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 알제논에게 바치는 꽃다발 -
다니엘 키즈
진헹 보고소 1
3얼 3일 스트라우스 박싸가 나애게 생각카는 것꽈 기억나는 것꽈 나한테 이러
나는 일를 몽땅 적으라고 헷다. 왠지 나두 모르갯써. 박싸는 이러케 해야 날 쓸
수 잇다구 햇써. 그드리 나 썼쓰면 조켓는데. 킨니안 선생님이 그러는데 그드리
내 머리 조케 할 수 잇떼. 나 머리 조아지고 십퍼. 내 이름은 찰리 골든이고 도
너 아저씨 빵집에서 일해. 도너 아저씨가 나한테 매주 11불씩 주고 내가 원하는
빵이랑 케익이랑 가져도 된다고 헷써. 나는 32살이고 다음 달이 내가 태어난 달
이야. 스트라우스 박싸와 니머 교수님한테 나 글씨 잘 못 쓴다고 헷써. 그치만
그래도 쓰레. 말하는 거처럼 킨니안 선생님과 공부할 때 글 쓰는 거쳐럼. 일 쉴
때마다 공부하러 비크맨 대학으로 일 주일에 세 번 가. 스트라우스 박싸는 만이
만이 쓰라고 헷써. 생각하는 거랑 이러나는 일 몽땅. 그치만 이제는 더 이상 못
하게써. 더 쓸 게 업거든. 그러니 오느른 그만 써야겟다. 찰리 골든
진헹 보고소 둘
3얼 4일 오늘 시험 밧다. 시험 떠러저서 그들이 이젠 날 안 쓸 거 갇타. 그들
이 시킨 대로 점심시가네 니머 교수 사무실로 갓더니 비서가 나를 심리학꽈라는
데 데려다주더라. 건물 안엔 길도 길고 방도 마낫써. 어느 방 아네 있는 차칸 사
람이 먹물 업지른 종이 가지고 이썼써. 그가 찰리 편하게 안자라고 말하는데 의
사같이 흰옷 이벗짐반 입 벌리고 아 하라고 안 그러구 그냥 흰종이만 가지고 잇
썼써. 이르믄 버트라고 하는데 성은 이저머것써. 어떤 일리 이러날찌 몰라서 의
자 꽉 잡꼬 이썼떠니 치과 간 거처럼 버트는 치과의사 아니지만 계속 힘 빼라고
하더라. 그럴 때면 꼭 아프다는 거 알기 때무네 무서워. 버트가 찰리 이게 뭐냐
그러더라. 어퍼진 먹물 같은데 그걸 보니까 행운의 토끼다리 가지고 인는데도
무서워지더라. 학교 다닐 때 시험보다가 먹물 업지럿거던. 버트한테 먹물 업지러
젓다고 하니까 마잣써라고 하며 모든 종이 위에 먹물 쏘닷따고 헷써. 다 끝난
줄 알고 이러나니까 버트가 다 안 끈낫다고 안즈래. 무슨 말인지 몰랏찌만 스트
라우스 박싸가 문재내는 사람 말 들으라고 헷써. 버트가 뭐라고 핸는지 잘 기억
안나지만 버트가 먹물에 뭐가 있나 말하래. 아무것도 업는데 버트는 거기에 그
림이 있다나. 아무리 봐도 업는데 말야. 안경쓰면 보일 것 갇타서 썼써. 영화라
텔레비전 볼 때 쓰면 보이거든. 아무리 애써도 먹물만 보이지 그리믄 안 보엿어.
그래서 버트한테 다른 사람믄 볼 수 있냐고 무렀더니 그렀태. 그리고 먹물종이
가 아니라 잉크블랏(심리테스트용 잉크얼룩)이래.
버트는 아주 착한 사람이야. 내가 공부할 때 킨니안 선생님이 하는 거처럼 천
처니 얘기해. 버트 얘기로는 이게 잠재의식검사란 건데 사람드리 먹물종이 안에
그림 볼 쑤 있대. 내가 어디 잇냐고 물어보니까 보여주지도 안코 무슨 그림이
잇는지 상상해 보래. 잉크블랏을 상상했다고 했지. 버트는 고갤 저으면서 이걸
보면 뭐가 생각나냐고 잘 생각해봐 햇써. 눈 감고 생각하다가 먹물통이 종이 위
에 업퍼진 것 생각햇다고 햇써. 그때 버트의 연피리 부러젓고 시험은 끈낫어. 아
무래도 떠러진 것 같아.
진헹 보고소 3
3월 5일 스트라우스 박싸와 니머 교수가 먹물종이 걱쩡하지 말라고 햇써. 나
는 내가 먹물 흘린 게 아니라구 먹물종이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업썼다고 햇써.
그들이 그래도 날 쓸 수 이쓸 것 갓대. 킨니안 선생님하곤 그런 거 한 번도 한
적이 업고 쓰고 일끼만 배웠다고 하니까 스트라우스 박싸가 킨니안 선생님이 내
가 제일 공부 잘 하고 노력 만니 한다고 햇대.
스트라우스 박싸가 어떠케 해서 비크맨학교 다니게 된냐고 물어봤지만 나는
몰라. 기억 안나. 니머 교수는 왜 쓰고 익는 개 배우고 십펏냐고 그래서 내 평생
동안 다른 사람처럼 머리 조아지고 십고 엄마가 킨니안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배우라고 햇는데 이저먹는 게 만아서 힘들다고 얘기해줬어.
스트라우스 박싸는 종이에다 뭘 쓰고 니머 교수가 이 실럼을 사람한테 해본
적이 업써서 잘 안 될찌도 모른다구 그랬써. 킨니안 선생님한테도 말랬지만 난
아파도 상관업써, 왜냐면 나 힘쎄고 열심히 일하거든이라고 했지.
그들만 허락해주면 머리 조아지고 시퍼. 그들이 가족에게 허락바다야 한다고
그랫는데 허만 삼촌은 죽엇고 다른 가족은 기억 안나. 엄마랑 아빠랑 동생 노마
본지 무지 무지 무지 오래 됐거든. 다 죽엇는지도 몰라. 스트라우스 박싸가 가족
이 어디 살앗는지 기억하냐고 그래서 브룩클린 갇다고 햇더니 차자보겟데.
이런 진헹 보고소 그만 썼쓰면 조켓써. 쓰는데 오래 걸리고 느께 자야 하고
아침에 일가면 피곤하거든.
오는 내가 빵쟁반 떠러뜨렷다고 짐피가 야단첫써. 쟁반이 더러워저서 짐피가
따까서 오븐에다 너엇써. 짐피가 그럭케 야단처도 나 조아한다는 거 알고 잇써.
우린 친구거든.
머리 조아지면 굉장이 놀라겟지?
진헹 보고소 4
3얼 6일 그들이 나 쓸지 몰라서 시험 더 밧써. 똑가튼 곳시지만 딴 방이엇써.
시험 준 착한 아가씨가 이번에 볼 시험은 "주제유화시험"라고 햇써. 처음 두 단
어는 잘 모르겟지만 시험이란 말은 알아. 조은 점수 못 바드면 떨어지는 거지.
이번 시험은 그림 있써서 쉬울 줄 알랏는데 아가씨가 이번에는 무슨 그림인지
마라지 말래. 이상해서 아가씨한테 어저 버트는 무슨 그림인지 마라라고 햇다고
하니 이 시험은 어제꺼하고 다르대. 오느른 그림에 대해서 얘기 만들어야 한대.
그런데 어떠케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서 얘기 만드러. 그럭케 얘기햇더니 그냥
꾸며서 말하래. 그건 거짓 말하는 거잔아. 거짓말하면 혼나기 때문에 나는 거짓
말 안해. 지갑 속에 허만 삼촌하고 나하고 노마 사진인는데 그들에 대해서 얘기
만들 수 있다구 햇더니 그 얘기는 듣기 실태.
잠재의식시험하고 이 시험하고 성격을 알아보는 거래. 우껴가지고 어떠케 먹
물종이하고 모르는 사람들 사진 보고 그럴 수 잇냐고 웃엇지. 아가씨가 화나서
사진 치웠써.
내가 알게 뭐야. 이 시험도 떠러진 것 같아.
아가씨 줄라고 그림 그렷는데 잘못 그렷써. 쪼끔 잇따 버트가 왓는데 이름이
버트 셀덴이야. 나를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가더라. 문에 '심리실험실'라고 써잇었
는데 버트한테 물어보니까 '심리'는 마음이란 말이고 '실험실'은 박하향 내는 방
이래. 처음에는 껌 만드는 방인 줄 알랏는데 게임하고 퍼즐만 하는 방인것 갇타.
(번역 주 - 경험하다를 박향향으로 잘못 알아들었음.)
퍼즐은 망가져서 구멍에 안 맛더라고. 게임 중에 하나는 종이에 화살표랑 상
자라 만이 그려있는 건데 한쪽에 '시작'이라 써 이썼고 다른 쪽에 '끝'이라고 써
이썼어. 버트 얘기로는 이게 바로 '미로찾기'라는 게임인데 연필가지고 '시작'이라
는 곳에서부터 '끝'이라고 써잇는 데까지 선 안 넘고 가는 거래. 잘못 해가지고
종이 만이 썼써.
버트가 특별실에 가면 알지 모르겟다고 해서 5층에 있는 어떤 방에 갓는데 애
완동물가게처럼 사람드리 동물들하고 놀고 잇더라. 버트가 하얀 쥐 꺼내가지고
얘가 알제논인데 특별한 쥐래. 그래서 보여달라고 햇써. 그가 알제논을 미로처럼
생긴 상자에 집어너코 알제논한테 시작하니까 쥐가 가기 시작하더라. 가다 막히
면 도라서고 또 가고, 마치 버트가 나한테 종이 위에다 하라고 한 거처럼. 쥐가
하지 모탈 줄 알고 웃고 잇썼는데 알제논은 가다 돌아서고 하면서 끗까지 갓써.
끗테서 찍찍 울럿는데 버트가 그러는데 조아서 그러는 거래.
정말 머리 조은 쥐라 생각햇써. 버트가 알제논하고 경주하겟냐고 해서 하겟다
고 햇더니 나한테 미로가 그려진 나무판하고 전기펜 하나 줬써. 그리고 알제논
의 상자벽도 바꿨써. 내꺼하고 또까튼 걸루. 알제논이 못 나오게 뚜껑닫고 나는
나무판에서 펜을 떼면 전기쇼크 받는대써. 버트가 시계 꺼냇는데 숨길라고 하더
라. 버트 안볼라고 햇지만 시계 꺼내는 거 보니까 막 떨렸써. 시작햇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몰랏써. 알제논은 찍찍 울면서 잘 가더라. 그래서 나도 시작햇어. 자꾸
길 이저먹어서 시작점으로 돌아갓는데 매번 길 잘못가서 쇼크당햇써. 아프지는
안앗지만 당할 때마다 살짝 뛰엇써. 버트가 잘못하면 그러테. 난 반정도 갓는데
알제논이 조아서 찍찍 울더라. 다 끈냇다는 거야.
여러번 햇는데 계속 알제논이 이겻써. 그러치만 미로를 어떡케 하는지 알제논
보며 배워서 기분 나쁘지는 안났써.
쥐가 그럭케 머리 조은지 몰랏써.
진행 보고소 5
3얼 6일 그들이 부루크린에 어머니와 살고 잇는 내 여동생 노마 찾아내서 수
술허가 받아냇써. 그들이 날 쓴대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그런데 스트라우스 박사와 니머 교수가 크게 싸웠써. 니머 교수 사무실에 안
자 잇는데 스트라우스 박사와 버트가 들어왓써. 니머 교수는 나 수술하는 거 걱
정하는데 스트라우스 박사는 내가 시험한 사람 중에서 제일 조앗다고 하고 버트
는 킨니안 선생님이 나를 제일 추천한다고 햇써.
또 스트라우스 박사는 내가 보통 '아이큐'가 68인 사람보다 의욕이 만테. 난
그게 뭔지도 모르고 어디서 얻엇는지도 모르겟는데. 알제논도 의욕이 만은데 알
제논의 의욕은 치즈래. 그러면 내 의욕은 뭐야. 이번 주엔 치즈 먹지도 안앗는
데.
니머 교수는 내가 너무 영리해저서 병 걸릴까봐 걱정햇는데 스트라우스 박사
가 뭐라고 햇써. 그런데 못 알아듣겟써서 노트에다가 적어놨지.
해롤드 니머. 교수의 이름이야. 찰리가 당신이 생각한 이상적인 사람이 아닌
건 알아. 그러치만 보통 찰리 같은 정신박*자들은 비우호*이고 생소한 *에 또한
바보스럽고 무관심하지만 찰리는 착하고 잘 하려고 노력하잔아.
니머 교수가 수술로 지능 늘리는 건 찰리가 세상에서 처음이라는 걸 기억하라
고 하니까 스트라우스 박사가 하는 말이 그개 바로 내말 아니야 어디서 찰리처
럼 배우기 조아하는 저지능자를 찾껫써. 찰리가 얼마나 잘 익고 쓰는지 봐. 훌*
한 기*이야.
잘 알아듣지는 못햇지만 스트라우스 박사와 버트는 내 편 드는 것 갇탔써. 버
트는 계속 킨니안 선생님이 한 얘기와 내가 수술에 쓰이고 십퍼서 간청한 걸 얘
기햇써. 그러자 스트라우스 박사가 벌떡 이러서서 걸어다니며 그래 그러니까 찰
리를 쓰자 하고 버트가 고개를 끄떡거리고 하니까 니머 교수가 조아 그렇지만
찰리에게 실험이 잘못될 수도 잇다고 가르처줘야 해.
그 말 듣고 얼마나 기뻣는지 몰라. 팔짝팔짝 뛰고 했다니까.
니머 교수가 약간 겁먹은 것 같아.
니머 교수가 찰리 우리 이 수술해 본 적 만치만 사람에게 해 본 적이 업써.
네게 위험은 업쓸 것 갓튼데 해보기 전엔 알 쑤 업써. 아무 효과 업쓸지도 모르
고 잠깐 효과 보이다가 사라질지도 몰라.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겟지. 만약 네
상황이 악화되면 우린 너를 워런에 보내야만 해.
그래서 내가 그랫지. 괜찬아요. 나 힘도 쎄고 일 잘하고 행운의 부적도 갇고
잇쓰니까요.
그러니까 스트라우스 박사가 하는 말이 찰리 우리 실패해도 과학에 만이 기여
하는 거야. 이 실험은 사람에게는 처음으로 하는 거니까 그래서 내가 걱정마세
요 실망 안 시킬께요 라고 얘기햇써.
수술한 다음에 꼭 머리 조아저야 되. 꼭.
진행 보고서 6
3얼 8일 나 무서워. 사람들이 만이 와서 행운 비러줬써. 버트는 꼬또 가따주고
행운도 비러줬써. 내 행운의 부적이 효과잇썼으면 조켓어. 스트라우스 박사는 이
건 과학인데 무슨 관계가 잇냐고 웃었어. 과학이 조케하는 건가보지. 그래도 내
부적은 꼭 가지고 잇쓸꺼야.
조 칼프가 빵집에서 쪼코케익 가지고 왓서 모두들 나 몸조리 잘하라고 햇따고
햇써. 빵집 사람들은 내가 아픈거라고 알고 잇써. 니머 교수는 만약에 실험이 잘
안될 때 걱정해서 잘 되기 전엔 비밀로 하기로 햇써.
킨니안 선생님도 와서 잡지 주고 내가 흐뜨린 꽃도 정리해주고 햇는데 긴장해
보여. 킨니안 선생님이 내가 머리 조아지는 걸 원한다는 거 알아. 내가 학교에서
제일 열심이 공부하고 하니까.
니머 교수가 이제는 사람 만날 수 없다고 해서 오는 사람도 업써. 니머 교수
한테 물어보니까 수술 뒤에 알제논을 경주에서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데 그러케
되면 모두 다 놀랄거야. 그 땐 아마 엄마랑 아빠랑 찾을 수 잇껫지. 엄마 아빠가
나 머리 조아진 것 보면 놀랄 거야.
니머 교수가 만약에 이 실험 잘 되면 나 같은 다른 사람들도 머리 조케 할거
래.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사람할꺼래.
그러면 내 이름이 책에도 들어가고 아주 유명해질꺼래. 나는 유명해지는 거보
다 빨리 머리 조아저서 다른 사람이 나를 조아하는 게 조아.
오는 아무것도 먹지 못햇써. 먹는 게 머리 조아지는 거 하고 무슨 상관이 있
는지 모르겟지만 지금 배고파 죽겟써. 그리고 니머 교수는 내 쪼코케익도 빼사
가서 너무 배고파. 니머 교수님 아주 나쁜 사람이야. 스트라우스 박사님은 수술
한 다음에 케익 다시 사준대. 수술 전에는 아무것도 못 먹나봐. 치즈도.
진행 보고서 7
3월 11일 내가 자는 동안 수술해서 안 아팟써. 어떠케 그랫는지 모르겟어. 내
머리하고 내 눈에 반창고 붙여놔서 3일 동안 진행 보고서 못 쓰다가 오늘 처음
반창고 떼어서 쓸 수 있썼써. 날씬한 간호원이 내가 쓰는 걸 보다가 진행을 잘
못 쓴다고 가르쳐줬써. 보고서하고 3월도. 전처럼 잊어버리지 말고 잘 기억해놔
야지. 오늘 진행 보고서 쓸 수 잇게 눈 반창고는 떼어냇는데 머리 반창고는 아
직 안 뗏써.
수술할 때 사람들이 들어와서 수술하러 가자고 할 때 겁났써. 바퀴 달린 침대
에 누어서 수술실이라고 써있는 방에 들어갓써. 들어가니깐 큰방이었는데 파란
벽에다가 의사들 여럿이 위에서 처다보고 잇떠라. 수술이 쇼 같을 줄 몰라써.
어떤 남자가 텔레비전에서처럼 하얀 옷 입고 하얀 헝겁머리에다 두르고 고무
장갑 끼고 와서 찰리 나야 스트라우스 박사야라고 햇써. 그래서 그한테 무섭다
고 하니까 스트라우스 박사님은 무서울 거 업다고 그냥 ㄹ자기만하면 된다고 햇
써. 나는 자는 게 무섭다고 하니까 스트라우스 박싸가 내 머리 쓰다듬었써. 하얀
옷 이븐 두 사람이 와서 내 팔 다리 못 움직이게 무꺼놓드라 무서워서 오줌 싸
는 줄 알앗써. 오줌 쪼금 싸고 소리 지를려고 하니까 무슨 고무뚜껑 같은 걸 입
에다 씌웠써. 그 안에서 이상한 냄새 낫써. 스트라우스 박사님이 지금 뭘 하는
건지 계속 크게 얘기했는데 하나도 못 알아들럿써. 수술한 뒤에 영리해지면 알
아들을 수 있겟지. 그런 생각하면서 있는데 갑자기 잠이 오더라. 굉장이 피곤햇
썼나바.
깨어나니까 어두운 방에서 내 침대에 누어 잇더라. 하도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였는데 마침 버트하고 어떤 간호원이 엽에서 얘기하고 있써서 언제 수술하
는데 불도 안 키고 잇냐고 햇써. 그러니까 그들이 웃으면서 수술은 다 끝낫고
방이 어두운 건 눈에 반창고 붙이고 잇기 때문이라고 햇써.
재미잇는데. 잠자는 동안 수술하다니.
버트는 이제 매일 와서 체온하고 혈압을 재. 버트 말로는 이렇게 해야지 나중
에 다른 사람도 머리 조아지게 만들 때 잘할 수 있대.
그게 또한 왜 내가 쓰는 진헹 진행 보고서를 개속 써야 하는 거냐고 하니까
버트 얘기로는 내가 쓰는 진행 보고서들을 복사해가지고 읽으면서 내가 무슨 생
각하나 연구할거래. 어떻게 해서 내 생각 일글건지는 모르겟써. 아무리 내가 쓴
진행 보고서를 일거보아도 나는 모르겟써. 아무튼 간에 그게 과학이란 것이고
내가 할 일은 영리해질거라고 노력하는 거야. 그렇게 디면 조 칼프랑 프랭크랑
짐피랑 하는 거처럼 다른 사람과도 얘기도 하고 할 수 잇쓸꺼야. 조랑 프랭크랑
짐피는 일할 때 여러가지 얘기를 하는데 어떤 때는 하도 시끄럽께 얘기해가지고
도너 아저씨가 화나서 시끄럽다고 빨리 일하지 안으면 노동협에 들어있는지 말
든지 간에 짤라버릴거라고 야단처.
나도 그런 얘기 해보고 십퍼
머리가 조으면 친구도 많고 할 얘기도 많아서 절대로 외로울 때가 업써.
니머 교수는 진행 보고서에다가 느끼는 거랑 생각하는 거랑 기억나는 거 가튼
걸 쓰래. 매일 일러나는 것들 스는 것도 괜찬치만 감정같은 거 쓰는 게 더 조은
가봐. 내가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겟다고 하니까 그냥 그렇게 할라고 해보래.
반창꼬 부치고 잇는 동안 기억하고 생각할라고 애썼는데도 아무 생각 안나.
어떻게 생각하고 기억하는 건지 물어볼까.
영리한 사람들은 무슨 생각하는지 궁금해. 멋진 생각 많이 하겟지. 나도 멋진
생각할 수 잇썼쓰면 조켓써.
3월 12일 오는 좋은 생각 하나 떠올랏써. 오늘 니머 교수님이 내가 여태까지
써논 진행 보고서 가저가서 새로 쓰기 시작햇는데 이제부터 날짜만 써노면 시간
도 절약하고 좋을 거라는 생각나더라. 이제 나는 침대에 앉아서 창 밖에 잇는
풀밭이랑 나무랑 보고 할 수 잇써. 나 먹을 거 갖다주고 침대 정리해주고 하는
날씬한 간호원 이름은 힐다라고 해. 힐다는 누가 자기에게 금을 준대도 내가 한
수술 같은 건 못 하게 할 텐데 내가 담이 큰가보다고 햇써. 나는 이거 누가 금
준대서 한 게 아니라 영리해지고 십퍼서 한 거라고 말하니까 힐다는 하느님이
나를 바보로 만들고 싶어서 바보가 되게 햇으니까 수술 같은 거 해서 바꾸면 하
느님이 화내실꺼라고 아담과 이브가 사과 먹고 에던에서 쫓겨난 거처럼 니머 교
수랑 스트라우스 박사랑 하는 짓은 나쁜 거라고 얘기햇써. 힐다는 굉장히 말랏
고 말할 때 얼굴 빨개져. 그렇게 얼굴 빨개져가지고 하느님에게 수술한 것에 대
해 용서빌으라고 다그처. 나는 사과도 먹지 안앗고 죄도 안 젓는데 그래도 자꾸
그러니까 무서워. 하느님이 싫어하신다면 수술하지 말앗어야 할지 모르겟써. 하
느님 화나게 하면 큰일나니까.
3월 13일 오는 내 간호원이 바꿨어. 아주 예쁜 주실이라는 여자인데 금발에다
가 파란 눈 가지고 있고, 오늘 진행 보고서 쓸 때 철자법도 조금 가르쳐주고 햇
써. 힐다는 어디 갓냐고 물어보니까 힐다는 이제 아무리 수다떨어도 괜찬은 분
만실에서 아기들과 일한대.
분만이 뭐냐고 물어보니 아기 낳는 거 하고 관계잇는 거래. 그런데 아기를 어
떻게 낳는 거냐고 루실한테 물어보니까 힐다처럼 얼굴 빨개져서 누구 체온 재야
한다고 가더라. 왜 아무도 아기 낳는 거에 대해서 안 말해주지? 나중에 영리해
지면 알게 되겟지.
킨니안 선생님이 오늘 왓써. 와서 찰리 잘 있썼써요. 많이 조아진 것 같은데요
했어. 그래서 기분은 괜찬치만 생각하던 것처럼 머리 조아진 것 같지가 안타고
그랫써. 수술하고 반창고만 떼면 영리해질 줄 알았는데.
킨니안 선생이 그렇게 쉽께 되는 게 아니라 열심히 노력해야 천천히 된대.
아-- 그랫썼구나. 근데 열심히 노력해야 하면 왜 수술을 받아야 되는 거지?
킨니안 선생님은 잘 모르겠지만 잘 기억 못 하는 걸 고칠라고 한 거래. 전에
는 열심히 배워도 금방 잊어먹엇거든.
그래서 킨니안 선생님에게 금방 효과나서 친구들 노래켜 주고 얘기도 하고 엄
마 아빠도 찾아서 놀래켜 줄라고 했는데 실망이라고 얘기했어. 엄마 아빠가 내
가 이제 다른 사람들처럼 영리한 걸 보면 이제 날 버리지는 않겟지.
그래서 킨니안 선생님한테 열심히 공부할 거라고 했어. 전보다 더 열심히. 킨
니안 선생님은 내 손을 쓰다듬으면서 나도 알아 찰리 나는 당신을 믿어요 라고
했어.
진행 보고서 8
3월 15일 병원에서 퇴원햇지만 아직 일하러 못 가. 아무 것또 못 느끼겟써. 시
험도 만이 보고 알제논하고 시합도 만이 하는데 맨날 알제논이 이겨. 나쁜 쥐야.
맨날 이기고. 니머 교수는 그래도 시험이랑 시합이랑 계속 해야된대.
미로랑 그림들이랑 다 귀찮아. 그림 그리는 건 좋아하지만 왜 그림에 대해서
거짓말 만들어야 돼? 난 그런 짓 안 해. 퍼즐도 못 하겟구.
자꾸 생각할라고 하면 머리 아파. 스트라우스 박사님는 도와준다고 그러지만
어떻게 생각해야 되는지 안 가르쳐주고 언제 영리해질 건지도 안 가르쳐줘. 그
냥 소파에 누워 있쓰면 얘기만 시켜.
킨니안 선생님도 나 만나러 와. 왜 아무것도 달아지는 게 없냐고 언제나 영리
해지냐고 하니까 꾹 참고 기다리래. 이런 일른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고. 버
트가 잘 하고 있다고 했으니까 걱정 말래. 그래도 나는 시합이랑 시험들이랑 이
진행 보고서 쓰는 거랑 다 귀찮아.
3월 16일 오늘 버트랑 학교 식당에서 공짜로 점심 먹었어. 식당에 안자서 대
학생들 구경하니까 재밋썼어. 걔네들은 놀기도 하지만 대부분 제과점 친구들처
럼 얘기 만이 하더라. 버트가 그러는데 미술이랑 정치랑 종교에 대해서 얘기하
는 거래. 다른 건 뭔지 모르겟지만 종교는 하느님하고 관계있는 거라는 거 알아.
어렸을 때 엄마가 하느님이 세계를 만드시고 한 거 얘기해 줬어. 엄마는 언제나
하느님 사랑하고 기도하라고 하면서 맨날 기도시켰어.
아프지 안케 해달고 기도하래. 그때 아프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내가 바보가 안
되게 기도하라고 한 모양이지.
버트가 그러는데 아무튼 간에 만약에 실험이 성공하면 나도 영리해져서 그런
얘기들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거래. 얼마나 영리해지냐고 물어보니까 버트가 웃
으면서 하는 얘기가 하도 영리해져서 재네들은 바보처럼 보일 거래. 언제나 그
렇게 될 건지 모르겠어.
버트가 나를 다른 학생들한테 소개시켜줬어. 그런데 어떤 학생들은 내가 학교
다닌다는 걸 못 믿껫나봐. 깜빡 잊어먹고 조금 있으면 나도 너희들처럼 영리해
질거라고 말 할라고 했는데 버트가 내 말 가로막고 내가 지금 심리학 실험실에
서 청소하고 있다고 했어. 나중에 버트가 그러는데 실험에 대해서 아직은 아무
도 알면 안 된대. 이것은 비밀이라는 거야.
왜 비밀을 지켜야 하는가 물어보니까 만약에 실험이 잘 안 될 때 니머 교수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보고 웃는 거 원하지 않기 때문이래. 특히 니머 교수한테 실
험하라고 돈 준 사람들이.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나를 웃어도 상관 안 한다고
했지. 모두 웃으면서 재밋는데 뭐가 어때서 그러는 거야 그러니까 버트가 니머
교수는 다른 사람이 자기를 비웃는 게 실타는 거야 네가 아니라 라고 했어.
나는 다른 사람들이 니머 교수를 비웃을 것 같지 않은데 말야. 니머 교수는
대학교에서 교수님하는 사람인데 그러니까 버트는 너에게는 니머 교수가 성인처
럼 보일테지만 다른 교수들과 대학원생들한테는 그렇지 안타고 했어. 버트도 대
학원생인데 메이저가 심리학이래. 나는 대학교에도 메이저가 있는 줄 몰랐어. 군
대에만 메이저가 있는줄 알았는데. (번역 주 - 메이저에는 대학전공과 군대 소
령의 두 가지 뜻이 있음)
아무튼 빨리 머리 좋아져서 대학생들첨 모든 걸 배우고 싶어. 예술이랑 정치
랑 하느님이랑.
3월 17일 오늘 아침 일어나면 곧바로 영리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야 매일
똑같아. 시험이 잘 안된 게 아닐까? 어쩌면 나 영리해지지 안을지도 모르고 그
것 때문에 워런 주정부 학교에 가서 살아야될지도 몰라. 시험도 실코 미로도 실
코 알제논도 실코 다 실어.
전에는 내가 쥐보다 더 멍청한 걸 꿈에도 몰랐어. 이젠 이거 쓰는 것도 싫어.
잊어버리는 것도 많고 쓰는 것도 나중에 읽는 것도 다 힘들어. 킨니안 선생님은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하라지만 머리 아프고 너무 힘들어. 다시 제과점에서 일하
고 이거 쓰는 거 그만두고 싶어.
3월 20일 이제 제과점에 다시 가서 일하게 됐어. 스트라우스 박사가 니머 교
수를 설득했는데 그래도 매일 2시간씩 실험실에 와서 시험 보고 진행 보고서도
쓰고 해야돼. 실험을 비밀로 해야되는 건 물론이고 이제부터 전에 웰버그 재단
과 약속대로 나한테 아르바이트 하는 것처럼 돈 주기로 했어.
웰버그라는 데 뭐하는 덴지 모르겠어. 킨니안 선생님이 설명해줬는데도 모르
겠어. 난 아직도 바보인데 왜 돈 주고 이런 걸 쓰게 하는지 모르겠어. 돈 주고
하라니까 하겠는데 그래도 이거 쓰기 힘들어.
어쨌든 이제 다시 일하게 되서 기뻐. 친구들 보고 싶었거든.
스트라우스 박사는 일 하면서도 노트 가지고 다니래. 그러면서 뭐 생각날 때
마다 적으래. 매일매일 적지 않아도 되지만 특별히 생각나거나 유별난 일 같은
거 일어나면 꼭 적으라고 했어 나한테는 아무일 일어나지도 않고 이 실험 실패
한 것 같다고 하니까 스트라우스 박사는 용기를 잃지 말아 찰리. 본래 이 실험
은 오래 걸리는 거야. 알제논도 지금처럼 지능이 3배까지 올라가는데 오래 걸렸
어 라고 했어.
알고 보니까 알제논도 수술받고 영리해져서 계속 이기는 거구나. 수술받은 뒤
에 이만큼 오랫동안 똑똑한 것은 알제논이 처음이래. 그래서 알제논은 특별한
쥐래. 특별한 쥐니까 나하고 경주해서 이길 수 있지. 보통 쥐였으면 내가 이겼을
껄. 언젠간 내가 알제논 이길 거야. 스트라우스 박사 말로는 알제논이 천재가 된
건 영구적인 것 같은데 나도 똑같은 수술 받았으니까 나도 알제논처럼 천재가
될 수 있대.
3월 21일 오늘 제과점에서 굉장히 재밋었어. 조 칼프는 야 찰리 두뇌 이식수
술이라도 했어? 효과가 있어? 하고 웃어서 실험에 대해서 얘기해 줄까 하다가
니머 교수가 하지 말라고 한 게 기억나서 얘기 안 했어. 프랭크 래일리는 찰리
박치기해서 문 열었어? 하고 물어 보더라.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야. 역시 내 친
구들이 좋아.
할 일이 굉장히 많았어. 내가 없는 동안에 아무도 청소할 사람이 없어서 가게
가 더러웠거든. 하지만 배달하는 건 새로 배달원 한 명이 들어왔어.
도너 아저씨는 내가 다 나을 때까지 청소도 하지 말래.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소용없었어. 이제 배달은 못 할 것 같아.
그러면 이제 뭐 할까요 하고 물어보니까 도너 아저씨가 내 어깨를 두드려주면
찰리 너 지금 몇 살이야 하고 물어봐서 다음 생일에 33살이라고 대답했어. 또
여기 얼마나 오랫동안 일했냐고 무어봐서 모르겠다고 대답하니까 여기 17년 있
었대. 내 제일 친한 친구였던 네 삼촌 허만이 널 데리고와서 여기에서 일 시키
면서 돌봐주라고 했어. 허만이 죽은 뒤 네 어머니가 너를 워런 주정부 학교에
버리고 가버렸는데 내가 허가를 받고 너를 데리고 나왔어. 여태까지 17년 같이
있었잖아. 요즘 장사가 잘 안 되지만 내가 네 삼촌과 약속한 대로 네 평생 여기
서 일할 수 있도록 해줄께.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네 일 조금 한다고 걱정하지
마. 다시는 워런으로 가지 않아도 되니까.
나는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면 되는데 어니가 배달할 필요가 있냐고 하
니까 도너 아저씨는 어니를 계속 쓰는 이유는 걔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어. 나중에는 빵 굽는 방법도 가르쳐 줄 거래. 꼭 배달하고 싶으면 어니 조수
노릇하래. 난 여태까지 조수노릇 해본적이 없는데.
어니는 굉장히 머리 좋은데도 내 친구들은 어니를 별로 안 좋아해. 그래서 내
친구들하고 재밋게 웃고 하지. 어떤 때는 누가 이봐 어니가 오늘 찰리 골든 하
나 했네 하고 얘기해. 그러면 모두 웃더라. 왜 웃는지 모르지만 모두 웃으니까
나도 웃어. 오늘 아침엔 짐피가 어니한테 생일 케익 잊어먹었다고 야단쳤어. 어
니 너 지금 찰리 골든 흉내내는 거냐고 야단쳤어. 나는 뭐 잊어먹은 적 한 번도
없는데 오늘 도너 아저씨한테 나도 빵 굽는 거 가르쳐 줄 수 있냐고 물어봤어.
그러니까 도너 아저씨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더라. 여태까지 이렇게 말 많이
한 적이 없어서 그럴 거야. 프랭크가 내 말 엿듣고 웃기 시작했어. 하도 시끄럽
게 웃어서 나중에 도너 아저씨가 가서 일이나 하라고 야단쳤어. 그리고 나한텐
빵 굽는 일은 힘들고 복잡한 일이니까 나중에 천천히 배워도 된다고 했어.
내가 머리 좋아지는 수술 받은 걸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하고 싶지만 얘기도
못 하고 미치겠어.
수술한 거 빨리 나아가지고 영리해졌으면 좋겠어.
3월 24일 오늘 밤 니머 교수랑 스트라우스 박사가 왜 내가 매일 저녁 실험실
에 오라는 대로 안 오나 보러왔어. 난 이제 알제논과 경주하기 싫다고 한까 얼
마 동안은 안 해도 되지만 실험실에는 계속 와야 한대. 그리고 니머 교수가 선
물갔다 줬는데 아주 주는 게 아니라 빌려주는 거야. 뭐냐면 텔레비전 같은 기계
인데 선생님처럼 여러가지를 가르쳐준대. 자기 전에 키고 자는 건데 키면 텔레
비전처럼 말도 하고 그림도 나와. 근데 자기 전에 왜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자.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러니까 니머 교수는 만약에 아직도 영리해지고 싶으면
자기 말대로 하래. 아무리 해도 영리해지진 않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스트라우스 박사가 와서 내 어깨에 손 놓으면서 찰리 네가 몰라서
그렇지 날마다 발전하고 있어. 분침이 움직이는 게 안 보이는 것처럼 천천히. 그
렇지만 네가 쓰는 진행 보고서랑 실험결과랑 검사해 보면 분명히 발전하고 있
어. 네 자신과 우리에게 믿음을 가져. 영구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일 내에 총명
한 청년이 될 수 있을 거야.
그 다음엔 니머 교수가 텔레비전 아닌 텔레비전을 어떻게 쓰는 건지 가르쳐줬
어. 이게 뭐 하는 거냐고 물어보니까 니머 교수가 화내더라고. 바보에게 설명하
라고 하니까 그런 모양이지. 그래도 스트라우스 박사는 니머 교수한테 설명해주
라고 이게 다 발전한다는 증거니까 하면서 설명하라고 부탁했어. 그래도 니머
교수는 날 물을 것같이 화내다가 천천히 이 텔레비전이 내가 자기 전하고 자는
동안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면서 옌날 기억도 나고 꿈도 꾸게 하는 거라고 설명
해 줬어.
깜빡 잊어먹을 뻔했네. 니머 교수한테 이제 킨니안 선생님한테 공부하러 가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이젠 특별히 킨니안 선생님이 대학교에 와서 나를 가르쳐 줄
거래. 아주 기뻤어. 이 착한 선생님을 오랫동안 못 봤거든.
3월 25일 그 망할 놈의 텔레비전이 나 잠 설치게 했어. 계속 뭐라고 내 귀에
다 소리 지르는데 잘 수가 있어야지. 그것도 부족해서 그림까지 눈에 비치는데
어떻게 자. 그런데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 지금 깨어있을 때도 뭐라 그러
는지 못 알아듣는데 잘 때는 더 못 알아들을 것 아냐. 그래서 버트한테 물어보
니까 걱정 말래. 내 두뇌는 지금 배우고 있는 과정이라서 나중에 킨니안 선생님
하고 공부할 때 도움이 될꺼래. 이 실험실은 전에 생각했던 것같이 동물병원이
아닌 과학실험실이야. 과학이란 건 나도 잘 모르지만 이 실험으로 내가 도와주
는 거래.
아무튼 간에 그 텔레비전을 왜 써야되는지 모르겠어. 자면서 배울 수 있으면
왜 사람들이 학교 가고 해. 그냥 고물 덩어리인 것 같아. 전에도 늦게까지 쇼 보
다가 잤는데도 영리해지지 않았는걸? 어쩌면 퀴즈쇼 같은 거만 영리하게 만들지
도 모르지.
3월 26일 매일 잠 못 잤는데 어떻게 일하라는 거야. 한밤중에 깼는데 계속 기
억하라...... 기억하라...... 기억하라 라고 소리쳐서 다신 못 잤어. 그래도 기억을
하나 했는데 킨니안 선생님과 읽기 배우러 간 학교에 대해서야. 그리고 처음에
어떻게 거기 가기 시작했나.
옛날에 조 칼프한테 어떻게 읽는 거 배웠냐고 나도 배울 수 있겠냐고 물었거
든. 그러니까 내가 무슨 재미있는 얘기 한 거처럼 막 웃다가 하는 말이 그게 무
슨 소용이야. 머리가 텅 비었는데 배워봤자 무슨 소용이야 라고 대답했어. 그걸
패니 벌덴이 듣고 비크맨 대학교에 다니는 사촌한테 물어봐서 바보들 가르치는
데가 어디 있는지 가르쳐 줬어.
패니가 종이에다 이름을 써 줬는데 프랭크가 웃으면서 이젠 아는 게 많다고
옛날 친구들과도 얘기 안할거냐 찰리 라고 해서 내가 걱정 마 나는 언제든지 옛
날 친구는 간직하니까 라고 했어. 그러니까 프랭크도 웃고 조도 웃고 있는데 짐
피가 나와서 빨리 롤빵이나 만들지 뭐 하고 있냐고 야단쳤어. 다들 좋은 친구야.
일 다 끝난 다음에 무서웠지만 학교까지 걸어갔어. 이제 읽을 수 있는 게 너
무 좋아서 신문까지 한 장 샀어. 나중에 읽을라고.
가서 보니까 건물도 크고 사람도 많고 해서 뭘 잘못 할까봐 무서워서 집에 갈
라고 했는데 왠지 모르게 그냥 안에 들어갔어. 사람들이 다 집에 갈 때까지 기
다렸다가 마지막에 커다란 시계 앞에서 뭘 하는 아가씨한테 신문 보여주면서 나
읽고 쓰는 거 배우고 싶은데 가르쳐 줄 수 있어요 하고 물어봤어. 그 아가씨가
킨니안 선생님이었는데 그 땐 몰랐지. 아가씨가 내일 와서 등록하면 가르쳐 주
겠다고 했는데 아주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으래. 나는 오래 걸릴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배우고 싶다고 했어. 너무 배우고 싶어서 읽는 척도 했었
거든.
그러니까 나와 악수하면서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가 바로 당신 선생인데요 이
름은 킨니안입니다 라고 했어. 그렇게 해서 배우기 시작했고 킨니안 선생님도
만났어.
생각하는 거하고 기억하는 거하고 정말 힘들어. 이제는 그 빌어먹을 텔레비전
때문에 잠도 못 잔다니까. 그 텔레비전 너무 시끄러워
3월 27일 니머 교수님은 이제 내가 꿈도 꾸기 시작하고 기억도 나기 시작하니
까 스트라우스 박사님한테 치료받기 시작해야 된대. 스트라우스 박사님하고 무
슨 기분 나쁜 일이나 뭐라도 말할 것 있으면 말하는 거래. 나는 기분 나쁘지도
않고 하루 종일 말하는데 왜 치료 받으러 가야되는지 모르겠어. 그렇게 말했더
니 니머 교수님이 화를 내면서 그래도 치료 받으러 가야된대.
치료받으러 가니까 스트라우스 박사님이 나보고 길다란 소파에 누워서 생각나
는 것 있으면 얘기하래. 스트라우스 박사님은 내 옆 의자에 앉아서 듣고 있고.
한참 동안 생각나는 게 없어서 가만 있다가 제과점하고 거기서 하는 일에 대해
서 조금 얘기했어. 그런데 이런 건 진행 보고서에서도 읽을 수 있는 거라서 오
늘은 진행보고서 가지고 와서 여기에 다 써 있으니 읽으라고 했어. 읽는 동안에
잠 좀 자게. 그 시끄러운 텔레비전 때문에 요즘 잠 하나도 못 잤어요. 그래도 스
트라우스 박사님은 그러면 안 된다고 계속 얘기하래. 그래서 할 수 없이 얘기했
는데 하다가 잠들어버렸어.
3월 28일 오늘 머리 아파 죽겠어. 이번에는 그 텔레비전 때문이 아니야. 스트
라우스 박사님이 어떻게 소리 작게 하는지 가르쳐 줘서 이젠 잘 수는 있어.그래
도 아직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듣겠어. 몇 번은 뭘 배웠나 볼라고 아침에 틀어
봤는데 못 알아듣겠어. 다른 나라에서 쓰는 말인가봐. 근데 대부분은 미국말 같
던데. 너무 빨리 말해가지고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스트라우스 박사님한테 나는 깨어있는 동안 영리한 게 좋은데 잠 잘 때만 배
워서 잠 잘 때만 영리하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물어봤어. 그러니까 하는 말이
깨어 있을 때 배우는 거나 잘 때 배우는 거나 마찬가지고 나한테 잠재의식과 의
식이라는 두 가지 마음이 있는데 둘이 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대. 서로
말 안 하거든 그래서 꿈을 꾸는 거래. 어쩐지 요즘 괴상한 꿈을 꿔. 그 텔레비전
보기 시작한 다음부터 아주 아주 아주 아주 늦게 하는 텔레비전 쇼.
스트라우스 박사님한테 나만 두 마음 가지고 있는지 다른 다람 모두 다 가지
고 있는지 물어볼걸. 잊어먹었어.
지금 스트라우스 박사가 준 사전에서 잠재의식이라는 단어를 찾아 봤어.
잠재의식 : [명] 자각없는 활동의식이 자각있는 의식과 같은 모양으로 행동을
주제하거나 또는 자각있는 의식에선 볼 수 없는 병적 현상을 지배할 때의 그런
의식.
더 있지만 다 뭐가 뭔지 모르겠어. 이 사전은 나 같은 바보들한테는 너무 어
려운 사전이야.
아무튼 간에 머리 아픈 건 어제 파티 때문이야. 조 칼프랑 프랭크 레일리가
일 끝난 뒤에 함께 할로란스 바에 술 마시러 가자고 했어. 난 위스키 마시는 것
은 싫지만 조랑 프랭크가 재미있을 거라고 해서 갔어. 가보니까 정말 재미있었
어. 나는 테이블 위에서 전등갓 쓰고 춤추며 사람들 웃기는 놀이도 했어.
그 다음에 조 칼프가 아가씨들한테 제과점에서 화장실 청소 어떻게 하는지 보
여주라면서 걸레 하나 갔다줬어. 도너 아저씨가 내가 빠지지 않고 착실히 일 잘
하기 때문에 제일 좋은 청소원과 배달원이라고 한 걸 얘기하니까 모두 웃었어.
그래서 이번엔 킨니안 선생님이 나한테 내 일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라고 한
얘기를 했어.
그러니까 또 모두 웃었어. 프랭크가 킨니안이란 그 여자 찰리 좋아하는 걸 보
면 미친 여잔가봐 그러자 조는 나에게 킨니안 선생님하고 데이트하냐고 물어봤
어. 나는 그게 뭔지 모른다고 했지.
사람들이 나한테 술을 많이 줬는데 조가 찰리는 취하면 별나게 재미있다고 했
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좋다는 말인 것 같아. 그날 재밌게 놀았지
만 프랭크나 조처럼 빨리 영리해지고 싶었어.
언제 파티가 끝났는지 모르겠는데 끝난 다음에 조랑 프랭크랑 저기 가서 비
오나 보고 오래서 갔다 오니까 아무도 없었어. 날 찾으러 간 모양이지. 그래서
늦게까지 찾아봤는데 못 찾았어.
나는 왜 이렇게 자꾸 길 잃어먹을까. 알제논은 백 번 왔다 갔다 해도 길 안
잃어먹을 텐데.
그 다음 일은 기억 잘 안나지만 플린 아줌마가 어떤 착한 경찰관 아저씨가 나
집에 데리고 왔대.
그날 밤 엄마 아빠 꿈 꿨는데 엄마 얼굴이 흐리고 하얗게 나와서 잘 못봤어.
꿈에서 나는 큰 가게 안에서 길 잃어버리고 엄마 아빠 못 찾아서 울고 있었어.
울고 있으니까 어떤 아저씨가 의자 많이 있는 큰 방에 데리고 가서 사탕 주면서
엄마 아빠가 찾으러 오실텐데 다 큰 애가 왜 울고 있냐고 그랬어.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머리도 아프고 멍도 들었어. 조 얘기로는 내가 싸움질하
다가 얻어 맞았던가 경찰관이 때렸을 거래. 착한 경찰관인 줄 알았는데 나 때리
고 그래. 이제 위스키는 안 마실래.
3월 29일 오늘 알제논을 드디어 이겼어. 버트가 이겼다고 할 때까지 이긴 것
두 몰랐어. 두 번째 할 때는 너무 흥분해서 졌지만 그래도 그 다음 8번은 계속
이겼어. 머리가 좋아지는 느낌은 안들지만 알제논같이 영리한 쥐를 이긴 거면
내가 점점 영리해지는 게 틀림없어.
더 하고 싶었는데 버트가 오늘은 그만 하라고 해서 그만했어. 그대신 잠시 알
제논 가지고 놀게 해줬어. 알제논은 참 착한 쥐야. 솜처럼 부드럽고 까맣고 빨간
눈을 깜박거리는.
알제논과 친구가 되고도 싶고 내가 알제논 지게 한 게 미안해서 먹을 거 줄
수 있냐고 버트한테 물어보니까 안 된대. 알제논은 수술받고 이렇게 오랫동안
영리하기 때문에 특별한 쥐래. 그래서 매일 음식 먹을 때마다 퍼즐 같은 거 해
가지고 음식을 벌어야 한대. 알제논이 매일 그런 거 안하면 굶게 되는 거 아냐.
알제논 불쌍하다. 그렇게 시험봐야 먹을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잘못하는 거 같아.
버트가 만약에 먹을 때 시험봐야 하면 좋겠어? 알제논 친구해 줄래.
아-- 잊어먹을 뻔했네. 스트라우스 박사가 내가 꿈꿀 때나 뭐 생각날 때 그걸
적어 논 다음에 나중에 얘기하라고 한 거. 아직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른다고 하
니까 그냥 전에 엄마 아빠에 대해서 쓴거나 킨니안 선생님을 학교에서 처음 만
난 것 같은 일 쓰래. 다시 말하면 수술 받기 전에 생각나는 일 있으면 쓰래. 그
게 바로 생각하는 거래. 내가 여태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몰랐어. 어쩌면 내
가 진짜로 달라지는지도 모르겠어.
너무 흥분해가지고 잠도 못 자겠어. 그러니까 스트라우스 박사가 나 잘 자라
고 분홍색 약 줬어. 잘 때 제일 많이 두뇌가 좋아지기 때문에 많이 자야 된대.
생각해보면 정말인 거 같아. 옛날에 허만 삼촌도 일 안할 땐 맨날 소파 위에서
잤거든.
삼촌은 다른 사람 집 페인트 칠 해줬는데 뚱뚱하기 때문에 사다리 올라갔다
내려오는 게 느려서 사람들이 일 잘 안 시켰어.
한 번은 엄마한테 허만 삼촌처럼 페인트칠 하고 싶다고 하니까 노마가 그래
찰리 집안 제일의 화가가 되겠다 라고 했어. 그러니까 아빠가 나 놀리지 말라고
하며 노마 때렸어. 화가가 뭔지 모르지만 아빠가 노마 때린 거 보면 좋은 건 아
닌가봐. 아무리 노마가 날 놀려도 노마가 매 맞을 땐 노마한테 미안해. 머리 좋
아진 다음에 만나봐야지.
3월 30일 오늘 밤 일 다 끝난 다음에 킨니안 선생님이 실험실에 있는 교실로
왔어. 약간 긴장한 것같이 보였지만 반가운 것 같아. 내가 빨리 머리 좋아질려고
열심히 한다고 하니까 찰리 나는 당신이 성공할거라고 믿고 있어요. 다른 사람
들보다 더 잘 쓰고 더 잘 읽으려 노력한 것처럼. 그리고 아무리 못 해도 잠깐
동안은 영리해질 것 아니예요 찰리. 그리고 다른 사람들한테 도움주는 거고. 하
고 선생님이 얘기했어.
그리고 아주 아주 어려운 책 읽기 시작했어. 이렇게 힘든 책은 처음 읽어보는
것 같아. 로빈슨 크루소라는 책인데 배가 침몰해서 어떤 섬에 살게 된 사람 얘
기야. 그 사람 머리 아주 좋아서 여러 가지 것들 해내고 집도 짓고 수영도 잘
해. 그런데 친구가 없어서 불쌍해. 그 사람이 이상한 우산 들고 자신의 발자국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을 봤는데 친구 빨리 생겨서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
3월 31일 킨니안 선생님이 철자법 가르쳐 줬어. 눈 감고 기억날 때까지 계속
외우고 있으래. 내가 영리해지기 전에 그렇게 쓰던 것처럼 헷갈려서 미치겠는데
킨니안 선생님은 철자는 원래 그런 거니까 걱정하지 말래.
진행 보고서 9
4월 1일 오늘 제과점에 있는 사람 모두 내가 밀가루반죽기계로 일하는 거 보
러왔어. 어제 원래 반죽하던 올리버가 그만뒀어. 나는 올리버 도와서 밀가루 날
라주고 했는데 내가 기계로 반죽하는 일 할 줄 아는지는 나도 몰랐어. 기계 쓰
는 거 아주 힘들거든. 올리버도 빵굽는 학교를 일 년 다닌 다음에 할 수 있었다
고 했거든.
내 친구 프랭크가 찰리 네가 한 번 해보지그래 여기에서 일한 지 오래 됐으니
할 수 있을 거 아냐. 짐피도 없으니 한 번 해봐 그랬어. 뭐가 재미있는지 모두들
웃더라고. 짐피가 기계 만지면 다칠지도 모른다고 만지지 말라고 했는데 패니
벨덴만 빼고 모두 해보래. 패니는 다른 사람한테 찰리 가만두라고 소리지르고
있었고.
프랭크가 패니 입 닥쳐 오늘은 만우절 아냐. 잘 하면 찰리가 기계 망가뜨려서
오늘 일 안 해도 될지 모르잖아. 그래서 내가 수술한 다음에 올리버가 하는 걸
봤기 때문에 할 줄 안다고 했어. 그래서 기계로 반죽하니까 모두들 놀라더라. 패
니는 신나서 빵 굽는 학교 2년 다니며 기계 다루는 법 배웠다고 얘기하더라. 잘
모르겠어서 조한테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꺼져버리래. 아마도 내가 반죽기계
고장 안 내서 오늘 일 해야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 내가 정말로 머리 좋아지
고 있다는 얘긴가?
4월 3일 오늘 로빈슨 쿠르소의 모험을 다 읽었다. 그 사람에 대하여 더 알고
싶지만 킨니안 선생님은 더 이상 알 게 없다고 한다. 왜 없을까?
4월 4일 내가 빨리 배운다고 킨니안 선생님이 칭찬해 줬다. 그리고 며칠 전에
쓴 진행 보고서들을 읽으면서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어. 그녀의 말로는 내
가 다른 사람들한테 본때를 보여준 거라고 그랬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그냥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나같이 착하지 않다는 걸 깨달아도 실망하지 말래. 그러
면서 하느님이 조금 주신 걸 가지고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것을 성취했다
고 칭찬해줬어. 그래서 내가 내 친구들은 모두 착하고 똑똑한 사람들이고 나를
좋아하고 나쁜 일은 안 한다고 했더니 갑자기 선생님이 눈에 뭐가 들어갔다며
눈이 빨개져서 화장실에 갔어.
교실에서 선생님 기다리면서 킨니안 선생님이 우리 엄마처럼 얼마나 좋은 사
람인지 생각했어. 엄마는 언제나 착하게 마음 먹고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라고 말씀하셨어. 그렇지만 어떤 사람들은 내가 시비거는 것처럼 여기기 때
문에 조심하라고 하셨어.
그러니까 생각나는 데 엄마가 잠깐 어디 갔다 와야 돼서 나를 잠깐 옆집 리로
이스 아줌마네 맡긴 적이 있었어. 엄마는 병원에 갔는데 나한테 어린 동생 하나
주려고 갔다고 아빠가 그러셨어. 아직도 어떻게 아기 낳는지 몰라. 그래서 남동
생 하나 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여동생을 데리고 왔다. 그래도 인형처럼 귀여웠
어. 맨날 울기는 하지만 때리거나 다치게 하지도 않았어.
엄마 아빠는 아기를 아기침대에 뉘어서 엄마 아빠 방에 놓았는데 아빠가 찰리
는 아기를 다치게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엄마한테 얘기하셨어. 아기
보니까 분홍색 살덩어리인데 하도 울어서 잠을 못 잤어. 어쩌다 잠이 들면 울어
서 나를 깨우고 한 번은 엄마 아빠는 부엌에 있었고 나는 내 침대에 누워있는데
하도 울어서 아기한테 가서 엄마가 하던 대로 안고 토닥거려줬어. 그러자 엄마
가 소리지르며 들어와서 아기를 빼앗고 나를 세게 때렸어. 그리고 다시는 아기
만지지 말라고 너는 아기 만질 자격 없다고 소리질렀어. 그때는 몰랐지만 엄마
는 내가 바보라서 잘못해서 아기를 다치게할까봐 그랬던 것같아. 절대로 아기를
다치게 하지 않았을 텐데. 엄마가 그렇게 오해하시니 서운해. 나중에 스트라우스
박사한테 이 얘기를 해야겠다.
4월 6일 오늘, 몸마마, 라는, 꼬리, 달린 점을, 쓰는, 방법을, 배웠다, 킨니안 선
생님은, 콤마가, 글쓰기를, 더 보기 좋게, 만들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콤마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기 때문에, 돈, 많이, 잃는다고,
했다, 내가, 저금한, 돈하고, 재단에서 준, 돈하고, 있기는, 하지만, 얼마 안돼, 그
런데, 어떻게, 콤마가, 돈 잃게, 하는지, 모르겠어,
그래도, 킨니안 선생님이, 하는 얘기로는, 모든 사람들이, 다 콤마, 쓴다니까,
나도, 쓸꺼야,,,,,,
4월 7일 내가 콤마 잘못 썼어. 콤마가 아니라 구두법을 잘 사용해야 하는데.
킨니안 선생님이 나보고 철자 잘 할 수 있또록 사전에서 구두법 찾아보게 했다.
내가 읽을 수 있으면 되는 거지 뭣 하러 철자법 배우냐고 하니까 이게 다 내 교
육 중 하나니까 해야 된다고 그랬어. 그러니까 이제 철자법 모르는 단어가 있으
면 꼭 찾아봐야 돼. 시간은 좀 더 오래 걸리지만 이제 점점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그래서 구두법과 철자법 알게 된 거야. 사전에 그렇게 써 있거든.
킨니안 선생님은 구두점도 구두법이고 다른 구두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했
다. 나는 모든 구두점이 꼬리 가지고 있어야 하고 콤마라고 불리는 줄 알았는데
킨니안 선생님은 그게 아니래.
모두, 섞어서. 써야? 된대: 킨니안 선생님이! 어떻게, 섞어? 써야(하는지. 가르
쳐! 줘서; 이젠? 나도! 섞어: 쓸 수 있다, 배워야 하는? 규칙이; 굉장히! 많지만:
이젠, 많이. 기억에; 남아!
친애하는 킨니안 선생님(업무서신에선" 이렇게 써):에 대해서, 내가! 제일: 좋
아하는? 점은. 내가, 무엇을! 물어보든지" 해답을? 줘, 천재인가봐/ 나도: 그녀처
럼, 천재!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
구두법! 은, 너무. 재밌다!
4월 8일 난 정말 바보였어! 어제 킨니안 선생님이 하는 얘기를 하나도 못 알
아들었으니. 어제 저녁 문법책 읽어보니까 훤이 보이더라고. 비교해보니까 킨니
안 선생님이 가르쳐 준 게 틀림이 없었다. 내가 멍청하게 못 알아들어서 그렇지.
그래서 어제 한밤중에 일어나서 정확하게 알아냈다.
킨니안 선생님 말로는 자기 전에 틀어놓는 텔레비전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한
다. 나는 이제 고된 노력으로 인해 산 위에 있는 평원에 이르렀다고 했다.
구두법을 다 배운 다음에 전에 썼던 진행 보고서들을 읽어봤는데 철자법과 구
두법이 너무너무 엉망진창이었어! 그래서 다시 고치려고 했더니 킨니안 선생님
이 말렸다.
"하지 말아요, 찰리. 니머 교수님이 그대로 놔두는 것이 좋대요. 그래서 복사한
뒤에도 가지고 있게 하잖아요. 당신이 나중에 스스로 얼마나 발전했는지 볼 수
있게요. 정말 빨리 발전했어요, 찰리."
킨니안 선생님이 칭찬해 줘서 기분이 좋았다.
수업 끝난 다음에 내려가서 알제논하고 놀아줬다. 이제는 경주 같은 거 안하
니까.
4월 10일 구역질이 난다. 몸이 아파서 의사한테 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내 속
이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처음엔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중요한 것이니 쓴다.
오늘은 난생 처음으로 일부러 일하러 가지 않은 날이다.
어제 저녁 조 칼프와 프랭크 레일리가 나를 파티에 데리고 갔다. 가 보니 아
가씨들도 많고 짐피와 어니도 있었다. 전에 위스키를 너무 많이 마시고 고생한
게 기억나 술은 안 마신다고 하니까 조가 콜라 따라줬다. 맛이 조금 이상했지만
'내 입맛이 이상한 거겠지' 하고 그냥 마셨다. 그 후에 재밌게 놀았다.
"엘렌하고 춤 춰봐. 그녀가 춤 추는 법 가르쳐 줄 거야"
조가 말하면서 눈에 뭐가들어 갔는지 엘렌한테 눈을 찡긋거렸다.
"그냥 내버려두지 왜 자꾸 그래?"
하고 엘렌이 말하니까 조는 내 등을 탁 치면서 말했다.
"이게 누군지 알아? 바로 내 친구 찰리 골든이란 사람이야. 보통내기가 아니
라고. 최근에 반죽기계 다루는 사람으로 승진했다고. 그냥 춤 추면서 이 사람 재
미있게 같이 놀아주라고 부탁하는 것 뿐인데, 뭐 잘못된 거 있어?"
그러면서 나를 엘렌 곁으로 밀었다. 그래서 우리 둘은 춤추기 시작했는데 어
찌 된 일인지 자꾸 넘어졌다. 나와 엘렌 외에는 춤 추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
데 말이다.
그리고 계속 누구 발인지 나를 걸어 넘어뜨렸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우리 둘
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내가 넘어질 때마다 웃었다. 나도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같이 웃었는데 나중에 웃지 않고 일어나니까 조가 나를 밀어 넘어뜨렸다. 그러
는 조의 얼굴을 쳐다본 나는 갑자기 속이 메스거워졌다.
"정말 재밌네"
한 아가씨가 모두 웃으며 말했다.
"프랭크, 네 말이 맞았어. 정말 원맨쇼야."
하고 엘렌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먹으라고 나한테 사과를 줘서 한 입 물어보니 초로 만든 가짜였다.
프랭크가 웃으며 말했다.
"그것 봐. 내가 먹을 거라고 그랬지. 초로 만든 과일을 먹을 정도로 멍청한 사
람을 본 적 있어?"
조가 곁들었다.
"전에 할로란스 바에서 찰리한테 비 오나 가보라고 한 다음에 내버려두고 온
후로 이렇게 웃는 건 처음이야."
그러자 내 기억 속에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 다른 애들하고 숨박
꼭질했는데 내가 술래였다. 몇 번을 열을 세고 다른 아이들을 찾아 돌아다녔지
만 어둡고 추워질 때가지 찾아도 못 찾았었다. 그래도 왜 못 찾는지 몰랐었다.
이제 금방 프랭크가 한 말이 나를 깨우쳐 줬다. 어렸을 때 일어난 일은 전에
할로란스에서 일어난 일과 지금 조와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과 같은 것이
었다. 그들은 나를 비웃고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때 그 애들이 나를 놀리며 비웃
었던 것처럼.......
모든 사람 얼굴이 점점 흐려지며 계속 나를 비웃는다.
"찰리 봐. 얼굴이 뻘개지고 있잖아."
"부끄러움 타는 거야. 찰리가 뭐가 부끄러운가봐."
"엘렌, 찰리한테 무슨 짓 했길래 이러는 거야? 찰리가 이러는 것 처음 봐."
"엘렌이 찰리 기분을 정말 살려준 것 같은데."
어찌해야 될지 몰랐다. 엘렌과 비비대면서 춤 춘것 생각하면 이상한 생각이
들고, 모두 나를 비웃자 꼭 벌거벗은 것처럼 느껴졌다. 어디라도 가서 숨고 싶었
다. 그래서 아파트를 뛰쳐나왔지만 어디에 계단이 있는지 몰라 헤맸다. 엘리베이
터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헤매고 있으니 계단이 나타나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내 방을 돌아왔다. 프랭크와 조가 멍청이라고 비웃으려고
나를 데리고 다녔는지 전에는 꿈에도 몰랐다. 이제는 '찰리 골든 흉내낸다'는 말
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정말 부끄럽다.
그리고 어제 잘 때 엘렌이라는 아가씨와 몸 비벼대며 춤 춘 것에 대해서 꿈
꾸고 일어나보니 침대와 이불이 모두 더럽혀져 있었다.
4월 13일 아직도 일하러 가지 않았다. 플린 부인한테 내가 아파서 일 못 나간
다고 도너 아저씨에게 전화해달라고 부탁했다. 요즘 플린 부인은 두려운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생각해보면 모두 다 나를 비웃기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좋은 일인 것
같다. 깊이 생각해 봤는데 결론은 내가 지독한 멍청이라서 멍청이 짓을 할 때도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비웃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멍청한 사람들이 자기처
럼 행동하지 않으면 재미있나보다.
어쨌든 점점 머리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실감난다. 이젠 구두법도 제대로
쓸 수 있고 철자도 잘 안다. 어려운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고,
전같이 잊지 않고 기억한다. 요즘엔 진행 보고서를 조심해서 잘 스려하지만 여
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또 독서도 많이 한다. 킨니안 선생님은 내가 빨리 읽는
다고 칭찬해 줬다.
이제는 빨리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읽은 것들을 다 이해하고 기억한다. 눈을
감고 집중하면 한장 한장 사진처럼 기억나는 때도 있다. 그러나 다른 기억이 떠
오를 때도 많이 있다.
오늘 아침엔 일어나서 눈을 뜨니까 내 마음에 큰 구멍이 뚫려서 걸어들어가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도너 아저씨 제과점에서 일하기 시작
한 것은 오래 전이었다. 제과점이 눈 앞에 보이는 듯이 아른거린다. 어떤 것들은
흐리고 어떤 것들은 선명하게 기억나지만 뭐가 뭔지 확실치가 않다.......
왜소한 노인이 유모차를 개조한 손수레에 석탄불을 피워 밤을 구우면 눈 덮인
땅에 군밤 냄새가 풍긴다. 마른 청년 한 명이 무엇인가 두려운 듯 눈을 크게 뜨
고 가게 간판을 쳐다본다.
뭐라고 써있는지 흐리게 보여서 읽지는 못하지만 '도너 아저씨 베이커리'라고
써 있다는 걸 보지 않아도 된다. 모든 간판이 흐려서 읽을 수 없다. 잘 생각해보
니까 무엇인가 두려운 표정하고 있는 청년이 나인 것 같다.
환한 네온사인들, 크리스카스트리하고 길거리의 행상들, 깃 접어올린 코트에다
스카프 두르고 있는 사람들.......
장갑이 없어서 손이 시린 그는, 들고 있던 갈색 종이 봉지들을 땅에 내려놓고
행상이 팔고 있는 장난감들을 보고 있다.
뒹굴고 있는 곰, 팔짝팔짝 뛰고 있는개, 코 끝의 공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물개. 뒹굴뒹굴, 팔짝팔짝, 빙글빙글....... 만약 그 장난감들을 다 가질 수 있다면
그는 아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할 거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행상인한테 잠깐만 곰을 가지고 놀 수 있겠냐고 물어
보고 싶지만 두려워서 못 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종이봉지들을 다시 들어 어
깨에 얹는다. 그는 매우 말랐지만 몇 년 동안 일한 덕분에 힘은 쎄다.
"찰리! 찰리! 멍청이, 바보야!"
아이들은 짖어대는 개들처럼 귀찮게 그를 둘러싸고 빙글빙글 돌며 놀리고 비
웃는다. 그는 애들을 멍청하게 웃으며 쳐다본다. 그는 애들과 놀고 싶었지만 그
는 생각할 때마다 등이 간질간질해지고 아이들이 그에게 돌을 던지고 구박하던
일이 생각난다. 제과점으로 돌아오는데 어두운 복도에 서 있는 소년들이 보인다.
"야! 저기 봐라! 찰리가 온다!"
"찰리, 뭘 가지고 가는 거야? 여기 와서 주사위 던지기나 하다 가지 그래?"
"이리 와. 안 때릴게."
그렇지만 왠진 복도 입구만 봐도 소름이 끼치고 등이 간질간질하다. 왜 그러
는지 기억하려 애쓰지만 생각나는 것은 그들의 오물과 오줌이 그의 옷에 범벅이
된 것하고, 허만 삼촌이 망치를 가지고 그에게 이런 나쁜짓 한 학생들 찾으러
나간 것 뿐이다. 찰리는 어두운 복도에서 웃고 서있는 학생들로부터 달아나다가
종이봉지들을 떨어뜨린다. 봉지를 다시 주워들고는 제과점까지 달려간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거야, 찰리?"
