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영화,리뷰,

퓰리처 글쓰기 수업

by Casey,Riley 2022. 1. 31.
반응형

잭 하트 지음 / 현대지성
소재가 평범하다고, 글솜씨가 부족하다고 주저하지 말라. 솜씨 좋고 열정적인 작가는 어떤 매체에
서든 좋은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안다. 평범한 직장인들도 기획안에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입혀 눈에
띄는 기획안과 보고서를 완성한다. 이 책을 통해 스토리텔링이 활용되는 다양한 영역에서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다.

퓰리처 글쓰기 수업
잭 하트 지음

▣ 저자 잭 하트
퓰리처상 심사위원. 17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잡지 《오레고니언》에서 25년간 편집장을 맡았고, 글쓰
기 코치로 일하면서 퓰리처상 수상자 및 전미 장편 작가상 수상자를 다수 길러냈다. 엄청난 잠재력이
숨어 있는 소재를 눈앞에 두고도 그냥 지나치거나 가망 없는 스토리에 무수한 시간을 허비하는 작가와
후배 기자들을 위해 글쓰기 코치로 나서서 눈부신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쌓인 자료와 실제
적인 성과를 기반으로 이 책을 썼으며, 특히 10여 명의 최상급 논픽션 작가와 30여 년간 논픽션 글쓰
기를 해오며 배운 점들을 완벽히 정리했다. 주위에서 평범하게 찾을 수 있는 소재에 생명력을 입히고,
독자들이 열광하고 끝까지 한눈을 팔 수 없게 만드는 글 구성 능력을 갖추게 하며, 같은 사건이라도
독자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사건을 배열하는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검증된 이론과 결과물로
보여준다.
명실공히 내러티브 논픽션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신문편집자협회로부터 최초로 글
쓰기 교육상을 받았으며, 저널리즘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위스콘신대학교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오
리건주립대학교 종신교수이자 저널리즘 및 커뮤니케이션 부학장을 역임했으며, 여섯 곳의 대학교에서
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현재는 미국언론연구소와 포인터연구소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는 한편, 영
어권 국가에서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 역자 정세라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영어월간지 기자로 일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소울이
라는 필명으로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피터팬』, 『경쟁의 역설』, 『뷰티풀 보이』, 『아버지
의 오래된 숲』, 『모든 일의 발단은 고양이』 등을 옮겼다.

▣ Short Summary
첨단 뇌 분석 기술은 인간이 스토리텔링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이론에 힘을 실어준다. 과학 저술
가 스티븐 홀은 이야기를 만드는 동안 자신의 뇌를 MRI로 찍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실제로 오른쪽 전
두엽에서 각설탕만 한 구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홀은 이 부위를 ‘스토리텔링 영역’으로 불렀
다. 많은 뇌과학자가 비슷한 진실을 발견했다. 스티븐 홀이 MRI 기기 안에 들어간 뒤로 뇌신경학자,
언어학자, 그 외 분야의 과학자들은 20년 동안 수백 건의 연구를 거쳐 “인간의 뇌에는 스토리를 추구
하는 본성이 각인되어 있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심지어 작가의 탁월한 문장력보다 스토리가 독자의 흥미를 더욱 자극한다.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각
색을 돕는 리사 크론(스토리 컨설턴트)은 “문장력보다 스토리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한번 훑어보더라도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라는 의문이 드는 책이 많지만, 이야기를 풀어내
는 솜씨만큼은 발군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작가가 낱말과 문장을 다듬는 데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이느라 정작 독자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는 스토리 요소에는 소홀히 한다.

-2-

퓰리처 글쓰기 수업

당신의 논픽션은 어떠한가? 밋밋한 팩트 나열이나 수집에 불과한가? 자기 경험과 사례를 잘 모아놓았
지만 아무도 읽지 않고, 그저 먼지만 쌓여가는가? 이 책은 어떤 소재를 만나더라도, 거기서 적합한 스
토리를 입혀 독자에게 어필하는 콘텐츠로 만들어주는 핵심 비법을 다룬다. 인간의 스토리텔링 영역이
활성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저자는 170년 역사의 일간지 《오레고니언》에서 무려 25년 동안 편집장과 글쓰기 코치로 일했다. 거
기서 육하원칙에 따른 사실 전달에 충실한 정통적인 형식의 기사에서 사실을 스토리 형식으로 전달하
는 내러티브 기사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면서 손꼽히는 글쓰기 멘토로 이름을 알렸다. 주위에서 평범하
게 찾을 수 있는 소재에 생명력을 입히고, 독자들이 열광하고 끝까지 한눈을 팔 수 없게 만들어, 같은
사건이라도 독자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사건을 배열하는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했다.
팩트 전달에만 주력하던 취재 기사에 소설 작법을 도입하여 ‘논픽션 스토리텔링’을 입히자 기사에는 생
기가 돌았고 독자는 열광했다. 거의 모든 소재가 훌륭한 스토리감으로 변했다. 종교, 비즈니스, 음악,
범죄, 스포츠 등 분야도 가리지 않았다. 클래식 평론가 데이비드 스터블러는 한 음악 신동에 대한 연
재기사를 쓰면서 처음으로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했고, 퓰리처상 최종 결선까지 올랐다. 작가 리치
리드 역시 논픽션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한 ‘첫’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열흘간 밀림을 헤매다 구조된 어느 여인 이야기, 인생을 덮친 트라우마를 마침내 뛰어넘었다는 깨달음,
살인범을 추적하는 한 경찰의 집요하고도 기나긴 이야기, 세상에 나오자마자 하늘로 떠나는 아이들을
보는 신생아실 간호사들의 비애, 강박에 사로잡힌 과학자,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미식축구 선수….
모두 그냥 평범한 단신 기사로 묻힐 뻔했던 소재들이었지만, 이 책에서 소개한 논픽션 스토리텔링 기
법을 통해 독자들의 공감과 열광을 이끌어냈다.
부적절한 소재를 스토리텔링이라는 틀에 억지로 구겨 넣는 일을 피하고자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 시
절부터 충분히 검증된 이론을 충분히 숙지하도록 한다.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이루는 기초 이론과 그
이론이 제시하는 스토리 구조를 이해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논픽션 스토리텔링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이미 출간된 책에서 가져온 살아 있는 예화들로 플롯 전환점, 독자들을 매혹하는 구조
설계, 구조 시각화, 내러티브 포물선, 스탠스(카메라 위치) 조정, 추상화 사다리, 실존 캐릭터 설계, 인
물의 입체화, 감각 디테일 요소, 내러티브 오프닝, 대화 재구성, 취재의 기술, 부서진 고리 회복 등 검
증된 논픽션 스토리텔링 기법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상세히 소개한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는 분야나
소재, 스타일을 막론하고 “팔리는 이야기, 통하는 이야기, 독자들이 열광하는 이야기”를 쓰는 법을 터
득할 것이다.

