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영화,리뷰,

신화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by Casey,Riley 2020. 6. 11.
반응형

 
신화에 담긴 이야기는 인간의 척박한 자연환경에 대한 생존과 초인적인 존재에 대한 공포와 숭앙의 다양한 이야기가 내재되어 있고, 발생한 지역의 자연적, 우주론적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창조신화가 존재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페르시아 문명, 인도 문명, 중국 문명, 헤브라이 문명, 북유럽 문명, 동유럽ㆍ슬라브 문명, 아메리카 문명, 폴로네시아 문명, 아시아 문명, 아프리카 문명, 켈트 문명, 그리스-로마 문명 등의 다양한 신화를 자세하게 살펴본다. 
 
신화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 Short Summary 
 
신화는 인간이 이 땅에 삶의 터를 마련하고 역사를 만들어 갔던 시기보다 더 오래전 이야기들이다. 그만큼 까마득히 먼 어느 시점의 이야기인 최초의 신화는 인간의 의지로는 어찌해 볼 여지가 없는 불가 사의와 위험과 경의로 가득 차있던 오래전 어느 때부터 시작됐다. 
 
이 책은 5대양 6대주의 20여 개 신화를 아우른 전 세계 신화문명 서사시이다. 사실 신화에 담긴 이야 기는 인간의 척박한 자연환경에 대한 생존과 초인적인 존재에 대한 공포와 숭앙의 다양한 이야기가 내재돼 있다. 그래서 신화의 이야기들은 같은 듯 다른 저마다의 결과 뿌리로 역사가 말하지 못하는 그오랜 날로부터, 역사에서 지워져 버린 패자들의 역사까지를 상상하게 하는 인류문명 탐구서이다. 
 
우리가 흔히 어떤 민족이나 부족의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신화’라고 부르는 것은 해당 부족민에게는 종교로 신성시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신화라고 부르는 이야기들은 대개는 천지창조에 관한 이야기이다.
창조 신화는 세계의 기원과 신들의 탄생, 그리고 결국에는 인류의 탄생을 설명한다. 
 
그리고 신화가 발생하는 지역의 자연적, 우주론적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창조 신화가 존재한다. 인도 에는 신의 초월적 영성을 중요시하는 베다 창조 신화가, 중국에는 중국인의 정신세계가 잘 반영된 반고 신화가, 북구에는 열악한 자연조건을 극복해내기 위한 그들만의 천지창조 신화가, 아메리카 마야인 에게 우주와 교감하는 마야 창조 신화가, 아프리카 거인족에겐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원주민의 창조 신화가 각각 신화의 존재이유를 그들만의 생존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창조 신화와 성격은 유사하지만 그 목적이 또 다른 신화는 바로 사회나 국가의 성립을 설명하는 ‘건국 신화’다. 건국 신화에는 시조가 신의 직계자손이라는 우월의식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고대 문명은 종교와 국가가 하나인 신권정치를 펼쳤다. 그러기 위해서 건국 신화는 필수적이었다. 또한 유럽 문명을 탄생케 한 로마에서도 그들만의 건국 신화가 필요했고 섬나라만의 독특한 세계를 영위해 가야 했던 일본에도 건국 신화가 필요했을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독자들이 신화의 세계에 열광하며 흥미로운 모험의 여정에 빠져들 수 있는 건 인간으 로서는 할 수 없는 대담하고 신비로운 무용담을 펼쳐 대는 신화 속 영웅들의 대서사시 때문이다. 메소 포타미아 신화엔 길가메시와 이슈타르 여신, 마르두크가 대활극을 펼치고 이집트 신화에선 마트 여신이 무대를 누비고 다닌다. 그리고 이 모든 영웅들보다 우리의 뇌리에 가장 선명하게 박힌 영웅 하면 
 
- 2 - 신화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와 페르세우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신화에는 수만 년 전 인간 앞에 주어졌던 이해할 수 없는 자연의 모든 현상들을 신과 여신, 영웅의 이야기로 투사해 해결하고자 했던 불완전한 존재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과학적으로 규명했던 지금의 자연현상은 그 당시에는 공포와 혼돈의 무서운 괴담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때 사람들은 천둥과 지진, 계절 변화, 비, 일식과 월식에 모두 신이 개입하여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한계와 초월의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신화의 역사는 그래서 문명의 역사와 함께 손을 잡고 나란히 나아갔다. 그 신화를 만들었던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중국, 그리스, 인도 등의 고대 문명은 인류 문명 발전의 중요한 변곡점이 된 바퀴, 문자, 청동, 유리, 화약, 종이, 맥주 등을 만들어 냈다. 옛날의 전설은 아직도 우리의 삶에 언어, 꿈, 예술, 문학, 심리, 역사, 종교에 살아남아 큰 영향력을 행사 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현대라는 신화의 세계에서 우리의 영혼에 깃들어 있는 신과 인간의 까마득한 서사의 세계를 찾아 나만의 길가메시 여정을 떠나 볼 시점에 이르렀다. 이 책과 함께 마음껏 신비의 세계를 탐험 하는 눈부신 여정을 기원해 본다. 
 
