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구와 인류와 기업이 공존 가능한 비즈니스 생존 전략을 탄소경제의 종말과 기후변화에서 기
회를 발견하여 제시한다. 저자는 지금 당장 국가, 기업이 탄소 중심의 경제 체제에서 벗어나 재생에너
지, 전기자동차 등 저탄소 경제 체제로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단언하면서, 이미 기후위기를
기회로 만든 국가와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기후위기와 비즈니스의 미래
김지석 지음
▣ Short Summary
지난 2,000년 사이에 지구의 온도는 1도 정도를 오르내리는 선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덕분에
인류는 살아남아 번영을 구가했고 세계 인구는 70억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지금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위기의 상황에 접어들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환경이 파괴되어 생태계가 붕괴되고, 식량 위기, 물 부족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
하는 위기가 반드시 온다는 환경운동가의 주장은 과학자들의 수십 년에 걸친 연구가 뒷받침 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2021년 여름만 해도 여러 지역에서 폭염과 가뭄으로 농사를 망치고 대형 산불과
홍수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고, 2021년 기준에서 지구 온도가 앞으로 1도 정도만
더 오르면 그때부터는 탄력을 받아 아무런 자극 없이도 자동으로 올라가게 된다고 한다.
이에 유엔, 유럽, 미국 등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이후에도 꾸준히 줄여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목표에 공감했다. 아울러 세계경제포럼 같은 경제 단체나 블랙록 같은 자산운용
사들도 이런 인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2020년 블랙록의 CEO인 래리 핑크가 보낸 서한에서
기후변화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후, 기업의 이해관계자 가치
경영은 ESG(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경영이라는 방향으로 전환하여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지구와 인류와 기업이 공존 가능한 비즈니스 생존 전략을 탄소경제의 종말과 기후변화에서 기
회를 발견하여 제시한다. 저자는 지금 당장 국가, 기업이 탄소 중심의 경제 체제에서 벗어나 재생에너
지, 전기자동차 등 저탄소 경제 체제로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단언하면서, 이미 기후위기를
기회로 만든 국가와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 차례
Prologue 기후가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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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비즈니스의 미래
Chapter 01 기후불황이 시작됐다
문명의 흥망성쇠를 결정한 섭씨 1도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선지자들
지구온난화의 자가발전 사이클
기후불황 시나리오
이미 시작된 기후불황의 징후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심각하리라
Chapter 02 기후위기는 왜 무시되고 있을까
진화의 한계
주류 경제학의 무한 성장 판타지
착시 현상을 불러오는 GDP의 한계
단기성장에 집중하는 기업 풍토
유한 법인의 탄생
균형보도가 오히려 진실을 왜곡시키다
기후 부정론자들의 활약
진실은 선택의 문제인가
Chapter 03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드는 국가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영국: 정부 주도의 치밀한 정책으로 변화를 주도하다
독일: 제조업의 나라,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거듭나다
접근법은 다양하게 추진은 우직하게
Chapter 04 불황의 파고를 넘는 법, 탄소 중립
빠른 감축과 운이 필요하다
이해하면 꽤 충격적인 IPCC 6차 보고서 하이라이트
아직도 미적거리는 한국 정부와 기업
전력 산업: 기후위기 해결의 열쇠
자동차 산업의 탈출구: 전기차 전환
74년생 국제에너지기구의 긴급 태세 전환: 2050 탄소중립 보고서
탄소를 줄여주는 제품을 수출하는 나라로
Epilogue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인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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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비즈니스의 미래
기후위기와 비즈니스의 미래
김지석 지음
기후불황이 시작됐다
현재까지 연구된 내용에 따르면, 해부학적으로 현대인의 모습을 갖춘 인류는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처음 나타났다. 이들은 6만 년 전부터 먹을거리를 찾아 아프리카를 벗어나 세계 곳곳으로 진출하기 시
작했는데, 4만 년 전에는 지금의 호주로, 1만 2,000년 전에는 당시 육지였던 베링해협을 건너 아시아
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진출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쯤 비옥한 토지가 펼쳐진 강 유역을
중심으로 문명을 탄생시켰다. 20만 년 전에 이미 현대인의 지능을 갖추었던 인류가 왜 1만 년 전이 되
어서야 농경과 정착을 기반으로 한 문명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답은 기후변화에 있다.
