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저자는 역사ㆍ문화ㆍ예술 등 다양한 사회 면면을 관찰하고 성찰해, 삶의 본질을 통찰하는데 필요한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세상살이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화려한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냉정하게 속의 본질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본질을 보는 통찰력은 삶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생겨나며 경험과 지식, 관점의 삼박자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가 흘러넘쳐 무엇을 보고 읽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에 이 책은 우리에게 잘못된 정보에 매몰되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세상을 읽는 통찰의 순간들
▣ Short Summary
“우리나라에 사는 쥐는 몇 마리일까? 3일 이내에 알아보자”는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정확한 해답은 없더라도 합리적 추론을 통해서 의사결정의 근거를 도출해야 하는 상황을 전제합니다. 접근방법은 다양합니다. 우리나라를 도시ㆍ농촌ㆍ어촌 등 유형별로 나누어 샘플조사를 진행해서 추정하거나, 쥐를 먹이로 하는 고양이 숫자를 파악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접했던 가장 탁월한 응답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쥐약회사를 찾아가서, 그 회사가 추정하는 쥐 마릿수를 알아오겠다”였 습니다. 쥐약을 팔아서 먹고사는 사람이 쥐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접근입니다. 사안의 본질에 대해서 단도직입적으로 돌진하는 통찰력입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우리에게 스마트폰은 일상용품입니다.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는 친구와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사진을 주고받습니다. 또한 평범한 개인들이 자신의 방에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제작 해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공유하는 1인 미디어 시대입니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막대한 투자와 많은 인력이 있어야 가능했던 작업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수천 년 전에 쓰인 『성경』, 『논어』 등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삶의 지침을 얻습니다. 자동차와 컴퓨터는 고사하고 종이와 연필도 존재하지 않았던 고대에 만들어진 콘텐츠와 현대인들이 교감하는 것은 시간이 흘러도 인간의 삶에서 변하지 않는 부분 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과 삶에서 변하지 않는 본질을 꿰뚫어보는 힘이 바로 ‘통찰력’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과 속에 들어 있는 본질은 간극이 있게 마련입니다. 겉과 속은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습니다. 또한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합니다. 현상의 겉을 관찰하고 속도 들여다보아야 전체 모습이 이해됩니다. 세상살 이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화려한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냉정하게 속의 본질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본질을 보는 통찰력은 삶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생겨나며 경험과 지식, 관점의 삼박자를 통해 얻을 수있습니다. “젊은 천재는 있어도 젊은 대가는 없다.”는 말처럼 통찰을 얻기 위해서는 연륜이 필요합니다.
지식은 경험을 뒷받침합니다. 지식이 없어도 일상생활을 통해 터득한 경험으로 세상과 삶의 본질을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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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할 수 있지만 지식이 뒷받침되면 보다 폭넓게 이해하게 됩니다. 관점이 결정적입니다. 경험과 지식이 풍부해도 이를 갈무리하는 관점이 왜곡되어 있으면 한계가 분명합니다. 세상을 100% 해석할 수 있는 논리는 없고 나름대로의 설명력만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 번 관점이 왜곡되면 왜곡된 프레임 으로 세상을 동일하게 반복, 재해석하는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마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자신의 능력으로 먹고사는 사람은 비교적 건전한 관점에서 세상살이의 본질을 제대로 통찰합니다. 반면 남에게 기대어 먹고사는 부류는 왜곡된 관점에서 세상을 해석하고 자신의 정당성을 강변하게 마련입니다. 이러한 부분 역시 삶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입니다. 매일매일 변화가 일어나면서 아날로그 구질서가 퇴조하고 디지털 신질서가 형성되는 격변의 과정에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겉모습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관점으로 변화를 바라보고 차분하게 삶의 좌표를 잡기 위해 본질을 꿰뚫어 보고 느끼면서 정리했던 경험과 논리, 관점 들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 차례
