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의 일상은 사람 사는 세상의 복사판이다. 저자는 매일매일 반복되는 아픈 동물과의 만남, 강아지 주인과의 소통, 그리고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 속에서 동물과 인간의 공존은 어떠해야 하고 ‘수의사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항상 품었다. 그 결과, 이 책의 여러 사례를 통해, 어떻게 하면 세상의 모든 동물들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함께 해답을 구하고자 한다.
어쩌다 내 개로 왔니?
제3회 경기 히든작가 공모전 당선작. 수의사인 저자가 동물병원 진료실에서 만난 반려동물의 다양한 사연들을 에세이로 썼다. 동물병원의 일상은 사람 사는 세상의 복사판이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아픈 동물과의 만남, 강아지 주인과의 소통, 그리고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 속에서 ‘동물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져준다.
▣ 차례
머리말: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친구들
제1장 탄생에서 이별까지 태몽과 함께 태어나는 강아지들 / ‘슈슈’의 출산과 태교 이야기 / 강아지 이름과 운명 주인을 닮아가는 강아지들 / 병아리와 초등생의 약속 / 강아지들의 명절 나기 안락사와 수의사의 숙명 /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 / 사람도 울고 갈 개의 모성애 강아지의 눈은 색맹? / 주인의 자화상, ‘빌리’이야기
제2장 질병과 싸우는 강아지들 라이터 먹는 페키니즈 ‘초롱이’ / 파보장염을 이겨낸 ‘사랑이’ 재판에서 승소하고도 빈손인 ‘단지’네 / 털이 빠진다고 제모제를 피부에?
오토바이 사고로 실명한 ‘뽀야’ / 강아지와 주인, 그리고 수의사의 삼각관계 / 곰팡이 사료 사건
제3장 동물의 자연치료제 봉침과 봉독으로 강아지 치료를? / 뒷다리 마비를 이겨낸 ‘해피’의 투병기 ‘슈가요법’으로 재생된 피부
제4장 유기견 가족 유기견 가족의 탄생 / 우울증을 이기게 해준 ‘봉구’ / 똥 오줌 못 가려 버려진 ‘복돌이’ 결혼과 이혼, 그리고 강아지들의 운명 / 새끼 고양이와 할머니 개 ‘쥬디’의 이상한 동거 유산을 상속받게 된 유기견 ‘왕눈이’ / 유기견 보호했는데 절도죄라뇨?
반려동물 축복식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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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에서 이별까지
주인을 닮아가는 강아지들 개는 주인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주인을 쏙 빼닮아간다. 주인이 뚱뚱한 집의 강아지치고 날씬한 강아지는 없으며, 주인이 홀쭉하고 날씬할수록 강아지도 입이 짧고 몸매도 날씬하다. 물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강아지가 식생활마저 주인을 따라가기 때문에 식성이나 체질도 주인을 닮아간다.
주인이 과일을 좋아하면 그 집 강아지도 과일을 좋아하고 심지어는 온갖 과일을 섭렵하다 지나쳐 탈이 나기도 한다. 사과를 많이 먹으면 위에 가스가 많이 차서 소화가 안 되거나 심한 경우에는 위 확장증 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귤이나 레몬을 많이 먹으면 위산 분비 과다로 토하는 경우가 있고 배나 수박, 참외와 같이 수분이 많은 과일은 설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포도는 개에서 신장 독성을 유발하므로 금기 음식이다. 급ㆍ만성 신부전에 걸린 증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주인이 술을 좋아하면 개도 술을 좋아한다. 혼술에 외로웠던지 주인이 호기심으로 개에게 술을 조금씩 먹이기 시작해서 반려견을 술 친구로 삼는다. 이에 맛을 들인 강아지가 소주 반 잔, 맥주 반 컵 정도를 먹은 경우도 있다.
말티즈 ‘참이슬’은 어느 날 주인이 먹다 남은 소주를 먹은 뒤 눈이 충혈되고 비틀거리며 계속 구토를 해서 주인이 병원으로 데려왔다. 진료대에 누워서 술 냄새를 풀풀 풍기는 참이슬을 보고 병원 안에 있던 손님들은 폭소를 터트렸다. 참이슬은 수액을 3시간 동안 맞고 나서야 구토가 멈췄고 술에서도 깨어 났다. 평소에 개가 습관적으로 술을 먹지 않는 한 소주를 먹는 경우는 흔치 않다. 참이슬 주인은 집에서 소주 한 병을 그릇에 부어 마시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조금씩 남겨 참이슬에게 주었다고 한다. 그날은 주인이 소주를 그릇에 부어 마시다 4분의 1 정도를 남긴 채 잠이 들었는데, 한참 후 깨어보니 참이슬이 남은 소주를 다 먹고 그 지경이 되었다는 것.
