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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내 아이를 위한 엄마의 감정 공부

by Casey,Riley 2021.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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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지음 / 리스컴
이 책은 엄마들을 위한 8일간의 감정 공부 프로그램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내면의 자신을 만
나 이해하고 안아줌으로써 잠재된 감정을 정리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실제 사례
와 예시가 풍부해 공감할 수 있고, 직접 작성할 수 있는 워크지도 함께 수록해 책을 읽으면서 바
로바로 감정 정리를 해나갈 수 있다. 책을 덮고 나면 자신을 사랑하고 아이에게 좀 더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자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내 아이를 위한 엄마의 감정 공부
양선아 지음


▣ Short Summary
아이에게 다가가려면 먼저 엄마의 감정 정리가 필요하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돌아서서 후회해본 경험
이 있을 것이다. ‘화’의 원인은 아이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엄마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감정이 아이
에게 표출되는 것이다. 이런 엄마의 감정 육아는 아이의 정서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아이와 점점 멀어
지게 만든다. 아이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엄마의 감정을 파악하고 정리하는 일이 필요하
다. 자신의 아픔을 직면하고 따뜻하게 안아줘야 한다. 자신을 진실하게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아이를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
이 책은 육아 지식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책의 안내에 따라 바로 실행하는 워크북으로, 엄마들이 8
주 동안 매주 한 번씩 만나 진행하는 감정 공부 프로그램을 그대로 담았다. 1일 차부터 8일 차까지 실
제로 수업을 하듯이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어, 책을 읽으면서 그대로 따라가면 실제로 수업을 받는 것
처럼 감정을 정리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엄마들의 사례도 풍부하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상황들로 마치 자
신의 이야기처럼 공감하게 되는 사례들이다. 구체적인 예시를 보여주고 직접 작성할 수 있는 워크지가
있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바로바로 정리할 수 있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책을 따
라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면 자신의 변화를 느끼게 될 것이다. 엄마의 감정이 정리되면 달라진 관점,
여유 있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다가갈 수 있다. 아이를 진심으로 공감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이 책
이 그 일을 도와준다.

▣ 차례
들어가며 / 따뜻한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엄마들
1장 공감하고 싶은 엄마, 공감할 수 없는 엄마
저는 좋은 엄마가 아닌 것 같아요
내 아이는 행복한가? 나는 행복한가?
내 안의 분노가 아이의 영혼에 상처를 남기고
나는 내 아이를 제대로 사랑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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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엄마의 감정 공부

2장 엄마에게 감정 공부가 필요한 이유
나를 찾아가는 감정 공부
엄마에게 감정 공부는 왜 필요할까?
아이는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나를 만나기 위해 필요한 것들
3장 진짜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 8일간의 감정 공부
바라보는 만큼, 다가가는 만큼 보이는 감정
1일 차|오감을 통해 나를 발견한다
2일 차|상황 속에 숨은 감정을 파악한다
3일 차|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스트레스 관리
4일 차|관계를 좋아지게 하는 사랑의 언어
5일 차|관점이 유연해질 때 보이는 장점
6일 차|기억의 정원에서 나를 만난다
7일 차|시든 감정을 보내면 얻게 되는 자유로움
8일 차|벽을 깨자 보이는 나의 꿈과 삶
4장 감정 공부로 찾아온 기적, 자신을 사랑하고 아이와 공감하는 엄마
나에게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기적 같은 변화를 불러오는 공감의 힘
공감으로 함께 성장하는 엄마와 아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엄마’
마치며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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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엄마의 감정 공부

