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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by Casey,Riley 2020.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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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인생의 원숙기에 들어서는 마흔 무렵에 삶의 가치를 한번 성찰해보길 권한다. 마흔 무렵부터 자식들과 배우자는 멀어지고, 연로하신 부모님은 아프시거나 세상을 떠나기 시작하고, 직장에서의 책임감은 커지고 행동과 감정은 절제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소위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표현하는 중년의 외로움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마흔이 되면 힐링과 위로의 수단들을 찾기도 하지만 저자는 자칫 공허할 수 있는 힐링보다는 자기중심과 합리적 낙관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마흔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에세이라는 형식으로 40편의 글에 담아냈다. 마흔 이후의 나를 지키는 지혜와 구체적인 방법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 Short Summary 
 
인간의 삶은 원인과 결과가 비례하는 질서정연한 선형계도 아니지만 모든 것이 얽히고 뒤죽박죽인 무질서의 혼돈도 아닌 중간적 복합계이다. 인간의 노력과 성취가 정비례하지도 않지만 무관하지도 않다는 의미이다. 원인과 결과, 노력과 성취는 삶이란 길지 않은 시간에서 복잡계적인 상관성을 가지지만 연결되는 시기와 양상은 각양각색이다. 행운과 불행이 교차하고, 필연과 우연이 만나서 다채롭게 직조 되기 때문이다. 
 
마흔은 전환기, 도약기, 전성기, 위험기, 고난기 등 복합적 성격의 시기이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30대까지는 성장기이다. 20대까지 부모의 양육과 필요한 교육을 받고 30대에 현실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관점과 전문성을 확립한다. 30대까지는 남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가지만 40대는 나의 길을 만들어 가는 시기이다.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분출해 자신의 영역에서 성취를 이루어나가는 40대의 에너지가 50대 초중반까지 연결된다. 이후는 관성으로 나아가면서 실질적인 사회적 경력은 일단 막을 내린다.
동시에 마흔은 힘들고 어려운 시기이다. 가정과 사회에서 짊어져야 할 의무와 부담이 급증한다. 사춘 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자신들의 세계로 떠나고, 경제적 부담은 가중되는 가운데 연로하신 부모님이 편찮으시면서 세상을 떠나시기 시작한다. 사회적으로도 아래위로 시달리는 중간적 입장에서 현재의 역할과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고뇌도 깊어진다. 가중되는 스트레스로 모든 것을 털고 떠나버리고 싶은 충동도 생겨난다. 
 
마흔 무렵은 전환기의 가능성과 위험기의 일탈 사이에서 항로를 잡아야 하는 분기점이다. 누구에게나 나름대로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미래의 가능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역량은 있다. 하지만 막연히 30대의 패기로만 부딪혀서는 40대 전환기의 바다를 슬기롭게 항해하기 어렵다. 마흔 무렵에 상응하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가치관과 방향성을 분명히 정립해 나침반으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까지 확보한 자신의 역량과 미래의 가능성을 냉정하게 객관화하고 성찰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지향할 가치관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가치관이 정립되어 있어야 좋은 시기에 교만하지 않고 어려운 시기에 좌절하지 않으면서 풍랑이 몰아치는 40대의 바다에서 표류하지 않게 된다. 
 
- 2 -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격동의 40대를 지나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떻게 헤치고 나왔는지 아찔한 순간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반추해보면 나름대로의 노력과 동시에 행운과 우연이 교직해 표류하지 않고 지나왔고 힘들 때마다 만나게 되었던 좋은 생각과 좋은 사람들이 버팀목이 되어주었음에 감사한다. 이런 배경에서 마흔 무렵부터 혼자 생각해보고 지인들과 나누던 이야기들을 이 책에 담아보았다. 부족하나마 설익은 인생론이 아니고 어쭙잖은 무용담이나 성공담은 더더욱 아니다. 평범한 생활인이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온 40대의 시간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라고 생각하고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차례 
 
지은이의 말_ 인생은 복잡계이고 마흔은 복합기이다 
 
1장 마흔, 아주 특별한 나이 마흔의 인생은 살아진다 / 40대부터 황금기가 시작된다 / 젊은 천재는 있어도 젊은 대가는 없다 부모의 그늘도 30대에 끝난다 / 마흔 무렵부터 내 돈이 모인다 
 
2장 중년 몸살, 위로받고 싶은가?
40대의 외로움은 숙명이다 / 위로받기 원한다면 자신을 되돌아보라 / 세상은 불공평하면서 공평하다 인생은 짧지만 부침을 겪을 만큼은 길다 / 막혔다고 생각되면 관점을 바꾸자 
 
