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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마흔, 계속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당신에게

by Casey,Riley 2020.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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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민 지음 / 다른상상 
 
저자는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우리는 어떻게 살까?’라는 질문을 마흔둘에 만나 5년 동안 그답을 좇았다. 나이 듦에 관한 인문학ㆍ철학적 접근으로 시작해 현실적인 지출 관리, 블로그와 유튜브 운영 등 새로운 기술 습득에 이르기까지 현명하게 나이 들어가는 방법을 찾는 과정을 한 권에 담은 이 책은 같은 고민을 만난 독자들에게 든든한 삶의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마흔, 계속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당신에게 
 
 
▣ Short Summary 
 
마흔 이후를 살아가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숨이 막히는 듯한 순간을 만난다. 눈 깜짝할 새 찾아온 낯선 40대. 갑자기 여기저기 쑤시고 결리고 거울 속 얼굴은 축축 처지는 한편, 노후 자금 걱정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밤에 잠을 못 자고, 마음 한구석이 불안하고, 다시 사춘기가 된 듯 감정이 널뛴다.
그리고 ‘계속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자각이 찾아온다. 
 
세상에는 모두가 알지만 되도록 외면하고 싶은 진실들이 있다. 우리 모두 어느 날엔가는 중년이 된다는 사실도 그중 하나다. 그렇다면 인생의 영광은 청년기로 끝나고 그 이후의 삶은 쇠락하는 걸까? 아직 너무 많은 날들이 남아 있는 우리는 마흔 이후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마흔둘의 어느 날, 떨칠 수 없는 이 물음을 마주한 저자는 혼자만의 긴 여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5년동안 나이 듦에 관한 인문학ㆍ철학 책을 탐독하는 한편 재테크의 세계에도 발을 들이고, 블로그와 유튜브 운영에 도전하는 등 의미 있는 인생 후반전을 만들어가기 위한 기술을 탐구하였다. 평범한 한 인간이 중년으로 가는 과도기를 넘는 과정, 그리고 거기에서 찾은 진짜 마흔의 무기에 대해 담은 이 책은 중년의 문턱에서 우울감과 상실감에 눌려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 차례 
 
| 프롤로그 | 이대로 살 수는 없다 싶어질 때 
 
| Part 1 | 마흔 이후, 그 불안함에 대하여 01 ‘나이 든 나’는 생각해 본 적 없기에 - 마흔 이후의 고민, 낯선 나이 02 아프다, 아퍼 - 마흔 이후의 고민, 건강 03 명품 가방이라도 들면 나아질까 - 마흔 이후의 고민, 외모 04 끝없는 ‘노후자금 마련’의 피로감 - 마흔 이후의 고민, 돈 
 
| Part 2 | 마흔 이후를 탐색하다 05 청년도 아니고 노년도 아닌 그 애매모호함 - 마흔 이후라는 시기 06 살아가는 이유를 묻다 - 조금씩 또렷해지는 삶의 의미 07 영원을 꿈꾸면 절정을 놓친다 - 청춘을 향한 집착을 경계하며 
 
- 2 ? 마흔, 계속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당신에게 
 
08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신화 - ‘과거의 나’의 절반은 사실 ‘지금의 나’ 09 자신의 ‘위치성’을 선택해야 할 때 - ‘인생의 가을’을 인정하는 태도 10 지나간 시간은 나와 당신 안에 살아 있다 - 억울함을 흘려보내는 방법 11 다시 시작하려는 마흔에게 - 마지막 불꽃을 태워도 좋다, 그러나 대가는 따른다 12 ‘돈, 돈, 돈’에서 벗어나기 - 나의 인생 후반부는 ‘10억’보다 중요하다 13 지금이 바로 자기 관리가 필요한 시점 - ‘원하는 것’과 ‘가능한 것’ 사이의 균형점 찾기 
 
