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섭 지음 / 부키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라이프스타일 변화의 방향인 베터 노멀 라이프(Better Normal Life)와 이것
이 영향을 끼쳐 CULTURE CODE, LIFE STYLE, BUSINESS & CONSUMPTION 등 각각의 분야에 형성될
12가지 트렌드 이슈를 예측하고 소개하면서, 우리는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가기만 해서는 안 되며,
더 나은 변화, 더 나은 라이프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라이프 트렌드 2022 Better Normal Life
김용섭 지음
▣ Short Summary
2020~2021년은 팬데믹의 해였다. 모든 트렌드의 주도권을 코로나와 팬데믹이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기였다. 아직 다 끝나지 않았지만 2022년은 확실히 다르다. 주도권을 다시 우리가 가져올 때다.
2019년까지 누렸던 익숙한 일상으로의 복귀를 2020~2021년에 외쳐 왔다면, 이제는 일상 복귀가 아
니라 새로운 일상을 외칠 때다. 바로 베터 노멀 라이프(Better Normal Life)를 추구해야 한다.
사실 2022년은 위기가 끝나는 해가 아니라, 본격적 위기가 시작되는 해다. 움츠렸던 욕망과 행동이 증
폭되는 해, 갈등과 공방이 증폭되는 해, 개인과 기업 모두의 불안감과 위기감이 더 커지는 해, 비즈니
스의 기회와 위기가 더 커지는 해, IT의 산업 주도권이 더 강력해지고 AI와 로봇이 일상에 더 깊숙이
들어오는 해다. 따라서 그 어느 해보다 더 정치의 역할도, 개인의 트렌드 대응도 중요해질 때다.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라이프스타일 변화의 방향인 베터 노멀 라이프(Better Normal Life)와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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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2
이 영향을 끼쳐 CULTURE CODE, LIFE STYLE, BUSINESS & CONSUMPTION 등 각각의 분야에 형성될
12가지 트렌드 이슈를 예측하고 소개하면서, 우리는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가기만 해서는 안 되며,
더 나은 변화, 더 나은 라이프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 차례
프롤로그_ 더 나은 일상으로 보상받고 싶다
Guide to Reading_ 2022년을 위한 18가지 질문, 그리고 15부류의 사람들
Part 0 BETTER NORMAL LIFE
0 베터 노멀 라이프: 뉴 노멀이 아니라 베터 노멀이 필요하다
Part 1 CULTURE CODE
1 유희가 된 가드닝과 반려 식물
2 올라운드 비거니즘
3 럭셔리의 새로운 조건, 리페어
4 멀티버스: 세계관 놀이와 메타버스, 그리고 디지털 휴먼
5 디지털 자산과 NFT, CBDC, 그리고 이미 시작된 현금 없는 사회
Part 2 LIFE STYLE
6 스몰 액션: SMALL ACTION, BIG THOUGHT
7 언리미티드 스타일: 규칙도 경계도 없는
8 클러터코어와 맥시멀리스트: 잡동사니가 어때서
9 강력한 욕망이 된 셀프 행복: 믿을 것은 나뿐이다
Part 3 BUSINESS & CONSUMPTION
10 오염 엘리트
11 크래프트 소비, 어디까지 가능할까?
12 ESG 워싱과 ESG 쇼잉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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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2
라이프 트렌드 2022 Better Normal Life
김용섭 지음
BETTER NORMAL LIFE
베터 노멀 라이프 - 뉴 노멀(New Normal)이 아니라 베터 노멀(Better Normal)이 필요하다
우리는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일상으로 간다. 다시 사람들과 마음껏 어울리고
여행을 가더라도, 그것은 2019년의 방식이 아니라 2020~2021년을 거치면서 새롭게 만들어져 2022
년에 좀 더 안정화될 방식이어야 한다. 2020~2021년에는 경황이 없어서 뉴 노멀에 휩쓸리기만 했다
면, 이제 베터 노멀에 눈을 뜬다. 뉴 노멀은 새롭다는 의미지만, 새롭다고 더 좋고 이로운 건 아니다.
우리는 변화에 대한 수동적 대응이 아니라 적극적, 능동적 대응으로 베터 노멀 라이프를 찾으려 한다.
