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나쁜 죄
레지날드 힐
[1]
'테니스 경기가 열리고 있던 센터 코트에서 공이 라인에 닿았느냐,안 닿았느냐로
논란이 일어났다.이 와중에서 한 중년 남자가 퇴장을 당했다.'
어렸을 때,나는 여름날 저녁이면 엄마와 함께 방갈로 베란다에 앉아 있곤 하였다.
거기서는 플라멩고들이 테니스 코트를 넘어서 먼 호수로 가는 것이 보였다.
이시간이 하루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었다.그리고 베란다는 내가 제일 좋아하
는 장소였다.베란다에는 낮은 탁자 하나,몇개의 나무 의자가 있었고 오래된 영국 농
가의 흔들의자가 있었는데,이것은 너무 오래 되어서 앉는 자리가 반들반들했다.
이 흔들의자는 아버지 전용 의자였다.하루 일을 마치면 아버지는 이곡에 몸을 쭉 펴
고 앉아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숨을 크게 쉬셨다.그리고 때때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콜리,이것이 네 할아버지가 앉으시던 의자란다.내가 이 얘기를 너에게 했던가?"
"네,하셨어요,아버지."
"그래?그러면 할아버지가 여기 앉으셔서 무슨 이야기를 하셨던가 하는 얘기도 했겠구
나."
"예.인생은 게임이다.너는 게임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속이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나쁜 죄다."
나는 마치 노래하듯 외웠던 말을 읊었다.
"그래,그래,착하다."
아버지는 껄껄 웃으며 엄마를 바라보셨다.그러면 엄마도 아버지를 마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시고는,다시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셨다.엄마가 미소를 지으면 나도
미소를 지었다.엄마는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사실 엄마는 그곳 5백 평방마일 내에 살
고있던 세 명의 백인 여자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분이셨다.아마 다른 사람들 눈에도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폭소'라는 별명이 붙은 고튼 아저씨란 분이 계셨다.그 분은 나이도 젊은데 그 지역
사무관이었으며,아버지보다 더 좋은 학교를 나온 분이었다.그 아저씨는 진 토닉을
세 잔만 마시면 어머니를 보고 아름답다는 말을 하곤 하였다.그러면 어머니는 미소를
띠고 아버지는 껄껄 웃곤 하셨다.고튼 아저씨는 때로는 별일이 없나 알아보러 왔다는
핑계로(당시 이미 원주민들의 소요가 발생하고 있었다.),때로는 테니스를 한 게임
치러 왔다는 핑계로 우리 집에 자주 오셨다.
나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고튼 아저씨가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진지한 것
인가에 대해서 생각도 해 볼 수 없었다.한번은 아버지가 숲에 나가 계실 때 고튼 아
저씨가 우리 집에 온 적이 있었다.밤중이었지만 나는 잠을 깨 물을 한 잔 마시기 위
해 밖으로 나갔다.그때 베란다에서 무슨 소동이 일어난 듯 소란한 소리가 들렸다.나
가보니 엄마는 흔들의자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히고 계셨고,고튼 아저씨는 붉어진 얼
굴로 숨을 헐떡거리며 바닥에 앉아 있었다.이상하게도 바닥에 앉은 고튼 아저씨의
모습보다 엄마의 모습이 더 강한 인상으로 다가왔다.내 평생 엄마가 흔들의자에 앉으
신 모습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마치 나이든 형이 아우를 감싸고 도와주는 태도로 고튼 아저씨를 대했다.
다만 테니스 시합을 할 때만은 두분 다 정열을 뿜어내며 대결을 벌였다.아마 그것은
질투 때문이 아니라 운동 경기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경쟁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간에 두 분간의 테니스 시합은 큰 구경거리였다.아머지의 노련한 기술과 고
튼 아저씨의 젊음이 앞서 도저히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테니스 코트토 아름다웠다.그 사각형의 초록색 영국 잔디를 완벽하게 깔아 놓는 데
만도 십년이 걸렸을 정도였다.야생 동물들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테니스 코트는 철망
으로 완전히 봉해져 있었다.그 철망에 작고 좁은 문이 있어서 사람들은 그리로 드나
들었다.그러나 그 문 마저도 밤이면 쇠사슬과 커다란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어느 봄날 오후,아버지와 고튼 아저씨는 거기서 최후의 테니스 시합을 가지게 되었다.
