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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by Casey,Riley 2022.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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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덩 지음 / 미디어숲
『논어』는 동양 최고의 고전으로 수많은 해석본이 출간되어 있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특별히 실생
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논어』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현대의 삶을 렌즈 삼아 『논어』를 해석해 새
로운 생명을 부여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현대 과학에 근거한 이론으로 공자의 주장을 검증하
고, 흥미 넘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초등학생도 이해할 정도로 아주 친절하게 공자의 가르침을
전한다. 공자의 지혜와 처세를 오늘의 현실에 맞게 들려주는 이 책으로 우리 현대인들이 걱정하는
생활, 직장, 학습, 창업, 인간관계에서 맞닥뜨리는 삶의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판덩 지음

▣ 저자 판덩
시안교통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했으며, 베이징 사범대학교에서 박사 과정
을 이수했다. 1999년 국제 대학 토론 대회에서 우승했다. 중국 중앙 텔레비전에서 〈12스튜디오〉, 〈싼
씽 지식 급행열차〉 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04년부터 베이징 교통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2013년 베이징 교통대학을 사직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따서 ‘판덩 독서회’를 창립했다. 판덩 독서회는
지식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오디오북, 동영상, 이미지 등을 활용해 책을 설명해 준다. 2018년 판덩 독
서회는 브랜드 전략을 완성해 정식으로 ‘판덩 독서’로 명칭을 바꾸었고 지금까지 4천만 명이 넘는 회원
에게 영향을 주었다. 주요 저서로는 『아이와 함께하는 평생 성장』, 『아이 마음 읽는 법』, 『평생 독
서습관』, 『한 권의 책을 이해하는 법』, 『복제 가능한 리더십』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기억되는 유년 시절의 편린들이 있다. 춘추시대의 사상가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기록한 유교 경전 『논어』는 그 기억의 조각 중 하나이다.
“나는 매일 세 가지로 자신을 반성한다.”
어렸을 때 집 거실에 걸린 장식화 속에 적혀 있던 공자의 말이다. 제대로 된 의미를 깨닫지도 못했을
텐데 나의 뇌리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이유는 뭘까? 잊힐 만하면 다시 만나게 되는 인연 때문일까?
그 후로도 『논어』와의 만남은 계속됐다. 대학교 3학년이었던 1995년, 나는 다시 『논어』를 만났다. 하
계 방학 캠프에 참석한 홍콩의 한 대학교 학생 대표가 나에게 물었다. “논어 읽어 봤어?”
중학교 때 읽어 봤지만, 난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그런데 그 친구가 “난화이진이 쓴『논어강의』는 이해하기 쉬울 거야.”라고 말해 귀가 솔깃했다. 그의 말
대로 정말 『논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개학을 하자마자 나는 학교 도서관으로 달려가 난화이진
선생의 『논어강의』를 읽기 시작했다.
유교, 불교, 도교의 경전을 두루 통달한 난화이진 선생은 한자 문화권을 대표하는 석학이다. 『논어』를
해설하는 난화이진 선생의 모습은 소탈해 보였다. 선생은 “배우고 제때 익히면”이라고 진지한 말투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의 화법은 이해하기 쉬웠다. 강의는 이렇게 시작했다. “천하는 원래 두 팔보다 가
벼운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왜 그리 고통을 받고 사는 것일까요?”

-2-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나는 첫 부분을 읽자마자 머릿속이 명징해짐을 느꼈다. ‘원래 『논어』가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였던 거
야?’ 나는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난 후에야 난화이진 선생의 책 『논어강의』가 쉽게 이해됐던 이유를 알
게 됐다. 난화이진 선생의 강연을 그대로 기록한 강의록이었기 때문이다. 대화체로 편집돼서 편하게
읽히기도 했고, 생동감이 느껴졌다. 그는 친구에게 말하는 것처럼 꾸밈이 없고 친숙한 말투로 강의를
이어 간다. 난화이진 선생의 『논어강의』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 소탈함과 친밀함에 있다. 많은 사
람이 선생의 강의를 통해서 『논어』에 입문했다. 그만큼 선생의 강의는 대중적인 영향력이 지대하다.
『논어』는 그렇게 서서히 나의 삶 속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나는 공영 방송국에 입사했다. 당시 나는 혼신을 다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하지만 나
의 작품이 언제 방영될지는 알 수 없었다. 당연히 나는 상사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실망감에 휩
싸이게 됐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서서히 내가 무능하다는 생각이 마음 깊숙이 퍼
져 나가며 생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내 머릿속에 『논어』가 떠올랐다. 남아
도는 시간에 잡생각에 빠져 있느니 차라리 독서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논
어』의 깊은 심연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논어』에 대한 학식이 깊어진 내 모습을 마주하
게 됐다. 공자는 강인했다. 용감했다. 그리고 동시에 친근했고 다정했다. 한마디로 공자는 빠져들 수밖
에 없는 매력을 가진 군자였다.
공자의 『논어』는 마음속을 파고든다. 그 감동은 나이 불문이다. 어떤 난관에 부딪힐 때 공자는 『논
어』를 통해 해답을 제시한다! 공영 방송국에서 내 능력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는 나
를 지켜 준 공자의 말은 바로 이것이다.
