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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by Casey,Riley 2022.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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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 기획 / 동아시아
이 책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객관적인 과학지식과 냉철한 통찰로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바
이러스 변이체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인체 면역 반응의 양상과 특징은 무엇인지, 그리고 백신의 탄생
과 패러다임 전환, 데이터 분석 기반의 방역정책 수립, 팬데믹이 기후에 미친 영향, 인포데믹 방지의
중요성 등등에 대해 알려주며, 질병 방역만이 아니라 정보 방역과 마음 방역도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획

▣ 기획 기초과학연구원(IBS)
고규영 ­ IBS 혈관 연구단 단장ㆍ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 / 권예슬 ­ IBS 커뮤니케이션팀 선임
행정원 / 김빛내리 ­ IBS RNA 연구단 단장ㆍ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 김호민 ­ IBS 바이오분자
및 세포구조 연구단 CIㆍKAIST 의과학대학원부교수 / 명경재 ­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단장ㆍ
UNIST 생명공학과 특훈교수 / 신의철 ­ 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장 / 심
시보 ­ IBS 연구지원본부장 / 안광석 ­ IBS RNA 연구단 연구위원ㆍ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 엄재구
­ 전북대 수의과대학 교수 / 이보영 ­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연구위원 / 이재현 ­ IBS 나노의학
연구단 연구위원ㆍ연세대 고등과학원 조교수 / 이준이 ­ 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위원ㆍ부산대 기후과
학연구소 부교수 / 이창준 ­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단장 / 이효정 ­ 경북대 통계학과 조교수 /
차미영 ­ IBS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CIㆍKAIST 전산학부 부교수 / 천진우 ­ IBS 나노의학 연구단
단장ㆍ연세대 화학과 교수 / 최영기 ­ 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소장ㆍ신변종 바이러스 연구센터장

▣ 기획 기초과학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대한민국이 설립한 연구기관이다. 현재 수
학ㆍ물리ㆍ화학ㆍ생명과학ㆍ융합 등 분야에 1개 연구소, 30개 연구단을 운영 중이다. 연구단은 대전
도룡동의 본원 외에도 KAISTㆍ서울대ㆍPOSTECH 등 전국의 연구중심대학에서 인력과 인프라를 공유
하며 운영된다. IBS는 국가 차원의 장기ㆍ대형ㆍ집단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지
원과 우수한 연구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Nature Index 2020에서 세계 17위 연구소로 빠르게 성장했다.
IBS의 비전은 ‘Making Discoveries for Humanity & Society’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논리적
이해와 발전을 통해, 위대한 과학자들이 그랬듯 인류를 새로운 인식의 지평으로 인도하는 것이 IBS의
사명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나라가 세계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지식 강국이 되도록 기여하고자 한
다.

▣ Short Summary
2019년 11월 17일, 처음으로 보고된 이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는 계속해서 우리 인
간의 예상을 뒤집어오고 있으며, 두 번의 여름이 지나면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은 종식되지 않았다. 오
히려 WHO에서는 ‘엔데믹(Endemic)’으로의 전환을 점치고 있을 정도다. 본래 엔데믹이란 말라리아나
뎅기열 등 지역에 따라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풍토병을 의미하는데,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로는 ‘감염
병의 주기적 유행’을 의미하는 용어로 새롭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다는 점에서는 과학계와 의학계 또한 이에 뒤지지 않았다. 2020년 1월 1
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밝혀진 이후, 세계 각국에서 일제히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
고 2020년 12월 11일, 화이자의 백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고, 그로부터 3일 후 드
디어 접종이 시작됐다. 이는 질병에 시름하던 사람들에게는 지지부진한 속도였겠지만, 이례적으로 빠
른 속도다. 과거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에서 사스(SARS)의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 1상에 진입
하는 데에만 해도 20개월이 걸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비범함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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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에 소요되는 약 5년 이상의 기간을 5분의 1로 감축시킨 것은 mRNA 기반 백신
의 특징도 있겠으나, 인류가 맞이한 미증유의 재해에 대해 전 세계의 면역학자, 바이러스학자, 의학자
들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대책을 수립하고자 노력한 덕택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보 공개
와 지식의 공유는 학계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까지 미치고 있는데, 에피데믹, 팬데믹을 넘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인포데믹(Infodemic)을 방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객관적인 과학지식과 냉철한 통찰로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바
이러스 변이체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인체 면역 반응의 양상과 특징은 무엇인지, 그리고 백신의 탄생
과 패러다임 전환, 데이터 분석 기반의 방역정책 수립, 팬데믹이 기후에 미친 영향, 인포데믹 방지의
중요성 등등에 대해 알려주며, 질병 방역만이 아니라 정보 방역과 마음 방역도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 차례
추천의 글 / 여는 글 / 저자 소개
1부 진화하는 바이러스, 막을 수 있을까
