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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부동산,투자

경제학 오디세이

by Casey,Riley 2021.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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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슈피로 지음 / 비즈니스북스
이 책은 경제학의 300년 역사를 선택 이론을 중심으로 펼쳐내며 새로운 서사를 제안한다. 그 서사
의 축은 위험과 불확실성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다. 저자는 수학에서 출발해 행동경제학까지 이어
진 경제적 의사결정의 역사를 되짚는다. ‘부의 효용’ 개념부터 ‘넛지’까지 300년 전 하나의 역설에
서 시작된 의사결정 이론의 진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째서 인간은 합리적이면서 동시에 비합
리적인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현명한 선택
으로 이끄는, 경제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다.

경제학 오디세이
조지 슈피로 지음

▣ 저자 조지 슈피로
저널리스트가 된 수학자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에서 수학 및 물리학 석사학위, 미국 스탠퍼
드대학교에서 MBA,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에서 수리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맥킨지에서 컨설턴트
로 일하다 이후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재무와 의사결정 과학, 히브리대학교에서 재무, 취
리히대학교에서 수리경제학을 강의하며 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시기에 기자로 변신하여 약
20년간 이스라엘 특파원이자 수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그는 특파원 시절 집필한 첫 책 『케플러의
추측』으로 스위스 과학아카데미와 독일 수학자협회로부터 언론상을 수상하였고, 이후로 『수학의 사생
활』, 『푸앵카레가 묻고 페렐만이 답하다』, 『대통령을 위한 수학』 등 어려운 수학 이론과 증명들을
전공자가 아니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쉽게 전달하며 수학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 Short Summary
사실 18세기의 경제학은 대개 관찰 수준에 머물렀다. 예를 들면 고전 경제학의 기틀을 마련한 애덤 스
미스는 바늘 공장에서 이뤄지는 노동 묘사를 통해 분업과 규모의 경제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물론 초
기 경제학자들도 경제 모델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들의 연구는 산술적인 설명이나 예시와는 거리가 멀
었다. 대신 관찰 내용을 묘사하고, 일화를 들려주고, 결론을 내리는 등 주로 말을 늘어놓는 방식이었다.
게다가 경제학은 물리학, 의학, 화학에 비해 진지한 학문 분야로 여겨지지 않았다. 수학이 등장하기 전
까지만 말이다. 부, 이윤, 돈의 효용 등 무언가를 ‘최적화할 방법’을 제안하는 수학 모델이 개발된 후에
야 경제학은 비로소 진지한 학문 분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런 변화가 나타난 때는 신고전주의 경제
학자들이 수학적 방법론과 도구를 활용하기 시작한 19세기 말이었다.
19세기 말, 개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던 영국의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와 스위스의 레옹 발라, 오스트
리아의 카를 멩거 역시 미적분학을 경제학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경제학의 수학화가 시
작되었으며 경제학이 대거 발전하는 시기가 뒤따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학에 적용되는 수
학이 점점 복잡해졌고 경제학 논문이 수학계에서 발표되는 연구와 거의 구별되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
다. 경제학은 거의 순수 수학의 한 분야가 되어버렸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행동경제학의 등장과 함께 이런 추세에도 또다시 변화가 찾아왔다. 1970년대
이후를 기점으로 경제학은 훨씬 행동 중심적인 접근 방법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지난 반세기 동
안은 사람들의 ‘실제 행동 방식’을 묘사하는 것이 경제학의 목표가 되었고 이런 분위기 덕에 경제학은
심리학에 더욱 의존하는 한편 수학의 중요성은 줄어들게 됐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1968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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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오디세이

노벨 경제학상이 생겨난 후 수십 년 동안 노벨 경제학상은 오직 수학 이론의 차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수학적 모델에 경제학상을 수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의사결정이 경제학을
떠받치는 토대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대부분을 차지한다고는 봐도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경제사상
사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18세기와 19세기 초에 등장한 인물들과 그들이 창
안한 ‘부의 효용에 대한 이론’을 필두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다. 제2부에서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전반기에 등장한 인물들과 그들이 개발한 모델을 소개한다. 이런 모델들은 ‘합리적인 행위자’들이 최상
의 결정(규범경제학)을 내릴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렇기에 수학과 공리체계가 꼭 필요했다.
제3부에서는 20세기 후반기부터 현재까지 등장한 인물들과 경제 모델을 아우르는데 인간이 ‘실제로 어
떻게 행동하는지’(실증경제학) 설명한다. 사실 사람들은 대부분 합리적이지 않다. 바로 이런 이유로 근
사한 수학 모델은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게 됐고 심리학이 가장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 차례
들어가며 | 사람들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가
제1부 행복 그리고 부의 효용
제1장 | 모든 것은 ‘역설’에서 시작됐다
제2장 | 다다익선: 돈은 많을수록 좋다
제3장 | 둔화하는 효용의 속도
제2부 과학의 여왕이 된 수학
제4장 | 한계주의 삼인방의 등장
제5장 | 잊힌 선구자들
제6장 | 믿음에 대한 내기
제7장 | 경제학자들의 게임
제8장 | 구불구불한 곡선
제9장 | 비교할 수 없는 것을 비교하다
제3부 인간을 기준으로 한 경제 이론의 탄생
제10장 | 더 많은 역설이 나타나다
제11장 | 이상적 인간과 현실 속 인간의 대결
제12장 | 매몰비용, 도박꾼의 오류, 그 외의 오류
제13장 | 잘못됐거나, 비합리적이거나, 그냥 어리석거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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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오디세이

