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오강호 제 6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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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 빽빽이 자란 곳에 몸을 숨겼다. 한참 지난 뒤 군웅들이
떠드는 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결국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각
자가 모고 흩어졌다. 즉시 발걸음을 옮겨 천천히 그 지하갱도의 입
구쪽으로 와보니 과연 한 사람도 없었다. 출입구는 두 개의 바위
뒤에 은밀하게 있었고, 풀이 덮여 있어서 사실을 모르는 자는 바로
옆에 서 있을지라도 절대로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 굴속으로 들어가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가 달마당 안
에 도착하였다. 달마당 앞에서 사람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정
교사람들은 일을 할 때 매우 신중하므로 천천히 조사를 하면서 가
까이 오는 것 같았다. 아마 그들은 함정이나 암기를 염려하고 있는
것같이 보였다. 영호충은 두 팔에 있는 힘을 모아 달마석상을 천천
히 원위치로 밀어 넣고는 내심 생각을 했다.
( 어디에 가면 정교의 우두머리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엿들을 수
있을까? 어떻게하든 이 안에 영영이 갇혀져 있는 곳을 찾아야 한
다. 소림사에는 방이 수천 수백개니 그들이 어느 방에서 모여 회
의를 열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
그날 자기가 정신을 잃고 소림사에 왔을 때 방생대사가 자기를
인도하여 방장을 만나보러 갔었는데 희미하게 방장의 선방이 어디
있는지 기억이 났다. 그는 즉시 빠른 걸음으로 달마당을 나와 뒤쪽
길로 들어섰다. 소림사 절 안에는 방들이 너무 많아 한참 뛰어다녔
어도 결국은 방장의 선방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귓가에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밖에는 수십 명이 가까이 접근
하는 것 같았다. 그가 지금 서 있는 곳은 한채의 편전(偏殿)이었는
데 편전에는 한개의 금색 글씨로 씌어져 있는 나무액자가 하나 있
었다. 액자에는 청량경계(淸凉境界)의 네 글자가 씌어져 있었다.
사방을 둘러좌도 몸을 숨길 데가 마땅치 않아 몸을 날려 액자 뒤로
숨었다.
발걸음 소리가 가까이 들리더니 일곱여덟 명이 편전 안으로 들어
왔다. 한 사람이 말을 했다.
[이 사악한 마교의 인사들은 재주도 용하구만. 우리가 사방에서
철통같이 에워싸고 있었는데 그래도 그들은 몽땅 달아나 버렸으
니.]
또한 사람이 말했다.
[보아 하니 소실산에는 비밀통로가 있어 산 아래로 통하는 것같
소.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어떻게 모두 도망칠 수가 있었단 말이
오.]
또 한 사람이 말했다.
[지하갱로나 비밀통로는 절대로 없읍니다. 소승이 소림사에 출가
하여 이십 년이 됐는데 아직까지 비밀통로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소이다.]
먼저 말한 그 한 사람이 말했다.
[비밀통로이니 물론 아는 사람이 극히 적을 것이오.]
그 소림사 스님은 말을 했다.
[설령 소승이 모를지라도 우리 소림사의 방장도 모를 리가 있겠
읍니까? 절 안에 비밀통로가 있다면 방장께서는 먼저 각파의 수령
들에게 알렸을 것입니다. 어찌 사악한 마교들이 도망치도록 내버려
두었겠읍니까?]
갑자기 한 사람이 큰 소리로 일갈을 했다.
[누구냐, 빨리 나오너라.]
영호충은 깜짝 놀랐다.
(아이고, 어머니! 나의 행적이 벌써 그들에게 발각되었구나.)
막 몸을 날려 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동쪽을 나무액자에서 껄껄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사람이 말했다.
[이 늙은이가 숨을 쉬다가 먼지를 불었는데 당신들이 결국은 발
견을 했군요. 눈빛이 정말로 예리합니다.]
목소리가 우렁차고 맑은게 바로 상문청의 음성이었다. 영호충은
놀라고 기뻐서 내심 생각하였다.
(알고 보니 상 형님께서 벌써 이곳에 숨어 계셨구나. 숨소리 하
나 내지 않고 숨어 있는 기술이 정말로 대단하다. 내가 이곳에서
한참 있었는데 발견할 수가 없었다니. 만약 먼지가 떨어지지 않았
다면 틀림없이 이 사람들은 절대로 알지를 못했을 것이다.)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탁탁 하고 소리가
들리며, 동쪽과 서쪽에서 갑자기 사람이 내려왔다. 곧이어 세 사람
이 일제히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시오......]
[당신은......]
[무엇을 하러......]
이 세사람의 외침은 단지 외마디만 질렀을 뿐 목에서 더이상 터
져나오지 않았다.
