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외르크 퀴스터 지음 / 돌배나무
이 책은 유례없는 자연 현상인 숲의 오랜 역사를 흥미롭게 기술하며, 자연적, 문화적 발전 속에서 변
해가는 숲의 모습을 생생히 담고 있다. 생태학자인 저자는 숲과 나무의 생태계, 시간이 흐르면서 모습
을 바꾸어가는 숲의 모습을 자세하게 그려내고, 또한 초기 인류에서 현대에 이르는 발전 속에서 인간
에 의한 농경과 정착생활, 토지 이용 체계 등 오랜 세월 숲과 인간이 맺어온 관계를 탐구한다.
숲의 역사
한스외르크 퀴스터 지음
▣ 저자 한스외르크 퀴스터
195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태어나 1988년부터 라이프니츠 하노버 대학교 식물 지리학
연구소에서 식물 생태학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생태학의 토대, 식물의 성장사와 풍경의
역사다. 주요 저서에는 『곡물의 역사: 최초의 경작지에서부터 현대의 슈퍼마켓까지』, 『중부 유럽의 풍
경 역사: 빙하기에서 현재까지』, 『알프스: 어느 풍경의 역사』, 『생태학: 우리 존재의 생물학적 토대』,
『발트해: 자연과 문화의 역사』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숲이 없는 인간의 삶은 생각할 수 없다. 건축자재, 땔감, 공업 재료, 식량 등 중요한 자원이 숲에서 나
오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은 매일 생활하고 일하는 세계와는 다른 환경을 체험하기 위해서도 숲으로
간다. 어떤 사람들은 숲에서 생계를 꾸려나가고, 그 때문에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한편 숲은 많은 이념과 결합되어 있다. 이념은 정밀과학과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그럼에도 자연과학자
들의 사고에 영향을 준다. 자연과학자들은 숲을 이른바 변함없는 자연과 동일시하며 생태계의 안정성
에 관한 이론을 발전시킨다. 그런데 그것은 이념이지 사실이 아니다.
또한 숲이 변하면 우리는 숲이 저절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신 항상 외부에서 작용한다는 원인
을 찾으려 한다. 숲은 자연이고 고유한 역사를 갖고 있는데도 말이다. 기후 변화나 인간의 영향 같은
외부의 원인은 숲 생태계의 변화를 더는 자연적인 역동성의 결과로서만 설명할 수 없을 때 비로소 고
려해야 한다.
사람들은 숲을 변함없는 자연과 동일시한다. 그러나 자연은 항상 역동적이며 숲은 역동적인 자연의 일
부이다. 육상식물이 등장한 이후 아주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쳐 형성된 최초의 숲은 작은 지역에서 시
작해 점점 더 넓은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숲이 기후 변화나 대륙 이동 등에 순응하는 동안 서로 다른 숲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지구의 역사
속에서 숲은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존재했다. 나무는 성장하며 시들고 새로운 수종이 나타났다 다시
사라지며 숲은 이러한 흐름에 스스로를 맡긴다. 결국 우리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숲은 끊임없는 진화
의 역사 속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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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역사
이 책은 유례없는 자연 현상인 숲의 오랜 역사를 흥미롭게 기술하며, 자연적, 문화적 발전 속에서 변
해가는 숲의 모습을 생생히 담고 있다. 생태학자인 저자는 숲과 나무의 생태계, 시간이 흐르면서 모습
을 바꾸어가는 숲의 모습을 자세하게 그려내고, 또한 초기 인류에서 현대에 이르는 발전 속에서 인간
에 의한 농경과 정착생활, 토지 이용 체계 등 오랜 세월 숲과 인간이 맺어온 관계를 탐구한다.
▣ 차례
들어가는 글
01 숲은 무엇인가?
02 나무
03 석탄숲에서 오늘날의 숲으로
04 생태계로서의 숲
05 변화하는 숲, 숲의 천이
06 지구의 여러 숲
07 다양한 토지 이용 체계로 본 숲과 인간
08 숲의 상업적 이용
09 숲의 지속 가능성
10 숲에 대한 이념
11 숲의 보호
참고문헌
그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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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역사
숲의 역사
한스외르크 퀴스터 지음
숲은 무엇인가?