경제학 오디세이
조지 슈피로 지음

제1부 행복 그리고 부의 효용
다다익선: 돈은 많을수록 좋다
“우리는 이 같은 사실을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인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됐고 창조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중에는 생명권과 자유권, 행복 추구권이 있다.”
1776년 7월 4일에 제2차 대륙회의에서 서명이 이뤄진 미국 독립선언문에는 위의 내용이 적혀 있다.
여기에서는 생명과 자유라는 중요한 개념은 잠시 제쳐두고 이 책의 주제와 관련이 있는 ‘행복 추구’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자. 정치학자들은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이 된 토머스 제퍼슨이 영국 철학자 존 로크
의 영향을 받아 이런 글을 쓴 것이다, 아니다 제퍼슨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고대 그리스까지 역
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며 논쟁을 벌인다. 제퍼슨은 자신을 기원전 4세기의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추종자라고 밝힌 바 있다. 바로 여기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쾌락은 축복받은 삶의 시작이자 끝: 우선 에피쿠로스보다 앞서 쾌락을 강조했던 아리스티포스에 대해
서 살펴보자.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던 아리스티포스는 소크라테스로부터 충분히 배웠다고 느낀 후 학생
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경악스럽게도 아리스티포스는 가르침을 주는 대가로 제자들로부터 돈
을 받았다. 아리스티포스는 소크라테스는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추종자들이 모두 가져다주고 그의 요
구를 모두 충족시켜주기 때문에 대가를 받지 않고 수업을 할 수 있었지만 아리스티포스 자신은 직접
돈을 내고 식료품을 구입하고 집안일을 해줄 노예를 사야만 하기 때문에 수업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느 날, 한 학생의 아버지가 아리스티포스가 요구한 돈이면 아들을 가르칠 노예를 살 수도
있다고 말하자 아리스티포스가 말했다. “그렇게 하세요. 그럼 두 명의 노예가 생길 겁니다.”
아리스티포스는 제자들에게 모든 사람이 추구해야 할 것은 바로 쾌락이며 쾌락이 바로 인생의 목표라
고 설파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목표는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해 순행복(쾌락의 합에
서 고통의 합을 뺀 것)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덕, 정의, 중용 같은 고결한 목표가 삶의 목적
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다른 철학자들에 비해 아리스티포스는 오로지 행복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아리스티포스는 자신이 설파한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해 다양한 쾌락에 탐닉했다. 특히 그는 아름답고
변덕스러운 창녀 라이스의 품에서 행복을 좇았다. 그의 제자가 너무도 많은 남자들과 사랑을 나누었던
이 여인을 정부로 두는 것을 비난하자 아리스티포스는 자신은 많은 사람이 탄 적이 있는 배를 타고 여
행하는 것을 거절하지도 않을 테고 많은 사람이 살았던 집에서 사는 것을 거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어쨌든 그는 “가장 좋은 것은 쾌락을 자제하는 것이 아니라 쾌락에 패배당하는 일 없이 쾌락
을 지배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리스티포스의 후계자로 여겨지는 인물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약 20년 후인 기원전 341년에 태어난
에피쿠로스였다. 에피쿠로스 학파의 기본 교리는 “쾌락은 축복받은 삶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에피쿠로스는 즉각적인 탐닉을 추구하는 삶을 옹호한 아리스티포스보다 한층 품위 있는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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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오디세이