프롤로그_디지털 격변기, 본질을 보는 통찰의 힘
PART 1 평범한 순간을 기회로 만드는 통찰의 힘프랑스 레스토랑과 순대국밥집 / 업의 본질에 대한 자신만의 확실한 관점이 있는가? / 감옥과 수도원의 비교, 밥벌이의 의미 / 뉴욕 양키스의 유니폼에 선수 이름을 새기지 않는 이유 / 100세 시대, 100년기업의 비밀 / 인문학 트렌드, 그리고 시장경제의 본질
PART 2 모든 통찰은 사람에서 시작된다 엄홍길 대장의 원정에서 느낀 프로세스의 힘 / 조비의 입맛, 클린턴의 햄버거, 사회생활의 초기 경험 /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 삶과 죽음을 대하는 사생관 / 박재동 화백과 스톡데일 장군의 합리적 낙관주의 / 유관순 누나와 삼일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PART 3 세상을 읽는 통찰의 순간들 더플코트와 바바리로 본 유행과 혁신 전파의 메커니즘 / 사의 찬미에서 BTS까지, K팝(Pop)으로 보는 근대화 / 작은 밥상에 압축된 글로벌 경제와 비즈니스 / 프랑스의 위대한 문학이 영국 문화산업의 중심이 되다 / 약자는 절박함이, 강자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 로마의 멸망 원인을 둘러싼 일반화의 오류가 비롯된 배경
PART 4 생각의 틀을 깨는 통찰의 방식 초밥ㆍ디지털ㆍ김밥의 관건은 재고관리 / 고대 그리스와 헤겔의 시간, 철도산업과 시테크 / 개별화로 지식과 정보의 격차가 사라지고 있다 / 미디어로 세상을 읽는 비결, 책을 제대로 읽는 법 / 벤처와 스타트업의 성공비결은 철저한 운영 관리
에필로그_ 아버지와 어머니의 기록, 삶의 용기와 지혜를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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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평범한 순간을 기회로 만드는 통찰의 힘
프랑스 레스토랑과 순댓국밥집 요리가 발달하기 위한 2가지 조건: 국가 간의 교류가 많아지면 음식도 다양해집니다. 한류 분위기를 타고 우리나라 음식이 다른 나라에서도 인기라고 합니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요리가 발달한 나라로 프랑스ㆍ터키ㆍ인도ㆍ중국을 꼽습니다. 이런 나라들처럼 음식문화가 발달하려면 다음의 2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첫째는 귀족층의 형성입니다. 부모를 잘 만나서 평생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걱정 없이 오로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재미있게 살다가 인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존재해야 합니다. 미각이 극도로 발달한 이런 풍요로운 사람들이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내게 하는 수요자가 됩니다. 둘째로 지리적 조건입니다.
바다ㆍ강ㆍ평야ㆍ산간 등 다양한 지형에서 갖가지 재료와 양념이 조달되어야 합니다. 앞서 말한 세계 요리대국인 프랑스ㆍ터키ㆍ인도ㆍ중국은 역사적ㆍ지리적으로 모두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킵니다.
유럽의 지도를 보면 프랑스는 북해에서 지중해, 알프스에서 론강 유역 평야까지 다양한 지형과 기후에서 풍성한 식재료가 공급되어왔습니다. 로마시대에 ‘갈리아’로 불렸던 이 지역은 2천 년 전부터 스페인과 함께 풍요의 땅이자 유럽의 중심이었습니다. 역사적ㆍ지리적 조건을 충족한 프랑스는 일찍이 서양식 요리의 원형을 형성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프랑스를 위시한 서유럽이 세계질서를 주도하고 근대 문명의 근간을 형성하면서 프랑스 요리는 고급 요리의 대명사가 됩니다. 터키ㆍ인도ㆍ중국은 근대 세계사의 주류에서 탈락하면서 요리도 고급 이미지가 강하지 않습니다.
서민음식은 양평해장국과 백암순댓국: 조선시대 백정이 소, 돼지를 잡으면 보상으로 내장, 피 등 부산 물을 받았습니다. 고기는 양반들이 가져가고 백정들은 보상으로 받은 부산물을 평민들이 즐겨먹는 해장국이나 순댓국의 재료로 팔아서 생활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해장국이나 순댓국으로 유명한 지역은 조선시대 백정들이 모여 살던 곳과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양주 지역은 해장국이 유명한데, 조선 명종 시절의 대도적 임꺽정이 양주 사람으로 백정 출신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전형적인 서민음식인 해장 국과 순댓국은 20~30년 전만 해도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고기 국물과 건더기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수 있는 그야말로 저렴한 장터 음식이었습니다. 오늘날 체인점이 생기고 깨끗한 맛집들이 생겨나기는 했지만 지금도 순댓국은 기본적으로 서민음식입니다.
