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영화,리뷰,

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by Casey,Riley 2022. 7. 3.
반응형

사마키 다케오 외 지음 / 북스힐
이 책은 감염병의 원인과 대책을 비롯해 문제 해결의 키워드가 되는 미생물과 바이러스, 인류의
관계에 관한 유용한 지식을 보다 쉽게 설명함으로써 위기 대응력을 높이고자 한다. 하지만 모든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인간을 병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에게 유용한 기능을 하는 미생
물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미생물을 두렵고 혐오스러운 존재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미생물의 세상
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욱 넓고 경이롭다. 미생물은 지구 생태계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은 우리의 적이자 친구다.

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사마키 다케오 외 지음

▣ 저자 사마키 다케오 외
사마키 다케오 - 이과 교육자이자 과학을 알리는 작가다.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 《이과
탐험(RikaTan)》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도쿄대학 교육학부 부속 중ㆍ고등학교 교사, 호세이대학 교직
과정센터 교수를 거쳐 현재는 도쿄대학 강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 『생활 속에 스며든 가짜 과학』, 『학
교에 스며든 가짜 과학』, 『재밌어서 잠들고 싶지 않은 인류 진화』 등이 있다.
사마키 에미코 - 과학 분야 작가이자 (주)SAMA기획의 대표.
데루키 마쓰모토 - 가메다의료대학 준교수.
무라야마 가즈마사 - 삿포로 니혼대학 중ㆍ고등학교 교사.


▣ Short Summary
나는 중국 우한시에서 발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팬데믹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 책을 쓰고 있
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CoV)의 일종이다. 인류는 인플루엔자를 비롯해 지금까지 몇 차례에 걸쳐 감
염병의 대유행을 겪어 왔다. 팬데믹을 일으키는 감염병은 우리가 잊어버렸을 무렵에 다시 찾아온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도 지난날의 경험을 잊고 평온하게 지내고 있을 때 전 세계를
덮쳤다. 제2, 제3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앞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 이유에서 나
는 감염병을 일으키는 미생물, 감염병과 인류의 관계에 대해 기초적인 수준부터 살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위기에 대비하려면 기본으로 돌아가 기초를 다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미생물의 존재를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17세기의 네덜란드 과학자 레이우엔훅이다. 그는 현미경을
만들어 세상에는 세균과 곰팡이처럼 현미경으로밖에 볼 수 없는 생물이 무수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
표했다. 그 후 19세기가 되자 보통 현미경으로는 보이지 않는 여과성 병원체(바이러스)가 담배 모자이
크병에 걸린 담뱃잎에서 발견되었다.
우리 인간의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은 긴 수렵 시대를 거쳐 약 1만 년 전에 농경과 목축을 시작했다.
그러자 가축으로부터 전염된 감염병이 확산되었다. 고대 이집트만 해도 제18왕조 시대의 비석을 보면
한쪽 다리가 위축되고 마비되어 지팡이를 짚은 사람이 등장하는데, 증상으로 보아 소아마비에 걸린 것
으로 추측된다. 그 외에도 기원전 1157년에 사망한 람세스 5세 미라의 피부에서는 천연두로 인한 오

-2-

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돌토돌한 자국이 발견되었다. 18세기에 들어와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염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
을 잃었다. 사람들은 오염된 공기나 물에서 나온 독기, 또는 악령이 병을 일으킨다고 여겼다. 19세기가
되어서야 인간은 감염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라는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모든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인간을 병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에게 유용한 기능을 하
는 미생물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미생물을 두렵고 혐오스러운 존재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미생물의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욱 넓고 경이롭다. 미생물은 지구 생태계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은 우리의 적이자 친구다.
▣ 차례
시작하며
1장 감염병을 유발하는 미생물의 불가사의한 구조
01 그런데 감염병이 뭐지? / 02 백신 때문에 많은 질병을 극복했다고?
03 항생제 덕분에 인류는 감염병을 이길 수 있게 되었다? / 04 우리가 감기에 걸리는 이유
05 감염병과 싸우는 면역의 메커니즘 / 06 고령일수록 치명적인 감염병 - 폐렴
07 케네디를 대통령으로 만든 감자 역병균 / 08 가장 친숙한 곰팡이 질병 - 무좀
09 멸균, 살균, 소독, 제균, 항균은 어떻게 다를까?
2장 이렇게 많다! 인류가 싸워 온 감염병의 역사
1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 / 11 사스와 메르스가 무서운 이유
12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인류의 강적’인 이유 / 13 세계 3대 감염병 중 하나인 말라리아
14 세계에서 7차 유행 중인 콜레라 / 15 에볼라 바이러스 등의 신종 감염병
16 눈 깜짝할 새 세계 3대 감염병에 등극하다 - 사람 면역 결핍 바이러스
17 ‘망국병’으로 알려진 결핵은 여전히 위험한 감염병일까?
18 황열 바이러스로 쓰러진 노구치 히데요의 연구 / 19 역사상 가장 두려운 질병 - 천연두
20 우리 주변에 가득한 식중독을 유발하는 미생물
3장 생활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
21 발효와 부패의 차이점 / 22 와인, 맥주, 청주(일본주)와 효모
23 식생활에 빠질 수 없는 발효 식품 / 24 인간의 상재균 / 25 장내 파일로리균의 작용
26 요구르트는 건강에 좋을까? / 27 미용에는 보툴리누스 독소?
28 우리 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는 미생물
4장 세상에는 미생물이 넘쳐난다
29 미생물은 어떤 생물일까? / 30 세균류란 무엇일까? / 31 균류(곰팡이, 효모의 일종)는 무엇일까?
32 바이러스는 무엇일까? / 33 원생생물(아메바, 조류의 일종)은 무엇일까?
34 생태계에서 미생물의 역할 / 35 생물의 자연 발생설을 부정하다
36 인간은 과거 단세포 생물이었다? / 37 세균과 바이러스를 조사하는 뛰어난 기술 - PCR법
참고문헌