▣ 차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이집트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페르시아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인도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중국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헤브라이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북유럽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동유럽 슬라브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아메리카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폴로네시아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아시아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아프리카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켈트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그리스-로마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 3 - 신화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길가메시 신화 우루크는 몸의 3분의 2가 신이고 3분의 1은 인간인 길가메시 왕이 다스리고 있었다. 길가메시 왕은 매우 잘생기고 총명한 데다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늘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강하다는 자만에 빠져 싸움 잘한다는 남자들을 찾아가서 두들겨 패고, 초야권을 발동해 결혼하는 처녀들의 첫날밤을 자신이 치르는 등 갖은 악행을 일삼았다. 그의 행패에 백성들은 하늘의 신 아누에게 길가메시를 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자 아누는 신들과 의논을 했는데, 신들은 길가메시가 너무 강해서 반대로 자신 들이 당할 수도 있으니 길가메시보다 더 강한 초인을 만들어 벌하자고 했다. 
 
아누는 창조의 여신 아루루에게 초인을 만들 것을 명했다. 이에 아루루는 점토로 초인 엔키두를 만들 었다. 엔키두는 강한 괴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온몸은 털로 덮여 있었고 여인처럼 긴 머리칼이 소의 몸같은 그의 신체를 덮고 있었다. 문명화된 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엔키두는 동물들과 같이 풀을 뜯고 물웅덩이 근처에서 살았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이 희한한 짐승에 대한 이야기가 우루크에 퍼졌다. 길가메시는 그 희한한 동물이 신들이 자신을 벌하려고 보낸 녀석이라는 것을 눈치 채고 그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이슈타르 신전의 무녀 샴하트를 엔키두에게 보내 그를 유혹하게 하였다. 
 
엔키두는 샴하트와 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동침하였고, 샴하트는 엔키두와 동침하면서 그의 야수성을 벗겨내었다. 샴하트와 일주일간 쉬지도 않고 관계를 맺은 엔키두가 본래 친구들인 짐승들에게 다가가자 짐승들은 엠키두를 피했다. 이제 엔키두는 짐승들의 말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으며 예전처럼 그들을 쫓아갈 만큼 잘 달릴 수도 없게 되었다. 하지만 짐승의 태를 벗자 엔키두는 인간처럼 지혜로워졌다.
마침내 우루크에 도착한 엔키두는 백성들의 호소를 듣고 분노하여 길가메시와 결투를 하게 된다. 두사람의 승부는 판본에 따라 엔키두가 이기기도 하고, 길가메시가 이기기도 하고, 서로 비기기도 하는등 그 유형이 다양할 정도로 둘의 승부는 치열했다. 하지만 치열하게 싸우면서 서로 교감을 느꼈기 때문인지 둘은 친한 친구가 되었고, 길가메시도 이때부터 마음을 고쳐먹고 백성을 생각하는 좋은 왕이 되었다. 이후 두 영웅은 함께 다니며 많은 영웅담을 남기는데 그중 하나가 훔바바 퇴치이다. 
 
태양신 우투는 엘림 산에 자신의 신전을 짓고 싶었으나 그곳에는 엔릴 신이 삼목을 보호하기 위해 산을 지킬 것을 명한 괴물 훔바바가 있었다. 훔바바는 숲속에서 움직이는 생명체를 보호하거나 잠들게 하는 능력이 있으며, 자신의 눈을 보는 자를 돌로 만드는 마력까지 지니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거대한 체구에 야성적이고 거친 소의 뿔이 있으며 꼬리와 성기는 뱀인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다. 
 
태양신 우투는 길가메시라면 훔바바를 퇴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길가메시에게 “우루크의 백성들 에게 나무가 필요한데 숲 속에 있는 괴물을 퇴치하고 나무를 베어오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길가메 시는 엘림 산으로 가려고 했지만, 엔키두가 훔바바는 자신이 야수일 때 함께 뛰어 놀던 친구라며 그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친구여, 당신과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삼나무 숲속으로 들어간단 말이오?
엔릴 신이 삼나무 숲을 지키려고 사람들을 겁주기 위해서 훔바바를 임명한 거요. 엔릴 신이 일곱 후광 
 
- 4 - 신화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이라는 무서운 운명을 그에게 주었단 말이오. 그곳에 가서는 안 되오.” 
 
엔키두는 길가메시를 말렸지만 길가메시는 엔키두와 같이 간다면 훔바바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함께 산으로 갔다. 엔키두와 길가메시가 산에 가자 일곱 후광을 두른 훔바바가 나타났다. 그 후광의 힘에 길가메시와 엔키두 역시 벌벌 떨면서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길가메시는 기지를 발휘하여 훔바바에게 “나의 누이와 여동생을 주어 그대를 가족으로 맞고 싶으니 후광을 잠시 거두어주게”라고 부탁했다. 이에 훔바바가 잠시 일곱 후광을 거두자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협공하여 순식간에 훔바바를 제압하였다. 훔바바는 목숨만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이를 불쌍히 여긴 길가메시는 자비를 베풀까 생각했지만 엔키두가 훔바바를 살려두면 후환이 있을 것이니 훔바바를 죽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옛 친구의 야속한 말에 화가 난 훔바바는 엔키두에게 욕을 퍼부었고 화가 난 엔키 두는 훔바바의 목을 베어버렸다. 이후 그 산에는 우투의 신전이 만들어졌다. 
 