| Part 3 | 풍성한 가을의 마음으로 14 잃어 가는 게 아니라 자유로워지는 것 - 무거운 의무와 여성성에서 해방되는 시기 15 ‘지금 여기’의 의미 - 일상이 곧 행복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나이 16 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 키우기 - 자녀 세대가 더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 17 공부의 즐거움을 만끽할 것 - ‘생활과 함께하는 공부’가 가능한 나이 18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용기가 필요하다 - 유용한 지식과 무용한 지식을 모두 껴안는 태도 19 누적된 경험치를 자양분으로 삼아라 - 이제 경험을 토대로 지도를 완성해 갈 시기 
 
| Part 4 | 나이 듦의 의미 20 ‘젊음 숭배’의 그늘 - 본능, 성적 시선, 자본주의를 넘어 21 나이 들어 좋은 점 - 진정한 소확행을 누리는 기쁨 22 시간의 공평함 -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는 기술 23 소박한 기쁨들로 풍성한 마흔 이후를 - 작은 취미로 오늘 하루 잘 살기 24 나잇값에 대하여 - 어디로 튈지 모르는 중년의 불안정성 
 
| 에필로그 | 당당히 중년을 선언하다 
 
- 3 ? 마흔, 계속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당신에게 
 
‘나이 든 나’는 생각해 본 적 없기에 - 마흔 이후의 고민, 낯선 나이늘 그렇듯이 변화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열 살 전에는 나이를 실감하지 못했고, 10대에는 오히려 해가 바뀌고 한 살씩 나이를 먹는 것이 신나는 이벤트였다. 나이에 대해 민감해지기 시작하는 시기는 20 대 중반 이후부터였다. 취직과 연애, 결혼, 이런 인생의 중요한 이벤트들을 앞둔 나이여서 마치 스톱워 치를 켜 둔 것처럼 시간에 민감했다. 
 
30대에는 너무 바빴다. 취직과 결혼이라는 인생 과제를 겨우 해결하고 나니 30대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뭔가에 쫓기는 생활에서 벗어나 조금 더 여유 있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여유로운 시기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였다. 기대감에 차서 엄마가 되었고 몸과 마음을 다해 정성껏 아이를 키웠다. 아이를 낳으니 10년이 훌쩍 지나갔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최소한의 집안일을 하면서 하루하루가 마치 전쟁 같았다. 행복한 순간이 정말 많았는데도, 전체적으로 보면 순식간에 지나간 시기였다. 
 
그렇게 바쁘게 지내던 마흔둘의 봄이었다. 아이들을 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고 거울 앞에 서서 내 얼굴을 봤다. 거울 속의 나는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이대로 마흔다섯이 되고 오십이 되는 건가?’ 겁이 덜컥 났다. 30대에 50대를 그려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흔둘에 바라보는 오십은 현실이었다. 
 
그때부터 다시 책을 찾았다. 원래 책을 좋아했지만 30대에는 육아서 이외에는 책을 잘 읽지 않았다.
안 그래도 정적인 성격인데 책을 많이 읽으면 더 수동적으로 머무는 듯했기 때문이다. 무기력한 20대를 보냈던 나는 30대에는 일부러 책을 멀리했다. 하지만 40대가 되니 답답한 마음을 위로받을 곳이책 외에 별로 없었다. 
 
동네 독서 모임에 가입해서 다양한 책을 읽었다. 그러나 30~40대 엄마들의 관심사는 어느 정도 제한 되어 있었다. 나는 서점에서 40대 이후의 삶에 대한 책을 찾기 시작했다. 거의 대부분의 책들이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방법은 주로 독서, 공부, 재테크, 자격증 따기 등이었다. 
 