뉴 노멀과 경제 위기, 그리고 일방통행: 뉴 노멀은 로저 맥너미가 2003년에 출간한 책 『New Normal:
부와 비즈니스가 움직이는 새로운 기준』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닷컴버블, IT 버블로 불리는 거품 경
제 시기가 1995~2000년이었는데, 당시 5년간 나스닥 지수는 약 400% 상승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닷컴 기업에 돈이 몰렸고 주가가 폭등했다. 버블이 붕괴된 것은 2001~2002년이다. IT 버블
붕괴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었고 수많은 IT 기업이 사라졌지만, 오히려 IT가 주도할 산업 방향은 더
선명해졌다. 맥너미가 말하는 뉴 노멀에서 세계 경제의 핵심 요소는 테크놀로지, 세계화, 시간 관리,
개인의 힘 등이고, 뉴 노멀을 예측하거나 이에 적응하는 사람이 결국 부와 성공을 이룬다고 했다. 우
리는 큰 위기를 겪고 나면 변화를 이야기한다. 특히 경제 위기는 더더욱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를 요구
한다. 뉴 노멀이란 말이 등장한 배경도 바로 경제 위기이자 새로운 산업적 방향성이었다.
당신은 뉴 노멀로 이익을 보는가 손해를 보는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뉴 노멀이 된 저성장, 저금
리, 저소비는 여전히 유효하다. 성장해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데 저성장 시대에는 더욱 일자리 수가 줄
어든다. 특히 IT가 주도하는 비즈니스는 전통적 비즈니스에 비해 규모 대비 일자리 수가 턱없이 적다.
여기에 AI, 로봇, 자동화,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등을 활용해 일자리를 더 줄여 갈 수도 있다. 기
업 입장에서는 이를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다고 말하겠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고용 측면의 위험이기도
하다. 로봇이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은 생산직뿐 아니라, 서비스, 사무직, 전문직도 얼마든지 가
능하다. 분명 뉴 노멀이지만 여기서 이득을 보는 자와 손해를 보는 자는 명확히 갈린다.
어떤 변화든 이득만 주지는 않는다. 저금리 시대는 부동산 폭등과 자산 가치 버블을 초래하고 있다.
기후 위기가 초래한 이상 기후와 그에 따른 부작용들도 마찬가지이고, 팬데믹이 초래한 거리 두기와
물리적 단절, 안전 민감증, 자영업과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위기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서민들에게
는 손해만 크다. 기업들로서는 이런 상황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상당수의 개인에
게는 그렇지 않다. 로봇이나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구조 조정에 따른 일자리 감소도 점점 가속
화되고 있고, 이는 곧 미래에 대한 불안감 가중이자 가계의 심각한 위기로 이어진다.
이상 기후 때문에 농작물 가격 변동이 심해지면 곧 식탁 물가 변화로 이어지는데, 이 또한 가계의 위
기이며 특히 저소득층에게 더 심하다. 이것은 열심히 노력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뉴 노멀 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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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2
는 정치와 정부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해진다. 2022년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느냐보다, 뉴 노멀이 초래
하는 변화와 위기 이슈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정책의 어젠다만큼 실행 계획
과 의지도 중요하다. 뉴 노멀에서 베터 노멀을 찾아내는 정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뉴 노멀 속에서 위기를 줄이고 기회를 늘리기 위한 적극적 개입이 베터 노멀이다. 정치는 정치의 역할
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개인은 개인의 역할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베터 노멀 라이프를 지향
해 가야 한다. 2022년은 대통령 선거의 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 집권 1년 차가 되는 시기다. 즉
새로운 정책을 과감하게 가장 많이 시도할 때이자, 팬데믹이 끝날지 아니면 새로운 변수가 나와서 더
이어질지 분기점이 될 때이다. 분명한 것은 변화가 지금보다 더 많을 것이고, 뉴 노멀의 힘이 지금보
다 더 강력해질 수 있다. 결국 베터 노멀을 지향하는 목소리도 그만큼 커지고, 우리의 일상도 베터 노
멀 라이프를 더 원하게 될 것이다. 트렌드는 늘 욕망과의 싸움이다.
베터 노멀 라이프는 하이브리드로부터 시작된다: 2개 이상의 서로 다른 요소를 결합하는 것이 하이브
리드(Hybrid), 이종(異種) 결합이다. 하이브리드라고 해서 하이브리드카를 사서 타고 다니자는 이야기
는 아니다. 그동안 알던 혹은 해 왔던 삶의 방식에 새롭게 변화한 방식을 추가해 둘 다 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출퇴근 근무만 알던 사람은 원격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워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이브리드는 라이프의 확장이다. 익숙한 방법 하나만 고집하지 말고 과감히 새로운 것을 받
아들이는 것이다. 하이브리드는 진화의 과정이자 방향이다.
익숙하던 과거의 일상에 좀 더 나아진 새로운 일상이 결합될 수밖에 없다. 원격/재택근무에 기존 출퇴
근 방식의 근무를 더한 하이브리드 워크를 선택하는 것이 기업의 베터 노멀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네
이버의 관계사 라인플러스는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계속 유
지하겠다고 했다. 즉 재택과 출퇴근을 병행한다는 이야기다.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 IT 기
업들도 팬데믹 이후에 하이브리드 워크를 하겠다고 했다. 결국 이 방향이 대세가 된다. 이것은 전염병
감염을 걱정해서 하는 선택이 아니라 효율성과 생산성 때문이다. 이미 교육 현장에서도 오프라인 대면
수업과 온라인 원격 수업의 병행이 대세다. 하이브리드 교육인 셈이다.