01 바이러스 변이체는 얼마나 위협적일까
02 면역 체계는 돌연변이를 방어할 수 있을까
03 신속하면서 정확한 새로운 진단 기법
04 초기 감염 병리기전을 밝히다
05 인체 면역 반응의 양상과 특징
06 반려동물도 바이러스를 옮길까
2부 백신과 치료제, 게임 체인저가 되다
07 백신의 탄생과 패러다임 전환
08 백신의 종류와 특징
09 백신 개발 키워드, RNA는 어떤 물질인가
10 mRNA 백신 개발 원리와 전망
11 모더나의 백신 개발: 팀사이언스의 힘
12 약물 재지정을 통한 치료제 발굴 전략
13 항체치료제 개발 경과와 전망
14 자연에서 발견한 치료제 후보물질
3부 위드 코로나, 전환의 기로에서
15 데이터 분석 기반의 방역정책 수립
16 팬데믹이 기후에 미친 영향
17 정신건강을 위한 ‘마음 방역’의 필요성
18 인포데믹에 맞서는 국제사회
대학생이 본 팬데믹 / 맺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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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획

진화하는 바이러스, 막을 수 있을까
바이러스 변이체는 얼마나 위협적일까
백신 개발 이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와 벌인 긴 싸움의 끝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바이러스 변이체(돌연변이)가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 등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는 또 다른 위기의 전조인가? 바이러스 전파력과 독성은 차이가 있는가? 백신으로 막을 수 있는가?
관련된 질문과 논란이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로 전파능
력이 높아졌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과학자들은 더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외피 단백질 변이가 독성을 약화시킨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역사적으로 인류를 괴롭힌 바이러스들도 출몰 이후 시간이 갈수록 전파력은 높아지고 독성은 떨어지는
진화의 추세를 보였다. 다행히 최근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자사의 백신이 영국과 남아프
리카공화국의 돌연변이에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 결과는 전문가 동료들의 평가
를 거친 정식 논문이 아니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공개됐다.
영국에서 발생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변이체 - 알파 변이: 최근 세계는 영국 남동부 지역에서 발견
된 새로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돌연변이체의 출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변이체는 사스코로나바
이러스-2 GISAID 데이터베이스에 의한 분류체계에서는 GRY, Pango 분류체계로는 B.1.1.7로 불린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대중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고 변이 바이러스 발생국이라는 편견을
불식하기 위해, 새로운 변이체를 출현 순서에 따라 그리스 알파벳으로 명명하기로 했다. 영국발 GRY
혹은 B.1.1.7을 알파 변이로, GH/501Y.V2 혹은 B.1.351라고도 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체는 베
타 변이로, GR/501Y.V3 혹은 P.1의 브라질발 변이체는 감마 변이로, 그리고 G/478K.V1 혹은
B.1.617.2라고도 하는 인도발 변이체는 델타 변이로 부른다. 영국 정부와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알
파 변이체는 이전의 다른 버전들보다 전염성이 더 강하고 유전적으로도 특이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출
현한 변이 바이러스는 변종 바이러스는 아니다. 기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변이체의 일종이다.
돌연변이는 모든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다: 팬데믹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대부분 RNA 바이
러스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인플루엔자 등이 이에 속한다. DNA 중합 효소와는 달리 RNA 중합
효소(RNA 중합 효소는 DNA 혹은 RNA 주형으로 RNA를 합성하며, DNA 종합 효소는 DNA를 주형으로
새 DNA를 복제한다)는 유전체를 복사할 때 교정, 판독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1,000~10만 개 염
기당 1개의 비율로 에러를 일으킨다. DNA 중합 효소보다 약 1,000배 이상 에러 확률이 높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유전체는 약 3만 개 염기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대략 3개의 바이러스가 생산될
때마다 1개의 돌연변이가 생긴다. 돌연변이는 모든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며 진화의 원동력
이다. 바이러스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돌연변이는 바이러스 생활사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한 부
분일 뿐이다. 돌연변이는 무작위로 일어나며, 돌연변이체 중에서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개체가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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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택적으로 살아남는다. 가령 돌연변이로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로 더 효율적으로 침입할 수 있거나 숙주
의 면역작용을 회피할 수 있다면, 이는 바이러스 생존에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돌연변이로 바이러스
독성이 약화되는 사례도 많다. 바이러스 생존에 불리한 변이 역시 종종 발생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돌연변이의 계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휩쓸면서 180만 명 이상의 사망
자를 내고 인간 숙주에 적응하면서 여러 그룹으로 변이를 겪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신종 코로
나바이러스 게놈 서열 데이터베이스인 GISAID의 18만 5,000개 유전체 표본 분석에 따르면, 현재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에는 7가지 주요 계열이 있다. 유전자 염기서열 차이에 따른 아미노산의 변화를 기
준으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S, V, L, G형으로 구분하고, G형은 다시 GR, GH, GV로 세분화한다. 드
물게 나타나는 기타 돌연변이들은 집합적으로 O형으로 분류한다. L은 우한에서 처음 등장한 원형이고,
S, V는 약간 변이된 유전형으로서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었다.
