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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군중심리

by Casey,Riley 2022.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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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르 봉 지음 / 현대지성
이 책은 군중의 심리와 행동에 관한 최고의 분석서다. 저자는 심리적 군중 현상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
지 않고, 군중심리를 지배하는 힘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군중을 의도한 방향으로 이끄는 원리까지 제시
함으로써, 지금껏 이해하기 어려웠던 팬덤 정치, 온라인 여론 형성 과정, 심지어 종교와 정치의 광기
등 최근의 여러 현상에 관해 명확한 관찰과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 저자 귀스타브 르 봉
1841년 5월 7일 프랑스 노장르로투루에서 지방 관료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를 따라 투르에 정착
하고 그곳에서 학교에 다녔다는 사실 외에는 어린 시절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 1860년부터 파리 대
학에서 의학을 공부했고, 1866년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절부터 다양한 의학 주제를 다룬 글과
논문을 썼고, 졸업 후에는 파리에 남아 영어와 독일어를 독학했다. 1870년 보불전쟁이 발발하자 군의
관으로 참전했으며, 이때 인간의 행동에 대한 성찰을 글로 남겼다. 1871년에 파리 코뮌을 목격한 뒤
세계관에 큰 변화를 겪은 그는 이후 유럽, 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하면서 인류학과 고고학에
관한 책을 저술했다. 189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의 관심은 사회심리학으로 옮겨갔다.
1894년에는 집단의 특성을 바탕으로 민족의 발달 과정을 분석한 『민족 진화의 심리학적 법칙』을 발
표했고, 1895년에는 대표작 『군중심리』를 출간했다. 순전히 관찰만으로 군중의 심리와 행동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한 이 책은 출간 1년 만에 19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사회심리학 분야의 선구자 역할을
한 저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자연과학 연구도 활달하게 진행해서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오롯이 심리학 연구에 전념하다가 1931년 12월 13일 마른 라코
케트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한 신문 기자는 그의 부고를 알리며 이렇게 추모했다. “그의 죽음으로
과학과 철학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 Short Summary
‘예비군 효과’라는 말이 있다. 멀쩡한 사람이 예비군복만 입으면 껄렁대면서 일탈하는 모습을 빗댄 표
현이다. 그리고 또 악플러들을 붙잡아 조사했더니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축구장에서 난동을 부
리던 훌리건의 상당수는 소심한 자들이었으며, 개인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성품과 학식을 갖춘 사람
들이 소속 집단의 편향된 여론에 휩쓸려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등 이와 비슷한 사례는 많다. 개인은
왜 군중에 속하면 개성을 잃고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될까?
여기에 답하려면 군중의 정의부터 살펴봐야 한다. 이 책의 연구 대상인 군중은 우연히 모인 사람 무리
가 아니라, 집단정신이 형성된 단일체로, 저자는 이를 ‘심리적 군중’이라고 부른다. 군중에 속한 개인
은 ‘군중의 정신을 단일화하는’ 심리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개인의 신념을 지키기보다는 외부 상황이
나 주변의 분위기에 휘둘리는 것이다. 그렇게 익명성을 띤 군중은 자제력을 잃고 본능에 따라 행동한
다. 그래서 집단 이익을 꾀한다는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고, 때로는 목숨까지 내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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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군중의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다. 따라서 논리로 그들을 설
득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을 자극할 만한 감정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암시된 이미지를 환기하면, 자
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군중을 이끌 수 있다. 그리고 개성을 잃어버린 군중 속 개인은 강력한 의지를
가진 사람을 본능적으로 추종한다. 그래서 군중은 지극히 반항적이면서도 한편으로 더없이 순종적이다.
만약 지도자가 확언, 반복, 전염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군중의 마음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군중의 심리와 행동에 관한 최고의 분석서다. 저자는 심리적 군중 현상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
지 않고, 군중심리를 지배하는 힘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군중을 의도한 방향으로 이끄는 원리까지 제시
함으로써, 지금껏 이해하기 어려웠던 팬덤 정치, 온라인 여론 형성 과정, 심지어 종교와 정치의 광기
등 최근의 여러 현상에 관해 명확한 관찰과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130여 년 전에 쓰인 이 책은 오늘날 다시 주목받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가 발전하고 메타버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군중은 ‘공간적’ 결합체가 아니라 ‘심리적’ 결합체라는 저자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
가오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 지지나 세대•계층•젠더 갈등처럼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
드는 문제들부터 특정 이슈에 대한 쏠림 현상, “돈쭐”과 “혼쭐”로 대변되는 소비자 운동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저자의 통찰이 시사점을 주기 때문이다.

