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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

by Casey,Riley 2020.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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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복 외 지음 / 스토어하우스 
 
로컬 크리에이터로 불리는 패기 넘치는 창업가, 활기를 잃은 도시를 되살리려는 협동조합과 소셜 벤처, 로컬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운동가, 별이 보이는 곳에 살고 싶어 과감하게 제주로 이주한 평범한 가족, 아는 이 하나 없는 촌에서 농사꾼으로 살아가려는 청년까지 다양하다. 이책은 무조건 로컬로 가자고 말하지 않는다. 로컬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는 혁신가들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로컬에 관한 생생한 교과서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나도 로컬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조금 먼저 가 있는 혁신가들의 모습을 통해 생각의 확장과 실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 
 

 
 
▣ Short Summary 
 
로컬에서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는 혁신가들이 있다. 로컬의 최전선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개척자들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로컬 크리에이터로 불리는 패기 넘치는 창업가, 활기를 잃은 도시를 되살리려는 협동조합과 소셜 벤처, 로컬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운동가, 별이 보이는 곳에 살고 싶어 과감하게 제주로 이주한 평범한 가족, 아는 이 하나 없는 촌에서 농사꾼으로 살아가려는 청년까지 다양하다 
 
서울 밖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은 삶을 사는 이들의 현실은 언제 어디서 불어올지 모를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힘겹게 타고 넘는 뱃사공들의 이야기와도 같다. 비바람을 맞닥뜨리고 암초를 만나기도 한다. 망망대해에서의 외로움과 막막함을 떨쳐내야 했다. 다음날 다시 시작된 하루. 바다를 항해 나간다. 
 
이들은 왜 로컬로 향한 이유는 다양하다. 무엇인가를 지키고 싶어서 남은 이들도 있고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낯선 곳으로 향한 이들도 있었다. 남들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 또는 그런 삶을 견딜 수 없어서 떠난 이들이 있는가 하면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란 기대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들도 있다. 따지고 보면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이유들이다. 모두들 한 번쯤은 떠올려 봤지만 그것만 으로는 쉽사리 행동에 나서기는 힘든 이유들. 로컬은 아직도 그리 가깝지만은 않다.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은 무조건 로컬로 가자고 말하지 않는다. 로컬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는 혁신가들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로컬에 관한 생생한 교과서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나 
 
- 2 -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 
 
도 로컬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조금 먼저 가 있는 혁신가들의 모습을 통해 생각의 확장과 실천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차례 
 
감사의 글추천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추천사 (모종린 연세대학교 교수) 프롤로그 -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 로컬 
 
협력과 연대의 공동체로 섬과 세상을 잇다 - 강화 청풍 협동조합 지금, 우리가 함께 할 시점 - 강화 책방 시점 우리가 살고 싶은 마을을 빚다 - 시흥 월곶 빌드 생산자와 소비자가 어우러진 라이프스타일 생태계 - 광주 무등산 브루어리 공간에 깃든 역사와 자연의 가치를 지키다 - 속초 칠성 조선소 순창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세상 하나뿐인 그 무엇 - 순창 방랑싸롱 세상의 중심에서 로컬을 외치다 - 남원 사회적 협동조합 지리산 이음 청년, 고향의 품에 안기다 - 목포 괜찮아 마을 섬과 같던 청년 사업가들이 모여 군도를 이루다 - 군산 로컬라이즈 군산 잊히고 사라지는 것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다 - 수원 더 페이퍼 & 잡지 사이다와 행궁동 골목박물관 북성로 시간과 공간의 재생 그리고 사람 - 대구 북성로 사회혁신 클러스터 촌에서 배우는 로컬의 미래 - 청주 촌스런 낭만 가족의 제주살이 - 서귀포 솔앤유 독립출판사 & 어썸 제주 보론 - 로컬을 살리는 해법을 어떻게 만들어낼까 
 
에필로그 - 우리는 로컬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 3 -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 
 
 
지금, 우리가 함께 할 시점 - 강화 책방 시점 
 
0. The Fool, 바보의 여정 “제 타로카드는 0번, 바보의 여정이에요. 그래서 대책 없이 훌쩍 떠나는 것을 개의치 않아요. 마음에 들면 직관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성향이잖아요.” 책방 시점을 운영하는 3명의 책방지기 돌김, 우엉, 부추가 강화로 이주하기 전 살던 곳은 인천이었다. 우엉과 부추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돌김은 부추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인천에서 살게 되었고 함께 하던 독서 모임이 강화까지, 강화에서의 책방 시점에까지 이르렀다. 
 
