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카미 가즈토, 미카미 가쓰라, 가와시마 다카요시 지음 / 사람과나무사이
놀이를 개발해 즐길 줄 아는 까마귀, 곤충이나 작은 물고기를 미끼로 큰 물고기를 감쪽같이 속여
서 잡는 낚시꾼 검은댕기해오라기, 자신은 번식하지 않고 다른 부부의 번식을 돕고 남의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고 경비 업무까지 도맡아하며 ‘가사 도우미’로서의 삶을 즐기는 오목눈이……. 최
고 권위의 조류학자가 들려주는 새의 은밀하고도 흥미진진하며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기상천외한
이야기로 빼곡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은 지금까지 새에 관해 가졌던 편견이 벗겨지고 통념
이 깨지는 신선한 ‘지적 충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3가지 새 이야기
가와카미 가즈토, 미카미 가쓰라, 가와시마 다카요시 지음
▣ 저자 가와카미 가즈토, 미카미 가쓰라, 가와시마 다카요시
가와카미 가즈토 - 독삼림 종합연구소 주임 연구원. 오가사와라제도의 조류 보존과 관리 연구에 온 힘
을 쏟았으며, 화산 분화 중의 니시노시마에서 현장 연구를 하다가 조사 지역이 용암에 휩쓸려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 『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등이 있다.
미카미 가쓰라 - 규슈대학교대학원에서 십자매의 바람기에 관한 연구로 박사(이학) 학위를 취득했다.
NPO 법인 ‘버드 리서치’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일본 야조회에서 발행하는 잡지 《Strix》 부편집장으
로 일했다. 주요 저서로 『새의 행동 생태학』(분담 집필: 교토대학교 학술 출판회) 등이 있다.
가와시마 다카요시 - 책으로 자연의 재미를 전하고 싶어 생물과 자연과학을 전문으로 서적 기획 및 제
작 업무를 하는 ‘스튜디오 포큐파인(STUDIO PORCUPINE)’을 열었다. 카메라맨으로 활약하며 서적을
집필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도쿄의 유명한 나무 탐방』 등이 있다.
▣ 역자 서수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지만 회사생활에서 접한 일본어에 빠져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일본
어를 공부해 출판 번역의 길로 들어섰다. 옮긴 책에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세계사를 바꾼 13
가지 식물』,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3가지 심리실험뇌과학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1가지 심리실험-인간관계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8
가지 심리실험-자기계발편』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사람들은 머리 나쁜 사람을 ‘새대가리’라는 말로 조롱하고 폄하한다. 새는 머리 나쁜 동물의 대명사처
럼 인식된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새는 영리하고 지혜로우면서도 때론 영악하다 못해 교활하기
까지 한 동물이다. 선뜻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3가지 새 이야
기』를 보면 그런 기상천외하고 흥미진진한 사례로 빼곡하다.
예를 들어 까마귀는 종종 전선에 거꾸로 매달려 놀거나 미끄럼틀 타기를 좋아한다. 심지어 스스로 새
로운 놀이를 개발해 즐길 줄도 안다. 그뿐만이 아니다. 조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까마귀는 인간이
만든 ‘신호 체계’를 이해한다고 한다. 실제로 녀석은 딱딱하기로 유명한 가래나무 열매를 교통 신호 체
계와 달리는 자동차 바퀴를 이용해 깨뜨린다. 빨간 불이 들어올 때 딱 맞춰 자동차 바퀴가 지나갈 만
한 곳에 열매를 두고 자동차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또 하나 예를 들어보자. 검은댕기해오라기의 특기는 ‘낚시’다. 녀석은 작은 물고기와 곤충 등을 수면에
띄워 미끼를 보고 감쪽같이 속아 자신에게 다가오는 물고기를 손쉽게 잡는다. 나뭇가지나 자기 깃털을
가짜 미끼로 사용하는 녀석도 있다. 또 부리로 수면을 쪼아 곤충이 공중에서 떨어졌을 때처럼 파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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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3가지 새 이야기
만들어 다가오는 물고기를 잡고, 날개를 돔 모양으로 펼쳐 그늘을 만든 후 그늘로 모여드는 물고기를
잡기도 한다.
하나만 더 예를 들어보자. 조류세계에도 ‘가사 도우미’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자신은 번식하지 않고
다른 부부의 번식을 돕고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고 영역을 지키는 경비 업무까지 자발적으로 담당
하는 만능 도우미 새들로, 오목눈이가 대표적이다. ‘가사 도우미’ 오목눈이는 왜 이런 생활을 선택할
까? 첫째 동생이나 자매, 사촌, 조카 등을 소중히 길러 자신에게 가까운 유전자를 남길 수 있기 때문
이다. 둘째,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부부의 영역을 물려받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 차례
책을 시작하며
1장_ 까마귀의 ‘잡동사니 수집’이 지구를 살린다?
1. 참새 뺨의 반점이 클수록 인기 있다고? / 2. 비둘기가 목을 까닥거리듯 걷게 된 까닭 / 3. 공격력을
극대화하고자 방한ㆍ방수 능력을 포기한 가마우지 / 4. 까마귀의 ‘잡동사니 수집’이 지구를 살린다? / 5.
참새가 위험천만한 변압기를 둥지로 삼는 이유 / 6. 참새는 왜 ‘모래 목욕’을 즐길까? /7. 참새ㆍ직박구
리ㆍ동박새ㆍ오목눈이의 지혜로운 겨울나기 / 8. 인간처럼 ‘놀이’를 개발하고 즐길 줄 아는 까마귀 / 9.
