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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김용 소오강호7

by Casey,Riley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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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오강호 제 7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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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지나지 않아 영호충은 항산에  도착하였다. 산 아래에서 
망을 보고 있던 항산파 제자들이 그를  보고 산 위로 달려왔다. 얼
마후 다른 여러 제자들도 일제히  달려나와 맞이했다. 항산 별원에 
모여있던 군웅들은 벌떼처럼 쏟아져 나와 마중을 하였다. 영호충은 
그간의 일들을 물어보았다.
  조천추는 말했다.
    
  [장문인께  아룁니다. 남제자들은 모두  별원에 묵었고 한사람도 
봉우리에 올라가지 않았으며 규칙을 매우 잘 지키고 있었읍니다.]
    
  영호충은 기뻐서 말했다.
    
  [거참 잘 되었군요.]
    
  의화는 웃우면서 말헹다.
    
  [그들은 틀림없이 아무도 봉우리에 올라오지 않았읍니다. 그러나 
규칙을 잘 지켰다는 것은 과장된 것입니다.]
    
  영호충은 물어보았다.
    
  [어째서 그런말을 하는 것이요?.]
    
  의화는 말을 했다.
    
  [밤낮으로 통원곡에서  떠드는 소리에 우리들은 주암에서 하룻밤
도 편할 날이 없었읍니다.]
    
  영호충은 껄껄 크게 웃더니 말을 했다.
    
  [그  친구들에게 잠시라도 조용히 하라고  요구한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겠지요.]
    
  영호충은 즉시 간략하게  임아행이 교주의 자리를 다시 되찼았다
는 일을  간략하게 설명하였다. 군웅들은 일제히  뛸듯이 기뻐했고 
그 떠드는 소리가 계곡을 진동하였다. 모두들 생각하기를,
    
  (임 교주가 다시  교주 자리를 빼앗았으니 성고는 자연히 권력이 
막강해지겠구나. 앞으로는  틀림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
다.)
    
  영호충은 견성봉에  올라 무색암에 이르러 정한  등 세분 사태의 
영전에 고개를 숙여 절을 하고 나서  의와, 의청 등의 큰 제자들과 
3월 15일의 숭산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항산파는 응당히 하남
(河南)으로 떠나야겠다는 일들을 상의하였다.
  의화 등은 모두 숭산파의 계획에 대항하기 위해서 통원곡의 궁웅
들을 데리고 숭산에 가는 것은  물론 크나큰 도움이 되겠지만 이로
인해 태산, 형산, 화산, 세파의 시비를 받을 수가 있고, 또한 좌냉
선이 항산파를 반대할 수 있는 핑게  하나를 더 만들어 줄 수도 있
다고 말을 하였다.
  의화는 말했다.
    
  [장문 사형의 검법은 좌냉선을 충분히 이길 수 있읍니다. 따라서 
오악 장문인의  직위를 맡는다는  것은 매우 쉬운  일입니다. 그러
나, 통원곡의 여러 형제들을 데리고 가면 틀림없이 엉뚱한 일이 많
이 생길 것입니다.]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을 하였다.
    
  [우리들이 그곳에 가는 뜻은 좌냉선이 네파를 삼킬 수 없도록 하
는데 있읍니다.  내가 항산파의  장문인이 된 것도  어울리지 않는
데, 오악 장문인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여러분들이 통원곡의 
그  형제들을 데리고  숭산에 가지  말라고 하니  그렇게 하겠읍니
다.]
    
  그는 통원곡에가서 살며시  계무시, 조턴추, 노두자 세 사람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계무시 등은 그에 동의했고 영호충이 여러제자들
을 데리고 먼저 가면 나중에  세 사람이 군웅들에게 설명을 해주기
로 하였다.
  그날 저녁에 영호충과 군웅들은 술을 만취되도록 마셔댔다. 원래 
다음날 아침  숭산으로 떠날 예정이었으나 술이  깨었을 때는 이미 
점심때가 지나서였다. 모든 것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서 별수 없
이 하루를 연기 하였다.
  둘째날 아침에 영호충은  비로소 여제자들을 데리고 숭산을 향해
서 출발하였다. 일행은 며칠동안 걷다가 한 읍에 도착하여 낡은 대
사당(大祠堂)에서 휴식을 취하고 밥을 먹고  있었다. 정악 등 일곱 
여제자들은 밖에 나가 사방을 살펴고  숭산파 사람들이 또 무슨 흉
계를 꾸미는가를 살펴보았다.
  얼마 안 되어 정악과 진견은 날듯이 달려와서 외쳤다.

  [장문 사형, 빨리 나와서 보세요!]

  두 사람의 얼굴은  웃음이 가득 하였다. 틀림없이 무슨 재미있는 
일을 본 둣하였다.
  의화는 급히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예요?]

  진견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사매, 내가 혼자가 서보아라.]

