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영화,리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by Casey,Riley 2022. 7. 3.
반응형

레프 톨스토이 지음 / 노마드
톨스토이 단편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 「사
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
는가」는 구두장이 시몬과 낯선 사나이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는 구두 수선공 마틴 아브데이치의 이야기를 통해 신을 만
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말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톨스토이 지음 / 최종옥 옮김

▣ 저자 레프 톨스토이
1828년 남러시아의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톨스토이 백작 가문에서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잃고 친척
집에서 성장했다. 카잔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으나 자유와 창의성을 억압하는 교육 방식에 실망해 자
퇴하고 고향 야스나야 폴랴나로 돌아왔다. 귀향한 뒤 어릴 때부터 노동에 내몰리는 농민의 아이들을
위해 농민학교를 세우기도 했으나 귀족들의 방해로 실패했다.
1851년 캅카스(코카서스)의 포병대 사관후보생으로 웅대한 자연과 벗하게 되면서 문학에 눈을 뜬 뒤
최초의 소설인 자전적 3부작 〈유년 시절〉, 〈소년 시절〉, 〈청년 시절〉을 발표해 작가로서 인정받
았다. 1869년 톨스토이의 가장 훌륭한 문학적 성취로 꼽히는 《전쟁과 평화》, 1878년 톨스토이가 자
신의 첫 번째 진정한 소설로 여긴 《안나 카레니나》를 집필했다. 1899년 발표한 《부활》에서 인간이 만
든 법의 부당함과 제도화된 교회의 위선을 폭로해 러시아정교회로부터 파문을 당했다.
평생을 통해 영과 육의 싸움에 괴로워하며 늘 자연인이 되기를 갈망했던 그는, 1910년 저작권 문제로
아내와 갈등을 겪다가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 방랑길에 올랐다가 작은 기차역 아스타포보역에서 폐렴
으로 세상을 떠났다.


▣ Short Summary
시몬이라는 이름의 구두장이는 겨울 외투용 양피를 사기 위해 농부에게 돈을 받으러 나왔지만 받지 못
하고, 가죽 장수에게 외상으로 사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거절당한다. 속이 상한 시몬은 보드카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예배당 뒤에서 알몸으로 있던 낯선 사나이 미하일을 발견한다. 모르는 체하고 지
나쳤던 시몬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 집으로 데려오고, 미하일은 시몬의 밑에서 구두장이 일을 배우며 살
아간다. 5년이 지난 어느 날 한 여인이 두 여자아이의 가죽 구두를 주문하기 위해 왔다가 데리고 나가자
미하일은 허리를 굽히며 작별 인사를 하는데, 그때 시몬과 그의 아내 마트료나는 여름날의 번개 같은
섬광이 비친 것이 미하일로부터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틴 아브데이치라는 이름의 구두 수선공은 아내와 세 살배기 아이를 잃고 절망에 빠져 있었으나 한
노인의 말을 듣고 성경을 한 권 사서 읽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그의 마음은 나날이 편해져 갔으며 침
착하고 평온해졌다. 어느 날 마틴은 늦게까지 성경을 읽다 그리스도가 내일 거리에 올 것이니 살펴보

-2-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말을 듣게 된다. 다음 날 그리스도를 기다리며 거리를 유심히 살펴보던 마틴은 눈을 치우러 온
노인, 아이와 함께 추위에 떨던 여인, 할머니에게서 사과 하나를 훔치려던 아이를 도와주게 되고 전날
그리스도가 올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 차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3-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톨스토이 지음 / 최종옥 옮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시몬이라 불리는 한 구두장이가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어떤 농가에 세 들어 살고 있었다. 그는 집도
땅도 없었으며, 구두를 만들고 고치고 하여 자신과 가족을 부양했다. 그에게는 아내와 함께 입는 양피
외투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도 다 해져 누더기가 될 지경이어서 그는 새 외투를 위한 양피를 사려고 2
년 동안이나 착실하게 저축을 해왔다. 가을이 되자 그가 저축한 돈도 어느새 늘어나 있었다. 3루블짜리
지폐가 아내의 상자에 있었고 고객들로부터 5루블 20코페이카를 더 받게 되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시몬은 새 양피를 사기 위해 마을에 갈 채비를 했다. 그는 셔츠 위에다 솜을 두른 아내
의 무명 재킷을 입고 그 위에 모직 외투를 걸쳤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그는 지폐 3루블을 호주머니
에 넣고 지팡이로 사용하려고 꺾은 나뭇가지를 들고는 길을 떠났다. ‘농부한테서 5루블을 받을 거니까
이 3루블과 그 돈으로 겨울 외투용 양피를 충분히 살 수 있을 거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가벼운 걸
음으로 마을로 향했다.
