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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기업 생로병사의 비밀

by Casey,Riley 2020.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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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기업의 고유한 특성을 말하는 루틴’, 어떤 행위에 대한 보상 기준인 인센티브’, 이러한 루틴과 인센티브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진화해나가는 공진화등을 핵심 키워드로, 기업의 탄생에서 소멸까지, 기업의 생로병사를 살펴보고 있다.

 

업 생로병사의 비밀

 

 

Short Summary

우리에게는 이미 많은 기업 성공 스토리들이 쏟아져 나와 있지만, 그것들로부터 아직 깊은 통찰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 기업 흥망성쇠의 본질을 통찰하지 못한다면 모든 발견은 퍼즐 조각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전체 퍼즐북을 완성시킬 원리의 터득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렌즈가 필요한데, 저자가 이 책에서 제안한 새로운 렌즈는 세 가지 즉, ‘루틴을 기업 진화의 주체로 인식하자는 것, ‘인센티브라는 개념으로 기업환경을 재발견하자는 것, 루틴과 인센티브의 공동 춤판인 공진화가 기업의 본질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보충 설명하면 첫째, 루틴(routine)은 재고 주문, 가격의 책정, 신입 직원 채용, 승진자 결정 방법 등의 모든 업무에 녹아들어 있는 개별 기업 고유의 절차인데,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생물체의 유전자(gene)와 같다. 따라서 진정한 기업 진화의 대상은 기업 자신이 아니고 루틴이다. 왜냐하면 기업이 소멸해도, 생물체의 유전자가 그렇듯이, 루틴은 살아남아 다른 기업의 몸을 타고 번성하기 때문이다. 둘째, 인센티브(incentive)는 어떤 행위를 하면 보상 받고, 어떤 행위를 하면 처벌 받는지를 말해주게 되는데, 기업은 주어진 인센티브 조건에 따라 가장 유리한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셋째, 공진화(供進化)는 루틴과 인센티브가 서로 보조를 맞추는 공동의 춤판을 말한다. 아무튼 기업 생로병사의 많은 현상이 루틴과 인센티브 사이의 상호 작용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이 책의 관전 포인트이다.

 

한편 저자는 경쟁전략개념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하는 세태를 염려하고 있다. 즉 전략은 톱다운(top-down) 속성으로 인해 기업 내적으로 현장 구석구석까지 체화되기 어렵고, 기업가의 판단 변화에 의해 언제든지 쉽게 변경되기도 한다. 이에 반해 루틴은 뿌리가 깊은 현장의 힘이고,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도 않고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도 않기 때문에, 한 기업의 실력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루틴에서 찾는 것이 틀린 일이 아니라며, 유행 전략을 찾는 노력보다는 전략을 체화하는 쪽으로 노력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덧붙여 만약 우리 기업만의 체화 비법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이 바로 한국형 경영의 비결이며, 여기에는 우리 기업들이 처한 인센티브 조건, 그 조건에서 잉태된 루틴들의 상호 보완, 기존 루틴이 인센티브 체계에 주는 제약, 우리 기업들의 흡수 능력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농축되어 있을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정리하면 이 책에서 저자는 기업 흥망성쇠의 본질을 통찰하지 못한다면, 모든 발견은 개별 퍼즐 조각에 불과하며, 양질(良質)의 창업, 건전한 성장기업과 장수기업의 증가, 한계기업의 퇴출 등의 고민을 안고 있는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전체 퍼즐북을 완성시킬 원리를 터득하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저자는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본질을 바로 보는 렌즈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한 기업의 고유한 특성을 말하는 루틴’, 어떤 행위에 대한 보상 기준인 인센티브’, 이러한 루틴과 인센티브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진화해나가는 공진화등을 핵심 키워드로, 기업의 탄생에서 소멸까지, 기업의 생로병사를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저자는 기업이 눈에 보이는 경쟁전략 몇 개로 좌우되는 그런 단조로운 실체가 아니며, 자신의 욕구를 생태계와 교류하면서 실현해나가는, 즉 자신의 진로를 동태적으로 찾아가는 실체라고 역설하고 있다.