▣ 차례
추천의 글 / 들어가는 글
1장. 스토리
문장력보다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 / 스토리의 주재료 / 스토리의 힘
2장. 구조
구조 시각화하기 / 설계도 / 내러티브 포물선

-3-

퓰리처 글쓰기 수업

3장. 시점
시점인물 / 1인칭 / 2인칭 / 3인칭 / 카메라의 위치, ‘스탠스’ / 대상과의 거리
4장. 목소리와 스타일
팟캐스트 1위의 비결 / 1인칭 시점과 목소리 / 페르소나와 작가의 위치 / 목소리와 스타일은 어떻게 다
른가 / 헤밍웨이가 비유 게임을 즐긴 이유 / 자기만의 목소리 만들기
5장. 캐릭터
실존 캐릭터의 부상 / 욕망 / 입체적인 인물, 단면적인 인물 / 직접적인 혹은 간접적인 인물 묘사 / 신
체적 특징 / 동작, 표현, 버릇 /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표지들 / 말 / 일화 / 인물 묘사의 목적
6장. 장면
안으로부터 장면 찾기 / 장면 선정하기 / 장면을 살리는 묘사 / 디테일 드러내기 / 그룹을 특징짓는 디
테일 / 공간 / 설정 숏 / 질감 / 분위기 / 배경 설정 / 생생하게 장면 살리기 / 장면 구축
7장. 액션
내러티브 오프닝 / 지속적 운동성 / 액션의 언어 / 능동태 / 시발점 뛰어넘기 / 시간 표시 장치 / 속도
/ 해설 / 1인칭 시점 액션
8장. 대화
내적 독백 / 대화의 재구성
9장. 주제
주제문 / 주제는 작가의 투영 / 주제 찾기
10장. 취재
잠입 / 접근 / 관찰 및 재구성 내러티브 / 인터뷰하기 / 인물, 장면, 액션, 주제 / 스토리를 보는 안목
11장. 스토리 내러티브
단편 스토리 내러티브 / 장편 스토리 내러티브
12장. 해설 내러티브
13장. 그 밖의 내러티브
소품문 / 북엔드 내러티브 / 경수필 / 칼럼 / 1인칭 내러티브 이슈 에세이 / 다큐멘터리 영화 / 팟캐스

14장. 윤리 의식
난관 / 신뢰를 저버리는 것 / 회고록의 윤리 / 억측 / 솔직하고 친절한 일러두기 / 잠입 취재 / 배신 /
상상 속의 패턴 / 스토리 구조와 스타일 / 매만지기 / 윤리적인 생각 습관
감사의 말 / 역자 후기 / 참고 문헌 / 미주

