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지음 / 창해
이 책에는 사람을 제대로 보고, 정확하게 선택하는 원칙과 방법을 제시하는 고전과 명문들, 그리고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의 인재관 등 진정한 리더의 핵심적인 요소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강태공에서 정약용, 마키아벨리와 조지훈에 이르기까지 3천 년의 시공을 초월한 지성인들의 탁견
을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통찰력으로 내 안목의 수준을 높이고 역사의 경험과 이론 및
방법으로 진정한 리더와 인재를 식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리더와 인재, 제대로 감별해야 한다
김영수 지음
▣ 저자 김영수
지난 30여 년 동안 사마천(司馬遷)과 《사기(史記)》, 그리고 중국을 연구하고 중국 현장을 150차례 이
상 탐방해온 사마천과 《사기》에 관한 당대 최고의 전문가이다. 저자는 지금도 사마천과 중국의 역사
와 그 현장을 지속적으로 답사하고 미진한 부분을 계속 보완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와 역서
로는 《완역 사기》, 《역사의 등불 사마천, 피로 쓴 사기》,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1 : 사마
천, 삶이 역사가 되다》, 《절대역사서 사기 -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2》, 《인간의 길》, 《리
더의 망치》, 《난세에 답하다》,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제자백가의 경제를 말하다》, 《사
마천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기를 읽다》, 《1일 1구》 등이 있다. 영산 원불교대학교 교수를 지
냈으며, 현재는 사단법인 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집필과 강연을 하고 있다.
▣ Short Summary
사마천은 일찍이 리더와 인재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갈파한 바 있다.
“안위재출령(安危在出令), 존망재소용(存亡在所用).”
“(나라의) 안정과 위기를 어떤 정책을 내느냐에 달려 있고, 존속과 멸망은 어떤 사람을 쓰느냐에 달려
있다.”
“부지기인(不知其人), 시기소사(視其所使).”
“그 사람(리더)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거든 그 사람이 기용하는 사람(인재)을 보아라.”
사마천은 물론 옛 현자들 또한 한 나라의 존망을 사람(인재와 리더)과 연계시키는 탁월한 인식을 보였
다. 그뿐만 아니라 이처럼 중대한 요건인 리더와 인재를 식별하기 위한 다양한 기준과 원칙 및 방법을
제시했다. 지금 보아도 아주 쓸모 있고, 심지어 과학적이기까지 하다.
리더와 인재를 평가하는 기존 우리 사회의 낡은 관념은 이른바 윤리관이니 도덕성이니 하는 것들이다.
사상 검증도 같은 맥락이다. 하다하다 마뜩치 않으면 도덕성이 어쩌니, 사상이 어쩌니 하는 전혀 검증
할 수 없는 비과학적이고 추상적인 기준을 들이밀어 그 사람을 매도해왔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한 개인의 윤리관과 도덕성, 그리고 사상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
우리가 생각하기에 옛날 사람들이 리더와 인재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윤리와 도덕을 내세
웠을 것 같지만 실상은 결코 그렇지 않다. 물론 ‘덕(德)’을 강조했지만, 이때의 ‘덕’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도덕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동양 사회에서 리더십 항목으로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덕’은 ‘많은 사람
의 마음을 얻는다’라는 뜻이다. 즉,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얻은 사람이 덕 있는 사람이고, 이런 사람이
진정한 리더이자 인재라고 했다. 다시 말해, 리더와 인재를 가늠하는 구체적인 기준과 원칙을 통과하
여 많은 사람이 인정한 다음이라야 ‘덕’ 있는 사람이라는 평을 얻을 수 있었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리더와 인재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을 들라면 당연히 그 사람의
‘과거’다. 특히, 언행을 중심으로 한 지난날의 행적이 절대 기준이다. 현재의 언행 역시 과거 언행의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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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와 인재, 제대로 감별해야 한다
장선에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는 과거의 그림자이자 미래의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과학이다.
사마천은 ‘지난날을 기술하여 다가올 일을 안다’고 했다. 역사, 즉 과거 자체에 미래 예견력이 내포되
어 있다는 뜻이다. 사마천과 같은 인식을 보인 선각자들은 즐비하다. 다만 우리가 이들의 탁월하고 깊
은 통찰력에 주목하지 못했을 뿐이다. 결론은 그 사람의 과거 언행을 포함한 행적을 잘 살피면 그 사
람의 수준과 인격은 물론 윤리관과 도덕성 나아가 사상까지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가 리더가 된 다음 무슨 무슨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아니라, 지도자가 되기 위해
어떤 어떤 일을 해낸 사람에 우선 주목해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생각을 바탕에 깔고 동서양의 탁월한 사상가ㆍ역사가ㆍ정치가ㆍ실천가ㆍ학자ㆍ문학가
들이 제시한 사람을 보는 안목, 인재를 식별하는 방법, 리더가 갖추어야 자질, 간신과 소인을 가려내는
방법, 세태와 인간의 변질 현상 등을 소개한다.