‘조류계의 칭기즈칸’ 물까치 / 10. 올빼미의 귀여운 고갯짓이 사실은 공격적인 몸짓이라고? / 11. 무서
운 속도로 나무를 쪼는 딱따구리는 뇌 손상이 두렵지 않을까? / 12.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여 비행 효
율을 극대화하는 직박구리 / 13. 십자매가 최고의 소통 달인인 이유 / 14. 조류계 ‘무드셀라’는? / 15.
백할미새는 왜 ‘날기’보다 ‘걷기’를 더 좋아할까? / 16. 힘센 매가 약한 까마귀에게 쫓겨나는 이유 / 17.
‘개미’와 ‘연기’를 도구로 제 몸의 기생충을 제거하는 까마귀 / 18. 참새는 왜 쉴 새 없이 짹짹 지저귈
까? / 19. 휘파람새류를 구분할 때는 ‘생김새’보다는 ‘울음소리’로
2장_ 참새는 왜 씨앗이 아닌 모래를 먹을까?
20. ‘조류계의 드라큘라’ 큰부리까마귀 / 21. 동박새의 혀가 솔처럼 갈라진 이유 / 22. 까마귀는 어떻게
크고 실한 호두를 귀신같이 골라낼까? / 23. 해바라기씨에 끝없이 집착하는 방울새 / 24. 작은 물고기
를 미끼로 큰 물고기를 잡는 최고 낚시꾼 검은댕기해오라기 / 25. 동박새는 왜 히비스커스 꽃받침에
구멍을 뚫을까? / 26. 물 위에서 몸을 떨며 식사하는 넓적부리오리 / 27. 비둘기와 참새가 유독 자주
물을 마시는 이유 / 28. 참새는 왜 씨앗이 아닌 모래를 먹을까? / 29. 과일을 좋아하는 직박구리의 뱃
속이 편할 날이 없는 까닭 / 30. 때까치는 왜 잡은 먹이를 뾰족한 곳에 꿰어 널어둘까? / 31. 프랑스인
처럼 달팽이로 칼슘을 보충하는 십자매 / 32. 십자매 스승에게 먹이 먹는 기술을 배우는 참새 제자 /
33. 온갖 먹이를 땅에 묻어두는 습성을 가진 십자매류 / 34. 능력 있는 매의 차이나는 클래스, 발톱으
로 먹이 움켜쥐기 / 35. 조류계 최강의 푸드파이터, 목도리앵무
3장_ 휘파람새는 노래를 배울 스승이 필요하다는데?
36. 육아를 수컷에게 맡기고 다른 수컷과 밀월을 즐기는 호사도요 암컷 / 37. 휘파람새는 노래를 배울
스승이 필요하다는데? / 38. 암컷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때까치 / 39.
오리는 다른 종과도 거침없이 사랑에 빠진다고? / 40.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며 구애 작전을 펼치는 멧
비둘기 / 41. 딱따구리가 ‘숲속의 가정파괴범(?)’으로 불리는 까닭 / 42. 잡은 물고기를 정성껏 손질해
암컷에게 바치며 구애하는 물총새 수컷 / 43. 원앙새 수컷은 조류계 최고의 바람둥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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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3가지 새 이야기
4장_ 오목눈이가 조류계 최고 ‘건축 장인’으로 불리는 이유
44. 뻐꾸기가 매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이유 / 45. 제비는 왜 인가에 둥지 짓기를 좋아할까? / 46. 뻐
꾸기 입속이 샛노란 이유는 양부모 새의 육아 본능을 자극하기 위해서라고? / 47. 참새가 새끼 시절
‘육식’을 하다가 다 자란 뒤 ‘채식’을 하는 까닭 / 48. 까마귀는 왜 철사 옷걸이를 건축 재료로 사용할
까? / 49. 오목눈이가 조류계 최고의 ‘건축 장인’으로 불리는 이유 / 50. ‘날림공사 건축가’라는 오명이
억울한 멧비둘기 / 51. 참새가 무서운 참매 둥지 아래에 둥지를 짓는 이유 / 52. 자기 알을 몰래 다른
찌르레기 둥지에 놓아두는 무주택자 찌르레기 / 53. 검둥수리의 기막힌 생존 전략, ‘형제살인’ / 54. 다
른 새를 가사도우미로 고용하는 새, 오목눈이 / 55. 젊은 참새는 왜 큰 무리를 이루어 다닐까? / 56. 흰
뺨검둥오리가 한꺼번에 많은 알을 낳는 이유 / 57. 갈매기 새끼는 왜 유독 ‘붉은 반점’에 강하게 반응
할까? / 58. 비둘기가 일 년 내내 번식이 가능한 ‘출산왕’이 될 수 있는 비결 / 59. 논병아리가 새끼를
과잉보호한다고?
5장_ 부엉이 귀는 소리를 듣기 위한 기관이 아니라고?