-4-

퓰리처 글쓰기 수업

퓰리처 글쓰기 수업
잭 하트 지음

들어가는 글
40여 년 전 경찰서 출입기자 한 명이 당시 내가 발행하던 《노스웨스트 매거진》 사무실로 걸어 들어와
사건 하나를 풀어놓았다. 한 젊은 엄마가 음주 운전자의 차에 치여 죽은 사건이었다. 그는 경찰서 출
입기자의 본분을 다해 그 사건을 단신으로 처리했지만 그 후로도 좀처럼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모양
이다. 이 여인은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으로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시간에 죽음을 맞았을까? 그
녀는 어떤 삶을 남기고 떠났을까?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한낱 술주정뱅이일까
아니면 그런 파렴치범에게도 의외의 인간적인 면모가 숨어 있을까?
이 사건은 신문 사회면 치과 보험 광고 위에 빼곡히 들어가는 1단짜리 단신에 그치지 않았다. 그 후
내가 《오레고니언》(Oregonian) 편집기자로 막 합류했을 때 당시 경찰서 출입기자였던 톰 홀먼이 일요
판 기자로 들어왔다. 나는 그가 풀어놓은 진짜 이야기에 넘어가버렸다. 이번에는 단신이 아닌 서두와
본문, 결말을 모두 갖춘 제대로 된 기사를 신기로 했다. 치밀한 짜임새로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되 완
급을 적절히 조절했다. 정보원 대신 인물이 있었고 화젯거리 대신 장면이 있었다. 꼼꼼하게 정확성을
기하되 보통의 뉴스 보도에는 담지 못할 진정성이 드러나도록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사
람들이 관심을 조금씩 보이던 때였다. 한마디로 시류를 잘 탄 것이다. 우리가 감행한 실화 스토리텔링
이 사람들의 이러한 관심을 수면 밖으로 끌어낸 셈이었다.
오늘날 논픽션 스토리텔링은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른다. 이 책에 인용한 사례 대부분은 신문 이외의
매체에서 가져온 것이다. 물론, 신문에서 인용한 사례도 상당수다. 내가 글쓰기 코치로, 편집자로 잔뼈
가 굵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내 경험을 이 책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싶다는 바람으로 그 시절 내가 배
웠던 것을 전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이야기가 갖춰야 할 이론적 원칙과 그것을 실전에 적용할 방법을 동시에 알고 있는 저자와 편집자에게
서 좋은 스토리텔링이 나오는 법이다. 스토리텔링을 익히려는 이들은 그 분야에서 일해본 사람, 그래
서 이론과 실전을 모두 잘 아는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 나에겐 신문사 시절 경험, 그 후에는 워크숍에
서 만난 논픽션 내러티브 작가들과의 대화, 수많은 논픽션 내러티브 책을 처음부터 출간까지 코칭했던
경험이 스승이었다.
스토리텔링의 활용 폭이 이토록 넓은 이유는 이야기가 인간의 보편적 필요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야
기는 하나의 행위가 어떻게 다음 행위로 이어지는지 보여줌으로써 혼란스러운 세계를 이해하는 틀을
제공하며, 누군가가 어떻게 삶의 고비를 넘었는지 알려줌으로써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솜씨 좋고 열정적인 작가는 어떤 매체에서는 좋은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안다. 좋은 스토리텔링 이론과
기법은 대중매체를 초월한다. 변호사들은 워크숍에 참가해 배심원을 설득할 수 있는 이야기 구축 기술
을 배운다. 심리학자들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 스토리텔링을 사용한다. 이 책을 통해 스토리텔링이 활
용되는 다양한 영역에서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5-

퓰리처 글쓰기 수업

스토리
스토리는 어딜 가도 변함없이 스토리다. 어디에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그 바탕을 가로지르는 원칙
에는 변함이 없다.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존 프랭클린은 “모든 스토리에는 몇 가지 공통된 속성
이 일정 방식으로 배치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스토리텔러로서 잠재력을 100퍼센트 펼치려면 이 보편
타당한 원칙을 알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이루는 기초 이론과 그 이론이 제시하는 스토리 구
조를 이해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논픽션 스토리텔링을 쓸 수 있으며, 독자의 마음도 얻을 수 있다.
스토리 이론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다. 각본의 거장 로버트 맥키는 이렇게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을 쓴 후 2,300년 동안 스토리의 ‘비법’은 동네 도서관처럼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다.” 우리는
지난 수천 년간 고대 그리스 이론에 충실한 스토리 구조를 발전시켜 왔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스토리의 비법을 알고 흔하게 써먹었다는 뜻은 아니다. 나 역시 신문사 편집자 경력이 중반에
이르러서야 도서관에 가 어떤 책을 찾아달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전까지는 갈팡질팡하
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리고 옛날의 나처럼 방향을 잃고 헤매는 스토리텔러 지망생을 꽤 많이 만났
다. 그들은 엄청난 잠재력이 숨어 있는 소재를 눈앞에 두고도 그냥 지나치거나 가망 없는 스토리에 무
수한 시간을 허비했다.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사실 스토리의 기본 재료는 주위에 널려 있다.
일상생활에서 소재 찾는 법을 배워 스토리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정말 훌륭한 스토리를 찾고 싶다
면 앞으로 내가 설명할 재료들을 찾아보라, 위대한 스토리를 쓰고 싶다면 이 책에서 설명하는 기법들
을 공부하라.
현실의 한 부분에서 스토리의 모든 구성 요소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내러티브를 잡아내는 일은 흑
과 백, 모 아니면 도로 명쾌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스토리 요소가 풍부한 사건과 맞닥뜨리면 (길든 짧
든) 캐릭터가 하나의 완결된 내러티브 포물선을 따라가는 본격적인 스토리를 뽑아내려고 노력해야 한
다. 이야기의 흥미로운 전개에 도움이 될 만한 에피소드가 약하다면 해설기사로 작성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럴 거리도 안 된다면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상이 담긴 에세이 혹은 소품문으로 써볼
수 있다. 그도 아니면 일화를 하나 잡아 좀 더 고전적인 보도기사나 특집기사로 만들 수도 있다.
독자들이 있는 그대로의 꾸밈없는 정보를 원한다면 사족을 붙이지 말고 정보만 제공하면 된다. 빵 포
장지에 제빵사 이름과 재료가 적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는 빵에 얽힌 사연이 포장지에 구구
절절 적혀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이 빵을 만든 제빵사는 교도소에서 15년을 복역한 뒤 사회에 나와 정
직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새 삶을 살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정
성껏 빵을 만든다”처럼 말이다. 이런 사연이 있는 빵이라면 누구든 한 입 먹어보고 싶지 않을까.
문장력보다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
문장력보다 스토리가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리사 크론은 “스토리만 좋다면 빈약한 문장력은 생
각보다 피해가 적다”라고 남겼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한 번 쓱 봐도 그녀의 말을 확인할 수 있다. 퓰리
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존 프랭클린이 30년 전에 했던 주장은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도 증명된다. 졸필
에 가까운 책들이 수두룩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만큼은 가히 발군이다. 낱말과 문장을 다듬는
데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이는 작가들은 정작 집필에 들어가기 전 독자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굵직한 스토리 요소에 집중할 기회를 흘려버린다.