-3-

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사마키 다케오 외 지음

1장 감염병을 유발하는 미생물의 불가사의한 구조
백신 때문에 많은 질병을 극복했다고?
현대 사회의 다양한 백신: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아기가 태어나면 생후 2개월쯤부터 예
방 접종법에 규정된 정기 접종을 하게 된다. Hib(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폐렴구균(13가 결합형),
B형 간염, DPT-IPV(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비활성 소아마비) 등이다. 돌이 지나면 MR(풍진, 홍
역), 수두, 일본 뇌염 등도 접종한다. 그런데 정말로 이렇게 예방 접종을 많이 해야 하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궁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류가 성공적으로 퇴치한 천연두: 천연두는 많은 인간의 생명을 앗아간 질병 중 하나다. 예방 접종의
기원인 에드워드 제너(1749~1823년)는 ‘소에게 생기는 질병인 우두를 앓은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하인의 아들을 일부러 우두에 감염시켜 천연두 백신을 개발한 최초
의 인물이다. 백신(vaccine)이라는 용어는 우두의 학명 ‘Variolae vaccinae(소의 천연두)’의 뒷부분인
vaccinae(소)에서 유래했다. 종두의 보급과 보건 행정의 발달로 인해 1980년 WHO는 천연두 근절을
선언했다. 천연두는 인류가 성공적으로 퇴치한 몇 안 되는 질병 중 하나다.
생백신과 불활성화 백신의 차이점: 제너의 종두법에서 사용한 우두농(고름)은 독성이 낮은 살아 있는
바이러스다. 이러한 백신은 ‘생백신’이라고 부르며, 증식 능력을 가진 병원체(바이러스·세균)를 배양해
병원성이 낮은 것을 선별해서 사용한다. 생백신은 감염과 같은 상태를 만들기 때문에 강한 면역력을
갖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부작용이 생길 우려도 있다. 일본에서 한때 사용되던 소아마비 생백신은 인체
에 투약된 후 체내에서 병원성을 강화해 소아마비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생백신의 이런 부작용을 제거하기 위해 불활성화 백신(일명 사백신, inactivated vaccine)이 개발되었다.
병원체를 페놀이나 포르말린 등의 약품으로 처리해 면역성을 지니게 하되 병원성은 없는 상태로 만든
것이다. 처리 후 병원체의 일부를 추출해 사용할 수도 있다. 독감이나 폐렴구균(다당체 추출) 등의 백
신이 이에 해당한다. 파상풍과 디프테리아 백신은 병원체 자체가 아니라 병원체가 만드는 독소를 불활
성화한 것을 백신으로 사용해 독소에 대한 면역력을 만들도록 고안되었다.
새로운 백신의 등장과 개발에 따른 과제: 면역 체계 연구와 분자 생물학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은 더
뛰어난 백신을 개발했다. B형 간염 백신은 유전자 변형 기술을 이용해 면역의 타깃이 되는 부분만을
생산해 백신으로 만든다. 이것을 유전자 변형 하위 단위 백신이라고 한다. 아기에게 사용하는 뇌수막
염(Hib) 백신은 세균이 가진 다당체라는 부분을 가공한 백신으로 유아들이 면역력을 쉽게 얻을 수 있
도록 단백질을 결합시켰다.
백신은 건강한 사람에게 접종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안정성이 높아야 한다.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
하기 위해 임상 시험을 실시하며, 약물을 투여한 집단과 위약(플라세보)을 투여한 집단을 비교해 그 효
과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질병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려면 그 질병이 유행하는 곳에서, 아직