내 아이를 위한 엄마의 감정 공부
양선아 지음

1장 공감하고 싶은 엄마, 공감할 수 없는 엄마
내 안의 분노가 아이의 영혼에 상처를 남기고
“하루 종일 게임만 하고, 도대체 밥 먹고 하는 일이 뭐니?”
“하루 종일 하지 않았어요.”
“하루 종일 안 해? 그래, 화장실 가고 밥 먹을 때 빼고 컴퓨터 게임하지. 하루 종일은 아니네.”
“…….”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니,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 돼서 밥 빌어먹고 살고 싶어서 그래?”
“…….”
“동생이 널 닮을까 봐 걱정이다. 언니가 좀 똑바로 살아야 동생이 보고 배우지. 매일 컴퓨터 게임에 빠
져서 중2가 되어서도 앞가림도 못하고, 정말 엄마가 널 보면 답답해서 살 수가 없어.”
아인이 엄마는 이 기억을 나누며 얼굴을 들지 못했다.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을 숨기느라. 청소년 시절
을 이야기하던 중 자신의 삶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엄마는 항상 아침 일찍 나가 7시
쯤 들어오셨어요. 집에 돌아오셨을 때 정리되어 있지 않은 집, 설거지가 잔뜩 쌓인 부엌, 텔레비젼을
보고 계신 아버지, 컴퓨터게임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 화부터 내셨죠. 유일하게 여동생에게만 화를 내
지 않았는데, 여동생은 지금 간호사가 되어 자신의 일을 똑 소리 나게 하고 있어요.” 이렇게 말하던 아
인이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10여분 동안 소리 내어 울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무
엇이 눈물을 흐르게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엄마의 말대로 살고 있는 것 같아서요. 정말 밥벌이도 잘 못 했고, 이것저것 하다 말고, 능력 없
는 사람이 되어서…. 형편없는 모습으로… 남편한테 기대서… 하려고 했지만 잘 안되더라고요. 금방
흥미도 잃고, 사람 관계도 힘들고… 모든 게 뜻대로 안 된 것 같아요….” 아인이 엄마는 어떤 일이든
열정적으로 하고 싶었다고 했다. 정말 잘 살고 싶었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 성취해내고 싶었단다. 하지
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불안하고, 되지 않을 것 같고, 잘 못 하는 상황이 두려워서 끝까지 마무리
짓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멋지게 성취하고 싶던 마음과 달리 하다 만 것만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아인
이가 태어나서 아이 뒷바라지하는 것이 어쩌면 다행인 것 같다고까지 이야기했다.
이제 아인이의 할머니가 된 그녀의 어머니는 일하고 돌아와 화냈던 일을 기억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화를 냈는지, 어떻게 화를 냈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주
상세히, 그리고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들을 떠올리면 어깨가 들썩이고 숨이 가빠질 정도로
여전히 그 기억은 삶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
“김치 떨어졌지? 엄마가 다음 주에 가서 만들어주마. 반찬은 있니?” 한 달에 두세 번도 더 반찬과 김
치 걱정을 하시는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어릴 적 말들이 윙윙거
리며 맴돌 때 마음이 아픈 것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마음에 가득 찬 두려움을
외면하기 위해, 하고 있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되는 이유들을 찾았다고 이야기했다. ‘차를 너무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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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엄마의 감정 공부

이 타고 돌아다녀야 되는 일이네’, ‘사람들이 왜 이 모양이야’, ‘비전이 없어’ 하면서…. 그러나 사실 그
녀의 진짜 마음은 ‘나는 잘할 수 없어. 결국 인정받을 수 없을 거야’, ‘동료와 상사들은 내게 불만이 가
득해’, ‘이런 부정적인 상황에서 도망가고 싶어’였다.
내 말이 내 아이의 삶에 가시밭길을 만든다면: 우리가 살면서 떠오르는 모진 말들은 누군가의 분노 속
에서 혹은 누군가의 지친 마음에서 또 누군가의 억울함이나 답답함에서 나온 말들인 경우가 많다. 그
녀의 어머니는 “난 지금 좀 지쳐. 나 좀 도와주면 좋겠어”라고 말할 힘조차 없기에 “집이 이게 뭐니?
앞으로 뭐 되려고 이렇게 너저분하게 해놓고 지냈니?”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쉴 수 없고, 집에서도 무언가를 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그 스트레
스가 화로 표현되어 나왔을 것이다. 아이가 미워서가 아니라 단지 삶에 지쳤을 뿐이다. 현실이 지치고
화가 났을 뿐이다.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수년간 버텨왔지만 그게 어느 순간 욱하고 튀어나왔을
뿐이다.
그녀는 몰랐을 것이다. 자신이 한 말이 아이에게 어떤 부정적 경험으로 자리잡을지. 그것이 아이의 삶
에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칠지. 안타깝게도 그 말들은 아이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아이는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엄마의 말들이 귓가에 울리며 위축되었다. 엄마의 말이 삶 전체를 좌지우지한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용기를 내고 싶은 순간마다 떠올라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만약 자신의 말이 아이에게 이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그렇게 말했을까. 오히려 아이가
그런 순간마다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말을 해주고 싶지 않았을까. 다시 말해 그녀의 어머니가
알았다면, 분노나 화나 억울함을 다르게 표현했을 것이고 잠깐 멈출 힘을 발휘했을 것이다. 하지만 잠
깐 멈출 수 있는 힘, 이게 좀처럼 쉽게 발휘되지 않는다. 화가 나고 지치고 답답한 마음은 습관이 되어
표출되고 패턴이 되어 반복된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에너지를 채우는 방법,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방법, 감정을 바르게 전달하는 방법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더 이상 내 안의 화를 보지 못해 아
이에게 상처 주는 일을 멈출 수 있다. 아이가 성장해서 상처로 기억할 말들이나 가슴 아픈 기억을 물
려주지 않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화를 이해하고 자기감정의 근원 지
점을 보아야 한다. 그런 다음 사랑을 사랑으로 전하는 기술을 익히고, 감정을 나누고, 이해하는 방법을
익히고, 소통을 시작하면 된다.
자신은 기억하지도 못하는, 의도와 상관도 없는 말들을 아이가 성장해서까지 상처로 느끼며 산다면 얼
마나 가슴 아플까. 아이가 삶의 순간순간마다 그 말을 떠올리며 아파하고, 용기를 내야 할 순간에 힘
을 낼 수 없게 된다면, 그렇게 아이의 삶에 자신의 말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면 말이다. 지금 우리에겐 자신의 화를 알고 이해하는 힘, 화를 잠시 멈추는 힘이 필요하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언제 멈추어야 할지 그때를 아는 힘이 필요하다. 그래야 아이의 영혼에 상처가 되는 말들
로 아이의 삶에 가뭄 든 땅처럼 금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나아가 아이가 힘이 필요할 때, 용기가
필요할 때 우리의 말을 떠올리며 힘을 얻고 한 발 더 용기 있게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감정 공부가
절실히 필요하다.

