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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당신도 불통이다

by Casey,Riley 2020.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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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통의 기본 원리와 함께 불통의 원인들을 제시한 후 소통의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라는 말처럼 소통 역시 그원인과 해법이 나에게 있음을 알고 나부터 변화시키는 것이 빠르고도 가장 명확한 길이다. 화자일 때는 객관적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청자일 때는 상대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의 상황을 공감할 때 가장 확실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결국 불통의 책임을 상대 에게 돌리기보다 내가 소통의 주체가 되는 것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소통의 해법이다. 
 
당신도 불통이다 
 

 
▣ Short Summary 
 
우리는 언제 누구와 말이 통할까? 소통은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이 아닐까? 말이란 것은 언어가 다르면 통하지 않고 가치관이 다르면 통하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면 더더욱 통할 리 없다. 결국 소통은 안 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 어려운 것을 우리는 왜 하려고 할까? 그것은 우리가 인간(人間)이기 때문이다. 그냥 사람이 아닌 ‘간(間)’이라는 글자가 사람과 함께할 때 비로소 온전한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하기에 사회적 존재로 완성되며 이는 필연적으로 관계를 수반한다. 그리고 이 관계의 수단은 의사의 교환이다. 그래서 우리는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는 성급한 해법보다 우선 소통이 이루어지는 원리와 그것을 방해하는 본질적 이유 등을 따지며 좀 더 근본적이고 체계적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 소통은 우선 화자와 청자로 나눌수 있다. 따라서 소통이 안 되는 원인도 내가 화자 혹은 청자로서의 역할을 잘 못했기 때문임이 분명 하다. 
 
그렇다면 올바른 소통을 위한 화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것은 메시지를 객관적으로 만드는 것과 올바 르게 전달하는 일이다. 객관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메시지로는 소통을 시작조차 할 수 없다. 현상을 나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관찰자 편향’, 미리 나의 주장을 정해놓고 반대되는 근거가 나타나도 바꾸지 않는 ‘확증편향’, 모든 사건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는 ‘귀인 오류’ 등은 메시지를 왜곡되게 만드는 대표적인 오류들이다. 또한 아무리 메시지를 객관적으로 잘 만들었다고 해도 청자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으면 소통이 되지 않는다. 청자의 언어가 아닌 나만의 언어, 지식의 저주에 빠져 상대도 당연히알 것이라 생각하고 정보를 누락하는 행위, 작은 목소리로 말하거나 누구나 아는 식상한 표현으로 청자의 감각을 자극하지 못하는 것 모두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반면 청자의 역할은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와 ‘화자에 대해 공감하기’다. 화자가 메시지를 객관적으로 잘 만들어서 청자의 언어를 사용해 큰 목소리로 반복해서 말했는데도 그 메시지가 바르게 전달되지 못했다면 그 원인은 듣는 사람에게 있다. 청자가 메시지를 자기 마음대로 변형하여 받아들인 탓이다. 청자는 화자의 메시지를 들으면 마땅히 종합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려야 함에도 불구 하고 자신이 떠올리기 쉬운 과거 지각 사례를 동원하거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판단하는 오류 
 
- 2 ? 당신도 불통이다 
 
를 범한다. 또는 상대를 무시하거나 듣고서도 못들은 척하는 것도 불통의 원인이 청자에게 있는 경우 이다. 똑같이 짓궂은 농담을 하더라도 미운 사람이 하면 기분 나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하면 귀엽게 들린다. 듣는 사람이 화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같은 말로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해질 수도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소통이 이루어지는 기본 원리와 함께 불통의 원인들을 제시한 후 소통의 해법을 구체 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소통 역시 그 원인과 해법이 나에게 있음을 알고 나부터 변화시키는 것이 빠르고도 가장 명확한 길이다. 내가 화자일 때는 객관적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소통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내가 청자일 때는 상대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의 상황을 공감하는 것이 청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불통의 책임을 상태에게 돌리기 보다 내가 소통의 주체가 되는 것이 가장 믿을 수 있는 해법이다. 
 
▣ 차례 
 
프롤로그 
 
Part 1. 의사소통의 원리부터 알자 -내 말은 어떤 과정으로 상대에게 전달될까? / -나는 화자의 원래 의도에 맞게 이해했을까?
-의사소통의 최전선, 지각 / -영화 속 낯설지 않은 인간 군상들 
 
Part 2. 메시지를 객관적으로 만들어라 -상사한테 혼난 아빠는 왜 딸에게 화를 낼까?: 투사 -다른 증거는 버리라면서요?: 행위자 - 관찰자 편향 / -잘 되면 내 덕, 못 되면 남 탓: 귀인 오류 -전과가 있으면 이번 사건에도 유력 용의자가 될까?: 고정관념 -공부를 잘하니까 성격도 착하겠지!: 후광 효과 -나는 처음부터 내 주장을 바꿀 생각이 없다: 확증편향 -간절히 바라면 정말 이루어질까?: 피그말리온 효과 -비슷하다고 같은 것은 아니다: 지각근접성과 지각유사성 -과거의 기억을 꺼내지 마라: 지각불변성과 회상용이성 
 
