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괴롭히는 거의 모든 문제들은 순전히 마음에 달려 있다. 문제의 원인이 마음에 있는데 해
결책을 외부에서 찾으려 한다면 괴로운 시행착오만을 반복하게 될 뿐이다. 이 책은 심리학을 통해
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원인을 찾고 치유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친절한 ‘마음 사용 설명서’
이다. 이 책에 소개된 심리학 스킬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면 그 동안 어깨를 짓누르던 삶의 무
게가 덜어지고, 방전되었던 마음이 충전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게 다 심리학 덕분이야
▣ Short Summary
예기치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불안에 몰아넣고, 평범했던 일상이 불안과 위험에 노출되어
버렸다. 직장인들은 불안 속에서도 출퇴근을 해야 하고, 퇴근 후 함께 모여 스트레스를 풀던 시간마저
잃어버렸다. 아이들, 노인들, 주부들 역시 즐거움을 함께 나누던 친구들로부터 갑자기 단절되어버렸다.
다행히 재택근무로 안전과 일을 동시에 지킬 수 있던 사람들 역시, 좁은 공간에 갇혀 답답하고 지루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바깥 생활이 대폭 줄어들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하지만 오히려 부부싸움이 늘고 부모
들은 아이들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함께하는 시간들이 갈등과 마찰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의지와는 다르게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격리되어버린 일상은 우리에게 고립감, 의
욕 저하, 무기력, 우울감, 잦은 마찰 등을 안겨주고 있다. 말 그대로 ‘코로나 블루’가 일상에 침투하고
있고, 직접 만나 나누던 온기는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최소한 백신이 나오고 집단 면역이 형성
될 때까지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최소한의 만남을 이어가야 한다. 마침내 코로나가 종결된다 해도 이
미 시작된 비접촉 언택트의 시대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렇게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만남들 역
시 갈수록 온택트와 비대면 사회에 더 많은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자신의 마음에 온기를 더해줄 심리학이 필요하고, 서로의 감정을 보듬어주는 대화법이
필요하다. 대폭 줄어든 유대 관계와 삶의 기쁨을 다시 채워줄 처방이 필요하다. 자주 함께할 수 없다
면 더 깊고 더 의미 있는 관계가 필요한 것이다.
갈등을 원활하게 해결하고, 좀 더 친밀한 대화를 통해 기쁨과 속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은 상
담심리학에서 가장 확실하게 얻을 수 있다. 사람과 직접 대화하며 치유하는 임상적인 접근으로, 꼭꼭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의 아픔을 어루만져온 상담가의 대화법이야말로 요즘 같은 단절된 시대에
가장 절실한 대화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화법은 힘겨운 갈등이나 격한 감정을 쉽게 해소할
수 있게 하고, 자신의 내면을 더 잘 들여다보게 한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깊은 내면을 나누게 하고 그
과정에서 삶의 의미들을 재충전하게 해주며 일상에 필요한 많은 부분을 자연스럽게 해결하고 채워준다.
따라서 서로가 단절될 수밖에 없는 거리 두기의 시대, 어쩔 수 없이 격리된 고독의 시대야인 지금이야
말로, 이 대화법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용기를 내어, 대중에 많이 알려진 사회심리학 대화법과 함께 상담심리학 대화법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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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심리학 덕분이야
하고자 마음먹었다. 기존의 사회심리학에서 가져온 쉽고 가벼운 대화의 기술 몇몇과 상담심리 대화법
의 핵심 4개 원칙만 익혀두어도 일상의 거의 모든 순간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대중적인 심리학, 즉 사회심리학적 접근만으로는 생활의 모든 부분을 다 조율할 수 없다. 하지
만 다양한 심리학들의 핵심 포인트만 잘 익히고 활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바야흐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얻는 즐거움과 안정감이 크게 위축되고, 관계에서 오는 기쁨과 의미부
여가 줄어들어 마음의 허기가 깊어진 시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위기가 우리에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상기시켜주었다는 점이다. 마구 몰려다니며 마음을 달래던 표면적 풍요의 허상을 걷
어내고, 진짜 소중한 관계가 무엇이고 더 단단한 기쁨이 무엇인지를 직시하게 한 것이다. 부디 여기
소개된 심리학의 핵심들을 충분히 익혀, 여러분의 삶을 더욱 알차게 살찌우기를 바란다.
