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인 오마라 지음 / 미래의창
이 책은 걷기의 과학과 산책을 할 때 느끼는 진정한 즐거움 등을 예찬하면서 걷기라는 인간 기술을 감
상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저자는 걷기의 진화적 기원에서부터 최첨단 연구에서 나온 새로운 발견,
그리고 걷기의 즐거움과 이점과 메커니즘, 아울러 도시 걷기와 사회적 걷기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서, 우리에게 의자에서 일어나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고 더 창조적인 자아를 발견하도록 일깨운다.
걷기의 세계
셰인 오마라 지음
▣ 저자 셰인 오마라
더블린트리니티대학교의 뇌 연구 교수. 그는 골웨이아일랜드국립대학교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았
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더블린트리니티대학교의 펠로우이면서 아일랜드에
기반을 둔 최초의 심리과학협회 펠로우로 활동하고 있고 왕립 아일랜드 아카데미의 선출된 회원이기도
하다. 저자는 서브스택에서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으며, 두뇌와 행동의 상호 작용에 대한 많은 글을
올리고 있다. 더불어 그는 학습, 기억, 인지 그리고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뇌 시스템에 대한 많은 논문
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 그리고 동기 부여에 영향을 받는 뇌 시스템에 관한
것들이다.
▣ Short Summary
현재의 우리는 걷기의 장점을 외면하는 위험천만한 삶을 살고 있다. 걸으면 몸이 건강해짐은 물론이고
기분이 좋아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그런데 현대인 대부분은 장시간 의자에 앉아 거의 눈앞에 있는 것
이나 다름없는 컴퓨터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매우 자연스럽지 못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장시간 움직이지 않는 자세는 근육 변화를 초래한다. 다리 근육에 지방이 축적되고 나이가 들수록 움직임
부족으로 인해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이다(근육 감소증). 그 밖에도 혈압과 기초 대사율(에너지를 소비하
는 속도)에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몸을 일으켜 걸으면 뇌와 신체에 또 다른 변화가 발생한다. ‘인지적
활성화’ 상태가 되어 뇌 활동이 시작되고, 머리를 움직이면서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신체 움직임에 따라
고요했던 심장의 전기적 박동 리듬이 활성화되어 두뇌 활동이 변하게 되는 것이다. 정신은 더욱 또렷해지
고 호흡이 변하며 뇌와 신체는 앞으로의 움직임에 대비한 준비 상태에 들어간다.
이 책은 걷기의 과학과 산책을 할 때 느끼는 진정한 즐거움 등을 예찬하면서 걷기라는 인간 기술을 감
상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저자는 걷기의 진화적 기원에서부터 최첨단 연구에서 나온 새로운 발견,
그리고 걷기의 즐거움과 이점과 메커니즘, 아울러 도시 걷기와 사회적 걷기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우리에게 의자에서 일어나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고 더 창조적인 자아를 발견하도록 일깨운다.
▣ 차례
들어가며
1 걷기, 왜 좋은가
2 걷기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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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세계
3 걷기의 메커니즘
4 뇌 안의 GPS
5 도시를 걷다
6 몸과 뇌를 위한 치유
7 창의적 걷기
8 사회적 걷기
나가며
감사의 글
참고 문헌
-3-
걷기의 세계
걷기의 세계
셰인 오마라 지음
미래의창 / 2022년 6월 / 255쪽 / 16,000원
걷기, 왜 좋은가
우리는 걷기의 장점을 외면하는 위험천만한 삶을 살고 있다. 걸으면 몸이 건강해짐은 물론이고 기분이
좋아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그런데 현대인 대부분은 장시간 의자에 앉아 거의 눈앞에 있는 것이나 다
름없는 컴퓨터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매우 자연스럽지 못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걸어 다니거나 움직이면 자세가 변하게 되는데, 몸통과 척추가 머리에
서 허리로 그리고 바닥과 접촉하고 있는 다리와 발까지 이어지는 긴 일직선의 세로축으로 이동하게 된
다. 이와는 반대로 앉아 있을 경우, 몸통의 하중은 허리 하부와 특히 아직 흔적이 남아 있는 꼬리뼈를
이루는 미골 부위에 주로 집중된다. 미골은 척추와 다리의 윗부분 그리고 특히 걷는 데 가장 필수적인
근육인 허벅지 상단의 둔근까지 연결되어 있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힘줄과 근육의 중심 역할을 한다.