▣ 차례
들어가는 말
1부. 리더의 안목 : 인재를 식별하고 사용하는 법
1. 겉모습과 속마음이 서로 같지 않은 자가 열다섯 종류
2. 예의 바른 것처럼 꾸미고 낯빛을 점잖게 꾸며 높은 벼슬을 얻는 자가 있다
3. 봉급만 받으며 사교에만 힘쓰는 자는 국적(國賊)
4. 경험을 미신하지 말라
5. 국민과 국가가 소신(所信)의 뿌리
2부. 리더의 자질 : 간신과 소인을 가려내는 법
1. 아첨꾼은 남을 헐뜯을 때도 그 사람을 치켜세우며
2. 옥을 다루는 장인은 옥처럼 보이는 돌 때문에 곤혹스러워한다
3. 반드시 사람을 잘 선택하고 재능을 헤아려야
4. 인간의 속마음을 헤아리기란 하늘을 예측하기보다 어렵다
5. 그 사람의 과거 평소 때의 언행을 잘 살펴라
6. 살펴서 알고 막아야 하는 간사한 자들
3부. 리더의 판단 : 세태와 인간의 변질을 식별하는 법
1. 은밀한 족속들을 식별하는 비결
2. 궁색할 때 그 행위를 보라
3. 인식(認識)의 오치구역(誤差區域)을 극복하라
4. 시기와 질투를 극력 피하라
5. 사사로운 감정 개입이 조직과 나라를 병들게 한다
6. 사람을 아는 데도 난이도가 있다
7. 껍데기에 현혹된 용인관은 망국의 길이다
부록. 동서양 사상의 상호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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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와 인재, 제대로 감별해야 한다
리더와 인재, 제대로 감별해야 한다
김영수 지음
1부. 리더의 안목 : 인재를 식별하고 사용하는 법
겉모습과 속마음이 서로 같지 않은 자가 열다섯 종류 : 강태공(姜太公)의 다양한 감별법
강태공은 기원전 11세기 뛰어난 책략으로 주 문왕과 그 아들 무왕을 보좌하여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건국하는데 막대한 공을 세웠다. 이 공으로 그는 지금의 산동성 동쪽 지역을 봉토로 받아 제
나라를 개국한 군주였다. 그리고 만년에는 이런 자신의 경험을 종합한 《육도》라는 중국 역사상 최초
의 병법서이자 치국방략의 큰 이치를 담은 경륜서를 저술했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많은 사상(사상가)
을 모두 아우르는 최고의 스승이라는 뜻의 ‘백가종사’라는 별칭이 붙여졌다.
사실 강태공은 그의 본명이 아니다. 태공은 ‘태공망’에서 따온 별칭인데, 주 문왕이 강태공을 만난 뒤
주나라의 선조 태공 고공단보가 “언젠가는 주나라를 일으킬 훌륭한 인물을 만날 것”이라고 예언했다면
서, “‘태공께서 갈망하던’, 즉 ‘태공망(太公望)’하던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 강태
공은 여상, 여아, 강상, 강자아 등 다른 이름으로도 불렸는데, 후대에 ‘강태공’으로 많이 불렸기 때문에
흔히들 강태공이라고 한다. 강태공은 그가 남긴 《육도》라는 통치 방략서 때문에 모략가의 원조로도 꼽
힌다. 그래서 귀곡자, 장략, 사마의와 함께 ‘모성(謨聖)’이란 별칭을 더 선사받았다(강태공, 귀곡자, 장
량, 사마의는 중국의 4대 ‘모성’이라 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언행과 속내의 차이를 드러내는 방법: 강태공이 남긴 《육도》에는 아래에 소개하는
‘팔징법(八徵法)’을 비롯한 인재 감별법들이 나온다.
강태공은 은나라 말기 여러 곳을 전전하며 천하 정세를 살피고 오랫동안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위수
가에서 바늘 없는 낚싯대를 드리운 채 주 문왕을 기다렸다가 문왕에게 발탁되었다. 그는 때를 기다리
는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인간과 세태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얻었다. 그 결과물이 《육도》에 충
분히 반영되었을 것이다. 《육도》는 기본적으로 병법서이지만 그 내용에는 장수를 선발하는 기준, 인
재를 감별하는 방법, 사악하고 간사한 자를 간파하는 안목 등 사람을 감별하는 다양한 기준과 원칙이
제시되어 있다. 이와 관련한 《육도》의 몇 대목을 소개한다. 먼저 ‘팔징법’이다.
사람을 쓰려면 그 사람의 행동거지를 살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의 행동거지가 반드시 내심의 진실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인재를 살피고 기용하는 일은 통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만 어떻게 해
야 행동과 속마음의 일치 여부를 살필 수 있을까? 《육도》에서는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속마음이 일
치하지 않는 열다섯 가지 경우를 들고 이를 검증하는 여덟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팔징법’이다. 우리는 대체로 행동의 결과로 사람을 살핀다. 그러나 ‘팔징법’은 결과를 기다려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으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하게 한 후 그 반응을 살펴서 속마음을 판단한다.