구두장이는 마을에 도착해서 한 농부의 집으로 갔다. 그러나 농부는 집에 없었다. 농부의 아내가 다음
주에 남편 편에 돈을 보내겠다고 약속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돈은 주지 않았다. 시몬은 할 수 없이 포
기하고 다른 농부에게로 갔다. 그러나 그도 마찬가지로 돈이 전혀 없다고 말하면서 장화를 고친 값 20
코페이카만 주었다. 결국 고객들에게 돈을 받지 못한 시몬은 외상으로라도 양피를 사야겠다고 마음먹
고 가죽 가게로 갔다. 그러나 가죽 장수는 외상으로 팔기를 거절했다. 그리고 이렇게 잘라 말했다.
“돈을 가지고 와요. 외상으로는 안 돼요. 외상을 받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우린 알고 있거든요.”
결국 시몬이 얻은 것이라곤 장화를 고친 값 20코페이카를 받고 한 농부에게서 낡은 펠트 장화에 가죽
을 대어 수선하는 일이 전부였다. 그는 속이 상해서 20코페이카를 몽땅 털어 보드카를 마시고 집으로
향했다. 아침에는 추위를 느꼈지만 보드카를 마신 지금은 양피 외투가 없어도 아주 따뜻했다. 시몬은
한쪽 손에 든 지팡이로 언 땅을 두드리고 다른 손에 펠트 장화를 흔들면서 길을 걷는 내내 혼잣말을
했다.
“양피 외투가 없어도 따뜻하군. 딱 한 잔을 마셨는데도 혈관 속으로 고동치고 있군. 양피 외투 따윈 필
요 없어. 걸으면서 속상한 마음은 다 잊어버렸어. 난 이런 사람이라구. 내가 무얼 걱정하겠어? 마누라
가 낙담할 것이 좀 개운치 않긴 하지만. 양피 외투를 구하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해 왔는데 지금 그
것을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그리 유쾌하지는 않아. 기다리라구! 너 이번에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껍질을 벗길 거야. 암, 내 그렇게 하구말구! 근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한 번에 20코페이카
씩 찔끔찔끔 주다니! 20코페이카로 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술을 마시는 게 고작 아냐! 그치들은
곤란하다고 했지만, 그래 나는 곤란하지 않은 줄 아나? 그들한테는 집도 있고 소도 있고 모든 게 있지
만 나는 손밖에 가진 게 없다구. 그네들은 곡식을 재배하지만 나는 사서 먹는단 말이야. 일주일에 빵
값만 해도 3루블은 치러야 돼. 집에 돌아가면 빵이 없을 테니 또 1루블 반은 내주어야 해. 그러니까

-4-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내게 빚진 돈을 빨리 갚아줘야겠어.”
그렇게 혼자 투덜거리며 걸어가던 시몬은 이윽고 사거리에 있는 예배당에 도착했다. 그런데 예배당 뒤
에 무언가 허연 것이 보였다. 이미 땅거미가 지고 있어서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보아도 그 물체가 무
엇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제자리에 서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저곳에 돌 같은 것은 없었지. 소인가? 그런데 소 같지는 않아. 머리는 사람 같지만 너무 하얗군. 그리
고 사람이 이런 데 있을 리가 없지.”
그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때서야 물체가 똑똑히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허연 물체는
사람이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몸으로 교회 벽에 기대고 앉아 미동도 없었다. 시몬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어떤 자가 이 사나이를 죽이고 옷을 벗겨 저기다 내버
린 모양이지. 다가갔다가는 괜히 변을 당할지도 몰라. 모른 척하고 빨리 집으로 가자.’
그는 서둘러 길을 갔다. 교회를 한참 지나쳐 더는 그 사나이를 볼 수 없을 만큼 상당히 멀어진 다음에
야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런데 그 사나이가 교회 벽에서 떨어져 움직이고 있는 데다, 심지어 자기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시몬은 더럭 겁이 났다.
