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언론학에서의 문화개념과 문화연구의 경향
1. 문화의 개념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문화에 대한 정의나 문화에 대한 관심의 정도, 문화를 보
는 시각 등은 연구 패러다임에 따라 커다란 차이를 드러낸다. 1960년대 이후 커뮤
니케이션 연구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과정 학파”라고 명
명된 계열과 “의미의 생산과 교환 학파”로 명명된 계열의 두 산맥이다(Fiske, 19
82, Introduction). 1980년대 후반 이후 이 두 계열의 연구는 일부 방법론적으로나
문제틀 수준에서 부분적
다. 그러나 연구의 목적이나 방식에
서 여전히 구분되며 문화에 대한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언론학이 형성되기 시작했던 초기부터 주류 학파였던 ‘과정 학파’의 핵심적 관
심사는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였다. 라스웰(Laswell)의 “누가 누
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어떤 채널을 통해서 어떤 효과로”의 모델에서 보듯이 발화
자로부터 발신된 메시지가 수신자에게 어떻게 수신되었으며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
가 하는 것이었다. 이 연구들은 커뮤니케이션을 메시지의 전달로 보면서 메시지 전
달의 효율성과 정확성의 문제를
해 왔다. 만일 효과가 의도했던 것과 다르거
나 기대했던 것보다 작다고 생각될 때는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한 것으로 본다. 결국
발신된 메시지는 수신자에 대한 해석의 대상이라기보다 수용의 대상으로서 그것이
얼마만큼 정확하게 혹은 강하게 수용되었는가, 그것이 정치적 선전 메시지라면,
혹은 상품 판매를 목적으로 한 광고 메시지라면 의도했던 행동이나 사고의 변화를
가져왔는가 하는 메시지의 효과 창출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이러한 연구
모델 속에서 문화는 일반적으로 통용되었던 협의의 문화·예술개념의 범위를 넘지
문화란 실용적 목적보다는 정서적 목적으로 남에게 수용될 것을 목적으로
해서 생산된, 문자언어, 화상이나 영상, 혹은 음악언어로 구성된 다양한 형태의 메
시지 집합체로서 인식되었으며 문화 자체에 대한 보다 발전된 논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언론학에서 문화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연
구에 언어학적 모델이 원용되기 시작했던 1960년대부터이며 프랑스에서는 기호학적
연구, 영국에서는 기호학적 연구를 주요 방법론으로 채택했던 문화론적 연구 (Cult-
ural Studies)의 등장으로부터 비롯되었
茱??기존의 ‘과정 모델’과는 달
리 커뮤니케이션을 의미의 생산과 교환으로 본다. 이에 따라 메시지 전달의 정확성
이나 효율성 대신에 의미생산을 위한 기호와 코드의 사용 및 작동방식이 주요 관심
사가 된다.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에 의미의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커뮤니
케이션이 실패한 증거로 보기보다 송신자와 수신자간의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고 커뮤니케이션에서 문화의 역할을 중시한다. ‘과정 모델’에서는 과
정의 단계들이라고 할 수 있는 매체, 채널, 송신자, 수신자, 노이즈와 피드백 등이
주요 ?
六瓚?되나 언어학적 모델의 경우는 커뮤니케이션 텍스트와 문화가
중심적인 연구대상이 된다. 의미생산과 교환의 요소인 기호와 코드는 문화 속에서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며 문화의 형태나 존재 자체는 기호와 코드에 의존해서
가능해지는 것으로서 커뮤니케이션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의미의 생산과 교환에
관한 연구는 결국 문화에 대한 연구로 귀착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문화의 개념도 인류학적 문화개념에 가까운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의 총체라는 보다
확대된 내용으로 바뀌게 된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 연구?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언어
학적 모델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연구 패러다임의 등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후 문화와 문화가 형성되고 체험되는 장이면서 문화를 틀지우기도 하는 사회의
관계 맺음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결국 1960년대 이후 서구 커뮤니케이
션 학계에 확산되었던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연구 계열에 속하는 연구의 상당부분은
문화에 관한 연구였다고 할 수 있다.
2. 문화연구의 대상과 발달과정
커뮤니케션 연구가 매스 미디어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듯이 최초의 문화연구는
1
陸衫???연구로부터 시작되었다. 대중문화연구는 1950년대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가 10여 년의 소강상태를 거치게 된다. 1960년대 이후 언어학적 모델
의 등장으로 새로운 추진력이 생기면서 기존의 대중문화보다 확장된 문화연구가 이
루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문화연구의 영역이나 연구방식은 계속 확대일로를 걸으면
서 다양하게 변화되어 왔는데 초기의 대중문화연구에서부터 정리해 보면 크게 3단
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대중문화(Mass Culture)연구(1930-50년대)
미국에서 대중문화가 중요한 연구대상으로 자리잡은 것은 ‘
’의 주류
언론학이 형성되기 이전인 193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였다. 당시는 신문, 잡지,
서적 등 기존의 매스 미디어들이 대중화되고 라디오, 영화, 사진, 대중음악 등의
새로운 매스 미디어들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사회생활의 여러 측면에 강력한 영
향을 미치기 시작한 때였다. 대중매체의 발전과 확산이 가져온 대중문화현상은 대
중 사회의 문제와 함께 사회과학자들 일반, 특히 언론학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이 시기의 대중문화연구는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온 프랑크푸르트 학
파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연구는
陸衫???성격을 규정하는 것에 집중되
었는데, 대중문화가 기존의 다른 문화, 예컨대 고급문화, 민속문화 등과 어떤 차별
점을 갖는지를 탐구하는 작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특히 고급문화와의 관
계에 관심의 초점이 맞추어져서 문화를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이분법적 구도로 파
악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와 동시에 논리적 엄밀성은 결여된 것이지만 대중
문화를 영화, 텔레비전, 신문, 잡지 등 대중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미디어 문화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은연중에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대중문?