60. 시속 300킬로미터 속도로 작은 새를 공격하는 무시무시한 포식자 송골매 / 61. 멧새의 꽁지깃이
흰색인 이유 / 62. 부엉이의 귀는 소리를 듣기 위한 기관이 아니라고? / 63. 조류계 최고의 ‘숏다리’ 물
총새 / 64. 수영 천재 논병아리가 뒤뚱거리며 걷는 까닭 / 65. GPS도 없는 제비는 어떻게 지난해와 정
확히 같은 장소를 찾아올까? / 66. 비둘기의 ‘분면깃’을 실제로 관찰하고 싶다면? / 67. 새는 의외로 밤
눈이 어둡지 않다는데? / 68. 몸을 길게 늘려 갈대로 위장하는 능력을 가진 덤불해오라기 / 69. 큰부리
까마귀의 울음소리는 사람처럼 제각각 다르다고? / 70. 왜가리의 깃털은 왜 때가 안 타고 늘 새하얄
까? / 71. 새가 사람보다 훨씬 다채로운 빛깔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비결 / 72. 10도 이하의 체온으로 석
달간 꼼짝도 하지 않고 겨울잠을 자는 쏙독새
6장_ 곤충에게 잡아먹힌 새가 있다는데, 사실일까?
73. 극동 지방 고유의 새 직박구리의 DNA 분석 결과는? / 74. 하와이까마귀와 마리아나까마귀는 왜
멸종했을까? / 75. 찌르레기는 도시 생활을 좋아한다? / 76. 오스트레일리아 화재의 방화범은 맹금류라
는데? / 77. 매는 독수리가 아닌 앵무새나 참새의 친척이라고? / 78. 십자매들의 성격은 제각각이다? /
79. 수천 마리가 군무를 추는 찌르레기는 어떻게 서로 충돌하지 않을까? / 80. 바닷새의 배설물이 귀중
한 자원으로 활용된다? / 81. 곤충에게 잡아먹힌 새가 있다는데, 사실일까? / 82. 꿩은 모모타로 설화
덕에 일본의 국조가 되었다는데? / 83. 참매와 알락풍뎅이의 기묘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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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3가지 새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3가지 새 이야기
가와카미 가즈토, 미카미 가쓰라, 가와시마 다카요시 지음
1장_ 까마귀의 ‘잡동사니 수집’이 지구를 살린다?
비둘기가 목을 까닥거리듯 걷게 된 까닭
번화가나 공원 등에서 비둘기는 흔히 종종걸음으로 걸어다닌다. 그런 비둘기를 자세히 보면 목을 앞뒤
로 분주하게 흔들며 걷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비둘기의 걸음걸이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여러
분도 목을 앞뒤로 까닥거리며 걷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아니, 실제로 목을 앞뒤로 흔들며 걸어보자. 아
무리 그렇게 걸어봐도 우리는 비둘기의 기분을 알 수 없다. 인간의 눈은 앞을 향해 있지만 비둘기의
눈은 옆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이 앞을 보고 걸으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서서히 가까워진다. 하지만 눈이 옆을 향해 있으면 걸음
에 따라 풍경이 앞에서 뒤로 흘러간다. 이렇게 움직이는 시야 속에서 먹이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비둘기는 목을 내밀며 걷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먼저 목을 앞으로 쭉 내민다. 그 상태에서 머리를 고정하고 몸통을 앞으로 당기면 시야에 들어오는 풍
경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목을 쭉 내밀면 한 걸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시야는
목을 쭉 내미는 순간에만 움직인다. 다시 말해 몸을 중심으로 목을 흔드는 게 아니라 공간을 중심으로
머리를 고정하는 셈이다.
새의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면 달리는 자동차나 전철 창으로 바깥을 내다보자. 그대로 멍하니
바라보면 풍경은 그저 흘러간다. 그때 흘러가는 풍경에 맞추어 목을 좌우로 움직이면 시야에 풍경이
고정된다. 우리 눈에 들어오는 그 풍경이 비둘기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다.
참새가 위험천만한 변압기를 둥지로 삼는 이유
참새는 지붕, 창고, 차고의 틈새처럼 인가 곳곳의 틈바구니를 파고들어 둥지로 이용한다. 전봇대 주변
에 둥지를 짓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전봇대 기둥 같은 구조물과 변압기 상자에 풀을 잔뜩 물어와
솜씨 좋게 둥지를 짓는다. 그런데 전봇대 기둥이나 그 위에 매달린 상자는 금속 재질이라 직사광선이
따갑게 내리쬐는 여름이 되면 몹시 뜨거워진다. 새끼를 키우는 환경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는데
도 참새는 둥지로 변압기 틈을 선호한다. 깊이감이 있고 입구가 좁은 장소가 참새에게는 안전한 공간
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바닥에만 구멍이 뚫린 상자 모양 공간에 둥지를 만들어도 참새는 둥지 입구에서 날개를 파
닥거리며 공중에서 정지 비행을 하며 위치를 조정해 둥지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알과 새끼를 노리는
큰부리까마귀를 비롯한 까마귀, 참매, 조롱이 등의 맹금류는 정지 비행을 할 수 없다. 맹금류처럼 덩치
가 큰 새가 가지에 앉으면 부리를 쓰는 작업을 할 수 없어 부리를 들이밀 수도 없다. 또 부리가 큰 새
가 작은 둥지 입구로 부리를 들이밀 수도 없다. 그래서 때때로 놀라울 만큼 작은 구멍으로 묘기를 부
리듯 드나드는 참새를 볼 수 있다. 새는 깃털이 있어 덩치가 커 보이지만 몸통은 보기보다 아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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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3가지 새 이야기
참새는 왜 ‘모래 목욕’을 즐길까?