선진국에서 하부 요통이 가장 흔한 질환이라는 점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장시간 움직이지 않는 자세는 근육 변화를 초래한다. 다리 근육에 지방이 축적되고 나이가 들수록 움직
임 부족으로 인해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이다(근육 감소증). 그 밖에도 혈압과 기초 대사율(에너지를 소
비하는 속도)에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몸을 일으켜 걸으면 뇌와 신체에 또 다른 변화가 발생한다. ‘인
지적 활성화’ 상태가 되어 뇌 활동이 시작되고, 머리를 움직이면서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신체 움직임
에 따라 고요했던 심장의 전기적 박동 리듬이 활성화되어 두뇌 활동이 변하게 되는 것이다. 정신은 더
욱 또렷해지고 호흡이 변하며 뇌와 신체는 앞으로의 움직임에 대비한 준비 상태에 들어간다.
단지 일어나서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뇌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할 방법은 무엇이 있
을까? 미국의 심리학자인 존 리들리 스트룹이 고안한 ‘스투룹 과제’는 ‘인지 조절’을 검사해 볼 수 있
는 아주 단순한 실험인데, 이는 집중력과 사고를 얼마나 쉽게 또는 어렵게 조절할 수 있는가에 대해
탐구한다. 참고로 스트룹 과제는 색과 단어 식별에 관한 실험인데, 실험 참가자들에게 빨강, 초록, 파
랑, 검정과 같이 색상이 적힌 목록을 보여 준다. 그런데 이 목록들은 빨강이라는 단어가 붉은색으로
인쇄된 것과 같이 단어와 색상이 가리키는 바가 같은 경우와, 빨강이라는 단어가 초록색으로 인쇄된
것과 같이 다른 색으로 인쇄된 경우로 나뉘어져 있다. 한편 참가자들은 가능한 한 빨리 인쇄된 단어를
말하면 되는데, 일반적으로 인쇄된 단어의 색과 실제 색이 일치하는 경우 응답 속도는 빠르고 정확하
다. 이와는 반대로 인쇄된 단어와 색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응답 속도는 훨씬 느려진다.
스트룹 효과는 신뢰성이 매우 높고 쉽게 식별이 가능한 실험으로, 시각적 자극의 특정 측면에 선택적
주의를 요구하며 동시에 시각적 자극의 다른 측면을 적극적으로 억제하고 적절한 반응을 선택하고 만들
어 낸다. 그러나 이 과정에 동작을 추가하면 어떻게 될까? 실험 심리학자인 텔아비브대학교의 데이비드
로젠바움과 동료들은 단순히 일어서는 것이 스트룹 실험 결과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은 3번의 실험을 통해 실험 참가자가 앉아 있을 때보다 일어서 있을 때 과제의 결
과를 더 빠르게 도출해 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단지 서 있기만 하는 단순한 동작만으로도 인지와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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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세계
계가 더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걷기가 뇌 혈류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
다. 장시간 크게 움직이지 않더라도 그저 규칙적인 간격으로 일어서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인지적 활
성화를 일으켜 보다 많은 신경 인지적 자원을 활성화해 뇌의 상태에 변화를 가져온다.
걷기가 인지 조절 향상 외에도 다른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는 점도 명백하다. 걷기가 심장에 좋다는 것
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며, 심장 말고도 몸 전체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또 스트레스와 손상을
입은 신체의 기관들을 보호하고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음식물의 장 통과를 도와 소화 기능
에 순기능을 발휘하며, 노화에 제동을 걸고 더 나아가 역노화라는 중요한 결과를 가져온다.
최근 노인층 그룹을 대상으로 무리가 없는 선에서 주 3회 걷기 운동을 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일 년
동안 정기적으로 걷기 운동에 참여한 그룹은 학습 능력과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의 기능에 대략 2
년 정도의 역노화 현상이 나타났다. 해당 뇌 영역의 부피 증가도 발견되었는데, 운동을 통해 근육 강
화가 일어나듯 규칙적인 걷기 활동이 뇌 구조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이 책은 건강을 떠나 걷기가 뇌, 신체 그리고 행동 전반에 유익하다는 것을 계속 탐구해 나갈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인간의 감정, 창의력 그리고 사고에 자극을 가하는 걷기의 놀라움에 대해 수려한 문체로
글을 썼던 많은 시인과 작가들에 대해서도 논하고자 한다. 걷기의 중요하고 본질적인 가치와 보상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들은 작가들인데, 이와 관련해 매번 언급하게 되는 시인은 엘리엇이다.
나는 엘리엇의 시가 놀라운 어조(운율)와 리듬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는데, 이는 소리 내어 읽을 때 특
히 더 두드러진다. 그의 위대한 현대시인 『프루프록의 사랑노래』는 도보로의 여행인 동시에 정신세계
로의 여행이기도 하다. 이 시는 저녁 땅거미가 내려앉은 도시에서 불확실함 속에 내디딘 긴 산책의 리
듬에 운율을 맞추었다. 시의 도입부는 도시로의 산책에 대한 초대인데,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그러면
가자, 당신과 나 / 저녁노을이 수술대 위에 누운 마취된 환자처럼 /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을 때 /
함께 가자, 반쯤 인적이 끊긴 거리들을 지나 / 하룻밤 싸구려 호텔들과 / 톱밥이 깔리고 굴 껍질이 널
브러진 식당에서의 / 웅얼거림이 있는 뒷골목에서 잠 못 이루는 밤’
엘리엇은 말하지 않고 보이지도 않는 상대에게 늦은 오후 어두운 도시 뒷골목으로의 산책을 제안한다.
