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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삼국지 제6권

by Casey,Riley 2023.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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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 제6권 서촉의 41주
나관중 원저, 김홍신 평역

  방통 :(179-214)  호는 봉추. 연환계로 조조군을  대파하나 후에  손권이  그를 
중용하지 않자 현덕에게 가서 부군사가 된다. 
  마초 :(176-222) 서량태수  마등의 큰아들. 제갈공명의 계략으로  유비에게  귀
순하여 용맹을 떨친다. 
  주태 :열두 군데나 상처를 입으면서도 손권의  목숨을 구한 오나라 장수. 뒤에 
한중태수를 지낸다.
  정봉: (?-271) 손권 휘하의 용장.  감녕. 육손과 함께 여러 싸움에서 많은 공을 
세운다. 
  손부인 :손권의 누이. 유비의 두 번째  부인으로 뒤에 강동으로 돌아갔다가 유
비의 죽음을 전해 듣고 자결한다. 

    권머리에
    서촉 41주의 지도로 유비는 큰 꿈을 펼치는데...
  화용도에서 관우와 만난 조조는 옛 은의를 내세워 목숨을 구하고 조조의 목을 
기다리던 공명은 불같이 노하여 관우의  목을 벨  것을 명하나 유비의 간청으로 
명을 거둔다. 그 즈음    주유는 남군성을 차지하는 개과를    올리나 다시 조운
에게 성을 빼앗기는  비운을  겪고 마침내 병이  악화되어 적벽 대승 이래 참담
한 회군을 한다. 공자 유기의 명분을  내세워   형주, 양양, 남군의 세 성을 한꺼
번에 얻는 기쁨을 누린 유비는 마량을 불러 조언을 구하고 네 군을 얻어 전략의 
요충지로 삼으라는 지략을 듣는다.  곧 군사를   내어 영릉을 얻은  유비는 조운
과 장비를 보내   계양과  무릉을 차지한다.  손권은 회군한   장수들을  위로하
며 다시 합비성을 공략하려   한다. 마침  장요의 도전장이 날아들자 섣불리  선
봉에서 군사를 지휘하던   주군은 위험에 처하고 대신하여 싸우던 송겸은  목숨
을 잃는다. 주유는 유기가  죽었음에도 형주 반환이  여의치 않자   부인과 사별
한 유비의 처지를 헤아려  형주를 빼앗을 일을  꾸민다.   손권 누이와의 혼인을 
받아들인 유비는 주유의    계략대로 풍류로 세월을  보내니,   보다못한 조운이  
공명의 계책을 써 귀향을  재촉한다. 유비는 손 부인과 함께 
무사히 형주로 입성하고 유비를 놓쳐 버린 손권은 먼저 조조를 경계하여 유비를 
형주목으로 천거한다. 이에  조조는 주유와 정보를  태수로 임명하여  유비를 경
계한다. 그 즈음 공명의 지략에   말려든 주유는 끝내 숨을 거둔다. 남방 정벌을 
꾀하던 조조는  눈엣가시 같은  서량태수 마등을 죽이고 유비는 마등의 아들 마
초에게 서한을 보내 남방의 길목인 관소를  치게 한다. 동관으로 향하던 조
조는 마초의 군사를 맞아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수염까지 잘리는 수모를 겪는
다.  마초의  창창한  용맹은 조조의  감탄을  자아내고 다시   서하를 공격하던 
조조는 마초의   선방에 밀려 군사 태반을 잃은  채 현령 정비의 도움으로 간신
히 위급을 모면한다.  조조는  모사   가후와 의논하여 마초와  한수를 이간질시
키는 계책을 펴   마침내 마초를 깨뜨린다. 그러고 나서 조조는  지세가  험하고 
물자가 풍부한   한중의 파촉땅을 탐낸다.    이 소식을 접한 한녕태수   장로는 
익주목 유장을 쳐   서촉 41주를 취한  후 한녕왕임을 자처하여 조조군에  맞서
려 한다. 이때   익주의 별가 장송은  서촉을 조조에게  바치고자 갔으나 오히려  
조조에게 곤장을 맞고 형주의  유비에게로 간다. 유비는   공명의  뜻에 따라 장
송을 극진히 대접하여  서촉 41주 지도를 얻고  큰 꿈을 펼치고자 한다.  동오의 
손권은 장소의 계책에 따라   형주를 칠 생각으로 손  부인과  아두를 데려오게 
한다. 손권이 형주를   치려 할  때에 마침 조조  군사가  들이닥치고 손권은 그
들을 맞아 흔쾌히 물리친다.   조조는 진퇴양난에   빠져 시간만 허비하다  돌아
가고 손권은 조조를 밀어붙인 여세를 몰아 형주를 깨뜨리고자 한다.

  은의를 중히 여기는 관운장
  화용도에 들어 관우를 만난   조조는 옛  은의를 내세워  목숨을 구한다. 공명
은  군령장의 약조대로 관우의  목을 베려 하나  유비의 간청에 추상 같은 화를 
거둔다. 한편 남군성을  취하려던 주유는 조조의   계책에 힘입은 조인군에게 큰 
상처를 입고 군사를 거둔다.
  가까스로 화용도의 험지를 벗어나 평탄한  길로  들어서게 된 조조는 다시 숨
돌릴 틈도  없이  군사들을 재촉했다.  이를 보다못한 여러 장수들이   조조에게 
청다. "이젠  말들조차 지쳐 걷지를  못하니 잠시만 쉬어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
까?" "우리의    목적지는 형주다. 형주에  가서 쉬어도 늦지 않다."   조조는 엄
한 목소리로 장수들의   청을 물리치고 길을 재촉했다. 군사들은  조조의 엄명인
지라 마지막 죽을 힘을 다해  행군을 계속했다. 그렇게 몇 리쯤 갔을 때였다. 조
조가 갑자기  말  위에서  채찍을 쳐들더니 껄껄  웃기 시작했다.  조조의  요망
스런  웃음소리에 장수들과 군사들은 한결같이  꺼림칙한 얼굴들  이었다. "승상
께서는 어이하여 또 웃으십니까?" 여러  장수들은 지난번 제갈량을 비웃다가 큰
코 다쳤던 일을 생각하며  원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조조가 또 허세
를 부렸다. "사람들이 모두 주유와 제갈량이   지모가 많다고들  하지만 내가 보
기엔 하찮은 재주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이런  곳에 군사 몇 백만이라도  매복
해  두었더라면 우리는  꼼짝 못하고 사로잡혔을 것이 아닌가? 그런데 산골짜기
에 연기를 피워  무슨 대단한 계교나  부린  것처럼 여기고 있을테니 어찌 그런 
무리들이 우습지 않은가." 그런데 그 웃음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저편 숲 속에서 
난데없이 한 발의 포향 소리가  천둥이 치듯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길 양
쪽에서 5백여 군사들이 칼을 휘두르며 달려나와  길을 가로막으며  늘어섰다. 그
런데 그  앞장 선 장수를 보니 청룡언월도를 치켜들고 준족 적토마를 탄 미염장
군 관운장이 아닌가!  관우를 본  조조의 군사들은  이미  간담이  서늘해  넋이 
나간 듯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조조도 군사들의 마음과 다를    바 없
었다. 그러나 이 절대절명의  위급한 상황 중에도 그는 역시    당대의 영웅다웠
다. 조조는 다음 순간 의기를  돋우며 좌우에게  자신의 굳은 전의를 밝혔다.   "
일이 여기에 이른 바에야   물러서지 말고 죽기로 작정하고 한판   격전을 치르
리라!" 조조의 말에 장수들이   입을  보아 말했다. "군사들이야 승상의 뜻에  따
른다  하더라도  말들이 지쳐서 달리지를 못합니다.  어찌 저들과 싸울  수가 있
겠습니까?" 조조도 장수들의 말에 얼른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러자 정욱이 나
서며 조조에게 간곡히 권했다. "관운장이 허도에 있었을  때  아침  저녁으로 그
를 대하여 그  인품을 알고 있습니다. 운장은 윗사람에게는 오만해도   아랫사람
에게는 관대하고, 강한 자는 업신여겨도   약한  자는 진심으로  동정합니다. 또
한 은혜 갚을일과   원수를  갚는 일이 분명하고 신의를 가장 중히   여기는 사
람입니다. 일찍이  관운장이 현덕의 두   부인을 모시고 허도에 머물렀을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승상께서 그의 인품을 흠모하시어 비록  적장이지만 숱한   은
총을 베푸신 일은 천하가 다  알고 또한 관운장 자신도 잊지  않고 있을 것입니
다. 승상께서 몸소 한번  달래어  보신다면  이 어려운 고비를 벗어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조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관우와  싸워 이길  수  없음은 불
을 보듯 뻔한  이치였다. 거기다  관우의  인품이라면 조조 또한 잘   알고 있는 
터라 정욱의 말에   따르기로 하고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갔다.   조조는 관우에
게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며 간청했다. 
  "이런 곳에서 장군을   만나는 것을  보니 예사로운 인연이   아닌가 보오! 장
군께서는 그간 별일  없으셨소?" 관우도  몸을 굽히며 말했다. "별일 없이 잘 지
냈습니다만은 아무래도 악연인가 봅니다. 이 관운장이 우리   군사의 명을  받들
어 이곳에서 승상을 기다린  지 오래 되었소이다."  관우가 엄한  얼굴로 조조를 
치러 왔음을  밝혔으나   목소리만은 부드러웠다. 그러자  조조가  정중한  어조
로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조조가   싸움에 패해 많은 군사를 잃고  여기까지 왔
으나 이제 장군을 만나  살 길이 끊어지게  되었소.   바라건대 장군은 지난날의  
정분을 되살려 내 위급한  처지를 눈감아 주시오." "지난날 이 관우가 비록 승상
의 두터운 은혜를  입기는 했으나 백마의 싸움에서  안량과 문추를 베어 위기를 
모면하게 했으니 이미 보은한 터입니다. 어찌 사사로운   지난 정에 얽매여 공사
를 어길 수가 있겠소?"  관우는 군사 공명과 군령장까지 쓰며 약속했던 일을 새
삼 되새기며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문득  조조와  여러  장수들의  참
담한 몰골이 시선을 붙들자  흔들리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조조는 관우
가 하는 말과는 달리 선뜻  말을 몰지  않고 주춤거리고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
고 간곡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지난날 장군께서는 다섯 관을   지나며 장
수들을 벤 일을  잊으셨습니까? 그때 이 조조는 장군을 뒤쫓지  않았습니다.  장
부는  모름지기 신의를 중히 여겨야   하는 법이외다. 장군은  <춘추>에 밝으신  
분인데 어찌 유공지사가 자탁유사를   쫓던  고사를 모른다 할 수 있겠소이까?" 
유공과 자탁은 춘추시대   이름난 궁수들이었다.  그런데 유공의  스승은 자탁의 
제자였다. 유공과 자탁이 서로    적이 되었는데 유공이 병이 나 활을   못 쏘는  
자탁을 뒤쫓아 활을 쏘아 죽일 수  있었으나  그냥 돌아서고 말았다.  그 까닭을 
몰라 군사들이  물으니 유공이 말했다. "자탁의 제자에게 배운 궁술로 어찌 스승
과  다름없는 이에게 화살을 겨눌 수 있겠는가?" 
  유공은 주군의 명을 받든 몸이라 명을 어길 수 없어 화살촉을 뽑은  뒤 몇 대
를 쏘고는  돌아갔다.  조조가 자신의  처지를 고사에 비유하며 간곡히   말하자 
관우가 입을   열지 못했다. 원해 의리를  무엇보다 중히 여기는 관우였다. 지난
날 조조가 두텁게 베풀던 은혜와 다섯  관을 지날 때  능히 자신을 사로잡을 수 
있었으나  사람을 보내면서까지 그를 보내 주도록 한 일들이  떠올랐다. 거기다
가 남루한 행색의 조조  군사들이 모두 말에서 내려 땅 위에  무릎을 꿇고 눈물
을 흘리며 관우를 향해  빌고 있었다. 그 측은한   모습을 보자  관우는 차마 그
들에게 칼을 들이댈 수가    없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이윽고    관우가 말머
리를 돌리며 군사들에게 명했다. "모두들   넓혀 서도록 하라!" 관우의 명에   휘
하 군사들은 분명히  무엇을  뜻하는 명인지 종잡을  수 없어 주춤거리고  있었
다. '오, 이틈에 달아나라는   뜻이로구나.' 조조가 얼른 관우의   속마음을 알아
차리고 장졸들을 이끌어 급히  말을 몰았다. 관우가  말머리를  돌려  보니 조조
와 그의 수하 장수들은 어느  새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네놈들,   게 서지  못
할까!" 관우는 조조의  군사까지  그 뒤를  따르는 것을  보자 불현  듯 벽력 같
은  소리를 질렀다.  조조는 놓아 준다  하더라도 군사들까지  달아나는 걸 보자  
관우의 심사가 뒤틀렸던 것이다. 그  호통에   놀란 군사들은 모두 말에서  내려 
땅 위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했다. 관우는  차마   그들을 모
질게 벨 수가 없어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조조를 뒤따르고 있던 장요가    군
사 약간을 이끌고 그곳에 이르렀다.  군사들은  무기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으며  
상하지 않은 자가 없었다.  장요는 관우를 보자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그런 장
요를 보니 관우는 지난날의 정이  되살아났다.   정에 이끌린 관우는 마침내  길
게 탄식하며 그들을  보고도  못 본 척 말머리를 돌리고 말았다.  뒷날, 이 광경
을 두고 지은 시가  있었다.   조조가 패하여 화용도를  벗어나다가 좁은 길목에
서  관운장과 마주쳤네.  은의를 중히 여기는  관운장 끊은 길을 열어 조조를 놓
아 주었네. 
  화용도를 빠져 나온 조조는   한동안 말을 달리다 골짜기 끝나는 곳에 이르렀
다. 뒤따르는 군사를 보니 겨우 27기에 지나지 않았다. 저녁때가 되어서야 남군 
앞에 이르렀다. 그런데   갑자기 횃불이 오르며 한 떼의 군마가   나타나더니 앞
길을 가로막는   것이 아닌가. '아,  이제야말로 마지막이로구나.' 조조 스스로도   
이젠 기진한 몸인지라 싸움은커녕  말 위에 앉아 있기도  힘든 지경이었다. 
다만 다가오는 군사들을  초연히  바라보고 있는데 앞선 장수가 바로  남군성을 
지키던 조인  이었다. 조조는 지옥에서 부처라도  만난  듯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조인이 조조를 맞으며   그간의 사정을 말했다. "적벽의  패전을 듣고 
즉시 달려가려 했지만 남군성을 비울    수도 없어 무사하시기만을 빌었습니다." 
조조는 조인을 보자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하마터면 너를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다." 조조는 그길로  뒤따르는 군사를  거느리고  남군성에 들어가 적벽에서
의 싸움 이후  쌓였던 피로를 사흘낮 사흘밤   동안  풀었다. 뒤이어  장요도 군
사를 이끌고 당도했다.  조조와 장요는  모두  관우 때문에 목숨을  보존케   된 
것을 생각하며 새삼 관우의   덕을 칭송했다.  조조는 조인에게  명해  부상당한 
군사들을 치료해 주도록  하는 한편 장수와 모사들에게  술을 내려 더불어 시름
을 달랬다. 
  술이  몇 순배 돌자 조조는 문득   하늘을 우러러보며 소리내어 울었다. "승상
께서는 호랑이 굴같이 위험한 곳을  빠져 나오실 때에도 두려워 하거나 겁을 먹
지 않으시었습니다. 더구나 이제는  이미 성 안으로 드셨고  군사들도   밥을 먹
고 제  정신을 차렸으며 말들도   풀을 뜯고 기운을 차렸습니다.  앞으로 군마를   
정돈하여 원수 갚을  일만  남았는데 어찌하여  그토록  슬피 우십니까?"  "나는 
죽은  곽봉효가 생각나서 울었다. 그   사람이 만약 살아있었더라면 내가 이토록 
크게 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조가 눈물을  거두며 이렇게   말하더니 다시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울부짖었다. "슬프도다 봉효! 원통하도다  봉효! 아깝구나  
봉효!" 조조가  가슴의 응어리를 풀지 못해   한탄하자 여러  모사들은 한결같이  
입을 다물고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붉혔다. 다음 날이   되자 조조는 조인을 불러 
말했다. "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적벽의 원한을 풀고 말겠다. 지금은 일단  허
도로 돌아가서 다시 군마를  모아 오겠다.  그 동안 남군성을  잘 보전하도록 하
라. 만약 적이 성을 공격해  오더라도 성을 지킬 뿐  나서지 말라." 조조는  봉투 
하나를 조인에게 주면서 말을 이었다. "내가 계책  한 가지를 이 봉투 안에 두고 
가겠으니 위급할 때  열어  보도록 하라.  그 계교대로 행한다면 감히  동오에서 
남군을 넘보지 못할   것이다." 형주의 남군에서 양양·합비,  두 성을 연결하는 
지방을 뒷날 강남과 강동을 도모하기   위한 중요한 거점으로  여기고 있는  조
조였다. 남군의 방비에 대해 조조가 그렇게  말하자 조인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러면 합비와 양양은 누가 지킵니까?" "형주는 네가  나서서  지키도록 하고  
양양은 이미 하후돈을 보내   지키게  했다. 합비는 이  중에서 긴요한 곳이므로  
내가 장요를 주장으로 삼고 이전과  악진을  부장으로 삼아 그곳을 지키게 했다.  
그러나 언제든지 급한 일이 일어나면 내게 즉시  알리도록 하라." 조조는 이처럼 
빈틈없는 배치를 끝낸 후에  곧  말에  올라 허창으로 향했다. 조조는   그때 형
주에서 항복을 받은  문무의 관원들을 모두 거느렸다.  또한   원래 거느린 군사
와 투항한 군사들을 모두 거느리니  적벽에서의 참담한 패전을 겪은 군사로  보
기 어려울 만큼 위세가 당당했다.  조조가  허창으로  떠나가자 조인은 조홍으로  
하여금 이릉과 남군을 맡겨 주유를 방비케 했다. 그 무렵, 하구성 성루는 승리의 
기쁨에 들떠 있었다. 관우도  조조를  그대로  놓아 보낸 후 군사를   이끌고 마
지못해 고개를 떨군   채  하구로 돌아왔다. 이때 장비·조운을  비롯한   그 밖
의 장졸들은 모두 싸움터에서 돌아와  마필과  전량 등 노획한 전리품을 전시하
며  군공장에  등록하고 저마다  그  무공을 뽐내고 있었다.    그러나 관우만은 
무기  하나 포로 한  사람도 없는  빈몸이었다. 공명이 유비와 함께 싸움에 이긴  
것을 축하하고 있는데 그 자리에 관우가 들어왔다.  공명이  자리를 떨치고 일어
나 술잔을 들어 관우를 맞았다. 
  "장군이 천하를  위해 큰 해를 끼치는   역적을 죽이고  세상에 다시 없을 큰   
공을 세웠으니 마땅히 나아가  치하를 했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이양이 영
접해 들이지 못했소. 운장은  너그럽게 여겨 주시오." 관우가 이미  조조의 목을 
베어 왔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관우는 말이 없었다. "장
군은 우리가 마중 나가지  않은  것을 언짢게 여기시는 것입니까?" 공명은 관우
에게 이렇게 묻더니 관우가 미처  입을 열 사이도 없이  좌우를 둘러보며 큰 소
리로 꾸짖었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장군이   오신 것을  일찍  고하지 않았느
냐?" 공명이 그럴수록   관우는 더욱 괴로울 뿐이었다.   이에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내가 이곳에 돌아온 것은 전공을  밝히려는  것이 아니라 벌을 받
기 위함입니다. 군령에  따라 벌을  내리십시오." "그렇다면 조조가  화용도로 오
지 않았다는 말씀이오?" 공명이 놀란  얼굴로 관우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물었다. 
"그곳으로 왔습니다. 그러나  이 관운장이 그만 무능하여 놓쳐 버리고   말았소." 
공명의 물음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더욱 엄한 얼굴이 되어 다시 물었다. "
그럼 조조는 놓쳤다    하더라도 그 휘하의 장수나 사졸은  다만 몇이라도 잡았
을  것 아니오?" "한 사람도 사로잡지 못했습니다."  관우가 고개를 떨구며 말했
다. 그러자 공명이   지그시 관우를 내려다보더니 큰 소리로 호령했다.  "그렇다
면 분명 운장이 조조가 베풀어  준  지난날의 은의를 생각해서 일부러 도망치게  
한 것일게요. 맹세의   뜻으로 쓰고  간  군령장이 여기 있으니  부득이  군법에 
의해 다스리지 않을 수 없소. 여봐라, 적장 조조를 놓아 준 관우를 끌어 내 당장 
목을 베라!" 공명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추상 같은 엄명을 내렸다. 공명은 머
뭇거리는 무사들에게 눈을 부라리며 관우의 목을 벨   것을  재촉했다. 도부수들
이 공명의 서릿발 같은 명이   떨어지자 하는 수 없이 관우에게 우르르  달려들
었다.  일찍이 공명의 이처럼  노한 모습을 보기는  유비도 처음이었다.  유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공명 앞으로  가 엎드리며 말했다. 
  "운장과는 그 옛날 도원에서   의형제를 맺고 생사를  함께하기로 맹세한   사
이요. 그러니 운장의 죽음은 곧  이몸의 죽음을 뜻하는  것이오. 운장이 죄를 범
했으나 차마 그 맹세를 저버릴  수가 없소이다.   바라건대 이  점을 헤아리시어 
오늘의 죄를 기록해   두었다가 뒷날 큰 공을 세우도록   하여 죄를 씻게 해 주
시오." 그  자신  주군이면서도 유비는 신하의 한 목숨을 살리기  위해  또 다른 
신하에게 엎드려 빌었다. 군사인   공명의 권위를  세워 주되  관우의 목숨을 살
리기  위해서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여긴 것이었다. "주공께서는 어서  일
어나십시오. 어찌하여 아랫것에게 함부로 몸을   굽히십니까?" 공명도 유비의 이
같이 밝은 헤아림을 어찌  일축할 수 있으랴.  마지못한  듯 급히 유비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군령을 어길  수 없으나 주공께서 청하시니  말씀대로 운장을 
목베는 일은  잠시 뒤로 미루겠습니다.   운장의 죄는 주공께서   맡기겠습니다." 
공명은 다시  관우에게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군은  들으시오. 오늘은   주
공의 청에 의해 군령의  시행을 잠시 뒤로 미루겠소.  그러나  이후에 군령을 어
길 때는 즉시 이를 시행할  터인즉 명심히시오." 공명은 관우를  살리는 대신 군
사로서의 영을  엄히 다짐해 두었다.  관우는 대춧빛처럼 붉은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을 가득 띠운   채 공명에게 군례를 올리고 물러갔다. 한편  주유는 그 무렵 
적벽으로 내보냈던  모든 군사들과 장수들을  불러 들였다. 싸움에서  크게 이긴  
것을 기뻐하며  그 공훈을  적어 오후 손권에게  알렸다. 또한 항복한  군사들과  
전리품도 모두 실어  본진으로 보냈다. 이어  잔치를 베풀어 승전을 자축하며 삼
군을 크게 위로한 다음, 남군을 공격하기 위해 군사를 내었다. 주유는 강가의 다
섯 곳에 진을 배치하고 자신도 그 한가운데에  자리잡았다. 영채를 세운 후 장수
들과  함께 진병할  방책을 의논하고  있는데 한 군사가 와서 알렸다. "유현덕이 
손건을 보내 도독께  경하의 뜻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리로  안내하라. "주유의 
말에 사자 손건이 들어와 예를 올린 후  말했다. "저의 주공께서 특별히 제게 
명하시어 도독의  크신  덕을 치하하고 약소하나마 예물을 올리라고 하시었습니
다." 그러자 주유는 예물을 받기도 전에 불쑥 손건에게 물었다.  "현덕께서는 
지금 어디 계시오?" "군사를 이끌어 유강구에 머무르고 계십니다." 그 말을 들은 
주유는 얼굴색이  달라지며 다시 손건에게  물었다. "공명도  함께  그곳에 계시
오?" "그렇습니다. 주공과 함께 계십니다." "그럼 그대는 먼저 돌아가도록  하오. 
현덕께서 보낸 예물에  대한 답례는 내가  몸소 그곳으로  가서 하겠소." 주유는 
예물을 받는둥마는둥 하더니 손건을 쫓다시피 하며 서둘러 돌려 보냈다. 손건
이 돌아가자 노숙이  알 수 없다는 눈길로 주유에게 물었다.   "도독께서는 조금 
전 손건의 말을 듣고   무슨 연유로 그토록 놀라셨습니까?" "유비가 강구에   있
다는 것은  필시  남군을 취할 속셈이  있기 때문일 것이오. 우리가   막대한 병
력과 군비를 써 가며  적벽 싸움에서 이겼다고는 하나 아직은 그 전과로써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소. 그런데 유현덕이 앞질러   남군을  가로챈다면  우리가 피 
흘려 싸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겠소?  그러니 어찌 내가 놀라지 않을  수
가 있겠소. 그러나  이 주유가 살아   있는 한 결코 현덕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오." 주유의 말에 노숙도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도독께
서는 어떤 계책으로 물리치시겠습니까?"   "내가 직접 현덕을 만나 달래 보겠소.  
내 뜻대로 따라 준다면 모르거니와   그렇지 않을 때는 현덕이  남군을  수중에 
넣기 전에 그의 목부터 벨 것이오." 주유가 성난 얼굴로   잘라 말하더니 자리에
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시다면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노숙도  주유를 뒤
따라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하여 주유는 노숙과  함께  경기 3천을  이끌
고 유강구로  달려갔다. 이보다 먼저 유강구로   돌아온 손건은 주유가  한 말을 
유비에게  전했다.
  그러자 유비가 공명을 돌아보며 물었다. "주유가 몸소 답례하러 오겠다고 하는
데   그 본심은 무엇이겠습니까?" 공명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답례는 무
슨 답례이겠습니까?  주유는 혹여라도 남군을  우리에게 빼앗길까 봐  걱정하여 
달려오는 것입니다." 유비가 문득   근심스런 얼굴로  물었다.  "그가 만약  군사
를 이끌어  온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그는 우선은 
동정을 살피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가 오면..." 공명은  문득 말소리를  낮추어  
유비에게 속삭였다. 공명의 속삭임에 유비의   얼굴이 밝아지며 고개를 끄덕
였다. 유비는 강   어귀에 군선을 늘여  세우고  강기슭에도  군마를  넓게 벌여 
세워 주유가  군사를 거느리고 도착할 때를  대비했다. 그러자 군사 하나가 달려
와 알렸다.   "주유와 노숙이 군사를 거느리고  왔습니다." 그 말을 듣자  공명은 
조운으로  하여금 군사  몇 기를 거느리고  나아가 그들을 맞게 했다. 주유가 유
강구에  이르러 보니 강  위 유비의   군선들과 군마가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
는데 그 위세가  가볍지  아니하였다.   조운의 안내를 받아 진문   앞에 이르자 
유비와 공명이  함께 나와 일행을 맞아들였다. 서로  예를 나눈 후 잔치를  벌여 
마치 주군을   맞는 예로 맞으며 유비는  주유를 높은 자리에  청했다.   유비가 
주유에게 술잔을 권하며  적벽대전의 승리를 경하하고  이어 술이 몇 순배 돌자 
주유가 유비에게 물었다.  "유 예주께서   군사를 이곳으로 옮긴 뜻은 남군을 취
하시려는 뜻이 아니십니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도독께서 남군을 취
하려 하신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도와   드리려고 왔을   뿐입니다. 그러나  
만약  도독께서 취하지 못하신다면  그때는 이 유비가 취할 생각이외다." 유비가  
서슴없이 말하자 주유가 빙긋이 웃으며 그 말을  받았다.  "우리 동오가 한강 일
대의 땅을 병합하기로 작정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이었습니다. 
  이제 남군이 손안에 든  것이나 다름없는데 어찌  취하지 않겠습니까?"  "그러
나  싸움의 승패란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조조가 허도로 돌아가면서  조인에게  
남군 일대를 맡기고 갔습니다.  그렇다면 능히 그곳을 지켜 낼 수  있도록  어떤
계책을 일러 두고  갔을 것이며,  조인 또한 용맹이 얕은 장수가 아닙니다. 
  그러니 도독께서 남군을   취하시기가 용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유비의 말에  
주유는 분연히 미간에  분노의 기색을 띠며  말했다. "만약  내가 남군을 빼앗지 
못하거든 그때는 유 예주께서 빼앗아도 좋습니다." 주유가 분기를 누르지 못하고 
불쑥 그렇게 말하자  유비가 다시 한 번 다짐해 두었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는  
자경과 제갈 군사도 있으니 증인이 돼 줄  것입니다. 도독께서 지금 하신 말씀을 
잘 기억해 두시되   후회하지  마십시오." 유비가 노숙을 보고 말을 이었다.  "자
경께서는 이 일의 증인이  되어 주시겠지요?" 그러자 노숙은 얼른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명이 주유와  유비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는 것도  마음에  걸
렸다. 노숙이  선뜻  입을  열지 않자 주유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대장부가  
한 번 내뱉은 말인데 어찌 번복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러자 그때까지 입을 다
물고  있던  공명이 입을 열어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과연 도독의  말씀은 동
오가 대국임을 과시하고도 남음이   있는  공론인가 합니다. 먼저  동오에서  남
군을 빼앗도록  하고  만약  빼앗지 못할 경우에는 우리  주공께서 나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어찌 도리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공
명이 주유의 말을 움직일 수 없도록 단단히 못박은 후 주유와 노숙은 작별을 고
하고   물러갔다. 그들이 돌아가자   유비가 공명을  근심스런  얼굴로 쳐다보며 
물었다. 
  "군사가 일러 준   대로 그렇게 말은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일이 잘못
된 것  같소이다. 내가 지금 외롭고 곤궁하여  빈 몸뚱아리 하나 발붙일 땅도 없
는 처지가 아니오? 그래서 남군이라도 얻어 몸을  담으려 했소. 그런데 주유에게 
먼저 빼앗도록 했으니  그 땅이 동오의 땅이 된  후에는 무슨 수로 남군을 취할  
수가 있겠소?"  그 말에 공명이 껄껄 웃으며 답했다.  "전에 제가 형주를 차지하
시라고 권했을 때는  듣지  않으셨습니다. 오늘은  그보다 훨씬  작은 남군을 두
고  어찌하여 생각이 달라지셨습니까?" 공명이   핀잔 섞어 유비에게 말하자 유
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때는 형주가 경승(유표의 자)의 땅이라서 차마 
빼앗을 수가 없었소이다. 그러나 남군은 조조의 땅이 아닙니까. 빼앗음에 조금도 
주저할 까닭이  없소이다." 공명이 유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어
쨌든 주공께서는  염려하지 마십시오. 주유더러 먼저  남군을 치게한  것은 그렇
게 양쪽 군사를 크게  상하게 하여  군세를 약하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머지않
아 주공을 남군성에  드시게  할 것이니 이 공명을 믿어 주십시오." "군사께서는  
무슨 계책이라도 있소?" 유비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듯 물었다.  공명이 유비
의 귀에 대고 한동안  나직이  속삭이자, 유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비 개인 하늘
처럼  얼굴이 환해졌다. 그 이후 유비는 유강구에  군사를  머물게 한 채 꼼짝도  
하지 않고 공명이 이른  말에 따라 강  어귀만을 지키고 있었다.   그때  주유와 
노숙은 본진으로 돌아갔다. 
  노숙이 의아하게  여기고 있던  일들을 주유에게  물었다. "도독께서는 어찌하
여 유비에게 남군을 차지해도  좋다는 말을 하셨습니까?" "그것은  듣기  좋으라
고 말로  인심을 쓴 것에  지나지 않소이다. 남군성쯤은   손끝만   놀려도 얻을  
수 있소. 그런데  어찌 남군을 유비에게 넘겨 줄  수가 있겠소." 주유는  그렇게 
말하기가 무섭게 여러  장수들을  불러모았다. 당장  남군을 우려뺄 작정이었다. 
장수들이 다 모이자  주유는 여러  말 할   것 없이 군사부터 내기로 하고 물었
다.  "이제 남군을 치려고 하는 바 누가 선봉을 맡아 남군을 취하겠는가?" "제가  
가서 단숨에 남군을 깨뜨리겠습니다." 
  주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흠이  나서며 말했다. 주유가  믿음직스럽다는 
듯 장흠을  보며 명을 내렸다. "그럼  그대가 선봉을 맡고 서성·정봉을  부장으
로 삼아  정병 5천을 이끌어 먼저 강을  건너도록 하라. 그러면 곧  내가 그대를 
뒤따르며 접응토록 할 것이다." 주유의  명에 따라 장흠은 그날로 군사를 이끌어 
남군으로 향했다.  이때 조인은 남군에 머물고 있었다. 조홍으로 하여금 이릉
에 보내 그곳을  지키게  하며, 어느 한 편이  공격을  받으면 다른  한 편이 돕
도록  하는 의각지세(적을  앞뒤에서 몰아치는 태세)를 펼치고  있는데  문득 척
후병이 와  알렸다. "지금 동오의  군사들이 물밀듯이 한강을 건너오고   있습니
다." 조인은 조조가 허도로 가기 전에 일러  준 말을 생각하며 장수들을 보고 명
을 내렸다.  "굳게  성을 지키기만 하고 나가 싸우지 않도록 하라." 그때 효기
장군 우금이 나서며 말했다.  "적이 이미 성 아래에 이르렀는데도 이를 맞아  싸
우지 않는다면 이는 적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격입니다. 거기다가 우
리  군사가 지난번 싸움에서   패한 뒤라 기가 꺾여 있으니  결국은  성을 오래 
지켜 내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그러니 이런  때일수록 나가  싸워 예기를 떨쳐  
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바라건대  제게 정병 5백만 주십시오. 죽기를 작
정하고 싸워 주유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습니다." 우금의 말에 조인은 그 또한  
사리에 닿는 말이라 여겼다. 자신은 성을  지키기로   하고 곧 우금의 말을 좇아  
군사 5백을 주고 나가   싸우게 했다. 이에 우금은  곧 군사를   거느리고  성을 
뛰쳐나갔다. 우금이 군사를  이끌고 나오자 동오군에서는 정봉이 나와 그를   맞
았다.  정봉이 우금을 맞아 몇  합을 부딪치더니 슬며시 말머리를  돌려 달
아났다. 기세가 오른 우금은  정봉의 계략인 줄도  모르고 말을  달려 적진 깊숙
이 짓쳐들었다.  그러자 도망가던 정봉이 홀연   말머리를 돌리며 외쳤다.  "북을 
울려라!" 정봉의   외침과 함께 북 소리가  크게 울리고 이어   정봉의 군사들이 
우금을  둘러쌌다.   우금이 그때서야 당황하여 좌우를  닥치는  대로 베며 싸웠
으나 좀처럼 빠져  나올 형국이  아니었다.  이때 조인이 성 위에서 내려다보니, 
우금이 독 안에 든 쥐 꼴이 되어 싸우고 있었다.   그대로 둘 수가 없어  조인은 
수백 기를 거느리고 성을  나와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동오의  장수 서성이 나
서 조인과   맞섰으나 당해 낼 수가 없었다. 
  서성이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자  조인은 칼을 휘두르며 동오의 진중으로 뛰어
들어 우금을 구해 냈다.  조인이 말을 달려나오다 보니 아직도 수십  기가  적진
의 포위 속에  있어 다시 말을 되돌려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우금도 조인을 뒤
따라와  그들을 구하기  위해  적진 속으로 뛰어들었다. 마침내  적진 속에 있던  
휘하 군사들마저 구한 조인과 우금이 말을  달리는데 이번에는 동오군의 선봉인 
장흠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때마침 성  안에서 조인의 아우    조순이 말
을 달려와 조인과 우금을  접응했다. 양군이 함께  어우러져 한바탕   피를 뿌리
는 혼전이 벌어졌으나 장흠이  당하지 못해 달아나고 조인은 그들을 뒤쫓아  동
오군을 크게  무찌른  뒤 성으로 돌아갔다. 장흠이  싸움에서  패해 돌아오자 도
독 주유는 크게 노했다. "적의 몇 배나   되는 군사를 가지고도 그들을 깨뜨리지 
못했다니 그러고도   어찌  동오의 장수라고  하겠는가!"   주유가 불같이  화를    
내며 장흠을 목베려 하자 여러  장수들이 한결같이 주유에게 빌어  장흠은 간신
히  목숨만은 구했다. "이렇게 된 바에는 내가 직접 가서 남군성을  단번에 우려
빼겠다." 주유가 노기를 억제하지 못하고  소리치자  감녕이 말렸다. "도독께서는 
너무  서두르시면 아니  됩니다. 조인이 조홍에게 이릉을  지키게  하며 서로 접
응토록 하는 형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제게 3천의 날랜 군사를 주십
시오. 먼저 이릉을 취하여 한 쪽 힘을  꺾어  놓겠습니다. 그런 다음 도독께서는  
남군을 깨뜨리도록 하십시오."  주유가 들으니 감녕의 말이 옳았다. 곧  감녕에게 
군사 3천을 주어 이릉을 치게 했다. 그런데  조인의 세작이 이 사실을 알고 급히  
알렸다. 조인은 모사 진교와  이 일을  의논하자 진교가 간했다. "이릉이 적에게 
떨어지면 남군도 지키기 어렵게  됩니다.  이릉을 급히 구원하지 않으면 아니 
됩니다." 이에 조인은 우금과  조순에게 군사를 주어 이릉을 보전하게  했다. 조
순은  샛길로 가서 이릉성  안으로 들지 않고 먼저  조홍에게 사람을 보내 전했
다. "너는 성을   나와 적을 유인하도록 하라.  우리가 구원하러 가겠다." 조홍은 
조순의 전갈을  받고 군사를 거느려 성 밖으로 나왔다. 한편 이릉성에서 남
군과 접응하고 있는 것을 알  리 없는 동오의 장수 감녕은 말을 달려 성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적을 맞았다. 조홍이 감녕을  맞아 20여 합을   싸우다가 기회를 
엿보아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조홍이 달아나자 졸개들도 서로   앞을 다투어  
조홍을 따라 달아났다. 감녕은 힘들이지  않고도 이릉성을 빼앗아 버렸다.  해질 
무렵에 감녕의 군사는  모조리   성 안으로 들어가 수월하게 성을  차지한 것을 
기뻐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일이 벌어졌다. 조순·우금이 성을 
에워싸기 시작했고  달아났던 조홍도 어느 새   그들과 합류해   있었다. 그렇게 
되니 공격해 온 감녕은  완전히 처지가 뒤바뀌어 독 안에  든 쥐  꼴이 되고 말
았다. 이 일은  본진에 있는 주유에게도 전해졌다. "감녕이 이릉성  안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형세가  매우 위급합니다." 주유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는데 정보가  말했다. "군사를 나누어 급히 구하도록 하십시
오." 그 말에   주유가 걱정스런 얼굴로 되물었다. "만약 군사를 나누어   이릉을 
구하는 사이에 조인이  군사를 이끌고 이곳으로 쳐들어오면 어찌하겠소?"   그러
자 곁에 있던 여몽이 입을 열었다.  "감흥패가 강동의 상장인데 어찌 그를  구하
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여몽까지  그렇게 말하자 주유는 몸소 군사를 
이끌기로 작정하고 뒷일을 의논했다.  "내가  직접 감흥패를 구하러  가겠소. 그
러니 누구에게 이곳을 맡기는 것이 좋겠소?" 여몽이  선뜻 나섰다. "이곳은 능통
에게 맡기도록 하십시오. 제가 선봉이 되어 적을  치고 도독께서 뒤를 맡아 적의 
원병을 끊어  주신다면 열흘 안으로  반드시 이기고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주유가 능통을 바라보며 물었다.  "능공속(능통의 자)은 나를 대신하여 
이곳을 맡아  주겠는가?"  "열흘 동안이라면 맡아   보겠습니다만 그 이상이  걸
린다면 장담할 수  없겠습니다." 능통이  그렇게 말하자 주유는  마음을  놓으며 
능통을 안심시켰다. "그렇게 오래  걸릴 상대가 아니다.  그대에게 1만의  군사를 
줄 터인즉 나를   대신해 이곳을 지키도록 하라." 주유는  능통에게 성을 맡기고 
그날로 나머지 군사를 이끌어 이릉으로  향했다.  이릉으로 가는 도중 여몽이 주
유에게 한 가지 계교를 냈다. "이릉 남쪽에   좁고 험한 길이 하나 있는데  남군
과 가까운  샛길 입니다. 부근의 산골짜기에  군사 5백을 매복시켜  나무를 베어 
그 길을 끊도록 하십시오.  적군이 싸움에 지고 나면 필시  그 길로   달아날 것
입니다. 길이 막히게 되면 군사들은  반드시  말을 버리고 달아날 터인즉 우리는 
적지  않은 군마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  말에 주유가 기뻐하며 여몽
의 말을  좇았다. 즉시 군사  5백을  그곳으로  보내며 여몽의 말대로 영을 내렸
다. 주유는 말고삐를 늦추지 않고  달려 이릉 가까이에  이르렀다. 주유가  이릉
성을 에워싸고 있는 적의 군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가 적의 포위망을 뚫고 성 
안으로 들어가 감녕을 구출하겠는가?" "제가 가겠습니다." 주태가 분연히 나서며 
말했다.   주유가 기꺼이 허락하자   주태는 말 채찍을 후려치기가  무섭게 칼을 
빼들더니 적진 속으로  뛰어들어가  에워싼 적을 베고 찌르며 마침내 이릉성 아
래에 이르렀다.   이때 이릉성의 망루에서 주태가   달려오는 것을 본    감녕이 
급히 성문을  열고 맞아들였다. "도독께서  몸소  군사를 이끌고  이곳으로 오셨
소."  주태가  감녕에게  소식을 알렸다. 그 말을 들은 감녕은 한바탕 죽기  살기
로  싸울 작정을 하고 우선 군사들을 배불리 먹이며 싸움을 위해 만반의 채비를 
갖추도록  했다. 한편  성을 에워싸고 있던   조홍, 조순,  우금은 주유가 군사를 
이끌어 온다는 보고를 듣자  크게 당황했다. 조홍은  급히  사람을  보내 조인에
게 이 사실을 알리는   한편 군사를 나누어 싸울  태세를   갖추었다. 이윽고 주
유의 군사가   당도하여 한바탕 싸움이  이는데  성 안의 감녕과 주태가 군사를  
이끌고 양쪽에서   내달아  나와 조조군을 덮쳤다.  원래 조조군은 군사의  수도  
적은데다가 앞뒤에서 협공을 받게  되니 순식간에 큰   혼란이 일었다. 
  주유가 그들을 사방에서 에워싸고 들이치자 조홍 등 세 장수는 이미 한쪽으로  
기운 싸움이라 여겼다. 마침내 남군으로 이르는  샛길로 달아나는데 도중에 좁은 
길에 쌓아 둔  나무에 걸려 말에서 굴러  떨어지니 말을 내팽개치고 도망치기에 
바빴다. 매복했던  주유의 군사들이  그들을  휘둘러  치니 도망하다  등에 칼을 
맞는 자가 부지기수였다.  싸움이 가라앉자  동오군이 버리고 간 말을 거두어 
보니  5백  필이나 되었다. 주유는 승세를  몰아  남군으로 군사를  이끌어 적을 
뒤쫓았다. 밤을 틈타  남군으로 밀고 가다가 남군성  10여 리까지  갔을 때였다. 
마침 이릉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던 조인의 군사와 맞닥뜨려 한바탕 어지러운 
혼전을  벌였다. 한데  어우러져 싸우는 동안  어느 새 해가 저무니, 양군은 더 
이상 싸울 수가 없어   각기  군사를 물렸다. 남군성으로 들어간   조홍은 형 조
인과 마주  앉아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역시  승상의 분부를 지켜 절대로 
성 밖에 나가지 않고  굳게 지키고 있었어야  할 걸  그랬습니다. 이릉성을 잃었
으니 이제 우리는 위급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찌하여 형님께서는 승상께서 
주고 가신  그 봉투를 보지 않으십니까? 거기에는 필시 이 위급함을 넘길 좋
은 계책이 있을  것입니다."  "아차! 내가  그 일을 잊고 있었구나. 네   말이 옳
다." 조인은 즉시 조조가 주고 간 봉서를  뜯어 읽어 보았다. 글을 읽어  본 조인
은 몹시 기뻐하며 장수들을 불러 이것저것을 지시했다.   조인의 명을 받은 장수
들은 새벽 오경이  되기 전 군사들에게 밥을  지어 먹게 했다. 그런 후  성 위에 
정기를 무수히 꽂게  하여 성안에  많은 군사가 있는 것처럼 꾸몄다. 이윽고 
날이 밝기가 무섭게 세   문으로  성을 빠져 나가라고 영을   내렸다. 한편 주유
는 이때  이릉에서 감녕을 구해  낸 후 군사를  몰아와 남군성  밖에 진을 벌여 
세우고 있었다. 주유가   남군성을 살피기 위해 높은 망루에 올라  보니 성 안의 
군사가 세 문으로 빠져  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남군성에는 비록 정기가  즐
비하게  꽂혀 있었으나 성을 지키는  군사가 눈에 띄지 않았다. 거기다가  성을 
빠져 나오는 군사는 모두 허리에 보따리를   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조인이 이
곳을 지켜 내지  못할 것 같으니 달아나려 하는구나.'   주유는 그들을 살피다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급히 장수들에게  영을 내렸다.  "군사를 좌우로 나누어 
남군성으로 짓쳐들되,  전군이   이기거든 그대로 적을  뒤쫓아 치고 징  소리가  
울리거든 군사를 물려라." 이렇게 영을 내린 주유는  몸소 전군을 이끌기로 
하고 정보에게 후군을  이끌게  했다. 이윽고  주유가 북 소리를    크게 울리며 
남군성을 향해 나아가는데 조홍이 성 안에서  말을 달려나와 소리쳤다. "거기 오
는 놈이 바로 주유냐?  호북의 효용 조홍이 여기 있다. 어서   나와 맞서라!" 주
유가 가소롭다는 듯이 껄껄 웃으며  조홍을 꾸짖었다. "이릉을 버리고 도망간 주
제에  부끄러움도 없이  입을 놀리고 있구나. 너 따위 패장을  상대할 주유가 아
니다." 그렇게 말한  주유가 좌우를 둘러보며 호령했다. "누가 나가  저 들개의 
목을 베어  오겠는가?"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당이 말을 내달으며 외쳤
다. "제가 가겠습니다." 한당은 곧장 말을  몰아 조홍을 맞았다. 한동안 기합  소
리가 들판을 메아리치며  칼과 칼이 부딪는 요란한  소리에 30여 합이 어우러졌
다. 그러자  조홍이 한당에게  밀리며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더
니 그만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인이  말을 달려나와 한
당을 맞았다. 주유의 휘하  장수 주태가 그  모양을 보고  말을 달려나와 조인에
게 덮쳐드니  주태와 조인이 맞서  어우른지 10여 합이 되자   조인은 주태에게   
밀려 달아나고 말았다. 동오군은 여세를  몰아 홍수처럼 밀고 들어갔다. "이때다, 
한 놈도 놓치지  말고  적을 사로잡으라!" 싸움에서 연거푸  승리만을 거듭한 주
유가  군사들의 의기를  돋우며 앞장  서서 달려나갔다. 숨도  돌리지 않은 동오
군의 사나운 추격에 얼이 빠졌는지 조인·조홍을 비롯한  성  안에 머물고 있던 
군사들도 모두 서북쪽을  향해 썰물처럼 성 안을 빠져 달아났다.  한당과 주태가  
군사를 이끌어 달아나는 적을  뒤쫓았다. 그때 주유가 남군성을 보니    성의 네 
문이 모두 활짝 열려  있었다.  적이 얼마나 당황했
는지 성을  텅 비워 놓다시피  하고 성문마저  열어 놓자 주유는 마음이   달라
져 뒤따르는 군사에게 영을 내렸다. "모두 성 안으로 들어가라.  그리고 성문 위
에 동오의  깃발을 올려라!" 이미 남군성은 손 안에 든 것이라 
여기며 뒤따르는 군사에게 영을 내리자  수십 기가 성 안으로 말을 달렸고 자신
도 말에 채찍을 가해 성 안으로 내달렸다. 이때  조인의 명에 의해  망루에 숨어 
있던  진교는 주유가 성 안으로 말을 달려오자 속으로 감탄해 마지않았다. "승상
의 계책이 실로  귀신 같구나!"  진교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곁에 있는 나무를 
두들겨 신호를 보냈다. 그  순간 주변의 성벽   위에 숨어 있던 군사들이 일제히 
화살을 날리니  화살은  주유의 군사들을 향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뿐만 아
니라 성 안에 함정을 파  두었던지 앞다투어 달려가던 동오의  군사들이 갈팡질
팡하고 있는 사이 발 밑의 땅이 열 길이나  가라앉았다. 이 모양을 본 주유가 황
급히 말머리를 돌리려 할  때였다. 쏟아져 내리던 화살 중 한  대가 주유의 왼편  
옆구리에 꽂히자  몸이 뒤집히며 말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그때  성 안에 
숨어 있던 우금이 말을 달려나와 주유를  사로잡으려 했다.  때마침 서성과 
정봉이 이를 보고 달려와 죽기로 작정하고 싸워 간신히 주유를 구해  성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러자 지금까지 성 안에 숨어 있던   조인의 군사들이 일제히 말을  
달려  서성과 정봉을  뒤쫓았다. 이렇게 되니  주유의 군사들은  큰 혼란에 빠져 
달아나기에  바빴으며 자기 편의 말발굽에  밟혀 죽는 자도 많았다. 함정
에 빠져 죽는 자, 화살에  맞아 죽는 자, 다행히 성 밖으로 나온 군사들중에서도 
자기 편에 떠밀려 해자에 빠져 죽는 자가 헤아릴  수 없었다. 이에  정보가 급히 
징을  울려 군사를 거두는데 산 속으로 달아났던 조인과 조홍의  군사들이 양쪽
에서   달려와 덮쳤다. 이미 계책에  의해  움직인 군사라  우왕좌왕하는 주유의 
군사를 여지없이 짓밟으며  치니 전군이 몰살을 당할 위급한 지경에 이르렀
다. 그런데 때마침    주유의 장수 능통이  한 떼의 군사를  이끌고   조인 사이
로 뛰어들었다.  뜻밖에 나타난 군사라 조인군도  잠시  주춤하며 그들을   맞아 
싸웠다. 정보가 이에 기세를  돋우어 조인을 맞아  한바탕  싸움을 벌인 다음 간
신히  패한 군사를 거느려   영채로 돌아왔다. 
