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 사카에 지음 / 이너북
하버드 의대에서 연구하고, 30년 경력을 지닌 정신과 의사가 건강한 몸과 마음을 꾸려가는 비법을
공개했다. 정신과 의사가 왜 마음뿐 아니라 몸에 관해서도 이야기하는지 의아해할 수 있지만, 우리
의 마음과 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몸의 병은 마음의 이상 때문에 생기고, 마
음의 병은 몸의 이상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마음을 고칠 때는 반드시 몸의 이상을 먼
저 없애야 하는데, 마음을 치료한다고 무턱대고 정신안정제 같은 약을 먹기보다는 우선 몸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 몸 상태가 개선되면 마음의 병은 뒤따라 나아진다. 이 책은 마음 전문가가 바라보
는 몸과 마음의 관계를 통해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 먼저 몸을 고치는 책이다.
하버드 건강 습관
다카하시 사카에 지음
▣ 저자 다카하시 사카에
히비야가든클리닉 원장. 니혼대학 의학부 정신의학 임상교수이자 의학박사. 1990년 니혼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뒤 1996년 니혼대학 대학원 의학연구과에서 수료하고, 니혼대학 의학부 정신의학 의국장, 정신
과 과장 등을 지냈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하버드대학교 의학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30여
년 동안 정신과 의사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 Short Summary
나는 도쿄 히비야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정신과 의사다. 대학교 의학부에서 정신의학 임상교수로도 일
하고 있다. 예전에는 미국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대학교 의학부에서 3년 반 동안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조현병이라는 질병을 분자생물학, 유전학, 생리학, 면역학 등의 측면에서 다각적으로 연구했다. 당시
나의 상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조현병 연구자였다. 그곳에서는 초일류 연구자들이 전 세계
에서 모여들어 세계적 규모의 국제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다들 언제 노벨상을 받아도 이상하
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나도 그사이에 끼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연구 활동을 했다.
그들은 조현병뿐 아니라 우울증, 조울증, 스트레스, 알코올 의존증, 불면증, 자폐증, 주의력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 거식증, 과식증 등 거의 모든 정신 질환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의사들이었다. 나는
그들과 수시로 의견을 나누면서 막대한 지식을 흡수했다. 나는 이렇게 하버드대학교에서 연구 활동을
하면서 세계 초일류 수준의 정신의학을 몸소 체득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하버드대학교에서의 경험을
포함해 정신과 의사로서 30년 이상 일해온 내가 임상 현장에서 날마다 수행하고 있는 진료 내용을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마음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가 왜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습관에 관해 이야기하려 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우리는 마음과 몸을 별개의 것으로 여기기 십상이지만, 사실 마음과 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러므로 정신과 의사는 마음을 치료할 때 수술 칼을 들지만 않을 뿐
신체적인 면에도 매우 주의를 기울인다. 다른 진료과 전문의와 협력하면서 신체적인 면에 관해 환자에
게 정확한 조언을 해주는 정신과 의사야말로 명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반대로 마음과 몸이 밀접한 관계라는 사실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몸의 이상을 마음 탓으
로 과도하게 돌리려는 풍조도 존재한다. ‘심인성 질환’처럼 마음의 문제가 몸의 건강을 위협하는 경우
도 무시할 수야 없지만, 요즘에는 그 점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는 것 같다. 마음 전문가인 내 의견을
말하자면, 순수하게 마음의 문제만으로 몸의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단
-2-
하버드 건강 습관
음식을 좀처럼 끊지 못하는 당질 의존증(중독) 때문에 비만이 발생한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정신의학
적으로는 당질이 의존증을 야기할 정도는 아니다. 단 음식이나 쌀밥을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얼
마든지 식사 조절로 비만을 극복할 수 있다.
또, OECD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51분으로, OECD 회원국 중 꼴찌다.
많은 한국 사람이 어떠한 형태로든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러한 불면증이 당뇨병의 원인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이 설은 아직 의학계에서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믿어서
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남성에게 발기부전이 생기는 원인으로 흔히 스트레스를 꼽는다. 하지만 발기부전 환자가 충분
히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줄인다고 해도 발기부전은 쉽사리 낫지 않는다. 대부분 발기부전은 혈관
이나 혈류 이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울증이 발기부전을 야기한다’는 식의 글들이 인터넷
상에 넘쳐나는데, 그것도 완전히 틀린 말이다. 진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은 100명 중 1명꼴에 불과한
데, 성인 남성의 발기부전 유병률은 약 25%나 된다. 따라서 대부분 발기부전은 우울증과 관련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몸의 이상 증세가 마음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례는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비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자신을 책망하게 되고,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만다. 불면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우울
해지고, 무기력해진다. 발기부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처럼 마음의 병은 몸의 이상 증세
에서 기인한다. 그러므로 마음을 치료하려면 무턱대고 정신안정제 같은 약을 먹기보다는 우선 몸 상태
를 개선해야 한다. 몸 상태가 개선되면 마음의 병은 뒤따라 나아지는 법이다. 이것이 정신과 의사로서
의 내 견해다.
