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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아주 특별한 재주

by Casey,Riley 2023.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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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특별한 재주


                                                  by Magaret B. Maron


  "하지만 그 사람은 걸핏하면 나를 때렸어요."
  안젤라는 그때 멍들었던 곳이 생각난 듯 어깨를 문지르며 말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해요?"
  "이혼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 사람이 이혼은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이 주에서 이혼하려면 얼마나 
힘든지 당신도 아시잖아요.  당신은 내가 얻어맞은 것이 아무렇지도 않으세
요?"
  비록 아내를 만나기 전의 일이긴 하지만, 그 짐승같은  놈이  사랑스럽고 
연약해 보이는 아내를 두들겨 팼다는 사실에 나는 물론 화가 났다.
  "하지만 일에는 원칙이 있어.  그래서는 안 되는 거야."
  안젤라는 항변하듯이 말했다.
  "그건 그 사람 잘못이었어요.  그 사람에게 술에 취한 상태로 욕조에  들
어가서 라디오를 너무 가까이 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지만, 황소 앞에서 
붉은 천을 흔드는 격이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을것 처럼 고집을 부
리더라구요."
  아내는 실제로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갑자기  키득거리고  웃기 
시작했다.  오싹 소름이 끼쳤다.  7년동안 같이 행복하게 살면서 귀여운 아
이를 둘이나 낳은,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내.  그 아내가 자신을  싫
어하는 사람은 모두 죽여 버리는 냉혹한 살인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남편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난 살인마가 아니에요.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아니
면 절대 죽이지 않아요."
  안젤라는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
  그때 뒷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붉은 머리칼과 주근깨까지  나
를 꼭 빼어닮은 다섯 살 난 샌디가 방안으로 뛰어 들어오며 대들듯이  말했
다.
  "왜 이러고 있어요?  매트가 우는 소리가 안 들려요?  조지가 매트를  때
려서 피투성이가 되었어요!"
  안젤라는 급히 샌디를 뒤따라 갔고, 나도 그 뒤를 따라갔다.
  네살 난 매트는 뒷문 밖 층계에 앉아서 울고 있었다.  아이의 찢어진  아
랫입술에서 피가 흘러 흰 셔츠에 떨어지고 있었고, 샌디와 제일 친한  크리
스 코피가 어색하게 매트의 등을 토닥여 주고 있었다.
  아이 중의 누가 다쳤을 때마다 안젤라는 아주 침착했는데 나는 그점이 무
척 좋았다.  나는 아이들이 피를 흘리는 것을 보면 극도로 당황하지만,  안
젤라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아이를 달래곤 했다.
  아내는 매트를 안아들고 상처를 자세히 들여다본 뒤에 꿰맬 필요는  없겠
다며 아이를 안심시켰다.  부엌으로 가서 아이의 부은 입술에 찬  물수건을  
대 주었다.  그러자 아이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다시 뒷문이 벌컥 열리며 옆집에 사는, 안젤라와 아주 친한 질 코피가 뛰
어 들어왔다.
  "조지 이놈의 자식!  내가 다 봤어!  매트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조
지가 다짜고짜 때린거야!"
  "그래요, 아빠."
  샌디가 맞장구를 쳤다.
  "조지가 그네를 못타게 했어요.  크리스와 내가 만들었으니까 우리  타잔
놀이인데도 말이예요."
  매트는 다시 울기 시작했고, 질은 고래고래 소리치고,  안젤라까지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샌디까지 고함을 지르기 시작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잠깐만!  한사람씩 얘기합시다."
  나는 소리쳤다.
  여러사람의 말을 종합해 보면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우리 동네를 개발하던 당시에 우리 집의 뒷마당으로 흐르던 시냇물을  막
아 버렸는데, 그 바람에 지름이 8피트나 되는 도랑이 생기게  되었다.   그  
위로 개발업자들이 자르지 않고 내버려 둔 크고 오래된 버드나무 가지가 늘
어지게 되었다.  도랑 주위의 넓은 땅이 모두 개발되어 집이 세워지자 동네 
아이들이 그 도랑에 와서 놀게 되었다.
