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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리뷰,

인류와 공존하는 미래 - 인공지능

by Casey,Riley 2021.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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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지음 / 이다북스
‘사람이 무엇인가’는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이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다. 이를 통해 나다운 나를 깨우치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절실한 것들을 깨닫
는다. 그것은 또한 온전한 사람이란 무엇인지 묻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기도 하다. 이에 교
육, 생태, 전쟁, 종교 등의 측면에서 〈사람이란 무엇인가〉 시리즈를 출간해온 이다북스에서 이 시
리즈의 다섯 번째 책 『인류와 공존하는 미래, 인공지능』을 펴냈다.

인류와 공존하는 미래 - 인공지능
최예지 지음


▣ Short Summary
얼마 전 우연히 만화영화 프로그램에서 로봇이 주인공 캐릭터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장면을 보았다.
순간 이제 머지않아 아이들과 대화하는 로봇 장난감이 집마다 있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
었다. 그리고 스스로 움직이고 대화할 수 있는 로봇이 아이와 안전하게 놀기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동작의 정도를 단순화한다면 사실 그런 로
봇을 상용화하기 위한 기술은 지금도 충분해 보이지만, 우리 사회와 각 가정이 그 로봇을 받아들일 준
비가 되어 있을까?
나는 대기과학자이지만 10년 가까이 위성 자료를 다루면서 많은 양의 위성영상을 분석하다 보니 대용
량 데이터를 처리하기에 유용한 딥러닝을 자연스럽게 연구 도구로 사용하게 되었고, 인공지능, 정확하
게는 딥러닝 기법을 연구에 사용해온 지는 현재까지 3년이 되었다. 데이터 분석 도구로서 딥러닝 방법
을 사용해보니 그 가능성이 놀라웠다. 실제로 딥러닝 기법을 활용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모두 넣고
학습했더니 기존보다 더 좋은 성능을 내는 모델이 나왔다.
제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가 된 인공지능기술은 이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더 똑똑한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연구자가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 덕분에 우리는 더
편리한 기술을 누릴 수 있으며, 인공지능의 영역은 우리의 편의, 안전, 건강, 교육을 넘어 더 확장되고
있다. 사람처럼 생각하는 지능을 가진 기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역사가 밝은 빛을 발하는 지금이다.
하지만 동시에 인공지능이 가진 한계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말은 1956년에 다트머스 회의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해 어느덧 65년의 역사를 가지
고 있다. 사람은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고 싶었고, 그것을 위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기계
화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가 인공지능이다. 지금의 인공지능은 사람이 생각하는 과정 일부를 기계화한
것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부분에서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을 닮아갈 것이다.
이 책의 전반부인 1, 2, 3장에서는 생각하는 기계가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지금의 인공지능 형태로 출
현했는지, 그리고 학습하는 인공지능인 딥러닝의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후반부인 4, 5, 6장에서
는 실제 활용되는 인공지능과 기술의 한계를 이야기했다. 이 책은 인공지능이 하나의 기술로 우리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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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공존하는 미래 - 인공지능

회를 어떻게 바꿔 나가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이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야기하는 기술
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하며 사람을 위하는 기술로 자리매김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기
를 바란다. 아울러 이 책이 인공지능에 대한 우리의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인공지능기술을 접하
는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차례
1장 앨런 튜링과 생각하는 기계
2장 생각하는 기계의 뇌, 인공지능
생각하는 기계는 정말 생각할까
말로 소통하는 기계
자동화된 기계가 만드는 세상
기계도 사람처럼 추상화한다
예술가를 넘어 예술 기계로
기계도 사람처럼 실수를 한다
생각하는 기계와 로봇의 세계
3장 학습하는 기계, 딥러닝
인공지능 학습하기
기계가 학습한다는 것
얼마나 모르는지 아는 것
딥러닝은 정말 만능일까
데이터, 데이터, 데이터
4장 꿈을 이루어주는 도구
그것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저와 한 게임 할래요
인공지능이 대신해주는 나
위험한 일은 제게 맡겨주세요
인공지능이 그들을 돌볼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내일을 예측하는 중
5장 생각하는 기계에서 똑똑한 기계로
인공지능은 더 똑똑해질까
오류를 찾아야 길이 열린다
딥러닝의 한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6장 인공지능과 함께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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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공존하는 미래 - 인공지능