걸어서 하는 산책은 시의 운율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다른 형태의 이동 수단도 매력적이지만, 걷기는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풍경, 대화, 타인의 소리, 외로움의 내음, 엘리엇 시인의 시구 ‘황혼
의 좁은 골목길’에 나올 법한 창가에서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마치 엘리엇이 걸
으며 자신과 대화를 하는 느낌이다. 내면과 외면 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프루프록으로 분한 엘리엇
은 불확실함 속으로 걸어간다. 이 시는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도시에서의 산책과 사색에 대한 주목할
만한 헌사다.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리듬과 템포는 당신을 상상 속의 저녁으로 안내한다.
엘리엇이 “가자, 당신과 나”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도 걷기라는 놀라운 여행을 떠나 보도록 하자. 과학,
역사, 골격과 근육 그리고 신경계의 복잡한 상호 작용이 이루어지는 매우 흥미로운 여행이 될 것이다.
넘어지고, 느긋하게 걷고 어슬렁거리고, 가끔은 헤매고 터벅터벅 걷고, 유유히 걷고, 저벅저벅 걷고,
성큼성큼 걷고,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발을 떼며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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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세계
걷기의 메커니즘
걷기, 달리기, 피하기, 움찔하기 등 움직임에 대한 판단은 뇌에서 시작된다. 이는 상하향식 과정으로
“위험해! 얼른 숨어!”와 같은 긴급한 외부 신호 또는 “너무 많이 먹었어. 이제 좀 걸어야겠어.”와 같은
내부 신호로 이루어지는 결과물이다. 걷기는 두뇌의 의사 결정 체계와 운동 조절 시스템에서 상하향식
으로 움직임이라는 지시를 전달하고, 필요로 하는 움직임에 대한 신호를 보낸다.
규칙적인 박자로 패턴 생산의 임무를 맡은 척수의 국부 회로는 지시 사항을 처리하는데, 이는 자동차
키가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하면 된다. 시동을 켜면 엔진이 작동하지만 다시 시동을 끌 때까지 자동차
움직임이나 엔진의 실질적인 운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복잡한 메커니즘들이
고 많은 훈련과 연습을 요한다. 결과적으로 어린아이들은 오랜 기간 기어 다니고 일어서고 균형을 잡
기 위해 노력하며 태어난 지 11~12개월 정도 돼야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걷는 방법을 터
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율성 발달에 매우 중요한 사건이며, 또한 두뇌 발달에서도 획기적인 단계다.
카렌 아돌프와 동료들은 아기들이 어떻게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기어 다니는 과정에서 능숙하게 걸어 다
니는 과정으로 전환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이 학자들은 ‘걷는 방법을 어떻게 배우는가?’라는 간단한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매우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복잡한 의미를 내포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바로 수천 번 걸음을 내딛고, 그리고 매일 수십 번 넘어지면서 걷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그들은 실험실에서 3그룹의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촬영했는데, 그룹은 능숙하게 기어 다닐 수 있
으나 아직 걷지 못하는 12개월 아이들, 걷기를 막 시작한 12~14개월 된 아이들, 능숙하게 걸어 다니
는 19개월 아이들로 나뉘었다. 그들은 실험실 바닥에 압력을 감지하여 걸음걸이를 추적하는 카펫을 깔
았고, 놀이방과 기타 다양한 장난감, 계단 형태의 경사로들이 마련되어 있었으며, 이를 통해 걷기와 기
어 다니기를 측정했다. 이 실험을 통해 연구팀은 아동들이 기어 다니고 걸어 다니고 넘어지고 뒤뚱거
리면서 탐색할 때의 행동에 대한 수많은 시각적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연구를 통해 여러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엎드려 기어 다니고 걸어 다니는 유아들의 능숙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간단히 말해, 일부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잘 걷고, 더 잘 기어 다녔다. 또 기어
다니기에 더 숙달된 유아들은 더 적은 시간에 더 많은 거리를 이동했는데, 전반적인 활동량이 걷기와
기어 다니기와 큰 연관은 없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동으로 인한 거리 면적과 얼마나 효율적으로 그
면적 내에서 이동하느냐며, 더 능숙하게 기어 다니는 유아는 더 잘 걸었다. 그들은 덜 넘어지고 일어
날 때 더 빠르게 균형을 잡고 더 먼 거리를 걸을 수 있었는데, 아마 그 이유는 능숙한 기어 다니기를
통해 근육들이 보다 넓게 발달했고, 이것이 걷기에도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팔과 다리를 이용해 기어 다니는 것은 팔다리의 연속적인 움직임이 동반되는데, 이 움직임은 몸의
전반에 걸쳐 조직화되어야 한다. 손과 무릎에 체중을 실으면 엉덩이와 어깨에 지속적인 근력 운동을
제공하고, 자라면서 더욱더 많이 활용하게 될 다리와 특히 팔의 회전 동작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팔다리를 체계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근육이 매우 정확한 순서와 그룹 단위로 움직여야 하
는데, 이는 두뇌의 명령 신호에 따르며 결과적으로 움직임에 대한 피드백은 움직임 자체를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이 움직임은 체중이 실리는 엉덩이, 어깨와 등 근육을 강화하여 뇌와 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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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세계
가 걷기에 필요한 팔다리, 몸통과 머리의 정확한 자세를 취할 수 있게 한다. 참고로 유아들은 자주 넘
어졌는데, 어떤 아이는 한 시간 동안 69번이나 넘어지기도 했다.
