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인간세상에 윤회할 것을 꿈꾸었다 하는데이는 인간세상의 꿈을 다르다고 함이니 네 오히려 꿈을 채 깨지 못하였도다“
김만중(金萬重) 지음
▣ 저 자 김만중(1637~1692)
조선 후기 문신이며 소설가. 호는 서포. 어머니를 극진히 사모한 효자
국치를 견디지 못하고 자결한 아버지와 헌신적인 교육자 어머니
조선 숙종 때 사람인 김만중은 유배지에서 우리의 고전문학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김만중의 호는 서포(西浦)다. 그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에 서인과 남인의 당쟁이 심했던 시기에 살았다. 그는 명문의 후예로, 증조 할아버지는 거유(巨儒) 김장생(金長生)이고, 아버지는 병자호란 때 조국이 청나라와의 화친을 하는 굴욕을 참을 수 없다고 하여 충절을 지키고자 강화도에서 자결한 충렬공 김익겸(金益兼)이다.
이런 이유로 김만중은 유복자로 태어나 태생부터 역사의 비극을 한 몸에 짊어졌다. 또한 아버지가 자결한 훨씬 이후에 얻은 경사이지만, 형인 김만기(金萬基)의 딸이 숙종의 첫 번째 비(妃)인 인경왕후(仁敬王后)가 된다. 광성부원군(光城府院君)인 김만기로 인해, 김만중의 일가는 왕실의 외가로 자리잡는다. 아버지쪽의 혈통이 명문으로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김만중이 유복자가 되는 불행을 겪음은 청나라에 굴욕을 맛보아야 했던 조국의 암울한 시대에서 비롯된다. 이후에도 반복되는 김만중의 시대적 불행은 당쟁으로 인해 얼룩지다가 말년에는 유배지에서 삶을 마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복자인 김만중이 당쟁이 치열하던 시기에 젊어서 정계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윤씨의 헌신적인 교육과 많은 노고 때문이었다.
김만중의 어머니인 해평 윤씨(海平尹氏)는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윤두수(尹斗壽)의 후손으로 이조참판 윤지(尹墀)의 딸이며, 할머니는 선조의 따님인 정혜옹주(貞惠翁主)다. 김만중은 아버지 쪽과 어머니 쪽 양쪽 모두의 명문 혈통을 이어받았다. 아버지가 국치(國恥) 한을 품고 자결했을 때 어머니에게는 다섯 살인 장남 김만기와 뱃속의 김만중에 대한 양육의 책임이 떠맡겨졌다. 가난한 상황에서도 해평 윤씨는 두 아들이 애비 없는 후레자식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엄하게 교육을 시키는 한편, 자애로운 현모였다. 어머니와 스승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다해야 했던 해평 윤씨는 바느질품과 베틀질 끼니를 때우면서도 아들들이 읽을 책을 구하는 데는 아낌이 없었다. 좋은 책이 나왔으면 책값에 상관없이 손수 구해오거나 구하기 힘든 책은 홍문관의 서리에게 빌려와 손수 베껴서 자식들을 교육했다. 또한 가난한 처지에 스승을 모실 만한 형편이 못되자, 본인 스스로가 『소학(小學)』, 『사략(史略)』, 『당시(唐詩)』 등을 직접 가르쳤다. 이처럼 해평 윤씨는 어머니이자 스승으로써 김만기․김만중 형제의 사상과 정신을 이끌어왔다.
당쟁으로 일그러진 혼란한 정치 상황과 개인의 비극적인 삶
김만중의 본관은 광산이고, 아명은 선생(船生), 자는 중숙(重淑), 호는 서포(西浦), 시호는 문효(文孝)이다. 서포는 1637년(인조 15년)에 유복자로 태어나 어머니로부터 엄한 교육을 받았다. 16세에 진사에 합격하고, 29세에 정시 갑과에 장원으로 합격하여 벼슬생활을 시작한다.