짐피가 문 옆에서 제과점 뒤쪽을 향해 소리지른다.
찰리는 대답없이 문을 밀치고 제과점 뒤쪽에 가 종이봉지들을 테이블 위에 올
려놓고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벽에 기댄다. 지금 요요가 있다면 좋을 텐데.
그는 밀가루로 덮인 제과점 뒤쪽이 좋다. 그을린 벽이랑 천장보다도 더 하얀
바닥에 그의 더러운 신발창도 하얘지고, 신발줄도, 손톱 아래도, 손바닥 주름도
다 하얘진다.
그는 여기서 쉰다. 모자로 눈을 가리고 벽에 기대어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밀
가루 냄새랑 케익이랑 빵 굽는 냄새가 향긋하게 풍겨온다. 오븐은 그를 졸립게
만든다.
향긋향긋...... 따뜻따뜻...... 낮잠.
그러나 갑자기 넘어지며 머리를 벽에 부딛친다. 누군가 그의 발을 걸어 넘어
뜨렸다.
이것이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이다. 사진을 보듯 선명하게 기억할 순
있지만 꿈에서 일어난 일들이 왜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꼭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처음엔 너무 빨리 지나가 이해를 못 했지만 몇 번 본 뒤에는 조금씩 이해된다.
스트라우스 박사님과 의논해 봐야지.
4월 14일 스트라우스 박사님은 어제처럼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꼭 기록해 놓
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야 나중에 자기하고 그것에 대해서 의논하기 쉽
다고 했다. 알고보니 스트라우스 박사는 정신과 겸 신경외과 박사였다. 그냥 보
통 박사인 줄 알았는데 그 이상이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오늘 그의 사
무실에서 그가 하는 말이 내 고민들을 이해하려면 먼저 내 자신에 대해서 알아
야 한다고 했다. 아무 고민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박사는 미소를 띄운 채 창가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찰리, 지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고민이란 건 많아지는 거네. 자네 같은 경
우엔 지적 성장이 정신적 성장보다 빠르니 더욱 그럴거고. 점점 나와 의논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게 될 거네. 만약 무슨 문제나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여기
와서 나하고 얘기해도 되니까 기억하고 있게나."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박사님 말로는, 지금은 꿈이나 기억나는 것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그런 꿈이나 기억을 왜 하는지 모르겠어도 나중에는 다
이해되서 내 자신에 대해서 배우는데 도와줄거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억
중에 나타나는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란다. 그것이 나에
대한 얘기들이기 때문에 꼭 기억해내야 한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전에는 몰랐다. 내가 머리만 좋아지면 내 머리 속에 떠오
르는 것들을 다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복도에 서있는 학생들과 허만 삼촌
과 내 부모님들에 대해서도. 그러나 그 다음에는 이해하게 된 것들에 대하여 기
분이 나빠서 마음에 병이 생긴다는 것인가?
그래서 이제부터 매주 두 번씩 스트라우스 박사 사무실에 와서 내 고민이랑
문제들에 대해 얘기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뭐 특별한 것은 아니고 둘이서 사무
실에 앉아서 나는 얘기하고 스트라우스 박사는 듣는 것 뿐이다.
이것이 바로 치료라는 것인데 내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에 대해서 얘기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내가 거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인 여자에 대해서
스트라우스 박사와 얘기했다. 전에 엘렌과 춤춘 뒤에 일어난 일들 말이다. 그런
데 얘기하는 도중에 또 기분이 이상해지고 속이 메스꺼워지고 식은땀이 나는 것
이 마치 말하면 안되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스트라우스 박사
얘기로는 그것은 소년들에게 흔히 일어나는 극히 정상적인 것이며 몽정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스트라우스 박사는 내가 아무리 지능 높아지고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우고 있어
도 여자에 대해선 숙맥이라고 한다. 약간 복잡하지만 내 인생에 대해서 다 알아
내고 말거야.
4월 15일 요즘은 매일 독서를 하는데 기억이 엄청 잘 된다. 역사와 수학, 지리
외에도 외국어를 배우라고 킨니안 선생님이 북돋아 줬다. 니머 교수는 잘 때 틀
어놓는 테잎을 몇 개 더 줬다. 아직 의식과 잠재의식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스트라우스 박사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몇 주 뒤에 대학교 과목을
배우기 시작하면 허락하기 전에는 심리학 책을 읽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시켰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혼동되서 내 자신의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학 이론
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소설들은 괜찮다고 했다. 이번주에는
'위대한 겟츠비', '미국 대참사', '귀로'란 책들을 읽는다. 남자들이랑 여자들이랑
그런 것 하는 건 예전엔 알지도 못했었다.
4월 16일 오늘은 기분이 많이 좋아졌지만, 매번 사람들이 나를 비웃고 놀린
데에 화가 난다. 니머 교수 말대로 나중에 아이큐가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늘
어난 뒤에는 모두 나를 받아들여 주고 친구가 되어주겠지.
아이큐가 뭔지 확실히 모르겠다. 니머 교수는 저울이 무게를 재듯이 아이큐는
지능력을 잰다고 했다. 그러나 스트라우스 박사는 그 의견에 반대하며 니머 교
수와 언쟁을 벌였다. 스트라우스 박사는 아이큐가 지능을 재는 것이 아니라 계
량컵에 있는 눈금처럼 얼마나 지능력이 높아질 수 있는지 나타내는 거라고 한
다. 그러나 컵에 무엇인가를 담아야 하는 것처럼 머리에도 무엇인가를 집어넣어
야 된다고 한다.
나중에 버트 셀던한테 물어보니까 어떤 사람들은 두 사람의 의견 모두에 반대
한다고 한다. 버트가 최근에 읽은 논문에 의하면 아이큐는 벌써 배운 것도 재고
여러 가지를 재는데, 지능력 측정하는 기구로서는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아직 아이큐가 무엇인지 확실히 모른다. 사람마다 다른 것이라고 하니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가 없다. 내 아이큐는 지금 100정도인데 곧 150을 넘어갈
거라고 한다. 그래도 사람들한테서 많이 배워서 머리를 채워야 한다.
별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무엇인지도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얼마
나 아이큐를 가지고 있는지 잴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니머 교수가 내일 모레 로르샤하 테스트를 해야한다고 했다. 로르샤하 테스트
가 무엇일까?
4월 17일 어제 밤 악몽을 꾸었다. 그래서 오늘 스트라우스 박사와 자유 토론
을 해봤다. 꿈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으면 다른 생각이 머리에 떠오른다. 이것을
나는 머리가 텅빈 느낌이 들 때까지 한다. 스트라우스 박사의 말로는 내가 이제
잠재의식이 의식에서부터 갈라져 의식이 과거를 기억하는 것을 방지하는 상태까
지 발달했다고 한다. 현재와 옛날 사이에 벽이 세워진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가끔은 벽이 무너져 기억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옛기억을 방지한다고 한다.
오늘 아침처럼.
킨니안 선생님이 내 진행 보고서를 읽는 꿈을 꾸었다.
나는 앉아서 보고서를 쓰려고 시도하지만 읽는 법도 쓰는 법도 다 잊어버려서
할 수 없다. 놀라서 제과점의 짐피한테 써달라고 했으나 킨니안 선생님은 한 번
읽고는 화가 나서 찢어버렸다. 보고서에 저질 단어들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에 가니 스트라우스 박사와 니머 교수가 날 기다리고 있다가 진행
보고서에 저짌러운 것들을 썼다고 나를 두들겨 팼다. 그들이 떠난 뒤에 나는 찢
어진 보고서를 집어들었는데 집어 들자마자 보고서는 피 묻은 레이스가 달린 발
렌타인 카드로 변한다.
너무나 무서운 꿈이었지만 나중에 의논할 수 있게 바로 일어나서 적어뒀다.
제과점......, 빵굽기......, 항아리......, 누가 나를 차고 있다......, 넘어진다......, 흥
건한 피......, 글쓰기......, 빨간 발렌타인 카드 위에 있는 연필...... 조그만 황금 하
트 로킷(번역주-사진이나 머리카락 등을 넣어서 목에 거는 조그마한 갑) 하
나......, 금사슬......, 온통 피범벅...... 그는 나를 비웃고 있다....... 금사슬에 로킷이
달려있다.......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는 로킷에...... 햇빛을 내 눈에 반사하는 로
킷. 나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로킷을 바라보기 좋아한다....... 사슬을 쳐다보기
를......, 꼬여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사슬....... 소녀 한 명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미스 킨- 아니, 해리엣이다.
'해리엣......, 해리엣......, 모두가 사랑하는 해리엣.'
갑자기 모두 다 없어진다.
우리는 갑자기 정신박약자 교육센타에 있다. 킨니안 선생님은 내 어깨 너머로
내가 쓰고 있는 글을 읽고 있다.
학교가 갑자기 피에스 13으로 바뀌고, 나는 11살이고 킨니안 선생도 11살이다.
그러나 지금은 킨니안 선생이 아니라 해리엣이다. 예쁜 보조개와 긴 곱슬머리를
가진 귀여운 소녀 해리엣.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해리엣. 오늘은 발렌타인 데
이.
기억난다.......
내가 왜 다니던 학교를 피에스 13에서 피에스 222로 옮겨야 했는지 기억난다.
해리엣 때문이었다. 찰리는 11살. 언젠가 길에서 주은 황금색 로킷을 목에 걸고
있다. 금사슬은 없어졌지만 찰리는 로킷을 줄에 걸어 목에 걸고 있다. 그는 꼬인
줄이 풀어지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로킷이 햇빛을 반사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기 좋아한다.
가끔 아이들든 캐치볼 놀이를 할 때 찰리를 가운데 넣고 놀게 해준다. 찰리는
다른 애들이 주고 받는 공을 빼앗으러 왔다갔다 한다. 그는 공을 잡지는 못해도
가운데서 쫓아다니며 노는 것을 좋아한다. 한 번은 하이미 로스가 잘못해서 떨
어뜨린 공을 잡았지만 아이들은 찰리가 공을 던지게 해주지 않고 다시 가운데로
집어 넣었다.
해리엣이 지나갈 때마다 소년들은 놀기를 멈추고 그녀를 쳐다본다. 모든 남자
아이들이 해리엣을 좋아한다. 고개 저을 때 그녀의 곱슬머리가 예쁘게 흔들리고,
웃을 때는 예쁜 보조개가 생긴다. 찰리는 왜 남자 아이들이 그녀한테 빠져있는
지, 왜 그녀하고 얘기하고 싶어하는지 모른다. (찰리는 그것보다 공놀이나 깡통
차기나 링 던지기를 더 좋아한다.) 그러나 모두들 해리엣을 사랑하니 그도 해리
엣을 사랑한다.
그녀는 다른 아이들처럼 찰리를 놀리지 않기 때문에 그러는 그녀가 좋아서 찰
리는 그녀를 위해 재미있는 재주를 많이 부린다. 선생님이 없을 땐 책상 위에
걷기도 하고 지우개를 창밖에 던지기도 하고 칠판과 벽에 낙서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해리엣은 소리 높여 웃는다.
"찰리 봐! 재미있지 않아? 정말 웃기지 않아?"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 모든 남자아이들은 해리엣에게 줄 발렌타인 선물에 대
해서 얘기한다.
그래서 찰리도 이렇게 말한다.
"나도 해리엣한테 발렌타인 선물 줄거야."
그러자 다른 남자 아이들은 모두 웃었다. 배리가 웃으며 말한다.
"어디서 발렌타인 선물 구할거야?"
"나는 꼭 예쁜 선물 구해서 해리엣한테 줄거야. 두고봐."
그러나 찰리는 선물 살 돈이 없었다. 그래서 해리엣한테 상점에 있는 발렌타
인 카드처럼 목에 걸고 있는 하트 모양의 로킷을 주기로 했다. 그날 밤 찰리는
로킷을 휴지로 ㅆ고 엄마의 서랍에서 꺼낸 빨간 리본으로 한참을 공들여 장식했
다.
다음날 점심시간에 하이미 로스에게 가지고 가서 편지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해리엣에게, 나는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해. 나는 너를 굉장히 좋
아하고 사랑해. 나의 발렌타인이 되어줘. 너의 친구 찰리 골든."
하이미는 아주 조심스럽게 큰 글자로 히죽히죽 웃으며 써줬다.
"해리엣이 이걸 보면 깜짝 놀랄걸. 눈이 튀어날올 만큼 놀랄 거야."
찰리는 조금 무서웠지만, 해리엣한테 로킷을 주고 싶어서 학교에서부터 그녀
의 집까지 따라와서 그녀가 집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그녀가 들어간 뒤에
집 안으로 몰래 들어가 현관문 위에 선물을 걸어놓고 종을 두 번 울린 뒤에 뛰
어가 나무 뒤에 숨는다. 해리엣이 나와서 누가 벨을 울렸나 보다가 문에 걸린
선물을 발견하고 선물을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찰리는 그날 밤 엄마 서랍에서 허락없이 휴지랑 리본 가져간 것 때문에 매를
맞았다. 그러나 찰리는 상관하지 않았다. 내일 해리엣이 그가 준 로킷을 걸고 학
교에 와서 모든 사람들에게 그가 준 것이라고 얘기하겠지. 그때 두고보자.
다음 날 아침 찰리는 학교까지 뛰어갔다. 그러나 흥분한 탓에 너무 일찍 와서
해리엣이 아직 없었다. 찰리는 너무나 신이 나있다.
그러나 해리엣은 학교에 와서 찰리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로킷을 걸고 있지도
않고 화가 잔뜩 나있는 모습이다.
찰리는 그냘 젠슨 선생님이 안 볼 때 별짓을 다했다. 괴상한 얼굴 표정 짓기
도 하고, 크게 웃기도 하고, 의자에 서서 엉덩이춤을 추기도 하고, 해롤드한테
분필을 던지기까지 했는데도 해리엣은 아무 반응이 없다. 로킷 거는 것을 잊어
버렸을지도 모르지. 내일은 꼭 걸고 올거야. 해리엣이 복도 지나갈 때 물얼봤지
만 대답도 안하고 밀치고 지나간다.
놀이터에서는 해리엣의 두 오빠들이 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스가 찰리를 밀어붙였다.
"야, 이 새끼야. 네가 이런 천한 편지를 내 여동생한테ㅔ 보냈지?"
그러자 찰리는 천한 편지 같은 것은 보낸 적이 없다고 변명한다.
"나는 해리엣한테 발렌타인 선물하고 카드 준 것 밖이 없어."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미식 축구팀에 있었던 오스카가 찰리의 멱살을 붙잡
자 단추 두 개가 떨어졌다.
"내 여동생한테 가까이 오지 마, 이 병신아! 너에게는 이 학교도 너무 과분한
거니까!"
오스카가 찰리를 거스한테 떼밀자 거스는 찰리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찰리
는 겁이나 울기 시작한다.
그들이 찰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오스카는 찰리의 코에 주먹질을 하고 거스는
찰리를 넘어뜨리고 발길질을 한다. 둘 다 찰리를 걷어찬다. 그러자 학교 놀이터
에 있던 다른 아이들-찰리의 친구들-이 달려와서 손뼉치고 소리지르며 구경한
다.
"싸움났다! 싸움이야! 누가 찰리를 패고 있다!"
옷은 찢어지고 코피가 나고 이빨도 하나 부러졌다. 거스와 오스카가 떠난 뒤
찰리는 길 옆에 앉아서 운다. 입 안의 피가 시큼한 맛이 난다. 다른 애들이 웃으
며 놀린다.
"야, 찰리가 죽도록 맞았다! 찰리가 죽도록 맞았다!"
그러자 학교 수위 중에 한 사람인 와그너 아저씨가 달려와 애들을 쫓아낸다.
아저씨는 찰리를 남자 탈의실에 데리고 들어가 집에 가기 전에 피와 흙먼지를
씻고 가라고 말한다.
난 아무래도 어지간한 바보였나보다. 다른 사람들 말을 의심없이 믿었으니 말
이다. 하이미나 누구도 믿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 일에 대해서 전에는 기억을 못 했다. 그러나 꿈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하
자 기억이 되살아 났다. 내 진행 보고서를 읽고 있는 미스 킨니안에 대한 감정
에 연결된 기억인 것 같다. 아무튼 이제는 아무에게도 뭘 써달라고 안 해도 돼
서 좋다. 이제는 내가 직접 할 수 있으니까.
잠깐, 해리엣은 내 로킷을 돌려주지 않았다.
4월 18일 로르샤하 테스트가 무언지 알아냈다. 수술 전에 했던 잉크 얼룩무늬
시험이다. 얼룩무늬가 있는 종이를 보자마자 두려운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버
트가 무늬 보면 무슨 그림이 보이냐고 물어볼 텐데 나는 전처럼 대답을 못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무슨 그림이 그려져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
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무 그림도 없는데 내가 멍청해서 그림이 없
어도 그림 찾나 보려는 건지도 모르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버트한
테 화가 났다.
"오케이, 찰리. 이 카드들 본 기억나지>?"
버트가 물었다.
"당연히 생각나지."
그때야 버트는 내 말투를 듣고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린듯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뭐 잘못된 것 있어, 찰리?"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 얼룩무늬만 보면 왠지 기분이 나빠."
그러자 버트는 웃으며 대답했다.
"언짢아 할 것 없어. 이것은 기본적인 성격 시험 중 하나니까. 자, 이제 이 카
드를 봐. 이것은 무엇일까? 이 카드 볼 때 무엇이 보여? 사람들마다 각자 다른
그림이 보인대. 네가 볼 때는 무슨 그림이 보이는지 말해 봐. 너를 무슨 생각하
게 만드는지."
나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카드들과 버트를 번갈아 멍하니 쳐다보았다.
버트가 한 말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 무늬 안에 숨겨진 그림이라곤 없는 거야?"
버트는 눈살을 찌푸리며 안경을 벗었다.
"뭐라고?"
"그림들! 무늬 속에 숨겨진 그림들! 지난번에는 이 속에 숨겨진 그림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볼 수 있으니까 나도 찾아보라고 했잖아!"
"아니야, 찰리. 나는 그런 말 한 적이 전혀 없어."
"무슨 소리야?"
내가 소리 질렀다. 얼룩무늬에서 두려움을 느낀 데에 화가 났다.
"네가 그랬어. 너는 대학교 갈 정도로 머리 좋다고 나를 깔보는 거야? 나는
모두 다 나를 깔보는데 이젠 신물이나."
내가 그렇게 화낸 것은 난생 처음인 것 같다. 특별히 버트에 대해서 화난 것
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인 것이 한꺼번에 터진 것 같다. 로르샤하 카드들을 책상
위에 내던지고 방에서 나왔다. 복도에서 니머 교수를 만났는데 내가 인사도 하
지 않고 지나치자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내가 엘리베
이터를 타고 내려가려는 참에 니머 교수와 븥가 달려와 따라잡았다.
"찰리!"
니머 교수가 내 팔을 잡으며 물었다.
"잠깐 기다려봐. 왜 그러는 건가?"
나는 니머 교수의 손을 뿌리치며 버트를 가리켰다.
"사람들이 나를 깔보고 비웃는데 정말 신물이나. 전에는 바보라서 잘 몰랐기
때문에 그냥 받아들였는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예요. 이젠 정말 못 참겠어요."
"여기선 아무도 자네를 비웃고 있지 않네, 찰리."
니머 교수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 얼룩무늬는요? 지난번엔 버트가 잉크무늬 안에 모든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숨겨진 그림이 잇다고 했지만 나는-."
"찰리, 지난번에 시험볼 때 버트가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 그리고 자네가 뭐라
고 대답했는지 듣고 싶나? 녹음해논 테이프가 있으니까, 가서 틀어놓고 정확하
게 뭐라고 그랬는지 들어보지 그래."
반신반의하며 심리학 사무실로 되돌아 갔다. 그들은 내가 바보였기 때문에 놀
리고 속이는 것은 분명했다. 분노라는 감정을 처음 경험해 보는 나는 자극적인
쾌감을 느꼈다. 그러기에 나는 화를 쉽게 풀고 싶지 않았다. 끝까지 싸워 분노라
는 감정을 느끼고 싶었다.
니머 교수가 테이프를 찾는 동안 버트가 나에게 설명했다.
"지난번에도 이번과 거의 같은 말을 했어. 같은 질문을 하기도 했고. 이런 시
험을 할 때는 시험과정이 매번 같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거든."
"내가 직접 들어봐야지 믿겠어."
니머 교수와 버트는 서로 쳐다봤다. 나는 내 얼굴이 다시 벌개지는 것이 느껴
졌다. 그들은 나를 비웃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지금 한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니 그들이 서로 쳐다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나를 비웃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
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나는 한 단계 더 발전했으며 의심과 분노가 세상에 대한
나의 초기반응이라는 것을.......
버트의 목소리가 녹음기에서 크게 울려나왔다.
'자, 이제 이 카드를 봐. 이것은 무엇일까? 이 카드 볼 때 무엇이 보여? 사람
들은 각자 다른 그림이 보인대. 네가 볼 때는 무슨.......'
몇 분 전에와 똑같은 말, 거의 똑같은 말투였다. 이어서 내가 대답하는 것을
들었다. 아기처럼 웅얼웅얼 거리는 대답들. 나는 그냥 맥없이 니머 교수의 의자
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게 진짜 나인가?"
버트와 나는 다시 시험실로 돌아가서 로르샤하 테스트를 했다. 천천이, 자세
히. 이번에 내 대답은 달랐다. 나는 잉크얼룩무늬에서 그림을 볼 수 있었다. 박
쥐 두 마리가 서로 잡아당기는 모습, 두 남자가 펜싱하는 모습. 나는 이 모든 것
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버트를 완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속 카드들을
뒤집어 뒤에 뭐라고 적혀있나도 봤다. 버트가 노트에 무엇을 적나해서 훔쳐봤지
만 무슨 암호로 되어 있었다.
이 시험은 아직도 잏 못 하겠다. 누구든지 시험볼 때 거짓말 할 수도 있지 않
은가?
어떻게 해서 내가 그들을 속이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까?
나중에 스트라우스 박사가 심리학에 대해서 읽을 수 있게 해주면 이해하게 되
겠지. 보고서에 내 생각 모두를 적어놓으면 다른 사람들이 읽을 거라는 사실 때
문에 적어놓기가 점점 싫어진다. 어쩌면 잠시동안 내 진행 보고서 몇 개는 공개
하지 않고 내가 갖고 있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르겠다. 스트라우스 박사한테 물어
봐야겠다. 왜 갑자기 이런 데에 신경이 쓰이지?
진행 보고서 10
4월 21일 반죽기계를 개조해서 생산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도
너 아저씨 얘기로는 기계를 개조한 뒤로 노동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올릴 수 있
을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고했다고 보너스 15달러와 주급을 10달러 인상해 주
었다.
주급인상을 자축하는 뜻으로 프랭크 레일리와 조 칼프랑 점심 함께 먹으려 했
으나, 조는 부인을 위해 사야될 것이 있다고 빠지고, 프랭크도 사촌과 점심 약속
있다고 빠졌다. 그들은 아직도 나의 달라진 모습에 익숙해지지 못한 것 같다.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다.
모두들 나를 무서워하는 것 같다. 한 번은 짐피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가서
어깨 건드렸더니 깜짝 놀라 펄쩍 뛰면서 커피를 옷에다 쏟았다. 그리고 내가 고
개를 돌릴 때마다 나를 응시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제과점에서 이젠 아무도 나
에게 말을 걸지도, 장난치지도 않는다. 그래서 요즘에는 일을 나가도 쓸쓸하다.
이 일을 생각하다보니 옛날에 내가 서서 잠들었을 때 프랭크가 내 발을 차서
넘어뜨린 것이 기억난다.
따끈하며 달작지근한 냄새, 하얀 벽, 프랭크가 빵 구울 때 타지 말라고 가끔가
다 빵을 옮길 때 확 일어나는 오븐 불.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돌으며 나는 넘
어진다. 그 뒤에 곧 벽에 머리 부딪이는 소리.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이 나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 같지가 않다. 또 다른
찰리가 누워있는 것 같다. 그는 어리벙벙하며 누워있다....... 부딪힌 곳을 만지
며....... 먼저 키 크고 마른 프랭크를 쳐다보다 옆에 있는 뚱뚱하고 털이 많으며
회색빛 얼굴에 파란 눈이 눈썹에 의해 거의 가려진 짐피를 쳐다본다.
"그 애 좀 가만 놔 두지그래."
짐피가 프랭크에게 말했다.
"프랭크, 왜 계속 찰리를 못 살게 구는 거지?"
"상관없으니까 그러지."
프랭크가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하나도 못 느끼지, 찰리? 너는 아무것도 모르지?"
찰리는 머리 부딪힌 곳을 만지며 움찔한다. 왜 벌 받는지 모르겠지만 더 얻어
맞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잖아."
의족을 가지고 있는 짐피가 뚜벅뚜벅 걸어오며 말했다.
"왜 자꾸 찰리만 못살게 구박하는 거야?"
키 큰 프랭크와 뚱뚱한 짐피 두 명이 길다란 테이블에 앉아서 저녁 주문받은
롤빵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굴린다.
둘이서 침묵을 지키며 잠시 일하다가 프랭크가 일을 멈추고 쓰고 있는 하얀
모자를 뒤로 제끼며 말했다.
"이봐 짐피. 찰리가 밀가루 반죽 굴리는 것은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짐피는 팔꿈치를 테이블에 기대며 대답했다.
"그냥 찰리 가만히 놔두는 게 낫지 않겠어?"
"정말로 말야, 짐피. 밀가루 반죽 굴리는 것 같은 간단한 것은 찰리도 배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 얘기를 들은 짐피는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는지 찰리에게 시선을 돌린다.
"어쩌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찰리! 이리 와봐."
찰리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얘기 할 때마다 하던 대로 고개를 숙
이고 신발끈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신발끈을 신발에 꿰고 묶을 줄 알았다. 롤
빵도 만들 수 있다. 차고, 굴리고, 비틀고 하면서 밀가루 반죽을 롤빵 모양으로
만드는 걸 배울 수 있다.
프랭크는 찰리를 의심쩍은 눈으로 바라본다.
"짐피, 이게 잘못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어. 만약 이 멍청이가 아무것도 배울 수
없으면 괜이 이러는 것 아냐?"
"내게 맡겨둬."
이젠 프랭크의 아이디어에 푹 빠진 짐피가 말했다.
"내 생각엔 찰리가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찰리, 잘 들어. 뭐 배우고 싶지 않
아? 프랭크나 나처럼 롤빵 만드는 거 비우고 싶지 않아?"
찰리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며 짐피를 응시한다. 그는 짐피가 무엇을 원하
는지 알아들었으나 고민에 빠졌다. 그는 짐피를 기쁘게 하고 싶었으나 '배우다'
랑 '가르치다'란 단어를 들으면 생각나는 게 있다....... 벌 받는 기억....... 무엇인
지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가늘고 하얀 손이 그에게 무엇인가 배우라고 자꾸
때리는 모습.
찰리는 뒤로 달아나려고 하지만 짐피가 팔을 잡으며 말했다.
"아주 쉬운 거야, 찰리. 때리려고 그러는 게 아니야. 사시나무 떨듯 떠는 것 좀
봐. 찰리, 이것 봐. 여기 너 가지고 놀라고 반짝반짝 하는 행운의 쇠붙이를 줄
게."
그러면서 짐피는 손을 내밀어 놋쇠줄에 달려있는 '스타-브라이트 금속 광택'라
고 새겨있는 놋쇠디스크를 찰리에게 보여준다. 짐피는 놋쇠줄을 잡고 디스크를
돌리자 배기열등 빛을 반사하며 반짝반짝 빛난다. 그 장식에 반사되는 빛에 대
해서 뭔가 기억나는 것이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왜 기억나는지 모른다.
찰리는 손을 내밀지를 않는다. 다른 사람 물건에 손을 대면 매를 맞는다는 걸
그는 알고 있다. 누군가가 손에 쥐어주는 것은 괜찮아도 그렇지 않으면 안된다.
찰리는 짐피가 놋쇠장식을 자기에게 내미는 걸 보고 고개를 끄떡이며 웃는다.
프랭크가 웃는다.
"찰리도 그건 알지. 반짝이는 것이 좋다는 것을."
여태까지 자기 아이디어를 짐피에게 실험해 보도록 놔둔 프랭크가 흥분하며
다가온다.
"찰리가 그 쇠붙이를 가지고 싶다면 롤빵 만드는 방법 배우면 준다고 하면 될
것 같은데."
프랭크와 짐피가 찰리를 가르치려고 준비하는 동안 제과점 안에 있던 다른 사
람들도 모여든다. 프랭크는 기계 근처의 테이블을 치우고, 짐피는 적당한 양의
밀가루 반죽을 떼어 찰리 앞에 놓는다. 곁에 서있는 사람들은 찰리가 롤빵 반죽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 있나 없나 내기한다.
"우리가 하는 거 잘 지켜봐."
짐피가 놋쇠목걸이를 찰리가 잘 볼 수 있게 찰리 옆에 있는 테이블 위에다 놓
으면 말했다.
"잘 보고 그대로 따라해. 잘 배우면 이 반짝이는 행운의 쇠붙이가 네 것이 되
는 거야."
찰리는 걸상에 등을 구부리고 앉아 짐피가 칼로 밀가루반죽 한 덩어리를 잘라
내는 걸 지켜본다. 짐피가 반죽을 굴려 길다랗게 만들고 조금을 떼어내 비틀어
원형으로 만드는 것과 가끔가다 반죽에다 밀가루 뿌리는 걸 유심히 지켜본다.
"이번엔 내가 하는 걸 잘 봐."
프랭크가 짐피가 한 걸 반복하며 말한다. 그걸 보며 찰리는 어리둥절해 졌다.
프랭크와 짐피는 서로 다르게 반죽을 하는 것이다. 짐피는 팔꿈치를 새날개처럼
내밀고 반죽하지만 프랭크는 팔을 몸에 붙히고 반죽한다. 짐피는 반죽하며 엄지
를 다른 손가락 둘과 모아서 하지만 프랭크는 손바닥으로 반죽을 한다.
이런 하찮은 것들에 신경쓰는 찰리는 짐피가 '한 번 해봐' 하고 시키자 얼어서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래서 찰리는 고개를 흔든다.
"다시 한 번 천천히 할테니까 잘 봐. 내가 하는 걸 잘 보고 따라해. 알겠지?
그렇지만 혼자 할 수 있도록 기억해야 하는 거야. 자, 먼저 이렇게 하는 거야."
짐피가 반죽 한 덩어리를 떼어내 공처럼 굴리는 것을 찰리는 얼굴을 찡그리며
쳐다본다.
찰리는 잠깐 멈칫하다가 칼을 집어들어 반죽 한 덩어리를 잘라내서 테이블 가
운데에 놓는다. 천천히 짐피가 하는대로 팔꿈치를 내밀면서 공을 만든다. 그는
자기 손과 짐피의 손을 번갈아 보며 손가락까지 똑같이 모으며 따라한다.
그는 짐피가 원하는 대로 정확히 해야한다. 그의 마음 속에서 누군가가 '이것
만 잘하면 다른 사람들이 너를 좋아할 것이다'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그리고 두
말할 것도 없이 찰리는 짐피와 프랭크가 자기를 좋아해주길 무엇보다도 원한다.
짐피가 반죽을 공처럼 굴려 만들기를 다 끝내고 뒤로 물러서자 찰리도 같이
다 끝내고 물러선다.
"잘 했는데? 여, 이봐 프랭크. 이거 차리가 만든 롤 반죽 좀 봐."
프랭크는 고개를 끄떡이며 웃는다. 찰리는 한숨을 푹 내쉬고 긴장이 풀리며
온몸을 떤다. 그는 이렇게 성공해 본 적이 없었다.
"좋았어."
짐피가 말했다.
"이제는 롤빵으로 만드는 거야."
어색하지만 조심스럽게 찰리는 짐피의 행동을 따라한다. 가끔 찰리의 손이나
팔이 경련을 일으켜 반죽에 흠집을 내기도 하고,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어도
롤빵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짐피 옆에서 따라하며 찰리는 롤빵 여섯 개를 빚
어서 밀가루 약간 뿌린 다음, 미리 밀가루를 뿌려놓은 쟁반 위에 짐피가 만든
것과 같이 놓는다.
"잘했어, 찰리."
짐피가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이제는 혼자서 만들어보는 거야. 처음부터 잘 기억해서. 자, 해봐."
찰리는 커다란 밀가루 반죽덩어리와 짐피가 쥐어준 칼을 바라본다. 그러자 찰
리는 다시 한 번 당황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뭘 하지? 손을 어떻게 하고 손가
락은 어떻게 구부려야 하나? 어느 쪽으로 공을 굴려야 하지? 한 가지의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는 가운데 찰리는 우두커니 서서 멍청하게 웃는다. 찰리는 정말
잘 하고 싶다. 잘 해서 짐피와 프랭크를 기쁘게 만들고, 자기를 좋아하게 만들
고, 짐피가 약속한 행운의 쇠붙이도 갖고 싶다. 그래서 그는 커다란 반죽덩어리
를 테이블 위에서 돌리지만 도저히 시작하지 못한다.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두려워서 반죽을 잘라내지도 못한다.
"벌써 잊어버렸나봐."
프랭크가 말한다.
"한쪽 귀로 들어가서 반대쪽으로 흘러나오나 봐."
찰리는 꼭 기억하고 싶어서 애를 쓴다. 처음에 한 덩어리 잘라내서 공처럼 굴
려 만든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공이 쟁반에 있는 롤빵처럼 되지? 뭔가 하는 게
있는데.......
시간만 좀 지나면 기억할 수 잇다. 머리 속에 흐릿한 것만 지나가면 기억해낼
수 있을 거야. 조금만 더 기다리면 기억할 수 있을 거야.
그는 정말로 배운 것을 기억하고 싶다-잠깐만이라도. 너무너무 기억하고 싶다.
"오케이, 찰리."
짐피가 칼을 찰리 손에서 받아들며 말했다.
"괜찮아. 그렇게 신경 쓰지 마. 원래 네가 할 일이 아닌데."
일 분만 더 있으면 기억할 수 잇을 것이다. 그들이 재촉하지 않는다면. 왜 모
든 것을 빨리 빨리 해야되지?
"저기 가 앉아서 만화책이나 읽어, 찰리. 우리는 다시 일하기 시작해야 되니
까."
찰리는 고개를 끄떡이며 웃고 뒷주머니에서 만화책을 꺼낸다. 그리고 만화책
을 판판하게 펴서 모자 쓰는 것처럼 머리 위에 얹어 놓는다. 프랭크가 웃기 시
작하고 짐피도 미소짓는다.
"가봐, 이 갓난 아기야."
짐피가 투덜댄다.
"가서 도너 아저씨가 부를 때까지 앉아 있어."
찰리는 웃으며 반죽기계 옆에 있는 밀가루 포대들 쪽으로 걸어간다. 그는 포
대에 기대어 앉아 만화책 읽기를 좋아한다. 책장을 넘기는데 눈물이 나왔다. 슬
픈 것도 없는데 왜 그러지? 머리 속의 흐릿한 구름은 나타났다 사라지고, 이제
벌써 수십 번 본 만화책의 알록달록한 그림들을 보는 게 기대된다. 그는 책의
주인공들을 다 알고 있다-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계속 주인공들의 이름을
물어봤다. 그리고 주인공들 위에 있는 하얀 풍선 속에 뭐라고 써있으며 주인공
들이 말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언젠가는 그 하얀 풍선 속에 써 있
는 말들을 읽을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시간만 넉넉히 주면-자꾸 재
촉하거나 하지만 않으면-그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도 충분한 시간을 안준다.
찰리는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만화책을 펼쳐 [베트맨]과 [로빈]이 긴 밧줄에
매달려 빌딩에서 빌딩으로 건너뛰는 장면이 그려져 있는 페이지로 간다. 언젠가
는, 언젠가는 꼭 읽는 방법 배울 것이다. 그러면 이 책을 읽을 수 있겠지. 그는
누가 어깨에 손을 대는 걸 느끼고 고개를 돌린다. 짐피가 놋쇠 디스크를 내민다.
디스크는 줄에 매달려 빙글빙글 돌아가며 반짝인다.
"자, 이거 받아."
짐피가 거친 목소리로 말하며 놋쇠 디스크를 찰리에게 던져주고 절뚝절뚝 걸
어간다.......
전에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나한테 놋쇠디스크 준 것은 아주 고마운 일이었
다. 왜 나한테 주었을까? 아무튼 간에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전부다. 이 기억은
내가 가지고 있는 다른 어떤 기억보다 훨씬 더 선명하고 완전하다. 마치 아침
하늘이 아직 회색일 때 부엌 창문을 내다보는 것 같다. 기억나는 과거와 비교해
서 나는 이제 많이 발전했고, 이것 모두는 다 니머 교수와 스트라우스 박사, 그
외에 비크맨대학에서 일하는 여러 사람 덕택이다. 그러나 이제 내가 이렇게 달
라진 것을 보고 짐피와 프랭크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4월 22일 제과점 직원들이 점점 변하고 있다. 이젠 그냥 나를 무시하기만 하
는 것이 아니다. 나에 대한 사람들의 적개심이 느껴진다. 도너 아저씨는 내가 제
과 노동 협회를 가입할 수 있도록 타협하고 있고, 나는 또 봉급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원망하고 싫어한다는 것 때문에 당연히 느껴야해 할
성취감과 그 외의 기쁨이 없다. 어떻게 보면 그들을 원망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들은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더구나 나는 그들에게 이
일을 설명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나를 칭찬해주며 받아줄 것이라고
한 나의 생각과는 정반대이다.
그래도 아직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내일 킨니안 선생님에
게 내 봉급인상 축하할 겸 저녁에 영화구경하러 가자고 물어봐야겠다. 물어볼
용기를 낼 수 있다면``````.
4월 24일 내가 쓰는 진행 보고서가 다른 사람들이 읽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
는 내가 나의 모든 감정이나 생각을 계속 진행 보고서에다 쓰기는 불가능하다고
한 스트라우스 박사와 나의 주장을 드디어 니머 교수가 받아들였다. 나는 지금
가지 무엇을 쓰던지 간에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했으나 어떤 것들은 이 진행 보
고서들을 일기처럼 개인용으로 하기 전에는 적어놓기가 거북하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너무 개인적인 사항은 나가 보관하고 있게 되었는데, 웰버
그 재단에 마지막으로 보고하기 전에는 니머 교수가 보고서 전체를 다 읽어보고
골라서 출판하기로 했다.
오늘 실험실에서 매우 언짢은 일이 일어났다.
앨리스 킨니안과 가이 영화 보러가도 되겠냐고 스트라우스 박사나 니머 교수
에 물어보러 갔는데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그들 둘이서 언쟁하는 소리가 들렸
다. 원래는 엿들으면 안 되는 거지만, 옛버릇은 역시 고치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전에는 사람들이 옆에서 내가 아예 없는 듯 행동하고 말했기 때문이다.
니머 교수는 내가 듣든지 말든지 책상을 세게 치며 소리쳤다.
"내가 벌써 시카고에서 실험보고를 하겠다고 위원회에 말했다구."
그러자 스트라우스 박사가 대답했다.
"그러나 그건 잘못한 거야. 해롤드. 지금부터 6주는 너무 짧아. 그는 아직도 발
전하고 있다고."
그러자 니머 교수가 반박했다.
"지금까지는 예측한 대로 잘 나갔잖아. 적어도 중간 보고를 할 임무가 우리에
게 있어. 걱정하지마, 제이. 우린 성공한 거야. 이제 잘못될 게 아무것도 없다구."
"이건 좀더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 서둘러 발표하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
야. 자네가 모든 책임을 진다 해도-."
"자네는 내가 팀장이라는 것을 잊고 있어."
"자네만이 이 실험에 명예를 건 아니야. 벌써부터 큰소리 치면 나중에 우리의
가설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구."
"나는 이제 퇴화에 대한 걱정 안해. 벌써 몇 번이나 점검했다구. 중간보고 해
도 잘못될 건 없을거야. 나는 이제 잘못 될 게 전혀 없다고 확신해."
스트라우스 박사는 니머 교수가 홀스턴 심리학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하고,
니머 교수는 스트라스 박사가 영광을 위해 자기 실험에 붙은 것이라고 하며 이
런 식의 말다툼을 계속했다. 이어서 스트라우스 박사는 이 실험에서 자기의 기
술이 니머 교수의 이론만큼 중요하며 언젠가는 전세계의 신경외과 의사들이 자
기의 기술을 쓸 것이라고 주장하자, 니머 교수는 자기의 이론이 없었으면 스트
라우스 박사의 기술은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되받았다.
이렇게 싸우며 그들은 서로를 '기회주의자', '냉소적인간', '비관론자' 라고 비꼬
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갑자기 두려움을 느끼고 이렇게 서서 그들의 얘기를 엿
들을 자격이 없음을 느꼈다. 내가 정박자일 때 그들은 내가 듣든지 말ㄷㄴ지 상
관핮 않았겠지만, 이제는 내가 다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엿듣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말다툼을 끝까지 들어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해는 벌써 졌고, 어둠 속에서 나는 내가 왜 두려움을 느꼈는지 생각했다. 나는
처음으로 니머 교수와 스트라우스 박사가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기 시작
했다. 그들은 뮈슨 신도 아니고 영웅도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자기 일에 대해서
걱정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만약에 니머 교수 말대로 이 실험이 성
공한다면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할 일이 너무 많을 것 같다. 봉급인상을 자축하
는 뜻으로 미스 킨니안과 영화보러 가는 것은 내일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
다.
4월 26일 쓸데없이 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학생들이 책들고 다니면서 여러 과목에 대해서 배우고, 배운 것에 대해
서 토론하면서 다니는 것을 보면 왠지 신이난다. 학생들이 앉아서 서로 여러 가
지 것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들과 같이 교내식당에서 커피를 마
시면서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들이 시, 과학, 철학에 대해서 토론하는 것을 보면 재미있다-세익스피어, 밀
튼, 뉴튼, 아이슈타인, 프로이드, 플라톤, 헤젤과 칸트, 그 외에 여러 이름들이 성
당 종소리처럼 내 머리 안에서 울린다.
어떤 때는 대학생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학생들 옆 테이블에 앉아서 얘기를 엿
들을 때도 있다. 대학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기는 했지만....... 그래서
책들고 다니기도 하고 파이프 담배도 피우기 시작했다. 웃스운 얘기인지는 몰라
도 내가 이 실험실에 소속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왠지 대학교의 일부분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매일 밤 나의 외로운 방으로 되돌아가기가 싫어진다.
4월 27일 오늘 교내식당에서 몇 명의 친구를 사귀었다. 그들은 진짜로 세익스
피어의 연극들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의논하고 있었다.
그중에 뚱뚱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남학생이 맬로우가 세익스피어의 연극을
전부 다 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은 안경을 끼고 키가 작은 레니는 맬로우가
썼다는 말을 못 믿겠다고, 진짜 작가는 프렌시스 베이컨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세익스피어는 대학교 다닌 적이 없어서 연극에 나오는 만큼의 교육수준을 보여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옆에 모자쓰고 앉아있던 1학년 학생이 화장실에
서 어떤 사람들이 하는 말을 엿들었다며 사실은 어느 한 여자가 세익스피의 연
극을 모두 쓴 거라고 했다.
그 외에도 그들은 정치, 예술, 그리고 종교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나는 그때
처음 신이라는 것에 대해서 들었다. 들으면서 신이라는 것과 그것이 무엇을 상
징하는 것인지 생각하며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왜 대학을 다니며 교
육을 받아야하는지 이해가 된다. 대학을 다니는 이유는 지금까지 믿었던 것이
틀리며 무엇이든지 겉과 속은 다르다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이다.
그들이 얘기하고 언쟁하는 동안 나는 점점 신이 나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바
로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나는 대학교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여러 주제에 대하
여 토론하는 것을 듣고 싶다.
나는 요즘 자유시간의 대부분을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보낸다. 특별히 골라
서 읽는 것은 아니고 그냥 소설을 읽는다-톨스토이, 플로우버트, 디킨스, 헤밍웨
이, 와그너-무엇이든지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다-채울 수 없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
4월 28일 어제 저녁 꿈에서 엄마가 아빠와 피에스 13 초등학교 선생님한테 소
리치는 것을 들었다. (피에스 13은 내가 피에스 222로 전학가기 전에 다니던 나
의 첫 학교였다.)
"이 애는 정상이예요! 정상이라구요!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이 자랄 거라고요.
다른 사람들보다 더 훌륭하게 자랄 거라고요!"
엄마는 선생한테 달려들어 할퀴려는 것을 아빠가 막고 있다.
"우리 아이는 언젠가는 훌륭한 대학교 갈 거예요. 훌륭한 사람이 될 거예요!"
엄마는 아빠를 뿌리치며 몸부림치며 소리친다.
"훌륭한 대학교 나와서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구요!"
우리는 교장실에 있었는데 많은 사람이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
러나 부교장은 아무도 못 보게 얼굴을 돌리고 무엇인가가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었다.
꿈 속의 교장은 턱수염을 길렀고 방 안을 돌아다니며 나한테 손가락질을 한
다.
"찰리는 특수학교를 다녀야합니다. 워런 주정부 학교에 입학시키십시오. 찰리
는 이 학교에 다닐 수 없습니다."
아빠는 울고 불고 소리치는 엄마를 교장실에서 끌고 나온다. 나는 엄마의 얼
굴을 볼 수 없었으나 엄마의 빨간 눈물이 자꾸 나를 적신다.......
오늘 아침 나는 꿈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흐릿
하게 기억난다-내가 6살일 때 일어난 일. 노마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다. 내가 기
억하는 엄마는 말이 많고 손을 너무 많이 쓰는 분이셨다. 얼굴은 전처럼 흐려져
있어 잘 안 보인다. 그녀의 머리를 타래머리로 되어 있고 가끔가다 엄마는 머리
카락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는 듯 손으로 머리를 매만진다. 나는 엄마가 언
젠든지 집 안을 새가 날아다니듯 왔다갔다 하던 것이 기억난다-아빠를 둘러싸고
서. 아빠는 그녀가 들볶는 데에서 달아나기에는 너무 무겁고 피곤하다. 찰리가
부엌 가운데 서서 알록달록한 구슬과 고리가 달린 장남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는 장난감을 돌리며 반사되는 불빛을 쳐다보며 시간이 지나가는
줄 모른다. 나는 누가 그를 위해 장난감을 만들어 줬는지 모르지만 찰리가 장난
감을 돌리며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녀가 찰리에게 소리치고 있다-아니, 아빠에게 소리치고 있다.
"내가 왜 찰리를 데리고 가야하죠? 찰리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요."
"로즈, 아무리 부정해도 소용없어. 찰리는 벌써 6살인데-."
그는 장난감 가지고 놀고 있는 그이 아들을 슬픈 눈으로 쳐다본다. 찰리는 싱
긋 웃으며 아빠에게 반짝거리는 장난감을 보여준다.
"그거 치우지 못해!"
엄마가 꽥 소리지르며 장난감을 찰리 손에서 쳐버린다.
"가서 네 알파벳블록을 가지고 놀아라, 찰리."
엄마가 갑자기 호통을 치는 것에 놀라고 무서워서 찰리는 꼼짝도 안 하고 서
있다. 그의 몸은 떨기 시작한다. 그들의 언쟁은 찰리를 긴장하게 만들고 또한 죄
이는 듯한 압력을 느끼게 한다.
"찰리, 빨리 화장실에 가. 바지에 또 오줌 싸면 혼난다."
그는 엄마 말대로 하고 싶으나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자 찰리는 본능
적으로 맞을까봐 손으로 머리를 가린다.
"이걸 봐, 로즈. 찰리가 이렇게 무서워하잖아. 당신은 언제든지 그런식으로 가
엾은 이 애를-."
"그러면 찰리 가르치는 걸 좀 도와주지 그래요? 지금까지는 내가 혼자서 모든
것을 가르쳤다구요. 저는 매일 찰리를 교육시켜요-다른 사람들과 같은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말이예요. 이 애는 느린 것 뿐이예요.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처럼
될 것라구요."
"당신은 당신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거야. 우리에게도 찰리에게도 그건 공평하지
가 않아. 찰리가 다른 정상인 체하고 찰리가 무슨 동물인 것같이 몰아서 훈련시
키는 걸 그만두라고."
"나는 찰리가 정상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그들이 언쟁하는 동안 찰리의 배 속의 압력은 강해진다. 싸기 전에 엄마가 하
라는 대로 화장실에 가야한다는 것을 알지만 찰리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
다. 그냥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싶지만 그러면 엄마한테 매 맞는 것을 찰리는 안
다.
찰리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다. 장난감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반짝이는 것
을 보면 바지에 똥오줌을 싸지 않을 텐데. 그러나 찰리의 장난감은 부서져서 여
기저기 흩어져 있다.
사람들 얼굴은 흐려서 볼 수 없지만 목소리만은 뚜렷하게 들린다는 것이 희안
하다. 그리고 꿈이라서 그런지 사람들 모습도 흐리게 보인다. 아빠는 거대한 몸
집에 느릿느릿하고 엄마는 갸날픈 몸집에 잽싸다.
이제 그들이 몇 년 전에 언쟁하던 것을 들으면서 이렇게 소리치고 싶다.
"이봐요! 저기 있는 찰리를 보라구요! 찰리는 지금 화장실에 가야해요!"
그들이 언쟁하는 동안 찰리는 입고 있는 빨간무늬 남방을 만지작 거리고 있
다. 그들의 언쟁은 찰리로 하여금 이해하지 못할 노여움과 죄책감이 들게 한다.
"다음 9월에는 피에스 13에 돌아가서 학기를 다시 하는 거예요!"
"왜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지? 선생님이 찰리의 지능으로는 피에스 13
에서 공부하기 힘들다고 그랬잖아."
"그 **년이 선생이라구요? 아니야. 그년은 **년이라고 불리는 것도 과분해. 그
년이 다시 내 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징계위원회에 편지쓰는 것으로 그치지 않을
거야. 그 년의 눈을 파내버릴거야. 찰리, 왜 그렇게 비비 꼬고 있는 거니? 어서
화장실에 가. 혼자서도 갈 수 있잖아."
"당신이 데리고 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안 보여? 찰리는 지금 두려워하고
있다고."
"시끄러워요. 이 애는 혼자서도 충분히 화장실에 갈 수 있다구요. 책에서 읽었
는데 혼자 하면 자신감과 성취감을 준대요."
그 차가운 타일 덮인 방에 대한 공포감이 찰리를 압도한다. 찰리는 무서워서
화장실에 혼자 가지 못한다. 그는 엄마에게 손을 뻗으며 울먹거린다.
"화...... 화...... 화장......."
그러나 엄마는 그이 손을 차갑게 뿌리친다.
"안돼! 이제는 다 자랐으니 너 혼자 갈 수 있잖아. 지금 당장 화장실 가서 가
르쳐 준 대로 바지 내리고 볼일 봐. 바지에 싸면 맞을 줄 알아."
그들이 찰리가 어떻게 하나 지켜보고 있는 동안, 나는 그가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을 겪는 것을 거의 같이 느낄 수 있다.
찰리의 흐느낌은 울음이 되고 찰리는 더 못 참고 바지에 싼다. 부끄러움에 찰
리는 얼굴을 가린다.
찰리는 따뜻함을 느끼며 안심과 공포를 동시에 느낀다. 그 느낌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고 그의 것이다. 그러나 엄마가 금방 빼앗을 것이다. 빼앗아가지고 혼
자 가질 거이다. 그리고 엄마는 찰리를 때릴 것이다. 엄마는 나쁜애라고 소리지
르며 달려오고, 찰리는 아빠에게 도움을 청하며 달려간다.
갑자기 나는 엄마의 이름은 로즈이고, 아빠의 이름은 매트라는 것이 기억났다.
부모님들의 이름을 잊어버렸었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간다.
그리고 노마는 어떻게 된 것인가? 그들 모두를 잊어버렸다는 것이 이상하다.
매트가 그때 어떤 표정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고 싶다. 내가 기
억하는 것이라고는 엄마가 나를 때리기 시작하자 매트 골든은 뒤돌아서 아파트
에서 나간 것이다.
그들의 얼굴을 더 정확히 볼 수 있었으며.......
진행 보고서 11
5월 1일 앨리스 킨니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왜 미처 몰랐을까? 그녀의 밤색
눈동자는 비둘기처럼 부드럽고, 기털 같은 밤색 머리는 목이 파여진 데까지 내
려왔다. 미소 지을 때 그녀의 입술은 마치 입을 빠죽 내미는 듯했다.
우리는 영화를 보고 나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그녀가 옆에 있는 것이 의식되서 첫 영화는 많이 보질 못했다. 두 번이나 그
녀의 맨살이 팔받침에 있는 내 팔에 다았다. 그리고 두 번 다 그녀가 화를 낼까
봐 걱정이 됐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 전부는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가 몇 인
치 안 떨어져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두 줄 앞에, 젊은 남자가 여자
를 안고 있었다.
내가 만약 천천히 다가간다면....... 우선 손을 그녀의 의자 위에 언고......, 손을
올려서......, 조금 더 가까이......, 그녀의 어깨 근처에 언고......, 그녀의 목 뒤
로......, 무의식적인 양.......
그러나 나는 용기를 못 냈다. 나는 기껏해야 팔꿈치를 그녀의 의자 뒤에 놓았
다. 그러나 곧 나는 내 얼굴과 목에 흐르는 땀을 닦으려 다시 움직여야 했다.
한 번은 그녀의 다리가 실수로 내 다리를 스쳤다. 그것은 호된 시련이었다, 너
무도 아픈.......
억지로 그녀에게서 신겨을 끊으려 했다.
첫 영화는 전쟁영화였다. 그리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건 결말에서 쥐아이요
원이 유럽으로 다시 가서 그 남자의 생명을 구해준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영화가 나의 흥미를 끌었다. 심리학적인 영화, 남녀가 서로 사랑을 하
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를 파멸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영화의 모든 진
행이 그 남자가 아내를 살해할 것처럼 진행되는데, 마지막 순간에 여자가 악몽
을 꾸며 소리를 지른다. 이 일은 남자로 하여금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게
만든다.
그 갑작스런 기억으로 인해 그가 정말 미워하던 것은, 어린 시절 무서운 공포
이야기로 그를 놀라게 해서 성격 형성에 지장을 준 타락한 가정교사였다는 사실
을 알게 되었다. 그 남자는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 몹시 흥분하였고 기쁨으로
울음을 터뜨린다. 그의 아내가 잠에서 깨어나자 그는 아내를 팔을 벌려 안아 주
는데, 그것은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이 내용은 정말 유치하고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무엇이 잘못
됐냐고 물어보는 앨리스 때문에 화가 나싿.
로비로 나갈 때 내가 얘기했다.
"모두 거짓말이예요. 전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예요."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맞는 말이예요.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이죠."
"오, 아니요! 그런 말은 답이 안 되요."
내가 주장했다.
"아무리 꾸며낸 이야기라도 그들 나름대로의 규칙은 있어야 해요. 사건들이 일
관성이 있어야 한다구요. 이런 영화는 거짓이예요, 작가나 감독, 아니면 다른 누
군가가 사건이 서로 맞지 않기를 바란듯이 서로 억지로 연관되어져 있어요. 그
리고 그건 옳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타임즈 광장이 눈부시도록 밝은 불빛 속으로 걸어나가며 그녀는 나를 유심히
바라봤다.
"당신은 정말 빨리 배워가고 있어요."
"나는 너무 혼란스러워요. 이젠 내가 무얼 아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건 신경쓰지 말아요."
그녀가 주장했다.
"당신은 사물을 보고 이해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녀는 손을 흔들었다. 마치 우리가 지나가는 7번가의 모든 네온불과 반짝이
는 불빛들을 잡으려는 듯이.......
"당신은 이제 모든 것들의 표면 뒤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기 시작한 거예요. 함
께 묶여있는 부분들에 대한 당신의 이야기는 매우 좋은 통찰력이예요."
"아참,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저는 제가 무엇을 해냈다는 생각이 안들어요. 저는
나 자신이나 또는 과거를 이해할 수 없어요. 저는 저의 부모님들이 어디에 있는
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요. 제가 언뜻 스치는 기억 속에서나 꿈속에서 부모
님들을 볼 때 그들은 그냥 뿌옇게 보여요. 나는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어요. 나는 그들의 얼굴을 보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이해할 수
없어요!"
"찰리, 진정해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돌아서서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다가와 팔짱을 끼었다.
"진정해요. 당신이 다른 사람들이 일생 동안에 터득할 수 있는 것들을 일 주일
안에 이루었다는 것을 명심해요. 당신은 지식을 마구 흡수하는 큰 스폰지 같아
요. 당신은 곧 여러 가지의 것들을 서로 조합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고, 그렇
게 되면 서로 다른 것들을 습득하는 분야들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알게
될 거예요. 찰리, 당신은 아주 긴 사다리를 한칸 한칸 올라가는 거예요.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당신 주변 세계를 보게 될 거예요."
우리가 44번가의 카페테리아에 가서 우리의 음식을 주문할 때 그녀는 힘차게
얘기했다.
"보통사람들은 아주 작은 일부분 밖에 보지 못해요. 그들은 많이 변화하지 못
하거나 진보하지 못하지요. 하지만 당신은 천재예요. 당신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
좀더 많은 것을 알게 될거예요.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거예요."
사람들이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우리를 주시하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내가 그녀에게 그만하라고 손짓을 할 때까지 계속 이야기 했다. 그러자 그녀의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이듯 얘기했다.
"나는 단지 신께 기도할 뿐이예요. 당신이 상처받지 않도록......."
잠시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을 때 주문한 음식이 나왔
고, 우리는 식탁으로 와서 조용히 음식을 먹었다. 그 침묵은 나에게 조바심이 나
게 했다. 나는 그녀의 두려움이 어디에 있는지를 이해하고 있으므로, 그것에 대
해 농담했다.
ㅡ"내가 왜 해를 입어요? 나는 그전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을거예요. 알제논
도 아직 총명하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그 녀석이 그 상태에 있는 한 나는 문제
없다구요."
그때 그녀는 버터의 한 부분을 나이프로 깊게 파서 둥근 원은 만들었는데, 그
모양에 나는 마치 최면에 걸린듯 빠져있었다.
"그......, 그리고......."
내가 말했다.
"내가 들은 게 있는데-니머 교수와 스트라우스 박사가 언쟁을 벌이는 중에,
니머 교수가 말하기를 그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아무것도 나빠질 게 없다고 말
하더라는 거예요."
"나도 그렇게 되기를 바래요."
그녀가 말했다.
"조금이라도 잘못 될까봐 내가 그동안 얼마나 걱정했는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나도 부분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그녀는 나이프에 비추어진 나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보다가 접시 옆에 가만히
내려 놓았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수술받지 않았을 거예요."
나의 말에 그녀가 웃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전율케 했다. 그녀의 엷은 갈색
눈동자를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냅킨을 들어 눈을 훔치고 있었
다.
"고마워요, 찰리."
그녀가 나의 손을 잡았다. 그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좀더 대답해져서
앞으로 기대었다. 그녀의 손에 이끌려서....... 그러자 이 말이 갑작스레 튀어나왔
다.
"나는 당신을 매우 좋아해요."
나는 그 말을 하면서 그녀가 웃지 않을까 걱정스러웠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
덕이며 웃었다.
"나도 당신을 좋아해요, 찰리."
"그러나 이건 좋아하는 것 이상이예요. 내가 얘기하는 것은....... 아, 그러니까,
제기랄, 잘 모르겠어요."
나는 나의 눈빛이 흐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어디에 시선을 두어
야 할지, 나의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나는 포크
를 떨어뜨렸고 그것을 주으려 하다가 그만 물컵을 넘어뜨려 그녀의 옷에 물을
엎질렀다. 갑자기 나는 어색해져서 내가 사과하고자 하려는 순간 나는 나의 혀
가 나의 입에 비해 너무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괜찮아요, 찰리."
그녀는 나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물 좀 흘린 건데, 뭘. 이런 거 가지고 당황하지 말아요."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그녀가
지갑을 내려놓고 나의 넥타이를 고쳐 매주고 난 다음, 다시 나의 양복 바깥 가
슴 주머니에 꽂혀있는 장식용 손수건을 살짝 펼쳐 올려 주었다.
"찰리, 당신 오늘밤 매우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쓸데없는 것을 이야기 해서 실망시켰어요. 내가 당신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 같아요."
"나를 괴롭혔던 것은 그게 아니라 내가 느끼는 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는 거
예요."
내가 그녀에게 다시 가까이 다가 앉아서 그녀의 손을 잡으려고 하자, 그녀는
손을 부리쳤다.
"안돼요, 찰리. 이렇게 하는 것은 당신에게 도움이 안돼요. 내가 당신을 혼란스
럽게 했잖아요. 그리고 그것은 당신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것 같아요."
그녀가 나를 전송해준 후에, 나는 어색함과 우스운 마음이 동시에 교차되었다.
그것이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의자에 푹 주저앉아 창밖을 응시하
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미워했던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더 밉다. 그녀가 보여준 엄마 같
은 충고나 단순하게 대답해버리는 태도가 밉다. 뺨을 때려주고 싶다. 그리고 그
녀를 무릎 꿇고 빌게 만든 다음, 그녀를 다시 양팔로 힘껏 안고 키스를 하고 싶
다.
"찰리, 내가 당신을 혼란스럽게 했다면 미안해요."
"잊어버리세요."
"그렇지만 당신은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해하게 됐잖아요."
"그래요, 이해해요. 그리고 그 일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 하고 싶자 않아요."
택시가 77번가에 있는 그녀의 아파트에 도착하자, 나는 완전히 비참해진 기분
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이것 좀 봐요. 내 잘못이었어요. 내가 오늘 데이트에 나가지 말았어야 했는
데......."
"그래요, 나도 이제 알겠어요."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는 우리의 실험을 개인적인......, 그러니까 감정적
으로 올려 놓을 수는 없다는 거예요 당신에겐 해야할 일이 많고, 나는 당신의
인생에 연관되어 질 수 있는 자격이 없어요, 지금은."
"그것은 나만의 고민일 뿐이예요. 그렇죠?"
"오, 찰리, 이것은 더 이상 당신 개인의 일이 아니예요. 당신은 이제 의무가 있
어요-니머 교수나 스트라우스 박사뿐만 아니라 수백만 명의 당신과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당신의 발자취를 따라갈거라구요."
그녀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할수록 나는 더 마음이 상했다. 그녀는 마침내
정확하게 말하거나 행동하지 못하는 나의 멍청함을 강조했다. 그녀의 눈에 나는
한갖 멍청한 청년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하
고 있었다.
그녀의 아파트 출입문 앞에 우리가 멈추어 섰을 때, 그녀는 뒤돌아 서서 미소
를 지었다. 그 순간 나는 그녀가 나를 안으로 들어가자고 권유할 것 같았다. 그
러나 그녀는 단지 이렇게만 말했다.
"잘 가요, 찰리. 즐거운 저녁시간이었어요."
나는 굿나잇 키스를 원했다. 벌써부터 그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당신이 키스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가요?'
내가 읽은 소설 속에서나 내가 본 영화 속에서는 남자가 분위기를 진행시켜
나갔다. 나는 이미 지난 밤에 그녀에게 키스를 해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그녀가 거절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도 줄곳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기 위해 다가섰다. 그러나 그녀는 나에게 너무 빠르게
반응하였다. 그녀는 나를 멈추게 한 후 그녀의 손으로 나의 손을 잡아 내렸다.
"찰리, 우리는 이렇게 인사하는 게 좋겠어요. 우리는 아직 이런 개인적인 행동
을 하기에는 이른 것 같아요."
그리고 내가 '아직'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으려 했을 때, 그녀는 이
미 집 안으로 들어가서 이렇게 말하며 문을 닫아버렸다.
"잘 가요, 찰리. 그리고 다시 한 번 정말 고마워. 오늘밤 정말......, 정말로 즐거
웠어요."
나는 내가 집에 도착해서야 그녀에 대해, 나에 대하여, 세상에 대하여 화가 나
싿. 그녀가 옳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제, 그녀는 나에
대해서 더 이상 신경쓰지 않을 수도 있고, 그냥 단순한 친절로 대할 수도 있다.
그녀가 나의 내부 모습을 통해 알아낸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정말로 나를 갑갑하
게 만드는 것은 전에는 한번도 이런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
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어떻게 배울까? 남자가 여자에게 어
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어떻게 배울까?
책들은 많이 가르쳐 주지를 않는다.
그러나 다음에는 그녀와 헤어질 때 꼭 키스로 인사를 하려고 한다.
5월 3일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 중 한 가지는, 내가 과거의 기억을 생각할
때 그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었던 건지, 아니면 그 일들이 그때는 그렇게 보였던
건지, 그런 것도 아니라면 상상 속에서 내가 만들어낸 건인지에 관한 것이다. 나
는 어제 내가 과연 어떠한 사람처럼 보였을까 하고 생각하며 밤새도록 선잠으로
보냈다.
모든 것이 이상하게 느린 동작으로 연출되며 분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어제 밤 악몽을 꾸었다. 그리고 내가 깨어났을 때 어떤 것들은 기억할 수 있
었다.
첫번째 악몽 : 나는 아주 긴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것도 회오리 바람의 먼
지 때문에 반쯤 눈을 감은 채. 앞으로 달려가다가 공중으로 떠오르고, 그리고 또
뒤로 달렸다. 나는 주머니에 무엇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에 두려웠다.
그러나 나는 내가 숨긴 것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난 건지도 모르고 있었으며,
단지 누군가가 그것을 빼앗으려 한다는 사실이 나를 두렵게 했다.
갑자기 벽이 무너지고 그곳에 빨강 머리의 소녀가 서서 팔을 쭉 뻗고 나에게
오라고 했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은 누군인지 알 수 없게 뻥 뚤린 가면같이 되
어 있었다.
그녀는 나를 감싸안고, 키스하고 애무했다. 나도 그녀를 힘껏 안아주고 싶었지
만 두려웠다. 그녀가 나를 더욱 심하게 다룰수록 나는 점점 더 불안해지기 시작
했다. 왜냐하면 나는 여자를 다루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몸이 내 몸
위에 놓여지자 이상한 흥분과 맥박의 고동소리가 나를 점점 뜨겁게 만든다는 것
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그녀를 올려다 보았을 때 그녀의 손에는 피묻은 칼이 쥐어져 있
었다.
나는 달아나면서 소리쳤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나의 주머니는 비어
있었다. 주머니를 계속 더듬어 보았지만 내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내가 왜
숨기려 하였는지 알 수 없었고, 단지 그것이 없어졌고 나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잠에서 깨어난 후 나는 앨리스를 생각했다. 그리고 꿈에서와 똑같은 고통을
느꼈다. 내가 두려워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 꿈에서 본 칼이 두려움의 대상
인가?
나는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담배도 한 모금 피웠다. 간밤의 꿈과 같은 것은
꾸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이 지난 저녁 때 앨리스와 만났던 때의 느낌들
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를 좀 다른 각도로 생각하기 시작
해싿.
당신은 생각들의 방향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연상이 힘들다.
......당신의 마음을 열고 다른 어떤 것들이 흘러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어라.......
여러 가지 상상들이 마치 욕조 안의 물 위에 붙은 거품들처럼 움직인다. ......한
여자 아이가 목욕을 한다. ......한 소녀가...... 노마가 목욕을 한다. ......나는 열쇠
구멍을 통해 훔쳐본다. ......그녀가 몸을 수건으로 닦기 위해 욕조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그녀의 몸이 나의 몸과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무엇인가 빠
져있다.
긴 통로를 따라 달려간다. ......어떤 사람이 나를 쫓아온다. ......사람이 아니
고...... 반짝거리는 큰 주방용 칼이다. ......그리고 공포에 떨면서 소리를 치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몸이 잘리고 나는 피를 흘리고 있다.
"엄마, 찰리가 열쇠구멍으로 나를 훔쳐보고 있어요."
왜 그녀는 다를까?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피...... 출혈...... 암흑 같은 벽장 속.