몸의 이상 증세는 유전적인 요인도 얼마간 관여하지만, 대부분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 식사,
수면, 운동 등 일상적인 생활습관의 좋고 나쁨이 몸의 이상 증세에 관여하는 가장 큰 요인인 것이다.
달리 말하면, 약을 쓰지 않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몸의 이상 때문에 생기는 마음의 병을 말
끔히 고칠 수 있다는 뜻이며, 실제로 그런 사례가 수두룩하다. 정신적인 면에서 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가 내 진료실을 찾아온 자에게 “몸이 건강해지면 정신적인 고통도 사라집니다”라고 조언하면 암울하던
환자의 표정이 확 밝아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보다 눈에 보이는 ‘몸’을 돌보는 편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심신에 부담이 되는 비싼 약을 먹지 않더라도,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 부작용 없이,
무료로 몸과 마음을 개선할 수 있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30대 즈음은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건강하게 살아갈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나쁜 생활습관을 방치
한 채 모든 심신의 이상을 정신 탓으로만 돌리는 인터넷의 가짜 건강 정보나 항간의 속설에 현혹되지
않고, 정신적인 문제를 신체적 측면에서 해결함으로써 건강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몸
과 마음을 해치는 원인인 비만, 음주, 발기부전, 불면, 스트레스 등을 없애는 방법을 소개한다. 인생에
서 위와 같은 부정적 요소들을 제거한다면 훨씬 건강하고 멋진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이 여러분의 건강한 삶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차례
머리말
-3-
하버드 건강 습관
제1장 식욕 다스리기
‘식사 일지’를 적는 습관 / 무의식적인 과식을 줄여주는 식사 일지 / 남성 3명 중 1명은 비만 / 목표
체중은 키로 계산할 수 있다 / 살 빼기 위해 제한해야 할 당질과 지질 / 당질을 각설탕으로 환산해보
기 / 당질 의존증이라는 병은 존재하지 않는다 / 지질은 우선순위에 따라서 / 1주일에 2번 ‘치트 데이’
활용법 / 꾸준한 운동법 1_ 필요한 운동의 가이드라인 알기
제2장 금주가 아닌 ‘절주’로 인생을 알차게
알코올이 가져오는 악영향 / 한국 사회는 술에 너무 관대하다 / 한국인은 알코올에 약하다 / 절제 있
는 음주는 청주 한 홉 / 알코올 의존증의 실태 / 알코올 의존증이 뇌 질환이라고? / 절주로 얻을 수 있
는 5가지 장점 / 실패하지 않는 절주 방법 / 과음 충동을 참지 못하면 어떻게 할지 정해둔다 / 꾸준한
운동법 2_ 외발적 동기부여에서 내발적 동기부여로
제3장 욕구를 분산해 의존을 억제한다
생리적 욕구와 사회적 욕구 / 의존의 원천은 쾌락 / 다른 욕구로 넘어가는 스위치를 누르자 /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욕구 분산 / 욕구의 우선순위 정하기 / 의존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독으로 독을 다스리
는 일’ / 꾸준한 운동법 3_ 셀프 모니터링으로 자신의 노력을 파악한다
제4장 발기부전 치료의 집대성
성인 남성 4명 중 1명은 발기부전으로 고민 중 / 발기부전은 반드시 낫는다 / 발기부전 자가진단하기
/ 사라진 야간 발기 / 발기의 메커니즘 / 발기부전은 위험을 알려주는 ‘탄광의 카나리아’ / 발기부전의
원인은 스트레스가 아니다 / 발기부전의 원인은 우울증이 아니다 / 남성호르몬 감소와 발기부전 / 발
기부전 셀프 케어 / 발기부전 셀프 케어 1. 식사 요법과 건강보조식품으로 체질 개선 / 발기부전 셀프
케어 2. 남성호르몬의 생산량을 높이는 영양소 섭취 / 발기부전 셀프 케어 3. 내장지방을 줄이는 다이
어트와 유산소운동 / 발기부전 셀프 케어 4. 슬로 스쾃과 PC 근육 트레이닝 / 발기부전 셀프 케어 5.
