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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문화 트렌드 2022

by Casey,Riley 2022.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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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22년을 관통할 12가지의 문화 트렌드를 예측한다. 저자들은 아트테크, 보복소비, 구독경제,
디지털 캐릭터, 숏폼 콘텐츠, 트랜스 미디어와 세계관, 이방인의 탄생, 예능과 금기, 프로와 아마추어,
대리만족의 미학, 솔직함과 진정성, 사적 응징 등 2022년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는 12개 트렌드 각
각을 ‘What do we see’, ‘Why is it’, ‘Where is it going’으로 구분하여 소개한다.

문화 트렌드 2022
신형덕, 박지현 지음


▣ Short Summary
K-CULTURE의 시대, 문화를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 그런데 문화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은 마치 여러
지류를 가진 큰 강의 본류를 조망하는 것과 같다. 본류를 파악하면 왜 다양한 지류의 흐름이 만들어지
는지 이해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어떠한 지류가 만들어지는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22년을 관통할 12가지의 문화 트렌드를 예측한다. 저자들은 아트테크, 보복소비, 구독경제,
디지털 캐릭터, 숏폼 콘텐츠, 트랜스 미디어와 세계관, 이방인의 탄생, 예능과 금기, 프로와 아마추어,
대리만족의 미학, 솔직함과 진정성, 사적 응징 등 2022년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는 12개 트렌드 각
각을 ‘What do we see’, ‘Why is it’, ‘Where is it going’으로 구분하여 소개한다.
‘What do we see’에서는 2021년에 부상했던 파편적인 문화 현상이 형성하는 트렌드를 짚어내어 큰 흐
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Why is it’에서는 표면에 나타나는 트렌드 기저에 존재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다음 ‘Where is it going’에서는 2021년에 부상했던 트렌드가 2022
년의 사회•경제•정치적 현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예측한다.
덧붙이면, 경제적 현상과 관련된 문화 트렌드인 아트테크, 보복소비, 구독경제의 문화적 의미에 대해
소개하고, 문화산업 중 특히 콘텐츠 시장과 관련된 트렌드로서 디지털 캐릭터, 숏폼 콘텐츠, 트렌드 미
디어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문화 트렌드의 사회적 의미와 관련하여 사람들이 이방인을 대하는 태도,
금기를 넘나드는 예능, 프로와 아마추어의 불분명한 경계에 대해 살펴보고, 문화 트렌드로 표출되는
대중의 잠재의식을 살펴보기 위해 대리만족, 솔직함과 진정성, 그리고 사적 응징에 대해 논한다.

▣ 차례
서문
2021년 문화 트렌드 회고
Ⅰ 경제 현상의 문화적 의미
1 아트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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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트렌드 2022

2 보복소비
3 구독경제
Ⅱ 콘텐츠 시장의 지각변동
4 디지털 캐릭터
5 숏폼 콘텐츠
6 트랜스 미디어와 세계관
Ⅲ 사회적 경계의 해체
7 이방인의 탄생
8 예능과 금기
9 프로와 아마추어
Ⅳ 내면적 감정의 표출
10 대리만족의 미학
11 솔직함과 진정성
12 사적 응징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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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트렌드 2022

문화 트렌드 2022
신형덕, 박지현 지음

경제 현상의 문화적 의미
아트테크(아트+재테크)
What do we see?: ① 뜨거운 미술시장 -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발표한 2021년 상반기 미술시장 거
래 총액은 1,483억 원이었다. 연간 미술품 경매 낙찰 총액이 2019년 1,565억 원, 2020년 1,153억 원
이던 것과 비교하면 실로 엄청난 실적이다. 거래되는 작가와 장르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도 미술시장
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② 젊어지는 컬렉터층 - 최근 미술품 구매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옥션의
2021년 1/4분기 경매에서는 전체 거래량 중 31.0%를 구매한 40대의 비중이 가장 높았고, 30대가
26.7%로 그 뒤를 이었다.
③ NFT가 일으킨 광풍 - NFT 기술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수없이 만들어지고 유통된 디지털 콘텐츠에
도 진본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2021년 전 세계 미술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갑작스러운
NFT 열풍에 편승하기 위해 지금 미술시장에는 다양한 시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매회사 크리스티
(Christie)는 앤디 워홀 재단과 함께 그가 촬영해 저장해두었던 5점의 작품을 NFT로 제작하여 경매에
내놓았고, 이는 합계 43억 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미술시장을 놀라게 했다.
Why is it?: 최근 아트테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유동자금 유입 - 현재 미술시장의 호황은 코로나19로 풍부해진 시중의 자금이 미술시장으로 몰리
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MZ세대가 미술품 투자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예술작품에는 부동산 같
은 취득세, 보유세 부담이 없고 양도세만 부과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도 작용했다.
② 미술품 온라인 쇼핑 - 온라인을 통한 미술시장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 점도 지금의 미술시장 호황
을 견인했다.
③ 태산 쪼개 티끌(?) - 미술품에 투자하고 싶으나 아는 작가는 많지 않고, 그렇다고 잘 모르는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자니 리스크가 크고, 이름을 들어봤던 알 만한 작가의 작품은 너무 비싸서 망설이고 있
는가? 이런 사람들을 위해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고가의 작품을 나누어 지분 소유권을 거
래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마에케나스(Maecenas)는 예술 투자를 위한 플
랫폼으로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순수 미술품 거래를 가능하게 했는데, 작품을 토큰화하여 고가의
작품을 많은 사람이 소액으로 공동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의 경매업체 중개 수수료(12~30%)
대비 거래 수수료(2~6%)가 낮아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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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트렌드 2022