  영호충 등은 그녀 두 사람을 따라서 함계 깊숙히 들어갔다. 서쪽 
복도에 있는 한 방에 들어가자  방바박에 몇사람이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바로 도곡육선들이었다. 여섯사람들은 꼼작도 않고 포개져 
쌓여 있었다.
  영호충은 깜작 놀라 급히 방안으로 들어가 제일 위에 포개져있던 
도근선을 안아서 내려놓았다. 그의 입에는  복숭아 한 개가 틀어박
혀 있어서 영호충은 그 복숭아를 끄집어 냈다.
  도근선은 즉시 욕을 하였다.

  [이 제미랄놈 네놈의 조상들은 한 놈도 곱게 죽지는 않았을 것이
다. 후손 대대로 모두가 똥구멍이 없는 놈들일 것이다......]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이 보시오 도근선 대형. 나는 당신에게 잘못한 것이 없소.]
    
  도근선은 말을 했다.

  [내가 어찌 당신을 욕할 수 있다는 말이요? 거 함부로 생사람 잡
지 마시오. 이 개새끼 같은 놈! 내 이 어르신이 놈을 보면 여덟 조
각  열여섯  조각  서른  네조각으로  갈기갈기   찢어  놓을  것이
다......]

  영호충은 물어보았다.

  [당신은 누구를 욕하고 있오?]

  도군선은 말을했다.

  [제미랄놈, 내가 그놈을 욕하지 않으면 누굴 욕하겠오?]

  영호충은 또 그  나머지 다섯사람 중에서 제일 위에 쌓여져 있던 
도화선을 안아서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의 입  속에서도 복숭아를 
끄집어 내었다. 복숭아가 입에서 반절도  채 나오기 전에 도회선은 
말을 하고 싶은 나머지 중얼중얼 말을 하였다. 

  [형님, 형님의 말이  틀렸읍니다. 여덟 조각의 배는 열여섯 조각
이고 열여섯 조각의 배는  서른두조각인데 형님은 어째서 서른네조
각이라고 말씀하십니까?]

  도근선이 말했다.

  [내가 서른 네조각을 좋아해서 그런다 어쩔래! 나는 한배라고 말
하지도 않았고, 내 마음속으로는 한배에다가 둘을 보탠다고 생각하
였다.]

  도화선은 말을 했다.

  [어째서 한배에다가 둘을  보탤려고 합니까? 그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몸은  아직 혈도가 풀어지지 않아서 입만 자유로와 즉
시 떠들기 시작하였다.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두 사람은 떠들지 마시오. 도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도화선은 욕을 하였다.

  [불계와 불가불계 이 두놈의 중놈들이! 조상 대대로 썩어빠진 중
놈들!]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했다.

  [어째서 불계대사를 욕하십니까?]

  도근선은 말을 하였다.

  [그를 욕하지 않으면 누굴 욕한단 말이오? 당신이 우리들에게 간
다고 말도 않고 떠난 후  조천추가 모두들에게 설명하였읍니다. 우
리 여섯 형제가 어째서 숭산에 가서 그 재미있는 장면을 보지 않을 
수가 있겠읍니까? 그래서 뒤따라 왔지요. 우리들은 당신들 보다 먼
저 가려고 했읍니다. 여기까지 당도하자  불가불계 이 중놈을 만났
읍니다. 그놈은 거짓으로 우리들과 함께 술을 먹겠다고 했고 또 여
섯마리의 개가 호랑이를 물어 죽였다고  말을 하고 우리를 속여 가
서 보도록 했지요. 그런데 그의 대사부인 불계 이 썩어빠진 중놈이 
이곳에 숨어 있다가 우리가 방비하지 않은 틈을 타 우리 모두의 혈
도를 찍어서 장작개비처럼 이곳에다  쌓아두었읍니다. 그리고는 우
리가 만약에 숭산에 간다면 틀림없이 영호 장문인의 대사를 망친다
나요. 제미랄놈, 우리가 어째서 당신의 대사를 망친단 말이오?]

  영호충은 이제서야 분명히  알 수가 있었다. 그래서 웃으면서 말
하기를,

  [이번에는 도곡육선들이 이겼고 불계대사가 졌소이다. 당신들 여
섯형제는 다음번에 그들을 만나게 되면 절대로 오늘의 사건을 이야
기해서는 안 되고 더우기 그들에게 손찌검을 해서도 안 됩니다. 그
렇지 않고  만약 천하의 영웅호걸들이 오늘의  사건의 원인을 묻게 
되어 불계대사가 도곡육선에게 고통을  당했음을 알게 되면 그들의 
체면은 엉망진창이 될 것이오.]

  도근선과 도화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다음번에 이 두놈의  중놈들을 만나면 우리들은 아무일 없는 척
하고 그들의 체면을 세워 줍시다.]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빨리 이  형제들의 혈도를 풀어 주십시오.  그들은 아마 굉장히 
답답했을 것이오.]