-4-

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질병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기란 사실상 어렵
기 때문에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감염병과 싸우는 면역의 메커니즘
무수한 병원체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 체계: 인체는 병원체의 침입과 증식을 막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이것을 면역 체계라고 한다. 면역은 ‘역(疫)’, 즉 질병·전염병·감염병을 ‘면(免)할 수 있다(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람이 쉽게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은 인체에 침입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
은 병원체를 제거하는 면역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면역 체계에는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지닌
원시 메커니즘인 ‘자연 면역’과 출생 후 다양한 병원체를 접하면서 얻은 ‘획득 면역’이 있다. 면역력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같은 환경에서도 병에 걸리는 사람과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생긴다.
우리 몸의 1차 방어선, 자연면역: 우리 몸의 표면에는 피부라는 장벽이 있다. 피부는 성의 돌담처럼 외
부의 침입을 막아 주고 피부의 표피는 약산성으로 유지되어 미생물이 달라붙어도 쉽게 증식하지 못하
게 한다. 또 코와 목, 소화 기관과 같은 신체 내부에도 점막이라는 장벽이 있다. 점막 표면은 많은 향
균 단백질을 함유한 점액을 분비하는데 이것은 오염 물질을 씻어 내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어떤 병원체는 혈액과 체내 조직까지 침입한다. 병원체가 침투하면 국소적 염증이 생긴다. 이
염증 부위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것이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다. 평소 호중구는 혈액의 흐름을 타고
온몸을 순찰하다가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침입 부위에 속속 모여든다. 좀 늦게 달려오는 것이 대식세포
다. 대식세포도 백혈구의 일종이다. 호중구와 대식세포는 모두 식세포라고 불리며, 세균이나 바이러스
와 같은 병원체를 닥치는 대로 물어뜯어 삼킨다. 식세포와 병원체 중 누가 이기는지는 단순히 각 그룹
의 수와 힘으로 결정된다. 전투 후에는 두 그룹의 사체인 고름이 남는다. 이 싸움에서 식세포가 승리
하면 문제가 해결되지만 침입한 병원체가 더 강력하거나 식세포의 수가 적으면 병원체는 기세를 더해
증식하기 시작한다.
상대를 특정해 공격하는 2차 방어선, 획득 면역: 그다음에는 수지상세포(DC, dendritic cell)와 림프구인
B세포 · T세포가 활약한다. 수지상세포는 나뭇가지처럼 뻗어 있는 아메바 모양의 세포라 하여 이런 명
칭으로 불리는데, 병원체를 받아 림프절까지 이동시켜 T세포에 병원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T세포
는 기능에 따라 도움 T세포(helper T cell), 킬러 T세포(killer T cell),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 등 여
러 하위 종류로 나뉜다. 면역 사령관이라고도 불리는 도움 T세포는 수지상세포와 대식세포로부터 병원
체 정보를 받은 후, B세포에 항체를 만들고 킬러 T세포에 적을 죽이라는 지시를 내린다. 항체는 병원
체의 작용을 억제하는 물질이다.
한편 킬러 T세포는 병원체에 감염된 세포를 발견해 차례대로 죽인다. 이렇게 병원체를 죽이면 조절 T
세포가 ‘공격을 종료하라’고 지시한다. 조절 T세포는 정상 세포에 과도한 공격을 가하지 않도록 킬러 T
세포의 작용을 억제하거나 면역 반응을 멈추게 한다. 마지막으로 T세포나 B세포가 병원체를 기억해
다음 공격을 대비한다. 이렇게 한 번 체내에 침입해 나쁜 짓을 저지른 병원체를 기억해 두기 때문에
두 번째 침입했을 때는 B세포가 신속하게 대량으로 항체를 만들 수 있다. 또 T세포들도 빠르게 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 한 번 걸린 병에 좀처럼 다시 걸리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자가 면역 질환: T세포는 혈액세포의 일종이므로 다른 혈액세포와 마찬가지로
골수에 있는 조혈간세포에서 생성되는데, T세포의 근원인 세포가 흉선(가슴샘)이라는 심장 윗부분에 있

-5-

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는 장기로 이동해 T세포가 된다. 병원체를 공격하지 않고 자기 몸의 세포를 공격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흉선에서 공격 대상을 선별한다. 이 선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자가 면역 질환이 생길 수 있
다. 자가 면역 질환은 류머티즘성 관절염, 중증 근무력증 등 다양하다. 면역 체계는 우리 몸을 보호하
는 중요한 메커니즘이지만 폭주해 통제할 수 없게 되면 우리 몸에 해를 가할 수도 있다.

2장 이렇게 많다! 인류가 싸워 온 감염병의 역사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인류의 강적’인 이유
감염병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인플루엔자: ‘인플루엔자’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류를 두려움에 떨게 한
질환이다. ‘Influenza’라는 용어는 이탈리아어인데 라틴어인 ‘influentia coeli(별의 영향)’라는 말이 어원
이며 겨울철에 유행하는 감기를 ‘천체의 자리 배치로 인해 걸리는 병’이라고 생각한 것에서 유래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플루엔자를 천체와 계절 등 외부 요인을 원인으로 여겼으며 감염병이라고는 생각
하지 않았다. 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데, 크기가 100nm(나노미터) 정도로 극히 작아
서 전자 현미경을 사용해야 볼 수 있다. 그래서 원인을 알아내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온다 - 고병원성 인플루엔자: 인플루엔자는 돼지, 닭, 사람 사이에 감염되는 인수
공통 감염병이다. 2009년에 유행한 인플루엔자는 돼지 독감이 인간에게 전염된 것이다. 이 밖에도 고병
원성(치사율이 높음) 조류 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지적되었으며, 이 경우 역사상 유례
없는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신종 플루 백신을 비롯해 신약 제조 연구도 진행
중이다.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온다는 인식을 갖고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역사상 가장 두려운 질병 - 천연두
천연두는 치사율이 20~50%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으며 회복된 후에도 심한 흉터를 남긴다. 피부에
흉터가 남아 있으면 곰보 자국이 되고 눈에 미치면 실명한다. 19세기까지 천연두는 일본인의 실명 원
인 중 1위를 차지했다. 두 눈을 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높은 치사율로 공포의 대상이었던 천연두 바이러스: 천연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지름이