2장 엄마에게 감정 공부가 필요한 이유
엄마에게 감정 공부는 왜 필요할까?
“전 아이를 아주 자유롭게 키워요.” 나를 비롯해 강의실에 있던 7명의 엄마들은 하나같이 민지 엄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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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엄마의 감정 공부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이를 자유롭게 키운다고?’ 민지 엄마의 통통 튀는 목소리가
흡인력이 있기도 했고, 자유롭게 키운다는 말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우리의 시선을 인식한 민
지 엄마는 코를 찡끗 하고 웃더니 일곱 살 된 민지 얘기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씩씩해 보이는 민지 엄
마 뒤로는 긴장감이 숨어 있는 듯 보였다.
8주 감정 공부를 하는 동안 민지 엄마는 유난히 눈물을 많이 흘렸다. 그녀는 폭력적인 아버지가 심어
준 자신의 어린 시절과 만나고, 자신의 관점과 만나고,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무의식적인 행동들과
만나며 하염없이 울었다. 함께 감정 공부에 참여한 엄마들은 민지 엄마가 살아온 삶에 귀를 기울였고,
충분히 이해하는 듯 보였다. 이해하려고 억지로 노력한 게 아니었다. 그림이 그려질 것 같은 민지 엄
마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저절로 이해가 된 것뿐이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우리는 함께 눈물을 흘렸고, 자신의 순서가 돌아오면 가둬두었던 아픈 이야기들을
꺼내놓았다. 민지 엄마뿐 아니라 한 공간에서 만난 다른 엄마들도 각자의 아픈 상처들을 치유해나갔다.
이유 없던 화의 근원지를 찾고,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의 발생지를 찾고, 자신의 몸을 위축시켰던 환부
에 손을 얹으며 삶을 보듬었다. 감정 공부는 더 자유롭고 자연스럽고 순수했던 이전의 자신과 만나게
해주었다.
“전 올 때마다 울기만 했네요.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하지만 마음은 가벼워졌어요. 아이를 대할 때
도 예전처럼 화가 나는 것을 참으며 아이 옆에 있지 않고요. 감사해요. 폭력적인 아버지의 모습도 용
서가 되었고, 그런 아버지를 두려워하며 숨어 지내다시피 했던 어린 저를 안아줄 수 있었어요.” 민지
엄마는 8일 동안 공부하며 아이를 자유롭게 키운다고 했던 자신의 철학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게 되었다. 마지막 날, 그녀는 나와 다른 엄마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씩씩함과 경쾌함 뒤에 숨어 있던
아픔을 진솔하게 풀어내고 마지막 날을 맞이한 민지 엄마의 눈가는 여전히 촉촉했다. 그러나 어깨의
긴장감과 몸의 경직은 풀려 있었다. 안정감 속에서 봉인을 해제하고 난 후에 얻은 자유로움이었다.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다: 아이를 어떻게 하면 더 잘 키울 수 있을지 알기 위해 시작한 감정 공부는
내 안의 나를 만나 꼭 안아주는 작업이다. 어린 시절의 부정적 경험들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는
무의식 속에서 나를 조정한다. 특히 어릴 때 겪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비슷한 말들, 비
슷한 기분을 느끼는 순간이 오면 순식간에 부정적 경험을 했던 당시와 비슷한 감정으로 바뀌어버린다.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지나친 분노, “도대체, 왜 그러니?”라고 핀잔을 듣게 되는 행위들을 만들어버린
다. 그 감정과 행동에는 사실 이유가 있다.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자신을 관찰하고 경험들을 되짚어보고 슬픔과 분노의 원인들을 찾아가고 이해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힘을 갖게 한다. 분노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욱할 때 잠시 멈춰 자신의 모습을 어
떻게 만들지 선택할 수 있게 한다. 다시 말해, 아이에게 격한 분노를 뿜어내던 자신의 모습을 후회하
면서 잠든 아이를 보며 눈물짓는 일들이 점차 사라지게 된다는 뜻이다.
감정 공부를 하는 8일 동안 엄마들은 아무에게도 전달해보지 못한 묵직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최선을 다해 솔직해지고, 최선을 다해 그때의 아픔과 직면하며, 최선을 다해 자신을 보
듬고 이해해주는 시간을 갖는다. 감정 공부는 자신이 준비된 만큼 효과를 발휘한다. 다른 사람들 앞에
서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보듬을 힘이 필요하기 때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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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엄마의 감정 공부