Part 3. 잘 전달하라 -더 크게 자주 말해야 듣는다: 크기, 강도, 반복 / -양치기 소년의 말은 아무도 듣지 않는다: 신뢰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소통법: 은유 / -묘사하면 더 잘 듣는다: 잇 팩터 -스스로 해법을 찾게 하라: 질문의 힘 
 
Part 4.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다른 사람 말 무시하기: 억압1 / -변화를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억압2
-인간은 쉬운 판단을 한다: 인지적 구두쇠 / -99는 100이 아니다: 지각 폐쇄 
 
Part 5. 상대를 공감하라 -부장님도 집에 가면 다정한 아빠다: 페르소나 -자세히 듣고 들었으면 반응하라: 경청과 맞장구 
 
- 3 ? 당신도 불통이다 
 
-자신의 감정은 알아차리고 상대에게는 이입하라: 감성의 리더십 -상대가 화를 내고 있을 때가 기회다: 감정 코칭 
 
Part 6. 의사소통의 비법 -지금 내 생각은 내 것이 맞을까?: 생각의 좌표 -속마음을 숨긴 채 대화가 될까?: 결정적 순간의 대화 -나의 첫 말에 주의하라: 행복 수업 / -사건을 공유해야 할 말이 생긴다: 이야기꽃 -타인에겐 너그럽게 나에게는 엄하게: 춘풍추상 
 
-에필로그 
 
- 4 ? 당신도 불통이다 
 
당신도 불통이다 
 

 
Part 1. 의사소통의 원리부터 알자 
 
내 말은 어떤 과정으로 상대에게 전달될까?
화자가 하는 말을 청자가 듣고 이해하는 과정을 의사소통이라고 쉽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게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메시지가 만들어지고 청자에게 도달하는 과정이 몇 초도 안 되겠지만 그 과정에는 몇 가지 단계가 있고 그 단계들 속에서 저마다 소통을 잘할 수 있게 돕거나 또는 소통을 방해 하는 이유들이 숨어 있다. 소통의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재료: 소통에 있어 재료란 화자가 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날것의 메시지다. 다른 말로 하면 할 말 또는 말할 거리다. 가끔 지각하는 직원에게 충고를 한 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재료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의사소통의 결과로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망치는 경우, 관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재료만 잘 전하는 경우, 혹은 소통이라는 매개를 통해 관계를 개선하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재료를 어떻게 다루었기에 이렇게 다른 결과가 생기는 걸까? 
 
재료는 그것 자체가 청자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소리로 된 언어, 문자, 숫자, 그림 등의 부호로 변환되어 메시지로 만들어진 다음에 전달된다. 전하고자 하는 재료가 너무 많아 한꺼번에 많은 재료를 메시지화하다보면 청자의 지각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 반대로 메시지화하는 과정에서 애초의 재료가 누락되면 메시지가 불완전하게 만들어진 채로 전달된다. 소통의 최종 목적은 청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인데 누락된 정보로 의도된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낼 수는 없다. 
 
재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청자가 원치 않는 재료로 소통을 하고자 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또 지각이냐”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숙제 먼저 하고 놀아라”라는 말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아이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자신에게 강제로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는 말은 거의 모든 사람이 듣기 싫어한다. 또, 했던 얘기를 끝없이 반복하는 것도 청자가 원치 않는 재료다. 그렇다면 반드시 전해야 함에도 청자가 원치 않는 재료는 어떤 방법으로 메시지를 만드는 것이 좋을까? 
 
그것은 바로 소통의 결과로서 행동의 변화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청자가 갖도록 말하는 것이다. 노자 강의로 유명한 최진석 서강대학교 교수의 중학교 시절 선생님들처럼 “신발 끈 묶어라”가 아니라 “신발끈 풀렸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묶어라’는 지시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명령이다. 행위의 결정권이 청자에게 없어보이므로 지배받는 느낌이 들고 그 행위가 당연한 것이라 하더라도 괜히 하기 싫은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신발 끈 풀렸다”는 현상만을 알려 주는 말이다. 지금 현상이 이러하므로 행동 할지 말지는 청자인 당신이 결정하라는 사실에 대한 기술이다. “앞으로 지각 하지 마라”가 아니라 지각한 상황을 인지할 수 있도록 “조금 늦었네” 정도면 충분하다.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스스로 하는 일은 행위의 결과가 온전히 자신의 몫이므로 하고 나서도 기분을 좋게 만든다. 
 