한편 걷는 기술이 나이가 들면서 개선된다는 거의 100년 이상 된 연구 결과에서도 사실임이 확인되었
다. 걷기는 특정한 기능과 목적을 가지고 있는 행동이다. 즉,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 본인의 속도
와 에너지를 이용하여 이동하는 것으로, 이는 ‘기능적 기술’이 활동량의 중심이 된다는 연구 결과에 반
영되어 있다. 아무튼 더 많은 걸음을 걷고 더 멀리 걷는 유아들이 덜 넘어졌다. 다시 말해 얼마나 잘
배우는지는 얼마나 자주 넘어지고 얼마나 먼 거리를 걸어가느냐로 예측 가능하다. 다시 말해 걷기란
인생의 많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노력을 들여 완성에 도달할 수 있다.
참고로 걸음마를 배우는 영아는 평균적으로 2,368걸음으로 701미터를 걷고 한 시간에 17번 넘어진다.
걷기는 다른 많은 기술의 습득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시간을 두고 자주 다양하게 반복하여 연습할 때
가장 많은 학습 효과가 일어난다. 약 1년의 시간 동안 영유아들은 수천 번 걷고, 수천 번 넘어지는 과
정을 통해 실패와 연습에 대한 피드백을 쌓으면서 넘어지는 횟수를 줄인다.
컴퓨터에 과하게 의존해서 기계적 접근 방식으로 걷는 방법을 학습하는 것이 왜 실패하는지 그 이유가
바로 이 숫자들에 담겨 있다. 어린이들이 비교적 긴 유아기를 거치며 오르막이 있는 복잡한 지형, 딱
딱한 바닥, 무른 바닥 그리고 다양한 무게, 표면과 이동성을 갖추고 놀이 도구들이 있는 곳에서 노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성인 단계의 기술에 버금가는 걷기 실력을 갖출 수 있는 훈련이 되는 것이다.
한편 뇌는 두개골 안에 움직이지 못한 채 갇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정신은 움직이고 있고 이 움
직임에 본질적으로 보상을 느끼고 동기 부여가 된다. 그리하여 엎드려 기어 다니기에서 걷기로의 발달
단계 전환은 실제 환경과 사회적인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인지 운동’의 필요성
을 역설한다. 걷기나 움직임은 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움직이고 있는 뇌와 사고의 경험이고, 이러한 움
직임은 세계에 대한 경험을 바꾸고, 뇌와 사고의 체계는 움직임에 의해 더 몰입하여 작동한다.
그런데 우리의 뇌는 걷기를 어떻게 조정할까? 이를 위해 뇌는 최소 두 가지를 실행해야 한다. 똑바로
설 수 있게 균형을 이루고, 땅 위를 가로질러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 두뇌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는 가만히 서 있든, 걷고 있든 몸과 뇌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일어설 때마다 넘어지거나 그
럴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멀리 가지 못하게 되고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머리는 움직
임에 안정성을 더하는 플랫폼, 즉 ‘관성 유도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데, 지형 변화가 있다 하더라도 대
체적으로 지면과 평평한 직각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그렇다면 움직이면서 동시에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 즉 관성 유도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눈의 한구석,
또는 아래위 눈꺼풀이 만나는 지점인 외안각에서 외이도까지 일직선을 그어 보자. 우리가 얼마나 활동적
인지와는 상관없이 뇌는 바닥과 평행인 가상선을 유지하려고 항상 노력한다. 이 자세의 균형은 움직이는
행위 그 자체에서 생기는 인풋과 움직이는 몸의 부위에서 되돌아온 메시지들을 이용하는 복잡한 메커니
즘으로 얻어진다. 그런데 놀랍게도 외부로부터 오는 시각 또는 청각을 통해 얻는 인풋을 사용하거나 필요
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외부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해석할 필요가 없다.
