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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김용 소오강호8

by Casey,Riley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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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오강호 제 8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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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먼 곳에서 팍팍 하고 손바닥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설씨 성을 가진 자는 말을 했다.

 [두장로(杜長老)께서 오셨읍니다.]

 갈장로는 역시 팍팍팍 손바닥을 세번 쳤다. 발걸음소리가 나더니 
네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 그중 두 사람의 발걸음이 무거
웠다. 가까이 이르자 영호충은 이 두 사람이 어떤 물건을 들고 있
다는 것을 비로소 알 수가 있었다.
 갈장로는 기뻐서 말을 했다.

 [두노제(杜老弟), 악가의 작은 계집을 잡았읍니까?]

 한명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악가의 사람은 사람인데 작은 계집이 아니라 큰 계집이오.]

 갈장로는 억 하고 소리를 냈고 이 소리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되
는 소리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래서 말하였다.

 [어떻게.... 어떻게 악불군의 마누라를 잡았읍니까?]

 영호충은 이 소리에 깜짝 놀랐다. 즉시 몸을 날려 구출하고 싶었
다. 그러나 자기 몸에 아무런 무기도 지니지 않고 있음을 알았다. 
그의 손에는 장검이 없으므로 고수들을 상대하기가 어려웠다. 그래
서 내심 초조해졌다.
 두장로라는 자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아니랬읍니까?]

 갈장로는 말을 했다.

 [악 부인은 검법이 대단한데 두형은 어떻게 그녀를 잡았읍니까? 
틀림없이 혼미약을 썼겠지요?]

 두장로는 웃으면서 말을 했다.

 [악가의 마누라는 정신이 나가 있었고 넋이 빠져 있었읍니다. 객
주집에 오자 생각지도 않고 술을 한잔 마셔 버렸읍니다. 다른 사람
들의 말에 의하면 악가의 마누라는 대단하다고 했지만 알고보니 맹
추였읍니다.]

 영호충은 내심 화가 나서 암암리에 말을 했다.

 (나의 사모님은 딸이 상처를 입고 실종되었다는 소리를 듣고는 
며칠동안 이곳저것을 찾아 헤매었을 것이다. 그래도 찾지를 못하자 
자연히 넋이 나갔을 것이다. 이것은 바로 딸을 사랑하기 때문이지 
절대로 맹추이기 때문은 아니다. 너희들이 나의 사모님을 능욕했으
니 내가 너희들 한놈한놈을 모두 내 검 아래서 죽도록 해주겠다.)

 깊이 생각하였다.

 (어떻게 장검을 한자루 빼앗아야 된단 말인가! 검이 없으면 칼이
라도 좋다.)

 갈장로라는 자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악불군의 마누라를 잡고 있는 이상 일이 잘 될 것이야. 
두형제, 어떻게 악불군을 이곳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두장로는 말을 했다.

 [끌어들인 다음에 또 어찌하겠읍니까?]

 갈장로는 약간 주저하더니 말을 했다.

 [우리들은 악불군의 마누라를 인질로 삼고 그가 항복하도록 해야 
합니다. 악불군 부부는 금슬이 좋다는 소문이 자자하니 절대로 섣
불리 반항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두장로는 말을 했다.

 [갈형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러나 만약 악불군이 악랄하여 만에 
하나 부부간의 금실이 좋지 않다면 일을 그르칠지도 모르는 일이
요.]

 갈장로는 말을 했다.

 [이건......이건......설형제 당신의 의견은 어떠하오?]

 그 설씨 성을 가진 자가 말을 했다.

 [두분 장로 앞에서 제가 무슨 할 말이 있겠읍니까?]

 여기까지 말을 했을 때 저쪽에서 또 한 사람이 손바닥을 세번쳤
다.
 두장로는 말했다.

 [포장로(包長老)도 오셨구료.]

 영호충은 암암리 아뿔사 했다.

 (발걸음소리를 들어보니 이 두사람의 무공은 갈장로 두장로의 무
공보다 더 높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맨손이니 어떻게 사모님을 
구해야 한단 말인가?)

 갈장로, 두장로가 일제히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포형, 막형도 오셨군요. 참 잘되었읍니다.]

 갈장로는 또 말했다.

 [두형제는 큰 공을 세웠읍니다. 악불군의 마누라를 잡아 왔소.]

 한명의 늙은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거참 잘 되었어. 참 잘 된 일이야. 두분은 수고하였소.]

 갈장로는 말을 했다.

 [그것은 두형제의 공로입니다.]

 그 노자는 말을 했다.

 [모두들 교주의 명령을 받고 하는 일이니 누가 공로를 세우든지 
간에 모두 교주님의 흥복입니다.]

 영호충은 이 늙은이의 목소리를 어디서 많이 들었다고 생각하였
다. 내심 생각하기를,

 (혹시 흑목애에서 본 사람들이 아닐까?)

 그는 내공을 운행하여 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을 뿐 고개를 내
밀어 쳐다보지는 못했다. 마교의 장로는 모두가 무공이 강한 자들
이어서 그가 약간 움직이기만 해도 그들에게 금방 발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갈장로는 말을 했다.

