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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by Casey,Riley 2022.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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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에 관한 여러 주제와 분야를 폭넓게 아우르며 단계별로 조금씩 난이도가 높이지는 독서 방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책과 책읽기에 관해 계속 생각하며 독서습관을 만들고 책 읽
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머릿속에 깊은 인상을 남긴 최초의 책인 ‘처음책’에서부터 시작해, ‘베스트셀
러’, ‘고전’ 등등을 거쳐, 마지막에는 누구나 한 권쯤은 있는 ‘인생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 Short Summary
사람들이 매년 하는 결심이지만, 매년 또 어김없이 실패하는 것이 책읽기다. 책읽기는 돈 모으기나 다
이어트나 금연같이 명확한 목표 설정이 어렵고, 혹은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서 눈에 보이는 수치가 변
하거나 건강이 확연히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한 달에 한 권씩 꼭 읽을 거야’라고
결심하지만, 뒤따르는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아 금방 나태해지고 곧 책읽기에 실패하곤 한다.
이 책은 책에 관한 여러 주제와 분야를 폭넓게 아우르며 단계별로 조금씩 난이도가 높이지는 독서 방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책과 책읽기에 관해 계속 생각하며 독서습관을 만들고 책 읽
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머릿속에 깊은 인상을 남긴 최초의 책인 ‘처음책’에서부터 시작해, ‘베스트셀
러’, ‘고전’ 등등을 거쳐, 마지막에는 누구나 한 권쯤은 있는 ‘인생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책을 읽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으며, 자기만의 독서 루틴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
한다. 또 권위 있는 사람이나 주변 독자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책을 읽고
생각하고 판단해 책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한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으며
‘제목이 왜 이걸까?’, ‘결말이 왜 이렇게 끝나지?’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은 효과적인 지식 전달과 책읽기의 효용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온 저자의
고민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책을 너무 어렵다고 생각해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
거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레벨의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독자를 위해 쓰였다. 저자는 독서력을
높이고 최대한의 지식을 흡수하는 데 필요한 책들을 쉽고 명쾌하면서도 차근차근 설명한다. 소개하는
책들은 이른바 ‘순한 맛부터 매운맛까지’, 쉬운 책부터 어려운 책까지 다양하다. 예를 들면 『셜록 홈
즈』ㆍ『해리 포터』부터 『죽은 시인의 사회』ㆍ『위대한 개츠비』를 거쳐 『사피엔스』ㆍ『총, 균, 쇠』
까지다.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는 그동안 마음에 짐을 지웠던 ‘책 빚’을 청산하고 1년 만에 전천후 지식
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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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 차례
프롤로그 ­ 열두 달 북클럽을 시작하며
제1장 ‘처음책’, 최초의 독서에 관해
제2장 콘텐츠가 된 책, 책이 된 콘텐츠
제3장 베스트셀러는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제4장 진땀나는 과학책을 읽어내는 법
제5장 눈을 뗄 수 없는 책들, 몰입감의 비밀
제6장 어떤 책들이 밀리언셀러가 될까?
제7장 고전이 고전인 이유
제8장 한 분야를 대표하는 책의 조건
제9장 좋은 에세이를 고르는 방법이 있을까?
제10장 독서에 있어 노벨 문학상의 의미
제11장 ‘벽돌책’을 격파하는 법
제12장 누구나 ‘인생책’ 한 권쯤은 있다
에필로그 ­ 모두 행복한 책 읽기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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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처음책’, 최초의 독서에 관해
인생에는 경력직이 없다
인생을 경력직으로 시작하는 사람은 없죠. 누구나 신입입니다. 우리는 매해 새로운 나이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 나이는 우리에게 언제나 처음이에요. 매일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오늘이라는 날짜 역시 사
실은 우리 모두 처음 겪는 날입니다. 오늘은 올해의 10월 19일이지만, 내일이 되어 맞이하는 오늘은
10월 20일이겠죠. 그러므로 우리의 오늘은 처음이자 다시는 오지 않을 유일한 날이기도 합니다. 이렇
게 하루하루가 유니크하고 우리 모두에게 처음인데도, 이상하게 그런 느낌은 잘 들지 않죠. 그건 아마
오늘을 어제처럼 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반복과 정체가 비슷한 하루를 만들어내서, 타임 슬립에 걸린
것처럼 같은 날이 무한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처음책을 떠올려 보자 / 진짜 처음책
‘처음책’이 혹시 기억나나요? 이 기억을 되살리기 전에 먼저 ‘처음책’이라는 단어는 사전적 정의가 있
는 말이 아니라, 제가 제안하는 용어입니다. 사실 여기서 말하는 처음책은 실제로 처음 읽은 책을 찾
자는 게 아니에요. ‘자신이 어릴 때 읽었던 책 중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 책’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죠.