  아이들은 나이에 따라 서로 다른 곳에서 놀았다.  우리집에서 한  블록쯤 
떨어진 곳에서는 청소년들이 모여서 놀았는데, 그쪽의 도랑이 다른  곳보다  
더 가파른 데다가 크고 뾰족한 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반면,  우리집과  
코피의 집 사이의 도랑은 경사도 완만하고 풀도 많이 나 있어서 어린아이들
이 주로 그곳에서 놀았다.
  샌디와 친구 녀석들은 도랑 위로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에 로프를  매달아 
놓고는 정글 속에서 덩굴을 타고 이나무 저나무로 날아다니는 타잔처럼  도
랑 위를 건너며 위험한 놀이를 즐겼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언제나처럼  조
지 왓슨이 나타나서 로프를 빼앗고 매트를 때린 것이다.
  뒤룩뒤룩 살이 찐 아홉 살 난 조지는 전형적인 동네 깡패였는데, 자기 또
래의 아이들에게는 꼼짝 못하면서도 여섯살 아래인 아이들에게는 공포의 대
상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만나기만 하면 조지의 욕을 했다.  최근에는  또 
어떤 짓을 했다는 얘기와 그 아이의 심리적인 동기가 무엇일까 하는 얘기는 
결국 '그 부모에 그 자식이지 뭐.'라는 말로 끝나곤 했다.
  도시계획법으로 정해 놓기라도 한 것처럼 어느 동네든지 골칫거리인 집이 
꼭 하나씩 있다.  왓슨네 집이 바로 그런 집이었다.   시끄럽고  천박하고,  
잘난 체 하는 데다가 다른 사람들의 권리나 요구는 깡그리  무시하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주중에 파티를 열어 새벽 1시쯤 소란스럽게  떠들며  헤어지거나, 
토요일에 시내에서 밤늦게까지 놀다가 새벽 2시에 요란한 차  소리를  내며  
와서는 아기보는 여자더러 나오라고 클락션을 울리기도 했다.
  밤중에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었으면 다음날인 일요일에는 숙취때문에라도 
늦잠을 잘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았다.  왓슨은 아침 7시에 마당에 나와 세
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잔디깎는 기계를 켜 놓고는 2층에  있는 
마누라와 큰 소리로 얘기를 하는 것이다.
  왓슨 부인도 똑같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아이를 포기한 뒤에 낳게 된 조
지를 애지중지했다.  그래서 조지와 나이가 같거나 나이많은 아이가 조지를 
건드리면 야단법석을 치면서도 조지의 잘못은 모른 척 했다.  왓슨  부인은 
조지가 때려서 피를 흘리는 아이를 데리고 와서 화를 내는 아이 엄마를  똑
바로 쳐다보면서 점잖게 말하곤 했다.
  "조지는 저 애를 때리지 않았대요.  난 그 애를 믿어요.  그리고  조지는 
절대로 싸움을 걸지 않아요."

  "그 녀석은 우리 동네 골칫거리예요."
  안젤라는 세 아이에게 레몬쥬스를 주어 텔레비전 앞에 앉혀놓고 나서  화
를 내며 말했다.  우리는 뒤뜰에 앉아 있었는데 안젤라는 아직도 화가 풀리
지 않았는지 저녁 준비를 하다가 콩 다듬는 칼로 도마를 내리찍었다.
  "그래도 의사들은 그 애를 좋아할 거예요.  여름방학한지 이제 겨우  5일
밖에 안 됐는데 내가 아는 것만 해도 그 녀석이 네 명이나 샔려서 피를  봤
거든요."
  질은 안젤라를 도와서 콩을 까며 심술궂게 말했다.
  "도트네 아이는 조지가 던진 돌에 맞아서 세 바늘이나 꿰맸죠, 낸시 스미
스를 떠밀어 깨진 병 위로 쓰러뜨렸죠.  그리고 어제는 우리 크리스의 다리
를 걸어 넘어뜨려서 아이 얼굴이 찢어졌고, 오늘은 매트도 두들겨  팼어요. 
이러다간 여름이 가기 전에 우리 아이들을 전부 병원에 입원시키겠어."
  "누군가 그 아이에게 어떻게 손을 써야겠어요."