10만 년도 더 넘게 이어지며 수백 미터 두께의 얼음이 쌓이게 한 빙하기는 2만 년 전에 정점을 찍었
다. 이후 지구 온도는 1만 2,000년 전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육지가 고온다습해지자 인류는 채집과
수렵을 하며 이동하던 생활에서 벗어나 농경을 위해 정착하기 시작했다. 한편 따뜻해진 기후는 지구
뒤덮었던 수백 미터 두께의 얼음을 녹여 바다로 흘려보냈다. 그 결과 해수면의 높이가 1만 2,000년에
걸쳐 130미터가량 상승해 베링기어 육교의 낮은 땅이 물에 잠기며 아시아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이 분
리되었다. 이때 서해가 생겨났고, 한국과 일본을 잇던 육로도 물에 잠겨 일본은 섬이 되었다.
해안가는 물에 잠겼지만 얼음이 녹자 경작할 수 있는 땅은 이전보다 넓어졌다. 인류는 뛰어난 두뇌로
적응력을 발휘해 농기구를 만들었고, 그것을 이용해 먹을 것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한 동
물인 개, 고양이, 소 등을 가축화했고, 마침내 문자를 만들어 기록을 남기고 지식을 전승했다. 하지만
인간이 피라미드를 쌓고 금속을 다루고 문자를 기록하는 등 여러 가지 재주를 갖추었다고 해도 자연환
경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정착해 생활하면서 늘어난 인구를 건사하기 위해
서는 농사가 잘 되어야 했으며, 농사가 잘 되려면 좋은 기후가 유지되어야 했다. 운 좋게도 지구의 기
후는 지난 1만 년 동안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이 1만 년의 안정기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고작 1
도 정도 오르내리는 ‘별 것 아닌 것 같은 변화’를 보일 때마다 인류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문명의 흥망성쇠를 결정한 섭씨 1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11세기에서 12세기에 유럽 지역의 평균온도는 기준온도(1960~1990
년 평균 섭씨 16.5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다른 시기에 비해 약간 따뜻했다. 그런데 예전보다 온도가
0.5도가량 올랐을 뿐인데 유럽에서는 먹을 것이 풍족해지면서 경제가 부흥하고 도시가 발달했으며 예
술과 문화가 꽃피기 시작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시기를 르네상스의 태동기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0.5도가 가져온 풍요의 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14세기 중반부터 유럽지역의 온도는 다시 내려가기
시작해 19세기 초반까지 기준온도보다 낮아졌다. 온도가 최대 1도 낮았던 소빙기라고 불리던 17세기
에 세상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세계 곳곳에서 식량 부족으로 인한 농민반란이 일어났다.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에서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1670~1671년
(현종 12~13년)에 경신대기근이 있었으며, 1695~1696년(숙종 21~22년)에 을병대기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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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비즈니스의 미래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 조선의 평균기온은 이전보다 약 1.3도 낮았다고 한다. 같은 시기 유럽에
서는 애꿎은 여성들이 마녀사냥의 표적이 되었다. 사람들은 겨울이 유난히 추웠다거나 여름이 유난히
습해 흉작이 되면 그것을 마녀의 저주라고 생각했고 마녀로 의심되는 여자들을 잡아들여 화형시켰다.
같은 시기에 중국의 장시성 지역은 수 세기 동안 경작하던 오렌지 재배를 포기했으며, 멕시코 지역에
서 융성했던 마야와 아스텍인들의 기록에도 같은 기간에 기온이 낮아지고 가뭄이 들었다.
이상기후와 마녀사냥: 유럽 지역에 번영을 가져왔던 중세 온난기와 마녀사냥이 유행하던 소빙기의 평
균 온도 차이는 고작 섭씨 1도 정도였다. 수백 년 사이에 평균 온도 1도가 변했을 뿐인데 가뭄, 홍수,
냉해가 발생하면서 유럽은 풍요와 혼돈을 오갔다. 몇백 년 전에 일어났던 이런 기후변화의 발생 메커
니즘을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몇 가지 유력한 설이 있다.
우선 13세기 소빙하기의 시작을 만든 중요한 사건으로 인도네시아 린자니 화산의 대폭발을 들 수 있
다. 이 화산이 폭발하면서 많은 양의 황산미세먼지가 성층권까지 퍼져나갔고, 이로 인해 지구로 도달
하는 햇빛이 차단돼 지구의 대기 온도가 낮아졌다. 또한 1347년에 유럽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흑사
병이 창궐하며 갑작스레 인구가 줄어든 것도 지구 대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여파는 농업
활동을 축소시켰고, 이로 인해 숲이 다시 울창해지자 광합성이 활발해졌고, 이 과정에서 지구의 온도
를 높이는 이산화탄소가 흡수돼 지구 온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아무튼 끔찍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그
래도 다행인 것은 지난 2,000년 사이에 지구의 온도는 1도 정도를 오르내리는 선에서 안정적으로 유
지되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인류는 살아남아 번영을 구가했고 세계 인구는 70억까지 늘어났다.