▣ 차례
머리말 | 코로나 블루와 언택트의 시대,
온기를 채워주는 심리학이 필요하다 …4
1장 | 첫 눈에 관심을 사고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된다! - 사회심리학
첫인상을 우습게보지 마라 - 초두 효과 …16
따뜻함으로 승부하라 - 중심특성 효과 …20
행동을 따라 하면 금방 친해진다 - 미러링 효과 …24
되도록 상대방을 앞세워라 - 주인공 효과 …28
여운을 남기는 자가 주도권을 잡는다 - 자이가르닉 효과 …32
누구와 함께하든 가장 치명적인 두 단어 - 우리 & 이름 …35
유능해 보이고 싶다면 친절을 택하라 - 설득의 감정 전이 효과 …40
두괄식으로 말해야 실력이 돋보인다 - 집중의 유효기한 …43
결점이 있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다 - 실수 효과 …47
도움을 청하고 조언을 구하라 - 플랭클린 효과 …51
2장 | 닫혔던 마음이 열린다! 상대가 스스로 변한다! - 상담심리학
마음의 벽을 허무는 대화는 따로 있다 - 상담심리 대화법의 효과 …58
상대의 감정을 직접 들어라 - 상담심리 대화법의 제1원칙 …63
상대의 생각까지 온전히 들어라 - 생각의 적극적 듣기 …67
감정을 들어주면 스스로 변한다 - 아름다운 역설 …72
‘다름’을 인정해야 제대로 들린다 - 상담심리 대화법의 제2원칙 …77
무턱대고 긍정해주는 건 마음을 듣는 게 아니다 - 책임의 소재 …90
감정을 말하면 마음이 곧바로 전달된다 - 상담심리 대화법의 제3원칙 …96
‘너’가 아니라 ‘나’의 마음을 전하라 - 주체의 명확성 원리 …103
마음과 말을 정확히 일치시켜라 - 상담심리 대화법의 제4원칙 …108
밀당의 고수가 되고 싶다면 이것을 지켜라 - 일치성의 원리 …116
미움받지 않고 마음껏 행동하는 법 - 상담심리 대화법의 기본 패턴 …121
어려운 사람일수록 감정으로 대화하라 - 갈등의 최소화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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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심리학 덕분이야
3장 | 한눈에 상대의 본심을 간파한다! - 행동의 심리학
몸의 언어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 몸짓 해석의 기본 원리 …138
눈이야말로 가장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 눈의 정직성 …143
7개의 표정으로 빠르게 구별하라 - 에크먼의 표정 연구 …148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손과 팔 - 제스처의 기본 원리 …153
다리에 마음의 방향이 실린다 - 정직한 방향성 …158
거리는 친밀도의 척도다 - 근접학의 기초 상식 …162
맥락과 일관성으로 최종 판단한다 - 최종 판단의 기준 …167
거짓말을 하면 진정시키려는 행동이 따라온다 - 내버로의 세 가지 단서 …173
몸짓과 사건의 정황을 함께 고려해보라 - 사건의 정황 판단 …179
4장 | 꿈과 몸, 진짜 나의 욕구를 알려줘! - 비의식의 심리학
진심에 접근하는 몇 가지 방법 - 꿈과 몸 …186
꼭꼭 숨겨놓은 욕망을 찾는다 - 프로이트식 꿈 해석법 …190
불편한 욕구가 괴상한 꿈으로 - 꿈의 자기 유지 …195
정말 인정하기 싫은 자신의 단점은 이것 - 융의 그림자 …200
자아실현의 방향을 찾아라 - 원형과 집단무의식 …206
몸으로 진짜 자신의 욕구를 듣는다 - 몸의 감각적 반응 …214
좀 더 쉽게 자신의 욕구를 살펴보는 방법 - 아들러의 가상의 자기상 …220
5장 | 의지력 따위 믿지 않는다! 이번엔 제대로 변해보자 - 감정의 심리학
의지만 믿다가는 자존감이 골병든다 -바우마이스터의 의지력 실험 …228
과도한 감정은 바라봐주면 해소된다 - 감정 해소의 원리 …231
몸을 직시하면 오래된 앙금도 해소된다 - 몸의 직시 효과 …237
자신의 못난 모습까지 받아들일 때 진짜 자존감이 생긴다 - 자기 수용의 원리 …241
가장 빠르게 자존감을 회복하는 힌트 - 수용의 도약 …247
정리를 쉽게 하려면 감정을 이용하라 - 정리의 세 가지 감정 포인트 …255
더 이상 미루는 습관은 없다 - 마음의 부담 덜기 …264
누구나 쉽게 빠져드는 비결 - 간결한 몰입의 법칙 …269
6장 | 코로나 시대,
마음을 더 알차게 채우는 심리학 - 치유의 심리학
친밀감이 우리를 치유한다 - 심리적 지원 모임의 대화 규칙 …282
1 대 1 관계를 가볍게 여기지 마라 - 완전한 솔직함 …288
친구가 적은 것보다 허울뿐인 관계가 문제다 - 친밀성 효과와 전념 …293
시시콜콜한 대화가 외로운 시간을 건너게 해준다 - 찰떡 궁합의 원리 …298
거리 두기의 시대, 만남의 의미를 극대화하는 법 - 다름의 또 다른 효과 …303
코로나 블루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 - 자연과 몸을 통한 회복력 …308
단절의 시대, 혼자서도 즐거워지는 법을 익혀라 - 자기 충전 …312
아름다움이 나를 끌고 가게 하라 - 미적 욕구와 경탄의 힘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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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심리학 덕분이야
이게 다 심리학 덕분이야
주현성 지음
1장 | 첫 눈에 관심을 사고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된다! - 사회심리학
여운을 남기는 자가 주도권을 잡는다 - 자이가르닉 효과
러시아의 심리학자인 블루마 자이가르닉은 빈의 카페에 앉아 서빙하는 종업원들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
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들이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모든 주문을 척척 기억하고 처리하는 모습이 몹
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저렇게 기억을 잘할 수 있지?’ 호기심이 생긴 그녀는 종업원을
불러 그 능력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방금 나간 저 손님이 어떤 주문을 했었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그녀의 물음에 종업원은 의외의 답변을 했다. “모르겠는데요.” 신기하게도 종업원들은 계산이 완료된
주문은 기억하지 못했고, 아직 계산이 끝나기 전 주문들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자극받은 그녀는 164명의 참가자를 모아 실험을 진행했다. 시 쓰기, 구슬 꿰기, 연산하기 등의
간단한 과제를 15~22개 정도 주고 그것을 수행하게 했다. 한 그룹은 과제를 수행하는 도중 아무런 방
해도 받지 않았다. 나머지 한 그룹은 과제 수행 중 도중에 중단시키거나, 다른 과제를 시켰다. 그러고
나서 각 그룹의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했던 과제들에 대해 다시 떠올려서 말하도록 했다. 그 실험 결과
는 카페의 종업원들과 같았다. 과제 도중에 방해를 받거나 중단된 그룹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그
룹에 비해 두 배나 더 많은 과제를 기억해낸 것이다. 특히, 그들이 떠올려낸 과제 중 68%는 정상적으
로 완수한 과제가 아닌 중간에 그만둔 과제였다.