-6-

퓰리처 글쓰기 수업

스토리의 힘
스토리 이론을 이해하면 스토리 구조의 원칙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구체적인 실전으로
들어가게 된다. 캐릭터, 사건, 장면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어떻게 해야 나만의 어조와 문체를 찾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 내러티브 형식을 구분 짓는 차이는 무엇이고, 각각의 형식을 솔직담백하게 전달
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배운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스토리 기술을 완전히 익히게 된다.
톰 홀먼과 나는 음주 운전자에게 목숨을 잃은 한 젊은 엄마의 이야기를 <충돌 진로>로 써내면서 이
긴 여정을 시작했다. 부단히 연구하고 실험하고 연습하다 보니 내러티브 논픽션 글쓰기의 기본 요소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는 시점이 찾아왔다. 그렇게 우리는 기자와 편집자로 한 팀
을 이뤄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20여 년을 보냈다. 그렇게 21세기의 길목으로 접어들 즈음 스토리
이론과 구조, 기술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경험을 최고의 그릇에 담아 보여줄 기회가 찾아왔다.
독자들은 그동안 톰에게 그의 글쓰기 스타일과 어울리는 이야깃거리들을 귀띔해주곤 했다. 한번은 누
군가가 전화를 걸어와 샘 라이트너에 대해 이야기했다. 포틀랜드에 사는 샘은 안면 기형을 앓는 10대
소년이었다. 샘은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었다. 한창 외모, 또래들과의 관계를
중시할 시기였기에 샘과 그의 가족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지만 여러 차례의 성형수술을 감행하기로
결심했다. 우려한 대로 샘은 수술 도중 목숨을 잃을 뻔했다. 고비를 넘기고 겨우 살아나자 샘의 가족
은 남은 성형수술을 그만두기로 했다. 실의에 빠져 있던 샘은 기운을 차리고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내면의 성장을 이루었다. 그렇게 다시 인생을 살아간 것이다.
샘의 가족은 샘의 사연을 기사로 쓰고 싶다는 톰을 반겼고, 그렇게 톰은 샘의 가족과 오랜 시간을 함
께 보냈다. 그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보스턴으로 날아가 수술실 앞을 지키고 가족회의에도 참석했다.
특별한 일이 없을 때도 샘의 집을 찾아갔으며, 샘이 고등학교에 입학 등록을 하던 날에도 그들과 함께
했다. 이렇게 밀착 취재한 결과, 생동감 있는 장면들과 극적인 스토리 라인이 탄생했다. 1만 7,000단어
로 이루어진 이 이야기는 나흘에 걸쳐 연재되었다. <가면 너머의 소년>(The Boy behind the Mask)은
2001년 특집기사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수상 사실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스토리가 독자들을 감동시켰다는 것이다. 편지와 이메일, 전화가
폭주했다. 그토록 뜨겁고 열광적인 반응은 이제껏 본 적이 없었다. <가면 너머의 소년>은 우리가 만들
어낸 내러티브 논픽션 중 가장 성공적이었다. 독자들이 무엇에 반응하고,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게 되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나는 독자들이 보내온 후기를 꼼꼼하게 분석하며 무엇이 독
자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그렇다면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 글을 쓰고 편집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것들은 이 책의 독자들에게도 유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눈을 팔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의 힘을 높이 산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강력한 극적 긴장감을 만
들고, 그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고 말한 독자도 있었다. 이런
반응은 이야기 속 상황의 중차대함을 보여주는 기술과 독자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사건을 배열하
는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증명한다. 독자의 주의를 끝까지 붙잡고 싶은 작가라면 스토리에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흡인력 있는 이야기는 독자를 다른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독자는 “기사를
읽는 시간만큼은 나를 둘러싼 어떤 현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가는 강렬한 사건에 절