그런데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지구의 온도는 지난 수십 년간 매우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기후
패턴에 다시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물론 동지에 가장 해가 짧고 하지에 가장 해가 긴 우주적인 패턴
은 그대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후만 봐도 많은 변화가 있는데, 3월에 초여름 더위가 찾아오고 3월
말에 일본뇌염주의보가 발령되고, 추석이 되었는데도 무더운 날씨가 계속 이어진다. 폭염특보, 열대야,
집중호우, 가을장마, 가을 태풍 이런 용어들이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다. 기후가 바뀐 탓이다.
방아쇠가 당겨지다: 이런 변화에 대해 일찌감치 위기의식을 느낀 일부 환경운동가들은 기후변화가 일
어나면 지구환경이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되어 생태계가 붕괴되고 식량 위기, 물 부족 위기가 온다면 당
장이라도 세상이 멸망할 것처럼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들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환경운동가들의 이
런 주장은 저명한 과학자들의 수십 년에 걸친 수천 건의 연구가 뒷받침하고 있다. 2021년 기준에서 지
구 온도가 앞으로 1도 정도만 더 오르면, 그때부터는 탄력을 받아 아무런 자극 없이도 자동으로 올라
가게 된다. 2018년에는 1도가 아니라 0.5도만 더 상승해도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보고서
가 나왔고, 2021년에는 이미 위험한 상황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극단적으로 들리겠지만 ‘한마디로’
이대로 가면 21세기 말에 인류는 멸망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아쉬운 점은 환경운동가들이 원인(기후변화)과 최종 결과(멸망)만 말하고, 그 과정에 어떤 일이 벌어질
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행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보여주는 기
후 재해들이 이미 발생하고 있어 굳이 상상력을 발휘해 소설을 쓸 필요는 없다. 최근에 있었던 기후
재해 사건들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정리하면 답이 나온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 지만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구체적으로 답변해 주지 않은 질문.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답은 바로 기나긴 기후불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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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비즈니스의 미래
이미 시작된 기후불황의 징후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기후변화를 미래의 문제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이상기후로 인한 경
제적 피해가 커지고 있어, 생산적인 곳에 투자되어야 할 재원이 망가진 시설을 복구하는 데 들어가는
비정상적인 경제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 가정경제에 비유하면 자기계발이나 재산 증식에 투자되어야
할 자원이 부상이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비로 들어가면서 수입은 줄어들고 부채는 늘어나는 상
황이다. 기후변화의 피해는 후진국이 가장 많이 입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선진국에서도 이상기후로 인
한 피해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 보자면 선진국의 피해 규모가 훨씬 크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심각하리라
보험업계는 2012년 기준,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는 전 세계 GDP의 0.1퍼센트까지 늘어났다고 발표했
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매년 이 정도 피해가 꾸준히 발생해도 상당한 손실이다. 이 수치는 기후변
화가 심화될수록 꾸준히 늘어나게 되어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지구 대기 중에 적
게는 수십 년에서 많게는 수백 년까지 머무르며,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대기 온도를 꾸준히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6월에 스위스 리는 이대로 가면 지구온도는 2050년까지 3.2도 가량 상승할
수 있으며, 이럴 경우 이상기후로 인한 손실은 전 세계 GDP의 18%까지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자원에 대한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면 무력분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예
컨대, 수단의 다르푸르에서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30만 명의 사망자와 부녀자 강간을 포함한 각종
흉악한 전쟁 범죄가 발생했다. 이는 반란군과 정규군의 충돌로 촉발되기는 했지만, 그 배경에는 기후
변화가 있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사하라 사막이 1960년대 이후 약 100킬로미터 확장되면서 유목민
을 북쪽으로 밀어냈고, 또한 평균 강수량이 최대 30퍼센트 줄어들어 주식량인 수수 수확량이 대폭
(-70퍼센트) 감소했는데, 이런 상황들이 부족 간의 긴장을 높여 결국 내전으로 이어졌다.