마치 영국의 가장 좋은 여름날 저녁과 같이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였다.엄마는 이웃집
아줌마가 해산하는 것을 도와주러 가고 안 계셨다.그 아줌마는 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영국으로 가지 못하고 그곳에서 애를 낳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엄마가 계실때는 그러지 않았는데,안 계시니까 두 분은 서로
오히려 마음의 갈등을 겪는 것 같았다.때문에 아버지가 고튼 아저씨에게 테니스를 치
자고 했을 때,그것은 마치 결투를 신청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고튼 아저씨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나한테 말했다.
"콜리,같이 가자.가서 볼보이 좀 해줄래."
아버지도 말씀하셨다.
"그래,콜리.같이 가자꾸나.가서 심판도 좀 봐 주렴.우리가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그러자 고튼 아저씨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니,우리한테 무슨 심판이 필요합니까?우리 둘 다 서로 속일 사람은 아니잖아요?"
"인생은 게임이다.너는 게임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속이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나쁜
죄다."
내가 또 그 소리를 읊었다.그러자 아버지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튼 아저씨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네 말이 맞다.콜리.네가 심판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더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다.그러나 정식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두분이 몇번 공을 쳐보는 것부터가 너무 격렬했기 때문에 나는 흥분되면서 한편으로
혼란스러웠다.정식 게임이 시작되자 격렬한 투쟁이 시작되었다.곧이어 우리 세사람
모두가 흥분 상태에 빠져들었기 때문에 우리 모두 구경꾼이 와있다는 것조차 오랬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다.평소에는 대개 집에서 일하는 원주민 소년만이 먼 거리에서 지켜
보곤 했을 뿐이다.물론 그 소년도 음료수 같은 것을 가져오러는 명령을 기다리고 있
는 것이었지만.때때로 방랑하는 원주민들이 숲속에 숨어서 누잸눈만 내놓고 이상하다
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일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갑자기 나는 테니스 코트 전체가 사람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알았다.한 200명은 되는 원주민들이 아주 조용히 서 있었
『추리문학동호회-일반연재 (go CHURI)』 403번
제 목:[단편]세상에서 제일 나쁜 죄 (2) 짤린데부터
올린이:heaven97(김윤희 ) 97/01/25 17:58 읽음:109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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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나쁜 죄
레지날드 힐
[2:완결] 짤린데부터...
한 200명은 되는 원주민들이 아주 조용히 서 있었던 것이다.모두 몸에 이상한 칠을
하고 큰 칼이나 창을 들고 있었다.
"아버지!"
나는 목이 메인 소리로 아버지를 불렀다.
두분은 나를 바라보았다.그리고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싼 원주민들을 보았다.잠시 동
안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무시무시한 소리를 지으며 원주민들이 앞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고튼 아저씨
는 순간 철망의 문 쪽으로 뛰어갔다.그것을 보면서 나는 고튼 아저씨가 도망을 가려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것은 자살 행위였다.그러나 지방 사무관은 그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었다.
고튼 아저씨는 철망의 쇠사슬을 잡더니 그것으로 문기둥을 감고 나서 자물쇠를 채워
버렸다.
적은 바깥에 갇혀버린 꼴이 되었다.물론 우리는 안에 갇혀버린 꼴이 된 것이고.
만일 안에 있는 쪽이나 밖에 있는 쪽,어느 쪽에서건 총을 가지고 있었다면 문을 잠그
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원주민들은 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그리고 그들의 창끝은 너무 두꺼
워서 철망의 틈을 뚫고 들어올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원주민들이 철망을 뚫고 들어오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순간 고튼 아저씨는 자기가 훈련받은 사람이라는 증거를 두번째로 보여주었다.아버지
는 단지 테니스 게임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집에서 무기를 갖고 나오지 않았
다.