두 사람의 명성이 하늘에까지 닫자 풍요의 여신 이슈타르가 길가메시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하지만 길가메시는 “그대는 나에게 부를 주겠다고 말하면서 그 대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을 나에게 요구할 것이다. 그대가 먹는 음식과 옷은 여신의 것과 걸맞은 것을, 집은 여왕의 궁전과 같은 것을, 그리고 옷감도 최상의 것을 바랄 것이다. 내가 왜 그대에게 그런 것을 바쳐야 하는가? 그대는 낡아빠진 문짝, 허물어져가는 궁전, 머리에 쓸 수 없는 터번, 손에 달라붙은 송진과 깨진 항아리, 거기에다 발에 맞지도 않는 헌신짝 같은 가치도 없는 존재가 아닌가”라고 말하면서 매몰차게 여신을 거절했다. 
 
여신의 몸으로 인간에게 차이는 수모를 당한 아슈타르는 아버지인 아누 신에게 자신을 도와주지 않으면 지하의 망자들을 내보내 산 자들을 뜯어먹게 해 세상을 멸망시키겠다고 협박했다. 아누 신은 할 수없이 하늘의 황소 구갈안나를 지상에 풀어놓았다. 구갈안나는 우루크 땅을 황폐화시키고 백성들을 죽였다. 이에 분노한 길가메시는 엔키두와 함께 구갈안나를 처치하러 나섰다. 먼저 엔키두가 어마어마한 힘으로 구갈안나를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고, 그 틈에 길가메시가 황소를 찔러 죽이려고 했다.
구갈안나를 두 영웅이 죽이려고 하자 당황한 아슈타르는 어린 신들을 데리고 두 영웅을 말리러 갔다.
하지만 그때 구갈안나는 이미 죽어버렸고 엔키두는 “내 친구에게 손 끝 하나 대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황소의 넓적다리를 잘라 이슈타르에게 던져 그녀를 모욕하였다. 
 
이에 분노한 이슈타르는 신들을 모아 훔바바와 구갈안나를 죽인 두 영웅을 벌해야 한다는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신들은 두 영웅을 벌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신들은 각고의 회의 끝에 자신들의 피조물인 엔키두를 죽이기로 결정하였다. 결국 엔키두는 병에 걸려 12일에 걸쳐 죽어갔고, 죽어가면서 자신을 인간으로 만든 무녀 샴하트를 저주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태양신 우투가 샴하트가 아니었으면 엔키두는 길가메시와 친구가 되지도 못했을 것이고 지금까지의 영화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그를 설득했다. 그 말에 엔키두는 자신의 저주를 거두고 길가메시의 품에 안겨서 죽었다. 길가메시는 그의 시체가 썩어 벌레가 나올 때까지 그를 안고 있었다고 한다. 
 
중국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반고 창조 신화 아주 먼 옛날, 이 세상은 검고 흐린 상태의 하나의 알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안에 한 사람이 웅크리고 있었으니 그가 바로 반고이다. 깜깜한 알 속이 싫었던 반고는 어느 날 알을 깨어 버렸다. 이때 알 속에 있던 무거운 것들은 가라앉고 가벼운 것들은 위로 치솟았다. 하지만 다시 무거운 것들과 가벼운 것들 
 
- 5 - 신화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이 모여 혼돈의 상태로 가려고 하자, 반고는 자신의 두 다리와 두 팔로 무거운 것들과 가벼운 것들을 떼어놓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때부터 반고의 키가 하루에 한 자씩 자랐으며, 이로 인해 하늘과 땅이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반고가 울 때 그의 눈물은 강이 되고 숨결은 바람이 되었다. 목소리는 천둥, 눈빛은 번개가 되었다. 그가 기쁠 때는 하늘도 맑았고, 슬플 때는 하늘빛이 온통 흐려졌다. 이렇게 애를 쓴 것이 무려 18,000년이었고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이 서로 9만 리의 거리로 멀어지자 드디어 반고는 혼돈을 막았다고 안심 하며 대지에 누워 휴식을 취했고 그 상태로 죽게 된다. 그가 죽을 때 두 눈동자는 태양과 달이 되었고, 사지는 산, 피는 강, 혈관과 근육은 길, 살은 논밭, 수염은 벼, 피부는 초목이 되었다. 이렇게 반고의온 정성과 헌신을 다한 희생으로 세상이 만들어졌다. 옛날 사람들은 이처럼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몸을 바친 반고를 기념하기 위하여 남해에 반고 무덤을 세웠으며 계림에는 사당까지 세웠다고 한다. 
 
인간을 창조한 여와 반고에 의해 하늘과 땅이 생겨났지만 땅에는 아직 인간이 출현하지 않았다. 인간을 창조한 것은 여신 여와다. 여와는 사신인수(蛇身人首), 즉 뱀의 몸에 사람의 머리를 지닌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황토를 반죽해 사람의 형태를 만들고 그 안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최초의 인간은 그렇게 창조되었다. 그러나 광활한 대지에 걸맞은 충분한 수의 인간을 하나하나 정성껏 만드는 일은 대단히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여와는 보다 수월하게 인간을 만들기 위해 끈을 흙 속에 늘어뜨렸다 끌어올려 그 끈에서 떨어진 흙으로 인간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하여 많은 인간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여와가 인간에게 부여한 목숨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냥 내버려두었다가는 모처럼 애써 만든 인간이 태어나서 얼마 안 가 죽는 처지가 돼 땅에서 금방 사라지고 말 것 같았다. 이렇게 해서는 인간을 오래도록 만들 수 없겠다고 판단한 여와는 남녀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기르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덕분에 인류는 자연과 대지 위에 점차 그 수를 불려나가게 되었다. 
 