인류와 공존하는 미래: 인공지능
최예지 지음

1장 앨런 튜링과 생각하는 기계
우리는 언제부터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고 싶었을까? 생각하는 기계를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천
재 수학자가 있다. 바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앨런 튜링이다. 그는
1948년에 펴낸 『지능을 가진 기계』와 1950년에 펴낸 『계산기와 지능』 등을 통해 지능을 가진 기
계에 관한 그의 생각을 전달했다. 그가 만들고 싶었던 ‘생각하는 기계’는 어떤 것이었을까? 일화에 따
르면 그는 어렸을 때 그와 함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곤 했던 단짝 친구 크리스토퍼 모컴을 그리워해,
크리스토퍼의 생각을 담아 둘 수 있는 기계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크리스토퍼는 소결핵균으로 어린
나이에 요절했다고 알려져 있다.
생각하는 기계에 관한 생각은 앨런 튜링의 시대보다 더 앞선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카탈루냐의
철학자 라몬 룰은 1305년에 쓴 『위대한 예술』에서 모든 지식은 논리의 조합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이를 기계로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컴퓨터과학자들은 라몬 룰의 논리 시스템이 현대 컴퓨
터 논리의 뿌리가 되었기 때문에, 그를 컴퓨터의 아버지라 칭하기도 한다. 그로부터 약 4세기가 지난
후, 라몬 룰의 영향을 받은 17세기 철학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는 컴퓨터 논리연산의 기본이 되는
이진법 수 체계를 고안했다. 라이프니츠도 라몬 룰처럼 인간의 생각을 보편적인 기호의 조합으로 표현
할 수 있다면 이 기호체계를 기계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생각하는 기계에 관한 고민은 논리를 계산할 수 있는 장치인 컴퓨터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컴퓨터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찰스 배비지는 1837년에 처음으로 현대적 의미의 컴퓨터를 발표했다. 그가 설계
한 기계식 컴퓨터는 주어진 명령을 해석하면서 계산을 실행하는 기계였다. 이 기계에는 입출력 장치가
있고, 기억과 연산 및 제어 등을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컴퓨터였다. 배비지의 컴퓨터는
설계에 그치고 말았지만, 후대에 와서 그의 설계를 실제로 구현해 완성된 기계를 제작함으로써 그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인간의 생각을 모방하는 기계를 만들려 한 시도는 논리를 계산하
는 기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졌고, 계속해서 컴퓨터의 발전을 이끌었다. 그렇다면 계산하는 기계는
어떻게 생각하는 기계가 되었을까?

2장 생각하는 기계의 뇌, 인공지능
생각하는 기계는 정말 생각할까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1956년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에서 열린 학술 프로젝트 제안서의 제목으로 처
음 등장했다. 당시 다트머스대학교의 존 매카시 교수는 학습이나 지능의 원리가 정확하게 설명될 수
있다면 이를 기계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위해 학술 프로젝트를 개최해 튜링의 ‘생각하는 기
계’를 구체화하려 했다. 사실 우리가 어떤 일의 원리와 절차를 이해하고 일의 과정을 순서대로 정리할
수만 있다면 그 순서에 따라 일을 수행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적인 뇌, 즉 생각하는 기계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논의하기 시작한 1940년대에 전자 컴퓨터가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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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공존하는 미래 - 인공지능