-7-

퓰리처 글쓰기 수업

묘한 장면을 결합하여 독자의 주의를 끌고, 독자가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되어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
도록 가상현실을 그려낸다. 이 기술도 내러티브 논픽션 글쓰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구조
퓰리처상에 빛나는 논픽션 내러티브의 대가 켈리 벤햄 프렌치는 구조에 관한 결정이 취재부터 시작해
그 후에 이어지는 모든 작업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설명한 바 있다. 2019년 《USA 투데이》가 미국에서
노예제도 400주년을 기념하여 <1619, 해답을 찾아서>라는 야심찬 연재물을 기획했는데, 켈리는 이 취
재팀에 참여했다. ‘멀고 먼 고향길’ 편에서 취재팀은 완다 터커와 함께 앙골라로 가서 그녀의 조상의 뿌
리를 찾아 헤맨다. 앙골라는 미국이라는 생면부지의 땅에 노예로 팔려온 1세대 아프리카인들이 정착하
게 된 곳이다.
“우리가 앙골라로 가기로 결정하기 전에는 이 스토리에 액션이 없었어요. 등장인물은 있지만… 그때는
연대순으로 엮어 놓을 만한, 지면에 재현할 만한 가족사가 많지 않았죠. 그런데 일단 완다를 데리고
앙골라로 가기로 하자 스토리 구조가 드러났어요.”
켈리는 스토리를 찾아 지구 반 바퀴를 돌아갈 가치가 있는지에 관해 자신의 경험과 안목을 믿었다. 그
렇지만 내가 만난 신출내기 내러티브 작가들은 대체로 로버트 루아크 소설의 가상 인물 알렉 바와 공
통점이 많았다. 그들은 스토리 구조에 전형적인 전개 방식을 억지로 집어넣으려고 했다. 이는 동그란
구멍에 네모난 못을 박으려는 격이다. 나는 맨 먼저 스토리 재료를 담는 데 필요한 새로운 구조를 그
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일단 구조가 나오면 활자화로 가는 길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단어 선택, 문장 구조, 문체, 어법 등 글을 매끄럽게 다듬는 단계
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들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물론 이것도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좋은 글을 쓰는 데 훨씬 더 중요한 (그럼에도 덜 드러나는) 요소를 제쳐둔 채 이러한 문제들에
만 매달리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존 프랭클린은 “다듬기는 효과가 눈에 확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라며, “많은 사람이 다듬기가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다듬
기는 구조물의 벽에 회칠하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정말 그런지 알고 싶다면 지금 당장 동네 서점에 가서 베스트셀러 매대에 가보라. 가장 잘 팔리는 책
을 모아놓은 곳에는 우아하기 짝이 없는 문장이 다가와 춤을 신청해도 우아한지 어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무신경한 소설가들의 책이 분명 몇 권은 있을 것이다. 수백만 부씩 책이 팔리는 이유는 그 작가
들이 스토리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들의 문장을 난도질하는 평론가들이 간과하
는 점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리처드 로즈는 수려한 문장가이자 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낸 훌륭한 논픽션 작가다. 그
또한 독자에게 다가가는 가장 중요한 전략은 “어휘를 다루는 능력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구조를 섭렵하는 것은 틀을 짜는 능력, 전체를 다스리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작가들은 구조에 대해선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메리 로치는 “나는 항상 스
토리에 구조가 있고, 모든 것이 그 구조에 맞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해요. 그래야 쓰이지 않
을 자료를 수집하는 헛고생을 면할 수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8-

퓰리처 글쓰기 수업

목소리와 스타일
메리 로치는 주로 시체, 식인 행위, 죽음을 다룬 글을 쓴다. 가끔은 비위가 강한 편인 나조차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다. 언젠가는 자동차를 몰고 가을 정취가 완연한 시골길을 지나며 메리의 『인체재활용』
오디오북을 들었다. 인간의 시체가 어떻게 부패하는가에 대한 부분으로 넘어가면서 당장 오디오를 꺼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것을 겨우 억눌렀다. 그렇게 포기하기엔 책이 너무 재밌었다.
메리 로치가 누구인가. 티라노사우루스를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서 있는 폼이 패션계 명사 같다”고
표현한다든가, 도너 파티(Donner Party. 1846년, 90명의 서부 개척자들은 제이컵 도너와 조지 도너의
지휘 아래 일리노이주에서 캘리포니아로 떠났다. 일행은 알려지지 않은 지름길로 들어섰다가 고립되고,
급기야 사람을 잡아먹기에 이른다. 결국, 45명만 살아남아 캘리포니아에 도착했고, 이후 미국에서 ‘도
너 파티’는 식인 행위의 대명사가 되었다.)의 식인 살인마들이 “세상 어느 요리책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음식에 손을 댔다”며 뜻밖의 순간에 재기 넘치는 익살을 던질 줄 아는 작가다.
책으로 만난 메리도, 직접 만난 메리도 똑같이 재기발랄하다. 메리 로치의 글은 흥분에 들떠 재잘거리
는 느낌이다.
헤밍웨이가 비유 게임을 즐긴 이유
비유는 스트라우스가 꼽은 언어적 표층의 마지막 요소이자 작가 특유의 목소리를 살려주는 주된 요소
다. 이번 장을 시작할 때 메리 로치를 예로 들며 작가의 독특한 목소리가 글에 어떤 식으로 드러나는
지 설명했다. 내가 예로 든 글 중 은유법이나 직유법, 인유법이 사용되지 않은 것은 없었다. 비유는 스
타일이라는 망토에 멋스러운 수를 놓는 일이다.
은유법, 즉 단순히 A를 B라고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꾸밈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에릭 라슨은 『화이트
시티』에서 시카고 세계 박람회장 건설에 참여한 건축가 중 한 명을 소개하며 “헌트는 사나웠다. 험악
한 표정이 양복을 입고 있었다”라고 표현했다.
에릭 라슨은 은유법뿐 아니라 “처럼, 같이, 인양” 등을 사용하는 직유법의 고수이기도 하다. 그는 『화
이트 시티』에서 유명 조경 건축가 프레더릭 옴스테드의 글솜씨를 “그는 확실히 문장가는 아니었다. 보
고서 문장은 울타리 말뚝 사이를 통과하는 아침 햇살처럼 제 갈 길로 뿔뿔이 흩어졌다”라고 표현했다.
또한, 그는 미니애폴리스를 “작고 한적하며, 옥수숫대처럼 매력적인 스웨덴, 노르웨이 혈통의 농부를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처럼’ 유의 연결어가 들어가지 않는 비유도 있다. 맥피는 크고 위협적인 붉은꼬리말똥가리가 “갈고리
발톱으로 참치도 낚아챌 수 있을 듯했다”라고 묘사했다. 우연히 발견한 도롱뇽에 대해선 그 색이 “어
찌나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지 마치 기념품 가게 장식품 같았다”라고 말했다.
나는 글 쓰는 일을 처음 업으로 삼았을 때 비유법을 가볍게 여겼다. 하지만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가
오픈카를 타고 스페인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며 비유 게임을 즐겼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생각이 바뀌었
다. 한 사람이 길가에 보이는 무언가를 가리키면 다른 사람이 즉시 그 단어를 써 직유 표현을 하나 만
들었다고 한다. 실패하면 벌칙으로 스페인산 레드와인을 길게 한 모금 마셔야만 했다. 비유 감각을 기
르는 일은 확실히 재미있다.