부호화: 부호화는 머릿속에 있는 말할 재료를 소리로 된 언어, 문자, 숫자, 그림 등의 부호로 조합하는 과정이다. 할 말은 소리나 문자 또는 그림으로 형상화해야만 메시지가 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 5 ? 당신도 불통이다 
 
올바른 부호의 선택이다. 먼저 부호의 외형적인 모습이다. 회사에서 문서를 작성하거나 신문 기사를쓸 때 숫자를 동원해야 할 때가 있다. 매출액 실적이나 통계 등이 그것인데 이때는 문자보다 숫자가 낫다. 그런데 그냥 숫자로 나열하는 것보다 잘 짜인 틀에 숫자를 넣어 표로 나타내 주면 내용을 전달 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표를 그래프로 부호화할 수 있다면 더 좋다. 이처럼 재료를 부호화하는 일은 재료 자체가 가진 의미를 더 효과적으로 나타내 주는 역할을 한다. 
 
문자나 숫자, 그림이 부호의 외형적인 모습이라면 질적인 모습은 한층 더 중요하다. 질적인 모습의 두가지 중요한 요소로는 주장에 대한 근거와 청자의 언어를 들 수 있다. 먼저 주장에 대한 근거다. 대체로 말할 재료라 하면 화자의 주장을 뜻한다. 사람이란 모두 저마다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상대에게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게 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하다. 근거도 그저 자신의 생각이 아닌 논리적이고 실증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영화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영화에는 두 명의 증인이 등장한다. 한 명은 살인 사건이 일어난 같은 아파트의 아래층에 사는 노인이고 한 명은 아파트의 길 건너 맞은편 건물에 사는 여인이다. 아들이 아버지를 칼로 찌른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이 살인 사건은 경찰의 검시 결과 밤 12시 10분에 일어났다. 노인의 증언에 따르면 같은 시각 자신은 아래층 집에 누워 있었고 위층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심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들이 “죽여 버릴 거야”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그리고 곧바로 ‘쿵!’ 하고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라는 것이다. 아래층 노인은 그 소리가 칼에 찔린 아버지가 쓰러지는 소리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 소리를 들은 노인은 혹시나 하여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문까지 걸어가서 문을 열어 보니 공용 계단으로 위층 소년이 급히 뛰어 내려갔다고 말했다. 물론 그 모습도 뒷모습만 봤으니 위층 소년 이라는 말은 추정에 불과하지만 노인은 사실이라 믿고 강하게 주장했다. 
 
영화에서 소년이 유죄라고 믿는 3번 배심원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이유는 주장의 근거는 실증 적인 것이 아닌 증인의 일방적인 증언이나 정황 증거를 자신의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노인의 증언은 직접 증거가 아닌 추정에 불과했다. 그러나 3번 배심원은 그 증언을 자기주장의 근거로 대면서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지길 바랐다. 
 
하지만 8번 배심원은 달랐다. 우선 그는 모든 상황을 의심했다. 재판에서 증인이 아무리 선서를 하고 증언을 한다지만 그들도 사람이므로 증인의 말조차 있는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위층 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소년의 것으로 확신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의심하고, 사건 당시 아파트 옆으로 전철이 지나갔으니 그 소음 속에 소년의 목소리가 묻혔을 가능성도 고려했다. 또한 공용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놓지 않는 한, 노인의 주장은 말 그대로 주장일 뿐이다. 게다가 다리를 절뚝거리는 노인이 그 짧은 시간에 현관으로 가서 제 시간에 문을 열었을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았음을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다른 배심원들은 점점 8번 배심원의 주장 쪽으로 동의해 갔다. 
 
주장에 대한 근거와 더불어 부호화의 질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또 다른 하나는 청자의 언어다. 곽재구 시인의 산문 『포구기행』은 단순한 기행문을 넘어 삶의 의미까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의 한 부분에 청자의 언어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있어 가져와 본다. 
 
나는 조금 더 나이가 든 어부를 찾았다.
“한 배의 어획량이 얼마쯤 되죠?” 
 
- 6 ? 당신도 불통이다 
 
“오백만 원.”
그는 아주 알기 쉽게 대답했다. 어림하기 힘든 몇 톤이라는 대답보다는 오백만 원이 훨씬 알아듣기 쉽잖은가. 연륜은 사물의 핵심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길의 이름이다. 
 
여기서 어부가 사용한 오백만 원이 바로 청자의 언어이다. 어부는 늘 물고기를 잡고 위판장에 내놓으 면서 톤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것이 자신에게는 더 익숙하다. 따라서 톤은 화자의 언어다.
하지만 고기잡이 일을 하지 않는 여행객에게 몇 톤이라는 말은 익숙하지 않다. 말해줘도 그것이 얼마 만큼의 물고기 양을 뜻하는지 전달되지 않는다. 잘못된 부호의 선택이 소통을 방해하는 사례다. 아마이 어부도 처음에는 몇 톤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여행객이 “몇 톤을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되나요?”라고 다시 물었을 것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어부는 청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선택했을 것이다. 바로 작가가 말한 연륜의 힘이 언어 선택을 도운 것이다. 이렇듯 말할 재료를 부호 화한다는 것은 청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구성한다는 의미다. 그들에게 익숙한 용어로, 재료 자체가 신뢰성 있고, 재료의 핵심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부호화의 관건이다. 
 