프랑스 레스토랑 셰프와 순댓국밥집 주방장: 우리나라에서도 격조 있는 프랑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은 셰프들의 우아한 꿈입니다. 반면 순댓국밥집은 아무래도 생계형 식당의 느낌입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A와 B라는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A는 프랑스의 유명한 요리학원인 르 꼬르동 블루에서 공부하고 귀국해서 프랑스 레스토랑을 차렸습니다. 격조 있는 분위기, 전통 프랑스 요리를 기반으로 나름대로 명성을 얻고 인정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요리 관련 잡지나 TV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는 셰프의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실제로 돈을 벌기는 어렵습니다. 워낙 재료비도 많이 들고 회전율도 낮은데다 다른 원가구조도 높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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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는 순댓국밥집을 차렸습니다. 하루 종일 냄새나는 돼지 내장을 손질하고, 반찬으로 내놓을 김치도 자주 담가야 합니다. 순댓국밥집의 특성상 아무래도 약간 소란스럽기 마련이고 격조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외양은 소박하지만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늘어나 돈을 법니다.
사업 관점에서 본다면 전자의 프랑스 레스토랑은 전형적인 외화내빈이고, 실속은 순댓국밥집입니다.
사업이란 본질적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돈을 버는 일입니다. 화려한 외양과 수익성의 확보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물론 누구든 돈을 잘 버는 프랑스 레스토랑을 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돈을 못버는 프랑스 레스토랑은 아무리 격조가 있어도 사업으로서는 실격입니다. 돈을 버는 순댓국밥집이 사업으로서 가치가 있습니다.
사업의 핵심은 외양이 아니라 실질적 수익성: 업종을 막론하고 사업이란 고객이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버는 것입니다. 아무리 외양이 훌륭해도 생존할 수 있는 수준의 돈을 벌지 못하는 사업은 무의미합니다. 사업이란 ‘생존’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시장’이라는 도로 위를 ‘이익’이라는 연료를 태우면서 달리는 자동차와 같습니다. 도로 위의 자동차들은 많고, 뒤처지면 연료가 바닥나 자동차는 멈춥니다. 이런 점에서 서울대학교 윤석철 명예교수의 ‘생존부등식’이 사업의 본질을 간단명료하게 나타냅니다. 사업의 생존부등식은 바로 ‘가치가 가격보다, 가격은 비용보다 높아야 한다(가치>가격>비용)’입니다. 즉 소비자는 가치가 가격보다 높아야 구매하고, 생산자는 비용보다 가격이 높아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가치, 가격, 비용의 연결구조는 역동적으로 변한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소비자가 인식하는 가치,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 생산자의 비용구조는 환경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동합니다. 이러한 역동성을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적응하는 과정이 바로 사업의 본질입니다. 사업의 외양에 현혹되지 않고 본질을 통찰할 수 있는 실질적 관점이 사업 성공의 알파이고 오메가입니다.
PART 2 모든 통찰은 사람에서 시작된다
박재동 화백과 스톡데일 장군의 합리적 낙관주의 가난한 동네 만화방집 아들인 박재동 화백: 1990년대 후반 어느 날, 동네 헌책방에서 우연히 박재동 화백의 『만화! 내사랑』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부산 전포동에서 만화방집 아들로 성장기를 보냈다고 써있더군요. 박 화백이 1950년대 초반생이니 1960년대 초중반에 초등학교를 다녔을 것입니다. 『만화!
내사랑』에는 울산에서 교사이셨던 아버지의 병환으로 먹고살 길이 없어 부산의 가난한 동네 전포동으로 이사해 만화방을 열어 2남 1녀를 키워낸 가정사가 오롯이 담겨 있었습니다. 물론 박 화백의 어린 시절 꿈과 상상력은 만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시대를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온 가정에서 갖추어온 자부심과 의연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언젠가 《조선일보》 주말판 ‘Why’에서 2013년 5월 『아버지의 일기장』을 출간한 박 화백의 인터뷰를 접했습니다. 『아버지의 일기장』은 1989년 별세하신 박 화백의 부친께서 남긴 수십 권의 일기장을 뒤늦게 읽고, 아버지의 일기 옆에 아들이 대답하는 식으로 엮어낸 책이라고 합니다. 존경받는 교사에서 한순간에 무일푼으로 전락해 만화방 주인이 되어 가족들을 거두어야 했던 부친의 애환과 함께 가장으 로서의 강인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견 신파적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저는 “만화가게 책꽂이 옆에 아버지가 써 붙여둔 글귀, ‘금전을 잃으면 손해다. 신용을 잃으면 큰 손해다. 용기를 잃으면 마지막이다’를 아버지의 신조라고 생각해왔습니다”라는 대목이 와 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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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을 이겨내는 힘, 스톡데일 패러독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부침을 겪게 마련입니다. 기업도 사람도 마찬가지로 위기를 겪습니다. 부침을 겪으면서 인생이 깊어지듯이, 위기를 극복하면서 조직이 강해지는 것은 고금의 진리이죠. 따라서 부침과 위기 자체보다도 부침과 위기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겸허한 자세로 현실을 직시하고 용기를 가지고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희망의 역설’,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생각해보겠습니다.