세 마리의 눈 먼 쥐...... 세 마리의 눈 먼 쥐
저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라. 달리는 모습을 보라.
농부의 아내의 뒤를 쫓아가는구나.
그녀는 조각칼로 그들의 꼬리를 다 자르는구나.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세 마리의 눈 먼...... 쥐.......
이른 아침 찰리는 부엌에 혼자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잠들었는데 거미랑
놀며 즐거워했다. 허리를 굽혔더니 셔츠의 단추가 하나 떨어졌다. 그리고 단추는
정교한 줄무늬의 부엌 타일 위를 굴러갔다. 화장실로 굴러가는 걸 쫓아갔지만
곧 잃어버렸다. 단추가 어디 있을까? 그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서 찾아보았다.
그곳에는 옷 바구니가 있는 벽장이 있었는데 그는 모든 옷을 꺼내서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의 아버지의 것들, 어머니 것들...... 그리고 노마의 드레스들. 그는
그것들을 입어보고는 자기가 노마인듯....... 그러나 한 번은 그가 그러고 있는데
어머니가 쫓아와서 그를 때렸다. 그곳의 옷 바구니에서 노마의 피뭍은 속옷을
발견했다. 그녀가 무엇을 잘못 했을까? 그는 무서웠다. 그녀에게 그런 짓을 한
자가 그를 찾으러 올지 몰랐다.
왜 그런 어렸을 때 기억이 나에게 강하게 남아 있고, 왜 그것이 현재의 나를
두렵게 하는가? 나의 앨리스에 대한 감정 때문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왜 내가 여자를 멀리하라 배웠는지 알 것 같았다. 앨리스에
게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잘못 되었던 것이다. 나는 여자를 그렇게 생각할
자격이 없다-아직은.
그러나 이렇게 쓰면서도 내 안의 무언가가는 그 외에 더 있다고 소리지르고
있다. 나는 사람이다. 수술받기 전에도 나는 어떤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도 누
군가를 사랑해야 한다.
5월 8일 지금 나는 도너 아저씨 뒤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 믿
기 어렵지만, 이틀 전 출퇴근 시간에 나는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
다. 짐피는 카운터에서 손님 중 한 사람을 위해 생일 케익을 포장하고 있었다-3
달러 95센트에 팔리는 케익을. 그러나 짐피가 계산대에 찍은 금액은 2달러 95센
트였다. 나는 그에게 실수했다고 말하려 했지만 카운터 뒤의 거울을 통해 손님
의 미소에 답하는 짐피의 윙크와 미소가 보였다.
그리고 그 손님이 거스름 돈을 받아갔을 때 짐피의 손에 남은 커다란 은동전
을 보았다. 그는 빠른 동작으로 오십 센트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찰리, 크림 넣은 에클레어 더 있어요?"
내 뒤의 여자가 말했다.
"예,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가서 알아보겠습니다."
내가 혼란스러울 때 그녀가 끼어들자 기뻤다. 왜냐하면 내가 본 것에 대해 생
각할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결코 짐피가 실수한 것이 아니어싿. 그는 일부러
돈을 덜 받았고 그들은 서로 이해했다.
나는 힘없이 벽에 기대어 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러웠다. 짐피는
도너 아저씨 밑에서 15년을 넘게 일했다. 도너 아저씨, 그는 언제나 직장동료들
을 친한 친구처럼 대했고, 마치 친척처럼-짐피의 가족을 자신의 집으로 여러번
초대했었다. 그리고 도너 아저씨는 짐피 아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원비를
대신 내주었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아저씨는 자기가 자리를 비워야 할 때 짐피로 하여금 가게의 총관리를 하게
했다. 그런 그에게서 그 누군가가 횡령을 하리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다른 이유
가 있을 것이다. 정말 짐피가 잘못 계산했고 반 달라는 팁일 것이다. 아니, 어쩌
면 도너 아저씨가 크림케익을 자주 사는 손님에게는 특별 할인 가격에 팔도록
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짐피가 횡령했다는 사실 외에....... 짐피는 언제나나를
잘 대해 주었다.
나는 더 이상 알고 싶지 않다. 나는 계산대에서 눈을 돌려 에클레어 한 판을
꺼냈고 쿠키와 빵 그리고 케익들을 가려냈다.
그러나 작은 빨강머리의 여자가 들어오자-언제나 나의 볼을 꼬집으며 여자친
구를 찾아준다고 농담을 하는-생각해보니 그녀는 도너 아저씨가 점시을 먹으러
나가고 짐피가 카운터에 있을 때 제일 자주왔다. 짐피는 나를 자주 그녀의 집에
배달보냈다.
무의식 중에 나는 그녀가 산 것이 모두 4달러 53센트어치라는 걸 계산했다.
그러나 나는 옆으로 돌아서서 짐피가 얼마를 찍었는지 보지 않았다. 나는 진실
을 알고 싶었지만 그와 동시에 내가 무언가를 알아낼까봐 두려웠다.
"윌러 부인, 2달러 45센트입니다."
짐피가 말했다. 가격을 찍었고, 거스름돈을 세었고, 서랍닫는 소리가 났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요."
나는 그가 그의 주머니 속으로 손을 넣는 걸 겨우 볼 수 잇었고, 어렴풋이 동
전소리를 들었다.
몇 번이나 나를 이용하여 그녀에게 물건들을 배달시키고, 덜 받아서 이익금을
나누었을까? 그는 나를 몇 년 동안이나 이러한 횡령에 이용했을까?
나는 카운터에 있는 짐피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땀이 종이모자 밑으로 흘
러내렸다. 그는 기운차 보였고 좋아 보였으나 나와 눈이 마주치자 찡그리며 외
면했다.
나는 그를 패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카운터 뒤로 가 그의 얼굴을 쳤으면
했다. 나는 과거에는 그 누군가를 싫어했던 기억이 없지만 오늘 아침엔 짐피가
너무도 증오스러웠다.
내 방에서 이 모든 것을 적었는데도 도움이 안 된다. 매번 짐피가 도너 아저
씨에게서 도둑질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엇이든 치고 싶다. 다행히, 나는 폭력을
쓰지 못했다. 나는 내 평생에 한번도 누군가를 때려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어떻게 해야하나를 결정하지 못했다 도너 아저씨가 믿었던
직원이 몇 년 동안이나 횡령했다는 사실을 말해야 하는지? 짐피는 부인할 것이
고, 나는 그것이 사실인지 증명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도너 아저씨에게 그것
이 어떤 영향이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5월 9일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 일이 나를 괴롭혔다. 나는 도너 아저씨
에게 빚진 게 너무 많기 때문에 그냥 가만히 서서 그가 도둑질 당하는 것을 보
고만 있을 순 없다. 내가 침묵한다면 나 역시 짐피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
이다. 그러나 내가 그에게 가르쳐 줄 입장인지? 나를 제일 괴롭히는 것은 그가
나를 배달 보내서 도너 아저씨에게서 횡령하는 것을 돕도록 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비난받지 않고....... 그것을 몰랐을 땐 상관이 없지만 이젠 알기 때문에 나
의 침묵은 나를 그와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피는 직장 동료이다. 세 아이들이 딸린. 만약 도너 아저
씨가 그를 해고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는 다른 직장을 못 구할 것이다-특히
그의 의족으로는.
그것이 나의 걱정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비꼬듯이 나의 지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5월 10일 니머 교수에게 그 일에 대해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는 내가 선량한
구경꾼이라고 주장하며 유쾌하지 않은 일에 관계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내가
중간입장에 있다는 사실은 그를 전혀 괴롭히지 않았다.
내가 만약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 못 했다면 그의 말처럼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칼이 무엇을 찌르는데 잘못이 없듯이, 아니면 자동차가 자동차와 충돌하
는 것이 아무 잘못 없듯 나도 잘못이 없다.
"그러나 나는 무정한 물건이 아니고, 사람입니다."
나는 이렇게 그에게 대꾸했다.
그는 잠시 혼란스러워 했지만 곧 웃었다.
"그래 찰리. 그러나 너는 수술 전에는 알지 못했잖아."
점잔빼고 거만한 그를 나는 때려주고 싶었다.
"당신이 잊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수술 전에도 사람이었습니다."
"물론이지, 찰리. 오해하진 말고....... 그러나 그것은 다른 문제야."
그리고 나서 그는 실험의 챠트들을 쳐다봤다.
스트라우스 박사는 심리요법 중에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
내가 여러 이야기를 하려 하자, 그는 나의 정신세계에 관한 것은 도너 박사에게
말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생각하면 할수록 그것은 점점 더 단순해졌다.
나는 이 구속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다른 어떤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앨리스였다. 최종적으로 10시 30분이 되었을 때 나는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세 번이나 다이얼을 돌리다가 중간에 수화기를 내
려놓았다. 하지만 네 번째 다이얼을 돌렸을 때 비로소 그녀가 전화를 받을 때까
지 기다릴 수 있었다. 처음에 그녀는 나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전에 저녁식사를 했던 레스토랑에서 꼭 만나달라고 사정
했다.
"나는 당신을 존경해요.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좋은 충고를 해주었어요."
그래도 그녀가 대답을 안 하자 더 강력하게 말했다.
"당신은 꼭 나를 도와주어야 해요. 당신은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어요. 당신도
그렇게 말했잖아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일을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을
거예요. 당신은 이제 와서 저를 외면할 수는 없어요."
그녀가 나를 만나겠다고 한 걸 보면 그녀 역시 상당히 위급한 상황임을 느꼈
던 것 같다.
나는 통화를 마치고 전화기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녀가 어떻게 느끼고, 생
각하는지가 왜 이렇게 중요한 것일까? 성인 교육원에서 일년 반 동안 나의 중요
한 관심사는 그녀를 기브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처음부터 이 수술에 동의를
한 이유가 아닌가?
나는 그 레스토랑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 서서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경찰관이 나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보았을 때에야
안으로 들어가서 커피를 시켰다.
다행히 우리가 전에 사용했던 테이블이 비어 있었다. 그녀가 나를 거기서 찾
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도착하고 나를 행해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테이블로 오기 전에 커피
를 시키려고 카운터에 멈춰섰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는데 나는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전과 같은 테이블
을 정했기 때문이다. 바보 같은 낭만적인 재스처.......
"늦은 시간인 건 알았지만 나는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어요. 당신과 이야기를
해야 했어요."
나는 사과했다.
그녀는 조용히 커피를 조금 마시고 내가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짐피의 부정한 행동과 그에 대한 나의 대응, 그리고 실험실에서 내가 받았
던 납득하기 어려운 충고 등에 대해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내가 말을 끝내자 그녀는 약간 뒤로 물러앉으며 자신의 머리를 흔들었다.
"찰리, 당신은 정말 나를 놀라게 하는군요. 당신은 어떤 면으로는 매우 성장했
지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는 아직 어린아이와 가아요. 나는 당신에게
어떠한 분명한 조언이나 결정을 내려줄 수는 없어요, 찰리. 그에 대한 대답은 책
들을 통해서 또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시도해봄으로써 얻을 수 있는 거예요.
당신이 유아상태에서 머물러 있지만 않으면, 당신은 당신이 옳다고 느끼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갖게 될거예요. 당신은 당신 자신을 신뢰하는 것을
배울 수 있게 된 거예요, 찰리."
처음에는 그녀의 장황한 이야기에 화가 났지만 곧 납득할 수 잇었다.
"당신 말은 내가 스스로 결정해도 된다는 의미입니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을 이었다.
"사실, 이제는 내가 생각한 것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결정을 내렸어요! 내 생
각엔 니머 교수와 스트라우스 박사는 모두 틀렸다는 겁니다!"
그녀는 나를 흥분한듯 가까이 쳐다보고 있었다.
"당신이 스스로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다면......, 찰리, 지금 당신에게 무엇
인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당신 말이 맞아요. 무엇인가 변하고 있어요. 한 무리의 연기가 내 눈 앞을 가
리고 있었는데, 한 번의 긴 호흡으로 날려보낸 것 같은 기분이예요. 단순한 생각
이지만, 내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전에는 한번도 이런 느낌을 가
져본 적이 없어요."
"찰리, 당신 정말 대단해요."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니예요, 대단한 것은 당신이예요. 당신이 나의 눈을 만져서 나 자신을 볼
수 있도록 해주었어요."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그녀의 손을 뒤로 뺐다.
"지난번 여기에 왔을 때 내가 당신에게 좋아한다고 말했었지요. 내가 내 자신
을 신뢰한다면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했어야 했어요."
"안돼요, 찰리. 아직은."
나는 소리치듯 말했다.
"아직이라구요? 그 말은 지난번에 당신이 한 말입니다. 왜 아직입니까?"
"음-- 으음, 당분간 기다려요, 찰리. 당신은 이 연구를 끝내도록 해요. 그들이
당신을 이끄는 대로 해요. 당신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어요."
"그렇게 해서 무엇을 얻는다는 거죠? 당신에 대한 나의 느낌은 내가 좀더 영
리해진다고 해서 바뀌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당신을 더욱 더 사랑하게 될 겁니
다."
"하지만 지금의 당신은 감정의 변화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어요. 좀더 특별한
관점에서 본다면 나는 당신이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최초의 여성이예요.
이제까지 나는 당신의 선생님으로서 그러니까 당신이 도움이나 충고를 요청할
수 있었던 관계로, 당신의 생각에서는 나의 호의적인 태도들이 당신에게는 사랑
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이제부터는 다른 여성들을 좀
더 보고, 그리고 당신 자신에게도 시간을 좀 주도록 해요."
"당신 말은 어린 소년들이 언제나 그들의 선생님을 사랑하게 되는 것처럼, 나
도 아직 어린 소년이란 말이군요."
"내 말을 비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당신을 어린 소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정서적으로 미숙한 상태라는 말이군요."
"아니예요."
"그러명 왜죠?"
"찰리, 조급해 하지 말아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 당신은 이미 내 지성의 범주
를 벗어났어요. 몇 달 내에, 아니 몇 주 내에 당신은 다른 사람이 될거예요. 당
신이 완숙한 지성인이 되면 아마도 우린 대화를 더 이상 나누지 않을지도 몰라
요. 당신이 감정적으로도 성숙해지면 당신은 나를 원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나도
내 자신을 생각할 권리가 있어요. 찰리, 인내를 갖고 기다려 봐요."
그녀의 말은 옳았지만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지난번에 당신은 모를 겁니다. 내가 얼마나 당신과의 만남을 기대했었고 당신
을 만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를 조마조마하며 많이 생각했는지. 당신에게 좋
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 그리고 결국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당신에
게 한 말 때문에 당신이 화난 것에 대해 얼마나 좌절했었는지도......."
"당신은 나를 화나게 하지 않았어요. 나는 기뻤어요."
"그러면 내가 당신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나요?"
"나는 당신을 나의 감정 속에 끌어들일 권리가 없어요."
"하지만 나는 이미 포함되어 있다구요!"
나는 소리쳤다. 그리고 우리를 쳐다보는 주변들의 시선을 느끼고 목소리를 낮
추었다. 하지만 나의 목소리는 화가 나서 약간 떨리고 있었다.
"나는 인간입니다. 남자이고-. 나는 단지 책이나 음악테이프이나 전자과학잡지
들만을 가지고는 살 수 없어요. 당신은 나에게 '다른 여자를 살펴보라'고 말하지
만 내가 여자를 알기 전에 어떻게 그들을 만날 수 있겠어요. 제 가슴 속에서 뜨
겁게 타오르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데, 다만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은 그것에 의
해서 당신을 더욱 더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책을 읽고 있을 때 당신
의 얼굴이 그 책갈피 위에 떠올르죠. 하지만 그것은 나의 과거의 기억들처럼 희
미한 것이 아니고 아주 분명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구요. 내가 당신의 얼굴을 만
지려고 하면 당신의 얼굴은 사라지고, 나는 그 페이지를 찢어버리고 싶어져요."
"찰리, 제발......."
"다음에 다시 만나요."
"그럼 내일 실험실에서......."
"그런 말이 아니고, 실험실이나 대학이 아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단 둘이
서......."
분명 그 순간 그녀는 긍정적인 대답을 하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녀는 나의
강력한 주장에 놀랐고, 나 또한 내 자신에게 놀랐다. 내가 알 수 있는 단 한 가
지 사실은 그녀를 압박하는 행동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내
가 그녀에게 사정을 하는 동안 내 안에는 약간의 공포감이 감돌고 있었다. 나의
손바닥도 젖어 있었다. 그녀가 '노'라고 대답할 것인가, 아니면 '예스'라고 대답할
것인가? 만약 그녀가 대답을 해줌으로써 그 긴장을 깨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도 긴장으로 창백해져서 쓰러졌을 것이다
"좋아요, 찰리. 실험실이나 연구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렇지만 우리 둘
만이 아니고....... 나는 우리가 단 둘이서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정해주세요, 어디든지."
나는 나즈막히 말했다.
"그렇게 되면 저는 시험이나 통계치들이나 질문들이나 대답 등을 생각하지 않
아도 되겠죠."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이 잠겼다.
"좋아. 센트럴파크에서 무료 음악회가 있어요. 다음주에 그 음악회에 나를 데
려가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그녀의 문 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돌아서서 나의 뺨에 짧게 입맞춤
을 해주었다.
"잘가요, 찰리. 전화해주어서 고마워요."
그녀는 현관문을 닫았다.
나는 그녀의 아파트 주차장에 서서 그녀 창문의 불빛이 꺼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런 질문도 필요 없었다. 나는 사랑에 빠져있다.
5월 11일 많은 고민과 반복적인 생각들을 통해, 나는 앨리스가 옳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나의 직관을 신뢰해야 한다.
빵집에 가서 짐피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오늘은 세 번 고객이 지불한 금액과의 차액을 자신의 뒷주머니에 집어 넣는
것을 보았다. 이러한 행동은 오직 몇몇의 단골손님들과의 거래에서만 일어났다.
그리고 이 일은 내가 생각해 볼 때 '그러한 단골손님들도 똑같은 죄를 짓고 있
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동의가 없었다면 이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짐피는 속죄양이 되어야만 할까? 내가 화해를 하기로 결정
한 순간은 바로 이때였다. 그것이 완벽한 결정은 아닐 수도 있지만 그것이 내가
하기로 한 결정사항이고, 그 상황에서는 최선처럼 보였다.
나는 짐피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하고 그 일을 더 이상 반복하지 말 것
을 경고해 주려했다.
나는 그와 화장실 옆에서 마주쳤다. 내가 그에게 다가갔을 때 그는 그 자리를
떠나려고 하였다. 나는 급히 말했다.
"짐피, 당신과 긴히 할 말이 있어요. 문제가 있는 한 친구를 위해 당신의 조언
을 부탁하려고 하는데요. 그는 그의 직장 동료 한 명이 상사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데요. 그런데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어요. 그는 그의 동
료에게 그 사실이 알려져서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러나 그와 그
의 동료 모두에게 잘 대해주었던 직장 상사가 계속 속는 것을 방관하고 싶지도
않아요."
짐피는 나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너의 그 친구는 이 일을 어떻게 할 것 같은가?"
"그것이 문제입니다. 그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해요. 그가 느끼기에 돈을
횡령하는 일이 중지된다면 그는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잊을 수 있다고 말하는데
요."
"자네 친구는 자신의 일에나 신경쓰는 것이 좋겠군."
짐피는 그이 작업화를 벗어 던지며 말했다.
"자네 친구는 눈을 똑바로 뜨고 정말 누가 아군인지를 잘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상사는 상사일 뿐이야. 근로자들은 근로자들끼리 서로 뭉쳐야 살 수 있
지 않겠나."
"제 친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그 사람이 상관할 일이 아니야."
"제 친구는 그가 알게 된 이상 부분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그래서 그는
횡령이 중지된다면 아무 것도 이야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
면 그는 모든 사실을 폭로할 거예요. 저는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당신 생
각에 이러한 상황에서 그 횡령은 중단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러한 나의 말은 그에로하여금 자신의 분노를 숨기도록 강요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주먹을 날 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주먹을
쥐어짜기만 했다.
"자네 친구에게 전해주게. 그는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잘 됐군요."
나는 말했다.
"제 친구가 그 말을 들으면 매우 기뻐할 거예요."
짐피는 발걸음을 저만치 옮겨가고 있었다. 그런데 멈추어 서더니 뒤돌아보았
다.
"자네 친구 말야, 횡령액수를 좀 줄이는 것을 원하고 있지는 않을까?"
"아니요. 제 친구는 모든 횡령행위가 근절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는 나를 똑바로 쳐다 보았다.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자네는 이 일에 관여한 것을 후회하게 될거야. 나는
항상 자네를 지켜보고 있을테니까."
그리고 그는 훌쩍 떠나버렸다.
아마 나는 도너 아저씨에게 이 모든 사실을 알려서 짐피를 해고하게 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방법도 나름대로 좋은 점은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끝난
일이고 나의 방법은 효과를 봐았다.
그러나 짐피처럼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며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5월 15일 내 연구는 잘 진행되고 있다. 대학 도서관은 나의 두 번째 집이다.
도서관에서는 나에게 개인연구실을 제공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책 한
페이지를 이해하는데 나는 불과 몇 초면 충분하기 때문에 호기심 어린 많은 학
생들이 내가 책 속에 파묻혀 공부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주위에 몰려들기 때문
이다.
요즘 내가 가장 몰두해 있는 분야는 고대 언어의 어원연구와 나침반의 각도계
산 분야, 힌두역사에 관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전혀 다른 분야들이 서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다. 나는 최근까지 학습의 정체기에 도달한 듯 했는데 이제 알게 된 것은 이 많
은 각기 다른 분야의 이론들이 마치 동일 원칙에서 시작된 줄기들처럼 상호밀접
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정말 우스운 것은 내가 대학 구내 식당에 가면 학생들이
역사, 정치 또는 종교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것들이 매우 유치해 보인다는 것이
다.
나는 그러한 기초적인 수준의 토론에 대해서는 전혀 흥미가 없다.
사람들은 겉 표면의 잔물결 뒤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으
며, 다만 그들이 접근하지 못 했던 것으로 보여지는 문제의 복잡한 부분에 대해
서는 분개한다.
그것은 보다 수준이 높다는 사람들에게서 더했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부분들
을 교수들과 토론하고자 하는 시도를 중단하였다.
버트가 전에 교내 식당에서 한 경제학 교수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그 교수는 금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 대한 연구실적으로 공로를 인정받은
분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책을 읽다가 의구심이 생긴 몇몇 생각들에 대해 경제
학자와 토론하고 싶었었다.
나는 평화시대에 무기로서 군사장벽의 교훈적 측면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그에게 몇몇 상원의원들의 발의해서 현재 실행되기 시작한 '신용불량자
명단' 그리고 현재는 적대국인 몇몇 약소국에 대하여 1차, 2차 세계대전 때 사용
되었던 항해증명서 관리 강화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물었다.
그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을 쳐다보다가-그때 나는 그가 대답할
말들을 조율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그러나 몇 분 후 그는 목청을 가다듬은 후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사과조로 그 문제는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라고 대
답했다. 그이 관심사는 금리분야이며, 그는 군사 경제학 분야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웹씨 박사를 소개해 주었다. 웹씨 박사는 2
차 대전 중의 전쟁 교역 합의서에 관해 논문을 쓴 적이 있으며 그가 아마도 나
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는 나의 손을 잡고 가볍게 악수를 청했다.
그는 나를 만나서 기쁘고, 강의준비를 해야 한다며 가버렸다.
이와 같은 일은 또 다른 상황에서도 일어났는데 미국 문학 정공의 전문가와
챠우저(영국의 유명한 시인, 미국 문학에 큰 영향을 주었음)에 대하여 이야기 했
을 때, 청년기의 행동발달에 관한 여론 조사로 전문성이 인정되고 있는 사회심
리학자에게 공장 자동화에 의해 발생한 실업증가의 문제를 질문하였을 때 등,
그들은 항상 그 자리를 피하는 적당한 구실을 말했으며 그들 지식의 깊이가 없
음을 표출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들 모두는 지금 얼마나 잘못된 사람들로 보이는지, 그리고 나는 전에 교수
들은 모두 지적으로는 거인으로 생각하였으니, 그 얼마나 어리석었던 일인가! 그
들 역시 인간일뿐, 다른 세게의 사람들이 그들의 정체를 알까봐 두려워하고 있
다.
그리고 앨리스 역시 사람이고-여성으로서, 신적인 조재가 아님을 안다. 나는
내일 저녁 그녀와 음악회에 갈 것이다.
5월 17일 거의 아침이 될 때까지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지난
저녁 음악회에서 일어난 일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저녁 시간은 아름답게 시작되고 있었다. 센트럴파크에 있는 음악회 장소는
일찍부터 인파로 메워졌다. 그래서 앨리스와 나는 잔디밭 위에 길게 줄지어선
남녀커플들의 긴 행렬 속에서 우리의 자리를 찾고 있었다. 마침내 통로에서 멀
리 떨어진 곳에서 나무 한 그루가 있는 장소를 찾았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고
항의하는 여자의 웃음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빨간 담배불이 이따금 보일 뿐이었
다.
"이곳이 좋을 것 같아요. 오케스트라 악단 가까이 있어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
잖아요."
그녀가 말했다.
"그들이 연주하는 곡이 무엇이죠?"
"드뷔시의 '라 메'예요. 당신 저 곡 좋아해요?"
나는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으며 말했다.
"나는 이런 종류의 음악을 잘 몰라요. 좀 생각해 봐야 겠는데요."
"생각하지 말아요."
그녀가 속삭였다.
"느껴봐요.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바다처럼 당신 위에서 흘러가도록 해봐요."
그녀는 잔디 위에 누워서 그녀의 얼굴을 음악 무대 쪽으로 돌렸다.
그녀가 나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이것은 문제를 해
결하는 방법이나 지식을 구조적으로 습득하는 것과는 상이한 것이었다.
나는 나에게 계속해서 말했다. 땀에 젖은 손바닥이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싶은 것 등은 단지 생리적인 반응이라고....... 나는 나
를 초조하게 흥분되게 하는 원인에 대하여 자극과 반응의 신체적 경로를 되새겨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모든 것이 희미하고 불확실하였다.
나의 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려도 될까 아니면 안 될까? 그녀는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까 아니면 화를 낼까?
나는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 유년기 소년과 같고 이 사실이 나를
화나게 한다고.......
"이봐요."
내가 갑자기 말했다.
"왜 좀더 편안헤 눕지 그래요. 저에게 기대세요."
그녀는 내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는 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음악 연주에 빠져 있는 듯 보였다.
그녀는 내가 그렇게 하는 걸 원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참고 있는 걸까?
내가 나의 손을 그녀의 허리쪽으로 미끄러뜨렸을 때도 그녀는 오캐스트라 쪽만
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몸이 약간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계속해서 연주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는 나에게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하
지 않았다.
그녀가 시선을 멀리 두고 계속해서 음악 연주에 몰입해 있는 한, 내가 점점
밀착하고 있는 행동이나 그녀 몸에 나의 손을 얹고 있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가장할 수 있었다. 그녀가 고차원적인 것에 몰입해 있는 상태에서 내가
그녀의 몸을 애무해 주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나는 거칠게 그녀 몸 위에 나의 몸을 올려 놓았다. 그리고 그녀의 턱을 손으
로 잡아 나에게로 돌렸다.
"왜 나를 쳐다보지 않는 거죠? 일부러 내가 곁에 있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거죠?"
"그렇지 않아요, 찰리."
그녀가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낄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내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자 그녀는 움찔하며 작은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
나 나는 그녀를 내쪽으로 몸을 돌리게 했다.
그리고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것은 내 귀에서 갑자기 멍한 기분과 함께
윙윙거리는 소리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는 전기톱...... 그리고 점점 멀어져 가
는 느낌.
그리고는 갑자기 온몸에 오싹한 냉기가 돌더니 팔과 다리가 따끔 따금해지고,
손가락은 마비되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누군가가 엿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
다. 날카롭게 인지되는 그 무엇을 우리가 서로 팔베개하고 누워있는 곳에 있던
나무 뒤의 어둠 속에서 느꼈다.
그것은 웅크리고 있는 15-16세의 소년이었다. 그가 일어섰는데 그의 바지 지
퍼는 열려 있었고 그의 성기 또한 노출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죠?"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내가 그 소년 쪽으로 몸을 날리자, 그는 벌써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그 녀석 보았어요?"
"아니요."
그녀가 스커트를 초초한듯 쓸어내리며 말했다.
"나는 아무도 보지 못했어요."
"여기에 서서 우리를 보았다구요. 당신을 충분히 만질 수 있는 거리에서......."
"찰리, 어디 가요?"
"그 녀석 멀리는 못 갔을 거예요."
"그냥 내버려둬요, 찰리. 그것은 별문제 아니잖아요."
그러나 나에게는 중요한 일이었다. 나는 어둠 속으로 달려나갔다. 주변에 있던
남녀커플들을 놀라게 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러나 그 녀석이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었다.
내가 그 녀석을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더 메스꺼워지고 그런 후 희미해졌다.
황야에 홀로 남겨진 길 잃은 방랑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앨리스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찾았어요?"
"아니. 그러나 그 녀석은 아까 분명히 그곳에 있었어요. 내가 분명히 보았다구
요."
그녀는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찰리, 괜찮아요?"
"나는 괜찮을....... 잠시 후면...... 제기랄! 귀가 멍하고 윙윙거려요."
"우리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아파트로 돌아오는 길에 줄곧 그 녀석이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우리가
서로 팔베개를 하고 있는 순간을 훔쳐보는 생각에 잠겨있었다.
"잠깐 들어오겠어요? 내가 커피 한 잔 끓일게요."
나도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 어떤 무엇인가가 그것에 반대하는 경고를
내게 보내었다.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어요. 오늘 밤에 할 일이 많거든요."
"찰리, 내가 도와줄 일이 있을까요?"
"아니요. 그냥 그 녀석이 우리를 훔쳐본 것이 내 기분을 망쳐 놓았어요."
그녀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서서 내가 키스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팔로 그녀의 몸을 감싸 안았다. 그러자 그 현상이 다시 벌어졌다. 만약 내가 그
장소를 빨리 떠나지 않으면 나는 곧 죽을 것만 같았다.
"찰리, 어디 아파요?"
"앨리스, 당신은 그 녀석을 보았나요? 솔직하게......."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너무 어두웠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저 이제 가야할 것 같아요. 전화할께요."
그리고 나의 모든 것이 함몰되어 버릴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그녀가 나를 제지
하기도 전에 나는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그것은 분명히 환상이었다.
스트라우스 박사는 내가 정서적인 측면으로는 아직도 유년기의 상태이며 특히
여자와 가까이 있을 때, 또는 섹스를 생각할 때, 그것은 근심걱정이나, 고통, 또
는 환상까지도 수반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나의 급속한 지
적 발달은 나로 하여금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보통사람처럼 살 수 있다고 잘못된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섹스와 관련된 상황이 벌어지면 일어나는 공포나 멍하게 단절되는 현상으로
보아 아직 정서적으로는 유년기 상태이며, 즉 성적으로 미숙한 상태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내 추축으로는 그가 말하는 요점은 나에겐 앨리스 키니안 같
은 여성과 만남을 갖는다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직
은.......
5월 20일 나는 제과점에서 해괴되었다.
지나간 일을 계속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오븐을 과열시켜서 하얀 벽돌의 벽을 갈색으로 만들어 버린 일과 무관하지는 않
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이 가게는 나에게는 집과 같았다.
나는 그들이 나를 이렇게까지 미워하도록 무슨 일을 한 것인가?
나는 도너 아저씨를 탓할 수 없다. 그곳은 그의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종업원들도 마찬가지로 그들 나름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더욱이 도너 아
저씨는 나에게 아버지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그는 둥근 책상 옆에 있던 의자 위의 각
종 서류와 납입독촉장을 치운 뒤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꺼냈다.
"내가 지금까지 쭉 생각해오던 일인데,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적절한 시기인
것 같구나."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지만, 그때 나는 덩치가 작고 초라하게 생긴 그
리고 엷은 갈색 콧수염을 기른 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것은 마치 과거의 찰
리와 현재의 찰리가 함께 앉아 있는 것같이 느꼈다는 것이다. 도너 아저씨가 무
슨 말을 할지 몰라 나는 두려웠다.
"찰리, 너의 삼촌인 허만은 나의 친한 친구였다. 나는 경기가 좋으나 나쁘나
너에게 일자리를 주겠다고 그에게 약속했었고, 나는 그 약속을 지켰다. 그렇기
때문에 너는 단 일 불의 급여도 요구할 필요가 없었으며 이 가게이외의 장소가
거처로서 필요하지도 않았다."
"이 제과점이 바로 저의 집입니다."
"그리고 나는 너를 조국을 위해 생명을 바친 내 아들처럼 대해 주었다. 그리고
허만이 죽었을 때-너는 몇 살이었니? 17살? 차라리 5살짜리 어린아이 가았지-나
는 내 자신에게 맹세했었다. ``````아더 도너, 너는 네가 사업을 하고 있는 한은
찰리를 계속 돌봐주어라. 그는 일 할 자리를, 잠 잘 자리를, 생명을 이어갈 빵을
갖게 될 것이다....... 그들이 너를 정신박약아 수용소로 보내려 했을 때, 나는 그
들에게 말했다. 네가 얼마만큼 일을 잘 했는지, 그리고 내가 너를 잘 보살필 거
라고. 그래서 너는 그곳에서 단 하룻밤도 지내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너에게
방을 주고 너를 보살펴 주었다. 자, 찰리야, 내가 맹세한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
하니?"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나 내 시선은 그가 접었다 폈다 하고 있는 골치
덩어리 납입독촉장에 고정되어 있었다. 나도 알고 있지만, 가능하면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이었다.
"나는 잘하려고 최선을 다 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나도 알아, 찰리. 너의 일은 잘못된 것이 없어. 그러나 너에겐 어떤 일이 생겼
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었어. 나뿐만 아니라 다들 얘기하고
있어. 몇 주 전만 해도 그들이 여러번 여기 왔었단다. 그들은 모두 당황해 했어.
찰리, 나는 너를 내보내야 한다."
나는 그의 말을 막으려 했으나, 그는 머리를 저었다.
"지난밤 나를 만나러 온 대표가 있었다. 찰리, 나는 내 사업을 이끌어가야 해."
그는 자신의 손을 응시했다. 종이를 뒤집고 또 뒤집어 보면서 마치 거기서 전
에 없었던 무엇을 찾으려는 듯.......
"미안하구나, 찰리."
"하지만 저는 어디로 가야하지요?"
내가 그의 그 비좁은 사무실에 들어간 후 처음으로 그는 나를 마주보았다.
"네게 이 일이 필요치 않다는 걸 너도 이미 잘 알고 있을거야."
"도너 아저씨 저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일하지 않을 겁니다."
"너도 네 자신을 한 번 봐. 너는 십칠 년 전에 여기 온 찰리가 아니야, 네 달
전의 찰리도 아니고. 너는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았어. 그건 네 자신의 일이야.
어쩜 무슨 기적인지 누가 알겠어? 그리고 너는 아주 똑똑한 젊은 청년으로 변해
버렸다. 그러니 밀가루 반죽기계를 돌리고 배달하는 일은 너처럼 똑똑한 젊은이
가 할 일이 아니지."
물론 그의 말은 옳았다. 하지만 내 안의 무엇인가가 그이 생각이 바뀌기를 원
하고 있다.
"나를 남아있게 해주세요, 도너 아저씨. 나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세요. 아
저씨가 말한 것처럼 허만 삼촌과의 약속을 지켜 내가 필요로 하는 한 일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해요. 난 아직도 이 일이 필요해요, 아저씨."
"그러지 마라, 찰리.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난 그들에게 그 사실을 말해야 하
고, 그러면 나는 더이상 그들의 대표들과 탄원에서 너를 보호해줄 수 없어. 나는
너를 위해 그들 모두를 상대해야 해. 지금 그들은 너를 두려워하고 있어. 하지만
나는 나의 가족드을 생각해야 해."
"만약 그들이 생각을 바꾸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들을 설득시켜 보겠어요."
나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그를 어렵게 했다. 그만 둬야함을 알았지만 내
자신을 자제할 수 없었다.
"그들을 이해시키겠어요."
나는 애원했다.
"그래."
그는 끝내 한숨을 쉬었다.
"그래, 한번 해 봐. 하지만 네만 다치게 될거야."
내가 사무실에서 나올 때 프랭크 릴리와 조 칼프가 내 옆으로 지나갔는데, 나
는 도너 아저씨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내가 있는 자리에선 스스로의 행동에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내가 그
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프랭크는 방금 한 줄의 접시들을 집어 들었으면서도 내가 부르니까 뒤돌아보
았다.
"보라구, 찰리. 나는 지금 바쁘니까 다음에-."
"아니요."
나는 우기듯 말했다.
"지금-바로 지금이요. 당신들은 모두 나를 피하고 있어요. 왜죠?"
프랭크는 말이 빠르고, 여자를 좋아하며, 작업의 뒷정리를 맡아 하고 있다. 그
가 잠깐동안 나를 살펴보더니 접시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왜? 내가 왜 그런지 가르쳐주지. 왜냐하면 네가 갑자기 대단해져서야. 뭐든지
다 아는 뇌! 이제 너는 보통 수재, 지식인이야. 항상 책을 보고-항상 답을 알고
있는. 그래, 말해줄까? 너는 네가 여기 있는 우리 나머지보다 나은 것 같지? 좋
아. 그러니 어디든지 다른 곳으로 가버리라구."
"내가 당신에게 뭘 어떻게 했길래 이러는 거죠?"
"네가 어떻게 했냐구? 들었어, 조? 그래, 네가 어떻게 했나 가르쳐주지, 미스터
골든. 너는 너의 몇몇 생각과 제안들을 만들어 우리를 이곳에 집어넣고 우리들
모두를 똑같이 얼간이, 천치들로 만들었어. 그러나 나는 너에게 이 말을 하고 싶
구나. 적어도 내가 보기에 너는 아직 정박아야. 나는 비록 많은 책들의 제목들이
나 중요한 말들을 잘 이해하고 있지는 않지만 너만큼은 똑똑하며-아마 더 낫을
거야."
"그래."
조가 방금 그의 뒤쪽으로 다가오는 짐피의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소리쳤다.
"나는 당신들에게 내 친구가 되달라고 요구하지 않겠어요."
나는 말했다.
"또 그 어떤 일을 해달라고 요구하지도 않겠어요. 그냥 제가 제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도록 해주세요."
도너 아저씨가 말했다.
"그것은 너에게 달렸다."
짐피는 나를 곁눈으로 흘겨보더니 역겨운듯이 자신의 고개를 흔들어댔다.
"너 참 잘났구나."
그가 소리쳤다.
"지옥으로 꺼져버려."
그리고 그는 돌아서서 그의 발을 심하게 절름거리며 사라졌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다. 그들 대부분은 조와 프랭크와 짐피가 느끼는
대로 느끼고 있었다.
그들이 나를 조종할 수 있었던 과거의 시간과 나의 희생을 보고 비웃으며, 상
대적으로 자신들을 영특하다고 생각하는 한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
은 이제 그 정신박약아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의 놀라울 만한 지적
성장은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부족한 뷔분을 더 강하게 느끼게 만들었고 그래서
그들은 위축되었다. 나는 그들을 비뚤어지게 했고, 그래서 그들은 나를 미워하게
되었다.
패니 버든만이 내가 떠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며, 그녀
는 다른 사람들의 압력과 협박에도 불구하고 그 탄원서에 서명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덧붙여 말했다.
"내가 탄원서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너에게 좀 이상한 구석이 없다는 것
은 아니야. 네가 변한 모습말이야, 나는 잘 모르겠어. 너는 본래 머리는 좋지 않
았지만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녀석이었어. 누가 알겠어,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갑자기 사람들을 놀라게 하려고 그렇게 미친 행동을 했었는지. 네가 좋
게 변한 것은 아니야."
"인간으로서 좀더 지성인이 되고, 보다 더 많은 지식을 얻고, 그 자신과 세계
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야?"
"찰리, 네가 성경을 읽어보았다면, 신은 당초에 인간에게 준 만큼의 능력 이상
의 것을 알고 싶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거야. 에덴동산에서 그 과일나무의 열
매가 사람에게 금지되어 있었듯, 찰리, 예를 들어서 사탄과 함께 또는 다른 그
무엇의 꾐에 빠져서, 네가 만약 네가 하지 말아야 할 어떤 일을 했다면, 아마 네
가 빠져나오기에는 이미 늦은 거야. 아마 과거의 너처럼 단순한 좋은 사람이 되
는 것이 좋을 거야."
"되돌아가지는 않을 거야, 패니. 나는 잘못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 나는 장님으
로 태어나서 빛을 볼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부여 받은 사람 같은 거야. 그것은
죄의식을 갖을 일이 아니라고, 그리고 곧 전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나와 같
은 혜택을 받을거라고. 과학의 힘으로 말이야, 패니."
그녀는 그녀가 결혼식 축하용 케익 위에 장식하고 있는 신부와 신랑의 모양을
내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입술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작은 소리로 혼자
속삭이듯 말했다.
"지식의 나무로부터 아담과 이브가 과일을 따 먹게 한 것은 사탄이었어. 그들
이 서로 벌거벗은 모습을 보고 성적 욕망과 수치심을 느끼게 한 것도 사탄이었
고, 그들은 천국으로부터 추방당했고, 천국의 문은 닫혀버렸어. 사탄이 아니었다
면 우리가 노인이 되고 병에 걸리고 죽게 되는 일은 없었을 거야."
더 이상은 그녀나 또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말이 없었다.
어느 누구도 나의 눈을 들여다 보려 하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그들로부터 적개심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에 그들은 나를 보고 조소하였었고, 나의 무지함과 멍청함을 이유로 무시
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나의 지식과 발전된 이해력을 미워하고 있다. 왜일
까? 그들이 신의 이름으로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얻은 지성은 나와 내가 알고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사이에 쐐기를 놓았
다. 그리고 나를 제과점에서 몰아내었다. 이제, 나는 과거보다 더 외톨이가 되었
다.
나는 알제논을 또 다른 쥐들과 함께 큰 울타리에 집어넣으면 어떤 일이 일어
날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나머지 쥐들은 알제논에게 달려들까?
5월 25일 그렇다. 이렇게 인간은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
을 멈추지 않고-즉 스스로를 경멸하는 것이다.
나는 내 의지와는 반대로 앨리스의 집으로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그녀
는 놀라워했지만 나를 들어오도록 했다.
"찰리, 흠뻑 젖었어요. 얼굴에서 물이 흘러내리고 있어요."
"비가 내리고 있어요. 꽃들에게는 좋은 일이지요."
"들어와요. 내가 수건을 갖다줄게요. 잘못하면 폐렴에 걸리겠어요."
"당신이 유일하게 내가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내가 말했다.
"나 조금만 있다 갈게요."
"내가 신선한 커피를 끓이고 있었어요. 우선 몸을 좀 말리고 나서 이야기 해
요."
나는 그녀가 커피를 준비하러 간 사이 그녀의 아파트 내부를 둘러 보았다. 처
음으로 그녀의 아파트 안에 들어온 것이다. 나는 평온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방에는 나를 좀 혼라스럽게 하는 것이 있었다.
모든 것이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도자기로 만든 작은 조각 입상들은 창문틀 위에 가지런히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고, 쿠션들은 사용한 적이 없는 듯, 쿠션을 보호하는 비닐 커버가 그대로 씌
워져 쇼파 위에 정열되어 있었다.
두 개의 쇼파 테이블에는 잡지들이 단정히 꽂혀 있었고 그래서 그 제목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테이블에는 '리포터', '토요 논평', '뉴욕인', 그리고 또 다
른 테이블에는 '마드모아젤', '아름다운 집', 그리고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있었다.
쇼파 건너 편의 멀리 있는 벽에는 피카소의 '엄마와 어린이'란 작품의 복사본
이 고풍스런 액자로 만들어져 걸려있었고, 그리고 바로 반대편의 쇼파 위쪽 벽
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중세관료가 복면을 하고 손에는 칼을 든 채, 겁먹은 분홍
빛 뺨의 소녀를 보호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런 모든 것들은 서로 조화가 되지 않았다. 잘못 된 것이다. 마치 앨리스는
그녀가 어떠한 사람인지, 어떠한 세계에 살고 싶었는지를 결정하지 못한 듯했다.
"당신, 며칠 동안 실험실에 나타나지 않았었죠?"
그녀가 주방에서 말했다.
"니머 교수가 많이 걱정하던데요."
"저는 그들을 마주 대할 수가 없어요."
내가 말했다.
"내가 수치심을 느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는데, 매일 일하러 나가지 않는다는
것으로 인해 그 가게에 못 가고, 그 빵 굽는 기계, 그곳에 있는 사람들, 그런 것
들은 나에게 매우 큰 부분을 차지했었어요. 이젠 공허한 기분이예요. 지난 밤과
그저께 밤에는 계속해서물에 빠지는 악몽을 꾸었어요."
그녀는 커피 테이블의 중앙에 큰 접시를 올려놓고, 내프킨은 삼각형으로 접어
놓았으며, 쿠키들을 둥근 원형모양으로 배열했다.
"그런 것들을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없어요, 찰리. 그런 것들은 당신
과 아무 상관 없는 것들이예요."
"저에게 그런 말은 아무런 소용 없어요. 그 사람들은 근래 몇 년간, 나의 가족
같은 사람들이었어요. 지금 저는 마치 저의 집에서 내 쫓긴 것 같아요."
"그게 바로 그런 거예요. 그것은 당신이 어린아이 때 경험했던 일들처럼 상징
적으로 계속 반복되어 회상시켜주는 거죠. 당신 부모에게 버림받고, ......멀리 떠
나가야 했고......."
"오, 제기랄! 괜히 잘 정돈된 실험 진행표 같은 것은 신경쓰지 않겠어요. 진짜
문제는 내가 이 실험에 참가하기 전에는 나를 위해주는 친구들이 많았었다는 거
예요. 지금 나는 두려워요."
"당신은 아직 친구들과 연락을 하나요?"
"그게 똑같지는 않아."
"두려움은 정상적인 반응이예요."
"그 이상이예요. 전에도 두려운 적은 있었으니까요. 노마의 요구사항을 들어주
지 않았다고 가죽끈으로 몸을 묶였을 때의 두려움이나 나를 괴롭히는 악동들이
있는 호웰가를 지나가야 하는 뒤려움, 또 나는 학교선생님이었던 리비 여사가
내 책상 위에 물건들을 만지작거릴 수 없게 하려고 나의 손을 묶었던 기억으로
두려워했었어요.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현실에서 정말로 존재했던 것들이예요.
내가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들이었다구요. 하지만 제과점에서
쫓겨난 것은 매우 애매해서 그에 따른 두려움을 정확히 납득할 수 없어요."
"당신 자신을 꼭 잡아요."
"당신은 이 고통을 모릅니다."
"그렇지만 찰리, 그것은 예상했던 일들이잖아요. 지금 당신의 기분은 다이빙대
에 올라서서 발 아래 있는 나무판이 부러질까봐 겁에 질려 있는 수영선수 같은
거예요. 도너 아저씨는 당신에게 매우 좋은 사람이었고, 당신 또한 근래 몇 년
간 안전한 보호막으로 둘러처져 있었어요. 제과점에서 이런 식으로 해고된 것에
대해 다만 당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놀랐던 것 뿐이예요."
"정서적으로 그 사실은 인지한다는 것이 별로 도움이 안되요. 저는 제 방에서
더 이상 혼자 앉아있을 수도 없고, 그냥 하루 종일 밤낮으로 제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거리를 방황하고 있어요. ......그냥 계속해서...... 내가 제과점
밖에 있다는 사실을, 그 사실을 잊을 수 있을 때까지. 지난밤에는 워싱턴 광장에
서 센트럴파크까지 걸었어요. 그리고 공원에서 잠을 잤죠. 제기랄, 내가 찾고 있
는 게 도대체 뭔지 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말을 많이 할수록 그녀는 더욱 실망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말해줘요, 찰리."
"잘 모르겠어요. 저는 안전한 우리에 갇혀있었지만,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동
물들을 좋아해요.."
그녀는 나의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그들이 당신을 너무 빠르게 교육시키고 있어요. 당신은 혼란스러운 일들이 있
는 거예요. 당신은 어른이 되고 싶은 거예요. 그러나 당신의 내부에는 아직 어린
또 다른 당신이 존재하고 있는 거구요. 혼자 있을 때는 두려운 거죠."
그녀는 머리를 내 어깨 위에 기대고, 나를 편안하게 해주려고 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도 내가 그녀를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필
요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찰리......."
한참 후에 그녀가 속삭였다.
"무엇이든지 말해요....... 두려워하지 말고......."
나는 정신적 공황의 순간을 기다려 왔다고 말하고 싶었다.
한 번은 빵 배달을 나갔다가, 찰리가 거의 기절할 뻔한 적이 있었다. 한 중년
의 여인이 욕조 밖에서 나체의 모습으로 욕실문을 열어 둔 채 자신의 몸을 애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에 나체여인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가? 그는 사랑을 나누는 법을 알
고 있었을까? 그가 공포감에 질려 낑낑거리며 울자, 그 중년 여인도 불안한 모
습으로 욕실 손잡이를 꼭 잡은 채 그에게 돈을 주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에
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단지 찰리가 정직한지를 알아보기 위
해 경고를 했을 뿐이었다.
그래도 그는 정직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녀에게 말했다.
여자를 쳐다보지 않겠다고.......
그러나 찰리의 어머니는 그의 팬티가 생리적인 욕구에 의해 불룩 튀어나오면
항상 그를 구타했던 기억에 억눌려 있기도 했다.
이제는 어머니를 아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그녀의 손에 가죽벨트가 쥐어져 있고, 그의 아버지는 그녀의 허리를 뒤에서
잡아 당기며 그녀를 말리고 있었다.
"로즈, 그만해. 애를 죽이겠어. 그 애를 그냥 놔두라고."
그의 어머니는 찰리에게 곧장 달려들며 가죽벨트를 휘둘렀다. 찰리가 가까스
로 몸을 돌려 피하자 그 가죽벨트는 그이 어깨를 스치며 마루바닥에 찰싹 부딪
혔다.
"저녀석 좀 봐요."
로즈가 소리쳤다.
"읽고 쓰는 것은 못 배우면서도 그 꼬라지에 여자는 밝힌다구요. 저녀석의 추
잡함이 마음 속에서 아주 사라지도록 혼내줘야 해요."
"발기되는 것을 저애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다구. 그것은 정상적인 거야. 그
는 아무 짓도 안 했다구."
"저녀석은 여자들을 저렇게 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멍청이라구요. 저녀석, 언
니 친구가 집에 놀러 왔다 간 후로 저렇게 변했어요. 단단히 혼내서 다시는 그
러지 못 하도록 하겠어요. 너 듣고 있는 거니? 네가 한 번이라도 여자를 건드리
면, 네 평생을 동물처럼 우리에다 가두어버릴 거야. 알아듣겠어?"
내가 자유스러워진 지 오래지만 아직도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마 두려움
이나 현기증 같은 것으로는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물이 가득 찬 수영장처럼 과
거가 현실에 붙어서 넘실거린다.
나는 정말 자유인인가?
만약 내가 앨리스를 여자로 생각하지 않고, 이성의 감정을 느끼기 전에 받아
들일 수 있다면 정신적 고요 하의 공포심 같은 것은 없을 수도 있을 텐데.
내가 나의 마음을 텅비게 할 수만 있다면.......
나는 꼭 달라붙어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하려는 순간 그녀가 말했다.
"찰리, 날 사랑해줘요! 나를 꼭 안아줘요!"
그리고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녀는 나에게 키스
를 퍼붓고 있었다. 그리고 과거 그 어느 누구보다도 나를 가까이 끌어안고 있었
다.
그러나 그 순간 나는 과거의 기억과 가장 가까운 곳에 놓이게 되어 버렸다.
그것이 시작되었다.
떨림, 식은땀, 현기증, 나는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녀는 나를 달래려고 애
썼다. 그 현상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 자신을 탓해야 할, 죄의식 같은 것은 갖
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나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더 이상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녀의 팔을 베고 울먹이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꿈을 꾸었다.
분홍빛 뺨의 소녀와 중세기 복장을 한 아첨꾼 같은 관료의 모습, 그러나 칼을
들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소녀였다.
진행 보고서 12
6월 5일 거의 이 주일 동안이나 진행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자 니머 교수는 화
가 나있었다.(그리고 그는 웰버그 재단에서 아무 조건없이 급여를 지급하기 시작
했기 때문에 내가 직장을 찾지 않아도 된다고 정당화하였다.)
시카고에서 열리는 국제심리학 박람회가 일 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나와 알제
논은 그의 연설의 핵심적 전시대상이었으므로 예비보고서를 가능한 많이 완성시
켜 놓고자 하였다.
니머 교수와의 관게는 급격히 냉냉해졌다. 교수가 계속해서 나를 실험실의 표
본으로 취급하는 것에 대해 격분했다. 그는 내가 실험 전에는 전혀 인간이 아니
었던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나는 스트라우스 박사에게 내가 나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장
시간 생각에 잠긴다거나, 독서를 하거나, 나를 파헤치는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나의 생각을 적는 속도가 너무 느려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가 타자연습을 해보라고 해서, 그이 말대로 했더니 이제는 1분에 75자 정도
를 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이 내 생각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스트라우스 박사는 또 한 번 내가 간단하고 직선적으로 말하고, 글을 씀으로
써 사람들이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는 언어가 때로는 지름길이 아니고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재인식시켜
주었다.
지성으로 가로막힌 담장의 한편에서 또 다른 편에 있는 나를 찾고자 하는 것
이 좀 이해하기 힘들다.
가끔 앨리스를 마주치지만,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
을 나누지 않았다. 우리의 관계는 순수하게 지속되고 있다.
내가 제과점을 떠난 후 3일이 지났을 때 악몽을 꾸었다. 그것이 2주일 전이라
니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저녁에 유령 같은 것들에게 텅빈거리를 쫓기고 있었다. 항상 제과점으로
뛰어가지만, 문은 잠겨있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한 번도 나를 돌아보지 않는다.
유리 안에 있는 결혼케익의 신부와 신랑이 나를 가르키며 웃고-웃음으로 가득
차서 더 이상 못 참을 때까지-그리고 두 큐피트들이 그들의 불타는 화살로 나를
겨냥하고 있다. 비명을 질렀다. 나는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소리도 나질 않았다.
찰리가 안에서 나를 노려보는 걸 보았다.
그것은 단지 그림자였을까? 그것이 나의 다리를 잡으며 제과점에서부터 끌고
와서 골목길 그림자 속으로, 그리고 내 몸 전체로 스며들기 시작할 때, 나는 잠
에서 깨어났다.
다른 때는 제과점의 유리창이 열리며 과거로 돌아가 그 안을 보면 다른 일들
과 다른 사람들을 보인다.
그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기억력이 생기는지, 어떨 때는 내가 읽는데 바쁘거나
문제를 풀 때 나는 굉장한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비록 아직 완전히 지배하지
못 했지만.
그런 현상이 무슨 무의식적인 경곰신호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제는 나의
기억이 되살아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눈을 감고 그것에 도달하려고 시도한다.
궁극적으로 나는 이러한 기억들을 완벽하게 불러올 수 있을 정도로 조정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나의 정신세게에 과거의 기억들로 기록되지 않은 부분들도
여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제과점 창문이 보
이고....... 나는 다가가서 손을 댄다....... ......차갑다. 그리고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거울은 점점 따뜻해지고, 뜨거워지고......, 손가락들이 화상을 입는다. 내 모습을
비추고 있는 창문이 점점 밝아지더니, 창문은 거울로 변하고, 작은 찰리 골든-14
살이나 15살쯤 보이는-이 그의 집 창문 밖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보이
며, 그리고 그 소년이 지금 나의 모습과 겹쳐지고......, 어떻게 모습이 다를 수 있
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찰리는 그이 여동생이 학교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노마가
마크가를 돌아 모습을 나타내자 그는 손을 흔들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현관으
로 뛰어나갔다.
노마는 종이 한 장을 흔들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내가 역사시험에서 에이를 받았어. 나는 모든 문제의 답을 알고 있었다고. 베
딘 선생님은 내가 반에서 제일 시험을 잘 보았다고 말했어."
그녀는 연한 갈색 머리를 정갈하게 땋은 후 그녀의 머리 둘레로 왕관처럼 동
여메고 있었고, 매우 예쁜 소녀였다. 그런데 그녀의 오빠와 얼굴이 마주치자, 그
녀의 미소는 찌프려졌고 몇 걸음 오빠에게서 멀어진 후 쏜살같이 집 안으로 들
어가 버렸다.
그는 웃으며 그녀를 쫓아갔다.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부엌에 있다. 그리고 미처 노마가 말하기도 전에 찰
리가 노마의 기쁜 소식을 외치며 들어갔다.
"노마가 에이를 받았어요! 노마가 에이를 받았어요!"
"안돼!"
노마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 마! 넌 말하지 마! 이건 내 일이고, 내가 말할거란 말이야!"
"조금만 기다려보, 꼬마아가씨."
매트는 신문을 내려놓고 강하게 말했다.
"네 오빠가 얘기하고 있잖니."
"재는 말할 자격이 없어요!"
"그냥 놔둬라."
매트는 경고하는 손가락 너머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가 나쁜 뜻으로 그러는 게 아니지 않니. 너는 오빠에게 그런 식으로 소리
지르지 말거라."
그녀는 엄마에게 도움을 구하려 한다.
"내가 에이를 받았어요-반에서 최고 점수인. 이젠 나도 강아지를 가져도 되
죠? 약속했잖아요.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된다고 했잖아요. 내가 에이를
받았으니까......, 흰 점이 있는 밤색강아지, 그러면 나는 그를 나폴레옹이라고 부
를 거야. 그게 시험에서 제일 잘 푼 문제거든요. 나폴레옹은 워털루전쟁에서 졌
거든요."
로즈가 머리를 끄덕였다.
"베란다에 나가서 찰리와 놀아라. 찰리는 너가 학교에서 오기를 한 시간도 넘
게 기다렸단다."
"나는 찰리와 놀고 싶지 않아요."
"베란다로 가거라."
매트가 말하였다.
노마는 그녀의 아버지를 보고, 또 찰리를 보았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 엄마가 찰리랑 놀기 싫으면 안 놀아도 된다고
했단 말이야."
매트는 그의 의자에서 일어나서 노마에게 다가갔다.
"지금 바로 꼬마 아가씨, 오빠에게 사과해."
"내가 사과할 이유 없어요."
노마가 소리쳤다. 그리고 그녀는 엄마가 앉아있는 의자 뒤로 얼른 도망갔다.
"찰리는 어린애 같아. 그는 어떤 장난감이나 놀이도 할 줄 모른다구요. 또 그
는 장난감을 다 뒤죽박죽 섞어놓는단 말이예요. 나는 그와는 더 이상 놀지 않을
거야."
"그러면 네방으로 가거라."
"엄마, 강아지는 언제 사줄 거야?"
매트는 그의 주먹으로 탁자를 치며 소리쳤다.
"네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이상 강아지는 어림도 없을 줄 알아."
"강아지 사주기로 약속했었잖아요. 성적이 좋아지면 사주기로-. 흰 점이 있는
갈색 강아지요."
노마가 덧붙였다.
매트가 벽근처에 서있는 찰리를 가르키며 말했다.
"당신 잊었어? 당신의 아들은 강아지를 가질 수 없었어. 찰리한테는 방도 없
고, 돌보아 줄 수도 없었다면서....... 기억해? 그가 강아지를 사달라고 했을 때를?
약속대로 할 거야?"
노마가 강요했다.
"하지만 나는 내 강아지는 돌볼 수 있다구요. 내가 밥도 주고, 씻겨 주고, 산책
도 데리고 다니고......."
테이블 가까이 서서 끈 끝에 달린 빨간색 단추를 가지고 놀던 찰리가 갑자기
대답했다.
"노마를 도와 강아지를 돌볼게요. 밥 주는 걸 도와주고, 빚겨주고, 다른 강아지
들이 물지 않게 할게요."
그러나 매트나 로즈가 대답하기도 전에 노마가 비명을 질러댔다.
"안돼! 내 개야! 나만의 것이라구!"
매트는 끄덕였다.
"당신 알겠어?"
로즈는 노마 옆에 앉아서 땋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정시켰다.
"강아지는 함께 돌봐줘야 해. 찰리가 너를 도와 줄 거야."
"싫어요! 내 것이예요. ......내가 역사에서 에이를 받았다구요, 그가 아니라! 찰
리는 나같이 좋은 점수 못 받아요. 왜 찰리가 개를 돌봐줘야 해요? 그러면 개는
나보다도 찰리를 더 좋아할 거라구요. 그럼 개는 내 것이 아니라 그의 것이 된
다구요. 안돼요! 내 것이 안 된다면 싫어요."
"결정됐다."
라고 매트가 말하며 신문을 들며 의자에 다시 앉았다.
"개는 안 된다!"
갑자기 노마는 쇼파에서 뛰어내려 역사시험지를 움켜잡았다. 몇 분 전에 집에
들고 들어왔던 그 시험지를 갈기갈기 찢어서 빤히 쳐다보고 있는 찰리의 얼굴에
내던지며 말했다.
"네가 미워! 네가 미워 죽겠다고!"
"노마, 그만두지 못하겠니!"
로즈가 그녀를 잡았지만 그녀는 뿌리치며 소리쳤다.
"나는 학교가 싫어! 학교가 정말 싫다구! 나는 공부를 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나도 찰리처럼 바보가 돼 버리겠어. 나는 내가 배운 것을 모두 다 잊어버리고
찰리처럼 돼 버리겠다구요."
그녀는 방에서 나가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벌써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 시작했다구요! 건망증처럼 내가 배운 것을
더 이상 기억할 수 없다구요!"
로즈는 노마를 쫓아가며 위협적인 목소리로 혼내고 있었다. 매트는 쇼파에 앉
아서 신문기사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고, 찰리는 공포에 질려서 그의 몸이
점점 쇼파의 쿠션 밑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 그의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드는 느낌과 함께 다리
사이에 물방울이 조금씩 고이기 시작했다. 그의 엄마가 돌아오면 그의 뺨을 때
릴 것이란 것을 느끼며 그것을 기다리고 그 쇼파에 게속 앉아 있었다.
그 사건이 있었던 이후 노마는 시간나면 자신의 방에서 친구들과 아니면 자기
혼자 놀았다. 그녀는 자신의 방문을 닫았고, 나는 그녀의 허락없이는 못 들어가
게 했다.
나는 노마의 방을 엿들은 걸 기억했다. 그리고 여자친구들 중 하나가 그녀의
방에서 놀고 있었는데 노마가 소리질렀다.
"그애는 나의 친오빠가 아니야! 그냥 우리가 불쌍해서 데려온 애라구. 우리 엄
마가 그랬단 말야. 그리고 그 애가 내 친오빠가 아니라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
라고 그랬어."
아- 기억이 사진 같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갈기갈기 찢어서 그녀의 얼굴에 던
질 수 있게....... 나는 몇 년을 되돌아가서 그녀에게 말하고 싶다. 나는 결코 그녀
가 강아지를 갖지 못하게 되길 바라지 않았었다고....... 그녀가 강아지를 전부 가
지고 나는 먹이도 주지않고, 빗기지도 않고, 데리고 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그녀를 좋아하기보다 그것이 나를 더 좋아하게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나는
그녀가 전처럼 놀기를 원했다. 그녀가 마음 아프게 하고 싶었던 건 전혀 아니었
다.
6월 6일 오늘 처음으로 앨리스와 진짜 싸움을 했다.
내 잘못이었다. 단지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기억나는 것이 있거나 꿈을 꾸고
난 뒤, 나는 기분이 나아질 때까지 그녀에게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녀를 센터에 가서 데려오려 한 것은 실수였다.
나는 수술 후로는 성인을 위한 저능인 센터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 곳에 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곳은 23번가에 있고, 5번가 동쪽에 오래 된 학교건
물에는 5년 전부터 비크맨 대학병원이 있다. 장애자를 위한 특수반과 실험교육
이 있던 건물의 간판에는 씨알에이 비크맨 별관이라고 적혀 있다.
그녀의 수업은 여덟 시에 끝났다. 그렇지만 나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내
가 돈을 세고 숫자를 세는 방법과 단순한 문장이나 글씨를 읽고 쓰는 것을 배우
기 위해 고생을 하던 그 교실이 어디일까 궁금해서 가보기로 했다.
나는 교실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저만치에 창문 너머로 앨리스가
보였다. 앨리스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있어고, 그 옆 의자에 내가 모르는 창백하
고 여린 얼굴의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숨길 수 없는 비밀에 대해 몹시 언짢아
하는 것처럼 보였고, 앨리스는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설명하려고 애쓰는데 그것
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칠판 근처에는 마이크 도니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첫째 줄 첫번째 자리에는
앨리스 얘기로는 우리들 박약아들 중 가장 똑똑하다는 래스터 브라운이 앉아 있
었다.
래스터는 내가 무진 애를 써서 공부할 것들을 아주 쉽게 알아냈지만, 그는 꼭
공부를 하고 싶을 때만 연구실에 나타나거나 또는 오더라도 건물바닥 청소 등을
통해 돈을 버는 것에 더 열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추측하건데 만약에 그가
공부하는 것을 나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그가 이 실험의 대상자로 선정되었
을 것이다.
그곳에는 내가 모르는 얼굴들도 몇 명 보였다.
끝내 나는 용기를 내어 안으로 들어갔다.
마이크가 그의 휠체어를 돌리며 말했다.
"어, 찰리가 왔어."
나는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예쁜 금발머리에 맑은 눈을 가진 버니스가 별로 반갑지 않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 그 옷 잘 어울리는데?"
아는 사람들이 나에게 손을 흔들었을 때, 나는 그들을 쳐다보지 않은 채 그저
뒷모습으로 손을 흔들었다.
갑작스레, 나는 앨리스의 말투를 통해 그녀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덟 시가 다 됐어요. 이젠 끝낼 시간이예요."
앨리스가 사람들에게 공지하였다.
모든 사람들에겐 정리하는 일들에 대해 주어진 임무가 있었고, 그래서 어떤
사람은 칠판을, 어떤이는 지우개, 종이, 책, 연필, 물감, 그리고 발표에 필요한 도
구들을 치웠다. 각자는 자기 의무사항을 이행하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모두 그들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는데, 그 중 버니스가
나를 응시하만 있었다.
"찰리는 그동안 왜 학교에 안왔어?"
그녀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 찰리? 너 돌아오는거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앨리스를 쳐다보며, 그녀가 대신 대답을 해주길 기다렸다. 그리고 긴 침
묵이 흘렀다.
그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냥 지나가다가 잠깐 들린거야."
내가 말했다.
프랜신이라는 여자가 낄낄대며 웃기 시작했다.
그녀는 앨리스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사람으로 18살 때까지 이미 세 명의 아
기를 분만했다. 마침내 그녀의 부모가 그녀에게 불임수술을 하게 하여 임신을
할 수 없게 했다. 그녀는 버니스만큼은 예쁘지 않지만 그런 대로 매력을 갖고
있어서 많은 남자들이 그녀와 영화관람을 하고 싶어했다.
그녀는 워랜스태이프 주택건설회사의 노무자들이 기거하는 합숙소에서 살고
있었으며, 저녁에는 이곳 학교에 오는 것이 허가되어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 두
번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오는 도중에 남자들에게 끌려갔었다는
것이다. 그 일이 이후 그녀는 꼭 어떤 사람이 동행을 해야만 이곳에 올 수 있었
다.
"그는 마치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군."
프랜신이 이야기하며 낄낄거렸다.
"자, 그만하겠습니다."
앨리스가 날카롭게 말을 던졌다.
"수업 끝났어요. 내일 밤 6시에 다시 봅시다."
그들이 모두 돌아간 후, 나는 그녀가 물건들을 장롱에 마구 던지는 것을 보고
그녀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안해요."
라고 내가 말했다.