명되었으며 뇌의 신경세포를 구성하는 뉴런이 발견되었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뇌를 모방하려는 시도이
자 이를 컴퓨터로 구현하려는 것이기에, 컴퓨터의 발명과 뉴런의 발견은 인공지능의 역사에 매우 중요
한 사건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우리의 신경계는 자극을 입력 받고 뇌는 그것을 해석한다. 뇌에서 반응
이 결정되면 신경계를 통해 몸 곳곳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전달된다. 뇌에는 천억 개 정도의 뉴런이 있
고, 하나의 뉴런은 수천 개의 시냅스로 다른 뉴런들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인간의 신경계는 수백조
개의 연결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엄청난 연결망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1943년 신경생리학자
인 워렌 맥컬록과 수학자 윌터 피츠는 뇌가 신경계로부터 정보를 인지하고 반응하는 방식을 인공신경
망이라는 기계적 구조로 설명했다. 그들이 제안한 인공신경망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1. 인공 뉴런은 활성화되거나 활성화되지 않는 두 가지 상태에 있다.
2. 각 뉴런은 인접한 여러 뉴런으로부터 신호를 받는다.
3. 뉴런과 뉴런 사이 시냅의 연결 강도에 따라 다음 뉴런이 활성화될지 아닐지가 결정된다.
이 특징에 따르면 우리가 받은 자극의 양이 어떤 역치, 즉 최소 에너지 이상이면 뉴런이 활성화되어
반응하고, 그보다 작으면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맥컬록과 피츠는 이 원리를 이용해 인공
신경망을 논리적 연산이 가능한 이진원소, 0(비활성화)과 1(활성화)을 이용하는 기본단위로 구조화했다.
이 구조를 그물망 형태로 연결하면 뉴런이 전기와 화학 신호를 이용해 다른 뉴런들과 상호작용하는 것
과 같은 간단한 기능을 기계적으로 모방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후에 맥컬록과 피츠의 인공신경망이
인간의 두뇌활동을 정확하게 묘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연
구는 인공지능의 역사에 매우 중요한 발자취였다.
인간의 뇌는 맥컬록과 피츠의 모델처럼 인지되는 정보를 이용해 논리적으로 판단하기도 하지만, 그 정
보를 기억해 미래의 어떤 시점에서 논리적으로 판단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과거의 기억은 새로운 정
보와 만나 통합되며,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의 생각은 확장된다. 이처럼 우리 신경계를 기계화하려면
논리연산과 함께 ‘기억’을 이해해야 한다. 이 기억이 우리가 어떤 판단을 할 때 과거보다 더 나은 판단
을 하도록 돕는다면 우리는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학습’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학습함으로써 더
똑똑해질 수 있고 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
1994년 심리학과 행동과학 분야의 주류 과학자들이 《월스트리트저널》에 지능을 “추론하고, 계획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추상적 사고를 하며, 복잡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빠른 시간 안에 경험
으로부터 학습할 수 있는 매우 일반적인 정신 능력이다”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논리를 계산하는 기계
가 지능을 가지려면 논리를 확장하고 점점 더 똑똑해지기 위한 ‘학습’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신경망 학습은 심리학자인 도널드 헵이 1949년에 발표한 『행동의 조직』에서 처음으로 상세하게 설명
했다. 헵은 신경망으로 연결된 양쪽의 뉴런이 반복적으로 동시에 어떤 자극에 반응한다면 그 둘의 연
결 강도가 강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여기서 반복적으로 주어지는 어떤 자극으로 인해 변화가 일어난
다는 것은 신경망이 학습되고 있으며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헵의 학습 규칙은 1957년 프랑크 로젠블라트에 의해 퍼셉트론(perceptron) 구조로 구체화되었다. 퍼
셉트론 구조는 학습이 어떻게 수학적으로 계산될 수 있는지 처음으로 밝혔기 때문에 최초의 신경망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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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공존하는 미래 - 인공지능