  즉시 순을 내밀어 도화선의 혈도를 풀어 주었다. 그리고 방 밖으
로 나와 문을 닫았다. 그들 여섯 형제가 또 한바탕 떠드는 것을 듣
지 않기 위함이었다.
  정악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대사형 그들은 무었을 하고 있읍니까?]

  진견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들은 탑쌓기를 하고 있어요.]

  도화선은 갑자기 욕을 하였다.
    
  [이봐 비구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나 우리가 어째서 탑
을 쌓는단 말이오?]

  진견은 뭇으면서 말을 했다.

  [나는 비구니가 아니에요.]

  도근선은 말을 했다.

  [당신은 비구니와 함께 있으니 마찬가지로 비구니지.]

  진견은 말을 했다.

  [영호 장문인은 우리와 함께 있으니 장문인도 비구니입니까?]

  정악은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도 우리들과 함께  있으니 그렇게 되면 당신들도 모두 비구
니가 되었겠군요.]
    
  도근선과 도화선은 할  말이 없었다. 서로 원망하고 서로 탓하며 
서로가 잘못하여 자기들이 비구니가  돠었다고 원망하였다. 영호충
과 의화 등은 방 밖에서 한참동안 기다렸다.
  그러나 도곡육선은 나오지를 않았다.
  영호충이 또 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도화선은 낄낄 대며 
왔다갔다 하고 아직까지 다섯형제의 혈도를 풀어주지 않았다. 영호
충은 깔깔  웃더니 급히 손을 내밀어  다섯사람의 혈도를 풀어주었
다. 그리고는 급히 방 밖으로 나왔다.
  방 안에서 치고 받고 하는 소리가 크게 나는 것으로 보아 한바탕 
엉켜붙은 것 같았다.

  영호충은 킥킥 거리면서  그곳을 나왔다. 모퉁이를 몇개 돌아 수
장을 걸어가니 작은 논길 위에 당도하였다. 논가에는 한 그루의 복
숭아나무에 꽃봉오리가 가득 열려 있었다. 봄바람이 불어오기만 하
면 금방이라도 활짝 필성 싶었다.
  영호충은 내심 생각하였다.

  (이 복숭아 꽃은 예쁘기 짝이 없는데, 도곡육선은 어째서 이렇듯
이 엉뚱하고 해괴한 짓만 하는가!  도곡육선과 복숭아 꽃을 아무리 
좋게 연관시켜보려 해도 어울리지가 않는구나.)

  그는 한찬동안 한가롭게 산보를 한 다음 또 생각하였다.

  (여섯형제는 지금쯤 싸움을  다 끝마쳤을 것이니 그들과 함께 술
을 먹어도 되겠구나.)

  갑자기 몸 뒤에서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여자의 목소리
가 들려왔다.

  [영호 오라버니!]

  영호충이 몸을 돌려보니 그것은 의림이었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
와 가벼운 소리로 말을 했다.

  [한가지 여쭤 볼 말이 있는데 괜찮겠읍니까?]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물론, 무슨 일이오?]

  의림은 말을 했다.

  [도데체 당신은 임소저를 더 좋아하십니까? 아니면 그 악씨 성을 
가진 소사매를 더 좋아하십니까?]

  영호충은 멈칫하여 심히 난감하였다. 그래서 말하기를,

  [어째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시오?]

  의림은 말했다.

  [의화, 의청 사매께서 나보고 좀 물어봐 달라고 하셨읍니다.]

  영호충은 더욱 이상하게 생각돠었다. 약간 웃으면서 말하기를,
    
  [그들이 어째서 그런 말들을 물어봐 달라고 할까?]
   
  의림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당신과  소사매에 관한 일이라면 나는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 
한 적이 없읍니다. 그날 의화 사저가  악 소저와 다투어 쌍방이 모
두 틈이 벌어졌읍니다. 의진, 의령 두 사저가 당신의 명을 받고 상
처에 바르는 약을 갔다 두었는데  화산파는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
라 두 사저을 냉대하였읍니다. 모두들 당신이 화를 낼까봐 당신 앞
에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읍니다. 나중에  우수와 의문 사저가 또 
화산에 가서 당신이 항산파의 장문인을 맡는다고 전갈하러 갔을 때
에는 화산파 사람들이 그들을 억류까지 하였읍니다.]

  영호충은 약간 놀라 말을 하였다.

  [당신이 어떻게 그것을 아시오?]

  의림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것은 불가불계가 말한 것입니다.]

  영호충이 말앴다.

  [전백광이!]

  의림은 말했다.
   
  [바로 그렇습니다. 당신이 흑목애에 가신 직후에 사저는 그를 화
산파에 보내어 소식을 알아보도록 하였읍니다.]

  영호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전백광은 경공이 대단하니  염탐을 해도 그리 쉽게 그들에게 발
각되지는 않았을것이오. 그들 두 사저의 소식을 가져왔소?]

  의림은 말을 했다.
    