오랫동안 살던 익숙한 도시를 벗어나 훌쩍 낯선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에 대해 놀랍고 의아할 수 있다.
‘이주’라는 단어는 이사보다도 큰 결단과 대단한 준비가 필요한 일로 느껴진다. 많은 지역 중 하나를 선택해 이주하게 된, 신중하고 의미 있는 이유도 예상된다. 그런데 지역 이주는 이런 예상보다 훨씬 간단히 이루어지는 것 같다. 돌김은 자신의 타로카드 0번, 바보와 닮았기에 훌쩍 이주하게 되었다고 답한다. 0번 타로카드에 그려진 바보 또는 광대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를 의미하는 0번을 달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모습이다. 배경에는 절벽이나 험난한 설산, 거친 파도가 그려져 있지만 작은 보따리를 들고 떠나는 표정은 즐겁고 기대에 부풀어 보인 다. 
 
부추의 대답은 사주명리학에서 시작한다. 4세, 14세, 24세의 10년 단위로 대운이 바뀌는 사주여서 34 세에 바뀐 대운의 흐름에 따라 강화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믿고 있다. 우엉도 마음이 맞는 사람들인 돌김과 부추를 만나 귀촌하게 되었는데 이름에 강까지 들어가는 섬인 강화에 와 ‘물이 있는 곳에 살아야 잘된다’라는 자신의 사주에 부합하다고 대답한다. 물론 타로카드와 사주 명리학만으로 지역 이주를 결정하지는 않았다. 더 다양한 배경과 지난한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도시를 뒤로 하고 강화도에 모이게된, 우리의 시작은 각자 다르면서도 닮은 점이 있다. 
 
타인의 시간을 살아가는 미완결된 꿈성인이 되어 취업해 살아가다 보면 ‘꿈이 뭐냐?’라는 질문이 이미 내게는 지나간 계절처럼 느껴진다.
질문을 조금 덜 낯간지럽게 바꾸어 ‘어떤 삶을 살고 싶냐?’라고 묻는다면 조금은 할 말이 있을까? 그것도 어렵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었냐?’라는 질문은 좀 더 쉬울 것 같다. 
 
돌김의 꿈은 기자였다. 돌김은 어린 시절부터의 오랜 꿈을 이루어 첫 직장에서 신문사 편집기자 생활을 5년간 했다. 꿈을 이룬 현실이 그에게 묘한 성취감과 쾌감을 주었다. 그 후에는 협동조합에서 실무 자로 2년간 일했는데 좋은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었고 함께 일하며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행복에 대해, 꿈에 대해 질문하면 앞이 캄캄한 기분이 들었다.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고 안정적이지만 자신의 호흡대로 살기보다 나를 고용한 타인을 위해, 타인의 삶과 시간에 맞추어 살아가는 삶이라고 느껴졌다. 직장생활을 하며 부딪히는 현실적인 부분과 위계 속에서는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완결적인 일을 하기 어렵다. 그렇게 납득할 수 없는 인생의 조각들이 쌓이다 보니 자 
 
- 4 -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 
 
신도 완전히 인격체라기보다 뭔가의 부품처럼 느껴져 답답했다. 결국 7년간의 직장 경험의 결론은 타인을 위해 애쓰는 직장생활은 자신에게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의 삶은 주체적인 것일까? 프로슈머, 모디슈머는 단어들이 우리를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소비자, 나아가 생산자로 느껴지게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수동적일지라도 스스로 생산하고 창조해내는 삶을 살고 있는 걸까? 또는 아무 주체의식도 없이 이미내 앞에 펼쳐진 많은 선택지 중에서만 뽑기만 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나를 위해 애쓰고 있는 걸까? 꿈이나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 어렵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어른이 되었을 때지금 나는 무엇을 위해 애쓰고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볼 일이다. 
 