“군자는 도를 도모하지, 먹을 것을 도모하지 않는다.”(君子謀道不謀食)
“군자는 도를 걱정하지, 가난을 걱정하지 않는다.”(君子憂道不憂貧)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걸 걱정하지 말고, 내가 다른 사람을 알아주지 않는 걸 걱정해야 한
다.”(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공자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근심을 공자도 겪었다니! 나의 문제들은 나 혼자
만의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모든 사람이 겪어 온 고통이었던 것이다. 나의 고통은 고작 집세와
업무에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공자가 살았던 춘추 전국 시대에는 생사가 걸린 일들이 많았다. 공자
는 명성이 없는 상황이나 굶주림의 고통을 걱정하지 않았다. 공자의 이러한 가르침을 담은 『논어』에
대한 깨달음이 황홀하게 느껴졌다. 『논어』를 읽고 나는 근심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일이 없어졌다. 심
지어 방송국에 사표를 제출했을 때도 초조함이나 불안함에 휩싸이지 않았다. 내 마음이 평온함을 되찾
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공자의 말 덕분이다. 공자는 말했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
“급작스러운 상황에서도 반드시 어질어야 하며, 곤궁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어질어야 한다.”(造次必於是,
顚沛必於是)
▣ 차례
머리말_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논어』
제1편 학이學而 배움에 대한 ‘마인드셋’이 천하를 다스린다
. 학이시습지 學而時習之: 논어 한 문장으로 인생의 변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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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 군자무본 君子務本: 작은 습관의 경이로운 위력
. 교언영색, 선의인 巧言令色, 鮮矣仁: 직장 상사의 표정만 살피는 부하를 멀리하라
. 오일삼성오신 吾日三省吾身: 마음을 울리는 세 가지 물음
. 경사이신 敬事而信: 번잡한 마음을 정리하는 청소의 힘
. 행유여력, 즉이학문 行有餘力, 則以學文: 내 자식을 타인처럼, 타인을 내 자식처럼 대하라
. 현현역색 賢賢易色: 외면의 집착을 버리고 내면에 집중하라
. 부중즉부위 不重則不威: 진중함과 위엄이 가진 위력
. 신종추원 愼終追遠: 우주의 무한함, 삶의 유한함을 깨달을 때 마음이 온화해진다
. 온, 량, 공, 검, 양 溫, 良, 恭, 儉, 讓: 평생 지향해도 얻지 못할 공자의 다섯 가지 덕목
. 삼년무개어부지도 三年無改於父之道: 대대로 이어진 가업보다 가훈을 간직하라
. 예지용, 화위귀 禮之用, 和爲貴: 유자의 레시피에서 찾은 일상의 조화로움
. 신근어의, 공진어례 信近於義, 恭近於禮: 소인은 목숨 바쳐 약속을 지키고, 공자는 살아남기 위해 거
짓말을 한다
. 거무구안 居無求安: 욕구는 채워질지언정,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다
. 빈이락도, 부이호례 貧而樂道, 富而好禮: 가난해도 비굴하지 말며, 부유해도 교만하지 말라
. 불환인지부기지 不患人之不己知: 나쁜 씨앗을 뿌리고 훌륭한 결실을 바라지 마라
제2편 위정爲政 북극성처럼 빛나는 리더가 되기 위한 스물네 가지 이야기
. 비여북신 譬如北辰: 북극성처럼 진중하게 빛나는 리더의 덕목
. 사무사 思無邪: 시경에 담긴 순하고 조화로운 마음의 소리
. 도지이덕 道之以德: 강요하지 않아도 규칙을 지키게 만드는 리더의 품격
. 삼십이립 三十而立: 순차적으로 높여 가는 인생의 경지
. 사지이례 事之以禮: 효란 자고로, 예법을 어기지 않는 것이다
. 부모유기질지우 父母唯其疾之憂: 효란 자고로, 내 인생을 온전히 책임지는 것이다
. 자유문효 子游問孝: 효란 자고로, 공경하는 마음을 담아 부모를 대하는 것이다
. 색난 色難: 효란 자고로, 웃는 얼굴로 부모를 바라보는 것이다
. 회야불우 回也不愚: 문제 속에서 문제를 찾는 안회의 고찰
. 인언수재 人焉瘦哉: 세 가지로 상대의 인품을 파악하는 공자의 통찰력
. 온고이지신 溫故而知新: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스승이 된다
. 군자불기 君子不器: 군자의 첫 번째 덕목, 단단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갖춘 안티프래질
. 선행 先行: 군자의 두 번째 덕목, 일은 민첩하게 말은 신중하게
. 군자주이불비 君子周而不比: 군자의 세 번째 덕목, 독립적이지만 조화를 이루는 현명한 단결력
. 사이불학즉태 思而不學則殆: 배우되 부지런히 생각하고, 생각하되 배움을 게을리하지 마라
. 공호이단 攻乎異端: 숲을 친구 삼는 장자도, 자연의 순리를 아는 노자도 친구이거늘
. 부지위부지 不知爲不知: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이 진정한 지식인이다
. 자장학간록 子張學干祿: 승진을 원한다면 말은 신중히, 행동은 후회가 없도록 하라
. 거직조저왕 擧直錯諸枉: 한자 ‘들 거(擧)’에서 배우는 인재 선발 방식
