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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쓰레기의 정치학

by Casey,Riley 2021.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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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오닐 지음 / 북스힐
이 책은 지난 20년 동안의 전 세계 폐기물 정치 경제의 출현과 그 경로를 다양한 사례 연구를 바탕으
로 전문적으로 추적하면서, 폐기물 거버넌스의 등장이 우리가 매년 배출하는 수억 톤의 폐기물과 관련
된 위험과 기회를 처리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설명하면서, 폐기물의 발생으로 인한 위험
은 환화시키면서 기회를 선용하는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다.

쓰레기의 정치학
케이트 오닐 지음

▣ 저자 케이트 오닐
UC버클리의 환경과학정책경영학과 교수이다.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하버
드대학교 케네디행정대학원의 박사후연구원이었다. 세계 환경정치에 대해 전공자뿐만 아니라 비전공자
에게도 가르치고 있으며, 쓰레기와 지구 환경문제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세계 환경 정치와 거버넌스를
연구하며 글을 쓰고 있다. 『부유한 국가들 간의 폐기물 거래: 새로운 환경규제이론 구축』, 『환경과 국
제관계』를 집필했다.

▣ Short Summary
산업화가 가속되면서 발생한 대규모의 생산과 소비로 인해, 지구는 더 이상의 쓰레기 보관 장소를 찾
을 수 없을 만큼 대량의 폐기물로 가득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잔류하는 유독성 화학 폐기물이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폐기물은 점점 그 정도를 넘어서며 지구의 골칫덩이가 되었
다. 그러나 이러한 도시의 대형 폐기물과 산업 폐기물은 사회적 또는 경제적으로 힘을 가진 사람들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게 수거되어 ‘처리’, 즉 조용히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다.
즉, 자유 무역과 경제의 세계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러한 폐기물은 국가와 국가, 그리고 그 너머 대
륙 간의 거래 품목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국제적인 거래 대상으로 자리하게 되었고, 또한 폐기물은 새
로운 추출 가치를 지니며 최종 ‘폐기’ 대신 생산적으로 수리, 개조, 재사용 될 수 있는 세계화된 자원
으로 탈바꿈하였다. 물론 여기에는, 폐기물을 보내는 부국보다 폐기물을 처리하는 빈국이 더 큰 위험
을 떠맡게 되는 정치적인 역동성도 내재되어 있다. 이처럼 폐기물 처리 문제에는 환경 위험뿐만 아니
라, 수거 노동자, 규범과 사상, 변화하는 힘의 균형에 얽힌 지배구조 등의 난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책은 지난 20년 동안의 전 세계 폐기물 정치 경제의 출현과 그 경로를 다양한 사례 연구를 바탕으
로 전문적으로 추적하면서, 폐기물 거버넌스의 등장이 우리가 매년 배출하는 수억 톤의 폐기물과 관련
된 위험과 기회를 처리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설명하면서, 폐기물의 발생으로 인한 위험
은 환화시키면서 기회를 선용하는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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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정치학

▣ 차례
서문
CHAPTER 1 폐기물과 국제 정치경제
CHAPTER 2 폐기물 이해하기
CHAPTER 3 폐기물 작업
CHAPTER 4 전자 폐기물
CHAPTER 5 음식물쓰레기
CHAPTER 6 플라스틱 스크랩
결론: 폐기물 없는 세상이 가능할까?
독자를 위한 글: 폐기물 문제의 가시화

참고문헌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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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정치학