여와가 인류를 창조하고 난 후 어느 날 무서운 일이 일어났다.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 부러지고 땅을 잇는 끈이 끊어져 천지가 기울었으며 땅이 쩍쩍 갈라지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그리고 갈라진 땅속에서는 화염이 뿜어져 나왔고 하천이 범람하고 바다에는 해일이 밀려들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산림에서 맹수가 출현하여 사람들을 잡아먹었고 하늘에서는 흉조가 날아와 노약자들을 채갔다. 
 
이 광경을 본 여와는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결연히 일어섰다. 먼저 오색의 돌을 불로 벼리어 무너진 하늘을 메웠다. 그러고는 큰 거북의 발을 잘라 세상의 네 귀퉁이에 세워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을 삼았다. 또 홍수를 일으킨 원흉의 하나인 흑룡을 죽이고 갈대를 태운 재를 쌓아 홍수를 제압했다. 그녀가 나선 지 열흘 만에 모든 재해가 멈추고 인간은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복희와 여와 금방이라도 큰비가 퍼부을 듯이 하늘은 온통 검은 구름으로 뒤덮이고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가운데먼 하늘에서 우레 소리가 요란스레 들려왔다. 그때 마침 집 밖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푸른 이끼를 엮어 만든 이엉을 지붕 위에 덮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큰비가 쏟아져도 집안으로 빗물이 샐 염려가 없었다. 아직 열 살도 안 된 그의 아들과 딸은 집 밖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그가 지붕에 이엉을 다 덮고 나서 아이들을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곧 비가 쏟아 붓기 시작했다. 어린 자식들과 아버지는 재빨리 창문을 닫고 온기가 어린 따스한 작은 방 안에서 단란한 한때를 즐겼다. 
 
- 6 - 신화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그렇게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잠깐,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고 바람 또한 거세어져 갔으며 뇌성도 점차 요란해져 갔다. 마치 하늘의 뇌공이 진노하여 인간들에게 커다란 재앙을 내리려는 듯싶었다. 이때 그 남자는 커다란 재앙이 눈앞에 닥쳐오리라는 것을 예감하고 미리 만들어 두었던 쇠망태기를 가져와 처마밑에 두었다. 그는 쇠망태기의 입구를 열어 두고 손에는 호랑이를 사냥할 때 쓰는 창을 움켜쥔채 서서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은 시커먼 먹구름으로 뒤덮이고 가끔씩 번갯불이 번쩍거리는 가운데 뇌성이 잇달아 울려 퍼졌다.
이윽고 시퍼런 얼굴을 한 뇌공이 손에 도끼를 들고 비호처럼 하늘에서 내려왔다.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지붕으로 내려온 뇌공은 지붕 위에 깔아 놓은 푸른 이끼에 미끄러져 처마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이때 처마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버지는 뇌공이 떨어질 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창으로 힘껏 찔렀다. 창은 정확히 뇌공의 허리에 꽂혔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창에 찔려 고꾸라지는 뇌공을 아버지는 놓치지 않고 재빨리 낚아채 쇠망태기 속에 쳐 넣고 망태기를 등에 짊어진 채로 방안으로 들어왔다. “이번에야 말로 정말 네 놈을 잡고 말았구나! 이제 네 놈은 아무런 수작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뇌공을 잘 지키라고 일렀다. 뇌공의 괴이한 모습을 본 아이들은 처음에는 무서워 어쩔 줄을 몰라했으나 차츰 익숙해져서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아버지는 향료를 사러 시장에 갔다. 뇌공을 죽여서 절여 반찬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아버지는 집을 떠나면서 아이들에게 단단히 일렀다. “얘들아, 절대로 저 녀석에게 물을 주어서는 안 된다!” 
 
아버지가 집을 나서자 쇠망태기 속에 갇혀 있던 뇌공은 거짓으로 몹시 아픈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에게 물을 달라고 애원했다. “목이 말라 죽겠다. 제발 물 한 사발만 다오.” 그러나 사내아이는 냉정히 거절 했다. “물 한 사발이 안 된다면 물 한 잔만이라도 다오. 정말로 목이 말라 죽겠다.” 사내아이는 또 다시 뇌공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부뚜막의 수세미를 가져와서 물 몇 방울만이라도 떨어뜨려 다오. 정말 목이 타 죽겠다.” 
 
말을 마친 뇌공은 눈을 감고 입을 쩍 벌리고 일부러 훨씬 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의 처분을 기다렸다. 그러자 여동생인 여자아이가 뇌공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 불쌍하기도 해라. 오빠, 시험 삼아 물 몇 방울만 떨어뜨려 주면 어떨까?” 오빠는 잠시 생각하더니 물몇 방울쯤이야 괜찮을 것 같아 동생의 말에 따랐다. 오누이는 부엌으로 가서 수세미에 물을 적신 다음 뇌공의 입에 물 몇 방울을 떨어뜨려 주었다. 물을 마시고 난 뇌공은 아이들에게 말했다. “정말 고맙구나! 내가 이 방을 빠져나갈 터이니 자리를 좀 비켜주겠니?” 뇌공이 물을 먹고 기력을 차리자 아이들은 자신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방문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 순간 천지를 진동하는 벽력 소리와 함께 뇌공이 쇠망태기를 꿰뚫고 집 밖으로 빠져나갔다. 뇌공은 집밖으로 나가기 전에 입 속에서 이빨을 하나 빼서 아이들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어서 이것을 땅에 심거라. 그리고 큰 재난이 닥쳐오거든 이열매 속에 들어가 숨어라!” 
 