일례로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우리는 바로 발 앞의 지면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없다. 대신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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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세계
직임과 속도와 방향 그리고 몸으로부터 받는 피드백 그 자체가 필요한 모든 신호를 제공한다. 이 때문
에 시각 장애인들도 매우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다. 참고로 머리의 위치와 움직임을 안정시키는 메커니
즘은 귀 내부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를 ‘전정계’라고 한다. 균형 감각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전정계는
다양한 지형에서 몸의 균형을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이는 뇌에게는 엄청난 성과다. 전정계
는 조용한 감각이지만 우리가 휴식 중이거나 잠을 자고 있을 때에도 항상 활성화되어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어떻게 움직이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걷기의 본질인 리듬에 있다. 리듬을 지
키기 위해 이용하는 메트로놈은 양옆으로 흔들리는 뒤집어 놓은 펜듈럼(Pendulum)이다. 직립 보행의
원리를 정의하는 전형적인 방법은 ‘뒤집어 놓은 더블 펜듈럼’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몸이 한 걸음 걸
을 때마다 수축 상태의 팔다리 사이로 몸을 움직이며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걸을 때 발 하나는 항상
지면 위에 남아 있는데, 이는 달릴 때 양발을 동시에 지면에서 뗄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
걷기는 놀라운 두뇌의 상하향식 조절과 발과 다리의 하상향식 인풋 그리고 척수에 기반을 두고 ‘중추 패
턴 발생기(CPG)’의 기능을 하는 중부 리듬 조절 시스템 사이의 놀라운 컬래버레이션이다. 시계의 펜듈럼
은 앞뒤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움직이며, 확실한 리듬을 만들어 내 시계 구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일
종의 패턴 발생기인데, CPG는 규칙적인 리듬의 운동 패턴을 만들어 내는 신경계 회로다. 호흡, 소화관
안의 음식물을 움직이게 하는 느리고 규칙적인 연동파, 고동치는 심장 등이 또 다른 예다.
안정적인 리듬의 움직임은 걷기의 중요한 부분이고, 또 다른 핵심적인 인풋은 지속적으로 의식하지 않고
도 발을 지면에 내딛는 시스템이다. 발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지면에 닿게 한 후, 몸 중심을 앞으로
이동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문제를 두뇌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두뇌는 확장된 공간에 대한 예리한 감
각, 즉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인지 지도’를 내재하고 있다. 그러나 두뇌는 몸에 대한 예리한 감각 또한 가
지고 있다. 두뇌는 ‘외수용성 감각(시각과 청각을 통한 외부 세계로부터의 정보 처리)’과 ‘내수용성 감각
(내부 기관으로부터의 배고픔, 목마름, 통증 등과 같은 정보 처리)’이 작동한다.
또한 우리는 발목, 무릎 그리고 엉덩이 관절의 위치와 근육과 인대로부터 오는 신호에 대해 고도로 발달
된 감각을 지니고 있고, 이를 ‘제6의 감각’인 ‘고유 수용성 감각’이라고 한다. 고유 수용성 감각의 시험은
아동기의 게임과 신경학상의 시험 주제이기도 한다. 이를 탐구할 수 있는 간단한 실험으로 눈을 감고 손
가락 끝으로 코끝을 만지는 것이 있다. 여기서 오차 범위는 1센티미터 이하다. 또 다른 시험은 어둠 속에
서 눈을 감고 걸어가는 것인데, 장애물이 없는 환경에서는 간단한 일이다. 이 실험은 직립 자세를 유지하
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시각적 인풋이 관절 감각과 얼마나 연관되어 있는지 확실하게 인지하게 한다. 마
지막으로 눈을 뜨고 한 발로 서고, 또 눈을 감고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실험은 직립 자세를 유지하기 위
해 시각 감각과 고유 수용성 감각이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 보여 준다.
우리는 눈을 뜨고 걸으며 이때 고유 수용성 감각 정보와 시각 정보가 수월하게 결합한다. 이는 눈에
보이는 세상에서 정상적인 걷기에 대한 경험을 제공한다. 어쨌든 우리가 장거리를 뒷걸음으로 걸어가
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다. 앞으로 걸을 때 세상이 뒤로 지나가는 느낌을 ‘확장’ 흐름이라 하고, 반대
로 뒷걸음으로 걸을 때 세상이 앞으로 지나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수축’ 흐름이라 한다. 기어 다니는
단계에서 걷기로 전환하기 시작하고 머리와 눈의 움직임이 변하면서 시각적 흐름의 경험이 어떻게 변
할까? 노부 시라이와 토모코 이무라는 이 문제를 다루면서 걷기에 더 능숙한 아동들이 확장 흐름의 자
극을 선호하고 이는 아동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더 강해진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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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세계
도시를 걷다
걷기는 도시를 알아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운전을 하거나 차를 탄 상태에서는 도시 분위기를 알
수 없다. 걸어 다닐 때야말로 비로소 도시의 냄새, 경치, 바삐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 서로 먼저 가기
위해 어깨를 스치는 상황, 가로등, 대화 소리들을 포함한 도시의 삶에 직접적으로 녹아들 수 있다.