쓰레기의 정치학
케이트 오닐 지음

폐기물과 국제 정치경제
세계 폐기물경제의 탄생
20세기의 경제 성장과 산업화의 진행으로 폐기물과 자원의 관계도 변화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의 세계 경제 확장으로 부유한 국가가 대량의 일회용 소비를 최초로 경험하면서 오늘날 도시 고형 폐
기물(MSW)이라 알려진 폐기물을 발생시켰는데, 도시 고형 폐기물은 가정과 기업에서 발생하는 플라스
틱, 종이, 금속, 비유기성 폐기물 등을 포함한 고체 상태의 폐기물을 뜻한다.
한편 대형 도시 폐기물과 산업 폐기물을 수거, 제거, 처리하는 서비스의 등장은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
는 대부분의 동네에서 폐기물은 더 이상 눈에 거슬리지도 않고, 신경 쓰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음을 의
미했다. 그 결과 폐기물을 둘러싼 여러 문젯거리는 여러 환경 위험 문제와 동일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혜택은 사회적 또는 경제적으로 힘을 가진 사람들이 누리고, 그 대가는 상대적으로 힘없고
돈 없는 먼 곳에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치른다는 점이다.
자유 무역과 경제의 세계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폐기물은, 특히 유해 폐기물은 가난한 나라로 보내지
거나, 부유한 나라 간의 거래 대상이 되었다. 이는 주변 폐기물 시설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졌고 미국
의 환경 정의 운동을 비롯해, 유럽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폐기물 관련 운동과 캠페인이 불붙듯 일어나
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그린피스인터내셔널과 제3세계네트워크와 같은 국제 NGO가 부국이 빈국에
쓰레기를 버리는 ‘독성 거래’를 저지하기 위해 나서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캠페인은 북쪽의 부국들이 독성 폐기물 처리에 따르는 위험과 비용을 다른 나라에 떠맡기는
상황의 정도와 심각성을 부각했다. 세계 곳곳의 대형 매립지에 잔뜩 쌓인 고형 폐기물, 낡은 전자제품
과 버려진 컴퓨터가 더미를 이룬 모습, 비교적 최근에 찍힌 버려진 플라스틱이 바다의 숨통을 막고 있
는 파괴적인 모습 등을 담은 사진 덕분에 폐기물 문제의 심각성을 지구촌 전체가 깨닫게 되었고, 또한
폐기물이 매립지 주변의 지역사회에 끼친 부정적인 영향은 글로벌 행동주의를 일으켰다.
이런 실상 폭로는 버려진 물건, 금속, 에너지 등을 위주로 폐기물을 재활용하던 기존의 범위에서 벗어
나 더 큰 폐기물 스트림 차원에서 폐기물을 재활용하고 추출 가치를 활용하자는 새로운 생각으로 이어
졌다. 비공식 노동자와 대형 다국적 기업은 ‘도시 광산’이라는 새로운 가치에 눈을 돌려 자원을 추출하
고 생계를 유지해 간다. 이는 또한 폐기물 스트림을 축소하고 폐기물 동선을 간소화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고 최종적 폐기에서 생산적 재사용으로 폐기물을 다루는 방향이 바뀌어 가고 있다.
세 가지 주제
이 책은 세 가지의 중요한 주제를 다룬다. 세계 자원 개척지로 부상한 폐기물, 이 과정에서 확장된 위
험성, 그리고 이 두 가지가 함께 발생시킨 혁신을 포함한 거버넌스 측면의 도전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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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정치학

세계 자원 개척지: 최근 폐기물은 대규모의 개척 자원 중 하나로 부상했다. 일찍이 1969년 휴스턴에서
열린 폐기물 관리 세미나에서 당시 미국의 내무부 차관은 “쓰레기는 우리의 유일한 성장 자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힘입어 환경론자, 업계 지도자, 정치인들까지 나서 폐기물은 이제 ‘사람이 필요로
하지 않거나 남아도는 물건으로’ 간주되지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 실제 과거와 현재에 발생한 폐기물
을 통해 더 부유하고 더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폐기물 개척지는 경제적 필요(천연자원의 실질적 혹은 예상되는 희소성), 기술력(폐기물 에너지, 금속
추출 기술), 그리고 풍부한 자본과 값싼 노동력에 의해 그 문이 열렸다. 그런데 이 분야의 기업과 지역
사회가 시장접근, 시장점유율, 그리고 생계를 위해 경쟁할 때 경쟁과 갈등이 발생한다. 그리고 다른 천
연자원과 마찬가지로 매립지를 덮어버리거나 둘레를 울타리 치는 행위 등의 사유지 전환 과정에서 해
당 자원을 공동 재산이나 생계 수단으로 여겨온 기존 사용자를 배제하기도 한다.
폐기물 개척의 근거는 환경적인 이유에서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기업, 정부,
시민 사회 참여자들은 폐기물 개척과 재사용을 지속 가능 혹은 친환경 경제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간
주한다. 그리고 폐기물 에너지 분야의 기업들은 기존 에너지원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감축시키는 데
있어 자신들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도시광업에 종사하는 다국적 기업과 소규모 도시 재활용업
체는 자신들이 금속을 추출하거나 재사용함으로써 친환경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자랑한다.
폐기물 자체가 독특한 자원은 아니지만 어느 지역에서나 존재한다는 점, 지구촌 곳곳으로 이동될 수
있다는 점은 폐기물만이 지닌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폐기물은 지역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세계
적 차원의 자원으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폐기물 개척지의 가시성을 높여야 효과적인 거버넌
스 메커니즘을 구축할 수 있는데, 효과적인 거버넌스를 통해 다음 절의 주제인 더 커진 폐기물의 위험
성을 완화하고, 폐기물을 귀중한 자원으로 재사용이 가능하다.
더 커진 위험: 폐기물의 자원 가치가 이전보다 높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폐기물은 여전히 위험요소로
간주된다. 이러한 위험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폐기물의 발생, 이동 및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
면서 더욱 심각해졌는데, 폐기물의 부정적인 영향은 소수 인종 또는 소수 민족 집단 중에서도 경제적
으로 가장 취약한 집단에 불균형적으로 발생하며, 폐기물이 생산된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처리됨에 따라 이러한 위험이 더욱 악화하였다. ‘멀리두기(distancing)’는 말 그대로 폐기물이 거래를
통해 혹은 해류를 타고 생성된 곳에서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쓰
다 버린 플라스틱, 종이, 전자제품이 어디로 가는지 누가 그것을 처리하는지를 궁금해 하는 사람은 거
의 없다. ‘멀리두기’를 하나의 개념으로 받아들인다면, 세계화 시대의 불평등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
을 것인데, 이는 세계의 소비와 생산,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공급망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폐기물 관리와 폐기물 위기 해결책과 관련된 위험성도 확대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
는 도시 주변에는 거대 쓰레기 매립지가 산재해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재활용 공장은 미국과 유럽에
서 인건비가 저렴하고 규제가 느슨한 남아시아, 동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으로 옮겨갔다. 폐기물 작업
은 여전히 어렵고 위험하며 도시 및 산업 폐기물의 수거, 처리 및 재활용은 보건 및 안전 규정이나 고
용 보장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공식 노동자나 폐기물 수거업자가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위험한 폐기물은 환경 속에 오래 머물며 대대로 독성 유산을 남기고, 도시 지역 특히 개발도상국
및 신흥국에서의 도시 고형 폐기물 증가는 기존 폐기물 수거 인프라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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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정치학