그러나 고튼 아저씨는 권총을 가지고 있었다.원주민들 중 몇명이 철사로 된 담장
을 허물어 버리려고 하자,고튼 아저씨가 그중에 가장 열심히 뚫고 들어오려는 사람의
이마를 신중하게 겨누어 총을 쏘았다.
원주민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뒤로 물러섰다.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그들은 고튼 아저
씨가 계속 총격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다시 담장 쪽으로 몰려 들었다.그러나 누구
도 맨 먼저 앞장서서 담장을 헐어내려고 하지는 않았다.
"지금 총알이 딱 다섯발 남았습니다.이 사람들이 지금 감히 가까이 오지 못하는 이유
는 누구든 맨 먼저 움직이는 사람은 틀림없이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하지만
결국 그것도 별 소용이 없을 겁니다."
고튼 아저씨가 말했다.
"집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어때? 50야드 밖에 안 되잖아.집에 가서 일단 장총만 손에
쥐면..."
아버지가 말했으나 고튼 아저씨가 말을 끊었다.
"맙소사,그렇게 모르시겠어요? 이 담장 밖으로 나가는 그 순간에 우리는 끝장입니다!
그리고 장총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마십시오.이 원주민들중 누군가가 우리 말을 알
아듣고 먼저 총을 가지게 되면..."
갑자기 방갈로 쪽에서 커다란 외침 소리가 났다.나는 고튼 아저씨 말대로 원주민중
누군가가 총을 가지게 된 줄 알았다.그러나 곧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면서 불길이
치솟는 것이 보였다.
잘된 일이면서 한편으론 잘못된 일이기도 했다.잘못된 일이라는 것은 우리집이 불탄
다는 사실이었다.그리고 잘 되었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 불길을 보고 우리가 곤경에
처했다는 것을 알아차릴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아마 고튼 아저씨가 이 상황을 주도하는 것이 못마땅했던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갑자기 라켓을 집어들었다.
"누가 도와주러 올 때까지 뭔가 하고 있는게 낫겠지.내 기억에는 내가 서브를 넣을
차례인 것 같은데."
아마 처음에는 그저 테니스를 치는 시늉을 하자는 의도였었을 것이다.그러나 공이
몇번 오가자 다시 게임은 우너주민들이 오기 전의 그 격렬한 투쟁으로 변모해 갔다.
나는 처음에는 네트 곁에 서서 권총을 들고 바깥의 적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곧
공이 라인에 닿았느냐 안 닿았느냐 하는 문제와,서브할때 공이 네트를 건드렸는가
안 건드렸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나의 판단이 자주 요구되었기 때문에,나 역시 게임
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나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원주민들의 반응이었다.그들은 처음에는 우리를 해치울
문제를 놓고 재잘거리는 것 같았는데 잠시 후에는 한사람만 빼놓고 모두 입을 다물었
다.
입을 연 사람은 이제 배반자가 되어 버린,우리 집에서 일하는 소년이었다.그 소년
은 아마 자랑스럽게 테니스 경기를 설명하고 또 한편으로는 평가를 하고 있는 것 같
았다.
소년은 목이 쉴 정도로 떠들어댔다.첫 세트가 포티 올이 되자 원주민들은 경기하는
사람들 만큼이나 게임에 몰두해 있었다.
그들은 마치 윔블던 경기장에 모여든,햇볕에 피부가 탄 열성 관중들 같았다.그들의
머리는 공의 방향을 따라 좌우로 움직였다.
그리고 특별히 강하거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에는 창으로 땅을 쾅쾅 치기도 하고,
목 깊은 데서 감탄의 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아버지는 첫 세트를 7:5로 이겼다.이어 두번째 세트도 쉽게 이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4에서 갑자기 고튼 아저씨의 젊음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4:4에서 아버지는 쉽게 주저 앉으셨다.