  조인은 주유를 사로잡지  못했으나 조조가 주고 간  계책을 써 동오군을 크게 
꺾은 후 군사를 이끌어 다시 남군성으로 들어갔다. 

    유비는 형주와 양양, 남군을 얻다
  마침내 남군성을 차지한   주유는 조운에게 성을  빼앗기고,   유비는 공자 유
기를 내세워  형주와 양양을 차지한다. 이어 백미   마량으로부터 네  군을 취하
여 전략 요충지로 삼으라는  계책을 듣고 유비는 곧 군사를 내어 조운으로 하여
금 계양을 차지하게 한다. 
  한편 동오군의 서성·정봉 두 장수는 가까스로 주유를 구해 영채에 이르러 주
유의 환부를 살피니 상처가 꽤 깊은 듯했다.   서성·정봉 두  장수가 주유를 떠
메어 장막 안에 눕히고  급히 군의를 불러  주유의 상처를 치료하게  했다. 화살
은  의외로 깊이 박혀 쇠집게로 화살촉을  빼내고 상처에다 금창약(창이나  칼에  
찔린 쇠독에 바르는 약)을   발랐으나 고통이 심해 주유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
는 지경이었다. 여러 장수들이  수심에  잠겨  있는데 군의가  더욱 놀라운 말을 
했다. "이 화살촉은 원래  독을   발라 둔 것이기  때문에  상처가  빨리 아물지  
않습니다. 특히 격동하시거나  크게 충격을 받으면  상처가 다시 터져 덧날 것이
니  유념하십시오." 정보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주유의 목숨만은 구해야 할 판이
라  전군에게 영을 내렸다. "적이 싸움을 걸어 와도  굳게 지키기만 하고 나아가 
싸우지 말라!" 그러나 주유가  화살에 맞은  걸 알고 있는 조인군   쪽에서 주유
의 상처가 낫기를 기다려  줄  리 만무했다. 사흘이 지나지  않아  우금이  군사
를 거느리고 와 싸움을 돋우었다. 
  아무리 싸움을 걸어도 주유 쪽에서 응해  오지 않자 우금은 갖은 욕설을 퍼부
어대며 주유군을 격동시키려 했다. 온종일    욕설을 퍼붓다가 날이 저물 무렵에
야 군사를   물린 우금은 다음 날, 날이  밝기가 무섭게 다시 군사를  이끌어 왔
다. 우금은 어제보다 더    심한 욕설을 퍼부었으나 정보는  주유의 마음을 자극
할까 봐 알리지   않았다. 그  다음 날에도 우금은 영채 바로  밖에까지  다가와 
참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어댔다. "주유는 죽었느냐,  살았느냐? 아무  대답이  
없으니 이 진중에 군사들은 없고 쥐새끼들만   있구나."  몇날째 우금의 거친 욕
설을  듣고  있던 정보는  참다못해 여러  장수들과 의논해 일단 동오로 돌아가  
주유의 상처가 다 나은  후에 다시 진병하기로 했다.  한편  주유는 상처의 고통
이  여전했음에도   정신은 말짱했다. 조인의  군사가  영채 앞에 와서   싸움을 
돋우며 욕설을 퍼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아무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
자 잠자코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조인이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와 일제히 북을 울리며 함성을  지르게 하니  그 소리가 들판을  메웠다. 정보는 
여전히 나가  싸우려  하지 않고 있는데 문득 주유가  장수들을 장막 안으로 불
러들여 물었다.  "저 북 소리와 요란한 함성은 어디서  나는 소리인가?" 그 뜻밖
의 물음에 여러 장수들이  찔끔했으나 입을  모아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군중
에서 군사들을 조련시키는 소리입니다." 그 말에 주유가 버럭  역정을 냈다.  "그
대들은 왜 나를 속이려 드느냐? 나는 이미 조인의 군사가 매일 우리  영채 앞에 
이르러 욕지거리를 퍼붓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정덕모(정보의 자)
는 나를  대신하여 병권을  쥐고 있으면서도 어찌 조인군의  방자한 짓거리
를 잠자코 보고만 있는가?" 주유는 노기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정보마저 불러들
여 꾸짖었다. 정보는 그제야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도독의 심사를  격하게 하면 
상처가  덧난다고 군의가 말했소이다. 그래서 조인군이  싸움을 걸어  와도 일체  
알리지 않았던 것이외다." "그들과 싸우지 않겠다면 앞으로 어찌하실 작정이오?"  
주유가 언성을 높였다. "잠시 군사를 거두어  강동으로 돌아가 도독의 상처가 낫
기를  기다려 다시  싸울까  합니다."  정보가 그렇게  말하자 주유는  침상에서 
분연히 몸을 일으키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나라의 봉록을  먹고  사는 대장부
가 일단 싸움터에 나왔으면 죽어 그 시체를 말가죽에  싸서  돌아갈 뿐이오.  어
찌 나 한 사람을 위해 나라의  큰 일을  뒤로 미룰 수 있다는   말이오?" 그 외
침과 함께 주유는   갑옷을  입더니 성큼  말 위에 올랐다.  그 모양을  본 여러 
장수와 군사들은  한결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윽고 주유가  기병  수백
을 거느리고 나아가 보니, 조인이 이미 군사를  진 앞까지 이끌고 와 있었다. 조
인은 문기 아래  말들을 늘여 세운 다음 채찍을   들어  큰 소리로 꾸짖고 있었
다. "이  젖비린내나는 주유야.   네놈은 필시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을  것이
다. 이제 두  번 다시 우리 군사를 대적하지 못하리라!" 
  조인은 동오군을 꾀어 내기  위해 계속해서  온갖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그
러자  기병들 속에  섞여 조인을  보고 있던 주유가  불쑥 나서며 소리쳤다. "조
인, 이  어리석은 놈아.   네놈 눈에는 이 주랑이 여기 계신 것이 보이지도 않느
냐!  동자  없는  눈망울이나마 똑똑히 보아라." 조인과  군사들이 그 소리에 놀
라 보니 크게 다쳐 병상에 누워   있을 것으로 알았던 주유가 호기롭게 말 위에 
버티고  있지 않은가. 
  "아니, 주유는 다친 데도  없이 멀쩡하구나." 조인군의   군사들이 놀란 눈으로 
주유를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조인도  내심 크게 놀랐으나  다음   순간 여러 장
수들을 돌아보며  가만히 영을 내렸다. "온갖  욕설을 퍼부어 저놈이  화가 치밀
도록 하라!" 조인의  군사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입에  담지도 못할 험악한 
욕설을  마구 퍼부었다. 그러자 주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노기가 충천하여 
휘하 장수 반장을 불러 영을  내렸다. "그대는 급히 나가 저 버르장머리 없는 놈
의  목을 댕강 잘라 오라!" 반장이 주유의 명이   떨어지자  곧장 말을 달려나갔
다. 그러나 조인을 맞기도  전에 주유가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입에
서 시뻘건 피를   쏟으며 말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이를 본  조인이 군사들을 
향해 크게  소리치며  영을 내렸다. "주유가 피를 토하고 거꾸러졌다. 모든 군
사는 지체없이 나아가  주유를  사로잡으라!"  이에 주유의  장수들이 황급히 달
려가  밀려드는 조인군을  막는 한편  주유를 떠메어 진중으로  돌아갔다.  주유
를  장막 안 침상에 눕힌 장수들은   모두 근심스런 얼굴이었다. 정보가  주유의 
장막 안으로  들어와 얼굴을    살펴보며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도독께선  
정신이 드시오?" 그러자   뜻밖에도 주유가 슬며시 눈을  뜨더니 가만히 말했다. 
  "정덕모께서는 걱정하지 마시오.   이것이 다 내가  꾸민 계책이오." 그   말에 
정보가 놀라는  한편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계교라니  무슨 계교입니
까?" "내 몸의 통증이 원래부터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었소. 내가 피를  토하고  
쓰러진 것은 조인에게 내  병이 위중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짐짓 꾸민 것이오. 
그러니 장군께선 진문마다 조기를  세우고 군사  몇을 남군성으로 보내 내가 죽
었다고 말하고 거짓으로   항복하게  하시오. 그러면 조인은 반드시   군사를 이
끌어 우리   영채를 급습해 올 것이오.  이를  대비하여 사방에   군사를 매복해 
두었다가 그들을 에워싸고  들이쳐서 단번에 조인을 사로잡고야 말겠소." 정보도 
주유가  편   계책을 다 듣지  않아도 알 만했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정보가 감탄해 마지않았다. "과연 놀라운  계책입니다." 
  정보는 장막 밖으로  나오기가 무섭게  장하에 있는  모든  장수들에게  영을 
내렸다. "도독께서 상처가  터져 마침내 돌아가셨다. 진문에 조기를   달고 모든 
군사들은 상복을 입고   곡을 하도록 하라." 정보가 그렇게 영을 내리자 놀란 장
수들은 곧  군사들에게  정보가 이른대로 영을 내리는 한편 자신들도 큰 소리
로 곡을 했다.  그렇게 되니 온 진중이 곡소리로 떠나갈  듯했다. 한편 남군성으
로 돌아온 조인은 우선 여러 장수들을 모아  놓고 득의에 찬  어조로 말했다.  "
주유가 분기를 누르지 못하고 화를 내다가 상처가 덧나는  바람에 피를 쏟고 쓰
러졌으니  필시  머지않아 명이 끊어질  것이다." 조인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문득 수하 한 사람이  들어와 알렸다.  "주유의 군사 10여 명이 투항해 왔습
니다. 그 중 두 사람은 그 동안 적군에게 사로잡혔던 우리 군사라고 합니다." 조
인은 그렇지 않아도 주유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던 터라  즉시 그들을 불러들이
도록 했다. 그들이  들어오자 조인은 우선 주유의  영채 소식부터    물었다. "네
놈들의 진중에 별다른  일은 없는가?"  투항해 온 군사 중에 하나가 그  물음에 
대답했다. "오늘  밤 대도독  주유가 금창이 터져 장막 안으로  옮겨 치료를 
했으나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지금 모든 장수들은  상복을 입고  곡을 하고 있
습니다. 저희들은 항상 정보에게 심한  구박을 받아 한을 품고 있던  중, 이틈을 
타  장군께 투항하고 특별히 이 급보를 알려 드리러 왔습니다." 그 말에  조인은  
그들을 조금도 의심치  않고 크게 기뻐했다. 주유의 일은 자신이  직접 보았는데
다  머지않아  주유가 죽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던 터였다. 조인은  여러 장
수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하늘이 내리신 기회요. 오늘  밤 주유의 영채를 
급습하도록 하겠소.  주유의 시체라도 그    목을 잘라 허도로  보내면 승상께서  
얼마나  기뻐하시겠소?"  여러 장수들이 그 말에 반대할   리  없었다. 적벽에서 
주유에게 크게  패한 조조에게  주유의 목을  바친다면 그보다 더한  공훈이 어
디 있겠는가. 거기다가  주유가 쓰러진 걸   본 장수들이라 주유의 죽음을 의심
하지 않았다. 이에 진교가  조인을 재촉했다. "이런 계책은 지체하지 않고  빨리 
시행해야 합니다.  머뭇거리다간 자칫 일을 그르칠  수가 있습니다." 조인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우금을 선봉으로,  조순을 후군으로 삼는  한편 스스로는 
중군이 되어 진병키로  했다. 조인은 진교에게만 군사 약간을 주어  성을 지키게 
했을  뿐 대부분의  군사를 이끌고 그날 밤 초경이 되자 서둘러 성을 빠져 
나갔다. 조인은 지름길로  군사들을 재촉해 주유의 대채를 덮쳤다.  그런데 주유
의 영채에 이르자 깃발과 창만 무수히 세워져 있을 뿐 군사들은  그림자도 보이
지  않았다. 조인은 많은 깃발과 창을 세워  두고 군사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
음을   알고 황망히 소리쳤다. "적의 계략이다. 물러나라!" 
  조인이 허겁지겁 말머리를  돌릴 때였다. 사방에서  요란하게 포성이   일더니 
홀연 동쪽에서 한당, 장흠이, 서쪽에서는 주태,  반장이  군사를 이끌고 내달아왔
다. 또한  남쪽에서는 서성과  정봉, 북쪽의 책문에서는 진무·여몽  등  동오의 
손꼽히는 장수들이  일시에 몰려와 조인군을 덮쳐  들었다. 
  비어 있는 진지 속을  살피던 조인군은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자기 편 군사들
끼리 부딪고 짓밟혔다. 선봉과 후군, 중군을 가릴 것  없이 혼란 속에 빠져 허우
적대는 동안 동오군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조인군을 유린했다.   조인군
은 크게  패해  삼군의 군마가 제각각 사면  팔방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조인은 
겨우 10여 기를 이끌고  동오군의 포위를 뚫고 나오다 조홍을 만났으나, 거느
린 군사를 모두 합쳐도 동오군을  맞서  싸우기에는 역부족인지라 하는 수 없이 
패군을 이끌고 달아나기에 바빴다. 쫓겨 달아나던 조인의   군사는  오경 무렵이 
되어 겨우 남군성 부근에 이르렀다.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며  남군성을 향해 말을 모는데 사방에 북  소리가 요란
히 울리더니 능통이 한  떼의 군사를 거느리고 길을 막았다. 능통을   피하기 위
해 말머리를 돌릴 수도 없었다. 뒤에서는 주유의 대군이 뒤쫓고 있는 터였다. 이
에 조인은   죽기로 작정하고  능통을 맞아  싸우며 간신히 옆길을 앗아 달아났
다. 그렇게 얼마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는데  이번에는  감녕이 길을 막고 
있었다. 또 한바탕 남은 힘을 다해 싸워 간신히   길을 열었으나 그때쯤  조인의 
군사는 이미 꺾일 대로  꺾여 있었다. 조인은 다시 남군으로 돌아갈   엄두를 내
지 못하고 양양의 길목으로 달아났다. 동오군은 조인을  한동안 뒤쫓다 그가  남
군으로 들지  않고 다른 길로 달아나자  더 이상 뒤쫓지 않았다.  한편 조인군을  
크게 깨뜨린 주유는 전군을 수습하여 남군성으로  달려가 성 앞에 이르렀다. 그
런데 이게 웬일인가.  성벽 위에는 낯선 정기가  가득  꽂혀 있고 망루에는   범 
같은 장수 하나가 떡 버티고 서 있다가  주유를 향해  소리쳤다. "도독께서는 이  
몸을 너무 허물하지 마시오. 우리 군사의 영을 받들어  이 성을  거둔 지 오래이
외다. 나는 상산의 조자룡이오." 주유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자 경악해   마지
않았다.  '내가 공명에게 속았구나!' 주유는  속이 뒤집히는 듯했다. 여러  말 
할 것 없이 군사들에게 공격  영부터  내렸다. "즉각 이 성을 쳐 빼앗으라!"  그
러나 조운이 주유가 성을  공격하도록 가만히  놓아 둘 리 없었다.   주유의  공
격 명령이 떨어지자 성 위에서는  화살과  쇠뇌가 빗발치듯 쏟아졌다. 그렇게 되
니 동오군은 성에   다가갈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군사를 뒤로  물렸다. 군사를 
거둔 주유는 장수들과 의논한 끝에   형주·양양의 두  성을 빼앗은 후 다시 남
군을 도모하기로 하고 감녕과 능통에게  명을 내렸다. "감흥패는 군마 수천을 거
느리고 가  형주를, 능공속은 군마를  거느려 양양을 빼앗도록   하라. 남군성은   
그 두 성을 취한  다음 도모하리라." 주유의 영을 받든 감녕과  능통이   군사를 
거느려 떠나려는데 정탐을 보냈던 군사가 급히  달려와 알렸다. 
  "제갈량이 남군을 취한 뒤,   조인의  병부(총사령관의 징표)를 써 조인의  영
이라 하며 형주를 지키던  군마를 불러   내어 남군을  구하라고 명했습니다. 군
사들이   성을 빠져 나가자 이 틈에  장비를 보내 형주성을 차지해 버렸습니다."  
또다시 공명에게 뒷덜미를 호되게 얻어맞은 꼴이었다.  주유가 크게 당황하고 있
는데 또 다른 탐마가 달려와  알렸다. "양양을 지키던 하후돈에게 제갈량이 사람
을 시켜 조인의 병부를 보여 주며 남군이 위급하니 구원해 달라고 한 후 하후돈
이 군사를 이끌어 떠나자 관운장을 보내  양양을 빼앗게 했다 합니다." 실로  기
막힌 보고였다. 유비는 조인의 병부 하나로 화살 하나  쏘지  않고  형주와 양양 
두 성을  순식간에  차지한 것이었다. 주유는  머리 끝까지  치받는 화를 억제하
지  못하고 고함을 쳤다. "제갈량 그놈이 어떻게 그  병부를 구했다는 말이
냐?" 그 호통에 정보가 고개를  떨어뜨리며 대답했다.  "조자룡이 남군성을 거두
었을 때 군사  진교가 그들에게 사로잡혔으니   자연 진교가 병부를 제갈량에게    
바쳤을 것입니다." 주유가 그 말을 듣자 더욱 울화가 치솟아 호통을   치는 순간 
그만 상처가  터져 신음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적벽의 싸움에서  조조를 크게 
이겼다 하나  주유는 어느  한 군데도 거둔 것이 없이 헛되이 힘만 쏟은 꼴
이 되고  말았다.  거기다가 유비가  힘들이지 않고 남군성과    형주·양양까지 
가로챘으니 주유가 그 통분을  어찌 삭일  수 있었으랴. 마침내  분기를  달래지 
못해  금창이 다시 터진 것이었다. 주유는 까무러친  지  반나절이  되어서야 깨
어났다.  여러 장수들이  주유를  좋은 말로 달래며  위로했으나 
  주유는 이를 갈며  말했다. "내가  한낱 촌놈인 제갈량을  죽이지 못한다면 어
찌 이 원한을 풀겠소.  정덕모는 나를 도와 남군을 쳐서   반드시 빼앗아 기필코 
동오  땅이 되게 해 주시오." 주유가 남군성을 빼앗기  위해 의논을 하고 있는데  
때마침 노숙이 들어왔다.    노숙을 보자 주유가 분연히 말했다. "나는  지금  군
사를 일으켜    유현덕·제갈량과 결전을 벌이려 하오.  자경은  힘써 나를 도와 
주시오." 그러자 노숙이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될 말씀입니
다. 지금 우리는 조조와 서로 맞서 싸우고  있는  처지로 아직 이기고 짐을   가
리지도 않았습니다. 거기다가 주공께서 지금 합비를  공격하고 있으나 아직 빼앗
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유현덕과 서로 싸우는 동안 그  틈을 노려 
조조가 동오로  밀어닥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더구나 유현덕은 일
찍이 조조와 교분이   있는 사이입니다. 우리와  싸우다   형세가 다급해지면 조
조에게 성을  내주고 그와 손을 잡고  함께 동오를 도모할 것입니다." 듣고 보니  
노숙의 말도 그냥 들어넘길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주유는 당장 가슴   속의 통
분을 삭이지 못해 탄식하듯 말했다. "우리가 적벽을 깨뜨리기 위해 그간 갖은 계
책을  짜내며  얼마나  많은 군마를 희생시켰소? 그 많은 재화와 양곡을 소비했
으면서도 아무것도 얻지 못한 꼴이  되고 말았소. 하지만   현덕은 가만히 
앉아 여러 곳을 제 손아귀에 넣었으니 어찌 울분이 맺히지 않겠소? 그런데도 이
것을 가만히 두고만 보라는 말씀이시오?"  "도독께서는 참고 계십시오. 제가  현
덕을 찾아가 이치를  따져 그를 타일러 보겠습니다. 그래도 듣지  않는다면 그때  
군사를 일으켜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노숙이 주유에게  좋은 말로 권하자 여러 
장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노숙의 말을  도왔다. "자경의 말씀이 과연 옳은 듯합
니다."  여러 장수들이 한결같이  의견을   모으자 주유는 하는 수  없이 노숙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노숙은 곧 종자 하나를  데리고 남군으로  달려가  성문을 
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성문을  열라. 동오의 노숙이다."  그러자 조운이 성   
아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어쩐 일로 문을 열라 하시오?" "유 예주께 드릴 말
씀이   있어 왔소이다." 그런데  남군성에는  유비가 없었다.   "우리 주공께서는 
군사와 함께  형주로 가시었소.  그곳으로  가보시오."  노숙은 별수없이  형주로  
말머리를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형주성에 이르러 보니   성벽 위에는 정기가 질
서 정연히   열을 지어 늘어섰고 군사들이 곳곳을 지켜  서 있는데 그   위세가 
당당했다. '공명이 과연   비상한 인물이로구나.' 일찍이 강하에서 본  유비의 군
세가 아니어서 노숙이 내심  감탄하며 성 위를 향해  찾아온  용건을 말했다. 공
명은 노숙이 왔다는 말을  전해  듣자 직접 달려나가 성문을  활짝 열어 반가이 
맞아들였다. 관아로   노숙을 인도하여 서로 예를 갖춘후 주인과  손님의 자리에 
앉자 노숙이  대뜸 따져 물었다. "나는  우리 주공과 도독 공근의  뜻을 유 황숙
께 전하러   왔소이다.  지난번 조조가  백만 대군을 이끌어  남정한  것은 실은 
유  황숙 어른을 치기 위함이었소.  그런데   다행히도 우리 동오가 군사를 내어  
조조를 깨뜨려 황숙을   구해 드렸습니다. 그러니  마땅히 형주의  아홉군은  우
리 동오에 귀속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숙께서  속임수로 형주와 양양을 취하셨으니  이는 대장
부의 도리가 아니라 할  것입니다. 우리 동오는  그 동안  엄청난 전량을 썼으며  
 많은 군마와 양곡을  허비했는데도 모든 이익을 황숙께서   차지하셨으니, 이를 
두고  어찌   이치에 맞다 하겠습니까?" 노숙이   사리를 따져 공명에게 말하니 
그의 말이 어긋난 데가  없었다.  그러나 공명은  조금도  거리낌이 없이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경은  고명한 선비로서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옛말에 이르기를  세상의 모든  물건은 반드시  주인에게 돌아간다  하였습니다.    
형주와 양양 아홉 군은 원래 유경승(유표)이 다스리던  땅이었지 동오의 땅이 아
닙니다. 그런데  우리  주공께선 바로 유경승의 아우가 되십니다. 유경승은 이미 
죽었다고 하나 그 아들이 지금 살아 있습니다. 숙부가 조카를 도와 형주를 
되찾았는데 어찌 이를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라 하십니까?" 노숙으로선  생각
지도 못한 공명의 대답이었다.  가슴이 철렁한  가운데 잠깐 할 말을   잃고  있
던 노숙이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공명의 말꼬리를 붙잡고 따졌다. "공자 
유기가 선대의  기업을 이어받기  위해 이 땅을 차지하셨다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공자는  강하를 지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어찌 선생의 말씀에  이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  자경께서  직접 
공자를 뵙겠소?"  공명이  노숙에게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되묻더니 좌우에게 
명했다. "공자를 모셔 오라."  노숙이  적이 놀라고 있는데 병풍  뒤에서  유기가  
종자의 부축을 받으며 나타났다.  유기가  노숙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몸이  불
편하여 진작  나와 인사를 드리지  못했으니 공께서는 너무 나무라지 마시오." 
노숙이 깜짝 놀라며 유기의   병색이 짙은  얼굴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원래 주
인인  유기가 그곳에서 선대의  업을 이어받는다는 데에는 노숙으로서도 할  말
이 없었다.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노숙이 거무죽죽하게 혈색을   잃어버린 
유기를 보며 공명에게 물었다. "만약   공자께서 계시지 않을 때는 어찌하시겠습
니까?" "단  하루가 되더라도 공자께서 계시는 한  우리는  이곳을 지킬 것이오. 
그러나 만일 공자가 계시지   않는다면 그건 그때 가서 이 일을 따로  의논해야
겠지요." 공명이 조금도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공자  유기가  계
시지 않는다면 성은  다시 우리 동오에게로 돌려 주셔야  합니다." 노숙이  다시 
공명의 말꼬리를  붙들어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공명은 쾌히 응락했다. "그건   
자경의 말씀이  옳소이다." 노숙에게 공자  유기를 내세워 명분을 세운 공명
은 그 말에는 더   이상  다른 말을 끌어대지 않았다.   노숙에게도 그가 돌아갔
을 때   주유를  달랠수 있는 명분을  세워 주어야겠다는 배려에서였다.  공명은  
그제야 잔치를  벌여 노숙을 대접했다.  잔치가 끝나자 노숙은  유비와 공명에게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서둘러 주유가 있는  대채로 밤낮을 달려 당도했다. 노숙은 
공명과 나눈 이야기를 소상히 들려 주었다. 주유로서는 노숙이 들려 준 말이 못
마땅할 수밖에 없었다. 노숙의  말을 듣고 나서 불쑥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유
기가 아직 젊은  청춘인데 곧 죽을 리가 있겠소?  그렇다면 어느 세월에 형주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이오?" 주유의 마음을 알고 있는  노숙이  달랬다.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이 노숙이  기필코 형주, 양양을 동오의 것으로 만들고 말겠습
니다." 그 말에 주유는 기대에 찬  얼굴로 다시 물었다. "자경은 무슨  계책이
라도 있다는 말씀이오?" "제가  보건대 유기는 주색이  지나쳐  병이 골수에  미
친 듯했습니다. 얼굴은 파리하고   마른데다 피까지 토하며    기침을 할 정도였
습니다. 아마   반 년도 넘기지 못해   그 명이 다할 듯하니  그때 형주·양양을  
취한다면 현덕도 더 이상  딴말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노숙이 목소리를 가다
듬어 좋은 말로 얘기했으나 주유는 여전히 분기를 억누르지 못해 얼굴을 붉히고 
있는데, 군사 하나가  손권이  보낸 사자가 왔음을 알렸다. 주유가  그를 재촉해 
들게 하자 사자가 예를 갖추며 고했다.   "주공께서는  그 동안 합비성을 에워싸
고  여러 번  공격을  했으나 아직도 성을 깨뜨리지  못하셨습니다. 이에 도독께
서는 군사를  이끌어 주공의 싸움을 도우라고 하셨습니다." 
  주공의 명이니 주유는  하는  수 없이 모든 군사를  거느려 그날로 합비로 향
했다. 그러나 상처가 덧나 주유는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주유는 
시상에  이르러 치료를  받기로 하고 정보만 합비로 보내어   손권을 돕게 했다. 
적벽  대승 이래 거둔 것    없이 병까지 얻게 된 주유로서는 더없이 참담한 회
군이었다. 한편 유비는  형주·양양, 그리고 남군의 세 성을 한꺼번에 얻게 되자 
그 기쁨은 실로 컸다.  적벽에서의 싸움이 있기 전만  해도 의지할 곳   없이 떠
돌다 겨우 강하의  유기에게 객장으로 머물고  있던 처지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세  성을  잘 지켜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주유가 기회만    있으면 세 
성을 우려빼기 위해   노리고 있으며 허도에 있는 조조  또한 언젠가 이곳을 노
려 군사를 이끌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에 유비는   모두를 모아 이땅을 지킬 일
을 의논하고 있었다. 이때    한 사람이 대청으로 올라오더니 유비를 향해    절
을 올린 후 입을 열었다. 
  "제가 주공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유비가 보니  그는 다름아닌 이적 이었
다. 지난날 유표에게 머물고 있을 때  채모가   유비를 죽이려 하자 그  일을 미
리 알려 주어  목숨을 구해 준 적이  있는 은인이었다. 유비는 그때의 은혜를 잊
지 않고 있는   터라 이적을  공경하여 윗자리에 앉게  하고 물었다. "제게 어떤 
가르침을   주고자 하십니까?" "형주를 오래  지키고자 하시면서 어찌하여  어진 
선비를 청하여 물으려  하지 않으십니까?"   "어진 선비라니, 그분이 대체  어느 
분이십니까?" 유비가 반색을 하며 이적에게   물었다. "이 일대에서는 마씨 형제
가  재명이 높습니다.  다섯 형제중 가장 나이 어린 이가  마속으로 자가 유상이
며, 가장  어진 사람은 마량으로 자를 계상이라 하는데, 눈썹 사이에 흰 털이 나 
있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마씨 오 형제 중 흰 눈썹(백미 :여
럿 가운데 가장  빼어난  것)이 가장 뛰어나다'고 말하고들  있습니다. 주공께서
는 어찌 마량 같은 이를  불러 앞일을 세워  보지  않으십니까?" 유비가 이적의 
권유에 기뻐하며 곧 사람을 보내 마량을 청했다.  이윽고 마량이 성 안으로 들자 
유비가 그를 극진히 대하며 물었다. "
  공께서는 부디 이곳을 오래 지키기  위해 어떤 계책을 베풀었으면  좋을지 그 
가르침을 주십시오." 마량이 주저없이 유비의 물음에 답했다.   "형주·양양은 그 
지세가 사방으로부터  공격을 받기   쉬워 오래도록 지키기가  어려운 곳입니다. 
먼저  공자 유기를   이곳에 머물게하여 그 병을 조리하고  지난날 유경승의 휘
하 사람들에게 이곳을  지키게 하십시오. 한편으로 조정에 표를   올려 유기를 
형주자사로 세우시고  백성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도록 하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민심은  모두 유 황숙의  너그러우심과 공명정대한 처사에 감격하여  유 황숙을 
기꺼이 따를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 남 으로는 무릉.

    주군을 대신한 아름다운 죽음
  적벽대전에서 싸운 장수들을 위로한 손권은 다시  합비성을 노린다. 장요의 도
전장이 날아들자 손권은 성급히 싸움에 나서고 위험을 도와 싸우던 송겸은 죽음
을 맞는다. 한편 주유는  감 부인이 죽자 유비의 혼인을 주선하고  동오로 간 유
비는 먼저 교국로를 찾는다.
  그 무렵, 동오의 주유는 시상으로  돌아가 금창(활이나 창등 쇠독으로 다친 상
처)을 치료하는 한편, 감녕에게는 파릉을 돌보게 하고 능통에게는 한양을 지키게 
했다. 두 곳 사이는  전선을 벌여 만약의 일에 대비케 한  뒤 정보에게는 나머지 
군사를 이끌어 합비현(안휘성)에 머물게 했다. 그때 손권은 적벽 싸움 이후 합비
의 조조군을 상대로  10여 차례나 싸웠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있었다. 대치 
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성 밖  50여 리쯤 떨어진 곳에 군사를 주둔시키고 있는
데 정보가  군사를 이끌고 온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손권은  구원군이 온다는 
말에 크게 기뻐하며 그들을 맞기  위해 몸소 영채를 나섰는데 정보보다 한발 앞
서 노숙이  온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손권은  그 말을 듣고 말에서  내려 노숙을 
기다렸다. 잠시 후 당도한  노숙은 손권이 몸소 나와 기다리고 있는  걸 보자 급
히 말에서 내려 손권에게 절을 올렸다. 여러  장수들은 손권이 이처럼 노숙을 극
진히 대하는 것을 보고 한결같이 의아스럽게 여겼다.  손권은 노숙을 말 위에 오
르게 한 후 말머리를 나란히 하고 가면서  조용히 물었다. "내가 말에서 내려 공
을 맞았으니 이로써 공을  세운 것에 대한 보답이 되겠소?" 그러자 노숙이 고개
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직도 멀었습니다." "그럼 어느 정도로 대접하면 
만족하겠소?" 노숙의 말에 의외라는 듯 손권이 노숙을 보며 물었다. "주공께서는 
위엄과 덕을 사해에 떨치시고  9주를 모두 다스리시며 마침내 제업을 이루신 다
음, 이 노숙의 이름을 죽백(역사를 기록한 책)에  올려 주십시오. 그것이 저를 대
접하는 것이며 비로소 저의 영광이 될  것입니다." 노숙의 말에 흡족하여 손권은 
수염을 어루만지며 껄껄  웃었다. 손권은 노숙과 함께 진영에 이르자  크게 잔치
를 열어 적벽대전에서 싸운 장수들을 위로하고  합비를 칠 계책을 의논했다. "장
요가 싸우자는 글을 보내  왔습니다." 그 때 문을 지키는 군사가 달려와 알렸다. 
결전을 치러 보자는 장요의 오만스러운  글을 읽고 난 손권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소리쳤다. "장요란  놈이 무례하기 짝이 없구나. 정보가 구원병을  이끌고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오기 전에 나를 화나게 해 싸움을  하자는 것이다. 오
냐, 그렇다면 정보를 기다릴  것도 없이 내일은 내가 직접 가서  한바탕 싸울 테
니 어디 두고 보아라!"  손권은 그날 밤 영을 내려 싸울 채비를 하고  오경 무렵
이 되자 삼군을 이끌고 합비로 향했다. 진시(상오7시-9시)경이 되자 합비에 이르
기도 전에 손권은 조조 군사와 마주쳤다. 양군이  진세를 벌이자 손권은 금빛 투
구에 금빛 갑옷 차림으로 말을 타고 나섰다.  왼쪽에 송겸과 오른쪽에 가화가 각
각 방천화극을 치켜들고  호위했다. 이윽고 조조군 진영에서 북이 세  차례 울려 
퍼지고 문기가 양쪽으로 갈라지더니 세 사람의  장수가 무장을 갖추고 나타났다. 
가운데가 장요였고  그 좌우로 이전과  악진이 호위하고 있었다.  장요가 손권을 
보자 말을 달려나오며 꾸짖었다. "손권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느냐! 여
기가 감히 어디라고 젖비린내를  풍기며 왔느냐?" 장요가 손권과 승부를 가리기 
위해 그를 격동시켰다. 손권이  창을 겨누고 달려나가려 하는데, 진문 안에서 한 
장수가 질풍처럼  말을 몰아 내달았다.  그는 바로 태사자였는데  손권보다 먼저 
달려오자 장요가 그를  맞았다. 태사자는 손견 이래 3대를 섬겨  온 장수이며 그
의 용맹은 이미 천하에  떨치고 있는 터였다. 이제 늙은 장수라  하나 그 무용은 
조금도 쇠하지 않았다.  장요와 태사자가 창과 칼을 부딪치니 기합  소리가 들판
을 뒤흔들었다. 말과 말이 숨가쁜 호흡을 하며  엇갈리는 동안 80여 합이나 부딪
쳤으나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이때 두사람의  싸움을 지켜 보고 있던 북군
의 이전이 악진에게 말했다. "저 맞은편에 금빛 투구를 쓰고 있는 자가 손권임에 
틀림없네. 만약 손권을  사로잡으면 83만 인마의 원수를 갚는 것이니  저놈을 사
로잡도록하세." 악진이 미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칼을 휘두르며 말을 달려가는
데 그 빠르기가 마치 나는 화살과도 같았다.  곧장 손권 앞으로 짓쳐들어간 악진
의 칼이 흰 무지개를 그리며  손권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려는 순간 송겸과 가화
가 급히 화극을 들어  그 칼을 막았다. 힘껏 내리친 칼을  화극으로 막으니 화극
이 쨍 하며 두  동강나고 말았다. 다급해진 송겸과 가화는 들고  있던 화극 자루
로 악진이 탄 말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놀란 말이 울부짖으며 달아나자 악진
이 하는 수 없이 말머리를 돌리는데 송겸이 졸개의 손에 든 창을 빼앗아 악진의 
뒤를 바짝 쫓았다. 이  모양을 보고 있던 이전이 활에 시위를  메겨 송겸을 향해 
쏘았다. 바람을 뚫는 시윗소리와 함께 날아간 화살이  송겸의 명치 끝에 척 꽂히
자 송겸은 외마디 소리와 함께 몸을 뒤집으며  말 위에서 떨어졌다. 이때까지 장
요와 어울려 싸우고 있던 태사자가 등 뒤에서 들려 오는 비명 소리를 듣고 돌아
보니 바로  송겸이었다. 송겸이 화살에  맞아 말에서 떨어지자  태사자는 싸움이 
이롭지 못함을  깨닫고 말머리를 돌려  본진으로 달렸다. 장요가  태사자의 뒤를 
쫓자 휘하  군사들도 앞다투어 달려가  동오군을 덮쳤다. 가세가  오른 장요군을 
맞자 동오군은 순식간에  어지러워지더니 뿔뿔이 흩어졌다. 이때  장요는 기회를 
놓칠세라 금빛 투구를 쓰고 있는 손권을 향해  말을 몰았다. 장요가 손권을 뒤쫓
아 팔을 뻗어 손권을  낚아채려 할 때였다. 홀연 옆쪽에서 한  떼의 군마가 나타
났다. 손권을 구원하러 온  정보가 군사를 거느리고 때마침 나타난 것이었다. 달
려온 정보가 손권 대신 장요를 맞아 싸웠다.  정보와 장요가 한바탕 어우러져 싸
우고 있는  동안 손권은 멀리 말을  몰았다. 장요는 정보가 구원군을  이끌어 와 
길을 끊자 더 이상  싸울 생각을 하지 못하고 군사를 거두어  갔다. 정보도 순권
을 호위하여 대채로 돌아가자 쫓기던 동오의  군사들도 연이어 영채로 돌아왔다. 
손권은 대채로 돌아와 송겸의 죽음을 슬퍼하며 목을  놓아 울었다. 곁에 있던 장
사(조정관)장굉이 손권을 달랬다.  "주공께서는 혈기에 넘쳐 기운만을 믿고 적을 
너무 가볍게 보시니 저희들이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설사 적장의 목
을 베고 기를 빼앗아 싸움터에서 무공을 세우신다 하더라도 그것은 한낱 장수들
이 할 일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주공께서  나설 일이 아닙니다. 바라건대 주공께
서는 맹분(전국시대의 장수)이나 하육(주나라의 용사)의 용맹을 누르시고 패왕의 
큰 뜻을 품으시기 바랍니다. 오늘 송겸이 화살에  맞고 죽은 것도 모두 주공께서 
적을 너무 가볍게 여겨서 일어난 일입니다. 앞으로는  보다 높은 곳에서 멀리 내
다보며 싸움터에 직접  나서는 것을 삼가하시기 바랍니다."  장굉의 말에 손권도 
크게 깨닫는 바가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소. 모두가 나의 잘못이오. 
앞으로는 장 공의 말을 깊이 새기겠소이다." 그때 태사자가 들어와 급히 고했다. 
"제 부하 중에 과정 이라는 자가 있습니다.  이 자가 장요의 말을 돌보는 마부와 
형제간입니다. 그가 장요에게 꾸중을  들은 일로 원한을 품고 있다 합니다. 과정
은 오늘 밤  그 마부와 짜고 성에 불을  지른후 성안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틈타 
장요를 찔러 죽여 한을 풀고, 송겸의 원수를 갚아 주겠노라고 알려 왔습니다. 저
에게 군사를 주시면  가서 그와 호응할까 합니다."  "과정은 어디 있소?" 손권은 
태사자의 말에 귀가 솔깃해져 물었다. "벌써  조조군 사이에 섞여 합비성 안으로 
잠입했습니다. 제게 군사 5천을 주시면 합비성을 빼앗아 보겠습니다."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제갈근이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장요는 계략이 많은 자이오. 
경솔히 나아가서는 아니 되오." 그러나 제갈근의 만류에도 태사자는 기어코 가겠
다고 우겼다. 손권은 송겸의 죽음을 애통하게 여기고  있던 터라 장요의 목을 베
어 송겸의 죽은 혼이나마 위로해 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뿐만 아니라 전날
의 패전을 설욕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손권은 태사자가 끝내 
가겠다고 고집하자 군사 5천을 주어 합비로  가게 했다. 한편 과정은 태사자와도 
같은 고향 사람이었는데 이날 장요의 군중에 섞여 있다가 합비성으로 들어가 마
부를 만났다. "나는 벌써 태사자 장군께 말씀을 다 여쭙고 왔네. 장군은 오늘 밤
에 반드시 접응하러 오실 걸세.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할 작정인가?" 과정이 묻
자 마부 후조가 제법 그럴 듯하게 입을  열었다. "여기는 군영에서 좀 떨어진 곳
이라 밤을 이용하여  단숨에 들이치는 일은 어렵네. 우선 내가  마구간 짚더미에 
불을 지를 테니 자네는 밖으로 뛰어나가  군사들이 모반을 일으켰다고 소리치게. 
그러면 성 안이 발칵  뒤집힐 것이 아닌가. 그 틈을 이용해  장요를 해치우면 나
머지 군사들은 제풀에 뿔뿔이 흩어질 걸세." "그것 참으로 묘한  계책일세!" 과정
은 그렇게 감탄하며 의논을 정했다. 장요는 그날  밤 싸움에 이기고 돌아와 삼군
에게 상을 내려  그 공을 치하하는 한편 엄히 군령을  내렸다. "싸움에 이겼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아니 된다. 오늘은 잠자리에 들더라도 갑옷을 벗지 말라." 장수
들은 장요의 영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오늘 우리가 적을 크게 깨뜨려 멀
리 도망을 갔는데 장군께서는 어찌하여 갑옷을 벗고 편히 쉬지 않으십니까?" 장
요가 그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깨우쳐  주었다. "장수란 이겨도 기뻐하지 말아야 
하며, 또 패했다고 해도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네. 만약 오군이 오늘 우리가 이겨 
군심이 흩어져 있으리라고 여겨 그 허를 찔러 쳐들어오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그
들을 막아 낼 수 있겠나?  그러니 오늘 밤은 특히 여느 날보다 방비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네." 장요가 그렇게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모반이다. 모
반이 일어났다!" "불이야, 불!" 장요의  뒤쪽 영채에서 불길이 일어나면서 허둥대
는 외침이 들려  왔다. 이어 군사 하나가  장막 안으로 뛰어들어와 급히 알렸다. 
"모반을 일으킨 자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성에 불을 질렀습니다."  장요는 그 말
을 듣고도 조금도 동요함이 없이  침착하게 막사를 나서 장수 10여 명을 거느리
고 성 안의 움직임을  살폈다. "함성이 요란하니 일이 가볍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 보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장요는  여전히 침착한 어조로 말했
다. "성 안의 군사들이 한꺼번에 모반을 꾸미는 일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이
는 분명 몇몇 군사가 모반을  꾸며 우리 군사들을 놀라게 하려고 떠들어대는 것
일 게다. 거기에 휩쓸려  성 안을 어지럽히는 자가 있으면 먼저  그 자부터 목을 
벨 것이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전이 과정과 마부인 후조를 끌고 왔다. 
장요가 그들을 문초하자 쉽게 그들의  짓임이 드러나 장요는 그 자리에서 두 사
람의 목을 베어 버렸다. 이때 갑자기 성문 밖에서  징 소리와 북 소리가 크게 울
리더니 뒤이어 함성이 요란하게 일었다. "이는  분명 동오의 군사들이 성 밖에서 
호응하러 온 것이리라.  그들의 계책을 거꾸로 이용해 무찔러야겠다." 장요는  군
사들에게 급히 영을  내렸다. "군사들은 불길이 번지지 않은 곳을  골라 성 안에 
불을 놓아라. 그리고 '모반이다'하고 소리를 지르도록 하라. 그럴 동안 다른 군사
들은 서서히 적교를 내리도록 하라!" 한편 성  밖에서 성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
고 있던 태사자는 장요가 유인책을 펴고 있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성 안의 동
정을 살피고 있는데 불길이 일고 군사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이어 적교
가 내려지자 과정의 계책이 성공한  것으로 여겨 앞장 서서 성 안으로 짓쳐들어
갔다. 태사자가 성 안으로 냉큼 달려 들어가자  성 위에서 호포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화살이 비오듯 쏟아져 내렸다. "아차, 속았구나!" 태사자가 급히 말머리
를 돌리려는데 이미 화살  두 대가 날아와 그의 몸에 콱  박히고 말았다. 태사자
가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급히 말을 달리려는데 등 뒤에서 이전·악진이 함
성을 지르며 군사를 이끌어 오고 있었다. 동오군은  크게 혼란이 일어 제대로 싸
우지도 못했다. 이전과 악진이 이끄는 군사들에 의해  태반이 죽거나 상한 채 달
아나기에 바빴다. 장요의 군사들은 승세를 타고  손권의 본진에까지 육박해 들어
갔으나 육손과 동습이  구원군을 이끌고 달려나왔다. 이전과 악진은 더  이상 그
들과 싸우지 않고 군사를 거두어 돌아가고 육손과 동습은 가까스로 태사자를 구
출해 본진으로 돌아갔다. 손권은 지난번 싸움에서  송겸을 잃고 이제 태사자까지 
크게 상한  채 돌아오자 더욱  마음이 언짢았다. 이때  장소가 손권에게 권했다. 
"잠시 싸움을 멈추고 돌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연이은 패배로 인해 군사들의 
사기가 꺾여 있는데다  태사자까지 심한 상처를 입고  있어 손권도 장소의 말을 
좇았다. 손권은 군사들을 거두어 배에 오른 후  남서의 윤주로 돌아가 그곳에 군
마를 주둔시켰다.  태사자의 병세가 점점  위중해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손권은 
장소를 시켜 병세를 알아보게 했다. 장소가 여러  관원들과 함께 병상을 찾자 태
사자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홀연 큰  소리로 외쳤다. "대장부가 난세에 태
어났으니 석자 칼로  천하를 덮어 뒷날에까지 길이  떨칠 공을 세워야 마땅하리
라. 그런데 내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허무헤가 죽게 되었으니  내 어찌 눈을 
감는단 말인가!" 태사자는  가슴에 맺힌 한을 크게  외치며 숨을 거두었다. 그의 
나이 아직 마흔하나였다. 손권은 이 소식을 듣고  슬픔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남
서의 북고산 기슭에 후히 장사지내 주었다. 또한  그의 아들 태사형을 자신의 부
중에 데려다 기르게  했다. 한편 이때 유비는 형주에서 군마를  조련하고 있다가 
손권이 장요와의 싸움에서 패해 남서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공명을 청해 들
여 물었다. "듣자하니 손권이 합비에서 패해 남서로 갔다고 합니다. 앞으로 형세
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유비가 공명에게  묻자 공명이 놀라운 말을 했다. "지난 
밤에 천문을 보니 서북 하늘에서 별 하나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필시 한의 황족 
중에 누군가가 돌아가셨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유비가 깜짝 놀라며 공명에
게 궁금한 일을 묻고 있는데 한 사람이 들어와 고했다. "공자 유기께서 어젯밤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갑작스런 비보를 접한  유비는 크게 슬퍼하며 통곡했다. 
