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스물아홉에 파일럿을 꿈꾸고, 서른다섯에 파일럿이 되었으며, 마흔다섯에 여객기 기장이된 어느 여성의 이야기다. 파일럿을 선망하는 사람은 많지만 스물아홉이라는 나이에 파일럿에 도전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파일럿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또 파일럿이 궁금한 사람들에게이 책은 좁게는 파일럿이 될 수 있는 방법과 파일럿이 되려면 알고 갖춰야 할 점을 알려주고, 넓게는 우리 모두에게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울 것이다.
파일럿이 궁금한 당신에게
▣ 저자 조은정
이스타항공 여객기 기장이다. 이천에서 태어나 미술에 흥미를 가졌고 한양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일본 신용카드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해, 서울 힐튼호텔에서 호텔리어로 일했다. 호텔에서 우연히 외국인 여성 파일럿을 본 뒤 파일럿을 꿈꾸게 되었다. 그때 나이 스물아홉이었다. 파일럿이 되기 위해 세 번의 도전 끝에 미국 대사관에 입사, 대사관저 비서로 일하면서 오산 미 공군부대에서 비행훈 련을 시작했다. 미국 델타항공 비행교육원에서 전문 파일럿 교육을 받은 후, 중국 베이징 팬암항공학 교의 항공교관을 거쳐 중국 상하이 지샹항공(上海吉祥航空)의 파일럿으로 입사했다. 에어버스320 부기 장을 거쳐 마흔다섯에 마침내 기장이 되었다. 늦은 나이에 만난 꿈을 놓지 않고 묵묵히 밀고 나가 ‘꿈 이란 늦어도 늦지 않다’는 것을 자신의 삶으로 입증해 보였다.
▣ Short Summary
이 책의 저자 조은정 기장의 대학 시절 전공은 항공과는 거리가 먼 산업디자인이다. 졸업 후 건축디자 인이 하고 싶은 마음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우여곡절 끝에 자신이 가진 언어 실력을 살려 호텔리 어로 근무하게 되었다. 그리고 프런트 데스크에서 마치 운명처럼 페덱스 항공의 여성 기장, 제니스 스킬라를 만났다. 그때 그녀의 나이 만 스물아홉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파일럿을 꿈꾸기엔 너무 늦은 나이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이 안된다면 미국에서, 미국이 안 된다면 중국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했다. 그 결과, 그녀는 서른다섯에 당당히 중국 지샹항공 최초의 외국인 여성 파일럿이 되었고, 마흔다섯에 마침내 이스타항공 소속 보잉737을 운행하는 기장 자리에 오른다.
무엇보다 베테랑 파일럿인 조은정 기장이 풀어놓는 비행 이야기는 파일럿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값진 정보가 되고, 파일럿의 세계가 궁금한 이들의 다양한 호기심을 해소하기에도 충분 하다. 이 책은 ‘파일럿이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하고 고민하는 파일럿 지망생의 궁금증부터, ‘비행기는 그 많은 승객과 화물을 싣고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지?’ ‘비행기가 흔들리지 않는데도 왜 좌석 벨트를 매라고 하지?’ ‘비행기들은 어떻게 서로 부딪치지 않고 날아다닐까?’ 따위의 질문을 떠올리는 사람들의 여러 궁금증까지 속 시원하게 풀어준다.
이 책에서 비행 경험에 인생을 비유한 대목들은 현직 파일럿인 저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생명이 없고 건조하게만 느껴지는 비행기와 항공 장치, 그리고 나날의 비행에서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지만 평소에 잊고 지내는 교훈을 곳곳에서 끌어낸다. 저자는 조그만 토잉 카 없이는 간단한 후진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비행기에서 ‘조연 없이는 주연도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또 인생에 순풍만 불기를 바라지만 이 바람이 정작 착륙에는 가장 큰 난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파일럿에겐 전 세계의 하늘이 운동장이듯, 이 책에는 조은정 기장이 들려주는 반짝거리는 비행 이야기가 밤하늘의 별처럼 수놓여 있다.