그러나 내 생각에 아버지는,질 세트는 지면서 막판에 대비해 좀 쉬자는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았다.
아버지의 작전은 성공한 것 같았다.2세트는 고튼 아저씨가 6:4로 이겼지만,이 과정에
서 너무 힘을 써버리고 말았다.그래서 마지막 3세트에 와서는 정말 막상막하의 경기
를 이루었다.
6:6은 7:7이 되고,다시 8:8,9:9로 가더니 이윽고 두 자리 숫자로 올라가 버렸다.
햇빛은 점차로 엷어져 가고 있었다.
"잠깐만요"
고튼 아저씨가 네트 가까이로 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식으로 가는 데까지 가볼까요? 우리가 게임을 끝내면 이 원주민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습니다.좋습니까?"
아버지는 대답을 하지 않고 서브를 하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강력한 직선 서브였다.
고튼 아저씨는 서브를 막지 못했다.원주민들도 탄성을 내질렀다.나도 심판으로서의
중립성을 잃고 환호했다.한 점을 먼저 딴 아버지는 고튼 아저씨의 서브를 막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
아마 아버지는 고튼 아저씨 말대로 게임을 계속 이어가려고 하셨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버지는 고튼 아저씨의 결코 약하지 않은 서브를 그냥 아무렇게나 받음으로
써 점수를 잃어주고 다시 동점을 만들려고 하셨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결과는 예상외의 것이었다.아무렇게나 아버지의 라켓을 맞고 튕긴듯한
공이 고튼 아저씨가 도저히 받아내기 어려운 각도로 들어왔다.
고튼 아저씨는 정말 간신히 그것을 받아냈다.이렇게 아버지는 서브 하나로 점수를
얻고,고튼 아저씨가 서브를 할 떼에는 간신히 점수를 얻는 상황이 세번 반복되었다.
네 번째에도 아버지는 강력한 서브를 넣었고 고튼 아저씨는 그것을 받지 못했다.
아버지가 1점을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고튼 아저씨가 다시 서브를 넣을 차례였다.
여기서 고튼 아저씨가 점수를 따야만 다시 동점이 되는 상황인 것이다.
아버지는 서브를 받을 준비를 했다.
고튼 아저씨가 서브를 넣었다.
또다시 공이 쏜살같이 고튼 아저씨 쪽으로 넘어왔다.
고튼 아저씨는 화가 난 것 같았지만 몸을 날리다시피 하여 간신히 그것을 받았다.
공은 공중으로 떠서 간신히 아버지 쪽으로 넘어갔다.
아버지는 그 공을 강하게 쳐서 고튼 아저씨 쪽으로 되보냈다.
고튼 아저씨가 다시 그 공을 받았다.
아버지가 또 강하게 쳤다.
고튼 아저씨가 다시 공을 받았다.
"제발!"
애원하는 듯한 고튼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트 가까이에 선 아버지는 공을 고튼 아저씨쪽 구석 깊숙히 쳐 넣었다.
고튼 아저씨는 이번에는 잔디 위로 넘어지면서 정말로 간신히 공을 받았다.
그런데 그 공이 우연히도 정말 멋지게 날아갔다!
완전히 아버지의 키를 넘기는 공이었다.공은 아버지의 키를 넘어 한 쪽 구석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믿어지지 않는 속도로 몸을 돌려 공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공은 뱅글뱅글 돌면서 아래로 낙하하고 있었다.만일 그것이 한번 바닥에 튀기면 그때
는 너무 크게 튀기기 대문에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공을 받아내기 어려운 상황이었
다.
공이 바닥에 닿기 전에 쳐야만 했다.그러니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었다.
『추리문학동호회-일반연재 (go CHURI)』 427번
제 목:[단편]세상에서 제일 나쁜 죄(3)
올린이:heaven97(김윤희 ) 97/01/27 19:55 읽음:112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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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나쁜 죄 [3:완결편]
그러나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으셨다.나는 숨을 죽이고 아버지가 공을 따라가며 받아
내려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버지가 하려는 동작은 가장 힘든 동작이었다.
