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신기술을 배운다.
바이오마이메틱스(생체모방공학) 전3권 중 제1권
편저: 윤실
우주가 생겨난 때는 150억 년 전이고, 태양과 지구가 탄생한 것은 45억 년쯤
전이다. 그리고 이 지상에 최초의 생명체가 나타난 시기는 약 35억 년 전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때부터 진화에 의한 생명의 다양한 창조가 시작되었다. 진화의 역사는
생명 창조의 역사였다. 수십 억년에 걸친 시행착오와 선택을 통한 자연의 창조는
너무나 놀라운 능력을 가진 변화무쌍한 생명체를 탄생시켰다.
컴퓨터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자 이 세상에 연구할 대상이라고는 전자라든가
컴퓨터, 정보통신, 멀티미디어 같은 분야뿐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과학은 컴퓨터나 전자 부문에서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가 그와 나란히
서로 상보하면서 복잡한 관계를 갖고 나란히 발전하고 있다.
생명과학도 물리학, 화학, 전자과학 등의 분야와 결합하여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생물물리학, 생화학, 유전자공학, 생체공학(bionics, biomechanics) 등의 분야는
일상어의 하나가 되었다. 이런 복합 생물학 가운데 생물물리학은 특히 많은 관심을
끄는 첨단 분야이다.
만일 누군가 세포핵 속의 DNA에서 일어나는 분자와 원자들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거나, 혈액 속에서 진행되는 혈액 호르몬을 물리학적으로 조사하거나, 신경 속을
오가는 전기신호에 대해 밝히려 하거나, 생체에 미치는 방사선의 영향을 파악하려
하거나, 인간의 손이 얼마나 멋지게 설계된 운동기계인지 알아보려 하거나, 식물의
잎에서 일어나는 탄소동화작용의 물리적 현상을 밝히려 한다면, 그러한 연구는 모두
생물물리학 분야가 된다.
생물물리학 가운데 요즘 와서 특별히 관심을 끌면서 그 연구열을 높여 가는 분야가
있다. 그것은 30억 년이란 길고 긴 진화의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생물체로부터 인류
생존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과 지혜를 배우려 하는 바이오마이메틱스(biomimetics)
즉 '생체모방공학'이다.
텔레비전에 동식물의 신비에 대한 프로가 자주 방영되면서 자연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아주 높아졌다. 인류는 역사 이래 끊임없이 자연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왔다.
사실 우리는 보잘것없는 동식물로부터 놀라운 지혜를 배우고 또 그들의 성질을 적절히
이용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란
지극히 적을 뿐이다. 이 책에서는 첨단기술시대를 사는 인류가 세상의 수만 가지
생물에게서 어떤 것을 배우고 흉내내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해 흥미로운 내용들을 찾아
소개했다. 우리가 평소 무관심했던 적은 박테리아,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가 가진
신비가 인류의 미래 재산으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새롭게 인식하면서,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발견해야 할 더 많은 것들을 독자와 함께 찾기를 희망한다.
편저자 윤실
제1장 자연에는 배울 것이 많다.
생물체의 지혜를 모방하는 신기술 바이오마이메틱스
인간이 다른 생물로부터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려고 시도한 것은 퍽 오래
일이다. 하늘을 새처럼 날기 위해 새의 날개 모양으로 만든 인공날개를 달아
날아보려고 했던 것도 벌써 수백 년 전의 일이다. 벼, 강아지풀, 대 등의 화분과
식물은 줄기 속이 비어 있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그 줄기는 약한 바람에도 쉽게
꺾이고 말 것이다. 철봉이나 지주로 쓰는 쇠파이프는 풀줄기처럼 속이 비어 있다.
이것은 바로 화분과 식물의 줄기에서 배운 지혜이다.
물 속을 물고기처럼 헤엄쳐 다니는 잠수부들은 오리발을 모방하여 만든 물갈퀴를 잘
이용하고 있다. 또 카메라는 사람의 눈과 그대로 닮았다. 가방이나 점퍼를 여닫는
지퍼는 깍지낀 손가락을 흉내낸 것이다.
지구가 탄생한 시간과 인류가 땅위에 나타났던 때를 서로 비교해 보면 인간의
역사란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지구상에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한 것은 약 35억 년
전의 일이지만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겨우 500 만 년 정도로 알고 있다.
35억 년이란 긴 세월 동안, 원시의 생물은 진화의 장점에 있는 인간이라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존재까지 탄생시켜 왔다. 이러한 진화의 과정에서 생물은 살아가기에
적합한 형태와 재료와 기능을 끊임없이 선택했다.
동식물의 체내에서는 지상의 어떤 화학공장보다도 복잡한 화학반응이 효과적으로
일어나 온갖 물질이 생성 소멸되고 있다. 또한 동물들은 각종 감각기관과 뇌와 신경
시스템을 발전시켜 환경 변화를 감각하고 그에 반응하며 서로 통신하고 있다. 인간의
두뇌는 오늘날의 어떤 컴퓨터보다 우수하다. 두뇌의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하여 그
지식을 전자공학에서 응용한다면 우리는 보다 작고 가벼우면서도 그 성능이 지금보다
몇 갑절 우수한 인공지능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식물은 뿌리에서 끌어들인 물과 몇 가지 무기염류만 가지고 태양 빛을 받아 뭇
동물의 식량이 되는 갖가지 유기물들을 만들고 있다. 우리가 광합성의 메커니즘을
완전히 알기만 한다면 인류는 식량생산이라는 난제를 영원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놀랍고 신비스러운 것은,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식량생산과 관련된 여러 화학반응이란
뜨거운 열이나 높은 압력을 필요치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그 신비를 알기만 한다면
오늘날의 모든 화학공장은 전혀 새로운 모습이 될 것이며, 인류를 공해로부터 완전히
해방시켜 줄 것이다.
인간의 몸 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종류의 화학적 현상도 그렇다. 예를 들면 각종
소화효소와 호르몬, 비타민 등을 만들고, 영양분을 분해시켜 에너지를 얻는 등의
과정을 보면, 첨단 과학이 엄두도 못 낼 만큼 신비스런 화학공장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소리를 듣는 귀를 비롯한 눈, 코, 맛을 아는 미각기관 등의 감각기관을
보면 그 또한 신비롭기만 하다. 우리를 더 놀라게 하는 것은, 사람보다 몇 갑절 발달된
감각기관을 다른 동물들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가 지닌 후각, 박쥐의 청각, 멀리
바라보는 새들의 눈, 적외선이나 자외선까지 보는 곤충의 눈 따위가 그렇다.
우리 몸의 중심 위치에서 평생을 두고 한 차례도 쉬는 일 없이 혈액을 펌프질하는
심장이라는 운동기관은 어떤가? 알고 보면 이 세상 어떤 동력기관보다 훌륭한 에너지
효율을 가진, 그러면서 여간해서 피로하지도 않고 고장나는 일조차 드문 최고 성능의
기계이다.
이러한 장치나 기구는 움직일 줄 모르는 식물에서도 볼 수 있다. 그 한 예는 식물의
잎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합성 작용에 의한 식량생산이다. 인류의 과학기술이 식물의
잎이 가진 식량생산공장을 모방하자면 아직도 얼마나 않은 세월이 흘러야 할지
모른다.
지구상에는 수백만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 그들은 모두가 서로 다른 특징과
신비를 숨기고 있다. 지구라는 천체는 생물 진화의 거대한 실험실이었으며, 이
실험실은 35억 년 이상 운영 발전되어 온 것이다. 그 사이에 태어난 수백만 종의
동식물이 저마다 가진 신비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다.
생명체가 만드는 신비로운 물질, 행동, 구조 등 모든 것에 대해 연구하여, 그와 닮게
하려고 하는 새로운 과학 분야를 '바이오마이메틱스(Biomimetics)'라 한다. 바이오란
생명체를 뜻하고 마이메틱스는 모방과학을 의미한다.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생체모방공학'이라 부를 수 있겠다. 오늘날 바이오마이메틱스는 재료공학자,
분자생물학자, 생화학자, 그래픽 디자이너, 심지어 수학자에 이르기까지 깊은 관심을
끌고 있으며, 이 분야의 연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어쩌면 미래는
생체모방공학시대라는 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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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모방공학의 히트 상품 '벨크로' 접착포
자연의 구조로부터 배운 아이디어로 상품을 만들어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발명품
가운데 '벨크로'(Velcro)라는 접착포만큼 유명한 것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들에 자라는
'도꼬마리'나 '가시뽕나무'의 가시가 가득한 둥근 열매는 잠시만 슬쩍 스쳐도 사람
옷에 붙으며, 일단 매달린 것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산야의 풀숲을 다니다 보면
바지나 소매에 잘 달라붙는 이런 종류의 식물 열매가 여러 가지 있다.
1940 년대 초에 스위스의 엔지니어인 게오르그 드 메스트랄(George de Mestral,
1990 년 별세)은 도꼬마리 열매의 갈고리가 왜 옷이나 동물들의 털에 잘 붙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미경으로 그 구조를 관찰했다. 그 결과 갈고리의 끝 구조가 아주
교묘하게 꼬부라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 1950 년대에 나일론을 재료로 하여 지금의 벨크로를
발명했다. 벨크로는 나오자마자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며 만능 접착포(fastener)로
이용되어, 아기 기저귀를 간단히 붙이는 것에서부터 신발끈 대용에 이르기까지 온갖
곳에 쓰이기 시작했다. '벨크로'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벨벳'과 '갈고리'를 의미하는
velour와 crochet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벨크로는 서로 떨어질 때 '쩍' 하는 특유의 소리가 나기 때문에 '쩍쩍이'라고도
부른다. 벨크로가 그토록 단단한 접착력을 내는 것은 양쪽이 잘 접착되도록 한쪽은
둥근 고리로, 다른 한쪽은 끝이 휜 갈고리로 만든 때문에 이 벨크로는 미묘한 구조를
하고 있다. 사방 5cm의 벨크로에는 고리와 갈고리가 각 3,000개쯤 있다. 이들을 서로
붙이면 모든 고리와 갈고리가 다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중 3분의 1정도만 걸린다.
그러나 이만큼만 접착해도 체중 80kg인 사람을 벽에 붙여둘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는다.
벨크로의 접착력은 수직으로 떼어낼 때보다 옆쪽으로 미끄러지게 할 때 더 큰 힘을
낸다. 서로 마주한 상태에서 수직으로 떼어낼 때 벨크로는 사방 1인치당 약 9kg의
힘을 내지만, 미끄러지게 하면 약 20kg의 힘을 가진다. 오늘날 이 벨크로는 미국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 있는 벨크로 그룹사에서 독점생산하여 팔고 있다.
* 사진 1
사진설명: 도꼬마리 씨의 모습과 벨크로의 전자현미경 사진. 접착력은 당기는
방향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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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모방공학 연구는 이제 시작이다.
미국 데이턴 대학의 과학자 스태픈 건더슨은 지난 1994 년부터 딱정벌레의 껍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딱정벌레들은 자기 몸에서 생산되는 당분과 단백질을 재료로
딱딱한 껍질을 만들어 그것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 그들은 중요한 날개를 바로 그
껍질 아래에 접어 넣어 보호하고 있다. 건더슨이 호기심을 갖는 것은, 그들의 껍질이
인간이 공장에서 제조한 물질과 비교했을 때 그 어떤 것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단단하며 여간 해서 상처를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딱정벌레의 껍질에 대한
생체모방공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런 꿈을 갖고 있다. 만일 딱정벌레 껍질로
비행기 날개와 동체를 만든다면, 대단히 가볍고 단단할 것이다.
* 사진 2
사진설명: 풍뎅이 껍질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사진.
프린스턴 대학의 일한 악세이와 워싱턴 대학의 메멧 사리카야 두 과학자는 공동으로
해저 바위에 붙어사는 전복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그것은 전복이 바닷물 속의 석회
성분을 이용하여, 사람이 제조한 어떤 세라믹(사기 종류)보다 2배 이상 강한 껍데기를
만들어 자기의 몸을 둘러싸게 하는 것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세계에는 이런 식으로 생물체들이 만드는 물질의 제조 과정에 대해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쥐의 이빨도 그러한 연구 대상 중의 하나이다. 쥐는 그 이빨이
어찌나 단단한지 철선을 비롯하여 호두 껍질, 코코넛 껍질 등 무엇을 깨물어도 다치는
일이 없다. 쥐의 이빨은 성분이 무엇이며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지 궁금하다.
코뿔소는 때때로 그 억센 뿔을 무기로 하여 서로 싸우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섬유질로 된 뿔은 상처를 입어 깨어져 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상처 입은 뿔 부분은 곧
재생되어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된다. 이것은 마치 자동차가 접촉 사고를 내어 차체가
찌그러지고 찢겨져 나갔다가 얼마 후 저절로 본래의 모습으로 깨끗이 수선되는 것과
다름없다.
* 사진 3
사진설명: 코뿔소의 뿔은 깨어져 나가더라도 재생된다. 왼쪽 사진은 코뿔소 뿔의
전자현미경 구조이다.
그 밖에도 무거운 체중을 떠받치면서도 땅 위를 달려도 부서지지 않는 말의 발굽을
만드는 물질이라든가, 코끼리의 상아, 단단하면서도 칼날처럼 날카로운 쥐의 이빨,
그리고 곤충의 몸을 싸고 있는 단단한 껍데기의 구성 물질들도 신비의 대상이다.
어떤 과학자는 바퀴벌레의 껍질 성분에 대해서 연구한다. 바퀴벌레의 껍질은 석유나
휘발유가 닿아도 변질되지 않는 '레실린'이라 불리는 단백질 성분으로 되어 있으며,
탄력성이 아주 좋다. 그래서 레실린으로 장갑을 만든다면, 기름을 늘 만져야 하는 기계
정비사들이나 그러한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손결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보호해 줄
것이다.
생물체가 가진 또 하나의 신비한 물질은 이빨이다. 이빨은 도자기를 닮은
성분이지만, 도자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단단하여 좀처럼 깨지지 않는다.
애리조나 대학의 신소재 과학자인 폴 칼버트는 '산화티타늄'으로 이빨처럼 단단한
신소재를 개발하려 한다.
이러한 여러 과학과 기술의 꿈은 정말 '사이피'(scifi: 공상과학 소설을 의미하는
영어인 사이언스 픽션을 줄인 말)한 이야기지만 꼭 이루어질 것이다. 생물체들은
화학자들이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는 그 숱한 신비한 생체내의 합성 기술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 과학자들은 "수십억 년에 이르는 긴 진화 기간
동안에 한 단계 한 단계 발전된 방법이다."라고 말하고 있을 뿐 구체적 과정은 알
길이 없다.
생물체들이 제조하는 신비의 물질들은 두 가지 점에서 과학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첫째는 생물들은 크고 복잡한 공장 설비 없이 아주 간단하게 인간이 만든
어떤 합성체보다 훌륭한 물질을 만든다는 것이고, 둘째는 생물체는 공해 없이 물질을
생산하고, 생성된 물질 역시 공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케블러'라는 강한 합성섬유를 공장에서 제조할 때는 많은 양의 펄펄 끓는
황산을 넣어야 하고, 높은 열과 압력을 주면서 까다로운 공정을 거치게 된다. 케블러를
만드는 데 이용되는 황산 따위는 조금만 잘못 취급해도 위험하며, 그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거미를 보면, 그 작은 몸집 속에서 아무런 특별한 약물이나 온도, 압력
따위의 조건 없이 단지 물과 단백질만으로 실을 자아낸다. 이러한 장면은 누에가
비단의 원료가 되는 명주실을 뽑아 낼 때도 볼 수 있다.
누에가 뿜어낸 명주실이나 거미의 줄은 공해를 일으키는 일이 절대없다. 생물들은
중금속이나 산업폐기물을 배출하지 않으며 또한 아무런 소음도 없이 이 물질을
제조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생산한 물질은 땅에 떨어지면 곧 썩어 어떤 공해도
남기지 않고 분해된다.
생물체들은 아주 단순한 재료로 여러 가지 물질을 만든다. 그 원료가 되는 것은
당분, 단백질, 무기염류 그리고 여기에 물이 추가될 뿐이다. 생물들은 이러한 것을
재료로 목재, 뼈, 이빨, 곤충의 외부 껍질(큐티클), 조개나 전복 껍데기 등 무엇이나
만들고 있다.
사리카야 박사는 조개 껍데기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 보고 그 축조 기술에
감탄했다. 조개껍데기는 탄산칼슘 분자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 벽돌이 무수히 쌓인
것이었으며, 벽돌과 벽돌 사이에는 특별한 단백질 성분이 들어가 마치 시멘트처럼
서로를 단단히 결합시키고 있다. 벽돌과 벽돌을 접착하고 있는 시멘트의 두께는 10
만분의 1mm에 불과했다.
최근 사리카야는 '보론 카바이드'라는 물질을 벽돌로 하고, 알루미늄을 시멘트로
하여 조개껍데기처럼 결합시키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나온 어떤 세라믹보다 훨씬
단단한 새로운 물질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육군에서는 이 물질을 이용해 가장
단단한 탱크를 생산하려 한다. 생물로부터 배운 귀중한 지식을 전쟁무기 제조에
이용하게 되어 유감이긴 하나, 아무튼 이것도 생체모방공학의 발달이 가져온 작은
수확의 하나이다.
바이오마이메틱스 연구는 사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시점에 있다. 그러나 머지
않아 생체모방공학 방식으로 제조되는 새로운 물질에 대한 수많은 특허가 쏟아져
나오리라 믿는다.
* 사진 4
사진설명: 콜라겐이라는 칼슘 성분으로 된 섬유상의 쥐이빨은 너무나 단단하다.
* 사진 5
사진설명: 조개껍데기를 이루고 있는 탄산칼슘으로 된 단단한 벽돌 사이에는 특별한
접착제가 들어가 시멘트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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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보다 질기고 강한 섬유가 자연에는 있다.
폭 넓은 강 양쪽에 아름답게 드리워진 현수교는 강력한 강철 케이블에 매달려 있다.
금속 가운데 가장 강한 것이 강철이다. 물론 강철보다 더 강력한 첨단 소재가 나오고
있지만 생산비가 너무 먹혀 경제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자연에는 강철을 능가하는 재료가 있다. 지나가는 벌레가 들러붙도록 쳐놓은
거미줄은 강철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그 장력이 5배나 강하다. 거미는 꽁무니에 있는
여러 개의 거미줄 샘으로부터 줄을 쏟아 내는데, 각 샘에서 생산되는 줄의 화학
성분이 각각 다르다. 예를 들어 바깥 부분 샘에서 나오는 거미줄은 강하면서 탄력이
적고, 반면에 안쪽 샘의 거미줄은 끈끈하면서 탄성이 강하다.
이른 아침 야외에 나갔다가 풀잎 사이에 얼기설기 쳐진 가냘픈 거미줄에 이슬이
조롱조롱 맺혀 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저토록 연약해 보이는 거미줄에 어쩌면 그토록
많은 물방울이 매달려 있어도 끊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공적으로 거미줄을 합성해서 뽑아낼 수 있게 된다면, 가장 먼저 이용될 용도의
하나가 찢어지지 않는 낙하산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낙하산 안전 사고를 아주
줄일 수 있게 된다. 또 한 가지는 현수교를 세울 때 다리를 떠받치는 강철 대신
거미줄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이다. 거미줄 케이블은 가벼우면서 더 질기기 때문에
건설 작업을 훨씬 쉽게 하는 동시에 다리의 안전성도 높여 줄 것이다.
워싱턴 대학의 크리스토퍼 바이니 교수는 거미들의 물에 잘 녹는 단백질을 재료로
해서, 어떻게 물에 녹지 않으면서도 질긴 거미줄을 만들까 하는 문제를 풀어보려 하고
있다. 또 거미줄은 나일론보다 잘 늘어나고, 총알을 막아 주는 방탄복 등의 원료가
되는 강력 인조섬유인 '케블러'라는 물질보다 더 가볍고 튼튼하다.
* 사진 6
사진설명: 거미줄은 케블러라는 초강력 인조섬유보다 강하다. 사진은 거미줄을
전자현미경으로 본 것이다.
과학자들의 이런 거미줄의 신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무척 오래 된 일이다.
근래 들어 거미가 숨기고 있는 신비가 극히 조금 밝혀졌다. 즉 거미의 원료가 되는
액체 성분이 시계 문자판 글씨나 노트북 컴퓨터의 모니터를 빛나게 하는 '액정'(즙 액,
빛날 정)이라는 물질과 비슷한 결정 구조라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인공거미줄을
합성할 수 있기까지는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 것인지 모른다.
인류가 수천 년 전부터 이용해 온 섬유인 명주실도 거미줄과 비슷하다. 그것은
누에가 번데기 상태로 안전하게 겨울을 지내기 위해 만드는 집(고치)의 재료인
가늘고도 질긴 섬유이다. 누에의 실은 그 주성분이 단백질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그
제조법을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한 마리의 누에는 놀랍게도 3,000--4,000m의
명주실을 낸다.
아프리카에 사는 명주개미(weaver ant, tree ant)는 나뭇잎을 서로 붙여 집을
만든다. 이때 그들의 잎의 주택을 단단히 엮는 데 쓰는 끈이 거미줄 같은
천연섬유이다. 그런데 그들의 건축용 섬유는 어미가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유충의
꽁무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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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개비를 바위에 붙이는 자연의 초강력 접착제
물건과 물건을 서로 단단히 붙여 두는 물질을 풀 또는 접착제라 한다. 과거에는
전분풀과 아교풀 등의 대표적인 자연 접착제였다. 오늘날엔 수천 종의 다양한 화학
접착제가 개발되어 편리하게 쓰이고 있다. 사회적 말썽이 되는 본드에서부터, 책을
엮을 때 쓰는 접착제, 유명한 3M사의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프레이 접착제와
노란 종이의 포스트잇, 그리고 실수로 손가락이 둘러붙어 쩔쩔 매도록 했던
순간접착제 등이 모두 이름난 합성 접착제들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접착제는 보잘것없는 바다의 동물인 따개비가 바위에
붙으면서 만들어 내는 풀이다. 거센 파도가 밀어닥치는 해변 바위 표면에는 따개비가
빈틈없이 다닥다닥 붙어산다. 따개비는 마치 조그마한 흰색의 분화구가 수없이 붙어
있는 형상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따개비를 조개나 소라 또는 굴의 사촌쯤 되는
생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오히려 새우나 게에 가까운 종류이다.
바닷가의 따개비에도 종류가 많이 전세계에는 1,000종 가까이 살고 있다. 이들은
서로 크기와 모양과 색채가 가지가지이다. 또 종류에 따라 살아가는 장소와 생활습성
역시 다르다. 어른이 된 따개비는 모두 석회질 성분으로 된 집을 지어 그 속에 산다.
그러나 처음에는 작은 알로 태어나고, 그 알에서 깨어나면 조그마한 벌레 모습으로
된다. 이 때의 어린 애벌레는 자기보다 더 작은 단세포 식물이나 동물을 잡아먹으며
자란다. 얼마 후 애벌레의 몸뚱이 둘레에 타원형의 껍질이 생겨나면, 그때부터
애벌레는 먹지도 않고 어딘가 붙어서 살아갈 장소를 찾는다. 바위도 좋고, 큰 군함
뱃바닥이나 고래의 등이라도 좋다.
조그마한 껍질을 가지게 된 애벌레는 촉수를 내밀어 자기 몸을 붙여 둘 만한 물체를
찾는다. 물위에 떠다니는 빈병이나 나무조각, 거북의 등딱지 등 아무 데라도 좋다.
어딘가 자리를 잡으면 이번에는 몸체를 그 물체에 풀로 단단히 붙여 버린다. 그때부터
따개비는 자기의 몸 둘레에 단단한 석회석 집을 끊임없이 증축한다. 따개비가 해수
속의 칼슘을 원료로 하여 그토록 멋지고 아름다운 껍데기를 정교한 모양으로 증축해
가는 기술은 그 자체부터 연구해야 할 신비이다. 이러한 최고의 건축기술과
석회합성기술은 소라, 조개, 전복, 산호 등의 여러 바다동물이 모두 가지고 있다.
따개비는 바위에 너무 단단히 붙어 있다. 파도가 아무리 강하게 두들겨도 떨어지는
일이 없다. 이것은 따개비가 살아 남는 데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만일 쉽게
바위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다면, 당장 파도에 밀려 바닷가 모래 언덕 위로 내던져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개비가 선박의 밑바닥에 가득 붙으면 귀찮은 존재가 된다.
왜냐하면 그들 때문에 마찰이 심하여 선박이 빨리 항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선박은 가끔 따개비를 긁어내어 뱃바닥을 매끄럽게 해주고 있다. 뱃바닥에
따개비가 붙지 않도록 독성이 있는 페인트를 칠해 두기도 하지만, 그러나 따개비에는
별로 효과가 없다.
뱃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긁어내는 어부들은 따개비를 '귀찮은 생물'이라고 불평을
하지만, 어부는 따개비에 도리어 감사해야 한다. 왜냐하면 따개비는 물고기와 다른
바다동물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따개비의 어린 애벌레는 작은
물고기들과 기타 바다동물의 중요한 식량이다. 그리고 성게와 게, 바닷새 등은 따개비
뚜껑을 깨거나 열어 속살을 먹고 산다. 또 큰 따개비 종류는 사람도 먹는다. 그 맛은
게와 새우 중간에 속한다.
과학자들은 따개비를 대단히 중요한 생물의 하나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따개비가
바위에 부착할 때 쓰는 접착제의 신비를 우선 풀어야하기 때문이다. 따개비의 풀은
바위, 나무, 쇠 어디든 잘 붙는다. 젖어 있든 말라 있는 관계없이 들러붙는다. 뿐만
아니라 열대지방 바위이든, 북극 바다이든 차고 뜨거운 온도에도 관계없이 잘 붙는다.
이렇게 부착력이 강한 접착제를 인간의 기술로는 지금까지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한번 붙은 따개비의 접착제는 어떤 화학약품을 발라도 약해지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들이 쓰는 강력 접착제들은 물 또는 휘발유, 벤젠 따위를 적셔 주면
떨어지게 되지만, 따개비의 풀은 아무리 해도 접착력이 약해지지 않는다.
최근 학국과학기술연구원 생물공정연구센터에서 이러한 해중생물의 접착제를
생물공학적 방법으로 생산하는 연구를 상당히 진척시키고 있다 한다. 이 연구소에서는
따개비가 가진 접착제 성분인 '폴리 페놀릭'(단백질 성분)을 분비하는 유전자를
미생물(대장균)에 넣어주어, 이 미생물을 탱크에서 대량 배양하여 상당량의 접착제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러한 성공은 머지 않아 해중생물의 초강력 접착제를
실용화하게 할 것이다.
풀의 신비가 더욱 밝혀지고, 똑같은 성분의 접착제를 화학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면, 쇠와 쇠, 벽돌과 쇠, 벽돌과 바위 등 상대가 무엇이든 관계없이 단단하게
붙일 것이며, 물 속이든 불 속이든 어디서나 붙여 놓기만 하면 떨어질까봐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따개비와 같은 신비스런 접착제를 생산하는 생물에는 굴과 몇 가지 조개 등도 있다.
특히 조개의 경우, 두 장의 조개 껍데기를 서로 연결하여 열고 닫는 작용을 하는
'폐각근'이라 부르는 조직도 신비하다. 폐각근은 근육이라는 생체 상태로 껍데기에
붙어 있다. 이는 칼로 베어내지 않는 한 근육은 떨어질지언정 접착 부분이 분리되는
일은 없다.
생물들의 가진 접착제는 일부 식물에서도 발견된다. 생물이 개발한 이러한 초강력
접착제는 수중에서의 개발사업이나 해저 건축기술 발전을 위해 꼭 그 신비를 밝혀야
할 과제이다.
* 사진 7
사진설명: 고래의 피부에 가득 붙은 따개비. 한번 붙은 따개비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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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동물에게서 배우는 항공역학과 비행 신기술
예부터 사람들은 새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훨훨 날 수 있기를 바랐다. 인간은 끝내
비행기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고, 지금에 와서는 새보다 빨리 날 수도 있으려니와
더 멀리까지 비행할 수도 있게 되었다.
하늘을 어떻게 하면 날 수 있을까 하여 여러 가지로 연구하던 초기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모두 새의 모습과 그들이 나는 상태를 자세히 관찰하여 그 흉내를 내려고
했다. 그래서 커다란 날개를 만들어 어깨에 달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보기도 했으나
새처럼 날기는커녕 큰 부상을 입거나 목숨까지 잃는 사고만 일어났다.
이런 무모한 시도는 1912 년까지도 계속되었다. 그 해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에는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라이첼트라는 사람이 천으로 만든 날개를 가지고 올라갔다. 그는
새처럼 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탑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러나 그의 날개는 추락
속도를 조금 늦추어 주기는 했으나 75m를 낙하한 그의 생명을 지켜 주지는 못했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모터와 프로펠러가 달린 동력 비행기를 타고 최초로 하늘을 난
것은 1902 년 12월 17일의 일이었다. 오늘날 비행기를 연구하는 항공 전문가들은
누구나 새와 곤충들이 어떻게 해서 잘 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상 거의 모든 비행체와 비행 동물들로부터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만들어지고
있다.
1861 년에 유럽에서 발굴된 새의 화석은 1억 5천만 년 전에 살았던 '시조새'이다.
놀랍게도 이 시조새는 파충류(뱀, 거북 따위)와 지금의 새를 닮은 중간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새는 파충류로부터 진화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새의
깃털은 파충류의 비늘로부터 변화된 것이고, 새의 힘찬 꼬리날개는 파충류의 채찍
같은 꼬리가 진화된 것이다.
새의 가장 큰 특징은 그 깃털이다. 이 세상의 모든 물질 가운데 새의 깃털처럼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것은 없다. 그리고 새의 깃털은 체온을 잘 지켜줄 뿐만 아니라
새의 몸이 물에 젖지 않도록 막아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겨울에 입는 외투 속에
오리 털이나 거위 털을 넣은 것이 아주 따뜻하면서도 가벼운 이유는 바로 그것이
깃털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새가 공중을 힘차게 나는 것은 날개를 헤엄치듯 퍼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새가 나는 것은 고속도 카메라로 찍어 관찰해
보면, 날개 끝의 깃털이 마치 비행기 프로펠러의 회전날이 도는 것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날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날개 그 자체는 새가 공중에 떠 있도록
해주는 구실을 한다.
새의 또 다른 장점은 보기와는 달리 그 몸의 무게가 대단히 가볍다는 것이다. 새
가운데 날개가 가장 크고 멋지게 날아다니는 것은 군함새가 있다. 이 새는 몸무게가
1,360g인데, 날개의 폭은 210cm나 된다. 그런데 군함새의 전체 뼈 무게는 겨우
114g에 불과하다. 이것은 깃털과 마찬가지로 뼈가 대단히 가볍게 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새의 뼈를 가로로 잘라 보면, 그 내부가 커다란 공기 구멍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새는 뼈 속을 효과적으로 비움으로써 뼈 무게를 가볍게 하는
동시에 강한 탄성을 갖도록 진화시킨 것이다.
제비는 1분에 심장이 800번(벌새라면 1,000번)이나 뛰도록 되어 있다. 만일 새의
심장이 이 정도로 빨리 뛸 수 없다면, 강력하게 날개를 퍼덕일 때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달리기를 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데, 이것은
산소를 더 많이 우리 혈액 속으로 보내기 위해 호흡이 가빠짐과 동시에 심장도 급히
활동하는 것이다. 또 날개를 힘차게 움직이려면 체온도 더워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새의 체온은 언제나 40 도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비행기와 새를 비교해 보면, 비행기는 너무나 복잡한 구조를 가진데다 엄청난
연료(에너지)를 소비하는 비경제적인 기계임을 알게 된다. 우리는 앞으로도 비행기를
더 실용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새의 몸에서 많은 신비를 찾아내어 그 원리를 이용해야
한다.
비행동물의 신비는 인간에게 가장 성가신 곤충으로 취급되는 파리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 파리는 1초에 자기 몸길이의 250배나 되는 거리를 난다. 그러기 위해 파리는
1초에 300번이나 날개를 퍼덕인다. 그 작은 몸 속에서 어떻게 그런 힘을 낼 수
있을까?
* 사진 8
사진설명: 새의 깃털은 가벼우면서 단단하고 보온성이 좋다. 또한 깃털은 물에 잘
젖지도 않는다.
* 사진 9
사진설명: 새의 깃털을 확대해 보면 깃털 가지에서 작은 가지가 실처럼 나와 서로
그물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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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곡예비행단 잠자리와 파리의 첨단 항공기술
여름철 수초들이 가득 자란 물가를 날아다니는 왕잠자리나, 가을철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기분 좋게 비행하는 고추잠자리 떼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들의 비행술에
절로 탄성이 나오게 된다. 대부분의 곤충은 날개를 가지고 있으며 모두가 뛰어난
비행사들이다. 그 모든 곤충계의 비행기들 가운데 진짜로 비행을 잘하는 곡예비행가는
가장 흔하게 보면서도 인간과의 관계가 항상 불편한 곤충인 파리이다.
파리는 다른 많은 특징도 가졌지만, 비행 기술은 그들의 생존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다. 그들이 나는 것을 보면 항속비행을 비롯하여 선회, 회전, U턴,
8자비행, 상승하강, 제자리비행, 후진, 측방향 비행 등 온갖 비행기술을 총동원하여
자유자재로 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런 비행운동을 하려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고, 그에 따라 대량의 산소를 소모해야 한다. 기공을 통해 피부호흡을 하면서 이처럼
큰 힘을 만들어 잘 날 수 있다는 것은 신비가 아닐 수 없다.
잘 나는 동물을 말하면 우리는 새를 먼저 생각하지만, 비행술에서는 새가 곤충을
따르지 못한다. 특히 파리는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이륙하고 착륙하는 능력을 가졌다.
파리의 6개 다리는 어떤 지형에서라도 자연스럽게 이착륙한다. 새들은 아무리 잘 나는
종류이더라도 곤충만큼 자연스럽지는 못하다. 대개의 곤충은 2쌍의 날개로 날지만
파리와 모기는 앞날개만 사용하고 뒷날개는 평균곤(haltere)이라 부르는 작은 모습으로
흔적처럼 남아 있다. 그러나 이 평균곤은 '자이로스코프'처럼 비행시에 균형을
잡아주는 대단히 중요한 구실을 한다.
파리가 뜨고 내리는 데는 활주로가 단 1mm도 필요치 않다. 파리가 어떤 장소에
내리고 뜨고 하든 간에 그 행동에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심지어 고속으로 날아와
거꾸로 천장에 안착하는 것도 그들에겐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간이 만든 어떤
첨단 헬리콥터가 파리의 비행술을 흉내낼까! 파리의 비행 비밀은 그들의 가슴 근육과
날개에 있다. 그 날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가슴근육에 연결되어 있다.
파리의 비행술은 모방하려면 이들 근육 구조와 날개를 분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파리의 비행 장비를 이루는 신소재의 생리 화학적인 신비가 한없이 궁금하다.
* 사진 10
사진설명: 천장에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앉을 수 있는 파리는 최고의
곡예비행사이다.
곤충 가운데 비행 속도가 가장 빠르고 항속 거리가 가장 먼 것이 잠자리다. 등에
얹힌 두 쌍의 날개를 교묘히 펄럭이며 나는 모습은 과연 하늘의 왕자가 되고도
남는다. 그들이 쾌속으로 날다가 순간적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는 비행기술은 우리의
항공역학 이론을 의심케 한다. 모기의 사촌인 각다귀는 매초 600번 날개를 진동하여
시속 1.5km로 날고, 벌은 130여 회 퍼덕여 시속 6.5km로 비행한다. 나비는 매초 10
회 펄럭거려 22.5km를, 그리고 잠자리는 1초에 35 회 날개를 퍼덕여 1시간에 약
25km 이상 날아가는데, 가장 빠른 종류는 시속 96km를 내기도 한다.
화석 곤충 가운데 잠자리 조상으로 보이는 것이 발견되고 있다. 3억 4천 500만 년
전에 살았던 잠자리는 날개 길이가 약 90cm에 이르는 대형 곤충이었으며, 지금의
벌새 날개나 헬리콥터의 등에 붙은 커다란 로터(회전날개)처럼 날개를 움직여 날았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고대의 잠자리는 사라진 지 너무 오래되어 그들로부터
비행 기술을 배울 가능성은 없어져 버렸다. 한 생물의 소멸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손실인지 어림하기가 어렵다.
오늘날 살고 있는 잠자리는 약 2억 5천만 년 전에 일찍이 탄생했다. 그리고
오늘날의 헬리콥터라는 항공기는 이 잠자리를 흉내내어 개발된 것이다. 등에 달린
대형 로터와 길다란 동체, 커다란 머리(조종석)는 말 그대로 잠자리비행기이다. 특히
잠자리가 먹이를 잡아 다리로 움켜쥐고 비행하는 모습과 헬기가 짐을 끌어안고 나는
모습은 너무 닮았다. 잠자리의 비행 기술은 지금도 항공공학자들의 연구 과제이기에,
항공 연구소의 실험실 풍동장치 속에서는 언제나 잠자리가 날고 있다. 또 그들의
간단하고도 튼튼한 은빛 날개와 가벼운 몸체, 커다란 머리의 구조 모두가 대상이다.
* 사진 11
사진설명: 연기를 흘려 잠자리의 비행술을 조사하고 있는 풍동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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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를 닮은 벌새의 초강력 비행 엔진
실용적인 헬리콥터를 처음 발명한 이고르 시콜스키는 벌새를 이상적인 헬리콥터라고
생각했다. 벌새는 다른 새들과는 달리 마치 나비나 꿀벌처럼 나는 새로서, 꽃에서 꿀을
빠는 동안 그들은 공중 한 곳에 머문 상태로 날개를 퍼덕일 수 있다.
벌새는 남반구에만 살기 때문에 북반구의 주민인 우리와는 친숙하지 못하다. 그러나
지구상에 사는 새의 5분의 1인 1,600여 종이 꽃의 꿀을 먹고 산다. 그 가운데
320종의 벌새는 모두가 바늘대롱처럼 생긴 부리를 내밀어 꽃꿀을 먹으며 꽃과 함께
살아간다. 벌새는 대개 크기가 아주 작다. 가장 소형 종인 '꿀벌벌새'는 몸길이가
5,5cm에 불과하여 나방이만 하다.
벌새의 비행기술은 완벽하다. 전진, 후진, 상승, 하강, 제자리비행을 자유롭게 하며
어떤 곡예비행도 가능하다. 벌새의 날개는 바로 헬리콥터의 회전날개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러니까 벌새는 날개를 마치 배의 노처럼 퍼덕이는데, 날개가 연결된 어깨
근육을 180 도 어느 방향으로든 자유로 회전시켜 원하는대로 곡예비행을 한다. 그들의
어깨를 버티는 비행근육은 체중의 30%를 차지할 만큼 크고 강력하다.
* 사진 12
사진설명: 초강력 비행 근육을 가진 벌새는 헬리콥터처럼 공중에 정지한 상태로
날면서 꽃꿀을 따먹는다.
그리고 벌새는 1초에 50--70 회 날개칠 수 있으며, 이 속도는 어떤 다른 새보다 몇
배나 빠른 것이다. 벌새만큼 빨리 날개를 퍼덕일 수 있는 것은 곤충류인
파리(200--300 회)나 각다귀(1초에 1,000 회)류뿐이다. 곤충의 날개와 비행술이
벌새의 그것보다 조금 더 발달된 것은 그들이 새보다 1억 년 먼저 태어나 진화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벌새가 이런 속도로 날개를 퍼덕이며 살아가자면 엄청난 에너지(먹이)가 필요하다.
과학자의 계산에 따르면 사람이 벌새처럼 날면서 살자면 매일 자기 체중의 두 배나
되는 감자에 해당하는 양의 식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벌새처럼 고속으로
날개를 퍼덕여 공중에 떠 있으면서 에너지를 소모한다면 체온이 너무 높아질 것이고,
이를 식히려면 땀을 흘려야 할 것이다.
계산에 따르면 꿀벌벌새처럼 운동하는 사람이 자기 체온을 섭씨 100 도 이하로
유지시키려면, 적어도 한 시간에 45kg의 땀을 샤워처럼 흘려야 한단다. 그러니까
인간의 정상 체온인 37 도 정도로 유지하려면 샤워가 아니라 폭포처럼 땀을 쏟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벌새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신진대사 방법과 체온 냉각
기법으로 하늘을 날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7 년 8월 대한항공 여객기가 괌에서 일기 불순한 속에 착륙하다 솟아오른
산과 충돌한 불행한 일이 있었다. 공중에서의 비행기 사고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온갖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곤충이나 새들은 그렇게 떼를 지어 날아도 서로
공중충돌하는 일이 없으며 더구나 나뭇가지나 땅바닥에 부딪치는 경우가 절대로 없다.
그들의 블랙박스 신비는 항공공학자의 최대 수수께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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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위를 걸어다니는 수상스키의 명수 소금쟁이와 바실리스크 도마뱀
소금쟁이라는 곤충은 물위에서 걷고 뛰고 미끄럼을 타면서 춤을 추는 발레리나로
유명하다. 그 어떤 수상스키어도 소금쟁이만큼 우아하고 경쾌하게 수면을 미끄러져
다니지 못한다. 소금쟁이는 거울처럼 고요한 수면이 아니라 상당히 빠르게 흐르는
물도 잘 거슬러 올라간다. 소금쟁이가 6개의 발로 수면을 밟고 있는 자리는 마치
보조개처럼 살짝 들어가 있다. 그럴 때 수면이 아주 고요하다면 보조개 그림자가 물
바닥에 보기 좋게 생겨난다.
나비나 모기, 파리, 벌 따위가 수면에 떨어지면, 그들은 날개나 몸에 묻은 물을
떨어내지 못해 탈출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송어 같은 물고기는 이런 벌레를 얼른
낚아채 먹어 버린다. 그러나 소금쟁이는 물에 빠지는 일이 없다. 그것은 그들의
다리에 가득 자라 있는 솜털이 물의 표면장력을 이기고 있기 때문이다.
물은 다른 물질에 닿을 때 이웃 물질의 종류에 따라 잘 부착하기도 하고 반대로
서로 떨어지려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도끼질을 할 때 손바닥이 땀으로 적당히
젖어 있으면 단단히 자루를 잡을 수 있다. 이것은 물이 손바닥과 도끼 자루를 서로 잘
부착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 분자와 불 분자끼리는 서로 들러붙는 강한
힘(응집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응집력은 물 분자의 중심으로부터 외부로 작용한다.
그 결과 물 표면은 표면적이 가장 작은 상태, 즉 수평면을 이루면서 마치 얇은 막을
깔아놓은 듯한 힘을 갖게 된다. 이것이 표면장력이다.
소금쟁이의 6개 다리 끝에는 가느다란 털이 있다. 특히 물을 젓는 노로 사용하는
중간의 기다란 두 다리가 수면이 닿는 부분에는 깃털과도 같은 미세한 털이 마치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다. 그들은 이 부채발을 노처럼 사용하여 수면을 고속으로
미끄러져 다닌다. 그들의 발이 물에 빠지지 않은 발끝에 있는 기름 샘에서 나온
유액이 물을 튀겨 털이 젖지 않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런 유액이 분비되는 샘은 모두
수상생활 곤충에서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소금쟁이는 수면에 생긴 보조개를 부채발로
밀어 앞으로 경쾌하게 전진하는 것이다.
만일 소금쟁이가 돌아다니는 물이 비눗물이라면 그들은 물에 빠지고 만다. 왜냐하면
비누가 풀린 물은 표면장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소금쟁이와 같은 수상생활을 하는
곤충에 대해 잘 연구한다면 새로운 수상 스포츠 용구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잔잔한 호수가에 나가 수면 앞에 서면, 발걸음을 빨리 하기만 하면 호수 위를
걸어서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인간으로서는 이런 일이 어림도 없다.
하지만 중앙아메리카 정글의 호수에 사는 바실리스크(basilisk) 도마뱀은 수면 위를
재빠르게 걸어갈 수 있는 동물로 유명하다. 그들이 수면을 달려가는 방법은
소금쟁이와는 다르다.
초록과 갈색의 무늬를 가진 바실리스크는 수면에 평화롭게 떠 있다가, 두 앞다리를
들고 양 뒷다리만을 아래쪽으로 대단히 빠르게 놀려 물을 튀기며 달려간다. 그들이
물위를 휘젓고 가는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로 찍어 연구한 과학자들은, 그들이 아주
쉬운 방법으로 수상 스포트를 즐긴다는 것을 알았다.
바실리스크의 길다란 뒷발에는 5개의 발가락이 있고, 이 발가락 가장자리에는
약간의 물갈퀴가 발달되어 있다. 바실리스크 도마뱀은 이 뒷발을 1초에 20 회나
휘저어 달린다. 이때 발 주변에 공기주머니(air pocket)가 생겨 도마뱀이 몸을 수면
밖으로 내밀고 달려갈 수 있는 반발력을 얻도록 한다.
* 사진 13
사진설명: 수면 위를 빠른 속도로 걸어가는 바실리스크 도마뱀의 발에는
공기주머니가 생겨 표면장력을 얻게 한다.
바실리스크는 평균 몸무게가 90g 정도 된다. 이보다 작은 새끼들은 어미보다 더
편하게 달린다. 만일 인간이 바실리스크처럼 물에 빠지지 않고 수면을 달리자면
체력이 좋은 사람이 평소 낼 수 있는 힘의 15배를 넘는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1초에
30m 이상 수면 위를 달릴 수 있어야 물에 빠지지 않고 간다. 수면을 걸어가는 모습은
바실리스크 외에 물새들의 수면에서 날아오르거나 내릴 때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새들이 수면을 걷는 것은 날개의 도움을 빌릴 수 있어 가능하다. 첨단 투시경을
가진 동물의 눈
눈을 감고 몇 발자국만 걸어 보면 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실감하게 된다.
세상의 온갖 동물들은 저마다 자랑스런 눈을 가지고 편리하게 살아간다. 무슨 소리나
낌새를 느끼면 눈은 재빠르게 눈동자를 굴려 사방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을 잘
피한다. 또 좌우 양쪽의 눈은 한 물체에 초점을 맞춰 바라봄으로써 선명한 윤곽으로
입체감을 느끼게 된다. 또 인간의 눈은 바로 앞의 책을 읽다가 한순간에 멀리
수평선까지 시선을 옮길 수 있다.
눈으로 글자를 읽어 문화를 쌓아가는 동물은 인간뿐이다. 인간이 아니면 어떤
동물에게도 글자를 가르칠 수 없다. 사람은 맨눈 그 자체에 만족하지 못하여 눈의
능력을 몇 배로 높이는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간단한 안경으로부터 시작하여,
수백 배로 물건을 확대해서 보는 현미경을 만들었는가 하면, 먼 곳을 보는 망원경과
심지어 핵을 관찰하는 전자현미경까지 개발했다. 한편으로 적외선을 보는
망원경이라든가, 어두운 밤에도 잘 보는 야간 투시경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고,
의사들은 내시경으로 사람의 내장 속을 몸밖에서 조사하여 진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인간의 눈이 최고품인가? 동물의 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의 눈은 낮에는 잘 보지만 밤에는
그렇지가 못하다. 그러나 야행성 동물들은 야간에서도 잘 보는 특별한 눈을 가졌다.
어떤 곤충과 개구리는 움직이는 것만 잘 찾아내는 눈을 가졌다. 수중 동물은 물안경을
쓰지 않아도 물 속에서 불편없이 보는 눈을 자랑한다.
식물에는 눈이 없지만 동물이라면 하등동물에게까지 눈이 있다. 예를 들자면
단세포생물인 아메바에게는 눈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없지만 빛을 느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렁이도 눈이 아니지만 그 피부에 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가득 덮여
있어, 밝은 빛을 받으면 땅속으로 기어들어 가게 된다.
가리비는 바다 밑을 무대로 살아가는 조개류로서 로켓처럼 물을 뿜어서 이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가리비의 껍데기 가장자리 바로 안쪽을 보면 작은 보석같은 눈이
2줄로 여러 개 줄지어 있다. 시력은 대단치 않으나 조개류 가운데서는 가리비의 눈이
가장 훌륭하다.
곤충의 눈이라고 하면 금방 파리나 잠자리의 눈을 상상한다. 이들 곤충의 눈은 수천
개의 작은 낱눈(단안)이 다발로 합쳐져 겹눈(복안)을 이루고 있다. 머리 부분을 크게
차지하는 곤충의 눈은 그만큼 그들에게 중요한 존재이다. 곤충의 눈은 먼 곳에 있는
것은 잘 보지 못하지만, 가까이 있는 물체 특히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민감하다. 잠자리의 경우 손이 10cm 정도 가까이 가도 가만히 있다가 휙 잡으려 하면
어느새 도망가고 없다.
우리의 눈은 뒤쪽이나 옆을 볼 때 고개를 돌려야 한다. 그러나 머리 꼭대기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잠자리의 눈은 앞뒤 사방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눈은 적을 빨리
발견할 수 있고, 반대로 움직이는 먹이를 순간에 잘 포착한다. 물고기와 뱀의 눈은
눈까풀이 없는 대신 튼튼한 유리 같은 것으로 덮여 있다. 눈을 감을 필요가 없는
이러한 눈은 흙먼지가 맑은 물속 생활이나 지하생활에 아주 적합하다.
매와 독수리는 동물 가운데 가장 좋은 시력을 가졌다. 그들은 300m 밖에 있는 작은
참새도 볼 수 있다. 크지도 않은 작은 눈이 그토록 좋은 시력을 가졌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정말 부러운 일이다. 올빼미는 캄캄한 밤중에 매의 눈에 버금가는 성능을
발휘한다. 오늘날 군대나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은 전자장치로 된 야간경을 잘
활용하고 있다. 이 야간경은 어두운 빛을 전자적으로 수만 배 증폭하여 밤중이라도
적진을 또는 멀리 떠 있는 해상 물체를 발견하는 데 이용된다.
* 사진 14
사진설명: 개미의 눈을 전자현미경으로 본 사진. 수천 개의 낱눈은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 민감하게 느낀다.
* 사진 15
사진설명: 올빼미는 야간에 활동하기 때문에 밤눈을 밝게 하기 위해 눈을 크게
만들었다. 올빼미의 눈은 좌우로 곁눈질할 수 없도록 고정돼 있어, 뒷면을 볼 때는
고개를 180 도 이상 돌린다.
여름에 해변에 가면 작은 게들이 두 눈을 자루 끝에 세우고 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다가 무언가 접근하는 것을 알면 곧 눈을 감추면서 자기 구멍속으로 도망간다.
게의 눈도 곤충과 비슷한 겹눈이다. 그리고 막대 끝에 높이 달려 있어 사방을 동시에
본다. 사람처럼 선명한 상은 보지 못하나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는 역시 민감하다.
인간의 눈이 다른 동물의 것보다 정말로 뛰어나고 자랑스러운 점은, 인간의 눈만이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을 판단하여, 다른 동물이 할 수 없는 온갖 훌륭한 걸작
예술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눈으로 그림과 조각품, 정교하고도
우아한 장식품과 의상, 여기에 더하여 영화와 텔레비전까지 만들어 눈을 한 즐거움과
행복을 창조해 내고 있는 것이다.
제2장 자연에서 배우는 위대한 건축공학기술
아마존수련의 우아하고 튼튼한 건축술
이상적인 건축물로 인정되려면 '견고할 것, 경제적일 것, 그리고 환경과 미적조화를
이룰 것' 이렇게 3가지 조건을 적어도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단순해 보이는 이
기본 조건을 갖추도록 건축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만일 건축상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자연에서 찾으려고 노력해
본다면 예상외로 쉽게 해답을 얻을지 모른다. 실제로 어떤 건축가이든 동식물학자의
힘을 빌어 건축상의 문제를 해결할 답을 찾으려 한다면 대단히 현명한 일이 될 수
있다.
고사리가 그 잎을 활짝 펼치고 있는 모양을 보면, 여러 줄기로 뻗은 잎들이 서로
중복을 피하면서 최대한 햇빛을 많이 받도록 배치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이런 고사리 잎의 건축술에서 견고성, 경제성, 대단히 훌륭한 건축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1851 년,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만국박람회가 개최되었다. 이 박람회장의
상징적인 중심 건물은 조셉 팩스톤 경이 설계한 무척이나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수정궁(Crystal Palace)이라 명명된 이 건물은 온실 형태였으며,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너무나 인기가 좋았기 때문에 건물을 교외로 옮겨 재건축했다. 수정궁의
명성은 해마다 높아만 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1936 년 이 건물은 화재로 파괴되고
말았다.
수정궁을 지은 팩스톤 경은 설계할 때 아마존강에 사는 거대한 ,수련(Victoria
amazonica)의 구조와 모습에서 많은 것을 모방했다. 그가 모델로 삼았던
'아마존수련'은 강변의 우거진 숲 그늘 아래 사는 식물로서, 지름이 3m에 이르는
우아한 넓은 잎을 가지고 있다. 그 잎은 세찬 수면의 흔들림에도 찢어지는 일이
없으며, 햇빛을 최대한 받도록 활짝 펼쳐져 있다. 사전에서처럼 아마존 수련의 잎
뒷면을 보면 자연의 건축술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일반적으로 광합성을 하는 식물에게는 태양광을 효과적으로 받도록 가지와 잎을
적절히 배치한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거대한 수목일지라도 그 가지의 잎
하나하나는 가능한 서로 겹치지 않도록 배열되어 있다. 이런 구조는 식물의
외형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광합성이 일어나는 잎 내부의 세포들까지 빛을
되도록 많이 받는 구조로 설계 배열되어 있다.
* 사진 16
사진설명: 아마존수련의 잎과 그 뒷면 모습. 한국의 수련도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 사진 17
사진설명: 햇빛을 잘 받도록 고사리의 잎이 효과적으로 펼쳐져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광합성이 실제로 일어나는 세포 내의 엽록체 자체의 공간 배열과,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엽록소의 배치, 나아가 엽록소를 이루는 보다 현미경적인
틸라코이드(thylakoid) 구조까지 너무나 효율적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광합성 식물은 이런 놀라운 효율적 공간 건축술을 써서 태양에너지를
화학에너지(영양분)로 바꾸고 있다. 동시에 식물은 이산화탄소와 물의 분자를 깨트려
그것을 각각의 원소로 분해하고 또 결합하여 산소까지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식물이 이러한 구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에는, 대도시 건축물을 설계할 때
개개의 건물과 방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열하면 넉넉한 빛과 신선한 공기를 얻도록
할 수 있을까 하는 해답도 포함된다. 만일 이 문제를 컴퓨터로 답을 얻어보아도 그
결과는 아마 식물의 그것과 비슷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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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건축 자재와 육각형 벌집 건축술
꿀벌들이 지은 벌집을 보면 모두가 정육각형으로 된 건축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꿀벌은 왜 사각형이나 원통형의 집을 마다했을까? 꿀벌은 육각형 집을 지어 그 속에
꿀을 저장하기도 하지만, 여왕벌이 낳아둔 알을 키우는 육아실로도 사용한다. 정육각형
구조는 최소의 건축 자재를 써서 최대의 공간을 얻는 경제적인 건축 방법이다. 또
6각형의 한 면은 이웃하는 면과 빈틈없이 연결되는 공동의 벽이 될 수 있으며, 육각형
기둥은 역학적으로 아주 튼튼하다.
그러면 꿀벌들은 육각형 집을 대충 조립하고 있을까? 놀랍게도 꿀벌집의 벽두께는
0.073mm인데 그 한계 오차는 2%에 불과하다. 그리고 육각형의 지름은 5.5mm로서
그 역시 한계오차 5%이다. 또 모든 꿀벌집은 수평면에 대해서 13 도 각도로
기울어지게 지어져 있다.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이토록 정확하게 측량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예부터 인류는 가장 훌륭한 건축자재를 자연에서 얻어 왔다. 좋은 건축재료란
단단하여 깨지지 않아야 하고, 강하면서 탄성을 가져야 하며, 열을 잘 보존하는 성질이
있어야 한다. 건축재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목재, 합판, 종이, 하드보드 등은 모두가
식물에서 얻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 자연 재료는 인공 건축자재와는 달리 접착제로
서로 붙였을 때 단단하게 붙어 있는 고마운 성질까지 갖고 있다.
동물에도 놀라운 건축자재가 있다. 꿀벌에는 복부 마디 아래쪽에 있는 샘에서
분비되는 물질을 입으로 씹으면서 침샘에서 나오는 신비스런 액체를 섞어 특수한
종이와도 같은 밀랍(wax)을 만든다. 그들이 만든 밀랍은 새 깃털처럼 가벼우면서
강한 내수, 내열, 강도, 탄성을 갖고 있다.
시골 헛간 천장이나 처마 밑에서 쉽게 보는 종이를 뭉쳐둔 것 같은 벌집은 말벌이나
쌍살벌류가 지은 것이다. 이런 벌들은 썩은 나무나 풀잎의 섬유소를 씹어서 펄프를
만들고, 거기에 침을 섞어 훌륭한 종이로 제조하는 것이다. 쌍살벌은 영어로
종이벌(paper wasp)이라 부른다. 그들은 밀랍이라는 특수 종이로 육각형 방을 차례로
증축해 가면서 방마다 알을 낳는다. 집을 짓는 동안 벌의 타액은 접착제 역할도 하고
제지용 화공약품 기능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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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개미가 건축한 쾌적한 환경의 초고층 빌딩
곤충학자들은 일부 곤충이 얼마나 훌륭한 건축가인지 잘 알고 있다. 미장이벌(mud
dauber wasp)은 진흙으로 파이프 오르간처럼 생긴 집을 짓고, 호리병벌(potter
wasp)은 호리병처럼 생긴 흙집을 지어 나무에 붙여 두고 그 안에 알을 낳아 키운다.
지구상에는 수만 종의 벌이 살고 있다. 그들은 종에 따라 각기 다른 고유의
건축기술을 가지고 있다.
흰개미의 건축술은 오래 전부터 곤충학자들에게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지구상에는 약 2,000종의 흰개미가 살고 있다. 흰개미는 이름과 달리 사실은 개미가
아니라 바퀴벌레에 가까운 다른 무리의 곤충이다. 흰개미 종류는 열대지방에 많으며
그들은 죽은 나무를 먹고산다. 흰개미들이 짓는 집은 종류에 따라 다양한데,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흙으로 지은 탑 모양의 높다란 집(집은 갓이 달린 버섯 모양도
있다)이다.
흰개미집 중에는 높이가 6m에 이르는 교회 같은 것도 있다. 그들은 이처럼 높다란
고층빌딩을 흙과 모래와 나무를 자재로 해서 침샘에서 분비되는 타액만으로 완성한다.
어찌된 일인지 그들이 지은 집은 콩크리트처럼 단단하여, 도끼로 깨려고 하면 매번
불꽃이 튄다. 흰개미가 지은 초고층 개미탑에는 많을 경우 한 집에 1 마리의 여왕을
중심으로 200 만 마리가 동거하기도 한다.
놀라운 것은 이들의 집이 습도, 통풍, 온도 조절이 적절히 되도록 지어져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양열을 받아 외벽은 손을 댈 수 없도록 뜨거운데 내부 온도는 29
도에 불과하다. 또 대식구가 살고 있어 산소가 부족해지기 쉬운데, 빌딩 아래 위에
적절히 구멍이 뚫려 있어 자연스럽게 환풍을 겸한 온도와 습도 조절이 이루어진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어떤 흰개미는 3m 높이의 성냥곽 같은 집을 짓는데, 그들의 집은
모두가 남향을 하고 있다.
흰개미는 건축가로서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밀림 속에 죽어 넘어진 나무를
갉아먹어 다른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으로 되돌려 놓는 '자연의 청소부' 역할도
하고 있다. 만일 정글 속의 죽은 나무들이 빨리 분해되지 않는다면 다른 식물의
성장에 큰 장애가 될 것이다. 이것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이에나,
재규어, 독수리 등은 시체를 먹어 치워 자연을 깨끗이 해주는 청소동물로 유명하다.
정말 흥미로운 것은 흰개미의 소화기관 안에 공생하고 있는 단세포의 원생동물이다.
만일 실험으로 흰개미의 장 내에 원생동물이 하나도 없도록 해보면, 흰개미는 며칠 안
가 죽어 버린다. 그 이유는 이 원생동물이 효소를 내어 나무의 셀룰로오스를 분해하여
흰개미에게 영향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흰개미의 소화관에 사는 원생동물의
'셀룰로오스 분해 기술' 또한 과학자의 관심 대상이다.
* 사진 18
사진설명: 높이가 6m나 되는 흰개미의 초고층 빌딩. 도끼로 찍어도 잘 깨지지 않는
이 건물의 내부는 바깥이 아무리 더워도 늘 시원하고 통풍이 잘 되는 구조로 건축되어
있다. 이렇게 잘 지었지만 1 년 뒤에는 버리고 새집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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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안전 위주로 짓는 동물들의 건축기술
수중에 사는 곤충인 깔따구와 날도래 유충은 나뭇잎 조각이나 부스러기, 모래알
따위를 입에서 뽑아낸 실로 엮어서 통처럼 생긴 그럴듯한 집을 만든다. 바위에 붙어
있는 완성된 집은 급류에도 떠내려가지 않을 만큼 단단하게 부착되어 있으며, 그들은
그 속에 몸을 숨긴 채 먹이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그들이 건축에 쓰는 명주실은
수중에서 사용하는 강력한 순간 접착제이다. 그 성분이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 또
그들의 수중 명주실은 물속에 오래 있어도 좀처럼 썩지 않는다.
새들이 보금자리를 만드는 기술을 보면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새들은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재료로 저마다 특색 있는 모양의 집을 짓는다. 새들의 건축술을 여기서
모두 말할 수는 없지만, 제비를 보면 젖은 흙에 풀잎을 섞어 부스러지지 않는 흙집을
만든다. 우리 선조들은 흙벽돌을 만들 때 진흙에다 짚을 잘게 썰어 섞는다. 그것은
제비에게서 배운 지식인지도 모른다.
남아메리카에 사는 가마새도 진흙에 식물 섬유를 뒤섞어 커다란 집을 만든다. 페루
북쪽 해안에는 5,000 년 전에 원주민들이 지은 흙벽돌(adobe) 집이 지금까지 지진과
폭우를 견디며 남아 있다. 이런 아도베집은 오늘날의 사람들도 짓고 있다. 그러니까
아도베집은 5,000 년 전에 생체모방공학이 낳은 유물이라 하겠다.
고급 중국요리인 제비집 수프는 그 재료가 흰제비새(swiftlet)가 절벽 동굴에 지은
집이다. 열대 아시아에 사는 흰제비칼새는 순전히 타액만으로 집을 만들고 있는데,
이것은 투명한 플라스틱과도 같다. 이 타액과 함께 이끼나 식물 섬유, 깃털 따위가
섞여 있기 때문에 그들의 집은 더 튼튼해진다. 흥미로운 것은 제비집 요리가 되는
자연 플라스틱은 분해될 수 있는 훌륭한 플라스틱이라는 것이다.
야자칼새(palm swift)는 야자 잎에 섬유와 타액으로 아주 튼튼한 집을 짓는다.
동물들이 이처럼 섬유로 집을 보강하는 기술을 모방하여 사람들은 유리섬유와
플라스틱으로 FRP를 만들고, 철근에 시멘트를 넣어 단단한 철근 콘크리트 건축물을
세우고 있다.
새 종류 가운데 특히 이름난 건축가는 튼튼한 섬유를 교묘하게 매듭지어 자루
모양의 집을 지어 나뭇가지 끝에 매달아 두고 사는 여러 종류의 직조새(weaver bird)
무리와, 흙으로 빵 굽는 가마 모양의 집을 만드는 남미의 가마새(oven bird)라
하겠다.
포장재료로 쓰이는 하얀 스트로폼은 기포로 가득 차 있어 가벼우면서 충격에 강하고
보온성이 좋다. 공해 때문에 문제가 되는 이것을 대신한 '자연산 스티로폼'은 없을까?
동물 중에는 무공해 스티로폼을 만드는 것이 있다.
자바나 말레이시아 등지의 밀림에 사는 날개구리(flying frog)는 물 속에 알을 낳지
않고, 나뭇잎에 끈끈한 점액을 분비한 뒤 이것을 뒷발로 휘저어 거품을 만들고는,
거기에 산란하여 올챙이가 나오기까지 기다린다. 거품은 곧 그 표면이 단단하게
굳어지기 때문에 내부 수분이 오래도록 잘 보존된다. 거품을 만드는 개구리가 여러
종류 알려져 있다. 또 거품을 내는 동물 종에는 이름까지 거품벌레라는 곤충도 있다.
이렇게 볼 때 생물들은 건축할 때 철재(쇠 철, 재목 재)를 제외하고는 사람이
이용하는 건축 재료를 모두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나무, 흙, 종이, 지푸라기, 접착제
등등.
* 사진 19
사진설명: 새들은 종류에 따가 각기 다른 형태의 집을 만든다. 사진은 열대
아시아에 사는 바야위버 암컷이 지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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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파는 기술은 조개에게 배웠다.
동물들 중에는 터널 잘 파는 명수들이 많이 있다. 두더지는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동물이다. 곤충 중의 터널 기술자로는 얇은 나뭇잎 사이를 파고 다니는 굴나방의
유충이 있다. 오늘날 세계의 해저 터널이라든가 지하철이 지나는 터널은 모두
TBM(tunnel boring machine)이라 부르는 굴착기계로 파고 있다. 이 굴착기계의
원리를 인간에게 알려준 것은 보잘것없는 한 조개종류였다.
영국 런던 테임스강 아래를 지나는 최초의 테임스 터널은 1843 년에 완공되었다.