생전에 그토록 자기를 따랐던 정분도 그렇거니와 같이 한의 한 핏줄을 이어받은 
사람을 잃었다는 슬픔 때문이었다. 공명이 그런  유비를 위로하며 뒷일을 깨우쳤
다. "사람이 죽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니,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황숙께선 
그 일로  몸을 상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그보다 먼저 유기가  없는 그곳으로 
급히 사람을 보내 양양을 굳게 지키도록 하고 또 장례를 치르도록 하십시오." 슬
픈 감정에 북받쳐  있던 유비도 공명의 말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형주·양양을 
넘보고 있을 동오와 조조를 떠올리며 공명에게  물었다. "누구를 보내는 것이 좋
겠소?" "마땅히 운장을 보내야만 합니다." 유비는 관우를 불러 급히 양양으로 가
서 지키게 했다.  유비가 지난날 노숙과의 약속을 생각하고 다시  공명에게 물었
다. "유기가 죽었으니 동오에서는  반드시 형주를 돌려 달라고 할 터인즉, 이 일
을 어떻게 하면 좋겠소?"  "그땐 제가 생각해 둔 바가 있으니 너무 심려치  마십
시오." 유비의 걱정스러움에  비해 공명은 태평스런 얼굴로 위로할 뿐이었다.  유
비도 공명의 말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공명이 그렇게 말하는  데엔 능히 그에 
대비한 계책이 따로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나자 동오
에서 노숙이  온다는 전갈이 왔다.  유기의 죽음을 조상하기  위함이라고 했으나 
이전에 동오에게 했던  약조를 지키라는 말을 하기 위해 오는  것임이 분명했다. 
공명이 유비와 함께 성 밖으로 나가 노숙을  안으로 맞아들였다. 서로 인사를 나
누자 노숙이 말했다. "영질(유기)께서 세상을 떠나셨다는 말을 듣고 우리 주공께
서 변변치 않은  예물을 갖추어 저에게 조상하라 하시었습니다. 또한  주 도독께
서도 유 황숙과 제갈 선생께 위로의 말씀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그 말에 유비와 
공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마움을 표하고 술상을  마련하여 노숙을 대접했다. 술
잔이 두어  순배 돌자 노숙이 슬며시  입을 열어 지난번 약조했던  일을 꺼냈다. 
"전에 황숙께서 공자 유기가  계시지 않을 때에는 형주를 동오에 반환 하시겠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유기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그 약조를 이행하실 줄
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황숙께선 언제쯤 돌려 주시려는지 그걸 묻고자  합니다." 
노숙이 찾아온 본심을 드러내자 유비는 공명의 말을 생각하고 얼버무렸다. "우선 
공은 잔부터 드시오. 잔을 들면서 천천히 이야기합시다." 유비가 노숙의 말을 귓
가로 흘리며 술잔을 권했다. 노숙도 마지못해 몇  잔의 술을 비우더니 다시 대답
을 재촉했다. "황숙께서는 형주를 언제 돌려 주시겠습니까?" 노숙의 말에 유비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공명이 정색을 하며 먼저 말을 꺼냈다.  "자경은 오의 군신들 
중에 그래도 분별 있는  분인 줄 알았는데, 지금 하시는 말씀을  들으니 너무 사
리에 어둡구려. 기어코  다른 사람의 입을 빌어 이치를  깨우쳐 드려야 하겠소?" 
공명의 엄한 어조에  노숙도 얼굴이 굳어지며 입을  다물고 있는데 공명이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고황제께서 흰 뱀을 베시고 의로써 군사를 일으켜 기업을 세
우신 이래 오늘에 이르렀소. 그런데 불행히도  간웅들이 벌떼같이 일어나 제각기 
한 지방씩을 차지하고 있소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천도가 바로잡혀 다시 제자리
를 찾아 정통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외다. 황숙께서는 중산정왕의 후예료, 효경
황제의 현손이 됫며 현  황제의 숙부뻘이 되는 분이시니 봉토(제후를 봉하여  준 
땅) 얼마쯤을 가지신다 하여 아니 될 이치가 어디 있소? 거기다가 형주의  옛 주
인 유경승은 우리 주공의 형님이시니 아우로서 형님의 기업을 이어받은 것이 어
찌 도리에 어긋난다 할 수  있겠소? 그런데 공의 주인은 본디 전당 땅의 하찮은 
관리의 자손으로서 일찍이 조정에 아무런  공을 세운 바도 없이 그 세력을 뻗쳐
서 6군 81주를  취하고 있소. 그러고도 오히려 그것이 부족해서  한의 땅을 전부 
차지하려 하시는 겁니까? 아직도  한나라는 고조 유방에 의해 세워진 유씨 천하
이건만 우리 주공께선 의지할 땅 한 조각  없소이다. 그런데 공의 주인은 손씨이
면서도 오히려 나라의 땅을 더  욕심내고 있으니 이것이 어찌 도리에 맞는 일이
라 할 수  있겠소? 또한 적벽 싸움을 놓고  말하더라도 우리 주공의 수고로움이 
적지 않았고, 여러 장수들이 모두 힘을 다해 싸웠기에 이겼다고 할 수 있소이다. 
그것을 어찌 동오 혼자만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소? 뿐입니까? 만약 내가 동남
풍을 빌어  주지 않았다면 주랑, 그  사람이 무슨 재주로 반  푼어치의 공이라도 
세울 수 있었겠소? 만약 강남이 일단 조조의 말발굽 아래  짓밟혔더라면 이교(손
책과 주유의 아내)가 동작대로  끌려갔을 것이며 노공의 가솔들도 무슨 수로  살
아남기를 바라겠소? 방금 주공께서 즉시 대답하기를 피하신 것은 다름이 아니라 
자경은 이름 있는 어진 선비시라 일러 주지 않아도 능히 알아 주리라 여겼기 때
문이었소. 그런데 어찌하여  공은 그것을 헤아리지 못하신다는  말씀입니까?" 공
명이 사리에 어긋남이  없는, 빈틈없는 논리에다 물 흐르듯 거침없는  말로 노숙
을 몰아붙였다. 노숙은 그만  할 말을 잃은 채 입을 다물고  있다가 이윽고 원망
하듯 말했다. "공명  군사의 말씀이 이치에 닿지 않는 것은  아니나 이렇게 되면 
저의 처지가 심히 어려워지게 됩니다." "무엇이 어려워진다는 말씀이오?" 공명이 
짐짓 엄한 얼굴로 묻자 노숙이 무거운 어조로 다시 말했다. "지난날 황숙께서 당
양에서 고초를 당하였을 때 공을 청해서 함께 강을 건너 우리 주공을 만나게 해 
드린 게  저였습니다. 그 뒤에 주유가  군사를 일으켜 형주를 취하겠다  했을 때 
그 일을 말렸을 뿐만 아니라  공자 유기가 세상을 떠나면 형주를 동오로 넘기기
로 약조한 것도 제가  왔을 때 이루어진 일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딴 말씀을 
하시니 제가 어찌 얼굴을 들고 동오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우리 주공과 주공
근은 그 죄를  물으려 하실 것이외다. 제가  죽는 것쯤은 한스러울 것이 없으나, 
다만 근심스러운 일은 이로 인해 동오가 격분하여 군사를 내어 싸움을 일으키는 
것이오. 그때에는 황숙께서도  이대로 편안히 형주에 머물러 계실 수  없을 것이
며 공연히 천하의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인즉, 그 또한 딱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노숙은 온후한  어조로 자신의 처지를  밝히는 가운데도 슬며시  엄포를 놓았다. 
공명이 지체하지 않고 노숙의 말에 되물었다.  "지난날 조조가 백만 대군에다 천
자의 이름을 내세우고 왔으나  나는 그를 우습게 여긴 바 있소.  하물며 주랑 같
은 어린아이를 두려워하겠소?  그러나 자경께서 처지가 어려우시다니 그것은 내
가 바라던 바가 아니오. 자경은 내가 이르는 대로 하시겠소?" "그게 무슨 말씀이
오?" 공명의 말에 노숙이 궁금한 듯  급히 물었다. "내가 황숙께 청해 증서를 써
서 내놓으시게 하고 잠시 형주를 빌려 머물다가,  황숙께서 다른 땅을 취하면 그
때에 즉시 동오로 돌려 드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 증서를 써 드린다면 자경도 
떳떳하게 돌아가실 수가 있을 것이오." "군사께선 대체 어딜 얻으신 뒤에 형주를 
돌려 주신다는 말씀이오?" 노숙은  얼른 공명의 본심을 헤아릴 수 없다는 듯 그
렇게 물었다. "중원에는 조조가 있으니 이미 때가 늦었고, 생각건대 서천은 아직 
한 번도 침범을 받지 않은 곳이오. 그  주인 유장은 어리석고 유약하니 황숙께서
는 그쪽에 뜻을 두신 바 있소이다. 그러니  서천을 얻는다면 그때는 즉시 형주를 
돌려 드리겠소." 노숙은  공명의 말에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공명이 준다는 
증서라도 받는다면  그나마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 처지였다. 유비가  친히 붓을 
들어 증서 한 통을  써 서명하고 날인을 하자 공명도 보인(보증인)이  되어 서명
을 한 후 노숙에게 말했다. "나는 황숙 쪽 사람이니, 집안일에 집안 사람이 보인
을 섰다면 남이 웃을 일이오. 자경이 보인을  서 주시면 오후께서도 흡족히 여기
실 것 같소이다." 공명의 말을 듣고 보니 어긋난 말이 아니라. 노숙도 서명을 하
고 도장을 찍으며  유비에게 다짐을 두었다. "황숙께서는  인의를 중히 여기시는 
분이니 마땅히 약조를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증서를 다 만들자 노숙은 하직을 
고하고 유비와 공명은 나루터까지 나가 배웅해  주었다. 공명은 노숙과 헤어지면
서 말했다. "오후께 자경이 잘 말씀드려서 헛되이 경솔한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해
주시오. 만약 이 증서를 마다하고 딴 마음을  품는다면 내가 강동의 81주를 모두 
빼앗아 버릴 것이오. 지금은 우리 두 집안이 화목을 도모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
지 않고 서로  다툰다면 기뻐할 사람은 조조뿐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기기 바라
오." 공명의 엄포가  담긴 당부였다. 노숙이 무거운  마음으로 배에 올라 동오로 
가던 중 먼저 시상에 들러 주유를 만났다.  "형주를 되찾으러 갔던 일은 어찌 되
었소?" 노숙을 기다리고 있던 주유가 그를  보자마자 얼른 그 일부터 물었다. 노
숙은 증서를 꺼내 보이며  힘없이 말했다. "증서를 받아왔습니다." 주유가 그  증
서를 받아 단숨에 읽더니 펄쩍 뛰었다. "자경은 또 제갈량 그놈에게 감쪽같이 속
았소. 땅을  잠시 빌린다는 건  말뿐이지 가로채겠다는 수작이  아니고 무엇이겠
소? 그들이 서천을 얻으면 형주를  돌려 준다고 하지만 그게 언제란 말이오? 설
령 10년이 걸려서 서천을 얻는다고 한다면 형주를 10년 동안 돌려 주지 않을 것
이니 그건 곧 돌려 주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겠소? 그러니 이런 증서가 무슨 소
용이 있겠소? 뿐이오? 자경이  보증인이 되었으니 끝내 형주가 우리에게 돌아오
지 않을  때에는 자경께 그 죄를  물으실 것이요. 그때에는 어쩌시려고  이 따위 
증서를 받아오셨소?" 노숙은 주유의 말을 듣고 있으니 오후 손권의 격분하는 모
습이 눈에 선했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지 못한 채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노
숙이 다시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현덕이 설마 약조를 저버리겠습니까?" "그
들은 자경과는  다르오. 현덕은 속으로 야심을  감추고 있는 효웅이오. 거기다가 
제갈량은 매우 간교한 무리요.  그 두 놈을 믿을 수 없으니 그것이 두렵소이다." 
주유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노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노숙은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한 채 근심스런 얼굴로 물었다. "그럼 앞으로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주유는  속으로 화가 치밀었으나  노숙의 힘없는 목소리에 동정을 
금치 못했다. 주유가 언성을 낮추어 위로하듯 말했다. "자경은 내 은인이오. 옛날 
내가 군사를 거느리고 곤궁한 처지에 있을 때 선뜻 곡식 3천 석을 주신 일은 잊
을 수가 없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경을 구해 드릴 테니 여기 머물러 계시오. 
강북으로 보낸 세작이 돌아오는 대로 달리  방책을 내어 보겠소." 주유가 그렇게 
말하자 노숙은 마음이  편치 않았으나 시상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며칠이 지나
자 주유가 보냈던 세작이 돌아왔다. "형주성 안에는 조기가 세워지고, 성 밖에는 
무덤이 하나 새로  생겼습니다. 군사들도 모두 상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세작의 
말에 주유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누가 죽었는가?" "유 황숙의 부인인 감 부인
이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감 부인은 지난날 유비가 소패에서 아내로 맞은 부
인으로, 유일한  자식인 아두의 어머니였다. 지난번  당양에서 우물에 몸을 던져 
미 부인을 잃게 된  이래 이제 감 부인마저 잃게 되었으니,  유비는 50의 나이에 
홀아비가 된 셈이었다.  주유가 세작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무
릎을 치며 말했다.  "으음, 그렇다면...내게 좋은 생각이 있다." 주유가  기쁜 얼굴
로 노숙에게 말을 이었다. "이제 유현덕을  사로잡고 형주를 고스란히 되찾게 될 
것이오." 노숙이  의아스런 얼굴로  물었다. "무슨  좋은 계책이라도  있습니까?" 
"유현덕이 아내를 잃었으니 반드시 다시 장가를 들 것이오. 마침 우리 주공께 누
이 한 분이 계시지 않소?  그 분은 성품이 굳세고 씩씩하여 방안에 병기를 벌여 
세워 놓는가 하면  계집종들에게도 칼을 차고 다니게  할 정도로 남자 못지않은 
여장부요. 내가 이제 주공께 글을 올려서 중매쟁이  한 사람을 형주에 보내게 한 
다음 유현덕을 매부로 삼겠다고 꾀라 할 작정이오.  유현덕이 그 말에 넘어가 동
오로 온다면 내가 남서에서 그를  기다렸다가 꽁꽁 묶어 옥에 가두어 버리고 말
겠소. 그런 후  유비와 형주를 맞바꾸자고 한다면 그들은 꼼짝없이  형주를 내어 
주게 될 것이오. 저들이  형주를 우리에게 내어 준 후에는 내게  또 다른 생각이 
있소. 이 일이 성사된다면  자연히 자경의 딱한 처지도 저절로 펴질  수 있을 것
이오." 불안으로 날을  지새던 노숙에게는 주유의 말이 더 이상  반가울 수 없었
다. 주유에게 고마움을  나타내며 밝은 얼굴로 물었다. "그럼 이제부터  어찌하면 
좋겠소?" "내가 글을 써 줄 테니 자경은 그 글을 가지고 주공에게로 가시오." 노
숙은 그늘로 주유의 글을 받아  빠른 배를 내어 손권에게 가 형주를 빌려 준 일
을 이야기하고 증서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손권은  증서를 읽어 보기도 전에 펄
쩍 뛰며 노숙을 나무랐다. "대체  무슨 일을 그 따위로 처리한다는 말이오! 이까
짓 종잇장이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이오?" "주 도독께서 주공께 올리는 글이  여
기 있습니다. 이 계책대로 한다면 형주를 취할 수 있으리라 하였습니다." 노숙은 
다시 주유가 써 준 글을 손권에게 주었다. 서한을  다 읽어 본 손권이 흡족한 듯 
머리를 끄덕였다. 손권은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렇
구나, 여범이 있지 않은가. 그 사람이면 능히 이 일을 성사시킬 수 있으리라." 손
권은 주유의 계책에 따르기로  작정하고 형주로 보낼 중매쟁이를 손꼽아 보았던 
것이다. 손권은 곧  여범을 불러들였다. "근자에 듣기로 현덕이 부인을  잃었다는
구려. 마침  내게 누이가 하나 있으니  이 기회에 현덕을 매부로  삼아 오래도록 
손을 잡아  조조를 치고 한실을  바로잡고 싶소. 그런데 이  중매는 자형(여범의 
자)이 나서 주어야만 될 것 같으니 부디 형주로 가서  유비를 달래어 데려오도록 
하시오." "이르신 대로  제가 현덕을 찾아보겠습니다." 여범은 손권의  명을 받자 
그날로 배를 타고 졸개  몇을 데리고 형주로 갔다. 그때 형주의  유비는 아내 감 
부인을 잃은 슬픔에  잠겨 식음을 전폐하고 있었다. 하루는 그런  유비를 공명이 
위로하고 있는데 사람이  들어와 알렸다. "동오에서 여범이란  사람이 와서 주공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공명이 껄껄 웃더니 말했다. "주유가  잔꾀를 
부리려 보낸 사람인데 반드시 형주 문제를 꺼낼  것입니다. 저는 병풍 뒤에 몸을 
숨길 터인즉  주공께서는 저쪽에서 무슨  말을 하든지 모두  응낙하십시오. 그런 
후 그를 역관으로 보내 쉬게 하신 다음  따로 방책을 세우면 될 것입니다." 공명
이 병풍 되로 몸을 숨기자 유비는 여범을  불러들였다. 주인과 손님의 자리를 정
해 앉은 후 예를 주고받자 유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자형께선 무슨 일이 있어
서 나를 찾았소?" "황숙께서 부인을 잃으셨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이에 위로의 
말씀을 전해 드림과 아울러 마침  좋은 혼처가 있어 무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찾
아왔습니다. 존의가 어떠하신지요?"  형주 일을 꺼내리라고 짐작하고  있던 유비
로서는 뜻밖의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유비가  얼른 대답을 못하고 주저하다가 한
참만에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 나이에 아내를  잃고 보니 실로 큰 불행으로 여
겨지오. 그러나 아직 그  뼈와 살이 채 썩지도 않았는데 어찌  차마 다시 장가들 
생각을 할 수 있겠소?" 여범이 물러서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그러하시
겠지만, '사람에게 배필이 없으면 집에 대들보가  없는 것과 같다'는 옛말이 있듯 
어찌 그 같은 인륜을 중도에 그만둘 수가 있겠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우리 오후
께 누이가 계신데 아름다우면서도 어지시니 황숙과 아주 잘 어울리는 배필이 될 
줄로 압니다. 만약 두 집안에서 진진지호(진나라와 진나라가 혼인을 이루어 화평
하게 지냈던 일)를 맺으신다면 조조는  감히 동남을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집안과 나라에도 모두 화평을 이루는 일이니 황숙께서는 다른 뜻이 있나 
의심하시어 물리치지 말아 주십시오. 다만 어머니  되시는 오 부인께서 막내따님
을 몹시 귀여워하시기 때문에 멀리 시집을  보내기를 꺼려하십니다. 그러니 황숙
께서 친히 동오로 오셔서 혼례를 올리셔야 할 줄로 압니다." 여범의 말에 유비도 
저으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신부감이 손권의  누이라는 말에 유비는 얼른 여
범에게 물었다. "그럼  이 일을 오후께서도 알고  계시오?" "오후께 여쭈어 보지 
않고 어찌 이런 일을 함부로 말씀드릴 수가 있겠습니까?" 여범이 주저없이 대답
했다. 유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 나이 이미 쉰이라 머리는 반백인데 오후의 
매씨는 묘령의 처녀일  터인즉 아무래도 나의 배필로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오." 
유비가 여범의 본심을 떠  보려 다시 한 번 거절의 뜻을  비쳤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을 여범이 아니었다.  "오후의 매씨는 몸은 비록  여자이지만 워낙 남아를 
능가하는 뜻을 품고  계십니다. 평소 천하의 영웅이 아니면 지아비로  삼지 않으
시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황숙께서는 그 이름이  사해에 널리 
떨치시니 바로 오후의  매씨와 천생연분의 배필이 되실 것입니다. 이  혼례는 이 
나라의 화평이 걸려 있는 중대사이며 오후께서도 무겁게 이 일을 정하셨음은 말
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나이의 많고 적음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여범
이 거침없이 그렇게 말하자 유비는 공명이 당부한 말을 생각하고 더 이상 그 자
리에서 이야기를 끌지 않고 대화를 끊었다. "이 일이 가볍지 않으니 공은 돌아가 
쉬도록 하시오. 잘 생각해  본 후에 내일 대답하리다." 유비는 대답을 미루고 나
서 연회를  베풀어 여범을 융숭히 대접한  다음 역관에 돌아가 쉬게  했다. 이때 
공명은 병풍 뒤에서  유비와 여범이 주고받는 말을 가만히 엿듣고  있었다. 그의 
앞에 있는 탁자 위에는 방금 점친 점괘가  펼쳐져 있었다. 여범이 돌아가자 유비
는 공명을 불러 물었다. "군사의 뜻은 어떠시오?" "그 사람이 온 뜻은 제가 이미 
헤아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까 주역의  점괘를 뽑아 보았더니  크게 길하고 
이롭다는 점괘가 나왔습니다. 주공께서는 그 일을  응낙하시고 먼저 손건을 여범
과 함께 동오로 보내도록  하십시오. 손권을 만나 혼사를 정한 뒤  좋은 날을 택
해 혼인을 치르도록 하십시오." 유비가 마음  속에 품고 있던 걱정거리를 털어놓
았다. "그러나 필시  주유가 나를 해칠 목적으로 이 계책을  꾸몄을 터인데 그런 
위험한 곳을 어찌 가벼이  갈 수가 있겠소?" 유비의 말에 공명이 고개를 저으며 
껄껄 웃었다. "주유가 비록 계교를 잘 쓴다고  하지만 어찌 이 제갈량을 넘을 수
가 있겠습니까? 제가 이제  주유를 꼼짝하지 못하도록 하겠으니 주공은 아무 염
려하지 마십시오. 손권의  매씨도 주공께 돌아오게 함은 물론 형주도  잃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공명이 그렇게 말하며 유비를 안심시키려 했으나 유비는 선
뜻 마음을 정하지  못해 주저하고 있었다. 공명이 보다못해 손건으로  하여금 여
범을 따라 강남으로  가서 혼담을 성사시키도록 일렀다. 손건은 여범과  함께 강
남으로 갔다. 그러나 손권이  물었다. "나는 황숙을 누이의 배필로 삼으려 할 뿐
이지 다른 뜻은 없소. 황숙의  의향은 어떠하오?" "황숙께서는 이번 혼사를 허락
하셨습니다." "오, 그러한가? 두 집안을  위해 실로 큰 경사가 아닐 수 없소." 손
권도 기뻐하며  말했다. 손건은 절을  올리며 감사하고 형주로  돌아와 유비에게 
강남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전했다. "오후께서는 대사를 치르러 오시기를 기다
리고 계십니다." 그러나 유비는 여전히 의심을  떨쳐 버리지 못해 주저하고 있는
데 공명이 유비를 재촉했다.  "이미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제가 세 가지 계책을 
세워 두었습니다.  조자룡을 데려가시면 능히  계책을 행해 위급을  면할 터인즉 
주공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공명은 조자룡을 불러 귀엣말로 가만히  일렀다. 
"자룡은 황숙을 호위하여  동오로 가시오. 가기 전에 여기 비단  주머니 세 개가 
있으니 이것을 꼭 챙겨 가도록 하오. 주머니  속에는 적절한 계책이 들어 있으니 
이것을 꼭 챙겨 가도록 하오. 주머니 속에는  적절한 계책이 들어 있으니 위급할 
때마다 차례대로 그 계책을 펴도록 하시오." 조운은 비단 주머니를 받아 품 속에 
간직했다. 공명은 유비와  조운이 떠나기 전에 먼저 사람을 동오로  보내 예물을 
전하게 했다. 때는  건안 14년(209년) 초겨울인 10월. 유비는 조운과  군사 5백을 
거느린 채 열 척의 빠른 배를 타고 형주를  떠나 남서로 향했다. 형주의 모든 일
을 공명에게 맡기고 떠난 유비는 여전히 한 가닥 의심을 지우지 못해 마음이 편
치 않았다. 이윽고 배가  남서에 닿자 조운은 떠나기 전에 공명이  일러 준 말이 
생각났다. '군사께서 세 가지  묘책을 차례대로 행하라고 하셨으니 이제 첫째 주
머니를 열어 보도록 하자.'  조운이 비단 주머니를 끌러 보았다. <먼저 교국로를 
방문하라!> 교국로는 이교,  즉 조조가 일찍이 강남의 이교라 일컬은  두 미인의 
아버지 되는 사람이었다. 두 딸 중 언니는  손책의 아내이며 동생은 주유의 아내
였으니, 교국로는 자연히 동오의  원로로 추앙받고 있는 대신 이었다. 공명의 계
책을 본 조운이 5백여 군사에게 이런저런 분부를 내리자 군사들은 각각 그 영을 
받고 흩어졌다. 조운은 유비에게 아뢰어 공명의  계책대로 먼저 교국로를 찾아보
게 했다. 이에 유비는 술과 안주를 마련하여 교국로 보러 떠났다. 이때 군사들은 
빨간 옷에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한  다음 성 안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혼인에 소
용되는 예물을 구입하며 유비가 동오의 사위가  되러 왔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5
백이나 되는 군사들이 요란한  행색으로 거리를 나돌아다니며 떠드니 그 소문은 
금세 성 안 백성들에게  널리 퍼져 나갔다. 손권은 유비가 왔다는  말에 일이 뜻
대로 되어 감을 기뻐하며, 여범으로 하여금 극진히  대접하게 한 뒤 객관으로 안
내하여 편히 쉬게  했다. 주유의 계책에 유비가 이렇게 쉽게  떨어지리라고는 손
권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교룡이 비와 구름을 얻어...
  음모였던 혼사가 성사되어 유비는 손권과 인척간이  된다. 사위의 면면을 흡족
히 여기는  국태 부인은 여러 위기에서  유비를 구해 주고, 손권의  계략에 빠진 
유비는 풍류로 세월을  보낸다. 보다못한 조운은 공명의 계책을 써  귀향을 재촉
하고 손권은 이들을 뒤쫓게 한다.
  유비는 교국로를 찾아가 절을 올린 후, 그  동안 손권이 보낸 매씨와의 사이에 
오고간 혼사일을  말하며 사례했다. 교국로로서는  이 뜻밖의 일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유비가 돌아가자 교국로는 곧바로 손권의 어머니  오국태를 찾
아가 경하의 말을 전했다. 오국태는 교국로가 불쑥  찾아와 경하의 말을 하자 무
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기쁜 일이 있기에 경하의 말
을 하십니까?" "따님께서 유  황숙과 혼인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신랑감인 황숙이 
이미 동오에 와 있는데 어찌하여 저를 속이려 하십니까?" 교국로는 오국태 부인
의 태도에 의아한 얼굴로 물은 후 유비가 찾아와 들려 준 이야기를 그대로 아뢰
었다. "이 몸은 처음 듣는 말입니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교국로
의 말을 들은 오국태는 깜짝 놀라며 즉시 손권을 들라 이르고 성 안에도 사람을 
보내 소식을 알아보게 했다. 오국태가 성 안으로  보낸 시종들이 오래지 않아 돌
아와 하는 말은 한결같았다.  "그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사위 되실 분은 이미 역
관에서 쉬고 계십니다.  이끌어 온 5백 군사가 혼인에 쓸  돼지와 양이랑 과일을 
있는 대로 다  사들이고 있습니다. 중매를 선  사람은 신부 쪽은 여범이요, 신랑 
쪽은 손건이라 하는데 역관에서 만나 혼례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말에 국태는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때마침 어머니의  부름을 받고 손
권이 달려왔다. 오국태  부인은 손권을 낳아 준 어머니는 아니었으나  손권 어머
니의 여동생으로, 언니와  함께 손견에게 시집온 터라 선부로 보면  어머니 뻘이
었다. 거기다 생모 오 태부인의 당부도 있어  오국태 부인을 어머니로 모시고 있
었다. 손권을 보자  오국태는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통곡해 마지
않았다. 깜짝 놀란  손권이 황급히 물었다. "어머님, 웬일로  이토록 슬피 우십니
까?" 그러자 어머니 오국태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너는  나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으로  여기고 있구나. 우리 언니가 돌아가실 때  너에게 뭐라
고 말을 남겼느냐? 나를 이렇게 속이라고 하였더냐?" 말을 마친 오국태가 더 크
게 통곡했다. 손권은  그때까지도 영문을 몰라 당황하다가 다시 물었다.  "어머님
께서 저에게 이르실 말씀이 있으시면 바로 말씀을 해 주시지 않으시고 어찌하여 
울기만 하십니까?" "남자건 여자건 간에 때가 오면 혼인을 하는 것은 당연한  도
리이거늘, 그런 큰 일이  있으면 마땅히 내게 먼저 의논을 했어야  될 게 아니더
냐? 그런데 너는 유현덕을 매부로 삼으려 하면서 내게는 한 마디 말도 없었으니 
나를 속이려 한 짓이 아니고  무엇이냐? 그 애는 내가 낳은 딸이 아니더냐?" 오
국태가 손권을 매섭게 꾸짖자 손권도 깜짝 놀라 황망히 물었다. "그 말씀은 대체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알리고 싶지 않거든 아예 입을 열지도 마라. 성 안의 모
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 어찌하여 나만 모르게 했느냐?" 손권이 일이 엉뚱
하게 뒤틀리고 있음을 깨닫고 더욱 당황해하고 있는데 곁에 있던 교국로가 입을 
열었다. "이 늙은이도 경사스런 일을 알게 되어 특별히 경하의 말씀을 드리러 온 
것이오."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이 꼬이고 있자 손권은 더  이상 내막을 숨기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제야 면구스러운 얼굴로 그  일을 털어놓았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실은 이 일은 형주를 얻기 위해 주유가 계책을 편 것입니다. 혼인이란 
이름뿐이며 유현덕을 꾀어 이곳에 오게  한 후 그를 사로잡아 형주를 얻으려 했
던 것입니다. 만약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유현덕을 죽여 뒷날의 화근을 없애
려는 계교였을 뿐 정말 혼인을 시키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말에 오국태가 
더욱더 화를 내며 대뜸 주유에게 욕설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주유 이놈, 6군  81
주의 대도독으로서  그다지도 형주 땅 하나  취할 계책이 없어, 내  딸을 미끼로 
삼아 미인계를 쓴다는  말이냐? 유비를 죽이게 되면 내  딸은 과부가 되어 다시 
혼인도 할 수  없을 텐데, 그렇다면 평생을  망친 거나 다름없다. 그러고도 네가 
잘되기를 바란단 말이냐?" 오국태가  큰 소리로 손권을 꾸짖으며 통곡하자 교국
로가 손권을 달래듯 말했다. "그런 계략이라면  설령 형주를 얻는다 하더라도 천
하로부터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인데, 어찌 그런 일을  한다는 말씀이오?" 손권이 
그 말에 얼른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입을 다물고 있는데 오국태 부인은 잠
시도 쉬지 않고 주유를 향해 욕을 퍼붓고 있었다.  "주유, 이 죽일 놈! 네가 어찌 
감히 내 딸을......." 교국로가 이번에는 국태  부인을 달랠 겸 손권에게 의견을 내
놓았다. "일이 여기에  이르렀으니 달리 방도가 없는  듯하오. 유 황숙은 한실의 
종친이니 차라리 이 기회에 정식으로 사위를 삼으시면 어떻겠소? 그래야만 백성
들의 수군거림을 듣지 않게 될 것이오." "그런데 두 사람의 나이 차가 너무 납니
다." 손권이 교국로의 말에 당치도 않다는 얼굴로 말했다. "유  황숙은 당대의 호
걸입니다. 그 사람을  사위로 맞아들인다고 하여 매씨에게 욕될 것은  없을 것이
오." 국태 부인이 교국로의  말을 듣더니 잘라 말했다. "나는 아직 유 황숙을  만
나 보자 못했으니 내일  감로사로 불러 선을 보기로 하겠다. 만약  내 마음에 들
지 않거든 그때는 너희들  뜻대로 하여라. 그러나 일단 내 마음에  들면 딸을 그
에게 시집 보낼 것이니 그리  알아라!" 손권은 원래 효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어
머니 국태 부인이 그렇게 말하자 비록 양모이지만  차마 거스를 수가 없었다. 밖
으로 나와 여범을 불러 국태 부인이 선을 볼 수 있도록 분부를 내렸다. "내일 감
로사 방장(높은 중이 거처하는 곳)에 잔치를 열고 유현덕을 청하도록 하시오. 어
머님께서 유현덕을 보조가 하시니 자리를  마련하시오." 그러자 여범이 손권에게 
한 가지 계책을  내었다. "극태 부인께서 유비를 보시겠다면 미리  손을 써 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어떻게  손을 쓴다는 말인가?" "가화를 시켜  양쪽 낭하에 
미리 도부수 3백여  명을 숨겨 두는 것입니다. 만약 국태  부인께서 현덕이 마음
에 들지 않는다 하시면 그땐 군호를 내려 일제히 달려들어 그를 묶어 버리면 되
지 않겠습니까?" 손권은 여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의 마음에 유비가 
차지 않는다면 손권을 나무라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  손권은 곧 가화를 불러 군
사들을 미리 매복시켜  두고 국태 부인의 거동을  살펴 도부수들이 군호에 따라 
유비를 급습하게 했다.  이때 국태 부인을 하직하고 나온 교국로는  귀가하는 길
에 유비에게 들러 일러 주었다. "내일 손권과 국태 부인이 감로사에서 친히 황숙
을 보겠다고 하니 그리  아시오." 유비는 그 말을 듣자 또다시 경계심이 일었다. 
조운을 불러 그 일을 의논하니 조운이  말했다.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니 
제가 군사를 거느려 황숙을 호위하겠습니다." 유비도  두말 없이 조운의 말에 따
르기로 했다. 다음 날 오국태와 교국로가 먼저  감로사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자 
손권이 휘하  모사들을 거느리고 감로사로  향하며 유비를 청하게  했다. 유비는 
비단옷 아래 엷은 갑옷을 받쳐 입고 종자들로  하여금 칼을 차고 뒤따르게 했다. 
조운도 무장을  갖춘 5백 명의 군사를  이끌고 유비를 뒤따랐다.  감로사에 이른 
유비는 먼저 손권을  만났다. 손권은 유비의 당당한 풍모와 거동이  비범하지 않
음을 보고  마음 속으로 적이 놀라는  한편 슬며시 두려움이 일었다.  두 사람은 
첫 대면의 예를 마친  뒤 방장으로 들어가 국태 부인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갔다. 
국태 부인은 유비가 들어서는  것을 자세히 살피더니 크게 기뻐하며 교국로에게 
조용히 말했다. "과연 내가 바라던 사윗감이오." 교국로도  머리를 끄덕이며 유비
를 칭찬했다. "현덕은 용이나 봉황 같은 귀인의 풍채에다 하늘의 해와 같은 위용
을 갖추었습니다.  거기다 어짊과 덕을  천하에 떨치고 있으니  국태께서 이러한 
사위를 얻게 된 것은 실로 경하할 일입니다." 교국로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유비
를 칭찬하자 국태  부인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동오에 가자마자  교국로를 먼
저 찾도록 한 공명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었다. 이윽고 유비가 오국태에
게 절을 한 다음 방장에 마련된 자리에 앉자 조운이 칼을 찬 채 그 뒤에 시립했
다. 오국태가 문득 조운을 보고 유비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뉘시오?" "상산 땅
의 조운 자룡입니다." 유비의  대답에 오국태가 반가운 얼굴로 다시 물었다.  "그
렇다면 당양 장판  싸움 때 아두를 품에 안고  싸웠다는 바로 그 장수란 말입니
까?" "예. 바로 그  사람입니다." "과연 늠름한 장군이구려." 국태 부인이 그렇게 
감탄하더니 몸소  술을 따라 조운에게 권했다.  조운이 그 술잔을 받아  마신 후 
잔을 내려놓으며 유비에게 다가가 슬며시 귀뜀했다. "방금 제가 낭하를 돌아보니 
방 안에 도부수들이  매복하고 있었습니다. 국태 부인에게 이 일을  말씀해 두시
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국태가 유비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아차린 조운이 
미리 손을 써 둘 속셈으로 유비에게 귀뜀한  말이었다. 조운의 말귀를 헤아린 유
비가 국태 부인 앞으로 가 무릎을 꿇더니  입을 열었다. "만약 저를 죽이실 작정
이시라면, 이 자리에서 죽여 주십시오." 그 말에 오국태가 펄쩍 뛰며 물었다. "아
니 그게 무슨 말씀이오?"  "낭하에 도부수들을 매복시켜 두셨으니 이는 저를  죽
이시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 말을 듣자 오국태의 얼굴빛이 대번
에 달라지더니 손권을 돌아보며 꾸짖었다. "황숙은  오늘 내 사위가 되었으니 내 
자식과 다를 바 없다. 너는 무슨 연유로  낭하에 도부수들을 숨겨 놓았다는 말이
냐?" 난처해진 손권은 얼른 고개를 가로저으며 둘러대었다. "저는 모르는 일입니
다." 손권은 이렇게 얼버무린  후 여범을 불러 그에게 떠넘겼다. "자형이  낭하에 
도부수를 숨겨 두었는가?" 여범도 손권의 물음에 크게 당황하여 가화에게 그 일
을 떠넘겼다. 오국태가 다시  가화를 불러 내어 물었다. "무슨 연유로 내 사위를 
죽이려 하느냐?" 가화로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였으나 손권과 여범
이 있는 자리라  차마 그 일을 털어놓지 못하고  잠자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
다. 가화가 입을 열지  못하고 있자 오국태는 그가 꾸민 일로  여겨 노한 목소리
로 영을 내렸다.  "저놈을 끌어 내어 당장  목을 베도록 하라!" 오국태의 엄명에 
무사들이 가화를 끌어 내려 하자 유비가 나서며 오국태를 만류했다. "경사스러운 
자리에 장수를 목베는 것은 이롭지 않은 일입니다.  저 때문에 한 장수를 죽이신
다면 제가  어찌 슬하에 오래도록  머물 수가 있겠습니까?  그를 용서해 주십시
오." 오국태가 들으니  유비의 말이 너그러운데다 이치에 닿는 말이었다.  교국로
도 유비의 말에  맞장구 치며 오국태를 달래자  오국태는 가화를 매섭게 꾸짖어 
쫓았다. 가슴을 죄며  낭하에 숨어 있던 도부수들은 대장이 간신히  목숨을 건져 
쫓겨나자 어느 새  머리를 싸안고 슬그머니 빠져 나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그날의 잔치는 늦게까지 이어졌다. 유비가 크게 취한  채 밖으로 나와 도포 안에 
받쳐 입었던 갑옷을 벗어  버린 후 옷을 갈아입었다. 문득 정원  앞을 보니 거기
에 놓인 큰 돌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  돌을 보니 술기운에 호방한 의기가 일어 
종자가 차고 있던 칼을 빼들어 하늘을 우러러보며 속으로 빌었다. '내가 만약 형
주로 돌아가 왕패의  큰 뜻을 이룰 수 있다면  한칼에 이 돌이 갈라지게 하시고 
그렇지 않고 여기서 그 명이 다할 운수라면 갈라지지 않도록 하소서!' 유비가 칼
을 들어 돌을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돌에서 불꽃이 튀더니 둘로 '쩍' 갈라졌다. 
손권이 다시 유비를 술자리로 청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다 이 광경을 보고 유비
에게 물었다. "현덕 공은 이 돌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습니까?" 유비가 얼른 둘러
대었다. "내 나이 쉰이 되도록 나라를 어지럽히는 역적 조조를 쓸어 버리지 못하
고 있으니 이것이  한스럽습니다. 오늘 국태께서 저를 사위로 맞아  주시니 이야
말로 큰 복이며 하늘이  내리신 때를 맞은 것이라 여깁니다. 이에  지금 만약 조
조를 쓸어 없애고 한조를 일으킬 수 있다면 이 돌이 갈라지게 해 달라고 하늘에 
빌며 칼로 내려쳤는데 다행히 돌이 두  쪽으로 갈라졌습니다." 그러나 손권은 유
비의 말을 곧이듣지 않았다. '유비가 나에게 듣기 좋은 말로 둘러대고 있는 것이
리라!' 손권은 이렇게  생각하며 그도 역시 칼을 빼들더니 유비에게  말했다. "그
럼 나도 한번 하늘에  빌어 보겠습니다. 내가 만약 역적을 물리칠  수 있다면 이 
돌이 두 쪽으로  갈라질 것입니다." 손권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 속으로 빈 
것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 '만약 형주를 되ㅈ아  동오를 크게 일으킬 수 있다면 
돌이 잘려지게 해주소서!'였다. 손권이  칼을 들어 돌을 내리치자 그 큰  돌이 보
기 좋게 둘로 갈라졌다. 각기 뜻은 달랐으나 돌이  함께 두 쪽이 나자 유비와 손
권은 유쾌하게 웃었다. 지금도 감로사 앞뜰에는 열  십자로 칼자국이 난 돌이 남
아 있는데  사람들은 이 돌을 '십자문흔석'이라  부르고 있다. 후세  사람들이 이 
사실을 기려 시를 지었다. 
  보검이 떨어져 큰 돌이 갈라지고 칼날이 울리는  곳에 불꽃이 번쩍였네. 두 나
라 치솟는 기운, 모두 천수라 이로부터 천하 솔밭 형세가 되도다. 
  두 사람은 칼을 버리고 함께 자리로 돌아와 몇 순배의 술을 마시는데 문득 손
건이 유비에게 눈짓을 했다. 손건의 눈짓이 자리를  뜨라는 것임을 안 유비가 국
태 부인에게 하직을 고했다. "이 유비에게 술이 지나친 듯하니 이제 물러갈까 합
니다." 유비가 잔치 자리를  물러나자 손권이 문 앞까지 배웅을 나왔다. 절 앞의 
빼어난 경관에 유비가 감탄했다. "여기가 바로 천하 제일의 강산이로다!" 유비가 
감탄했던 이 말이 지금도  감로사의 비석에 '천하 제일 강산'으로 새겨져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이 함께 눈앞에 펼쳐진  경관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강 위로 
바람이 불어 집채 같은  파도가 일면서 흰 물결이 하늘에 닿을  듯했다. 문득 보
니, 작은 배  하나가 그 거친 물결 위를 미끄러지듯  가고 있었다. "'남쪽 사람은 
배를 타고 북쪽 사람은  말을 탄다'라고 하더니 과연 남쪽 사람들은  배를 잘 타
는구려!" 유비가  감탄하여 말했으나 손권은  그 말에  은근히 심사가 뒤틀렸다. 
'내가 배만 탈 줄  알고 말은 탈 줄 모른다며 비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손권은 
그렇게 생각하며 좌우에 명해 말 한 필을  끌어오게 했다. 손권은 말을 끌어오자 
나는 듯이 몸을 날려 말 위에 오르더니 바람같이 달려 산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
라왔다. "어떻습니까? 이래도 남쪽 사람이  말을 못 탄다고 하시겠습니까?" 유비
가 그 말을 듣더니 옷자락을  걷어올리고 몸을 날려 말 위에 오른 후 역시 나는 
듯이 산 아래로 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두 사람이 모두 말을  달리고 오자 기분
이 한결 상쾌해져 채찍을 흔들며 호탕하게 웃었다.  유비와 손권이 말을 타고 되
돌아온 언덕을 지금도  '주마파(말을 세웠던 언덕)'라고 하는데 그 이름은  이 고
사에서 연유한 것이다. 이날  두 사람은 말머리를 나란히 하여 남서로 돌아왔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본 남서의  백성들은 한결같이 양 집안의 경사를 축원해 주었
다. 유비가 역관으로  돌아오자 손건이 기다리고 있다가 말했다. "주공께서는  교
국로에게 청하시어 서둘러 식을 올리도록 하십시오.  지체하다가 딴 일이 생길까 
두렵습니다." 유비도 손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튿날이 되자 유비는  교국
로의 집을 찾았다. "강동 사람들 중에는 이 유비를 해치고자 하는 사람이 많습니
다. 아무래도 오래 머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교국로는 유비가 동오에 
오자마자 자신부터 찾은데다 그의 사람됨을 높이 여기고 있던 터라 진심으로 염
려하며 달래듯 말했다. "황숙께선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국태 부인께 아뢰
어 공을 보호 하도록 하겠소." 유비가  절을 올리며 사례하고 돌아가자 교국로는 
그길로 오국태를 찾아가  유비의 말을 전했다. 교국로의 말에 오국태가  펄쩍 뛰
며 말했다. "내 사위를 누가 감히 해치려 한다는 말씀입니까?" 오국태는 즉시 사
람을 불러 영을 내렸다. "지금 당장 유 황숙을 내 집 서원으로 모시어 혼인을 치
를 때까지 그곳에 머물게 하라." 그리고 좋은 날을 택해 혼례를 올리도록 서둘렀
다. 유비가 오국태를 찾아가  감사의 뜻을 표한 뒤 덧붙여 청했다. "저는 덕택에 
서원으로 들어와 편히 지냅니다만 군사들을 밖에 두고 있으니 불편하기 짝이 없
습니다. 또한 군사들을  단속하기가 어려우니 조자룡만이라도 가까이  있으며 드
나들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오국태는 유비의  청에 조운은 물론 군사들까지 부중
에 들도록 했다.  조운을 비롯한 군사들까지 자신의 곁으로 불러들인  유비는 크
게 안심하며 혼인할  날만을 기다렸다. 오국태가 혼인을 서둘자 며칠  되지 않아 
혼인날이 정해지고 곧 크게 잔치를 열어 혼례를  치렀다. 밤이 되어 손님들이 모
두 흩어진 뒤 붉은 촛불들이  두 줄로 늘어선 가운데 유비는 신방으로 인도되었
다. 흐뭇한 기대로  마음이 설레인 유비는 신방으로 들어서자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밝은 촛불 아래  오색의 치장들은 간 데 없고 창과  칼만이 즐비하게 벌
여 세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가 시녀들도  모두 창을 차고 있으며 손에도 
칼을 들고 서 있었다. 방 안은 아늑한 신방이  아니라 마치 싸움터에 세워 둔 막
사나 다를 바  없었다. '어찌 신방에 이토록  병장기를 가득 들여 놓았다는 말인
가?' 유비가 바짝 긴장하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늙은 시녀가 다가와 말했다.  "귀
인께서는 놀라지 마십시오. 부인께서는 어려서부터 무예를 좋아하시어, 시녀들에
게도 검술을 배우게  하셨답니다. 그래서 시녀들도 모두 칼을 차고  있는 것이랍
니다." 유비는 지난번 여범이  형주로 찾아왔을 때 들려 주던 말이 생각났다. 그
러나 아무래도 언짢은 마음이 들어 노파에게  말했다. "병기란 여자가 좋아할 것
이 못 되네.  내가 마음이 몹시 불편하니 잠시  치우도록 하게." 늙은 시녀가 그 
말을 듣고 손 부인에게 권했다. "서방님이 방 안의 병기를 좋아하지 않으시니 잠
시 치우도록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손 부인이 그 말을  듣고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반평생을 싸움터에서 지내신  분이 병기를 싫어하시다니......."  손 
부인은 방 안에 늘어놓은 병기를 치우게 하고 시녀들이 차고 있던 칼도 모두 풀
도록 한 후에 유비를  신방으로 맞아들였다. 유비는 시녀들에게도 금과 은, 그리
고 비단을 나누어 주어 그들의 마음을 사는 한편 손건을 형주로 보내 혼례를 치
렀음을 알리게 했다. 첫날밤을 치른 유비와 손 부인의 금슬은 더없이 좋았다. 초
야 다음 날부터 날마다 축하연이 벌어져 다정히 속내를 주고받을 겨를이 없음에
도 유비와 손 부인과의 정분은  더욱 두터워져 갔으며 국태 부인은 사위인 유비
를 더욱  사랑하고 아꼈다. 궁궐 안팎을  비롯한 온 나라 백성들도  모두 경사가 
났다고 기뻐했다. 소권은  일이 예상 밖으로 엉뚱하게 풀려 나가자  크게 당황하
고 있었다. 은밀히  시상에 있는 주유에게 사람을 보내 지금까지의  정황을 세세
하게 알렸다. <어머님의 고집으로  누이가 현덕의 아내가 되었으니 거짓으로 꾸
민 일이 참말이  되고 말았소.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손권의 전갈을 받은 
주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불안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근심에 빠져 있던 
주유는 마침내 한 계교를 생각해 내어 사자에게 한 통의 글을 써 주며 손권에게 
전하도록 했다. <제 계책이 이렇듯 잘못 풀려 가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
다. 그러나 일이 이렇게  된 바에야 다시 유비가 혼인을 올린  것을 기회로 그것
을 이용하는 계교를 꾸미는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유비는 효웅입니다. 거기다
가 관우·장비·조운 같은 용장과  제갈공명 같은 모사를 휘하에 거느리고 있으
니 결코  남의 밑에 몸을 굽히고  있을 위인이 아닙니다. 저의  좁은 생각으로는 
차라리 오래도록 그를  동오에 잡아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화려한 궁
실을 지어 주어 그가 마음  속에 품은 바를 잊게 하고 아리따운 여인과 좋은 비
단옷에 산해진미와 가주, 그리고 감미로운 음악으로 그를 도취하게 하십시오. 그
리하여 관우·장비와의 정분이 벌어지게 하시고 제갈량과의 사이도 멀어지게 하
십시오. 그래서 그들이 서로 오랫동안 떨어져 있게 한  뒤에 그 허를 틈 타 군사
를 일으킨다면 대사를 이룰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를 그대로 놓아 
보낸다면 아마 교룡이 비와 구름을  얻어 하늘로 오르게 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
습니다. 바라건대  명공께서는 교룡이 못  속에서 하늘로 오르지  않도록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손권은 그  글을 읽고 나서 모사 장소에게 보이며 의견을 물
었다. 장소가 글을 읽어 본  후 입을 열었다. "공근의 계교가 바로 저의 뜻과 같
습니다. 유비는 원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천하를 두루 떠도느라 오늘날까지 
부귀를 모르고 지냈습니다. 지금이라도 으리으리한 큰  집에 아리따운 여인과 사
치스런 생활을 즐기게  하신다면 자연히 제갈공명이나 관우·장비와도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서로의 마음에 벽이 생기게  하신다면 형주를 얻게 될 것
입니다. 주공께서는 도독의 말대로 따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장소마저  간곡히 
주유의 뜻에 따를  것을 권하자 손권은 마음이 움직였다. 양어머니인  국태 부인
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였으나 뒷일은 그때 가서  계책을 정하기로 하고 주유의 
계교를 좇기로 작정했다.  손권은 즉시 동부를 수리하게 하여 정원에는  큰 나무
를 심고 못가에는 배를 띄워 두었다. 또한  누궁의 마루에는 수백에 이르는 유리 
등을 즐비하게 달아 밤에도  낮처럼 밝게 불을 밝힐 수 있게  했다. 붉은 난간에 
금·은을 박아 치장하고 낭하는 대리석이나 공자석을 깔아 호화롭게 꾸민 뒤 유
비와 손  부인을 기거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가무에 능한 수십  명의 시녀와 
금·옥·비단 등 온갖 진귀한 물건을 보내 주니 오국태는 진심으로 누이와 유비
를 생각해서인 줄 알고  기뻐했다. 주유의 계교가 맞아떨어진 것일까. 유비는 손
권이 바라는 대로 그날부터 풍류와  여자에 흠뻑 취한 채 형주로 돌아갈 생각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유비가 이렇게 가는 세월을  잊고 있는 동안 날마다 한숨만 
내쉬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조운이었다. 별로 하는  일 없이 가끔  성 밖에   
나가 활이나 쏘고 말이나 달리며 무료한 날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그 해가 저물
어 갔다. 그제야 조운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그렇다. 군사께서 내게 비단 
주머니를 주며 말하기를 남서에 이르거든 첫째  주머니를, 그리고 연말까지 머물
게 되거든 두 번째  주머니를 열어 보라고 하였다. 나머지는 일이  위급할 때 열
어 보라고 하였는데 이제 이 해도 저물어 가니 두 번째 주머니를 열어 보아야겠
다. 처음의 계책이  참으로 묘했으니 아무래도 다음 주머니를 열어  계책을 펴야 
할 때가 아닌가.' 조운은 그렇게  중얼거린 뒤 둘째 비단 주머니를 급히 열어 보
았다. 그 주머니 속에 있는 계책을 본 조운은  다시 한 번 마음 속으로 감탄하며 
그길로 동부에 들어가 유비 뵙기를 청했다. 시녀가 유비에게 알렸다. "조 장군께
서 급히 여쭐  말씀이 있어 귀인을 잠시 뵙겠다고 합니다."  유비가 시녀의 말에 
조운을 불러들여 물었다. "무슨 일로  왔는가?" 유비의 물음에 조운이 짐짓 놀란 
얼굴을 지으며 대답했다. "주공께서 궁궐 같은  좋은 집에 들어앉으시어 형주 일
은 다 잊으셨습니까?" "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자룡이 그토록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가?" 유비가 맥풀린 얼굴로 묻자  조운은 더욱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큰일
났습니다. 이러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큰일이라니 무슨  일인가?" 그제야 유비
도 긴장한 얼굴이 되어 조운을 바라보았다.  "오늘 아침 제갈 군사로부터 사람을 
보내 알려 오기를 조조가 적벽의  원한을 풀기 위해 50만 대군을 일으켜 형주로 
향했다고 합니다. 주공께서는  서둘러 형주로 돌아가셔야겠습니다." "으음....... 그
런가?" 유비가 조운의 말을  거짓으로 듣지 않았다면 일각을 지체할 수 없는 위
급한 소식이었다. 그러나 한동안 생각에 잠기고  있던 유비가 어물거리며 맥풀린 
대답을 했다. "먼저 부인과  의논해 보겠네." 유비의 대답에 조운이 머리를  내저
으며 힘주어 말했다. "그건 아니 됩니다. 부인께 상의하시면 만류하실 것은 뻔한 
이치입니다. 차라리 말씀을  마시고 오늘 밤에 형주로 떠나시는 것이  좋을 듯합
니다. 더 이상 지체하시다가는 자칫 일을 크게 그르칠까 두렵습니다." 조운이 그
렇게 말했으나 유비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대답을  하지 않고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자룡은 잠시 물러가 있게.  내가 알아서 하겠네." 유비가 대답을 미루고 
조운을 물리치려 하자 조운은 짐짓 더욱 다급한 목소리로 유비를 재촉한 뒤에야 
물러났다. 유비가 내실에  들어가 손 부인을 보자마자 말을 못하고  눈물을 지었
다. 그 모양을 본  손 부인이 놀라 물었다. "무슨 일로 이토록  괴로워하십니까?" 