미국 해군의 제임스 스톡데일(1923~2005) 중령은 베트남 전쟁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임무 수행 중 적의 대공포에 피격되어 8년 동안 하노이 포로수용소에 수용되었습니다. 그는 20회 이상의 고문에도 동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으며 살아남았고, 1973년 포로 교환으로 석방되어 해군 중장으로 퇴역했습니다.
그는 포로수용소에서 막연한 낙관주의자가 가장 위험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불필요하게 상황을 낙관한 사람들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전에는 나갈 것이라고 믿다가, 크리스마스가 되니 부활절(4월)의 석방을 기대한다. 다시 추수감사절(11월)의 석방을 믿지만, 또다시 크리스마스를 맞고, 결국 반복되는 상실감에 지쳐 목숨을 잃었다. 꼭 살아나가겠다는 믿음을 갖는 것도 좋지만 매일 매일 당면한 가혹한 현실을 잊어버려선 안 된다.”
이후 사람들은 극한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합리적 낙관주의를 ‘스톡데일 패러독스(역설)’라고 부릅니다.
자기 확신이나 믿음도 중요하지만, 근거 없는 ‘정신 승리’는 오히려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엄혹한 현실이 닥치면 와르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로 『세계는 평평하다』를 쓴 토머스 프리드먼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소중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비관론자는 대체로 옳고, 낙관론자는 대체로 그르다. 그러나 대부분의 위대한 변화는 낙관론자가 이룬다.” 낙관주의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합리적 낙관주의만이 현실을 직시 하고 위기를 이겨내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새길 수 있어야 합니다.
PART 3 세상을 읽는 통찰의 순간들
작은 밥상에 압축된 글로벌 경제와 비즈니스 안동간고등어 신작로와 근대화: 안동간고등어는 염장한 고등어입니다. 바다가 없는 내륙인 경북 안동 에서 손질해 염장한 고등어가 특산물이 된 사연은 물류가 어려웠던 시절 산골에서 생선을 맛보기 위해서 생겨난 고육책이었습니다. 생선은 쉽게 상하기 때문에 유통되기 어려운 품목입니다.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에는 말린 생선만 유통되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외부침략을 우려해서 도로를 정비하지 않았습니다. 18세기 실학자인 박지원의 『북학의』 에 보면, 도로가 좁고 수레가 없어 물자가 이동하지 못해 백성이 곤궁하다는 대목이 여러 군데 발견됩 니다. 바닷가에서 태어난 여자아이는 쌀 한 말을 못 먹고 시집가고, 산골에서 태어난 여자아이는 고등어 열 마리도 못 먹고 시집간다고 했던 시절입니다.
100여 년 전인 일제강점기 초기, 신작로로 이름 붙여진 전국의 간선도로망이 정비되면서 안동간고등 어가 태동합니다. 경북 영덕항에서 고등어를 수레에 싣고 신작로를 달려와서 안동에 도착해 내장을 손질하고 소금에 절여서 안동 인근의 산간 지역으로 팔려나간 것이 유래입니다. 그나마 신작로 덕분에 산골에서 염장고등어를 맛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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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 선택이 아닌 운명: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겠다.” 1825년 프랑스의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이 『미식예찬』에서 쓴 유명한 문장입니다. 영어로 ‘You are what you eat’으로 번역되고 우리에게는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정도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당초 사바랭은 신분제 사회에서 먹는 음식을 보면 소속된 신분을 알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했 습니다. 당시 쇠고기는 귀족이나 부호들이나 먹을 수 있었고 치즈, 과일, 음료의 종류도 신분에 따라 달랐습니다. 신분제가 해제된 지금은 경제력과 기호에 따라 먹는 음식이 결정됩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도 사회경제적ㆍ역사적 배경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세기까지 태어난 사람의 90%는 태어난 지역의 100km를 벗어나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상인, 군인등 특수한 직업이 아니면 다른 지역을 방문할 필요도 없었고 또한 여행 자체가 돈이 많이 들고 위험했 습니다. 물자의 이동 또한 높은 비용이 들었습니다. 고대 세계부터 지중해 무역로로 동서양을 이어주는 실크로드 등이 있었지만 낮은 가격에 부피가 큰 식재료의 원거리 운송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밥상에는 살고 있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올라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일상 음식과 제사상 차림은 역사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과거 상품경제가 발달하지 않고 물류 망이 미비했던 시대에 밥상과 제사상은 직접 기른 식재료를 주종으로 하며 지역 장터에서 구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신토불이는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었던 시절입니다. 그러나 도로망이 확충되고 냉장물류망이 발달하면서 내륙에서 활어회도 즐기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식재료 국제무역 확산의 배경: 물자의 이동 거리가 멀수록 이동 비용은 높아지게 됩니다. 경제학의 국제교역이론 관점에서 보면, 교역은 두 지역 간의 가격 차이가 이동 비용과 일치하는 선까지 일어납니다. 더욱이 농수산물은 공산품과는 달리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고 값에 비해 부피가 커서 물류비가 높습니다. 