독서와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공감하면서 반발심과 의문이 들었다. 돈이 더 많아서, 자격증을몇 개 더 따서, 유명해져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해야 할 일에 충실하면서 열심히 살았 지만, 정작 인생이라는 것에 대해 전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전까지 내 인생 계획은 딱 30 대까지였다. 40세 이후, 50세 이후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 더구나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아이를 키우는 데만 관심과 신경이 쏠려 있어서 나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아이들 키우고 대학 보내고 나면 나에게 뭐가 남을까? 이제 은퇴 자금 마련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일까? 그냥 이대로 돈 벌고 가족들끼리 살다 조용히 세상을 떠나는 것일까? 쓸쓸하고 씁쓸했다. 
 
마흔 이후를 탐색하다 
 
- 4 ? 마흔, 계속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당신에게 
 
청년도 아니고 노년도 아닌 그 애매모호함 - 마흔 이후라는 시기 중년이란 한마디로 낀 세대다. 인생을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눈다면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가 전반 기에 해당하고 중년기와 노년기는 후반기에 포함될 것이다. 3단계로 나눈다면 유년기를 1단계, 청년기를 2단계, 노년기를 3단계로 볼 수도 있다. 중년기는 청소년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맞는 애매모호한 시기다. 
 
젊고 예쁜 것, 싱싱한 것, 절정인 것이 아름답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보기 싫다’, ‘추하다’는 판단에는 가치가 개입되어 있다. 자연의 세계에서는 ‘보기 싫은 것’이 의미마저 없지는 않다. 사실 보기 싫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보기 싫다는 것은 남에게 매력이 없다는 뜻이다. 자연의 세계에서는 매력이 없다는 것은 곧 외부의 주목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말과 같다. 더 이상 이성을 유혹할 필요가 없고 사랑을 받을 이유가 없다. 
 
피고 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는 사실을 안다면 쇠퇴기를 불쾌하게 바라볼 이유는 없다. 어쩌면 외부에 시선을 돌리지 말고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시선을 뺏는 방해거리, 외부의 유혹에서 벗어나 인생 후반부에 맞게 서서히 자신의 삶을 재정비하라는 신호일 수도 있다. 
 
에릭슨이 말하는 중년기의 과제: 인생에는 여러 개의 단계가 있으며, 각 단계마다 다른 의미와 역할이 있다는 주장을 처음 한 사람은 독일 출신의 미국 심리학자 에릭슨이다. 에릭슨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기 위해서 각 단계별로 발생하는 독특한 갈등을 해소해야 하며, 중년기는 생산성 대 침체(자기 몰입) 의 갈등이 주가 되는 시기라고 주장했다.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뿐만 아니라 직업을 통해서 성과를 만들고 이상을 세우는 활동도 생산성에 포함된다. 중년기에는 생산성이 결핍되기 때문에 기분이 가라앉기 쉬우며, 자신의 성장 시기 경험이 공허하고 좌절감을 느꼈을 경우 자녀의 요구가 아닌 부모 자신의 요구로 자녀들을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편 에릭슨은 생의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에 ‘원숙기’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 시기에는 통합(자아 정합성)대 절망감의 갈등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자아 정합성이란 자신의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자신의 유한성을 인정하고 죽음까지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단계에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자신의 일생을 성찰하는 것’이며, 이 과제에 실패할 경우 만회할 수 없는 후회와 비통함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노인이 되면 신체적 상실과 사회적 상실, 경제적 상실을 경험하면서 스스로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이런 절망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애는 그럴 수밖에 없었으며 많은 실수와 약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떤 것에 의해서도 대치될 수 없는 것으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에릭슨은 이런 태도를 ‘자아 통합’이라고 불렀다. 자기 인생을 보고 설사 살아오면서 많은 실수를 했더라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것을 내 생의 행복했던 일들과 함께 받아들이겠 다’는 자기 고백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살아가는 이유를 묻다 - 조금씩 또렷해지는 삶의 의미 중년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그다음 단계인 노년기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노년기를 들여다보면 하나의 문제와 만난다. 그것은 바로 ‘죽음’이다. 죽음은 철학이 탄생한 이유이자 직면한 부조리의 궁극적인 원인이다. 인류는 지난 수십 세기 동안 이 문제와 씨름해 왔지만 뚜렷한 답을낼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나도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태어나고 죽는 한 생명이자, 의식을 가진 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죽음 역시 노화와 마찬가지로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일이기 때문이다. 
 