▲ 팔징법
무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임금이 군사를 일으키려고 할 때는 뛰어난 인재를 뽑아서 훈련을 시키고자
합니다. 인재의 자질이 뛰어난지, 모자란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태공이 대답했다. “대체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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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와 인재, 제대로 감별해야 한다
람으로서 그 겉모습과 속마음이 서로 같지 않은 자가 다음과 같은 열다섯 종류가 있습니다.
1. 겉모양은 어진 사람 같으면서 속은 어질지 않은 자가 있습니다.
2. 겉으로는 온화하고 선량하게 보이면서 실제로는 도둑질하는 자가 있습니다.
3. 겉모습은 공경하는 척하면서 마음은 교만한 자가 있습니다.
4. 겉으로는 겸손하고 근신하는 척하면서 속에는 공경하는 마음이 없는 자가 있습니다.
5. 세심하고 주의력이 깊어 보이면서 사실은 그렇지 않은 자가 있습니다.
6. 겉으로는 중후한 듯이 보이지만 실은 성의 없는 자가 있습니다.
7. 꾀를 잘 부리면서도 결단력이 없는 자가 있습니다.
8. 과감한 것 같으면서 실은 무능한 자가 있습니다.
9. 매우 근신하는 것 같지만 믿음이 없는 자가 있습니다.
10. 얼빠진 것 같지만 사실은 충실한 자가 있습니다.
11. 성격이 이상하고 언동이 과격하지만 일을 맡기면 효과를 내는 자가 있습니다.
12. 겉으로는 용감하게 보이지만 속은 비겁한 자가 있습니다.
13. 삼가는 척하면서 오히려 남을 얕잡아 보는 자가 있습니다.
14. 엄하고 냉정하게 보이면서도 오히려 고요하고 성실한 자가 있습니다.
15. 기세는 허약하고 외형은 못생겼으나 밖에 나가면 못 가는 데가 없고, 못 이루는 일이 없는 자가
있습니다.
이것이 사람의 겉모습과 속마음이 서로 맞지 않은 경우들입니다. 온 천하가 천시하는 것을 성인은 귀
하게 여기는 것이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은 그 한계를 알지 못합니다. 무왕이 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습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이를 아는 데는 ‘팔징법’이 있습니다.
1. 문지이언이관기상(問之以言以觀其詳).
- 어떤 문제를 내어 그 이해의 정도를 살피는 것입니다.
2. 궁지이사이관기변(窮之以辭以觀其變).
- 자세히 꼬치꼬치 캐물어 그 반응을 살피는 것입니다.
3. 여지간첩이관기성(輿之間牒以觀其誠).
- 간접적인 탐색으로 충성 여부를 살피는 것입니다.
4. 명백현문이관기덕(明白顯問以觀其德).
- 솔직 담백한 말로 그 덕행을 살피는 것입니다.
5. 사지이재이관기렴(使之以財以觀其廉).
- 재무관리를 시켜 청렴 여부를 살피는 것입니다.
6. 시지이색이관기정(試之以色以觀其貞).
- 여색을 미끼로 그 품행(정조)을 살피는 것입니다.
7. 고지이난이관기용(告之以難以觀其勇).
-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그 용기를 살피는 것입니다.
8. 취지이주이관기태(醉之以酒以觀其態).
- 술에 취하게 하여 그 자세를 살피는 것입니다.
이상 ‘팔징법’을 다 갖추어 살펴보면 유능한 지의 여부가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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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와 인재, 제대로 감별해야 한다
여섯 종류의 적과 일곱 가지의 해악: 강태공은 백성의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백성들을 부유하게
만드는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태공은 젊은 날 상업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지라 백성
의 삶의 질이 나라 정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강태공
은 다음과 같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들을 남겼다.
* “천하비일인지전하, 내전하지천하야.”(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의 천하입니다)”
* “동천하지이자, 즉득천하; 천천하지이자, 즉실천하.”(천하와 이익을 함께 하는 자가 천하를 얻고, 천
하의 이익을 혼자 차지하려는 자는 천하를 잃습니다.)
그러면서 강태공은 “따라서 군주라면 반드시 먼저 백성들을 부유하게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결론짓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재를 제대로 감별해서 기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육도》의 사
람 감별법은 매우 구체적이며 간사한 자들이 득세하지 못하도록 예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 글
은 나라에 해악을 끼치는 여섯 종류의 도적과 같은 존재들인 ‘육적(六賊)’, 일곱 가지의 해로운 자들인
‘칠해(七害)’를 지적하고 있다.
▲성내야 할 경우에 성내지 아니하면 간신이 생기고
문왕이 태공에서 물었다. “왕 노릇 하는 자는 무엇을 우선으로 삼고 무엇을 나중으로 삼으며, 어떤 것
을 취하고 어떤 것을 버리며, 무엇을 금지시켜야 합니까?” 태공이 대답했다. “왕 노릇 하는 자는 어진
자를 가까이하고 어질지 않은 자를 멀리해야 하며, 성실하고 믿음성 있는 것을 취하고 간사하고 거짓
된 것을 버려야 하며, 난폭한 것과 사치스러운 것을 금지하여야 합니다. 그런 까닭에 임금에게는 ‘육
적’과 ‘칠해’가 있습니다.”