▣ 차례
머리말 / 서론: 군중의 시대
1부 군중의 정신 구조
1장 군중의 일반적 특성: 군중의 정신을 단일화하는 심리 법칙
2장 군중의 감정과 도덕성
3장 군중의 사상, 추론, 상상력
4장 군중의 모든 확신이 갖는 종교 형태
2부 군중의 의견과 신념
1장 군중의 의견과 신념에 영향을 주는 간접 요인
2장 군중의 의견에 영향을 주는 직접 요인
3장 군중의 지도자와 그들의 설득 수단
4장 군중의 신념과 의견의 가변 한계
3부 군중의 분류와 다양한 종류
1장 군중의 분류
2장 범죄자 군중
3장 법정의 배심원단
4장 유권자 군중
5장 의회 군중
해제 - 강주헌 / 귀스타브 르 봉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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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군중의 정신 구조
군중의 일반적 특성 - 군중의 정신을 단일화하는 심리 법칙
‘군중’이란 일반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개개인의 집단을 의미하는데, 그 집단은 각각의 국적이나 직업,
성별과 상관없고 그들을 보이도록 한 우연한 계기와도 무관하다. 그런데 심리학적으로 ‘군중’이란 단어
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특정 상황에서 형성되는 개인의 무리는 그 무리를 구성하는 개개인과 무
척 다른 특성을 드러낸다. 의식을 지닌 개성은 사라지고 개인의 감정과 생각이 집단화되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한다. 그리고 일시적이지만 매우 뚜렷한 특징을 보이는 집단정신이 형성된다. 더 나은 표현
을 찾지 못했으므로 이런 집단을 ‘조직된 군중’, 혹은 ‘심리적 군중’이라고 부르겠다. 이런 군중은 단일
체를 형성하고 ‘군중의 정신을 단일화하는 심리 법칙’을 따른다.
심리적 군중은 여러 범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분류하다 보면 종파와 신분, 계급 등 특성이 다른 요소
들로 구성된 이질적 군중과 다소 비슷한 요소들로 구성된 동질적 군중의 공통된 특성을 찾을 수 있다.
물론 그 외에도 각 군중을 구분 짓는 고유한 특성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군중의 다양한 부류를 다루
기 전에 모든 부류가 공통으로 가진 특성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
군중의 심리적 특성 중에는 독립된 개인에게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성이 적잖게 있지만, 오직 집단
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고유한 특성도 있다. 우리가 군중의 중요성을 입증하기 위해 가장 먼저 연구해
야 할 것도 이런 고유한 특성이다. 심리적 군중에게 가장 두드러진 점은 다음과 같다. 군중을 구성하
는 개인이 누구든 간에, 그들은 군중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일종의 집단 심리를 갖게 된다. 따라서
독립된 개인으로 있을 때 하던 방식과 완전히 다른 식으로 생각하고 지각하고 행동한다. 개인이 군중
을 형성한 경우에만 나타나 행동으로 옮겨지는 생각과 감정이 있다.
개인이 군중의 일원으로 있을 때와 혼자 있을 때가 확연히 다르다는 걸 입증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런
차이가 생기는 원인을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하튼 그 원인을 어렴풋하게라도 파악하
려면 현대 심리학에서 확인된 사실, 즉 무의식 현상이 단지 유기체의 움직임은 물론이거니와 지적 기
능에서도 우세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먼저 떠올려야 할 것이다.
어떤 행위의 명백한 원인 뒤에는 공히 밝히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원인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이처
럼 비밀스러운 원인 뒤에는 그보다 더 비밀스러운 원인이 있지만, 우리 자신도 그런 비밀이 있다는 걸
모른다. 결국 일상에서 하는 행동은 대부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숨은 동기에서 비롯된다.
민족정신을 형성하는 무의식적 요소들 때문에 한 민족에 속한 모든 개인은 서로 비슷하다. 반면에 개
인적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주로 의식 활동, 즉 교육의 결실이지만 특별한 유전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사람들도 매우 유사한 본능과 열정, 감정을 가질 수 있다. 이와 같
이 성격의 일반적 특성은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어떤 민족에 속한 정상적인 개인이라면 대부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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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런 특성을 거의 같은 정도로 지닌다. 따라서 그 특성은 군중이 공유하는 재산과 같다. 개개인의 지적
능력, 즉 그들 개인의 특성은 집단정신에 녹아들어 사라진다. 이질성은 동질성에 삼켜지고 무의식과
관련된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군중이 일반적인 특성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그들이 왜 높은 지능
이 필요한 행동을 못 하는지 설명해준다. 하나같이 탁월한 능력을 지녔지만 전공 분야가 각기 다른 사
람들이 모여 일반적인 관심사에 대해 내린 결정은 어리석은 사람들이 모여 내리는 결정보다 나은 게
없다. 탁월한 사람이더라도 모두가 지닌 평범성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군중에게 축적되는 것도 어리석
음이지 개개인의 타고난 지혜가 아니다. 그러나 군중의 일원인 개개인이 각자 지닌 평범한 특성을 공
유하는 데 만족한다면 평균값만 존재할 뿐 새로운 특성이 생겨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 새로운 특성이 생겨나는 것일까? 이제부터 그 질문에 답해보자. 독립된 개인에게
는 없고 군중에게만 존재하는 고유한 특성은 여러 원인에 따라 결정된다. 첫째는 군중을 구성하는 개
인이 단지 함께하는 인원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이 무적이라도 된 양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생
각에 들떠서, 혼자였다면 억눌렸을 본능을 따른다. 군중은 익명성을 띠기 때문에 무책임하게 굴기 쉽
다. 개인을 항상 옭아매던 책임감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본능을 억제하는 경향도 사그라든다.
둘째 원인은 군중에게 고유한 특성이 나타나는지 여부와, 그 방향을 결정하는 데 개입하는 전염이다.
확인하기는 쉽지만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인 전염은 최면 현상과 관련지어 생각해볼 문제다. 감정과 행
동은 군중 사이에 어김없이 전파되는데, 개인이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기꺼이 희생할 정
도다. 이런 희생은 개인의 본성과 상반된 모습으로 개인이 군중의 일원인 경우에만 찾아볼 수 있다.