하이브리드는 트렌드 코드로 다양하게 적용되는데, 급변한 뉴 노멀이 만들어 낸 효과다. 우리는 새로
운 것과 익숙한 것을 결합해 공존시키며 결국 더 나은 것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을 신경 안 쓰
고 살았던 사람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하이브리드는 필요하다. 가령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갈 때 2
가지의 장점을 섞은 하이브리드카가 선택되는 것처럼 말이다. 전기차를 주저하는 이들에게는 충전 문
제와 충전 거리 제약 때문에 장거리 이동이 불편한 것도 개인이 감수하기 어렵다. 이렇듯 내연 기관을
단절하고 전기차로 넘어가는 일이 바로 되는 것은 아니다. 둘을 합친 하이브리드가 당장의 베터 노멀
인 셈이다. 뉴 노멀은 익숙한 것과 결별해 우리를 낯설고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하이브리드가 만
드는 베터 노멀은 낯선 것에 익숙함을 결합시켜 변화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어 준다.
CULTURE CODE
유희가 된 가드닝(Gardening)과 반려 식물
홈 가드닝은 집 안에서 이뤄지는 정원 가꾸기다.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홈 가드닝, 식물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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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2
를 뜻하는 플랜테리어(Planterier) 시장에 코로나19 팬데믹이 기름을 부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팬데믹으로 인한 격리와 단절의 시간 동안 집의 의미는 달라졌다. 더 이상 잠자고 쉬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는 공간이 되고 있고, 가드닝은 모두의 선택을 받게
되었다. 단독 주택이라면 더더욱 가드닝에 유리하지만, 아파트에 살아도 베란다 공간이나 거실에서 충
분히 가능하다. 심지어 오피스텔, 원룸, 기숙사에서도 가드닝을 한다. 집을 중심으로 홈 가드닝을 하기
도 하고, 아예 주말농장 같은 별도의 넓은 공간에서 적극적인 가드닝을 하기도 한다.
가드닝이 취미이자 유희가 되고 있고, 홈 가드닝과 플랜테리어 관련 시장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
다. 방송에서도 가드닝 주제의 예능이 만들어지고, 유튜브에서도 가드닝 콘텐츠는 계속 증가한다. 가
드닝 클래스도 성장세이고, 심지어 가정용 채소 재배기 판매량도 급증하며 가전업계도 가드닝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 백화점 공간을 마치 가든처럼 꾸미고, 백화점에 가드닝 카페도 속속 만들어진다. 백화
점과 정반대에 있는 다이소마저 가드닝 기획전을 연다. 저렴한 가드닝 제품이 얼마든지 많고 이런 시
장이 커진다는 것은 확실히 가드닝이 보편적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간다는 증거다. 팬데믹 이후에도 가
드닝 트렌드는 계속된다. 사실 가드닝 시장의 성장은 아직 멀었다. 이제 초반이다. 훨씬 더 큰 시장이
될 것이고, 가드닝이 의식주에 미칠 영향과 가드닝이 만들 비즈니스 기회에 주목해야 한다.
올라운드 비거니즘
먹는 것이 우리 삶에서 가장 기본인 만큼, 식습관에서 비건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의식주 전반에서 삶
의 태도로서의 비거니즘을 드러내게 된다. 동물 착취 반대와 채식에서부터 기후 위기와 탄소 배출, 일
회용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 등을 비롯한 환경 문제, 생태계 파괴, 인권과 차별 문제 등으로도 이어
진다. 한마디로 비거니즘은 가치관이자 철학이다. 비거니즘은 비건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 비건
들도 가진다. 비거니즘에 동조하는 20~30대는 이미 많아졌다. 이들의 소비에서 미닝아웃은 가성비를
선택하는 것만큼 보편화되었다. 비거니즘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들도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고 그래서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좀 더 빨리 과감하게 받아들이느냐, 눈치를 보며 조금씩
받아들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중요 소비 코드로서 비거니즘 마케팅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이제 정
부와 정치도 비거니즘을 주류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관련 정책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
럭셔리의 새로운 조건, 리페어
‘고급스러운, 호화로운, 사치스러운, 명품’ 등의 의미로 쓰이는 럭셔리와 ‘수리, 보수, 수선’의 의미로
쓰는 리페어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하는가? 비싼 명품 백을 수선해서 쓰기도 하지만, 돈
이 충분하다면 그냥 새것을 사서 쓰는 게 더 멋지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리페어가 선택
가능한 옵션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럭셔리의 조건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 좀 달라졌다. 더
이상 낡고 고장 났다고 버리는 것보다, 리페어가 가능하다면 되살려서 쓰는 것이 멋지다고 여긴다. 이
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다. 리페어는 절약의 이미지가 아니라 친환경의 이미지이자 소비자가 가진 세련