야콥 그림과 빌헬름 그림 형제가 편찬한 독일어 사전을 보면 ‘숲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한 가
지 답이 나온다. “숲은 키 큰 나무들이 키 작은 나무와도 섞인 채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넓은 규모의
평지로 이해된다. 규모가 더 작고, 나무들이 더 넓은 가격으로 심어진 작은 숲과는 구별되며, (…) 키
작은 나무들로만 이루어진 관목림과도 구분된다.” 숲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학자들은 더 정밀하기를 원한다. 숲이라고 칭하려면 나무들이 들어선 면적은 얼마나 넓어야 하
고, ‘키 큰 나무들’은 얼마나 커야 할까? 또 숲과 작은 숲의 차이는 무엇이고, 숲과 작은 숲의 나무들은
얼마나 떨어져 있어야 하며, 키 작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관목림은 숲과 어떻게 구별될까? 이런 것들을
규정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가령 나무의 최저 높이, 전체 수량의 최저 규모, 나무가 들어선
전체 면적을 확정하는 것으로 숲의 개념을 정의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러한 개념 규정들 중 어느 것도
자연과학적 관점에서는 모호한 두 문헌학자의 개념 설명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숲은 풍경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숲을 정의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더 분명해진다. 모든 풍경
은 항상 자연적인 변화, 세련되게 가꾸는 인간의 영향, 풍경에 대해 발전시킨 이념들에 의해서 만들어
진다. 풍경에 대한 이념은 인간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하나의 풍경은 항상 문화적으로 구성된다. 아직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아 ‘원시림’이라 할 수 있는 숲도 문화적인 관점에서 인식되어 그렇게 불리
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숲은 자연에 의해서도 문화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이때 문화는 한편으로
는 세련되게 가꾸는 인간의 작용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이 숲에 대해 발언한 이념들이다.
한편 숲의 자연은 항상 현재의 외형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숲의 변화를 야기하는 자연적인 발전은 매
순간 진행되는데, 이 과정은 자연과학의 관심사다. 광합성과 호흡, 물의 순환, 식물의 성장과 거기에
영향을 받는 동물계의 발전과 먹이사슬, 나무와 식물의 다른 생물들과의 공생, 그 과정에서 나무와 전
체 숲으로 운반되는 무기질이나 공기 중에 존재하는 질소의 고정, 나무의 죽음, 생물학적 물질의 분해,
죽은 나무를 대체하는 새롭게 자라나는 다른 나무 등 이러한 모든 자연적 발전 과정은 장기적으로 숲
의 변화를 야기한다. 새로운 나무종들이 확산되고 다른 종들은 사라진다. 자연이 지배하는 곳에 변하
지 않는 건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자연은 과정으로도 묘사되어야 한다.
그리고 숲의 문화는 일차적으로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는 숲의 이용을 의미한다. 숲의
개간, 즉 매우 중요하고 인기 있는 원료인 나무의 채취는 자연적인 영향처럼 숲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숲을 하나의 풍경으로서 항상 똑같은 외관을 유지하도록 가꾸는 방식이 추구될 수도 있
다. 이를 위해서는 자연적으로 다시 자라나는 나무를 뽑아내야 한다. 그런 다음 뽑아낸 자리에 숲의
천연갱신을 촉진하거나 나무를 새로 심어야 한다. 그리고 숲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식생 지역 내 동식
물종의 다양성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문화적 목표와 결합시키는 방법도 있다. 나아가서는 숲을 관리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발전하도록 내버려두는 방식을 취할 수 있는데, 이 역시 문화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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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역사
숲의 자연과 문화에 대해서는 수많은 이념이 발전했는데, 이 이념들은 자연적 또는 문화적 과정의 정
확한 이해와 마찬가지로 정당성이 있지만, 그것이 이념이라는 점은 밝혀져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 자
연의 개념이 보다 정확하게 고찰되어야 한다. 우리가 이해하는 자연 개념은 자연과학자들의 규정에 의
해서뿐만 아니라, 숲과 숲 생태계의 안정성에 대한 이념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데, 이 이념은 숲의
자연적인 역동성에는 모순된다. 따라서 자연 개념은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자연과학자가 생각하는 자
연 개념은 역동성과 결합되고, 문화적 이념이나 관념으로서의 자연 개념은 안정성과 결합된다.
한편 원칙적으로 지구상에는 세 군데의 숲 지대가 존재한다. 열대 지역과 온대를 둘러싼 북반구와 남
반구다. 그러나 남반구에서는 대륙의 일부에 해당하는 남아메리카 남단, 아프리카 남쪽, 오스트레일리
아와 뉴질랜드의 남쪽 해안만 숲 지역에 포함된다. 그 때문에 북쪽의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에서 볼
수 있는 숲과 같은 정식 숲 지대는 형성되지 않았다. 숲은 가장자리가 분명하게 구분되는 곳이 몇 군
데에 지나지 않는다. 가령 바위들로 인해서 갑작스럽게 중단되는 곳을 생각할 수 있다. 그 밖에 다른
곳들에는 촘촘하게 형성된 숲과 숲이 없는 지형 사이에 이행대(에코톤, ecotone)라고 하는 넓은 전이
지대가 존재한다. 이 경계 지대는 점차 변화하는데, 나무들의 씨와 열매가 지금까지 나무들이 있던 곳
바깥 지역에까지 떨어졌다가 그곳에서 다시 싹을 틔우고 자라기 때문이다.