전달 통로: 메시지가 전달되는 통로를 채널이라고 한다. 만나서 직접 대면하여 전달하거나 전화 또는 글로 전할 수도 있다. 적절치 못한 채널을 선택할 경우, 메시지를 온전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가장 좋은 채널은 대면이다. 만나서 이야기하면 서로 얼굴을 마주보기 때문에 친근감을 높일 수 있고 신뢰 역시 높아진다. 그리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하며 다른 자료 들도 현장에서 보여줄 수 있으므로 주장의 근거를 많이 제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즉각적으로 오해를 풀어야 할 상황에서는 대면보다 전화를 먼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로 하는 소통은 보존이 오래되고 증거가 남기 때문에 계약서와 같이 약속된 문서에 유용하다. 우리는 일상에서 잘못된 채널을 선택하여 갈등을 부르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오해가 생겼을 때 빨리 전화로 해소 하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화를 키우기도 한다. 반면 화가 난 사람에게는 즉각적인 대면보다는 시간을 주어 화를 누그러뜨리고 진실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는 것이 효과적일 때도 있다. 이처럼 채널 선택은 상황에 따라, 상대의 성향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소통 환경: 소통 환경이란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물리적인 공간, 청자가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 화자와 청자의 타이밍을 말한다. 우선 물리적인 공간이란 장소가 조용한 곳인지 시끄러운 곳인지 여부다. 시끄러운 곳에서는 화자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아 소통을 방해한다. 또한 메시지 수신 여건 이란 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곳에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면 소통할 수가 없는 것과 같이 청자가 화자의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 되는가를 말한다. 이러한 물리적인 환경 외에도 화자와 청자의 심리 상태에 의한 타이밍도 중요한 소통 환경이다. 아직 대화할 기분이 아닐 때에는 억지로 말을 걸기 보다는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용돈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은 부모님의 기분이 좋을 때이다. 이 때 메시지를 전달하면 수용성이 높아진다. 
 
지각: 화자의 머릿속에 있던 말할 거리가 부호화되어 메시지로 형성되고 알맞은 소통 환경에서 가장 효과적인 채널로 청자에게 전달되었다고 하자. 그럼 화자와 청자 사이에 소통이 이루어진 것일까? 아직 가장 어려운 한 고비가 남았다. 바로 지각이다. 아무리 맛있는 사과도 사탕을 먹고 난 사람의 입에는 달지 않다. 화자가 온 힘을 다해 전한 메시지도 청자의 왜곡된 지각 방식 앞에서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화자는 청자의 지각 오류를 자극하는 전달 방식을 취해서는 안 되며 청자는 자신에게 온 메시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7 ? 당신도 불통이다 
 
문제는 자신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왜곡된 지각 방식을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진보와 보수, 지역 갈등, 학력에 대한 편견, 남녀 차별, 피부색에 따른 고정관념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사람에 따른 편향된 지각 방식 때문이다. 왜곡된 지각 방식은 메시지가 아무리 좋아도 애초부터 귀를 닫게 한다. 설령 귀를 열고 들었다 하더라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메시지를 재조합해서 해석하기도 한다.
어쩌면 인간 삶의 과정은 필요에 따라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공정성을 확보하고 때로는 주관적으로 보면서 창의성을 확보하는 모순된 상황의 줄타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사소통에서만은 객관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에서 가장 소통을 잘했던 8번 배심원의 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떻게 편견을 배제할 것인가?” 
 
반응: 청자가 화자의 메시지를 들었다는 확인 또는 자신이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는 반응을 보여주어야만 화자가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다. 대화 자체를 이어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지적 일관성이다. 인간은 자신이 지각한 대로 태도를 결정하고 행동하려 한다. 만약 소통 과정에서 청자가 적절하게 반응을 보여 자신이 이해한 메시지와 화자의 의도가 맞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자신이 지각한 사실만을 일방적으로 믿고 행동한다면 오해가 생길 확률이 높다. 의외로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팀장이 업무를 지시했을 때 팀원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모호하다면 되물어서 확인해야 한다. 정확한 업무 목표가 무엇인지, 마감 기한은 언제인지, 나의 재량권은 어디까지인지 알고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엉뚱한 일을 하거나 잘못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며, 일을 두 번 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이로써 의사소통 프로세스에서 화자가 재료를 부호로 바꾸어 메시지를 만들고, 채널을 통해서 전달한후 청자에게 지각되고 반응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 모든 과정에서 불통의 원인이 존재하지만 재료, 부호화, 채널, 반응의 문제는 사람이 마음먹고 의식하면 어느 정도 쉽게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지각 오류는 다르다.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지각은 그 짧은 순간에도 지각 선택, 지각 조건, 지각 해석의 3단계를 거치게 되며 매 단계마다 오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각은 개인의 역사적 관념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 자신이 형성한 고유의 가치관으로 사물, 현상, 상대의 말을 대하므로 객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회사와 같은 조직의 경우 부서에 따라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자기 부서에 유리한 쪽으로 지각을 하는 경향이 소통을 가로막기도 한다. 또한, 리더가 구성원을 대할 때편향된 시각으로 사람을 지각하여 성장을 가로막고 협력을 방해하기도 한다. 
 