된 소비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트렌드 변화에 럭셔리 브랜드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멀티버스(Multiverse, 다중 우주) - 세계관 놀이와 메타버스, 그리고 디지털 휴먼
평행 우주(Parallel Universe)는 같은 모습을 가지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여러 우주가 있다는 가설,
즉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니라 평행선상에 위치한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중 우주는 시간과
공간의 갈래가 나뉘어져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가 무한하게 존재한다는 가설이다. 이 두 가설은 우
리가 인지하는 현실의 세계 말고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같다. 이 개념은 과학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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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2
끈 이론과 M이론, 양자역학이나 급팽창 이론 등을 설명할 때 유용한데, 과학은 물론이고 예술과 철학
에서도 사용된다. 영화에도 평행 우주, 다중 우주 같은 설정이 자주 나온다. <라이프 트렌드>에서 왜
멀티 유니버스를 다룰까 싶겠지만, 여기서 우주나 철학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Universe)을 가상공간으로 확장한 초월(Meta)적 세상을
일컫는다. 이제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도 살고, 메타버스에서도 살아가기 시작했다. 현실 세계에서도
다중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메타버스에서는 더더욱 다중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쉽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아주 많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러 사람, 여러 인생을 한 사람이 살아가는 것
이 가능해졌다. 현실 공간에서만 돈을 벌고 인간관계를 쌓는 것이 아니다. 가상공간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익명도 가능하며, 자신이 그리고 싶은 세계관으로 만들어진 자아도 가능하다. 단지 ‘부캐’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가능하다. 소수의 특별한 사
람들만 가능했던 것이 이제는 누구나 가능해진 시대다. 이것은 그냥 놀이가 아니라 삶의 방향이 바뀌
는 일이고,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키는 트렌드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자산과 NFT, CBDC, 그리고 이미 시작된 현금 없는 사회
진짜와 가짜, 현실과 가상,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가 이미 사라진 시대다. 오리지널에 대한 관성이
깨졌다. 이것은 우리의 자산과 금융에도 연결된다. NFT와 암호 화폐, CBDC 등은 자산의 변화가 아니
라 자산을 바라보는 우리 관점의 변화이기도 하다. 이는 금융이나 경제 트렌드이기 전에 라이프 트렌
드다. 이로 인해 우리 삶이 바뀌기 때문이다. 2021년 3월, 세계적인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판화
작품 <멍청이(Morons)>가 불태워졌다. 9만 5000달러에 산 작품을 태운 것인데, 뉴욕 브루클린의 공원
에서 마스크를 쓴 남자가 라이터로 불을 붙였고 이 모습은 인터넷으로 생중계되었다. 왜 1억 원이라는
큰돈을 저렇게 허망하게 날려 버릴까 싶겠지만 이것은 절대 돈 낭비의 쇼가 아니었다.
태워지기 전 그 작품은 NFT로 만들어졌고, 며칠 후 이더리움 기반 디지털 경매 시장 오픈시
(OpenSea)에서 228.69이더(ETH)에 팔렸다(당시 기준 약 38만 달러, 한화 4억 3000만 원). 1억 원짜
리 그림을 태웠더니 4억 원짜리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진 셈이다. 그림을 태운 것이나 NFT로 바꿔 경
매로 판 것은 모두 NFT 기반 사업을 벌이는 블록체인 기업 인젝티브 프로토콜이 벌인 일이며, 여기서
얻은 경매 수익은 기부했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결국 기부할 것이라면 굳이 왜 이랬을까
싶겠지만, 이들은 사업에 대한 홍보 효과로 충분히 돈값 이상을 거두었다. 그 후 한 달여 동안 10여
개가 넘는 블록체인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1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기 때문이다.
인젝티브 프로토콜은 왜 하필이면 뱅크시의 <멍청이>라는 판화를 골랐을까?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슈를 만들려면 유명 작가의 작품을 불태워야 한다. 그리고 판화라서 작가의 유명세에 비해
작품가는 상대적으로 싸다. 또 NFT는 판화처럼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고, 만들어진 NFT마다 고윳
값을 부여할 수 있다. 즉 500장의 판화에는 각기 1/500부터 500/500이 존재하듯, NFT는 애초에 판화
형식이 아닌 작품에도 판화처럼 대량으로 복제하되, 각기의 고유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실물 진
품은 한 명만 소유할 수 있지만, NFT로 만든 디지털 진품은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소유할 수 있는 것
이다. 소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도 가능하다.
