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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과 에너지 대안

by Casey,Riley 2023.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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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발전과 에너지 대안


초록/차례

   원자력발전과 에너지 대안


   1. 원자력발전, 그 등장의 특이성
   2. 원자력발전의 특이성
   3. 원자력발전을 둘러싼 세 가지 쟁점
   4. 원자력발전의 아킬레스건, 핵폐기물
   5. 대  안
   6. 재생가능한 에너지원 -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
   7. 작은 제언


1. 원자력발전, 그 등장의 특이성{{   한국환경보고서 
}}{{                                        원자력발전과 에너지 대안   
}}  

  원자력발전은 에너지가 부족해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내야 할 위기에서 나온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정치적 선택의 결과다. 미국과 유럽에서 원자력발전이 시
작된 이유 역시 당시의 주된 에너지원이었던 석탄과 석유가 점차 줄어들었기 때
문만은 아니다. 석탄이나 갈탄이 에너지원으로서 갖는  가치는 이미 선사시대부
터 인류에게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것보다 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깨끗한 나무가 풍부했기 때문에 그러한 화석연료가  사용되지 않았다. 13세기와 
16, 17세기에 영국에서 나무가 크게 부족했을 때  런던에서 석탄이 땔감으로 널
리 사용되기는 했지만, 19세기 초까지도 유럽의 주된 에너지원은 나무였다. 에너
지원이 나무에서 석탄으로 바뀌게 된 것은 오랜기간에 걸친 자연스러운  과정의 
결과였다.
  그러나 핵에너지가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미국의 '평화를 
위한 원자력' (atoms for peace)이라는 제안 (1953년)은 에너지자원의 부족을 원
자력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순전히 정치적인 고려에
서 나온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 소련이  곧 핵무기를  개발했고 
(1949년), 이어서 영국이 핵보유국의 대열로 들어서자 (1952년), 미국에서는 이러
한 추세를 제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그러한  제안을 했던 것이다. 원자력 
관련 기술을 다른 나라에 제공하는 대신 이에 대한 대가로 그 나라의 원자력 산
업을 감시하고 통제함으로써 무기제조 시도를 막고 원자력산업의 주도권을 잡겠
다는 것이 미국의 의도였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제안이 나온 후 미국에서는 적어도 의견  상으로
는 평화적이라는 말에 걸맞게 원자로  개발사업이 민간기업으로 완전히 넘어갔
다. 그러나 미국의 상업용  원자로와 핵연료 개발을 주도한  제너럴 일렉트릭과 
웨스팅하우스는 이미 제2차 대전중에 원자탄 개발계획에 적극 참여한  기업이었
고, 또 두 기업에 의해서 개발된 경수로는  원자력 잠수함 노틸러스호에서 사용
되던 원자로를 개량한 것이었다.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이 민간기업에 의해서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이 기업들이 핵무기 제조과정에  참여했고 군사용 원자로
를 모델로 원자로 개발을 시작했다는 점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이 여전히 군
사용으로부터 분리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영국과 프랑스의 핵에너지 이용 계획에서는 정치적, 군사적 의도를 더 분명하
게 발견할 수 있다. 이 두 나라의 원자력발전 프로그램은 미국과 달리 처음부터 
정부주도로 군사적, 정치적 목적에서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그들
이 개발한 기체냉각 흑연로 (MAGNOX-Reactor)가 군사용 플루토늄생산과 상업
용 전력생산에 동시에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그 점을 뒷받침한다. 서방세계 최초
로 1956년 영국의 콜더 홀 (Calder Hall) 원자로는 상업발전을 하기는 했지만 실
은 원자탄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한  것이었다. 원자력발전소라는 허
울을 뒤집어 쓴 핵무기 생산공장이었던 셈이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기체냉각로를 선택한 이유도 부분적으로는 그것이  경수
로보다 플루토늄을 더 많이  만들어낸다는 데 있었다. 현재  사용후의 핵연료를 
상업적으로 재처리하는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 두 나라밖에 없는데, 연구의 셀러
필드 (Sellafield)와 프랑스 라 아그 (La Hague) 재처리 시설에서는 상업용 뿐만 
아니라 군사용 플루토늄 생산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실패한 야
심작인 쉬페-페닉스 (Super-Phenix) 고속증식로도 전력생산과 플루토늄 생산을 
동시에 목표로 하고 건설된  것이다. 아직까지도 이 두  나라에서는 핵에너지의 
민간, 군사 이용 사이의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2. 원자력발전의 특이성

  원자력발전은 다른 발전시설과는 달리 여러가지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원자력발전은 이미 위에서 언급되었듯이  원자무기개발이라는 군사적 활동에서 
파생한 것이다. 따라서 군사적 목적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다. 핵에너지
의 이용에서 군사적 목적과 평화적 목적 사이의 경계가 매우 불분명하다는 것이