Part 2. 메시지를 객관적으로 만들어라 
 
다른 증거는 버리라면서요?: 행위자 - 관찰자 편향 소통이 방해하는, 일상에서 흔히 범하는 실수 중 하나로 행위자-관찰자 편향이 있는 데 이것은 메시지 형성의 객관성과 타당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행위자-관찰자 편향이란 사람이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볼때와 자신의 행동을 볼 때의 차이를 말한다. 즉 다른 사람의 행동은 내 눈에 전체화면으로 들어오지만 나의 행동은 내가 행위의 당사자이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일 때건너가는 사람은 내 눈에 전체화면으로 들어온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보자마자 속으로 비판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빨간불에 건넌다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할까? 그 장면은 내 눈에 들어오지 않으므로 규칙을 위반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다가오지 않아 비판을 가하지 않는다. 운전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내 차 앞을 끼어드는 차는 내 눈에 온전하게 들어와서 나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급하게 끼어들 때는 그 장면이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아 비판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행위자-관찰자 편향에 따른 메시지 형성의 오류다. 
 
- 8 ? 당신도 불통이다 
 
나도 비슷한 잘못을 많이 하면서 남의 잘못에 대해서는 더 비판적인 메시지를 형성한 후에 사람을 대하니 그 메시지가 상대에게 온전하게 전달될 리가 없다. 상대의 입장에서는 ‘너는 얼마나 잘 하기에’라는 말을 하고 싶을 만도 하다. 그러므로 상대의 행위에 대해 메시지를 만들 때는 ‘나는 이런 행동을 한적이 없는가?’, ‘나도 이런 경우가 많은데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봐야 한다.
그것이 행위자-관찰자 편향의 오류를 피하는 길이다. 
 
나는 처음부터 내 주장을 바꿀 생각이 없다: 확증편향 자신의 주장을 정립함에 있어 원래 믿던 가치에 부합하는 증거만 수집하고 그에 반하는 증거는 애써 무시하는 것을 확증편향의 오류라고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연예인을 아주 좋아하는 이유는 언행이 반듯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연예인이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반듯한 행동 때문이었으므로 이제는 그를 다시 평가해야 한다. 한 시간이 멀다하고 인터넷에 그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기사가 올라온다. 내가 만약 확증편향의 오류에 빠진 사람이 아니라면 그 기사를 클릭해 보고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파악한 후 그 연예인을 새롭게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클릭하지 않는다. 나는 그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그를 좋아해야 하는 이유, 좋은 소식만 접하려 하고 나쁜 소식은 아예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내 주장에 반하는 증거는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다. 이것이 확증편향이다. 확증편향이 나쁜 이유는 잘못된 메시지를 형성하게 하기 때문이다. 확증편향에 빠진 사람과는 애초부터 대화가 되지 않는다. 토론을 통해 결론에 도달할수 없는 사람이다. 
 
확증편향은 우리가 가장 많이 범하는 의사소통 오류 중의 하나다. 사실 사람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확증편향에 빠져 있다. 확증편향에 빠진 사람들과의 대화는 마치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면 상대는 나를 벽으로 인지할 것이다. 나는 내 주장을 바꿀 용기가 있는가?
소통은 이러한 용기에서 시작될 수 있다. 
 
Part 3. 잘 전달하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소통법: 은유 상대가 내 말을 잘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는 매번 크게, 선명하게 그리고 직설법으로 말해야만 하는 것일까? 때로는 우회적인 화법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은유: 우회적인 화법의 대표적인 방법이 은유다. 은유란 비유법의 하나로 원래 개념과 보조 개념을 동일시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곰처럼 미련하다’라고 하면 직유법이지만 ‘그는 곰이다’라고 하면 은유법 이다. 직유보다 은유가 더 강한 느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다. 누군가를 설득할 때, 강력한 의미를 전달할 때 은유법을 쓰면 지각 선택이 잘 된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바로 이 은유를 즐겨 쓴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말로 흑인들에게 인간은 모두 똑같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런데 의식을 넘어 행동, 저항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당시 미국 사회의 인권 문제가 심각함을 알려야 했다. 그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은유였다. 
 