영호충은 참을 수 없어 고개를 약간 내밀어 보았다. 전각 안에서
는 두 개의 검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한 사람은 상문천었고, 또 다
른 한 사람은 몸집이 크고 키가 장대한 임아행이었다. 이 두 사람
이 소리도 없이 장을 뽑아 일장을 가하니 전각 안에는 한 사람이
쓰러졌다. 순식간에 전각 안에서는 여덟 사람이 땅에 쓰러졌다.
그중 다섯 사람은 바닥에 쳐박혀 미동도 하지 않았으며, 세 사람은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있었는데, 모두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표정
은 매우 공포의 분위기였으며, 얼굴의 근육들은 움직이지도 않았
다. 틀림없이 임아행, 상문천 두 사람의 일격에 목숨을 잃은 것 같
았다. 임아행은 두 손을 몸에 닦더니 말했다.
[영아(盈兒)! 내려 오거라.]
서쪽 문에 있던 나무액자에서 한 사람이 몸을 날려 떨어졌다. 언
뜻보니 여자 같았는데 바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영영이었다.
영호충은 머리속이 아찔하였다. 언뜻보니 그녀가 몸에 입고 있는
옷은 약간 남루하였고, 안색이 창백하고 초췌하였다. 그는 막 내려
가 만나보려고 했으나 임아행은 자기가 숨어있는 쪽을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영호충은 생각을 했다.
(그들이 먼저 와 있었으니 내가 나무액자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
을 그들이 보았을 것이다. 임 선생이 나보고 나오지 말라고 하는데
무슨 뜻일까.)
그러나 이 찰나에 임아행의 의도를 알았다. 전각의 문으로 몇 사
람이 빠른 걸음으로 뛰쳐들어왔다. 언뜻보니 사부, 사모님, 악불군
부부와 소림방장 방증대사, 그리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는
더이상 계속 볼 수가 없어 바로 고개를 디밀어 액자 뒤에 몸을 숨
겼다. 마음속은 두근두근 계속 뛰었다. 내심 생각하였다.
(영영 그들이 또닷 포위를 당했으니 내가...... 내가 몸이 가루
가 되어도 그녀를 구해야만 된다.)
방증대사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미타불, 세분의 시주께서는 장력이 대단히 무섭습니다. 여시
주께서는 이미 소림사를 떠나가셨을텐데, 어째서 다시 돌아오셨읍
니까? 이 두분께서는 틀림없이 흑목애의 고수들인 것 같은데 이 소
승은 알아 뵙지 못하여 정말로 죄송하군요.]
상문천이 말했다.
[이분이 바로 일월신교의 임 교주이고 저는 상문천이라고 합니
다.]
그 두 사람의 이름은 대단히 명성이 높아 상문천이 이렇게 소개
를 하자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탄성을 질렀다.
방증이 말했다.
[알고 보니 임 교주와 상 좌사(尙左使)이시군요. 오래 전부터 명
성은 들었읍니다. 두분께서 이렇게 왕림해 주셨는데 무슨 가르침이
라도 있으신지요.]
임아행은 말했다.
[이 늙은 몸은 세상사를 잃은 지 오래라 강호의 쟁쟁한 인물들을
알지 못하게 되었소. 이 몇분의 친구들은 다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
겠군요.]
방증이 말을 했다.
[소승이 두분에게 소개해 드리겠읍니다. 이분은 바로 무당파의
장문도장올시다. 도호(道號)는 충허라고 합니다.]
하나의 창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빈도의 나이는 어쩌면 임 선생님보다는 좀 많을 듯합니다. 그러
나 무당파의 장문인을 맡은 것은 임 선생님이 은거한 직후의 일이
라 쟁쟁하다는 말은 듣기가 좀 거북하군요. 하하하.]
영호충은 그의 목소리를 듣자 내심 생각하였다.
(이 무당파의 장문도장의 목소리가 상당히 익구나.)
바로 무엇인가 깨달았다.
(아이구, 내가 무당산 아래에서 세 사람을 만나지 아니했는가.
한 사람은 땔나무를 짊어지고 있었고, 한 사람은 배추를 짊어지고
있었으며, 또 다른 한 사람은 바로 나귀를 탄 늙은 사람이다. 이분
은 검법이 정묘하기 이를데 없었는데, 알고 보니 무당파의 장문인
이었구나.)
삽시간에 마음속에는 득의양양함이 깃들었고, 손에는 땀이 흐르
고 있었다. 무당파와 소림파는 똑같이 수백년 동안 명성이 전해져
내려오고 각자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충허도장의 검법은 지금까
지 모든 이의 숭앙을 받고 있었다. 그가 갑자기 득의양양한 것은
충허도장과 싸워 이겼기 때문이었다. 실로 뜻밖의 기쁨이었다. 임
아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분이 바로 좌대장문이지요. 우리들은 옛날에 한번 만나본 적
이 있었읍니다. 좌사부(左師傅), 근래 당신의 대숭양신장(大崇陽神
掌)은 더욱 많은 정진이 있었겠지요.]
영호충은 또 약간 놀랬다.