일본에서는 늘 같은 옷만 입는 단벌 신사를 ‘단벌 참새’라 부른다. 참새는 나들이옷이 한 벌뿐이지만
한 해에 한 번 털갈이를 해서 새 옷으로 갈아입고 매일 털을 고르며 단벌옷을 곱게 단장한다. 단벌 신
사라도 청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셈이다.
게다가 참새는 알아주는 목욕 애호가다. 연못, 개울, 작은 물웅덩이 등에 몸을 담그는 ‘물 목욕’을 즐기
는 한편 ‘모래 목욕’도 좋아한다. 간혹 화분, 화단, 가로수 둥치의 모래와 흙에서 보조개처럼 얕게 파인
구덩이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참새가 ‘모래 목욕’을 즐기고 떠난 흔적이다. 구덩이에 온몸을 파묻고
날개를 파닥거리며 신나게 노는 참새들은 모래 목욕을 즐기는 목욕탕 손님이다.
무서운 속도로 나무를 쪼는 딱따구리는 뇌 손상이 두렵지 않을까?
숲에서 귀를 기울이면 실로폰처럼 일정하게 나무 건반을 두드리는 영롱한 음색이 들여온다. 바로 딱따
구리가 북을 치듯 나무를 두드려대는 소리다. 전문 용어로 ‘드러밍(drumming)’이라고 한다. 일본에는
쇠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등이 사는데 이 친구들은 우는 대신 나무를 두드려 다른 개체와 소통한다.
딱따구리는 나무를 쪼아 구멍을 뚫고 나무 깊숙이 숨어 있는 곤충을 잡아먹는다. 딱따구리의 혀는 무
척 길어 입속에 다 들어가지지 않는다. 평소에는 입속에서 목 옆으로 빠져나와 뒤통수에서 정수리로
두개골을 한 바퀴 빙 돈다. 혀의 끄트머리에는 점착성 있는 타액과 돌기가 있고 에일리언의 입에서 나
오는 촉수처럼 혀가 뻗어 나와 벌레를 휘리릭 낚아챈다.
딱따구리는 1초에 스무 번 정도, 엄청난 속도로 나무를 쪼아 구멍을 뚫는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뚫을
때의 충격은 교통사고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뇌진탕을 일으키지 않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기존 학계에서는 나무와 부리의 접촉 시간이 1000분의 1초로 짧아 충격이 작고, 뇌가 두개골에 딱 맞
게 들어 있어 잘 흔들리지 않고, 두개골 일부가 스펀지 상태라 충격이 분산되며, 턱과 목의 울퉁불퉁
한 근육이 충격을 흡수해 완화한다는 등으로 이유를 추정했다.
그런데 최근 딱따구리의 뇌도 충격을 받으면 손상을 입는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딱따구리의 뇌에는
타우 단백이라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 물질로 추정되는 물질이 다른 새보다 많이 축적되어 있다
고 한다. 그런데도 계속 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는 뇌 손상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는 ‘루키’ 같은 타
고난 승부사인 모양이다.
‘개미’와 ‘연기’로 제 몸의 기생충을 제거하는 까마귀
새들은 깔끔쟁이라 수시로 물이나 모래로 목욕을 한다. 자그마한 참새나 커다란 솔개도 어푸어푸 물장
구를 치며 열심히 몸을 씻는다. 하늘에서 먹고 자며 오랜 시간을 보내는 칼새는 빠른 속도로 날며 수
면을 미끄러지듯 비행하는 방식으로 목욕한다. 물이나 모래로 목욕을 하면 깃털 사이사이 물과 모래가
통과하면서 먼지와 벼룩, 이 등의 기생충이 제거된다.
검푸른 빛이 도는 흑발을 흔히 ‘까마귀처럼 검은 머리’라고 하는데, 실제로 까마귀의 깃털은 빛의 세기
에 따라 푸른색이나 녹색, 혹은 보라색으로 보인다. 까마귀 역시 깃털 손질에 유난을 떤다. 그래서 물
이나 모래뿐 아니라 개미를 이용한 ‘개미 목욕’을 즐기기도 한다. 까마귀는 개미굴 위에 오도카니 앉아
개미가 온몸을 타고 올라가게 내버려둔다. 때로는 개미를 입에 물고 깃털 구석구석을 문지르기도 한다.
개미가 공격하며 내뿜는 개미산 등의 화학물질을 이용해 기생충을 없애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개미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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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3가지 새 이야기
욕을 하던 까마귀가 가끔 움찔거리는 것은 개미산을 내뿜을 정도로 화가 난 개미에게 물리기 때문이
다.
참고로 까마귀는 연기로 목욕할 때도 있다. 비가 그친 후 대중목욕탕 굴뚝 위에 걸터앉아 모락모락 나
오는 연기를 쐬고 있는 까마귀를 볼 수 있다. 개미 목욕과 마찬가지로 기생충을 연기로 그을려 퇴치하
려는 행동으로 추정되지만 아직은 수수께끼에 쌓인 부분이 더 많은 행동이다.
2장_ 참새는 왜 씨앗이 아닌 모래를 먹을까?