1963년에 있었던 킹 목사 연설의 한 대목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부끄러운 현재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 이곳에 모였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국가로부터 받은 자본을 현금으로 바꿔야 할 때가 왔습니다. 국가의 창립자들은 헌법과 독립선언서에 훌륭한 단어들을 담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미국인이 상속하게 되어 있는 보증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이 메모는 백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 흑인들까지 
 
- 9 ? 당신도 불통이다 
 
도 생명, 자유, 행복 추구와 같은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약속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미국은 시민들의 피부색에 관련된 이 보증 메모를 무시하고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미국은 이 신성한 의무를 존중하는 대신 흑인들에게 부도수표를 주었던 것입니다. 이 수표는 “자금이 부족함”이란 도장이 찍혀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의의 은행이 파산했다는 말을 거부합니다.
우리는 이 나라의 기회의 금고에 자금이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거부합니다. 
 
여기서 은유는 그동안 약속어음인 줄 알았던 독립선언서가 자신들에게는 부도수표였다는 것이다. 부도 수표와 같다가 아니라 그냥 부도수표라는 것이다. 이 은유적 표현으로 그곳에 모인 모든 흑인들은 그의 말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다. 은유와 더불어 우회적인 방법으로 메시지를 선택하게 하는 다른 방법으로 대조와 수사적 표현을 들 수 있다. 
 
대조: 대조란 반대되는 것이 있을 때 대상이 더 잘 지각되는 원리다. 파랑색은 보색인 주황색 옆에 있으면 더 잘 지각된다. 따라서 내가 상대에게 해야 할 말이 직설법으로 하기에는 좀 어려운 것이거나 너무 빤한 표현일 때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반대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다음 사례를 보자.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추신수 선수는 2013년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떠나 신시내티 레즈 에서 뛰었다. 클리블랜드에서 우익수로 활약하던 그는 신시내티에서는 중견수로 수비 위치를 옮겨야만 했다. 당시 신시내티에는 이미 제이 브루스라는 홈런 타자가 우익수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언론은 과연 추신수 선수가 낯선 중견수 수비를 잘 해낼 수 있겠냐는 우려에 찬 기사를 쏟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견수 수비 위치는 우익수 위치보다 책임져야 할 수비 범위가 넓었기 때문이다. 특히, 좌우측 펜스까지의 길이보다 가운데 펜스까지의 길이가 길어 수비수 머리 위로 넘어 가는 공은 기존의 중견수도 처리하기 어려워했다. 드디어 2013년 메이저리스 개막 첫 날 추신수는 선발 중견수로 경기에 출전했다. 그리고 언론에서 우려했던 대로 추신수는 자신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공을 잡지 못해 상대방에게 역전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후 당시 신시내티의 단장이었던 윌트 자게티가 추신수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신수! 넌 아직 잡을 공이 훨씬 더 많아!” 다음 날 인터뷰에서 추신수 선수는 그때 단장의 말이 자신에게는 무한 신뢰로 느껴졌고 그로 인해 그 후부터는 중견수 수비에 자신이 붙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자게티 단장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할 때 쓴 방법이 바로 대조다. 현상의 과거, 즉 놓친 공을 말하지 않고 미래인 잡을 공을 말함으로써 자신의 메시지인 신뢰와 격려가 더 잘 전달되도록 했던 것이다. 단장의 신뢰 덕분인지 그 뒤로 추신수는 최고의 활약을 보여 주었고 시즌이 끝난 후 초대형 FA 계약을 이끌어 내며 7년간 1억 3천만 달러에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하게 된다. 
 
수사적 표현: 수사란 수려한 말이라는 뜻이다. 평범한 말보다 상황을 더 화려하게 바꾸는 표현을 말한다. 스티브 잡스가 승승장구하던 펩시콜라의 사장이었던 존 스컬리를 애플로 영입하기 위해 했던 말은 “우리와 함께 일하자”가 아닌 “남은 인생을 설탕물을 팔며 사시겠습니까? 아니면, 나와 함께 세상을 바꾸시겠습니까?”였다. 이 단순함을 넘은 수려한 말로 잡스는 그를 데려올 수 있었다. 조직에서 리더가 구성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목표를 향해 동기부여 할 때처럼 감정적 동화가 필요한 경우에는 무미 건조한 말보다 수려한 표현을 할 때 지각 선택이 더 잘 될 수 있다. 
 