얼마 후 장에 갔던 아버지가 향료를 사서 돌아왔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뇌공을 가두어 두었던 쇠망태 기가 부서져 있는 것을 본 아버지는 아연실색해 아이들에게 연유를 물었다. 오누이는 눈물을 흘리며 자기들이 잘못해서 뇌공이 달아났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남매의 말을 들은 아버지는 머지않아 큰재앙이 닥쳐오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아버지는 밤낮으로 쉬지 않고 장차 닥쳐 올 큰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철선 한 척을 만들기 시작했다. 
 
- 7 - 신화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오누이는 뇌공이 준 이빨을 땅에 심었다. 놀랍게도 뇌공의 이빨은 심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새파랗게 새싹이 돋아났다. 그리고 하루 만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었다. 이튿날 아침에 보니 그 열매는 커다란 호리병 박으로 변해 있었다. 오누이는 톱을 가져와 호리병 박을 켰다. 그 안에는 수없이 많은 뇌공의 이빨이 들어 있었다. 아이들은 호리병 박 안의 이빨들을 파냈다. 오누이가 그 안으로 기어들어가 보니 호리병 박은 그들 둘의 몸을 숨기기에 딱 맞는 크기였다. 
 
뇌공이 사라진 지 사흘째 되는 날 아버지는 마침내 철선을 완성했다. 그때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 닥치고 폭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였다. 또 땅에서는 분수처럼 물이 솟구쳐 올라 구릉을 삼키고 높은 산을 에워싸 버렸다. 근처 마을의 농가와 숲의 나무와 촌락이 모두 물에 잠기어 바다를 이루고 말았다. “얘들아, 어서 피해라, 뇌공이 무서운 홍수로 보복을 해오고 있구나!” 오누이는 재빨리 호리병 박속으로 들어가 숨었고 아버지는 철선에 올라탔다. 홍수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져 그 수위가 하늘에 닿았다. 철선에 타고 있던 아버지는 거센 비바람과 넘실대는 무서운 파도도 아랑곳하지 않고 줄곧 배를 저어 하늘 문에 다다르게 되었다. 아버지는 뱃머리에 서서 손으로 하늘 문을 힘껏 두드렸다.
“어서 문을 여시오!” 대문을 두드리는 우렁찬 소리에 겁을 먹은 하늘의 천신이 물을 다스리던 수신에게 급히 호통을 쳤다. “빨리 물을 빼지 못할까?” 
 
수신이 천신의 명한 대로 행하니 눈 깜짝할 사이에 비가 그치고 홍수가 물러갔다. 순식간에 물이 빠졌고 대지 위의 모든 것이 예전처럼 드러났다. 그러나 물이 빠지는 순간 그 아버지는 철선과 함께 높은 하늘에서 떨어졌다. 철선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고 아버지도 산산이 부서져 죽고 말았다. 그러나 호리병 박 속에 숨어 있던 오누이는 다친 데라곤 한 곳도 없었다. 이 대홍수로 대지 위의 모든 인간은 죽고 오직 오누이만 살아남았다. 그들은 본래 이름이 없었다. 그들은 호리병 박 속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에 복희라고 부르게 되었다. 복희란 바로 호리병 박을 뜻하는 것이었다. 대지 위에 살고 있던 인간 들은 절멸되고 말았지만 오누이는 열심히 일하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오누이는 자라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오빠는 여동생과 결혼하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여동생은 번번이 거절하곤 했다. 그러다 여동생은 오빠가 자신을 잡으면 결혼해 주겠다고 제안 했고, 오빠는 꾀를 내어 여동생을 자신의 품에 안게 되어 둘은 결혼하게 되었다. 그들이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동생은 고깃덩어리를 낳았다. 부부는 이를 괴이하게 여긴 나머지 고깃덩이를 잘게 잘라 종이에 싼 다음 하늘로 통하는 사다리를 타고 하늘나라에 놀러 가게 되었다. 그들이 사다리를 반쯤 올랐을 때 느닷없이 거센 바람이 불어와 종이에 쌌던 고깃덩이 조각들이 사방으로 산산이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조각들은 지상에 닿자마자 모두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나뭇잎 위에 떨어져 사람이 된 자에게는 섭이라는 성씨를 주고, 나무 위에 떨어져 사람이 된 사람에게는 목이라는 성씨를 주는 등, 떨어진 곳의 사물의 명칭을 따서 각기 그들의 성씨로 삼았다. 그로부터 지상에서 또다시 인간들이 번성하게 되었다. 그 결과 복희씨 부부가 인류를 창조한 시조가 되었다. 
 
헤브라이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헤브라이 천지 창조 신화 『성경』의 <창세기>는 천지창조와 유대인의 조상들에 관한 이야기다. 창세기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 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일반적인 창조신화에서는 신이 기존의 재료를 가지고 세계를 창조하는 데 비해 창세기의 천지창조는 무에서 출발한다. 그저 신의 말 한 마디만으로 사물이 
 
- 8 - 신화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생겨난 것이다. 신은 빛을 창조하고 그것을 밤과 낮으로 나눈다. 그리고 땅, 식물, 해, 달, 별, 동물을 만든 다음 마지막으로 신의 형상을 한 인간을 창조한다. 일곱째 날에 신은 휴식을 취한다. 나중에 신은 인간에게도 일곱째 날(안식날)을 휴식의 날로 지키라고 명한다.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는 다른 고대의 창조신화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신들의 다툼도 없고, 신이 이미 존재하는 바다와 싸워 이겼다는 식의 세계 창조 과정의 고투에 관한 언급도 없다. 또한 인간이 신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진 존재라는 신화는 <창세기>가 유일하다. 
 