‘가까이 가볼까, 그냥 지나쳐 갈까? 혹시 갔다가 불쾌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잖아. 저 사람이 누군지
알 게 뭐야? 좋은 일을 하려고 이런 데 왔을 리가 없어. 어쩌면 가까이 덤벼들어 내 목을 조를지도 몰
라. 그러면 나는 도망칠 수도 없어. 설령 목을 조르지 않더라도 내가 왜 그 사람과 아는 사이가 되려고
하지? 저 벌거숭이 사나이를 어쩐다지? 난 그를 데려갈 수도 없고 내 옷을 벗어줄 수도 없어! 그건 어
리석은 짓이야.’
한참 생각을 하고 나서 시몬은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예배당으로부터 어느 정도 멀어졌을 때,
문득 멈춰 섰다.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시몬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도대체 너는 뭘 하는
거냐. 시몬? 한 사람이 추위로 죽어가고 있는데 넌 겁을 집어먹고 급히 지나치고 있구나! 네가 뭐 그
렇게 부자라고 돈을 빼앗길까 겁이 나느냐? 아, 시몬! 그건 좋지 않은 일이야!’
시몬은 걸음을 돌려 사나이에게 다가갔다. 시몬은 다가가 사나이를 살펴보았다. 그가 혈기 왕성한 젊
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에 띄는 상처는 없었지만, 몸이 꽁꽁 얼어서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는
등을 기댄 채 거기 앉아서, 시몬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 눈을 뜰 수도 없는 것
같았다.
시몬이 가까이 가자 갑자기 사나이는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머리를 들고 시몬을 바라보았다. 사나이의
그 시선이 시몬의 동정심을 불러일으켰음은 물론이다. 시몬은 들고 있던 펠트화를 땅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허리띠를 끌러 펠트화 위에 놓은 다음 외투를 벗었다. 그리고 이렇게 소리쳤다.
“어서 이걸 입어요! 자!”
시몬은 사나이의 팔꿈치 아래로 손을 넣어 그를 일으키려 했다. 사나이가 일어섰을 때 시몬은 그의 몸
이 우아하고 깨끗했으며, 손과 발은 거칠지 않았고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음을 보았다. 시몬은 외투를

-5-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의 어깨에 걸쳤다. 사나이가 스스로 팔을 소매 속으로 끼지 못해 시몬이 그의 두 팔을 끼워주고 외
투를 잡아당겨 둘러준 다음 허리띠를 매주었다. 시몬은 헌 모자를 벗어 그에게 씌워주려다가 자신의
머리가 썰렁하여 잠시 이런 생각을 했다. ‘내 머리는 대머리지만 이 자는 긴 고수머리잖아.’
그래서 그는 모자를 다시 썼다. 그리고 모자 대신 신발을 신겨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끝에 그를 앉
혀 펠트화를 신긴 다음 말했다.
“됐어. 자, 좀 움직여 보게. 몸이 녹을 거야. 다른 일을 나중에 처리할 수 있겠지. 걸을 수 있겠나?”
사나이는 일어서서 다정스럽게 시몬을 바라보았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왜 말을 하지 않나? 여기 머물러 있기에는 날씨가 너무 추워. 추위를 피할 데로 가야겠네. 자, 그렇게
힘들지 않으면 내 지팡이에 기대. 자, 걸어 봐!”
그러자 사나이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잘 걸었으며 뒤떨어지지 않았다. 길을 걸어가며 시몬이 말
했다.
“자네, 대체 어디서 왔나?”
“나는 이 고장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지. 이 고장 사람이라면 내가 다 알지. 어떻게 이곳에 와서 그 교회에 도착하게 됐나?”
“그건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틀림없이 누군가가 자네를 심하게 다뤘지?”
“아무도 나를 심하게 다루지 않았어요. 신이 나에게 벌을 주었지요.”
“신은 만사를 주관하시지. 하지만 어디론가 가고 있었던 게 아닌가? 자네 어디로 갈 건가?”
“어디든 마찬가지입니다.”
시몬은 좀 놀랐다. 사나이는 불한당 같지도 않고 말씨도 공손한데 자신에 대해서는 말을 삼가는 것 같
았다. 그래서 시몬은 속으로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알겠어?’ 하고 생각하고는 사나이에게
말했다.