Part 4.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 10 ? 당신도 불통이다 
 
인간은 쉬운 판단을 한다: 인지적 구두쇠 회사에 명시된 인사 평가 규정은 영업 실적, 윤리성, 책임감, 협동성 등을 골고루 반영한다고 되어 있지만 결국 영업 실적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승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동 경기에서 축구는 골을 넣는 공격수의 역할뿐만 아니라 수비수의 역할도 중요한데 연봉은 공격수가 더 많이 받는다.
야구에서도 수비, 주루도 중요하지만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가 연봉을 가장 많이 받는다. 이유가 무엇 일까? 이것도 소통의 원리와 무관하지 않다. 인사 규정 평가에서 여러 항목에 걸쳐 가중치가 골고루 분산되어 있음에도 평가자가 임의로 영업 실적에만 가중치를 더 부여하는 것은 사람이 인사 평가 자료를 잘못 지각한 지각 오류다. 축구에서 공격수가 아무리 골을 많이 넣어도 수비수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여 실점을 많이 하면 이길 수 없다. 그런데도 수비수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데 사실 이것도 지각 오류 때문이다. 대체 이러한 일은 왜 발생하는가? 
 
인지적 구두쇠: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임을 고려한다면 자신 앞에 주어진 문제에 대해 정보를 꼼꼼히 분석하여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하지만 때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두고 인간은 제한적으로만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제한된 합리성을 설명하는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인간이 가진 인지적 구두쇠 성향도 그 중 하나다. 
 
인지적 구두쇠란 인간이 인지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싫어하여 대상을 손쉽게 판단해 버리는 경향을 말한다. 이로 인해 최적의 대안을 찾기보다 적당히 만족하는 대안을 찾고 마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성향은 의사소통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외부 현상이나 타인의 말에 대해 관련 자료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인 인지적 한계와 더불어 쉽게 판단을 내리려는 습관이 발동한다. 내가 과거에 겪은 결과로 이미 가지고 있는 인상을 끄집어내거나, 나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낯선 것에 대해서는 고민하기보다 쉽게 외면해 버리는 성향도 모두 인지적 구두쇠를 설명하는 현상들이다. 
 
인사 평가에서 여러 항목들을 다 고려하지 않고 영업 실적이 가장 뛰어난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은 수치화로 쉽게 구분이 가능한 자극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축구에서 수비수의 팀 기여도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반면 골을 넣는 횟수는 숫자로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 평가하기가 쉽다.
바로 공격수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처럼 사람은 현상을 대할 때 또는 대화할 때 자신이 해석하기 어려운 것은 노력을 덜하게 되고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만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종합적인 판단 으로 대화에 임하기 어렵다. 
 
어쩌면 소통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인간이 지닌 본능과 싸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생존을 위해서는 인간을 둘러싼 현상을 올바르게 지각해야 하고 타인과도 좋은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의 본능은 에너지를 적게 쓰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려는 쪽으로 발동한다. 인지적 구두쇠를 벗어나는 길은 끊임없는 자기 부정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맞는가? 더 나아가 ‘내가 형성한 가치관이 맞는가? 더불어 ‘내가 수집한 자료 이외에 다른 자료가 더 있지는 않는가?’ 등을 고민하는 일이다. 물론 힘이 든다. 그러나 힘든 만큼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 질문을 습관화해보자. 나는 지금 객관적이고 종합적인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모르는 것은 무엇인가? 알고 있지만 잘못 알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모른다는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Part 5. 상대를 공감하라 
 
- 11 ? 당신도 불통이다 
 
부장님도 집에 가면 다정한 아빠다: 페르소나 페르소나는 그리스어로, ‘가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는 사람의 성격, 인격, 역할의 의미로 더널리 쓰인다. 모든 사람은 역할과 장소에 따라 저마다의 페르소나를 바꿔 쓰며 살고 있다. 소통에 있어 페르소나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의 말과 행동은 당시의 페르소나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집에 가면 든든한 가장이요, 따뜻한 아빠인 사람이 회사에서 부장의 페르소나를 쓰게 되면 직원에게 업무의 데드 라인을 강조하고, 성과를 압박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 부장님이 나에게 그토록 성과를 압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장님이 원래 몰인정하고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부장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하기 때문은 아닐까? 상사를 대할 때, 이렇게 상사의 페르소나를 이해한다면 공감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사람에게 공감하고 나면 소통도 편해지는 건당연하다. 한편 가정에서도 자녀가 부모를 이해하지 못해 많은 불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나는 왜 흙수 저냐고!” “아버지하고 정치 이야기만 하면 싸우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아버지의 페르소나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설가 손홍규는 그의 칼럼 ‘경계선에 선 사람들’에서 아버지와의 일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원래 농사를 지으셨던 그의 아버지는 손홍규가 초등학생일 때 농사를 작파하고 고물 트럭을 한 대 사서 잡화상을 시작하셨다. 어느 날 그는 아버지를 따라 장사를 하러 간 적이 있었다. 하루 종일 운동화 두 켤레를 팔아서, 순이익 6천 원을 벌고 덜덜거리는 트럭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동네 이웃집 논으로 가서 하루 종일 논일을 거들면 1만 5천 원을 벌 수 있었는데 경운기 대신 트럭을 몰고 논두렁에 앉아 새참을 먹는 대신 구멍가게에서 사 온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우며 지나는 모든 사람에게 굽실거리면서도 하루 품팔이만도 못한 돈을 쥔 채 캄캄한 국도를 달릴 때 아버지가 어떤 심정 이었을지를 헤아리게 된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고창 읍내에서 고향집까지 가면서 내가 보았던 건 캄캄한 어둠뿐이었다. 전조등이 비춘 만큼만 열려 있었고 우리가 지나가면 그 공간 역시 어둡게 잠겼다.
끝도 없는 어둠 속을 헤치고 나가면서 아버지의 삶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기분이었다.” 
 
