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장의 생태계는 플랫폼이 주도하던 판에서 콘텐츠가 주도하는 판으로 바뀌는 중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플랫폼이 소외되거나 열위에 놓이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콘텐츠의 차별화가 플랫폼을 결정하며 콘텐츠가 더 이상 플랫폼의 부속품이 아닌 독립적인 사업 모델이 됐음을 뜻한다. 이책은 급진적인 시대 변화의 핵심인 ‘콘텐츠’를 중심으로 미디어 시장의 현실을 분석하고 관련 문화 현상을 소개하고 있다. 어디에서도 접하기 힘들었던 현장 정보와 치밀한 분석, 천문학적인 수치가 말하는 남다른 ‘부(富)의 규모’에 이르기까지, 콘텐츠 산업 최전선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살펴보자. 이제 바야흐로, 콘텐츠의 시대다.
콘텐츠가 전부다
▣ Short Summary
지난 가을, 필자는 호텔의 하우스키핑 서비스를 카피한 듯, 세탁물을 픽업해서 배달해주는 ‘1Day 세탁 상품’의 협찬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공인도 셀렙도 아니지만, 우연히 필자의 인스타그램에 접속한 사업자는 피드로 불리는 누적된 ‘나의 콘텐츠’에서 분주한 워킹맘의 일상, 습관, 가족 수와 자녀의 나이, 옷을 자주 바꿔 입는 듯한 취향과 경제적 수준을 함께 읽고 협찬 마케팅과 연결시킨 것이다. 이것은 스타 마케팅이 아닌 콘텐츠 스토리를 읽는 (정말 그 제품을) ‘쓸 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다.
이제 고객은 한류스타가 저렴한 국산 화장품을 광고할 경우, 그 여배우가 진정 그 제품을 피부에 바를 것이라고 더 이상 믿지 않는다. 고객과 시대의 진화는 이커머스를 넘어 ‘콘텐츠=스토리’에 집중하는 ‘인스타 커머스’의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전적인 개념으로 콘텐츠란 정보나 스토리가 있는 모든 무형의 내용물을 뜻하겠으나, 본 책에서는 인터넷 기반의 미디어 디바이스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유통되는 동영상ㆍ음악ㆍ게임ㆍ소셜미디어 상의 텍스트와 사진 등의 디지털 콘텐츠로 국한하고 있다. 이제 스마트폰엔 음악, 웹툰, 뉴스, 쇼핑은 물론이고 각종 미디어 서비스들로 인해 이제 ‘콘텐츠’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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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들은 다양한 미디어 산업에서의 디지털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들여다봤다. 2장 OTT의경우, 전문가들이 “모두가 좋아하는 이야기(콘텐츠)를 가진 플랫폼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예견 했듯이 새로움은 필요하나, 소수만을 만족시키는 콘텐츠는 스쿠프(특종) 오리지널이 될 수 없음을 경고한다. 이와 더불어 2020년 눈앞에 닥친 스트리밍 왕국 넷플릭스와 콘텐츠 왕국 디즈니의 OTT 한판 승부의 관전 포인트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3장 유튜브에서는 하나의 콘텐츠를 또 다른 크리에이터 집단들이 2차, 3차, 4차로 파생시키며 전 세계의 사용자들이 남기는 흔적과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으로 유튜브의 세상이 무한 재확장되는 패러다임을 설명한다. 유튜브는 지금의 WWW 시대에서 연쇄적으로 파생되는 콘텐츠와 사용자들이 매일 남기는 800억 개 이상의 흔적들로 CCW(Contents Creating Web) 의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4장 소셜미디어에서는 페이스북을 추월하며 현재 매월 10억 명이 사용 중인 인스타그램의 성장세를 논한다. 이어 한국시장에서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92%가 인스타그램에서 제품을 접한 후 구매 행동을 취한다는 형태를 기반으로 먹스타그램을 지나 커머스 플랫폼과 생활 포털로 진화 중인 인스타그램을 ‘콘텐츠 스토리가 커머스에 더하는 힘’으로 설명했다. 5장 게임 산업은 e스포츠의 성장과 게임 스트리밍 그리고 클라우드 게임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스트리머의 등장으로 ‘게임을 본다’라는 새로운 시장의 르네상스가 펼쳐졌으며 게임 스타의 플레이가 유튜브와 트위치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새로운 게임 문화가 등장했다.
6장 음악 부문 역시 스트리밍이 대세가 된 음악 산업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불법 복제와 유통으로 침체를 겪던 음악 산업은 2015년 음원 스트리밍의 본격적인 확산으로 성장세에 들어서나 싶더니, 그 사이 소비행태의 변화와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음악의 특수성으로 게임, 영상에 이르기까지 연관 콘텐츠간 합종연횡을 시작하고 있다. 7장은 오디오 콘텐츠의 또 다른 축으로 꿈틀거리고 있는 팟캐스트를 다룬다. ‘듣는 TV’의 태동과 네이버, 아프리카TV, 유튜브를 축으로 세력을 확장 중인 팟캐스트는 기존 사랑방 컨셉의 토크쇼와는 별도로 영상 콘텐츠가 탄력을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콘텐츠들이 우리 일상에 스며드는 데 기술을 빼고 상상할 수는 없기에 콘텐츠를 연결하고 재창조하는 기술의 진화를 실감형 미디어와 5G, AI를 중심으로 논하고 있다.