3장 마흔, 나를 직시해야 할 때다 허영보다 자부심이 중요하다 / 단점이 아닌 장점에 집중해야 한다 도전은 바람직하지만 대가도 따른다 / 중요하고 관리 가능한 영역에 집중하라 태평성대에도 굶어죽고 전쟁에도 돈 번다 / 결핍과 열등감은 에너지의 원천이다 
 
4장 마흔 이후, 관계에 대한 생각들 지인은 늘어나고 친구는 줄어든다 / 대접받지 말고 존중받아야 한다 불평불만은 하지도, 듣지도 마라 / 마음의 스승을 모셔라 가까운 사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 멘토놀이가 아니라 멘토로 인정받자 
 
5장 마흔 이후, 가족에 대한 생각들 가족은 중요하지만 올인할 필요는 없다 / 자녀교육법에 정답 없다 아이의 미래 기초체력은 영어와 코딩이다 / 아이의 미래는 아이에게 맡겨라 아이들의 성장기 경험이 인생을 결정한다 / 노년의 부모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라 
 
6장 마흔의 일상을 눈부시게 살자 작은 행복감을 자주 느끼자 / 마흔부터 취미는 친구가 된다 스트레스를 견디는 루틴을 만들자 / 쉬는 것도 투자, 참는 것도 발전이다 마흔이 되면 건강도 한계를 인정하자 / 뉴스를 멀리하고 정보를 접하라 
 
7장 마흔 이후, 천천히 서둘러라 빨라지는 시간, 천천히 서둘러라 / 시간을 생산해야 한다 / 행운이 운명이 되려면 준비해야 한다긴 호흡으로 삶의 가치를 생각하자 / 40대를 맞아 10년의 계획을 세워보라 
 
- 3 -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1장 마흔, 아주 특별한 나이 
 
마흔, 삶의 여백을 이해하기 시작하다 2001년 11월에 어느 날로 기억한다. 가까운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던 중이었다. 갑자기 친구가 질문을 던졌다. “이제 한 달만 지나면 우리도 마흔이 되는구나. 벌써 마흔이라니, 실감이 안나네. 마흔을 맞이하는 마음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냐?” 당시 나는 직장을 옮기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터라 나이를 잊고 살았다. 귀가하는 전철 안에서 왠지 모르게 친구의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하고 집에 도착했다. 며칠이 지난 어느 주말, 집에서 갑자기 그 질문이 떠오르면서 마흔을 맞는 심정을 표현하는 단어로 ‘여백’이 떠올랐다. 
 
나는 20대 후반에 학업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가정을 꾸리면서 30대로 10년을 보냈다. 20대까지의 성장기에는 세상을 선형으로 보았다. 원인과 결과, 투입과 산출의 관계가 상당히 비례한다는 생각이었다. 재능이 있고, 열심히 노력하면 그에 비례해 성취의 폭도 클 것이라는 바람이자 믿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30대를 지나면서는 달라졌다. 재능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존재하고, 인생에는 운이라는 요소도 작용함을 실감하게 되었다. 인생은 복잡계였다. 완전한 질서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질서도 아니었다. 
 
부모님 슬하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는 10대, 20대의 성장기까지는 타고난 여건에 따라 살아간다. 물론 학교 성적과 입시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일정 수준 비례하는 선형의 관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이다. 그러나 20대 중후반 무렵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소위 본게임이 시작된다. 일단 내능력으로 내 삶을 책임지고 꾸려나가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30대까지는 삶에서의 성공은 능력과 노력에 비례할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40대 무렵부터는 생각이 달라 졌다. 일단 30대에서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부푼 꿈으로 입사해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 첫 직장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것이다. 
 
대학 졸업과 군 복무를 마치고 1989년 S증권사에 입사했다. 당시 증권사는 80년대의 경제성장을 바탕 으로 전례 없는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나날이 폭등하는 주가지수로 도처에 일확천금의 신화가 생겨났고, 주식투자는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다. 당시 S증권사가 소속된 S그룹은 국내 5위권의 대기업 이었다. 그러나 그룹 차원의 조직개편에 따라 경제연구원으로 이동해 근무를 시작하면서 자동차 사업에 발목이 잡혀 의외로 사정이 좋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1997년 5월 2일 오후에 당시 연구원 장이 “오늘부터 연구원이 문을 닫게 되었다”는 발표를 했다. 퇴직절차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도 없었던 일종의 폭탄선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나는 계열사인 S정보통신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후 동료들의 인생항로는 각양각색이었다. 그리고 그 해 10월 IMF 경제위기가 닥쳤다. 신입 직원 채용도 전면 중단되는 가운데 경력 직원의 이직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으로 변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는 나이의 가장에게는 재앙이었다. 가까이 지내던 선배 한 사람은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 
 
- 4 -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서 신발가게를 열었다. 가까웠던 동료 한 사람은 아이 우윳값도 떨어지고 호구지책이 막연해 상당 기간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고 했다. 석사급 전문가였는데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었다. 다행히 경제가 급격히 회복되면서 후일 두 사람은 모두 자기 자리를 찾았다. 
 