“누추한 곳이지만 우리 집으로 가지.”
시몬은 집을 향해 걸었고, 낯선 사나이는 뒤처지지 않고 그와 나란히 걸었다. 찬바람이 일어 시몬의
셔츠 밑으로 스며들었고, 술기운이 사라지자 뼛속까지 시려오기 시작했다. 콧물마저 흐르기 시작해 빌
려 입은 아내의 재킷을 더 단단히 여몄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니, 이건 어떻게 된 일이람! 양피 외투를 마련하러 갔다가 등에 걸친 외투조차 없이 집으로 가다니!
설상가상으로 벌거숭이 사나이를 집으로 데려가고 있다니. 마트료나가 야단일 텐데!’
아내 마트료나를 생각하자 그는 마음이 우울해졌다. 그러나 낯선 사나이를 쳐다보고, 그가 자기를 쳐
다보았던 시선을 기억해내자 다시 마음이 유쾌해졌다.
시몬의 아내는 일찌감치 오늘 하루치 일을 마쳤다. 장작을 팼고 물을 길었고 아이들에게 저녁을 먹였
으며 자신도 저녁을 먹은 다음, 지금은 빵 만드는 것을 오늘 할까 다음에 할까, 하는 생각에 잠겨 있었

-6-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다. 아직 커다란 빵 한 조각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시몬이 읍내에서 뭔가를 먹었다면 저녁
을 그리 많이 먹진 않겠지. 그렇게 되면 빵은 내일까지 먹을 수 있을 거야.’ 마트료나는 잠시 동안 빵
조각을 응시하고는 혼잣말을 했다.
“빵은 만들지 않을 거야. 빵을 한 덩어리 더 만들 만큼 충분한 밀가루가 있으니까. 우린 금요일까지 지
낼 수 있을 거야.”
마트료나는 빵을 치우고 테이블에 앉아 남편의 셔츠를 기웠다. 일을 하면서 그녀는 남편이 겨울 외투
용 양피를 어떻게 해서 샀을까를 생각했다.
‘모피 장수가 그를 속이지 않았으면 좋을 텐데. 워낙 순진한 사람이니까. 그이는 남을 속이지 못하겠지
만 아기라도 그를 속일 수 있을 테니 말이야. 8루블은 적은 돈이 아냐. 그 돈이면 좋은 양피를 살 수
있어. 작년 겨울에는 양피 외투가 없어서 얼마나 고생을 했나! 강에 갈 수 없었고 또한 아무 데도 갈
수 없었지! 그리고 그이는 나갈 때마다 옷이란 옷은 모조리 입어서 난 입을 것이 없었지. 그이가 늦는
군. 지금쯤이면 집에 돌아와야 하는데. 술에 취하지 않았으면 좋을 텐데…….’
이런 생각들이 그녀의 머리를 스치는 바로 그 순간, 층층대가 삐걱거리고 누군가가 문가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트료나는 얼른 바늘겨레에 바늘을 꽂고 입구로 나갔다. 거기서 그녀는 두 사나이
가 들어오는 것―시몬과 그 옆에 모자도 안 쓰고 펠트화를 신은 낯선 농부―을 보았다. 그리고 남편에
게 술 냄새가 나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어리석게도 술을 마셔댔군.’ 하고 생각했다.
그가 외투를 입지 않고 그녀로부터 빌린 재킷만을 입었으며,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 바보 같은
웃음만을 짓고 있는 것을 보자 마트료나는 그만 풀이 죽었다. ‘그 돈으로 몽땅 마셔버렸군. 한술 더 떠
서 주정뱅이까지 집으로 데려왔구먼!’
마트료나는 이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며 그들이 그녀의 옆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러고 나
서 뒤따라 들어갔다. 그녀는 낯선 사람이 젊다는 것과, 그가 그들 부부의 외투를 빌려 입었다는 것을
알았다. 외투 속에는 셔츠를 입지도 않았고 모자도 쓰지 않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그 사나이는 가만히 멈춘 채 움직이지도 않고 눈을 쳐들지도 않았다. 그래서 마트료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서 양심에 찔리고 있군.’ 하고 생각했다. 마트료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난로
쪽으로 가서 두 사람의 거동을 살폈다. 시몬은 모자를 벗고 태연하게 걸상에 앉고는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마트료나. 먹을 것 좀 차려야지?”