적당한 빈도와 자극으로 자위행위 하기 / 발기부전 치료제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 자
신에게 맞는 발기부전 치료제 찾기
제5장 수면 습관을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
무작정 수면제를 처방하는 의사는 수면 전문가가 아니다 / 불면증에는 수면제보다 ‘행동요법’ / 행동요
법의 기본이 되는 수면의 메커니즘 / 메커니즘 1. 하루주기리듬과 체내시계 / 메커니즘 2. 체내시계와
멜라토닌 / 메커니즘 3. 자율신경 / 메커니즘 4. 논렘수면과 렘수면 / 수면 행동요법, 10가지 핵심 /
수면 행동요법의 각 핵심에 관한 설명 / 수면제의 적절한 복용 / 행동요법을 위해 적는 수면 일지 / 수
면무호흡증후군 / 꾸준한 운동법 4_ 2주 연속으로 운동을 중단하지 않는다
제6장 스트레스와 공생하기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에 생기는 ‘뒤틀림’ / ‘부정적 감정’이 신경증을 일으킨다 /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스트레스 대처법’ / 문제 중심 대처 / 정서 중심 대처 / 정서 중심 대처는 실용적이지 않다 / 응어리를
푸느냐, 도망치느냐 /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는 스트레스 / 아이를 신경증성 인격으로 만들지 않는
다 / 심신증은 내과가 아니라 정신과에서 / 꾸준한 운동법 5_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운동 동료를 만
들자
맺음말
-4-
하버드 건강 습관
하버드 건강 습관
다카하시 사카에 지음
식욕 다스리기
[요점] ① 식사 일지를 적는다. ② 당질을 제한한다. ③ 지질을 제한한다. ④ 단백질을 적극적으로 섭
취한다. ⑤ ‘치트 데이(cheat day)’를 정한다.
‘식사 일지’를 적는 습관
30대 이후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살을 빼는 것이다. 30살이 넘었는데 살찐 상태로 있다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인데, 비만은 암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킨
다. 사망 원인 2위인 심혈관질환의 발병 요인은 동맥경화증인데, 배 안쪽에 내장지방이 지나치게 많이
쌓여 생기는 내장지방형 비만이 동맥경화증을 야기한다. 그 외에도 살이 찌면 수면무호흡증후군에 잘
걸리고, 남성의 발기부전 위험성도 커진다.
살이 찌느냐 마느냐를 좌우하는 것은 섭취 칼로리와 소비 칼로리의 균형이다. 섭취 칼로리는 식사를
통해 얻는 칼로리고, 소비 칼로리는 운동이나 기초대사를 통해 사라지는 칼로리다. 과식과 운동 부족
이 겹쳐서 섭취 칼로리가 소비 칼로리를 웃돌면 에너지가 남아돌아 체지방으로 쌓여서 비만이 된다.
운동은 건강한 인생을 보내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퍼즐조각이다. 근력운동을 꾸준히 해서 근
육이 줄어들지 않는 몸매를 유지하고, 유산소운동으로 혈액순환을 촉진해서 체지방을 쉽게 태우는 체
질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 이상으로 많은 음식을 먹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과식하지
않는 것은 체중 감량에 성공하는 최우선 조건이다.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라도 한 주에 두세 번 운동
하는 게 고작이지만, 식사는 누구나 하루에 세 번이나 한다. 그러므로 식사는 체중과 체지방의 증감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효율 면으로 봐도 체중 감량을 하려면 운동보다 식사에 더 신경써야 한다. 30분 동안 조깅을 하면 소
비 칼로리는 약 280 칼로리(체중 65kg인 사람이 시속 8km로 달렸을 때)인데, 280 칼로리는 쿠키 2개,
송편 4개, 맥주 1병의 칼로리와 각각 맞먹는다. 쿠키나 송편은 5분도 걸리지 않고 날름 먹을 수 있지
만, 그만한 칼로리를 조깅으로 소비하려면 그 6배나 되는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운동으로 살을 뺀다
는 것은 그만큼 효율이 나쁘므로, 식사 칼로리를 조절해서 체중 감량을 시도하는 편이 좋다.
우리 정신과 의사는 환자에게 식사 지도를 하기도 한다. 그 대상이 되는 환자는 대부분 섭식장애 환자
다. 섭식장애의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거식증과 과식증을 들 수 있다. 거식증은 체중이 감소하는데도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는 병이다. 과식증은 체중이 증가하는데도 극단적으로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병이다.