200~450nm로 바이러스 중 가장 큰 부류에 속한다. 천연두는 사람에게만 감염되는 질병으로 바이러스
를 포함한 분비물이나 고름, 딱지가 입이나 코를 통해 들어가면 입과 목의 점막에서 증식한 뒤 림프절
까지 도달한다. 림프절에서 증식한 바이러스는 혈류를 타고 폐, 비장, 간으로 침입해 증식을 반복하면서
피부 표면에 도달해 발진을 유발한다. 이 바이러스가 눈에 들어가 증식하면 실명에 이른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입하고 나서 고열이나 복통, 발진과 같은 증상이 나오기까지 잠복 기간은 약
7~16일(평균 12일)이다. 발진 내부의 액체에는 천연두 바이러스가 가득 차 있다. 이 발진은 그 뒤 고
름이 섞인 농포가 되었다가 검은 딱지로 변한다. 딱지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을 감염
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격리해야 한다. 환자가 사용한 옷이나 이불로 감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구 구성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막강했던 천연두의 위협: 천연두는 오랫동안 사람들을 괴롭혀 왔다.
고대 이집트 제20왕조 제4대 파라오였던 람세스 5세의 미라에는 천연두로 생긴 두흔이 남아 있다. 또
1521년 아즈텍 제국과 1572년 잉카 제국이 붕괴한 것은 침략자인 스페인 사람들이 원주민들에게 천
연두를 옮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잉카 제국 인구의 60~94%가 천연두로 사망했다고 추정된다.
천연두는 북미에서도 수많은 원주민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원주민인 아메리카 인디언은 천연두에 대

-6-

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한 면역력이 없어 이 병원체에 전혀 저항하지 못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했을 때는 약 7,200만
명에 이르던 남북 양 대륙의 인구가 1620년경에는 60만 명으로 감소했다. 천연두와 침략전쟁이 원인
이었다. 또한 18세기 유럽에서만 100년 동안 6,000만 명이 천연두로 사망했다고 추산된다.
새로운 병원체에 대응하기 위한 예방 접종의 시작: 근대 의학이 성립하기 전부터 사람들은 천연두가
강한 면역성을 가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달았다. 기원전 1000년경에는 인도에서 인두법이 실시되
었다고 한다. 인두법은 천연두 환자의 고름을 건강한 사람에게 접종해 가벼운 천연두를 앓게 함으로써
면역력을 갖게 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환자의 고름은 독성을 희석하기 위해 건조시킨 뒤 쓰였다. 인
두법은 18세기 초반 영국에 이어서 미국에도 도입되었고 천연두 예방에 큰 공을 세웠지만, 당시 예방
접종을 받은 사람의 몇 퍼센트는 증상이 심각해져 사망하기도 했다.
안전한 천연두 예방법은 1796년 영국인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창안했다. 당시 농민들 사이에는 ‘소젖
을 짜다가 자연스럽게 우두에 걸린 사람은 그 후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다’는 믿음이 퍼져 있었다. 우두
는 천연두보다 훨씬 안전한 질병이었기 때문에 제너는 우두가 천연두 예방에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를 계속했다. 1796년 5월 14일 제너는 마침내 자신의 집 하인의 아들인 8세 소년에게 우두 고름
을 접종했다. 소년은 미열과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심각한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6주 후 제너는 그 소
년에게 천연두 고름을 접종했다. 제너가 예측했듯이 그 소년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다.
천연두 예방 접종을 시작으로 19세기 말에는 광견병, 장티푸스, 콜레라, 페스트에 대한 예방 접종이
시작되었다. 예방 접종은 우리 몸이 새로운 병원체에 대비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우두 바이러스와 천
연두 바이러스의 DNA 염기 서열은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두 바이러스의 모양과 특성도 매우 비슷하다.
일단 우두 바이러스를 기억한 우리 몸은 이후 우두 바이러스뿐 아니라 이와 매우 유사한 천연두 바이
러스의 침입을 인지하면 즉시 물리칠 수 있게 되었다.
인류가 근절시킨 유일한 인간 감염병: 제너가 개발한 천연두 예방 접종은 서구 각국으로 빠르게 퍼졌
다. 백신은 무독화 또는 약독화된 병원체다. 백신을 접종하면 체내에 그 병원체에 대한 항체가 생성되
어 감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얻을 수 있다. 천연두는 사람 이외의 동물에게는 감염되지 않고 종두로 완
전히 예방할 수 있었기 때문에 WHO가 주도하는 천연두 근절 프로젝트에 의해 1977년 이후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발병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마침내 1980년 5월 8일 WHO는 천연두 세계 근절 선언
을 발표했다. 1958년 WHO 총회가 천연두 근절을 제안한 이후 이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22년이라는 세
월이 걸렸다. 2020년 현재, 천연두는 인류가 근절시킨 유일한 인간 감염병이다.