이렇게 해서 그 유명한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말이 나왔다. 이는 마치지 못하거나 완성하지 못한 일을
쉽게 마음속에서 지우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 것으로 ‘미완성 효과’라고도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흔히 이런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마다 밤샘 공부를 하고 시험 치던 때를 생
각해보라.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을 달달 외워서 답을 맞혔건만, 시험이 끝나자마자 머릿속에 거
의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확실한 결말이 있을 것 같은 영화가 갑자기 끝나버렸을 때, 뭔가 아
쉬우면서도 기억에 남아 맴도는 법이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 못내 아쉽게 오래 남는 것 또한 같은
이치다. 드라마의 PD들은 일부러 한참 흥미진진할 때 ‘다음 이 시간에’라는 자막으로 드라마를 끝맺는
다. 못내 아쉬운 시청자가 더 오래 기억하며 두고두고 궁금증과 흥미를 유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첫 만남이나 중요한 만남에서 이 미완성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 대화가 한참 무르
익어 상대방이 ‘좀 더 이야기하고 싶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드라마가 끝나는 것처럼, 바로 이때가
가야 할 시간이다. “함께하고 있으니, 정말 유쾌하고 기분이 좋네요. 그래서 더 안타깝습니다. 제가 꼭
일어나야 할 시간이라서요. 다음에 또 뵙고 싶습니다.” 이런 식으로 함께한 시간의 즐거움을 상대방에
게 인지시키고, 그러면서도 상대방이 미련이 남게끔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방은
당신에 대해 즐거운 인상이 남고 아쉬움에 다음 만남을 기대하게 된다.
특히, 만남 초반에 너무 미미한 인상을 남겼다고 생각되거나, 더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면 꼭 한번
미완성 효과를 활용해보기 바란다. 여기서 핵심 포인트는 충분히 즐겁게 피크를 향해가고 있다고 생각
되는 지점을 잡는 것이다. 그렇게 기쁨이 정점에 있을 때 마무리할 수 있다면, 상대방은 하루 빨리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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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심리학 덕분이야
신을 다시 보고 싶을 것이다.
2장 | 닫혔던 마음이 열린다! 상대가 스스로 변한다! - 상담심리학
감정을 말하면 마음이 곧바로 전달된다 - 상담심리 대화법의 제3원칙
앞에서 우리는 상담심리 대화법의 두 원칙을 배웠다. 그 하나는 상대방의 감정을 직접 듣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더 잘 듣기 위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적극적 듣기를 통해 상대방에게 일어난
감정적인 문제를 해소하고 더 나아가 상대방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말하기에 적용해보는 건 어떨까?
우선 말을 할 때 논리나 이성을 앞세우는 대신 감정을 앞세우는 것이다. 일례로 설거지 문제로 갈등을
일으킨 부부의 예를 다시 들어보자. 먼저 아내가 “당신이 설거지를 안 해서 내 일이 엉망이 됐어요”라
고 말하는 대신 “당신이 설거지를 안 해서 난 몹시 실망했어요”라고 말해보는 것이다. “당신이 설거지
를 안 해서 내가 설거지를 해야 했어요. 그런 바람에 내일에 차질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당신이 원망스
러워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남편은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앞의 남편의 반응처럼 “왜 당신은
모두 내 탓을 하지?”라고 대답할까? “고작 설거지 안 한 걸 가지고 당신의 일이 엉망이 됐다는 게 말
이 돼?”라고 되물을까? 또는 “내가 왜 꼭 설거지를 해야 하지?”라고 반박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말에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게 된다. 왜냐하면 상대가 실망한다고 원망스럽
다고 명확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당신이 설거지를 안 해서 내 일이 엉망이 됐어”라는
말은 당신이 잘못이 나의 일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논리적 사실을 말한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설거
지를 안 해서 난 몹시 실망했어요”는 남편이 설거지를 안 한 것에 대한 아내 자신의 감정을 말하고 있
다. 전자는 논리의 옳고 그름을 따져서 누가 옳은지 틀린지를 가려야 하는 문제지만, 후자는 그저 아
내의 감정일 따름이다. 감정은 좋고 싫음의 문제일 뿐, 누가 옳다고 그르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남편은 아내의 감정을 평가할 수 없고, 오직 ‘그렇구나!’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대부
분 이렇게 말하게 된다. “실망했구나, 미안해,” “그렇게 생각했었구나. 많이 원망스러웠나보네. 미안
해.” 물론 남편에게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을 수 있는데, 남편은 일단 그렇게 사과를 하고 나서 자신
의 변명을 하게 되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리고 바로 감정을 말하는 것의 장점이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우리의 의중을 표현하거나 설득하기도 하고, 불만을 표하거나 반대의사를 전달하기
도 한다. 이때 우리는 그 타당성과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그럴싸한 근거를 제시하거나 합당한 논리를
내세운다. 문제는 우리의 주장이나 생각이 상대방과 다르고, 갈등을 일으킬 때이다. 이때 상대방은 반
론을 제시하거나 저항해오고, 우리는 더 명백한 근거나 더 확실한 논리를 찾아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