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핵에너지 연구시설이 처음부터  거대 규모로 시작되었던 
것도 미국의 핵무기 개발이 대규모 연구기관에 의해서 이루어졌던 데에서  연유
한다. 즉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체제도 핵무기 개발의 영향
을 크게 받은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연구기관은 제2차 대전중에 핵무기개발을 
위해서 세워졌던 군사적 목적의 거대 연구기관이 전환된 것이기에 당연히 큰 규
모로 시작될 수 밖에 없었지만, 독일이나 한국의  연구기관이 그러한 규모로 시
작될 필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군사적 목적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후 핵연료의 관리실태를 국제원자
력 기구가 대단히 세심하게 사찰하는 것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사용후 핵연
료에 포함되어 있는 플루토늄이 재처리과정을 통해서 추출되어 원자무기로 전용
될 수 있기 때문에 그토록 세심한 감시를 하는 것이다.
  둘째, 원자력발전은 현대 거대 과학기술의 전형이다. 원자력기술에는 핵연료의 
생산·사용·폐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의 과학과 기술이 복합적으로  응용되
고 많은 과학기술자가 참여한다. 핵연료생산을 위해서는  화학과 재료공학의 전
문가들, 그것을 태워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물리학, 통계학, 원자력공학, 기계·전
기·전자공학 전문가들, 폐기처분을 위해서는  지질학자와 생물학자까지도 필요
한 것이다.
  셋째, 원자력발전은 반생명적이다. 그것은 인간 자신에 의해서 개발된  기술이
지만 핵연료생산에서 에너지생산,  폐기물처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인간 
자신으로부터 엄격하게 격리되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방사능이라는 위험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공정이 자동장치에 의해서 조종되거나, 사
람에 의해서 움직여질 때는 육중한 차폐장치가 설치되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서 
증기발생기 보수는 사람손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 속은 방사능으
로 강하게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보수작업자는 우주복과 같은 보호복을 입고 들
어가서 밖에서 산소공급을 받으며 일해야 하고 그것도 몇 분 이상은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조건에 비추어 보아도 원자력발전은 비인간적, 반생명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웅크가 「원자력 제국]에서 강조하듯이 원자력발전이 더욱 확
대되면 이 거대하고 위험한 시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그곳에서 일하거나  그
것을 반대하는 개개인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강화된다는 점에서도 비민주적·반
생명적이라 할 수 있다. 핵폐기물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적 딜레마, 주민투쟁과 
국가폭력의 행사도 원자력발전의 반생명적 특성에서 연유한다.
  넷째, 에너지원으로서 다른 에너지원과 커다란 차이가 있다. 핵에너지가  도입
되기 전까지 인류가 사용했던 에너지는 거의 모두 태양에너지로부터 온  것이었
다. 생물자원·풍력·수력·화석연료는 모두 태양에너지가 변형된 것이다.  그러
나 핵에너지는 물질 자체의 내부구조를  변형해서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에너지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태양에너지·조력·지열에 의해 균
형을 이루어 왔던 지구의 에너지흐름 속에 핵에너지가 새롭게 투입되는 것은 지
구의 에너지 총량의 인위적인 증가를 의미한다. 이  증가가 지속되었을 때 나타
날 수 있는 현상은 지구의 온도 평형의 파괴와 이에 따라 도래할 수 있는  기후
변화이다.


3. 원자력발전을 둘러싼 세 가지 쟁점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 찬성자들과 반대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쟁점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원자력발전은 풍부한 에너지자원인
가? 둘쨰, 원자력발전은 화력발전이나  수력발전보다 값싸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가? 셋째, 원자력은 환경파괴를 일으키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인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원자에너지는 우라늄에서 얻는  것이기 때문에, 우라늄
이 사라지면 원자에너지도 더이상 만들어낼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우라늄도 화
석연료와 마찬가지로 지구상에 무한정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정되어 있다. 이 
점에 비추어 보면 원자력이 풍부한 에너지자원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현
재와 같은 방식으로 원자에너지를 생산할 경우 경제성이 있는 우라늄은  앞으로 
50∼60년 정도면 고갈되고 만다는 것은 원자력산업 관계자들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우라늄이 곧 고갈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오게 되는 원자력산업의 종말을  피
하고, 원자력발전을 통해서  전력을 장기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원자력산업계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대안은  '고속증식로'라고 하는 새로운  형태의 원자로이다. 