그래서 말린 과일이나 말린 생선 정도를 제외하고는 농수산물 국제무역이 극히 제한되었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냉동ㆍ냉장기술이 발달해 신선유통 비용이 낮아지면서 농수산물 국제유통의 기술적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1970년대에는 소련산 보드카가 우리나라에 수입될 수 없었고, 우리나 라의 라면이 소련으로 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되고 전 세계가 글로벌 경제로 통합 되면서 공산품은 물론 농산품도 자유롭게 교역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밥상에 압축된 글로벌 경제: 오늘날 우리 밥상에 오른 음식들의 식재료에 지난 30여 년간 진행된 글로벌 경제가 압축되어 있습니다.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잡은 조기, 도미 등에서 요즘은 아프리카 세네갈의 갈치, 북유럽 노르웨이의 고등어로 확대되었습니다. 호주산 쇠고기, 미국산 밀가루와 중국산 참깨 등도 들어오며, 튀김용 올리브유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그리스에서 온 수입품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먹는 칠레산 포도, 브라질산 오렌지, 이란산 석류 등도 있습니다. 집에서 차리는 밥상뿐 아니라 식당에서도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되어 있어 식재료의 산지를 표시하는데, 유심히 살펴보면 그야말로 만국박람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농수산업도 경쟁의 범위가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과수업자의 경쟁 자는 국내 다른 과수업자뿐 아니라 지구 반대편 칠레의 과수업자로 확대되었고, 남해안 양식업자의 경쟁자는 중국뿐 아니라 북유럽 노르웨이의 연어와 고등어 양식업자로 확대되었습니다.
김치와 K푸드 입맛의 글로벌화: 우리나라가 10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수준이 되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다른 나라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식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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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수출이 늘어나고 외국에 있는 한식당에 외국인 손님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와인, 스위스의 치즈, 스페인의 올리브유 등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지듯이 우리나라의 김치와 된장, 간장도 고급 식재료와 음식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20세기 후반에 진행된 우리나라의 성공적 산업화와 글로벌 경제화가 맞물려 나타난 현상입니다.
글로벌 경제란 관념적 차원이 아니라 매일 대하는 밥상에서도 접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글로벌 디지털 시대에 글로벌 식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어서 몸을 유지하고, 글로벌 콘텐츠를 접하면서 지식을 확장시키는 시대입니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지 않은 편협하고 퇴행적인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대하는 자가당착을 보입니다. 시대에 걸맞은 시각과 역량을 갖추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로마의 멸망 원인을 둘러싼 일반화의 오류가 비롯된 배경 정교한 논리의 황당한 오류, 제논의 역설: ‘제논의 패러독스’라는 논리학 명제가 있습니다. 그리스의 철학자 제논은 “마라톤의 영웅인 아킬레우스와 거북이가 달리기를 해도 거북이가 아킬레우스보다 앞서서 출발하면 아킬레우스는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아킬레우스가 10km를 따라붙으면 거북이는 1m를 전진하고, 전자가 또 1m를 전진하면 후자는 10cm, 전자가 또 10cm를 따라 붙으면 후자는 1cm 전진하는 식으로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이것은 시간 변수를 감안하지 않아 생겨난 착각입니다. 아킬레우스와 거북이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달리기를 한다면, 언젠가는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추월합니다. 이 패러독스는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를 추월하기 직전까지로 한정한 것이 오류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요소를 감안하지 않았을 때는 제논의 패러독스처럼 아무리 미시적 논리가 정밀하더라도 비현실적인 결론이 도출됩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쥐는 몇 마리일까? 3일 이내에 알아보자”는 엉뚱한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정확한 해답은 없더라도 합리적 추론을 통해서 의사결정의 근거를 도출해야 하는 상황을 전제합니다. 접근방 법은 다양합니다. 우리나라를 도시ㆍ농촌ㆍ어촌 등 유형별로 나누어 샘플조사를 진행해서 추정하거나, 쥐를 먹이로 하는 고양이 숫자를 파악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탁월한 답은 “우리나 라에서 가장 큰 쥐약회사를 찾아가서, 그 회사가 상정하고 있는 쥐 마릿수를 알아오겠다”였습니다. 쥐에 대해서 평소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본다는 접근입니다. 비록 논리적 정교함은 부족할지라도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접근에서는 탁월합니다. 세상만사가 직간접으로 연관되어 있지만, 상호연관의 경중을 파악하고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통찰력입니다.