- 5 ? 마흔, 계속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당신에게 
 
철학자들은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사는 동안 되도록 죽음을 잊으려 하고, 죽은 후에도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방법은 기억할 만한 업적을 남겨서 유명해지는 것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말이 있듯이 개인의 삶에 의미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인 동시에 영원히 죽지 않으려는 무의식적인 발버둥인 셈이다. 
 
한편 진화심리학자들은 이런 발버둥을 ‘종족 보존을 위해 이성을 유혹할 만한 매력을 갖추라’는 유전자의 명령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한다. 제프리 밀러의 저서 『연애』에서 유머 감각을 갖추거나, 기부와 봉사 활동으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거나, 심지어 성직자가 되려는 노력조차도 그 가장 밑바닥에는 DNA에새겨진 우리의 본능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내려는 모든 노력이 본능에 충실한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말이 옳다면, 우리는 평생 유전자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는 가련한 생물이다. 다른 생물과 구별되는 점이라면 그런 사실을 우리가 ‘인식’하고 있다는 것뿐. 
 
철학자들은 진화심리학자들과 달리 인간에게 ‘자유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DNA가 우리의 모든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우리는 여전히 우리 삶의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갖고서 그런 결정권조차 없다면 태어난 것 자체가 저주일 수도 있으니까. 
 
진화심리학적 관점에 동의하더라도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욕구를 버릴 수는 없다. 인간은 육체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삶과 죽음, 우주의 신비까지 통찰하고 탐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삶이 기본적으로는 의미 없음(우연히 세상에 던져진 존재임)을 깨닫고 절망하거나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도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100억 부자 되기’, ‘세계 여행’ 같은 구체적인 목표가 의미일 테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하루에 세 번 감사하기’,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항상 생각하기’ 같은 삶의 태도가 의미일 것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철학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자신이 ‘어떤 거대한 흐름’에 속해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다. 특히, 자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가 꽃을 피운 후 자신의 모든 양분을 열매에게 기꺼이 주고 시들어 가는 식물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나도 아이와 함께 동물원에 갈 때마다 새끼를 살뜰하게 보살피는 동물들을 보면서 부모에게 동질감이 느껴져 눈물이 핑 돌곤 했다. 자신이 없는 사람 역시 모든 것을 내어 주고 점점 작아지는 부모님을 보면서 자신이 거대한 생명의 흐름의 일부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의 의미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인간이 살아가면 만들어 내는 거대한 흐름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 들과 이어져있음을 느끼는 것. 그리고 그 삶의 의미가 죽음을 초월한다. 중년의 시기에 그 의미를 단단히 찾아 두면 이어질 노년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돈, 돈, 돈’에서 벗어나기 - 나의 인생 후반부는 ‘10억’보다 중요하다 태어나서 거의 30년을 공부하고 30년 동안 벌어서 그 돈으로 30년 이상을 버텨야 하는 시대다. 경제 활동이 마무리 되기 시작한 중년기에는 수입이 없는 노년기에 대해 대비까지 해 둬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고민이 더 깊어진다. 
 
최소한의 자금이 중요해진다. 예전처럼 20대에 결혼하고 바로 자녀를 낳는 시기였다면 대략 50대 중반이면 큰 지출이 필요한 이벤트들이 마무리되었겠지만, 지금은 늦게 결혼하고 자녀도 늦게 낳는 추세 
 
- 6 ? 마흔, 계속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당신에게 
 
다. 만혼과 늦은 출산으로 50대 중반이 되어도 자녀는 아직 고등학생이거나 대학생인 경우가 많다. 나도 거의 40세에 늦둥이를 낳았기 때문에 60대 중반까지는 계속 지출에 대한 대비를 해 둬야 하는 상황이다. 
 