 

차례

 

1 기업의 탄생, ()

01 인센티브와 창업

02 무명의 설움

03 기업은 시대의 산물이다

 

2 기업의 성장, ()

01 건강한 기업 생태계와 기업 성장

02 전략적 변곡점1 - 한우물 경영 vs 다각화

03 전략적 변곡점2 - 전문 경영인 체제 vs 오너 경영

04 상생과 협력

05 특허와 기업 성장

 

3 기업의 변화, ()

01 기업 변화 - 모방자에서 혁신자로

02 개체 이득과 집단 이득의 정렬

03 레드퀸 효과

04 산업 리더십

05 지식경제의 인센티브

 

4 기업의 소멸, ()

01 문명의 붕괴에서 배운다

02 기업의 퇴출 통로와 패자 부활

03 장수 기업에 대하여

 

 

 

 

 

기업 생로병사의 비밀

손동원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 200710/ 147/ 5,000

 

1 기업의 탄생, ()

 

인센티브와 창업

기업은 창업하려는 욕구와 그것을 유인하는 인센티브가 만나서 만들어진다. 먼저 한 개인에게 있어 창업 욕구가 가장 활발한 때는 위기감이 고조될 때인데, 절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할 집념, 욕구, 그리고 아이디어가 결집되기 때문이다. 예로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의 벤처 열풍을 들 수 있다. 다음 창업 인센티브란 신생 기업이 비즈니스를 할 만하게 해주는 조건인데, 예로 지식 조건, 혁신 원천, 시장 조건, 산업구조,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무명의 설움

시장에서 신생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명의 설움때문인데, 무명의 설움을 딛고 일어설 창업자들이 많아지려면, 신생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인센티브 체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장에는 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해주는 중개자가 필요하고, 그 중개자의 정보가 믿을 만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취약한 편이다. 즉 시장 중개자들도 아직 활성화되어 있지 못한 편이며, 시장 정보에 대한 신뢰도 약한 실정이다. 그런데 무명의 설움을 창업 기업 혼자서 극복해야 한다면, 그것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참고로 실리콘밸리를 만든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벤처캐피털은 기업 창업에 절실히 필요한 자금을 공급해준다는 기능도 있지만, 신생 기업을 시장에 알려주는 통로로서의 기능도 하고 있다. 무명의 설움을 없애줄 수 있는 통로인 셈이다.

 

기업은 시대의 산물이다

1945년 해방되던 해에 창업된 기업을 해방둥이 기업이라고 부르는데, ‘한진처럼 그들 중 상당한 성장을 이룬 기업도 있다. 그래서 해방둥이 기업의 성공을 지적하며, 한 가지 사업에 전념하는 것이 최적의 기업 전략임을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업을 했기에 해방 이후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성공했다는 논리는 비약이 심하다. 그러면 해방둥이 기업들이 한우물 경영을 택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를 시대적 산물로 해석하고자 한다. 보충 설명하면 1945년 해방 직후는 국내 산업 기반이 전무했던 상황이다. 그래서 당시 해방둥이 기업들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의식주(衣食住) 연관 업종에 진출했고, 게다가 필수 물품에 도전했던 해방둥이 기업들이 한동안 이렇다 하게 여러 업종을 벌일 상황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여러 사업에 관심을 가지려면 축적된 자본력이 필요한데, 당시 그것을 충족시킬 만한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 기업들이 한우물 경영 도그마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2 기업의 성장, ()

 