. 거선이교불능 擧善而敎不能: 난세일수록 경(敬)과 충(忠)과 권(勸)을 기억하라
. 효호유효 孝乎惟孝: 정치는 권력을 누리는 것이 아닌, 영향력을 펼치는 일이다
. 인이무신, 부지기가야 人而無信, 不知其可也: 외롭다고 느낄 때 신용의 쐐기를 박아라
. 수백세가지야 雖百世可知也: 민족 문화의 자신감으로 미래를 예견한다
. 견의불위, 무용야 見義不爲, 無勇也: 마땅히 나서야 할 일에는 칼을 뽑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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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제3편 팔일八佾 마음이 불안할 때 되돌아보는 예법, 그리고 음악
. 시가인, 숙불가인 是可忍, 孰不可忍: 선한 본성의 의지를 막지 말라
. 삼가자이〈옹〉철 三家者以『雍』徹: 권력이 예법을 바꾸지 못하는 법이거늘
. 인이불인여례하 人而不仁如禮何: 마음이 둔한 사람에게 예법은 의미가 없다
. 여기사야, 영검 與其奢也, 寧儉: 예의 근본은 온화하고 자애로운 마음
. 이적지유군 夷狄之有君: 진정한 나라는 통치자가 없어도 예악이 이를 대신할 수 있다
. 계씨려어태산 季氏旅於泰山: 순수하게 공경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조상 앞에 예를 갖춰라
. 군자무소쟁 君子無所爭: 군자답게 경쟁하는 세 가지 원칙
. 오하이관지재 吾何以觀之哉: 리더가 피해야 할 세 가지 그릇된 예절
. 오불욕관지의 吾不欲觀之矣: 실용주의자들의 예식에 대한 공자의 탄식
. 혹문체지설 或問禘之說: 호모 사피엔스를 잇는 제사 지내는 인간
. 획죄어천, 무소도야 獲罪於天, 無所禱也: 염라대왕은 만나기 쉬워도 잡귀는 상대하기 어렵다
. 애이불상 哀而不傷: 순수히 즐거워하고 진솔하게 슬퍼하라
. 족, 즉오능징지의 足, 則吾能徵之矣: 전수하고 지켜야 할 예(禮)와 악(樂)
. 오종주 吾從周: 계승 발전된 예악에 대한 공자의 감탄
. 악기가지야 樂其可知也: 음악 평론가이자 연주자였던 공자의 음악 사랑
. 진선진미 盡善盡美: 음악을 빗대어 군왕을 비평한 공자의 평론
. 천장이부자위목탁 天將以夫子爲木鐸: ‘온, 량, 공, 검, 양’으로 무장한 공자의 인기
. 매사문 每事問: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 이것이 예이다
. 사부주피 射不主皮: 원시성이 사라진 스포츠를 통해 예절을 배우다
. 사군진례, 인이위첨 事君盡禮, 人以爲諂: 예와 아첨은 근본이 다르다
. 군사신이례, 신사군이충 君使臣以禮, 臣事君以忠: 합리적인 리더는 직원들에게 충성을 요구하지 않는

. 아애기례 我愛其禮: 시대가 바뀌어도 예절의 본질은 지켜야 한다
맺는말_ 『논어』에서 답을 얻으니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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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판덩 지음

제1편 학이(學而) 배움에 대한 ‘마인드셋’이 천하를 다스린다
학이시습지 學而時習之 : 논어 한 문장으로 인생의 변화가 시작된다
공자가 말하길 “배우고 제때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니 기쁘지 아니한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아니하니 군자답지 아니한가?”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悅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
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논어』의 제1편 제목은 ‘학이’이다. 공자의 후세들은 『논어』를 총 20편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첫 문
장에 나오는 단어를 제목으로 삼아 20개의 소제목을 달았다. 첫 문장은 누구나 학창 시절에 한 번쯤은
들어 본 적이 있는 익숙한 문장이다. 공자가 이른다. “배우고 제때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니 기쁘지 아니한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아니하니 군자답지 아니한가?”
옛사람들은 책을 쓸 때 주제를 담은 문장을 맨 처음 쓰는 경우가 많았다. 배움은 사람이 평생 동안 계
속 정진해야 할 일이다. 제때 올바르게 배우라는 말이 첫 문장에 배치된 까닭은 바로 ‘배움’의 중요성
이 그만큼 크다고 강조하기 위함이다.
송나라 재상 조보는 『
“ 논어』절반으로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보는 많은 공을 세운 송
나라 개국 공신이지만, 그가 공부한 책은 『논어』 하나였다고 전해진다. 혹자는 한 나라의 재상이 어
떻게 책을 한 권만 읽었겠냐며 그 사실을 의심한다. 그러나 조보의 말은 그만큼 『논어』의 중요성을 설
파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논어』의 중요성에 대한 나의 생각은 조보보다 더 크다. 나는
‘『논어』의 절반이 아니라 한 문장만 알고 있어도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그 누가 『논
어』의 절반을 외울 수 있겠는가? 『논어』의 한 문장이라도 머릿속에 각인되도록 ‘주문’처럼 외워 보
자. 그러면 난제를 만났을 때 답을 얻을 수 있다.