델로 여겨진다. 퍼셉트론은 우리의 신경세포인 뉴런을 모방한 인공신경망에 학습 기능을 추가한 것으
로, 다수의 입력을 받아 하나의 출력을 내보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의 신경세포인 뉴런이 신호를 처리하는 단계를 보면, 신호를 인지하고 취합해 출력을 내보내는 단
계를 갖는다. 각 단계를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면, 신호 인지 단계에서 다수의 입력신호를 받고, 신호
의 중요도에 따라 가중치를 고려해서 각 입력신호를 처리하고, 이들을 하나의 정보로 통합해, 통합된
정보의 크기에 따라 입력된 신호를 다음 뉴런으로 전달할지 말지 결정한다. 이를 모방한 인공신경망
모델인 퍼셉트론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퍼셉트론은 ‘입력층’, ‘은닉층’, ‘출력층’의 구조로 되어 있는데, 입력층에서는 다수의 입력을 받고, 은닉
층에서는 이 입력된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각 입력의 중요도를 수치화한 가중치를 곱하고, 가중치가
곱해진 각 입력을 하나로 더하는 작업을 한다. 이 합이 어떤 기준값보다 큰지 작은지에 따라 출력층에
서는 출력을 활성화할지 말지 결정한다. 이렇게 세 개의 층으로 구성된 퍼셉트론은 인공지능의 핵심이
라고 할 수 있는, 학습하는 인공신경망인 딥러닝의 기본적인 구조가 되었다.
기계도 사람처럼 추상화한다
미술에서 추상화는 어떤 대상의 구체적인 세부 정보를 무시하고 대상을 점, 선, 면, 색으로 단순화해서
표현하는 방법을 말한다. 추상화라는 개념은 컴퓨터과학에서도 사용된다. 컴퓨터로 어떤 기능을 구현
할 때, 우리는 복잡한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표현할 수 없으므로 단순화해서 핵심만 간추려 그
것을 구현해야 한다. 다시 말해, 추상화는 복잡한 과정을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도록 단순해질 때까지
단계를 나누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문제를 컴퓨터를 이용해 해결하려면 이 과정이 중요하
기 때문에 추상화는 컴퓨터과학에서 필수적이다.
우리의 뇌에서도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기 위해 정보를 단순화하거나 핵심적인 부분만 택하는 과정을
거친다. 사과를 떠올려보자. 대부분은 빨갛고 동그란 이미지에 꼭지가 달린 모양을 연상할 것이다. 사
과 껍질 색의 세세한 차이나 사과의 단면에 씨앗이 몇 개나 들어 있을지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다. 그
렇다면 어제 있었던 일은 어떨까? 우리가 어제 경험한 정보 중 일부가 선택되어 기억에 남아 있다. 우
리는 핵심적인 정보만 기억하는 것이 기억을 관리하는 데 효율적임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모든 것을 기억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경험으로 어떤 정보를 기억하고 어떤 정보를 버릴지
선택하는 법을 배운다. 그런데 이 선택 기준은 주관적이어서, 같은 사건을 경험했더라도 사람에 따라
기억하는 부분이 서로 다를 때가 있다. 하지만 기억을 추상화한다는 것은 경험을 기억화하고 어떤 사
물의 특징을 일반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우리의 신경계를 모방한 인공지능에도 입력된
정보의 추상화 능력은 학습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최근 들어 학습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 추상화 능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
다. 우리가 사과 모양의 특징을 하나하나 규칙을 기반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경험함으로써 추상적인
형태로 기억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은 학습함으로써 스스로 주어진 데이터 속에서 중요한 특징과 패턴
을 찾을 수 있었다. 즉 학습으로 추상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추상화 능력은 특히 이미지 인식 분야에서 빛을 발했다. 인공지능의 이미지 인식 정확도를 겨루
기 위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국제영상인식대회(ILSVRC. 이미지넷)가 열렸다. 8년간 이어진 대회에
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IT 기업과 각 대학교 및 연구소의 연구진들이 참가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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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공존하는 미래 - 인공지능

다. 대회는 모든 팀에 같은 데이터를 적용해 제출된 인공지능 모델들의 이미지 인식 테스트를 진행하
고, 정확도에 따라 순위를 발표했다. 이 대회를 통해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 혁신적인 인공지능 알고리
즘이 많이 소개되었으며, 컴퓨터 비전 분야가 발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미지 인식은 인간의 시각 지능을 대표하는 능력으로, 인간의 이미지 인식 정확도는 약 94.9퍼센트로
알려져 있다. 사람이 사진 100장을 보고 그 사진 속의 물체가 어떤 것인지 판단할 때 약 5장 정도는
잘못된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이미지 인식 정
확도가 96.4퍼센트를 달성하면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었고, 다음해에는 정확도가 더 높아져 97퍼센
트까지 성능이 올랐으며, 2017년에는 97.7퍼센트로 그보다 더 발전했다. 이것은 사람의 인식 오류율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로, 더 이상의 성능 향상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대회 측은 2017년을 마지막
으로 이 대회를 종료했다.
최근에는 컴퓨터의 이미지 인식 수준이 사진에 있는 물체가 무엇인지 알아맞히는 것을 뛰어넘어, 사진
속의 사람 표정을 읽어 감정을 추측하거나 사진 속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 상황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
까지 갖추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 인식 기술을 이용해 2017년
‘씨잉 AI’라는 시각장애인용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이 앱은 시각장애인의 눈을 대신
해 책이나 글자를 읽어주는 기능과 함께 그들의 눈앞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설명해주거나 함께 이야기
하는 사람의 표정 등의 정보를 제공해, 시각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는 이들에게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처럼 이미지 인식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인공지능은 카메라로 사물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모든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이용해서 멸종위기종인 고래와 코
끼리의 서식지가 어디에 있고 개체 수는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는 연구도 진행되어 생태계를 보전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영상을 이용해 판단하는 국방이나 보안 감시 분야도 인공지
능이 활용되고 있다. 사진과 영상 데이터가 넘쳐나는 지금, 사람이 데이터를 모두 확인하고 분석할 수
없으므로 인공지능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생각하는 기계와 로봇의 세계
지금까지의 인공지능은 사람의 의도대로 준비된 데이터로 학습한다. 이런 인공지능이라면 똑똑해지는
데 한계가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능동적으로 주변과 교류하며 세상을 배운다. 따라
서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능동적인 학습을 할 수 있으려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몸과 주변의 자극
을 실시간으로 인지할 수 있는 센서가 필요하다. 세상을 탐험할 다리뿐만 아니라 스스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눈, 코, 입, 귀와 피부감각이 있어야 한다.
실시간 학습이 가능해진다면, 인공지능은 우리처럼 세상을 경험하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사람을 닮은 로봇에 인공지능이 장착되어 있는 형태를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로봇이 우리 몸의 기능을 구현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우리 몸에 관한 연구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이다. 설령 몸의 기능을 모두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피부나 관절, 조직이나
장기 들을 기계로 구현하는 것은 우리가 또 넘어야 할 산이다. 이런 이유로 요즘은 로봇이 반드시 사
람을 닮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로봇 청소기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로봇이 꼭 사람처
럼 생가지 않아도 된다면 로봇은 더 쉽게 제작할 수 있고, 인공지능까지 탑재된 로봇이라면 그 활용도
는 매우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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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공존하는 미래 - 인공지능