건강한 기업 생태계와 기업 성장

기업 생태계란 기업 간 경쟁과 협력의 인센티브를 담고 있는 서식 조건인데, 기업 생태계가 기업 성장에 주요한 이유는 창업(생산)구조조정(소비)퇴출(분해)재창업의 순환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성숙한 기업 생태계란 양질(良質)의 기업 창업이 많고, 역량을 갖춘 기업이 성장할 경로가 존재하며, 수익 모델을 잃은 한계기업이 퇴출하는 시스템을 갖춘 생태계이다. , 기업 생태계의 순환이 원활해야 작은 기업도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고, 전체 기업의 경쟁력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 기업이 성장하려면, 스스로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고 또한 성장을 유도하는 인센티브가 갖춰져야 하는데, 우선 우수한 루틴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참고로 미네소타 대학의 마커스 교수는 지속 성장의 네 가지 비결로 스위트스폿(sweet spot), 민첩성(agility), 훈련(discipline), 집중(focus)을 들었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각각의 전략뿐 아니라, 이들이 하나의 패턴(pattern)’으로 녹아들어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각 전략은 모방할 수 있지만 패턴은 모방하기 어렵다. 결국 이 패턴이 바로 루틴이 되며, 성장의 발판이 된다.

 

또 한편으로 기업에게 부여된 경기 규칙에 대한 재정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학술 용어인 제도(institution)’에서 온 것인데, 제도는 행위자들이 어떻게 해야 유리한지를 말해주는 인센티브 체계와 동일한 의미이다. 축구로 말하면 축구 게임 룰이 바로 제도인데, 기업의 경기 규칙이라고 할 수 있는 제도에는 법, 정책, 시장, 규범 등 거시 요인들을 들 수 있다. 참고로 저자는 경기 규칙의 문제로 시장(market)’을 주목하는데, 그 이유는 시장이 기업의 진로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다음 두 절에서는 시장이라는 경기 규칙에 따라 기업의 성장 전략이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전략적 변곡점 1 - 한우물 경영 vs 다각화

다각화와 한우물 경영, 두 전략에 대한 진정한 평가의 열쇠는 역시 인센티브에 있다. 어느 것이든 주어진 인센티브 조건과 적합한 전략이 더 많은 보상을 얻는다. 참고로 경제활동의 인센티브를 담고 있는 공간은 시장이며, 시장은 기업에게 어떤 전략이 유리한지 알려주는데, 우리나라의 시장 인센티브를 종합하면, 우리 경제와 같이 시장 공백이 있는 곳에서는 다각화 전략을 유인하는 인센티브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예로 많은 질책에도 불구하고 재벌 기업들이 여전히 다각화 전략을 유지한다는 현실은 그 전략이 지닌 경제적 효력을 입증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기업들 모두가 다각화를 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각 기업의 결정은 성장주기에 따라 달라야 하기 때문인데, 예로 신생 기업의 경우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업종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즉 성장 업종이냐 혹은 성숙 업종이냐에 따라 전략 선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로 한창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라면, 당분간 한 우물만 열심히 파도 괜찮다. 그런데 성숙기에 접어들어 경쟁자들이 많다면, 우물을 넓게 파거나 심지어 그 우물을 버릴 각오까지 해야 한다.

 

전략적 변곡점 2 - 전문 경영인 체제 vs 오너 경영

오너(owner)란 한 기업의 최대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를 말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오너 경영에 대한 시각은 그가 황제처럼 전권을 휘두른다는 이미지로 고착되어 비판적이며,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오너는 제2선으로 물러서는 것이 선진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오너 경영은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기업 전략 중 하나에 불과하다. 물론 전문 경영인 체제도 마찬가지이다. 참고로 미국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가 발달한 이유는 전문 경영자가 주인만큼 열성적으로 일하도록 통제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핵심 장치는 주식시장이다. 즉 주식시장에서 시장가격의 부침을 통해 전문 경영자를 견제하게 되고, 이런 주식시장의 통제가 전문 경영자로 하여금 주주와 동일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물론 실적에 대한 보상이 따른다. 아무튼 전문 경영인 체제이냐 혹은 오너 경영이냐에 대한 판단은 결국 한국 경제의 시장 조건에 농축되어 있는 인센티브에 의해 판정되는 것이다.