사슴이 안내하는 소담한 땅으로 부추와 우엉은 대학 선후배 사이로 돌김은 부추와 연애를 하면서 우엉을 알게 되었다. 결이 같았던 셋은 부추와 돌김이 결혼한 후에도 함께 독서 모임을 하며 인연을 이어 나갔다. 오랜 교류와 현재의 삶에서 느끼는 갈증이 3명에게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게 해주었다. 독서 모임을 통해 기본 소득, 협동조합, 공유 경제에 대해 나누었던 대화가 자연스럽게 결론이 좁혀졌다. 
 
함께 살자! 함께 살면서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 결심한 후 살고 있던 인천에서 함께 살 만한 주택을 알아보았지만 셋이 자금을 모아도 도시에서 집을 갖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함께 사는 공동체에 대해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의 반응도 냉담했다. “그러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어떡해?”, “지금은 젊어서 그런 생각을 하지만 나중에는 후회하지 않겠어?”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나누었던 많은 대화와 질문,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치에 대한 고민과 치열했던 선택을 인정받지 못한 채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행동으로 비칠 뿐이었다. 
 
그러던 중 셋은 강화도의 ‘시골책방, 국자와 주걱’에 찾아가 이런 고민을 나누게 되었다. ‘국자와 주걱’ 의 책방지기인 사슴은 우엉과 대학 시절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로 강화도에서 자신의 삶을 색다 르게 살아가는 멋진 사람이었다. 셋의 하소연을 듣고 사슴은 질문했다. “좋은 땅이 있는데 보러 갈래?”
셋은 고민해보고 바로 일주일 후에 땅을 계약했다. 
 
책방지기의 시점 책방 시점은 이름에 걸맞는 3가지 주제인 관점, 질문, 발견이라는 큰 주제에 따라 책을 선정하고 있다.
3가지 주제에 따른 세부 질문을 구성해 책을 진열하는데 장르나 10진 분류법이 아닌 이 세부 질문별로 책을 서가에 진열하기 때문에 책장 한 칸에 소설이 진열되기도 하고 인문 도서가 배치되기도 한다. 
 
요즘 특히 마음을 쓰는 분야는 코로나로 인해 혼란스럽고 많은 것들이 변한 현재 시기를 성찰해보는 책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지금 우리의 일상은 어떤지 이번 기회를 통해 질문을 던지고 성찰해볼 수 있는 책을 고르고 있다. 항상 그렇듯 우리는 코로나라는 시련도 이겨내기 위해 새로운 뭔가를 열심히 찾아내겠지만 코로나를 겪기 이전과 같은 일상을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시중에는 코로나 시대를 주제로 한 책들이 많아 그중 옥석을 고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우리의 성찰과 질문은 코로 나에 대한 답을 찾는 것만큼 중요할 것이다. 
 
일상을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에어컨으로 인해 급속히 파괴되는 환경,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 어진 친환경 전기차의 배터리를 만드는 비환경적 과정, 우리의 일상은 다양한 시각에서 질문이 필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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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루고 싶은 질문도, 읽고 싶고 들이고 싶은 책도 많지만 책방 시점은 매우 소량으로 책을 주문하고 너무 자주 다양한 책을 소개하지는 않는다. 반품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반품은 재고의 순환을 돕고 다른 책을 들일 수 있게 해주지만 재고를 취급하고 반품하는 것이 마치 책의 물성을 편의점에서 다루는 물건처럼 느껴지게 한다는 것이 책방지기들의 생각이다. 
 
올해 초 매달을 추천하던 것을 멈춘 것도 이와 관련 있었다. 에너지도 많이 소모되고 특정 책만 집중 적으로 밀어주는 느낌이 불편했지만 무엇보다 재고가 너무 많이 쌓였다. 소개하는 책이 많으면 쌓이는 책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책방 시점에 오는 손님들은 책방지기의 추천보다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을 스스로 찾아내는 사람들이었다. 굳이 재고를 쌓으며 책을 소개하고 추천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작은 책방에 어울리는 소중한 손님들이다. 
 