1950년대 이후 ‘과정 모델’에 속하
는 수량적이고 실증주의적 방법에 기반한 ‘대중설득의 사회학’이 미국 커뮤니케
이션 학계를 휩쓸게 되면서 중심적인 연구대상에서 밀려나게 된다.
2)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등장과 Popular Culture 연구
(1960-80년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기호학 등의 언어학적 패러다임이 등장하면서 비롯된 이
시기의 문화연구는 인류학적 문화개념을 바탕으로 보다 확장된 문화연구를 지향했
으나 여전히 중점은 미디어 문화에 두었다. 이 시기 특기할 만한 일은 같은 미디어
문화를 연구대상으
?예전의 지칭방법이었던 Mass Culture라는 용어를 지
양하고 Popular Culture로 새롭게 부르게 된 점이다.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민중문
화가 더 타당하다고 볼 수 있겠으나 민중문화는 이미 1980년대 우리 나라에서 특정
한 문화현상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었던 것이고 구미에서 말하는 포퓰라 컬쳐의 내
용과 다르기 때문에 우리 학계에서는 포퓰라 컬쳐 역시 대중문화로 번역해서 사용
하고 있다.
① Mass Culture와 Popular Culture
미국에서 Mass Culture 대신에 Popular Culture 라는 개념이 사용되게 된 배경은
갠즈(Gans, H.)의 ?
?수 있듯이 대중문화에 부정적 함의를 제거하고 고
급문화와 동등한 중요성을 갖는 문화라는 긍정적 함의를 부여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되었다. 현대 사회란 여러 가지 취향문화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취향문화는
고유의 예술형태와 고유의 심미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중문화
도 엘리트 문화와 같이 모두 취향문화로서 오락, 정보, 삶의 미적 표현 등의 기능
을 수행하며 나름대로 취향이나 미학적 기준 및 가치를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Gans, 1974: 28).
그러나 유럽에서 Mass Culture 대신에 Popular
라는 개념을 사용하게 된
논리는 좀 다르다. 여기서도 우선은 매스 컬쳐의 용어로 대중문화를 정의하고 비
판해 왔던 기존의 관점에 대한 반대를 나타내는 의미가 우선 크다.
영국에서도 아놀드(Arnold, M.)에서 리비스를 거쳐 호가스에 이르기까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입장과 유사한 영국적 형태의 Mass Culture 비판의 전통이
있었다. 그 전통 속에서도 대중문화나 대중은 단지 비난의 대상으로서 도덕적으로
나 심미적으로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치적 측면에서 부족한 존재로 간주된
것이 사실이다. 대중문화는 대중으로
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책임 있는 역
할을 해내는 데 해가 되는 자질을 키워 줄 뿐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은 Mass Culture 비판론과 아울러 이미 일부에서는 포퓰라 컬쳐 개념과 이
론이 존재하고 있었다. 즉 매스 컬쳐의 타락성에 대해서는 수긍을 하면서 그에 대
한 일종의 대안문화로서 제시된 것이다. 주로 노동계급 문화나 하위 집단의 문화
연구를 해 왔던 이들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등을 대중문화 타락의 주된 범인으로
지목하였다. 전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 전통은 급진적이고 진보적이었다고 주장하
며 대중이 선조들의 ?
瓦李?과거 대중을 형성했던 가치들의 힘을 되살림으
로서 현재 대중을 왜곡시킨 힘에 저항하고 압도할 수 있으리라고 본 것이다. 포퓰
라 컬쳐는 영화나 텔레비전, 음반산업에 의해 생산되는 인공적인 매스 컬쳐와는 다
른 것으로 정의된다. 이것은 전통민속문화와 연관되어 그것의 현대적인 변형으로
간주된다. 포퓰라 컬쳐는 대중이 직접적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장이며 여기서 그들
의 사고와 감정은 문화산업의 왜곡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 이는 우리 나라의 1980년대 문화운동이 지향했던 민중문화와 유사한 개?
.
그러나 기호학적 혹은 문화론적 연구등의 주류에서 사용하고 있었던 포퓰라 컬쳐
는 매스 컬쳐 개념을 배격하지만 민중문화와 유사한 개념도 아니었다. 그람시(Gram-
sci)적 전통에 있는 이들 논자들은 우선 매스 컬쳐 비판론이나 포퓰라 컬쳐 당위론
모두가 대중과 대중문화를 특정한 내용으로 고정시켜 보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다.
대중을 창조적 주체로 혹은 수동적 수용자로 고정시켜 보면서 이들이 문화에 대해
일정하게 주어진 관계만을 갖는 정태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
, 앞에서 소개된 두 경향에서 보았듯이
??의심할 바 없이 잘못된 혹은 잘
된 정태적인 속성을 지닌 것으로 일방적 정의를 내리고 있는 점 등이 집중적인 비
판의 대상이 된다.
