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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

by Casey,Riley 2021.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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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외 지음 / 북코리아
이 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플랫폼 자본주의의 현실을 배달노동자를 통해 규명하고, 플랫폼 자본주
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신속한 배달 등으로 인한 배달노동자의 사고위험, 배달음식 주문
증가 등으로 인한 탄소배출량 증가, 플랫폼 자본주의의 낙관주의적 전망과 사회적ㆍ물리적 한계 등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플랫폼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 플랫폼과 공공 플랫폼의 도전을 제시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
신승철 외 지음


▣ Short Summary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18~24세 청년의 산재 사망 원인 1위는 ‘배달’이며, 꼭 청년이 아니라도
배달노동자는 늘 교통사고나 과로사의 위험, 호흡기질환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위험에 노출된다. 배달
플랫폼 노동은 흔히 ‘호출노동’이라 불리는 온디맨드(on-demand) 방식의 노동을 말하며, 그때그때 필
요한 일감을 앱에 올리고 호출하면 거기에 노동이 응하는 방식이다.
배달노동자는 고아처럼 사회가 버려두었던 주체성이다. 빠르게 움직이고 위험을 감수했지만, 그 고마
움과 은혜, 노력에 대해 사회는 무관심했고, 그저 오토바이-인간 정도로 사물화 했다. 그들은 우리 형
제이고 친구이고 이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개인 책임의 기업가정신을 강요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대우하지 않은 것은 결국 그들을 고아처럼 만들었고, 거리에서 위험의 질주를 하게 만들었다. 사회는
이제라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그들과의 사회적 가이드라인과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한편 한국 사회에서 플랫폼 노동을 들여다볼 때, ‘프랜차이즈형 플랫폼’이라 불리는 독특한 구조가 존
재한다는 점, 청년 세대가 플랫폼 노동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청년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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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

수 있는데, 이러한 그림자가 한편이라면, 다른 한편에는 플랫폼 노동이 그 자체로 ‘그림자 노동’의 영
역에 변주ㆍ포섭ㆍ전유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그림자를 양지로 드러내고, 플랫폼 노
동이 처한 상황을 코로나, 기후위기 같은 시대적 변화와 더불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플랫폼 자본주의의 현실을 배달노동자를 통해 규명하고, 플랫폼 자본주
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신속한 배달과 기후위기 등으로 인한 배달노동자의 사고위험, 배
달음식 주문 증가 및 가상공간, 무선연결로 인한 탄소배출량 증가, 플랫폼 자본주의의 낙관주의적 전
망과 우리가 처한 사회적ㆍ물리적 한계 등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아울러 플랫폼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 플랫폼과 공공 플랫폼의 도전을 제시한다.

▣ 차례
서문: 우리는 폭염과 장마 속에 달려간 배달노동자를 기억한다
1. 배달플랫폼의 문제: 신종코로나 시대와 플랫폼 자본주의 - 이승준
신종코로나 시대의 경제위기와 플랫폼 자본주의 / 코로나19의 물류ㆍ배달노동자의 현실 / 호출노동으
로서의 배달노동 / 배달노동의 불공정 계약 분석 / 기계가 가하는 명령 / 자동화된 명령시스템 / 플랫
폼 자본주의 / 플랫폼의 다섯 가지 세부 유형 / 플랫폼의 내적 특징 / 고정자본의 재전유 / 플랫폼과
오늘날 노동의 형상
2. 로지스틱스 문제: 생산과 유통의 통합과 그에 따른 사회의 보안화 - 이승준
디지털 경제의 우울한 노동 / 그림자 노동의 병리학 / 오늘날의 자본 형태 / 오늘날의 노동 형태 / 로
지스틱스와 새로운 지도 제작 / 정치와 경제의 통합으로서의 ‘공급보안사슬’ / 코로나19의 물류ㆍ배달
노동
3. 플랫폼 노동의 그림자: 위험의 외주화와 실상의 비가시화 - 장윤석
서론: 멈추지 않은 이들 / 플랫폼 노동, 정의와 쟁점 / 배달의 민족과 쿠팡을 통해 본 플랫폼 노동 /
플랫폼 노동의 성격: 위험의 외주화와 실상의 비가시화 / 플랫폼 노동과 청년 / 코로나 시대의 ‘필수노
동자’ / 플랫폼 노동과 그림자 노동 / 기후위기 시대의 플랫폼 노동 / 결론: 덧붙이는 대안 스케치
4. 기후위기 시대의 플랫폼 자본주의와 정의로운 녹색전환 - 장윤석
서론: 무한의 꿈을 꾼 유한자와 유한한 행성 / 플랫폼 자본주의와 성장 / 플랫폼 자본주의와 그림자 경
제 / 플랫폼 자본주의의 물리적 한계: 탄소발자국과 녹색분칠 / 플랫폼 자본주의의 사회적 한계: 자동
화된 불평등 / 적정기술과 적정경제 / 그린 뉴딜: 플랫폼 자본주의의 이중 한계를 풀어가는 녹색전환 /
정의로운 전환 / 결론: 전환을 일구어낼 수 있는가
5. 플랫폼 사업모델의 특성과 독점규제 방안 - 전병옥
들어가며: 플랫폼 사업모델의 거래독점 현상 / 네트워크 효과에 목을 매는 플랫폼 기업들 / 플랫폼 사
업모델의 특징 / 오랜 기간 인내가 필요하다 / 네트워크 효과는 데이터 독점으로 데이터 독점은 거래
독점으로 진화한다 / 버텨야 한다, 혼자 남을 때까지… / 이익은 내가, 손해는 모두가 / 새로운 사회
계약의 시작 / 결론: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규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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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