동네 책방이 대형서점과 다른 점은 10군데 책방마다 10명의 책방지기가 자신의 관심 분야를 담아 책을 팔기 때문에 시작점부터 차별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부분이 작은 책방의 큰 매력이고 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문이 된다. 강화에서 여러 책방들이 있는데 저마다의 색채가 달라 오히려 책방이 많아질수록 책과 지역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해주는 큰 매력이 될 수 있다. 
 
책방지기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정말 책을 좋아한다는 점일 것이다. 책을 매개로 강화도의 책방지기 들은 자주 만나고 소통하고 있다. 책방에 온 손님들에게 다른 책방을 소개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로컬 기반의 책방이 많은 것이 책방지기에게는 행복한 일이므로 이런 개인적인 소통을 다양한 활동으로 보여주고 싶은 꿈이 있다. 예를 들어, 책방 투어를 하거나 책방 맵을 만들어 책방을 서로 연계하거나 로컬 기반의 책방끼리 북페어를 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책방에 와 먹고 살 만한지, 책은 잘 팔리는지 질문한다고 한다. 시점을 아끼고 오랫동안 책방지기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서 그런 것은 이해하지만 사실 이런 질문들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굳이 대답하자면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은 벌고 있고 제반비용이 많이 나가지 않기 때문에 유지가 별로 어렵지는 않다는 것이다. 책방을 오픈하며 스스로 정한 월급과 수입의 하한선이 있었는데 한번도 빠짐없이 월급을 챙겨갈 수 있었다. 돈을 벌려고 한다면 운영할 수 없는 책방이지만 그것이 책방 지기의 자부심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보통 북스테이로 들어오는 수입이 컸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스테이 비용이 많이 줄었다. 그러면서 책방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고 책 판매 비중이 스테이 비중을 앞섰다. 책을 팔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다. 
 
책방지기와 강화 주민 강화도로 이주하는 책방 시점을 개업한 지 이제 막 1년이 조금 지났다. 1년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가천 명이 넘을 만큼 책방 시점은 마음에서 강화도에서 그리고 책방으로서 입지를 야무지게 다지고 있다.
책이 안 팔리는 시대에 시점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북스테이를 함께 하는데 한 달 동안 모든 방이 예약될 만큼 북스테이도 호황을 누렸다. 동네사람들이 편하게 오가며 연결되고 모임도 이루어지는 쓰임새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는데 지역주민들이 알음알음 찾아와 인연이 맺어지기도 한다. 
 
시점의 첫 번째 가을에는 시 낭송 모임을 열었다. 강화도에 사는 초등학생과 주민들이 시와 음악, 연주를 준비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길 바라며 책방 1층 중앙에 크고 넓은 워크숍 공간을 만들어 긴 테이블과 많은 의자를 준비했는데 워크숍 공간이 비좁을 만큼 복작복작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강화도의 시인과 함께 하는 책 모임, 글쓰기 강좌, 신화 강좌 등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도 진행했는데 금방 마감 
 
- 6 -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 
 
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2020년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여행이나 모임이 어려워져 시점이 한산해졌는데 이에 맞추어 333 프로 젝트가 진행했다. 3월 한 달 동안 3권 이상 주문한 강화 주민에게 3시간 안에 책을 배달해주는 프로젝 트였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에게 책 배달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책방 시점에 선뜻 찾아 가지 못하는 주민들도 이번 기회에 책을 주문하며 독서할 기회를 마련하고 돌김도 책 배달을 통해 주민들과 반가운 인사를 하며 시점을 알렸다. 
 
그 외에도 책방을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나만을 위한 책방’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사전 예약을 한 경우, 최대 2시간 동안 책방 전체를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손님들을 배려했다.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고 편안히 책방을 이용할 수 있고 4인 이하의 소규모 모임이나 가족 단위 방문이 가능한 책방이 되니 사회적 거리두기는 오히려 책과의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되었다. 
 