과식증에 걸린 사람은 때때로 과식한 후에 음식물을 억지로 토하거나, 설사약과 이뇨제를 남용해 비정
상적으로 배설하는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거식증은 10대에게 많이 발생하고, 과식증
-5-
하버드 건강 습관
은 20대 이후부터 증가한다. 두 질환 모두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많으며, 도벽이나 자해행위 등의 인
격장애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거식증과 과식증은 서로 대조적으로 보이지만 그 뿌리는 같다.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사회적 문화적
요인 및 심리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전형적인 발병 패턴은 다음과 같다. 부모의 무관심
과 불화 속에서 자란 자녀는 애정 결핍을 일으키고, 부모의 지나치게 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자녀는
스스로 책망하며, 자기평가를 낮추게 된다. 이렇게 심리적으로 위축된 자녀가 살찌게 되면 자신을 가
치 없는 존재로 느끼고 불안에 빠져 거식증이 발병한다. 여성에게 섭식장애가 특히 많이 나타나는 이
유는 살찐 여성보다 날씬한 여성이 아름답고 가치 있다는 왜곡된 사회적 문화적 인식 때문이기도 하
다.
거식증이 오래 지속되면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갑자기 폭식하게 되어 과식증에 걸릴 수도 있다. 이처
럼 거식증과 과식증은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 과식하면서도 살찌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억지로 토하거나 설사약을 남용하게 된다.
나는 섭식장애 환자에게 가장 먼저 ‘식사 일지’를 적도록 한다. 어떤 음식을 언제 먹었는지 가능한 한
상세히 적는 것이다. 식사 일지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먹었는지 한눈에 파악한다면, 자신이 얼
마나 음식을 거부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고 매번 토해내고 있는지, 절실히 실감할 수 있
을 것이다. 나는 거식증 환자와 함께 식사 일지를 살펴보면서 “이 식사 일지에 쓰인 음식 외에 조금이
라도 삼킬 수 있는 다른 음식이 있을까요?”라고 물어본다. 이렇게 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서서히
늘려간다. 마찬가지로 과식증 환자에게는 “식사 일지에 쓰인 이 음식을 한번 끊어보세요”라고 조언한
다. 이렇게 해서 식사량을 서서히 줄여간다. “하루에 3번 토하는 것을 하루에 1번으로 줄여 보시겠습니
까?”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이것저것 욕심내서 한꺼번에 모든 식습관을 바꾸려 하지 말고, 한 번에 하나의 식습관만 바꾸는 것으
로 충분하다. 또한 정신과 의사의 지시만 따르기보다는 ‘이 정도라면 내 의지로 쉽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느껴지는 식습관을 먼저 선택해서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성공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 하나의 식습관이라도 바꾸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은 본인의 자신감으로 작용해 섭식장애의 근
원에 뿌리내리고 있는 열등감을 조금씩 지워 없앤다. 이런 식으로 잘못된 식습관을 하나하나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
무의식적인 과식을 줄여주는 식사 일지
섭식장애까지 이르지 않은 단순한 과식 수준인 경우에도 식사 일지가 효과를 발휘한다. 살찐 사람은
흔히 ‘많이 먹지도 않는데 살찐다’거나 ‘물만 마셔도 살찌는 체질이다’라는 등의 핑계를 댄다. 하지만
과식은커녕 0칼로리인 물만 마셨는데도 살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핑계를 댄다는 것은
무의식중에 과식하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그 무의식적인 과식을 알아차리는 데 효과적인 것이 바로
식사 일지다.
월요일: ① 7시 - 식빵(버터 듬뿍) 2장 / 계란말이 2조각 / 로스트 햄 3장 / 토마토 반쪽(마요네즈 뿌
린 것) / 감자 샐러드 / 우유 2잔(저지방 아님) ② 10시 - 감자 칩 3분의 1봉지 / 탄산음료(당질 있음)
-6-
하버드 건강 습관
③ 12시 - 소고기덮밥 곱빼기(생강 절임 많이) / 두부 미역 된장국 / 카레빵 / 크림빵 / 탄산음료(당질
있음) ④ 15시 - 밀크 초콜릿 1개 / 스타벅스 프라푸치노 ⑤ 18시 - 감자 칩 3분의 1봉지 / 탄산음료
(당질 있음) ⑥ 20시 - 라면 곱빼기(마늘, 고기 듬뿍) / 맥주 1잔 ⑦ 22시 - 감자 칩 3분의 1봉지 / 과
자 2분의 1봉지 / 오징어 진미채 2분의 1봉지 / 맥주 1캔(500mL) / 술 취해서 그대로 잠듦 ※ 화요일
~일요일도 이런 식으로 적는다.