강직한 성격 때문에 인해 여러 차례 유배생활을 한다. 그는 32세 때에 현종에게 미움을 받아 파직당하고 유배의 길에 오른다. 그 후에 다시 벼슬직을 역임하다가, 37세에 예송논쟁에 휘말려 유배를 갔다가 다시 벼슬길에 오른다. 그리고 숙종 9년의 해였던 47세 이후 두 번의 대제학에 오르는 영광을 누린다. 51세에 희빈 장씨의 일을 직언하다가 숙종의 미움을 받아 파직 당하여 유배길에 올랐다. 후에 숙종은 80세의 노모인 어머니가 애통해함을 이유로 잠시 서포를 석방했다가 다시 희빈 장씨를 논해서 또 귀양을 간다. 서포는 결국 유배지에서 모친상 소식을 접하고 숙종 18년 56세에 영원히 세상을 떠났다.
이와 같이 서포가 벼슬길과 유배생활을 반복한 까닭은 강직한 성격 탓도 있지만, 당쟁이 치열하던 시대 탓도 무시할 수 없다. 효종 때부터 숙종 때까지는 서인과 남인 사이의 당쟁이 치열하던 시기였다. 더욱이 숙종 때는 장희빈 일가를 비롯한 남인이 득세하고 서인의 거두들이 거세당했다. 서포는 서인으로 장희빈과 결탁한 이들의 파격적인 승급을 거론하다가 숙종의 미움을 받아 유배생활을 반복하다가 귀양에서 풀려나지 못한 채 그토록 사모하던 어머니의 임종도 못 본 한을 품고 죽음을 맞았다.
서포는 국치와 당쟁이 자신에게 미친 비극을 작품에 잘 형상화했다. 그는 정치적 상황을 우회적으로 풍자하기도 하고, 유교적 이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불교적 깨달음을 전하고자 했다. 서포는 숙종과 인현왕후, 장희빈을 풍자한 『사씨남정기』를 지어서, 미색을 탐하다가 정사를 그르치는 임금에 대한 경계를 후세에 남겼다. 그리고 『구운몽』을 지어서 유교적인 출세욕과 정욕을 탐함에 대한 허망함과 세월의 덧없음을 불교적 깨달음을 통해 전달했다.
서포는 자신의 비극적 삶과 그로 인한 어머니의 근심을 위로하기 위해 『구운몽』을 창작했다. 속설에 의하면, 『구운몽』은 유배당한 자식을 근심하는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하룻밤에 지었다고 한다. 김만중이 쓴 『서포집』여기저기에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어머니에 대한 극진한 효심은 유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색으로 인해 정사를 그르치는 왕에 대한 풍자로 시대적 혼란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동시에, 정욕으로 일그러진 유교적 출세주의를 비판했다. 그리고 서포 스스로 그러한 것들에 의해 반복되는 좌절을 경험하면서 세상의 욕심을 초월하여 더 큰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했다. 서포의 효행은 죽은 뒤에도 인정받아 1698년 관직이 복귀되고, 1706년 효행에 대한 정표가 내려졌다.
▣ Short Summary
육관대사의 제자인 성진은 동해용왕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라는 스승의 심부름을 하러 동해바다의 용궁에 간다. 성진은 동해용왕이 권하는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물가에서 있는 팔선녀와 서로 수작을 하고 헤어진다. 성진이 선방에 돌아와 팔선녀를 생각하며 불가의 세계를 후회하고 유가적인 입신양명과 부귀영화를 원한다. 육관대사가 성진을 불러 죄를 묻고, 그 업보로 성진과 팔선녀를 인간세상에 내친다. 인간세상에서 소유로 태어난 성진은 전생의 기억을 잊어버리고 과거에 급제하고, 전쟁에 팔선녀였던 낭자들을 만난다. 소유는 그 중 난양공주와 영양공주를 정실로, 여섯 낭자를 첩으로 맞이해서 인간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누린다. 나이가 들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부귀영화를 누려본 소유는 인생이 허망해지는데…….
구운몽
김만중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육관대사 성진의 사부로 전도를 위해 중국으로 왔다. 성진과 팔선녀가 부귀영화를 탐하자 인간세상에 태어나 인생무상을 하룻밤의 일로 겪게 한다. 그 후 설법으로 이들이 대도를 얻게 한다.
성진(양소유) 성진은 불가의 제자이나 팔선녀와 더불어 인간세상의 부귀영화를 탐하다가 육관대 사의 가르침으로 깨달음을 얻어 극락으로 간다.