“육적이란 이런 자들입니다. 첫째, 대규모로 궁실ㆍ누각ㆍ정자를 짓고 노래와 춤을 즐기는 신하로, 임
금의 덕을 손상시키는 자입니다. 둘째, 농사짓고 누에치는 일에 힘쓰지 않고 제멋대로 방탕하게 놀며,
국법과 금령을 자주 어기면서 관리의 지도에 따르지 않는 백성으로, 임금의 교화를 손상시키는 자입니
다. 셋째, 붕당을 만들어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을 가로막고, 임금의 총명을 가리는 신하로, 임금의 권
위를 손상시키는 자입니다. 넷째, 반항하는 뜻과 높은 기개를 가지고 있으나 그 위세를 믿고 밖으로
다른 나라 군주들과 교제하면서 자기 임금을 중하게 여기지 않는 신하로, 임금의 위엄을 손상시키는
자입니다. 다섯째, 벼슬과 지위를 경시하며 관리를 천하게 여기고, 임금을 위해 어려운 일을 무릅쓰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신하로, 공신의 노고를 손상시키는 자입니다. 여섯째, 가난하고 약한 자들의 재물
을 빼앗고 그들을 업신여기는 종친으로, 서민의 생업에 지장을 주는 자입니다.
칠해란 다음과 같은 자들이나 짓거리들입니다. 첫째, 지략이나 대책도 없으면서 상과 높은 벼슬을 탐
내 경솔하게 전쟁을 벌이고 요행으로 승리하기를 바라는 자로, 장수로 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둘째, 이름만 있고 실속은 없으며, 나갈 때와 들어올 때의 말이 다르고, 어진 사람은 덮어 버리고 악한
사람은 추켜세우며, 나아가고 물러가는 것을 교묘하게 하는 자로, 함께 일을 꾀하지 않도록 조심하여
야 합니다. 셋째, 몸은 검소하게 옷은 허름하게 입으며, 이름을 구하지 않고 이익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는 자로, 위선자입니다. 이런 자를 가까이하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합니다. 넷째, 기이한 차림새와
말재주로 고상한 듯하지만 공허한 논의만 일삼으며, 점잖은 얼굴로 외진 곳에 숨어 조용히 지내면서
세상을 비방하는 자로, 간사한 자입니다. 이런 자를 총애하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합니다.
다섯째, 모함과 아첨으로 관직을 얻고, 죽음을 무릅써가면서까지 봉급과 관직을 탐내며, 큰일은 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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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와 인재, 제대로 감별해야 한다
지 않으면서 이익을 얻을 만하면 움직이고, 고상한 말과 헛된 논의를 일삼는 자로, 부리지 말아야 합
니다. 여섯째, 무늬를 놓고 조각을 새기는 등 사치스럽게 꾸며서 농사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반드시
금지시켜야 합니다. 일곱째, 황당무계한 방술, 이상한 기술, 방자한 방법 등으로 남을 저주하는 일과
간사한 짓과 상서롭지 않은 말로 선량한 백성들을 현혹하는 행위로, 반드시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런 까닭에 백성으로서 생업에 힘쓰지 않은 자는 내 백성이 아닙니다. 인재랍시고 정성을 다하지 않
는 자는 내 인재가 아닙니다. 관리로서 공평하지 못하고, 깨끗하지 않으며,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내 신하가 아닙니다. 재상으로서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병력을 강하게 키우며, 섭리에 따라 음양을 조
화시켜 만승의 제왕을 편안하게 하고, 여러 신하를 바로잡으며, 명분과 실제를 살피고, 상벌을 분명히
하여 만민을 편안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그는 내 재상이 아닙니다.
왕이 된 자의 도는 용이 머리를 높이 들어 멀리, 깊이, 자세히 보고 듣는 모습과 같습니다. 몸가짐은
보이지만 뜻은 은밀합니다. 마치 하늘처럼 높이를 알 수 없으며, 깊은 연못처럼 깊이를 잴 수 없습니
다. 그런 까닭에 성내야 할 경우에 성내지 않으면 간신이 생기고, 죽여야 할 자를 죽이지 않으면 큰 도
적이 발생하며, 병력을 사용해야 할 상황에 병력을 쓰지 않으면 결국 적국이 강해집니다.”