식사 일지를 적기 시작하면 의사에게 식사 지도를 받지 않아도 ‘이렇게나 많이 먹으니 살찌는 게 당연
하지’라고 스스로 깨닫게 된다. 이 점을 스스로 깨달았다는 것은 곧 살 빼기의 첫 관문을 돌파했다는
말과 같다. 이후에는 위에서 설명한 섭식장애 환자와 마찬가지로 어떤 식습관부터 고칠지 스스로 고민
하고 직접 선택한다. 욕심내지 말고 한 번에 하나씩 개선해나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처음부터 갑자기 높은 목표를 노려서는 안 된다. 치킨을 너무 좋아해서 날마다 치킨을 먹는 사
람이 ‘이제부터 치킨을 완전히 끊겠다!’라는 목표를 세워본들 실현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단번에 완전
히 끊는 게 아니라 주 7회 먹던 것을 주 6회로 줄이기부터 시작한다. 주 6회 먹기에 성공했다면 그다
음으로 주 5회 먹기에 도전하고, 주 5회 먹기에 성공했다면 그다음으로 주 4회 먹기를 목표로 정한다.
변경한 목표치를 1주일 동안 유지했다면 ‘식사량을 줄였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자신감을
무기로 다음 목표를 세운다(이전에 달성한 목표치는 쭉 유지해야 한다). 이처럼 우직한 방법을 거듭하
다 보면 조금씩 식생활이 개선된다.
당질 의존증이라는 병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질을 많이 섭취하면 살찐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지만, 당질에 중독되어 있어서 단 음식을 끊을 수
없어….’ 이런 식의 이야기가 가끔 귀에 들려오는데, 이것은 단순한 핑계일까, 아니면 정말로 ‘당질 의
존증(중독)’이라는 병이 존재하고, 그것이 다이어트를 방해하고 있는 것일까? 정신과 의사로서 진지하
게 검증해보겠다.
의존증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각성제 (마약)의존증이나 알코올 의존증일 것이다.
이러한 의존증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에는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한다. 뇌 속에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다. 각성제는 이 도파민을 증가시켜 쾌감을 얻게 만든다. 이 경로를 ‘도파민 보상 체
계’라고 한다. 이 쾌감이 너무나도 강렬하기 때문에 각성제를 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어떤 물질이
든 의존증을 형성하는 데는 도파민이 어느 정도 관여하기 마련이다.
각성제를 남용해서 과도한 도파민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면, 그 과도한 도파민에 대응하기 위해 ‘도파
민에 대한 반응이 둔해지도록’ 뇌 구조가 변화한다(‘다운레귤레이션’이라고 함). 이는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방어 작용이다.
각성제를 끊으면 도파민이 줄어들어 정상적인 양으로 돌아가지만, 뇌는 대량의 도파민에 노출되었을
때와 동일하게 ‘도파민에 대한 반응이 둔해진’ 구조로 남게 된다. 이렇게 둔해진 뇌는 각성제를 끊고
정상적으로 돌아간 도파민의 양으로는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뇌는 더 많은 도파민을 갈구하게 되고,
그 결과 각성제에 또다시 손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각성제 의존증을 형성하는 메커니즘이다.
알코올은 도파민뿐 아니라 GABA라는 신경전달물질도 증가시킨다. GABA는 뇌를 억제하고 진정시키는
기능이 있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기분이 안정되고 스트레스가 누그러지는 것이다. 이러한 GABA의 기
-7-
하버드 건강 습관
능에 중독되어 매일 술을 마시게 되면 음주량이 늘어난다. 대량의 음주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뇌가 손
상을 입는다. 손상된 뇌는 더 이상 통제되지 않고, 알코올을 끊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해서 알코올
의존증이 형성된다.
그렇다면 당질은 어떨까? 당질 의존증의 메커니즘에도 도파민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과연 그럴
까? 도파민이 늘어나면 환각과 망상이 일어난다. 그래서 각성제를 사용하면 ‘어둠의 조직이 나를 노리
고 있다’라는 식의 피해망상을 곧잘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당질을 과잉 섭취했다고 해서 환각과 망
상이 일어나는 경우는 없다. 그러므로 도파민이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당질 의존증에 관여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세로토닌은 우울증의 발단이
되는 물질이다. 뇌 속에서 세로토닌이 결핍되면 우울증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세로토닌을 늘리는 약
(항우울제)을 투여하는 치료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당질 섭취량과 우울증 발병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
다. 당질과 세로토닌 사이에도 강한 관련성은 없어 보인다.
의존증은 뇌의 질환이다. 뇌에 깊이 작용하는 물질이 아니라면 의존증을 유발하지 않는다. 각성제나
알코올은 대량으로 섭취하면 뇌가 의식을 잃고 잠들어버린다. 이는 각성제와 알코올이 뇌에 깊이 작용
한다는 증거다. 하지만 당질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의식을 잃는 일이 없다. 당뇨병 환자나 격렬한 운
동을 한 운동선수의 경우 일시적으로 혈당치가 떨어져 의식 저하에 빠지는 경우는 있지만, 당질을 보
충해주면 금세 회복된다. 이상의 검증을 통해 나는 당질에 의존성이 없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밥, 라면,
케이크를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당질을 줄일 수 있다. ‘당질 의존증’은
존재하지 않는 병이다.