지리학적 방법을 이용하면 숲 가장자리로 인식되고 지도에도 표시되는 하나의 선을 확정할 수 있다.
가령 이행대를 관통하는 선을 그어 키 큰 나무들이 있는 지대와 키 작은 목본식물이 있는 지대를 나눌
수 있다. 또는 숲의 가장 바깥쪽에 약 5m 높이의 나무들이 바닥 면적의 약 30%를 덮은 곳을 경계로
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중에 지도에도 표시하게 되는 이런 경계는 숲의 자연적인 경계와는 아무 관
계가 없다. 숲의 자연적인 경계는 지도상에 나타나는 것처럼 분명하지 않고, 그 주변의 생태적 조건도
변하지 않는다. 또 지도만 보아서는 산림 기후가 형성되는 곳이 어디인지도 알지 못한다.
따라서 지구상의 숲들이 자연적으로 형성된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오늘날 주로 인간의 영향으로 조성
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도저히 알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쨌든 자연과학자는 그것을 말할 수
없으며, 그에게 거기에 대해 더 정확하게 말하라고 요구하는 건 잘못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숲
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 시점이나 그 영향이 강해지기 시작한 시점이 언제부터인지도 단정적으로 말
하기는 어렵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숲이 인간의 영향이 점점 커지는 숲으로 변화되는 과정은 아주 서
서히 진행되었다. 지구 역사에 인간의 영향이 커진 시대를 일컫는 인류세는 수천 년의 시간 속에서 시
작되었고, 앞으로 인간의 영향이 어디까지 더 나아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인류세의 시작을 규정하는
일은 이념에 의해서만 가능할 뿐이고 자연과학적으로 뒷받침해서 확정하기는 어렵다. 전체적으로 숲의
개념 규정은 앞에서 인용한 독일어 사전의 정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나무
숲에는 나무들이 있어야 하는데, 식물학적 관점에서 나무는 고등식물에 속한다. 이는 나무가 높이 자
라서가 아니라 고도로 발달했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나무는 경엽식물이라고도 하는데, 근본적으
로 한 경엽체의 세 부분인 뿌리, 줄기, 잎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경엽식물에는 양치식물과 종자식
물(꽃식물)이 포함되는데, 식물 분류학에서 ‘식물계 식물문’으로 구분되는 이 두 그룹에는 초본식물도
있고 덤불과 나무도 있다. 그러나 식물의 계통을 분류할 때는 나무, 덤불, 풀처럼 외적으로 드러나는
식물의 형태가 결정적인 건 아니다. 그 세 가지 형태를 모두 드러내는 식물군이 많기 때문이다. 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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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역사
장미과가 그런 경우다. 사과나무와 산사나무, 장미는 관목으로서 장미과에 포함되지만 여기에는 초본
인 작은 양지꽃도 속해 있다. 나무, 덤불, 풀은 식물이 살아가는 형태이며 이들을 구별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겨울눈의 위치다. 나무와 덤불은 겨울눈이 땅 위로 나 있어서 겨울철 추위에 무방비로 드러나
있다. 그런데 나무와 덤불을 구분하는 것이 항상 간단한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나무는 하나의 줄기를
갖고 있고 위쪽에서 가지를 뻗는 반면, 덤불은 땅바닥 근처에서부터 가지가 갈리는 여러 개의 얇은 줄
기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나무는 양치식물 및 종자식물문에서 하나의 뿌리가 아닌 하나의 전체 뿌리
조직과 두꺼운 하나의 줄기, 수많은 잎이 달린 수관으로 구성된 특수한 경엽식물이다.
종자식물은 경엽식물의 일반적인 특징들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게다가 꽃도 피지만, 그 사
실이 다른 경엽식물과는 구분되는 또 다른 기본 요소들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종자식물에 특징적인 꽃
은 이미 언급된 경엽체의 요소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꽃받침, 꽃잎, 수꽃술, 심피(암술을 만드는
구성요소)는 잎이 변화된 형태이고, 심피의 암술대는 싹이 연장된 형태로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숲에서 종자식물에 속하는 나무들은 활엽수와 침엽수로 분류되는데, 활엽수는 씨방
속에 씨가 들어 있는 속씨식물이며, 거의 모든 초본식물이 이 그룹에 속한다. 반면에 침엽수는 씨가
겉으로 드러나 있어서 겉씨식물이라고 하며, 나자식물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활엽수와 침엽수는 잎의
형태로만 구분하지는 않는다. 다만 뾰족한 바늘 모양도 매우 특징적인 형태의 잎이라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훨씬 더 중요한 차이는 나무의 구조에 있다.
한편 경엽식물이나 나무는 그 자체로 완성된 유기체다. 그러나 나무는 동물과는 공통점이 많지 않다.