나 역시 30대 후반에 갑작스런 실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겪었다. 사실 30대를 지나면서 나의 행동과 무관하게 삶이 규정되는 상황을 비일비재하게 경험하고 목격하게 된다. 오랜 연애 기간을 거쳐 결혼했지만 금세 갈라서기도 하고, 건강했던 사람이 젊은 나이에 큰 병을 얻는 것은 설명하기조차 어렵다. 조직 내에서 촉망받던 인재가 불운으로 꺾이기도 하고, 어쭙잖은 부류가 행운을 맞아 날개를 달기도 한다. 운명이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를 도저히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을 인정하게 되는 시점이 마흔이었다. 
 
마흔은 삶의 여백을 이해하는 나이다. 세상살이에 원인과 결과를 부정하지는 않더라도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복잡계로 인정하는 것이 여백이다.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행동하지 않고 매사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면서 긴 호흡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지혜를 체득하는 나이다. 마치 동양화가 여백이 있기에 그림이 완성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공자가 마흔을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는 불혹’이라 표현했는데, 나는 이를 ‘인생사 여백의 이치’에 대한 이해라고 말하고 싶다. 
 
40대부터 황금기가 시작된다 마흔 무렵 은행에서 순서를 기다리면서 별 생각 없이 꺼내 든 잡지에서 수필 하나를 접했다. 칠순에 들어선 여류 소설가의 “여자 전성기”라는 제목이었다. 읽어보니 여자의 전성기는 40대 초반에서 50대후반이라는 요지였다. 흔히 여자의 전성기를 20대 초중반에 꽃처럼 피어나는 시기라고 하지만 정작 자신은 무엇이 좋은지도 모르고 미혼 시절이 바람처럼 지나갔다고 했다. 20대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30대는 그야말로 정신없이 살았다. 세탁기, 청소기가 없는 시절에는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는 주부의 바쁜 일상이었다. 
 
40대 초반이 되면 맏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아이들이 어릴 때처럼 엄마 손을 타지 않으니 약간의 여유가 생긴다. 30대를 알뜰하게 보내면 40대에 경제적으로도 형편이 나아진다. 20대에는 별것도 아닌 일에 부끄러워하고 겁도 많아서 위축되었는데, 결혼해서 아이 낳고 키워보니 세상에 거리낄 일도 없어졌다. 결혼 초기에 어려웠던 남편과 시댁 식구들도 40대에 접어 드니 그렇지도 않다. 무엇보다 아직 건강하고 음식도 맛있고 재미있는 일도 많다. 이런 면에서 여자의 전성기는 40대 중반부터라는 이야기였다. 
 
여자의 40대, 50대가 전성기라는 대목에 공감이 갔다. 집에 와서 30대 중반의 아내에게 수필의 내용을 이야기했더니 반색했다. 결혼해서 아이 키우면서 인생이 피폐해지고 있다고 느끼던 아내에게 아직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는 노년의 여류 소설가의 회고가 반가웠던 모양이다. 세월이 흘러 이제 50대에 접어든 아내는 여자의 전성기가 40대 초반부터라는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가 보아도 그렇다. 
 
남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40대 초반에서 50대 후반이 소위 연부역강(年富力强), 연륜이 풍부하고 근력도 강하다. 20대는 패기가 있으되 사리분별이 안 되고, 30대는 경험이 쌓이지만 아직 사물의 본질을 포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40대는 경험도 풍부하고 체력도 튼실하다. 역할도 커지고 역량도 비례해 발전하는 나이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설 패기도 있으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커다란 성취를 이룰수 있는 연륜도 쌓인 황금기이다. 
 