Where is it going?: 미술품 투자 초보를 일컫는 ‘미린이(미술품+어린이)’, ‘컬린이(컬렉터+어린이)’는 현
재 우리나라 미술시장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술시장의 호황으로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가지
는 젊은 층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새로운 컬렉터층의 등장과 온라인 경매
활성화 등의 호재로 미술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보복소비
What do we see?: 그동안 보복소비가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난 분야는 명품 시장이었다. 그런데 사람들
이 명품으로만 스스로에게 보상한 것은 아니었다. 외부에서 자유롭게 운동하기 힘든 상황에서 사람들
은 운동기구를 구입하여 집에서 운동했고, 카페 이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캡슐커피 기계를 구입해서 집
에서 고급 커피를 마셨다. 이처럼 보복소비는 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소비의
방식을 차별화하는 것, 특히 소비의 개인화를 의미했다. 즉, 보복소비는 소비의 수준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소비의 방식을 바꾸었다. 이것은 마치 공공교통을 이용하던 사람이 개인 차량을 이용하거나,
공교육을 받던 학생이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하고 사교육에만 의존하는 것과 같은 큰 변화였다. 이러한
개인화된 서비스가 보복소비의 이름을 빌려 당당한 향유와 자기보상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Why is it?: 우리는 코로나 이전에도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고 삶에 찌든 본인에게 보상하기 위해 지갑을
열어왔는데, 이러한 트렌드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줄여서 ‘소확행’을 추구하는 생활방식이라고 불
러왔다. 그럼 소확행과 보복소비가 공유하는 뿌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넓은 의미에서의 보상 심리다.
보상의 대상이 자기 자신인 경우, 그것이 삶의 고단함에 대한 보상일 때는 소확행의 형태로, 코로나19
같은 예측하지 못했던 위축 상황에 대한 보상일 때는 보복소비의 형태로 나타났을 뿐이다.
보상 심리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깊게 들어가 보면 원죄 의식까지 닿게 된다. 에덴동산에서 선악과
를 따먹은 아담과 하와로 인해 인류의 죄악이 시작되었듯이, 내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범하게 된 죄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는 의식이 사람마다 있게 마련이다. 예로 코로나가 나타난 것은 내
탓이 아니지만, 그로 인해 내 몸이 겪는 고생에 대해서는 내가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 보복소비로 나타
난다. 보상 심리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자식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다는 것이 이유가
된다고 스스로 믿더라도(물론 타당하지 않지만), 그로 인해 자식이 사랑을 덜 받는 것에 대해 금전적으
로 보상하려는(물론 부적절하지만) 심리는 바쁜 부모가 갖는 원죄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Where is it going?: 보복소비와 그 이면에 존재하는 보상 심리와 원죄의식 극복의 트렌드는 이제 어떻
게 진화할 것인가? 몇 가지 방향을 예측해본다. 첫째,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2년
초에는 본격적인 보복소비가 시작되어 그 영향이 미치는 영역도 크게 확산될 것이다. 둘째, 보복소비
는 단지 경제적 소비생활에 국한되지 않고 더 광범위한 범위에서 우리의 다양한 생활 영역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셋째, 보복소비는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위로와 보상의 심리를 바탕으로 발
생하는 것이지만, 이는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여 타인을 위한 보복소비를 하는 현상으로 확
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돈쭐내는’ 경우가 그 전조 현상이었다.
구독경제
What do we see?: 여러분이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서비스는 몇 가지인가? 통장에서 한 달에 정기적으로
결제되는 구독료는 얼마인가? 음악 플랫폼 하나, 동영상 OTT 플랫폼 하나, 쇼핑 월정액권, 정수기 렌
털, 거기에 무료체험에 혹해 신청했다가 결제 해지하는 것을 깜빡하고 얼떨결에 또 구독하게 된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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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트렌드 2022