  [네 그러나 화산파는 매우 엄중히 지키고 있어서 그들을 구할 수
가 없었다고 합니다.  다행이도 두 사는 고생하지  않는 것 같습니
다. 내가 그에게 쪽지를 써서 절대로화산파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
지 말고, 더우기 사람을 해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였읍니다.]

  영호충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당신이 쪽지를 써서  그에게 전해준 것은 사부님의 수법과 똑같
군요.]

  의림의 얼굴이 빨개지면서 말을 했다.
    
  [나는 견성봉에 있고  그는 통원곡에 있으므로 일이 있어 그에게 
알릴 때에는 별수없이 쪽지를 써서 보냈읍니다.]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됐읍니다.  내가 농담을 했을 뿐입니다.  전백광은 뭐라고 합디
까?]

  [전백광은 경사가  난 것을 봤다고 합니다.  당신의 옛날 사부는 
사위를......]

  갑자기  영호충의 얼굴이 크게 변하였다.  그녀는 내심 당황하여 
말을 멈추었다. 영호충은 목구멍이 막히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는 씩씩 대며 말을 했다.

  [계속 말을 하시오. 괜찬소......괜찬소.]

  자기가 자기의 목소리를  들어도 자기의 목소리처럼 들리지 않았
다.
  의림은 부드러운 소리로 말을 했다.

  [영호 오라버니, 괴로워하지  마세요. 의화, 의청 사저들은 모두 
말하기를 임소저는 마교의 사람이지만  그 아름다움과 무공이 악소
저보다도 몇백배 강하다고 했읍니다.]

  영호충은 씁슬히 뭇으면서 말을 했다.

  [나는 하나도 괴롭지 않소. 소사매가 의지할 곳이 생겼다니 내가 
응당히 기뻐해야 될 일이오. 그는......  그는......  전백광이 나
의 소사매를 보았다고......]

  의림은 말을 했다.

  [전배광은  화산 옥녀봉에는 휘황찬란한  청사초롱이 켜져 있고, 
매우  떠들석했다고 합니다.  각 문파에서는  축하객들을 보냈답니
다. 그런데 악 선생은 우리 항산파에는 알리지도 않았읍니다. 우리
를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호충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림은 또 말을 했다.

  [우수와 의문 사저는  화산파에 좋은 소식을 알리러 갔던 것입니
다. 그들이 선물도 보내지 않고 축하인사를 파견하지 않은 것은 그
렇다 치더라도 어째서 소식을 알려주러 간 사저들까지도 묶어 놓고 
풀어주지 않는 것입니까?]

  영호충은 멍해져서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못 하였다.
  의림은 말했다.

  [의화, 의청  두분의 사저가 말하기를 화산파  사람들은 일을 할 
때 예의를 따지지 않으니 우리들도  예의로 대할 필요가 없다고 하
였읍니다. 숭산에 가서 그들을 만나면  우리는 그들의 무례에 대해
서 추궁을 하고 사람들을 풀어달라고 해야만 합니다.]

  영호충리 또 다시  실망을 하고 정신이 나간 모양을 하고 있는것
을 보고 의림은 한숨을 쉬더니 부드러운 소리로 말을 했다.
   
  [영호 오라버니, 몸 조심하세요.]

  하고 천천히 물러갔다.
  영호충은 그녀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자 불렀다.

  [사매!]

  의림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영호충은 물어보았다.

  [나의 사매와 혼인을 한 자는 바로......바로......]

  의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바로 그 임씨 성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영호충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의 우측 
소맷자락을 끌더니 말을 했다.

  [영호 오라버니,  그 임씨 성을 가진자는  당신의 반도 따라가지 
못해요. 악소저는 사리분별을 못 하는  사람이라 그에게 시집을 간 
것입니다. 사저들은  당신이 화를 낼까봐 지금까지  당신에게 말을 
하지 못했지만 도곡육선이 말하기를  나의 아버지와 전백광은 바로 
이부근에 있다고 합니다.  전백광이 당신을 보면 아마  그 말을 할 
것입니다.설령 전백광이 말을 하지 않아도 며칠 뒤면 숭산에 가서 
틀림없이 그 악소저와 그의 남편을 만나보게 될 것입니다. 그때 당
신이 그녀가  새색시 차림을 한 것을  보면 어쩌면......어쩌면 큰 
일에 지장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모두들 임소저가 당신 
옆에 있다면 좋겠다고 했읍니다. 그리고  나보고 당신께 가서 악소
저를 마음에 새겨 두지 말도록 말 좀 하라고 시켰읍니다.]

  영호충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녀들은 나에게 관심을  갖고 내가 상심헤 할까봐 이곳으로 오
는 도중에 나를 더욱 세심하게 보살폈구나.)

  갑자기 손등에 몇 방울의 눈물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고개를 옆
으로 하니 의림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상해서 물어보
았다.

  [당신......당신은 어째해서 그러시오?]

  의림은 처량하게 말을 했다.