나무는 뿌리에서 물과 무기질을 흡수하고, 동물도 부양할 수 있는 당이나 영양소는 수관부에서 생성한
다. 그리고 나무의 각 영역들 사이에서는 물질대사가 이루어진다. 그것은 물리적-화학적 과정의 토대
위에서 작동한다. 나무에는 동물의 혈액순환을 담당하는 심장과 같은 중심 기관이 없다. 또 어떤 식물
도 동물처럼 신경을 가지고 있지 않고, 식물은 신경이 없는 존재로서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또 동물
처럼 먹이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고,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낸다. 반면 동물은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내
지 못하며, 동물의 유기체는 필요한 무기질을 무엇보다 식물을 먹는 것으로 충당한다.
그러므로 동물은 식물 없이는 살아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식물은 동물이 먹는 유기물을 합성하고, 동
물이 호흡하는 데 필요한 산소를 배출하며, 동물의 먹이에 포함되어야 할 무기질까지도 흙에서 흡수하
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동물이 없는 식물의 삶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동물은 꽃가루와 열매,
씨를 퍼뜨려 식물의 번식을 돕지만, 많은 식물이 거기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숲이나 다른 생
태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동물보다는 식물을 연구하는 일이 항상 더 중요하다. 다만 대다수 사람들이
식물이 아닌 동물을 통해서 생태계에 접근한다는 것이 문제다.
변화하는 숲, 숲의 천이
숲의 전체 생태계를 견고한 구조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지나는 동안 숲은 특히 두 가지 주요
인 때문에 변화한다. 첫 번째 요인은 숲에서 살아가는 각 생물들의 성장과 죽음이고, 두 번째 요인은
계속해서 다른 유기체들을 탄생시킬 수 있는 천이다. 이때 우연이나 자연법칙에 따라서 생태계의 개별
요소들이 다른 요소들로 대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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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역사
천이는 1차 천이와 2차 천이로 구별된다. 1차 천이는 현저한 기후 차이와 같은 생태계 조건의 급격한
변화에 근거한다. 가령 상당한 기온 상승은 생태계와 그 생태계 내 식생의 변화를 초래하는데, 이 경
우에는 동식물종들만 새로 나타나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토양까지 변한다. 예로 약 250만 년 전,
빙기와 간빙기가 여러 번 교대되었던 빙하가 끝나갈 무렵에 1차 천이가 일어났는데, 이에 오늘날의 스
텝 지대와 툰드라 지대의 토양과 비슷한 드넓은 평지가 산림 토양을 가진 숲이 되었다. 빙하기의 모든
빙기가 시작되는 시기에도 1차 천이가 나타났는데, 이때는 숲이 죽어버리거나 늙은 나무들이 젊은 나
무들로 대체되지 않았다. 빙기의 1차 천이가 진행된 세부 과정은 간빙기의 1차 천이보다 덜 알려졌다.
그러나 천이는 일어났고, 우리는 빙하기의 간빙기, 또는 제4기에는 지구의 온대가 숲으로 덮여 있었지
만 빙기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1차 천이와는 달리 2차 천이는 광대한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변화에 기인하지 않고, 나무들이 죽
어서 생긴 공터 등 작은 공간에서 자연적으로 시작되었다. 폭풍우나 산불도 넓은 공터를 남길 수는 있
지만, 빙하기의 시작이나 끝처럼 전체 숲 지대를 파괴하거나 새로 탄생시키지는 못한다. 어떤 경우라
도 2차 천이에서는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숲의 한 구역이 다시 나무들로 뒤덮인다. 이때 토양은 바뀌
지 않는다. 이미 형성된 산림 토양은 2차 천이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산림 토양을 유지한다.
숲이 오래 존속할수록 숲에서는 빈번하게 2차 천이가 발생한다. 2차 천이는 숲에 생긴 공터에서 자연
스럽게 진행되는데, 이런 공터의 대부분은 교목층에 있던 나무 한 그루가 쓰러지면서 그 주변에 있던
또 다른 나무들까지 쓰러뜨리는 것으로 생겨난다. 그러나 그보다 더 넓은 공터도 있다. 이는 거센 바
람이 나무들을 쓰러뜨리거나 고산 지대에서 일어난 눈사태, 산사태나 산불, 대대적인 충해에 의해 생
겨난다. 그런 공터가 생기면 갑자기 아주 많은 햇빛이 바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이제 많은 식물은
집중적으로 광합성을 하고 더 빠르게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또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다른 식물들도
갑자기 나타나는데, 이 식물들의 씨는 수십 년 동안 땅속에 잠들어 있다가 숲에 공터가 생겼을 때 빠
르게 싹을 틔운다. 디기탈리스와 베르바스쿰, 딸기도 그런 식물군에 포함된다.