6. 정동자본주의: 플랫폼 내부의 정동, 그 외부의 정동 - 신승철
들어가며: 플랫폼 자본주의에서의 정동 양상 / 플랫폼 자본주의에서의 공공영역 포획 / 정동자본주의
에서 가속주의 전망은 유효한가? / 코드의 잉여가치를 흐름의 잉여가치로 전환 / 정동이란 무엇인가? /
플랫폼 노동과 정동노동 / 플랫폼 자본주의의 정동의 포획양상 / 정동자본주의의 외부는 있는가? / 대
안적인 플랫폼, 정동자본주의에서의 내파 / 결론: 플랫폼을 넘어선 정동자본주의, 플랫폼 자본주의를
넘어선 정동
7. 사회적 배달: 사회적 배달 논의의 가이드라인과 사회적 합의 - 신승철
출발점에 선 사회적 배달 논의 / 공공 플랫폼과 지역 플랫폼의 실험, 사회적 배달 / 사회적 배달이 되
기 위한 소비자와 배달노동자 관계의 변화 / 배달노동자의 권리, 상호부조, 자율성 / 사회적 배달: 배
달노동을 둘러싼 가이드라인과 사회적 합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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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
신승철 외 지음

배달플랫폼의 문제 : 신종코로나 시대와 플랫폼 자본주의 - 이승준
신종코로나 시대의 경제위기와 플랫폼 자본주의
이제 전 지구 경제의 상당 부분은 ‘초유연 공유노동’으로 상징되는 ‘긱(gig) 경제’에 의해 그 동력을 공
급받고 있는데, ‘긱 경제’란 정규적인 직장과 그에 따른 노동계약이 아니라, 단기간 노동이 요구되는 상
황을 위해 재능이나 시간이 있는 사람들을 필요에 따라 임시적이고 초단기적으로 서로 연결하여 재화
나 용역을 거래하는 방식(이른바 ‘노동의 공유 서비스’나 ‘공유경제’)을 말한다. 노동자는 이러한 긱 경
제 속에서 노동을 매개해주는 파견업체를 통해 공급되어 초단기 계약을 맺고 일하거나 앱과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나 상점의 중간에서, 혹은 그 각각과 직접 계약을 맺는 단위 사업장 자체가 된다.
바로 이런 점에서 플랫폼 자본과 긱 노동의 성장을 전통적인 2가지 관점, 즉 한편으로는 뛰어난 사업
수완을 가진 기업가의 성공 신화 이야기나 다른 한편으로는 착취와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며 노동자연
합을 이뤄내려는 전통적인 노동자 투쟁의 서사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 이러한 관점들이 가진
가장 큰 문제는 독립계약자 분류에 관해 산업계가 거의 보편적으로 주장하는 내용과도 차이가 없다는
데 있다. 즉, 전통적으로 노동을 이해하는 관점은 긱 경제의 노동자를 노동자나 생산자가 아니라, 유통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 사업가로만 분류하거나, 설령 노동자로 이해하고자 할 때조차 예외적인 영역의
특수노동으로 이해할 뿐이다. 따라서 이들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수립된 일반적인 노동법에 따른 임금
계약이나 노동조합 설립, 집단적 항의(파업이나 노동쟁의), 보건과 안전 그리고 해고보호에 이르는 법
적 장치에서 벗어나 있거나 기껏해야 그러한 법이 부분적으로만 적용되는 대상으로 취급된다.
여기에 더해 설령 상황이 더 좋아져 긱 노동자를 독립계약자로 분류하고 기업가나 경영자로 바라볼 때
조차 해당 계약자들은 기존의 독립적 사업장이 누릴 수 있는 권리나 이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오
히려 그들은 거대 프랜차이즈 회사 입장에서는 사업상의 위험이나 비용손실을 떠넘길 수도 있는 힘없
는 ‘을’에 불과하며, 따라서 이들 물류ㆍ배달노동자는 자본(기업)가와 노동자 사이의 회색지대에 머물
며 새로운 형태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호출노동으로서의 배달노동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18~24세 청년의 산재 사망 원인 1위는 ‘배달’이며, 꼭 청년이 아니라도
배달노동자는 늘 교통사고나 과로사의 위험, 호흡기질환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위험에 노출된다. 배달
플랫폼 노동은 흔히 ‘호출노동’이라 불리는 온디맨드(on-demand) 방식의 노동을 말하며, 그때그때 필
요한 일감을 앱에 올리고 호출하면 거기에 노동이 응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때 호출에 응하는 노동이 모두 똑같은 방식의 노동력을 발휘하는 것(배달 속도, 배달물의 보
존, 소비자를 향한 태도 등)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플랫폼 회사가 개입해 배달 서비스 상품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않는다면,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는 현저히 낮아질 것이고 시장 내 경쟁에서 밀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플랫폼 기업의 역설이 있다. 아담스-프라슬에 따르면, “실제로는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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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