셋째는 앞의 두 원인에 비해 훨씬 더 중요하다. 군중의 일원이 된 개인이 독립된 개인의 특성과 때때
로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갖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최면에 걸리기 쉬운 특성, 즉 피암시성
에 관해 언급해야겠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피암시성은 앞에서 언급한 전염의 결과에 불과하다. 이 현
상을 이해하려면 생리학 분야에서 최근에 이루어진 발견들을 기억해야 한다. 한 개인이 다양한 과정을
거쳐 의식의 개성을 완전히 상실한 채 그런 개성을 앗아간 조작자의 암시를 따라 본래의 성격이나 습
관과 상반되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군중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활동하는 군중의 일원으로 한동안 깊이 관여한 개인은 군중이 발
산하는 열기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특별한 상태에 놓인다는 사실이 드러났는
데, 그것은 황홀한 상태와 유사하다. 최면에 걸린 사람은 두뇌가 마비되어 최면술사가 마음대로 조종
하는 척수(脊髓)의 노예가 된다. 척수는 무의식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당사자는 독자적인 의식이 완
전히 사라지고 의지력과 분별력도 잃고 만다. 따라서 모든 감정과 생각이 최면술사가 뜻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심리적 군중에 속한 개인의 상태가 이와 유사하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더는 의식하지 못한다.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어떤 능력은 상실하지만 다른 능력
은 극도로 커질 수 있다. 일종의 암시에 걸린 그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모종의 행동을 취한다. 이런
충동은 최면에 걸린 사람보다 군중 사이에서 더 강력하게 일어난다. 왜냐하면 모든 개인에게 똑같이
주어진 암시가 상호작용을 일으켜 상승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개인의 의식 상실, 무의식 활동의 우세, 감정과 생각을 똑같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암시와 전염, 암시
받은 대로 즉시 행동하려는 경향 등이 군중의 일원인 개인의 주된 특성이다. 군중 속의 개인은 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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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상 그 자신이 아니다. 자기 의지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게다가 개인은 조직된 군
중의 일원이라는 사실만으로 문명의 계단에서 몇 단계는 더 내려간다. 혼자였다면 교양인이었을지 모
르나 군중이 되면 야만인, 즉 본능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된다. 군중 속의 개인은 충동적이고 난폭하며
잔인할 뿐만 아니라, 원시인처럼 열광하며 때로는 용맹하게 나서기도 한다. 그런 개인은 독립된 개인
에게라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말과 이미지에 쉽게 휘둘리고, 자신의 명백한 이익을 해치면서
본래의 습관과 상반되게 행동하는 등 원시인에 가까운 경향을 보인다.
군중 속의 개인이 행동만 본래의 자신과 다르게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독자성을 상실하기 전에 이미
그의 생각과 감정부터 바뀐다. 그런 변화는 근본적이어서 구두쇠가 낭비자로, 회의론자가 신앙인으로,
정직한 자가 범죄자로, 겁쟁이가 영웅으로 변할 정도다. 예를 들면, 그 유명한 1789년 8월 4일 밤, 귀
족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여 자신들의 특권을 포기하는 투표를 했다. 아마 그들 개개인에게 따로
물어보았더라면 누구도 이런 일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론을 내려 보자. 군중은 독립된 개인보다 항상 지적으로 열등하다. 그러나 감정이나 감정이 야기하
는 행동으로 볼 때,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군중은 독립된 개인보다 우등할 수도 있고 열등할 수
도 있다. 군중이 어떤 암시를 받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군중을 범죄의 관점으로만 연구한
작가들은 이 점을 전혀 몰랐다. 군중이 때로는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영웅처럼 행하는 경우도 그에 못지않다. 신앙이나 사상의 승리를 위해 죽음을 무릅쓴 것도 군중이었고,
영광과 명예에 열광한 것도 군중이었으며, 십자군 원정 때 이교도로부터 신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혹
은 1793년에 조국 프랑스를 지키고자 식량이나 무기 없이 싸운 것도 군중이었다. 얼마간은 자신도 모
르게 행한 영웅적 행동이었지만, 그런 행동이 역사를 만든다. 냉철한 계획에 따라 실행했던 위대한 행
동만 공적으로 인정한다면, 아마 세계의 연대기에 기록될 만한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군중의 감정과 도덕성
군중의 고유한 특성 중에는 충동성과 과민성, 이성적 추론 능력의 부족, 판단력과 비판 정신의 부재,
과장된 감정 등이 있고, 그 밖에도 야만인, 어린아이처럼 진화가 덜 된 열등한 인간에게서 볼 수 있는
여러 특성이 있다. 대부분의 군중이 보이는 특성(충동성, 변덕, 과민성, 피암시성과 맹신, 단순하고 과
장된 감정, 편협성, 독선 등) 중 몇 가지를 보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군중의 충동성, 변덕, 과민성: 앞에서는 군중의 일반적 특성을 살펴보면서 군중은 거의 언제나 무의식
에 지배된다고 말했다. 요컨대 군중의 행동은 두뇌보다 척수의 영향을 받는다. 그들의 행동은 두뇌의
명령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우연한 자극에 따라 행해진 것이다. 군중은 외부 자극에 휘둘리고 그것
의 끊임없는 변화를 반영한다. 따라서 군중은 충동의 노예다. 독립된 개인도 군중 속의 개인과 동일한
자극에 노출될 수 있으나, 독립된 개인의 두뇌는 그런 자극에 굴복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러주기 때문에 독립된 개인은 군중 속의 개인과 다른 결정을 내린다. 이런 차이를 생리학적으로 “독
립된 개인은 반사작용을 조절할 수 있지만 군중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자극의 종류에 따라 군중이 느끼는 충동은 너그럽거나 잔혹할 수 있고, 영웅적이거나 비열할 수 있다.