3장 생활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
발효와 부패의 차이점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정의되는 발효와 부패: 음식을 방치하면 겉모습, 냄새, 맛이 점차 바
뀌어 결국 먹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음식에 있는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등의 성분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부패라고 한다. 부패의 전형적인 예는 생선과 고기의 단백질이 미생
물에 의해 분해되어 암모니아와 같은 썩는 냄새를 내는 것이다. 한편 발효도 미생물의 작용으로 음식
의 성분이 점차 분해되는 현상이다. 요구르트와 술처럼 당이 분해되어 젖산과 알코올 등이 생성되는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7-

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부패는 단백질을 많이 함유한 음식에서 종종 보이는데 쌀이나 채소, 과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
이다. 또 원료가 같아도 찐 대두에 낫토균을 번식시켜 낫토를 만드는 경우에는 발효라고 부르지만, 삶
은 콩을 내버려 두었다가 낫토균이 번식해 끈적해지면서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상태가 되면 부패라고
부른다. 유산균도 마찬가지다. 요구르트와 된장을 만들 때는 발효라고 하지만 청주에서 증식하면 부패
라고 하며 외면당한다. 이처럼 부패와 발효의 차이점은 미생물의 종류와 생성 물질에 근거하지 않고,
미생물의 작용이 인간 생활에 유익하면 발효, 유해하면 부패라고 하는 것이다.
부패와 식중독: 음식이 부패하면 본래의 색깔이나 맛이 손상되어 먹을 수 없게 되지만, 그런 상태가
되어도 그 음식에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없으면 설사나 구토와 같은 특별한 증상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음식이 썩지 않아도 증식할
수 있다. 식중독 사례의 대부분은 겉모습이나 냄새가 전혀 변하지 않은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발생하고
있다. 다만 썩은 음식은 다양한 세균이 증가하기 쉬우므로 만약 그 음식에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이
나 바이러스가 붙어 있으면 증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일 지구상에 미생물이 없다면 음식뿐만 아니라 생물의 사체가 썩지 않고 영원히 쌓여 갈 것이다. 그
러면 지구는 죽은 생물의 사체로 가득해지고 결국 물질의 순환이 멈추게 될 것이다. 부패는 나쁜 현상
처럼 보이지만 실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에게 없어서는 안 될 미생물의 작용이다.
인간의 상재균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상재균과의 동거: 우리는 무균 상태인 엄마의 태내에서 자란다. 하지만
태어나는 순간부터 균에 뒤덮인 채 한평생을 살게 된다. 우리 몸의 표면, 특히 피부와 소화관 등의 부
위에는 다양한 세균과 곰팡이와 같은 ‘상재균’이 살고 있다. 상재균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를
제외하고 가리키는 말이지만, 실은 바이러스도 함께 살고 있다. 인체에 살고 있는 상재균의 수는 대장
을 중심으로 장에 약 100조 개, 입안에 약 100억 개, 피부에는 약 1조 개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상재균과 함께 태어나고 자란다: 출산 시 태아는 산도(질 등)를 통과한다. 이때 엄마의 상재균
중 일부가 아기의 피부, 입과 코, 항문에 달라붙는다. 분만실의 공기 중에는 의사, 조산사, 간호사, 입
회인 등이 뀐 방귀와 함께 나온 장내 세균이 떠다닌다. 아기는 그것도 들이마신다. 제왕 절개로 태어
나는 경우 엄마의 산도에서 나오는 세균이 아니라 엄마의 피부와 병원 환경에서 나오는 세균이 달라붙
는다. 요즘에는 분만실을 소독하는데 분만실에서 세균이 달라붙지 않아도 자라는 동안 엄마를 중심으
로 외부 세균을 공급받게 된다. 출생 직후 아기의 장내는 무균 상태지만 출생 후 3~4시간이 지나면
세균이 정착하고 수유를 시작하면서 세균의 수는 급격히 늘어난다. 출생 한 달이 되면 비피더스균이
정착해 이유식 시기를 거쳐 3세 이후에는 성인과 같은 종류의 세균으로 변한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많은 종류의 상재균들과 함께 살게 된다.
피부는 외부 병원체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1차 방어막: 상재균이 살고 있는 피부를 살펴보자. 우리의
온몸을 덮는 피부는 계절을 느끼고 외부 자극이나 세균과 같은 감염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 준다.
피부는 크게 표피(약 0.2mm), 진피(약 1.8mm), 피하 조직으로 나뉜다. 표피의 가장 아래에는 새로운
세포가 형성되는 기저층이 있다. 그것은 차례로 표면으로 밀려 올라가고 약 2주 동안 가장 바깥쪽 각
질층을 만든다. 각질층은 두께가 0.02mm 정도로 매우 얇지만 외부에서 자극 물질이 들어오거나 수분
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각질 세포는 약 2주 후에 서서히 벗겨져 떨어져 나간
다. 이것이 바로 때와 비듬이다. 이 양은 전신을 기준으로 하루에 3~14g 정도라고 한다.