▣ 차례
서문
1장 이제 ‘콘텐츠 온리’의 시대다 고객 가치의 이동과 움직이는 시장, 이제 콘텐츠다!’/ 우리는 무엇에 시간을 지불하는가 어떤 고객들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2장 밑장 빼는 디즈니, 넷플릭스 어쩌나?
넷플릭스, 쓰레기 오리지널 가운데 ‘한 방Scoop’을 노리다 / 이젠 〈SKY 캐슬〉도 준비했어 콘텐츠 왕국의 끝, ‘완전히 새로운A Whole New’ 디즈니월드 밑장 빼는 디즈니, '엘사'와 '헐크'를 무찔러야 할 넷플릭스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합종연횡하는 한국 시장
3장 하루 10억 시간의 위용 - 콘텐츠 영토의 무한확장,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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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결, 승자는 결국 유튜브 / 99%의 돈 못 버는 콘텐츠, 그러나 집합의 힘새로운 검색 패러다임의 탄생 / 먹방 사운드만으로 방송국이 되는 시대 5060세대, 편향된 콘텐츠가 주는 행복 / 디지털 너드, 유튜브 제국의 주인인가 노예인가 WWW에서 CCW의 시대로
4장 소셜 미디어 콘텐츠는 - 당신이 아닌 당신의 스토리 아재들의 스크랩북으로 전락한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시시콜콜함의 힘먹스타그램은 끝났다, 이제는 ‘셀Sell스타그램’이다!
생활 포털이 되어가는 ‘서칭Searching스타그램’ / 광고 플랫폼으로 진화 중인 인스타 라이브 넥스트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의 진화인가 또 다른 플레이어의 등장인가
5장 스트리머가 곧 콘텐츠, 유튜브 온리 영토 확장을 시작한 게임!
게임 콘텐츠의 현 위치는 어디인가 / ‘롤드컵’에 이어 ‘포나 월드컵’까지 열린다고?
넷플릭스도 떨고 있는 게임 콘텐츠의 영토 확장 /‘닌자’ 빼먹기 배틀, 스트리머가 곧 콘텐츠!
클라우드 게임 시대, 보는 게임에서 참여형 게임으로
6장 스티브 잡스도 예측하지 못한, 콘텐츠 ‘소유’의 종말 음악과 데이터의 흐름을 다루는 종합 예술, 스트리밍 / 취향 저격, 21세기 주크박스의 탄생 넷플릭스 따라하기, 애플뮤직의 오리지널 전략 / 유튜브 왈, 음악은 ‘보는 거야’ ‘싸움꾼’ 테일러 스위프트가 유독 유튜브에 관대한 이유
7장 섭외 1순위 가성비 콘텐츠 팟캐스트 가장 유력한 콘텐츠 신인왕 후보는 팟캐스트다 / 알고 보니 천생연분? 올드 미디어와 팟캐스트 음악 스트리밍에서 ‘오디오 스트리밍’으로 진화 중인 스포티파이 할리우드도 눈독 들이는 드라마틱 팟캐스트 루미나리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독점 콘텐츠 전쟁의 시작
8장 기술의 진화, 콘텐츠를 연결하고 재창조하다 콘텐츠 진화의 필요충분조건, 기술 / 내 주변이 콘텐츠가 된다, 증강현실AR VR 콘텐츠, 이번엔 뜰 것인가 / 5G가 가져올 콘텐츠 혁명, 콘텐츠 혁명이 필요한 5G 콘텐츠에 더해지고, 콘텐츠를 장착하고, 콘텐츠를 연결하는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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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전부다
이제 ‘콘텐츠 온리’의 시대다
고객 가치의 이동과 움직이는 시장, ‘이제 콘텐츠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하튼 돈이 필요하다. 시장의 재원은 한정적인데 크리에이터(창작자)는 늘넘쳐나기 마련이다. 또한 콘텐츠가 속된 말로 망하는 경우가 빈번했기에, 우리 시장은 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재원을 보유한 투자자가 ‘갑’이 되고 우선인 생태계였다. 필자 역시,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이 아닌 투자 활동을 하는 미디어ㆍ엔터테인먼트 유통 기업이나 통신 기업의 구성원이었기에 대한 민국의 미디어 판은 언제나 우리, 돈을 쥐고 있는 사업자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던 시장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거창한 투자ㆍ유통 기업의 재원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유튜브라는 크리에이터 중심의 플랫폼이 등장함과 동시에 빠르게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대도 서관, 양띵, 영국남자가 활개를 치던 유튜브는 이제 제이플라뮤직, 정성하처럼 콘텐츠 장르가 음악이나 일상으로 확장되며 연간 10억 원대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갓튜버들을 양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튜브 구독자 수 상위 30개 채널은 게임(7개), 음악(5개), 일상(5개) 순위로 나타난다.
2018년과 2019년 미디어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
호텔 델루나>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 드래곤은 또 어떤가? 손에 잡히는 제조품도, 네트워크 자산도 없이 오로지 작가와 감독만으로 구성된 이 제작사가 현재 2조 원이 훌쩍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 중이다.