(알고 보니 숭산파의 장문인 좌사백께서 오셨구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건대 임 선생께서는 부하들에게 감금되어 여러해 동안 침거하
고 계셨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나온 것은 정말로 기쁘고 축하할 일
이군요. 저의 대숭양신장은 이미 삼십여 년 동안 사용아지 않아 거
의 다 잊어버렸지요.]
임아행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강호는 정말로 적적했겠군요. 이 늙은이가 은거를 해
버리자 그 누구도 좌형과 겨룰 자가 없었군요. 정말로 아까운 일이
오.]
좌냉선은 말을 했다.
[강호에 있어서 무공은 임 선생하고 겨룰 수 있는 자들은 그수가
실로 적지 않소. 단지 예를 들면 방증대사, 충허도장과 같이 덕을
쌓은 자는 절대로 아무 이유없이 저에게 따끔한 교훈을 주시지 않
죠.]
임아행은 말을 했다.
[거 참 다행한 일이오. 언제 시간이 있으면 우리 다시 한번 당신
이 새로 연마한 초식을 시험해 봅시다.]
좌냉선은 말했다.
[언제든지 말씀만 해 주시오.]
두 사람의 말을 들어보니 틀림없이 옛날에 한바탕 무예를 겨룬
적이 있었던 같았다. 그러나 말투를 들어보니 누가 이기고 누가 졌
는가는 알 수가없었다.
방증대사가 말을 했다.
[이분은 태산파 장문인인 천문도장이고, 이분은 화산파의 장문인
인 악 선생입니다. 이분은 악 부인인데 바로 옛날의 영여협입니
다. 임 선생님께서 아마 소문은 들으셨을 것입니다.]
임아행은 말을 했다.
[화산파의 영여협이라는 사람을 나는 알고 있소. 그러나 악 선생
이라는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소이다.]
영호충은 내심 불쾌하였다.
(나의 사부의 명성은 사모님보다 훨씬 위인데 그들 두 사람을 다
모른다면 별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러나 영여협이라는 자만 알고
악 선생이라는 사람을 모른다니 그건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그가
서호 밑바닥에 갇혀 있는 기간도 근 십년에 불과한데 그때 우리 사
부는 벌써 이름이 천하에 알려졌다. 틀림없이 그가 고의로 나의 사
부를 약 올리는 것이다.)
악불군은 담담히 말을 했다.
[제가 너무 미천하여 임 선생님이 모르고 계신 것 같군요.]
임아행이 말을 했다.
[악 선생, 나는 악 선생에게 한 사람을 알아보고자 하는데 그가
어디 있는지 아는지 모르겠소이다. 듣건대 이 사람은 옛날에 바로
당신 화산 문하에 있었다고 들었소.]
악불군은 말했다.
[임 선생님이 물어보시는 자는 누구요?]
임아행은 말했다.
[이 사람의 무공은 높을 뿐만 아니라 인품 또한 이 세상에서 드
물게 보는 자입니다. 어떤 눈뜬 장님들이 그를 질투하여 배척했는
데 나 임씨 성을 가진 자는 그를 항상 친구로 대해 왔으며, 한마음
한뜻으로 나의 속을 다 빼주어도 아프지 않을 이 딸을 그 사람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영호충은 그의 말을 듣자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그리곤 이 일
이 어디까지 발전되고 얼마나 많은 난감한 일이 앞에 닥쳐오고 있
는가를 은은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임아행의 계속되는 말이 들려
왔다.
[이 젊은이는 정도 있고, 의리도 있소. 듣건대, 이 보배 같은 딸
이 소림사에 감금되었다는 말을 듣고 수천명의 영웅호걸들을 이끌
고 소림사에 아내를 맞이하러 왔다고 들었소. 그런데 어찌된 영문
인지 나타나지를 않으니 장인이 된 나의 입장으로선 초조하기 짝이
없소. 그래서 당신에게 알아보는 것이오.]
악불군은 머리를 하늘로 젖히더니 껄껄껄 웃으면서 말을 했다.
[임 선생 같은 신통하기 이를데 없는 양반이 어째서 자기의 사위
조차도 어디에 간 줄 모른단 말씀이십니까? 임 선생께서 말씀하신
그 젊은이는 바로 저의 문중에서 쫓아낸 그 도둑놈을 말하는 것입
니까?]
임아행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분명히 하나의 옥석인데 당신은 그를 돌맹이로 여기고 있군요.
노제의 안목이 정말로 형편 없소이다. 내가 말한 그 젊은이는 바로
영호충이오. 하하하, 당신은 그들 도둑놈이라고 욕했으니 이 늙은
이를 강도라고 욕하는 것이 아니오?]