현재는 G형이 전 세계적인 우세종으로 자리잡았다. G형에서 하나의 특징 돌연변이인 D614G가 가장
일반적인 변이체가 되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스파이크 단백질의 614번째 위치의 아미노산이
D(아스파르트산)에서 G(글라이신)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영국의 알파 변이체에서도
D614G 변이가 발견되어 G형에서 파생된 것으로 분류한다.
면역 체계는 돌연변이를 방어할 수 있을까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나타날 때 다음과 같은 잠재적 결과를 고려할 수 있다. 첫째로 돌연변이가 일어
나면서 자연 면역 또는 백신 접종을 통한 면역을 회피할 수 있거나, 사람에게 더 가볍거나 더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둘째로 돌연변이 때문에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더 빨리 퍼질 수 있고, 특정
진단 테스트에 의한 탐지를 어렵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중합효소연쇄 반응(PCR)으로 바이러스를 검출
할 때 여러 개의 표적(바이러스 유전자 부위)을 활용하므로, 돌연변이가 일부 표적을 변화시켜도 다른
표적은 여전히 작동한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돌연변이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상세히 알아보자.
바이러스 변이체의 면역회피 가능성: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면역을 회피할 만큼 충분히 변했다는 증거
는 현재 없다. 그러나 알파 변이는 팬데믹 기간 출현한 다른 버전의 바이러스와 다른 점이 있다. 아미
노산 변화를 초래하는 17개의 돌연변이가 한꺼번에 생겼다는 것이다. 따라서 면역회피 가능성을 확인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접종 중인 백신은 면역계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식하고 차단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도록 설계되었으므로, 스파이크 단백질이 변형되면 백신의 작동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1,273개의 아미노산 서열로 이루어진 거대 단백질이다. 항체는 항원의 3차 구조
일부분을 특이적으로 인식해서 만들어진다. 항체가 결합하는 항원의 특정 단편을 항원결정기라고 하는
데, 이는 대략 15개 아미노산 길이의 펩타이드 3차 구조라고 가정하면, 단일 스파이크 항원에 대해서
유도될 수 있는 항체는 수백 종류가 넘는다. 백신을 접종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는 다양한 항체
를 생성한다. 단일 항원에 대해 다양한 종류의 “다클론성 항체”가 생성되기 때문에 D614G, N501Y와
같은 점 돌연변이가 몇 개 발생해도 백신의 효능에 크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
현재 접종하고 있는 백신은 대부분 효능에 서로 차이는 있지만, 알파, 베타, 감마, 그리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 환자에서도 여전히 질병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음이 알려지고 있다. 스파이크를 표적으
로 삼는 항체 기능을 다소 잃더라도 백신은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다른 방법을 가지고 있다. 백신은 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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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체와 더불어 후천 면역의 양대 축인 T세포를 활성화한다.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이 같은 여러 겹의 인
체 면역 무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백신 접종이 늘수록 변이 현상을 잘 감시해야 하는 이유: 팬데믹 진행 과정에서 ‘바이러스 돌연변이’를
주목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다. 돌연변이는 바이러스가 종간장벽을 돌파해서 인수공통
감염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돌연변이 때문에 코로나19가 박쥐에서 인간으로 옮겨왔다. 그러
므로 중간 숙주에 머무는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는 주목해야 한다. 팬데믹 기간 동안 발생하는 돌연변이
는 바이러스가 숙주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이다.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바이러스 자신에게도 해롭다. 바
이러스에 이롭게 작용하는 돌연변이도 한 번의 돌연변이로 확립되지는 않는다. 몇 세대 동안 연속해서
성공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역사적으로 팬데믹 진행 중에 돌연변이가 질병에 치명적 영향을 준 사례는
드물다. 인플루엔자는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돌연변이가 일어나며, 훨씬 많은 변이체가 존재
했다. 하지만 지난 1세기 동안 인플루엔자 병원성은 더 악화되지 않았다.
자연 감염, 혹은 백신 접종으로 면역이 생기면 면역회피를 위해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촉진된다. 그러
므로 백신 출시에 따라 경계를 유지하고 새로운 돌연변이를 계속 감시해야 한다. 인플루엔자와 HIV는
백신을 피하면서 계속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치명적 변이는 아직 발생하
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크게 변한다면, 백신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바이러스의 완전 박멸은 어렵더라도 전파속도만큼은 늦춰야 한다. 그러면 돌연변이 시계도 늦출
수 있다. 확산을 줄이면 변이 확률이 낮아진다.