하지만 로봇이 실시간으로 주변을 탐색하고 학습되고, 사람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똑똑해진다면
어느 순간 그 로봇은 우리의 통제 밖에 있을 것이다. 로봇 청소기가 우리의 통제 밖에 있더라도 우리
에게 크게 위협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인공지능은 어떨까? 인공지능으로 로봇 무기를 만
들었는데, 스스로 학습도 할 수 있다면 그 위험성은 매우 커질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인공지
능 로봇 개발자들을 포함해 구글의 알파고 개발자인 데미스 하사비스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
스크 등 유명 인사들이 인공지능 로봇의 무기화에 반대하는 서명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는 인공지능 무기 개발을 정당화하려 한다. 따라서 이를 제재하기 위한 국제적 규범을 만들어야 할 때
가 왔다. 어쩌면 공상과학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소설 『런어라운드』에 나오는 ‘로봇의 3원칙’
이 유럽연합 결의안을 넘어 실제적인 법적 효력을 갖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 ‘로봇의 3원칙’
첫째,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혹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둘째, 로봇은 첫 번째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셋째, 로봇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3장 학습하는 기계, 딥러닝
인공지능 학습하기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딥러닝은 함께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인공지능’은 기계가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도록 기계에 지능을 부여한 것을 의미한다. ‘기계학습’은 인공지능의 한 부분으로, 컴퓨터에 규칙을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데이터의 특징을 찾아내도록 학습이 가능한 컴퓨터프로그램을 말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능이 개선된다면 그 컴퓨터프로그램은
학습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딥러닝’은 인공신경망을 이용하는 기계학습의 한 분야로, 학습을 ‘딥
(deep)’하게 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것은 입력층, 은닉층, 출력층으로 되어 있는 인공신경망에서 은닉
층을 여러 층으로 깊게 쌓는 것을 의미한다. 엄밀히 말하면 인공지능이 가장 넓은 개념이고, 그 안에
기계학습이라는 개념이 있으며, 기계학습 안에 딥러닝의 개념이 있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신경망을 깊게 쌓아 학습하는 방식의 딥러닝이 가능해졌고, 디지털 빅데
이터의 증가로 인공지능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가 많아졌으며, 딥러닝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변수 사이
의 관계를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컴퓨터는 딥러닝의 발전을 가속화했다. 이로
인해 딥러닝은 이제 우리 사회의 교통, 물류, 환경, 보안, 감시를 비롯해 각종 분야에 접목되어 지능
화 사회를 만드는 데 주역이 되고 있다.
딥러닝은 정말 만능일까
2016년, 구글의 딥마인드가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이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쳤다. 이세돌을
이기기 위해 알파고는 5주 동안 고수들의 기보 16만 개를 학습했으며, 자기 자신과 100만 번 대국을
치렀다. 이 대국 수는 한 명의 프로 바둑기사가 하루에 세 번의 대국을 펼친다고 해도 약 900년이 걸
리는 양이다. 900년 동안 매일 세 번의 바둑을 둔 사람이 있다면 누가 그를 이길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 게임에서 1승을 거둔 이세돌 9단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한편으로 사람이 900년 걸릴 일을 단
5주 만에 해낸다면 인공지능의 확장성이 얼마나 넓은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딥마인드는 같은 해 또 다른 놀라운 성과를 발표했다. 인공지능을 적용해 구글의 데이터센터 냉
각 비용을 40퍼센트 감소시킨 것이다. 구글의 딥마인드 팀은 2014년부터 인공지능 기법을 이용해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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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공존하는 미래 - 인공지능