▣ 차례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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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인드 : 마음을 열면 ‘절대’라는 것은 없다 / 편견은 시야를 좁히고 귀를 멀게 하는 장애 /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 세상의 반은 여자다 / ‘최초’와 ‘처음’은 단어 하나 차이
희망 : 희망이 보이고 밤하늘의 별들은 암흑에서 빛난다 / 늦게 출발해도 목적지에 도착한다
준비 : 준비를 해서 준비는 최고의 예방책과 해결책 / 나에게 맞는 신발을 신자
도전 : 도전을 하면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허상일 뿐이다 / 변화 없이 미래는 달라지지 않는다 / 마음먹었다면 당장 실행 하라 / 열릴 때까지 두드려라 / 제2의 조은정 /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
사람 : 사람의 소중함과 귀인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 하나보다 못한 둘은 없다
약속 : 약속의 중요함이 나를 지키는 최고의 방법 / 우리는 국가대표
인내 : 인내의 끝에서 꿈으로 실현된다 비구름을 뚫고 올라서면 눈부신 파란 하늘이 펼쳐진다 / 무지개는 비가 온 뒤에 뜬다 / 빛나는 미래를 위해서 오늘의 노력을 투자하자
충전 :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맘껏 즐기는 것이다 칭찬받아 마땅한 당신 / 재충전 / 이룬 꿈도 건강이 없으면 사라진다 / 가지고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른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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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이 궁금한 당신에게
오픈마인드 : 마음을 열면
편견은 시야를 좁히고 귀를 멀게 하는 장애 중국에서 비행하던 당시 헐렁해진 선글라스 프레임을 조이기 위해 안경 가게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내가 중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챈 주인 부부가 외국인 아가씨인 나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어주었 다. “중국에 온 지 얼마나 됐어요?”, “중국에서 살기 힘들지 않아요?”, “학생이에요? 일해요? 무슨 일해요?” 상하이에서 항공사에 다니고 있다고 하니 그 부부는 “아, 스튜어디스?”라고 한다. 나는 이미 이런 반응에 많이 익숙해져 있다.
항공사에 근무한다고 하면 대개 99퍼센트는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객실 승무원이나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 파일럿이라고 하면 금세 나를 대하는 얼굴 표정이 달라진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미소와 함께. “그래요? 대단하시네요! 남자들만 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여자 파일럿은 처음 봐요.”
예전에는 그 뒤에 설명해야 하는 말이 길어져서 굳이 파일럿이라는 걸 밝히지 않았다. 상대방이 어떤 상상을 하든 그저 “네~”라고 했을 뿐. 남자가 하는 일,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편견. 누가 그렇게 정의 내린 것도 아닌데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생활 속에서, 혹은 관습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편견을 갖고 있다. 여자에게 어울리는 일이 있고, 남자가 해야 하는 일이 따로 있다.
그런 편견에 따르면 파일럿은 남자들이 하는 대표적인 직업 중에 하나다. 물론 파일럿이라는 직업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성이다. 세계에서 여성 파일럿이 가장 많은 미국에서도 여성 파일럿은 전체 파일럿의 1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5년 전만 해도 항공사마다 두세 명 있는 정도였으니 대한민국을 통째로 다 뒤져봐도 여성 파일럿은 열 명이 채 안 되었다. 최근 몇 년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중국에서든 한국에서든 여성 파일럿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적은 편이다.
비행기가 크면 조종사의 힘도 커야 한다?: 비행기에 대해 궁금해하는 친구들이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가 비행을 하고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에 계속 수동으로 조종하는지 또는 자동으로 조종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일럿이 계속해서 밖을 보면서 수동으로 비행기를 조종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구름 속에 있으면 어떻게 조종하느냐’, ‘12시간씩 비행하는 경우 밥은 어떻게 먹는냐’ 하며 질문한다. 사실을 말하자면, 일단 이륙을 하고 나면 밖을 보고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조종실 내의 계기판에 의존해서 비행하기 때문에 밖이 보이건 보이지 않건 상관이 없다. 그리고 제트기에는 오토 파일럿이라는 비행 자동화 장치가 있어서 이륙 직후에는 이를 가동시키면 된다.