해 노력한다. 하지만 상황은 우리의 노력과 의도와는 다르게 전개되기 쉽다. 보통 상대 역시 더 강하
게 반박해오거나 격한 감정으로 맞받아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논리와 근거를 강하게 내세울수록,
그만큼 당신이 옳다고 확신할수록, 상대방은 더 불쾌해지기 쉽다는 점이다. 반발심만 더 커져서 아예
귀를 막아버리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논리와 근거보다, 우선 감정을 앞세워야 한다. 서로가 불쾌해지지 않으려면, 감
정을 넣어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감정이야말로 상대방이 반격할 수 없는 팩트이고, 무엇보다 상대방
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나의 감정이 그런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
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상대심리 대화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다름의 원칙’이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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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심리학 덕분이야
적용된다. 내가 좋거나 싫은 것이고, 내가 기대하거나 실망하는 것이고, 내가 기쁘거나 슬픈 것일 뿐이
다. 이런 나의 감정을 상대방이 맞다 틀리다 할 수 없다. 누군가가 하나로 묶어 같은 선상에서 평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나 또한 상대방이 좋고 싫은 것에 대해, 기쁘고 슬픈 것에 대해 맞다 틀리다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각자가 가진 감정과 가치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말하기가 가능해진다. 그러니 크게 부딪힐
일이 없고, 상대방의 견해를 침범할 일도 없다. 불쾌하거나 감정이 격해질 일이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로 듣기든 말하기든 감정을 중심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다름을 전제로 하는 것이 되는데, 감정은
언제나 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감정을 말하고 상대가 나의 감정을 들었을 때, 상대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귀를 기울
이는 것뿐이다. 나 역시 상대의 감정을 들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귀를 기울이는 것뿐이다.
“아! 그랬었나요? 몰랐어요” “그랬군! 그럴 만하네” 하면서 말이다. 상대방이 나와 감정이 달라도, 내가
상대방과 느끼는 것이 달라도 절대 틀렸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그저 공감하지 못할 뿐이다. “아! 그렇
게 느꼈구나? 나는 다르게 느꼈어” “제 느낌은 좀 다른데요……”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감정은 오직 당사자의 것이기 때문에, 감정을 말하면 상대방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전제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것이 진정한 속마음이기에 더욱 진실하게 서로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
게 한다. 게다가 서로가 논쟁에 휘말리지 않기 때문에, 좀 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이 바로 상담심리 대화법의 아이러니다. 감정적으로 대화할까봐 이성과 논리를 내세우면, 오히려
감정적이 되어버린다. 차라리 감정을 내세워 대화하니, 대화가 오히려 이성적이고 차분하게 진행된다.
감정을 앞세우는 것이야말로 대화를 가장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배워왔고 경험해왔는데, 그래서 더 합
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시키고자 노력해왔는데, 오히려 감정을 말함으로써 더 차분하고 냉정
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알파고와
알파고가 만나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만나 대화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뇌과
학자들 또한 우리의 논리조차 감정과 뒤섞여 있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논리적이려고 노력해도 감정은
자연스럽게 우리를 따라 다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감정을 사용해서 말해야 한다. 이것이 상담 심리 대화법의 제3원칙이다. 갈등의
소지가 있을 때나 진심을 올곧이 전하고 싶을 때, 나의 감정을 직접 말하자. 그래야 대화에서 불거질
감정의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더 빠르게 진심을 전달할 수 있다. 감정을 사용해 감정의 문제
를 방지할 수 있고, 둘러대거나 미화하지 않고도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나의 진심을 제대로 전
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옳다 틀리다 말하지 말고, 감정을 먼저 말하면 된다. “그게 좋아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은
좀 우울합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내겐 중요합니다” “당신이 좋아요”와 같이 감정을 표현하
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실망이나 서운함, 기쁨이나 즐거움 같은 감정뿐만 아니라, 바람이나
요구 등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 “인정받고 싶습니다” “기대가 돼요”라고 말하면 된다. 물론 대화가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만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상황이나 상태를 말할 때도 있다. 이때는 앞서 말한 “내
겐 그것이 중요합니다”처럼, 자신의 처한 상황이나 자신이 그 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정확히