위 문장에서 ‘아니한가?’라고 번역된 ‘불역(不亦)’의 의미는 무엇일까? 공자는 간단히 설파하면 될 말을
왜 독자들에게 물어보듯 말했을까? 우선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나는 배우고 제때 익히는 일이
즐거운가?’ 대답은 ‘아니’다. 배우는 것, 즉, 공부가 마냥 즐거운 일은 아닐 것이다. 공자도 대부분의
사람이 ‘배우고 제때 익히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역설적으로 독자들에게 되물으며 배움의 세계로 반갑게 초대하는 것이다.
내가 운영하는 지식 서비스 프로그램인 ‘판덩 독서’에서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선생님이 읽
어 주는 책을 매일 듣는데도 어째서 제 삶은 더 좋아지지 않는 걸까요?” 이유는 ‘배우기’만 하고 ‘익히
지’ 않기 때문이다. 배운다는 건 지식을 이해하는 것이고, 익힌다는 건 배운 지식을 꾸준히 응용하고
시도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평상시 우리가 마주하는 배움에 대한 어려움을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아예 배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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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하지 않는 경우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공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논어』는 주로
스승인 공자와 제자들이 대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배우고 있거나 배우겠다는 마음을 가진 제자
들과 토론했기 때문에 배우지 않는 경우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 상황은 배우기만 하고 응용과 실천을 통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않는 경우이다. 배운 지식
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짧은 시간 안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사람일 경우, 배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거나 배움이 삶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생각할 수
도 있다. 쉽고 빠른 지름길로 가고 싶은 초조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정독하는 대신 오디오북
으로 흘려듣고, 한 가지 지식을 배운 것으로 삶의 변화가 즉시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 배움에 있어서 초조해하는 사람들에게 공자는 말한다. ‘결과에 연연해하지 말고,
단숨에 목표를 이루려 하지 말고, ‘배우고 제때 익히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말이다.
“배우고 제때 익힌다”로 시작되는 이 문장이 <학이>에서 첫 번째로 등장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인
생의 어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명쾌하게 알려 주기 때문이다. 어려운 문제에 마주쳤을 때, 갑자기 인
생의 흐름에 변화가 생길 때, 열심히 노력했는데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했을 때 등 여러 가지 요
인으로 인해 괴로울 때 공자는 이를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공자의 대처 방법은 단 한 글자이다.
바로 ‘락(樂), 즐거움’이다!
공자가 말하는 문제 해결 방법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즐거움’이다. 『량수밍 선생이 말하는 공자
와 맹자』에 나오는 공자의 즐거움의 핵심은 ‘구하지 않음’에 있다. 즐거움은 외부를 향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 힘써 자기 자신을 설득하거나 싸우며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즐겁지 아니한가”
라는 공자의 말에서 ‘즐겁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생긴 즐거움을 말한다. 만약 우리가 즐거움의 사용법
을 알게 된다면 학습의 어려움, 협력의 어려움,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자연스
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구절을 살펴보자.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니 기쁘지 아니한가.” 먼 곳에 사는 친구가 찾아온 일
에 기분 나빠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공자가 생존했던 시대보다 훨씬 풍
요롭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올 때 주로 두 가지 이유로 기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는 생활 리듬이 깨지는 것, 다른 하나는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는 다른 사람으로 인해 자신에게 생긴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일단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왔다는 것은 ‘나와 마음이 맞아 친해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괜
히 지레 겁을 먹고 불편해야 할 필요는 없다. 마음이 맞으니 그 친구는 나의 개인적인 상황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고, 상대방이 불편해할 일들도 알아서 피할 것이다. 또 만약 불편한 일이 생긴다면 그것
을 솔직히 말해도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공자의 세 가지 말은 우리의 인생을 관통하고 있다. 먼저, “배우고 제때 익힌다”는 공자의 말은 공부의
어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다음으로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온다”라는 문장은 사람과 협력
하고 대응하는 법을 알려 준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아니하니 군자답지 아
니한가”는 수련의 경지를 설명해 준다. 공자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마주칠 수 있는 모든 어려움에 대
처하는 방법을 한 번에 설파한 듯하다. 우리가 이 세 가지를 항상 마음에 새기고 살아간다면 삶에서
가장 어렵고 피할 수 없는 문제를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담담한 마음으로 문제를 받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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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고 헤쳐 나가는 모습이 바로 군자의 모습이다.
오일삼성오신 吾日三省吾身 : 마음을 울리는 세 가지 물음
증자가 말하길 “나는 매일 세 가지로 자신을 반성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도모하면서 충실하지
않았는가? 친구와 사귀면서 믿음이 없지 않았는가? 전수한 것을 익히지 않았는가?”
曾子曰 “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증자왈 “오일삼성오신, 위인모이불충호? 여붕우교이불신호? 전불습호?”