 

상생과 협력

한국 기업 생태계를 움직이는 현재의 인센티브는 거래비용 절감과 원가 절감이다. 구체적으로, 조립 업체는 1차 부품 업체들을 계열화로 관리하면서 거래비용 절감이라는 효용을 얻는다. 한편 2차 부품 업체들과는 단기적이지만 전속 거래를 맺는데, 이를 통해 원가 절감 효과를 얻는다. 그런데 2차 부품 업체들의 수가 과도한 경우, 생태계의 질서가 무너져 터무니없는 가격 경쟁만이 판을 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혁신 역량을 갖춘 건전한 부품 업체조차 무리한 가격 경쟁에 희생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 생태계의 건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부품 업체들의 역량 강화라고 할 수 있다. 즉 가격보다는 품질 혁신 쪽으로 생태계 원리의 이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그런 의미에서 혁신을 위한 두 업체 간의 상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부품 업체인 중소기업의 성장 기회로서 조립 업체인 대기업과의상생(相生)’이 자주 거론되고 있는데, ‘상생은 한국 경제가 대기업만의 성장으로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중요한 과제이다. 문제는 어떻게이다. 참고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하려면 서로의 인센티브가 맞아야 하고, 협력이 성립하려면 양자의 신뢰 문제가 중요하다. 그리고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신뢰 조건이 필요한데, ‘반복 거래인센티브 정렬이 그 조건이다. 보충 설명하면 첫째, 반복 거래란 동일 파트너와 거래를 지속하는 것을 말하는데, 반복 거래는 신뢰를 높인다는 것이다. 둘째, 당사자들의 인센티브가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당사자들이 계속 거래를 할 만한 인센티브가 존재해야 거래가 지속되는데, 핵심 이슈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서 원하는 생산 혁신을 갖추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대기업을 상생에 유인하는 인센티브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허와 기업 성장

특허란 한 발명(invention)에 대해 출원으로부터 20년 동안 독점권을 부여 받는 권한인데, 특허로 인정되는 발명은 새롭고(novel), 기존의 것과 확연하게 구별되고(non-obvious), 또한 상업적인 가치를 가져야 한다(useful). 아무튼 특허야말로 경쟁 기업의 모방을 막는 가장 효율적인 장벽이며, 제도적으로 독점 시장을 보장 받는 방법이기도 하나, 치러야 할 대가(비용)도 만만치 않다. 참고로 특허 전략의 성공 사례로서 미국의 기업 퀄컴(Qualcomm)을 들 수 있는데, 퀄컴의 특허 전략은 CDMA 기술의 표준을 점령하고 철저한 보호를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방법이다. 한편 특허 전략을 수립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허의 실질적 효과이다. 많은 기존 연구에 의하면, 상당수의 특허가 현금 수익을 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특허가 주는 수익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장기적으로 독점적 시장을 만들어 궁극적으로 이익을 올리는 것인데, 이것은 특허에 따른 본질적 가치이다. 다른 하나는 특허를 빌려주고 얻는 라이선스 수입인데, 이 가치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3 기업의 변화, ()

 

기업 변화 - 모방자에서 혁신자로

기업 변화에 중요한 두 개의 시스템 요인으로 혁신 시스템시장 인프라를 강조하고 싶은데, 혁신 시스템은 기존 모방자의 입장에서 혁신자로 이행해야 할 필요성에서, 시장 인프라는 우리 경제가 시장 공백을 넘어 신()성장 모델의 가능성을 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이 두 요인은 공히 앞으로 지식경제를 대비하는 새로운 변화 방향을 제안하는 큰 의미도 담고 있다.

 

레드퀸 효과

남미의 코스타리카 초원에 사는 영양은 빠르기로 유명한 치타를 천적으로 둔 탓에 달리기가 빠른 편이다. 즉 치타의 공격을 피해야 했기 때문에 영양의 몸놀림이 빠르게 진화한 것이다. 이때 영양만큼 절박한 것은 아니지만 치타에게도 진화의 필요성이 있다. 즉 세대를 거듭할수록 빨라지는 영양을 제압하기 위해 치타도 속도가 빨라져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초원에서 벌어지는 치타와 영양 사이의 진화 스토리이다. 이처럼 두 실체 사이의 역동적 진화를 공진화또는 레드퀸(red queen) 효과라고 부르는데, 레드퀸 효과는 기업 진화의 과정에서 일시적인 균형은 있으나 영원한 균형은 없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즉 생태계 약자들은 새로운 방어책을 마련하고, 또한 강자들은 더욱 정교한 방법으로 공격을 펼치게 되는데, 각자가 이전보다 발전했다 하더라도 절대 안심할 수 없다. 레드퀸의 종착역은 과연 어디일까? 답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산업 리더십