신흥 문화제국이라는 이 회사의 핵심 가치는 바로 콘텐츠 지식재산권이다. 2017년 11월 기업공개를 마친 스튜디오 드래곤은 작가와 감독의 크리에이터 패키지만으로 상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540억 원이 투입된 <아스달 연대기> 등, 몇몇 작품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자 주가가 휘청거리면서 오롯이 흥행 콘텐츠의 연속성에 의존하는 스튜디오 성장 모델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카카오의 콘텐츠 계열사이자, 우리에겐 멜론이라는 음원 서비스 플랫폼으로 더 친근한 카카오M(2018 년 8월 카카오로 흡수합병)의 행보는 이보다 한발 더 앞서간다. 2018년 이후 카카오M은 대형 매니지 먼트사인 BH엔터테인먼트(이병헌, 김고은 소속), 숲엔터테인먼트, 제이오이드컴퍼니, 어썸이엔티의 지분 확대와 인수 합병을 통해 이들과 전략적인 제휴 체계를 구축했다. 카카오M은 수년 내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데, 상장시 시가총액이 SM엔터테인먼트(총 7,000억 원)를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즉, 카카오그룹은 플랫폼에서 콘텐츠로의 영역 확장을 넘어, 콘텐츠 생산의 축이 되는 한류스타 군단을 확보해 기획ㆍ제작ㆍ유통까지 망라하는 콘텐츠 산업 전 분야로 밸류 체인을 형성하는 행보를 이미 시작한 것이다.
해외 시장은 어떠한가? 고객에게 늘 새롭고 가장 빠른 서비스를 제공해 온 미국의 3위 통신사 T-모바 일은 지난 5년간의 음성ㆍ문자 무제한 제공,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데이터 무료 정책을 뒤로 하고 현재는 40달러 이상의 요금제에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포함해서 제공하고 있다. 즉, 특정 요금제의 혜택이 커뮤니케이션, 디바이스, 데이터 제공을 거쳐 콘텐츠의 차별적 제공으로 귀결된 것이다. 이같은 T-모바일의 콘텐츠 차별화 전략은 월스트리트의 예측치보다 50% 높은 가입자 순증 효과로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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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으며, T-모바일은 2018년 통신사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와 유사한 전략으로, 미국 최대의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 역시 무제한 모바일 요금제 가입자에게 디즈니 플러스의 1년 무상 제공을 시작했다. 버라이즌의 모바일 고객 중 50% 이상(5천만 명 이상)이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되어 있고 인터넷 상품 고객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액적인 혜택도 상당하다.
플랫폼을 밀어내는 콘텐츠의 힘: 2019년은 누가 뭐라 해도 디즈니 천하였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은한국 시장에서 1,400만 명을 동원했고, 미국에서는 박스오피스 8억5천만 달러로 역대 영화 매출 2위에 올랐다. 이후에도 <캡틴 마블>과 <토이 스토리 4>의 흥행이 이어졌고 <알라딘>과 <라이온 킹>의실사 영화도 전력 질주하더니 2019년 12월 <겨울왕국2>로 전 세계 극장을 점령했다.
이렇듯 디즈니 대작 콘텐츠들의 연이은 흥행은 국내외 극장과 유료방송 TV플랫폼 사업자들간의 시너지 효과를 내며 플랫폼들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현재의 디즈니 제국은 CEO 밥 아이거의 공격적인 M&A를 통해 완성되었지만, 하나의 콘텐츠 IP가 온ㆍ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잡지, 만화 등의 인쇄매체를 넘나들며 비즈니스가 확장되는 구조는 창업주인 월트 디즈니가 그리던 그림과 다르지 않다. 월트 디즈니가 생전에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쪽지에 그린 ‘기업성장 이론 흐름도’를 현재 디즈니는 ‘디즈니 레시피’라고 부르고 있다.
1957년 공개된 이 쪽지는 극장용 필름 영화의 캐릭터 자산이 음악, 출판, TV, 머천다이징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부가가치와 시너지를 창출하며 성장하는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현재 디즈니 산하의 무수한 콘텐츠의 규모화가 결국 유통 채널의 확장에 폭발적으로 기여하고 있으니 밥 아이거의 M&A 추진 전략 역시 결과론적으로는 이 모델을 따른 것으로 귀결된다. 결국 디즈니는 한 장의 디즈니 레시피 쪽지에 따라 지난 60여 년간 한 방향으로 진화해왔으며 고객 가치와 시장이 움직이는 지금, 최대 수혜를 받는 콘텐츠 제국으로 완성되어가는 중이다.
사업자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곧 고객 가치의 이동을 뜻하며 동시에 미디어산업의 생태계가 플랫폼이 주도하던 판에서 콘텐츠가 주도하는 판으로 흐를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플랫폼이 소외되 거나 열위가 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제는 콘텐츠의 차별화가 플랫폼을 결정하며 콘텐츠가 더 이상 플랫폼의 부속품이 아닌 독립적인 사업 모델이 됐음을 뜻한다. 또한 더 나아가 양질의 콘텐츠를 다량 으로, 즉 ‘집단화된 콘텐츠 IP’를 소유한 자가 플랫폼과 시장을 이끌어가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
디즈니가 OTT 스트리밍 서비스를 직접 출시하여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 책은 이러한 시장의 움직임과 고객 가치의 이동을 글로벌 ICT 기업들의 행보, 콘텐츠 기업들의 전략과 서비스들의 흥망성쇠 그리고 이 중심에 있는 고객의 소비행태를 중심으로 풀어갈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이를 ‘콘텐츠 온리’의 시대로 명명하고자 한다.