강아지는 주인과 거의 일생을 함께하기 때문에 주인의 생활 습관을 그대로 따라간다. 심지어 얼굴 표정을 짓거나 표현하는 것, 심지어 걸음걸이까지 닮기도 한다. 그래서 강아지 주인의 얼굴에서 풍기는 인상에서 그 주인이 기르는 개의 품종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얼굴 표정이 편안하고 넉넉한 사람은 주로 시추나 퍼그를, 날카로운 표정을 가진 주인은 말티즈나 미니어쳐 핀셔, 요크셔테리어를, 우직하고 듬직한 사람은 알래스카 말라무트나, 골든 래트리버를, 깐깐한 성격의 소유자는 치와와를 키우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꼭 맞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주인은 자기 성격대로 강아지를 키우기 때문이다. 만약에 성격이 온순하고 편안한 사람이 깐깐한 요크셔테리어나 치와와를 키울 경우에는 아마도 그 강아지의 몸무게가 4kg 이상으로 넉넉해질 수 있다. 원래 요크셔테리어나 치와와는 체중이 2.5~3kg 정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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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주인의 성격대로 키우게 되면 사료나 간식을 강아지가 원하는 대로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체질이 닮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음식에 알러지가 있는 강아지를 보면 그 주인도 동일한 음식에 알러지가 있다. 닭고기, 우유, 돼지고기, 햄 등이 알러젠을 함유한 음식이다. 이런 음식을 먹고 알러지가 생길 경우는 두드러기 정도로 끝나지 않고 심한 경우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알러지가 생겨 내원한 강아지의 주인은 “왜 이런 것까지 나를 닮는지 모르겠다”고 황당해 한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겠지만 흉터나 병소의 위치까지 닮는 경우가 있다. 15년 된 미니어쳐 핀셔 ‘알핀이’ 는 가슴 중간쯤에 지름 3cm 정도의 혹이 생겨서 조직검사를 했다. 그 혹은 비만세포종 2단계로 진단 되었고 알핀이는 우리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주인이 알핀이를 1주일간 입원시키고 자기도 종양 수술을 받으러 간다고 했다. “그런데 선생님, 알핀이의 수술 부위가 기가 막히게 저와 같은 곳이에요. 우리는 평생을 함께 살아서 병도 똑같이 생기네요. 내가 예후가 좋으면 우리 알핀이도 예후가 좋을 거예요”하고 병원 문을 나선다.
사실 알핀이의 나이가 15살이라 사람 나이로는 76살 할아버지에 해당한다. 노령견이라 마취에 못 깨어날 수도 있어서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알핀이의 수술은 잘 끝났다. 종양 부위를 넓게 도려낸 뒤 봉합해주고 붕대로 감아놓았다. 마취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느렸지만 잘 회복되었고 식욕도 빨리 돌아와서 수술 2일째부터 밥도 잘 먹었다.
1주일이 지나 알핀이 주인은 퇴원하자마자 곧장 우리 병원으로 왔다. 박박 밀어버린 머리에 모자를 쓰고 엉거주춤하게 걸어서 들어왔다. 알핀이의 조직검사 결과지를 읽어보더니 “2년 후 재발하더라도 2년을 벌었으니 됐다”고 한다. 조직검사 소견에는 피부종양이 악성이고 2기라서 전이가 될 경우 3~4년생존율이 50~80%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어쨌든 알핀이와 함께 지낼 수 있는 2년의 시간을 벌었다고 좋아하는 알핀이 엄마를 보면서 참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이다 싶었다.
교통사고로 왼쪽 눈을 다쳐 그 후유증으로 안구가 작아진 뽀야의 경우도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절묘한 우연이다. 모계 혈통으로만 유전되는 소안구증을 가진 뽀야 엄마와 언니를 따라 뽀야도 왼쪽 눈이 작아진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우연이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단지 주인이 아플 때 개에게 신경을 쓰지 못해서 개가 함께 아픈 경우는 종종 있다. 주인이 결석이 생겼는데 그 집 강아지도 결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실제 이 둘의 의학적 연관성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주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개도 함께 먹었다면 식생활에서 형성된 체질적인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할 뿐이다.