팔선녀 성진과 수작하다가 인간세상에 태어나 소유의 여덟 부인(영양공주 정경패, 난양공 주 이소화, 진채봉, 계섬월, 적경홍, 가춘운, 백능파, 심요연)이 됐다가 인생무상 을 깨닫고 보살이 되어 성진과 함께 극락으로 간다.
양처사 양소유의 아버지
유씨부인 양소유의 어머니
팔선녀와 만나고 불교의 가르침을 적막하게 여기는 성진
대사가 말하되, “아나존자는 요술을 다스리지 못해 창녀와 더불어 친하나 마음은 어지럽지 않은지라. 너는 인간세상의 부귀를 흠모하는 뜻을 내었으니 어이 한 번 윤회의 괴롭기를 면하리요.”
세상의 동서남북, 중앙에 각각 산이 있었는데, 천하에 높은 이름을 가졌다. 남쪽에 있는 형산의 봉우리 중에 연화봉이 있었는데, 거기에 천축국에서 중국에 와 암자를 짓고 불교의 도를 설파하는 육관대사가 있었다. 그가 교화시키자, 사람들이 재물을 내고 힘을 합해 큰절을 지었다. 육관대사는 제자는 수백에 이르렀는데, 그 중에 성진이 가장 출중했다. 육관대사는 그를 중히 여겼다.
육관대사가 큰 법을 강론할 때 동정 용왕이 참석했다. 육관대사는 이에 대한 답례를 하고자 해서 제자 중 성진을 동정용궁에 보낸다. 성진이 간 후, 하늘의 벼슬을 하여 선녀를 거느리는 남악 위진군 낭낭이 과일과 보물을 부처께 공양하기 위해 시녀 여덟 사람을 육관대사에게 보낸다. 육관대사가 팔선녀를 대접하여 보내고, 팔선녀는 돌아가는 중에 폭포에서 놀기로 한다. 팔선녀는 날이 저무는 줄을 모르고 놀고 있었다.
이때에 성진은 수정궁에 도착하여 용왕이 대접하는 좋은 음식을 먹고 술을 마셨다. 성진이 처음에 술은 마음을 미치게 하는 약이며 불가에서 경계하는 것이라고 사양했으나 용왕이 계속 권하자 더 이상 사양하지 못하고 세 잔을 마셨다. 연화봉으로 돌아가는 길에 육관대사에게 혼날 것을 염려하여 술기운을 달래고자 물가로 향한다. 물가에 배어 있는 향내를 맡은 성진은 향내를 따라 다리에 가서 서로 희롱하고 있는 팔선녀와 만난다. 성진이 팔선녀와 말장난을 하고 연화봉으로 돌아온다. 성진은 여덟 선녀와 입신양명과 부귀영화를 그리워하며 부처의 가르침을 적막하게 여긴다.
문득 밖에서 동자가 성진을 부르며 육관대사에게 가보라고 한다. 성진이 육관대사에게 가니 대사가 모든 제자를 모아놓고 성진의 음주와 탐색, 부귀의 흠모로 불교의 가르침을 적막하게 여긴 죄를 묻는다. 성진이 눈물로 뉘우치나 대사는 네가 가고자 한 곳이 네 갈 길이라며, 성진을 인간세상에 내치라고 명하고, 성진에게 돌아오고자 할 때 손수 데려올 것이니 의심치 말라고 한다. 성진이 대사와 동문에게 이별하고 염왕께 나아간다. 팔선녀 역시 육관대사의 명으로 끌려왔다. 염왕이 사자 아홉 사람을 불러 비밀리에 분부하여 육관대사의 뜻으로 데려온 죄인 성진과 팔선녀를 각각 따로 인간세상에 태어나게 한다.
인간세상에 태어나는 성진과 팔선녀
“아버지께서 하늘로 가실 제 아들에게 집안일을 맡기니 이네 집이 가난하여 어머니께서 근심하시니 제가 만일 집 지키는 개가 되어 공명을 구하지 않으면 아버님이 제게 기대하시던 뜻이 아닙니다. 이제 경사에서 과거를 본다하여 천하의 선비들을 모은다고 하니 제가 잠깐 어머니 슬하를 떠나 서녘에 가려 합니다.”