금주가 아닌 ‘절주’로 인생을 알차게
[요점] ① 절주로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장점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② 술을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
고, 정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③ 무알콜 음료를 활용해 절주한다. ④ 하루의 음주량을 줄이기보
다는 술을 아예 안 마시는 ‘간(肝) 휴식일’을 정한다. ⑤ 익숙해지면 간 휴식일을 늘려간다.
알코올 의존증이 뇌 질환이라고?
알코올 의존증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면 당연히 회사에서 해고당할 것이다. 너그러운 회사라면 ‘다 나
을 때까지 푹 쉬라’면서 병가를 줄 수도 있겠지만, 푹 쉰다고 해서 술을 끊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
히려 매일 쉬다 보면 음주→만취→수면→음주→ 만취→수면의 사이클을 영원히 반복할 뿐이다.
이러면 간 상태는 악화되고, Y-GTP 수치가 3자릿수나 4자릿수가 된다. Y-GTP는 간에서 단백질을 분
해하는 효소의 일종이며, 음주량이 많으면 혈중 수치가 상승한다. 정상 수치는 남성이 50IU/L 이하,
여성이 30IU/L 이하다. 그 수치가 3자릿수나 4자릿수가 된다는 것은 간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뜻이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 중에는 의사나 가족에게 한 소리 들을까 봐 걱정되어 건강진단 1주일 전부터 술을
줄이면서 Y-GTP 수치를 낮춰보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저항이다. Y-GTP 수치의
반감기(수치가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는 보통 10일이며, 술을 오랫동안 마셔온 사람이라
면 반감기가 28일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1주일 동안 술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Y-GTP 수치가 갑자기 개
선되지 않는다.
-8-
하버드 건강 습관
알코올 의존증은 의지가 약한 한심한 사람이나 걸리는 질환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알코올 의존증은 알코올에 의해 오랫동안 뇌가 손상되어 일어나는 질환이다.
뇌에서 알코올에 대한 의존성이 일단 확립되면 더 이상 본인의 의지로는 음주를 통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는 마약에 대한 의존성과 완전히 동일한 구조다.
마약을 투약한 죄로 교도소에 들어가서 일시적으로 마약을 끊었던 사람이 석방된 후에 또다시 마약에
손대는 이유는 뇌 속에서 확립된 의존성의 구조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약 사범이 마약을 쉽게
끊을 수 없는 것처럼,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술을 쉽게 끊을 수 없다. 전문적인 병원에서 철저한 치료
를 받는 수밖에 없다.
치료를 받지 않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말로는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노숙자가 되는 것이다.
노숙자는 대부분 어떠한 형태로든 의존증을 앓고 있다. 서구의 노숙자에게는 약물 의존증이 많지만,
한국의 노숙자에게는 알코올 의존증이 많다. 한국에서는 서구보다 위법 약물을 구하기 어렵지만, 술은
합법적으로 24시간, 365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욕구를 분산해 의존을 억제한다
의존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독으로 독을 다스리는 일’
흔히 ‘술을 끊기 위해 술을 대신할 것을 찾으라’고 한다. 사실 내가 이번 장에서 하고자 하는 말이 바
로 이것이다. 지금까지는 술 마시는 대신에 운동을 하라거나 책을 읽으라는 조언을 많은 사람이 해왔
다. 하지만 운동이나 독서는 술처럼 ‘갈망시키는 힘’이 없어서 술의 대체품이 될 수 없다. 의존물(욕구
의 대상)은 다른 의존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 쾌락끼리 서로 치환하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는 곧
‘독으로 독을 다스리는 일’이다. 의존하는 대상을 늘려서 각각의 의존성을 줄이자. 그렇게 하면 각각의
욕구는 의존이 아니라 취향 수준으로 옅어진다.
발기부전 치료의 집대성
발기부전은 반드시 낫는다
발기부전에 걸리면 성행위를 할 때마다 항상 불안해진다. 일시적으로 발기부전이 개선되는 조짐이 보
이더라도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서 성행위 도중에 ‘또 죽어버리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머릿속을 맴
돈다. 그래서 ‘힘이 풀리기 전에 얼른 끝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초조해져서 급하게 움직이다가 느닷없
이 사정해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런 실수를 거듭하면 섹스 파트너에게 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심하기 바란다. 발기부전은 반드시 낫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발기부전에 걸릴 리가 없
어’라고 자신을 속여 넘기려고 하지 말고, 발기부전에 걸린 자신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좋다. 살찐
사람이 살을 빼려면 무엇보다 먼저 자신이 살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이 뚱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애초에 다이어트를 시작할 수 없는 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발기부전에 걸린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발기부전 치료제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1998년에 미국의 제약 회사 화이자는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발매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비
아그라의 유효 성분은 실데나필이다. 원래는 심장병의 일종인 협심증의 치료제로 연구 개발을 시작했
-9-
하버드 건강 습관
다. 아쉽게도 협심증에는 별로 효과가 없었지만, 임상시험 과정에서 남성 발기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비아그라는 협심증이 아닌 발기부전 치료제로 새롭게 승인을 받았다. 실데나
필의 작용은 다음과 같다.