또 주인이 자궁에 문제가 생겨 불임 수술을 한 경우 똑같이 강아지도 자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는 원인 자체가 사람과 개의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더더욱 연관성을 찾기는 힘들지만 간혹 주인 들은 “얘는 나를 닮아서 같은 데가 문제가 생기네요”하고 신기해한다. 아마도 강아지를 가족같이 여겨 그렇게라도 가족으로 동일시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강아지 눈은 색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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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일상적인 익숙함에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수술복은 왜 녹색일까? 강아지의 눈은 검은색인 것 같은데, 밤에 보면 왜 홍색이거나 청록색일까? 강아지는 세상의 색을 몇 가지나 인지할 수 있을까? 강아지는 눈이 오면 왜 신나게 뛰어다니는 걸까? 강아지를 키우면서 한 번쯤 가지게 되는 의문이 다.
모든 사물에 다 양면성이 있듯이 우리가 아는 청색(녹색계열)도 양면성을 가진다. 강아지를 비롯해 고양이들도 발정이 날 때 눈은 청색으로 더욱 빛이 난다. 동물은 초록이 시작되는 따뜻한 봄날에 발정이 많이 오지만 녹색이 온 세상을 뒤덮고 푸른색이 강한 보름달이 뜨는 가을날에 가장 많이 교미가 이루 어진다. 우리가 먹는 초록색 음식도 컬러 푸드 중에서 치료 효과가 가장 강력하다고 한다. 그린 푸드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신진대사를 왕성하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혈류를 전자파로 나타낼 때 붉은색은 동맥을, 푸른색은 정맥을 나타낸다. 수술복이 녹색인 이유는 장시간 수술로 인해 눈이 피로해져서 눈의 착시가 일어날 경우 동맥과 정맥을 구별하지 못해서 혈관을 잘못 절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녹색은 우리 눈에서 일어나는 잔상으로 인한 착시를 막아준다. 사람의 신체에서 나타나는 붉은색은 모두 건강함을 의미한다. 반면 푸른색, 즉 청색은 사람 몸에서는 죽음의 색깔이다.
강아지가 나이가 들어 심근경색이 올 경우 혀는 청색을 나타낸다. 이를 청색증이라고 하는데 거의 심장병 말기에 나타난다. 죽음의 문턱에서 보이는 청색은 안타까움 그 자체이다. 심장 기능이 떨어지고 폐에 물이 차서 호흡이 힘들어지면 개구호흡(입을 벌리고 하는 호흡)을 하게 되고 결국 청색증을 보이게 되면 예후가 극히 불량해진다. 그야말로 응급상황이며 회복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럴 때는 미리 강아지 주인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이르고 응급처치에 들어간다. 젊음과 패기의 청색이 그야말로 죽음의 색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중국 개 차우차우나 샤페이의 혀는 푸른색 또는 보라색을 띈다. 그러나 이들 종의 혀의 색을 보고 폐나 심장 질환의 징후인 청색증이거나 희귀한 헤모글로빈 질환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유전적인 소인일 것으로 추측된다.
강아지의 눈은 색맹인데 대부분 녹색 색맹이다. 그래서 강아지들은 적색과 녹색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그리고 녹색 이외의 색은 옅은 노란색에서 진한 노란색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개들은 원래 야행성이 라서 색을 구별해주는 원추세포의 수가 사람보다 적기 때문이다. 이는 본래 개들이 야간에 주로 활동 했었기 때문에 많은 색깔의 구분이 필요하지 않았고 그보다는 오히려 청각과 후각의 기능이 더 필요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강아지는 시각을 잃더라도 청각이나 후각이 이를 보완해주기 때문에 살아가는데 크게 지장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색을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강아지가 눈이 오면 왜 즐거워하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흰색이 세상을 밝게 보이게 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늘하늘 내리는 눈을 보고 시력이 나쁜 강아지가 그것을 어찌해 보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이 사람들 눈에는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강아지 밥그릇 색깔 중에 빨간색은 식욕을 촉진하고 청색은 식욕을 억제한다는 설(?)도 결국은 사람의 시각에 맞추어진 편견이 아닐까. 강아지들은 그저 자기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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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싸우는 강아지들
털이 빠진다고 제모제를 피부에?
어느 날 저녁 한 젊은 여성이 울면서 내원했다. 강아지가 안 보여서 한참을 쳐다보고 있는데 가방에서 미니어처 핀셔 한 마리를 꺼낸다. ‘단비’라는 단모종 암놈이었다. 털이 짧은 단모종은 털이 긴 장모종에 비해 털이 많이 빠진다.