거버넌스 도전과제 및 혁신: 폐기물 위기는 복잡한 문제이다. 폐기물은 국경을 넘어 바다, 대기, 우주
에까지 산재해 있을 정도로 초국경적인 문제이지만, 거리에 쌓인 폐기물 처리를 위한 지역사회 단위의
소각장과 매립지도 있어야 하므로 지역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많은 행위자가 폐기물 생산, 수거, 처리
및 재활용 사업에 관여되어 있으며 종종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놓고 서로 충돌한다. 정확한 데이터 획
득이 어렵기 때문에 폐기물 관련 오염 발생에 대한 책임 역시 추궁하기가 어려운 문제이다.
폐기물을 글로벌 자원 개척지로 간주하는 것 자체가 전통적인 폐기물 거버넌스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
적인 도전이다. 이제는 단순히 물건의 사용 연수가 다했다고 해서 사용이 끝났다고 할 수 없다. 그렇
다고 해서 목재, 석유 또는 광물과 같은 전통적인 자연 추출 자원 거버넌스를 폐기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인가? 폐기물의 특성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도 폐기물의 국제 정치를 매우 가시적인 존재로
만들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최악의 위험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더
싸게, 더 쉬운 방식으로 떠맡겨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면, 그 어떤 기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무
용지물이 될 수 있다. 세계 폐기물 거버넌스 관련자들은 취약계층을 향한 위험은 최소화되고, 혜택은
공유되는 방식으로 폐기물 자원을 추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폐기물에 대한 관점
세계 폐기물과 재활용 경제를 완전하게 이해하려면 폐기물을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
다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외부성 물질로서의 폐기물 ­ 폐기물은 사람들이 사용을 원치 않지
만 어쩔 수 없이 수거되고 폐기되어야 하는 생산 또는 소비의 부산물이다. ② 위험 또는 위험요소로서
의 폐기물 ­ 폐기물의 특성, 잘못된 관리 또는 축적으로 인해 폐기물이 환경 또는 건강에 위험을 가한
다. ③ 물품으로서의 폐기물 ­ 유리, 헌 옷 또는 중고 자동차와 같은 버려진 물건. ④ 자원으로서의 폐
기물 ­ 용도변경, 가치 추출, 재활용을 통해 폐기물이 판매 또는 재사용된다. 목재 폐기물을 업사이클
링하여 가구를 제작하거나 전자 폐기물에서 금을 추출하는 활동이 여기에 속한다. ⑤ 생계 수단으로서
의 폐기물 ­ 폐기물의 수거, 재활용 또는 해체 작업은 주로 인근에 거주하는 비공식 노동자와 시 공무
원 또는 세계 최대 공공서비스 제공 업체에도 소득 수단이 된다. ⑥ 투입재로서의 폐기물 ­ 생산과 소
비의 선형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무한순환형 재활용이나 순환경제를 목표로 다시 생산 및 순환
되어야 한다.’ 이제 이러한 관점을 통해 각각의 장에서 자세히 다룰 폐기물 작업, 음식물쓰레기, 전자
폐기물 및 플라스틱 스크랩의 복잡한 경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폐기물 이해하기
폐기물이란 무엇인가
국가 간 또는 국가 내에서조차 무엇이 폐기물인지 정의를 내리는 과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또한 폐기물을 스크랩 또는 자원으로 구분할 수 있는 통용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폐기물 정의에
대한 이런 합의 부재는 폐기물과 폐기물 이동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더 나아가서는 국제적 수준의 거
버넌스 개선 노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향력 있는 기관들이 각각 어떻게 폐기물을 정의하고 있
는지를 살펴보면 기관마다 상이한 내용으로 폐기물이 정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버린 폐기물은 회수가치가 있는 것인지, 혹은 수명이 다해 더 이상의 가치가 없는 것인지에
따라 다르게 이해된다. 예를 들어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나 세계보건기구의 폐기물 정의에 의하면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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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정치학