밑장 빼는 디즈니, 넷플릭스 어쩌나?
밑장 빼는 디즈니, '엘사'와 '헐크'를 무찔러야 할 넷플릭스 디즈니가 OTT 스트리밍 서비스와 스포츠 전용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인 ESPN플러스를 자체적으로 출시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2017년 하반기였다. 이후 디즈니는 넷플릭스를 대상으로 콘텐츠 제공 중단을 발표하고 21세기 폭스의 인수전에 참여했다. 이로 인해 기존에 갖고 있던 (미국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경쟁 중인) 훌루 지분 30%에 폭스가 보유한 지분까지 더해 훌루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 이쯤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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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5천만 명의 가입자가 있는 넷플릭스과 경쟁해 볼 만한 최소한의 밑밥을 깔아둔 셈이다.
2024년까지 가입자 9천만 명을 향하여: 지난 2년여 동안 글로벌 미디어 업계의 다양한 루머와 예측 속에서, 디즈니플러스로 브랜딩한 디즈니의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는 2019년 4월 디즈니 투자자 데이 에서 베일을 벗었다. 전 세계 극장의 스크린 평정을 끝낸 ‘완전히 새로운 디즈니월드’가 넷플릭스에 던진 OTT 도전장, 디즈니플러스를 넷플릭스와 비교해보자.
우선 유료 가입자 규모를 비롯해 오리지널 콘텐츠의 누적 편수나 투자 예산 등에 있어서 넷플릭스는 디즈니플러스보다 우위에 있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디즈니플러스의 월 이용료가 넷플릭스의 스탠다드 요금제 대비 53% 수준으로 우수한 편이다. 심지어 CEO 밥 아이거는 2019년 8월 실적 발표 자리에서 ‘디즈니플러스+훌루+ESPN플러스’까지 디즈니가 소유한 서비스를 월 12.99달러라는 파격적인 금액으로 묶어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3개의 OTT 서비스가 넷플릭스 하나(스탠다드 요금제 기준)와 동일한 가격인 셈이다. 디즈니는 지금 ‘2024년까지 가입자 9천만 명’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자원을 쏟아 붓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인 비교를 넘어, 핵심은 90년의 역사를 가진 콘텐츠 왕국 디즈니의 기존 콘텐츠와 향후에도 생산될 콘텐츠들이 넷플릭스에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즈니 라인업에는 수십 년 간의 인수합병으로 확보된 마블, 픽사, 루카스필름,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소위 디즈니 계열이라 불리는 콘텐츠는 물론이고 최근 디즈니제국에 합류한 <엑스맨> 시리즈, <데드풀>, <아바타> 등 21세기폭 스의 콘텐츠까지 포함된다. 아마도 지금 넷플릭스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의 머릿속은 꽤나 복잡할 것이다. 심지어 디즈니 D2C사업 회장 케빈 메이어는 2018년 연말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디즈니의 ‘콘텐츠 밑장 빼기’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7월, 할리우드 6대 스튜디오인 워너브라더스의 모기업, 워너미디어 역시
HBO 맥스라는 OTT 서비스 출시를 발표했다. 워너미디어는 워너브라더스의 TV 히트 시트콤 <프렌즈>
외에도 HBO, CNN, 카툰 네트워크 등의 콘텐츠를 모두 2020년 봄에 출시될 HBO 맥스에서 독점 공개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니까 조만간 넷플릭스에서는 <프렌즈>를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할리우드 6 대 스튜디오 중 하나인 NBC유니버셜도 2020년 OTT 출시 계획을 선언했으니 이제 <미니언즈>와 <쥬라기 월드> 시리즈도 넷플릭스에서 제외될 것이다.
이처럼 공룡 기업들의 연이은 서비스 출시 이벤트가 전개될 2019년과 2020년은 글로벌 미디어판의 엄청난 지각변동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콘텐츠 밑장 빼기가 가져올 넷플릭스 위기론이 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디즈니와 21세기 폭스를 비롯하여 워너미디어, NBC유니버설의 영화와 TV시리즈 제공이 모두 중단되었을 때 어느 정도의 타격을 받게 될까?
우선 시청 시간 면에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효과는 압도적이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넷플릭스에서 제공되는 전체 콘텐츠의 8%에 불과하지만, 시청 시간 기준으로는 전체의 37% 비중을 차지한다. 디즈니, 워너미디어, NBC유니버셜 영화와 TV시리즈 비중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나 시청 시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보다 높은 40%다. 넷플릭스 세상 밖에서 보더라도, 역대 미국 흥행 영화 상위 100편 중 67편이 디즈니와 워너미디어의 소유이고, TV시리즈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이러한 콘텐츠들은 같은 날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편성이 중단되겠지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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쨌든 넷플릭스에게 답은 둘 뿐이다. 전체 콘텐츠의 양을 줄이거나, 반대로 오리지널 콘텐츠의 비중을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확장하는 것이다. 2019년 150억 달러라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투자 규모는 가히 압도적이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겨울왕국>의 엘사나 마블 영화의 ‘인크레더블’한 헐크와 경쟁하기 위해 이 천문학적인 숫자를 끊임없이 높일 수 있을 것인가?