아름다운 도시와 사랑에 빠진 이는 비단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한가로이 도시의 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샤를 보들레르는 플라뇌르(Flaneur)라고 정의했다. 플라뇌르는 19세기 파리의 자유로
운 산책가, 관찰가이자 통신원을 이르는 말이었다. 그러나 도시는 그 당시와는 상당히 많이 달라져 오
늘날 플라뇌르는 차량들로 인해 건널목에서 녹색의 보행 신호를 기다리게 되었다.
최근 유엔은 2050년이 오기 전에 인구의 80~90퍼센트 이상이 도심에서 거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렇다면 이러한 도심 극대화가 걷는 능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도심 환경에서 걷는다는 것은 쉬운 일
일까? 도시에서 걷는다는 것은 어떠한 경험일까? 도시를 걷는 것은 시골길을 걷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과제를 선사한다. 산비탈을 걸으면 수많은 세대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걸어온 발자국들이 자연스럽게 만
들어 낸 길을 따라 걷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현대 도시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도시에서 우리가 걷는 곳과 걷는 지면은 인간의 움직임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았고, 의도된
디자인과 공학을 이용해 설계됐다. 그리고 보행자 도로는 재료의 소재와 디자인에 따라 다르다. 콘크
리트를 부은 형태도 있고 커다란 슬라브판인 경우도 있다. 누군가가 그 소재와 구조에 대해 생각하고
제작해서 필요한 공간에 설치되어 우리가 걷는 환경의 아름다운 한 부분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대부분의 도시에서 도시 설계사의 최우선 과제는 교통 흐름을 관리하는 것이고, 걷기에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은 차후 문제가 되었다. 마치 엔지니어들을 비롯한 설계사들이 인간의 삶을 박스, 즉
이동하는 상자(자동차)와 움직이지 않은 상자(건물) 안에서 생활하는 것을 정답으로 제시한 듯하다. 걷
기 적합성은 상자 간의 환승 거리가 얼마나 짧은지로 결정되며, 어떤 면에서 그것은 맞는 말이다. 우
리는 삶의 대부분을 자동차, 버스, 기차 또는 건물 안에서 보내고 얼굴에 자연 햇빛을 받고 공기를 직
접 들이마시는 데는 비교적 짧은 시간을 소비한다. 이렇듯 자연을 접하는 시간이 적은 것은 인간이 구
축한 환경 디자인에 의한 결과로, 의도적으로 변화를 주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다.
걷는 이들은 도시 설계사들에 의해 몰리듯 건널목 또는 교차로에 서 있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자연스
러운 움직임에 제한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엔지니어들이 설계한 길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걷고 싶어 하는데, 이러한 보행 길이나 지름길을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앤드류 퍼만은 ‘욕망
의 길(Desire path)’이라 표현했고, 작가 로버트 맥팔레인은 ‘자유 의지의 길(Free-will ways)’이라 명명
했다. 그리고 맥팔레인은 “이 길과 트랙들, 특히 디자인과 설계에 반하는 길들은 걷는 이들의 소망과
발걸음에 의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라 서술했다.
우리는 도시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삶의 모든 부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전히 알아 가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신경 과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아닌 건축가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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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세계
도시 설계사들이 소유하고 실행하는 것으로 이미 자리 잡혔는데, 이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심리학과 신경 과학은 도시의 거주 적합성과 걷기 적합성 개선에 초점을 맞춰 도시 설계
에 과학과 감수성을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걷는 이들의 요구 사항들을 제대로 적용한
도시 계획은 도시를 사람들이 살기에, 또 일하기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 것이다. 윈스턴 처칠은 “사람
은 건물을 만들고 건물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같은 맥락에서 사람이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이 비유를 확장하자면 우리가 만드는 도시 형태가 우리의 도심 속 걷기
를 규정하기에, 그것이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결국 도시는 사람을 걷게 만든다.
우리에겐 걸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들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걷는
이들의 요구 사항과 도시 설계사들, 심리학자들, 신경 과학자들의 전문성을 접목할 수 있는 상상력이
다. 어떤 도시들은 숨이 트이고 유연한 특징이 있어 주변을 걸으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반면, 걸으
면 어색하고 왠지 모르게 피곤하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한 도시들도 있다. 특정 환경과 다른 환경에
서 어떻게 걸을지 생각하고 비교하는 데 유용한 방법은 ‘걷기 적합성 지표’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여
러 가지 방법으로 고안할 수 있는데, 단순하게 생각하면 일상적으로 매일 해야 하는 일을 걸으면서 얼
마나 쉽게 수행할 수 있는지 다른 이동 수단과 비교해서 측정할 수 있다.