-9-

퓰리처 글쓰기 수업

간혹 손가락 사이에서 싹이 나듯 저절로 비유가 튀어나올 때도 있지만, 나는 대부분 초고에서 수사 때
문에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딱 들어맞는 비유를 찾느라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아 우선 초고를 완성하는
데 집중한다. 그러고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글을 다듬으며 상투적인 표현은 없는지 신경을 곤두세우
고 살핀다. 이때 진부한 표현을 참신한 표현으로 교체한다.
자기만의 목소리 만들기
존 프랭클린은 “자신만의 목소리가 여태 변하지 않았다면 걱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아직 자신의 목소
리를 발견하지 못한 신참 작가들은 목소리나 스타일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하지만 사람이든 글이든 개
성은 경험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모양을 갖춰나가기 마련이다. 그중에는 진하고 풍부한 목소리를
타고난 작가, 개성이 뚜렷하지 않아 합창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작가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본인의 개성이 반영된 것이겠지만 글쓰기 코치로 오랜 경험을 쌓아온 나는 이왕이면 솔로로 노래할 수
있게 돕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글을 큰 소리로 읽는 것이다. 나는 이번 장의 초고를 다 쓰고 나면 맨 처음으
로 돌아가 또박또박 힘차게 읽기 시작할 것이다. 흐름을 깨는 부분이 나오기도 하고, 수정할 곳이 나
오기도 할 것이다. 대개는 이 과정에서 장황한 수식을 잘라내고 문장을 단순화한다. 수사적인 표현은
몇 가지 보탠다. 좀 더 나다운 느낌이 들도록 어구를 가지치기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궁극의 비법은 긴장을 풀고 나다워지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여간 스
트레스받는 일이 아니다. 키보드 앞에 앉으면 나도 모르는 새 긴장이 온몸에 파문을 일으킨다. 이를
악물고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발로 바닥을 탁탁 치기도 한다. 이럴 때 손가락에서 나오는 어휘는 하나
같이 딱딱하고 형식적이다. 취업 면접장에 앉아 있는 것처럼 어색한 냉기가 온몸을 굳힌다.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나는 관례처럼 참가자들이 초고를 중간쯤 작성했을 때 손을 멈추게 한다.
“긴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고 갑시다”라고 말하며 목과 등, 어깨가 굳으면 좋은 글이 나오지 않
는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참가자들은 몸을 풀고 다시 글을 쓰는데 그러면 키보드 두드리는 속도가 다
소 빨라진다.
이 속도 변화에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마음이 편하면 글쓰기가 빨라지고, 글 쓰는 속도가 빠르
면 좀 더 자기다워진다. 당연하지 않은가. 단어를 하나하나 걸고넘어지며 초고에서 진을 빼면 글쓴이
고유의 정체성이 사라진 무미건조한 글이 된다. 편안한 친구와 대화할 때처럼 자연스러운 리듬으로 이
야기해야 자기 본연의 모습이 드러난다. 물론 글쓰기가 말을 주고받는 대화는 아니지만 원칙은 동일하
다. 게다가 글이란 한 번 쓴 뒤 두 번, 세 번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편안하고 속도감 있게 작업하는 것이 글을 쓰는 훨씬 쉬운 방법이다. 좀 더 나은 표현이 없을까 거듭
고민하며 초고를 힘겹게 완성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고통스럽다. 무엇보다 이 고통이 저자의 목소리를
죽여버린다. 목소리가 뚜렷한 사람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그들은 글 쓰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말하곤
한다. 메리 로치에게 내러티브를 만드는 모든 과정은 “사실과 재미를 엮는 과정”이다. 그래서 그녀는
내러티브 작가 지망생에게 “마음 가는 대로 즐기면서 하라”고 조언한다.
솔직히 나는 글을 쓸 때 ‘재미’라는 단어를 쉽게 떠올릴 수 없다. 내 생각을 쏟아낸 글에 조금이라도
내 모습이 투영되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글을 쓸 때면 긴장을 풀려고 애쓰며 부드러우면서도 빠른 리

- 10 -

퓰리처 글쓰기 수업

듬으로 서서히 글 속에 빠져든다. 그 결과가 꼭 재미로 이어지진 않지만, 고통이 훨씬 덜한 것은 사실
이다.