사자가 양처사의 집안으로 성진을 밀었다. 성진이 엎어지면서 나를 구하라고 소리를 질렀으나 아이 울음소리만 날 뿐이었다. 성진이 처음에는 연화봉의 일을 기억하다가 점점 젓을 먹고 자라니 전생을 아주 기억하지 못했다. 양처사는 아이의 이름을 양소유라고 지었다. 양소유가 10세가 되자 다른 사람보다 지혜가 뛰어났다. 양처사는 유씨부인에게 소유가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라며 도인들과 어울려 집을 떠났다.
소유와 유씨 부인은 수년간 서로 의지하고 살았다. 어느날 소유는 입신양명에 뜻을 두고 모친과 헤어져 경사로 떠났다. 소유는 가는 도중에 진채봉이라는 낭자를 만나 혼인의 뜻을 품고 서로 언약을 한다. 이날 밤에 양처사와 친하다는 도인이 나타난다. 도인은 소유에게 진채봉과의 혼인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좋은 인연이 여러 곳에 있으니 진채봉에게만 마음을 쓰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사라진다. 소유가 진채봉을 찾아가니 이미 그녀는 역적의 딸로 몰려 경사로 잡혀간 뒤였다. 소유는 진채봉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방황하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일년 후에 소유가 다시 과거길에 나서자 어머니 유씨부인은 친척을 찾아가 배필을 구하라 한다. 소유가 가던 중에 풍류에 참석해 창기 계섬월을 만난다. 계섬월이 소유에게 처를 구한 후 자신을 첩으로 삼아달라고 한다. 다음날 소유는 계섬월과 이별하고, 경사에 도착해서 어머니의 친척을 찾아간다. 친척은 소유에게 과거급제를 하면 양가집 규수 정경패와 중매를 서겠다고 한다. 소유가 장원급제하자, 정경패와 약혼을 하고, 정경패의 시비이자 친구인 가춘운을 첩으로 삼는다.
벼슬길에 있던 소유가 어머니를 생각하고 휴가를 얻어 모시고 경사에 오고자 마음을 먹었다. 마침 그 때에 전쟁이 일어나 어머니를 모셔오는 일을 뒤로 미루고 전쟁에 나간다. 소유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적경홍이라는 낭자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계섬월을 만난다. 적경홍과 계섬월에게 훗날 첩으로 데려갈 것을 약속하고 헤어진다.
혼인 문제로 옥고를 치르는 소유
소유가 가장 놀라 생각하되, “황제의 은혜가 이렇듯 하시니 미천한 선비 순복할까 하나이다. 불행하여 정사도의 딸 정경패와 이왕 혼약하였으니 이 뜻을 황제께서 살펴주시길 바라나이다.”
소유가 경사에 돌아오자 황제는 승리에 대한 보상을 내린다. 황제가 소유를 불러 궁녀들과 함께 시를 쓰게 했다. 궁녀 중에 예전에 경사로 끌려간 진채봉이 있었다. 소유는 궁녀가 된 진채봉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진채봉은 소유를 알아보고 황제에게 옛 사연을 고하자, 황제가 사연을 마음속에 새겨둔다.
이후에 황제와 태후는 소유를 부마삼고자 해서 난양공주의 남편이 되라고 명한다. 놀라서 이미 정경패와 혼약했다면서 거절하자, 태후는 정경패의 혼약을 물릴 것을 명한다. 명령을 들은 정경패는 처녀로 살 것을 결의하고, 소유는 옥에 갇힌다. 이때 다시 전쟁이 나자 황제는 소유를 전쟁터에 내보낸다. 소유는 전쟁터에서 심요연과 백능파라는 여인을 만나 인연을 맺고 훗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소유가 전쟁터에 나갔을 때 태후와 황제는 난양공주의 혼인에 대해 의논하고, 난양공주는 정경패를 만난다. 난양공주가 정경패와 친해지자 태후는 정경패를 궁궐로 불러 양녀로 삼는다. 영양공주로 입양된 정경패는 난양공주와 함께 소유와 혼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천자가 진채봉을 불러 소유의 첩으로 봉한다.