'고속증식로'를 후속 원자로로 선택하면 반드시 '사용후  핵연료' (고준위 핵폐기
물)를 재처리하는 시설이 있어야 한다.  '고속증식로'는 플루토늄을 연료로 쓰기 
때문에 보통의 원자로에서 핵연료가 '타는' 동안 생성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재
처리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재처리 시설과 '고속증식로'는 안전
성이란 면에서 문제가 많은 시설이다. 
  천연우라늄은 우라늄-238과 우라늄-235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우라늄
-235 (핵분열을 하기 때문에 에너지원으로 이용될 수  있는)가 차지하는 비율은 
0.7%에 불과하다. 가압 경수로의  핵연료로는 우라늄-235가 3% 정도  들어있는 
것이 사용된다. 핵연료는 원자로 속에서 3년 정도 '타면서' 열을 방출하는데, '타
고 난' 핵연료는 1% 정도의  타지 않은 우라늄-235, 1%의 플루토늄-239  (또는 
240), 95%의 우라늄-238, 그리고 3% 정도의 고준위 핵폐기물을 포함하고 있다.
  재처리 시설에서 하는 일은 이 '사용후 핵연료' 속에 남아 있는 우라늄과 플루
토늄을 분리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플루토늄은 원자로 속에서 중성자를 흡수한 
우라늄-238의 변환에 의해서 생성되며 중성자와 충돌하면 분열하기 때문에 핵연
료로 사용될 수 있다.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한 원자로가 '고속증식로'이다. 여기서 
'고속'이란 말은 플루토늄이 고속으로 움직이는 중성자와 충돌해서  핵분열을 한
다는 것을 나타내고, '증식'이란 말은 핵연료가  원자로 속에서 증가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원자로 속에 플루토늄과 우라늄-238을 넣고 핵분
열을 진행시키면 우라늄-238이 중성자를 흡수해서 핵연료인 플루토늄으로 증식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속증식로'를 가동시키려면  재처리 시설에서 추출된 
플루토늄이 있어야 하고, '증식물질' - 중성자를 흡수해서 사용된 핵연료보다 더 
많은 연료, 즉 플루토늄-239를 낳는 - 로 사용되는 천연우라늄이 있어야 한다.  
  '고속증식로'에서는 보통의 경수로에서는 쓸 수 없는 우라늄-238도 플루토늄으
로 바꾸어서 모두 연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사용하면 원전을  통한 
전력공급 기간을 가압경수로를 사용할 때보다 약  100배 정도 늘릴 수 있게 된
다. 원전을 이용해서 약 5천년 동안 전기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전에 의한 전력생산을 통해서 에너지를 장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으려면 결국 재처리 시설을 건설해서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이 추출된 플루토
늄과 천연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고속증식로'를 도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는 매우 위험한 작업이다. 재처리는 고준위 방사성 물
질을 포함하고 있는 핵연료봉의 껍질을 벗기고 분쇄해서 뜨거운 질산에  녹이는 
일부터 시작된다. 이때 생성된 용액은 여러 단계의 화학적 처리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우라늄, 플루토늄, 그리고 여러 종류의 핵분열 생성물질이  서로 분
리된다. 재처리 시설에서는 방사성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을 여러 단계의 화학
적 과정을 통해서 (특히 액체 상태로 만들어서) 처리하기 때문에, 작업시 안전에 
아무리 크게 유의한다고 해도 위험한 방사능이 외부로 누출되는 것을 막기는 거
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때 생성되는 액체 방사성  폐기물의 양은 이 폐기물이 
고체로 존재할 때보다 100배 이상 늘어나며, 그것의 관리는 고체의 경우보다 훨
씬 어렵다.