-8-

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표피 전체는 약 4주(6주) 후에 새롭게 태어난다. 새로운 세포는 기저층에서 태어나 28일 동안 각질층
에 올라왔다가 벗겨지는데 이것을 피부의 재생 주기, 또는 피부의 턴오버라고 한다. 위험한 균이 피부
표면에 달라붙어도 4주 뒤에는 각질 세포와 함께 떨어져 나간다. 피부의 약 95%를 차지하는 진피는
영양과 산소를 피부 조직 전체에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피 아래에는 지방을 함유하고 체온
을 유지하면서 피부의 쿠션 역할을 하는 피하 조직이 있다.
촉촉하고 윤기 나는 뽀얀 피부의 비결이 피부 상재균?: 1㎠의 피부에는 약 10만 개 이상의 균이 존재
하기도 한다. 주로 피부의 각질 틈에 숨어 있다. 대표적인 피부 상재균은 포도상구균의 일종인 ‘표피
포도상구균’이다. 표피 포도상구균은 피부 전체에 수억 개가 서식하고 있다. 표피 포도상구균은 ‘피부
미용균’이라고도 불린다. 땀과 땀샘에서 분비되는 피지를 먹고 그것을 분해해 지방산을 만들어 피부
표면을 약산성으로 유지해 주기 때문이다. 피부에 수분을 주는 글리세린 관련 물질도 생성한다.
그 밖에도 피부에는 황색 포도상구균(식중독의 원인이 되고 상처나 종기 등으로 화농을 일으킨다), 아
크네균(여드름 속에서 증식한다), 유디프테리아균(겨드랑이 액취를 만든다), 곰팡이의 일종인 백선균
(무좀 등을 유발한다), 효모인 마라세티아균(외이염과 피부염을 일으킨다), 효모인 칸디다균(구강 및
피부, 성기 칸디다증의 원인이다) 등이 있다. 이것들은 병원성 세균이지만 피부 상재균의 균형이 잡혀
있으면 병원체나 곰팡이가 어느 정도 있어도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 피부가 촉촉하고 윤기가 난다면
그것은 피부 상재균이 균형을 잘 이루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평소에는 얌전히 있던 균이 어떤 계기
로 인해 갑자기 증식하기도 한다. 화농은 황색 포도상구균의 소행이다.
세수를 하면 상재균이 씻겨 내려가지만 일반적으로 모공에 남아 있던 균은 곧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30분에서 2시간 후에는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런데 클렌징 제품이나 세안제로 세안을 하면 피부가 알
칼리성이 되어 건조해진다. 그러면 표피 포도상구균 등이 서식할 수 없다. 따라서 상재균을 고려해 얼
굴을 지나치게 씻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4장 세상에는 미생물이 넘쳐난다
바이러스는 무엇일까?
바이러스는 생물계의 최강 미니멀리스트: 바이러스는 다른 미생물처럼 감염성을 가진 미생물과 같은
입자다. 미생물 중에서 특히 작은 세균류의 10분의 1에 불과할 만큼 작은데,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 바
이러스는 100nm에 불과하다. ‘미생물과 같은’이라고 했는데 바이러스는 생물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미
묘한 존재다. 내부에 유전자가 되는 핵산(DNA 또는 RNA)을 가지고 증식하지만, 다음과 같이 우리가
생물이라고 판단할 때 적용하는 기준에 맞지 않는 특수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① 세포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②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
③ 다른 세포에 기생하지 않으면 증식할 수 없다.
④ 조건이 갖춰지면 얼음이나 소금처럼 ‘결정화’한다.
그렇지만 종종 바이러스의 성질과 구조, 행동을 관찰하면 ‘생물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생
물과 마찬가지로 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바이러스의 세상에도 여러 친척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9-