소유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경사에 돌아오자 천자가 친히 맞이하고 큰 벼슬을 내린 각종 보물과 재물을 상으로 준다. 태후가 소유를 놀리려고 정경패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소유는 정경패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슬퍼한다.
여덟 부인과 만나 인생의 모든 부귀영화를 누리는 소유
태후 좋게 추구하여 말씀하시되, “예로부터 부마된 자 감히 첩을 두지 못한 것은 조정을 고마워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두 공주는 용모와 재덕이 하늘의 선녀와 같은데 양소유는 공경하여 받들지 아니하고 미인을 모으기를 계속하니 사람의 도리에 극히 어긋난지라, 감추지 말고 바로 아뢰어라.”
이튿날 천자가 소유를 불러 난양공주와 영양공주, 궁녀 진채봉과 결혼하라고 특명을 내린다. 소유가 수락하여 혼인한다. 소유가 정경패를 잊지 못해 슬퍼하자, 영양공주가 태후가 장난으로 한 거짓말이라고 사실을 고백한다. 소유는 정경패를 알아보고 태후에게 감사한다. 이후에 소유는 한가한 때를 타서 어머니를 모셔온다. 때를 맞춰 계섬월, 적경홍, 심요연, 백능파가 소유를 찾아오고, 소유는 이들을 첩으로 맞이한다.
어느 날 태후가 소유를 불러 가보니, 부마가 첩을 계속 삼는 데 대해 꾸짖었다. 부마는 첩을 두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소유가 많은 첩을 두고 있으니 국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하자, 소유는 태후께 오랑캐를 토벌한 공로로 속죄하고자 한다고 아뢴다. 태후가 용서하고 벌주를 권하자 소유는 크게 취해서 집에 돌아온다. 집에 돌아와서 소유와 어머니, 여덟 부인과 술을 마시고 서로 즐긴다. 사이좋은 여덟 부인은 자매의 연을 맺고 각각 한 자녀씩 낳은 뒤에 다시 잉태하지 않았다.
소유가 여덟 부인은 천하가 태평하여 유유히 수십 년을 보낸다. 어머니가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나고, 자식들이 이미 조정에서 벼슬을 했다. 소유가 스무 살에 벼슬을 한 후로 너무 오래 벼슬자리에 있었다고 생각해서 퇴조할 뜻을 밝히자, 천자가 거절했다. 소유가 몇 번의 상소를 올리자 천자가 뜻을 받아들여, 경사 근처의 취미궁에 거처하게 하고, 재물을 더 내려주었다. 소유가 성은에 감격하여 인사하고 취미궁으로 가서, 여덟 부인과 함께 영화를 누리니 사람들이 이들을 더욱 부러워했다.
인생무상을 깨닫고 불법을 통해 극락세계로 가는 성진과 팔선녀
“네가 원하여 갔다가 흥이 다하여 돌아왔으니 내 무엇을 간여하겠는가. 네가 또 말하되, 인간세상에 윤회할 것을 꿈꾸었다 하니, 이는 인간세상의 꿈을 다르다고 함이니 네 오히려 꿈을 채 깨지 못하였도다.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됐다가 나비가 장주되니’ 어느 것이 거짓이요 어느 것이 진짜인 줄 분별치 못하나니 어제의 성진과 소유가 어느 것이 진짜 꿈이고 어느 것이 꿈이 아닌가?‘
여러 해 지나 소유의 생일에 모든 자녀가 모여 십일동안 잔치를 열었다. 이 날 소유가 여덟 부인과 함께 놀다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영양공주와 난양공주 두 부인이 소유에게 만인이 부러워하는 부귀영화와 미색을 누리는데 즐거워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소유가 지금 누리는 부귀영화가 죽으면 덧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인생무상을 느낀다고 했다. 여덟 부인이 불가에 뜻을 두고 도를 얻어 인간세상의 고통과 즐거움을 뛰어넘으라고 권한다.