어릴 때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앞선 기억에 있는 책을 ‘처음 읽은 책’이라고 해 두자는 거예요.
저의 처음책은 한동안은 제목도 모르던 SF소설입니다. 그 책은 초등학교 때 동네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인데, 굉장히 인상이 깊었고, 무엇보다 공포스러웠어요. 책의 내용은 기억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책
의 작가와 제목은 완전히 잊어버렸습니다. 도대체 무슨 책이었을까 찾아보려고도 해봤지만, SF라는 것
만 알지 다른 단서가 없다 보니 막막하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절실하지는 않아서, ‘그냥 내용만 기
억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최근 유튜브에서 영화를 소개해 주는 채널을 보는
데, 바로 그 책의 내용이 나오는 거예요. 너무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영화 정보를 보니, 과연
원작소설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원작소설은 생각보다 너무 가까이 있었더라고요. 그 책은 바로 필립
K. 딕의 『사기꾼 로봇』(집사재, 2004)이고, 이를 영화한 것이 <임포스터>(impostor)입니다.
‘임포스터’라는 제목의 뜻은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사기꾼’인데, 이 제목이 줄거리를 암시하죠. 평범
한 하루를 시작한 스펜스 올햄은 어느 날 출근을 하다가 납치를 당해요. 그를 납치한 사람들은 정부
비밀기관 사람들로 올햄에게 외계 행성에 온 스파이 로봇이라는 혐의를 씌웁니다. 이 정부요원들은 이
야기를 들어 볼 생각도 안 하고 위험한 폭발 장치가 올햄의 몸 안에 있다며 그를 죽이려고만 해요. 특
정한 말을 내뱉게 되면 폭탄이 터지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 말을 하기 전에 죽여야 한다는 거죠. 올햄
입장에서는 너무나 억울하잖아요. 그래서 탈출하는 길을 택합니다.
탈출에 성공한 올햄은 아내와 연락을 해서 자신의 의료기록을 확인해 줄 의사를 찾아 달라고 하지만,
그걸 예상한 정부요원들에 의해 다시 체포당할 위험에 처해요. 결국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선 앞
에서 마주친 올햄과 정부요원들은 우주선 안에서 올햄의 시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순간 올햄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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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게 올햄이라면 나는…….”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말을 하는데, 그 순간 폭발하죠. 제가 어렸을 때 이
소설을 읽고 너무나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이 점입니다. 보통은 주인공과 공감하며, 주인공이 억울
한 누명을 벗기를 바라잖아요. 특히 마지막에는 거의 누명이 벗겨졌는데, 알고 보니 주인공이 누명을
쓴 게 아니라 진짜 폭발 로봇이었던 거죠. 자신도 자신이 로봇인 줄 몰랐던 것이고, 자신이 혹시 로봇
이 아닐까 정체성을 의심하는 순간 폭발하게 설계되어 있었던 겁니다.
다르게 생각해 보자 / 처음책 다시 읽기
요즘 우리는 개인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개인주의의 전제는 다른 사
람은 다 의심스러울 수 있지만, 개인주의의 주체가 되는 자기 자신만은 의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기꾼 로봇』은 그런 나 자신조차도 의심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한 번 세운 생
각, 한 번 느낀 느낌만을 진실이라고 믿으며 모든 것을 그 잣대로 생각하게 되지만, 사실 언제나 의심
해야 하는 게 자기 자신일 수도 있어요. 선입견, 편견 같은 것들을 스스로는 주관, 줏대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자기도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고, 그래서 스스로를 의심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 소설을 보고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A가 보인다고 반드시 A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르게도 생각해 보자’라는 교훈을 어린 저는 깊게 새겨 넣었습니다.
제가 처음책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처음책으로 기억에 남은 책은 강렬한 기억을 여러
분에게 심어 주었을 겁니다. 아마 어릴 때이기 때문에 자신의 사고, 감성, 태도, 인성 등에 일정 정도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처음책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고, 처음책으로 기억에 남겨진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지금 자신의 모습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성인이 된 여러분은 지금 책 읽기에 흥미를 가지려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있는 처음책을 끄집어내서 다시 읽어 보는 것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해요. 사실 꼭 어린 시절에 읽
은 책이 아니어도 됩니다. 꽤 강렬한 기억과 인상을 준 책이면 되거든요. 이런 책은 일단 한 번 읽은
것이기 때문에 낯익죠. 처음책으로 보았을 때의 그 감정과 생각이 여전히 생생히 다가옵니다. 그러면
서도 ‘어! 이게 이런 뜻이었어?’ 하고 예전에 읽었던 느낌과 다른 지점을 발견하고 놀라는 경우도 있습
니다. 다시 읽었을 때는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낯선 감각을 발견하게 돼요. 특히 어린 시절 읽
었던 어린이 문학을 완역본으로 읽으면 완전히 다른 내용이 다가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어서 흥미롭고 유익한 경험이 될 거예요.