폼까지. 한 달에 정기적으로 결제되는 구독료만 해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각각의 구독료는 분명
히 소액이었는데, 필요한 것이 생길 때마다 하나씩 가입했더니 그 금액이 야금야금 늘어났다.
Why is it?: 그렇다면 ‘구독’이라는 소비 형태가 이토록 대중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 입장에서는 고
객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는 다양하고 유연한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
장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Where is it going?: 구독 서비스는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구독 기반 비즈니스 모델은 고
객은 물론 기업과 이해관계자들에게 많은 이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연성과 경험에 중점을 둔 구독
경제는 소유보다 접근성을 중요시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부응하고, 기업은 수익의 예측 가능성을 비롯
해 방대한 고객 데이터 축적으로 경영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동영상 OTT 플랫폼
등이 이끌어가고 있는 콘텐츠 구독경제는 2022년 더 다양한 장르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콘텐츠 시장의 지각변동
디지털 캐릭터
What do we see?: 2021년 가장 부각된 문화 트렌드 중 하나는 메타버스의 동풍과 관련된 디지털 캐릭
터일 것이다. 이미 2021년 트렌드 예측에 상당한 비중으로 다뤄졌던 부캐와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이
트렌드는 가상현실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2022년에는 새로운 이슈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Why is it?: 디지털 캐릭터가 부상하는 이유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① 실존적 모호성 - 실존적 모호성은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에 기인한다. <제
페토>의 디지털 공간에서 움직이는 내 디지털 캐릭터는 <틱톡> 동영상에서 심하게 미화된 내 모습과
실존적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모니터 안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
람들은 디지털 캐릭터를 진짜 그 사람으로 간주하고 더 나아가 디지털 공간을 실제 공간으로 간주하게
된다. 디지털 캐릭터를 디지털 공간에서 사용한다는 것은 아날로그적 제한을 극복한 새로운 실존의 탄
생을 의미한다.
② 활동 영역의 확장성 - 디지털 캐릭터가 아날로그적 제한을 극복한다는 첫 번째 특성은 바로 디지털
캐릭터를 통해 활동 영역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는 두 번째 특성과 연결된다. 사실 페이스북의 성공
비결은 인간관계의 지역적 또는 사회적 확장성에 있었다.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을 소개하고, 멀리 떨
어진 외국 사람과도 인사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내 지인의 지인을 알 기회를 얻는 것은 매우 흥
미로운 일이었다. 온라인에서의 인간관계 확장은 오프라인에서의 확장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③ 경제적 성과 - 디지털 캐릭터의 활동 영역 다양성을 전제로 실존적 모호성이 필요하다면, 활동 영
역 다양성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경제적 성과라 할 수 있다. 최근 디지털 캐릭터가 활동하는 공간에
서 본격적으로 경제적 성과가 창출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더 나아가서 디지털 캐릭터를 창조하는
목적 자체가 경제적 성과인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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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트렌드 2022