 [포형, 막형 나는 지금 어떻게 악불군을 이곳으로 끌어들이고 그
를 잡아서 흑목애로 데려갈 것인가를 상의하고 있었읍니다.]

 또 다른 한 명이 말을 했다.

 [당신들은 어떤 계략을 세웠소?]

 갈장로는 말을 했다.

 [우리는 지금 좋은 계책을 생각해내지 못하고 있읍니다. 포형과 
막형께서 오셨으니 아마 좋은 방책이 생길 것입니다.]

 한 노자는 말했다.

 [오악검파는 숭산의 봉선대에서 장문자리를 다투었다고 하는데 
악불군이 좌랭선의 두눈을 멀게 하여 그 명성이 숭산에 자자합니
다. 오악검파 중에는 그 누구도 감히 악불군에게 도전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들리는 소문에 이자는 이미 임가의 벽사검법의 진수를 
얻었다고 하는데 반드시 완전한 계략을 세워 절대로 실수를 해서는 
안 됩니다.]

 두장로는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우리 네 사람이 합세하여 달려든다면 그에게 지지
는 않는다 하더라도 승리를 보장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막장로는 말을 했다.

 [포형께서 좋은 계략을 생각하셨다면 말씀 좀 해보시오.]

 그 포씨 성을 가진 장로는 말을 했다.

 [내가 묘책을 하나 생각해냈지만 평범하기 짝이 없어서 아마 세
분께서 듣고는 웃으실 것입니다.]

 막장로, 갈장로, 두장로 등 세 장로는 일제히 말을 했다.

 [포형은 우리 교파의 지혜주머니입니다. 생각하신 계책은 틀림없
이 훌륭할 것입니다.]

 포장로는 말을 했다.

 [사실 이것은 제일 미련한 방법이지만 깊은 구덩이를 파고 그 위
에다 나뭇잎과 풀을 덮어서 흔적을 없앤 다음 악불군 마누라의 혈
도를 찍고 나서 그녀를 구덩이 옆에 놓아 악불군을 유인하는 것이 
어떻겠읍니까? 그는 마누라가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면 틀
림없이 앞으로 다가가 구하려고 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는 말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떨어지는 시늉을 하였다. 세명의 
장로와 그 나머지 네 사람음 모두 껄걸 웃기 시작하였다. 막장로는 
웃으면서 말을 했다.

 [포형의 계략은 참 좋은 것 같군요. 우리는 옆에 매복해 있다가 
악불군이 함정에 빠지면 즉시 입구를 막고 그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그자는 무공이 강하여 구덩이에 빠진다해도 
즉시 뛰어올라 올 것입니다.]

 포장로는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러나 이 일을 하는데는 어려움이 있겠군요.]

 막장로는 말을 했다.

 [어떤 어려움입니까? 아 알았읍니다. 포형은 악불군의 검법이 뛰
어나 함정에 빠진다 해도 우리들이 그 입구를 봉하지 못할까 걱정
을 하시는군요.]

 포장로는 말을 했다.

 [막형의 추측이 맞습니다. 우리가 상대할 사람은 오악검파를 합
병한 대고수입니다. 우리가 교주님을 위해서 죽는다면 대단히 영광
스런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신교와 교주님의 명예를 훼손시킬 
뿐입니다. 속담에 말하기를 군자는 편협하다고 했고 독하지 않으면 
대장부가 되지 못한다고 하였소. 우리가 군자를 상대하는 이상 악
독한 방법을 써야 합니다. 우리는 미리 함정에다가 다른 장치를 해
놓아야 합니다.]

 두장로는 말을 했다.

 [포장로님의 말씀은 내 생각과 딱 일치합니다. 이 백화소혼산(百
花消魂散)은 아마 여러분들 몸에도 적지않게 가지고 다닐 것입니
다. 전부 함정의 나뭇가지에 뿌려 놓읍시다. 악불군이 함정에 빠져 
즉시 깊은 호흡을 하면......]

 네 사람은 여기까지 말을 하고 또 일제히 껄껄 웃기 시작하였
다.
 포장로는 말했다.

 [일이 더 늦기 전에 빨리 손을 씁시다. 함정을 어디다 설치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습니까?]

 갈장로는 말을 했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삼리정도 가면 한쪽은 하늘을 찌를 듯한 깎
아지른 절벽이고 다른 쪽은 깊은 연못이어서 오직 작은 길 하나만
이 지나갈수 있지요. 악불군이 안 온다면 몰라도 온다면 틀림없이 
이 작은 길을 지나가야 할 것입니다.]

 포장로는 말을 했다.

 [참 좋은 방안이오. 모두 가서 살펴봅시다.]

 말을 하면서 그곳으로 갔다. 나머지 사람들도 그를 따라갔다.
 영호충은 내심 생각하였다.

 (그들이 함정을 하는 일은 금방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빨리가
서 영영에게 알리고 장검을 가져와 사모님을 구해도 늦지 않겠
다.)

 마교의 사람들이 멀리 가는 것을 기다렸다가 살며서 원래 길로 
돌아왔다. 몇리를 걸어가자 갑자기 땅을 파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심 생각하기를,

 (어째서 그들은 이곳에서 땅을 파고 있을까?)