"나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 단지 옛날 교실이 궁금해서 창문 너머로 한 번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슨 일인지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이미 나는 들어오고 있었구요. 무엇때문에 그렇게 괴로워하는 거죠?"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예요."
"자, 그러지 말구요. 당신은 지금 어떤 일 때문에 화가 나서 온 신경이 다 곤
두서 있다구요. 당신 마음 속에 있는 게 뭐죠?"
그녀는 들고 있던 책을 책상 위에 내리쳤다.
"좋아요. 알고 싶어요? 당신은 이제 다른 사람이예요. 당신은 변했다구요. 나는
당신의 지능지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예요. 다른 사람을 대하는 당신의 태도
가 변했다는 거라구요.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종류의 인간이란 말이예요."
"오, 제발, 그러지 마세요-!"
"내 말 자르지 말아요."
그녀의 목소리에서 정말 화가 났다는 것을 느낀 순간, 나는 뒤로 몇 발자욱
물러섰다.
"내가 말하는 것은, 예전의 당신에게는 무엇인가가 있었다구요.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따스함, 솔직함, 친절 같은 것들. 그래서 다른 사람들
이 당신을 좋아했고, 항상 같이 있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니예요. 당
신의 지성과 지식 등 많은 차이가 있다구요."
나는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당신은 무엇을 기대했죠? 당신은 내가 온순한 바보로 남아 있길 바랬나요?
꼬리를 흔들고 한낱 먹이만을 위해 사는, 그래요, 모든 것이 변했어요. 내가 내
자신을 생각해봐도 많이 변했어요. 이제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수모를 받
을 필요가 없다구요."
"사람들이 당신에게 나쁘게 한 것은 없어요."
"당신이 뭘 안다고 그러는 거죠? 들어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통해서
자신들의 우수함을 인지함으로써 거만떨고 자아도취에 빠져서 나를 거들떠보지
도 않았다구요. 정신박약아 외는 모든 사람이 지성을 갖고 있다구요."
이야기를 마쳤을 때, 그녀는 내가 말한 것을 잘못 이해했다는 것을 알았다.
"당신은 나도 그들과 똑같은 부류로 생각하고 있군요."
"어리석게 이러지 말아요. 제기랄. 당신은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쳇, 제길."
"물론, 한편으로는 당신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당신 옆에 있는 나는 보다 더
미련한 사람이예요. 요즘, 내가 당신과 함께 있다가 헤어져서 집에 가면 매번 매
우 비참한 느낌이 들어요. 나는 모든 것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고 부족하
다는 생각이 들죠. 집에 돌아가서 모든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말한 것들
중에는 빠진 것들이 많이 있어요. 함께 있을 때 말하지 못한 점들에 대해 매우
후회스러운 생각이 든다구요."
"그것은 일반적인 경험입니다."
"나는 전에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방법으로 당신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
은데, 당신과 함께 있으면 다시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되요. 그리고 내가 하는 모
든 일에 대해 그 동기가 의심스러워져요."
나는 그 화제로부터 벗어나려 시도했지만, 그녀는 자꾸만 다시 말을 이어갔다.
"보세요, 저는 여기에 당신과 논쟁하러 온 게 아니예요."
나는 결국엔 그렇게 말해버렸다.
"집에 바래다줄께요. 나는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요."
"나도 그래요. 하지만 당분간은 당신과 이야기하지 않겠어요. 당신이 이야기하
는 문화를 형성하는 변수들이나, 수학, 논리학 등에 대해서 나는 그저 고개를 끄
덕여 이해한 것처럼 하는 거라구요. 내가 점점 더 우둔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예
요. 당신이 내 아파트를 떠나고 나면 나는 거울을 한참 바라다보다고 내 자신에
게 소리지르곤 하죠. 이렇게 말이예요. '아니야, 너는 점점 더 멍청이가 되어가고
있는 게 아니라구. 그리고 너는 지성을 잃는 것도 아니고, 망령이 들거나 무감각
한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니란 말야. 찰리가 너무 빨리 발전하니까, 그게 마치 넝
게는 네 자신이 뒤로 넘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거라구.'라구요. 찰리, 나도 내
신에게 그런 말을 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만날 때마다 당신은 어떤 말을 한 후
항상 그렇게 조급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잖아요. 나는 당신이 날 비웃고 있다는
것을 알아요. 그리고 당신이 나에게 무엇을 말해주면 나는 그것을 기억하지 못
하는데, 그 이유가 내가 그것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고 신경쓰기 싫기 때문이라
고 생각하죠. 그러나 당신은 모를 거예요. 당신이 가고 나면 내 자신을 얼마나
꼬집고 질책하는지....... 전에 내가 밤잠을 설치며 공부한 책들에 관해서나, 비크
맨 씨 강의를 얼마나 어렵게 수강했는지 당신은 정말 모른다구요. 그런데도 당
신은 내가 무언가를 이야기하면 당신은 마치 어린아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나
를 대한다구요. 나는 당신이 지성인이 되기를 바랬어요. 당신을 돕고 싶었고, 당
신이 성장하는 시간을 함께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당신은 이미 나를 당
신 인생 밖으로 밀어내버리고 있어요."
내가 그녀의 말을 듣고 있는 동안, 그 말의 의미들이 거대한 바위처럼 나의
어깨에 짖누름을 느꼈다. 사실 나는 내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변화에만 몰두하고
있었을 뿐, 그녀에게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
다.
우리가 학교를 떠날 때 그녀는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어떻게 해서 이렇게 상황이 뒤집힌걸까하고 생각해봤다.
그녀는 나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었다. 내 자신의 변화의 물결에 의지해서 내
가 바다로 나아가자, 우리 사이의 간격은 더 벌어졌고 우리의 관계는 둘 사이에
있던 얼음처럼 깨어져버린 듯했다.
그녀가 나와 함께 있음으로 해서 겪게 된 고문 같은 고통을 거절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어떠한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지 않다. 단순한
대화만을 계속해서 나눌 뿐이다. 우리에게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당혹스런 침묵
과 어두운 방 안의 시간의 연속성 같은 것일 뿐이다.
"당신이 매우 심각해 보여요."
그녀가 침묵을 깨고 던지 말이었다.
"우리들에 관해서요."
"당신이 이 일로 심각해야 할 필요는 없어요. 나는 당신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
아요. 당신은 그 위대한 시도를 계속하세요."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당신은 해낸 거예요.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모르겠어요."
버스정류장에서 그녀의 아파트로 가는 길에 그녀가 말했다.
"나는 당신과 함께 그 학술회에 가지 않을 거예요. 오늘 아침에 이미 니머 교
수에게 전화했어요. 학술회에 가면 당신이 할 일이 많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당신에게 집중될거고. 당신과는 그런 식으로 함께 있고 싶지는 않아요."
"앨리스-."
"저-, 지금은 당신이 어떤 말을 해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당
신만 괜찮다면 저의 찢겨진 자존심을 지키고 싶군요. 오늘 고마웠어요."
"그러나 당신은 사실보다 좀 지나치게 과장한 것 같아요. 내 생각엔 당신이 만
약 이렇게......."
"이봐요. 당신 정말 확신하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녀는 아파트 입구 계단에서 갑자기 돌아서며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은 어쩌면 그렇게 참을성 없는 사람이 되었죠? 당신은 내가 어떻게 느끼
고 있는지 알기나 한거예요? 당신은 다른 사라의 마음을 너무 마음대로 단정짓
는다구요. 당신은 아직도 내가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느끼고, 왜 그렇게 느끼는
지 모르고 있어요."
그리고는 다시 아파트 안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떨리
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여기에서 기다릴거예요. 저는 단지 좀 실망했을
뿐이에요. 그게 전부예요.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서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마
주할 수 있을 때 다시 한 번 이야기 하고 싶어요."
수주 만에 처음으로 그녀는 나에게 들어오라고 권하지 않았다. 나는 내 자신
내부에서 응얼이진 어떤 분노 같은 의식을 갖고 그녀의 닫혀진 아파트 문을 바
라보고 있었다. 나는 아파트문을 세게 두드리고 결국엔 그것을 부수는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나는 분노로 인하여 아파트건물을 무너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
다.
그러나 내가 그곳에서 걸어나오면서 처음에는 부글부글 끓는 분노의 마음이
침착한 마음으로 바뀌고, 마침내 안정된 마음으로 돌아왔다. 나는 거리에 나와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고, 그 속도에 의해 여름밤의 시원한 바람이 빰을 스
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생각해보니, 나의 앨리스에 대한 개인적 감정은 내 학습과는 대조적으로
거꾸로 흘러갔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존경하는 마음에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의무감 같은 것으로 발전되어
갔다는 것이다.
나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나로 하여금 그녀에게 집착하게 하였고, 나에게 강요
되어 온 많은 의무들 때문에 발생했던 공포감으로 인하여 표류하였고, 그녀를
통해서 그 공포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유로움은 슬픔을 가져왔다. 나는 그녀와 사랑을 하고 싶다. 나는 성
에 대한 상상적 공포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고, 그래서 그녀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정착하고 싶었다.
이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나는 지금 아이큐가 70이었을 때 생각할 수 있었
던 앨리스라는 여인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그
것을 알고 있다.
6월 8일 아파트를 나와서 이 도시를 헤매고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거
리를 혼자서 헤매고 다녔다. 그것은 여름밤의 여유로운 산책 같은 것이 아니었
다. 나는 어디인가에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서둘러 걸어다녔다-어디를? 오솔길
을 따라 내려가서 출입구를 들여다보고, 창문가리개가 반쯤 열려있는 데는 꼭
들여다보면서, 누군가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를 찾고 싶었지만,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그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두려웠다.
거리를 내려갔다 올라갔다, 끝없는 미로를 따라서 네온빛으로 가득찬 도시 속
에 나를 내던지고 있었다. 찾고 있었다. ......무엇을?
센트럴 파크에서 한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호수가의 밴취에 앉아 있었는데,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겨울 코트 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
며 자신의 옆에 앉으라는 몸짓을 하였다.
우리는 센트럴 파크 위로 보이는 밤하늘의 긴 선율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검푸른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작은 세포 같은 불빛들을 보면서 모두 다 잡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저는 뉴욕에서 왔습니다."
"아니오, 저는 버지니아의 뉴포트뉴스에는 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녀는 그곳에서 살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현재 항해 중인 선원과
결혼했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2년 반 동안 그녀는 남편을 보지 못하였다.
그녀는 이따금씩 손수건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고 있었다.
호수에서 반사되는 약하고 희미한 불빛으로도 그녀가 얼굴에 아주 짙은 화장
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어깨까지 길게 늘어진 검은
생머리가 매우 매혹적으로 느껴졌고, 단지 그녀의 얼굴만이 지금 막 자고 일어
난 사람처럼 부시시하고 푸석푸석한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그녀 자신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였고, 나는 그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좋은 집을 주었고, 좋은 교육 기회를 주었으며, 그
는 부유한 조선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단 하나인 그녀의 딸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단지 그녀가 선원과 눈이 맞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용납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야기를 계속하는 동안 나의 손을 잡고, 자신의 머리를 내 어깨에 기
대어 왔다.
"그날 밤 게리와 나는 결혼을 했어요."
그녀가 속삭였다.
"나는 겁먹은 순진한 숫처녀였는데 그는 아주 미친 짓을 하는 거예요. 처음엔
나의 빰을 때리고 몸을 마구 구타한 후 사랑의 전희행위도 없이 나를 취해버렸
어요. 그것이 마지막으로 우리가 함께 있었던 시간이예요. 다시는 그가 나의 몸
을 만지지 못하게 했거든요."
그녀는 나의 손이 움찔거릴 정도로 나의 손을 꼭 쥐었다 놓았다 하며 이야기
를 하였다. 그것은 나에게는 매우 난폭한 행동처럼 보이면서도 친근감을 주었다.
나의 손이 자극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마치 그녀의 이야기를 모두 끝마쳐야 한다는듯이....... 그것은 그녀에게는 중요한
일 같아서 나는 마치 먹이를 먹으러 다가오는 새 앞에 앉아 있는 사람처럼 침묵
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아니요, 나는 그 남자들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다짐하듯 말하였다.
"나는 많은 남자들을 만났어요. 대부분의 남자들은 신사였고 부드럽게 여자를
대해 주었지요. 그들은 키스를 먼저 하고 조심스럽고 천천히 사랑을 해주었어
요."
그녀는 의미있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다보며, 자신의 반지를 나의 손바닥에 대
고 앞뒤로 긁듯이 밀었다 끌었다 하였다.
긔것은 내가 들어서, 읽어서, 그리고 내가 꿈꾸던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몰랐다. 그녀도 내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다. 그녀는 우리
둘만이 있을 수 있는 곳으로 자기를 데려가길 원하였다. 나는 앨리스가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녀를 아직은 겁먹은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대했다. 그리고 아직도 망설이는 마음으로 키스를 하자 그녀가 나를 쳐다보았다.
"무슨 문제가 있어요?"
그녀가 조용히 속삭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요?"
"당신에 대해서......."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이 있나요?"
진행되어가는 모든 일들이 나에게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하였다. 나는 어
떤 시점에서 저 대지의 모양이 사라지고 환영 속에 빠지게 될까?
무엇인가가 나 자시의 걸음을 옮기는 것을 가로 막고 있었다.
"당신의 거처가 없다면 맨션호텔 53층이 비용이 저렴할 거예요. 그리고 그들은
당신이 선불을 내면 당신이 무엇을 갖고 들어가든지 상관하지 않을 거예요."
"내 집이 있어-."
그녀는 새로운 경이감으로 나를 보았다.
"그래요. 참 잘 됐군요."
아직가지는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상한 일이었다. 고
통스런 환영의 체험이 없이 얼마나 더 내가 진전할 수 있을까? 우리가 방에서
둘만이 되었을 때? 그녀가 옷을 벗었을 때? 내가 그녀의 벗은 몸을 보았을 때?
우리가 함께 누워 있을 때?
갑작스레 내가 다른 남자들처럼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을 알아본다는 것이 매
우 중요한 일처럼 느껴졌다.
만약에 내가 다른 여자에게 나와 인생을 함께 하자고 청혼할 수 있다면?
지성을 쌓고 지식을 얻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
은 것이다. 내가 긴장하지 않고 여유를 갖고 있다는 느낌에 가능할 것 같다는
느낌이 매우 강하게 다가왔다.
내가 그녀에게 키스를 했을 때 짜릿한 느낌이 다시 느껴졌고, 그녀와는 정상
적으로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녀는 앨리스와는 다르다. 그녀는 항상 주변에 있던 그런 보통의 여자이다.
그때 그 여자의 목소리가 조금 변하였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잠깐만, 가기 전에......, 한 가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밤의 수은등 불빛이 깔리는 내 앞에 조심스럽게 다
가섰다. 그리고 그녀의 코트를 열어 보였다. 그런데 내가 옆에 함께 앉아 있으면
서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그녀의 몸이 보였다.
"단지 오 개월 밖에 안됐어요."
그녀가 말했다.
"이것 때문에 불편해 할 건 아무것도 없어요. 당신도 괜찮죠? 그렇죠?"
코트를 열어서 몸을 보여주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두 가지의 모양으로 착상되
어 보였다. 하나는 중년의 여인이 욕조 밖으로 나와서 있는 모습이고, 또 하나는
욕실의 문을 열어서 나를 유혹하면서 자신의 몸을 내가 볼 수 있도록 했던 중년
여인의 기억이었다.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불경스런 죄를 지은 사람이 번개에 맞아 죽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는 시선을 돌려버렸다. 나는 그런 점까지는
전혀 에상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 더운 여름에 두꺼운 겨울코트로 몸을 꽁꽁
동여매다시피 한 모습에서 나는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어야 옳
았다.
"이 아기는 남편의 아이가 아니예요."
그녀가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이예요. 나는 내 남편을 몇 년간 보지 못
했어요. 약 8개월 전에 선원을 만났었어요. 그리고 그 남자와 함께 살았지요. 저
는 그 남자를 다시 만날 생각은 없어요. 그렇지만 아기는 제가 책임지고 싶어요.
우리는 조금 조심만 하면 되요. 거친 행동 같은 것만 안하면, 그렇지만 않으면
당신이 염려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내가 화가 난 모습을 보이자 그녀의 목소리는 낮아졌다.
"그건 추악한 행동이예요."
내가 소리쳤다.
"당신은 자신에 대해 수치스러움을 느껴야 해요."
그녀는 재빨리 한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는 몸 안에 있는 것을 보호하려는듯
코트로 몸을 감쌌다.
그녀가 자신을 보호하려는 자세를 취했을 때, 나는 두 번째로 두 가지의 착상
이 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 나의 어머니, 나를 정박아라고 말하는 사람들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데 소홀했던, 그리고 그렇게 나를 못 살게 굴던 동생에게는 그
토록 잘해주시던 나의 어머니. 그녀는 목소리나 행동에서 나를 따뜻하게 대해
주지 않았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러자 그녀는 괴성을 질렀
다. 나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고 현실감각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녀를
해치려고 한게 아니라고 말하려했다-나는 그녀를 결코 해칠 생각이 없었다. 아
니 어느 누구도.......
"제발 소리치지 마세요!"
그러나 그녀는 소리지르고 있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밤길에서 달리는 걸음소리를 들었는데, 이런 현상은 다른 사람이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나는 어둠을 향해서 달렸고, 이 공원의 출구를 찾고 있었
다. 지그재그로 오솔길들을 이리저리 헤맸다. 나는 그 공원을 잘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무엇인가가 나를 뒤로 밀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철사로 만들어진 철조망이었다-길이 막혀 있었다.
나는 그네와 미끄럼틀 등을 보고 이곳이 어린이 놀이터라는 것을 알았다. 밤
이었기 때문에 그곳은 닫혀 있었다.
나는 철조망을 따라 달렸다.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놀이터의 주변
을 따라 곡선으로 만들어진 호수에서 다시 되돌아오기도 하면서 다른 지름길을
찾아서 조그만 인도교를 지나자 '도로 막혀있음'이란 표지판이 보였다.
"무슨 일이야? 이 숙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느 미치광이?"
"당신은 괜찮아요?"
"그자가 어느쪽으로 도망갔죠?"
긴 원을 그리며 달리다가 다시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온 것이다. 나는 큰 바위
뒤에 엎드렸다. 그러자 가시가 있는 찔레나무가지들이 나의 복부 밑에 박혀 통
증이 느껴졌다.
"경찰을 불러요. 꼭 핅요할 때는 경찰이 안 나타난단 말이야."
"무슨 일입니까?"
"어떤 정박아가 이 여자분을 추행하려고 했데요."
"여보시오. 어떤 분이 그 정박아가 간 쪽으로 추격을 좀 하시오!"
"자 여러분, 그놈이 이 공원을 벗어나기 전에 잡읍시다!"
"조심하세요. 그 녀석은 칼과 권총을 갖고 있어요."
그렇게 큰소리로 외친 말들은 이 야밤에 공원에서 산책겸 조깅을 하는 사람들
에게 공명되어 전달된 것이 분명하다. 지금 내가 숨어있는 바위 뒤편에서도 '저
기 그자가 간다'고 하는 말이 들렸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보니 어느 조깅 중인
한 남자가 쫓기는 듯한 모습으로 저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몇 분 후 또 한
사람이 바위 옆을 스쳐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나는 저 사람들에게 잡혀서
얻어맞고 찢기어 만신창이가 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나는 그렇게 되도 당
연하다. 차라리 그렇게 되길 원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에 붙어있는 나뭇잎과 흙을 털고 천천히 내가 왔던 방향
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게속해서 누군가가 뒤에서 나를 잡아 흙구덩이나 어
둠 속에 던져 버릴 것 같은 상상 속에서 걷고 있었는데, 그 순간 갑자기 앞에
59번 도로와 5가가 만난다는 것을 표시하는 표지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마침내 공원에서 빠져 나오게 된 것이다.
방 안의 안전함 속에서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좀전에 벌어졌던 일들이 몸
서리 쳐졌다. 나의 어머니가 여동생을 출산하기 전의 표정도 생각났다. 그러나
좀더 놀랍게 생각되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잡혀 얻어맞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
다는 것이다.
나는 왜 벌을 받고 싶어할까?
과거의 그림자가 나의 발목을 걸고 나를 넘어뜨리려 한다. 나는 소리를 지르
려고 입을 벌였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내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차
가운 냉기를 느꼈다. 그리고 나의 귓속 깊은 곳에서 다시 웅얼거리는 소리가 나
기 시작했다.
진행 보고서 13
6월 10일 우리는 지금 시카고로 가는 점보비행기 안에 있다. 우선 이 보고서
는 버트에게 제출하려고 작성하고 있다. 나는 소형녹음기에 녹음한 후 시카고에
가면 속기사를 불러 문서로 작성할 것이다.
니머 교수도 이 계획을 찬성했다. 그는 세미나 마지막 순간까지 녹음기를 사
용하고 싶어했다. 세미나 마지막에 최근의 진행 보고서가 발표될 때 이 부분을
삽입, 추가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나 혼자 일행의 특별석에서 벗어나서 내 생각과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려고 노력했다.
타이핑하는 사람이 나의 목소리 중 '흠', '어어' 그리고 '에-' 등의 부분은 제거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보고서에는 자연스럽게 보일 것이다. (내가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것들을 듣고자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나는 전
신이 마비되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 마음 텅빈 상태이다. 지금 이 순간 나의 느낌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공중으로 날아올라 간다는 것이 나를 초초하게 만든다.
수술을 받기 전에 나는 비행기가 무엇인지를 몰랐었다. 예전에는 영화건 텔레
비전이건 사람 머리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자세하게 확대한 화면을 본 적이
없다. 이제 막 이륙하려고 하는데, 나는 오직 비행기 사고가 나서 지상에 곤두박
질치면 어떻게 되나 하는 공포심만이 일어날 뿐이다. 오싹하는 소름이 끼친다.
죽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는 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생각해 본다.
최근 몇 주 동안 죽음에 대해 종종 생각해보았지만 신에 대한 것은 별로 생각
해보지 않았다. 어머니는 가끔 나를 교회에 데리고 갔었지만, 그때도 나는 신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했었다. 그녀는 신에 대해서 자주 언급했고, 나는 밤에 기도
를 해야 했지만 그러나 결코 내가 많은 비중을 두고 신을 생각했었다는 기억은
없다. 내 기억 속에서 신은 턱에 긴 수염을 달고 있는 먼 친척 아저씨 같은 느
낌이 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무릎에 아이들을 앉히고 그 아이들이 무엇을 갖
고 싶은지 물어보는 백화점 안에 있는 산타클로스를 생각했다.)
어머니는 신을 두려워했지만 어쨌든 여러 가지 소원을 빌었었다. 아버지는 무
신론자로서 만약 어머니가 신의 친척이라도 된다면 그녀와 절대로 결혼하지 않
았을 것 같은 태도였다.
"손님 여러분, 곧 이륙하겠습니다."
"안전벨트 매는 것을 도와드릴까요?"
"꼭 매야 하나요? 나는 묶이는 것을 싫어하는데요."
"일정고도로 상승할 때까지는 매셔야 합니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하고 싶지 않은데요. 저는 묶이는 것에 대해 공포심이 강
해서요. 그렇게 하면 저는 무슨 탈이 날지도 몰라요."
"이것은 규칙입니다, 손님. 이렇게 해보세요. 제가 도와드리죠."
"괜찮아요. 제가 하죠."
"아니오......, 그것은 이쪽으로 집어넣으셔야 돼요."
"잠깐만요. 으윽......, 됐어요."
우스운 일이다.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 안전벨트는 꼭 끼지도 않았고
아프게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좌석벨트가 무서웠을까?
비행기가 이륙하려고 엔진의 소음이 높아졌다.
갑자기 갑자기 불안해진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다. ......무슨 일이? ......
잿빛 구름 속으로 비행기가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여러분, 벨트를 조여 주십시
요.' ......몸이 쭉 펴진 채 묶여 있다. ......앞으로 끌려가는 느낌....... 향긋한 가죽
의자 냄새....... 비행기의 날개에서 들려오는 증폭되는 굉음들이 귀에 가득 채워
진다.
참문 너머 구름 속에 찰리가 보인다. 나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인데, 약 다
섯 살쯤 되어 보인다.
노마가...... 전에.......
"아직 준비 안 됐어?"
비대한, 특히 목과 얼굴의 살들이 축 쳐진 아버지가 문가로 오셨다. 아버지는
지쳐 보였다.
"준비됐냐고 물었어."
"잠깐만 기다리세요."
로즈가 대답했다.
"지금 모자를 쓰고 있어요. 당신이 찰리가 옷을 제대로 입었는지 봐주시고 신
발끈도 좀 묶어주세요."
"서둘러. 제대로 좀 빨리 하자고."
"어디 가?"
찰리가 물었다.
"어디에......, 찰리가......, 가?"
매트는 찰리를 바라보며 눈쌀을 찌푸렸다. 도대체 매트 골든은 자신의 아들이
질문하면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할지를 몰랐다.
로즈가 베일이 반쯤 내려오는 모자를 고쳐쓰면서 방문 앞에 나와 섰다. 그녀
는 한 마리 새 같은 여자였다. 그녀가 팔을 벌린다면 그녀의 팔에서 머리까지는
새의 날개처럼 보이리라.
"우린 지금 네가 천재가 되게 해줄 의사한테 가는 거야."
로즈의 베일은 마치 그녀가 찰리를 철망문을 통해 응시하는 듯 보이게 했다.
찰리는 이미 옷을 이렇게 입을 때부터 겁에 질려있었다. 왜냐하면 그럴 때면
언제나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갈 때이고, 그렇게 되면 그의 엄마는 기분 나빠하고
화를 낼 테니까.......
찰리는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에겐 갈 곳이 없다.
"이 애한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매트가 말했다.
"사실이니까요. 구아리노 선생님이 도와주실거잖아요."
매트는 포기한듯 걸음을 옮겼지만 이내 핑계거리를 만들었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 그 사람에 대해서 뭘 안다고? 만약에 그럴 수 있
었다면 의사들이 벌써 알려줬겠지."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로즈가 톡 쏘아댔다.
"우리가 더이상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하지 말라구요."
그녀는 찰리를 붙잡고 그의 머리를 그녀의 가슴께로 당겼다.
"이 애는 정상으로 될 거예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이 얼마가 들든지 간에
요."
"이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나는 한 명 밖에 없는 당신 자식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그녀는 거의 히스테리적으로 애를 흔들고 있었다.
"그 따위 소리는 듣지도 않을 거예요! 알지도 못하니까 그런 소리를 하는 거
란 말이예요! 구아리노 박사님이 나에게 다 설명해주셨어요. 그들이 박사님의 발
명을 인정하지 않는 건 결국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게 되는 거니까 그게 싫어서
그러는 거라고. 결국은 다른 과학자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페스터 씨에게
도, 제님 씨에게도, 그리고 모두에게 그랬던 것처럼. 박사님이 당신네들의 그 잘
난 의사들이 얼마나 발전을 무서워하는지 얘기해 주었다고요!"
매트에게 대꾸해대는 동안 그녀는 다시 자신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아이를 놓자마자 아이는 방 구석으로 가서 선 채로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저봐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또 애를 무섭게 만들었잖아요!"
"내가?"
"당신은 항상 이런 얘기를 애 앞에서 해야하잖아요."
"후- 제기랄, 빨리 가기나 하자구. 그래야 빨리 끝날 거 아냐!"
구아리노 박사 사무실로 가는 동안, 그들은 줄곳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버스를 타는 동안에도, 버스에서 내려 시내에 있는 사무실 건물까지 세 블록
을 걸어가는 동안에도 내내 침묵했다.
15분쯤 후인가, 구아리노 박사가 사무실에서 나와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들을 반겼다.
뚱뚱한 체격에 대머리인 그는 그가 입고 있는 하얀 실험가운 사이로 퉁겨나올
것만 같았다.
두툼하고 하얀 눈썹과 가끔씩 경련을 일으키는 그의 하얀 콧수염이 찰리에게
는 마냥 신기했다.
어떨 땐 콧수염이 먼저 떨리고 나서 그의 두 눈썹이 치켜 올라가고, 또 어떨
땐 두 눈썹 먼저 치켜 올라가고 콧수염이 떨리기도 했다. 구아리노 박사가 안내
한 크고 하얀 방은 방금 페인트칠을 한 듯한 냄새가 진동했다-거기에다 거의 텅
빈-방 양벽에 놓인 두 책상, 수 많은 다이얼과 네 개의 크고 긴 팔이 달려있는
치과용 드릴같이 생긴 큰 기계. 바로 옆에는 두껍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검은 가
죽끈이 달린 검사 테이블이 그 방에 있는 전부였다.
"자-, 어디 보자."
박사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얘기했다.
"네가 바로 찰리구나."
그는 그 아이의 어깨를 꼬옥 잡아주었다
"우린 정말 좋은 친구가 될 꺼야."
"정말 박사님께서 저희 아이를 도와주실 수 있는 겁니까?"
매트가 물어보았다.
"이런 병들을 치료하신 적이 있으신 겁니까? 저희는 돈이 넉넉치 못합니다."
박사가 얼굴을 찌프리자 눈썹이 카메라 셔터처럼 축 접혀졌다.
"골든 씨, 제가 아직까지는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은 드릴 수가 없습니다.
제가 먼저 그를 정밀검사를 해야합니다. 어쩌면, 무엇인가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첫째로 병리학적 측면으로 접근해보
기 위해 신체적, 정신과적 측면의 정밀검사를 한 후에 지난 결과에 따라 향후
계획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사실, 요즘 저는 매우 바쁩니다. 저는 단
지 제가 뇌기능 발육부진에 관해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상태를 한 번 보기 위해
약속한 것 뿐입니다. 물론 제가 하고 있는 일에 의심이 가신다면, 아마도......."
박사의 목소리는 서운한 여운을 남기면서 작아지는 듯하더니, 돌아앉았다. 그
러나 로즈가 매트를 팔목으로 툭 치더니 서둘러 말했다.
"박사님, 제 남편은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게 아닙니다. 그가 너무 말을 많이
하는 것 같군요."
그녀는 매트를 한번 쳐다보고는 사과한다는 듯한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매트는 한숨을 지은 후 채념한듯 말했다.
"박사님께서 찰리를 도울 수 있는 어떠한 길이 있다면 그 결정을 따르겠습니
다. 저는 이발용품들을 판매하는데, 요즘 경기가 좋지 않지만 어쨋든 제가 최선
을 다해보겠습니다......."
구아리노 박사가 마치 결정을 다짐받듯 입술에 힘을 주며 말했다
"단 한 가지, 이 점을 꼭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치료가 시작되면 끝까지
받으셔야 합니다. 또한 이런 경우의 치료는 오랜 기간 치료 후에도 별다른 진전
이 없이 계속되는 수가 있어요. 나는 당신에게 치료의 성공을 이야기할 수는 없
습니다. 명심하십시요. 그렇지만 끝까지 치료를 받으셔야지 중간에 그만드려면
시작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는 그의 경고가 받아들여지기를 강조하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푸른 눈
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고, 그의 콧수염은 은색으로 바짝이고 있었다.
"자, 이제 제가 찰리를 좀 검사해 볼테니 밖에서 기다려 주십시요."
매트는 찰리만 이 의사에게 맡기고 나가는 것을 개운치 않게 여기는 듯했다.
그때 구아리노 박사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이것이 최선책입니다'하고 말하였고,
그것은 마치 환자대기실로 얼른 나아가라는 듯한 어조였다.
"환자와 의사만이 존재할 때 이 심리적 검사결과는 더욱 확실한 의미를 갖을
수 있습니다."
"외부적인 영향은 환자에게 미세한 영향을 끼처 결과수치를 변형시킬 수가 있
습니다."
로즈는 남편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고, 매트는 아무 표정 없이 그녀의 뒤를 따
라 나갔다.
박사는 찰리와 단 둘이 남게 되자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고, 친절하
게 대해 주었다.
"자, 아가야, 테이블로 올라가거라."
찰리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는 찰리를 들어서 가죽이 입혀진 탁자 위에 올
려놓은 후, 손과 발을 무거운 끈으로 고정시켰다. 그 탁자는 진한 가죽 냄새를
풍겼다.
"엄마아!"
"네 엄마는 밖에 있단다. 걱정 말아라, 찰리. 이것은 전혀 너를 아프게 하지 않
아."
"엄마를 불러주세요!"
찰리는 그런 방법으로 본인 묶여 있는 것이 혼란스러웠다. 그는 그에게 어떠
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눈치챌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부모가 밖으로 나아간 뒤, 몇몇 의사들은 별로 친절하지 않은 태
도로 그 방에 들어왔다.
구아리노 박사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자, 아기야, 안심해라. 겁낼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이 큰 기계 보이니? 이 기
계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아?"
찰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자신감을 갖도록 하자.'
"좋아요. 너는 최소한 네가 여기에 무엇 때문에 와 있는지 알 거야. 이제 두
눈을 감고 긴장을 풀어라. 이제는 스위치를 모두 켜야 되겠구나. 그러면 비행기
처럼 소리가 크게 날 거야. 하지만 아무일도 없을테니 염려하지 말아라. 그런 후
에 우리가 너를 조금 더 총명한 아이가 되도록 해줄 수 있는지 한번 보도록 할
테니까."
박사가 스위치를 켜자 큰 기계가 웅웅거리기 시작했고, 빨강, 파랑 불빛들이
켜졌다 꺼졌다 하면서 빛나기 시작했다. 찰리는 덜컥 겁이 났다. 그는 울면서 잘
못했다고 계속 말했다. 자신을 탁자 위에 묶어놓은 끈들을 풀어보려고 발버둥쳤
다. 그는 다시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구아리노 박사가 재빨리 헝겁뭉치를
그이 입 속에 집어 넣었다.
"조금만 참아, 찰리, 아무것도 아니라고......."
"너는 좋은 아이가 될 수 있다구. 내가 말했잖아. 너를 아프게 하지 않을 거라
니까."
찰리는 다시 소리를 지르려했다. 그러나 나오는 소리는 모두가 분명치 않게
숨막히듯 목구멍 속에서 맴돌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토할 것 같은 기분
으로 만들었다. 다리 주변이 축축하게 젖는 느낌과 통증, 냄새가 느껴졌고, 또
한 번 엄마한테서 매우 혼이 날 것 같은 느낌을 예견해 주는 듯했다. 그는 자신
을 자제할 수가 없었다. 그가 묶여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면 언제나 통증이 따랐
고, 그는 자제력을 잃고 아무 행동이나 마구 하게 되는 것이었다. 목을 조르는
듯한 숨막힘....... 어딘가가 아파온다....... 어지럽다....... 모든 것들이 검은색으로
덥혀버린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찰리가 눈을 떴을 땐, 그의 입
속에 있던 헝겁 뭉치는 사라졌고 손 발을 묶었던 끈도 풀려 있었다.
구아리노 박사는 아무 냄새도 맡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였다.
"이제 아가야, 이 기계가 아무 데도 다치게 않았잖니, 그렇지?"
"예에-/"
"그래, 그런데 왜 그렇게 보챘니? 내가 한 일은 이 기계가 너를 좀 더 영리한
아이로 만들도록 한 것 뿐이야. 전보다 더 얼마나 더 영리해졌는지 느낄 수 있
니?"
공포감을 잊은 채, 찰리는 그 기계를 눈을 크게 뜨고 쳐다 보았다.
"제가 영리해졌다구요?"
"물론이란다, 아가야. 자, 저기에 한번 서보거라. 기분이 어떠니?"
"흠벅 젖어있는 느낌이예요."
"그래. 하지만, 다음에는 그렇게 땀이 나지 않을 거다. 다시는 무서워하지 않을
거야. 이제 그 기계가 너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않니. 이제 네 엄
마에게 네가 얼마나 기분이 좋아졌는지 이야기해 보거라. 네 어머니가 일 주일
에 두 번씩 너를 이곳에 데리고 와서 짧은 뇌파조정치료만 하면 너는 계속해서
좀더 영리해지는 거란다."
찰리는 미소지었다.
"저, 뒤로 걸을 수 있어요."
"그래? 그럼 어디 한 번 해볼래?"
박사가 그의 기록철을 덮으며 잔잔한 기쁨이 담긴 어조로 말했다.
찰리는 매우 조심스럽게 천천히 몇 걸음 뒤로 갔다.
구아리노 씨가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우리가 이야기한 어떤 가능성이란다. 오, 잠깐, 너는 우리의 치료가 모
두 끝나기도 전에 동네에서 제일 총명한 아이가 될 것 같구나."
찰리는 이와 같은 관심과 칭찬에 얼굴이 붉어졌다. 사람들이 그에게 미소를
짓거나 잘 했다고 칭찬하는 일이 극히 드문 일이었다. 기계에 대한 공포심이나,
탁자에 꽁꽁 묶여있던 기억 등은 점점 희미해졌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요?"
이렇게 생각하자 찰리는 아무리 애를 써도 숨을 들이마실 수가 없었다.
"하이미보다도 더 영리해져요?"
박사가 다시 한 번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하이미보다 더 영리해지구 말구."
찰리는 다시 한 번 경이로운 눈으로 그 기계를 바라보았다. 저 기계가 보이슼
마웃 단원이면서 읽기와 쓰기를 그렇게 잘 하는, 우리집에서 두 집 옆에 사는
하이미보다도 더 나를 똑똑하게 만들어 준다는 말이지.
"저 기계 아저씨 거예요?"
"지금은 은행이 소유하고 있지만, 곧 내 것이 된단다. 그러면 나는 더 많은 어
린이들을 너처럼 영리하게 해줄 수 있단다."
그는 찰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너는 어떤 엄마들이 아이큐를 높여서 천재로 만들려고 데려오는 정상의 아이
들보다 더 총명한 아이란다."
"의사선생님이 그 애들의 눈을 크게 만들어서, 그 애들을 눈이 큰 당나귀로 만
들 수 있어요?"
찰리는 두 손을 얼굴에 갖다대고 이 기계가 혹시 자기 눈을 크게 만들지 않았
나 만져보았다.
"선생님이 저를 당나귀로 만들건가요?"
박사는 미소지으며 찰리의 어깨를 살포시 눌렀다.
"아니란다, 찰리. 너는 염려할 것이 아무것도 없단다. 말 안 듣는 아이들만 일
하는 당나귀로 만들고, 너는 아주 영리한 착한 아이로 변할 거란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물론, 계속해서 더 영리해질 것이고......."
그는 진찰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아가 찰리를 부모에게 아내하였다.
"자, 찰리가 아주 검사를 잘 받았습니다. 참 착한 아이더군요. 우리는 좋은 친
구가 될 것 같아요. 그렇지, 찰리?"
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구아리노 박사가 자신을 좋아하기를 바랬다. 그
러나 그의 엄마가 그에게 말하는 표정을 본 순간 다시 겁이 덜컥 났다.
"찰리, 너 선생님 말씀 잘 들었겠지?"
"고의는 아니었어요, 골든 부인. 처음에 좀 놀랐을 뿐입니다. 그 애를 책망하지
말아 주십시요. 저는 찰리가 여기 오는 일로 해서 체벌받는 것을 원치 않습니
다."
그러나 로즈 골든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참, 몹쓸 행동을 해요. 구아리노 박사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집
에서도 가끔 정신을 빼고 멍청해져요. 저희 집에 손님들이 많이 있을 때도 그렇
고 저 애가 그러는 것이 제가 수치스러울 정도예요."
어머니의 얼굴에 찡그린 표정이 나타나자 찰리는 다시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
작했다. 매우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가 어떤 나쁜 행동을 해서 자신
의 부모를 고통받게 했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녀는 그에게
울면서 소리를 질러댔던 것이다.
찰리는 벽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가볍게 울먹이기 시작했다.
"자, 이제는 이 애를 혼내지 마십시요, 골든 부인. 이리고 아무 염려마십시요.
그냥 일 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목요일 같은 시간에 데리고 오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치료가 정말 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요?"
매트가 물었다.
"10불이면 너무 비......."
"매트!"
그녀가 그의 발끝을 밟으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지금 이 시간에 이야기할 것이 그것 밖에 없어요? 당신에게 건강한 몸이 있
고, 박사님의 도움으로 그리고 신의 은총으로 이 애가 다른 애들처럼 될 수 있
다는데 당신은 고작 돈 이야기예요?"
매트는 자신의 이야기를 변명하려다가, 더 좋은 생각이라도 난듯, 얼른 지갑을
꺼냈다.
"죄송합니다만...... "
구아리노 씨가 겸연쩍어 하면서 마치 그는 돈을 만지는 것이 창피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입구의 사무직원이 치료비 관계를 도와드릴 겁니다."
"감사합니다."
구아리노 박사는 로즈에게 반절을 한 후 매트와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찰리
의 등을 문질러 주면서 말했다.
"착한 아이야, 너는 아주 잘했어."
그리고는 미소를 한 번 더 짓고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둘은 계속 말다툼을 했다.
매트는 이발용품 판매가 저조하고 저축했던 돈도 바닥나간다는 하면, 로즈는
다시 말을 받아서 찰리를 정상인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싸우자 찰리는 두려움에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그들의 화난 목소리
가 그를 고통스럽게 했다. 그들이 아파트에 들어가자마자 그는 뒷걸음질쳐서 부
엌 구석으로 뛰어갔다. 문 뒤에 서서 이마로 타 일벽을 누르며, 떨며 신음했다.
그들은 찰리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들은 찰리를 씻기고 옷 갈아입히는
것을 잊고 있었다.
"나는 병적으로 흥분하느 게 아니예요. 내가 매번 당신아들과 무언가를 시도하
려고 할 때 당신은 아무 신경도 쓰지 않지요. 당신은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구
요!"
"그렇지 않아. 그러나 나는 이제 깨달았다구.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우리가 저런 아이를 갖게 됐을 때, 이미 십자가가 지워진 거라
구. 그러니 우리는 참고, 사랑해야 해. 그래, 나는 이 상태는 참을 수 있어. 하지
만 당신이 하는 바보 같은 행동들은 더이상 못 견디겠어. 당신은 우리의 모든
저축을 돌팔이와 사기꾼들 한테 썼어. 그 돈으로 나는 내 사업을 할 수 있었는
데....... 나를 그렇게 쳐다보지 마! 불가능한 걸 하려고 당신이 하수도 구멍으로
버린 돈으로 나느 내 이발소를 갖을 수 있었다구! 하루에 열 시간이나 일하는
것보다 내 가게에서 종업원을 쓰면서!"
"소리지르지 말아요. 애를 좀 봐요. 찰리가 무서워한다구요."
"지옥에나 가버려. 여기서 누가 정신나간 사람인지 알겠군! 바로 나야!"
그는 뛰쳐나갔다. 문을 세차게 닫으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만 우리는 몇분 안에 착륙할 겁니다. 다시 안전밸트를 매
주십시요. 오, 손님은 매고 계시군요. 뉴욕부터 계속 매고 계셨나보군요. 거의 두
시간을......."
"괜찮아요. 그냥 우리가 착륙할 때까지 매고 있을게요. 이젠 별로 신경쓰이지
않네요."
이제야 어떻게 해서 내가 모든 사람이 놀랄 정도의 영리해지고자 하는 별난
욕망을 갖게 되엇는지 알 것 같다.
그것은 로즈 골든이 낮이나 밤이나 강요했던 것이다.
'찰리가 바보다'라는 그녀의 두려움, 그녀의 죄책감, 그녀의 창피함....... 무엇인
가 할 수 있다는 그녀의 꿈. 언제나 중요한 문제는 누구의 잘못이냐 하는 것이
었다. 그녀냐, 아니면 매트냐? 노마가 태어남으로써 그녀도 정상적인 아이들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후, 나는 돌연변이였으므로 나늘 바꾸려는 노력은
중단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바라듯이 똑똑한 아이가 되고 싶다는 욕망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나를 사랑하도록.......
구아리노 박사에 대한 기억에서우스운 점은, 로즈와 매트를 이용한 것에 대해
서 화가 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그날 후 그는 나에게 상냥하게 대
했다. 항상 어깨를 쳐줬고, 미소짓고, 그리고 가끔 용기를 주는 말들.......
그는 나를 치료해주었다-그때도-사람 대하듯.
내가 배은망덕한 건지 모르겠지만 니머 교수에게는 한 가지 원망하는 게 있
다. 마치 실험용 동물을 대하는 태도와 니머 교수의 '나를 만들었다'는 말, 아니
면 '어느날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진짜 인간이 될 것'이라는 말.
어떻게 하면 그가 나를 창조하지 않았다는 걸 인식하게 될까? 여린 정신을 가
진 사람들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도 다른 사람들
고 마찬가지로 그들을 보고 비숭는 그런 실수를 한다.
나는 분한 걸 참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참을성 있게 때를 기다리는 게, 내가
나를 볼 때 좀더 성숙해지는 것 같다. 매일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차츰차츰 더
배우고 있고, 잔잔한 기억력들이 이젠 파도같이 씻겨내린다.......
6월 11일 우리가 시카고 있는 챌머스 호텔에 도착한 순간부터 혼란은 시작되
었다. 우리의 방들이 호텔 측의 실수로 다음날 밤까지 비워질 수 없었고, 그때까
지는 우리는 근처에 있는 인디펜던스 호텔에 묵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니머 교
수는 몹시 화를 냈다. 그는 이 문제를 개인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이고는 벨보이
부터 매니저까지 명령권과 지배권이 높은 상사들과 차례로 싸움을 했다. 각각의
호텔 직원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할지 알아보기 위해 그의 상사를 찾는 동안 우
리는 로비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러한 모든 혼란 가운데서 많은 짐이 떠밀려 들
어와 로비 근처 여기저기에 쌓여졌고, 벨보이들은 작은 짐수레를 힘차게 밀며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고 있었고, 오랫동안 보지 못한 회원들은 서로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니머 교수가 국제심리학회 회원들을 붙들어 세우고 우리
에 대해 이야기해서 점점 더해가는 수치심을 느끼며 서있어야 했다.
마침내 아무런 조치가 취해질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지자 그는 우리가 시카
고에서의 첫밤을 인디펜던스 호텔에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대분분의 젊은 심리학자들은 전야제 파티가 있는 인디펜던스에서
머물렀다. 여기에서 사람들은 우리의 실험에 대해 듣게 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
은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됐다. 우리가 어디를 가든지 누군가가 다가와 새로 나온
세금에 관해서부터 현재 핀란드의 고고학의 발견까지 나의 의견을 묻곤 했다.
그것은 하나의 도전이었고, 나의 지식창고는 내가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얘기하
는데 쉽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잠시 후 니머 교수가 내가 모든 이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에 불쾌해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펄마우스 대학에서 온 한 매력적이고 젊은 임상병릭학자가 나에게 내 자신의
장애원인들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니머 교수만이 이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그가 기다리던 자신의 권
위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고, 우리가 만나고 처음으로 그는 어깨에 그의 손을
얹었다.
"우리는 찰리가 어렸을 때부터 앓아온 케톤너리아현상이 정확히 무엇에 의해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어떤 이상한 생화학적 요인 아니면 유전적인 현상, 어쩌
면 이뇨화된 방사선이나 자연적인 방사선, 아니면 태아 때 침투한 바이러스의
영향 등-아무튼 무엇으로 인해서였든 비정상적인 유전자가 생겼고, 이런 유전자
가 빗정상적인 생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뭐랄까 정상적인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효소가 그로 인해 새로 만들어진 아미노산과 정상 효소들과 경쟁하여 뇌를 손상
시키게 됩니다."
그녀는 그에게서 강의를 원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니
머 교수는 주도권을 꽉 주고 똑같은 형식으로 게속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그것을 효소들이 경쟁적인 억제라고 말하겠습니다. 이것은 어떤 것을 말
하는지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비정상적인 유전자에 의
해 생겨난 효소는 뇌의 중앙정보 시스템의 화학적으로 된 제동장치에 맞지 않는
열쇠가 되어 제동장치는 열리지 않게 됩니다. 이 잘못된 열쇠가 거기에 있기 때
문에 진짜 열쇠 즉, 정상적인 효소 또한 그 제동장치에 들어갈 수 없게 됩니다.
잘못 된 효소에 의해 그 길이 막혀버렸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로 뇌세포에 돌
이킬 수 없는 프로틴의 손실이 생겨난 겁니다."
"만약 그것이 돌이킬 수 없다면......?"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심리학자가 끼어들었다.
"어떻게 여기에 있는 미스터 골든이 더 이상 장애자가 아닌 게 가능합니까?"
"오!"
니머 교수가 의기양양해 하며 말했다.
"세표의 파괴를 돌이킬 수는 없지만 그 진행과정은 아닙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화학용품들을 주사기로 주입하여 그것을 파괴된 비정상적인 효소와 합치고, 거
기에서 방해하던 잘못된 열성 원자의 모양을 바꾸어 진행과정을 되돌이킬 수 있
었습니다. 이 방법은 우리의 중요 테크닉입니다. 그러나 우선, 우리는 파괴된 부
분의 뇌를 제거하고 빠른 속도로 뇌의 프로틴을 만들어질 수 있도록 화학적으로
재생된 이식된 뇌세포를 집어넣-."
"잠깐만요, 니머 교수님."
그가 결론을 맺는 중에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나는 물었다.
"라하자미티의 연구는요?"
그는 나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누구?"
"라하자마티요. 그의 연구는 타니다의 신진대사경로에서 단계를 막는 효소의
화학적인 구조를 바꾸는 이론의 효소융해학설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어디서 그 논문이 번역되었습니까?"
"아직 번역되지 않았습니다. 힌두 정신병리학이라는 저널에서 바로 며칠 전에
읽었습니다."
그는 그의 관중들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무시하려고 했다.
"글쎄, 내 생각으로는 그것에 관해서까지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경과가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타니다 그 자신이 처음에는 연합을 통해 신진대사효소를 막는다는 학
설을 제의했고, 그리고 지금은-."
"여보게 찰리, 실험을 개발하는 중에 처음에 내놓은 학설이 꼭 마지막 학설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는 거라네. 나는 여기에 계신 모든 분들 또한 이 연구는 일
본이나 인도에서 한 연구보다 더욱 우수한 미국과 영국에서 했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하네. 우리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실험실들과 장비들을
갖추고 있네."
"그러나 그것은 라하마티가 지적한 것에 대해 대답이 되지 않-."
"지금은 그것에 대해 말할 시간과 장소가 아닌 것 같네. 나는 이 모든 지적들
인 내일 회의에서 충분히 다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하네."
그는 나를 완전히 무시하고 다른 사람에게 그의 오랜 대학 친구에 대해 애기
하려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 멍청히 서있었다.
나는 스트라우스 박사를 한쪽으로 데려가서 그에게 물었다.
"좋아요, 당신은 내가 너무 그에게 민감하다고 말했지요. 내가 뭐랬기에 그가
그렇게 화를 내는 겁니까?"
"자네는 그로 하여금 열등감을 느끼게 만드는데, 그는 그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걸세."
"나는 정말 심각합니다. 제발 진실을 말해주세요."
"찰리, 자네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비웃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해. 니머
교수가 그 기사를 토론하지 못한 건 그가 그것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네. 그는
그 언어들을 읽을 줄 몰라."
"힌두어나 일본어를 못 읽는다구요? 오, 설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찰리, 모든 사람이 자네처럼 외국어에 소질이 있는 게 아니라네."
"그러면 어떻게 그가 라하자마티의 이런 방법에 대해 비난을 하고, 타니다의
이런 종류의 조정의 정당성에 대한 도전을 반박할 수 있는 거죠? 그는 분명히
그것들에 관해 알고-."
"아니......."
그는 생각에 잠기어 말했다.
"그 자료들은 최근의 것일 거야. 번역되어질 시간이 없었겠지."
"그럼 당신도 그것을 못 읽었단 말입니까?"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그보다도 더 언어에 소질이 없어. 그러나 마지막 보고서가 들어가지 전
에 모든 글들은 추가될 정보를 찾을 걸세."
나는 무슨 말을 해야될지 몰랐다. 그 둘 다 그들 자신의 분야에서 조차 모든
영역에의 무지함을 인정하는 것을 듣는 것은 참으로 끔찍한 일이었다.
"어떤 외국어들을 할 줄 아나요?"
나는 그에게 물었다.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 이태리어, 그리고 스위스어 조금."
"러시아어, 중국어, 로프투칼어는 몰라요?"
그는 내게 심리학자와 신경외과 박사로 일하면서 외국어를 공부할 시간은 조
금 밖에 없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고대어 중에서 그가 읽을 수 있는 것은 단지 라틴어와 그리스어 밖에
없어따. 동양의 고대어들은 하나도 알지 못했다.
나는 그가 거기서 그 토론을 끝내기 원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이대로 멈출
수는 없었다. 나는 그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알아냈
다.
물리학 : 양자론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지질학 : 지형학이나 지층학이나 암석학에 대해 또한 몰랐다.
마이크로 또는 거시 경제학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수학에서는 기초적
인 레벨의 미저분학의 변분보다 조금 나은 정도 그리고 대수학 같은 것에에 대
해서는 전혀 몰랐다.
그것은 이번주 나에게 폭로될 사실들에 대한 첫번째 암시였다.
나는 더이상 파티장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파티장을 살짝 빠져나와 걸
으며 생각했다. 사기꾼들-둘 다. 그들은 천재인 척 가장했다. 그들은 어둠에 빛
을 가져올 수 있는 것처럼 행동했으나, 실은 장님처럼 일을 하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왜 모든 사람들이 다 거짓말을 할까? 내가 아는 어떤이도 겉모습과 같은 사람
이 없었다.
코너를 돌 때 버트가 나를 쫓아오는 것을 알아챘다.
"무슨 일이에요?"
그가 다가오자,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나를 좇아오는 건가요?"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부자연스럽게 웃었다.
"당신은 증거물 1호죠. 이 쇼의 스타예요. 이 시카고의 미치광이 운전수들에게
치이거나 습격당해 굴러다니게 할 수 없지 않아요?"
"나는 보호되는 게 싫어요."
그는 주머니 속에 손을 깊게 넣은 채 내 눈을 피하며 내 옆에서 걸었다.
"이해해요, 찰리. 하지만 그는 불안해 하고 있어요. 이번 행사는 그에게 큰 의
미가 있어요. 그의 명성이 여기에 걸려있어요."
"당신이 그와 그렇게 가까운지 몰랐는데요."
나는 버트가 교수의 좁은 속과 강요를 불평했던 점을 생각하며 비웃었다.
"나는 그와 친하지 않아요."
그는 나를 도전적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는 그의 인생 전부를 여기에 걸었어요. 그가 ㅂ록 프로이드나 정,
파블로 또는 왓슨은 아니지만, 그는 무언가 중요한 것을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나는 그의 헌신을 존경해요. 위대한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폭탄을 만들기 바쁜
데,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서 위대한 사람의 일을 하려니 더 그런지도 몰라요."
"당신이 그 사람 면전에다 대고 그에게 평범하다고 말하는 걸 듣고 싶어요."
"그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래요. 그는 이기
주의자예요. 그래서요? 그런 자부심이 있어야 이런 일들을 이룰 수 있어요. 나는
그와 비슷한 사람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아는데, 거만함과 자기주장이 섞여서 그
것이 바로 빌어먹을 불확실함과 두려움을 잴 수 있는 좋은 방법이예요."
"허위허식과 얄팍한 생각들-이제 그들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엉터리
들. 나는 이미 니머 교수를 의심하고 있었어요. 그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두려워
했어요. 그러나 스트라우스 박사가 나를 놀라게 했어요."
버트는 잠시 멈추었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러 간이식당
으로 갔고, 그의 얼굴을 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분노를 느낄 수 있었
다.
"버트, 당신은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당신은 단지 먼 길을 아주 빠르게 왔어요."
그가 말했다.
"당신은 지금 잴 수 없을 만큼의 높은 지능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주 오랜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을 더 많이 바로 흡수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두
뇌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너무 편협해요. 당신은 그것들을 알지요. 그것
들을 보지요. 그러나 이해를 발전시키지 않았어요. 아니-나는 이 단어를 사용하
고 싶군요-관용. 당신은 그들을 엉터리라고 하지만 언제 그들 중 누가 완벽하다
거나 또는 슈퍼 인간이라고 주장했습니까?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예요. 당신이
야말로 천재구요."
그는 갑자기 자신이 나에게 연설한다는 걸 알아채고 부자연스럽게 말을 끊었
다.
"계속하세요."
"니머 교수의 부인을 만난 적 있나요?"
"아니요."
"만약에 당신이 그가 실험에서든 강의에서든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는 상황에
서도 왜 항상 긴장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싶다면, 당신은 벌샤 니머를 알아야 합
니다. 그녀가 그의 교수자격을 따게 해준 것을 알아요? 그녀가 친정아버지의 세
력을 이용하여 니머 교수에게 웰버그재단 장학금을 받게 해준 걸 아나요? 지금
그녀는 아직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발표를 하라고 그를 떠밀었어요. 그녀처럼
당신 머리 꼭대기에서 조정하는 여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요."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그가 호텔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걸 알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 내내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천재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쨌든 아직은 아니다. 버트가
말하듯, 교육상의 뜻없는 말을 완곡하게 흉내낸 것 뿐이다. 나는 예외였다-타고
난 재능(천재)과 모자란다는 비난을 받는 레벨을 피하기 위해 사용된 민주적인
단어일 뿐이다. 그리고 예외라는 단어가 누구에게든 어떤 의미가 있다면 그들은
그것을 바꿀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이런 표현이 단지 누구에게든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때까지만 사용하는 것이다. 예외라는 것은 스팩트럼의 양쪽 끝을 얘기
하는 것이므로 나는 내 인생 전부 항상 예외였다.
배움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더 멀리 갈수록 내가 존재조차 전혀 알 수 없었
던 것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얼마전에는 어리석게도 나는 모든 것을 배울 수 있
을 거라 생각했었다-이 세상에 있는 모든 지식을. 지금은 그것들의 존재를 알
수 있고 그리고 그것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럴 시간이 있을까?
버트는 나에게 화가 났다. 그는 내가 참을성이 없는 것을 알았고, 다른 사람들
도 똑같이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붙잡고 내 자리에 나를 가둬두려
고 노력한다.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 나는 누구이며, 나는 무엇일까? 나는 내 인
생 전부를 말하는 건가, 아니면 단지 지난 몇 개월을 말하는 건가? 오, 내가 그
들과 토론하려고 할 때면 그들은 얼마나 참을성 없이 구는지, 그들은 그들이 모
르는 것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니머 교수같이 평범한 사람이 남을 천재로 만드는데 자기 자신을 바친다고 생
각하면 이것은 모순이다. 그는 배움의 새로운 법을 찾아낸 자로 인정받길 원한
다-심리학의 아인슈타인으로, 그리고 그는 학생보다 못한 선생이 되는 두려움,
제자로부터 자기의 연구가 인정받지 못하는 스승의 공포를 갖고 있다(나는 진정
한 의미에서 니머 교수의 학생이거나 버트의 제자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거인들 가운데 죽마를 타고 걸어가는 모습으로 보여질까
걱정하는 니머 교수의 두려움이 이해가 간다. 이 시점에서 실패는 그를 파괴할
것이다. 그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엔 너무 늙었다.
내가 존경하고 우러러 보았던 사람들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게 충격적이었지
만 버트가 옳은 것 같다. 그들에게 조바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생각과
훌륭한 연구가 이 실험을 가능하게 했다. 지금 내가 그들의 위에 있다고 해서
무의식적으로라도 그들을 내려다 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긔들이 이 보고서를 읽었을 때, 나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쓸 때나 연설을
할 때, 간단하게 하라고 권유하는 것은 그들 자신들도 포함해서 한 얘기하는 것
을 나는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내 운명이 내가 전에 생각했던 거인들이 아닌, 아직 모든 해답을 알지
못하는 그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걸 알게 되자 나는 두려워졌다.
6월 13일 나는 이 글을 많은 긴장 아래 구술하고 있다. 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났다. 나는 지금 혼자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에 탔고, 내가 그곳에 가면 무엇
을 할지 아무 생각이 없다.
처음엔, 나도 인정하지만 아이디어들을 교환하려고 모인 과학자들과 학자들의
세계적인 집회의 사진을 보고 두려워했다.
여기가 모든 것의 출발점이 되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다. 여기에 있는 이들은
가장 높은 심리학과 연구와 교육과에 있는 이들이고, 책을 쓰고 강의를 하는 과
학자들이고, 사람들이 인정하는 권위자들이기에 이곳은 매마른 대학 토론과는
다를 것이라고....... 만약 니머 교수와 스트라우스 박사가 자신의 능력에 넘는 일
을 했다면 다른 이들은 다를 것이라고 나는 확신했었다.
회의시간이 되자 니머 교수는 우리를 점잖은 바로크 가구들과 커다란 대리석
층계들이 있는 로비로 안내했고, 우리는 악수하는 사람들, 고개를 끄덕이는 사
람, 미소짓는 사람들의 무리 사이로 움직였다.
바로 오늘 아침에 시카고에 도착한 비크맨에서 온 또 다른 두 명의 교수들도
우리와 함께 했다. 화이트와 클링걸 교수는 조금 오른쪽에서 걸었고, 니머 교수
와 스트라우스 박사는 한두 발짝 뒤에서, 그리고 버트와 내가 제일 뒤어서 걸었
다. 서있는 사람들은 우리를 위해 그랜드 볼륨으로 가는 길을 만들려고 갈라섰
고, 니머 교수는 세 달이 조금 넘게 성인 장애자에게 행해진 신비로운 소식에
대해 들으려고 온 기자들과 사진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니머 교수가 분명히
앞서 선전광고들을 보냈을 것이다.
회의에서 소개된 몇 개의 심리학자들의 연구는 대단히 감동적이었다. 알래스
카에서 온 그룹은 뇌의 다양한 부분을 자극함에 따라 배우는 능력이 얼마나 눈
에 띄게 발전이 되는지 보여주었고, 뉴질랜드에서 온 그룹은 지각을 조정하고
기억력을 자극하는 뇌의 부분을 지도로 그렸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논문들도
있었다-흰쥐가 미로의 코너가 각졌을 때보다 굽혀졌을 때를 배우는 시간차이를
알아내는 피티 잴럴맨의 연구, 아니면 리서스 원숭이들의 반응시간과 지능레벨
의 영향에 대한 월펠의 논문들이 그것들이다. 이런 논문들은 나를 화나게 만든
다. 돈, 시간 그리고 에너지가 하찮고 자질구레한 연구에 헛되이 쓰여졌다.
무언가 무의미하고 안전한 것보다 어떤 중요하고 확실치 않은 것에 자기 자신
을 바쳐서 연구하는 니머 교수와 스트라우스 박사를 칭찬하던 버트가 옳았다.
단지 니머 교수가 나를 한 인간으로 볼 수 있다면.......
의장이 비크맨 대학의 발표를 알린 후, 우리는 긴 테이블 뒤에 있는 플랫폼에
앉았다-버트와 나 사이에는 알제논이 그의 우리 안에 있었다. 우리가 그 저녁의
주요 화제 대상이었고, 우리가 준비가 끝나 의장이 소개를 시작했다.
나는 그의 목소리가 실내에 우렁차게 울리는 것을 기대했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쪽으로 오셔서 사이드쇼를 보십시요! 과학이 세계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쇼! 당신이 눈 앞에서 쥐와 바보가 천재로 바뀝니다!'
나도 내가 여기에 불만을 가지고 온 것을 인정한다.
다음이 그가 말한 전부였다.
"다음 발표는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웰버그 재단의 지원 아래 심
리학과 의장인 니머 교수가 지도하고, 비크맨 신경정신병학 센터의 스트라우스
박사가 협력한, 비크맨 대학에서 실행된 놀라운 연구에 대해 들었습니다. 말 할
필요없이 이것은 우리가 모두 많은 관심을 갖고 기다려오던 보고서입니다. 니머
교수와 스트라우스 박사에게 이 자리를 넘기겠습니다."
니머 교수는 의장이 칭찬의 소개에 호의적으로 끄덕였고, 그 기쁨의 순간에
스트라우스 박사에게 윙크를 했다.
비크맨의 첫번째 발표자는 클링걸 교수였다.
나는 초조해졌고, 연기와 윙윙거리는 소리와 익숙치않은 환경에 화가 난 알제
논도 불안하게 우리 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의 문을 열어 그
를 풀어주고 싶은 이상한 충동이 일어났다. 그것은 이상한 생각-생각보다는 갈
망-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나는 클링걸 교수
의 '왼쪽이 골인점으로 된 티-미로 상자의 영향과 오른쪽이 골인점으로 된 티-
미로 상자의 영향'이라는 진부한 논문을 듣고 있으면서, 알제논의 문을 열어주는
장치와 장난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잠시 후-스트라우스 박사와 니머 교수가 그들의 대단한 성과를 알리기 전에-
버트가 그가 알제논을 위해 만든 지식과 지능 테스트의 과정과 결과가 담긴 논
문을 읽을 것이고, 그 후에는 알제논이 그의 먹이를 얻기 위해 문제를 푸는 실
험증명이 보여질 것이다-이것을 보고 한번도 분개를 안한 적이 없었다.
버트에게 나쁜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는 언제나 나에게 솔직했다-대부분
의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그랬다. 그러나 그가 지능이 주어진 흰 쥐를 설명할
때, 그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거만하고 인위적이었다. 마치 선생님의 망토를
한 번 걸쳐보듯이....... 나는 이쯤에서 무엇보다도 버트의 우정 때문에 내 자신을
자제했다. 알제논을 우리에서 놓아주면 이 회의는 난장판이 되겠지만, 이것은 경
쟁이 치열한 학계의 버트이 첫 데뷰였다.
나는 우리의 문을 여는 장치에 손가락의 대었고 알제논이 연분홍빛 사탕 같은
눈으로 내 손의 움직임을 쳐다보자. 나는 알제논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때 버트가 시범을 보이기 위해 우리로 다가갔다.
그는 문을 열 때에 복잡성과 문이 열릴 때마다 문제가 풀어져야 한다는 것을 설
명했다. 쥐가 같은 순서로 여러 가지 지레장치 시리즈를 누르면 쥐에 의해 조정
되어 가느다란 플라스틱 전구들이 여러가지 패턴으로 떨어진다. 알제논의 지능
이 높아질수록 문제푸는 속도가 빨라졌다-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버트는 내가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려줬다. 알제논은 지능이 가장 높
을 때 활동이 불규칙했다. 버트이 보고서에 의하면 어떤 때는 알제논이 일을 하
는 것을 거부한 적도 있다-배가 고파 보였는데도-어떤 때는 문제를 풀기를 하지
만 상으로 주는 먹이를 가져가는 대신 자기 자신을 우리의 벽에 부딪치기도 했
다.
관객 중에 누군가가 버트에게 늘어난 지능이 이런 이상한 행동의 직접적인 원
인으로 제시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버트는 그 물음을 피했다.
"내가 알기로는,"
그가 말했다.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없습니다. 거기에는 다른 가능성들
고 있습니다. 쥐가 스스로 움직였다기보다는 지금의 레벨에서 늘어난 지능과 그
런 이상한 행동 둘 다 원래의 수술에 의해 생겨난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이
런 이상한 행동은 알제논만의 특이한 행동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행동을 다른 어떤 쥐에게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쥐도 알제논과
같이 높은 레벨의 지능에 도달하거나 그처럼 오랫동안 견디어 내지 못했습니다."
나는 이 정보가 나에겐 비밀로 되어 있었다는 것을 즉시 알아챘다. 나는 그
의도를 의심했고 기분이 불쾌했지만 그것은 그들이 필름들을 갖고 나왔을 때 느
꼈던 분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엇다.
실험실에서 실험 초기의 나의 활동들과 실험들이 필름에 찍혔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었다. 버트 옆에서 입을 벌린 채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전기펜을 사용
해 미로를 풀어가는 내가 거기 있었다. 내가 전기 쇼크를 받을 때마다 나의 표
정은, 눈을 크게 뜬 우스꽝스러운 표정에서 바보 같은 웃음으로 바뀌었다. 이런
실험이 반복될 때마다 관중들은 큰 소리로 웃어댔다. 미로 다음에 미로가 계속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관객들은 전보다 더 큰소리로 웃어댔다.