천년제국 로마가 멸망한 이유: 천년제국 로마(기원전 753~기원후 476)가 멸망한 이유로 여러 가지를 듭니다. 먼저 목욕을 좋아해서 호화로운 대규모 목욕탕을 만들어 즐겼기에 대량의 연료가 필요했던 것이 원인이 되었다는 견해입니다. 이 연료를 조달하기 위해 무리하게 산림을 벌채해 산림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농토가 황폐해져서 농민들의 생활이 곤란해지고 사회가 불안정해서 멸망했다는 시각입니다.
또는 납중독을 들기도 합니다. 로마의 도시는 수로를 통해 교외의 물을 공급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수도관이 납으로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로마의 귀족은 은식기, 평민은 납식기를 주로 사용했는데 여기서 납중독이 생겨났고, 로마인들의 체력과 정신력이 떨어져서 결국 패망했다는 분석입니다.
또 다른 이유를 들기도 합니다. 로마인들은 카이사르(기원전 100~ 기원전 44)에 이은 아우구스투스 (기원전 63~기원후 14)부터 200여 년간 서양역사상 전무후무한 제국의 평화, 즉 팍스 로마나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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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맞습니다. 이때 방탕하고 사치스러운 풍조가 유행하고 도덕적으로 타락해 결과적으로 패망에 이르 렀다는 주장입니다. 아울러 4세기 말엽에 흑해 연안에 살던 게르만 계통의 서고트족이 아시아에서 침입해온 훈족의 압박으로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200여 년 동안 연쇄적으로 게르만 계열 부족의 서진이 일어났고, 로마는 국경을 침범하는 게르만 부족들과의 전쟁으로 인해 멸망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기서 목욕탕론과 납중독론은 현상의 단면만 보고 무리하게 추론하고 판단하는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로마인들이 대형 목욕탕을 호화롭게 짓고 대규모로 연료를 소비한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하지만 땔감 사용을 멸망의 주요 원인으로 인과관계를 설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로마는 도로 인프라가 우수하고 시장경제가 발달했습니다. 브라타니아에서 시리아에 이르는 전 영역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체제여서 터키의 특산품이 프랑스, 영국에서 사용되는 것이 일상적이었습니다. 물론 국지적으로 연료 부족이 발생할 수는 있어도 체제가 멸망할 정도로 심각해지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또한 로마의 수도는 돌로 만든 물길을 따라 교외에서 시내까지 물을 끌어온 뒤 마지막 단계에서 납관을 통과하는 구조 였습니다. 수십 미터의 납관을 통과하는 동안 물이 납에 오염되기는 어렵습니다. 납으로 만든 식기가 문제였다고 하는데, 로마가 멸망한 이후에도 납식기는 오랫동안 사용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방탕하고 사치스러운 풍조는 주로 기독교 계통의 시각입니다. 로마제국의 변방인 유대지방에서 태동해 수도인 로마로 진출해 세계성을 확보하고 로마제국의 쇠퇴기에 세력을 확대한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도덕적 타락을 강조해 자신들 종교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은 당연합니다. 물론 어떤 나라든 말기에 이르면 여러 가지로 흐트러지게 마련이고 로마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기독교 전성기였던 중세 후반과 르네상스 초반 교회의 타락은 로마 못지않았습니다. 결혼이 금지된 성직자의 고위직에 있는 교황과 추기경, 주교들이 공공연하게 사실혼 관계에 있고 자식들에게 막대한 재산을 상속하기까지 합니다.
게르만족의 이동은 중요한 원인입니다. 연쇄적인 이동이 로마 국경을 압박하고, 군사적 충돌이 빈번해 지면서 로마는 급격히 약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군사적 긴장은 로마에 일상적이었습니다. 융성기에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겠지만 쇠퇴기에는 무리였던 것이죠. 역사적으로 외침에 의해서 망하는 국가는 기실 이미 내부적으로 약화되고 있었던 상황에 외침이 겹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에 거론된 원인들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고, 더 많은 이유를 들 수도 있습니다. 결국 대제국 로마가 멸망한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라 여러 요인이 복합된 결과이겠죠. 하지만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 하는 요인은 입장과 관점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수십 가지, 수백 가지가 모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이유를 추출해내는 것이 학문이자 과학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관점과 세계관의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의 멸망은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오랜 기간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고 볼 수 있다. 흡사 우리가 병에 걸리면 서서히 면역력이 떨어지고 증상이 천천히 나타나는 것과 같다. 분명한 것은 멸망 원인이 한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어떤 나라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변화를 늘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알게 해주는 것일지 모른다”라고 정리합니다.