 몸을 숨기고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과연 네명의 마교 사람들이 
허리를 굽혀 땅을 파고 있었다. 몇명의 노인들은 한쪽 옆에 서있었
다. 이때 거리가 상당히 가까왔다. 한명의 늙은 사람의 옆모습이 
보이자,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알고 보니 이 사람이 바로 그 옛날 항주고산장(杭州孤山莊)에서 
만나본 포대초(鮑大楚)였구나. 쌀 포자의 장로가 아니라 고기어변
의 포장로였어. 그날 임아행이 서호에서 탈출하여 맨처음 굴복시킨 
마교의 장로가 바로 이 포대초이었지.)

 영호충은 그가 손을 써서 황종공(黃縱公)을 제압하는 것을 본적
이 있기 때문에 그의 무공이 심히 높은 것을 알고 있었다. 내심 사
부가 오악장문을 맡았으므로 마교에게 괴로움을 줄 것이라는 생각
이 들었다. 그래서 마교는 앉아서 좌시할 수가 없어 임아행이 많은 
사람을 파견하여 그를 상대하라고 했겠는데 아마 장로 네 사람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이 네 사람은 삽과 곡괭이로 흙을 파내고 다
시 손으로 흙을 모아 밖으로 퍼냈다. 내심 생각하기를,

 (그들은 분명히 저 깎아지른 절벽이 있는 곳에서 함정을 판다고 
햇는데 어째서 이곳에다 파고 있을까?)

 약간 생각을 해보니 그 뜻을 알 수가 있었다.

 (깎아지른 절벽 옆은 모두가 괴암투성이니 함정을 판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갈장로는 생각이 얕은 사람이라 입이 열리
는 대로 아무렇게나 말을 했던 것이야.)

 이렇게 되니 길이 막혀 영호충은 검을 갖고 올 방법이 없었다. 
눈앞의 네 사람은 적과 교전을 할 때 쓰는 병기로 땅을 파자니 심
히 불편한 듯하였다. 함정을 파는 일은 순식간에 되는 일이 아니었
으므로 그는 금새 길을 갈 수가 없었다.
 갑자기 갈장로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악불군은 나이가 적지 않은데 그의 마누라는 정말 여전히 젊고 
아름답구나.]

 두장로는 웃으면서 말을 했다.

 [생긴 것은 괜찮으나 그리 젊지는 않은 것 같구먼. 내가 보니 아
마 사십 정도는 됐을 것 같애. 갈형이 흥미가 있으시다면 악불군을 
잡아 놓고 교주님께 알리어 이 여자를 마누라로 달라고 하시지.]

 갈장로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 여자를 마누라로 얻게 된다면 나는 감장할 수 없소. 가지고 
논다면 몰라도 말입니다.]

 영호충은 크게 노해서 내심 말했다.

 (이 무례한 잡것들 같으니라구. 감히 나의 사모님을 우롱하다
니. 조금 후에 내가 네놈들을 하나하나씩 처치해 주겠다.)

 갈장로의 음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
개를 내밀어 살펴보니 갈장로가 손을 내밀어 악 부인의 뺨을 만지
작거리는 것이 보였다. 악 부인은 요혈을 찍혔기 때문에 반항 할 
수가 없었고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마교의 사람들은 모두 껄껄 
웃기 시작하였다.
 두장로는 말했다.

 [갈장로께서는 매우 급한 모양이지만, 아마 이곳에서 이 마누라
와 놀 배짱은 없겠지요?]

 영호충은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이 갈씨 성을 가진 자가 
사모님에게 무례하게 군다면 자기 손에 검이 없을지라도 이 마교의 
간사한 놈과 죽든 살든 맞붙어야만 했다.
 갈장로의 음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 계집과 놀려면 왜 놀지 못하겠읍니까? 그러나 만약 교주의 
대사를 망치게 된다면 내 몸에 열개라도 아마 모자랄 것입니다.]

 포대초는 냉랭하게 말을 했다.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한 일이오. 갈형과 두형께서는 경공이 
뛰어나니 가서 악불군을 유도해 오시오. 아마 한시간 정도면 이곳
에 모든 것이 준비될 것이오.]

 갈장로, 두장로는 일제히 말을 했다.

 [그렇게 하겠읍니다.]

 몸을 날려 북쪽으로 갔다. 두 사람이 떠나자 빈 계곡에는 땅을 
파는 소리만 들렸고, 가끔 가다가 막장로가 몇마디 주의를 주는 소
리가 들려왔다.
 영호충은 수풀속에 숨어서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생
각했다.

 (내가 이곳에서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해 돌아가지 않는다면 영영
은 틀림없이 걱정이 되어 찾으러 올 것이다. 그녀가 땅 파는 소리
를 들으면 이쪽으로 화서 살펴볼 것이고 나의 사모님을 구하려고 
할 것이다. 마교의 장로들이 어찌 임소저가 오는 것을 보고 반항을 
하겠는가? 임교주, 상형님, 영영의 체면을 보아 마교의 사람들에게 
손을 쓰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구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오히려 오래 기다릴수록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호색가인 장로가 이미 떠났으니 사모임 또한 치욕을 받
을 염려는 없었다.
 그들은 마침내 함정을 다파고 그 안에 풀을 깔고는 정신을 빼았
는 독약을 뿌려놓고 다시 함정 위에다가 풀을 덮었다. 포대초 등 
여섯사람은 각각 수풀 속으로 들어가 몸을 숨기고 악불군이 나타나
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호충은 가볍게 한개의 돌멩이를 집어들고 내심 생각하였다.