우선 이들은 대중의 개념을 동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중은 모든 사람도 아니
고 사회내의 노동계급과 같은 특정 집단도 아니다. 대중은 계급적 위치, 그들이 벌
이고 있는 특정 투쟁 같은 몇 가지 점에서 내부적으로 차이를 가지지만 사회내에서
정치적, 문화적으로 힘을 가지고 있는 집단과 구별되며 그래서 그들의 개별적인 투
쟁이 연결될 수만 있다면 잠재적으로 통합 가능하고 대중 대 파워 블
계로
조직될 수 있는 다양한 사회 집단들을 의미한다. 즉 대중은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달리 조직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대중에 대한 이 같은 관점을 바탕으로 대중문화 역시 대중이 그들 스스로를 위해
스스로 만들어 내는 대중의 문화로 정의할 수도 없고 대중을 관리하는 기능을 가
진 문화로 정의할 수도 없는 것으로 본다. 그보다는 시대에 따라 내용이 변화하는
문화적 형식과 실천으로 구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말하자면 대중문화는 지배적,
종속적, 대립적 문화가치와 이데올로기들이 서로 만나고
?다양한 혼합물
과 조합을 만들어 내는 영역으로서 그 대립되는 가치나 이데올로기들은 대중적 경
험과 의식의 틀을 만드는 데 좀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대중문화란 이데올로기적 투쟁의 장으로서 서로 대립적이고 갈등
적인 경향들이 서로 만나고 관통하면서 문화적 형식들을 조직하는 합류점에 위치하
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포퓰라 컬쳐는 전통문화, 귀족문화, 엘리
트 문화, 민속문화 등과 대립되는 것으로 구분되고 있지도 않다.
② Popular Culture 연구시작의 배경
?
로운 문화연구는 1960년대 유럽에 두 개의 연구소가 설치되면서 본격적
으로 시작되었다. 그 중 하나는 바르트(Barthes, R.)를 중심으로 해서 Paris EPHES-
S의 사회과학부에 세워진 매스 커뮤니케이션 센터(Centre d’Etudes des Communica-
tions de Masse)이다. 여기서는 Communications이라는 학술지를 발간하며 주로 문
화의 기호학적 분석이라는 새로운 연구영역을 개척해 줌으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
다. 다른 하나는 홀(Hall)을 중심으로 해서 영국의 버밍햄 대학에 세워진 현대문화
연구소(The Centre for Contemporary Cultural Stud
서 노동자문화, 청년문화
등 하위문화 및 생활문화와 미디어 문화의 연구를 목적으로 탄생되었다. 이들 두
연구소들은 모두 종래 통용되어 온 협소한 의미의 문화개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
화적 형태와 문화적 표현을 포함하며 스포츠, 교육, 종교활동 등 일상생활 영역의
다양한 의식(ritual)들을 두루 포괄하는 확장된 인류학적 문화개념을 가지고 출발
했다. 도중에 프랑스의 CECMAS는 그 연구영역을 더욱 확장해서 사회학, 인류학, 정
치학, 기호학의 횡단 분야적 연구로 나아가게 됨에 따라 1980년대 이후는 커뮤니케
이션 학계의 관심
?거리가 멀어진 감이 없지 않다(박명진, 1989a: 6).
그러나 CCCS의 경우는 인류학적 문화개념을 유지하면서도 하위문화건 생활문화건
주로 미디어 문화와의 연계하에 연구활동을 전개해 왔기 때문에 이후 언론학에서의
문화연구를 주도해 나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연구자들을 주변에 모으고 연구
업적을 축적해 나가면서 오늘날 미국학계에도 널리 퍼진 ‘문화론적 연구’(Cultur-
al Studies)라는 연구영역을 구축했다.
3) 공간문화 혹은 체험적 텍스트(Lived Text)로서의 문화
1980년대 중반 이후의 문화연구는 미디어 문화
?텍스트(Produced-Text
)문화와 함께 다양한 문화공간의 연구인 체험적 텍스트(Lived-Text)의 연구로 확장
되기 시작했다. 가령 백화점, 술집, 거리나 다양한 이벤트 ─ 예컨대 가수들의 콘
서트, 엑스포, 올림픽이나 프로야구와 같은 스포츠 행사 ─ 와 같은 체험적 텍스트
는 문화연구에서 중요한 연구대상이 되었다. 사실 이러한 행위들이 ‘현대 사회의
의식(ritual)’으로서 갖는 중요성에 비해 문화분석에서는 지금까지 관심을 받지
못했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엄청난 발전은 커뮤니케이션학의 ?
에 새
로운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문화적 경험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러한 여파는 현대 사회의 조직 형태와 인
간 상호 작용의 구조까지 변형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자적 통신망을 통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양식의 등장, 그 안에서 구축되는 실제 세계와 다르게 형성
되고 있는 문화적 질서, 또 컴퓨터 게임 같은 대화형 문화, 위성 방송 등은 새롭게
분석되어야 할 대상들이 되고 있다.
3. 문화연구의 경향과 방법
1) 연구경향의 변화
① 대중문화에 대한 ?
?중심
1930-40년대 미국에 이주한 프랑크푸르트 학파가 주도했던 대중문화의 논의는 소
위 긍정론 대 비판론이라고 불리우는 논쟁으로 대중문화의 긍정적 가능성에 대한
주장과 그에 대립되는 비관적 관점이 팽팽히 맞선 것이었다.