나는 내 자신에게 계속 상기시켰다-이들은 얼빠진 호기심이나 채우러 온 사람
들이 아니라 지식을 찾으려고 온 과학자들이라는 것을. 이 사진들이 우스꽝스러
운 것을 그들도 어쩔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버트가 분위기를 바로잡고 이
필름에 대해 놀라운 논평을 하자, 나는 짓굳은 장난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알제논이 그의 우리에서 도망치는 것과 이 모든 사람들이 빠르게 도망치는 이
작고 하얀 천재를 잡으려고 여기저기 사방에 퍼져 손과 무릎으로 기어다니는 모
습은 더욱 더 웃길 것이다.
나는 내 자신을 억제했고 스트라우스 박사가 차트를 가져왔을 때 그 충동은
이미 진정되었다.
스트라우스 박사는 대부분 신경과 수술에 대한 학설과 테크닉에 대해 얘기했
고, 최초의 지도로 만들어진 호르몬 조정신경의 연구가 어떻게 그가 이런 신경
들을 제외하고 자극을 주는 동시에, 외피에서 호르몬 억제를 만들어내는 부분을
제거하는 것을 가능케 하였는지 자세하게 묘사했다. 그는 효소 봉쇄학설에 대해
설명했고, 계속해서 수술 전과 후의 나의 육체적인 상태에 대해 얘기하였다.
사진들이-나는 그것들이 찍혔는지도 몰랐다-관객들에게 돌려진 후 설명이 덧
붙여졌고, 나는 그들의 고개의 끄덕임과 웃음 등에서 멍청하고 이상한 얼굴 표
정에서 날카롭고 영리한 외모로 바뀌어진 것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또한 우리의 치료시간의 적절한 양상, 특히 심리치료 시간에 행해진 나
의 변화하는 태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나는 과학적인 발표의 한 부분으로 있었고 내가 그 회의에 과시되기를 기대했
지만, 거기있는 모든 사람들은 나를 과학의 세계에 새로 등장한 새로 만들어진
어떤 물건처럼 계속 떠들어댔다. 거기에 있던 어느 한 사람도 나를 한 개인-하
나의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계속 '알제논과 찰리' 그리고 '찰리와 알제논'이
라고 나란히 부르는 것은 그들이 나와 알제논을 실험실 외에서는 아무런 존재의
가치가 없는 두 마리의 실험용 동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뚜렷하게 만들었
다.
그러나, 나의 분노를 제쳐 놓아도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가 없었다.
마침내 니머 교수의 차례가 왔다-이 프로젝트의 팀장으로서 총정리를 하며 이
대단한 실험의 지은이로서 찬란한 조명을 받을 차례였다. 그가 그토록 기다려왔
던 이 날이 드디어 왔다. 연단에 올라서는 그는 감동적이었고, 그가 말할 때 내
가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
다. 시험, 실험, 수술 그리고 나의 차후의 정신적 발달에 대해 길게 설명히 있었
고, 그이 말은 나의 진행과정을 쓴 보고서에서 인용한 말로 인해 활기차졌다. 나
는 나의 개인적이거나 바보스러운 얘기들이 여러번 관중들에게 일혀지는 것을
들었다. 내 개인적인 파일에 나와 앨리스에 관한 자세한 얘기들을 조심스럽게
기록해 놓은 것을 하느님께 감사했다.
그 다음에 그의 총정리의 어느 한 부분에서 그가 말했다.
"비크맨 대학교에서 이 프로젝트를 위해 일한 우리는, 우리의 새로운 기술로
자연이 만들어 놓은 실수들을 대단히 위대한 인간체로 바꾸어 놓았다는 것을 알
고 만족해 하고 있습니다. 찰리가 우리에게 왔을 때 그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기술도 없었고, 자신을 보살펴 줄 친척도 없었고, 그 큰 도
시에서 한 명의 친구도 없이 사회의 밖에서 맴돌고 있었습니다. 기억도 없었고,
현실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었습니다. 이 실험 전에는 진
짜 찰리 골든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내가 그들이 나를 그들 사유의 금고에서 새로이 개죄되어 나왔다고 생각
하는 것에 대해 왜 그렇게 격렬하게 분개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나는
확신한다-우리가 시카고에 도착했을 때부터 나의 마음 한구석에서 울려나왔던
그 느낌의 메아리라는 걸. 나는 벌떡 일어나 그가 얼마나 멍청이인지 모든 사람
들에게 보여주고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나는 한 생명체이다. 한 인간-부모와 기억들과 역사를 가진-그리고 당신이 그
수술실로 밀어넣기 전의 나이다!'
그때 그 순간 나의 뜨겁게 달아오른 분노의 깊은 곳에서 스트라우스 박사가
말했을 때 또 니머 교수가 그의 자료를 분석했을 때 나의 마음을 편치 않게 했
던, 그러나 한번에 간파할 수 있는 위조된 그것이 있었다. 그들이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당연히! 통계학상으로 검토한 변화의 침투를 증명할 때 필요한 기다림의
시간이 먼저 앞서 정신발달과 배움의 분야에서 한, 보통 둔한 아니면 보통 지능
의 동물들의 연구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토대로 했다. 그러나 동물의 지능이 두
세 배로 증가된 이런 실험에서는 기다리는 시간을 더 늘였어야 하는 것은 당연
한 일이다. 니머 교수의 결론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나와 알제논의 상태가 이대
로 유지될지 더 시간을 두고 봤어야 했다.
교수들은 실수를 범했고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연단에 뛰어올라가
그들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알제논처럼 나는 내 자신
이 그들이 만들어 놓은 보이지 않는 철장의 그물 뒤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제 질문의 시간이 있을 것이고, 저녁을 먹기 전에 나는 이 역겨운 자리에서
뭔가를 보여주기를 요구당할 것이다. 싫다. 여기서 바져 나가야 한다.
"......한편으로 그는 현대 심리학적인 실험작업의 결과입니다. 정신박약이라는
자리에서 자신의 무책임했던 행동을 두려워하는 사회의 무거운 짐이었지만, 지
금은 위엄성과 민감성을 갖추나, 사회에 공헌하는 한 일원이 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찰리 골든으로부터 짧은 몇 마디 듣기를 원
하시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죽일 놈. 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 순간 강한 충동이 나
를 압도했다. 나는 황홀한듯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의 문을 여는 장치를 누
르는 내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을 열어주자 알제논은 잠시 멈추어 서서 나를 쳐다봤다. 그 다음 그는 돌아
서서 문 밖으로 돌진을 했고 긴 테이블을 지나 재빨리 도망쳤다. 처음에 그는
흐리멍텅한 하얀색의 다미스크 식탁보에서 길을 잃었지만, 곧 그 테이블에 있던
한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의자를 뒤로 넘어드리며 벌떡 일어섰다. 그녀의 앞에
는 한 주전자의 물이 엎질러졌고, 그때 버트가 소리쳤다.
"알제논이 풀려났다!"
알제논은 테이블에서 뛰어내려와 플랫폼에서 바닥으로 도망갔다.
"잡아라! 잡아라!"
니머 교수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고, 제각기 다른 방향에서 몰아대는 팔들과
다리들로 뒤죽박죽 혼잡한 상태가 되었다. 어떤 여자들은 불안정한 의자 위에
올라가려하고, 다른 사람들은 알제논을 코너로 몰기위해 의자들을 넘어뜨렸다.
"뒤쪽의 문을 닫아요!"
알제논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알 만큼 영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버트
가 고함을 질렀다.
"뛰어!"
나는 내가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옆쪽 문으로!"
"그가 옆문으로 빠져나갔어요!"
어떤 사람이 소리쳤다.
"그를 잡아요! 잡아야 돼요!"
니머 교수가 애원을 했다.
관중들은 알제논을 따라 그랜드 볼륨에서 복도로 우르르 몰려 나갔고, 밤색의
카펫이 깔린 현관쪽으로 달려나갔다.
즐거운 추적이 시작되었다. 루이스 14세 테이블 아래로, 야자수 화분 둘레로,
위층으로, 코너 주위로, 로비 안으로, 가면서 사람들을 모았다. 그들 대부분보다
영리한 하얀 쥐를 잡으려고 왔다갔다 뛰어다니는 그들을 보는 것은 오랜만에 일
어난 너무나 재밌는 광경이었다.
"그래, 맘껏 웃어라!"
나와 부딪칠 뻔했던 니머 교수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그러나 만약에 알제논을 찾지 못한다면 이 모든 실험이 위험에 처하게 된단
말이야."
나는 알제논을 찾는 척 휴지통 밑을 보았다.
"그거 아세요?"
나는 말했다.
"당신은 실수한 거예요. 그리고 오늘 이후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될 거예요."
얼마 후, 대여섯 명의 여자들이 스커트가 다리에 휘감긴 채 화장실에서 소리
를 지르며 뛰어나왔다.
"그가 이 안에 있어요."
누군가 고함을 쳤다. 그러나 잠시 쥐를 쫓던 사람들은 문에 쓰여진 글자 앞에
서 머뭇거렸다-숙녀용.
내가 먼저 그 보이지 않는 선을 넘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알제논이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노려보며 세면대 위에 앉아 있었다.
"이리 와."
나는 말했다.
"여기서 함께 빠져나가는 거야."
그는 내가 그를 집어들 수 있도록 가만히 있었고, 나는 그를 나의 자켓 주머
니 속에 넣었다.
"내가 부를 때까지 가만히 있어."
다른 사람들이 흔들리는 문을 통해 우르르 들어왔다-소리지르는 벌거벗은 여
자를 보기 기대한 양 떳떳치 못해 보였다. 나는 그들이 세면실을 조사하고 있을
때 나왔고, 버트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통풍기에 구멍이 나있어요. 어쩌면 그 쥐가 저 위로 올라갔는지도 몰라
요."
"그게 어디로 통하는지 알아봐요."
스트라우스 박사가 말했다.
"당신은 이층으로, 나는 지하로 내려가볼게요."
스트라우스 박사에게 손짓하며 니머 교수가 말했다.
이 때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나가서 각기 흩어졌다. 나는 혹시나 해서 통풍기
가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보기위해 스트라우스 박사의 뒤를 다라 이층으로 돌
라왔다. 스트라우스 박사와 미스터 화이트 그리고 대여섯 명의 쫓아오던 사람들
이 오른쪽으로 돌아 복도 비로 갈때 나는 왼쪽으로 올라가 복도 씨로 가서 엘리
베이터를 타고 내 방으로 갔다.
나는 나의 방문을 닫고 내 주머니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핑크빛 코와 하얀 솜
털이 튀어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짐만 싸면 돼."
나는 말했다.
"너와 나-사람이 만들어낸 천재 커플, 우리 함께 도망가는 거야."
나는 벨보이를 시켜 내 짐들과 녹음기를 기다리고 있던 택시에 넣게 하고, 호
텔비를 내고, 내 자켓 주머니에 그가 잘 있나 살피며 회전문을 통해 밖으로 나
갔다.
나는 내 뉴욕행 비행기표를 사용했다.
나의 집으로 곧장 가는 대신 이 도시의 호텔에서 하루나 이틀 더 있을 계획이
다. 미드타운 근처에서 가구가 배치되어 있는 아파트를 찾을 동안 그곳이 이번
작전의 본부가 될 것이다. 나는 타임즈 광장 근처에 있고 싶다.
이런 것들을 다 말하다보니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약간 우습지만 나는 내가
왜 그렇게 화가 났었는지, 의자 밑의 구두상자 속에 알제논을 데리고 뉴욕으로
돌아가 뭘 어떻게 할 것인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당황하지 말아야 한다. 그 실수는 뭐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닐 것이다. 그건 단
지 모든 것은 니머 교수가 믿는 대로 확정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되는 거지?
첫번째로 나의 부모님을 꼭 만나야 된다-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내가 생각했
던 것 만큼의 시간이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진행 보고서 14
6월 15일 우리의 탈출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싸구려 주간지 기자들이 꽤나 신
나는 하루를 보낸 것 같다. 데일리 프레스의 2면에는 '정신박약아-천재와 쥐, 광
포해지다'라는 표제 아래 나와 알제논의 옛사진이 실리기까지 했다. 니머 교수와
스트라우스 박사는 내가 극도의 긴장 상태에 처해 있으므로 다시 돌아오는 데에
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보도하였다. 또한 알제논이 나와 함께 있다는 걸 모른
채 500불의 현상금을 걸기까지 하였다.
5면에 실린 다음 기사를 보는 순간 나는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가 없었다. 이
런 세상에, 나의 여동생과 엄마의 사진이 커다랗게 실려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떤
기자인지 월급 몫을 하려 부던히도 애를 쓴 것 같다. 다음은 데일리 프레스에
실린 특별판이다.
정신박약아-천재의 여동생, 그의 행방을 모르다.
부르클린, 뉴욕, 6월 14일 발-뉴욕 브르클린 마크스가 4136번지에서 어머니인
로즈 골든 씨와 함께 살고 있는 정신박약아-천재의 여동생 노마 골든양은 자신
은 오빠의 행방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고 부인했다.
골든 양은 또한 '우리는 십칠 년 동안 그를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연락 또한
없었다'며 일축하였다.
골든 양은 지난 3월 경, 비크맨 대학의 심리학 부장에게서 찰리에게 실험해도
되겠냐는 연락을 받기 전까지는 오빠가 살아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하기도 하였
다.
"저의 어머니께서는 제 오빠가 워런에 보낸지 지 몇 년 후에 죽었다고 하셨어
요. 저는 당연히 그가 살아있는지조차 몰랐죠."
(워런은 롱아일랜드 워런에 위치한 주정부 소속 교육소를 칭함.)
골든 양은 누구든지 그녀의 오빠의 행방에 대해 아는 이가 있으면 위의 집주
소로 연락을 바란다고 요청하였다. 현재, 정신박약아-천재의 아버지 매튜 골든
씨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지 않으며 브롱스에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다.
나는 잠시 그 글을 쳐다보다가 뒤로 넘겨 다시 그 사진을 보았다.
어떻게 그들을 설명할 수 있을까?
로즈의 얼굴을 기억한다고 말할 수 없다. 최근의 사진이 선명하게 나와 있는
데도 나는 그것을 지금도 나의 어렸을 때의 기준으로 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알았지만 그녀는 나를 모른다고 말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만났다면 그녀를 알
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녀가 나의 어머니라는 것을 안 이상, 그
래, 어렴풋이나마 그녀를 기억해낼 수 있다.
가느다랗게 선이 그리어 여윈 얼굴이 되었다. 날카로운 코과 뺨 그리고 그녀
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새처럼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머리는 언제나
꽉 조여서 묶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녀가 나를 그녀의 품 안으로 꼭 끌어안고 나를 착한 아이라고 말해주기
를 바라는 반면, 그녀가 나를 거절할까봐 도망가고 싶다. 그녀의 사진이 나의 온
몸을 떨게 만든다.
그리고 노마-그녀도 여윈 얼굴을 갖고 있다. 그녀의 얼굴은 그렇게 예쁘거나
날카롭지는 않지만 어머니를 너무나도 닮았다. 그녀의 머리는 어깨까지 내려와
그녀의 모습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들은 거실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로즈의 얼굴이 무서웠던 기억들을 되살려 냈다. 나에게 그녀는 두 얼굴의 모
습이었고, 나는 그녀의 기분이 어떤쪽인지 전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
쩌면 다른 사람에게는 손짓이라든지, 눈썹을 올린다든지, 찡그린다든지 어떤 표
현을 했는지도 모르겠다-나의 여동생은 그 폭풍의 경고를 알았고, 그녀는 언제
나 나의 어머니가 굉장히 화가 나있을 때엔 안전지대로 도망가 있었다-그러나
나는 생각지도 않은 상태에서 언제나 당했다. 그녀의 따뜻함을 느끼기 위해 그
녀를 찾아가면 그녀는 나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그리고 어떤 때는 아주 포근하게 따뜻한 이불처럼 꼭 끌어안아주고 머리카락
과 눈썹을 쓰다듬어 주면서 들었던 그 말들이 나의 어린시절이 한 추억처럼 더
올랐다.
찰리는 딴 애들과 똑같아요. 그는 아주 착한 애예요.
나는 나와 나의 아버지가 유모차에 기대어 서있던 그 장면이 흐릿하게 떠올았
다. 그는 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기를 봐. 아기는 너무 작고 여려서 너는 만지면 안된다. 그러나 아기가 자
라면 너와 같이 놀 동생이 생길 거야.'
나는 나의 엄마가 큰 침대 옆에서 허옇고 창백한 얼굴로 팔을 연자주색 받침
대에 축 늘여뜨리고 그녀의 머리를 불안정하게 들어올리는 모습을 떠올랐다.
'그를 잘 돌봐요, 매트.'
그것은 그녀가 나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 전이었고, 그것이 노마가 나처럼 될
지 안될지 몰랐었기 때문이란 걸 지금에야 깨달았다. 후에 노마가 정상적인 지
능을 지녔고 그녀의 기도가 들어졌다는 것이 명백해졌을 땐 그녀의 목소리가 달
라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그녀의 감촉, 그녀의 모습, 모든 것
이 바뀌었다. 그것은 마치 그녀에게 있는 자석의 극이 뒤바뀌어 끌어당기던 힘
이 갑자기 밀쳐내는 힘으로 바뀌어진 것 같았다. 노마가 우리 정원의 꽃이 되었
을 때 나는 잡초가 되어, 내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코너나 어두운 곳에만 있
어야 하는 존재가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신문에서 그녀의 얼굴을 보게 되자 갑자기 그녀가 미워졌다. 내가 그녀를 필
요로 할 때, 그녀에게 내가 바보 멍청이라고 믿게 하여 나를 멀리하고 사랑을
주지 않게 한 그 박사들, 선생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아예 무시해버렸다면 뭔
가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그녀를 다시 본다고 뭐가 달라질까? 그녀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
을까? 그러나 나는 너무 궁금하다. 그녀가 어떻게 반응할지.
그녀를 다시 만나 나의 어린시절을 알아내는 것? 아니면 그녀를 잊어버릴까?
과거가 알아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일가? 왜 나에게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이 그렇게도 중요한 것일까?
'어머니, 나를 보세요. 난 더 이상 장애자가 아니예요. 나는 정상인이예요. 아
니 정상인보다 더 훌륭해요. 나는 천재예요.'
내 머리 속에서 그녀를 지워버리려 해도 그때의 기억들이 계속 파고들어와 지
금 내 자신을 물들이고 있다.
또 다른 기억-좀 컸을 때의 일이다.
말다툼이 있었다.
찰리는 이불을 푹 뒤집어 쓴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문틈새로 어둠의 세계를
뚫고 들어온 가느다란 선의 빛을 제외하고는 그 방은 어두웠다. 그는 곧 무슨
소리를 들었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말할 때의 소리가 그에 대해 얘기
한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점점 더 그는 그들이 그의 얘길 할 때 목
소리의 톤과 얼굴의 찡그림이 연관된다는 것을 느꼈다. 불이 켜진 바에서 조용
하던 그들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은 톤의 언쟁으로 바뀌었을 때 그는 거의 잠이
들었었다-엄마의 목소리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려고 으름장을 노을 때의 신경
질적인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찰리를 멀리 보내야 해요. 그를 더 이상 노마와 같은 집에 둘 수 없어요. 포
어트맨 박사를 불러서 그에게 찰리를 워런 주정부 교육센타에 보내고 싶다고 말
해요."
나의 아버지의 목소리는 점잖고 침착했다.
"당신도 알잖소. 찰리는 그 애를 다치게 하지 않아요. 그녀의 나이에 아무런
영향이 없어요."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어쩌면 그 애 같은 사람과 같은 집에서 함께 자라면
나쁜 영향이 잇을지도 몰라요."
"포어트맨 박사가 말하기를-."
"포어트맨이 말하기를! 포어트맨이 말하기를! 나는 더 이상 그가 무슨 말을 하
는지 상관 안 해요! 그 애 같은 오빠를 가지고 있는 우리 딸이 어떨지 생각해봐
요. 그 애가 다른 애들처럼 정상적으로 자랄거라고 믿은 내가 잘못이었어요. 지
금은 인정해요. 거기로 보내는 게 찰리에게도 더 좋을 거예요."
"당신에게 딸이 생겼다고 이제 더 이상 그애가 필요없다고 결정하는 것
은......."
"이게 나한테도 쉬운지 알아요? 왜 자꾸 더 어렵게 만드는 거예요? 지금까지
모든 사람들이 찰리를 그 교육소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었어요. 그래요. 그들이
맞았어요. 찰리를 보내요. 그 애도 자신과 비슷한 애들과 같이 지내다 보면 뭔가
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이제 더 이상 어떤 게 옳고 그른지 모르겠어요.
내가 아는 것은 찰리 때문에 내 딸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거예요."
그 둘 사이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찰리는 두려웠고,
이불 밑 속으로 기어들어가 눈을 크게 뜬 채 그를 둘러싼 어두움을 뚫고 나가려
고 했다.
지금의 내가 보기에 그의 행동은 정말로 두려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 새나 다
람쥐가 무뚝뚝한 조육사로부터 뒤로 물러날 때처럼 그냥 움츠림-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인 움직임이다. 문틈 사이로 비친 빛이 찬란히 빛나며 나에게 다시 다가
왔다.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는 찰리를 보자 나는 그를 다독거려주며 그가 잘못
한 것은 없다고, 엄마의 태도를 여동생이 태어나기 전으로 바꾸는 것은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은 설명해주고 싶었다. 거기 그 침대에서 찰리는 그
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 다시
지나간 나의 기억 속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그녀가 나를 얼마나 아프게 했는
지 보여줄 것이다.
아직은 그녀를 찾아갈 시기가 아니다. 내 자신 스스로가 이 문제를 풀기 전까
지는.......
다행히 미리 조심하기 위해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은행에서 저금한 돈을 모두
꺼냈다. 886달러가 많은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얼마간의 시간은 벌 수 있었다.
나는 타임즈 광장에서 한 블럭 떨어진 41번가에 있는 캄든 호텔에 투숙했다.
뉴욕! 내가 읽은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고덤(뉴욕시의 속칭)...... 여러 인정의
바다...... 허드슨 강변의 바그다드. 빛과 색깔의 도시. 내 평생을 타임즈 광장에서
몇 정거장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일하고 살면서 거기에 단 한 번 앨리스와 함께
밖에 가보지 않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녀에게 저화를 안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몇 번이나 걸었다가 끊었
다.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정리해야 될 혼란스런 생각들이 너무나 많다. 나는 내 자신에게 진행 보고서
를 계속 녹음하는 동안은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고 말을 했다-녹음은 곧 완성될
것이다.
어둠 속에 그들을 잠시 있게 하자-나는 30년을 넘게 어둠 속에 있었다.
지금 나는 지쳤다. 어제 비행기에서 잠을 자지 않았고, 눈을 더 이상 뜰 수가
없다. 오늘은 그만하고 내일 써야겠다.
6월 16일 앨리스에게 전화를 했으나 그녀가 받기 전에 끊어버렸다.
오늘 나는 가구가 배치된 아파트를 찾았다. 한달에 95달러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많았지만, 그곳은 43번가와 10번가가 만나는 곳으로 10분 거리에 독
서와 공부를 계속 진전시킬 수 있는 독서실이 있다. 내 아파트는 4층에 있고 방
이 4개에다 빌려 놓은 피아노도 있다. 그 집주인이 언제고 빌려주었던 데에서
가져갈지 모른다고 말했지만 어쩌면 그때쯤이면 피아노를 칠 수 있을지도 모르
겠다.
알제논은 나의 즐거운 친구가 되었다. 식사 때면 그는 작은 접테이블에 자리
를 잡는다. 그는 비스켓을 좋아하며 오늘은 텔레비전에서 풋볼게임을 보면서 맥
주를 한 모금 마시기도 했다. 내 생각엔 그이ㅡ 피도 양키로부터 물려받았나 보
다.
나는 두번째 빵의 가구들을 모두 빼고 그 방을 알제논의 방으로 만들 생각이
다. 나는 시내에서 싸게 살 수 있는 플라스틱 조각들로 그를 위해 입체적인 미
로를 만들 계획이다. 그의 몸을 단련시키기 위해 그가 꼭 배웠으면 하는 아주
복잡한 미로 형태들이 몇 개 있다. 그러나 나는 음식 말고 다른 동기가 될 만한
게 없나 찾아볼 생각이다. 그가 문제를 풀게 유도하는 어떤 상금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고독함이 나에게 다시 읽고 생각할 기회를 주었고, 지금은 다시 그 기억들이
되돌아 오고 있다-나의 과거를 찾고, 내가 진짜로 누구이며 무엇인지 찾고 싶다.
만약 무엇인가 잘못되더라도 적어도 그것들을 기억할 것이다.
6월 19일 복도 맞은편에 사는 페이 릴맨을 만났다. 내가 두 팔 가득 식료품을
사왔을 때 열쇠를 안에 두고 잠근 것을 발견했고, 앞쪽 화재비상구가 나의 거실
창문으로부터 복도 앞쪽으로 바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라디오 소리가 너무 커서 귀에 거슬렸으나, 나는 문을 두드렸다.
처음에는 부드럽고 작게, 다음엔 크게.
"들어오세요! 문은 열려있어요!"
나는 문을 밀었고 그리곤 얼어붙었다. 그곳엔 날씬한 금발여자가 핑크브라와
팬티만 입고 이젤 앞에서 그림을 그리며 서있다.
"죄송합니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다시 문을 닫았다. 그리고 밖에 서서 외쳤다.
"나는 앞에 사는 이웃입니다. 열쇠를 안에 놓고 문을 잠가서 그러는데요, 화재
비상구를 통해 저의 집 창문으로 가고 싶습니다."
문이 열렸고 아직도 속옷만 입은 상태로 한 손에 붓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엉
덩이에 얹은 채 그녀가 나를 쳐다보았다.
"들어오란 소리 못 들었나요?"
쓰레기로 가득 찬 박스를 치우며 그녀가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저쪽 쓰레기 위 아무 데나 서 계세요."
나는 그녀가 자신이 속옷차임이란 걸 잊어버렸거나-아니면 알아차리지 못했거
나-라고 생각했고, 나는 어디를 보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나는 계속 벽을 천장
을, 그녀를 제외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은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거기에는 열두 개도 넘는 접히는 스택 테이블이
있었다. 그것들은 온통 그림물감들로 덮혀져 있었고 대부분은 뒤틀린 뱀처럼 바
싹 말라붙어 있었지만 어떤 것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가느다란 색깔들이 새어나
오고 있었다. 물감들, 붓들, 깡통들, 걸레들, 액자와 캔버스의 조각들이 여기저기
온방을 뒤덮고 있었다. 그곳은 페인트, 아마인유, 테레빈유 그리고 미묘한 케케
묵은 맥주의 냄새까지 합쳐져 방 안 공기는 무척 탁했다.
세 개의 의자와 누추한 초록색 긴 의자에는 물건들과 옷들이 높이 쌓여 있었
고, 바닥에는 마치 그녀가 걸어다니며 옷을 벗고 쌓아놓는 버릇이 있는 것처럼
신발들, 스타킹들, 속옷들이 늘어놔져 있었다. 두툼한 먼지가 여기저기에 쌓여
있었다.
"골든 씨죠?"
나를 돌아보며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이곳에 이사온 후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굉장히 궁금했어요. 앉으세
요."
그녀는 의자에서 한 뭉치의 옷을 집어다 굉장히 지저분한 소파 위로 던졌다.
"마침내 이웃집을 방문하려고 오셨군요. 뭐 마실 거 드릴까요?"
"화가시군요."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나는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나는 지금이라도 그녀가
자신이 속옷차림이란 걸 알아차리고 소리를 지르며 방으로 뛰어들어 갈지도 모
른다는 생각에 안절부절 못했다. 나는 계속해서 그녀를 제외한 다른 곳으로 시
선을 돌리려 노력했다.
"맥주 아니면 에일? 집에서 만든 셰리밖엔 아무것도 없어요. 셰리를 마시고
싶진 않죸?"
"나는 여기 머무를 수가 없어요."
나는 그녀의 왼쪽뺨의 보조개에 촛점을 맞추고 내 자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열쇠를 안에 두고 문을 잠갔어요. 화재비상구를 통해 나의 방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우리들의 창문이 연결되어 있더군요."
"아무 때나 좋아요."
그녀는 나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이 아파트 문의 엉터리 자물쇠들이 참 골치거리예요. 내가 여기 이사 왔을 때
첫째 주에만 세 번이나 그런 일이 있었어요. 한 번은 홀랑벗고 복도에서 30분이
나 서 있었어요. 우유를 가져가려고 한 발짝 문 밖으로 나왔는데 그 죽일놈의
문이 내 뒤에서 쾅하고 닫혀버린 거예요. 그 죽일놈의 자물쇠를 뜯어버리고 지
금까지 아무것도 다시 달지 않았어요."
내가 아마 얼굴을 찡그렸나 보다. 왜냐하면 그녀가 막 웃어댔기 때문이다.
"이제 저 미친 자물쇠가 어떤 건지 아셨을 거예요. 문은 제멋대로 잠기고 그렇
다고 우리를 보호해 주지도 않죠? 지난해에는 열다섯 번이나 강도가 이 빌어먹
을 아파트에 들어왔었고, 그때마다 모두 문은 잠겨 있었어요. 내 집엔 문이 항상
열려 있어도 한 번도 강도가 든 적이 없어요. 아마 들어온다고 해도 값진 것을
찾기란 무척 힘들겠지만요."
그녀가 자기와 함께 맥주를 마셔야 된다고 주장했을때 나느 그 제안을 받아들
였다. 그녀가 부엌에서 맥주들을 가져올 동안 나는 뒤쪽벽의 일부분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모든 가구들은 방의 옆쪽이나 코너로 밀어졌고, 그래서 저 쪽 뒤의
벽은(부수어져서 바끙로 벽돌이 노출되어진 벽토)미술 전시장 같은 역할을 했다.
그림들은 천장까지 쌓여 있었고 다른 것들은 바닥에 여기저기 놓여져 있었다.
그들 중 몇 개는 두 개의 자신의 누드 모습과 자화상이었다. 풀어진 숱이 많
은 머리를 비틀어 그녀의 가슴 사이에 놓여진 그녀의 누드 모습을 반만 그린 그
림이었다-금색의 머리땋은 코일이 왕관처럼 쓰여져 있는 지금의 모습과는 다른.
그녀는 자신의 젖꼭지를 빨간 알사탕처럼 그렸고 그녀의 가슴을 바짝 치켜올려
져 탱탱한 모습으로 그렸다.
긔녀가 맥주를 가지고 돌아오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이젤에서 재빨리 물러나
책들이 쌓여진 곳을 헤쳐서 벽에 걸린 작은 가을의 풍경이 그려진 풍경화에 관
심이 있는 척 했다.
나는 그녀가 헤어진 얇은 코트를 입은 것을 보고 안심을 했다-여기저기에 구
멍이 뚤려 있긴 했지만-그리고 처음으로 그녀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었다. 정확
하게 말해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녀의 파란 눈과 오똑한 들창코가 고양이 같은
분위기를 주어 그녀의 억세고 활발한 움직임과 비교가 되었다. 그녀는 35세 정
도 되어 보이고 균형이 잘 잡힌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맥주들을
딱딱한 바닥에 놓았고 소파 앞에서 몸을 웅크리며 나에게도 같은 포즈를 취하라
고 몸짓을 했다.
"나는 의자보다 바닥이 더 편해요."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안 그래요?"
나는 그녀에게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깔
깔대고 웃으며 나에게 정직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에 대해
말하고 싶어했다. 그녀는 그린위치 빌리지를 피해 다녔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거
기에 있으면 그림을 그리는 대신 모든 시간을 바와 커피숍에서 보내기 때문이라
고 한다.
"여기가 더 좋아요. 사기꾼들과 엉터리 애호가를 피해서 여기서 나는 나를 비
웃는 사람 하나 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어요. 당신이 나를 비웃
는 건 아니겠지요?"
나는 내 바지와 손에 묻어 있는 먼지들을 개의치 않으려 노력하며 어깨를 으
쓱했다.
"내 생각엔 우리 모두 어떤 것이든 비웃을 때가 있어요. 당신은 사기꾼과 엉터
리 애호가들을 비웃고 있잖아요?"
조금 후에 나는 이제 나의 집으로 가봐야 되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 뭉치의 책들을 창가에서 밀어내었고-나는 신문들과 빈깡통이 가득
들은 종이 가방들 위로 올라갔다.
"저것들을 빨리 돈으로 바꿔야 되는데."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나는 창턱 위로 올라가 화재비상구 쪽을 나갔다. 내 방의 창문을 열고 내가
사가지고 온 식료품들을 찾으러 다시 그녀에게 갔는데, 내가 감사하다는 말을
미처 꺼내기도 전에 그녀가 화재비상구를 통해 내 뒤를 따라왔다.
"당신 집을 구경해야겠어요. 나는 그 집에 가본 적이 없거든요. 전에 살던 늙
은 웨그너 자매는 나하고 아예 인사도 안 하고 지냈어요."
그녀의 내 뒤에서 창문을 통해 기어들어와 좁은 선반 위에 걸터 앉았다.
"들어오세요."
나는 식료품들을 식탁 위에 놓으며 말했다.
"맥주는 없지만 커피는 있어요."
그러나 그녀는 나의 뒤쪽을 쳐다보고 있었고 그녀의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휘둥그레져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깨끗한 집은 본 적이 없어요. 누가 혼자 사는 남자가 이렇게
깨끄소하게 정리정돈하며 살고 있다고 상상이나 하겠어요?"
"항상 이렇진 않아요."
나는 사과를 했다.
"이사온 지 얼마 안되서 그래요. 그리고 처음 이사왔을 때 너무 깨끗해서 그대
로 지켜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어요. 이젠 무엇이든 헝클어져 있으면 화
가 나요."
그녀는 아파트를 더 둘러보고는 창턱에서 내려왔다.
"헤이."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
"춤 추실래요?"
그녀는 손을 뻗고 라틴 음악의 리듬을 흥얼거리며 거기에 맞춰 복잡한 스텝을
밟았다.
"춤추자고 말해요. 그러면 나는 안......."
"{폭스 트롯 밖엔 출 줄 몰라요. 그리고 잘 하지도 못하구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춤에 미쳣어요.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내가 좋아했던-
다 춤을 못 춰요. 나는 가끔 차려입고 스타더스트 볼륨으로 가곤해요. 거기에 나
오는 남자들은 좀 징그럽긴 하지만 그래도 춤은 출 줄 알아요."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깨끗이 정리된 집을 내가 왜 싫어하는지 말해주죠. 화가로서......, 저런
선들은 나를 미치게 해요. 벽에, 바닥 위에, 모두 일직선의 선들, 그리고 코너에
서 상자같이 생긴 선들. 그 상자 같은 선들을 지우려고 몇 개의 캔맥주를 마셔
요. 그러면 그 선들이 굽이치고 뒤흔들리고 그러면 나는 이 세상이 훨씬 좋게
느껴지죠. 모든 것이 이렇게 다 일직선이고 정리되어 있으면 나는 불안해요. 오!
만약 내가 여기에 살았다면 항상 술에 취해 있어야 했을거예요."
갑자기 그녀는 휭하니 돌아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저기요. 나에게 20일 전까지 5달러 빌려줄 수 있어요? 그때가 내 위자료수당
이 오는 때거든요. 보통 돈에 쪼들리지는 않지만 지난달에는 문제가 있었어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피아노가 있는 코너로
가기 시작했다.
"피아노를 전에 쳤었어요. 당신이 피아노 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고, 그때
나는 '저 사람 진짜 잘 치는구나' 라고 나 자신에게 말했어요. 그것이 내가 당신
을 보기도 전에 당신을 만나고 싶어했던 이유예요. 정말로 긴 세월 동안 피아노
를 안 쳤어요."
내가 커피를 타려고 부엌으로 들어갈 때 그녀는 피아노를 뚱땅거렸다.
"당신이 여기에 연습하러 오는 거 언제나 환영이예요."
나는 말했다.
갑자기 내가 왜 그렇게 내 집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말했는지 모르겠
지만 그녀에게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이기심을 없애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아직 앞문을 열어놓고 다니지는 않지만 만약에 내가 집에 없다면 당신은 지
금처럼 화재 비상구를 통해 올라오면 될 거예요. 커피에 크림과 설탕 넣어요?"
그녀의 대답이 없자 나는 거실을 뒤돌아 보았다. 그녀는 거기에 없었고 내가
창문족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그녀의 목소리가 알제논의 방쪽에서 들려왔다.
"저기요, 이거 뭐예요?"
그녀는 내가 만든 입체적인 플라스틱 미로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살펴보고 또 다른 비명을 질렀다.
"현대 조각품! 모든 상자들과 일직선으로 된!"
"그것은 특별한 미로예요"
나는 설명했다.
"알제논을 위한 복잡한 학습장치예요."
그러나 그녀는 흥분하며 주위를 빙빙 돌았다.
"현대미술박물관에서 이것을 보면 너무나 좋아할거예요."
"그것은 조각품이 아니예요."
나는 주장했다.
나는 미로에 연결되어 있는 알제논이 살고 있는 방의 문을 열어 그가 미로 안
으로 들어갈 수 있게 했다.
"하느님!"
그녀는 속삭였다.
"살아이쓴ㄴ 생명체가 들어있는 조각품. 찰리, 그것은 그 엉터리 자동차들과
턴카니아가 발명된 후의 너무나도 훌륭한 작품일거예요."
나는 설명하려고 애를 썼으나 그녀는 살아있는 생명체가 들어있는 조각품은
조각의 역사에 길이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을 했다. 나는 그녀의 눈가에 웃음이
담겨진 것을 보았을 때야 비로소 나를 놀린 것을 눈치챘다.
"이것은 자신만의 끊임없는 미술이 될 수 있어요."
그녀는 계속 이야기했다.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창조적인 경험이랄까? 또 다른 쥐를 얻어 그들
이 새끼들을 낳았을 때 당신은 언제나 살아있는 생명체를 생산하기 위해 한 마
리는 꼭 갖고 있는 거예요. 당신의 미술작품은 중요성을 담고 있고 사교계의 사
람들은 대화거리를 만들기 위해 그것을 사는 거예요. 그러면 이것을 무엇이라고
부를 건가요?"
내가 한숨을 쉬었다.
"좋아요. 내가 졌어요......."
"아니요."
그녀는 알제논이 목표지점으로 가는 길을 찾은 플라스틱 상자를 톡톡 건드리
며 못방귀를 치며 말했다.
"'나는 졌어요'는 너무 진부한 표현이고요, 이건 어떨까요? 삶은 단지 하나의
미로와 같다."
"당신 정말 괴짜군요!"
나는 말했다.
"맞아요!"
그녀는 빙 돌아 무릎을 굽혀 인사를 했다.
"나는 당신이 언제쯤 알아차릴까 하고 궁금했어요."
마침 그때 커피물이 펄펄 끓었다.
커피를 반쯤 마셨을 때 그녀는 숨을 헐떡거렸고 30분 전에 미술전람회에서 만
난 사람과 약속이 있었다고 빨리 가야겠다고 말했다.
"돈이 필요하다고 했지요."
나는 말했다.
그녀는 반쯤 열린 내 지갑에 손을 대어 5달러짜리 지폐를 꺼냈다.
그녀는 말했다.
"다음주까지요. 수표가 오면 드릴게요. 돈 빌려줘서 고마워요."
그녀는 돈을 구겨넣고 알제논에게 키스를 보내고 내가 어떤 말도 하기 전에
화재 비상구가 있는 창 밖으로 사라졌다. 나는 멍청하게 서서 그녀가 가고난 자
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나 매혹적인 여자로군. 발랄함과 흥분으로 가득한 삶을 살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눈동자-그녀의 모든 것이 매력적이다.
그런 그녀가 저 창문을 통해 하나의 화재비상구를 곳에 살고 있다.
6월 20일 어쩌면 매트를 보러가는 것을 늦추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예 그를 보러가지를 말았어야 했다. 모르겠다. 내가 바라던 대로 된 게 아무것
도 없다. 브롱스 근처에서 이발소를 열었다는 소식만을 가지고도 그를 찾는 게
매우 쉬웠다. 나는 그가 뉴욕에 있는 이발용품회사 일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곳이 매트로 바이버 샵 서플라이스라는 것을 기억해냈으며, 브롱스의 웬워얼
스가의 골든스 이발소라는 이름을 가진 곳으로 좁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매트는 그의 자신의 이발소를 가질 것이라고 자주 얘기하곤 했다. 얼마나 외
판원 직업을 싫어 했던가! 이발소를 열기 위해 얼마나 많이 싸웠을지! 로즈는 세
일즈맨은 그래도 권위라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발소를 하는 남편은 용납할 수
없다고 소리질러댔었다.
오, 마가렛 피니는 '이발소 부인'이라고 킬킬거릴 것이다. 그리고 남편이 알람
터즐리티 회사의 청구관찰사인 로이스 메이너는 어떤가? 코를 높이 치켜올리고
다닐 게 분명하다.
세일즈맨으로 일할 때의 그는 그 하루하루를 매우 싫어했고-특히 영화로 나온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는 것을 보고나서-매트는 언젠가 자신이 사장이 되리라고
꿈꿔왔다. 나의 머리를 지하실에서 잘라주고 저축할 때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허풍을 떨긴 했지만 스케일즈가에 있는 이발소보다 그가
자른 머리가 훨씬 더 낳았다.
로즈로부터 독립했을 때 그는 외판원도 그만 두었고, 나는 그의 그런 점을 존
경한다.
나는 그를 만난다는 생각에 흥분해 있었다. 그에 대한 기억들은 따뜻한 것들
이었다. 매트는 나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였다. 노마가 태어나기 전 그의 언쟁
은 돈이나 이웃들을 이해시키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나에 관한 것이었다-다른
애들처럼 뭐를 하라고 강제로 시키는 대신 내 스스로 하게 놔둬야 한다고, 그리
고 노마가 태어난 후 내가 다른 애들과 다르지만 나도 나만의 인생을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그는 언제나 내 편이었다. 그를 만났을 때의 그의 표정을
빨리 보고 싶다. 나에게 그는 이번 일도 함께 얘기하고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
이다.
웬워얼스가는 브롱스의 한 허물어져가는 동네였다. 대부분의 상점들은 창문에
'임대중'이라는 표지판이 붙어있고 어떤 상점들은 문을 닫은 데도 있었다. 버스
정거장에서 한 블럭의 절반쯤 가서 나는 창가에서 막대사탕 같은 빛을 발하는
이발소 간판을 볼 수 있었다.
창가에 앉아서 잡지를 읽고 있는 이발사 말고는 가게는 텅텅 비어 있었다. 그
가 나를 쳐다보았을 때 한눈에 매트를 알아볼 수 있었다-땅딸막하고, 불그스레
한 뺨, 그러나 너무나도 많이 늙은 모습. 가장자리에 회색 머리카락만이 옆쪽으
로 둘러싼 거의 대머리가 되었지만 그러나 여전히 매트, 그였다. 나를 보자 그는
보던 잡지를 옆으로 던졌다.
"기다리실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 차례입니다."
나는 머뭇거렸고, 그는 그것을 잘못 이해하였다.
"선생님, 보통 이 시간에는 열지 않습니다. 단골손님과 약속이 되있었는데 그
가 오지 않는군요. 그래서 막 문을 닫으려고 했습니다. 내가 잠시 앉아서 쉬고
있었던 게 당신에게 행운이었어요. 브롱스에서 가장 뛰어난 이발과 면도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가게 안으로 내가 들어가자 그는 부산스럽게 주위를 돌며 가위들과 빗 그리고
새 가운을 꺼내왔다.
"보시다시피 이 근방에서 가장 위생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면도와 이발 다
하시죠?"
나는 의자에 편히 앉았다. 나는 그를 한눈에 알아보았는데 그는 나를 알아보
지 못했다는 게 너무 황당했다. 나는 그가 나를 15년이 넘게 보지 못했고 요 근
래 몇 달 동안 내 외모가 너무 많이 달라졌다고 내 자신에게 위로해야 했다. 그
는 나의 목에 줄무뉘가 있는 망토를 둘러씌우고 나를 관찰했고, 나는 어렴풋이
떠오르던 그 찡그리는 얼굴 표정을 보았다.
"저거 다요."
나는 일반가격표를 보고 끄덕이며 말했다.
"이발, 면도, 샴푸, 선텐......."
그는 놀란 듯 눈썹을 치켜 올렸다.
"아주 오랫동안 보지 못한 사람을 만나야 되요."
나는 그를 안심시켰다.
"그에게 나의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에게 나의 머리를 다시 맡긴다는 게 조금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조금 후 그가 면도칼을 가죽에 갈 때 그 거친 소리가 나를 움츠리게 했다. 그
가 나의 머리를 가볍게 누루자 머리를 숙였고, 나는 칼날이 조심스럽게 내 목
위를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기다렸다.
그것은 내가 다시 수술대 위에 올려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목의 근육이 뭉쳐졌고 아무런 신호없이 갑자기 경련을 일으켰다. 칼날은 목뼈
바로 이를 약간 스쳐지나갔다.
"이봐요!"
그는 소리쳤다.
"하느님 맙소사....... 진정해요. 당신이 몸을 움직였어요. 저기 정말로 죄송해
요."
그는 타월에 물을 적시려 싱크대 쪽으로 달려갔다. 거울을 통해서 빨간 거품
과 가느다란 물줄기가 내 목으로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흥분하고 미안해
하며 그는 망토에 그것들이 닿기 전에 닦아주었다. 작고 무거운 몸짓을 이끌며
능숙하게 움직이는 그를 보며 그를 현혹시킨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나는 그에
게 내가 누구인지 말하고 그가 나의 목에 팔을 감고 그와 함께 옛날 얘기를 하
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그가 상처에 지혈제를 가볍게 두드리는 동안 기다렸다.
그는 조용히 나의 면도를 마쳤고, 선탠 전등을 의자쪽으로 갖고와 차가운 하
얀 면 패드를 조롱나무 잎파리즙에 적신 다음 내 눈에 덮었다. 거기 그 밝은 빨
간 어두움 속에서 나는 그가 집에서 마지막으로 데리고 나왔을 때의 일을 기억
해냈다.
찰리는 다른 방에서 자고 있었으나 그의 엄마의 날카로운 소리에 잠을 깼다.
그는 그의 부모의 언쟁 속에서도 잠이 들곤 했다-거의 매일마다 일어났었으니.
그러나 그날 엄마의 히스테리는 무언가 너무나도 잘못된 것이었다.
찰리는 베개로 몸을 움츠리고 가만히 귀 기울였다.
"더 이상 못 참겠요! 그는 꼭 가야되요! 우리는 보호해야될 딸이 있어요. 애들
이 짖궃게 굴어 매일마다 우리 딸이 울고 들어오는 것을 더 이상은 못 보겠다구
요. 찰리 때문에 우리 딸이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하고 싶지 않
아요."
"그럼 어떻게 하고 싶소? 찰리를 거리로 내쫓고 싶소?"
"먼데로 보내버려요. 워런 주정부 학교로 보내요.
"아침에 다시 얘기합시다."
"싫어요. 당신이 하는 것은 언제나 말, 말 뿐이고 아무것도 안 하잖아요. 그 애
를 하루라도 더 데리고 있고 싶지 않아요. 지금-오늘 밤에요."
"바보같이 굴지 마, 로즈. 오늘 밤은 너무 늦었어. 당신이 너무나 큰소리로 외
쳐대서 다른 사람들이 다 듣겠다구."
"상관없어요. 오늘밤에 보내야 해요. 그 애를 더 이상 쳐다보고 있을 수가 없
어요."
"정신차려, 로즈. 지금 뭐 하는 짓야?"
"경고하겠어요. 그 애를 데리고 나가요."
"칼을 내려놔!"
"나는 우리 딸의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아요."
"미쳤군. 빨리 칼을 버려."
"그 애도 죽는 것이 더 나을 거예요. 어짜피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도 못할거
고. 그래 죽는 게 더 나아-."
"제 정신이 아니야. 제발 정신 좀 차려."
"그러면 그 애를 빨리 데리고 나가요. 지금 당장!"
"좋아, 오늘은 허만에게 데려가고 아마 내일이나 워런 주정부학교에 어떻게 들
어갈 수 있는지 알아보겠어."
갑자기 조용해졌다. 어둠 속에서 오싹한 전율이 집 안을 지나가는 것을 느꼈
고 그녀보다는 덤덤한 매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당신이 그 애와 어떻게 지냈는지 다 알아. 그러나 좀 진정해. 허만에게
그 애를 데려가겠어. 이제 만족해?"
"만족해요. 우리 딸에게도 정상적으로 살 권리가 있어요."
매트는 찰리의 방으로 들어와 그의 아들에게 옷을 입혔다. 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는 못 했지만 두려움을 느꼈다. 그들이 밖으로 나갈 때 그
녀는 고개를 돌렸다. 이제 더 이상 찰리는 그녀의 삶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아니 존재하지 않는다고-자신을 설득하고 있는 듯했다. 밖으로 나가는 길에 찰
리는 부엌 식탁 위에 놓여진 수탉을 잡을 때 쓰는 긴 칼을 보았고, 그는 곧 그
녀가 자기를 해치려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에게서 무엇인가를 빼앗아 노마에게 주려고 했던 것이다.
찰리가 그녀를 돌아봤을 때 그녀는 부엌싱크대를 닦으려고 걸레를 집어들고
있었다.
이발, 면도, 선텐 그리고다른 것들이 다 끝났을 때 나는 나긋나긋하고, 가뿐하
고, 매끄럽고, 깨끗한 기분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매트는 망토를 가볍게 털며
버꼈고, 작은 거울을 주어 뒷머리가 잘 잘라졌는지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내 자
신의 모습을 앞의 얼굴과 그가 들고 있는 뒤의 거울을 보니 잠시 동안 착시현상
을 일으켰다.
끝없이 이어지는 내 자신......, 내 자신을 보며......, 내 자신을 보며......, 보
며.......
어떤 게 진짜 나일까? 나는 누구인가?
그에게 말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도 했었다. 그가 알아서 무엇하겠는가? 내
가 누군인지 밝히지 말고 그냥 가자.
그러나 그때 나는 그가 나를 기억해주길 원한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내가 살
아있고 나도 한 인간이라는 것을 그가 인정해야 한다. 내일 그가 손님들의 머리
와 면도를 할 때 나에 대해 신나게 떠들어대는 것을 보고싶다. 그러면 모든 일
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안다면 나도 한 명
의 인간이 되는 것이다.
"자, 이제 내 얼굴에 묻은 머리카락도 다 떼었으니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네
요."
나는 일어나며 말했고 그가 나를 알아보기를 기다렸다.
그는 찡그렸다.
"이게 뭔가요? 개그?"
나는 그에게 이건 개그가 아니라고 말했고, 그가 정말로 열심히 보고 생각한
다면 알 거라고 말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빗들과 가위를 제자리에 놓으려
고 몸을 돌렸다.
"게임이나 할 시간이 없어요. 문을 닫아야 해요. 3달러 50센틉니다."
만약 그가 나를 기억 못한다면? 만약에 이게 단지 우스꽝스러운 나의 환상이
라면? 그가 돈을 받으려고 손을 내밀었으나 나는 지갑을 꺼내려고 하지 않았다.
나를 기억해야 된다. 그는 나를 꼭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아니다-당연히 아니다-그리고 입 안에 신맛이 나고 손에 땀이 나자 내
가 곧 아픈거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그의 앞에선 싫다.
"여보세요. 괜찮아요?"
"네, 저기, 잠깐만."
나는 크롬으로 만들어진 의자로 간신히 걸어가 피가 다시 내 머리로 돌기를
기다리며 숨을 쉬기 위해 몸을 앞으로 구부렸다.
내 창자가 심하게 꿈틀거렸다. 제발 하느님 여기서 기절하지 않게 해주세요.
그의 앞에서 우스운 꼴을 보이지 않게 해주세요.
"물, 물 조금만 주세요."
적어도 물을 가지러 간 동안은 나를 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나의 이런 모습을 그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그가 물을 가지고 돌아왔
을 때 나는 조금 괜찮아져 있었다.
"이거 마셔봐요. 조금 숴요. 그러면 괜찮을거요."
내가 물을 한 모금 마시는 것을 그는 쳐다보고 있었고, 그가 자신의 잊혀진
기억들을 생각해 내려고 애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정말 당신을 알고 있습니까?"
"아니요......, 저는 괜찮아요. 금방 나갈게요."
어떻게 그에게 말을 하나? 무어라고 말을 해야하나?
'여기 나를 보세요. 당신의 호적에서 지워버린 찰리예요. 당신을 원망하는 것
은 아니지만 그러나 정상인보다 더 뛰어나게 고쳐져서 여기 왔어요. 시험해보세
요. 나에게 물어보세요. 현대어, 고대어를 포함해 20개국 언어를 할 수 있어요.
나는 수학의 명수이고, 내가 죽은 후 나를 기억하게 해줄 피아노 연주곡을 작곡
하고 있어요.'
어떻게 그에게 말을 하나? 그의 가게에 앉아 그가 나의 머리를 스다듬으며
'착한 아기'라고 말해주기를 기대하는 내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내가 마침내
내 신발 끈을 묶고 내 스웨터의 단추를 잠글 수 있게 되었을 때의 그의 만족해
하던 얼굴 표정, 그런 그의 인정을 받고 싶었다. 여기서 지금 그의 그런 표정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으나 볼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의사를 불러줄까요?"
나는 그의 아들이 아니었다. 그것은 또 다른 찰리였다. 지능과 지식이 나를 바
꾸었고, 그는 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제과점에서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이
-왜냐하면 나의 성장이 그의 존재를 감소시켰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전 이제 괜찮아요
나는 말했다.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나는 일어나 내 다리를 움직여 보았다.
"음식을 잘못 먹었나봐요. 가게 문을 닫게 빨리 나갈게요."
그가 나를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요?"
"무슨 말씀인지......."
그는 손을 내밀어 엄지와 검지를 비비며 말했다.
"3달러 50센트요."
나는 돈을 내면서 그에게 사과했으나 그는 나를 믿는 것 같지가 않았다. 거스
름돈은 가지라며 5불을 주고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그의 가게에서 재빨리 나왔
다.
6월 21일 나는 입체 미로에 더 고난도를 더하기 위해 시간조정을 부착했고 알
제논도 잘 따라왔다. 물이나 음식으로 그를 자극시킬 필요는 없었다. 그는 문제
를 풀기 위해 배우는 것 같았고-성공 그 자체가 그에게 상금이었다.
그러나 세미나에서 버트가 말했듯이 그의 행동은 불규칙했다. 어떤 때는 미로
를 끝낸 후 또는 하는 중에도 격노해서 자기 자신을 미로의 벽에다 내던진다거
나 아니면 기어올라가 아예 쳐다도 보지 않을 때가 있다.
절망감일까? 아니면 더 심한 거?
오후 5시 30분-괴짜 페이가 한 마리의 하얀 암쥐를 가지고 화재비상구를 통해
들어왔다-알제논 반만한 크기의-이런 외로운 여름밤에 좋은 친구가 될거라고 그
녀는 말했다. 그녀는 재빨리 나의 반대를 굽히고 알제논도 친구가 있으면 더 좋
아할 거라고 나를 설득시켰다. 그 작은 '미니'도 건강해 보이고 좋은 실험연구가
될 것 같아서 나는 동의했다.
나는 그가 처음으로 암쥐와 만났을 때 어떻게 할지 몹시 궁금했다. 그러나 미
니를 알제논의 집에 넣자마자 페이가 나의 팔을 꽉 잡고 방에서 끌고 나왔다.
"로맨스 분위기도 몰라요?"
그녀는 우겨댔다. 그녀는 라디오를 켜고 위협하듯 나에게 다가왔다.
"당신에게 최신 춤을 가르쳐주겠어요."
페이 같은 여자에게 어떻게 화를 낼 수 있겠는가?
다시 생각해봐도 더 이상 알제논이 혼자가 아닌 것이 참 기쁘다.
6월 23일 어제 밤 늦게 복도에서 웃음소리와 함께 나의 아파트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페이와 한 남자가 서있었다.
"안녕, 찰리."
그녀는 나를 보자 낄낄 웃었다.
"레로이, 찰리예요. 내 앞집에 사는 이웃이예요. 천재적인 예술가지요. 그는 살
아있는 생명체의 조각을 하고 있어요."
레로이는 그녀가 벽에 부딪치지 않게 붙잡고 있었다. 그는 초조하게 나를 바
라보고 인사말을 중얼거렸다.
"레로이는 스타더스트 볼륨에서 만났어요."
페이가 설명했다.
"그는 정말 춤을 잘 춰요."
그녀는 자신의 아파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그러다 다시 그를 잡아당겼
다.
"잠깐!"
그녀는 키득거렸다.
"찰리를 초대해서 같이 술도 마시고 파티를 열면 어떨까요?"
레로이는 별로 좋아하는 내색이 아니었다. 나는 거절할 변명을 늘어놓았고 집
으로 다시 들어왔다. 닫힌 문 뒤로 그들이 그녀의 아파트로 들어갈 때 웃음소리
를 들을 수 있었고 내가 책을 읽으려 해도 영상들이 자꾸 내 머리 속에 들어와
방해를 했다. 큰 하얀 침대, 하얀 차가운 이불 그리고 서로의 팔에 안겨 있는 두
사람.
나는 앨리스에게 전화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왜 나 자신을 더 힘들게
해야하지? 나는 이제 더 이상 앨리스의 얼굴을 떠올릴 수 없다. 맑은 파란 눈동
자와 땋아서 왕관같이 머리에 말아올린 금발머리와 옷을 입고 있는 모습과 벗었
을 때의 페이를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다. 페이의 모습은 생생한데 앨리스는 안
개 속에 싸인 것처럼 희미하다.
한 한 시간쯤 지나서 페이의 아파트에서 고함치는 소리와 뭔가가 던져진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도움이 필요한지 보기 위해 침대에서 걸어나갈 때 문이
꽝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레로이가 떠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그리고 나서
몇 분 후에 나는 나의 거실 창문에서 두들기는 소리를 들었다. 그 문은 열려 있
었고 아름다운 다리를 내보이며 검은색 실크 기모노를 입은 페이가 살며시 들어
와 선반에 걸터 앉았다.
"안녕."
그녀가 속삭였다.
"담배있어요?"
담배를 받아든 그녀는 선반에서 내려와 긴 의자로 내려왔다.
"휴우-."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대부분 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데, 그러나 미친듯이 덤비는 그런 타입은 멀
리하는 게 최사의 방법이더라구요."
"오."
나는 말했다.
"당신은 그를 멀리 하려고 여기가지 데려왔나 보군요."
그녀는 나의 말뜻을 알아채고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당신은 동의하지 않나보죠?"
"내가 동의하고 안 하고가 뭐가 문제입니까? 그러나 당신이 나이트클럽에서
남자를 데려왔으면 대단히 빠른 진전을 기대했어야지요. 그가 당신은 만만하게
본 것은 당연한 일이예요."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스타버스트 볼륨에 가는 것은 춤을 추기 위해서이고, 남자를 집에 데리
고 왔다고 해서 그와 함께 침대로 가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당신은 설마 내
가 그 사람하고 잠자리를 같이 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비누거품들처럼 그들 둘이 서로의 팔 안에 안겨있는 장면들이 갑자기 떠올랐
다.
"당신이라면."
그녀가 말했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겠지만."
"무슨 뜻이죠?"
"말 그대로예요. 만약 당신이 원한다면 당신과 같이 침대로 갈 수 있어요."
나는 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고마워요."
나는 말했다.
"명심해 두죠. 커피 좀 드릴까요?"
"찰리, 나는 당신을 모르겠어요. 대부분의 남자들이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었지만 당신은 나를 두려워하는 거 같아요. 설마 당신 호모는 아
니죠?"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전혀 아니예요!"
"내 말은 만약 당신이 그렇다면 나에게 숨길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그냥 친구
로 지내면 되니까요. 그러나 나는 알아야겠어요."
"나는 동성연애자가 아니예요. 오늘 밤 당신이 그 남자와 같이 당신 집으로 들
어갔을 때 그게 나였으면 하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내게 기대었고, 그녀의 기모노의 목부분이 살며시 열리며 그녀의 가슴
을 드러났다. 그녀는 내가 무엇을 하길 기다리며 나에게 팔을 둘렀다. 나는 그녀
가 내게 무엇을 바라는지 알았고 나는 내 자신에게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아무런 두려움도 없을거라는 걸 알았다-그녀와 함께라면. 그리고 내가 먼저 접
근한 것도 아니니까. 그녀는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여자들과는 전혀 달랐다. 아
마 현재 내 감정상태에서는 그녀가 적절한 상대인가보다.
나는 그녀에게 나의 팔을 둘렀다.
"그것은 말이 다른데요."
그녀는 정답게 말을 했다.
"나는 당신이 나를 전혀 맘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당신이 맘에 들어요."
나는 그녀의 목에 키스를 하며 속삭였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하자 내가 마치
제3자가 되어 문 앞에 서있는 것처럼 우리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서로
의 팔에 안긴 남자와 여자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멀리서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니 아무런 반응을 느낄 수 없었다. 거기에는 사실 두려움 같은 것 없었지만
거기에는 아무런 흥분-갈망이 없었다.
"여기서요, 아니면 저희집에서요?"
그녀가 물었다.
"잠깐만요."
"뭐가 잘못됐나요?"
"우리 그만두는 게 좋겠어요. 지금 별로 몸이 좋지 않아요."
그녀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다른 거 뭐 내가 해주기를 바라는 거 있어요? 나는 상관없......."
"아니요. 그게 아니예요."
나는 날카롭게 말했다.
"그냥 오늘 좀 몸이 안 좋아서 그래요."
그녀가 남자를 어떻게 흥분시키는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실험이나 하고 있을
시간이 아니다. 나의 문제에 대한 답은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더 이
상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그녀가 빨리 돌아가길 원했지만 그렇다고 그녀
에게 가라고 말하고 싶진 않았다.
그녀는 나를 조용히 살펴보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기 여기서 나 오늘 밤 자도 되요?"
"왜요?"
그녀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당신이 좋아요. 잘 모르겠어요. 레로이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고, 많은 이유
가 있어요. 만약 싫다면......."
그녀가 또 한번 나의 경계심을 무너뜨렸다. 그녀의 제의를 거절할 변명은 열
두 가지도 넘었지만, 나는 허락했다.
"진 있어요?"
그녀가 물었다.
"아니요, 나는 술을 잘 안 마셔요."
"내 집에 좀 있을 거예요. 갖고 올게요."
내가 말리기도 전에 그녀는 창문 밖으로 나갔고 몇 분 후에 한 3분의 2가 가
득 찬 병과 레몬을 갖고 돌아왔다. 그녀는 부엌에서 잔 두 개를 꺼내어 술을 각
각의 잔에 따뤘다.
"여기요."
그녀가 말했다.
"이게 기분을 좋게 해줄 거예요. 저 일직선들을 쭉 잡아 늘어뜨릴 거예요. 저
것들이 당신을 신경쓰이게 만드는 걸거예요. 모든 게 너무나 깨끗하고 일직선이
어서 당신은 꼭 상자 안에 있는 거 같아요. 당신의 조각품 속에 있는 알제논처
럼."
나는 마시지 않으려고 했으나 기분이 별로 안 좋아서 뭐 어때 하는 생각이 들
었다. 더 이상 나빠질 일도 없었고,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으로 내 자신을 바라본다는 느낌을 둔하게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나를 술에 취해 만신창이가 되게 했다.
첫번째 잔을 마실 때와 침대에 누울 때, 그리고 그녀가 손에 병을 들고 내 옆
에 누운 게 생각이 난다. 그게 오늘 오후까지 생각나는 전부이고, 숙취 속에서
일어났다.
얼굴은 벽쪽을 보고 그녀의 목 아래에 베개가 잔득 쌓여진 채 그녀는 아직 잠
들어 있었다. 담배꽁초가 넘쳐있는 재떨이 옆에는 빈 병이 나이트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고, 제일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내가 두번째 잔을 마시는 것이
었다.
그녀가 몸을 쭉 펴고 내게로 굴러왔다-누드로. 나는 뒷쪽으로 피하다가 침대
에서 떨어졌다. 나는 나는 이불로 내 몸을 둘러쌌다.
"안녕."
그녀가 하품을 했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아요?"
"뭔데요?"
"당신의 누드모습을 그리는 거예요. 미켈란젤로의 '다윗' 같은. 무척 아름다울
거예요. 좀 괜찮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 아픈 거만 빼고요. 어, 저기 어제 밤 내가 너무 많이 마셨나요?"
"대단히 마셨지요. 그리고 당신 참 괴상했어요-내 말은 동성연애자나 뭐 그런
이상한 거 말고 당신 참 이상했어요."
"무슨 뜻이에요? 내가 뭘 했는데요?"
나는 걸을 수 있도록 그 이불을 내 몸에 둘러매는데 애를 먹으며 말했다.
"나는 술을 마시면 기뻐진다거나 슬퍼진다거나 아니면 졸립다든지 그것도 아
니면 섹시한 남자는 보아왔지만,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 봐요. 당신이 술을 잘
안 마신다니 참 다행이예요. 오 세상에, 카메라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짧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 거야."
"제기랄, 도대체 내가 어떻게 했는데요?"
"내가 상상하지 못한 거요. 섹스나 그런 것도 전혀 아니에요. 당신 진짜 같았
어요. 어떻게 그렇게 연기할 수 있는지! 불가사의했어요. 무대에 서면 잘 할 거
야. 팔레스를 놀라게 하고도 남아. 당신 정말 바보같이 어리둥절해 했어요. 알잖
아요. 다 큰 어른이 애같이 행동하는 거. 얼마나 당신이 학교에 가서 책 읽는 거
랑 쓰는 거 배워서 딴애들처럼 똑똑해지고 싶었는지, 뭐 그런 이상한 얘기 같은
거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당신 어머니가 당신의 땅콩을 빼앗고
우리에 가두기 때문에 나와 놀 수 없다고 계속 말했어요."
"땅콩이요?"
"네! 해명해봐요!"
그녀는 머리를 긁으며 웃어댔다.
"그리고 계속 나는 당신의 땅콩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어요. 가장 이상했던 건
당신의 그 말하는 태도였어요! 길거리에서 그냥 여자들 쳐다보며 흥분하는 그런
멍청이 같았어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구요. 처음엔 당신이 장난치는 줄 알았
는데, 지금은 당신의 강박관념 뭐 그런 거 같아요. 이렇게 깨끗한 거랑 온갖 걱
정을 다 하는 거 보니까."
화가 날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술에 만신창이가 된 게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놓은 찰리를 잠시 동안 그 경계선 밖으로 나오게 했는지
모른다.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가 정말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니다.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어느 것도 완전히 없어질 수 없는 거다. 그 수술로 인하
여 교육과 문화로 그를 덮어버렸지만 감정적으로 그는 거기에 있었다-지켜보고
기다리며.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
"지금은 괜찮아요?"
나는 그녀에게 지금은 괜찮다고 말했다.
갑자기 그녀가 내가 둘러매고 있는 천을 잡고, 나를 침대 쪽으로 당겼다. 말리
기도 전에 그녀는 팔을 두르며 내게 키스했다.
"어제밤에는 무서웠어요, 찰리. 나는 당신이 제정신을 잃는 줄 알았어요. 나,
성교불능자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요. 그들이 갑자기 제 정신을 잃고 미치광이
되는 거요."
"왜 계속 여기 있었어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당신은 겁먹은 어린애 같았어요. 당신이 나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지만, 당신 자신을 해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여기 계속 있기로 했지요.
너무 가엾게 느껴졌어요. 그나저나, 특수상황을 위해 이걸 바로 옆에 뒀지요."
그녀는 침대와 벽 사이에 끼워두었던 두꺼운 책을 꺼냈다.
"그것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나보군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 당신 어렸을 때 땅콩을 무척 좋아했나봐요."
그녀는 침대에서 나와 옷을 입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거기에 누
워 있었다. 그녀는 내 앞에서 수줍음이나 머뭇거림 없이 움직였다.