학문에 열중했던 증자의 성품은 정직했다. 공자는 증자의 됨됨이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증삼은 미련
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는 증자의 어리석음을 지적한 말이 아니다. 증자가 미련해 보일 정도로 정직
했다는 표현이다. 언뜻 어수룩해 보이는 증자는 안회처럼 총명하지 못했고, 자공처럼 말도 잘하지 못
했지만, 그의 말에는 항상 정직함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첫 문장을 살펴보자. “매일 세 가지로 자신을 반성한다.” 그는 매일 자신을 돌아보며 세 가지, 혹은 그
이상으로 삶을 반성했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이다. 우리는 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어야 한다.
증자의 첫 번째 질문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도모하면서 충실하지 않았는가?”에서 ‘충실하다’는 것은
최선을 다해 열의와 성의를 쏟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근로자에게 ‘충실하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상사가 지시한 업무에 최선을 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증자가 말하는 최선은 매일 야근을 하면서
몸을 고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려는 정신적인 태도를 말한다.
증자가 말한 충실함은 사장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사장이 자신에게 일을 맡긴 목적이 무엇인지를 이해
하는 데서 출발한다.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로 꼽히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첫 직장
생활은 화려하지 않았다. 작은 회사의 말단 직원이었던 그는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등 푸대접을 받았
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청소를 효율적으로 잘할 수 있을지’ 매일 고민했다. 그리
고 편리한 청소 도구를 발명하기도 했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회사 업무를 자기 일처럼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나모리 가즈오처럼 사장을 대신해 회사가 처한 문제를 고민하고, 사장의
요구를 파악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충실함을 바탕으로 ‘생각을 갖고 일하는 방식’이다.
증자의 두 번째 질문, “친구와 사귀면서 믿음이 없지 않았는가?”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다. 친구를
사귈 때 ‘믿음’은 필수 덕목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들의 신뢰성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설사 다른 부분이 부족하더라도 약속은 잘 지킨다고 믿는다. 그런데 약속을 지킨다는 건 정말 쉬운 일
일까? 예를 들어 싫은 일을 부탁받았을 때 대체로 체면 때문에 또는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부탁받은 일을 해 주겠다고 쉽게 약속한다. 그리고 정작 그 일을 해야 할 때가 되면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미룬다. “미안해, 내가 요즘 너무 바빠서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네. 어떡하지?” 아마도 이
런 답변은 누구나 몇 번씩 해 봤을 것이다.
증자의 마지막 질문을 살펴보자. “전수한 것을 익히지 않았는가?” 이는 두 가지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공자가 가르쳐 준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노력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는 바로 앞
에 소개한 ‘배우고 제때 익히다’와 일맥상통하는 공자의 가르침이다. 공자가 전한 지식을 제자들이 ‘배
우고 제때 익히지 않았다’면 ‘전수한 것을 익히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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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증자에게는 공자만큼 많은 제자가 있었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도 증자 밑에서 공부했다. 배움에 대한
증자의 생각은 공자보다 더 멀리 나아간다. “전수한 것을 익히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은 스승으로서의
자기 자신을 반성하는 것이다. 가르치기만 하고 실천을 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스승이 모범
을 보여야 제자들에게 제대로 된 가르침을 전달할 수 있다. 자신이 가르친 내용을 스스로 익히려 노력
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자신을 단련하려는 사람이 진정으로 좋은 스승이라 할 수 있다.
가르침을 업으로 삼은 자가 아니라도 배운 것을 익히는 일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항상
누군가의 스승으로 살아가게 된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가장 가깝고, 가장 친밀한 스승이다. 따라서 부
모는 아이들에게 한 말들, 가령 남을 속이지 말고, 배움에 충실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가르친 것을 자신 또한 지키고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나는 지금껏 살펴본 증자의 세 가지 반성을 ‘마음의 세 가지 물음’이라 말하고 싶다. 우리는 매일 자신
에게 세 가지를 물어보아야 한다. 첫째, 비즈니스 측면에서 적극적인 생각을 가지고 일을 제대로 처리
했는가. 둘째, 인간관계 측면에서 약속을 지키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했는가. 마지막으로
수양의 측면에서 다른 사람에게 한 요구를 스스로 지키며 더 좋은 사람으로 변하려 노력했는가, 즉 가
르치면서 동시에 스스로 익히려 했는지를 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온, 량, 공, 검, 양 溫, 良, 恭, 儉, 讓 : 평생 지향해도 얻지 못할 공자의 다섯 가지 덕목
자금이 자공에게 묻기를 “스승님께서는 한 나라에 도착하면 반드시 그 나라의 정사를 듣는데 구해 들
으시는 것입니까? 아니면 주어서 듣게 되시는 겁니까?”
자공이 대답하길 “스승님이 온(溫), 량(良), 공(恭), 검(儉), 양(讓)으로 얻으시는 것이다. 그러니 스승님
이 구하시는 것은 다른 사람이 구하는 것과는 다르지 않겠느냐?”
공자의 제자, 자금과 자공이 당시의 시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대화를 기
록한 문장은 『논어』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소인의 마음을 갖고 있는 자금은 군자의 마음을 추측하는 내용의 질문을 한다. 자금은 실용주의적인
관점을 지닌 인물로 스승인 공자를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자금은 공자와 사이가 가까웠던
자공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스승님이 정나라, 위나라, 제나라 등 다른 나라를 방문하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국사를 의논하고 사회의 갈등을 해결할 방법을 묻는데, 스승님이 구해서 듣는 것
입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것입니까?”