소유가 크게 기뻐하면서 내일 당장 행할 것이니 오늘은 여덟 부인과 함께 술을 마시자며 술잔에 술을 다시 부으려 할 때였다. 석양에서 막대 던지는 소리가 나더니 육관대사가 나타났다. 소유가 누구냐고 묻자 육관대사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니, 아직도 꿈을 깨지 못했냐고 하면서 지팡이를 두드렸다. 곧 구름이 일었다가 구름이 걷히자 육관대사와 여덟 부인과 집이 간 곳이 없었다. 소유가 정신차려보니 창가에 달이 비치고 불이 꺼진 향로가 있는 작은 암자 가운데 앉아 있었다. 소유의 손목에는 일백 여덟 낱의 염주가 걸려 있었고, 머리는 삭발한 상태였다. 소유가 비로소 자신이 연화도장의 성진임을 깨닫는다. 자신이 육관도사에게 벌을 받아 팔선녀와 함께 인간세상에 태어났음을 기억해냈다. 성진은 인간부귀와 남녀정욕이 모두 하룻밤의 꿈인 줄 깨닫고, 육관대사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도록 한 것을 알았다.
성진이 급히 의관을 정제하고 세수를 하고 나가니, 육관대사가 인간부귀가 어떠냐고 물었다. 성진이 인간세상의 윤회를 하룻밤의 꿈으로 깨닫게 해주시니 은혜를 갚기 어렵다고 답했다. 대사가 성진에게 성진과 소유 가운데 어느 것이 진짜 꿈인 줄 아직도 분별치 못하니 큰 법을 공부하여 깨달으라고 한다. 이때 팔선녀 또한 대사와 하룻밤의 꿈을 아뢰며 가르침을 얻고자 한다며 찾아왔다. 팔선녀도 머리를 깎고 성진과 더불어 불도에 정진하여 불생불멸의 도를 얻는다.
대사가 성진의 공부가 깊음을 보고 염주와 불법서를 성진에게 주고, 중국에서의 전도를 다했으니 다른 곳을 전도하러 가겠다며 떠난다. 이후에 성진이 연화도장에서 대중을 거느리고 교화를 베풀었더니 신선, 사람, 귀신 모두가 성진을 스승으로 섬겼다. 팔선녀 역시 성진을 섬겨 도를 얻어 같이 극락세계로 갔다.
▣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하여
불교적 깨달음을 얻기 위한 유교적 삶의 체험.
『구운몽』의 주인공은 성진과 팔선녀, 혹은 양소유와 여덟 부인이다. 물론 이들은 전생과 이생, 후생을 거쳐가는 동일한 인물이다. 그러나 성진과 팔선녀, 양소유와 여덟 부인의 삶은 극히 대조적이다. 불교/유교, 깨달음/허망함이라는 대조적 삶의 양식을 보여준다. 『구운몽』의 대표적 주인공의 이름은 흔히 양소유와 여덟 부인으로 불려지지 않고, 성진과 팔선녀라고 불리곤 한다. 그것은 성진과 팔선녀가 가지고 있는 갈등이 인생무상과 깨달음이라는 작품 전체의 주제를 이끌기 때문이다.
소유는 성진의 꿈에서 존재하는 인물이며, 성진으로 있던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소유는 자신이 왜 인간세상에 존재하는지 스스로 알지 못한다. 다만 이미 전생에 저지른 죄로 인해 정해진 운명을 따라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소유가 인간세상에서 일으키는 갈등-혼인문제로 인한 옥고와 슬픔-은 전생에 예정된 과정이다. 혼인에 얽힌 갈등 속에서 소유는 마지막에 인생무상을 깨닫는다. 육관대사는 소유가 입신양명하여 팔선녀와 만나 모든 부귀영화를 누리는 인생을 살도록 결정했다. 소유의 삶은 육관대사의 커다란 계획안에 있다.
소유와 여덟 부인과는 달리, 이들의 전생인물인 성진과 팔선녀는 이야기 전체의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성진과 팔선녀가 욕망하는 인간세상의 입신양명, 부귀영화, 남녀정욕은 그것을 초월하라는 불교의 가르침과 갈등을 일으킨다. 그들은 욕망의 대가로 육관대사에게 벌을 받고 인간세상에 태어난다. 그들은 죄를 씻고 깨달음을 얻은 후에 연화봉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들이 속죄하고 연화봉으로 돌아왔을 때 이야기 전체의 갈등은 끝난다. 육관대사는 소유와 여덟 낭자의 삶을 전생의 성진과 팔선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바탕으로 이용한다. 성진과 팔선녀는 소유와 여덟 부인의 삶을 살아본 이후에 유교적 입신양명이 헛된 꿈이며, 불교의 진리가 참된 것임을 깨닫는다. 이로서 이야기의 갈등은 완전히 해결된다.