물에는 재활용의 여지가 없다. 이와는 정반대의 스펙트럼 상에서 정의된 ‘제자리에 맞지 않은 물건’으
로서의 폐기물은 폐기물 연구 분야에서 꽤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는데, 이는 더러운 것(폐기물, 쓰레기)
이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점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폐기물의 국제 정치에 관한
글을 쓴 켄 거레이는 폐기물의 상황에 따른 유연성을 명료하고 우아한 방식으로 기술하였는데, 그는
“인간이 사용을 원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게 된 것”으로 폐기물을 정의하여, 폐기물의 사후 사용이
가능하도록 포문을 열었으며 동시에 ‘우리 인간’에게 그 책임을 부여했다.
결론
폐기물을 물건과 스트림이란 2개의 관점에서 본다면 폐기물이 지닌 가치와 연결해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물건으로서의 폐기물’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자원의 초기 획득에서부터 제조, 사용, 최종 폐기에
이르는 제품의 전체 수명 주기와 연결된다. 반면 ‘스트림으로서의 폐기물’은 폐기물 처리 이후를 살펴
보게 한다. 즉 폐기물을 처분했다고 해서 폐기물의 수명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다.
한편 새로이 등장한 세계 폐기물 경제가 이 분야의 거버넌스 판도를 바꾸어놓았다. “모든 폐기물에 일
률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인 특징이 있기에 하나의 특징이나 명칭으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인가? 또한
폐기물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공통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해 대답을 하자면
점점 더 ‘아니오’라 대답할 것 같다. 물건과 스트림이라는 대형 범주 속에서도 사용 이후의 폐기물이
‘폐기물’ 또는 ‘버려진 것’으로 분류되는 어느 지점에 도달하는 순간이 있다. 그러나 그 순간도 폐기물
의 전체 생애를 다 담고 있지는 않다. 한편 폐기물을 단지 외부성 자원 또는 위험요소로서 간주하여
‘파이프의 끝(사용 종료)’과 같은 존재로 다루거나 지역적 차원에서만 초점을 맞춘 폐기물 규제와 거버
넌스는 새로운 세계 폐기물경제에 적합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기존의 글로벌 협약과 제도로 새로운 유
형의 폐기물과 폐기물 스트림을 다루고 폐기물을 위험보다는 자원으로 간주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수거,
처리, 재활용의 구조는 세계적인 쓰레기 대란을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폐기물 거버넌스는 소외된 근로자와 지역사회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강력하고 안정적이며 안전한
2차 소재의 국내 또는 국제 시장을 창출하고 유지하며, 보다 효율적이고 보다 순환적인 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구현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폐기물이 가치를 지닌 중요한 자원임을 이해할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폐기물 거버넌스 수립 시 더욱 다양한 주체(산업계 포함)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게 되며, 세계 경제에도 더 큰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

폐기물 작업
지역 폐기물 경제는 세계 폐기물과 재활용경제에 깊이 관여되어 있다. 버려진 물품과 폐기물이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운반되고 있으며, 이 업계에 뛰어든 다국적 기업들은 유럽과 아프리카의 폐기물 서비
스 업종에 투자하고 있다. 세계 폐기물경제의 다양한 모습이 부각된 것은 최근 들어서이다. 그런데 세
계 폐기물경제권에서 누가 대부분의 위험을 부담하는지는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누구의 손을
거쳐 어떤 방식으로 돈이 흐르는지는 추적하기가 어렵다.
휴스턴이나 파리에 본사를 둔 기업에서부터 이집트의 카이로나 브라질의 벨로 호라이즌테 거리의 수백
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폐기물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데, 많은 국가에서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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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정치학