공자의 경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자금의 질문에 자공은 뭐라고 대답을 해야 옳을까? 언변이 유창하고
외교적 수완이 뛰어났던 자공은 “온, 량, 공, 검, 양으로 얻으시는 것이다.”라는 적절한 대답을 찾았다.
사람들이 공자를 존중했기 때문에 그에게 가르침을 청하고 국사를 상의하려 하는 것이지, 금전을 제공
하거나 파벌을 사용하거나 자신을 홍보해서 얻어 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공자는 온, 량, 공, 검, 양한 사람이었다. ‘온(溫)’은 온화하다는 뜻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것
을 말한다. ‘량(良)’은 선량하다는 의미이다. 다른 사람을 상냥하게 대하며 적대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공(恭)’은 공손하다는 의미로 함부로 허풍을 떨거나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을 뜻한다. ‘검(儉)’은 검소해
서 사치를 부리거나 가식을 부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양(讓)’은 겸양하다는 의미이다. 공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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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정적과 첨예한 갈등을 빚은 적이 거의 없었다. 공자는 사람들이 자신을 비방하거나 무시하거나 신뢰하
지 않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공자는 자기 삶
의 리듬을 가진 사람이었고, 무엇도 구하지 않았다.
공자는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루었다. 그리고 공자는 그가 뜻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서 자신의 원칙을 배반하지 않았다.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공
자는 어떤 과업을 이루려면 인간의 한계를 확장하고,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
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풍부한 경험을 쌓은 공자는 이렇게 자신의 원칙을 배반하지 않고, 온화함,
선량함, 공손함, 검소함, 겸양함을 유지하며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었다. 역사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다.
공자의 능력과 성품을 익히 알고 있는 자공은 자금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질문으로 받아친다. “스승님
이 구하시는 것은 다른 사람이 구하는 것과는 다르지 않겠느냐?” 이 질문에 자금이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두 제자의 대담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항상 자신에
게 충실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매일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순리에 맡겨야 한다.
아무리 많은 재물과 명성을 가진다고 해도 내면의 욕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온화함, 선량함, 공손
함, 검소함, 겸양함은 개인에게 가장 값어치가 높은 덕목들이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우리 내면의 것을
버려서는 안 된다. 조급해하며 무엇이든 싸워서 얻으려 하면 결국에는 씁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
이다. 싸우길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이 항상 초조하고 부정한 수단을 쓰기 쉽다. 그리고 목적을 달성하
기 위해 태도를 자꾸 바꾸다 보면 적이 많아지는 법이다.

제2편 위정爲政 북극성처럼 빛나는 리더가 되기 위한 스물네 가지 이야기
비여북신 譬如北辰 : 북극성처럼 진중하게 빛나는 리더의 덕목
공자가 말하길 “덕으로 정치한다는 건, 북극성이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뭇별들이 둘러싸는 것과 같다.”
子曰 “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而衆星共之.”
자왈 “위정이덕, 비여북신, 거기소이중성공지.”
『논어』 제2편 ‘위정’의 첫 문장은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공자가 정치에 대해서 말했다. “덕으로
정치한다는 건 북극성이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뭇별들이 둘러싸는 것과 같다.” 정치를 밤하늘에 맴
도는 별들의 모습에 빗대어 표현한 공자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노자의 말을 먼저 살펴보자.
노자가 정치에 대해 말했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
노자는 정치를 해물찜 요리에 비유했다. 작은 생선 여러 마리를 냄비에 넣고 삶으면 여러 마리가 겹쳐
있어 잘 익지 않으니 자꾸 뒤적거리게 된다. 그러면 생선 살은 터지고 뭉개진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통치자가 작은 일을 사사건건 간섭하다가는 나라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무엇이든
가만히 두고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라는 것을 강조한다.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복잡한 공정이며 복잡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복잡 시스
템’은 무엇일까? 복잡함과 단순함은 상대적이다. ‘단순 시스템’은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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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한다. 예를 들어 도요타 자동차의 생산 라인은 오류를 파악하고 줄여 나가는 것을 반복하며 자동차 품
질을 향상한다. 전체 자동차 제작을 위해 차대, 바퀴, 엔진, 변속기, 모터, 전자 시스템 등 모든 부분을
단순하고 명확하게 파악한 후 조립을 진행한다. 세세한 일을 무한 반복해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 가면
결국 모든 부분이 개선된다. 이것이 바로 단순 시스템이다.
반면 사회와 가정, 교육, 국가와 같은 시스템은 복잡한 구조에 속한다. 생태계, 생물계, 자연계도 복잡
시스템이다. 복잡 시스템의 특징은 흐름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고, 어떤 모델을 제시해도 부분조
차 파악하기 어렵다. 분석이 쉽지 않고, 어느 부분에 문제가 발생하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어른들은 아이의 운명에 변화를 줄 깨달음과 교육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를 교육하는
일은 자동차를 제조하는 일보다 훨씬 복잡하다.