- 5 -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오늘날의 40대는 주로 1970년대에 태어났다. 그들의 성장기였던 1990년대는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꽃을 피우는 시기로 사회 전반적으로 윤택하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활동기인 2000년대는 우리 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출현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기 였다. 개인적 삶은 태어난 시기와 여건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지금 스타벅스 커피컵을 들고 시내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200년 전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40%의 확률로 천민이었을 것이고, 나머지 대부 분도 일자무식에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평민일 수밖에 없었다. 태어난 시점은 현대라도 북한이나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면 현재의 삶에서 가지는 자유로움과 가능성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이는 개인적 의지나 역량과는 다른 문제이다. 일종의 운명적 요소이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천재적 능력을 타고났더라도 아프리카의 빈국에서 태어났다면 평생 소몰이나 하다가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나도 대한민국에서 1960년대 초반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로서 언제나 고마움을 느끼면서 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40~50대는 행운의 세대이다.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가장 혜택을 받은 세대 이다. 특히, 현재의 40대는 개인적 삶의 사이클과 우리나라 사회적 흐름이 모두 정점에 이르러 있다.
그동안 갈고닦은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커다란 성취를 기대하는 연배이기도 하다. 
 
2장 중년 몸살, 위로받고 싶은가? 
 
40대의 외로움은 숙명이다 삶이란 고단하고 외롭다. 물론 좋은 시절도 있고, 가족과 친구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러하다. 세상사람 모두가 서로 아끼고 이해하면서 살아가는 가족과 같은 관계 형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소망도 강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가족 간의 관계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하물며 타인과의 관계는 말할 것도 없다.
마흔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가족과 직장에서의 역학구조가 변하기 시작한다.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식들과 배우자는 멀어지고, 연로하신 부모님은 아프시거나 세상을 떠나기 시작하고, 직장에서의 책임감은 커지고 행동과 감정을 절제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소위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표현하는 중년의 외로움으로 나타난다. 남을 위해 살아가는 시기인 점을 수긍하더라도 때때로 나도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 40대 중반이 무척 힘들었다. 40대 초반은 S그룹을 떠나 딜로이트에 입사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던 시기였다. 나름대로 조직에서 역할을 찾아가는 즈음에 어머 니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그 이후에 고향에서 홀로 계시는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으로 나름대로 보살펴 드리는 와중에 아버지 역시 깊은 병환이 생겼다. 앞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오래 뵙기도 어렵겠다고 생각하면서 심정이 복잡했다. 또한 집안에 우환이 생기면 이런저런 문제가 파생되기 마련이다. 
 
이런 와중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극도로 높아졌다. 고객인 기업 입장에서는 1년 후의 생사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외부 컨설팅을 받는 것은 어불성설이 었다. 당시 컨설팅 파트너로 근무하던 내 입장에서는 나 개인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사활이 불투명한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었다. 집과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동시에 닥치니 그야말로 심신이 피로했고,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나의 고통을 이해해주는 곳이 없어 외로웠다. 그저 하루하루 견뎌 내자는 마음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누군가 위로해주었으면 하는 심정도 컸지만 어차피 내가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매일 ‘인내’라는 단어를 되뇌었다. 아버지의 병환은 개인의 운명이지만 내가 이끄는 조직의 사활은 다른 차원의 현실이었다. 
 
- 6 -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당시 큰 위안을 주었던 책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다. 나는 『군주론』에서 리더가 가져야 할 현실적 덕목을 접하면서 용기와 지혜를 얻었다. 특히 리더의 역할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이란 부분에서 내가 취해야 할 기본 입장을 발견했고, 언제나 이를 염두에 두고 하루하루를 견뎌냈다. 시간이 흐르고 이런저런 상황들이 매듭지어졌다. 아버지께서는 세상을 떠나셨고, 회사는 위기에서 벗어났다. 떠나신 아버지의 빈자리는 컸지만, 그래도 말년에 집에 모셨음을 위안으로 삼았다.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과거가 되었지만 당시는 내 인생에서도 큰 시련이었고, 중심을 잃지 않고 비교적 잘 헤쳐 나왔음에 항상 감사한다. 
 
인생은 짧지만 부침을 겪을 만큼은 길다 인생의 부침은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지만 이에 대처하는 태도와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러한 차이에 따라 인생의 가능성이 확장되기도 하고 위축되기도 한다. 특히 부침에 따라 흔들리지 않으려면 마음의 중심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잘나갈 때 붕 뜨고, 못 나갈 때 바닥으로 추락하는 롤러코스터 인생이 된다. 특히 40대는 부침이 많은 연령대이다. 30대까지가 준비기라면 40대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나가기 때문이다. 사회적 삶에서 50대는 40대의 연장선이다. 
 
40대의 부침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종교, 신념, 가치관 등에서 연원하는 마음의 중심이 잡혀 있어야 한다. 일종의 인생관이라고 표현해도 좋다.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상황 변화에 따른 흔들림은 당연하다. 남들보다 못한 부분에서 좌절하거나 분노하고, 남들보다 잘난 부분에서 우쭐하고 교만하게 된다. 특히, 어려움이 닥쳤을 때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해석해 본질을 놓치고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를 피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되 희망을 잃지 않는 합리적 낙관주의가 특히 필요한 시기이다. 
 