마트료나는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움직이려고 하지 않고, 난로 가에 선 채 두 사
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머리를 갸웃거렸다. 시몬은 그의 마누라가 화가 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
다는 것을 알았지만 모른 체하고 낯선 사나이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이봐, 앉게나. 저녁을 먹어야지.”
낯선 사나이는 천천히 걸상에 앉았다.

-7-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한 마을에 마틴 아브데이치라는 구두 수선공이 살고 있었다. 그는 창문이 하나 달린 조그만 지하 방에
서 살았다. 창문은 한길 쪽으로 뚫려 있었는데, 그는 창문을 통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쳐다보곤 했
다. 비록 행인들의 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신발만 보고도 신발의 임자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
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이 마을에서 그의 손을 한두 번 거치지 않은 신발은 거의 없었다.
어떤 것은 구두창을 갈았고, 어떤 것은 조각을 대었으며, 어떤 것은 둥글게 꿰맸고, 때때로 구두의 윗
부분을 새로 씌웠다. 창문을 통해 그는 종종 자신이 수선한 것을 알아냈다.
마틴은 충실한 일꾼이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삯을 많이 받지 않고, 약속을 잘 지켰기 때문에
일거리가 많았다. 요구하는 날까지 끝낼 수 있으면 그 주문을 받았고, 끝낼 수 없을 것 같다면 정직하
게 말했다. 모든 사람이 그가 성실하고 정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결코 일감이 떨어지는 때가
없었다.
늘 선하게 살아왔던 마틴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기 영혼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고, 신에게
가까이 가기를 원했다. 그의 아내는 그가 아직 그의 주인과 함께 살고 있을 때 세상을 떠났다. 아내는
그에게 세 살짜리 아들 하나를 남겼다. 세 살배기 아들보다 더 큰 아이들은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들은 어린 시절에 모두 죽었다. 처음에 그는 그의 어린 아들을 시골에 있는 누이의 집으로 보내려고
했으나,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는 ‘이렇게 어린 것이 낯선 가정에서 사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 곁에 두고 내가 돌봐야겠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마틴은 그의 주인을 떠나서, 아들과 함께 하숙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자식 복이 없었다. 아들
이 제법 자라 아버지를 돕기 시작할 무렵, 그만 병에 걸려서 일주일을 앓다 죽고 만 것이다. 아들을 묻
은 마틴은 절망에 빠져 신을 향해 푸념을 늘어놓았다. 우울증에 빠져 한두 번 죽음을 간구했으며, 사
랑하는 외아들 대신에 나이 든 그를 데려가지 않았다고 신을 비난했다. 그는 또 교회에 나가는 것도
그만두었다.
그런 어느 날 마틴의 고향에서 온 노인이 그를 찾아왔다. 지난 7년 동안 이 노인은 순례자였다. 마틴
은 노인과 얘기를 하면서 자신의 슬픈 심정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저 죽고 싶을 따름입니다. 지금으로선 저에게 아무런 희망도 없
답니다.”
노인은 대답했다.
“마틴, 당신은 올바르게 말하지 않는군요. 우리는 신의 뜻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세상은 우리의 솜씨로
써가 아니라 신의 의지로 움직입니다. 신은 당신의 아들이 죽고, 당신이 살도록 운명을 정했습니다. 결
국 그것이 최상책이지요. 그리고 당신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기 원하기 때문에 절망하고 있습니다.”
“그럼 뭐 때문에 인간이 살아야 합니까?”
“우리는 신을 위해 살아야만 합니다. 마틴, 신은 당신에게 삶을 주었고, 당신을 신을 위해 살아야만 합
니다. 당신이 신을 위한 삶을 살 때, 당신은 어떤 일을 당해도 슬퍼하지 않을 것이고, 만사를 편안한

-8-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겁니다.”
마틴은 잠깐 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
“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신을 위해 살 수 있죠?”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신을 위해 사는 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글을 읽을 줄 압니까? 성경을 한 권 사
서 읽어보십시오. 어떻게 하면 신을 위해 살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그 책에 모든 것이 설명되
어 있습니다.”