베스트셀러는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시대정신이 담겨 있는 베스트셀러
한 시대를 뒤흔든 베스트셀러에는 보통 그 책이 탄생한 시대의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정
신이 담겼다고 해서 반드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실은 경험적으로도 알 수 있습니
다. 꽤 진한 감동과 공감을 느꼈던 책이지만 아무도 몰라 안타까웠던 책도 있을 것이고, 엄청나게 훌
륭한 내용을 담은 책이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못해 사장된 예도 있을 것입니다. 또 동시대의 사람들이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다음 시대의 사람들이 뒤늦게 발견한 책도 꽤 있죠. 『변신』을 쓴 프란츠 카프
카는 회사원 생활을 청산하고 전업 작가 생활을 하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지만, 그 꿈은 결국 이루어지
지 않았어요. 카프카의 작품은 살아 있을 때 출판된 것이 거의 없거든요. “모든 작품을 불태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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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는 카프카의 유언을 무시한 친구의 결정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카프카를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카프카
의 책들은 나중에 역주행을 해서 지금은 전 세계 사람이 다 아는 명작이 되었죠.
이전 시대에는 역주행이 일어났다고 하면 대부분 지나간 작가들을 발견하고 평가해 주었던 평론가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대중은 잘 모르는 작가지만, 평론가가 발견하고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과정
에서 대중도 그 작품을 알아보기 시작하는 거죠. 하지만 이런 과정이 그저 ‘운’은 아닙니다. 뒤늦게 작
품을 발견한 평론가들은 지금 시대에 맞는 정신을 그 작품에서 발견한 것이거든요. 뒤늦게 히트한 작
품이 운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그 작품이 담고 있는 정신이 공명하는 시대를 만난 것이라고 볼 수 있겠
죠. 그렇게 생각하면 작가가 살아있을 때 작품이 인정받지 못한 것은 시대를 앞서갔다는 뜻일지 모릅
니다.
베스트셀러를 보면 시대를 읽을 수 있다
시대정신을 담고 있고,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는 책은 오래도록 살아남아서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중요
한 동력이 됩니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책은 그 시대의 흐름과 가치, 관심 혹은
그 시대가 가진 활기를 짐작할 수 있다는 뜻도 됩니다. ‘서울책보고’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헌책
방입니다. 서울시에 흩어져 있는 헌책방들을 모아 복합 편집몰처럼 만든 곳이에요. 저는 얼마 전 서울
책보고에서 열린 <그 시절, 그때 베스트셀러전>에 다녀왔어요. 1980년대부터 2010년까지의 베스트셀
러 목록과 함께, 거기에 해당하는 헌책들을 전시하고 판매까지 하는 전시였습니다. 그런데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국 사회의 시대상이 어느 정도 보이더라고요.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알게 되는 게 있습니다. ‘어떤 해의 사건에 대한 감각은 그다음 해에 제대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책을 쓰는 데도, 그 책이 대중에게 퍼지는 데도 오래 걸리다
보니, 작가가 책을 쓴 해에 느낀 감각이 대중에게도 침투해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까지는 1년 정
도가 걸리더라고요. 예로 1988년 올림픽이 끝난 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게 된 자신감을 느끼려
면 1989년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됩니다. 과연 1989년 베스트셀러 1위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
다』라는 책입니다. 당시 삼성, LG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 재벌 순위를 다투던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
자서전인데요, 올림픽 직후 세계와 경쟁을 해볼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책이었어요.
시대별 베스트셀러를 나열하고 보니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IMF를 겪을 때 대학에 들어갔던 학생들
이 졸업할 무렵인 2003년이었습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토익 관련 책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그 후
로는 토익 책이 빠지지 않더라는 거죠. 심지어 2009년에는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해커스의 토익 책만
네 권이나 포함되었어요. 취업난의 자취가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도 묻어났습니다.
지금 우리의 관심을 보여 주는 책들
2020년을 뜨겁게 달군 책 중 하나가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입니다. 파타고니아라는 기
업의 경영 철학을 담은 이 책은 유튜브가 띄운 책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많은 유튜버가 소개했어요.
이 책은 기업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인데, 보통 기업들의 성공 스토리는 그 가운데 열
정, 기회, 노력, 교훈 같은 것들이 들어 있지만, 이 책에는 그런 것들이 아닌 ‘가치’가 들어 있어요.