그녀의 가슴은 자화상에서처럼 풍만했다. 나는 만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소용없는 짓이란 걸 안다. 수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찰리가 여전히 내 안에 있
다. 그리고 찰리는 땅콩을 잃을까봐 두려워 하고 있다.
6월 24일 나는 오늘 이상한 종류의 반지식인들의 술자리 모임에 갔었다. 감히
내가 도전을 했다면 또 술에 잔뜩 취할 수도 있었으나 페이와의 실험에서 그것
은 위험할거란 걸 알았다. 그래서 대신에 타임스 광장에 가서 영화관에서 영화
관으로, 서부영화와 공포영화에 푹 빠져들었다-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매번
앉아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내 자신이 죄책감에 시달리며 앉아서 있는 것을 발견
한다. 영화 상영 중간에 밖으로 나가 다른 영화관으로 들어간다. 나는 내 자신에
게 말한다-나의 새로운 삶에서 빠진 어떤 것을 가상의 영화 세계에서 찾고 있다
고.
그리고 나서, 갑자기 직관적으로 케노 놀이 센터 바로 밖에서 내가 원하던 것
은 영화가 아니라 그 관객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사람들과 같이 어둠
속에서 있고 싶었던 것이다. 여기서는 사람들 사이의 벽이 얇아서, 만약 내가 조
용히 귀 기울인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다 알 수 있다. 그린위치 빌리도 마
찬가지이다. 그렇게 아주 가까운 곳 말고-왜냐하면 복잡한 엘리베이터 안이나
붐빌 때의 전철역에서는 느낄 수가 없다-그러나 아주 더운 날 모든 사람들이 밖
에 나와 걷거나 영화관에 앉아있을 때, 누군가와 스치게 되면 잠깐동안 나는 가
지들과 줄기, 깊은 뿌리 사이에 교류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 순간 나의 피부는
민감해지고 긴장되어진다. 그리고 어두운 구석을 찾아 나를 몰아부치고, 한밤에
좁은 길을 가는 장님 같은 참기 어려운 갈망이 생긴다.
보통 걷다가 지치며 아파트로 돌아가 깊은 잠에 드는데, 오늘 밤은 집으로 가
는 대신 저녁을 먹으로 갔다. 거기에는 16살쯤 되어 보이는 새로온 접시닦기 소
년이 있었고, 그의 움직임, 눈동자의 모습, 그리고 그의 무언가가 친밀하게 느껴
졌다. 그때 나의 뒷테이블을 치우던 소년이 접시들을 떨어뜨렸다.
하얀 접시조각들이 부서지며 테이블 밑 여기저기에 흩어졌다. 그는 그 자리에
겁먹고 멍한 표정으로 빈 쟁반을 들고 서있었다. 손님들의 휘파람과 야유가 '여
기 돈 많이 버나보네!', 그리고 '어머, 재 여기서 일한 지 얼마 안되나봐.......' 등
의 공중 식당에서 접시를 깨뜨릴 때 항상 따라오는 외침들이 그를 매우 혼란스
럽게 했다.
그 혼란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주인을 알아보러 왔을 때, 소년은 움츠러 들었
다-폭탄을 피하려는 듯 두 팔을 위로 올렸다.
"좋아! 좋아, 이 바보 같은 녀석!"
그는 고함을 질렀다.
"거기 마냥 서있지 말고 빨리 빗자루를 갖고 와서 지저분한 거 빨리 다 치워!
빗자루! 빗자루 말야, 이 멍청아! 부엌에 있잖아. 깨끗이 치워."
그가 벌을 받지 않을거란 걸 알자 그의 얼굴에 두려움이 사라졌고, 빗자루를
가지고 오면서 웃으며 콧노래를 불렀다. 어떤 떠들썩한 손님들은 주인의 자비에
놀라며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여기, 이리 와. 너의 뒤에 큰 조각이 있어......."
"야, 다시 해봐......."
"재 그렇게 바보는 아닌가 봐. 닦는 거보다 깨뜨리는 게 쉽다는 걸 아니말야."
그 소년의 텅빈 눈동자가 놀려대는 한 무리의 손님들을 둘러보며 그들의 웃는
모습을 천천히 쳐다보다가 마침내 그들의 농담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한는
듯 불확실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의 둔하고 멍청한 미소를 보자 마음이 안 좋았다-어린아이처럼 커다랗
고 맑은 눈, 불확실하지만 언제나 즐거운 표정-그때 그에게서 느꼈던 그 친밀함
이 무엇인지 알아냈다. 그들은 그가 장애자였기 때문에 비웃고 있었다.
처음엔 나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황당해 하고 있었다.
갑자기, 나는 나 자신과 능글맞게 웃어대던 그들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
는 그들에게 그릇들을 집어던지고 싶었다. 그들의 비웃는 얼굴들을 다 부수고
싶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조용히 못해! 그를 가만히 놔둬! 그는 이해를 못 해. 자신이 장애자인 것을
그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그러나 젠장, 그를 존중해 줘야 될거 아냐! 그도
한 인간이야!"
식당 안이 조용해졌다. 나는 자제하지 못하고 하나의 영화장면을 만든 내 자
신에게 욕을 퍼부었다. 돈을 내면서 그 소년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음식에
한 숟가락도 대지 않고 그냥 나왔다.
나는 우리 둘에게서 수치심을 느꼈다.
팔이나 다리 또는 눈이 없이 태어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정직하고 예
민한 사람들이 지능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너무나 이상하다.
나도 얼마전까지 그 소년처럼 바보 같은 광대 노릇을 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너
무 화가 났다.
거의 잊어가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사람들이 나를 비웃었었다. 지금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에 그 사람들과 어울려 내 자신을 비웃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가장 나를
아프게 한다.
자주 진행 보고서 앞부분을 다시 읽곤 하는데, 어두운 방에서 글도 알지 못하
는, 천진난만한, 지능이 낮은 아이가 열쇠구멍을 통해 찬란한 바깥 세상을 바라
보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나의 꿈과 기억 속의 찰리는 주위사람들이 하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언제나 행복하게 웃었다. 지능이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약자라는 걸 알았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갖지 못했던 어떤 것을 가지고
있었다-무엇인가 나를 제외시켰다. 내가 정신적으로 모자랐을 때 나는 그것이
읽고 쓸 줄 아는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 내가 그런 능
력들을 가질 수 있다면 나도 유식해 질 거라고 믿었다.
정신박약아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되고 싶어한다.
어린애가 어떻게 먹어야 할지, 무엇을 먹어야 할지는 모르지만 배고픔을 안다.
오늘의 일은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어린애 같은
걱정을 그만해야 한다-지난 과거나 앞으로의 미래도. 다른 사람에게 나의 무언
가를 주도록 하자. 나의 지식과 기술들을 사람의 지능 높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
누가 더 알맞는가? 그 누가 극과 극 두 곳에 다 경험이 있는가?
내일 나는 웰버그 재단의 대표자와 연락을 하여 내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진
행할 수 있도록 허락받을 것이다. 그들이 허락한다면 나는 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좋은 생각이 있다. 만약 이것이 완벽하다면 이 테크닉을 이용하
여 할 수 있는 게 너무나 많다. 내가 천재가 될 수 있다면 지금 미국에 있는 오
만 명이 넘는 장애자들은 어떠한가? 전 세계 셀 수도 없이 많은 장애자들과 아
직 태어나지 않은, 그러나 장애자가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애들은 어떠한가?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이 실험을 하면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천재
들에게는?
앞으로 내가 헤쳐나가야 할 문제들은 많은데 나는 문제를 푸는 기술이나 지식
을 이용하는 데 너무 참을성이 없다.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일
이란 걸 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재단이 나를 허락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더 이상 혼자 일순 없다. 앨리스에게 말을 해야한다.
6월 25일 오늘 앨리스에게 전화했다. 나는 초조했고 말도 안되는 말을 지껄였
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기뻤고, 그녀 또한 그런 것 같았다. 그녀
와 만나기로 하고 택시를 탔으나 너므 느리게 움직여서 조바심이 났다.
그녀는 내가 노크하기도 전에 뛰어 나와 나를 두 팔로 감싸안았다.
"찰리, 걱정 많이 했어요. 길거리에서 죽었거나 기억상실이 되어 우범지대를
헤매고 다니는 당신을 상상했어요. 왜 당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나
요? 연락할 수 있었잖아요."
"너무 나무라지 말아요. 해답을 찾기 위해서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부엌으로 오세요. 커피를 만들어 드릴게요. 그 동안 무엇을 했나요?"
"낮에는-생각하고, 읽고, 쓰고, 그리고 밤에는-내 자신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
어요. 그리고 찰리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찰리,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그녀는 몸을 떨었다.
"당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그런 얘기는 사실이 아니예요. 당신이 마음대로 생각
한 걸거예요."
"내가 내 자신이 아니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요. 나는 그의 자리를 빼
앗고, 그들이 제과점에서 그랬듯이 그를 가둬두었어요. 내가 말하려는 것은 과거
에 찰리 골든이 있었고, 그 과거는 사실이라는 거예요. 오래 된 건물을 부수기
전에는 새로운 건물을 지을 수 없고, 과거의 찰리 또한 부숴버릴 수 없어요. 그
는 존재해요. 처음에는 그를 찾았어요. 그의-나의-아버지를 만나러 갔지요. 내가
원했던 것은 과거에 있었듯이 지금도 찰리가 존재한다는 것, 그래서 나의 존재
를 인정하는 거였어요. 니머 교수가 나를 창조했다고 말했을 때 그를 비웃었어
요. 그러나 지금 내가 알아낸 것은 전에도 찰리가 존재했지만 지금도 존재한다
는 것이예요. 내 몸 안이나 내 주위에. 지금껏 우리 사이에 있었던 거에요. 나는
내 지능이 그 울타리를 쌓았다고 생각했어요-잘난 체와 바보 같은 자만심, 그리
고 당신보다 위에 있다고 공통점이 하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그런 거요.
당신이 그런 생각을 내 머리 속에 넣었어요.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예요. 찰리예
요. 그의 엄마가 그에게 한 것 때문에 그 작은 소년은 여자를 두려워하는 거예
요. 모르겠어요? 여러 달 동안 지능적으로 많이 성장한데 비해 감정적으로는 어
린애 같은 찰리와 연결되어 있었어요. 당신에게 가까이 갈 때마다 아니면 당신
과 자고 싶다고 생각할 때 일시적인 방해가 있었어요."
나는 흥분했고 나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 그녀를 떨게 했다. 그녀의 얼굴이 붉
어졌다.
"찰리."
그녀가 속삭였다.
"내가 뭐 할 수 있는 일 없나요? 도와줄 수는 없나요?"
"내 생각엔 실험에서 멀어져 있는 두 주 동안 내가 많이 변한 거 같아요."
나는 말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지만 오늘 밤 도시를 헤매고 다닐 때 갑자기
떠올랐어요. 웃긴 건 이 문제를 나 혼자서 다 풀려고 했다는 거예요. 그 꿈들과
기억 속의 혼란으로 더 깊게 엉킬수록 감정적인 문제는 지능으로 해결될 수 없
었어요. 그게 어제밤 나에 대해 발견한 거예요."
나는 내가 마치 잃어버린 혼처럼 거리를 돌아다닌다고 말했고,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이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어쩐일인지 나는 모든 사람과 모든 것들로부터 감정적으로 분리됐어요. 그리
고 정말로 내가 어두운 거리에서 찾은 것은-그 넌더리 나는 곳에서 마지막으로
찾은 것은-나의 지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 사람들과 다시 감정적으로
한부분이 되는 것이었어요. 나는 더 성장해야 돼요. 나에게는 그것이 전부예
요......."
나는 물 위로 떠오르는 거품처럼 떠오르는 내 자신에 대한 불확신과 공포에
대해 마치 토해내듯이 계속 얘기했다. 그녀는 나의 얘기에 최면에 걸린듯이 앉
아 있었다. 나는 따뜻해지고 열이 나는 것을 느꼈다. 마치 내 몸이 불이 붙어 타
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나의 소중한 사람 앞에서 상처를 태워버리고 있었고,
그것이 모든 것을 다르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에겐 너무 엄청난 것이었다. 온몸이 떨더니 마침내 눈물을
흘렸다. 의자 뒤쪽에 있는 곱슬머리와 빨간 뺨을 가진 소녀의 사진이 눈에 들어
왔고, 그때의 앨리스는 어떠했을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녀가 자신을
나에게 줄 거라는 것을 알았고 나도 그녀를 원했지만 찰리는 어떨까?
내가 만약 페이와 같이 잔다면 찰리는 그것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아
마 문쪽에 서서 구경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앨리스에게 다가가면 그는
공포에 떤다. 내가 앨리스를 사랑하는 것을 그는 왜 그토록 두려워 하는 것일
까?
그녀는 의자에 앉아 나를 보며 내가 무엇을 할지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무엇
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녀를 내 품에 안고.......
내가 이런 생각을 하자 즉시 위험신호가 왔다.
"괜찮아요, 찰리? 너무 창백해 보여요."
나는 그녀 옆에 앉았다.
"조금 어지러워서 그래요. 괜찮아질거예요."
그러나 찰리는 내가 그녀와 잠을 잘거라는 위험을 느끼면 더 심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자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처음엔 나도 역겨웠지만 그러나 갑자기
일어나는 마비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그의 허를 찌르는 거라는 것이라고
생각됐다. 만약 어떤 이유에서든 앨리스는 두려워하되 페이를 두려워하지 않다
면 그렇다면 방 안의 불을 끄고 페이와 사랑을 나누는 척 하면 된다. 그는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잘못된-역겨운-짓이었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찰리가 내 감정을 억압하고 있는 것을 깨뜨리게 되는 것이다.
내가 앨리스를 사랑한다면 이 방법 밖에는 없다.
"이제 괜찮아요. 잠깐 어두운 곳에 있고 싶어요."
방의 불을 끄고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아마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페
이를 상상하며, 지금 옆에 앉아 있는 여자는 페이라고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걸며
설득했다. 그리고 만약에 그가 나의 몸에서 나와 지켜본다 해도 방이 어둡기 때
문에 그도 모를 것이다.
나는 그가 의심한다는 어떤 사인-위험신호인 공포-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았다. 나의 정신은 맑고 침착했다. 나는 그녀를 끌어 안
았다.
"찰리, 나는-."
"아무말 하지 말아요!"
나는 딱 잘라 말했고, 그녀는 몸을 움추렸다.
"제발."
나는 그녀를 안심시켰다.
"아무말도 하지 말아요. 그냥 가만히 당신을 안고 있을게요."
나는 그녀를 가까이 끌어당겼고, 내 상상 속의 어둠에서 페이의 모습을-긴 금
발머리와 하얀 피부-그려보았다.
마지막에 내 옆에 누웠던 페이의 모습을 생각하며 페이의 머리카락에, 페이의
목에, 마지막엔 페이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나는 페이의 손이 나의 등의 근육,
어깨 그리고 내 안에 쌓아져 있던 단단한 그것, 다른 여자에겐 느껴보지 못한듯,
어루만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처음엔 천천히, 그러나 흥분에 못 이겨 나중엔 그
녀의 옷을 마구 벗겼다.
갑자기 목이 주삣해지는 걸 느꼈다. 방 안의 어둠을 헤쳐, 지켜보려는 누군가
가 있었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마구 불렀다. 페이! 페이! 페이! 나는 우리의 사
이에 그 무엇도 들어올 수 없게 페이의 얼굴을 날카롭고 뚜렷하게 그려내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더 가까이 잡아 당기자, 나는 고함을 치며 그녀를 밀어냈다.
"찰리!"
앨리스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충격이 담겨 있었다.
"아녜요, 앨리스! 나는 할 수가 없어요. 당신은 이해 못해요."
나는 의자에서 뛰어나와 불을 켰다. 나는 그가 거기 서있기를 기대했다. 그러
나 당연히 그는 없었다. 우리 뿐이었다. 그것은 전부 나의 마음 속에 있었던 것
이다. 앨리스는 내가 단추를 풀었던 그대로 블라우스가 열린 채, 얼굴을 붉히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거기 그대로 누워 있었다.
"당신을 사랑해요......."
가까스로 말을 했다.
"그러나 나는 할 수 없어요.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만약 멈추지 않았다면
평생토록 내 자신을 미워했을 거예요. 설명해달라고 말하지 마세요. 그러면 당신
도 나를 미워하게 될거예요. 찰리와 연관이 있어요.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그
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
그녀는 딴 데를 보고 단추를 잠궜다.
"오늘밤은 달랐어요."
그녀는 말했다.
"혐오감이나 공포 그런 것들은 없었어요. 나를 원했어요."
"네, 당신을 원했지만 실제로는 당신을 원했던 게 아니예요. 말하자면 당신을
이용하려고 그랬어요. 설명할 수가 없어요. 내 자신도 이해가 안돼요.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말해두죠. 그리고 나는 그렇지 않을 때 괜찮다고 속이거나 사
기치거나 가장할 수가 없어요. 그것은 또 다른, 보이지 않는 벽이예요."
나는 가려고 일어섰다.
"찰리, 또 도망가지 말아요."
"도망은 안 가요.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며칠 안으로-내 자신을 안정시킨 후-
실험실로 돌아가겠다고 그들에게 말해줘요."
나는 감정이 격한 채 아파트에서 나왔다. 아래층 건물 앞에서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른 채 서있었다. 어느 길로 가든지 그것은 잘못된 길이라 쇼크를 받게 된
다. 모든 길이 막혀있다. 그러나, 하느님....... 내가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지
나에게는 문이 닫혀있다.
아무데도 갈 곳이 없다. 어떤 길도, 방도, 여자도 없다. 마침내 나는 지하철로
내려가 49번가로 가는 전철을 탔다. 그곳엔 많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으나 페이
를 생각나게 하는 긴 금발 머리 여자가 있었다. 버스 정거장으로 가는 길에 가
게를 지났고 아무런 생각없이 들어가서 진을 한 병 사들고 나왔다. 버스를 기다
리는 동안 술주정꾼들이 하듯 종이백 속에 있는 병의 뚜껑을 열어 쭉 들이켜 마
셨다. 나의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고, 그 기분은 너무 좋았다. 이번엔 조금 또
한모금을 마셨고 버스가 도착했을 때 나는 굉장한 흥분 속에 빠져 들었다. 나는
더 이상 마시지 않았다. 지금 술에 취하기는 싫었다.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페이의 집 문을 두들겼다.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나는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녀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지만 집 안의 모든
불이 켜져 있었다. 그녀는 암부것도 신경쓰지 않는다. 왜 나는 그럴 수 없을까?
나는 그녀를 기다리러 내 집으로 갔다. 나는 옷을 벗고 샤워를 한 뒤 로브를
입었다. 나는 오늘이 그녀가 다른 남자와 같이 들어오는 날이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새벽 2시 반쯤 계단을 올라오는 그녀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나는
술을 가지고 화재비상구를 통해 그녀가 앞문을 열 때 그녀의 창문에 도착했다.
나는 거기에 숨어서 엿볼 생각은 없었다. 창문을 두드리려고 했다.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손을 들었을 때 그녀가 신발을 벗고 즐겁게 빙빙 도는
것이 보엿다. 그녀는 거울 앞으로 가서 천천히 하나씩 마치 스트립쇼에서 하듯
이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나는 또 한모금 마셨다. 그러나 내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에게 알릴
수는 없었다. 나는 불을 켜지 않은 채 나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처음엔 그녀를
나의 아파트로 초대할 생각을 했으나 모든 것이 너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어-
지워야 될 너무 많은 직선들-그리고 여기서는 될거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복도로 나갔다. 처음엔 작게, 그러나 크게 그녀의 문을 두드렸다.
"문 열렸어요!"
그녀가 외쳤다.
그녀는 속옷차림으로 다리는 의자에 올려놓고 팔은 축 늘어뜨린 채 누워있었
다. 그녀는 머리를 기울여 거꾸로 나를 쳐다보았다.
"찰리, 달링! 왜 당신은 머리로 서있나요?"
"네, 그래요"
종이백에서 병을 꺼내며 말했다.
"선들과 상자들이 너무 똑바로 여서 당신도 그것들을 지워버리는 데 참가하면
좋을 같아서요."
"거기엔 이게 안성마춤이지요."
그녀는 말했다.
"만약 당신이 당신 속의 그 따뜻함이 시작되는 부분에 열중하면 그 선들이 녹
아 없어질거예요."
"그게 지금 일어나고 있어요."
"훌륭해요!"
그녀는 두 발로 뛰었다.
"나도 그래요. 오늘 구식사람들과 너무 많이 춤을 췄어요. 빨리 그것들을 녹여
버려요."
그녀는 잔을 집어들었고 나는 잔을 채워주었다. 그녀가 술에 마시자 나는 그
녀에게 팔을 둘러 그녀의 등을 어루만졌다.
"헤이! 와우! 왜 그래요?"
"저, 당신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그녀가 뒤로 물러났다.
"오, 잠깐만, 찰리.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요. 이게 아무에게도 좋을 것이 없
다는 걸 당신도 알잖아요. 내 말은 나도 당신을 생각하고 가능성이 보였다면 내
가 당신을 침대로 끌고 갔을거예요. 그러나 그런 찬스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헛수고하고 싶지 않아요. 공정하지 않아요, 찰리."
"오늘밤은 다를거예요. 맹세해요."
그녀가 더 이상 말하기 전에 그녀를 끌어안고 키스를 하고 애무를 하며, 나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듯한 그 모든 흥분으로 그녀를 자극했다. 그녀의 브래지어를
풀려고 했으나 너무 세게 잡아당겨 훅이 떨어져 나갔다.
"세상에, 찰리. 내 브라-."
"걱정하지 말아요......"
그녀가 벗는 것을 도와주며 나는 목이 메었다.
"내가 새것으로 사줄게요. 지난밤의 일을 만회하고 싶어요. 밤새 당신과 사랑
을 나누고 싶어요."
그녀는 나를 밀어냈다.
"찰리, 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처음 들어요. 그리고 나를 통째로 삼켜버릴
듯이 쳐다보지 말아요."
그녀는 의자에서 블라우스를 집어들고 그녀의 몸을 가렸다.
"지금의 당신은 내가 다 벗었다고 느끼게 해요."
"당신을 가지고 싶어요. 오늘은 할 수 있어요. 나는 알아요, ......느껴요. 나를
외면하지 말아요, 페이."
"여기, 또 마셔요."
그녀는 속삭였다.
나는 한 잔 마시고 그녀에게 또 한 잔 따라주었다. 그녀가 그것을 마실 때 나
는 그녀의 목과 어깨에 키스를 퍼부었다. 나의 흥분이 그녀에게 전해지면서 그
녀는 숨을 거칠게 몰아 쉬었다.
"찰리, 만약 이렇게 시작해놓고 다시 실망시키면 무슨 짓을 할지 나도 몰라요.
당신이 알다시피 나도 인간이예요."
나는 그녀를 그녀의 옷과 속옷들이 한 무더기 있는 의자에서 나의 옆으로 끌
어당겼다.
"여기서는 싫어요, 찰리."
그녀가 발로 서려고 애를 쓰며 말했다.
"침대로 가요."
"여기서요."
그녀에게서 블라우스를 벗기며 주장했다. 그녀는 나를 내려다보고 잔을 바닥
에 내려놓고 속옷을 벗어 던졌다. 그녀는 발가벗은 채 내 앞에 서있었다.
"불을 끌게요."
그녀가 속삭였다.
"싫어요."
다시 의자로 그녀를 끌어당기며 내가 말했다.
"당신을 보고 싶어."
그녀가 깊숙히 나에게 키스하고 나를 꽉 끌어 안았다.
"제발 나를 실망시키지 말아요, 찰리. 안 그러는 게 좋을거예요."
그녀의 몸이 천천히 나에게 닿으려고 움직였고 나는 이번에는 아무것도 우리
를 방해하지 않을거라는 걸 알았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신음과 한숨을 쉬며 내 이름을 불러 댔다. 한순간 나는 그가 지켜보고
있다는 차가운 느낌이 들엇다.
저 의자 손잡이 위로 저 창문 위에서 어둠 속에 헤치며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희미하게 느낄 수 있었다-몇 분 전 내가 숨어서 엿보던 곳에서. 눈 앞이
바뀌면서 내가 밖의 화재비상구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는 두 남녀를 지켜보고 있
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노력에 의한 의지로 나는 다시 긔녀의 몸과 나의 자신의 흥분과
욕망을 느끼며 그녀에게로 돌아와 있었고, 나는 저 창문 밖에서 굶주린듯 쳐다
보는 그를 보았다. 그리고 나는 내 자신에게 말했다-그래 실컷 봐라, 나쁜 놈아-
지켜봐라. 이제 너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그러자 지켜보던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6월 29일 실험실로 돌아가기 전에 컨벤션을 떠난 후 시작해왔던 프로젝트는
끝낼 예정이다. 나는 생물물리학 연구를 위해 세포광전자 효과의 제작, 이용가능
성에 대해 신진보학술협회의 랜즈로프 씨와 통화했다.
처음에 그는 나를 정신병자로 생각했으나 뉴 인스티튜드 저널에 있는 그의 논
문의 결점들을 파악하자 그는 나와 거의 한 시간 동안 통화를 했다. 그는 내가
자신의 연구소로 가 나의 가설에 대해 그의 직원들과 함께 토의해주기를 바랬
다. 만약 시간이 있다면, 실험실에서의 나의 연구가 끝나면 그를 도와줄 참이다.
역시 내겐 시간이 문제다. 나는 내게 얼마큼의 시간이 남아있는지 모른다. 한
달? 일 년? 한 평생? 그것은 바로 내가 이 실험의 어떤 정신물리학적 부작용을
찾아내느냐에 달려있다.
6월 30일 페이를 만난 후 정처없이 거리를 거닐던 버릇을 멈추었다. 나는 그
녀에게 나의 집의 열쇠를 주었다. 그녀는 내가 문을 잠그고 다니는 것을 놀려댔
고 나는 그녀의 지저분한 방들을 놀려댔다. 그녀는 자신을 바꾸려고 하지 말라
고 경고했다. 그녀가 치우지도 않고 가정을 돌보지도 않는다고 그녀의 남편은 5
년 전에 그녀와 이혼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이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신경스지도 않고 신경 쓰려고도 하지 않는다. 며
칠 전에는 코너의 의자 뒤에서 한 뭉치의 주차위반딱지를 발견했다-아마 40-50
장은 돼 보였다. 그녀가 맥주를 가지고 왔을 때 왜 그것들을 모으고 있냐고 물
었다.
"저거!"
그녀는 웃었다.
"전 남편이 보내는 그 더러운 돈을 받자마자 저 중의 몇 개는 지불해야 되요.
저것들을 보면 얼마나 기분이 나빠지는지 모를거예요. 저것들을 볼 때마다 죄의
식에 사로잡히게 되서 의자 뒤에 숨겨놨죠.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가는
곳마다 여기저기 사인들이 붙어 있어요-여기에 주차하지 마라! 저기에 하지 말
아라!-난 정말 내가 차에서 내리고 싶을 때마다 멈춰서 표지판을 읽어야 한다는
게 참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나는 그녀를 바꾸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녀와 같이 있으면 너무 즐
겁다. 풍부한 유머를 갖고 있다. 그러나 가장 좋은 점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영혼
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 한 가지, 나를 미치게 하는 점은 그녀가 춤에 대한
열성이다. 이번주엔 매일 새벽 두 세 시까지 나가 있었다. 이제 더 이상 기운이
남아 있지 않다.
이건 사랑이 아니다-그러나 그녀는 내게 중요하다. 나는 그녀가 밖에 나갈 때
마다 복도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제는 찰리가 우리를 지켜보지 않는다.
7월 5일 나는 나의 첫번째 피아노 연주곡을 페이에게 바쳤다. 그녀는 무언가
가 자신엑 바쳐졌다는 그 생각에 흥분했지만, 정말로 그 곳을 좋아한 것 같지는
않다. 한 여자에게서 모든 것을 다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다부처제가 필요한 이유 중의 하나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페이가 밝고 착한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 그녀
가 이번달 초에 왜 돈에 쪼달렸는지 알게 되었다. 나를 만나기 일 주일 전에 그
녀는 스타더스트 볼륨에서 한 소녀를 친구가 되었다. 그녀가 여기엔 가족도 없
고, 돈도 없고, 잠 잘 곳도 없다는 소리를 듣고 페이는 그녀에게 집에 같이 들어
와 살자고 제의했다. 이틀 후에 그 소녀는 페이가 옷장 속에 두었던 232달러를
찾아내 그것과 함께 사라졌다. 페이는 그것을 경찰에게 신고하지 않았다-알고
보니 페이는 그녀의 성도 몰랐던 것이다.
"경찰한테 알려서 좋은 일이 뭐 있어요?"
그녀는 알고 싶어했다.
"이런 짓을 한 그 불쌍한 여자는 분명히 돈이 너무나 급했을거예요. 나는 단지
몇백 불 가지고 그녀의 인생을 망치고 싶지는 않아요. 내가 부자거나 뭐 그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뒤를 쫓고 싶지는 않아요-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안
다면요."
나는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나는 페이처럼 탁 트이고 신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만난 적이 없다. 내가
지금 필요한 건 바로 그녀이다. 나는 이런 따뜻한 사람과의 접촉에 굶주려있다.
7월 8일 나이트클럽과 늦잠 때문에 일할 시간이 별로 없다. 아스피린과, 페이
가 나를 위해 혼합하여 만들어준 것이, 열두 동사형태에 대한 나의 언어학적 연
구를 끝내는 것과 그것들을 국제 언어 회보에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들
은 방법론의 상부구조를 우습게 보았기 때문에 카세트 녹음기를 가지고 언어학
자들을 인도로 다시 보낼 것이다.
내가 실험실에 언제쯤 돌아올건지 알아보기 위해 앨리스가 전화했다. 나는 내
가 시작한 프로젝트를 끝내고 싶다고 말했고, 나의 특별한 공부를 위해 웰버그
재단에서의 허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이 맞다-더 숙고히 생각해봐야
한다.
아직도 페이는 언제나 춤추러 나가고 싶어한다. 어제는 하이트 호얼스 클럽에
서 술을 마시고 춤을 췄고, 거기서 베니스 하이드 어웨이, 그리고 핑크 슬리
퍼....... 그리고 그 후 다른 곳은 기억할 수가 없지만 그러나 내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우리는 춤을 추었다. 나의 주량이 늘었나보다. 찰리가 나타나기 전에 꽤
취했었는데 괜찮았던 걸 보면. 나는 그가 알카잠 클럽 무대에서 바보 같은 탭댄
스를 춘 거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는 매니저가 우리를 쫓아내기 전에 사
람들로 부터 환호를 받았고, 페이의 말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이 내가 훌륭한 코
메디언이라고 생각했고, 그들 모두 나의 바보연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젠장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등의 근육이 욱신거렸다. 나는 그게
그 춤들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페이가 말하길 내가 그 젠장할 긴 의자에서
떨어졌단다.
알제논의 행동이 또 다시 변덕스러워졌다. 미니가 그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7월 9일 오늘 엄청난 일이 있었다. 알제논이 페이를 물었다. 페이에게 알제논
한테 장난치지 말라고 했었으나 그녀는 언제나 그에게 먹이주는 것을 좋아했다.
보통 그녀가 알제논의 방에 들어오면 그는 머리를 쳐들고 의기양양하게 달려
왔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그는 한 구석에서 솜뭉치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가 덧문의 위쪽을 통해 손을 집어넣었을 때 그는 움추렸고, 더욱 구석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미로를 가는 장벽을 열어주며 그를 달래려 했으나, 내가 그를
가만히 놔두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를 집어드는 실수를 했다. 그는 그녀의 엄지
손가락을 물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우리 둘을 노려보았고, 급히 미로 안으로 뛰
어 들어갔다.
우리는 먹이상자의 다른 쪽 끝에서 미니를 발견했다. 미니는 가슴에 깊이 베
인 상처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으나 아직 살아있었다. 내가 그녀를 꺼내려고 손
을 집어넣자 알제논이 먹이상자로 달려오더니 나에게 달려들어 물었다. 그의 이
빨이 내 소매를 물었고, 내가 그를 풀어주려고 흔들 때까지 거기에 매달려 있었
다.
그 후 그는 침착해졌다. 나는 그 후 한 시간도 넘게 그를 관찰했다. 그는 무관
심하고 혼란스러워 보였고, 외부에서의 상금이 없어도 새로운 문제들을 배웠지
만 그의 행동은 이상했다. 미로의 복도에서 조심하거나 일정한 움직임 대신에,
그이 행동은 너무 급했고 조정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는 코너를 너무 빨리 돌
았고 벾에 몸을 부딪치기 일수였다. 그의 행동에서 어떤 행동에서 어떤 응급조
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갑작스런 판단을 내리는 것을 주저한다. 이런 행동의 원인은 여러 가지
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를 실험실로 다시 데려가야 한다.
재단에서 나의 연구에 대한 허락이 떨어지든 안 떨어지든 내일 아침 니머 교
수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진행 보고서 15
7월 12일 니머 교수, 스트라우스 박사, 버트와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몇몇
사람들이 심리학부 사무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환대의 뜻을 비치려고 노
력하는 것 같았으나 버트는 알제논을 빨리 받고자 갈망하는 빛이 영력하였으므
로 알제논을 넘겨주었다. 아무도 마을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내가 자신을 제치
고 재단과 연락하는 것을 니머 교수가 쉬이 용납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
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비크맨 대학에 돌아오기 전에 재단이 이프로젝트에 관
한 나의 독자적인 연구를 허락할지 꼭 알아야 했으므로 재단과의 연락은 불가피
한 것이었다. 니머 교수에게 일일이 다 설명하고 동의를 얻자면 너무 많은 시간
을 낭비하게 된다. 재단의 결정에 대한 니머 교수의 응대도 형식적이고 표면적
이었다.
딱딱하게 손을 내밀며 그가 말했다.
"찰리, 자네가 돌아와서 우리 모두 다 기쁘다네. 제이슨 씨에게서 통보를 받았
지. 이 실험실과 모든 스텝들은 다 자네 의향대로 사용하고, 컴퓨터 센터에도 자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을 제일 우선으로 처리하라고 연락해 놓았네. 그리고 내가
도움이 될 일이 있으면......."
그는 진심을 담아 얘기하고자 무척이나 노력하는 것 같았으나 그 표정은 그가
얼마나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가 심리학 실험에 관한 경험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가 몇십 년만의 연구 끝
에 발전시킨 전문기술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하나라도 있단 말인가? 그러나 아
까 말했듯이 그는 진심으로 편견을 버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내가 만약 알제논
의 행동에 관한 해석을 찾아내지 못하면 그의 수년 간의 피땀흘린 연구는 여기
서 중단해야만 한다. 그러나 내가 이 문제를 푼다면 그는 그야말로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이 되는 것이다.
실험실 안에 들어가니 버트가 알제논을 미로찾기 퍼즐 박스에 넣고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알제논이 너무 많은 걸 잊어버렸어요. 복합 반응은 거의 다 없어지고 원시적
으로 문제를 풀어요."
"원시적이라니 어떻게?"
"예전에 기본적인 패턴은 인식했거든요. 예를 들어서 저기 저 브라인드로 된
문들이 있는 미로에서는 하나 건너 하나씩, 혹은 세 번째 문마다, 아니면 적색문
이나 녹색문마다 이런 식으로 미로를 풀어나갔는데 이제는 같은 길을 3번이나
되돌아오고도 아직까지 파악을 못하고 계속 되풀이해서 시도하고 있어요."
"한동안 연구소에서 떨어져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다시 미로실험에 익숙해지게 하고 내일 다시 해 봐야겠어
요."
나는 예전에도 실험실에 들어와 본적은 많이 있었지만 연구에 동참하게 된 새
로운 마음으로 버트와 함께 실험실 구석구석을 네 시간 가량 둘러보았다. 연구
실 전체에 익숙해질 때쯤, 아직 살펴보지 않은 문을 발견했다.
"저기는 뭐지?"
"냉동실하고 화장로에요."
육중한 문을 밀어 제치고 버트가 불을 켰다.
"실험에 사용했던 동물들을 화장하기 전에 일단 냉동시켜 놓죠. 악취도 없애고
부패도 방지하니까요."
버트는 나가려고 돌아섰으나 나는 계속 그곳에 서있었다.
"알제논은 안돼요."
나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만약...... 만약 그럴 일이 생기면, 그러니까 알제논을 이곳에 버리지 말아줘요.
나한테...... 나한테 주면 내가 맡아서 책임지고......."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니머 교수가 미리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공급해 주라고 말해놓은 까닭이리라.
시간이 나의 가장 큰 장벽이었다. 내 자신을 위한 해답을 찾으려면 한시 바삐
연구에 착수해야 했다.
관련서적과 니머 교수와 스트라우스 박사의 연구노트를 받아들고 연구소를 나
서는 순간 기이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니머 교수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험에 사용했던 동물들을 소각하는 화장로를 방금 둘러봤어요. 나를 위해서
는 어떤 대책이 간구돼 있나요?"
나의 뜻밖의 질문에 니머 교수는 무척 당황해 하고 있었다.
"무슨 뜻인가?"
"나를 실험에 사용하기 전부터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대책이 마련돼 있었을
텐데요?"
아무말도 없이 서있는 그에게 나는 계속 따지듯이 물었다.
"나는 내가 이 실험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
고 그것엔 나의 앞날도 포함되어 있지 않나요?"
"자네한테 숨길 이유도 없겠지."
그는 불이 붙어 있는 담배에 다시 라이터를 갔다 데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실험결과가 영구적일 거라고 큰 기대를 했다는 걸 자네가
알아야 하네. 우리는 아직도 결과가 영구적일 거라고-."
"물론 그러셨겠죠."
"자네를 이 실험에 이용한다는 건 우리에게 큰 도의적인 책임을 안겨주었지.
자네가 실험 초기에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자네에게 이
실험의 결과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애썼네."
"제 진행 보고서에 그렇게 써놓았었죠. 물론 그때는 일시적이라는 말이 무엇인
지 뜻도 모르고 잇었지만. 어쨌든 그런 건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게 아니죠.
지금은 내가 '일시적'이라는 뜻을 누구보다 더 잘 깨닫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자네에게 실험을 감행하기로 했지. 자네에게 심각한 해를 끼칠 가능성
은 거의 없다고 판단했거든. 오히려 우리는 이 실험이 자네에게 득을 가져다 주
리라고 믿었지."
"저를 실험에 이용한 것을 정당화 하려고 그렇게 애쓸 필요 없습니다."
"어찌됐든 우리는 자네의 직계 가족에게서 허락을 받아야 했어. 그 당시 자네
의 상태 때문에 본인에게 동의를 얻기는 어려웠거든."
"제 동생, 노마를 말씀하시는 거죠. 신문에서 봐서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 기
억 속의 노마는 저를 사형하는 것에도 적극적으로 찬성할 아입니다."
니머 교수는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그냥 지나쳤다.
"자네 누이에게도 말했듯이 실험이 실패했을 경우 우리는 자네를 그 빵집이나
자네의 아파트로 돌려 보낼 수는 없었네."
"그건 왜죠?"
"우선 자네는 실험 전과 동일할 수 없을테니까. 수술과 호르몬 투입으로 인한
영향은 즉시 나타나지는 않지. 그러나 수술 후의 체험이 자네에게 특색어린 흔
적을 남길 것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러니까 감정적인 혼란이 자네의 정신박약증
상을 더 악화시켜서 전혀 딴 사람으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거 참 대단한 낭보군요. 그러니까 십자가 하나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나
보죠."
"그리고 자네가 실험 실패 후 예전의 수준으로 돌아가리라는 보장 또한 없었
지. 오히려 더 퇴보해서 더 미개한 수준으로 낮아질 수도 있으니까."
니머 교수는 마치 자신을 압박하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듯이 나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냥 다 알아버리는 게 낫겠군요. 내가 알아들을 수 있을 때
들어놓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실험 실패 후의 정신 지체자를 위해 무슨
계획을 세워 놓으셨나요?"
"재단이 자네를 다시 워런 주정부 소속 훈련소로 보내기로 되어 있다네."
"아니, 뭐라구요?"
"자네 누이와의 합의사항 중에 하나였지. 재단이 워런에 다달이 내는 돈을 가
족 대신 내주고 또 자네가 살아있는 동안 매달 용돈으로 얼마씩 주게 돼 있지."
"왜 하필 거길 가야합니까? 저는 밖에서도 잘 생활해 왔다구요. 삼촌께서 돌
아가신 뒤에도 도너 아저씨가 일할 곳을 주셔서 지금껏 잘해왔어요. 다시 거기
에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뭡니까?"
"자네가 그곳에 가지 않고도 혼자서 생활할 수 있다면 가지 않아도 되지. 정신
지체의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다면 꼭 그곳에 가지 않아도 되지만 우리는 만약
을 위한 대비를 해야 했다네."
니머 교수에 말에는 틀린 점이 없었다. 내가 불평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생각했어야 할 것이다. 워런은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이치에
맞는 장소였을 것이다-그 차디찬 냉동고처럼 나를 평생 떠맡겨 놓기에 가장 이
상적인 곳일테니까.
"그래도 화장로는 아니라 이거군요."
"지금 뭐라고 했나?"
"아무것도 아닙니다. 혼잣말이예요."
그때 불현듯 워런을 방문하고 싶다는 욕구가 불처럼 일어났다.
"제가 워런을 한 번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방문객처럼 가서 한 번 돌아보고
싶은데요."
"그거야 어렵지 않지. 그곳엔 항상 방문객들이 드나든다네. 기부를 받기 위한
홍보차원에서 여행객들을 환영하는 거지. 그런데 꼭 가야할 이유라도 있는가?"
"아니요. 그냥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제가 다만 무어라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앞으로 저에게 닥칠 일들을 알아두어야 하니까요. 제가 하루 빨리 그곳
을 둘러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주시겠습니가?"
니머 교수는 내가 마치 죽기도 전에 관을 주문해 놓는 사람인 것처럼 나의 워
런 방문 의사를 불쾌히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장신의 자아를 찾는다는
것 즉, 나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 나의 과거 못지 않게 장래의 가능
성을 아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으므로 그를 비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정녕 나에게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머물렀던가 이상으로 어디로 가는
가가 중요한 것이다. 미로의 끝은 죽음이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 안의
사춘기 소년은 죽음이란 오직 다른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믿고 있었
지만) 그 미로를 풀기 위해 내딛는 나의 행로가 내가 누구인지를 결정 짓는다는
것을 이제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나는 사물이 아닌 존재하는 생명체이기에 내가 지금껏 걸어왔던 길들과 또 앞
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내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를 아는데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본다.
그 저녁부터 다음 며칠간 나는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몰두했다.
임상심리학, 성격심리학, 정신측정학, 학식과 배움, 실험심리학, 생리심리학, 행
동심리학, 형태심리학, 분석, 기능, 동력, 유기체, 그리고 나머지 모든 고대와 현
대의 도당, 학파와 생각의 체계까지 그러나 많은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기능, 기
억력, 그리고 학식을 근거하는데 이용한 생각들이 전부다 그들의 바람적 견해에
있었다는 것이 나를 우울하게 했다.
페이가 연구소에 와보길 원했지만 그녀를 못 오게 했다. 페이와 앨리스가 연
구소 안에서 마주치지 않아도 지금 나에게는 염려하고 근심할 일이 충분히 많
다.
진행 보고서 16
7월 145일 우중충하고 이슬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는 게 워런을 방문하기엔 매
우 부적합한 날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날씨 때문에 오늘 하루종일 우울하
지 않았나 싶다. 아니면 지금 나는 내 자신을 우롱하고 있고, 나의 우울함의 원
인은 앞으로 내가 그곳에 다시 보내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이리라. 오늘
버트의 차를 빌려 워런에 다녀왔다. 페이에게는 그곳에 간다고 말도 하지 않았
고, 앨리스는 동행하고자 했으나 혼자 다녀오고 싶었으므로 만류하였다.
한 시간 반 가량의 운전 끝에 롱아일랜드 시골에 위치해 있는 워론 공동체를
찾을 수 있었다. 큰 댓자로 뻗어있는 회색의 부지는 샛길 쪽으로 나있는 입구
옆의 두 개의 콘크리트 기둥과 광이 번쩍번쩍 나는 놋쇠로 만든 '워런 주정부
소속 훈련소' 간판만으로 바깥 세상에 들어나 있었다.
'제한속도 15킬로/에이치'라고 써 있는 도로 표지로 인해 차를 천천히 몰며, 나
는 사무실을 찾았다. 견인차가 초원을 가로 질러 내 쪽으로 다가오는데 차 뒤ㅉ
고에 대롱대롱 매달린 두 사람이 보였다.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며 윈슬로 씨의 사무실을 물으니 운전수가 견인차를
세우며 왼쪽 전방을 가리켰다.
"본관 병동 안에 있어요. 좌회전하면 오른쪽이예요."
견인차 뒷쪽 난간에 매달려 계속 텅빈 미소를 짓는 수염이 덥수룩한 청년을
나느 계속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선원들이 쓰는
모자를 쓰고 챙을 내려 아이처럼 눈을 가리고 있었다. 그의 커다란 눈과 미심쩍
은 눈빛과 마주쳤으나 나는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견인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
작했을 때 나는 그가 아직까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백
밀러를 통해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나를 아주 불쾌하게 했다. 그는 자꾸 찰리를
생각나게 했다.
수석 심리학자가 너무 어려보이는 큰 키에 야윈 남자였으므로 나는 무척이나
놀랐다. 그는 매우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안정적인 파란 눈은 그가
동안의 얼굴 뒤에 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는 자신의 차에
나를 태우고 이곳 저곳을 데리고 다니며 보여주었다. 휴계실, 병원, 학교, 행정사
무실과 그가 별장이라고 부르는 이층짜리 벽돌로 지은 환자들 숙소 등등......."
"나는 워런에 울타리가 쳐져있는 줄 몰랐습니다."
"입구 쪽에 문이 있고 주변엔 호기심 어린 시선들을 물리칠 산울타리를 쳐놨
죠."
"그러면...... 그들이...... 헤매고 돌아다니다 밖으로 나가는 건 어떻게 막나요?"
그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막을 수 없죠. 어떤 이들은 헤매다 밖에까지 나가지만 대부분 다시 돌아옵니
다."
"찾으러 가지 않나요?"
그는 내 질문의 의도를 알아내려는 양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니요. 밖으로 빠져나가 문제를 일으키면 주민들이 알려주니까 곧 알게 되지
요. 어떤 때는 경찰이 데리고 오기도 합니다."
"만약 안 데려오면요?"
"만약 그들에 관해 아무 것도 들리는 게 없으며, 우리는 그들이 밖에 나가 잘
적응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요. 이곳은 감옥이 아니라는 걸 골든 씨가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정부에 의해 밖으로 나간 환자들을 찾기 위해 모든 노
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기로 규정되어 있습니다만 사천여 명의 환자들을 항상 면
밀히 감독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죠. 그리고 바깐 세상으로 나가는
환자들은 그렇게까지 심한 정신박약아들은 아닙니다-요즘은 그런 환자들보다도
뇌에 손상을 입어 24시간 돌봐줘야 하는 환자들이 주로 들어옵니다만-하여튼 경
증의 정신 박약아들은 마음대로 돌아다닙니다. 그러나 그들도 일 주일 정도 밖
에서 생활해 보고는 거의 다시 돌아오죠. 세상이 그들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곧
깨달으니까요."
우리는 차에서 내려 그가 별장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들어갔다. 하얀 타일 벾
으로 되어 있는 실내에 쓰는 소독약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이 층의 로비는 후
게실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약 일흔 다섯 명 정도로 보이는 소년들이
점심시간 종이 울리길 모여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좀 덩치가 커보이는 소
년이 14세 내지는 15세 정도로 보이는 소년을 보호하듯 안고 있는 모습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우리가 들어서자 그들은 모두 몸을 돌려 우리를 쳐다 보았는데
그중에 좀 대범한 아이들은 가까이 다가와 나를 빤히 바라보기도 했다.
"신경쓰지 마세요."
그는 나의 표정을 보며 말을 이었다.
"해꼬지 하지는 않을 거에요."
그 방의 책임자로 보이는 잘생기고 골격이 큰 여인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
녀는 입고 있는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풀먹인 치마 위에 청색 앞치마를 두르
고 있었다. 그녀는 무거운 열쇠고리를 벨트에 차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녀가 움
직일 때마다 딸랑딸랑 소리를 냈다. 그녀가 옆으로 돌아섰을 때야 나는 그녀의
왼편 얼굴에 있는 적포도주 빛의 커다란 모반을 볼 수 있었다.
"손님이 오실 줄은 몰랐는데요, 윈슬로 씨. 보통 방문객들은 화요일이나 목요
일에 데리고 오시잖아요."
"델마, 이분은 비크맨 대학의 골든 씨예요. 그냥 우리가 하는 일을 둘러보고자
오셨어요. 별로 상관없을 것 같아서 모셔왔는데, 어느 요일이든지 상관없잖아요,
델마한테는."
그녀는 격렬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상관없어요. 그렇지만 수요일은 메트리스를 뒤집는 날이잖아요. 이곳의 냄
새는 목요일이 훨씬 낫죠."
나는 그녀가 얼굴의 모반을 숨기려 계속 내 왼쪽에만 서있다는 것을 눈치챘
다. 그녀는 나를 큰 공동침실, 세탁실, 보급실, 그리고 식당으로 데리고 다니며
안내했다.
식당은 모든 준비가 된 채 배급소에서 음식이 날라져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
다. 그녀는 연신 미소를 띄우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표정과 높이 틀어
올린 머리가 그녀를 로트렉(프랑스의 화가)의 댄서처럼 보이게 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한번도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감독하고 있는 이곳
에서 살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하고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삼백 명의 소년들을-그중 일흔다섯 명은 지금 이곳에 있지요-지켜보기엔 우
리들 다섯 명으론 턱없이 부족해서 그들을 통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
도 이곳은 저쪽 지저분한 별장보다는 훨씬 나은 거죠.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
은 오래 못 있어요. 아기들이야 괜찮지만 다 큰 어른들이 스스로 처리를 못 하
니 더럽고 불결하지요, 뭐."
"마음이 참 고우신 분 같군요. 이곳의 소년들은 당신 같은 분이 감독자로 계시
니 행운이에요."
그녀는 기분이 좋은 듯 이를 드러내며 웃었지만 계속 앞만 보았다.
"여기 계신 다른 분들이랑 다 똑같죠, 뭐.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는 이 아이들
을 좋아해요. 그리고 애들이 얼마나 절 필요로 하나를 생각하면 보람을 느끼지
요."
그녀 얼굴에서 미소가 잠깐 떠났다.
"정상적인 아이들은 너무 빨리 커버리죠. 자신들을 사랑하고 길러준 사람이 누
구인지도 잊고 자기네들 길을 찾아 떠나죠. 하지만 이 아이들은 평생 동안 저의
손길이 필요하니까요."
그녀는 자신이 너무 심각했다는 것을 느꼈는지 당황스럽게 웃었다.
"힘들고 고된 일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어요."
읜슬로 씨가 점심시간 종을 울리니 소년들이 금새 식당 안을 가득 메웠다. 조
그만 소년을 안고 있던 덩치가 큰 아이는 이제 그의 손을 잡고 그를 식탁으로
이끌고 있었다.
"저기 저 아이들 말입니다."
그 아이들을 가리키며 윈슬로 씨에게 말했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큰 아이는 제리이고, 작은 애는 더스티라고 합니다. 저런 장면을 가끔씩 보죠.
아무도 관심을 안보이면 저렇게 자기네들끼리 인간적 교류와 애정을 가지려 하
는 것 같습니다."
학교로 걸어가며 다른 별장을 지나치는데 그곳에서 외마디 비명소리와 울부짖
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창문에는 창살이 되어 있었다. 윈슬로 씨는 처음으
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특별보호별장입니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정신박약아들이 있지요. 기회만 있
으면 본인이나 주위 사람들을 헤치려고 해서 케이별장에 놓고 가둬둡니다."
"정서불안 환자들이라고요? 그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예, 그래야죠. 하지만 그렇게 규정짓기가 쉽지가 않아서요. 경증의 정서불안
환자들은 이곳에 온 뒤에야 발작을 일으키거든요. 또 어떤 환자들은 법원에서
판사의 판결을 받고 이리로 보내진 환자들이죠. 하지만 진짜 큰 문제는 환자들
은 많은데 그들을 수용할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지금 이곳에 들어
오려고 기다리고 있는 신청자가 몇 명인줄 아세요? 천사백 명이라구료. 그런데
우리는 연말이나 되어야 스물다섯 명 내지 서른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어요.
그것도 그때 가봐야 하는 얘기지만."
"지금 그 천사백 명의 신청자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집이나 다른 기관에서 여기에 자리가 나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겠죠.
우리들 문제는 다른 일반 병원의 혼잡과는 차원이 틀리죠. 여기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일생을 보내려 오는 거니까요."
커다란 창문이 있는 일층짜리 유리와 콘크리트로 지어진 학교 건물 안에 들어
가며 지금 이 복도를 정신지체아가 되어 다시 걸어들어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고 상상해 보았다. 나는 청년들과 소년들 틈에 끼어 교실로 줄지어 들어가고
있는 내 모습을 그려보았다. 이마도 나는 휠체어에 탄 사람을 밀고 있거나 다른
이의 손을 잡아 이끌거나 작은 소년을 앞에 안고 있을 것이다.
한떼의 청년들이 선생님의 감독 아래 의자를 만들고 있던 공작 교실에서는 그
들이 내 주위로 때를 지어 몰려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계속 쳐다보았다. 선생
은 톱을 내려놓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분은 비크맨 대학의 골든 씨에요."
윈슬로가 공작선새에게 나를 소개했다.
"여기 환자들을 둘러보러 오셨죠. 어쩌면 이곳을 매입하실지도 몰라요."
선생은 그의 학생들에게 손짓을 하며 웃었다.
"이분이 여-여길 사-사게 되면 우리도 가-같이 거-거들거예요. 그-그리고 목
공일도 더-더 많이 주실거예요."
선생이 공작 교실 안을 구경시켜 주는 동안 나는 이 청년들이 이상하리 만큼
조용히 일에만 몰두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들은 모두 조용히 완성된 의자를 샌
드페이퍼로 문지르거나 왁스칠을 하고 있었다. 선생은 내가 말을 꺼내지 않았음
에도 불구하고 나의 궁금증을 눈치챘는지 설명을 해주었다.
"이-이들은 모-모두 다 조용하지요? 다- 귀- 귀머거리, 벙어리에요. 여-연방
정부의 지-지원으로 모두 배-백여섯 명이 트-특별프로그램에 차-참여하고 있어
요."
이 얼마나 거짓말같이 우스운 얘기더란 말인가! 이들은 그냥 평범한 보통 사
람들보다 얼마나 더 부족한 게 많은지. 정신박약에 귀머거리, 벙어리까지. 그리
도 지금 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의자를 샌드페이퍼로 문지르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나사를 조이고 있던 청년 한 명이 하던 일을 멈추고 윈슬로의 어깨를 톡톡 쳤
다. 그리고는 다 완성된 목재들을 말리려고 올려논 선반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는 두번째 선반 위의 램프 밑둥을 가리키고는 이내 자신을 손가락질했다. 그
것은 판자들을 조각조각 맞춰놓은 아주 형편없는 것이었지만 읜슬로와 선생은
열광적으로 그의 작품을 칭찬하였다. 그는 자랑스러운 듯이 웃으며 나의 칭송을
기다리는 양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입을 과장되게 크게 벌려 말해주었다.
"그래요. 아주 잘 했어요. 아주 좋아요."
나는 그가 칭찬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서 해주었지만 왠지 씁쓸한 공허감이
들었다. 그 청년은 나를 보며 미소를 짓더니 우리가 돌아나갈 때에는 달려와 작
별의 인사를 하는듯 내 팔을 어루만지는 것이었다. 갑자기 나는 목이 메이고 감
동이 울컥 솟아올라 우리가 복도에 다시 나올 때까지 내 감정을 다스리기가 어
려웠다.
이 학교의 교장은 땅딸막하고 살이 보기 좋게 붙은 인자한 어머니형의 여성이
었다. 그녀는 나를 단정히 정리된 차트 앞에 앉히고 이곳에 들어오는 환자들의
상태와 각각 다른 부에 속해있는 교직원들 그리고 소년들이 배우고 있는 과목들
을 상세히 알려주었다.
"물론 우리는 아이큐가 높은 정박아들은 많이 없습니다. 그들은- 그러니까 아
이큐 60이나 70정도의 정신 지체아들- 도시에 있는 학교의 특수반이나 지역사회
의 기관에 들어가도 되니까요. 아이큐 60이나 70의 아이들은 여기에 들어오기보
다는 바깥에서도 잘 살 수 있지요. 하숙집이나 양부모 집에서 살거나 아니면 논
이나 밭에서 일을 거들거나 공장에서 간단한 일도 하고 세탁장에서-."
"아니면 빵집에서도 일을 할 수 있지요."
하고 내가 말을 받았다.
"그래요. 그럴수도 있겠네요."
그녀는 잠시 얼굴을 찌푸리더니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 아이들을-저는 나이가 적건 많건 간에 그냥 아이들이라고 불러요.
여기서는 다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이니까요-단정한 아이들하고 지저분한 아이
들로 구분하지요. 그렇게 구분해 놓으면 수준에 맞춰서 각자 자신에게 맞는 별
장으로 보내요.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끼리 모아놓으면 별장의 운영도 쉽거든요.
지저분한 쪽에 속한 아이들 중에는 사고로 뇌에 손상을 입은 애들이 많아요. 그
런 애들은 구유같이 난간이 있는 침대 위에 눕혀놓고 죽을 때까지 일일이 돌봐
주어야 해요."
"혹은 과학이 긔들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찾을 때까지겠지요."
그녀는 미소를 듸우며 차근차근 말을 이었다.
"이 아이들은 과학의 힘이 미치지 않는, 도울 방도가 없는 아이들이에요."
"도울 방도가 없는 사람이란 없는 거예요."
그녀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빤히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래요. 우리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겠죠."
내가 그녀를 불안하게 만든 것 같았다. 내가 이곳에 그녀의 아이들중에 하나
가 되려고 실려온다면 어떨까? 나는 그녀가 말하는 지저분함과 단정함 중 어느
곳에 속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니 괜시리 웃음이 나왔다.
다시 읜슬로 씨의 사무실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며 그가 하는 일에 대하여 들
었다.
"여기는 좋은 곳이죠. 이곳 직원들 중에는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없어요. 밖에
서 이 주일에 한 번씩 들어와서 상담을 해주고 가는 사람은 있지만. 여기에 있
는 심리학자들은 모두 자신의 일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요.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고용할 수도 있었지만 그 돈이면 심리학자 둘을 쓰는 게 나으니까요. 심리학자
들은 또 이들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니까요."
"자기 자신을 희생하다니 무슨 뜻입니까?"
그는 나를 잠시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언뜻 분노의 빛이 그의 지친 얼굴 위
로 지나치는 것 같았다.
"돈이나 물질을 기부하는 이들은 꽤 있지만 자신들의 시간과 관심어린 애정을
이들에게 나눠주는 이는 드물지요."
그의 목소리가 점차 사나워지는 것 같더니 그는 책장 위에 올려놓은 빈 우유
병을 가리켰다.
"저게 보이십니까?"
그에게 나는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그게 뭔지 궁금했노라고 말해주었
다.
"어떤 사람들이 다 큰 성인을 품에 안고 우유를 먹이는 걸 즐기겠습니까? 환
자가 자신의 몸에 소변을 뿌리고 오물을 뒤집어 쒸우는 걸 좋아하겠습니까? 놀
라시는군요. 이해가 안 되시겠죠. 저 위에서 연구나 하며 생활하는 당신이 우리
환자들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나는 미소를 억제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그는 내 미소를 오해했는지 벌떡
일어나며 대화를 멈췄버렸다. 내가 나중에 이곳에서 생활하게 되어 그가 모든
것을 알게 되면 그는 이해하리라. 그는 정녕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 같았다.
워런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냉랭한 회색빛 냉기가 나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느낌-그것은 아마도
체념이었을 것이다.
아무도 이들의 사회복귀나, 회복되는 이들이 다시 바깥 세상에 나갈 그날에
관한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도 희망에 관해 얘기하지 않았다. 살아 생존
하고 있는 죽음의 느낌 아니 그것은 한 번도 제대로 살아있지 못하고 알지도 못
하는 애초부터 시들어가는 그들의 넋이었고 매일매일의 여백을 빤히 쳐다볼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운명이었다.
나는 얼굴에 커다란 모반이 있는 별장 감독과 말을 더듬는 공작 선생, 어머니
같이 인자하던 교장선생님과 굉장한 동안의 수석 심리학자가 어떤 연고로 워런
에 오게 되었으며 어떻게 이런 정신지체자들을 정성으로 보살필 수 있는지 그
까닭을 생각해 보았다. 내가 아직 보지 못한 고사들은 어떠할까?
나도 곧 이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여생을 함께 하려 워런으로 보내질지도
모르겠다. 그날을 기다리며-.
7월 15일 나는 어머니와의 만남을 계속 미루고 있다. 뵙고 싶기도 하고 또 아
닌 것 같기도 하고....... 어찌됐든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 확실해지면 그 다음
에 한번 보러가야겠다. 일단은 이 일 어떻게 돌아가는지 또 내가 무엇인가를 발
견할 수 있는지 봐야겠다.
알제논은 더 이상 미로를 달리기를 거부하고 있다. 오늘도 알제논을 보러 들
렸더니 스트라우스 박사도 와서 지켜보고 있었다. 니머 교수와 스트라우스 박사
는 둘 다 버트가 강제로 알제논에게 밥을 먹이는 것을 보고 상당히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그이 하얀 몸을 테이블에 고정시켜 놓고 점적기로 그의 목 안
에 음식을 집어넣는 걸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알제논에게 영양소를 주사로 투입하게 될 것이다.
끈 밑에서 몸부림 치는 알제논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메스껍고 숨이 막혀 깨끗
한 공기를 쐬로 연구소 밖으로 나와야 했다. 알제논과 나를 동일시 하는 걸 그
만 두어야할 텐데.
연구소에서 나와 술을 한 잔 하러 바에 들렸다. 그곳에서 페이를 전화로 불러
내 춤을 추러 갔지만 그녀는 춤추다 화를 내며 나만 남겨두고 가버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녀는 내가 자신을 춤추는 데에 자주 데려가지 않아 짜증이
나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흥미도 없
는 것 같다. 나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지루함을 나타내는데 주저하지 않는
다.
그녀는 이 세상에서 오직 세 가지 일에만 관심을 나타내는데, 그것은 춤추는
것과 그림 그리는 것 그리고 섹스다. 우리의 공통 관심사는 섹스밖에 없으니 그
녀가 내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주길 바라는 내가 이상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
녀는 신경쓰는 걸 싫어하니 그녀를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지만. 하여튼 그녀는
이제 혼자서 춤을 추러 다닌다.
그녀는 어제 자신이 내 아파트에 들어와 내 책과 노트에 불을 지르고 우리가
그 불빛 주위를 돌며 춤을 추는 꿈을 꾸었다고 했다. 그녀는 나에게 집착을 보
이는 것 같다. 앞으로 그녀를 조심해야 겠다. 그러고 보니 내 아파트가 점점 그
녀의 방과 비슷해 지는 것 같다-지저분하고 어지럽고.
내일부터 술을 줄여야겠다.
7월 16일 어제 앨리스와 페이가 마주쳤다. 나는 그녀들이 서로 내 아파트에서
마주치면 어떻게 하나 하고 염려했었다. 앨리스는 버트에게서 알제논의 소식을
듣고 그의 행동 변화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에 그리고 아직까지 나를 이 실험에
참여하라고 권한 것에 대한 책을 느끼고 있었기에 나를 보러 왔던 것이다.
우리는 늦게까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페이가 스타더스
트 볼륨으로 춤을 추러 간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녀가 일찍 돌아올 것이라고
는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1시 45분경 비상구를 통해 페이가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창문을 톡톡 두드리더니 반쯤 열려있던 창문을 열고 들어와 앨
리스와 나를 놀래켰다. 손에는 술병을 쥐고 춤추듯 걸어 들어온 페이가 말했다.
"파티에 불청객이 왔어요. 하지만 제 술은 제가 갖고 왔다구요."
나는 페이에게 앨리스가 대학에서의 연구에 같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었고,
앨리스에게도 페이의 이야기를 해놓았었으므로 둘은 그다지 당황스러워 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러나 잠시 서로를 살펴보던 두 사람은 예술과 나에 대하여 이야
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내가 그곳에 있는지 상관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서로의 비슷한 취향에 호감을 느기는 것 같았다.
"나는 커피를 가져올게요."
나는 그들을 단 둘만 남겨놓으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내가 돌아왔을 때 페이는 신발을 벗고 맨 바닥에 앉아 술을 병재 홀짝거리며
마시고 있었다. 그녀는 앨리스에게 자신의 생각엔 인간의 육체에게 일광욕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으며 누드촌은 이 세상의 모든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이
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앨리스는 우리 셋이 모두 누드촌에 들어가자는 페이의
제안에 히스테리한 웃음을 웃으며 페이가 따라주는 술을 받고자 몸을 내밀었다.
우리는 동이 틀 무렵까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내가 앨리스를 집까지 무
사히 돌려보내야 마음이 놓이겠다고 말했다. 페이도 이 시간에 여자 혼자 밖에
나가는 건 위험한 짓이라고 말했으므로 나는 앨리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택시
를 잡았다.
"그녀한테는 무언가 모르는 사람을 끄는 힘이 있어요."
집으로 가는 길에 앨리스가 말했다.
"확실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솔직함, 편견이 없는 탁트인 마음,
사리사욕이 없는 마음 등이......."
나도 그녀의 의견에 동의를 했다.
"그리고 그녀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그녀는 모든 사람을 다 사랑해요. 나는 그냥 건넛집에 사는 이웃일 뿐이요."
"그녀를 사랑하지 않나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사랑한 여자는 당신 밖에 없어요."
"그 얘긴 하지 마세요."
"그러면 나의 대화에서 중요한 원천을 끊는 것과 다름이 없어요."
"찰리, 내가 걱정하는 건 당신의 음주, 단 하나 뿐이에요. 당신의 숙취에 관한
얘기를 몇 번 들었어요."
"버트에게 실험대상에 대한 관찰과 자료보고를 제한하라고 말해요. 그가 당신
에게 자꾸 내 얘기를 나쁘게 하는 걸 가만 보고 있지만을 않겠어요. 술 마시는
건 내가 다 알아서 하니까 걱정말아요."
"그 말은 전에도 여러번 들었어요."
"당신에게 직접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이 점 하나는 그녀가 정말 마음에 안들어요. 당신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당
신 지금 하는 일에 방해가 되잖아요."
"그것도 내가 다 아아서 잘 하고 있어요."
"찰리,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수백만 명의 이름 모르는 사람들에게 중요
하지만 당신 자신에게도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지요? 찰리, 당신을 위해서
도 이번 문제를 잘 풀어나가야 해요. 주위 사람들 때문에 방해를 받아서는 안돼
요."
"아, 이제야 진심이 나오는군. 내가 그녀를 자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거
죠?"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런 뜻으로 말한 거잖아요. 페이가 나의 연구에 방해가 된다면 그녀
를 내 삶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것을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잖아요."
"아니요. 저는 당신이 그녀를 당신의 삶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요
그녀는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당신은 그녀처럼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여자가 옆에 있어야 되요."
"나한테는 당신이 더 좋은 여자예요."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페이 같은 그런 식으로는 아니지요."