비관적 입장에서는 대중 사회의 도래로 인간은 직접적인 풍부한 경험을 얻기가 불
가능해지고, 집단적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소설이나 라디오, 영화
등의 대중문화 생산물을 통해 산업화로 인해 생긴 여러 걱정거리를 가라앉히게 된
다고 보았다. 나아가 이윤동기에 의해 대량 소비를 겨냥하?
沮?상품의 성격
을 갖는 대중문화는 사람들의 취향을 동질적으로 만들어 전체주의의 길로 이끌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Rosenberg & White, 1959). 이 입장에서 볼 때 대중문화
는 ‘원자화된 다수의 익명적 대중이 향유하는 질 낮은 문화’로 정의되며 여기에
는 예술적 창의성이나 심미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대중문화 긍정론에서는 대중문화의 확산을 통해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의
사람이 ‘문화’향유의 기회를 갖게 되었기에 대중문화는 문화적 민주주의의 산물
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대중문화의
고급문화의 파괴를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다양한 수준의 심미성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층위의 문화가 발달하
도록 돕는다는 주장을 하면서, 대중문화 비관론이 고급문화의 평가기준을 대중문화
에 적용함으로써 대중문화의 수준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오류를 갖고 있다고 비판
한다(한국언론학회 편, 1993).
② Popular Culture의 연구
1960년대 이후 시작된 비판 커뮤니케이션 계열의 문화연구는 거의가 마르크시즘의
뿌리를 갖고 있으면서도 비교적 다양한 방법론적 갈래를 가지고 이루어졌다. 당시
문화연구의 핵심적 과제는 문화와
배구조간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었는데,
문화가 인간의 일상의 구체적 삶 속에서 생산되고 기능하는 방법을 묘사하고 그럼
으로써 권력과 지배의 구조가 재생산되고 변형되는 방식과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게
되는가를 밝히고자 하였다. 이 시기 문화와 사회를 보는 입장은 크게 다섯 가지 범
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첫째는 문화와 사회를 반영적 관계로 보는 입장이다. 이것은 토대에 의한 상부
구조의 결정이라는 고전적 마르크시즘의 관점에 의존한 연구들로서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적 연구가 그 대표적인 것이다.
비판이론?
화산업론을 통해서 산업화된 미디어 문화산물을 단순히 토대를
반영하는 상부구조적 상품으로 간주한다. 대중음악, 텔레비전, 라디오 등의 대중
문화는 산업적 제작, 배급을 통해서 표준화되고 조작된 요구에 의해 탄생한 사이비
문화로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문화현상과 부정적 사고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
으로 본다.
이러한 접근은 다음 몇 가지 점에서 한계를 갖는 것으로 지적되었다. 먼저 문화가
단지 매스 미디어 생산물에 의해 결정된다고 단순하게 사고함으로써 문화 형성의
복합성과 역동성을 고려하지 못한 점, 두 번째로는
미디어 생산물의 메시
지는 모든 수용자들에 의해서 획일적 양태로 받아들여지며, 또한 그러한 메시지 자
극을 통하여 수용자들로부터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차배
근, 1986: 82)고 봄으로써 대중문화 수용자들을 지나치게 피동적이고 무저항적인
존재로 본 점, 세 번째로 생산분야의 실천적 행위들은 소비영역의 실천을 규정짓
는 것이며 이런 과정에서 텍스트는 일종의 수로와 같은 역할에 머무는 것이라고 사
고하였다는 점 등이다(박명진, 1989a).
두 번째는 문화를 아예 경제적 현상으로 보거나 혹은 그 자체의 ?
乍?관련
된 경제적 토대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첫 번째 범주가 문화를 경제적,
정치적 체계라는 사회 전반의 구조적 특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보는데 비해서,
여기서는 문화 자체를 하부구조적 현상으로 보고 문화생산, 배급에 관련된 하부구
조(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포함)의 성격 규명을 통해 문화가 의미로서가 아니라 물
질적 상품으로서 소비되는 방식 같은 것을 분석해 냄으로서 문화에 의한 기존 사회
체제의 재생산 기능을 설명하고자 한다. 스마이드(Smythe, D.), 골딩(Golding, P.)
, 간햄(Garnham, N.), 미에쥬(Mi
) ,쉴러(Schiller, H.), 구백 (Guback, T.)
등의 문화제국주의론의 일부도 여기 속한다.
세 번째는 문화가 사회에 대한 인식을 구축해 낸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문화적 텍
스트의 이데올로기 연구에 집중되어 있다. 바르트(Barthes, R.), 에코(Eco, U.) 등
프랑스·이탈리아 기호학파의 방법론에 입각한 연구들, 알튀세(Althusser, L.), 그
람시(Gramsci) 등의 헤게모니 이론에 의한 연구들에 이에 속한다. 앞의 연구들이
사회적 토대가 문화에 작용하는 방식, 혹은 문화생산의 경제적 토대를 통해 문화
의 기능을 보고자 했다면, 여기서는 ?
???사회에 작용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이 범주에 속하는 연구들은 대체로 문화적 텍스트의 분석에 역점을 두고
있는 데서 공통점을 보인다. 문화는 현실의 표상을 통해 사회현실에 대한 인식을
구축해 냄으로서 이데올로기 생산과 재생산의 수단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입장이다
. 따라서 이들의 연구는 문화 텍스트의 이념분석을 통해 그것이 기존사회의 불평등
관계를 강화하고 기존의 구조적 모순을 재생산하는 데 기여하는 방식을 밝히고자
한다.