Where is it going?: 디지털 캐릭터의 대중화를 이끈 가상현실 기술은 우리에게 한 단계 더 뛰어넘는 세
상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현실에 소환하는 것이다. Mnet에서 2020년
12월 방영되었던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 번>에서는 그룹 ‘거북이’의 터틀맨과 김현식을 홀로그램과
AI 음성합성을 통해 재현하여 거북이의 멤버인 지이와 금비, 그리고 작곡가 김형석과 함께 실제 공연
하는 것과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이처럼 가상공간에서의 디지털 캐릭터는 지역적 또는 사회적 확장성
을 넘어서 시간적 확장성까지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윤리적 이슈가 제기된다.
이미 어떤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우리의 디지털 캐릭터가 활동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
리를 내고 있다. 가상공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적 감각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그리
고 과거 또는 미래의 가상공간에 지나치게 몰입하게 된다면, 어차피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경제
적 성과의 단꿀은 우리를 더 모호한 실존적 세계와 더 확장된 활동 영역으로 이끌 것이지만, 이에 따
른 윤리적 부작용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숏폼 콘텐츠(short-form contents)
What do we see?: 틱톡이 유행시킨 15초 내외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은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고, 이
제 문화 트렌드를 선도해나가고 있다. 숏폼 콘텐츠란 말 그대로 “짧은 분량의 영상 콘텐츠”를 뜻한다.
앞서 언급한 틱톡의 초 단위 짧은 영상뿐만 아니라, 길게는 10분 내외의 모바일 미디어에 최적화된 콘
텐츠를 통틀어 ‘숏폼 콘텐츠’라고 부른다. 틱톡의 선풍적인 인기에 대적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은 ‘릴스
(Reels)’라는 숏폼 콘텐츠 서비스를 론칭했고, 유튜브는 아예 ‘쇼츠(Shorts)’라는 이름의 플랫폼을 만들
어 틱톡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댄스, 요리, 메이크업, 육아 등 숏폼 콘텐츠로 만들어지는 주제들은
다양하다.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는 동작을 반복하는 댄스 영상을 보면 나도 모르게 손을 움직이게 되고,
빠르게 요리가 완성되어가는 영상을 보다 보면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Where is it going?: 미국에서 16~55세 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는 기분전환과
휴식을 위해 숏폼 콘텐츠를 시청한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응답자의 83%가 앞으로도 지금보다 많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숏폼 콘텐츠를 시청할 것이라고 답했다. 숏폼 콘텐츠의 인기는 우리가 일상에서 콘텐
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변화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숏폼 콘텐츠 열풍은 짧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콘텐츠와 플랫폼 제작자들은 소비자가 숏폼 콘텐츠를 찾는 이유가
길이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듯하다. 소비자는 짧고 빠른 호흡과 단순함, 그리고 그
에 더해 위트 넘치는 콘텐츠를 원한다.
트랜스 미디어(trans media)와 세계관
What do we see?: 최근 ‘세계관’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정도로 알고 있었던
이 말이 영화에서도, K-pop에서도, 예능에서도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주로
말하는 ‘세계관’은 콘텐츠의 이야기를 형성하는 배경을 의미한다. 이야기의 시간적ㆍ공간적 배경에서부
터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설명해줄 사상적ㆍ역사적 배경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세계
관은 콘텐츠의 핵심 요소로 캐릭터가 형성되고 서사의 흐름이 만들어지는 뼈대가 된다.
세계관이라는 개념이 지금처럼 흔하게 사용되기 전부터 이를 형성하는 데 많은 공을 들여온 분야가 있
다면 바로 게임인데, 빈틈없이 짜인 세계관은 유저를 게임에 몰입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데 최근 이러한 세계관은 음악 시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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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트렌드 2022

그중 SM엔터테인먼트는 데뷔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세계관 개념을 적용하여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다른
그룹과 차별화하는 데 유능하다. 그룹 엑소(EXO)의 경우 멤버들이 초능력자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그
룹명도 ‘태양계 밖에 존재하는 행성’이라는 뜻의 exoplanet에서 유래했다. 과거에는 한 그룹의 콘셉트
정도였던 이러한 설정이 점점 구체화되고 디테일해지면서 ‘세계관’이라는 개념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세계관은 노래, 앨범, 뮤직비디오 등 그룹의 창작물 전반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확장된다.
세계관을 형성하는 방법으로 최근 많이 활용되는 방식이 바로 트랜스 미디어다. 트랜드 미디어란 ‘넘
어서’, ‘지나서’, ‘다른 쪽으로’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트랜스(trans)와 미디어(media)의 합성어로 미디
어 간의 경계를 넘어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미디어를 오가며 콘텐츠를 확장해나
가는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어쩌면 기존에 자주 언급되던 OSMU(one source multi use)와 유사하게 들
릴 수 있다. 그러나 트랜스 미디어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면서도 각 이야기가 연속성을 가지고 연결
되고, 무엇보다 매체 간 내용이 중복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OSMU의 경우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번 매체로 재가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Where is it going?: 앞으로 세계관은 더 이상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니라 소비의 대상이 될 것으
로 예측된다. 세상에 나온 지 25년 된 <포켓몬스터>는 닌텐도 ‘게임보이’에서 시작해 애니메이션을 거
쳐 증강현실 게임으로까지 구현된 세계관이며,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은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
며 수없이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세계관은 이야기의 배경이자 창조물이다. 실재하지 않는 세계관이지만 사람들은 그 안의 캐릭터와 스
토리를 향유함을 넘어서 이제 그 세계 자체를 소비한다. 따라서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탄탄하게 짜여
있지 않은 세계관은 앞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리고 개별 콘텐츠를 중심으로
이어지던 세계관 구축 노력이 앞으로는 제작사나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또 세계관의 발현은 결국 메타버스와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세상에서 만들어지는 가상
의 공간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세계관을 반영한다. 지금의 ‘세계관 놀이’가 기술과 만나 메타버스 안에
서 구현되는 것이다. MZ세대는 이 안에서 다양한 자기표현을 하며 현실에서는 이루기 힘든 것들을 새
로운 세계관 안에서 펼치게 될 것이다. 알지만 모르는 척, 비현실이지만 현실인 척 즐기는 세계관은
메타버스와 만나 더욱 날개를 달고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내가 상상하는 세계관을 직접 만들고 공유
하는 세상, 낯설고 먼 이야기 같지만 바로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사회적 경계의 해체
이방인의 탄생
What do we see?: 우리는 지구에 함께 살면서도 때때로 다른 사람을 외계인처럼 대할 때가 있다. 예로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은 외계인만큼이나 서먹하고 낯선 존재였는데, 어느 순간 외국인이 예능 프로그
램에서 유창한 한국말로 진행하는 것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외국인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게 초대되
었다. 또한 고향이 다른 특정 지역이거나,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거나, 심지어는 연령과 성별이 다르다
고 해서 외계인처럼 대하는 경우는 없었는가? 이런 경우 외계인보다는 ‘이방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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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트렌드 2022