을 갖고 있었다. 에피쿠로스는 친구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쾌락이 목적과 목표라고
말할 때의 쾌락은 난봉꾼의 쾌락이나 호색의 쾌락을 의미하지 않는다네. 쾌락이란 끝없이 술을 마시고
흥청대거나 섹스에 빠져들거나 호화로운 식탁에서 산해진미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네.”
에피쿠로스는 육체적인 쾌락과 정신적인 쾌락이 “모든 선택과 모든 혐오의 출발점”이긴 하지만 “신중
함과 명예, 정의를 동시에 추구하지 않고서는 쾌락의 삶을 영위할 수 없다”라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폭음 후에 뒤따르는 숙취, 범죄를 저질렀을 때 따르는 처벌 등 나중에 해악이 뒤따르는 쾌락을 추구해
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에피쿠로스는 매우 소박한 삶을 살았다. 대개는 식빵과 물을 주식으로
삼았으며 이따금 치즈를 곁들였을 뿐이다. 에피쿠로스의 추종자들 역시 검소했다.
에피쿠로스는 행복에는 두 종류가 있으며, 그중 하나는 “신이 향유하는 것 같이 가장 차원이 높아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행복”이며, 나머지 하나는 “쾌락을 더하거나 뺄 수 있는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우
리 모두가 누리는 후자의 행복은 언제든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동시대인들에게 “이미 충분한 데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그 무엇도 충분하지 않다”라며 검소하게 살라고 충고했던 에피쿠로스는
대부분의 사람이 좀 더 많은 부를 갈망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이 같은 에피쿠로스의 철
학에서 독립선언문에 명시되어 있는 개념, 즉 빈부를 떠나 모든 시민에게는 쾌락을 극대화하고 불편을
최소화해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개념이 생겨났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사실 쿠키를 하나 먹으면 대개는 쾌락이 늘어난다. 하지만 이미 10여 개
를 먹은 후라면 쿠키를 하나 더 먹더라도 쾌락이 증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바람직한 전략은
새 쿠키를 곧장 먹는 것이 아니라 쿠키가 또다시 쾌락으로 이어질 때까지 쿠키를 먹지 않고 두는 것이
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생선, 고기, 우유 등 쉽게 상하는 제품에는 이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돈이 필요하다. 상하기 쉬운 물품을 소유한 사람은 해당 물품을 돈과 교환할 수 있으며 적당한
때에 쾌락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물품과 돈을 다시 교환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돈은 많을수록 좋
은 것이다.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는 없지만 추가적인 쾌락을 살 수는 있다. 돈이 많으면 더 많은 쾌
락을 살 수 있다. 돈의 역할에 대해 숙고한 최초의 사상가 중 한 사람이 바로 존 로크였다.
존 로크: 재화는 많을수록 좋다: 1632년,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난 로크는 옥스퍼드에서 논리학, 형이상
학 등을 공부했다. 로크는 평생 정치, 종교, 경제, 교육에 관한 글을 썼다. 나는 그의 글을 통해 로크
가 사유 재산, 축재, 돈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로크의 기본 교리는 각
개인은 적어도 자기 자신을 소유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신체는 개개인의 것이며 개개인이 행하는 모
든 노동 또한 본인의 것이라는 뜻이다. 반면, 땅에서 나는 농작물은 신이 인류에게 나눠준 것이며, 특
정한 개인에게 귀속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가 여기에 자신의 노동력을 추가하면 그제야 자신의 소유
가 된다. 예를 들어, 한 여자가 나무에서 사과를 따면 그 사과는 그 여자의 것이 된다. 땅이 인류에게
준 천연 재료에 인간의 노동력이 더해져서 음식과 옷, 집 등 재산이 생겨난다. 로크는 아무런 제약 없
이 재산을 취득하고 축재하는 것이 노동의 공정한 결실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천연자원은 대개 희귀하다. 또한 많은 천연자원이 쉽게 상한다. 그래서 로크는 이
렇게 서술했다. “동물을 사냥하거나 식물을 채집한 사람은 상하기 전에 축적한 재산을 모두 사용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몫보다 더 많은 것을 취하고 다른 사람의 것을 훔친 셈이 된다. 따라서 사
용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양을 비축하는 것은 멍청하고 정직하지 못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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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오디세이

지만 가족 전체가 가진 시간의 일부만 사용해도 자신과 가족이 먹기에 충분한 양의 고기를 사냥하고,
충분한 농작물을 채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라면 좀 더 많은 노동력을 쏟아 부어 추가로
재산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로크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시한다. “바로
여기서 돈의 용도가 생겨난다. 돈은 상할 걱정 없이 영속적으로 보관할 수 있으며, 상호 동의하에 쉽
게 상하는 생활용품을 주는 대가로 돈을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하여 축재를 가능케 하고 정당화시
키는 돈이 생겨난 것이다. 로크는 근면성의 정도에 따라 인간이 갖는 부의 양이 달라지는 만큼 화폐의
발명은 사람들에게 부를 존속시키고 늘릴 기회를 주기 때문에 소득과 부의 차이는 완전히 정당화된다
고 생각했다. 따라서 로크도 재화가 적은 것보다는 많은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돈의 개념을 이용해 재화의 부패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은 로크는 이제 도둑, 협잡꾼, 사기꾼들로부터
돈과 재산을 보호할 방법을 찾아내고 그 방법이 타당함을 증명해 보여야 했다. 로크는 사회가 어떤 식
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맨 처음부터 파헤쳤다. 로크는 《통치론》에서 정부가 존재하기 이전에
는 인간이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방식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고, 자신이 소유한 재화를 마음
대로 처리할 수 있는 완벽한 자유의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고약한 사람과
관행 탓에 재산권을 위협받게 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사람들은 “생명, 자유, 재산의 상
호 보존을 위해서” 기꺼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회에 참여하게 된다고 결론 내렸다. “인간이 사회의
일원이 되고 정부의 통치를 받고자 하는 주된 목적은 자신의 생명과 자유를 보장 받고 나아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제러미 벤담: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조화: 1748년에 태어난 벤담은 여든네 살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법률체계와 정치 체계의 모든 측면에 대해 방대한 글을 썼다. 벤담은 특히 고통과 쾌락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인간의 행동을 지배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인간은 고통을 회피하려고 애쓰고 쾌락을 늘리려
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사회 개혁을 지지했던 벤담은 사익의 추구가 사회의 공익에 보탬이 되는 행동
으로 바뀔 수 있도록 이기주의와 이타주의를 조화시킬 방법을 찾고자 했다. 쾌락의 총합에서 고통을
뺀 것이 행복이라고 정의했던 벤담은 《정부론 단편》의 서문에서 “옳고 그름의 척도는 최대 다수의 최
대 행복”이라고 기술했다.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때는 정의나 공정성, 평등 같은 의도의 적
절성을 따지기보다 그 행동의 결과가 최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어떤 효용을 주는가를 도덕의 잣대로 삼
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공리주의가 탄생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은 정의나 개인의 자연권 개념과는 반대다. 벤담이 주장하는 공리주의에 의하
면, 거짓말, 속임수, 도둑질 같은 행동도 공동체의 전체 행복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되기만 한다면 얼
마든지 정당화된다. 벤담은 이렇게 기술했다.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 자연적으로 갖게 되는 불가침의
권리라는 자연권은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허튼소리다.” 공리주의에서 정의가 만연하고 정의에 보상이
뒤따라야 하는 유일한 이유는 장기적으로 보면 정의가 공동체에 이롭기 때문이다. 벤담은 미국 독립선
언문에 언급된 이른바 ‘자명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에 반대했다.
벤담은 정부라는 기관이 ‘양도할 수 없는 자연권’이라는 개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대 미
국인들은 이런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정부가 도입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들은 정부가 설립
됐을 때 이런 권리 중 상당수가 사실상 양도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정부는 시민들에게 법을
따를 것을 강요한다. 어쨌든 법이 모든 시민의 이익을 위해 도입됐다는 점만은 사실이다. 설사 개인의
자유가 줄어들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의가 승리해야 한다면, 법률 준수와 세금 납부에 대해서도
똑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런 제약은 시민의 생명권과 자유권을 저해하지 않으며 행복 추구권을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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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오디세이