150 년도 더 오랜 옛 기술로 강바닥 아래의 무른 땅을 뚫고 터널을 만드는 것은 여간
위험한 일이 아니었다. 당시 이 터널공법을 창안한 사람은 마크 브루넬이다. 그는 그
기술을 목선을 수리하는 조선장에서 배웠다.
바다에는 목선에 피해를 주는 골칫거리 동물이 살고 있다. 그것은
배좀벌레조개(shipworm)라는 조개류로서, 이 조개는 단단한 나무 속을 갉아먹으며
매끈하게 굴을 파고 다니기 때문에 목선의 수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마크
브루넬은 1815 년에 이 배좀벌레를 발견하고, 그들이 단단한 나무 속을 어떻게 파
들어가는지 그 방법을 관찰했다. 그는 이때 힌트를 얻어 현대 터널 굴착기계의 원형이
되는 TBM을 고안한 것이다.
배좀벌레조개는 두 껍데기를 180 도 회전시켜 나무 속을 갉아내고, 이것을 '발'이라
부르는 흡입기관을 통해 몸 속으로 빨아들인다. 조개는 이렇게 흡입한 나무를
소화시켜 영양분으로 섭취하고, 그 배설물을 벽에 바르는 강화법으로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나무 속의 터널을 만든다.
땅속에 굴을 뚫고 사는 개미류 또한 아무런 도구나 자재를 쓰지 않고도 무른 흙
속에 아주 튼튼한 지하 수십층짜리 터널을 미로처럼 파 놓고 살아가는 터널 건축
기술자들이다. 우리는 개미의 터널 굴착 기술에 대해서도 잘 연구해 볼 이유가 충분히
있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지만 바닷가에 사는 각종 조개와 게, 집게 따위도 저마다 모래
속에 터널을 교묘하게 파는 건축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 대한 자세한 관찰은
수중 건축에 필요한 지식을 우리에게 제공해 줄 것이다.
* 사진 20
사진설명: 배좀벌레가 목선의 판자 속에 구멍을 파는 것을 본따 TBM이라는 터널
굴착기가 발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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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자재로 된 동물의 골격과 역학기술
동식물의 표본을 전시하고 있는 과학박물관을 가면 여러 종류의 골격 표본을 보게
된다. 거기에는 공룡의 거대한 뼈를 비롯하여 개구리, 물고기, 거북, 새, 코끼리나 기린
등이 표본을 관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새우나 가재, 게 등의 몸을 싸고 있는
껍질인 외골격 표본도 본다. 대부분의 관람객은 그러한 골격 표본에 대해 단순한
구경거리로 생각한다. 그러나 생체모방공학에 대해 이해를 갖게 되면 그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우린 소나 돼지, 닭, 생선 등의 뼈에서 살을 잘 발라 먹는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뼈
조각이 하나같이 모양이 다르고 구조가 특이하다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
동물의 몸이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받쳐 주는 것을
골격이다. 그것은 건축물의 기둥과 골조이며 다리의 교각 역할을 한다.
고등동물의 뼈(내골격)는 근육과 결합된 상태로 관절부에서 이웃하는 다른 뼈와
교묘하게 협력작용을 한다. 그런데 우리 인체를 보더라도 각 뼈는 모두가 기묘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인체를 이루고 있는 206개의 뼈 가운데 그 어떤 것도 좌우
대칭하는 뼈가 아닌 이상 그 형태가 같은 것은 없다. 그리고 건축자재와 달리
네모지거나 원형이거나 직선 구조를 가진 것도 찾아볼 수 없다.
동물들의 뼈는 가벼우면서 튼튼할 필요가 있다. 외부의 누르는 힘에 잘 견뎌야 하고,
쉽게 깨지거나 부러지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뼈는 적절한 탄성도 가져야 한다.
동물 뼈의 주성분은 절반 정도가 무기물이다. 즉 인, 칼슘, 소량의 철분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수산화인회석(hydroxylapatite)이라 부르는 물질이 그것이다. 이
수산화인회석은 다시 교원질(collagen)이라는 머리카락 같은 섬유질 사이에 끼어들어
서로의 분자와 연결되어 다발을 이루고 있다. 그러니까 무기물과 유기물이 결합하여
여러 형태로 엮어져 있는 것이다.
뼈에 못지 않게 단단한 것에 조개껍데기, 이빨, 바다의 산호 따위가 있다. 이들의
분자구조를 보면 단백질과 무기물 결정이 결합하여 견고한 물질이 되었다. 그리고
곤충의 외골격(피부골격)은 '키틴'이라는 물질과 단백질이 결합한 것이다. 키틴은
나무의 셀룰로오스와 비슷하여, 매우 가느다란 섬유가 길에 이어져 있다. 이런 키틴
섬유에 단백질이 결합한 결과 가벼우면서 튼튼하고 탄성이 뛰어난 곤충의 외부 껍질이
만들어진 것이다.
동물들이 어떻게 그토록 가벼우면서 탄성 좋고 잘 깨지지 않는 뼈라든가 외골격을
만들 수 있게 되었는지 신비스럽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물 뼈의 단단한 성질을
흉내내려고 오래 전부터 노력해 왔다. 강화 플라스틱(FRP)이라 부르는 것으로 요트
선체도 만들고 낚싯대 따위를 만들고 있다. 이것은 유리섬유에 플라스틱을 입힌
것으로, 뼈의 교원질 섬유 사이에 수산화인회석을 채운 것과 그 원리가 같다. 그리고
건물을 지을 때는 철근(섬유)에 콘크리트(단백질)를 혼합하여 강화된 철근 콘크리트를
만들고 있다. 한편으로 화학자들은 자동차 타이어를 제조할 때 고무에 탄소입자를
섞는 방법으로 뼈처럼 단단하게 하여 오늘날처럼 내구성 좋은 타이어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뼈가 단단해질 수 있는 이유를 분자 수준에서는 거의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만일 이에 대한 지식이 늘어난다면 우리는 대단히 질 좋은
각종 자재들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사진 21
사진설명: 조개, 계란, 호두껍질 등은 모두 외부의 힘에 잘 견디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 사진 22
사진설명: 새의 뼈는 내부가 이렇게 교묘하게 비어 있어 대단히 가벼우면서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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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알은 타원형이어서 강하다.
계란이라고 하면 금방 깨어질 것 같은 물건에 대한 대명사와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어떤 마술사들은 계란을 가득 세워서 붙여놓고 그 위를 맨발로 깨뜨리지 않고 밟고
가는 재주를 관중들에게 보이고 있다. 마술사는 참 그럴듯한 생각을 한 것이다.
석회질의 얇은 껍질로 싸인 새의 알은 참 약해 보인다. 그러나 조류의 알 껍질과
관련된 몇 가지 사실을 알고 나면 생각이 바뀌게 된다.
북반구 추운 바다에 사는 바다오리(gullemot) 암컷은 그 알을 벼랑 끝에 낳는다.
심한 바람이 불면 금방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다. 그러나 그 알은 바람에 밀려도
주변을 빙그르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것은 알의 무게중심이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에 있기 때문에, 설령 알이 밀리더라도 바람 방향으로 구르지 않고
빙그르르 커브를 그리며 되돌아와 안정된 자리에 다시 멈추게 되는 것이다. 만일 이
알의 무게중심이 중앙에 있었더라면 어미의 발에 건드리기만 해도 알은 모조리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이집트독수리는 타조의 알을 즐겨 먹는데, 부리로 직접 쪼아서는
알이 깨지지 않기 때문에 부리로 돌을 물어 들어올렸다가 내려치는 충격법을 쓴다.
새의 둥그스름한 알 껍질 형태는 그 역학 구조가 누르는 힘에 대해 대단히 강하게
견디도록 되어 있다. 손바닥 안에 계란을 쥐고 힘껏 잡아보면 얼마나 강한지 알게
된다. 그러나 뾰족한 것의 순간적인 충격에 대해서는 아주 약한 것이 새의 알이다. 그
이유는 알 껍질이란 것에 탄성이 전혀 없는 탓이다. 여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알
속에서 부화된 새끼가 나올 때는 스스로 뾰족한 부리로 껍질을 쪼아서 쉽게 깨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누르는 힘에 대해서 강한 이유는, 알 속에 젤라틴과도 같은 수분 많은
흰자가 가득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흰자(액체)는 압축되지 않으면서 탄성을
가지는 물리적 성질이 있다. 그래서 외부에서 어떤 힘이 계란을 누르게 되면 그
에너지는 알의 흰자에서 열에너지로 바뀌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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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패류는 최고의 보석 세공사이며 그래픽 디자이너
바닷가에서 쉽게 채집할 수 있는 소라와 조개는 그 껍질의 아름다움과 교묘함
때문에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수집하고 있다. 조개와 소라, 달팽이 등을 합하여 흔히
권패류(아리따울 권, 조개 패, 무리 류)라 한다. 이들은 하등한 연체동물이다. 그들이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껍데기는 단순한 탄산칼슘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권패류는
탄산칼슘 성분만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무늬와 색과 형태를 가진 껍데기를 만들고,
나아가 진귀한 보석이 되는 진주까지 빚어낸다.
권패류의 껍데기를 장식하는 모양과 색과 무늬를 그들의 종류마다 다르고, 같은
종이라도 각각의 개체마다 틀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권패류가 긴 시간을 두고
교묘하게 다양한 문양을 가진 껍데기를 만들어 가고, 진주조개 등이 몸 속에 들어온
이물질을 탄산칼슘으로 감싸 진주를 생산하는 방법은 중요한 모방공학의 연구
대상이다.
사람들은 주로 진주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만, 실제로 진주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그 껍데기이다. 그 예를 우리는 전복 껍데기에서 본다. 나전칠기는 우리의 선조가
개발한 전복껍데기의 아름다움을 이용해서 만든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예술품이다.
소라껍데기는 외부의 모양과 색채도 수만 가지로 다양하지만 그 내부의 형태를 보면
더욱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것을 잘라보았을 때 보여주는 기하학적 무늬는 어떤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도 상상하지 못한 환상적인 형상이다. 조개나 소라의 껍데기에
감추어져 있는 각종 그래픽을 컴퓨터로 분석하기 시작한 과학자들은 드디어 그들의
신비를 모방한 프랙탈(fractal)이라는 고차원 컴퓨터 그래픽을 그려내게 되었다.
오늘날 이 프랙탈 디자인은 잡지나 광고 디자인으로 수시로 소개되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교묘함을 흉내내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권패류는 그 디자인만 천재적인 것이 아니라 교묘하게 색채를 생산하여 아름다운
무늬를 만드는 기술도 최고이다. 자연의 놀라운 디자인 천재는 권패류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나 호수의 수면에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규조류)을 현미경으로
처음 본 사람은 그들의 다채롭고도 아름다운 모양에 먼저 놀라고 만다. 그들은 가장
하등한 단세포의 식물일뿐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단순한 규소 성분을 재료로 하여
그토록 다양한 형태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 신비가 얼마나 깊고
오묘한지 새삼 생각하게 한다.
* 사진 23
사진설명: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권패류. 이들은 종류마다 모양과 색이 다른 자연의
빼어난 예술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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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손은 인간의 손을 모방하려는 공학
어떤 도구도 사람의 손처럼 훌륭하게 만들어진 것은 없다. 손은 이 세상에서 쓰이는
모든 도구를 만들어 냈고, 인류 문명을 창조해 낸 원동력이다. 로봇공학자들이 가진
최대의 꿈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손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 손을 만드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전자공학의 발전에 힘입어 손 기능을 가진 로봇을 상당한 속도로
발전시켜 가고 있다.
인간의 손이 얼마나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부분적으로나마 생각해보자. 헬렌
켈러의 자서전을 읽어본 사람은 그녀가 상대방의 얼굴을 손으로 만져 보고도 누구인지
알고, 상대가 말할 때 그 입술에 손가락을 댐으로써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헬렌 켈러는 라디오 스피커에 손을 대어 어떤 음악이 연주되고 있는지, 또한
바이올린 연주인지 첼로인지를 구별했다. 이것은 인간의 손이 얼마나 훌륭한 감각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인류 조상은 창과 몽둥이 등으로 사냥을 했고, 잡은 짐승은 돌도끼나 돌칼로
처리했다. 그러는 동안에 사람의 손은 쥐고 던지고 비틀고 다듬고 하는 힘과 솜씨를
발달시키게 되었다. 남자의 경우 손으로 쥐는 힘(약력)은 40--50kg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여자에 비해 2배 가까운 약력을 가졌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보다 솜씨가 섬세한 편이다. 사람의 약력이 얼마나 큰 가는
갓난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갓 태어난 아기지만 그 작은 손으로 의사의 손가락을
잡고 오래도록 매달려 있을 수 있다.
사람 손은 많은 자랑을 가졌다. 그 중에서도 신비스러운 것 하나는 아무리 오래도록
힘들게 일을 해도 손은 좀처럼 피로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령 지쳤다 하더라도
잠시만 쉬면 원상태로 회복된다. 그리고 우리 손은 훈련에 따라 기적 같은 능력을
발휘한다. 일급 타자수는 1분에 500번이나 손가락을 움직여 자판을 두드릴 수 있다.
또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가 빠른 곡을 연구하는 것을 주면, 도저히 믿어지지
않도록 손가락을 움직인다.
손은 대단히 정교한 솜씨를 가졌다. 화가나 조각가, 공예가의 솜씨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뇌수술을 하는 외과의사의 솜씨도 그에 못지 않는 손놀림이다. 맹인은
손가락 끝으로 점자를 빠르게 읽고, 또 말을 못하는 농아자들은 손으로(수화) 상대와
어떤 표현도 다 나누고 있다. 심지어 수화로 시와 노래를 표현하기도 한다.
인간의 손이 다른 동물의 손과 가장 큰 차이는 엄지손가락이 다른 4개의 손가락과
마주보고 물건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런 손으로 무엇이든 단단히 잡아
때리고 던지고 비트는 동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만일 우리에게 엄지가 없다면
텔레비전 스위치 하나도 제대로 돌릴 수 없게 된다. 사람처럼 엄지를 잘 움직일 수
있는 동물은 없다. 그래서 어떤 과학자는 "인간의 진화는 손의 진화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 손이 가진 또 하나의 자랑은 그 손바닥이 주름 가득한 부드러운 피부로 싸여
있고, 손바닥에서 늘 알맞은 양의 땀이 분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손바닥 땀은 마찰을
좋게 하여 물건을 미끄러지지 않게 단단히 잡도록 해준다. 신비하게도 잠이 든
동안에는 손바닥에 땀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 손과 달리 금속으로 만든
기계손이라면 강약을 조절하면서 물건을 쥐기도 어렵고, 물건의 형태에 따라 손바닥
형태를 변형해 가면서 잘 잡을 수도 없다.
오늘날 무인공장에서 일하는 로봇 중에는 사람 손처럼 움직이는 'T^36^3'라는
로봇팔이 있다. 이 로봇팔은 사람의 팔처럼 상하, 좌우, 앞뒤, 회전을 자유로 할 수
있도록 6개의 관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로봇팔은 '자유도 6'이라고 표현한다.
사람의 손을 보면, 손가락 하나하나에는 3개씩의 마디가 있고, 그 손가락은 제각기
좌우로 움직일 수 있어 '자유도 4'이다. 단 엄지손가락은 마디가 둘이지만 상하 운동과
회전 동작을 할 수 있어 이 역시 '자유도 4'이다. 그러므로 다섯 손가락의 자유도는
모두 20이 된다.
사람 손이 아주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많은 자유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손처럼 자유도 20을 가진 로봇 손을 만들기란 마이크로칩의 발달
덕분에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정교하게 움직이도록 조정하기는 간단치가
않다. 그래서 오늘날 공장에서 쓰고 있는 로봇 손은 대개 2개나 3개의 손가락으로
아주 간단한 동작을 하도록 하고 있다.
로봇 손과 팔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전지 모터로부터 전달된다. 매우 큰 힘이
필요할 때는 유압장치를 쓴다. 그리고 모든 동작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된다.
로봇 팔은 '손 부분'을 팔에서 분리하여 작업 종류에 따라 손을 바꿔 끼울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만일 부피가 드럼통처럼 큰 물건을 집어 올려야 한다면 커다란 집게
손을 단다. 또 종이를 1장씩 집어서 옮겨야 하는 일이라면 흡반이 달린 손으로 바꿔
끼운다. 그리니까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는 T^36^3 로봇 팔에 페인트를 뿌리는
노즐(분무기) 손으로 차체에 칠을 하고, 전기용접손으로는 불꽃을 튀기며 철판과
철판을 단단히 연결하고 있다.
이런 로봇 손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일의 하나는 로봇 손에 피드백 기능을
부여토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무심코 길을 가다가 갑자기 웅덩이를 만난다거나 하면
자신이 의식하기도 전에 두 발이 우뚝 멈추거나, 그것을 훌쩍 뛰어 건너게 된다. 또
종이컵을 손에 쥐고 물을 받아먹을 때, 손가락으로 컵을 너무 강하게 쥐면 컵이
찌그러질 것이고, 반대로 약하게 잡으면 물의 무게를 못 이겨 컵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손의 감각과 뇌신경은 무의식 상태에서 연속적으로 작용하여 적절한 힘으로 컵을
들고 있는 동시에 물을 쏟지 않게 수평을 유지하도록 한다. 피드백이란 바로 이런
손동작처럼, 감각기관에 의해 이루어지는 자동 조절 기능을 말한다. 인간 뿐만 아니라
동물의 운동 기능은 모두가 이런 바이오피드백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
오늘날 로봇 손은 상당히 발전했다. 부드러운 고무 피부 아래에 정밀한 각종 전자
감지 장치를 깔아 신경을 대신하도록 한다. 또 피드백 기능도 마이크로 칩의 발달과
함께 발전해 가고 있다. 한편으로 로봇 과학자와 외과의사들은 서로 협력하여 훌륭한
로봇 '의수'를 들고 있다.
* 사진 24
사진설명: 인간의 손처럼 훌륭한 만능 도구는 없다. 최고의 로봇 손은 인간의 손을
모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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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미래는 인간의 뇌를 본뜨는 것이다.
최초의 생물은 바다에서 탄생했다. 생명의 산실인 해수 속에는 온갖 물질의 녹아
있고, 용해된 물질의 상당 부분은 전기를 가진 이온 상태로 있다. 해수 중에 가장 많이
포함된 소금도 이온 상태로 녹아 있다. 그 결과 바닷물은 아주 좋은 전도체가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태어난 생물은 전기를 교묘히 이용하도록 진화를 해왔다.
생물전기학은 생물학에서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그 연구가 어려운 분야이다. 생물이
몸 속을 흐르는 전기는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고, 전달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뇌의
명령을 운동기관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수억 년에 거친 생물 진화의
가장 근본적인 변화 과정은 '전기 신호의 생성과 전도 방법의 진화'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생물은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신경세포와 신경섬유를 만들었으며, 전기
신호를 받아서 그 정보를 처리하고 명령하는 장치로 뇌세포로 이루어진 '생명
컴퓨터'를 진화시켰다. 과학자들은 신경세포나 신경섬유, 뇌세포에서 일어나는 전기
화학적 현상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오늘날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지식으로
신경의 생물 전기에 대한 신비를 풀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컴퓨터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 인간의 뇌라는 생물컴퓨터에서
일어나고 있는 데이터 프로세싱 시스템의 비밀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해 과학자들은
안타까워한다. 뇌에는 컴퓨터와 달리 특별히 뚜렷한 저장 유닛도 없고, 증폭 장치나
릴레이도 없다. 뇌에 있는 것은 단지 약 1억 개의 신경세포뿐이다. 그리고 이들
신경세포는 서로를 연결하는 약 10억 개의 접촉점을 가지고 있다. 뇌의 구조가 대단히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신경세포 사이에 신호가 어떻게 전달되는가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에 따라 생물컴퓨터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신경세포에서 일어나는
신호의 수용, 증폭, 전달, 분석, 종합, 명령 등에 관련된 물리학적, 화학적 현상을
밝히는 것이 최대 과제이다. 오늘날 이와 관련된 연구는 최첨단 분야로서 분자와
원자수준까지 내려가 진행되고 있다.
제3장 동물들의 초능력 감각 기능
기상을 예보하는 생물들의 초감각
인간이 정확한 일기예보를 할 수 있기 바랐던 것은 아마 인류 역사가 시작되었던
그때부터일 것이다. 인류는 정주생활(정할 정, 집 주, 날 생, 살 활)을 시작한
농경시대에 들어오면서 일기 예측의 필요성을 더 크게 느꼈을 것이다. 그들에겐 한발,
홍수, 태풍, 서리, 우박, 폭설 따위의 기상재해만큼 무서운 것은 없었을 것이며, 그에
따라 그들은 일기 예측을 하기 위해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을 두고 관찰을 계속하는 동안 일기를 예상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지식을 얻었고, 그 지식은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어 왔다. 일기 예측에 대한 가장 오랜
기록으로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바빌로니아시대의 점포판에 기록된 "햇무리가 생기면
비가 내린다"는 내용이다.
또 그리스 사람들은 1 년 매일의 천기를 돌에 새긴 특별한 역(차례 력)을 만들었다.
역을 새긴 석판은 시장이나 광장과 같은 대중이 모이는 곳에 세워 두고 어부와
농민들의 참고가 되게 했다. 지금에 와서 그때의 석판은 박물관 소장품이 되었지만, 그
대신 기상관측소가 생겨나 장단기 기상예보를 해주게 되었다.
근래와 와서 일기예보가 적중하는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그것은 관측소의 확대,
계측기기와 기상정보 처리 컴퓨터의 발달, 기상학의 진보 때문일 것이다. 기상레이더,
인공위성, 슈퍼컴퓨터 등이 이용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오늘날의 기상위성에는 지표의
설원이나 구름상태를 촬영하는 정치와 그곳에서 반사되고 흡수되는 에너지를 측정하는
장치까지 실려 있다. 그리고 기상위성이 지상으로 보낸 사진에는 태풍이나 허리케인을
만드는 저기압의 거대한 구름 소용돌이가 세세히 나타난다.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발생을 저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의 발생시기라든가
이동방향과 규모를 미리 알 수만 있다면 우리는 그 피해를 상당히 방지할 수 있다.
오늘날 기상학이 이처럼 발달되었지만 일기예보가 자주 틀리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중요한 원인의 하나는 대기층 전역에서 기상관측이 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사실
기상관측 데이터는 대기층의 낮은 부분에서만 얻어지고 있다. 무인기상관측 기구(공기
기, 공 구)를 사용해서 최고 30km 고도의 관측 데이터도 얻고 있으나 기상관측기구는
관측자의 뜻에 따라 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바람 따라 제마음대로 움직이고 있어
적당한 데이터가 되지 못하는 수가 허다하다.
비행기에서 고공기상을 관측하기도 하지만 비행기는 기구만큼 높이 오를 수 없다.
그렇다고 고공으로 관측 로켓을 연달아 쏜다는 것은 큰 비용이 든다. 또 비행기와
로켓은 너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어 이용에 한계가 있다.
일기예보가 틀리는 두번째 이유는 대기현상의 원인과 그 과정, 연속성에 대해서
아직도 과학적인 충분한 지식을 갖지 못한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2개의 관측소
사이에서 생긴 발견되지 않은 작은 소용돌이가 돌연 커다란 규모로 발전하여 기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럴 때 일기예보는 엉망이 되고 만다.
또 일기예보를 위해 수집되는 정보의 양은 엄청나게 많다. 이렇게 많은 데이터를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충분히 분석하느라 슈퍼컴퓨터를 사용하지만 그래도 부족하다.
일기예보가 틀릴 수 있는 또 한 가지 이유 중에는 천기도작성의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일기예보는 일단 천기도가 작성됨으로써 가능해진다. 천기도 분석법의 기초는
과학적이지만 부정확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연달아 일어나는 대기현상을 분석하는 데는
개인적인 주관이 개입된다. 사실 일기예보관의 일은 마치 의사의 진단과도 같아, 지식
외에 예리한 직관과 사태 진전을 예견하는 능력이 매우 필요하다.
사실상 기상학의 역사는 퍽 짧은 편이어서 축적된 데이터도 부족하다. 정확한
일기예보를 할 수 있을 때가 언제쯤인지 이것 또한 예측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그러나
자연계에는 대기 중의 갖가지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는 '자연의 기압계와 온도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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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압 변화를 먼저 예측하는 하등한 동물들
통계에 따르면 해마다 수천 명의 사람이 바다에서 폭풍을 만나 목숨을 잃고 있다.
인위적으로 기상을 조절한다는 것은 커다란 미래의 꿈이다. 폭풍우가 밀어닥칠 때
폭풍의 진로를 바꾸거나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그러나 폭풍우가 올
것을 알고, 그 진로에서 항로를 피하는 것은 가능하다.
기상관측에 가장 많이 쓰이는 기압계는 폭풍우가 내습하기 2시간 전쯤에야 그것을
감지하여 기압 강하를 알려준다. 이럴 때는 피할 겨를도 없이 폭풍과 정면으로
대결하게 된다.
바다에 사는 새나 어떤 동물들은 사람보다 먼저 폭풍우의 내습을 탐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선원이나 해안의 주민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기압계의
눈금이 아직 내려가지 않고, 기상이 악화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데도 돌고래는
폭풍우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섬이나 육지의 그늘을 찾으며, 해안에서 놀던 고래는
넓은 바다로 나간다. 또 바위틈에서 먹이를 찾던 어떤 종류의 새우는 육지로
기어오른다. 갈매기와 상어도 폭풍우를 미리 알고 대피한다.
인간이 폭풍우의 내습을 예보하려면 광대한 지역에 걸쳐 기상 조건에 관한 정보를
입수, 정리하여 기상도를 만들고 그것을 해석해야 한다. 그런데 바닷새와 물고기들은
어떤 관측장치가 있어 빠르고 정확하게 폭풍우의 접근을 알까? 그 신비가 밝혀진다면
일기예보의 정확도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생물들 중에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일기예보 장치를 준비한 것이 많다. 그
실험대상으로 제일 먼저 선정된 것이 해파리였다. 해파리의 행동에 대한 결과, 이들은
폭풍우가 접근하면 바람과 파도의 영향을 적게 받는 연안부 안전한 곳으로 급히
이동한다. 그러면 해파리 같은 하등동물이 어떻게 폭풍우가 오는 것을 몇 시간 전에
아는 것일까?
해파리 몸을 조사한 결과 초음파를 감각하는 청각기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폭풍우가 닥쳐오기 10--15시간 전에 발생하여 수중으로 전해 오는 초음파를
그들의 귀가 듣는 것이다. 이때의 초음파는 8--11 헤르츠(Hertz)이다. 해파리의 귀는
선단에 둥근 구(공 구)가 붙은 가느다란 막대 모양의 구조를 하고 있다. 구 속에는
액체가 들어 있고, 그 위에 떠 있는 작은 돌이 신경말단에 접촉되어 있다. 초음파는
액체가 들어 있는 구에 전해지고, 다시 작은 돌을 통하여 신경에 전해진다.
* 사진 25
사진설명: 해파리는 폭풍우가 오기 전에 그것을 탐지하고 안전한 곳으로 피해
부드러운 몸을 보호한다.
해파리 외에 물고기가 가지고 있는 기압계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예를 든다면
폭풍이 오려고 하면 메기들은 수면 위로 올라온다. 미꾸라지의 일종인 어떤
물고기(Nemachilus)는 맑은 날엔 수조 바닥에 거의 정지하고 지내는데, 이들이 긴
몸을 흔들며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얼마 안 가 하늘에 구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보통 미꾸라지에게도 관찰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물고기에 숨겨져 있는 예민한 기압계의 비밀을 밝혀내 볼만하다.
과학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물고기의 기압계는 부레'라고 한다. 어류들이 가진 부레는
몸의 비중을 자기 주변의 물 비중과 같게 하여 쉽게 헤엄치도록 하는 구실을 한다.
따라서 이런 부레는 기압변화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거머리도 기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거머리를 어항에 넣고 관찰하면 날씨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즉 기상이 좋을 땐 어항 밑바닥에 몸을 옆으로 하고 있다가,
강풍이 뇌우가 오려고 하면 몸을 휘청거리며 빠르게 수영하다가, 나중에는 수면
밖으로 몸을 내밀어 어항 벽에 붙는다.
날씨가 흐리면 지렁이가 지표로 나와 기어다닌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이것은
건조하기 쉬운 지렁이의 피부가 공기 중의 습도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는 탓이라고 볼
수 있다.
큰비가 오려고 하면 개구리들이 유난히 많이 운다는 얘기가 있다. 이것 역시
개구리의 몸이 주변 습도 변화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나무에 사는 청개구리의 행동에 항시 주의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들 개구리는
우기가 시작되는 때를 미리 알고 나무에 기어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구리가 나무
위로 오르면 주민들은 장마를 대비하여 집과 전답을 정리한다고 한다.
여러 해 전, 서울 국립과학관에서 열린 전국과학전람회의 출품 작품 중에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청개구리와 기상의 관계를 조사한 것이 있었다. 그들의 관찰
결과에 따르면 청개구리가 나무 높이 기어오르면 꼭 날씨가 흐려지는데, 이러한
청개구리의 행위는 기상대의 일기예보보다 더 정확했다는 것이다.
개구리의 피부는 건조에 대단히 민감하다. 봄철에는 개구리들이 물가를 떠나지
않으나 여름이 되면 물에서 상당히 먼 곳까지도 나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봄철은 건조하기 때문에 피부의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한 행동이라 생각할
수 있다. 반면에 여름엔 언제나 습도가 높으므로 먼 곳까지 나들이를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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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곤충은 타고난 기상예보 전문가
새들도 훌륭한 일기예보관이다. 새들은 진화 과정에서 기압 변화와 습도 변화,
우기가 오기 전에 대기 중의 정전기가 축적되는 현상, 태양광선이 엷은 구름에 가리어
밝기가 변하는 것 등을 민감하게 느끼도록 되어 있다. 기상 변화에 따른 새들의
반응은 지저귀는 소리, 깃털의 모습, 앉았다가 날아가는 동작, 철새의 경우 출발과
도착 시간의 변화 등으로 나타난다. 한 가지 예로 종달새가 낮게 날 때는 일기가
나빠지고, 하늘 높이 날면 날씨가 좋다. 또 폭풍우가 오려고 하면 높이 날다 낮게 날다
하면서 야단스럽다.
곤충들과 거미도 대기의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역사에 남아 있는 다음과
같은 얘기는 퍽 흥미 있다. 1794 년 가을 프랑스군이 네덜란드를 침공했다. 당시
최강을 자랑하는 프랑스군의 공격을 막기 위해 네덜란드인은 운하의 수문을 열어
도로를 참수시켰다. 이러한 방어는 효과가 있어 프랑스군은 포기하고 퇴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프랑스의 사령관은 거미 한 마리가 정열적으로 집을 짓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돌연 퇴각 중지를 명령했다. 거미가 열심히 집을 짓는다는 것은 곧 날씨가 갠다는
증거가 된다. 사령관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날씨가 개자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했고, 침수지역은 얼음으로 뒤덮이고 말았다. 결국 네덜란드군은 얼음
위로 공격해 오는 프랑스군의 진격을 막지 못하고 말았다.
개미와 꿀벌도 비가 올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개미는 집 입구를 교묘하게 막고,
꿀벌은 꿀 따던 작업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파리는 집안으로 자꾸만
날아든다. 이것을 반대로 생각할 때, 날씨가 화창한데도 파리들이 실내로 많이
들어온다고 생각되면 곧 흐린 날씨로 변할 것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일부 곤충들은 장기예보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테면 가을철 꿀벌이 집
입구를 조그만 구멍만 남기고 밀봉하면 그 겨울은 춥고, 입구가 크면 추위가 심하지
않은 겨울이란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에 대한 확실한 관찰보고는 없는 것 같다.
공기 중에 상당량의 습기가 없으면 활동하지 못하는 곤충인 쥐며느리는 감각기관
중에 습도를 대단히 민감하게 감지하는 부분이 있다. 쥐며느리 몸에는 습도의 변화에
반응하는 고감도 습도계가 약 100개쯤 붙어 있다. 그것은 얇은 표피에 있는 끝이
나누어진 작은 돌기로서, 기부에 신경말단이 뻗어 있다. 이런 구조는 다른
딱정벌레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생물습도계'에 대한 뉴튼 시대의 이야기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 어느 청명한 날
산책을 나간 뉴튼은 도중에 양치기를 만났다. 그때 양치기는 뉴튼에게 곧 비가 올
것이므로 집으로 돌아가기를 권했다. 그러나 뉴튼은 산보를 계속했다. 30분쯤 뒤
뉴튼은 정말 소나기를 만났다. 이렇게 정확한 예보에 감탄한 그는 나중에 그
양치기에게 이유를 물었다. 양치기의 대답은 이러했다. "양털이 눅눅해지는 것을 보면
비가 가까이 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연은 산양과 같은 동물에게도 일기예보 능력을 부여했다. 산양이 집안에 들어와
있으면 비가 올 것을 예측할 수 있고, 풀밭에 나가 있으면 반드시 청명한 날씨가
계속된다. 우리는 머리카락 습도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습기가 많으면
머리카락이 늘어나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 머리카락 습도계가 아닌가. 머리카락
습도계는 퍽 오래된 생체모방의 한 도구라고 하겠다. 식물은 기온, 기압, 대기가
토양의 습도, 태양 조사량의 변화에 대해서 동물과 다름없이 정확한 반응을 보인다.
'자연의 캘린더'란 말이 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정확히 새싹이 나고, 꽃이 피고,
단풍이 드는 데서 온 말이다.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은 산천초목이 변하는
것을 보고 씨를 뿌리고 거두는 것이 달력에 따라 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사리 잎이 아침부터 잘 펴져 있으면 따뜻하고 청명한 하루가 된다. 금잔화,
채송화, 나팔꽃 등이 피지 않는 아침은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다. 팽이풀의 잎이
퍼지지 않아도 그렇다. 식물의 이 같은 성질은 예부터 잘 알려져 있다. 자연계에는
이렇게 수많은 일기예보관들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과학자들은 자연의 일기예보
능력과 그 비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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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발생을 먼저 아는 동물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1944 년)의 대지진과 일본 고베와 오사카 시의 지진(1995 년)은
자연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1975 년 2월에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상당한 진도의 지진이 일어났다. 그때의 신문보도에 따르면 빌딩 유리창이 흔들리고
선반의 물건이 떨어졌으며, 아파트 주민 중에 대피 소동을 벌인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뒷날 이 지진의 진원은 중국대륙으로 알려졌다. 당시 외신이 전한 것을 보면
진원지에선 상당한 피해가 있었지만 지진이 있을 것을 미리 알고 대피했기 때문에 그
피해는 훨씬 적었다고 한다. 이때 지진을 예보한 것은 지진학자가 아니라 팬더와 같은
동물이었다고 전해짐으로써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오늘날의 지진학자들에게 가장 큰 꿈이 있다면 그것은 지진을 예보하는 것이다. 이
방면의 연구는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이 지진학자들에 의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어느 나라에서도 자신 있는 지진 예보는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태평양과 접한 캘리포니아 주의 해안지대에는 '샌 앤드리어스 단층'이라는 유명한
지각변동지대가 있다. 이 단층지대는 대륙이동설이 설명하는, 두 대륙이 서로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경계지대가 된다. 이곳은 미국 내에서 가장 지진이 잦으며,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항시 간직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지진학자들이 여러 가지 지진측정장치를 설치해 두고 지진에 대한
온갖 것을 연구하고 있다. 그들의 최대 연구 목적은 지진을 예보하는 것이다. 1949
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지진에 대해 그저 자연의 큰 재앙으로만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나 과학의 힘은 어느 정도 지진을 예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고 있다.
지진파에 대한 깊은 연구, 정밀한 전자지진탐지장치와 자력탐지기, 지전류탐지기,
그리고 레이저광선을 이용한 지진탐지장치 등을 개발하여 지진을 예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이용한 지진예보는 막대한 비용과
인원이 필요하며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슈퍼컴퓨터까지 동원되어야 한다.
중국 하이청(해성, 1975 년)에서 진도 7.4의 강진이 일어나기 이전까지는 중국의
지진학이 대단히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서방에서는 모르고 있었다. 2차 대전이 끝나기
전만 해도 중국엔 지진학자라고는 3사람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0,000 명이
넘는다고 한다. 더욱 흥미있는 것은 아마추어 지진관측가가 전국에 수십만 명
산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일반인으로 조직된 아마추어 관측가들은 수시로
동물들의 움직임과 지하수의 수위 변화, 지하수의 냄새 등을 조사해서 상부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그들의 보고는 즉각 분석되며, 지진계나 다른 관측장치의
측정과 함께 비교 분석되는 것이다.
지진의 징조가 있을 때는 지하수위가 변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계속적인
지하수위 측정은 중요한 관측 대상이 된다. 그리고 지하수 냄새를 분석하는 것은 지진
전에 지하수의 이산화황 등의 가스가 다량 함유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지금은 지진학자들 외에 생물학자들까지 지진 예보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같은
일은 인간이 만든 어떤 관측기보다 자연 속의 동물들이 지진을 더 잘 탐지하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즉 지진학자들의 측정 장치에 지진이 전혀 기록되기도 전에 지진이 날 것을 바다와
육지의 여러 동물들이 먼저 탐지하고 이상스런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수백 m 해저에 사는 어떤 종류의 심해어가 수면에 올라온 것이 발견된
얼마 뒤 그 지방에 지진이 일어난 일 따위다.
지진의 징조를 예보하는 동물에 대한 보고는 상당히 많은 듯하다. 알제리에서는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많은 가축이 도망갔다고 한다. 또 유고슬라비아의
스코플레에서는 지진 직전에 동물원의 동물들이 소란을 피웠다고 하며, 또 이 지진 때
그곳 어느 여교사는 개미가 유충들을 물고 대이동하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콤소몰스크에서 일어난 지진 때는 뱀과 도마뱀의 이동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동물들의 이 같은 행동에 숨겨진 비밀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단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지구 내부의 소리, 즉 지진을 일으킬 지하의 에너지가 축적됨으로써
발생하게 되는 초음파를 동물들이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이 가설에는 한
가지 모순이 있다. 말하자면 지진관측소에는 약한 지진이 수없이 기록되고 있다.
그렇다면 동물들은 수시로 발생하는 작은 지진파와, 큰 지진 전에 일어나는 지진파를
어떻게 구별하는가 하는 의문이다.
과거 지구의 역사 중에는 지각의 변화가 심하던 수억 년에 걸친 기나긴 시간이
있었다. 이런 지각변동의 시대를 동물들이 진화해 오는 동안에 지진을 예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만일 심해어라든가 기타 다른 동물들이 지진을 예보할 수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그러한 생물학적 예보탐지장치를 인공으로 만들 수 없을까?
전세계 지진관측소의 통계에 따르면 5분마다 1 회 비율로 크고 작은 지진이 세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다 한다. 즉 1 년간의 지진 발생 총수는 10 만을 넘는다. 그리고
지진의 규모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어떤 곳은 지진이 거의 없는 반면에 격심한
지진이 수시로 일어나는 곳도 있다.
대지진의 에너지를 계산해 본 과학자들은 그 위력이 진원지에선 100 메가 톤급
원자탄 100개에 상당한다고 말한다. 천재지변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지진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세계 이곳저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지진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그것을 사전에 예보하는 것이다. 지진예보는 일기예보와 마찬가지로 인류의
크나큰 숙제였으나, 과학의 힘은 아직도 지진 예보에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지진의 완전한 예보'라든가, '지진 방지'와 같은 문제는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고
있다.
지진예보가 왜 그처럼 어려운가? 지진은 최신의 관측장비를 사용해도 연구할 수
없는 너무나 깊은 지하(최고 600--700km 지하)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측정할 수 있는 깊이는 겨우 수km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진이 발생
메커니즘이나 지진에 앞서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진학자들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볼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변화를 주의깊게
생각한다. 즉 진원지역에 있어서 지표면의 경사와 비틀림의 변화, 소규모 지진이
증가하는 것, 단층 부근의 암석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특성의 변화, 지각 상부의 전도성
변화, 온도에 따라 자력이 변하는 퀴리(Curie)점의 이동, 지구 자기장의 변화 등이다.
이 외에 지진 전에 볼 수 있는 우물 수위의 변화, 그리고 지하수에 포함된
라돈(radon) 함량의 변화 등도 조사 대상이 된다.
오늘날의 고감도 지진계는 태양과 달의 조석현상에 의해 일어나는 지구 표면의
지극히 미미한 변형을 기록할 정도로 예민하다. 또 미국에서 개발된 길이 5km의
레이저광선을 이용한 지진계는 1,000분의 1mm 변화도 탐지할 수 있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지진예보가 머지않아 상당한 정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 한다.
어떤 과학자의 보고에 따르면 곤충인 물방개붙이는 0.4옹스트롬(^356,16^)의 파동을
촉각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하며, 여치과의 어떤 곤충은 수소원자 지름의 절반 정도로
작은 진동에도 반응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토록 민감한 반응은 지구 반대쪽에서
일어난 지진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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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후각 기능을 모방하는 인공코의 연구
인간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그리고 피부감각 이렇게 다섯 가지 감각을 갖고
있다. 후각이란공기 중 또는 수중에 포함되어 있는 화학물질의 분자를 후각신경이
감각하여 그것이 무엇인가를 구별해 내는 것이다.
동물의 진화 과정을 보면 눈이나 귀와 같은 감각기관보다 훨씬 먼저 생겨난 것이
후각기관이다. 이것은 누구나 간단히 생각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눈이나 귀와
같은 기관이 없는 하등동물일지라도 그들에겐 냄새 감각기관만은 발달해 있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진화과정 중에 귀나 눈에 앞서 후각을 발달시켜 먹이와
이성을 찾아냈으며, 위험의 접근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인간 역시 동굴생활을 하던 시대에 벌써 훌륭한 후각기관을 가지고 있었다. 실험에
의하면 사람은 공기 500cc 속에 100조분의 22g 정도의 스카툴(skatole, 분뇨의 악취
성분)이 섞여 있으면 그것을 느낀다고 한다. 또 제비꽃의 일종에서 얻은
이오논(ionon)이란 향기 좋은 물질은 공기 중에 30억분의 1이 포함되어 있어도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을 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침과 저녁에 후각이 예민해지고 낮에는 둔해진다. 그리고
남자에 비해 여자가 훨씬 후각이 민감하고, 노인보다는 어린이가 예민하다. 또
대부분의 사람은 왼쪽 코가 오른쪽보다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후각기관이 지닌 놀라운 점은 냄새를 잘 맡으려고 훈련을 하면 할수록
감각이 더욱 민감해진다는 것이다. 청각이나 시각, 미각에서는 불가능한 현상이
후각에서는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세 가지 어려움을 극복했던 유명한 헬렌 켈러
여사가 체취를 맡고 대부분의 친구와 방문객을 누구인지 구별할 수 있었던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본보기라 하겠다.
사람들 중에는 전혀 냄새를 맡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1,000 명 중에 1--2 명
비율로 나타나는데, 이런 사람은 스컹크의 지독한 냄새에도 무감각이다. 또 어떤
사람은 특수한 냄새에 한하여 맡지 못하는데, 그런 사람은 선천적인 백피증
사람에게서 볼 수 있다. 백피증이란 모발이 백발이거나 금발이며, 눈의 홍채와
후각기관에 보통 사람과는 달리 황색 색소가 없는 사람이다.
자연계에는 수백만 가지의 냄새가 있다. 그런데 대개의 사람들은 그 중에서 수천 종
정도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을 뿐이다. 특별히 훈련된 사람이라면 수만 종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정도로 좋은 식별능력을 가진 감각기관은 코뿐이다. 코의
구조를 보면 후각은 비공 깊숙이 있는 2개의 내비공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뇌의
하부와 연결되어 있는 후각세포는 점액을 분비하는 얇은 막으로 덮여 있어 그곳을
지나가는 공기로부터 오염되지 않도록 보호되고 있다.
후각세포가 모여 있는 후상피의 면적은 약 5^356,126,14,134^ 로서 눈의 망막
면적에 비해 상당히 넓다. 눈을 보면 외부의 환경과 안구의 안쪽 시신경 사이에
수정체가 놓여 있고, 귀는 고막이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코만은 후각 신경 자체가
바로 환경과 접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외부 환경과 직접
접촉하는 것이다. 후각신경의 한 끝은 후각상피 표면을 이루는 점막층으로부터 약간
돌출해 있고, 그 선단에는 몇 개의 후모가 있다. 이 후모는 끊임없이 공급되는 점액에
젖어 있으며, 이 부분이 냄새 분자와 직접 접촉한다.
인간이 지닌 코라는 냄새 분석기관은 1초의 몇 분의 1이란 짧은 시간 사이에 냄새
분자를 수용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식별한다. 이러한 코는 어떤 최신 화학분석
기계보다 우수한 고속 화학분석기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코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담배 연기나 각종 화학물질로 중독시켜 점점 성능이 나쁜 분석기관으로 만들고
있다.
반면에 코의 성능을 조금이라도 다칠까봐 염려하는 사람이 있다. 향수조합사,
술감정사, 요리사 등이 바로 그들이다. 향수조합사란 특이한 직업이다. 인간에게
쾌감을 줄 수 있는 갖가지 향내를 만드는 예술가라고 하겠다. 그들은 민감한 코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많은 화학 지식과 후각에 대한 뛰어난 기억력이 있어야 한다.
향수조합사를 양성하는 학교는 따로 없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특별한 강습을
받고는 수십 년 실무를 하는 동안, 경험을 쌓고 후각능력을 높이며 냄새에 대한
정확한 기억력을 증진시켜 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들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여, 담배와 술은 절대로 금지다.
그리고 자극성 강한 음식도 먹지 않는다. 향수조합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술감정가들도 사정은 같다. 뛰어난 포도주감정가는 포도주의 이름 뿐만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진 해까지 정확히 기억한다.
우리들은 음식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고 그것이 썩었다거나 변질되었다거나 아니면
아주 맛있는 음식임을 안다. 만일 음식에서 나오는 냄새로 그것이 상했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면 식중독에 걸려 고생하는 일이 잦을 것이며, 심지어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황산가스라든가 기타 독성이 있는 물질의 냄새를 맡게 되면 곧 강한 거부반응을
일으켜 그 자리를 피하게 된다. 그리고 음식이나 무엇이 타는 냄새를 느끼면 자기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하게 된다. 아름다운 꽃향기라든가, 맛있는
음식 냄새, 과일이나 향수의 향내는 우리 생활을 즐겁게 해준다. 또 오래 전에 맡았던
냄새에 대한 기억은 다시 같은 냄새를 맡게 되었을 때 지난일을 떠올려 주기도 한다.
아무튼 냄새를 맡는 감각기관은 생명을 지켜 가는 데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촉각만 제외한 청각, 시각, 후각을 지배하는 충주는 모두 뇌와 가까운 머리 안에 쏠려
있다.
개는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후각이 뛰어나게 발달된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나 경찰에서는 길들인 개를 앞세워 적이나 범인을 추적할 뿐 아니라,
감추어진 폭탄이나 마약을 찾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일을 돼지에게 맡기기도
한다. 사실상 돼지는 개보다 더 훌륭한 후각을 갖고 있으며 쉽게 길들일 수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고급요리에 쓰는 버섯을 찾을 때 돼지를 이용하고 있다.
또 스위스 같은 나라에서는 갑작스런 눈사태로 사람이 눈 속에 파묻혔을 때 그를
찾아내는 데 개를 이용한다. 오사카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건물 아래에
깔렸을 때 스위스에서 파견된 개들이 냄새를 맡아 파묻힌 사람을 수십 명 찾아냈던
뉴스는 아직도 생생하다.
세계의 큰 도시 길바닥 밑에는 가정과 공장 등으로 보내는 수도 파이프와 함께 가스
파이프, 전선, 전화선 등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묻혀 있다. 수도 파이프가 처져서
물이 길 밖으로 마구 새나오는 현장을 겨울이면 자주 본다. 이와 마찬가지로 가스
파이프도 여러 가지 사고로 깨어져 가스가 새나오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가스는
누출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새는 곳을 찾기 어렵다.
겨울이 길고 추운 캐나다의 온테리오 주에서는 지하의 가스관에서 새는 곳을 찾을
때 개를 이용하고 있다. 가스 파이프는 지하 5.5m 깊이에 묻어야 한다. 사람이라면
도저히 불가능하지만 개는 그런 곳에서 스며나오는 냄새를 맡아 누출 지점을
찾아낸다. 겨울이 되어 땅이 꽁꽁 얼고, 그 위에 눈까지 덮여도 개의 코는 가스가
나오는 곳을 틀림없이 찾아내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어떤 화학물질 탐지장치도 개의
코처럼 훌륭할 수가 없다.
마약을 전문으로 조사하는 경찰은 "사람들은 개를 무시하고 지낸다. 그러나 개가
없다면, 범인이 숨긴 마약이나 폭탄을 거의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충분한 까닭이 있다. 만약 범인이 마약을 몸에 감추고 비행기를 탔다면, 그
범인이 이미 내리고 없더라도 그가 앉았던 자리까지 찾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개이기
때문이다.
마약범들은 자동차의 타이어나 엔진의 피스톤 속에, 혹은 통조림 속에 마약을
숨기기도 한다. 그래도 개의 후각을 피하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마약을 고춧가루나
마늘과 같이 냄새가 지독한 다른 물질 속에 감추어 두어도 개는 그것을 찾아낼 수
있다. 개는 뛰어난 기억력까지 가지고 있다. 잘 훈련된 경찰견을 보면, 범인의 소지품
한 가지에서 맡은 냄새를 기억하고 있다가 수많은 사람 중에서 정확히 범인을
골라낸다.
개의 후각에 대해 정밀조사한 결과를 보면, 보통의 개라도 50 만 가지 정도의
냄새를 기억하고 구분할 수 있다 한다. 그리고 개들은 공기 1cc 속에 젖산분자
9,000개가 섞여 있으면 그 냄새를 느낀다고 한다.
공기 1cc 속에 포함된 분자의 수는 268에 0을 17개로 붙인 수효에 달하므로 개는
3.36 ^16^ 10^45,35^16 농도의 젖산을 알아내는 화학분석 능력을 가졌다고 하겠다.
그것도 극히 짧은 순간에 말이다. 개나 돼지만이 이렇게 훌륭한 후각을 가졌을까?
놀랍게도 알고 보면 개의 후각도 다른 동물에 비하면 보잘것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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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등동물들은 더 놀라운 후각을 가졌다.
인간과 달리 동물의 세계에서는 후각이 시각이나 청각 이상으로 중요한 구실을
한다. 동물의 경우 후각은 자신을 보호하는 데 절대로 필요하다. 특히 맹수에서
있어서 후각은 숨어 있는 동물을 찾아내기도 하려니와 그것이 어떤 종류의 동물인지도
알아낸다.
수중에서 작은 벌레를 잡아먹는 물고기들도 후각을 이용한다. 그 한 예로 완전히
시각을 잃은 잉어가 냄새만으로 먹이를 찾아먹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눈이 완전히
퇴화해 버린 동굴 속의 동물들도 후각을 최대한 이용해 살아간다. 물고기의
후각기관은 육상동물의 그것과는 아주 다르다. 물고기들은 물에 녹아 있는 화학물질이
무엇인지는 물을 들여 마심으로써 알게 된다. 때문에 어류의 후각기관은 대부분
미각기관과 함께 입안에 있거나 측선 또는 몸 전체에 퍼져 있다.
여러 종류의 물고기 피부에는 보통의 피부세포와는 형태가 다른 방추상 세포가 섞여
있는 것이 발견되자, 이 세포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하는 화학적인 수용기
구실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했다. 전자현미경 관찰 결과 예상대로 이
세포는 신경섬유와 이어져 있었으며, 신경의 끝 부분이 피부 표면에 돌출해 있는
후각세포란 것이 밝혀졌다.
후각이 특히 뛰어난 동물을 말하자면 곤충을 빼놓을 수 없다. 곤충들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빼어난 냄새감각과 그에 대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개미의
경우 그들은 동료를 냄새로 분간한다. 만일 다른 냄새를 가진 개미 한 마리가 자칫
남의 집에 기어들면 금방 물려 죽게 된다.
곤충에게는 냄새가 성 유인물질로서 작용하기도 한다. 한 마리의 작은 곤충이 가진
냄새물질의 양은 지극히 적다. 그러나 암컷 곤충이 발산한 냄새를 쫓아오는 수컷의
예는 잘 알려져 있다. 조사에 의하면 한마리의 참나무산누에나방 암컷이 분비한 성
유인물질을 따라 125 마리의 수컷이 몰려든 경우도 있다. 매미나방 암컷 한 마리는 1
만분의 1mg 정도의 성 유인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정도의 양만으로도 수컷을
유인하는 데 충분하다. 이렇게 성 유인물질을 분비하다가도 교미가 끝나면 분비를
중지한다.
참나무산누에나방의 암컷이 방사한 냄새를 쫓아 5--10km 밖에 있던 수컷이
찾아왔다는 조사보고가 있다. 이러한 경우 암컷에서 분비된 물질이 10km 밖의 공기
중에까지 퍼져 나갔다면 그곳 공기 1cc 중에는 유인물질 1분자 정도가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더구나 공기 중에는 성 유인물질 외에도 수많은 다른 종류의 화학물질 분자가
섞여 있다. 그 속에서 나방은 자기들 세계의 성 유인물질만을 구별해서 그 물질의
농도를 추적해서 암컷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동물들이 성 유인물질이나 동족간의 통신수단으로 이용되는 냄새 물질들은
페로몬(pheromone)이라 부르는데, 페로몬에 대한 깊은 연구는 동물행동학자와
유기화학자의 협력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호르몬은 동물들의 체내로 분비되어 동물의 내부 생리와 내부 환경을 조절하는
물질이다. 반면에 페로몬은 체외로 분비되어 같은 종, 또는 같은 동물 가족 사이의
통신수단이 되는 물질이다. 여기서 통신수단이란 넓은 의미를 가진다. 즉 성 유인,
같은 가족의 판단, 개미의 길 안내 등이 모두 포함된다.
동물의 페로몬은 퍽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의 주의를 끌어왔다. 포유동물이 분비하는
냄새 중에 무스콘(muskone)과 시베톤(civetone)은 일찍부터 알려진 물질이다.
포유동물들은 이러한 냄새물질을 단독으로 또는 다른 화학물질과 결합해서
분비함으로써 자신의 생활 영역을 표시하거나 성숙한 성을 나타낸다.
과학자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 페로몬은 곤충들이 분비하는 것들이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는 누에나방 암컷이 분비하는 12mg의 성 유인물질 봄비콜(bombykol)을
얻기 위해 25 만 마리를 처리해야 했다. 미국 농무성 연구소에서는 집시나방 암컷의
성 유인 페로몬 지플루르(gyplure) 20mg을 얻는데 50 만 마리를 소모해야 했다.
그런데 곤충 암컷들은 자신의 존재를 선전하는 대단히 경제적인 방법을 진화시켰다.
예를 들어 집시나방 암컷 한 마리가 가진 지플루르 양은 0.01^356,4,134,1245^에
불과하지만 이것은 10억 마리의 수컷 안테나를 자극할 수 있는 양이다.
곤충의 페로몬으로서 가장 흥미 있는 연구대상은 사회생활을 하는 말벌, 꿀벌,
흰개미, 개미 등의 곤충이 분비하는 것이다. 이들 중 개미가 이용하고 있는 페로몬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이 알려져 있다. 개미 중에서 일개미 몸에는 잘 발달된 외분비선이
있다. 곤충학자들은 일개미의 외분비선에 대해서 궁금해 하던 중 페로몬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면서, 그들의 외분비선에서 분비되는 페로몬이 개미의 활동과
사회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를 알게 되었다.
개미집 근처에서 왕래하고 있는 개미 한 마리를 깨끗한 침으로 건드려 보면 즉시
근처의 다른 개미들까지 흥분한다. 이것은 위험을 느낀 개미 한 마리가 분비한
'경보페로몬' 때문이다.
밖에 나갔다가 잘못하여 벌에 한번 쏘이면, 곧 다른 수많은 벌로부터 일제히 공격을
받는 수가 있다. 이것은 처음 쏜 벌의 독액에서 나온 냄새가 가까이 있던 다른 동료
벌들을 흥분시켜 모두가 공격에 참여토록 만들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화학물질이 통신수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인간에게 명주실을 제공하는 누에나방을 보면 그 수컷은 날개가 있어도 잘 날지
못하기 때문에 암컷을 찾아가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누에나방이 가진 2개의
깃털모양을 한 안테나는 암나방으로부터 방출되는 냄새를 대단히 민감하게 포착한다.
조사에 따르면 암나방의 성 유인물질 1분자만 안테나에 도달해도 즉시 수용세포에
신경전류가 흐른다. 그리고 1초 동안에 200 회 정도의 신경전류가 발생하면 이 신호는
뇌에까지 전달되고, 그에 따라 수나방은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향해 움직인다.
* 사진 26
사진설명: 누에나방의 안테나는 최고 10km 밖에 있는 암컷 페로몬의 냄새를
맡는다.
곤충이 짝짓기할 상대를 찾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이 페로몬이지만, 곤충의 안테나는
자기가 발견한 암컷이 이미 교미를 끝냈는지 아닌지도 페로몬을 통해 안다. 또
나비들은 나뭇잎이나 줄기에 알을 낳을 때, 그 주변에 자기 자손을 잡아먹을지도
모르는 적이 될 다른 곤충의 알이 혹시 없는지 안테나로 일단 확인한 뒤에 산란한다.
모기는 촉각으로 탄산가스와 수분의 존재를 확인하고, 촉각으로는 소리까지 듣는다.
나비와 벌은 꿀의 향기를 멀리서도 안테나로 찾는다. 바퀴벌레는 안테나로 물이 있는
곳을 알아낸다. 그리고 벌과 개미들은 안테나를 서로 맞부딪쳐보는 방법으로 상대가
자기 가족인지 침입자인지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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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유인물질 페로몬으로 해충을 유인하는 농약
농약은 농작물의 생산량을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해왔다. 그러나 농약 때문에 인축의
중독사고라든가, 해충을 없애기 위해 뿌린 농약이 귀중한 익충들까지 죽이는 등 큰
부작용이 나타났다. 더구나 농약에 의한 토양이나 수질오염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상 농약은 이익보다 도리어 더 큰 부작용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이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사람과 가축에 피해가 없고, 토양이나 물을 오염시키지
않으며, 목적한 해충만을 구제할 수 있는 농약이나 어떤 해충의 퇴치방법을 강구하게
되었다. 이상적인 농약을 찾는 이러한 연구는 상당히 빠른 진전을 보아 벌써 여러
가지 방법이 이미 실용단계에 있다.
이상적인 농약으로 기대되는 것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감마선 따위의
방사선을 이용하거나 특수한 화학약품을 써서 해충을 불임으로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충의 수컷이나 암컷을 대량 포획 또는 사육한 뒤 이들을 불임으로 만들어
산야에 놓아준다. 이때 방사선이나 약품처리로 불임이 된 수컷 해충은 암컷과 교미를
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불임처리를 계속하는 동안 해충의 수효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오늘날 화학불임제를 개발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이상적인 화학불임제를 이렇게
정의한다. "알 또는 정충이 생기지 못하게 하거나 죽이는 물질, 또는 그 속의 유전자를
크게 해치는 화학물질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 물질은 사람이나 기타의 동식물에
대해서는 전혀 피해가 없어야 하고, 파괴되지 않은 채 지상에 남아 오염을 일으켜서도
안 된다."
두번째 이상적인 농약은 천적 이용이다. 즉 구제 대상이 되는 해충을 괴롭히는 새나
다른 곤충 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번식시켜 해충을 없애는 방법이다.
세번째 농약은 페로몬을 이용하는 것으로 이 방법은 가장 간편하고 효과적이며
이상적인 농약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즉 해충의 성 유인물질은 페로몬을 이용하여
간단히 해충을 대량 유인할 수 있으므로 구제가 용이하다. 특히 성 유인물질과 함께
살충제나 화학불임제를 동시 사용하는 것은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성 유인물질은 같은 종류의 동물세계에서만 유인 효과를 나타내므로 다른 곤충에
대해서는 전혀 피해를 주지 않으며 인축도 안전하다.
한편 성 유인물질을 사용치 않고 해충을 유인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예를 들어
파리는 암모니아 냄새를 좋아한다. 이것은 먹이유인제라고 하겠다. 그리고 나방
종류들은 밤의 불빛에 잘 모여든다. 불빛과 불임제를 겸용하는 것도 해충 퇴치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어떤 과학자는 특정한 해충이 잘 유인되는 빛의 파장이나 초음파의
주파수를 연구하고 있다. 해충을 유인하는 이상적인 방법이 찾아진다면 인간과 해충의
싸움은 훨씬 간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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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 누출을 찾는 인공코가 개발되고 있다.
지상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후각기관은 수억 년이란 진화의 기간이 걸려 완성된
것이다. 오늘날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되었다지만 아직 코를 대신할 만한 기계를 못
만들었다. 만일 개의 코나 연어, 또는 개미나 나방의 후각기관과 같은 고감도의 뛰어난
기억력과 선택 능력을 가진 후각기관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세상은 더욱
편리하고 재미있는 것이다.
경찰견에 의존하던 범인의 추적도 인공장치의 힘을 빌리게 될 것이며, 공해물질이
극소량만 공기 중에 섞여 있어도 그것을 구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인공코가
개발된다면 향료와 식품공업에서 특히 잘 이용될 것이다. 새로운 향료의 합성,
음식물의 부패 조사, 원료와 제품의 검사, 유독물질, 도시가스 누설 조사 등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 그 중에서도 사람이 직접하기 어려운 유독물질의 냄새를
인공코로 맡는다면 여간 편리한 일이 아니다. 오늘날 그러한 인공코가 조금씩
개발되어 가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음주 운전자를 가려내는데 인공코가 이용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음주측정기다.
미국은 인공후각기관을 만들어 군사용으로 또 경찰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뱀장어의
후각기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전한다. 뱀장어는 6 ^16^ 10^45^25 배로 희석된
알코올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바꾸어 표현하자면 길이 50km, 폭 10km,
깊이 7,000m의 거대한 호수에 1g의 알코올이 포함되어 있어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뱀장어의 후각기관과 같은 능력의 인공후각기관이 개발된다면 적의 함정이나
잠수함이 남겨 놓은 냄새를 따라 추적하는 무기를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폭약이나 폭탄에서 스며 나오는 화학물질의 냄새를 맡아 비행기
납치범을 미연에 찾아낼 수 있는 인공코가 이미 개발되어 있다고 한다. 또 어떤 미국
회사는 운전기사가 술을 먹었을 때는 자동차의 엔진이 시동되지 않도록 하는
전자장치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것은 운전기사가 호흡할 때 배출되는 알코올 가스가
전자장치에 감지되면 회로가 끊어져 시동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 장치의 성능은
사람 코보다 100배쯤 예민하다고 한다.
미국 허니벨사는 기체가 자외선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원리에 기초한 인공코를
만들었다. 이 장치는 자외선램프가 들어 있고, 램프에서 나온 빛은 예민한 검파관에
초점이 맞춰지도록 되어 있다. 자외선램프와 검파관 사이에 다른 기체가 지나가면
자외선의 에너지가 감소된다. 이 장치는 대단히 예민하여 기체의 농도가 0.00001%만
되어도 경보를 울린다. 따라서 공기 중에 100 만분의 1 정도의 다른 기체가 포함되면
그것을 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연어, 은어 등은 냇물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가 어디서인지 몇 년씩이나 지내다가
고향 냇물로 찾아와 알을 낳는데, 반드시 자기가 태어난 곳을 찾아와 알을 낳는
물고기로 유명하다. 이들 물고기의 회귀본능은 냄새감각의 기억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대기중의 아황산가스(so^23^) 함량을 측정하는 전자코가 거리에 설치되어 대기오염
상태를 감시하고 있다. 오늘날 여러 가지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인공코가 개발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가 생명공학적인 원리에 의한 장치는 아니다. 생명공학적
인공코가 아닌 이상 그 구조나 작동속도, 감도가 천연 후각기관을 따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공코는 사용방법도 복잡하고 제작과 사용 경비도 막대하다.
어떤 의학자는 인공코를 환자 진단에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 몸에 어떤
병이 생기면 체내의 화학적 균형이 깨짐으로써 독특한 냄새를 발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코는 그토록 예민하게 냄새 차이를 구별할 수 없지만, 정밀한 인공코를
사용한다면 병의 종류는 물론 병의 원인 분석에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코를 아무리 잘 만든다 하더라도 동물의 후각기관만큼 훌륭하게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이유를 찾는다면 첫째로 동물의 후각기관은 냄새를 맡는
수용기관으로서 수용세포, 신경조직, 뇌 등이 대단히 복잡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와 닮은 인공코를 만들려면 동물의 후각기관에 숨겨져 있는 신비를
밝혀내야 하며, 냄새물질의 물리화학적인 지식을 더 많이 알아야 한다.
예를 들자면 냄새물질의 분자는 후각상피 점막 표면에 있는 신경말단에서 서로
어떻게 작용하며, 이때 그 정보는 어떻게 빨리 전달되고 또 분석되며, 과거의 기억까지
되살려 내는가? 현대의 생리학은 아직도 인간의 코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잘 모르고
있다. 이러한 형편에서 자연의 후각기관을 닮은 인공장치를 쉽게 개발할 수 있다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는 여러 동물의 코를 직접 이용하는 방법부터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떤 탄광에선 개미를 갱 속으로 가져간다. 개미는 어떤 장치로도 검출할 수 없는
극미량의 갱내 가스를 느끼고, 위험한 정도가 되면 곧 특이한 반응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래서 갱내에 들어온 개미를 잘 살피면 갱내 가스 중독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어떤 광산에선 갱에 카나리아를 가져간다고 한다. 카나리아는 갱 안에 미량의
유독가스가 포함되어 있으면 곧 의식을 잃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때 실신한
카나리아는 신선한 공기에 내놓으면 다시 회복되므로 갱 속 중독사고 예방에 대단히
유용하다 하겠다.