유비가 급히 다른 말로 둘러댔다. "돌이켜보니 내 일신이 평탄치 못해 지금껏 타
향에서 떠돌아다니느라 살아 계실  때도 부모를 제대로 봉양하지 못했는데 지금
까지 조상의 제사조차 게을리해 왔소. 나같이 불효막심한  자가 이 천하에 또 어
디 있겠소? 이제 머지않아 올해도 저물어 새해를 맞게 되니 문득 마음이 서글퍼 
지는구려." 그러자 손  부인은 얼굴빛을 달리하며 운망이 배인 목소리로  말했다. 
"부군께서는 저를 속이려  하십니까? 저는 이미 엿들어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방금 조 장군이 들어와 형주의 위급함을 알려 드렸기에 형주로 돌아가시려고 이
러시는 게 아닙니까?" 그 말에  잠시 당황한 빛을 띠던 유비가 손 부인의 두 손
을 꼬옥 쥐며 말했다.  "부인이 이미 알고 있으니 내가 더  무엇을 속이겠소? 내
가 가지 않으면  형주를 잃게 되고 그렇게 되면  천하의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
오. 그러나 부인을 버리고 갈 수가 없으니 어찌 괴롭지 않겠소?" "부군께서는 어
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이미 부군을 섬기는 몸이니 부군께서 가시는 곳
이면 마땅히 어디든 따라가야 할 것입니다." 손 부인이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
다. 그러나 유비는 여전히 걱정스런 얼굴로 입을 열었다. "부인의 뜻이 그러하다 
하더라도 국태 부인과  오후께서 허락하시지 않을 것이오. 부인께서 만약  이 유
비를 가엾게 여긴다면 잠시 떨어져  있음을 참아 주시면 고맙겠소." "황숙께서는 
너무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제가 어머님께 아뢰어 함께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보
겠습니다." "비록 국태 부인은 허락하신다  해도 오후께서는 반드시 가지 못하게 
막을 것이오." 유비가 그 말을 마치자 다시 쉴새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내 손 부
인과 달콤한 신혼에 빠져 있는  유비였으나 이미 마음은 형주로 향하고 있어 괴
로움을 달래지 못해 흘리는 눈물이었다. 아내 손  부인이 그런 유비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더니 가만히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이렇게 하도록 하십시오. 정월 
초하룻날 아침, 어머님께  세배를 드릴 적에 강변에 나가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
겠다고 여쭈십시오. 그때  저도 함께 동행하여 형주로 간다면 모든  일이 순조로
울 것입니다." 유비는 아내 손 부인의 말에 무릎을 꿇어  고마움을 표했다. "나는 
이 은혜를 평생 잊지 않을 것이오. 그러나 다만  이 말이 절대로 새어 나가지 않
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오." 유비는 손 부인과 그렇게  의논을 정하고 난 
후 가만히 조운을 불러  일렀다. "정월 초하룻날 아침, 자룡은 군사들과 함께 한 
발 앞서 성 밖으로 나가 관도에서 기다리도록  하라. 나는 제사를 모신다는 핑계
를 대고 부인과  함께 강가로 나갈테니 그렇게 알고 모든  채비를 하도록 하라." 
유비의 말에 조운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대답했다. "어김없이 영에 따르겠습니
다." 이윽고 건안 15년  정월 초하루가 되었다. 손권은 모든 문무백관을 불러 당
상에 모은 후 하례를 받았다. 유비와 손 부인도 오국태에게 세배를 올렸다. 세배
가 끝나자 손 부인이 오국태에게 청했다.  "저의 지아비는 부모님과 조상의 묘가 
모두 탁군에 있는  탓에 제사를 드리지 못함을 항상 슬퍼하고  계십니다. 오늘은 
강가에 나가 멀리  북쪽을 보고 절이나 올릴까  하오니 먼저 어머님께 말씀드려 
둡니다." 딸의 말에 오국태는  얼굴 가득히 미소를 띠며 말했다. "조상을  모시는 
일이 효도이며  자식된 도리이거늘 누가 그것을  말릴수가 있겠느냐? 또한 너도 
비록 시부모를 뵙지는 못했으나 지아비와 함께 가서 제사를 지내고 절을 올리는 
것이 도리이다. 마땅히 함께  가야 할 것이니라." 오국태가 손 부인도 유비를 따
라가도록 먼저 일러 주니  이제 거리낄 것이 없었다. 유비와 손  부인이 기쁜 마
음으로 절을 올린 후 물러나오자 손권 또한 누이의 말에 별다른 의심을 두지 않
고 무심히 지나쳤다.  동부로 물러나온 손 부인은 유비를 재촉하는  한편 패물과 
긴히 소용되는  물건만을 꾸려 수레에 올랐다.  유비는 5,6기의 군사를 거느리고 
성을 나가 기다리고  있던 조운과 만났다. 이윽고 유비와 손  부인은 5백여 군사
의 호위를 받으며  남서를 떠나갔다. 이미 국태의 허락을 받은데다  오후의 누이 
손 부인과 함께 더나는  행차라 그들을 의심하기는커녕 모두들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만 볼 뿐이었다.  손권은 이날 잔치 자리에서 문무백관과 술을  마시는 동안 
몹시 취해 있어서 좌우 신하들의 부축을 받아 안채로 들어가자마자 그대로 잠들
어 버렸다. 손권이 안채로  들자 문무관원들도 자리를 떠 흩어졌다. 관원들이 유
비와 손 부인이 도망간 사실을 알게 된 건  이미 날이 저문 뒤였다. 손권에게 이 
일을 알리려 했으나 아직 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잠들어 있어 알릴 수도 없었
다. 손권이 깨어났을 때는  다음 날 새벽이었다. 그때서야 유비가 동오에서 달아
난 것을 알고 급히 문무관원들을 불러모은 후  대책을 물었다. 장소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유비를 그대로 달아나게 했다가는 반드시 큰 화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급히 뒤쫓도록 하십시오." 크게 당황하고 있던 손권은 즉시 진무와 반장에게 5백 
기를 주어  유비를 뒤쫓게 했다. 두  장수가 손권의 영을 받아  군사를 재촉하며 
떠나갔다. 진무와 반장이  군사를 이끌고 떠났으나 손권은 문득 유비에  대한 적
개심으로 가슴 속에  치밀어오르는 화를 이기지 못해  탁자 위에 놓인 옥벼루를 
번쩍 쳐들어 내리치니 산산조각이 났다. 정보가  그것을 보고 손권에게 깨우치듯 
말했다. "주공께서는  지나친 노기를 거두시고  살펴 헤아리시기 바랍니다. 제가 
생각건대 진무와 반장이 유비를 사로잡지는 못할 것입니다." "두 장수가 감히 내 
명을 어긴다는 말이오?" 손권이  벌컥 화부터 내며 소리쳤다. "군주(손권의 누이
에 대한 높임말,  즉 공주)께서는 어려서부터 무예를  익히시고 성품이 꿋꿋하고 
엄하신 까닭에 모든 장수들이 두려워합니다. 거기다가  아무래도 유비와 뜻을 같
이하여 떠나신  것 같으니, 어느 장수가  감히 군주 앞에서 유비를  사로잡을 수 
있겠습니까? 군주께서 유비를 도와 두 장수를 물리치려 하신다면 그들을 따라잡
는다 해도 감히 사로잡지는 못할 것입니다." 손권은  그 말에 더 크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 "장흠과 주태를 불러들이라!" 장흠과 주태가 손권의 부름을 받고 급히 
달려오자 손권은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끌러 주며 영을  내렸다. "그대들은 이 
칼을 들고 가 내 누이와 유비의 목을 베어  오라. 만약 영을 어기면 한칼에 목을 
베리라!" 장흠과  주태는 손권의 칼을  받아들고 정예군사 1천을 거느려  유비를 
뒤쫓았다. 한편 유비는 그날  밤 가는 도중 길에서 두어 번을  쉬었을 뿐 어둠을 
무릅쓰고 길을 재촉하여, 계속  형주를 향해 나아갔다. 이윽고 시상 경계에 이르
렀을 때, 문득 돌아보니 시야가 닿을 듯한  곳에서 흙먼지가 자욱이 일며 손권의 
군사들이 뒤쫓아오고  있었다. 유비가 놀라며  조운에게 물었다. "뒤쫓는 군사가 
있으니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공께서는  먼저 가십시오. 제가 저들을 막겠습니
다." 유비는 뒤쫓는 군사들을  조운에게 맡긴 채 다시 말을 박찼다. 한동안 달리
다가 막 산모퉁이를 도는데 한  떼의 군마가 앞을 가로막으며 앞장선 장수가 소
리쳤다. "유비는 어서 말에서 내려 결박을 받아라. 주 도독의 영을 받고 너를 사
로잡으러 왔다." 앞선  장수는 주유가 거느리고 있던 서성과 정봉이었다.  유비가 
동오를 떠나기 전 주유는  언젠가는 유비가 달아나리라고 여겨 서성과 정봉에게 
군사 3천을 주어  형주로 가는 길목을 지키도록 했다. 또  군사들을 풀어 망루에 
올라가 망을 보게 한 뒤 수상한 군마가  보이면 서성과 정봉에게 알리도록 했다. 
주유가 이렇게 물샐틈 없이  대비하고 있는 걸 알 리 없는  유비였다. 망을 보고 
있던 군사 하나가  유비 일행을 발견하고 즉시  서성에게 알리자 서성이 군사를 
이끌어 길을 막았다. 불현듯 앞을 가로막는  군사들이 나타나자 유비가 뒤쫓아오
는 조운을 불러 탄식하며 물었다. "앞에는 길을 막는 군사가 있고 뒤에는 뒤쫓는 
군사가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는가?" 조운은 문득 공명이 준 계책을 생
각해 내고 유비를  안심시켰다. "주공께서는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동오로  올 
때 군사께서 세 가지  계책을 비단 주머니에 넣어 주셨는데, 두  개를 열어 보니 
모두 귀신이 곡할  만한 계책이었습니다. 이제 하나가 남아 있는데  이것은 위급
할 때 열어 보라  하셨습니다. 지금 하나 남은 그 주머니를  마저 열어 보겠습니
다." 조운이 세  번째 비단주머니를 열어 보더니 유비에게 그  계책을 건네 주었
다. 계책을 읽어 본  유비는 아무 말 없이 손 부인이 타고 있는  수레 앞으로 다
가가 말했다. "이  유비가 아직 부인에게 숨기고 말하지 않은  것이 있으니 이제 
모두 털어놓아야겠소."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으나 부디 숨김없이 말씀해 주십시
오." 손 부인이 그렇게 말하자 유비는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난날 오
후가 주유와 함께  일을 꾸며 부인을 내게 시집  보낸 것은 실은 부인을 위함이 
아니라 나를 동오에  사로잡아 두고 형주를 빼앗기 위한 계책이었소.  형주를 빼
앗은 뒤에는 물론  나를 죽이려 했으니 이는 곧  부인을 미끼로 삼아 이 유비를 
낚으려 함이었소. 그런데 내가  죽음을 무릅쓰고 갔던 것은, 부인이 남자 이상으
로 마음이 넓으시니  필시 나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오. 사
실은 이번에 오후가  나를 죽이려 들기에 형주가  위급하다는 핑계를 대고 빠져 
나갈 계책을 썼던 것이오. 다행히 부인이 나를  버리지 않고 여기까지 와 주었으
나 이제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갈 곳도 없게 되어 버렸소. 오후가 군사
를 보내 우리 뒤를  쫓는데다 주유가 군사를 보내 앞길을 끊은  것이오. 이제 부
인이 나서 주지 않으면 이 어려운 길목을 헤쳐 나갈 수 없게 되었으니 마다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오. 만약 내 청을 물리친다면  이 유비는 수레 앞에서 목숨을 
끊어 잠시나마 함께 지낸 은덕에 보답할  수밖에 없소이다." 유비가 정중히 호소
하자 손 부인은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유비는 손 부인을 시집  보낸 것이 손권
의 계책이었음을 알려 손 부인을 격동케 함은 물론 자신의 애틋한 정을 전해 부
인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했던 것이다. 유비의 말을  들은 손 부인이 결연한 어조
로 말했다. "오라버니가 저를 골육으로 여기지 않는 이상 제가 무슨 마음으로 그
를 다시 만나겠습니까?  부군께서는 염려하지 마십시오. 제가 나서서  이 위급함
을 헤쳐 보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손  부인은 수레를 그대로 밀고 나가게 하여 
수레의 말을 걷어올리더니  몸소 나서 서성과 정봉을 향해 큰  소리로 꾸짖었다. 
"그대 두 사람은 모반이라도 할 작정인가?" 그 소리에 서성과 정봉은 급히  말에
서 내려 무기를 내던지고 수레 앞에 엎드렸다. "저희들이 어찌 감히 모반을 일으
키겠습니까? 저희들은 다만 주  도독의 영을 받들어 이곳에 군사를 머물게 하고 
유비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을 따름입니다." 손 부인은 목소리를 더욱 높이며 꾸짖
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면  주유가 역적놈이 아닌가! 동오가 저를 대접함이 
가볍지 않은데 이게 무슨 짓이냐? 현덕은 바로 대한의 황숙이시며 또한 내 남편
이시다. 나는 어머님과 오라버님께 말씀을 여쭙고  형주로 가는 길이거늘 너희들
이 감히 산기슭에 군마를  거느리고 길을 막느냐? 혹여라도 우리 부부가 지니고 
있는 재물에 탐이라도 났더란 말이냐?" 싸움터를 누빈 장수에 비해 조금도 못할 
바 없는 호령이었으며  놀라운 기지였다. 서성과 정봉은 손 부인이  자기들을 도
적 떼처럼 여기는  것에 어안이 벙벙하여 말문을  열지 못하다가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당치도 않은  말씀이십니다. 군주(공주) 부인께서는 고정하십시오. 저희
들이 스스로 나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주 도독의 영을  받들었을 뿐입니다." 손 
부인은 서성과 정봉이 그래도 물러나지 않자 더욱 매섭게 꾸짖었다. "이놈들! 주
유의 말만 무섭고 내 말은  무섭지 않다는 말이냐? 주유가 제 명을 어겼다고 너
희들을 죽일 수 있다면 나는  그 주유도 죽일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하느냐?" 손 
부인이 주유까지 호되게 꾸짖은 다음  시종들에게 분부했다. "무엇들 하느냐? 어
서 수레를 몰아라!"  손 부인이 수레를 이끄는 것을 보면서  서성과 정봉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말했다. "여보게, 어차피 신하된 몸
이 아닌가? 어찌 감히 부인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겠는가?" 거기다가 손 부인의 
뒤를 보니 조운이 눈을 부릅뜬 채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군사들을 
한 옆으로 비켜 세우며  길을 터 주고 말았다. 유비 일행이 5,  6리쯤을 갔을 때, 
손권이 보낸 진무와 반장이 서성·정봉이 있는  곳으로 군사를 이끌고 왔다. "어
인 일이시오?" 멀리 유비 일행이 떠나가고 있는 것을 지켜 보고 있던 서성과 정
봉이 물었다. "유현덕이 손 부인과  함께 이곳을 지나가지 않았소?" 진무와 반장
이 되묻자 서성·정봉은 조금 전의 일을 자세히  들려 주었다. 진무와 반장이 그 
말을 듣자 말을  구르며 말했다. "그들을 그냥 지나가게 한  것은 잘못된 일이었
소. 우리는 지금 오후의 분부를 받고 그들을  사로잡으러 온 것이오. 자, 함께 뒤
쫓도록 합시다." 네 장수는  군사를 합쳐 다시 유비 일행을 뒤쫓았다. 한편 서성
과 정봉이 가로막은 길을 손 부인이 직접 나서서 열어 주니 유비는 안도의 한숨
을 내쉬며 길을 재촉했다. 그런 한숨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등 뒤에서 군사들의 
함성이 들리자 유비가 수레 곁에 다가가 말했다. "뒤에 또 따라오는 군사가 있으
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황숙께서는 먼저 가십시오. 제 비록 아녀자이나 
조 장군과 함께 저들을 막겠습니다." 손  부인의 여장부다운 말에 유비는 군사 3
백을 이끌고 장강의 강변을  향해 말을 달렸다. 조운은 손 부인의  수레 곁에 말
을 세우고 군사들을 벌여 세운 다음 뒤쫓는  군사들을 맞았다. 네 장수가 이윽고 
수레 앞에 이르러 손  부인을 보고는 급히 말에서 내려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 
손 부인은 수레 안에서 옷을 갈아입은 듯 허리에는 칼을 차고 있었으며 작은 활
을 가벼운 행장에 매고 있었다. "진무·반장은 어인 일로 왔는가?" 손 부인이 매
서운 목소리로  물었다. "주공의 명을 받들어  부인과 현덕을 모시러  왔습니다." 
손 부인이 엄한 얼굴로 그들을 꾸짖었다.  "너희들이 우리 오누이 사이를 가르기
라도 할 작정이냐? 내가 이미 황숙에게 출가한 몸이니 오늘 떠나가는 것은 내가 
마땅히 가야 할 곳으로 가는 것이지 사사로이  달아나는 것과는 다르다. 내가 어
머님께 이미 말씀을 드린 후에 황숙과 함께  형주로 가라는 허락을 받은 몸이다. 
그러니 오라버님께서도 마땅히 성 밖까지 나와 우리를 전송해 주어야 할 일이거
늘 너희들이 감히 나를  뒤쫓으니 이게 무슨 짓이냐? 나를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말이냐?" 반장과 진무 그리고  서성과 정봉 네 장수는 손 부인의 꾸짖음에 얼른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들은 각기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며 당장  해야 할 일을 
애써 외면한 채 묵묵히 서 있었다. '참으로 난처한 일이 아닌가? 주공과 손 부인
은 천륜인 오라비와 누이사이가 명백하고 세월이 가더라도 그것만은 변할 수 없
는 일이 아닌가? 더군다나 국태의 허락을 이미 받았다니 우리가 어찌 함부로 사
로잡을 수 있다는 말인가?  효심이 깊은 오후이니 어머니의 말씀을 끝내 거스르
지 못할 것이다.  경솔히 손 부인에게 거역하다 국태께서 화라도  내시는 날에는 
우리만 날벼락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차라리  그냥 보내는 것만  못하리라.' 네 
장수가 이런 생각을 하며 손 부인이 타고 있는 수레 곁을 보니 조운이 금방이라
도 한바탕 싸움을 치를  듯이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네 장수는  누가 먼저랄 것
도 없이 손을 모으고 절하며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이만 물러갈까 합니다." 그
들 네  장수가 말머리를 돌리자 손  부인은 다시 수레를 재촉하여  길을 떠났다. 
서성이 문득 생각난 듯이 세 장수에게 입을 열었다. "이제 수레는 떠났으나 아무
래도 이 일은 주 도독을 찾아가  사정을 말씀드려야 하지 않겠소? 함께 갑시다." 
그러나 주유가 펄쩍 뛰며 노할 것이 눈에 선해 얼른 말을 몰지 못하고 주춤거리
고 있는데  다시 한 떼의 군마가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군마를 자세히  보니 앞장 선 장수는 장흠과 주태였다.  장흠과 주태가 
그들 앞에 이르자 급히 물었다.  "그대들은 유비와 손 부인을 보지 못했소?" "유
현덕은 이른 아침에  여기를 지나갔으니 그 시각이  이미 반나절이나 되었고 손 
부인만 조금 전 여길  지나갔소이다." "그럼 어찌하여 사로잡지 않았소?" 장흠이 
그렇게 묻자 네 장수는 손  부인이 했던 말을 들려 주며 차마 사로잡지 못한 사
정을 밝혔다. 그러자 장흠은  뒤쫓는 까닭을 말하며 오후의 보검을 보여 주었다. 
"오후께서도 이런 일이 있을까  염려하여 차고 계시던 보검을 끌러 주며 우리를 
보낸 것이오. 먼저 누이부터 죽이고  난 다음 유현덕을 베라 하셨소. 또한 이 명
을 어긴 자도 함께  목을 벤다 하셨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그러나  그
들이 이곳을  떠난 지 이미  오래 되어 뒤쫓을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하시겠소?" 
"그러나 그들이 이곳을 떠난 지  이미 오래 되어 뒤쫓을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하
시겠소?" 네 장수가  손권의 보검을 보자 얼굴이  흑빛이 되어 걱정스레 되물었
다. 장흠이 결연히 외쳤다. "보검까지 내리신  오후의 명을 거스를 수는 없소. 다
행히 그들은 보군이니 그렇게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이오. 서 장군과 정 장군은 
급히 도독께 알려 빠른  배로 강을 따라 유비를 뒤쫓도록 해  주시오. 우리들 넷
은 뭍으로  뒤쫓겠소. 그래서 물에서든  뭍에서든 사로잡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목을 벱시다. 이제 그들의 말을 들어서는 아니 될 것이오." 장흠의 말에 따라 서
성과 정봉은 급히 주유를  향해 달려가고 장흠·주태·진무·반장 네 사람은 군
사를 나누어  강가로 달렸다. 그때 유비와  손 부인은 시상의 성시를  옆에 끼고 
교외를 멀리 돌아 유랑포라는 한  어촌에 이르렀다. "배는 없느냐?" 유비는 우선 
위급한 지경을 벗어난 터라 마음을  놓고 배를 찾았으나 시야를 채우는 것은 시
름 없이 반짝이는 물결일 뿐 배는 어디에도  없었다. 한쪽은 망망한 강물이 하늘
에 닿아 있었고 앞쪽은 자연의  만구를 이루어 강둑이 저쪽 먼 산기슭까지 이어
져 있어 배가 아니고서는 건널 수가 없었다.  "건너갈 배가 없으니 이 일을 어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유비가  탄식하듯 중얼거리며 머리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
다. 조운이 그런 유비를 위로했다. "이제 주공께서는 호랑이 굴을 벗어나시어 우
리 형주 땅 가까이에 있습니다. 제가 생각건대  군사께서 필시 우리를 위해 준비
가 있으실 것이니 너무 근심하지 마십시오." 유비는 조운의 말을 듣자 문득 동오
에서 보냈던 꿈 같은 나날이 떠올라 그만  마음이 쓸쓸해져 눈물짓고 말았다. 유
비는 눈물을 지우고  조운에게 일러 배를 찾아보도록 했다. 그러나  배를 구하기
도 전에 홀연 산기슭 부근의 석양에 구름이 뭉게뭉게 일고 징 소리와 북 소리가 
요란히 일었다. 유비가 높은 곳에 올라 살피니  한떼의 군마가 개미 떼처럼 몰려
오고 있었다. "매일 급히 달아나느라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있는데 또 적병이구
나. 이제 어찌 살기를 바라겠느냐!" 유비가 한숨을 내쉬면서 그렇게 말하고 있는 
사이에도 동오 군사의 함성은 점점 가까워져 더욱 크게 들려 왔다. 그때였다. 유
랑포만의 강가에 끝없이  뻗어 있는 갈대가 한꺼번에  '쏴'하고 흔들렸다. 조운이 
보니, 갈대 사이로 돛을 달고 노를 저어 오는  20여 척의 빠른 배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 배들은 빠른  속도로 다가와 강가에 늘어서는 중이었다. 유비가 어쩔 
줄 몰라 당황하고 있는데 조운이 다가오는  배를 보며 유비에게 말했다. "하늘의 
도우심인지 배가 나타났습니다. 주공께서는 급히 배에  올라 건너편 언덕에 몸을 
피하신 뒤 다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좋겠습니다." 유비는 조운의 말에 크게 기뻐
하며 급히 손 부인을 태운 뒤 자신도  황망히 배에 올랐다. 조운도 거느렸던 5백 
군사와 함께  배에 올랐다. 실로 바람  앞에 꺼져 가는 촛불처럼  위급한 순간에 
천우신조인 양  나타나 유비 일행을  구하는 순간이었다. 군사들까지  모두 배에 
오르자 배 밑 선창 안에서  윤건을 쓰고 도복을 입은 한 사람이 나타나 웃음 띤 
얼굴로 일행을 맞았다. "주공께서는 어서 오십시오. 제갈량이 기다린 지 오래 되
었습니다." 유비가 놀라며 보니  그는 바로 군사 공명이 아닌가. 배 안에서 사공 
차림이나 장사치  차림으로 있는 사람들도  모두 형주의 수군들  이었다. 공명의 
출발 신호가 있자 수군들은 즉시 돛을 올리고 노를 저어 강 위를 미끄러지듯 나
아갔다. 유비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어느덧  장흠 등 동오의 네 장수가 
강가에 이르렀다. 공명은 그들  네 장수에게 손을 흔들며 껄껄 웃더니 소리쳤다. 
"내가 이미 이럴 줄 알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노라. 너희들은 돌아가 주유에게 
'다시는 용렬한 미인계는 베풀지 않도록 하라'는 이  공명의 말을 꼭 전하라!" 네 
장수가 일제히 군령을 내려 배를  향해 화살을 쏘게 하자 빗발치듯 화살이 날아
왔다. 그러나 배는 이미 점점  멀어져 가고 화살은 배에 미치지 못했다. 네 장수
는 그만 싸울 뜻을  잃은 채 멀어져 가는 배만 멍하니  바라다볼 뿐이었다. 유비
와 공명이 배를 재촉해 형주로  향하는데 문득 하류를 바라보니 순풍에 돛을 단 
수많은 전선이 요란한  함성을 일으키며 나타났다. 배 위에는 모두  수자기가 펄
럭이고 있었는데, 왼편에는 황개, 오른편에는 한당을 거느린 주유가 몸소 수군을 
이끌고 유비를 뒤쫓아온  것이었다. 수전에 능한 군사들을 싣고 빠른  배를 몰아 
오니 그 빠르기가 날으는 말이요, 흐르는 별과 같았다. 

    조조는 동작대에서 잔치를 크게 열고...
  주유의 추격을  따돌린 유비 일행은  무사히 형주로 입성한다.  손권은 조조를 
경계하여 유비를  형주목으로 천거하고 조조는 주유와  정보를 태수로 임명하여 
유비를 경계한다. 한편 공명의 계략에 말려든 주유는 끝내 숨을 거두고 만다.
  공명은 주유의 전선이 나타나자 급히 군사들에게 영을 내렸다. "뱃머리를 북쪽
으로 돌리고 급히 노를 저어라!" 군사들에게 영을  내린 공명은 유비를 돌아보며 
안심시켰다. "미리  헤아린 바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배가 가장 가까운  북쪽 
강 언덕에 이르자 공명은 다시 군사들에게 영을 내렸다. "배들을 모두 버리고 뭍
에 있는 말에  오르도록 하라." 군사들은 강변에 오르자 공명의  영에 따라 미리 
매어 둔 말에 올랐다. 유비는 준비해 둔 수레에다  손 부인을 태운 뒤 말을 몰았
다. 뒤쫓아온 주유도 언덕에 올라 유비와 공명을 뒤쫓았다. 그러나 모두 배를 타
고 온 수군들이라 몇몇 장수 외에는 말이 있을 수 없으니 걸어서 뒤쫓을 수밖에 
없었다. 유비와 공명을 사로잡으려고 이를 갈던  주유가 앞장을 서고 황개·한당
·서성·정봉이 그 뒤를  따랐다. 주유가 한동안 말을 달리다가 문득  주위를 돌
아보며 물었다.  "여기가 어디쯤인가?" "맞은편이  바로 황주로 드는  길입니다." 
주유가 너무 멀리  뒤쫓아왔다는 생각에 경계심이 일었으나  저 멀리 앞을 보니 
유비 일행이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주유가  유비 일행을 보자 군사들에게 영을 
내려 뒤쫓기를 재촉했다. "유비가  저기 앞에 가고 있다. 군사들은 힘을 다해 저
들을 뒤쫓아 사로잡아라!"  주유가 눈앞에 유비에게만 정신이 팔려  그렇게 영을 
내린 후 한동안 달리고 있는데 홀연 북 소리가 크게 울리더니 계곡에서 한 떼의 
군마가 나타났다. 장졸들이  모두 칼을 빼들고 달려오는데 앞장 선  장수를 보니 
바로 관운장이었다. 그때서야  주유가 황망히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는데 관우가 
바짝 뒤쫓고 있었다.  주유가 말에 채찍을 가하며 뒤돌아볼 사이도  없이 달리자 
왼쪽에서 황충이, 오른쪽에서는  위연이 군사를 몰아와 동오의  군사들을 덮쳐들
었다. 유비를  뒤쫓다 일시에 짓쳐든  매복군에게 급습을 당한  동오군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한 채 많은 군사들을 잃고  강가를 향해 달아나기에 바빴다. 그러
나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관우의 추격을  받으며 가까스로 강가에 이른 주
유가 황급히  배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이미  멀리 달아난 줄 알았던  공명이 한 
떼의 군사를 이끌고 강변에 나타나자 군사들이 고함쳐 주유를 놀려댔다. "주유의 
묘한 계책  덕분에 천하가 편안할 줄  알았더니, 웬걸 손 부인을  바치고 군사만 
잃었네." 주유로서는 가장 듣기  싫은 소리일 수밖에 없었다. 두 번의 계책이 모
두 허사로 돌아갔음은 물론 공명이 자신의 계책을 망쳤다고 생각하자 더욱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다시 언덕으로 올라가리라. 가서  죽기로 싸워 결판을 내겠
다." 주유가 이렇게 외치며 다시 강가로 달려가려 하자 곁에 있던 황개와 한당이 
급히 주유를 얼싸안으며  말렸다. 두 장수가 힘을 다해 말리는  가운데도 주유는 
탄식해 마지않았다. "내 계책이 한낱 물거품이 되었으니, 내 무슨 얼굴로 주공을 
뵈올 수 있으랴!"  주유가 그렇게 탄식하며 치솟는 울분을 가누지  못해 큰 소리
로 호령하는 순간 아직 치유되지 않았던 금창이 다시 터져 배 위에 쓰러지고 말
았다. 곁에 있던 장수들이 깜짝 놀라 주유를  안아 일으켰으나 이미 혼절해 있었
다. 당황한 황개와 한당 등 동오의 장수들은 주유를  배 위에 눕혀 급히 배를 몰
아 달아나기에 바빴다.  장수들이 주유를 뒤쫓으려 하자 공명은 더  이상 뒤쫓지 
않게 말리고 유비와 함께 형주성으로 들었다. 유비가  아내 손 부인과 함께 돌아
오자 형주성 백성들은  유비가 부인을 얻은 경사를 축하했고, 유비는  이번 싸움
에 공이 많은 장졸들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  형주가 경사를 맞아 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 주유는 아픈 몸을 이끌고 시상으로  돌아갔다. 장흠과 주태는 남서 땅으
로 가 손권에게  끝내 유비와 손 부인을 놓쳤을  뿐만 아니라 싸움에 크게 패한 
일을 알렸다. 손권은 분노를 이기지 못한 채  정보를 도독으로 삼아 군사를 일으
켜 형주를 치려 했다.  때마침 주유도 손권에게 글을 보내 와  자신도 군사를 일
으켜 형주를 되찾음으로써 한을 씻겠다는 뜻을  전했다. 주유까지 그렇게 나서자 
형주를 칠 채비가 무르익고  있는데 장소가 간했다. "그건 아니 됩니다. 지금 조
조가 적벽 싸움의 패배를 씻고자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군사를 일으키려 하고 있
음을 잊으셨습니까? 조조가 지금까지 군사를 일으키지 않은 것은 군세가 약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 동오와 유현덕이 단단히  힘을 합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공께서 노기를 억누르지  못하시어 현덕과 싸운다면 조조가 쾌재를 부
르며 그 틈을 찌를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조조를 무슨 수로 막아 내겠습니까?" 
그러자 모사 고옹이 군사를 일으키는 일을 말리는  대신 한 가지 계책을 내었다. 
"우리 동오에도  허도에서 보낸 세작들이 있을  것이니 그들이 우리와 현덕과의 
사이에 틈이  난 것을 알면 곧  조조에게 알릴 것입니다. 그러면  조조는 반드시 
현덕과 손을 잡으려  할 것이며 현덕 또한  우리가 군사를 일으킨다면 조조와의 
화친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일이 이렇게 돌아간다면 우리  동오가 어
찌 편안함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차라리 우리 동오에서 사람을 허도로 
보내 천자께 상주하여  유현덕을 형주목으로 천거하십시오. 그러면  조조는 우리 
동오와 유현덕이 굳게 손잡고 있는  것으로 알고 감히 군사를 일으키지 못할 것
입니다. 또한  유현덕은 주공에 대해 은혜로움을  느낄 뿐 어찌 한을  품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 후 기회를  보아 사람을 중간에 넣어 조조와 유현덕을 이간시
켜 다투게 하십시오. 우리가  그 틈에 군사를 낸다면 능히 형주를  우려뺄 수 있
을 것입니다." 고옹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손권이 노기를 거두고 고개를 끄
덕이며 말했다. "원탄(고옹의 자)의 말씀이 옳소.  그럼 누구를 허도로 보내면 좋
겠소?" "우리 동오에 조조가 평소 흠모하는 이가 있으니 그를 보내는 것이  좋겠
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요?" "평원 사람으로  성명은 화음, 자를 자어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손권은 기뻐하며 즉시 화음에게  유비를 형주목으로 천거한다는 표
문을 맡겨 허도로  보냈다. 화음은 그날로 길을 떠나 허도에  이르렀으나 조조는 
허도에 있지 않았다.  조조는 동작대가 완성되어 여러 문무의 관원을  이끌고 하
북성이 있는 업군으로 갔다는  것이었다. 화음은 하는 수 없이 업군으로 향했다. 
때는 건안 15년, 봄이었다. 조조는 크게 잔치를 벌여 동작대가 완성된 것을 축하
하고 있었다. 적벽 싸움에서  크게 패한 조조가 항상 그 한을  씻을 기회를 노리
고 있었으나 손권과 유비가 서로 손을 잡고 있자 감히 군사를 내지 못하고 있던 
중 이었다. 동작대는 장하가에 세워졌는데 그 왼편에는 옥룡대, 오른편에는 금봉
대라는, 높이가 열 길이나 되는 누각을 세웠다. 위로는 동작대를 가운데 두고 두 
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었으며 수많은 문과 창도  모두 금빛과 백옥의 푸른빛이 
번쩍이니 그 아름다움이 눈부실 지경이었다. 이날  조조는 머리에는 칠보 금관에
다 녹금포를 입었으며 황금으로  만든 큰 칼을 옥대에 차고, 발에는  한 걸음 찬
란한 빛을 내는 구슬로 만든 주리를 신고  있었다. 조조가 그렇게 화려한 의관을 
갖추고 한껏 위세를  떨치고 앉자 여러 문무관원들이 뜰 아래  시립하였다. 조조
가 시립해 있는 여러 문무관원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좌우에 명해 비단 
전포를 가져오게  했다. 명을 받은 신하가  비단 전포 한 벌을  가져오자 조조는 
넓은 정원 저쪽의 높은 버드나무  아래에 과녁을 세워 놓게 하고 문무관원을 향
해 입을 열었다. "오늘  이 뜻있는 자리를 맞아 그대들의 활쏘는 솜씨를 보리라. 
버드나무와의 거리는 백 보로 하고  저 과녁을 맞히는 사람에게는 상으로 이 전
포를 주고, 맞히지 못하는 자에게는  벌주를 내리리라!" 조조는 백 보 떨어진 곳
에 눈금을 그리고 장수들을  두 줄로 세웠다. 한 줄은 조씨  일족의 장수들을 세
워 모두 붉은  옷을 입게 했고, 다른 한 줄은  녹색 옷을 입게 하였다. 장수들은 
모두 말 위에  앉아 각기 좋은 활과 화살을  들고 시작을 알리는 신호를 기다렸
다. "누구든 자신의 활솜씨를 뽐내고 싶은 자는 나서라!" 조조가 그렇게 영을 내
리자마자 붉은 옷을 입은 대열 중에 한 사람이  나섰다. 모두 그를 보니 그는 조
조의 조카인  소년 장수 조휴였다. 조휴는  말을 달려 세 차례나  버드나무와 백 
보를 표시한 눈금을 오가더니 홀연 화살을 메겨  힘껏 시위를 당겼다. 화살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  과녁 한가운데 붉게 칠한 곳을 정확히 맞
혔다. 그와 동시에 징 소리가 울리고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며 손뼉을 쳤다. 조조
도 대위에 앉아 그 모양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조휴가 과연 우리 집의 
천리고(천리마)로구나!" 이에 조조가 좌우에게  명해 비단 전포를 가져오도록 하
여 조휴에게 내리려 할 때였다. 홀연 녹색 옷을  입은 장수들의 무리 중 한 사람
이 나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 "승상의 그 비단 도포는  마땅히 족외의 사람에게 
먼저 기회를 주셔야지 일족에게 먼저 주시려  함은 옳지 않습니다." 조조가 소리
나는 쪽을 보니 그는  바로 문빙 이었다. 여러 관원들이 한결같이 소리쳤다. "그
렇다면 문빙의 활솜씨를 한번 보는 게 좋겠습니다." 그 소리에 문빙은 활을 들고 
말을 달리며 시위를 당기니  그 화살 또한 과녁 한가운데 붉은  곳을 맞혔다. 징 
소리와 북 소리가 요란히 일고 갈채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문빙이 가슴을 펴며 
외쳤다. "저 비단 전포를 내게로 가져오너라!"  그때였다. 붉은 옷을 입은 대열에
서 한 장수가 내달으며 벽력같이 소리쳤다. "먼저 맞힌 사람이 조휴이거늘, 네가 
어찌 비단  전포를 가로채려 하느냐? 내  솜씨를 보고 나서 입을  열도록 하라." 
그는 힘껏 활을 당겨 쏘니  날아간 화살은 어김없이 붉은 과녁 한가운데에 꽂혔
다. 또 모든 사람이 박수  갈채를 보내며 그를 보니 바로 조홍이었다. 조홍이 막 
비단 도포를 받으려  하자 녹색 옷을 입은 대열에서  또 한 사람의 장수가 활을 
높이 쳐들며 외쳤다. "그대들  세 사람의 솜씨가 무엇이 그리 대단한가. 내가 쏘
는 솜씨를 한번 보여 주리라!" 사람들이 그를 보니 바로 장합 이었다. 장합은 나
는 듯이 말을 달리다가 몸을  뒤집어 등 뒤로 화살을 날리는데 화살이 어김없이 
붉은 과녁에 꽂히니, 네 개의 화살이 모두 과녁을 명중시킨 셈이었다. 모두 입을 
모아 탄성을 올리며 장합의 활솜씨를 칭찬했다. "이제 붉은 비단 전포를 이리 가
져오라!" 장합이 껄껄 웃더니 소리쳤다.  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붉은 옷
을 입은 패 중에서 한 사람이 말을  달려나오며 큰 소리로 말했다. "몸을 뒤집어 
등 뒤로 화살을 날렸기로서니 그게 뭐 그리 대단한가? 내가 붉은 과녁을 맞히는 
솜씨를 보고 말하라!" 모든 사람들이 그를 보니 그는 바로 하후연이었다. 하후연
은 말을 달려가 금이 그어진  곳에 이르러 몸을 한 번 돌리면서 화살을 쏘니 화
살은 네 개의 살이 박힌 가운데를 꿰뚫었다. 그  기막힌 솜씨에 북 소리와 징 소
리가 더욱 크게  울렸다. "자, 어떠냐? 이만하면  비단 전포는 내 것이  아니냐?" 
하후연이 활을  다시 치켜들며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녹색 옷을 
입은 패들 중에서 한 사람이 말을 달려나오더니 소리쳤다. "그 비단 전포에 손대
지 말라. 그것은  이 서황이 가질 것이다."  "그대가 어떤 솜씨를 가졌길래  쏘아 
보지도 않고  자기 것이라 큰소리치는가?"  하후연이 서황에게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 "그대가 과녁 한가운데를 맞힌 것만을 가지고는 놀라울 것이 없다. 비단 
전포를 내 것으로 만들 터인즉 구경이나 하라!" 그  말과 함께 서황이 말을 달려 
붉은 과녁을 쏘는 대신 버드나무  가지를 쏘니 그 가지가 끊어지면서 걸려 있던 
붉은 비단 전포가 떨어졌다. 서황이 나는 듯이  말을 달려 떨어지는 비단 전포를 
받아 몸에 걸치고 조조가 앉아 있는  대앞에 달려가서 말했다. "승상께서 내리신 
이 서천 비단 전포를 감사히 받겠습니다." 실로 놀라운 서황의 활솜씨였다. 조조
와 문무백관이 모두  감탄하며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이에 서황은  모든 사람의 
부러운 시선을 한몸에  받으면서 말머리를 돌리는데 녹색  옷을 입은 무리 중에 
한 사람이 튀어  나오더니 소리쳤다. "전포를 가지고 어디로  가려 하느냐? 어서 
이리 내놓지 못할까?" 사람들이 그를  보니 그는 허저였다. 활솜씨를 이야기하기 
전에 전포부터 내놓으라고 호통치듯 하니 서황도  불끈했다. "이 전포가 이미 나
의 것이거늘 어찌하여 그대가  달라고 하는가?" 그 말에 허저는 곧장 말을 달려 
서황의 물음에 대꾸도  하지 않고 전포부터 뺏으려 들었다. 허저가  거칠게 힘으
로 밀어붙이며 전포를  뺏으려 하자 서황이 가지고 있던 활로  허저를 내리쳤다. 
허저가 한 손으로 그 활을  잡아 힘껏 낚아채며 서황을 말에서 끌어내리려 하니 
두 사람은  말 위에서 한바탕 힘겨루기에  여념이 없었다. 허저가 활을  잡은 채 
서황을 끌어당기자 중심을 잃은 서황이 활을 버리고 급히 말 위에서 뛰어내리면
서 허저를 말 아래로 끌어당겼다. 이에 허저  또한 말 아래로 뛰어내려 땅바닥에
서 맞붙어 치고  받으며 난투극을 벌였다. 이 뜻밖의 싸움에  문무백관들은 얼굴
색이 변했고 조조도 놀라 급히 영을 내렸다.  "저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지 않고 
무엇을 하는가?" 여러 장수들이  조조의 외침을 듣고 두 사람을 떼어 놓고 보니 
이미 비단 전포는 조각조각  찢겨져 있었다. "그대 둘은 대위에 오르라!" 조조가 
서황과 허저를 불러올리는데  아직 분을 달래지 못한  두 사람이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며 으르렁거렸다. 여차하면  또 한바탕 싸움을 벌일 기세였다. 조조는 웃
음을 머금으며 그들을  달랬다. "오늘 시합은 그대들의 용맹을 보기  위함이었다. 