리는 듯하다. 출신 지역, 인종, 이념, 성별, 그리고 연령 등으로 갈라져서 서로 이방인이 되는 사람들
은 서로 위험한 존재일 수도, 친구일 수도, 아니면 별 상관없는 존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이방인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Where is it going?: 우리나라에서 비록 많은 외국인 출연 예능 프로그램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이방인에
대한 기피와 우려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인 이방인 외에도 성별, 연령, 이념적 이방인 역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제 이러한 양상은 우리의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가장 중요한 트렌드로서 용광로에서 샐러드볼로의 본격적인 인식 전환을 예측할 수 있다.
미국은 오랫동안 인종의 용광로를 추구해왔는데, 1900년대 초부터 이 개념이 사용되어왔다. 그런데
2000년대에 다문화주의가 중시되면서 여러 문화가 각자의 특성을 보존하면서 결합하는 방식이 제안되
었다.
이와 관련되는 비유로서 ‘샐러드볼(샐러드 그릇)’, ‘모자이크 사회’, 또는 ‘만화경’이 있다. 샐러드볼에는
다양한 채소가 들어가는데, 용광로처럼 화학적 결합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물리적으로 섞일 뿐이다.
한편 모자이크 사회는 캐나다가 미국과 다른 점을 부각할 때 사용한 개념으로 북미, 프랑스, 아시아
문화 등 다양한 문화가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캐나다 사회의 문화를 구성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
리고 만화경 역시 수많은 조각 영상이 모여서 하나의 영상을 구성하는 것을 표현하는데, 각각의 영상
이 서로를 간섭하지 않고 그저 다른 영상과 조화를 이룰 뿐이다. 2022년에도 계속되는 이방인의 탄생
은 우리의 일상에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예능과 금기
What do we see?: 『문화 트렌드 2021』에서는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이 직업적 엄숙주의를 탈피한 탈
권위,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탈권위,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하는 탈권위의 방향으로 진화할 것을
예측했다. 2021년에도 우리는 <뭉쳐야 찬다Ⅱ>에서 더 많은 국가대표급 스포츠인이 축구를 하기 위해
코트에 나서고, <강철부대>에서 승리의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추며, <싱어게인>과 <슈퍼밴드>에
서 협력을 중시하는 경연이 진행되는 것을 보았다. 이제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은 지금까지의 금기를
깨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이별과 재결합, 이혼, 이혼 후 육아 문제를 포함해서.
Why is it?: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회적 금기는 깨어지게 마련이다. 이전에는 부끄럽다는 등의 이유로
드러내기 힘들었던 여러 주제가 열린 공간에서 다뤄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기저에는 현실을 그대
로 직면하고 인정하는 태도, 사회적 금기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장르 파괴의 추세가 있다.
Where is it going?: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분야를 망라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등장은 사회적 금기의 영
역에 거침없이 진입하고 있는데, 이 트렌드는 2022년에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첫째, 정치의 예능화
가 급격히 진행될 것이다. 이미 2022년 대권에 도전한 윤석열, 이재명, 이낙연 후보는 2021년 9월 이
후 방영된 SBS의 <집사부일체>에 출연했고, 홍준표 후보는 TV조선의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에 출
연했다.
둘째, 음악의 예능화 역시 지속적으로 진행되면서 가수 및 기획자의 전문성에 도전하는 현상도 예상된
다. 예를 들어 2020년 유산슬, 싹쓰리, 환불원정대의 음원을 음악 차트 상위권에 올렸던 <놀면 뭐하
니?>는 2021년에도 MSG워너비의 음원을 차트 1위에 내놓으며 음원 강자의 원천이 되었다. 셋째,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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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트렌드 2022