식 법인 업체의 폐기물 관리업 진출이 허용됨에 따라, 기존의 폐기물 수거업자(비공식 노동자)가 생계
현장에서 이탈하게 되는 등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폐기물 작업은 위험하며 이런 위험은 폐기물의 부
피, 독성, 이동거리 증가에 따라 확대되었으나, 세계화 덕분에 행동주의. 기술 혁신, 폐기물 수거 및
관리와 관련한 새로운 조직적 모델의 확산 등 예상치 못한 성과가 피어날 공간이 생기기도 했다.
폐기물 작업과 생계
폐기물이 자원이나 위험 요소가 되는 동시에 생계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개념상으로 생계
는 단순한 소득 창출 이상이 의미를 지니는데, 생계는 “자원과 기회에 대한 접근성 확보, 위험에 대처,
사회적 관계 협상 및 가정, 지역사회, 도시 내의 사회적 네트워크와 관련 제도를 관리하는 것”을 의미
한다. 폐기물 노동자들은 트럭이나 수레를 이용해 폐기물을 수거 및 운반한 후 종류대로 분류하여 세
척하는데, 공식 사업 분야로 구조화된 비즈니스의 경우 감독관, 보건ㆍ안전 관리 공무원, 엔지니어ㆍ
기술자, 관리자, 임직원 등이 체계를 이루고 있다. 한편 폐기물 노동자들은 스크랩 하치장이나 쓰레기
매립지에서 일하며 스크랩 거래를 중개하기도 한다. 폐기물 노동자와 스크랩 중개인은 사람들이 버린
물건과 자재의 용도를 변경하여 새로운 물건으로 탄생시킨 뒤 재판매하지만, 이들은 폐기물과 폐기물
처리 방법 때문에 발생하는 즉각적이고 장기적인 위험에 가장 먼저 노출된다.
세계 자원 개척지에 드러난 갈등
폐기물 수거인의 생계, 가정, 지역사회와 관련한 도전과제는 지구 북쪽과 남쪽 모두에서 나타나는 국
제적(공식적) 및 지역적(비공식적) 부문 간의 갈등으로 이어진 폐기물을 둘러싼 새로운 세계정치경제의
중심에 놓여있다. 폐기물 근로자 문제를 두고 정부와 다국적 기업은 2가지 공통적인 갈등에 직면해 있
다. 첫째, 누가 폐기물을 수거하는가? 둘째, 누가 노동자의 생계 수단인 쓰레기 하치장이나 매립지에
대한 접근(또는 해체) 권리를 갖고 있는가? 세계 신자유화 물결이 전 세계 여러 도시의 폐기물 정치를
형성하였는데, 기드와니는 지방 정부가 아무 때나 재산권 행사를 하지는 않지만, 궁극적으로 도시 고
형 폐기물은 지방 정부의 재산이라 지적한다.
정부는 폐기물 서비스 제공을 위해 민간 기업과 협력하며, 종종 민관 협력 관계를 만들어내는데, 협력
파트너는 국내 기업일 수도 다국적 기업일 수도 있다. 이러한 전략은 주로 미국국제개발처(USAID), 유
엔개발계획(UNDP),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 기부기관이 독려한다. 도시 고형 폐기물 수거가 민간 기업
과 계약된 경우 노동자는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는다. 그리고 (도시 광산) 자원
추출이나 에너지 생산을 목적으로 매립지를 사유화하거나 폐쇄할 시 그곳에서 생계를 유지해 온 사람
들은 보상은커녕 대비책도 없이 매우 빠른 속도로 내몰린다.
인도, 이집트, 남아프리카, 멕시코, 니카라과, 콜롬비아, 도미니카 공화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와 관할
지역에서 이러한 충돌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최근 들어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1980
년대부터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편 폐기물 수거인 단체도 국경을 넘어 초국가적 행동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찾고 있다. 2009년에 설립된 세계폐기물수거인연합은 주로 중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의 28개국에 속한 수천 개의 폐기물 수거인 단체를 서로 연결하며, 글로벌소각
대안연맹은 전 세계의 제로 웨이스트 활동가를 지원하고 협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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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정치학

전자 폐기물
세계 유해 폐기물 거래를 반대하는 주요 NGO인 바젤행동네트워크는 2002년 획기적인 보고서「해로움
을 수출하다: 아시아의 하이테크 폐기물」을 발표했는데, 이 보고서는 유럽과 북미의 낡은 노트북, 휴대
폰, TV, 스테레오와 같은 전자 폐기물이 지구 남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들춰냈다. 또한 남쪽의 노동자
들이 매우 위험한 환경에서 오래된 전자제품을 분해하여 재처리나 재판매가 가능한 금, 구리 등의 금
속을 추출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오래된 전자제품의 대부분이 지구 북-남 간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명분 삼아 자선단체를 통해 개발도상국으로 보내졌으나, 이렇게 보내진 낡은 전자제품은
디지털 격차 해소는 고사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열악한 임금을 받는 노동자층만 양산하였다. 물론
여기에는 아동 인력도 포함된다. 낡은 회로판을 산성 물질로 씻어내고 오래된 컴퓨터 케이스를 태우는
과정에서 이들은 다이옥신, 수은, 납 등을 포함한 독성 물질에 노출된다.
이 보고서와 그 무렵 발간된 다른 보고서의 내용이 2008년 미국 뉴스 프로그램 쇼 <60분>에서 한 시
간짜리 분량으로 다뤄지면서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였다. 각 국가와 국제기구는
즉시 이러한 전자 폐기물의 국제 거래를 축소하거나 중단하기 위한 조처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1
세기의 첫 20년이 지난 지금도 전자 폐기물과 전자 중고품의 국제 거래는 여전히 활발하지만, 더는 환
경을 생각하는 이 시대의 정의로운 행동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오래된 전자 기기나 제품은 재처리와 분해가 가능하며, 추출 가치가 있는 금속 등의 쓸 만한 재료를
포함하고 있기도 하고, 재정비와 수리 과정을 거치면 새 제품으로 탄생하여 다시 팔리기도 한다. 그러
나 전 세계 수십만 명(아마도 수백만 명)의 비공식 근로자들이 이러한 작업에 생계를 의존하지만, 전자
제품 분해나 수리 작업은 해당 작업자의 건강과 지역사회 환경에 심각한 위험요소가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자 폐기물의 거래 양상도 달라졌다. 이제는 전자 폐기물 거래가 단지 지구 ‘북남’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전자 폐기물의 상당수가 개발도상국 간에 혹은 가난한 나라에서 부유
한 나라로 운송되기도 하고, 많은 중산층과 빈곤층 국가에서도 상당한 양의 전자 폐기물이 생산되고
있다. 가나는 147개국으로부터 중고 전자제품을 수입하고, 카리브해에서 출발한 전자 폐기물은 베네수
엘라로, 중동에서 출발한 폐기물은 한국이나 인도네시아로 운송된다. 다국적 광산 기업은 ‘도시 광석’
을 통해 자원 추출 분야에 진입하면서 업계의 지속가능성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고 있다.
중고 전자제품 거래로 더 자주 언급되는 전자 폐기물 거래는 다음의 두 가지 사례를 통해 많은 논쟁과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그중 첫 번째 사례는 ‘부유한 가해국’과 ‘가난한 피해국’이라는 인식이다. 이는
논쟁의 소재가 될 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변화하는 세계정치경제를 드러낸다. 두 번째 사례는 언론에서
자주 보도되고 있는 전자 폐기물 현장의 모습이다.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은 어떻게 손을 댈 수도 없을
정도로 매우 끔찍하다. 운송되는 대부분의 폐기물이 사용조차 할 수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위험
한 작업 환경 속에서 해체되고 있다. 한편 대부분의 전자 폐기물은 수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
들이 있다. 실제로 많은 전자 폐기물이 수리를 거친 후 국내 또는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다.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전자 폐기물의 국제 거래 유형과 추세가 변화하기 때문에 바젤협약을 비롯한 국가적 혹은 국
제적 규제 노력에도 혼선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펼쳐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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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정치학