인천과 강화의 동네 책방지기들과 함께 격주마다 한 번씩 각자의 색깔과 관점을 담은 책을 소개하는 SNS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봄 5월에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등 다양한 주제로 책을 추천해준다. 다양한 신간이 쏟아져 나와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가늠하기 어려운 시기에 이 캠페 인은 저마다의 취향과 관점이 있는 동네 책방이 소중하고 매력적인 이유를 알려준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어우러진 라이프스타일 생태계 - 광주 무등산 브루어리 
 
로컬을 먹고 입고 마시다 무등산브루어리는 고집스러울 만큼 지역을 향한다. ‘Drink Local(로컬을 마시다)’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서부터 그러한 고집이 느껴진다. 로컬에서 나는 밀로 만든다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로컬에서 나는 것으로 로컬 사람들이 로컬만이 가진 가치를 담아 만들어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로컬만의 그 무엇을 다시 로컬 살마들이 기꺼이 품어주고 아껴줌으로써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로컬 안에서 이러한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나아가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브루어리도, 로컬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윤현석 대표와 무등산브루어리의 생각이다. 그래서 무등산브루어리는 정말로 로컬에 깊이 뿌리내리고 싶어한다. 
 
윤현석 대표가 처음 창업에 나선 것은 2012년 예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하면서부터다. 1년쯤 지난 2013년 1월 ‘컬처 네트워크’를 세웠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관심사는 ‘문화’와 ‘연결’ 이었다. 그는 복합 문화 공간의 역할에 주목했다. 16세기 철강산업으로 번성하던 영국의 도시 셰필드가 스피커 제조로 눈을 돌려 문화와 미디어 산업을 거쳐 다시 디지털 산업의 중심으로 거듭나는 것도 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에 비친 우리 현실은 암울했다. 문화도시 광주를 내세우면서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을 세웠지만 외국에서 보았던 창의적 시도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막대한 예산은 몇몇 고위 공무원들과 이른바 전문가들이 좌지우지했고 정작 로컬의 문화 예술인들과 단체들은 위에서 내려 지는 결정을 따르는 용역에 머물렀다. 또 창의적인 청년 예술가들은 공연할 곳이 없어 길거리 버스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이 뜻을 펼칠 수 있게 지원해주지 못한다면 문화 도시란 이름은 허울일 뿐이었다.
그 즈음 그는 킥스타터라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알게 됐다. 그는 머릿속에서 뭔가가 ‘펑’ 터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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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만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행정이 내려주는 예산을 좇지 않고 스스로가 원하는 것들을 해나갈 수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다. 그는 전국 최초의 로컬 문화 창작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 폼을 만들어냈다.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료 세 명에 한 명을 더해 네 명이 광주과학기술원이 내준 보육센터의 26㎡짜리 작은 사무실에서 첫 발을 뗐다. 
 
하지만 막상 창업을 하고 보니 돈을 모으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기분이 들정도였다. 그는 이때를 “상상과 기획만으로 창업을 한 때”였다고 회상한다. 현실에서 부딪힐 부분들을 면밀하게 따져보지도 않은 채 사회적 가치와 의미만을 바라보며 일을 벌였던 것이다. 
 
그래도 1년 6개월간 광주에서만 26개 프로젝트의 펀딩에 성공했다. 대부분 문화ㆍ예술인들의 공연과 전시, 또 출판 프로젝트였다. 돈을 모아주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하다보니 고객들의 매니지먼트까지 도맡고 있었다. 가령, 전시회를 열려는 예술가가 있으면 전시 공간을 알아봐주고 마케팅을 도와주고 제작 및 사후 관리까지 해주는 식이었다. 그렇게 해서 수수료로 받는 돈은 모인 돈의 10분의 1이었다.
목표로 내걸었던 금액을 모으지 못하면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방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공들여 쌓아 올린 탑이 빛을 보지 못하고 무너지는 일이 잦았다. 그렇게 되면 돈을 모으려던 예술인과 회사 모두에게 타격이 컸다. 결국 플랫폼은 문을 닫았다. 
 