파타고니아는 한 등반가가 자신이 쓸 등반 장비를 직접 만들기 위해 고철상에서 화덕과 모루, 해머 등
대장간 장비를 구입한 데서 시작했습니다. 독학으로 대장간 일을 익힌 그는 자연을 파괴하고 해를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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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치는 등반 장비가 아니라, 조금 더 효율적이면서도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등반 장비를 개발하고
자신이 직접 사용합니다. 겨울에는 장비를 만들고 봄, 여름, 가을에는 요세미티나 알프스 같은 데서 등
반을 하죠. 그 기간에 자신이 만든 장비들을 팔아서 생활자금을 마련해요. 이 사람이 바로 파타고니아
의 설립자 이본 쉬나드입니다.
그는 등반 장비를 파는 사업을 본격화할 때도 사업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등반가들에게 필요한 장
비를 만들어 나눈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자연에 상처를 내서는 안 되고, 쓰기에 편해야 하며, 무엇
보다 최고의 품질로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죠. 등반가인 자신이 쓸 것을 만들었으니, 다른 등반
가들에게도 이 장비들은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류 사업에 손을 댈 때도 마찬가지로 등반할
때 입을 옷이 필요해서, 그 필요에 맞춰 옷을 만든 거예요.
이본 쉬나드는 스스로를 사업가라고 생각하지 않고 등반가, 서핑하는 사람, 스키를 타고 카약을 타는
사람 혹은 대장장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사업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연을 즐기는 데
필요한 장비를 만들고, 그것을 비슷한 사람들과 나누려고 사업을 한 거죠. 이런 생각으로 만든 제품은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이본 쉬나드는 딜레마에 빠지게 돼요. 그야말로 ‘왜 자꾸
사업이 잘되는데?’가 된 거죠. 그즈음 자신이 왜 사업을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비로소 자
신이 사업하는 이유를 확고하게 정하게 됩니다. 그건 바로 환경에 대한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한 본보기가 되겠다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파타고니아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됩니다.
파타고니아의 철학은 필요한 기능이 갖추어진 최고의 제품을 환경을 해치지 않고 만들며, 벌어들인 이
윤은 환경을 보호하고 살리는 데 쓰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인 거죠. 그래서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과 행보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어요. 이것이 많은 사람이 파타고니아를 사랑
하고 믿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파티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은 단순히 유튜브에 자주 나와서
히트한 것이 아니라, 그런 계기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이 책을 본 사람들이 지금의 시대정신
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입니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
고전이 고전인 이유 / 해석의 여지가 많다 / 인간의 본질을 다룬다
고전은 시대를 뚫고 살아남아 오늘의 우리 앞에 우뚝 선 책들을 말합니다. 무조건 오래되었다고 고전
이 아니라, 시대마다 유용하게 읽힌 책이 고전이라는 거죠. 그러면 도대체 어떤 책들이 시대의 풍파에
상하지 않고 살아남아 지금 여기에 존재할까요. 책마다 상황이 달라 일반화하긴 힘들지만, 두 가지 특
성을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특징은 애매모호하다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은유나 상징이 많아 해석이 다양할 수 있다
는 뜻이죠. 시대가 변함에 따라 고전은 다양한 해석을 덧입게 됩니다. 바꿔 말하면, 시대가 바뀌어도
달리 해석되면서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이 고전인 것이죠.
『어린 왕자』는 감성적인 그림체, 작가인 생텍쥐페리의 베일에 가려진 죽음 등 여러 가지 요소로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이죠. 소행성 B-612에 살던 어린 왕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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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자신의 장미와 다투고 여러 별을 떠돌다가, 지구까지 와서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를 만나게 되는 이
야기인데, 『어린 왕자』는 처음부터 우화적으로 쓰인 이야기인 데다가 내용도 비현실적인지라 그야말
로 여러 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죠. 특히 마지막에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로 돌아가는 방법으로 맹독
을 가진 뱀에게 물리는 방법을 택하는데요, 저는 그게 꼭 자살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비록 어린 왕자는 “내가 죽은 것처럼 보일 거야. 하지만 그게 아냐.”라고 말은 하지만요. 자신의 별에
돌아가기 위해 몸까지 가져갈 수는 없어 정신만 가져간다는 것은, 육신을 입고 지구에 온 인간들이 육
신을 벗고 신의 세계로 돌아간다는 종교적 설정을 연상시켰습니다. 이 마지막 장면만 가지고도 “내 생
각은 달라.”라고 할 분이 많을 겁니다.