오토 파일럿을 가동시킬 수 있는 최저 고도는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내가 중국에서 조종했던 에어버스320의 경우 제조사인 에어버스의 매뉴얼에 따르면 이륙 후 100피트의 고도에 이르면 오토 파일럿을 가동시킬 수 있다고 되어 있다. 100피트라는 고도는 비행기가 이륙한 후 3초 안에 도달할 수있는 고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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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토 파일럿을 가동시킨 후에 파일럿은 그냥 노는 걸까? 물론 아니다. 수동으로 조종간을 움직여서 비행기 날개를 움직이는 것이 아닐 뿐, 컴퓨터에 알파벳이나 숫자를 입력하고 버튼을 돌려서 속도, 방향, 고도 같은 것을 변경시키고 조종간을 움직이도록 명령한다. 동시에 관제사와 끊임없이 교신하면서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달해서 착륙하기 약 5분 전에, 즉 활주로가 파일럿의 눈에 들어온 이후에는 오토 파일럿에서 수동 조종으로 모드를 변경해 조종간을 잡게 된다. 이쯤 되면 비행기 조종은 힘보다는 머리로 하는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승객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인도하려면 비행기 안에는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이 필요하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착륙하는 동안 그 둘은 같은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왜 대부분 조종사는 남자가 하고 객실 승무원은 여자가 하는 걸까? 같은 노선을 비행하는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은 비슷한 시간에 출근해서 같은 시간 동안, 같은 비행기 안에서 일한다. 조종사는 조종석에 앉아 버튼을 돌리고 누르는 등 자동 화된 기계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객실 승무원은 꼿꼿한 자세로 승객들에게 인사하고, 오버 헤드빈에 짐을 올리고 내리는 것을 돕고, 식음료가 가득 담긴 무거운 카트를 밀고 끌며 서빙을 한다.
잠깐의 휴식이 있기는 하지만 여정이 끝날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육체적인 노동으로 보내는 것이다.
흔히 남자와 여자는 체력이 다르기 때문에 조종사는 남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편견은 과연 맞는 것일까? 조종사는 객실 승무원보다 체력적으로 더 힘든 직업일까? 물론 비행 중 기계 결함이 발생하거나 악천후에 비행을 해야 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운행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강인함과 판단력이 매우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강인함과 판단력은 성별에서 비롯되는 차이가 아니다.
지식과 경험, 냉철한 판단력, 신중한 선택, 반복된 연습과 훈련으로 숙련된 기술… 이런 것들로 조종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행기를 조종하기에 여성이 남성보다 부족한 점은 분명 없어 보인다. 모든 것은 그저 우리의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Ladies and Gentleman, This Is Your Captain Speaking!”: 여객기 조종실에 들어가면 기장의 자리는 왼쪽이고 부기장의 자리는 오른쪽이다. 승객이 타고 내리는 문은 왼쪽에 있다. 그래서 승객들은 가끔 탑승하다가 기장 조종석 옆 창문으로 나를 보곤 한다. 나를 본 승객들은 두 번 놀란다. 우선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놀라고, 또 생각보다 어려 보여서 놀란다. 그들 중 일부는 연예인이라도 만난 듯이 옆 사람과 수군대기도 하고, 일행의 옷을 잡아당기기도 하고, 심지어는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런 모든 것들이 어색하고 ‘혹시 내가 여자라서 불안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탑승하는 승객들이 나를 볼 수 없도록 블라인드로 창문을 닫아놓곤 했다. 조종사가 여자라는 것을 들킬까 봐기내 방송도 잘 하지 않았다. 부끄러운 일이라도 한 사람처럼, 죄라도 지은 것처럼,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숨어서 비행기를 운행했다. 지금은 오히려 그때의 행동과 생각들이 부끄럽게 느껴지 지만, 당시에는 나 스스로도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겉으로는 여성도 파일 럿이 될 수 있다고 외치면서 속으로는 여성 파일럿들에 대한 편견을 지우지 못했던 셈이다.