민지 엄마처럼 감정을 공유한 엄마들은 자신이 비워낸 공간에 새로운 것이 채워지면서 한결 편안하고
부드러워졌다. 공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 편안하게 남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고, 아이를 관찰하
는 힘이 생겼다.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시작한 감정 공부는 아이를 더 공감할 수 있게 도왔고, 타인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도록 도왔고, 다른 사람들과 더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게 도왔다. 그렇
게 감정 공부를 통해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해갔다. 감정을 보는 작업들은 감정을 조절할 힘을 준
다. 또 관계 기술을 발달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감정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육아의 절반은 감정이다: “오늘은 몸이 좀 무겁게 느껴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었어요.” 하
늘이 엄마가 입을 열었다. 중간 중간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하늘이 엄마는 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지난 주말 지방에 있는 시댁에 다녀왔어요. 출발하는 당일 아침까지도 쌓여 있던 설거지를 마무리하
고서요. 운전하는 남편, 뒷자리에서 세상모르고 자는 아이와 고속도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서울로
올라왔는데, 돌아오는 길에 머리를 가득 채운 건 어제저녁 엄마가 하셨던 말씀이었어요. 엄마가 용돈
을 좀 올려달라고 부탁을 하신 거예요. 우리 생활비도 빠듯한 상황인데, 남편은 그냥 쉽게 올려드리자
고 해버리니 당황스럽더라고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눈이 더 말똥말똥해져서는 놀아달라고 매달리며 떼
쓰는 아이에게 ‘빨리 자! 내일 유치원 가야지! 지금이 몇 신데 그러고 있어!’ 하며 결국 화를 내고 말았
어요. 시무룩해져서 방으로 들어가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아팠죠.
그렇게 아이를 재우고 아침을 맞았지만 어제의 기분이 계속되었어요. 아침을 먹는 아이는 나를 힐끗힐
끗 쳐다보며 눈치를 보고, 남편은 지금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평소처럼 출근을 하더군요.
그런데 아이가 갑자기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는 거예요. 또 화가 확 치밀었어요. ‘무슨 소리야!
늦었어, 얼른 나와!’ 울먹이는 아이를 차에 태워 유치원에 보내버렸어요. 에휴, 지금까지도 마음이 답
답하고 속상해요.” 긴 이야기를 들은 엄마들은 하늘이 엄마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나도 그랬어
요”, “그럴 땐 저도 괜히 아이에게 짜증을 내요. 그리고 돌아서서 후회하곤 하죠” 하는 말들도 보탰다.
예일대 감성지능센터장 마크 브래킷 교수는 그의 저서 『감정의 발견』에서 ‘감정은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이 더 나아질 만한 행동을 독려하기도 하지만,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부정적 영향
을 미치기도 한다’고 말한다. 알아차리지 못하는 순간이야말로 감정에 가장 많이 휘둘리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감정에 가장 많이 휘둘리는 순간은 감정이 조금씩 더해지며, 무의식 속에 스며들 때다.
현재만 보면 부드럽게 대처할 수 있는 일이지만, 과거부터 차곡차곡 포개어진 감정은 그 크기가 커져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으로 드러난다. 육아의 절반은 감정에 의해 좌우된다.
그 자리에 함께했던 엄마들과 나는 하늘이 엄마의 이야기와 감정에 집중했다. 하늘이 엄마의 상황을
잘 듣고,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에 공감했다. 이 시간을 통해 하늘이 엄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섭섭하죠. 조금이라도 더 아껴 온 내 노력이 얼마나 허무하게 느껴졌겠어요. 내
마음을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고 말이에요. 저라도 그랬겠어요.” 우리는 이런저런 부분에 공감하며 하
늘이 엄마의 마음을 느껴주었다. “아니에요.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같기도 해요.
저녁에 남편과 다시 솔직하게 이야기해봐야겠어요.” 하늘이 엄마는 우리의 공감에 힘을 얻으며 한결
편안해진 모습을 보였다.
감정에 옳고 그름이 없다: 보통 이런 일이 있을 경우 엄마에게 용돈을 드릴지 말지 고민하며 문제 해
결에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상황을 보고 그때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작은 눈덩이가 점점 커져 산사태를 일으키듯이 아이에게 불똥이 튀는 걸 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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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엄마의 감정 공부