  [나는 당신이 마음 아파하는 것을 보고......괴로워하는 것을 보
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읍니다. 영호 오라버니 울고 싶으면 큰 
소리로 울어 버리세요.]

  영호충은 껄껄 웃더니 말을 했다.

  [내가 어찌서 울어야  한단 말이오. 영호충은 정처없는 떠돌이라 
사부와 사모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사문에서 내쫓았소. 소사매
가 어떻게 나를......나를...... 아, 하하하하!]

  큰소리로 웃고는 잽싸게 달려갔다.
  단숨에 이십여 리를  달려간 것이다. 황령하고 이적이 끊긴 곳에 
이르자 슬픔이 가슴속에서 치밀어올라 자기 자신을 억제할 수 없어
서 땅바닥에 쓰러져 큰소리로 울었다. 한참 울고 나자 비로소 약간 
마음이 풀어졌다. 내심 생각하기를,

  (내가 지금 돌아간다면 두눈이 부어올라 의화 등 그녀들이 이 모
습을 보고 나를 비웃을 것이다. 저녁때가 된 다음에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한편으로 또, 생각하기를,

  (내가  오랬동안 나가서 돌아오지 않으면  그들은 틀림없이 걱정 
할 것이다. 사내대장부가 울면 운 것이고, 웃으면 웃은 것이지, 영
호충이 악영산을 사모하고 있다는 것은  천하가 모두 아는 일이 아
닌가.)

  즉시 걸음을 빨리하여  그들이 있는 낡은 사당으로 돌아왔다. 의
화, 의청 등은 마침 사방에  흩어져 자기를 찾고 있었다. 그녀들은 
그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내심  기뻐하는 눈치였다. 탁자에는 이미 
술과 요리가 파려져 있었다. 영호충은  자음자작을 하고 크게 취한
다음 그 자리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며칠 뒤에 숭산 아래에 도착하였다. 숭산대회까지는 아직 이틀이 
남아 있었다. 삼월 십오일까지 기다렸다가 영호충은 여러 제자들을 
이끌고 아침 일찍 산을 향해  출발하였다. 산허리에 이르자 네명의 
숭산 제자들이 영접하러 나왔다. 그들은  심히 예의를 갖추고 말하
였다.

  [숭산의  후학들은 항산파 영호장문인께서  왕림해 주셔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읍니다. 좌 장문인게서는 산 위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또,말하기를,

  [태산, 형산, 화산 세파의 사백 사숙과 사형들은 어제 이미 도착
하였읍니다. 영호 장문인과 여러 사저들이 이렇게 오시니 숭산파의 
여러 사람들은 감격하고 또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읍니다.]

  영호충이 산을 오르면서 보니 산길은 개끗이 쓸려져 있었고 몇리
를 지날 때마다 몇명의 숭산 제자들이 차와 물 따위를 준비하여 빈
객을 영접하고 있었다. 이러한 것만  보아도 숭산파가 얼마나 세심
하게 준비를 하고 있었는가를 알 수 있었다. 또한 이것으로써 좌냉
선이 오악검파의 장문인에 뜻을 두고  있으며 그 야심이 만만치 않
음을 알 수 있었다.
  한참 걸어가자  또 몇명의 숭산 제자들이  마중을 나와 영호충을 
보고 인사를 하였다.

  [곤륜, 아미, 공동,  청성 각파의 장문인들과 선배 어르신께서는 
오늘 모두 숭산에 오셔서  오악파가 천거한 장문인의 대전(大典)에 
참여하실 예정입니다. 곤륜파 청성파리 여러분들은 이미 도착을 하
셨읍니다. 영호 장문인께서도 때마침 잘 오셨읍니다. 모두들 산 위
에서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읍니다.]

  이 몇사람의 안색에서 교만함을 엿볼 수가 있었고 그들의 말투를 
들어보니 오악파의 장문님 자리는 그 누가 뭐라해도 숭산 좌냉선의 
손바닥에 있는 것 같았다.
  한참을 올라가니  갑자기 벼락과 같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
다. 깎아지른 절벽에서 두개의  푹포수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은 폭포수 옆으로 해서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길을 안내하는 한 명의 숭산파 제자가 말했다.

  [이곳이 바로  승관봉(勝觀峯)입니다. 영호 장문인께서 보시건데 
이곳의 경치와 항산의 경치와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영호충은 말했다.

  [항산은 영기가 살아있으며,  숭산은 웅장하고 힘이 넘치니 모두 
멋집니다.]

  그 사람은 말을 했다.

  [숭산은 천하에서 가운데에 위치하고 한나라 당나라 때에는 경기
(京畿)안에  위치했으며, 원래  천하의 뭇산들의  우두머리 산입니
다. 영호 장문인께서 보십시오 이  기상을. 역대 제왕들은 모두 이
곳 숭산 아래에서 왕도를 건립하였읍니다.]