화시키지도 않는다.
2,500년에 걸쳐 내려온 진리, 돈은 많을수록 좋다: 모든 사람에게는 끝없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
다는 벤담의 주장은 인간 본성에 내재한 절실한 욕망에 응답하고 이런 욕망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보인
다. 독립선언문 초안을 작성할 당시, 토머스 제퍼슨은 재산에 대한 언급을 생략하고 재산을 ‘행복’으로
대체했다. 제퍼슨은 단순한 재산권을 좀 더 광범위한 개념으로 대체해 유형재산을 갖고 있지 않은 사
람들에게까지 권리를 확대하려 했던 것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재산이든 다른 것이든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행복’을 해석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독립선언문에 따르면 모든 인간에게는 행복을 ‘얻을’ 권리가 아니라 행
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전자는 도달해야 할 절대적인 수준이 있다는 의미지만 후자는
행복은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며 도달하고자 하는 행복의 수준이 점차 높아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즉, 얼마나 행복하거나 부유하건 모든 사람에게는 추가적인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얘기다.
돈과 부에 대해서 깊이 고민했던 과거와 현재의 철학자들은 아리스티포스와 에피쿠로스에서부터 로크,
벤담, 제퍼슨에 이르기까지 많은 학자들이 분명하게 언급한 자명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이 내린 결
론은 바로 ‘돈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제2부 과학의 여왕이 된 수학
구불구불한 곡선
인간은 태곳적부터 도박을 해왔다. 인간이 운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게임을 좋아했음을 보여주는 선사
시대 유적으로는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굴된 기원전 3000년에 사용된 주사위 등이 있다. 그리스 시인
소포클레스는 기원전 5세기에 작성된 문서에서 주사위를 언급했다. 중국에서도 기원전 3세기에 전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복권을 발행하고, 만리장성을 짓기 위해 복권을 발행했다는 기록도 있다. 고대
로마인들은 비잔티움 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서기 482~565년)가 도박을 금지하기 전까지 도
박을 해왔다. 또한 많은 교회가 빙고같이 운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게임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오늘날도 여러 나라에서 공공사업과 서비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복권 사업을 진행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위험에 대비해 보험을 가입하면서 그와 동시에 힘들게 번 돈으로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위험을 피하려고 돈을 내면서 그와 동시에 보험 비용보다 더 많은 돈
을 치르고 위험을 떠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위험을 싫어하는 인간이 도박을 하는 이유: 이 난제에 대해 가장 먼저 의견을 제시한 사람들 중에는
밀턴 프리드먼과 통계학자인 레너드 새비지가 있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온갖 위험에 대비해 보험
에 가입할 정도로 위험을 싫어하면서 한편으로 도박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리드먼과 새비지는 그
심오한 역설에 당혹감을 느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 같은 역설적인 현상이 결코 드물지 않다고 지적
했다. 사실 이런 현상은 너무 만연해서 “많은 정부가 복권을 효과적인 재원 조달 수단으로 여길 정도
다.” 두 사람은 인간의 위험 감수 성향을 보여주는 모든 종류의 행동을 검토한 다음 “돈의 총효용 곡
선을 약간 특수한 모양으로 만들면 이와 같은 실증적인 관찰 내용이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타인이 제시
한 기대효용가설과 완전히 일치한다”라고 결론 내렸다. 그렇다면 ‘약간 특수한 모양’이란 대체 무엇일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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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오디세이