음경을 충혈되게 하고 발기로 이끄는 것은 일산화질소에 의해 만들어지는 cGMP라는 물질이다. cGMP
는 해면체의 혈관을 이완하고, 확장하는 작용이 있다. 사람의 몸은 보통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갖
추고 있는데, 혈관을 만드는 평활근에는 cGMP(액셀러레이터 작용)를 분해하는 PDE5(브레이크 작용)
라는 효소가 준비되어 있다. PDE5가 cGMP를 분해하면 혈관이 확장하지 않기 때문에 충혈이 일어나지
않고, 발기를 유지할 수 없다. 실데나필은 이 PDE5의 효소 활성을 저해하므로 혈관이 확장해 충혈이
생기고, 발기가 잘 일어나고, 또 유지하기 쉬워진다.
수면 습관을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
불면증에는 수면제보다 ‘행동요법’
불면에 시달리는 환자는 수면제를 요구하지만, 나는 우선 행동요법을 시도해보라고 권한다. 나뿐만 아
니라 제대로 된 수면 전문가라면 행동요법을 첫 번째 선택지로 삼을 것이다. 환자의 요구대로 수면제
만 순순히 처방해주는 의사는 결코 수면 전문가라고 할 수 없다.
행동요법은 의사나 임상심리사가 시행하는 상담의 일종이다. 일반적인 상담은 환자의 기분(내면)에 초
점을 맞추고, 그 사람의 깊은 정신적 측면을 탐색한다. 그런데 행동요법은 기분이야 어찌 됐건 말 그
대로 그 사람의 행동(표면)에만 초점을 맞춘다. 먼저 행동이 달라지면 그 뒤를 따라 기분도 저절로 달
라진다는 사고방식이다. 불면증으로 인한 불쾌감은 잠깐 덮어두어도 된다. 수면의 질이 좋아지면 불면
증으로 인한 불쾌감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수면은 건강의 기본이지만, 잠을 잘 자지 못하기 때문에 병에 걸린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
로 병에 걸렸기 때문에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 잠을 잘 못 자는 것이다. 흔히 잠을 잘 자지 못 하면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이 역시 반대로 우울증 때문에 불면이라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야 타당하다.
‘잠을 잘 못 자니까 병에 걸린다’, ‘불면 때문에 우울증이나 당뇨병에 걸린다’라는 극단적인 생각은 불
면증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일부 정신과 의사들의 지나친 의욕으로 생겨난 고정관념이다.
만약 여러분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면 우울증이나 그 외의 심각한 병에 걸리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을 일단 접어두고, 불면증에 대한 행동요법부터 조속히 시도해야 할 것이다.
불면증에 대한 행동요법은 증상을 경감하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원인을 파고들어 병을 치료하는 근치
요법이다. 몇 주 동안 행동요법을 실행하면 수면제 없이도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빠른 사람은 단 1주
만에 불면증이 낫기도 한다. 게다가 실행 난이도도 그다지 높지 않다.
행동요법을 시도하지 않으면 수면제 처방량이 점점 늘어나 순식간에 약을 한 주먹씩 먹는 사태에 이르
게 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수면제를 한 주먹씩 먹어도 불면증이 고쳐지지 않는 환자도 있다. 이런 불
면증 환자가 치료 방침을 행동요법으로 전환하면 수면제 양을 점점 줄일 수 있고, 결국에는 수면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도 푹 잘 수 있게 된다. 행동요법을 중심으로 불면증을 치료할 때는 수면제를 사용
하지 않거나, 사용하더라도 최소한으로 필요한 양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10 -
하버드 건강 습관
수면 행동요법, 10가지 핵심
① 나이가 들면서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현상을 받아들인다.
② 한두 번 잠을 못 자는 것으로 호들갑 떨지 않는다.
③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만든다.
④ 잠드는 시각은 매일 다르더라도 항상 동일한 시각에 일어난다.
⑤ 낮잠을 30분 이상 자지 않는다.
⑥ 온종일 빈둥대지 말고, 되도록 신체를 움직인다.
⑦ 매일 아침에 햇빛을 쐬고, 저녁 이후에 강한 빛을 되도록 쐬지 않는다.
⑧ 저녁 이후에는 카페인 음료를 삼간다.