스트리밍 왕국과 콘텐츠 왕국의 한판승부: 지난 수년간 넷플릭스는 매년 콘텐츠 투자 비용을 10억 달러씩 증액했다. 급기야 2019년에는 전년 대비 30억 달러 증액한 150억 달러를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매출액의 80%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쏟아 부었기에 현금 흐름 역시 2018년과 2019년모두 마이너스 30억 달러 수준으로, 부채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스튜디오 사업자들과의 본격 서비스 경쟁을 앞두고 있는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주가와 현금 유동성은 불안정하고, 급기야 2019년 2분기에는 미국 시장 가입자 수마저 감소세로 돌아섰기에 넷플릭스가 잠시 빌려온 콘텐츠들의 빈자리를 오롯이 ‘내 콘텐츠’로 메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1억 5천만 명을 보유한 넷플릭스가 당장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일단 당분 간은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양강 체제 아래, 몇몇의 스튜디오 사업자들이 만든 개별 서비스들이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디즈니가 넷플릭스를 포함한 타 플랫폼에 콘텐츠 유통을 중단할 경우 당장 2020년 1억 4천만 달러의 수익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스튜디오 사업자들이 디즈니처럼 ‘내 땅 되찾기’ 전략을 독하게 고수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여 년간 넷플릭스는 전통적인 TV 미디어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핵심은 ‘콘텐츠’라는 소신을 가지고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 전략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레거시 미디어와의 경쟁 구도를 벗어나 신규 OTT 서비스들과 콘텐츠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디즈니는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오리지널 스튜디오인 반면, 넷플릭스는 10여 년간 OTT 업계에서 1위 자리를 지켜왔으며 온라인 서비스와 콘텐츠 추천 기술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콘텐츠 왕국과 스트리밍 왕국과의 한판 승부, 비싼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합종연횡하는 한국 시장 그렇다면 국내 OTT사업자들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필자는 2017년 IPTV 사업의 부가 서비스 전략을 고수하던 LG유플러스의 ‘비디오포털’이나 KT의 ‘시즌’은 별도의 손익 산출에 대한 부담 없이 유지될수 있을 것이나, 독립적인 OTT전략을 추진하던 옥수수나 티빙, 푹, 왓챠플레이 등은 새로운 환경에 당면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년여간 통신기업들이 보유한 각자의 OTT는 자사 이동통신 고객을 중점으로 양적 성장을 해왔고, 통신사 유통망을 보유하지 않은 티빙과 왓챠플레이, 곰TV 등은 성장이 정체된 채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는 수준이었다. 그 사이 넷플릭스의 국내 유료가입자 규모는 2017년 30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거의 7배 성장했고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제공이 확대되면서 사실상 사업자 입장에서는 글로벌
OTT와 국내 OTT간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가성비가 핵심이며, 플랫 폼사업자는 가입자 성장 속도와 안정적인 콘텐츠 수급 구조가 중요하다. 양쪽의 이러한 니즈는 2019
년 유통과 콘텐츠의 결합 또는 콘텐츠와 콘텐츠의 양적 결합 등, 2개의 나침반이 되어 사업자간 합종 연횡으로 이어졌다. 유통과 콘텐츠의 결합은 2019년 9월 출시한 지상파 3사의 콘텐츠연합플랫폼인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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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가 합병한 웨이브가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의 강한 유통력, 글로벌 역량 그리고 지상파 콘텐츠 군단의 결합으로 해석된다. 연이어, CJ ENM과 JTBC 역시 OTT 합작 법인을 출범 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 초까지 양사가 보유한 콘텐츠 IP를 통하여 기존 CJ ENM의 티빙을 기반으로 서비스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니 이는 콘텐츠와 콘텐츠간의 양적 결합에 해당한다. 반면, 2017 년 KT스카이라이프가 출시한 TV형 OTT인 ‘텔레비’는 몇몇 방송사들과의 콘텐츠 제공 협상에 문제가 불거지며 2019년 말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본격화된 콘텐츠 땅따먹기: 이처럼 국내시장은 OTT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2019년 합종연횡과 일부 서비스들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하여 크게 3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는데, 향후 경쟁 구도에서는 승자, 오리지널 콘텐츠 전쟁, 그리고 글로벌 사업 방향성이 그것이다. 우선, 승자의 조건은 명쾌하다. 사용자는 단일 서비스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받기 원한다. 현재 웨이브에는 CJ ENM의 콘텐츠가 없으며, 티빙은 지상파 콘텐츠가 제공되지 않는 상호 배타적 구도다. 향후 국내 OTT들이 이러한 콘텐츠 땅따먹기를 본격화하는 가운에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의 빈자리를 채워간다면 오히려 프리미엄 오리지널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경쟁력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결국 국내 OTT간의 경쟁구도에서 승자를 예측하기보다는 향후 웨이브와 CJ, JTBC의 합작 OTT간의 서비스 통합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물론 이는 사용자 관점의 서비스 가치만이 고려된 시나리오이며, 특히 2020년 상반기에 OTT 합작법인을 출범한 CJ ENM과 JTBC의 경우, 넷플릭스와 경쟁해야 할 OTT임과 동시에 넷플릭스의 글로벌 유통력에 의지해야 하는 콘텐츠 사업자이기도 하므로 다각적으로 얽힌 이해관계에 따른 전략적 변수가 상존한다.