보스턴 대학의 맥거한 교수는 경영자는 운전자이며 산업 진화는 도로라고 표현했는데, 산업 진화의 측면에서 보면 기업 전략은 큰 바다로 나아가는 작은 실개천 하나에 불과하다. 그래서 실제로 산업 진화를 잘못 읽으면 어떤 전략도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만다. 왜냐하면 산업마다 진화 경로가 다르고 요구하는 인센티브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저자는 인센티브의 관점에서 국가 간 비교를 통해 산업 리더십(Industrial leadership)을 조망하고, 거기에 속한 기업 변화를 유인하거나 제약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현재 강세 산업이거나 혹은 미래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공작기계, 화학 산업, 의료 기기, 반도체, TFT-LCD 산업 등 5개 산업 주도권 결정 요인에서 도출해볼 수 있는 시사점을 요약하면, 우선 한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은 갑자기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국가적으로 특정 산업을 부흥시킬 만한 배경과 인센티브가 존재했기 때문에 산업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가의 혁신 체제에 따라 발달할 수 있는 산업이 따로 존재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다음, 초기 발명과 상업적 성공이 다른 경우가 많다. 즉 초기 혁신을 만들어낸 국가에서 그 산업이 꽃피우는 것은 아니라, 상업적 성공은 다른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다음, 산업 주도권의 결정 요인으로 내수 시장의 규모는 대체로 중요했는데, 보통 말하는 시장이 있는 곳에 산업이 발달한다라는 표현이 맞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성숙기에 접어들면 내수 시장 규모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네덜란드의 필립스의 예가 보여주듯이, 작은 내수 시장에도 불구하고 내로라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산업 성장의 경로는 기업이라는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와 같기 때문에 도로 사정과 굴곡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상당한 손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진정으로 기업의 변화를 원할 때는 반드시 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포함하는 진화 경로를 살펴야만 한다.

 

지식경제의 인센티브

지식경제를 헤쳐 나갈 기업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인센티브는 무엇일까? 저자는 지식 창조의 핵심이 될 특허(patent)’대학과 산업 간 협력(university-industry cooperation)’을 강조하고 싶은데, 이 두 요인은 지식경제의 생명인 지식혁신을 촉발시키는 인센티브로서의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4 기업의 소멸, ()

 

문명의 붕괴에서 배운다 / 기업의 퇴출 통로와 패자 부활

진화생물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는 기업 소멸에 대해서 깊은 지식과 흥미로운 상상을 제공한다. 그가 전해주는 문명 붕괴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 즉, ()의 과도한 번식, 환경 파괴 및 기후 변화, 이웃 나라와의 먹이 싸움과 전쟁, 구성원의 오판으로 집약되는데, 출발은 종의 과도한 번식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예로 화려했던 마야문명이 무너진 이유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았던 데 원인이 있었다. 즉 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자원의 부족을 초래했고, 결국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졌다. 이런 문명의 붕괴 스토리를 우리의 관심사인 기업 소멸로 유추해보면, ‘생태계에서 가용 자원을 넘어선 종의 증가경쟁의 심화과도한 경쟁 및 과격한 저가격 납품경영자의 무능기업의 몰락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우리 기업 생태계의 과다한 중소기업 수의 문제를 생각한다면, 생태계에 종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서 생태계의 붕괴가 초래된다는 교훈을 의미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기업 생태계의 붕괴 위험을 면하려면 과도한 중소기업 수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정책의 관심이 기업 탄생에 집중되었다면, 이제부터는 기업 퇴출 쪽으로 주 관심을 선회해야 한다고 본다. 참고로 현재 가장 유력하고 긴요한 퇴출 통로는 인수합병(M&A) 시장이다.