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것은 즉 바이러스가 그저 물질인 것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바이러스는 일찍이 생물이
었던 것이 유전자를 자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만을 남기고 그 외의 것은 모두 제거한
‘생물계의 최강 미니멀리스트’로도 보인다. 실은 미생물 연구자들 간에도 바이러스를 생물이라고 생각
하는 사람과 생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간에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속은 단순하고 겉은 복잡한 바이러스의 구조: 바이러스의 기본적인 구조는 지극히 단순하다. 하지만
속은 단순해도 외관은 무척 복잡하고 다양하다. 구형이나 원통형인 것, 다면체인 것, 우주선처럼 복잡
한 모양을 띠는 것도 있다. 가장 전형적인 바이러스의 외관은 정이십면체다. 정이십면체는 면의 수가
가장 많은 정다면체이며, 어떤 각도에서든 표적 세포에 쉽게 부착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를 납치해서 증식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생물을 숙주라고 하는데, 바이러스
가 숙주의 몸에 침입해 세포 표면에 흡착하면 그곳에서 감염이 시작된다. 일반적인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잡아먹힐 수 있도록 하여 세포에 침입한다. 세포 내에서는 캡시드(바이러스의 껍질을 구성하는
단백질)가 세포의 작용으로 먼저 소화되어 핵산이 방출된다.
세포 내에 퍼진 핵산은 숙주 세포의 증식 시스템을 통째로 차지한다. 원래는 숙주 세포가 자신을 위해
핵산을 복제하거나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하는 구조를 성공적으로 활용해 ‘자손 바이러스’의 성분이 될
핵산과 단백질을 순식간에 대량으로 만들어 조립한다. 많은 바이러스에서 발견되는 약간의 복사 오류
가 이 단계에서 발생하는데, 그것이 ‘변이’가 되어 새로운 형태의 자손 바이러스가 만들어진다. 마침내
자손 바이러스가 충분히 축적되면 터지듯이 세포막이 찢어져 밖으로 흩어진다. 자손 바이러스가 이런
형태로 기세 좋게 방출되면 숙주 세포는 죽어 버린다. 반면 세포막을 찢지 않고 조용히 빠져나가는 바
이러스도 있다.
감염되었다고 모두 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은 인플루엔자·유행성 이하선염·풍
진·홍역·일본 뇌염·에이즈 등 다양하다. 이런 바이러스는 공기와 체액, 토사물, 재채기 등의 비말, 혹은
직접적인 접촉에 의해 감염된다.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감염 부위가 정해져 있고, 그 외 다른 부분
의 세포에는 도달해도 감염되지 못한다. 바이러스가 감염 가능한 세포에 도달할 수 있는지 여부는 전
적으로 운에 달려 있다. 바이러스가 우연히 도달한 세포가 같은 ‘형태’인 세포일 경우에만 즉 세포막
표면에 있는 단백질과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 형태가 같을 경우에만 감염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바이러스로서는) 운 좋게 감염에 이르렀다 해도 그것이 곧바로 질병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만약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의 증식을 늦춘다면 발병하기까지의 잠복기를 연장할 수 있고 그러다가 증
식이 완전히 중단될 수도 있다. 또 바이러스 증식으로 인해 세포가 죽는 속도에 비해 세포 분열로 세
포가 생산되는 속도가 더 빠르거나 바이러스에 대항하면 그만큼 발병을 억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사람 면역 결핍 바이러스)라는 바이러스는 면역 체계의 세포를 감염
시킨다. 처음에는 랑게르한스 세포에 감염되어 온몸으로 퍼지고 면역 체계의 중심인 도움 T세포를 감
염시켜 단숨에 증식한다. 일시적으로 바이러스의 수가 정점을 찍으면 몸 상태가 악화되지만 이때는 면
역 활동으로 바이러스가 사멸해 증상이 완화된다. 그러나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
니기 때문에 자각 증상이 없는 상태로 HIV와 면역 체계의 전투가 계속된다. 몇 년 동안 잠도 못 자고
쉴 새 없이 전쟁을 치르면서 면역 체계가 서서히 피폐해져 도움 T세포를 생성하는 힘보다 HIV가 증식
하는 힘이 강해진 단계가 되면 형세가 역전되어 에이즈가 발병하는 것이다.