그전까지는 막연한 불안이거나 돈을 많이 모으고 싶다는 바람 수준이었다면 40대 중반 이후부터는 돈관리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엄한 과제가 된다. 보험사와 금융기관에서는 노후 자금으로 최소 20~30 억을 이야기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30억도 부족하다는 이야기 들이 오간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무차별적으로 오가는 말, 보험사의 불안 마케팅, 막연한 두려움에 끌려 다니다가는 중년기를 돈 버는 데 다 보내게 된다. 어쩌면 불안 때문에 노년기에도 경제활동에서 은퇴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치킨집 차렸다가 퇴직금 날리는 사태가 남의 일만으로 여겨지지 않는 다. 
 
중년은 벌여 놓았던 일들을 점차 수렴하는 가을의 시기다. 이제 돈에 대한 집착과 두려움도 다스리고 돈에 대한 태도도 조금 더 확실히 정할 때가 되었다. 돈에 대한 가치관을 스스로 정리해야 할 타이밍 이다. 
 
필요한 노후 자금, 현실적으로 계산해 보기: 노후 대비를 위해 도대체 얼마나 필요할까? 20~30억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살고 있는 집을 포함해서 10억 정도면 충분히 노후를 버틸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의 평균 집값이 10억을 넘보는 상황에서 ‘겨우 10억?’이라고 되물을지 모른다. 하지만 은퇴시기에 빚을 제하고 10억의 순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의 비율을 그리 높지 않다.
2018년 3월 말 기준으로 한국은행과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순자산 10억 원 보유 가구는 전체의 6.1퍼센트라고 한다. 그렇다면 10억 미만을 갖고 있는 나머지 93.9퍼센트 가구는 노후 대비에 실패한 사람들이고 그들의 중년기는 암흑과 같은 것일까?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자존감을 지키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에게 그런 말은 ‘조선 시대 선비’처럼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물질은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존심과 존엄을 지키려면 최소한의 돈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최소한의 돈’의 수준은 사람에 따라 많이 다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5억이 될 수도, 어떤 사람에게는 10억이될 수도 있다. 
 
따라서 나에게 필요한 노후 자금을 현실적으로 계산해 보고 부족하면 그것을 채울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중년기에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내 경우에는 10억 정도면 훌륭하고, 몇 억이라도 순자산이 있다면 충분히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준을 어떻게 낮추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다만 그동안 모은 돈은 노후 자금의 일부에 불과하다. 학자들은 노후에도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의 사회 활동은 필수라고 이야기한다. 꼭 돈을 버는 ‘직업’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그동안의 경력과 경험을 활용해서 보람을 느끼며 할 수 있는 ‘일거리’나 ‘일감’의 차원에서다. 현실적으로 사회 활동이 어려운 초고령기를 제외하고 부부가 각자 제2의 커리어를 통해 100만 원씩만 번다면 노후를 크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노후 자금으로 마련한 목돈은 큰돈 들어갈 때나 미지의 세계인 초고령기를 위해 남겨 두고 5060중년기와 노년기 초기에는 일정 시간의 사회 활동을 하면서 생계비를 보태는 것이다.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2의 커리어가 될 나만의 일거리를 고민하고 설계하고 필요한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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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한다. 이것이 중년기에 꼭 해야 하는 현실적인 노후 준비라고 생각한다. 결국 ‘돈이 전부가 아니 다’라는 말은 어느 정도 진실인 셈이다. 돈이 충분히 있어도 보람과 존재 의미를 느낄 수 없다면 노년기 삶의 질은 많이 낮아질 것이다. 어쩌면 경제적 이유로 은퇴하지 못하고 생계 활동에 매달리는 경우 보다 자존감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지금이 바로 자기 관리가 필요한 시점 - ‘원하는 것’과 ‘가능한 것’ 사이의 균형점 찾기 ‘자기 관리’, ‘습관’ 등의 말을 들으면 ‘에이, 청소년이나 젊은 사람들한테나 필요한 말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년기야말로 내가 원하는 인생 후반부의 라이프 스타일을 정의하고 그에 맞는 자기 관리 방법과 습관을 정착시켜야 할 때다. 중년기에 들어서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중년기에 맞는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시도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인생의 절반이 지나간 중년기에도 여전히 습관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습관의 중요성이라면 이미 유년기, 청소년기에 지겹게 들었다. 20대에도 심심치 않게 들은 바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하고 결혼을 통해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성인이 된 30대부터는 누구도 나한테 ‘바른 습관을 만들어라’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심지어 부모님마저도, 그렇게 10년, 15년 내가 원하는 대로, 나에게 편한 생활 방식을 유지해 왔다. 그리고 그런 자유가 좋았다. 이제 완전히 어른이 된 것 같았으니까.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는 성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오지랖 넓고 주제 넘은 짓으로 여겼다. 지적질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사람은 다 제각각이고 나름의 개성이 있는데 하나의 ‘모범 틀’에 끼워 맞추라는 것은 또 다른 붕어빵 만들기라고 생각했다.
자기계발서를 읽지도 않았고, 서점 매대에 쌓인 수많은 자기계발서 표지만 봐도 거부감이 들었다.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야.’ 꼭 이런 마음이었다고나 할까. 
 