단비의 피부는 3분의 2 정도가 털이 빠져 허옇게 드러나 있었고 그 부위로 붉은 종기가 솟아 있었다.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털이 많이 빠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평소에 남편이 강아지 털이 빠지는 것을 몹시 싫어했는데 급기야 단비 엄마가 직장에 간 사이 강아지에게 제모제를 발라준 것 같다고 했다. 제모 제를 발라 강아지의 털을 모두 없애버리려 했다는 것이다. 단비 엄마는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얼른 강아지를 목욕시키고 드라이기로 말렸는데 점차 온몸에 빨간 종기가 올라왔 다고 한다.
단비 엄마는 창피하고 속상하다며 울기만 했다. 나는 단비 엄마를 위로하며 한참을 달랬고 단비의 피부병 치료도 해주었다. 빨간 종기가 올라온 피부를 입으로 핥지 못하게 엘리자베스 칼라(넥 칼라)도 씌워주었다. 강아지들은 가렵거나 자극이 있으면 무조건 핥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1주일 후 다시 내원한 단비의 피부병은 많이 좋아졌고 피부의 붉은 종기도 거의 다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제모제를 발라 털이 빠진 부위는 아직 털이 나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털이 다시 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단비는 더운 여름에도 다리까지 오는 옷을 입고 외출해야 했다. 제모제의 효능이 얼마나 좋았던지 그 약이 닿았던 부분은 머리를 밀어서 파르스름해진 스님의 머리를 연상시켰다.
여름이 되면 특히 강아지 피부병에 신경써야 한다. 강아지를 목욕시킨 뒤 따뜻한 드라이기로 잘 말려 주어야 피부에 있는 세균이나 곰팡이균의 증식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날씨는 덥고 힘드니까 대충 말려주게 된다. 더구나 귀찮다고 자연 건조라는 미명하에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피부병이 생기기 십상이 다.
곰팡이균은 습기를 좋아한다. 피부에 곰팡이균이 증식하게 되면 비듬과 탈모 증상이 나타난다. 비듬과 탈모가 생기면 강아지들이 가려워서 긁을 뿐 아니라 그 부위를 맨살로 만진 사람에게도 그대로 피부병이 옮겨진다. 곰팡이성 피부염은 간단치 않고 치료 기간도 오래 걸린다. 피부병이 생겼다고 판단되면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런데 털이 빠지는 문제만을 해결하려고 제모제를 발라주어 아예 털을 없애버리려 했다는 발상 자체가 참으로 어이없고 놀라울 뿐이다.
동물학계에서는 개에서 털이 빠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 결과가 유전자 변이를 거듭 해서 만든 털 없는 개, 곧 ‘누드개’의 탄생이다. 돌연변이종 차이니스 크레스티드가 바로 털 없는 개다.
그러나 이 종은 완전한 누드개는 아니다. 몸에는 털이 없으나 얼굴과 발에는 털이 남아있다. 또한 이종은 유전적으로 번식도 어렵고 더위와 추위에 취약하며 이빨과 발가락 장애도 가지고 있다. 연구는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유전적으로 털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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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개들은 털을 가지고 있다. 강아지를 입양하고자 할 때 좀더 알아보고 신중하게 입양을 시도 해야 한다. 강아지의 털을 감당할 수 있는지, 강아지 털로 인해 가족들이 알러지 같은 질병이 유발되 지는 않는지, 강아지를 목욕시키고 관리할 수 있는지, 털을 잘못 관리하면 피부병이 생길 수도 있는데 경제적으로 피부병 치료를 위한 진료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독일에는 ‘반려인 자격 면허 시험’ 제도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강아지에 대해 알고 강아지를 입양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지를 사전에 점검하면 입양 후에 부딪히게 되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강아지를 입양할 때에는 강아지 특성 알기, 사람과 같이 살기 위한 강아지의 일상적인 훈련 방법, 그리고 동물보호법 등을 최소한이라도 사전에 교육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노력해야 될 과제이기 때문이다.