‘조류계의 드라큘라’ 큰부리까마귀
밤마다 시커먼 망토를 걸치고 나타나 사람의 피를 빠는 드라큘라 백작. 그런데 드라큘라 백작처럼 시
커먼 모습으로 대낮에 당당히 생피를 빠는 녀석들이 있다. 바로 큰부리까마귀다. 큰부리까마귀는 잡식
성인데 흡혈 행동을 하는 일부 개체가 있다. 홋카이도 도카치에서 젖소 젖의 혈관을 쪼아 피가 흐르게
만들어놓고 할짝할짝 피를 핥아 먹는 까마귀 무리가 발견된 적이 있다. 또 모리오카의 한 동물원에서
사육 중이던 사람의 등을 쪼아 상처를 내고 피를 빠는 까마귀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혈액은 영양소가 풍부한 완전 식품이다. 영양분을 몸 구석구석까지 운반하는 혈액은 은행으로 향하는
현금 수송 차량과 비슷하다. 드라큘라 백작도 모기와 비슷하게 생긴 곤충인 각다귀도 피의 효험에 눈
을 뜬 지혜로운 자들이다. 큰부리까마귀는 동물의 털을 쥐어뜯어 둥지 재료로 쓰기도 하는데, 그때 우
연히 스며 나온 피를 핥았다가 그 맛을 보고 흡혈을 시작했을 수 있다.
참고로 전 세계에는 큰부리까마귀 이외에 다섯 종류의 피를 빠는 새가 있다. 갈라파고스 제도에 서식
하는 핀치와 두 종류의 흉내지빠귀류, 아프리카에 사는 두 종류의 소등쪼기새류다. 흡혈조라니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하다. 그런데 흡혈조가 되려면 적당한 ‘연약함’을 갖추어야 한다. 애초에 강한 새라면
상대방의 고기까지 먹는 육식성 조류일 공산이 커서 흡혈처럼 귀찮은 일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적절
한 연약함과 상처를 입어도 쫓아내지 않는 다소 무심하고 둔감한 상대를 찾아내는 교활함이 흡혈조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해바라기씨에 끝없이 집착하는 방울새
해바라기는 한여름 햇빛을 듬뿍 받고 꽃을 피워 실팍하게 씨앗이 여문다. 영양가가 높은 해바라기 씨
앗은 동물들에게 인기 있는 먹이다. 귀여운 햄스터도, 메이저 리그 야구 선수도, 물론 이 책의 주인공
인 새들도 해바라기 씨앗을 즐겨 먹는다.
새 중에서 해바라기 씨앗에 가장 강한 집착을 보이는 새는 아마도 방울새가 아닐까. 해바라기 씨앗이
여물어 수확하기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바라기밭을 오가는 방울새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방울
새는 해바라기 씨앗을 먹을 때 꽃 위쪽부터 아래까지 깔끔하게 먹어 치운다. 해바라기 꽃이 완전히 고
개를 숙여도 요령껏 끝까지 발라 먹는다. 참새나 멧비둘기는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숙달된 기술이
다.
방울새는 씨앗을 물면 빙글빙글 수평으로 돌리며 껍질을 벗겨낸다. 방울새 부리는 가로와 새로 모두
두툼하고 둥그스름한 모양이지만 가장 자리는 뾰족하게 다듬어져 있다. 딱딱한 씨앗을 깨뜨려 먹을 때
필요한 힘과 섬세한 절단 능력을 골고루 갖춘 형태다. 프라모델 조립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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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각 부분을 흠집 없이 떼어내려면 전용 니퍼를 사용해야 한다. 방울새 부리는 말하자면 프라모델
전용 니퍼와 비슷하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이 부리 덕분에 아담한 방울새에게 물리면 의외로 눈물깨
나 쏟아야 한다.
작은 물고기를 미끼로 큰 물고기를 잡는 최고 낚시꾼 검은댕기해오라기
물가에 우두커니 서 있는 왜가리의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예부터 일본 그림에 많이 등장했
다. 왜가릿과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새는 대박로, 중백로, 쇠백로이며 그 밖에 해오기나 왜가리 등
회청색 왜가리류도 볼 수 있다.
이번 편의 주인공 검은댕기해오라기는 회청색 왜가리류의 일종으로, 여름에 일본 혼슈, 시코쿠, 규슈
지역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규슈보다 남쪽 지방에서 겨울을 난다. 등에 조릿대 잎 문양 같은 깃털이
늘어서 있다. 무리를 잘 짓지 않고 바위 위에서 고고히 물고기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고독을 즐기는 자
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검은댕기해오라기의 특기는 낚시다. 작은 물고기나 곤충 등을 수면에 띄워 미끼를 보고 다가오는 물고
기를 잡는다. 나뭇가지나 자기 깃털을 가짜 미끼로 사용하는 녀석도 있다. 이러한 지적 포식 행동은
한국, 일본 등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동남아시아에 사는 검은댕기해오라기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습
성이다.
도쿄 우에노공원의 연못 시노바즈노이케에 사는 쇠백로와 해오라기 등은 부리로 수면을 쪼아 곤충이
공중에서 떨어졌을 때처럼 파문을 만들어, 파문을 보고 다가오는 물고기를 낚아챈다. 미국에 사는 검
은댕기해오라기는 날개를 돔 모양으로 펼쳐 그늘을 만든 후 그늘로 모여드는 물고기를 잡는다. 사냥감
을 쫓지 않고 자신을 쫓게 만들어 잡는 왜가리 친구들의 사냥, 마치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연애 고
수의 작업을 보는 듯하다.