네 번째는 문화와 사회가 경험에 의해 매개된다는 입장이다. 해석학적 범주에 들
연구들이 이에 해당된다. 몰리(Morley, D.) 등 문화론적 연구의 일부와 터
크만(Tuchman), 엡스타인(Epstein) 등의 해석학적 현상학 계열의 연구가 여기에 속
한다. 이 범주의 연구들은 첫 번째와 두 번째 범주의 연구들보다는 사회내의 권력
관계 구축에 있어서 문화적 혹은 의미 활동에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한다. 문화적
텍스트는 사회현실의 왜곡된 반영도 아니고 또한 그것의 물질적 생산조건에 대한
반사적 반영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세 번째 범주인 문화의 이념생산연구에
서보다는 문화적 텍스트의 작용을 덜 강력한 것으로 ?
㈀茱??문화와 사회간
의 관계를 보는 데 있어서 경험이라는 제 3 의 항에 의존하여 해답을 얻는다. 문화
의 생산과정에서 혹은 문화의 해독에 있어서 작용하게 되는 사회적 경험이라는 매
개적 구조가 사회적 권력을 드러낸다고 보기 때문에 그 구조의 분석에 역점을 둔다
. 예컨대 뉴스의 경우 취재와 생산의 관행, 해독자의 경우는 계급적 위치, 계층적
경험의 성격 분석에 관심을 둔다.
다섯째는 문화가 사회를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제조해 낸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세 번째와 유사하기는 하지만 문화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에만 관심을
痼?아
니라 그 이데올로기 체계를 경험된 것으로 생산해 내는 방식 자체에 더욱 중요성을
부여한다. 후기구조주의의 주체구성이론의 시각과 푸코(Foucault, M.)의 권력과 담
론의 이론을 적용한 연구들이 이에 속한다.
③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
1980년대 후반, 1990년대로 들어오면서 커뮤니케이션학에서 문화에 대한 관심은
크게 증대되었다. 또한 대중문화에 대한 관점이나 연구시각도 많이 달라지게 된다
. 이는 과거에 비해 정치 혹은 이데올로기의 현실규정력이 약화되면서 대중의 삶과
의식을 조직하는 기제로서 대중문화
?부각된 시대적 배경을 반영한 것이
다. 또 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불 붙었던 포스트모더니즘 열풍이 대중문화를 중요한
영역으로 부상하도록 하는 데 기여한 바도 있다.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대중문화와 고급문화 사이의 확실한
경계선이 존재할 수 없음을 주장하면서 대중문화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커뮤니케
이션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따른 미디어의 폭발적 확장은 이전까지 신성시되어 있던
고급문화(예술) 혹은 작가(예술가)의 전제가 되어 왔던 독특한 자아와 사적 정체성
, 고유한 인격과 개성, 개인의 특징?
舅?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기에 이제
더 이상 고급문화의 권위는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미학적 대중주의를 적극적으
로 주장하였다.
이러한 시각 전환은 대중문화 속에서 대중성의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문화적 가치
와 지배질서에 저항하는 ‘저항성’의 에너지를 찾아 내고자 하는 노력으로 연결되
었다. 그래서 미디어 생산물에 대한 해독연구, 다양한 하위문화 집단들의 문화적
실천에 대한 연구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한편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그 동안
비판의 표적이 되어 왔던 대중문화의 ‘즐거움’의 문제가 긍정적인 함의?
고 새로운 분석대상으로 대두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많은 연구들은 텍스트들을 이
념적 내용을 지닌 의미체계로 다룸에 따라 대중문화가 문화 수용자를 잡아끄는 힘
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런데 즐거움에 대한 관심은 대중문화의
인기의 원인을 설명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즐거움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능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나아가 대중문화 생산물이 주는 즐거움에
저항성이 내포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전개되고 있다. 즉 대중문화에 담겨진 즐거움은
지배이념에 의해 제시되는 사회적 정체성과
함께 물려 있는 사회적 통제를 받
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일련의 행위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관심사들은 미디어 문화의 연구방식에 역시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는 문화 텍스트의 분석이 여전히 주요 관심사이기는 하지만 예전의 분석이 텍
스트내의 지배적 이념을 밝혀 내는 작업이었다면, 이제는 서사구조의 해체현상이
심화되어 가는 새로운 텍스트의 변형의 의미와 이렇게 변화된 문화를 통해 이루어
지는 사회적 통제의 성격은 무엇인가 하는 점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는
보드리야르(Baudrillard, J.),
Derrida, J.) 등의 이론이 중요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둘째는 이제까지의 텍스트 중심적 연구에서 텍스트와 수용자를 연계해서 보는 연
구의 등장이다. 이것은 문화의 소비자 혹은 해독자에 관한 민속지적 연구를 필요로
한다. 여기서는 소비자들이 주어지는 미디어 문화에 어떻게 저항하고 주체적으로
전유해 나가는가 하는 점이 주요 관심대상이 되었다. 이 계열의 연구에 중요한 이
론적 근거를 제공해 준 것은 후기의 바르트(Barthes), 드 세르토(de Certeau, M.)