<창세기>의 천지창조 이야기와는 다르게 『탈무드』의 천지창조 이야기는 기본적인 맥은 같이하고 있지만 결이 다른 새로운 천지창조를 전해 주고 있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스물두 개의 헤브루 알파벳 철자들이 하나님을 뵈러 갔다. 스물두 개의 철자들은 저마다 자기가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할 때 발설하는 첫 번째 말이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결국 선택받은 철자는 베이스(Beth;
헤브루 알파벳의 두 번째 철자)였다. 하나님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축복’을 뜻하는 바룩(Baruch)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나님은 창조 작업을 축복으로 시작하였다. 
 
첫째 날 하나님은 하늘과 땅, 빛과 어둠, 낮과 밤을 만드셨다. 하느님은 돌을 들어 막막한 허공에 던지 셨다. 그러자 그 돌이 허공에 자리를 잡으며 땅의 중심부가 되었다. 둘째 날 하나님은 천사들을 창조 하고, 셋째 날에는 레바논의 거대한 삼나무를 비롯한 식물을 만드셨다. 셋째 날 하나님은 삼나무들이 너무 크게 자라 교만해질 것을 염려하여, 삼나무를 벨 수 있는 도끼를 만들라고 땅 속에다 쇠를 창조해 놓으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아담과 이브가 살게 될 낙원, 즉 에덴동산을 창조하셨다. 넷째 날에는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이 창조되었다. 다섯째 날에는 바다생물들과 새들이 창조되었다. 하나님이 베헤 모스를 비롯한 짐승들을 창조한 것은 여섯째 날이었다. 인간들이 창조된 것 역시 여섯째 날의 일이었다. 하나님은 천지창조가 제대로 역사하기 위해서는 세계를 다스리는 자신을 닮은 인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인간을 만드시기로 결심했다. 
 
인간의 창조와 추방 태초의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고 그 여섯째 날에 하나님 자신의 형상과 흡사한 모습을 한 존재를 만들기 위해 흙을 빚고 생명을 불어넣어 최초의 인간인 아담을 탄생시켰다. 하나님은 아담에게 온갖 동식물의 이름을 짓는 권리를 주고 에덴에서 자라는 모든 나무들의 열매를 마음대로 먹어도 좋다고 허락 했다. 다만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으면 반드시 죽으리라 경고했다. 이후 아담이 짝이 없어 외로워하자 잠자는 틈을 타 갈비뼈를 빼내어 최초의 여성인 이브를 탄생시켰다. 어느 날 뱀이 이브 에게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게 되면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동등해질 것이라고 유혹했고, 이 유혹에 넘어간 이브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고 아담에게도 이를 먹게 했다. 
 
두 사람이 자신의 당부를 어긴 것을 알게 된 하나님은 크게 분노하며 이브에게는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아담에게는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평생 땅을 갈아 수고해야만 먹고살 수 있는 저주를 내렸다. 결국 아담과 이브는 하나님으로부터 가죽옷을 받고 에덴에서 추방되었으며, 인간이 생명의 나무 열매를 따먹고 영생을 누릴 것을 염려한 하나님은 케루빔과 불칼을 두어 생명의 나무를 지키게 했다. 
 
에덴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는 장남 카인과 차남 아벨을 낳았다. 카인은 농부였고 아벨은 양치기였는데, 세월이 흐르고 하나님에게 제사를 바칠 때 카인은 자신이 기른 곡식을 바쳤지만 하나님은 새끼양의 고기를 바친 아벨의 제사만 받고 카인의 제사는 받지 않았다. 이에 분해 참지 못한 카인은 아벨을 들로 불러내어 돌로 쳐 죽였고 결국 추방되게 된다. 이후 아담과 이브는 또 다른 자식 셋을 낳고 카인 
 
- 9 - 신화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의 후손과 셋의 후손은 세상에 번창해 나갔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하나님이 만든 인간들이 타락하자 하나님은 세상을 물로 심판할 생각을 하고 므두셀라의 손자 노아를 불러 방주를 만들게 한다. 40일에 걸친 대홍수가 끝나고 다시 노아의 세 아들 셈, 함, 야벳이 새로운 인류의 조상이 된다. 
 
아시아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일본 건국 신화 태초에는 광활하고 기름기 많은 혼돈의 바다밖에 없었다. 하늘에서 이 바다를 내려다보던 세 신령이 세상을 창조하기로 결정했다. 신령들은 남신 이자나기와 여신 이자나미를 비롯해 많은 남신과 여신을 만들어 냈다. 신령들은 이자나기에게 세상을 창조하라며 마법의 창을 주었다. 이자나기가 창을 혼돈의 바닷속에 넣고 휘휘 돌렸다가 창을 꺼내 보니 창끝에 바닷물 몇 방울이 응결되어 있었다. 그 방울들은 도로 바닷속으로 떨어져 오오야시마가 되었다. 이것이 현재의 일본 열도가 되었다. 그리고 이자나기와 이자나미가 다른 섬들을 낳았는데 이것이 혼슈, 시코쿠, 규슈 등의 섬들이었다. 
 