편견은 우리의 시야를 좁게 하고 귀를 멀게 한다. 그래서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폭을 좁혀버린다. 편견은 다른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만든 장애일 뿐이다.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열고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자. 지금 당신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당신의 꿈이 무엇인지 찾지 못하고 있다면 당신 스스로 편견이라는 테두리 안에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편견이라는 장애를 극복하고 재활을 도와줄 유일한 의사는 오직 당신 자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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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반은 여자다 혹독한 여자 교관: 미국 항공학교에 다닐 때 나의 첫 비행교관은 백인 남자였다. 다정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성격이어서 나를 무척이나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이 교관이 썩 맘에 들지 않았다. 그 당시 나는 한국에서 모아온 돈을 그저 쓰기만 하는 처지인데다, 비싼 학비를 내고 학교를 다니는 터라 기왕이면 빡세게 배워서 하루라도 빨리 항공사에 입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첫 비행교관은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정하고 부드럽고 따뜻하기만 했다. 어쩔 수 있겠 는가. 처음 2주간은 마음을 비우고 그 부드러운 남자 교관으로부터 비행교육을 받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하루에 1시간씩 이틀 정도 다른 여자 교관의 이론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깜짝 놀랐다. 나탈리 버만이라는 이름의 이 여자 교관은 나보다 나이가 어렸는데도 아주 당찬 모습으로 똑 부러 지게 수업을 진행했다. 어떤 질문을 받든 잠시도 머뭇거림 없이 충만한 자신감으로 설명하는 모습에서 나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오, 이 여자 교관 좀 무섭겠는데? 이 교관의 학생은 죽어나겠군!’
누구에게도 뒤질 것 같지 않은 자신감, 확신 있는 수업, 온몸에서 발산되는 카리스마를 보건대, 그녀가 리드하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못할 게 없을 것만 같았다. 그녀를 보면서 ‘이거구나! 이걸 배워야겠구 나!’라고 생각했다. 그 길로 학교 매니저를 찾아가 비행교관을 그녀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역시나, 생각했던 것만큼, 아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그녀는 깐깐했고 까다로웠으며 최소한 비행에 관해서는 완벽주의자였다. 비행을 끝내고 하늘에서 내려오면 어김없이 그녀의 수많은 비판이 기다 리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교육을 받는 동안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그렇잖아도 내 마음 대로 비행이 되지 않아서 속상해 죽겠는데, 그녀의 혹독하고 인정사정없는 질타를 듣고 있노라면 ‘내가 왜 이 여자 교관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에 자기 발등을 도끼로 찍은 것처럼 후회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은 힘껏 준비도 많이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오늘은 꼭 나탈리를 만족시키고야 말겠어!’ 하며 자신 있게 비행한 날이었다. 하지만 그날도 여지없이 나는 모진 평가를 들어야 했다. 분명 잘한 것도 있는데 그에 대한 칭찬은 하지 않고 조목조목 못한 것만 꼬집어 혼을 내는 그녀가 너무 야속해서, 나는 그만 그녀 앞에서 폭포수 같은 눈물을 흘렸더랬다. 가슴속에 그동안 참았던 것이 복받쳐 한꺼번에 울컥 쏟아져 내렸다.
나는 그녀에게 처음으로 대들었다. “내가 그렇게 못했어? 내가 늘 그렇게 못해?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 칭찬 좀 해주면 안 돼?” 그러자 나탈리도 나와 함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학교의 한 작은 교실에서 두 여자가 “엉~ 엉~”, “꺼이~ 꺼이~” 어찌나 서럽게 울었던지 다른 교실에 있던 교관과 학생들이 죄다 ‘무슨 일인가?’ 하고 달려왔었다. 그때 나탈리가 말했다. “앤지, 우리 여자들은 남자와 똑같이 해서는 경쟁할 수 없어. 남자보다 더 잘해야 선택받을 수 있는 거야!”
희망 : 희망이 보이고
늦게 출발해도 목적지에는 도착한다 때로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길: 비행을 하다 보면 종종 이륙이 지연될 때가 있다. 악천후와 같은 기상의 원인일 수도 있고, 항공 교통량이 포화 상태여서일 수도 있으며, 드물긴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탑승수속까지 마친 승객이 나타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비행기를 자주 타는 사람이라면 공항에서 탑승 방송으로 이름을 불려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짐도 실었는데 설마 떼어놓고 가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진짜 떼어놓고 출발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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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정해진 비행기의 출발시간을 항공 용어로 ‘슬롯’이라고 하는데, 슬롯을 놓치게 되어 제시간에 출발하지 못하면 다시 새로운 출발 시간을 허가받을 때까지 대책 없이 기다려야 한다. 이때 기장들은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 하므로 심적인 압박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 출발시간이 되어 마지막 방송을 해도 승객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 이미 화물칸에 실린 그 승객의 짐을 찾아서 내려놓는 한이 있더라도 출발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내 중국 친구가 겪은 일도 바로 그런 경우에 속한다.
