 새로운 대안이 될 만
큼 풍부한 자원과 충분한 희소성을 지닌, 섬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풍경과 생활 풍습, 삶의 형태 등
은 현대인의 자연 회귀 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각각의 관광지는 해안 경관, 항구의 볼거리를 비롯해 지리적 위치, 기후 조건, 건축 스타일 등의 면에
서 서로 다른 특색을 지닌다. 매력적인 부분을 많이 가질수록 더욱 이상적인 관광지가 된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사람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해양 관광 시설
을 구축하고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연구ㆍ개발해야 할 것이다.
해양 산업
한국의 길: 일본과 중국은 해양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해양에 막대한 관심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
에 따른 성과는 현재보다, 미래에 더 큰 성과가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해
양 산업은 어떤 상황일까? 해양수산부가 정한 해양 산업이란 「해양수산발전기본법 제3조」에 의거해
해양 공간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활동(해양 기반형 활동) 또는 해양 기반의 활동으로부터 파생된 생
산ㆍ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해양 연관형 활동)과 관련한 산업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해양 기반형 활동은 해양 자원을 채취ㆍ활용하거나, 해양 공간의 이용 또는 해양 환경 보
호와 관련한 활동으로 어업, 해양 광업, 해양 신재생 에너지 산업, 해양 토목 건축업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되어 있는데, 이는 해양을 연구ㆍ개발함에 있어서 유리한 조건이다. 부산
과 인천 등 뛰어난 해양 도시를 가지고 있고, 조선업은 세계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일본과 중국에 비해 내실은 충분히 다져져 있지 못하다.
여러 여건상 내륙 중심의 국가 발전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했기 때문에 해양에 관한 시선과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만 해양의 세기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과거의 정책만 답
습할 수 없다는 성찰과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해양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이론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기관이나
단체의 협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연구와 개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이러한 발전이 ‘왜’ 필요한 것
인지 늘 자문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자연 과학적 인식과 조화를 이루는 ‘미래 지향적이고 인문
학적인 해양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을 갖기 위해 우리는 문화의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아야 한다.
해양 인문학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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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인문학
해양 인문학
해양 문화를 위한 인문적 사유: 과학은 인류의 모든 영역에서 필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해양 문화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양 과학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해양 문화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 과학 기술은 양날의 검이다. 예컨대 핵 기술이 값싼 전기를 제공한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체르노빌 같은 거대한 재앙을 일으키기도 한다.
참고로 유엔의 개발 원조 계획을 조정하는 기관인 유엔개발계획(UNDP)의 책자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
전』에는 이런 글귀가 실려 있다. “이제 전통적인 발전 모델은 의심받고 있다. 비록 많은 이들의 생각 속
에서 시장 경제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현실은 과거 우리가 가지고 있던 발전에 대한 인식들이 이제
더 이상 적합하지 않으며, 종전의 방식 역시 발붙일 곳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오늘날 발전은
세 개의 큰 위기에 봉착했다.”
여기서 말하는 ‘세 개의 큰 위기’란 정책의 위기, 시장의 위기, 그리고 과학으로부터의 위기다. 과학의
중요성은 의심할 바가 없으나, 그 목표가 ‘발전’으로만 향해 있어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특히 개
발 도상국들은 오랜 시간 동안 ‘발전’을 물질적 발전으로만 여겼다. 유엔개발계획은 이러한 인식이 잘
못된 것임을 지적하며, 이러한 관점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인슈타인은 “과학은 더욱 아름답고 만족스러운 인생을 만들기 위한 것이어야지, 인류에게 더욱 무겁
고 두려운 죽음을 가져오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한다. UNDP와 아인슈타인이 염려하는 바가 현실
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을 통제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인문적 자질과 소양, 즉 ‘인문
정신’이 필요한데, 인문 정신 함양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문화는 지식과 행동이 모여
이루어지는데, 이 둘 사이에는 균형이 필요하고 이 균형감을 갖게 해 주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이공계 교육은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학생과 전문가의 전공 지식은 뛰어나지만,
문화, 역사, 철학 등의 인문적 소양은 부족한 편이다. 이렇게 된 원인으로 과학 기술 지상주의적 가치
관을 들 수 있다. 그런데 과학적 지식만으로는 통합적 사고나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출 수 없다. 인간과
사회에 관한 인문적 성찰만이 정의롭고 행복한 미래 사회 건설을 가능케 한다.
인류가 ‘문명사회로의 진보’를 이상적인 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을 근본으로[人
本]’ 하기 때문이다. 문화란 자연적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창조에 의한 것이며, 문화를 통해 얻어 낸 모
든 성과가 바로 문명이다. 한편 해양의 세기를 대비해 문명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해양 사업의
발전이 지속 가능해야 한다.
해양 사업이란 해양에 관한 모든 산업을 가능케 하는 정책적, 법률적, 제도적 및 철학적 연구와 실천,
지원 및 교육 등이 포함된 총체적인 국가사업을 말한다. 아무튼 해양은 그 어떤 사업보다도 국가적인
비전과 철학적 기초가 중요하다. 동서양의 선진국들은 신해양 시대에 걸맞은 해양 사업 추진을 위한
기구 설립과 추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해양 사업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해양 문화 조성이다. 주된 방법으로는 해양에 대한 인문 의식, 역사의
식, 심미 의식, 행복 의식을 강화해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보장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해
양 문화 지식을 확산해, 사회 전체의 해양 문화 의식과 해양 인문 의식을 동시에 높이는 일이 선행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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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인문학
야 한다. 탁상공론이나 구호의 제창이 아닌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해양 문화적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해양 문화의 기본적 이론을 다지기 위한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해양에서 문화적 요소는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그 결과 자원 고갈과 환경 오염이 심화되었
고, 인간 사회의 안전과 행복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그러므로 인류 문명의 진보를 위해서는 폭넓은 해
양 문화를 토대로 과학 기술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인문학이 과학의 방향을 제시한다면, 과학은 문
화적 풍요와 삶의 편리 그리고 성숙을 더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더 나은 해양 문명을 담보하기
위한 최선이자 최고의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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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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