그런데 이자나미는 마지막 불의 신을 낳다가 그만 불에 타 죽고 황천으로 가 버렸다. 슬픔에 못 이긴 이자나기는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 황천까지 찾아갔다. 그곳에서 천신만고 끝에 이자나미를 만나 그녀를 데리고 나온다. 그러나 황천을 다스리는 신과의 약속인 이승으로 올 때까지 뒤돌아보지 말라는 말을 어기고 데리고 나오던 도중에 이자나미의 얼굴을 보려고 뒤돌아보고 만다. 결국 이자나미의 몸은 구더기가 생기며 천둥의 신으로 변했다가 죽음을 다스리는 신이 되고 만다. 이자나기는 그 뒤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신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자나기가 죽음의 나라의 부정을 털어내기 위한 의식인 목욕재계를 하던 중 마지막으로 좌우 눈과 코를 씻자 아마테라스오오미가미와 츠쿠요미노미코토, 스사노오노미코토 등의 세 명의 귀공자가 태어났다. 그 중 코에서 태어난 스사노오는 자신이 부여받은 땅에서 통치는 하지 않고 밤낮을 울기만 하다가 이자나기로부터 추방당했다. 스사노오는 결국 누이인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가 살고 있는 타카마노 하라로 올라가는데, 올라가는 기세가 너무 커서 천지가 흔들렸다. 아마테라스는 동생의 행동에 깜짝 놀라 “내 나라를 빼앗을 작정이냐?”며 동생을 나무랐다. 이에 동생은 다른 야욕은 없다며 누이에게 맹세를 하고 그곳에서 사는 것을 허락받았다. 하지만 그는 그곳의 밭을 망치고, 제례의 제사상을 더럽히며, 살아 있는 말의 가죽을 벗기는 등 방탕한 생활을 하였다. 이를 보다 못한 아마테라스는 화가 나서 하늘바위문 안으로 숨어 버렸다. 태양의 신이 숨어 버리자 세상은 암흑으로 변했다. 이에 스사노오는 다른 신들에게 머리와 손톱을 뽑히고 그곳에서 추방당하고 말았다.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가 하늘바위문 안에서 나오지 않자 세상은 깜깜한 어둠으로 바뀌었다. 이에 불편을 느낀 신들이 모여서 회의를 열었다. 그리하여 바위문 앞에 큰 거울을 놓고 그 앞에서 연회를 벌여, 한 여신이 춤을 추고 다른 신들은 그 춤을 보면서 박장대소를 했다. 그러자 아마테라스 여신이 이상하게 여겨 빠끔히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내가 숨어 버려 불편함이 많을 줄 알았더니 춤추고 박수를 치다니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 하고 물었다. 그러자 신들은 “당신보다 더 고귀한 신이 납시어 모두 환영하며 맞이하는 참입니다”라고 대답하고 얼른 거울을 아마테라스 여신 쪽으로 돌렸다.
거울에는 당연히 아마테라스 여신의 모습이 비쳤는데, 아마테라스 여신은 그것이 자신의 모습인 줄 모르고 자세히 보려고 문을 좀 더 열었다. 그때 힘이 센 신이 손을 뻗어 아마테라스 여신의 팔을 붙잡고 밖으로 끌어내었다. 동시에 다른 신은 뒤쪽으로 밧줄을 쳐서 아마테라스 여신이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하여 세상에 빛이 돌아오게 되었다. 
 
- 10 - 신화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한편 스사노오는 이즈모노 쿠니로 내려가 사람들을 괴롭히던 머리와 꼬리가 여덟 개 달린 수룡 야마타노 오로치를 죽이고 그 뱀에서 나온 검을 누나인 아마테라스 여신에게 바렸다. 그리고 스가노미야에 나라를 세워 많은 이즈모의 신의 조상신이 되었다. 그러자 아마테라스 여신은 스사노오를 돕기 위해 그의 후손에게 벼를 가져다주고 농사짓는 법을 가르치게 했다. 그러던 중 돌연히 스사노오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자 타카마노 하라에서 아마테라스의 손자인 니니기노 미코토가 5부신과 함께 강림해서 그땅을 다스리고 그를 천황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리스-로마 문명의 신화를 찾아서 
 
그리스의 창세 신화 태초의 세상은 지루한 공허인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 이 공허가 끝나자 가이아와 에레보스를 모태로 바다와 하늘, 숲과 산이 생겨났다. 그 다음에 사랑의 신인 에로스가 생겨났다. 에로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화살과 횃불로 모든 사물에 생기를 불어넣어 생명과 환희가 나왔다. 사랑의 힘으로 가이아는 홀로 하늘의 신인 우라노스와 바다와 물의 신인 폰토스를 태어나게 했다. 우라노스와 폰토스는 남신으로, 그들은 대지의 여신인 어머니 가이아를 덮치며 쉬지 않고 결합하여 수많은 자식을 낳았다. 하지만 우라노스가 계속해서 가이아를 덮은 채 딱 붙어 있었기 때문에 자식들은 가이아의 뱃속에서 나갈 수 없었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 사이에서 태어난 12남매는 바로 ‘티탄족’ 즉 거대한 신들의 족속이다. 여섯 아들 중 맏이는 거대한 바다의 신인 오케아노스이고, 둘째아들은 ‘하늘 덮개’라는 뜻의 코이오스, 셋째는 ‘높은 곳을 달리는 자’라는 뜻의 히페리온, 넷째는 크리오스, 다섯째는 이아페토스, 여섯째는 ‘시간’이라는 뜻의 크로노스가 나왔다. 이들 중 다섯째인 이아페토스에게서 ‘먼저 아는 자’라는 뜻을 지닌 프로메테우스가 태어나고, 여섯째 크로노스로부터 올림포스 신들이 나왔다. 또한 여섯 명의 딸들은 첫째는 태이아가, 둘째는 ‘동물의 안주인’이라는 뜻의 레아가, 셋째는 ‘기억’이라는 뜻의 므네모시네, 이어서 포이베, 테튀스, 테미스가 태어났다. 
 