연탄 가스에 의한 중독사고나 도시가스 누설에 의한 폭발사고를 예방하는 이상적인
방법도 나와야 한다. 지난 날 영국해군의 잠수함에서는 함 내에 흰쥐를 길렀다.
흰쥐는 가솔린 냄새에 민감하여 잠수함 내에 가솔린 가스 농도가 높아지면 찍찍
소리를 내어 위험을 경보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 성질을 이용하여 함 내에 가솔린이
샌다거나 하는 사고를 빨리 알 수 있었다.
최근에 와선 개의 후각을 이용해 도시가스 누설 지점을 찾아내기도 한다. 이런 때에
개를 이용하면 단시간에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비도 절약된다. 그리고
소련에서는 개의 후각을 지하광물탐사에 이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다. 개에게
일정한 광물냄새를 맡도록 훈련시킨 뒤 그러한 광물의 냄새가 짙은 곳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의 피부엔 수많은 분비선인 땀샘이나 피지선이 있다. 경찰견은 범인의 발에서
흘러나온 땀냄새를 찾아가는 것이다. 조건만 좋으면 개들은 하루 전에 남긴 체취도
추적할 수 있다. 사람의 체취는 지문과도 같아 엄밀히 분석하면 사람마다 체취가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만일 전자경찰견(인공코)이 개발된다면 범인을 찾아내기
훨씬 쉬워진다.
예를 들어 방에 들어온 범인이 아무 곳에도 지문이나 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의 체위만은 남게 되므로, 전자경찰견은 그것을 분석하여 지문 카드에서
범인을 색출하듯 또 한 가지 냄새라는 인문을 찾아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찰에서는
지문 카드 외에 체취 카드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후각은 생리학에서 가장 어려운 연구 대상의 하나다. 그러나 생리학과 화학,
전자공학 등의 각 분야 전문가가 협력하여 후각의 신비를 파헤쳐 본다면 그 응용의
길은 무한히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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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로 먹이를 탐지하여 사냥하는 동물들
오늘날 우주선에서는 원자력전지나 연료전지, 태양전지를 대단히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한편 과학자들은 생물의 체내에서 일어나는 전기적인 현상을 연구하여 그
원리를 이용한 생물전지를 만들려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전지는
잘 만들기만 한다면 효율이 높고 경제성과 신뢰성이 있는 전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이러한 생물전지의 원리는 새로운 발전(생길 발, 전기 전) 방식으로 응용될
것으로 믿고 있다.
생물체 내에서는 여러 가지 전기 활동이 일어난다. 우리 몸은 외부에서 받은 모든
자극을 전기 신호로써 뇌에 전하고, 또한 뇌의 지령은 전기 신호로써 운동기관으로
전달된다. 동물들 중에는 전기뱀장어처럼 상당히 강한 전류를 내는 것이 여러 종류
있다. 또 어떤 나방은 적외선이나 전자파를 보내고 수신하여 배우자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물의 몸에는 산소 분자를 원자의 상태로 만드는 '해리' 효소가 많다. 그리고 수는
적지만 수소 분자를 해리시키는 효소도 있다. 하이드로지네이스(hydrogenase)는 바로
그런 효소의 하나로서, 이를 이용하면 전지를 만들 수 있다. 천연에서
하이드로지네이스는 시궁창이나 늪지, 해저 등에 살고 있는 황산환원균에 포함되어
있어, 이 효소 때문에 황화수소가 발생한다.
생물이 만드는 전기 역시 수십억 년의 기나긴 진화의 역사 속에서 개발된 것이다.
과학자들의 생물의 전기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내기만 한다면 생물전기를 응용하는
길도 다양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물이 흐르는 아마존강 하류는 언제나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각종
쓰레기가 앞이 보이지 않도록 가득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런 곳에 사는 물고기는
시각이나 후각, 청각, 촉수 따위로 먹이라든가 결혼 상대를 찾기가 어렵다. 아마존강의
명물인 전기뱀장어는 강력한 전류를 흘려 먹이를 기절시켜 잡는 고기로 유명하다.
길이가 2m 정도인 전기뱀장어는 짧은 순간 500--800볼트, 1암페어의 전기를 낸다.
이 정도면 백열전등을 켜기에 충분하다. 또 이들은 약한 전류를 끊임없이 내어 먹이를
찾아내고 있다.
* 사진 27
사진설명: 전기물고기는 전기로 자력선을 내어 주변에 있는 먹이를 발견한다.
남아메리카 강에 사는 나이프피시라고 불리는 무리에 속하는 100여 종의 물고기도
전기를 내어 먹이와 구혼 상대를 탐지하고 있으며, 전류를 발산하여 서로 통신도 하고
자기 세력권을 구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를 내는 물고기는 검은 흙탕물이
흐르는 아프리카 강에도 살고 있다. 짐나르치드라는 150여 종의 물고기와 전기메기가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전기 물고기들이다. 그 외 다른 대륙의 강에서는 전기물고기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바다에는 전기가오리류와 통구멍류(stargazer), 다묵장어류가
각기 30--40종 전기를 낸다.
3억년 전의 전기물고기 화석도 발견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은 아주 일찍이 물 속
생활 수단으로 전기장치를 진화시킨 것으로 생각된다. 소금기가 없는 강물은
바다만큼은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런 탓인지 강에 사는 전기고기들은
고압전류를 내고(전기뱀장어는 500--800볼트, 전기메기는 450볼트), 바다 전기고기인
전기가오리는 50볼트를 생산한다.
이들 전기고기는 거의가 쉬지 않고 약한 전류를 생산하고 있는데, 전기를 만드는
기관은 많은 수의 전기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근육 세포가 건전기처럼
평행연결되어 발전기관을 이루고 있다. 발전기관은 체중의 58%를 차지할 만큼 잘
발달되어 있다.
전기고기의 발전기관 구조는 물고기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는 모두 같다. 전기고기들의 전기세포와 발전기관에 대한 해부학적인
연구는 일찍부터 이루어졌으며, 그들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중요한 부분은 모르고 있다.
짐나르쿠스라는 전기고기는 늘 1초에 300 회 정도나 전류를 물속으로 흘리고
있는데. 어떤 전기뱀장어는 1초에 1,100--1,600 회 전기를 방출한다. 이렇게 빠르게
전기를 내면 자기 몸 주변에 자기장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 자기장에 다른 생물이
들어와 변화를 주게 되면, 그 작은 변화를 감지하여 먹이라는 것을 분간하고 찾아낸다.
그들의 자기장 탐지 능력은 감탄스러울 뿐이다. 실험에 따르면 3 ^16^ 10^45,35^10
볼트, 3 ^16^ 10^45,35^15 암페어의 전류를 감지한다. 이들이 쓰는 정교한 탐지장치의
비밀은 앞으로 해야 할 연구과제이다. 그토록 정밀한 자력탐지장치의 비밀을 알기만
한다면, 우리는 그것으로 지하자원을 찾거나, 지극히 미소한 지각의 움직임을 탐지하는
지진예보장치를 만들거나, 지하에 묻힌 배관 등을 찾는 탐지장비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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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없는 동물들의 초능력 탐지장치
우주개발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과학자들은 우주개발을 위한 여러 가지
기술상의 문제 해결을 서둘러야 했고, 그때 그들은 생물로부터 얻은 지식을 응용하여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중에는 개구리의 눈, 올빼미의 귀,
물고기의 아가미와 같은 연구도 포함되어 있었다.
개구리의 눈은 아주 재미있는 연구 대상이다. 개구리는 자기 주변에 아무리 많은
곤충이 있어도 그것이 움직이지 않으면 잡지 않는다. 그것은 개구리의 눈 구조가
움직이는 것만을 감각하여 뇌에 전달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구리
눈앞에서는 움직이는 물체만이 뇌에 자극으로 전달될 뿐, 움직이지 않는 것은
반응하지 않으므로 오직 중요한 것만 알아차린다고 할 수 있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감시하는 레이더에는 수많은 종류의 정보가 들어오고 있다.
거기에는 비행기 외에 날아다니는 새, 풍선들까지 나타난다. 비행기만 통제하는 데도
정신이 없는데 이런 정보까지 모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은 참 힘드는 일이다. 그러나
개구리의 눈처럼 레이더가 꼭 필요한 비행기만 체크한다면 관제사의 일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아마존 밀림에 밤이 시작되면 뱀들이 먹이를 찾아 사냥을 나선다. 그들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사냥감을 정확히 찾아낸다. 뱀이 먹이를 발견하는 방법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이용하는 것이다. 동물의 몸에서 발산되는 체온은
주변의 온도보다 높거나 낮게 마련이다. 뱀은 그러한 온도(적외선) 차이를 구분하여
먹이가 있는 장소를 알아내는 것이다. 적외선으로 사냥을 다니는 뱀에게는 아무리
훌륭한 변장술을 써도 소용이 없다.
세계에는 14과의 뱀이 살고 있는데 그 가운데 '보어과' '방울과' 두 뱀 무리에게
적외선 탐지 능력이 있다. 보어과에는 남아메리카에 사는 보어류와 애너콘더류, 그리고
열대 아시아에 사는 비단구렁이류가 속하고, 방울뱀류에는 방울뱀을 비롯하여
부시마스터, 아메리카살모사(copperhead) 등이 있다.
사람의 눈은 빛의 파장 0.4^356,4,134,134^인 보라빛에서부터 파장
0.75^356,4,134,134^ 인 적색 빛까지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적외선 추적 뱀류는
5^356,4,134,134^ 의 파장이 긴 빛까지 감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밤중에 사막을
다니며 먹이를 찾는 방울뱀의 적외선 감지장치는 사냥감이 주변 환경과 0.1 도의
온도차만 있어도 그것을 구분할 수 있다.
이들 뱀이 적외선을 탐지하는 기관은 머리의 눈과 코 사이에 열려 있는
구멍(pit)이다. 그 구멍은 막이 가로막고 있고, 그 막 안은 공간이다. 뱀이 적외선을
보는 방법은 우리 눈이 빛을 느끼는 방법과는 다르다. 사람의 눈은 빛에 대한
광화학반응의 변화를 신경이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뱀의 구멍에는 골레이세포(golay
cell)라고 부르는 특별한 세포가 있어 이것이 온도를 감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레이세포는 열에너지(적외선)를 흡수하면 내부 공기가 팽창하게 되고, 그런 변화가
전기 신호로 바뀌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과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방울뱀의 골레이세포는 0.003 도의 온도차를 0.002--3초
사이에 감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우리는 적외선 탐지를 위해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적외선 필름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감도는 이들 동물에 비교할 수가 없도록
떨어진다. 자연 속의 생명들은 인간이 알지 못하는 어떤 적외선 물리법칙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신비를 꾸준히 조사하기만 한다면 그러한 신비는 밝혀질
것이다.
* 사진 28
사진설명: 방울뱀은 먹이감에서 나오는 체온은 민감하게 느껴 추적하는 동물로
유명하다. 열추적 레이더에 사이드와인더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이러한 능력
때문이다.
어떤 과학자들은 모기를 연구하여 통신에 필요한 중요한 지식을 얻으려 하고 있다.
우리는 아주 작은 소리를 "모기 소리만 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모기가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는 작다. 그러나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서도 모기는
45m나 떨어진 거리에서 서로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의 경우 큰 소리가 울리는 속에서는 작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모기는 놀랍게도 소리의 선택 능력이 대단히 우수한 청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기 청각기관의 비밀을 모른다. 그것을 알 수 있다면 그를 응용한 기계를
만들어 내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미해군에서는 인공 아가미를 연구하고 있다. 물고기가 물 속의 산소를 가려내어
호흡하듯이, 사람도 인공 아가미를 써서 산소 탱크 없이 물 속에서 장시간 견딜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미해군연구소의 연구 과제 중에는 높은 수압에서도 잘 견딜 수
있는 인공 피부를 개발하는 일도 들어 있다. 고래가 얕은 바다에서 깊은 바다까지
오르내릴 수 있는 것은 그 피부의 특별한 탄력성 있는 구조와 관계가 있다. 그래서
고래의 피부를 닮은 인공 피부를 만들어 보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야간에 쥐 따위를 잡아먹고 사는 올빼미는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을 정확히 안다. 나무에 앉아 있다가 어디서 들쥐 소리가 나면 소리 방향으로
정확히 직행하여 급습한다. 이 같은 방향탐지 능력은 오늘날 잠수함에 비치된 가장
우수한 음파 탐지 장치보다 뛰어난 것이다.
가정에서 바퀴벌레는 퇴치 1 호의 박멸대상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볼 때
고대로부터 조금도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이 원시 곤충 속에 감추어진 신비가
궁금하다. 바퀴벌레는 날개까지 달고 있지만 잘 날지 못하고 높은데서 아래쪽으로
겨우 할강할 정도이다. 그 대신 그들은 빠른 발과 뛰어난 감각 기관을 발전시켰다.
바퀴벌레의 안테나는 주변의 공기가 조금만 흔들려도 적이 접근한 것으로 알고
도망친다. 그리고 그들은 몸이 납작하여 어떤 좁은 틈새라도 들어가 숨어 버린다.
또한 그들의 안테나는 물 분자의 냄새를 판단하여 먹이가 있는 곳을 알아낸다.
바퀴벌레의 머리에는 4개의 작은 턱수염이 있는데, 이것으로 찾아내 먹이 속에
염분이나 당분이 적당히 포함되었는지, 또한 알칼리성인지 산성물질인지 즉시
판단한다.
바퀴벌레는 다리에도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다. 그들 다리에 자라나 있는 털은
주변의 진동을 탐지하는 능력을 가졌다. 그래서 사람이 아무리 조용조용 고양이처럼
접근해도 작은 진동을 느끼고 구석으로 잽싸게 달아난다. 어떤 과학자는 그들의 다리
털에 이어진 신경에 전극을 연결해 두고 신경이 얼마나 민감한지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바퀴벌레는 진동 자극을 받은 지 5,400분의 1초 만에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바다의 상어에게도 놀라운 제6감이 두 가지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첫째는 새들과
마찬가지로 자력을 탐지하는 능력이 있다. 상어의 자력탐지 장치도 어찌나 예민한지,
대양을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언제나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일정한 자기장을 따라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어의 또 다른 제6감은 아주 약한 전류(전장)를 탐지한다는 것이다. 상어는 모래
바닥에 몸을 감추고 가만히 숨어 있는 넙치를 잡아먹을 때, 넙치 몸에서 발산되는
지극히 약한 전류를 탐지하여 그 지점을 공격한다. 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네덜란드
과학자 칼미즌은 물 밑 모래 속에 아주 약한 전류가 흐르는 전극을 숨겨 놓았다. 그때
상어는 정확히 그 위치를 알고 공격했다. 실험 결과 상어는 10억분의 5볼트에 불과한
전류도 탐지할 수 있었다.
상어의 이러한 경탄스런 제6감 기관은 머리 부분의 구멍 홈 속에 있는 '로렌지니의
앰플라'라고 부르는 작은 기관이었다. 이 기관은 17세기에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로렌지니가 처음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 특수한 기관은 다른 물고기에게도 있는데,
가오리 역시 전류를 탐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상어는 3억 년 전에 바다에 나타나서 오늘날까지 살아오는 '물고기의 왕'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지난날부터 잠수함을 설계하는 과학자들에게 상어는 누구보다 훌륭한
자연의 선생님이었다. 우리가 원자력잠수함의 위용을 보면 바로 상어를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등에 수직으로 우뚝 솟아 있는 잠망경탑은 상어의 거대한
등지느러미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상어의 납작한 머리는 방향을 빨리 바꾸는 데 편리한 구조이다. 그리고 거대한 수직
등지느러미 또한 고속으로 전진하다가 급선회하도록 하는 멋진 방향타이다.
또 좌우의 가슴지느러미는 자세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상승과 하강을 조절하는 유영
장치이다. 상어의 꼬리지느러미 역시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다. 그들은 이 꼬리로
시속 64km로 헤엄치는 추진력을 낸다.
상어의 또 다른 비밀은 놀라운 후각이다. 상어는 1억분의 1로 희석된 피냄새를 맡을
수 있다. 그리고 상어는 그 피부도 신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샌드페이퍼처럼
까실까실한 그들의 피부 미세 구조를 보면 바늘 같은 것이 솟아 있는 데, 이는 수영할
때 물과 피부의 마찰을 적게 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사진 29
사진설명: 상어는 주변의 자력을 탐지하여 그것을 기억하는 방법으로 늘 다니던
길을 여행한다.
제4장 동물의 귀소능력에는 제6감이 작용
동물들이 가진 첨단 내비게이션 시스템
만일 누군가가 자신의 눈을 가리고 차에 태워 몇 시간을 달린 뒤 어딘가에
내려놓는다면 자기가 어디쯤 와 있는지 알 수 있을까? 산과 하늘을 둘러보고 태양의
위치 따위를 눈여겨본다면 자신이 되돌아 가야 할 길이 어느 쪽인지 알 수 있을까? 그
대답은 분명히 "아니다"이다.
그러나 비둘기나 다른 새들의 눈을 가리고 수백 리 밖으로 나간 후, 가린 눈을 풀고
놓아준다면, 그들은 제 집의 방향을 바로 알고 찾아갈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잘
찾아간다"이다.
먼바다를 항해하는 선원이나 비행기 조종사들은 바다와 하늘만 보이는 곳을 다니기
때문에, 올바른 길을 찾아 여행하려면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를 들어
항해하는 선장의 경우, 그는 나침반과 항해 지도를 가지고 끊임없이 자기가 현재 가고
있는 위치를 확인한다. 그러기 위해 배의 속도를 계산하고, 항해한 시간을 재며, 관측
장치로 태양의 각도를 정밀하게 재고, 밤이면 북극성의 위치와 각도를 확인하면서
이를 계산기와 자 따위로 정확히 셈하여 지도(해도) 상에 행로를 그리면서 간다.
최근에는 이것만으로도 부정확하여 위치를 알려주는 인공위성과 교신하고 컴퓨터를
써서 보다 정밀하게 행로를 찾는다. 그러면서도 선장은 등대 불빛을 찾으며, 혹 심한
안개라도 끼어 시야를 가리면 운행을 멈추고 바른 길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그대로
떠 있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인공위성에서 보내오는 위치정보 전파를 수신하여 현재 자기가 있는
위치(위도와 경도)를 알려주는 컴퓨터 시스템이 개발되어 잘 이용하고 있다.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또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라 불리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정보 시스템은 수cm의 오차로 자기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이러한 GPS는 선박과 비행기, 자동차의 길 안내자가 되며, 낯선 길을 걷는
장님에게 목적지의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는 도구가 되기고 한다. 한편으로
경찰본부에서는 시내를 달리는 순찰차와 앰블런스가 어디에 있는지 늘 파악하여, 사건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차가 어느 차인지 즉시 알아 그 차에 명령을 보내기도한다.
그러나 동물 중에는 인공위성과 컴퓨터 같은 거창한 장비 없이 맨몸으로 지구상
어디든 찾아가는 종류가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도
찾아간다는 것이다.
비둘기나 온갖 새들은 아무런 항해 장비도 없이 제 갈 길을 잘 날아간다. 땅 위에
기어다니는 작은 개미도 무거운 먹이를 몰고 먼길을 걸어 제집을 찾아간다. 또
꿀벌들은 자기 벌통으로부터 수십 리나 멀리 날아가더라도 반드시 자기 여왕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온다. 이렇게 보잘것없는 동물들의 어떻게 정확한 방향 감각을 가지고
길을 찾아가는지에 대한 의문은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이 가졌던 큰 수수께끼의
하나였다.
* 사진 30
사진설명: 제비들이 모여 남쪽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태풍이 오지
않을 때를 택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남국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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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는 별자리와 남북극 방향을 안다.
북아메리카의 모바스코시아에 사는 검은솔새는 가을이 오면 남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한다. 이때 솔새는 약 4,000km나 되는 거리를 나흘 걸려 비행한다. 이런
대이동을 하고 나면 솔새의 몸무게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먼 길을 이동하는 철새에는 솔새 외에도 수백 종이 있다. 그러한 새들이 어떤
방법으로 그토록 먼 목적지를 정확히 알고 찾아가고 또 돌아올 수 있는지, 또 그들은
이동해야 할 계절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모두가 궁금한 일이다.
철새들이 이동할 때 가야 할 방향과 멈추어야 할 위치를 아는 것은 새들에게 지구의
자력장을 예민하게 느끼는 특별한 감각기관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처음으로 한
사람은 1840 년대의 러시아 과학자 알렉산더 미덴도르프였다. 그 뒤부터 이러한
'자력장 탐지설'은 과학자들 사이에 끊임없이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지구는 커다란 하나의 자석이다. 그 때문에 나침반 바늘은 어디서나 지구 자력선에
따라 남북을 가리키게 된다. 그러나 이 나침반을 최정점인 남극이나 북극으로
가져가면, 나침반의 바늘은 지향할 곳을 잃어 수평을 이루지 못하고 곧추서게 된다.
바늘이 이런 변화는 위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데, 그 변화는 너무나
미소하기 때문에 가까운 위도 차이라면 구별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만일 동물에게
그렇게 엄밀한 구별 능력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만든 어떤 자력 탐지기보다 수만
배 정밀한 방향탐지기라 하겠다.
1950 년대에 독일의 과학자인 구스타프 크래머는 새들은 자력 뿐만 아니라 태양의
위치를 보고서도 제집의 방향을 아는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오스트리아의 과학자 칼 프리쉬는 꿀벌이 자기의 벌통을 정확히 찾아올 때, 태양의
위치를 파악하여 제집 방향을 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이 연구로 그는
영광스러운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렇게 새와 꿀벌 등의 제6감에 대한 것이 조금씩 알려지자 과학자들은 그에 대해
더욱 깊은 연구를 하게 되었고, 그 결과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도 파악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비둘기는 자기가 날고 있는 공중의 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4mm 오차로
아주 정밀하게 판단한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또한 비둘기는 사람이 보지 못하는
자외선을 볼 수 있고, 인간이 듣지 못하는 아주 낮은 저주파 초음파를 듣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독일 괴팅겐 대학의 과학자 쾨니히는 비둘기 눈에 반투명한 안경을 씌워서
집으로부터 130km나 떨어진 곳에서 날려보냈다. 그렇지만 비둘기는 여전히 자기 집을
잘 찾아왔다. 이런 사실을 볼 때 비둘기는 하늘 높은 곳에서 자기가 늘 보던 지형을
판단하여 집을 찾아가는 것이 아님을 증명해 준다. 즉 비둘기는 분명히 태양
정위(정할 정, 자리 위) 기능과 자력탐지 기능을 이용하여 집을 찾아간다고
보아야겠다. 태양정위기능이란 해가 움직이는 작은 변화를 보고 위치를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지난 1974 년, 미국 코넬 대학의 엠린은 '철새는 태양을 보고 위치를 판단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밤에는 별자리를 보고 방향을 안다'는 또 하나의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어 세계의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사실 대개의 철새들은 밤에 이동을 한다. 달 밝은 밤의 기러기 이야기는 바로 이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 엠린 박사의 실험에 사용된 철새들은 플레니타륨(실내에서
인공적으로 별자리를 만들어 보이는 과학관 등에 있는 시설) 속에서 언제나 북쪽
별자리나 남쪽 별자리를 향해서 날려고 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새들은 지구 자력선의
방향과 관계없이 플레니타륨 천정에 보이는 별자리에 따라, 즉 북쪽 별자리를
왼쪽으로 돌려놓으면 새들은 왼쪽(북쪽 별자리)으로만 날려고 했던 것이다.
반대로 새들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계절이 되자, 그때는 다시 남쪽 별자리(북쪽
별자리와 반대 방향) 쪽으로 날려고 했다. 더 자세히 조사한 결과 새들은 북극성을
기준으로 자기가 날아갈 방향을 정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소개한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가진 방향감각 능력과 관련된 제6감은
놀랍기만 하다. 그 동안 과학자들이 많은 연구를 해왔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또 한 가지 있다. 항해자가 어떤 일정한 장소를 찾아가려면 그 방향을
아는 나침반이 있어야 하고, 현재 자기가 있는 곳과 찾아갈 목적지의 위도와 경도를
알아야 한다. 벌, 연어, 새 따위의 동물에게 나침반 바늘과 같은 지구 자기장을 느끼는
미세한 자력탐지 장치가 몸의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들이
지구상의 좌표 즉 위도와 경도는 어떻게 판단하는지 추측조차 할 수가 없다.
이 세상에 사는 수많은 동물들은 첨단과학으로도 알아내지 못한 신비를 감추고
있다. 그것은 미지의 제6감이다. 동물들이 가진 신비의 감각기능을 알아내는 일은
생체모방공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과제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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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는 후각으로 태어난 모천을 찾아온다.
연어는 맑은 강물에서 태어나 잠시 살다가 바다로 나가 이곳저곳을 다니며 지내다가
신란할 정도로 성숙하게되면 다시 강으로 올라와 알을 낳고 죽는다. 바로 이 연어는
수천 리, 수만 리 떨어진 바다에 살다가도 반드시 자기가 태어났던 모천(어미 모, 내
천)으로 와서 산란하는 신비한 습성 때문에 특히 유명하다.
연어는 맑은 물이 흐르는 세계 각처의 강을 고향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동해안의 몇 강(남대천 등)이 연어가 찾아오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인공적으로 연어
알을 대량 부화시켜 방류해 줌으로써 더 많은 연어가 찾아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남대천이 오염되어 회귀하는 연어 수가 줄어들어 염려하고 있다.
연어는 땅콩 한 알 크기의 뇌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 자기가 태어난 강을
찾아올 수 있을까? 연어가 모천으로 회귀하는 신비한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은 약 400
년 전인 1599 년에 노르웨이 사람인 피더 크로손 프리슨이 처음으로 기록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강이 많기로 유명하고, 그 강에는 모두 연어들이 찾아온다. 그런데 그는
300m 거리를 두고 나란히 있는 두 개의 강에 각기 다른 종류의 연어가 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낚시꾼이 잡아온 연어의 모양만 보면, 어느 강에서 낚은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북아메리카에도 연어가 찾아오는 이름난 강이 많다. 그 중 하나인 콜롬비아 강에
연어 산란철이 오면 많은 낚시인이 찾아든다. 연어가 수천 리나 되는 긴 강을 따라
내륙으로 들어오면, 야생 곰들도 물 속에 들어가 멋진 솜씨로 연어를 잡아 특식을
즐긴다.
또 이 강에는 수력발전을 위한 저수댐이 중간중간 일곱 개나 있다. 각 댐에는
연어들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도록 계단식으로 특별히 만든 물길이 준비되어
있는데, 연어철이 되면 이 '물고기 계단(어로)'을 따라 연어들이 힘차게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연어들이 어떤 방법으로 자기가 태어났던 강을 찾아올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어려운 연구를 해왔다. 그들의 신비는 대단히 깊이
감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연구가 맹렬히 진행되면서 신비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미국의 아서 해슬러는 연어에 대한 연구자로 유명하다. 그는 1950 년대 초부터
"연어는 냄새로 자기가 태어난 강을 찾아온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그의 학설을
인정할 수 있는 여러 실험결과도 보고하고 있다. 그의 실험 한 가지를 보자.
그는 연어 치어를 강이 아닌 호수의 양어장에서 키우면서 모플린이라는 약물을 소량
넣어주어, 그 약품의 냄새를 늘 맡도록 했다. 연어가 바다로 나가야 할 시기가 되었을
때, 그는 이 새끼 연어들을 바다에 놓아주었다. 이 '실험 연어'들은 사실상 양어장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기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의 강이 없었다.
특별한 모천이 없는 연어들은 찾아가야 할 강도 따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연어들은
몇 개의 강으로 찾아왔다. 신기하게도 실험 연어들이 몰려온 곳은 모두 해슬러가
모플린 약품을 섞어 둔 강이었다. 이런 실험결과를 볼 때, 연어들은 분명히 자기가
태어난 강물의 독특한 냄새를 기억하고 있고, 몇 해가 지난 뒤라도 잊어버리지 않고
찾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강물은 어떻게 각기 다른 독특한 냄새를 갖게 될까? 과학자들은 아직 이
의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모른다. 다만 강이 흐르는 곳의 특별한 광물질의 냄새이거나,
그 강에 자라는 독특한 물 속 식물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우리
인간도 냄새에 대한 기억력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오래 전에 먹어본 음식 냄새를
맡게 되었을 때, 우리는 곧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경험을 자주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과학자들에게는 또 다른 의문이 있다. 강물의 냄새가 아무리 독특하다 하더라도 그
강물이 바다에 흘러들면 바닷물에 희석되어 농도가 약해지기 때문에 그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아무리 훌륭한 감각기관을 가졌다 해도 전세계의
바닷물에 골고루 퍼져 버린 냄새를 분석해 내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연어에게는 과학자들이 알지 못하는 다른 제6감이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어떤 과학자는 물고기의 귀에 있는 돌(이석)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어류의 이석은 속귀 부분에 있으며 그 성분은 탄산칼슘이다. 이 이석은 물고기의
나이와 함께 점점 커지기 때문에 그것을 잘라보면 물고기의 나이를 판단하고, 또
물고기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 짐작하는 표징이 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물고기의 이석이 마치 컴퓨터의 CD-롬처럼 여러 가지 정보를 담고 있으리라는
추측도 하고 있다. 만일 이석에 과거에 대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면, 물고기는 자기가
태어난 환경을 되찾아 가는 데 필요한 안내 정보를 이곳에서 얻을지도 모른다.
* 사진 31
사진설명: 바다에서 모천을 찾아온 연어들이 격류 속을 뛰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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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륙을 남북으로 이동하는 철나비
장거리 여행을 하는 동물에는 새나 고래, 코끼리 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연약한
나비 종류도 있다. 여름 동안 미국 대륙 전역과 캐나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나크나비는 겨울이 나면 따뜻한 멕시코로 이동하여 산속의 전나무에 떼지어 붙어서
겨울을 난다.
그러다가 봄이 오면 북쪽으로 이동을 시작하여, 도중에 밀크위드(milkweed)라는
식물을 발견하면 거기서 산란하고는 수명을 끝낸다. 이어서 그 알은 밀크위드 잎에서
새로운 나비로 부화하여 다시 북쪽으로 이동을 계속하다가 또 다시 산란한다. 나비는
이렇게 세대 교체하기를 몇 차례 계속하여 이윽고 캐나다까지 이른다.
가을이 되어 꽃의 꿀들이 마르게 되면 모나크나비는 이번에는 남쪽으로 이동한다.
연약한 날개를 펄럭이며, 어떻게 방향을 잡는지도 모르는 미지의 방법으로 남으로
남으로 날아간다. 돌아가는 길에는 알을 낳지도 않는다.
그처럼 연약한 날개로 어떻게 미국 대륙을 건너 멕시코까지 이를 수 있는지,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는 고향을 어떻게 알고 정확하게 찾아가는지, 멕시코 산속이 최종
목적지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겨울이 끝나도록 꿀을 먹지 않고도 어떻게 지낼 수
있는지, 모나크나비는 다른 나비와는 달리 왜 그토록 힘든 여행을 조상 대대로 하고
있는지 모두 알기 어려운 신비이다.
오래 전의 일이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태평양의 미드웨이 섬에 사는 앨버트로스라는
바닷새를 16 마리 생포하여 중요한 실험을 해보았다. 그들은 앨버트로스를 두 마리씩
나누어 비행기에 싣고 일본, 필리핀, 마리아나, 마샬, 하와이, 미드웨이 그리고
워싱턴으로 가져가 풀어놓아 주었다. 이때 과학자들은 이 새를 쉽게 되찾을 수 있도록
표지(표식)를 해두었다.
나중에 확인된 결과 16 마리 가운데 14 마리가 미드웨이 섬으로 정확히 되돌아왔다.
미드웨이와 워싱턴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5,200km나 되는 거리를 열하루 만에(매일
515km를 직선으로 이동) 찾아왔고, 필리핀에서 날아온 것은 6,600km를 32일
만에(매일 200km씩 비행) 온 것이었다. 놀랍게도 이 새들은 돌아오는 동안 태풍권에
이르면, 그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휘돌아 안전한 길을 따라 고향 미드웨이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동물들이 이렇게 제집을 정확히 찾아오는 것을 두고, 사람들은 흔히 '귀소
본능'이라고 말하고 만다. 과학자들은 그러한 귀소 본능의 비밀을 벗겨 내려한다.
인간은 5가지 감각 능력을 가지고 있다. 눈으로 보는 시각, 귀로 듣는 청각, 코로
냄새를 맡는 후각, 혀로 맛을 느끼는 미각 그리고 피부를 통해 느끼는 촉각이
그것이다. 여기서 촉각이란 피부에서 판단하는 감각으로서, 접촉에 대한 누름감각,
차고 뜨거움을 느끼는 온도감각, 아픔을 느끼는 통감 등이 있다. 예부터 사람들은
동물에게는 인간이 모르는 제6의 감각이 있다고 추측해 왔다. 즉 동물들은 미지의
제6감을 이용해서 먼길을 정확히 찾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동물들의 그러한 능력 속에 감추어진 신비를 밝혀 낼 수만 있다면, 그
원리를 이용하여 새로운 과학의 한 세계를 창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
기술은 대혁명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 사진 32
사진설명: 겨울을 맞아 남쪽으로 내려온 수백만 마리의 모나크나비가 무리를 지어
겨울을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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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에게는 방향탐지 컴퓨터가 있다.
개미는 대단히 흥미를 끄는 곤충이다. 집을 나선 개미는 먼 길을 다니다가 먹이를
발견하면 그것을 제집으로 가져온다. 작은 개미에게 큰 힘이 있다는 것도 신비하지만,
어떻게 자기 집을 알고 찾아가는지 그들을 볼 때마다 궁금하다. 그 이유를 보다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개미들이 자기 집 구멍에서 나와 먹이를 찾아다니는 것을 보면, 어떤 경우 100m
이상, 때로는 200m나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나가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먹이를 찾아 헤매는 동안 개미의 발걸음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오락가락한다.
그러면서 개미는 수시로 걸음을 멈추었다가 다시 걷곤 한다. 그러나 일단 맛있는
먹이를 발견하여 그것을 입에 문 다음부터는 개미의 발걸음은 방황하는 일 없이 거의
일직선으로 자기 굴이 있는 방향으로 부지런히 달려간다.
개미는 어떻게 자기 집 방향을 알곡 일직선으로 달려갈까? 과거에는 개미가
자기만의 독특한 냄새 물질을 흘리고 다니기 때문에 그것을 거꾸로 추적하여 자기
집을 찾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개미에게도 태양의 위치를 파악하여
방향을 알아내는 장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미의 눈은 수백 개의 렌즈로 구성된 복안이다(사람 눈은 하나의 렌즈로 된 단안).
그리고 복안 렌즈 중에서 80개는 태양의 위치를 각기 다른 방향에서 다른 각도로
측정하게 되어 있다. 각각의 렌즈가 판단한 태양의 위치에 대한 정보는 개미의 작은
두뇌 속에서 계산되어, 자기 집 방향과 연관지어 기억된다. 개미는 이런 계산을 집에서
떠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하는 모양이다. 작은 머리 속에 그토록 훌륭한 방향 계산
컴퓨터가 있다는 것을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다.
개미가 과연 태양의 위치를 얼마나 잘 파악하는지 조사하기 위해 스위스 과학자
루디거 베흐너는 특수한 편광 유리를 써서 태양이 엉뚱한 방향에서 보이도록 하는
실험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정말 개미는 길을 잃고 원을 그리면서 걷기 시작했다.
사실 개미는 때때로 길을 잃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고리 모양의 원을 그리면서
장시간 걷는 방법으로 집을 찾아낸다.
개미는 구름이 끼어 태양이 비치지 않아도 태양의 위치를 알아낸다. 이는 편광을
판단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 개미는 자외선을 보는 능력도 있다.
개미가 태양의 위치를 파악하여 자기 집 방향을 안다고 하지만, 집에서 얼마나
멀리까지 원정을 갔는지 어떻게 알까? 아직 확실하다고 주장하지는 못하지만, 개미가
먹이를 찾아다닐 때 수시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움직이는데, 이때 개미는 자기가
걸어온 거리를 측정하여 기억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 생각되고 있다.
* 사진 33
사진설명: 개미의 작은 두뇌는 태양의 위치를 자기 집의 방향과 연관지어 기억하는
방법으로 제집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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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만 이동하는 이상한 박테리아를 발견
지난 1975 년의 일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의 대학원 학생인 리처드 블랙모어는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그는 어느 연못에서 채집한 낯선 박테리아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던 중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다. 그것은 그가 가져온 박테리아들이 모두 북쪽을
향해 헤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박테리아 중에는 섬모라는 가느다란 꼬리를 가지고
헤엄쳐 다니는 종류가 많음). 그래서 그는 친구에게 이런 농담을 했다. "난 오늘 북극
탐험을 가는 박테리아를 발견했어." 이상이 여긴 블랙모어는 현미경을 비추는 불빛
때문인가 하여, 현미경을 돌려보거나 다른 방으로 들고 가서 관찰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박테리아들은 불빛의 방향이나 방의 위치와는 관계없이 어느 곳에서나 그들은
북쪽으로만 헤엄치고 있었다. 한 방울의 물 속에 1,500 만 마리가 살 수 있는 작고도
작은 박테리아에게 그러한 방향감각이 있다는 것을 믿기 어려운 일이다.
블랙모어는 이번에는 자석을 현미경 가까이 가져가 보았다. 그러자 박테리아들은 그
자석의 S극 쪽으로 헤엄을 쳤다(지구의 북국은 자석으로는 S극이다). 이렇게 하여
블랙모어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북쪽으로만 움직이려는 박테리아 종류가 있다는
것을 역사상 처음으로 발견하게 되었다. 이 박테리아에게는 '아콰스피릴룸
마그네트박테리움'이라는 학술 명칭(학명)이 붙여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하버드
대학의 노벨상 수상자인 에드워드 퍼셀과 스크립스 연구소의 칼미진(세계적인
생물전기 연구가) 같은 과학자들이 이 낯선 박테리아를 연구하는 데 협력하기
시작했다.
더욱 자세히 실험해 본 결과, 이 박테리아는 죽은 것일지라도 자극이 바뀌면 마치
나침반 바늘이 돌 듯 회전하여 방향을 바꾸었다. 다음에는 전자현미경으로 박테리아의
내부를 조사했다. 그들은 박테리아 몸 속에서 지극히 작은 '자철광의 사슬'을
발견했다. 이것이 마치 자석 앞에 놓인 바늘처럼 자력에 이끌림으로써 박테리아의
몸이 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아콰스피림륨 박테리아가 발견됨으로써, 동물의 방향감각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더욱 자신을 가지고 철새나 비둘기의 자력탐지 능력을 조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만약 박테리아에게까지 그러한 자력탐지 능력이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진화된 생물도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증거로 보아 물고기인 다랑어와 연어, 곤충인 꿀벌, 조류인 비둘기와 온갖
철새들, 파충류인 거북, 그리고 심지어 인간에게도 자력 탐지기능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자력탐지능력은 다른 감각기관이 발달한 대신 퇴화해 버린
까닭인지 모르나 그것을 확실하게 주장하기가 어렵다.
자연에서 신기술을 배운다.
바이오마이메틱스(생체모방공학) 전3권 중 제2권
편저: 윤실
제5장 박테리아는 생체모방공학의 1급 연구 대상
금광 폐수에서 시안화물을 제거하는 박테리아
인간은 개, 소, 닭과 같은 가축을 비롯하여 벼, 밀, 배추, 포도, 장미와 같은 여러
가지 식물을 재배해 왔다. 뿐만 아니라 각종 물고기, 개구리, 조개와 굴 등을
양식하기도 하고, 누에와 같은 곤충을 기르고, 하등식물인 버섯류를 재배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박테리아까지 키워서 이용해 왔다.
독약은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 먹었을 때 몸을 상하게 하거나 목숨을 잃게 만드는
화학물질을 말한다. 이런 맹독성의 화학물질 가운데 청산염 또는 시안화물이라는
물질이 있다. 이 곡물은 바로 독사의 독이빨에서 나오는 물질의 성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금을 생산하는 광산에서는 순수한 금을 제련할 때 청산염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것이 폐수에 섞여 나오게 된다.
미국 남다코다 주의 화이트 우드에는 역사가 100 년이나 되는 홈스테이크라 불리는
유명한 금광산이 있다. 이 광산에서는 그 동안 내내 청산염 폐수가 흘러 나왔기
때문에 그 아래의 냇물에는 아무런 물고기도 살지 않았다. 이렇듯 광산의 폐수가 근처
마을 사람의 생명을 온통 위협해 왔지만, 주민들은 이 광산을 폐쇄하자고 주장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생산되는 금의 양이 많아, 만일 광산이 문을 닫는다면 당장
이곳 주민들의 경제생활에 더 타격을 받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홈스테이크 광산의 수입이 좋다 하더라도 무서운 청산염을 계속 흘려
보내 그 지역의 땅과 강을 못쓰게 만들 수는 없었다. 1985 년경이 광산에
화이트록이라는 생화학을 전공한 과학자가 일하게 되었다. 그의 임무는 광산 폐수에서
청산염을 경제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화이트록은 먼저 광산 폐수가 흐르는 물을 떠다가 그 속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를
조사했다. 동물이라고는 어떤 종류도 살지 않는 그 독물에서 살아가는 유일한 생물은
특별한 박테리아였다. 놀랍게도 그 박테리아는 다른 것과는 달리, 청산염의 주성분인
탄소와 질소 화합물을 영양분으로 하여 번식하는 종류였다.
과학자 화이트록은 광산 폐수를 모은 큰 탱크에 그 박테리아가 살도록 했다. 얼마큼
시간이 지나지 그 물에는 독성분이 거의 없어졌다. 박테리아들이 유독물질을 모두
먹어 무독한 물질로 분해시켜 버린 것이다. 이런 종류의 미생물을 특별히 '청산염
박테리아'라고 부른다.
오늘날 홈스테이크 광산이 있는 곳의 냇물은 온갖 물고기들이 다시 번성하고
있으며, 낚시인들은 이곳 냇물에서 송어를 신나게 잡아내고 이다. 이 강물이 과거처럼
깨끗해질 수 있게 된 것은 제련소에서 흘러나온 폐수를 모조리 모은 탱크에 청산염을
먹고 자라는 박테리아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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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의 인공눈을 세균의 단백질로 만든다.
1994 년 동계 올림픽은 노르웨이의 릴리함머에서 열렸다. 이때 슬로프에 깔린 눈은
전부가 인조눈이었다. 일반적으로 많은 스키 리조트에서는 눈이 충분히 내리지 않아도
날씨만 영하로 내려가면 슬로프에 인조눈을 깔아 스키어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보통 인조눈을 만들 때는 지하수나 저장된 물을 폼프레셔로 퍼올려
스노건(snowgun)이라는 거대한 분무기로 공중을 향해 뿜어 올린다. 스노건에서는
물이 안개같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이 수분은 공중의 찬 기온을 만나 얼면서 작은
눈이 되어 쌓인다. 땅에 인조눈이 충분히 덮이면 이를 적당히 슬로프에 깐다.
그런데 노르웨이 동계 올림픽장의 슬로프에 깐 눈을 인공적으로 만들 때는
'슈도모나스 시링가에'(Pseudomonas syringae)라는 박테리아에서 추출한
'스노맥스'(snomax)라는 이름의 단백질 분말을 섞어 스노건으로 뿜어냈다. 이렇게 한
것은 일반적인 인공눈 제조방법보다 아주 질이 좋은 눈을 2배나 많이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계에서 빗방울이나 눈이 형성될 때는 그 중심에 반드시 핵이
있어야 그 주변에 수분 입자가 붙을 수 있게 된다. 자연에서는 작은 먼지와 화산재,
바닷바람에 날아오른 소금 입자 등이 핵이 되어 눈의 아름다운 6각형 결정을 만들게
한다. 만일 증류수 수분을 공중으로 뿜으면 섭씨 영하 40 도가 되어도 눈이 결정되지
않는다.
일반 스키 리조트에서 인공눈 제조에 쓰는 지하수나 강물에는 이미 많은 먼지가
들어 있기 때문에 따로 핵이 될 먼지를 섞어주지 않아도 눈이 된다. 그러나
박테리아에서 추출한 스노맥스 단백질을 물에 섞어 분사하면 눈 결정이 아주 잘
형성되고, 또 질이 좋은 건조한 눈이 된다.
이러한 인공눈 제조법은 1975 년 캘리포니아 대학 대학원생인 스티브 린도(Steve
Lindow) 씨가 개발했다. 그는 농작물에 서리가 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던 중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는 '시링가에' 박테리아에서 뽑아낸 단백질 입자를
핵으로 뿌리면 근처의 수분이 단백질 입자에 아주 잘 달라붙어 쉽게 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이 발견은 추위가 가까이 올 때 인공눈을 만들어 공기중의 습기를 미리
줄임으로써 서리의 피해를 막는 방법의 하나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방법은 곧
인조눈 생산에 쓰이게 되었다. 오늘날 세계의 여러 스키장에서는 절반 이상이 대량
배양한 이 박테리아에서 생산한 단백질로 인조눈을 만들고 있다.
* 사진 34
사진설명: 박테리아가 생산한 단백질 가루를 핵으로 뿌려 인조눈을 만드는 스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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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중한 의약품을 박테리아에서 얻는다.
산업의 발달이 가져온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온갖 종류의 공해물질이 부산물로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공해물질을 먹어치우는 박테리아는 없을까? 세균,
박테리아, 미생물이라고 하면 병을 일으키는 병균들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러나
인류는 예부터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를 마치 가축처럼 길러 왔다. 메주 박테리아가
그렇고, 김치를 시게 하는 유산균 박테리아, 술을 발효시키고 빵을 맛있게 부풀리는
효모 박테리아, 치즈를 만드는 박테리아 등은 모두가 사람이 길러 온 박테리아이다.
또 의학연구소에서는 항생물질을 생산하는 푸른곰팜이와 같은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를 배양하고 있다. 전염병 예방 주사약을 생산하는 곳에서는 각종 전염병균을
조심스럽게 배양하고 있다. 콜레라균, 장티푸스균, 결핵균, 뇌염 바이러스 등이 모두
키우고 있는 세균이다. 이들은 과학자들이 특별한 연구를 위해 실험실에서 소규모로
배양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시설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들이다.
기르는 박테리아 종류가 자꾸만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세균 은행'에는
55,000종의 각종 미생물이 냉동실에 보관되어 있다 한다. 이 세균들은 모두 가축처럼
키우게 될 가능성을 가진 종류들이다.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종류의 박테리아를 만들어내는 기술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이오테크놀러지(생물공학)의 발달 덕분이다.
미생물은 그 이름과는 달리 의외로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진균류에
속하는 곰팡이들을 보면 항생물질과 각종 효소를 생성하고, 갖가지 탄수화물과
단백질도 합성한다. 또 그들은 여러 가지 색과 강도, 내열성, 탄성을 지닌
중합체(무거울 중, 합할 합, 몸 체)를 만든다.
수억 년이란 긴 진화의 과정에서 자연은 수많은 종류의 미생물을 탄생시켰다. 그에
따라 미생물은 온갖 환경조건에도 잘 적응하여 지구상에 살지 않는 곳 없이 널리 퍼져
있다. 남극의 얼음 속에도, 온천의 뜨거운 물 속에도, 또 깊은 바다 밑바닥에도
미생물들은 살고 있다. 그중에서도 그들이 가장 많이 있는 곳은 토양 속이다.
마당의 흙을 작은 티스푼으로 하나 떠서 그것을 현미경으로 조사하게 되면, 우리는
흙 속에 있는 박테리아가 그 종류도 많거니와 수효가 엄청나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서는 적어도 100 만 개의 효모(뜸팡이), 20 만 개의 실 모양 곰팡이, 1 만
마리의 원생동물(아메바 따위) 그리고 적어도 10억 개의 각종 박테리아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이 지구상에 가장 많이 사는 생물은 바로 박테리아이다. 그들이 없는 곳은
없다. 엄마의 젖 속에도, 의사는 손에도 박테리아는 있다. 그러니까 우리 몸은 언제나
100g 이상의 박테리아를 운반하고 다닌다. 이 가운데 수백억 마리의 박테리아는 몸의
장 속에서 소화를 도와주고 있고, 또 일부는 칫솔이 미치지 않는 이빨 사이에서
구멍을 뚫고 있다.
흙 속에는 어떤 이유로 그토록 많은 박테리아가 있을까? 토양의 박테리아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식물과 동물의 시체를 썩게 만드는 '부패 박테리아'이다. 만일 이런
부패 박테리아가 없다면 우리가 버린 그 엄청난 쓰레기는 몇 해가 가도 그대로 있을
것이다. 가을에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도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부패 박테리아는
세상의 쓰레기를 분해하여 다시 흙으로 되돌려보내 식물의 비료로 만드는 너무나
중요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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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물질을 먹어 없애는 박테리아
유조선이 바다에서 난파하여 기름을 쏟아놓거나, 달리던 유조차가 넘어져 기름을
강물에 쏟아붓는 사고가 수시로 일어난다. 선박이라든가 자동차에서 한방울씩 바다와
땅에 떨어지는 기름 양도 막대하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석유를 먹고 사는 박테리아를
대량으로 배양하여 석유가 쏟아진 바다나 강, 또는 땅에 뿌림으로써 그들이 기름을
분해하여 빨리 제거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석유분해 박테리아를 대량 키워 이용하려는 것이다. 그러한 석유 박테리아는 이미
많은 종류가 발견되어 있으며, 과학자들은 더욱 효과적으로 석유를 먹어치우는 종을
개량해 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공장 폐수는 공장에서 생산과정을 거친 뒤 버리는 물이다. 여기에는 각종
발암물질과 인체에 유해한 공해물질이 녹아 있다. 부엌, 세탁실, 화장실 등에서 나오는
가정 폐수에도 각종 공해물질이 섞여 있다. 공장폐수와 가축사에서 나오는 오물을
쉽게 정화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해 처리는 이제 첨단 산업이 되었다.
폐수 속에 포함되어 있는 공해물질, 유해물질을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이상적인
폐수정화 방법은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길밖에 없는 듯하다.
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때문에 엄청난 사람이 목숨을 잃기도 하고 고생을 하지만,
인간은 박테리아 없이 살 수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없애주는 능력을 확실하게 가진 것은 박테리아뿐이기 때문이다. 미생물이라는
화학공장에서 어떤 물질이 생산될 때는 아주 이상적인 조건에서 이루어진다. 세포의
생화학적 장치는 최소의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최적의 방법으로 필요한 화합물을
합성하고 있다. 미생물의 화학공장이야말로 현대 기술이 만든 어떤 화학공장보다
우수한 능력을 가진 생산시설임에 틀림없다.
미생물에는 음식을 섭취하여 그것을 소화하는 기관이 별달리 없다. 그러므로
미생물은 그들이 생존에 필요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는 곳이 아니면 살지 못한다.
미생물의 영양소는 외벽을 통해 침투된다. 미생물도 살아가자면 여러 가지 영양소가
있어야 한다. 고등 동식물의 단백질을 필요로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공기 중의
질소의 요구하는 것이 있고, 이산화탄소를, 또는 유황이 포함된 유화가스를 소비하는
것들도 있다.
오늘날 미생물을 이용하는 산업공장이나 연구실에서는 필요한 영양소가 혼합된
배양액 속에 그들을 넣고 길러, 원하는 약품이나 식품 또는 공업원료를 얻고 있다.
미생물을 이용하는 산업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크다. 왜냐하면 미생물만큼 번식속도가
빠르고, 다종다양한 유기물질을 합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생물이나 인간이 만든
공장이 없기 때문이다.
액체 부탄을 직접 산화하여 초산이나 다른 화합물을 제조하는 비교적 새로운
인공장치를 보자. 제조공정에는 내산성의 특수강으로 만든 반응탑이 필요하고, 그 속은
50--60기압이 고압과 150--170 도의 고온으로 조건을 갖추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자연계에서는 이 같은 반응이 특수강도 아닌 생체 속에서 그나마 온도와 기압이 낮은
조건에서 아주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
단 1개의 세포로 구성된 미생물의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화학반응이
자연적으로 개량되는 데는 수억 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런 사실을 생각할 때 작은
미생물이야말로 진화의 걸작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생물 체내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조건이 무엇인가를 알아내고 그 지식을 활용토록 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 사진 35
사진설명: 석유가 오염된 탱크에 석유분해균을 뿌리자 5주일 후 70%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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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식량은 미생물로 생산한다.
미생물이 가진 독특한 생리적 화학적 능력의 연구와 응용은 현재 3가지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제1의 방향은 미생물이 힘을 직접 빌어 각종 화학물질을 대량
생산하는 일이다.
화학반응을 하는 수천 가지 종류의 미생물을 연구실 시험관이나 플라스크에서 공장
생산시설(plant)로 옮겨 미생물학적 방법이 아니고서는 구할 길이 없는 많은
항생물질과 비타민 효소, 의약품 등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부신피질호르몬의 일종인
크르티손 제조에 미생물을 이용한 결과, 그 제조공정이 대단히 간소화되어 가격이
100분의 1로 떨어졌다.
그리고 제2의 방향은 화학반응과 생물학적 과정을 병용하는 공정을 개발하는 일이다.
이것은 어떤 화학물질을 만드는 데 생물학적인 방법과 화학적인 방법을 결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유리할 경우에 이용된다.
제3의 방향은 생명공학적인 것이다. 즉 생물 속에서 일어나는 완전하고 경제적인
화학반응의 과정을 알아내어, 생물이 사용하는 그 원리를 실제 생산에 응용하는
것이다. 생체에서 일어나는 화학공정을 해명하여 그것을 실용화한다는 것은 현재의
생명공학에서 대단히 중요한 연구과제이다.
이런 연구는 바이오테크놀러지의 발달에 의해 더욱 고무되고 있다. 앞으로 이
방면의 연구가 진전되면 우리는 지금으로는 상상도 못할 화학공업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사실 미생물 화학공업시대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과학자들이 해야 할 중요한 연구과제 중에는 인류를 위한 식량 확보라는 큰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인간은 대개 하루에 1,000g의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 생체는 들어온
단백질 대부분을 몸 단백질을 구성하는 데 소비하고, 에너지를 얻는 데는 탄수화물과
지방을 주로 쓴다.
인간은 단백질을 충분히 얻기 위해 농산물과 축산물의 생산성을 높이며, 경제면적을
넓히고, 해양자원까지 개발하려 한다. 한편 생물학자들은 단기간에 식량을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단기 대량생산이란 천연의 농장이나 목장,
해양에서 식품을 얻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학적 합성공장에서 얻자는 것이다. 모든
생물 중에서 단백질 합성 능력이 가장 좋은 생물은 미생물이다. 그들은 번식이나 생장
속도는 너무나 놀랍다. 조건만 적당하다면 효모균의 경우 1시간에 배로 증가한다.
소나 양 따위의 반추동물 위 속에 공생하고 있는 세균은 사료의 섬유소를 소화하는
능력이 있음이 잘 알려져 있다. 섬유소를 분해하는 세균으로 말미암아 반추동물은
영양가가 적은 거친 사료를 먹어도 충분히 영양을 얻을 수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소의 사료에다 요소를 첨가해 먹이고 있는데. 이것은 반추위 속에 사는 세균이 요소를
단백질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식물을 먹는 초식동물과 곤충은 대개 그 잎을 먹는다. 그러나 흰개미만은 스스로
소화시킬 수도 없는 딱딱한 나무(목질) 자체를 식량으로 삼고 있다. 흰개미는 흙으로
집을 짓는 종류도 있고, 나무 속을 뚫어 그 속에 사는 것도 있다. 아무튼 그들의 먹는
나무(목재)란 식물의 죽은 세포이다. 그리고 나무의 주성분은 좀처럼 분해되거나
소화되기 어려운 섬유소(셀룰로오스와 헤미셀룰로오스)와 리그닌이다.
흰개미는 종에 따라 나무를 소화시키는 두 가지 방법을 진화시켰다. 첫째는 그들의
소화기관 속에 섬유질을 분해하는 원생동물이 공생하게 하여 미생물이 분비한 효소가
섬유소를 분해토록 한 뒤에 생산된 당분을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는 흰개미의
집 속에 나무를 모아두고 거기에 버섯이 자라도록 하여, 나무 대신 소화가 잘 되는
부드러운 버섯을 먹는 방법이다.
과학자들은 흰개미의 소화기관 속에 사는 원생동물의 소화 능력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니까 연구 대상은 흰개미가 아니라 실제로는 원생동물이다. 이런 원생동물은
초식동물의 소화관에서도 같은 역할을 한다. 지금 우리는 그런 원생동물이 만드는
소화액의 생산과정과 그것의 화학적 성분을 밝혀내어 인공합성 해내는 방법을 알고
싶다. 그것을 알게 되면 나무에서 직접 식량을 얻는 방법도 찾아내겠지만, 한편으로는
나무를 분해하여 알코올을 만들고 그것을 자동차 연료로 쓰는 방안도 찾아낼 것이다.
이러한 세균의 능력은 과학자들에게 단순한 미생물로 보이지 않는다. 미생물을
이용한 사료생산 연구 중에는 원유 속에 포함된 탄소화합물을 먹고 증식하는 석유
박테리아에 대한 것도 있다. 오늘날 이 방면의 연구는 상당히 진전되어 원유,
석유폐기물, 천연가스 등을 먹는 석유효모의 품종개량이 유전자공학의 힘을 빌어
진행되고 있다.
미생물 식품은 가축에게나 먹일 수 있고 사람은 직접 먹을 수 없는가? 가축이
섭취한 사료가 가축의 살과 계란과 우유가 되는 비율은 돼지처럼 성장이 빠른
가축이라 하더라도 20--30%에 불과하다. 그나마 성숙한 가축에서는 5--10%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기계의 에너지 효율이 5--10% 정도인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가축의 사료 중에 포함되어 있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등의 중요
영양소를 직접 사람이 먹도록 하는 방법은 없는가? 인간이 먹으려면 반드시 소화되기
쉬워야 하고 먹음직한 모양과 맛과 향기를 지녀야 할 것이다. 가축의 사료를 영양가
높은 먹음직한 식품이 되도록 가공하는 두 가지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첫째는 효모의
세포벽을 기계적 또는 화학적으로 파괴하여 단백질만을 순수하게 분리해 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얻은 정제 단백질은 맛을 갖지 않은 무미의 흰 분말이며, 이것은
장기저장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 단백질에 조미료와 향료를 첨가하여 적당한 형태로
굳히면 훌륭한 식품이 된다.
이런 식품은 1910 년 초에 이미 특허까지 나갔으며, 조미료나 향료에 따라 생선의
맛을 갖기도 하고 쇠고기 맛을 내기도 한다. 이것은 어떤 식품보다 영양가 높은
농후단백질 식품이어서 이를 인조육의 하나로 취급한다.
인조식품을 공장에서 생산하게 되면 제조과정의 대부분을 컴퓨터장치로 제어하게 할
수 있으므로 그 생산성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다시 말해 동물의 사료가 될 식품에다
직접 효모를 배양하고, 일정 기간 뒤 그 속에서 효모만을 골라내어 식품으로
만들기까지의 전 과정을 기계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소나 양이 먹는 풀을
인간이 간접적으로 먹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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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을 이용한 효과적인 광물 채취법
미생물은 암석이나 광물의 형성뿐만 아니라 그 붕괴에 대해서도 커다란 역할을
한다. 지구상에 있는 철의 순환에는 미생물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일산화철은 물에
쉽게 녹기 때문에 물과 함께 깊은 땅속에서 지표로 운반된다. 그리고 지표로 나온
일산화철은 박테리아의 작용에 의해 산화되어 물에 녹지 않는 수산화철로 변해 물밑에
가라앉아 쌓이게 된다. 그 결과 철은 지구 내부에서 지표로 이동되어 그곳에 대규모
철광상을 형성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러 철광이 이렇게 세균 작용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이 밖에
해저에 생긴 철, 망간 덩어리 등도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원유나
천연가스의 광상 형성에도 미생물이 관계하고 있다.
화학공업이 점점 발달할수록 유황의 수요는 급격히 늘어난다. 그런 가운데 세계의
유황광산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반면에 새로운 황광산을 발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때에 황세균을 이용하여 더 많은 황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연구가 나왔다. 황세균은 황을 함유한 암석을 녹여 유황을 침전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균에 의한 황침전이 일어나고 있는 호수로 잘 알려진 곳은
북아메리카의 '아이네스 자우야' 호수이다. 이곳 바닥엔 두께 20cm의 유황층이 깔려
있다 한다.
아프리카의 세네갈 공화국을 흐르는 이와라 강가에는 금이 산출되는 '이치힐'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산출되는 금은 입자의 크기가 1 마이크론 정도인데,
광맥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생산성이 없다. 그러나 이치힐의 금광맥은 깊이
파들어가도 바닥이 나오지 않아, 그 금광은 금을 분해하는 세균 활동에 의해 형성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석유를 분해하는 세균도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석유미생물은 유전에서 직접
이용된다. 원유를 분해하여 메탄, 수소, 질소, 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 석유미생물은
석유 생산량에 큰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이들 세균이 원유 속에 번성하게 되면 각종
가스가 많이 생산되므로, 원유의 점성이 줄어들기도 하려니와 유전의 내부 압력이
강해져 원유가 지상으로 쉽게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미생물을 이용하여 철, 금, 황, 우라늄 등을 얻으려는 생각은 바다에까지 미치고
있다. 지구자원의 3분의 2 는 해저에 잠자고 있다. 과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망간
덩어리가 1조 톤, 인석회단괴(인산염 22--32% 포함)가 1,000억 톤, 장차 생석회를
대신할 시멘트 연료가 될 흙이 1,000조 톤이나 있다고 한다.
바닷물에서 여러 가지 금속류를 채취하는 일은 이제 현실이다. 전 용적 13억
7천만^356,146,13,134^의 거대한 바다에 고여 있는 해수 속에는 1조 톤의 5 만 배나
되는 염류가 포함되어 있다. 바닷물 속의 물질을 전부 육상에 끌어올려 놓는다면
두께가 200m나 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거의 모든 종류의 원소가 포함되어 있다.
마그네슘과 황이 10^45^15 톤, 칼슘과 칼륨이 10^45^14 톤, 알루미늄, 루비듐, 리튬이
10^45^11 톤, 아연, 납, 셀레늄, 세슘, 몰리브덴, 토륨이 10^45^9 톤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바닷물 1리터에는 3.34^356,4,134,1245^ 의 우라늄이 녹아 있다. 함유량은
지극히 적지만 해수량 전체를 놓고 보면 40억 톤에 달한다. 그리고 해수에 녹아 있는
금의 총량은 100억 톤으로 추산되고 있다.
바다는 이처럼 광물자원의 거대한 보고이다. 그러나 인류는 이 보물창고의 극히
일부만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심해저의 자원을 개발하는 수단은 더욱 미진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해저에 광물을 채취할 로봇화된 기계들을 내려보내는 대신,
미생물을 이용하여 해양자원을 얻는 광업분야를 개척하려 하고 있다.
바다에 사는 미생물들은 해수에 용해된 개개의 원소를 흡수하고 그것을 체내에
축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어떤 종류의 세균은 바닷물에서 마그네슘이나
칼슘을 축적했다가 죽어 침전됨으로써 해저에 두터운 마그네슘과 칼슘 층을 만든다.
또 어떤 미생물은 세슘이나 일부 방사성원소도 축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과학자들은 해양 미생물의 능력에 대해서 별로 알고 있지 못하다.
앞으로 해야 할 중요한 연구과제들이다. 지상에서 얻어오던 광물자원이 바닥나기 전에
구리, 니켈, 코발트, 금, 은, 백금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지하자원을 해양미생물을
이용해서 얻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날은 결코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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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과식물의 질소고정균을 모든 농작물에 이용한다.
현대 농업에서는 막대한 양의 합성 질소비료를 사용하고 있다. 공기 중의 질소를
끌어들여 그것을 체내에 축적하여 결과적으로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미생물을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콩과식물의 뿌리에 혹을 만들고 그 속에서
기생하여 번성하는 뿌리혹박테리아이다. 이 밖에도 질소고정균은 하등 조류, 곰팡이,
박테리아 등에서 여러 가지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질소고정 능력을 지닌 미생물을
적절히 이용함으로써 농업생산성을 높이려는 것도 오늘날 생명공학의 중요한
과제이다.
전 인류를 배불리 먹여야 한다는 거대한 문제 앞에서 과학자들은 우선 생산성이
높고 병충해에 강한 종자를 개발하고, 농업기술을 개선하며, 더 넓은 농토를 일구려
한다. 농부가 농산물 생산량을 높이려면 대단한 다수확성 품종이 개발되었더라도
생산성에 비례해서 비료를 더 공급하지 못한다면 수확은 늘어날 수 없다. 따라서 더
많은 비료를 생산하는 것도 필연적인 일이다.
과학자들은 비료공장을 증설하는 것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토양
속에는 비료를 만드는 단세포의 하등미생물이 얼마든지 살고 있으므로, 이들 미생물을
잘 이용한다면 비료값을 엄청나게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비료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질소비료다. 식물의 생장에 필수적인 것은
태양빛과 물, 그리고 질소이다. 공기 중에는 질소가 80%나 들어 있지만 식물은 이
질소를 그대로는 흡수하지 못한다. 식물은 수소와 질소가 결합된 암모니아나, 산소와
질소가 결합한 산화질소만 흡수할 수 있다.