전자 폐기물을 둘러싼 새로운 국제 정치는 폐기물 발생 흐름 처분을 위주로 한 기존 거버넌스에 정면
으로 도전한다. 덕분에 유럽연합과 캘리포니아에서 실행되고 있는 생산자책임 확대 캠페인과 같은 거
버넌스 혁신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 캠페인은 디자인에서 최종 분해까지의 제품의 여정을 모두 담은
생애주기와 공급망을 따라 형성된 제품 생애주기 내의 모든 지점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이런 거버넌스 혁신의 대부분은 제품의 디자인 지점으로 되돌아가 전자제품의 재활용성을
극대화하고 독성은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 책에서 언급된 다른 사례와 마찬가지로 가장 효
과적인 해결책은 위험은 최소화하고, 폐기된 재료에서 자원이나 가치를 추출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버려진 전자제품의 국제적 생산, 처리, 흐름 관리
생산, 수거, 처리, 재활용 및 거래 등 전자 폐기물은 많은 거버넌스 과제를 안고 있는데, 세계화된 폐
기물경제는 이러한 도전을 확대한다. 잠재적으로 높은 이윤을 얻기 위해 다양한 행위자들이 경쟁에 뛰
어드는 동안, 실제 위험은 전자 폐기물의 발생 장소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지역사회에서 발
생한다. 재활용품은 전 세계로 흩어지고 재활용 작업장은 이동성이 높기 때문에 통제도 어렵다. 그리
고 전자제품 생산자들은 소비자의 제품 수요를 지속해서 끌어내기 위해 제품의 수명을 일부러 짧게 설
계한다. 따라서 효과적인 전자 폐기물 거버넌스를 통해 전자제품 생산자들이 매우 높은 수익성을 노리
며 계획적인 노후화 사업 모델을 통해 수요를 끌어내는 방식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이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2017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대표하는
67개국이 전자 폐기물 관련 법률을 제정했다. 2014년의 61개국과 비교해 참여국이 늘었지만 가장 부
유한 국가들 사이에서조차 법률 범위와 실행에 있어 격차가 나타난다. 현재의 거버넌스는 공식 규제,
이니셔티브, 자발적 계획 등이 여기저기 짜깁기된 형상이며, 이마저도 국제적, 국내적, 지역적 차원의
집행 또는 이행 능력에 따라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생산자책임확대: 지금까지의 미국의 전자 폐기물 관리 접근방식은 주로 전자제품의 생산자와 소매업자
에게 책임과 책무를 부여했다. 그런데 이제 생산자책임확대(EPR) 개념이 전자제품 거버넌스의 주류가
됐다. 스웨덴의 경제학자 토마스 린퀴비스트는 특히 제품의 수거, 재활용, 최종 폐기를 아우르는 제품
의 전체 수명 주기에 대한 책임을 제조사가 지도록 함으로써, 제품이 전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감소
시키는 전략으로 이를 정의한다. 생산자책임확대는 유럽연합, 중국, 캘리포니아에서 전자 폐기물 규제
를 주도하고 있으며, 케냐, 나이지리아 및 기타 개발도상국에서도 채택되었다. 그런데 EPR 프로그램은
다른 자발적인 거버넌스 이니셔티브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규제 및 모니터링 역량이 뒷받침할 때 가장
잘 작동하므로, 규제를 준수하는 생산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생산, 판매 또는 폐기의 운영 체
계를 교묘히 조정하여 규제를 피해 나가는 생산자에게는 인센티브를 거둬들여야 한다.
집행과 정책: 전자 폐기물 규제의 두 번째 요소는 범죄 활동 단속(밀매, 노동 착취, 자재 절도), 국경
통제(가능한 선에서 최대한으로), 역량 강화 등을 포함한 집행이다. UN과 인터폴의 자금 지원을 받는
그린 커스텀즈 이니셔티브는 환경 범죄를 적발하고 막기 위해 항구 내 조사 인력을 훈련하고 자금을
지원한다. 그리고 인터폴의 환경범죄 전담팀은 폐기물 밀매 근절을 위한 작전을 수행한다.
거래 규제: 바젤협약은 전자 폐기물 국제 거래를 통제하기 위한 유일한 법적 장치이지만, 다음과 같은
심각한 결함이 있다. 유해 폐기물 거래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전자 폐기물은 바젤협약의 규제 대
상에서 벗어나 있다. 그리고 남-남 혹은 남-북 방향의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조항도 없다. 1995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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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정치학