몇 년 전 하이난 산야행 비행이 있던 어느 날 아침, 친구가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원래 타려던 하이난 산야행 아침 비행기를 놓쳤는데 그다음 비행기를 타려면 앞으로 5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며 공항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맘이 한껏 상해 있는 친구를 두고 여유롭게 웃을 수는 없었기에 그런 일은 적지 않게 벌어지는 일이라며 일단 친구를 위로했다. 그러고는 마침 오후에 출발하는 내 비행기의 목적지가 네 목적지와 같으니 조금 늦더라도 나와 함께 가자고 안심시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그녀가 놓친 비행기보다더 빨리 하이난 섬 산야에 도착해버렸다!
사실 그날은 하이난 섬이 태풍의 영향권 아래 있어서 착륙 시 기상 상태가 많이 걱정스러운 날이었다.
물론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할 무렵이면 태풍이 지나갔을 수도 있고, 비행기가 도착해서 착륙하는 순간은 몇 분 남짓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태풍의 영향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는 경우로 판단되면 목적지가 태풍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럴 때는 기상 상태를 확인 하며 속도를 줄여 운행하거나, 목적지 근처의 상공에서 선회비행을 하면서 착륙할 수 있는 순간을 기다리거나, 최악의 경우 근처의 다른 공항으로 회항하면 되기 때문에 출발지에서 이륙을 미루는 경우는 거의 드문 편이다. 내 친구가 놓친 비행기도 그랬다.
그날 우리는 원래 예정대로라면 친구가 놓친 아침 비행기가 산야에 도착했을 무렵에야 이륙했다. 그런데 운항하면서 목적지의 기상 상태를 체크하다 보니 앞서 출발한 비행기들이 태풍 때문에 목적지에 정상 착륙을 하지 못하고 근처의 하이코라는 도시로 회항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비행기들 가운에 내 친구가 놓쳤다는 산야행 아침 비행기도 끼어 있었다.
탑승수속까지 마친 상태에서 딴청을 피우다가 비행기를 놓치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되겠지만, 이미 비행기를 놓쳐버렸다면 아무리 화를 내고 발을 동동 굴러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떠나간 비행기는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우리는 미래를 예상할 수만 있을 뿐, 언제 어떤 일이 어떻게 발생할지 실제로는 알 수 없다. 적당한 시기를 놓쳤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나고 이미 늦은 나이라는 생각에 새로운 시도가 망설여지고 미래에 닥칠 것 같은 태풍이 두려운 것이라면, 어느 정도의 착륙 가능성을 믿고 이륙하는 비행기처럼 우리도 자신의 꿈에 믿음을 갖고 이륙해야 한다. 설령 선회비행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회항을 해야 할지도 모르 지만 말이다. 어쩌면 막상 그 미래에 도착했을 때 당신은 그곳에 제일 먼저 도착한 사람일 수도 있다.
내가 걸어온 비행의 꿈: 미국 사서관저에서 비서를 하던 시절, 오산 미 공군부대 안에 있는 에어로클 럽에서 비행 공부를 하고 싶다고 대사님 부부께 말씀드렸을 때, 두 분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긍정적 으로 내 꿈을 지지해주셨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을 말씀하셨다. “앤지, 네가 비행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것, 파일럿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참 용기 있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먼저 약속을 해주렴. 내가 한국에서 대사로 있는 3년 동안에는 절대로 내 비서 일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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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어여삐 여기셨던 대사님은 내가 비행 공부를 하다가 항공사에 가고 싶다는 이유로 비서직을 그만 둔다고 할까 봐 끝내 그 약속을 받아내셨다. 하지만 당시 내 나이는 만으로 서른을 넘겼고, 그 나이면 한국의 항공사에서는 몇 년차의 부기장 경력을 가지고 있을 나이였다. 그래서 나는 대사님과 철석같이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도 때도 없이 ‘지금 비행 공부를 시작해서 어느 세월에 항공사에 들어가나?’,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미국에 가서 전문 파일럿 과정을 마쳐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며 불안해했다.