한편 공교롭게도 작품 <멍청이>에는 ‘이런 쓰레기를 사는 멍청이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라는
글이 적혀 있는데, 미술 경매에 응찰하는 사람들을 시니컬하게 풍자하는 그림이다. 관성적인 기존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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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2
술계를 풍자하는 그림의 메시지는, NFT라는 디지털 자산 가치가 적용될 미술계의 새로운 미래를 이야
기하는 데에도 어울렸다. 사실 <멍청이> 판화 작품은 500개가 제작되었다. 그중 한 개를 불태웠다고
원본이 사라진 것도 아니며 불태운 판화의 NFT는 <멍청이> 전체의 오리지널 디지털 자산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물인 판화보다 NFT가 비싸게 팔린 것은 의도된 전략일 수 있다. 누가
샀는지는 몰라도 인젝티브 프로토콜에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한 것이니까. 아마 다음에는 다량으로 존재
하는 판화가 아닌, 오직 하나밖에 없는 진품 그림을 태우는 날도 올 것이다.
아무리 NFT가 새로운 자산으로 부각되지만 실물이 존재하는 한 NFT는 종속된 존재다. 그런데 실물이
사라지면 NFT는 세상에 남는 유일한 것이 된다. NFT의 가치가 더 높아지려면 실물이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실물을 다 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실물을 직접 볼 수 없는 곳, 가상공간이자 메타버
스라면 NFT로 만든 디지털 자산의 힘이 더 발휘될 것이다. 결국 우리의 라이프 중심이 현실 공간에서
메타버스로 옮겨 갈수록 우리가 알던 기존의 가치와 자산에 대한 개념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LIFE STYLE
스몰 액션 - SMALL ACTION, BIG THOUGHT
작지만 일상적인 변화가 나비 효과가 되어 아주 큰 변화를 이끌 수도 있다. 트렌드가 아주 빨라지는
시대, 우리는 늘 새로운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변화는 곧 행동이다. 말로만 얘기해서는 소용이
없다. 세상은 거창한 것부터 바뀌는 게 아니라 작은 것부터 바뀐다. 스몰 액션은 특별히 착한 사람들
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착하고 말고는 상관없이 지금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이고,
또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스몰 액션의 주도자는 흥미롭게도 Z세대다. 10~20대가 무슨 힘이 있겠나?
그래서 그들은 세상이 아니라 자기 주변, 자기 자신을 바꾸는 스몰 액션에 더 관심을 가지기 쉽다. 밀
레니얼 세대도 스몰 액션에 관심이 많다. 그 이전 세대들이 말로는 거창한 이야기를 해 놓고서는 행동
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던 것과 확실히 다르다. 스몰 액션은 정치 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
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나 공동체와 소통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플로깅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거창하게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당장 자기 주변부터 바꾸자는
태도가 스몰 액션 트렌드를 만들어낸다. 『라이프 트렌드 2020: 느슨한 연대』에서 ‘서스테이너블 라이
프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라는 주제의 트렌드를 다루면서 스웨덴의 플로깅을 소개했었다. 플로깅은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에 조깅(JOGGING)을 합쳐 만든 말인데,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말한다. 조깅하러 나갈 때 가방이나 비닐봉투를 가지고 나가서 빈 페트병이나
쓰레기를 주워 담아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운동도 하고 쓰레기도 주우니 일석이조다. 2016년부터
스웨덴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번졌는데 이제 한국에서도 플로깅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스몰 액션은 언행일치다: 플로깅은 환경을 위한다는 장점 말고도 운동 효과에 좋다. 조깅만 했을 때보
다 칼로리 소모가 더 높다는데, 쓰레기를 줍느라 잠깐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이 마치 스쿼트나 런지 자
세와 비슷해 근육 운동이 된다. 물론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정신 건강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남들에게 실시간으로 보여 주는 시대에 플로깅은 자기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플로깅 한두 번으로 당장 지구를 구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환경 문제에 직접 행동하
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주변에 심어 줄 수는 있다. 그래서 플로깅을 한 사람들은 #Plogging, #1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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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2
1waste 같은 해시태그를 달아서 자신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것은 칭찬해 줘도 좋다. 이
런 것을 관종이라고 애써 깎아내리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한다. 적어도 타인과 세상에
이익이 되는 행동과 자기 자신에게만 이익인 행동은 달리 봐야 한다.
돈쭐 내기도 스몰 액션이다: 돈쭐 내기는 돈으로 혼쭐내는 것을 말한다. 착한 일을 한 사람에게 우리
사회가 늘 정당한 보상을 해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착하게 살면서 손해만 보는 사람에게는 바보
같다고 이야기한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로서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막상 착한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기성세대, 사악하고 탐욕적이어도 돈만 많으면 대접받고 떵떵거리고 사는 우리 사회가
못마땅했다. 그래서 이들을 꼰대라고 부르고 이런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불렀다. 돈쭐 내기는 지금 시
대의 20~30대식 보상법이다. 세상이 보상해 주지 않으니 자기들이 직접 나서서 보상해 주겠다는 것이
다. 이런 돈쭐 내기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들이 바로 스몰 액션에도 적극적인 20~30대다.