온도 상승으로 인한 사막의 확장과 가뭄의 심화는 기후변화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며, 사막의 확
장과 물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물을 둘러싼 갈등은 아프리카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상재
해의 증가로 기후불황이 길어지고 식량과 물을 구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전개되면, 각
국의 외교관계는 상당히 험악해질 수 있다. 따라서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협력하는 상생의 분위기는 약화될 수도 있다. 산업문명은 기후변화를 낳고, 기후변화는 기후불황을 키
워나가고 있다. 기후불황은 생존을 유지하고 터전을 지키고 복구하기 위한 비용을 지속적으로 늘려 경
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인류의 안정적인 생존은 지금 크게 위협받고 있다.
기후위기는 왜 무시되고 있을까
진화의 한계
기후변화 예측 모델은 몇 년 몇 월 며칠에 서울 광화문 일대에 폭우가 쏟아질 거라는 식의 정확한 예
측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2040년에는 부산의 폭염 일수가 2010년보
다 두 배 많아진 수준의 전망은 가능하다. 이처럼 ‘기후변화 예측 모델’이라는 훌륭한 도구는 세상의
어느 생물도 갖추지 못한 훌륭한 성과다. 그런데 문제는 인류에게 이런 장기적인 전망 정보를 활용해
위기를 막아내는 ‘본능’이 없다는 점이다. 나아가 진화를 통해 다듬어진 인간의 본성과 사회성은 급격
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불황이라는 ‘장기적이고 전 지구적인 차원의 문제’를 생존의 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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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비즈니스의 미래
인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천천히 진행되는 변화를 인식하지 못해 결국 죽음을 맞게 되는 현상을 설명
할 때 흔히 ‘냄비 속의 개구리’ 얘기를 비유로 든다. 인간은 개구리보다 훨씬 지능이 높기는 하지만 천
천히 일어나는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그런데 기후변화 문제는 냄비 속의 개
구리 문제보다도 더 장기적인 현상이다. 기후변화의 진행 속도는 길어야 100년 남짓을 사는 우리가 피
부로 느낄 수 없을 만큼 느리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인간이 생존을 위해 오랫동안 갈고 닦은 ‘본능’으
론 감지하기 힘든 문제다. 대신 인간이 사용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이성’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본능은 매우 강력한 것이어서 이성으로 억제하기가 좀체 어렵다.
주류 경제학의 무한 성장 판타지
유엔은 1988년 기후변화에 대해 좀 더 정확한 결론을 얻기 위해 초국가적 연구조직인 IPCC를 발족했
는데, 이 협의체는 주기적으로 최신 연구결과를 종합한 보고서를 내놓는다. 2014년 1월에 발표된 5차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해수면이 약 1미터 상승하는 것을 포함해 심각한 피해가 나
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 10월에 발표된 IPCC의 1.5도 특별보고서는 더 빠른 속도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며 기존 목표였던 2도 상승 억제 대신 1.5도 상승으로 억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이때부터 논의는 이산화탄소 및 온실가스 배출량을 완만한 속도로 줄이는 ‘저탄소’에서 빠른
속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완전히 없애는 수준으로 줄이는 ‘탄소중립’으로 초점이 이동했다.
사실 이런 보고서의 결론은 극히 일부 학자를 제외하고는 학계 대부분의 과학자가 근거를 검증해 동의
하고 합의한 내용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이렇게 결론을 내렸음에
도 세계 대부분의 정부가 문제해결에 나서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주류 경제학자
들 때문이다. 관찰과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근거로 증명하는 것에 기반을 둔 과학과
는 달리, 경제학은 철학 내지는 믿음에 가까운 특징을 상당히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학은 우리
사회가 어떤 중대 사안을 결정할 때 각기 다른 제안들이 가져올 영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사실 경제성 평가를 제대로 하려면 정확한 분석과 전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의 미
래에 대한 전망은 일반적으로 과거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는 데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희망적
인 가정을 전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로 경제학자들은 경제참여자들이 상품의 가격, 수량, 생산
비 등에 대해 완벽한 정보를 기초로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전제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인터넷쇼핑이 보급되면서 상품 가격에 대한 정보가 좀 더 늘어나기는 했지만,
인터넷에 있는 상품평이 어떤 제품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또 우리는 그다지 이성
적이지 않다. 물건을 구매한 뒤 곧바로 후회한 경우는 없었는지 조금만 생각해 봐도 ‘인간은 늘 합리적
인 선택을 한다’는 경제학의 기본 가정이 얼마나 현실과 괴리가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경제학은 또한 상당이 무책임한 면이 있다. 좋은 것이든(빵 공장에서 풍겨 나오는 달콤한 빵 냄새) 나
쁜 것이든(옷감을 염색하는 공장에서 버려지는 폐수) 거래되는 상품이 아닌 부산물들은 ‘외부요인’이라
고 이름 붙여 떼어버리고 경제성을 계산한다. 경제학자들은 폐수로 인한 환경오염이나 건강피해의 외
부 효과는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며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주
요한 사회적 영향이 빠졌기 때문에 공장이 사회에 도움을 주는지, 아니면 피해를 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경제학자는 없다. 경제학자들의 무책임함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로 ‘거래 비용’을 들 수 있다.