질소비료의 제조법은 1세기 전에 알려졌다. '하베르 보쉬 방법'이라는 제조법은
질소와 수소를 섭씨 550 도에서 결합시켜 암모니아로 만든다. 이러한 인공적
화학결합에는 300기압의 고압과 금속 촉매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 방법으로
암모니아를 생산하려면 많은 석유 연료를 소모해야 한다. 그래서 과거 석유파동 때는
세계의 질소비료 값이 3배로 뛰기도 했다.
토양 속에 사는 어떤 박테리아는 높은 온도나 고압, 촉매제 없이도 상온, 상압에서
질소비료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 미생물은 자연계의 질소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이들이 수명을 다하고 죽으면 식물의 뿌리는 그들로부터
암모니아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식물은 암모니아를 원료로 해서 단백질을 만들어
성장한다. 식물이나 동물이 죽어 부패하면 아미노산은 분해되어 질소 상태로 다시
공기 중에 섞여든다. 리조비움(Rhizobium)이라는 박테리아는 콩, 땅콩, 알팔파와 같은
콩과식물과 공생한다. 이들 식물의 뿌리에 매달린 혹은 수억 마리의 리조비움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 박테리아는 공기 중의 질소를 몸속으로 끌어들려 암모니아로
만들고 또 암모니아로부터 아미노산을 만든다. 콩과식물의 뿌리는 이들에게 생활터를
빌려준 댓가로 상당량의 암모니아를 얻어 자신의 아미노산 생산에 이용한다.
중국의 농부들은 기원전 4세기 이전부터 콩과식물과 비콩과식물을 교대로 윤작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밀을 심었다가 거둔 토양은 질소비료가 부족해진다.
이런 밭에 알팔파를 재배한 뒤 그대로 갈아엎어 두면 토양미생물이 알팔파를
분해시키므로 토양은 다시 질소비료로 가득 차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왜
리조비움이 콩과식물에서만 공생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식물과 박테리아 사이의 관계를 조금씩 알아내기 시작했다.
콩, 알팔파, 클로버 이렇게 종류가 다른 콩과식물에는 각기 다른 종류의 리조비움이
공생하고 있다. 즉 콩에 사는 리조비움 종류는 꼭 콩에만 산다. 그간의 실험결과
콩과식물에서 발견되는 렉틴(lection)이라는 물질과 당단백질이 리조비움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미네소타 대학의 미생물학자 보훌과 슈미트는 콩의
리조비움은 콩에서 생성된 렉틴에 붙어 살아간다는 것을 알아냈다. 반면에 알팔파의
리조비움 박테리아는 콩의 렉틴에는 붙어 살지 않았다.
이 사실에서 식물의 렉틴이 그와 공생할 리조비움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일 렉틴과 리조비움 사이의 관계를 정확히 알아내게 된다면 콩과가 아닌 식물에도
살아가는 리조비움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콩과식물이 아니지만
질소고정박테리아와 공생하는 식물이 몇 가지 알려져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농업연구소의 도배리너는 바랭이류의 열대 초본식물 세포속에
나선상의 질소고정균이 수없이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들 균이 다른
초본식물의 뿌리에서도 사는지 조사하고 있다. 만일 콩과 외의 식물에도 기생할 수
있는 질소고정균을 찾게 된다면 유전자공학 기술은 그 박테리아가 모든 농작물에
질소비료를 무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의 장 속에 사는 질소고정균도 발견되었다. 이 균은 질소고정량이 지극히
적었다. 그러나 그들의 질소고정 능력을 높여준다면 인간의 질소섭취량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흰개미의 장에서도 다른 질소고정균이 발견되었다. 흰개미는 질소영양이 적은
나무를 먹는다. 그러나 그 장 속에는 커다란 단세포의 질소고정박테리아가 당분을
섭취하며 살고 있어서 흰개미에게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한다. 이런 발견이 있자 어떤
과학자는 흰개미에게 풀이나 나무를 먹여 사육한 후 그들을 따라 모아 가공하면
사료로 쓰거나 단백질 식품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내놓기도 했다.
질소고정박테리아가 질소비료를 만드는 데는 나이트로지네이스(nitroginase)라는
효소가 필요한데, 이 효소는 두 종류의 단백질로 되어 있다. 연구자들은 이 효소가
어떻게 낮은 온도와 압력 밑에서 질소를 암모니아로 만드는지 알아내려 한다. 만일 그
비밀이 밝혀진다면 상업용 비료를 만드는 공장에서 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위스콘신 대학 질소고정연구실에서는 나이트로지네이스의 기능에 대한 연구를
한걸음 더 진전시켰다. 그들은 이 효소를 이루고 있는 철과 몰리브덴이 질소고정에
중요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흥미 있게도 철과 몰리브덴은 하베르 보쉬
방법에서 촉매로 쓰는 금속이기도 하다.
질소고정에 대한 연구의 진전은 머지않아 질소비료를 보다 값싸게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질소고정균들은 자기 주변에 고정된 질소가
없어야만 합성 활동을 한다. 즉 이들 균은 질소가 필요할 때만 암모니아를 고정할 뿐,
필요 이상의 암모니아는 만들지 않는 것이다.
질소고정균을 이용한 비료공장과 질소고정 능력을 가진 벼가 탄생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에 앞서 해야 할 연구가 있다면, 질소고정능력이 강한 균주를
유전공학 기술로 개발하여 모든 콩과식물에 옮겨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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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를 분해하는 미생물이 있다.
환경오염을 막는 데는 미생물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고 경제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농약을 마구 뿌려 해충을 없애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 결과 다른 익충과 천적을 말살시켰고, 농약 잔여물질이 흙에
섞여 들어가 토양오염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오염된 토양은 인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농작물 성장에도 지장을 준다.
과학자들은 토양에 섞인 농약을 제거할 방법을 찾던 중 미생물을 이용해 없앨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즉 어떤 미생물들은 농약물질을 독성이 없는 단순물질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오염된 살충제를 분해시키는 미생물도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보다 중요한 문제의 하나는 도시인구의 급격한 팽창과 공업생산의 증대에 따른
폐기물처리이다. 폐기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을 없애기 위해 태우게 되면 유독한 가스가 나와 공기를 오염시키고 악취를
낸다. 또 플라스틱은 자연적인 분해가 극히 어렵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과학자들은 미생물에 원조를 구하고 있다. 플라스틱을
먹어치우는 미생물이 육성되면 부패되지 않는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대기 중에 섞여 있는 오염물질인 황화합물을 분해하는 세균도
발견되어 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 탄광의 메탄가스를 먹어치우는 세균은
오래 전부터 알려졌다.
대기오염만이 아니라 하천이나 호수, 바다의 오염도 심각한 문제다. 유조선 사고가
아니더라도 연평균 300 만 톤에서 1,000 만 톤의 석유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단다.
석유 중에 포함된 유해물질은 해류를 타고 사방으로 흩어져 바다생물들을 닥치는 대로
죽인다.
다행하게도 세균 중에는 하수나 해수에 포함된 유해물질도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물위에 떠 있는 석유를 분해하는 세균이 있고, 강물을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합성세제를 분해하는 세균도 있다. 그러므로 이런 공해물질 분해 세균을 배양하면서
방사선처리나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강력한 분해세균을 개발하는 노력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런 연구는 중국대륙에서 오염물질을 무제한 흘러드는 우리나라 서해의
심각한 오염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공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육성된 세균은 그 효과와 번식능력이 야생종에 비해 수백 배나 우수하고,
때로는 자연계에 없는 능력을 가진 세균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천체생물학자인 칼
세이건은 "금성의 구름 가운데는 이산화탄소를 먹는 세균이 있을 수도 있다. 만일
그런 미생물이 있다면 그들은 이산화탄소를 섭취하고 대신 산소를 방출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가 금성도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으로 변모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미래를 예견하기 좋아하는 과학자들은 앞으로 미생물의 세기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즉 미생물을 잘 이용함으로써 식량을 생산하고, 환경오염을 정화하며, 금 은 코발트 철
니켈 우라늄 등의 광물을 얻고, 석유 천연가스 황도 생산하며, 생물전기 방식으로
전력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때는 새로운 미생물발전소가 건설되고,
미생물을 이용하는 각종 식품공장도 건설된다. 나아가 이때쯤에는 오랫동안 인간을
괴롭혀 온 미생물에 의한 인간의 질병은 물론 가축이나 농작물의 병도 훨씬 더 간단히
해결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한다.
* 사진 36
사진설명: 기름으로 온통 오염된 토양을 쉽게 정화할 수 있는 것은 석유분해
미생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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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지구의 청소부는 미생물이다.
쓰레기의 종착역인 거름더미 속에서도 많은 생물이 활발하게 살아가고 있다. 또
그곳은 새로운 생명 활동을 시작케 하는 생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우리들
가정에서는 음식이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생선이나 육류 등을 냉장고에 넣어
보관한다. 먹을 음식이 썩어 버린다는 것은 큰 손실이다. 그러나 부패라고 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도 또한 큰일이다. 만일 삶아 둔 옥수수가 열흘이 지나도 곰팡이
하나 생기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그런 세상이라면, 이 지구상에는 살아 있는
생명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여름이면 하룻밤만 지나도 밥이 쉬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지구상에서는 온갖 생물이 번영할 수 있는 것이다.
가을이 되어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이나 부러진 나무, 쓰레기통에 버린 음식
찌꺼기와 휴지 조각, 변소의 오물, 이 모든 것이 부패되지 않고 남아 있다면 이 세상은
온통 오물투성이로 변할 것이다. 그러나 부패라고 하는 화학변화가 자연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산과 들의 나무와 들판의 곡식이 해마다 풍성하게 자랄 수 있고, 깨끗한
거리와 마을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시골 농가에 가 보면 어느 집이나 널따란 터에 짚이나 나무를 태운 재, 풀 등을
쌓아 썩히는 퇴비더미가 있다. 이러한 퇴비더미 속에 쌓인 물질들은 6개월이 안되어
모두 식물의 뿌리가 영양분으로 흡수할 수 있는 비료로 되고 만다. 특히 여름이면 더
빨리 부패하여 3개월이면 거름이 된다. 농부들은 이 퇴비를 져다 논밭에 흩어 놓고
흙을 갈아엎은 뒤, 그 위에 씨앗을 뿌린다.
썩을 수 있는 것, 즉 짚이나 잡초, 생선, 신문지, 나무토막, 분뇨, 이 모든 것은 모두
생물의 시체이다. 그러므로 부패라고 하는 것은 죽은 생물의 세포가 완전히 분해되어
다시 흙 속으로 또는 공기 속으로 흩어져가는 현상이다.
그러면 이러한 부패 현상은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 것일까? 여러분들 중에는 눈이
하얗게 내린 이른 아침, 퇴비더미에서 흰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것을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쓰레기가 부패할 때 많은 열이 나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쌓아 둔
처음 며칠간은 열이 나지 않는 듯하지만 일주일쯤 되면 열이 나기 시작한다. 만일
부패가 가장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을 때 그 더미에 손을 밀어 넣어 본다면 누구도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얼른 손을 빼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퇴비 속의 온도가
섭씨 55 도에 달하기 때문이다.
쓰레기에서 열이 나는 것은 부패 박테리아가 맹렬하게 번식하여 많은 효소를
분비함으로써 쓰레기 분해되는 화학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부패
박테리아는 이러한 분해 작용을 하면서 자신의 성장과 번식에 필요한 영양과 에너지를
얻는다. 그런데 이런 부패 박테리아는 성장하고 번식하는 데 산소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어야 퇴비도 빨리 썩는다.
제6장 지구를 정복한 곤충의 특징과 자랑
지구는 곤충이 살기 적당한 세상
곤충들은 작은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데 아주 유리하다. 몸이
무거운 나비라면 빨리 날 수 없을 것이고, 벼룩이나 메뚜기들이라면 멀리 높이 점프할
수가 없으며, 먹이가 많아야 하고, 한편으로 적에게 발각되기 쉬워진다. 그래서 곤충은
거의가 아주 작은 몸을 가지고 있다. 딱정벌레 중에는 몸길이가 겨우 0.25mm에
불과한 것도 있다. 가장 큰 곤충인 인도의 애틀러스나방은 날개폭이 30cm이다.
고대에는 날개폭이 76cm인 메가네우라라는 잠자리를 닮은 것이 있었다. 오늘날 몸이
큰 곤충류는 어디에서나 하나같이 멸종해 가고 있다.
곤충은 작은 몸에 대단히 강한 근육을 발달시켰기 때문에 잘 날고 뛰고 헤엄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만일 그들의 몸이 더 커진다면 몸의 표면적이 몇 갑절 늘어나기
때문에, 비행이나 도약 때 공기저항을 그만큼 더 많이 받게 되어 오히려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몸이 커지면 표면적인 제곱으로 늘어나고 체중은 세제곱으로
증가한다. 또한 체중이 증가하면 산소를 더 소모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곤충은 몸의
표면적을 더 넓혀야 한다. 왜냐하면 곤충은 피부의 숨구멍으로 산소를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곤충의 이런 관계를 새나 포유동물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흰수염고래는 쥐보다
약 1,000 만 배 무겁다. 그러나 몸 표면적은 10,000배 더 넓을 뿐이다. 덩치가 이토록
큰 고래에게는 살아가는 데 어떤 이익이 있을까? 고래는 체중에 비해 몸 표면적이
적기 때문에 찬물과 접촉하는 데 유리하다. 그 결과 그들은 몸 크기에 비해 적은
식사량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
만일 고래 크기의 동물이 물속이 아닌 육지로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그토록
무거운 체중을 떠받치려면 엄청나게 굵은 다리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몸보다 다리가
몇 배나 크고 굵은 괴물이 생겨나야 한다. 그런 짐승이 태어났다가는 행동이 느리고
많은 먹이를 먹어야 하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가 없다.
고래가 바다를 삶터로 삼은 것은 그 큰 몸을 떠받쳐 주는 부력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옛날 거대한 공룡등도 그 체중을 견디기 어려워 지금의 하마처럼 물속에
몸을 담그고 살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한다.
바다에는 코끼리보다 큰 동물이 몇 가지 살고 있다. 대형 고래 종류 외에 몸길이가
165m나 되는 연체동물에 속하는 대왕오징어가 있고, 물고기로는 6.5m나 되는
쥐가오리가 있다.
지구에 사는 동식물 가운데 그 길이가 가장 긴 것은 남태평양에 사는
마크로시스티스라는 미역과 닮은 갈조류이다. 가장 길게 자란 것은 200m나 된다.
사실 이런 식물은 바다가 아니면 그토록 길게 자랄 수가 없다.
개미는 자기 키보다 100배나 높은 나무에서 땅에 떨어져도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는다. 사람이 그랬다가는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말 것이다. 개미와 사람의 낙하
속도는 서로 다르다. 개미 몸은 체중에 비해 표면적인 큰 편이기 때문에 나무에서
떨어지더라도 공기 저항을 많이 받아 마치 낙하산을 탄 듯이 천천히 떨어진다.
곤충은 정말 놀라운 체력을 가지고 있다. 개미는 자기 체중보다 50배나 되는 짐을
들어올릴 수 있고, 꿀벌은 300배나 무거운 추를 달고 날 수 있다.
몸이 작은 것이 여러 가지로 편리한 점은 많지만, 작은 몸은 기온이 낮을 때
활동하기 어려운 불편한 점이 있다.
곤충은 몸의 크기에 비해 괴력이라고 할만한 대단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개미를 보면, 자기 몸무게의 50배나 되는 짐을 거뜬히 운반할 수 있다.
사람이라면 가장 힘센 장사라도 자기 몸무게의 3배 이상 되는 것을 들기 힘들다.
곤충 가운데 개미를 능가하는 최고 장사는 꿀벌이다. 꿀벌은 자기 몸무게의 300배나
되는 짐을 끌고 갈 수 있음이 실험으로 밝혀졌다. 즉 꿀벌의 몸에 가느다란 실을 매고
그 끝에 짐을 달았을 때, 퍼덕이는 날개의 힘으로 그렇게 무거운 것을 달고 날아 간
것이다. 이 정도 힘이라면 사람이 혼자서 거대한 트레일러 3 대를 끄는 것이
해당된다.
현재 미국 맥도널 더글러서 항공기 제작 회사에서는 메뚜기의 다리를 닮은 항공기
착륙 장치를 개발하려고 연구 중이다. 항공모함 갑판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들은
선체가 항상 전후좌우 또 상하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이착륙이 아주
조심스럽다. 그리고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전투기까지 개발했다. 그러나 메뚜기나
귀뚜라미 등의 곤충이 연약한 풀잎 위에 아주 쉽고도 안전하게 안착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항공기에서 착륙 바퀴를 떼어 내고 메뚜기 다리를 붙여 오르내리게 하는
방법을 고안할 수 있지 않을까? 비행중인 동안에는 이 다리를 접어 둘 수도 있을
것이다.
곤충 중에 누가 과연 최고 장사인지 구별하기란 힘든 일이다. 개미는 물건을 입으로
물고 가는 장사이고, 꿀벌은 날개 힘이 강한 곤충이다. 그리고 곤충 세계에는 서로
우열을 정하기 힘든 온갖 운동경기 선수들이 많다. 메뚜기, 귀뚜라미, 방울벌레, 벼룩,
톡톡히 같은 곤충도 대표적인 높이뛰기와 멀리뛰기의 선수들이다. 벼룩은 몸길이
2mm, 키는 1.5mm 정도에 불과한데도 한번 점프하면 최고 33cm까지 뛴다. 이것은
자기 키보다 200배나 높이 점프한 것으로, 사람이라면 300m나 뛰어오른 셈이다.
곤충에서 볼 수 있는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곤충의 근육은 그토록 강한 힘을
계속해서 장시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과학자는 인도쥐벼룩을 병에 다 담고
가느다란 막대기로 계속 뛰도록 자극을 주었다. 이 벼룩은 1시간에 600번 비율로
72시간을 계속해서 뛰었다. 6초에 한 번씩 3일간 쉬지 않고 뛴 것이다.
이것은 곤충의 근육이 좀처럼 지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예로, 광대파리는 한 번도
쉬지 않고 6시간 30분을 난 기록이 있으며, 사막에 떼지어 다니는 메뚜기는 9시간을
연속 비행할 수 있다. 곤충이 이처럼 강한 힘을 장시간 내는 것은 몸에 비해 대단히
크고 강한 특별한 근육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벼룩은 포유동물이나 새의 몸에 붙어서 피를 빨아먹고 사는 아주 작은 곤충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벼룩의 종류만 해도 1,500종에 이른다니, 곤충의 세계는 참으로
다양하다. 날개가 없는 대신 벼룩은 잘 뛰어야만 살 수 있다. 왜냐하면 지나가는
짐승이나 새의 몸에 재빨리 뛰어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몸을 좁다랗게
만들어 도약할 때 공기저항이 적고 또 새의 비좁은 깃털 사이를 비집고 다니기 쉽도록
진화시켰다. 한편으로 그들은 뒷다리 근육 구조를 특별히 발달시켰다. 특히
레실린(resilin)이라 부르는 고무줄 같은 탄력을 가진 단백질로 특수한 근육을 만들어,
이 근육을 순간적으로 움직여 큰 힘을 낸다. 벼룩같이 작은 생물에게도 이처럼 신기한
신비가 숨겨져 있으니, 과학자들의 연구 과제는 무궁무진이라 하겠다.
어떤 과학자는 벼룩은 어떤 경우에 점프를 하는지 조사해 보았다. 그는 삼각형
플라스크 밑바닥에 모래를 약간 깔고 그 속에 몇 마리의 벼룩을 넣었다. 그리고는
플라스크 입을 2개의 유리관이 꽂힌 고무마개로 막았다.
한쪽 고무관을 입에 대고 아주 조용히 입김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벼룩들은 일제히
나와 뛰기 시작했다. 원인을 찾아본 과학자는 벼룩이 뛰는 이유가 사람 숨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이산화탄소를 느끼고 행동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벼룩은 날개가 없는 대신 뛰어서 먹이에 접근하고 또 적으로부터 도망한다. 즉
점프라는 운동 방법으로 탄산가스를 내뿜는 따뜻한 동물을 찾아 그에 접근하여 그
피부에서 피를 빠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에 이끌리는 곤충으로 유명한 것에는 벼룩
외에 모기와 물땅땅이 그리고 진드기 종류가 알려져 있다.
벼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영국의 유명한 부호 로스차일드 씨는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로스차일드 씨는 은행과 보험회사의 경영자로서 큰 부자였다. 그는 그의
막대한 재산을 과학자에게 투자하여 많은 벼룩 표본과 벼룩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만들도록 했다. 뒷날 그는 그가 일생 동안 구한 벼룩에 대한 연구 자료를
대영박물관에 기증했고, 그가 남긴 유물은 지금도 남아서 벼룩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훌륭한 기업으로 번 재산을 인류를 위한 과학 연구에 투자한다는 것은
자랑스럽고 가치 있는 일이다.
* 사진 37
사진설명: 점프의 챔피언인 인도쥐벼룩. 6초에 한 번꼴로 3일간 한 번도 쉬지 않고
뛴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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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가 필요 없는 개똥벌레의 빛을 내자면
개똥벌레의 몸에서는 빛이 난다. 어부들이 금방 잡아 올린 오징어 몸에서도, 또 어떤
버섯 종류에서도, 깊은 바다에 사는 많은 물고기 종류의 피부에서도 발광 현상이
일어난다. 세상에는 이렇게 신기하도록 빛을 내는 생물이 여러 종류 있다. 그중에서도
개똥벌레는 대표적인 동물로서, 그들은 영양 물질을 화학적으로 산화시켜 열이 없는
차가운 빛을 낸다. 그래서 이런 빛을 보통 냉광(찰 냉, 빛 광)이라 부른다.
육지에는 발광하는 생물이 종류가 극히 드물지만, 바다에는 상당히 많은 물고기
종류가 빛을 내고 있다. 과학자들의 추측에 따르면 약 1,000종류의 물고기가 발광하고
있다. 그런데 바다의 물고기에서 나오는 빛은 거의가 스스로 내는 빛이 아니라 그
물고기의 몸에 붙어 사는 발광 박테리아 때문에 나오는 빛이다. 오징어의 몸에서
비치는 빛 역시 몸에 묻는 박테리아의 빛이다.
바다 속 깊이 들어가면 점점 어두워질 뿐만 아니라 더욱 조용해지고 추워지며, 사는
생물의 수와 종류가 줄어든다. 바다 깊이가 600m를 넘으면 거기엔 햇빛이 전혀
도달하지 못 하기에, 빛이 있어야 자랄 수 있는 식물은 전혀 볼 수 없게 된다.
세계의 바다는 평균 깊이가 약 4,300쯤 된다. 그러니까 지구상의 바다는 85%
이상이 전혀 빛을 구경할 수 없는 어둠의 세계이다. 그리고 바다의 표면은 평균
수온이 섭씨 20 도쯤 되지만, 1,000m 되는 깊은 곳의 수온은 섭씨 5--6 도 정도로
낮다. 그러므로 깊은 바다는 어둡고 추우며 파도도 없다. 수압이 너무나 강하여
아무런 생물이 살지 못하는 지옥과 같은 세계로 생각된다.
수억 년 전의 옛 바다에는 햇빛이 잘 드는 아주 얕은 곳에만 식물과 동물이 살았다.
긴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 그 얕은 바다에 수십만 종류의 동물이 탄생하여 서로
경쟁하며 살게 되자, 그중 어떤 물고기 종류는 도저히 생존 경쟁에 견딜 수 없어 깊은
곳으로 내려가 살기로 했다.
심해로 내려가 삶터를 갖게 된 몰고기들에게는 그들을 노리는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춥고 어둡고 또 수압이 엄청나게 눌러도 견딜 수 있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깊은 곳에는 적이 없는 대신 그들이 먹어야 할 식량이 아주
귀했다. 그래서 그들은 바다 수면 가까이 살던 동물들이 죽어서 가라앉는 시체를 주로
찾아 먹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깊은 바다를 삶터로 선택하게 된 물고기(심해어)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진기하고 흥미로운 모습을 가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방법도 아주 특이해졌다. 심해 잠수정을 타고 깊은 바다로 내려가 보면 마치 여름밤에
날아다니는 개똥벌레보다 더 신비스런 빛을 내며 헤엄치는 심해어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심해어들이 어둠 속에서 쉽게 동료를 찾고, 특히 산란기에 멀리서도 짝을
찾아내기 위해 발달시킨 적응 방법이다.
물고기들이 스스로 빛을 내도록 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빛을 내는
박테리아(야광충)가 자기의 피부에 붙어살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런 경우 물고기는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지만 피부에 기생하는 야광충의 빛 때문에 발광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개똥벌레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이다. 심해에 사는 갯비늘치나
헤드라이트피시는 눈 앞에 상당히 밝은 빛을 내는 발광 기관이 있어 빛을 깜박이기도
하고 밝기를 조절하기도 한다. 또한 별앵퉁이라는 심해어는 몸길이가 6--7cm인데, 몸
옆에 도끼날 모양의 발광 기관을 가지고 있다.
심해어는 그 형태부터가 모두 괴물이다. 우선 그들은 입이 터무니없이 커다랗다.
이것은 먹이가 아주 귀한 곳에 살기 때문에 무엇이건 먹이만 있으면 커다란 입으로
얼른 삼켜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다.
드레건피시라는 이름을 가진 심해어는 아래턱에 긴 수염이 달려 있다. 이 수염은
아주 특이하여 그 끝에 불을 켤 수가 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이 수염 끝에 불을
켜고 있으면 다른 작은 심해어가 먹이인 줄 알고 접근한다. 그때 입이 벌어지는
각도는 120 도나 된다.
바다 밑은 큰 고기가 작은 고기를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세계이다. 이런 곳에서 작은 물고기가 혼자서 빛을 내고 있으면 다른 큰고기에게 쉽게
발견되어 잡아먹히지 않을까? 포토블파론은 이런 위기를 교묘하게 피하고 있다.
그들은 어떤 위험을 느끼면 곧 불을 꺼 버리고 멀리 도망간 뒤에야 다시 켠다. 또
그들은 똑바로 헤엄쳐 다니는 것이 아니라 늘 지그재그로 움직인다. 그래서 다른 큰
물고기가 잡으려 해도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뒤쫓다가 허탕만
친다.
물고기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연구용으로 이 발광어를 잡으려면 퍽 힘이 든다.
접근하면 불을 끄고 멀리 도망하므로, 잠수복을 입은 채 깜깜한 물 속에서 가만히
정지하고 기다려야 한다. 떼를 지어 몰려오면 준비해 간 전류를 물 속에 갑자기 흘려
기절하도록 만든다. 또 그들의 살아 있는 모습을 사진 찍으려 해도 같은 방법을 써야
한다.
이 포토블파론이 내는 빛은 발광 생물이 내는 빛 중에서 발광 면적이 가장 넓고 또
밝아 한 마리의 빛으로 시계를 읽을 정도이다. 보통 때 이들은 1분간에 3번쯤 불빛을
깜박이는데 위험을 느끼면 75번 정도 점멸하면서 지그재그로 도망간다.
어떤 과학자는 이들이 불빛을 깜박거려 동료끼리 서로 어떤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
아닐까 하여 조사해 보았다. 그는 확인 방법으로 거울을 가지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
거울을 본 물고기는 그 속에 비친 자신의 불빛을 동료의 불빛으로 생각하여 가까이
왔으며, 접근하자 불빛을 깜박이는 속도가 변했다. 이런 것을 보면 어떤 신호가 되는
것 같기도 하나 어떤 의미의 신호인지는 알 수가 없다.
우리들이 밝은 불을 얻으려면 무엇을 태우거나 전기로 불을 밝혀야 한다. 그러나
개똥벌레나 야광 박테리아 등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간단히 불을 밝힐 수 있다.
과학자들은 발광 박테리아를 비롯한 다른 발광 생물들이 어떻게 빛을 낼 수 있는가에
대해 여러 가지 사실을 알아내기는 했으나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만일 과학자들이
그러한 발광생물의 신비를 충분히 알아내기만 한다면, 같은 방법으로 손쉽게 빛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빛은 뜨거운 열이 없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적고 화재
위험도 없다.
오늘날에는 시골에서도 개똥벌레를 보기 어렵게 되어 사람들이 염려하고 있다. 만일
농약이나 공해 등으로 그러한 생물이 모두 죽어 버리고 없어진다면, 과학자들은
생물이 냉광을 내는 원인을 찾아내기 어려워지고 말 것이다. 개똥벌레가 귀해지자
일본에서는 개똥벌레는 인공사육하여 판매하기도 한단다.
* 사진 38
사진설명: 머리부분에 사는 발광박테라아에 의해 빛을 내는 심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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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력한 섬유 거미줄을 만드는 비밀
옛 그리스의 신화 가운데에는 '아라크네'라는 이름을 가진 여신이 있었다. 이 여신은
아주 매혹적인 처녀였으며, 아름다운 옷감을 잘 짜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아테네'라는 다른 여신에게 도전하여, 누가 더 아름다운 베를 짜는지 겨루어
보자고 했다. 이 말에 화가 난 아테네는 아라크네가 짠 옷감을 모두 찢어 버렸고, 이
때문에 아라크네는 슬퍼한 나머지 목을 메고 죽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아테네는 죽은
아라크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녀를 거미가 되에 해주었다. 그뒤 거미가 된
아라크네는 거미줄로 옛날처럼 아름다운 옷감을 짜게 되었다.
이 이야기에서 암시를 얻은 과학자들은 거미의 학명을 '아라크니다'라고 정했다.
거미는 징그럽기도 하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벌레이기에 친밀함도 있다. 거미류는
아주 추운 곳을 빼고는 뜨거운 열대 사막지방까지 이 지구 위 어디에서나 살고 있는
동물이다.
거미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다리를 8개 가졌으며, 꽁무니에서 나오는 거미줄로
그물을 쳐서 먹이를 잡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거미 가운데에는 현미경으로
보아야 겨우 보일 정도의 작은 것에서부터 몸길이가 12cm나 되는 '타란튤라'라는
아주 큰 거미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사람들 중에는 거미를 두려워하는 이도 있는데, 거미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도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북아메리카에 사는 검은 과부거미는
무서운 맹독을 품고 있어서 사람이 물리거나 하면 죽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독거미 종류가 하나도 살지 않는다. 그러므로 집안에서나 집밖에 나가서라도 거미에
대해 공포심을 가질 까닭은 조금도 없다.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잘 살펴보고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거미는 손수 실을 빚어 만든 그물을 덫으로 써서 먹이를 잡는다. 거미가
만드는 거미줄, 곧 덫의 모습은 종류에 따라 제각기 다르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거미줄은 수레바퀴처럼 방사형으로 친 멋진 그물이지만, 그 밖에 깔때기 모양, 원통
모양, 공 모양, 얼기설기 엉성한 모양 등등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종류는 거미줄을
낚싯줄처럼 써서 벌레를 잡기도 하고 투망으로 고기를 잡듯이 그물을 던져 먹이를
사로잡는 것도 있다.
거미의 꽁무니에서 끝없이 나오는 거미줄을 한 가닥처럼 보인다. 그러나 꽁무니를
확대경으로 보면 대단히 가느다란 거미줄이 수백 가닥 나와 이들이 서로 꼬여 한
가닥으로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미의 꽁무니에는 여러 개의 거미줄 돌기가 있고,
또 거기는 실을 내는 무수히 많은 토사관이 있다.
* 사진 39
사진설명: 거미의 꽁무니 토사관에서 수백가닥의 가느다란 줄이 나와 하나로 되면서
강력한 섬유가 된다.
거미줄은 거미의 몸 속에 있는 거미줄샘이라는 기관에서 분비되는
파이브로인(fibroin)이라 불리는 액체가 몸밖으로 나오는 순간에 굳어서 끈끈한 실이
된 것이다. 거미는 굵은 줄, 가는 줄, 끈끈한 줄, 전혀 끈기가 없는 줄 등 필요에 따라
성질이 다른 여러 가지 줄을 만들어 낸다. 거미줄은 언뜻 보기에 아주 약하게
느껴지나 사실은 누에의 명주실보다 더 가늘고 더 질기다. 끈끈한 거미줄에 붙어 버린
벌레는 아무리 버둥거려도 떨어져 나오기 어렵다. 거미 자신이 거미줄에 붙지 않는
것은 발과 몸에 기름 성분이 발라져 있기 때문이다.
거미들은 새끼라도 거미줄을 잘 만든다. 집의 모양이나 뼈대도 어른 거미가 만든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단지 그 크기만 작을 뿐이다. 거의 모든 거미는 이렇게
거미집을 치지만, 늑대거미는 일생 집을 만들지 않고 산다. 이들은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먹이가 보이면 갑자기 달려들어 한 번에 잡아먹는다. 어떤 거미 종류는
꽃이나 잎에 숨어 있다가 꽃에 다가온 먹이를 공격하기도 한다.
거미는 덫에 걸린 먹이를 직접 씹어먹거나 체액을 바로 빨아먹지 않는다.
거미에게는 벌레를 죽일 수 있는 독을 가진 한 쌍의 이빨이 있다. 먹이가 걸려들면
먼저 독이빨로 물어서 죽이거나 마비시킨다. 그들은 이빨로 씹어먹을 수 없기 때문에
먹이의 몸 속에다 소화액을 쏟아 넣어 먹이의 몸이 소화액 때문에 분해되어 액체가
되도록 만든다. 얼마쯤 시간이 지난 다음 거미는 액체로 바뀐 먹이의 체액을
빨아먹는다. 거미가 활동하고 있는 것을 살펴보면, 잡은 먹이를 거미줄로 칭 싸
감아두는 것을 본다. 이것은 소화액을 넣어 두고 나중에 먹도록 비축해 둔 것이다.
거미는 상당한 대식가이다. 그리고 파리, 모기 등의 해충은 그들의 주로 잡아먹는
먹이이다. 대부분의 경우 거미줄에는 수없이 많은 벌레가 걸려들어, 혼자서는 도저히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이 잡히고 있다.
거미는 수명이 1--2 년인 것이 보통인데 20 년 가까이 사는 종류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거미는 한꺼번에 100여 개의 알을 낳지만, 어떤 종류는 3,000여 개를
낳는다고 한다. 대개의 거미는 알을 둥그렇게 덩어리지도록 낳은 다음 그것을 튼튼한
거미줄 주머니로 싸서 안전한 곳에 매달라 둔다. 어떤 늑대 거미 어미는 알주머니를
등에 지고 다니며 부화될 때까지 보호하기도 한다.
거미 가운데에는 일생의 대부분을 물 속에서 작은 벌레를 잡아먹으면서 지내는
종류가 있다. 유럽 북부에 사는 잠수거미가 그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물 속에
살면서도 이 거미는 공기로 숨을 쉰다. 그러기 위해서 이 잠수거미는 물위에 올라가
거품을 구해서는 자기가 사는 곳으로 가져가 거미줄로 붙잡아 매어 둔다. 그리고는 이
기포 속의 공기로 숨을 쉰다. 한 방울의 공기 탱크 1개는 대개 6--7시간 동안 쓸 수
있다.
거미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큰 것은 '타란튤라'라는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에 사는
거미이다. 털이 웃웃 나 험상궂은 모습의 타란튤라는 몸길이가 8--12cm에 이르며, 땅
밑에 구멍을 파고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곤충 따위를 잡아먹으러 나온다. 이 거미는
독이 있지만 사람을 해칠 정도는 아니고 새나 쥐, 뱀 따위는 마비시킬 수가 있다.
미국 애리조나 주에 사는 찰스 크리스턴슨 씨는 오두막 같은 창고에서 수천 마리의
타란튤라를 키워 그 독액을 채집하여 그것을 신경의학자에게 제공하며 살아간다.
신경의학자들이 독거미의 독을 중요하게 취급하는 것은 이 물질이 어떤 이유인지
모르나 신경 신호가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이 독액은 신경의 자극을 전달하는 물질은 '글루타메이트'(뇌 속에 항상 다량
있음)의 기능을 중단시켜 다른 쪽으로 신호가 전달되지 못하도록 한다. 과학자들은 이
독액을 이용해서 뇌의 세포에서 일어나는 신비를 조사하는 한 가지 약품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신경 신호 차단의 원인을 알게 되면 뇌일혈이나 뇌의 발작을 막는
방법을 찾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호주에는 깔데기그물거미라는 독거미가 살고 있다.
이 독거미의 독은 아주 강하여 어린아이라면 1시간 안에, 어른은 2,3일 동안
고통스럽게 지내다가 죽기도 한다. 이 독거미에게 물리면 속이 메스꺼워져 토하고
땀과 침을 흘리게 된다. 그러다가 호흡이 힘들어지고 피부와 온 근육이 심한 경련을
일으켜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지금은 이 독거미에 물리더라도 최근에 개발된 해독제를 주사하면 곧
회복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독거미에 물린 사람과 원숭이는 위험하지만 토끼나 쥐,
개, 말, 따위의 다른 동물은 아무런 중독현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독충으로 유명한 전갈도 이들 거미 종류에 들어간다. 전갈은 열대지방 특히 사막에
많이 살며, 삼림지대에 사는 종류도 있다. 전갈도 여러 가지여서 이 지구에 약
700--800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갈은 보통 낮에는 바위 틈새나 구멍에 숨어 있다가 밤에만 나와 다른 거미나
풍뎅이, 바퀴벌레 따위를 잡아먹는다. 꽁무니에 달린 독침은 보통 때는 사용하지
않으며, 말썽을 부리는 큰 먹이가 있을 때만 집게발로 먹이를 잡고, 꽁무니를 자기
머리 너머로 젖혀 바늘로 찌른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 전갈의 독이 대단히 위험한
줄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전갈이 사람을 찌르는 일은 좀처럼 없으며, 자칫 찔린다 해도
몸이 마비되거나 붓고 열이 날 정도일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앞에서 보았듯이 거미는 흥미로운 동물이기도 하지만, 해충을 없애주는 데 있어서
우리 인간과 아주 가까운 관계에 있다. 그러나 거미가 실제로 인간에게 얼마나 도움을
주고 있는지 자세히 조사된 예는 보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의 산림이나 논밭 등에는
얼마나 많은 수의 거미가 살고 있으며, 그러한 거미들이 어느 정도 해충을 죽이고
있는지 조사해 본다면, 참으로 좋은 연구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감스럽게도 농약을 많이 쓰는 오늘날에는 농약 때문에 많은 거미가 희생되고 있다.
농약에 의한 피해를 조사해 보는 것도 좋은 연구 과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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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없이 먹이를 잡는 거미들
거미는 적당한 공간에 그물을 쳐 두고 거기에 걸려 든 먹이를 잡아먹으며 살아가는
동물이다. 그러나 거미류 중에는 그물을 쓰지 않고 직접 사냥을 하거나, 함정을 파
두었다고 멋모르고 끌려든 먹이를 잡는 종류가 있다.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살펴보면 대단히 많은 종류의 거미가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때로는 집안에까지 들어와 형광등과 천장 사이나 장롱의 틈새에 거미줄을 치고
마치 방의 주인인 양 느긋하게 먹이를 기다리고 있는 거미도 발견된다. 거미 중에는
땅굴을 파고 들어가 사는 것이 있는가 하면, 물속에 거미줄을 쳐 두고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것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거미류는 정원이나 들판, 숲 속과
같은 야외에서 먹이가 지나다닐 만한 공중에 멋진 거미줄을 만들어 두고 살아간다.
이 지구상에 사는 거미 종류가 31,000종을 넘는다고 하면 잘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만 해도 약 600여 종의 거미가 조사되었으며, 지금도 수시로 신종이
발견되고 있다. 거미 종류가 다양한 만큼 거미에 대한 신비스럽고 재미난 이야기도 참
많다. 거미 연구자 중에는 뉴질랜드 대학의 로버트 잭슨 교수처럼, 일생 동안 한
종류의 거미(깡충거미)만을 선택하여 연구하는 사람도 있다.
거미 가운데 땅에 굴을 파고 들어가 사는 종류를 함정거미라고 부른다. 함정거미는
땅속에 튜브처럼 생긴 구멍을 만들고는 글 벽을 끈끈한 거미줄로 도배를 한다. 그리고
밖으로 통하는 구멍 입구에는 거미줄에 흙을 교묘히 붙여 만든 문을 설치한다. 이런
작업이 끝나면 함정거미는 문을 반쯤 열어 두고, 굴속에 숨어서 지나가던 다른
곤충이나 벌레가 멋모르고 기어들기를 기다린다. 함정거미가 판 굴은 아주 자연스러워
벌레들이 잘 들어온다. 이 때를 기다려 거미는 와락 달려들어 독이빨로 먹이를 물어
마비시킨다. 먹이를 움켜쥔 거미는 다른 침입자가 방해하지 않도록 문을 단단히 닫아
두고 식사를 시작한다.
거미 무리 가운데 그 종류도 많거니와 생김새와 사는 방법이 너무나 다양하고
신비스러운 것이 깡충거미 종류이다. 지구상에는 400여 종의 깡충거미가 퍼져 살고
있는데. 이들은 점프를 아주 잘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 세계의
깡충거미는 크기가 모두 3--8mm 정도로 아주 작다. 피디푸스깡충거미는 길이가
5mm 정도인데, 3.5cm 떨어진 나뭇가지 사이를 훌쩍 건너간다. 만일 바위를 오르는
등산가가 로프를 들고 자기 키보다 5배나 먼 공간을 이 거미처럼 건너뛸 수 있다면,
그야말로 그는 날렵한 스파이더맨이 될 것이다.
깡충거미가 뛰는 장면을 잘 보면, 뒤쪽 네 다리가 폭발하는 듯한 강력한 힘으로
뻗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의 뒷다리에는 유압계와 같은 원리로 만들어져 있어
순간적으로 강력한 힘을 낸다. 유압계란 자동차 따위의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어올리도록 만든 액체의 힘을 이용한 특별한 장치이다.
거미는 점프할 때 거미줄을 뻗으며 뛰어오른다. 그러므로 혹시 힘이 모자라 건너지
못하고 공중에서 떨어지게 되더라도 염려할 것이 없다. 거미줄이라는 튼튼한 로프가
몸을 거뜬히 지탱해 주기 때문이다. 사실 거미줄은 그 굵기로 비교할 때, 나일론실보다
질기고 가장 강하다는 강철선이나 탄소 섬유보다 더 강력하다. 그러니까 굵기로 따질
때 거미줄보다 질긴 물질은 아직 과학자들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 듀퐁사는 거미줄을 닮은 인조섬유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나일론
발명으로 섬유에 혁명을 일으킨 듀퐁사가 한 차례 인공거미섬유로 혁명을 몰고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거미라고 하면 모두가 공중에 그물을 쳐두고, 지나가던 벌레가
걸려들도록 기다리는 동물의 한 무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깡충거미는 굳이 공중이나
땅속에 그물이나 함정을 만들지 않아도 먹이를 잡을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깡충거미들은 파리나 모기 따위의 먹이감을 발견하면 살금살금 접근해 간다.
그러다가 4--5cm 떨어진 곳에서 순간적으로 달려들어 먹이를 잡는다. 그들은
사냥감을 단단히 붙잡고는 독이빨로 깨물어 먹이 몸 속에 독액을 집어넣는다. 거미의
독이빨에서 나온 독액은 소화액이어서, 잡은 먹이의 몸 내부 조직을 녹여 버린다.
거미는 조금 기다렸다가 다 소화된 먹이의 체액을 빨아먹으면 된다.
깡충거미처럼 먹이를 급습하여 사냥을 하려면, 목표를 한순간에 정확히 공격하도록
훌륭한 시력이 발달되어 있어야 한다. 거미의 눈을 보면 두 개가 아닌 여덟개가 붙어
있어 외계에서 온 무슨 괴물처럼 보인다. 특히 깡충거미들이 가진 커다란 눈은 더욱
기괴하게 느껴진다.
거미 머리 정면 중앙에는 눈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행 눈이 두 개
있다. 이 두 개의 중앙눈은 마치 쌍안경처럼 느껴지며, 눈동자를 사방으로 굴려
이곳저곳을 본다. 이때 두 눈은 한 곳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두 눈이 각기 다른
쪽을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중앙눈 좌우 바로 옆에는 측눈이 각각 한 개씩 두 개가 있다. 이 측눈은
움직이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측눈 뒤편 좌우에는 다시 좀더 작은 눈이 두
개씩 있다. 거미는 이렇게 여덟 개의 눈으로 사방을 동시에 경계하며 살핀다.
과학자의 관찰에 따르면 깡충거미는 모든 눈을 잘 활용하여 자기 몸길이의 20배 거리
이내에 있는 물체를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 깡충거미들은 이렇게 교묘한 눈으로
가까이 있는 사냥감을 발견하면, 중앙 큰 눈을 써서 초점을 맞추고 실수하는 일 없이
정확히 공격한다. 한편 깡충거미의 눈은 녹색에 특히 민감하고, 자외선을 보는 능력도
있다고 한다.
거미의 눈은 먹이는 찾는 구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들을 노리는 새 따위의
적도 살펴서 피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큰 일은 눈으로 자손을 퍼뜨릴 결혼
상대를 찾아내는 것이다.
* 사진 40
사진설명: 많은 깡충거미는 툭 튀어나온 깡충거미는 툭 튀어나온 커다란 눈을
가지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이 고릴라 깡충거미는 큰 종류에 속하며
생김새처럼 사나운 사냥꾼이다.
깡충거미들은 때로 자기보다 몸집이 큰 잠자리나 사마귀에게 달려들어 독액을 넣어
성공적으로 잡아먹기도 한다. 그러나 간혹 실수하여 사마귀에게 오히려 잡혀 먹히는
경우도 있다.
무엇이든 움직이는 것이면 공격하는 깡충거미지만,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조그마한
청개구리에게는 절대로 덤비지 않고 그냥 바라보기만 한다. 깡충거미는 작은
청개구리에 대해서 어째서 무관심한지 그 이유는 모르고 있다.
깡충거미 중에는 전혀 거미 모습이 아닌 다른 종류의 곤충 형태를 가진 것도 있다.
스리랑카에는 개미를 꼭 닮은 개미깡충거미가 살고 있고, 싱가포르에는 작은 풍뎅이를
닮은 종이 있다. 새들은 이 풍뎅이깡충거미에게서 고약한 냄새가 날거라고 생각하여
공격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어떤 곤충들은 깡충거미가 옆에 와도 "무서울 게 없는
풍뎅이려니" 생각하여 피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풍뎅이깡충거미의 의태(다른
동물을 흉내낸 모습)는 참으로 쓸모 있는 변장술이다.
가벼우면서도 강인한 로프를 들고 높은 지대를 자유로 오르내리며, 멀찍이 떨어진
곳을 훌쩍 건너뛰는 점핑 스파이더(깡충거미의 영어)는 정말 신비스럽다. 우리나라에도
20종 이상의 깡충거미가 살고 있지만, 그들의 습성에 대해서 자세히 관찰된 보고가
적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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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농사를 하는 수확개미의 미스테리
1871 년쯤의 일이다. 영국의 어떤 과학자가 유럽 남쪽의 지중해를 여행하다가
이상한 개미 종류를 발견했다. 놀랍게도 그 개미들의 집 가까이에서 평소 볼 수 없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고, 개미들은 그 풀의 열매를 집안으로 끌고 들어가
저장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분명히 개미가 농사를 지어 그것을 수확하고 저장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 과학자는 이 개미에게 '수확개미'라는 이름을 붙였고, 수확개미는 곧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수확개미가 농작물을 재배한다는 것은 잘못된 관찰이었다.
수확개미가 살고 있는 지중해에는 날씨가 늘 건조하여 먹이가 귀하고 생존 경쟁이
심한 곳이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씨앗을 주로 먹는 수확개미들은 언제나 부지런하게
씨앗을 물어다 집에 저장한다. 그런데 저축된 씨앗 가운데 어떤 것은 용케도 버려진
그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랐다. 그렇게 되면 개미들은 멀리 가지 않고도 손쉽게
식량을 구하게 된다. 수확개미가 과학자의 눈에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처럼 보인 것은
바로 이러한 모습을 우연히 보고 그렇게 판단한 때문이다.
사회생활(모듬살이)을 하는 곤충으로 개미와 벌을 대표적으로 손꼽고 있다. 이 두
가지 곤충 가운데에서도 벌은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종류가 많이 있지만,
개미는 모두 인간 사회와 같은 모습으로 가족을 이루어 모듬살이를 하고 있다.
이 지구에는 15,000종의 개미가 살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종류의 개미들이 모두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개미에게는 다른 곤충과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인간의 뇌와 비슷한 신경 기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파리나 잠자리, 개미, 벌, 나비 따위의 곤충도 지능을 가지고 있을까?
이것은 참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거의 모든 곤충들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본능적으로 살아간다. 그 보기를 들면 창문에 붙어서 밖으로 날아가려고
애쓰는 파리가 있다. 아래 창문은 열려 있는데도 파리는 위로만 날아 올라가 몇
시간이고 닫혀 있는 위쪽 창문에서만 나갈 곳을 찾으려 한다. 이런 것을 보면
곤충에게 지능이 있다고 믿기가 어렵다.
'지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첫째로 배우는 능력 곧 학습 능력이 있어야
하고, 둘째로 기억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개미는 잘 알고 있듯이 여왕개미,
병정개미, 일개미, 수캐미 등으로 구분되어 각각의 임무가 나뉘어 있다. 그들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식량을 모으는 일(수확)을 하며 먹이를 찾아다니고(사냥), 또 새끼에게
먹이를 먹여 키우는 일(육아)을 한다. 개미의 이러한 생활은 3--4,000 만 년 전의
화석 속에서도 발견되므로 개미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런 사회성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개미에게 과연 학습 능력과 기억 능력이 있는지 여러 가지로 실험해
보았다. 먼저 길을 찾기 어렵게 만든 '미로' 속에 개미를 넣고 먹이를 찾게 해보았다.
그 결과 다른 곤충이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어려운 길을 아주 빨리 알아내었고, 그
길을 기억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또 개미들은 먹이가 있는 곳까지 가는 길이 비가
온다든지 하여 막혀 버리면 다른 길을 찾아내는 능력도 보여준다. 이러한 능력은
개미의 종류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어 어떤 것은 훨씬 지능이 높은 반면에 그렇지
못한 종류도 있다.
개미들이 먹이를 찾고, 땅굴을 파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으면, 그들은 동료끼리
만나면 서로 촉각으로 가볍게 치고 때로는 입에서 입으로 작은 액체 방울을 건네는
것을 보게 된다. 또 집 속에 있는 개미들은 입으로 알과 애벌레를 핥아 주거나 여왕을
시중들기도 한다.
개미들은 냄새로써 동료를 분간하여 집과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가고 있다.
개미들이 서로 촉각을 비비고 핥고 먹이를 주고받는 것은 서로의 정보를 알리는
방법이라 믿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개미의 행동들을 볼 때, 개미는 다른 여러 곤충
가운데 신경 구조가 가장 발달된 곤충임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수확개미 이야기를 했는데, 개미 가운데는 실제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있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손수 농사를 짓는 개미가 100여 종이나 살고 있다. 그들이
재배하는 것은 어떤 식물이나 농작물이 아니라 곰팡이를 키워 식량으로 쓴다. 이렇게
곰팡이를 재배하여 먹이로 삼는 개미를 '가위개미'라고 부르는 데, 서양 사람들은
'잎을 자르는 개미'라고 이름지었다.
이들 개미는 언제나 줄을 지어 잎이 무성한 나무를 찾아간다. 먼저 도착한 개미들은
나무에 올라가 날카로운 이빨로 잎을 크게 또는 작게 잘라서 나무 아래로 떨어뜨린다.
그러면 다른 개미들은 그 잎을 자기가 몰고 갈 수 있을 만한 크기로 잘라서, 다시
줄을 지어 집으로 가져간다. 커다란 잎을 물고 행진해 가는 이러한 가위개미의 행동을
관찰하던 선구적인 개미 과학적인 핸리 맥쿠크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그 모양이 마치 깃발을 들고 가는 우리 교회의 어린이들 같습니다." 남아메리카의
어떤 가위개미는 하룻밤 사이에 커다란 나뭇잎을 남김없이 완전히 따 버리기 때문에,
이 개미들은 때때로 해충으로 다루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개미들은 나뭇잎을
집으로 가져와 그대로 먹는 것이 아니라, 이빨로 잘게 씹어서 스폰지처럼 부드럽게
만든 다음 그것을 굴 안에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개미 굴 안은 더운데다가 습기까지
풍부한 땅속이기 때문에 저장해 둔 잎에는 곧 곰팡이가 자라기 시작하여 팡이실이
마구 뻗어나오게 된다.
더욱 재미난 것은 개미의 집에서 자라는 곰팡이는 반드시 일정한 종류뿐이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개미가 잎을 이빨로 씹을 때 섞여 들어간 침이 다른 잡균은 자라지
못하게 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위개미는 큰 무리를 이루어 살고 있는 경우, 한 집안의 식구가 수백만 마리나
되며, 집 크기가 가로세로 10m에 이르고, 길이가 5mm 되기도 한다. 그 속에다
높이가 30cm나 되는 큰 굴을 뚫어서 잎을 저장해 곰팡이를 키우기도 한다. 이 개미가
사는 집은 금방 알아 수가 있다. 왜냐하면 가위개미의 집 가까운 곳에 자라는
나무들에는 잎이 달려 있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개미집에는 곰팡이 재배 작업만 맡아서 하는 더 작은 일개미가 돌아다니고 있다. 또
새끼만 키우는 역시 작은 개미가 있어 이들은 곰팡이가 많은 곳으로 애벌레를 물고
가서 그것을 먹게 한다. 바깥에서 잎을 운반해 오는 일은 모두 커다란 일개미가 한다.
또 개미 가족 속에는 몸이 가장 큰 병정개미가 따로 있다. 그들은 집 앞을 지키거나
먹이를 운반해 오는 길을 지키며 적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 놀라운 생활 습성을 가진 가위개미는 어쩌면 개미 가운데서 가장 영리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우선 땅속 집에서 키운 곰팡이만 먹으면 되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과 먹이다툼을 할 까닭이 없다. 그들에게 필요한 먹이의 원료인 나뭇잎은
지구 위에 어디에나 무진장 자라고 있으니 말이다.
* 사진 41
사진설명: 수확개미들이 잎을 잘라 운반해 갈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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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는 해충을 없애는 익충
잔뜩 굶주린 사마귀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꼼짝도 하지 않고 붙어서 험상궂은
모습으로, 멋모르고 다가오는 메뚜기를 노려보고 있다. 눈깜짝할 사이에 사마귀는
삐쭉삐쭉 톱날이 선 앞발로 번개같이 메뚜기를 낚아챈다. 사마귀가 먹이를 잡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0분의 1초에 지나지 않는다. 잭나이프처럼 생긴 사마귀의 앞발에
돋아 있는 가시에 메뚜기의 몸뚱이는 꼼짝없이 잡혔다. 사마귀는 무섭게 생긴
얼음집게 같은 입으로 메뚜기의 목덜미를 깨문다. 이윽고 꿈틀거리던 메뚜기의 숨이
멎었다. 사마귀는 입이 터지도록 메뚜기를 우물우물 씹어먹기 시작한다.
프랑스의 유명한 곤충 학자 앙리 파브르는 사마귀를 ""살아있는 것만 잡아먹는
숨어사는 폭식자"라고 말했다.
'사마귀'라는 우리나라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한 가지는 바이러스 때문이다.
생기는 피부에 도도록하게 돋아나는 낱알같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주 험상궂게
생긴, 풀숲이나 나뭇가지에 사는 곤충의 일종에 붙여진 이름이다.
사마귀란 곤충은 이름 그대로 무섭게 생겼고 그 버릇도 포악하여, 예부터
어린이들은 사마귀를 두려워하여 좀처럼 잡으려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곤충채집
숙제가 있어도 사마귀 표본을 만들어 오는 어린이는 거의 볼 수 없다. 사마귀란
사(죽을 사), 곧 '죽음'이란 의미와 '마귀'라는 두 가지 뜻을 지닌 기분 나쁜 이름이다.
옛날 어른들은 사마귀를 잡지 못하도록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마귀의 오줌이 눈에 들어가면 장님이 된다."
"사마귀 오줌이 손에 묻으면 사마귀가 돋아난다."
그런데 이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 위협적인 말은 오히려 있어야 좋은
거짓말이다. 사마귀가 여름 동안에 농작물의 해충을 얼마나 많이 잡아 먹는지 알고
나면 그 까닭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아주 무서운 전설을 퍼뜨려 귀중한
자연을 보호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보기를 든다면 이런 전설이다.
"제비를 죽이면 어머니가 병이 난다."
"마을에 있는 큰 느티나무의 가지를 자르면 누구든 한 달 안에 죽는다." 제비나
사마귀는 모두 해충을 없애 주는 귀중한 새와 곤충이다. 그리고 마을의 큰 느티나무는
온 동네 사람이 더운 여름날 햇볕을 피해 쉴 수 있는, 수백 수천 년을 지켜야 할
나무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던 우리 조상들은 지혜롭게도 이들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미신이기 하지만 무서운 전설을 만들었던 것이다.
* 사진 42
사진설명: 사마귀는 사람의 접근을 두려워 하지 않고 해충을 잡아먹는 대단히
귀중한 익충이다.
사마귀를 무서워하기는 서양 사람들도 우리와 마찬가지였다. 유럽 사람들은
사마귀를 무서워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고귀한 존재로 숭배하기도 했다. 무섭게 생긴
앞발을 들고 똑바로 서 있는 사마귀의 모습은 그들의 보기에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리고 불룩 튀어나온 눈과 마음대로 빙글빙글 돌릴 수 있는 머리는
보기에 두렵기도 하려니와 신비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은 사마귀에게
맨티스(mantis)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것은 '마법사와 같은 예언자'라는 뜻이다.
사마귀는 지구상에 1,800종 정도 살고 있다. 이들은 열대지방과 온대지방에만 살고,
우리나라보다 더 추운 곳에서도 볼 수가 있다. 여름에 풀숲이나 벼 잎에 앉아 있는
사마귀를 발견하면 두려워 말고 자세히 살펴보자. 사마귀의 특징은 무섭게 생긴 낫
모양의 힘센 앞다리와 마음대로 목을 돌려 사방을 볼 수 있는 삼각형의 머리이다. 낫
모양의 앞다리에는 날카로운 톱니가 솟아있으며, 삼각형의 머리 양쪽에는 커다란 눈이
붙어 있다.
사마귀는 사람이 가까이 가도 날아서 도망가거나 하지 않는다. 사마귀는 가만히
숨어 있는 풀의 빛깔과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초록색 잎에 있는 것은
초록색이고, 변색한 잎이나 나뭇가지에 숨어 있는 것은 갈색이며, 붉은 꽃이나 노란
꽃에서 지내는 것은 붉은색이나 노란색으로 제 몸을 보호하고 있다.
사마귀는 몸의 형태도 아주 여러 가지이다. 어떤 것은 나뭇잎 모양이고, 어떤 것은
그가 숨어 지내는 꽃잎 모양을 하고 있으며, 나뭇가지 모양, 개미모습, 나뭇 껍질이나
이끼 모양을 한 것도 있다.
사마귀의 커다란 두 눈은 수백 개의 작은 홑눈이 모인 것이다. 이 홑눈은 먹이를 잘
찾아내고 그 위치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사마귀는 밤이 되면 잘 활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밤에 불빛이 있으면 그곳으로 날아가 불빛에 이끌려 모여든 다른 곤충들을
마구 잡아먹기도 한다.
사마귀는 반드시 살아서 움직이는 것만을 사냥한다. 그리고 이들은 날개가 있어도
좀처럼 날지 않는다. 그래서 날아가면서 곤충을 잡는 일은 없다. 사마귀는 대단한
대식가이다. 어떤 때는 자기보다 큰 먹이를 잡아서 남김없이 먹기도 한다. 사마귀의
무기는 길고 큰 앞발이다. 이 앞발은 대단히 힘이 세며 거기에는 무시무시하게 생긴
가시가 줄을 지어 돋아 있다. 이 앞발의 가시에 걸려든 곤충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만일 사람이 사마귀를 막대기 같은 것으로 위협해 보면, 사마귀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앞발과 날개를 위협하듯이 펼쳐 허세를 부리면서 날아갈 생각을 않는다.
사마귀가 즐겨 잡아 먹는 사냥감은 메뚜기, 말벌, 나비, 나방, 귀뚜라미, 잎을 갉아먹는
곤충의 애벌레 등이다. 때로 사마귀는 자기들끼리 서로 잡아먹기도 하며, 심지어 자기
새끼를 먹는 일도 있다. 가장 놀라운 것은 결혼 상대까지 잡아먹는 일이 흔히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먹성이 좋은 사마귀에게는 그들을 위협하는 적이 있을까?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세계에는 적도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사마귀를 즐겨 잡아먹는 것에는
각종 새들이 있으며, 열대 지방이라면 원숭이, 들쥐, 도마뱀 따위가 있다. 사마귀는 잘
날지 않기 때문에 이들에게 들키기만 하면 쉽게 희생물이 되고 만다.
사마귀는 암컷이 수컷보다 몸집이 크다. 교미를 한 사마귀의 암컷은 교미한
상태에서 수컷의 머리부터 먹기 시작한다. 신비스럽게도 수컷은 조금도 저항하지 않고
암컷의 밥이 되고 만다. 과학자들은 사마귀가 교미를 하다가 암컷이 수컷을 먹는
까닭은 건강한 알을 낳는 데 필요한 영양분인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교미를 끝낸 사마귀는 2--3일 뒤 나뭇잎이나 가지 위에 알을 낳는다. 산란할 때는
먼저 꽁무니에서 거품 같은 물질을 분비해 놓고, 그 속에다 100여 개씩 낳아 놓는다.
암컷 한 마리는 이런 알 덩어리를 10여 차례 낳는다. 알을 둘러싼 거품은 곧
플라스틱처럼 굳어진다. 이것은 추위를 잘 막아 겨울을 나도록 해준다. 만일 추운
지방이 아니라 사막이라면, 이 거품으로 된 알집은 사막의 건조한 날씨에도
말라버리지 않고 무사히 견디게 해준다.
사마귀를 농약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기 위해서 메뚜기는 없애지만 사마귀한테는 아무런 해를 미치지 않는 농약을
개발해야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러한 농약도 연구되어 나올
것이다. 그러한 농약은 화학약품이 아니라, 메뚜기의 몸에서만 번식하는 세균 따위를
아주 많이 길러 그것을 농약처럼 논과 밭에 뿌리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바로 '미생물
농약'이라 불리는 유전자공학 시대의 발명품이다. 없애야 할 해충만 골라서 죽이는
이런 '선택성 농약'은 오늘날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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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는 적응 기술과 감각 능력에도 배울 것이 있다.
바퀴벌레가 이 지구 위에 나타난 것은 약 3억 2천만 년 전이라고 추측되고 있다. 이
사실은 그때의 오랜 화석에서 그들의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퀴벌레는 다른
곤충에 견주어 세 가지 중요한 자랑을 가지고 있다. 첫번째는 이 지구 위에 가장 먼저
탄생한 곤충류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고, 두번째는 지상에 처음 탄생했을 때의 모습이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퀴벌레의 형태가 더 이상
진화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적응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세번째 자랑은 아주 나쁜 환경 속에서도 바퀴벌레만큼 잘 견디며 살 수 있는 곤충이
없다는 점이다.
동물들 가운데 가축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사는 곳 가까이서 함께 살기를 좋아하는
것이 여러 가지 있다. 보기를 들면 쥐 종류 가운데는 집쥐, 곤충들 가운데는 집파리,
모기, 이, 벼룩, 빈대, 바퀴벌레 따위가 그러한 동물이다. 인간 가까이 사는 이런
동물들은 대개 사람을 괴롭히고 병균을 옮기는 반갑지 않는 것들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을 위협하는 이런 동물을 특히 '위생동물'(곤충은 위생곤충 또는 위생해충)이라
부르며, 그러한 것들을 없앨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위생동물은
어찌나 생명력이 강한지 그 동안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히 뿌리뽑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위생곤충 가운데 바퀴벌레는 주택이나 아파트, 사무실 등에서 너무나 귀찮은
존재가 되었다. 바퀴벌레는 보통 그냥 '바퀴'라고 부르지만, 지방에 따라 강귀 또는
강구라 하는 곳도 있다. 옛날에는 바퀴가 지금처럼 귀찮은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주로 큰 부잣집에서만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부잣집에서만 산다 하여 이 곤충이
살면 행운이 온다고 '돈벌레'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옛날에 바퀴가 부잣집에 많이 살았던 것은 중요한 까닭이 있다. 그것은
부잣집은 1 년 내내 바퀴가 얼어죽지 않을 만큼 실내 난방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바퀴들은 방안의 물까지 꽁꽁 어는 추운 집에서는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집들이 개량되어 겨우내 집안이 따뜻하도록 보온되면서부터 바퀴들은
사무실이나 아파트는 물론 어느 집에서나 겨울을 두려워하지 않고 번성할 수 있게
되었다.
바퀴가 많은 집에서는, 한밤에 전등불을 켜 보면 크고 작은 바퀴들이 구석으로
황급히 도망가는 것을 보게 된다. 살충제를 강하게 뿌려도 며칠 뒤면 또 전과 같이
설치고 다닌다.
이 지구에는 놀랍게도 약 5,500종의 바퀴가 살고 있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에는
10여 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있은
몸길이가 1cm 정도 되는 그냥 '바퀴'라고 부르는 종류이다. 그 밖에는 먹바퀴, 줄바퀴,
이질바퀴 등이 집 가까이 살고 있다.
수많은 종류의 바퀴들 가운데 집에서 사는 것을 빼놓으면 염려할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가장 흔한 바퀴는 그 번식력이 너무나 놀랍다. 암수 한쌍의 바퀴가 1 년
뒤에는 최고 40 만 마리의 대가족으로 불어 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교미를 하고 3일이 지나면, 암컷의 복부에는 30--40개의 알이 든 알집이 생겨난다.