인체 면역 반응의 양상과 특징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두 가지 방향에서 대응 연구가 이루어진다. 우선 바이러스 학자들이 나서
서 바이러스가 가진 특성을 파악한다. 이와 동시에 필자와 같은 바이러스 면역학자들은 우리 몸이 바
이러스에 어떻게 면역 반응을 나타내는지 밝힌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바이러스 학자와
바이러스 면역학자의 협업이 긴밀히 이루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환자의 T세포는 정상 작동하는가: 2020년 여름부터 우리는 코로나19 회복 환자에서 나타나
는 T세포 면역반응 연구에 매진했다. T세포는 인체에 존재하는 다양한 면역세포 중 하나인데, 몸이 바
이러스에 감염되면, 감염 바이러스에 작동하는 T세포들이 선택적으로 활성화된다. T세포들은 감염된
세포를 빨리 제거하고 더는 종식되지 못하게 막으며, 항체를 만드는 B세포를 돕기도 한다. 이렇게 활
성화되었던 T세포들은 바이러스가 사라진 뒤에도 기억T세포의 형태로 오랜 기간 체내에 남는다. 기억
T세포는 코로나19 감염 자체를 예방하지는 못하나 중증 코로나19로의 진행을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
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재침입했을 때 이들이 활동을 재개하여 빠른 회복을 돕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로나19 환자에서 T세포의 작동 양상을 살피는 것이 중요했다. 즉, T세포가 정상 활성화되어
항바이러스 기능을 하는지, 또한 회복자에서는 기억T세포로 잘 분화하여 유지되는지 등을 밝혀야 했던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환자들의 T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는 요지의 논문 몇 편이 발표되었고, 이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우리는 이 정설을
검증하는 연구를 기획했다. 그러려면 우선 코로나19 환자 혈액의 수많은 T세포 중에서 사스코로나바
이러스-2 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T세포만 식별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10여
년 전부터 C형간염 바이러스를 연구하며 축적된 기술력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 기술을 활용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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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2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환자들의 T세포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정설과는 다르게 코로나19 바
이러스에 특이적인 T세포들은 항바이러스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바이러스 감
염에서 회복에 이르는 동안 T세포의 특성 변화 및 조절 양상에 대한 세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연구 결과는 2021년 1월 국제학술지 「이뮤니티」에 게재됐다. 이로써 우리는 팬데믹에 따른 혼란 상
황에서 성급히 도출된 오답을 교정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력을 활용한 정교한 연구기법
덕분이었다. 나아가 올바른 과학적 지식을 세계와 인류에 공유했다는 중요한 성과도 얻었다.
코로나19 회복 후에도 10개월 이상 방어면역 유지: 그렇다면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후 얼마나 오래 기
억T세포가 유지되는 걸까. 2020년 3~4월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환자들의 혈액을 확보해 사스코로나바
이러스-2에 특이적인 기억T세포 반응을 10개월 동안 분석해보았다. 그 결과 코로나19 회복 직후부터
나타나는 기억T세포가 10개월의 관찰 기간 동안 잘 유지됨을 확인했다. 즉, 적어도 10개월까지는 사
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다시 노출되더라도 기억T세포가 재빠르게 항바이러스 작용을 한다는 의미이다.
기억T세포는 코로나19 경증 및 중증 여부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회복자들에게서 잘 나타났고, 이 연구
의 결과는 올해 6월 3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렸다.
이 논문에서는 더욱 중요한 발견이 있었다. 기억T세포 중에는 ‘줄기세포 유사 기억T세포’라는 것이 있
는데, 이것은 다른 기억T세포들보다도 세포증식능, 분화능, 자기재생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그
런데 코로나19 회복자들에서 바로 이 줄기세포 유사 기억T세포가 잘 발생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비록 10개월이라는 기간의 한계는 있지만, 기억T세포가 장기 지속된다는 희망적인 결론을 도출한 것
이다. 특히, 기억T세포에 대한 재생 기능을 가진 줄기세포 유사 기억T세포가 상당히 오래 유지됨을 보
여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T세포와 더불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면역반응의 양대 축 역할
을 하는 것이 중화항체이다. 코로나19 회복 후 이 중화항체들이 감소한다는 뉴스가 전해지는 안 좋은
상황에서, 기억T세포에 대한 연구는 희망적인 소식으로 여겨진다.