글로벌 진입 전략을 구체적으로 그려낸 국내 OTT는 아직 없으나, 투자 자금을 지속적으로 유치하며 통신기업의 글로벌 동맹 역량을 보유한 웨이브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서비스 진출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웨이브는 2019년 10월, 동남아 7개국의 한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웨이브고(Wave Go) 서비스를 시작했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이미 동남아에 진출해 있는 해외 또는 현지 OTT와의 경쟁 구도에서 ‘K팝 아이돌과 한류 오리지널’이라는 무기를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 구조에 어떻게 담아낼지 관건이다.
그간 국내 OTT시장은 통신사들의 부가 서비스를 중심으로 꿈틀거리다가, 2016년 한국시장에 진입한 넷플릭스와 독자적인 OTT 전략을 추진해 온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라는 양강 체제에 중소형 OTT들이 혼재된 춘추전국시대의 형상이었다. 그러나 가입자 분산으로 인한 독자생존의 어려움과 2019년 디즈니플러스의 OTT 출시와 국내 진입 가능성,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강화로 국내 OTT는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의 길을 걸어가는 중이다. 다가올 양육강식의 전쟁을 앞두고 이 같은 전략과 K콘텐츠에 대한 한류 수요 국가들의 정치적 난제들이 조금씩 풀려가는 현재의 분위기에서 대작 오리지널의 콘텐츠 효과가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하루 10억 시간의 위용 - 콘텐츠 영토의 무한확장, 유튜브
세기의 대결, 승자는 결국 유튜브 유튜브는 과거에도 지금도 미디어를 대표하는 키워드이며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본디 태생 자체가
PC온라인 기반이다 보니 ‘뉴미디어 플랫폼’이라 인식되지만 사실 유튜브만큼 오래된 미디어도 없다.
- 9 - 콘텐츠가 전부다
2005년부터 콘텐츠가 업로드됐고 2006년에 구글에 인수되었으니 그야말로 뉴미디어 판의 대표적인 레거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방송국이다. 전 세계 인터넷 사용 인구의 95%가 유튜브에 접속하며 1분마다 500시간이 넘는 새로운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개설된 채널은 2,400만 개, 하루에 10억 시간 이상이 유튜브에서 소비된다. 환경만 만들어주고 콘텐 츠는 사용자들이 스스로 생산하고 소비하게 한다는 유튜브의 철학은 달라진 적이 없건만 이 시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유튜브가 미디어 제국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유튜브가 지금의 미디어 제국으로 거듭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결국 몇몇의 ‘콘텐츠 이벤트’였다.
2016년 3월, 구글은 훗날 ‘역사적인 대결’로 기억될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의 실시간 중계 계획을 발표한다. 총 다섯 번의 대국 중 네 번을 알파고가 승리하면서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감은 AI를 그해의 글로벌 키워드로 우뚝 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인 대결은 유튜브에서 사전 예고되고 독점으로 실시간 중계방송 방송되었기에 결과적으로 진정한 승자는 알파고도 이세돌도 아닌 유튜브였다.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인들은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UGC(User Generated Contents)로 이루어진 플랫폼인 유튜브가 TV방송국과 어깨를 견줄 만큼 글로벌 미디어로 성장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알파고의 연이은 승리의 순간마다 폭발하던 시청 수요를 유튜브 자체 서버만으로 버틴 구글의 기술력도 동시에 화제가 되었다.
이러한 단 하나의 생중계 이벤트만으로 단 5일만에 모기업인 구글의 시가총액은 2,348억 달러만큼 상승했다. 이를 통해 유튜브는 기존에 진행하던 글로벌 스타의 콘서트 실황이나 대형 스포츠 이벤트들은 물론이고, 정치인 등 유명 인사들의 독점 생중계 인터뷰를 통해 실시간 방송의 입지를 다져갔다.
현재 다양한 기업들이 앞다투어 유튜브의 생중계 파트너가 되고 싶어 혈안이다. 실례로 그 동안 각종 론칭쇼 생중계를 오로지 애플 홈페이지에서만 진행했던 애플마저, 2019년 9월 12일 ‘아이폰 11 프로’ 출시를 유튜브로 생중계하며 1,800만 명이 시청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신비주의자인 잡스와 달리, 실리주의자인 팀 쿡다운 의사결정이었다.
유튜브의 라이브 스트리밍은 ‘모바일’과 국가 간 경계가 무의미한 ‘글로벌’ 그리고 순간의 파장이 중요한 ‘스포츠’와 ‘이벤트’라는 키워드 아래 기존 TV방송의 패러다임을 실시간으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TV 의 영역을 침범해가며 끊임없이 콘텐츠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미디어 제국 유튜브를 완성한 것은 구글의 기술력도, 가입자 규모도, 글로벌 마케팅도 아닌 결국 몇몇의 콘텐츠 이벤트였다. 2012년 유튜브 최초의 1억 조회 수 돌파 기록을 세우며 유튜브에서 K팝 조회 수를 3배 이상 끌어올린 싸이의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가 그러했고,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생중계가 그러했다.