수 있다. 모든 감정은 수용되어야 하고,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는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흐린 날이 있
고 맑은 날이 있고 비 오는 날이 있듯이 상황에 따라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감정
이다. 그 감정을 그저 바라봐주고 알아주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감정이 행복으로,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을 때는 육아가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
만 자신의 감정이 무의식중에 부정성을 더해갈 때, 다시 말해 에너지 손실이 많을 때는 아이에게 긍정
적으로 대처할 힘을 잃게 된다. 그래서 육아의 절반은 감정이다. 감정 관리는 육아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리학자 존 메이어와 피터 샐러베이는 그들의 논문에서 감성 지능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감성 지
능이란 감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분석하고 표현하는 능력, 감정과 감정에 대한 지식을 이해하는 능력,
정서적이고 지적인 성장을 촉진하는 능력이다.’ 즉 감성 지능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알아차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감성 지능이 높은 엄마가 된다는 것은 감성 지능이 높은 아이로 성장하도록 돕는 힘이 있다는 것과 같
다. 우리는 감정 공부를 통해 자신을 자책하는 대신 자신의 감정을 알아가고 관리하고 이해하고 표현
하는 힘을 기르고, 욱하고 화를 내는 자신을 자책하는 대신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성장을 촉진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은 하늘이 엄마는 스스로 방법을 잘 찾아내 남편과 지혜롭게 이 문제를 조율해나
갔다.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던 시선을 거두고 자신의 감정을 먼저 관찰하고 이해할 때 생각지도 못했
던 지혜가 발현되기도 한다.

3장 진짜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 8일간의 감정 공부
상황 속에 숨은 감정을 파악한다
스트레스 파악하기: 자신을 좀 더 잘 알아차리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구체적으로 감정에 다가가보는
것이다. 감정을 관찰하다 보면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즐거웠는지
알게 된다. 상황을 떠올리고 그때의 감정을 감정 단어(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로 명확하게 표현해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감정을 알 수 있다. ‘아, 이거였구나. 기분이 좀 안 좋았는데 허무함 때문이었구나’
등을 알게 되고, 기분이 좋았을 때를 생각해보면서 ‘아, 이런 부분이 날 기분 좋게 해주는구나’를 알아
차리게 되는 것이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들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요.” 어릴 적 신나게 따라
부르던 캐롤은 우는 건 나쁜 행동이라고 말하는 듯했고, 산타할아버지가 착한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을
받기 위해서는 울음을 꾹 참으며 1년을 보내야만 할 것 같았다. 슬픔, 우울함, 답답함, 짜증, 화 등을
표현하는 게 마치 잘못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감정은 자신이 그 감정을 느끼길 원해서 생겨나는 게 아니다. 나도 모르게 화가 나고, 나도 모
르게 눈물이 날 만큼 슬픈 것이다. 감정에 대해 좋고 나쁘고를 논할 수 없다. 물이 수증기가 되고, 하
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구름이 무거워지면 다시 비가 되어 땅으로 내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만들
어지는 것이다. 어떤 날은 자괴감이 들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자신감을 지닐 수도 있다. 어떤 날은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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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엄마의 감정 공부