⑨ 매일 욕조 목욕을 한다.
⑩ 잠자는 시각에 집착하지 않는다.
위의 행동요법을 실시하지 않으면 수면제를 아무리 늘려도 좀처럼 잠들 수 없다.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포기한 채 의사나 수면제에만 기대려는 것은 나 몰라라 하는 태도이고, 너무나 무책임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온다.
스트레스와 공생하기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에 생기는 ‘뒤틀림’
“나에게 스트레스 따위는 없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
다. 내 진료실에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매일같이 찾아온다. 급속한 기술 발전, 넘쳐나는 정
보, 사회구조의 변화,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등으로 현대사회에서는 아무도 스트레스와 무관한
존재가 될 수 없다.
사회가 아무리 변해도 새로운 스트레스가 속속 생겨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신형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재택근무가 증가했다. 재택근무 덕분에 출퇴근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는지 모르지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또 다른 스트레스가 생겨났다. 오랫동안 집에 머물면서 남들과의 접촉이 적
어지는 것도 나름대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있다.
언제 어디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줄곧 혼자서 지내는 데 따르는 외로움, 반
대로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데 따르는 번잡함도 새로운 스트레스가 된다. 그런 점에서는 개
인주의가 철저한 미국과 다르다. 나는 2001년부터 3년 반 동안 하버드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 무렵부터도 대학교는 재택근무가 기본이었다. 하버드대학교는 미국 동부의 보스턴에 있었는데, 나
의 상사는 2,000km 떨어진 남부의 플로리다에 살고 있었다. 업무는 거의 재택근무로 이루어졌고, 1주
일에 한 번쯤 학교에 나오는 것만으로 업무는 제대로 돌아갔다. 공동체 정신이 짙게 남아 있는 탓에
모두 한자리에 모여 동일한 작업을 하기 좋아하는 한국인은 재택근무에 완전히 순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역시 근절할 수 없다. 자신의 본모습을 잃지 않고 앞으로의 사회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쌓아 스트레스와 공생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춰야 한다.
스트레스와의 공생법을 찾기 전에, 스트레스란 무엇인지부터 간단히 짚고 넘어가겠다. 스트레스
(stress)는 인간에게 어떤 자극을 가했을 때 생체에 생겨나는 ‘뒤틀림’이다. 이 ‘뒤틀림’을 발생시키는
- 11 -
하버드 건강 습관
자극을 스트레서(stresser)라고 한다. 스트레스 학설을 세계 최초로 발표한 한스 셀리에(HansSelye) 박
사가 물리학 용어였던 스트레스와 스트레서를 의학 분야에 응용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이웃의 소음이 스트레스다”라고 말하지만, 이는 엄밀하고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이웃의
소음이 스트레서가 되어, 나는 스트레스를 느낀다”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하지만 일상적으로는 ‘스트레
서’와 ‘스트레스’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스트레스’라고 말하므로, 이 책에서도 ‘스트레스’로 통일해서
이야기하겠다.
스트레스에 관해 이야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항상성(homeostasis)’이다. 인간은 외부 기온이
변화해도 체온을 일정 범위 내로 유지한다. 이처럼 외부 환경이 달라져도 체내 환경을 유지 안정시키
는 작용을 항상성이라고 한다. 항상성을 뒷받침하는 것은 자율신경계, 내분비계(호르몬), 면역계 등 3
대 시스템이다. 그중에서도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이루어진 자율신경계가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가장 커다란 역할을 담당한다. 위 3대 시스템의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뇌다. 뇌는 스트레스를
감지하면 3대 시스템을 작동 시켜 스트레스를 조절한다. 그러므로 스트레스가 가해져도, 자율신경을
중심으로 하는 항상성이 제대로 기능한다면 건강한 심신을 유지할 수 있다.
스트레스 학설을 제창한 셀리에 박사는 ‘스트레스는 인생의 양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환경은 분명히 지루하고 시시할 것이다. 적당하고 일시적인 스트레스는 좋은 자극이 되어서
저항력을 높이고, 인간성을 함양하는 등 심신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강하고 지속
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항상성 기구가 망가지면 자율신경, 내분비, 면역의 균형도 무너져서 몸과
마음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되면 스트레스는 양념에서 극약으로 탈바꿈한다.
- 12 -
하버드 건강 습관
'책,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 에이지 프렌들리 (0) | 2022.01.23 |
---|---|
50부터는 나를 위해 가꿉니다 (0) | 2022.01.23 |
내 아이를 위한 엄마의 감정 공부 (0) | 2021.12.12 |
라이프 트렌드 2022 (0) | 2021.12.12 |
세상을 바꾼 명연설- 사회 편 (0) | 2021.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