악불군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 못된 놈은 행위가 단정치 못하고 주색잡기에 빠져 있소. 한
여자 때문에 이리떼 같고 개 같은 강호의 좌도인사들을 이끌고 이
천하무학의 원천지인 소림사에 와서 감히 휘젓고 다녔소. 만약에
숭산 좌사형의 계략이 아니었다면 수천년 동안 전해 내려온 고찰은
그들 손아귀에서 한줌의 재로 변할 뻔하였소. 그 죄는 어찌 천만번
죽어서 속죄할 수가 있겠소? 그 못된 놈은 왕년에 화산파문하에 있
을 때 제가 가르침이 잘못되어 그 죄는 천만번 죽어도 속죄할 수가
없소. 나의 가르침이 잘못되어 정말로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
소.]
상문천은 곧바로 말했다.
[악 선생의 말씀이 형편 없으시군요. 영호 형제가 이 소림사에
온 것은 단지 임 소저를 영접하려고 했을 뿐이며 절대로 이 절을
부실 생각은 아니었소. 당신도 보다시피 그 많은 사람들이 소림사
에서 하루낮 하루밤을 지냈는데 소림사의 풀 하나 나무조각 하나
망치지 아니했소. 쌀도 한톨 먹지 않았을 뿐더러 물도 한모금 마시
지 않았소.]
갑자기 어떤 사람이 말했다.
[그 개돼지 같은 친구들이 한번 오자 소림사에는 전에 없었던 것
이 생겨났소.]
영호충은 이 날카로운 소리를 듣자 청성파 장문인 여창해라는 것
을 알고 내심 생각하였다.
(이 사람도 왔구나!)
상문천은 말했다.
[여관주에게 묻겠는데, 소림사에는 무엇이 더 많아졌단 말이
오?]
여창해는 말을 했다.
[소똥과 말 오줌들처럼 누렇고 하얀 것들이 온통 여기저기 널려
있소.]
즉시 많은 사람들이 웃음보를 터뜨렸다. 영호충은 내심 약간은
송구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단지 많은 친구들에게 절대로 절에 있는 물건들을 훼손치
말라고만 했지 그들에게 아무데나 똥 오줌을 누지 말라는 것은 생
각지도 못했구나. 이 머리가 돌지 않은 자들이 바지 구멍을 풀고
아무데나 똥 오줌을 누어 이 깨끗한 불교의 성전을 오염시켰구
나.)
방증대사는 말을 했다.
[영호공자가 많은 사람을 데리고 이 소림사에 왔을 때 소승은 종
일토록 염려하였읍니다. 불길이 타올라 처참한 꼴이 눈 앞에 연상
되었읍니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은 소림사에 와서 나무조각 하
나 건드리지 않았읍니다. 틀림없이 영호공자의 그 자상하고 보살
같은 마음이 모두들에게 자제하라고 일렀을 것이오. 나는 물론이고
우리 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다 감격해 하고 있읍니다. 앞
으로 영호공자를 만나면 감사의 말을 전할 것이오. 여관주의 농담
을 상 선생께서는 개의치 마십시오.]
상문천은 칭찬하여 말했다.
[수도를 하신 스님이라 마음이 넓으시고 정말 일반 사람과는 다
르십니다. 그 무슨 위군자(僞君子)인지 또 무슨 진소인(眞小人)인
지 하는 자들과는 전혀 다르군요.]
방증은 또 말하였다.
[그러나 소승은 한가지 물을 일이 있소이다. 항산파의 두분의
사태는 어째서 우리 절에서 눈을 감았는지 모르겠군요.]
영영은 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엇...... 무엇이라고요. 정한, 정일 두...... 두 사태께서 죽
었다고요.]
방증이 말을 했다.
[그렇소. 그 두부의 시체가 우리 절에서 발견되었소. 추측해 보
건대 그 두분이 돌아가셨을 때가 바로 강호의 친구들이 이 절에 들
어왔던 시각인 것 같소. 혹시 영호공자가 그 강호의 사람들을 타이
르지 못해서 두분의 사태가 많은 숫자를 당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
지 않았나도 생각이 되오. 아미타불 아미타불.]
이어서 긴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영영은 말하였다.
[이건...... 이건 정말 이상합니다. 그날 제가 소림사 뒷전에서
두분의 사태를 만나뵈었을 때 자비로우신 방장대사께서 이 두분의
사태의 체면을 보아 소녀를 이 절에서 떠나도록 놓아주신다
고......]
영호충은 마음속으로 또 한번 감격했고, 또 심히 괴로웠다.
(두분의 사태께서는 방장에게 부탁을 하였고 방장은 과연 그들의
부탁을 들어 영영을 풀어 주었구나. 그런데, 두분은 이곳에서 목숨
을 잃었으니 그것은 나와 영영 때문에 돌아가신거다. 도대체 그 두
분사태를 죽인 자는 누구일까? 나는 반드시 그 자를 찾아 내어 복
수를 해야 한다.)