한편 『어린 왕자』는 보통 사람 관계에 대한 이야기, 사랑하는 마음에 대한 말랑말랑한 이야기로 읽히
지만, 사실 초반부에는 사회풍자적인 요소도 많습니다. 어린 왕자는 지구에 도달하기 전에 여섯 개의
별을 지나는데, 그중에는 정작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는 왕이 있는 별도 있고, 별의 수를 세면서 그 별
이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사업가도 있어요. 별을 소유한다면서 자기 서랍에 예금만 해놓는데, 그
게 무슨 소용이 있냐고 어린 왕자가 핀잔을 주죠. 세 발자국만 걸으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작은 별
에서 가로등을 켜는 사람은 금방 낮과 밤이 바뀌기 때문에 30초 단위로 쉴 틈 없이 가로등을 껐다 켜
야 하는데요, 어린 왕자는 이 사람은 그래도 남을 위해 일하니, 왕이나 사업가에 비하면 나은 사람이
라고 말합니다.
지금이야 그런가 보다 하겠지만,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를 쓴 때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때죠. 몰락한 왕이 실제로 존재했고, 대공황 이후이기도 해서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은 심각했었죠.
따라서 어린 왕자의 앞부분은 당시 사회에 대한 풍자로 읽어도 크게 무리는 없어요. 지금은 이런 의미
는 간과된 채 사랑받는 책이지만, 이 메시지는 시대가 바뀌어도 통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꼭 자본
가가 아니더라도 이 이야기 속 사업가처럼 의미 없는 짓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거
든요. 자기 충족적인 연구만 하면서 학문의 진보라고 떠드는 학자, 국민의 뜻을 들먹이며 자기의 뜻대
로만 하는 정치인 등에 대한 은유로 해석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잖아요.
인간의 본질을 다룬다
두 번째 특징은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을 다룬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본성이나 본질적인 부분이 작품의
주요 주제라면, 그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을 수 있죠. 나서 자라고 사랑하고 일하며 살아가는
것은 어느 시대나 모든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그 환경이나 여건이 조금 다를 뿐이죠. 희로애락의 감
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인간의 본질적인 면을 다룬 내용은 어느 시대에 읽어도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 인간이 번식을 통해 자식을 생산하는 사랑 이야기는 언제라도 통하기 마련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직도 책으로 발행되고, 영화나 연극으로 끊임없이 재창작되는 것
은 금지된 조건을 뚫고 사랑하는 이야기라는 인류가 공감할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조금은 씁쓸한 고전도 있습니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상황이 개선되어야 하는데, 거의 바뀐 게 없어서
여전히 많은 이가 공감하는 소설이 있죠. 바로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입니다. 19세기 말 독
일의 교육제도 아래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시험이나 공부에 대한 압박이 놀랍게도 21세기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느끼는 압박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시험이나 선생님들의 압박 말고도 더욱
공감 가는 것은 주인공인 한스의 상태죠.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이 어른들이 시키니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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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저 해야 하니까, 상급 학교에 진학해야 하니까 공부를 하는 상태. 우리가 중ㆍ고등학교를 지나온 그
궤적과 다를 바가 없어요. 말하자면 대학을 왜 가야 하는지,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나 동
기 없이, 그냥 어른들이 시키니까, 남들이 다 하니까 하던 그 상태 말입니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시골 학교의 우등생인 한스의 이야기입니다. 시골 천재들이 늘 그렇듯이 동네
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당시 우등생들이 모이는 신학교에 가는데, 한스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합니다.
한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 하일너는 퇴학을 당하고, 한스 역시 문제아로 낙인찍혀 결국 학교를 떠나
게 됩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한스는 기계공이 되려고 수련 과정을 밟게 되는데, 당연히 적응이 힘들죠.
어느 일요일 같이 일하는 기계공들과 술을 마시고 취해서 기분이 좋아진 한스는 술에서 깨며 수치심과
자책감에 흐느껴 웁니다. 그리고 한스는 물에 빠져 죽은 채 발견되죠.
작가는 이 죽음이 자살인지 사고사인지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한스의 상태를 보
면 자살이 아니라 사고사라고 해도 물에 빠졌을 때, 적극적으로 살려고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 정도
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한스는 수레바퀴 아래에 깔려버린 셈입니다. 이 소설에서 수레바퀴는 권
위, 기성세대, 사회, 억압, 책임, 제도, 공부 같은 것들을 상징합니다. 한스는 수레에 올라타려다가 결
국 수레에 깔려 버리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한스는 도대체 왜 수레바퀴 아래로 들어가게 된 것일까요?
많은 어머니가 말하듯 ‘우리 애는 착한 친구를 잘못 만나서’일까요? 하일너가 한스의 일탈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보기에는 하일너가 아니어도 한스는 언제든 제도권에서 튕겨 나올 수 있는 아이
였습니다. 왜냐하면 한스가 가장 잘하는 공부가 사실은 한스의 개인적인 욕망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한스가 공부를 하고 신학교에 입학한 것은 어른들의 기대와 욕심이 투영된 결과였고 사회나
제도가 강요한 것일 뿐 한스의 의지는 전혀 없습니다.