의 일상적 저항의 실천이론, 바흐친(Bakhtin)의 카니발 이론
특히 드 세르토의 연구는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민속지적 수용자 연구의 비중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대중문화의 향유자들이 대중문화를 생산의
수준에서 통제할 힘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것의 소비, 즉 향유하는 방식을 통해
서 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대중문화의 수용이 상당히 창조적 방식으
로 이루어지며, 그 향유자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지배집단의 이해관계에 동조하는
것 같지만 실제는 지속적으로 그들 자신의 이해에 봉사하는 수용방식을 찾아 내고
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대중문화 수용자들의
의 방식’을 밝혀 내는 연구
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2) 연구방법
① 기호학적 방법
구조주의-기호학적 접근은 기호학적 분석방법을 통해 모든 문화현상(자연현상과
반대된다는 의미에서)을 기호로 구성되는 커뮤니케이션 체계로 개념화하여 분석한
다. 기호학적 입장에서 문화란 ‘한 사회의 의미체계 혹은 상징체계’이며 사회현
실에 대한 상황규정을 해 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객관성의 여부와 상관 없이 그
문화 구성원에게는 문화가 규정해 주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자신의 행동도 이를 따
라 결정하게 된다고 ?
이 접근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의미의 사회
적 생산-형성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왜냐 하면 의미는 그것이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외부적 실재와의 관계 속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기호체계
내에 존재하는 구조적 관계로부터 창출되어지는 것이기에 사회-역사적 맥락 속에서
만 설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기호학적 문화분석에서는 사회생활 속에서 의미를 생산하는 인간의 모든
활동과 그 단위들이 상호 연결되어 존재하는 의미망, 예컨대 광고, 사진, 연극, 영
화, 텔레비전, 민담, 신화, 문학, 제의(祭?
? 유행, 정책, 사회제도 등 거
의 인간의 삶 대부분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분석을 시도했다. 한편 기호학적 접근은
기호학이라는 분석방법이 대두되기 이전까지는 문화연구의 전통적 연구대상에 포함
되지 못했던 다양한 형태의 대중문화영역을 진지한 연구의 영역으로 개척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강점은 다음의 두 가지 기호학의 미덕에서 기인
한다. 그 하나는 기호학이 여러 상징과 기호를 통해 의미를 생산하는 고급문화와
마찬가지로 대중문화 역시 의미를 생산하는 기호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함
으로써, 주?
뵈??예술적-도덕적 가치에 의해 평가하는 선입관에서 상대적
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점, 두 번째는 대중문화 텍스트들의 단일성과 동질성을
전제하는 경험주의 사회학과는 달리 큰 규모의 모형들(patterns)보다는 단일 텍스
트를 잘 다룰 수 있는 방법론적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
호학적 문화분석은 기존의 문화연구들과는 다른 분석·기술의 방법을 제시할 수 있
었다.
그러면 기호학적 문화분석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했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바르트(B-
arthe), 에코(Eco) 등 초기의 기호학자들은 문화 텍스?
治퓽?표상
(representation)을 통해 실재(reality)에 대한 특수한 사회적, 역사적 인식을 구
축해 냄으로써 이데올로기 생산과 재생산의 수단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표상은 그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완화시켜 냄으로써 그 사회의 헤게모니 구축에
기여하는 이념적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호학자들은 텍스트에 담겨 있는
여러 이데올로기의 기능 ─ 피지배계급의 자발적인 동의를 유도할 수 있도록 모든
사회적 모순, 불평등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만듦으로써 기존의 지배-피지배
의 불평등 관계를 강화하고, 체제의
모순을 재생산하는 데 기여하는 기제
─ 을 비판하고, 그 이데올로기성을 폭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입장에서는 문화를 개인의 외부에서 초월적으로 존재하면서 개인의 실
존을 규정하는 실체(구조)로 봄으로써 문화 수용자 개개인의 자율성을 인정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기호학적 문화분석의 한계는 영국의 문화론적 전통을 통해 보
완되고 있다.
② 영국의 문화론적 방법에서 후기구조주의까지
영국의 문화론적 접근은 기존의 커뮤니케이션학의 문화 분석의 폭을 크게 확장시
켰다. 문화론적 접근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윌
lliams, R.)의 문화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나는 문화이론을 삶의 방식 전체에 내재한 요소들의 관계에 대한 연구라고 정의
하겠다. 문화분석은 이러한 관계가
복합된 어떤 조직의 성격을 알아 내려는 시도이다. 그러므로 이 맥락에서 특정한
작품이나 제도에 대한 분석은 그 조직의 본질적 성격에 대한 분석이며, 이는 전체
조직의 부분을 구현하는 작품이나 제도의 관계성이기도 하다.”(Storey, 1993: 83
재인용)
문화론적 연구들은 이전까지 미디어 텍스트 분석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커뮤니케
이션학의 문화분석을 ‘총
鄕ㅀ?양식’의 분석으로까지 확장시켰다. 그
래서 문화론 전통은 광고, 영화, 텔레비전 등 다양한 매스 미디어뿐 아니라 계급
문화, 노동자문화, 청년문화 등의 하위 생활문화까지 폭넓게 연구해 왔다.
문화론적 연구의 다른 주요 특징은 문화 텍스트뿐만이 아니라 텍스트의 해독 양상
에도 관심을 가지고 텍스트와 해독의 문제를 연결시키려 시도한 점이다. 문화 실천
행위 주체의 경험과 그에 바탕한 자율적 해독의 가능성을 강조하여 특정 텍스트를
수용하는 수용자들이 텍스트에 담겨진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
이 ?