전달함으로써, 도움이나 이해를 구하고 좀 더 진솔한 대화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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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심리학 덕분이야
1장에서 말했듯이 회의나 설명이 필요한 대화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결론부터 말하라고 조언한다. 그
래야 상대가 하고자 하는 말의 취지를 더 명확히 알아듣고 그 이유에도 관심을 갖고 열심히 듣기 때문
이다. 감정을 말하는 것은 결론 중 최종 결론을 말하는 것과 같다. 모든 대화에서 원인이나 근거가 어
떻든 결국 그 결과 내 마음이 어떻다는 것을 전하는 것, 즉 감정을 전하는 것이 결론이기 때문이다. 고
든은 이렇게 나의 감정을 말하고 이유를 설명하는 것을 ‘나 전달법’이라고 한다. 이 나 전달법도 적극
적 듣기와 원리는 같다. 적극적 듣기에 적용되는 감정의 원칙, 다름의 원칙을 말하는 것에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장 | 한눈에 상대의 본심을 간파한다! - 행동의 심리학
거짓말을 하면 진정시키려는 행동이 따라온다 - 내버로의 세 가지 단서
상대가 열린 자세를 하거나 가까운 거리에 머물려고 한다면, 상대가 우리를 편하고 친근하게 여기고
긍정적으로 안정된 마음을 가지고 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상대가 닫힌 태도를 취하고 거리를
멀리하려고 한다면, 상대가 우리에게 얼마나 불편해하고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
다. 평소와 다른 과장된 행동은 그것이 좋은 반응이든 좋지 않은 반응이든 감정이 더 격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기본적인 기준을 통해 우리는 빠르게 상대방이 말하지 않은 것, 상대방이 감추고 싶어
하는 내심까지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준으로도 좀처럼 쉽게 가늠해보기 힘든 게 있다. 바로 상대가 아주 교묘하게 의도적으
로 우리를 속이려고 거짓말을 할 때이다. 특히 이런 거짓말은 자신이 숨기려는 의도를 분명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몸짓을 통제하고 꾸민다. 게다가 거짓말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말 이외의 몸짓
에도 더욱 신경을 쓰고 조율하기 때문에 좀처럼 그 거짓말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거짓말
을 할 때 보통 사람들이 눈을 피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일부러 상대방의 눈을 더욱 똑바로 쳐다보
며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속임수에 능숙한 사람을 가장 피하고 싶지만, 이들이야말로 말은 물론 몸짓까지도 능수능란하
게 꾸미는 능력이 있어 구별하기 힘들다. FBI의 인간 거짓말탐지기로 불리는 조 내버로조차 수많은 속
임수를 겪으면서 배운 것은, 거짓말임을 드러내주는 절대적인 특정 행동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똑 떨어지는 정확하고 확실한 거짓임을 보여주는 몸짓은 찾기 힘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런 사람들에게 속아 넘어가거나 이용당하
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면밀한 관찰과 최적화된 힌트가 필요하다. 좀 더 치밀하게 속이려는 사람들
이 어떻게 행동하고 우리를 속이는지, 우리는 또 어떻게 그 숨은 의도를 파악해내는지 살펴보고 그 기
준을 익혀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조 내버로가 제시한 거짓임을 보여주는 단서들을 크게 세 가지 핵
심으로 요약해 살펴볼 것이다. 적어도 이 세 가지 단서만이라도 명확히 파악하고 잡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쉽게 속지 않고 더 많은 거짓말들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거짓말을 하면 ‘진정시키는 행동’이 뒤따라온다. 거짓말을 하거나 어떤 사실을 감추려는 사람은
불안한 마음이 생기고, 이것이 몸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보통은 일부러 거리를 두거나 접촉을 피한
다. 나란히 앉아 있어도 몸과 발을 다른 쪽으로 돌리거나 출구 쪽으로 향한다. 쿠션이나 음료수 캔, 가
방 등을 사용해 대화하는 사람과의 사이에 은폐물을 놓기도 한다. 일종의 스트레스 반응으로 폐쇄적이
고 방어적인 몸짓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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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심리학 덕분이야
하지만 이런 원리를 미리 알고 있는 고수들은 좀 더 열린 태도를 보이고 좀 더 긍정적인 신호들을 보
내려 위장한다. 하지만 거짓말을 숨기려는 의도조차 숨기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회전할 경우, 흔히
스트레스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몸의 반응이 뒤따르게 된다. 이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손의
반응이다. 보통의 경우 우리는 손을 가장 잘 의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머리
와 감정이 동시에 작동하느라 과부화가 걸리면서, 손이 편도체의 명령을 그대로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뇌는 스트레스를 진정시키기 위해 엔도르핀을 방출하고자 하고, 이를 자극할 몸의 행동을 요구하
게 된다. 그 순간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보통 손인데, 손을 얼굴, 머리, 목, 어깨 등에 갖다 댐
으로써 자신을 진정시키려 한다. 특히, 이런 행동은 난처한 상황이나 어려운 질문과 같은 강한 스트레
스 자극에서 쉽게 드러나곤 한다. 가장 자주 하는 ‘진정시키는 행동’은 목 언저리나 쇄골 부분에 손을
가져가는 행동이다. 여자는 목걸이를 만지거나 남자는 넥타이를 고쳐 매기도 한다. 뇌가 제발 자신을
좀 진정시켜달라고 손을 재촉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진정시켜는 행동들을 포착하고 그와 관련된 다
양한 물음을 던지면 된다.