그때마다 나를 붙잡았던 것은 세 가지였다. 대사님 부부 두 분이 나에게 너무나 소중했다는 것이고, 소중한 분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다는 것이며, 또 미국에 가서 공부를 할 만큼 충분한 돈이 모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서 일을 하던 3년 동안 나는 미국 각지에 있는 항공대학 정보들을 스크랩 했고, 미국에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 군데씩 직접 방문해서 학교 투어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하나씩 따져봤기에 교육의 질이나 학교의 명성, 졸업 후 진로에 미치는 영향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비록 그 학교를 선택할 때는 잘 모르고 한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선택한 미국의 그 항공학교는 중국에서 인정하는 몇 안 되는 항공학교였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나는 대사님이 3년간의 주한 미국 대사 임무를 충분히 마치고 미국으로 귀국하실 때까지 유학 자금을 모으고 미국 항공학교 입학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갔다. 그리고 새로 부임해오는 대사님을 위한 후임비서를 채용하고 인수인계까지 마친 후 그동안 목표로 삼았던 플로리다에 있는 항공학교로 떠났다.
그때 내 나이 만 서른세 살이었다. 한국에서 일반적인 항공사 파일럿과 비교하면 그 나이에 비행 공부를 하러 미국에 가겠다는 것은 늦어도 한참 늦은 출발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에 굴하지 않고 1년간 미국 항공학교를 다니면서 비행 공부를 했고, 파일럿 자격의 필요조건인 비행경력을 쌓기 위해 미국을 떠나 중국 항공학교에서 비행교관으로 일했다. 어찌 보면 또한 번 정상적인 길을 가지 않고 먼 길을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기에, 그런 나를 보며 미국 친구들은 안타깝게 여기기도 하고 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 미국 경제가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정상적인 길을 선택했던 미국의 친구들과 나의 미래는 정반대가 되었다. 돌고 돌아 늦은 길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미래는 중국 항공업체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부러움의 대상이 된 반면, 미국 친구들은 취업할 곳을 찾아 중국에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조금 늦게 출발하더라도,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로 돌아가더라도, 침착하게 방법을 찾고, 찾은 방법을잘 실행하면 결국은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그것도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미래를 예측할 수는 있지만, 아무도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늦게 시작했다고 해서 꿈을 이룰 수 없거나 다른 사람에게 뒤지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단정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늦었다! 안 된다!”고 말하지 마라. 듣지도 마라.
도전 : 도전을 하면
변화 없이 미래는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변덕쟁이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할 때나 쇼핑을 가서 물건을 고르고 나서도 다시 주문 내용을 바꾸거나 ‘다른 게 나은데 괜히 바꿨나?’ 하는 후회를 하곤 한다. 내 장점이자 단점 중에 하나가 싫증을 잘 느낀다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것이다. 한 가지를 지그시 오래하지 못하고 금세 새로운 것을 찾다 보니 직장도 여러 번 바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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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고 파일럿이 되기 전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직장을 바꿀 때마다 직종이 바뀌다 보니 나는 늘말단 직원으로 새로 시작해야 했다.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한다고?: 우리는 대부분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으니까 불안하고, 환경이 바뀌는 것이니 두렵고, 새로운 것이 주는 어색함도 불편해서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를 망설이게 된다. 나 또한 일본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중국으로 매번 다른 목적을 가지고 향하긴 했지만 사실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이 그리 만만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호텔에서 미국 대사관으로 직장을 옮긴 후에도 처음 일주일간은 새로운 환경이 익숙치 않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미국에서 중국으로 직장을 찾아간 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언어도 안 통하지, 한국 이나 미국보다 시설도 낙후되어 있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정말이지 중국 생활에 익숙해질 때까지 얼마나 신세한탄을 했던지.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한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 문화를 대변하는 말 중에 나는 이보다 더 적합한 말을 찾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직장에서 몇십 년씩 근속하는 것이 미덕이고, 한 가지를 꾸준히 하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자 성실하고 좋은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한 우물을 파서 성공적으로 외길 인생을 걸어오신 분들이 많다. 내가 전 직장에서 모셨던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 대사님도 젊은 시절부터 외교관이라는 한길을 꾸준히 걸어 필리핀에서 대사를 하셨고, 이후 한국에서 대사 임기를 보내시며 60세 환갑을 맞으셨다.
