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책,영화,리뷰,3440 이문열 변경 8 변경 8 제 2부 시드는 대지 이문열 제 37장 주고받기 `싫어! 정말 싫어...' 영희는 화장을 하다 말고 몇 번이나 그렇게 중얼거렸다. 마음속이 그래선지 화장발이 영 받아주지 않았다. 로션부터 잘 먹지 않는 기분이었고, 크림도 파운데이션도 계속해 속을 썩 였다. 그래서 왠지 얼굴이 얼룩덜룩해진 것 같아 파운데이션을 진하게 발랐더니 이번에는 덕지덕지 들고일어나는 식이었다. `망할 영감쟁이, 만난 지 며칠 된다고 대낮부터... 시답지도 못한 주제에.' 영희는 화장지로 거칠게 얼굴을 닦아내며 다시 애꿎은 박원장에게 욕을 퍼부었다. 지난 수요일에 만났으니 아직 나흘밖에 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따지고 보면 박원장의 요구 가 그리 별난 것도 아니었다. 전에도 더러 그랬을 뿐만 아니라 한때는 영희 자신도 그.. 2023. 6. 23. 변경 7 변경7 제2부 시드는 대지 이문열 제 25장 첫날밤 인간이 스스로를 혐오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문서들 가운데서도 손꼽을 만한 것들 중에 하 나는 에두라르트 풍속과 성에 관한 방대한 저서가 될 것이다. 한 사람의 논객으로서보다는 수집 가, 역사가로서의 능력이 훨씬 두드러져 보이는 그는 그 저서를 통해 생산 구조와 성의 관계에 대해 통시적인 관찰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미리 설정된 대전제를 향해 억지로 논리를 끌어간 듯한 혐의와 수집가로서의 예외적 사료를 일반화시킨 무리는 설득력을 떨어뜨려 그 책이 불러일 으킬 인간 혐오에 대한 휴머니스트들의 우려를 다소간 덜어주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논리적 근거를 당시의 일반론이나 보편적인 현상보다는 그가 일생에 걸쳐 수집한 풍속화, 캐리커쳐, 만화, 사진, 삽화,.. 2023. 6. 23. 이문열 변경 6 변경6. 이문열 문학과지성사 제13장 낯선 세월로 아직 10월에 든 지 며칠 안 되었는데도 해질녘의 바람은 쌀쌀했다. 개간지가 산비탈이라 더욱 그런지는 몰랐다. 영희는 콩을 따던 손길을 멈추고 약간 한심한 기분으로 남은 콩이 랑을 세어보았다. 아직 절반 이상의 콩밭이 남아 있었다. 영희는 다시 밭둑에 놓인 마대 쪽을 보았다. 더욱 한심했다. 듣기로 어머니가 묻은 씨앗만도 두 말이 넘었는데 그 절반 가까이 수확한 게 깍지까지 합쳐 한 마대가 채 차지 않았다. 깍지를 깐다면 글세, 넣은 씨 앗의 두배나 제대로 거둔 것일까. 계절에서도 수확 방식에서도 이상하기 그지없는 그 콩 따기는 형편없는 개간지의 생산력 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원래 콩은 서리가 내린 후 그루를 낫으로 베어 타작을 하는게 정상적인 수확의 시.. 2023. 6. 22. 이문열 변경5 변경5 이문열 제1장 부르는 소리 사랑이 깊으면 얼마나 깊어, 여섯 자 이 내 몸이 헤어나지 못하나,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 달 밝은 밤에는 임 보러 간다, 엥헤이 엥헤이 엥헤이 엥헤이... 주방 쪽에서 미스터 리의 라디오가 그 무렵 들어 자주 들리는 민요조의 유행가를 낮게 흥 얼 거리고 있었다. 밖은 아침부터 궂은비였다. 원래가 사람이 북적거릴 까닭이 없는 변두리인 데다 날까지 궂어서인지 다방 안은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점심나절부터 어항 곁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뭉그적거리다가 방금 온 석간을 맞바꿔가며 읽고 있는 동네의 중년 실업자 둘과 30분 전쯤 들어온 뒤 턱없이 심각한 얼굴로 한구석에 앉아 담배만 빨아대고 있는 청년 하나가 손님의 전부였다. "도대체 어쩌겠다는 거야? 통 그눔의 속을 알 수가 .. 2023. 6. 22.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860 다음 반응형