간 평균 전력 사용량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구글은 인공지능 기법을 이용해 의
료 진단과 헬스케어 분야의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무인 슈퍼마켓 시스템인 아마존 고는 어떨까? 아마존 고 시스템을 위해 매장에는 수백 개의 카메라 센
서가 필요하다. 고객이 쇼핑을 하기 위해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자율주행 센서가 부착된 카메라가 구
매자의 동선을 따라다니면서 촬영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이용해 인공지능은 구매자가 선택한 목
록을 판단해서 계산서를 발행한다. 이를 위해 카메라 또는 물체를 감지하는 센서들이 정확한 신호를
보내 주어야 하고, 또한 구매자가 집어 드는 상품을 식별해야 한다. 또한 예측하기 힘든 사람의 행동
을 파악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다양한 상황에 학습되어야 한다. 매장 안에서 상품을 먹거나 같이 들어
간 사람끼리 구매하려는 물건을 서로 교환하기도 할 것이다. 이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오류 없이
계산서를 발행해야 하는 것은 데이터만 준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데이터만 있으면 다 된다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 사실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려면 여전히 사
람이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 지능을 학습시키려
면 데이터수집 단계에서부터 데이터를 정제하고, 품질을 관리하고, 데이터 안에 다양한 정보가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딥러닝 모델을 구상하고, 구조를 정하는 것, 모델에 적용할 기술들을
시험해보는 것을 비롯해 수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이 모델을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컴퓨터 파워 또는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부분이다.

4장 꿈을 이루어주는 도구
그것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아침 7시. 나의 수면 패턴을 알고 있는 침대 옆 자연광 램프가 서서히 빛을 내기 시작한다.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빛에 반응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멈추고 뇌가 깨어나기 시작한다. 침대 앞 스마
트 스크린에서는 침대의 여러 센서로부터 수집된 데일리 바이오 체크 업으로 하룻밤 사이의 건강 이상
여부를 안내한다. 스피커는 오늘의 컨디션, 감정 상태, 건강 리포트를 기반으로 추천된 음악을 틀고 오
늘의 일정과 이번 주에 있을 중요한 약속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스마트 냉장고에서는 최근 식단
을 분석해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는 아침 식단을 추천한다. 부족한 재료는 자동으로 미리 입력
해 놓은 판매자에게 주문된다. 오늘 날씨에 맞게 추천된 옷을 입고 가사도우미 로봇이 만들어 준 아침
을 먹는다. 집 앞에는 일정에 맞게 예약해 놓은 자율주행 택시가 곧 도착할 예정이다. 집을 나서려는
데 오후에 예정된 화상 미팅이 10분 뒤로 당겨졌다는 메일을 받았다. 예약되어 있던 택시에 업무용 테
이블을 준비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집을 나선다.”
인공지능기술이 생활에 도입되기 시작한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귀찮은 일을 알아서 해주는 인공지
능은 정말 매력적인 기술이다. 물론 새로운 것, 편리한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우리가 어느 수준까지의 편리함을 원하는지가 중요하다.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기계에 맡길
지 충분히 논의하고 있을까?
오늘날 음성으로 기계를 동작시키는 기술은 대부분 사람에게 거부감 없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에는 말로 기계와 소통하는 것도 느리다며 생각만으로 기계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뇌에 칩을 이식한 원숭이가 생각만
으로 간단한 게임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 기술은 이미 1970년대부터 연구되어왔지만 칩을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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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공존하는 미래 - 인공지능