熾育湄湧?경험에 따라 상이한 해독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
다. 그러나 경험이라는 것이 사회구조 혹은 문화에서 떨어져 독자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에 묶여 있는 것이기에 문화론적 접근 역시 특정 텍스트의
해독 경험과 그를 가능케 하는 사회구조와의 상동성, 상응성에 초점을 맞추
었다.
텍스트 해독의 사회적 양상을 밝히기 위해 몰리(Morley) 등은 민족지(ethnography
)적 방법을 활용했다. 몰리 자신은 이러한 분석을 통해 수용자의 경험은 계급이나
다른 사회적 범주로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담론(
se)적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담론이란 사회적으로 생산되는 사물에 의미를 부
여하는 방식으로, 수용자의 경험을 규정해 주게 된다. 수용자의 경험은 많은 부분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의해 제한되고, 그 사회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언어
(사고)체계, 의미화체계에 의해 규정받게 되므로, 사실은 사회적-문화적-이념적 또
는 심리적으로 축조된 현실을 경험하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그 경험을 가능케 한
담론의 규칙을 찾아 내는 작업이 선행될 때, 문화 해독과 수용이 규명될 수 있다
고 보는 것이다.
이러
?커뮤니케이션학의 문화연구를 좀더 풍부하게 연구하게 만들어 주었
다. 즉 기존의 연구들이 텍스트 분석에 머물렀다면 문화를 담론적으로 인식하게 되
면서 대중문화를 둘러싸고 있는 심층적 맥락이라 할 수 있는 무의식, 언어체계의
문제들이 분석대상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인식 전환을 통해 문화 수용자들의 사고
체계와 인지체계에 작용하여 금기, 권위, 도덕, 가치 등의 질서체계에 편입되도록
만드는 대중문화 생산물의 여러 가지 서술적 전략과 장치를 분석되기도 했다. 예
컨대 영화에서 어떻게 관객들이 영화가 구축한 세계에 대한
?스스로 인식한
세계의 모습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특정 인물과 동일시를 일으키는지를 밝힌다든
지, 광고에서 여러 가지 소구 장치를 통해 어떻게 상품 판매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수용자의 정체성을 구축하는지를 밝히는 연구는 이러한 입장의 대표적인 연구라 할
수 있다. 이는 후기구조주의 라캉(Lacan, J.) 류의 정신분석학적 연구방법이 커뮤
니케이션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문화연구에서 라캉의
도입은 결국 라캉의 직접적 혹은 간접적 영향권하에 있었던 푸코, 보드리야르, 드
뢰즈(Deleuze, G.) 등의 ?
이 문화분석에 원용되도록 한 것이다.
③ 정치경제학적 방법
이상에서 소개한 연구전통에 대한 비판적, 혹은 보완적 입장으로 미디어 정치경제
학 혹은 정치경제학적 커뮤니케이션 연구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문화를 의미생산,
의미적 실천의 계기로 보아 그 이념적 기능의 분석에 치중했던 앞서의 연구경향들
을 강하게 비판한다. 이들은 문화, 특히 매스 미디어에 의해 매개되는 대중문화를
그 자체의 생산, 배급과 관련된 경제적 토대에 의해 결정되는 하부구조적 현상으
로 보거나 그렇지 않으면 상부, 하부구조에 동시에 속하는 현상
? 그리하
여 현대의 산업화된 대중문화의 성격은 문화의 생산, 배급에 관련된 하부구조의 성
격 규명을 통해, 혹은 문화가 ‘물질적 상품’으로서 소비되는 방식의 분석을 통해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이들의 문화분석은 주로 문화산업의 시장구
조, 미디어 생산물의 배급구조 등에 집중되어 있다. 이 입장은 특정 문화양식이 생
산되어 확산되는 과정에서 작용하는 경제적 논리를 밝히고자 하는 시도로서 그 의
미가 있을 수 있으나 이들의 접근은 문화의 내적 논리를 무시하고 문화를 계급적
이해의 보호를 위해 조직되는 단
정으로 본 오류를 갖는다. 그래서 이들에
게 문화분석은 문화상품의 경제적 분석 외에는 큰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다.
4. 맺 음 말
1) 기존의 문화연구
문화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의미적 활동의 전체이며, 의미 생산이 바로 커뮤니케이
션이라고 할 때,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 아래 있으
며, 당연히 커뮤니케이션학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사회현상은 문화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학이 그 초기부터 문화에 대한, 특히 대중문화에 대
한 다양한 관심 속에서 자신의 학적 틀을 구축?
당연한 일이다.
이 글에서는 그 정립 초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커뮤니케이션학이 문화를 어떻
게 연구하여 왔는지를 정리해 보고자 하였다.
먼저 이론적 측면에서 보면 사회과학으로서 커뮤니케이션학의 문화에 대한 관심은
대체로 네오 마르크시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비교적 다양한 이론과의 연계
속에서 구축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순수한 이론적 일관성보다는 그때 그때
의 문제가 된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이론들이 도입되면서 발전해 왔다
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커뮤니케이션학의 문화연구의 방법은
???사회의 단순한 반
영/재현의 체계로 보다가 이후에는 언어, 지식, 문헌, 정보 등을 통해 사회적 삶의
하부구조를 구성하는 생산적인 체계로, 또 가시적이지 않은 권력관계를 유지하고
강화시키면서도 끊임없이 경합이 벌어지는 헤게모니적 체계로 인식하고, 이러한
역동성을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동원되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미디어
생산물의 일반적 패턴 분석에서 시작하여 기호학적 방법, 해석학적 방법 등으로
세련화되고, 최근에는 정신분석 방법, 담론분석 방법이 원용되고 있다. 그러나 커
뮤니케이션학에서 문화
기본적인 방법론은 기호학적 방법론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문화연구 방법론이 기호학의 연장선상에 있거나 연구목적에 따라
기호학과 다른 방법론을 접목시킨 것이었다.