  그가 말하는 뜻은  숭산이 뭇산들의 우두무리인 것처럼 숭산파도 
역시 여러파의 우두머리라고 하는 것 같았다.
  영호충은 잔잔히 웃고는 말을 했다.

  [우리 강호이 인사들과 제왕, 관리들과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
르겠읍니다. 좌  장문께서는 관가의 사람들과 교분을  갖고 계십니
까?]

  그 사람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말을 하지 못했다.
  길을  따라 올라가니 산길은 갈수록  험악하였다. 길을 인도하는 
숭산파 제자는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말을 했다.

  [이곳이 청강봉(靑岡峯),  저곡이 청강평(靑岡坪)입니다. 이곳이 
바로  대철양협(大鐵梁峽)이고  저곳이  바로  소철(小鐵)양협입니
다.]

  철량협의  바위들은 모두가 과석이었다. 그  좌측은 만길의 깊은 
계곡으로 밑이 보이지  않았다. 한 명의 숭산  베자가 큰 돌맹이를 
하나 주워 계곡 아래로 던졌다.큰  돌맹이는 벼랑 아래로 떨어지면
서 처음에는 우뢰와 같은 소리가  나더니 나중에는 소리가 점점 작
아져 결국은 들리지 않았다.
  의화는 말을 했다.

  [사형제 말씀 좀 여쭈어 보겠읍니다. 오늘 숭산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읍니까?]

  그 사람은 말을 했다.

  [적게 잡아도 이천 명 정도는 될것입니다.]

  의화는 말을 했다.

  [손님 한사람 한사람이 이곳에 당도할 때마다 당신들이 돌맹이를 
던져 시험을 한다면 얼마 안 있어 이 계곡은 당신들이 던진 돌맹이
로 꽉 매워지겠군요.]

  그 사내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으나 대답은 하지 않았다.
  모퉁이를 하나 도니 앞에는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였다. 산기슭에
는 십여  명의 사내가 손에 각자  병기를 들고 길을  막고 서 있었
다.
  한 사람이 음산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영호충은 언제 이곳으로 올까? 친구들이 그자가 오는 것을 보면 
이 눈먼 자에게 가르쳐 주게나.]

  영호충이 말하는  사람들을 보니 수염이 양쪽에  칼날처럼 나 있
고, 안색이 음산하여 공포의 분위기였으며 한쪽 눈이 멀었다. 다시 
나머지 사람을 보니 모두들 눈먼  봉사였다. 영호충은 자기도 모르
게 멈칫하면서 낭랑한 소리로 말을 했다.

  [영호충은 여기 있읍니다.  귀하께서는 저에게 무슨 볼일이 있으
십니까?]

  영호충이 여기  있다는 말을 하자 몇명의  봉사들은 즉시 일제히 
욕을 하고 병기를 들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모두들 욕하기를,

  [영호충, 이 못된  놈! 네놈이 우리들의 눈을 이렇게 멀게 했다. 
오늘 네놈이 죽나 우리가 죽나 한번 결판을 내자.]

  영호충은 갑자기 무엇인가 깨달았다.

  (그날밤 화산파가 낡은 사당에서 기습을 당했을 때 내가 새로 배
운 독고구검의 검법으로 적지 않은 적들의  눈을 멀게 했다. 이 사
람들의 정체를 줄곧 생각해도 알아내지를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
니 틀림없이  숭산파가 파견한 자들이었구나. 오늘  이곳에서 다시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눈앞의 길은 상당히 험준하여 이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덤벼들면 
발목만 잡혀도 단번에 수천 길의 낭떠러지에 떨어질 것 같았다. 또
한 길을 안내하던 숭산 제자들은  입가에 웃음을 띠고 있었으며 매
우 고소하다는 눈치였다.
  영호충은 내심 생각하였다.

  (내가 용천 주검곡에서  숭산파에 있는 놈들을 적지 않게 죽였으
니 오늘 숭산에 오르면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더많을 것이다.)

  그리고 말을 했다.

  [이 눈먼 친구들은  숭산파 문하의 제자들입니까? 귀하께서 그들
로 하여금 길을 비키도록 말씀 좀 해주시오.]

  그 숭산 제자는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들은 우리 파의  사람이 아닙니다. 그들은 제가 말을 해도 듣
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영호  장문님께서 혼자 처리하는 것이 
좋겠읍니다.]

  갑자기 한 사람이 일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어르신이 먼저 네놈부터 처치하고 그 다음에 다른 일을 하겠
다.]

  바로 불계화상이 도착한 것이다.
  그의 몸 뒤에는  불가불계인 전백광이 따라왔다. 불계는 성큼 앞
으로 달려가 단숨에 두 명의  숭산 제자들을 거머쥐고 눈먼 봉사들
을 향해 던지며 외쳤다.

  [영호충이 간다!]

  눈먼 봉사들은 마구  병기를 휘둘렀다. 두명의 숭산 제자들은 무
공이 높아서 몸이 허공에 떴어도  여전히 검을 뽑아 막으면서 크게 
외쳤다.