그러나 군중의 충동은 실로 엄청나서 개인의 이해관계나 자기보호를 생각할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군중이 받을 수 있는 자극은 다양하고, 군중은 항상 자극을 따르기 때문에 변덕스럽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군중은 잔혹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너그럽거나 영웅적인 모습으로 순식간에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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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군중의 피암시성과 맹신: 앞에서 군중을 정의할 때 군중의 일반적 특성 중 하나가 과도한 피암시성임
을 말하며, 모든 인간 무리에서 암시가 전염되는 것도 보여주었다. 이것이 바로 모든 감정이 하나의
방향으로 향하게 되는 이유다. 군중이 중립적이라 가정하더라도 거의 언제나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암시를 받으면 쉽게 넘어간다. 첫 암시가 돌발적으로 또렷이 주어지면 군중 모두의 뇌에 즉시
전염되어 심기고, 곧바로 방향까지 결정된다. 암시를 받은 모든 존재에게서 확인할 수 있듯이 두뇌에
이식된 생각은 행동으로 옮아가려는 경향을 띤다. 왕궁에 불을 지르는 행동이든 자기희생이 따르는 행
동이든 군중은 똑같이 여긴다. 모든 것이 자극의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독립된 개인의 경우처럼 암시
된 행동과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게 막는 이성적 판단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는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군중은 언제나 무의식의 경계에 머물며 모든 암시를 쉽게 받아들이고, 이성의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존재처럼 극단적인 감정에 휘둘린다. 게다가 비판적 사고 능력까지 상실한 나머지 모든 것을 맹
신하는 경향을 띤다. 군중에게 불가사의한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점을 명심해야 도통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 쉽게 조작되고 전설 같은 이야기가 만들어지며 확산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군중의 의견과 신념
군중의 의견과 신념에 영향을 주는 간접 요인
앞에서 군중의 정신 구조를 살펴보았다. 군중이 느끼고 생각하며 추론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군중의 의견과 신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확립되는지 살펴보자. 군중의 의견과 신념을 결정
하는 요인에는 간접 요인과 직접 요인이 있다. 간접 요인은 군중이 어떤 확신은 받아들이지만 어떤 확
신은 그들의 정신에 스며들지 못하도록 차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놀라운 힘을 발휘하지만
겉보기에는 자연발생을 하듯 새로운 사상이 갑자기 잉태되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그래서 군중 속
에서 어떤 사상이 때로는 느닷없이 생겨나 행동으로 옮겨지곤 하는데, 그런 현상은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에 불과하므로 사전에 이면에서 오랫동안 이루어진 작업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사전 작업이 없었다면 결과도 기대할 수 없겠지만, 직접 요인은 그런 오랜 작업에 더해져 군중을 적극
적으로 설득한다. 즉 잉태된 사상을 구체화하고 그 사상이 결과를 내놓을 수 있게 해준다. 군중을 갑
자기 흥분시키며 자극하는 결의도 직접 요인에서 비롯된다. 폭동을 일으키고 파업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도 직접 요인이며, 절대다수가 한 사람에게 권력을 몰아주거나 정부를 전복하게 만들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모든 중대 사건에서 간접 요인과 직접 요인이 연쇄작용을 일으켰으며 이는 우리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사건 중 하나인 프랑스 대혁명을 예로 들어보자. 대혁명의 간접 요인으로는
철학자의 글, 귀족의 수탈, 과학 사상의 발달 등이 있다. 이런 준비 과정을 거친 군중의 정신은 이후
웅변가의 연설이나 왕당파가 내놓은 무의미한 개혁안에 대한 저항 같은 직접 요인에 쉽게 고무되었다.
간접 요인 중에는 군중의 신념과 의견의 기저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요인도 포함된다. 이를테면 민족과
전통, 시간, 제도, 교육이 그것이다. 이제부터 그 요인들의 역할을 하나씩 살펴보자.
민족: 민족은 중요성에서 다른 모든 요인을 크게 능가하므로 가장 먼저 다루는 게 맞다. 그러나 이 주
제는 내가 쓴 다른 책에서 충분히 다루었기 때문에 여기서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특히 앞
서 발표한 책에서는 역사적 민족이라는 개념을 정의하고, 일단 형성된 민족의 기질이 유전법칙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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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로 강력한 힘을 갖게 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그러면서 민족의 신념과 제도, 예술 등 문명을 구성하
는 모든 요소는 민족혼의 외적 표현에 불과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어서 민족의 역량은 근본적인 변
화가 없으면 다른 민족에게 이식될 수 없다는 점도 보여주었다. 어떤 시기의 환경과 상황, 사건은 그
시기의 사회적 암시(군중심리에 따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암시 또는 집단의 성원에게서 받는 암
시)를 대변하기 때문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지만, 그런 암시들이 민족적 암시, 즉 조상에게 물
려받은 암시와 상반된다면 언제나 일시적인 영향력으로 그친다.
이 책 곳곳에서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민족의 영향력을 다시 언급하며, 그것이 군중 정신의 고유한
특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한다. 따라서 나라마다 군중은 신념과 행동에
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같은 식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전통: 전통은 과거의 사상과 욕구와 감정을 대변한다. 전통은 민족의 고유한 정신이 결합해서 이룬 조
직체이며 그 무게는 우리를 내리누른다. 민족은 과거가 빚어낸 유기체다. 따라서 모든 유기체가 그렇
듯이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여러 특성이 서서히 축적되어야만 바뀔 수 있다. 사람들을 특정한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 특히 군중을 이룬 사람들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전통이다.