  안젤라가 의미심장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빼 줘요.  지난 번에 조지 때문에 따지러 갔더니 그 애 아빠가  내 
얼굴앞에 렌치를 들이대면서 애들 일은 애들끼리 해결하게 놔 두라고  합디
다."
  질은 좋은 생각이라도 났다는 듯이 소리쳤다.
  "이러면 어떨까요, 12살짜리 애들을 시켜서 그 녀석을 두들겨 패주는  거
예요."
  "왓슨 부부가 당장 고소할 걸요."
  안젤라는 그런 건 생각도 말라는 듯이 말했다.
  "왓슨 부부가 이번 여름에 아이를 캠프같은 곳에 보낼 지도 모르지."
  나는 좋은 생각이 아니냐는 듯이 말했다.
  "어림도 없어요.  왓슨 부인이 아이하고 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으려
고 하지 않을 거예요."
  안젤라는 콩을 다 다듬고 나서 청바지에 칼을 문질러 닦고는 무심코 칼손
잡이를 돌리면서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도랑쪽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갑자기 안젤라가 말했다.
  "좋은 생각이 났어요.  이번에는 조지가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한  건지도 
몰라요."
  질과 나는 어이가 없어 마주 보았다.
  "저 로프는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안젤라가 말했다.
  "하지만, 로프는 안전하고 튼튼해요, 바레트 아줌마."
  크리스가 문 앞에서 말했다.  어린이 프로가 끝나자 세 아이는 뒤뜰로 나
와 있었다.
  "맞아요, 엄마.  아빠가 가르쳐 주신 대로 로프를 나무에 맸어요."
  샌디가 덧붙였다.
  "맞아요."
  로프를 어떻게 묶는 지도 모르는 매트도 한마디 거들었다.  안젤라는  씨
익 웃으며 매트가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매트의 머리를 헝클었다.
  "그랬더라도 아빠하고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봐야 안심이 되겠구나."
  그래서 우리는 벌써 이슬에 젖은 잔디를 밟으며 밖으로 나가 도랑을 건넜
다.  내가 로프가 닳아지지 않았나 확인하는 사이에  안젤라는  고양이처럼 
버드나무 위로 올라갔다.  두 아이의 엄마로써 체면도 생각하지 않고  나무
에 걸린 연을 내려주려고 선뜻 나무 위로 기어올라가거나 공을 내려 주려고  
지붕 위로 올라가는 엄마때문에 샌디와 매트는 아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로프는 튼튼해 보이는데, 매듭은 어떻소?"
  나는 어두워진데다가 나뭇잎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안젤라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별로 튼튼한 것 같지도 않아요.  알렉스, 좀 더 튼튼한 로프로 달아주시
겠어요?"
  아내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매듭은 잘 묶여져 있구나.  하지만 너무 낡았어.  아빠가 내일 새  로프
를 사다주실테니까 그 때까지는 이 로프에 매달리지 말고 네 친구들도 매달
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아내가 샌디에게 말했다.
  "너도 마찬가지야, 크리스."
  질이 말했다.
  "흥!  난 마찬가지가 아니예요!"
  비꼬는 듯한 아이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서보니 우리가 때리지 않으리라
는 것을 알고있는 악동, 조지가 비웃고 있었다.  아내가 차갑게 말했다.
  "아냐, 너도 마찬가지야.  작은 애들이 매달리기에도 튼튼하지  않으니까 
넌 당연히 매달려서는 안 되지."
  조지는 자신의 뚱뚱한 몸을 비꼬는 말에 얼굴이 빨개졌다.  그건  녀석의 
유일한 약점이었다.
  "아줌마는 우리 엄마가 아니예요.  아줌마 말은 듣지 않겠어요!"
  조지가 소리쳤다.  참다 못해서 한 대 때려주려고 내가 한발짝 앞으로 나
서자 아내가 나를 잡았다.
  "이건 위험해, 조지.  그러니 너도 매달리지 말아라."
  아내는 그렇게 타이르고 로프 끝을 잡아 나무 위로 던져 올렸다.
  "그래도 난 다시 꺼낼 수 있어요."
  조지가 대들듯이 말했다.  그러나 내가 버티고 서있는 것을 보고는  나무
쪽으로 가지는 않았다.