이미 언급했듯이 부가 늘어날수록 부의 총효용은 늘어나지만 부의 효용이 늘어나는 정도, 즉 한계효용
은 점차 줄어든다. 두 번째 아이스크림이 주는 쾌락은 첫 번째 아이스크림이 주는 쾌락보다 적듯이,
추가로 1달러의 돈이 생겼을 때 백만장자가 느끼는 쾌락은 빈곤한 사람이 느끼는 쾌락보다 적다. 이것
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효용함수의 곡선 자체는 우상향하지만 기울기는 감소하는 모양을 띤다. 따라서
효용곡선의 모양은 밑에서 바라보면 오목한 모양이다. 하지만 부의 스펙트럼에 따라 계속해서 이런 모
양을 띠는 것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1달러와 100만 달러 사이 어딘가에 ‘부의 한계효용이
증가하는 구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프리드먼과 새비지가 주장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가난한 노동자 계급 출신이 많은 돈을
추가로 얻어 중산층으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돈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추가로 생긴 1달러의 돈은 그 존재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지만 추가로 얻은 1만
달러의 돈은 추가로 얻은 1달러보다 1만 배 이상의 효용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이는 곧 여기에 해당하
는 부의 구간에서는 한계효용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이 예시를 보면 바로 이런 이유로 사람들이 자신
에게 불리한데도 기꺼이 도박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적당히 여유가 있는 형편의 쉴라라는 여성을 생각해보자. 쉴라에게는 10만 달러짜리
집이 있고 은행 계좌에는 5만 달러가 들어 있다. 쉴라는 아마도 주택 보험에 가입할 것이다. 0달러와
약 15만 달러 사이에서는 쉴라의 효용을 묘사하는 함수가 ‘오목’한 모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쉴라가
정말로 바라는 것은 ‘25만 달러 이상’의 부를 가진 계층에 진입하는 것이다. 쉴라는 이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복권을 사면 10달러를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10만 달러의 상
금을 탈 기회를 얻기 위해 10달러를 주고 기꺼이 복권을 구입한다. 쉴라가 기꺼이 도박에 참여하려 하
는 이유는 약 15만 달러와 25만 달러 사이에서 쉴라의 효용함수가 ‘볼록’ 하기 때문이다.
매우 낮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쉴라가 복권에 당첨돼 재산이 25만 달러로 늘어나면 다시 위험을 회
피하는 성향으로 되돌아가 자신의 새로운 상태를 보호하려 들 것이다. 따라서 25만 달러를 넘어서면
쉴라의 효용 곡선이 ‘다시 오목’해진다. 이는 곧 현재 15만 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상황에서는 쉴라가
복권도 사고 주택 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역설이 해결됐다! 따라서 오목해졌
다 볼록해지는 구불구불한 효용함수는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한편으로는 보험에 가입하면서 다른 한편
으로는 도박을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구불구불한 모양이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계층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다. 첫 번째 오목 구간과 마지
막 오목 구간은 각각 부의 수준이 낮은 계층과 부의 수준이 높은 계층을 나타내며 중간에 있는 볼록
구간은 좀 더 높은 계층으로 이동하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향이 있는 사람들을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구불구불한 모양은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타인이 제시한 틀과 제법 일치한다. 그들이 제시
한 공리에 전혀 어긋나지 않으며 의사결정자들은 효용을 극대화한다.
프리드먼과 새비지가 제안한 이론은 비단 복권이나 카지노 도박뿐 아니라 투자 결정, 직업 선택, 기업
의 프로젝트 같은 모든 종류의 위험한 행동에 관해 설명한다. 하지만 한 가지 수수께끼가 계속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자문했다. “사람들이 도박을 하거나 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구불구불한 효용 곡선을 고려하고, 자신이 택할 수 있는 보험 상품과 도박의 배당률은 알고, 도박이나
보험 상품의 기대효용을 계산할 수 있고, 기대효용의 크기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고 가정하는 것은 너
무 비현실적인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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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오디세이

그렇다. 틀림없이 비현실적이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자신의 효용함수를 검토하고 복잡한 계산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프리드먼과 새비지는 이런 식의 이의는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두 사
람은 의사결정자들이 마치 기대효용을 계산한 것처럼 행동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은 비유하자면 당구를 치는 사람이 마치 탄성 충돌 방정식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눈대중으로 각도
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재빨리 계산한 다음 공을 치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일은 직접 경험
해봐야만 알 수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구불구불한 효용 곡선은 꽤 잘 설명해주고 있다.
해리 마코위츠의 반론: 프리드먼과 새비지의 논문이 출판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통찰력이 뛰어
난 한 대학원생이 두 사람이 보험과 도박의 역설을 설명하기 위해 의도치 않게 또 다른 역설을 만들어
냈다고 지적했다. 즉 프리드먼과 새비지가 제안한 모형에는 실생활에서 실제로 벌어진다면 반직관적으
로 느껴질 법한 행동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빈곤과 풍요의 정확한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중간
정도의 부를 소유한 앨버타라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프리드먼과 새비지의 설명에 의하면 효용
함수는 부가 적은 구간과 부가 많은 구간에서 오목한 모양을 띠며 중간 구간에서는 볼록한 모양을 띤
다. 앨버타는 볼록한 구간(즉, 위험 감수 구간)의 중간에 있다. 이제, 앨버타에게 동전을 던져서 지면
가난해지고 이기면 부자가 도는 도박을 제안해보자. 보험 통계 측면에서 보면 이 도박은 공정하다. 기
대 상금이 0이기 때문이다. 이 도박을 수차례 반복하면 앨버타는 평균적으로 지금과 같은 부의 상태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프리드먼과 새비지가 제안한 이론에 의하면, 현재의 재산 수준에서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있는 앨버타
는 이 도박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 대학원생은 현실에서는 중간 정도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 제
정신이라면 자신을 부자로 만들 수도 있고 가난하게 만들 수도 있는 공정한 게임에 참여할 리가 없다
고 주장했다. 굳이 그럴 이유가 있겠는가? 평균적으로 따져봤을 때 결국 원래 수준의 부로 되돌아가기
위해서 굳이 이런 게임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프리드먼과 새비지의 세상에서 앨버타는 이런 도
박을 사랑한다. 따라서 이 이론을 좀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 대학원생의 이름은 해리 마코위츠였다. 1927년에 태어난 마코위츠는 시카고대학교에서 2년 만에 문
과 학사 학위를 받고 졸업한 후, 경제학을 선택한다. 마코위츠를 진정으로 매료시킨 분야는 불확실성
의 경제학이었다. 마코위츠는 시카고대학교에서 프리드먼과 새비지를 스승으로 맞는 행운을 누렸다.
프리드먼과 새비지의 논문에서 모순을 발견한 마코위츠는 더욱 깊이 파고들었고, 설문 조사를 위해 친
구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 10퍼센트를 받을 확률 100%와 1달러를 받을 확률 10% 중 어떤 쪽을 선호하는가?
→ 1달러를 받을 확률 100%와 10달러를 받을 확률 10% 중 어떤 쪽을 선호하는가?
→ 10달러를 받을 확률 100%와 100달러를 받을 확률 10% 중 어떤 쪽을 선호하는가?
→ 100달러를 받을 확률 100%와 1,000달러를 받을 확률 10% 중 어떤 쪽을 선호하는가?
→ 100만 달러를 받을 확률 100%와 1,000만 달러를 받을 확률 10% 중 어떤 쪽을 선호하는가?
마코위츠는 “이 질문에 대한 전형적인 답(소득 수준이 중산층 정도 되는 지인들이 내놓은)은 다음과
같다”며 설문 내용을 소개했다. 대부분은 10센트를 확실하게 받는 쪽보다 1달러를 받기 위해 운에 맡
기고 도박하는 쪽을 선택했다. 또한 대부분은 확실하게 1달러를 받는 것보다 10달러를 받기 위해 도박
을 하는 쪽을 선호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선호도가 갈리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100달러를
받기 위해 도박을 하는 것보다 10달러를 확실하게 받는 쪽을 선호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반대를 택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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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오디세이