암컷은 이 알집을 배에 붙인 채 20일쯤 지내다가 몸에서 떼어놓는다. 그러면 알집이
찢어지면서 그 속에서 부화한 새끼들이 기어 나오게 되고, 그때부터 새끼들은 스스로
먹이를 먹으며 살아간다. 바퀴의 알이 완전한 어른이 되기까지는 약 70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바퀴는 1 년에 5번 정도 세대가 바뀔 수 있다.
바퀴를 보면 그 껍질이 기름을 바른 듯이 광택이 난다. 이 광택은 껍질에 들어 있는
왁스와 기름 성분으로서, 바퀴가 물이 없는 건조한 곳에 오랫동안 살더라도 몸 속의
물이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아 주는 구실을 한다. 그 덕분에 바퀴는 물이
전혀 없는 곳에서도 1개월 이상 산다.
바퀴는 물을 먹지 않고도 오래 살 뿐 아니라 아무 것도 먹지 않고도 3개월을 죽지
않고 산 기록을 가지고 있다. 바퀴는 무엇이든 잘 먹는다. 부엌의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을 즐겨 먹는 한편, 먹을 것이 없으면 종이, 심지어는 비누까지 먹기도 한다.
또 바퀴는 강한 방사선을 쬐어도 좀처럼 죽지 않고 잘 견디며, 냉장고 속에서
48시간 동안 살아 있었던 기록도 가지고 있다. 바퀴는 본래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살기 좋아하지만, 이렇게 강인한 성질 때문에 배나 비행기에 실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나 따라가, 오늘날에는 심지어 북극 지방의 주택에도 퍼져 있다.
바퀴는 동이 대단히 재빠르며, 미끄러운 벽에서도 빠르게 걸어다닐 수 있다. 그리고
그 몸은 아주 납작하여 1mm 정도의 틈새로도 잘 숨어들어 간다.
바퀴 종류는 대부분의 야행성으로서, 주로 밤에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고 낮에는
구석진 곳에서 숨어지낸다. 집이 아닌 자연 속에 사는 바퀴 종류들은 돌 밑이나 나무
껍질 사이, 낙엽 아래, 어두운 그늘 등에서 지낸다.
바퀴는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잘 날지는 못하고 높은 데서 아래쪽으로 하강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잘 날지 못하는 대신 바퀴는 빠른 발과 뛰어난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다. 바퀴가 가진 안테나 노릇을 하는 길다란 더듬이는 주변의 공기가 조금만
흔들려도 사람이나 적이 접근함을 알고 도망간다. 그리고 그 더듬이는 습도에
민감하여 축축한 곳을 쉽게 찾아내며, 냄새를 매우 잘 맡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바퀴의 머리에는 4개의 작은 턱수염이 있는데, 이것은 먹이를 찾았을 때 그것을
먹어도 좋은지 아닌지 판단하는 감각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턱수염은 먹이
속에 들어 있는 소금기라든가 당분, 그리고 산성 물질인지 알칼리성 물질인지를 아주
빠른 감각으로 알아낸다.
바퀴의 다리에는 더욱 놀라운 감각 기관이 있다. 그것은 바퀴의 다리에 나있는
털로서, 이것은 대단히 빨리 주변의 진동을 알아낸다. 그래서 사람이 발소리를 죽이고
가만히 접근해도 곧 알아차리고 구석으로 순식간에 도망간다. 과학자들은 바퀴가
이러한 진동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 그 신경을 전기로 조사했다. 그 결과 바퀴는
진동 자극을 받는 지 5,400분의 1초 만에 반응을 나타냈다.
이처럼 사는 데에 유리하고 편리한 기관을 가진 바퀴는, 사람들이 아무리 없애려고
노력해도 늘어만 가고 있다. 오늘날 어느 나라에서나 바퀴벌레는 없애기 위해 쓰는
살충제의 비용이 막대하다. 그런데다가 바퀴벌레는 살충제에도 잘 죽지 않아, 그들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이상적인 약품은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인체에 해가 될 정도로 강력한 살충제를 뿌려 바퀴를 죽이기도 한다. 그러나 바퀴는
뿌리째 없어지지 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생겨나고 있다.
과학자들은 바퀴의 번식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주의를 평소에 할 것을 권고한다.
습기와 음식 찌꺼기가 많은 부엌과 화장실을 늘 깨끗이 하고, 쓰레기통은 바퀴가
숨어 들어갈 틈이 없도록 완전히 봉해 두어야 한다. 수시로 바퀴벌레 약을 흩어 놓을
것이며, 아파트 같은 곳에서는 한 집도 빠짐없이 동시에 약을 놓도록 한다.
바퀴를 없애는 일은 오늘날 온 세계의 고민이다. 쓰레기통과 상한 음식 위를 마구
쏘다니는 바퀴가, 그 발에 어떤 병균을 묻혀 우리에게 감염시킬지 모른다. 3억 년
이상 변함없이 지상에서 살아온 바퀴의 끈질긴 생명력과 인간의 싸움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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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정벌레가 곤충계의 왕자가 된 이유
풍뎅이, 하늘소, 무당벌레, 바구미, 물방개, 사슴벌레 등의 곤충을 우리는 딱정벌레라
부른다. 이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하는 곤충의 한 무리이다. 지구상에는 딱정벌레
또는 갑충이라 부르는 곤충 무리가 약 30 만 종이나 살고 있다. 이들은 다른 동물에
비해 엄청나게 그 종류가 많은 것이다.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종류의
물고기류와 양서류(개구리 따위), 파충류(뱀, 거북류), 새 그리고 포유류 전부를 합한다
해도 그 종류는 겨우 44,000종에 불과하다.
이와 비교할 때 딱정벌레란 그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만
해도 딱정벌레 종류는 약 8,000여 종이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딱정벌레는 세계의
이곳저곳에서 해마다 신종이 수백 종이나 발견되고 있다. 딱정벌레는 그 종류가 많은
만큼 사는 장소로 다양하다. 그들은 숲 속의 나무, 초원, 사막, 높은 산, 개천, 강,
호수, 바다, 땅밑, 소금 호수, 집의 정원, 심지어 부엌과 안방에까지 들어와 살고 있다.
딱정벌레는 지구상 곳곳에서 왕성하게 살아갈 수 있는 몇 가지 자랑을 가졌다. 첫번째
자랑은 딱정벌레들이 다른 곤충에게 없는 훌륭한 보호 장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딱정벌레의 등은 두텁고 단단한 '딱지날개'로 덮여 있다. 이 딱지날개 때문에
이들은 딱정벌레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단단한 이 날개로는 날 수가 없다. 대신에
딱지날개 밑에는 얇은 날개가 잘 접힌 채 감추어져 있다.
딱정벌레의 딱지날개는 마치 거북의 등껍질처럼 적의 공격을 막아 준다. 또한 그
딱지는 건조한 곳에서도 오랫동안 견딜 수 있도록 해준다. 딱지날개야말로 그들의
자랑스런 방어복이다. 딱정벌레가 비행하려고 할 때는 이 딱지날개 밑에 접어둔
은빛의 얇은 속날개를 사용한다. 그들의 비행 속도는 빠르지 못하다. 그러나 그들은
이 속날개로 날아서 먹이를 찾아가고, 결혼을 하며, 또 알을 낳을 장소를 찾고, 적이
접근해 오면 서둘러 도망을 간다.
딱정벌레가 지구상에 그처럼 번성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가리지 않고 먹는
그들의 식성 때문이다. 벌이나 모기종류는 침을 사용하고, 나비종류는 길다란 관으로
꿀과 즙을 빨아먹는다. 이처럼 대부분의 곤충은 액체 상태의 먹이를 먹는다. 그러나
딱정벌레들은 튼튼하게 잘 생긴 턱과 입으로 아무리 단단한 것이라도 깨물고 씹어서
먹을 수 있다.
딱정벌레들은 무엇이나 잘 먹는 편이다. 꽃가루에서부터 곰팡이, 죽은 관충이나 다른
큰 동물의 시체, 나무, 곡식 등등 닥치는 대로 그들의 식량이 된다. 그 때문에 많은
종류의 딱정벌레는 인간에게 반갑지 않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어떤 풍뎅이는 과수나 꽃나무의 뿌리를 갉아먹어 죽게 만들고 어떤 것은 콩, 옥수수,
감자, 호박 등의 농작물을 헤친다. 또 어떤 종류는 곡식을 갉아 먹는다. 바구미 종류는
곡식의 해충으로 특히 유명하다.
어떤 종류는 우리들의 음식까지 먹어 치운다. 건포도, 초콜릿, 담배까지도 먹는다.
그리고 옷이나 카펫을 갉아먹는 것, 털과 가죽을 쏠아 먹는 것, 심지어는 전화선 속에
굴을 파는 것이 있다. 특히 살짝수염벌레라는 이름을 가진 딱정벌레는 낡은 목재를
갉아먹고 산다. 이 벌레가 집의 나무 기둥이나 가구를 갉아먹느라고 머리를 힘껏
부딪치면 '딱딱'하는 작은 소리까지 들린다. 옛날 유럽 사람들은 이 소리가 집안에서
들리면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이 벌레의
이름을 '죽음을 예고하는 딱정벌레'라고 지어 불렀다.
딱정벌레라고 모두 인간에게 나쁘기만 한 해충은 아니다. 무당벌레와 가뢰종류는
다른 해충들을 잡아 먹는 익충이다. 이들은 반날개, 반디 등과 더불어 해충인 진딧물과
깍지벌레를 잡아먹는다. 그리고 어떤 딱정벌레는 메뚜기의 알을 먹는다. 메뚜기는
농작물을 해치는 해충이기 때문에 그 알을 먹어 버린다는 것은 농부들에게 아주
반가운 일이다.
딱정벌레 중에는 훌륭한 청소부도 있다. 쇠똥구리가 그들이다. 쇠똥구리는 소나
말의 배설물을 둥그렇게 뭉쳐 땅속 집에 저장해 두고 먹이로 삼는다. 미국 텍사스
주의 넓은 농장에서는 쇠똥의 80%를 쇠똥구리가 청소해 준다고 한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는 엄청나게 쏟아놓는 코끼리의 똥을 역시 쇠똥구리가 거의 청소한다.
딱정벌레는 다른 곤충과 마찬가지로 변태를 한다. 즉 알에서 애벌레와 번데기
시기를 거쳐 성충이 된다. 딱정벌레의 어미는 애벌레가 먹을 양식이 많다고 판단되는
나무속이나 나무껍질 아래, 낙엽 사이, 죽은 동물의 몸 등에 알을 낳는다.
딱정벌레의 애벌레는 굼벵이라고 부른다. 땅을 팔 때 흔히 발견되는 하얀 굼벵이는
딱딱한 딱지날개를 가진 어미와는 모습이 마주 다르다. 어떤 딱정벌레는 알에서
깨어나 어미가 되기까지 2--3주일이 걸리지만, 사슴벌레는 5--8 년이 지나야 어미가
되므로 그 동안 내내 땅속에서 굼벵이로 지내게 된다. 딱정벌레의 애벌레는 어미가
되기 전에 일단 땅속으로 들어가 번데기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번데기 속에서
딱정벌레는 어미(성충)가 되어서 나온다. 성충이 되어야만 우리는 그들을 딱정벌레라고
부를 수 있다.
딱정벌레 가운데 가장 큰 종류는 아프리카에 사는 골리앗풍뎅이이다. 그것은
몸무게가 약 100g이나 되고, 몸길이가 15.5cm에 달한다. 그런데 가장 작은
딱정벌레는 겨우 0.02cm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무궁화나무딱정벌레가
가장 작은데, 몸길이가 0.25c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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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식동물과 함께 사는 숲의 청소부 쇠똥구리
시골에 사는 어린이들의 친구가 되는 곤충 가운데 쇠똥구리라는 재미난 습성을 가진
곤충이 있다. 그들은 초원의 청소부이며 농부이고 의사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동부의
드넓은 대초원에서는 수없이 많은 초식동물이 살고 있다. 초식동물이란 풀이나 나뭇잎
따위의 식물을 먹고사는 소, 염소, 양, 사슴, 기린, 코끼리 따위이다. 이들 초식동물은
영양가가 적은 식물을 먹이로 하기 때문에 항상 많이 먹어야 하고, 그에 따라 분뇨도
늘 수북하게 배설하게 마련이다. 소가 자주 다니는 시골길을 생각해 보면 얼마나 많은
배설물이 떨어져 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초원에는
초식동물의 분뇨가 생각만큼 그렇게 눈에 잘 뜨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재미있게도 대부분의 배설물을 쇠똥구리들이 나타나 순식간에 그들의
집으로 가져가 버리기 때문이다. 쇠똥구리는 풍뎅이과에 속하는 곤충으로서, 소나 말의
똥을 둥글게 만들어 밀고 가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우리나라에 사는
쇠똥구리는 길이가 18mm쯤 되며, 검은 빛깔에 광택이 난다.
쇠똥구리는 초식동물의 똥을 지하에 만든 그들의 집으로 가져가 그것을 식량으로
삼으며, 그 속에 알까지 낳는다. 거기서 깨어난 유충도 똥을 먹고 자란다. 그러므로
쇠똥구리는 초원의 훌륭한 청소부라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쇠똥구리는 더 훌륭한
일을 해주고 있다. 동물의 똥이 풀밭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으면 파리가 마구 몰려들고
번식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청소 덕분에 초원에는 파리가 크게 생겨나지 않는다.
또 쇠똥구리들은 땅에 구멍을 파고 살기 때문에 식물의 뿌리에 공기가 잘 전달되게
해준다. 육지에 사는 식물의 뿌리는 항상 충분한 산소가 있어야 잘 자란다. 농부들이
밭과 논을 갈고 매주는 것은 잡초를 없애는 동시에 농작물의 뿌리에 공기가 잘
들어가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다. 땅속으로 들어간 똥은 식물의 비료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초원의 쇠똥구리는 밭을 매고 비료를 주는 농부 역할도 하는 셈이다.
쇠똥구리는 기생충과 질병의 전염을 막아주는 의사 역할도 겸한다. 동물의 똥에는
기생충이나 그 알, 그리고 나쁜 세균이 섞여 있다. 만일 그것이 초원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면 기생충과 질병은 더 잘 전파될 것이다. 쇠똥구리들은 그것을 얼른
청소해 버림으로써 방역반 의사 구실도 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놀랍게도 2,000여 종의 쇠똥구리가 살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무게가 25g이나 된다. 곤충으로서는 대단히 큰 것이다. 반면에 가장 작은
것은 큰 종류의 2,000분의 1에 불과한 2mg밖에 안 되는 것도 있다.
아프리카의 초원에 사는 쇠똥구리 전체의 수효는 초원에 사는 초식동물의 수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초식동물이 많이 살아야 쇠똥구리가 먹을 식량도 넉넉하다.
만일 식량이 부족하다면 쇠똥구리도 먹이가 없어 불어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초원에서는 쇠똥구리 사이에 치열한 먹이 쟁탈전이 벌어진다. 충분한 먹이를
지하창고에 확보해 두지 않는다면 번식도 불가능하고 죽음을 면할 수 없다.
아프리카 케냐의 차보국립공원에는 많은 코끼리가 살고 있다. 4--5 마리의 코끼리
무리가 함께 몰려다니며 하루에 배설하는 똥의 양은 약 1 톤이나 된다. 이것은 이곳에
사는 쇠똥구리의 생명을 좌우하는 식량이다. 비가 내리는 계절이 오면 쇠똥구리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진다. 빗물에 먹이가 떠내려가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낮 동안에는 쇠똥구리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해가 지고 나면
날개를 붕붕거리며 구름처럼 나타난다. 어떤 과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한 마리가 15분
사이에 500g의 먹이를 운반해 갔다고 한다.
쇠똥구리들은 그 종류에 따라 먹이를 먹는 방법이 다양하다. 어떤 종류는 반드시
코끼리가 준 선물만 가져가고, 어떤 종류는 아무 동물의 것이나 가져간다. 또 어떤
것은 지하로 운반하지 않고 아^36^예 똥더미에 구멍을 파고 들어가 먹이가 다 없어질
때까지 그 속에서 지낸다. 한편 똥더미 주변이나 그 아래의 땅에 즉시 구멍집을 파서
그 속으로 식량을 끌어들이는 종류도 있다. 반면에 둥그렇게 뭉쳐서 15m 이상 떨어진
곳으로 가져가는 것도 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체격을 가진 쇠똥구리는 아주 재미난 습성을 가지고 있다.
수컷이 코끼리 똥에 접근하여 먹이를 둥그렇게 뭉치면 어디선가 암컷이 다가온다,
암수는 처음 만났지만 금방 친해진다. 수컷이 먹이를 밀고 가면 암컷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 먹이 위에 올라간다. 그러나 수컷은 불평 하나 없이 먹이와 암컷을 함께
밀고 간다. 얼마큼 가다 적당한 장소를 발견하면 수컷은 50cm 정도의 깊이까지 땅에
구멍을 파서 먹이를 그 속에 밀어 넣는다. 암수는 곧 굴속으로 들어가 얼마큼 먹이를
먹고는 교미를 한 뒤, 곧 그 먹이 속에 몇 개의 알을 낳아두고 함께 밖으로 나온 다음
다른 침입자가 알지 못하도록 땅굴의 입구를 막아 버린다.
쇠똥구리들은 종류에 따라 이처럼 각기 다른 생활 방법으로 살아간다. 그러면
쇠똥구리는 왜 밤에만 활동할까? 생물계는 모두가 그렇듯이 쇠똥구리를 노리는 적들도
수없이 많다. 각종 새와 파충류 등 다른 큰 동물들이 끊임없이 그들을 잡아먹으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적의 눈을 피하는 방법은 우선 어둠을 틈타 활동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을 야행성으로 만든 이유이다. 농약 때문에 우리나라 시골에서는
쇠똥구리 만나기가 퍽 어려워졌다. 이렇게 재미난 곤충을 보기 힘들게 된 것은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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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속에 사는 곤충
맑은 시냇물에서 가재를 잡느라 돌을 뒤집다 보면 나무 부스러기가 모래알 등으로
교묘하게 집을 짓고, 그 속에 몸을 감추고 살아가는 1--2cm 정도의 조그마한 벌레를
보게 된다. 그들은 날도래라는 곤충의 애벌레 모습이다.
어느 이른 봄날, 골짜기의 눈 녹은 물이 콸콸 흐르는 깊은 숲 속 계곡에서 몸을
절반이나 물 속에 담근 채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잠수부
같은 복장으로 머리에는 호흡장치가 붙은 물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작은 수중
카메라로 물 속에 사는 벌레들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농부들의 모두 한마디씩 그에게 소리치며 인사했다. 농부들은 그
사람이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윌리엄 애모스라는 미국의 이 과학자는 일생 동안
계곡의 맑은 물 속에 사는 동물과 식물들을 주로 연구하는 사람이었다.
호수나 강물이라면 많은 동물과 식물이 살고 있다는 것을 모두 잘 안다. 그러나
유리보다 더 투명한 물이 바위와 자갈 사이로 빠르게 흐르는 곳에는 아무런 생물도
살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게 맑은 물 속에도 여러
종류의 동물이 신비스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깊은 산속 계곡에 겨울이 오면 두터운 얼음과 흰 눈이 뒤덮는다. 또한 크고 작은
폭포도 얼어붙어 곳곳에 고드름과 얼음 꽃이 매달리게 된다. 이처럼 얼음과 눈이 덮인
계곡 물 속이라면 너무 추워 생물이 전혀 활동하고 있지 않을 것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겨울 계곡의 차가운 물 속에서도 일부 생물은 활발하게 살아간다. 오히려 얼음
덮인 물 속이 그들에게는 더 아늑하고 신선하기조차 하다.
과학자 애모스 씨는 물 속에 오래 머물면서 바위틈이나 모래 바닥에 사는
신비스러운 곤충과 가재, 작은 물고기 등을 찾아내어 사진을 찍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연구이다. 찬물 안에 오래도록 있은 탓으로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하고, 몹시 춥고 허리가 끊어질듯 아프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온 세계를
여행하면서 다른 과학자들이 관심을 적게 가지는 장소, 예를 들면 산호섬이라든가
사막의 연못, 화산 가까운 계곡 등에서 아주 작은 동물이나 식물을 주로 연구해 왔다.
남들이 무관심해 하는 그런 곳에는 언제나 신비스러운 연구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애모스 씨는 물 속 돌 틈에 사는 작은 동물들을 살펴보기 위해 길고 가느다란
특수한 현미경과, 물 속을 비출 수 있는 작은 전등 따위의 장비를 손수 만들기도 했다.
몸이 투명하면서 여러 토막으로 된 수염 같은 털이 난 벌레가 보인다. 이 작은 동물은
교묘하게 바위에 붙어사는 '깔따구'라는 곤충의 애벌레다. 어른이 된 깔따구는 작은
파리 비슷하며 육상에 살지만, 유충 시절에는 급류 속의 바위에 붙어산다. 이 벌레의
배에는 여섯 개의 빨판이 있어 이것으로 바위에 착 달라붙는다. 그 빨판은 힘이
얼마나 강한 지 1초에 2.5m이상의 속도를 물이 흘러도 떠내려가지 않는다.
어른 날도래는 날개를 가지고 공중을 날아다니며, 살지만, 애벌레 시절은 급류
속에서 생활한다. 날도래 애벌레의 놀라운 점은 물 속에 교묘하게 집을 짓고 그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날도래 애벌레의 집 모양이나 집 재료는 종류에 따라
다르다. 어떤 것은 작은 나무 부스러기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 모아서 입에서 뽑아낸
명주실로 붙여 대롱 모양의 집을 만든다. 그리고는 그 집을 명주실로 바위에 붙여
거센 물살에도 떨어지지 않게 한다.
한편 어떤 종류의 날도래는 작은 돌을 명주실로 싸서 집을 만들고, 또 다른 종류의
모래알만으로 굴집을 만든다. 그런가 하면 물 밑 돌 틈에 교묘하게 거미줄 같은
그물을 쳐놓고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날도래도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날도래의
유충들은 거짓으로 꾸민 근사한 집을 지어 그 속에 몸을 감추고 있다가 먹이가
떠내려오거나 가까이 다가오면 얼른 붙잡아 먹는다. 거센 물 속에서 명주실과 모래,
자갈, 나무껍질 등으로 집을 만드는 날도래의 건축술 역시 신비한 기술이다. 그들은 물
속에서도 잘 접착하는 튼튼한 로프를 어떤 화학적 기술로 생산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다.
제7장 주변 동물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
최고 성능의 음파탐지기를 가진 박쥐
박쥐는 하늘을 새처럼 나는 유일한 포유동물이다. 날개는 해부학상 인간의 손에
해당하는데, 손가락 사이에 막이 처진 것과 같다. 박쥐의 비행 속도는 대단히 빨라
제비를 앞지르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전속력으로 날면서 일순간에 거의 직각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박쥐의 날개 구조가 어떠하기에 그 같은 직각 선회가
가능한지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학자들에게 특히 큰 관심을 주는 것은 박쥐의 음향 탐지 능력이다. 그들의 귀는
작은 얼굴에 비해 두드러지게 크다. 박쥐는 48,000 헤르츠 정도의 초음파를 발사해서
그 반향을 듣고서 먹이를 찾고 잡으며, 장해물을 피해 날아다닌다. 과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크기와 출력 면에서 비교할 때, 박쥐의 음향 탐지 능력은 인간이 고안한 어떤
레이더나 음파탐지기보다 10억 배나 감도가 좋고 유효하단다.
한 실험에서는, 어두운 방에 28가닥의 머리카락같이 가느다란 철사를 아무렇게나 쳐
놓고 그곳에 스피커 70개를 장치했다. 스피커는 박쥐들이 내는 신호음과 똑같은
주파수의 음을 2,000배의 세기로 발사하도록 장치했다. 그런데도 박쥐는 철사 중에
날개 한 번 걸리지 않고 잘도 날아다녔다. 1g의 몇 십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작은
청각기관으로 그들은 자기가 낸 소리가 철사에 부딪쳤다가 되돌아오는 방향을
어김없이 분석하고 장해물 상태까지 파악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방해음파 속에서 자신이 발신한 음파만을 선택 식별할 수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면 박쥐들은 무리를 지어 굴에서 쏟아져 나온다. 그들 무리는
수만--수십만 마리에 이르지만, 굴속에서 벽에 부딪히거나 동료끼리 날개를 스치며
충돌하는 일이 없다. 그들은 달빛조차 없는 어둠 속에서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며
모기같이 작은 곤충까지 잡아 먹는다. 그들의 하룻밤 동안에 사냥하는 먹이의 양은
자기 몸무게의 3분의 1이나 된다. 그들은 이런 사냥과 안전 비행을 전적으로 소리의
반향 판단에 의지하고 있다.
그들은 1초에 20--30 회 가량 짧은 소리를 낸다. 소리의 성질과 발신 시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10cm 앞에 있는 모기를 정확하게 사냥해야 할
경우라면, 반향은 1,000분의 1초 사이에 판단되어야 한다. 이토록 정밀한 음향
탐지기가 그 작은 박쥐의 몸에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박쥐는 어떻게 그런 음파에 대한 고감도 감각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그 비밀이
풀어지면 전자공학에 의한 유도나 탐지장치 발전에 일대 혁명이 일어날 것이
틀림없다.
밤하늘에 날아다니는 박쥐가 잡아먹는 해충의 양은 상상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박쥐는 밤에 피는 꽃들의 꽃가루받이를 해주고, 씨앗을 퍼뜨려 주기도 하는
고맙기만 한 동물이다. 박쥐를 연구하고 보호하기 위해 일생을 바치는 미국의 한
과학자 이야기를 소개한다.
오늘날 유명한 비행기 중에는 스텔스라는 전투기가 있다. 이 항공기는 내부의 첨단
전자장치가 자랑이다. 스텔스기는 적의 레이더에서 쏜 전파를 동체 표면에서 반사하지
않고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적의 레이더가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반면에 대단히
뛰어난 전파탐지 장치를 가지고 있어 적을 잘 찾아내며, 적 전파를 수신하며 적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게 방해전파도 발신한다.
박쥐는 목구멍에 있는 근육을 움직여 코를 통해 소리를 낸다. 박쥐의 소리는
초음파(대단히 높은 음)이기 때문에 사람은 그들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대부분의
박쥐는 몸에 비해 엄청나게 큰 귀를 가지고 있으며, 작은 벌레가 풀잎을 갉아먹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예민한 청각기간을 가졌다. 박쥐는 낮에 활동하지 않고 밤에만
날아다니며 먹이를 잡는 동물이라는 것도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박쥐는 장님이
아니다.
1968 년, 머린 터틀이라는 젊은 과학자가 테네시 주의 녹스빌이라는 시골 마을을
찾아왔다. 그는 그곳에 박쥐가 많이 사는 큰 동굴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굴의
땅주인을 먼저 방문하여, 그 안에 사는 박쥐를 조사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주인 농부는, "얼마든지 박쥐를 연구하세요.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그들을 많이 죽이세요!" 농부의 말에 아무 대꾸도 않고 그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
천장에 붙은 박쥐를 조사했다. 그곳에는 50,000 마리의 회색박쥐가 살고 있었다.
거기서 그는 동굴 바닥에 감자 잎을 갉아먹는 해충인 감자잎벌레의 날개가 수북하게
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동굴 밖으로 나온 그는 주인 농부를 동굴 속으로 데리고 가 박쥐가 얼마나 많은
해충을 잡아먹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도록 해주었다. 농부는 자기 농장의
감자가 건강하게 자란 이유가 동굴에 사는 박쥐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 그날부터
동굴의 박쥐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하게 되었다.
지구상에는 현재 약 1,000종의 박쥐가 살고 있다. 이들은 밤이 되면 동굴이나 바위
틈,나무 구멍 등에서 나와 밤에 날아다니는 나방이라든가 딱정벌레 등의 곤충을
잡아먹는다. 한 마리의 박쥐는 한 시간에 수백 마리의 해충을 잡는데. 작은 박쥐는
여름에 우리를 귀찮게 하는 모기까지 찾아내어 청소하고 있다. 그러니까 만일 박쥐가
없다면 나방이라든가 모기 따위의 해충이 너무 많아 농부들은 물론이고 일반
사람들까지 대단히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네는 발이 여러 개 달린 몹시 무섭게 생긴 기분 나쁜 동물이다. 그러나
지네를 발견한 박쥐는 조금도 두려워 않고 날아가 잡아 식사를 한다. 뿐만 아니라
독충으로 유명한 전갈도 박쥐의 먹이가 되고 있다.
특히 사막지대에 사는 박쥐 종류는 밤에 피는 선인장 꽃을 찾아가 꿀을 빨아
먹는다. 이런 박쥐는 선인장의 꽃가루받이를 해주는 나비나 벌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박쥐는 잘 보호하기 위해 1982 년에 세계의 박쥐 학자들이 모여
국제박쥐보호협회를 결성했다. 이 박쥐보호협회는 박쥐를 연구하면서 보호하는 운동을
펼치는 한편, 사람들이 박쥐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을 계몽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은 박쥐란 흉포하고, 광견병을 옮기며,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라고 알고 있다.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동물의 세계 프로그램을 통해 흡혈박쥐가 커다란 짐승의
피를 몰래 빨아먹는 장면을 본 사람은 박쥐가 아주 두려운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남아메리카에는 소나 말 등의 포유동물 피부에 상처를 내어 거기서 흘러나오는 피를
빨아먹는 흡혈박쥐(영어로 뱀파이어)가 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박쥐가 사람을
해치는 일은 없으며, 전혀 흉포하지도 않다. 다만 박쥐를 손으로 억지로 잡으려다
물리는 경우는 있지만 박쥐는 전적으로 유익한 동물이라고 해야겠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자연 파괴로 인하여 세계적으로 박쥐들의 위기에 처해 있다.
박쥐들은 주로 천연의 동굴이나 버려진 탄광(폐광)에 수만, 수십만 마리가 무리를 지어
살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동굴 탐험가들은 굴에 들어갔다가 박쥐를 발견하면 기분
나쁘다고 동굴 속에 불을 놓아 박쥐들을 모조리 질식시켜 죽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쥐 과학자 터틀 씨도 이런 경험을 했다. 그가 박사 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일찍이
찾아갔던 앨라배마 주의 햄브릭 동굴에는 25 만 마리의 회색박쥐가 살고 있다. 그러나
4 년 뒤에 다시 찾아갔을 때 거기에는 박쥐가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것은
어떤 동굴탐험가가 동굴 입구에 불을 피워 박쥐들을 모조리 질식시킨 때문이었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재발할까봐 두렵다. 그 뒤부터 터틀 씨를 박쥐가 많이 사는
동굴을 발견하면 그 입구에 쇠칸막이로 된 튼튼한 문을 해 달아. 안으로 사람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쇠칸막이를 하더라도 박쥐는 쇠막대기에 날개를
부딪치는 일 없이 잘 드나든다. 더욱 다행한 일은, 그가 쇠문을 설치한 햄브릭 동굴에
새로 박쥐들이 찾아 들어가 지금은 그때보다 더많은 30 만 마리나 살고 있다는
것이다.
박쥐들은 왜 동굴에서 살기 좋아할까? 그 이유는 그들의 습성을 알게 되면 곧
이해가 간다. 박쥐들은 겨울이 오면 먹이가 없기 때문에 동면(겨울잠)을 하게 된다.
대개 9월부터 다음해 4--5월까지 동굴 천장에 매달려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동면한다.
겨울잠을 자기에 가장 이상적인 곳은 동굴이다. 동굴안은 온도가 늘 일정하고, 바람이
불거나 눈보라가 몰아칠 염려도 없다. 또 다른 적이 공격해 올 위험도 적다.
박쥐들은 먹이가 풍부한 여름 동안에 매년 한마리의 새끼를 낳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니까 새끼를 아주 적게 낳는 편이다. 박쥐 학자들은 겨울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좀처럼 동굴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박쥐의 겨울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만일 박쥐들이 동면하는 곳에 사람이 들어가 잠시라도 깨워 놓게 되면,
박쥐는 순식간에 두 달치의 저장된 영양분을 소모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몸이 오기
전에 박쥐들이 저장된 영양분이 없이 죽게 된다.
박쥐들이 동면하는 동굴에 들어가 보면, 수만 마리의 박쥐가 빈틈이 없도록 서로
몸을 붙인 채 잠자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들이 그토록 정답게 붙어서 자는 이유는
체온을 서로 나눔으로써 저장된 영양분의 소모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만일 혼자서
겨울을 지내다가는 체온을 유지하는 데 에너지가 너무 소모되어 겨울나기가 훨씬
어려울 것이다.
캄캄한 동굴 속을 집으로 삼고 살아가는 박쥐는 가장 많은 신비를 지닌 동물의
하나이다. 박쥐는 체온이 항상 일정한 온혈 동물인데, 일단 동면에 들어가면 냉형이
되는 특별한 생리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여러 과학자들은 연구실 속의 냉장고에
박쥐를 넣어 동면시켜 두거나 따로 사육하면서 그들을 연구하고 있다. 박쥐를
냉장고에 넣으면 곧 동면에 들어간다. 동면하는 박쥐의 체온은 사정없이 떨어지고,
심장 고동은 1분에 180번이던 것이 3번으로 내려간다. 뿐만 아니라 호흡은 1초에
1분에 8번으로 느린 호흡을 하게 된다.
자연에 살고 있는 박쥐는 초가을이 되면 동면을 대비하여 몸에 지방질을 저장한다.
그래서 이럴 때 잡은 박쥐를 냉장고에 넣어 두면 정상 상태로 몇 달 정도는 끄떡없이
견뎌낸다. 그러므로 냉장고에 들어간 박쥐는 몇 개월간이나 먹이 한 번 줄 필요 없이
살아 있는 그대로 둘 수 있다. 실험 재료로서 써야 할 일이 있으면 언제나 냉장고에서
꺼내면 되는 것이다.
박쥐는 노인병과 심장병 또는 동맥경화증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중요한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박쥐의 수명이 의외로 길다는 데 있다. 보통 포유동물의 수명은
그들의 몸집과 상당히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체격이 작은 들쥐들은 거의 1 년을
살지 못한다. 그리고 개는 평균 12 년이며, 말은 17 년이면 노인 축에 든다. 동물들의
수명은 체격이 클수록 장수하고 반면에 체격이 작으면 수명이 짧다. 그러나 박쥐는
이러한 관계를 벗어나 20 년에서 그 이상을 원기 왕성하게 살아간다.
더 이상스럽게 묘한 것은 일생을 한결같이 지방질을 많은 곤충류를 잡아먹고
살아가는데도, 지방을 과다 섭취하는 다른 동물이나 인간에게 일어나는 동맥경화증
같은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의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20살 된
박쥐와 1살 먹은 아기 박쥐의 동맥 벽에서 아무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쥐는 또 어떤 동물보다도 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 다른 동물이면 죽고 말았을
바이러스성 질환에도 잘 견디며, 광견병을 감염시켜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것은
오직 박쥐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쥐는 번식 행위에서도 특이한 점을 찾을 수 있다. 암컷은 교미 후 수컷의 정자를
자기 형편이 좋아질 때까지 몇 달이나 자기 몸에 저장해 둘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정자를 저장하는 능력을 가진 포유동물은 박쥐뿐이다. 이들의 교미기는 대개 동면
전의 가을인데, 암컷이 최종적으로 배란하고 수정하는 것은 다음해 봄이다.
생물학자들은 정자 저장의 비밀을 캐내려 하는데. 그것이 밝혀지면 가축인공수정
기술이 훨씬 발전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의 불임 문제 해결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또 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동맥경화증 따위의 노화 현상이 없는
것도 그 신비가 밝혀지면 인간의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될 지식을 제공할 것이다.
박쥐의 동면에 대한 연구는 인간의 동면 가능성에도 많은 지식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간 동면은, 현재의 의술로서는 치유할 수 없는 병에 걸려 죽게 된 사람을 일단
동면시켜 두었다고 훗날 의학이 훨씬 발달했을 때 소생시켜 그 질병을 치료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 또 장기간 우주여행을 해야 할 날이 왔을 때 인간은 동면하지 않고서는
몇 십 년을 우주선 속에서 지루함을 견디기 어렵고, 일생보다 긴 시간을 우주여행선
속에서 지낼 수도 없다.
미국 미시간 주에 있는 밀리힐이라는 폐광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폐광은 원래
철광을 파내던 광산인데 오래도록 방치되어 있었다. 어느 사이에 이 광산 안에는 무려
1,000 만 마리의 박쥐가 살게 되었다.
지난 1992 년, 광산 직원들이 이 폐광의 입구를 흙으로 막아 버리려 했다. 이런
사실을 알고 터틀 씨는 광산 입구를 함부로 막지 말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아이들이 놀다가 빠질 위험이 있으니 꼭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자 터틀은 그곳 국민학교에 찾아가 어린이들에게 박쥐에 대한 강연을 해주고,
그날 저녁에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함께 박쥐 관찰을 나가자고 제안했다. 저녁이 되자
300 명이나 되는 학부모가 어린이들과 함께 왔다. 그들은 모두 광산 입구에서 박쥐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과연 어둠이 깔리자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나게 많은 박쥐가
무리를 지어 굴에서 나왔다.
이런 광경을 직접 본 주민들은 그들 스스로 자원 봉사자를 선출하여 그 동굴 입구에
쇠칸막이 문을 튼튼하게 만들어 달았다. 만일 터틀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그 폐광에서
살던 박쥐는 꼼짝없이 생매장될 뻔했다.
세계에서 가장 박쥐가 많이 살고 있는 동굴은 멕시코의 오스틴 시 남서쪽에 있는
브랜드 동굴이다. 이곳에는 큰귀박쥐라는 이름을 가진 박쥐가 무려 2,000 만 마리나
모여 살고 있다. 이 동굴은 박쥐 동굴로 너무나 유명하여 멕시코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 사진 43
사진설명: 동굴에서 막 날아나온 멕시코의 큰귀박쥐떼. 이들은 밤새 날아다니며
온갖 벌레들을 잡아먹는다. 새벽이 오면 다시 굴로 돌아온다.
새를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는 숲에 새집을 만들어 달아 주는 일을 즐겨 하는 분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박쥐 보호자들 중에는 통나무로 박쥐집을 만들어 헛간이나
지붕 아래에 매달아 두기도 한다. 미국 오레곤 주에 사는 밀워키라는 농부는 자기
집에 박쥐집을 달아 현재 4종류의 박쥐와 함께 살고 있다 한다.
우리나라에도 30여 종의 박쥐가 살고 있다. 그러나 어느 종류가 어떤 곳에 얼마나
많이 살고 있는지 잘 조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박쥐도
밤이면 동굴이나 폐광에서 나와 농작물과 산림을 해치는 해충사냥에 나서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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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를 닮은 잠수함을 설계하고 있다.
가축이라 하면 모두가 육상에 사는 동물뿐이다. 그러나 앞으로 본격적인 해양
세계가 열리면 돌고래가 새로운 가축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티코'란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그 영화를 본 사람들은 길들인
돌고래가 얼마만큼 영리하고, 어느 정도 인간과 친숙해질 수 있는지 알고 놀란다.
돌고래가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 주었다는 이야기는 세계 도처에 많이 남아 있다.
돌고래에 얽힌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뉴질랜드의 오포노니는 대단히 아름다운
해수욕장으로 이름 나 있다. 그러나 1955 년 이전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어느 맑은 날 오포노니 바닷가에는 그곳 주민들과 어린이들이 나와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 아주 어린 돌고래 한 마리가 슬그머니 나타나 헤엄치는 주민들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물장난을 즐기는 것이었다. 돌고래는 곧 사람들과 친해졌고, 그날부터
매일 주인들은 돌고래의 등을 타고 장난할 수 있었다. 이 소문은 사방으로 퍼져 더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로 몰려왔다. 또 이곳 이야기가 신문에 보도되자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찾아들어 바닷가에는 큰 호텔까지 생겨났다. 소문은 외국에까지 퍼져
세계로부터 관광객들이 몰려왔다. 사람들은 이 돌고래를 '오포노니의 잭'이라 하여
'오포잭'이라 불렀다.
오포잭의 인기와 재주는 날로 늘어나 공을 머리에 이고 수면 위로 뛰어오르기도
하여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그러나 오포잭은 불행하게도 난폭한 운전자가 탄
모토보트의 스크류에 받쳐 죽고 말았다. 오포잭이 없어진 뒤 이곳 사람들은 아름다운
황갈색의 돌로 오포잭의 석상을 만들어 바닷가에 세워 기념했다.
돌고래는 전세계 어느 바다에도 살고 있다. 그 종류는 70여 가지나 되며 어떤
종류는 하천에 살고 있어 강고래라고도 불린다. 돌고래는 포유동물이어서 체온이
사람과 비슷하며, 암컷은 물 속에서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기른다. 돌고래의 젖은
영양이 풍부하여, 지방질은 우유의 13배, 단백질은 4배나 포함되어 있다. 돌고래의
성장은 대단히 빨라 생후 3개월이면 35kg 정도로 자라고, 18--20개월 만에 젖을
뗀다.
해양박물관의 동물 조련사들은 돌고래가 어떤 다른 동물보다 훈련시키기 쉬운
대상이라고 말한다. 돌고래는 사육사의 목소리나 휘파람 소리, 몸짓 등을 단번에
이해하고 이를 따른다. 훈련된 돌고래는 수면 위로 7m나 뛰어올라 장애물을 넘기도
하고, 꼬리만으로 거의 서다시피 물위를 가기도 하며, 농구 선수처럼 물위에 뜬 공을
머리로 던져 바스켓에 넣기도 한다.
흔히 동물의 지능은 뇌의 크기와 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반드시
그렇다면 돌고래의 지능은 인간보다 높아야 할 것이다. 돌고래의 뇌를 보면 시상과
피질의 신경세포는 인간 뇌와 비슷할 정도로 분포되어 있다. 그리고 대뇌 중의 뉴런
수는 인간의 1.5--2배에 달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그들 뇌의 기억용량이 커서
지식을 잘 획득한다고 본다.
세계의 여러 해양연구소에 돌고래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돌고래에 대한
생활이나 능력에 관한 현재의 연구 중에서 과학자들이 가장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그들의 지능과 언어, 갖가지 신비스런 생리 현상이다.
돌고래에게는 과학자를 매혹시키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오늘날 선박 건조에 관한
발명 중에는 돌고래를 흉내낸 것이 적지 않다. 교통기관으로서 선박은 속도에서 다른
것에 매우 뒤지고 있다. 까닭은 수면 아래의 선체가 받는 커다란 물의 저항 때문이다.
속도가 증가하는데 따라 이 저항은 처음 얼마 동안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커지게
되는데, 나중엔 속도의 3제곱, 4제곱, 또는 5제곱으로 증대한다.
따라서 엔진 출력을 크게 하여 속력을 올리려면 엔진이 배 전체를 점령할 정도로
커야 한다. 선체를 수면 위에 뜨게 하는 수중익선(hydrofoil)이 출현하여 오랜
꿈이었던 시속 100km의 벽을 돌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수중익선도 대형이 되면
그 장점이 현저히 줄어든다.
오늘날 모든 교통기관은 비약적으로 고속화되고 있다. 음속 2배의 제트 여객기가
하늘을 날며, 음속에 가까운 열차가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선박만은 그것이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물의 속박으로부터 선박을 해방시키지 못하고 있는
조선공학자들과는 달리, 자연은 돌고래에게 고속으로 헤엄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돌고래의 최고 유영 속도는 시속 40--56km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속도는 경기용
보트에 가깝다.
돌고래가 평균 시속 50km로 헤엄쳐 몇 시간, 어떤 때는 며칠 씩 고속 외항선의
뒤를 뒤지지 않고 따라오는 이유를, 어떤 학자는 "돌고래는 수력학(물 소, 힘 력, 배울
학)의 지식을 본능적으로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배가 전진할 때는
선수에 탄성파가 생기는데, 돌고래는 이 파에 몸을 태움으로써 힘들이지 않고
전진하면서 따라올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동물의 운동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영국의 제임즈 그레이 교수의 실험은 퍽 흥미
있다. 물의 밀도는 공기의 800배나 된다. 그는 유선형의 돌고래가 헤엄칠 때 받는
저항을 직접 측정하기가 곤란하여, 돌고래와 크기, 모양이 같은 모형을 만들어 보트로
끌고 다니면서 그 모형이 받는 저항을 측정했다. 이때 그레이 교수는 역학 법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혔다. 즉 모양과 무게가 똑같은 돌고래의 모형에
진짜 돌고래가 내는 것과 같은 추진력을 주었을 때 그 속력이 돌고래에 훨씬
뒤떨어졌던 것이다.
면밀하게 계산한 결과 돌고래의 저항은 모형 돌고래가 받는 저항의 7분의 1에서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바꾸어 말하면 돌고래가 물에 살자면 근육 출력이 육상
포유동물의 근육보다 적어도 10배나 커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근육 출력을
내려면 산소를 대량 소비해야 하는데, 그것은 돌고래의 심장과 폐가 아무리 활동해도
모자라는 한계를 훨씬 넘는 것이었다. 그레이 교수는 돌고래와 육상 포유동물은
근육조직 구조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 점을 연구했으나 아무런 차이를 찾지
못했다.
항공기를 연구하는 곳에는 풍동장치(wind tunnel)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비행체가
공기와 같은 유체(흐를 유, 몸 체) 속을 날 때 그 주변에 일어나는 기체의 흐름 변화를
조사하는 장치로서, 비행기나 자동차등이 공기저항을 작게 받으며 달리도록 설계하는
데 꼭 필요한 연구 장비이다. 이 풍동장치는 실험할 비행기가 직접 날도록 하지 않고,
비행기는 고정시켜 두고 그 주변을 공기가 빠르게 지나도록 만든 대단히 편리한 실험
시설이다.
비행기가 아니라 물 속을 달리는 잠수함이나 어뢰, 선박 등의 외형을 설계하는 데도
이와 비슷한 수동장치(water tunnel) 시설이 필요하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응용과학연구소에서는 이 수동(물 수, 빨리흐를 동)장치를 써서 비밀스런 연구를 하고
있다. 그것은 전략 무기가 되는 고속 잠수함 개발과 관련된 연구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소에서 특히 호기심을 끄는 것은 잠수함의 표면을 돌고래와 물고기 피부를
모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돌고래 피부를 통해서 배우고 또 그것을
흉내낸 고속 잠수함 연구는 러시아가 한발 먼저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장
빠른 잠수함도 러시아 해군이 미국에 앞서 개발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수중을
달리는 유도탄이라 할 수 있는 고속 어뢰도 같은 방식으로 러시아가 가장
발전시켰다고 한다.
미국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고속 잠수함은 그 표면이 끈끈한 점성을 가진
플라스틱으로 덮여 있다. 그리고 그 표면에서는 지극히 작은 구멍(기공)이 전면에
촘촘히 뚫려 있고, 그 기공에서는 지극히 작은 마이크로 기포가 구름처럼 뿜어 나온다.
또한 선체 표면은 전체적으로 탄력성을 가졌으며, 미세한 잔주름이 퍼져 있다. 이러한
낯선 설계는 모두 돌고래와 물고기의 피부 구조와 관계가 있다.
고속으로 달리는 잠수함 선체의 주변을 살피면, 표면 주변에 약 2.5cm 두께로 심한
소용돌이(와류)가 생기는 것을 보게 된다. 이 와류는 물 분자가 고속으로 운동하는
고체(선체 표면)와 충돌하여 생긴 것으로, 이것은 선체가 앞으로 나가는 것을 가로막는
큰 장애 힘이 되고 있다. 선체 주변에 와류가 발생하게 된 물리학적인 원인은
과학자들도 잘 모르고 있다.
그러나 이 와류 장애를 방지하는 방법은 얼마큼 발견되었다. 그것이 바로
펜실베니아 응용과학연구소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놀랍게도 마이크로 기포는
와류 장애를 90%나 감소시켜 준다. 그러나 마이크로 기포가 어떤 작용을 하여 장애를
줄이는지 그 물리적 이유는 정확히 모르고 있다. 돌고래 피부에 마이크로 기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과학자들은 돌고래를 연구하는 도중에 이런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 연구소에서는 여기서 얻은 지식을 활용하여 잠수함과 어뢰만이 아니라 일반
선체에 대해서도 모형 실험을 하고 있다. 선체의 외부 벽면을 이중으로하여 그 틈새로
고압 기체를 밀어 넣어 마이크로 기공을 통해 기포가 밀려나가 와류 장애를 줄이도록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잠수함은 저항이 심하고 또 강한 응집력으로 선체 표면에 달라붙는 '물'이 라는 것을
헤치고 전진한다. 수중 생활을 수백만 년 해온 물고기를 보면, 물의 저항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체형을 유선형으로 만들었으며, 그 피부가 물고기 특유의 점액질로
뒤덮이도록 했다. 이 점액 성분은 끊임없이 분비되어 헤엄치는 물고기의 수중 저항을
줄이고 있다. 옛날 페니키아의 선원들은 나무로 지은 배 벽에 동물 기름을 발라 배가
빨리 항해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것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인류는 물고기에서 지혜를
얻고 있었음을 말해 주는 예이다.
펜실베니아 연구소의 모형 선체들도 물고기처럼 그 표면이 온통 점액질로 덮여
있다. 그런데 물고기는 물에 씻겨 나가는 점액을 피부에서 계속 분비함으로써 보충할
수 있지만, 인공적인 배라면 그렇게 하기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러면 시험하고
있는 인공 점액질은 무엇일까? 폴리머라고만 알려진 산화폴리에틸렌 계통의
화합물이다. 이러한 연구에서 얻는 중요한 정보는 아마도 한동안 해군의 군사기밀이
될 것이다.
이 점액 물질이 가져올 또 다른 응용 분야가 있다. 그것은 수도관이나 하수관,
송유관을 흐르는 액체의 유속을 아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이나 다른
액체가 파이프 속을 지나가려면 그 내부 벽면에서 상당한 저항을 받게 된다. 이것은
수중 선박이 받는 저항과 다름이 없다. 그리고 그 저항은 유속이 빠를수록 커진다.
영국의 과학자들은 폴리머를 하수관에 소량 첨가하면 하수구로 흘러 나가는 물의
유속이 대단히 빨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므로 인구가 갑자기 불어난 도시에서
하수 배출량이 갑자기 증가했는데도 미처 하수관 지름을 크게 하거나 증설하지 못했을
때, 폴리머를 첨가하면 당장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소방관들은 소방차에 실린
물레 폴리머를 소량 투입하는 방법으로 소방 호스의 물을 더 멀리 뿜어 보낼 수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온통 파이프로 연결된 화학 공장에서는 각종 액체가 원활하게
흘러가도록 하는 데도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의학적으로는 혈액이 잘 흐르지 못하는
동맥경화증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응용될 가능성도 있다.
오늘날 강력한 전술용 잠수함이 어느 정도 최대속력을 내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폴리머를 쓰면 저항을 35% 줄일 수 있다는 것은 공개되어 있다.
그러므로 잠수함의 경우, 선체 표면에 마이크로 거품을 뿜게 하는 동시에 폴리머가
선체 전면에서 스며 나오게 만든다면 대단한 속력을 내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다. 그러자면 잠수함은 선 내에 폴리머를 가득 싣고 다녀야한다.
그러나 평소에는 서행을 하다 위급시에만 폴리머를 사용한다면 크게 짐스러울 염려도
없다. 그리고 일반 대형 선박이 선체 벽에서 폴리머를 분비하면서 고속 항진을 하려면,
선 내에 폴리머 합성 장치를 싣고 다니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선박이나 비행기의 표면은 거울 면처럼 매끈해야 물의 저항이 적을까? 그러나 그
대답은 뜻밖에도 다르다. 시험되고 있는 잠수함의 표면에는 리블렛(riblet)이라는
대단히 좁은 홈이 패어 있다. 그 홈은 2.5cm 폭 안에 2,000가닥이나 물이 흐르는
방향과 나란히 있다. 그 홈은 너무 작아 맨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홈을 파게 된
것은 수염고래의 피부를 모방한 것이다. 이 홈은 저항을 10% 감소시키고 있다.
리블렛은 잠수함에서만 효력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비행기 표면 처리를 그처럼 해도
8%나 저항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자연의 생명들은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종에 따라 각기 다른 묘책을
개발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물의 저항을 줄이는 방법으로 참치, 상어, 돌고래,
수염고래 등은 각기 제나름대로 다른 방법을 개발하여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 속의 비밀을 되도록 많이 알아내어 적절히 이용하기를 바란다. 아무튼
머지않아 수중동물의 피부를 모방한 아주 멋진 잠수함과 비행기를 개발하게 되기를
바란다. 생명체로부터 알아낸 지식이 이렇게 예상치 못한 방면에서 기술 발전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기에, 우리는 생명의 신비를 끊임없이 연구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조선공학자들은 선박의 설계에서 돌고래의 특징을 적용하려고 무척 애를
쓴다. 그러나 그 일을 좀처럼 쉽지 않다. 왜냐하면 고래의 근육이나 지느러미의
변화는 모두가 자율신경에 의해 저절로 조정되고 있는데, 인공적으로 그렇게
움직이도록 하자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공학자들은
머지않아 선박의 구조에 돌고래의 특징을 적용함으로써 훨씬 빠르게 달리는 배를 만들
수 있게 되리라 믿고 있다.
고래 종류 가운데 수염고래는 지칠 줄 모르는 수영선수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이들이 북대서양에서 캐리비언 바다 사이를 1달에 4,300km나 되는 거리를 쉬지 않고
이동해 다니기 때문이다. 이 정도 거리라면 하루에 360리씩 수영하고 다닌다는
계산이다. 뉴펀들랜드 메모리얼 대학의 닐 보스와 존 리엔 두 과학자는 수염고래가
지치지 않고 장거리를 헤엄쳐 다니는 것은 고래들이 바다 표면에 일고 있는 파도의
힘을 교묘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원리를 구체적으로는
아직 설명치 못하고 있다.
두 과학자가 수염고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역시 고래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워
그를 모방한 '색다른 선박 추진장치'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고래들의
꼬리지느러미는 물고기의 그것과는 달리 수평 구조를 하여 그 꼬리를 상하로 흔들게
되어 있다. 그러한 수평꼬리의 상하운동은 파도에 실려 있는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얻는 방법이 된다. 닐 보스의 말을 빌리면, "고래의 수평꼬리는 수중익선이 수평
날개를 수면 바로 아래에 두고 항진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수중익선이란 선체 아래의 물에 잠기를 부분에 비행기 날개 구조를 달라 선체가
달리면 마치 비행기 날개처럼 수중 양력을 얻어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게 만든
고속선이다. 고래의 수평꼬리는 파도가 없더라도 아주 훌륭한 수중익선 역할을 한다.
즉 꼬리 윗면을 흐르는 물은 고래의 몸을 뜨게 하는 힘을 얻게 하여 전진하기 쉽게
한다. 예를 들어 아래로 꼬리를 치면 몸 아래 물보다 몸 위의 물이 빨리 흘러, 고래는
양력을 얻으며 앞으로 전진하게 된다. 이때 고래는 파도의 파행과 자신의 몸을 적절히
일치시켜 파도에서 당당한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두 과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고래들은 파도의 움직임에 동조시켜 꼬리지느러미를
적절히 상하 운동함으로써 3분 2 정도나 힘을 절약하면서 유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보다 확실한 결과를 얻기 위해 인공위성에서 고래를 추적하면서 그 이동을
조사하고 있다.
바다의 파도는 주로 바람의 힘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 그 파도는 눈으로 보기에는
한 방향으로만 진행하고 있는 것 같으나 실제로는 호수에 생기는 파문처럼 상하
운동을 하고 있는 뿐이다. 고래의 꼬리는 바로 이 파도의 상하운동 힘에 편승하여
적은 에너지로 먼 길을 가도록 운동방법을 적응시킨 것이다. 그러므로 고래의 운동에
대해 잘 알게 된다면 새로운 선박이나 수중 스포츠 기구를 개발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박쥐의 초음파와 뛰어난 청신경에 뒤지지 않는 또 하나의 동물이 돌고래이다.
돌고래가 박쥐처럼 초음파를 발사하고 또 그것을 수신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1947 년의 일이다. 실험에 따르면 돌고래가 그 몸에 지닌 수중 음파탐지기는
물체의 모양, 크기, 재질, 구조까지 판단한다. 돌고래의 음파탐지기는 20--30m 떨어진
곳에 놓인 지름 4mm 크기의 물체를 파악할 정도로 정확하다. 또 돌고래의
음파탐지지관(sonar) 역시 박쥐와 마찬가지로 자기가 낸 반사음에 대한 뛰어난 선별
능력을 가지고 있다.
돌고래의 발음원은 공기주머니(nasal air passages and sacs)라고 불리는 곳이다.
돌고래가 내는 음파의 주파수는 수십헤르츠에서 200--250 킬로헤르츠로서 그 폭이
대단히 넓다. 소리는 짧게, 길게 자유로 내며 주파수도 자유로 조정한다. 소리는 수면
밖에서 마신 공기를 내뿜음으로써 나는 것이고, 반사음을 수신하는 안테나 구실을
아래턱뼈가 한다. 음파는 아래턱뼈의 지방층을 지나 속귀로 전달되었다가 뇌에서
판단된다.
물 속으로 전파되는 음파는 주파수가 높을수록 멀리 가지 못하고 물에 흡수되기
쉽다. 반면에 파장이 짧으면(주파수가 높을수록) 물체를 판단하는 해상력은 높아진다.
그래서 돌고래는 먼 곳의 물체를 찾을 때는 주파수가 낮은 음파를 발사한다. 원거리에
있는 먹이를 발견하면 점점 접근하면서 주파수를 올려 1초 동안에 5--10번 내던
펄스를 70--100번까지 짧은 펄스를 내보낸다.
이렇게 돌고래는 자유로 주파수를 바꾸어 가면서 먹이를 찾고, 해안이나 빙산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며, 지나가는 선박과의 충돌을 피한다. 플로리다주의 마린랜드에서
실시한 실험은 퍽 재미있다. 돌고래 수조의 벽을 음파가 잘 반사되지 않도록 만들었고,
쇠파이프를 복잡하게 얽어 미로를 만들었다. 수조엔 흙탕물을 넣어 수중에서 볼 수
있는 시정거리가 50cm 이하가 되게 하여 돌고래를 넣어 주었다. 이 실험에서
돌고래는 처음 20분 동안에 쇠파이프에 장치된 벨(쇠파이프에 몸이 닿으면 벨이
울린다)을 4번 울렸으나 그 다음부터는 좀처럼 벨을 울리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돌고래를 인간의 조수로 삼기 위해 그들의 정신생리학적인 능력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결과로 볼 때 돌고래는 해양 세계가 열리는 날
인간의 조수로서 또 동료로서 그 전망이 너무나 좋다. 오래 전에 캘리포니아 주의
앞바다에서 'SEALAB-2'라는 해저생활 실험이 있었다. 이때 훈련된 돌고래 한
마리가 참여했는데, 그의 임무는 수심 62.5m 아래의 해저기지에서 수면에 있는 모선
사이를 왕복하면서 메시지를 배달하는 일이었다.
이때 돌고래는 15일간 있으면서 매일 20 회씩 편지 배달을 틀림없이 해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사람을 호위하기도 했다. 잠수부들의 수중작업을 할 때 상어 떼가 접근해
오면 돌고래가 달려가 상어를 쫓았다. 사실 상어는 돌고래를 두려워한다.
돌고래는 잠수부들의 두려워하는 잠수병 따위가 없는 듯하다. 잠수부가 깊이
잠수하면 혈액 속에 질소 가스가 녹아든다. 해저 깊이 있다가 급히 수면으로 오르면
혈액 속에 녹은 질소가 기포로 되므로 혈관을 막아 잠수부의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이것이 잠수병이다. 그러나 돌고래는 수심 62.5m 아래에서 모선까지 45초 만에
올라온다. 이러한 돌고래는 앞으로 해저작업에서 공구나 물자를 운반하는 요원으로서
훌륭하게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돌고래의 이용도는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바다에서 일어난 비행기 사고나 선박
사고에서 조난자를 발견하고 구조하는 일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실험이 실시되고
있다. 돌고래에게 어떤 음파를 들려주어 그 음파만 들으면 즉시 달려가 사람을
구조하도록 가르친다. 만일 어떤 사람이 바다에 떨어졌다면 몸에 부착된 음파
발생기로 신호를 계속 보낸다. 그러면 훈련된 돌고래가 구조선이 올 때까지 조난자를
물위로 떠밀어 올려놓고 기다릴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훈련된 돌고래의 몸에 각종 전자 측정 장치를 부착하여 보내면, 필요한 바다의
수온이나 온도, 해류의 속도, 방향 등을 인간을 대신해서 측정해올 수도 있다. 해양
목장이 생겨나면 돌고래가 물고기를 지키는 목동 구실을 할 것은 분명하다.
* 사진 44
사진설명: 지능이 뛰어난 돌고래는 쉽게 길들일 수 있다. 해양개발이 활발해지면
돌고래는 가축처럼 바다에서 이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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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바다의 주인이 된 흰돌고래의 신비
북극의 추운 환경에서는 식물이나 동물이 살기 어렵다. 그러나 신비롭게도 포유동물
중에 이런 가혹한 환경에서 즐겨 살아가는 것이 있다. 그들 흰돌고래는 차가운 얼음
바다를 누비며 먹이를 찾는 대표적인 포유동물이다.
알래스카의 강에는 자기가 태어난 강을 찾아와 산란을 하기로 유명한 연어들 가운데
가장 큰 종류인 붉은연어가 많이 살고 있다. 어느 해, 붉은연어가 산란을 위해 거슬러
올라오는 알래스카의 강 하구에 흰돌고래가 수없이 몰려와 붉은연어를 마구
잡아먹었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붉은연어가 전멸할 정도로 떼지어 몰려들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들을 내쫓기 위해 흰돌고래를 공격하는 범고래의 소리를 녹음해서는 그
소리를 수중 마이크로 틀어 놓았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는 듯했다. 그러나 금방 그들은 소리가 작게 들리는 다른 길로
돌아서 왔다. 그래서 소리로 흰돌고래를 쫓아 보려는 계획은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지금까지 붉은연어와 흰돌고래는 둘 다 잘 보호되고 있다.
북극점을 가운데 두고 시베리아 대륙과 스칸디나비아, 캐나다. 알래스카, 그린란드
등으로 둘러싸인 북극 바다는 언제나 두터운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이 북극 바다의
하얗고 번쩍이는 빙판이 끝나는 곳에는 짙고 푸른색의 바닷물이 드러난다. 이런
빙판과 얼지 않는 바다의 경계지대에는 크고 작은 얼음 조각들이 해류와 바람에
밀리며 떠돌고 있다.
흰돌고래는 바로 이러한 환경을 무대로 살아간다. 이마가 둥그렇고, 아주 말쑥하게
잘 생긴 온몸은 새하얗고 눈만 까맣게 반짝인다. 북극 바다에서 사는 포유동물은 아주
드물다. 그렇지만 바다사자 종류와 북극곰, 이마에 긴 외뿔을 가진 일각고래, 사나운
범고래 그리고 흰돌고래는 어찌된 일인지 예부터 춥고, 먹이도 흔치 않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
북극 바다에 봄이 오면 얼음이 녹으므로 빙판의 경계는 조금씩 북상하게 되고,
반대로 겨울이 오면 다시 경계는 남하하게 된다. 흰돌고래가 겨울 동안에는 어디로
가서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 그러나 봄이 찾아오면 어디에선가 살다가 신비롭게
이곳에 나타나 얼음판의 경계를 따라 떠돌아다니면서 대구, 오징어, 청어, 가자미,
넙치 그리고 때로는 해저의 갑각류를 찾아먹고 살아간다. 오늘날 이곳 북극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흰돌고래의 총수는 8 만--10 만 마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봄이 되어 육지의 눈과 얼음이 녹으면 북극바다를 에워싼 대륙에서 흘러내리는
강물도 부쩍 불어난다. 거세게 물이 흐르는 강 입구에는 많은 흰돌고래가 몰려와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즐거운듯 서로 몸을 부딪치거나, 꼬리로 수면을 치거나,
분기공으로 흰 수증기를 버섯구름처럼 뿜으며 논다.
이때 어미의 젖꼭지를 물고 젖을 빠는 새끼도 발견된다. 돌고래의 젖은 소의 젖보다
8배나 진하다. 이렇게 영양 넘치는 젖을 먹는 새끼는 성장 속도가 빠르다. 그들은
바닷물의 냉기를 막아낼 두터운 피부 지방층을 만들어 온몸을 담요처럼 둘러싼다.
흰돌고래 수컷은 몸길이 4.5m, 체중 1,350kg에 이르도록 자란다. 암컷은 수컷보다
몸길이와 체중이 조금 작다. 흰돌고래는 다섯 살이 되면 어른이 되어 결혼한다.
암컷은 3 년마다 한 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암수의 평균 수명은 25--30 년이다.
흰돌고래에게는 등지느러미가 없다. 만일 등지느러미가 있다면, 그것이 걸려서 얼음
밑을 돌아다니기가 아주 불편하고 부상 입을 위험도 많을 것이다. 그 대신 그들의
등에는 기다란 등마루가 있다. 이것은 아주 튼튼한 섬유질로 되어 있으며, 이 등마루로
두께 5cm 정도의 얼음이라면 간단히 깨어 구멍을 만들고, 그곳으로 머리를 내밀어
숨을 쉬기도 한다.
흰돌고래가 몸을 담그고 있는 바다의 수온은 거의 0 도이다. 그러나 그들이 머리를
드러낸 수면 위는 영하 50 도에 이르기도 하는 찬 공기이다. 기온이 이 정도로 찰
때는, 분기공에서 나온 증기가 그대로 얼어붙어 분기공 위에 둥그런
이글루(에스키모의 얼음집) 같은 얼음덩이를 만들기도 한다.