달려가면서 역동작으로,그것도 백핸드로 공을 따라가며 받아내려는 동작이었다.
구경한는 원주민들도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팔을 쭉 뻗어보았지만 충분치가 못했다.그러자 아버지는 훌쩍 몸을 날렸다.
간신히 라켓에 공이 닿았다.정말 멋진 동작이었다.
공은 고튼 아저씨 쪽으로 높이 날아갔다.
고튼 아저씨는 아직도 라인 근처의 땅에 엎어진 채로 있었다.
공은 고튼 아저씨의 얼굴 근처에서 한 2피트 정도 되는 곳에 떨어지더니 부드럽게
튕기면서 멀어져갔다.
"선 바깥이야!"
고튼 아저씨가 절망적으로 소리쳤다.
아버지는 승리의 기쁨에 넘쳐 소리를 지르다가 갑자기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선 바깥이라고?선 바깥에 떨어졌다고?"
아버지는 심판인 나를 보면서 두 팔을 넓게 벌려 애원하는 동작을 취했다.
고튼 아저씨도 나에게 소리를 쳤다.
"제발,콜리.선 바깥에 맞았지,그렇지?선 바깥이야!"
그의 목소리엔 지방 사무관의 권위가 배어 있었다.그러나 심판은 나였으므로,이 문제
에 있어서는 나의 힘이 그의 힘을 능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나는 고개를 저었다.
"선 안에 맞았어요!게임은 끝났습니다!....."
아버지는 환호성을 지으며 네트를 뛰어넘었다.
동시에 얼굴에 이상한 칠을 한,거대한 몸집의 흑인 하나가 창으로 문의 쇠사슬을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쇠사슬이 끊어지자 원주민들이 한꺼번에 소리를 지르며 들이닥쳤다.
그들이 담장 안으로 쳐들어온지 한 10초도 못 되어 군인들이 탄 지프차가 들이닥쳤다.
10초도 못 되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그들 원주민들은 넘어져서 제대로 운신을 못
하던 고튼 아저씨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서서 라켓을 칼처럼 휘두를 수 있었기 대문에 가까스로 상처만 조금 입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나는 한 대도 맞지 않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아마 내 손에 권총이 들려 있었기 때문
일 것이다.사실 나는 너무 놀라서 총을 쏠수도 없었을 테지만.
집으로 돌아오신 엄마는 물론 놀랐다.
내가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남편과 외아들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집을 잃은
손해 쯤은 보상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그런데 엄마는 이상하게도 이런 말을 하면 할수록 더욱 슬퍼하셨다.
얼마후에 나는 그 테니스 경기 이야기를 엄마한테 해드렸다.
어떻게 고튼 아저씨가 마지막 세트를 계속 이어가려고 했으며,또 어떻게 죽게 되었는
가를 자세하게 말씀드렸다.
그러자 어머니의 슬픔이 되살아났다.
이윽고 어머니가 슬픔에서 회복되었을 때는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나는 그 이래로 아버지가 농담을 하셔도 어머니가 미소를 짓는 것을 한번도 본 기억
이 없다.
사실 웃을 일이 많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그때 입은 상처가 크게 덧나서 오른팔 팔꿈치 위까지를 잘라내야 했다.
아버지는 왼팔만으로 테니스 치기를 배워보려고 했지만,그것은 겨우 공을 넘기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열 두 달도 못 되었는데 테니스 코트가 있던 자리에는 무성한 잡초 사이에 네트
를 걸었던 두 기둥만이 덩그렇게 남게 되었다.
그 직후 나는 학교에 다니기 위해 영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영국에서의 내 첫 학기
가 끝나기도 전에 교장 선생님이 나를 부르시더니 ,비극적인 사고가 있었다고 말씀
하셨다.