다. 뿐만 아니라 100달러를 확실하게 받는 쪽을 택하는 사람도 있었고, 1,000달러를 받기 위해 도박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마지막 질문에 도달하자 모든 지인이 확실하게 100만 달
러를 받는 쪽을 택했다. 그런 다음, 마코위츠는 질문을 약간 다르게 해보았다.
→ 10센트의 빚을 질 확률 100%와 1달러의 빚을 질 확률 10% 중 어떤 쪽을 선호하는가?
→ 1달러의 빚을 질 확률 100%와 10달러의 빚을 질 확률 10% 중 어떤 쪽을 선호하는가?
→ 10달러의 빚을 질 확률 100%와 100달러의 빚을 질 확률 10% 중 어떤 쪽을 선호하는가?
→ 100달러의 빚을 질 확률 100%와 1,000달러의 빚을 질 확률 10% 중 어떤 쪽을 선호하는가?
→ 100만 달러의 빚을 질 확률 100%와 1,000만 달러의 빚을 질 확률 10% 중 어떤 쪽을 선호하는
가?
사람들은 대개 10%의 확률로 1달러의 빚을 지는 쪽보다 확실하게 10센트의 빚을 지는 쪽을 선호했으
며, 10%의 확률로 10달러의 빚을 지는 쪽보다 확실하게 1달러의 빚을 지는 쪽을 선호했다. 또 그 후
부터는 의견을 갈렸고, 마침내 마지막 질문에 다다랐다. “사람들은 대개 100만 달러의 빚을 질 100%
의 확률보다 1,000만 달러의 빚을 질 10%의 확률을 선호할 것이다.”
마코위츠는 설문 조사를 통해 무언가를 ‘얻게’ 될 것인지, 혹은 ‘빚지게’ 될 것인지에 따라 친구들의 행
동이 달라졌음을 입증했다. 무언가를 받게 될 가능성과 마주한 상황에서는 금액이 적을 때는 위험을
감수하지만 금액이 커지면 위험을 회피한다. 반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금액이
적을 때는 위험을 회피하지만 금액이 커지면 위험을 감수한다,
이 같은 사실이 효용 곡선의 모양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프리드먼과 새비지는 논문에서 3개의 구간
(부의 수준이 낮은 오목한 구간, 부의 수준이 중간 정도인 볼록한 구간, 부의 수준이 높은 또 다른 오
목한 구간)을 가정했다. 마코위츠는 프리드먼과 새비지의 곡선보다 조금 더 구불거리는 곡선을 만들었
다. 그는 현재의 부를 그래프의 중간에 위치시킨 다음 그 점을 기준으로 한쪽은 오목한 모양으로, 다
른 쪽은 볼록한 모양으로 만들었다. 현재의 부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이익을 나타내는 곳으로, 첫 구간
은 볼록한 모양이다. 현재의 부를 기준으로 왼쪽은 손해를 나타내는 곳으로, 첫 구간은 오목한 모양이
다. 하지만 양쪽 끝에는 2개의 구간이 더 있다. 이익이 아주 큰 구간에서는 곡선이 다시 오목한 모양
이 되며, 손해가 아주 큰 구간에서는 곡선이 다시 볼록한 모양이 된다.
마코위츠는 “카드 게임, 주사위 게임 같은 부류의 게임을 할 때 사람들이 ‘적당히 돈을 잃는’ 상황에서
는 좀 더 보수적으로 (즉, 위험 회피적으로) 게임을 하고, ‘적당히 돈을 딸’ 상황에서는 좀 더 거침없이
(즉, 위험을 감수하는 식으로) 게임을 하는 모습이 흔히 관찰되는 점으로 미뤄보아 이 같은 사실이 옳
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프리드먼과 새비지가 제안한 효용함수나 마코위츠가 제안한 효
용함수는 보험-도박 역설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듯 보인다.
‘포트폴리오 이론’의 탄생: 그후 마코위츠는 자신을 진정으로 유명하게 만들어준 논문 <포트폴리오 선
택>을 《금융 저널》에 공개됐다. 당시 박사 과정 학생에 불과했던 마코위츠는 주식시장에 수학 기법을
적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의 통념에 의하면 주식 가격은 미래 배당금의 현재 할인 가치였다. 하지
만 미래의 배당금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마코위츠는 ‘기대되는’ 미래 배당금의 현재 할인 가치가 주가를
결정한다고 해석했다. 마코위츠는 “하지만 투자자가 증권의 기대 가치에 관심을 갖는다면, 당연히 포
트폴리오의 기대 가치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사실 포트폴리오의 기대 가치를 극대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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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오디세이