이런 복잡 시스템은 부분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전체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단순 시스템과 다
르다. 단순 시스템이 자동차를 제조하는 것이라면, 복잡 시스템은 숲을 키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숲
을 조성하는 것은 토양, 기온, 환경, 방향을 통해 모든 생물 사이의 조화와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우
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토양에서 자라난 싹이 나무로 성장하기를 기다리고, 푸른 풀들이 돋아나길
기다리며, 전체의 생태가 균형을 이루어 숲이 조성되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파악하
고 간섭할 수 있는 부분이 아주 적은 것이다.
공자의 말로 다시 돌아가자. 공자는 “덕으로 정치한다”는 말을 한다. 이는 규칙으로 다스려야 할 뿐만
아니라 덕행으로도 다스려야 한다는 말이다. 공자는 위정자를 북극성에 비유했다. 이것은 리더의 방향
성을 강조한 비유이다. 지도자는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조직의 전체 방향을 계획해 구성원 모두가 우
주의 별들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정해진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창업자는 직원의 리더이며, 기업의 가장 중요한 브레인이다. 자신이 누구보다 영
리하다고 생각하며, 모든 일에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창업자의 책임은 모두가 바라볼
공통의 비전을 세우고, 모두가 동일한 목표를 위해 노력하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자신의
본분에만 충실하고 다른 일은 각 책임자에게 맡기는 것, 이것이 바로 창업자가 복잡 시스템을 구축하
는 방법이다. 공자의 말처럼 진중하고 굳건히 중심을 잡아 주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할 일이다.
삼십이립 三十而立 : 순차적으로 높여 가는 인생의 경지
공자가 말하길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자립했으며, 마흔 살에 미혹되지 않
았고, 쉰 살에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 살에 귀가 순해졌고, 일흔 살에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
子曰 “吾十有五而志於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蹂矩.”
자왈 “오십유오이지어학, 삼십이립, 사십이불혹, 오십이지천명, 육십이이순, 칠십이종심소욕, 불유구.”
한 번쯤 다들 들어 봤을 법한 문장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나이에 따라 자신의 삶을 공자와 비교한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공자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다고 한다. 나 역시 열다섯 살에 공부를
시작했다.’ ‘공자는 서른 살에 자립했다는데 나는 아직도 부모님 집에 얹혀살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나이는 시대마다 그 의미가 다르다. 따라서 이런 단순 비교는 아무 의미가 없다.
‘학문에 뜻을 두었다’라는 공자의 말은 열다섯 살 이전에는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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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섯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학습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나는 이 말을 보다 깊은 의미로
생각한다. 공자에게 열다섯 살은 삶의 터닝포인트를 맞게 된 시기였을 것이다. 열다섯 살 이전에는 노
는 것만 좋아하다가 열다섯 살에 학문에 매료되었고, 학습으로 얻는 즐거움과 만족감이 노는 것보다
더 크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성인이 되었음에도 ‘학문에 뜻을 두는’ 단계에 이르
지 못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반면, 공자는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예를 묻
는 경지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이 공자에게 가르침을 청했고, 일을 처리하는 방법과 사람을 대하는 방
법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공자가 서른 살에 자신만의 전문 분야에서 입지를 굳혔기 때문이다. ‘이립’은
자신의 분야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당당히 서 있음을 말한다.
다음에 이어지는 “마흔 살에 미혹되지 않았다”라는 구절은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공
자가 마흔 살에 인생을 이해하고 통찰했을 것이라 해석한다. 하지만 공자는 이런 말을 했다. “나에게
몇 년의 시간을 빌려주어 쉰 살 때 ‘역’을 배울 수 있다면 큰 허물이 없게 될 것이다.” 여기서 ‘역’은
『주역』을 말한다. 마흔 살에 인생을 이해했는데 굳이 쉰 살에 『주역』을 배울 필요가 있을까? 따라
서 ‘미혹되지 않았다’라는 말은 인생을 통달했다는 의미보다는 물질과 이익에 미혹되지 않았다는 의미
로 해석해야 한다. 오늘날 청년들은 취업을 할 때 월급과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하지만 마흔
살을 넘기면 달라진다. 마흔 살 이후에는 안정을 중요시하고 기반, 가치관, 사명을 가져야 한다. 바로
이런 태도가 공자가 말한 ‘미혹되지 않음’이다. 고로, ‘마흔 살에 미혹되지 않았다’는 것은 외부 사물에
속박되거나 방해받지 않고,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인생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말한다.
“쉰 살에 천명을 알게 되었다”라는 구절을 보자. 여기서 ‘천명을 안다’는 것을 ‘운명을 알았다’는 의미
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쉰 살이 되면 그저 흐르는 대로 움직이며 도전을 추구하지 않으며 활기가
없고, 무관심한 상태가 된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 검프는 베트남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어 자포자기 상태로 살아가던
댄 중위를 만나 우정을 쌓아 간다. 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간 그들은 폭풍우를 만나 온갖 고초를 겪게
되지만, 결국 만선을 이루고 귀향하게 된다. 댄 중위는 이 일을 계기로 삶의 의욕을 되찾고, 검프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사해 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다. 이때 검프는 이렇게 대답한다. “댄 중위님은 신과
화해했어요!” 나는 바로 이 화해가 ‘천명을 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쉰 살이 되었을 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차분히 하고, 내면의 평화를 이룬다면 더는 자신과 싸워 괴로워하거나 하늘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다.