망적이게 느껴질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상실감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감정은 자신의 의도
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찾아든다.
감정은 참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잊으려 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이해받지 못한 감정
들은 찌꺼기를 남긴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꾹꾹 참다가 갑자기 터뜨려버리는 일을 경험하곤 한다. 참
다 참다 더 큰 화로 분출되었을 때는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다. 다시 말해 자기조절 능력을
잃기도 한다. ‘나 지금 화가 났어!’라는 것을 누군가와 조곤조곤 나눌 수 있고 이해받을 수 있었다면 좋
았겠지만, 참을 대로 참다가 터져버린 감정은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거야?’ 하는 소릴 들을 정도로 격하
게 표출될 때가 많다.
감정을 알아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 기분이 어떤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어떤 게 자신을 가
장 화나게 했는지 등을 파악해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감정 노트는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되어준다.
하나하나 적을 때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솔직하게 들여다보며 적어보자.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스트레스 관리
주의 옮기는 연습하기: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알아차려야 하는 것이 또 있다. ‘내가 지금 무엇에 주의
를 보내고 있는가’이다. 여기서 ‘주의’란 ‘집중을 요하는 일에 정신을 한데 모으는 것’을 말한다.
“남편이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에요. 덜 마시겠다고 약속했지만, 전 여전히 남편이 술을 계속 많이 마
실까 봐 걱정하고 있어요.”
“내년에 아이가 학교에 가야 하는데 어디로 보내야 할지 걱정이에요.”
“아이가 매일 컴퓨터 게임만 해서 걱정이에요.”
이들은 모두 남편의 음주, 아이의 학교 문제, 아이의 일상생활 등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만
약 자신이 어디에 어떻게 주의를 모으고 있는지 스스로 관찰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자신이 주의
를 보내고 싶은 곳으로 옮길 수 있다면? 이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체험하기 위해 엄마들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앞에 무엇이 보이시는지 잠깐 보시겠어요?” 엄마들은 침묵 속에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간식거리와 책, 화분 등의 물체들을 보았다. “그 물체를 조금 더 집중해서 관찰해보세요.”
(30초 정도 지난 뒤)
“어떤가요?”
“음, 더 또렷하게 보이는 것 같고, 음, 아까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된 것 같아요. 가령 곶감에 있는
하얀 가루가 더 명확하게 보이고 꼭지들의 건조함이 더 정확하게 보였어요.”
“앞에 있는 물체에 집중하니 글씨가 더 또렷하게 보이고 더 커 보이는 것 같았어요.”
“잘하셨어요.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겨서 식물을 한번 관찰해보시겠어요?”
“형태가 더 또렷하게 보이는 것 같고, 주위에 있는 것보다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네, 경험을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이번에는 눈을 감고 아까 그 화분에 주의를 보냈던 것처럼 내 몸에
주의를 보내보세요. 그런 다음 내 마음에 주의를 보내볼게요.”
(30초 정도 지난 뒤)
“이제 다시 눈을 감은 채로 앞에 있는 물건에 주의를 보내볼까요?”
“생각처럼 되지 않네요. 주의를 옮기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어머 신기해요.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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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엄마의 감정 공부