  [같은 숭산파 사람들입니다. 빨리 길을 비키십시오!]

  눈먼 사람들이 급히  피하느라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불계는 앞
으로 달려나가 또 두 명의 숭산제자들을 거머쥐고 일갈을 했다.

  [네놈들을 이 봉사에게 길을 비키라고 하겠느냐 안 하겠느냐? 이 
어른께서 네놈들을 던져 버리겠다.]

  두팔에 기를 집어넣어, 두 사람을 허공을 향해 던졌다. 불계화상
의 완력은 대단하였다. 두 명의 숭산 제자들은 허공에서 똑바로 칠
팔장 정도 날아갔다. 그들은  혼비백산되어 비명소리를 질렀다. 자
기들이 수만길 낭떠러지에 떨어지고  순식간에 곤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불계화상은 그들 두 사람이 땅바닥에 떨어지기를 기다려 두 팔을 
일제히 내밀고 다시 두 사람의 뒷덜미를 거머쥐고 말을 했다.

  [자, 어디 다시 한번 해볼까?]

  한 명의 사내가 급히 말을 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다른 한 명의 숭산 제자는 약아서 큰소리로 외쳤다.

  [영호충 너는 어디로  도망가느냐? 여러 친구들이여 빨리 뒤쫓으
시오! 빨리 쫓아가시오!]

  십여 명의 봉사들은 그의 말을 듣고 정말인 줄 알고 급히 달려갔
다.
  전백광은 화가 나서 말을 했다.

  [영호 장문인의 존함이 너희들이 부르라고 만든 것이냐?]

  팍팍 두빰을 때리고는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영호 대협은 여기  계시다. 영호 장문님은 이곳에 계시다. 눈먼 
놈들 중에서 씨가 있는 놈은 영호 장문인에게 한수 배워봐라]

  눈먼자들은 숭산 제자들의  사주를 받고 있었고, 또한 두눈을 영
호충 때문에 잃어서 그 원한을  갚으려고 산길을 막고 있었던 것이
다. 그러나 두 명의 숭산 제자들의 비명소리를 듣고는 간이 콩알만 
해졌고, 또 산길에서 이리저리 한참을 뛰고 나자 두눈이 사물을 볼
수가 없는 터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영호충, 불계화상, 전백광과  항산의 여러 제자들은 눈먼 사람들
의 몸 옆을 지나 산 위로  올라갔다. 갑자기 봉우리가 끊기며 천연
의 문이 하나 나타났다. 바람이 그  문에서 불어 왔으며 구름과 안
개가 바람과 함께 얼굴에 와 닿았다.
  불계화상이 일갈을 했다. 

  [이곳은 뭐라고 부르는 곳이냐? 어찌 벙어리가 되었느냐?]

 그 숭산 제자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을 했다.

  [이곳이 바로 조천문(朝天門)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여러 사람은 서북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또 다시 한참동안 산길을 
올라갔다. 봉우리 정상의 넓은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여 있
었다. 길을 인도하는 여러 명의 숭산 제자들은 먼저 달려나가 소식
을 전하였다. 이어서 영호충을 환영하는 음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
다.

  좌냉선은 황색의 옷을 입고 이십여 명의 제자들을 이끌고 앞으로 
걸어나와 공수를 하며 맞이 하였다.
  영호충은 지금은 비록 항산의장문인이지만, 줄곧 지금까지 그를 
좌 사백이라고  줄러왔으므로 필경 그의 후배였다.  그래서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하며 말했다.

  [후배 영호충이 숭산 장문께 인사드립니다.]

  좌냉선은 말을 했다.

  [오랬동안 못 만났더니 영호세형(令狐世兄)께서는 풍채가 옛날보
다 많이 좋아졌읍니다. 젊은 세형이 항산파 문호를 장악한 것은 전
대미문의 사건입니다. 정말 기쁘고 축하할 일입니다.]

  그는 매우 냉혹한  사람이었다 이때 그의 표정에서는 축하하거나 
기쁜 표정은 하나도 나타나 있지  않았다. 영호충은 그의 말투속에 
뼈가 있음을 알았다. 무림 중의 전대미문의 일이라고 한 것은 그가 
남자로서 비구니의 우두머리가 된 것을 풍자한 것이고 젊다는 것은 
더욱 나쁜 뜻이었다.
  그래서 말을 했다.

  [저는  정한사태의 유언에 따라  항산파의 장문인을 맡았읍니다. 
항산 문호를 맡은 것은 두분 사태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이지요. 복
수를 하고 나서는 나 스스로 장문의 자리레서 물러날 것입니다.]

  그는  말을 하면서 좌냉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좌냉선이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을 띠거나  분노와 증오를 억제하고 있는가를 
살펴 보았다. 그러나 좌냉선의 얼굴은  근육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
다.
  좌냉선은 말했다.