영영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요근래에 적지 않은 강호의 친구들이 나를 이곳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소림사에 와서 시끄럽게 떠들어 소림파의 사람들에게 백여명
이나 잡혔었읍니다. 방장대사께서는 너무나 자비로와 그들에게 열
흘 동안이나 설법을 하시고 가마를 준 뒤에 모두다 석방을 하셨읍
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오랫동안 구금되어 있었기 때문에 먼저 이
절을 떠날 수가 있었읍니다.]
영호충은 내심 생각하였다.
(이 방증대사는 정말로 좋은 분이시구나. 그러나 조금은 지나치
고 멍청한 양반이 아닐까. 영영 수하의 그 강호의 협객들은 어찌
열흘 동안 설법을 들었다고 개과천선하고 마음을 돌릴 수가 있단
말인가.)
영영의 계속되는 말이 들려왔다.
[저는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방장대사에게 엎드려 인사를 드린
뒤 두분의 사태와 소실산을 떠났읍니다. 삼일이 되는 날 영
호...... 영호공자께서 강호의 많은 사람을 이끌고 소림사에 들어
가 저를 구한다는 소식을 들었읍니다. 정한사태는 말씀하시기를 하
루빨리 돌아가 소림사의 여러 고승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
고 말씀하셨읍니다. 그날 저녁에 우리들은 또 한분의 강호의 친구
를 만났는데 강호의 군웅들은 사방팔방에서 모여들어 십이월 십오
일에 소림사에 모이기로 한다고 했읍니다. 두분의 사태께서는 즉시
상의를 하시더니 말씀하시기를 소림사에 모이는 강호의 호걸들은
각기 파가 다르고 사방 각처에서 오니 영호공자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 말씀하셨읍니다. 정한사태는 저에게 분부하시기를 빨
리 쫓아가서...... 그 영호공자를 만나뵙고 즉시 여러 사람들을 해
산시키라고 하셨읍니다. 두분의 사태께서는 소림사를 아끼시고 방
장대사를 위해서 약간의 힘을 쓰고 또한 불문을 보호하시려고 하셨
읍니다.]
그녀의 계속되는 말은 목소리가 청아하고 실로 듣기가 좋았다.
그리고 두분의 사태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는 말투가 매우 슬픈 듯
했고 영호공자라고 말할 때에는 약간은 부끄러운 듯이 말꼬리를 흘
렸다.
영호충은 나무액자 뒤에 숨어서 그 말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가
슴이 뛰어옴을 느꼈다. 방증은 말했다.
[아미타불, 두분 사태의 그러한마음에 이 소승은 정말로 감격을
했읍니다. 소림사가 재난을 당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교 각문파
의 사람들은 서로가 알든 모르든 함께 달려와 구원해 주셨읍니다.
실로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읍니다. 다행히 쌍방은 그리
큰 싸움이 없었고 그래서 피비린내나는 혈전을 면할 수가 있었읍니
다. 그 두분의 사태는 불법의 이치를 통달하시고 자비로우신데 우
리 불문에서 이와 같은 두분을 잃게 되다니 정말로 애통하고 탄식
할 일입니다.]
영영은 또 말을 했다.
[저와 두분의 사태가 헤어진 후 그날 저녁에 숭산파의 습격을 받
았읍니다. 저는 혼자서 여러 사람을 당하지 못하여 좌 선생 문하에
잡혀서 또 며칠동안 감금이 되었지요. 아버지와 상 아저씨께서 나
를 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강호의 친구들은 이미 소림사로 들
어갔읍니다. 상 아저씨와 아버지 그리고 나 세 사람은 소림사에 온
지 아직 반시진이 채 못됐읍니다. 그리고 그 강호의 친구들이 어떻
게 여기서 빠져나갔으며, 더우기 두분 사태의 소식은 전혀 모르고
있었읍니다.]
방증은 말을 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두분의 사태는 임선생님과 상 좌사가 그
렇게 하지는 않았군요.]
영영은 말했다.
[두분의 사태는 이 소녀를 구해준 은혜가 있어 이 소녀는 오로지
그 은혜에 보답할 때만을 기다리고 있었읍니다. 만약에 저의 아버
지와 상 아저씨께서 두분의 사태를 만나게 되어 일이 잘못될라치면
제가 중간에서 화해를 시켰을 것이고, 절대로 이렇게 되도록 하지
는 않았을 것입니다.]
방증은 말했다.
[그 말 또한 일리가 있읍니다.]
여창해는 갑자기 끼어들며 말했다.
[마교 사람들의 행동은 일반 사람들과 정반대입니다. 일반 사람
들은 덕으로 덕을 보답하는데 간악한 무리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지
요.]
상문천은 말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여관주는 언제 어느때 일월신교에 입교를
했는지 모르겠군.]
여창해는 화가 나서 말했다.
[무엇이라고? 누가 내가 마교에 들어갔다고 말합디까?]
상문천은 말했다.