언리미티드 스타일 - 규칙도 경계도 없는
패션에 대한 고정 관념이 점점 깨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극소수의 패션 셀럽이나 연예인들이 이를 선
도해 왔지만, 최근에는 보편적인 대중이 과감하고 활발하게 규칙을 깨기 시작했다. 그만큼 자신에게
솔직하고 당당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스타일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입고 싶은 대로’ 입는 것은 1990년대 X세대 때도 있었지
만, 지금의 20대는 더더욱 그렇다. 테니스를 안 치는데 테니스 치마를 입고, 골프를 안 치는데 골프
웨어를 입으며, 등산복 대신 레깅스를 입고 등산을 하고, 수영장이 아닌 곳에서 수영복을 입는 등 패
션 스타일의 규칙과 경계가 없어지는 것은 계속될 트렌드다.
클러터코어와 맥시멀리스트 - 잡동사니가 어때서
단순하고 간결하게 사는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하면서, 인간관계도 단순하게 정리하고 집 안의 물건도
대폭 버리고 줄이는 것이 유행했다. 이는 물건도 타인도 아닌 자기 자신이 중심이 되는 라이프스타일
이기도 하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말로 유명한 세계적인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는 누구나 알
정도가 되었다. 뭐든 과잉으로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미니멀 라이프는 새로운 방향이 되었다. 그렇다면
모두 버리고 단순하고 간결하게 살면 누구나 행복할까? 미니멀 라이프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 클러터
코어 인테리어를 지지하는 맥시멀리스트가 늘어나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가 잘 맞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집에 온갖 잡동사니가 있고, 여
기저기 물건을 쌓아 두고, 오래되어 유행이 지난 물건을 버리지 않고 다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
런 사람들은 미니멀 라이프가 트렌드가 되자 순식간에 문제 있는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사실 그럴 필
요는 없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의 선택이자 취향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미니멀리즘이 득세하는 동안 숨죽여 살던 맥시멀리스트들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미니멀리스트의 반대가 맥시멀리스트다.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갖고 싶은 것도 다 가지고, 물건도
쌓아 두면 그만이다. ‘가급적 최소’를 지향하는 미니멀리스트와 달리 ‘할 수 있는 최대, 최다’를 지향한
다. 아예 클러터코어 인테리어라는 말도 있는데, 공간을 잡동사니로 어수선하게 꾸미는 스타일을 의미
한다. 이 말을 쓰기 전에도 잡동사니로 집을 가득 채우고 사는 사람은 많았다.
미니멀 라이프가 확대된 것은 21세기부터다. 풍요의 시대에 나고 자라 살아온 30~40대가 먼저 이 화
두를 적극 받아들였고 20대까지 확대되었다. 뒤늦게 50대도 조금씩 동참했다. 나이 많은 이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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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2
는 설령 미니멀 라이프를 받아들이더라도 집 안 물건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런데
클러터코어가 인테리어에서 부각되기 시작하자.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공간을 가득 채우는 이들이 미
니멀리스트들의 정리 정돈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스타일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하
나의 스타일이자 취향이 된 클러터코어다. 클러터코어가 미니멀리즘과 정반대에 있지만 공간을 채우는
태도의 방향이 다를 뿐, 이들도 공간과 물건에서 자신의 가치관이자 취향을 드러낸다. 클러터코어가
집과 인테리어, 패션, 액세서리 등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는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
강력한 욕망이 된 셀프 행복 - 믿을 것은 나뿐이다
단절과 격리의 시대, 현실과 미래가 불안한 초유의 재난을 겪은 우리들에게는 위로가 필요하고 의지와
격려도 필요하다. 이런 필요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종교, 혹은 가족이 아닐까? 그런데 한국에서
종교는 이미 오래전부터 위기라고 이야기되었는데 신도 수는 감소세고, 신도의 평균 연령은 증가세이
기 때문이다. 가족도 오래전부터 위기라는 말을 썼다. 가족 해체의 시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은 한국
의 가족관이다. 그래서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초유의 재난이 우
리에게 전환점이자 새로운 기회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종교와 가족이 못 채워주면 이를
대신할 새로운 콘텐츠, 취미, 비즈니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평온을 찾아야 하니까.