백신과 치료제, 게임 체인저가 되다
백신의 탄생과 패러다임 전환
마침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됐다. 선두에 나선 화이자 바이오엔테크(이하 화
이자), 모더나의 전령RNA(mRNA)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속수무책이던 인류가 바이러스
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희망이 보이지만 아직 안도할 때는 아니다. 2019년
11월 19일 첫 보고 이후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는 2억 명을 넘어섰다. 신
규 확진자가 매일 70만 명에 이르며, 2021년 8월 말 현재 사망자가 450만 명이 넘었다. 보고되지 않
은 확진자까지 고려하면 실제 수치는 더 클 것이다. 게다가 바이러스 변이가 속속 등장하면서 불확실
성을 높이고 있다. 이로써 신종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mRNA,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새로운 백신 개발 전략: 2020년 11월 9일 화이자는 임상 3상 시험 결
과를 발표했다. 자사가 개발한 합성 mRNA 코로나19 백신(BNT162b2)을 3주 간격으로 2회 근육 주사
했을 때 코로나19 감염을 90% 이상 예방한다는 것이다. 일주일 후 모더나와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
병연구소는 공동 개발한 백신(mRNA-1273)을 1개월 간격으로 2회 근육 주사로 접종했을 때 코로나19
감염을 94.5% 예방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검출된 사스코로나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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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이러스-2 변종이 기존 종에 비해 전파속도가 70% 정도 빠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현재까
지 보고된 바로는 이러한 mRNA 백신들에 의한 예방 효능은 동일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2020년
12월 8일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는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기반 코로나19
백신(AZD1222)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랜싯」을 통해 밝혔다. (횟수와 용량 등 임상 프로토콜에 대
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AZD1222는 4주 간격으로 2회 근육 주사했을 때 코로나19 감염을 70%가량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미국 존슨앤드존슨 산하 얀센에서도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기반의 백신
(Ad26.COVS-S)을 개발했고, 2021년 1월 29일 보고된 결과에 따르면 1회 접종으로 66%의 예방 효능
을 보이며 FDA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이 되었다.
이번 코로나19 백신은 2가지 측면에서 인류 백신 개발 역사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첫 번째는 코로나
19 백신 예방 효능이 전문가들의 예상(55% 전후)을 압도적으로 넘어섰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개발부
터 임상 3상까지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상 백신 개발에는 5~10년이 소요된다. 이제 미
국, 영국, 유럽연합 국가들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이 시작되었고, 현재 서유럽과 북미의 주요 선
진국에서의 2차 이상 접종 비율은 50%를 넘어가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시급성을 감안하여 신속히 외국 제약회사들이 개발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와 합성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하여 국민들에게 접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원활한 생산 및 공급을 위해
국내 제약사들이 위탁 제조하는 방식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2021년 2월 26일 첫 번째 백신접종이
시작되어 상반기에만 약 30%의 사람들이 1회 이상 접종받은 상황이다. 올해 안으로 접종을 희망하는
모든 국민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백신 개발의 패러다임 전환: 제약회사들은 기존 백신과는 다른 전략을 사용했기 때
문에 높은 예방 효능의 백신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합성 RNA를 기반으로,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은 재조합바이러스 벡터를 기반으로 백신을 개발했다. 백신의 기본 원리는 ‘가
공 또는 변형된 병원체의 전부 혹은 일부’를 우리 몸에 주입하는 것이다. 바이러스를 ‘간접 경험’한 우
리 몸은 면역을 형성하고, 실제 병원체가 우리 몸에 침입하면 그 경험을 발판 삼아 바이러스를 퇴치한
다. 가공된 병원체가 신체 안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그동안 백신을 개발하려면 병원체 전체 혹은 일부 조각, 즉 항원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런데 백신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항원 대신 항원을 만들 수 있는 설계도를 넣어주면 비
슷한 반응을 유도할 수 있으리라는 발상의 전환이다. 앞서 언급한 합성 mRNA와 재조합바이러스 벡터
가 바로 병원체 항원에 대한 정보가 담긴 유전물질, 즉 설계도다. 이전까지는 이렇게 설계도를 이용해
서 백신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그동안 연구단계에만 머물러 있던
‘설계도를 이용한 백신’이 처음으로 인류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화이자의 BNT126b2와 모더나의 mRNA-1294 백신의 mRNA는 서열, 안정화 물질, 전달 매체, 보관방
법, 임상 3상 시험결과 등에서 일부 차이가 있지만, 원리는 동일하다. 이번 성공은 mRNA 백신이 이
론을 넘어 실제 인체에서 면역 형성이 가능함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기존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다양한 전염병을 대상으로 mRNA 백신 개발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약 20
여 종의 다른 코로나19 백신이 현재 임상 3상 시험에 진입했다. 약 65종의 코로나19 백신들도 초기
임상 시험 중이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LG화학, 제넥신 등이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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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백신 투여 이후 우리 몸의 면역과정: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으로 나뉜다. 선천
면역은 병원균이 공통적으로 갖는 분자 패턴을 인식하여 활성화된다. 반면 후천면역은 선천면역보다
늦게 활성화되며, T세포를 통한 세포성 면역과 B세포에서 생산된 항체를 통한 체액성 면역으로 구성된
다. T세포와 항체는 그 조합이 다양하여, 거의 모든 병원체를 특이적으로 인식하고 감염원과 감염된 세
포를 우리 몸으로부터 방어하거나 제거한다.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은 독립적이지 않으며, 상호 활성화
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별한 항원으로 만들어진 백신이 우리 몸에 투여되면, 항원의 특이패턴을 인
식한 대식세포와 수지상세포 등이 이를 섭취하고 분해한다. 분해된 항원의 조각이 대식세포와 수지상
세포의 표면에 제시된다. 이때 표면에 제시된 조각된 항원과 대응되는 구조의 수용체를 갖고 있는 T세
포와 B세포가 이를 인식하고, 특이적으로 성숙과 증식을 한다.