  '고속증식로'를 사용하면 재처리 시설이라는 위험 외에 그것 자체의 위험도 감
수해야 한다. '고속증식로' 자체의 위험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증식로'에는 핵연료인 플루토늄이 매우 압축된 형태로 들어 있기 때문에 노심응
용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플루토늄이 뭉쳐져서 임계질량을 넘는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증식로'에서는 액체  나트륨이 냉각재로 사용되는데, 이것
이 고장으로 인해 외부로 유출되었을 경우  물이나 공기 중의 수분과 격렬하게 
반응해서 대형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현재 고속증식로
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미국과 독일에서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프
랑스에서는 일시적으로 발전을 하기는 했지만 현재는  가동중지 상태이고, 일본
에서는 시험용 증식로가 가동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찬성논리
는 원자력발전이 화력발전보다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원자력발전소가 화
력발전소에 비해 설비비가 많이 들기는 하지만 관리비와 연료비가 훨씬 적게 들
기 때문에 전력을 값싸게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발
전이 화력발전에 비해 경제성이 더 좋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신빙성이 없는 것으
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발표된  여러가지 통계도 원전이 경제
성이 없다는 것, 즉  발전단가가 화력발전소의 발전단가보다 낮지  않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원자력발전이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 공공연하게 확립된 사실
로 인정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자로를 수출은 하면서도  자기 나라에서는 
1970년대 중엽 이후 단 하나의 원자력발전소도 착공하지 않았던 것이다. 영국의 
경우, 하원 조사위원회에서 1990년에 제출한 보고서에 의하면 석탄화력발전으로
는 1kWh를 생산하는 데 약 4펜스가 드는  것에 비해 원자력발전으로는 약 5펜
스가 드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1990년부터 그린피스가 폐쇄할 것을 권고하고 있
다. 원자력발전소를 민영화하려는 영국정부의 계획도 민간 기업체들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인수하기를 꺼려하고 있어 벽에 부딪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원자력산업의 선두주자 프랑스는 전력의 70% 이상을 원자력발전을 통해
서 생산하고, 또한 이를 강하게  고수하고 있다. 그들의 통계에는 원자력발전이 
화력발전보다 더 값싸게 전력을 생산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렇지만 프랑스의 
전력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국영  프랑스전력공사는 약 350억달러(약  28조원)나 
되는 외채를 지고 있고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따라서 끊임없이 프랑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원자력발전을 다른 발전과 단순비교해서 경제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
가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24시간 가동되어야 하기  때문에 기저부하용으로만 사
용될 수 있지 첨두부하용으로는  사용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첨두부하용의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를 단순비교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첨두부하용의 발
전시설은 상당한 기간 동안 가동중지 상태로 있다가 전력수요가 갑자기  늘어나
는 기간이나 시간대에 가동되기  때문에 발전단가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렇게 높은 발전단가도 원자력발전소를 첨두부하용으로만 사용했을  때 
(예를 들어서 여름철에만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는 것) 나올  단가와 비교하면 
훨씬 낮은 것이다. 이 외에도 경제성을 고려할 때는 연구비, 핵폐기물 처분비용, 
폐원자로 해체비용까지 모두 계산해야만 한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핵분열에서 나오는 열을 이용해서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
에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와 달리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산화질소 등
의 오염물질을 방출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현재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
고 있는 이산화탄소에 의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주장이 일견  그럴
듯한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이산화황이나 산화질소에 의한 산성비를 생성하지 않
으므로, 이 점만을 생각하면 원자력발전이 화력발전에  비해 깨끗한 에너지원이
라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원자력 이용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주장
은 자세히 살펴보면 거의 타당성이 없는 것이다. 에너지 관련 연구로 유명한 미
국의 로키마운틴연구소 보고서에 의하면 전력을 모두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다고 가정하고 2020년까지 세계 에너지소비가 360%  증가한다고 할 경우 1.5일
마다 원전이 하나씩 건설되어야 하고, 그렇다고 해도 전체 이산화탄소 방출량은 
1987년 수준에서 65%나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210% 증가한다고 가정할 경우에
는 3일마다 하나씩  원전을 건설해야 하고  그렇다 해도  이산화탄소 방출량은 
10% 증가할 것으로 나와 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증가를 막기 위해 원전을 건
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는 것이다.