보상 소비와 셀프 기프팅 - 휘둘릴 것이냐 주도할 것이냐?: 복수 지출(Revenge Spending), 복수 구매
(Revenge Buying)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이는 외부 요인에 의해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국내에서는 주로 보복 소비라고 부른다. 해외에서 ‘Revenge Spending’은 오랫동안
사용되었지만, 국내에서 보복 소비라는 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
네이버 트렌드에서 2018년 8월부터 2021년 8월까지 3년간 보복 소비(보상 소비 포함)에 대한 검색량
을 봤더니, 이 말을 코로나19 직후 갑자기 쓰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정말 미미했고, 이는 더 과거까
지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에서 보복 소비라는 말을 어떤 집단이 어떤
의도로 퍼뜨렸고, 그리고 언론이 적극적으로 쓰면서 널리 퍼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소비에서의
보복은 그 상대가 누구일까? 소비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 써야 할 돈이 남아서 이를 소진한다는 차
원에서 쓰겠다는 발상일까? 이런 의미라면 소비재와 유통 기업들은 환영할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적
극적으로 보복 소비라는 말을 퍼뜨렸고 언론도 손발을 맞춰 줬다. 돈 쓰라고 부추긴 것이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2021년 1월 기준, 미국인들이 1조 7000억 달러를 더 저축했다고 보도했다.
2020년에 팬데믹 때문에 못 쓰고 남은 돈, 즉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썼을 돈이 의도치 않게 남겨졌다
는 것이다. 안 쓰고 남았다고 꼭 다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쓸 여력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
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는 누군가에게 보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보상하는 소비
다. 엄밀히 보복 소비가 기업이 바라본 관점이라면, 보상 소비는 소비자의 관점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보복 소비를 유도하는 마케팅을 계속하고 있다.
소비 욕망이 된 셀프 행복 - 내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보복 소비를 하면 정말 복수가 되는 것일까? 복
수의 대상은 누구인가? 기업이 부추기는 대로, 남들 따라서 보복 소비를 하면 행복해질까? 『탈무드』
에 ‘잘 살아라. 그것이 최고의 복수다’라는 말이 있다. 진짜 복수는 잘 사는 것, 즉 행복해지는 것이다.
바로 셀프 행복이다. 웃을 일이 생기는 것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웃을 일을 만들어서 즐
겁게 살겠다는 태도가 필요하다. 팬데믹 이후 일상 회복은 과거로의 회복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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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2
로의 전환이 될 것이고, 그 중심에 셀프 행복이자 자아도취가 중요한 트렌드 코드가 될 것이다. 보복
소비를 통해 비싼 물건들이 주로 수혜를 봤다면, 이제 다양한 서비스가 새로운 수혜를 볼 수 있다. 꿈
을 금방 포기하는 사람도 많고 이번 생은 망했다며 다음 생에 하겠다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 타인의
시선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이번 생에 더 도전해도 된다. 남의 눈치 덜 보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
도록 도와주는 서비스, 꿈을 이루는 것을 도와주는 서비스의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교육 시장, 체험과 경험 시장의 새로운 방향이 만들어질 수 있다.
셀프 기프팅(Self Gifting)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한 해 동안 수고한 자기 자신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며 선물하는 사람들을 주목해야 한다. 누구나 자기 인생에서는 들러리가 아니라 주
인공이다. 모든 주인공이 영화 주인공처럼 화려할 필요도 없다.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스스로 가지느
냐에 따라 소비의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팬데믹 효과는 억눌린 소비의 보복보다 자기 삶의 방향
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더 결정적이다.
BUSINESS & CONSUMPTION
오염 엘리트
오염 엘리트는 영국의 ‘글로벌 지속 가능성 연구소’ 연구원인 다리오 키너가 2019년에 출간한 『탄소
불평등: 기후 위기에 부유한 사람들의 역할』에서 언급되는데, 다리오 키너는 탄소 배출과 기후 위기에
대해 부유층의 책임과 역할을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연구자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오염 엘리트라는 말은 2020년 국제 구호 개발 기구 옥스팜(Oxfam) 보고서에서 적극 제기했고, 2021
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지속가능성위원회 보고서에서도 중요하게 제기했다. 물론 아직 대중에게 보
편적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중요하게 언급될 것이다.
탄소 배출과 소득 불평등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주로 영국에서 많이 제기되고 있다. ESG도 영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 환경과 기후 위기에서 부자와 기업의 역할은 분명하다. 산업화와 자본주의가
태동한 나라에서 이 문제를 먼저 고민하고 연구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진화와 연관된다. 오염 엘리트
라는 화두는 부자를 지탄하거나 소비를 위축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소비 방향의 진화, 기업의 적극
적인 환경 대응, ESG를 통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다.
크래프트 소비, 어디까지 가능할까?