감염된 세포를 세포독성T세포가 제거하고, B세포에서 분화된 형질세포는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를 생성
해 병원체를 중화하거나 제거한다. 감염원에 대한 특이적인 T세포와 B세포는 감염원의 제거 이후에도
일부 남아 추가적인 감염에 대비한다. 이를 ‘면역학적 기억’이라 한다. 이후 동일한 감염원에 다시 노
출되었을 경우 남아 있는 T세포와 B세포들이 즉각 활성화되어 감염에 대응하게 된다. 백신은 후천면
역의 기억이라는 특징을 이용한다. 즉, 특정 병원체의 전부 혹은 일부를 인체에 사전 노출시켜, 감염이
나 증상 없이 면역학적 기억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다.
백신의 종류와 특징
백신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해당 병원체에 대한 감염병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면
역 ‘선행학습’을 위한 백신이 감염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둘째, 병원체를 중화시키거나
억제하는 항체가 형질세포(B 림프구가 변형되어 면역 항체를 만드는 특수한 세포)에서 생성되도록 하
고, 병원체를 공격하는 T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이 2조건의 유도를 위해 전통적인 백신은 병
원체를 약화ㆍ변형ㆍ불활성화하거나 일부만 활용하여 감염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
러나 최근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백신 개발 전략도 훨씬 다양해졌다. 이번에 개발된 코로나19 백
신들처럼 ‘항원 설계도’에 해당하는 mRNA(전령RNA)나, 병원체와는 다른 바이러스 벡터를 백신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오늘날에는 질병의 특징, 면역 양상, 개발의 편의성 등에 따라 다양한 백신이
사용된다. 이는 기초과학이 그만큼 많은 발전을 이룬 덕분이다. 특히 인류 역사에 전환점이 된 코로나
19 백신을 계기로, 앞으로 기존 한계를 넘어서는 백신의 개발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험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선진국들의 신속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단기간에 감염병 백신을 개발하려면 ① 원천기술과 지식을 갖춘 대학
과 연구소의 과학자, ② 백신 개발ㆍ생산ㆍ임상시험 경험이 있는 제약회사, ③ 백신개발 관리 및 승인
책임이 있는 질병관리청, ④ 임상 3상 시험을 시행ㆍ분석할 수 있는 감염병 전문의료진, ⑤ 정부 및
범부처 지원단 등이 첫 단계부터 함께 방향을 정하고 추진해나가야 한다. 즉, 산ㆍ학ㆍ연ㆍ관의 유기
적 연계가 중요하며, 특히 대규모 임상에 대한 재정 지원은 필수다. 이 주체들 중 하나라도 제대로 기
능하지 못했다면, 미국과 유럽의 백신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개발되지 못했을 것이다.
국내 제약 및 벤처회사, 연구소, 대학들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임상
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간 백신 생산 및 상용화 체계는 갖추었지만,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백신
개발과 임상시험 경험, 그리고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앞서 언급한 주체들이 모여
백신 개발 과정을 함께 추진해나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종합적 백신 개발 체계를 구축하고, 기술과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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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험의 축적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컨트롤타워의 확립과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백신 개발의
컨트롤타워가 백신 후보물질 발굴부터 전임상, 임상, 생산까지의 전 과정을 지원 및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반면교사 삼아 제대로 다음 전쟁을 대비해야 한다.
약물 재지정을 통한 치료제 발굴 전략
백신과 더불어 치료제 개발도 필요하다. 바이러스를 극복한 환자에게서 얻은 혈청에서 분리한 혈청치
료제,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개발한 렘데시비르(에볼라 바이러스의 항바이러스제)가 사용된 바 있
으나 효과가 탁월하지는 않았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인플루엔자 바이
러스의 치료제인 타미플루와 같은 코로나19에 잘 듣는 치료제의 개발이 여러 방면에서 진행 중이다.

위드 코로나, 전환의 기로에서
데이터 분석 기반의 방역정책 수립
최근 우리나라는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그리고 2020
년 발생한 코로나19의 타격까지 받으며 여러 차례 경제적ㆍ사회적 어려움을 겪었다. 미지의 바이러스
가 나타나면 과학자들은 그 구조와 실체를 분석한다. 바이러스 유전정보 규명이 대표적인 예다. 이를
토대로 제약회사들은 바이러스에 대처할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다. 이렇게 바이러스를 제압할 무기를
만드는 동안, 방역은 국민을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 그런데 방역에는 정확
한 피해 예측 기술도 동반되어야 한다. 그래야 의료진 배치, 필요 병상 확보 등의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은 이와 같은 방어막 구축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감염 데이터 분석과 감염병 발생
예측 시뮬레이션을 통해 효과적인 방역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다. 해외 주요국가 역시 수리모델을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차단 및 대응 전략 수립에 활용하고 있다.