미국의 해군 장교였던 제임스 스톡데일은 베트남 전쟁에서 포로가 되어 8년(1965~1973) 동안 베트남의 하노이 포로수용소에서 생활했다. 수감 기간 동안 스무 차례가 넘는 고문을 견뎌냈고, 동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으며 끝까지 살아남았다. 그는 석방되어 귀국한 뒤 현역으로 복귀해 중장으로 전역했다.
스톡데일의 회고에 따르면 수용소에서 가장 일찍 죽는 사람은 비관주의자가 아니라 근거 없는 낙관주 의자였다. 자기 자신에게 일종의 최면을 걸어 곧 석방이 될 거라는 희망을 가졌다가 좌절되면 실망하고, 다시 막연한 희망을 갖고 기다리다가 끝내 극단적인 실망에 빠져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반면 분명히 풀려난다는 신념을 갖되, 단기간 내에 석방은 어렵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수용소 생활을 받아들 이고 견뎌냈다. 
 
이후 사람들은 극한 상황을 이겨내는 합리적 낙관주의를 ‘스톡데일 패러독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이되 성공하리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 합리적 낙관주의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3장 마흔, 나를 직시해야 할 때다 
 
허영보다 자부심이 중요하다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사상을 대중적으로 풀어쓴 일본 저술가 기시미 이치로의 『미 움받을 용기』가 큰 인기를 얻었다. 아들러는 심리적 문제는 자기 자신에 기반하여, 이의 극복 또한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달렸음을 강조한다. 타인의 인정에 집착하지 말고 자신과 타인의 과제를 명확히 구분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타인으로부터 미움받을 것을 두려워 말고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메시 
 
- 7 -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지이다. 아들러 심리학을 소개하는 책 『미움받을 용기』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는 집단을 중시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에서 개인들의 내적 갈등이 심하기 때문이다. 물론 서양에서도 가족과 집단을 중시하지만 개인의 가치를 더 우선시한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1946년에 펴낸 『국화와 칼』은 일본 문화 분석의 고전이다. 베네딕트는 일본문화를 포함한 동양문화를 ‘수치의 문화’로, 서양문화는 ‘죄의식의 문화’로 구분했다. 이러한 구분에서 도덕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명확히 나타난다. 수치심은 내가 잘못했다는 자각이 아니라 남들이 나를 잘못했다고 비난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반면 죄의식은 나와 신의 문제, 나와 양심의 문제로 귀착된다. 남들이 비난하지 않아도 나의 신이나 내면의 양심에 비추어서 문제가 있으면 죄의식을 가진다. 도덕의 관점에서 수치심은 나와 남과의 관계에서 출발하고, 죄의식은 나의 내면적 가치와 신념이 기준이다. 
 
서양은 유일신 체제의 기독교가 발달하면서 나와 신, 나와 양심 등의 기본구조가 생겨났고,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거치고 근대가 형성되면서 개인의 권리와 법치의 개념이 확립되었다. 반면 동양은 유일 신의 개념이 약한 규범의 구조였다. 절대자가 부재하니 개인이 아닌 집단에서의 수직적ㆍ수평적 관계가 판단의 기준이 되었다. 또한 개인의 권리와 인권 등의 근대적 개념도 서양문명에서 도입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오늘날 동서양을 막론하고 외양적 생활 방식은 동일하게 수렴되었다. 하지만 내면에는 개인과 집단을 보는 스펙트럼의 차이가 크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은 가족, 동료, 동문 등의 집단을 언제나 의식하고 좋은 평판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구조이다. 비록 나의 양심에 비추어서 올바른 말과 행동이라도 남을 의식해 절제해야 한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는 조직에서 미움받는 것은 거의 자살행위에 가깝다. 옳고 그름을 불문하고 일단 튀는 행동은 집단 차원에서 응징하기 때문이다. 
 
마흔은 이런 점에서도 복합적이다. 평판과 소신의 균형이 필요하다. 평판이 중요시되는 분위기를 무시 하고 돌발행동으로 무의미한 비용을 치르는 것은 바보이다. 하지만 평판에 과민해 모든 사람에게 칭찬 받으려는 태도도 문제다. 평판과 칭찬은 중요하지만 때로는 비난과 미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소신의 관철이 의미가 있으면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생활에서 평판과 신뢰는 핵심이다. 하지만 세간의 겉도는 평판과 입에 발린 칭찬은 수면 위를 떠다니는 부평초와 같다. 이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도 미숙하지만 휘둘리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미움을 받더라도 필요에 따라 전략적 으로 판단해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다. 
 