그들은 최초의 신답게 모두 기골이 장대하였고 용모도 준수하고 아름다웠다. 티탄신족은 눈이 맞는 남매끼리 결합하여 자식들을 낳기 시작했다. 티탄 신족 다음으로 태어난 자식들은 외눈박이 괴물인 키클 롭스 삼형제와 팔이 백 개에 머리가 쉰 개인 거인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가 있다. 흉측한 키클롭스와 헤카톤케이레스에게 두려움을 느낀 우라노스는 그들을 땅속 깊은 곳 ‘무한 지옥’이라는 뜻의 타르타로스 감옥에 가두었다. 
 
가이아는 대지의 가장 깊은 곳인 자신의 뱃속에 키클롭스 삼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를 가두어 버렸지만 이들이 자신의 뱃속에서 벌이는 소동을 견딜 수가 없었다. 가이아는 우라노스를 제거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또 다른 자식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후환을 없앨 방도를 티탄 신족 12남매와 상의했다. 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중 막내아들인 크로노스가 어머니에게 강철로 된 낫을 하나 만들어 주면 자신이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잘라 버리겠노라고 말했다. 그러자 가이아는 자신의 몸속에 흐르는 맥에서 낫을 하나 만들어 크로노스에게 주었다. 
 
이윽고 밤이 되자 우라노스가 어김없이 검은 구름 가이아를 덮쳤다. 그러자 우라노스의 성기가 부풀어 올랐고, 이때를 놓치지 않고 크로노스가 낫으로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잘라 버렸다. 우라노스는 비명을 지르며 이렇게 말했다. “내 생식기에서 피가 솟구쳐 나왔으니 이는 예삿일이 아니다.” 우라노스의 염려 
 
- 11 - 신화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처럼 그의 성기에서 피의 정기와 사랑의 정기가 함께 나왔다. 이때 피의 정기가 가이아의 몸속에 떨어 졌고, 그러자 가이아는 뜻하지 않게 또 자식들을 낳았다. 이때 낳은 자식들이 복수의 여신인 에리니에스 자매들과 괴상한 짓만 골라서 하는 거인인 기간테스 형제들이다. 
 
우라노스는 막내아들인 크로노스로부터 뜻하지 않은 공격을 받아 가이아로부터 떨어져 지금의 땅과 하늘처럼 되어 버렸다. 그리고 우라노스의 잘려진 성기에서 나온 사랑의 정기는 바다로 떨어져 거품이 되어 떠돌다가 뒷날 키프로스 섬에서 아름다운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로 태어난다. 
 
우라노스를 물리친 크로노스는 신들의 왕이 되었다. 그리고 티탄 신족 레아와 결혼을 했다. 그는 왕이 되자 어머니 가이아와의 약속을 저버렸다. 그 약속은 타르타로스 감옥에 갇힌 형제들을 풀어주는 것이 었는데 그들의 생김새가 두려워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크로노스와 가이아는 서로 갈등 하는 사이가 되었다. 크로노스의 악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크로노스의 아내가 하데스, 포세이돈,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등 5남매를 낳으면 낳는 즉시 우라노스처럼 자식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것은 우라노스의 저주였다. 레아도 가이아처럼 슬픔에 잠겼다. 그럼에도 그녀는 크로노스의 아이를더 갖게 되었다. 그 막내가 바로 제우스였다. 
 
레아는 더 이상 아이들을 희생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마지막으로 낳은 아들 제우스를 살리고 싶어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에게 하소연했다. 그러자 가이아가 레아에게 방법을 알려주었다. 가이아 여신은 아기만한 바윗덩어리를 하나 강보에 싸 가지고 와서는 이 바윗덩어리와 아기를 바꿔치기한 뒤 제우스를 안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크로노스가 레아 곁에 놓인 강보에 싸인 것을 가리 키며 “저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레아는 ‘대지의 속살’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크로노스는 레아 곁에 놓인 것이 자신의 자식이라고 여기고 삼켜 버렸다. 
 
이렇게 해서 겨우 살아남은 아기는 크레타 섬, 숲의 님프인 나이아데스에게 맡겨 키워졌다. 이 아이가 바로 나중에 크로노스를 물리치고 신들의 왕이 되는 제우스다. 
 

- 12 - 신화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반응형

'책,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성의 글쓰기  (0) 2020.06.11
엄마의 책장  (0) 2020.06.11
수학으로 들어가 과학으로 나오기  (0) 2020.06.11
세습 중산층 사회  (0) 2020.06.11
오래된 대답  (0) 202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