반려인 자격 체크리스트: ①반려동물을 오랜 시간 혼자두지 않을 수 있는가 ②치료비 등 반려동물 양육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 ③털 빠짐 등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가 ④가족과 함께 지내는 경우 가족 구성원의 동의가 있는가 ⑤15년 이상 함께할 수 있는가 ⑥키우기 적합한 상황과 주거 환경을 갖추고 있는가 ⑦가족 구성원 중 털 알레르기 등 건강 문제는 없는가 (출처: 법제처 블로그)
동물의 자연치료제
‘슈가요법’으로 재생된 피부 어느 날 저녁 여중생 2명이 상자 하나를 들고 왔다. 상자 안에는 심하게 다친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던 중 도로변 한편에 꼼짝 않고 엎어져 있는 강아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차에 부딪힌 듯 했는데 언제 사고가 났는지 알 수 없지만 온몸이 흙과 피로 범벅이 되어 있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박스와 신문지를 구해서 무작정 우리 병원으로 데려왔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강아지에게 손가락을 물리기까지 했다. 그 중 한 학생은 우리 병원 손님이었다.
강아지를 꺼내어 전신을 살피니 다행히 뼈는 골절되지 않았는데 한쪽 뒷다리가 차에 심하게 긁혀서 피부 근육이 왕창 떨어져 나가 뼈가 드러나 있었다. 거기다가 온몸은 출혈 때문에 피로 얼룩져 있었고 곳곳에는 피딱지가 굳어 있었다. 우선 생리 식염수로 전신을 세척하고 괴사 조직을 정리한 뒤에 치료를 시작했다. 뼈가 드러난 부위의 살이 다시 재생되는 데는 한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런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한 달간 통원 치료를 하기도 벅찼고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학생의 부모와 연락이 닿아서 사정을 설명하고 치료 기간과 치료비용을 알려주고, 치료를 할 것인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다행히 그 학생의 부모가 보증을 설 테니 치료를 해달라고 해서 중간 중간에 치료비 정산을 받기로 하고 치료에 들어갔다. 학생들이라 통원 치료도 힘들다고 해서 결국 한 달간 우리 병원에 입원시켜서 치료하기로 했다.
사실 당시에는 이 약속이 허망한 약속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누군가 치료를 하지 않으면 그 불쌍한 강아지(‘노숙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버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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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뒤 그 학생의 엄마는 노숙이의 치료비와 입원비 부담에 난색을 표했고 결국 한푼도 받지 못했다.
다만 노숙이를 그 학생 집으로 입양시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
노숙이의 치료 초기에는 괴사된 피부 조직에 매일 매일 드레싱과 항생제 처치를 해주었다. 그러나 달아난 피부 조직이 다시 재생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또한 오랜 기간 항생제 처치도 부담스러워서 여기저기 자료를 찾던 중에 ‘슈가요법(Sugar therapy, 설탕치료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른 동물병원에서도 이 치료법으로 좋은 효과를 보고 있어서 그 병원 원장님의 조언을 듣고 이 방법을 노숙이에게 적용하기로 했다.
슈가요법은 염증이 있을 때 그 부위에 설탕을 적용하면 염증 분비물을 모두 흡수하고 영양분을 제공해 새살이 돋아나게 해주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탕가루를 그대로 뿌려서 적용 하기도 하고 설탕으로 고농도의 시럽을 만들어 적용하기도 한다. 어느 경우든 효과가 좋았다. 노숙이 에게는 시럽을 만들어 적용했는데 만족할 만한 효과를 보았다.
지금도 나는 슈가요법을 치료에 종종 응용하곤 한다. 특히 공원에 서식하는 까치나 야생조류, 그리고 길고양이의 경우 상처로 인한 염증이 생겼거나 피부조직이 괴사되어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할 때 적용 하면 정말 놀라운 효과를 보였다. 최근에는 ‘허니요법(Honey therapy)’이라고 해서 꿀을 직접 사용하는 치료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슈가요법보다 비용은 더 들지만 효과가 더 좋았다. 최근에 범백혈구 감소 증이라는 치명적인 전염병을 앓고 난 새끼 고양이 ‘샤나’가 면역력이 떨어져 피부가 짓무르자 여기에 허니요법을 적용해 효과를 본 적이 있다. 꿀이 진물을 흡수하고 새살을 돋게 해주어 아주 깨끗하게 치료가 되었다.
꿀이나 설탕도 훌륭한 자연 치료제이다. 특히 염증 분비물이 많을 때 적용하면 정말 놀라운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면역이 약해서 항생제를 오래 적용하기가 어려운 어린 동물들에게는 더 좋은 염증 치료제이다.