시간: 생물학적 문제는 물론이고 사회적 문제에서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가 시간이다. 시간은 단
하나의 진정한 창조자인 동시에 절대적 파괴자다. 군중의 의견 형성에 시간이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
청나다. 시간이 모든 신념을 만들어내고, 키우고, 없앤다. 모든 신념은 시간의 도움으로 힘을 얻고, 시
간의 개입으로 힘을 상실한다. 특히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군중의 의견과 신념이 형성되어간다. 달
리 말해, 시간은 군중의 의견과 신념이 잉태되는 토양을 마련한다.
정치제도와 사회제도: 군중의 정신에 깊이 영향을 미치는 수단을 제도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미국 같
은 나라는 민주적 제도를 활용해 크게 번영하고 있는 반면, 중남미의 스페인계 공화국들은 거의 같은
제도를 갖추고도 무정부 상태에서 신음하고 있다. 민족은 각자의 고유한 특성에 지배를 받기 때문에
그 특성에 맞지 않게 만든 제도는 빌린 옷과 다름없고 임시방편의 눈속임에 불과하다. 물론 성자의 유
물처럼 행복을 가져다줄 초자연적 능력이 있다는 제도를 강요하기 위해 참혹한 전쟁과 폭력 혁명이 과
거에 일어났고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제도가 그런 격변을 일으키기 때문에 군중의
정신에 영향을 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해, 제도가 군중의 정신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
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승리하든 패배하든 제도 자체에는 어떤 효력도 없기 때문이다. 군중의 영혼
에 영향을 주는 것은 환상과 언어이고, 특히 언어가 그러하다.
학습과 교육: 군중의 정신도 부분적으로 학습과 교육을 통해 개선되거나 악화된다. 따라서 현재의 교
육제도가 어떻게 군중의 정신을 형성했는지, 무관심하고 중립적인 대중이 무슨 이유로 이상주의를 외
치는 연설가들의 암시를 따르는 거대한 불만 세력이 되어 가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오늘날 불평분
자와 무정부주의자를 양성하고 라틴계 국민이 장차 접어들 쇠락의 길을 닦는 곳은 다름 아닌 학교다.
군중의 의견에 영향을 주는 직접 요인
앞에서 군중의 정신에 특별한 감수성을 부여함으로써 군중에게 어떤 감정이나 사상을 떠오르게 하는
간접적이고 예비적인 요인들을 살펴보았다. 이제는 즉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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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이미지, 단어, 경구: 군중의 상상력은 이미지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그런 이미지가 항상 주변에 있
는 것은 아니지만 단어와 경구를 적절히 사용하면 군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미지를 언제라도 만들
수 있다. 이는 옛날 마법사들의 주문처럼 신비로운 힘을 갖는다. 단어의 힘은 단어에서 연상되는 이미
지와 관계가 있을 뿐 단어의 실제 의미와는 무관하다. 때로는 의미를 규정하기 힘든 단어가 막강한 영
향력을 발휘할 때도 있다. 대표적인 예는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평등, 자유 등이다. 이 단어들은 의미
가 모호해 그 뜻을 정확히 규정해서 담으려면 두꺼운 책 몇 권으로도 부족하다. 하지만 그 단어들이
마치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짧은 음절에 마법 같은 힘이 더해진 것은 분명한데,
다양한 무의식적 열망과 그런 열망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소망이 그 단어들에 결합되어 있다.
단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실제 의미와 무관하기 때문에 동일한 경구에 사용되더라도 시대와 민족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단어에는 특정한 이미지가 일시적으로 고정된다. 따라서 그 단어는 이미지를 연
상하게 해주는 초인종에 불과하다. 모든 단어에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때
이미지를 떠오르게 했지만 이제는 힘을 상실해서 군중에게 아무것도 일깨워주지 못할 수 있다.
환상: 문명의 여명기부터 군중은 항상 환상의 영향을 받았다. 군중은 환상을 만들어낸 존재들을 숭배
하기 위해 많은 신전과 제단과 조각상을 세웠다. 옛날에는 종교적으로, 오늘날에는 철학적ㆍ사회적으
로 나타나는 이 경이로운 환상들은 지금까지 지구에서 꽃피워온 모든 문명의 맨 꼭대기에 존재해왔다.
군중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환상을 원하기 때문에 벌레가 불빛으로 모여들 듯이 환상을 보여주는
연설가들에게 본능적으로 끌린다. 그리고 군중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오류가 마음에 들면 그것을
신격화한다. 그래서 군중의 마음에 환상을 심을 줄 아는 사람은 쉽게 그들의 지배자가 되지만, 군중을
환상에서 깨어나게 하는 사람은 언제나 그들의 제물이 된다.
경험: 경험은 군중의 정신에 진실을 확고히 심어주고, 지나치게 위험해진 환상을 걷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그런 효과를 거두려면 많은 사람이 같은 일을 경험해야 하고, 그런 일이 자
주 반복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 세대가 겪은 경험은 일반적으로 다음 세대에 쓸모가 없다. 그래서 증
명 자료로 인용되는 역사적 사실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험이 약간이나마 영향력을 행사하고
군중의 정신에 뿌리내린 오류에 얼마간이라도 타격을 주려면, 대대로 어느 정도까지 반복되어야 하는
지를 증명하는 것이 바로 역사적 사실의 유일한 쓰임새다.