공터에는 일시적으로 전형적인 초지 식물로 여겨지는 식물들도 번성한다. 그러면 많은 동물도 그런 공
터를 찾아오는데, 울창한 숲속보다는 먹이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초식 동물들은 공터를 무성하게 뒤
덮기 시작한 식물들의 새싹을 뜯어먹는다. 몇몇 동물은 씨와 열매도 가져온다. 그래서 공터에는 지금
까지는 볼 수 없었던 식물들도 퍼져나갈 수 있다. 이처럼 숲속 어딘가에 계속 생겨나는 공터는 식물
군락의 변화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어쨌든 새로 퍼지기 시작한 식물종들은 교목층의 큰 나무들이
드리우는 그늘 아래보다는 공터에서 확고하게 뿌리내릴 기회가 훨씬 크다.
우리는 숲에서 더 오래된 부분들과 나중에 생겨난 부분들의 모자이크를 만나게 되는데, 그런 부분들에
서는 새로 생겨난 공터에서 이전의 숲으로 이어지는 순환적 발달이 진행된다. 숲 발달의 모자이크-순
환 구상(순환적 천이)은 거기서 유래했다. 그러나 숲의 발달은 결코 정확히 순환적으로만 진행되지는
않는다. 2차 천이가 일어나는 동안 식물종들이 새로 정착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1차 천이와 2차 천이의 과정은 많은 점들이 이론적으로만 알려져 있다. 숲의 자연적인 변천은 대부분
수백 년에서 심지어 수천 년을 거치는 동안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과정을 전체적으로는
관찰하지 못하지만, 천이의 개별적인 단계나 모자이크 순환의 각 시기들은 알 수 있다. 또한 1차 천이
와 2차 천이가 시작하는 지점과 끝나는 지점도 알고 있다. 이때 모든 끝지점은 동시에 새로운 발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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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역사
시작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간빙기 초기에 심각한 기후 변화의 결과로 광대한 지역에 걸쳐 1차
천이가 일어났고, 그 뒤에는 항상 더 좁은 지역들에서 숲이 잘 갱신될 수 있는 2차 천이가 이어졌다.
그리고 간빙기 끝에는 숲 지역이 대대적으로 파괴되고 탁 트인 평원으로 대체되었을 것이다.
숲의 상업적 이용
중세 중부 유럽 전역에 형성된 정착 취락의 토지 이용 체계와 결합하여 조금 더 규모가 커진 무역이
시작되었고, 다양한 상업 활동도 등장했다. 특히 13세기에는 점점 더 많은 새로운 도시 중심지들이 세
워졌는데, 이들 중심지에서는 나무를 원료로 사용하는 다양한 수공업이 발달했고, 도시의 시장들은 무
역을 끌어들였다. 그리하여 주민 수와 그들의 수요가 증가했고, 그와 함께 매우 중요한 원료의 공급원
인 숲의 이용 압박도 매우 강해졌다. 상업적 이용과 무역의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마찬
가지였다. 한편 농촌과는 달리 상당히 많은 도시는 하천과 인접한 지역에 세워졌기 때문에 도시 한가
운데나 가장자리에 나무로 둑을 쌓았다. 그러면 둑 근처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고, 나무로 된 물
레방앗간을 만들어 도시가 포위되더라도 거기서 매일 곡식을 빻고 밀가루를 생산할 수 있었다.
한편 도시의 나무 공급은 수로를 통해 이루어졌다. 당시 도시에서는 수많은 활동에 나무가 가장 중요
한 원료로 쓰였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나무가 필요했다. 나무를 운반할 때는 강이 발원한 산지에서부
터 강을 따라 통나무를 하나씩 떠내려 보냈고, 강폭이 넓은 곳에서는 여러 개를 뗏목으로 묶어서 보냈
다. 그리고 수위를 일시적으로 높이는 데는 인공 저수지를 만들어 물을 저장했다가 통나무들이나 뗏목
을 떠내려 보내야 하는 순간에 물을 흘려보내는 방법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침엽수는 활엽수보다 부피
당 무게가 적게 나갔기 때문에 뗏목으로 만들어 보내기가 특히 좋았다.
슈바르츠발트에서는 지금도 가장 큰 전나무를 ‘네덜란드 전나무’라고 부르는데, 라인강 하구에 위치한
나무가 부족한 네덜란드는 선박 건조를 위해 많은 나무가 필요했고, 슈바르츠발트에서 나오는 나무의
주요 구매처 중 한 곳이었다. 덧붙여 말하자면 ‘검은 숲’을 뜻하는 슈바르츠발트는 침엽수의 옛 명칭인
검은 나무에서 유래했다. 그리고 라인강 하류를 따라서는 거대한 침엽수 뗏목 위에 참나무 목재도 실
어 운반했는데, 참나무 목재는 라인강 지역의 침엽수림에서 굽은 형태로 자라난 참나무들을 벌채한 것
이다. 이른바 크룸홀츠(Krummholz)라고 불리는 이 기형적으로 자란 나무는 선체를 만들 때 이용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특히 인기가 높고 가격이 비쌌다. 그리고 참나무는 조선공이 원하는 굽은 형태로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선박 건조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내구성도 뛰어났다.