2부. 리더의 자질 : 간신과 소인을 가려내는 법
반드시 사람을 잘 선택하고 재능을 헤아려야 : 인재와 정치의 함수관계에 대한 《회남자(淮南子)》의 통
찰
《회남자》는 한나라를 세운 고조 유방의 손자인 회남왕 유안(기원전 179~122)이 자기 문하의 식객들
을 총동원하여 여러 학파의 설을 종합한 백과전서 형식의 저서다. 도에 대한 철학적 관점을 비롯하여
자연과학ㆍ신화ㆍ전설ㆍ병법에 이르기까지 포괄하는 범위는 실로 방대하다.《회남자》는 중국을 새로 통
일한 한나라의 통치철학과 사상의 한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기본적인 사상이 도교에 초점을
두고 있어 유교를 국가의 지도이념으로 삼았던 한 무제의 사상 통일정책과는 길을 달리하는 이단적 성
격이 짙다. 이를 회남왕 유안 자신이 모반을 꾀하다 자살하고만 정치적 역정과 연결시켜 볼 때, 한나
라의 사상과 철학을 통합하려 했던 유안의 야심찬 의도는 결국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정치가 백성을 이기면: 아래 인용한 대목은《회남자》<병략훈>에 나오는 내용이다. <병략훈>은 주로 용
병에 관한 내용이지만, 이 대목에서는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싸움의 승패
가 정치에 달려 있다는 대목은 정확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정치가 백성을 이겨야 하고, 존
속 가능한 정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가 백성을 이긴다는 말은 정책으로 백성을 설득하여 백성
이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정치를 뜻한다. 즉, 그런 정치라야 나라가 존속할 수 있으며 그 구체
적인 방법이 바로 인재를 제대로 헤아려 그에 일을 맡기는 것이라고 했다.
▲ 망할 정치를 하는 자는 비록 크더라도 망하고 만다
싸움의 승패는 본래 정치에 있다. 정치가 백성을 이기면 아랫사람들이 윗사람을 좇아 병사들은 강해지
고, 백성이 정치를 이기면 아랫사람들이 윗사람을 배반하기 때문에 병사들은 약해진다. 존속시키는 정
치를 하는 자는 비록 작다 해도 반드시 존속되고, 망할 정치를 하는 자는 비록 크다 해도 반드시 망한
다.
임금으로서 백성에게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임금을 위해 수고할 것을 요구하고, 임금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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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와 인재, 제대로 감별해야 한다
죽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백성도 임금에게 요구하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주린 자를 먹이
고, 수고한 자는 쉬게 하며, 공이 있는 자에게 덕을 베푸는 것이다. 백성이 임금의 두 가지 요구를 다
들어주었는데도 임금이 백성의 세 가지 소망을 들어주지 않으면, 나라가 크고 백성이 많다 해도 병사
는 오히려 약하다. 만약 수고하는 자는 반드시 즐거움을 얻고, 애쓰는 자는 반드시 이익을 얻으며, 목
을 베는 공을 세운 자는 반드시 생활이 안전하고, 나랏일로 죽은 자는 그 후손에게 반드시 상을 주어,
이 네 가지를 백성들이 믿게 된다면, 임금은 구름 속의 새도 잡고, 깊은 못의 물고기도 낚시질하며, 거
문고를 뜯고 종우를 울리고, 육박을 던지고 투호놀이를 해도 병사가 오히려 강하고 명령이 잘 선다.
그러므로 윗사람이 우러를 만하면 아랫사람을 부릴 수 있고, 덕이 사모할 만하면 위엄이 서는 것이다.
또한 장수는 반드시 삼수(三隧)ㆍ사의(四義)ㆍ오행(五行)ㆍ십수(十守)를 알아야 한다. 삼수란 위로 천도
를 알고, 아래로 지형을 익히며, 인정을 살피는 것이다. 사의란 나라를 평온하게 하되 병졸들에게 책임
지우지 않고, 임금을 위해서 자신을 돌보지 않으며, 어려움을 보고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의심을
버리고 죄를 피하지 않는 것이다. 오행이란 부드럽지만 굽히지 않고, 강하지만 부러지지 않으며, 어질
어서 거스르지 않고, 미덥게 하여 속이지 않으며, 용감하되 능멸하지 않는 것이다. 십수란 정신이 맑아
흐려지지 않고, 뜻이 원대하여 드러나지 않으며, 지조가 굳어 변하지 않고, 지혜가 밝아 가릴 수 없으
며, 재물을 탐내지 않고, 물욕에 빠지지 않으며, 변론에 넘치지 않고, 방술에 따르지 않으며, 기쁘게
할 수도 없고 노엽게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를 가리켜 까마득한 데 이른 것이라 한다.
그 사람의 과거 평소 때의 언행을 잘 살펴라 : 이극(李克)의 실용적 인간관
전국시대 초기 중원의 강대국 위나라는 문후(기원전 472~396)라는 명군을 맞이하여 국력을 더욱 키워
나갔다. 문후는 정치ㆍ경제 전문가 이극을 비롯하여 행정 전문가 서문표, 군사 전문가 오기 등 기라성
같은 인재를 전격 발탁하여 위나라를 개혁했고, 위나라는 전국 초기 초강대국으로 급부상했다.
전국시대 각국은 앞을 다투어 개혁 경쟁에 뛰어들었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약육강식의 시대적 상황에
서 개혁은 불가피했다. 이른바 ‘법과 제도를 완전히 바꾸는’ ‘변법 개혁’의 치열한 경쟁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변법 개혁은 주로 정치가들이 주도했다. 그런데 이극은 다른 개혁가들과 달리 경제 전문가였
다. 그런데 이극은 개혁조치를 실행하기 위한 원칙으로 ‘법치’를 내세웠고, 이를 이론으로 다듬어 《법
경》으로 구체화했다.