자식이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는 순간, 자식이 아버지의 페르소나를 이해하는 순간 흙수저나 정치적 성향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낡은 트럭의 전조등으로 칠흑 같은 어둠을 가로질러 살아 왔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더 이상 소통을 막는 장애물은 없어진다. 
 
Part 6. 의사소통의 비법 
 
타인에겐 너그럽게 나에게는 엄하게: 춘풍추상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타인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너그럽게 대하고 나를 지킬 땐가을 서리처럼 엄하게 하라).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완전히 똑같은 사람도 없다. 완벽한 사람이 없다는 것은 사물을 보거나, 상대의 말을 받아들일 때 늘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정보에 근거해서 해석 하고 대화에 임하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또한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 없다는 것은 세상에 나하고 생각이 같은 사람, 현상에 대한 가치 판단 기준이 같은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이런 우리들이 서로 대화 라는 것을 하며 살기에 필연적으로 오해와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놓을 수 있는 의사소통의 비법이 바로 춘풍추상의 자세이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지각 오류들을 줄여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우리는 평소에 내가 범하는 오류들은 좀 더 엄격하게, 남이 범하는 오류들은좀 더 너그럽게 대할 필요가 있다. 『담론』의 저자인 신영복 선생은 그의 책에서 지기추상과 관련하여 
 
- 12 ? 당신도 불통이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당시 감옥에서는 건빵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인기와 권력을 누렸고 건빵을 숨기고 혼자 먹는 사람은 왕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수감자가 들어왔고 그는 많은 건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주지 않고 밤에 몰래 먹곤 했다. 그런데 그 좁은 방에서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수는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사람들은 어젯밤 그 사람이 건빵을 몇 개 먹었는지 조차 다 알고 있었다. 하나를 깨물 때마다 들리는 ‘바스락’하는 소리를 다 세었던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그가 밤에 화장실을 가다가 다른 사람의 다리를 밟는 일이 발생했다. 평소 예사롭게 일어나는 일이기에 한 번 소리지르고 말일이었지만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 둘이서 한 판 붙을 자리를 터 주었다. 이 일로 건빵 사나이는 호되게 두들겨 맞았다. 다음 날 아침, 신영복 선생은 그에게 물었다. “어젯밤에 깨달은 거 없냐? 앞으로 감옥 생활 어떻게 할래?” “네, 앞으로는 화장실 갈 때 다리 밟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자신이 두들겨 맞은 이유가 다리를 밟았기 때문인가? 건빵을 나눠주지 않았기 때문인가? 그는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우리가 생각할 일은 다른 사람들과 내가 소통이 되지 않는 이유 속에 나만 모르는 숨은 이유 즉, 건빵과 같은 이유가 있지는 않은지 자기반성을 해 보자는 것이다. 불통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외부에서 찾지 말고 내 안에서 찾는 것이 바로 지기추상의 자세이다. 
 
반면 대인춘풍이란 타인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너그럽게 대하라는 뜻이다. 이 말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예수를 들 수 있다. 자신의 손에 로마 병사가 못을 박는 순간에도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지금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나이다”라고 말하며 그들을 용서했다. 자신에게 못을 박으라고 시킨 사람은 로마의 지배층이지 일개 병사가 아니기에 그들에게 죄를 묻지 않았던 것이다.
극한의 대인춘풍이다. 예수의 이 말을 떠올린다면 타인의 어떤 실수나 잘못도 용서할 수 있을 것만 같 다. 
 
사실 대인충풍과 지기추상은 다른 말이 아니다. 타인에게 너그러울 수 있다는 것은 곧 나에게 엄격하 기에 가능한 것이다. 홍세화가 말한 끊임없는 자기부정 역시 지기추상이다. ‘옳다’ 혹은 ‘그르다’가 아닌 ‘다르다’는 대인춘풍이다. 대인춘풍 지기추상을 기억한다면 소통의 길은 멀리 있지 않다. 
 

- 13 ? 당신도 불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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