  [오악검파는 지금까지 동고동락을 하였고, 앞으로도 오파가 하나
가 되면 정한, 정일 두분 사태의  피맺힌 원수는 단지 항산의 일만
은 아니고 우리 오악파의 일이기도 합니다. 영호 형제의 뜻이 그러
하니 거참 장한 일이군요.]

  그는 또 한참 쉬었다가 말을 했다.

  [태산 천문도형, 형산 막대선생, 화산 악선생과 그리고 축하하러 
오신 적잖은 무림의 친구들이 모두  도착을 하였소. 저쪽으로 가서 
만나보도록 하시오.]

  영호충은 말했다.

  [녜. 소림의 방증대사와 무당의 충허도장은 오셨읍니까?]

  좌냉선은 냉랭히 말을 했다.

  [그 두분은 비록  가까이 계시지만 신분이 그러하니 오시지는 않
을 것입니다.]

  말을 하면서 증오의 눈초리로 영호충을 쳐다보았다. 영호충은 멈
칫하였다. 그러나 금방 무엇인가 깨달았다.

  (내가 장문인의  자리에 취임을 할 때  이 두분의 무림 선배님은 
친히 오셔서 축하를 하였지. 좌냉선은 그들 두분이 오늘 오시지 않
을 것으로 여기고 방증대사와 충허도장을  미워할 뿐 아니라 나 또
한 굉장히 미워하고 있구나.)

  바로 이때 갑자기 산길에 두명의 노란 옷을 입은 제자가 급히 달
려오는 것이 보였다. 있는 힘을 다하여 달려오는 것을 보니 틀림없
이 급한 일인 것 같았다.
  정상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달려오는 두 사람
을 쳐다보았다. 얼마있자 두 사람은  좌냉선 앞에 당도하여 아뢰었
다.

  [사부님, 축하드립니다.  소림사 방증대사와 무당파 장문인 충허
도장께서 문하의 제자들을 이끌고 지금 산을 올라오고 계십니다.]

  좌냉선은 말을 했다.

  [그  두분 어르신께서 오셨다고  그건 정말  축하할 만한 일이구
먼. 그렇다면 지금 내려가서 영접을 해야겠다.]

  그의 말투는 마치 이 일을 맘에 두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
나 영호충은 그의 옷자락이 약간 떨리는 것을 보고 그가 얼마나 마
음속으로 기쁨을 감추고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숭산에 모여 있던 
군웅들은 소림 방증대사와 무당 충허도장이 함께 오셨다는 말을 듣
고 모두가 웅성거렸으며 적잖은 사람이 좌냉선을 따라서 산 아래로 
내려갔다.
  영호충과 항산파제자들은 길을 비켜주어 그들이 지나가도록 하였
다. 좌우를  살펴보니 태산파 천문도인, 형산파  막대선생, 그리고 
개방방주, 청성파 장문인 송풍관 관주 여창해(餘滄海) 등 선배들이 
과연 모두 도착하였다. 영호충은 여러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
누었다. 갑자기 노란색 담장 뒤에서 한 무리의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바로  사부님과 사모님, 그리고  화산파의 사제사매들이었
다.
  그는 마음이 시큰해져 빨리 앞으로 달려가 땅바닥에 엎드려 말을 
했다.

  [영호충 두분 어르신께 인사드립니다.]

  악불군은 몸을 한쪽으로 비켜서더니 냉랭하게 말을 했다.

  [영호 장문인이 어찌  이런 큰 예를 다하는가? 정말로 해괴한 일
이구먼.]

  영호충은 절을 하고 길 한쪽으로 비켜섰다. 악 부인을 눈물을 글
썽이며 말을 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항산파의 장문인이 되었다고. 앞으로 행동
을 자제하고 절제한다면 편안하게 지낼 수가 있을 것이야.]

  악불군은 냉랭히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가  행동을 자제한다고, 그것은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구먼, 
그가 장문인을 맡은 첫날에 항산파는 수천명의 좌도의 인물들을 거
두어 들였소 그것도 행동을 자제해서  그러했을까? 그는 또 대마두
(大魔頭)인 임아행과 함께 연합을  해서 동방불패를 죽이고 임아행
이 마교의 교주자리에 다시  앉도록 도와주었다고 소문이 자자하게 
들리고 있소. 항산파의 장문인의 신분으로서 마교에 참여해서 그러
한 큰일을 하다니 이것은 또한 어찌 설명을 하겠는가?]

  영호충은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이  일에 대해서 더이상 말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화제를 바꾸었다.

  [오늘 숭산대회에서 좌사백은 오악검파를 하나로 하여 한개의 오
악파를 만들 모양인데 두분 어르신께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십니
까?]

  악불군은 말했다.

  [너의 뜻은 어떠하냐?]

  영호충은 말했다.
   
  [제자......]

  악불군은 웃으면서 말을 하였다.

  [제자라는 말은  더이상 거론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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