[당신이 금방 우리 신교의 사람들은 은혜를 복수로 갚는다고 말
했지 않소. 그리고 복건지방의 복위표국에 임 총표두가 그 옛날 당
신 일가족의 생명을 구해주었고 또한 해마다 당신에게 일만냥의 은
을 보내주었는데 당신 청성파는 오히려 임 총표두를 죽이지 않았
소. 여관주의 그러한 은혜를 복수로 갚는다는 소문은 이 천하에 퍼
져 모르는 자가 없소. 그렇게 말한다면 여관주는 틀림없이 교우일
것입니다. 잘 한 일이오. 잘했소. 여관주의 입교를 환영합니다.]
여창해는 화가 나서 말했다.
[함부로 말하지 말고 주둥이나 닥치시오.]
상문천은 말했다.
[내가 환영한다고 말한 것은 호의에서 그런 것인데 여관주는 오
히려 나에게 아가리를 닥치라고 욕을 해대니 이 어찌 은혜를 복수
로 갚는다고 말하지 않겠소. 그러고 보니 강산은 쉽게 바뀌어도 본
성은 고치기가 어려운 모양이오. 한 사람의 일생일대 은혜와 복수
를 한마디 한 행동에서 나타나니 말이오.]
방증은 두 사람이 더 계속하다가는 쓸데없이 싸움을 할 것 같아
서 말을 했다.
[두분의 사태는 도대체 누가 죽였단 말이오. 우리들이 영호공자
에게 물어본다면 틀림없이 분명히 알 수가 있을 것이오. 그러나 세
분이 우리 소림사에 오시자마자 단숨에 우리 정교 문하의 여덟 명
의 제자를 죽였는데 그것은 또 어찌된 연고요?]
임아행은 말을 했다.
[이 늙은이가 강호에 돌아다닐 때 그 누구도 감히 이 늙은이에게
버릇없이 굴지는 않았소. 이 여덟 명은 내가 숨어 있는데 나오라고
호통을 치지 않소. 그러한 행동은 백번 죽어도 남음이 있지 않
소.]
방증은 말을 했다.
[아미타불, 알고 보니 그들은 단지 호통을 몇번 친 거에 불과한
데 임 선생께서 그들에게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은 그 어찌 너무 과
분되지 않소이까?]
임아행은 껄껄 웃더니 말했다.
[방장대사께서 과분하시다면 그건 과분한 거겠지요. 당신은 내
딸을 풀어주었으니 이 늙은이는 당신이 베풀어준 은혜에 감사의 말
을 전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겠읍니다. 감사한
것도 그만 끝나고 쌍방은 없는걸로 합시다.]
방증은 말을 했다.
[임 선생께서 없는걸로 한다면없는걸로 칩시다. 단지 세분께서
우리 절에 오셔서 여덟 명을 죽였는데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시겠
소?]
임아행은 말했다.
[어떻게 해결을 하라니오. 우리 일월신교의 사람들은 힘이 많소
이다. 당신들이 재주가 있다면 그 중에 여덟 사람을 죽여 그 숫자
를 맞추시오.]
방증은 말했다.
[아미타불, 아무 이유없이 아무나 죽인다는 것은 그 죄값이 너무
나 크오. 좌 시주, 피해를 당한 여덟 사람 중에는 당신 문하의 사
람들이 둘이 있으니 당신이 어떻게 하면 좋은지 말씀을 해주시
오.]
좌냉선은 아직 대답을 하지 아니했는데 임아행은 나서서 말을 했
다.
[사람은 내가 죽인 것인데 아무 상관이 없는 다른 사람에게 어찌
하면 좋겠느냐고 물어보시는거요. 왜 나한테 물어보지 않소이까?
당신의 말투를 들어보면 당신들은 숫자가 많으니 우리 세 사람을
죽여 복수를 해야겠다는 거겠지요.]
방증은 말을 했다.
[어찌 감히 그러겠소. 단지 임 선생이 다시 강호에 나타나셨으니
강호는 지금부터 시끄러워질 것이고 아마 장차 무수한 생명이 임
선생의 손에 사라지게 될 것이오. 소승은 세분을강제로 우리 절에
모셔두고 불경과 참선을 하도록 하고 싶소. 그렇게 되면 강호는 또
다시 태평해질텐데 세분의 뜻은 어떻소?]
임아행은 고개를 젖히고 껄껄 웃더니 말했다.
[그참 묘안이오, 묘안. 그 생각은 정말로 고매합니다.]
방증은 계속해서 말했다.
[영애께서 우리 절에 묵고 계셨을 때 우리 절의 모든 사람들은
그녀에게 예의로서 대했고 봉양을 소홀히하지 않았소. 소승이 이렇
게까지 영애를 묶어둔 것은 우리파 제자의 복수를 하기 위함은 절
대로 아니오. 복수는 복수를 낳고 끊이지 않는 법인데 어찌 불문의
제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이겠소? 소림파의 그 몇명의 제자가 영애의
손에 죽은 것은 전생의 업보 때문입니다. 단지 여시주께서 사람을
너무 많이 죽였기 때문에 그 업보는 천겁만겁이오. 만약에 우리 절
에서 마음을 쌓고 수신한다면 모두에게 이로움이 있읍니다.]