얼마 뒤 그는 돈이 아니라 문화와 경험을 모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다양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름하여 지식 공유 플랫폼 ‘라이프 매뉴얼’, 말 그대로 ‘인생 사용법’이었다. 특히, 새롭게 관심을 끄는 개성 넘치는 라이프스타일을 모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시 만난 그는 무등산 호랑이를 모티브로 한 새로운 페일에일 맥주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무등산 브루어리라는 이름에 걸맞는 로컬의 상징적 이미지를 찾다가 호랑이로 정했다. 무등산 호랑이는 광주에 연고를 둔 야구단 기아 타이거즈를 부르는 별칭이기도 하다. 호랑이 이미지에 어울리게 도수와 쓴맛을 더했다. 그런 만큼 맛깔스러운 남도의 음식과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했다. 이번 기회에 맥주의 종류는 줄이면서 캔에 담긴 제품도 출시할 생각이다. 
 
수제 맥주에 어울리는 수제 소시지 ‘무등산 스모크’도 꽤 오랫동안 준비해오고 있다. 소시지는 맥주와잘 어울리는 먹거리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소시지 같은 육가공 먹거리를 찾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지금처럼 여럿이 모여 고기를 구워 먹는 시대는 머지않아 저물고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면서 언제든 쉽게 먹을 수 있는 육가공 먹거리의 시대가 찾아올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소시지 제조법을 직접 배울 생각도 하고 있다. 뭐든 스스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윤 대표답다. 
 
공간과 로컬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다 그는 로컬에 대한 강박에서 조금 자유로워졌다. 이전에는 마을을 지켜야 되고 마을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이제는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로컬이 아니라 로컬이 담고 있는 가치가 더 중요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2019년 11월 KBS 광주방송 <로컬라이프: 나는 지역에서 살기로 했다 2 부-로컬 크리에이터, 포틀랜드에 가다>의 촬영을 위해 미국 포틀랜드에 다녀왔다. 설레는 첫 방문에서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무엇보다도 그는 “다양한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콜라보레이션(협업)을 즐겨 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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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고 했다. 그의 여정이 담긴 영상을 보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 1971년에 문을 연 세계 최대의 독립서점이자 포틀랜드의 랜드마크인 파월서점에서는 책과 더불어 로컬의 문화ㆍ예술인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기념품을 팔고 있었고 가장 유명한 브루어리 펍인 업라이트 브루어리에서는 오리건 주에서 나는 몰트만 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로컬의 작가들이 디자인한 작품을 로컬 업체에서 인쇄해 맥주병에 붙였다. 작가의 작품만을 따로 전시해서 판매하기도 했다. 탭핸들(수제맥주 펍에서 맥주를 따를 때 쓰는 손잡이)을 비롯해 펍에 있는 탁자와 의지도 모두 로컬의 장인이 만든 것을 쓰고 있다. 
 