좋지 않은 생활 습관은 병을 키운다: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옹호하던 나에게 변화가 생긴 것은 늦둥이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40대 초반이었다. 남들에 비해 의지가 부족하고 자기 관리를 잘 못한 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프리랜서에게 엄격한 자기 관리는 기본이다. 15년 넘게 번역을 하면서도 마감을 한 번도 어겨 본 적이 없었다. 명절에 다른 식구들이 다 함께 노는데도 나 혼자 방 안에서 일을 했고, 아이가 맹장염으로 입원해서 수술을 받았을 때도 아이 침대 옆에서 노트북을 켜 놓고 번역을 했다. 
 
그것은 공적인 영역이었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마감을 지키고 전문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당연한 전제였다. 그런 당연함을 나는 ‘꽤 괜찮은 수준의 자기 관리 능력’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자기 관리가 부족했던 영역은 개인생활이었다. 늦둥이를 낳고 키우면서, 그리고 그 와중에 일을 놓지 않고 지속하느라 내 생활 리듬은 엉망이 되었다. 밤에 아이가 잠들면 일을 했기 때문에 거의 매일 새벽 2~3시에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는 최악의 컨디션으로 간신히 일어났다. 저혈압이어서 원래 오전 시간에 기운이 없는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버릇 때문에 신체 리듬이 더 나빠졌다. 아침에 남편이 주물러 주지 않으면 일어나기 힘든 날도 많았다. 
 
이렇게 최악의 컨디션이 이어지던 어느 날, 시야의 명도가 갑자기 한 단계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니 망막과 시신경 상태가 좋지 않아 이대로 방치하다가 10년 안에 실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나 많이 울고 후회했는지 모른다. 불도 훤히 켜지 않은 깜깜한 방 안에서 몇 시간 동안 눈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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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이지 않고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나날들이었다.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벌기 위해 소중한 눈을 희생시킨 내가 너무 미웠다. 사실, 돈 문제만이 아니었다. 일은 나한테 자존심이었다. 늦둥이를 낳고 사회생활에 제약이 생기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일마저 그만두면 이대로 무너져 버릴 것 같았다. 
 
충격적인 진단을 받은 날부터 모든 것을 바꿔야 했다. 번역을 중단하고 눈에 좋다는 모든 일을 했다.
혈액순환이 잘 되어야 눈에도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어 눈 건강이 좋아진다고 했다. 그 전에도 운동을 하고는 있었지만 더 규칙적으로, 병원에서 권하는 방식으로 했다. 결코 무리하지 않게, 지치기 직전에 그만뒀다. 이제 몸에 충격을 주고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습관을 모두 버려야 했다. 
 