주제
주제 찾기
나는 소설이라 하더라도 주제는 결국 자신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먼저 흥미로운 인물을 내세우고,
그럴싸한 시련을 던져 평온함을 뒤흔들면 이야기가 굴러가기 시작한다. 이때 인물이 시련을 어떻게 극
복하느냐는 세상 이치에 대한 작가의 생각에서 나온다.
논픽션 작가는 주제를 반드시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이런저런 사실을 우리 앞에
던져 놓는다. 논픽션 전문가라면 그런 사실들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다만 일부라도 이해해야 한
다. 존 프랭클린은 2001년도 니먼 내러티브 저널리즘 회의에서 이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야기의 형체 그리고 그 형체가 말하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작가가 어디서 가
져오는 게 아닙니다. 작가가 이야기 안에서 발견하고 뽑아내는 그 무엇이죠.”
‘그 무엇’을 찾아내는 영업 비밀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우선 톰 프렌치는 제목을 고민할 때면 주제에
집중한다고 한다. “나는 늘 장 제목, 소제목은 물론 전체 제목을 뽑으려고 고민한다. 그렇게 하면 스토
리 요지가 무엇인지, 구조와 힘이 무엇인지로 모든 생각이 수렴된다”라고 말했다.
《오레고니언》에 있을 당시 나는 취재기자, 편집기자와 함께 제목과 부제를 뽑았다. 이렇게 제목이 잡
히면 주제를 정조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행동이 정체성을 만든다”는 주제를 중심으로 게리
월 이야기를 구성했다. 예전 인생을 송두리째 잃고 다시 걸음마부터 시작해야 했지만 적극 실천하며
살고 있는 게리 월은 이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산증인이었다. 여기서 「분실된 삶, 다시 찾다」라는 제
목이 나왔다. 우리는 부제로 “새로운 나를 만들려면 먼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를 붙였다.
톰 프렌치라면 곧장 제목 찾기에 돌입하겠지만 나는 홀먼과 내가 따른 순서가 좋다. 우리는 먼저 주제
문을 뽑고, 이것을 이용해 제목과 스토리 윤곽을 잡았다. 이것은 우리만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다. 존
프랭클린, 라요스 에그리, 빌 블런델, 로버트 맥키 같은 글쓰기 대가들도 주제문에 대해 비슷하게 이야
기한다. 주제문이 스토리의 대략적인 형태를 잡아준다는 점을 역설하기도 한대 맥키는 “진정한 주제는
낱말이 아니라 문장”이라고 말했다. “스토리의 의미가 담겨 있는, 더는 줄여지지 않는 명쾌하고 정돈된
한 문장이다.”

취재
인물, 장면, 액션, 주제
기자들이 와서 글쓰기 코칭을 청하면 나는 항상 그들의 작업 패턴을 알아본다. 어떻게 자료를 정리하
고 내러티브 구조를 찾아내고 초고를 쓰는지 묻는다. 취재 노트만큼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도 없다. 초짜의 노트는 아무리 넘겨도 직접 인용문만 잔뜩 적혀있다.
인용문만 가득한 취재 노트에서는 기존의 뉴스 기사에 적합한 무미건조한 글이 나올 게 뻔하다. 이런
노트로는 내러티브 기사를 작성할 수 없다. 인물 구축, 장면 설정, 액션 묘사, 주제 발전에 필요한 원