흰돌고래가 겨울 동안 어느 바다로 옮겨가고 어떻게 지내는지 알기 위해 과학자들은
흰돌고래의 등마루에 작은 전파발생장치를 달아 두고 그 전파를 배나 비행기 심지어
인공위성까지 동원해서 추적 조사를 하고 있으나, 언제나 도중에 신호가 끊어지고
말아 현재까지도 신비를 풀지 못하고 있다.
돌고래가 내는 소리의 일부는 우리 귀에 들리기도 하지만 사람이 듣지 못하는
초음파도 섞여 있다. 흰돌고래가 내는 소리는 마치 관현악단의 악기 소리처럼 아주
다양하다. 큰 나팔 소리에서부터 새소리, 벌레 소리, 코고는 소리, 떨리는 소리 등등.
그래서 옛 사람들은 흰돌고래를 '바다의 카나리아'라고 불렀다.
돌고래가 소리를 내어 주변으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법은, 어부들이
음파탐지기를 사용하여 수중의 물고기 떼를 찾거나 해저에 가라앉은 물체를 발견해
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흰돌고래가 소리는 내는 곳은 입이 아니라 분기공 아래
깊숙한 곳에 있는 공기 주머니이다. 이 공기 주머니는 멜론이라 부르며, 기름이 가득
고인 커다란 주머니 옆에 붙어 있다. 돌고래들의 이마가 유난히 불룩하게 보이는 것은
이 멜론 때문이다. 공기주머니에서 만들어진 각종 소리는 멜론을 지나 물 속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외부의 소리를 듣는 부분은 귀가 아니다. 소리는 돌고래의 아래턱을
먼저 진동시키고, 그 진동이 속귀로 전달되었다가 뇌로 간다. 돌고래의 뇌는 이 음파의
형태를 파악하여 앞에 어떤 물체가 얼마나 떨어진 거리에 있는지, 또 그것이 먹이라면
어느 정도 큰 것인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판단한다.
20세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과 북아메리카 대륙의 사낭꾼들은 흰돌고래를
마구 잡았다. 그러나 지금은 특별히 허용된 사람들만이 극소수의 돌고래를 잡을 수
있다. 특별한 사람이란, 북극권에서 일생을 살아가는 에스키모들을 말한다. 그들은
돌고래를 잡아 그들의 식량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북쪽 해안에는 약 12,000
마리의 흰돌고래가 살고 있는데, 이곳의 에스키모들은 매년 100 마리 이내에서
흰돌고래를 잡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흰돌고래(다른 돌고래도 마찬가지지만)는 적극적으로 보호받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걱정이 생겼다. 그것은 공장 폐수가 흘러드는 강 입구에서 먹이를 먹은
흰돌고래들이 공해물질로 인해 병든 채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고래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자를 따로 고래학자라 부른다. 세계적으로 고래학자는 그
수가 아주 적다. 더군다나 흰돌고래는 추운 북극권에 살고 있어 그들의 생태를
조사하기가 매우 어렵다. 만일 사람들이 흰돌고래를 잘 보호하지 못한 탓으로, 그들의
신비한 소리라든가, 다니는 길, 여행 기술, 생활사 등과 같은 비밀을 알아내기 전에
모두 사라지게 된다면 그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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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모의 얼음집은 북극곰에게 배운 기술
몸무게 670kg, 키 3m의 거대한 흰곰은 북국의 얼음 대륙을 지배하는 황제이다.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북극지방을 살펴보면 그 근처는 전부 바다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북극의 바다는 일년 언제나 두꺼운 얼음으로 덮인 얼음바다이다. 이 북극 바다
주변에는 알래스카, 캐나다, 그린란드, 시베리아 등의 대륙이 둘러싸고 있으며, 모두가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지독하게 춥고 황량한 곳이다.
북극지방은 연중기온이 너무 낮아 식물은 물론 동물조차 살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사실 그곳에 살 수 있는 식물이란 추위에 특별히 강한 하등한 이끼 종류뿐이다.
그러나 북극의 대륙과 그 바다에는 몇 종류의 동물이 활발하게 살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물개라고 부르는 바다사자 무리와 거대한 북극곰(흰곰)이다.
북극 대륙의 주민인 에스키모는 바다사자와 흰곰, 그리고 얼음 바다에 사는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아왔다. 이들 에스키모에게는 흰곰의 털고 만든 옷이 가장
따뜻하고 또 값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예부터 북극의 곰을 최고의 사냥감으로 삼아
왔다.
인간이 흰곰의 모피가 탐나 그들을 사냥하기 전까지는 흰곰을 이길 수 있는 동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름 그대로 그들은 북극의 빙판 위를 어슬렁거리며 새하얀
은세계를 지배하는 황제였다. 암컷은 생후 4 년째부터 3--4 년에 한번 정도로 1--2
마리씩, 일생 동안 겨우 7--8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그리고 어미는 새끼를 워낙 잘
보살피기 때문에 새끼를 죽게 하는 일이 좀처럼 없다.
북극에 겨울이 다가오면 그곳은 더욱 추위가 심해지고 또 밤이 계속된다. 그러므로
곰은 겨울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사냥하여 겨우내 먹지 않아도 견디도록 몸 속에
영양분을 저장한다. 곰은 주로 바다사자를 잡아먹으며, 영양은 피부 밑에 두터운
지방층으로 저장한다. 그 지방층의 두께가 엉덩이 부분에서는 10cm를 넘는다. 이렇게
두꺼운 지방층은 흰곰으로 하여금 북극의 추위를 견딜 수 있게 해줄뿐 아니라, 먹지
않고도 한겨울을 지내는 데 필요한 영양을 공급해 준다.
흰곰은 겨울을 지낼 보금자리를 눈 속에 만든다. 이때 곰이 만드는 눈 굴은 대단히
교묘하여 바깥이 아무리 추워도 그 속은 따뜻하다. 곰은 굴을 팔 때, 출입구를
내부보다 조금 낮게 하여 터널처럼 만든다. 이렇게 함으로써 굴속에 녹은 물이
생겨나도 괴지 않고 바깥으로 흘러나가게 된다. 그리고 출입구가 낮기 때문에 굴속의
따뜻한 공기는 밖으로 잘 빠져나가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곰의 굴이 아무리 추운 날이라도 따뜻한 이유이다. 곰이 이처럼
과학적으로 겨울집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진화를 통해 배운 자연의 지혜이다. 북극의
에스키모들의 얼음집(이글루)을 지을 때도 곰의 굴과 같이 출입구를 낮게 하여
터널처럼 만든다. 이렇게 하여 곰의 눈 굴이나 이글루의 내부는 바깥이 아무리 추워도
섭씨 4 도 정도의 온도가 유지되게 해준다.
곰은 겨우내 먹지도 않지만 용변도 보지 않는다. 그래서 곰의 굴은 언제나
깨끗하다. 북극곰의 눈 굴은 따뜻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곰은 한겨울에
새끼를 낳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새끼 곰은 털도 없고 눈은 감고 있으며, 몸무게는
겨우 720g 정도이다. 새끼는 어미의 넓적한 털북숭이 가슴에 안겨 젖을 먹으며
자란다. 어미의 젖은 대단히 지방질이 많고 영양이 풍부하다. 어쩌다 맨땅에 떨어진
새끼는 추워서 곧 낑낑거리게 된다. 새끼가 우는 소리를 들은 어미는 얼른 안아서
따뜻하게 해준다. 북극의 겨울이 끝나면 새끼는 9--14kg 정도로 자라 털도 나고 눈도
떠서 어미를 따라다닐 수 있을 만큼 된다. 이후부터 새끼는 2 년 반 동안 어미 곁에서
보호를 받으며 자란다.
흰곰이 주로 사냥하는 것은 북극해에 사는 바다사자이다. 바다사자는 물 속을
헤엄치다가 호흡을 하기 위해 수시로 얼음 구멍 밖으로 머리를 내밀게 된다. 곰은
얼음 구멍을 지키고 있다, 숨을 쉬기 위해 나타나는 놈을 덥석 물어 얼음판 위로
끌어낸다. 무게가 300kg이나 나가는 바다사자도 곰을 당할 수는 없다. 북극곰은
바다사자의 살갗과 지방질만 먹고 나머지는 남겨 둔다. 이것은 새끼 곰과 북극지방에
사는 여우의 먹이가 된다.
북극곰은 사냥감을 찾는 놀라운 감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냄새를 맡는 능력은
사람보다 100배 이상 예민하다. 그리고 지능이 대단히 높아 바닷가에서 잠자고 있는
바다사자에 교묘히 접근하여 잡아먹기도 한다.
북극곰의 다른 자랑은 헤엄을 잘 친다는 것이다. 그들은 1시간에 약 10km를 헤엄쳐
간다. 이때 곰의 유난히 널따란 발바닥은 배의 노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의 넓은
발바닥은 눈 위나 얼음 위를 빠지지 않고 다니는 데도 편리하다.
옛날에는 북극곰을 사냥한다는 것이 쉬운 아니었다. 그러나 눈 위를 빠르게 달리는
썰매차(snow mobile)가 나오면서 북극곰은 인간으로부터 크게 위협받게 되었다. 1967
년에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에스키모와 세계 각처에서 몰려온 사냥꾼들이 해마다 약
1,500 마리의 흰곰을 잡고 있었다. 그 결과 그때까지 살아남은 북극곰은 약 12,000
마리에 불과했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10 연도 못 가 흰곰이 전멸하고 말 지경이었다. 캐나다와 소련,
노르웨이, 그린란드, 미국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북극곰을 1 년에 모두 합쳐 600
마리 이상 잡지 않도록 국제협약을 맺었다. 그때부터 북극곰의 털가죽은 대단히 비싼
상품이 되었다. 그 전까지는 모피 1장에 20--30 만원 하던 것이 3백만원을 넘어갔다.
그리고 이 국제협약 덕분에 북극의 흰곰은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 사진 45
사진설명: 북극곰은 눈 속에 따뜻한 집을 짓는 방법을 에스키모에게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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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영리한 가축
인간에게 영양가 풍부한 육류를 제공하는 가축으로 돼지만큼 중요한 동물은 없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돼지에 대해 아프리카 정글 속의 낯선 동물보다 더 관심이 없다.
알고 보면 돼지는 어떤 다른 동물 못지 않게 영리하고 훈련을 잘 받을 수도 있다.
돼지는 인간에게 영양가 높은 단백질과 지방질을 풍부하게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식용 가축이다. 비육우(소)와 비교해서 돼지는 같은 양의 사료를 먹고 3배나 많은
고기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깊은 산에는 지금도 멧돼지가 수시로 민가 가까이 내려와
밭을 헤집고 농작물을 파먹어 피해를 주기고 한다. 야생이 아닌 가축으로 개량된
돼지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03 년이다.
돼지 사육가들은 이들이 영리한 개 못지 않게 훈련을 빨리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18세기에 영국의 한 귀족은 새 사냥을 나갈 때 사냥개 대신 돼지를 데리고
가서 더 효과적으로 잡았다고 한다. 또 미국 플로리다의 경찰서에는 악당들이 숨기고
있는 마리화나(마약 식물의 일종)를 찾아내는 데 돼지를 이용한다. 이는 돼지가 개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냄새 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돼지 사육가는 그 등에 안장을 얹어, 어린이를 안전하게 태우고 갈 수 있도록
훈련시키기도 했다. 그렇다면 돼지는 못생기고 지저분하고 소리 지르는 동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랑과 신비를 조금이나마 알아둘 필요가 있다.
고기를 얻기 위해 사육하는 돼지는 대개 350kg이 넘도록 성장한다. 지금까지
기록으로는 862kg까지 자란 것도 있었다. 오늘날 돼지는 품종은 1,000가지를 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체중이 45kg에 불과한 작은 것도 있다. 돼지의 수명은 15--20
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돼지가 지구상에 처음 나타난 것은 약 3,000 만 년 전이다. 그러니까 인류보다 거의
10배나 먼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돼지의 조상인 멧돼지는 지금도 아시아와
유럽의 숲속에 살고 있다. 야생 돼지가 인간의 손으로 길러지게 된 것은,
동남아시아에서는 약 4,500 년 전이고, 유럽에서는 3,500 년 전부터이다. 아메리카나
호주 대륙에는 야생 돼지가 없었다. 다만 아메리카 대륙에 '페커리'라는 돼지를 닮은
다른 동물이 살고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에 사육 돼지를 처음 전한 사람은 콜럼버스가 이끈 탐험대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하러 갈 때(네 차례 신대륙에 갔으며, 최후까지 그는
그곳이 인도라고 생각했다), 식량으로 삼기 위해 돼지를 산 채로 가져갔다. 탐험가들은
어디를 가나 돼지를 데리고 다니면서, 말하자면 키우고 새끼를 쳐 가면서 식량으로
삼았던 것이다.
어떤 섬에서는 탐험대가 막사 주변에 묶어둔 돼지 몇 마리가 도망을 가 버렸다.
그들은 섬에 살면서 다시 산돼지처럼 야생동물이 되어 번식했다. 나중에 섬에 온
탐험가들은 이런 야생화된 돼지를 사냥하여 푸짐한 영양을 취하기도 했다.
미국 조지아 주의 오사보 섬에서는 400여 년 전에 탐험가들의 주방에서 탈출한
돼지가 야생화되어 지금까지 번성하고 있다. 사람이 주는 사료를 먹으며 살던 돼지가
야생 상태에 놓이게 되자, 그들은 우선 모습부터 그들의 조상인 야생 멧돼지를 닮아
갔다. 몸은 여위고 다리가 가늘어졌으며, 털이 아주 거칠어지고, 이빨은 면도날처럼
날카로워졌다. 또한 몸의 색도 더 검어지고 머리는 납작해지고 몸집도 작아져 버렸다.
돼지는 뱀을 발견하면 마치 국수를 먹듯 삼켜 버린다. 돼지는 독사에 물려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다. 피부를 두터운 지방층이 싸고 있어 뱀의 독이 혈관까지 미치지
않는 탓이라고 한다.
돼지란 끝없이 먹는 먹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돼지도 일정량 이상, 또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돼지에서 243가지 종류의 야채를 먹여 보는 실험을 한
결과, 그중 171가지는 먹지 않았다고 한다.
프랑스의 페리고드 지방에서는 트루플이라는 아주 값비싼 식용 버섯을 숲에서
채취할 때 돼지를 이용하고 있다. 1kg에 40--50 만원 한다는 이 버섯은 땅속
5--30cm 아래에 동그란 버섯(자실체)을 형성하기 때문에 땅밑을 파보지 않고는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훈련된 돼지는 약 6m 밖에서 땅속 깊이 있는 버섯을 냄새로
알아내고 그것을 코로 파헤치기 시작한다. 후각을 자랑하는 개조차도 완전히 다 자란
향기가 진한 버섯만 겨우 찾아낼 수 있는 데 반해, 돼지는 완숙하려면 5, 6일은 더
지내야 될 것도 찾아낸다.
* 사진 46
사진설명: 돼지의 후각을 이용해서 숲 땅속에 자란 버섯을 찾고 있다.
돼지는 사람에게 아주 쉽게 길들여진다. 훈련된 돼지는 전쟁터에서 땅에 묻힌
지뢰를 찾는데도 이용할 수 있다 한다. 그러니까 돼지의 기다란 코가 유명한 사냥개의
코보다 우수한 후각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더운 여름에 돼지 우리에 물을 채운 웅덩이를 만들어 주면 그들은 아주 좋아한다.
돼지란 땀을 흘리는 땀샘이 없어 더위를 잘 견디지 못한다. 지난 1994 년 여름,
더위가 대단했을 때 많은 돼지들이 폭염 때문에 죽기도 했다. 돼지는 더우면
진흙탕이나 구정물에 뒹굴고 구덩이를 파기도 한다. 그 때문에 '돼지는 지저분한
동물'이라는 오명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돼지는 청결한 것을 좋아한다. 그들은 우리 안 잠자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진 곳에다 용변을 본다. 그러니까 용변 가리기는 강아지보다 더 잘하는
셈이다. 돼지에게 땀샘이 없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오히려 다행한 일이다. 왜냐하면
더위를 이기기 어려운 탓으로 그들은 심한 운동을 피하게 된다. 따라서 먹은 것이
운동으로 적게 소모되고 대신 살로 가므로 단시간에 묵직하게 자랄 수 는 것이다.
사람들은 돼지가 식용으로만 쓰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돼지는 죽음에 이른
많은 사람을 구하고 있다. 돼지는 사람처럼 잡식성이며 위를 비롯한 다른 장기와 이빨,
피부, 혈액이 사람과 아주 비슷하다. 의학자들은 돼지에게서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는
인슐린이라는 성분을 비롯하여, 혈액 응고를 막는 헤파린, 갑상선 환자를 치료하는
사이록신, 관절염 치료약인 ACTH 등을 얻고 있다.
또 돼지의 가죽은 아주 질이 좋아 고급 가죽 제품의 원료가 된다. 한편으로 심한
화상을 입은 환자의 피부를 특수 약물 처리한 돼지 피부로 싸 두면 통증을 줄이는
반면에 새살이 빨리 돋아 치유가 쉽다고 한다. 그 외에 돼지의 심장 판막을 떼내어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 치료하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또 돼지 몸을 빌어 각종 예방
주사약을 만들기도 한다.
베이컨, 소시지, 햄을 만들거나 그대로 요리해서 먹는 돼지고기는 세계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동물성 식품이다. 미국의 경우, 그 나라에서 생산된 옥수수는 절반
이상을 돼지가 사료로 먹고 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돼지를 단순히 고기를 얻는 가축으로만 길러왔기 때문에 그들이
가진 다른 특성에 대해서는 무관심했고, 그래서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 그러나 돼지는
인간의 병을 치료하는 실험 대상 동물로서도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연구하기에 따라
그들은 인간을 위해 지금보다 더 중요한 가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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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도 없어서는 안될 동물이다.
지구상에는 약 120종의 쥐가 살고 있다. 사람이 먹을 식량을 훔쳐가고,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을 퍼뜨리는 쥐벼룩이 붙어사는 쥐이지만, 그들 역시 지상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동물의 하나이다.
제2차 대전이 끝나고 몇 해가 지난 뒤에 미국 태양에 있는 외딴 무인도에서
원자탄을 터뜨려 그 위력을 조사하는 실험을 했다. 원자탄이 터지자 수천만 도의 높은
열이 발생하면서 엄청난 진동과 폭풍이 온 섬을 휩쓸었다. 동시에 강한 방사선이
퍼져나와 그 섬에 살던 생물은 어느 것도 살아남지 않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핵실험을 하고 여러 해가 지난 뒤에 과학자들은 그 섬에 방사능이 얼마나 강하게
남아 있는지, 그리고 혹 어떤 생물이 죽지 않고 살아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찾아갔다.
정말 놀랍게도 그 섬에는 몇 가지 식물이 용케도 죽지 않고 살아서 자라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혹시나 하여 섬에 설치한 쥐틀에 쥐가 잡혀 나온 것이다. 섬에 살던
새라든가 다른 포유류는 모두 소멸했지만 땅굴을 파고 살던 쥐만은 일부가 살아남은
것이다.
쥐는 참으로 강한 생존력과 번식력을 가진 동물이다. 그들은 철근을 넣은 단단한
콘크리트 벽도 쏠아서 구멍을 내며, 물에 빠뜨리면 3일 동안 물에 떠서 헤엄을 칠 수
있다. 그들은 식물이든 동물이든 가리지 않고 먹는다. 또 한 쌍의 쥐는 1 년 동안에
15,000 마리로 가족을 늘일 수 있다. 또 쥐는 3층 높이의 건물에서 땅에 떨어져도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도망간다.
이런 생존력 강한 쥐는 시골만 아니라 도시, 숲, 사막, 해안 어디에서나 잘
살아간다. 세상에 쥐가 없다면 아주 좋을 것같이 생각된다. 그러나 쥐가 사라지면
당장 온 세상에 큰 난리가 난다. 이 지구상에는 쥐를 잡아먹고 사는 동물이 너무나
많다. 족제비, 올빼미, 살쾡이, 매 등 수없이 많은 다른 동물들이 먹이가 없어 그들도
굶어죽을 상황이 된다. 쥐가 세상에 그렇게 많이 태어나도 그 수가 별로 늘어나지
않은 것은 이처럼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태어난
쥐는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1 년 이상 살아남기가 어렵다고 한다.
여러 가지 쥐 종류 중에서 사람의 미움을 가장 많이 사는 것은 집쥐(시궁쥐)와 곰쥐
두 종류이다. 이들은 언제나 사람 주변에 살면서 인간의 식량이 될 곡식이나 음식을
훔쳐먹으며 지낸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전세계의 쥐가 1 년 동안에 훔쳐가는
곡식의 양은 약 2억 5천만 명이 1 년간 먹을 식량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것은
전세계의 농부가 키운 곡식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쥐가 사람의 미움을 받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무서운 전염병을 퍼뜨린다는 것이다.
쥐는 전선줄을 갉아 합선으로 화재가 나게도 하고, 집 천장 위를 쏘다니며 잠을
설치게도 하고, 가구를 쏠아 못 쓰게 만들기고 하지만, 이 정도는 아주 가벼운
피해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어떤 전염병도 페스트(흑사병)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
중세기 때 유럽 대륙에 페스트가 퍼졌을 때는 2,500 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때
유럽인은 네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희생된 것이다. 그리고 100 년 전인 1898 년에는
인도에 페스트가 나돌았다. 이때는 1,300 만 명이 생명을 잃었다. 다행히 20세기가
되면서 의학이 발달하여 치료법이 나오고, 또 쥐의 몸에 사는 쥐벼룩을 살충제로
퇴치하게 되자 페스트는 더 이상 전파되지 않았다.
까만 눈을 반짝이며 재빠르게 동작하는 쥐는 머리도 아주 좋다. 그들은 사람이 놓은
쥐틀을 곧잘 피해가며, 곡식을 담아둔 곳이면 어디라도 교묘하게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된다. 쥐는 이토록 성가시지만, 한편으로 쥐는 사람을 위해서도 큰 희생 봉사를 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약 4,000 만 마리의 쥐가 인간을 위하는 의학실험과
과학실험 대상으로 목숨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쥐가 이 세상에 없다면 생물과 생물 사이의 먹이사슬이 깨져 많은 다른
동물들도 살지 못하게 되겠지만, 우리 인간은 의학과 과학의 발달에 큰 피해를 입게
되고 만다. 인간을 위한 의학실험에는 쥐만큼 편리한 동물이 따로 없으니, 인간과 쥐,
그리고 다른 여러 동물들은 모두가 언제까지나 함께 살아야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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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어는 두렵기만 한 동물은 아니다.
'조스'라는 영화를 본 사람은 거의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납고 두려운 동물이
상어라고 생각한다. 몇 해 전에는 우리나라 서해안에 대형 식인 상어가 나타나 한
사람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상어는 영화와는 달리 그렇게 두려운 동물이
아니다.
대형 상어가 사람을 해친 이야기를 들으면 상어야말로 이 세상에 없었으면 좋을
너무나 끔찍한 공포의 동물로 생각된다. 1 년 동안에 사람이 상처에게 물려 죽을
가능성은 인구 3억 명에 대해서 한 사람에 불과하다. 사람이 벼락에 희생될 확률은
200 만분의 1, 비행기 추락사고를 당할 확률은 1,000 만분의 1이라 한다. 이런 것에
비하면 상어를 두려워해야 할 이유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4억 년 전부터 바다에 살기 시작한 상어는 여러 종류가 있다. 손바닥에 올려놓을
정도로 작은 '담배상어'에서부터 길이가 18m에 이르는 '고래상어'(아주 순하며, 그의
먹이는 새우 따위의 작은 플랑크톤이다)까지 약 350종의 상어가 세계의 바다와 강에
살고 있다. 이들 가운데 사람에게 위협을 주는 종류는 10여 종으로, 그 중에서
사납기로 가장 악명이 높은 상어가 '백상아리', 또는 '백상어'라고 불리는 종류이다.
백상아리는 몸길이가 10m에, 무게 또한 3 톤에 이르는 대형 상어 종류이다. 특히
백상아리는 냄새를 맡는 후각이 아주 발달하여 400m 바깥에서 헤엄치고 있는 먹이를
냄새로 찾아낼 수 있으며, 눈은 30m 떨어진 곳의 먹이를 알아 볼 수 있다.
그리고 백상아리가 가진 측선(모든 물고기의 몸통 양쪽에 한 줄로 길게 뻗어 있는
감각기관)은 소리에 예민하다. 이 측선은 사람이나 물고기가 물속, 또는 수면에서
헤엄치고 있는 소리(진동)를 듣고서 그 위치와 거리를 정확히 파악하여 공격할 수
있다.
백상어는 태어난 뒤 15 년이 지나야 어른이 된다. 그들은 2 년에 한 번씩 겨우 몇
개의 알을 만들어 몸 속에서 수정시킨 다음, 얼마 동안 몸안 새끼주머니 속에서 길러
낳게 된다.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한 번에 많은 알을 낳지 않는 백상어는 이렇게
새끼를 키워서 낳는 것(난태생)이 생존율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이들 상어는 사람을 습격하기도 하고 어업을 방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주로
먼바다에 살기 때문에 그런 일들은 아주 드물게 일어날 뿐이다. 그리고 사실을 말하면,
사람이 상어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 아니라, 상어가 인간을 끔찍이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해마다 온갖 방법으로 상어를 1억 마리 이상 살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큰 고기를 잡기 좋아하는 스포츠 낚시꾼에게는 크고 힘센 상어가 가장 인기
있는 낚시 대상이다. 또 상어의 살코기는 여러 종류의 요리가 된다. 특히 상어
지느러미로 만든 수프('삭스핀'이라는 중국요리)는 한 접시 값이 4--5 만 원에 이른다.
홍콩의 상인들이 1 년에 사들이는 상어지느러미의 양은 무려 3,000 톤이나 된다고
한다. 또 날카로운 이빨이 줄줄이 선 거대한 백상어의 턱은 골격표본으로 만들어,
모양이 좋은 것은 약 4,000 만 원에 팔리기도 한다.
백상어는 이렇게 인간으로부터 수난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상어에 대해서는 아주
많은 부분이 신비에 싸여 있다. 상어는 이상스럽게 암에 걸리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특성에 의문을 두고 상어의 몸에는 왜 암조직이 생기지 않는지, 어떤 특별한
물질이 있기에 암 발생을 억제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만일 과학자들이 상어의 몸에서
암 억제 물질을 찾아내어 그것을 암환자 치료나 예방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상어야말로 암 환자에게는 가장 고마운 은혜의 동물이 될 것이다.
상어 가죽의 카우보이를 위한 고급 장화를 만드는 재료가 되며, 상어의 간에서
뽑아낸 기름은 치질 환자의 통증을 가볍게 하는 약으로 쓰이기도 한다. 상어는 종종
아무 것도 먹지 않고 3개월 동안 살기도 한다. 또 상어는 지구의 약한 자기장을
민감하게 느끼는 놀라운 능력도 가지고 있다. 즉 지구의 자력을 감지하여 자기가
여행할 길을 알아내는 것이다.
상어는 동료끼리 먹이를 다투거나, 또는 자기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서로 싸우는 일
없이 아주 평화롭게 살아간다. 과학자들은 백상어를 비롯한 다른 많은 종류의 상어가
무분별한 어획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 상어가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오히려 잘 보호해야 할 사정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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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속의 거대한 대왕오징어를 찾는 탐험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은 고래 종류 중에서 가장 거물인 향유고래와
'대왕오징어'이다. "아니, 오징어가 어떻게 그토록 클 수 있단 말인가?" 누구나 잘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거대 동물은 그
신비함도 그 몸집만큼 크다.
왜냐하면 이 두 동물은 사는 모습을 관찰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대왕오징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산 채로 사람에게 잡힌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헤엄치는 모습조차 사진으로 촬영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왕오징어란
전설의 동물이지 실제로는 없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게 단정할 수 없다. 거대한 죽은 대왕오징어가 바닷가에 밀려나온 것이
발견된 적이 있고 그물에 걸려 나온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861 년에는 배가
대왕오징어로부터 공격받은 일이 있었다. 이때의 이야기 때문에 유명한 공상소설가 줄
베르너는 '해저 2 만리'라는 소설 속에 잠수함 승무원이 대왕오징어의 공격을 받아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그려놓을 수 있었다.
바다의 거대 괴물로 전해오는 이 수수께끼 같은 오징어는 얼마나 큰 것일까? 추측에
따르면 무게가 1 톤(70kg 체중을 가진 어른 14, 15 명)쯤 된다. 1880 년대에 (기록이
불확실) 뉴질랜드 해안에 떠밀려 나왔던 대왕오징어는 그 길이가 머리에서
발(촉수)끝까지 18m였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스미소니언 연구소의 대왕오징어 전문가인 클라이드 로퍼와 뉴질랜드의
연구자들은 이렇게 추측한다. "큰놈은 길이가 22--23m 정도로 더 길 것이며, 그들의
다리 하나는 그 굵기가 어른 넓적다리 같고, 그 다리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난 흡반이
가득 붙어 있으며, 졸린 듯한 눈은 세숫대야만 하고, 독수리 부리처럼 생긴 날카로운
주둥이는 어떤 먹이라고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이런 바다의 괴물이 단 한 마리라도 산 채로 잡혀 수족관에서 전시된다면 그 인기는
대단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생포하기는커녕 제대로 사진조차 찍지 못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과학자들은 우선 이들을 사진으로 촬영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최신장비를 단단히 준비했다.
1997 년에는 뉴질랜드에 이 전설 같은 대왕오징어와 함께 바다의 최대 동물인
향유고래를 조사하기 위해 두 팀의 과학탐험대가 각각 조사선을 타고와 탐사작업을
했다. 그들의 찾아간 곳은 뉴질랜드 남쪽 섬의 카이코우라 반도 해변이었다. 이곳
바다는 그 밑바닥이 대단히 험한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기저기 해저화산도 있는
곳이다.
스미소니언 연구소의 클라이드 로퍼를 비롯한 해양학자들이 타고 온 탐험선
'타네카하'호는 길이가 14m인 작은 배였다. 하지만 이 탐험선에는 MIT 대학의 짐
벨링엄의 특별히 만든 '오디세이 2B'라는 근사한 잠수정이 실려 있었다. 길이 2.1m에,
무게 160kg인 이 잠수정은 사람이 타지 않지만 배에서 과학자들이 조정하는 대로
어디라도 내려가 보이는 것을 사진찍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척의 탐험선 '미스티크'호는 뉴질랜드의 해양학자들이 준비한 길이
24m짜리 연구선이었다. 이 배에는 미국 뉴잉글랜드 수족관의 수석 연구원인 그레그
스톤도 함께 타고 있었다. 이 배에도 특별한 탐험장비 5 대가 실려 있었다. 그 중에
무인 텔레비전 카메라 장치와 대왕오징어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를 실은
'도롭-캠'(해저 카메라라는 의미)이라는 장비는 줄에 매달아 해저로 내리도록 되어
있었다. 드롭-캠에 실은 카메라는 세계적인 수중카메라 전문가 에모리 크리스토프가
만든 것으로서, 하나의 드롭 캠에는 각 3 대씩 텔레비전 카메라가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두 탐험대는 대형 동물 흔적을 발견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해양 탐험가들이 뉴질랜드 카이코우라 해변에서 대왕오징어와
향유고래를 찾으려 한 이유는, 이곳 바다에 향유고래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인 다른
종류의 대형 오징어가 많이 살기 때문이다. 몸 길이 24m, 무게 70 톤에 이르는
거대한 향유고래는 이빨이 있다. 작은 새우 따위를 입안에 수염으로 걸러 잡아먹는
수염고래 종류와는 달리, 이빨을 가진 고래는 다소 큰 바다동물을 먹이로 하고 있다.
향유고래는 머리가 특히 커서 몸 전체 길이의 3분이 1을 차지한다. 이 고래에
'향유'(화장용 기름)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 머리에 1 톤이나 되는 양의 아주 질
좋은 고급 기름이 담긴 특별한 저장고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유럽 사람들은
향유고래의 기름으로 램프를 켜고, 기계를 잘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로 썼다. 이 거대한
두 동물이 지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큰 손실이다. 어떻게든 찾아서 그들을 잘
보호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사진 47
사진설명: 남태평양에는 큰 종류의 오징어가 살고 있다. 그러나 대왕오징어는 아직
촬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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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을 닮은 물고기 해마
물 속에 사는 수많은 물고기 가운데 그 모습이 가장 진기한 해마는 그 생태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동물이다. 유감스럽게도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이들도 바다에서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다. 해마는 그 생김이 하도 기묘하여 처음 보면 고대의 한 공룡
새끼를 눈앞에 두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들의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곧
그것이 해마임을 안다.
이 작은 물고기에 바다의 말이라는 커다란 동물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은 그들의 머리
모습이 특이하기 때문이다. 물고기라면 머리와 몸통이 일직선으로 유선형을 이루어
헤엄을 잘 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해마는 머리와 몸이 직각으로 붙어 있어, 언뜻
보면 말이 머리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해마는 튀어나온 긴 주둥이를 가졌으며, 피부는 비늘이 아니라 거친 골판으로 덮여
있고, 지느러미는 겨우 흔적만 남아 조그마하다. 그런 탓에 헤엄도 잘 치지 못한다.
이런 형태를 가지고 어떻게 물 속에서 먹이를 잡고 또 다른 큰 물고기들의 공격을
피해 살아갈까 의심스럽다. 해마는 그 모습이 신비스러운 만큼 궁금한 것도 많은
동물이다. 그러나 이들이 어떤 물고기며 그 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물고기만
연구하는 학자들조차도 아직 잘 모르고 있다. 그 이유는 해마가 식량자원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인간과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암컷이 낳은 새끼를 수컷이 적극적으로 잘 보호하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물고기 세계에서도 수컷이 새끼들을 보호하거나, 또 암컷이 낳아 놓은 알에
신선한 산소가 흘러가도록 물을 끊임없이 부채질하는 '가시고기' 같은 종류가 여럿
있다. 해마는 암컷이 아니라 수컷이 직접 꼬리 부분의 배에 커다란 육아낭이라는 새끼
키우는 주머니를 가지고, 그 속에 새끼들을 담아 양육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암컷은
단지 수컷의 육아낭에 알을 낳는 것으로 그 임무가 끝난다. 이후부터 수컷이 혼자
도맡아 정성을 다해 그 알을 수정시키고 다 자랄 때까지 기른다.
지구상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해마의 종류는 35가지이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 근해에
사는 것은 한 종류뿐이다. 모든 종류의 해마는 얕은 해안가의 바다풀이나
맹그로브나무(열대 바닷가 해수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식물) 또는 산호에 붙어서
살고 있다. 그들은 긴 꼬리를 해조의 줄기나 산호의 가지에 빙글 돌려 감고, 마치 고개
숙인 말과 같은 자세로 좀처럼 이동하지 않고 살아간다.
해마는 자신의 몸 색깔을 카멜레온처럼 변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양쪽 눈은
따로따로 움직인다. 그러니까 한쪽 눈으로는 먹이를 찾고 다른 한눈으로는 적을
경계할 수가 있다. 이런 기능 역시 카멜레온의 눈과 비슷하다. 그들은 시력도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마 가운데 가장 큰 종류는 태평양 쪽 열대 아메리카 해안에 사는
'잉겐스해마'이다. 이 종류는 다 자라면 길이가 35cm에 이른다. 반면에 가장 작은
종류인 '바르기반티해마'는 태평양의 뉴칼레도니아 섬에 살며, 그 크기는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겨우 2cm에 불과하다.
이들 가운데 큰 종류는 육아낭이 커서 한 번에 1,572 마리나 되는 많은 새끼를
가졌던 조사 기록도 있다. 반면에 작은 종류는 새끼가 10 마리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새끼 수가 적은 것은 어미의 체격이 작더라도 새끼의 크기는 모두
비슷하기 때문이다. 알을 품은 수컷은 늘 주머니에 신선한 물을 갈아넣어 알이
부화하는 데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도록 노력한다.
또 해마는 한 남편과 한 부인이라는 일부일처제를 잘 지키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언제나 한 자리에 거의 붙어서 살고 또 행동이 아주 느리다. 그러므로 한 번
정한 짝을 자주 바꾸어야 한다면 짝짓기 하는 데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 서로
만나기가 힘들 것이다. 그래서 서로 일단 부부가 되면 암수는 번식기간 동안 내내
가까이 살면서 사이좋게 자손을 번식시켜 간다. 수컷은 주머니를 비우자마자 곧 다시
암컷으로부터 선물받으므로 빈 주머니도 지내는 때가 별로 없다.
해마는 작은 플랑크톤을 먹고산다. 그러나 해마를 노리는 것은 다른 큰 바다
동물이다. 게 종류와 펭귄은 해마를 좋은 식사감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물고기들은 해마를 먹었다고 뱉어 버린다. 그것은 해마의 피부가 삼키기에 너무
거칠기 때문이다.
해마는 열대와 온대지방 어느 바다에서나 다 살고 있지만 특히 열대 바다에서 잘
번식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바다가 오염되고 그 환경이 파괴되면서 해마들의
삶터도 위협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얕은 바다에 살기 때문에 오염의 피해를 더 쉽게
받는다. 중국 속담에 "북쪽에는 인삼이 있고 남쪽에는 해마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해마가 인삼만큼 훌륭한 약이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고대 로마의 이름난 철학자
플리니는 "대머리를 치료하려면 해마 가루에 소다를 섞은 것을 돼지기름에 으깨어
머리에 바르면 된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사람들이 해마를 생약으로 사용하게 된
역사는 아주 길다 하겠다.
세계에서 해마를 가장 많이 약으로 쓰는 나라는 중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이다. 이들 나라의 몰지각한 사람들이 해마를 약으로 먹는 이유는, 우리나라 일부
사람들이 마치 뱀이나 개구리가 약이 된다고 먹는거나 다름없는 것이다. 무지한
사람들이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아직 생태조차 제대로 연구되지 못한
귀중하고도 신비스런 물고기 한 종류를 전멸시켜 가고 있는 것이다.
해마의 국제 거래장인 홍콩에서는 말린 해마 1kg을 250 달러에 팔고 있는 데, 큰
것은 그 값이 3배나 비싸다. 어떤 관계자의 추정에 따르면, 대만과 중국 사이에서만
해마다 약 600 만 마리(약 20 톤)의 해마가 약으로 거래되고 있다 한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는 약 2,000 만 마리가 매년 소모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해마 수입국
가운데는 유감스럽게도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놀랍게도 미국인들도 필리핀으로부터 약 20 만 마리나 되는 살아 있는 해마를 매년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동양과 달리, 해마를 약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애완동물의 하나로 수족관에서 키우면서 그들의 기묘한 모습을
즐기고 있다. 이렇게 해마의 수요가 세계적으로 많아지자 필리핀과 인도 등지의
바다에서는 그것을 잡아서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아무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해마를 잡는 사람들은 해조와 맹그로브나무와 산호 사이를 헤엄쳐 다니며 한 마리씩
손으로 잡아야 한다. 그러는 사이에 그들은 산호를 파손시키기도 하고 맹그로브나무를
해친다. 그 결과 사람들은 해마뿐만 아니라 다른 물고기까지도 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해마의 모습이 기묘하다고 해서, 또 그것이 몸에 이로운 약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
때문에 바다의 카멜레온 같은 귀중한 생물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세상에 사는 어떤 생물 한 가지라도 전멸하게 하는 것은 결국 인간 스스로를
위기로 몰아가는 행동이다.
* 사진 48
사진설명: 육아낭 입구로부터 알에서 깨어난 새끼가 나오고 있다. 해마들은 종류가
달라도 새끼의 크기는 모두 1cm 내외로 비슷하다. 수컷은 깨어난 새끼를 거의 2일
동안 수고하여 모두 밖으로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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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해파리의 독액으로 의약을 생산한다.
지구상에는 사람을 죽일 만큼 무서운 맹독을 가진 동물이 몇 가지 있다. 그
가운데서도 오스트레일리아의 북부 해안에 사는 상자해파리를 능가하는 것은 없다.
지난 100 년 동안에 상자해파리에 희생된 사람의 60--70 명이나 된다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북부 바다는 산호섬이 발달된 아름다운 곳으로 이름 나 있다.
그러나 이곳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상자해파리에 쏘이는
날이면, 5분도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은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숨을 거두게 될
위험이 있다.
상자해파리라는 이름은 그 모양이 다른 해파리들처럼 둥근 사발 형태가 아니라,
사각형 상자 같은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는
파이판이라는 독사 종류가 살고 있다. 이 독사는 어찌나 독이 강한지 한 마리의
독샘에 어른 30 명을 죽게 할 만한 독액이 들어 있다. 더군다나 이 뱀에게 물리면
견딜 수 없게 아프기로 하려니와, 빨리 치료받지 않는다면 몇 시간 안에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 어른이 된 상자해파리 한 마리는 자그마치 어른 70 명의 생명을 없앨 정도의
독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이 해파리에 쏘인 피부는 불로 지지는 것처럼 아프다.
그리고 해파리의 독은 피부 아래의 모세혈관을 통해 심장과 온몸으로 즉시 전달되고,
독소는 금방 심장의 운동을 멈추게 만든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해양과학연구소의 생물학자 윌리엄 햄너 씨는 상자해파리의
습성을 조사하기 위해 해파리를 채집하여 수족관에서 길러 보기도 했다. 그는 밤중에
보트들이 정박하는 선교에 접근한 상자해파리를 발견하고, 포충망같이 만든 자루가 긴
그물로 조심스럽게 떠 올려 커다란 플라스틱 양동이에 담았다. 그 해파리는 크기가
농구공만 했으며, 그 몸통 아래로는 길이가 4.5m에 이르는 촉수를 60가닥이나
드리우고 있었다.
그는 만일을 대비하여 긴 바자에 긴 셔츠를 입고 있었으며, 손에는 고무장갑까지
끼고 있었다. 해파리를 그물로 떠올리느라 많은 땀을 흘리게 된 그는 더워서 셔츠를
벗고는, 해파리가 담긴 양동이를 들고 물이 담긴 트럭의 탱크로 옮겨가고 있었다. 앗
하는 순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아픔이 팔뚝 윗 부분에 일어났다. 양동이
가장자리에 살짝 걸려 있던 해파리의 촉수 한 가닥이 바람에 날리면서 그의 팔에 닿은
것이다.
뜨겁게 달군 쇠막대로 지지는 듯한 아픔을 느낀 그는 무의식적으로 아픈 자리를
손으로 긁었다. 자칫하면 들고 가던 양동이를 떨어뜨릴 뻔했다. 해파리의 촉수에 쏘인
팔뚝은 순식간에 벌겋게 변했다. 그는 그나마 운이 좋았다. 상처 자국이 2.5cm에
불과했으니까, 만일 그 상처가 25cm 이상만 되었더라면 치명적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쏘인 자리는 견디기 어렵도록 수백차례나 욱신거리며 아팠다.
바다에서 놀다가 운 나쁘게 상자해파리에 쏘이면 5분도 못 견디고 숨이 막혀
죽는다는 것은 예부터 알려져 있는 일이다. 상자해파리가 나타나는 오스트레일리아
북쪽 해안에서는 해파리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바다에 그물을 치고 그 안에서만
수영하도록 했으며, 파도타기 등을 할 때는 온 몸을 감싸는 특수한 얇은 옷을 입어야
했다.
이렇게 두려운 해파리였지만 과학자들은 상자해파리의 일생이 어떤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1970 년대 후반부터 몇 사람의 해양과학자들이 이들을 생포하여
특별히 만든 수족관에서 오래도록 키우면서 조사한 끝에 그 생활상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상자해파리는 여름철에 강물이 흘러드는 바다(하구)에 알을 낳고 죽는다. 알은 곧
깨어나 플라눌라라고 부르는 새끼가 된다. 이 시기에는 전혀 해파리 모양이 아니다.
조금 더 자라면 다시 폴립이라는 형태로 변태를 하고, 그 후에 완전한 해파리 모습을
갖게 된다. 해파리가 플라눌라라든가 폴립이라는 형태일 때는 너무 작기도 하려니와
투명하여 자연 상태에서는 관찰하기가 불가능하다.
처음에는 아주 작던 해파리지만 차츰 포도알 크기가 되고, 다 자라면 농구공만 하게
된다. 상자해파리는 바다를 떠다니면서 작은 물고기나 새우류를 촉수를 뻗어 독살시킨
후 잡아먹는다. 해파리의 길고 하늘거리는 촉수에는 수만개의 가시세포가 붙어 있다.
이 촉수에는 근처에 있는 물고기나 새우를 냄새 맡는 감각기관도 있다. 그러므로
먹이가 가까이 오면(사람까지) 자연스럽게 뻗어 먹이를 순간적으로 죽여 버린다.
해파리의 삿갓 부분을 영어로 메두사라 부른다. 메두사는 그 성분의 95%이상이
수분이고 투명하기 때문에 물 속에 있으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길고
가느다란(폭 약 5mm) 촉수는 더 투명하다. 촉수에 있는 가시세포의 가시 길이는 아주
짧기 때문에 얇은 옷이라도 입고 있으면 혹 접촉하더라도 피부는 안전하다.
독사라든가 독거미 따위에게 물리게 되면 물린 자리만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독해파리에게 공격당하면 몸 전체가 거의 동시에 쏘이게 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1970
년대 초에 상자해파리의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약품이 오스트레일리아 과학자들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이 해독제는 해파리의 독을 면양에 주사했다가, 면양의 몸에 항체가 생기면 그것을
뽑아내어 만든다. 상자해파리가 출몰하는 바다 근처의 병원이나 휴양소에는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해독제가 상비되어 있다. 이 해독제는 아주 효과가 빠르게
극적으로 나타난다. 해파리에 쏘였을 때 즉시 주사를 하면 몇 분 안에 아픔도 멈추게
되고 상처도 줄어든다. 상자해파리는 왜 이토록 강한 독을 가져야 했을까? 만일
해파리가 그 연약하고 투명한 촉수로 새우를 잡을 때, 새우가 아직 죽지 않아 몸을
퍼덕인다면, 새우의 딱딱한 껍질은 해파리의 촉수를 간단히 찢어 떨어지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해파리로서는 그 독이 강할수록 부드러운 몸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
먹이를 독살시킨 해파리는 그것을 끌어와 입으로 가져간다. 해파리의 입은 메두사
안에 있다. 그리고 메두사 밑에는 눈이 있다. 이 눈은 4개가 그룹을 만들고 있는데,
상자 모양에 맞춰 사방을 보는 듯하다. 과학자들은 "뇌가 없는 해파리인데 어떻게
눈으로 본 것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다.
상자해파리는 그 무서운 '독 촉수' 때문에 무서운 상대가 전혀 없는 괴물일까?
자연의 신비는 어디에나 있다. 바다의 거북들은 먹이의 하나로 이 해파리를
잡아먹는다. 그런데도 거북은 해파리의 독에 해를 입는 일이 절대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수수께끼이다. 생명의 신비들은 이런 해파리에게까지 감추어져 있다.
* 사진 49
사진설명: 포도알 정도 크기의 상자해파리 촉수에 걸려든 새우. 촉수에 닿는 순간
새우는 죽는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퍼덕거리는 새우의 껍질에 해파리 촉수가 망가질
것이다.
아마존의 독개구리 성분으로 심장발작을 치료한다.
남아메리카 정글에 사는 어떤 작은 개구리는 절대로 손으로 만져서는 안된다. 그
개구리의 피부에서는 세상의 어떤 독약보다 강력한 독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 독액이 사람의 상처에 묻는 날이면 그는 자리에서 온몸을 뒤틀다가 죽게
된다.
남아메리카 아마존 정글 지대는 중심으로 한 브라질, 콜롬비아,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등지의 밀림에서는 아직도 일부 원주민들이 엿 방식대로 원시적인 생활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들 중에서 우리들의 호기심을 크게 끄는 것은 인디언
사냥꾼들이다. 거의 나체에 가까운 차림으로 그들은 숲 속을 나다니며 새와 작은 짐승
때로는 원숭이 등을 잡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긴 대롱 속에 넣은 작은 독화살을 훅
불어, 그것을 동물의 몸에 명중시켜 사냥하고 있다.
인디언 주민의 사냥꾼이 쓰는 이 작은 입으로 부는 사냥 장비를 보통 바람총(블로
건)이라 부른다. 이 바람총의 화살 끝에는 신비스런 독액이 묻어 있다. 독화살이 몸에
꽂힌 짐승은 꼼짝없이 떨어져 죽게 된다. 그런데 이 바람총 화살에 바르는 독은 숲에
사는 작은 개구리의 피부에서 뽑아낸 것이란다.
인디언들이 언제부터 개구리 피부에서 나오는 독을 사냥에 이용하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독개구리는 남아메리카 열대 정글에서만 살고 있다. 필로바테스
테리빌리스라는 노란색 개구리는 다 성장해도 크기가 8cm도 안 되지만, 그 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맨손으로 만져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토록 무서운 독개구리가 살고
있다면 아마존에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과학자들은 이곳의 독개구리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 지역에 사는 개구리 종류는 모두 135종인데 그 가운데 55종이
독개구리였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화살의 촉에 발라 쓸만큼 지독한 독을 내는 것을
3종류뿐이었다. 그러니까 나머지 대부분은 그 독성이 훨씬 약했다.
에피테도바테스 트리콜라라는 흰 줄무늬를 가진 갈색 개구리는 3가지 맹독 개구리
중의 하나이다. 이 개구리의 피부에서는 마약 성분인 모르핀보다 200배나 강한
에피바티디엔이라 부르는 화학 물질이 발견되었다. 놀랍게도 이 물질은 모르핀보다
200배나 강한 진통 효과를 내는 것이었다. 모르핀은 수술할 때나 상처가 심한 환자가
고통을 견디지 못할 때 그런 아픔을 일정시간 동안 잊게 하는 약으로 쓰고 있다.
이 개구리의 독액이 진통 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약품은 병원에서
아주 중요하게 쓰이게 되었다. 사람들 중에는 선천적으로 모르핀을 아무리 주사해도
진통 효과가 없는 특별한 이가 가끔 있다. 이런 사람이 환자가 되면 진통이 되지 않아
부득이 아픔을 참고 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리나 그런 환자에게도 개구리의 독액은
확실하게 진통 효력을 나타냈다.
독개구리들은 종류에 따라 크기가 1.5cm인 것에서부터 최대 8cm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이들의 특징은 모두가 형광 비슷한 푸르스름한 색을 띠고 있으며, 또 독특한
냄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새나 뱀 또는 다른 짐승이 이런 독개구리를
잡아먹었다가는 자신이 죽고 만다. 그래서 이곳의 동물들은 독개구리의 형광을 보고
또 그 냄새를 맡음으로써 "저건 먹었다간 큰일 나" 하고 피하게 된다.
독개구리가 사는 이곳 정글에는 타란튤라라고 부르는 독을 가진 대형 거미도 살고
있다. 관찰에 따르면 독거미도 독개구리는 당할 수 없는 모양이다. 개구리를 잘못
공격한 독거미가 고통을 견디지 못해 입에서 거품을 내뿜다가 죽는 장면도
관찰되었다.
독개구리라고 하면 절대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옳을 듯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그들의 독액 속에 어떤 화학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지 조사했다. 덴드로바테스
아우라투스라는 개구리의 독액에서는 자그마치 300여 가지의 알칼로이드라고 부르는
물질이 발견되었다. 그러한 화학 물질들 중에는 사람이 다른 동물을 즉사시키는
독소에서부터, 코카인이나 모르핀과 같은 진통 효과를 가진 성분, 그리고 심장이
갑자기 멎어 죽게 된 환자의 심장을 즉시 자극하여 소생시킬 수 있는 물질도 들어
있음이 발견되었다.
"많으면 독이 되고, 적으면 약이 된다."는 속담이 개구리의 독액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개구리의 독성분을 의학적으로 더 잘 이용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연구하고 있다.
개구리를 연구하기 위해 매번 독충이 우글거리는 무덥기만 한 정글에 자주갈 수는
없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독개구리를 채집하여 테라리움(동물을 키우는 온실 같은
시설)에 넣어 두고 사육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인공적으로 사육한
개구리의 피부에서는 전혀 독액이 나오지 않았다.
원인을 조사한 결과, 개구리의 먹이가 달라진 때문이었다. 야생 상태에서는
개구리들의 개미나 톡톡이 따위의 벌레를 잡아먹고 살았는데 사육장에서는 다른
곤충들을 먹이로 주었던 것이다.
그러면 개구리의 독액은 다른 동물이나 우리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줄까? 두렵게도 그
물질은 근육을 순식간에 마비시켜 다시는 회복되지 않게 한다. 그러니까 인체에 독이
들어오면 즉시 심장근육이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인체에 이보다 더 치명적인
작용은 없다.
독액이 그토록 무섭다면, 독화살로 잡은 짐승을 사람이 요리해 먹는 것도 위험하지
않을까? 사실 그렇다. 인디언들은 독화살로 잡은 짐승의 살점을 혀로 살짝 핥아 보고
먹어도 좋은지 안 되는지 분별한다고 한다. 현대인들에게는 도저히 불가능한
모험이겠다.
독개구리들은 나무에서 살기 때문에 알도 나뭇잎에 고인 물에 낳는다. 한 번에
2--16개를 산란하는데, 알이 부화하여 올챙이가 되면 그대로 두지 않고 한 마리씩
등에 업어서 각기 다른 장소에 옮겨 놓게 된다. 한 자리에 있으면 물도, 먹이도
부족하고, 또 적을 만나면 몰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미는 올챙이를 따로따로
한 마리씩 독립시켜 두고 성공적으로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각기 자리잡은
올챙이는 수컷이 지키며 보호한다고 한다.
나뭇잎 사이의 작은 우물에서 올챙이가 무얼 먹고 자라는가 하는 것이
수수께끼이다. 신기하게도 암컷은 자기 올챙이가 있는 그 우물을 2, 3일에 한 번씩
찾아와 수정되지 않은 알을 몇 개씩 낳아 두고 간다. 이 미수정란은 아무리 있어도
올챙이가 되지 않으며, 영양이 대단히 풍부한 올챙이의 식량이 된다.
독개구리의 올챙이에게는 독이 없다. 따라서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될 수 있다.
세상에는 신비하게도 이 독개구리의 올챙이만 찾아다니며 식사를 하는 동물이 있다.
그것은 나무에서 사는 '게'이다. 게라면 바닷가에나 산다고 생각되지만, 마치
청개구리처럼 나무에서 사는 종류도 있다.
* 사진 50
사진설명: 독개구리들은 크기가 1.5cm도 안된다. 그들은 독성분을 피부에서
분비하여 적이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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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는 오염되지 않은 물에서만 사는 환경지기
도시에 사는 어린이들은 맑은 물이 흐르는 냇물 돌 밑에 숨어사는 가재를 잘
모른다. 그러나 시골의 어린이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심심하면 냇가에 나가 가재를
잡는다. 가만히 돌을 뒤집어 도망가기 전에 얼른 손으로 잡아내는 것이다. 가재의
색깔은 바닥의 돌이나 모래빛과 같이 잘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잡으려 하면 얼른
뒷걸음질하여 다른 돌멩이 아래로 숨어 버린다.
어린이들이 그처럼 좋아하는 가재는 맑은 물이 아니면 살지 못한다. 도시에 가까운
냇물은 온갖 폐수가 흘러들어 구정물이 되어 있으므로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물
속의 생물들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가재들은 물이 맑고 깨끗하기만 하면 우리나라
어느 냇물에도 많은 수가 살고 있다. 어린이들은 가재를 잡아다 어항에 넣고 길러
보기도 하고, 많이 잡았을 때는 삶아서 그 속살을 먹기도 한다. 가재를 삶으면 껍질이
빨간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더욱 귀여운 모습이 된다.
가재는 물 속 돌 밑에 숨어서 살아간다. 가재의 눈에는 물 속의 작은 벌레들이 잘
보인다. 그러나 다른 큰 동물들은 가재를 찾을 수가 없다. 만일 큰 물고기나 물뱀,
너구리, 수달 또는 새들의 눈에 발각된다면 금방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가재를 보면
바다의 게나 새우를 닮았다. 그들은 서로 사촌이다. 생물학자들은 이들 무리를
'갑각류' 또는 좀더 자세히 말해 '게새우류'라 부른다. 바닷가의 거북손, 굴등, 갯강구
그리고 민물에 사는 물벼룩 등도 여기에 속한다.
4월경이 되면 가재는 2백여 개의 알을 낳아 배에 붙어 있는 다리(복각이라 부름)에
붙인 상태로 물 속을 다닌다. 그냥 물에 알을 낳아버리면 물고기나 다른 물 속
동물들이 잡아먹어 버리기 때문이다. 알이 부화되어 나오면 가재는 한동안 새끼를
자기의 돌 밑 집에 숨겨두고 기른다. 얼마큼 자란 새끼들은 이제 제각기 살아가기
시작한다. 해가 지고 어두워진 다음에야 돌 밑으로부터 나온 가재는 두 개의 커다란
집게 다리로 먹이를 찾기 시작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작은 곤충이나 애벌레가
아니면 죽은 물고기 등이다. 그들의 두 개의 길다란 촉각을 부지런히 휘두르고 있는
것은 먹이의 냄새를 찾고 있는 것이다. 가재의 더듬이는 냄새를 잘 맡기 때문에
먹이가 있으면 곧 그것을 알아낸다.
가랑잎 밑에 송사리 한 마리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 가재는 두 집게다리로 먹이를
잡고는 앞에 있는 두 다리의 힘을 빌어 살점을 뜯어내어 입으로 넣는다. 실컷 먹은
가재는 다시 제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가끔 이상스런 일이 일어난다.
가재의 딱딱한 등껍질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것이다. 그 아래엔 이미 부드러운 새
껍질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때부터 가재는 탈피를 시작한다. 가재는 껍질이 단단하기
때문에 탈피하지 않으면 더 이상 자랄 수 없다. 낡은 껍질 속에서 꽁무니부터
빠져나온 가재는 마지막으로 촉각과 함께 머리를 꺼내면 완전히 탈피하게 되는
것이다.
부드러운 새 껍질을 가진 가재는 잠깐 사이에 부쩍 자란다. 그러나 그 껍질은 다시
딱딱해진다. 가재는 이런 탈피를 몇 번이고 하는 사이에 점점 자란다. 우리나라의
가재는 크게 자랐을 때 겨우 65mm 정도 되지만 열대의 어떤 가재는 몸길이가
30cm나 되는 것도 있다.
시골 어린이들은 가느다란 철사 끝에 죽은 개구리의 살점을 꿰어 가재가 있음직한
돌 밑으로 가져가 유인해 내어 잡기도 한다. 이런 유인 법으로 잡으려면 아침보다
저녁에 더 잘 잡힌단다. 뭐든지 길러 보길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가재를 집으로
가져온다. 어떤 때 집에 와서 보면 가재가 이미 죽어 있을 때가 있다. 그랬다면
가재를 다는 물의 온도가 너무 더운 탓일 것이다. 가재들이 좋아하는 물은 수온이
차고 또 많은 산소가 녹아 있는 신선한 물이다. 그러므로 잡아오는 동안에 물 온도가
더워진다고 생각되면 곧 찬 새물로 갈아주어야 한다.
가재를 기르려면 어항에는 소독약 냄새가 없는 지하수를 담아줘야 하고, 물이
더워지지 않게 해야 한다. 또 약간의 모래를 깔아 주고 숨어 있을 적당한 돌멩이도
넣어 준다. 먹이는 생선이나 지렁이 조각을 아주 조금씩 넣어 주면 된다. 수초를 심어
두면 더욱 좋겠다.
가재를 잡다 보면 큰 집게다리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가재의 다리는
재생력이 커서 몇 차례 탈피를 하는 동안 새로운 다리가 자라 나온다. 완전히 똑같은
큰 다리로 자라기까지 좀 시간이 걸리지만 가재는 다리가 떨어졌다고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가재에겐 아가미가 있어 물 밖을 나오지 않고 물 속에서 숨쉬며 살아간다.
만일 물 속에 썩은 찌꺼기가 많아 산소가 부족해지거나 하면 곧 죽어 버린다.
그러므로 먹다 남은 먹이 조각은 집어내 버리는 것이 좋다. 이처럼 가재는 오염되지
않은 물만 좋아하기 때문에 가재가 살고 있는가 아닌가 하는 것은 그 냇물이 오염된
물인가 아닌가를 판별하는 척도가 되는 것이다.
자연에서 신기술을 배운다.
바이오마이메틱스(생체모방공학) 전3권 중 제3권
편저: 윤실
제8장 극한상황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지혜
툰드라의 혹한 속에 사는 신비한 식물들
포유동물의 체온은 대개 섭씨 35--40 도로 조절되고, 새들은 이보다 조금 높아
38--43 도를 유지한다. 새들의 체온이 더 높은 이유는 공중을 날 때 날개를 대단히
맹렬하게 퍼덕여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출력을 높게 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에
파충류라든가 곤충의 체온은 외부 온도에 따라 변한다. 특히 파충류의 경우 외부
온도가 지나치게 내려가면 활동을 못하고 동면을 시작한다.
북극이나 남극지방은 기온이 수시로 영하 50 도 이하로도 내려가는 곳이다. 반면에
사막은 기온이 쉽게 영상 60 도를 넘기도 한다. 특히 남아프리카의 칼라하리
사막에서는 낮에 70 도까지 기온이 올라갔다가 밤이 되면 영하 5 도까지 떨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이렇게 추운 곳이나 더운 곳에서 동식물은 교묘하게 적응하며
살아간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 교묘하게 사는 생물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우리는
저온물리학이라든가 저온생물학 또는 열물리학적인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을 찾아내게
될지 모른다.
남아메리카 남단에는 파타고니아라는 땅이 있다. 아주 오래 전인 1903 년에 어쩐
일인지 이 지방의 기온이 영하 30 도까지 내려갔다. 이때 이 지역에 살던
구아나코(작은 낙타를 닮은 동물)가 추위를 견디지 못해 얼어죽어 그 시체가 산을
이루었다. 당시 구아나코들은 강변에 모두 모여 서로 몸을 밀착하여 추위를 견디려
했으나, 그래도 소용없이 결국 동료의 시체를 겹겹이 밟고 올라간 상태로 모두
얼어죽었다.
그 당시 파타고니아에는 강풍까지 불었다. 만일 바람이 없었더라면 그렇게 많이
죽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시속 35km의 강풍이 불었고, 그 바람은 체감온도를
영하 50 도까지 내려 주었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추위를 막을 따뜻한 모피라든가
피하 지방층이 없는 구아나코로서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시베리아라든가 캐나다 북부 유콘지방은 겨울 기온이 영하 50 도로 내려간다.
그래도 이곳에 사는 순록이라든가 엘크사슴, 북극곰과 같은 동물들은 살인적인 추위를
잘 견디고 있다. 추운 곳에서는 큰 동물이 작은 것보다 생존하기 쉽다. 그것은 체중에
비해 몸의 표면적이 적어 열 손실이 줄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종의 동물이라도
추운 지방에 사는 것이 체격이 더 큰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은
키가 1.2m인데, 적도에 가까운 갈라파고스섬에 사는 것은 50cm에 불과하다. 그리고
벌새는 대개 열대에 살고 체격이 아주 적은 편인데, 평균기온이 낮은 파타고니아에
사는 콜리브리벌새는 몸길이가 20cm나 되어 무리 가운데 가장 크다.
북극 가까이 사는 포유동물에 늑대, 여우, 설치류 따위가 있다. 이들은 체중에 대한
표면적이 큰 편이기 때문에 추위를 견디기 다소 어렵다. 그래서 그들은 추운 동안에는
눈을 파고 들어가 눈 밑에서 지낸다. 눈은 열을 잘 전도하지 않아 그곳은 훨씬
따뜻하다. 한편으로 이들은 보온성이 탁월한 털과 솜털, 그리고 피하 지방층을 가지고
있다. 북극에 사는 늑대와 순록, 엘크사슴은 길이가 6.5cm나 되는 긴 털을 준비하고
있다. 동물의 털이나 깃털 사이의 틈새 공간은 대단히 훌륭한 보온 효과를 나타낸다.
털이 길고 촘촘할수록 외부에 대한 열 차단 효과는 커진다.
그런데 엘크사슴의 긴 다리는 털이 하나도 없는 벌거숭이다. 그들의 다리의 발굽을
쳐다보면 저 다리는 얼마나 추울까, 다리를 흐르는 혈액은 얼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겨울철 차가운 논물에 발을 담그고 돌아다니는 새들의 다리와 발가락을
봐도 그렇다. 그러나 그 다리가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피하 지방층을 만들고 털까지
붙이려면 그 동물의 다리는 너무 뚱뚱해질 것이며, 그랬다간 날고 걷는 활동에 지장을
받게 된다.
영하의 기온에서 지내고 있는 갈매기 체온을 조사해 보면, 몸뚱이는 38 도이지만
다리와 물갈퀴발의 온도는 0--5 도로 내려가 있다. 그리고 기온이 영하 30 도인
상황에서 순록의 체온은 37 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다리와 발은 9 도밖에 안된다.
설원에서 썰매를 끄는 에스키모 개의 발 온도는 8 도이고, 그 발바닥은 0 도로
떨어진다. 추운 곳에 사는 동물들은 이처럼 노출된 다리 부분의 체온을 낮게 함으로써
체온 손실을 줄이고 있다.
한편으로 극지 바다에 사는 포유동물인 고래라든가 바다사자, 돌고래 등은 몸이 늘
물 속에서 있기 때문에 체온을 더욱 심하게 뺏기게 마련이다. 특히 꼬리는 심한
운동을 하는 부분이므로 거기에는 더 많은 혈액이 공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꼬리지느러미는 운동하기 좋게 얇은 조직으로 된 구조이므로 두터운 지방층을 형성할
수 없다. 대신 그들은 꼬리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동맥과 정맥의 혈관을
굵게 만들고 한편으로 그 벽을 특별히 잘 싸서 열 손실을 감소시키도록 하고 있다.