적인 사용자처럼 종종 행동하면서도 긱 경제 사업자들은 자신들이 (상품, 서비스 등의 거래가 이루어
지는) 시장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즉 노동력이 일정한 형태로 유지되기 위해 지휘ㆍ감독ㆍ교육ㆍ
감시하게 된다면, 플랫폼 노동자는 개인 사업자가 아닌 고용된 노동자가 되고, 그에 따라 기존 노동법
의 적용을 받아야 할 것이며, 노동자의 노동조건(예컨대 노동시간 준수, 최저임금 적용, 휴식공간 제공,
식사 및 식비 제공 등)을 공식적으로 승인된 기준 하에서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문제는 플랫폼 배달노동이 긱 경제의 ‘초단기 유연노동’이라는 점에 있다.
즉 플랫폼의 노동 중개 과정이 데이터, 노동, 토지 및 주택, 자동차, 서비스, 지식 등 누군가의 남아도
는 자원을 시장 거래 대상이 되는 품목으로 올려놓고 이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에게 기술적으로 매개해
주는 형태를 띠는 만큼, 플랫폼 기업은 시장수익을 최대한 증대시키기 위해 노동자와의 고정된 장기간
고용계약을 피하고자 할 것이다. 특히 배달 플랫폼의 경우는 생산자의 의지에 따라 일정한 노동을 부
여해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의 비정기적인 욕구에 노동이 응답하는 구조이기에 노동의 유
연성을 필수적으로 유지하고자 한다. 이는 플랫폼 노동이 (추상적) 일반노동이 아닌 바로 그 순간에
(구체적인) 사적 노동이 되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있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배달노동은 그 밖의 다른 모든 노동 생산자의 생활주기 및 노동 패턴과는 정반대, 즉 노동
생산자 일반의 퇴근 후 여가, 수면시간, 휴가 기간에 가장 많은 노동을 수행한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
으로 점심 식사시간, 저녁 식사시간, 가장 무더운 하절기, 혹한의 추위, 평일보다는 주말, 낮보다는 밤,
평일보다는 명절 연휴 등에 노동이 집중된다. 따라서 플랫폼 회사 입장에서 배달노동자는 ‘직원, 사원,
소속 노동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노동이 휴일과 연휴에 가장 필요하며, 다른 사람들이 일하지
않고 쉬는 바로 그 순간에 가장 많은 노동이 수행되길 바라는 한에서는 말이다. 그리고 플랫폼 기업이
나 배달 대행업체는 이렇게 배달ㆍ물류 노동을 독립된 자영업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그런 형태로 상호
간의 계약을 맺는 것으로 배달사고가 발생할 때 그 책임에서 회피할 근거를 마련한다.
플랫폼과 오늘날 노동의 형상
오늘날의 플랫폼 자본은 사회관계와 그들의 협력을 추출해서 가치를 포획하는데, 이런 유형의 노동 조
직화 및 가치화에서는 “주체성 생산이 하는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복잡해진다. 네그리ㆍ하트에 따르
면, 주체성 생산이란 한편으로는 주체화, 즉 사회적 협동의 자율적 회로들을 통한 생산을 의미하며, 다
른 한편으로는 예속화, 즉 표현적이고 협동하는 특이성들을 명령 받는 주체로 환원시키려는 자본 측의
계속적인 시도를 의미한다. 마르크스가 말한 바 있듯이, 이러한 인간 생산의 방식 그리고 생산자들이
서로에 대해 맺는 관계는 다음과 같은 일정한 정치적 함의를 가진다.
“생산조건의 소유자들이 직접적 생산자들과 맺는 직접적인 관계 - 항상 해당 노동 유형 및 방식의 일
정한 수준의 발전에 자연적으로 상응하고, 따라서 그 사회적 생산력에 상응하는 특정한 형식을 띠는
그러한 관계 - 안에서 우리는 사회라는 구조물 전체의 가장 내적인 비밀, 숨겨진 토대를 발견한다.”
즉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존재는 생산자 자신이라는 것, 자본가와 사장은 그러한 가치에 기생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생산성이 충분히 발현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주체성을 생산하는 다양한 과정이 혼합되는데, 이는 탈산업주의 상황에서 살아있는 노동력의
다양한 인간 형상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그들이 머무는 지형이 어떻게 중심적인 투쟁 장소가 되는
지를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플랫폼의 재전유, 즉 생산자들이 만들어낸 물리 기계, 인공지능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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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

사회적ㆍ협동적 관계, 과학지식 및 아이디어 등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는 일은 플랫폼 자본주의 노동자
에게는 다른 그 어떤 것보다 우선적인 대안이 된다. 플랫폼의 재전유는 여러 형태로 플랫폼에 접속하
는 이들의 주체성 생산과 그들이 맺는 사회관계를 더 강력하게 자본으로부터 자율적으로 만들어줄 것
이며, 그 안에서 이뤄지는 기계와 결합한 활동들은 더 많은 공유재를 개방시키고 창출하는 활동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공유경제’를 출범시킬 플랫폼일 것이다.