‘이해관계의 사슬’에서는 입장을 파악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주관적으로 보는 오류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일부의 사실을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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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확대하는 ‘일반화의 오류’와 ‘이해관계의 사슬’에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화의 오류는 앞에서 설명했습니다. 이해관계의 사슬은 자기 이익의 입장에서 세상을 해석하기 때문에 생겨납니다.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정연한 논리를 세워서 정당성을 역설하지만, 결국 핵심은 이해관계에 있습니다. 자신과 무관한 사안에 대해서는 비교적 객관적으로 냉정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막상 자신의 이익이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이익을 대변합니다. 세상에 똑똑한 사람은 많지만 용기 있는 사람은 드물고, 나아가 자신의 이해관계에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없습니다.
인간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는 이런 속성을 강하게 가집니다. 다른 존재를 위하는 이타적인 성향도 인간을 비롯한 다른 동식물에서 나타나지만, 이 역시 집단 전체의 생존에 이익이 되는 방향의 진화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기심의 극복이 개인 차원에서는 예외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으나, 집단 차원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이해관계에 비교적 담담하던 사람들도 집단이 되면 달라지는 이유는 개인과 집단의 이기심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소위 종교단체들이 이익을 취하기 위해 벌이는 이전투구가 세속의 이익단체를 능가함을 자주 경험합니다.
결국 개인과 조직의 역학관계를 이해하는 핵심은 대의명분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핵심입니다. 논리는 입장에 종속되고, 입장에 따라 논리가 만들어집니다. 유리하면 정의이고, 불리하면 불의입니다. 같은 남녀관계라도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야기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거창한 명분은 통상 거대한 이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논리보다 이해관계를 파악해야 본질이 보이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세상살이의 기본은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객관성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실관계의 파악도 쉽지는 않지만, 원인과 결과의 인간관계는 그야말로 이해관계의 틀 속에서는 파악하기도 어렵고, 설사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왜곡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세상을 대할 때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 이해관계의 사슬에서 벗어나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자세를 기본으로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PART 4 생각의 틀을 깨는 통찰의 방식
미디어로 세상을 읽는 비결, 책을 제대로 읽는 법매일 새로운 것을 머리에게 꾸역꾸역 먹인다: 『빠빠라기』는 남태평양 사모아섬의 추장인 투이아비가 20세기 초 유럽을 여행하고, 보고 느낀 바를 연설문 형식으로 기록한 것을 독일인 에리히 쇼이어만이 정리해 출간한 책입니다. 다음은 『빠빠라기』에서 신문에 관해 말한 부분입니다.
“그 한 장 한 장에 꽉 차게 글자가 박혀 있다. 뭉치로 된 종이이며 빠빠라기가 부르는 이름으로 말한 다면 신문이다. 아침마다 밤마다 이 종이 사이에 머리를 처박고서는 거기에 있는 새로운 것들을 머리에 꾸역꾸역 먹인다. (…) 모든 빠빠라기가 똑같은 짓을 한다. 그들은 유럽의 대추장이나 연설가들이 후노오(축제)에서 무엇을 지껄였을까를 읽는다. 또한 아주 시시하게 생각되는 일들까지 시시콜콜 쓰여 있다. (…) 너는 조용히 거적 위에 누워 있기만 해도 뭉치로 된 종이가 뭐든지 대신 지껄여준다. 이것은 매우 근사하고 유쾌한 일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속임수일 뿐이다.”
1920년 출간된 이 책은 1970년대부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자연인의 순수한 시각으로 본 현대 문명 비판서로, 특히 환경론자들의 바이블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모아섬의 추장 투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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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아닌 엮은이인 에리히 쇼이어만이 1914년 사모아섬의 방문 경험을 토대로 창작한 내용으로 밝혀 졌습니다. 어쨌든 현대 문명에 대한 촌철살인의 풍자가 흥미롭습니다. 신문을 매일 읽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도 생생합니다.