경제개혁을 기조로 한 그의 개혁 정치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그는 쌀값이 너무 높으면 소비자에
게 피해가 돌아가고, 반대로 쌀값이 너무 낮으면 농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지적하면서 ‘평적법’을
창안했다. 이 법은 쌀값을 어느 정도 선에서 통제하여 소비자와 농민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다
음으로 그는 토지를 최대한 활용할 것을 주장했다. 이는 자연조건으로서 토지가 갖는 잠재력에 인간의
주관적 능동성을 보태어 개발한다면 최대의 효율을 끌어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인간의 작용을 중시
한 이극의 경제 모략과 개혁 정치로 위나라는 전국시대 초기 강국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 경제 전문가
였던 이극의 정치가로서의 면모는 단편적이지만, 상당히 강렬하게 전해진다. 《사기》 <위세가>에 나오
는 이극의 인재를 판별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 나를 추천한 것이 사사로움 때문이었습니까?
언젠가 문후가 이극에게 물었다. “선생께서 일찍이 말씀하시길 ‘집안이 어려워지면 좋은 아내가 생각나
고, 나라가 어지러워지면 좋은 재상이 생각난다’라고 하셨는데 지금 우리 위나라 재상감으로 위성자와
적황 두 사람 중에 누가 적합하겠습니까”라며 자문을 구했다. 이에 이극은 이렇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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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와 인재, 제대로 감별해야 한다
“그 문제는 결코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주군께서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것은 두 사람을 자세히 관
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다섯 가지 측면을 통해 두 사람을 판단해 보십시오. 첫째, 평소에 어
떤 사람과 친한가를 보십시오. 둘째, 부유할 때 어떤 사람과 왕래하는가를 보십시오. 셋째, 잘나갈 때
어떤 사람을 추천하는가를 보십시오. 넷째, 역경에 처했을 때 어떤 일을 하는가를 보십시오. 다섯째,
빈곤할 때 무엇을 하지 않는가를 보십시오. 이 다섯 가지 면을 잘 살피시면 재능과 인품을 갖춘 인재
를 얼마든지 찾으실 수 있습니다.”
문후는 기뻐하며 “내가 누구를 재상에 임명해야 할지 마음을 정했소”라고 했다. 자리를 물러난 이극은
집으로 가지 않고 적황의 집으로 갔다. 적황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재상 문제를 꺼냈다. 이극은 담
담하게 “위성자가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적황의 표정이 바뀌더니 화를 내며 이렇게 항
의했다. “솔직히 말해 내가 위성자만 못한 것이 무엇이오? 서하의 지방 장관을 누가 추천했습니까? 또
왕께서 업 지방의 치안과 수리 문제를 걱정하시기에 제가 서문표를 추천했지요. 왕께서 중산을 정벌하
실 때는 악양자를 장수로 추천했고, 중산을 정복한 뒤 관리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 그대를 추천하지 않
았습니까? 또 왕자께 좋은 스승이 없어 제가 굴후부를 추천했습니다. 대체 내가 위성자에 비해 어디가
모랍니까?”
적황의 거친 항의에도 이극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문후가 재상에 대해 자문한 과정을 다 밝힌 다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그 당시 나를 추천한 것이 사사로이 당파를 지어 높은 자리와 후한 녹봉을 얻
기 위해서였습니까? 이런 점에서 당신은 위성자와 비교가 안 됩니다. 위성자가 추천한 복자하, 전자방,
단간목 이 세 분은 주군께서 스승으로 모시는 분들이고, 당신이 추천한 다섯 사람은 그저 주군의 신하
들일 뿐입니다.”
이극의 반박에 적황은 고개를 떨구며 “내가 정말 모자란 소인배입니다.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선생을
욕보였습니다. 선생의 제자가 되어 가르침을 받들고자 합니다”라며 사죄했다.