소셜 미디어 콘텐츠는 - 당신이 아닌 당신의 스토리
인스타그램, 시시콜콜함의 힘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직장인은 페이스북을, 대학생은 인스타그램을 자주 이용했으나 2018년이후, 학생 집단은 물론이고 40대 직장인들까지도 페이스북은 계정만 갖고 있거나 일주일에 한두 번꼴로 방문하는 추이를 보인다. 우리는 한정된 미디어 소비 시간 동안 네이버와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도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SNS에서는 사진과 영상으로 가볍고 빠르게 소통하기를 원한다. 무엇보다 인스 타그램은 쉽다. 콘텐츠 생산과 업로드에 있어서 용이한 접근성과 최소한의 글자로 인한 빠른 사용 속도감, 이것이 인스타그램의 급격한 성장 이유다.
- 10 - 콘텐츠가 전부다
지금, 인스타그램의 사용량은 폭발적이다. 각종 포털에서는 인스타그램의 사용량이 페이스북, 스냅챗 같은 여타의 소셜 미디어들을 역전하며 폭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건, 이처럼 넘쳐흐르는 정량적인 데이터들이 무색하리만큼, 어느새 인스타그램은 메신저 기능까지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생산되는 피드와 댓글이 사용자의 방문 횟수와 체류 시간을 늘리며, 급기야 사용자들은 댓글 공간에서 해당 게시물과는 상관없는 ‘자기들끼리의 소통’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친구가 테니스 레슨 동영상 피드를 게시하면 몇 분 지나지 않아 “이따 디너 어디로 예약할까?”라는 댓글이 달리고또 몇 초 지나지 않아 바로 “이탈리안 말고 타이음식 어때”, “갓잇(Got it!)!” 등, 수분 내에 소셜미디어 에서 피드와 무관한 소통을 수시로 하는 식이다. 인스타그램의 콘텐츠에 메신저의 기능이 더해지는 순간, 이보다 더한 시시콜콜함의 극치가 있을까 싶다. 소셜 미디어의 끝은 바로 메신저가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23억 명의 페이스북과 10억 명의 인스타그램, 단순히 가입자 규모로만 비교하자면 페이스북이 2배 이상 더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 본연의 가치 측면에서 일일 순 방문자 수와 체류 시간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인스타그램은 이미 페이스북을 집어삼켰다. 이를 만드는 힘은 메신저의 역할마저 수용하기 시작한 인스타그램의 시시콜콜한 콘텐츠들이다.
스티브 잡스도 예측하지 못한, 콘텐츠 ‘소유’의 종말
음악과 데이터의 흐름을 다루는 종합 예술, 스트리밍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직접 소유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은 실패할 것이다.” 아이팟과 아이튠즈로 세상을 들썩이게 한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했던 말이다. 스티브 잡스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유욕이 음원 구매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로 보았다. 하지만 현재 음악 산업과 소비 방식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중심으로 ‘소유’에서 ‘접속’으로 거의 넘어왔고, 따라서 스티브 잡스의 예측은 틀린 것으로 보인다.
스티브 잡스의 날카로운 통찰력을 생각할 때, 그가 스트리밍 플랫폼을 저평가한 사실은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든다. 그의 생전에 애플은 ‘탈소유’ 서비스의 대표 격인 클라우드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그렇게 생각하던 때와 지금 사이에 무언가 변했고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요소가 있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변화의 중대한 요인은 바로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디지털 기술의 진화와 통신 속도의 향상일 것이다. 실제로 2018년 국제음반산업협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음원을 소비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음악 산업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음반 시장은 20세기 말까지 눈부신 성장을 이루다가 2000 년대에 들어서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특히 MP3 다운로드를 비롯한 디지털 방식의 음원 소비 구조 변화는 전통적인 수입원이던 실물 음반(CD 등) 판매의 감소와 함께 불법 복제 등의 문제로 많은 창작자와 음반 관계자를 괴롭혔다. 다행스럽게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은 안착하면서 디지털 음원 소비구조가 다시 한 번 변했고, 음악 산업은 이를 기반으로 지난 3년 연속 성장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2005년 판도라가 처음으로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출시했을 때만 해도 MP3를 중심으로 한 음원 생태계는 불법 복제가 휩쓸고 있었으며, 인터넷(특히 무선 인터넷)은 가격이 비싸서 새로운 플랫폼이 활
- 11 - 콘텐츠가 전부다
성화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통신 속도가 향상되고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이를 중심으로 음악 소비 행태도 점차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스포티파이가 있다. 2006년 스웨덴 에서 시작되어 2011년 미국에 진출한 스포티파이는 이제 음악 산업을 이끄는 독보적인 존재로 올라섰다. 스포티파이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은 이전보다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음원을 무제한에 가깝게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산업군에 포진한 다른 기민하고 똑똑한 의사 결정권자들이 그러하듯, 음원 스트리밍 사업가들 역시 데이터를 숭배하고 있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은 통계학적 정교함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어떤 곡을 듣고 싶다고 인지하기도 전에 한발 앞서 그들이 듣고 싶어 할 만한 곡들을 물 흐르듯 제공한다.