두 번째, 거짓말을 하면 행동의 ‘지연속의 불일치’가 일어난다. 몸은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그대로 드
러내기 때문에, 말과 몸짓이 일치하기 마련이다. 일례로 “나는 그곳에 있었어요”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긍정적으로 끄덕이는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행동에 미세한 지연이 따른다. “네”라고 말
하고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그 순간 어떻게 몸짓을 해야 할지 계산을 하느라 머뭇
거릴 수도 있고, 자신의 잘못된 몸짓을 빠르게 수정하느라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네”라고 말
하면서 고개를 흔들거나, “아니오”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불일치가 생기는 것이다.
세 번째, 거짓말을 하면 ‘강조의 불일치’가 일어난다. 강조는 자신이 그것을 얼마나 강하게 느끼고 중
요시하는지 알리는 방법으로, 말을 하면서 변연계가 자연스럽게 그것을 뒷받침하는 몸짓을 동시에 함
께 하도록 이끌어준다. 보통 목소리를 높이거나 음색을 바꾸어 강조하기도 하고 말을 반복해 강조하기
도 한다. 눈썹을 올리거나 눈을 크게 뜨며 강조하기도 하고, 의미심장한 말을 할 때는 몸을 앞으로 기
울이기도 한다. 이렇게 강조는 중요한 포인트에서 말과 함께 자연스럽게 일치해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좀처럼 강조해야 할 것을 정확히 강조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은 가짜 감정이기 때문이다. 가짜 감정을 강조하려고 하니, 어디서 강조해야 할지 잘
모르고 심지어 강조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강조해야 할 부분에서 입을
가리거나 얼굴 표정을 억제하곤 한다. 의미심장한 말을 하면서 몸을 뒤로 하거나 갑자기 팔의 움직임
이 멈춰버린다.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감정이입이나 몰입이 부족하다.
이상의 세 자기 포인트가 상대방의 몸짓으로 유의미하게 드러난다면, 우리는 일단 그 사람의 진심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렇다 해도 결코 속단해서는 안 된다. 특히 불일치의 경우 기만이라기보
다 내면의 갈등으로 인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자신이 자신을 잘 몰라서 일어나는 마
음의 갈등으로, 감정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자신의 말과 엇갈리며 지연이 일어나 생기는 불일치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바로 그 시점부터 관련된 사항에 대해 차분하게 물어가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비교해
보아야 한다. 먼저 관련된 사항을 묻고 대답을 기다리며 반응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관련되
지 않은 질문도 던져보고 그 반응을 살펴야 한다. 그렇게 관련된 사항에 대한 여러 질문을 하면서 관
련된 질문에만 유의미한 행동 반응을 보이는지 비교해보아야 한다. 어떤 행동이든 부정적인 의미를 동
반하고, 세 가지 포인트에 속하는 반응이 보이면 그것은 거짓 행동의 증거가 되는 것이다. 물론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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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심리학 덕분이야
되지 않은 질문에서도 자주 그런 행동이 나온다면, 그는 우리를 속이고 있는 것이라기보다 그저 불안
하고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4장 | 꿈과 몸, 진짜 나의 욕구를 알려줘! - 비의식의 심리학
꼭꼭 숨겨놓은 욕망을 찾는다 - 프로이트식 꿈 해석법
무의식의 개념을 세상에 알리고, 정신분석을 창시한 지그문트 프로이트. 그를 따라다니는 말은 성적
욕망, 억압, 방어기제와 같은 말들이다. 이는 욕망을 당당히 내세우지 못해서 꼭꼭 숨겨두거나 왜곡하
는 것을 지적하는 말들이다. 그가 말하는 꿈의 내용이나 무의식이라는 것이 대놓고 말하기에 창피하거
나 비윤리적인 것, 또는 비난받을 만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들이 쓰이는 것이다. 이
런 이유들로 꿈이 대부분 왜곡된 형태나 이상한 내용들로 나오게 되는데 이를 해석해 그 정확한 욕구
를 알고자 한다. 그래서 프로이트식 해석으로 우리가 꿈을 통해 찾아야 하는 것들은, 한마디로 ‘말하기
가 참 거시기한 것들’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이 해석법을 통해 입에 담기 애매하고 남이 알까
봐 숨긴, 좀 거북한 우리의 솔직한 속마음을 알아챌 수 있는 것이다.
심리치료를 위해 프로이트의 해석법을 터득하려면 아주 많은 지식과 아주 오랜 수련이 필요하지만, 단
지 꿈에 나타난 나의 숨은 욕구를 가늠하는 것은 그저 다음과 같은 한 마디로 가볍게 시작해볼 수 있
다. “나는 이번 꿈을 통해 무엇을 충족하고 있는가?” 이렇게 물음을 시작하면 된다. 지금의 꿈으로 이
미 내 욕구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전제하고 되짚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꿈을 욕망 충족,
소원 성취라고 말한다.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하는 바람이나 욕망을 대신해서 충족시켜주는 활동이 꿈
이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꿈을 직접 예로 들어보자. “그날 나는 자기 전에 이미 갈증을 느끼고 침대 옆 탁자 위에 있
는 컵의 물을 마시고 잤다. 두세 시간 후, 잠결에 또 갈증을 느꼈으나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 물을 마
시려면 또 일어나서 건너편에 있는 아내의 탁자까지 가서 컵을 가져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꿈을
꾸었다. 아내가 내게 물을 먹여주는 꿈이었다. 그때 컵은 내가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져왔다가 오래전
에 남에게 줘버린 에트루리아의 뼈를 담아두는 단지였다.