유기견 가족
우울증을 이기게 해준 ‘봉구’ 우리 동물병원이 자리를 잡는 데 기여한 미용사가 있었다. 1년 8개월을 일하다 허리 디스크로 현재는 애견 미용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한다. 옷 치수가 여자 사이즈 110 정도이니 한 덩치 한다고 할 수 있다. 강아지를 예뻐해서 퇴근할 때는 병원에 있는 모든 강아지에게 “안녕”이라며 일일이 인사를 나누곤 했었다. 이러한 심성을 손님들도 알았는지 미용실 고객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이 친구가 지난해 겨울 미니어처슈나우저 수놈 한 마리를 우리 병원에 데려왔다. 전철역 난간에 묶인 채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질에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녀석을 보다 못해 데려왔다는 것. 강아지는 온몸에 피부병이 심해서 맨손으로 만지기조차 두려울 정도였다. 슈나우저치고는 너무도 작은 3.5kg 정도에, 나이는 1~2년 정도로 추정되었고 피부는 온통 곰팡이균과 세균으로 중복 감염되어 있었다.
치료를 하려면 일단 엉켜 있는 털을 밀어야 했으므로 미용사는 장갑을 끼고 털을 밀고 약물 목욕까지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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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강아지에게 봉남이 동생 ‘봉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런데 봉구의 피부병이 얼마나 심했던지 미용사는 봉구를 미용시키고 나서 곰팡이성 피부염에 감염되어 3~4주 동안 피부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고생 끝에 약 한달 반 정도를 치료하고 나자 봉구의 피부병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탈모 부위에서는 조금씩 털도 나기 시작했다. 사료를 주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봉구의 몸무게는 조금씩 늘었고 얼굴에는 편안함이 묻어 나왔다. 실눈같이 가늘게 뜨던 눈도 이제는 제법 커졌다. 그래서인지 얼굴도 예뻐졌다. 강아지들이 사람을 경계하고 두려움을 느낄 때는 눈을 작게 뜬다. 사람과 눈도 마주 치지 않고 시선을 피한다. 대부분의 유기견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그러다 마음이 편안해지면 눈도 커지고 사람과 눈도 잘 마주치는 사랑스런 개로 바뀐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강아지를 분양받기 위해 한 중년의 남자가 찾아왔다. 우리 동물병원은 강아지 분양은 하지 않으나 간혹 유기견이 들어오게 되면 조건이 맞는 손님들과 인연을 맺어주는 역할은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혹시 유기견이 있는지를 묻고는 강아지를 분양받으려는 사정을 얘기해주었 다.
그 손님의 말로는 부부 사이가 나빠져서 아내가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우울증을 상담하러 병원에 갔더니 강아지를 키우라는 권유를 받았다는 것. 그래서 한달 전에 애견센터에서 슈나우저를 분양 받았는데 1주일 만에 파보 바이러스 장염에 걸려 죽고 말았다. 부부관계의 회복을 위해 강아지를 입양 했는데 죽어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관계가 더 악화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새끼 강아지를 사는 것보다는 조금 성장한 강아지를 구하러 다닌다고 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인연이다! 싶었다. 마침 우리 병원에 있던 슈나우저 봉구를 그 손님에게 소개했다. 처음 만났는데도 봉구와 그 손님은 서로 좋아했다. 다음 날 그가 가족과 함께 와서 봉구를 만났고 봉구는 그날로 바로 그 집으로 입양되었다.
봉구가 입양된 지 한 달이 지났을 즈음, 봉구 아버지가 봉구를 데리고 심각한 얼굴로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섰다. 봉구의 피부병이 재발했고 봉구네 가족 네 명 모두 곰팡이성 피부염에 감염되었다는 것이다.
곰팡이성 피부염은 사람과 동물 공통으로 나타나는 전염성 피부염으로 피부병에 걸린 강아지와 맨살로 20분 이상 접촉할 경우 같은 피부병에 감염된다. 봉구에게 전염된 피부병 때문에 미용사가 고생하는 것을 보았던 터라 봉구를 병원에 입원시켜서 치료하고 다른 강아지가 들어오면 그때 다시 강아지를 분양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는 동안 가족들도 피부과 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봉구 아버 지는 봉구를 포기할 수 없다며 내 제안을 강력하게 거절했다. 할 수 없이 봉구는 입원시키지 않고 집에서 통원 치료를 하기로 했다. 그 대신 피부병 치료 비용은 무료로 해주기로 했다.