  그 때, 왓슨 부인이 저녁을 먹으라고 조지를 불렀고, 질도 냉동실에서 고
기를 꺼내는 것을 깜빡 했다며 크리스와 집으로 갔다.  안젤라와 샌디와 나
는 매트에게 먼저 출발하라고 하고 누가 집까지 빨리 뛰어가는지 시합을 했
다.
  침대에 들고 나자 조지 왓슨녀석과 씨름을 하며 긴 여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과 두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하는 일상의 부산함으로 잊고 있
던 안젤라와의 대화가 생각이 났다.  갑자기 묻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
  "경찰은 아무 의심도 하지 않았소?"
  나는 침실의 어둠 속에서 물었다.  안젤라가 졸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경찰은 제게 아주 동정적으로 잘 대해 줬어요.  그들이  보기에도  그가 
욕실 문을 안으로 잠근 게 확실했거든요.  사실, 제가 한 일이라고는  선반 
끝에 아슬아슬하게 라디오를 걸쳐놓은 것 뿐이예요.  그리고는  그저  일이 
잘 되기만을 바랐죠."
  그걸로 이야기가 다 끝났다는 듯이 안젤라는 돌아누우며 머리를 베개속으
로 파묻었다.
  "아니, 잠깐!"
  나는 갑자기 또 다른 생각이 나서 베개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그 완벽한 표본은 어떻게 된거야?"
  "쉿!  애들 깨겠어요."
  아내가 속삭였다.
  "그럼, 그것도 당신이 한거야?"
  나는 목이 잠겨 중얼거렸다.

  우리는 결혼 후 2년 동안 시내의 한 연립주택 2층에 세들어 살았다.   오
래되고 아주 낡아서 더러운 곳이었지만, 값도 싸고 방도 크고, 벽이 두꺼워
서 방음도 잘 되었기 때문에 젊은 부부 몇이 더 세들어 살고 있었다.
  우리는 인생에서 결혼은 처음이었고 그 쪽에서 모두 성공하고자 하는  패
기에 차 있었기 때문에 늘 못마땅한 눈초리를 하고 돌아다니는 주인 여자만 
없었다면 그 낡은 집도 우리에게는 행복한 곳이었을 것이다.
  주인여자는 3층에 살고 있었는데, 현관 문이 열릴때 마다 계단으로  나와 
낡아서 흔들거리는 난간에 기댄 체 밑을 내려다 보곤 했다.  그건 혹시라도 
누가 금지한 애완동물을 데리고 들어오지 않는지, 누가 쓰레기로 현관을 더
럽히지나 않는지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그 여자는 남편을 쥐고 흔들었고 세 딸을 들들 볶았고, 입주자들을  서로 
이간질 시키면서, 굉장한 기쁨을 느꼈다.
  "난 D호에 사는 여자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어요.  나는 당신 옷이 아
주 단정하다고 생각하는데..."
  주인 여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새로 이사온 입주자들에게 그런 식으로 충
동질 하곤 했다.
  나는 두어 달이 지난 뒤에야 주인 여자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며  거짓
말을 하고 다닌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마치 서클에 처음 가입한 학생들
의 연수기간 같았다.  그 기간이 지난 후에야 우리는 서로 모여서 주인  여
자가 또 어떤 거짓말을 하고 다녔는지, 언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사람들
의 화난 표정을 보고 알았다는 등의 얘기를 하며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주인 여자는 그래서는 안 되는 아내상의 완벽한 표본이었으므로,  우리는  
등뒤에서 주인 여자를 <완벽한 표본>이라고 불렀다.
  이웃간을 서로 이간질하는 것도 나쁘지만, 부부 사이를 이간질하기  시작
하자 더 이상 웃어넘길 수가 없었다.  우리가 거기 사는 동안 두 부부가 주
인 여자의 뱀같은 혀에 놀아나 가정 파탄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첫번째 
부부는 서로 헤어질 것이 분명했다고 하더라도 두번째로 당한 부부는  서로 
아주 사랑하는 어린 부부였는데, 부모의 반대와 인생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주인 여자가 무슨 짓을 하는 지를 깨달은 안젤라가  
불문률로 되어있는 것까지 깨어가며 <확실한 표본>의 수법을 그 젊은  부부
에게 이해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늦었다.  소녀는 부모집으로 가  버렸
고, 소년도 화가 나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버렸다.  나는 안젤라가 그토록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주인 여자는 계단 난간에 기대어 거미줄을 치고는 들락날락 거리는 우리 
파리새끼들 중에 누가 걸리는 가를 지켜보는 크고 살찐 거미같은 여자예요. 