그녀는 이제 다시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저는 오늘 저녁 그녀를 미워할 만반의 준비가 다 되어 있었어요. 당신이 오다
가다 알게 된 상스럽고 바보 같은 천한 여자로부터 당신을 구원해내리라는 거창
한 계획도 세워가지고 왔었죠. 그런데 그녀를 실제로 만나보니까 제가 그녀의
행실에 대해 뭐라 판단할 입장이 못된다는 것을 깨달은 거예요. 제가 설차 찬성
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당신에게 아주 좋은 여자인 것 같고, 그래서 저는 맥이
좀 빠졌어요. 하지만 당신이 그녀와 계속 술을 마시고 나이트클럽이나 무도장을
전전하며 춤을 춘다면 그녀는 당신의 연구에 방해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이 문
제는 오직 당신만이 해결할 수 있어요."
"또 그 말이군요."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녀와의 관계가 아주 깊은 것 같던데요."
"그렇게 깊지는 않아요."
"그녀에게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했나요?"
"아니."
아주 미세하지만 나는 그녀에게서 안도의 빛을 보았다. 비밀을 페이에게 이야
기 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그녀에게 그다지 깊이 빠져들지 않은 게 되는 것이다.
앨리스와 나는 둘 다 페이가 아무리 놀랄만한 멋진 여성이라고 해도 결코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필요했어요, 그녀가 나를 필요로 했듯이. 그리고 서로 가까이 살
고 있으니까, 그건 사랑이 아니라 편리함이었을 거예요. 그게 다예요. 우리 사이
에 존재하는 그건 사랑이란 감정이 아니예요."
그녀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난 우리 사이에 뭐가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주 깊고 심오하며 뜻 있는 그런 거요. 그래서 내 안에 있는 찰리가 당신과
사랑을 나누려 하면 항상 겁내고 두려워하는 거예요."
"그녀와 있을 때는 괜찮나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나와 페이와의 사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았지요. 그녀와 있을 때
찰리가 당황해 하거나 무서워하지 않으니까요."
"참 대단하구요."
하며 그녀는 웃었다.
"당신이 그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는 찰리가 갑자기 미
워지는데요. 무척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당신 생각엔 찰리가...... 우
리들을 ...... 가까워지게 할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그랬으면 좋으련만......."
나는 그녀를 문 앞에까지 바래다 주고 악수를 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그 악
수가 포옹보다 더 가깝고 친밀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페
이와 사랑을 나누며 계속 앨리스를 생각했다.
7월 27일 하루종일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페이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실험실에 간이침대를 들여놨다. 그녀의 나에 대한 집착이 갈수록 강해지고 나의
연구에 화를 내고 있다. 그녀는 아마도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은 용납할
수 있지만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에 내가 푹 빠져 지내는 것은 싫은
모양이다. 이 지경까지 이를까봐 염려했었지만 이제 나에게는 그녀에 대한 인내
가 점점 말라가고 있다-누구든지 내 시간을 빼앗는 자에게는 참을서이 없어진
다. 나는 시간의 대부분을 내 서류철에 따로 모아 노트하는데 할애하지만, 틈틈
이 습관적으로 나의 심정과 생각을 억압하며 답답해하기도 한다.
인간의 지능을 계산한다는 것은 참으로 황홀하리만치 멋있는 학문인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은 내평생 동안 다루어왔던 문제이기도 하니 내가 지금껏 습득한 모
든 지식과 학식을 적용하기엔 더없이 좋은 연구과제인 것 같다.
시간은 다른 차원을 가정하고 있다-해답을 찾기위해 일과 연구에 빠지자니 나
를 둘러싼 세상과 나의 과거가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시간과 공간이 늘어나 고
리를 만들고 비틀어져 이상한 모양이 되어, 나의 과거를, 나를 둘러싼 세상을 왜
곡하고 일그러뜨린다. 실존하고 있는 것은 오직 이 빌딩 4층 실험실 안에 있는
쥐와 그들의 우리와 그리고 다른 실험 기구들 뿐이다.
지금 나에겐 밤도 낮도 존재하지 않는다. 남들은 일생을 걸려 할 연구를 몇
주의 시간 안에 다 끝내야 한다. 내 몸은 쉬어야한다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앞
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확실히 알기 전까지는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앨리스는 지금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녀는 실험실로 커피와 샌드
위치 등을 날라오지만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는다.
내가 인식하고 있는 모든 것이 다 선명하고 또렷하다. 모든 감각이 다 강화되
고 밝게 비추어져 빨강과 노랑과 파란색이 각각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다. 실험
실에서 잔다는 것이 나에게 이상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실험에 사용되는 동
물들, 쥐와 개, 원숭이들에게서 나는 냄새가 내 기억을 회전시켜, 내가 지금 느
끼고 있는 느낌이 새로운 감각인지 아니면 단순히 옛날에 느꼈던 감정을 지금
기억해낸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어디까지가 나의 기억이고, 어디서부터가
지금 실존하고 있는 것인지 구별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리하여 기억과 실재가 뒤
엉키어 이상한 합성물을 형성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 내 뇌 안에 있는 자극에
대한 반응 그리고 이 실험실 안에 있는 자극에 대한 감응. 마치 내가 여태껏 배
워온 모든 지식과 학문이 융해되어 내 눈 앞에서 크리스탈로 된 또 다른 세계를
형성한 것 같다. 크리스탈 우주의 모든 다면체가 호화찬란한 빛을 발휘하며 빙
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원숭이가 우리에 앉아 졸린 눈을 부릅뜨고 나를 빠히 쳐다보고 있다. 노인의
주름살진 손으로 볼을 비비며 끽끽...... 끽끽...... 끽끽끽...... 우리의 철망 위, 다
른 원숭이들이 멍히 앉아 바라보고 있는 그네 위까지 뛰어오른다. 오줌을 싸며
배변을 하고 방귀를 껴대면서 나를 빤히 쳐다보며 웃는다. 끽끽......, 끽끽......, 껑
충껑충 뛰어오르고 재주를 넘으며 그네 위에 있는 원숭이의 꼬리를 잡으려고 몸
을 흔들지만 그네 위의 원숭이는 그이 손을 쳐서 떨어뜨린다. 소동도 일으키지
않고 아래에 있는 원숭이의 손아귀를 피하는 착한 원숭이......, 대단한 원숭
이......, 큰 눈과 채찍 같은 꼬리를 가진 원숭이, 땅콩을 주 싶은데 그래도 될
까? 아니야. 담당자가 시끄럽게 야단할 것이다. 저 표시판에도 먹을 것을 주지
말라고 써있지 않은가? 아, 저 놈은 침팬지이구나. 가서 쓰다듬어주어도 될까?
아니야 나는 침팬지 말고 치패지를 쓰다듬어주고 싶은데, 다 관두고 이리 와서
코끼리나 좀 들여다 보지 그래.
밖에는 밝고 환한 사람들이 봄옷을 입고 있다. 알제논은 자신의 배설물 위에
드러누워 꼼짝도 않고 있다. 악취가 이토록 심하게 난 적은 없었는데.......
나는 과연 어떠할까?
7월 28일 페이가 새로운 남자 친구를 사귀었다. 어젯밤 그녀와 함께 보내려고
집에 들어가 술 한 병을 들고 비상구를 통해 그녀의 아파트로 기어갔다. 다행히
창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에 무심코 안을 들여다 보았는데 그녀가 그 남자와 소
파에 함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안
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다시 알제논과 일을 하려고 실험실로 돌아왔다. 그는 때때로 무기력 상
태에서 빠져나와 미로 속을 달리기도 하지만 미로를 풀지 못하고 막힌 곳에 오
면 난폭하게 반응한다.
나는 실험실에 돌아와 알제논을 보러갔다. 그가 알아차리고는 나를 잘 아는
듯이 내게 다가왔다. 미로를 달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 같았으므로 그를
그물로 된 덧 안에 내려 놓았다. 연거퍼 두 번이나 알제논은 재빨리 미로를 달
려 성공적으로 포상 박스로 들어갔다.
그러나 세 번째에는 반정도 왔을 때 갈림길에 와서 멈추어 서서는 망설이더니
틀린 쪽으로 돌아서는 게 아닌가! 나는 어떤 일이 일어날 줄 뻔히 알고 있었으
므로 알제논이 막다른 곳에 다다르기 전에 그를 꺼내고 싶었다. 그러나 내 자신
을 억누르고 그를 계속 지켜봤다.
그는 자신이 생소한 길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서서히 멈추어 서고
는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다시 뛰기 시작했다가 곧 멈추고 뒤
로 두 발자국 정도 갔다가 돌아서서는 다시 앞으로 가길 계속하는 것이었다. 그
러나 결국 막다른 곳에서 가벼운 쇼크를 받고는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음을 알아
챘다.
그는 돌아서서 다른 길을 찾아 나서지 않고 원을 그리고 돌면서 홈을 긁는 축
음기 바늘처럼 계속 찍찍거리며 울기만 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미로의 벽에다
집어던지듯 내팽겨치기를 계속 반복하더니 갑자기 위로 뛰어올라 몸을 비틀고는
떨어지기를 연거푸 되풀이 했다. 발톱이 두 번 정도 천장의 철사로 된 체눈 위
에 걸렸는데 요란한 새된 소리로 비명을 지르더니 포기하고 떨어져선 또 다시
시도하는 것이었다, 그는 갑자기 멈춰서서는 몸을 조그만 공처럼 웅크렸다.
내가 그를 들어올린 뒤에도 몸을 풀 생각을 하지 않고 혼수상태에 빠진 것같
이 가만히 있었고 그의 머리와 사지는 밀랍 인형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를 다시
그의 우리 안에 집어 넣고는 그가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깨어나 다시 평상시 대
로 움질일 때까지 지켜보았다.
나는 그의 그런 반응에 대한 이유를 찾는 것을 회피하고 싶어졌다.
아마도 이건 무슨 특별한 경우가 아니었을까? 어떤 부분적인 상호작용이었을 수
도 있고, 아니면 전체의 진행에 기본적으로 중요한 결핍이 있었을 수도 있다. 아
무래도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꼭 알아내야겠다.
만약 내가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해답이 정신지체에 대한 연구
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나를 비롯한 다른 정신박약인들에게 작은 도움이라
도 될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
도 내가 만약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나는 천 번의 정상인의 삶을 산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7월 31일 나는 요즘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지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내가
이 상태로 나가면 끝내 내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내
가 요즘 전에는 알고 있지 못하였던 최고의 명료함과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었
음을 모르고 있다.
내 몸 안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연구와 조화를 이루어 낮에는 모든 지식을
여과없이 다 흡수하고 밤-즉 내가 잠을 이루기 전의 순간에는-새로운 생각과 관념
이 불꽃처럼 머리 속에 떠오른다. 이 세상에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어 충만
시키는 것보다 더 큰 희열은 아마 없을 것이다.
만약 나의 이런 끓어오르는 원기와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넘쳐나는 열정을 거
두어 갈 수 있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인 것인가. 마치 지난 몇 달 동안 내가 머
리 속에 집어 넣은 모든 지식들이 연합하여 나를 절정의 깨달음의 경지로 들어
올리는 것 같다. 이 느낌은 사랑과 진실과 아름다움의 합성이고 희열이다. 이제
이 느낌을 찾은 이상 내 어찌 이것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인간에게 있어서 삶과 연구 만큼 필요하고 도움이 되며 좋은 것은 없는 것 같
다.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아주 빠른 시간 안에-그 해답이 나의 의식 밖으로
표출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연구와 사랑에 빠져
있는 것이다. 지금 이 문제의 해답만 찾을 수 있다면....... 나는 하느님께 이 해답
이 내가 원했던 것이 되기를 간절히 빌지만 만약 아니더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
고 감사들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페이의 새로운 남자친구는 스타더스트 볼륨의 교습 선생이다. 나는 그녀와 함
께 있을 시간이 별로 없기에 그녀를 비난할 수 없다.
8월 11일 지난 이틀 동안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느낌이다. 어딘가에서부터 잘
못되긴 했는데....... 나는 내 질문에 대한 해답을 획득하긴 하지만 중요한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직 얻지 못하고 있다.
알제논의 퇴보가 이 실험의 가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다행이 나는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기에 이 장애물 앞에서 애써
고민하지 않고 당황해 하다가 포기하는 대신에-아니면 답을 찾으려고 내 자신을
들볶다 더 상황을 악화시키던가-마음을 비우고 지켜보고 있다. 나는 내 자신이
의식하고 있는 것 한도 내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기에 이제 나의 의
식 밑의 불가사의 한 작용에 모든 걸 맡기기로 했다.
설명하기는 좀 어렵긴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배우고 체험한 것들이 자꾸 문
제를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무리를 하며 안달하는 것은 뇌를 동결시킬
뿐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연구를 옆으로 제처둔채 니머 교수의 칵테일 파티에
참여했다. 도대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얼마나 많은 중대한 문제들이 인간의 무
지와 창조적인 진행과 자신들에 관한 믿음의 부재로 전체의 지성을 가로막아 아
직도 미해결인 채로 남아있단 말인가!
니머 교수의 칵테일 파티는 그의 부인이 자신의 남편이 연구보조금을 받도록
도움을 준 재단의 두 명을 위해 개최한 것이었다. 나는 페이를 데러가려고 하였
으나 그녀의 오늘 데이트가 있고 차라리 춤을 추러 가고 싶다고 하였으므로 관
두었다.
나는 처음에는 기분좋은 시간을 보내고 친구도 많이 사귀려고 무척 노력하였
으나 요새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기가 무척 어렵다.
내가 원인인지 아니면 다른 이들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대화를 시도하면
꼭 2-3분 뒤에 시들해지면서 할 말이 없어지고 앞에 벽이 생기는 것이다. 그들
이 나를 두려워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나에 대해서 별로 상관을 하지 않고 자신
들에 대한 심오한 관심도 없어서일까?
나는 술잔을 손에 쥐고 큰 파티장을 헤매며 돌아다녔다. 사람들이 여기 저기
서 몇 명씩 떼를 지어 대화의 꽃을 피우고 있었으나 나는 도저히 그 안에 낄 수
가 없었다.
니머 교수의 부인이 나를 구석으로 끌고가 재단의 위원 중에 한 명인 히람 하
베이 씨에게 나를 소개하였다.
니머 교수의 부인은 40대 초반의 금발 여인으로 화장을 진하게 하고 긴 손툽
에는 빨간색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었다. 굉장히 활동적으로 보이는 그 여인은
하베이 씨와 팔짱을 끼고 서서는 내가 하고 있는 연구가 잘 되어가고 있는지를
물었다.
"아주 잘 되어가고 있어요. 지금 아주 어려운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
고 있는 중입니다."
그녀의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미소를 지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당신이 돕기로 나선 걸 무척 고맙게 생각
하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남이 잘 하고 있던 연구를 넘겨 받는 것
보다 자신이 상상하고 착상해낸 계획을 새로 시작하여 연구하는 것이 훨씬 더
보람되고 재밌지 않을까요?"
그녀는 매서우리만치 예리했다. 이 연구의 주된 공헌을 한 이는 자신의 남편
이라는 사실을 하베이 씨가 잊지 않기를 바랬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말을 받아
쳐주고 싶은 욕망을 참기 어려웠으므로 얼른 말을 이었다.
"그 누구도 새로운 시작을 하는 사람은 없답니다. 사모님. 누구나 다 다른 사
람의 실패 위에 다시 쌓아올리는 거죠. 과학에는 본래의 독창적인 것이란 존재
하지 않아요. 다만 모든 사람들의 조그마한 기여가 합쳐서 고이장한 지식을 탄
생시키는 거죠."
"물론 그렇겠지요."
그녀는 내가 아닌 하베이 씨를 보며 얘기하고 있었다.
"골든 씨가 처음부터 끝부분의 작은 문제에 대한 도움을 주지 못해서 아쉽군
요."
그녀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참, 근데 그때에는 이런 심리적인 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지요?"
하베이 씨도 같이 웃고 있었으므로 나는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이 여인은
내가 이 대화의 끝을 내는 걸 원치 않고 있었으나 더 이상 계속 얘기를 하다간
둘 다 험악한 꼴을 보일 것 같았다.
스트라우스 박사와 버트는 웰버그 재단에 있는 또 다른 사람, 조지레이놀 씨
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스트라우스 박사가 말했다.
"이런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는 데에는 연구 기금이 충분히 있어야 하는데 넉
넉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어디에 얼마를 쓰라고 금액을 일정하게
못 박아 놓으니 일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레이놀 씨가 머리를 저으며 들고 있던 시가를 주위에 있던 작은 그룹에게 흔
들어 댔다.
"진짜 문제는 위원회에게 이 연구가 실용적인 가치가 있다고 설득하는 것입니
다."
스트라우스 박사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이 돈은 연구를 위한 자금으로 마련해 놓은
것이라는 겁니다. 이 프로젝트가 실용적으로 유익한 결과를 낼지는 아무도 예측
할 수 없습니다. 결과가 비관적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이 있지요. 그러나 우리는
적어도 그것이 틀렸다는 것만이라도 알게 될 것이고 결과가 비관적이라고 해도
다음 세대 즉 이것을 나중에 이어받을 사람들이 무엇을 발견해내는 데도 큰 도
움이 될 겁니다. 그들은 적어도 무엇이 실패 요인인지는 알게 될테니까요."
내가 그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려 하는데 저쪽에서 아까 인사를 나눈 레이
놀 씨의 부인이 나를 계속 응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이삼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갈색머리를 가진 미녀는 마치 내 머리에서 무엇이 자라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내 머리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그녀를 계속 마주 보아주
었더니 그녀는 불편한 듯 스트라우스 박사 쪽으로 돌아서며 묻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지금
껏 개발하신 기술을 다른 정신박약아들에게 쓸 수 있으리라고 보세요? 세상에
도움이 될만한 기술인가요?"
스트라우스 박사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내 쪽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뭐라고 단정짓기는 곤란합니다. 부군께서 찰리를 이 연구에 참여하도록
하셨는데 앞으로 찰리가 무얼 알아내는냐에 달려있지요."
"그래요. 우리 모두가 다 과학이라는 분야에 순수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걸 알
지요. 하지만 이 연구를 통해서 영구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실행 가능한 방
법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뭔가 손에 잡히는 그런 결과를 얻을 수만 있다면. 우
리 재단 이미지에 아주 많은 이득이 될텐데......."
나는 레이놀 씨를 향해 이야기를 하려고 입을 열었으나 스트라우스 박사가 눈
치를 챘는지 일어나 내 어깨에 손을 언고 이야기를 해서 그만 둘 수밖에 없었
다.
"우리 대학측은 지금 찰리가 하고 있는 연구가 최고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찰리는 어떤 방향이든지 진실을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재단의
기금으로 공익을 위하고, 사회를 교육하고 있는 겁니다."
박사는 레이놀 부부에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이끌고 나왔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런 게 아니었는데요."
박사는 내 팔꿈치를 잡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자네의 눈빛을 보니 자네가 레이놀 씨 부부에게 무례
히 일격을 가할 것 같아서 그냥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네. 내가 그것을 어찌
용납할 수 있었겠는가?"
"당연히 그럴 수 없으셨겠죠."
마티니잔을 또 집어들며 대꾸하였더니 그가 말했다.
"그렇게 많이 마시는 게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하나?"
"아니요. 하지만 지금 긴장을 풀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긴장을 풀기
에는 장소가 적합하지 못한 것 같네요."
"천천히 마시게. 그리고 문제를 일으키지 말게. 여기 모인 사람들은 바보가 아
니야. 자네가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기분 나빠할걸세. 자네는 저들이
필요없을지 몰라도 우리에겐 필요한 사람들일세."
나는 그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며 말했다.
"노력해보죠. 하지만 레이놀 씨 부인이 내게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주세요. 그
녀가 한번만 더 날 향해 엉덩이를 꿈틀대면 가만있지 못할테니까요."
"쉬-, 그녀가 듣겠네."
나도 똑같이 흉내를 내며 대꾸했다.
"쉬-. 죄송합니다. 저는 그냥 저쪽 구석에나 쳐박혀 방해가 되지 않게 합지요."
주위가 안개가 낀 것같이 탁하였으나 사람들이 나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 느껴
졌다. 내가 아마 투덜거리고 있었나보다-다 들린 정도로. 나는 내가 뭐라고 중얼
거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잠시 후 사람들이 너무 일찍 파티장을 나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니머 교수가 내 앞에 다가와 섰을 때까
지는 별다른 주의를 주지 않고 있었다.
"자네는 지금 자네가 이따위로 행동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내 생애에 이렇
게 비위에 거슬리게 버릇없는 행동은 처음 보네."
나는 일어서려고 애쓰며 대꾸했다.
"지금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데요?"
스트라우스 박사님이 니머 교수를 제지하려고 하였으나 교수는 흥분하여 숨을
헐떡거리며 말을 이었다.
"왜 내가 이런 말을 하냐구? 그건 자네가 지금 자네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
도 없고 감사할 줄도 모르기 때문이지. 우리나 여기 계신 분들에게 어려모로 빚
을 진 걸 모르나?"
"대체 언제부터 실험대상이 감사를 표한단 말입니까? 당신들 목적에 이용당해
주고, 당신의 실수를 만회하려고 애쓰고 있는 내가 왜 당신에게 빚을 졌단 말입
니까?"
스트라우스 박사님이 우리를 떼어놓으려고 하자 그는 말리며 계속 입에서 침
을 튀겼다.
"가만 있어보게. 말하는 걸 계속 들어보자구. 이쯤에서 이런 얘기를 해야한다
고 생각해."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은데요."
니머 교수의 부인이 참견을 하자 니머 교수가 콧방귀를 꼈다.
"그렇게 많이 마신 건 아냐. 그래도 꽤 논리정연하게 아야기를 하잖아. 예전부
터 기분 나쁜 것을 참고 있었는데 오늘 본인의 입으로 우리 실험을 위험에 몰아
넣는-아예 망치지 않았다면-이유를 들어야겠어."
"관두지요. 진실을 듣고 싶지는 않을테니까요."
"아니 나는 듣고 싶네. 찰리. 적어도 자네가 느끼는 진실이 뭔지 알고 싶네. 자
네가 얻은 모든 것-자네가 발전시킨 능력이라던가 새로 배운 것, 경험한 것, 그
런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는지, 아니 지금의 모습보다 수술 전의 모습에 더
만족하는 건가?"
"어떤 면에서는 그래요."
나의 대답은 그들을 놀래킨 것 같았다.
"나는 지난 몇 달 동안 나 자신 뿐만 아니라 인생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많은
것을 배웠죠. 그리고 찰리 골든이 정신박약아든 천재이든 진실로 상관하는 사람
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수술 후의 모습이 더 낫다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니머 교수는 웃으며 말을 했다.
"아, 그러니까 지금 자네는 자네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져서 이러는 거구먼. 이
이상 무얼 더 바랬는가? 실험은 자네의 지능을 높이기 위해 계획된 거지 자네를
인기인으로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었어. 우리는 자네의 성격까지 통제할 순 없
었고 자네는 착하고 호감가는 정신지체자에서, 거만하고 이기적이고 반 사회적
인 인간 말종으로 변한거고."
"나의 존경하는 교수님. 진짜 문제는 당신은 수술을 통해 지능을 높여서 자신
의 명예를 위해 계속 가두어 놓고 전시할 사람이 필요했다는 데 있습니다. 나도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당신도 알아야 합니다."
니머 교수는 무척 화가 나 있었고, 여기서 싸움을 중단해야 할지 한 번 더 나
를 물고 늘어져야 할지 망설이는 것 같았다.
"예전부터 느끼던 거지만 자네는 참으로 불공정한 사람이구먼. 우리는 자네를
잘 대해 왔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모든 걸 다했다고."
"나를 인간으로 대한 것 빼고 모든 것을 다 해주었다는 거겠죠. 당신은 계속
내가 수술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잘난 체하시는데 그 이유가 뭔지 내가
말해볼까요? 내가 수술 전에 아무것도 아니었다면 당신은 나를 창조한 신이고
주인이 되니까요. 당신은 내가 매시간마다 고마워하며 쩔쩔매지 않는 게 불만이
지요? 당신이 믿거나 말거나 나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나
를 위해 어떤 놀랍고도 위대한 일을 해냈다고 해도 그것이 나를 실험용 동물처
럼 취급해도 좋다는 권리를 주는 건 아니라구요. 나는 지금도 나라는 고유의 사
람이고 실험실에 들어오기 전에도 또한 그래왔다구요. 무척 놀라시는군요. 그래
요, 갑자기 내가 수술 전에도 똑같은 사람이었다는 게 믿겨지나 보죠? 아이큐
100 이하의 사람도 사람대접 받을 권리가 있다구요, 교수님. 제 생각에 교수님은
저를 볼 때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시는 것 같은데요."
"됐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자네는 많이 취한 것 같군."
"아니예요. 취하지 않았어요. 내가 정말 취한다면 당신은 지금의 내가 아닌 다
른 찰리 골든을 보게 되죠. 실험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찰리.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찰리를요."
"그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에요."
니머 교수의 아내가 끼어들며 말했다.
"마치 두 명의 찰리가 공존하고 있는 것처럼 말을 하잖아요. 스트라우스 박사
님, 박사님께서 좀 살펴보셔야 되겠어요."
스트라우스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나는 찰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합니다. 심리치료시간에 찰리가
많이 언급했었지요. 기이한 분열증상이 지난 달부터 일어나고 있어요. 그는 몇
번인가 자신을 예전의 찰리로 인식하고 있었어요. 독단적으로 떨어져 있는 그의
의식 속에 아직 뚜렷이 살아 작용하고 있는 예전의 찰리를요. 그건 마치 예전의
찰리가 다시 자신의 몸에 주인이 되려고 투쟁하고 있는 것같이 느껴졌지요."
"아니예요. 나는 그런 말한 적 없어요. 찰리가 다시 내 몸을 통제하려고 투쟁
하다니요? 찰리는 내 안에 있지만 나를 밀쳐내려고 버둥거리고 있지 않아요. 다
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죠. 찰리는 자신이 다시 주도권을 쥐려고 애쓴 적이 없어
요. 또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못 하게 막은 적도 없고요."
하지만 나는 곧 앨리스와의 일을 생각하고는 말을 다시 고쳤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막은 적은 거의 없다구요. 당신들이 아까부
터 얘기하고 있던 거만하지 않고 주제넘는 짓을 않은 찰리는 그저 참을성있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에요. 나는 내가 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고 인정하지
만 겸손하고 표면에 나서지 않는 것은 다름 점이죠.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아
주 극소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꽤 꼬아서 말하는 걸 즐기는군."
니머 교수가 말했다.
"이런 행운을 접하고도 고작 느낀 게 그건가? 자네의 천재성이 이 세상 인간
들에 대한 자네의 믿음을 파괴하였구먼."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하지만 지능 하나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게 되었죠. 당신이 소속되어 있는 대학에서는 지성과 학문 그리고 지식이 큰 숭
배의 대상이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이 결핍되어 있는 지식과 학문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거라구요."
나는 옆에 있는 식기대에서 마티니 한 잔을 더 받아 마시며 설교를 계속했다.
"내 말을 오해하지는 말아줬으면 해요. 지성은 인간에게 아주 귀중한 선물이지
요. 하지만 너무 자주, 지식에 대한 추구가 애정과 사앙에 대한 추구보다 앞서
버려요. 이건 내가 최근에 나 자신을 보며 깨달은 건데요, 당신들에게 하나의 가
설로 발표를 하지요. 애정을 서로 주고 받을 능력이 결핍된 지성은, 정신적 윤리
적 쇠약과 함께 노이로제와 정신이상까지도 몰고 올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감히 말하건데 이기적이고 자기 본위적인 인간관계를 배제한 지성은 폭력과 고
통으로 치닫게 될 겁니다. 내가 정신지체자였을 때는 내가 친구가 많이 있었어
요. 헌데 지금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 아는 사람은 아주 많이 있지요. 하지만 진
실된 친구는 한 명도 없다 이겁니다. 내가 빵집에서 일할 때와는 많이 틀려졌죠.
이 넓은 세상에 나한테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나를 특
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구요."
나는 나의 발음이 불분명해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머리가 갑자기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지금 내 말이 이상했지요? 이치에 안 맞았지요? 그러니까 방금 내가 한 말이
두서가 맞았나요?"
스트라우스 박사가 내 옆으로 다가와 팔을 잡아 끌었다.
"찰리, 자네 오늘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같네. 좀 눕는 게 좋을 것 같군."
"왜 다들 나를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겁니까? 내가 뭐 실수한 거라고 있습니
끼? 내가 뭘 잘못 말했나요? 저는 잘못 말할 뜻은 없었는데요."
나는 말이 잘 안나오는 것을 느꼈다. 국부마취제를 맞은 것같이 혀가 잘 돌아
가지 않았다. 나는 통제불능이 될만큼 많이 취해 있었다. 바로 그때 마치 스위치
소리가 찰칵 나는 것 같더니 저쪽 식당 건너편에서 손에 술잔을 쥐고 겁이 가득
찬 눈으로 나를 웅시하고 있는 찰리가 보였다.
'나는 온제나 착한 일만 하려고 해요. 울엄마가 사람들에게 착하게 해야 문제
도 안 일으키고 친구도 많아질거라고 그랬어요.'
나는 그가 몸을 비꼬며 뒤트는 것을 보고 그가 지금 화장실이 급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세상이나, 이들 앞에서 하필 이럴수가.
"실례합니다. 화장실에 가야 돼요."
취중의 반 혼수상태에서도 나는 어찌어찌 하여 그를 화장실에 가게 할 수 있
었다.
그는 다행이 제때 화장실에 도착했고 얼마후 다시 그를 다시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빰을 벽에 데고 서있다가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아직 많이 휘청거
렸지만 곧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세면대 뒤에 붙어있는 거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찰리를 발
견했다. 어떻게 그것이 내가 아닌 찰리라고 단언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도 그의 크고 겁이 가득한 눈 때문이었으리라. 그는 마치 내가 한 마디만 하기
라도하면 거울 안으로 들어가버릴 듯이 보였다. 그러나 그는 도망가지 않았다.
입을 헤 벌리고 그저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안녕. 그래, 이렇게 얼굴을 마주 대하게 되었구나."
그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무슨 뜻인지 묻고 싶지만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곧 포기한 듯 심술궂
은 미소를 띄울 뿐이었다.
"안녕. 그래, 이렇게 얼굴을 마주 대하게 되었구나."
그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무슨 뜻인지 묻고 싶지만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곧 포기한듯 심술궃은
미소를 띄울 뿐이었다.
"그냥 내 앞에 계속 서있어."
나는 소리쳤다.
"네가 문지방이나 어두컴컴한, 내가 너를 잡을 수 없는 곳에서 계속 나를 감시
하듯 쳐다보는 게 지긋지긋하고 싫어."
그는 나를 계속 바라보았다.
"찰리, 너는 도대체 누구니?"
무언의 미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도 따라서 끄덕였다.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그는 어깨만 으쓱하였다.
"따라 다니는 데에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원하는 게 뭐냐구?"
그는 고개를 숙였고 나도 그가 보고 있는 게 무엇인지 보려고 손을 내려다 보
았다.
"너는 이걸 도로 찾고 싶은 거지? 내가 여기서 나와서 다시 네가 네 맘대로
할 수 있기를 원하는 거지? 그래 내가 어떻게 너를 비난할 수 있겠니. 이건 네
몸이고 너의 두뇌인걸. 네가 제대로 사용을 못한다 해서 내가 가져갈 권리가 있
는 것도 아닌데. 그 누구도 너 대신 네 몸의 주인이 될 수 있는게 아닌 것을. 나
의 밝은 재능이 너의 무지보다 낫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니? 죽음이 너의 무지
보다 낫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지? 내가 어떻게 너에게 그런 말을....... 하
지만 이거 하나는 얘기할 수 있어."
"나는 네 친구가 아닌 너의 적이야. 나는 나의 지성을 투쟁없이 포기하진 않을
거야. 나는 다시 그 깜깜한 동굴 속으로 들어갈 순 없어. 네가 다시 들어올 자기
가 없어. 너는 멀리 가버려. 나의 무의식 속에 네가 속하는 그곳으로 다시 돌아
가. 나를 쫒아다니지 말란 말이야. 다른 사람들이 뭘라고해도 나는 포기하지 않
아. 아무리 외롭고 힘들더라도 그들이 내게 준 걸 이용해서 너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이 세상을 위해 위대한 일들을 해낼 거야."
밖으로 나가려는데 그가 손을 내밀어 나를 잡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
지만 이 모든 게 얼마나 우습고 바보 같은 일인가? 나는 지금 취했고, 아까 그
것은 단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일 뿐이다.
밖으로 나오자 스트라우스 박사가 택시를 잡아 태워주려고 하였으나 나는 혼
자서 집에 갈 수 있다고 고집을 부렸다. 내게 필요한 건 맑은 공기일 뿐이다. 그
리고 나를 뒤쫒는 사람없이 혼자 걷고 싶었다.
나는 나의 변한 모습을 보고 있었다. 니머 교수가 말했듯이 나는 거만하고 이
기적인 인간이었다, 찰리같지 않게 나는 친구를 사귈 수도 다른 사람의 문제를
이해하고 배려해 줄 수도 없었다. 나는 재 자신에게만, 오직 내 자신에게만 관심
을 쏟고 있을 뿐이었다, 거울 안에 비친 찰리의 눈으로 나는 내가 어떻게 변했
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부끄러웠다.
몇 시간 후 나는 아파트 입구에 서있었다. 계단을 올라가 어두침침한 복도를
지나며 페이의 아파트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 안으로 들어가려고 막 문
을 열려는 찰나 그녀의 낄낄 거리는 소리와 낯선 남자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내가 들어가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나는 조용히 내 아파트로 들어와 어둠 속에 가만히 서있었다. 감히 불도 켜지
못한 채, 감히 움직이지도 못한 채, 그렇게 서서 나는 내 눈 안에 비친 소용돌이
를 보았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왜 나는 이 세상에서 홀로
떨어져 있는 것일까?
새벽 4시 30분.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갑자기 문제의 해답이 떠올랐다. 밝은
빛이 보인다. 모든 것이 꼭 맞아 떨어진다. 잠이 확 달아났다. 실험실로 돌아가
이 결과를 컴퓨터에 넣고 테스트 해봐야 되겠다. 드디어 이 실험의 결점을 찾아
낸 것이다. 어떻게 아직까지 모를 수 있었을까?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8월 26일 니머 교수에게 보낸 편지의 복사본
친애하는 교수님께
다른 표지에 저의 '알제논-골든 효력 : 증진된 지능의 구조와 근거'라는 연구
보고서의 복사본을 함께 동봉했습니다. 만약 원하신다면 저의 보고서를 간행하
셔도 좋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저의 연구는 끝났습니다. 동봉한 보고서 안에 모
든 공식과 수학적인 분석 그리고 이용한 모든 자료에 관한 첨부도 들어 있습니
다. 아, 물론 이 모든 것은 다 입증이 되어야겠지만요. 결과는 명백합니다. 저의
빠른 상승에 대한 더 선풍적인 견해도 사실을 무색하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수술과 주사액의 주입이라는 교수님과 스트라우스 박사님의 기법은. 현재까지는
인간의 지능을 향상시키는데 실제로 응요될 수 없다고 판단됩니다.
알제논에 관한 자료에 대한 재조사 : 알제논은 아직 신체적으로는 젊고 건강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퇴보했습니다. 운동신경이 떨어졌고 일선의 기능이 대체적
으로 절감됐으며 균형의 일치가 나날이 감소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억 상실증
으로의 발전이 강하게 감지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서도 설명했듯이 이런 신체
적 정신적인 저하증후군은 저의 새로운 공식을 적용하므로써 통계적인 중대한
결과로 예측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받은 수술이라는 촉진제가 모든 정신 진행
을 강화시키고 가속시키었지만 제가 임의로 '알제논-골든효력'이라는 이름붙인
실험의 결점이 바로 지능에 박차를 가한 논리적인 연장선이었던 것입니다. 새로
입증된 가설은 간단히 이렇게 정리될 수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유발된 지능은 새로이 증진된 양만큼 정비례하는 속도로 저하된
다.
제가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는 진행 보고서를 계속 쓸 생각입니다. 저의 몇
안 되는 즐거움 중의 하나이고. 이 연구를 완료하는 데에도 필요할테니까요.
하지만 저의 정신저하는 꽤 빠르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자료들을 몇
번씩이나 다시 살펴보고 저의 과실을 찾으려고 노력해 보았으나 유감스럽게도
이 결과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인간의 정신 세계
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저의 적은 학식이나마 보탬이 되고 인위적인 지능
촉진의 통치에 대한 계육에 저의 지식을 더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
습니다.
지난 밤 스트라우스 박사가 연구의 실패와 학설에 대한 반증도 학문을 진척시
키는데 있어서는 실험의 성공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야 그 말이 정말 진실이었다는 것을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분야에 대
한 저의 기여가 다른 연구원들, 특히 저를 위해 많이 애써주신 분들의 실패 위
에 기초한다는 것을 정말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찰리 골든 올림
동 봉 : 보고서
복사본 : 스타라우스 박사 웰버그 재단
9월 1일 곧 정서불안과 건망증 등의 정신쇠약증세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진행 보고서가 최초
의 그리고,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진행 보고서가 최초의 그리고 어쩌면
최후의 심리적인 일지라는 것을 기억하고 나의 정신상태를 가장 객관적으로 기
록하는 것이다.
오늘 아침 니머 교수는 버트를 통해 나의 공식과 자료 등을 그 분야의 인정받
는 전문의들에게 검증받으려고 할스톤대학으로 보냈다는 말을 들었다. 버트는
지난 한 주간 내내 나의 실험결과와 통계에 쓰인 방법론 등을 조사했다.
그들이 경계하며 조심하는 것을 기분 나빠하지 말아야 겠다.
어차피 나는 덜떨어지고 멍청한 정박아 찰리이고. 니머 교수는 나의 연구결과
가 그의 능력 밖이라는 것을 시인하기가 괴로웠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신화적
권위를 믿기 시작했고 나는 어차피 그에게 이방인인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니, 그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
게 생각하는지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실험은 끝이 났고, 자료도 다 완성되었고,
이제 남아 있는 것은 내가 알제논의 도형곡선을 앞으로 나에게 일어날 일을 예
측하는데 쓸 수 있을 만큼 정확하게 계획하였는가 하는 것 뿐이다.
앨리스는 이 소식을 듣고는 울음을 터뜨리며 밖으로 뛰어나가 버렸다. 그녀가
미안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어야겠다.
9월 2일 아직 뚜렷한 징조는 없다. 나는 하얀 불빛의 침묵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나의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산꼭대기 위에서 홀로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꿈을 꾼다. 초록과 노란색을 보고 있자니 내 바로 위
의 태양은 나의 그림자를 단단한 공처럼 내 주위에 뭉처놓는다. 태양이 오후의
하늘 속으로 떨어지면서 나의 그림자는 압박에서 풀려나와 수평선 쪽으로 기지
개를 편다. 길고 가늘게 그리고 내 뒤로 아주 멀리.......
나는 여기서 내가 스트라우스 박사에게 했던 말을 또 한 번 적고 싶다. 아무
도 이 일에 대하여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다. 이 실험은 신중하고 꼼꼼하게 준
비돼 왔었고, 동물들에게도 광범위하게 실험돼 왔었고, 통계적으로도 확인된 바
있다. 그들이 나를 첫번째 인체에 대한 실험 대상으로 쓰려고 했을 때 그들은
합리적으로 육체에 대해 아무런 위험이 따르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아무
도 심리적인 함정이 있었다고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누구도 앞으로
나에게 일어날 일 때문에 괴로워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나의 단 하나 궁금점은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9월 15일 니머 교수가 나의 실험 결과가 확인되었다고 알려주었다. 결점은 중
심이 되는 부분에 있었고, 이제 가설 전체가 문제시 되고 있다. 언젠가는 이 문
제를 극복해낼 날이 올 수도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나는 이 문제가 깨끗
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동물에게만 실험을 하고 더 이상 인체에게는 실시하지 않
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것은 내 개인적인 느낌인데 가장 성공적인 연구 결과는 효소의 불균형을 연
구하는 쪽에서 나올 것 같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시간이 중요하다-결핍을 발
견하는데 걸리는 속도와 호르몬 대체를 투여하는데 걸리는 속도, 나는 그 분야
와 국소의 외피를 통제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방사선 동위윈소를 연구하는데 도
움이 됐으면 싶지만 지금 나에겐 그만큼의 시간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9월 17일 나는 계속 얼이 빠져있다. 책상이나 연구소 작업대의 서랍에 넣어
놓은 물건을 찾을 수 없으면 냉정을 잃고 주의 사람들에게 불같이 화를 낸다.
첫 번째 신호인가?
알제논이 이틀 전에 죽었다. 내가 부둣가를 헤마다 새벽 4시 30분경 실험실에
다시 돌아와보니 그는 옆으로 누워 마치 잠자는 것처럼 우리 안에 길게 드러누
워 있었다. 알제논을 해부해 본 결과 나의 예측이 옳았음을 알 수 있었다. 정상
의 뇌와 비교해 볼 때 알제논의 뇌는 무게가 많이 줄었고. 대뇌의 회선도 많이
닳아 있었으며, 열구도 깊어지고 넓어져 있었다. 지금 나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
어나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두려워진다. 알제논에게 벌어진 일을 보자니
이젠 정말 심감이 난다. 처음으로 나는 미래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
나는 알제논의 즉은 시체를 금속박스에 넣어 집으로 가져왔다. 그들이 알제논
을 소각로에 던져 버리게 놔둘 수는 없었다. 바로같고 감상적인 짓이라는 걸 알
지만 나는 어젯밤 늦은 시간에 알제논을 뒷뜰에 묻었다. 나는 꽃다발을 그의 무
덤 위에 올려놓으며 눈물을 훔쳤다.
9월 21일 나는 내일 어머니는 뵈러 마크가에 간다. 어제 밤에 꾼 꿈이 계기가
되어 예전의 추억이 여속으로 되살아 났다. 과거의 한부분이 통째로 되살아났고,
요줌은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에 얼른 이 사실을 적어놓기로 했다. 그것은 나의
어머니에 관한 것이고 이제 우리 어머니를 이해하고 그분이 어떤 분이었는지,
왜 그런 식으로 나를 대했는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분을 미워해
서는 안된다. 그분을 실제로 뵉기 전에 좀더 친숙해져서 그분 앞에서 바보같이
굴거나 사납게 행동하지 말아야 겠다.
9월 27일 이 기록을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나는 이것을 지금 당장 써야만
한다. 나는 삼 일 전에 어머니를 뵙고 왔다. 두려웠지만 그녀를 만나야한다는 것
을 알고 있었기에 간신히 용기를 내어 버트의 차를 빌려타고 다녀왔다.
처음 마크스가에 도착하였을 때는 내가 길을 잘못 찾은 줄 착각할 정도로 내
기억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곳은 아주 지저분했다. 많은 집들이 철거된 공터들, 인도에는 버려진 냉장고
가 문이 떨어져 나간 채 뒹굴고 있었고, 길 옆에는 침대의 메트리스들이 안의
철사가 다 삐쪄나온 채 버려져 있었다. 어떤 집들은 창문에 널빤지를 데어 놓았
고, 어떤 곳은 집이라기보다 조각조각 기워놓은 판잣집이라고 하는 게 더 알맞
아 보였다. 나는 차를 집에서 한골목 쯤 떨어진 데에 세우고 걸어 들어갔다. 이
길엔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었다. 내 맘 속에 있는 그림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창문을 통해 바라보고 있는 어린 찰리-나
의 어렸을 적의 이 길에 관한 추억은 다 창문 안에서만 존재한다. 나는 항상 안
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으니까. 지금은 나이든 노인들만 빛바
랜 베란다에 서있을 뿐이었다. 집앞에 가까이 다가가서 나는 또 한 번 놀라야
했다. 나의 어머니가 이 춥고 바람부는 날, 현관 앞 계단에서 낡은 밤색 스웨터
를 입고 창문을 닦고 계신 것이 아닌가! 항상 이웃들에게 자신이 좋은 아내이고
좋은 어머니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시던 우리 어머니.
어머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그녀의 겉 모습이나 가족의 겉모습에 대하
여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덕망과 고결함에 관
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고 늘 어머니에게 말했으나 그녀는 듣지 않았다. 노마는 항상 좋은 옷을
입고 있어야 했고, 집 안에는 좋은 가구들이 넘쳐나야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찰리는 항상 집 안에만 있어야했다.
대문 앞에서 나는 멈춰 서서 긔녀가 숨을 돌리려 몸을 펴는 것을 지켜 보았
다.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본다는 것이 나를 전율하게 했으나 그 얼굴은 내가 생
각하려고 그렇게 애쓰던 그 얼굴이 아니었다.
머리를 하얗게 쇠고, 냉혹함으로 줄이 지고, 그 곱던 얼굴은 주름살로 쭈글쭈
글 했으며, 이마는 방금 흘린 땀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서있는 걸
알아차리고는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온 길을 되돌아 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여기까
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순 없었다. 나는 그냥 길을 물어보리라. 그녀의 얼굴을 본
것만으로도 족하니 이상한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인 척 하리라. 하지만
나는 그냥 그곳에 서서 그녀가 먼저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러나 그녀도 역시 저쪽에 서서 날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뭘 원하는 거지요?"
그녀의 쉰 목소리는 나의 기억 속으로 메아리를 치며 달렸다. 나는 입을 열었
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나를 인식하는 것 같은 빛이 보였으므
로 나는 말을 하려고 애를 썼지만 혀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 앞에 서
서 바보같이 말도 한 마디 못한 채, 하지만 혀가 방해물처럼 버티고 앉아 꿈쩍
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입안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드디어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내가 의도했던 말은 아니었지만-나는 이 상황에
걸맞으면서도 옛 감정과 고통을 지울 수 있는 그런, 마음이 편안해지고 뭔가 고
무되는 그런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쉰 목에서 나온 소리는 '엄...... 마......'였다.
내가 지금가지 배워온 모든 것들, 지금까지 숙달해 온 그 많은 언어들 중에서
내가 현관 앞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는 그녀에게 할 수 있는 단 한 마디 말은
'엄...... 마......'였던 것이다. 마치 어미 양의 젖 앞에서 울고 있는 목마른 새끼 양
처럼.......
그녀는 팔등으로 이마를 닦으며 내가 잘 안보이는 것처럼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대문을 지나 앞으로 다가섰고 그녀는 뒤로 물러섰다. 처음에는 그녀가 나
를 알아본 건지 못 알아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 그녀는 숨을 헐떡
거리며 '찰-리'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거나 속삭이지 않고 마치
꿈에서 깨어나는 사람처럼 헐떡거리기만 하는 것이었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며 말했다.
"엄마......, 나예요."
내 행동이 그녀를 놀라게 했는지 그녀는 뒤로 물러서다 비눗물이 가득 든 양
동이를 발로 차 엎질렀고, 더러운 물이 계단을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니?"
"엄마가 보고 싶어서......, 이야기를 하려고 왔어요."
혀가 계속 말을 듣지 않았으므로 내 목소리는 내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은 것
처럼 애처로운 소리가 되어 나왔다.
"가지 마세요."
나는 간청하였다.
"나를 두고 도망가지 말아요."
그러나 그녀는 현관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가 두려
움이 가득 담긴 눈으로 하얀색 커튼 뒤에 숨어 나를 쳐다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창문 뒤에서 그녀의 입이 소리없이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냥 가려므나. 제발 나를 혼자 내버려둬."
왜? 어떻게 그녀가 나를 부정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나를 피할 수 있단
말인가?
"들어가게 해줘요. 나는 엄마와 얘기할 게 있어서 왔어요. 들어가게 해주세요."
내가 현관문을 세게 두드렸으므로 유리에 금이 쫙 가며 나의 피부를 습격했
다. 그녀는 내가 정신이 나가 자신을 해치러 온 줄 았았는지 현관문을 놓고는
복도를 뛰어서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다시 세게 밀자 현관문은 맥을 못추고 확 열렸고, 나는 중심을 잃고 현
관문 안으로 쓰러졌다. 내 손은 깨어진 유리에 배어 피가 나고 있었다. 나는 그
녀의 깨끗하게 빨아 논 깔개를 더럽히지 않으려고 어쩔 줄 모르다 손을 주머니
에 집어 넣었다. 나는 나의 악몽에서 수없이 보았던 계단을 지났다. 나는 자주
지하실에서 잡아 당기는 악마를 피해 이 길고 좁은 계단을 쫓기며 올라와야 했
다. 혀가 말을 안들어 소리도 안나오는 비명을 지르고 헐떡거리며......, 워런의 말
없는 청년들처럼.......
우리집 이층에 살고 있던 이 집의 주인인 메이어 부부는 언제나 날 다정히 대
해 주곤 했다. 그들은 사탕을 주며 내가 자신들의 집에 들어와 그들의개와 놀도
록 허락해 주곤 했다. 나는 그들을 다시 만나보고 싶었으나 말을 하지 않아도
그들은 죽고 낯선 사람이 이층에 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길은 영
원히 막힌 것이다. 복도의 끝에 나의 어머니가 몸을 숨긴 방의 문은 안으로부터
잠겨 있었다. 나는 잠시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문 앞에 서있었다.
"문을 여세요."
대답은 요란하게 짖어대는 작은 강아지로부터 왔다. 그것은 놀라움으로 나에
게 다가왔다.
"정 그렇다면 할 수 없죠. 저는 엄마에게 해를 끼치려고 온 게 아니예요. 하지
만 당신을 보려고 먼 길을 왔고 이야기도 못 해보고 떠날 수는 없어요. 문을 안
열겠다면 부숴 버리겠습니다."
나는 그녀가 강아지에게 '쉬-, 내피....... 자, 이 방으로 들어가려므나' 하는 소
리를 들을 수 있었고, 잠시 후 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녀가 나를 빤히 쳐다
보며 그곳에 서있었다.
"엄마."
나는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아무짓도 하지 않을거예요. 나는 그냥 엄마와 이야기를 하러 왔어요. 나
는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걸 엄마가 아셔야 해요. 저는 변했어요. 저는 이제 정
상이라구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이제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빠나 노마
처럼 정상이라구요."
나는 그녀가 문을 못 닫도록 말을 계속 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모든 이야기를 지금 다 해버리려고 했다.
"그들이 나를 변하게 했어요. 수술을 해서 나를 달라지게 했어요. 엄마가 원하
던 대로 된 거에요. 신문에서 보지 못하셨어요? 새로운 과학 실험으로 지능의
수용량을 늘리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선택되어 수술을 받았어요. 이해
가 되세요? 왜 그렇게 날 쳐다보는 거죠? 나는 이제 똑똑해 졌어요. 노마보다ㅗ
허만 삼촌보다도 아버지보다도 더 똑똑해요. 나는 이제 대학 교수들도 모르는
것을 알고 있어요. 얘기를 해보세요. 나한테 말을 시켜보라구요. 이젠 손님이 와
도 나를 지하실에 가두지 않아도 돼요. 무슨 말이건 좀 해보세요. 이젠 나를 자
랑스럽게 생각하고 이웃에게 뽐내도 돼요. 나랑 얘기를 해요. 내가 어렸을 때처
럼 그냥 아무 얘기나 해주세요. 그게 제가 원하는 전부예요. 나는 엄마를 해치려
고 온 게 아니에요. 엄마를 미워하지도 않아요. 나는 너무 늦기 전에 내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요. 내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알아야만 해요. 이해가 안 가세요?
저는 제 자신을 이해하기 전까지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가 아니에요. 그리고 지
금 저를 도와줄 수 있는 분은 엄마밖에 없어요. 제가 안에 들어와 좀 앉아있다
가게 해주세요."
내가 말한 내용보다 말을 하는 방식이 그녀를 최면에 걸리게 했나보다. 그녀
는 문 앞에 서서 그냥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무의식적으로 나는 피가 흐르는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 호소하듯 꽉 쥐었다. 내 손을 보고는 그녀의 표정이 부드
러워지는 것이었다.
"다쳤구나......."
그녀는 나를 위해 슬퍼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것은 발을 다친 강아지나 싸움에서 상처를 입은 고양이에게 느끼는 연민 같
은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그녀의 찰리여서가 아니었다. 그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들어와서 씻거라. 반창고하고 소독약이 있으니까."
나는 그녀를 쫓아 들어가 내가 뒷뜰에서 놀다 들어왔을 때나 자러가기 전에
그녀가 씻겨주던 금이 간 세면대와 주름진 개수대 앞에 섰다. 그녀는 내가 소매
를 걷는 것을 지며보며 말했다.
"유리를 깨서 집 주인이 화를 낼 거야. 물어줄 돈도 없는데."
그러더니 내가 하는 짓이 답답하다는 듯 비누를 뺏어들고 나의 손을 씻겨주는
것이었다. 그녀는 내 손을 씻기는데 너무 집중하고 있었고 나는 마치 마범의 주
문이 깨어질까봐 두려워 침묵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끔씩 혀를 쯧쯧 차며 한 숨을 쉬기도 하는 것이었다.
"찰리야, 항상 이렇게 실수만 하면 어떻게 하니? 언제야 네 몸 하나 제대로 간
수할 수 있게 될거니?"
그녀는 25년 전 나를 위해 세상과 맞서 사우던 그때로 되돌아가 있었다. 그리
고 나는 다시 그녀의 작은 찰리가 되어 있었다.
내 손을 다 씻기고 종이로 물기를 닦아낸 뒤 그녀는 내 얼굴을 올려다 보았고
이내 경악의 빛을 띄며 뒤로 물러섰다.
"세상에 이럴수가!"
나는 다시 조그맣게 아무것도 잘못될 것이 없다고 그녀를 설득시키고 달래야
했다. 나는 그녀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 시작했으나 그녀가 마
음 속에서 종잡을 수 없이 헤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막연히 주위를
돌아보며 손을 입에 집어넣고는 신음하듯 말하는 것이었다.
"이 집은 정말 너무 엉망이구나. 나는 손님이 올 줄은 몰랐어. 저 지저분한 창
문하고 목공품들을 좀 봐라."
"괜찮아요, 엄마. 신경쓰지 마세요."
"다시 바닥에 왁스칠을 해야 되겠어. 청소를 해야겠다."
그녀는 문에서 손가락 자국을 발견하고 들고 있던 걸레로 박박 문질러 지웠
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걸 알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전기세 때문에 나왔수?"
내가 아니라고 말을 하기 전에 그녀는 손가락을 흔들며 호통을 치기 시작했
다.
"내가 이달 첫날에 부치려고 했는데 우리 영감이 사업차 지방엘 갔다우. 우리
딸이 이번 주에 월급 받으면 고지세 다 낼거니까 걱정할 필요없다구 말했을 텐
데. 돈 낼거니까 귀찮게 하지 말아요."
"슬하에 따님 한 분만 두셨어요? 다른 자제분은 안 계세요?"
그녀가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 그녀의 눈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있지요. 아주 똑똑하고 영리해서 다른 엄마들이 다 부러워하던 아들이 하나
있었지요. 그러나 사람들이 그에게 사악한 싹을 떠맡겼다우. 그들은 그걸 아이큐
라고 불렀지만 그건 아이큐가 아니라 악의 아이큐였다우. 그것만 아니었더라면
지금 쯤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 텐데. 그 아인 정말로 영리했었어. 사람들은 그를
예외적으로 특별한 아이라고들 했지. 천재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녀는 걸레를 들며 말했다.
"실례해요. 이만 가봐야겠어요. 우리 딸이 오늘 저녁에 남자친구를 초대한다고
했어요. 어서 여길 깨끗이 치워야 하는데......."
그녀는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는 올려다 보지 않
았다. 그녀는 이제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부엌 식탁에 앉아 그녀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내가 누군지 알아차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그녀의 찰리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떠날 수가 없었
다. 누구든지 이해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녀는 슬프게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뒤에 있는 나의 존
재를 인식한듯 걸레를 양동이와 바닥 중간에 멈춰 들고는 허밍을 중단하는 것이
엇다.
그녀는 지친 얼굴과 빛나는 눈을 돌려 나를 보고는 고개를 젖혔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지? 이해할 수가 없어. 너는 변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들이 나를 수술했어요. 그래서 변할 수 있게 된거예요. 나는 이제 유명인이
에요. 온 세계가 나에 대해 알아요. 나는 이제 지성을 갖췄어요. 읽고 쓰고 그리
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내 기도를 안 들어주시는 줄 알았는데 듣고 계셨군요. 좋
은 때를 위해 예비하고 계셨군요."
그녀는 앞치마로 얼굴을 닦고는 나를 껴안고 내 어깨에 기대 눈물을 흘렸다.
지난 날의 모든 고통이 다 사라지고 나는 내가 여기에 온 것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서 가서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줘야겠다. 학교에 있는 선생님들,
내가 이 얘기를 해주면 어떤 얼굴이 될까? 그리고 이웃들. 아, 그리고 네 삼촌에
게, 허만에게 이 얘기를 해줘야지. 많이 기뻐할 텐데. 그리고 네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시면-, 노마도 널 보면 무척 좋아할거야. 너는 잘 모르겠지만 그 애는 널
보면 엄청 기뻐할거야."
그녀는 나를 포옹하며 앞으로 우리가 살 새로운 삶에 대해서 들떠서 얘기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도저히 나의 학교 선생님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떠
났고, 이웃들도 예전에 이사를 갔으며, 허만 삼촌은 몇 년 전에 돌아가셨고, 아
버지도 어머니를 떠나셨다는 사실을 이야기 할 수 없었다. 예전의 그 악몽 같은
시절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웠다. 나는 이제 그녀의 미소짓는 모습을 보며 내
가 그녀를 기쁘게 해주었다는 것을 느끼고 싶었다. 내 생애 최초로 나는 그녀의
얼굴에 웃음을 가져다 준 것이다. 그러다 얼마 후 그녀는 무언가를 기억해 내려
는 듯이 말을 멈췄다. 그녀가 또 헤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나는 소리쳐 그녀
를 다시 현실로 불러들였다.
"안돼요! 잠깐만요, 엄마. 제가 가기 전에 얘기할 것이 또 하나 있어요. 엄마가
가지고 계셨으면 하는 것이 있어요."
"가다니? 지금 가다니 말도 안된다."
"가봐야 해요. 편지할께요. 돈도 부쳐드리고."
"언제 또 올건데?"
"아직- 잘 몰라요. 하지만 제가 가기 전에 엄마한테 이걸 드리고 싶어요."
"웬 잡지 책이냐?"
"이 잡지가 제가 쓴 과학적인 연구 보고서예요. 굉장히 전문적인거예요. 보세
요. 제가 '알제논-골든 효력'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제가 발견해냈기 때문에 제
이름을 붙인 거예요. 엄마가 이 보고서의 사본을 갖고 계시다가 엄마 아들이 바
보가 아니라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세요."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고는 감동에 젖어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래....... 네...... 네 이름이구나. 나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오리라는 걸 알고 있
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다 했단다. 너는 그때 너무 어려서 기억이 안 나겠
지만 나는 진자 많이 노력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네가 대학을 가고 전문인이 되
어서 세상에 큰 공헌을 할거라고 늘 말해왔다. 그들은 비웃었지만 나는 알고 있
었어."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더 이상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걸레를 집어들고는 목공품 등을 닦기 시작했다.
좀전보다 기쁘게-나의 생각일 뿐이지만-콧노래를 부르며, 마치 꿈을 꾸듯이-.
개가 다시 짖기 시작했다. 대문이 열렸다 닫히며 목소리가 들렸다.
"나야, 나피. 괜찮아, 나래두."
그 개는 이제 흥분해서 갇힌 방 안에서 날뛰고 있었다. 나는 내가 여기에 갇
혔다는 게 너무 화가 났다. 나는 노마에게 할 말도 없었고, 그 애를 보고 싶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나의 이 기쁜 방문을 잡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밖으
로 나가는 뒷문은 없고 오직 하나 빠져 나가는 길은 창문을 통해 뒤뜰로 나가
담을 넘는 것이었지만 누군가가 보고 나를 도둑으로 오인할 위험이 있었다. 그
녀가 열쇠를 돌려 문을 여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속삭였다.
"노마가 왔어요."
그녀의 팔을 붙잡았지만 그녀는 목공품을 닦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문이 열리고 노마가 안으로 들어왔다. 안이 어두컴컴해서인지 그녀는 나를 알
아보지 못하고 찌푸렸다. 그녀는 들고 들어온 쇼핑백을 내려놓고 불을 키며 물
었다.
"누구세요?"
하지만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손을 입에 가져가며 문에 기대어 주저
앉았다.
"찰리."
그녀는 어머니가 그랬듯이 숨을 헐떡이며 내 이름을 불렀다. 그녀느 어머니의
모습을 꼭 빼닮았다-마른 몸매에 날카로우면서도 예쁜 얼굴선-.
"찰리 오빠! 세상에나, 나무 놀랬어요. 미리 연락을 하고 얘기라도 좀 해주지
않고. 전화를 하고 오지 그랬어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그녀는 시크대 옆 바닦에 앉아 있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는 괜찮아요? 충격받거나 하지는 않았겠지요?"
"잠깐 정신을 차리고 나와 얘기를 했었어."
"다행이군요. 요즘은 별로 기억하는 게 없어요. 고령으로 인한 노망이지요. 포
트만 박사는 양로원에 보내는 게 좋겠다고 하지만 그런 공공기관에 보낼 수는
없었어ㅛ."
그녀는 방문을 열어 개를 나오게 하고 개가 좋아 날뛰자 들어올려 안아주어
싸.
"어떻게 우리 엄마를 그런 곳에 보낼 수 있겠어요?"
그녀는 나에게 명확하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너무 놀랐어요. 나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디좀 봐요. 너무 많이 변해
서 길에서 만나면 알아보지도 못하겠어요."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빨 만나게 되서 기뻐요."
"기브다고? 나는 네가 다시는 나를 안 보고 싶어하는 줄 알았다."
"오빠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저는 진짜 오빠를 만나서 너무 좋아요. 사실은 오
빠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언제 올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언젠가
는 꼭 올거라고 믿고 있었어요. 특히 오빠가 시카고에서 도망쳤다는 말을 들은
뒤엔 더욱더요."
그녀는 나를 붙잡고 올려다 보았다.
"나는 오빠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얼마나 궁금해 했는지 몰라요. 저는
그 교수가 지난-언제였더라-아, 지난 3월 경에-그러니까 칠 개월 전이었군요.
우리 집에 와서 자신의 연구에 오빠가 도움이 되주었으면 좋겠다고 하기 전까진
오빠가 살아있는 것조차 몰랐어요. 엄마는 오빠가 워런에서 죽었다고 했으니까
나는 지금껏 진짜 그런 줄 알고 있었지 뭐예요. 그 교수라는 사람이-이름이 니
머 교수였던가요?-오빠를 실험에 응하게 해도 되겠냐고 물으러 왔을 때 오빠를
만나러 가려했지만 그 교수가 말렸어요. 오빠가 수술 전에 당황할까봐 걱정됐나
봐요. 하지만 오빠에 관한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오빠가 천재가 된 걸 알고는
내 기분이 어땠는지 오빠는 모를거예요. 저는 우리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이랑
친구들에게도 오빠에 관한 이야기를 다 했어요. 그리고 곧 오빠가 엄마와 저를
보러올 거라고 했는데 진짜로 우리를 잊지 않고 찾아와 주었군요."
그녀는 다시 나에게 안기며 말했다.
"아...... 갑자기 나에게도 오빠가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너무 좋아요. 이리
앉아요. 내가 뭐 먹을 것을 좀 가지고 올께요. 저한테 지금까지 오빠에게 일어난
일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전부다 얘기해주어야 해요...... 어디서부터 뭘 먼저 물
어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금 제가 너무 우스꽝스럽게 횡설수설하고 있지요?
자신의 오빠가 영웅이나 인기 연예인이라는 것을 방금 알아낸 꼬마아이처럼요,
그치요?"
나는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노마로부터 이런 환대를 기대하
지 않았다. 그녀가 이 세월을 어머니와 단 둘이 외롭게 지내며 변해있을 것이라
는 생각을 못 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녀는 더 이
상 내 기억 속에 있는 버릇없는 계집아이가 아니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고 그녀
도 철이 들어 따뜻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바뀐 것이었다.
우리는 마주앉아 바로 옆에 계신 어머니에 대해 마치 그곳에 안 계신 양 이야
기했다. 노마가 엄마와 단 둘이 보낸 지난 시절을 이야기할 때도 엄마는 마치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양, 더 이상 아무것도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는 양, 하며 집기 등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는데 그것은 나를 두
렵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나는 노마가 개밥을 주는 것을 보며 말했다.
"그래 결국은 개를 가졌구나. 내피라, 나폴레옹의 줄임말이니?"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일어섰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나는 그녀에게 내 기억해낸 것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그녀가 집으로 칭찬
받은 시험지를 가져오며 강아지를 갖기를 원했던 일과 아버지가 반대했던 일 등
등....... 내가 이야기를 계속할수록 그녀는 얼굴을 더욱 찡그렸다.
"나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데...... 제가 정말 그렇게 오빠한테 못되게 굴었어
요?"
"나는 사실 궁금한 게 하나 있어. 이게 내가 기억해낸 것인지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그냥 지어낸 얘기인지 잘 모르겠어서....... 우리가 친구처럼 같이 놀았던
마지막 날인 것 같은데, 그때 우리는 지하실에 있는 못 쓰는 침대 위에서 전등
갓을 뒤집어쓰고 뛰어 놀고 있었지. 우리가 중국인 노동자인 것처럼 흉내를 내
면서 말이야. 너는 일곱 살 인가 여덟 살쯤 됐었고 나는 열세 살 정도였지. 너는
뛰다가 이마를 벽에 부딪쳤는데-가볍게 살짝 말이야-울고불고 고함을 질렀지.
너의 비명소리를 듣고 놀라 달려오신 엄마 아빠께 내가 너를 죽이려고 했다고
얘기했어. 엄마는 아빠가 나를 안 보고 너와 단 둘이 있게 내버려 뒀다고 화를
내서며 나를 채찍으로 때렸어. 그때 거의 의식을 잃을 지경까지 되도록 맞은 것
같은데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니?"
노마는 나의 기억에 대한 자세한 설명에 자신의 잠자던 기억도 되살아난 것처
럼 놀라와 하며 감격해 했다.
"기억이 전부다 희미해요. 나도 그게 꿈인 줄 알았어요. 우리가 전등갓을 쓰고
침대 위에서 뛰던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녀는 창 밖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엄마 아빠가 오빠만 갖고 안달하고 소란을 떠니까 오빠가 미웠어요. 오빠는
숙제를 안 해도 시험을 못 봐도 혼나지 않고, 나는 어렵고 힘든 과목을 들어야
했지만 오빠는 수업도 거의 빼먹고 놀기만 하고....... 학교에서 다른 애들이 칠판
에 '나는 저능아다'라고 써진 푯말을 들고 있는 소년의 그림을 그려놓고 노마의
오빠라고 써 놓으면 오빠가 얼마나 미웠는지 몰라요. 벽에 써놓은 '정신박약아
동생. 골든 가족은 다 바보다'라는 낙서도 보기 싫었고. 그러던 어느날 오빠 때
문에 에밀리 라스킨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걸 알고, 지하실에서 전등갓
을 쓰고 놀던 그날 오빠에게 복수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나봐"
그녀는 이제 울고 있었다.
"그래서 오빠가 나를 해치려 했다고 거짓말을 한 거야. 오빠, 내가 너무 바보
같은 짓을 했어요, 너무 버릇없이. 아......, 나는 너무 내 자신이 부끄러워."
"너무 자책하지만. 다른 아이들의 놀림을 견디기 힘들었을 거야. 나에게는 부
엌이 세상의 전부였으니까 부엌 안에 있는 한 문제될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너
는 바깥 세상과 마주 싸워야 했으니까."
"왜 오빠를 워런으로 보내셨을까? 오빠는 왜 우리랑 같이 살지 못한 거야? 내
가 엄마한테 여쭤볼 때마다 엄마는 오빠를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하시던데."
"어떻게 보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어."
노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엄마는 나 때문에 오빠를 멀리 보내신 거야, 그렇지? 왜 그래야만 했
을까? 왜 하필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 했지?"
나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나는 그녀에게 우리도 아트레
우스와 카드머스의 가문처럼 조상이 지은 죄 때문에 대신 고통을 받는 것이거나
신의 계시대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
었다.