화의 속도 면에서 볼 때 예능 프로그램이 사회적 금기를 깨는 속도는 프로그램의 디테일에 달려 있다
고 할 수 있다. 즉, 얼마나 세련되고 재미있게 포장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프로와 아마추어
What do we see?: 『문화 트렌드 2021』에서 우리는 정치인, 스포츠인, 예능인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
지고 예능의 영역이 파괴되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더욱 확장되어 사회 전
반적으로 프로와 아마추어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모습으로 관찰되고 있다. 전문가와 비전문가, 프로와
아마추어, 견고해 보이던 그들 간의 장벽은 왜 흔들리는 것일까? 프로와 아마추어를 나누는 기준은 여
러 가지가 될 수 있지만 보통은 어떤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 즉 그 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
는 사람은 ‘프로’라고 부르고, 어떤 일을 취미로 삼고 있는 사람, 즉 그 일을 통해 돈을 벌지 않는 사
람은 ‘아마추어’라고 부른다. 그런데 팬데믹이 확산되고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여유 시간이 많아지면
서 예전에는 전문가가 맡았던 일에 직접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처음에는 단순히
흥미로 시작했던 일이 점차 취미가 되고 나중에는 직업이 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른바 ‘덕업일치(덕질
과 직업이 일치함)’를 이룬 사람들이다. 떡볶이 뷔페 프랜차이즈 ‘두끼떡볶이’의 김관훈 대표는 창업 전
에 온라인 카페를 개설해 회원들과 떡볶이 맛집 탐방을 다니던 마니아였는데, 다니던 대기업을 퇴사하
고 떡볶이 가게를 차려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공시켰다.
Why is it?: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는 이유를 살펴보자.
① 불안한 사회 ­ 우리는 많은 것이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이미 사
라진 지 오래고, 사회적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를 보장해줄 만한 새로운 것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② 수익 창출 방법의 다양화 ­ 꼭 ‘취업’이 아니더라도 수익을 창출할 방법이 다양해진 것도 이러한 변
화 요인 중 하나다.
③ 낮아지는 정보의 장벽 ­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만 질적 수준이 보장되던 일들이 최근에는 특정 키트
나 도구를 활용하면 쉽게 가능해졌다. 쿠키 믹스를 활용하면 제과점에서나 사 먹을 수 있을 법한 쿠키
를 집에서 구워낼 수 있고,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도 앱을 활용하면 프로 작가처럼 수정할 수 있다.
Where is it going?: 우리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와 정의에 대한 다양한 논란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
나 2022년에도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의 장벽이 낮아지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플랫
폼을 통한 기회의 확산은 비전문가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더 넓은 장을 제공하고, AI 등의 기술
발전은 비전문가가 전문가에 가까운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긱
이코노미(gig economy)와 맞물려 N잡러의 증가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내면적 감정의 표출
대리만족의 미학
What do we see?: 2021년에 인기를 끈 프로그램으로 채널A에서 3월부터 6월까지 방영했던 <강철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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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트렌드 2022