실제 거래에서 시간, 운송료 등 다양한 비용이 들어감에도 경제학 이론 수업에서는 거래 비용은 ‘제로’
로 가정한 상태에서 문제의 답을 찾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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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비즈니스의 미래
단기성장에 집중하는 기업 풍토
기업의 역량과 맨파워는 정부 못지않으며 전문 분야에서는 정부를 능가한다. 따라서 만약 기업들이 적
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로 결심하고 행동에 옮긴다면 짧은 시간 안에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그런 움직임은 아직까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주주가치 경영’이다.
이론상으로 주주가치 극대화는 회사의 법적 소유주인 주주에게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한다는
점에서 지당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주가치 경영은 현실에서 여러 문제점을 나타내며 그 한계와
폐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우선, 주주가치 경영이 도입된 이후에 기업 경영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새로운 속임수가 사용되면서 오히려 경영투명성이 저하되고 있다. 참고로 수익을 내지 않고도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속임수는 얼마든지 있다.
주주가치 경영의 두 번째 문제는 회사가 관리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는 리스크를 짊어지게 유도한다는
점이다. 참고로 정상적인 시각으로는 회사의 빚이 늘어나는 것은 적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빚이 늘었다
는 것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식 가치를 평가할 때는 반대의 해석
이 가능하다. 회사의 빚이 늘어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시장은 해당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빚을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투자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을 평가할
때 어떤 이유로 빚이 늘어났는지를 세세하게 파고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맹점이 악용되어
CEO는 분에 넘치는 위험한 투자를 하다가 회사 전체를 파산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주주가치 경영이 도입된 후에 나타난 또 다른 문제는 회사의 장기적 성공보다는 단기성과 위주의 경영
기법이 더욱 만연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단기 이익을 위해 회사의 건전성조차 훼손하는 주주가치 경영
이 환경 등의 사회문제를 얼마나 심화시켰는지에 대해서는 길게 언급할 필요가 없다. 매분기 매출에
집중하는 회사가 30~40년 후에 있을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투자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진실은 선택의 문제인가
기후변화를 외면하는 천재적인 방법들: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 전문기관의 공동 설립자인 조지 마셜은
‘우리가 기후변화를 믿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천재적인 방법들’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는데, 기후변화
라는 새로운 현상을 사람들이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지를 잘 정리했다. 그의 강의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는 굉장히 큰 리스크지만 익숙한 위협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리스크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예
컨대, 모르는 사람이 어두운 곳에서 날카로운 칼을 들고 화난 표정으로 다가오면 바로 위협이라고 느
끼지만, 기후변화는 위협으로 느낄 요소가 거의 없다. 결국 사람들이 지구온난화를 위협으로 받아들이
게 하려면 학습이나 영화, 책 등의 간접 체험을 통해 위협이라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없는 종류의 새로운 위협이다.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지가 이 위협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결정한다. 하지만 세계관은 이성적인
판단으로만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예컨대,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들어 이해했고 이를 조금이
나마 해결하기 위해 애쓰다가도, 습관적으로 기후변화 해결에 반하는 행동을 하다 보면(자가용의 빈번
한 이용, 에어컨 사용) 우리는 생각과 행동이 불일치한 상황을 견딜 수 없게 된다. 그러다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에 방해가 되는 기후변화에 대한 믿음을 머릿속에서 왜곡하는 것으로 그 갈등을 해결해
버린다. 오래된 습관을 바꾸는 것보다 ‘과학자들이 틀렸을 거야, 기술이 발전하면 해결되겠지’라고 생
각해버리는 게 훨씬 속 편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정당화는 개인의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
라 사회적 차원에서도 일어난다. 집단적으로 기후변화를 관심 주제 목록에서 제거하기로 합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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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비즈니스의 미래
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 잘못 알고 있을 때 지적당하거나 교양이 없다고 무시당하는 이슈라면 사람들
이 신경을 쓴다. 하지만 그런 이슈가 아니면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하는 변명을 만들어놓고 이것을 서
로 지지하면서 난처한 상황을 피해가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여행 다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비행기 사용을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 온실가스 배출과는 거의 상관없는 소소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비