4장 마흔 이후, 관계에 대한 생각들 
 
지인은 늘어나고 친구는 줄어든다 
 
세월이 흐르면서 지인은 늘어나지만 친구는 줄어든다. 이런저런 경로로 알게 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인들이 늘어남은 당연하다. 반면 기존의 친구들도 생각과 여건이 달라지면 교류의 폭과 빈도가 줄어들고 감정적 친밀감도 달라진다. 개인적으로는 그리 아쉬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예전에 친근감을 가졌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생각과 입장이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인간 관계란 서로의 거리감에 따라 거리를 조정하는 편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친구라고 예외일 필요는 없다.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함께 할 수 있는 공통분모 안에서 동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마흔 무렵부터는 친구관계도 재편기이다. 성장기의 친밀감을 바탕으로 가까운 관계를 이어나가기도 하고, 과거 친밀했지만 소원해지는 구조가 교차한다. 그럴수록 1년에 한두 번을 만나도 편안하게 이야기할수 있는 가까운 친구의 소중함은 커진다. 친구는 타인의 삶에 투영된 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 8 -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나이가 들수록 생텍쥐페리가 『인간의 대지』에서 피력한 친구와 동료의 의미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
1930년대 나무로 만든 어설픈 비행기에 우편물을 싣고 남아메리카를 누비던 우편기 조종사 시절의 회상이다. 악천후에서 안데스 산맥을 넘던 동료가 행방불명되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초조한 심정이 담겨 있다. 친구의 명랑한 웃음소리를 두 번 다시 듣지 못하리라는 것을 차차 깨닫게 되고, 그때에야 참된 슬픔이 시작되는데,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이라기보다는 다만 약간 마음이 쓰라린 그런 것이다. 잃어버린 동료를 대신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공통된 많은 추억, 함께 했던 괴로운 시간들, 불화와 화해, 마음의 격동, 이러한 보물만큼 값어치 있는 것은 없다. 이런 우정들은 다시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대접받지 말고 존중받아야 한다 마흔이 넘어가고 중견이 되면 어떤 형태건 수직적 위계질서에서 중간 이상의 위치가 된다.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에는 크든 작든 조직의 장이 되어서 구성원들을 거느리게 된다. 입사 연도, 업무 경험, 나이 등의 기준으로 대접받는 입장이 된다. 남을 대접할 때는 모르는데 대접받는 입장은 기분이 좋다. 대접이란 자꾸 받으면 더 받고 싶게 마련이다. 그리고 나이 들어서 대접 좀 받는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나이와 경험, 역할에 맞게 대접받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후배들에게 실력과 경험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직책과 연차라는 위계질서의 혜택으로 대접받으려고 하면 소위 꼰대가 된다. 역량과 인품으로 존중받는 선배로서 대접받아야 한다. 
 
선배나 상사가 후배나 부하들에게 존중을 받으려면 배울 점이 있으면 된다. ‘일을 잘 하거나, 부하들이 마음 편하게 일하게 하거나, 스킨십이 좋거나, 인품이 훌륭하거나’ 등의 장점이 있어야 한다. 신경질적인 성격에 별로 배울 점 없는 상사가 고압적인 자세로 대접받으려고 한다면 부하들이 면종복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나마 내가 직장생활 초년병 시절은 ‘계급의 깡패’였던 시기라서 상관없었지만 지금은 완연히 다르다. 
 
지금부터 마흔 무렵에 접어드는 1980년대 출생들도 개방적이고 수평적 질서에 익숙한 세대들이다. 비유하자면 대접은 형식적 의전이고, 존중은 실질적 실전의 느낌이 든다. 의전에 강한 군대는 실전에 약하고, 실전에 강한 군대는 의전이 소박하다. 군대에서 의전에 강하고 실전에 약한 지휘관은 병사들이 따르지 않는다. 평시에 폼만 잡고 전투에서 패배하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의전에 소박 하고 실전에 강한 지휘관은 병사들이 마음으로 충성한다. 죽지 않고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서도 후배들은 의전보다 실전에 강한 선배를 따르고 배우고 존중한다. 
 