성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 내가 하는 일이, 혹은 내가 하는 공부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아니거나 의문이 드는 것이라면 굳이 그 길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꿈을 멀리 있는 것으로만 여기고 바라보기만 한다. 그 이유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금의 학비와 시간을 들여 공부했으니 전공 분야에서 일해야 아깝지 않다고 여기는 것, 지금까지 일해 온 곳에서의 직위와 경력이 아까워 그만두지 못하는 것. 어쩌면 당연하다.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돈,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들인 노력을 불안한 미래와 맞바꾸기란 쉽지 않다. 특히, 가장이라는 경제적 책임을 가진 사람이라면 지금 하는 일을 내려놓고 꿈을 좇기가 더더욱 힘들 것이다.
하지만 자꾸만 마음이 다른 곳으로 향하거나 다른 것이 하고 싶어 마음이 답답하다면, 지금의 자신이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의심해봐야 한다. 어쩌면 그것은 나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 다.
인내 : 인내의 끝에서 꿈으로 실현된다
비바람을 뚫고 올라서면 눈부신 파란 하늘이 펼쳐진다 비구름 위에는 고요한 하늘: 한여름 장마철에 중국의 최대 휴양지 중 하나인 하이난 섬으로 비행을 간적이 있다. 출발지였던 상하이 공항 위를 어찌나 큰 비구름이 덮고 있던지 이착륙을 못한 비행기가 많아 출발이 몇 시간씩 지연되는 것은 물론,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내가 운행해야 하는 비행기는 휴양지로 가는 여정이었기 때문에 결항을 시킬 수 없었다. 왜냐 하면 휴양지로 가는 승객들은 비즈니스 때문이 아니라 휴가를 보내러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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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호텔 예약을 며칠씩 해놓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당일 도착하지 못하고 하루쯤 늦더라도 꼭 가야만 한다.
비행기 안에는 비구름의 세기나 비구름 속 요동이 많은 기류를 감지하는 기상레이더가 탑재되어 있다.
그날 우리 비행기는 오후 4시경에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공항 주변의 기상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구름이 사방에 포진하고 있어 착륙해야 하는 비행기는 다른 공항으로 회항하고 있었고, 이륙하려는 비행기도 활주로에 진입을 시도했다가 기상레이더가 온통 붉은 비구름으로 표시된 것을 보고 원래 위치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속출했다.
출발할 기회를 엿보며 9시간 정도 지연되었을까? 우리 비행기는 결국 다음날 새벽 1시경이 되어서야 상하이 공항을 이륙할 수 있게 되었다. 기상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이륙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좌석 벨트를 한 번 더 단단히 조이고, 기상레이더를 켜고, 그 어느 때보다 신중히 비행기 엔진 성능을 살피며 이륙을 감행했다. 동시에 비구름이 가장 약한 곳을 골라 항로를 변경했다.
조종실 앞 유리창에 번쩍번쩍 방전이 일어났다. 이 방전 현상은 일반적으로는 보기 어려운 것으로, 파일럿만이 경험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빗속의 전기가 비행기 조종실 앞 유리창에 가느다란 선을 그리며 빛을 발하는 것인데, 마치 번개의 미니어처 같은 모양새이다. 나는 방전 현상을 여객기 파일럿이된 지 얼마 안 되어 처음 보았는데, 어찌나 놀랐던지 정말 비행기가 번개를 맞는 줄 알았다. 놀라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서 주사를 맞을 때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것처럼 조종실 창문은 일부러 쳐다보지도 않았다.
밤 1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이른 새벽에야 하이난 산야에 도착했다. 거기서 다시 승객들을 태우고 다시 상하이의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이른 새벽이다 보니 하늘에는 운항 중인 비행기도 없는 듯했다. 관제탑과 교신을 주고받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비행기의 쏴한 바람 소리만 가득한, 너무나도 고요한 아침이었다. 5시 반쯤 되었을까? 하이난에서 상하이로 돌아오는 하늘 위에서 나는 동이 트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어젯밤의 비구름과는 상반되는 아침 하늘의 빨간 태양에 나는 새삼 또 다른 새날이 밝았 음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했다.