노인의 말은 마틴의 가슴에 불을 붙였다. 그는 그날로 서점에 들러 굵은 글자로 인쇄된 신약성서를 한
권 사서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휴일에만 읽을 생각이었지만, 읽기 시작하자 마음에 잔잔한 기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기에 결국은 매일 읽게 되었다. 때때로 그는 독서에 너무 몰두해서 램프의 기름을
모두 태우곤 했으나, 여전히 독서를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는 매일 저녁 성경을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신이 그에게서 무엇을 원하는지, 그가 신을 위해 어
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더욱더 분명해졌다. 그리고 마음이 나날이 편안해져 갔다. 성경을 읽기 전에는
잠자리에 들 때마다 한숨을 쉬고 신음을 토하면서 어린 카피톤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신께 영
광을! 신께 영광을! 오, 주여! 당신의 뜻에 맡기옵니다.” 하고 소리치기만 했다.
그때부터 마틴의 생활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전에 그는 기분 전환으로 차 한 잔 마시기 위해 선술
집에 들르곤 했으며, 몇 잔의 보드카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는 사람 몇몇과 술을 마시고 유쾌한 기분
으로 선술집을 나설 때면 헛소리를 지껄이고, 목청 높여 소리치며, 마구 욕지거리를 하고 싶었다. 그러
나 지금은 그런 짓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의 생활은 침착하고 평온해졌다. 아침에는 일을 하기 위
해 자리에 앉았고, 하루 일을 끝마친 뒤에는 작은 램프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선반에서 책을 꺼내 읽
는 생활이 이어졌다.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마음은 더 밝고 가벼워졌다. 어느
날 밤늦게까지 책을 읽던 마틴은 누가복음 6장에서 다음 구절들을 접하게 되었다.
“네 뺨을 치는 자에게 다른 쪽 뺨도 돌려대며 네 겉옷을 빼앗는 자에게 속옷도 금하지 말라. 무릇 네
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 것을 가져가는 자에게 다시 달라 하지 말며,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
로 남을 대접하라.”
그 구절들을 계속 읽어나가다 보니 다음과 같은 말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너희들은 나를 불러 주여 주여 하면서도 어찌하여 내가 말하는 것을 행치 아니하느냐. 내게 나와 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마다 그가 누구와 같은 것인가를 너희에게 보이리라. 집을 짓되 깊이 파고 주추를
반석 위에 놓은 사람과 같으니, 큰물이 나서 탁류가 그 집에 부딪혀도 잘 지은 까닭에 능히 요동치 아
니하지만, 듣고 행치 아니하는 자는 주추 없이 흙 위에 집 지은 사람과 같으니 탁류가 부딪치매 집이
곧 무너져 파괴됨이 심하니라 하시니라.”
마틴은 이 말씀을 읽고 기쁨이 그의 마음에 넘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안경을 벗어 책 위에 놓고, 책상
위에 팔꿈치를 괴고는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이 말씀에 견주어 그의 생활을 판단해보았다.
“나의 집은 과연 반석 위에 세워졌는가, 모래 위에 세워졌는가? 반석 위라면 그것은 좋은 것이다. 자
기 혼자라면 그것은 매우 쉽다. 신의 명령에 따라 모든 것을 행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9-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잊었을 때 다시 죄를 짓는다. 나는 계속 노력할 것이다. 그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오, 주여! 저를 도
우소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마틴은 이제 그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책을 놓기가 싫었
다. 그는 계속해서 7장을 읽기 시작했다. 백부장(百夫長)에 관해 읽었고 과부의 아들에 관해 읽었으며,
요한의 제자들에게 준 대답을 읽었고, 마지막으로 부유한 바리새인이 주님께 그와 함께 식사하기를 청
하는 대목에 이르렀다. 죄인인 한 여인이 그의 발에 향유를 바르고 눈물로 그 발을 닦으며 예수가 그
여자를 용서하는 것을 읽었다. 마틴은 어느덧 44장에 이르렀다.
“여자를 돌아보시며 시몬에게 이르시되, 이 여자를 보느냐? 내가 네 집에 들어오매 너는 내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아니하였으되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그 머리털로 씻었으며, 너는 내게 입 맞추
지 아니하였으되 저는 내가 들어올 때부터 내 발에 입 맞추기를 그치지 아니하였으며, 너는 내 머리에
감람유도 붓지 아니하였으되 저는 향유를 내 발에 부었느니라.”
그는 이 구절을 다 읽고 생각에 잠겼다. ‘너는 내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않았으며, 입 맞추지도 않았다.