“예순 살에 귀가 순해졌다”에서 ‘귀가 순해졌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자신 앞에서 듣기 힘든 말을 할
지라도 그중에서 일리가 있는 부분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공자는 누군가로부터 “초라한 모
습이 상갓집 개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공자는 이 말에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
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고까지 했다. 예순 살에 이런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여든
살에도 귀가 순해지지 않아 싸우고 논쟁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일흔 살에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라는 구절을 살펴보자. 여기
서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자유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말 그대로 하고 싶은 것을 했는데도
사회 규칙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흔 살이 된 뒤 공자는 고향인 노나라로 돌아와 존경받는 노
인이 되었다. 이때 그는 이미 자신은 물론, 세상과도 화해한 상태로 더 이상 도달해야 할 어떠한 경지
도 없었다. 인생을 통달한 사람은 법률, 도덕, 윤리, 예법이 자신을 구속하는 게 아니라 보호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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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을 깨닫는다. 사람들이 도덕, 예법, 규범 등이 자신이 원하는 바와 맞지 않다고 생각하며 구속감을 느
끼고 괴로워하는 이유는 그들의 경지가 아직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여러 가지 경지가 있다. 우리가 굳이 공자의 인생 단계와 비교해 따를 필요는 없다. 그저 인
생의 경지를 순차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만 이해하면 그만이다. 공자의 인생 경지를 참고해서 인생
수련의 방향을 이해하고, 잠재력을 발굴하며, 조금씩 자신을 완성해 나가도록 하자.

3편 팔일八佾 마음이 불안할 때 되돌아보는 예법, 그리고 음악
시가인, 숙불가인 是可忍, 孰不可忍 : 선한 본성의 의지를 막지 말라
공자가 계씨에 대해 말하길 “뜰에서 팔일무를 추게 하니 이것을 할 수 있다면 하지 못할 게 뭐가 있겠
느냐?”
孔子謂季氏 “八佾舞於庭, 是可忍也, 孰不可忍也?”
공자위계씨 “팔일무어정, 시가인야, 숙불가인야?”
『논어』 제3편 ‘팔일’의 첫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공자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뜰
에서 팔일무를 추게 한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당시에는 춤에도 지켜야 할 규범이 있었다. 열을 맞추
어 춤을 추어야 한다. 선비들은 2열, 경부대는 4열, 제후는 6열, 군왕과 천자만이 8열로 춤을 추었다.
위 문장에 나오는 “팔일무”의 한자 ‘일(佾)’은 8명이 한 줄로 서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팔일무”는 8명
이 8줄로 모두 64명이 춤을 추는 것이다. 뜰에서 64명이 일사불란하게 열을 맞추어 추는 춤은 웅장하
고 아름다웠을 것이다.
귀족인 계씨는 노나라 왕보다 지위가 낮았다. 하지만 나라의 권력을 거머쥔 ‘삼환씨’ 중의 한 사람이었
던 계씨는 막강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집에서 잔치를 치르며, 군왕과 천자만
이 출 수 있는 팔일무를 출 수 있었다. 공자는 이 일을 듣고 격분에 찬 목소리로 화를 냈다. 공자는 다
음과 같은 의미로 말했을 것이다. ‘그가 이런 일도 할 수 있다면, 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느냐?’ 내가
이 문장을 이렇게 해석하는 이유는 뭘까?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양심의 가책 없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는 나쁜 사람
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도 왜 맹자는 사람의 본성이 선하다고 주장했을까? 도둑의 심리를 살펴
보자. 도둑이 도둑질을 하는 것은 무언가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일이 나쁜 행동이라는 것
을 알고 있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혹은 습관적으로 늘 하던 행동이라 한 것이다. 다시 말해 도둑일
지라도 선과 악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기에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것이다.
어떤 학자는 성선설을 이렇게 설명했다. ‘선함이란 변화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선함으로 향하는 힘이 있고, 이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어떤
사람은 내면에 선함으로 향하는 힘이 있음에도 나쁜 짓을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참을 ‘인(忍)’에 있
다. 나쁜 사람은 나쁜 일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결심한다. 무엇을 결심하는 것일까? 바로 마음이 선함
으로 향하려 하는 것을 참는 결심을 한다.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것을 참고, 다른 사람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려는 마음을 억누른다. 이렇게 선한 본성을 참을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이익, 체면, 지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외부에서 쟁취해야 할 것을 위해서 본성을 참을 때 나쁜 짓
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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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공자가 말한 “이것을 할 수 있다면 하지 못할 게 뭐가 있겠느냐”는 말도 같은 의미이다. 작은 선행이
라고 해서 무시하고 외면하거나, 작은 악행이라고 해서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것은 더 큰 악행의 씨앗
이 된다. 아주 작은 악행이라도 지속하다 보면 선한 본성을 억누르는 힘이 갈수록 커지게 된다. 처음
에는 작은 악행을 했다가 나중에는 엄청난 악행을 실행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을 할 수 있다면
하지 못할 게 뭐가 있겠느냐”는 말의 정확한 의미는 자기 내면의 선한 본성을 참는 사람은 더 큰 악행
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면의 선한 본성을 잘 지킬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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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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