세 번째로, 분석대상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커뮤니케이션학의 문화분석이 매스 미
디어 텍스트들에 집중되었다는 점은 분과학문체계로 볼 때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
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스 미디어 생산물의 분석을 넘어서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
회적, 역사적 맥락에 대한 천착들이 시도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일상적 삶의 공간과
계기들을 텍스트로 포착한 분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 분석의 목표를 살펴보면, 초기에 커뮤니케이션학의 문화분석 목표
는 미디어 생산물의 지배이념의 생산, 재생산의 도구로서의 성격 규명에 집중되어
있었다. 즉 의미적 활동과 권력, 지배의 구조간의 관계에 주목하여 문화가 인간의
구체적 일상의 삶 속에서 생산되고 기능하는 방법을 묘사하고, 그럼으로써 권력과
지배의 구조가 재생산되고 변형되는 방식과 어떻게 물려 돌아가게 되는가를 밝히
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대중문화를 지배 이데올로기의 일방적
인 영역으로 보는 지배 이?
론의 도식성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는 비
판 아래, 최근에는 실천의 계기로서의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대중들의 다양한
문화 실천과 사회와의 역동적 관계를 밝히고자 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 디지털 혁명, 대화형 문화, 탈문화시대의 문화연구
최근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정보고속도로와 멀티미디어의 등장은 기존 미디
어의 한계였던 일방향성의 커뮤니케이션을 극복하여 쌍방형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해 주었다. 그 결과 대화형 문화라는 상호 작용 방식의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
다. 선두 주자
淡【?그 윤곽을 짐작할 수 있는 대화형 문화는 21세기의
문화형태를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미 전자게임과 유사한 대화형의 드라마가
등장하고, 대화형 음악이 예고되고 있으며, 영화는 이미 멀티미디어 PC로 사용자
가 임의로 편집하여 영화의 서사구조를 바꿀 수 있게 되었으며, 온갖 이미지 라이
브러리의 자료를 이용하여 갖가지 영상물의 제작이 가능해졌다. 대화형 문화의 시
대에 있어 문화예술의 소비란, 생산자와 창작자의 체험에 가까운 것이 되어 가고
있다. 신문, 방송의 뉴스도 자유자재의 편집에 따라 전혀 다른 뉴스를 ?
낼
수 있게 됨으로써 사용자는 뉴스의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적 참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기자나 문화예술 창작자는 완성된 텍스트의 생산자가 아
닌 텍스트용 토막 정보를 제작 제공해 주는 역할에 머물게 될지도 모른다. 이처럼
대화형 문화는 문화생산자와 문화소비자간에 전혀 다른 형태의 관계 맺음을 요구
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론가들은 포스트모던 국면의 문화적 변화로서 생산자와 수용
자, 작가와 독자, 공연자와 관객, 작가와 비평가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차별화
해체현상(De-Differentia
지적한다(Crook, 1995). 상호 작용적 문화란 바
로 수용자들의 문화 생산과정에의 참여 확대로 인해 생산자와 수용자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문화라고 할 수 있으며 21세기에 진입하면서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확
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문화적 변화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새로운 상호 작용적 정보매체로서 오늘날 새로운 문화적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탈문화현상으로 명명되는 이 같은 문화적 변화 앞에서 기존의
문화이론이나 문화분석은 그 설명력이 약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隙?분석 등 기존의 분석방식에 의존해서 대화형 문화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
기는 하다. 그러나 이 새로운 문화가 기존의 것과 텍스트 구조나 해독의 과정에서
어떻게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뿐 그 차이가 무엇을 의미하
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태의연한 해석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앞으로 문화연구에
서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는 대화형 문화의 성격, 기능들을 규명해 낼 수 있는 이
론과 방법론의 정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기존의 문화연구에서 이루어지고 있었
던 변화의 흐름은 그러한 작업을 위해 적절한 ?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사람들이 문화 텍스트를 어떻게 해독하고 그것에 어떻게 반응하며
그들의 일상생활과 어떻게 연결을 맺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나 드 세르토가 상정하
고 있는 적극적인 문화 소비자, 혹은 저항적(Resistant), 생산자적 수용자(Produce-
rly Audience)의 개념이 단순히 새로운 시각에서 제시된 수용자의 연구에 대한 제
안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창조자와 감상자가 엄격히 분리되
어 있는 모더니즘의 문화로부터 그 구분이 애매해지고 있는 상호 작용적 포스트모
던 문화(Inte
Postmodern Culture)로의 변화라는 변화의 흐름을 짚고, 그
변화에 부응하는 시각의 등장이었다고 볼 수 있다.
'책,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위인특대전집 (5) 왕인 (0) | 2023.06.05 |
---|---|
에이브라함 링컨의 힌트 - 엘러리 퀸 (0) | 2023.06.05 |
어머니의 양육과 타인의 양육 (0) | 2023.06.05 |
어머니가 울었다 (0) | 2023.06.05 |
어떻게 행위에 대한 욕구 독립적 이유를 창출하는가 (0) | 2023.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