이성: 군중은 이성적 추론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생각들을 대략적으로 짝 지은 결과만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군중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방법을 아는 연설가는 감정에 호소할 뿐 이성에 호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논리 법칙은 군중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중을 설득하려면 먼
저 군중에게 자극이 될 만한 감정을 철저히 파악하고, 그 감정을 공유하는 척 한 다음, 기초적인 연상
작용으로 잘 암시된 이미지를 환기하며 그들의 감정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가야 한다.
논리적인 사람은 논리 정연한 논증에 익숙하기 때문에 군중에게 연설할 때 같은 방식으로 군중을 설득
하려 하지만, 그런 논증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데 매번 깜짝 놀란다. 그렇다면 이성으로는 군중을
끌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해야 하는 걸까? 감히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인간이 이성적으
로만 판단하고 행동했다면, 환상에 사로잡혀 열정적이고 대담하게 문명의 길로 인류를 끌어가지는 못
했을 것이다. 우리를 끌어가는 무의식의 산물인 환상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어떤 민족이든 그들의
정신에는 운명을 결정짓는 법칙이 있고, 그들은 본능에 따라 불가항력적으로 그 법칙을 따른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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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고 때로는 지극히 비이성적인 충동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결과 마침내 도토리가 참나무
가 되고, 혜성이 궤도를 그리며 운행하도록 작용하는 것과 비슷한 신비로운 힘을 모든 민족이 따르는
듯하다. 그런데 그런 힘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다면 민족이 변화되는 전체 과정에서 그 힘을 추적해
야 한다. 간혹 가다가 불쑥 변화가 나타나는 독립된 사건들에서만 그 힘을 추적한다면, 역사는 있을
법하지 않은 우연에 좌우된다고 여길 수 있다.

군중의 분류와 다양한 종류
군중의 분류
지금까지 심리적 군중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일반적 특성을 훑어보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적절한 자
극을 받을 때 군중으로 바뀌는 집단의 성격에 따라 이런 일반적 특성에 더해지는 개별적 특성을 찾아
내는 것이다. 먼저, 군중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는지 간략하게 설명해보겠다. 첫째, 단순히 다수로 구
성된 군중이 있다. 다양한 종족에 속한 개인들이 다수를 이룰 때 가장 열등한 형태의 군중이 형성된다.
이런 경우 다수를 이어주는 공통분모는 특정 지도자를 향한 존경심이 유일하다. 로마제국을 여러 세기
동안 수시로 침략했으며 다양한 종족으로 구성된 야만인들을 표본으로 들 수 있다. 이런 다수 위에는
여러 요인의 영향으로 공통의 특성을 얻어 한 민족을 이루어낸 다수가 또 있다. 그들은 때로 군중의
고유한 특성을 드러내지만, 대부분 민족의 특성에 가려진다.
이런 2유형의 다수는 여기서 다룬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아 심리적 군중으로 조직될 수 있다. 이렇게
조직된 군중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이질적 군중 - ① 익명 군중(예: 거리의 군중) ② 비익명
군중(예: 배심원단, 의회 등), 동질적 군중 - ① 파벌(정파, 종파 등) ② 폐쇄집단(군대, 성직자, 노동자
등) ③ 사회계급(부르주아, 농민 등)’ 이 다양한 부류의 군중이 어떻게 다른지 간략히 살펴보자.
이질적 군중: 이질적 군중은 평범한 개인들로 구성되며 그들의 직업이나 지능은 중요하지 않다. 개인
들이 군중의 일원이라는 사실만으로 그들의 집단 심리가 개인 심리와 본질적으로 다르고, 그들의 지능
도 집단에 영향을 받는다. 앞에서 보았듯이 지능은 군중 속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무의식적
감정만이 그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민족이라는 기본 요인을 기준으로 이질적 군중을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다. 민족은 군중의 특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평범한 개인이더라도 영국인이나 중국인처럼
한 민족으로 구성된 군중은, 역시 평범한 개인이지만 러시아인, 프랑스인, 스페인인 등 다양한 민족으
로 구성된 군중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민족이라는 기준 외에 이질적 군중을 분류하는 또 하나의 중
요한 기준은 익명성이다. 구성원의 익명성 여부에 따라 그들은 거리의 군중과 같은 익명 군중과, 문제
를 숙의하는 심의회나 배심원단과 같은 비익명 군중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책임감이 전혀 없는 반면
후자는 책임감이 상당하다. 이런 차이로 그들의 행동 방향도 크게 달라진다.
동질적 군중: 동질적 군중에는 파벌, 폐쇄집단, 사회계급이 있다. 먼저 파벌은 동질적 군중이 조직되는
첫 단계인데, 한 파벌 안의 개인들은 교육 수준과 직업, 환경이 크게 다를 수 있지만, 신념이라는 공통
분모를 갖는다. 종파와 정파가 대표적이다. 다음, 폐쇄집단은 가장 높은 수준의 군중 조직이다. 파벌은
직업과 교육 수준, 환경이 다르더라도 공통된 신념으로 연결된 사람들로 구성되지만, 폐쇄집단은 직업
이 동일하기 때문에 교육 수준과 환경이 엇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된다. 군대와 성직자가 대표적이다.
다음, 사회계급은 파벌처럼 공통된 신념을 가졌거나 폐쇄집단의 구성원처럼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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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람들이 아니라, 이해관계와 생활 습관, 비슷한 교육 수준 등 다양한 이유로 연결된 개인들이 구성한다.