로지스틱스 문제 : 생산과 유통의 통합과 그에 따른 사회의 보안화 - 이승준
로지스틱스와 새로운 지도 제작
오늘날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생산과 유통으로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던 각각의 영역이 ‘로지스틱스(물
류의 보관ㆍ운송ㆍ유통)’라는 새로운 분야로 통합된 것으로 보인다. 즉, 잉여가치의 생산을 이윤의 중
심에 두는 관점에서, 유통과 소비를 중심으로 한 공급 사슬을 하나의 경제 시스템을 보는 새로운 관점
으로 자본의 변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에 따라 자본에는 ‘재화 흐름의 보안’이 중요해졌으며, 21세기
초에 들어서면 전체 사회질서가 안보 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현재는 세계시장 전체가 ‘가능한 한 마찰이 없도록’ 혹은 ‘언제 어디서든 신속하게 물류가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보편적 운송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이런 과정이 역설적으로 그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취약하게 만든다는 점인데, 그것은 운송 시스템의 한 영역의 부분적 붕괴조차 세
계 경제에 근본적인 손상을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로지스틱스가 특정 기업의 물류나 운송을
지칭하는 것을 넘어서서 전 지구적인 용어로 보편화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오늘날 세계시장 안에서 벌어지는 로지스틱스 간의 경쟁은 그 분야를 진지하게 취급하는 특정한 글로
벌 대기업만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영세한 자영업을 모두 포괄하는 영역에서 일어난다. 여기에 무수
한 대중적인 광고 캠페인들은 로지스틱스를 전 지구인이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이미지화하는 데 기여
했다. 기업이나 국가 그리고 초국가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공급을 둘러싼 경쟁에서는 알맞은 시간에 신
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물류를 순환시키는 능력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이제 기업에 있어 이윤의 증
식은 생산에서 잉여가치를 최대로 창출하는 것만이 아니라 ‘로지스틱스 혁명’을 통해 운송과 전체 경제
순환에서 비용을 아끼고 낭비를 최소화해 여기서 추가되는 가치를 최대로 만드는 일에 달렸다.
한편 1960~1970년대 경제활동에서는 관문과 항로의 역할이 도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
할을 했으며, 지리학이 이 역할을 떠맡았다. 이상한 것은 경제적인 수준에서 공급사슬이 근본적인 전
환을 이루어내고 있던 이 시기에 오히려 지리학계는 관문과 항로에 대한 정보를 다루는 문제에 둔감하
게 반응했다는 점인데, 이는 아마도 로지스틱스 혁명의 효과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즉, 이 시기부터 기업의 로지스틱스가 ‘유통지리학’을 통해 대륙 간 관문과 대양의 항로를 관리하기 시
작했다. 데보라 코웬에 따르면 그 결과 지리학은 두 분야로 분리되어 갈등을 겪게 되는데, 각각 기업
의 순환 효율성을 높이려는 ‘지리학 분야의 응용연구’와 자본주의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작동하기 시작
했다는 데 관심을 두는 ‘비판적 지리학’이 그것이다. 오늘날 관문과 항로에 대한 지도 제작은 더 이상
지리학의 고유한 학문영역이 아니라, ‘지역을 가로지르는 재화의 이동에 관한 것일 뿐 아니라 부가가치
서비스의 창출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로지스틱스 산업’에 관한 것, 즉 ‘지리경제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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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

그리고 이는 물류회사의 소유주에게는 국경을 넘나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반대로 지구화된 로지스틱스의 핵심인 관문과 항로에 대한 지도 제작은 ‘비판적인 지리학 연구’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으며, 그만큼 로지스틱스 산업이 지리학을 활용해 전 지구화 안에서 새로운 권력
지형을 펼치는 상황에 올바로 대응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공간-정치-경제의 관계를 고려하는 ‘지리경제학’은 영토-주권-국가정치를 중심으로 다루
는 ‘지리정치학’과 달리 전 지구화된 시장 논리와 관국가적 행위자들에 의한 국제공간의 재편성을 통해
지리학 내에서의 헤게모니적 위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예컨대 북미자유무역협정 이후 지리경제학 연
구는 여전히 국경을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지리정치학이나, 그에 기반해 세계의 권력지형을 비판
했던 ‘비판적 지리학 연구’와 달리, 국경을 가로지르는 지역통합 문제를 고려한 지역의 ‘재지도화’의 문
제를 다룰 수 있었다. ‘북미슈퍼항로연합’의 경우에서 확인되듯 지리경제학의 연구대상은 물리적 인프
라 강화와 더불어 통합과 표준화, 세관 및 무역규제의 동기화 같은 ‘소프트 인프라’에 주력하는데, 이
는 로지스틱스의 전 지구화에 따른 항로의 공간을 보안하기 위한 노력으로 나타난다.
전 지구화 로지스틱스 프로젝트는 현재 아프리카, 아시아를 가로지르며 진행 중인데, 데보라 코웬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마푸토 항로 로지스틱스 계획’(그리고 그 일환으로서 ‘원스톱 통관 사무소’)은 모
잠비크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경 관리뿐 아니라 인프라를 전환하는 데 성공적이었다. 이것은 두 국
가를 위한 공동 가공 구역을 가능하게 만든다. 한편 중국은 그 자체가 단순한 일국적 국민국가로서보
다는 전 세계의 로지스틱스망을 상호 연결하는 마디로서 기능하면서 로지스틱스 제국건설의 전초기지
가 되었다. 이것은 하나의 학문 분야로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던 지리학이 경제학이나 경영학의 하
위범주로 전락했음을 알려주며, 또한 그만큼 전 지구적 물류시장이 구축되는 과정에서 새로 형성된 권
력 지형에 대한 공간학적 비판이 그동안 세계적으로 전무했던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플랫폼 노동의 그림자 : 위험의 외주화와 실상의 비가시화 - 장윤석
결론 : 덧붙이는 대안 스케치
플랫폼 노동은 그림자를 지닌다. 배민과 쿠팡이나 다른 여러 사례에서 보듯, 위험은 외주화 형태로 플
랫폼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이런 실상은 고도화된 복잡함과 낯선 반짝임에 가려 비가시화 된다. 한편
한국 사회에서 플랫폼 노동을 들여다볼 때, ‘프랜차이즈형 플랫폼’이라 불리는 독특한 구조가 존재한다
는 점, 청년 세대가 플랫폼 노동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청년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살필 수 있는
데, 이러한 그림자가 한편이라면, 다른 한편에는 플랫폼 노동이 그 자체로 ‘그림자 노동’의 영역에 변
주ㆍ포섭ㆍ전유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 사태에 드러난 ‘필수 노동’
영역 또한 플랫폼에 포섭되어가고 있다는 것이고, 기후위기 시대에 플랫폼 노동은 위험에 노출되기 쉬
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그림자를 양지로 드러내고, 플랫폼 노동이 처한 상황을 코로나, 기후위
기 같은 시대적 변화와 더불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노동은 디지털 산업화가 심화될 미래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변화 앞에
서 우리는 노동을 어떻게 사유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플랫폼 노동’이 ‘노동’이고 ‘플랫폼
노동자’가 ‘노동자’임은 노동권을 지키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다. 여기에서 더 나아
가 이러한 새로운 노동 형태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권을 사고하고, 새로운 생산, 고용, 복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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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