  또한 원자력발전이 지구온난화를 줄이는 데 과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결
정하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가동하고, 폐기물을 처분할  때 발생
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고려해야 한다. 독일  생태연구소에서 1990년에 수행
한 연구에 의하면 원자력발전소에서  1킬로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54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어야 한다고 한다. 반면에  열병합 발전소는 이산
화 탄소 방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이유는 화석
연료를 태울 때 이산화탄소가 나오기는  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80%가 넘은  이 
발전소에서 가정으로 열이 공급되면 가정에서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석탄, 석유, 
가스가 절약되고,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라
는 것이다. 이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화력발전소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그것을 
원자력발전소로 대치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4. 원자력발전의 아킬레스건, 핵폐기물
  핵폐기물이 안전하다는 말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단지 그것을 안전하게 처분
할 수 있다는 주장만 들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시간이란 차원을 고려할 때 
안전한 처분이 과연 가능한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 앞에서 그러한 주장은 힘을 
잃고 만다. 사용후 핵연료 속에  들어 있는 핵분열 생성물 중에서  초기에 가장 
많은 방사선을 내뿜는  세슘-137과 스트론튬-90도는 100년은  지나야 방사능이 
10% 정도로 줄어드는데 (10%로 줄더라도 방사능의 정도는 여전히 매우 치명적
인 수준이다. 0.1%로 감소해야만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때까지는 300년 이
상 걸린다), 이 기간을 최소한의 관리기간으로 잡더라도 우리에게는 그것이 너무 
긴 시간이 아닐까? 이 1세기 동안 인간세계나 자연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알겠는가? 설령 그 기간은 잘 넘겼다고 하더라도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
어드는 시간이 24,000년이 넘는 플루토늄-239는 또  어떻게 관리하겠는가? 핵폐
기물 중에서 지질학적 시간만큼이나 긴 반감기를  가진 넵투늄-237 (210만년)이
나 요드-129 (1570만년)는 제외하고라도 말이다. 이러한 시간과 비교하면 1만년 
전에 끝난 마지막 빙하기나 역사시대는 순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핵폐기물은 핵에너지를 이용하면 생길 수밖에 없는  부산물이다. 이것은 인간
과 자연환경에 극도로 위험하기 때문에 생물권으로부터 영구히 안전하게 격리되
어야 한다. 핵폐기물은 방사능의 정도에 따라 중 . 저준위 핵폐기물과 고준위 핵
폐기물 (대부분 사용후 핵연료)로 나뉘는데, 이 중에서 고준위 핵폐기물이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고준위 핵폐기물에서는 오랫동안  뜨거운 열과 치명적
인 방사선이 방출되기 때문에, 이것을 안전하게 가두어 둘 수 있는 지층이나 지
역을 발견해서 처분하지 않는 한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사용후 핵연료를 임시저장하면서 관리하고 있지만,  이 기간 동안에 
지진, 사보타지, 또는 테러로 인해 대형 방사능 유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
제할 수 없다.  
  핵폐기물 문제는 시간지평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것은 일
반 폐기물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보여준다. 첫째, 핵폐기물은 현세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현세대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모든 세대에 
해를 가하는 영구적인 문제이다. 둘째, 핵폐기물은 지층 깊은 곳에  처분한다 해
도 그 지층 자체의 움직임을 장기적으로  예측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문제거리이다. 모든 지층은 조금씩이라도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안전한 지층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셋째, 
핵폐기물은 완벽하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과학적으로는 그것을 지층 깊이 
처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그렇게 처분했다고 해
서 방사능이 완전히 차단될 수 있다는 보장이나 경험적 증거는 없는 것이다. 
  핵폐기물의 처분이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원자력발전이 시작된 
지 40년이 가까와 오는 현재, 고준위 핵폐기물을 제대로 처분한 나라가 한 나라
도 없다는 사실이 말해준다. 전세계의 원자력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미국, 프랑
스, 영국, 독일도 아직 사용후 핵연료 처분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저준위 
폐기물은 땅속 얕은 곳에  묻어서 처분하고 있으나, 고준위  폐기물은 아직까지 
처분장소도 확실하게 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 셀라필드와 
라 아그 재처리 시설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있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와 재처리과정에서 나오는 액체 폐기물을 이곳에 임시  보
관하고 있을 뿐이다. 독일에서는 20여년 전부터  핵폐기물 최종처분장 후보지를 
선정해 지층조사를 해 왔으나 지층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아 아직도 
처분장을 확정하지 못한 형편이다. 핵폐기물 관리가 가장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스웨덴에서조차도 사용후 핵연료가 영구처분되지 못하고 임시저장소에서 냉각되
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는 여기서 30∼40년 동안 보관된 다음에 최종처분되도록 
계획되어 있는데, 최종처분장은 2020년경에나 완성될 예정이다.