소설은 갈등의 맺힘과 풀음을 통해 전개된다. 성진과 팔선녀의 갈등은 불교적 진리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한다. 이들은 운명으로 정해진 소유와 여덟 부인의 삶을 경험하고 불교적 깨달음을 얻어 갈등을 해소한다. 그러므로 『구운몽』의 주인공은 성진과 팔선녀이며, 이들의 모든 경험이 작품 전체의 주제를 형성한다.
현실과 꿈, 불교적 가치와 유교적 가치의 대
『구운몽』은 꿈/현실, 가짜/진짜, 유교/불교, 신선의 세계/세속의 세계가 대립하는 작품이다. 『구운몽』의 시작은 독자가 일상에서 대하는 현실세계가 아닌 동해 용왕과 선녀가 오고가면서 불법을 전해듣는 비현실적인 세계에서부터 비롯한다. 비현실세계는 성진에게는 진짜세계이며 불법이 지배하는 깨달음의 세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에 속한 성진과 팔선녀는 가짜세계의 세속적 욕망을 원하고 번뇌한다. 성진이 음주를 하고, 미색을 탐하고, 유교적 가치 실현인 입신양명과 부귀영화를 욕망하고, 팔선녀가 성진과 말장난을 서로 희롱하는 것이 그러하다. 깨달음의 세계에 있으면서도 깨달음을 얻지 못한 성진과 팔선녀는 곧 육관대사에게 벌을 받아 인간세상으로 내쫓긴다. 육관대사와 같이 이미 깨달음을 얻은 자의 입장에서 보면, 성진과 팔선녀가 욕망하는 인간세상은 진리를 의식하지 못하는 가짜세계이며, 번뇌가 있고 결코 만족할 수 없는 허망한 세계다.
그러나 아직 무엇이 진리인지 깨닫지 못한 성진과 팔선녀에게 인간세상은 즐거움이 있는 동경의 세계일 뿐이다. 깨달음은 스스로의 자각과 의식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육관대사는 성진과 팔선녀가 꿈을 통해 윤회를 직접 경험하도록 한다. 육관대사는 성진과 팔선녀가 인생의 모든 즐거움을 맛본 뒤에 스스로 진리를 찾아나설 때 가르침을 주어 커다란 도를 얻도록 기다린다.
성진과 팔선녀가 의식하는 세계와, 소유와 여덟 부인이 살고 있는 세계는 서로 상반된 가치를 내포한다. 긍정이 되는 것은 진리를 알게 해주는 불교적 왕생극락의 도이며, 부정이 되는 것은 즐거움이 한때에 지나지 않는 유교적 가치추구의 인간세상의 삶이다. 『구운몽』은 두 가지 가치가 대조된 정반대의 삶들을 잘 제시한다. 주인공의 깨달음의 과정은 불교적인 진정한 진리를 찾아나가는 인간의 모습이다. 이에 따라 『구운몽』의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신선의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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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의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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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의 세계 |
꿈 이전의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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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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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이후의 세계 |
불교적 가치의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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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적 가치의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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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 가치의 세계 |
깨닫기 이전의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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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을 위한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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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세계 |
독자들은 불교적 가치의 세계도 좋지만, 유교적 가치의 세계가 현실적으로 더 좋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양소유를 당대의 이상적인 남성으로 본다면 굳이 유교적 가치의 세계를 나쁘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서포는 유가적 가치의 세계를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고 부정한다. 작가가 긍정하는 깨달음의 세계는 인생무상이 아니라 불도를 통해 영원함을 얻는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구운몽』에서 인간세상에 태어남은 죄를 얻은 결과다. 인간세상은 유토피아, 낙원에서 쫓겨난 자들이 오는 곳이다. 성진은 죄를 지은 벌로 신선의 세계에서 쫓겨나 인간세상에 태어난다. 성진이 소유로 태어날 때 ‘나를 구하라’는 비명을 질렀다. 이것은 유토피아, 낙원에서 내쫓긴 자가 가질 수밖에 없는 공포를 나타낸다. 그 소리가 아기 울음소리로밖에 전달되지 않았다. 인간이 가진 애초의 탄생의 공포는 낙원상실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애초의 탄생 공포를 성장하면서 잊어버리고, 허망한 세속적 욕망만을 쫓아서 평생을 보낸다. 인간이 삶 전체에서 추구하는 부귀영화와 정욕은 한낱 부질없는 번민과 고통에 지나지 않는데도 말이다.