타인의 기대에 의해 공부해온 한스는 어른들의 기대와 욕망이 없어진 후에야 자신이 주체적으로 한 일
이 없고, 그런 관성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그래서 신학교를 벗어난
후의 한스는 매우 무기력하고 소극적입니다. 기계공이 되는 것도 아버지가 선택을 강요해서이고, 연애
면에서도 상대 여성에게 농락을 당하는 수준이죠. 한스의 마지막도 주체적으로 스스로 자살을 한 게
아니라 사고사인지 자살인지 불분명하게 그려져요. 『수레바퀴 아래서』는 지금도 청소년들이 가장 공
감하며 읽는 책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이 고전으로 남은 것은 꼭 교육제도의 유사함 때문만이 아니
라, 청년들이 사회로 들어가면서 겪는 ‘무지향으로 인한 방황’에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고전에 머물지 않아야 고전이 된다
고전으로 남는 책이 꼭 소설만 있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고전이라고 하면 소설이 아닌 것들이 먼저
떠오르기도 합니다. 공자의 『논어』나 맹자의 『맹자』, 플라톤의 『국가론』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
학』같은 책은 고전이라는 카테고리가 너무나 어울리죠. 고전의 중요한 요소인, 시간을 관통하는 인간
의 본질에 대한 메시지가 소설에서는 은유적으로 드러나는 반면, 이런 책들에서는 직접적으로 전해집
니다. 이런 책들에는 오늘날에도 통하는 인생의 진리나 사회의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케케묵은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 전승되어 온 현인들의 조언인 것이죠.
고전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
고전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책이 지금의 나에게 해주는 말은 무엇인가’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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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다. 책은 창문이 아닌 거울입니다. 책을 보며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죠. 고전은 어느 시대에나 유사한
인간의 본질에 대한 것들을 다루기 때문에 특별히 더 잘 닦인 거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전을 볼
때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작가의 이력 등에 너무 큰 영향을 받지 말고, 그냥 책이 지금 여러분에게 건
네는 바로 그 말에 귀 기울이세요. 좋은 고전은 반드시 현재의 나에게 말을 걸어 올 겁니다.

누구나 ‘인생책’ 한 권쯤은 있다
당신의 선택이 정답이다
누구나 읽어야 할 ‘인생책’은 없습니다. 다만 누구나 인생책 하나쯤은 있죠. 아무리 책을 안 읽는 사람
이라고 해도, 인상 깊은 책, 기억에 남는 책 한 권쯤은 있을 거예요. 스스로 인생책이라는 거창한 이름
을 붙이지 않더라도 그 책이 사실상 그 사람의 인생책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의 인생책을 들어
보면, 서로 겹치는 책도 많지만 기본적으로는 다양성이 더 도드라진다는 겁니다. 책을 읽는 경험은 자
신의 인생 경험과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인생책을 추천하는 게 그
만큼 어렵다는 얘기죠. 그래서 기본적으로 인생책은 어떠한 이유로든 간에 자신의 선택이 절대적으로
옳습니다. 인생책에 자격이나 정답은 없으니까요. 만화책이든, 동화책이든, 심지어 요리책이든, 당신이
그 책을 인생책으로 꼽는다면 그 책이 당신의 인생책입니다.
인생책으로 많이 꼽히는 책의 경향성
그래도 많은 사람의 인생책을 듣다 보면 전반적인 경향성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전해
지는 명사들의 인생책, 제 강의나 강연을 들으러 온 청중들이 들려주는 인생책, 그리고 제 북튜브 채
널의 구독자들이 알려준 인생책 등을 보면, 사람들의 인생책은 크게 4가지 분류로 나뉘는 것 같아요.
가장 전형적인 인생책은 역경을 견디는 이야기, 혹은 위로의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마음이 힘들고 외
로울 때 책을 읽고 위로받는 경우, 그 책이 바로 인생책이 되는 거죠. 두 번째로 많은 유형의 인생책은
깨달음의 이야기입니다. 인생을 사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인데요, 깨달음의 내용이 대부분은 ‘모든
것은 당신(마음)에게 달려 있다’인 경우가 많고,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세 번
째는 지식만으로는 한 번에 잘 이해가 안 가는 광대하고 심오하거나 거시적인 이야기입니다.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고, 영적 상상력을 북돋아 주는 책들이죠. 마지막 네 번째는 기존의 책들과는 다른 독
특한 책들입니다. 내용이든 형식이든 인상에 아주 깊게 남는 책이죠.