>가 있다. 6개 특수부대의 전ㆍ현직 대원이 경쟁을 벌여 최강의 특수부대를 선발하는 내용이었다. 이
전에도 군대에서의 에피소드를 다룬 예능으로 2013~2016년 MBC에서 방영된 <진짜 사나이> 등이 있
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다소 색다른 특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것은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였다.
Why is it?: 대리만족 트렌드가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특히 2020년대에 들어 다양한 예능 프로
그램을 통해 꽃피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서는 상반된 욕망의 존재, 기술의 발전, 그리고 좌
절의 일상화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최근 다양한 대리만족 형태가 등장하는 첫 번째 이유로 사람들은
상반된 욕망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강철부대>에서는 두 가지 상반된 욕망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불굴의 의지를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욕망과 함께 약자의 슬픔과 연민에 몰입하는
욕망도 공존한다. <강철부대>에서는 엄청난 체력을 가진 특수부대 출신 출연자들이 부대의 명예를 걸
고 상대와 대결하여 승리하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면서도 그 대결에서 패한 부대 소속원들이 승패와
관계없이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는 장면에서 연민의 카타르시스까지 제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최근 다양한 대리만족 형태가 등장하는 두 번째 이유로 기술의 발전을 들 수 있다. 가상현실,
드론, 3D 프린터 기술 등은 우리가 상상 속에서 꿈꾸던 것을 매우 효과적이고 적은 비용으로 가시화하
는 데 기여했다. 다양한 대리만족 형식이 등장하는 마지막 이유로 좌절의 일상화를 들 수 있다. 대리
만족의 쌍둥이는 현실 도피라고 할 수 있는데, 원하는 것을 현실에서 충족할 수 없을 때 그 사실을 부
정하고 다른 것에 몰두하는 것을 뜻한다. 예로 실직을 당한 사람이 그 아픔을 일시적으로 잊기 위해
오락이나 웹툰에 빠져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충족할 수 없는 욕구가 많을 때는 이러한 일시적인 현실 도피로 많은 미충족 욕구를 처리할 수
는 없으므로, 그 대신 다양한 대리만족을 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결혼도 힘들고 집도 구하지 못하
면서 원하는 옷도 사 입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이 모든 상황에 대해 현실 도피만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게 된다. 이 경우 대체 기제로서 대리만족을 추구하게 된다. 예를 들어 결혼 생
활의 대리만족으로서 SBS의 <동상이몽>, 집 구입의 대리만족으로서 MBC의 <구해줘! 홈즈>, 옷 구입
의 대리만족으로서 <악마는 정남이를 입는다>가 어느 정도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수 있다. 우울한
이야기이지만, 대리만족을 제공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는다는 것은 이 시대가 좌절의 일상
화를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Where is it going?: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대리만족 콘텐츠의 진화는 과연 2022년에는 어떻게 진
행될 것인가? 첫째, 2021년까지는 이분법적 욕망의 충돌이 진행되었다고 한다면, 2022년에는 좀 더 다
원화된 욕망이 충돌하는 구도로 발전하여 대리만족의 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둘째,
2022년에 등장할 더욱 진보된 기술은 콘텐츠 수요자에게 더 자극적인 대리만족 콘텐츠를 찾게 할 것
이다. 셋째, 일반 대중이 겪는 좌절의 일상화는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 상시적
위험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갖는 특정 욕구가 과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욕구인가에 대한 판단에
앞서서, 현존하는 욕구가 지속적으로 좌절되는 상황에 직면할 때 사람들은 대리만족의 출구를 찾게 될
것이고, 그것은 다원화된 욕망의 충돌, 화려하게 진보된 기술, 그리고 상업적 욕구와의 결합을 통해
2022년에 우리가 예측하지 못할 방향으로 돌출될 가능성이 있다.
솔직함과 진정성
What do we see?: 최근 몇몇 인플루언서가 일명 ‘내돈내산’이라며 추천했던 제품들이 사실은 대가성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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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트렌드 2022