극지생물로서 특별히 감탄스러운 존재는 지의류라고 부르는 하등식물이다. 지의류는
조류와 균류가 공생하고 있는 식물로서, 보통 바위나 나무껍질 등에 붙어산다. 특히 이
지의류는 추위에 강해 생물이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해발 7,000m의 고산
바위라든가 극지의 눈이 쌓이지 않은 바위 절벽에도 붙어 살고 있다. 이들은 기온이
영하 20 도까지 내려가도 소량이나마 태양빛을 에너지로 써서 영양이 되는 유기
분자를 합성하면서 산소를 생산하고 있다.
생물의 몸체를 이루고 있는 수분이 얼게 되면 피부가 팽창하면서 세포를 파괴시키고
만다. 그러나 지의류의 몸에 포함된 수분은 그렇게 기온이 떨어져도 얼지 않는다. 또
그들 세포에서는 화학반응이 일어나기에 온도가 너무 낮은 환경이지만 신비스런
방법으로 유기 화학반응을 진행시키고 있다. 과학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어떤 지의류는
영하 70 도와 액체질소의 온도인 영하 196 도에서 보관하다가도 자연 상태로
내놓으면 곧 광합성 활동을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지의류가 가진 화학적, 물리학적인 비밀을 밝혀낸다면, 저온에서
능률적으로 작동하는 태양전지와, 액체를 사용치 않는 축전지 등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또 그러한 지식은 장기간 우주비행을 하게 되거나
우주도시를 건설할 때, 저온 하에서도 광합성을 하여 영양과 산소를 얻는 방법을
찾아내게 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어떤 곤충과 식물은 만년설이 덮인 고산 빙하사대의 눈 속에서도 살고 있다. 그리고
빙하가 녹아 흐르는 물에는 깔따구 같은 곤충과 이끼류의 식물이 왕성하게 살고 있다.
이렇게 영하 20 도 이하로도 내려가는 곳에서 생물들이 어떻게 살 수 있는지는 큰
신비의 하나다. 그렇지만 이 지구상의 생물들은 긴 빙하시대를 지내 오면서 곤충들은
알을 낳고 죽거나, 몸을 번데기로 싸서 그 속에서 견딘다. 곤충들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에게 추위를 견딜 체온조절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개의 곤충은 영하
20 도 이하로 내려가는 환경에서는 번데기 상태라 하더라도 견디기 어렵다, 그러나
어떤 곤충의 유충은 그런 낮은 기온이라도 죽지 않고 견딘다. 만일 열대지방
곤충이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추운 지방의 곤충이 겨울을 날 수 있는 것은 몸에 추위를 대비하는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물은 그 속에 어떤 다른 물질이 녹아 있으면, 어는 온도가 내려가게 된다.
우리는 이런 물리현상을 빙점강하라고 말하고, 결빙을 막아 주는 물질을 결빙방지제
또는 부동액이라 한다. 겨울철에는 자동차 냉각수에 글리콜(glycol)이라 부르는
부동액을 섞어 결빙을 막는다. 만일 물과 글리콜을 각 50%씩 혼합한다면 그 부동액은
영하 34 도까지 내려가야 얼게 된다.
겨울을 대비하는 곤충들이나 빙하 지대의 곤충은 몸의 체액 속에 부동액을 채워
결빙을 막는다. 그들의 쓰는 부동액은 글리세롤이다. 글리콜과 글리세롤은 화학적으로
상당히 비슷한 물질이다. 누에나방의 일종인 세크로피아나방은 번데기가 되어 겨울을
나는데, 그 체액 속에는 3%의 글리세롤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고치벌 번데기에는
20%의 부동액이 들어 있다.
남극과 북극 바다에 사는 물고기 혈액에도 결빙방지제가 포함되는데, 물고기가
개발한 부동액은 글리코프로테이드(glycoproteid)라고 하는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결합한 물질이다. 이러한 냉각방지제는 추운 땅에 사는 식물의 세포도 얼지 않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식물이나 동물의 체액이 영하의 기온에서도 얼지 않으려면 부동액을 포함하는
것만으로는 완전하지 않다. 눈송이라든가 안개, 얼음 알맹이가 만들어지려면 반드시 그
결정체의 중심이 되는 핵(먼지)이 있어야 한다. 만일 핵이 없다면 절대 눈이나 안개의
입자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먼지가 전혀 없는 증류수는 영하 10 도까지
내려가야 언다. 약간만 먼지가 섞이면 0 도에서 얼어 버린다.
그러니까 식물이나 동물의 세포는 모두 수분으로 가득한데 그 수분이 얼지 않으려면
부동액도 포함되어야 하겠지만, 동시에 얼음 핵이 되는 존재를 걸러내어 증류수처럼
아무런 핵이 없도록 세포액을 청소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그러한 필터 청소 작용이
어떻게 세포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저온에서 사는
동물이라든가 저온 환경에서 동면하는 동물에 대한 지식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그에 대한 지식은 인공수정을 위한 생식세포의 장기보존이라든가 장기이식, 그리고
인간의 동면에 대한 중요한 기초지식이 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툰드라 지대를 여행하는 사람은 온갖 키 작은 식물들이 무리를 이루어
일시에 꽃을 피운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광경을 보게 된다. 이와 비슷한 경관은
설악산이나 한라산 같은 고산에 올랐을 때도 경험한다. 1개월도 안되는 짧은 '고산의
여름' 동안에 모두가 꽃 피고 씨를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북극 가까운 캐나다 북부 유콘지방은 한때 금과 은이 많이 산출되어 유명했던 적이
있다. 유콘지방은 1 년 중 겨우 몇 주일을 제외하고는 늘 눈과 얼음이 온통 지면을
뒤덮고 있는 과학자들이 '툰드라'라고 부르는 땅이다.
한창 골드러시를 이루던 시기에 이곳에서는 금을 캐기 위해 땅을 파다 선사시대에
살던 털북숭이 메머드, 바이슨(들소), 야생말 등 여러 동물의 뼈와 몸이 썩지도 않은
상태로 대량 발굴되어 세상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당시에 가장 흥미로운 발견의
하나는 레밍이라는 들쥐가 살던 긴 땅굴 속에서 레밍의 두개골과, 그들이 물어다 놓은
씨앗이 대량 발견된 것이다.
캐나다 국립박물관의 과학자들은 그것들이 적어도 10,000 년 전 큰 지각변동이
일어났을 때 3--6m 깊이에 묻혀 버린 것임을 알았다. 빙하시대에 저장해 둔
씨앗이지만 그중 일부는 마치 금방 물어온 듯이 광택이 나고 아주 싱싱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 과학자들은 혹시나 하여 이들을 발아시켜 보았다. 기적과도 같이 그
씨앗 가운데 6개가 48시간 만에 싹을 냈다. 루핀이라 불리는 콩과의 이 식물은 지금도
북극 툰드라 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수만년 전의 씨앗이 발아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는 일이다.
수목이 무성하게 자라는 적도지대에서 여행을 시작하여 남극이나 북극을 향해
계속해 가면, 너무 추워서 식물이 살기 어려운 툰드라 지대에 이르게 된다. 이런 곳은
밤이 6개월, 낮이 6개월간 계속되기 때문에 식물이 조금이나마 자랄 수 있을 시기는 1
년중 땅의 표면 부분이 조금 녹게 되는 3--4주일간뿐이다.
대표적인 툰드라 지대는 알래스카와 캐나다의 북부, 그린란드, 스칸디나비아 북부
그리고 러시아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베리아 등지이다. 이런 지대가 자그마치
지구 전체 표면적의 10%를 차지한다. 툰드라에는 큰 나무라곤 없다. 짧은 여름
동안에 잠시 자라는 식물은 모두가 땅에 낮게 퍼져서 성장하는데 그래야만 강풍을
견딜 수 있고 태양빛을 가능한 한 많이 받게 된다.
이곳의 식물은 꽃이 피고 잎이 지더라도 곧 추위가 닥치기 때문에 죽은 잎과 줄기가
좀처럼 썩지 않는다. 수십 년, 수백 년을 두고 죽은 잎과 줄기가 그대로 쌓여 지표면을
푹신한 카펫처럼 뒤덮고 있는 것이 이탄(진흙 니, 숯 탄)이다.
툰드라에 사는 식품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 겨우 1,700여 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은 남극에 겨우 4종, 북극에 500여 종이 있을 뿐이고
나머지는 이끼류인 선태류, 소수의 풀 종류이다.
툰드라는 여름이라도 지표 아래는 얼어 있는 영구동토이다. 지표면의 기온도 겨우
영상을 넘을 정도여서 그곳 식물의 성장속도는 아주 완만하다. 그곳에서는 꽃이 핀 그
상태로 다시 눈이 덮이고 얼어 버리기 때문에, 어떤 식물의 꽃은 마치 얼음 속에서
피어난 모습으로 다음 여름까지 그대로 있을 경우도 많다. 더욱 흥미로운 툰드라의
식물은, 꽃에서 생긴 씨앗이 줄기에 매달린 상태로 공중에서 싹이 터서는(모체발아),
땅에 떨어지는 순간부터 뿌리를 뻗으며 성장을 시작하는 광경이다. 또 어떤 종류는
하는 새싹이 움터 나온다. 대자연의 다양함과 적응 능력이 무한함을 실감케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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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극복하는 신비로운 지혜
사람은 너무 더우면 잠조차 이루지 못한다. 만일 더 고온이 된다면 죽음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추위와 함께 더위도 생명을 제한하는 요소인 것이다. 생물체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고,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화학작용을 지배하는 효소들
역시 단백질이다. 고열은 이러한 단백질을 변질시켜버리는 치명적인 조건이 된다.
실제로 생물에게는 추위보다 고온이 더 두렵다. 이것은 불이나 뜨거운 물에 데어 보면
안다.
생물들은 더위를 이기는 교묘한 지혜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진화시켜 왔다. 어떤
조류는 수온이 섭씨 85 도에 이르는 온천수에서 잘 살고 있고, 물고기 중에도 50 도나
되는 수온에서 즐겁게 돌아다니는 것이 있다. 또 식물 중에 사막에 사는 것들은
70--80 도에 이르는 열사(더울 열, 모래 사)에서도 죽지 않고 견딘다. 사막의 어떤
사슴류는 길다란 다리를 가졌고, 어떤 토끼는 커다란 귀를 준비하고 있다. 이것은 몸의
열을 발산하는 방열판 역할을 하여 더위를 피하는 좋은 적응방법이 된다.
코끼리에게는 널따란 귀가 머리의 열을 식혀 주는 방열판 구실을 하고, 사막의 박쥐는
날개를 펼침으로써 체온을 발산한다.
열대에 사는 동물은 모두가 체색이 희거나 옅은 빛깔을 가지고 있다. 만일 짙은
체색을 가지고 있다면 태양열을 많이 흡수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극지에 사는 곰은
왜 흰색일까? 이것은 태양열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체온이 외부로 방사되는
것을 막아주는 빛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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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저에 사는 지구 탄생기의 생명체
태양이 미치지 않는 깊은 바다에 생물이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적다. 더구나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저 10,000m나 되는 심해에 말이다. 수심이 수천m에 이르는
심해 바닥에는 거대한 골짜기와 같은 해구가 있고, 거기에는 지상의 온천과 같은
뜨거운 물과 유황가스가 섞인 기체가 솟아 나오는 굴뚝(분기공)이 많이 발견된다.
놀라운 사실은 이런 해저 분기공 근처에 수많은 동물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높은
수압, 빛이라고는 전혀 없는 어둠의 세계, 유황가스가 가득한 독수 속에 장님게라든가
거대한 조개, 소라, 털이 가득한 입이 없는 관충 따위가 활발하게 살고 있는 곳이 해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그래서 이런 해저의 굴뚝 근처를 '바다의 오아시스'라고 부르고
있다.
바다의 오아시스는 계속 발견되고 있다. 수심 10,00m 되는 곳은 1,000기압이나
되므로 1^356,126,14,134^ 면적에 3 톤의 물이 누르는 압력을 받는다. 심해 잠수정을
이용해 그곳까지 내려가 생물을 채집한 과학자들은 생명의 세계가 얼마나 다양한지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해저 분기공 근처의 환경은 바로 지구가
처음 탄생되던 당시의 사정과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깊은 해저는 수압이 높은 관계로 바닥에서 솟아나는 물의 온도는 섭씨 650
도에 이르기도 한다. 지하로부터 차가운 해수 속으로 스며나오는 기체 속에는
유황가스와 메탄 가스가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무기 염분도 다량 녹아
있다. 유황과 메탄과 염분과 따뜻한 수온이 유지되는 이곳을 삶터로 살아가는 커다란
관충이나 축구공 크기의 조개를 해부해 보면, 그 몸 속에 수백억 개의 유황세균들이
살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조개 몸 500g 속에 100억 개 정도의 유황세균이 공생하고
있었다.
이들 유황세균은 유화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서 황산이나 황산염으로 만드는 화학
합성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반응이 일어날 때는 부산물로 에너지가 나오게 되는데,
이 에너지는 태양에너지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즉 물 속의 이산화탄소와 물을
결합시켜 생명체의 영양이 될 탄수화물을 합성해 내는 것이다. 심해의 오아시스에
사는 조개나 게 등의 동물은 바로 이들 박테리아가 합성한 탄수화물을 영양으로 하여
어둠 속에서도 활발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태양이 없어도 생명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하면 얼른 믿어지지 않는다. 온천의 뜨거운
물에서도 이와 비슷한 유황세균은 발견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 이외의 다른 행성,
예를 들면 산소 대신 유황과 메탄가스가 가득한 화성과 같은 환경에도 생명이
탄생해서 살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 사진 51
사진설명: 심해저의 유황가스가 솟아오르는 곳에서 살고 있는 여러 가지 동물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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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바위에 붙어 수천 년을 사는 동물들
거칠고 메마른 바위만 골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생물이 있다. 그들은 어떻게 바위
위를 그들의 낙원으로 삼았을까? 바위에 사는 대표적인 생물인 바위 이끼가 아름다운
얼룩무늬를 만들기까지에는 얼마만한 시간이 걸렸을까? 윌리엄 에이머스라는 과학자는
산 속의 널따란 바위에 엎드려 무언가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나도
그는 가끔 팔다리를 움직일 뿐 꼼짝도 않고 그대로 있었다. 근처를 지나던 젊은
농부가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를 향해 물었다.
"선생님은 무엇을 그토록 열심히 관찰하고 계십니까?" 그 소리에 놀란 듯, 그는
열심히 들여다보던 카메라로부터 고래를 들어 농부를 쳐다본 후, 미소 머금은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다.
"이 메말라 보이는 바위 위에도 서로 잡아먹고 또 잡아먹히는 생명의 세계가
있어요.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지만, 여기서도 생산하는 생물과 소비하는 생물이 서로
어울려 숨가쁘게 살아가고 있거든요."
지극히 추운 북극이라든가, 반대로 너무나 더운 적도 근처, 일년 내내 비 한 방울
구경하기 힘든 사막, 이런 곳에는 사람이 전혀 살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지구상의
어느 지역에도 사람은 살고 있다. 왜 그들은 언제나 봄날같고 물과 식량이 풍부한
지역에 살지 않고, 그토록 살기 힘든 곳을 택해 살고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서
정확히 대답하기는 힘든 일이다.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인간보다 훨씬 강한 하등
생물들은 인간보다 더 널리 퍼져 지구상의 어디서나 독특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산을 오르면 절벽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라고 있는 소나무나
향나무 등을 보고 감탄한다. 더욱 놀란 것은 그러한 바위 위에 온갖 종류의 이끼들이
강인하게 붙어서 방석처럼 퍼져 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바위 이끼는 바닥에 납작이
붙었고, 어떤 것은 나뭇잎을 닮았다. 그 이끼들을 자세히 보면 총을 든 병사처럼 생긴
것도 있다.
바위 위, 그곳은 보통의 식물은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이다. 뿌리를 내릴 흙도 없고
물도 없다. 그 뿐만 아니라 뜨거운 햇빛이 내려 쪼이면 바위는 화덕처럼 뜨거워진다.
이렇게 고약한 환경인데도 바위의 이끼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우선, 바위
이끼는 강한 햇빛을 받더라도 그 빛을 잘 반사해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끼가
자라는 그 아래는 좀처럼 뜨거워지지도 않고, 그에 따라 수분의 증발량도 적어 수분
부족에도 잘 견딘다. 이끼 종류는 대개가 건조에 잘 견디는데, 어떤 종류는 2 년 동안
비 한 방울 맞지 않아도 살아 남는 것이 있다.
이끼는 다른 식물처럼 무럭무럭 자라지 않는다. 자라는지 자라지 않는지 알기조차
힘들 정도로 서서히 자란다. 그러므로 이끼는 많은 영양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바람에 날려 온 먼지가 이끼 위에 떨어지면 그것이 나중에 영양분이 된다.
대부분의 바위 이끼는 1 년에 1mm도 못 자란다. 그러므로 지름이 1cm쯤 되는
바위 이끼가 있다면 그것은 10 년 이상 자란 것이다. 만일 소풍을 나간 어린이들이
장난으로 바위를 곱게 얼룩지게 하고 있는 이끼를 발로 비비거나 긁어 버린다면,
그것이 다시 자리는 데는 몇 십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바위 이끼에 상처를
준다는 것은 결국 커다란 자연 파괴 행동이 되고 만다.
어떤 과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수명이 4,500 년이나 되는 바위 이끼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고적의 돌담이나 바위에 곱게 붙은 이끼, 그것은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잘 보호된 상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끼가 독립된 식물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끼는 곰팡이
종류와 말(조류) 무리 두 가지 식물이 서로 어울려 공생하고 있는 것이다. 조류는 주로
물 속에 사는 하등한 식물로서 스스로 탄소 동화작용을 하여 살아간다. 어항의 벽에
생기는 파란 식물, 그것은 바로 말 종류의 하나이다.
곰팡이와 말은 서로 사이좋게 공생하여 이끼라고 불리는 식물의 모습으로 자라고
있는 것이다. 바위 이끼의 몸은 95%가 곰팡이고, 나머지 5%가 말이다. 말은
초록색이거나 청록색이 대부분이고, 현미경으로 보아야 겨우 보일 만큼 작다. 그러나
이 말은 곰팡이를 집으로 삼아 살면서, 그 대신 탄소 동화작용으로 생산한 양분을
곰팡이에게 나누어준다. 그러므로 곰팡이는 말에게 집을 빌려주는 대신 영양분을
얻는다. 반면에 말은 영양분을 생산하여, 그 가운데 75%를 곰팡이에게 주고 자신은
살아갈 집을 빌려쓰고 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공생 관계이다.
만일 곰팡이만 바위에 붙었다면, 곰팡이는 스스로 양분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곧
죽고 말 것이며, 말 자신도 그렇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식물이 서로 어울린다면
건조하고, 영양분도 없는 바위 위라도 서로 협력하여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비가
내리면 곰팡이의 몸은 수분을 흡수하여 그것을 몸 속에 오래도록 저장한다. 그러면
말은 곰팡이의 몸 속에서 그 수분을 아껴 가며 영양을 만든다.
맨 바위 위라면 이끼 종류가 겨우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바위가 갈라진 틈에는 더
많은 종류의 생물이 살게 된다. 왜냐하면 바위틈에는 많은 물이 고일 수 있고, 또
나뭇잎 따위의 쓰레기가 모여 충분한 비료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바위
틈 근처에는 이끼도 풍부하고, 고사리도 뿌리를 내리며, 때로는 소나무가 길게 뿌리를
뻗어 살기도 한다. 이런 바위틈은 시원한 그늘도 있고, 다른 짐승이 찾아오기 어렵기
때문에 달팽이가 들어가 쉬기도 하고, 새가 집을 짓기도 한다.
평평한 바위라도 홈이 패인 경우엔, 비가 오면 그 곳에 물이 고인다. 그리고 비가
그치면 하루나 이틀 뒤, 그 물은 말라 버린다. 그렇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에 그
물에는 파래처럼 생긴 말이 생겨나 파랗게 자라기도 하고, 온갖 작은 곤충이 찾아와
살기도 한다. 바위 위에는 메마른 이끼만 붙어 있을까? 그렇지가 않다. 식물이 있는
곳에는 동물도 있게 마련이다. 이끼 틈과 이끼 밑바닥에는 여러 가지 작은 벌레들이
또한 살고 있다. 작은 개미에서부터 달팽이, 응애, 거미, 지네 등등. 정말 지구상에는
생명이 없는 곳이 없다.
* 사진 52
사진설명: 비석 위에, 수백 년을 살아온 이끼가 뒤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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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 속은 뭇 생물이 사는 왕국
퇴비가 부패하는 처음 며칠 동안은 많이 열이 나다가 일주일쯤 지나면 차츰 식어
가기 시작한다. 이 때쯤 쓰레기는 대부분 부패했으나 아직도 많은 것이 남아 있다.
굵은 나무토막 따위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려야 완전히 부패된다. 이 때의 퇴비는
축축하게 젖어 있고, 그 속은 풍부한 영양으로 가득하다. 이번에는 이 퇴비의 뜨겁지
않은 가장자리에 곰팡이와 방사상균이라고 하는 하등식물이 번식하기 시작한다.
방사상균과 곰팡이의 팡이실은 아직 못다 부패된 것들을 분해시킨다.
뒤이어 퇴비에는 온갖 종류의 곤충과 하등동물들이 몰려와 번식하기 시작한다. 만일
퇴비를 헤집어 본다면 온갖 종류의 곤충과 다른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이들 곤충은 퇴비 속에 사는 맨눈에 보이지도 않은 더 작은 곤충이나 하등한
동물을 먹고사는 것들이다.
퇴비에 특히 많이 사는 동물은 선충이다. 선충은 지렁이 비슷하게 생겼으나 몸빛이
희거나 투명한 것이 많고, 현미경으로 보아야 겨우 보일 만큼 작은 것이 대부분이다.
과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사과 한 개가 썩은 것 속에서 90,000 마리의 작은 선충이
발견된 경우도 있다. 이들 선충은 부패한 물질을 먹기도 하고, 퇴비 속의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먹고 번식한다. 이들 선충 가운데는 농작물의 뿌리에 붙어 즙을 빨아먹는
해충도 있다.
퇴비에 사는 여러 가지 벌레들은 그 속에 풍부히 들어 있는 선충을 잡아먹기도
하고, 부패 물질을 먹기도 한다. 이들은 낮 동안 퇴비 속에서 먹고 지내다, 밤이면
퇴비에 구멍을 뚫고 바깥 세계로 나와 교미를 한다. 이때 벌레들이 출입하면서 뚫은
구멍은 퇴비가 썩는 데(부패균이 번식하는 데) 필요한 산소의 출입구가 된다. 또 그
구멍을 통해 퇴비 속의 지나치게 뜨거운 열이 방출되기도 하고, 물이 스며들기도 한다.
퇴비 한 줌을 흰 접시에 담아 놓고 핀 끝으로 헤집으면서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
온갖 곤충이 무수하게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이다. 그 가운데 특히 많이 발견되는 것은 톡톡이류,
진드기류 등이다. 이들은 썩은 잎이나 선충 또는 선충의 알을 먹고산다.
퇴비에는 쥐며느리라는 갑각류와 꼬리에 가위 같은 집게를 가진 집게벌레, 노래기,
지네 등도 보금자리로 삼고 산다. 또 달팽이도 퇴비에 사는 동물의 가족이다. 특히
달팽이는 거친 섬유소를 녹이는 효소를 많이 분비하여 잘 분해되지 않는 쓰레기를
비료로 만드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버린 휴지나 오물, 재, 건초, 쓰레기 등이 그대로 썩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다시 새로운 생명을 자라게 하는 비료가 되어 대자연의 순환을 시작하게 한다.
그러나 아무리 썩혀도 변하지 않는 쓰레기가 있다. 그것은 플라스틱 제품들이다. 온
세상이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이고 있어 모두가 염려하고 있다.
플라스틱을 분해시키는 간단한 방법은 불로 태우는 방법이다. 야외로 소풍갔을 때,
쓰레기를 한자리에 모아 태워버리는 것은 썩지 않는 쓰레기를 분해시키는 자연을
깨끗하게 가꾸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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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를 청소하는 동물 환경미화원
인간이 지구를 정복하면서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지나치게 파괴하고 그것을
되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계의 뭇 생명들은 더러워진 환경을 스스로
청소하면서 지구 환경을 이상적으로 보존하는 완벽한 지혜를 발전시켜 왔다.
집집마다 다니며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청소부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옛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는 시골의 농가라면 큰 불편없이 지낼 수 있겠지만, 도시의
가정에서라면 당장 큰 소동이 벌어질 것이다. 차고 넘치는 쓰레기통, 고약한 냄새,
득실거리는 파리 떼에 단 하루도 견디지 못하고 항복하고 말것이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 나뭇잎들이 떨어져 땅에 쌓인다. 그러나 다음해 봄이 되면 이
낙엽은 모두 썩어 없어지고 깨끗이 청소되어 있다. 만일 가을에 떨어져 내린 낙엽이나
부러진 나뭇가지 따위가 썩지 않고 그대로 자꾸만 쌓여 간다면 어찌될까? 최근 대도시
주변의 산에 쌓인 낙엽이 산성비 현상으로 쉽게 썩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자연계에는 미생물에서부터 고등한 포유동물에 이르기까지 각기 청소를
담당하는 생물들이 섞여 살아가고 있다. 자연의 청소부로서 가장 대규모적인
환경미화원은 '부패박테리아'라는 미생물들이다. 이들은 세상의 모든 쓰레기를
간단하게 분해하여 흔적도 없이 깨끗이 청소해 놓는 동시에 그것이 식물의 비료
성분이 되도록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소나 말, 염소, 그리고 산과 들에 사는 곰, 사자, 이리 따위의 온갖 동물들은 산야에
배설물을 버리면서 살아간다. 만일 그러한 야생 동물의 배설물인 똥오줌이 그대로
자연계에 쌓인다면 그것도 큰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자연계에는 청소부가 다양하게
있다. 동물의 똥을 즐겨 먹는 곤충인 쇠똥구리가 있고, 그러한 오물에서 깨어나 그것을
먹고 자라는 구더기라는 파리의 유충도 있다. 물론 앞에서 말한 미생물(박테리아나
곰팡이 따위)이 가장 중요한 청소부임은 말할 것도 없다.
지구상에 사는 동물은 어떤 것이든 모두 일정한 수명을 가지고 있어, 언젠가는
죽어서 땅 위에 쓰러지게 된다. 어떤 동물은 제 수명을 다하지만 많은 것은 다른
동물에 잡혀 죽기도 한다. 코끼리도 그렇고, 물 속에 사는 물고기도 메뚜기나 거미도
생명이 끝나는 날이 온다.
동물 중에는 다른 동물을 손수 사냥하여 싱싱한 뼈와 고기를 먹는 종류가 있는
반면, 언제나 남이 잡아서 먹다가 버린 찌꺼기 고기만을 먹는 종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하이에나, 재칼 그리고 독수리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여러 마리가
떼를 지어 다니면서 죽은 동물이나 사자 등의 맹수가 먹다 남긴 동물의 뼈와 살을
모조리 청소하는 것이다. 흔히 용감한 새라고 알고 있는 독수리 종류 가운데도 죽은
시체만 먹고 청소하는 종류가 있다.
스스로는 사냥할 능력이 없어 언제나 남이 잡아서 먹다 버린 먹이만 찾아다니는
이런 청소부는 동물 세계의 낙제생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필요 없는
동물이 없다. 그들 역시 동물 세계의 한가족으로서 환경 보호를 담당하는 귀중한
역할을 하는 생명들이다. 그들이 청소부 노릇을 해주지 않는다면 이 자연계는 너무나
더럽고, 여러 가지 병균까지 마구 퍼져 결국 지상의 생명체 전부를 살아남지 못하게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산양을 한 마리 잡은 표범이 배불리 먹고도 그 고기가 반쯤 남았다고
하자. 그러면 먹다 남은 고기를 곧 썩기 시작하고, 파리가 달려들면 곧 구더기로
가득해질 것이다. 또한 고약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고, 거기에는 온갖 병균까지
득실거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먹이만을 찾아다니는 청소부 동물이 있기 때문에
자연계는 더러워질 사이도 없이 깨끗이 보존되고 있다.
하늘 높이 날면서 땅에 놓인 죽은 동물을 찾는 독수리 눈은 시력이 대단히 좋다.
그리고 어떤 독수리는 머리와 목에 깃털이 거의 없다. 그것은 지저분한 먹이를
파먹더라도 깃털에 오물이 묻지 않도록 하는 데 편리하다.
한편으로 하이에나와 재칼 같은 시체 청소부는 대단히 튼튼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어 굵은 뼈까지 깨끗이 바수어 먹으며, 그들의 위장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은
뼈와 털까지 간단히 소화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하이에나가 청소한
곳에는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다.
아프리카의 하이에나와 독수리는 서로서로 돕고 있는 관계라고 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하늘을 날던 독수리가 어딘가에 내리면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하이에나도 곧
독수리를 쫓아간다. 독수리가 내린 곳에는 반드시 하이에나도 먹을 식량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독수리는 하이에나가 모여 있는 곳을 찾아내어 그곳으로
날아간다.
* 사진 53
사진설명: 독수리와 하이에나는 아프리카의 동물세계에서 청소부 역할을 한다.
이렇게 볼 때, 자연계의 청소부는 어디에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산에도,
초원에도 바다에도, 사막에도, 생물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청소부가 있어야 한다. 물
속의 경우 올챙이도 하나의 청소부원이다. 올챙이의 입에는 작은 이빨이 있어 죽은
물고기를 뜯어먹을 수 있다. 그러나 일단 개구리가 되고 나면 죽은 것은 먹지 않는
버릇을 갖게 된다.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듯이 개구리는 언제나 움직이는 벌레만을
혓바닥으로 냉큼 잡아먹는다.
땅 위의 부지런한 청소부로서 개미를 빼놓을 수 없다. 개미는 식량이 되는 것이면
곤충의 시체이든 지렁이이든 무엇이나 집으로 물어 간다. 개미는 분비액을 내어
저장한 먹이가 썩지 않도록 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만일 저장해 둔 메뚜기의
살점이 썩어 버린다면 괜히 운반하느라 고생만 한 결과가 될 것이다.
바닷가에도 청소부가 많이 있다. 특히 갯강구는 바다에 떠밀려 바닷가에 버려진
온갖 바다 동물의 시체를 운반하고 있다. 여러분이 바닷가의 바위나 방파제에
올라갔을 때, 바퀴벌레처럼 떼지어 도망 다니는 벌레가 바로 갯강구이다. 그리고 게
종류도 훌륭한 바다의 청소부이다. 바위틈을 돌아다니며 사는 게 중에는 바다 동물의
시체를 찾아내어 먹어 치우는 것이 많이 있다.
바다의 물고기 가운데는 '레모라'라고 부르는 종류가 있다. 이 물고기는 상어의 몸에
달라붙어 기생을 하는데, 머리 부분에 있는 빨판으로 상어 몸에 달라붙어 상어의 몸
속으로부터 피를 빨아먹으며 일생을 살아간 이 레모라는 자신이 일생 붙어살던
주인상어가 죽게 되면 이번에는 청소부가 되어 그 상어의 몸뚱이를 먹어 치운다.
바다에 사는 갈매기도 때로는 청소부 노릇을 한다. 갈매기는 주로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그러나 다른 동물의 시체나 곤충, 때로는 다른 새의 알을 먹어
치우기도 한다. 이처럼 동물의 세계에도 많은 종류의 청소부가 자연계의 쓰레기를
치워주기 때문에 깨끗하고 건강한 자연이 유지되어 가는 것이다.
제9장 주변의 식물에서도 배울 것이 무한하다.
지구에 석유를 만들어 준 단세포의 작은 식물
1905 년 7월, 태풍 '페이'에 떠밀린 유조선 씨프린스호가 전남 여천 해안에서
좌초하여 기름을 쏟아냈을 때, 남해안 일대 양식 어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한편으로
그때 기름으로 뒤덮인 바다에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도 막심했다.
어느 추운 겨울 날 아침, 뉴욕으로부터 50km쯤 북쪽에 있는 아몽크라는 호수에 두
과학자가 찾아왔다. 그들은 꽁꽁 언 호수 위를 걸어서 가운데쯤에 이른 다음 얼음
구멍을 뚫고는, 수심 50cm 간격으로 6m 깊이까지 12층의 물을 각각 떠서 병에
담았다. 호수의 물을 수집하여 연구실로 가져온 과학자들은 현미경을 사용하여, 차가운
겨울 호수의 물 속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조사했다.
겨울이 되면 호수는 더욱 깨끗하고 맑아진다. 그 이유는 추위 때문에 물 속에 사는
여러 미생물의 수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사실 얼음이 얼 정도의 찬 호수에는
미생물이 거의 살지 못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조사한 그 호수의
물에는 놀랍게도 상당히 많은 단세포 하등식물이 살고 있었다.
찬물에 살고 있는 그 생물은 과학자들이 '규조'라고 부르는 식물로서, 이들은
맨눈으로는 보지 못할 정도로 작은 단세포이다. 그런데 이 규조류는 호수보다 오히려
바다에 훨씬 더 많이 살고 있다. 규조가 번성하는 곳은 바다 중에서도 제일 위층에
속하는 표면층이다. 규조는 식물이기 때문에 광합성을 하는 엽록소를 가지고 있으므로,
태양이 잘 비치는 얕은 층에서 더 잘 번성하는 것이다.
지구상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식물이 살고 있다. 이 지구상에서 식물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어디일까? 아프리카 밀림, 아마존의 정글, 동남아시아 열대 밀림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정답은 바다의 표면층이다.
지구 표면적의 70%는 바다이다. 그 바닷물 속에는 위에서 말한 규조가 깜짝
놀라도록 많이 살고 있다. 만일 해수욕장의 물을 1리터 떠서 그 속에서는 규조의 수를
모두 헤아린다면 1,000 만 개를 넘는 막대한 수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세계 바다 표면층에 사는 규조의 양을 모두 합한다면 엄청난 양이 된다.
식물이 탄소동화작용을 하여 산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물론 지상의 모든
벌레와 물고기와 각종 동물이 산소 부족으로 죽게 될 것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이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산소의 90%는 열대지방의 정글이 아니라 바다에 사는
규조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러니까 아마존 정글의 모든 숲보다 수십 배나 더 막대한
양의 규조라는 식물이 바다에 살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인간은 석유 없이는 살지 못하게 되어 있다. 당장 휘발유가 떨어지면 모두
자동차가 움직이지 못하고 공장의 기계도 돌지 않는다. 원유에서 뽑아낸 화학성분으로
만드는 온갖 플라스틱 제품, 나일론과 같은 합성 섬유, 화학 약품, 타이어 등의 원료가
고갈되어 모든 것의 생산이 중단되고 만다.
석탄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잠깐 생각해 보자. 석탄은 고대에 무성하게 지표면을
덮고 살던 식물이 큰 지각 변동으로 땅밑에 파묻혀 높은 열과 압력을 받아 탄소
성분만 남게 된 것이다. 이 검은색 석탄은 높은 열을 내면서 잘 타기 때문에 발전소
등에서 중요한 연료로 쓰이고 있다. 이렇게 석탄은 식물이 변한 것이기 때문에
석탄층에서는 식물 화석이 흔히 발견된다.
바다의 규조는 수억 년 전에는 지금처럼 풍부하게 살고 있었다. 이들은
박테리아처럼 두 조각으로 나뉘어 번식하기 때문에 대단히 잘 불어난다. 수명을
다하고 죽은 규조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죽은 물고기 뼈도 함께 바다 밑으로
떨어진다. 이런 침전이 수억 년 동안 진행되자 깊은 바다 밑에는 규조 시체가 수백m
두께로 쌓이게 되었다. 어느 시대인지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나, 산이 바다로
들어가고 해저가 육지로 되는 등 대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지각변동기에 해저의 일부 규조층은 지하 깊이 묻히게 되었다. 그리고
무겁게 눌려 압력을 받고 열이 오르게 되자, 규조층은 화학 변화를 일으켜 석유로
변해 버렸다. 액체인 석유와 기체인 천연가스는 스며 나와 지하 웅덩이 적당한 곳에
고여 수억 년을 지내왔다. 오늘날 중동 지역과 미국, 북해, 동남아시아 등에서
채굴되는 석유는 이렇게 하여 생겨난 것이다. 만일 규조가 수억 년 전 고대로부터
살지 않았더라면 우리 인류는 석유가 없어 지금과 같은 화려한 문명 세계를 창조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규조층이 지하에서 화학변화를 일으키고 나자, 그 자리에는 찌꺼기만 남았다. 그런
찌꺼기 층을 '규조토층'이라 부르는데, 이는 반드시 유전 가까운 곳에서 발견된다.
규조토는 분쇄하면 밀가루처럼 고운 분말로 된다. 그리고 이것은 규조의 껍질이
변질되지 않고 남은 것이어서 그 주성분은 모래의 성분(규소)과 같다.
땅에서 파낸 규조토는 대단히 중요한 지하자원의 하나이다. 이들은 모래알처럼
단단하기 때문에 기계 따위를 깎을 때 쓰는 연마재, 미세한 먼지와 세균까지 걸러내는
필터의 원료, 전기 절연제 등에 쓰인다. 특히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의 중앙선을
나타내기 위해 바르는 흰 페인트에는 꼭 규조토를 혼합해서 만들고 있다. 그 이유는
이것을 섞은 페인트는 밤에 헤드라이트 빛을 잘 반사해 주어 운전자의 눈에 선명하게
보이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규조토를 현미경으로 보면 그 표면이 물질보다 거칠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치
고요한 호수면보다 출렁이는 강물이 태양빛이나 달빛을 더욱 아름답게 반짝반짝 잘
반사하듯이 거친 표면은 난반사를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원리로 표면이 거친 입자로
만든 흰 페인트는 불빛을 아주 잘 흩어지게 해주는 것이다.
규조토의 표면이 거친 데는 이유가 있다. 규조를 현미경으로 보면 그 종류가 대단히
많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자구상의 바다에는 약 5,500종의 규조가 살고 있다.
이들은 관찰해 보면, 하나하나의 모양이 얼마나 정교하고 아름다운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래서 어떤 과학자는 규조를 일컬어 '가장 아름다운 살아 있는 보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규조의 모습은 사실 어떤 보석 세공사도 또한 미술가나 조각가도 그려
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모습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연보다 더
훌륭한 슈퍼 디자이너는 없다"라는 말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바다에 석유가 떨어지면, 석유는 엷은 막이 되어 광대한 면적을 뒤덮게 된다. 그러면
석유층이 공기와 바다 사이를 가로막아 탄산가스와 산소 교환이 되지 않는다. 그 결과
수중 식물과 동물은 호흡을 못하게 된다. 또한 석유가 물고기의 피부와 아가미에 묻게
되면 그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바다에서 가장 두려운 재앙이 있다면 그것은
석유의 대량 오염이다.
* 사진 54
사진설명: 4, 5종류의 규조가 보인다. 이들의 세포벽은 모래의 성분은 규소로 되어
있다. 이들은 석유를 만들어 낸 식물이지만 석유에 오염되면 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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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조는 해저에 제3의 화석연료를 무진장 만들어 두었다.
세상 사람들이 하는 고민은 개인마다 종류가 다르다. 그러나 전인류가 한결같이
염려하는 큰 걱정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면 핵전쟁이 나면 어쩌나, 거대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지 않을까, 인구가 너무 많아 식량이 부족해질 텐데, 공해 때문에 살 수
없을 지경이 되면 어쩌나,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구 온도가 올라간 탓으로 남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려 바다 수면이 훌쩍 높아지면 어디서 사나, 열대의 정글이 다 파괴되고
사막이 더 넓어지는 일은 없을까, 암에 걸리면 어쩌나 등이 공통의 걱정이다. 여기에
하나 더하여 '석탄과 석유와 천연가스를 다 파서 쓰고 나면 다음에는 무엇으로 연료를
하나'하는 유난히 큰 걱정이 있다.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는 '화석 연료'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이들은 모두 고대에
살던 동식물이 지하에 묻혀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석탄은 과거에 지상에
무성하게 자라던 식물이 변한 것이고, 석유는 바다에 살던 단세포 식물(위에서 말한
규조가 대부분)이 죽어서 수천 만 년 동안 해저에 수북히 쌓였다가 대지각 변동이
일어났을 때 땅밑으로 들어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천연가스(도시가스)는 석유가
만들어질 때 그 부산물로 형성된 것이다.
이런 화석연료는 그 동안 파내어 발전소와 공장, 자동차, 집 등에서 연료로 했기
때문에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우 깊은 해저나 남극, 북극과 같이 사람이 일하기
어려운 곳에만 조금 남았다. 그나마 앞으로 수십 년 더 지나면 모두 없어지고 말
지경이다. 바다에서도 얕은 곳에 있는 것은 파내기 쉬우나, 수백m를 넘는 깊은 해저에
묻혀 있다면 채굴이 아주 어렵다.
이렇게 볼 때 인류가 당장 맞게 될 가장 큰 걱정은 연료의 부족이다. 여기에
대비해서 과학자들은 풍력발전소, 태양열발전소, 지열발전소, 파도의 힘을 이용하는
파력발전소, 해류를 이용하는 조석발전소 등을 만들어 화석연료를 줄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 한편으로 원자력을 더 잘 이용하는 방법도 꾸준히 연구한다. 그렇지만 그 어느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수소폭탄 원리를 이용하는
발전소(핵융합발전소)는 그 기술 개발이 너무 어려워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지난 1995 년 11월, 미국 서쪽 노스캐롤라이나 주 해안에서 약 300km 떨어진
바다에 특별한 배 한 척이 떠 있었다. '조이데스 리솔루션'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해양탐험선에는 40 명을 넘는 과학들이 대단한 준비를 해와서 해저탐사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길이가 141m인 조이데스호는 해저에 있는 석유를 찾는 시추선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이 조사선은 강풍이 불고 파도가 심하게 쳐도 한치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도록 만든 특별한 배이다. 만일 파도와 바람에 이리저리 밀리는
배라면 바다 밑바닥에 구멍뚫는 작업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배가 전혀 요동하지
않도록 컴퓨터가 모든 것을 조정하는 이 선박은 첨단 시설을 갖춘 세계적으로 유명한
탐사선이다.
* 사진 55
사진설명: 많은 과학자들이 타고 바다 밑을 파보는 실험을 한 조이데스 리솔루션호.
이 탐험선은 8,000m 깊은 바닥까지 파내려가는 유명한 시추선이기도 하다.
이 배의 또 다른 자랑은 중앙에 탑처럼 세워진 해저 8,000m까지 구멍을 뚫는
시추장비(시추탑)이다. 이것은 지하수 구멍을 팔 때 쓰는 드릴과 비슷한 장치인데,
시추탑에서는 지하의 암반을 마치 가래떡처럼 길다란 파이프 상태로 파올린다.
과학자들은 이 암석을 온갖 첨단장비와 컴퓨터를 써서 분석한다. 이것을 조사하면
그곳의 지질이 어떠한지, 석유나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는지, 또 그 양은 얼마나
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날 이 시추선에 오른 과학자들은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어 연구에 참여하고
있었다. 해저 굴착작업에 들어가자 과학자들은 해저의 암석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처음에는 바닥을 덮고 있던 진흙이 나오고, 다음으로 단단한 암석이 올라왔다.
과학자들은 그 샘플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 저온 냉장고에 차례로 넣었다. 그들은
나중에 이 샘플을 조금씩 떼내어 여러 가지를 조사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과학자들은 조금 전에 끌어올린 플라스틱 파이프 속의 샘플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을 발견했다. 직전까지 회색의 차가운 물질이 분명히 있었는데,
어느 사이에 없어진 것이다. 과학자들이 이 배에 오늘처럼 많이 모인 것은 바로 이런
장면을 직접 보려는 것이었다. 분명히 있었던 물질이 사라진 것은, 마치 드라이
아이스가 기체로 되어 날아가 버린 것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드라이
아이스는 탄산가스를 높은 압력으로 눌러 얼음 같은 고체로 만든 것이다. 모든 기체는
온도를 아주 낮추고 압력을 높이면 물 같은 액체가 되거나, 단단한 고체가 되는
성질이 있다. 프로판가스 통에 든 것은 프로판가스를 고압으로 눌러 담은 액체상태의
연료이다.
해저에서 파올려 배 위에 올려놓자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 물질은, 깊은 해저에서는
고체상태로 있던 것이 배 위에서 기체로 변한 것이다. 이 물질의 이름은 '가스
하이드레이트', '가스 수화물' 또는 '메탄 수화물'이라 부른다. 이것은 메탄가스와 물
분자가 심해저의 높은 압력 때문에 결합하여 고체상태로 된 것이다.
과학자들이 보는 앞에서 탁구공 크기의 가스 수화물이 완전히 없어져 버리는 데는
약 20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면 이 신비스런 물체의 정체는 무엇인가? 과학자들은
이 물질의 주성분이 메탄가스이기 때문에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다
소모하고 없을 때, 그것을 새로운 화석연료로 이용하려 한다.
그러면 해저 깊은 곳에 있는 이 가스 수화물이 얼마나 묻혀 있을까? 과학자들이 그
동안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 양은 현재 지하에 남아 있는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전부를 합친 것보다 2배나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만일 그것을
파내어 이용할 수 있다면 석유 다음 연료로 수십 년 간 대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가스 수화물이란 것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을까?
그렇지는 않다. 1810 년에 영국의 험프리 데이비라는 화학자가 메탄 수화물을 처음
발견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100 년도 더 지난 뒤, 바다 밑바닥에서 석유를 찾던
사람들이 그런 물질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은 이 물질을 아주 귀찮게
여겼다. 왜냐하면 오히려 시추작업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사람들은 가스
수화물 덩어리에 성냥을 그어 대면 불이 붙어 오래도록 타는 것을 알고는 장난을 치곤
했다. 그러나 가스 수화물은 모두 아주 깊은 곳에 묻혀 있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 깊은 곳에 있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알아내기도 어려웠다. 그런 가운데 해저개발 기술이 점점 발달하자, 과학자들은 메탄
수화물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들 가스 수화물은 세계 전체
바다에서 발견되었다. 시베리아와 캐나다, 알래스카 대륙 북쪽에서는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도 발견되었다. 이 새로운 화석연료는 어떻게 생겨나 지금까지 지하에 파묻혀
있었을까? 여름에 시궁창을 들여다보면 바닥에서 공기방울이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이것은 시궁창의 쓰레기가 썩을 때 생기는 메탄가스이다. 이런 메탄가스가 가득한
맨홀이 가끔 폭발하여 사고를 일으키는 일이 있다. 메탄가스는 쓰레기를 모은
곳에서도 생겨나 가끔 큰 화재를 내기도 한다. 또 석탄광산에서 폭발사고가 났다고
하면, 갱 속에 가득한 메탄가스에 전기 스파크 등이 불을 붙여 터지도록 한 사건이다.
발전소나 난방 보일러에서 쓰는 천연가스의 성분도 대부분 메탄가스이다.
이런 메탄가스는 생물체가 죽어 부패하거나 높은 열과 압력을 받으면 자연히
생겨나는 물질이다. 바다 밑바닥에는 끊임없이 바다생물의 시체(가장 많은 양이
규조이다)가 수북히 쌓인다. 이들은 바다 바닥을 흐르는 해류를 따라 이동하다가 아주
깊은 곳이 있으며 거기에 수백m 높이로 가득 쌓이게 된다. 이런 곳에 박테리아가
번식하게 되면, 마치 시궁창에서 메탄가스가 생겨나는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해저 수천m 깊은 곳은 수압이 너무 높고 온도는 영하에 가깝다. 그러므로 여기서
생겨난 메탄가스는 그대로 있지 않고 물과 화학반응을 하여 '메탄 수화물'로 된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같은 해양생물의 시체가 쌓인 것일지라도, 미생물의 영향이 아니라
지각의 변동 때 지하에 파묻혀 높은 열과 압력을 받아 생겨난 것이다. 미국
캐롤라이나 주 대서양 연안 수심 2,700m 되는 바다 밑에서는 특히 많은 양의 메탄
수화물이 매장된 것이 발견되었다. 여기 한 곳에만 미국이 소비하는 천연가스를 60
년간 쓸 수 있는 양이 매장된 것이다.
이번 과학자들의 조사 때, 바다 밑바닥에서 파낸 가스 수화물은 지상에서 그 부피가
170배로 불어나는 것을 알았다. 중요한 문제는 그렇게 깊은 곳에 있는 화석연료를
어떻게 파내면 좋을까 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걱정도 나오고 있다. 이
메탄가스가 공기 중에 많이 섞여 들면 탄산가스보다 온실효과 영향을 더 심하게 주게
된다는 것이다. 온실효과란 공기 중에 탄산가스 양이 늘어나 지구의 기온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만일 메탄가스까지 지하에서 그대로 공중으로 쏟아져 나와 지구
기온을 높이게 되면, 바다 수면이 올라가 육지가 줄어들고 지구 전체에 큰 기상
변화를 불러오게 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조심만 하면 오히려 이익을 볼 수도
있다. 메탄가스를 연료로 쓰면 천연가스나 석유를 태울 때보다 탄산가스가 4분의
1밖에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잘만 이용한다면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탄산가스 양이 오히려 적어 온실효과 속도를 훨씬 줄일 것이다.
메탄 수화물은 전세계 바다 골고루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어떤 곳에서는 700m
깊이에서도 발견되었다. 이제 해저의 메탄가스를 잘 이용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또
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은 그토록 깊은 바다 밑 바위 속에 갇혀 있는 메탄
수화물을 어떤 방법으로 쉽게 파 올릴 것인가 하는 기술이다. 과학자들은 파도가
몰아쳐도 움직이지 않는 시추선에서 깊은 해저로 파이프를 박아 무진장한 메탄가스
수화물을 뽑아내는 방법을 꼭 찾아낼 것이다. 지난날 우리나라 동해와 남해에서도
석유를 찾아 시추작업을 했다. 이제는 다시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더 깊은 곳에
있을지 모르는 가스 수화물을 찾아 시추작업을 벌이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바다의 단세포식물 규조에 다시 고마움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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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동시에 주는 묘약의 생산자 양귀비
지구상에는 약 40 만 종의 식물이 살고 있지만 그들 가운데 죽음에 이른 사람을
살려 내기도 하고 반대로 인간을 악과 죽음의 수령으로 끌어들이기도 하는 신비스런
식물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아편이라는 특별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양귀비라
부르는 식물이다.
양귀비는 흰색 또는 붉은 색의 무척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그러나 그 모습이
곱다고 해서 아무나 재배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양귀비에서 추출한 물질이 마약
중독자들과 범죄 집단 사이에 불법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 모든 나라는
허가 없이 일반인이 양귀비를 절대 재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만일 누군가가 이
식물을 몰래 경작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하다가는 그는 중벌을 염할 수 없게 된다.
이빨을 뽑은 직후 아픔을 참지 못하고 있으면 의사는 코데인이라는 알약을 준다. 그
약을 먹고 나면 통증을 씻은 듯 사라진다. 또 감기가 들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기침이 날 때, 코데인 성분이 녹아 있는 물약을 먹으면 기침이 잠잠해진다. 이러한
효험을 나타내는 신비의 약은 바로 양귀비에서 추출한 모르핀이라는 물질이 코데인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르핀이란 마취 작용과 기침 진정 효과를 나타내는 물질의
화학적 이름이고, 코데인은 모르핀을 주성분으로 한 응급환자 치료용 약품 이름이다.
신장 결석이 되거나 췌장에 탈이 나거나, 또 심한 화상을 입거나 큰 상처를 입으면
그 고통은 견딜 수 없다. 이럴 때 의사는 아픔을 일시적으로 잠재우는 진통제로
모르핀 주사를 적절히 사용한다. 심장에 어떤 탈이 났을 때, 모르핀을 사용하면 즉시
혈관이 팽창하여, 혈액이 허파로 역류하는 것을 막아 준다. 전쟁터에서 부상병을 응급
치료하는 위생병은 언제나 약 상자에 모르핀 주사를 가지고 다닌다. 그것은 부상병이
고통을 못 참아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환자의 근육에 모르핀을 주사하여 일단
진정시킨 뒤 병원으로 후송토록 하기 위해서이다. 의학적 용도에서 본다면 모르핀이란
얼마나 중요한 약품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처럼 훌륭한 약품인 모르핀이 참으로 무서운 약품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것은 이 약품이 그 어떤 마약보다도 무서운 습관성이 있는 탓이다. 그러한 습관성은
그 약 기운이 떨어지는 시간이 되면, 다시 약을 공급받기 위해 어떤 범죄 행위라고
해야 할 정도로 인간의 정신을 몰락시킨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마약 중독자'라고
부르며, 그런 중독 환자가 발견되면 강제로 감옥에 넣어 완전 치유될 때까지 오랜
기간 치료를 받게 한다.
양귀비가 꽃을 피운 뒤 그 꽃잎이 떨어지고 나면 어린 씨가 들어 있는
씨방(꼬투리)이 동그랗게 자라난다. 초록색의 씨방 겉을 칼로 상처를 내면 그 자국에서
하얀 액체가 우유처럼 방울져 스며 나온다. 이 흰 즙액 속에 모르핀 성분(질소가
포함된 알카로이드)이 대량 포함되어 있다. 이 흰 액체는 건조되면서 흑갈색의
고무처럼 변한다. 이런 것을 여러 나무에서 채취하여 덩어리로 만든 것이 아편이다.
* 사진 56
사진설명: 꽃이 진 뒤 씨방이 크게 자라면 그 표면에 상처를 낸다. 상처에서 스며
나온 흰 즙액은 곧 초콜릿 같은 검은 갈색으로 변한다. 이것을 긁어모아 덩어리로
만든 것이 생아편이다.
중동 지역에서는 3,500 년 전부터 아편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약으로 사용해 왔다.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13세기에 사이프러스 상인들이 아편을
술이나 물에 녹여 이집트에 가져가 팔았으며, 기원전 12세기경에는 아편을 상아로
만든 파이프에 넣고 코로 그 냄새를 흡입했다고 한다. 7세기경에는 아라비아인들에
의해 아편이 인도에 알려지고, 17세기에는 중국까지 전해져 아편을 담배처럼 피우는
사람이 생겨났다.
1840 년부터 1842 년 사이에 벌어진 중국과 영국 사이의 아편전쟁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건이다. 이 전쟁은 영국이 아편을 중국에 싣고 와 불법으로 팔게 되면서
일어났다. 힘의 전쟁에서 불리해진 중국은 남경조약을 맺어 홍콩을 영국이 다스리는
국제 도시로 개방하게 되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신음하고 있을 때, 누군가
예수께 드리려고 했던 '쓸개가 든 물' 그것은 아편을 녹인 물이었다. 당시 유대인이
쓰던 히브리어로 쓸개는 아편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4세기에 이미 아편을 진통제로
사용했다. 아편의 화학적인 성분이 처음으로 밝혀진 것은 1815 년의 일이다. 독일의
과학자인 셰퇴르너는 아편의 화학구조를 밝히고 거기에 모르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것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꿈의 신'인 모르페우스의 이름에서 따 온 말이다.
양귀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학명으로 파파베르솜니페룸이라 부르는
것만 제외하고 다른 종류는 화초로 재배할 수 있다. 그러니까 개양귀비라든가
캘리포니아양귀비(금영화) 같은 것은 정원에서 키울 수 있다. 이런 종에는 아편 성분이
거의 없다. 아편은 그냥 먹기도 하고 담배처럼 피우기도 하며 근육에 주사맞기도
한다. 주사는 1853 년에 발명되었으므로 그 이후부터 이용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편을 많이 먹거나 하면 생명이 위태롭다. 마약 중독자가 생겨나는 것은
약을 사용했을 때 불안이 없어지고 자기를 잊는 좋은 기분을 한동안 느끼기 때문이다.
마약을 몇 차례 경험한 사람은 그러한 순간을 잊지 못해 다시 찾게 된다. 마약을 쓰면
아주 잠깐 사이에 중독자로 변한다.
일단 중독자가 되면, 약효가 몸에서 떨어졌을 경우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오고,
구역질이 나며,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중독자는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마약이고, 마약 없이는 살 수 없는 마음이 되고 만다. 그들은 약을 구하기
위해서는 거짓말, 강도, 구걸 등 무슨 짓이든 하게 된다.
1898 년에는 헤로인이라는 마약이 만들어졌다. 그것은 모르핀에 초산을 첨가하여
만든 것으로 그 약효가 빠르고 더욱 강했다. 마약 범죄 집단에서는 검은 생아편
덩어리를 거래하기도 하고, 모르핀 성분을 화학적으로 순수하게 정제하거나, 나아가
헤로인으로 만들어 거래한다. 전세계의 공항과 부두에서는 이러한 마약이 몰래
운반되는 것을 조사하기 위해 개를 훈련시켜 승객의 짐을 일일이 조사하고 있다. 잘
훈련된 개는 마약을 통조림으로 만들어 밀봉해 와도 찾아낸다.
마약성을 가진 식물에는 양귀비 외에 몇 종류가 있다. 대마초(삼베 원료가 되는
식물)의 잎과 꽃을 말린 마리화나, 코카나무 잎에서 추출한 코카인 등이 그것이다.
양귀비를 대량 밀재배하는 장소가 세계 곳곳에 있다.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이란,
파키스탄, 라오스, 멕시코, 이집트 등의 고산 지대나 정글 같은 오지가 그러한 곳이다.
그런 한편으로 국가의 엄중한 감시를 받으며 정당하게 양귀비를 재배하는 나라가
있다.
모르핀은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한 약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재배하여 다른 나라에
제공하는 나라도 있어야 한다. 인도가 바로 세계 최대의 생아편 생산국이고, 러시아,
터키, 루마니아,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은 양귀비 줄기를 말린 대를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폴란드, 체코,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는 우수한 양귀비 종자를 생산하여
재배국에 판매하고 있다.
오늘날 양귀비는 스웨덴과 같은 북쪽에 있는 나라에서부터 적도지대, 우림지대,
고산지대 등 여러 환경과 지형에서 재배되고 있다. 양귀비도 생산지의 환경에
알맞도록 여러 품종이 개량되어 있는 것이다.
인도에서 생아편이 주로 생산되는 이유는 그 재배와 아편 채취에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생아편을 생산하려면 씨방에 일일이 상처를 내고 또 흘러나온 즙액을 시간
맞춰 채취해야 하는 등 손이 대단히 많이 간다. 때문에 인건비가 비싼 곳에서는
재배하기 어렵다. 인도의 경우 7,000여 개 마을에서 약 20 만 가족이 이 일에
종사하고 있다.
그들은 채취한 생아편을 햇볕 아래서 건조시켜 수분 함량이 20% 내외가 되도록
하여 일정한 무게의 검은 덩어리를 만든다. 인도의 아편 농장이나 건조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엄중한 감시를 받으며, 일이 끝나면 몸과 입은 옷까지 물로 말끔히
씻은 뒤에야 집으로 갈 수 있다.
인도는 세계의 의사들이 사용하는 아편의 대부분을 생산한다. 그러나 그 2배나 되는
아편이 아시아와 멕시코 등에서 불법으로 생산 거래되고 있단다. 미국을 비롯한 각
나라의 경찰이 국제적인 협력 아래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것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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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는 인간에게 가장 쓰임새가 많은 식물
겨울 기온이 영하 10 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비교적 온화한 온대지방과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대나무는 인간의 생활에 어떤 식물보다 유용하게 이용되어 왔고,
그 용도는 날이 갈수록 더 늘어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필리핀 등의 사람들은 대나무를 여러
모로 편리하게 이용한다. 대나무가 유용하기는 우리나라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플라스틱이 생산되면서 대나무가 상당히 뒤로 밀려났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의
하나는 대나무 생산량이 부족한 점에도 있다.
동남아지방은 대나무가 아주 잘 자르는 곳이다. 그곳 사람들은 예부터 대나무로
집을 짓고 배를 만들었으며 바구니, 모자그릇 따위의 온갖 도구를 만드는가 하면, 큰
건축물의 공사장에서는 인부들의 오르내리는 발판재료로 쇠 파이프를 대신하여 대량
사용하고 있다. 사실 그곳 사람들은 대나무가 없으면 당장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게
될 것이다.
대나무는 유럽 대륙과 남북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자란다. 그 가운데서도
동남아시아는 대나무가 특히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전세계의 대나무 종류는 약
1,000가지이며, 우리나라에는 약 15종이 자라고 있다.
대나무는 줄기의 굵기, 색깔, 마디의 모양, 자라는 키, 잎의 모양 등이 종류마다
다르다. 어떤 대나무는 기껏 자라야 겨우 10cm도 안 된다. 반면에 가장 큰 종류는 다
자라면 높이가 60m에 이르고 줄기의 지름이 60cm나 된다.
사실 대나무는 나무라기보다 풀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대나무는
분류학적으로 벼나 옥수수, 강아지풀에 가까운 식물이기 때문이다. 대나무라고 불리게
된 것은 풀에 속하는 식물들이 갖지 못한 특징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대는
대단히 강하고 빳빳하며 구부림에 잘 견디는 대단히 좋은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 또
대는 결이 바르기 때문에 손으로 가공하기가 쉽다.
대나무는 그 모습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탓으로 사람들은 대나무를 정원에 심어
가꾸었으며, 그림의 소재로 삼아왔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겨울에도 녹색을 잃지
않는 대나무의 신선함을 사랑하여, 곧고 강인한 인간 정신의 상징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대나무를 쪼개 보면 속이 비어 있고 중간 중간 마디가 있다. 만일 대의 중간에 이런
마디가 없고 속이 비지 않았다면, 대는 그렇게 강하지 못할 것이다. 대의 그러한
구조는 역학적으로 아주 강한 힘과 탄력을 갖게 하는 것이다. 대나무의 마디는 강도를
더하게 하기도 하지만, 대와 대를 끈으로 길게 이을 때, 단단히 맬 수 있게 하는
매듭이 되어 준다.
대나무는 땅밑에 지하 줄기가 있고, 그 지하 줄기에서 뿌리가 뻗어나간다. 대나무의
지하줄기는 사방으로 나가다가 이른 봄이 되면 중간 중간에서 새순을 낸다. 이것이
자라 땅위로 올라온 것을 죽순이라 부르며 고급 요리의 재료로 쓴다.
대나무를 번식시키려면 이러한 지하줄기를 파내 옮겨 심으면 된다. 대나무는 꽃을
피우지 않기 때문에 씨를 얻을 수 없다. 그러나 대나무가 어쩌다 꽃을 피우는 때가
있다. 대나무가 개화하게 되면 대나무 재배 농부는 큰 걱정을 한다. 왜냐하면 꽃을
피운 대나무는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대나무는 종류에 따라 30 년, 60 년, 120 년을 주기로 꽃이 피고 있다. 대나무가 왜
꽃이 피면 죽는지 그 이유를 과학자들도 아직 모른다. 하지만 한 지역에서 어떤
대나무 종류가 개화하면, 같은 종류의 대나무는 온 나라오 세계의 것이 동일시기에
모조리 꽃이 핀다. 꽃 핀 대나무가 모두 스러지고 난 뒤 다시 죽순이 올라와 새로운
죽림을 이루자면 5 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우후죽순이란 말이 있다. 이는 죽순이 대단히 빨리 자라는 데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에 많이 자라는 참대의 경우, 24시간 사이에 60cm나 자란 기록이 있다. 대는
죽순이 나오고 나서 6--8주일 만에 키와 굵기가 완전히 자라고, 그 뒤에는 성장을
멈추고 재질이 단단해지기만 한다. 첫해에 나온 대는 수분이 많고 조직이 부드럽기
때문에 마르면 쪼그라들고 갈라져 재목이 안 된다. 단단한 대는 5 년 이상 자란
것이어야 한다.
이처럼 쓸모가 많은 대나무는 미래에도 중요한 자원식물의 자리를 지킬 것이다.
다른 나무라면 한번 심어 재목으로 쓰기까지 적어도 10 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대는 베어 내고 나면 다음해 새순이 나오고 5 년 만 지내면 재목으로 훌륭히
쓸 수 있다. 대의 용도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중요하고 다양해질 것이다.
* 사진 57
사진설명: 참대의 죽순은 하루에 60cm나 자라기도 한다. 대나무는 다년생 풀이지만,
그 줄기가 나무처럼 단단하여 나무라고 불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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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의생활을 해결해 준 특별한 섬유식물 목화
70--80 년 전까지만 해도 목화 농사는 주곡 재배만큼이나 중요한 일이었다.
목화씨에서 솜을 틀고, 무명실을 잣고, 베틀에 앉아 천을 짜는 일은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 힘든 집안일이기도 했다.
목화는 벼만큼이나 중요한 식물이지만 사람들은 그에 대해 무관심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목화는 천혜의 섬유로서 그 생산량과 용도는 날로 늘어가고 있다. 오늘날
세계인이 입는 옷의 절반은 목화실로 짠 면직이다. 1992 년도 통계에 의하면, 이 해에
세계 80개 목화 재배국에서 생산한 목면의 총량은 180 톤, 최대 솜 재배국은 중국,
미국, 인도순이다. 미국은 전체 생산량의 12.5%를 재배한다.
인류가 언제부터 목화를 키워, 그 씨를 싸고 있는 긴 흰색의 천연섬유를 틀어 내어
그것을 가늘게 꼬아 실을 잣고, 그 실로 천을 짜서 옷을 해 입게 되었는지는 확실치가
않다. 다만 인도, 중앙아메리카 그리고 남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이 수천 년 전부터
재배해 왔다는 것만 알고 있다. 특히 인도에서는 기원전 1,800 년경의 '모헨조다로'
유적지에서 무명천이 발견되는데, 이 당시부터 서기 1500 년대까지 인도는 세계
최고의 목화산업 중심지였다.