임아행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방장대사께서는 호의로 그런 행동을 하셨
군요.]
방증은 말했다.
[바로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결국 강호에 풍파를 일으키게
하였소. 이러한 결과는 내가 애당초 생각지 못했던 것이오. 더우기
영애께서 그날 영호소협을 둘러매고, 우리 절에 와서 구원을 요청
했을 때 분명히 우리 절에서 영호소협의 생명을 구해주기만 한다면
따님은 우리 절의 제자를 죽인 죄값을 달게 받겠다고 하였소. 소승
이 말하기를 죄값은 필요가 없지만 소실산에 은거하여 소승의 허가
없이는 절대로 산을 나갈 수 없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따님이 그
제의에 좋다고 하였소. 임 소저, 이 말은 틀림이 없지요?]
영영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녜, 맞습니다.]
영호충은 방증대사의 입으로 그날 영영이 자기를 매고 이곳에 도
착했던 상황을 듣자, 마음속으로 감격하고 또 감격하였다. 이 일은
벌써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들었지만, 그러나 방증대사가 친히
말을 하고 또한 영영이 그 일에 대해서 대답을 하지 다른사람의 입
을 통해서 듣는거와 또 달랐다.
영호충은 너무 감격한 나머지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여창해는
냉소하며 말했다.
[정말로 다정다감하고 눈물없이는 듣지 못할 사건이군요. 단지
애석하게도 영호충이라는 자의 품행은 너무나 못되먹었소. 그 옛날
형산성에서 여자들을 희롱하고 함께 잠을 잔 것을 제가 친히 눈으
로 보았소. 임 소저의 그러한 크나큰 기대를 저버렸군요.]
상문천은 웃으면서 말했다.
[여과주께서 기생집에서 친히 보셨다구요. 그건 잘못 보지는 않
으셨겠지요.]
여창해는 말을 했다.
[물론이오. 잘못 볼 수가 있겠소.]
상문천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여관주, 알고 보니 당신은 그 사창굴에 자구 가시는 모양인데
저도 거기에는 일가견이 있소. 당신은 어떤 기생집에서 누구와 사
이좋게 지내십니까? 얼굴은 반반하게 생겼고 괜찮겠지요?]
여창해는 대노하여 일갈을 했다.
[헛소리 말아라. 헛소리 말아!]
상문천은 말했다.
[헛소리를 하니 헛소리를 하지.]
방증은 말을 했다.
[임 선생, 당신 세분이 소실산에 은거하면 우리 모두가 사이좋은
친구가 되지 않겠소. 당신들 세분이 소실산 밖으로 한발짝도 나가
시지 않는다면 소승은 그 누구도 감히 세분을 찾아와 시비를 걸지
않는다고 보증을 하겠읍니다. 그러면 몸과 마음을 지킬 수가 있으
니 이 어찌 기쁜 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있겠읍니까?]
영호충은 방증대사의 말이 매우 진지함을 느꼈다. 그래서 내심
생각하였다.
(이 불문의 고승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셔도 보통 모르시지
않구나. 정말로 순진하기 짝이 없어. 이 세 사람은 사람을 죽여도
눈을 꿈쩍하지 않는데 그들 스스로 소실산에 구금되기를 원하시다
니 정말로 해괴하고 엉뚱한 일이야.)
임아행은 웃으면서 말했다.
[방장의 호의는 모두가 옳은 말씀이십니다. 저는 응당히 그 명을
따라야겠지요.]
방증은 기뻐서 말을 했다.
[그렇다면 시주께서는 정말로 소실산에 머무르기를 원하십니
까?]
임아행은 말을 했다.
[맞소이다.]
방증은 기뻐서 말을 했다.
[그러시다면 소승은 즉시 집을 짓고 관대하게 대접을 해드리겠읍
니다. 앞으로 세분은 소림사의 귀한 손님이십니다.]
임아행은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리 많이 머물러도 세 시진 이상 머무르지는
않을 것이오.]
방증은 크게 실망하여 말했다.
[삼일도 아니고 세 시진이라니 그게 무슨 쓸모가 있읍니까?]
임아행은 웃으면서 말했다.
[저도 본래 몇일을 더 머물고 여러 친구들과 노닐고 싶읍니다만
단지 저의 이름을 잘못지었기 때문에 어찌할 수가 없게 되었읍니
다.]
방증은 무슨 말인지 몰라 물어보았다.
[소승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요. 어째서 시주님의 성함과 관계
가 있단 말이오?]
임아행은 말했다.