가장 중요한 통상로는 수로였다. 이는 내륙의 숲에서 나오는 나무가 충분해야 하고, 그 나무들이 강을
따라 조선소까지 운반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이런 점에서 점점 더 효과적인 무역망
구축과 숲의 나무 이용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나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 또 다른 상업 분
야는 무역망 구축과 쉽게 부패하는 상품의 보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포도주와 맥주뿐만 아니라 생선과 버터, 양배추 초절임을 비롯해, 심지어는 유리나 다른 귀중품까지
무척 많은 상품들이 당시의 컨테이너였던 나무통에 담겨 운반되었다.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 나무통들
은 다시 해체되어 땔감 등 다른 곳에 사용되었다. 그리고 소금 생산에도 많은 양의 나무가 들어갔다.
마른 상태로 소금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소금물을 증발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뤼네부르크와 할레, 잘츠
카마구트, 그 밖의 많은 지역에서 이런 방식으로 소금을 생산했다. 소금을 사용하게 되면서 각종 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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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역사
와 과일, 육류, 생선, 버터와 치즈 같은 유제품 등 빨리 부패하던 많은 식품들이 더 오래 보존될 수 있
었고, 수로와 육로로 운반될 수 있었다. 오늘날에는 냉장이나 냉동 상태로 운반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그 때문에 소금은 특히 귀했고 수요량도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거의 모든 수공업에도 나무가 필요했다. 수공업자들은 나무로 마차를 만들었고, 가구와 구두
골, 물레와 베틀을 만들었다. 나무는 집을 지을 때도 가장 중요한 건축 자재였고, 특히 도시에서는 목
골 주택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래서 도시 구역 전체가 불에 타는 일은 자주 발생했는데, 이는 이미 수
백 년 전에 벌채된 건축용 목재가 완전히 건조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시에서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다시 집을 짓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나무가 필요했다.
나무의 수요는 점점 빠르게 증가했고, 그와 함께 이용자들 사이의 경쟁도 더욱 증가했다. 농부들은 뗏
목꾼이나 광부들이 나무를 구하려는 곳으로 가축들을 몰고 갔다. 게다가 상당히 많은 숲을 소유한 영
주들은 자신들의 필요를 위해 숲의 나무를 일체 이용하지 못하게 했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통치권 아
래 있는 숲에서 방해받지 않고 사냥하는 것을 특히 즐겼다. 또한 사냥 구역에 있는 동물들을 육성해서
노루와 사슴의 수를 늘리도록 했다. 그러나 수가 점점 늘어난 동물들은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새로 돋
아나는 나뭇잎과 가지들을 뜯어먹었다. 그로 인해 숲의 갱신은 심한 제약을 받았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숲의 면적은 점차 사라졌고, 그것은 점점 더 위기로 받아들여졌다. 많은 지역에서
이미 나무가 빠듯해졌는지 아니면 단지 그럴까 봐 염려한 것인지는 산림학과 역사학에서 자주 논의된
문제 중 하나였다. 나무 부족이 단지 염려되는 상황이었다고 해도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정착 취
락의 토지 이용 체계는 계속해서 충분한 나무가 공급되어야만 지속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무 소비
를 제한하거나 새로운 토지 이용 체계가 도입되지 않으면 문명이 몰락할 위기였다. 그러나 예나 지금
이나 소비를 포기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토지 이용 체계를 도입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 체계에서는 숲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과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가져야 했다.
숲의 보호
자연은 항상 역동적이다. 따라서 숲은 자연적인 조건에서 끊임없이 변한다. 나무는 성장하며 시들고,
숲은 점점 넓어지며, 새로운 수종이 퍼졌다가 사라진다. 이 모든 것이 잘 알려진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자연은 대부분 변하지 않는 것으로 묘사된다. 자연이 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았어도 그런 인상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자연 묘사에서도 자연이 거기서 묘사된 것과 항상 똑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유추할 수는 없다. 또 자연의 과거나 현재의 묘사에서 자연이 미래에 어떤 모습일지
알 수도 없다. 우리는 자연의 발전을 미리 알지 못했다. 물론 학문은 끊임없이 기후의 변화와 숲의 자
연적인 변화를 예측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그러나 그런 진술 중 어느 것도 확실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숲이 현재 간직한 특징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노력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는 자연의 작용이 아닌 인간의 개입에 의해서만, 즉 문화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예를 들면 지속 가능
성의 구상을 실천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지속 가능성의 구상에는 여러 대안이 있고, 어떤 형태의 지속
가능성을 추구할지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나무의 총 수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형태나 동물과
식물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생물 다양성의 형태를 추구할 수 있다.