신문이라는 도구로 세상을 읽는 법: 신문으로 세상을 읽는 가장 극적인 사례로 일본 이토추상사의 세지마 류조가 1973년 석유파동을 정확히 예측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세지마 류조는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 육사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태평양전쟁에 참전합니다. 당시 일본군 총사령부인 대본영과 관동군 사령부에 근무하다가 1945년 소련군에서 붙잡혀 11년간 포로생활을 하다가 1956년 귀국합니다. 귀국 후 11년간의 공백을 메울 방법을 생각하던 끝에 그는 2년간 도서관에 나가 지난 11년간의 신문을 광고까지 구석구석 보면서, 현실감각을 살리고 사회 흐름을 따라잡았습니다. 그리고 1958 년 그는 당시 군소 섬유업체인 이토추상사에 입사했습니다.
1973년 기획담당 임원이었던 그는 아랍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고조되는 징후를 발견했습니다. 이후 신문에 보도된 아랍 관련 기사들을 꼼꼼히 스크랩하면서 동향을 분석했고, 아랍 산유국들이 이스라엘에 대해 기습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최근의 국제정세 분석: 중동 전쟁 재발 및 석유가격 폭등 가능성」이라는 보고서를 만들어 임원회의에서 보고하고 극비리에 석유를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1973년 10월에 제4차 중동전쟁이 터지고 석유 가격이 4배 이상으로 폭등하면서 이토추상사는 큰 수익을 올리고 일본 굴지의 종합상사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1989년 증권회사에서 직장생활을 갓 시작했을 때, 경제동향과 자금사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습 니다. 그래서 틈틈이 경제원론, 국제금융, 화폐금융 관련 책을 찾아 읽곤 했습니다. 그런데 직장 선배가 경제 서적 수십 권을 읽는 것보다 경제신문을 1년 동안 꼼꼼히 읽는 것이 더 낫다고 조언해 주었습 니다. 콘텐츠가 흘러넘치는 세상에서 책은 지나간 내용들이고, 신문은 생생한 날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신문을 보면서 특정 부분에 관심이 생기면 책을 보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저는 이때부터 경제신문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의 콘텐츠를 DB로 만들기: 좋은 신문을 매일 체계적으로 읽는 것은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1990 년대 초반 제가 경제연구소에 근무할 때 하루 일과의 시작은 신문 스크랩이었습니다. 중요한 내용을 정리해서 스크랩해 DB로 활용하는 것이죠. 그후 PC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신문기사를 비롯한 정보를 웹에서 접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2007년부터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나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보다 손쉽게 풍부한 정보를 접하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더욱이 정보를 개인적으로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분류할 수 있는 다양한 앱과 서비스들이 있어서 약간의 노력으로 인터넷에 있는 방대한 정보를 갈무리해 유용한 개인 DB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의 활용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기초체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의 책장을 DB로 만드는 법: 20대까지의 성장기에 책은 많이 읽을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30대부터인 활동기에는 다릅니다. 나름대로의 전문 분야가 생겨나고 자신의 관점이 중요해지는 반면, 소화해야 할분량은 많고 시간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소화하고 다시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이 성장기의 취미가 아니라 활동기의 경쟁력이 됩니다.
저는 10여 년 전 효과적 책 읽기의 아이디어를 공병호의 『핵심만 골라 읽는 실용독서의 기술』에서 얻었습니다. 제가 얻은 핵심 아이디어는 ‘접어서 읽는다’, ‘골라서 읽는다’, ‘아끼지 않는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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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방법은 책을 접어서 읽는 것입니다. 책을 읽다가 중요하거나 기억하고 싶은 구절은 밑줄을 치거나 메모를 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필요해서 다시 찾으려면 한참을 찾아야 합니다. 접어서 읽으면 이문제가 해결됩니다. 밑줄 치고, 메모하고, 접는 겁니다. 이렇게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나중에 찾을 때는 접은 부분만 손쉽게 펴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책을 접어서 읽으면 DB가 됩니다.
두 번째 방법은 골라서 읽는 것입니다. 책을 사면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읽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대충 읽습니다. 또한 읽다가 내용이 형편없으면 가차없이 내려놓아야 합니다. 책값이 아깝다고 계속 읽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책값보다 시간이 소중합니다.
세 번째 방법은 아끼지 않는 것입니다. 책이 귀한 시절에는 책을 아꼈습니다. 그러나 이제 책은 철저한 소모품이자 일회용품에 가깝습니다. 만들기도 쉽고 값싸니 사용하고 버리는 물건입니다. 읽은 후책장에 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버립니다. 주기적으로 책장을 정리하고 DB로 가치가 있는 책만 남겨둡니다.
지식혁명과 개별화의 시대에 개인 차원의 역량계발도 중요하며, 전문가로서 계속 역량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정보의 습득과 재사용의 도구가 필요합니다. 물론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나름대로 터득한 방법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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