보 활동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우연히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구입하는 듯한
영상도 미리 짜놓은 각본이었고, 몰래카메라처럼 촬영된 영상도 사실은 연출된 장면이라는 점이 밝혀
져 실망을 안겼다. 뒤늦게 법적으로 광고주와의 이해관계를 숨기거나 제대로 밝히지 않은 온라인 ‘뒷
광고’를 금지하면서 많은 유튜버가 사과 영상을 올리고 과거 영상에도 광고 표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편 방송 프로그램 내에서 진행되는 광고를 ‘PPL(product placement)’이라고 한다. 유명 스타가 출연
하거나 해외 로케이션을 진행하는 등 드라마의 스케일이 크면 클수록 늘어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많은 PPL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간접광고가 주객이 전도되어 드라마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청자가 느끼는 이런 불편함은 결국 광고 효과의 감소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이른바 ‘앞광고’가 대세가 되고 있다. 그리고 SNS 홍보에는 ‘유료 광고 포함’, ‘제품 협찬’
또는 ‘# 광고’ 등의 표기가 붙기 시작했고, 기업과 방송가는 더 솔직하고 과감한 광고를 시도하기 시작
했다. 아예 프로그램 협찬 내용과 중간 광고를 연결하여 방영하는 경우도 있다.
Where is it going?: MZ세대의 솔직함은 ‘공평’과 ‘정의’라는 가치와 연결된다.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뒷
광고는 배척하고, 오히려 대놓고 당당하게 마케팅하는 앞광고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겸손을 요구하던
세대에서 이제 자신의 성공, 자신이 가진 것을 드러내는 ‘플렉스(flex)’ 문화를 만들어가는 세대로 변화
하고 있다. 자신의 노력과 능력을 합당하게 인정받고 그에 맞는 소비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다. 그리고 화려하게 드러나 있는 겉모습보다 진정성 있는 모습에 관심을 가진다. 이러한 트렌드는 문
화콘텐츠 측면에서 다큐멘터리의 대중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러한 현상들이 눈에 띄
는데, OTT 플랫폼 인기 콘텐츠 순위에 다큐멘터리 영상들이 오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사적 응징
What do we see?: 2021년 초반에 인기를 끌었던 <모범택시>, <빈센조>, 그리고 <마우스>의 공통주제,
바로 사적 응징이다. 어떤 사람으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입었을 때 개인적으로 보복하는 것은 대부분
금지된다. 그런데 현실에서 적용되는 공권력이 왠지 시원한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2021
년 4월 SBS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모범택시>는 이러한 답답함을 씻어주며 최고시청률 16%를 기록
했다. 이 드라마의 광고 문구는 다음과 같다. “정의가 실종된 사회, 전화 한 통이면 오케이.”
Why is it?: 사적 응징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에 의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사회
가 발전할수록 정의사회에 대한 기대 수준도 점점 높아진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사
회적 정의와 공정이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보기에 기대만큼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 이유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어서 지나치게 높은 기대 수준
을 가질 가능성, 또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사회가 객관적으로 불공정하고 부정할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 그 이유가 어느 쪽이든 사람들이 꿈꾸는 정의와 공정이 공권력의 조정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그 결과는 사적 응징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은 사적 응징이 허용되는 세 가지 설정 중 첫 번째의 조건인 공권력의 한계와 두 번째의 조건인
공권력의 부패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적 응징의 트렌드와 관련된 두 번째 개념은 권위다. 이
것은 사적 응징이 허용되는 세 가지 설정 중 첫 번째 조건인 공권력의 한계와 세 번째 조건인 차악의
불가피성과 관련이 있다. 사적 응징의 트렌드와 관련된 세 번째 개념은 불평등의식이다. 이것은 사적
응징이 허용되는 세 가지 설정 중 첫 번째 조건인 공권력의 한계와 관련이 있는 동시에 객관적인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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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트렌드 2022

보다는 주관적으로 느끼는 조건과 관련이 깊다. 객관적으로 관찰되는 평등의 수준은 과거보다 분명히
개선되었는데, 사람들이 여전히 불평등을 느끼거나 오히려 과거보다 더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게 된 데
는 다양한 상황 변화가 관련되어 있다.
첫 번째로 시민 의식이 발달하면서 이전에는 어쩔 수 없는 관행으로 여기던 사회의 많은 이슈를 이제
는 내가 나서서 고칠 수 있는 일로 여기게 되었다. 두 번째로 정보의 공개 수준이 높아진 것을 들 수
있다. 이전에는 다른 직장의 임금이 얼마인지, 남성 대 여성 임금이 공평한지, 구성원 중 특정 지역 출
신이 어느 정도의 비중인지 등의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수많은 사람이 인
터넷에 자발적으로 올리는 정보를 통해 약간의 검색 과정만 거치면 이러한 정보를 쉽게 획득할 수 있
게 되었다. 즉,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대안에 대해 비교가 용이해진 것이다.
Where is it going?: <모범택시>, <빈센조>, <마우스>를 시청한 사람들이 사적 응징의 주제에 빠져들고
심지어 열광한 이유에는 공권력의 한계와 부패, 그리고 차악의 불가피성을 인식하는 심리가 존재했고,
그 기저에는 정의와 공정을 갈망하고 현실적인 권위를 추종하며 불평등의식을 견디지 못하는 집단적인
공감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이제 이러한 심리와 공감이 2022년에 어떤 트렌드로 발
전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준비가 된 것이다.
사회는 보편적으로 비이성적인 상태에서 이성적인 상태로 진화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사적 응징에 열광
하는 현상은 일시적인 현상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되고 정보 공개의 수준이 높아
지면 그에 따라 사회의 관행도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불공정한 관행은 더 이상 남아 있을 수 없고,
공권력의 권위는 정립될 것이며, 불평등의식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사회 전체의 수준에서 말이다. 그
러나 사람들이 갖는 기대 수준에 오르기까지 사회 일부에서는 적어도 일시적으로 여전히 이러한 문제
들이 남아 있을 수 있다. 그 결과는? 우리는 어쩌면 2022년에도 사적 응징을 주제로 하는 영화와 드
라마에 열광할지도 모른다. 하긴, 직접 사적 응징을 하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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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트렌드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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