갈증으로부터 물을 마시고 싶다는 소원이 생겨나고, 아내가 물을 먹여주는 꿈을 꿈으로써 프로이트는
이 소원을 성취하고 있는 것이다. 잠자는 과정에서 생긴 욕구를 꿈이 대신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프
로이트는 그 뒤 이어지는 문장에서도, 이 꿈을 통해 자신의 손을 떠났던 골동품을 다시 찾고 싶었던
욕구도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꿈에 나타나는 내용과 행동은 꿈꾸는 사람의 욕망을 직접 채워주는 것이고, 우리는 꿈이 무엇
을 충족시키는지를 추적함으로써 꿈을 해석할 수 있다. 참고로 꿈이 이렇게 소원성취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잠을 계속 잘 수 있게 유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앞에서처럼 자는 도중에 갈증이 생기면 물
을 먹기 위해서 잠을 깨야 한다. 자칫 잠이 깨버려서 충분한 휴식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잠에
서 깨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꿈이 알아서 물을 먹는 만족감, 즉 소원을 성취해줌으로써 갈증을 해소
하고 잠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보통 우리가 자다가 소변이 마려운 경우도 소변을 보는 꿈을 꾸곤
한다. 물론 자면서도 정말 방광이 꽉 차 도저히 못 참는다거나 갈증이 심해 물을 빨리 보충해야 할 상
황도 생긴다. 이때는 꿈이 스스로 우리를 깨우기도 한다. 앞의 골동품 단지 꿈도 결국 꿈을 깨우는 상
황으로 이어진다. 다음은 앞의 내용에 이어지는 프로이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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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심리학 덕분이야
꿈속에서 나는 물이 어찌나 짜던지 그만 잠을 깨고 말았다. 물이 그렇게 짠 것은 분명히 뼈 맛 때문이
다. 이 꿈에서 나는 물을 마시고 싶은 소원을 성취하고 있다. 그리고 내손을 떠났던 골동품 단지를 다
시 찾은 것도 소원성취였다. 그리고 물맛을 짜게 하여 나를 깨워서 근본적으로 갈증을 해결하게 한 것
도 하나의 소원성취였다. 꿈은 물맛을 짜게 하기 위해서 납골 단지를 동원했던 것이다.
5장 | 의지력 따위 믿지 않는다! 이번엔 제대로 변해보자 - 감정의 심리학
의지만 믿다가는 자존감이 골병든다 -바우마이스터의 의지력 실험
1996년, 미국의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쫄쫄 굶은 대학생들을 앞에 놓고 음식으로 유혹하는,
실험치고는 좀 잔인하다는 농이 오갈 만한 실험을 시도했다. 굶주린 학생들 한 그룹 앞에는 막 구운
초코칩 쿠키가 주어졌고, 다른 한 그룹에는 맛없는 생무 조각이 담긴 그릇이 주어졌다. 실험실 안에는
초코칩 쿠키향이 진동했고, 생무를 받은 학생 그룹은 쿠키를 갈망하며 바라보는 등 쿠키를 먹고 싶은
유혹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이들을 다른 방으로 데려가 기하학적인 수수께끼를 풀도록 했는데, 이
방법은 스트레스 전문가 등이 피실험자들에게 총체적인 인내심을 측정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그 결과는 아주 흥미로웠다. 생무를 받은 학생들이 문제에 집중력을 발휘한 시간은 초코칩 쿠키를 먹
은 학생들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쳤던 것이다. 쿠키를 먹고 싶은 욕망을 참느라 의지력이 고갈되어,
더 이상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이 의지력에 대해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바우마
이스터의 유명한 의지력 실험이다. 누군가는 초코칩이 몸에 에너지를 공급해서 그런 것이라고 반론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의지력은 사용하면 할수록 고갈된다는 사실이
더욱 자명해졌다.
그렇다. 의지를 불태우면 불태울수록 의지는 고갈되고 만다. 심지어 의지력이 고갈되면 자제하려던 행
동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진다는 보고도 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의지력이 고갈되
면, 의지력을 사용하기 전보다 먹고 싶은 욕망이 훨씬 더 커진다. 그렇게 의지력은 자기 의지와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청개구리 같은 면이 있다. 그러니 의지를 앞세우고 의지력만 믿다가 매번 좌절과 자
기 비난을 거듭하고,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자존감만 골병들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껏 의
지를 내세우며 자신을 몰아붙이던 사람이라면, 더 이상 스스로를 괴롭히기보다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6장 | 코로나 시대, 마음을 더 알차게 채우는 심리학 - 치유의 심리학
아름다움이 나를 끌고 가게 하라 - 미적 욕구와 경탄의 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가 충족될 때마다 더 높은 단
계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1단계는 생리적 욕구로 음식, 의복, 주거 등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욕구다. 이 욕구가 없으면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이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2단계 안전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이는 신체적 위협이나 두려움, 경제적 어려움이나 불안정한 혼란 등으로부
터 벗어나 지속적인 안전과 안정을 구축하고 건강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다.