려면 단 하나의 증권에만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으며, 그렇게 해
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투자자들은 수익뿐 아니라 위험에도 관심이 있기 때문에 다각화를
택한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 우리가 잘 아는 현대적인 포트폴리오 이론이 탄생했다. 마코위츠는 이
논문을 발표한 공로와 이후에 금융 경제학 발전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1990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제3부 인간을 기준으로 한 경제 이론의 탄생
잘못됐거나, 비합리적이거나, 그냥 어리석거나
1970년대까지만 해도 과학의 여왕이라 불리는 수학이 경제학을 지배했다. 경제학자들이 수학에 의존
한 까닭은 수학 모델의 정밀함과 엄격한 논리 때문이 아니라 수학을 절대적인 필요조건으로 여기는 자
연 과학 분야의 동료들과 경쟁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경제학자들이 ‘수학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었다고 보는 편이 옳다. 사실 그런 분위기가 너무 팽배해서 경제학은 실행 불가능한 공리로 가득하고
실생활과 동떨어진 틀에 박힌 모델들이 만연했다.
그러다가 허버트 사이먼이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묘사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으
면서 경제학에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났다. 사이먼은 인간의 제한적인 능력을 감안하여 효용 극대화 대
신 만족화로 의사결정을 발전시켰다. 그리고 편향과 휴리스틱에 관해 많은 실험을 한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그 배턴을 이어받았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심리학을 경제 이론의 새로운 여왕까
지는 아니더라도 경제 이론의 왕자쯤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이 제안한 모델에 수학
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두 사람이 제안한 기본 모델들이 엄격하고 융통성 없는
공리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후 금융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연구에 커다란 영향을 받아 행동경제학이라고
알려진 분야를 창시했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분야인 행동경제학은 엄격한 공리를 기반으로 하는 수학
모델을 따르지 않는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편향, 의지 부족 같
은 인간의 취약점을 고려한다. 탈러는 심리학과 경제학 간의 격차를 이어주는 존재였다.
인간은 항상 경제 이론을 무시하는 쪽으로 행동한다: 탈러는 1945년에 뉴저지 북부에서 태어났다. 로
체스터대학교 조교수가 된 탈러는 그곳에서 “사람들이 하는 바보 같은 행동”, 즉 동료 경제학자들이
변칙적이거나 비합리적인 행동이라고 부를 만한 행동 패턴과 결정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H
씨는 직접 잔디를 깎는다. 이웃집 아들이 8달러를 주면 잔디를 깎아주겠다고 제안하지만 이를 거절한
다. 하지만 H씨는 이웃이 20달러를 주더라도 이웃집 잔디를 깎아줄 생각이 없다. H씨는 이웃집 아들
의 제안은 거절하면서 자신이 노동으로 얻을 수 있는 더 수익성 높은 일을 외면한 것이다.
고전파 경제학자들에게는 이러한 수많은 시나리오들이 비합리적이거나 어리석게 들릴 것이다. 고전파
경제학자들이 제안하는 ‘우아한 수학 모델’에 의하면 이런 행동은 애초에 발생해서는 안 된다.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이런 터무니없는 행동은 무작위적인 잡음에 불과하며 평균적으로는 결국 상쇄된다고 주
장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옳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는 근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런 현상을 더는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경제학과 심리학을 이어준 행동경제학: 확실히 사람들은 똑같은 물건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가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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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오디세이