 (사부가 이쪽으로 와 함정에 가까이 다가가면 돌멩이를 함정에다 
던지자. 만약 돌멩이가 함정 속으로 빠지면 사부는 그것을 보고 틀
림없이 경계심을 가질 것이다.)

 때는 이미 초여름이라 조용한 계곡속에서는 매미가 이곳저곳에서 
울고 있었으며 또한 새들이 울면서 날아가곤 하였다. 그밖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영호충은 호흡을 작게 내쉬며 귀를 기울여 
악불군, 갈장로, 두장로 세사람의 발걸음소리를 유심히 들었다.
 한 반시간 정도 지났을 때 먼곳에서 여자가 악 하고 외치는 소리
가 들려왔다. 바로 영영이었다. 영호충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영영은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을까? 그녀가 본것
은 나의 사부님일까 아니면 갈장로, 두장로일까?)

 이어서 발걸음소리가 들려오더니 한 사람은 앞에서 한사람은 뒤
에서 질풍처럼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영영은 계속해서 외쳤다.

 [충 오라버니, 충 오라버니, 당신 사부가 당신을 죽이려고 합니
다. 절대로 나오지 마세요.]

 영호충은 깜짝 놀랐다.

 (사부님이 어째서 나를 죽이려고 할까?)

 영영이 또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충 오라버니 빨리 도망치세요. 당신 사부가 당신을 죽이려고 합
니다.]

 그녀는 온힘을 다하여 외쳤다. 영호충이 멀리서 자기의 말을 듣
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외치면서 머리카락이 튿어
지고 손에는 장검을 쥐고 있었으며, 급히 달려오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악불군은 두순에 아무것도 쥐지 않고 뒤에서 따라오고 있
었다. 영영이 앞으로 십여 걸음만 달려온다면 함정에 빠질 것 같았
다. 영호충과 포대초 등은 매우 초조하여 금방 어떤 방법을 강구해
야할지 몰랐다.
 갑자기 악불군이 동작을 신속하게 하더니 좌측손으로는 영영의 
뒷덜미를 거머쥐고, 우측손으로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그녀의 양손
을 뒤로 꺾었다. 영영은 금방 꼼짝 할 수가 없었으며 장검이 손에
서 떨어졌다.
 악불군의 행동은 몹시 빨랐다. 영호충과 포대초는 손쓸 겨를이 
없었으며, 영영은 무공이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으나 순간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일초 사이에 그에게 잡혔던 것이다. 영호충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영영은 계속해서 외쳤다.

 [충 오라버니, 빨리 도망가세요. 당신 사부가 당신을 죽이려고 
합니다.]

 영호충은 뜨거운 눈물이 가득히 고이며 생각했다.

 (그녀는 단지 내 위험만을 생각하여 자기 자신은 돌보지도 않고 
있구나.)

 악불군의 좌측손이 풀어지면서 바로 손가락으로 영영의 등허리의 
몇군데 혈도를 찍어서 그녀의 혈도를 막히게 하였다. 손을 풀자 그
녀는 땅바닥에 꼬꾸라졌다.
 바로 이때 악불군은 악 부인이 땅에 쓰러져 꼼짝도 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악불군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즉시 부근에 틀림없이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어 곧바로 자기 아내 몸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소리도 없이사방을 두루 살펴보았다.
 아무런 이상항 점이 없자 당당히 말을 했다.

 [임소저, 영호충 이 악독한 놈이 내 딸을 죽였는데 너도 거기에 
가담을 하였느냐?]

 영영은 말을 했다.

 [당신 딸은 임평지가 죽인 것이오. 영호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
소. 당신은 말끝마다 영호충이 당신 딸을 죽였다고 하는데 엉뚱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지 마시오.]

 악불군은 껄껄 웃더니 말을 했다.

 [임평지는 나의 사위인데 너는 그것을 모르느냐? 그들은 신혼이
고 깨가 쏟아지게 서로가 사람을 하고 있었는데 어찌 그런 자가 아
내를 살해할 수 있겠느냐?]

 영영은 말을 했다.

 [임평지는 숭산파에 들어가 좌랭선의 신임을 받고 당신과는 아무
런 관계가 없음을 보이기 위해서 당신 딸을 죽였소.]

 악불군은 또 껄껄 웃더니 말을 했다.

 [무슨 수작을 지껄이느냐. 숭산파라니 이 세상에서 또 무슨 숭산
파가 있단 말이냐. 숭산일파는 벌써 오악파에 합병이 되었다. 무림
에 숭산파의 이름이 없어졌는데 임평지가 어찌 숭산파에 들어가겠
느냐? 더우기 좌랭선은 이미 나의 부하인 것을 임평지가 어찌 모르
고 있단 말이냐. 그가 어찌 오악파의 장문인인 장인을 따르지 않고 
눈이 멀고 자기 몸도 주체하지 못하는 좌랭선에게 붙을 수가 있느
냐? 천하의 아무리 멍청한 녀석일지라도 절대로 그런 일은 하지 않
을 것이다.]