이극은 재상감을 묻는 문후에게 즉답을 주지 않고 다섯 가지의 객관적 기준을 던져 문후 스스로 결정
하게 했다. 적황의 항의에 대해서는 먼저 재상 추천의 전 과정을 알려서 자신에게는 사심이 없음을 밝
힌 다음, 자신의 관점을 감추지 않고 곧이곧대로 따져 물음으로써 적황의 승복을 끌어냈다. 이 사례에
서 이극은 상황에 따라 그리고 상대에 따라 논점과 논리, 그리고 방법을 달리하여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 그가 제시하고 있는 다섯 가지의 인재 식별법은 오늘날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매우 실용적인 방법
이다. 물론 거기에는 나라를 위해 좋은 인재를 추천하고자 했던 이극의 사심 없는 공사 분별의 자세가
단단한 밑바탕이었음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3부. 리더의 판단 : 세태와 인간의 변질을 식별하는 법
사람을 아는 데도 난이도가 있다 : 충절의 화신 제갈량(諸葛亮)의 인재 식별론
한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환원점과 제갈량: 역사상 인물 평가의 기준은 시대적 상황과 의식의 차
이에 따라 적지 않은 편차가 있다. 그러나 모든 인물 평가에는 ‘궁극적 환원점’이란 것이 있다. 그것은
그 인물이 어떻게 살았느냐와 직결된다. 이런저런 결점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한 인간이 인생 전반에
걸쳐 어떤 철학과 소신을 지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느냐가 평가의 한 축이 되고, 그
가 견지했던 철학과 소신이 옳은 길이었느냐 여부가 또 다른 한 축이 될 것이다. 옳고 그름은 도덕과
윤리의 차원에 놓이며, 그 구체적 내용은 도덕과 윤리의 질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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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와 인재, 제대로 감별해야 한다
이는 매우 예민하고 애매한 기준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단순 명료하다. 윤리와 도덕은 인간에
내재한 악을 제어하는 최소한의 제방이자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그 과정에서 보인
언행과 실적은 그 윤리와 도덕을 평가하는 가장 실질적인 잣대가 된다. 결국 한 사람의 평가는 어떤
방법과 원칙을 들이대든 궁극적으로 그의 과거 언행과 업적으로 돌아가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한 인물이 평생 거짓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았고, 대체로 그것을 지켰다고 해도 그가 다른 방면
에서 남다른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면 역사적 평가를 받기는 힘들다. 그러나 적지 않은 권력을 쥔 사람
이 정직하게 살면서 자신의 신조를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여 감화시키고, 그런 행동이 모범이 되어 큰
존경을 받아 후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면 역사적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철
학과 소신이 넓고 깊은 실천으로 담보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생전
과 사후의 평가에서 적지 않은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묘하다. 이를 단순하게 몇 가지 경
우의 수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1. 생전과 사후 모두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
2. 생전과 사후 모두 나쁜 평가를 받는 경우
3. 생전에 나쁜 평가를 받았으나 사후에 좋은 평가로 바뀌는 경우
4. 생전에는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사후에 나쁜 평가로 바뀌는 경우
하지만 이 경우들도 딱 부러지게 구분되지 않고 서로 뒤섞여 다음과 같은 변수가 더 발생할 수 있다.
5. 생전에 별다른 평가가 없다가 사후에 재평가되는 경우(흥미로운 경우)
6. 생전에 큰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가 사후에 관심과 평가의 방향이 바뀌어 새로운 논의와 평가를 유
발하는 인물(가장 매력적인 경우)
7. 세상이 어지럽고 혼탁할 때마다 청량제나 등대 같은 역할을 하는 부가가치가 큰 인물(생명력이 가
장 긴 경우)
8.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있기 때문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높은 평가를 받다가
하루아침에 모든 평가가 뒤집어지거나 그 반대인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 따라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어느 때보다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 한 사람의 평가에 대한 기준과 유형 등에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
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1과 2에 속하는 인물은 시대의 관심도에 따라 수시로 등장하여 교훈적 역할을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유형에 속하는 인물들도 평가 기준의 질적 향상과 다양화에 따라 5로 진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
고 1에 속하는 인물은 7에 속하는 인물과 중복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3과 4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왕
왕 뒤바뀐다. 즉, 좋은 평가에서 나쁜 평가로 바뀐 다음, 또 나쁜 평가에서 좋은 평가로 바뀌는 등 평
가가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삼국시대 조조와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5와 6에 속하
는 인물은 상당히 매력적인 논쟁을 유발한다. 이 경우는 평가 당시의 시대적 관심이나 평가 기준에 혼
란이 발생할 때 많이 나타나며, 3과 4와 겹치는 수가 많다. 8은 오늘날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고, 대개 큰 선거가 있으면 이런 평가 현상이 두드러진다.
요컨대 ‘역사의 평가’를 받는 인물이라면 어떤 경우에 속하든 시대의 관심도와 상황에 따라 평가가 유
동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인물 평가에 있어서 ‘궁극적 환원점’이란 절대 기준은 살아있다.
이는 그 인물이 인간의 존엄한 존재가치를 구현했느냐의 여부다. 다시 말해 그의 행적이 인간이란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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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와 인재, 제대로 감별해야 한다
재가치에 부합했느냐, 그것을 벗어났느냐다. 예컨대 자신이 가진 권력이나 권한을 다수를 위해 공적으
로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부귀영화나 권력 유지를 위해 사적으로 남용한 결과 많은 사람의 존엄성을
짓밟았다면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많이 남겼더라도 그런 사람은 역사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고,
또 받아서도 안 되는 것이다.
반대로 이런저런 실수와 단점이 있고, 또 삶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실패를 했더라도 평생 타인의 존엄
성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사심 없이 다수의 공익을 위해 헌신하여 실패와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행적을 남겼다면, 그는 충분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 기준은 자칫 사람들의 가치판단을
강요할 수도 있는 이데올로기적 윤리ㆍ도덕의 기준과는 다른 차원이다.
이런 점에서 만고의 충절로 불리는 제갈량은 ‘세상이 어지럽고 혼탁할 때마다 청량제나 등대 같은 역
할을 하는 부가가치가 큰 인물(생명력이 가장 긴 경우)’로서 늘 역사의 부름을 받고 있다. 조금 과장해
서 말하자면, 제갈량은 거의 영구적인 평가의 원칙이자 모범적 사례로 역사의 소환장을 받고 있다. 이
런 점에서 그의 인재관을 살펴보는 것은 나름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상을 포기하지 않았던 제갈량의 인재관: 재상이면서 정책을 만들어내는 자리에 있었던 제갈량은 인
재 이론을 실제와 연결하는 것을 아주 중시했다. 역사에 전하는 제갈량의 《편의십육책》에는 <치인>, <
납언>, <고출>, <상벌> 등과 같은 편이 있는데, 모두 인재를 살펴서 감식하고 등용하는 데 유용하다.