틀을 짜야 한다(김철식 외, 2019). 플랫폼 노동에 대한 논의를 촉발한 사회적 변화를 근본적인 시선으
로 숙고하고, 앞으로의 향방에 주의를 기울여 전체 조감도를 그려볼 때인데, 넓고 급진적인 대안이 긴
요하다. 플랫폼 기업에 노동자가 갈려 나가지 않게 플랫폼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
회계약에 바탕을 둔 대전환이 근본적인 해답이라 할 수 있을 것인데, 이는 다음에 정의로운 전환의 바
탕이 된 ‘그린 뉴딜’의 이름으로 다루려 한다.
여기서는 배달에 국한해서 작은 대안의 이미지를 그려보기로 하자. 파리에서 시작되어 최근 도시의 녹
색전환에 대한 대안이 되고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 ‘15분 도시(15min city)’가 그것인데, 이는 도시에
사는 이들이 15분 안에 운동, 녹지, 직장, 의료, 교육, 문화 등의 인프라를 풍부하게 누릴 수 있도록
도시를 재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의 도로ㆍ교차로였던 곳에 공유텃밭을 만들고, 학교 같은 공
공시설 일부에 공원을 조성하여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방법이다. 또 그렇게 마을을 걷
거나 자전거ㆍ휠체어를 통해 누구나 쉽게 이동할 수 있으며, 출퇴근뿐만 아니라 ‘배우고’ ‘운동하고’ ‘돌
볼 수 있는’ 도시를 형성해나가고 동네 주민끼리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기존의 공간은 불필요한 이동으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절감하고,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
며, 지역문화와 복지를 누리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여기에서 착안하여 생각해보면, 배달도 지역 안의
근거리에서만 가능하도록 배치해보면 어떨까. 배달 수단을 비싸고 위험하고 환경에 해로운 오토바이
말고 자전거(전기자전거도 대안이다)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굳이 ‘똥콜’을 받고 오토바이로
먼 거리를 위험하게 질주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실제로 독일의 ‘콜리마2(Kolyma2)’와 같이 지역 기반
의 자전거 배달 플랫폼협동조합의 형태가 자리를 잡아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도 당근마켓이
지역 기반 플랫폼으로 놀라운 성공을 거두면서 ‘당근하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진 바 있다.
한편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달 용기를 다회용 용기로 사용할 수도, 용기 공유제를 도입
할 수도 있다. 다회용 용기를 잘 쓰면 보온력도 높고,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생각해보면 짜장면 용기
는 몇십 년간 다회용 용기였고, 일회용으로 바뀐 지 오히려 얼마 안 되었으므로 플랫폼의 비용 절감에
따른 기술의 퇴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마포구의 알맹상점은 이미 대안의 선례를 만들어두었다.
이렇게 플랫폼을 선하게 기능하도록 바꾸어볼 여지는 충분히 있다.
가능한 이야기일까? 배달 플랫폼이 ‘건수’와 ‘신속’, ‘로켓배달’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면, 첫 주문 할인
같은 허구적 프로모션을 없애고 광고예산과 할인지원금을 착취당한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데
쓸 수 있다면, 이러한 작은 전환의 비용을 대는 데는 충분하지 않을까. 이것도 정의로운 전환의 한 가
닥일 수 있다. 배달 라이더들이 위험천만하게 쾌속 질주하는 것은 플랫폼이 ‘시켰기’ 때문이다. 배달이
악이 아니다. 우리는 따뜻한 플랫폼을 꽃피우는 상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커먼즈와 사회적 경제
의 이름으로 안전하고 평등한 플랫폼의 상상이 계속되는 중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플랫폼 자본주의와 정의로운 녹색전환 - 장윤석
정의로운 전환
정의로운 전환은 일반적으로 전환과정에서 “유해하거나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산업과 공정을 친환경적인
것으로 전환하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경제적ㆍ사회적 희생이나 지역사회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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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