아버지가 총을 닦다가 오발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아니,어쩌면 어머니가 총을 닦던
『추리문학동호회-일반연재 (go CHURI)』 430번
제 목:[단편]세상에서 제일 나쁜 죄(4)완결편 짤린데부터
올린이:heaven97(김윤희 ) 97/01/27 20:09 읽음:123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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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나쁜 죄 [4:진짜 완결편]
아버지가 총을 닦다가 오발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아니,어쩌면 어머니가 총을 닦던 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두 분이 함께 닦고 계셨는지도 모르겠다.두 분이 다 돌아가셨으니까.
나는 그 사고의 자세한 내막을 끝내 밝혀내지를 못했다.
그 오래 전 옛날 그런 곳에서는 사람들이 그런 일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적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너무나 슬펐다.
그러나 학교란 곳은 무엇인가를 잊는데 무척 좋은 장소였다.
나는 돌아가지 않았다.내가 알고잇는 부모님들의 마지막 희망은 나를 영국에 보내는
것이었다.
나는 그 희망을 거스르고 싶지가 않았다.
나한테 선택의 자유가 있을 만큼 나이가 들었다해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이곳 영국에서 내 직업에 만족해오며 살아왔다.
그리고 영국식으로 결혼했으며,또 영국식으로 건강을 누려왔다.나는 우리집에 있는
손바닥만한 정원을 가꾸고,정치인들의 전기를 읽고,골프를 조금 친다.
하지만 테니스는 치지 않는다.
나는 학교 다닐 때도 테니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번에도 전무님이 나한테 센터 코트에서 열리는 테니스 경기 티켓을 주지 않았다면
난 평생 테니스장에 가보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티켓도 있고,또 시내에 살고
있기도 하고,그래서 이번에는 한번 가보기로 했다.
사실 윔블던 대회를 볼 기회를 저버리는 것은 어리석을 일인듯 싶었다.
일단 테니스 코트에 가자,나는 큰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옛날 일은 다 잊어버린
채로,지금 이곳의 관중들,장소,게임을 한껏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 선수와 미국 선수가 경기하던 모습을 보는 순간 모든 게 달라
졌다.오스트레일리아 선수는 미국 선수의 머리를 넘어 라인 가까이 까지 가는 높은
공을 띄워 보냈다.
성질 급한 미국 선수는 몸을 쭉 뻗었으나 공에 미치지 못했다.
그 순간 갑자기 나는 그 옛날의 모든 장면을 다시 보았다.
진한 향기가 풍기는 어두침침한 공기를 가르고 날아가는 하얀 공.
라인 근처에 쭉 뻗어 있는 사람의 모습.
자기가 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튀겨 나가는 공을 바라보는 고튼 아저씨의 애원하
는 듯한 절망적인 모습.
그리고 그 아저씨의 젊음과 희망과 생명.
나는 그와 똑같은 고뇌를 오늘 그 미국 선수의 얼굴에서도 본 것이다.그리고 그때와
똑같은,믿을 수 없다는 듯이 비난하는 목소리를 그 미국 선수의 목소리를 통해 들은
것이다.
물론 오늘 위기에 처한 것은 그 미국 선수의 생명과 희망과 젊음은 아니었다.그러나
아버지가 종종 얘기하셨듯이,인생은 게임이다,너는 게임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속이
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나쁜 죄다.
그 미국 선수와 고튼 아저씨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은 선 바깥으로 6인치 정도 벗어난 곳에 맞은 것이다.
터터레지날드 힐(Reginald Hill,1936~)
영국인인 레지날드 힐은 앤드류 댈지엘과 피터 파스코우가 한 팀을 이루는 형사 탐정
을 창조했다.이 팀은 현대 추리 소설에서 가장 뛰어난 명탐정 콤비이다.그 두 탐정은
신체적으로,정서적으로,지적으로 매우 다르지만,서로를 존중하면서 발전해 나간다.그
들의 관계는 '사교적인 여인'(1970)에서 '스너프의 위기'(1978)에 이르기 까지 계속
발전해 나간다.
작품의 원제목은 'The Worst Crime Known To Man'.
'책,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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