[저는 성도 좋지가 않고 이름도 잘못지어진 것 같습니다. 저의
성은 임(任)이고 이름은 아행(我行)이라고 부릅니다. 벌써부터 이
렇게 될 줄 알았다면 아행이라고 짓지 않을걸 그랬읍니다. 그러나
지금 내 이름이 아행이니 별 수 없이 내 임의대로 내 스스로의 성
격대로 어디 가고 싶으면 어디를 가야만 되겠읍니다.]
방증은 몹시 화가나서 말했다.
[알고 보니 임 선생께서는 이 소승을 놀리고 계시군요.]
임아행은 말했다.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이 늙은이가 현존하고 계신 인물
중에서 마음속으로 탄복을 하는 자는 그 몇명되지 않습니다. 손가
락을 놓고 세어봐도 오직 세 사람 반인데 스님께서는 그중에 한분
이십니다. 또 세 사람 반은 이 늙은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고
별볼일이 없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이 몇마디는 심히 진지하였고 장난기가 섞인 뜻은 전혀 없
었다.
방증은 말하였다.
[아미타불, 소승이 어찌 그 중에 하나이겠읍니까?]
영호충은 그가 현존하는 고명한 사람 중에서 탄복하는 사람이 세
사람 반이 있고, 탄복치 못한 사람이 세 사람 반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심히 호기심이 발생하였다. 그가 가리키는 자가 방증 외에도
어떠한 사람이 있는지 한시바삐 알고 싶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가진 자의 말이 들려왔다.
[임 선생, 당신이 탄복을 하는 자는 그 누구누구이오?]
좀전에 방증이 임아행 등에게 악불군 부부까지를 소개해 주고 계
속해서소개를 하려고 했으나 쌍방이 계속 언쟁을 하자 그 나머지
사람을 소개할 수가 없었다. 영호충은 아래에서 호흡하는 소리를
들어보니 방증등 모두 열 사람이었다. 방증대사, 사부, 사모님, 충
허도장, 좌냉선, 천문도장, 여창해를 제외하고 세 사람이 더 있었
다. 이 목소리가 카랑카랑한 사람은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임아행은 웃으면서 말했다.
[죄송하기 그지없지만 각하는 그 안에 끼지 못합니다.]
그 사람은 말을 했다.
[제가 어찌 방증대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가 있겠읍니까? 자연
히 임선생께서 탄복치 않은 사람 중에 하나이지요.]
임아행은 말했다.
[내가 탄복하지 못한다는 세사람 반 중에서 당신은 그 안에 끼지
도 못합니다. 당신이 삼십년 동안 공력을 연마하면 어쩌면 내가 탄
복하지 않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일지도 모르지요.]
그 사람은 아무말도 하지를 못하였다. 영호충은 내심 생각했다.
(알고 보니 당신에게 눈 밖에 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군.)
방증은 말을 했다.
[임 선생님의 말씀은 퍽이나 재미가 있군요.]
임아행은 말을 했다.
[큰 스님, 당신은 내가 제일 탄복하는 자가 누구이며, 제일 싫어
하는 자가 또 누군가를 알고 싶지 않소?]
방증은 말했다.
[어디 시주님의 고견이나 한번 들어봅시다.]
임아행은 말했다.
[큰 스님, 당신은 역근경을 연마하시고 내공은 이미 무안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러나 마음씨가 자상하시고 겸허할 줄을 압니다. 이
늙은이와 그런 점에서는 좀 다르지요. 그래서 그점이 내가 제일 탄
복하게 여기는 점입니다.]
방증은 말했다.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임아행은 말했다.
[그러나 내가 마음속으로 탄북하는 인물 중에서 큰 스님은 그 첫
째는 되지가 못합니다. 내가 마음속으로 제일 탄복하는 첫번째 무
림의 인물은 바로 나의 일월신교 교주자리를 찬탈한 동방불패이
오.]
모두들 억 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너무나 뜻밖이었기 때문
이다. 영호충은 억 하는 신음소리가 목구멍까지 나오다가 간신히
참았다. 그는 동방불패에게 걸려들어 여러해 동안 구금을 당했으므
로 틀림없이 원한이 골수에 파묻혔을텐데, 그 사람이 바로 마음속
으로 탄복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라니 그것은 너무나 뜻밖이었
다.
임아행은 말했다.
[이 몸은 무공이 높을 뿐만 아니라 또한 총명함이나 기민함도 그
누구에 뒤지지 않소. 그래서 이 세상에는 적수가 없다고 생각을 하
였는데, 뜻밖에 동방불패의 흉계에 빠져 호수 밑바닥에서 하마터면
영원히 나오지 못할 뻔하였소. 동방불패는 이렇듯이 대단한 인물이
니 이 몸은 어찌 그에게 탄복하지 않겠읍니까?]
방증은 말했다.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소이다.]
임아행은 바로 말을 했다.
[세번째 내가 제일 탄복하는 자는 바로 지금 화산파의 최고의 고
수입니다.]
영호충은실로 너무나 뜻밖이었다. 그가 조금 전까지도 악불군에
게 약간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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