해야 하는 외과수술이 필요해 오랫동안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웨어러블 장치인
헤드셋이나 헬멧 형태로 뇌파를 읽어 생각만으로 기계를 조작하는 기술이 선보이고 있다. 칩 이식 여
부와 상관없이 이런 기술은 일종의 텔레파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뉴럴링크는 의학 전문 기업으로 단기적으로는 뇌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간의 기억을 컴퓨터에 저장하거나 반대로 저장된 정보를 뇌에 주입해 손상된 뇌의 기능을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뇌를 치료하는 목적에서는 이런 기술이 희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뇌와 기계
를 연결하면 뇌가 기계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뇌를 조작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 기술을 사
용할 때 악용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
기술의 위험성이 있지만 새로운 것, 편리한 것을 누리려는 욕망이 더 크다면, 기술은 지금까지 발전해
온 방향으로 계속될 것이다. 그렇데 된다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편리한 미래가 곧 다가올 듯하다. 하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 속담을 뒤엎는 기계가 출현해 과연 우리를 편리하게 해줄지는 지켜볼 일이다.
인공지능이 대신해주는 나
인터넷 사용이 급격하게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물리적 세상이 아닌 인터넷 속의 가상세계를
접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다양한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나의 아바타들이 활동하고 있다. 2015년,
포르투갈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헨리 조지는 ‘이터나인’이라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SNS 플랫폼
을 시작했다. 이터나인은 사용자의 게시물과 댓글을 수집해 분석하고 학습해서 가상 아바타를 만들어
주는 서비스다. 사용자가 더 많은 SNS 활동을 할수록 사용자의 아바타는 계속해서 사용자를 더 닮아
갈 수 있다고 한다. 이 아바타는 나를 대신해 사이버 상에서 다른 아바타와 대화하고, 게시글도 올리
고, 검색도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바타의 자율성이 부여된다면, 아바타가 다른 사용자와 대화
를 나눔으로써 내가 하지 않았던 경험이 축적되고 아바타가 내가 모르는 정보를 검색한다면, 이 아바
타는 여전히 나의 분신일까?
우리는 매일 인터넷에 자신의 기록을 남긴다. 친구와 메신저로 대화를 하고, 일상과 여행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어떤 물건을 사고, 어떤 영화를 보았는지, 어디를 다녀왔는지 모두 인터넷 세상 속 어딘가에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만일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이 기록을 이용해 디지털 속 나의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 이 아바타는 과연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나보다 더 나를 잘 기억하지는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더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때, 그를 대신해 만들어진 아바타가 현재 그의 기억을
이어가고 있다면? 그가 그리운 사람들은 그의 아바타가 그를 대신한다고 생각하고 아바타와 새로운 추
억을 만들며 그리움을 달랠 수도 있다. 반대로 나는 죽었는데도 디지털 세상 속의 나는 여전히 살아있
다고 생각해보자. 영원히 살 수 있는 존재가 내가 아니라 나의 아바타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과연 얼마
나 될까. 나의 아바타가 나를 대신해 살아가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면 내 디지털 기억이 내 죽음 이
후에 존재하지 않도록 선택하는 것은 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5장 생각하는 기계에서 똑똑한 기계로
인공지능은 더 똑똑해질까
1948년 앨런 튜링은 ‘기계가 지능적 행동을 보이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졌고, 사람의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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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공존하는 미래 - 인공지능