너는 내 머리에 감람유도 붓지 않았다…….’ 마틴은 안경을 벗어 책 위에 놓고는 다시금 생각에 빠져들
었다. ‘바리새인은 틀림없이 나와 같았던 거야. 나 역시 오로지 나 자신만을 생각해오지 않았던가. 그
는 자신만을 생각했을 뿐 그의 손님은 돌보지 않았다. 그러면 누가 손님이었는가? 주님이시다. 그가
나에게로 온다면 나도 그렇게 행동해야 하나?’
그는 머리를 팔에 기댄 채 어느새 잠이 들었다.
“마틴!”
갑자기 누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거기 누구요?”
잠에서 깨어난 마틴이 물었다. 그는 뒤로 돌아서 문 쪽을 바라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개
를 갸우뚱하던 마틴은 다시 깜빡 졸았다. 그때였다. 돌연 “마틴! 마틴! 내일 거리를 살펴봐라. 내가 올
것이다.” 하는 소리가 분명하게 들려왔다.
마틴은 깨어나 의자에서 일어나 눈을 비볐다. 그 말을 들은 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좀처럼 알 수 없었
다. 그는 등불 심지를 낮추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새벽녘에 잠에서 깨어난 그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기도를 하고, 난로에 불을 붙였으며, 양배추 수프와 오트밀 죽을 불 위에 올려놓고 사모바르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앞치마를 두르고 창가에 앉아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일하는 내내 전날 밤에 일어났던 일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꿈인 것 같기도 하고, 정말로 목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낯
선 구두를 신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얼굴을 보기 위해 몸을 구부려 올려다보곤 했다. 새 펠트 장
화를 신은 정원지기가 지나갔고, 물을 운반하는 사람이 지나갔다. 그 뒤로 여기저기 땜질을 한 펠트
장화를 신고 손에 삽을 든 니콜라스 치세의 한 늙은 병사가 오고 있었다.
마틴은 펠트 장화만으로도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 노인의 이름은 스테파니치였으며 옆집 상
인이 인정상 그의 집에 데리고 있었다. 정원지기를 도와주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그는 마틴의 지하

- 10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방 창 앞에서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마틴은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일을 손에 잡았다. ‘나도 이젠
늙어서 노망이 든 모양이야.’ 하고 생각하며 혼자 웃었다. ‘눈을 치우러 온 스테파니치를 보고 그리스도
가 나를 보기 위해 왔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러니 노망이 든 게 틀림없어!’
그는 열두어 바늘을 꿰매고는 다시 마음이 끌려 자기도 모르게 창밖을 내다보았다. 스테파니치가 삽을
벽에 기대놓고 몸을 녹이는 것 같기도 하고 쉬는 것 같기도 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기력이 약
해질 대로 약해진 노인이라 눈을 쳐낼 만한 힘도 없음이 분명했다. ‘마침 사모바르가 끓고 있으니 그에
게 차를 대접해야겠어.’
이렇게 생각한 마틴은 송곳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모바르를 식탁 위에 놓고 차를 준비한 다
음, 손가락으로 창문 유리를 두드렸다. 그 소리에 뒤돌아본 스테파니치가 창문으로 다가오자, 마틴은
들어오라고 그에게 손짓하곤 문 쪽으로 갔다. 문을 열며 마틴이 말했다.
“들어와서 몸 좀 녹여요. 몸이 얼었겠어요.”
“자네에게 그리스도의 축복이 있기를! 온몸의 뼈마디가 쑤시는구먼.”
스테파니치는 집 안으로 들어서서 눈을 털고는, 마룻바닥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비틀거리며 열심히 신
발 바닥을 닦았다.
“닦지 않아도 돼요. 제가 닦을게요. 우린 그런 일에 익숙하잖아요. 이리와 앉아서 차나 드세요.”
마틴은 두 개의 잔을 채워서 하나를 손님에게 주었고, 다른 한 잔은 움푹 팬 그릇에 따라서 그것을 후
후 불었다. 스테파니치는 차를 다 마시자 잔을 엎어놓고, 그 위에 반쯤 먹은 설탕을 놓고는 고마움을
전했다. 그의 얼굴엔 한 잔 더 마셨으면 하는 표정이 비치고 있었다.
“한 잔 더 드세요.”