부르주아와 농민 등이 대표적이다. 이질적 군중 몇 가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범죄자 군중
일정 기간 자극을 받은 후 군중은 암시에 따라 조종되는 자동인형, 즉 의식이 없는 자동인형처럼 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그들을 범죄자라고 규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내가 ‘범죄자’라는 잘못된 표현을
쓰는 것은 최근의 심리학 연구에서 이 용어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군중의 일부 행위는 그 자체로
만 보면 분명 범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것은 호랑이가 새끼들이 어떤 힌두교인을 괴롭히면서 장난치
도록 내버려두었다가 마침내 그를 잡아먹은 행위를 범죄로 보는 것과 맥락이 같다.
군중이 범죄를 저지르는 일반적인 이유는 강력한 암시에 있다. 이런 범죄에 가담한 개인들은 자신이
어떤 의무에 복종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는 여느 범죄자의 경우와 전혀 다르다. 군중이 저지른 범죄
의 역사는 이 같은 해석을 증명한다. 바스티유 요새 겸 감옥의 지휘관 드 로네가 살해당한 일을 전형
적인 예로 인용할 수 있다. 요새가 점령된 후 지휘관은 흥분한 군중에 에워싸여 무자비하게 폭행당했
다. 목매달아 죽이자, 목을 베자, 말꼬리에 매달자는 주장이 빗발쳤다. 그는 몸부림치며 저항하다가 실
수로 누군가를 발로 찼다. 발길질을 당한 사람이 그의 목을 베자고 제안하자 군중은 이에 환호했다.
여기서 우리가 앞에 언급한 메커니즘(집단으로 모여 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암시에 복종함, 자신의
행위가 마땅히 칭송받을 것이라는 살해자의 확신 그리고 모두가 한목소리로 호응해주었기에 더욱 당연
시한 확신)이 명확히 드러난다. 이런 행동은 법적으로 범죄라고 간주할 수 있어도 심리학적으로는 아
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군중의 일반적 특성은 우리가 다른 유형의 군중에서 보았던 것과 다르지 않다.
암시에 잘 걸리고, 맹신하며, 변덕스럽고, 좋거나 나쁜 감정을 과장하고, 특정한 방식으로 도덕성을 드
러낸다. 이런 특성은 프랑스에서 가장 참혹한 기억인 9월 학살(1792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권자 군중
유권자 군중, 즉 공직자를 선출하는 책임을 부여받은 집단은 이질적 군중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명확
히 규정된 역할, 즉 여러 후보 중에서 선택하는 역할만 행사하기 때문에, 유권자 군중에게서는 앞서
언급한 특성 중 일부만 관찰할 수 있는데, 유권자 군중은 미약한 이성적 추론 능력, 비판 정신 결여,
과민하고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성향이 있다. 그들의 결정에서 지도자들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으며,
확언과 반복, 위신, 전염 같은 요인도 찾을 수 있다.
유권자들이 어떻게 설득되는지 살펴보자. 가장 성공한 방법을 보면 그들의 심리를 추론하기가 상대적
으로 쉬울 것이다. 개인의 위신은 재력이 주는 위신으로만 대신할 수 있다. 재능이나 천재성조차 성공
요인이 아니다. 후보자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조건은 위신이다. 후보자가 위신을 지녀야 할 필요성,
즉 사람들에게 반론의 여지를 주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 힘은 무척 중요하다.
과반수가 노동자와 농민으로 구성된 유권자들이 자신들을 대표하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드문 이
유는 그들의 신분에서 배출된 인물에게는 아무런 위신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설령 그들이 자기
가 속한 신분에서 누군가를 선출한다면, 대체로 부차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유
권자가 매일같이 의존해야 하는 유력한 고용주나 뛰어난 인물에게 저항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하면 잠
시나마 그런 고용주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환상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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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후보자가 위신을 갖추었다고 해서 언제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는 후보가 자신
의 욕망과 허영심을 채워주길 바란다. 그래서 후보자는 유권자에게 과도하게 아첨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약속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 만약 후보자가 노동자라면 고용주들을 지나치게 욕하거나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상대 후보자는 최악의 망나니인데다가 숱한 범죄를 저질렀고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언과 반복, 전염을 통해서 유권자들에게 널리 알려 그가 당선될 가능성을 차단
해야 한다. 물론 증거까지 찾아 제시할 필요는 없다. 상대 후보자가 군중심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또 다른 확언으로 대응하지 말고 논증으로 자신의 정당함을 입증하려 애쓸 것이다. 그러면 그가 선거
에서 이길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다.
문서화된 후보자의 공약은 나중에 정적들이 반박할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단정적이면 안 된다. 그러나
구두 공약은 크게 과장되어도 상관없다. 거창한 개혁을 거침없이 약속해도 괜찮다. 과장된 공약은 즉
시 큰 효과를 발휘할 뿐 아니라 장래에 아무 책임도 지우지 않는다. 우리가 앞에서 언급한 설득의 요
소들을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군중을 설득하는 데 단어와 경구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
을 보았다. 단어와 경구의 힘은 선거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적절히 구사할 줄 아는 연설가
는 군중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간다. ‘추악한 자본’, ‘비열한 착취자’, ‘존경스러운 노동자’, ‘부의 사회
화’ 등과 같은 표현은 약간은 진부하게 들려도 여전히 전과 같은 효과를 낸다.