록 비행기를 타지만 재활용은 정말 열심히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이런 유형에 속한다. 기후변화 측
면에서 큰 ‘악덕’은 저지르고 소소한 ‘선행’으로 벌충했다고 마음 내키는 대로 판단해버리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과학 자체를 확실치 않은 것으로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기후변화 문제에 가장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축에 속하는 영국도 2007년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40퍼센트의 응답자들은
기후변화 관련 미래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했고, 15퍼센트는 그런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고
답변했으며, 모르겠다고 답변한 사람도 7퍼센트나 되었다. 이렇게 아직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
가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면 문제해결을 위한 행동을 미루게 된다. 그러다가 과학자들의 연구에
서 뭔가 작은 흠이 있다는 기사가 나오거나 작은 오류가 발견되면 ‘이럴 줄 알았다’고 맞장구를 치면서
자신이 아직까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을 정당화한다. 한편 석유 채취 및 판매가 주력 사업인
회사들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강화되면 영업 자체에 지장을 받기 때문에 아예 친기업적 싱크탱크와
단체에 돈을 주고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 적극적으로 방해하기도 한다.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드는 국가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교토의정서, 위기 극복의 첫걸음: 1992년 시작된 유엔기후변화협약은 몇 년의 협상 끝에 화석연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이는 데 책임이 큰 유럽 국가들과 미국, 캐나다, 호주를 포함한 37개국이
앞장서서 온실가스를 2012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데 합의했다. 참고로 일본에서 있었던
6차 협상회의에서 교토의정서 초안이 합의된 건 1997년이었는데, 1997년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를
조기에 차단하고 인류의 위기를 막기 위해 희망의 첫발을 내디딘 해였다. 한때 교토의정서는 미국, 캐
나다, 호주 등이 국내 비준을 거부하면서 무효화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비준하면
서 과반의 지지를 얻어 국제협약으로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비준 이후 미국과 캐나다가 협약에
서 탈퇴했음에도 유럽 국가들은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했고, 여기에 더해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과
열되었던 경기가 침체되고 사업 활동이 급감하면서 많은 국가가 교토의정서 목표를 달성했다.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현황: 1992년 1차 국제기후협상에서 지금까지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이 많아
선도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선진국으로 분류했던 국가는 42개국이었는데, 유럽 일부 국가의 배출량은
늘어났지만, 유럽연합은 상당한 감축(-16.05퍼센트)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미국(+7.58퍼센
트), 일본(+2.94퍼센트)이 소폭 증가했고, 캐나다(+49.03퍼센트), 뉴질랜드(+87.72퍼센트)는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 선진국 그룹에 포함된 터키는 118퍼센트가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를 보였다. 교토의정
서를 기준으로 하는 2차 감축 목표 달성 시기는 2020년으로 마무리되고, 2021년부터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감축에 참여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계가 시작되었다. 국가별로 자세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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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비즈니스의 미래
[유럽연합 - 산업화의 원조가 기후변화 대응의 리더로: 2018-1990년 대비 23퍼센트 감축, GDP 순위
2위(2020년 기준)] 유럽연합이 미국, 호주, 캐나다가 불참하는 가운데서도 교토의정서의 목표를 달성
하고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퍼센트를 초과 달성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2014년 1월 22
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40퍼센트 감축을 제안했고, 회원국 간 논의
를 거쳐 확정했다. 하지만 이후 최악의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더 빠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뒤 재논의를 거쳐 2030년 감축 목표를 55%로 강화했다.
[미국 - 책임회피 국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018-1990년 대비 4퍼센트 증가, GDP 순위 1위] 미국
은 클린턴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던 1992~2000년에 앨 고어 부통령의 주도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협약을 주도했다. 하지만 미국 의회는 이때부터 이미 한국, 중국 등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하게 늘
어나고 있던 신흥국가가 빠진 협상은 불공평하다고 버텼다. 정권이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으로 넘어가
고 난 뒤부터 미국은 기후변화 협상에서 사실상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9ㆍ11 테러 사
건을 계기로 국내 안전과 대테러 정책에 몰두하게 되면서 미국은 2000~2008년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방해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은 2005년 교토의정서 비준도 거부했다.