 영영은 말을 했다.

 [당신이 못 믿겠다면 그것은 당신이 알아서 할 입니다. 당신이 
임평지를 찾아낸 후 당신 스스로 그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군
요.]

 악불군의 말투가 갑자기 험해지더니 말을 했다.

 [내가 찾으려는 자는 임평지가 아니라 영호충이다. 강호에서 모
든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영호충이 내 딸에게 무례한 짓을 하여 내 
딸이 있는 힘을 다하여 완강히 거부하자 죽였던 것이야. 너는 쓸데
없는 거짓을 하나 조작해 놓고 영호충을 위해서 속이려 하고 있구
나. 틀림없이 너는 그자와 한패이다.]

 영영은 몇번이고 경멸에 찬 냉소를 하였다.
 악불군은 말했다.

 [임소저, 너의 아버지가 일월교의 교주여서 본시 너를 잘 대해 
주려고 하였다. 그러나 영호충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 별수없이 
네 몸에다가 약간의 형벌을 가해야 되겠다. 내가 먼저 좌측 손을 
잘라 버리고 그리고 나서 너의 우측손을 자르고 그래도 영호충이 
나오지 않으면 너의 좌측발을 없애 버리고 다시 너의 우측다리를 
잘라버릴 것이다. 영호충 이 악독한 놈이 약간이라도 양심이 있다
면 즉시 나타날 것이다.]

 영영은 큰 소리로 말을 했다.

 [아마 당신은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오. 내몸에 솜털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나의 아버지는 당신의 오악파 모두들 쥐새끼 하나 남기
지 않고 없애 버릴 것이오.]

 악불군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왜 내가 못 하리라고 보는가?]

 말을 하면서 허리춤에서 천천히 장검을뽑아들었다. 영호충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수풀 속에서 뛰어나오더니 외쳤다.

 [사부님, 영호충은 여기에 있읍니다.]

 영영은 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급히 말했다.

 [빨리 도망치세요. 빨리 도망치세요. 그는 절대로 나를 해치지 
못합니다.]

 영호충은 고개를 흔들며 앞으로 가까이 몇걸음 다가와서 말을했
다.

 [사부님......]

 악불군은 엄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이 못된 놈아 네놈이 무슨 낯으로 나를 사부라고 부르느냐?]

 영호충은 눈물이 핑돌며 땅에 무릎을 끄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
을 했다.

 [하늘에 두고 맹새를 합니다. 영호충은 악소저를 심히 존경해왔
고 절대로 그녀에게 무례한 짓을 하지 않았읍니다. 영호충은 어르
신께서 양육해준 크나큰 은혜를 입었읍니다. 죽이시려면 자 죽이십
시오.]

 영영은 급해서 외쳤다.

 [충 오라버니, 이 사람은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실성한 사
람입니다. 빨리 도망치지 않고 뭐 하고 있읍니까.]

 갑자기 악불군의 얼굴에 한줄기 살기가 나타나더니 몸을 돌려 영
영을 향해서 무서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너의 그 말은 무슨 뜻이냐?]

 영영은 말을 했다.

 [당신은 그 벽사검법을 연마하기 위해서 스스로...... 스스로 자
멸의 길을 걸었읍니다. 충 오라버니, 당신도 동방불패를 기억하고 
있지요. 그들은 다 미친 자들입니다. 당신은 절대로 그들을 보통사
람으로 여기면 안 됩니다.]

 그녀는 오로지 영호충이 빨리 도망치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악불군이 틀림없이 자기를 놔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
 악불군은 냉랭히 말을 했다.

 [너는 그 괴상망칙한 소리를 어디서 들었느냐?]

 영영은 말을 했다.

 [임평지가 친히 말해 주었읍니다. 당신이 임평지의 벽사검보를 
훔친 사실을 그가 모른다고 여기고 있읍니까? 당신은 그 가사 장삼
을 협곡에 버렸는데 그때 임평지는 창밖에 숨어서 손을 내밀어 그 
가사 장삼을 주웠읍니다. 그래서 그가......그도 역시 벽사검법을 
연마했지요. 그렇지 않다면 그가 어찌 목고봉과 여창해를 죽일 수 
있었겠읍니까? 자기 스스로 벽사검법을 연마했기 때문에 그래서 당
신이 어떻게 그 벽사검법을 연마했는가를 알 수가 있었겠지요. 충 
오라버니, 악불군의 말소리를 들어보세요. 마치 여자와 같지 않습
니까? 그는......그는 동방불패와 똑같습니다. 이미 남자가 아닙니
다.]

 그녀는 임평지와 악영산이 수레 속에서 말하는 소리를 들었으나 
영호충은 듣지 못했다. 그녀는 영호충이 사부님을 존경하고있는 것
을 알았기 때문에 이 말을 꺼내어 그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그
래서 지금까지 한마디도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이렇게 긴박해지자 별수없이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
하여 영호충이 알도록 하여 눈앞의 사람은 결코 무림의 종사 장문
이 아니고 단지 성을 잃은 괴상망칙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알리
고 싶었다. 이 미친 자와 무슨 은혜나 의리를 따질 수 있겠는가?
 악불군의 두눈 속에는 살기가 번쩍이며 매섭게 말을 했다.