수리모델의 해답, 재생산지수: 감염병 예측 수리모델은 감염병 발생 시 감염자 수, 접촉자, 회복 집단
등 각 변수 상황에 적절한 수를 대입해서 감염 인구를 예측하는 방정식이다. 그렇다면 수리모델이 구
하는 해답은 무엇일까. 바로 요즘 뉴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재생산지수(R 값)이다. 기초감염재생산
수(R0)는 감염이 없는 집단에서 발생한 첫 감염자가 평균적으로 감염시킬 수 있는 환자 수를 나타낸다.
R0이 1보다 크면 환자 수가 증가하여 감염병이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R0이 1보다 작으면 이
질병은 집단에서 서서히 소멸된다. 하지만 코로나19처럼 팬데믹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즉, R0보다는 실질감염재생산수 Rt를 고려해야 한다. Rt는 일부 면역이 있는 집단이나 방제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시간별로 발행한 감염자로 인해 평균적으로 감염되는 환자 수를 나타낸다. Rt는 확
산 여부를 판단하는 실질적 지표로, 방역당국의 완화전략 효과의 평가에 활용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Rt를 1 이하로 만들기 위한 방역대책 수립이 필요한 것이다.
팬데믹이 기후에 미친 영향
인간 활동 위축으로 이산화탄소 및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감소: 세계보건기구는 2020년 1월 30일 코로
나19 에피데믹을, 3월 11일 팬데믹을 선포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
등지까지 퍼진 때였다. 중국은 2020년 1월 23일 우한시를 가장 먼저 봉쇄하고, 뒤이어 대부분 도시에
도 봉쇄 조치를 단행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이다. 2020년 1월 말부터 2
월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이 2019년 동 기간에 비해 약 8% 감소했고, 전세계 대륙에서 봉쇄가 이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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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4월경에는 약 17%가 감소했다. 6월 이후 봉쇄가 약화되면서 감소 경향이 완화됐다. 백신 보급과 함께
세계 경제가 회복하면 배출량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기오염물질의 배출도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산업 활동이 위축되고 육상 및 항공 교통량, 전력 생산
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가장 많이 줄었다. 2020년 4월 기준 질소산화물 배
출량은 2019년 대비 약 35% 감소했다. 일산화탄소(CO), 이산화황(SO2), 블랙카본(BC) 등 대기오염물
질도 2020년 4월 기준 약 25~27% 감소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2020년 2~3월 7대 도시 일산화탄
소 평균 농도는 0.4929ppm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0.0643ppm 줄었다. 이산화질소 농도는
0.0039ppm, 오존 농도는 0.0016ppm 하락했다.
대기 중에 장기 체류하는 온실기체와 달리,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블랙카본 등 대기오염
물질은 수일에서 수십 년간 단기체류하면서 기후에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이를 ‘단기 체류 기후변화
유발물질(SLCFs)’이라 부른다. 단기체류 기후변화 물질은 지구의 기후시스템과 대기 질에 중요한 영향
을 미친다. 대기오염물질은 다른 가스 물질들과 결합력이 좋아 대기 중 체류 시간이 짧다.
지구 온도 높이는 온실가스 Vs 온도 낮추는 대기오염물질: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대기오염물질 배출
감소는 2020년 전 세계 대기질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독일 연구진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2020년 초
미세먼지(PM2.5) 농도는 2019년 대비 10~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산화질소 배출 감소
에 의한 화학적 작용으로 지표면 오존(O3) 농도는 0%에서 4%로 다소 증가했다. 오존 증가를 제외하
고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가 대기 환경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봉쇄정책이 기후에도 영향을 미쳤을까? 온실가스 및 대기오염물질이 기후를 변화
시키려면 ‘복사강제력’을 발생시킬 수 있을 만한 배출량 변화가 있어야 한다. 복사강제력은 평형 상태
대비 지구로 입사되는 복사에너지와 지구 밖으로 방출되는 복사에너지의 순변화로 정의된다. 지구로
입사되는 에너지가 방출량보다 더 클 때 ‘양(+)의 복사강제력’이 발생하며 지구 온도가 상승하고, 반대
로 복사강제력이 음(-)이면 지표면 온도가 하강한다. 일반적으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
하면 지구복사에너지가 대기에 더 많이 흡수되고 밖으로 방출되는 양이 감소한다. 이에 따라 양의 복
사강제력이 발생하며 지구의 온도가 올라간다. 반면 황산화물 대기오염물질이 대기 중에 증가하면 입
사하는 태양복사에너지를 더 많이 반사시켜 방출에너지가 더 커진다. 이는 음의 복사강제력을 발생시
켜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 온도 상승을 일부 상쇄한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에 따르면 2020년 봄에 2019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며 음의 복사강
제력이 발생한 반면,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 물질 배출 감소는 양의 복사강제력을 발생시켰다. 다만 후
자의 영향력이 더 커서 종합적으로 약 0.29W/㎡의 양의 복사강제력이 발생했다. 이는 지구의 온도를
약 0.003

높인 것으로 평가됐다. 요컨대 2020년 세계적 봉쇄에 의한 배출량 감소가 기후에 미친 영

향은 매우 적다는 의미이다. 다만 지역적 날씨 변화에는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는 연구 결과들은 있다.