걷기에 적합한 도시는 현관문을 나서면 편의 시설이 걸어서 수분 이내에 있다. 날씨가 허락하면 동네 식
당이나 학교를 걸어서 오갈 수 있다. 걷기 적합성이 높다는 것은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아도 걸어서 일상
활동에 가능한 많이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떤 도시들 그리고 도시의 일부 지역은 다른 도시보다 이
런 것들이 더 쉽게 가능하다. 이탈리아의 아름답고 걷기 편한 도시인 볼로냐에 대해 유명작가인 움베르토
에코는 “이 도시는 개성이 가득하고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전혀 없다. (……) 지역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
티 공간, 쇼핑가, 바, 상점들로 가득한 도시는 시선이 향하는 방향에 상점의 전면, 카페의 테이블들,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마주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와 정반대의 도시들은 자동
차 의존도가 높은 도시들로, 거의 모든 일상 활동에 자동차가 필수적이다.
한 연구에서 도시의 걷기 적합성이 높을수록 활동 불평등 지수는 낮게 나왔는데, 이는 인구 비만도 또
한 전반적으로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 있는 같은 주 내에서의 비교가 이 점을 증명한다. 캘리
포니아주의 3개 도시(샌프란시스코, 산호세, 프리몬트)는 비슷한 기후 조건과 그리 차이 나지 않는 경
제적 수준, 그리고 비교적 유사한 인구 통계학적 특성을 보이는데, 세 도시 가운데 샌프란시스코가 산
호세나 프리몬트보다 높은 걷기 적합성 점수를 받았고 활동 불평등성 지수는 가장 낮았다.
“살기 좋은 도시들의 가장 큰 장점은 걷기 좋다는 것이다.”라고 유명한 도시 설계자인 제프 스펙은 말
했다. 그리고 스펙에 의하면 도시에서의 걷기나 산책은 실용적이고, 안전하고, 편안하고 흥미로워야
한다. 그리고 스펙은 걷기가 실용적이 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의 대부분이 가까운 곳에서 이뤄져야 하
고 걷기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일상생활이 잘 계획되어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사회적 걷기
내가 경험한 가장 좋은 산책은 친구와 가족과 함께 도시에서, 또 가끔은 시골에서 걸었을 때인데, 기
억에 가장 남는 산책들은 춥거나 화창한 날씨와 함께였다. 약간의 추위는 몸이 너무 뜨거워지는 것을
방지하고, 약간의 햇빛은 모든 것을 또렷하게 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대화는 물 흐르듯 이어진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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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세계
는 특히 밤 산책을 즐긴다. 밤에 하는 산책이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자동차들이 사라진 조용한 길
을 친구와 함께 걸으며 창가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과 불빛,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집에 있는 편안한
침대에 누워 잘 생각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밤 산책은 어딘가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고 세상을 다
르게 보게 하는 힘이 있다. 도시를 노래하는 위대한 시인인 토마스 킨셀라는 그의 시 『밤 산책가』에
서 밤에 걸으면 “그림자가 살아난다. 그들은 표면 위로 허둥지둥 여기저기로 움직인다.”라고 말했다.
혼자라면 무서움이 엄습하겠지만 나에게는 경이로움을 주는 변화다. 일상의 무료함과 하루하루의 지루
함이 밤 산책을 통해 새로움으로 바뀐다.