목화는 그 종류가 많으며 원산지에 따라 각기 다른 품종을 재배해 왔다. 이 목화가
중국에 전해진 것은 불교와 함께 기원전 600 년경이었고, 유럽과 아메리카,
아프리카에는 그로부터 2000 년도 더 지난 서기 1500 년경이었다.
우리나라에 목화가 처음 전래된 것은 1363 년의 일이다. 당시 원나라에서 3 년이나
유폐 생활을 하다 귀국하게 된 문익점 선생이 붓대롱 속에 씨를 숨겨 와 경남
산청에서 재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목화는 온대성 식물이어서 우리나라에선 남쪽지방에서 주로 재배되었다. 솜이
전국에 보급되면서 이전까지 삼과 모시풀에서 뽑아낸 섬유나 누에의 명주실로 짠 옷을
입던 우리 선조들은 무명천으로 모든 것을 대신하게 되었다. 흰옷을 입는 의복의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솜을 원료로 하는 제품은 참으로 많고 또 모두가 중요하다. 그 천으로는 옷을
비롯하여 손가방, 천막, 레이스, 커튼, 화장품, 껌 등의 원료가 된다. 목화는 인류에게
솜으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씨에서는 면실유라는 세계인이 먹는 식용유를
짜낸다. 또 씨 자체는 고기나 우유를 대신할 정도의 영양가 높은 식품이 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목화씨에는 '고시폴'이라는 약간의 독성을 가진 물질이 들어 있어
그냥 먹을 수는 없다(다행히 기름으로 짜낸 면실유에는 이것이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고시폴만 없다면, 목화씨는 굶주린 가난한 나라에서 영양식으로 먹을 수
있다.
고시폴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자면 비용이 든다. 그 때문에 여러 목화
육종학자들은 독성이 함유되지 않는 품종을 개발하려고 무척 노력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1994 년 텍사스에 사는 우드로 로저스라는 79세된 노인
농부가 25 년간 꾸준히 교배 실험을 계속한 끝에 결국 고시폴이 없는, 그러면서
섬유의 질도 뛰어난 종자를 개발했다.
이 노인은 원래 1,500 만 평의 목화농장을 가지고 있었으나, 새 목화씨를 개량해 낸
뒤로는 재배면적을 50배로 넓혀가고 있다. 왜냐하면 한 회사가 농부의 목화씨를 전량
구입하기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목화는 세계의 역사를 바꾸어 놓기도 했다. 1771 년 영국의 리처드 아크라이트가
물레방아로 면사를 짜는 편리한 방적기를 발명함으로써 영국은 산업 혁명기에 당장
최대 면직공업국으로 변해 큰 부를 얻게 된 것이다. 또한 1793 년에는 미국의 엘리
휘트니가 목화씨에 단단히 붙은 섬유를 발라 내는 자동기계를 발명하여, 하루에 한
사람이 손으로 500g 뜯어내던 솜을 그 10배나 가려내게 되었다.
그에 따라 미국은 광대한 면적의 목화농장을 만들어 자국과 영국의 솜 수요를
충당하느라 점점 더 많은 흑인 노^36^예를 부리게 되었다. 남북전쟁이 일어났던 1861
년에는 노^36^예 수가 250 만 명에 이르렀으니, 노^36^예해방 후 미국의 목화농장은
얼마나 큰 타격을 받게 되었을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드넓은
목화밭에서 목화만을 따는 기계가 발명되자 면농업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오늘날
미국의 목화밭을 누비는 수확기 한 대는 과거에 노^36^예 300--1,000 명이 하던 일을
해치우고 있다.
면직은 그것을 표백하고 염색하는 과정에 상당한 공해물질을 남기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자랄때부터 고운 색상을 가진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고
이미 갈색과 녹색 솜을 다래 안에 수북이 담고 있는 종자가 나오기고 했다. 오늘날
화학적으로 만든 어떤 섬유보다 목면은 생산성과 이용도와 편리함이 크다. 인류는
21세기에도 목화를 사랑하고 또 품종개발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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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식량이 된 벼 이야기
벼를 추수하는 계절은 농부들에게 1 년 중 가장 바쁘고 보람을 느끼는 때이다.
우리들은 매일 농부들의 땀 흘려 거둔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지만, 특히 도시의
어린이들은 그 쌀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등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 사람들은 수천 년 전부터
쌀을 주식으로 삼아 왔다. 쌀 농사가 잘되는 해는 식량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나 홍수나 가뭄, 이상 기후, 병충해 등으로 흉년이 들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굶주려야 했다.
오늘날 전세계 50억 인구 가운데 약 20억의 사람이 매일 쌀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21세기가 되어도 별로 변함이 없을 것이다. 전세계에서
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인도(약 28%)와 중국(24%)이다. 우리나라(남한)는
전세계 쌀 수확량의 약 1%를 생산하고 있다.
쌀은 식량이 되는 가장 중요한 곡물이지만, 아주 옛날부터 벼라는 식물이
우리나라엔 자라지도 않았다. 과학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벼농사는 약 7,000 년 전에
기온이 덥고 비가 많이 내리는 아시아 대륙의 적도지방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
벼가 점점 보급되어 지금은 전세계로 퍼져 북위 53 도나 되는 추운 소련이나 중국
땅을 비롯하여, 인도와 네팔의 고지대에서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열대지방에서만 자라던 벼가 이처럼 추운 땅에까지 널리 퍼지게 된 것은 그 사이에
낮은 기온에도 잘 견디는 품종이 개량되었고, 재배 기술이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벼
품종 개량은 지금도 계속되어 더 많은 수확을 내도록, 병충해에 강하도록, 강풍이
불어도 잘 넘어지지 않도록, 밥맛이 더욱 좋도록, 이삭에 낟알이 무겁게 달려도 줄기가
휘어지거나 부러지지 않도록 연구하고 있다.
벼는 인류가 7,000 년이나 재배해 온 식물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 수없이 많은
품종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지금은 전세계에 약 12 만 가지 이하의 벼 품종이 있다.
그러나 이 많은 품종이 모두 재배되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은 연구용으로만 키우거나
그 씨앗만 보존하고 있고, 수십 가지 정도의 중요 품종만 지역 특성에 따라 재배되고
있다.
벼는 대부분 얕은 물 속에 뿌리를 담그고 자라는데, 어떤 품종은 물이 없는
맨땅에서도 자랄 수 있으며, 또 어떤 것은 아주 깊은 물에서도 잘 성장한다. 이런
품종은 열대지방의 홍수가 잦은 지방에 사는 벼이다. 이 품종은 홍수가 나서 물이
키보다 높게 괴게 되면 하루에 10cm씩이나 쑥쑥 자라 잎과 이삭을 수면 밖으로
내놓게 된다. 그럴 때는 벼의 키가 5--6cm에 이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방에서 재배하는 쌀 품종은 낟알이 짧고 통통하며, 밥을
지으면 끈기가 있고 기름을 바른 듯 광택이 난다. 그러나 열대지방의 쌀은 기다랗고
색깔이 투명하며, 밥을 해보면 밥알이 하나하나 떨어져 젓가락질을 할 수 없을 만큼
끈기가 없다. 파키스탄과 인도의 일부 지역에서 재배하는 어떤 쌀은 길고 훌쭉하며
특이한 향기까지 난다.
벼농사 기술이 특별히 없었던 옛날에는 1 헥타르의 땅에서 고작 1.5 온의 쌀을
생산했다. 그러나 지난 1960 년 이후부터는 혁명적인 품종 개량이 이루어지고 지배
기술도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 쌀 재배 기술이 가장 발달된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등지에서는 1 헥타르당 5--6 톤의 쌀을 생산한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농부 가운데는
1 헥타르의 논에서 최고 기록으로 10--13 톤까지 생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미얀마,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아직도 겨우 2--3 톤을 생산할 뿐이다.
벼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오늘날의 과학자들 중에는 새로운 유전자공학적인 방법을
써서, 벼도 마치 콩과식물처럼 스스로 뿌리에서 질소 비료를 생산하면서 자랄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는 사람도 있다. 벼 품종이 개발된다면, 농부들은 더 적은 비료를 주면서
더 많은 벼를 수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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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를 인류에게 육류식품을 제공한다.
수천 년 전부터 멕시코와 남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면서 큰
도시를 이루며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옥수수가 전세계인이 먹는 귀중한 작물이
되어 있으며, 미래에는 더욱 중요한 용도를 가지는 곡식이 될 전망이다.
옥수수는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어 인간의 식량으로 쓰일 뿐 아니라 가축의 사료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이고 있다. 만일 지구상에 옥수수가 재배되지 않는다면 당장에
수억의 인구가 굶주려야 한다.
세계에서 옥수수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미국으로 전세계 수확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된 옥수수는 절반 이상이 외국으로 수출된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옥수수를 수입하는 나라는 러시아와 일본, 그리고 한국이다.
지금으로부터 500 년 전인 1492 년, 스페인의 탐험가 콜럼버스는 온갖 역경을
이기고 중앙아메리카에 도착했다. 그곳의 원주민들은 자기들의 먹는 곡식의 씨앗들을
콜럼버스 일행에서 선물로 주었다. 그 가운데는 유럽인이 처음 보는 옥수수 씨도
포함되어 있었다. 콜럼버스는 이 씨를 가지고 그 이듬해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그 후
100 년도 지나지 않아 옥수수는 유럽 전 대륙은 물론 아프리카와 아시아에까지
보급되어 전세계에서 재배되는 농작물이 되었다.
옥수수는 지구상의 어떤 곳에서도 잘 자라고 그 수확량도 많다. 이 식물은 고도가
3,600m에 이르는 안데스 산맥 고지에서도 자라는가 하면, 기온과 습도가 높은 아마존
정글에서도 자라고, 기온이 섭씨 46 도에 연중 비가 200mm밖에 내리지 않는
사막지대에서도 잘 자란다.
우리나라에 옥수수가 들어온 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른 곡물을 재배하기 어려운 산간 지방에서 많이 경작해 왔다. 지금도
강원도에서는 옥수수가 식량으로서 뿐만 아니라 가축의 사료로도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옥수수라고 하면 팝콘이나 강냉이, 하모니카를 불 듯 뜯어먹는 삶은 옥수수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옥수수를 이렇게 직접 먹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전체
옥수수 생산량의 약 절반은 먼저 가축의 사료로서 전세계의 소, 돼지, 닭 등을 기르는
데 쓰이고, 그 나머지가 직접 먹거나 옥수수 전분, 옥수수 식용유, 옥수수 시럽 등을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
콜라를 먹을 때 느끼는 단맛은 설탕이 아니라 옥수수로 제조한 시럽이다. 이것은
설탕보다 싼값으로 생산되며, 치약 속의 단맛도 이 시럽인 경우가 많다. 또 옥수수로
알코올을 만들어 술을 빚기도 하고, 그것을 무공해 자동차 연료로도 사용한다. 알코올
연료는 공해 가스인 일산화탄소가 생기지 않으며, 휘발유 연료와는 달리 검댕도
만들지 않는다.
솜으로 짜는 옷감 속에 옥수수 줄기의 섬유를 넣으면 아주 질긴 천이 된다. 또
종이를 제조할 때 옥수수 전분을 섞으면 대단히 강한 용지가 된다. 옥수수 식용유를
옥수수의 씨눈만을 모아서 기름을 짠 것이다. 이 밖에도 옥수수는 화장품, 크레파스,
잉크, 건전지, 과자, 아이스크림, 아스피린 따위의 의약품, 그리고 페인트 등의 제조에
중요한 원료가 된다.
또 다른 한 가지 중요한 용도는 공해가 없는 플라스틱, 말하자면 땅에 묻히면 썩어
버리는 플라스틱을 만들 때 옥수수 전분을 섞어야 제조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옥수수는 이런 무공해 플라스틱 제조에 없어서는 안될 재료이다. 예를 들어 '옥수수
플라스틱'으로 어린이 장난감이라든가, 낚시꾼의 루어(가짜 미끼), 골프 공을 올려놓는
티, 귀를 후비는 못방망이자루, 권총의 탄피, 아기 기저귀 등을 만들 수 있다.
인류가 옥수수를 키워서 식량으로 할 목적으로 집 근처에 재배하게 된 것은 약
7,000 년 전부터이다. 당시의 옥수수는 야생이었기 때문에 지금과는 전혀 다른 크기와
모양, 빛깔, 냄새, 맛을 가지고 있었다. 또 그 때의 옥수수는 하나의 자루에 겨우 네
줄로, 열 알 정도의 낟알의 붙어 있는 빈약한 것이었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수천 가지 품종의 옥수수가 용도에 따라 재배되고 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생산량이 많고, 병충해와 가뭄에 강하고, 보다 맛 종은 옥수수 품종을
개량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 중에는 아프리카 대륙의 건조하고
토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옥수수 품종 개발도 들어 있다. 그곳의 굶주리는 사람들이
충분한 식량의 생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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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쇠고기를 생산하는 콩
예부터 사람들은 콩(대두)을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말해 왔다. 한국인의
식탁에는 어느 때고 콩이 오르지 않는 날이 없다. 두부, 콩나물, 된장 찌개, 간장,
식용유, 두유, 콩을 넣은 과자 이들 모두가 콩에서 얻는 식품이다. 콩을 처음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약 3,000 년 전 중국에서부터였다. 그리고 그 콩이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은 약 2,000 년 전이었다.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 식품으로 콩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중국, 한국, 일본이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콩 농사를 제일 많이 하는
나라는 미국으로서, 전체의 3분의 1을 생산하고 있다.
동양에서는 콩을 거의 사람이 먹지만 미국이나 서양에서는 콩을 소나 돼지 닭 등의
가축을 키우는 사료로 대부분 쓰고 있다. 그 밖에 콩에서 뽑은 식용유는 가정에서
요리에 쓰기고 하지만 마가린, 마요네즈, 비누의 원료가 된다.
콩은 기름지지 못한 토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콩 뿌리에 질소 비료를 합성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생하고있기 때문이다. 콩을
뿌리째 뽑아 관찰해 보면 그 뿌리에 매달린 작은 혹들을 보게 된다. 이것의 바로
질소고정 박테리아가 만든 것으로서, 뿌리 조직 속에 박테리아가 들어가 생긴 것이다.
콩이 식품식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질소 비료가 부족한 땅에서 잘
자리기도 하지만, 콩 속에 영양분이 대단히 풍부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콩의 영양가를
분석해 보면 단백질이 약 40%, 지방이 18%, 탄수화물이 7%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달걀의 영양가에 뒤지지 않는다. 따라서 콩이 성장하는 어린이들에게 특히 좋은
영양식품이 된다. 가난한 나라의 굶주리는 사람들을 먹일 구호식량으로는 콩을 가장
많이 보낸다. 이것은 영양가도 훌륭하지만 운반하거나 보관하기에도 아주 편하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까지는 중국이 콩의 최대 생산국이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모두 중국에서 콩을 수입해 갔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 중국은 공산국가가
되었고, 중국에서 콩을 사가던 서양 나라들은 다른 곳에서 콩을 구해야 했다. 이때
미국의 농부들은 얼른 넓은 땅에 콩을 심어 많은 양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은 매년 40억 달러 이상의 콩을 외국으로 수출하고 있고, 수출량의 2배에 달하는
콩은 국내에서 가축을 기르거나 식용유를 생산하는 데 쓰고 있다.
콩으로 만든 음식 중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두부이다. 두부 제조법은 약 2,000
년 전에 중국에서 나왔다. 두부는 생콩을 물에 불려서 죽처럼 간 다음 이것을 끓여서
단백질 성분만 뽑은 것이다. 이렇게 두부를 뽑고 나면 콩 껍질인 비지가 찌꺼기로
남는다. 이 비지도 영양가가 많으며, 요리를 잘 하면 별미의 식품이 된다.
콩 1kg으로 약 4kg의 하얀 두부를 만들 수 있다. 특히 한국인은 삶은 콩을
발효시켜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서는 1 년 내내 먹는 식품을 만들고 있다.
콩을 삶아 뭉쳐 메주를 만들어 두면, 거기에 '아스파라질루스'라는 이름을 가진
곰팡이가 가득 번식하게 된다. 이 곰팡이의 팡이실에서는 효소가 나와 콩의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탄수화물은 당분으로 변화시킨다. 된장의 독특한 맛은 이 아미노산과
당분에서 나오는 것이다.
과거에는 집집마다 가을이면 메주를 만들어 방안에 매달아 두었지만, 오늘날에는
메주가 거의 전문적인 식품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런 상업적인 메주공장에서는
특히 맛을 좋게 하는 미생물을 이용하여 보다 맛이 좋은 메주를 빠른 시간에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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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가 오면 감자가 식량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일이다. 독일의 나치 포병들은 소련을 침공하여 소련의 중요한
농업 연구소인 파블로브스키실험 농장까지 마구 포격하고 있었다. 이 실험 농장에서는
특히 감장의 품종 개량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었다. 그때 이 농장의 수석 과학자
아브라함 카메라츠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가 포격을 견지지 못해 결국 피난을 떠나게
되었다. 그는 연구를 하고 있던 씨감자를 배낭에 가득히 담아 등에 지고, 차도 못 타고
걸어 레닌그라드로 피난 갔다.
그가 보물처럼 지고 간 감자는 완두콩 크기의 보잘것없는 것이었지만, 그에게는
어떤 무엇보다도 귀중한 것이었다. 그는 페루에서 어렵게 들여온 이 감자를 가지고
자기 나라 국민을 배불리 먹일 수 있도록 추위와 병에 강한 품종으로 개량하려고 했던
것이다.
레닌그라드에 무사히 도착한 그 과학자는 동료 과학자들을 만나 컴컴한 숙소에서
추운 겨울을 지내게 되었다. 그 겨울 내내 그들은 그 감자가 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끊임없이 난로를 피워야 했다. 난로를 피울 나무가 모자라 헌 가구를 부수어 때기도
했다. 자칫 감자가 얼어 버린다면 이 실험 농장의 연구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은 그 감자를 쥐가 먹지 않도록 교대로 지켜야 했다. 식량이
없어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 감자는 한 알도 손대지 않았다. "소련은 훌륭한 감자
없이는 독일을 이길 수 없다." 소련 과학자들의 생각은 오직 하나 이와 같은
애국심뿐이었다.
우린 쌀이 주식이지만 유럽 여러 나라와 소련에서는 감자가 제2의 주식이 되어
있다. 온 세계 170 여 개의 나라 가운데 130개 이상의 나라에서 감자가 재배되고
있는데, 연간 총생산량은 약 3억 톤으로, 값으로는 1,1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
3억 톤으로 경부고속도로 넓이의 길 위에 빈틈없이 깔아 놓는다면, 지구를 여섯
바퀴나 돌면서 덮을 수 있는 양이다.
온 세계의 감자 생산량을 보면, 유럽과 소련에서 전체의 75%가 생산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감자를 생산하고 있는 나라는 소련으로서 세계 총 생산량의
35%를 차지하고, 다음으로 폴란드가 15%, 미국의 3위로 5%를 생산한다.
감자는 추운 지방에서도 잘 자라고, 다른 곡식의 두 배에 가까운 많은 양이
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감자에 들어 있는 양분도 훌륭하다. 스칸디나비아의 어떤
사람은 감자와 마가린만 먹으며 300일을 살았으나 아주 건강했다.
감자는 전분과 단백질, 비타민 B와 C, 그리고 철분이 풍부한 음식이다. 특히
감자에는 지방이 없어, 체중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좋은 식품이 되고 있다. 감자
3kg에는 어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2,500 칼로리의 영양분이 들어 있다. 오늘날 이
감자는 주로 빵 대신에 식사용으로 삶거나 요리하여 먹는다. 그 밖에도 감자는 술의
원료가 되고, 가축의 사료 등으로 쓰이고 있다.
감자는 재배기간이 짧다. 심지어 90--120일이면 생산하는데, 급할 때는 50일
만에도 캐내어 먹는다. 감자는 세계 어디서나 잘 자란다. 히말라야나 안데스
산맥에서는 4,000m의 고지에서도 재배되고, 북극 가까운 곳, 아프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에서도 자란다. 다만 너무 덥고 습기가 많은 열대 정글에서는
재배하기가 어렵다.
감자는 원래 남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의 수천 년 전부터 재배해 왔다. 감자가
처음으로 유럽에 퍼지게 된 것은 16세기쯤이었다. 감자는 잘 자라고, 생산량도 많으며
맛이 좋았기 때문에 금방 유럽 곳곳에 퍼져, 유럽 사람들의 중요한 식량이 되었다.
1845 년의 일이다. 영국의 왼쪽 섬인 아일랜드는 아주 가난한 섬이었다. 그러나
감자가 생산되면서 먹을 것이 많아지자 인구가 부쩍부쩍 늘어나 800 만 명에 달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 해 아일랜드의 여름은 춥고 비가 많았다. 그리고는 이어서 가뭄이
계속되었다. 그 해 아일랜드의 감자는 모두 곰팡이에 의한 마름병이 들어 땅속에서
모조리 썩어 버렸다. 감자 흉년이 아일랜드만의 비극이 아니고 온 유럽에 공통된
현상이었다. 감자 흉년이 계속되면서 아일랜드에 무서운 굶주림이 닥쳤다. 2 년
동안에 100 만 명이 굶어죽었고,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죽은 사람을 묻어주기 위해
구덩이를 팔 기운조차 없었다.
1845 년부터 1851 년 사이에 아일랜드 사람은 100 만 명 이상이 견디다 못해 미국
대륙으로 이민을 떠났다. 굶주리고 병든 사람들은 배를 타고 미국으로 가다가 배
안에서 수만 명이 죽기도 했다. 이때의 기근은 세계 역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비극
가운데 하나이다.
옛날의 감자는 지금처럼 크지도 않고 생산량도 많지 않았다. 감자가 미국 땅에 처음
건너간 것은 1719 년이었다. 그리고 1892 년에 미국의 유명한 농업과학자인 루터
버뱅크가 오늘날처럼 크고 훌륭한 감자 종자를 개량했다.
좋은 감자 즉 추위에 강하고, 생산량이 많고, 맛이 훌륭하고, 병에 강한 감자의
개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페루의 안데스 산속에는 유명한 국제감자연구소가
있다. 이곳에서는 13,000여 품종의 감자를 재배하면서 새로운 것을 개량하고 있다.
몇 해 전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유전공학자들은 감자와 토마토가 서로 비슷한
관계의 식물임을 이용하여 그들의 세포를 융합시켜 '포메이토'는 식물을 만들어 냈다.
처음 목적은 뿌리에는 감자(포테이토)가 열리고, 줄기에는 토마토가 열리는 새로운
식물을 만드는 데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포메이토에는 감자도, 토마토도
제대로 열리지 않는 쓸모 없는 식물이었다. 이상적인 포메이토를 만들어 내려면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뒤따라야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충남 농촌진흥원에서는 아주 다른 방법으로 포메이토를 육성하고 있다.
농촌진흥원의 과학자들는 감자와 방울토마토를 접목시키는 방법으로, 감자와 토마토를
동시에 수확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때 감자를 뿌리로 하는데, 보통 때보다 더 많은
감자와 방울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성공은 앞으로 연구를 잘하면
유전공학적인 방법으로도 포메이토를 육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다고 하겠다.
한편으로 최근에는 세포배양 방법을 써서 시험관 속에 우수한 씨감자를 생산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씨감자를 심으면 씨알이 작은 감자가 열려 수확량이 준다.
그러나 세포배양 방식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씨감자를 생산하여 그것을
심으면 감자 수확량은 훨씬 많아진다.
앞으로 인구가 크게 불어나 식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 북극에 가까운
지역(시베리아 등)에서도 감자를 심게 될 것이다. 또 석유가 부족해지면 감자를 더
많이 재배하여 거기서 알코올을 뽑아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사방 100m의 밭에 감자를 심으면 약 14,000리터의 알코올을 생산할
수 있단다. 그리고 더 먼 훗날 수천 년 뒤, 지구에 빙하기가 찾아온다면, 그때는 벼도
밀도 자라기 어렵고 다만 감자만이 잘 수확할 수 있는 식량자원 식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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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공룡 나무 시코이어와 레드우드
세계의 모든 식물 가운데 가장 키가 크고 몸집이 뚱뚱하며, 오래 살고 훌륭한
재목이 될 수 있는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시코이어 국립공원'에서 원시림을 이루고
사는 '시코이어' 나무이다. 이곳에 사는 시코이어 중에는 키가 100m를 넘는 것이
허다하며, 이들은 하늘을 향해 아주 똑바로 자라기 때문에, 그 밑에서 위를 우러러보면
마치 나무가 하늘의 구름을 뚫고 서 있는 듯하다.
한편 같은 캘리포니아 주의 '레드우드 국립공원'에는 시코이어 나무와 사촌인
'레드우드'라는 나무가 살고 있다. 이것은 키가 더 커서 세계 최고 빌딩과 같은 키를
가진 생물이 되어있다. 레드우드 중에서 가장 키다리는 그 높이가 110.4m라고
측정되었다.
시코이어는 레드우드보다는 조금 작아 평균 키가 60--90m인데, 그 대신 줄기가
레드우드보다 더 굵다. 따라서 부피와 무게가 가장 많이 나가는 나무는 단연
시코이어가 된다. 특히 '셔면 트리'라는 별명을 가진 한 그루의 시코이어는 그 무게가
1,250 톤이나 되어 우주 왕복선 13척 무게와 맞먹고 있다. 이 나무의 밑둘레는
31m이며, 지금도 더 자라고 있다. 만일 이 나무를 베어 차에 싣는다면 10 톤 트럭
100 대로도 모자란다.
시코이어는 그 나이도 대단하다. 가장 늙은 시코이어는 약 3,200살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많이 자라는 은행나무는 씨를 심은 지 약 15 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게 된다. 그러나 시코이어는 적어도 70년 이상 자라에 3.6g 정도의 무게를 가진
씨를 맺기 시작한다.
이들 키쟁이 식물이 그토록 높이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식물에서 볼 수 없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진 때문이다. 첫째로 이 나무들은 햇빛을 아주 조금 받아도 잘 자란다.
조사에 따르면 시코이어는 보통 태양빛의 100분의 1정도로 약한 빛이 비치는 그늘
아래에서도 훌륭하게 자라 다른 나무 위로 쑥 오를 수 있다.
두번쩨로 이 시코이어는 가지를 치지 않고 외기둥처럼 직선으로 자라는데, 그
무게중심을 아주 잘 잡고 있다는 것이다. 키가 큰데 무게중심이 기울어져 있으면, 그
나무는 강풍이 불거나 눈이 많이 쌓이거나 하면 옆으로 넘어지고 만다.
세번째 자랑은 그 뿌리에 있다. 시코이어의 뿌리는 그물처럼 사방으로 뻗어, 뻗친
길이가 60m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뿌리는 옆에서 자란 다른 시코이어의 뿌리와도
서로 마구 얽혀 그물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 뿌리는 땅밑으로는 거의 들어가지
않아 겨우 2m 정도만 내려갈 뿐이다. 이것은 정말 놀라운 자연의 건축술이다.
네번째는 그 줄기와 잎에 '타닌산'이라는 화학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
물질은 식물에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와, 나무를 갉아먹는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
이 때문에 시코이어는 그 나이가 몇 천 살이 되어도 고목처럼 줄기에 구멍이 생기거나
하지 않고 언제나 튼튼히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시코이어의 다섯번째 자랑은 어쩌면 그 나무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그것은
뿌리에서 빨아올릴 수분을 100m가 넘는 높은 곳까지 끌어올리는 훌륭한 물관을 가진
것이다. 보통 크기의 시코이어는 하루에 1,100--1,200리터의 물을 좁다란 물관을
통해 꼭대기 나뭇잎까지 보낸다.
여섯번째 자랑은 이 나무의 두터운 껍질이다. 60cm가 넘는 두터운 수피(나무 수,
가죽 피)는 숲에 불이 나더라도 그 열로부터 나무를 잘 보호해 준다. 이들 나무가 이
나이가 되도록 산불에 희생되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두터운 수피 덕분이다.
지구상에는 2,500 만 년 전까지만 해도 여러 곳에 이런 시코이어 나무가 살았다.
그러나 과거에 지구 기온이 추워지고 건조해지자 모두 죽어버리고 캘리포니아 주의
해안쪽과 산맥 일부에만 남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이 시코이어가 증가하는 대기오염과
온실효과 등으로 더 이상 살지 못하고 죽게 될까봐 염려하고 있다. 지상에 살았던
온갖 생물 가운데 가장 크고 수명이 긴 시코이어가 인간이 만든 공해 때문에 사리지게
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 사진 58
사진설명: 수 천만 년 전에는 이런 거대한 나무가 지상을 덮고 있었다. 이 나무들은
땅에 묻혀 석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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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물 저장고 바오밥나무
남부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칼의 초원지에는 '바오밥'이라는 이상하게 생긴 나무가
그곳 동물들의 사랑을 받으며 드문드문 자라고 있다. 이 세상의 나무는 모두 뿌리를
땅밑으로 뻗히며 성장한다. 그렇지만 아프리카를 처음 여행하여 바오밥나무를 본
사람은 놀라고 만다. 왜냐하면 그 나무는 뿌리가 공중으로 뻗어 있고, 줄기와 잎은
땅밑에 파묻혀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뿌리가 공중으로 자라는 나무란
세상에 없다. 이 나무의 중기가 뿌리처럼 보이는 이유는 일년 중 3--4개월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잎이 없는 잔가지만 앙상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지대에 사는 식물고서 가장 유명한 것은 선인장
종류이다. 선인장은 잎이 가시로 변했고, 줄기가 잎 구실을 겸하면서 또한 많은 물을
저장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 외에 사막의 식물로서 유명한 나무를 찾는다면 바로
바오밥이 될 것이다.
이 나무는 남부 아프리카의 건조한 초원과 마다가스칼 섬에만 살고 있다. 너무
건조하여 약간의 풀만 겨우 자라는 초원에 드문드문 서 있는 바오밥은 줄기가 대단히
뚱뚱한 것도 특징이다. 바오밥 가운데 큰 것은 줄기의 둘레가 20--25m가 된다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그리고 어떤 바오밥은 줄기 모양이 키 큰 항아리처럼
생긴 것도 있다.
바오밥의 굵은 줄기는 대단히 중요한 구실을 한다. 사막에 비가 내리는 계절이 오면
바오밥의 뿌리는 수분을 마구 빨아당겨 이 굵은 줄기에 저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서야 바오밥의 줄기에는 잎이 달리고, 이어 꽃이 피어 열매가 맺는다. 그리고는
다시 잎은 전부 떨어져 버리고 앙상하게 서서 건조한 계절을 견딘다. 만일
바오밥나무가 잎을 매달고 일년 내내 자란다면 잎으로부터 수분을 너무 많이 잃어버려
얼마 못 가 말라죽고 말 것이다.
바오밥 줄기 속의 속재목은 보기와는 달리 대단히 부드럽다. 그 줄기의 재목은
수분을 가득 머금고 있으므로 물에 젖은 수건을 짜듯이 비틀어 물을 뽑아낼 수가
있다. 이 바오밥 나무에는 어쩌다가 뿌리를 공중으로 하여 거꾸로 자라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는가에 대한 전설이 있다.
오랜 옛날엔 이 바오밥도 다른 나무들과 마찬가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키도 크고,
거기에는 항상 푸른 잎이 달려 있었으며, 꿀이 많은 흰색의 꽃이 피고 있었다. 그래서
바오밥은 이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크고 멋지며 중요한 나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교만해진 바오밥은 사자나 사슴처럼 자기를 뽐내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싶어졌다.
언제나 제자리에만 서 있는 것이 몹시 못마땅했던 것이다. 바오밥은 자신을 자랑하기
위해 사방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때 바오밥을 창조한 '나무의 신'이 이 광경을 보고 크게 화를 내어 딴 곳에 가
있던 바오밥을 끌고 와 본래 있던 자리에 다시 심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않도록 타일러 두었다. 그러나 며칠 지나자 바오밥은 또다시 돌아다니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되었다.
나무의 신은 정말 화가 났다. "어쩜 이렇게 내 말을 듣지 않는담."하면서 나무의
신은 바오밥을 뽑아 들고는 거꾸로 땅 속에 심어버렸다. 그리하여 비틀어지고
잔가지가 많은 뿌리는 땅 위로 나오고, 아름다운 줄기와 잎은 땅 밑으로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 그 이후부터 이 바오밥을 아무도 멋진 나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단다.
이런 전설과는 달리 바오밥은 훌륭한 뿌리를 땅 밑에 가지고 있다. 비가 내리면
계절이 되면 바오밥의 가지에는 커다란 녹색의 잎이 달린다. 그러나 건조기가
시작되면 푸른 잎은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는다. 이때 바오밥의 뚱뚱한 줄기
속에는 흠뻑 젖은 걸레처럼 많은 수분이 가득차 있게 된다.
바오밥은 흰 꽃을 밤에만 피운다. 그래서 바오밥의 꽃에는 밤에 활동하는 박쥐가
주로 찾아와 꿀과 꽃가루를 먹고 간다. 바오밥의 열매는 노란색 계란 모양이며 털이
많다. 그리고 이것은 가지의 맨 끝에 매달려 있다. 바오밥 열매를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원숭이들이다. 그래서 바오밥 열매를 '원숭이의 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람도 이 열매를 먹을 수 있는데, 속에 과즙이 많아 더운 날 먹으면 맛이 있다고
한다.
바오밥의 속재목은 부드럽지만 줄기의 껍질은 대단히 질기다. 그래서 원주민들은
바오밥의 회색 껍질로 로프와 옷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종이도 만들 수 있으며,
원주민들의 쓰는 악기의 현도 만든다.
바오밥은 종종 '생명의 나무'라고 불린다. 왜냐하면 이 나무가 동물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갖 종류의 새가 이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곤충과 다른 벌레가
붙어산다. 심지어 작은 포유동물도 이 나무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있다. 어떤 새는
줄기에 구멍을 뚫어 속에 들어가 살기도 하고, 작은 동물은 부드러운 줄기를 파고
들어가 그 속에 아파트를 만든다. 때로는 벌들도 와서 벌집을 짓기도 한다.
불행히도 오늘날에는 바오밥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원주민들이 이 나무를 베어다
말려서 땔감으로 쓰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마른 코끼리가 바오밥을 발견하면, 커다란
어금니로 나무껍질을 찔러 벗겨내고, 부드러운 속재목을 마구 파내어 그 속의 수분과
함께 모두 먹는다. 이때 코끼리는 나무를 아^36^예 넘어뜨려 말라죽게 만든다.
이런 사막의 뭇 생명이 깃들어 사는 바오밥이 지상에서 없어진다면, 지금의 사막은
더욱 황량한 세계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이 식물은 생체모방공학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바오밥나무의 속이 어떤 방법으로 수분을 가득 머금고 있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선인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수분을 대량 간직할 수
있는 원리는 물을 잘 빨아들이는 물걸레라든가 아기 기저귀를 만드는데 중요한 지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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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시작시키는 꽃가루의 신비
1959 년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서 있었던 일다. 그곳의 다뉴브 강가에서 한
젊은 여자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비엔나 경찰은 살인 용의자로 한 청년을
체포했다. 그러나 청년은 그 여인이 죽은 날, 자신의 강가에 간 것이 아니라 등산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 청년의 주장을 증명해 줄 목격자가 없어, 경찰은 그의 알리바이(범행 현장에
없었다는 확증)를 의심했다. 그래서 경찰은 청년이 신고 있던 가죽 장화를 증거물로
입수하여 그것을 과학수사 연구소로 보냈다.
연구소의 빌헬름 클라우스 박사는 구두 밑바닥에 붙어 있는 흙을 조심스럽게
긁어내어, 흙 속에 들어 있는 꽃가루를 현미경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구두에 묻은
흙에서 수십만 년 전에 살았던 히코리라는 이름의 나무 꽃가루가 발견되었다.
이 히코리나무의 꽃가루는 여자가 살해된 현장 부근의 강가 늪지에서 많이 되고
있었다. 그러므로 범인이 그 늪지 가까이에 가지 않고서는 히코리의 꽃가루가 신발에
묻을 까닭이 없었다.. 이것은 바로 그 청년이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가 되고 말았다.
당시 비엔나 경찰의 과학수사 연구관이던 클라우스 박사는 뒷날 비엔나 대학에서
화분학을 연구하는 교수로 일하게 되었다.
꽃가루는 식물의 꽃에서 생겨나, 식물로 하여금 열매(씨)를 맺을 수 있도록 해주는
아주 작은 알갱이이다. 이 꽃가루는 하나의 꽃에서 수십만, 수백만 개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거의 모든 식물이 꽃가루 수정에 의해 열매를 맺는다. 그러므로 만일
꽃가루받이(수분)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서 모든 식물이 씨를 만들지 못해
없어지고 말 것이다.
꽃가루는 너무나 작다. 실핀의 머리만큼 꽃가루를 뭉쳐서 현미경 아래서 그 수를
헤아려 보면 그 수가 10,000개 정도나 된다. 흥미로운 것은 그 작은 꽃가루가 식물의
종류에 따라서 그 모양이 제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학자들은 꽃가루의
크기와 모양, 색깔, 화학적인 성분 등을 조사하여 식물의 종류를 나누기도 한다.
농작물이나 꽃의 품종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농학자(식물 육종학자)들은 이 꽃가루를
암술에 조심스럽게 수정시켜 여러 가지 새로운 품종의 농작물과 나무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한편으로 꽃가루는 아주 작지만 대단히 단단하고 그 수명이 길다. 그것은 그
껍질에 엑신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엑신 덕분에 심지어 3억 년 전의
꽃가루가 남극이나 북극의 빙하 속, 대리석 등의 퇴적암, 바다의 밑바닥 등에서
발견되고 있다. 그러므로 과학자들은 고대의 꽃가루를 잘 조사함으로써, 그때 살았던
식물에 대해서 짐작하고, 그때의 날씨도 알 수 있으며 지층의 역사도 확인하고 있다.
보기를 들면, 어떤 학자는 벼라든가 옥수수의 꽃가루가 많이 발견되는 지층의
역사를 조사하여, 그 지방에 농경생활이 처음 시작된 시기를 짐작한다. 왜냐하면 원시
생활을 하던 인류가 한 곳에 정착하여 벼나 옥수수를 많이 재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러한 식물의 꽃가루가 지층에 많이 쌓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러 해 전 우리나라 남해에서 석유 탐사를 위해, 바닷속 밑바닥의 지층을 수천 m
깊이까지 파내려가 그 지층의 암석을 분석한 일이 있다. 이때 시추를 맡았던 엑슨
석유 회사 직원 중에는 화분학자가 25 명이나 일하고 있었다. 그들은 시추선이 드릴로
시루떡처럼 파낸 암석을 뒤져 꽃가루를 조사했다. 그 속에 포함된 꽃가루의 종류나
나이를 알게 되면 그 지층에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얼마나 깊은 곳에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엑슨회사는 그 지층의
암석에서 2,500 만 년 전의 참나무와 버드나무 꽃가루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사람들 중에는 꽃가루가 코에 들어가면 심하게 재채기를 하고, 콧물과 눈물을
흘리고 숨을 헐떡거리며 열까지 나서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건초열
환자' 또는 '화분 알레르기 환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봄철마다
심한 고생을 해야 한다.
화분 알레르기 현상이 일어나는 까닭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완전히
치료하는 방법은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런 환자는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철이 오면 특별히 조심해서 생활해야 한다. 또 의사들은 이런 말로 환자에게 농담을
하기도 한다.
"선생님께서는 몇 달 동안 남극 대륙에 가 계시거나, 태평양 횡단 여객선을 타고
얼마 동안 세계여행을 하고 오시지요. 남극이나 태평양 위에는 선생님을 괴롭힐
꽃가루가 없을 겁니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생명까지 위험한 사람은 마치 우주비행사처럼 투명한 플라스틱
헬멧을 쓰고, 필터로 꽃가루를 걸러 낸 공기를 마시며 지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4월 말경이 되면 온 하늘에 작은 솜 깃털 같은 것이 잔뜩 떠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이들이 심하게 날릴 때는 마치 눈이 내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며, 이들은 서로
뭉쳐서 덩어리가 되어 길가에 가득 쌓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꽃가루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이 솜 깃털을 집어서 확대경으로 보면 여러 가닥의
솜털이 보이고 솜털 중간쯤에 작은 씨가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꽃가루라고 생각한
것은 버드나무의 씨이다. 옛사람들은 이 흩날리는 버드나무 씨를 '버들개지' 또는
'버들강아지'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들강아지에 대해서도 잘못
알고 있다.
버드나무 중에서도 은사시라는 나무는 유난히 더 많은 깃털 씨를 쏟아내고 있다.
은사시는 그 잎의 앞면과 뒷면색이 조금 달라, 바람이 불면 마치 물결처럼 반짝이기
때문에 이런 예쁜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진짜 버드나무 꽃가루는 깃털 씨가 생겨나기
1 달 전에 이미 공중에 날아다녔다. 그리고 버드나무의 깃털 씨(버들개지)는 눈이나
코에 들어가도 알레르기를 전혀 일으키지 않는다. 그 시기에 다투어 피는 다른
봄꽃들의 꽃가루 때문에 오해를 받게 된 것 같다.
오늘날 우리나라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꽃가루가 좋은 영양식품이라고 하여
알약처럼 만들어 팔고 있다. 이런 꽃가루 알약은 특별 장치를 한 꿀벌통의 바닥에
떨어진 것을 모은 것이다.
또 배나무나 포도나무, 아몬드 등을 재배하는 어떤 과수원에서는 수정시기가 되면
꽃가루를 외지에서 사와서 수정을 시키고 있다. 이런 곳은 살충제를 너무 많이 뿌린
탓으로 꽃가루를 운반해 줄 꿀벌이 없어져, 부득이 솜뭉치에 꽃가루를 묻혀 꽃마다
일일이 수정시켜 주거나, 분무기로 뿌리거나, 심지어 비행기에서 살포하기도 하는
것이다.
아파치나 푸에블로, 나바오 같은 인디언들은 꽃가루를 삶과 번영과 평화의 상징으로
삼아 왔다. 그들은 어린이가 태어나거나 결혼할 때면 꽃가루를 먹고, 얼굴에 바르는
예식을 했다. 정말 그렇다. 꽃가루가 없다면 곡식도, 열매도, 아름다운 꽃도 그리고
끝내 이 세상의 모든 생명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제10장 사라진 동물과 지구 밖의 생명체를 찾는다.
영화 '쥬라기 공원'은 과연 가능한 일인가?
영화 '쥬라기 공원'은 세계에서 관객이 가장 많았던 영화의 하나이다. 한 과학자가
땅에서 나온 호박(호박 호, 호박 박) 속에서 모기의 화석을 발견하여, 그 모기의
몸에서 피를 찾아냈다. 그 혈구(피 혈, 둥글 구)는 마침 공룡들의 피를 빤 것이었다.
과학자는 공룡의 피 안에서 유전자를 꺼내어 시험관 속에서 배양하기 시작했고,
뜻밖에도 그는 그 유전자로부터 완전한 고대의 공룡을 되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영화
'쥬라기 공원'은 이렇게 시작되는 공상과학 영화이다.
화석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암석 속에서 발견되는 단단한 뼈라든가 조개 껍데기,
석탄층에서 나오는 식물 흔적등을 생각한다. 연약한 모기의 몸이 어떻게 화석 상태로
수천만 년을 지나 지금까지 보존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소나무 종류의 진(수지; 나무
수, 기름 지)이 변하여 굳어진 호박 속에 빠진 것이라면 모기 뿐만 아니라 모기보다
더 작은 벌레라도 화석으로 남을 수 있다.
1991 년 미국 뉴저지 주의 한 시골에서 많은 양의 호박이 발굴되었다. 약간
노랑색을 띤 투명한 호박들 속에는 놀랍게도 수천만 년, 수억 년 전에 살던 여러 가지
곤충과 개구리, 전갈, 도마뱀, 버섯, 꽃, 꽃가루, 새의 깃털 등 100여 가지 생물이
옛모습을 잃지 않고 마치 살아 있는 듯이 깨끗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호박이란 상처 입은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수액이 굳어 오래도록 땅 속에 묻혀
있다가 발굴된 것이다. 호박이 되는 수액은 소나무 송진이 대표적이다. 이런 송진에
벌이나 거미, 모기, 파리, 따위가 들러붙게 되면 마치 끈끈이에 붙잡힌 듯이 떨어져
나오지 못하고 그 속에 파묻히게 된다.
1993 년에는 쿠바와 가까운 섬이나 도미니카에서 한 광부가 광맥을 찾으러 다니던
중 산이 무너진 속에서 유리처럼 번쩍거리는 작은 돌들을 발견했다. 그것은 한눈에도
알 수 있는 호박이었다. 호박 하나를 들여다본 그는 그 속에 흰개미가 파묻혀 있는
것을 알았다. 이 호박은 곧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과학자 앞으로 보내졌다.
마치 지금도 살아 있는 듯한 호박 속의 흰개미를 본 과학자들은 즉시 특별조사대를
조직하여 현지로 갔다. 그곳에 묻힌 호박에서는 더 많은 동식물 화석이 대량
발견되었다. 과학자들은 이 호박이 발굴된 장소를 세상에 밝히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 사실을 알고 사람들이 마구 파헤치게 되면 너무나 귀중한 화석 자료를
모두 잃어버리게 될 것이 때문이다.
2,500 만 년 전, 도미니카 해안에는 '히메나에아'라는 거대한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 지방에는 수시로 강한 허리케인(폭풍우)이 불어 왔고, 그때마다
나무들은 상처를 입어 끈끈한 수액(수지)을 흘리게 되었다. 이 수액 덩어리에 모기,
바퀴벌레, 각다귀, 흰개미 따위가 들러붙었다. 수박이 쌓이고 쌓이자 벌레들은 깊숙이
잠기게 되었다.
원래 수지 성분에는 세균이 번식하는 것을 방지하는 부패방지 물질이 들어 있다.
그러기에 수지에 감싸인 벌레는 썩지 않은 채 굳어져 수만 년이 지나도 원래의 모습을
간직하게 된다. 또한 수지 안의 동식물은 그 몸에서 수분이 다 빠져나가도 형체가
찌그러지지 않고 본래의 크기 그대로 온전한 모습으로 남는다.
도미니카에서 채집한 호박 덩어리를 조사하던 과학자들은 지금이 겨우 2.8cm밖에
안되는 호박 속에 무려 62가지나 되는 곤충이 들어 있는 것을 알았다. 거기에는
혹파리, 개미, 딱정벌레 어미와 애벌레, 사마귀, 기생벌, 기생벌이 금방 낳은 알,
흰개미의 날개와 촉각 등이 있었다.
호박 속의 화석 가운데 과학자들이 '마스토테르메스'라고 이름을 투인 곤충은
지금으로부터 1억 3천만 년 전부터 3,000 만 년 전까지 살았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어디에도 살지않는 화석생물이다. 그리고 이 곤충은 바퀴벌레와 흰개미의
중간으로 생각되는 것이었다. 한편 화석 중 한 종류의 바퀴벌레는 지금도
오스트레일리아에 살고 있는 것이었다.
* 사진 59
사진설명: 도미니카의 호박 속에서 발견된 사마귀의 화석. 2,500 만 년 전에 살았던
이 사마귀는 바퀴벌레나 흰개미와 가까운 사이이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화석 동식물의 유전자도 조사하고 있다. 유전자란 생물의 세포
핵 속에 들어 있는 기본적인 유전물질이다. 이 유전자가 후대에 전달됨으로써 어미와
닮은 자손이 탄생할 수 있다. 유전자는 너무 작아서 현미경으로도 관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모든 동식물들은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유전자를 분석하는 일은 아주 흥미롭고도 어려운 연구이다. 호박 속에 빠진 곤충의
몸이 썩어 버렸더라면 유전자도 모두 분해되어 조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호박에
들었던 생물은 화학적으로 부패하지 않고 너무나 잘 보존되어 있다. '쥬라기 공원'과
같은 공상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호박에 든 한 마리 곤충인 바구미의 유전자도 분석되었다. 그것은 1억 2천
500 만 년 전의 유전자였다. 그러니까 이 바구미 유전자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동물의 유전자인 것이다. 도미니카의 호박 속에서 발견된 생물은 모두
1억 4천만 년 전에서부터 6,500 만년 전에 살던 것들이다. 6,500 만년 전이라면 마침
공룡이 지상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때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화석을 보면 공룡이
살던 시절에 어떤 곤충이 번성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뉴저지에서 발견된 호박들은 9,400 만 년 전에서 9,000 만 년 전에 살던
것들이었다. 이 호박에서는 새의 깃털 하나가 발견되었는데 북아메리카에서 나온 새의
화석 흔적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과학자들이 호박 속의 화석들을 보고 흥분하고 또 그것들을 대단히 정밀하게
조사하는 이유의 하나는 생물들의 진화 과정을 보다 정확하게 조사하려는데 있다.
수천만 년 전에는 지구상에 공룡과 익룡 따위가 살았고, 수만 년 전까지는
매머드(맘모스)가 있었다는 사실은 무엇으로 알 수 있는가? 모두 화석을 보고
확신한다. 또 화석을 조사하면 과거에는 지금과 전혀 모습이 다른 식물과 동물이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의 과학자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설명하기 이전까지, 사람들은 세상의 생물은
창세기 기록 그대로 창조의 날에 모두 태어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다윈이
세계를 여행하면서 온갖 동식물을 조사하고 또 화석들을 연구한 결과, 모든 생물은
지금과 모습이 아주 다른 하등한 생물로부터 점점 고등한 동식물로 다양하게 진화해
왔다는 사실을 밝히게 되었다.
처음 진화론이 발표되자 온 세상이 벌컥 뒤집히도록 시끄러웠다. 하느님의 능력과
성서의 기록을 부정하는 이런 주장을 절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과학자들이 생물의 진화에 대해 조사해 갈수록 진화론은 더욱 확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화라는 것은 수백 수천 년이 아니라 수천만 년 진행되는 아주 긴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다. 우리 인간은 100 년 정도의 짧은 수명을 가졌다. 그러므로 짧은 생애
동안에 진화가 일어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기란 절대로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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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외의 천체에는 더 신비한 생명체가 살지 모른다.
1996 년 초, 미국의 두 천문학자가 생물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태양계 바깥의
천체를 찾아내어 그 결과를 발표하자, 전세계 과학자들이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들의 발견은 생명체가 있고 없고를 떠나 너무나 중요한 천문학적 대사건이었다.
신은 이 지구 위에만 동식물과 인간을 창조하여 살도록 했을까? 생물이 번성하고
있는 다른 별나라는 없을까? 이러한 의문은 인간이 가진 가장 큰 궁금증 가운데
하나이다. 외계에 살지도 모르는 생물에 대한 진실은 과학적으로만 아니라 종교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다.
가끔 UFO가 나타났다고 야단이다. 그럴 때마다 다른 별에 사는 생물에 대한 의문이
되살아나곤 한다. 여러 사람들에게 "당신은 외계 생물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물으면 모두가 막연한 대답을 할 뿐이다. 왜냐하면 외계 생물이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자탄 연구를 큰 공헌을 했던 유명한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이런 질문에 대해
"외계인이라고요? 만일 그들의 정말 있다면 이미 우리 앞에 있을 거예요"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학자들은 지구 이외의 다른 천체에 하등한 박테리아 같은 생명체라도 있을까 하여
그 동안 여러 가지 조사를 했다. 그러나 달에서도 화성에서도 어디에서도 생명체라고
인정되는 것을 찾지 못했다. 물론 UFO가 외계에서 온 이상한 물체라는 증거도 확실한
것은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의 천문학자 조프리 마시와 폴 버틀러는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천체관측 장비와 컴퓨터를 활용하여 생명체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는 천체를 3개나 발견했다. 첫번째 것은 지구로부터 35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큰곰자리-47번 별'의 둘레를 도는 행성이었고, 두번째는 '처녀자리-70번 별'이며,
세번째는 '페가수스자리-51번 별'이었다.
우체부들은 동네 이름과 번지수로 주소를 찾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천문학자들은 온
하늘을 '별자리'라는 동네 이름으로 나누고, 그 별자리에 속한 각 별에 제각기 번호를
붙여 서로 구별해서 부르고 있다. 그러므로 '무슨 별자리 몇 번 별'하면 누구나 그것이
어느 별인지 알게 된다. 천문학자들이 사용하는 큰 성도(별자리 지도)에는 별들의
번호가 일일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온 우주에는 수천억 개의 별들이 있다. 이들을 망원경으로 관찰하면, 아무리 크고
배율이 높은 것으로 보아도 모두가 빛을 내는 점으로만 보인다. 그 이유는 별들이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 확대해 본다 해도 연필 끝으로 찍은 점보다 더 커질 수
없는 것이다. 만일 별이 커다랗게 보이는 망원경이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성능이 나쁜
제품에 불과하다.
그러나 하늘의 천체 가운데 몇 개의 별은 망원경으로 볼 때 좁쌀알이나 콩알 정도로
크게 보인다. 이렇게 크기를 가진 별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지구처럼 태양의 둘레를
돌고 있는 행성(움직일 행, 별 성)들이다. 그러니까 행성이란 금성에서 명왕성까지 9개
천체를 말한다.
9개의 행성 가운데 일곱번째인 천왕성은 1781 년 윌리엄 허셸이 발견했고,
여덟번째인 해왕성은 1846 년에 독일의 요한 갈레가, 마지막 아홉전째인 명성은 1930
년에 로웰 천문대의 클리드 톰보가 찾아냈다. 그 뒤로 더 이상 태양을 도는 행성은
발견하지 못했다.
밤하늘에 보이는 천체들은 달과 9개 행성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태양처럼 스스로
빛과 열을 내는 거대한 불덩어리이다. 그러니까 이런 별에 생명체가 살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다. 과학자들은 달이나 행성과 달리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을, 항상
빛을 내는 별이라는 뜻으로 항성이라 부른다.
그러므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다른 별이 있다면 그것은 항성이 아니라 항성 둘레를
도는 행성이어야 한다. 그러나 먼 항성의 둘레에 있는 행성은 모두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그들을 도저히 관측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항성 주변에 행성이 설령 있다
하더라도 항성의 빛이 강렬하여 그 옆의 행성은 보이지가 않는다. 이것은 마치
서치라이트 앞에 켜 놓은 촛불에 불과한 것이다. 두 천문학자는 다른 항성의 행성만
찾아낸 것이 아니라, 그 행성에서 어떤 기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얼마큼
알아냈다. 그들이 망원경을 통해 눈으로 보아서는 절대로 발견할 수 없는 행성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첨단의 과학장비와 컴퓨터를 이용한 분석기술 덕분이었다.
과학자들이 확인한 외계 행성 가운데 하나인 큰곰자리-47번 별의 행성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이상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 행성은 황화수소, 암모니아, 메탄과 같은
유독한 기체로 가득하며, 그 기체들은 엄청난 폭풍을 일으켜 시속 수백km 속도로
끊임없이 소용돌이를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 행성의 폭풍 규모는 어찌나 거대한지 그
속에 지구라도 삼켜 버릴 정도이다. 행성의 성질이 이렇게 나타나자, 과학자들은 이
행성은 굳은 땅이 없는 거대한 '기체의 바다'로 된 행성이라고 생각한다.
두번째인 처녀자리-70번의 행성도 마찬가지이다. 그 부피가 목성보다 여섯 배나
큰데다가 기상상태는 첫번째 것보다 더 격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이러한 두
행성의 기상상태는 무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외계 행성을
발견한 그 자체가 천문학 발전에 너무나 획기적인 것이다.
과학자들이 새로 외계 행성을 발견해 낸 방법은 아주 놀랍다. 그곳 행성들은 마치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돌듯 그 주인별의 주변을 선회한다. 그러므로 그 행성에서 오는
빛은 천문학적으로는 아주 짧은 거리지만 지구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미묘한 거리변화를 '도플러효과'라는 물리현상을 확인하는 정밀한
첨단 광학장치로 판별해 냈다.
태양이 소속되어 있는 우리 은하계에는 약 1,000억 개의 별(항성)이 있다. 이토록
많은 항성 가운데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행성을 거느린 별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의 천문학자는 항성 10개 가운데 적어도 1개는 지구 같은 행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러나 모든 별들은 너무 멀리 있어 사실 여부를 알기가 어렵다. 가장 가까운
별이라 해도 지구로부터 4.3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지난 1960 년부터 미국의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는 "만일 우주에 지능이 높은 생명체가 있다면, 지구인과 교신하기
원해 지구를 향해 전파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우주에서
날아드는 전파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지구인의 메시지를 담은 전파를 우주
공간으로 보내기도 하는 그의 노력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특별한
신호를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마시와 버틀러 두 천문학자가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 밸리에 있는 리크
천문대에서 스펙트로메터라는 최고 성능의 관측장비와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외부 행성을 찾아낸 것이다. 이러한 발견은 다른 별에도 행성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게 했으며, 그런 곳에 생명체가 탄생하여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더욱 믿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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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식물의 씨앗을 보존하는 종자저장소
지난 1986 년 3월, 미국 오클라호마 주 스틸워터에 있는 정부 산하 농업연구소의
곤충학자 제임스 웹스터 사무실로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한 사람은 텍사스
뮬슈에 사는 곤충학자 패트 모리슨이었다. 모리슨이 전화로 들려준 이야기는 텍사스의
밀밭에 전에 보지 못한 진딧물이 퍼져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사 결과 그것은 러시아에서 건너온 진딧물이었다. 미국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작물인 밀에 낯선 해충이 번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이다. 해충은 농약으로
퇴치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도 하지만 환경 피해가 더 무섭다.
농작물의 해충을 농약만으로 처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해충을 퇴치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진딧물에 강한 내성을 가진 종자를 심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즉시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국립종자저장연구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로키산맥 밑에 자리한
종자연구소에는 당시 26 만 4천 119종의 중요한 농작물 씨앗이 보존되어 있었다.
종자저장소에서는 대부분의 씨앗을 밀폐한 플라스틱 통이나 주머니에 담아 영하 20
도에서 보존하고, 특별한 것은 영하 160 도에서 저장한다. 이렇게 찬 곳에 종자를
두는 것은 그 수명을 오래도록 연장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인 상태로 보존하면
씨앗들은 몇 해 가지 않아 발아력을 잃어버린다.
식물 종자개량 과학자(육종학자)들은 이곳 종자저장소를 식물의 '포트 녹스'(미국의
금 저장소)라고 말한다. 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과학자들은 1991 년 이곳에
보관된 밀 씨 가운데 러시아의 진딧물이 잘 붙지 않는 품종을 골라, 5 년 만에 새로운
밀 종류를 육종하게 되었다. 이로써 농부들은 매년 1억 달러의 농약값을 절약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농약을 뿌리는 수고도 하지 않게 되었다. 신품종 개발 동안,
웹스터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보관된 43,000종의 밀 품종 가운데 10,000종, 그리고 밀
사촌 20,000여 종에 대해 저항성을 시험했다.
이곳에 있는 씨들은 대부분이 이제는 아무도 재배하지 않는 종류들이다. 진딧물에
강한 밀 종류도 마찬가지였다. 만일 그러한 씨가 이곳에 보관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병충해에 강한 밀 종자를 다시 키워내기까지 몇 갑절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미국에 종자저장소가 생긴 것은 약 100 년 전이다. 그 동안 과학자들은 세계를
다니며 중요한 식물의 씨앗을 채집하여 이곳에 보관해 왔다. 그리고 종자가 수명을
다해 가면 연구소 온실에서 키워 그 씨를 다시 받아 저장했으며, 원하는 학자들에게
종자를 나누어주기도 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가였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종자 수집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정치가로
활동하는 동안 세계 여러 곳으로부터 주요한 식물의 씨앗을 들여와 번식시키도록
했다. 그 중에서 그가 이룩한 가장 큰 업적은 두부를 보고 '중국의 치즈'라고 하여,
중국에서 대두(큰 대, 콩 두)씨를 가져와 보급한 것이다. 오늘날 미국은 세계 대두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금액으로 따져 10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종자저장소에 보존된 씨앗 중에는 옥수수가 30,000종이나 있다. 이들은 거의
원산지인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채집한 것이다. 이곳 연구소에서는 네 사람의 옥수수
전담 연구원이 한 사람당 매년 30종씩 120종을 심어 새로 씨를 재활시키고 있다.
이렇게 하면 30,000종의 씨를 모두 새로 받는데 250 년이 걸린다. 만일 어느 씨라고
이 기간 동안 보관 냉장고 속에서 수명이 끊어진다면 그 품종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지난 1960 년대에는 이곳의 연구관들이 열대지방과 전세계를 뒤져 콩 품종을
5,000종이나 수집해 왔다. 그 중에는 아마 우리나라 산야에 자라는 야생콩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현재 이곳 종자저장소의 1 년 예산은 3,000 만 달러이다. 하지만 이곳을
통해 이루어지는 종자 개량의 효과는 매년 10억 달러를 넘는다. 과학자들은
종자저장소의 중요성에 비해 정부 예산이 너무 적다고 말하고 있다.
종자저장소에서는 보관하고 있는 씨앗에 대한 모든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해 두고
있다. 과학자들은 종자저장고를 흔히 '유전자 은행'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저장할
필요가 있는 유전자는 농부들의 키우는 농작물만이 아니라 지상에 사는 모든 종류의
식물과 동물 모두이다. 우리가 그들 각 동식물의 온갖 유전자가 가진 특성을 알기도
전에, 또 이용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사진 60
사진설명: 종자저장소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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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좋을 생물은 한 가지도 없다.
오늘날 생물학자들은 많은 종류의 동식물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지상에서 그 모습을
아주 감춰 버렸거나 그 수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국가가
천연기념물로 정하여 법으로 보호하려고 애쓰는 동식물의 대부분이 바로 그러한
생물들이다. 만일 지금 우리 앞에서 박쥐나 돌고래 등이 전멸해 버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오늘날 공룡이나 매머드, 도도(dodo, 날개가 퇴화된 몸집이 큰 새. 1600 년대에
멸종) 등은 백과사전 속의 그림이나 자연사 박물관에 있는 골격 모형에서나 겨우 볼
수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머지 않아 우리는 사자나 호랑이, 치타, 오랑우탄 등의
동물들까지 그런 곳에서만 볼 수 있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고래가 없는 바다.
악어가 살지 않는 강, 독수리가 날지 않는 하늘, 그러한 세상을 살아가야 할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프리카나 열대 아시아엔 사자나 호랑이 등이 아직도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프리카에 사는 야생 사자의 수효는
10,000 마리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날엔 인도에도 많은 사자가 살았다.
그러나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을 당시 대영제국 장교들은 사자 사냥을 서로
자랑거리고 삼았다. 그들은 휴가 때가 되면 사자 사냥을 나서 어떤 장교는 400 마리를
잡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근래에 와서 인도나 인도네시아의 호랑이도 그 수가 급속히 줄어들었다. 털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시베리아호랑이(우리나라의 호랑이는 이 종류에 속한다)는 겨우
40--50 마리, 많아야 120--130 마리뿐이란다. 우리나라에 살던 호랑이는 언제인지도
모르게 전멸한 지 오래다. 털가죽이 아름다운 표범 역시 암담한 운명에 놓여 있다.
표범 모피가 유명했을 때 동부 아프리카의 표범은 잠깐 사이에 50,000 마리가
희생되었다. 표범의 수가 줄자 당장 원숭이가 마구 늘어나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여러 종류의 동물이 지상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동물들의 멸종해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첫째 이유는 생태계의 파괴일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이유는 어떤 종류의
생물이건 우리는 그들에게 배울 것이 있거나 이용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강력한 살충제 때문에 초파리가 전부 죽었다고 생각해 보자. 만일 1세기 전에
초파리가 완전히 없어졌더라면 오늘날의 과학자들이 알고 있는 유전학 지식은
보잘것없는 상태일 것이다. 산과 들, 마을 어디서나 사는 작은 초파리는 생활 주기가
겨우 2주일에 불과하면서도 번식력이 강해 유전학자들의 좋은 실험 재료가 되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귀중한 유전학 지식을 이들 작은 초파리로부터 무수하게
얻었다. 나아가 그러한 연구는 지금도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수은이 체내에 축적된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인류에게 수은의 해독, 즉
중금속 오염의 위험을 처음으로 알려준 것은 민가슴기어라는 물고기였다. 그리고
DDT 따위의 농약 오염의 위험을 알려준 것은 펠리컨이라는 새였다. 이와 같은 예는
수없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계에는 그 신비를 풀 수 없는 불가사의한 문제들의
무한히 남아 있다. 그러므로 어떤 종류의 생물이건 그것을 멸종시키는 것은 인간
자신의 장래를 위해 불행하다. 그런데도 인류는 여전히 살생과 말살 행위를 계속하고
있으며, 사라져 가는 생물에 대해 어떤 확실한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의 악의가 아니라 헛된 욕심과 무지라고 생각된다.
우리 주의에서는 토종 삽살개라든가 토종닭, 돼지 등의 가축까지 이미 멸종했거나
사라져 가고 있다. 그리고 농작물도 신품종이 개발 보급되면서 토종 품종은 같은
위기를 당하고 있다. 각 나라는 작물과 가축을 포함한 이러한 유용한 동식물이
멸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전자 은행'이라 불리는 시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귀중한 생명 자원을 씨앗 상태로, 냉동 시험관 안에 또는 사육하는 방법으로
계속 유지시켜 가는 중요한 국가 사업이다. 생명이 가진 유전자는 수억 년의 시간이
걸린 진화의 산물이다. 이제 유전자 은행은 어떤 황금저장고와도 비교할 수 없는
귀중하고도 영원한 미래를 위한 보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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