6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노력한 결과, 눈 상태는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다. 이대로 잘 관리하면 된다고 했다.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그런데 일도 하지 않고 둘째는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하루 종일 건강에만 신경 쓰는 생활에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눈을 사용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었다. TV는원래 즐겨 보지 않았지만 스마트폰도 볼 수 없었고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없었다. 아무리 건강이 중요 하지만 건강만 유지하면서 사는 게 맞는 건가?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시력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새로운 고민들이 이어졌다. 
 
내 삶의 근본을 보호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 결국 어느 선에서 선택하고자 했다. 건강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의사와 상의하고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수집하면서 타협할 수 있는 수준의 활동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봤다. 전면적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수정했다. 우선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밤에 눈이 침침해지기 때문에 중요한 일은 오전에 다 해 두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운동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주3회 규칙적으로, 커피는 하루 한 잔으로 줄이기, 50분 집중 하면 10분 쉬기, 무엇보다도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루에 고르게 배분해서 몸을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힘들면 짜증이 나고, 짜증이 나면 몸이 긴장되고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는다. 스트 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데, 나에게는 ‘욕심을 내어 잘해 보려고 애쓰는 마음’도 스트레스 못지않은 적이었다. 신체와 정신의 자연스러운 리듬이 어긋났기 때문이다. 
 
‘가능한 것’을 최대한 음미하고 ‘불가능한 것’을 깨끗이 체념함으로써 나만의 균형점을 찾아내고, 그 균형 안에서 행복을 추구해야 했다. 불가능한 것에 화내고 안달하면서 나를 서서히 죽이는 습관에서 멀어져야 했다. 하려던 일이 잘되지 않아도, 내 능력이 욕심에 미치지 못해도, 결과가 실망스러워도 ‘잘 했어’, ‘그만하면 잘한 거야’라고 나에게 말해 주고 위로해야 했다.
원래 과제 중심적인 사고로 살아온 나였지만, ‘당장의 일이 잘 안 되어도 죽지 않는다. 일이 전부가 아니다. 눈앞의 이 일이 실패하더라도 내 삶 전체의 실패는 아니며 내 삶에는 다른 차원들이 있다. 고작일 때문에 내 삶 자체를 힘들게 하지 말자’라며 다짐을 거듭했다. 의지와 욕심을 버리고 존재 자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보다 더 편안해지고 행복해졌다. 
 
나이 듦의 의미 
 
시간의 공평함 -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는 기술 점점 더 평등해지는 가처분 시간: 무엇보다도 가장 공평해지는 부분은 시간이다. 외모가 뛰어나든 그렇지 않든, 돈이 많든 적든, 시간 앞에서는 모두 평등해진다. 젊을 때는 ‘가처분 시간’의 배분이 굉장히 불공평하다. 돈이 많으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고 위임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가처분 시간을 크게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모든 일을 본인이 해야 하기 때문에 가처분 시간이 적어진다. 어찌 보면 현대사회에서 돈이란 곧 시간이다. 생명이 유한한 인간에게 시간은 가장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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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이며 돈이 많으면 원하지 않는 일에 귀한 자원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돈이 가진 무시무시한 힘에 눈을 뜨는 시기가 바로 청년기다. 
 
그러나 이 불평등했던 가처분 시간이 중년기부터는 조금씩 다시 평등해지기 시작한다. 자의든 타의든 직장 생활은 점차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다. 일을 계속하는 경우에도 업무 노하우가 충분하기 때문에 투입되는 시간이 줄어든다. 전업 주부의 경우도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일일이 손이 갔지만 이제는 다 큰아이들이 공부에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다. 친구 관계도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보기만 하면 된다. 오롯이 나만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초년생 시절에는 모든 것이 다 처음 해 보는 일이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정신없이 바쁘다. 업무에도 익숙해져야 하고, 인간관계도 맺어야 하고, 인생의 중대사인 결혼을 위해 데이트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멋도 내야 하고, 철 따라 여행도 가고 예쁜 사진을 찍어 SNS에도 올려야 한다. 잠시라도 여유 시간이 생기면 너무 반갑고 그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이 많아 고민일 정도다. 
 