그까짓 비단 전포 한 벌이 무에 그리 아깝겠나." 조조는 너그럽게 타이르며 모든 
장수들까지 대 위로 오르게 하여 촉땅에서 난 좋은 비단 한 필씩을 골고루 나누
어 주었다. 모든  장수들이 사례하고 서황과 허저도 그제야 쑥스러운  얼굴로 노
기를 풀었다. 조조는 이어 벼슬의 높낮이에 따라  각기 차례로 자리를 정해 앉게 
했다. 이윽고  풍악이 울리고 산해진미가  가득한 술상이 나오자  문무 관원들이 
술잔을 돌리는 가운데  잔치 자리가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조조는  거나하게 술
기운이 오르자 문무백관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모든  장수들은 말을 달리며 
활솜씨를 겨루어  나를 즐겁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위용을 떨쳐  보였소. 이제 
이 자리에는 학문이 높은 선비들이  많으니 그대들은 이 높은 대에 올라앉은 이 
감개를 아름다운 글로  지어 오늘의 기쁨을 오래도록 남겨야  마땅하오!" 조조의 
말에 모든 문관들이 허리를 굽혀 대답했다. "기꺼이  영을 받들겠습니다." 이날의 
잔치에는 왕랑·종요·왕찬·진림등 당시에  글 잘한다는 이름난 선비들이 많았
다. 이들 선비가 지어  바친 시의 내용은 대개 조조의 공덕을  기리고 마땅히 하
늘의 뜻을 이어받아  천자의 보위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조는  그 시들을 
하나하나 읽어 본 뒤 조용히 웃더니 입을 열었다. "그대들이 글이 모두 아름다우
나 나를 치켜세움이 너무나 지나치구려. 나는 본래  보잘것 없는 재주를 가진 몸
으로 효렴에  천거받아 벼슬길로 들게  되었소. 뒷날 천하가  어지러워지자 초군 
50여 리 되는 곳에 묻혀  봄·여름에는 책을 읽고 겨울에는 사냥으로 세월을 보
내며 천하가 평정되면 벼슬길에 나서리라 작정하고  있었소. 그런데 뜻밖에도 조
정에서 이 몸을 불러 점군교위로  삼으니 마침내 뜻을 바꾸어 나라를 위해 역도
들을 치고  공을 세우고자 힘썼소. 그때  내가 원했던 바는 내가  죽더라도 다만 
'한나라의 고정서 장군 조후의 무덤'이라는  비명이나 새겨졌으면 하는 것이었소. 
그 이후 역적 동탁을 치고  황건적을 토벌한 다음 원술을 없애고 여포를 죽였으
며 원소를 깨치고 유표를 정벌하여 천하를 안돈시킨 후 이제 재상의 자리에까지 
올랐소. 거기다가 신하들의  극진한 예우까지 받아 신하된 자로서 더  이상 귀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  위에 또 무엇을 더 바라겠소? 만약 나라도 없
었더라면 내가 죽여 없앴던 하찮은 무리 중에서 스스로 황제나 왕으로 자처했을
지도 모를 일이오. 혹  어떤 사람은 내가 무거운 권세를 잡고  있으니 이에 만족
하지 않고 헛되이 다른 생각을 품었으리라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것은 이 
조조를 크게  잘못 본 것이오. 나는  지난날 공자가 문왕의 높은  덕을 칭송하던 
것을 가슴에 새기고  있소. 그러나 내가 병권을 내어놓고 무평후의  자리로 물러
앉지 않는 것은 그럴 만한 까닭이 있기  때문이오. 병권을 내어놓으면 나를 해하
려는 자가 있을 것이며 내가  해를 입으면 그로 인해 나라가 어지러워져 위태로
운 지경에 놓일  것이기 때문이오. 그러므로 내가 권세를 쥐고  있음으로써 나라
에 닥칠지도  모를 화를 막고자 할  뿐이오. 여러분들은 나의 이런  뜻을 모르고 
있는 듯하오." 책모가로서의 조조의 일면을 엿보게 하는 말이었다.  안하무인격인 
조조도 최후의 선만은 넘지 않고 한조를 섬기는 조신임을 공언하여 천하의 민심
을 얻으려 한 것이었다. 그 대신 아들 대에 이르러서는 선위(왕위를 이어받음)하
려는 그의 본심을 숨기며 문왕이  은을 섬긴 것에 자신을 비유하여 자신의 충절
만을 드러낸 말이었다. 그러자 문무관원들은 조조의  충절에 감복하여 모두 일어
나 절하며 말했다. "비록 지난날 이윤(나라의 명재상)·주공(주나라 문왕의 아들, 
정치가)이라 하더라도 승상에는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뒷날 사람들이 이 일을 
시로 읊었다. 
  주공이 유언비어를  두려워할 때 왕망은  선비에게도 몸 굽히고  있었네. 만약 
그때 몸을 부지하지 못했더라면 일생의 참과 거짓 어찌 알았으리오. 
  조조는 흐뭇한 마음으로 술 몇 잔을 더 마시자 얼근히 취기가 올라 좌우를 보
고 명했다. "지필묵을 가져오라. 오늘 동작대를 세운 기쁨을 노래하리라." 조조가 
붓에 먹을 듬뿍  묻혀 종이에 글을 써내려 가는데  수하 사람이 와서 급히 알렸
다. "동오에서 화흠을  보내 유비를 형주목에 부임시켜  달라는 표문을 올렸습니
다. 또한 손권은 그의 누이를 유비에게 시집  보냈으며 한상의 아홉 군 대부분이 
유비의 손안에 넘어갔다고  하옵니다." 그 말을 듣자  조조는 안색이 창백해지며 
손발을 떨더니  붓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조조에게는 실로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곁에서 보고 있던 정욱이 조조에게 물었다. "승상께서는 수만 군사들
을 거느리시며 돌과 화살이 날아오는 싸움터에서도  놀라신 적이 없었습니다. 그
런데 유비가 형주 일대를 차지했다는 말에는 어찌하여 그토록  놀라십니까?" "유
비는 사람 중에 섞여  있는 용과 같은 인물이오. 다만 여태까지  물을 만나지 못
하여 그 이름을 떨치지 못했을 뿐이오. 이제  형주를 얻었으니 이는 개울에 있던 
용이 바다에 든 격인데 어찌 내가 놀라지 않을 수 있겠소?" 조조가 정색을 하고 
말하자 정욱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승상께서는  화흠이 온 뜻을 헤아리고 계
십니까?" "그건 알 수  없소." "손권은 원래부터 유비를 미워했기 때문에 군사를 
내어 유비를 치려 했습니다.  다만 유비를 치기 위해 군사를 내면  그 틈을 이용
해 승상께서  동오를 칠까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도리어 화흠을 
보내 유비를  형주목에 천거하여 유비를  달래 놓고, 승상께서도  동남을 엿보지 
못하게 하려는 수작입니다."  조조는 정욱의 말을 듣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대의 헤아림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소. 그렇다면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저에게 손권과 유비가  서로 다투게 만들 묘책이  있습니다. 승상께서는 그들이 
다투고 있는 틈을 타 그들을 친다면 북 소리 한 번 울려 두 적을 한꺼번에 깨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게 어떤 계책이오?" 조조의 얼굴이 밝아지며 정욱을 재촉
했다. "손권이 가장 믿고  있는 것은 주유입니다. 또한 충신 중의 충신은 정보입
니다. 그러니 승상께서는  화흠을 만나 보시고 당분간 그를 동오로  돌려 보내지 
마십시오." "그런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겠소?" "천자께 아뢰어 주유를 남군태
수로, 정보를 강하태수로 삼도록 하십시오. 지금은 강하와 남군이 유비의 땅이므
로 자연  주유와 정보는 한결같이 유비와  싸울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런 다음 
화흠에게는 이곳의 사정을 그곳에 알릴 수 없도록 조정에서 무거운 벼슬을 내려 
허도에 머물게 하십시오.  그러면 유비와 주유가 서로 싸울 것이니  그때를 기다
리십시오." "중덕(정욱의 자)의 생각이 내 뜻과 어긋남이 없구려." 조조는 정욱의 
말을 옳게 여겨  화흠을 동작대 위로 불러 앉히고  후하게 상을 내려 그를 달랬
다. 조조는  그날로 잔치를 끝내고 여러  문무관원들을 데리고 허도로 돌아갔다. 
허도로 돌아온 조조는 그길로 천자께 아뢰어  주유를 남군태수로, 정보를 강하태
수로 봉했다.  또 화흠을 대리시경(오늘날의 대법원장)으로  삼아 허도에 머물게 
하는 한편 유비도  형주목으로 봉했다. 이어 조칙을 받든 사자가  동오로 달려가 
주유와 정보에게 각각  태수 벼슬을 내렸다. 뜻하지 않은 태수  자리를 제수받은 
주유였으나 언젠가는 유비를 쳐 지난날의 한을 씻으려 벼르고 있던 터라 오히려 
잘된 일로 여겼다.  남군을 다스리게 된 주유는 임지로 부임하자  유비에게 원수 
갚는 일이 더욱 간절해져 손권에게 글을 올렸다. '노숙을 형주로 보내 형주를 돌
려 달라고 재촉하라'는 내용이  씌어진 글이었다. 주유의 서신을 읽어 본 손권이 
노숙을 불러 물었다. "그대가 형주 땅을 유비에게  빌려 주는데 보증을 선 바 있
소. 그런데 유비는 아직까지 형주를  돌려 줄 생각은 않고 날짜만 끌고 있소. 도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오?" "문서에 서천을 얻는 대로 형주를  돌
려 주겠다고 분명히 밝혀두고 있습니다." 노숙의  말에 손권이 벌컥 소리를 질렀
다. "그들이 서천을 얻는다고 말로만 떠벌렸지  언제 군사를 낸 적이 있소? 유비
가 늙어 죽을 때까지 기다리기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오?" 노숙이 손권의 꾸짖음
에 면구스런 얼굴로 말했다. "제가 다시 형주를  다녀오겠습니다." 손권이 기다리
던 대답이었다. 이에 노숙은 그날로 배를 타고 형주를 향해 떠나갔다. 유비는 그 
무렵 공명과 함께 밤낮으로 군마를 조련하는 한편 널리 곡식과 마초를 거두어들
이며 군사를  기르는 데 전념하고 있었다.  그 소식을 들은 많은  선비들이 멀고 
가깝고를 가리지 않고 형주로 몰려들었다. 유비가  세력을 키우기에 정신을 쏟고 
있던 어느 날 문득 시종이 와서 알렸다. "동오에서 노숙이  왔습니다." 유비가 곁
에 있는 공명에게 물었다. "노숙이 이번에 온 뜻은 무엇입니까?" "지난번에 손권
이 주공을 형주목으로 천거했으며 이번에 노숙이 왔으니 이제 조조의 계책에 동
오가 떨어졌음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습니다.  즉 손권이 주공을 형주목
으로 천거하여 우리와 동오가  손잡고 있음을 드러내어 조조를 견제하자 조조도 
계책을 베푼  것입니다. 주유를 남군태수로  봉해 우리와 동오가  싸우도록 만든 
것이지요. 우리가  싸우는 틈을 노려 이익을  얻겠다는 것이 조조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조조의 뜻대로  이제 남군태수가 된 주유가  노숙을 시켜 형주를 되돌려 
달라고 보낸 것이겠지요." 공명이 주저하지 않고  노숙이 온 까닭을 말하자 유비
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무어라고 대답해야 하겠소?" "만약 노숙이 형주 일을 
입 밖에 꺼내기만 하면 주공께서는 그저 목을  놓아 우십시오. 그 울음에 노숙이 
까닭을 몰라 입을 다물고 있을 때 제가 나가 일을 마루리짓겠습니다." 유비와 공
명이 이렇게 의논을 정한 다음 노숙을 부중으로  불러 들였다. 서로 인사를 마치
고 자리를 권하자 노숙이 사양하며 대뜸 말부터 꺼냈다. "이제 유 황숙께서는 우
리 동오의 사위가  되셨으니 바로 노숙에게도 주인이 되십니다. 어찌  감히 자리
를 마주 정해 앉을 수 있겠습니까?" 유비가 그 말에 웃으며 다시금 자리를 권했
다. "자경은 나의 옛 친구인데  새삼 겸손해할 것이 무엇이겠소?" 노숙은 마지못
한 듯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고 난  후 온 뜻을 말했다. "오후의 명을 받들어 제
가 여기 온 것은  형주를 빌려 드린 일 때문입니다. 황숙께서  이곳을 빌리신 지 
오래이나 아직 돌려 주지 않고 계십니다. 이제  양쪽 집안이 혼인을 맺었으니 인
척간의 정리를 보아서라도 빨리  돌려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노숙이 정색
을 하고 그렇게 말하자 유비는 소매로 얼굴을  가린 채 큰소리로 목놓아 울었다. 
깜짝 놀란 노숙이  황급히 유비에게 물었다. "황숙께서는  어찌하여 이토록 슬피 
우십니까?" 그러나 유비는  대답 대신 더욱 목소리를 높여  서럽게 울 뿐이었다. 
그러자 공명이 병풍 뒤에서 나와 노숙에게 가만히 말했다. "미안하외다. 내가 두 
분의 이야기를 이미 들었소. 자경은 우리 주공께서  왜 이토록 슬피 우시는지 그 
까닭을 모르겠소?" "정말 알지 못하오. 어찌하여 우시오?" 공명이 노숙에게 짐짓 
핀잔을 주듯 말했다. "어찌 그만 일을  모른다 하시오? 처음 우리 주공께서 형주
를 빌리실 때, 서천을 취하면  형주를 돌려 주기로 했었소. 그런데 그 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익주의 유장은 바로  우리 주공의 동생뻘이며 다 같은 한나라의 골
육이기도 하오. 만약  우리 주공께서 그런 유장이 다스리는 땅을  군사를 일으켜 
빼앗는다면 세상 사람들이  우리 주공에게 욕을 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오. 
또 서천을 빼앗지도 못한 채 형주를 돌려 주는 날에는 우리 주공께선 대체 어디
에다 몸을 두신다는 말이오?  그렇다고 형주를 돌려 주지 않는다면 처가인 동오
와 서로 좋은 얼굴로 대할 수도 없을 테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가 아니
겠소. 그러니 주공께서 애간장이 타 절로 눈물을 흘리시는 것이오." 공명이 이렇
게 말을 하고 있는데 유비는  문득 스스로의 처지가 정말로 처량하게 느껴져 슬
픔에 복붇쳐오르는 가슴을 치고 발버둥을 치며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황
숙께서는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제가 공명과 함께  이 일을 서둘지 않고 상의
해 보겠습니다." 노숙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명이 그 말을 받았다.  "수고스럽
지만 자경께서 돌아가셔서 우리  주공의 딱한 처지와 괴로워하시는 모습을 전해 
주시오. 간곡히 말씀드려 다시 한 번 말미를  주신다면 그보다 더한 고마움이 어
디에 있겠소?" 공명의 말에 노숙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물었다. "만약 우리 주
공께서 이번에도 내 말을 듣지 않으신다면 그때는 어찌하시겠소?"  "오후는 누이
를 황숙께 출가시켰는데 어찌  그만 일을 마다할 수 있겠소? 바라건대 자경께서 
잘 말씀드려 주공의 뜻을 물리치지 않게  해주시오." 이번에도 얘기가 엉뚱한 방
향으로 흘러가자 노숙의 마음은 무거웠다. 그러나  원래가 너그럽고 어진 성품을 
지닌 노숙이었기에 유비의 딱한 처지를  동정하며 하는 수 없이 공명의 말에 고
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유비와 공명은 노숙에게 절하며 감사를 표한  뒤 잔치를 
열어 노숙을 후히  대접하여 보냈다. 노숙은 돌아가는 도중에 시상군에  들러 먼
저 주유를 만나 형주에서  있었던 일을 전했다. 얘기를 듣고 난  주유는 발을 구
르며 노숙에게 핀잔을  주었다. "자경은 또 제갈량의 꾀에 말려들었소이다.  유비
가 이전에 유표에게 의지하고 있을 때에도 항상  형주를 삼키려 했소. 하물며 서
천의 유장 따위에게  무슨 인정사정을 두겠소? 동생뻘이니, 한조의  골육이니 하
는 건 모두 핑계에 지나지 않소이다. 그들이  이처럼 핑계만 대고 뒤로 미루기만 
하니, 장차 자경께서 큰 화를 면치 못할까 그게 두렵소. 다만 내게 한 가지 계책
이 있는데 이번만은 제아무리  제갈량이라 하더라도 내 계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오. 자경은 수고스럽지만  한 번만 더 형주를 다녀오시오." 주유의  나무람을 
무거운 얼굴로 묵묵히 듣고 있던 노숙은 귀가 솔깃해진 듯 주유에게 물었다. "묘
책이 어떤 것인지 제게도 말씀해 주시오." "자경은 오후를 뵈올 것 없이 바로 형
주로 가서 유비에게 이렇게 말하시오. 손씨 가문과  유씨 가문이 혼인을 맺어 이
제 한 집안이나 다름없으니 만약  유씨가 아우뻘이 되는 유장의 서천 땅을 차마 
빼앗을 수가 없다면 우리 동오가 대신 군사를  내어 싸워 주겠노라고 하시오. 그
리하여 우리가 서천 땅을 빼앗아  시집간 손 부인에게 친정에서 주는 선물로 내
주겠다 하시오. 그리고 서천 땅을 얻는 즉시 형주를 돌려  달라고 말하시오." "서
천 땅은 지세가 험하고 머니 취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 계책은 이루어지
기가 어렵겠습니다." 노숙이  걱정스런 얼굴로 말하자 주유는  그런 노숙을 보며 
답답하다는 듯 핀잔을 주었다. "자경은 참으로 고지식하오. 그래 내가 정말로 서
천을 쳐 유비에게 내 줄 것 같소? 다만 서천을 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실은 형
주를 빼앗자는 것이오. 즉 자경께서 내가 말한  대로 유비에게 전하면 그는 아무
런 대비도  없이 마음을 놓고 있을  것이오. 우리 군사가 서천을  치려면 반드시 
형주를 지나야  하니, 그때 그들에게 군량과  돈을 좀 대어 달라고  하면 유비는 
반드시 성에서  친히 나와 우리를 위로하러  올 것이오. 그 기회를  틈타 유비를 
죽이고 형주를 빼앗으면 나의 원한도  씻고 자경에게 닥칠 화도 면하게 될 것이
오." 오후 손권에게 형주에서의 일을 전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노숙은 주유의 
말에 기뻐해  마지않았다. 무엇보다 이번  계책은 유비가 들어도  옴짝달싹할 수 
없으리라 여겨 노숙은 다시 배를 타고 형주로  향했다. 노숙이 다시 형주로 왔다
는 말을 듣자 유비는 공명을 불러 의논했다.  공명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잘라 말했다. "노숙은  아직 손권을 만나지 않고 시상에 들러  주유와 만나 일을 
꾸몄을 것입니다.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잔꾀를  들고 왔을 테니 황숙께서는 제
가 머리를 끄덕이면 그대로 '좋다'고만  대답하십시오." 유비가 공명과 이렇게 의
논을 하고 노숙을  불러들였다. 인사를 마치자 노숙이 입을 열었다.  "오후께서는 
황숙의 처지를 몹시 동정하시고 아우뻘  되는 유장의 땅을 차마 빼앗을 수 없다
는 말에 그 덕을 칭송하셨습니다. 그리고 여러  장수들과 의논하신 끝에 황숙 대
신 동오에서 군사를 내되 서천이 떨어지면 혼인의 예물로 서천을 황숙께 드리기
로 하셨습니다. 그때 형주를  돌려 주시면 족하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우리 군마
가 이곳을 지날 때 얼마간의 곡식과 돈을 대어 주시기만을 바라고 계십니다." 유
비가 그 말에 공명을 곁눈질해 보니 공명이 노숙의 말을 받았다. "오후께서 실로 
무거운 호의를 베푸시었소.  참으로 고마운 일이오." 유비가 공명을 거들며  덧붙
였다. "이것이 모두 자경께서 수고해 주신 덕분이오." 공명이 다시  입을 열어 노
숙이 당부한  말을 매듭지었다. "웅사(상대편 군사를  높여 부르는 말)가 이곳에 
이를 때에는 멀리나가  맞음은 물론 정성을 다해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유비와 
공명이 이렇게까지 응대하니 노숙은 달리 더 할 말이 없을 지경이었다. '이번 일
은 잘 되어  가고 있구나.' 노숙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기뻐하고 있었다. 술
자리가 끝나자 노숙은 지체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시상으로 떠났다. 노숙이 
돌아가자 유비가 공명에게 물었다. "동오에서 서천을 취해 내게 주겠다니 그들의 
속셈이 무엇이오?" 공명이  소리내어 웃더니 말했다. "주유가  드디어 죽을 때가 
가까워진 모양입니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가게 되었으니 어찌 살기를  바랄 수가 
있겠습니까? 그 따위 계책으로는  어린아이를 속이기도 어렵습니다." "그건 무슨 
말씀이오?" 공명의 말에 유비가 의아로운  얼굴로 다시 물었다. 공명이 서슴없이 
대답했다. "이것이 바로  '길을 빌려서 괵(춘추시대의 나라 이름)을 멸한다'는  계
책입니다. 그들이 서천을  치러 가기 위해 길을 빌린다는 명분으로  형주에 들어
와 그 기회를  이용해 형주를 빼앗으려는 것이지요. 주공께서 성  밖에 나가시어 
저들을 맞을 때 주공을 해친 후 아무런 방비가 없는 틈을 타 그대로 성 안을 공
략하여 성을 취하려는 것입니다." "그런 줄 알면서 어찌하여 그들의 출병에 응하
셨소?" "주공께서는 염려하지 마십시오. 오직 큰 활을 준비하시어 사나운 호랑이
를 사로잡으며 향기로운  미끼를 달아 큰 고기를 낚도록 하십시오.  주유가 여기 
와서 만약 죽지 않더라도 이미 그 기운이 다하여 쇠할 운명입니다." 공명은 그렇
게 말하더니 곧바로 조운을 불러 무엇인가 계책을 일러 주었다. "그대는 다만 내
가 시키는 대로만 행하라.  다음 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 유비가 그제서야 공
명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크게 기뻐해 마지않았다. 뒷날 사람들이 이  일을 감탄
하여 시를 지었다. 
  주유가 계책을 써  형주를 취하려는데 공명이 먼저 알고 말았네.  주유는 장강
의 향기로운 미끼만 보고 숨겨져 있는 낚시바늘은 보지 못했네. 
  한편 주유는  노숙이 돌아와서 전하는  말을 듣자 호탕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이번에야말로 공명 너도 내 계책에  떨어졌구나." 주유는 즉시 노숙으로 하여금 
오후에게 이 일을  알리게 하고 정보에게 군사를 이끌어 접응토록  청했다. 손권
도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과연 주유의 빼어난 지모로구나. 이제서야 현덕과 공
명도 그 운이 다하리라." 이때 주유의 상처도  거의 다 나아 몸을 움직이는 데는 
별로 어려움이 없었다. 그 동안 끓여 왔던  마음 고생을 떨펴 버리기라도 하듯이 
몸소 갑옷을 챙겨 입으며 싸움터로 나섬에 전에 없던 정성을 들였다.   

    술만 퍼마시는 봉추 현령
  손권을 찾은 방통은  그의 추한 외모탓에 손권으로부터 박대를 당한  후, 유비
에게 갈 것을  결심한다. 유비는 무례하고도 추한 행색을 한  방통에게 실망하여 
한낱 현령의 자리를 내주나 뒤늦게 그의 진가를 발견하고 부군사 중랑장에 제수
한다.
  그 무렵 공명은 형주에서 밤에  천문을 보는데 문득 장성 하나가 땅으로 떨어
지는 걸 보자 조용히  웃으며 중얼거렸다. "주유가 죽었구나!" 그 재주와 용맹이 
애석했으나 형주를 위해서는 짐  하나를 덜었다는 생각으로 아침이 되기가 바쁘
게 공명은 이 사실을  유비에게 알렸다. 유비가 그 말에 급히  사람을 보내 알아
보게 하자, 과연 주유가 죽었다고 알려왔다. 유비가 공명에게 물었다. "이제 주유
가 죽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겠소?" "주유를 대신해서 동오의 군사를  거
느릴 사람은 분명  노숙일 것입니다. 어젯밤에 제가 별자리를 살피니  동방에 장
성들이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제가 주유를 문상한다는  구실을 대고 강동에 가서 
어진 선비들을 찾아 내어 주공을 돕게  하겠습니다." 공명이 강동으로 간다는 말
에 유비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동오의  장수들이 주유의 복수를 내세워 군사
를 해치지 않을까 그게 두렵소." "제가  동오에 있을 때는 주유가 살아 있는데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주유가  죽었는데 무엇을 염려하겠습니까?" 공명은 
그렇게 말한 뒤 조운에게 군사  5백을 주어 따르게 하고 제사에 쓸 예물을 갖추
어 배에  올랐다. 공명은 가는 도중  먼저 동오에 사람을 보내  알아보니 손권은 
이미 노숙을  도독으로 삼았으며, 주유의  영구도 시상으로 옮겼다고  하니 배를 
돌려 바로 시상으로  향했다. 공명이 시상에 이르러 노숙에게 사람을  보내 문상 
온 사실을  알렸다. 노숙은 문상 온  사람을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공명을 
맞아들였다. 그러나 주유의  부하 장수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그의  머리를 
영전에 바쳐 도독의 원한을 풀어 주자." 그러나 막상 공명이 들어서는데 보니 그
의 뒤에는 조운이 눈을  부릅뜨고 버티고 있으니 감히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공
명은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가져온 제물을 차려 놓게 한 다음,  친히 술을 부어 
올리며 땅에 꿇어앉아 낭랑한 목소리로 제문을 읽어 나갔다. 
  아아 슬프도다. 공근! 불행히도  일찍 세상을 떠났구려. 오래 살고 못  삶이 하
늘에 달렸다 하지만  어이 슬프지 않으리오! 이 슬픔  달랠 길 없어 한 잔  술을 
올리니 넋이라도 있거든 부디  이 잔을 받아 주기 바라오. 그대  어렸을 때 배울 
적 일을 슬퍼하노니, 일찍부터 백부(손책)를 사귐에 오로지 의를 좇아 제물을 나
누어 주고 가난한 이들에게 집을 내주어 덕을  베풀었소. 그대의 젊은 시절을 돌
이켜 슬퍼하노니 대붕처럼 만 리에 날개를 펼쳐  패업의 터전을 세워, 강남에 할
거 하였소. 그대 장년의 굳세고 용맹스러움을 생각하고 슬퍼하노니, 그대는 멀리 
파구를 보존하며 유경승(유표)을 회유하고  역적을 쳐 나라의 근심을 없앴소. 그
대의 풍도를 생각하고 슬퍼하노니, 아름다운 소교를  아내로 맞아 한나라 신하로
서 조정에  부끄러울 것이 없었으며, 그대  기개를 슬퍼하노니, 처음에는 날개를 
펴지 못하다가 마침내  크게 날개를 펴 떨펴 일어섰소. 파양에서  장간이 그대를 
달래려 왔을 때를  떠올리고 슬퍼하노니, 그와 더불어 유유히 술잔을  들어 넓은 
도량과 높은 뜻을 펴 보였소. 그대의 큰 재주를 생각하며 슬퍼하노니, 문무를 고
루 갖춘 빼어난  계략으로 적벽의 싸움에서 화공으로  적을 깨뜨리니 강한 자를 
약한 자로 만들었소.
  공명은 읽어 나가는 동안 점점  목소리가 떨려 오더니 흐느끼며 잠시 조문 읽
기를 중단했다. 이윽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조문을 읽었다. 
  그대 살았을 적, 빼어난 기상과 넓고 높은  인품을 생각하며 뜻밖에 피 흘리며 
세상을 떠난 그대를 슬퍼하며 우노라. 그 피는 충의의 마음이요, 영웅의 넋이 서
린 기품일 것이오. 몸은 비록 서른여섯에 명을  다했으나 그 이름은 백세에 이르
리라. 그대의 죽음을 슬퍼하는  마음, 창자가 끊어지는 듯하고 간담을 칼에 베인 
듯 아프오.  하늘은 빛을 잃은 듯  어둡고 삼군은 애처로울 뿐이니  주군은 슬피 
울고 벗들 또한 눈물이 그치지 않는구려. 
  공명의 제문은 구구절절이 도오의 장수들은 물론  조문객의 폐부를 찔렀다. 진
정으로 슬픔이 담긴 공명의 목소리와  애절한 사연으로 듣는 사람 중에 울지 않
는 자가 없었다. 제단 주변을 울음바다로 만든 채 공명의 조문은 이어졌다. 
  제갈량은 원래 재주가  없는 몸으로 그대의 빼어난 계교를 빌리고  꾀를 얻어, 
동오를 도와 조조를 대적하며 한을 부축하여 유씨를 도우려 했으나 이제 그대가 
없으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하겠소. 그대가 살아 있다면 좌우로 나누어 서로 돕고, 
앞과 뒤에서 서로 호응하니  죽든 살든 무엇을 두려워하고 걱정하겠소. 오오, 공
근이여! 삶과 죽음이 우리를 이처럼  갈라 놓으니 이제 영영 떨어지는구려. 그대
의 곧은 정절 가슴에 새기려 하니 넋이라도  있다면 내 마음을 굽어살펴 주소서. 
이제 하늘 아래 다시  나를 알아 줄 벗이 없으니 아아,  슬프고 애달픈 마음으로 
삼가 엎드려 이 잔을 올립니다. 
  조문을 읽고 난 공명은 땅에 엎드려 소리내어  목을 놓아 울었다. 늘어서 있던 
장수들은 공명이 그같이  슬퍼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진정  애처로워 수군거렸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공근과 공명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지만 그도 아닌 것 
같소. 이제 그가 저토록  슬퍼하는 것을 보니 사람들이 잘못 보았구려." 그런 생
각은 장수들뿐만이 아니었다. 공명이 동오에 있을 때  주유가 그를 해치려 한 사
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노숙도 가만히 혼자 중얼거렸다. "공명이 저토록 정
이 많은  사람이었구나. 공근이 도량이  좁아 스스로 죽음을  불러들였음이 아닌
가." 공명의 문상이  끝나자 노숙은 잔치를 열어  후히 대접했다. 그런데 여기서 
부연한다면 주유와 공명의 인물됨을 논할 때 연의의 저자가 지나치게 주유를 격
하시켰다는 이론도 있다. 주유는 죽기 전 형주를  급습하기 위해 서천 정벌을 꾀
했다고 하나 그런 사실은 정사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서천 정벌이 그
가 천하제패에 나설  첫걸음으로써의 전략 구상 이었다는  것이 연의 저자 아닌 
다른 논자들의 주장이다. 그 무렵, 익주(촉나라)를  다스리고 있는 유장은 북방에 
있는 장로로부터 늘  위협을 받고 있었다. 이를 알아차린 주유가  손권을 찾아가 
말했다. "조조는 적벽 싸움 이후 나라 안의 일들을 수습하기 위해 경황이 없으니 
당분간은 동오를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이 기회에 익주(서천)로 진격하여 유장
을 치고 촉나라를 수중에 넣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북방에 있는 장로
까지 쳐서 그 세력을  쓸었으면 합니다. 이어 관중에 있는 마초와  손을 잡고 조
조를 배후에서 위협하는 동안, 저는 양양으로 진격하여 조조와 맞서겠습니다. 이
렇게 하면 틀림없이 북방을 평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유의 구상은 공명이 유
비에게 진언했던 '천하삼분지계'에 맞먹는 웅대한  전략 구상이었으며, 그 적극성
에서는 어쩌면 더 뛰어난 구상이라 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강인하고 적극적인 
전략 구상이 주유의 본령이었으며, 이 점을 들어  일부 사람들은 그를 공명에 비
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 인물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도 주유가 
병으로 쓰러짐으로써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 뒤로 동오에서는  이와 같은 
천하제패의 구상이 제시된 일은 한 번도 없었으며 철저한 수성의 시대로 접어들
게 되었다. 한편 공명이  노숙과 작별한 뒤 강가로 가 배에  오르려고 하는데 문
득 공명의 옷깃을 잡으며 껄껄 웃는 소리가 들렸다. "게 섰거라! 이미 주유의 화
를 돋우어  죽여 놓고는 시치미를 뗀  채 조문을 한답시고  여기까지 오다니....... 
동오에도 눈 뜬 사람이  있다는 걸 모르느냐?" 공명이 놀라 그를 보니 대나무로 
만든 관을 쓰고 도포 위에  검은 띠를 둘렀으며 흰 신을 신은 봉추 선생 방통이
었다. 공명도  그제야 크게 웃으며 방통을  배로 청해 지난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통이 동오에서 유랑하고 있다는 소문은  공명도 일찍이 듣고 있었으
나 여기서 만난 것은 실로 뜻밖이었다. 공명은  떠나기에 앞서 배의 밧줄을 푸는 
사이 서신을 써 방통에게 주며 말했다. "내가 생각건대 손권이 자네를 중히 쓰지 
않을 것일세.  만약 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든 형주로 와서 나와  함께 유현덕을 
섬기는 것이 어떻겠나? 유현덕은  어질고 덕이 두터운 분이니 반드시 자네가 평
생 배운 바를 펼쳐  볼 수 있을 걸세. 만약 형주로 오게 되면  아무에게나 이 글
을 보여주게. 그러면 자네를 유현덕에게로 안내할 걸세." 방통이 공명의 말에 쾌
히 응낙하자 공명은 방통과 헤어진 후 그길로  형주로 돌아갔다. 이때 노숙은 조
문을 끝내고 주유의 영구를 옮겨  무호에 이르자 손권이 마중 나와 주유의 영구 
앞에 목놓아 울며  그 고향 땅에다 성대히 장사지내도록 영을  내렸다. 주유에게
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큰아들은 순, 둘째 아들은 윤이었다. 손권은 그들을 따뜻
이 돌봐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주유의  조문을 마친 손권은 시상군으로 돌아왔
으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만큼 주유의 죽음이  몰고 온 파문이 컸기 때문이
었다. 그를 대신하여 노숙을 도독으로 삼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이는 불안을 떨
치지 못하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주유가 세상을 떠난 뒤 나는 손발을 잃은 거나 
다름없다. 장차 동오를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모르겠구나!" 손권의 탄식어린 중
얼거림을 들어 온 노숙도  손권의 허전한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노숙이 손권 앞에 나아가 말했다. "저는 원래 재주 없는 범용한 사람으로 주유가 
잘못 알고 천거했습니다. 주유의 유언에다 주공께서  명을 내리시니 이를 거스를 
수 없어 잠시 도독의 무거운 직을 맡았을  뿐입니다.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
거운 자리입니다.  바라건대 한 사람을 천거하여  주공을 받들게 하고 싶습니다. 
그 사람은 위로는  천문에 밝고 아래로는 지리에  밝으며 지모로는 옛 관중이나 
악의에 버금가며,  군사를 부림에 손자와 오기에  견줄만 합니다. 지난날 주유도 
그 사람의 꾀를 빌었고  제갈량 또한 그 재주에 감탄한 바  있습니다. 지금 그가 
강남에 머물고 있사온데 어찌하여  주공께서는 그를 중히 쓰지 않으십니까?" 손
권이 그 말을 듣더니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그 사람의 이름이 무엇이오?" "양
양땅 사람으로 이름은 방통이며  자는 사원, 도호를 봉추 선생이라 합니다."  "나
도 그 이름은 오래  전부터 들은 적이 있소. 이미 우리 땅에 있다  하니 즉시 불
러 만나 보고 싶소." 노숙은 곧 방통을 청해 들였다. 이에 방통이 손권에게 절하
며 예를 올리자 손권은 찬찬히 방통을 지켜 보았다. 짙은 눈썹에다 들창코요, 까
무잡잡한 얼굴에, 턱에는 아무렇게 난 짧은  털이 더부룩했다. '이렇게 못생긴 사
내도 세상에 드물 게다.'  손권은 방통의 기묘한 생김새에 불쾌감이 일었으나 불
러들인 터여서 몇 마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공이 평생 닦은 학문은 무엇이 있
소?"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그때 그때 변화에 따라 배우려 했을 뿐입니다." 
손권의 심드렁한 물음에 방통도 퉁명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공의 재주와 학문
이 주유에 비하여 어떠하다고  생각하오?" 손권이 주유를 들먹이며 드러내 놓고 
자신을 비아냥거리는 듯하여 방통은 내심 불쾌했으나 태연히 웃으며 말했다. "내
가 배운 것이 주유와 크게 다르니 어찌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방통의 말이 주
유를 가볍게 여기는 듯하자 손권은  내심 그 생김새에 일었던 불쾌감이 더해 그
가 마땅찮게 보였다. 손권은  방통을 지켜 보다 내뱉듯 말했다. "공은 잠시 물러
가서 쉬도록 하오. 공이 필요하다면 다시 청하겠소." 손권의 말에 방통도 주저없
이 물러나며 길게  탄식할 뿐이었다. 이미 전에 공명과 주고받은  말이 있는지라 
손권이 자신을 등용치  않은 것을 섭섭해하기는커녕 오히려  홀가분할 뿐이었다. 
방통이 물러가자 노숙은 안타까운 얼굴로  손권에게 물었다. "주공께서는 어찌하
여 방사원을 쓰지 않으십니까?" "미친  사람이오. 그런 사람을 써서 무슨 이익을 
보겠소?" 손권이 언짢은 얼굴로 잘라  말했다. "적벽 싸움에서 우리가 조조의 군
사를 몰살시킨  것은 바로 방통이  조조에게 연환계를 쓰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방통의 공이  실로 으뜸 가는 것이었다 할 수  있습니다. 주공께서는 
그때 일을 잊으셨습니까?" "그건 조조가 스스로 베를 붙잡아매려고  했던 때문이
지 굳이 그 사람의 공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소." 노숙이 방통의 공을 되살리며 
손권을 달래 보려 했으나 손권은 불쾌한 얼굴로  잘라 말했다. 손권이 그렇게 나
오니 노숙도 하는 수 없이  손권 앞을 물러나와 성문앞까지 방통을 전송하며 말
했다. "오늘의 일은  제가 부질없이 천거한 죄입니다. 선생님께서 많이  불쾌하셨
을 것입니다." 노숙의 말에 방통은 고개를 숙인 채 탄식만 할 뿐 입을 열지 않았
다. 노숙은 그제서야  방통이 처음부터 신하의 예로써 손권을 무겁게  대하지 않
았던 것을 떠올리고 의심이 들어 물었다.  "공께서는 원래부터 동오에 계실 뜻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까?" 방통이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으므로 노숙이 다시 물었
다. "공께서는 널리 천하를 구할 재주를 가지고 계시니 어디에 가신들 뜻을 이루
지 못하시겠습니까?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대체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조조
에게 갈까 합니다."  방통이 노숙의 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말을 짐짓 꾸며댔다. 
그 말에 노숙은 마음이 섬뜩하여 방통을 말렸다. "조조에게 가는 것은 밝은 구슬
을 어둠 속에 던지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차라리 형주의 유 황숙에게로 가십시
오. 반드시 공을 귀하게 쓰실 것입니다." "하하하....... 조조에게 간다는 말은 한번 
해 본 소리요.  실은 저의 생각도 공의  생각과 같소이다." "그렇다면 글을  써서 
공을 천거해  드리리다. 공이 현덕을 도와  손유 두 집안의 화목을  일구고 힘을 
합쳐 조조를 칠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그것이 바로 내가 평생의 일로 뜻을 
둔 바이오." 노숙이 방통의 말에 기뻐하며 글 한 통을 써 주자 노숙의 서한을 지
닌 방통은 그길로 동오를 떠나 형주로 향했다.  그 무렵 공명은 새로 얻은 4군의 
산물을 살피러 다니고 있었다. 방통이 형주에 이른 것은 그가 순시 중일 때였다. 
방통이 오자 시종이  유비에게 알렸다. 유비는 강남의 명사 방통이  왔다는 말을 
듣자, 전부터 그의 이름을 익히  듣고 있었던 터라 그를 반겨 맞았다. 방통은 유
비 앞에서 고개를  숙여 읍할 뿐 절은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버티고  서 있었다. 
유비는 방통의 오만스런 태도에다  기괴한 얼굴 생김새에 풍체도 꾀죄죄하기 짝
이 없는 그 모습을 보니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이 사람이 그 유명한 봉추 선생
이란 말인가?' 유비가 이렇게 생각하며 마지못해 인사를 건넸다. "먼길을  오시느
라 수고가 많으셨겠소.  그래 무슨 일로 왔소?" 방통은  공명과 노숙으로부터 받
아 둔 글이 있었으나 유비의  사람됨을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그것을 내놓지 않
은 채 말했다. "제가 듣기로 황숙께서 널리 어진 선비를 구하신다기에 이렇게 찾
아 왔습니다." 유비도 손권처럼 이미 그를 달갑게 여기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으나 
워낙 알려진 이름이라 그를 물리칠 수는 없다고  여겼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유
비가 입을 열었다.  "지금 형초 땅은 어지간히 틀이 잡혀  비어 있는 벼슬자리가 
없는 실정입니다. 다만  여기서 동북쪽 1백 3십여 리를 가면  뇌양현이라는 고을
이 하나 있는데 거기  현령 자리가 하나 있소이다. 우선 그곳에  계시다 뒷날 좋
은 자리가 비면 공을 중히 쓰리다." 방통은 유비의 사람됨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덕이 나를 박대하는구나. 그렇다면  내 재주와 학문으로 그의 마음
을 움직여 보리라.'  방통은 문득 오기가 치솟아 이렇게 생각했으나,  이 모든 일
이 공명이  없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  여기며 그가 돌아올 때까지  참기로 했다. 
방통은 뇌양현 현령 자리를 수락하고 유비에게 작별을 고한 다음 뇌양현으로 갔
다. 그런데 방통은  뇌양현에 이르자 어찌된 일인지 정무는 돌보지  않고 매일같
이 술만 마시며  세월을 보냈다. 고을의 곡식과 돈을 관리하거나  틈틈이 백성들
의 원통한 일을 처결해 주는 데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술만 마시니 당연히 고을 
사람들의 원성이  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원성이 형주 유비의 귀에  들려 오자 
유비도 몹시  화를 냈다. "이런 괘씸한  자가 있나? 돼먹지 못한  선비놈이 감히 
나의 법도를 어지럽히려 들다니!" 유비는 곧 장비를 불러 영을 내렸다. "너는 형
남의 여러 고을을  돌아보도록 하라. 만약 정사를 게을리하는 자나  법을 어기는 
자기 있으면 그들을 잡아 죄를 묻도록 하라.  그러나 혼자서는 사리를 밝게 밝힐 
수 없을지도 모르니 손건과 함께 가도록 하라." 장비는 그날로 영을 받들어 손건
과 함께 고을을 돌아보러 떠났다. 장비가 몇  고을을 돌아본 후 뇌양현에 이르자 
그곳 백성들과 관리들이  모두 성 밖에 나와 장비를 맞았으나,  현령만은 보이지 
않았다. 장비가 괴이하게  여기며 물었다. "현령은 어디 있는가?" 장비가  눈꼬리
를 치켜올리며 관리들을 노려보자 관리 하나가  마지못한 듯 대답했다. "방 현령
께서 부임하신 뒤 지금까지 1백여 일이 지났지만 그 동안 고을일은 보시지 않고 
매일 술만  마시고 계십니다. 오늘도  아침나절 내내 잔을  기울이시더니 지금은 
취해 코를 골고 주무십니다." 그 소리를 듣자 장비는 얼굴에 노기를 띠며 소리쳤
다. "당장 현령을 끌어 내라!" 그러자 손건이 황급히 장비를 만류했다. "방사원은 
이름난 선비이니  함부로 대해선 아니 될  것이오. 우선 현에 들어가  그 연유를 
알아본 뒤에 이치에 어긋남이 있거든 그때 죄를 다스려도 늦지 않을 것이오." 손
건의 말에 장비는 노기를 누르고 현으로 들어갔다.  대청 위에 앉기가 무섭게 현
령을 데려오게 했다.  잠시 후 방통이 비뚤어진 관에 옷매무새가  헝클어진 모습
으로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장비가 그 모양을  보자 두 눈을 부릅뜨며 꾸짖었
다. "우리 형님께서 그래도 그대를 사람으로 여겨 현령을 시켰는데, 그대는 어찌 
감히 고을일을 돌보지 않았느냐?" 장비의  호령에 방통이 껄껄 웃으며 되물었다. 
"장군께서는 대체 현의  무슨 일을 돌보지 않았다고 그러시오?" "그대는  부임한 
지 1백여 일이 지나도록 매일 술만 마시고 있었다니 그러고도 어찌 정무를 보았
다 할 수  있는가?" 장비가 더욱 큰 소리로 방통을  꾸짖었다. "사방 1백 리밖에 
되지 않는 고을의 정무를 보는 일이 무엇이 그리 어려운 일이겠소? 장군은 잠깐 
앉아 계시오. 내 곧 모든 일을 처리하겠소." 방통은 그렇게 말하더니 벼슬아치들
을 모두 불러모아 그  동안 밀린 공무를 가져오게 했다. 방통의  말에 담당 관리
들이 문서와 장부 뭉치들을 한  아름씩 안고 정청 위로 올라오자 방통은 관계된 
소송이나 피고인 들을  모두 불러 계하에 무릎을  꿇게 했다. 논밭에 관한 송사, 
거래상의 시비, 가정 불화  등 잡다한 문제들이 방통의 처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통은 붓을 들어 제사를 쓰고 귀로는 송사를 들으며 입으로는 판결을 내리는데 
듣기만 하고도 옳고  그름을 가리는 데 추호도 어긋남이 없었다.  방통의 판결이 
떨어지자 백성들은 모두 머리를 조아려 절을 올리며 현명한 처사에 감읍해할 뿐 
방통의 판결에 불만을 품는 자가 없었다. 방통의  정무는 반나절이 되지 않아 모
두 끝이 났다. 밀렸던 일을 말끔히 해치운 방통은 붓을 던지며 장비에게 말했다. 
"자, 이래도 내가 정무를 돌보지 않았다고 하겠소? 조조와 손권의 일이라도 손바
닥에 적힌 글 보듯 하는데 이까짓 작은 고을의 일이야 무에그리 마음쓸 일이 있
겠소?" 장비는 그제서야 손건이  자기를 만류했던 일에 까닭이 있었음을 깨달았
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아랫자리로 내려가 사죄했다. "선생의 빼어난  재주를 
모르고 제가 그만  결례를 했습니다. 제가 형님께 가서 선생을  천거하겠습니다." 
방통이 그런 장비를 보고  그제서야 노숙이 써 준 글을 보여  주었다. 장비가 그 
글을 보며 놀란 얼굴로 물었다. "선생께서는 우리 형님을 뵈올 때 왜 이 글을 내
놓지 않으셨습니까?" "그걸 내놓으면  마치 그 글을 의지하고 온 것처럼  보여서 
싫었소." 장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건을 돌아보며 말했다.  "만약 공이 아니었
더라면 대현을 잃을 뻔했소." 장비는 방통을 하직하고 그 길로 형주로 돌아갔다. 
장비가 유비에게 뇌양현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전하자 유비는 크게 놀라며 한
탄했다. "그토록 큰 현사를 박대했으니, 내가  큰 실수를 저질렀구나!" 유비가 깊
이 뉘우치고 있는데  그 뉘우침에 부채질이라도 하듯  장비가 방통이 준 노숙의 
글을 전했다. 유비가 급히 그 글을 펼쳐 보았다. 
  방사원은 백리지재(사방  1백 리 되는 고을을  다스릴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인
재)가 아니므로 치중·별가와 같은 무거운 자리를 내리십시오. 그래야만 그 높은 
재주를 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외모만 보신다면 그 속에  든 배움을 저버리
게 되고 마침내 다른 사람에게  가 버린다면 이는 실로 애석한 일이라 하겠습니
다.
  유비가 그 글을 보며 다시 탄식하고 있는데  마침 공명이 돌아왔다. 공명이 유
비에게 인사를 마치기가 바쁘게 방통의 안부를  물었다. "방사원은 그 동안 별일 
없이 잘 지내고 계십니까?" 공명의  물음에 유비는 면구스런 얼굴로 말했다. "요
즈음 뇌양현을 다스리게 했더니 술만 마시고 정무는 돌보지 않는다는구려." 공명
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사원은 1백 리 고을이나 다스리고 
있을 인물이 아닙니다. 그의 학문은 저보다 열 배나 넓고 깊습니다. 제가 지난번 
동오에서 그를 천거하는 글을 써 준 적이 있는데 주공께서는 그 글을 보지 못하
셨습니까?" "나는 오늘에야 자경이 천거한 글만을 받아 보았을 뿐, 군사가 써 준 
글은 보지 못하였소." 공명은 굳이 그 글을  보여 주지 않은 방통의 마음을 헤아
린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큰 인물을 큰 인물로서 대접하지 않으니 술이
나 먹고 일을 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실은 장비가 일러 주지 않았더라면 그만 
대현 한 분을 잃을 뻔했소." 유비가 그렇게 말하며 장비를  불러 분부했다. "뇌양
현으로 가서 방통  선생을 급히 모셔 오도록 하라!" 장비는  그 길로 뇌양현으로 
가 방통을 모셔 왔다. 방통이 형주에 이르자  유비는 계단 아래로 황급히 내려가 
잘못을 빌었다. 방통은 그제야 공명이 써 준  글을 내보였다. 그 글에는 '봉추 선
생이 오거든 즉시 높이 써 주시오'라고 쓰여 있었다. 유비는 그제야 지난날의 일
을 떠올리며 장차의 패업을  이룰 희망으로 벅찼다. '지난날 수경 선생 사마덕조
(사마휘)께서 이르시기를 복룡과 봉추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얻어도  천하를 편
안케 하리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제  내가 그 두 사람을 모두 얻었으니, 능히 한
실을 다시 일으킬 수 있으리라.' 유비는 즉시 방통을 부군사 중랑장으로 삼아 공
명과 함께 방략을  내고 군사를 조련하게 했다. 유비는 방통을  얻음으로써 용봉
의 쌍벽을 나란히 그의 휘하에 두게 되자 서서히 천하를 향해 눈을 돌리기 시작
했다. 유비가  방통을 얻어 부군사로  삼았다는 소식은 세작에  의해 자연스럽게 
조조의 귀에도 들어갔다. 군사들을 모으고 말을  사들이는 한편 양초를 저장하며 
동오와 손을  잡고 있으니 머지않아  북방을 정벌할 기세라는  것이었다. 조조는 
그 말을 듣자, 곧 여러  모사들을 불러들여 먼저 남으로 군사를 낼 의논을 했다. 