5. 대  안

  원자력발전이 이토록 위험하고 문제가 많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어서 포기해야 하겠지만,  우리나라 전력수요의 50% 정도를 
원자력이 담당하고 있으니 당장  포기할 수는 없다. 우선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다음에 어느 정도의 유예기간을 정하고 그동안 새로운 에너지  수급방향을 
모색해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것은 스웨덴의 
선택이다.  
  스웨덴은 자국 내에서 화석연료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택할 수 있는 
한 가지 길은 수입한 화석연료와 고속증식로까지 포함된 원자력에 의존하는  것
이다. 다른 하나의 길은 태양에너지, 풍력,  생물자원 에너지와 같은 재생가능한 
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이다. 스웨덴은 1956년 이래 대규모 화력과 원자력 의존이
라는 첫번째 길을 걸어 왔다. 그러나 1980년 3월  스웨덴 국민은 국민투표를 통
하여 80년 현재 스웨덴 전력수요의 50%를 공급하는 원자로  12기를 2010년까지 
모두 폐쇄하고 더이상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1975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1%
가 원자력발전을 더 확대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찬성하기보다는 에너지소비를 줄
이기 위해 생활수준을 낮추는  쪽을 택하겠다고 말한 것이고,  또한 국민투표가 
행해지기 전에 이미 집권정당들 (중간당, 자유당, 보수당, 사민당은 1976년에 원
자력을 강하게 고수하는 정책 때문에 인기를 잃어 44년 동안 유지했던 집권당의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나 1982년에 재집권한 다음에는  원전포기를 당론으로 결
정했다) 사이에서 원전포기에 대한 합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국민
투표에서 스웨덴 국민은 원전포기를 전제로 한 세 가지 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
했을 뿐이다. 그들에게 제시된 첫번째 안은 10년  뒤에 모든 원자로를 폐쇄한다
는 것이었고, 두번째 안은 건설중인  6개의 원자로는 완공하되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만 원자력발전을 계속한다는 것이었고,  세번째는 원자력발전소를 국유화
한다는 내용만 제외하고는 두번째 안과 같은 것이었다. 스웨덴 국민은 사민당이 
지지했던 두번째 안을 선택했고, 의회에서는 가장 나중에 건설된 원자로의 수명
이 끝나는 2010년까지 원자력발전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더불어 대형 수
력발전과 화력발전도 점차 포기하거나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그후 스웨덴에서는 
에너지 이용효율향상 (열효율이 80%에  달하는 열병합발전, 단열 등)  생물자원 
(현재 스웨덴의 전체 에너지수요의 7분의 1을 공급), 태양에너지 (인구가 12,000
인 쿵갈브라는 도시에서는 10만m2의 집열판을 이용해 시 전역을 난방)에 의존하
는 새로운 길로 들어서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하여 현재 상당한 성과를  거두
고 있다 (원자력발전 찬성자들은 스웨덴의회가 1980년의 결정을  바꾸어 원자력
발전을 계속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다만 1991년에 
사회당, 중간당, 자유당이 완전히 폐쇄하는 시기를 2010년으로 할 것인가에 관해 
논란을 벌여 그와 연관된 몇 가지 작은 결정을  내렸을 뿐, 국민투표 결과를 부
정한 것은 아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기에너지의 수요가 매년  8%이상 증가하기 때문에 원자
력과 고속증식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우리가 에너지 이용효율을 높이고, 낭비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에너지원을 개발하기로 결정하고 이 새로운 길을 걷겠다고 하는 선택의 문
제인 것이다. 물론 원자력발전을 필요불가결하다고 보는  사람들은 그것이 실현
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이러한 그들의  선입견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재생가
능한 에너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이다. 이는 원자력기술 개발
연구비에 비해 재생가능한 에너지 개발비가 30분의 1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보여
준다. 그러나 새로운 길의 실현은 우리 경제구조를  뒤흔드는 거창한 변혁을 통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독일 환경연구소  소장 바이츠제커가 제안하듯이 
아주 작은 시도에 의해서도 가능한 것이다.