능력 있는 매의 차이나는 클래스, 발톱으로 먹이 움켜쥐기
“음식 가지고 장난하면 못 써!” 발로 음식을 움켜잡고 먹으면 어머니에게 호되게 등짝을 얻어맞을 것
이다. 그러나 매는 식사 예절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발로 먹이를 붙잡는다. 참매는 토끼를, 물수리는
물고기를, 솔개는 유부(애써 얻은 물건이나 소중한 것을 빼앗기는 상황을 일본에서는 “솔개에게 유부
를 빼앗긴다”는 속담으로 말한다)를 움켜쥐고 날아오른다.
한편 까마귀와 갈매기는 발을 쓰지 않고 입으로 물고 날아간다. 까마귀와 갈매기는 발로 먹이를 붙잡
고 나는 재주가 부족하다. 차이는 발톱에 있다. 매, 올빼미 등 발로 먹이를 잡는 새의 발톱은 호를 그
리며 완만하게 굽어 있어 대상을 확실히 움켜잡을 수 있다.
새의 발톱은 종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가지에 머무는 박새 발톱은 구부러져있어야 가지를 잡기 쉬우
므로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수직으로 뻗은 나무줄기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딱따구리의 발톱은 갈고
리 모양으로 굽어 있다. 한편 땅 위를 아장아장 걷는 새의 발톱은 똑바르다. 초원에 사는 종다리는 뒷
발톱이 발가락과 같은 길이로 뻗어 있다. 발의 표면적을 넓혀 지상에서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발톱과 부리처럼 외부와 직접 접하는 부분은 대상에 맞추어 독자적으로 진화하기 쉽다. 일본 속담에
“능력 있는 매는 발톱을 감춘다”라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매는 아무리 영리해도 발톱을 감추는 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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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3가지 새 이야기
는 없다. 만약 발톱을 감추는 매를 만난다면 고양이를 잘못 본 게 아닌지 눈을 비비고 다시 살펴보자.
3장_ 휘파람새는 노래를 배울 스승이 필요하다는데?
육아를 수컷에게 맡기고 다른 수컷과 밀월을 즐기는 호사도요 암컷
봄부터 초여름까지 밤에 논에서 ‘코-코’ 하고 우는 소리가 들리면 호사도요일 수 있다. 깜깜해서 모습
은 보이지 않아도 개구리 합창을 배경으로 큰 소리로 울며 구애한다. 호사도요는 암수 역할이 반대다.
암컷이 울며 수컷을 유혹해 알을 낳으면 수컷이 알을 품어 새끼를 기른다. 육아를 수컷에서 맡긴 암컷
은 다른 수컷과 밀월을 즐겨 알을 낳은 후 다시 새끼를 맡기고 훌쩍 떠난다. 호사도요가 좋아하는 먹
이는 곤충, 지렁이 등 작은 동물이다.
호사도요 암컷의 소리에는 비밀이 있다. 일반적인 새의 기관은 입에서 폐로 똑바로 이어져 있는 반면
호사도요의 기관은 호른처럼 목구멍에서 뱀처럼 휘감겨 있다. 새는 기관 깊숙한 곳에 있는 울음관(명
관)으로 발성하는데, 호사도요는 연장된 기관 덕분에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
뉴기니에 사는 트럼펫극락조의 기관은 호사도요보다 울음관이 더 길어 전체 30센티미터인 몸집 안에
75센티미터 울음관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긴 기관은 가슴 위에서 다섯 번이나 똬리를 튼 형태를 취한
다. 이 친구는 긴 기관에서 복장뼈를 진동시켜 폐와 기낭 등의 공간을 공명통으로 사용해 소리를 울려
퍼지게 만든다고 추정한다. 호른에 바이올린을 더한 나 홀로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다.
큰 소리를 들으면 큰 몸집을 연상하게 된다. 즉 큰 몸을 흉내 내기 위해 큰 소리로 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겁에 질린 포식자는 브레멘 음악대를 상상하며 꼬리를 내리며 물러나고 건강한 반려자를 찾
는 이성은 매력을 느낀다. 초야에 묻혀 사는 시골 음악가가 알고 보니 연애 작전에서 심장을 저격하는
솜씨 좋은 저격수였던 셈이다.
휘파람새는 노래를 배울 스승이 필요하다는데?
휘파람새는 이름 그대로 휘파람 소리를 내며 우는 새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잔-잔’ 하고 휘파람 소리
가 아닌 소리를 내며 울 때도 있지만, 이 소리는 휘파람 소리보다 수수하고 작아 휘파람새 하면 떠오
르는 소리라기보다 평상시의 지저귐으로 친다.
그런데 명창 대접을 받는 휘파람새는 알고 보면 레퍼토리가 빈약하다. 딱새류나 때까치 등과 비교했을
때 다양한 변주곡을 연주하지 못한다. 히트곡 한 곡으로 몇십 년씩 먹고사는 가수와 비슷하다고 할까.
또 우리가 아는 휘파람 소리를 내며 우는 건 수컷이다. 게다가 휘파람새는 일부다처제다. 휘파람 곡조
를 잘 뽑아내면 꾸준히 영역을 유지하며 수많은 암컷을 거느리고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휘파람새
수컷에게 노래 실력은 사활이 걸린 문제이며, 녀석은 노래 실력을 갈고닦기 위해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예전에 한 TV프로그램에서 별난 레코드 특집을 방영하며 휘파람새 모창 달인이 낸 음반을 소개한 적
이 있다. 어디서나 새를 볼 수 있던 예전에 사람들은 휘파람새나 동박새를 길들여 기르며 새들의 노래
실력을 겨루는 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야생에서 어린 휘파람새는 주위에서 목청 좋기로 소문난 선배의 노래를 들으며 연습하는데, 새끼 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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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사람 손에 길러진 휘파람새는 노래를 배울 스승이 없다. 그런 경우에는 다른 사람이 기르는 휘파람
새를 스승으로 삼았다. 휘파람새 레코드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휘파람새를 기르던 사람들은 스승을 모
실 수고를 덜 수 있어 속으로 쾌재를 부르지 않았을까.