인생책이라는 키워드에는 사실 감성적인 요소가 가득합니다. 그 감성적인 말을 이렇게 이성적으로 분
석해 놓으니 정 없어 보이지만, 이것도 인생책에 접근하는 색다른 방법이 될 거예요. 그러니 ‘각자 고
른 인생책이다’라는 정답을 살짝 접어놓고, 이 네 가지 인생책의 분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습
니다. 첫 번째 분류와 두 번째 분류의 인생책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생책 분류 1 - 위로와 역경의 이야기
<시한책방> 채널을 통해 구독자들에게 각자의 인생책을 추천해 달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다들
달랐어요. 그래도 겹치는 책이 좀 있어서 순위를 내봤는데, 1위를 차지한 책이 있습니다. 빅터 프랭클
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입니다. 이 책은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빅터 프랭클의 심리분석 방법인 로고테
라피에 관한 책이에요. 책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보면 후반부에 로고테라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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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하지만 많은 사람이 뒷부분보다는 앞부분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하고, 인생책으로 꼽고 있습니다. 유대
인인 빅터 프랭클은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에 의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갔습니다. 내일 죽어도 이
상하지 않은, 오히려 1년 뒤에도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수용소 생활에서 빅터 프랭클
박사는 살아남는데요, ‘프랭클 박사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은 담고 있습니다.
그 경험은 프랭클의 로고테라피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어요. 프로이트처럼 의자에 앉아 과거 옷장
속에 갇혔던 기억만 뒤지는 게 아니라, 실제로 죽음의 한가운데에서 최고의 절망을 맛본 사람이니까요.
이 사람의 말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힘이 있습니다.
제가 제일 공감한 구절은 기이한 시간 감각인데요, 배고픔으로 꽉 찬 수용소에서의 하루는 영원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긴 시간 단위인 일주일은 하루보다 더 짧게 느껴진다는 거예요. 사
실 저는 이걸 대학원 때 경험한 적이 있었거든요. 제 인생에 슬럼프가 왔었을 때인데, 하루는 길고 지
루했는데, 돌아보면 일주일 한 달은 쓱쓱 지나가는 경험을 했어요. 요즘 취준생들에게도 이런 이야기
를 하면 격하게 공감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실제 연구결과에 있다네요. 실직한 광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들은 뒤틀린 시간 감각 때문에 고통받는대요. 이런 시간 감각을 가지는 사람들의 공통
점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상실했다는 거랍니다. 그러니까 미래에 대한 대비가 불가능하고 지금의 삶이
임시적인 것처럼 느껴질 때 이런 시간 감각이 발생한대요. 결국 미래를 그릴 수 있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죠.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빅터 프랭클 박사가 처음 수용소에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의 이야기가 거의 연
대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때로는 의사로서의 자신을 자각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살덩어리 취급받
는 유대인 수용자로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사는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죠. 아마 많은 분이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래도 내 처지가 이 사람보다는 낫구나’ 하고 느낄 거예요. 하지만 그저 이 사람보다는 낫
다는 위안만이 이 책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이 죽음의 수용소를 견뎌 내고, 많
은 수용자를 절망 속에서 견디게 한 힘에 대한 이야기죠. 한마디로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삶의 의미’를
찾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존이 무의미하다고 느낄 때 인간은 생명을 포기하게 된다고 합니다. 빅터 프
랭클 박사는 그래서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게 내적 가치나 정신적 의
미는 아니에요. 이 세상, 그러니까 구체적인 현실에서 자신의 생명에 대한 의미를 찾으라는 말입니다.
인생책 분류 2 - 깨달음의 이야기
‘가심비’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죠. 가성비는 가격 대 성능비로, 성능이 좋고 가격이 쌀수록 물건에
대한 만족감은 증대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가심비는 가격 대 마음입니다. 그리고 마음이라는 것은
개인적 만족의 정도죠. 그러니까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물건을 소비자들은 구매하게 된다는 것인데
요, 인생도 마찬가지죠. 가격을 노력이나 열정으로 치환하고, 성능을 그에 따른 부라고 하면, 마음은
인생에 대한 만족도라고 할 수 있어요.
산업사회, 경쟁사회에서는 가성비를 따져서 어떻게 하면 적은 노력으로 부자가 될 수 있을지에 혈안이
되지만,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부자라는 것이 과연 자신의 마음에 만족을 주는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됩니다. 부를 추구하다 보면 언제나 더 많은 부를 원하게 되고, 주변 사람들과는 돈으로 구축되는 관
계만 형성되다 보니 이것이 과연 행복한 인생인가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많은 깨달음이 가심비에
관한 것이죠. 가심비는 곧 ‘노력은 적게, 마음의 만족은 크게’입니다. 불행은 자신이 원하는 가심비의
기준에 다다르지 못할 때 생기죠. 불행은 언제나 모자란 느낌, 채워지지 않는 허기잖아요. 반대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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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은 자신이 기준 삼는 가심비에 다다를 때 생깁니다. 가심비라는 분수에서 분모인 노력을 덜할 때 가심
비 기준을 넘을 수 있죠. 노력을 덜하면 분모가 내려가면서 가심비는 올라갑니다.