어떤 이는 주의 옮기기가 쉽지 않다고 했고, 어떤 이는 집중을 잘할 수 있었다고 했다. 보통 스트레스
를 많이 느끼는 경우 주의가 스트레스 상황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 상황이 더 명확하
게 보이고 더 크게 보인다. 다른 것에 주의를 둘 수가 없고 결국 스트레스에 압도된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되는 일이나 상황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인 경우가 많다는 걸 아는가.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걱정과 불안, 두려움 등으로 오늘의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걱정들
로 은근히 지쳐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이 게임만 한다고 말하던 한 엄마는 그 것이 제일 큰 걱정이
었다. 수년간 게임에 대한 얘기를 반복했지만 아들은 변하지 않았다. 얻게 되는 건 계속해서 시간 관
리를 못 하는 아이의 잘못된 생활 습관과 아이의 미래에 대한 걱정, 엄마로서 교육을 잘못 하고 있다
고 느끼는 자괴감뿐이었다. 이처럼 자신이 주의를 모으고 있는 것이 스트레스에 관한 것이라면 그 부
분이 더 크고 더 명확하고 더 중요하게 보인다.
스트레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의가 어느 쪽으로 쏠려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
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주의를 옮길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하루라는 공간 안에 수많은 기체들이 채
워져 있다고 상상해볼 때 자신이 주의를 기울이는 기체는 성큼 자기 앞으로 다가와 더욱 강하고 크게
작용한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문제점도 객관적이기보다는 사실보다 더 크게 다가오게 된다. 하지
만 자신의 무의식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인식하고, 자신의 주의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의식할 수 있
다면, 주의를 다른 곳으로 옮기며 시야를 넓힐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연습으로 가능하다.
다음 활동은 주의를 옮기는 작업에 도움을 주는 연습들이다. 자신의 주의를 관찰하면서 원하는 곳으로
주의를 옮기는 힘을 길러보자. 1부터 12까지 순서대로 따라 하면 된다. 게임만 하는 아들이 대학이나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던 엄마는 아들이 오늘 게임 대신 엄마와 소통하고 있다는 것, 밥을
잘 먹고 있다는 것 등 현재의 긍정적인 모습에 주의를 보낼 수 있었다.
주의 옮기기 연습 (항목마다 약 20초씩 한다.)
1 내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 모습에 집중해본다.
2 잠시 걷는 보폭에 집중해본다.
3 내가 원하는 방향을 의식하면서 걸어본다.
4 내가 원하는 동작을 하며 걸어본다.
5 걸으면서 내 신체 감각을 느껴본다.
6 걸으면서 내 앞에 보이는 것들에 집중해본다.
7 걸으면서 내 귀에 들리는 소리에 집중해본다.
8 눈은 앞을 향하되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해본다.
9 걸으면서 내 발바닥의 느낌에 집중해본다.
10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걸으며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쉰다. 이때 심장에 집중해본다.
11 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방향으로 몸을 옮기면서 내 심장박동을 느껴본다.
12 숨을 크게 들이쉬고 크게 내쉬며 나에게 집중해본다.
기억의 정원에서 나를 만난다
자유로움의 날개를 다는 시간: ‘날개 다는 시간!’ 난 기억들을 만나고 정리하는 시간을 날개 다는 시간
이라고 부른다. 처음에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 기억들을 꺼내 먼지
를 털고 제 자리를 찾아주다 보면, 인식되지 않던 기억이 떠오르고 새로운 통찰을 얻어 기억들이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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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엄마의 감정 공부