이것이 어느 정도 충족되었을 때 3단계 소속 및 애정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집중하게 된다. 이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이다. 가족, 친구, 회사 조직 등의 일원으로 원활한
관계를 맺고 심리적 안정감을 더 많이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4단계는 존중에 대한 욕구다. 이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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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심리학 덕분이야
람들로부터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좀 더 유능하고 훌륭한 인물로 존중
받고 싶은 욕구이다. 이때 존중은 지위나 인정, 명성, 관심 받는 것같이 외부에서 얻는 존중도 중요하
지만, 스스로가 자신을 중요하다고 느껴야 비로소 진정한 존중의 느낌을 충족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로, 각 개인의 타고난 능력 혹은 성장 잠재력을 실행하려는 욕구
라 할 수 있다. 이 단계는 앞선 4개의 욕구처럼 결핍된 것을 충족시키려는 욕구가 아니라, 이들 욕구
들이 충족되어 결핍이 아닌 상태에서 더 많은 성장을 갈망하는 욕구이다. 이 욕구야말로 가장 인간답
고 성숙한 욕구로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을 멋지게 다듬어 내려는 욕구라 하겠다.
이 인간욕구 5단계 이론은 인간의 다양한 욕구와 삶의 동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나아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며 동기이론의 기초로 높이 평가되곤 했다. 물론 이 이론은 사람들이 각 단계의
욕구를 단계적이기보다 여러 단계를 동시에 충족시키려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때문에 비판을 받고 있
고, 매슬로 스스로도 말년에 자아실현 욕구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욕구라고 다른 시각을 나타내기도 했
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그와 그의 제자들이 제기한 인지적 욕구와 심미적 욕구다. 인지
적 욕구는 지식과 기술, 주변 환경에 대해 호기심을 품고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다. 심미적 욕구는 자
연과 예술, 더 나아가 삶에서 균형과 조화를 꿈꾸고 좀 더 아름다운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욕구다. 인
지적 욕구와 심미적 욕구는 자기실현만으로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 애매모호한 개념이지만, 우리 안에
또렷이 존재하는 욕구이기에 존중 욕구와 자기실현 욕구 사이에 추가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욕구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이 인지적 욕구와 심미적 욕구를 갈망한다.
여기서 인지적 욕구는 고독에 심취하는 방법처럼 역사책에 골몰하거나 우주 등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채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미적 욕구는 등한시하기 쉽다. 뭔가 예쁘고 아름다운 것, 좀 더 좋아
보이는 것을 향한 욕구는 때때로 겉모습만 중시하고 사치를 부추기는 모습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기 때
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오히려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내적 아름다움에 더 많은
방점이 맞추어진다.
여기서 아름다움이란 객관적인 기준이나 법칙이 아니다. 오히려 내 마음을 강하면서도 거칠지 않게 매
혹하는 것이며, 내 마음이 부드럽게 빠져드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아름다운 사람은 물론 음악, 미술,
자연까지 더 나아가 우주적 질서와 아름답고 숭고한 삶까지를 포함한다. 무엇보다 이런 아름다움을 추
구하고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것이야말로, 때때로 삶의 의미처럼 우리를 끌고 가는 강한 힘이 되어준다.
특히, 힘겨운 삶이 우리를 짓누를 때, 그래도 이 세상을 살 만한 곳이라고 우리를 유혹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루하루가 무료하고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면, 너무나 힘겨운 시간이 우리를 뒤흔들고 있다
고 느껴진다면, 아름다운 것을 찾아 추구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심하게 아프고 난 후 회복하고 나서
밟아보는 잔디와 햇살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광풍이 지나간 후 평화를 되찾은 평온 역시 아름답고 눈
부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죽음 직전까지 갔던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도, 다섯 차례나 사형 선고
를 받았던 평화주의자 김낙중 씨도, 감옥에서 바라본 세상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고 말한다. 갇
힌 감옥에서 본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새소리 하나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있는 이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다. 우리가 그렇게 바라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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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심리학 덕분이야
그동안 알아보지 못한 아름다움에 경탄할 수 있게 될 때, 이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강한 삶의 의욕을
부여해주기 시작한다. 수용소의 그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추리소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는 말한다.
“인생을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유일한 것이 있다. 바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해야 한
다. 멋진 풍경이나 옛 정서가 남아있는 골목길도 좋다. 물론 화려한 풍경이 아니어도 좋다. 시간 날 때,
인적이 드문 미술관을 찾아 조용히 그림을 감상해보는 것도 좋다. 핵심은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것이다.
예쁜 와인 잔에 붉게 담긴 와인, 비스듬히 비추는 햇살의 아름다움, 사랑하는 사람이 일하는 뒷모습
등 아름다움의 눈으로 보기 시작하면 그만큼 또 아름다운 게 없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현대 철학의 아버지로 우뚝 선 니체도 아름다운 것이 힘을 상승시킨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예술 외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예술은 삶을 가능하게 하
는 위대한 형성자요, 삶으로 이끄는 위대한 유혹자요, 삶의 위대한 자극제라고 말한다. 심지어 예술을
통해서만 우리 삶이 정당화된다고 역설한다. 예술과 아름다움은 우리로 하여금, 삶의 무의미와 힘겨운
삶의 고통에 등 돌리게 하고 더 큰 기쁨과 살아야 할 이유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아름다움
에서 그런 위안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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