그녀를 위해서나 나 자신을 위해서나 아무런 해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 지난 일이야. 널 다시 만나게 돼서 기쁘다. 해묵은 감정이 좀 해소된 느낌
이야."
그녀는 갑자기 나의 팔을 잡았다.
"오빠, 오빠는 내가 지난 세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몰라. 이 집과, 이 동네, 그
리고 나의 직장, 모두가 다 악몽같았어. 매일 밤 집에 돌아오면서 아직도 엄마가
살아계실까, 혹시 자해라도 하시진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또 그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을 책망하면서 그렇게 살았어."
나는 일어나 그녀가 내 어깨에 기대어 울 수 있게 해주었다.
"오빠, 나는 오빠가 돌아와줘서 너무 기뻐. 우리는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필
요했어. 나는 너무 지쳤어."
나는 이런 시간을 항상 꿈꾸어 왔었다. 하지만 이제 그 꿈이 현실로 나타났지
만 무슨 소용이 있는가? 나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노마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런 거짓의 모습으로 그녀의 애정어린 관심을 받아들인다면 나
자신을 우롱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만약 예전처럼 도움을 필
요로 하는 저능아였다면 오늘같이 이런 식으로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
면 나는 이런 대접을 받을 권리가 없는 것이다. 나의 가면은 곧 벗겨질테니까.
"울지마, 노마야. 다 잘 될 거야."
나는 흔하고 진부한 위로하고 있었다.
"내가 어머니와 너의 뒤를 봐줄 수 있을꺼야. 저축해 놓은 것도 조금 있고 웰
버그 재단에서 다달이 받는 돈으로 얼마씩 돈을 붙쳐 줄 수 있을거야. 당분간만
이라도."
"하지만 어디 가지 말고 여기서 우리와 같이 살아요."
"어디 다녀올 데도 있고, 강연회에도 참석해야 하고,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또 다니러 오마.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 어머니는 참 많이 고생하고 사셨어. 내
가 힘이 되는 한 계속 도울게."
"오빠, 가지 말아요."
노마는 나에게 매달리며 말했다.
"나는 두려워요."
내가 언제나 하고 싶었던 오빠라는 역활....... 그때 나는 구속에 잠자코 앉아있
던 어머니가 우리를 뚫어질듯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얼굴에 무언
가 이상한 변화가 느껴졌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의자의 가장자리에서 몸을 앞으
로 일으켜 세우는 것이엇다.
그 순간 나는 급습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한 마리의 매가 떠올랐다. 나는 노마
를 밀쳐냈지만 어머니는 벌써 벌떡 일어나 있었다. 그녀는 주방에서 쓰는 커다
란 칼을 쥐고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너 노마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어서 떨어지지 못해? 노마에게 다시 한
번만 손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지? 이 불결한 놈 같으니라고! 너는 정상적인
성한 사람 옆에 올 자격도 없는 놈이야!"
우리는 둘 다 놀라 뒤로 물러섰고 이상하게도 뭔가 잘못하다 들킨 사람처럼
죄책감이 들었다. 노마도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우리 어머니
의 주장대로 우리가 음탕한 짓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노
마가 고함을 질렀다.
"엄마, 칼을 내려놔요."
어머니가 칼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은 과거,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나가야 했던
그날의 기억을 되살아 나게 했다. 그녀는 다시 그대로 돌아가 그 시절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말을 할 수도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갑자기 구토가 하
고 싶었다. 토할 것 같은 이 긴장감, 귓속에서 윙윙 거리는 소리, 창자가 얽혔다
풀리고 다시 꼬이는 것 같은 그런 느낌들이 나의 온몸을 산산조각내는 것 같았
다.
어머니도 칼을 쥐고, 앨리스도 칼을 쥐고, 아버지도, 스트라우스 박사도 다 칼
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 노마는 정신이 있었으므로 어머니에게서 칼을 빼앗았다.
하지만 아직도 어머니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저놈을 여기서 내쫓아. 당장 나가라고 해. 어떻게 자기 여동생에게 딴 마음을
품을 수가 있어? 어서 나가, 어서!"
어머니는 소리를 지르며 의자에 주저앉아 이내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나
도 노마도 둘 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몰라 창피한 마음을 가다듬고만 있었
다. 이제 그녀는 내가 워런에 보내져야만 했던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우리 어머니가 느끼고 있는 공포를 합당화시킬 만한 그런 행동을 내가
했었는지 알지 못한다. 기억에는 없지만 나의 고뇌하던 잠재의식 속에 억압당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감춰져 있는 통로 속에 볼 수 없는 골짜기 너머에
가려져 내가 다시는 꺼내볼 수 없게 감춰져 있는지도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진실이 어떻든지 간에 노마를 보호하려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녀를
증오해서는 안될 것이다. 내가 그녀를 용서하지 못한다면 나에겐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게 된다. 노마는 떨고 있었다.
"너무 신경쓰지마. 어머니는 지금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셔.
그리고 어머니가 이렇게 사납게 화내시는 상대는 지금의 내가 아닌 예전의 찰리
야. 어머니는 그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두려우셨던 거야. 나는 어머니가
예전이 찰리로부터 너를 지키려하셨다고 해서 어머니를 원망할 순 없어. 하지만
우린 지금 그런 걱정은 안해도 돼. 예전의 그는 이제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녀는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이 꿈꾸는 듯한 표정을 띄고
있었다.
"나는 예전부터 이런 이상한 경험을 했었어. 무언가 예전에 일어났었던 일이
또 다시 일어날거라는 그런 예감. 틀림없이 똑같은 일이 일어났었는데 이제 다
시 눈 앞에 펼쳐지는 그런 느낌."
"누구나 다겪을 수 있는 일이야."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지금 방금 전에 엄마가 칼을 들고 화내던 모습이 꼭 예전에 내가 꾸
었던 꿈과 똑같애."
나는 노마에게 내가 쫓겨나가던 그날 밤 그녀가 잠에서 깨어 모든 것을 다 지
켜보고 있었던 거라고 그리고 모든 것을 그녀의 잠재의식 속에 억압해 놓고 그
녀의 공상이었노라고 외곡하였던 것일 거라고 이제와서 얘기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 와서 진실을 얘기해줌으로써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그녀의 마음 속에 있는 모든 무거운 짐과 아픔을 기꺼이 대신 짊어질 수
도 있지만 끝내지도 못할 일을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지금 내 문제 만
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웠다.
나는 시간이라는 숙명 앞에서 물밀듯이 빠져나가는 나의 지식을 멈출 수가 없
는 것이다.
"이제 정말 가봐야겠다.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 너도 잘 있어."
나는 그녀의 손을 한 번 쥐고는 밖으로 나왔다. 나폴레옹이 나를 보며 짖었다.
나는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아보려고 애썼지만 밖으로 나와 걷자니 도저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이 말을 쓰기가 쉽지는 앉지만 차 있는 데로 걸어가
며 아이처럼 엉엉 우는 나의 모습을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
는 상관하지 않았다. 걷고 있는데 우스꽝스러운 단어들이 박자를 맞춰 윙윙거리
며 내 머리 속에 계속 떠오르는 것이었다.
세 마리의 눈 먼 쥐...... 세 마리의 눈 먼 쥐
저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라. 달리는 모습을 보라.
농부의 아내의 뒤를 쫓아가는구나.
그녀는 조각칼로 그들의 꼬리를 다 자르는구나.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세 마리의 눈 먼 쥐......
나는 이것을 나의 머리 속에서 몰아내려고 애썼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집을 다시 한 번 보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 그곳에는 유리창에 뺨을 대고
밖을 내다보고 있는 한 소년이 있었다.
진행 보고서 17
10월 3일 내리막길이다.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각이 있을
때 내 힘으로 이 퇴보를 여기서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들 뿐이다. 그리고
창문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찰리를 생각한다. 찰리의 인생은 내가 함부로
버릴 수 잇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의 것을 잠시 빌렸을 뿐이고, 이제 돌려달라
는 요구를 받고 있을 뿐이다. 나는 내가 이런 일이 일어난, 세상에서 유일한 사
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할 수 있는 날까지 나의 생각과 느낌을 계속
적어야만 한다. 이 보고서는 찰리 골든의 인류에 대한 기여이다.
나는 짜증만 늘고 나날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내가 밤 늦게까지 음악 듣는 것
을 가지고 빌딩 내의 사람들과 자주 말다툼이 벌어졌다. 하면 안된다는 걸 알면
서도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 뒤로는 잠에 드는 게 두려워 밤 늦게까지 틀어놓
는다. 잠을 자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한시가 아깝다. 악
몽을 꾸는 것도 싫고, 무엇보다 이대로 정신을 놓아버릴까봐 두렵다. 나는 내 자
신에게 나중에 잘 시간이 많이 있을거라고 타이른다-내가 다시 무지해지면.
내 아파트 아래층에 살고 있는 버론 씨는 한 번도 불만을 표시한 적이 없었으
나 요새는 수도관을 두드리거나 자신의 집 천장을 두드겨 쿵쿵거리는 소리를 낸
다. 처음에는 무시해 버렸으나 어젯밤에는 잠옷바람으로 올라와 따지는 바람에
크게 말다툼을 한 뒤 내가 그의 면전 앞에서 문을 쾅 닫아버렸다. 1시간 뒤 그
는 경찰관을 데리고 다시 나타나 새벽 4시에 그렇게 크게 음악을 들어면 안되는
거라고 말하고는 떠났다. 그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보고 있자니 너무 화가 나
서 그들이 떠난 뒤 레코드 판와 전축 등을 모두 부숴버렸다. 나는 왜 내 자신을
속이려고 하는가? 어차피 나는 이제 그런 류의 음악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10월 4일 기이한 심리치료시간을 가졌다. 스트라우스 박사도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았다. 그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기에 그러했으리라. 무슨 일이 있었냐면-
나는 감히 기억한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오늘 있었던 것은 심리치료가 아니고,
환각이나 심령연구에 가까왔다.
그의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나는 무척 짜증이 나있어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
지만 그는 모르는 척 했다. 나는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누웠고 그도 내 옆자리-
내가 볼 수 없는 위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내가 마음 속에 쌓아두었던 모든 해
로운 생각들을 쏟아내길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를 내 머리 너머로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지치고 힘이 없어 보였다.
이발소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나의 아버지가 생각나게 했다. 나는 연상
되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당신은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이 소파를 이발소에 있는 의자처럼 바꾸
시죠. 그러면 자유로운 연상을 원할 때 환자를 길게 눕혀 놓고 이발사가 손님에
게 하듯이 비누거품을 얼굴에 칠한 뒤 50분이 지나면 의자를 세워 그가 자만을
깎고 난 다음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여주면 되잖아요."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그런 그를 너무 지나치게 대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면 환자들이 치료받으러 올 때마다 '초조를 좀 잘라주세요'라든가, '상위
자아는 너무 바싹 깍지 말아주세요' 아니면 달걀 샴푸를 받으러 아니 자아 삼푸
를 받으러 올 것 아니겠어요? 아하, 제가 말이 헛나온 것 눈치 채셨어요? 자아
삼푸를 달걀 삼류라고 하다니 달걀...... 자아...... 정말 비슷하네요. 그렇죠? 거기
에 무슨 숨은 뜻이 있을지도 모르죠. 거듭난다는 것은 영세받을 때 쓰는 상징적
의미인가요? 아니면 우리가 너무 바싹 깎고 있는 게 아닐까요? 바보 백치도 개
인의 본능적 충동의 원천이 있을까요?"
나는 그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그는 그저 의자에서 몸을 뒤척이며 자세
를 고쳐 앉기만 하는 것이었다.
"주무세요?"
"듣고 있네, 찰리."
"듣고 있다구요? 박사님은 화도 안내십니까?"
"왜 내가 자네처럼 화를 내야하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둔감한 스트라우스 박사-꼼짝도 하지 않는구나. 제가 무얼 하나 얘기해도 되
겠습니까? 나는 이제 여기 오는 게 지긋지긋 하다구요. 심리 치료가 지금 이 시
점에 도대체 어떤 도움이 됩니까? 당신도 나만큼이나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러나 내가 볼 때 자네는 여기서 멈추길 원하는 것 같진 않은데. 계속 끝까
지 가보길 원하고 있지 않나?"
"바보 같은 일입니다. 당신과 나의 시간낭비이죠."
나는 침침한 불빛 속에 누워 천장의 무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음을 흡수
하는 타일과 사람들의 말을 삼키는 몇 천 개의 작을 구멍들이 나있는 천장 밑에
살아서 묻혀 있는 소리들.
나는 갑자기 머리가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 마음은 텅 비어 있었고 항상
치료시간에 할 말이 많았던 나에게는 별로 없던 일이었다. 꿈과...... 기억과......
연상...... 의문들....... 하지만 지금 나는 고립되어 있었고 외로웠다.
스트라우스 박사의 숨소리만이 뒤에서 들려왔다.
"기분이 이상해요."
"그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나?"
참으로 훌륭하다. 참으로 위대한 심리학자이다.
나의 연상을 천장 위에 있는 자은 구멍과 심리치료자라는 큰 구멍이 흡수하게
내버려 두면서 나는 과연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얘기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박사님에게 자꾸 적대감이 들어요."
그러면서 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보지 않아도 스
트라우스 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설명하기 힘들어요. 내가 예전에 한 번인가 두 번 기절하기 전에 느꼈던 느낌
이랑 비슷한데, 머리를 몽롱해지고, 긴장이 되면서 몸이 차고 감각이 없어요."
"계속 해보게. 또 다른 느낌은 없나?"
그의 목소리에는 흥분하는 기색마저 돌고 있었다.
"내 몸이 내 몸 같지가 않아요. 마비되는 것 같아요. 찰리가 가까이 있는 게
감지되요. 지금 제가 눈을 뜨고 있지요, 그렇죠?"
"아주 크게 뜨고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과 천장에서 푸르고 하얀 빛이 나와 공 모양으로 내 눈
앞에 어른거리고 있어요. 이젠 공중에서 멈추어 섰어요. 불빛이...... 내 눈 안으로
들어와요....... 내 뇌 안으로...... 이 방에 있는 모든 것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어
요.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이에요. 아니 위로, 밖으로 팽창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래를 쳐다보지 않고도 내가 이 소파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것은 환각인가?
"찰리, 괜찮나?"
아니면 신비로운 현상으로 묘사되곤 하는 그런 것일까?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대답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가 지금 여기 있다는 사
실에 갑자기 짜증이 난다. 그냥 무시해버려야겠다. 저항하지 말고 이것이-무엇이
든지 간에-내 안에 빛으로 자리잡고 흡수되기를 기다리자.
"찰리, 왜 그러나? 무엇이 보이는가? 괜찮나?"
따뜻한 공기를 타고 위로 위로 떠오르는 낙엽처럼 내 몸 안의 모든 원자가 서
로 돌진하며 충돌하고 있다. 나는 점점 더 가벼워지고 밀도가 떨어지면서 커지
더니 태양쪽으로 급격히 팽창하며 다가가고 있다. 나는 무언의 바다를 향해 퍼
져가고 있는 더 커다란 우주이다. 처음에는 작았으나 내 몸을 둘러싸더니, 이 방
을 둘러싸고, 이 건물고, 도시와, 나라까지 둘러싸 내가 만약 지금 내 모습을 내
려다 본다면 내 그림자가 온 지구를 덮고 있을 것이다. 가볍고 아무런 느낌이
없다. 시간과 공간 속을 떠;다니며 부풀어 오르고 있다.
나는 곧 바다를 차고 뛰어오르는 한 마리의 물고기처럼 이 껍질을 꿰뚫고 나
올 것이다. 이 외피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 떨쳐버리고 싶다. 온 우주와 하나가
되려는데 그 취약한 당김이 나를 한정된 인간의 세계로 다시 불러들인다.
천천히 파도가 물러가듯 나의 팽창하던 영혼은 지구의 부피대로 줄어들고-나
는 그냥 내 자신을 놓아버리고 싶었으므로, 나의의지가 아닌 밑에서 이 끌어당
김으로 인하여 다시 내 자신으로 돌아와 나에게 들어가고 다시 이 소파 위에서
나의 지각의 손을 육체 안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만약 내가 원한다면 이 손
을 움직이고 윙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움직이고 싶지 않다. 아니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자신을 저항없이 이 체험에 맡기고는 기다리고
있다. 찰리는 위쪽의 감정의 휘장을 내가 뚫고 지나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는
하나님을 보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 아니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는 것이 두
려운 것일까?
여기 누워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흐르고 나는 다시 내 안에 내가 되어 있다.
하지만 또다시 나는 내 몸 안에 모든 느낌과 감각을 잃어버렸다. 찰리는 나를
내 자신에게로 가까이 끌어당기고 있다. 내부의 빨간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보
지 못하는 눈이, 그 자신을 많은 꽃잎이 달린 꽃으로 변형시키는 모습을 바라보
고 있다-그것은 나의 무의식의 핵심 속 깊은 곳에 묻혀있는 가물거리고 소용돌
이치며 빛을 발하는 꽃이었다.
나는 줄어들고 있다. 나의 몸 안에 있는 모든 원자가 서로 가까이 밀집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미분자가 소우주로 융합하는 융해인 것이다. 곧 있어 거대
한 열과 견디기 어려운 빛 즉 지옥 안에 지옥이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빛을 보지 않고 번식하지 않으며 스스로 분활시키지 않고 오히려 여럿이서 하나
가 되기를 추구하는 꽃만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어른거리던 꽃이 빙빙 도는 금
빛 원반으로 변하고 소용돌이 치는 기포의 무지개로 바뀔 때, 나는 다시 어둡고
조용한 동굴로 돌아와 나를 받아줄 그 누군가를 찾아 젖은 미궁을 탐색할 것이
다. 나를 받아들이고......, 얼싸 안으며......, 자신의 안으로 흡수시킬 그 누군가를
찾아.......
지금 바로 착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 속에서 나는 불빛을 본다. 망원경의 잘못된 끝으로 바라보는 것같이 찬
연히 빛이 나고, 눈을 현혹 시키는 것같이 어른거리는 꽃잎이 많은 그 꽃이-그
것은 나의 무의식의 입구 근처에 소용돌이치며 떠있는 연꽃이었다-가장 어두운
동굴의 입구처럼 빛을 내며 아주 작게 멀리 떨어져 있었다. 만약 내가 대다하게
저 불빛 너머의 석굴 안으로 돌진할 수 있다면 나는 동굴의 입구에서 해답을 찾
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아직 아니다. 나는 삶이나 죽음이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두렵지 않
지만 내가 한번도 소유할 수 없었던 이 모든 지식과 학식을 그냥 소비해야 한다
는 것이 너무나 유감스럽다. 동굴의 입구에서 부터 시작하여 오는데 나를 동굴
의 입구로 몰아내려는 폭력적인 파도 같은 움직임의 압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것은 너무 자아 내가 들어갈 수 없다!
갑자기 나는 벽쪽으로 계속 세게 집어던져지고 환한 불빛이 내 눈을 파열하려
고 위협하고 있는 입구쪽으로 강제적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다시 한번 나는 내
가 나의 껍질을 뚫고 경건한 빛으로 나아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여태
껏 알지 못하던 고통과 추위와 같은 괴로움을 느끼며 나는 눈을 뜬다. 격력한
불빛에 눈이 머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나는 도리깨질하고 몸을 떨면서 소리를
지른다.
나는 계속해서 나를 거칠게 흔드는 손의 강요에 의해서 빠져나왔다. 스트라우
스 박사였다.
"정말 다행이구만."
내가 그의 눈을 들여다 보자 그는 말했다.
"자네 때문에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기나 하나."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
나는 일어나 눈이 주위에 익숙해지자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방이 무척
좁게만 느껴졌다.
"오늘 뿐만이 아니라 더 이상 심리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기분이 나빠 보였지만 나를 설득하키려고는 하지 않았다. 나는 모자와
코트를 집어들고 나왔다.
그리고 지금 플라톤이 한 말이 불길 뒤의 바위 위의 그림자처럼 나를 조롱하
고 있다.
'동굴 속의 사람들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을 할 것이다. 그는 위로 올라갔다
아래로 내려왔다-눈도 없이.'
10월 5일 앉아서 이 보고서를 타자로 찍는 것이 무척 힘들지만 녹음기 앞에서
는 말이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오늘 하루 종일 미루어 왔지만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이제 앉아서 이 진행 보고서를 써야겠다. 나는 앉아서 무언가
를-아무것이라도 좋으니-쓰기 전까지는 저녁을 먹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오
늘도 니머 교수는 나를 연구실로 불러들여 내가 예전에 다 했었던 몇가지 테스
트를 다시 해보길 원하였다.
처음에는 그들이 아직도 나에게 다달이 돈을 보내오고 있었으므로 협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었지만 비크맨 대학에 가서 버트와 처음부터 살펴보는 과정
에서 이것이 나에게 무리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첫번째는 연필로 종이 위의 미로를 찾는 것이었다. 나는 예전에 내가 빨리 미
로를 찾을 수 있기 전의 기억과 알제논과 시합을 하던 일 등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내가 예전과 비교해 볼 때 미로를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깨달
았다. 버트가 종이를 받으려고 손을 내밀었으나 나는 버트에게 미로찾기 시험지
를 넘겨주는 대신 그 종이를 갈갈이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더 이상은 안해요. 나는 이제 미로찾기를 하지 않을거라구요. 나는 막다른 골
목에 다다랐고 이제 여기서 모든 건 끝이에요."
그는 내가 밖으로 뛰쳐나갈까봐 걱정하며 나를 진정시키려 하였다.
"괜찮아요, 찰리. 천천히 해요."
"천천히 하라구? 당신 가은 사람이 천천히 하는 게 어떤 건지 알기나 해요?"
"모르지만 상상할 수는 있어요. 우리들 모두가 안됐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동정은 필요없어요. 나를 그냥 혼자 내버려두라구!"
그는 창피해하고 있었고 나는 이 모든 것이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
고, 그에게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화내서 미안해요. 다 잘되고 있지요? 논문은 끝냈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다시 타자기로 치고 있어요. 2월에는 박사 학위를 받을 것 같아요."
"장해요, 장해!"
나는 그의 어깨를 치며 그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
다.
"계속 분발해요. 학식을 쌓는 일 만큼 보람된 일은 없으니까. 내가 좀전에 성
내며 한 말은 잊어줘요. 미로 찾는 일만 빼고는 시키는 대로 다 할께. 미로 찾는
일만 빼고-."
"글쎄, 니머 교수는 로르샤하 테스트를 원하는데."
"내 무의식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려고? 그는 무엇을 찾기를 기대하
는 거지?"
내가 화난 걸로 보였는지 그가 뒷걸음질 쳤다.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돼요. 자율적으로 하는 거니까 ."
"괜찮아요. 계속하죠. 카드를 주세요. 그러나 무엇을 찾았는지는 나에게 가르쳐
주지 말세요."
그는 안해도 되었다.
나는 로르샤하 테스트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카드에 보이는 게 중
요하지 않고 그들을 어떻게 다루는가가 더 중요했다.
전체든, 부분이든, 움직임이든, 그냥 움직이지 않는 형태이든지 색상점을 중요
시하거나 아니면 그를 무시해버리거나, 많은 생각을 함께 하거나 아니면 성의없
는 몇 가지 대답들.
"이것은 적당하지 않아요."
내가 말했다.
"나는 당신이 무엇을 찾는지 알아요. 내 머리 속은 어떤지, 어떤 그림으로 만
들려면 내가 무슨 대답을 해야되는지 알아요. 내가 해야하는 전부르르......."
그는 나를 쳐다보았다, 기다리며.
"내가 해야할 전부는......."
그러나 그때 나는 뒤통수를 치듯이,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기억을 하지 못
했다. 그것은 마치 내가 머리 속의 칠판에 씌여진 것을 똑똑히 보고 있다가 내
가 읽으려고 할 때, 한부분은 지워졌고, 또 나머지는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이었
다. 처음에는 나는 믿기를 거부했다. 카드를 허겁지겁 무척 빨리 보았기에 나는
말이 막혀버렸다. 나는 잉크점을 찢어보여 그것들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 잉크점
어딘가에는 내가 조금 전에 알고 있었던 답들이 있다.
꼭 잉크점 안이 아니더라도, 내 머리 속 부분에 어떤 형태로서 존재해서 그들
에게 의미를 부여하였던 것들이, 나에게 찍힌 흔적이 그들에게는 확대되어 보였
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할 수가
없다. 모두 사라졌다.
"어느 여자였어요......."
내가 말했다.
"......무릎 꿇고 마루바닥을 닦고 있는, 아니- 내가 말하는 것은 남자였던 것
같아요-칼을 들고 있는."
내가 이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다른 방향으로 화재를 돌려버리
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가지의 형상이 어떤 것에서부터 서로 떨어져 나가려고...... 인형처럼......
각각 서로 잡아당기고 있어요. 그래서 두 형상이 각각 분리되어 버릴 것 같은-
아니야!-제가 얘기하는 것은 두 가지 얼굴형상이 서로 중간의 창문을 통해 바라
보고 있고, 그리고-."
나는 테이블 위에 있는 카드를 쓸어버리고 일어섰다.
"시험들은 이제 그만해요. 나는 이제 시험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요, 찰리. 오늘은 이제 그만 해요."
"오늘 뿐만 아니라 이젠 여기에 오지 않을 거예요. 나에게 필요한 나머지 것들
은 진행 보고서에서 찾으세요. 나는 미로 찾는 것을 그만하겠어요. 나는 이제부
터는 실험동물이 아닙니다. 충분히 했어요. 이제는 나도 그냥 혼자이고 싶어요."
"그래요, 찰리. 나도 이해해요."
"아니요, 당신은 이해하지 못해요. 왜냐하면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니까
요. 그리고 나 외에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해요. 당신을 탓하는 게 아니예요. 당
신은 일을 가지고 있고 그리고 박사학위도 따야 하고, 그리고, 어, 네, 가르쳐 주
지마세요. 내가 알기론 당신은 인류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나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같은 위치에 속하지 않아요. 나는 이미 위로
올라갈 때 당신의 위치를 지났고, 그리고 지금은 아래로 내려가면서 그것을 지
나가요. 그리고 내 생각엔 이 엘레베이터를 다시 탈 것 같지 않아요.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헤어져요."
"당신은 스트라우스 박사와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에겐 저 대신 인사해주세요. 해주시겠죠? 그들과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아요."
그가 무어라고 하기 전에 아니면 나를 제지하기 전에 나는 실험실에서 나왔고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비크맨 대학에서 마지막으로 나왔다.
10월 7일 스트라우스 박사가 나를 만나고자 노력했지만 나는 문을 열지 않았
다. 지금 나는 혼자 있고 싶다.
그것은 이상한 기분이었다. 내가 읽었던 책을 몇 개월 전에 즐겼는데 그것을
기억하지 못함을 발견했을 때. 밀튼이 얼마나 훌륭한지 기억한다. 내가'잃어버린
천국'을 들었을 때 그것이 아담과 이브 그리고 지식의 나무라는 것만 기억했다.
그러나 무슨 뜻인진 몰랐다.
나는 일어나서 눈을 감고 찰리와 나 자신을 보았다-여섯이나 일곱 살인, 식탁
에 교과서가 놓여지고 읽는 법을 배우며, 엄마 옆에 앉아 단어들을 말하고 또
말하고, 내...... 옆에.
"다시 해봐."
"잭을 봐라. 잭이 뛰는 걸 봐라. 잭이 보는 걸 봐라."
"아니야! 잭이 보는 걸 보는 게 아니잖아! 이것은 잭이 뛰는 걸 뛰어라!"
그녀는 거친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말했다.
"잭을 보라. 잭이 뛰는 걸 보라. 잭이 보는 걸 뛰어라."
"아니야! 너는 노력을 안하잖아. 다시 해봐. 다시 해! 다시......!"
"그 아이를 그냥 놔둬요. 당신이 그를 무섭게 했어요."
"이 아이는 배워야 해요. 집중하기에 그는 너무 게으르다구요."
뛰어라. 잭 뛰어라....... 뛰어라 잭 뛰어라...... 뛰어라 잭 뛰어라...... 뛰어라 잭
뛰어라.......
"그는 다른 아이들보다 느리다구요. 그에게 시간을 주세요."
"그는 정상이예요. 그는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았어요. 단기 게으를 뿐이라구요.
그가 배울 때까지 가르칠거예요."
뛰어라. 잭 뛰어라....... 뛰어라 잭 뛰어라...... 뛰어라 잭 뛰어라...... 뛰어라 잭
뛰어라.......
그리고 나서 테이블에서 위를 올려다 보며, 마치 내 자신을 보는듯 싶었다. 찰
리의 눈을 통해서 '잊혀진 천국'을 잡으며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내가 마치 책
을 반으로 찢으려는 듯이 두 손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나는 뒷장을 뜯어내
고, 한 줌의 페이지들을 찢어 책을 부서진 레코드들이 있는 방의 구석진 곳으로
갔다. 나는 그곳에 놓았고 나는 그들이 무어라하는지 이해 못 했으므로, 그것의
하얀 찢어진 혀들은 웃고 있었다. 나는 내가 배운 것들을 지켜야 한다.
신이여, 모든 것을 빼앗지 마십시요.
10월 10일 보통 저녁 때에는 산보를 한다. 도시를 헤매고 돌아다닌다. 왜 그런
지 나도 모르겠다. 내 생각에 사람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그런 것 같다. 어제 저
녁에는 내가 어디서 사는지도 기억못했다. 경찰이 집을 찾아주었다.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이것들이 모두 나에게 일어났던 것처럼-아주 오래 전에.
나는 그것을 쓰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이
렇게 되면 이 세상에서 나 혼자만 무엇이 일어나는지 설명할 수 있는지.
걷는다기 보다는 나는 공간에 떠있었다. 나는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았으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걷거나 아니면 그냥 길
에 서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걸 보았다. 그들 중에 몇 명은 나를 보았고 몇은 보
지 않았는데 어느 누구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어느날 저녁에 한 남자가 다
가와서 나에게 여자가 필요한지 물은 것을 재외하고.......
그는 나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그가 10달러를 달라고 해서 주었는데 그는 영
영 오질 않았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우스운지 깨달았다.
10월 11일 이른 아침 아파트로 돌아와서 쇼파에 잠든 앨리스를 발견했다. 모
든 것이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른 아파트에 왔는 줄 알았다. 그러
나 곧 부서진 레코드와 찢어진 책이 방 구석에 그대로인 걸 보았다. 바닥이 삐
걱거린자 그 소리에 그녀가 깼다.
"안녕."
하며 그녀는 웃었다.
"밤 부엉이."
"부엉이가 아니예요. 도도에 가깝지요. 바보 같은 도도.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요?"
"페이의 집을 통해 비상구로요. 그녀에게서 당신의 소식을 알려고 전화했더니
당신이 걱정된다고 하더군요. 당신이 소동을 일으키고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그래서, 내가 등장할 때가 됐다고 결정했어요. 내가 좀 정리했어요. 당신이 상관
치않을 걸로 생각했거든요."
"절대 상관하지 말아요. 나는 그 누구의 동정을 받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거울로 가서 머리를 빗었다.
"여기 온 건 당신을 동정하기 위해 온 게 아니예요. 그건 내가 나를 동정해서
예요."
"무슨 뜻이죠?"
그녀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무엇을 뜻한다기 보다는, 그것은 마치-시처럼, 당신이 보고 싶었어요."
"동물원에 뭐가 잘못 됐나보죠?"
"아이, 그만해요, 찰리. 나하고 실랑이하지 말자구요. 오랫동안 나는 당신이 와
서 나를 잡아주길 기다렸어요. 그러다 결국엔 내가 당신에게 오기로 결정한 거
죠."
"왜요?"
"왜냐하면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시간을 당신과 같이 보내고 싶
어요."
"그것은 노랜가요?"
"찰리, 비웃지 말아요."
"나는 웃고 있지 않아요. 그러나 나는 어느 누구하고도 시간을 함께 할 수 없
어요-나 자신에게만 시간이 있을 뿐이예요."
"당신이 완전히 혼자이고 싶어한다는 걸 못 믿겠어요."
"그러고 싶어요."
"소식이 끊기기 전에 우리는 짧은 시간을 보냈죠. 우리는 할 얘기도 있고, 같
이 할 일도 있어요. 그리 오래 된 일은 아니지만, 봐요. 우리는 우연히 일어난
일이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건 비밀이 아니예요. 나는 떠나지 않을거예요, 찰
리. 단지, 기다리고 있겠어요. 당신이 다시 내 수준 정도가 되겠죠, 그렇죠?"
나는 아파트에 대해 화가 났다.
"하지만 이건 미친 짓이예요. 앞으로 절대 나아지지 않을거라구요. 나는 감히
내가 나아질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단지 퇴보할 뿐이라구요. 몇 달, 몇 주, 아
니면 며칠 안에-누가 지옥을 알겠어요? 나는 워런으로 돌아갈 거예요. 당신은
나를 따라 갈 수는 없잖아요."
"갈수 없지요. 그리고 아마 당신을 만나러 그곳에 자주 갈거예요. 당신이 한번
워런에 들어가면 나에겐 당신을 잊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겠죠. 나는 감히 당신
을 속이려고 하지 않을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그곳에 가게 되어 우리가 서로 혼
자가 될 때까지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말기로해요."
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가 나에게 키스했다. 그녀는 내 옆에 앉아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었다.
나는 기다렸다. 하지만 나를 당황케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앨리스는
여인이었으나 아마 지금 내 안의 찰리는 그녀가 자신의 엄마나 여동생이 아니라
는 것을 이해했나보다.
위험한 상황이 사라진 걸 알게 되자 안심이 됐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나를 잡을 어떤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두려워하거나 허세를 부릴 시간이 없
다. 다른 어떤 사람과도 이러한 길을 결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장벽들
은 사라졌다. 나는 그녀가 나에게 주었던 실을 감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녀가 기
다리고 있었던 곳에서 미로로부터 나의 길을 발견했다.
나는 나 자신보다 그녀를 더 사랑했다.
성행위를 하는 것보다, 여자의 몸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한 어떤 것이었다. 지
구 밖에서부터 끌어올려지고, 두려움과 고통에서 벗어났으며 나보다 위대한 어
떤 것의 일부분이 되었다. 나는 그 어떤 사람의 일부분이 되기 위해서 나의 의
식 속의 어두운 방으로부터 끌어 올려졌다-마치 치료하던 날 침대 위에서 경험
했었던 것처럼. 우주 밖으로의 첫 발자욱, 우리는 인간의 영혼을 재창조하고 영
속하기 위해서 몰입하였다.
밖으로 넓히고 폭발하는 것. 그리고 안으로 수축되고 형성하는 것, 그것은 숨
쉬는 것. 심장의 고통, 낮과 밤이 있는 리듬이다. 그리고 우리 몸의 리듬은 나의
정신으로 메아리친다. 그 낯설은 상상력은 뒤에서 멀어져 갔다. 회색의 음울함에
서 나의 정신은 끌어올려졌고, 그것을 통해 빛은 나의 두뇌 안으로 관통하였다.-
이상하게도 그 빛은 눈을 멀게 하였다. 나의 몸은 거대한 우주의 바다 안으로
흡수되었고, 이상스런 세례로 나의 몸을 씻겨졌다. 나의 몸과 그녀의 몸은 주고
받음으로 떨려왔다.
이것이 바로 밤에서부터 날이 조용히 새기까지 우리가 사랑했던 방식이었다.
내가 그녀와 함께 누워있을 때 육체적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 수
있었다.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팔 안에 있는 것과 주고 받
는 것이었다! 우주는 폭발하였고, 각각의 미분자는 서로 멀리 떨어져 나가고, 어
둠과 외로움의 공간에서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고, 서로 상대방으로부터 영원히
멀리 떨어지게 한다.
자궁으로부터의 아기, 친구로부터 멀어진 친구, 각각으로부터의 떠나감, 의로
움 죽음의 길, 그들이 향한 그들 각자의 길.
그러나 이것은 평행력이었다.
폭풍 속에서 한 남자가 배 밖으로 쓸려가려는 것을 헤어지지 않으려고 서로의
손을 꽉 잡을 때, 우리의 몸은 아무것도 아닌 곳으로 쓸려지지 않도록 융화된다.
내가 막 잠들기 전 이 순간에 나와 페이와 사이에 있었던 방식을 기억했다. 그
리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오직 육체적인 것이었으며 단순했었음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앨리스와는 신비스러움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기대어 그녀의 눈에 입맞춤을 하였다.
앨리스는 지금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내가 그녀에게 떠나야할 때를 말하면 떠나갈 것에 동
의했다.
이별을 생각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서 찾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10월 14일 아침에 깨어났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
인지 모르겠다. 내 옆에 있는 그녀를 보고 나는 기억한다. 그녀는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면 느낌으로 안다. 그리고 그녀는 아파트 주위를 조용히 움직이며,
아침을 준비하고, 청소를 하며, 혹은 아무런 의심없이 나를 남겨두고 나간다.
오늘 저녁엔 연주회에 갔다. 그러나 내내 지루해서 중간에 나와버렸다. 더 이
상 집중을 할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스트라빈스키를 좋아했었기 때문에 간 것
이었지만 어쨌든 더 이상 그 음악에 대해 인내심을 가질 수 없었다.
앨릿와 함께 하면서 단 하나 나쁜점은 이러한 상황과 싸워야 한다는 느낌이
드는 점이다. 시간이 멈춰졌으몀 좋겠다. 그리고 결코 그녀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
10월 17일 왜 나는 기억을 할 수 없는 것일까? 나는 나약해 지지 않도록 노력
해야 한다. 앨리스는 내가 몇 일 째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내가 누군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듯하다'고 얘기했다. 그러면 모든 것이 다 되돌아오고 나는
그녀를 인식하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기억한다. 건망증, 제2의 유년기 증상들
-뭐라 부르더라- 노망? 그것이 오고 있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은 잔인하도록 논리적이다. 모든 정신세계의 과정을 너무 빠르게 속도
를 낸 결과이고, 나는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이 배웠다. 지금 나의 정신세계는 빠
르게 악화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더이상 악화되지 않게 싸운다면 어떻게
될까? 워런에 있는 사람을 생각한다. 공허한 미소와 무표정들. 모든 사람이 그들
을 보고 웃는다. 작은 찰리 골든의 환영이 창문을 통해서 응시한다-기다려줘. 제
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
10월 18일 나는 최근에 배운 것들을 잊어버린다. 그것은 고전적인 패턴을 따
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제일 나중에 배운 것이 제일 먼저 잊혀진다. 아니면 그것
이 패턴인가? 다시 한 번 보는 것이 낫다.
나의 논문인 '알제논-골든의 효과'를 다시 읽으면서 내가 그것을 내가 썼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꼭 다른 사람이 써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용의 대부분
은 이해하기조차 힘들다.
나는 왜 이렇게 과민한걸까? 특히, 앨리스가 나에게 잜해 줄 때면 더....... 그녀
는 주위를 깨끗하게 잘 정돈한다. 언제나 나의 물건들을 제자리에 정돈하고, 마
루를 깨끗이 닦고, 문지르고, 설겆이도 항상 잘한다. 사실, 오늘 아침에 그런 식
으로 그녀에게 소리를 지르지 않았어도 됐는데, 그로 인해 그녀가 울음을 터뜨
렸다. 난 그렇게 되길 원치 않았다. 다 부숴진 레코드, 책들을 주워 모을 필요가
없었는데, 그녀는 모두 주워서 박스 안에 가지런히 넣었다. 그것은 더욱 나를 화
하게 만들었다. 나는 어느 누구도 그것들을 만지는 걸 원치 않는다. 그것들이 쌓
여 있는 것을 보고 싶다. 그것들이 내가 남기고 갈 것이란 것을 내가 깨우치길
원한다. 나는 상자를 걷어차서 다 흩뜨려 놨다. 그리고 그녀에게 그대로 놔두라
고 얘기했다.
어리석고 이성적이지 못하다. 망가지고 깨어진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
해 그녀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
는 자신의 그런 생각을 나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슬펐다. 그녀는 나의 그
런 행동이 지극히 정상이라는 듯 행동했다. 내 비위를 맞추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박스를 볼 때마다 워런에 있던 소년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가 만들었던 조잡하
고 지저분한 전등과 모든 사람들이 그의 비위를 맞추던 방식, 그리고 별것도 아
닌 것에 대해 그가 대단한 어떤 것을 했다는듯 놀란 척 하는 것.
그러한 행동을 바로 지금 그녀가 나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이지 참을 수
가 없다.
그녀가 침실로 들어가서 울자 나도 기분이 안좋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모든
것은 나의 잘못이라 말했다. 왜 나는 그녀를 계속 사랑하기에 충분할 만큼 스스
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걸까? 충분할 만큼.......
10월 19일 근육 활동이 정점 쇠약해진다. 나는 계속해서 넘어지고 물건들을
떨어뜨린다. 처음에는 나의 실수라 생각하기 좋았다. 그러다 나는 앨리스가 물건
들을 주위에 옮겨 놓았다고 생각했다. 휴지통이 내가 가는 길목에 있고, 의자도
그렇고.......
그러나 지그은 나의 조정능력이 나빠졌다는 것을 인식한다. 나는 물건을 정확
히 잡으려고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자꾸 어려워진다. 왜 나는 앨리스에
게 계속해서 화를 내는 걸까? 왜 그녀는 나와 논쟁하지 않는가? 그녀의 얼굴에
서 동정의 빛이 보이기 때문에 더욱 더 화가 난다.
이제 나의 유일한 즐거움은 텔레비젼이다.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퀴즈쇼나, 옛
영화, 연속극 또한 아이들 쇼나 만화를 보는 것으로 보낸다. 나는 텔레비젼에서
떨어질 수 없었다. 늦은 밤엔 옛날 영화가 상영되고, 공포 영화, 늦게 하는 쇼,
더 늦게 늦게 있는 쇼, 방송이 끝난다는 알림 그리고 국기와 미국 국가 나오고,
조그만 네모의 화면을 통해 눈을 뜨고 나를 응시한다.
왜 나는 언제나 창을 통하여 삶을 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후에는 나에게 읽고, 쓰고, 생각할 시간이 조금밖에 없
다는 것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나는 내 안에 있는 어린이를 허상의 것들로 마
취시키는 것보다는 더 나은 것들을 익히려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에
게는....... 왜냐하면 내 안에 있는 어린이는 나의 정신을 교화시키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나, 앨리스가 나에게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는 얘기를 했다. 나는 그녀에게 화를 냈고, 나 혼자 내버려두라고 했다.
생각하지 않고 빵집, 엄마, 아버지 그리고 노마에 대해서 기억하지 않는 것이
나에겐 중요하기 때문에 느껴지고, 보여진다. 나는 나의 과거에 대해 기억하기를
더 이상원하지 않는다.
나는 오늘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전에 나의 연구에 사용했던 기사의 복사본
을 집어들었다.
내가 썼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 기사가 나를 도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내가 무엇을 썼었고 무엇을 했었는지, 처음엔 내 눈이 잘못 됐다고 생각
했다. 그리고 나서 더 이상 독일어를 읽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언어들
도 시험해 봤으나 모두 잊어버려싸.
10월 21일 앨리스가 떠났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지를 한번 보자. 온 방바닥에
찢어진 책과 종이들 부서진 레코드, 더이상 이렇게 지저분한 곳에선 살 수 없다
고 말했을 때 싸움이 시작됐다.
"그대로 내버려둬요."
나는 그녀에게 경고했다.
"당신은 왜 이런 식으로 살려고 해요?"
"모두 다 내가 놓은대로 있기를 바래요. 다 여기 있길 원한다구요. 당신은 몰
라요. 당신 내부에서 보이지도 않고, 조절할 수도 없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
그런 상황에 처할 때 기분이 어떤지. 모든 것이 다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느낌이 어떤 건지."
"당신 말이 맞아요. 나는 결코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
지 않겠어요. 당신이 나에 비해 너무 지적이게 되었을 때도, 지금도 이해하지 못
해요. 그러나 이 한 가지는 말하고 싶어요. 당신이 수술을 받기 전엔 이렇지 않
았어요. 당신은 당신 자신의 추잡함 속에서, 자기연민 속에서 허우적거리지 않았
어요. 또 하루종일 텔레비젼 앞에서 당신의 정신을 더럽히지도 않았어요. 사람들
에게 으르렁거리거나 고함치지도 않았고, 사람을 물어뜯지도 않았어요. 그래요,
과거 당신의 행동은 우리들이 당신을 존경하도록 만들었어요. 전에 부족한 사람
들에게 볼 수 없었던 어떤 것을 당신은 가지고 있었어요."
"나는 실험을 후회하지 않아요."
"나도 후회하지 않아요. 그러나 당신이 전에 가졌던 어떤 소중한 것을 잃어버
렸어요. 당신은 미소를 가지고 있었어요."
"아무 의미없는, 바보 같은 미소."
"아니요. 따뜻하고, 진실된 미소였어요. 왜냐하면 당신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기 원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나를 가지고 장난쳤고, 비웃었어요."
"그래요. 하지만 당신은 그들이 왜 웃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어도 그들이 당
신을 보고 웃을 수 있다면 그들은 당신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 직감으로 느꼈었
어요."
"당신이 괜찮다면 지금은 웃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울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배우는 것이 중요했는지 몰라요. 내가 지성을 갖게 되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될 거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친구를 가질 수 있다고 생
각했죠. 그것이 웃어야 할 단 하나의 이유였어요. 그래요."
"그건 단지 지성인이 되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었어요."
그 말이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아마 나는 그녀가 의도하는 뜻을 이해하지 못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요즘 그녀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고, 그녀가 의미하
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암시적으로 말했다. 대략 얘기했고, 나에게 자신
의 생각을 알기를 기대했다. 나는 이야기를 듣고 이해한 척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요점을 완전히 놓친 것을 그녀가 알까봐 마음 속으로는 불안했다.
"당신이 떠나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그녀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아니예요. 아직은 아니예요, 찰리. 나를 떠나보내지 말아요."
"당신은 나를 더 힘들게 해요. 당신은 내가 어떤 것이든 할 수 있고, 어떤 것
이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은 기금의 나에게 해당하는 말이 아니
예요. 당신은 나를 너무 밀어붙쳐요, 꼭 우리 엄마처럼......."
"그렇지 않아요."
"당신의 모든 행동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어요. 내 뒤를 따라다니며 줍고, 정리
하는 방식, 내 주변에 책을 남겨두어 생각하거나 읽도록 만들려하고, 새로운 소
식을 이야기하면서 나에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행동들이 말이죠. 당신은 상관없
다고 말하지만 당신이 내게 하는 모든 행동들이 얼마나 상관이 있는지 보여줘
요. 언제나 학교 선생님, 나의 삶과 싸워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만드는 그런
연주회, 박물관, 외국영화 등......."
"찰리......."
"그냥 나 혼자 내버려둬요. 나는 내가 아니예요. 나의 일부분이 따로 떨어져나
가고 있어요. 그리고 난 당신이 여기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는 결국 그녀를 울게 만들었다. 오늘 오후 그녀는 가방들을 꾸렸다. 그리고
떠났다.
지금 아파트는 조용하고 텅빈 것처럼 느껴진다.
10월 25일 진행의 악화. 나는 타자기 사용을 포기했다. 근육을 조정하기가 나
쁘다 이제는 보고서를 손으로 써야 한다.
앨리스가 말한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비록 옛날 것을 잊어버린다 해
도 새로운 것을 계속 배우고, 계속 읽을 수 있다면, 그러면 지식을 약간은 가지
고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내려가고 있는 에스칼레이
터에 타고 있다. 만약 그냥 서있느다면 죽- 바닥으로 내려가겠지만 내가 뛰어올
라가기 시작한다면 최소한 같은 장소에는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위쪽을 향하여 계속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도서관에 가서 읽을 책을 많이 빌려왔다. 지금은 많은 책을 읽고
있다. 대부분의 책들은 나에게 너무 어렵다. 그러나 상관없다. 내가 계속 읽는
한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울 것이고 어떻게 읽는지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계속 읽는다면 나는 나의 것을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앨리스가 떠난 후 스트라우스 박사가 왔다. 그는 진행 보고서 때문에 온 것처
럼 말하고 있었으나 그녀가 나에 대해 그에게 말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가 이곳에 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에 대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왜냐하면 내가 더 이상 나 자신을 돌볼
수 없다고 생각될 때 기차를 타고 워런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그때가 오면 혼
자서 그냥 가는 편이 낫겠다고 얘기했다.
나는 페이와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녀가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
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내가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지난 밤 그
녀는 다른 남자와 집에 왔다. 그는 매우 젊어 보였다.
오늘 아침 집주인 무니 부인이 닭고기과 닭고기스프를 가지고 왔다. 그녀는
내가 괜찮은지 보러왔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나에게도 먹을 것은 많이 있다
고 했지만 그녀는 음식을 놓고 나갔고, 그리고 그것은 맛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일을 하는 듯했으나 나는 아직 그렇게까지 어리석지는 않다.
앨리스나 스트라우스 박사가 분명히 그녀에게 나를 지켜보고 괜찮은지 확인해달
라고 했음이 분명했다. 상관없다. 그녀는 아이리쉬 억양을 가진 착한 여자이며,
빌딩에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는 내 방 마루가 엉망인 것을 보고도 그것에 대해서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좋은 사람같다.
11월 1일 감히 일주일만에 다시 보고서를 쓴다. 신간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
르겠다. 오늘이 일요일이란 걸 안다. 왜냐하면 창문을 통해 길을 가로질러 교회
로 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일 주일 내내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니 부인이 몇 번 나
에게 음식을 가져왔었고, 어디 아프냐고 물었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나 자신과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나는 여기서 내내 혼자 어슬렁거리며,
창 밖만 내다볼 순 없다. 나를 붙잡아야 한다. 나는 반복해서 계속 이야기한다.
무엇인가 해야한다고, 그러나 그러고 나서 잊어버린다. 어쩌면 내가 해야할 것을
말하지 않는 편이 쉬울 것이다.
여전히 도서관으로부터 빌려온 책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 대부분은
나에게 너무 어렵다. 지금은 추리소설을 많이 읽는다. 그리고 오래전 옛날에 살
았던 왕과 왕비들에 대한 책을 읽는다. 나는 중세의 기사이며 그의 친구와 늙은
말과 함께 여행을 떠난 한 남자에 대한 책을 읽었다. 그는 무엇을 하든지 언제
나 얻어맞고 상처받는 내용으로 끝난다. 그가 풍차들이 용이었다고 생각했을 때
처럼. 처음엔 아주 우스운 책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미치지 않았다면 그는 풍
차가 용이 아님을 볼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력적인 궁전도, 마법
사 같은 그런 것도 없다. 그러나 그때 나는 거기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다고 생
각한다.
어떤 것은 바로 얘기하지 않고 단지 암시한다. 다른 어떤 의미가 있는 것처럼.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읽기를 계속하고, 새로운 것을
매일 배우고 있고, 그것이 나를 도울 것이란 걸 안다.
이전에 진행 보고서를 썼으면 좋았을 것을 안다. 그래야 그들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테니까. 그러나 글씨 쓰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나는 쉬운 글
자조차도 사전에서 찾아봐야 하며 그것이 나 자신에 대해 화나게 만든다.
11월 2일 어제 한 여자가 빌딩에서 한층 아래의 좁은 길을 가로질러 가는 것
에 대한 보고서 쓰는 것을 잊어버렸다. 나는 지난주 나의 부엌 창문을 통해 그
녀를 보았다. 나는 그녀의 이름도 모르고, 얼굴조차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그
러나 그녀는 매일밤 11시경에 샤워를 하기위해 욕실 안으로 들어간다. 그녀는
결코 가리개를 내리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불을 끄면 나의 창문을 통해 그녀가
샤워를 끝내고 물기를 말리러 나오는 그녀의 몸을 목 아래부터 볼 수 있다.
그것은 나를 흥분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녀가 불을 끄고 나면 흥분은 가라앉
고 외로운 느낌이 든다. 때때로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녀가 예쁜지 혹은 어떻든지 간에-. 여자가 그렇게 있을 때 몰래 훔쳐보는 것
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어쨌든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을 그녀
가 모른다면, 무슨 다른 점이 그녀에게 있겠는가.
지금 거의 11시이다. 그녀의 목욕시갇. 그러니 나는 가서 보는 것이 좋겠다.
11월 5일 무니 부인이 나를 매우 걱정한다. 내가 하루종일 누워 있고 아무것
도 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나는 그녀에게 그녀의 아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전
에 그녀는 그를 집 밖으로 내쫓았다. 그녀는 게으름뱅이는 안 좋아한다고 말했
다. 내가 진짜 아픈거라면 괜찮지만, 단순한 게으름뱅이라면 더 이상 방을 빌려
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아픈 것 같다고 대답했다.
나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을 매일 조금씩 읽으려고 노력하였으나 때때로 그 의
미를 이해하지 못해서 반복해서 읽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은 쓰기에 어려웠다.
사전에서 모든 단어를 찾아야만 한다는 것은 안다. 그래서 항상 피곤하다.
그래서 나는 어렵고 긴 단어 대신에 쉽고 간단한 단어를 사용해야 겠다고 생
각했다. 그것은 시간을 절약한다.
밖은 점점 추워지지만 나는 여전히 알제논의 무덤에 꽃을 놓는다. 무니 집주
인은 쥐의 무덤에 꽃을 놓는 일이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알제논은
특별한 쥐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복도를 가로질러 페이를 방문하기 위해 갔다. 그러나 그녀는 나에게 돌
아가라고 했다. 그리고 다신 오지말라고 했다. 그녀는 문에 새 자물쇠를 만들었
다.
11월 9일 다시 일요일. 이제는 나를 바쁘게 하는 일이 없다. 왜냐하면 텔레비
젼이 망가졌고, 고쳐야 한다는 것을 계속 잊어버린다. 나는 이번 달 대학에서 온
수표를 잊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기억할 수 없다.
머리가 깨질듯 아프다. 아스피린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무니 부인이
이젠 나를 믿는다. 내가 정말 아프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는 나를 동정한다. 그녀
는 누군가 아플 때마다 특별히 잘 해주는 훌륭한 여자였다. 지금 밖은 점점 추
워져서 나는 스웨터 두 장을 껴입어야 했다.
길 거너의 숙녀는 지금 그녀의 창문가리개를 내린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나의 불행.
11월 10일 무니 부인이 나를 보이기 위해 낯선 의사를 불렀다. 그녀는 내가
죽을까봐 두려워 했다. 나는 의사에게 아픈 것이 아니라 때때로 잊어버릴 뿐이
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친구나 친척이 있는지 물었다. 나는 없다고 했다. 나에
게는 아무도 없다고 그에게 얘기했다. 전에 알제논이란 친구가 있었다고 그러나
그것은 쥐였고, 우리는 같이 경주했었다고-. 그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지 나
를 우스꽝스럽게 바라보았다.
그에게 예전에는 내가 굉장히 똑똑했었다고 말하자 그 의사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내가 애기인 것처럼 나에게 얘기했으며 무니부인에게 윙크를 했다. 나는
화가 났다. 왜냐하면 그는 나를 놀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를 밖으로 내쫓
고 문을 잠궜다.
내가 왜 이렇게 운이 나쁜지 안다. 왜냐하면 나는 토끼.기 다리와 나의 말발굽
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빨리 또다른 토끼발을 구해야 할 것 같다.
11월 11일 오늘 스트라우스 박사가 집에 왔다. 그리고 앨리스도. 그러나 나는
그들을 집 안에 못 들어오게 했다. 그들에게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
다. 나는 혼자 있길 원한다고 했다. 조금 후 무니 부인이 음식을 들고 와서 나에
게 말했다. 그들이 집세를 냈으며 그녀에게 돈을 남겨놓고 갔다고....... 내가 필요
한 음식이나 어떤 것이든 쓰라고....... 나는 그녀에게 더 이상 그들의 돈을 쓰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돈은 돈이예요. 누군가는 집세를 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나는 당신을 내보
내야 해요. 그나저나 당신은 왜 이렇게 어슬렁거리기만 하는 거죠? 왜 직장을
잡지 않는 거예요?"
나는 빵집에서 했었던 일 외에는 어떤 일도 할 줄 모른다. 나는 다시 그런 곳
으로 돌아가길 원치 않는다. 왜냐면 그들 모두 나를 안다. 내가 똑똑했을 때를.
그래서 그드른 나를 보고 비우슬른지도 몰른다. (번역 주-찰리의 병약화)
그러나 나는 돈을 벌 수 있는 그외의 일은 몰른다. 그리고 나는 내가 모든 비
용을 지불하기를 원한다.
나는 강하고 난 일할 쑤 이따.
만약에 내가 내 자신을 돌볼 쑤 업따면 난 워런으로 갈꺼야. 나는 어느 사람
으로부터라두 동정 같은 건 안바들 꺼야.
11월 15일 나는 나의 오래 된 진행 보고서를 보고 있썼따. 이상하게 나는 내
가 썼떤 거슬 일글 수 없썼써. 면몃의 글짜를 맞추어 볼 수 이썼는데 너무 이상
했써. 내가 그것들을 썼다고 생각하는데 잘 기억할 쑤 업써. 내가 약국에서 산
몃개의 책을 일그려 노력하믄 너무 빨리 피곤해져. 예쁜 여자 사진이 있는 한
권을 재외하고는. 나는 그것들을 보는 것이 좋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웃낀 꿈들
을 꾼다. 그것은 조은 것이 아니다. 나는 더 이상 그것들은 안 살꺼다.
나는 사람들을 강하게 하고 똑똑하게 하고, 만은 거슬 하는 신비의 파우더를
책 중에서 보았다. 그리고 내 자신을 위해 몃개 살지도 모른다고 생각켓다. (번
역 주-찰리는 재단을 파우더로 착각했다.)
11월 16일 앨리스가 다시 와썼따. 그러나 나는 가라고 했따. 나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안타고 했따. 그녀는 울었꼬 나두 울었따. 그러나 난 그녀를 들어오게 하지
않을꺼다. 왜냐면 그녀가 나를 보고 비웃는 것을 원하지 안키 때무니다.
나는 그녀를 더 이상 조아하지 않는다고 말햇따. 또한 나는 더 이상 똑또케
지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사실은 그것은 거진말이었다. 나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여전히 똑또케지고 싶다. 그러케 나는 그렇게 얘기해야만 했다.
그래야 그녀가 나를 떠날 거시다. 무니 부인이 앨리스가 좀 더 돈을 가져와따고
햇다. 집세와 나를 돌봐달라구. 난 그런 거 원치 안아. 직장을 잡아야겠다.
제발......, 제발......, 하느님 어떠케 잉는지 어떠케 쓰는지 잊어벅지 안케 해주
세요.
11월 18일 내가 다시 도라왔을 때 도너 아저씨는 굉장히 친절했따. 그리고 그
에게 빵집에서 있었떤 옌날 일에 대해서 물어밧따. 우선 그는 매우 의심스러워
해찌만 나는 그에게 나에게 있썼떤 일을 얘기했꼬 그는 슬프게 보였으며, 그의
손을 나의 어깨 위에 올려노코 찰리 용기와 인내를 가져 라고 햇따.
모든 사람드리 내가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쳐다봤다. 그리고 나는 예전에
했었던 거처럼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나는 내 안의 찰리에게 이야기했다. 만약 그들이 너를 놀린다면 마음 아파하
지 말라고 왜냐하면 그들이 전에 너만큼 영리하지 못했던 걸 기억하고 게다가
그들은 전에 너의 칭구였고 만약 그들이 너를 보고 웃는다면 그들이 너를 조아
한다는 이유말고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가 떠난 후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 중 한 명이 있었는데 이름은 메이어 클라
우스다. 그는 나에게 나쁜 짓을 헷따.
밀가루포대를 싣고 있었는데 그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는 헤이! 네가
굉장히 똑또카다 들었는데 아는 것 있으면 얘기좀 해봐. 나는 기분이 나빴따. 왜
냐면 나를 놀리는 거시었기 때문에. 그리서 나는 계속해서 나의 일을 했따.
그가 나에게 와서는 나의 손을 정말 아프게 잡았다. 그리고는 나에게 소리쳐
따. 내가 조은 말로 할 때 듣는 편이 나을껄. 아니면 네 손을 부러뜨릴 꺼야. 그
는 나의 팔을 비트렀따. 매우 아팠꼬 그가 정말 나의 손을 부러뜨릴 것 같아 무
서웠따. 그는 웃었꼬, 더 쎄게 비트렀따. 어떠케 해야 할지 몰라서 나는 울고 싶
어질 정도로 두려워졌다. 그러나 나는 울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한 괴로운 것 때
문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따. 나는 참을 수 업써서 위가 마구 꼬이고 빨리 화
장실에 가지 않으면 터질 것 같은 느끼미 드렀따.
나는 그에게 화장실에 가야하니 나를 놔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그는 그냥
나를 비우섯꼬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다. 그래서 울기 시작했다. 나
가야돼, 가야돼. 그리고 나서 일을 저질렀다. 팬티 안에서 나뿐 냄새가 낫따. 그
리고 나는 울렀따. 그는 나를 가게 했고 언짜는 얼굴을 지었으며 두려워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조 칼프가 들어와 클라우스의 셔츠를 잡았다. 그리고는 더러운 놈아,
그를 혼자 내버려둬 라고 얘기했다. 안그러면 너의 목을 부러뜨리겠다. 찰리는
조은 녀석이다. 나는 부끄러워꼬 화장실로 뛰어들어가따. 깨끗이 씻꼬 옷을 갈아
입기 위해서.
내가 다시 돌아와쓸 때 프랭크가 거기에 이썼꼬 조가 그것에 대해 얘기하고
이썼따. 그리고 나서 짐피가 들어왔고 그들은 그것에 대해 얘기햇따. 그들은 클
라우스를 업쌔버리겠다고 햇따. 그들은 도너 아저씨에게 가서 그를 해고시키라
고 말하게따고 햇따. 나는 그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그는 애기와 아내가 있는데
어떠케 다른 일을 찾냐고 안된다고 햇따. 그리고 게다가 그는 나를 그렇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따고 햇따. 그리고 나는 얼마나 비참했는가를 기억햇따. 내가 빵집
에서 해고 당하고 쪼껴나던 일이 나는 클라우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얘기햇다. 왜냐하면 이제 그는 더 이상 나에게 나쁜 행동을 안할 것이기
때무니다.
나중에 짐피가 안 좋은 발을 절름거리며 와따. 그리고는 그는 찰리 만약에 누
가 너를 귀찮게 한다거나 너를 이용해 이익을 차리려 한다면 나나 죠나 프랭크
를 불러 그러면 우리가 그를 곧바로 처리할테니 라고 말해주엇따. 우리 모두는
너가 기역하기를 원한다. 너가 이곳에 칭구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져버리지
말기를 그래서 나는 짐피에게 고맙따고 말햇따.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참 조은 것이다.......
11월 21일 나는 오늘 바보 같은 짓을 햇따. 내가 옌날처럼 워런의 킨니안 선
생님과 공부하지 안는다는 걸 잊어버려썼따. (번역 주-찰리의 기억력과 지적 능
력이 처음의 수준보다 더 낮아짐)
나는 교실에 들어가서 옛날의 자리에 안잤다. 교실의 맨 뒷줄에. 그리고 우끼
게 나를 보앗따. 그리고 그녀는 찰리 어디에 가따완냐구 햇따. 그래서 나는 안녕
하세요 킨니안 선생님. 오늘 나는 공부할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단지 전에 사용
해써떤 책을 이져버렸어요.
그녀는 울기 시작해꼬 교실 바끄로 나가 버렸따. 모든 사람이 나를 보앗따. 그
리고 나는 만은 사람들이 나의 교실에 어떤 가튼 사람미 아님을 보앗따. 그리고
갑짜기 수슬에 대한 어떤 것이 기억났따. 똑또케 지는 것과 그때의 찰리 골든을
증말 끄집어냇따. 나는 그녀가 교실에 돌아오기 전에 가버렸다.
나는 워런 학교로부터 멀리 가는 게 조을 거시다.
다시는 아무것도 나처럼 하기를 원치안았다. 나는 킨니안 선생님이 나에게 미
안하게 생각하는 걸 원하지 안는다. 나는 이거뚜저거뚜 원하지 안으니 나는 나
와 가튼 학쌩이 만은 곳으로 가는 중이다. 아무도 상관하지 안는다. 찰리 골든이
옌날에 우수했다는 것 그리구 지금 그는 책글 잉는 것조차 쓰는 거조차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나는 책글 가지고 간다. 내가 그것들을 일글 수 업을찌라도
나는 연심히 연습할꺼다. 그러면 수술 받기 전에 나보다는 조금이나마 똑똑카게
될른지 모르니까.
나는 새로 토기 발을 가졌따. 행운의 동전두 그리고 마범의 파우다도 아마 그
것들은 나를 도울찌 모른다.
만약 당신이 이것을 잉는다면 킨니안 선생님 나에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하지
말길. 나는 당신이 말한 거처럼 똑또카게 되는 기회를 가즐 수 이써서 두 번의
인생을 가즐 수 이썼던 거세 대해 기쁘다. 왜냐면 이 세상에 있떤 내가 알지 못
했던 마는 거슬 배웠꼬, 나는 내가 밧던 모든 것. 비록 자근 것들에 대해서조차
감사드린다. 나는 나의 가족과 나에 대한 모든 거슬 차즐 수 있썼떤 거세 대해
기쁘다. 내가 그드레 대해서 기역하기 전까지 나는 결코 가족이 업썼던 것 가탔
따. 그리고 나는 그드를 보았고 지금 나는 나의 가족이 이따는 거슬 안다. 모든
다른이들처럼 또까튼 사람이엇따.
나는 증말 모르겠따. 왜 다시 바보처럼 되는지 내가 무슨 잘모슬핸는지. 왜냐
믄 아마두 내가 충부니 열씸이 노력 안해서 그런가 보다. 아니믄 누군가가 앙마
의 눈을 나에게 너었는가보다. 그래두 만약에 내가 노력하구 연습하믄 너무나
열씸히 그러믄 아마두 쪼끔 똑또케 질꺼야. 모든 말드른 다 아닐찌라두...... 나는
기역한다. 내가 일겄던 거테가 찌져진 푸른 책에서 느껴써떤 조은 느끼믈. 내가
누늘 감을 때 나는 그 남자에 대해서 기억한다. 그는 책을 찌져쓰며 그는 나처
럼 생겻썼따. 오직 그가 다르게 보엿꼬 다르게 말햇따. 그러나 창문을 통해서 그
를 밧끼 때무네 그가 나라고 생각하지 안는다.
어쨌뜬 그래서 나는 똑또케질려구 개속 노력카는 중이다. 그래서 다시 그 느
끼믈 가즐 수 잇다. 무어신가 안다는 것는 조타. 그리고 똑또케 지는 것 나는 이
세상의 모든 거슬 알고 싶다. 나 지금 당장 또똑케 질 쑤 있다문 얼마나 조을
까? 내가 만약 하루종일 안자서 책글 일글 수 이따면 얼마나 조을까.
어쨌든 나는 학실히 과학에 이써서 어떤 중요한 거슬 발견한 이 세상 최초의
바보임에 틀림미 업따.
나는 무어신가 햇따. 그러나 나는 무어슬 햇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래서 나는
온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 그리구 워런에 있는 나처럼 바보 가튼 학생들을
위해 한 것 갇다는 추측글 한다.
안녕, 킨니안 선생님 그리고 스트라우스 박싸 그리고 모든 사람들.......
추신-제발 니머 교수님한테 말해주세요. 그러케 불쾨한 사람미 되지 말라고.
사람드리 당신을 비우슬 때 당신은 더 만는 칭구를 갖을 꺼예요. 칭구들을 갖는
거슨 쉬워요. 만약 교수님이 자신늘 보고 웃께 내버려둔다면 나는 내가 가는 곳
에서 만은 칭구를 가즐꺼예요.
추신-제발 교수님이 뒤뜨레 있는 알제논의 무덤애 꼬츨 가따노을 기회를 가즐
수 잇써쓰면 조켓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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