 [임소저, 나는 본래 너를 살려 주려고 있는데 그렇게 함부로 말
을 하니 나는 너를 절대로 용서할 수가 없다. 이것은 네 스스로 무
덤을 파는 꼴이니 나를 탓하지 말아라.]

 영영은 외쳤다.

 [충 오라버니 빨리 도망치세요. 빨리 도망치세요.]

 영호충은 사부의 동작이 극히 빠름을 알고 있었다. 장검이움직
이기만 하면 영영의 생명은 그것으로 끝장이 나는 것이다. 악불군
이 장검을 드는 것을 보니 금방이라도 내리칠 것 같았다. 그래서 
크게 외쳤다.

 [당신이 죽이려면 나를 죽이시오. 그녀에게는 손을 대지 마시
오.]

 악불군은 고개를 돌려 냉소하며 말을 했다.

 [너는 어린애 장난이나 하는 검법을 배워서 강호를 주름잡을 수 
있다고 여기느냐? 자 검을 들어라 내가 네놈이 죽어도 여한이 없도
록 해주겠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절대로 그럴 수는 없읍니다. 절대로......절대로 사부님과 겨룰 
수는 없읍니다.]

 악불군은 큰 소리로 말을 했다.

 [일이 오늘에 이르렀는데 네놈은 아직도 점잖은 체하며 무슨 수
작을 꾸미려고 하느냐? 그날 오패강(五覇江)에서 너는 좌도의 인사
들과 결탁을 하여 고의로 내 체면을 깎아 내렸다. 그때 나는 너를 
죽이려는 생각이 있었으나 꾹 참고 지금까지 살려두고 있었다. 복
주에서 네놈이 내 손에 있을 때 내 마누라가 아니었다면 너는 벌써 
염라대왕 앞으로 갔을 것이다. 그런데 네놈은 오히려 내딸에게 못
된 짓을 하려고 했다.]

 영호충은 너무 급해서 외치기만 했다.

 [나는 하지 않았읍니다. 나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읍니
다......]

 악불군은 화가 나서 일갈을 했다.

 [자 검을 집어라. 네 놈이 내 수중의 장검을 이길 수만 있다면 
바로 나를 죽여버려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절대로 너를 살려 두지
는 않을 것이다. 이 마교의 요녀 입에서 이런 되지 못한 말이 나오
니 내가 먼저 이 요녀를 없애 버리겠다.]

 말을 하면서 검을 들어 영영의 목을 향해 내리쳤다. 영호충은 좌
측손에 줄곧 한개의 돌맹이를 가지고 있었다. 본래는 악불군이 함
정에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때 쓰려고 했으나 더 이상 생각할 여유
가 없었다. 즉시 악불군의 가슴을 향해서 돌맹이를 던졌다. 악불군
은 몸을 옆으로 하여 피했다. 영호충은 땅바닥에 한번 구르더니 영
영이 떨어뜨린 장검을 집고는 검을 들어 악불군의 우측 겨드랑이를 
향해서 내리찍었다. 만약 악불군이 이 일검으로 영호충을 향해서 
내리찍었다면 그는 아무런 반항도 않고 죽음을 택했을 것이다. 그
러나 악불군이 영영이 자기 비밀을 간파하여 놀라고 노한 나머지 
일검으로 그녀를 베어버리려고 하자 영호충은 그녀를 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악불군은 장검을 막고 뒤로 두발짝 물러나 내심 놀라고 기이하게 
생각되었다. 지금 막 쓴 삼초식에 자기 손이 얼얼하게 마비가 되어 
왔던 것이다. 그날 스승과 사제 두 사람이 소림사에서 수천 초식을 
겨루워 보았으나 영호충에게서 진정한 내공을 볼 수가 없었는데 지
금 일이 급하니 이 삼초식은 더욱 양보를 하지 않았다. 영호충은 
악불군을 뒤로 물러나게 하고는 손을 써서 영영의 혈도를 풀었다.
 영영은 외쳤다.

 [나는 상관하지 마세요. 조심하세요.]

 백광이 번쩍이며 악불군의 장검이 이미 눈앞에 들어왔다. 영호충
은 동방불패, 악불군, 임평지 세사람의 무공을 본 적이 있었기 때
문에 상대방의 동작이 귀신처럼 신속하고 민첩하기 짝이 없음을 이
미 알고 있었다. 만약 상대방이 공격할 때 초식의 빈틈을 찾아 공
격을 한다면 때는 이미 늦으리라. 그래서 즉시 장검을 휘둘러 악불
군의 아랫배를 내리찍었다.
 악불군의 두다리가 튕겨지더니 뒤로 물러나며 욕을 했다.

 [악독한 놈 같으니라구.]