『구운몽』의 내용은 인간세상의 삶이 전생의 죄로 인한 윤회에서 비롯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의지가 전혀 개입할 수 없도록 운명이 처음부터 결정된 것만은 아니다. 육관대사는 성진에게 마음이 좋지 못하면 신선의 세계에서도 도를 이루기 어렵고 근본을 잊지 않으면 인간세상에 가서도 도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소유와 여덟 부인이 인생무상을 깨닫고 불교의 도리를 배우려 할 때, 육관대사가 나타나 신선의 세계인 연화봉으로 데려간다. 『구운몽』에서 성진과 팔선녀가 죄를 지어 인간세상에 태어나는 벌을 받았듯이 인간의 탄생이 운명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운명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의 깨달음을 얻으면 언제라도 다시 낙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변화가능한 것이다. 인간세상에 태어남이 전생의 죄로 운명지어졌지만, 마음을 좋게 고쳐 진리를 찾는다면 애초의 낙원으로 회귀할 수 있다. 죄를 지은 인간도 마음을 먹기에 따라 운명을 새로 결정할 수 있다. 불교에서는 마음의 깨달음을 중히 여긴다. 소유가 깨달음을 얻어 연화봉의 성진으로 돌아감은 어떤 상황에서도 깨달으면 진리의 세계에서 영생할 수 있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잘 구현했다. 현실에서 쉽게 욕망할 수 있는 소유의 삶은 부정되고 진리를 스스로 찾아가는 성진의 삶은 긍정적으로 지향된다. 이 작품은 세속적 욕망이 지배적인 현실의 번뇌에서 벗어나 편안한 마음의 상태를 회복하기를 기원했다.
▣ 김만중의 생애와 작품
1637 충렬공 김익겸(金益謙)과 어머니 해평 윤씨 사이에서 유복자로 태어나다.
1650 14세에 어머니의 엄격한 가르침을 받고 진사초시에 합격
1652 16세에 진사에 일등으로 합격
1665 정시문과에 급제하여 관료로 발을 디디기 시작
1666 정언(正言) 역임
1667 지평(持平), 수찬(修撰) 역임
1668 경서교정관(經書校正官), 교리(校理)가 되다.
1671 암행어사로 신정, 이계, 조위봉 등과 함께 경기 및 삼남지방의 구휼정책의 이익과 손해여부 를 조사하기 위해 나뉘어 파견된 뒤 돌아와 부교리가 되다.
1674 헌납, 부수찬, 교리 등을 지내다.
1675 동부승지로 있을 때 인선대비의 상복문제로 서인이 패배하자 관직을 박탈 당하다.
1679 예조참의로 관계에 복귀
1683 공조판서로 있다가 대사헌이 된다. 그러나 당시에 사헌부의 조지겸, 오도일 등이 관직을 거 두기를 청하자 이를 비난하다가 체직(遞職)되다.
1686 대제학이 되다.
1687 당시 장숙의(훗날 장희빈) 일가를 둘러싼 말로 생긴 사건에 연루되어 의금부에서 고문을 받 고 하옥됐다가 선천으로 유배
1688 11월 유배지에서 풀려난다.
1689 3개월만에 박진규, 이윤수 등의 논핵을 입어 변두리에 안치됐다가 곧 남해에 안치된다. 모 친이 세상을 떠났으나 서포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1690 12월 모친이 돌아가신 소식을 듣고 당상에서 몸을 던져 기절하여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했 다.
1692 남해의 유배지에서 56세로 숨을 거두다.
1698 김만중의 관직 복구
1706 김만중의 효행에 대해서 정표가 내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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