어느 날 저녁 봉구 아버지가 술 한잔 하고 병원에 오셔서 그 한 달 동안 네 식구가 무척 행복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스키장에도 봉구와 함께 갔고 그 덕택에 오랜만에 네 식구가 대화거리도 생기고 정말 화목했던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한다. 특히 봉구 엄마가 봉구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해서 집안 분위기가 호전되었을 뿐 아니라 건강 상태도 좋아졌다고 했다. 아들과 딸이 먼저 피부병에 걸렸 는데 봉구를 돌려보낼 것을 우려한 나머지 그 사실을 부모에게 숨겼고 결국은 마지막에 봉구 아버지가 감염되고 나서야 온 식구가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
- 9 - 어쩌다 내 개로 왔니
그러나 봉구네 가족의 피부병 상태는 너무 심각했고 이들의 피부병 치료를 위해서는 봉구를 격리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 내가 계속 우리 병원에 봉구를 입원시킬 것을 권유하자 봉구네는 입원도 치료도 모두 거부한 채 연락을 끊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봉구네는 두 달이 넘게 다른 병원을 전전 하며 피부병 치료를 했다. 이후 6개월이 지나서야 봉구네는 멀쩡해진 봉구를 데리고 우리 병원에 다시 나타났다. 물론 봉구네 가족의 피부병도 말끔히 치료되어 있었다. 그들은 행복해 보였고 봉구의 몸무 게도 5.5kg으로 처음 우리 동물병원에 왔을 때보다 2kg 정도가 늘어 있었다.
지금은 봉구 엄마가 봉구를 데리고 정기적으로 미용도 하러 오고 예방접종도 하러 온다. 전철역 난간에 묶여 발길질에 채이던 봉구가 이제는 사랑스런 슈나우저로 돌아왔다. 가족들 또한 모두 행복해 보였다.
동물병원을 하다보면 우울증이나 자폐증 때문에 의사의 권유로 강아지를 키우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70~80%가 효과를 본다. 그래서 의사들도 사람의 질병 치유를 위해 반려견 키우기를 많이 권하고 있다. 가족 간에 대화가 단절된 경우 반려견이 대화의 매개자 역할을 한다. 강아지로 인해 공동의 화제와 관심거리가 생긴다. 그리고 우울증을 앓는 사람의 경우에도 가정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부여받으면서 다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의 주체로 서게 되고 자신감도 생기게 된다. 봉구네 같은 경우가 강아지를 입양함으로써 긍정적인 효과를 본 사례이다.
요즘에는 동물매개치료라고 해서 동물을 치료에 응용하는 분야가 생겨나고 있다. 개를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분야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고 몇몇 대학에는 동물매개치료학과를 개설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그 결과로 최근 치매 노인과 자폐 아동 그리고 성인 조현병 치료에 치료 도우미견을 활용하는 사례가 소개되기도 한다. 이들 사례의 목표는 자기 자신 안에 갇힌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동물이 등대 같은 역할을 해서 상처를 치유받고 다시 사람과 유대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앞으로 이 분야가 더 발전할 것으로 생각된다.
유기견 보호했는데 절도죄라뇨?
유기견을 발견해도 함부로 데려다 돌보면 안 된다는 인식을 환기시켜준 사건이 발생했다. 전자산업의 발전으로 아파트 곳곳에 CCTV가 진을 치고 있고 경찰이 작정만 하면 무엇이든 다 들여다볼 수 있다.
어느 날 젊은 아기 엄마가 유모차를 밀고 치와와 한 마리를 데리고 병원을 찾아왔다. 한 블럭 떨어진 아파트 뒤쪽 화단에서 주인 없이 혼자 떠돌아다니던 치와와 한 마리를 발견해서 데려온 것이다. 아기 엄마는 치와와 주인을 찾아줄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나는 일단 동물 등록 내장 칩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왼쪽 견갑골 주위를 무선칩 인식기로 탐색해 보았다. 그러나 동물 등록을 안 했는지 내장 칩은 인식되지 않고 외장 칩 목걸이도 없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올라 있는 분실신고 난도 확인해 보았으나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가슴줄을 착용한 것과 외관이 깨끗한 것으로 보아 집에서 나온 지 오래되지 않았으므로 주인이 찾으러 올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었다.
그래서 이 치와와를 동물보호소로 보내는 것은 일단 보류하고 주인이 나타나거나 동물 분실신고가 접수될 때까지 며칠 동안만 아기 엄마가 집으로 데려가서 돌보기로 했다. 아기 엄마에게는 갓난아이가 있는 상황이므로 나는 치와와의 건강검진을 했고 피부에 생긴 세균성 피부염에 대해 먹는 약을 처방해 주었다.