포틀랜드에서 처음 문을 연 독립 커피 로스터리 가운데 하나로 지금은 미국의 3대 커피 특산품에 드는 스텀프타운은 로컬의 소상공인들을 길러내는 교육사업에 열심일 뿐만 아니라 해외 커피 농가들과도 장기 계약을 맺고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게 꾸준히 지원함으로써 다른 걱정 없이 커피 재배에 집중할 수있게 한다. 로컬푸드 레스토랑 네드러드는 가까운 농장에서 나는 건강한 식재료만으로 식탁을 차리는 이른바 팜 투 테이블이라는 가치를 지킨다. 이들은 팜 투 테이블을 식재료 유통 방식이 아니라 “농민 들과 우리가 맺는 관계”라고 말했는데 농장이 유지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식재료를 제값에 사들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나이키를 비롯해 포틀랜드에 뿌리를 둔 대기업들도 여전히 본사를 포틀랜드에 둔 채로 로컬의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포틀랜드 경제의 약 80%와 일자리의 60~70%를로컬 소상공인이 책임질 수 있는 힘도 바로 이러한 로컬 크리에이터 생태계에서 나온다. 포틀랜드는 미국의 모든 도시를 통틀어 수제맥주 양조장이 가장 많은 곳이자 10만 명 당 커피숍 수는 세 번째로 많은 곳이다. 포틀랜드의 크리에이터들은 한결 같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로컬의 생산자들 까지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사회를 바꾸는 것은 혁신가 한 명이 아니라는 사실, 여럿이 힘을 모아야 비로소 사회가 바뀐다는 확신을 얻었다”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자신이 가진 자원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어 왔다. 오래된 3층짜리 목욕탕 건물을 되살려 쓰고 있는 그는 1층은 디저트 카페를 개업한 청년들 에게 내주었고 2층은 누구나 와서 회의할 수 있도록 꾸몄다. 혼자 똑똑하고 잘났다고 꽉 쥐고 있기보다 함께 공유할 때 서로 윈윈 할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공공재나 공유, 커뮤니티라는 어려운 말보다 그냥 ‘우리 친구 하자!’라는 말이 좋다고도 했다. 그는 앞으로도 서로가 자신의 업을 해나가면서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협력하는 유연한 네트워크를 꾸준히 넓혀나갈 생각이다. 
 
그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해야 하는 일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처음에는 사회적 역할이나 로컬의 가치를 문화적으로 풀어내려고 했는데 그것도 겉멋이라고 했다. 그 역시 “겉멋이 들었다가 물이 빠지는 과정을 겪었다”면서 “이건 어디까지나 업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라고 했다. 자신의 삶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익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 다고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며 그 밖에도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자원과 도구들이 되도록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좋은 뜻만 보고 뛰어들지 말고 업을 영위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로컬이 가진 무궁무진한 장점을 잘 알아야 한다. 내가 나고 자란 로컬에서 일을 벌이면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 그만큼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수도권에 견주어 저렴한 비용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큰 힘이 된다. 무엇보다도 로컬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엄청난 자원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무등산 수박이나 우리 밀은 늘 여기에 있었지만 그 가치를 알아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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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많지 않다. 로컬이 가지고 있는 오랜 기술도 있다.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가는 기술들을 찾아내 되살리고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들이 모이면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그숨은 가치를 찾아내 활용할 수 있는 눈과 역량만 갖춘다면 로컬만의 그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로컬 교육이 필요하다고 봐요. 청소년들에게 우리 로컬에서 어떤 농작물과 식물이 자라고, 어떤 자연 자원이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어떻게 이동하며,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는지 생생하게 알려줘야 해요. 애정을 가지고 보면 다른 상상을 해볼 수 있어요. 그리고 직접 달려들어 봐야 결과도 얻고 자신감도 생겨요. 그래야 로컬 크리에이터가 성장할 수 있죠.” 
 
셋째, 크래프트십과 D.I.Y.(Do It Yourself) 문화가 만나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둘은 서로 통한다. 지난 수십만 년간 인류가 성장해오면서 자연스레 익힌 문명이자 문화이기도 하다. 먹고 입고 자는 모든 행위를 스스로 해결하면서 제조력을 응집해온 과정이 곧 인류 진화의 과정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저 옷 멋있는데 나도 한 번 만들어볼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로컬 크리에이터예요. 아직은 정말 소수지만 그런 소수의 사람들이 서로에게 영감과 에너지를 주면서 새로운 흐름을 개척하고 있어요.
크래프트십과 D.I.Y. 그리고 여기에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존중이 더해지면서 세상 어디에도 없던 혁신적 상공인과 기업이 탄생해요. 이것이 바로 핵심이죠.” 
 
윤 대표는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말보다는 로컬리스트라는 표현이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가 담고 싶은 ‘로컬을 잘 아는 사람’, ‘로컬을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로컬에서 무엇인가 업을 영위하고 싶은 사람’이다. 더 많은 로컬리스트들이 생겨나도 또 살아남으려고 로컬의 다양한 자원과 사람들이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엮여야 하고 그렇게 연결된 길을 따라 사람과 자원이 돌고 돌아야 한다. 한마디로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는 이를 ‘크래프트 시티’라고 불렀다. 
 