교육훈련과 재정적 지원을 보장한다는 원칙,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일련의 정책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여기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이 전환의 물꼬를 기술ㆍ자본ㆍ산업에서 인간ㆍ노동ㆍ돌봄ㆍ
생명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으로 확장한다. 정의로운 전환을 단순히 사회정의에 신경써야 한다는 것,
전환과정에서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딱딱한 전환 방법론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 이 개념의 한 가
지 중요한 특징은 현장에 있는 기후 정의 활동가들에게서 실천적이고 생동감 있는 전환을 주장하며 발
화되기에 그 뜻이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현의 말처럼 “정의로운 전환은 고용, 보상과 규
제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노동자와 공동체가 전환의 계획과 실행을 민주적으로 통
제하며 지속 가능한 정치경제체제로의 변모를 추구하는 과정”일 수 있다.
정의로운 전환의 논의를 통해 그린 뉴딜의 본래 의미를 되살려 사회 계약을 다시 쓰고, 빼앗긴 시간과
노동의 회복을 위해 전면적인 사회적 관계의 변형을 요구할 수 있는데, 그린 뉴딜의 본래 의미대로 방
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전환에서 ‘정의’가 무엇인지 사회적 토론과 합의과정이 중요하다. 정의로운 전
환의 ‘정의’는 어떤 정의인가. 우리는 여기서 노동자를 포함해 ‘지구 생태계 속에서 지금껏 호명되지
못한 주체들의 정의는 무엇인가?’ 하는 데까지 물음을 이어가볼 수 있다.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스민 기술성장주의는 한계에 맞닥뜨렸다. 따라서
디지털ㆍ플랫폼의 반생태적 경향에 유의하고, ‘이것이 적정한가?’라는 물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속도와
규모를 제한하지 않은 기술발전과 경제성장을 용서하지 말자. 플랫폼 자본주의가 맹목적인 성장에 의
해 이중 한계에 다다랐다면,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제안들은 플랫폼 자본주의 내의 이중 소외를 극복
하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플랫폼 자본주의의 이중 한계와 이중 소외를 ‘동시에’ 풀어가야 한다는 것
이 논지의 핵심이다. 정의로운 전환은 전환의 긴급성과 적록동맹의 측면을 고려하면서 사물적 논의에
서 사람과 자연을 포함하는 생명의 논의로 틀 자체를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플랫폼
자본주의의 기술성장주의 ‘메커니즘’에 대항 운동으로 위치할 수 있다.
또한 필자는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정의로운 전환이 다음과 같은 과제들을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생산구조의 변혁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기술발전의 잉여를 기업이 독점하는 것을 환수해 민주적으
로 나누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지배구조의 본질적인 개혁이 필요한 것은 물론, 노동자 경영
권 혹은 노사공동결정제도 같은 힘을 자본의 품에서 노동의 품으로 되돌려놓는 사회계약의 전환을 생
각해볼 수 있다. 그린 뉴딜의 자본친화성 막기는 정의로운 전환 과제 중 하나다.
녹색성장과 그린 뉴딜이 다른 지점은 전환의 주체로 누구를 상정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녹
색분칠을 경계하고 견제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산구조의 변혁을 목표로 삼아볼 수 있
다. 플랫폼 기업이 중앙집중형 독점을 통해 독보적인 세력이 되어간다면, 이에 대항하는 정의로운 전
환의 기획은 협동과 연대, 그리고 공공성에 기초한 사회적 가치 환원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경제조직
이라 할 수 있다. 권오현이 말했듯이 사회적 경제의 기본 원칙과 경험을 플랫폼 경제에 적용하는 방식
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술의 열매를 분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불가피한 일이다. 최근 논의
되는 플랫폼세와 부유세도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
둘째, 외주화를 주체화로 바꿔놓아야 한다. 위험이 집중될 때 대안은 위험의 분산이다. 외주화의 사슬
이 이어질수록 소외에 빠지는 것은 플랫폼 노동자 같은 소수자였다. 정의로운 전환은 그러한 외주화의
사슬을 끊어내어 위험으로부터 이들을 구하고, 그러한 전환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도록 소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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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

근본적으로 주체의 교체가 필요하다. 셋째, 비가시화를 가시화로 옮겨내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은 보
이지 않는 장면들을 계속 소환하는 담론이 되어야 한다. 고도화ㆍ복잡화된 플랫폼 경제의 보이지 않는
그물망에 빨간색을 칠해 경고의 시야를 밝혀야 한다. 주체들의 목소리에 확성기를 대어주는 것을 넘어
주체들이 전환의 직접적인 행위자가 될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개별적이 아닌 집단적
주체화가 필요하다. 정의로운 전환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외주화되는 것을 역으로 주체로
만들고, 기술의 잉여를 평등하게 나누는 그러한 경제구조의 재편을 시도하는 기획이 될 수 있다면, 플
랫폼 자본주의가 어찌 몰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플랫폼 사업모델의 특성과 독점규제 방안 - 전병옥
결론 :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규제해야
2020년 12월 플랫폼 사업모델에 대한 한 가지 중요한 결정이 내려졌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인데, 미
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가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동안 플랫폼
의 독점화에 제동을 걸기 위해 플랫폼협동조합이나 공공 플랫폼에 대한 시도가 있었는데,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자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이다. 중국도 알리바바 같은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유럽연합 또한 2018년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로 구글에 대해 6조 원대
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처럼 거대 플랫폼에 대한 정부의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 정부도 플랫폼공정화법을 제정해 새 기준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법안은 2021년 초에 입법을 마
무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플랫폼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입점업체에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 상품가
격의 과도한 인하 강요, 입점업체의 다른 플랫폼 입점 방해, 일방적인 정산 절차, 협찬금 등 경제적 이
익 강요, 귀책사유의 일방적 전가 등에 대해 처벌 조항을 만드는 게 법안의 골자다.
이런 규제 정책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존의 독점규제법 외에 중복 규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
결과적으로 새로운 플랫폼의 출현을 방해하여 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 비용이 플랫폼 이용자
와 공급자에게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플랫폼을 반독점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사
자에게 육식을 금지하는 것과 같다. 플랫폼의 내재적 특성이 독점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플랫폼의 특성을 살리면서 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새로운 균형점이 필요하다. 한편 현재 논의되고 실행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다양한 법적 장치는 긍정
적인 점을 많이 담고 있다. 데이터 공공화에 대한 정책,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 플랫폼의 갑질 금지
등이 대표적이며, 이런 점들은 기존 법리에 근거하여 효과적인 규제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디지털 플랫폼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은 규제하지 말
고 범위의 경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규제하자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디지털 플랫폼 산업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면서 여러 폐해를 막는 법적 장치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쿠팡은 아직도 네트
워크 효과를 획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
해 수년간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 더해 플랫폼이 보
유한 네트워크 자산을 활용해 새로운 산업으로 진출하려고 하고 있다.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 유튜
브 같은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쿠팡플레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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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