 사실 악불군은 영호충을 어려서부처 키워오고 자라는 것을 보아
왔지만 그의 사람됨을 모르고 있었다. 만약 그가 영호충의 반격을 
상관하지 않고 일검을 똑바로 내리찍었다면 영호충의 생명을 빼앗
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영호충이 사용한 것은 두사람이 같이 목숨
을 잃는 초식이었지만 실제로 그는 일검으로 절대로 사부의 아랫배
를 찌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악불군은 자기의 생각만 가지고 사람
을 대했기 때문에 뒤로 물러나 영호충을 없앨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잃었던 것이다. 악불군은 여러 초식을 썼으나 이길 수 없자 검이 
더욱 빨라졌다. 영호충은 정신을 차려 그와 격돌을 하였다.
 처음에 그는 사부의 손에 자기가 죽더라도 아깝지 않으리라고 생
각하였다. 그러나 영영이 틀림없이 그에게 살해당할 것이고 또 영
영이 그의 아픈 곳을 말했기 때문에 죽이기 전에 고통을 줄 것이라
는 짐작을 하고 있는 힘을 다하여 상대방의 초식을 막았다. 모두가 
영영을 지키려는 일념에서였다.
 수십초식을 다시 맞붙자 악불군의 검초는 복잡하게 엉키었으며 
영호충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 접전을 하였다. 점점 마음속은 텅비
어오고 눈빛이 집중되는 곳을 오로지 상대방 장검의 끝이었다.
 독고구검은 적이 강할수록 더욱 강해졌다. 그날 서호의 호수 밑
바닥 감옥에서 임아행과 검시합을 했을 때 임아행의 무공이 실로 
대단하여 그의 검초가 변화가 많고 날렵했는데도 영호충의 독고구
검의 초식이 즉시 변화되어 나왔으며 공격을 하거나 또는 수비를 
하거나 상당히 날카로왔다. 지금 영호충은 흡성대법(吸星大法)을 
배웠고 내공은 호수 밑바닥에서 검시합을 했을 때보다는 크게 증진
되어 있었다. 악불군이 배운 벽사검법의 검초는 괴이했으나 필경 
연마한 시일이 너무 짧아 영호충이 독고구검을 연마한 기간에 훨씬 
미치지못했고 동방불패보다 악불군은 실력이 뒤떨어져 있었다.
 백오십육 초식을 맞붙은 후에 영호충의 검에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악불군의 검초의 빠름에 영호충은 더 이상 주저할 수 만은 
없었던 것이다. 임가의 벽사검법은 비록 칠십이 초식이었으나 일초
식마다 각각 수십개의 변화가 있어써 크게 변화가 되면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 이 변화무쌍한 
검법에 빠져들어 손을 쓸 숙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호충이 배운 
독구구검의 초식이란 일정한 격식은 없고 적의 초식에 의해서 자연
히 사용되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적의 초식이 한초식이라면 오로지 
한초식만 있을 뿐이고 적의 초식이 천초식 만초식이라면 그의 검법
도 역시 천초식 만초식으로 변화되었다. 그러나 악불군은 상대방의 
검법이 복잡하고 자기 위에 있는 것을 보고 삼일밤 삼일낮을 겨룬
다면 새로운 초식이 나올까봐 염려되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자기도 모르게 암암리에 겁이나 생각하
였다.

 (임가의 이 요망한 계집아이가 나의 비밀을 파헤쳐 놨으니 오늘 
이 두놈을 죽이지 않는다면 이 일이 강호에 전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 어찌 무슨 낯으로 오악파의 장문인에 앉아 있겠는가? 예전
에는 이러한 일들을 모두 물처럼 깨끗하게 처리하지 않았던가? 그
러나, 임평지 이 못된 놈이 이 요망한 계집에게 모두 말한 이상 그 
어찌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지 않았겠는가? 이건......이건 정말
로......)

 내심 초조하여 검초는 더욱 매서워졌다. 그에게 불안한 마음이 
생기자 검초는 약간 속도감이 떨어졌다.
 벽사검법은 원래 빠른 것이 장점이었으나 백여초식을 급히 공격
해도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하자 검법의 날카로운 기는 이미 꺾이
고, 더우기 마음을 진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검의 위력은 더욱 크게 
감소되었다.
 영호충은 내심 상대방의 검법의 빈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독고
구검의 요지는 적의 무공 중에서 빈틈을 찾아내는 것이다. 어떤 초
식이라도 반드시 빈틈이 있기 마련이어서 이 빈틈을 찾아 공격해 
들어간다면 일격에 승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날 흑목애에서 동
방불패와 격돌을 했을 때 동방불패는 한개의 수바늘만을 가지고 있
었으나 몸을 번개처럼 놀려 빠르기가 이를 데 없었다. 비록 신법과 
초식중에는 여전히 빈틈이 있었으나 이 빈틈은 순식간에 없어지고 
다시 또 그 빈틈을 보았을 때 그 빈틈은 앞의 빈틈과 다르므로 그 
빈틈을 공격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영호충, 임아행, 상
문천, 영영 네명의 고수들이 힘을 합쳤지만 한개의 수바늘을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영호충은 그후로 악불군과 좌랭선이 봉선대에서 격돌을 하고 임
평지와 목고봉, 여창해 청성 여러제자들이 격돌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후로 계속 노심초사하면서 이 검초식을 파괴하는 방법을 생
각하곤 하였다. 그러나 결국 상대방의 검초가 너무 빠르고 검초의 
빈틈이 나타났다가 바로 사라져서 공격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에 도
달했던 것이다.
 영호충은 악불군과 이백여 초식을 맞붙었다. 그의 일검이 휘둘러
오자 그의 우측 겨드랑이에서 빈틈이 노출된 것을 보았다. 악불군
은 이 초식을 앞에서 한번 사용한 적이 있었다. 본래 그의 검초의 
변화는 복잡하여 이백여초식 안에서는 중복을 하면 안 되었다. 그
러나 필경 중복이 되었던 것이다. 수초 후에 악불군의 장검이 가로
질러 오면서 좌측 허리에는 빈틈이 나타나고 이 일초는 또다시 중
복되어서 나왔던 것이다.
 그러한 사이에 영호충의 마음속에서는 생각이 번뜩이었다.