그러자 순유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남으로  군사를 내시되 주유가 죽었으니 먼저 
손권을 치고 다음에 유비를 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군사를 이끌어 간 
틈을 타서 마등이 허도를 침범할까 걱정이다. 지난날  적벽 싸움 때도 서량의 군
사가 허도를  쳐들어온다는 소문이 나돌지 않았는가?  우선 그쪽을 대비해 두고 
다음을 도모해야 하리라." 조조가  그렇게 말하자 순유가 꾀를 내었다. "제  어리
석은 소견으로는 마등을 남정장군으로  삼아 손권을 치라는 천자의 조서를 내세
워 허도로 오게 하심이  좋을 듯 하옵니다. 그가 허도로 올라오면  그 즉시 없애
도록 하십시오. 그런 후 우리가 남쪽으로 내려간다면 뒤탈이 없을 것입니다." 조
조는 순유의 말에 따르기로 하고 그날 중으로  마등에게 급히 사자를 보냈다. 서
량태수 마등은 자를 수성이라  하며, 한의 명장 복파장군 마원의 후예였다. 아버
지의 이름은 숙,  자는 자석으로, 환제 때  천수관 간현위로 있다가 뒷날 벼슬을 
잃고 농서의 강족들 틈에 섞여 살며 강족의  여자를 아내로 삼아 마등을 낳았다. 
원래 강족은 몽골족의 피가 섞인 기마민족으로  군사들은 날래고 굳세었으며, 창
술이나 활쏘기에 뛰어났다. 마등은 키가 여덞  자에 생김새가 씩씩하고 용맹스러
웠으며 마음이 어질어  그를 공경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영제  말년에 강족의 
난이 일어났을 때 마등은  의병을 모아 그들의 난을 평정했다. 그  뒤 초평 중년
에도 도적을 쳐없앤  공이 있어 정서장군에 제수되었으며,  진서장군인 한수와는 
형제의 의를 맺을 정도로 가까이 지냈다. 조조의  사자가 홀연 서량에 이르러 천
자의 부름을 전하자 마등은 맏아들 마초를  불러 의논했다. "나는 지난날 동승과 
더불어 천자로부터 의대  속의 밀조를 받은 이래  유현덕과 함께 조조를 치기로 
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동승은 죽고 현덕은 번번이 조조에게 패해  멀리 쫓겨
갔으며 나 또한 서량 한 구석에 묻혀 있어  그를 돕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소
식을 들으니 유현덕이 형주를 얻었다고 하여 이제 그와 손을 잡고 조조를 칠 수 
있게 되어 기뻐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조조가 조서를 내세워 나를 부르니 어찌하
면 좋겠느냐?" 아버지의 물음에 마초가 생각에 잠기다 대답했다. "조조가 천자의 
칙명을 빌어 아버지를 부르는 것이니 만약 거절하면 천자의 명을 거스렸다고 하
여 죄를  물을 것입니다. 차라리 그들이  부르는 것을 기회로 삼아  허도에 가서 
형세를 살펴 일을  도모하신다면, 지난날의 뜻을 펴  보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곁에 있던 마등의 조카 마대가 말했다. "조조는 간교한 자입니다. 숙부께
서 경솔히 가셨다가 해를 입으실까  두렵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서량의 군사를 
거느리고 아버님을 따라 허창으로 밀고 들어가 역적을 쳐서 천하를 돕도록 하겠
습니다." 마초가  힘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자 마등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는 강병을 거느리고 그냥 서량에 있도록 하라. 나는 네 아우 휴와 철, 그리고 
조카 마대만을 데리고 가겠다. 네가 군사를 거느려  서량에 있고 또 한수와 서로 
돕고 있는 줄을 알면 아무리 조조라 하더라도 감히 나를 해치려 들지는 못할 것
이다." 마초는 아버지의 명에 더는 고집을  피우지 않았으나 걱정스런 얼굴로 말
했다. "아버님, 가시더라도 결코 허도성으로는  들지 마십시오. 그때 그때의 형편
을 보아 가며  처신하면서 먼저 조조의 동정을 살피도록  하십시오." "염려할 것 
없다. 내게도 다  생각이 있다." 마등은 아들을  안심시킨 후 서량의 군사 5천을 
이끌고 허도로 향했다.  마등은 아들 마휴와 마철을 앞세우고 조카  마대에게 뒤
처지게 하여 만약의 일을 대비케 했다. 마등은  허도성 20리 밖에 이르자 군사를 
그곳에 머물게 했다.  조조는 마등이 성 밖에 이르렀음을 알자  문하시랑 황규를 
불러 분부했다. "마등이 남방  정벌을 위해 군사를 이끌고 왔다. 내 그대를 행군
참모로 삼아 그에게 보낼 것이니 마등을 위로하며  내 말을 전하라. 서량이 너무 
멀어 군량을 옮겨 오기 어려우므로 많은 인마를  거느리고 갈 수가 없을 것이니, 
이쪽에서 대군을  내어 도와 주겠다고 하라.  또한 내일 성 안에  들어와 천자를 
뵈온 후 그때 군량과 마초를 줄것이라고 전하라." 조조의 명을 받아 마등을 찾아
간 황규는 마등이 술을 내어 대접하자 술잔을 기울이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이 거나해지자  황규가 탄식하며 말했다. "저의 아버지 황완께서  이
각·곽사의 난 때 돌아가셔서 한을 품어 오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내가 또 
임금을 속이는 도적을  만날 줄을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 말에 마등이 
내심 크게 놀라며 물었다. "도적이라니?  누가 임금을 속이는 도적이란 말이오?" 
"공은 몰라서 그걸 내게 물으십니까? 임금을 속이는 도적이 바로 조조이지 달리 
누가 또  있겠습니까?" 실로 놀라운 말이  아닐 수 없었다. 마등은  조조가 보낸 
황규가 이런 말을 하니 그렇지 않아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던 터라 더럭 의
심이 일었다. 마등은 짐짓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남의 귀와 눈이 두려우니 그
런 말씀은 함부로 하지 마시오." "공은  벌써 천자께서 의대를 내리셨던 비밀 조
서의 일을 잊으셨다는 말씀입니까?"  황규가 불쑥 목소리를 높여 마등에게 꾸짖
듯 말했다. 마등이 황규를 살펴보니 그가 거짓으로 꾸며 대는 말 같지는 않았다. 
이에 마등도 가만히 조조의 본심을 물었다. "조조가 내일 천자를 뵙기 위해 성으
로 들라 하였는데 공은 이 일을 어떻게 보시오?" 마등의 물음에 황규는 한 가지 
계책을 일러 주었다. "조조가 성 안에 들어와  폐하를 뵙게 하는 것을 반드시 좋
게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공은 내일 함부로 성 안으로 들지 말고, 군사
를 성아래 늘여 세워 조조가 공의 군사를  점고하게 하십시오. 조조가 성을 나와 
군사를 사열할 때 그를 친다면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마등이 황규의 말
을 들으니 그럴  듯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조조가 자기의  군사를 점고한다면 
조조를 목베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등은  곧 황규의 말에 따르기로 하
고 헤어졌다.  황규는 마등과 작별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마등과  의논한 일이 
쉽게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가슴 속에  쌓인 원한이 새삼스럽게 복받쳐올라 
이를 억누르지 못하니  안색이 아무래도 여느 때와 달랐다. 황규의  아내가 놀라 
까닭을 물었으나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황규에게는 이춘향이라는 첩이 있었다. 
이 첩이 황규의  처남인 묘택과 은밀히 정을  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여느 
날과는 달리 몹시 분해하고 한스러워하는 황규의 모습을 본 춘향이 묘택을 만나 
이 일을 이야기했다. "오늘 황시랑이 마등을 만나 군사일에 대해 의논을 하고 왔
는데 웬일인지 몹시 분해하고 있었어요. 대체 누구 때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묘택이 그 말을 듣자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묘택이 진작부터 춘향을 자기 아내
로 삼고 싶어 밤낮으로 애를 태우고 있던 터에 그 말을 들으니 문득 한 가지 생
각이 떠올랐다. 이윽고  묘택이 넌지시 춘향에게 일렀다. "그렇다면 나중에  슬며
시 말을 걸어 그 속을 떠  보도록 해라. '남들이 모두 유 황숙은 덕이 높은데 조
조는 간웅이라고 하니 그 말이 사실인가?'하고 물어 보란 말이다. 그래서 황규가 
무어라고 대답하는지 잘 듣고 내게 일러라." 춘향은 묘택이 왜 이런 일을 시키는
지 그 까닭을 알  수 없었으나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아갔다. 그날  밤이 되자 황
규는 이춘향의  방을 찾았다. 묘택의  당부도 있었던지라 이춘향은  술상을 차려 
놓고 그를 맞아들여 온갖 아양을 다 떨며  황규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황규도 잠
시 마음 속의  울분을 잊고 술을 마시고 있는데 춘향이  불쑥 물었다. "사람들이 
모두 유현덕은  어지신 분이라고  하고 조조를 간웅이라  하는데 그게 사실입니
까?" 황규는 그 말을  듣자 춘향을 더욱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술김에 그만 
마음 속에 있는 말을 털어놓았다. "한낱 아녀자인 네가 그처럼 옳고 그름을 알고 
있는데 하물며 대장부인 내가  어찌 그것을 모르겠느냐? 내가 지금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조조를  죽이고 싶기 때문이다." "죽이시다니, 어떻게 손을  쓰
실 작정이십니까?" 춘향이 놀란 얼굴로 묻자 황규는 그것이 자신을 걱정해서 방
도를 묻는 것이라 여기고 마등과 의논했던 일을 모두 털어놓고 말았다. "내가 이
미 마등 장군과 약조를  해 두었다. 내일 성 아래서 조조가  서량군을 점고할 때 
죽이기로 했느니라." 그 말을 들은 춘향은  황규가 잠에 떨어지자 몰래 잠자리를 
빠져 나가 묘택에게 들은 바를 전했다. 이미  춘향에게 깊이 빠져 있는 묘택인지
라 황규를 없앨 좋은 기회라고만  여기고 앞뒤를 가릴 사이도 없이 그대로 조조
에게 달려갔다. 조조는 한밤중에 전해진 이 놀라운  밀고를 듣게 되자 곧 조홍과 
허저, 하후연과 서황을 불러 귀엣말로 영을 내렸다. 네 장수가 조조의 영을 받고 
물러나자 조조는 황규의 집안 식구들을 모조리 잡아  가두게 했다. 다음 날이 되
자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마등은 군사들을  성 아래로 이끌어 왔다. 성에 가까
이 이르러 보니, 한  떼의 붉은 기가 늘어서 있고 그  한가운데에 승상의 기호가 
세워져 있었다. 마등은 조조가 몸소 군사를 점고하러  온 것으로 여기고 말을 몰
아 앞으로 나아갔다. 그  순간이었다. 요란한 포향이 울리면서 붉은 기가 좌우로 
갈라지며 화살이 빗발치듯 날아들었다.  마등이 깜짝 놀라 보니, 한 장수가 말을 
달려나오는데 바로 조조가  아니라 조홍이었다. 마등이 그제야  일이 잘못되었음
을 알고 급히 말머리를 돌리려 했으나 이미  때가 늦었다. 사방에서 요란스런 함
성이 울리며 왼쪽에는  허저, 오른쪽에서는 하후연이, 뒤쪽에서는 서황이 군사를 
이끌며 달려와 서량 군마의 길을 끊었다. 마등  부자도 조조군에게 몇 겹으로 둘
러싸이고 말았다. 마등은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죽기를 작정하고 닥치는 대로 조
조군을 무찔렀다. 어느 새 셋째 아들 마철이  어지럽게 날아온 화살에 맞아 목숨
을 잃고 말았다. 둘째  아들 마휴는 아버지 마등에게 마싹 붙어  좌로 베고 우로 
찌르며 죽을 힘을 다해 길을  열려고 했으나 조조군이 워낙 겹겹이 둘러싸고 있
어 소용이  없었다. 마침내 마등과 마휴  부자는 몸에 큰 상처를  입은데다 타고 
있던 말까지  화살에 맞아 쓰러지니  조조군에게 사로잡히는 몸이  되고 말았다. 
이에 조조는 마등과 마휴 부자를 끌어 내게  하여 꿇어앉혔다. 그 자리에 황규도 
함께 끌려 나왔다.  묘택의 밀고를 모르고 있던 황규는 끌려  나와서도 조조에게 
시치미를 떼고 소리쳤다. "내게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러시오?" 그러자 조조가 좌
우에게 명했다. "묘택을 불러  내라!" 황규는 그제야 일이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
를 알았다. 조조가 묘택과 황규를 대질시키자 황규도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옆
에서 보고 있던 마등이 그런 황규를  보자 노하여 소리쳤다. "어리석은 선비놈이 
역적 치는 일을  그르치게 했구나. 이것도 역시 하늘의  뜻이란 말인가?" 조조는 
마등 부자와 황규를  모두 목베게 했다. 마등은 목이 떨어지는  순간까지도 조조
를 소리쳐 꾸짖었다. 뒷날 사람들이 마등 부자의 충절을 기리어 시로 남겼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장하고 꽃다워라. 충성과 정절로 일문을 이루었네. 목숨 
바쳐 나라의 어려움  풀어 내며 죽음을 맹세하여 임금의 은혜에  보답했네. 피를 
흘려 맹세한 언약 새롭고 간웅을 베자던 글  길이 전하네. 대대로 서량을 지키던 
집안 복파장군 후예로 부끄러움이 없었네.
  한편 황규를 밀고하여 공을 세운 묘택이  조조에게 청했다. "저는 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춘향을  아내로 삼게 해 주신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묘택이 
그렇게 청하자 조조는 고개를 젓더니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는 계집에 눈
이 어두워  매부를 죽이고 누이의 집안  사람들을 모두 죽게 한  놈이다. 너같이 
의리 없는 놈을  살려 두어 무엇에 쓰겠느냐?"  조조는 묘택과 이춘향도 황규의 
가족과 함께 저잣거리에 끌어 내어 목베게 했다.  이어 조조는 마등이 이끌고 온 
서량의 군사들을 달랬다.  "마등 부자는 모반을 꾀했기에 죽였을 뿐이다.  그러나 
너희들은 죄가 없으니 두려워  말라." 그리고 군사를 풀어 각 관문(경계선)을 굳
게 지키게  하여 마대가 달아나지 못하게  한 후 사로잡도록 영을  내렸다. 그때 
마대는 후진에 군사 1천을 거느리고 대기하고  있었다. 마등이 사로잡히던 날 도
망쳐온 군사들로부터 마등 부자가 조조에게 붙잡혔다는 말을 전해 듣고 크게 놀
랐다. 마대는 군사  1천여 명으로 조조군을 대적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그길로 
군사들을 버린 채 장사치로 꾸며 밤을 틈타  서량으로 달아났다. 한편 조조는 허
도를 비울 때 항상 근심거리였던  마등을 없애자 안심하고 남방 정벌을 위해 군
사를 이끌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형주 방면에 풀어 놓은  세작이 와서 알렸
다. "유비가  군마를 조련하고 병기들을 수습하여  서천을 치려 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조조가  크게 놀라며 모사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유비가 만약 서천을 
얻는다면, 범에게 날개를 달아 주는 격이  되는데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은가?" 그
러자 계하에서 한 사람이 나서며 계책을 내었다. "제게 유현덕과 손권이 서로 호
응하지 못하게 하여 강남과 서천  모두를 승상께 돌아오게 할 계책이 하나 있습
니다." 조조가 그를 보니 시어사(검찰관)로 있는 진군이었는데, 자를 장문이라 부
르는 자였다. "그래 진장문은 어떤  좋은 계책을 가지고 있는가?" 조조가 진군의 
말에 반가워하며 물었다. "지금 손권과 유비는 속마음은 그렇지 않더라도 겉으로
는 이와 입술과 같은 사이로 맺어져 있습니다.  만약 유비가 서천을 취하려 한다
면 승상께서는 유능한 장수를 보내어  합비의 군사와 힘을 합해 바로 강남을 들
이치게 하십시오. 그러면 손권은 반드시 유비에게 구원을 청할 것입니다. 그러나 
서천을 넘보고 있는  유비는 손권을 구원할 겨를이  없으니 유비의 도움을 받지 
못한 손권은 군사가 적어서 싸워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고 자연히 강동은 통
째로 승상의 손에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강동이 떨어지면 형주쯤이야  북 소리 
한 번에 떨어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다음 서천을 도모하신다면 천하의 일
은 절로 정해지는 것이  됩니다." 이미 군사를 내려고 작정하고 있던 터라, 조조
는 진군의 말에 따랐다.  "장문의 말이 내 뜻과 다를 바 없다." 조조는  지체하지 
않고 즉시 30만의  대군을 일으켜 강남으로 이끌어 나아갔다. 아울러  합비의 장
요에게 사람을 보내 미리 양곡과  마초를 마련하여 군사들을 도울 수 있도록 하
라고 명했다. 조조가 대군을 이끌고 온다는 급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손권의 귀
에도 들어갔다. 손권은 급히 여러 장수와 모사를 불러 이 일을 의논했다. 장소가 
먼저 입을 열었다. "급히 사람을 노자경에게 보내 형주로 글을 띄우게 하시고 유
비에게 힘을 합쳐  조조를 막자고 하십시오. 노자경이 유비에게 여러  번 은혜를 
베풀었으니 그도  자경의 말을 물리치지  못할 것입니다. 거기다가  유비는 우리 
동오의 사위이기도 하니 인척간의  의리를 생각해서라도 청을 저버리지 못할 것
입니다. 유비가 우리를  돕는다면 강남은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손권도  장소의 
생각과 다를 바 없었다. 곧 사람을 노숙에게  보내고 유비에게 구원을 청하게 했
다. 이에 노숙도  그 즉시 글을 써 형주로 보냈다.  노숙의 글을 받아 본 유비는 
대답을 뒤로 미루고 사자를 역관에 머물게 했다.  유비가 달리 생각하는 바가 있
을 뿐 아니라 공명과 이 일을 의논한  후에 결정짓기 위해서였다. 유비는 남군에 
있는 공명을 급히 불러 구원군을 청하는 노숙의  글을 보여 주었다. 공명이 노숙
의 글을 보더니 잘라  말했다. "강남의 군사나, 우리 형주 군사를 움직일 필요도 
없이 조조가 동남쪽을 넘보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공명은 그렇게 말하더니 노숙
에게 답장을 썼다. 
  베개를 높이 하여 잠을 자도 좋을 것이니  아무 걱정하지 마시오. 조조가 군사
를 이끌고 온다 하나 우리 황숙께서는 이미 그들을 물리칠 계책을 세워 두고 있
소이다. 
  공명이 답장에 이렇게 쓰고 사자에게 주어 돌려 보내자 유비가 걱정스런 얼굴
로 물었다. "지금 조조가 30만 대군을 일으켜 합비 군사와 합쳐 물밀듯이 내려오
고 있다  하오. 그런데 군사에게 어떤  계책이 있기에 그들을 물리칠  수 있다고 
장담하시오?" 공명이 정색을 하며 그  계책을 말했다. "조조가 평생을 두고 염려
해 온 것은  바로 서량땅의 군사들이었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조조가  마등을 허
도로 불러서 죽였으니, 그의 맏아들 마초는 필시  그 원한을 씻으려 조조에게 이
를 갈고 있을  것입니다. 주공께서는 마초에게 사람을 보내 동맹을  맺자고 하고 
마초로 하여 금 허도로 향하는 관소로 먼저  군사를 이끌어 오게 하십시오. 그렇
게 되면 조조는 서량군과 맞부딪치게  되니 이곳 강남을 엿볼 겨를이 없을 것입
니다." 그제서야 유비는 공명의 뜻을 알고 크게 기뻐하며 즉시 글을 닦고 사람을 
뽑아 서량으로 보냈다. 

    용맹스런 강족의 후예 마초
  남방정벌을 꾀하는 데 눈엣가시  같은 마등을 없애고 동관으로 향하던 조조는 
서량 마초의 군사를  맞아 한바탕 접전을 벌인다. 수염까지 자르고  겨우 영채로 
돌아온 조조는 마초의 용맹에  감탄하며 다시 서하를 공격하지만 마초의 선방에 
밀려 군사 태반을 잃는다. 
  그 무렵 마초는  아버지를 대신해 서량을 지키고 있었는데, 어느날  이상한 꿈
을 꾸었다. 자신이 하얀 눈으로 뒤덮인 벌판에 누워 있는데, 난데없이 호랑이 여
러 마리가 으르렁거리며 몰려나와 물어뜯으려 덤벼들었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
나 보니 꿈이었다. 마초는 꿈에서 깨어난 뒤에도  놀라움이 가시지 않아 휘하 여
럿을 불러 꿈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 꿈은 불길한 징조입니다."  문득 한 사람
이 나서며 그렇게 말해,  모두 그를 보니 마초의 심복인 교위  방덕으로 자를 영
명이라 했다. "어째서  불길한 꿈이라 하시오?" 마초가 방덕에게 물었다.  "눈 속
에서 호랑이를 만나는 것은 원래  불길한 꿈입니다. 혹시 허창에 계신 노장군(마
등)께 무슨 변이라도  생긴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방덕이 이렇게 말하고 
있을 때였다. 한  사람이 피투성이가 된 채 비틀거리며 들어오더니  땅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숙부님과 아우들이 모두 죽었습니다."  마초가 크게 놀
라 바라보니, 그는 바로 마대였다. 마초가 급히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어서 
자세히 말해 보라." "숙부께서는 시랑  황규와 의논하여 조조를 죽이려다가 불행
히도 일이 사전에  탄로나 저잣거리에서 참형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또  두 아우
도 조조에게 죽임을 당하고 오직  저만 장사치로 꾸며 밤을 도와 간신히 이곳까
지 도망쳐왔습니다." 마초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에 땅을 치며 목놓아 울
다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여러 장수들이 마초를 부축해 일으키자  마초는 이를 
부드득 갈며 조조를 저주했다. "조조 이놈, 내 기어코 너의 간과 뇌를 땅에 쏟게 
하리라!" 이때 장막 안으로 사람이 들어와 알렸다. "형주의 유 황숙이 글을 보내 
왔습니다." 마초는 그 말을  듣자 급히 글을 가져오게 했다. 유비가 부친과 더불
어 지난날 천자의 밀조를 받들어  조조를 치기로 했던 동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
던 터라 슬픔 중에도 반가운 마음이 일어 봉함을 얼른 뜯고 읽어 내려갔다. 
  엎드려 생각건대, 한실이  불행하여 조조 같은 역적이 권세를 한손에  쥐고 위
로 임금을 속이며 아래로는  백성들을 못 살게 굴고 있소. 이  유비는 일찍이 돌
아가신 부친과 함께 천자로부터 밀조를 받들어 천하의 역적 조조를 죽이기로 맹
세했었소. 그런데 뜻밖에도  선친께서 조조에게 해를 입었으니  장군은 조조와는 
더불어 같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숨을 쉴 수  없는 원수일 뿐만 아니라 내게도 
죽여 없애야 할  적이오. 만약 장군께서 서량의 군사를 거느려  조조의 오른쪽을 
친다면 이  유비도 형주·양양의 군사를  모두 일으켜 조조의  앞을 치겠소이다. 
그리하여 역적 조조를 사로잡고 그 휘하의 간사한 무리들을 없애 버린다면 장군
은 원수를 갚게 됨은 물론 한실을 다시 일으킬  수가 있을 것이오. 할 말을 글로
써 다 쓰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우나 장군의 회신을 기다리며 이만 줄이겠소. 
  유비의 글을 읽은 마초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씻으며 그 자리에서 유비의 뜻에 
따르겠다고 답장을 써  사자에게 주어 보냈다. 사자가 서신을 거두어  형주로 돌
아가기가 바쁘게  마초는 바로 군사를  일으키기 위해 채비를  서둘렀다. 마초가 
군사를 이끌려 할 때 서량태수 한수가 사람을  보내 마초를 불렀다. 선친과 형제
의 의를 맺고 있는 한수의 부름이라 마초는  먼저 서량으로 달려갔다. 한수와 마
초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 한수가 글 한통을 내보이며 말했다. "실은 
조조로부터 이런 글이 왔네." 마초가 그 글을 읽어 보았다. 
  마초를 사로잡아 허도로 보내면 그대를 서량후에 봉하리다.
  글을 읽고 난 마초는 땅에 엎드려  한수에게 절을 올리며 말했다. "숙부께서는 
우리 두 형제가 여기 꿇어  엎드렸으니 묶어서 허도로 보내시어 그와 싸우는 고
초를 면하도록 하십시오." 마초가 허리에서 칼까지 풀며 짐짓 그렇게 말했다. 그
러자 한수는 마초를  일으켜 세우면서 말했다. "그럴  뜻이었다면 일부러 자네를 
부르지도 않았을 것이네.  내가 선친과 형제의 의를 맺었는데 어찌  자네를 해하
려 하겠는가? 만약  조조를 칠 용기가 있다면 의에  의지하여 마땅히 나도 힘을 
보태야 할 것이네." 한수의  말에 마초는 다시 절하며 고마워했다. 한수는 그 자
리에서 조조의 사자를  끌어 내 목을 베게 하여  자신의 마음을 밝힌 후 군사를 
일으켰다. 한수는 휘하를 8부의  군사로 나누고 후선·정은·이감·장횡·양흥·
성의·마완·양추의 여덟 장수로  하여금 각 부의 군사를 이끌게 했다.  여덟 장
수는 한수를 뒤따르며 마초  휘하의 방덕·마대가 이끄는 군사들과 합하니 서량
군은 모두  20만이나 되는 대군이  되었다. 서량군이 물밀듯  장안으로 밀려들자 
장안군수 종요는 급히 사자를 허도로 보내 조조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한편, 자
신은 군사를 거느려 서량군을 맞으러 갔다. 종요는  넓은 들판에 이르자 진을 벌
이고 적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때 서량군은 마대가  선봉이 되어 군사 1만 5천을 
거느리고 산과 들을  뒤덮으며 거침없이 종요군을 향해 내달아 왔다.  마대는 종
요가 진을 세우고 있는 것을 보자 자신도 진을  벌여 세웠다. 이를 본 종요가 말
을 박차고 나와 돼먹지 않은 소리로 몇 마디 꾸짖자 마대는 대꾸도 없이 보검을 
빼들고 말을 몰았다.  종요가 수작을 붙일 사이도 없이 마대가  칼부터 휘두르고 
나오니 종요는 황망히 그와 맞섰다. 마대를 맞아  싸울 만한 장수가 아니었던 종
요는 마대와 칼을  한 차례 부딪쳐 보더니 스스로도  적수가 못 됨을 알고 급히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달아나는  종요를 그냥 둘 마대가 아니었다. 종요의 졸
개들도 대장이 몇 차례 부딪지  못하고 달아나니 제대로 싸움다운 싸움을 해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마대가 그런 종요의 군사들을 치며 나아가자  마초와 한수
가 대군을  휘몰아 종요군을 뒤쫓으며  장안성을 겹겹이 에워쌌다.  이에 종요는 
몸소 성 위에 올라가서 군사들을 거느리며 좀체로 나가 싸우려 하지 않고 성 안
을 굳게 지킬 뿐이었다.  장안은 원래 서한시대의 도읍지로, 성이 견고하고 성을 
둘러싸고 있는 웅덩이와  물길이 깊고 험했다. 서량군이 내친 김에  성을 떨어뜨
리려고 했으나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성을 에워싸고 열흘이나 힘을  다해 공격
을 퍼부었으나 성을 빼앗지 못하고 있었다. 힘으로는  도저히 성을 깨칠 수 없다
는 걸 알게 되자 방덕이 한 계책을  내었다. "장안성 안은 땅이 척박한데다 물이 
짜서 먹을 몰로는 적당치 않습니다. 또한 땔감도  없을 터인즉 우리가 성을 에워
싼 지 열흘이나 되었으니 백성들은  모두 밥을 짓지 못해 굶주림과 추위에 지쳐 
있을 것입니다. 일단 군사를 거두어 물러나 제가  말씀드리는 대로 한번 해 보십
시오. 그러면 힘들이지 않고 장안성을 빼앗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방덕은 마초의 
귀에 대고 가만히 속삭이듯 계책을 일러 주었다. "그 계책이  실로 묘하구려." 마
초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뻐하더니 즉시  각 부에 영기를 보내 군사를 물리게 하
는 한편  마초 자신은 후군이 되어  종요군의 동정을 살피기로 했다.  다음 날이 
되어 종요가  성 위에 올라 보니  서량군이 모두 물러나고 없었다.  그러나 적의 
유인책인지도 모른다고  여긴 종요는 서량군을  뒤쫓지 않았다. 그  대신 사람을 
보내 서량군의 움직임을  살펴보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탐  보냈던 군사가 
달려와 알렸다.  "이미 멀리 물러났습니다." 종요는  그래도 성문을 열고  나가지 
않았다. 다음 날이 되자, 전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에 안심하여 군사와 
백성들을 성 밖으로 보내 물을 길어 오게 하고 나무를 해 오도록 했다. 사흘, 나
흘째가 되어도 아무 일이 없자 나중에는 잡상인들까지 성 안을 마음대로 드나들
게 했다. 그런데 닷새째가  되는 날이었다. 멀리서 서량군을 살피고 있던 군사가 
급히 달려와 종요에게 알렸다. "서량군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그 소리에 군사들
과 백성들은 소나기라도 만난 듯 앞다투어 성  안으로 몰려들었다. 성 밖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들어오자 종요는 다시 성문을 굳게  닫았다. 그때 종요의 동생 종
진은 서문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밤 삼경쯤이 되자 성문  안에서 까닭 
모를 불길이 일어 급히 다투어 달려가 불을 끄려는데 성벽 쪽에서 한 사람이 칼
을 빼들고 말을 달려오며 소리쳤다. "방덕이 예  있다. 꼼짝 말고 게 섰거라!" 성
문을 닫기 전에  사람들 틈에 섞여 들어온 마초군이었다.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
라 종진이 미처 칼을 빼들 사이도 없이 달려온 방덕의 한칼에 맞아 말에서 떨어
지고 말았다. 방덕은  이어 달려드는 장졸들을 칼을 휘둘러 흩어  버리더니 성문 
빗장을 열었다. 성문이  열리자 성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마초와  한수가 군사를 
이끌고 일제히  짓쳐들었다. 밤중에 성  안으로 밀어닥친 적군이라  크게 혼란이 
이는 가운데 종요는 황망히 말 위에 올라  적군이 없는 동문으로 빠져 달아났다. 
방덕의 계책대로 종요가 성문을 열었을  때 백성들 틈에 섞여 들어가 밤 사이에 
장안성을 빼앗은 마초와  한수는 삼군에게 상을 내려 위로했다. 한편  종요는 동
문을 빠져 나와 동관에 이르러  성문을 닫고 급히 조조에게 사자를 보내 소식을 
전하게 했다. 조조는  장안이 이미 서량군의 손에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이제는 남쪽으로 밀고 갈 겨를도 없이 우선  동관부터 지켜야 했다. 이에 조홍과 
서황을 불러 엄히 영을 내렸다. "너희들은  군마 1만을 거느리고 가서 종요를 대
신하여 동관을 지키도록  하라. 만약 열흘 안에 동관을 잃는다면  너희들부터 목
을 베리라. 그대신 열흘만  버틴다면 너희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나머지 군사를 이끌어 뒤따를 터인즉, 그리 알라!" 조홍과 서황은 명이 떨어지기
가 무섭게 그날로 군사를 동관으로 이끌었다.  조홍이 떠나가자 조인이 걱정스러
운 얼굴로  조조에게 말했다. "홍의 성질이  급해 혹시 일을  그르칠까 두렵습니
다." 조조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 군량과 말먹이풀을  보내 
주고 곧 그 뒤를 따르기로 하자." 한편  동관에 당도한 조홍과 서황은 종요가 지
키던 성을 대신 맡아 굳게 지키기에 힘썼다. 마초가  그 동안 몇 차례 동관을 공
격했으나 견고하기는 장안성과 다를바가 없었다. 거기다가  성문을 굳게 닫아 두
고 나와서 맞지 않으니  성을 깨뜨릴 방책이 서지 않았다. 이에  마초는 성 바로 
아래쪽까지 나아가 조조의 할아버지에서부터  아버지, 그리고 조조에 이르기까지 
삼대에 걸친 조조 집안에 모질고 험한 욕을  퍼부어댔다. 그렇지 않아도 성 안에
서 지키기만 하고 적을 맞아 싸우지 못해 울화가 치밀고 있던 조홍이 험한 욕설
까지 듣자  참지 못했다. 결국 조홍이  관문을 박차고 군사를 내쳐  가려는 것을 
서황이 황급히 말렸다. "저 소리는 마초가 장군을 격동시켜 관 밖으로 꾀어 내려
는 수작이니,  그들의 술수에 말려들어서는 아니  되오. 머지않아 승상께서 오실 
테니 그때까지 참도록 하시오." 조홍도 서황이  그렇게 말리자 조조의 엄명을 생
각하고 분기를 가라앉혔다. 그러나 마초 군사들의 욕설은 다음 날도 계속되었다. 
군사들이 번갈아 가며 밤낮없이 욕을 퍼붓자  조홍은 또 참다못해 소리쳤다. "성
문을 열고 내 뒤를  따르라! 내가 저놈들이 두 번 다시 주둥이를  놀리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서황이  또 조홍의 옷깃을 붙들며 말렸다. 그렇게 하기를 아
흐레째가 되었다. 그런데 그날 조홍이 성 위에  올라서 밖을 바라보니 서량의 군
사들 태반이 말을 타지도 앉은 채 바로 관 밑 풀밭에서 지친 몸을 눕힌 채 여기
저기 흩어져  쉬고 있었다. 조홍은 성  안의 군사들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말도 버린 채  풀밭에 나뒹구는 서량군의 모습에 분기가 치솟았다.  뿐만 아니라 
조홍이 보기에 급히  적을 칠 더없이 좋은 기회로 여겨졌다.  곧 3천 군사들에게 
뒤따르도록 영을 내린 후 성문을 열고 말을  박차며 나갔다. 조홍이 군사를 이끌
고 관 밖으로 나오자 마초의  군사들은 말과 무기도 내팽개친 채 달아나기에 바
빴다. 그때  서황은 동관 안에서  군량과 말먹이풀을 점검하고  있었는데 군사가 
와서 급히 알렸다. "조  장군께서 군사를 거느리고 관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서
황이 그 소리에 크게 놀라 군사를 거느리고 뒤쫓아가며 외쳤다. "조 장군은 급히 
말을 돌려  돌아오시오!" 서황이 이렇게 외치고  있는데 홀연 등  뒤에서 함성이 
크게 일더니 마대가  군사를 이끌어 오고 있었다. 조홍이 그때서야  적의 계략에 
빠졌음을 알고 급히  말머리를 돌려 서황과 함께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산
모퉁이에서 크게 북 소리가 울리며 좌우 두  갈래 길로 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앞장 선 장수를 보니 왼쪽은 마초요, 오른쪽은 방덕이었다. 등 뒤의 적과 좌우에
서 적을 맞은 조홍과  서황군은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처지라 서로 뒤
엉킨 채 한바탕 어지러운 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조홍이 이끈 군사들의 수가 워
낙 적었을 뿐만 아니라 매복한  군사들의 기습에 견디지 못해 간신히 길을 뚫어 
관 위로 달아나는데 이미 군사의 태반은 꺾인  채였다. 서량군이 여세를 몰아 그 
뒤를 바짝  뒤쫓아오니 관문을 닫을 겨를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관을 버리고 
다른 길로 달아났다. 방덕이 그 뒤를 쫓는데  조인의 군마가 들이닥쳐 조홍과 그 
군사들을 구원했다.  이때 마초는 이미 동관을  차지하고 있었다. 방덕도 조인이 
조홍을 구해 가자 더 이상 ㅉ지 않고  동관으로 군사를 되돌렸다. 방덕이 군사를 
거두어 동관으로 가자 이미 동관을 떨어뜨린  마초가 방덕을 맞아들였다. 마초와 
한수는 군사를 이끈  지 얼마 되지 않아 장안성에 이어  동관마저 거두어들였다. 
동관을 잃은 조홍은 조인과 함께 조조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고했다. 조조가 노
기 띤 얼굴로 물었다.  "나는 너희들에게 열흘 동안의 기한을 주었다. 그런데 어
찌하여 아흐레 안에  동관을 잃었는가?" 조홍이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대답했다. 
"서량 군사들이 우리 집안에 대해 온갖  욕설을 다 퍼부었습니다. 아흐레째 되는 
날, 적이 지쳐  방비를 게을리하길래 기회를 보아 치려다가 그만  간계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조홍은 나이가 어리고 성미마저 조급하여 그렇다  치치만 서황, 그
대는 그쯤은 알  만한데 어찌하여 이 꼴이  되었는가?" 조조는 이번에는 서황을 
꾸짖었다. 꾸짖음을 듣게  되자 서황은 사실대로 이야기하며 꽁무니를 뺐다.  "제
가 여러 번 말렸으나 조 장군이 듣지  않았습니다. 그날 제가 군량과 말먹이풀을 
점검하다가 조 장군이 군사를 이끌어 관 밖에  나간 뒤에야 그 일을 알았습니다. 
혹 일이 잘못될까 염려하여 곧  군사를 거느려 뒤쫓아가다 그만 적의 계략에 빠
지고 말았습니다." 조조가 그 말을 듣더니 더욱 화를 내며  영을 내렸다. "군령을 
어긴 저 자를  끌어 내 목을 베도록 하라!" 조홍이  자신의 사촌아우였으나 군령
을 어긴 이상 명분 없이 그냥 넘어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여러 관원들이 한결같이  나서며 조홍의 목숨을 빌었다.  "다음번 싸움에서 공을 
세우게 하신다면  그 죄를 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목을 베는  영만은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자 조조도 마지못한  듯 조홍의 죄 묻는 일을 뒤로 미루었다. 조
조가 곧 군사를 동관으로 이끌려 하자 조인이 나서며 말했다. "먼저 군사들이 머
물 수 있는 영채부터 세워 진세를 벌인  다음 동관을 쳐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조조는 그 말을 옳게  여겨 곧 영을 내렸다. 견고한 나무만을  골라 베어다가 세 
곳에 영채를 세우게 하고  왼쪽 영채에는 조인이, 오른쪽에는 하후연, 그리고 자
신은 그 가운데 영채에  머물기로 했다. 영채를 세운 다음 날  조조는 세 영채의 
장수들을 거느리고 군사를 이끌어 동관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가는 도중에 마주 
오는 서량군을 만나니 양군은 각기 진세를 벌이며  맞섰다. 조조가 말을 타고 문
기로 나서며 서량군을  살펴보았다. 일생 동안 싸움터를 누빈 조조의  눈에도 서
량군은 굳세고 용맹스럽게  보였으며 모두 영웅의 기개를 갖춘 듯했다.  그런 군
사들을 휘둘러보고  있는데 문득 마초가 눈에  띄었다. 그 얼굴이 분을  바른 듯 
희고, 입술은 주사를 바른 듯 붉었으며 가는 허리에 어깨는 떡 벌어졌다. 목소리
는 무거우면서도 힘찼으며, 하얀  전포와 은빛 투구를 쓰고 긴 창을  잡은 채 말 
위에 앉아 진문 앞에 버티고 서 있는데, 양쪽에 방덕과 마대를 거느리고 있었다. 
'용맹은 강족이라더니, 과연 그 말이 사실이구나.' 조조가 마초를 보고 감탄해 마
지않았다. 장안성과 동관을 차례로 빼앗겨 버린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조
조가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가며 마초를 보고 외쳤다. "그대는 한나라 명장 복파
장군의 후예로서 어찌하여 조정을  거스르려 하느냐?" 마초가 이를 갈며 조조의 
말을 되받았다. "역적 조조는 듣거라! 네가 임금과 백성을 속이니 그 죄 죽어 마
땅하다. 게다가 나의  부친과 아우들을 죽였으니 나와는 하늘을 같이할  수 없는 
원수다. 내가 너를 사로잡아 네  고기를 씹으리라!" 마초는 그 외침과 함께 창을 
치켜들고 조조를  향해 곧장 말을 몰았다.  그러자 조조 뒤에 있던  우금이 말을 
박차며 달려나가 마초를 맞았다. 두 말이 부딪칠  듯 엇갈리며 창칼로 시퍼런 불
꽃을 튀기며 싸운 지 9합째가  되었을 때 마초의 억센 힘에 밀린 우금이 말머리
를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장합이 달려나갔다. 장합이 기세를 올리며 
마초를 맞아 겨룬지 20여 합이 되자 그도 역시 마초의 창을 당하지 못하고 말머
리를 돌려  달아났다. 이번에는 이통이 달려나갔다.  우금과 장합이 당하지 못한 
마초인데 이통이 나선 건 처음부터 무리였다. 몇  번 창칼이 부딪는 듯하더니 마
초가 이통의 칼을 쳐내며 한 창에 찌르니 이통은 말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
다. 이어 마초가  창을 쳐들어 군호를 내리자 지금까지 안개처럼  잠잠하던 서량
군이 일시에 벌판을 쓸며 내달았다. 이미 기세가 오른 서량군이었다. 거칠 것 없
이 조조군에게 덮쳐들며 찌르고 베니 조조군은 제대로 한번 맞서 보지도 못하고 
쫓기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서량군의 공격은 더욱  거세져 조조 휘하의 장수들은 
허둥대며 백방으로 달아날 길을 찾았다. 이 틈을  타 마초와 방덕은 좌우의 조조 
군사를 휩쓸며 조조를  사로잡기 위해 중군까지 짓쳐들고 있었다. 그  난군 속에 
조조도 휘하 장수들과 다를 바가  없이 좌충우돌하고 있는데 들리는 건 모두 서
량군의 고함 소리뿐이었다. "붉은  전포를 입은 놈이 조조다. 저 붉은 전포를 입
은 놈을 쫓아라!" 조조가 그 소리를 듣고 황망히 붉은 전포를 벗어 던졌다. 그러
자 또 서량군의 외침이 들려  왔다. "수염이 길게 난 놈이 조조다. 그 자를 찾아
라!" 조조가 그 외침에 다시 황급히 칼로 수염을 싹둑 잘랐다. 그러자 이 모양을 
본 군사가 있어 마초에게  알렸다. "조조가 칼로 수염을 잘랐습니다." 마초가  군
사들에게 다시 소리치게 했다. "수염 짧은  놈이 조조다. 그놈을 잡아라!" 조조는 
그 외침을 듣자 어찌할 줄  모르고 있다가 얼른 기를 잘라 턱을 싸맨 다음 좌충
우돌하며 달아나기에 바빴다. 뒷날 사람이 그날의 싸움을 시로 지었다. 
  동관 싸움에 패해  바람타고 달아나네. 붉은 전포도 벗어 던지고  수염까지 칼
로 자르니 간담까지 떨어지네. 마초의 그 명성이 하늘로 치솟네. 
  조조가 정신 없이 말을 달리는데  뒤쫓는 자가 있어 뒤돌아보니 그가 바로 마
초였다. 조조는 크게 놀랐다.  좌우에서 조조를 따르던 몇몇 장수도 마초가 뒤쫓
는 것을 알자 조조를 내버려 둔 채  모두 제각기 달아나기에 바빴다. "조조는 게 
섰거라!" 마초가 뒤에서 크게 소리치자 조조는 깜짝  놀라 그만 채찍을 떨어뜨리
고 말았다. 이때를  놓칠세라 마초가 조조를 뒤쫓으며 창을 겨누어  힘껏 던졌으
나, 때마침 조조가  나무 사이를 휘돌며 도망치는  통에 창은 나무에 콱 박혔다. 
마초가 나무에 깊이 박힌 창을  잡아빼는 사이에 조조는 이미 멀리 달아나고 있
었다. 마초가 다시 조조를 쫓아갔다. 한동안 뒤쫓고 있는데 홀연 산 언덕에서 한 
장수가 뛰쳐나오며 소리쳤다. "우리 주공을 해치지 마라!  조홍이 여기 있다!" 조
홍이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칼을 휘두르며 말을  달려 마초를 맞았다. 조조는 그 
틈을 타서  달아나 겨우 목숨을 구할  수가 있었다. 마초를 맞은  조홍은 한동안 
창칼을 맞대며 싸움을  벌였다. 조홍도 조조가 자랑하는 장수 중의  한 사람이었
지만 마초와 겨루기  4,50여 합에 이르자 칼을 쓰는 힘이  약해져 지치는데다 점
점 숨이 가빠졌다. 더 이상 마초와 싸우다가는 그의 창에 목이 떨어질 판이었다. 