젤행동네트워크가 개정안이 수립되었으나 OECD 회원국에서 비회원국이나 바젤협약 비가입국가로의
수출만 금지하고 있으며 아직 발효조차 되지 않았다. 따라서 바젤협약은 관련 업계에 가이드 라인과
파트너십은 제공했을지라도, 전자 폐기물의 효과적인 거버넌스를 의무적 규제 사항으로 확립하지는 못
했다. 그리고 폐기물 밀매를 단속하려는 여러 노력 역시 금지 활동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리, 재사용 혹은 처리? ‘비공식 녹색 경제 구축’
전자 폐기물 및 전자 폐기물 거래와 관련한 현재까지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효과적
인 거버넌스 접근방식이란 폐기물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내재적인 가치까지 모두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대체 정책이 급증했다. 전자 폐기물 문제 해결 이니셔티브(2010)에 의해 추
진되고 있는 Bo2W 접근법이 그중 하나이다. 이 이니셔티브는 국제기관, 기업(델, HP, 마이크로소프트,
우미코레 등), 정부 기관, 대학교 등이 참여하고 있는 유엔 대학교 주도의 복수 이해당사자 이니셔티브
다. Bo2W는 저비용 노동력을 이용하여 개발도상국에서 전자제품을 해체하고, 선진국의 고품질 기술을
활용하여 최소한의 환경 비용으로 추출된 광석을 재처리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 접근방식의 문제는 과거 1차 자원 거래 정책이 겪어 왔던 길, 즉 정작 먼 곳의 부유한 지역
이 혜택을 보게 되는 현상이 재현될 위험성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 개발도상국의 지역사회도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직접적인 대안으로 레포스키 외 연
구진은 공정한 임금과 근로조건이 포함된 공인된 폐기물 공정 무역의 포문을 열 수 있는 전자제품의
윤리적 폐기, 재사용, 용도변경, 재활용(EER4)을 제안한다.

음식물쓰레기
슈퍼마켓 체인점 테스코는 2017년 연구를 통해, 소비자들이 매년 구매하는 개별 포장된 상추의 40%
인 1억 7,800만 개의 봉지 상추가 버려진다고 밝혔다. 음식물쓰레기는 소비자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슈퍼마켓 역시 포장 겉면에 찍힌 유효기간이 채 되기도 전에 소비자보다 더 많은 양의 봉지
상추를 폐기한다. 비영리 국제 환경보호 시민단체인 천연자원방어위원회의 2012년 연구에 따르면, 미
국 슈퍼마켓에서 폐기 처분되는 봉지 상추는 전체 재고량의 10%에 달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전 세
계 식량 손실과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이 식량 생산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음식물 쓰레기와 식량 손실은 산업화한 세계의 중요한 정치적 이슈로 부상했다.
음식물쓰레기 발생과 그로 인한 영향은 일반 가정은 물론, 대규모 농업지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음식물 소비와 폐기 관행을 우려하기 시작했고, 현재의 음식물 소
비 양상과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국제 식품 거래와 식량 원조 정책에 의해 형성되었다. 공급망을 따라
식품을 추적해가다 보면 음식물쓰레기가 식품 생산과 식량 정치와도 관련이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식
량 안보, 식품 안전, 식량 주권과 같은 현안과도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2015년 UN은 전 세계적으로 합의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이행하기 시작했는데, 지속가능발전목
표 12번(책임 있는 생산과 소비)은 ‘2030년까지 생산과 공급망을 따라 식품 판매점과 일반 가정에서의
1인당 음식물쓰레기를 절반으로 낮추고 식량 손실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광범위하게 정의
하자면 음식물 쓰레기는 생산 투입물이다. 한편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대부분의 제로 웨이스트와 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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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정치학