마음속 가심비의 기준이 3이라면 만족도가 9, 노력이 3일 때는 3분의 9니까 이 기준에 도달하게 됩니
다. 그런데 노력이 2라면 이 기준을 넘게 되죠. 이 비례를 그대로 적용해 보면 만족도가 3, 노력이 1
이어도 우리 마음속의 기준치인 가심비가 3이 넘게 됩니다. 똑같이 가심비가 3인데, 노력을 3이 아니
라 1만 해도 마음의 만족도 기준만 낮춘다면 우리는 행복의 범위에 머물게 되는 거죠. 뭔가 요즘 트렌
드 같은 얘기라고요? 아닙니다. 아주 옛날부터 이런 생각의 전통은 쭉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 수치
적인 분석을 요즘 말로 바꿔 보면 ‘적게 일하고 잘 살자’가 될 것이고, 옛날 말로 바꿔 보면 ‘안빈낙
도’(安貧樂道)가 될 것이니까요.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요하(지금의 라오허강)를 하루에 아홉 번이나 건너며 ‘아, 나는 이제야
도(道)를 깨달았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깁니다. 낮에는 눈으로 강을 쫓다 보니, 귀에 들려오는 소리가
없는데, 밤에 건너면 눈이 안 보이는 통에 귀에 요하의 물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려온다는 이치를 깨닫
고 남긴 말이죠. 그는 ‘마음을 잠잠하게 하는 자는 귀와 눈이 누(累)가 되지 않고, 귀와 눈만을 믿는
자는 보고 듣는 것이 더욱 밝아져서 큰 병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면서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인생책으로 뽑히는 책에도 이런 마음을 다스리는 것, 마음을 만족시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표현이나 형식이 다양할 뿐이지 내용은 사실 비슷해요.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인생책으로 꼽는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입니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가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여 동안 산 이야기입니다. 침대와 책
상이 들어가면 딱 차는 오두막에 숲에서 직접 얻은 먹거리를 먹으며, 숲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라서
줄거리랄 것도 없습니다. 에세이면서 시인이기도 한 월든의 세계를 작가와 같이 산책하는 느낌으로 읽
어야 하는 책인데요, 작가의 마음속 만족감이 충만하게 표현되어 있다 보니, 월든 호숫가가 신비롭고
풍성한 낙원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죠. 소로의 생활을 본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
‘저렇게는 못 살겠다’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결국 소로의 오두막을 가득 채운 것은 생활의 풍족함이
아니라 마음의 만족감이고, 그것이 숲속에서의 생활을 행복하고 신비롭게 만든 것입니다.
‘대체로 나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개의치 않았다. 하루는 마치 내가 해야 할 일을 덜어주려는 듯
이 지나갔다. 아침이구나 하면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그렇다고 특별히 해놓은 일은 없었다. 새처럼 노
래 부르는 대신 나는 나의 행운에 말없이 미소 지었다. 참새가 호두나무에 앉아 지저귈 때 나는 혼자
서 키득키득 웃었다. 이 웃음은 새처럼 노래 부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 것으로 참새는 내 둥지에서
나는 그 소리를 들었으리라. 나의 하루하루는 이교도의 신의 이름을 붙인 한 주일의 어느 요일이 아니
었으며, 또 24시간으로 쪼개져 시계의 째각째각하는 소리에 먹혀들어가는 그런 하루도 아니었다.’
현대인들은 ‘아침이구나 하면 어느새 저녁이 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없잖아요. 어쩌다 가끔
그런 주말을 겪으면 개운한 마음도 있지만, 쓸모없이 시간을 보낸 느낌이 들어 불안하기도 하죠. 따지
고 보면 시간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여유가 없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체험적으로라도 이런 여
유를 느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제주도 한 달 살기나 느리게 세계여행, ‘적게 벌어 잘 살자’ 같은 트렌
드를 만들어 내고 있어요. ‘소확행’이라는 말도 그런 트렌드의 일환으로 나온 말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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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인생의 깊은 깨달음을 주는 인생책들은 시간의 뒤꽁무니를 쫓으며 불안하게 살지 말고, 시간의 앞에
서서 뚜벅뚜벅 걸어가라는 조언을 해줍니다. 성공하려고 바락바락 애쓰는 사람들에게 도대체 어떤 것
이 성공이냐고 묻기도 하고요. 이런 조언들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정작 가장 필요할 때는 삶의 속도
에 치여서 안 보이다가, 이런 시간을 가지게 될 때 눈에 들어옵니다. 늘 한 걸음씩 늦게 찾아오는 인생
책들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그걸 알고 있는 우리는 그들이 찾아오기 전에 먼저 찾아갈 수 있으니, 조
금은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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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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