- 10 -

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바이러스의 역할이 생물 진화의 실마리?: 바이러스 연구의 역사는 100년 정도로 매우 짧다. 연구의 흐
름상 병원성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가 주류를 이루었으므로 바이러스에는 항상 해로운 이미지가 따라다
녔다. 하지만 근래 들어 바이러스 중 상당수는 병원성이 없을 뿐 아니라 생물의 진화에 크게 기여했다
는 사실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HIV가 도움 T세포를 감염시킨 뒤 거기에 자신의 유전자를 주입해 약화시키듯이, 바이러스 중에는 자신
의 유전자를 숙주 세포의 유전자에 집어넣는 성질을 가진 것이 있다. 인간의 유전 정보를 해석한 결과,
놀랍게도 그중 절반 이상이 바이러스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자손으로 이어지는데 드물게 관계가 없는 생물 간에도 유전자가 이동하는 일이
있다. 아무래도 거기에 ‘운반 역할’로 바이러스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향후 이 역할에 대한
전체적인 모습이 밝혀진다면 바이러스에 대한 이미지가 180도 바뀌어 ‘생물의 진화’에 관한 생각도 크
게 전환될 것이다.
생태계에서 미생물의 역할
미생물은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 지구상에 생명이 탄생한 것은 약 40억 년 전으로 추정된다. 처음에
는 분명 하나의 세포로 매우 단순한 구조를 가진 단세포 생물이었을 것이다. 30억여 년 전에는 광합성
을 하기 위해 햇빛을 이용하는 시아노박테리아가 바다에서 번성했고 이산화탄소와 물로부터 유기물을
만들어 내고 산소를 배출했다. 그렇게 단세포 생물로 살아가다 30억 년 후, 여러 개의 세포로 구성된
다세포 생물이 탄생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억 년 전이다. 그 후 다양한 생물이 바다에 살게 되었다.
약 4억 5,000만 년 전에는 식물이 육지로 옮겨 갔고 그 뒤를 동물이 따랐다. 그것들은 바닷속과 육지
에서 모두 진화했고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로 증식했다. 그 뒤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생물로 구성된 생
태계가 구축되었다.
 광합성에 의해 무기물로부터 유기물을 만드는 생산자(= 식물)
 포식으로 생존하는 소비자(= 동물)
 생물의 사체나 배출물에 포함된 유기물을 분해해 무기물로 만드는 분해자(= 미생물)
모든 생명체는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뿐 아니라 식물, 미생물 등 모든 생명체는
언젠가 죽는다. 만약 사체가 시간이 지나도 온전히 보존된다면 지구는 생물의 사체가 넘쳐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은 미생물이 분해자로서 사체를 무기물 수준으로 분해해 흙과 공기로 되돌려 보내
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생물들은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위해 생물을 흙으로 돌려보내는 것일까?
생각보다 복잡한 흙의 구조와 성분: 흙은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존재지만 그것이 무엇인
지 정확히 설명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바위가 깨져서 생긴 자갈이나 모래에 점토와 유기물이
섞이고 다양한 토양 생물이 달라붙은 것이 흙이다. 그러나 그 성분과 구조는 장소에 따라 크게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이것이 흙이다’라고 지칭하기는 힘들다.
숲에 있는 흙에 주목하면 그것은 몇 가지 계층으로 나뉜다. 가장 위는 나무에서 떨어진 잎과 가지, 낙
엽, 동물의 배설물과 사체가 뒤덮고 있다. 그 아래에는 그것들이 자잘하게 부서진 유기물층이 있으며,
다음으로 암반이 깨져서 생긴 모래나 자갈층이 있다. 더 깊숙이 파고들면 모암이라는 암석층이 있으며
그보다 아래는 흙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미생물들이 활동하는 것은 주로 위에서 두 번째인 유기물층이

- 11 -

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며 이것을 부식층이라고 한다.
숲의 청소부, 부식층으로서 미생물의 작용: 시든 식물, 동물의 배설물과 사체는 먼저 집게벌레, 딱정벌
레, 지렁이 등 큰 토양 동물이 자르고 나머지는 더 작은 날벌레나 진드기가 산산조각 낸다. 특히 지렁
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체는 지렁이의 몸속에서 더욱 잘게 으깨져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할 정도
의 크기로 줄어든다. 지렁이와 다른 토양 동물의 배설물은 영양가 있는 반죽 상태로 미생물들에게 주
어진다. 미생물들은 작은 몸 밖에 소화액을 배출해 동식물의 ‘최종 모습’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세포 내
로 집어넣는다. 그렇지만 모든 미생물이 같은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균류는
시든 나무만 먹으며 단단한 목질을 천천히 해체한다. 세균은 그것을 분자 수준으로 분해한다. 만약 인
간이 그런 일을 한다면 대단히 힘들어질 것이다. 미생물들은 그 일을 적재적소에 능숙하게 분업화해
숲의 청소 작업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 타인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미생물은 숲의 쓰레기를 청소한다. 그들은 쓰레기
를 살기 위한 영양분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미생물은 유기물을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하고 그 과정
에서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이 자체는 우리가 세포 수준에서 호흡하는 것과 같은 반응이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단순한 청소가 아니다. 그 결과로 생긴 부산물이 동식물의 생육에 필수적인 영양소
가 되기 때문이다. 부식층의 유기물에는 동식물이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질소, 칼륨, 인과 같은 성분이
들어 있다. 그러나 동식물은 ‘지렁이 배설물’의 형태로는 이 성분들을 잘 활용할 수 없다. 미생물이 배
설물을 더 작은 무기물로 분해해서 흙으로 돌려보내야만 흡수할 수 있다.
성분을 이용하기까지의 구조: 배설물을 분해해 생긴 유기물이 토양의 물에 스며든다.
→ 그 물을 식물이 뿌리로 흡수한 뒤 물에 포함된 무기물을 이용해 자신의 몸의 유기물을 만든다.
→ 그 식물을 초식 동물이 먹고 자신의 몸을 성장시킨다.
→ 그 초식 동물을 육식 동물이 먹고, 더욱 큰 대형 육식 동물이 그 육식 동물을 먹는다.……
이것이 먹이 사슬이 연결되는 방식이다. 또한 무기물을 저장하는 미생물의 몸 자체가 동물의 먹이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성장한 동식물의 몸도 결국은 사체나 배출물이 되고 토양 동물과 미생물에게 주
어진다. 그러므로 전체적으로 보면 여기서 큰 순환이 일어난다. 즉 미생물들은 단순한 청소부가 아니
라 재활용 사업도 하는 셈이다.

- 12 -

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반응형

'책,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0) 2022.07.03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0) 2022.07.03
심리학이 불안에 답하다  (0) 2022.07.03
언제나 처음처럼  (1) 2022.07.03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용 설명서  (0) 2022.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