하지만 중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업무도 능숙하게 조율할 수 있고 새롭게 구축해야 할 인간관계도 별로 없다. 절대적인 여유 시간은 점점 더 늘어나는데 그 시간을 짜릿하게 보낼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진다. 어느 정도 다 해 본 일들이고, 이제는 뭘 해도 그저 심드렁하다. 여가마저 일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외모가 아무리 뛰어나도,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새롭지 않은 일은 권태롭게 마련이다. 20세 이후로 20~30년을, 세상에 태어난 이후 40~50년을 살아왔다. 슬프게도 사는 것 자체가 슬슬 지루해지고 권태로워진다. 
 
특히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성공을 위해 당장 급하지 않은 욕구를 희생시키는 라이프 스타일에 익숙해져 버렸다. 일말의 낭비도 없이 모든 에너지와 관심을 일에 투입해 왔다. 그러다 타의반 자의반 일에서 점점 손을 놓아야 할 시점이 되면, 늘어나는 가처분 시간 앞에서 당혹스러워한다.
시간이 점점 더 많이 남는다. 그리고 남는 시간이 점점 더 반갑지 않게 된다.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기술: 사실 여유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은 매우 고차원적인 기술이다. 버트 런드 러셀은 “어느 정도 권태를 견딜 수 있는 힘은 행복한 삶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이것이 젊은 사람 들이 배워야 하는 것 중 하나다”라고 말한다. 러셀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권태를 두려워하다가 알코올, 마약 등 더 나쁜 종류의 자극에 중독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어릴 때부터 단조로운 삶을 견디는 능력을 기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노력과 창조력에 의지해서 스스로 환경으로부터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영화 감상처럼 재미는 있지만 육체적인 활동이 전혀 수반되지 않는 수동적인 오락거리를 지나치게 탐닉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행복한 인생이란 대부분 조용한 인생이다. 진정한 기쁨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깃들기 때문이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젊었을 때부터 다양한 취미를 경험해 보고 자기 관리 능력을 키워 놓지 않으면 중년기에 TV 드라마나 스포츠 방송을 보는 데만 귀한 시간을 허비하게 될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남는 시간을 잘활용하지 못하고 의미 없게 써버리는 자신에 실망하고, 그 결과로 찾아오는 부정적인 감정이 두려워서 일에 더 몰두한다. 자신을 믿지 못해 시간이라는 가장 귀한 자원을 외부에 위탁하고 마는 셈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중년에는 가처분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질적 
 
- 10 ? 마흔, 계속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당신에게 
 
인 시간 불평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청년기에는 누구나 시간 관리나 자기 관리 능력이 부족했다.
인생 지도를 처음으로 만드는 단계이기 때문에 자기 관리 수준도 고만고만했다. 백지 상태에서 각자 시행착오와 헛발질을 반복하며 자기 관리 능력을 조금씩 발달시켜 온 것이다. 그리고 세월을 거치면서 비슷비슷했던 시간 관리 능력에는 상당히 큰 격차가 생겼을 터다. 그 격차가 중년기 삶의 질을 결정한 다. 
 
그나마 중년기는 노년기와 달리 아직 사회생활을 하고 자녀들이 독립하지 않은 시기다. 이 시기에 늘어나는 나만의 시간을 충실하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시간이 턱없이 많아지는 노년기에 삶의 질이 더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중년기에는 인생 후반부에 하고 싶은 일을 정하고, 나만의 시간을 충실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기 관리 능력을 점검해봐야 한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을 길러 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없다. 
 
 
- 11 ? 마흔, 계속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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