즉, ‘쿠팡’이라는 디지털 플랫폼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이후에 범위의 경제를 획득하기 위해 확장하
고 있다. 전통적 사업에서 이런 사업 다각화는 경쟁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긍정적인
역할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하나의 사업모델에서 확보한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므로 기존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런 범위의 경제를 추구
하는 것은 일정한 한도 내에서 규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혁신 스타트업 입
장에서는 자신들이 뛰어들 만한 영역이 어디인지 판단할 근거가 될 수 있고, 그에 맞추어 산업 활동의
역동성을 증가시켜 플랫폼 경제의 긍정적인 효과와 적절한 사회 균형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플랫폼 노동의 관점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균형점이 있다.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노동자와 개인사업
자에 대한 기계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하고, 플랫폼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근로기준법의
보호망 속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한편 디지털 플랫폼은 이해관계자가 복잡한 사업모델이다. 때문에
광범위한 이해관계자 분석 모델을 적용하여 최적의 사회 협약을 이끌어내야 한다. 특히, 계속 악화되
는 기후변화로 인해 배달 플랫폼의 사업모델과 이에 속한 노동자는 환경 변화의 위험에 취약해질 것으
로 예상되는데, 이런 외생적 변수를 어떻게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이미 ‘특고지침(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심사 지침)’을 개정하거나 일부 플랫폼 노동 직종에 표준계약서 도입을 추진한 바도 있다. 따라서 당면
한 문제는 이런 표준계약서의 수정 보완과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 과정을 통해 이 계약서가 법적 효력
을 갖게 하는 것이다. 표준계약서에는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과 함께 기후변화로 인
해 발생할 수 있는 근로조건에 대한 보장 등도 포함되어야 한다.

정동자본주의 : 플랫폼 내부의 정동, 그 외부의 정동 - 신승철
들어가며 : 플랫폼 자본주의에서의 정동 양상
코로나19 이전까지는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열차의 승강장’, ‘관계가 머무는 마당’, ‘콘텐츠의 계류지’
정도로만 인식되어 왔지만, 지금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뉴딜 등 과학기술의 가속화에 대한 전말을
밝혀줄 핵심 단어가 되었다. 이제 이러한 플랫폼이라는 전자적인 직조망의 외부가 없다고 할 정도로
우리의 일상은 급속히 플랫폼 형태 내로 포섭되고 조직되고 있다.
플랫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모빌리티 플랫폼인 ‘타다’ 등에 대한 반대의 움직임이 그것이다.
플랫폼이 공유경제를 빌미로 커먼즈(commons), 공동체, 공통적인 것에 대한 약탈과 착취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는 지적들도 나온다. 그러나 공동체나 사회적 경제 역시 나름대로 플랫폼 형태를 추구하면
서 ‘공동체가 플랫폼의 탈을 쓰거나, 플랫폼이 공동체의 탈을 쓰는 양상’으로 혼란스럽게 전개되고 있
다. 이를 ‘사회의 플랫폼화와 플랫폼의 사회화’ 국면의 접점에 이르고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플랫폼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플랫폼이 추구하는 이윤은 정동(affect)이라는
‘삶의 잉여가치’ 전반에 대해 접근하고 있을까? 아니면 유통, 생산, 소비, 향유라는 하나의 형식에 불
과할까? 분명한 것은 플랫폼 내에서 웃고, 울고, 즐기고, 향유하고, 소비하고, 사용하는 등 일련의 정
동을 발휘하는 모든 행위가 플랫폼을 윤택하고 풍부하게 만들어 그 이득을 모두 플랫폼에서 가져간다
는 것이다. 여기서 공동이용의 쉐어링(sharing)과 공동소유의 커머닝(commoning)의 차이점도 드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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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

다. 플랫폼이 단지 공동이용에 머물러 소수가 이득을 전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너지와 이득에 대한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전유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동소유, 즉 커머닝의 입장에 서야 한다.
또한 우리가 플랫폼에서 정동되고 정동하는 과정은 주인공이냐 관객이냐를 따지지 않고 플랫폼을 윤택
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원재료로 사용되는데, 여기서 재료나 질료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플랫폼은 질료(matter)에 형상(form)을 부여하는 유형의 소수 전문가주의에 기반하기보다는 다중
으로부터 발생하는 정동이라는 재료와 소재(material)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힘에 더 착목한다. 그런 점
에서 정동이 발휘되는 방식이 선수냐, 아마추어냐를 따지지 않고, 그 자체의 물질화된 힘과 에너지의
강도, 온도, 속도, 밀도 등에 더 착목한다. 그런 점에서 플랫폼이 착목하는 정동에 대한 포획양상은 정
동 자체가 가진 소재적인 차원, 즉 기하학이나 지도 제작으로 포착 가능한 사물적인 차원, 유물론적인
차원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제 석유, 광석, 대지, 미생물, 분자 등 정동을 원재료로 다루는 상황이 플
랫폼 자본주의에서 연출되기 때문에 이를 ‘정동자본주의’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차원의 변화는 감정생활에 개입하려던 기존 전통 미디어와 달리 협업이나 창의적인 생산 활동,
여가와 향유의 활동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생성되는 정동에 착목한 플랫폼의 전략적인 측면에 주목하
게 된다. 전통 미디어가 보여주듯이, 감정은 표상이 보여주는 일시적이고 우발적이고 돌발적인 측면에
따라 고립된 개인의 삶과 독백, 생활세계, 내면생활 등을 이미지와 영상으로 장악하는 것이라면, 정동
은 표상과 표상의 관계, 감정과 감정의 관계, 사물과 사물의 관계, 정서와 정서의 관계에 주목하는 관
계적인 동역학을 띤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정동자본주의는 우리의 관계 맺기 그 자체로까지 내려온
플랫폼 자본주의의 하나의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배달 : 사회적 배달 논의의 가이드라인과 사회적 합의 - 신승철
출발점에 선 사회적 배달 논의
최근 사회적 배달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데, 이는 언택트 산업의 그림자로 속도와 효율성, 저임금의
그림자에 묶여 있던 배달노동자에 대한 그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자는 논의의 시발점으로 그 의미가 크
다. 사회적 배달은 기후위기나 환경위기, 전염병 창궐 상황에서 그 영향을 온몸으로 감내하는 사람이
배달노동자임을 분명히 하고 그 사회적 가치에 대해 인정해주자는 움직임이다.
사회적 배달 논의는 다음과 같은 스펙트럼으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 사회적 배달에서 배달노동자의
사회적 가치 논의는 ① ‘로지스틱스’라는 전 지구적 물류유통의 최말단 노동자로서 유통 측면에서의 사
회적 가치(글로벌한 전 지구적 물류유통에도 가장 근접거리의 유통 영역은 여전히 배달노동이 맡고 있
어 사회의 범위 내에서 작동하는 유통의 그물망이 존재함을 의미), ② 배달이 초래하는 여러 가지 위
험에 대한 책임으로서의 사회적 가치(배달노동에서 오토바이 사용은 각종 위험 요소와의 마주침이라는
점에서 위험을 감내하고 수행되는 배달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논의해볼 수 있다), ③ 배달을 통
해 먹거리 등을 공급한다는 점에서의 사회적 가치(배달을 통해 공급하는 먹거리는 늘 우리에게 하나의
일용할 양식이 되고 사회에는 활력이 되기 때문에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가짐), ④ 언택트 시대에 유
일하게 사회와의 접촉경계면이라는 점에서의 사회적 가치(사회적 거리 두기의 팬데믹 상황에도 최전선
에서 물류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데 대한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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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