그때 홀연 하후연이 수십 기를 이끌고 달려왔다.  실로 위급한 순간에 달려와 조
홍의 목숨을  구한 하후연이었다. 마초도  하후연이 수십 기를  이끌고 나타나자 
많은 적을 혼자서 대적할  수는 없어 하는 수 없이 말머리를  돌리고 말았다. 하
후연은 마초의 용맹에 내심 감탄하여 감히 그  뒤를 쫓지는 못했다. 조조는 가까
스로 목숨을 보전하여 영채로 돌아왔다. 조인이  결사적으로 서량군을 막아 영채
를 지켰기 때문에 군사와 말은 별 피해없이  지켜냈다. 조조는 장막 안으로 들자 
조홍의 공을 치하했다. "내가 만약 지난날  조홍을 죽였더라면 오늘 영락없이 마
초의 손에 죽었으리라!"  조조는 조홍을 불러 후한 상을 내린  후 장수들을 불러 
영을 내렸다. "내가 수많은 싸움터를 누볐으나  정작 오늘같이 날래고 굳센 적과 
부딪친 적은  없었다. 서량의 마초는 적일망정  훌륭한 장수이다. 그대들도 결코 
얕보아서는 아니 된다. 함부로 나아가는 것을 삼가하라!" 조조는 영채 둘레에 웅
덩이를 깊이 파고 책(나무 울타리)을 높이 쌓아 방비를  단단히 한 다음 성을 굳
게 지키며  나가 싸우지 않았다. 마초는  매일 군사를 이끌고 와  조조에게 욕을 
퍼부으며 싸움을 돋우었으나 조조는 그럴 때마다 엄명을 내렸다. "굳게 지키기만 
하고 절대로 나가  싸우지 말라. 영을 어기는 자는  목을 베리라!" 때는 건안 16
년, 그해 8월도  다 지나갔으나 조조는 가을 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영채를 지키
기만 했다. 참다못한 장수들이  조조에게 권했다. "서량 군사들은 긴 창을 잘 쓰
고 또 좋은 말을 가지고  있으며 날래기 짝이 없어 부딪쳐 싸우면 당할 수가 없
습니다. 그러니 궁노수를 뽑아  그들을 쳐야 합니다." "싸우는 것도 싸우지  않는 
것도 모두 내 마음에  달린 것이지 적의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적이 아무
리 긴 창을 가지고  있다 한들 영채안에 있는 우리를 찌를  수는 없다. 그대들은 
모두 각자의 맡은  소임을 다하며 기다려 적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나 구경하
라!" 조조는 그렇게 말하며 장수들을  물리쳤다. 조조의 생각을 알 리 없는 장수
들은 조조 앞에서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하고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수군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웬일일까?  지금까지 모든 싸움터에서 언제나  앞장 서시던 
승상께서, 이번에 마초에게 패하고는 어찌 이렇게 약해지셨는가?" 그런 며칠  후, 
정탐을 보냈던 군사가 돌아와 알렸다. "동관의 마초군에 또 새로운 병력 약2만이 
증강된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온 2만의 군사는 모두  북쪽의 날랜 강족의 
군사들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더니 조조는 무슨 영문인지 혼자 껄껄 웃었다. 장
수들이 알 수 없다는 얼굴로 조조에게  물었다. "강족이 합세하여 마초의 군사가 
늘었다는데 승상께서는  어찌하여 기뻐하십니까?" "내가  이번 싸움에서  이기고 
나서 너희들에게 그 까닭을 일러 줄 테니 그리 알라." 그로부터 사흘 뒤 다시 정
탐꾼이 알려 왔다. "마초에게  또 새로운 군사가 왔습니다." 그러나 조조는  여전
히 지난번처럼 기뻐하며  소리내어 웃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장중에 
잔치까지 벌이게 했다. 장수들은  무엇을 축하하는 잔치인지 알 수 없었다. 마초
에게 패한 뒤,  적군은 계속해서 군세가 늘어나는데 그걸 기뻐하며  잔치를 벌이
니 공연히 허세라도 부리는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장수들
끼리 수군대어  잔치 자리는 우려와  비웃음이 자자했다. 조조가  그런 장수들의 
속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 조조는 취한 눈으로 장수들을 보며 말했다. "그대들은 
내가 마초를 깨뜨릴 계책  하나 못 내고 있다고 여겨 나를  비웃고 있을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 누구든지  좋은 계책이 있으면 말해보라." 조조의 말에  장수들은 
속으로 뜨끔하여 빤히  서로의 얼굴만을 마주 보았다. 그러자 서황이  무거운 분
위기를 깨고 입을 열었다. "지금 승상께서 대군을 거느리며 여기 계시니, 마초는 
전군을 동관으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연 하서는 비어 있는  거나 다
름이 없을  것입니다. 이때 우리 군사  한 갈래로 하여금 은밀히  포판진을 건너 
적이 돌아갈 길을 끊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런 후 승상께서 즉시 위수 북쪽으
로 군사를 이끌어 치신다면 적은 앞뒤가 서로 호응할 수 없으니 크게 무너질 것
입니다." 서황의 말에 조조가 무릎을 치며 말했다. "그대의 말이  바로 나의 계책
이었네." 마초가 동관에 군사를 집결시킨 것을  기뻐하며 잔치를 벌인 것도 바로 
그런 연유에서였다. 조조는  지체하지 않고 서황에게 영을 내렸다. "그대는  날랜 
군사 4천을 거느리고  주령과 함께 하서를 공격하라. 산골짜기에  매복하고 있다
가 내가 위수 북쪽으로 건너가거든 그때  들이치도록 하라." 조조의 영이 떨어지
자 서황·주령은 즉시  군사 4천을 이끌고 몰래 하서를 향해  떠났다. 조조는 다
시 조홍에게  포판진으로 가서 배와  뗏목을 준비하도록 일렀다.  또 조인에게는 
영채를 지키도록 하고 자신은 군사를 거느려 위수를  건널 채비를 했다. 조조 군
사의 이러한 움직임은  세작에 의해 마초에게도 전해졌다.  "조조가 배와 뗏목을 
만들어 강을 건널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초는 그 소식을  듣자 곧 진중에서 
이 일을 의논했다. 마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 조조가 동관으로 공격해 오
지 않고 군사를  풀어 배와 뗏목을 만드는 것은  위수 북쪽을 건너가 나의 뒤를 
치기 위함입니다. 그러니 내가 군사 한 갈래를  이끌어 먼저 그곳에 가서 그들을 
막아야겠습니다. 내가 그들을  막고 있으면 20여 일이 지나지 않아  하동의 군량
이 바닥이 날 것인즉 조조의 진중에는 소동이  일 것입니다. 그때를 틈타 하남을 
들이치면 조조를 사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초의 말을 듣고 있던 한수가 의
견을 내었다. "그럴  것까지 없네. 병법에도 '군사가 강을 반쯤  건널 때 쳐야 한
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조조의 군사가 강을 반쯤 건넜을  때 남쪽 언덕을 
치면 적군은 모두 물귀신이 되고 말 걸세." 마초가 듣고 보니 그 또한 옳은 말이
었다. "숙부님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마초는 이어 곳곳에  세작을 풀어 조조군
이 언제 강을  건너는지를 알아오게 했다. 한편 조조는 군사를  수습한 뒤 3대로 
나누어 위수로 향했다.  군사들이 강을 건너기 위해 나루터에 이르렀을  때는 마
침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이었다. 조조는 위수의  흐름에 따라 힘센 군사들을 북
쪽 언덕으로 건너게  하여 진영을 세우게 하고, 남쪽 언덕에  1백여 명의 군사를 
거느린 채  칼을 짚고 앉아 건너가는  군사들을 지켜 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군사 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외쳤다. "뒤편에서  흰 전포를 입은 장수가 바
람처럼 달려오고 있습니다." 그 소리에 놀라 모두 뒤를 돌아보니 그는 바로 마초
였다. 장수와 군사들 할 것 없이 마초가  달려오는 것을 보자 당황하여 아우성을 
치며 배를 타기 위해 강가로 뛰어내렸다. 강을  건너기 위해 강가에 있던 군사들
도 앞을 다투어 배에 오르려  하자 여기저기 군사들이 서로 뒤엉켜 고함 소리와 
아우성으로 강변을 메우니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등 뒤쪽에서는  말발굽 소
리와 함성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데 조조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자리에 꼼짝 않
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러자 배 위에 있던  한 장수가 몸을 날려 언덕으로 뛰
어오르며 외쳤다. "적군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승상께서는 급히  배
에 오르십시오." 조조가 그 장수를 보니 허저였다. 조조는 군사들이 벌떼처럼 배
에 기어오르는 것을 보며 짐짓 태연한 체  말했다. "마초가 오면 왔지 별것 있겠
는가? 한바탕 싸움만이 있을  뿐이다." 조조가 그 말과 함께 뒤돌아보니,  마초가 
이미 백여 걸음 떨어진 곳까지 다가와 있었다.  허저가 급히 조조를 이끌어 강가
에 이르렀다. 그러나 배는 이미 한 길이나 멀어져 있었다. 뒤돌아볼 사이도 없이 
허저는 조조를 등에 업고 훌쩍 뛰어 가까스로  배에 올랐다. 조조를 호위하던 군
사들도 뒤따라와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군사들은 서로 먼저 배에  오르려고 아
귀처럼 다투는 통에  작은 배는 이리저리 흔들리며 금세라도 뒤집힐  듯했다. 허
저가 이를 보다못해 칼을 빼들고  닥치는 대로 뱃전을 잡은 손을 치니 군사들의 
손이 모두 토막나 물 위로 떨어졌다. 손을  잘린 군사들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물 속으로 떨어져 허우적대며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처량한 외침이 강변에 메아
리치니 실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배 위에 있는 군사들은  달아나는 일이 
급했다. 허저가 손수 노를  저으며 군사들을 재촉했다. 조조는 허저의 다리 옆에 
엎드린 채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이때 마초가  언덕에 이르러 강 한가운데를 가고 
있는 배를 발견하고는 군사들에게 영을 내렸다. "강물을 따라가며 활을 쏘아라!" 
그 소리와 함께 수많은  화살이 조조의 배에 비 오듯 쏟아졌다.  이에 허저는 왼
손으로 말안장을  번쩍 들어 조조를 가려  비 오듯 쏟아지는 화살을  막았다. 말 
안장으로 조조를 가려 화살을 막았으나 군사들은 마초가 쏘는 화살을 피할 길이 
없었다. 빗나가는 화살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정확히 군사들에게 명중하니 순식간
에 배 위의 수십 명 군사는 화살에 맞아  강물 위로 떨어졌다. 노를 졌던 군사들
이 그 모양으로  쓰러지니 배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중심을 잃은 채 
기우뚱거리다 소용돌이치는 급류에  휩쓸려 맴돌기만 했다. 배가  앞으로 나아가
지 못하니 그나마 배 위에  몇 남지 않은 군사마저도 마초의 화살을 피할 수 없
어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그러자 허저는 흔들리는 배의  키를 사타구
니 사이에 끼워 방향을 잡더니  있는 힘을 다해 한 손으로 노를 젓고 한 손으로 
말안장을 들어 화살을  막으며 조조를 보호했다. 이때 위남 현령인  정비란 자가 
조조의 군중에 있었는데  남산 위에서 싸움을 지켜 보고 있었다.  마초가 조조를 
뒤쫓는데 형세가 위급한 지경인지라  조조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기지를 발휘하
여 즉시 채 안에 있는 소와 말을 밖으로  내몰았다. 우리 안에 있던 엄청난 수의 
소와 말들이 무서운 기세로 싸움에 이겨 한창 사기가 오른 서량 군사들 속을 좌
충우돌 내달으며  날뛰니 서량군은 크게  혼란이 일었다. 서량군들은  원래 워낙 
말을 좋아하는 강족이었다.  "이게 어디서 온 말인가?" "참으로 훌륭한  말이다!" 
서량군은 제각기 이렇게 외쳐대며 싸움은 젖혀 두고 서로 좋은 말을 차지하려고 
대오를 빠져 나가  말을 뒤쫓기에 바빴다. 한창 무르익던 전의가  어이없게 사그
라드니 싸움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조조군을  섬멸해 버릴 모처럼의 좋은 기회
를 놓친 마초가 발을 구르며  안타까워했으나 하는 수 없이 군사를 거두고 말았
다. 정비가 말과 소를  풀어 놓은 틈을 타 조조는 가까스로  북쪽 언덕에 이르렀
다. 먼저 강을  건넜던 장수들이 조조가 위하 한가운데에서 위급한  지경에 빠져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급히 구조하러 왔을 때는  조조가 이미 언덕 위로 오른 
뒤였다. 조조와  함께 언덕에 오른  허저의 온몸에는 마치  고슴도치처럼 화살이 
박혀 있었으나 갑옷을 입고 있어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장수들은 조조
를 들판에 세운 진영으로  모셔 간 뒤 땅에 엎드려 문안을  드렸다. 조조가 마음 
속은 쓰라렸으나 짐짓 껄껄 웃으며 말했다. "내가 오늘 어린 역적놈 때문에 곤욕
을 치루었도다." "어떤 사람이  소와 말을 풀어 적병을 현혹시키지 않았다면,  적
은 분명 강을  건너왔을 것입니다." 허저가 아픈  몸을 추스리며 말했다. 그제야 
조조도 그 일이 생각난 듯 좌우를 보며 급히 물었다. "적을 그렇게 꾀어 낸 사람
이 누구인가?" "위남 현령인  정비입니다." 때마침 정비가 조조에게 문안을 드리
기 위해 들어왔다.  조조가 정비를 반갑게 맞으며  치하했다. "만약 그대가 그런 
꾀를 내지 않았다면, 나는 적들에게 사로잡힌 몸이 되고 말았을 것이네." 조조는 
그 자리에서 정비에게 전군교위의 벼슬을 내렸다.  정비는 크게 감격하며 조조에
게 간했다. "적도들이 잠시 물러났으나, 내일이면 다시 쳐들어올 것이니 좋은 계
책을 세워 막아야 할  것입니다." "내게 생각이 있으니 염려 말게."  정비의 걱정
스런 말에 조조는  그렇게 서슴없이 대답하더니 곧 장수들을 불러  영을 내렸다. 
"그대들은 각기 군사를 나누어 강을 따라 용도(담이나 집을  지어 밖에서 보이지 
않게 만든 통로)를 세운 뒤 우리  영채의 요새로 삼도록 하라. 만약 적이 쳐들어
오면 우리 군사는 그  바깥쪽에 진을 치게 하고 안에는 많은  정기를 세워, 군사
들이 있는  것처럼 하라. 그리고 용도  뒤에는 강을 따라 길다랗게  구덩이를 파 
놓은 후 그 위를 덮고 책을 세워 적을  유인하도록 하라. 그렇게 하면 적이 급히 
쳐들어오다가 모두 그  구덩이 속으로 빠질 것이다. 그러면 손쉽게  적을 사로잡
을 수 있으리라." 조조의 명에 따라 군사들은 그날부터 용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편 조조군을 크게 꺾은 마초는 본진으로 돌아와 한수를 보고 안타까운 심사를 
털어놓았다. "오늘 조조를 사로잡은 거나 다름이  없었는데 한 장수가 조조를 등
에 들쳐업고 배로  뛰어오르는 바람에 그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  장수가 누구
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장인 그놈의 용맹은 범상치 않았습니다." 한수가 그 말
을 듣더니 짐작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듣기로는, 조조는 
가장 용맹스런 자만 가려 뽑아  장막 앞에 시립게 하며 이를 호위군이라고 부른
다 하였네. 그 호위군을 거느리는 장수가 전위와 허저인데, 전위는 이미 죽고 없
으니 오늘 조조를 구한  자는 틀림없이 허저일 걸세. 그는 성난  소의 꼬리를 끌
어당길 힘을 가졌을 뿐 아니라 용맹도  뛰어나 사람들은 그를 '호치'라고 한다네. 
다음에 그를 만나더라도 가볍게 여겨 함부로  맞서서는 아니 될 걸세." "저도 그
의 이름을 들은 지 오래입니다." 한수의 말에 마초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제 조조가 강을 건넜으니 우리의 등 뒤를  치려 할 것일세. 그러니 조조가 영
채를 세우고  공격을 위한 채비를 세우기  전에 먼저 그들을 들이쳐야  될 걸세. 
그들이 영채를 세운 후에 치려 한다면 그건 이미 늦지 앉겠나?" 한수가 다시 군
사를 이끌자고 하자 마초가 입을 열었다.  "저의 어리석은 소견으로는 역시 북쪽 
언덕을 지키면서 조조가  위수를 건너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상책인 듯합니다." 
"그렇다면 조카는 영채를 지키도록 하게. 내가  군사를 이끌고 강을 따라 올라가 
조조와 싸우는 게  어떻겠나?" "그러시다면 숙부께서는 방덕을 선봉으로  삼도록 
하십시오." 마초가 한수의 말에 동의하며 그렇게 권했다. 한수는 곧 방덕과 함께 
군사 5만을 거느려 위남으로 향했다. 조조는  그때쯤 용도를 만들어 놓고 서량군
이 쳐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수가  군사를 이끌고 온다는  말을 전해 
듣자 조조는 장수들에게  영을 내려 용도 양쪽에서 적을 끌어들이게  했다.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방덕이  철기 1천여 기를 거느리고 물밀듯 조조의 용도를 덮
쳐들었다. 방덕의 철기  1천여 기는 다음 순간 하늘과 땅을  뒤흔들 듯한 함성과 
함께 파 놓은 구덩이 속에 빠지고 말았다.  선두에서 말을 달리던 방덕도 군사들
과 함께 구덩이  속에 빠졌으나 적이 파 놓은  함정임을 알자 힘껏 몸을 솟구쳐 
구덩이 밖으로 뛰어올랐다. 방덕이 밖으로 나오자  그를 발견한 적군이 달려들었
으나 칼을 빼어 순식간에 그들을 쓰러뜨렸다. 말도  타지 않은 채 한달음에 달려 
에워싼 적들을 뚫고  나오려다 문득 보니 한수가 적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방덕
은 그대로 밭길을 돌려 달려드는 적군 몇을 칼로 찌른 뒤 한수를 구출해 나오는
데 이번에는 조인의  부장 조영이 길을 가로막았다. 방덕이 조영과  맞서 한칼에 
목을 베고 그의 말을 빼앗아 한수와 함께  혈로를 열어 동남쪽으로 달아났다. 조
조군이 그들을 뒤쫓아가는데 소식을  듣고 군사를 이끌어 달려온 마초가 뒤쫓는 
조조군을 맞아 한바탕  싸움을 벌인 뒤 적에게  둘러싸여 있던 서량군의 군마를 
태반이나 구해 냈다. 싸움은  해질녘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마초가 영채로 돌아
와 군마를 점고해 보니 장수  정은과 장횡이 죽었으며 함정에 빠져 죽은 군사만
도 2백 명을  헤아렸다. 죽은 군사의 숫자가 얼마 되지  않았으나 마초의 의기를 
몹시 꺾은 것은  두 장수의 죽음이었다. 패전에도 불구하고 의기가  넘친 마초가 
한수에게 말했다. "이번 패전으로 우리가 나가 싸우지 않으면, 조조는 하북에 영
채를 굳게 세울  것입니다. 영채를 세운 뒤에는 조조군을 깨뜨리기  어려우니 오
늘 밤 기병을 이끌어  급습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군사를 이끌었다가 조조군
의 함정에 혼이 났던  한수가 그 말을 받았다. "좋은 생각이네만, 군사를 한꺼번
에 이끌지 말고 나누어 앞과 뒤에서 서로  돕기로 하세." 마초가 생각하니 그 또
한 좋은 방책이었다. 이에 마초는 선봉이 되기로  하고 한수와 마대가 후진이 되
어 서로  호응키로 의논을 한 뒤  밤이 되기를 기다려 군사를  이끌었다. 조조는 
이때 군사를 수습하여  위북에 진을 펼치고 있었다. 조조는 마초의  혈기 넘치는 
젊음과 오늘 패전이 의외로 가벼웠던 점으로 미루어 적이 그대로 눌러앉지 않으
리라고 여겼다. 즉시 여러  장수들을 부른 뒤 가만히 영을 내렸다. "적은 우리가 
영채를 세우지 못하도록  필시 밤에 야습을 가할 것이다. 군사들은  사방에 흩어
져 매복하되 중군은  비워 두라. 적이 들이닥쳐 중군까지 밀려들면  군호로 포향
을 울릴 테니 그때  일제히 내닫도록 하라. 이어 북 소리가  크게 울리면 그들을 
사로잡도록 하라." 조조의  영이 떨어지자 장수들은 각기  흩어져 군사들과 함께 
매복했다. 그날 밤이 되자 조조의 진지 부근에  이른 마초는 먼저 부장 성의에게 
30여 기를 주어  조조군의 진영을 살피게 했다. 성의가 조조의  진중으로 가까이 
가 보니  군사도 말도 보이지 않았다.  조조군이 오늘 밤 기습을  하리라는 것을 
알 리 없다고 여긴 성의는 내친김에 중군까지  말을 몰았다. 그러자 난데없는 포
향이 울리더니 사방에서 매복군이 일어나 성의를  에워쌌다. 성의가 그제야 적의 
속임수에 떨어졌음을 알았으나 이미 하후연이 칼을  빼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하
후연을 맞은 성의가  혈로를 열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하후연의 한칼에  목이 떨
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성의의 죽음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포향이 요란하게 
일고 군사들의 함성이  일자 마초는 곧 군사를  휘몰아 조조군의 진영으로 밀고 
들어갔다. 조조군도  성의 때문에 계책이 이미  어긋난 처지였다. 양군은 밤중에 
한바탕 어지러운 싸움을  벌였다. 서로 뒤엉키고 섞여 닥치는 대로  베고 찌르다 
보니 양군은 다 함께 죽고 상하는 자가  태반이었다. 그렇게 싸우기를 날이 밝을 
때까지 계속하다 양군은 각기 군사를 거두었다. 

    마초와 허저의 싸움
  위수를 사이에 두고  마초와 조조는 영채를 세우는 일로 대립한다.  항상 마초
에게 짓밟혀 영채를 세우지 못한 조조는 한겨울  밤 튼튼한 얼음성을 쌓는다. 마
초와 허저는 하룻동안을  싸우고도 지칠 줄을 모르고, 마초와 한수는  점점 조조
의 계략에 빠져든다.
  마초는 군사를 거두었으나 본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위구에 둔을 치고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군사를 나누어 번갈아 가며 조조군을 들이쳤다.  조조는 이에 
하는 수 없이  위하에 머물며 배와 뗏목을 엮어  든 다리를 셋이나 남쪽 언덕에 
놓게 했다. 위수는 큰 강이지만 물은 얕고  물줄기는 수없이 갈라져 모래톱이 많
고 물살은 빨랐다. 곳에 따라서는 깊은 웅덩이도  있었으나 얕은 곳은 말도 건널 
수 있을 뿐 아니라  걸어서 건널 수도 있었다. 이곳을 사이에  두고 서량군과 대
치하고 있으니 언제나 야습을 당할 불안을 안고  있었다. 이에 조인은 군사를 이
끌어 위수 가에다  임시로 영채를 세웠다. 이어 군량과 말먹이풀을  실은 수레를 
영채 주위에  병풍처럼 둘러세워 적의  공격에 대비했다. 마초가  조조군의 이런 
움직임을 전해 듣고 군사들에게 영을 내려 마른  풀과 불씨를 마련하게 했다. 군
사들이 영에 따라 마른 풀과  불씨를 준비하자 마초는 한수와 더불어 군사를 이
끌어 조인의 영채로 말을 몰았다. "모든 군사는  가지고 온 풀에다 불을 붙여 적
진에 던져라!" 마초가 불시에 짓쳐들어온데다  난데없이 불길까지 치솟으니 조조
군은 변변히  맞서 싸우지도 못하고  영채를 버리고 달아났다.  불길은 처음에는 
말먹이풀을 태우더니 이어 수레나  뗏목과 다리에까지 옮겨 붙어 모두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서량군은  싸움에 크게 이기고 위수를  가로막아 조조군으로부터의 
공격을 완전히 끊고 말았다. 강 북쪽에 영채를 다시  세울 수 없게 된 조조가 답
답한 마음을 달래지 못하고 있는데 순유가  다가와 의견을 말했다. "강변의 흙과 
모래를 퍼다가 토성을 쌓으면 능히 그들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순유의 말에 
따라 조조는 군사 3만으로 하여금 강변의 흙을  파서 성을 쌓게 했다. 그런데 어
찌 된 일인지  위하의 강물이 나날이 줄어들었다. 어지간히 비가  내려도 강물은 
불어나지 않았다. 조조군이 괴이쩍게  여기고 있던 어느 날 밤 폭우가 쏟아졌다. 
그런 다음 날이었다. "홍수다!" 군사와 말을 높은 곳으로 옮길 겨를도 없이 상류 
쪽에서 흰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엄청난 격랑이  밀려왔다. 조조군이 토성을 쌓고 
있는 것을 보고 서량군이 둑을  쌓고 강물을 막고 있다가 폭우로 물이 불어나자 
일시에 둑을 무너뜨린 것이었다. 그 물줄기에 어찌 토성이 견딜 수 있으랴. 자갈 
섞인 모래흙으로 쌓은 토성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그해 9월
도 다 가 어느  새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다. 북쪽이라 벌써  눈이 내리기 시작하
고 날씨는 혹독하게 추운데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뒤덮인 채 걷힐 줄을 몰랐다. 
조조가 영채 안에서 먹구름으로 뒤덮인 날씨처럼 짙은 근심에 싸여 있는데 문득 
한 군사가 와서  아뢰었다. "웬 노인이 와서 승상을 뵙고  계책을 올리겠다 합니
다." 조조는 은근히 기대하는  마음이 일어 그 노인을 불러들였다. 잠시 후 학과 
같이 신선한 모습에  소나무 같은 꿋꿋한 기상이  엿보이는 노인이 영채 안으로 
들어섰다. 조조가 누구냐고  묻자 노인이 대답했다. "나는 경조 사람으로  종남산
에 숨어 사는  누자백이란 자외다. 도호를 몽매거사라고 하오." 조조는  한눈에도 
그 노인이 범상치 않음을 알아채고 예를 갖춰  그를 대했다. 누자백이 먼저 입을 
열어 찾아온 까닭을 밝혔다. "승상께서는 위하 북쪽에 영채를 세우려 한 지 오래
인 듯합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 시기를  놓치고 계십니까?" 그 말에 조조의 귀
가 번쩍 띄었다. "이 일대의 땅이 모두  모래 섞인 흙이라 쌓아도 쉽게 무너지기
만 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바라건대 은사께서 좋은 계책을  내려 주십
시오." 조조가  간곡히 청하자 누자백이 즉시  계책을 일러 주었다.  "승상께서는 
군사를 부리는 데는 귀신 같은데 어찌하여 천시는 모르십니까? 요즈음 매일같이 
하늘에 짙은  구름이 하늘을 가리었으니  머지않아 북풍이 휘몰아  닥칠 것이오. 
그렇게 되면 만물이  모두 꽁꽁 얼어붙을 것이오. 북풍이 불기를  기다려 군사들
에게 흙을 날라 쌓도록  하고 물을 흠씬 뿌려 두도록 하시오.  그러면 물과 흙이 
한데 얼어붙어 튼튼한 토성이 세워질 것이오."  조조는 그 말을 듣자 무릎이라도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조조는 누자백에게 후한 상을 내리려 했으나  그는 굳이 
사양하고 어디론가 표연히 사라졌다. 누자백이 사라진 그날 밤이었다. 과연 그의 
말대로 거센 북풍이 불어오는 것이 아닌가. 조조는  전군사를 내몰아 흙을 져 나
르게 하여 흙담을 쌓게 하고 거기에다 물을 뿌리게  했다. 물을 떠 올 도구가 부
족해 비단전포까지 찢어  물주머니를 만들고 물을 길어 와 곳곳에  흠뻑 뿌렸다. 
밤 사이에 흙담을  세운 후 물을 뿌리니 그대로  얼어붙어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튼튼한 토성이 세워졌다.  정탐 나왔던 마초의 군사가 이 토성을  보고 마초에게 
알렸다. 마초는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진 토성을 보고 자기 눈을  의심할 정도였
다. 마치 신령이 나타나  조조군이 토성 쌓는 걸 도와 준  것이나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마초는 이 토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전군을 이끌어 북 소리를 울리
며 나아갔다.  그러자 맞은편에서도 조조가  몸소 군사를 거느리고  나왔는데 그 
옆에는 허저만  뒤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조조가 채찍을 쳐들고  마초의 영문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 "맹덕이 여기  홀로 나왔으니 마초는  나와 대답하
라!" 마초가 말에 올라 창을 치켜든 채 나서자  조조가 그런 마초를 보고 놀리듯 
말했다. "이 성이 네 눈에 부이지  않느냐? 네놈은 우리가 영채를 세우지 못하게 
온갖 수작을 다 부렸지만 하늘의 도움으로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튼튼한 토성을 
쌓았다. 그런데도 네가 항복하지 않겠느냐?"  조조가 그렇게 약을 올리며 거드름
을 피우자 마초는 벌컥  화가 치솟아 말을 달려나왔다. 그때 문득  조조 뒤에 눈
을 부릅뜨고 있는 한  장수가 눈에 띄었다. 강도를 움켜잡고 말  위에 버티고 앉
아 있는데 한눈에도 그가  범상한 장수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저놈이  호치(호
랑이처럼 미련함) 허저란 놈이로구나.' 마초는 그가 한수에게 들은  적이 있는 허
저라고 짐작하고 말을 세운 후 채찍을 쳐들어 조조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듣자
하니 너희  군중에 호후(호랑이처럼  용맹한 장수)란  자가 있다는데 어디  있느
냐?" 허저를 부를 때 호칭인 호치를 높이어 호후라고 부르며 마초가 물었다. "내
가 바로 초군의 허저다! 무슨 일로 나를 찾느냐?" 허저가 칼을 치켜들며 외쳤다. 
그렇게 외치는 허저의  두 눈에서는 번갯불 같은  섬광이 번쩍이는 듯하여 보는 
이의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어떤 맹장 앞에서도  물러설 줄 모르던 마초도 허저
의 위풍당당한 위세에 눌렸음인지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고 슬며시 말머리를 돌
렸다. 조조도 그런 마초를  뒤쫓지 않고 허저를 데리고 영채로 돌아갔다. 마초가 
말머리를 돌리긴 했으나 역시 함부로 덤벼들 수 없음은 조조 또한 다를 바 없었
다. 이날 이 광경을 본 양편 군사는  모두 놀라워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마초도 
허저만은 두려워하는구나!' 서량군은 이렇게 생각하며 더욱더 허저를 두려워하기
에 이르렀다. 조조가 영채로 돌아오자 여러 장수들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적들
도 중강(허저의 자)이 호후임을 알아보는구나." 그 일이 있은 뒤부터 군중에서는 
허저를 모두 호후라  불렀다. 조조의 칭찬에 더욱 의기가 치솟은  허저가 조조한
테 아뢰었다. "제가 내일  무슨 일이 있어도 마초를 사로잡고 말겠습니다."  그러
나 조조는  허저를 일깨웠다. "마초도 뛰어난  장수이니 얕보아서는 아니  되네." 
조조가 마초를 높이는 듯 하자 허저가 발끈했다. "제가 죽기 살기로 싸워 보겠습
니다." 허저가 자신의 굳은 마음을 보이기라도  하듯 즉시 마초에게 싸우자는 글
을 보냈다. 
  내일 오후 내가 단기로 나갈 것이니 그대도 단기로 나와 자웅을 겨루어 보자.
  허저가 보낸 글을 받아 본 마초가 크게  노했다. "이놈이 감히 나를 이처럼 가
볍게 여기다니, 내가 맹세코 내일  이 호치를 죽이고야 말리라!" 마초도 즉시 허
저가 청한 싸움에 응하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다음  날이 되자 마초는 방덕을 왼
쪽 날개로, 마대를 오른쪽  날개로 삼고 한수에게 중군을 맡겨 지키게  한 뒤 영
채를 나섰다. 조조도 마초군의  맞은편에 진세를 벌이고 있었다. 마초가 먼저 창
을 비껴들고 말을 박차 영문 앞으로 나서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놈 호치야, 나
오너라!" 그 모양을  본 조조가 문기 아래에서  여러 장수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마초의 용맹이 지난날 여포와 견주어  모자람이 없겠구나!" 그러나 조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저가  말을 박차며 달려나갔다. 마초도 창을 치켜들고  마주 달
려나오자 칼과 창이  부딪치며 한바탕 불꽃이 이는 싸움이 벌어졌다.  양군은 두 
장수가 벌이는 눈부신 싸움을 숨소리를 죽여 가며  지켜 보고 있었다. 그러나 백
여 합을  부딪쳐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두 장수들보다  말이 지쳐 비틀거렸다. 
"말이 지쳤다. 말을 갈아타고 싸우는 게 어떠냐?" "좋다.  나도 말을 바꿔타고 나
오마!" 두 장수는 각기 자기  진으로 달려가 말을 갈아타고 와서 맞섰다. 그들이 
또 백여 합을 싸웠으나 여전히 승부가 가려지지  않았다. 다시 백여 합을 싸웠으
나 마초가 꺾이지 않자 허저는 분통이 터져 견딜 수 없다는 듯 씩씩거리더니 갑
자기 말을 돌려  진으로 달려왔다. 허저는 진으로 오기가 바쁘게  땀으로 범벅이 
된 투구와 갑옷을 다 벗어  팽개치더니 울퉁불퉁한 힘살이 드러난 알몸에 칼 한 
자루만을 들고  다시 말 위에 올라  마초를 향해 덤벼들었다. 그  호담한 기세에 
양군은 모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동안  마초도 땀을 씻고 새로 창을 바
꾸어 들고 있었다.  다시 두 호랑이의 세  번째 싸움이 벌어졌다. 허저가 무서운 
기세로 칼을 들어 마초를 향해  내리치자 마초가 마치 불이라도 뿜듯 재빠른 솜
씨로 '휙'하고 창을  휘두르며 칼을 막았다. 그렇게 싸운 지  삼십여 합이 되었을 
때였다. 허저가 칼을 번쩍  치켜들어 단번에 두 동강 낼 기세로  마초를 향해 힘
껏 내리쳤다. 그러나 마초가 슬쩍 몸을 피하는가  싶더니 어느 새 창으로 허저의 
가슴을 찌르고 들었다.  칼로 힘껏 내려친 순간이라 이미 가슴으로  들어오는 창
을 칼로 막아 낼 틈이  없자 허저가 칼을 내팽개친 채 몸을 옆으로 틀며 손으로 
덥석 창대를 잡았다. 말 위에서 두 장수의  창을 뺏기 위한 힘겨루기가 시작되었
다. 빼앗기는 편이 그 창에  찔리는 것이라 서로 놓칠 수가 없었다. 일찍이 힘으
로 당할 자가 없다는  허저였다. 그러나 마초 또한 그런 허저의  힘에 쉽게 꺾이
지 않았다. 두 장수가 내뱉는 기합 소리는  천둥과 천둥이 먹구름을 휘몰며 으르
렁거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힘겨루기가 계속되던 중 허저가 기합  소리를 크게 
지르며 창대를 비트니 창대가  툭 부러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이 탄 말
이 비틀거렸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각기 반 토막이 난 창을  가지고 서로 후려치
고 막으며 싸움을 계속했다.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 보고 있던  조조가 문득 하
후연·조홍 두 장수에게 영을 내려 허저를 돕게  했다. 만약 나이가 많은 허저가 
실수라도 할까 걱정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혹시 일이 잘못되어  허저가 꺾이기
라도 한다면  전군의 사기에도 큰  영향이 미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초군의 방덕과 마대는  조조군의 두 장수가 허저를  도우러 간틈을 타 좌우로 
벌여 세웠던 철기를 일제히 내몰아 조조군을 닥치는 대로 찌르고 베며 덮쳐들었
다. 이렇게 되니 이제 두  장수만의 싸움이 될 수 없었다. 마대와 방덕이 거느린 
날랜 서량군의 기습에 조조의 군사들이 크게  어지러워지며 흩어졌다. 이들에 맞
서 하후연·조홍이 힘을 다해 싸웠으나 기습으로 사기가 오른 서량군에 밀려 달
아나고, 허저도 팔에 두  군데나 화살을 맞아 급히 머리를 돌려  영채로 말을 달
렸다. 마초는 군사를 이끌어 강가까지 조조군을  뒤쫓으며 들이치니 이날 조조군
은 꺾인  군사가 태반이나 되었다. 조조는  영채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나가 
싸우지 않도록 했다.  마초는 진으로 돌아와 한수에게 허저와의 싸움을  들려 주
었다. "내가 지금까지 싸워 왔던 중에 허저처럼 힘센 놈은 처음이었습니다. 실로 
호치라고 부를 만했습니다." 마초도 허저와의 싸움에는 혼쭐이 났던지 머리를 흔
들며 말했다. 그  말을 듣자 한수가 껄껄  웃었다. 한편 조조는 계책으로 싸우지 
않고는 마초를 힘으로만  밀어붙여 꺾을 수 없다고 여겼다. 이에  서황과 주령에
게 가만히 영을 내려 위하 서쪽에 진영을 만들어 앞뒤에서 협공할 수 있도록 채
비를 갖추게 했다. 원래 세웠던 계책대로 싸우기 위함이었다. 그런 어느 날 조조
가 토성 위에 올라가 마초군의  동정을 살피려는데 마초가 겨우 수백 기를 거느
린 채 유유히 자기  진 앞에서 말을 달리며 군사를 조련하고  있었다. 조조가 그 
광경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투구를 벗어 던지며 울화를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마초 저놈이 죽지 않는 한, 내가 죽어도 묻힐 땅이 없겠
구나."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하후연도 화가 치솟었다. 바로 자기의 영채 앞
에서 군사를 거느리고 유유히 말을  달리고 있는 마초를 보자 잔뜩 심사가 뒤틀
려 있던 참이었다. 하후연은 조조의 분노에 찬 한탄을 듣자 참지 못해 소리쳤다. 
"제가 이 땅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맹세코  저 마초 놈을 죽이고야 말겠습니
다." 그 말과 함께 하후연은 군사 천여 기를 이끌고 채문을 열고 달려나갔다. 조
조가 미처 말릴 겨를도 없었다. 조조는 앞뒤  가릴 사이도 없이 울분으로 뛰쳐나
간 하후연이 혹  적의 계략에라도 빠지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조조는  황급히 말
에 올라 군사를  이끌어 하후연을 도우러 나섰다. 마초는 조조의  군사들이 성문
을 크게 열고 밀려오는 걸  보자 앞쪽에 있던 군사를 뒤로 물리고 뒤에 있던 군
사를 급히 선봉으로 돌리어 한 줄로 늘여  세웠다. 하후연이 곧장 말을 달려오자 
마초는 그들을 에워싸듯 하여 맞으니 한바탕  혼전이 벌어졌다. 마초가 하후연을 
맞아 싸우고 있는데  조조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마초는 창을  휘둘러 하후연
이 창을  피해 물러서는 사이 곧장  조조를 향해 말을 몰아갔다.  힘으로 마초와 
맞설 수 없는  조조인지라 마초가 자기를 향해  달려오자 황급히 말머리를 돌렸
다. 조조가 마초에게 쫓겨 달아나자 서량군은 사기가 드높아졌다. 조조군을 에워
싸고 사나운 기세로 들이치니 조조군은 금세  어지러워져 달아나기에 바빴다. 이
때 마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조조만을 보고  뒤쫓고 있었다. 그런데 수하 장수 
한 사람이 급히 달려와 알렸다. "조조의 다른  군사 한 갈래가 강 건너 하서에다 
영채를 세웠다고 합니다." 마초는  그 말에 크게 놀라며 달리던 말을 세웠다. 조
조군이 하서에 진을 세웠다면 마초군은  등 뒤에서 적을 맞게 된 셈이었으니 조
조를 뒤쫓고 있을  계제가 아니었다. 이에 마초는 군사를 거두어  영채로 돌아가 
이일을 한수와 의논했다. "조조의 군사가 우리의  빈틈을 타 하서에다 이미 영채
를 세웠다고 하니 우리 군사는 앞뒤로 적을  맞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옆에 있던 부장 이감이  나서며 말했다. "차라리 우리가 뺏은 땅을 
내주고 화평을 청해 일단 양군이 군사를 거두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 다
음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다시 계책을 세워 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감의 
말이 옳은 것 같네.  그렇게 하기로 하세." 근심스런 기색으로 입을 다물고 있던 
한수도 말을 받았다.  그러나 마초는 우선 조조와 화친을 맺는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양추·후선 두 장수도  간곡히 화평
을 권했다. 한수 또한 무겁게 입을 다물고  있는 마초에게 다시금 권하자 마초도 
하는 수 없이 응락하고  말았다. 이에 한수는 그 동안 차지했던  땅을 나누어 주
기로 하고 화친을 청하는 글을 닦아 양추로  하여금 조조에게 전하게 했다. 조조
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단 화친의  글을 받아 보고 결정을  뒤로 미룬 
채 양추에게 그저  좋도록 말했다. "그대는 먼저  돌아가도록 하라. 내일 사람을 
시켜 답장을 보내리라." 양추를 돌려 보내자  모사 가후가 조조에게 뵙기를 청했
다. "승상께서는 그  일을 어떻게 하실 작정이십니까?" 그러자 조조가  반문했다. 
"공의 뜻은  어떠시오?" "싸움에는 매양 속임수가  있게 마련입니다. 승상께서는 
화평을 받아들이도록 하십시오. 그런 뒤에 한수와  마초를 이간시켜 서로 다투도
록 한다면 한 번의 북 소리로 적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말에 조조가 
무릎을 치며 기뻐했다.  "높은 헤아림은 서로 통하게  마련인가 보오. 바로 공의 
생각이 내 뜻과 어긋남이 없소." 조조가 그렇게 말하며 가후의 말에 찬동하니 화
친을 청한 한수의 뜻은 절로 받아들여진 셈이었다.  다음 날이 되자 조조는 답장
을 써서 마초에게 전했다.
  내가 천천히 군사를 거두고 난 후에 하서 땅을 돌려 줄 것이오.
  조조의 답장은 대개  이런 내용이었다. 조조는 답장을 보낸 뒤  위수에다 부교
를 세우며  군사를 물리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조조의 답장을 받고  난 마초는 
아무래도 마음 속에  의심을 지우지 못해 한수에게  마음을 털어놓았다. "조조가 
비록 화평을 받아들였으나 워낙 간사한 자라  그 속마음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만일을 위해 대비하지 않았다가는 그에게  당하기 십상입니다. 그러니 저
와 숙부님이 번갈아  조조군을 살피고 대비토록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숙부
께서 조조의 움직임을 살피도록 하시고 저는  서황을 살피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은 제가 조조를 살피고 숙부께서는 서황을  감시하십시오. 그래야만 조조의 속임
수가 있더라도 크게 낭패당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한수도 마초의 말에 마다
할 이유가 없었다. 이에 마초와 한수가 번갈아  가며 조조와 서황의 진을 살피고 
있는데 그 일이 세작에  의해 조조의 귀에 들어갔다. 조조가 그  소식을 듣고 가
후를 돌아보며 웃었다.  "이제 일이 우리의 뜻대로  되어 가고 있구려!" 그 말과 
함께 이 일을 알리러 온 세작에게 불쑥  물었다. "내일은 누가 나의 진을 살피러 
올 차례인가?" "한수 차례입니다."  세작이 그렇게 대답하자 조조는 고개를 끄덕
이며 알 듯 모를 듯한 웃음을 입가에 띠웠다.  다음 날이 되자 조조는 모든 장수
들을 좌우에 뒤따르게  하여 영채를 나섰다. 조조가 장수들을 좌우로  벌여 세우
고 한가운데에  우뚝 서니 유난히 눈에  띄었다. 한수의 군사들 중에는  그 동안 
싸움터에서 조조군과 몇차례 부딪쳐  싸웠지만 조조의 얼굴을 모르는 군사가 많
았다. 싸움하기에 바빠 조조의  얼굴 볼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조조가 지나
간다고 하자 모두 조조를 보기 위해 진을  뛰쳐나왔다. 조조가 그런 한수 군사들
을 보고 큰  소리로 외쳤다. "너희들은 이  조 공을 보려 하느냐? 내가  바로 조 
공이다. 나라고 해서 눈이 네 개  있는 것도, 입이 두 개 있는 것도 아니니 너희
들과 같은  사람이다. 다만 너희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지모의  깊이 뿐이
다." 조조의 위풍당당한  모습과 호령에 서량 군사들의  얼굴에는 두려운 기색이 
완연했다. 조조는 한수의  영채가 가까워지자 장수로 하여금 소리치게 했다.  "승
상께서 한  장군께 말씀이 있다 하시니  한 장군은 나오시오!"  마치 항복이라도 
받으러 온 말투요, 외침이었다.  그 외침에 한수가 진영에서 나가 바라보니 조조
는 무기를 들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투구나 갑옷도 갖추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
수도 급히 장막 안으로 들어가  갑옷을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갈아입은 다음 말
을 타고나와 조조  쪽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거리에 
이르자 말을 세웠다. 조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난날 나는 장군의 부친과 함
께 같은  해에 효렴으로 뽑혔는데 나는  항상 부친을 숙부님처럼 모셔  왔소. 그 
뒤 나는 장군과 함께 벼슬길에 올랐는데 어느덧 많은 세월이 흘렀구려. 그래, 장
군의 나이는 올해 몇이나  되시오?" 조조가 지난날을 돌이키며 부드러운 목소리
로 한수의 나이를  물었다. 한수가 조조의 이 뜻밖의 질문에  머뭇거리다가 대답
했다. "올해  마흔이오." "지난날 우리가 함께  도성에 있었을 때는 모두  한창의 
나이였는데 이제 어느덧 중년이 되었구려. 언제  천하가 평정되어 더불어 태평세
월을 누릴 날이 오겠소?"  조조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를 대하듯 부드러
운 목소리로 말했다. 조조의 다음 말도  자질구레한 지난날의 이야기만을 되풀이
할 뿐 화친에 대한 말은 입 밖에도 꺼내지  않았다. 조조가 말을 끝낼 때마다 껄
껄 소리내어 웃으니 보는 이들에게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회포라도 푸는 것처
럼 보였다. 그렇게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어느 새 한 식경(한끼의 밥을 먹을 시
간)이 지나자 조조는 더 크게 웃더니 작별을 고하고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듯 사
라졌다. 한수는 조조의  말에 대꾸하다 보니 아무런 말 없이  시간만 흘려보냈음
을 깨닫고 왠지  미심쩍은 마음이었으나 이미 조조는 가고 없었다.  한편 조조와 
한수가 말머리를 나란히  하며 얘기를 주고받는 광경을  본 마초의 심복 하나가 
이 일을 즉시 마초에게 알렸다.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의 모습까지 전해 들은 마
초가 불현듯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어 급히 말을 달려  한수에게로 왔다. "오늘 
진 앞에서 조조와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 "옛날 도성에서 함께 지냈던  일만을 
얘기하고 갔네." 한수로서는 있는 그대로를 말했으나  마초는 그 말을 믿기가 어
려웠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어찌하여  군무에 관한 일은 이야기하지 않았습니
까?" 마초가 한수를 보며 다시 물었다. "조조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내가 뭐
라고 말하겠나?" 마초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는 듯하자 한수도 울컥 불쾌감이 일
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마초는 더 이상  묻지 못한 채 물러났으나  마음 속에 
품은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럴 때쯤  조조는 영채로 돌아가 가후에게 물었
다. "공은 내가  한수의 진 앞에서 이야기한 참뜻을  알겠소?" 그러자 가후가 한 
계책을 내었다. "승상의 뜻이  참으로 깊고 묘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을 갈라 놓
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제게 한 계책이 있는데 만약 이  계책대로 따르신다면 
서로 원수간이 되어  잡아 죽이려 들 것입니다."  "그게 어떤 계책이오?" 조조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마초는 한낱  용맹밖에 모르는 사내라 깊은 계책은 
헤아리지 못합니다. 승상께서는 한  번 더 한수에게 글을 써 보내도록 하십시오. 
그러나 글을 쓰시되 어느 부분에 가서는 글자를 흐리게 쓰시어 알아보지 못하게 
하거나 또  중요한 대목은 일부러 먹으로  지워 버리십시오. 그 글은  봉한 다음 
한수에게 보내고 이 일이 마초에게 알려지도록  넌지시 누설하십시오. 그러면 마
초는 한수에게 승상의 글을 보여 달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마초가 보면 긴요
한 부분에는 먹으로  지워져 있거나 흐리게 써져  있으니 한수가 일부러 그렇게 
한 것으로 의심하게  될 것입니다. 거기다가 마초는 한수가 승상과  단둘만이 이
야기를 나눈 것을 알고 있는지라 의심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는 원래 단순한 
성격이라 그렇게 되면 스스로 혼란을  일으켜 둘 사이는 반드시 다툼이 일게 될 
것입니다. 그때를 이용하여 한수의 휘하 장수들을  은밀히 달래 마초와의 사이를 
더욱 벌어지게 해 놓는다면 마초를 죽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가
후의 말을 들으며 조조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의 말이 끝나자 감탄해 마
지않았다. "실로 묘한 계책이오. 그 생각이 바로 나의 뜻이었소." 조조는 즉시 한
수에게 보낼 글을 썼다. 내용이 중요하지 않은  곳은 그냥 두었으나 요긴한 대목
에 가서는 먹칠을  하거나 글씨를 흘려 썼다.  글을 다 쓴 후 단단히  봉한 다음 
많은 군사로 하여금  호위케 하여 요란한 행렬을 이루어 한수에게  전하게 했다. 
그렇잖아도 지난번 한수와 조조가 얘기를 나눈 뒤부터 한수 진의 움직임에 신경
을 곤두세우고 있던  마초였다. 마초의 심복이 곧 조조가 한수에게  글을 보냈다
는 것을 알려 왔다.  마초가 그 말을 듣자 더럭 의심이  더해져 한수에게 달려갔
다. "조조가 숙부에게  글을 보냈다니 제게 한  번 보여 주십시오." 한수도  그때 
조조에게 뜻을 분명히 알 수 없는 묘한 글을 받고 내용을 헤아리느라 골몰해 있
던 중이었다. 마초의 말에 한수는 아무런 생각 없이 조조의 글을 내주었다. 마초
가 그 글을 보니 알  수 있는 귀절은 문안을 묻는 소리였고 그 외에는 지워졌거
나 흐린  글씨라 도대체 알아볼 수가  없었다. 마초가 의심에 찬  눈으로 한수를 
보며 물었다. "왜 글의  곳곳이 지워지거나 흐릿합니까?" "원래가 그랬으니 내가 
어찌 그  까닭을 알겠나?" 마초가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다시 물었다. 