이같은 산책의 장점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널리 인정받지 못한다. 깊이 들여다보면 걷기
는 매우 높은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우리는 이상을 향해 함께 걷는다. 나눠 먹을 음식을 찾기 위해
함께 걷고, 사회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해 함께 걷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함께 걷고, 나와 상대방의 삶
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 함께 걷고, 함께 있는 것이 좋아 함께 걷는다. 우리는 함께 걸으며 진화해
왔고 사회적 걷기는 이를 증명한다. 사회적 걷기는 타인에게 우리의 공유된 의지와 집단적인 목표를
보여 주고, 이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사회적 걷기는 공통의 목표를 향하거나, 특별한 이유나 목적지
없이 그저 느릿느릿 걸어가는 것이라도 좋은 형태의 걷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걷기가 얼마나 자주 그룹의 형태로 이루어지는지 가끔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걷기를 홀로 하
는 활동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큰 오산이다. 우리의 조상인 ‘걷는 이브’를 통해 보았듯이, 걷
기와 인간의 관계는 아주 오래전 고대로부터 이어져 왔다. 우리는 약 1만 9천 년 전 18명이 그룹을 이
루어 걷는 모습이 남겨진 발자국 화석으로 사회적 걷기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의 탄자니아
라에톨리 호수와 인접한 화산 근처의 갯벌에는 함께 걷는 무리의 흔적이 남아 있다. 대략 테니스 코트
면적의 공간에 남겨진 발자국 패턴은 복잡하게 퍼져 있지만 그 비밀의 일부는 밝혀졌다. 이 그룹은 주
로 여성과 어린이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그들의 발은 진흙에 빠지고 있었다. 발에서 물이 떨어져 발
자국 사이에 물방울 흔적을 남겼다. 그들 중 누군가는 발가락 골절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들은 상호 교류하는 확장된 형태의 사회적 그룹이며 음식과 물을 운반하고, 아마 안전을 위해 기본
적인 무기를 들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옷을 입었을 수도 있는데, 이것이 그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전
부다. 오스트레일리아,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니카라과에서 발견된 다른 시대와 장소의 고대 유물에서
도 이와 유사한 사회적 걷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대규모 형태의 걷기 그룹이 없었다면 인구
증가도 없었고, 전문성도 없었을 것이며, 음식과 자원을 위해 다른 그룹을 향한 조직적 공격도 없었을
것이고, 새로운 땅의 식민지화와 개척도 없었을 것이다.
사회적 걷기는 여러 긍정적이고 강력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조금 더 사적인 일대일의 관계뿐만
아니라 더 넓은 의미의 사회에서 사회적 응집력을 만들어 내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은
흔히 함께 하이킹을 하거나 특별한 목적지 없이 대화를 하며 도시를 걷고 함께 시위행진에 참여하는데,
함께 걷다 보면 앉아서 대화를 나눌 때보다 훨씬 더 빨리 대화가 진전된다. 마크 트웨인은 이 생각을 다
음과 같이 표현했다. ‘보행의 가장 참된 매력은 걷기 그 자체나 경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데 있다. 걷기는 입의 움직임의 타이밍을 맞추고, 혈액과 뇌에 자극을 주어 활성화시킬 수 있는 좋은 도
구다. 주변 경치와 숲의 향기는 무의식적이고 특별하지 않은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오고, 눈과 영혼
그리고 감각에 위안을 준다. 그러나 가장 큰 즐거움은 대화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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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세계
걷기는 다른 이들과 주변 세계와의 교감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노인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걷기를 약 150분 정도 하는 이들이 운동을 덜한 이들보다 사회적으로 더 활동적이며, 전반적으로 신체
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회적 활동과 웰빙과의 상관관계는 다른 여러
연구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다. 노인층의 특성에 맞게 아날로그 기술을 이용한 공중 보건 정책으로 문
자 알림이나 사회관계망을 이용해 정기적인 걷기 그룹을 만드는 것이 걷기를 독려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로써 효과의 극대화와 비용의 절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걷기의 사회적 측면은 어린 연령층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걷는 방법을 배우면 사회적 상호 작용에 영
구적인 질적 변화가 일어난다. 참고로 기어 다니는 아기들의 경우 머리의 움직임에 제한이 있다. 엎드
린 자세로 팔다리가 땅에 닿고 있는 상태에서 시선은 바닥을 향하게 되고, 보호자를 잘 보기 위해서는
앉아서 시선을 앞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두 다리로 설 수 있으면 상황이 바뀐다. 아동은 어색
한 자세의 변화 없이도 상대방을 쉽게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걷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아동들의 사
회적 상호 작용과 몸짓에 기본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다수의 연구에서 걸어 다니는 어린이들, 기어 다니는 영아들과 보행기를 타는 유아들의 보호자와 장난
감과의 상호 작용을 비교했는데, 걸어 다니는 어린이들은 장난감과 더 많이 상호 작용을 하고 말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참고로 어린이들은 몸짓, 소리와 움직임을 사용하여 보호자와 사회적인
놀이를 함께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런데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유아에게 자유를 주고,
이를 통해 정신도 자유롭게 한다. 인간은 걸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상호 작용을 통해 음식을 나눠 먹는
등 간단한 거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쩍 늘어난다. 걸어 다니는 것과 차로 이동하는 것을 비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걸어 다닐 때 인간적인 상호 작용은 더 쉬워진다. 인간은 서로의 공통점을 더 발
견하게 되고, 서로에게 리듬을 맞추며 기상 조건과 같은 환경적인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걷기는 창조의 협업과 즐거움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어린이들과 함께 산책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들은 매우 활동적으로 걸으며 가끔 정신없고 당연히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다. 그
런데 그들의 행동은 모두에게 걷기를 즐기라는 자극과 함께 즐거운 걷기를 그저 실내 공간에서 또 다
른 실내 공간으로의 이동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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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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