 

그런데 선진국과 비교하여 국내의 인수합병 시장은 아직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협소한 상황이다. 이런 인수합병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인수합병 거래 기구를 정책적으로 조성하는 방안이 있다. 또한 실질적인 자금력을 가진 주체들에게 인수합병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인수합병에 관한 현재의 몇 가지 장애 요인은 해소될 필요가 있는데, 첫째, 자금력을 가진 시장 참여자들의 참여가 막히지 않아야 하며, 둘째, 벤처캐피털 자금이 인수합병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되어야 한다. 또 한편으로 기업가의 실패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재활용하고, 또 더 많은 잠재적 기업가들이 기업가 정신에 충만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이런 패자 부활제의 활성화를 위해서 실패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기업가의 실적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기업가가 사회에 공헌하는 실적인 납세 실적고용 실적을 항공사 마일리지와 같이 적립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한편 이렇게 기업가로서의 사회 공헌 실적을 인정해주는 것은 다른 부차적인 효과도 노릴 수 있는데, 기업 도산 시에 기업가에게 개인적인 불법 행위에 대한 생각을 떨치게끔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장수 기업에 대하여

장수 기업들 사이에 사실상 공통적인 루틴은 그리 많지 않다. 구태여 세계 장수 기업들에게서 공통 장수 루틴을 찾는다면 약간의 무리를 무릅쓰고 세 가지 요인, 다시 말해 가족 기업이며, 사회적 의미(meaning)를 살린 기업이고, 스스로 진화하는 루틴을 갖춘 기업을 지목해볼 수 있다. 각각을 순서대로 살펴보자. 첫째, 가족 기업이란 가족들이 기업을 운영하고 경영권을 승계한 기업인데, 가족 기업의 장점으로는 장기적 관심에서의 경영, 강한 위기 대처 능력 및 전문성, 브랜드 중시, 알뜰 경영 등을 꼽을 수 있다. 둘째, 사회적 의미를 살린 기업에서의 의미란 꼭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것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창업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 그것을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할 듯싶다.

 

셋째, 200년 이상 장수해온 듀퐁(Dupont)을 이끌고 있는 할리데이 회장은 혁신 루틴을 자신들의 장수 비결로 꼽는데, 일시적인 경쟁 우위의 전략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루틴을 갖추었기 때문에 장수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참고로 기존 루틴의 질을 격상시키지 않는다면, 현재 위치에 갇혀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즉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도전을 감당하는 수준의 최소한의 발전 속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수 기업으로 동화제약(109), 삼양사(82), 성창기업(90), 디피아이(61)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 기업에 한정해서 공통점을 찾는다면, 한우물 경영과 짠돌이 경영, 그리고 돌다리도 수도 없이 두드린 뒤 건넌다는 보수(保守) 경영 등을 추출할 수 있다. 그런데 한 업종에 충실했던 것이 기업 자체의 실패 위험을 줄이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세계 시장을 주름잡을 정도의 역량을 선보이지는 못하게 했다.

 

참고로 세계적으로 기업의 평균 수명이 126개월이라고 하는데, 잘나가던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쓰러지는 이유로 루틴의 부적절함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변화와 혁신에 게으른 루틴이 강자들을 몰락하게 한다. 예를 들면 미국 자동차 업체는 우선 신차 개발 기간이 너무 길다는 평을 듣는다. 물론 그들의 몰락이 이 한 가지 차이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라, 노동자측의 과신과 경영진의 오판 등 여러 요인이 겹친 것이지만, 세계적 기업도 방심은 언제나 큰 위험을 초래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우리게 전해주고 있다.

 

아무튼 좋은 루틴의 구축만이 기업 소멸을 피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좋은 루틴의 구축은 바로 기업의 서식 조건에 담겨 있는 인센티브를 정확히 읽는 것에서 출발한다. 비록 기업이 그 인센티브를 정확히 알기는 쉽지 않지만, 오래 살아남으려면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적합하게 체화하는 방법 이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그런데 최근의 경제 상황을 보면 기업이 해독해야 할 인센티브 내용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심화되는 복잡성에 대처하며 장수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전략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그런 전략이 루틴으로 체화되기까지의 입체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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