“패션산업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작은 도시 밀라노에서는 로컬의 모든 자원과 기술이 모여 한 벌의 옷이 탄생해요. 원료도 로컬에서, 디자인도 로컬에서 그리고 사람도 로컬에서 나와요. 이런 생각이 로컬에 뿌리내려야 로컬이 함께 먹고 살 수 있어요. 또 그래야 사람들이 로컬을 떠나지 않죠.” 
 
세계가 인정하는 로컬 브랜드를 향해 새로운 트렌드가 떠오르고 그럴 듯한 개념이 또 시선을 끌면 지금의 분위기도 얼마든지 모래알처럼 흩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부 정책이 트렌드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그는 깊이 뿌리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는 자신이 광주의 ‘마지노선이자 프론트 라인’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일한다. ‘만일 내가 무너지면 누가 나처럼 또 이 일을 하려고 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요즘 다시 업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일을 하면서 ‘내 일에 대한 본질을 얼마만큼 고민했던가?’ 돌아보게 돼요. 결국은 제가 하는 일은 무슨 일이냐고 누가 물으면 ‘정말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일’이라고 답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과연 그런 본질에 맞게 투자하고 고민하면서 성장시켰던가 돌아보게 돼요. 업의 본질에 다가가려고 공부하고 노력 하고 추적하고 또 개발해야 해요. 적어도 로컬에서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고 뭔가 펼치고 싶다면 아무리 가슴 뛰는 그 무언가를 해보고 싶더라도 업의 본질만큼은 절대 놓쳐선 안 돼요. 일을 벌이기 전에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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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날마나 후회한다고 한다. ‘그때 저 일을 안 했으면 어땠을까?’, ‘사무실 안 내고 그냥 코워킹 스페 이스에 입주했으면 어땠을까?’ 같은 후회들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노력해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단 저질러보자며 했던 일들도 지금은 신중하게 접근한다. 가끔 취직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놓 았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힘들지만 버틴 놈이 이기는 거니까 더 버텨볼 생각”이라고 했다. 빚도 적지 않지만 그는 두렵지 않다. ‘설마 죽을 때까지 못 갚고 죽겠어?’라는 배짱도 있다. 누구에게나 거액을 투자받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자산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기울이며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다. 그는 아내에게 이 일을 딱 10년만 해보겠다고 미리 약속했다. 세른세 살에 창업을 한 그에게는 이제 꼭 3년이 남았다. 
 
윤 대표에게는 롤 모델이 없다. 로컬에 뿌리내린 로컬 크리에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어? 나도 저생각했는데….’라고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행히 최근에 연을 맺게 된 전국 곳곳의 로컬 크리에이터들로부터 좋은 기운을 받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거창한 꿈이 있다. 세계 최대 유통 체인인 아마존이 우리 돈으로 무려 1조 3,000억 원에 사들인 신발 유통회사 자포스가 만든 작은 도시 ‘자포스 시티’에서 영감을 받았다. 자포스의 CEO이던 토니 셰이는 아마존이 회사를 인수한 뒤에도 계속 CEO로 남아 회사를 경영했는데 그는 뉴욕대학 캠퍼스처럼 도시 같은 일터를 만들겠다며 라스베이거스의 몰락한 작은 도시 하나를 사들였다. 
 
그러고는 곳곳에 나지막한 건물을 지어 부서별로 쓰도록 하고 직원들이 오가며 마주칠 수 있도록 카페와 레스토랑도 마련했다. 마주치고 서로 배우고 연결되면 혁신이 일어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는 “자 포스 시티가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사업 구상보다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롤 모델”이라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진짜 로컬 개발’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싶은 바람도 담겼다. 
 
“이 땅으로 얼마의 수익을 낼 수 있는가를 고민하기보다는 이 동네가 다음 세대까지 사람 살기 좋은 동네로 남으려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꾸고 또 더해야 할지를 고민해보고 싶어요. 밤에 누워서 이런 생각을 할 때가 가장 설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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