  바이츠제커는 원자력과 화석연료의 가격을 세금을 부과하는 형태로  단계적으
로 올리자고 제안한다. 2배 정도로 올라가면 당연히 원자력과 석유 사용량이 줄
어들 것이고, 그에 따라 태양 에너지의 이용율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 이런 식으
로 가격을 올리면 가격은 언젠가 7, 8배까지 올라갈 것인데, 이때는 석유와 원자
력이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재생가능한 에너지가  대부분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
다. 그는 구체적으로 해마다  5%씩만 에너지가격을 올리자고 제안한다.  그러면 
14년 뒤에는 에너지가격이 두 배가 된다. 28년 뒤에는 4배가 되고,  42년이 지나
면 8배가 된다. 반세기 정도가 지나면  경제적인 이유만으로도 화력과 원자력이 
사라질 것이니 화석연료에 의한 온실효과와 핵폐기물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는 것이다. 이제 남는 과제는 에너지가격을 올려서  얻어지는 세수를 어떻게 사
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돈을 에너지가격을 올렸을 때 상대적
으로 더 큰 타격을 입는 하층민을 위한 사회복지제도의 확충과  에너지수요관리
나 재생가능한 에너지원 개발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TVA (Tennessee Valley Authority)에서 자발적으로 벌였던 에너지절
약 프로그램도 유의해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TVA는 수력, 화력,  원자력을 통
해서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데, 80년대 초에 이미 8기의 원자로를 폐쇄했다. 이로 
인한 전기생산량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그들이 취한 전략은 고객에게 무이자 대
출을 하여 각 건물에  단열 시공을 하도록  유도해 전기수요를 줄인  것이었다. 
TVA는 수력과 화력발전 건설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전력생산을 위해 또다시 
원전에 큰 자본을 투자하는 것보다는 원전을 가동하거나 건설하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원전을  통해 전력을 생산할 때
는 킬로와트시당 3,000달러가 드는 반면에, 단열 시공을 하게 되면 300달러를 투
자해서 1킬로와트시를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당시에 
"절약이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라고 말한 TVA  간부의 자세는 오직 원자
력발전소 건설만이 해결책인 것처럼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원자력 추진자들에게 
많은 교훈이 될 것이다.
  위에서 논의한 여러가지 점에 비추어 볼 때 원자력발전은 정부나  전문가들이 
선전하듯이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 원자력발전을 
계속하느냐 포기하느냐 하는 것은  정치적인 선택의 문제이다. 물론  지금 당장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얼마  동안의 유예기간을 정하고 이  기간이 지난 
다음에 포기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와 같은 형태로 원자에너지를 이용
할 수 있는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오히려 포기하는  것이 
더 이성적인 것처럼 보인다. 경제성이 있는 우라늄의 매장량이 50∼60년 정도로 
한정되어 있는 마당에 일정한 기간이 지난 다음에는 원자력을 포기한다는  결정
을 내리고 이 기간 동안 다른 에너지원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정부와 원자력기술자들이 우라늄이 고갈
되면 플루토늄증식로로 넘어가고 그것도 안되면 핵융합을 하겠다는, 핵에너지만
이 최상이라는 정책을 취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이다. 유예기간을 20∼30년으
로 정하고 이 기간 동안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소수력, 풍력, 지열, 태양열,  조
력, 생물자원과 같은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면, 원자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공상적인  생각만은 아니다. 이것은 실현가능한 것이고, 
결국은 우리의 의지와 선택에 달린 것이다. 핵폐기물 문제도 마찬가지다.


6. 재생가능한 에너지원 -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
  
  우리가 원자력발전이나 화력발전을 포기한다고 할 때 남는 선택은 당연히  재
생가능한 에너지원이다. 이러한 에너지원으로서 우리가 환경문제를 유발하지 않
고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것으로는 태양에너지, 풍력, 생물자원, 지열, 소수력이 
있다. 이 중에서 소수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되는 방법이고, 태양에너지와 
생물자원, 풍력을 이용한 발전도 70년대의 다양한 시험단계를 거쳐서 현재는 상
업용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만 수십만 
킬로와트에 달하는 전력이  1킬로와트시당 7∼8센트, 약  60원 정도에 태양열발
전소에 의해서 생산되고 있다. 생물자원을 이용한  전력생산시설은 스웨덴과 미
국 (5만 킬로와트급의 맥닐발전소)에서 각각 가동되고 있다. 풍력발전은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유럽의 덴마크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캘리포니아에는 
총 10만 킬로와트를 발전할 수 있는 풍력발전소가 있고, 덴마크는 모두 30만 킬
로와트에 달하는 풍력발전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분명하게 알고 넘어가야 할 점은 재생가능한  에너지원
도 무한정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그 총량이 화석연료나 우라늄과 
마찬가지로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태양에너지는 무한히 사용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여기서 무한이라는 말은 단위시간당 일정한 양의  에너지
가 오랜 시간에 걸쳐서 항상적으로 공급된다는 것을 뜻하지, 단위시간당 무한정 