그런 사람을 처벌할 법이 왜 하나도 없죠?"
  아내는 울먹이며 말했다.
  이틀후, 난간에 기대는 순간 난간이 부서져 <완벽한 표본>이 3층  아래로 
떨어져 죽었을 때, 우리는 하늘이 내린 벌이라고까지 생각했다.  경찰이 사
고사로 처리하자마자 주인집 남자는 집을 팔고 딸들을 데리고 고향인  캔사
스 주의 옥수수 밭으로 가 버렸다.
  "당신이 꾸민 일이오?"
  나는 안젤라를 흔들며 다시 물었다.
  "오, 알렉스.  지금은 한밤중이예요."
  아내는 애원하듯이 말했다.
  "알고 싶소."
  "주인 여자도 집이 낡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수리하는데 돈 한푼 쓰
려고 하지 않았어요.  경찰도 그 난간이 언젠가는 부서졌을 거라고 했던 얘
기 들으셨죠?  난 그저 난간이 좀 더 빨리 부서지게 했을 뿐이에요.   그리
고 내가 주인 여자에게 난간에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었
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참 좋은 일을 했구려.  그 여자에게 얘기했다는 것으로, 그렇지?   모든 
것이 괜찮다는 거군!  안젤라, 말 좀 해봐.  안젤라!  당신 부모님은  당신  
이름을 꽤나 재미있게 지었군 그래.  천사라고 지었으니  말이오.   당신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거요?  힘없는 인간에게 기쁨의 빛을 선사하는  복
수의 화신쯤으로 생각하는 거요?"
  안젤라가 한 쪽 팔을 짚고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말하죠.  알렉스 바레트 씨.  나는 이제 5, 6시간 후면 일어나서 아침밥
을 달라고 조를 두 아이의 엄마예요.  당신은 피곤해 죽겠는데도 오래 전에 
일어난 사소한 사건 하나를 가지고 귀찮게 구는 한 남자의 아내를 보고  있
단 말이예요!"
  아내는 다시 침대에 누워서 베개로 얼굴을 덮어 버렸다.  두번씩이나  베
개를 벗겨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내는 자꾸 귀찮게 굴면 좋지 않을거라
고 말할 지도 모른다.
  "아주 사소한 사건.  기가 막히군!"
  나는 밤새도록 악몽에 시달렸는데, 아내를 교수형 시키기로 결정한  판사
와 경찰들 앞에서 나는 아내를 변호하고 있었다.  나는 아내가  현모양처임
을 강조했지만 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아내는 전혀 살인자처럼  생
기지 않았다고 덧붙이자 그들은 화를 내기까지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두
건을 쓴 간수가 낡은 로프에 어깨를 걸고 샹들리에에 매달려 흔들거리며 외
쳤다.
  "우린 그녀를 로프에 매달거야!  로프에 말야!  우린 그녀를 로프에 목매
달거야!  로프에!"
  그 꿈의 편린들이 하루종일 나를 괴롭혔다.  나는 두려움을 떨쳐 버릴 수
가 없었는데, 가게에 들러 샌디에게 줄 새 로프를 살 때는  나도  안젤라의 
공범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후 늦게 차를 차고에 넣는데, 샌디가 공구상자
를 뒤지고 있었다.
  "네 타잔 로프 사 왔다."
  나는 샌디에게 소리쳤다.  샌디가 낡은 군용 텐트를 끄집어 내며 말했다.
  "고마워요, 아빠.  하지만 우린 군대놀이를 할 거예요.  크리스와 매트와 
내가 도랑 옆에 텐트를 칠 건데 이걸 써도 되겠어요?"
  "그래라.  하지만 조지가 와서 부숴버리면 어떻게 할거냐?"
  "우린 이제 조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샌디는 쾌활하게 말하고는 내가 말문이 막혀서 머뭇거리는 사이에 집모퉁
이를 돌아 사라져 버렸다.