이런 분위기는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다소 개선되었는데,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
년 수준보다 17퍼센트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후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는 2013년 6월,
기후변화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 의회의 협력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한 내
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청정전력법 및 자동차 연비규제 등을 강화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며 어렵사리 만들었던 정책들이 무력화되었다. 그러나 이미 탄력 받은
태양광-풍력이 대량으로 설치되면서 오바마가 정했던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했다. 그리고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50%로 대폭 강화했다.
미국은 여전히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놓고 정치권에서 극심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공화당은 여전히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에 너무 큰 피해를 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
었지만 보수적인 민주당 상원 의원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을 통과시켜주지 않아 앞으로도 어
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기관들과 애플, 아마존 등의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지지하
고 있다는 점에서는 미국의 리더십이 발휘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일본 - 줄어든 원전, 늘어난 재생에너지: 2018-1990년 대비 3퍼센트 감축, GDP 순위 4위] 원래 일
본은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6% 감축하고 2020년까지 추가로 감축했어야 했다.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후 국제사회에서 추가 감축에 대한 일종의 면죄부를 받았다.
그러나 일본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지 못한 데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외에도 여러 가
지 이유가 있다. 우선 산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감축을 유도하는 정책을 입안하는 데 실패해 산업계의
자발적 노력에만 의지해야 했다. 한편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이 파괴되면서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전면
중지되었다. 그 결과로 원전 대신 전력이 부족할 때만 일시적으로 가동했던 가스화력발전소를 연중 가
동하기 시작했다. 이런 영향으로 일본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2013년 14.1억 톤으로 증가했다. 하지
만 매년 10GW(기가와트) 내외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다시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출 수 있었다.
[독일 - 뚝심으로 쌓아올린 재생에너지 왕국: 2018-1990년 대비 31퍼센트 감축, GDP 순위 5위] 독일
은 통일 이후 동독의 낙후된 산업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이 줄어들었다.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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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비즈니스의 미래
더해 1990년부터 강력한 재생에너지 보조금 정책을 펼쳐 태양광발전 시설과 풍력 발전소를 다수 건설
했다. 그 결과 2020년 기준 전력의 42퍼센트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했는데, 2012년에는 22%를 기록했
으니 8년만에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두 배로 늘린 것이다. 독일 재생에너지 확산 사업은 태양광, 풍
력의 발전 비용이 아주 고가일 때부터 우직하게 밀어붙여 에너지도 보급하고 태양광 인버터 생산 같은
관련 산업도 발전시킨 아주 모범적인 사례다. 부유한 공업국가인 독일의 재생에너지 보급과 산업 전환
노력은 한국 같은 산업공업국가도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할 수 있고, 관련 산업도 진흥시킬 수 있는 가
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독일은 석탄화력발전소 퇴출 시점을 2038년까지 미룬 점과 전기차 전환을 너
무 늦게 시작한 점에 대해서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 기후변화 대응의 국제 리더: 2018-1990년 대비 42퍼센트 감축, GDP 순위 6위] 영국은 기후
변화 외교활동 면에서 가장 선도적인 국가다. 2005년에 기후변화 외교를 외무부의 주요 업무에 포함시
켰고, 영국 정부는 주요 배출국가의 영국대사관에 기후변화에너지팀을 신설하고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런 캠페인 활동을 위해 비정부기구인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의 기후변화 전문가를 영입해 함께 일하기도 했다. 영국은 과학혁신교류 업무나 기업 활동을 지
원하는 분야에서도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이나 풍력사업 등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의 경우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여러 부침과 논란이 있었으나, 꾸준히 확대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06년에서 2012년 사이에 재생에너지 발전을 전체 발전량의 6퍼센트에서 12퍼센트까지
두 배로 확대했고, 2020년 43퍼센트를 달성해 화석연료(석탄+천연가스) 발전 비중(38.5퍼센트)을 넘어
서는데 성공했다.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를 추진하는 와중에도 기후변화 정책은 꾸준히 진전을 이루었
으며, 2019년에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확정하고 달성을 위한 일환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포함해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2030년부터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불황의 파고를 넘는 법, 탄소 중립
이해하면 꽤 충격적인 IPCC 6차 보고서 하이라이트
기후위기를 억제할 유일한 방법: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를 극도로 줄여
야 하는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사용을 사실상 중단하고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
는 새로운 방법으로 시멘트, 철강을 생산해야 한다. 에너지 사용에 있어서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
고 반영구적인 태양광,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자동차, 냉난방, 조리에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 효율 개선이나 절약도 필요하지만 전기를 이용해 전기차, 난방용 히트 펌프 등을 가동해 석유,
도시가스 등을 대체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 생산량은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뾰족한 대책이나 기술혁신이 없는 상태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장 개인
의 생활과 기업 활동에 많은 변화와 희생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지금 당장 이산화탄소를 줄이지 않