에너지가 공급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현재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에너지가 모두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으로부터 공급된다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에
너지수요 증가추세가 지속되어 결국 전세계의 단위시간당 에너지 소비량이 단위
시간당 공급될 수 있는  재생가능 에너지의 양을 초과하면,  에너지 결핍상태가 
도래한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광전지를 이용해서 전력을 생산할 경우 현재의 전세계 전
력소비량은 태양에너지로 모두 충당할 수 있다. 일인당 전력소비량이 가장 많은 
미국에서 현재 소비되는 전력의 총량을 태양전지로 생산할 경우 대부분  사막인 
뉴멕시코주의 전체 넓이의 3%밖에 안되는 10,000제곱킬로미터의 태양전지를 설
치하면 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전세계의 전력소비량을 태양열로 충당할 수  있다
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태양열발전에 의해서 전력이 값싸게 공급되어 석탄이
나 석유에 의해서 공급되던 에너지도 모두 태양열발전이  담당하게 되고, 그 외
의 에너지 소비량이 계속 늘어난다면 언젠가는 태양열 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
는 땅을 구하지 못하는 결과도 나올 수 있다. 건설부지를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
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해마다 지구에 공급되는 태양열 자체가 한정되어 있
다는 점은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재생가능한 에너지의 양도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사실은  원자력발전을 사용하게 되면 깨끗한  에너지를 무한정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전하고 기대했던 것이 허황되었던 것처럼  재생가능
한 에너지 사용기술이 끊임없이 발달해도 에너지를  무한정 쓸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핵융합에 대해서도 유사한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이 기술이 실용화되었을 때 
나타날 결과를 생각하면 핵융합에서 얻어지는  무한한 에너지를 이용한다 해도 
현재 인류가 당면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핵융
합에너지가 무한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바다에 존재하는  중수소를 추출해서 핵
융합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전세계의 에너지 소비량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
우 앞으로 3000억년 - 태양의 수명보다 거의 100배나 더 긴 시간 - 동안 에너지
가 공급될 수 있으니 무한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그러나 핵융합을 통해서 나
오는 에너지는 지구 전체에서 흐르는 (또는 존재하는)  에너지의 총량을 증가시
킨다. 현재 지구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는 거의 모두 (99.98%)  태양으로부터 온 
것이다. 그러나 핵융합 에너지는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
태의 에너지이기 때문에, 이 에너지가 지구상에서  계속해서 방출되면 태양에너
지의 투입과 방출 사이의 균형에 의해서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어 왔던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질 것이 분명하며, 이에 따라서 지구의 에너지 흐름에 교란이 일
어나고, 결국 장기적으로는 기후변동이라는 위기가 닥칠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재생가능한 에너지나 핵융합에너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의존을 
통해서도 에너지문제나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론은, 현재와 같이 에너지소비가  해마다 증가하는 시스템이 유
지되는 한 현대문명의 지속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7. 작은 제언
  
  에너지 이용효율을 높이고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을 도입하는 것은  핵폐기물과 
지구온난화라는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선택이지만 단기적인 효과
만을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장기적으로 에너지소비가 늘어나면 그것도 실패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우리가 장기적으로 에너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려면 순환
적인 에너지소비 시스템을 개발하고 여기에 우리 생활방식을 맞추는 수밖에  없
다. 순환적 에너지 소비 시스템이란 지구의 에너지흐름의 평형을 깨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때 생산된 양만큼만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순환적
인 에너지 소비 시스템의 한 가지 예는 18세기 유럽에서 나무부족이라는 문제에 
직면해서  이  위기를  극복했던  독일  지걸란트의   하우베르크 경제시스템
(Siegerl nder Haubergwirtschaft)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걸란트에서는 숲을 여
러 등분하여 나무 부존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남는 나무의 양에 맞추어 그들
의 에너지 소비수준을 조절함으로써 에너지순환 시스템을  유지했다. 그들은 그 
덕분에 한 세기 동안 독일의 철강 생산과 가공 분야에서 중심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은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지속되다가 1860년경 석탄이 대규
모로 채굴되어 철강산업에 값싸게 공급되면서 몰락했다.  현재의 우리도 이러한 
지혜로운 순환 시스템을 개발하여 거기에 맞게 생활을 바꾸지 않으면  종국적으
로 에너지 파국 뿐만 아니라 문명의 파탄까지 맞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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