-9-
숲의 역사
한편 산림관이 된 사람은 교육 과정을 거치는 동안 생태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목표에 주목해야 한다
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산림관은 숲을 구성하는 자연적인 토대를 깊이 연구해야 하고, 경제적 관점
또한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숲을 소유한 국가 또는 개인이 목재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숲이 가진 복지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 가령 사람들은 숲에서 산책을 하고 휴식을 취하며 숲은 공기
정화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이와 같이 다양한 이용 목표 사이를 절충하는 것을 포함해 산림관이
하는 모든 활동은 문화의 일부다. 이러한 관점들이 전반적으로 반영된 독일에서는 임업이 매우 성공적
으로 발달했다. 오늘날 독일은 숲이 풍부한 나라에 속한다. 그러나 숲의 상당 부분은 자연적으로 존재
했던 것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다시 말해서 문화적 개입에 의해 조성되었다. 예로 가문비나무와 소나
무는 많은 곳에서 원래 있던 나무들을 대체했다. 그럼에도 새로 탄생한 숲은 자연으로 여겨진다. 숲은
많은 사람에게 자연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숲들의 구성은 원시림에 해당하지 않는다. 인
간에 의해 조성되고, 이용되며, 육성된 것이다. 다만 이런 숲에서도 성장과 먹이사슬, 소멸의 자연적인
과정은 일어난다. 따라서 이 숲들은 자연과 문화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독일의 산림법은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수용되었고,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이 지속 가능성을 옹
호한다. 그런데 지속 가능성의 구상은 18세기 이후에는 문화적 혁신 없이는 관철될 수 없었으며, 그것
은 화석 원료를 채굴하고 이용함으로써 가능했다. 그러나 화석 연료는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에 미래에
는 다시 자라는 원료인 나무 이용을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보완하는 문제가 중요해질 것이다. 가령 태
양열과 풍력, 수력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래야만 숲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에너지 공급의 지속 가능성이 보장될 수 있다. 한편 지속 가능성은 최대한 광범위한 안정성을 추구하
기 위한 문화적 특징으로도 규정될 수 있다. 자연에는 지속 가능성도 안정성도 존재하지 않고, 이 목
표들은 결코 도달될 수도 없다. 최대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뿐이다.
지난 수십 년 사이 연구자들은 1980년대에 나무와 숲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원인이 배기가스만의 문
제가 아니었다는 증거들을 수집했다. 과거에 숲을 조성할 때는 특히 단일 재배를 추구했는데, 이는 해
충이 번식하는 데 매우 유리한 환경이었다. 숲에 가문비나무가 많으면 나무좀도 최적으로 번식할 수
있는데, 새로 조성된 많은 숲에서는 20세기 중반부터 가문비나무가 높이 자랐고, 특히 굵고 오래된 나
무들이 나무좀의 피해를 입었다. 높이 자랄수록 가문비나무는 바람에 더 강하게 흔들렸고 그 과정에서
점점 강해지는 줄기의 흔들림은 평평한 뿌리 밑동까지 흔들리게 했다.
나무가 뿌리 체계의 한쪽으로 휘어지면 거기서는 뿌리와 균근, 흙과의 접촉이 느슨해지고, 다른 부분
에서는 뿌리 밑동에 의해서 땅이 다져진다. 가문비나무가 다른 쪽으로 흔들리면 정반대의 일이 일어난
다. 그로 인해 뿌리 밑동과 그 아래 놓인 지반층 사이의 접촉이 느슨해지고 약해지며, 그 결과 나무는
땅으로부터 무기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강한 바람이 불 때마다 바람에 뽑힐 위험
이 높아지다가 결국에는 쓰러지게 된다. 그런데 나무가 쓰러질 때는 근처에 있는 다른 나무들까지 줄
줄이 쓰러트리기 때문에 가문비나무 한 그루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숲속에 공터가 생겨난다.
그래서 산림관들 사이에는 오래전부터 숲을 개조해 더 많은 혼합림을 조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
져 있었다. 그러나 이는 그렇게 쉽게 실현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산림관의 활동은 항상 장기적이고,
하나의 수종은 점진적으로만 다른 수종으로 대체될 수 있는데, 이때는 현재의 숲에 있는 수종은 숲의
천연갱신 과정에서 가장 빨리 싹트는 씨앗을 가장 많이 생산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
니 숲의 개조를 자연에만 맡기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 10 -
숲의 역사
다시 말해서 가문비나무와 소나무가 자라는 곳은 다음 세대의 숲도 그 나무들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
곳에는 그 침엽수들의 씨앗이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어린 가문비나무와 소나무
는 수지가 풍부해서 흰 전나무와 너도밤나무 같은 다른 나무들에 비해 야생동물의 피해를 적게 받는다.