원앙새 수컷은 조류계 최고의 바람둥이라는데?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한평생 해로하는 부부를 흔히 ‘원앙 부부’에 비유한다. 예부터 원앙은 길상으
로 환영받았다. 그런데 실제로 원앙은 매년 반려자를 갈아치우는 천하의 바람둥이다. ‘원앙 부부’에 대
한 환상이 홀딱 깨졌다고 실망하거나 손가락질할 필요는 없다. 알고 보면 이런 부부관계는 새뿐 아니
라 동물의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은 번식 기간에는 깨가 쏟아질 정도로 금실이 좋다.
원앙은 겨울에 시가지 연못 등지에 찾아오는 오리의 친척뻘로 수컷은 화려한 번식 깃털을 뽐낸다. 1-3
월에 짝짓기하고 4-8월에 비교적 고지대(홋카이도에서는 평지) 숲속 거목 옹이구멍에 둥지를 짓는다.
둥지를 짓는 장소를 정하고 집을 짓고 알을 품고 새끼를 돌보는 일은 모두 암컷의 몫이다. 수컷은 영
역을 지키는 임무를 맡다가 산란 후에 영역을 떠나 다음 번식지로 옮겨갈 때까지 다른 짝을 찾는다.
아무리 시대가 달라져 개방적으로 변했다고 해도 철마다 짝을 갈아 치우는 것은 좀 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기준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획득한 번식 방법으로 이 형태가
원앙에게는 최고의 결혼 방법이다. 새의 세계에는 일부다처, 일처다부, 다부다처 등 다양한 형태의 부
부가 있다. 이들은 모두 필요에 따라 성립한 번식 형태다.
원앙은 매년 상대를 바꾼다. 타조, 백조, 흰머리수리, 올빼미, 짧은꼬리앨버트로스, 펭귄 등은 같은 짝
과 평생을 함께하는 진짜 ‘원앙 부부’다. 전통 혼례의 새색시 의상에는 원앙이 아니라 황제펭귄 자수를
놓아야 하지 않을까.
4장_ 오목눈이가 조류계 최고 ‘건축 장인’으로 불리는 이유
뻐꾸기 입속이 샛노란 이유는 양부모 새의 육아 본능을 자극하기 위해서라고?
뻐꾸기나 소쩍새는 둥지를 짓지 않는다.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고 양부모에게 새끼를 키우게 한다.
새끼는 그 둥지에서 태어난 진짜 새끼보다 먼저 부화해 선수를 친다. 갓 태어난 뻐꾸기 새끼는 다른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뻐꾸기 새끼 등에는 쏙 들어간 부분이 있는데, 여기에 알을 올려 짊어지
고 둥지 가장자리까지 옮긴다. 그러고 나서 알을 둥지 밖으로 매몰차게 밀어내버린다.
새는 새끼 입속이 노란 종류가 많으며 부모 새끼는 이 색깔을 보고 먹이를 주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뻐꾸기 새끼 입도 샛노란 색이다. 그들은 입을 힘껏 벌려 육아 욕구를 자극해 먹고 자라 어느새 양부
모보다 덩치가 커진다.
뻐꾸기목 두견과 새로 뻐꾸기 친척뻘인 매사촌이라는 새가 있다. 새가 날개를 접었을 때 제일 끝부분,
사람으로 치면 손목에 해당하는 익각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매사촌 새끼의 익각은 깃털이 없이 민숭민
숭하고 피부가 선명한 노란색을 띠고 있다. 입을 벌리고 동시에 양쪽 익각을 들면 마치 새끼 세 마리
가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모습처럼 보인다. 양부모는 이 분신술에 깜빡 속아 새끼들이 배고프다고 아
우성치는 줄 알고 날갯죽지에 불이 나도록 부지런히 벌레를 물어 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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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3가지 새 이야기
물론 양부모도 매번 속아 넘어가기만 해서는 자손을 남길 수 없다. 몇 번씩 속는 동안 얌체같은 다른
새의 알을 골라낼 수 있도록 진화했다. 양부모에게 들키지 않도록 뻐꾸기는 다른 종류의 새로 둔갑해
탁란하기도 한다. 숨었다가 잡히고, 술래가 되었다 숨어 있는 새끼를 잡고 다시 술래가 되는, 뻐꾸기와
다른 새들의 술래잡기인 셈이다.
오목눈이가 조류계 최고의 ‘건축 장인’으로 불리는 이유
벚꽃이 피어나기 직전 텃새들은 둥지 꾸미기 준비를 시작한다. 오목눈이도 그중 하나다. 일본에 사는
새 중 가장 작은 부리로 부지런히 둥지 재료를 모아 입에 물고 나르는 모습을 보면 애틋한 자식 사랑
이 느껴진다. 둥지 재료로는 나무껍질, 새 깃털, 거미줄, 지의류, 이끼 등 온갖 자연의 재료를 활용한
다.