 (그의 벽사검법은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빈틈이 있어도 빈틈이 
되지 않았는데, 검법 중의 빈틈을 마침내 내가 찾아냈구나. 헛점은 
바로 검초의 중복에 있었어.)

 천하의 어떠한 검법이라도, 변화가 무쌍한 것일지라도 결국은 끝
이 나는 법이 있는 것이다. 만약 계속해서 시합할 수밖에 없다면 
앞에서 사용했던 검초를 다시 한번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명가의 고수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십로팔로(十路
八路)의 정통한 검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일로에는 수십초의 검
법이 있고 초식마다 변화가 있으니 극히 천여초식을 쓰고나서 다시 
승부가 나지 않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악불군이 사용하는 검초
는 많았지만 영호충의 검법이 실로 너무 강했고 또한 화산파의 검
법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벽사검법을 제외하고는 다른 
검법으로 그를 이길 수가 없었다. 영호충은 그의 초식이 중복되자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찾았고 그래서 내심 기뻤다.
 악불군은 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는 암암
리에 놀랐다.

 (이 못된놈이 어째서 웃는가? 설마하니 그가 나를 이기는 법을 
찾아냈단 말인가?)

 즉시 내공을 운행하여 진퇴가 신속했으며 영호충의 몸을 에워싸
고 돌았다. 검초는 마치 바람처럼 빨랐으며 갈수록 더욱 빨랐다.
 영영은 땅바닥에 드러누워 악불군의 몸체를 분명하게 볼 수 없었
다. 악불군이 빙빙 도는 것을 보자 어지럽고 메스꺼워 구토를 하고
만 싶었다. 또 삼십여초식을 맞붙자 악불군의 좌측손이 앞을 가리
키며 우측손이 움츠려든 것을 보았다.
 영호충은 그 일초식이 세번째 쓰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그때 오랫동안 맞붙고, 상처기 갓 나은 상태라 이미 피곤하고 힘이 
없었다. 그러나 이 국면은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
문에 악불군의 번개와 같은 빠른 공격하에서 약간이나마 소홀한다
면 자기의 생명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영영이 큰 변을 당할 것이라
는 것을 알고는 일초식 일초식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힘을 다하였
다.
 즉시 장검을 집어넣어 상대방의 우측겨드랑이를 겨냥해 똑바로 
찔러 들어갔다. 검끝이 가리키는 곳은 일초식에 나타난 빈틈이었
다. 그것은 바로 적을 알고 선기를 잡아 적의 빈 헛점을 공격하는 
것이다. 악불군의 일초는 빨랐지만 영호충의 일검이 눈앞에 찔러 
들어오자 벽사검법의 초식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또한 상대방의 검
초가 이미 자기의 겨드랑이로 찔러 들어와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
었다. 악불군은 날카롭게 외쳤다. 말투 속에는 놀람과 분노가 충만
되었고 또한 절망한 의미였다. 영호충은 검끝이 상대방의 겨드랑이
로 들어갔을 때 그의 날카로운 외침소리를 듣고 즉시 놀랐다.

 (내가 너무 정신이 빠졌구나 내가 어찌 그를 해칠 수가 있겠는
가?)

 즉시 검을 세우고 더이상 들어가지 않고 말을 했다.

 [승패는 이미 났읍니다. 빨리 사모님을 구해야 합니다. 이
건......그만 여기서 멈추도록 하시지요.]

 악불군의 얼굴은 잿빛이 되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좋다, 내가 졌다.]

 영호충은 장검을 던지고 고개를 돌려 영영을 보았다.
 갑자기 악불군은 일갈을 내지르며 장검을 번개처럼 앞으로 하고 
똑바로 영호충의 좌측허리를 찔렀다. 영호충은 깜짝 놀란 나머지 
급히 땅에 버려진 장검을 주우려고 했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푹 
하고 소리가 나면서 검끝이 이미 그의 허리를 찔렀다. 다행이 영호
충의 내력이 매우 두꺼워 검끝이 몸의 피부에 닿았을 때 자연히 튕
겨져 그 검끝은 옆으로 스쳐지나갔다. 날카로운 검끝이 옆으로 스
쳐지나가면서 다행히 그의 급소를 찌르지 못하였다. 악불군은 검을 
빼들고 또 다시 일검을 내리찍었다. 영호충은 급히 뒤로 몇걸음 도
망쳤다. 악불군은 쫓아와 검을 휘두르며 맹렬히 찔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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