경제 프로그램에서도 다뤄지고 있다. 에너지 발생을 위한 바이오매스 프로젝트든, 노숙자나 가난한 사
람들에게 상하지 않는 식품을 분배하는 사회기업적 계획이든, 음식물쓰레기는 전자 폐기물이나 플라스
틱 스크랩과는 달리 국지적이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책적 선택, 근본적 가치, 효과성
에 관한 질문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예를 들어 퇴비화는 버려진 식품을 처리하는 효과적이면서도 쉬운
방법이지만,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초기에 방지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아니다.
결론
음식물쓰레기와 식량 손실은 전자 폐기물과 전혀 다른 이야기로 펼쳐진다. 전자 폐기물의 경우처럼 세
계 시장과 자원 추출이라는 명백한 스토리도 없고, 절충 혹은 상반된 의견이 표출되는 격렬한 논쟁의
장이 펼쳐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통해 활동주의의 힘과 역량, 지역에서부터 국제
적 수준에 이르는 모든 단위의 혁신적 거버넌스 메커니즘이 가능하다. 음식물쓰레기는 재분배와 재처
리를 통해 다시 사용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또 유통기한 라벨 변경 등의 정책과 관
행은 애당초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남은 음식과 음식물쓰레
기의 효과적인 퇴비화는 시 당국이 성취할 수 있는 보다 가능한 목표가 될 수 있다. 폐기된 전자제품
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음식물쓰레기 역시 음식물쓰레기 스트림으로 들어가기 이전인 생산, 소비, 상품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서 관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결론 - 폐기물 없는 세상이 가능할까?
폐기물 없는 세상? 세계 순환경제
폐기물이 없는 세상이란 폐기된 모든 것이 재활용, 재처리되거나 생산적 사용 단계로 되돌아가 폐기물
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되거나 일회용품 사용 문화가 절약과 재사용의 문화로 대체된 곳을 뜻
할 것이다. 이러한 세상은 폐기물이 자원으로 간주된 책 속에서 논리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인
세상이자 순환경제 옹호자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비전이다.
세계 폐기물경제에 순환성 요소가 내재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제품에 스마트 디자인을 접목하고 재
활용과 재처리에 더 나은 기술을 접목하는 것은 중요한 단계다.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규제가 전 세계
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며, 많은 지역 단위의 관할 구역의 비공식 폐기물 노동자들이 공공 폐기물 관리
시스템에 통합되도록 노력하고 있다(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유럽연합의 순환경제 전략은 무엇보다도 플라스틱 사용을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으로만 제한하고, 일
회용 플라스틱 사용의 최소화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 역시 최근 5개년 계획을 끌어낸 순환경제 정책을
개발했다. NGO연합인 #Breakfreefromplastics는 플라스틱 사용과 소비에 반대하는 여러 조직을 한곳
으로 모은다. 마지막으로 여러 법인 업체, 지역 당국 및 기타 단체들은 폐기물, 에너지, 자재의 사용이
재생 모델에 통합됨으로써 플라스틱, 전자, 생물학적 폐기물 문제를 다룰 수 있으므로 순환경제 프레
임워크를 활용한 미래 비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부유한 국가에서는 폐기물 생
산과 매립 처리가 감소하고 있지만, 세계 남쪽 국가의 일부 지역에서는 빠른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비유기성 폐기물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인류는 자원, 원자재, 생계수단 등
폐기물의 복잡한 가치적인 측면을 다뤄야 함과 동시에 전 세계 도시 곳곳에 이상적인 폐기물 관리 시
스템 구축이라는 어렵고도 오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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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정치학

최종 결론
이 책은 폐기물과 재활용에 관한 개인의 선택과 행동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보면,
개인 역시 시민으로서 또한 최소한 소비자(그리고 폐기물 생산자)의 책임은 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선택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내가 속한 지역 정부가 어떠한 일을 하고 있으며, 특히 변화
하는 국제 환경에 발맞추어 적절한 지역 폐기물 관리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데 있어 어떠한 지지나 지
원이 필요한지를 살펴볼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법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제한을 할 수 없도
록 선제적 조치를 행하는 자들에 반대하여 주정부를 대상으로 로비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혹은 수리
권 옹호 단체를 지원하거나 전자기기 수리 허용을 위한 투표의 기회가 생긴다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
여할 수도 있다. 그리고 국제적 차원의 노력으로는 폐기물 수거인 협회와 그들의 목표를 지원하고, 폐
기물 처리와 관련된 멀리두기 관행의 정치적, 환경적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있다.
혹은 글로벌 차원의 폐기물 관리 부분에서 일하거나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이
러한 참여적 행동은 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특정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계 폐기물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세계 자원 개척지가 던지는 기회, 위험, 그리고 거버넌스 차원
의 도전 과제를 이해한다면 지구촌이 추구해야 할 중대한 방향적 제시는 얻은 셈이다.

쓰레기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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