5장 마흔 이후, 가족에 대한 생각들 
 
아이의 미래는 아이에게 맡겨라 아이들을 키워보니 ‘돌 반에서 일곱 살’ 기간이 가장 귀엽다. 물론 아이들이야 언제나 예쁘지만 갓난아 기일 때는 보살피기가 쉽지 않다. 한 돌이 지나고 기저귀를 떼고 아장아장 걸으면서 말을 하기 시작하면 내 자식이라는 느낌도 강해지고 항상 눈에 아른거린다. ‘미운 일곱 살’이 되면 자기 주장이 생기면서 다른 차원이 된다. 그러다가 중학교 전후의 사춘기로 들어가면 감정 변화도 심해지고 부모에 대한 태도도 많이 달라진다. 때때로 내 자식 같지 않다. “자식은 평생 빚쟁이”라는 어른들 말씀을 실감하게 된다. 
 
아버지는 ‘아이 자신의 인생이니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이 많다면, 어머니는 ‘내가 낳은 자식이니 그래도 내 말을 듣고 내 감정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딸들은 아이돌 사진을 붙여놓고 
 
- 9 -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친구들과 공감대를 키워가지만 그래도 부모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따르는 척이라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아들은 자기 주장을 하고 부모와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한다. 사춘기부터는 부모 품을 벗어나 독자적 세계를 만들어가는 자식들과의 갈등이 시작되고 때로는 증폭되면서 성인 간의 관계로 재정 립된다. 이러한 과정관리에 실패하면 부모-자식 간에 앙금이 쌓이고 악화된 관계가 후일에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아이의 미래는 자신의 것이다. 부모로서는 아이가 자신의 길을 잘 찾도록 여건을 만들고 조언하는 정도가 최선이다. 어차피 아이 인생을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로마인 이야기』를 쓴 일본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견해를 소개하면서 마무리하고 싶다. “교육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위원회 등에서 자문해 올 때마다 나는 ‘교육에 대해 배우려거든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를 보라’고 말한다. 어떤 동물이든 부모는 자식이 독립할 때까지는 성심성의껏 돌보고 키워주지만, 목표는 자식의 홀로서기다. 인간 세계도 마찬가지다. 부모건 학교건 빨리 잘 키워서 떠나보낼 생각을 해야 한다. 연인이나 부부, 기업은 어떻게 잘 잡아놓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하겠지만 요즘은 이런 각자의 역할을 마구 헷갈리는 듯하다. 학교나 부모가 학생을 잡아놓으려 하고 기업이 인재를 떠나보내려 하니 이건 기본이 잘못된 것이다.” 
 
6장 마흔의 일상을 눈부시게 살자 
 
작은 행복감을 자주 느끼자 2000년대부터 ‘작은 사치’, ‘집중 소비’, ‘소확행’ 등의 현상이 나타고 있다. 보는 것은 많고 돈은 한계가 있으니 접근 가능한 작은 부분에 집중해서 지출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소비 트렌드이다. 고급 스테 이크는 부담스러우니 고급 케이크 한 조각을 먹거나, 고급 가방을 사지는 못하지만 명품 브랜드의 립스틱을 바르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소비 형태이다. 또한 해외 여행에서도 저가 항공에 저렴한 호텔을 이용해서 절약한 돈으로 식사만큼의 현지의 맛집을 순례하는 패턴들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소비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작은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는 영역을 찾아서 여유를 찾는다. 취미, 종교 모임 등에서 커피, 차, 술, 요리 등 무엇이든 개인의 취향에 부합하면 충분하다. 타인을 의식할 필요 없이 매개체를 통해서 자신이 느끼는 만족감이 가장 중요하다. 
 
소확행을 최근의 트렌드라고 하지만 어차피 중년에 접어들면 나를 흥분시키는 자극과 즐거움은 줄어든다. 나이 든다고 한탄할 일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것이다.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기제를 자주 가지는 것이 건강한 심신에 도움이 된다. 혹 열정을 쏟아붓는 대상이 있으면 경제적 여건과 신체적 능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몰입하면 된다. 
 
돌이켜 보면 나의 소확행은 아이들과 신나게 노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유치원ㆍ초등학교 시절에 놀이 터에 가고, 배드민턴을 치는 등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했다. 하지만 중학교에 가면서 슬슬 멀어 지더니 고등학교에 가면서는 별로 같이 다니려하지 않는다. 빌 클린턴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는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 공직을 그만두었다. 그런데 그가 막상 집에 돌아와보니 이미 사춘기를 지난 아이들이 더 이상 아버지와 같이 놀지 않으려 해서 당혹했다는 이야기가 남의 일이 아니었다. 소확행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현재 나의 소확행은 오디오와 음악 위주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기기를 바꾸고 변화된 소리를 들어보는 기대감,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도 즐거움이다. 음반을 사면서 작곡가와 연주자에 대한 콘텐츠를 접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 10 -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마흔이 되면 건강도 한계를 인정하자 세상을 살아보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결정할 수 없다. 건강과 목숨이 그렇다. 내가 결정 하는 학교, 직업, 배우자, 재산 등은 모두 건강과 목숨이 전제되어야 의미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나이가 들면서 인생에서 3가지만 확보되면 나머지는 덤이라는 생각이 든다. ‘건강하게 평균수명을 산다. 남의 도움 없이 내 힘으로 먹고산다. 가족이 태어난 순서대로 세상을 떠난다.’ 이 모두가 내 마음대로 안되는 일이다. 하늘에서 3가지만 나에게 허락해도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이 3가지의 기본 전제는 건강이다. 건강해야 내 힘으로 먹고살고, 순서대로 세상을 떠날 수 있다. 
 