  아, 안 돼.
  "안젤라!"
  나는 고함을 지르며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문을 부서져라 열어 젖혔
다.  아무 대답도 없었다.
  "경찰이 그녀를 데려갔으면 샌디가 말을 했을텐데."
  나는 냉정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며 중얼거렸다.
  "안젤라!"
  그 때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나 질네 집에 있어요.  이리 오세요!"
  아내가 소리쳤다.  내가 급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질이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자축하고 있었어요.  한 잔 드릴까요?"
  여자들이란!  아무리 애가 미운 짓을 많이 했어도 애를 죽이고도  이렇게  
태연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잠시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여보, 오늘 힘드셨어요?  얼굴이 창백해요."
  "조지는 어떻게 됐지?"
  나는 안젤라를 쏘아보며 다그쳐 물었다.  질은 진정하라며 나에게 찬  음
료수를 큰 컵에 담아 건네주었다.
  "샌디가 얘기 안하던가요?  타잔 로프를 타다가 줄이 끊어졌어요.  두 다
리가 다 부러졌죠.  한쪽 다리는 두 군데나 부러졌구요."
  질은 만족스러운 듯이 말했다.
  "죽지는 않구요?"
  나는 맥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이죠, 여보.  어떻게 죽겠어요?  밑에는 돌도 없고  대부분  잔디가  
깔린 곳이잖아요.  잔인한 말같지만, 이제 이번 여름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겠어요.  그 녀석이 석고한 걸 풀고 지팡이 없이 걸어다닐 때 쯤에는  개
학일테니까요."
  질은 안젤라를 보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믿을 수가 없어요!  여름 방학 내내 조지 왓슨이 어린 애들을 때리는 꼴
을 안 보게 되었으니 말예요!"
  "경사 났군!"
  나는 비꼬듯이 중얼거렸다.  지난 밤에 안젤라가 살펴보았던 매듭이 풀려
서 조지가 떨어진 것은 물어보나 마나일 것이다.
  "그럼요.  왓슨 부인에게도 말했지만, 그건 순전히 조지 잘못이예요.  새 
로프를 달 때까지는 절대 매달리지 말라고 안젤라가 경고까지 했었잖아요."
  질은 떳떳하다는 듯이 말했다.
  "안젤라는 아주 생각이 깊죠."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안젤라에게도 양심은 있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토요일인 다음 날, 나 자신조차도 이번 여름은 참 평화로운 방학을  보내
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한 번도 조지가 때렸다면서 
울며 뛰어 들어오는 일 없이 하루종일 평화롭게 적군을 물리치며  도랑에서  
놀았다.
  오후에 그 누구의 훼방을 받지 않고 야구를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여름 
내내 할 수 없이 갇혀 지내는 것도 조지 자신에게는 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일요일 아침 일찍 잠이 깬 나는 이미 무의식중에 상황을 합리화시켜 놓고
있었다.  아내들 중에는 특별한 재주를 가진 여자들이 있지 않은가?   아내
가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하면 가족들이 쓰는 차의 카뷰레터를 청소하게 하
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아내가 페인트 칠을 하고 싶어  한다
면, 취미로 옷을 만들어 보겠다고 한다면, 또는 막힌 하수구를  고치겠다고 
한다면, 간단히 말해서 아내의 재주가 가족의 안락과 평화에  도움이  된다
면, 그것이 해가 되지 않는다면 남편이 그것을 막을 필요가 있겠는가?
  일단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고 난 후에 나는 다시 돌아누워 잠 속에  빠져
들었다.  그 때였다.  잔디깎는 기계의 발동이 걸리는 큰 소리가 아침의 정
적을 깼다.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시계를 보고는 신음했다.  7시  20
분인데!
  머리를 베개속에 파묻었지만 소음은 더 커졌다.  소리를 피할 방법이  없
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아내의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
  "왜요?"
  아내가 잠에 취해 중얼거렸다.  나는 아내에게 속삭였다.
  "안젤라.  왓슨에게 아침 9시 이전에 잔디를 깎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해
줄 수 있겠소?"

                                   - 히치콕 서스펜스 걸작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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