자기 잔과 손님의 잔을 채우면서 마틴은 말했다. 마틴은 차를 마시면서 자주 바깥을 내다보았다.
“자네 누굴 기다리고 있나?”
“누굴 기다리냐구요? 글쎄, 말하기조차 부끄럽군요. 정말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만 어젯밤
에 들었던 한마디 말이 제 가슴에 남아 있어서요.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잘 모르겠지만요. 아시다시
피 어젯밤 저는 성경을 읽고 있었어요. 그리스도가 이 세상 여러 곳을 두루 돌아다니며 고생한 이야기
말예요. 당신도 그것에 관해서 들은 적이 있을 거예요.”
“들은 적이 있지. 하지만 나는 무식해서 글을 읽을 줄 모르잖나.”
“어쨌든 어젯밤에 저는 그리스도가 이 세상을 두루 다니신 바로 그 이야기를 읽고 있었어요. 잘 들어
봐요. 그리스도가 바리새인에게 오셨는데 바리새인이 변변히 대접하지 않은 대목에 이르렀어요. 저는
‘그리스도를 융숭하게 대접하지 않다니.’ 하고 생각했지요. 그러면서 그가 저나 또는 다른 누구에게 오
신다면 어떻게 대접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다가 그만 잠이 들었어요. 그런데 누군가가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저는 깨어났고, 그 목소리는 ‘기다려라. 내가 내일 갈 것이다.’라고 속삭였어
요. 그런 일이 두 번이나 일어났어요. 사실은 그 말이 마음속 깊이 새겨져, 부끄러운 일이지만, 지금
그리스도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스테파니치는 머리만 흔들 뿐 아무 말 없이 차만 마시더니 이내 빈 잔을 내려놓았다. 마틴은 빈 잔에
또다시 차를 따랐다.

- 11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좀 더 마셔요. 건강에 좋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그리스도가 이 세상을 두루 돌아다녔을 때 그는 사
람들을 경멸하지 않았고 신분이 낮은 사람들을 오히려 더 보살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항상 가
난한 사람을 보러 다녔어요. 제자도 우리네 같은 사람, 우리네같이 죄 많은 노동자 계급 가운데에서
골랐지요. ‘마음이 교만한 자는 오히려 아래로 떨어지며 마음이 가난한 자는 오히려 위로 올라간다.’고
말씀하셨어요. ‘너희들은 나를 주님이시여, 하고 부르지만 나는 너희들의 발을 씻어주겠다.’고 말씀하셨
고 ‘우두머리가 되고 싶은 자는 모든 사람의 하인이 되어라.’고도 말씀하셨어요. 또한 ‘마음이 가난하고
겸손하며 인정이 있는 자는 행복할지니.’라고도 말씀하고 계시지요.”
스테파니치는 차 마시는 것도 잊었다. 이미 몸과 마음이 늙을 대로 늙은 그는 쉽게 감동해서는 눈물을
흘렸다.
“자, 한 잔 더 들고 가세요.”
마틴이 권했으나 스테파니치는 성호를 긋고 인사말을 한 다음 컵을 엎어놓으며 일어섰다.
“친절히 대해줘서 고맙네. 마틴 아브데이치, 자네는 나의 몸과 마음도 훈훈하게 해주었네.”
“천만에요, 또 오세요. 전 친구를 만나는 게 기쁘답니다.”
스테파니치가 나가자 마틴은 남은 차를 따라 마시고, 다구(茶具)를 치운 다음 일을 하기 위해 다시 창
가에 앉았다. 그는 바느질을 하면서도 연신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는 아직도 그리스도를 기다리고 있
었고, 그의 머리는 그리스도의 행적과 말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창밖으로 두 명의 병사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한 사람은 군화를 신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마틴이 만든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 뒤로
이웃집 주인이 반짝반짝 윤이 나는 덧신을 신고 지나갔으며, 바구니를 든 제빵공도 지나갔다. 얼마 뒤
에 털실로 짠 긴 양말에 나무로 만든 신발을 신은 여자가 다가왔다. 그녀는 창문을 지나 벽 바로 옆에
멈춰 섰다.

- 12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반응형

'책,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의 메커니즘  (0) 2022.07.03
굿모닝 인문학  (0) 2022.07.03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0) 2022.07.03
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0) 2022.07.03
심리학이 불안에 답하다  (0) 2022.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