그리고 제갈량의 또 다른 저작인 《지인》에서는 사람을 아는 데는 난이도가 있기 때문에 진위를 분별
할 줄 아는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갈량은 인간의 정황은 매우 복잡하다고 보았다. 사람마다 싫고 좋음이 뚜렷하게 나뉘며, 감정과 외
모도 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예컨대 보기에는 온순해 보이지만 내면은 교활한 사람이 있고, 겸
손해 보이지만 사악한 사람도 있고, 겉으로는 용감해 보이지만 사실은 담력이 작은 사람이 있는가 하
면, 노력해서 열심히 일할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충성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
야 이렇게 복잡한 현상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을까? 인재를 알아내는 방법이라 할 수 있
는 제갈량의 ‘지인지도(知人之道)’는 다음과 같이 일곱 개 조항을 제시하고 있다.
1. 문지이시비이관기지(問之以是非而觀其志): 옳고 그른 것에 관해 물어서 그 뜻을 살피는 것이다. 즉,
시비를 가리는 능력과 장차 가고자 하는 뜻을 보는 것이다.
2. 궁지이사변이관기변(窮之以辭辯而觀其變): 궁지에 몰아 그 말을 통해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다. 즉,
난제를 제기하여 궁지에 몰고 답변에 어떤 변화가 있으며 임기응변할 수 있는가를 살핀다는 것이다.
3. 자지이계모이관기식(咨之以計謨而觀其識): 계모, 즉 책략 따위를 자문하여 그 식견을 보는 것이다.
4. 고지이화난이관기용(告之以禍難而觀其勇): 위기 상황을 알려 그 난관에 맞설 용기가 있는지 여부를
보는 것이다.
5. 취지이주이관기성(醉之以酒而觀其性): 술에 취하게 만들어 그 본성을 보는 것이다.
6. 임지이리이관기염(臨之以利而觀其廉): 이익을 제시하여 청렴 여부를 살피는 것이다.
7. 기지이사이관기신(期之以事而觀其信): 일을 맡겨 그 신용이 어떤지를 살피는 것이다.
이상을 요약하자면, 지(志), 변(變), 식(識), 용(勇), 성(性), 염(廉), 신(信) 등 7개 방면에서 사람을 살
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에 근거하여 제갈량은 많은 인재를 선발했으며, 한때 적이었던 인재를
끌어오는 등 파격적 인재 발탁을 실천했다. 강유는 원래 위나라의 장수였다. 제갈량이 북벌 때 기산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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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와 인재, 제대로 감별해야 한다
로 출병하자 강유는 천수 지역의 태수에게 핍박을 받아 제갈량에게 투항했다. 제갈량은 강유를 “일에
충실하고 생각이 주도면밀한 것이 많은 사람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라며 높이 평가했다. 또 “군대 일
에 민첩하여 담이 크고 병법을 깊게 이해하고 있다. 이 인재는 마음에 한 왕실의 부흥을 담고 있으며
재능을 함께 겸비한 사람이다”라고도 했다.
당시 강유의 나이 스물일곱에 불과했지만, 제갈량은 후주 유선에게 그를 봉의장군 양정후에 봉하도록
요청했다. 그리고 얼마 뒤 다시 정서장군으로 승진시켰고, 결국에는 제갈량을 이어 전군을 통솔하게
되었다. 강유는 여러 면에서 제갈량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제갈량의 뒤를 이은 촉의 대들보
임에는 틀림없었다. 이처럼 제갈량은 부하들의 장단점을 잘 살펴 각자의 특징과 재능에 맞게 추천했고
사람들은 그의 인사를 공평하다고 인정했다. 제갈량의 상벌을 두고 ‘벌을 받아도, 절대 원망하지 않았
다’라고 평가한 것도 이런 인재 기용의 원칙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제갈량의 인재관과 용인 원칙은 중국의 전통적 인재론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제갈량
은 재능과 덕을 겸비한 인재, 그중에서도 인품을 제대로 갖춘 인재를 더 선호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
요가 있다. 삼국이 치열하게 다투었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덕이나 품행에서의 일부 결점은 재주
로 충분히 덮고 넘어갈 수 있었고, 실제로 조조는 인격적 결함보다는 능력을 더 중시하는 인재 기용책
을 선호했다.
이 점에서 혹자는 제갈량이 현실보다는 이상을 너무 좆은 것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갈
량은 자신의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여 두루 실천했다는 점에서 이론의 효용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제
갈량의 이론과 실천 사례는 능력 위주, 실적 위주만 내세운 결과 온갖 부작용과 폐단만 양산하고 있는
조직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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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와 인재, 제대로 감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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