대개 40대 중후반에는 신체적 변곡점이 온다. 30대까지는 음주에 흡연, 과로까지 겹쳐도 며칠 쉬고 나면 금세 회복된다. 그러나 40대 중반이 넘어가면 회복력이 현저히 떨어짐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마흔 무렵부터 건강에 적신호가 오기 시작하는 이유는 내용연수가 다 되었기 때문이다. 원시시대 호모 사피 엔스의 수명은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이다. 19세기까지도 60년을 넘지 못했다. 인간의 신체를 구성 하는 각종 장기의 자연적 최대 내용 연한은 대략 50년 전후라는 의미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음식과 의료 등 건강 유지의 기본 조건이 개선되었지만 호모사피엔스 30만 년의 진화 과정에서 확립된 내용연수는 약간 늘어났을 뿐이다. 그래서 40대에 이르면 외견으로는 젊어 보여도 내부 장기는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따라서 마흔 무렵부터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50대, 60대의 건강 수준이 높아진다. 주변을 보면 건강을 자신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순식간에 무너진다. 적당히 허약하면 여기저기 조금씩 아프니 사전에 대처를 한다. 반면 튼튼할수록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한창 아이들이 자라고, 세상에 대한 의무와 역할이 중요한 40~50대에 떠나면 가족의 슬픔이자 비극이다. 이 연령대에는 죽을 권리도 없다. 
 
“인명재천”이라 했다. 그러나 인간이 노력하면 하늘도 조응한다. 마흔 무렵에 접어들면 건강도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젊은 시절의 체력으로 무한 질주하던 시절이 이제 막을 내림을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의 습관이 내일의 몸을 만든다. 조심하면서 생활습관을 조금씩 바꾸어야 할 나이가 되었다. 
 
7장 마흔 이후, 천천히 서둘러라 
 
40대를 맞아 10년의 계획을 세워보라 인생을 살면서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인생이 나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계획대로 살아진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돌발적인 상황, 불가항력적인 문제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닥치는 대로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비단 인생뿐 아니라 현실세계에서 인간의 계획이란 계획일 뿐이다. 그렇다고 계획 자체가 무의미하지는 않다. 계획을 수립하면서 다양한 사안과 변수를 고민하고 압축하는 과정에서 미래의 지향점이 명료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계획이 없이도 잘될 수는 있지만 대개 계획이 있으면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돌발적인 변수가 생기면 이를 반영해 궤도를 수정하면 된다. 
 
군대에서 작전대로 진행되는 전투도 없지만 작전이 없는 전투도 없다. 지휘관은 전투를 준비하며 작전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실제로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전투의 특성상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예기치 않은 변수가 언제든지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능한 지휘관은 상황 변화를 반영해 신속하게 세부 계획을 수정하고 임기응변으로 대처한다. 승리의 요체는 정교한 작전 계획과 유능한 지휘관의 합주이다. 엉성한 계획과 무능한 지휘관은 백전백패이다. 
 
- 11 -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인생 계획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계획을 세운다고 인생이 그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매일의 일상에서 벗어나 호흡을 길게 하고 5년, 10년의 시간을 생각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인생을 항해하는 등대와 나침반이 만들어진다. 요즘에는 ‘인생 계획’이란 단어가 익숙해졌다. 강연회, 워크숍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이를 생각해보게 한다. 나의 경우 2004년 41세의 겨울에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내 경험에 비추어서 마흔 무렵에 40대의 인생 계획을 한번 세워보기를 권한다. 혼자서 해도 좋고, 특정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도 무방하다. 진지하게 생각하고 정리해서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 만하면 머릿속에서 꼬리를 물고 뱅뱅 돌기만 한다. 한 장이라도 글자로 직접 써보면 정리가 된다. 물론 막상 해보면 쉽지 않다.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과 마주해서 솔직하게 정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 의미는 크다. 
 
- 12 -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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