된다. 이때 가슴에 있던 모래주머니 하나가 툭 하고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떨어진 모래
주머니의 무게만큼 더 가볍고 자유로워진다.
삶은 모래주머니를 비우면서 오르내리는 여행과도 같다. 기억 정리를 하는 작업은 가슴에 꽁꽁 묶어놓
았던 모래주머니를 하나씩 풀어 던져버릴 수 있게 돕는다. 가슴이 가벼워질수록 더 높이 올라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시야가 넓어지면 원하던 방향으로 쉽게 여행할 수 있다.
충분히 이해받은 감정은 스스로 선택할 힘을 준다: 개를 너무 좋아했던 아이는 지금까지 보아온 모든
개들이 꼬리를 살랑거리고 쓰다듬어주면 좋아했기에 개에 대해 두려움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뜻하
지 않게 낯선 개가 쓰다듬으려는 손을 물어버렸다. 그 사건 이후로 아이는 개 사진만 보아도 무서움을
느끼고 개가 짖는 소리만 들어도 이불 속으로 숨어버린다. 감정적 기억과 관련이 있다.
직장생활 중인 미소 씨는 시험을 볼 때만 되면 머리가 아프고 글자가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났다.
“숨을 못 쉬겠고 머리가 너무 아팠어요.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미소 씨는 답답한 마음을
이 한 줄로 표현했다. 과거의 미소 씨는 공부도 아주 잘했고 명랑하고 유쾌한 친구였다. 전교 10등 안
에 드는 건 ‘미소니까 당연하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3 때부터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대학 시험도 끝까지 치르지 못하고 중간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런 일은 두 번이나 더 일
어났다. 총 세 번의 시험에서 중간에 문제가 보이지 않고 머리가 아픈 증상이 나타나 결국 시험을 포
기했다. 밝고 활기찼던 미소 씨는 점점 어두워졌고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 나가지 않았다.
고2 때 미소 씨는 전교 3등에서 17등으로 떨어진 성적 때문에 아버지의 분노를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아무 말 없이 울며 고통을 참아내던 미소 씨는 그 뒤로 시험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막상 시험 당
일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 번번이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다. 미소 씨에게 공부란 잘해야 생존할 수 있
고, 잘해야 사랑받을 수 있는 생명줄이었다. 어린 미소 씨의 생각 속에선 그랬다. 하지만 미소 씨가 아
등바등할수록 더 괴로운 결과만 있었다. 미소 씨의 상황도 감정적 기억과 연관이 있었다. 미소 씨는
내면을 바라보는 마음치료 과정을 거친 후 아버지와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영유아기와 사춘기의 기억들은 더 예민하게 남아 무의식 속에 자리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의 감
정과 신체를 휩쓸어버리는 감정적 기억으로 남는다. 이를 뇌와 관련지어보면 이해하기가 더 쉽다. 감
정의 뇌'라 불리는 변연계 속의 편도체는 우리가 긴급한 상황일 때 빨간불을 켜서 위험 상황을 알린다.
‘너! 이 상황, 옛날에 무지 가슴 아팠던 상황이야. 널 보호해야 해. 지금’, ‘개다. 널 아프게 물었었어,
도망가야지!’라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반적 경로를 지나지 않고, 아픔이 입력되었던 값으로
빠르게 대처하도록 편도체가 작동하는 것이다.
편도체가 작동하는 것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렇게 자동적으로 반응해서 우리를 위험
으로부터 보호하는 편도체가 수시로 작동된다는 것이다. 남편과의 싸움에서도, 아이가 짜증 낼 때도,
누군가가 자신에게 수치감을 주었을 때도 같은 위험 신호를 보낸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이성적인 뇌
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얼어붙는 3가지 행위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자신의 아픈 기억과 관련되거나 마음에 상처가 되는 말들로 편도체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게 돕는 전두엽에까지 피가 흐르지 못해 지혜로운 판단을 하기 힘들어진다. 다시 말해
내 남편, 내 아내가 뭔가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아픈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말들을 아내로부터, 남편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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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엄마의 감정 공부

로부터 들었을 때 감정적 기억들이 훅 올라와 흥분하고 욱하는 것이다. 결국 돌아서면 후회할 일들을
남기곤 한다. 그리고 이런 방식이 반복될 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공격받는
느낌이 들어, 외로움을 느끼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며 정서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
다.
절대 바뀔 것 같지 않던 기억들, 아픔으로만 기억되던 기억들도 꺼내어 만나보고, 어린 내가 볼 수 없
었던 부분을 관찰해보고, 그 마음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나면 기억이 달라진다. 아파하며 외로워했을
어린 나를 위로하고, 혼자서 그 상황에 직면했던 힘없는 아이를 성장한 자신이 안아주고 이해해주고
기다려주고 지지해주자.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니’, ‘얼마나 두려웠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내 안의 너
야, 고맙구나. 그렇게 잘 견디어준 네가 있어 오늘 난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어. 내가 너와 함께할게.’
어른이 된 자신이 기억 속에서 슬퍼하고 있는 어린 나를 만나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의 감정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 뿌리를 보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감정의 이유를 보
았다면 이제 같은 감정이 느껴지려 할 때 이전처럼 분노를 선택할지 아닐지를 결정할 수 있다. 두려움
의 근원이 어디인지, 억울함의 근원이 어디인지, 분노의 근원이 어디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을 선택할 수는 없을지라도 자신의 의식을 바탕으로 어떤 대처를 하고 싶은지는 선택할 수 있다.
또 감정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반복되던 행동과 감정의 패턴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누군가로부터 충분히 이해받은 감정은 행동을 선택할 힘을 준다. (* 감정의 뿌리를 찾는 작업은 안정감
있는 상태에서 안전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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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엄마의 감정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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