이 친구들의 둥지 모양은 독특하다. 나뭇가지의 Y자로 갈라진 부분을 이용해 공 모양으로 짓는다. 위
쪽에 출입구가 될 구멍을 한 군데 만드는 데 그 구멍으로 햇빛도 들어온다. 외벽은 이끼 위에 지의류
를 거미줄이나 나방 고치에서 뽑은 실로 엮어 방수 가공까지 완벽하게 마친다. 알을 낳는 산실이 될
둥지 안쪽에는 새 깃털과 벌레집처럼 폭신폭신한 재료를 촘촘하게 깔아 굳힌다. 깜찍한 외모와 달리
장인 수준의 꼼꼼한 솜씨와 완성도를 선보인다.
연구자 중에 오목눈이가 둥지 안쪽에 사용한 새 깃털을 일일이 세어본 사람이 있다. 한 둥지에서 무려
1000개 이상, 많을 때는 2900개의 깃털이 나왔단다. 그만큼 많은 깃털을 모으려는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일본 아이치현에서는 직박구리, 멧새, 촉새 등 작은 새의 깃털도 발견했지만 대부분
은 꿩, 멧비둘기, 집둘기, 큰부리까마귀, 까마귀, 왜가리, 해오라기, 청둥오리, 쇠오리, 고방오리, 흰뺨
검둥오리, 닭 등 큰 새의 깃털이었다. 오리는 겨울에 물가에 깃털을 수북하게 떨어뜨리니 모으기 쉬웠
겠지만 아담한 체구의 오목눈이에게는 커다란 깃털이다. 제 몸보다 큰 깃털을 물고 분주히 일하는 모
습을 보고 있자면 너무도 사랑스러워 흐뭇한 엄마 미소를 짓게 된다.
5장_ 부엉이 귀는 소리를 듣기 위한 기관이 아니라고?
시속 300킬로미터 속도로 작은 새를 공격하는 무시무시한 포식자 송골매
새를 보면 갑자기 무리로 날아올라 여기저기로 흩어지며 도망칠 때가 있다. 그럴 때 하늘을 올려다보
면 급강하는 매나 송골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땅 위에서 덮치는 여우, 고양이가 상대라면 휙 날아서
도망치면 그만이다. 그러나 매나 송골매가 노릴 때는 날아서 도망치는 게 상책이 아니다. 특히, 시속
300킬로미터를 육박하는 속도로 날 수 있는 송골매는 새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다. 송골매는 척추동물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해 일본에서는 고속철도, 오토바이, 전투기 등을 송골매라는 애칭으로 부른
다.
그런데 송골매가 한 시간을 계속 날아 300킬로미터를 이동할 수 있는지 묻는다면 고개를 가로저을 수
밖에 없다. 송골매는 급강하하는 아주 짧은 순간에만 이 속도를 낼 수 있다. 즉, 이 순간만 잘 넘겨서
도망치면 쫓기는 새들은 살아남을 수 있다.
비둘기, 오리 등 쫓기는 쪽 새의 눈은 머리 옆에 붙어 있다. 더 넓은 범위를 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해
조금이라도 빠르게 적의 공격을 탐지할 수 있다. 한편 매, 송골매의 눈은 정면을 향해 있어 양쪽 눈으
로 또렷하고 입체적으로 먹잇감을 포착할 수 있다. 도망치는 새들이 붙잡히면 물론 목숨은 없다.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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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3가지 새 이야기
로 새가 도주에 성공하면 포식자는 쫄쫄 굶어야 한다. 새들이 떼 지어 날아오르는 모습은 목숨을 건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는 신호다.
부엉이의 귀는 소리를 듣기 위한 기관이 아니라고?
부엉이는 올빼미 친척이다. 쇠부엉이나 수리부엉이 등은 확실히 귀가 있어 ‘우각(羽角)’이라 부른다. 그
런데 모양만 귀일 뿐 부엉이의 귀는 소리를 듣기 위한 기관이 아니다. 참새나 까마귀는 귀처럼 보이는
기관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새는 소리로 소통하는 생물이라 귀가 없을 리 없다. 머리 옆의 깃
털을 들추면 나타나는 뽕 뚫린 구멍이 귀다. 인간처럼 ‘귓바퀴’는 없어도 귓구멍은 확실히 뚫려 있다.
부엉이의 귀도 머리 옆에 있다. 우각은 머리 위라 우리 귀와 다른 곳에 붙어 있다. 우각은 나뭇잎 같은
모양으로 의태에 도움이 된다는 설도 있는데, 올빼미나 솔부엉이처럼 우각이 없는 종도 있다. 만약 의
태에 도움이 된다면 더 많은 종에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각의 역할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새들이 서로를 식별하기 위한 신호라는 가설이 제시되
고 있다. 우각의 모양은 종마다 다르다. 쇠부엉이는 작고, 소쩍새는 약간 크고, 칡부엉이는 길게 뻗어
있다. 부엉이는 올빼미가 활동하는 밤의 세계는 깜깜해서 색이 있고 없고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
나 우각 유무와 모양으로 윤곽의 특징을 드러내면 같은 종인지 아닌지를 식별하기 쉽다.
그러고 보니 지브리스튜디오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의 토토로도 귀가 있는데 위치로
보면 귀가 아니라고 추정된다. 토토로도 밤에 활동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부엉이들의 우각처럼 동료
를 알아보기 위한 특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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