이전 세대에서는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마케팅이 관건이었다면, 이제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예측력이 관건인 것이다.
애플, 아마존 등 거대 IT 기업들, 그리고 스포티파이로 대표되는 음원 스트리밍 주자들은 음악 산업을 지배하고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스포티파이의 경우, 유료 가입자 수 성장세가 가히 폭발 적이라 할 수 있는데, 2010년 50만 명에서 2014년 1천만 명으로, 2019년 4월에는 1억 명으로 매번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또한 아이튠즈를 통해 2000년대 음악 감상 경험을 혁신했던 애플은 2015 년 애플뮤직을 출시하면서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2019년 6월 기준 6천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애플뮤직은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머니 파워를 통해 스포티파 이보다 200만 명 더 많은 미국 내 유료 가입자 수를 보유했다. 그 뒤를 잇고 있는 아마존 뮤직은 2016년 음원 스트리밍 전용 서비스인 아마존 뮤진 언리미티드를 출시했고, 미국 시장의 61%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자사 AI 스피커 에코와 연결하여 차별화된 요금제를 내놓기도 했다.
기술의 진화, 콘텐츠를 연결하고 재창조하다
5G가 가져올 콘텐츠 혁명, 콘텐츠 혁명이 필요한 5G 2019년 4월 3일 밤 11시, 국내 이동통신 3사는 각각 5G 가입자 '1호'를 배출하며 전 세계 최초로 5G
시대를 개막했다. 초고속·초대용량·초저지연·초연결의 특징을 가진 5G는 기존의 4G보다 20배 가까이 빠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러닝타임 100분짜리 영화를 다운로드받는데 4G 통신 네트 워크에서 20초가 걸린다면 5G기반에서는 1초 이하로 시간이 단축된다. 기존 3G에서 4G 네트워크로의 도약이 모바일 뱅킹,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IT 서비스 플랫폼의 대중화를 이뤄냈다면 향후 5G는동영상 콘텐츠의 품질을 비약적으로 진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2019년 5G 상용화는 콘텐츠 산업의 역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세계 최초로 5G 시대를 개막한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어떨까? LG유플러스는 국내외 콘텐츠 선도 기업 들과의 제휴를 통해 AR·VR 서비스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게임까지도 분야를 확대해나가는 등 5G 콘텐츠 도입에 적극적이다. LG유플러스는 CES 2019에서 구글과 VR 콘텐츠 공동 제작 계획을 발표했으며, 현재까지 제작된 콘텐츠는 U+VR 앱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데 고객들은 '얼굴천재' 차은우와 데이트하는 <스타데이트>와 같은 독점 콘텐츠 뿐만 아니라, 공연·여행·게임·영화·웹툰 등 300편이 넘는 초고화질 VR 영상을 실감할 수 있다. 또한 핀란드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해치 엔터테인먼트와도 독점 공급 양해 각서를 체결하며 5G 기반의 모바일 게임과 클라우드 게임영역까지 진출하고 있다.
현재 국내외 이동통신사들은 5G 상용화와 더불어, 4G 환경에서 전달이 어려웠던 기술 기반의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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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보에 여념이 없다. 일반적으로 5G네트워크는 대용량의 콘텐츠를 초고속으로 지연없이 시청할 수 있는 환경으로 알려졌지만, 새로운 네트워크 환경에서 어떤 형태의 콘텐츠가 대중의 인기를 견인할 것인 지는 여전히 실험해가는 중이다.
실례로 2019년 9월 SK텔레콤에서 상용화한 에스타일(S-Tile) 기술의 경우, 10여 개의 VOD 콘텐츠를단 0.01초의 오차도 없이 분리하고 조합해서 마치 타일을 이어 붙이듯이 전송한다. 5G 네트워크 환경 에서 다양한 각도의 시청이 요구되는 프로야구·e스포츠·뮤직·게임 등의 콘텐츠에 에스타일 기술을 적용 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각도에서 볼 수 있다. 명절마다 200명이 넘는 아이돌이 7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루는 MBC 예능 <아이돌 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의 경우, 출연진 규모가 크기 때문에 불가 피하게 방송으로 나가는 화면은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남자부 육상 대회 결승전에서 카메라가 1레인 선수를 비춘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6레인 선수를 보고 싶다거나, 육상 경기 말로 동 시간대 진행되는 트와이스의 양궁 경기를 보고 싶다는 니즈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는 본인이 원하는 아이돌 멤버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의 무수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에스타일 기술 기반의 콘텐츠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과거에 데이터 전달에만 급급했던 3G 환경이 영상을 실어 나를 정도의 4G 환경으로 진화했다면, 5G 환경에서는 영상 콘텐츠와 수만가지 데이터의 결합을 조금의 지연도 없이 실현시킬 수 있다. 그러나 5G는 기획 단계에서의 콘텐츠 혁명을 필요로 하며, 콘텐츠 혁명이 없다면 네트워크의 진화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 13 - 콘텐츠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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