둘째, 사회적 배달에서 사회가 배달을 맡아야 한다는 논의로서는 배달이 근접거리 유통이라는 지점에
주목하면서 ‘플랫폼’이라는 편재성을 갖는 매개체를 통하지 않고 사회적 관계망으로서의 지역사회에 맡
겨야 한다는 것인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① 모듈 방식(광명 YMCA등대생협의 경우처럼 일정 규모의 가구당 거점 가구를 두어 배달하는 방식이
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포스트로서의 거점 가구에 모여 배달을 수급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자연스럽
게 사회적 관계망으로서 강한 상호작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는 배달을 개인 단위의 행위양식에 두지
않고, 공동체 단위의 행위양식으로 만듦으로써 모듈이라는 배치와 관계망에 따라 자기위치를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② 자전거 등의 대안적인 운송수단을 활용하는 방식(대안적인 운송수단으로서 도보나 자전거, 지하철
을 이용한 배달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배달의 위험도를 낮출 뿐더러 지역사회의 구성원이 배달에 참여
하여 지역 자체에 자원이 돌게 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③ 몹(Mob) 방식(배달거점이 모듈처럼 어떤 가구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몹처럼 어떤 장소에
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문화행사와도 같은 유형의 배달형식인데, 제3의 영역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전달
받을 수 있으며, 바로 소비자 자신이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 기존 배달과의 차이점이다.)
④ 화폐화를 보존하는 방식(지역사회의 배달은 지역거점으로 향한 지역의 구성원들이 맡지만, 배달요
금은 그대로 보존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배달요금 중 근접거리 배달 부분은 지역의 자원이 되는 방
식이다. 이는 지역순환경제를 배달 플랫폼이 파괴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사회적 배달 논의에서 배달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에 따라 온전히 화폐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그것은 수당 체계로 나타나는데, 다음과 같은 수당이 있을 수 있다.
① 기후수당(기후위기 상황에서 장마, 태풍, 폭염 등 급변하는 날씨에도 배달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건강, 위험부담, 피로도 등을 감내하는 행위로서 사회적 가치를 갖는다.)
② 위험수당(속도와 효율화를 통한 배달 현장은 언제나 위험이 도사린다. 상시적인 위험이 도사리는
골목환경이나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대한 위험수당 등의 논의 역시 필요하다.)
③ 야간수당(시간대별 보상체계 역시 논의되어야 한다. 야간이나 새벽의 경우 등 시간대별로 배달이
어려운 환경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시간대별 보상체계는 아침-점심-저녁이라는 사이클을 벗어난
배달에 대한 보상체계다.)
④ 혼잡수당(가장 바쁘고 혼잡한 시간대에 이루어지는 배달노동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다. 일반적인 식
사시간이나 주문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에 대한 보상체계는 자칫 혼잡으로 인한 사고위험 등에 대한
제어장치가 될 것이다.)
사회적 배달 : 배달노동을 둘러싼 가이드라인과 사회적 합의
배달노동자는 고아처럼 사회가 버려두었던 주체성이다. 빠르게 움직이고 위험을 감수했지만, 그 고마
움과 은혜, 노력에 대해 사회는 무관심했고, 그저 오토바이-인간 정도로 사물화 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 형제이고 친구이고 이웃이다. 이들에게 개인 책임의 기업가정신을 강요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대우하지 않은 것은 결국 그들을 고아처럼 만들었고, 거리에서 위험의 질주를 하게 만들었다. 사회는
이들의 목소리와 이해와 요구에 귀 기울여 그들과의 사회적 가이드라인과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그들에 대한 노동자성에 대한 보장이 이르지 못한다면 그 역시 하나의 문제일 것이다. 나아가 적어도
생명으로서의 정동적 가치에 대해서라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지역 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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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

랫폼 노동자 간의 긴밀한 연대와 화합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배달노동자는 지역살림의
메신저가 될 수도 있고, 동시에 지역순환경제라는 오래된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실천하는 발판이
마련될 수도 있는데, 여러 가지 상상력을 발휘해볼 수 있지만, 적어도 배달노동자에 대한 처우, 권리,
복지, 상호부조, 자율성 등에 대해 지역사회가 따뜻하게 보듬어줄 만남이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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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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