나는 비행을 하면서 늘 보고 느낀다. 아무리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일단 비구름을 뚫고 올라서면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이 펼쳐진다는 것을.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지금 당신이 걱정하고 있는 그 비구름을 뚫고 올라서면 분명 파란 하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너무 힘들고 꿈도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천둥 번개를 견디고 나면 새로운 태양이 둥글게 떠오를 것이다.
충전 :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맘껏 즐기는 것이다
재충전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최신 스마트폰이라고 해도 배터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듯이, 우리 몸과 마음도 지치고 의욕이 떨어져 있으면 제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 해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도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각자 자신만의 방법을 통해서. 내 방법은 다양하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여건이 닿는 한 맘껏 한다. 듣기 좋은 노래도 계속 들으면 지겹고, 맛있는 음식도 매일 먹으면 질리듯이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서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골고루 즐기며 그기쁨을 나 자신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나는 그 과정에서 성찰도 하고 동기부여도 하고 미래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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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른다 쉬운 일은 없다: 가끔 주변에서 비행하는 게 ‘재미있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비행은 내취미이자 내 직업이다. ‘즐겁게’ 하고 있다.”고 답한다. 재미있는 것이나 즐거운 것이나 그 말이 그 말같지만 내게는 조금 다른 의미이다. ‘즐겁게’ 비행하는 것은 맞는 말인데, ‘재미있게’ 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선뜻 대답을 못 하겠는 거다. 내게 ‘재미있던’ 비행은 비행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탔던 작은 싱글 엔진 프로펠러 비행기이다. 제트기는 많이 자동화되어 프로펠러 비행기만큼 비행하는 재미가 없다. 그래서 어떤 날은 오래전 항공학교에서 비행을 배울 때, 또는 교관 시절에 타던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가 그리워진다. 그때는 제트 여객기를 조종하는 게 소원이었는데 말이다.
불평을 하기로 마음먹으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비행할 때는 조종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강한 햇살에 시력이 상할 정도이다. 눈뿐만이 아니다.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터라 비행기 안의 공기가 건조하기 때문에 주름도 쉽게 생기고 피부도 많이 건조해진다. 또 고도를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기압 차이 때문에 발도 붓고 귀도 멍멍해진다. 그래서 신발도 한 치수 크게 신어야 하고 옷도 느슨하게 입어야 한다. 또 조종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들어야 하는 항공 교신 소리와 엔진 소리, 바람소리는 청력을 약화시킬 정도로 시끄럽다. 또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가급적 빠르게 식사를 하다 보니 밥 먹는 시간도 무지 빨라졌다. 또 밤새 비행을 하고 다른 나라에 갔는데 낮과 밤이 바뀌어 있고, 시차에 적응할 만하면 다시 돌아와야 해서 몸이 늘 긴장 상태이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원래 다 그런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불평하는 이러한 것들이 어떤 이에게는 그럼에도 이루고 싶은 간절한 소망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가지고 있을 땐 그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지금 일하는 이 회사에 나는 얼마나 들어오고 싶어 했던가. 내가 지금 하는 이 일은 얼마나 간절히 바라던 일인가. 지금은 가졌기 때문에 절실하지 않을 뿐, 내가 지금 하는이 일이 누군가에게는 그렇게도 간절한 꿈일 수 있다.
이른 아침 비행을 나가기 위해 유니폼 셔츠를 챙겨 입고 넥타이를 맨 다음 왼쪽 가슴 포켓에 볼펜 하나를 꽂는다. 그 위쪽 심장 제일 가까운 곳에 ‘윙’이라 불리는 날개 모양의 금색 배지를 단다.
마지막으로 어깨 위에 반짝이는 네 줄짜리 금색 견장을 달고 파일럿의 신분증인 ‘플라이트 크루 패스(Flight Crew Pass)’를 목에 걸면 출근 준비가 끝난다. 비행기에 오르면 조종석 의자를 내 몸에 맞춰 높이를 조절하고, 발이 닿는 브레이크의 거리도 조절하고, 조종간을 조종할 때 팔이 움직이지 않도록 팔걸이 위치나 각도도 나에게 맞춰 조절해야 한다. 이런 준비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늘 나자신에게 말한다. ‘그래, 오늘도 열심히 행복하게 일하자!’ ‘안전하고 즐겁게 비행하자!’ ‘지금 같은 초심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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