그렇다면 능력에 따라 선거권을 제한하면 군중의 투표가 개선될 거라고 가정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럴
가능성이 절대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앞에서 설명했듯이 집단은 어떤 식으로 구성되든 모두 다 정신
적으로 열등하기 때문이다. 군중 속의 개인들은 언제나 서로 비슷해질 것이며, 일반적인 문제에 대해
투표할 경우 40명의 학자나 40명의 물장수나 투표 결과는 동일하게 나올 것이다.
제한적으로든 보편적으로든, 공화국과 군주국 어느 체제에서 실시되든, 군중의 투표는 엇비슷하다. 군
중 투표에서는 해당 민족의 무의식적인 열망과 욕구가 드러난다. 나라마다 당선자들의 평균은 그 민족
의 평균적인 정신 구조를 나타낸다. 세대가 바뀌어도 이 같은 사실은 거의 변함없다. 따라서 우리는
다시 민족이란 근본 개념을 맞닥뜨리게 된다. 또한 민족의 중요성에서 파생되는 개념, 즉 제도와 통치
방식이 국민의 삶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개념도 다시 확인한다. 한 국가의 국민은 자기가 속
한 민족의 고유한 정신에 큰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해, 조상 대대로 내려오며 쌓인 잔재들의 합이 곧
민족정신이므로 그 잔재들이 국민을 이끌고 간다. 민족 그리고 일상에서 매일 해야 하는 일, 이런 것
들이 우리의 운명을 지배하는 불가사의한 지배자들이다.
의회 군중
의회는 익명성을 띠지 않는 이질적 군중의 표본이다. 시대와 국가에 따라 의원을 선출하는 방법이 다
르지만, 의회 자체의 특성은 매우 유사하다. 민족의 영향으로 그 특성이 옅어지거나 과장되지만 드러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미국 등 전혀 다른 국가의 의
회는 토론과 표결 방식이 상당히 비슷하며 자국 정부에 똑같은 어려움을 안겨준다. 게다가 의회 제도
는 문명화된 모든 민족이 꿈꾸는 이상이다. 의회 제도에는 심리학적으로는 틀렸지만 일반적으로 받아
들여지는 생각, 즉 어떤 문제에 대해 다수가 소수보다 더 현명하고 독립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이라는 생각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의회에서도 군중의 일반적인 특성들, 예컨대 자극에 쉽게 흥분하고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성향, 피암시성, 과장된 감정, 지도자의 지배적 역할 등을 고스란히 찾아볼 수 있
다. 그러나 의회 군중은 구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고유한 차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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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문명의 일반적인 진화 단계를 간략하게 설명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으므로 그 단계들을 요약하며 이
책을 마무리하겠다. 우리 시대에 앞서 존재한 문명들의 흥망성쇠를 간략히 조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
까? 이런 문명의 여명기에는 다양한 출신의 무수히 많은 사람이 이주와 침략, 정복을 통해 우연히 한
곳에 모이는데, 반쯤 공인된 지배자의 법이 혈통이 다르고 언어와 믿음도 다른 그들을 하나로 이어준
끈이었다. 이처럼 이질적이고 어수선한 집합체에서 군중심리의 특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들
은 일시적인 결집력, 영웅적 행동, 유약함, 충동성과 폭력성 등을 보여주지만, 그 어떤 것도 지속되지
않는다. 그들은 야만인과 다를 바 없다.
그러고 나면 시간이 제 역할을 한다. 동일한 환경, 반복되는 종족 간의 교배, 공동생활의 필요성이 서
서히 영향을 미친다. 상이한 개체들이 모여 융합되며 하나의 민족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서
유전을 통해 더욱 고착되는 공통된 특성과 감정을 보유한 결집체가 형성된다. 요컨대 군중이 민족이
되면 그 민족은 야만 상태를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 단계에서 고유한 제도와 신념, 예술을 지닌 새로
운 문명이 탄생한다. 그러나 시간은 창조를 끝낸 뒤 파괴를 시작한다. 인간은 물론 신도 이 파괴 활동
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일정한 수준의 힘과 복잡성에 이르면 문명은 성장을 멈춘다. 성장을 멈춘 문명
은 즉시 쇠락하는 운명을 맞이한다. 노쇠기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피할 수 없는 이 시간이 닥치면 민족의 영혼을 지탱해온 이상이 약해진다. 이상이 쇠락하면 그 이상에
서 영감을 받아 설립된 종교, 정치, 사회 구조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개인들은 각자의 이
해관계와 욕망에 따라 분열되고 더는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따라서 지극히 사소한 행
동까지 국가가 나서서 지도해주기를 바라고, 그 결과 국가는 국민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과거부터 지녀온 이상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민족은 고유한 정신 구조마저 완전히 잃는다. 이때 민
족은 무수히 많은 독립된 개인이 되고, 원래 상태였던 군중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되면 그 민족은 일
관성도 없고 내일도 없는, 그야말로 덧없는 특성을 띤다. 문명은 이제 더는 안정되지 않고 모든 것이
우연에 맡겨진다. 평민이 지배하고 야만의 시대가 시작된다. 문명은 오랜 과거가 만들어낸 외형이 그
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여전히 눈부시게 보일 수 있지만, 더는 떠받쳐주는 게 없어서 폭우가 몰아치면
곧바로 무너져버릴 낡은 건물에 불과하다. 어떤 꿈을 추구하며 야만의 상태에서 문명의 단계에 올라섰
다가 그 꿈이 힘을 잃자마자 쇠락하고 무너져 내리는 현상, 이런 것이야말로 민족의 흥망성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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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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