부위든 비슷한 기능을 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으며, 나아가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려면 사람의 모든 부
위를 온전히 하나의 기계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하는 기계에 필요한 몸을 구현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깨달은 앨런 튜링은 몸을 만드는 것보다 뇌의 기능만 있는 기계를 만
드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믿었다.
튜링이 뇌의 기능만 있는 기계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체스나 포커와 같은 게임, 언어학습, 언어
번역, 암호학, 수학 등이었다. 하지만 기계가 체스판의 위치를 구별하거나 수학에서 도표를 사용해 분
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감각기관과 운동기관에 많이 의존하는 언어학습도 현실성이 낮다고 내다보았
다. 하지만 2016년에는 알파고가 세계적인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을 4대 1로 이겼다. 그 밖에도 미래
의 날씨를 예측하고, 네이버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면 언어가 번역된다. 이처럼 튜링이 현실
성이 낮다고 본 분야들도 이제 모두 현실화되었다. 이제는 튜링이 말한 한계를 해결한 인공지능이 안
고 있는 한계를 해결할 차례다.
2019년 컴퓨터과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어워드’를 공동 수상한 제프리 힌튼, 요슈아 벤지
오와 얀 르쿤은 2020년 세계인공지능학회에서 현재의 딥러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
시했다. 제프리 힌튼은 현재의 딥러닝은 이미지를 인식할 때 각 특징을 따로 분석해 계층적 구조를 이
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은 사람의 얼굴에 눈, 코, 입이 있고 얼굴이 전체
적으로 동그랗다는 특징은 이해하고 있으나, 얼굴 안에서 눈, 코, 입이 어디에 위치하고, 각 특징의 상
대적인 크기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딥러닝 기법은 이차원 이미지를 처리하는 기법으
로 학습되기 때문에 삼차원공간에서 물체를 인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프리 힌튼은 인
간이 삼차원공간에서 물체를 인지하는 방법과 유사하게 각 특징이 서로 관련되어있다는 것까지 인공지
능이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했다.
얀 르쿤은 지도학습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더 적은 라벨과 더 적은 샘플 데이터로 딥러닝을 학습시키
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이는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세상을 대표하는 기본 지식에 해당하는
주변 환경, 사물, 사람, 규칙을 배우고, 이렇게 명시적으로 배운 것과 경험으로 알게 된 지식을 통합하
고 확장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대용량 데이터로부터 추상적인 방법으로 학습되기 때문
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어린아이처럼 규칙을 기반으로 지식을 습득함과 동시에
경험을 토대로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험한 것과 경험하지 않
은 것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요슈아 벤지오는 딥러닝이 시스템 1에서 시스템 2로 확장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설명했
다. 시스템 1은 현재 딥러닝의 수준으로, 직관적이고, 빠르며, 무의식적이고, 비언어적이며, 습관적인
단순 지각에 국한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딥러닝을 구현하려면 시스템 2의 기술을 개
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스템2는 지금보다 느릴 수 있으나, 논리적, 연속적, 의식적, 언어적,
체계적, 계획적, 합리적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딥러닝 시스템이라고
했다. 더불어 그는 인간처럼 언어를 이용해서 표현하는 높은 수준의 개념들을 이해할 수 있는 인공지
능이 되려면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능력을 학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6장 인공지능과 함께할 미래
이제 인공지능은 우리의 주변 곳곳에 있고, 미래에는 더 발전된 형태로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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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공존하는 미래 - 인공지능

한편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일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역사적
으로 우리는 제1, 2,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갖게 되었고, 삶의 방식에 변화를 경험
해왔다. 19세기 초, 영국에서는 기계의 등장으로 일자리를 위협 받는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하는 ‘러
다이트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자동화된 기계로 옮겨가는 시대적 흐름을 막지 못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이것은 마찬가지다.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역사적으로 산업
혁명을 거쳐 오면서 늘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난 것처럼, 이 시대에도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데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미래의 일자리 중 60퍼센트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가져다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초인공지능이 출현해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고 인간이 그들보다 지능적으로 열등해질
수도 있어 초인공지능의 출현에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현실 가능성이 매우 낮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기술 발전 방향으로 볼 때, 사람보다 월등한 초인공지능이 출현하기 보다는 초지
능을 가진 사람의 출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것은 제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인 초연결
이라는 단어가 주는 기술의 방향성 때문인데 여기에서 초연결은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려는 시도다.
이미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은 실험용 쥐에게 기억을 주입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미로에 대한 정보를 마
이크로 칩에 심고 미로를 처음 가는 쥐에게 그 칩을 붙였더니 그 쥐는 미로를 이미 아는 양 헤매지 않
고 바로 헤쳐 나갔다. 연구진은 사람에게도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되면 치매를 완치할 수 있으며
나아가 사람의 기억을 컴퓨터로 옮기고, 외부의 기억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디지털정보는 누군가의 뇌에 이식될 수 있고 그 사람은
초지능을 갖게 될 것이다. 초지능은 또 다른 초지능과 연결될 수 있으며, 그 가능성을 크리스토퍼 놀
란 감독이 만든 영화 <트랜센던스>의 천재과학자 윌이 보여주었다.
앞에서 설명한 많은 인공지능기술은 우리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우리에게 많은 편리를
선사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제임스 배럿이
쓴 『파이널 인벤션』의 책 제목처럼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마지막 발명품이 되지 않으려면, 인공지능의
긍정적인 면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기술을 이롭게 사용하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거부할 수 없고, 거부하기에는 이미 초연결 시대에 접어든 지금, 인공지능을 슬기롭게 개
발하고 현명하게 다루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것이 인공지능과 함께할 우리의 미래이자, 인류
가 만들고 가꿔야 할 새로운 미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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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공존하는 미래 -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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