크래프트는 공예, 기술 등을 뜻하는데, 손으로 직접 공들여 만든 수공예나 오래 숙련된 기술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수공예(Hand Craft), 장인(Master of Craft, Master Craftsman) 같은 말과 연결되고, 우
리나라에서는 크래프트를 ‘수제’라고 번역해서 쓴다. 수제 맥주, 수제 버거, 수제 돈가스 등 수제라는
말은 뭔가 손으로 하는 소규모, 영세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엄밀히 크래프트는 손으로만 만든다
는 것보다 대규모 공장이나 기계로 대량 생산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 쓴다. 대량 생산은 지극히
자본주의적이고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선택인데, 크래프트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고 크래프트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효율성, 생산성, 저렴한 가격 대신 새로운 가치를 선택한다는 의미가 된다. 더 비싸더라
도 더 느리고, 손이 많이 가더라도 더 완성도 높고, 품질 좋고 좀 더 인간적인 것에 관심을 갖는 소비
는 과거의 소비와 분명 다르다. 당연히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것으로만 알았던 것들이 하나둘씩 크
래프트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심지어 콜라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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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2
크래프트 라이프스타일의 확산은 비즈니스 기회다: 우리식 표현으로 ‘수제’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는 것
은 단지 소비 자체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노동력의 가치, 기술
이 쌓이고 쌓여 장인이 된 이들의 가치, 기계가 대신하지 못하는 사람 고유의 가치, 상업성과 효율성
에 어긋나더라도 시간과 노력의 가치에 대해 비싼 값을 인정해 주는 가치의 변화 등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이런 태도와 욕망의 변화는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진다. 크래프트 콜
라를 처음 만든 사람은 콜라를 너무 좋아하던 애호가다. 크래프트 라이프스타일이 소비 트렌드의 무기
가 되고 비즈니스 기회가 되기 위해서라도, 뭔가 깊숙이 빠져서 좋아해 본 사람들이 필요하다.
ESG 워싱과 ESG 쇼잉
기업들마다 ESG 타령이다. 2020년 하반기부터 뜨거워지더니 2021년에는 완전 열풍이다. 그런데
2022년에는 더 뜨거워질 것이다. 그리고 ESG 워싱도 더 많아질 것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그동안 기업 가치를 기업의 매출과 영업 이익 같은 재
무적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했다면, 이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인 ESG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이를 기
업의 경영 차원으로 접근한 것이 ESG 경영이고, 투자의 관점으로 접근한 것이 ESG 투자다.
사실 ESG라는 말 자체만 보면 누구도 환영할 만한 멋지고 좋은 것이지만, 기업은 이익을 위해 존재한
다. 투자도 성과를 내기 위해 존재한다. 기업이 ESG 경영을 하는 것은 세상을 이롭게 만들기 위해서
가 아니라, 원활하게 투자받고 높은 기업 가치 평가를 받겠다는 의미다. 이미 족집게 과외를 하듯
ESG평가 점수를 잘 받는 방법도 컨설팅한다. 물론 필요는 하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ESG 성적표만 생
각하면서 겉으로 티 나는 것에만 집중하는 시도는 결국 기업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2022년 우리는 ESG 워싱을 더 많이 목격하고, 그로 인해 역풍을 받는 기업도 많이 볼 것이다.
ESG 워싱의 최대 피해자는 기업 자신이다: ESG가 경제의 중요 패러다임이 되면서 ESG 비즈니스도
커졌다. 국내에도 연일 ESG 강좌 프로그램과 ESG 컨설팅 프로그램, ESG 평가 인증 시상이 쏟아진다.
또 ESG 강사 양성 과정과 ESG 자격증이 나오고, 여기저기서 ESG라는 말이 붙은 별의별 것이 다 나
온다. ESG도 트렌드가 되니 역시 흐름에 올라타서 돈을 벌겠다는 이도 많고, 기업들도 ESG 쇼잉과
ESG 워싱의 유혹에 더 잘 빠지기도 한다. 진짜는 어렵고 가짜는 쉽다.
그런데 소비자, 투자자, 사회 모두 ESG 워싱이 만들어내는 리스크를 감당해야겠지만, 결국 가장 큰 리
스크는 부메랑이 되어 ESG 워싱 기업에게 돌아간다. ESG는 절대 쇼가 아니고 패션도 아니다. 잠시 부
는 바람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선택한 미래다. 거창한 듯 보이지만 지속 가능성은 이미 기업에게 필수
고 환경(E), 사회(S), 지배 구조(G) 개선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키워야 한다. ESG는 도덕적, 윤리적 이
슈가 아니다. 기업의 CSR도 아니다.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 자신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ESG다.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돈 퍼 주기가 아니다. 그런데 기업이 ESG 워싱에 빠지는 것은 기업
스스로 ESG를 오해했기 때문이다. ESG의 목적과 방향을 모르고 뛰어든 ESG만큼 무모한 것도 없다.
ESG 워싱은 결국 기업에게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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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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