아도 괜찮다는 주장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분위기가 있다. 몇 가지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주장은 미래에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힘들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보통 기술이
혁신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그리고 또 어떤 기술은 왜 물리법칙상 실현이 불가능한지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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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비즈니스의 미래
해하지 못하는 경제학자나 사업가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번째 주장은 인공구름을 만들어 햇빛을
반사시키거나 우주에 거울을 설치하거나 성층권에 이산화황을 살포해 인공 미세 먼지를 만들어 햇빛을
일부 차단하는 지구공학적인 조치를 취하면 해결된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를 할 경우 온도를 일시적으
로 낮춰주는 효과는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만 벌어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게다가 이
런 인공적인 조치를 했을 경우 일조량 변화로 지역별 강수량이 크게 변해서 식량 생산에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바닷물이 산성화되어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고 해산물 생산량이 줄어드는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
세 번째 주장은 어벤저스에서 타노스가 주장한 것처럼 전쟁을 일으켜 인구를 대폭 줄여야 한다거나 대
규모 경제공황을 유발해 산업기반을 붕괴시켜 해결하면 된다는 것이다. 먼저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더
이상 논의할 가치도 없다. 그리고 대규모 경제 불황 또한 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몰아넣을 수 있는 결
정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신속하게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 외에 지구온난화가 통제불가능한 상황에 빠져들지 않
도록 억제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지구온난화는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꾸준히 진행되어 왔고 지금도 진
행 중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기후불황도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려야
성장할 수 있는 경제체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기후변화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으면서 GDP만 증가하
는, 수치상으로는 성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식량, 물 같은 필수자원이 줄어드는 기후불황이 본격적으
로 시작될 것이다. 따라서 기후불황을 방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면서 우
리가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얻는 새로운 경제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
탄소를 줄여주는 제품을 수출하는 나라로
기후위기 시대에 대한민국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결국 해야 할 일은 다른 나라의 경제력
있는 소비자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제품을 생산, 판매해 벌어들인 돈으로 식량과 에너지 등 필요한 자
원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 시스템이 잘 굴러왔다. 그런데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은 생존에 필
수적인 식량이나 에너지가 아니다. 텔레비전, 냉장고, 에어컨, 자동차, 반도체는 유용한 제품이기는 하
지만 지구온난화로 식량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되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는 제품들이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제품을 만드느냐도 중요하고 어떤 에너지를 써서 만드느냐도 중요하다. 우리는 지
금까지 주로 화석연료를 사용해 전기를 만들고 화석연료를 사용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렇게 이산
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면서 물건을 만드는 공정에 대해 아직까지는 큰 시비가 없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하고 피해 규모가 커지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해 물건을
만드는 국가와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퇴출되는 상황으로 갈 것이다.
요약하자면 우리는 현재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해외 시장에 크게 의
존하고 있다. 이 말은 해외 시장에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면 어느 나라보다도
먼저 큰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될 거라는 의미다. 유럽 국가들, 특히 영국, 독일, 덴마크는 이미 적극적
인 대응에 나선 결과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린 덕분에 화석연료 가격 변화
에 대한 충격에서 다른 나라보다 자유롭다. 자국 내 배출량이 하락하고 있어 다른 나라에 이산화탄소
감축을 요구하기도 편해졌다. 하지만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유럽,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중국, 한국 등에서 제품을 생산해 조달했기 때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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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비즈니스의 미래
는 점이다.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탄소 배출량에 따른 관세 도입 조치 등이 해결책으로
논의되었고 최근에 유럽연합이 도입을 결정했다. 이런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은 제조업 수출 국
가인 우리나라, 우리 기업에게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며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이나 다른 경쟁
국가와 비교해 더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제품을 만드는데 성공하면 우대를 받을 수 있기 때문
이다. 제품군에 있어서도 에너지 효율을 극도로 높이거나 에너지를 생산하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
너지 설비, 생산, 설치 분야의 강국이 된다면, 기후불황 시대에서도 꼭 필요한 역할을 하는 경제 강국
이 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주는 제품을 우리나라 기업이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생산하는 것, 다른 나라의 이산화탄소 감축을 돕는 시설을 우리 기업이 만들어주는 것,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경제구조를 바꾸어야 기후불황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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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비즈니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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