가령 노루가 많은 곳에서는 전나무가 잘 자라지 못한다. 야생동물이 어린 나무의 줄기와 잎을 뜯어먹
지 못하게 하려면 울타리를 치거나 나무싸개로 덮어주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립공원 같은 숲을 조성할 때 인간의 개입 없이 어느 정도로 원시림과 유사하게 야
생으로 발달하도록 내버려두는 방법이 있다. 그러면 인간에 의해 이용되는 숲과 대응하는 모습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야생의 숲에서는 생물의 다양성이 방해받지 않고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을 품는다. 그러나 이는 그곳의 특정한 동물과 식물종이 더는 인간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며,
그 결과 더 이상 관리되지 않는 숲들의 생물 다양성이 크게 달라지거나 심지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
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부 유럽에 있는 숲들의 발달은 원래의 상태가 아니라 어느 정도 관리되던 시기
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시기부터 숲속에는 보호가 필요한 구조들이 만들어졌다.
오래된 길, 숲에 대한 다양한 구상, 숲의 이용 형태로 발달하게 된 특정한 동식물종의 출현이 그러한
것들이다.
지금까지의 오랜 역사를 고려할 때 우리는 모든 숲에서 언제나 여러 이해관계의 절충이 이루어지는 밝
은 미래를 희망한다. 생태계적 과정이 고려되어야 하며, 나무는 최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가능한 한 최
상의 상태로 자랄 수 있어야 한다. 숲에 사는 동물은 너무 적지도 않고 너무 많지도 않아야 한다. 사람
들은 숲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숲이 최대한 이용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나무를 벨
때는 불필요한 피해를 막아야 한다. 그러나 넓은 영역의 나무를 모두 베어내지 않으려는 계획이 항상
성공하기는 어렵다. 물론 나무를 선별적으로 베어내는 택벌이 널리 퍼져 있고, 전체적으로 합리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넓은 공터가 생겼을 때만 발달해 그 상태로 지속되고 보호되어야
할 숲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유럽서어나무처럼 빛을 좋아하는 나무들이 자라나 형성되는 왜림이 있다.
다만 너도밤나무 참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택벌을 통해서도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
한편 산림 공무원들이 숲을 더 잘 감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적 자원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산불이 자주 발생했다. 물론 산불은 건조함과 무더위 때문에 발생했지만, 더 이상 이용하지 않거나 너
무 적게 이용하는 죽은 나무들을 신속하게 치우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변화하는 기후 조건들 속
에서도 숲이 존립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더 많은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기온 상승을
고려할 때 숲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숲의 면적이 넓을수록 숲에 형성된
산림 기후가 기후 편차를 완화시켜주는 효과는 더 커질 수 있고, 비가 많이 내린 뒤 뿌리와 선태층 사
이에 물도 잘 저장되었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하천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다.
숲의 나무는 매우 인상적인 생명체이지만 동물이나 인간과는 공통점이 별로 없다. 예로 나무의 본질이
나 영혼은 인간화에 의해서는 규명되지 않는다. 또 식물은 동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양식을 구한다. 식
물은 신경계가 없고, 서식하는 곳의 가용할 수 있는 무기물에 의존해 있으며, 동물과는 다르게 그 무
기물을 이용해 유기물을 직접 만들어낸다. 그리고 식물은 신경계가 없기 때문에 통증도 느끼지 못하고,
많은 나무가 가지를 잘라낸 뒤에도 계속 자라며 단순히 자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오랫동안 건강하
게 잘 살아간다. 그래서 규칙적으로 가지치기한 피나무나 물푸레나무, 또는 유럽서어나무도 영원한 생
명의 상징이 될 수 있다. 단 계속해서 가지를 잘라준 나무들만 오래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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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역사
숲은 주의해서 돌보아야 한다. 숲은 야생일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의 일부이자 계속해서 자라는 더없
이 좋은 원료이다. 숲과 나무로 된 건축물과 물건들에는 탄소가 저장되어 있다. 공업 재료로 사용할
나무를 베어낼 때뿐만 아니라 목재가 분해될 때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숲을 이용하려는 의도가 서
로 다를수록 숲의 보존을 위한 절충을 이루는 것도 복잡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
하게 숲이 필요하다. 모든 숲은 단 한 번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숲에서는 생명의 과정이 진행되고 다
양한 원료가 생산되며, 누구나 숲에서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기뻐한다. 그러므로 숲의 이용에서 중요
한 건 절충점을 찾는 것이다. 그것은 복잡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어느 한쪽의 의견뿐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어야 할 민주주의의 한 모델이다. 절충을 찾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으며 미래로 나아가는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그 길을 가야 한다. 단, 더
좋은 길을 찾으면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자연, 숲 이용 전략, 숲에 대한 이
념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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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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