- 11 -

퓰리처 글쓰기 수업

재료가 없는데 무슨 수로 실화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내러티브, 하다못해 피처기사를 쓰는 기자의
취재 노트라면 모름지기 시각적인 디테일, 일화, 액션 흐름(발생 순서)은 물론 냄새까지 담겨 있어야
한다. 취재하는 자신에 대한 기록(어떤 질문을 던졌고 그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관찰하는 동안 자기
내면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났는지 등)이 담겨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원고를 작성할 때 모두 필요한
재료다.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이런 메모는 조금씩 커다란 주제가 투영된 이야기로 변화한다. 시점인물의 세계
에 푹 빠져 함께 호흡하며 그 의미를 열심히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시아 고니는 취재 초기 단계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되는대로 죽 적는다. 그리고 특별히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제한된 디테일 범주에만
주력한다.
인물이 스토리의 동력인만큼 취재 노트에는 신체적 특징, 표정, 제스처, 목소리 톤, 그 밖의 모든 직접
적 인물 묘사가 넘쳐나야 한다. 이런 것은 대화를 나눌 때 관찰해 기록하는 것이 좋다. 의미를 전달에
있어 비언어적 신호가 언어보다 효과적일 때가 많다. 인터뷰할 때 기자들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방법은
별로 궁금하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취재원이 열심히 대답하는 동안 외모와 옷차림 등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적는다.
스토리는 누군가가 무언가를 욕망할 때 시작된다. 따라서 스토리 내러티브를 위한 취재는 동기에 초점
을 두어야 한다. 존 프랭클린은 스토리 스케일이 큰 경우 몇 시간씩 이어지는 ‘심리 인터뷰’를 진행한
다. 처음에는 유년기에 대해 질문하여 유전적, 행동적 동기를 찾는다. 그런 다음 주인공의 인생을 더듬
어 올라가며 중대결정을 내린 순간, 그런 선택을 했던 요인들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내러티브 기사를
쓰기 위한 취재는 대부분 이렇게까지 치밀하지 않다. 다만, 아주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면 정보 수집
방향을 잡아줄 ‘성격 가설’이 필요하다.
게이 탈리스가 「미스터 배드 뉴스」에서 조명한 《뉴욕타임스》의 부고 전문기자 휘트먼은 조용하고, 차
분하고, 이지적이면서도 낭만적인 구석을 지닌 사람이다. 탈리스는 휘트먼의 담배 파이프, 나비넥타이,
아침에 마시는 차 한 잔 등 그의 성격이 투영된 디테일에 집중했다.
트레이시 키더는 의료 구호에 헌신적인 의사 폴 파머가 사실은 경쟁심도 많고 야망도 큰 사람인데 어
째서 일반적인 미국인에게서 나타나는 부와 안정을 향한 욕망이 보이지 않는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과거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순탄치 못한 파머의 유년기(습지에 정박한 낡은 보트에서 산 적도 있다)를
통해 감춰진 세계를 드러냈다.
디테일은 가설을 만들고, 가설은 다시 더 많은 디테일 수집의 단서가 된다. 취재원이 정리벽이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양말 서랍장을 열어봐도 되는지 묻는다. 양말이 모두 돌돌 말린 채 색깔별로 열
맞춰 정리되어 있다면 가설에 논거가 생기는 셈이다. 이렇게 가설을 세우고 관찰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떤 시각적 디테일 혹은 액션을 골라잡아야 할지 방향이 잡힌다. 트루먼 커포티는 논픽션을 쓸 때는
“시각 디테일을 보는 좋은 식견이 필요한데 이런 면에서 작가는 일종의 ‘텍스트 사진가’, 그것도 아주
까다롭게 이미지를 고르는 사진가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함께 일한 기자 중에는 매번 훌륭한 일화를 낚는 이가 있는가 하면, 대단치는 않아도 뜻깊은 일화를
건지겠다는 바람이 작살로 대왕고래를 잡겠다는 바람처럼 턱없이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창의적 인터

- 12 -

퓰리처 글쓰기 수업

뷰』의 저자인 켄 메츨러는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힌트를 준다. “이야기를 얻으려면 이야기를
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다! 누군가가 비행기가 연착돼 엉망진창이 된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면 우리는 비슷한 일화
(가방을 잃어버렸다거나 갈아탈 비행기를 놓쳤다거나)를 이야기함으로써 동병상련을 나눈다. 펌프에
마중물을 부어 물을 끌어 올리는 원리처럼 먼저 자기 자신이나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한 뒤 이제 당신
의 이야기를 하나 들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제가 아는 X는 결벽주의자예요. 그가 양말 서랍장을
보여줬는데 양말이 모두 돌돌 말려서 색깔별로 정리되어 있더라고요! 그는 사무실에서도 똑같을 거예
요. 장담해요.” |
아무리 사소하고 특별할 것 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라 해도 디테일을 신중하게 선별하면 강력한 효력을
낸다. 톰 프렌치는 “작고 소소한 순간의 힘과 중요성을 믿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조언한다. “신문기자
는 중대한 순간에 강해지도록 훈련받는다. 그런데 이 일을 오래 하면 할수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 보이는 순간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말 중요한 일은 바로 내 앞에서 일어나고 있다.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기만 하면 된다.”
독자는 이야기에 설득력이 있고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디테일과 개인사를 이루는 사실들을 아무 생각
없이 던져놓은 게 아니라고 느끼면 작가가 엄선한 디테일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메리 로치는 “티파니
스테인드글라스 창과 같다. 딱 하나뿐일지라도 일단 창틀에 넣고 나면 정말 빛이 난다”고 말한다. 보석
은 원석의 질보다 세팅의 질이 중요하다. 세팅의 질은 취재과정 동안 작가가 하는 생각의 질을 반영한
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끊임없이 자문한다. ‘그녀는 왜 그랬을까?’,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이
난관이 이야기하는 것은 무엇일까?’ 계속 질문하다 보면 계속 발견하게 된다. 물론 결과물이 기대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존 프랭클린은 “만반의 준비를 한 과학자가 자신이 찾던 것을 발견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뭔가를 발견하리란 것은 확실하다. 능력 있는 작가가 짤막한 실화
를 취재할 때도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역자 후기
잭 하트는 우리가 국어 수업 시간이나 소설, 영화, 연극 등의 평론에서 익히 들었던 스토리의 면면뿐
아니라 스토리를 직접 써보기 전에는 결코 예상하지 못할 디테일까지 조목조목 꼼꼼하게 설명한다. 뼈
대 잡는 법, 서술자와 무대와의 거리를 설정하는 시점 정하는 법, 이야기 무대 만드는 법, 작가 특유의
개성을 드러내는 목소리와 스타일 사용법, 주인공을 찾아내고 그를 입체적인 인물로 형상화하는 법 그
리고 글 재료를 수집하는 다양한 방법은 물론이고 논픽션이기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녹록지 않은 윤리
적 고민들까지. 익숙한 것은 익숙한 것대로 생각하지 못한 세계가 있고, 낯선 것은 낯선 것대로 알아
가는 맛이 담겨 있다. 여기에 신문사 안팎의 일화를 얹어 읽는 재미까지 더한다.

- 13 -

퓰리처 글쓰기 수업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