은 것보다 자신이 소유한 것을 더욱 가치 있게 평가한다. 또한 매몰비용은 무시하지 않고 고려하는 반
면, 기회비용은 부대비용으로 계산하지 않고 무시해버린다. 탈러가 찾은 변칙적인 현상이 발생하는 근
본 원인은 똑같은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가격과 판매하는 가격이 현저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매몰
비용 오류, 기회비용, 소유 효과 같은 변칙들에 관해 고민하던 탈러에게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탈러가
궁금해 하던 모든 질문에 대해 답을 주는 것처럼 보였다.
1977년 탈러는 카너먼으로부터 배우고 카너먼과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소비자 선택 실증 이론에 관
하여>라는 논문을 작성해 1980년에 《경제 행동과 조직 저널》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새롭게 떠오르
는 행동경제학의 설립 기반이 됐다. 2015년, 개인의 의사결정에 관한 경제학적 분석과 심리학적 분석
을 연결 짓는 역할을 해낸 탈러는 전미경제학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로부터 2년 후, 탈러는 “행동경
제학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탈러는 사람들이 ‘예상 가능한 방식으로 비
합리적’임을 증명함으로써 인간의 행동을 좀 더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제학을 발전시
켰다. 그리고 그 결과로 얻은 통찰력은 여러 공공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선택의 과학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법: 탈러는 <소비자 선택 실증 이론에 관하여>라는 자신의 논문을
이렇게 시작했다. “소비자 경제 이론은 실증 이론과 규범 이론을 결합한 것이다. 소비자 경제 이론은
합리적 극대화 모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소비자가 실제로 어떻게 선택하는지도 설명한다.” 이어서 탈러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명확
하게 정의된 몇몇 상황에서 많은 소비자가 경제 이론과 모순되는 방식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그것이 문
제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제 이론이 행동을 예측할 때 체계적인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런 다음 탈러는 전통 경제학자라면 변칙적인 것으로 분류하겠지만 자신이 ‘경제적인 정신적 착각’이
라고 부르는 여러 유형의 행동에 대해 논의한다. 탈러가 사용하는 용어에 의하면 기회비용을 낮게 평
가하는 행동, 매몰비용을 무시하지 않는 행동, 최적이라고 보기 힘든 검색 행동, 선택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행동, 자제력 부족 등은 소비자들이 규범 모델의 예측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특히 많은 부류
의 문제다. 이는 일반적인 통념을 완전히 부인하는 주장이었다. “행동을 예측하는 능력을 근거로 실증
이론을 평가해야 한다는 프리드먼과 새비지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내가 판단하기에 이 논문에서
살펴본 부류의 문제들은 기존의 경제 이론이 설명하지 못한다.”
한 예로 탈러는 프리드먼과 새비지가 언급한 당구 사례를 문제 삼는다. 당구를 치는 사람이 머릿속으
로 비압축성 구의 물리학과 관련된 수학 공식을 계산하지는 못하지만 ‘마치 그런 것처럼’ 행동한다는
두 사람의 주장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탈러는 가장 뛰어난 당구 선수의 경우라면 그럴 수 있을지도 모
른다고 이야기한다. 즉, 프리드먼과 새비지의 수학 모델이 프로 당구 선수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도움
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구를 즐기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전문가가 아니므로 전문가와는 상당히 다
른 방식으로 계획을 세우고 샷을 한다. 당구 초보자나 당구 실력이 중간쯤 되는 사람들은 경험 법칙과
휴리스틱을 이용해 당구를 한다. 그들의 제한적인 능력을 고려하면, 그들의 그런 행동은 완전히 합리
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경제 이론 비전문가들(대다수의 소비자) 역시 전문가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 역시 제한된 합리성의 범주 내에서는 상당히 합리적이다.
탈러는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전통적인 소비자 행동 경제 모델은 로봇 같은 전문가에게나 어울리는
모델이다. 따라서 평균적인 소비자의 행동은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다. 평균적인 소비자가 멍청해서 그
런 것이 아니라 어떻게 결정을 내릴지 고민하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아 붓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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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오디세이

해 정신적으로 손쉽게 편향, 휴리스틱에 쉽게 빠져드는 소비자들의 성향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예
를 들어 카지노는 슬롯머신에서 돈을 딸 가능성이 실제보다 크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으로 악명이 높
다. 사기꾼들 역시 쉽게 넘어가는 피해자들의 습성을 악용한다.
반면, 똑같은 습성을 이용해 사람들이 자신에게 득이 되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탈러는
하버드 법대 교수 캐스 선스타인과 함께 《넛지》라는 제목의 책을 공동 집필했다. ‘넛지(nudge)’는 선
택 가능한 대안을 다르게 표현하거나 좀 더 나은 방안을 선택하도록 부드럽게, 즉 자연스럽게 유도하
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학교 구내식당은 가장 건강한 음식을 맨 앞에 진열해 학생들이 좀 더 건
강한 식사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탈러와 선스타인은 “사람들의 선택을 인생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정부를 비롯한 모든
조직이 선택의 과학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로 노후 자금 증가, 좀 더 현명한 투자, 비만
감소, 좀 더 자선을 베푸는 삶, 좀 더 깨끗한 환경, 교육 시스템 개선 등의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실제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는 2010년에 ‘넛지 부서’라는 별칭의 행동통찰팀을
설립해 정책 개발에 나섰고, 탈러는 이 팀의 정식 고문이 됐다. 또한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이 선스타인에게 행동경제학의 개념을 응용해 관련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는 역할을 맡겼다.
미래의 경제학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까지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 허버트 사이먼은 인간
이 ‘제한된 합리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고 효용 극대화를 만족화로 대체했다. 그리고 대니얼 카너먼
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합리적인 행위자 모델에서 가정되는 최적의 믿음 및 행동을 사람들의 보편적인
믿음 및 행동과 구분 짓는 체계적인 편향을 탐색해” 제한된 합리성이 무엇인지 증명해 보였다. 그리고
리처드 탈러는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실험을 통해 찾아낸 결과를 합리적 선택 이론의 변칙에 적용해 의
사결정의 심리학을 행동 경제 모델로 통합시켰다. 그다음에 나타날 이론은 무엇일까? 인공지능? 로봇
같은 합리성일까? 오직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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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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