필자가 속한 기초과학연구원 기후 물리 연구단도 봉쇄에 따른 대기오염물질 배출 감소가 동아시아 기
후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연구하였다. 인공위성 관측과 재분석 자료는 2020년 2월 중국 전역에서
NO2를 비롯한 대기오염물질이 많이 감소했으며, 이 시기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전역에서 하
층 구름양이 증가했음을 보이고 있다. 슈퍼컴퓨터 수치 모델 실험을 통해서 본 연구는 인위적 대기오
염물질 감소가 대기 하층 온도 상승과 온난습윤 공기의 이류를 초래했으며, 이에 따라 중국과 우리나
라 지역 하층 습윤 공기량 및 구름양이 증가되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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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시사점은?: 이렇듯 코로나19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일시적으로 억제됐지만, 그럼에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대기 중 체류 시간은 5~200년에
이른다. 인위적 이산화탄소 배출과 흡수가 0에 이를 때까지, 즉 탄소중립을 이루기 전까지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1850년부터 2018년까지 인류는 총 2,363GtCO2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 중 68%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32%는 개간, 건축, 벌목 등 토지이용으로
배출됐다. 이렇게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30%는 지면에, 25%는 해양에 흡수되었다. 남은 40%가량이
대기 중에 남아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였다. 지구 온도 상승은 일시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에 비례한다. 탄소중립을 이루기 전까지는 지구 온도 역시 지속
적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다. 2020년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의도치 않게 2.6GtCO2의 이산화탄
소 배출을 감축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려면, 매년 전년 대비 1~2GtCO2의 배출을 감소시
켜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1년이 넘는 인류적 재앙과 경제활동 위축을 겪었음에도 갈 길이 아직 먼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사회ㆍ경제적 노력이 필
요한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인포데믹에 맞서는 국제사회
팬데믹에서 허위정보는 바이러스만큼이나 전염성이 크다.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지며 개인과 집단
에 잘못된 인식을 퍼뜨려 피해를 낳는다. 최근 연구는 코로나19 허위정보에 빈번히 노출될수록 정부
방역 지침을 불신하거나, 백신 접종을 주저 혹은 거부할 가능성도 커짐을 보여준다. 이러한 허위정보
를 이미 믿기 시작한 이들에게는 팩트체크의 효과도 없었다. 허위정보 전파가 생각보다 더 큰 사회 문
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온라인 정보의 생성 속도가 팩트체크보다 훨씬 빨라 허위정보 관리
가 더욱 어렵다. 게다가 허위정보의 양상도 다양해졌다. 진실이 반쯤 섞이거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반
영하여 진실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졌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기원에 대한 루머가 그 예다.
또한 팩트체크가 늦어지거나 명확한 결론 도출이 어렵다면, 루머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인포데믹에 대처하는 위험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정부와 국제기구가 SNS에 등장하다: 가장 큰 패러다임 변화는 정부와 국제기구가 인터넷 여론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도를 ‘소셜리스닝(social listening)’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인
터넷상의 담화가 편향적이어서 대표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H1N1 신종플루 혹은 후쿠시
마 원전 사고와 같은 국제적 위기상황이 그랬다. 당시 정부 및 전문기관들은 전통매체를 통한 정보 전
달 혹은 오프라인 캠페인에 집중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은 달랐다. 소셜미디어가 정부 부처 혹
은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의 캠페인 채널로 활용됐다. 그뿐만 아니라 정보감시(Infoveillance)도 이뤄졌
다. 인공지능을 통한 실시간 토픽 및 정보 전파 양상 분석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WHO의 EARS(Early AI-supported Response with Social listening) 프로그램이다. 이는 소셜 플랫폼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데이터를 수집하여 국가별 시민들의 담화를 모니터링한다. 가령 치명률이 높은 람다
변이가 페루에서 전파되면서 백신 수급에 대한 언급이 급증했음을 WHO 데이터가 보여준다. 기존 리
포트에서 허위정보 피해 취약층을 비롯해 백신에 대한 어떤 우려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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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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