- 10 - 어쩌다 내 개로 왔니
보름쯤 지났을 때 치와와(그 사이 ‘앵두’라는 이름을 얻었다)를 데리고 간 아기 엄마가 다급하고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울면서 내원했다. 며칠 전 OO경찰서에서 조사를 나왔다고 한다. 경찰관은 강아지가 있는지를 확인하더니 강아지 주인이 나타났으니 강아지를 데리고 경찰서로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주고 갔다고 한다. 그래서 앵두 엄마는 경찰서로 앵두를 데리고 출석했고 앵두는 원래 주인에게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치와와 원래 주인은 앵두 엄마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앵두 엄마는 ‘절도죄’로 검찰로 넘어갔다. 절도죄는 형사사건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반드시 조사를 하고 증거가 확보되면 검찰로 넘어가게 되어 있다는 것이 담당 수사관의 말이었다.
이 말을 듣고 정말 황당했다. 불쌍한 강아지를 돌본 죄밖에 없는데 절도죄라니! 우리나라 법 적용이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앵두 엄마와 함께 OO경찰서 담당 수사관을 찾아가서 물었다. 한발을 양보해서 돌아다니는 남의 강아지를 가져갔다고 해도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적용되어야 하는데 왜 ‘절도 죄’인지를 따져 물었으나 그들은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대부분의 강아지 주인들은 강아지를 잃어버리게 되면 강아지 사진을 담은 전단지를 작성하여 집 근처 아파트 게시판이나 가로등에 붙이고 강아지를 찾아다니거나 가까운 동물병원을 방문하여 혹시라도 자기 강아지를 누군가가 데리고 오지 않았는지를 알아보는 게 일반적인 행동 패턴이다. 그런데 치와와의 원래 주인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고 바로 경찰서에 도난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며칠 전 신문에서 읽었던 기사가 생각났다. 집을 나온 25kg 정도의 대형견을 동네 주민 세 명이 잡아 먹은 사건이었다. 자신의 개를 찾아 헤매던 주인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동네 주민들이 개를 끌고 가는 장면을 CCTV로 확인한 검찰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그들을 기소했다는 기사였다. 누군가의 가족 같은 소중한 개를 잡아먹기까지 했는데도 점유이탈물횡령죄밖에 안된다고 하니 형이 너무 가볍다는 생각에 나는 분노했고 주인의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앵두 엄마의 경우는 집을 나와서 떠돌던 강아지를 데려다 먹이고 씻기고 치료까지 해주었는데 점유이탈물횡령죄보다도더 무거운 절도죄에 해당된다고 하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과연 우리나라의 법 적용이 공정한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나는 앵두 엄마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에게 탄원서를 보냈다. 탄원서에서 앵두가 동물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서 주인을 찾아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집 잃은 강아지를 선의의 마음으로 돌본 것을 절도죄로 처벌한다면 앞으로 아무도 불쌍한 유기견을 돌보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한 앵두 엄마가 앵두를 유기동물 보호소로 바로 보낼 경우 주인이 10일 이내에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신고도 하지 않고 돌보았던 사실을 정상참작 해줄 것을 간절히 호소했다. 남편과 두 아이를 가진 앵두 엄마의 단란한 가정이 이번 일로 인해 상처받지 않도록 선처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그러나 나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앵두 엄마는 아쉽지만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7년이 지나야 기록이 삭제된다고 한다.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으로 왕래하던 앵두 엄마는 혼이 빠진 상태였다. 앵두 엄마는 기소유예가 내려지고 나서야 겨우 안정을 되찾았고 그동안 강아지와 정이 든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지금은 다른 강아지를 분양받아서 잘 키우고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우리 병원 손님이든 아니면 누구라도 길에서 유기견을 데리고 오면 반드시 유기동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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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센터에 신고부터 하도록 하고 있다. 제2의 앵두 엄마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유기견을 신고해서 10일이 지나도록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처음 신고했던 사람이 그 유기견의 소유 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 그러면 그때는 정정당당하게 그 강아지를 집에 데려올 수 있다.
유기동물, 함부로 돌보다가는 절도죄!: 현행법상 동물은 금전, 부속물과 같은 ‘물건’으로 취급되기에 유기 동물이라고 함부로 돌보다가는 ‘점유물이탈횡령죄’ 또는 ‘절도죄’가 적용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동물 주인이 도난 신고를 해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행법상 일정 장소에서 유기 동물을 발견하게 되면 담당 자치단체에 신고부터 해야 한다.
- 12 - 어쩌다 내 개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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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 개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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