"설마 남에게 글을  보내면서 초잡은 글을 그대로  보낼 리야 있겠습니까? 혹시 
숙부께서 제가 알아서는  안 될 대목이라 지워  버리신 것은 아닙니까?" 마초가 
결국 마음 속에 있는 의심을 드러내고  말았다. 한수로서는 어처구니없는 말이어
서 심사가 뒤틀렸으나 마초의 의심을 우선 풀어 놓고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조
조가 아마 초잡은 것을 잘못 넣어 보냈을지도 모를 일이네." "그건 믿을 수가 없
습니다. 조조는  원래 모든 일에 빈틈이  없는 자라고 하는데 어찌  그런 실수를 
저지를 수가 있겠습니까? 숙부님께서 제게 무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숙
부님은 저와 함께 힘을 합해  역적 조조를 쳐없애기로 하셨는데 어찌하여 딴 마
음을 품게 되셨습니까?" 젊고 혈기에 넘친 마초라 한 번 의심이 일자 격한 목소
리로 한수를  몰아붙였다. 한수는 마초의  말에 화가 치솟았으나  일이 무엇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여겨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네가 정히 내 말을 믿
지 못하겠다고 하니 내가  진심을 보여 주겠다. 내일 내가 조조의  진 앞으로 가 
조조를 불러 내어 말을 걸 테니, 그때 네가  진 안에 숨어 있다가 달려나와 조조
를 찔러 죽이도록 하라.  그러면 나의 진심을 알 것 아니냐?"  한수는 이 자리에
서 말로써 마초의 의심을 풀 수 없다고 여겨 그렇게 말하자 마초도 그제야 목소
리를 낮추었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저도  숙부님의 진심을 알게  될 것입니
다." 마초와 한수는 그런 말을 나누고 난 뒤 헤어졌다. 다음 날이었다. 한수는 휘
하의 후선·이감·양흥·마완·양추 다섯 장수를  거느리고 진을 나섰다. 마초는 
그때 영문 바로 뒤에 몸을 숨기고 조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수는 장
수에게 명해 조조의 영채 앞에 나아가 큰  소리로 외치게 했다. "한 장군께서 승
상께 드릴 말씀이 있다 하십니다. 승상께서는 잠시 나와 주시기를 청합니다." 그
러나 일이 대략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미 헤아리고 있는 조조였다.  필시 마초
의 의심을 풀기 위해 한수가 자기를 꾀어 내려 한다고 여긴 조조는 때마침 좋은 
기회로 여겼다. 자신이 나가는  대신 조홍을 불러 영을 내렸다. "기병 수십 기를 
거느리고 나 대신 진 앞으로 나가 한수를  맞으라." 그렇게 영을 내린 조조는 조
홍에게 귀엣말로 무엇인가를 일러서 내보냈다. 조홍이  영문을 열고 기병을 거느
리고 나서자 한수는  얼굴빛이 달라졌다. 조홍이 말을 몰아 한수  가까이에 오자 
몸을 굽히며 인사를 하더니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어젯밤 승상께서 장군께 부
탁드린 말씀을 가슴에 새기시어 일이 어긋나지 않도록 하십시오."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라 한수가 어리둥절해 있는데 조홍은  그 말 한 마디를 외치듯 
하고는 말머리를 돌려  돌아갔다.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모를 마초가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외친 조홍의 목소리를 마초가  듣지 못할 리 없었다. 어젯밤에도 
조조와 한수가 은밀히 무슨 말을 주고받았다고 생각하니 이제는 그 둘의 내통이 
움직일수 없는 사실로  여겨졌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초의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불꽃이 일  듯했다. 창을 치켜들며  말을 박차며 한수를  찌르기 위해 달려갔다. 
"네가 어찌 그렇게도 나를 속이려 드느냐?  내가 너부터 죽이리라!" 마초가 산이 
떠나갈 듯 소리치며 달려오자 한수는 미처 입을 뗄 틈도 없이 황급히 몸부터 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한수 휘하의  다섯 장수가 힘껏 마초를 제지하며 
간곡히 말렸다.  마초도 다섯 장수가 온  힘을 다해 말리는 통에  한수를 찌르지 
못한 채 진으로 돌아왔으나 의심이 풀린 건 아니었다. "조카는 나를 의심하지 말
게. 어찌 내가 딴 마음을  품겠나!" 영채로 돌아온 한수가 마초에게 자신의 결백
을 말했으나 마초는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무엇으로  그 말을 믿으라는 
말이오?" 한수를 향해 한 마디 쏘아붙이고는 씨근덕대며 말을 타고 자신의 영채
로 돌아가 버렸다. 마초가  끝내 의심을 풀지 않은 채 돌아가  버리자 한수는 장
수들과 이일을 의논했다. "어떻게 하면 마초가 내 말을 믿을 수 있겠나?" 한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자 양추가 한 마디  거들었다. "마초는 자기 용맹만을 믿고 
항상 마음 속으로는 주공을 업신여겨 왔습니다.  설령 조조와 싸워서 이기더라도 
마초는 주공을 높이 받들지 않을  것이며 싸움에 이긴 것을 모두 자신의 공으로 
돌리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그에게 기대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저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차라리  조 공에게 항복하느니만 못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뒷날 제후의 자리나마 잃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에 한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
다. "지난날 나는 마초의  아비 마등과 의형제를 맺은 사이인데, 어찌 차마 저버
릴 수 있겠느냐?" "그러나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가만히 앉아  마초의 
칼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양추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 말에 
한수도 얼른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마초가 자기의  결백을 믿어 주
지 않고 원한을 품고 있으니 언젠가 창칼을  들이댈 것은 정한 이치였다. 그렇다
면 조조를 치는 일보다  마초를 막는 일이 더 급한 일이었다.  한동안 생각에 잠
기고 있던 한수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럼 누가 조조에게  가서 투항의 뜻을 
전하겠는가?" "제가 가겠습니다." 양추가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나섰
다. 한수는 밀서를  써 양추에게 주고 조조에게  가서 항복의 뜻을 전하게 했다. 
마침내 가후의 반간계에 한수가 떨어진 셈이었다.      

    기사 장송과 맹덕신서
  마초와 한수를 이간질시켜 마초를  깨뜨린 조조는 천연의 지세가 험하고 물자
가 풍부한  한중 파촉의 땅을 탐내나  다스릴 수가 없었다. 파촉의  기사 장송이 
도움을 청하기 위해 조조 앞에 나아가나 무례함을 범하는등 조조의 비위를 거스
른다.
  한수의 밀서를 받은  조조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조조는 그  자리에서 한수
를 서량후로,  양추를 서량태수로 봉하고  한수의 다른 휘하  장수들에게도 각각 
높은 벼슬을 내렸다. 조조는 무거운 벼슬을 받고  기뻐하는 양추와 더불어 불 놓
는 것을 군호로 삼아 마초를 칠 계책까지  정했다. 계책이 정해지자 양추는 한수
에게로 돌아가 조조의 영채에서 있었던 일을  전했다. "오늘 밤에 불을 놓으십시
오. 그러면 승상께서  밖에서 호응하기로 하셨으니 안팎으로 마초를 칠  수 있습
니다." 조조가 선뜻 항복을 받아 줌은 물론  벼슬까지 높여 주자 한수는 크게 기
뻐했다. 이에  망설임 없이 영을 내려  중군의 장막 뒤쪽에다 마른  장작과 마른 
풀을 쌓게 했다. 이어  휘하의 다섯 장수에게 칼을 차고 때를  보아 마초를 베도
록 이른 뒤 마초를 진중에 부를 일을  의논했다. "술자리를 벌여 마초를 청해 죽
이는 것이 어떻겠나?"  한수의 물음에 마초의 용맹을  알고 있는 장수들이 얼른 
대답을 하지 못하고 주저했다. "마초를 청해도  선뜻 이리로 오지 않을까 걱정됩
니다." 장수 하나가  핑계를 대었다. 한수와 다섯  장수들의 의견이 제각기 서로 
엇갈리니 뜻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일이 한수의  뜻대로만 돌아
가지 않았다. 내심 한수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마초가  첩자를 풀어 두
고 있었다. 한수가  조조와 내통하고 마초를 배반한 사실은 그날로  마초의 귀에 
들어갔다. 마초가 그 소리를  듣자 이를 갈며 소리쳤다. "내가 진작 한수 그놈을 
베어 버려야 했거늘......." 마초는 방덕에게 군사를 거느려 뒤따르게 한 뒤 자신은 
날랜 군사 대여섯을 거느린 채 먼저 한수의  영채로 향했다. 한수의 영채에 이르
자 마초는 군사들 눈에 띄지 않게 몰래 한수의 장막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였
다. 그때까지 마초를 죽일 의논을 하고 있던  장막 안에서 양추의 격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런 일은 늦추어서는 아니 됩니다. 급히 해치워야만 낭패를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귀를 기울이던 마초가 화가 솟구쳐 칼을 뽑으며 장막 안으로 뛰
어들어가 벽력같이 고함을  질렀다. "이 역적놈들아, 네놈들이 감히 나를  해치려 
드느냐!" 한수를 비롯한  다섯 장수들이 그 소리에  깜짝 놀랐다. 졸지에 나타난 
마초를 얼이 빠진 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마초가 칼을 쳐들어 한
수부터 내리쳤다. 한수가  황망히 옆으로 몸을 피하며 얼결에 손으로  칼을 막자 
칼날은 그의 왼쪽 팔을 자르고 말았다. 그때서야  제 정신을 차린 다섯 장수들은 
제각기 칼을 빼들고  마초에게 덤벼들었다. 마초는 장막 안이 좁아  다섯 장수를 
상대로 싸우기가 불편하여  장막 밖으로 뛰쳐나왔다. 이제 어쩔 수  없이 마초와
의 한판  싸움을 벌여야 할 다섯  장수들은 장막 밖으로 나와  마초를 에워쌌다. 
마초는 보검을 든 채 홀로 다섯 장수를 상대로 싸웠지만 한칼에 그들 모두를 죽
일 기세였다. 덤벼드는  장수들을 맞아 보검을 휘두르니 칼이 번쩍일  때마다 선
혈이 낭자했다.  먼저 마완이 마초의 칼에  목이 달아났고 이어 마초의  칼이 두 
번째로 번뜩이자 양홍이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나머지 세 장수가  그 꼴을 보
고도 더 이상 싸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여겼던지 칼을 한 번 휘두르는 척하
더니 잽싸게 흩어져  달아났다. 마초는 다시 장막 안으로 뛰어가  한수를 찾았으
나 한수는 이미  장졸들의 부축을 받아 달아났는지 보이지 않았다.  마초가 장막 
밖으로 나오자 장막  뒤에는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그 불길이  조조군에게 보내
는 군호인 줄 알 리 없는 마초가 칼을 든 채 한수를 찾고 있는데 영채에서 군사
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마초도 한수 찾기를  단념하고 급히 말 위에 오르는데 
때마침 방덕과  마대가 군사를 이끌어  달려왔다. 한수의 영채에서  쏟아져 나온 
군사들과 방덕이 이끄는 서량군 사이에는 한바탕  어지러운 싸움이 벌어졌다. 마
초가 서량군을 이끌며 한수군을 닥치는 대로 찌르고 베니 한수군은 마초의 기세
를 당하지 못했다.  사기가 오른 마초군이 한수군을 휩쓸며 바야흐로  승리를 눈
앞에 두고  있을 때였다. 맞은편에서  요란스런 함성과 함께  조조군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을 이끄는 장수는 앞에는 허저, 뒤에는 서황, 왼쪽은 하후연, 오른
쪽은 조홍이었다. 마초가  그들을 보고 주위를 살피니 혼전 중에  어디로 흩어졌
는지 방덕도 마대도 보이지 않았다. 

    조조, 위공이 되어 강동으로 군사를 내다
  손권은 형주를 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으나 마침 조조 군사가 들이닥치므로 
그들을 맞아 흔쾌히 물리친다. 조조는 진퇴양난에  빠져 시간만 허비하다 돌아가
고 손권은 여세를 몰아 형주를 치고자 한다. 
  한편 오후의 누이 손 부인은 간신히  동오로 돌아왔다. "어찌하여 주선은 보이
지 않느냐?" 손권이 누이동생을 보고  물었다. "오던 도중에 장비에게 붙들려 죽
고 말았어요." "그럼 왜 아두를 데리고 오지 않았느냐?" "조운과 장비가 길을 막
고 앗아 가고 말았어요." 손권은 손 부인으로부터  그 말을 듣고 화가 치솟아 큰 
소리로 외쳤다. "내 누이가 돌아왔으니 이제 현덕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 거기
다가 주선마저 그들의  손에 죽었으니 내 기어이 그 원수를  갚고야 말리라!" 손
권이 곧 문무관원을 불러모아 형주로 군사 낼 일을 의논하고 있는데 강북으로부
터 놀라운 첩보가 들어왔다. "조조가 적벽의  원한을 풀겠다면 40만 대군을 일으
켜 강동으로 쳐들어온다고 합니다." 크게 놀란  손권은 형주를 치는 일보다 조조
를 맞아 싸울 일부터 의논해야 했다. 여러  관원들이 갖가지 의견을 내며 의논을 
하고 있는데 또 한 사람이 들어와서 알렸다. "장사 장굉이 전부터 병석에 있었는
데 오늘 아침 숨을 거두기 전에 유서를 써서 주공께 드리라고 하였습니다." 오의 
건업 이래의 공신인  장굉이 죽었다는 말을 듣자 손권은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그 유서를 펼쳐 보니 평생 태산 같은 주인의 은혜에 감사하며 특히 간곡히 권하
는 충언이 있어 손권의 눈길이 멈췄다. 
  ......평소 우리 오나라의 수도는 지세의 이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오던 터라 
여러 지방의 지세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말릉의 산천이야말로 최상의 
적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공께서는 그곳으로 거처를 옮기도록 하십시오. 말
릉은 제왕의 기상이 깃들인  곳이므로 하루빨리 그곳으로 도읍을 옮기시어 만세
의 대업을 펴시기 바랍니다.......
  유서를 읽고 난 손권은 장굉의 충절이 새삼스러워 한동안 목놓아 울더니 여러 
관원들에게 말했다.  "장자강이 나에게 말릉으로  거처를 옮기라고 권했으니, 내 
어찌 이 충언을 마다할 수 있겠소." 손권은  그 자리에서 영을 내려 말릉을 건업
으로 부르게 하고 그 땅에  돌로 성을 쌓게 하는 한편 백성들도 그 곳으로 옮기
게 했다. 그러자 여몽이  나서 손권에게 권했다. "조조가 군사를 이끌어 올 것에 
대비하여 유수강 어귀에  제방을 쌓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자 여러 장수들이 
한결같이 여몽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뭍으로  오는 적은 언덕에서 치면 되
고 군사를 물릴 때는 되돌아서 배를 타고  돌아오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굳이 제
방 쌓을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자 여몽이 다시 입을 열어 여러 장수들
을 깨우쳤다. "군사를 부림에  있어 이로울 때도 있고 불리할 때도 있는 법이오. 
또한 싸움에는 매양 이긴다는  법이 없소. 만약 갑자기 적을 맞아  싸울 때 보군
과 기병이 한꺼번에 얽혀들  때에는 어느 틈에 물로 뛰어들 수 있겠소?" 손권이 
여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람이  앞일에 대한 염려가 없으면 반드
시 가까이에 근심이 생긴다고  하였소. 자명(여몽의 자)의 생각이 앞일을 내다본 
것이라 할 수 있소." 손권이 여몽의 말을 좇아 곧 유수 땅으로 군사 수만을 보내
고 기일을  정해 제방을 쌓게 했다.  군사들은 밤낮을 가라지 않고  힘을 다하니 
손권이 정해 준 기일 안에 큰 제방을 쌓을  수 있었다. 한편 허도에 머물고 있던 
조조는 날이 갈수록  그 위세와 복록이 점점 더해지고 있었다.  조조는 이전부터 
벼르고 있던 남정과 동오에 대한  원한을 씻고자 군사를 일으키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었다. 마침내 대군이  출진 채비를 마친 후 허도를 떠나려고  할 때 장사 
동소가 조조를 한껏 부추기며 아뢰었다. "무릇 옛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신하된 
이로서 승상과 같은 큰 공을 세운 이는 없을 것입니다. 지난날 주공과 여망(강태
공)이 큰 공을 쌓았다 하나 어찌 승상께 따를 수 있겠습니까? 난세에  임하여 도
적과 간신을 쓸어 없애며  만고풍상을 겪어 오신 지 30여 년,  오직 만백성을 위
해 천하를 평정하시며 한조를 일으키셨으니 어찌 다른 신하들과 함께 같은 열에 
서실 수 있겠습니까? 승상께서는 마땅히 위공의 자리에 오르심과 더불어 구석을 
더하시어 그 공덕을 기리도록 하셔야 합니다."  동소가 이렇게 아첨을 떨자 신하
들은 아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지난날 젊은 시절 신하의 입에  발린 아첨에 놀
아나는 벼슬아치가 있으면 멸시하며 그 어리석음을  비웃던 조조였다. 실로 옛날
의 조조는  그런 기개를 지닌 젊은이였다.  그런데 적벽의 싸움 전에  달맞이 배 
위에서 문득  자신의 노령을 헤아리기도 했거니와  근래에 이르러는 청년시대의 
기상은 없어지고  귀에 달콤한 근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조조였다. 구석이란 
천자께서 공이 큰 제후에게 내리는 아홉 가지  특혜를 뜻했다. 첫째로 궁궐을 드
나들 때 절도가  있도록 타고 다니는 수레와  말에 다른 벼슬아치들과는 차이를 
두어 그 위엄을 한껏  과시하게 한다. 수레는 크고 작은 길을  다닐 때를 다르게 
하는데, 큰길을 나아갈 때는 황금빛이  나는 큰 수레를 타게 하고, 싸울 때 타는 
수레는 검은 소 여덟 마리 혹은 누런색의 여덟  마리 말이 끌게 한다. 그리고 이
는 천자나 왕의  행차와 흡사한 격식을 갖추게 하는 특전이었다.  둘째로는 의복
에 내리는 특전인데 그 말이 곧 문장이요,  행동이 법이니 곤룡포를 입고 면류관
을 쓰며 붉은 신발을  내려 신게 한다. 이는 곧 왕자의 복장을 갖출  수 있게 하
여 그 덕을 드러내었다. 셋째는 악현으로서 그  공경할 점이 남의 본보기가 되고 
어진 풍도를 베풀게 하고자 가무와 음곡을 백성들에게  가르칠 수 있게 한다. 그 
규모나 기준은 또한 천자나 제후의 예에 따른  것이었다. 넷째는 집에 대한 특전
이었다. 거처하는 집  대문과 나무기둥 등에 각각 다홍빛과 붉은빛을  칠하여 다
른 신하들의 집과 구별하게 한다. 다섯째는 궁궐  안에서 천자가 밟는 계단인 납
폐를 밟고 전각에 오를 수 있었으며 칼을 차고도 전상에 나아갈 수 있는 특전이
었다. 여섯째는 호분이라 하여  집을 호위하는 군사 3백을 사사로이 둘 수 있다. 
그 용맹스러움을 드러내고 의를 지킴에 굳세라는  뜻으로 내리는 특전이었다. 일
곱째는 부월로 천자의  의장에 쓰는 금도끼, 은도끼를 내려 나라를  거스르는 역
적이나 죄인을 마음대로  죽일 수 있게 한다.  여덟째는 궁시로써 붉은 활(동궁) 
한 벌, 붉은 살 백 대,  검은 활 열 벌과 검은 화살 천 개를 내려 역적을 마음대
로 죽일 수 있게 한다. 아홉째는 제사를  지낼 때의 특전으로 거창·규찬이라 하
였다. 거창은 검은 수수와 향초를 넣어 빚은  신에게 올리는 향기로운 술로 부모
의 제사를 지낼 때 쓰게 한다. 규찬은 옥으로  만든 종묘의 제례 때 쓰는 제기인
데 제사 때 그 제기를 쓸 수 있게  한다. 한마디로 말해 구석은 왕이라야만 누릴 
수 있는 특전이니 신하된 자로서는 실로 어마어마한  특전이 아닐 수 없었다. 이 
특전을 누려야 한다는  동소의 교언영색(환심을 사기 위한 아첨의  말과 표정)을 
대하고도 조조는 머뭇거리거나  거리끼는 기색이 없었다. 조조에게는  천자께 구
석을 상신한다는 것이 또 다른 의미를 주었다. 그것은 앞으로 선양(제위의 양도)
에 대한 포석이 될 수도 있었다. 조조가  흡족한 얼굴로 여러 문무관원을 둘러보
고 있는데 문득  시중 순욱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건 옳지 않으십니다. 
승상께서는 원래 의로써 군사를 이끌어 한실을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마땅히 처
음과 다름없는 충성스러움과 곧은  뜻을 그대로 지키며 겸양하게 물러서는 절도
를 잃지 않도록  하십시오. 군자는 덕으로써 백성들을 사랑하는 법이니  구석 같
은 특전은 온당치 않습니다." 조조는 그의 가장  측근 모사 중의 한 사람인 순욱
이 그렇게 말하자 문득 얼굴빛이 달라졌다. 순욱은 원래 어디까지나 천자, 즉 한
실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가 조조에게  바쳤던 충성은 실로 조조
로 하여금 한실을 부흥시키려는 뜻에서였다. 그런데  조조가 자신의 뜻과는 달리 
차츰 변해  가고 있는 것을 곁에서  냉정히 지켜 보고 있던  순욱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조를 위해  구석의 품을 내리려 하자 순욱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었다. 
조조는 불쾌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했으나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순욱을 꾸짖을 
수는 없었다. 다만  그때까지 그에겐 둘도 없는 일등 공신이었던  순욱이 이제는 
그와 뜻을 달리하는 부담스러운 방해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조조가 불쾌한 얼
굴이 되자 동수가  나섰다. "어찌 순욱 한 사람의 뜻으로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바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동소가 다른 사람들의 의향도 들어 봐야 한다는 뜻
으로 그렇게 말했다.  다른 문무관원인들 감히 조조 앞에서 반대하고  나서는 사
람이 있을리 없었다. 이에 동소는 다음 날, 조조를 위공으로 높이고 구석의 품을 
더하여 달라는 표문을  써서 천자에게 올렸다. 힘없는 천자는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어찌  오늘날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겠는가!" 그 소식을 듣고 
순욱은 길게 탄식할 뿐이었다. 조조는 순욱이  탄식해 마지않더라는 측근의 말을 
듣자 순욱을 더욱 못 마땅히 여기게 되었다. 그  이후 그를 보는 눈이 더욱 차가
워져 갔다. 건안 17년 10월이 되자 조조는  군사를 일으켜 드디어 강남으로 내려
가기 전 굳이 순욱에게  함께 갈 것을 명했다. 그러나 순욱은  이미 조조가 자기
를 없애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명을 거역하면 거역한 죄로, 싸움터에 나가
면 자신을 싸움터로 내몰아 죽이려는 조조의 속마음을 알고는 수춘에 이르러 병
을 핑계삼아  나오자 않았다. 순욱을 제거하려는  조조의 마음도 집요했다. 이미 
자신의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순욱을 더 이상은 살려 두고 싶지 않았
다. 그런 어느 날, 조조는 수하를 시켜  순욱에게 음식을 담는 합을 전하게 했다. 
"승상께서 손수 내리신 음식 합입니다." 그 합에는 조조가 친필로  쓴 봉기(봉인)
가 붙어 있었다. 순욱은  그 봉기를 보자 이제 올 것이  왔다는 불길한 생각으로 
합을 열었다. 합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순욱은 그 순간 조조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내가 그대에게 내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조조가 순욱
에게 알린 것은 그런 뜻이었다. 순욱은 마침내  독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이때 그의 나이 쉰이었다. 조조와 순욱이 함께 일해 오기 30여 년이었으
나 끝내 서로 마음 속에 품었던 뜻이 다름을 몰랐던 순욱이 끝내는 서글픈 종말
을 맞고 말았다. 후세 사람들이 순욱의 죽음을 슬퍼하며 지은 시가 있었다. 
  문약(순욱의 자)의 재주 천하를  덮었으나 안타깝도다, 발 헛짚어 권문에 빠지
니. 뒷사람들 한가로이 장자방에 견주나 죽음에 이르러 한군에게 부끄럽구나. 
  그때쯤 강남을 향해 물과 뭍으로 진군하고 있던 조조에게 순욱이 독약을 마시
고 죽은 사실이 전해졌다. 순욱의 아들 순운이  발상과 함께 조조에게 부고를 보
내 알린 것이었다. 조조는  그 소식에 접하자 문득 눈을 감고  괴로움 표정을 지
으며 뉘우쳤다. "문약의 장례를  성대히 치루도록 하라!" 조조는 그렇게 명을 내
린 뒤 죽은 순욱에게  경후라는 시호를 내려 그가 세운 공을  기리도록 했다. 조
조는 대군을 이끌어 남으로 내려가던 중 유수 땅에 이르자 조홍에게 철갑 3만을 
주어 먼저  강변을 살펴보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홍에게서 전갈이 왔다. 
"강변을 따라 길게 수많은  기치가 펄럭이고 있는데 군사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
지가 않습니다." 그 말에 조조는 몸소 군사를 이끌어 유수의 둑(제방)을 앞에 두
고 우선 진을 벌여  세웠다. 그리고는 군사 백여 명을 거느리고  산 위로 올라가 
직접 적의 형세를 살펴보았다. 멀리 동오의 진영을  보니 전선이 각각 대오를 이
룬 채 질서 정연히  열을 지어 섰는데 오색의 깃발이 선명했다.  또한 그들이 손
에 들고 있는 창검이  번쩍이고 있었다. 노 젓는 소리가 나는  곳마다 깃발이 휘
날렸고 창검이 번쩍이는 곳마다  군마의 울음소리가 요란하여 산천초목도 그 위
용에 숨을 죽인 듯했다.  전선이 늘어선 가운데 제일 큰 배  위에는 푸른 일산이 
서 있었는데 그 아래 손권이 앉아 있었고 여러 문무 관원들이 좌우로 시립해 있
었다. 조조는 문득 손권의  위용에 감탄한 듯 채찍을 들어 가리키며 말했다. "아
들을 두려거든 손중모(손권) 같은 아들을 두어야지,  유경승(유표)의 아들은 개나 
돼지만도 못하다!" 조조가 그렇게 말하며 강 위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포향이 울리더니 산기슭 부근의 강에서 홀연 함성이 일며 전선들이 일제히 물살
을 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이와 함께 유수의 둑 뒤에서 한  떼의 인마가 둑을 
넘어 조조 군사들을  공격해 왔다. 갑작스런 동오군의 급습에 그때까지  아직 싸
울 채비도 갖추지 못한 조조군이 당황하여  달아나기에 바빴다. 조조가 달아나는 
군사들을 큰  소리로 꾸짖으며 싸움을  독려했으나 소용 없었다.  오히려 조조가 
소리치는 통에 적에게 표적만  알린 격이 되고 말았다. 문득 산  아래를 보니 기
병 천여 명이 쏜살같이 산을 돌아 조조  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조조가 그들을 
이끌고 오는 앞선 장수를 보니 푸른 눈에  자줏빛 수엄의 장수였다. 허리는 길고 
다리는 짧은데다 남쪽 사람 특유의  단단하고 날렵해 보이는 모습을 한 그 장수
는 다름 아닌 손권이었다.  조조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동오의 배  위에서 본 손
권이 어느 새 한 떼의  군마를 이끌고 온 것이었다. 모든 장수들도 깜짝 놀랐다. 
"조조는 달아나지 말고 게 섰거라!" 조조는  그 소리에 크게 놀라며 황급히 말머
리를 돌려 달아나는데 손권의 좌우에서 말을 달려오던 한당과 주태가 나란히 조
조를 뒤쫓았다. 조조가 그들 두 장수의 추격으로  위급한 지경에 이르자 조조 뒤
를 따르던 허저가 말머리를 돌려 두 장수를  맞았다. 허저가 한당과 주태를 맞아 
있는 힘을 다해 막아내고 있는  동안 조조는 그 틈을 타 말을 달려 간신히 영채
로 돌아갔다.  허저는 한당·주태와 더불어  30여 합을 어우르며  그들을 막다가 
조조가 이미 영채로 간 것을 알고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뜻밖에 위급한 지경
에 이르러 허저의 구함을 받지 않았으면  목숨마저 위태로웠을 조조였다. 허저가 
돌아오자 조조는 무거운  상을 내려 그의 공을  치하하는 한편 다른 장수들에게 
호통을 쳤다. "싸움에  임해 장수라는 자가 먼저 달아나 우리  군의 기세를 꺾어 
놓다니, 만약 이후에도 그런 일이  있을 때는 그 장수부터 목을 베리라!" 그렇게 
엄명을 내린 조조는  동오군이 일단 물러난 것으로 알고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밤 이경 무렵,  진 밖에서 크게 함성이 일었다. 조조가 놀라 황급히 
말에 올라 나가 보니 영채  여기저기에서 불길이 이는 가운데 동오군이 대체 안
까지 급습해 왔다.먼길을  달려와 피로에 젖어 있던 조조군은 이  뜻밖의 야습에 
제대로 싸우지도 못한 채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날이 샐 무렵까지 혼전을 벌이
며 쫓겨가다 조조가 군사를 수습했을 때는 빼앗긴 영채로부터 50여 리나 물러난 
이후였다. "애송이 손권한테 이런 패전을 당하다니......."  조조는 자신의 경솔했던 
용병을 뉘우쳤다. 그 이후로 조조는 며칠 동안은  꼼짝도 않고 영채를 지키며 장
막에 들어앉아 병서만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정욱이 들어와 무슨 묘계라도 
얻으려 애쓰고 있는 듯한 조조한테 간했다. "승상께서는 병법에 밝으시면서도 어
찌하여 '군사를 부림에 신속함을 귀하게 여겨라!'는 말을  잊고 계십니까? 원래가 
이번 출진은 시일이 너무 지체되었으므로  손권은 미리 방비를 할 수 있었던 것
입니다. 이제 유수  어귀에 제방까지 쌓아 두었으니 우리가 그들을  치기는 어렵
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잠시 허도로 돌아가셨다가 계책을 세운  후에 다
시 오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조조는 정욱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
다. 강남으로  진군하자마자 제대로 한번  싸워 보지도 못하고  물러난다는 것은 
조조로서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 일이었다. 자신의  말을 듣고도 조조가 아무런 
말이 없자 정욱은  그 자리를 슬그머니 물러나고 말았다. 조조는  정욱이 물러난 
뒤에도 자리에 앉아 궁리를 거듭하다가 그만 책상 위에 엎드린 채 깜빡 잠이 들
고 말았다. 문득 거센 물결 소리가 들려 오는데  그 소리는 마치 수만 마리의 말
이 한꺼번에  내닫는 것 같았다. 조조가  놀라 보니 장강 한가운데서  붉은 해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하늘을 쳐다보니  그곳에는 또 두 개의 해
가 마주  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강물 속에 떠오른 해가  하늘로 오르는가 
했더니 바로  영채 앞의 산 위로  벼락치는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조조가 깜짝 놀라 깨어  보니 꿈이었다. 조조는 아직 꿈 속의  일이 선연해 문득 
장막 밖의  군사에게 시각을 물으니  오시였다. 조조는 군사에게  말을 끌어오게 
하고 50여 명을 거느려  꿈 속에 해가 떨어진 영채 밖의  산으로 달려가 보았다. 
조조가 산속을 자세히 살피고 있을 때였다. 문득  앞쪽에서 한 떼의 기병이 다가
오고 있었는데 앞선 장수는 황금빛 투구와 갑옷을  입고 있었다. 조조가 눈을 크
게 뜨고 살펴보니 그는 바로 손권이었다. 손권도 이때 조조를 보았다. 그러나 조
금도 당황해하는 기색 없이 천천히 말을 세우더니 채찍을 들어 조조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승상은 중원을 차지하여 부귀를 누림에 모자람이 없거늘 무엇이 부족
해서 이 강남을 침범한단  말이오?" "그대는 신하된 몸인데도 황실을 받들지  않
기로 내가 천자의 조서를 받들어 그대를 치러 왔다." 조조도 손권을 향해 소리쳤
다. 그러자 손권이 껄껄 웃으며 대꾸했다.  "허허, 어찌 부끄러움도 없이 그런 말
을 한단 말이오? 승상이 천자를 끼고 모든 제후를 호령하고 있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알고 있지 않소.  내가 한실을 받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만 나라를 거스르
는 승상을 쳐서  한실을 바로 일으켜 세우려는 것이오." 그  소리를 듣자 조조는 
화가 불길처럼 치솟았다. "무엇들  하느냐? 어서 저놈을 사로잡아라!" 조조가 이
끌고 온 장졸들에게 호령해 손권이 있는 산  위로 내몰았다. 그러나 조조의 호령
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북  소리가 크게 울리며 산 뒤에서 한 떼의 군사가 좌
우에서 쏟아져 나왔다.  오른쪽은 오장 한당·주태가 이끄는 군사들이요, 왼쪽은 
진무·반장이 이끄는  3천의 궁노수들이었다. 궁노수들이 일제히  화살을 날리자 
화살은 조조군을 향해 비  오듯 쏟아졌다. 조조가 또 한 번  위급한 처지에 빠진 
걸 알고 급히 군사를 물리며 달아났다. 그러나  동오군이 그들을 그대로 두지 않
았다. 네 장수가  조조군을 한순간에 휩쓸어 버릴 듯한 기세로  뒤따르고 있는데 
때마침 허저가 호위군을 이끌고 달려왔다. 조조는  허저를 만나 가까스로 구함을 
받아 영채로 돌아갔다. 조조를 놓치기는 했으나  동오군은 조조군을 크게 깨뜨리
고 승리의 함성을  올리며 유수로 돌아갔다. 영채로 돌아온 조조는  싸울 때마다 
패한 울분보다도 손권을  가볍게만 여겼던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꿈에 본 일들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손권은 결코 가볍게 볼 인물이 
아니다. 꿈에 본 해가 떨어진 자리에 그가  나타났으니 그는 뒷날 반드시 제왕이 
될 인물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를 가볍게 꺾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조는 정욱의 말대로 허도로 군사를 물릴까 했으나 동오 사람들이 비웃을 것을 
생각하니 선뜻 군사를 돌릴 수도 없었다. 조조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사
이 한 달이 흘러갔다.  그럴 동안 양군 사이에 몇 번이나  싸움이 일었지만 이기
고 지는 쪽 없이 날짜만 흘러 갔다. 어느  새 건안 18년 정월로 접어들었으나 싸
움의 형세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정월부터는 매일 억수 같은 비가 내렸다. 밤
낮없이 내리는 비로 개울물이 넘쳐 막사도 마구간도 모조리 홍수에 휩쓸리게 되
니 군사들의 어려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다음에는 당연히 식량난이 일었다. 
군사들은 주린 배를  움켜잡고 고향 산천만을 그리워했다. 사세가 이  지경이 되
자 조조도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었다. 조조는 이런 상태로  날짜만 흘려 보
낼 수는 없다고 여겨 여러 모사를 불러모아 의논했다. "싸움이 뜻대로 되지 않는
데다 비마저 쏟아져 우리 군사들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대들은 어찌
했으면 좋겠는가?" 조조의  물음에 모사들의 의견도 각각이었다.  군사를 거두어 
돌아갔다 다시 오자는 의견과 이제 봄이 되어 날씨도 따뜻해졌으니 한바탕 결전
을 치르자는 의견도  있었다. 의견이 그렇게 엇갈려 조조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
고 있는데 문득 군사 하나가 와서 조조에게 알렸다. "동오에서 사람을 보내 글을 
전해 왔습니다." 조조가 그 글을 뜯어보니 오후 손권이 보낸 것이었다. 
  나도 승상도 다 같은 한조의 신하요. 그런데  승상은 백성들을 편안케 하여 나
라에 보답할 생각은 하지 않고 경솔히 군사를 일으켜 백성들을 어렵고 고단케만 
하오. 이는 결코 어진 이가 할 짓이 아니지않소. 이제 봄이 와 물이 점점 불어날 
터인즉 그대는  급히 군사를 거두어  물러나도록 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지난날 
적벽 싸움 때처럼 또 한번 큰 화가 미칠 것이니 잘 헤아려 보기 바라오. 
  손권의 글은 그렇게 끝맺고 있었는데  서신 뒤쪽에는 시구 두 줄까지 적어 놓
았다. 
  그대가 죽지 않는 한 이 몸이 편안치가 않네.
  조조가 그 시구를 보더니 가만히 웃으며 말했다. "맞는 말이군. 과연 손중모는 
거짓말을 않는군." 조조는 동오에서 온 사자에게  상을 내린 후 여러 장수들에게 
군사를 되돌릴 것을  명했다. 여강태수 주광에게는 완성을 맡겨 잘  지키도록 당
부한 다음 군사를  허도로 이끌었다. 손권은 자신이 은근히 조조를  빈정거린 시
구를 보고  조조가 화를 내며 군사를  이끌어 올 것으로 알고  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조가 군사를 거두어 가자  더 이상 머물 필요가 없는지라 손권도 군사
를 이끌어 말릉으로  돌아갔다. 손권은 말릉으로 돌아온 즉시 군사들에게  쉴 틈
도 주지 않고 여러 장수들을 불러 의논했다. "이제 조조는 허도로 돌아갔으나 유
비는 아직 가맹관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군사를 이끌어 
형주를 취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원래 형주를 치려고 일으킨 군사들일 뿐만 아
니라 조조를 밀어붙인  그 여세를 몰아 형주를  단번에 깨뜨리자는 것이 손권의 
생각이었다. 그러자 원로인 장소가 손권의 젊은 혈기를 달랬다. "지금 군사를 이
끄실 필요는 없습니다.  유비가 다시는 형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할  계책이 제게 
있습니다." "그게 어떤 계책이오?" 손권의 물음에 장소가  그 계책을 말했다. "군
사를 이끌어 형주로 향하면 조조는  반드시 그 틈을 노려 다시 이곳으로 내려올 
것입니다. 그러니 글 두 통을 닦아 하나는  유장에게 보내고 또 하나는 장로에게 
보내도록 하십시오. 유장에게는 유비가 우리 동오와  동맹을 맺어 서천을 빼앗으
려 한다고 보내고,  장로에게는 유비가 형주에 없는 틈을 타  형주를 빼앗으라고 
하십시오. 유장은  그 글을 받고 유비를  의심하여 그를 치게 될  것이고 장로는 
형주를 취하려는 생각에  형주를 침범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유비는 머
리와 꼬리가 서로 도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그때를  틈타 우리가 군
사를 이끌어 형주로  짓쳐들면 형주는 어렵지 않게  우리 손안에 굴러들 것입니
다." 손권은 장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허도로 돌아간 조조를 방비하며 형주
를 취할 수  있으니 실로 훌륭한 묘계가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손권은  급히 두 
통의 서신을 닦아  유장과 장로에게 보냈다. 한편 유비는 가맹관에  머물면서 그
곳 백성들의 민심을 얻기 위해 힘을 쏟고  있었다. 유비가 백성들을 너그럽게 대
하며 어려움을 보살펴 주니 백성들도 마치 그곳의 주인을 대하듯 우러르며 따랐
다. 그럴 무렵 형주에서 공명이  보낸 글을 받았다. 그 글에는 손 부인이 동오로 
돌아간 사실과 조조가 강동으로 군사를 이끌어 동오의 유수를 침범한 사실을 알
려 온 것이었다. 그 글을 보자 유비가 놀라며 부군사 방통을 불러 의논했다. "조
조가 강동으로 군사를 내어 손권을 친다고 하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조조
가 이겨도  형주를 취하려 할 것이요,  손권이 이겨도 한 가지로  형주를 뺏으려 
들 것이오." 유비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방통은 태연스럽기 그지없었다.  "주공께
서는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형주에는  공명이 있으니 동오는  감히 그곳을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차라리 이 기회를 틈타 유장에게 글을  보내도록 하십시
오. 조조가 손권을 공격하자 손권이 형주로 구원을 청해 왔다고 하니, 손권과 주
공은 입술과 같은 사이라  돕지 않을 수 없다고 하십시오. 또한  장로는 자기 땅
이나 지키고 있을  도적에 지나지 않아 감히  이곳으로 쳐들어오지 않을 것이니 
주공께서는 형주로 돌아가  손권을 도와 조조를 치겠다고  하십시오. 주공께서는 
종친간의 정리를 내세워 거느린 군사가 적고 군량이  적으니 정병 3, 4만과 군량 
10만섬만 도와 달라고 유장에게 청하십시오. 만약  유장이 주공의 청을 들어준다
면 뒷일은 그때 가서 다시 의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유비는 방통이 뜻하는 바
를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었으나  곧 그 말을 좇아 유장에게 줄 글을 써서 사람
을 시켜 성도로 보냈다. 유비가 보낸 사자가 부수관에 이르자, 유장의 장수 양회
는 다른 장수 고패에게 그곳을 지키게 했다.  그리고 자신은 사자와 함께 성도로 
가 유장을 보러 갔다. 양회와 고패는 부수관을  지키며 유비의 동정을 살피기 위
해 파견된 장수인데 유비의 사자가  오자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껴 함께 유장을 
보러 간 것이었다. 사자가  유장에게 글을 바치자 유장이 다 읽고  난 후에 문득 
양회에게 물었다. "그대는 무슨 까닭에  함께 왔는가?" 양회가 유장의 물음에 서
슴없이 대답했다. "이 서신 때문입니다. 유비가 서천에 들어온 뒤로 널리 은혜와 
덕을 베풀어 백성들로부터 민심을 얻으려 하니  그 속셈이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그런데다 다시 군사와 군량을 내달라고 하니 이는  더욱 아니 될 일입니다. 결코 
유비에게 군사와 군량을  내주셔서는 아니 됩니다. 유비를 도와 주는  일은 바로 
그 야망의 불에  관솔을 쌓아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입니다." "나와 유현덕은 
형제의 정리가 있거늘 어찌 돕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 번 유비를 믿기 시작한 
유장인지라 유비를 의심하는 기색은 추호도 없었다. 유장의  그 같은 말에 또 다
른 한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 "유비는 그 속을 가늠하기 힘든 효웅입니다. 우리 
땅 안에 그를 오랫동안 머물게  함은 바로 범을 안에 들여 놓은 것과 다름이 없
습니다. 거기다가 다시  군사와 곡식마저 보태 준다면 범에게 날개를  달아 주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이겠습니까?"  사람들이 모두 그를 보니 그는 영릉 증양 사람
으로 이름은 유파요,  자는 자초였다. 유장은 두  사람의 말을 듣고도 얼른 뜻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황권이 나서며  간곡히 간했다. "양회·유파의 말이야말로 
진정으로 이 나라를 염려하는 충언이 아닌가 합니다. 주공께서는  굽어살피소서." 
이처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신하들이 한결같이 반대하고 나서자 유장도 그 의
견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유비의  청을 송두리째 물리칠 계제도 아니
었다. 궁리를 거듭한 끝에 싸움터에서는 소용되지  않는 늙고 힘없는 군사 4천과 
양곡 1만 섬만을 보내기로 하고 유비에게 핑계를 대는 글을 써서 사자에게 주어 
전하게 했다. 막상 유비를 냉대하고 난 유장은  한편으로 불안한 마음이 일어 양
회를 불러 부수관을  더욱 엄하게 지키게 했다. 유장의 사자가  가맹관에 이르러 
유비를 보고 절한  후 유장의 글을 바쳤다.  글을 다 읽고 난 유비가  크게 노해 
소리쳤다. "나는 너희들을 위해 적을 막아 주려고 이처럼 애쓰고 있는데, 너희들
은 재물을 쌓아  두고도 보답을 하지 않으려 하는구나! 이래  가지고서야 군사들
에게 어찌 목숨을 바쳐 싸우라고  할 수 있겠느냐?" 유비는 읽고 난 글을 그 자
리에서 찢어 버리고 벌떡 몸을 일으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되니 마침
내 유장이 유비에게 성도를 칠 구실을 만들어  주고 만 셈이었다. 유장의 사자는 
유비가 화를  내며 글을 찢자 혼쭐이  나서 그 자리를 물러나  성도로 달아났다. 
방통이 유비에게 다가가 아뢰었다. "주공께서는  인의만을 무겁게 여겨 오시다가 
오늘 유장의 글을 찢고 크게 노하셨으니 이제 유장과의 정은 다 버리신 것이 되
었습니다." "그럼 이제 어찌하면  좋겠소?" 유비가 화를 가라앉히고 방통에게 물
었다. 방통은 유비에게  결단을 촉구하듯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제게 세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 어느  것이든 주공의 마음에 드시는 계책을 한  가지만 결정해 
쓰십시오." "세 가지 계책이란 어떤 것이오?" "그 하나는 지금 날랜 군사들을 가
려 뽑아 밤낮을 도와 바로 성도로 짓쳐들어가는  것입니다. 미처 방비를 하지 못
한 성도를 깨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므로 이 계책이 상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양회와 고패를 죽이고  부성을 빼앗은 뒤 성도로 들어가
는 것입니다. 두 장수는 다 촉의 명장들인데다  강한 군사를 거느리고 관을 굳게 
지키고 있으니  그곳을 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주공께서 거짓으로 
형주로 돌아가신다고 하시면 그들은  바라던 바라 기뻐하며 전송하러 나올 것입
니다. 그때 두 장수를 죽이고 관을 빼앗아 부성  땅을 차지한 뒤 성도로 밀고 들
어가는 것이  중책입니다. 다음은 백제성을  물러난 뒤 곧장  형주로 돌아갔다가 
천천히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하책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 
이 세 가지 중에서 한 가지도 결정을 짓지 못하고 주저하시다가는 큰 낭패를 당
하시게 될 것인즉 그때 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유비가 잠자코 방통의 
말을 듣고 있더니 잠시 후 입을 열었다. "군사가 말씀하신 상책은 너무 조급하며 
하책은 너무 느리니  그 중간인 중책을, 느리지도 급하지도 않으니  중책을 쓰기
로 합시다!" 세 가지 계책 중에서 중책을 쓰기로  뜻을 정한 유비는 곧 유장에게 
보낼 글을 썼다. 
  조조가 부장 약진을  시켜 청니진을 침범하게 하였소. 여러 장수들이  그를 당
적해 내지 못한다는  급보가 왔기에 돌아가 그들을 막아야겠소. 공을  찾아갈 겨
를이 없어 글을 써서 작별을 고하는 바이오. 
  그런데 유비의 글이  성도에 이르자 엉뚱한 변이 일어났다. 유비가  형주로 돌
아간다는 말에 누구보다  크게 놀란 사람은 일을 여기까지 꾸며  온 장송이었다. 
대사를 이루기 일보 직전에 유비가 형주로 돌아가 버린다는 말에 장송은 안타까
운 마음으로 유비에게 보낼  글 한 통을 닦았다. 사람을 시켜  그 글을 유비에게 
보내려 하는데 마침 친형인 광한 태수 장숙이  찾아왔다. 장송은 황망히 그 글을 
옷소매 속에 감추고 형님을 맞아들였으나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형 장숙이 
그런 아우를 보니 어딘지 들떠 있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색이 좋지 
않구나.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는가?" 장숙이  아우를 보고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
다. 장송이 그 물음을 얼버무리고 있을 때 술상이 들어왔다. 장송이 형에게 술을 
따르는데 그만 급히 감췄던 소매 속의 글이  떨어졌다. 허둥대던 장송은 그 서신
이 떨어진 것도 모르고 있는데 마침 장숙을 모시고 왔던 종자가 그 서신을 주웠
다. 장숙의 종자는 그것이 주인의 것으로  지레짐작하고 때마침 술잔이 오고가고 
있던 터라 그 서신을 가지고  있다가 술자리가 끝나 집으로 돌아온 후 장숙에게 
바쳤다. 그 서신을 펴 본 장숙은 취기가 싹 가셨다. 그 내용이 너무도 놀라운 것
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난번 제가 황숙께  올린 글은 결코 거짓이  없는데도 어찌하여 날짜만 자꾸 
흘려 보내며 서두르지 않으십니까? 순리를 거슬러서라도 빼앗은 다음 순리를 따
르는 것이 옛 사람들이 귀하게 여겨 온 이치입니다.  이제 큰 일이 이미 우리 손
안에서 이루어지려 하는데  어찌하여 이곳을 버리고 형주로 돌아가시려 합니까? 
이 장송이 그 연유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이 글을 받으시는  대로 즉시 군사를 
이끌고 오십시오. 저는 안에서 내응하겠으니 행여라도  일에 그르침이 없을 터인
즉 이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십시오.
  장숙이 그 글을 다  읽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아우가 집안 망칠 
일을 꾸미고 있구나. 이 일을  그대로 두어서는 아니 되리라!" 장숙이 그렇게 한
탄한 후 곧 유장에게 달려가 그 글을  바쳤다. "제 아우가 유비와 내응하여 서천
을 그에게 바치려고  역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유장은 그 글을  보고 나서 크게 
노해 소리쳤다. "내가 오늘까지 저를 가볍게  대하지 않았거늘 어찌하여 나를 거
역하려 든다는 말인가?"  유장은 이어 수하 장수들에게  엄명을 내렸다. "장송과 
그 역적의 가족을  모조리 잡아 저잣거리에 끌어 내어 목을  베도록 하라!" 장송
을 비롯한  그의 가족들은 그날로  저잣거리에 끌려나가 목이  떨어지고 말았다. 
높은 재주를 지녔으나  제대로 피워 보지도 못한  채 멸문지화를 당하니 허망한 
죽음이었다. 후세 사람이 시를 지어 장송을 애도했다.
  한 번 보고도 다 외우는 높은 재주 편지 사연, 천기 누설 될 줄 누가 알랴. 현
덕의 왕업 이루는 것, 보지도 못하고 먼저 성도에 들어 피로 옷을 물들였네. 
  유장은 장송을 죽인  후 문무관원들을 모아 놓고 유비에 대한  일을 의논했다. 
"유비는 원래  내 땅을 빼앗으려는 놈이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는
가?" 그러자 유비가 서천에 들어올  때부터 반대했던 황권이 일어나 말했다. "지
금은 머뭇거릴 때가 아닙니다.  곧 각처의 관소에 이 일을 알리고  군사를 더 늘
려 굳게 지키도록 해야  합니다. 형주로부터 온 군사는 사람이나 말  한 필도 들
어서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유장은 황권의 말을 좇지 않을 수 없었다. 즉시 모
든 관문에 격문을 내려 형주군을 엄히 방비하게 했다. (7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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